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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즈카페] 패션 전문가들은 왜 리설주 여사 발에 주목했나

    [비즈카페] 패션 전문가들은 왜 리설주 여사 발에 주목했나

    만찬 전부터 예측 분분했지만 리, 점잖은 검정 펌프스힐 선택 “北여성 상징” “예의·격식 차려”“남북 정상회담은 역사적인 자리인 만큼 분명히 검은색일 것이다.” vs “소문난 패셔니스타답게 점잖되 트렌디한 색을 고를 것이다.” 지난 27일 국내 패션 전문가들 사이에서 벌어진 난데없는 ‘공방’입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이날 저녁 만찬장에 모습을 드러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의 ‘구두’ 얘기였습니다. 무난하게 블랙 슈즈(검정 구두)를 신을 것이라는 관측과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린 것이지요. 블랙 슈즈파는 북한의 패션이 최근 많이 개방됐다고 하더라도 아직 구두만큼은 보수적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앞서 서울을 찾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도 블랙 슈즈였다는 겁니다.●리여사 中 방문땐 베이지톤 힐 신어 그러고 보니 북한 TV에 나오는 평양 여성들의 구두는 대부분 검정입니다. 가죽 영업만 20년 넘게 했다는 한 관계자는 “검정 가죽은 색감을 내기가 가장 쉽고 파스텔톤 등 다른 색상을 입히려다 실패해도 덧칠해 돌릴 수 있다”면서 “다른 가죽보다 저렴하고 구하기 쉽다는 점도 북한 여성들의 블랙 슈즈 사랑의 한 원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비(非)블랙 슈즈파는 바로 이 이유 때문에 반대 논리를 폈습니다. 한 패션 전문가는 “리 여사는 북한의 최고존엄 아내이고 패피(패션 피플)인 만큼 일반인들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라도 검정 구두를 신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리 여사가 지난달 국제 데뷔 무대인 중국 방문 때 베이지톤의 힐을 신었다는 점도 그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TV에 잡힌 대로 ‘블랙 슈즈’ 승(勝)이었습니다. 검은색 벤츠에서 맨 먼저 모습을 드러낸 리 여사의 구두는 무난한 느낌의 검은색 펌프스 힐(왼쪽)이었습니다. 또 다른 패션 전문가는 “정상회담이라는 중요한 자리인 만큼 튀기보다는 예의와 조화, 격식을 선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같은 정장 구두라도 흔히 ‘뾰족 구두’라고 불리는, 앞코가 아찔하게 뾰족하고 굽이 얇으면서 높은 ‘스틸레토 힐’은 섹시한 느낌을 주지만 펌프스 힐은 상대적으로 점잖은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리 여사는 구두와 같은 색상의 검정 ‘스퀘어 클러치’(사각 손가방)를 들어 패션 감각을 은연중에 과시했다는 게 업계의 해석입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도 이번에 어김없이 검은색 리본 구두를 선택했습니다. ●“北여성 화사해졌지만 구두는 검정” 패션업에 20년 넘게 몸담은 김모씨는 “북한 여성들의 옷과 화장이 화사해지고 있는데 구두만큼은 아직 죄다 블랙이어서 아쉽다”면서 “평양의 패션은 아직 구두에 멈춰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장식 없는 깔끔한 베이지 색 힐(오른쪽)을 신었습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한반도의 봄’ 아이콘 현송월…정상회담 만찬에도 등장

    ‘한반도의 봄’ 아이콘 현송월…정상회담 만찬에도 등장

    ‘남북해빙무드의 혁혁한 공신’ 평가조용필의 즉석 제안에 ‘그 겨울의 찻집’ 듀엣윤도현도 삼지연악단 가수들과 합동무대 ‘한반도의 봄’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역사적인 2018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 만찬장에도 등장했다.현 단장은 이날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가왕’ 조용필과 함께 ‘그 겨울의 찻집’을 함께 불렀다. 조용필은 사회자가 “노래 한곡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에 앞으로 나와 현 단장에게 즉석에서 듀엣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겨울의 찻집’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선친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이었다고 한다. 조용필은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우리 예술단 공연에서도 이 노래를 불러 북한 관객으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현 단장은 남북 화해 무드를 무르익히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 단장이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15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북측 예술단 파견을 위한 남북실무접촉에서 북측 대표로 참석하면서부터다.‘김정은의 옛 애인’, ‘처형설’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휩싸일 만큼 베일에 가려져 있던 현 단장은 같은 달 21일 서울과 강릉 공연시설 점검을 위해 방남하면서 국내 언론과 시민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언론들은 현 단장의 옷과 화장, 머리모양은 물론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등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했다.이후 현 단장은 예술단 본진을 이끌고 2월 6일 다시 남한을 찾아 서울과 강릉에서 한차례씩 공연을 올렸고 무대에 직접 올라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이라는 노래를 불러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현 단장은 이달 초 1일과 3일 평양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의 공연과 환송만찬 등 남북관계 진전의 주요한 표지석이 될 행사를 성공리에 이끌었다.특히 조용필, 가수 윤도현 등 우리 가수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려 친숙한 이미지를 각인시키기도 했다. 현 단장이 남북 해빙무드를 가져온 아이콘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한편 전날 남북정상회담 만찬 후 열린 환송공연에서는 윤도현도 기타를 메고 만찬장에 등장했다. 윤도현은 삼지연관현악단 가수들이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부르자 함께 마이크를 잡았고, 솔로로 ‘나는 나비’도 들려줬다. 두 곡 역시 윤도현이 보컬인 YB가 평양 공연에서 호응을 얻은 노래들이다.윤도현은 자신의 SNS에 평양 냉면 사진 등을 올리고는 “이거 먹고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북한 여가수 분들과 불렀고요”라며 “마지막으로 시원하게 어쿠스틱 버전 ‘나는 나비’로 로큰롤 했습니다. 역사의 순간에 제 음악이 함께 한 영광스런 멋진 날이었습니다”란 소감을 밝혔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남북 손잡고 ‘10초 깜짝 월경’… 친교 산책서 30분 단독회담

    남북 손잡고 ‘10초 깜짝 월경’… 친교 산책서 30분 단독회담

    金 “文대통령 직접 나와서 감동” 文 “여기까지 온 것 아주 큰 용단” 金 “북으로 지금 넘어가 볼까요” 文 “수행원들과 사진 찍을까요” 예정 없던 깜짝 제안 주고받아 北지도자 첫 국군 의장대 사열 소나무 공동식수·표지석 세워 환송공연 ‘하나의 봄’ 영상 상영 金, 밤 9시 28분 北으로 돌아가 “정말 설레는 마음이 그치지 않고요. 이 역사적인 장소에서 만나니까, 또 대통령께서 이렇게 판문점 분리선(군사분계선)까지 나와서 맞이해 주신 데 대해서 정말 감동적입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문재인 대통령) 험난하고 지난했던 긴 터널을 지나 남북 정상이 27일 오전 9시 29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비로소 손을 맞잡았다. 처음 마주한 상대의 눈을 보며 20여초간 강렬한 첫 인사를 나눴다. 두 정상은 감격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김 위원장은 치아가 다 드러나도록 환하게 웃었고, 문 대통령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판문점 평화의집은 남북 정상회담 준비로 새벽부터 분주했다. 수행원 대기실에는 서울의 시간을 알려 주는 시계와 남측보다 30분 늦은 평양 시간을 보여 주는 시계가 나란히 걸렸다.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T2-T3’ 사잇길에는 무장군인 대신 정장을 입은 남북 경호원들이 마주 섰다.문 대통령은 오전 8시 청와대를 출발해 52㎞를 달려 9시 1분 판문점에 도착했다. 잠시 평화의집에서 휴식을 취하고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공식 수행원들과 함께 9시 27분쯤 김 위원장이 걸어 내려올 ‘T2-T3’ 사잇길로 이동했다. 북측 판문각 직원들로 추정되는 여성들이 판문각 2층 커튼을 살짝 걷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봤다. 오전 9시 28분 정적이 흐르던 판문각 문이 열리고 김 위원장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새벽 승용차로 개성을 거쳐 내려왔지만, 피곤한 기색 없이 경호원 12명에게 둘러싸여 내려왔다. 검은 인민복 차림의 김 위원장은 살짝 굳은 표정으로 내려오다 호흡을 가다듬고선 문 대통령을 향해 밝게 웃었다. 김 위원장은 ‘T2-T3’ 사잇길을 가로지르는 높이 10㎝, 너비 50㎝의 콘크리트 경계석 북쪽에 서서 남쪽에 선 문 대통령과 악수하고 경계석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왔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쪽 땅에 최초로 발을 내딛는 순간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세기적 만남의 이벤트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을까요”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며 문 대통령의 손을 잡아 끌었다. 두 정상은 ‘금단의 선’ MDL을 가볍게 넘어 10초간 북측 땅을 밟은 뒤 되돌아왔다. ‘10초 깜짝 월경’은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김 위원장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자 개방적이고 호방한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드러내려고 의도한 연출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10월 2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 가는 길에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입니다. 장벽은 무너질 것입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비슷한 메시지를 남겼다. 평화의집에서 문 대통령과 환담하며 “(판문각에서 MDL까지) 불과 200m를 오면서 왜 이리 멀어 보였을까, 또 왜 이리 어려웠을까 생각했다”면서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 보면 없어지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북측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국군의장대와 전통의장대를 사열했다. 문 대통령과 MDL 만남을 가진 뒤 전통의장대의 호위를 받으며 판문점 남측 지역 자유의집과 평화의집 사이에 있는 판문점 광장으로 이동했다. 두 정상 주위를 호위무사들이 장방형으로 에워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두 정상이 우리의 전통 가마를 탄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 예포 발사 등 정식 의장대 사열 의전은 생략했지만 전통의장대와 3군의장대 300여명을 동원, 북측 정상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북한을 국가 대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의장대 사열을 마치고 남북 정상은 양측 수행원들과 악수한 뒤 단체 사진 촬영을 했다. ‘10초 깜짝 월경’처럼 이 또한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북측 수행원 가운데) 사열을 끝내고 돌아가야 하는 분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서 “그럼 가시기 전에 남북 공식 수행원 모두 기념으로 사진을 함께 찍었으면 좋겠다”고 돌발 제안을 했다. 평화의집으로 이동한 뒤 김 위원장은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가져다준 만년펜으로 방명록에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란 글을 남겼다. 두 정상은 오전 10시 15분부터 11시 55분까지 100분간 정상회담을 했다. 오후에는 남측 군사분계선 인근 일명 ‘소떼길’에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으로 소나무를 심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소떼를 끌고 방북했던 길이다. 공동 식수한 소나무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 ‘반송’이다. 문 대통령은 대동강 물을, 김 위원장은 한강 물을 줬다.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글귀를 새긴 표지석도 세웠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대동강 물과 흙을 나무함에 넣어 아주 정성스럽게 가져왔다”고 전했다. 공동 식수를 마치고선 수행원을 물리고 군사분계선 표지물이 있는 푸른색 ‘도보다리’까지 산책했다. 두 정상은 오후 4시 42분 다리 끝에 설치된 의자에 단둘이 마주보고 앉아 5시 12분까지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잠깐 담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실상 ‘단독 회담’이었다. 북측 사진기자가 다가가 근접 촬영을 시도하자 김 위원장은 웃으며 비켜달라고 손짓했다. 김 위원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문 대통령에게 무엇인가를 얘기했다. 두 정상만 아는 ‘밀담’이다. 멀리서 촬영 중인 생중계 카메라에는 요란한 새 소리만 담겼다. 양 정상은 이날 3개장 13개 조항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서명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악수하고 잡은 손을 높이 들어올리고선 부둥켜 안았다. 환송만찬에는 김정숙 여사와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도 참석했다. 마지막 행사인 환송공연에선 평화의집 벽을 스크린 삼아 한반도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표현한 ‘하나의 봄’이란 영상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공연 말미에는 남북 정상의 첫 만남을 기록한 사진 영상물이 상영됐다. 두 정상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잡았다. 오후 9시 26분 김 위원장 내외는 문 대통령 내외의 전송을 받으며 차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들었다. 9시 28분 김 위원장의 차량이 MDL을 통과하고서야 문 대통령도 판문점을 떠났다. 오전 9시 29분부터 오후 9시 28분까지 거의 12시간 만에 기적처럼 찾아온 한반도의 봄이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은 국가 책임”…50년을 기다린 진실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은 국가 책임”…50년을 기다린 진실

    “주문.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국가배상법 제3조에서 정한 배상기준에 따른 배상금을 지급하고, 원고들의 존엄과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피고 대한민국의 책임 등에 관하여 공식 인정하라. (중략) 피고 대한민국은···.”재판장이 판결 주문을 낭독했습니다. 원고의 소송 청구 취지가 모두 반영된 원고 승소 판결이었습니다. 재판이 끝나자 원고석에 앉아 있던 두 베트남 사람이 일어났습니다. 통역을 통해 승소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오랫동안 굳어있던 두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 턱 아래로 두 손을 모았습니다. 마치 누군가에게 기도하는 것 같았습니다.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시민평화법정’(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 공개재판이 열렸습니다. 이 모의재판은 과거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원고는 ‘퐁니·퐁넛 사건’의 피해 생존자 응우옌티탄(58)과 ‘하미 사건’의 피해 생존자 응우옌티탄(61)이었습니다. 동명이인입니다. 한국군 해병 제2여단(일명 ‘청룡부대’) 예하 1대대 1중대 소속 군인들이 1968년 2월 12일 오전 퐁니·퐁넛 마을로 진입해 저지른 학살(74명 사망)로 응우옌티탄(58)은 어머니, 언니, 남동생, 이모, 사촌 동생을 잃었습니다. 당시 자신도 배에 총을 맞았습니다. 또 청룡부대 예하 5대대 26중대 소속 군인들이 1968년 2월 22일 오전 하미 마을로 진입해 일으킨 학살(135명 사망)로 응우옌티탄(61)은 어머니, 남동생, 작은 어머니, 사촌 동생 2명을 잃었습니다. 자신도 한국군의 수류탄 공격을 받고 왼쪽 귀와 왼쪽 다리, 허리를 심하게 다쳤습니다. 그 때 입은 상해로 현재까지 왼쪽 귀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재판에 대법관과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김영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재판장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을 지낸 이석태 변호사, 과거 ‘2000년 일본군 성노예 국제여성전범법정’ 남북한 공동 기소단의 검사 역할을 맡았던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재판관으로 참여했습니다. 재판부는 재판 첫날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시민평화법정은 (중략) 베트남 전쟁 시기에 민간인 학살이 과연 존재했는지, 만약 존재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심리할 것입니다.” 형사법정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민간인들을 학살한 가해자들의 유무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판단하겠다는 뜻입니다. 이어 재판부는 “참전군인을 비난하고 그들의 명예를 실추하는 자리가 결코 아닙니다”라면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과거의 불행을 이제부터라도 정직하게 드러내 직시하고, 거기에서 찾게 될 진실을 공유하면서 따뜻한 위로와 함께 온당한 치유책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참전군인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그들의 참된 명예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피고는 ‘대한민국’입니다. 앞서 재판부는 소송 서류들을 법무부에 송달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법률상 대표자가 법무부 장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무부에서는 첫 변론기일이 열리기까지 아무런 답변도 없었습니다. 결국 정부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변호사들이 정부를 대리하는 ‘역할’을 위해 피고 측 대리인단으로 나서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 진상규명, 공식 사과 등의 책임은 베트남 전쟁(1964년 8월~1975년 4월)이 끝난지 4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피고 측 대리인단은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결정적인 증거라면서 베트남 전쟁 당시 채명신 주월한국군사령관이 1968년 6월 4일 주월미군사령관에게 보낸 공문을 제시했습니다. 이 공문은 퐁니·퐁넛 사건이 당시 한국군의 적이었던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일명 ‘베트콩’) 세력이 저지른 사건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피고 측 대리인단은 하미 사건도 26중대가 학살 가해자라는 객관적 증거가 없고, 당시 하미 마을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과 많은 관련성이 있었다며 하미 마을 주민들은 보호 의무가 있는 민간인이었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 등을 내놨습니다.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국방부가 1972년 발간한 공식자료인) ‘파월한국군전사’의 1968년 2월 12일자 퐁니·퐁넛 마을에서의 작전 기록에는, 한국군으로 위장한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세력이 퐁니 마을 수십명을 집단적으로 살해한 사실이나 이에 대해 당시 퐁넛 마을에 주둔하고 있던 이 사건 1중대가 즉각 대응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은 전혀 기록되어 있지 않다”면서 “특히 (중략) 베트남 주민 수십명이 집단적으로 살해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기록인 파월한국군전사에 단 한 줄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퐁니·퐁넛 사건으로 살해된 마을 주민들이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세력이거나 그 동조세력이었다는 피고 대한민국의 주장과, 이 사건으로 살해된 마을 주민들은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세력에 의해 살해된 사람들이라는 주월한국군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결국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세력이 그 동조세력을 죽였다는 심히 모순된 결론에 이르게 된다”면서 “이는 논리칙과 경험칙상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하미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증거로 제출한 하미 사건 생존 피해자들의 인터뷰 영상 속) 피해자들은 (중략) 이 사건 26중대 소속 한국군인들이 마을에 찾아와 마을 주민들을 여러 곳에 모아놓은 뒤 총격을 가하여 살해하였다는 점을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바, 진술의 신빙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면서 “또한 베트남 정부에서도 (희생자 명단이 적혀 있는) 위령비를 유적지로 인정함으로서 하미 마을에서 피고에 대한 민간인 학살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바, 신빙성 있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전시에도 전투 행위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은 인도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국제인권규범을 위반한 점도 문제가 됐습니다. 지난 21일 있었던 당사자 신문 중 일부입니다. “한국군이 총을 쏠 때, 베트남 사람이나 가족 중에 한국군에 대항해서 총을 갖고 있었다든지 칼을 갖고 반격한 사람이 있었나요?” (양현아 재판관) “저희 가족은 (집에서) 나오는 대로 총을 맞았습니다. 저희가 다 이렇게 쓰러져서 누워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이모가 아직도 아이를 안고 있었고 한 한국군인이 집에 불을 지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모가 말리려고 했는데, 손 들어서 말리려고 했었는데 옆에서 한국군인이 이모 배를 칼로 찔렀어요.” (퐁니 사건의 응우옌티탄) “저항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당했다는 진술로 보입니다.” (양현아 재판관)적과 아군을 구별하기 어렵고, 게릴라전을 펼치는 ‘보이지 않는 적’의 저격 등과 싸워야 했던 베트남 전쟁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피고 측 대리인단의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퐁니·퐁넛 사건에서는 70여명의 민간인이 살해되었는데 (중략) 수십명의 민간인 살해된 사건을 두고 과연 의도치 않은 어쩔 수 없는 희생이다라고 볼 수 있는지 자체가 심히 의심스럽다. 나아가 피해자의 거의 대부분이 노인, 여성, 어린이들이었고, 심지어 한 살 미만의 영아까지 살해되었으며 이들은 비무장 상태였다는 점까지 감안해 본다면, 퐁니·퐁넛 사건이 의도치 않은 어쩔 수 없는 희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된다. (중략) 오히려 의도된 집단 학살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미 사건 역시 “1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살해되었는데 (중략) 상당수는 아동과 유아였다. 또 이른 아침 하미 마을 주민들을 여러 곳으로 모아놓은 뒤 학살했고,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그 다음 날 불도저로 시신을 훼손했다. 의도치 않는 어쩔 수 없는 희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이유들을 종합해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선고했습니다.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국가배상법 제3조에서 정한 배상기준에 따른 배상금을 지급하고, 원고들의 존엄과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피고 대한민국의 책임 등에 관하여 공식 인정하라. 피고 대한민국에게 1964년~1973년 사이에 베트남 지역에서 피고 대한민국 군대에 의해 베트남 민간인에 대한 살인, 상해, 폭행, 성폭력 등 일체의 불법행위가 일어났는지 여부에 관한 진상조사 실시를 권고한다. 피고 대한민국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포함한 피고 대한민국 군대의 베트남 전쟁 참전을 홍보하고 있는 모든 공공시설과 공공구역에 대한민국 군대가 원고들에게 불법행위를 하였다는 사실 및 (중략) 진상조사 결과를 함께 전시하고, 향후 대한민국 군대의 베트남 전쟁 참전을 홍보하는 공공시설과 공공구역을 설치할 경우에도 같은 조치를 취하라.” 선고 내용을 들은 응우옌티탄(58)의 말입니다.“제가 너무 기뻐서 지금 온몸이 떨리고 있습니다. 저는 진짜 머나먼 베트남에서 아주 힘들게 이 법정에 왔습니다. 그런데 아까 판결 내용 들었을 때 너무 기뻤습니다. 이렇게 기쁜 소식 가지고 이제 베트남에 당당하게 갈 수 있고요. 74명의 희생자들과 살아남은 많은 생존자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응우옌티탄(61)은 “이번 법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살아남은 모든 생존자들에게 알리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소감을 전했습니다. 물론 이번 재판은 정식 재판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 법정에서의 선고가 구속력을 갖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를 기억해야 합니다.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국가 공권력에 의해 일어난 국가범죄이자, 전쟁 중에도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제규범을 위반한 전쟁범죄입니다. 원고 측 대리인단의 임재성 변호사는 “비록 학살을 행한 주체는 한국군이지만, 학살 사건을 50년 동안 은폐시킨 것에 대한 책임은 우리 공동체 모두에게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학살의 진실이 망각되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제가 그 증거입니다”…생존자들의 호소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씨줄날줄] 책과 장미/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책과 장미/이순녀 논설위원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주도(州都) 바르셀로나에선 매년 4월 23일이 되면 거리마다 책과 장미꽃으로 넘쳐난다. 카탈루냐 수호성인인 산 조르디를 기리는 축일인 이날 남자는 여자에게 장미를, 여자는 남자에게 책을 선물한다.옛날 어느 왕국에서 악행을 일삼는 포악한 용에게 제물로 바쳐진 공주를 백마 탄 기사 산 조르디가 구출한 뒤 죽은 용이 흘린 피에서 자라난 장미꽃을 공주에게 바쳤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연인이 장미꽃과 책으로 서로 마음을 전한다 해서 ‘카탈루냐 밸런타인데이’로도 불린다. 1995년 유네스코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4월 23일로 정한 것도 대문호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동시에 사망한 날(1616년)이자 ‘산 조르디의 날’이라는 데서 비롯됐다. 카탈루냐 관광청이 올해 처음으로 국내에서 ‘산 조르디의 날’ 행사를 열었다. 지난 21일, 22일 서울로 7017 장미무대와 교보문고 광화문점 등에서 책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장미꽃을 선물했다.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하는 동시에 카탈루냐 문화를 홍보하는 일석이조의 기획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책의 날에 책과 장미꽃을 나눠 주는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독서단체 관계자들이 423명의 시민에게 책과 장미꽃을 증정할 예정이다. 책의 날을 하루 앞둔 어제 광화문광장이 거대 야외 도서관과 서점으로 깜짝 변신했다. 문체부와 책의해조직위원회가 마련한 책 축제 ‘누구나 책, 어디나 책’이 23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매년 청계광장에서 열던 행사를 올해는 광화문광장으로 옮겨 규모를 키웠다. 잔디광장에 탁자와 의자를 비치해 서재처럼 꾸민 ‘라이프러리’(라이프+도서관), 어린이들이 책 속에서 놀 수 있는 ‘북 그라운드’, 책 모양 조형물로 꾸민 ‘포토존’ 등이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한쪽에선 북콘서트와 저자와의 만남도 열렸다. 역사학자 신병주 교수가 강연하는 부스에는 자리가 부족해 선 채로 듣는 관객도 많았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고요서사’, ‘망고서림’ 등 독특한 개성으로 화제를 모은 독립책방의 부스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올해는 정부가 지정한 ‘책의 해’다. 1993년 이후 25년 만에 지정됐다. ‘함께 읽는 2018 책의 해- #무슨 책 읽어?’가 공식 표어다.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독자들을 위해 해시태그(#)를 붙인 것이 눈길을 끈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 대한 위기감과 절박함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 아닐까 싶어 한편으론 씁쓸하다. coral@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최명란/달콤한 소유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최명란/달콤한 소유

    달콤한 소유/최명란 찢어진 내 청바지에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게도 꽃들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활짝 핀 꽃대 위에 달콤한 비가 내릴 것이다 개구리는 지천에서 베이스 톤으로 울고 장대비는 꽃들을 흠뻑 적시고 짱짱히 일어설 것이다 돌담을 붙잡고 일어서는 담쟁이처럼 나도 장대비를 붙들고 비를 따라 일어설 것이다 건조한 목구멍을 비에 촉촉 적시며 아직 눈뜨지 못한 새끼들을 오글오글 키울 것이다 걸음 서툰 노인이 눈앞으로 지나가도 늙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희미해져가는 햇빛에 희망을 걸 것이다 사랑하는 우리 흐르는 강물을 함께 바라볼 것이다 결혼식 날 소란 속에 열렬한 노래를 부를 것이다 슬픈 터널 같은 겨울을 통과하자 봄은 난만(爛漫)하다. 뒤뜰 앵두나무는 흰꽃을 피우고, 복숭아나무와 살구나무는 분홍꽃을 피웠다. ‘개구리는 베이스 톤으로 울고’, 벌들은 잉잉대며 벌통으로 꿀을 나르느라 바쁘다. 밤마다 별들은 찬란하고, 깊은 강물들은 고요하게 웃는다. 미래의 기쁨을 빌려다 오늘을 사는 당신은 우리 집 꽃핀 뒤뜰의 여왕이다. 당신은 ‘아직 눈뜨지 못한 새끼들을 오글오글 키울’ 테다. 아, 당신 마음이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디가 무릉도원일까? 장석주 시인
  • 연봉 3700만원 대기업 고졸 신입 “내가 최저임금자라고요?”

    연봉 3700만원 대기업 고졸 신입 “내가 최저임금자라고요?”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기업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한 A(20)씨는 최저임금 대상자다. A씨의 월급은 309만원. 기본급(본봉) 147만원에 매월 상여금 110만원과 복리후생비 52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연봉 개념으로 치면 약 3700만원으로 사실상 대졸 초임(평균 3800만원)에 가깝지만, 현행법상 최저임금 대상자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 기본급만 따지면 월 최저임금 기준은 기본급 157만원(시간당 7530원)인데 A씨의 기본급은 10만원이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A씨는 “지방 공장이지만 나름 대기업이고 친구들도 부러워했는데 정작 최저임금에 속한다니 솔직히 좀 당혹스럽긴 하다”고 말했다.당혹스럽기로 치면 회사는 더하다. 만약 지금의 임금 체계를 유지한 채 최저임금을 준수하려면 회사는 A씨의 월 기본급을 10만원 이상 올려 줘야 한다. 이럴 경우 이 회사의 고졸 초임 연봉은 3828만원까지 올라간다. 그나마 여기까지는 준수하다. 2년 후인 2020년의 기준에 맞추면 A씨의 연봉은 4452만원까지 치솟는다. 회사 관계자는 “당장의 비용도 문제지만 A씨의 동기들에게 최저임금 인상률(16%)을 계속 적용하면 선임보다 후임 직원이 더 많은 월급을 받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면서 “내부에서 이런 제도를 누가 수긍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를 논의 중인 가운데 기업들과 노동계의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너무 좁아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는 대기업 직원까지 최저임금에 해당된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반면, 노동계는 산입 범위를 늘려는 건 최저임금 효과를 무력화시키려는 기업과 정치권의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20일 재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편의 핵심 내용은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산입 범위를 조정하는 것이다. 현재 최저임금에는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 등 매달 1회 이상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포함된다. 상여금을 비롯해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처럼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면 사업주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줄지만 반대로 근로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인상 효과가 반감된다. 양측이 “양보는 없다”며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임금 체계는 배(기본급)보다 배꼽(상여+수당)이 큰 기형적인 구조다. A씨처럼 상여금과 수당의 비중이 급여의 절반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굉장히 흔하고, 배꼽의 종류도 셀 수 없이 많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기형적 임금 체계는 기업들이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연차에 따라 자동적으로 올려 줘야 하는 기본급 인상이 부담스럽다 보니 기업들은 대신 각종 수당을 만들어 임단협 테이블에 올렸다. 또 기본급을 기준으로 각종 수당도 함께 오르는 만큼, 대다수 사용자는 임금 총액을 유지하면서 기본급은 최대한 낮추는 꼼수를 썼다. A씨를 포함안 대부분 임금 노동자들의 월급명세서에 각종 수당의 비중이 늘어난 이유다. 2013년 통상임금 개념이 정착되면서부터 기업들은 다시 한 번 수당을 늘렸다.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이 없는 수당의 비중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이 늘어나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테이블에선 웃지 못할 모습도 연출된다. 최저임금의 여파를 고려해 사측이 “기본급 인상”을, 노조는 “반대”를 외치는 식이다. 임단협 때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회사는 상여금이나 기타 수당을 올려주는 방식을 부르짖었던 것을 생각하면 협상 테이블의 위치가 뒤바뀐 듯 하다. 최저임금 인상이 낳은 ‘희한한 역전’현상이다. 전문가들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기형적인 임금 체계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기본급과 상여금의 기능에 사실상 큰 차이가 없고 지금의 산입 범위는 상여금 비중이 높은 한국의 임금 체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기본급에 각종 수당이 붙는 현행 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도, 정의부터 쓰임새까지 각각 다른 임금들의 개념도 이 기회에 통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의 충돌이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의 임금 구조는 임금 협상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을 가능한 한 낮게 잡으려는 기업의 오랜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통상임금과 최저임금 기준을 동일하게 일원화할 필요가 있고 산입 범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의 기준 역시 다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도 “지금의 한국은 인구 5000만인 중규모 국가인데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한꺼번에 일괄 적용하려고 하니까 여기저기서 예상 밖의 현상들이 터져나오고 있다”면서 “임금 기준을 통일화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충격이 있다고 하더라도 한번은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기본급과 상여 등 기타 수당에 대한 재정의를 통해 기형적인 임금 체계를 손볼 필요가 있다”면서 “기존의 상여금을 기본급에 과감히 포함시키고, 상여는 경기나 실적에 따라서 보너스의 형태로 다르게 지급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비행소녀’ 윤정수, 박기량에 설렘 폭발 “내 마음 속 체육부장관”

    ‘비행소녀’ 윤정수, 박기량에 설렘 폭발 “내 마음 속 체육부장관”

    새 비행소녀 ‘그라운드의 절대여신’ 박기량의 등장에 윤정수의 부끄러움이 폭발했다.박기량은 오는 23일 방송되는 MBN ‘비혼이 행복한 소녀, 비행소녀(이하 비행소녀)’에 스페셜 비행소녀로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날 박기량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며 등장했다. 이어 “저는 현재 비혼이고요. 제 삶에 만족하면서, 열심히 혼자를 즐기면서 살고 있습니다. 현재 위치에서 조금 더 해나가야 할 부분이 많지만 제 나름대로 일에 만족하고 있답니다”라고 말을 이었다. 박기량의 깜짝 등장에 윤정수를 비롯 양세찬 등 남성 출연진들은 어찌할 줄 몰라하며 쑥스러워했고, 특히 윤정수의 얼굴엔 순식간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또 윤정수는 “나 자꾸 웃으면 안 되는데 웃음이 나온다”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여 스튜디오에 폭소를 안겼다. 이와 같은 모습에 여성 멤버들은 “왜 이렇게 수줍어하세요?” “얼굴이 너무 빨갛다” “얼굴 좀 식혀야 될 것 같다. 폭발 직전이다” “광대가 승천했다”라고 그를 놀려댔다. 이에 윤정수는 “박기량 씨의 오랜 팬이다. 여러 종목을 통해 일년 내내 여러 변신을 하시는 분이라, 그 모습이 정말 멋지다. 사실 내 마음속 체육부 장관”이라고 무한 팬심을 내비쳤다. 이에 질세라 양세찬 역시 박기량을 위한 센스 넘치는 3행시를 선보였고, 여성 출연진들은 “뭐 이렇게 스페셜 하냐” “내가 왔을 땐 아무것도 안 하지 않았느냐”면서 집단 반발하고 나서 웃음을 자아냈다. 박기량은 “야구, 농구, 배구, 축구 등 여러 종목의 스포츠 치어리딩을 겸하고 있다”면서 “10월부터 4월초까지 겨울시즌(농구, 배구)을 하고, 3월 말부터 10월까지 야구와 축구 시즌이라 사실 비시즌이 없다”고 설명해 놀라움을 안겼다. 한편 박기량은 1991년생으로 그간 비행소녀들 가운데 최연소 멤버이자 첫 90년대생 비행소녀로 등장한다. 이에 프로그램 합류를 예고한 그녀의 싱글 라이프에 더욱 기대가 모아지는 상황이다. 12년차 대한민국 톱 치어리더 박기량의 치열한 일상은 23일 월요일 밤 11시 MBN ‘비행소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이경 “허리사이즈 34→28, 대본만 보니 저절로 빠져” (인터뷰 ②)

    이이경 “허리사이즈 34→28, 대본만 보니 저절로 빠져” (인터뷰 ②)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이이경 “특수분장 때문에 화장실 12시간 못 갔다”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마무리한 이이경은 오는 5월 중 방송 예정인 MBC 새 월화드라마 ‘검법남녀’에 출연한다. 드라마 촬영은 물론 MBC ‘이불 밖은 위험해’, Olive ‘서울메이트’에도 출연하는 그는 공백기 없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빼곡한 그의 스케줄에 걱정 섞인 질문을 했지만, 그런 걱정을 예상한 듯 이이경은 “원래 잠이 없다”며 현재의 바쁜 일상에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Q. 공백기 없이 활동하는 이유가 있는지? 예전에는 제가 연기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오디션을 백 번, 천 번을 보고 하나 붙으면 ‘대박이다’ 했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던 시기를 생각하면 지금이 너무 감사해요. 대본에 이름이 박혀서 오고, 감독님과 캐릭터에 얘기하는 게 너무 행복해요. 작은 역할이라도 저를 생각해주는 현장이 있다면 언제든 하고 싶어요. Q.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잠이 워낙 없어요. 버티는 걸 잘 해요. 촬영장에서도 제작진분들이 ‘이러다 쓰러진다’고 말씀하시긴 했어요. 그런데 죽을 것 같아도 안 죽고, 쓰러질 것 같아도 안 쓰러지더라고요. 아직은 괜찮아요. Q.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전작인 드라마 ‘고백부부’에서 캐릭터를 위해 살을 많이 찌웠어요. 허리 사이즈가 34까지 늘었어요. 그런데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촬영하면서 허리 사이즈가 28까지 줄었어요. 살이 저절로 빠지더라고요. 대기실에서 대본을 외우다 보니 밥을 안 먹었거든요. 그러면 감독님께서 오셔서 먹을 것을 챙겨주곤 하셨어요. Q. 개인 시간이 생기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집 청소를 좀 하고 싶어요. 집에 먼지가 많이 쌓였거든요. 원래 많이 어지르는 편은 아니에요. 친구들이 집에 자주 오는데, 그럴 때 좀 정리해달라고 부탁하면 치워주곤 해요. Q. 앞으로 더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는지? 많죠. 연기라는 건 부분적으로는 같을 수 있지만 사연이 다르고, 캐릭터가 자라 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뭘 하든 많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이이경 “특수분장 때문에 화장실 12시간 못 갔다” (인터뷰 ①)

    이이경 “특수분장 때문에 화장실 12시간 못 갔다” (인터뷰 ①)

    ‘으라차차 와이키키’ 속 이준기라는 캐릭터는 염치와 체면은 잃어버린 지 오래됐지만 특유의 긍정에너지로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코믹한 캐릭터 속 이이경은 사뭇 진지한 모습이었다.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는 배우 이이경의 종영인터뷰가 진행됐다. 현장에서 만난 이이경은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속 준기와는 달리 중저음의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Q. 평소 성격이 원래 진지한 편인지 궁금하다. 저 원래 이런 (진지한) 성격이에요. 준기 같은 성격이면 평상시에 살기 힘들어요. (웃음) 감독님께서도 제가 준기와 다른 성격이기 때문에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주셨어요. Q. 드라마를 마친 소감은? 아직은 (드라마 속 캐릭터에 대한 호평이) 믿기지 않는 것 같아요. 드라마 본방송도 못 볼 정도로 촬영을 하고 있거든요. 댓글만 조금 보고 있어요. 하지만 작품이 끝난 뒤에 이어서 다른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Q. ‘준기’ 캐릭터 연기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연기한 부분은? 일단 목소리 톤을 동구(김정현 분)나 두식(손승원 분)과 다르게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준기’라는 캐릭터가 항상 사건의 시작에 있는 친구였거든요. 그래서 목소리 톤을 띄웠어요. 또 준기가 가진 절박함과 애처로움을 잘 표현하기 위해, 준기의 진심이 담긴 신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더 망가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야 했어요. Q. 몸을 쓰는 장면이 많았다. 부상은 없었는지? 아무래도 몸을 많이 쓰니까 상처가 많이 나더라고요. 신이 끝나고서야 피가 나는 걸 알았어요. 흉터가 남았는데, 영광인 것 같아요. 볼 때마다 찍었던 신들이 생각나는 것 같아요. Q. 분장 신도 많았다. 힘들었던 점은?초반에 나왔던 특수분장이 제일 힘들었어요. 모든 게 제약됐거든요. 분장만 세 시간이 걸렸어요. 손톱까지 붙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잡을 수도 없었고, 핸드폰도 못 했어요. 수술용 본드로 붙이는 바람에 잘 떨어지지도 않았고요. 화장실도 못 가서 처음에는 12시간을 참았어요. 두 번째 촬영 때는 결국 손승원 배우가 화장실을 같이 가줬어요.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Q. 특수분장은 힘들었지만 드라마에서는 잘 나온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색보정이 들어가니까 느낌이 달라졌어요. 실제로 보면 제 얼굴이 아예 없었거든요. 색보정을 하고 나니까 제 얼굴이 보이더라고요. 현장에서 보는 것보다는 (느낌이) 떨어지는 것 같았지만, 고생해서 분장한 만큼 장면이 잘 나와서 좋다고 했죠. Q.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준기가 서진(고원희 분)이 면도 해주는 장면이요. 서진이가 수염이 나는 콘셉트였잖아요. 그게 분장으로 털을 붙인 거였어요. 털을 붙이는 데만 30분이 걸려요. 그래서 최대한 NG가 안 나게 하려고 열심히 했어요. ‘사랑해’, ‘결혼하자’ 이 대사가 전부 애드리브였어요. 다들 피곤한 상태였는데 그 신을 찍고 많이 웃었어요. 감독님들도 고개를 돌리고 계시더라고요. Q. 애드리브가 많았는지 궁금하다. 대사 절반이 다 애드리브였어요. 카메라 테스트 리허설을 하면서부터 애드리브를 했거든요. 그랬더니 작가님께서 ‘준기야, 너는 내 대본에 얽매이지 말고 너 하고싶은 거 다 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걸 감독님께서 드라마에 잘 반영해주셨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NG를 낸 것도 일부러 저런 것 아니냐고 캐릭터의 모습으로 봐주시더라고요. 저를 믿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인지도를 더욱 굳힌 이이경. 이번 작품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궁금했다. Q. 이번 드라마에 만족하는지? 네, 만족해요. 후회없이 했던 것 같아요. 보통 드라마가 끝나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이번엔 정말 마음껏 했던 것 같아요. Q. 시즌2를 원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시즌2가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너무 설레는 일이죠. 하지만 시즌1의 준기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분명 두려움도 있어요. 준기를 못 뛰어넘을 것 같아요.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이이경 “허리사이즈 34→28, 대본만 보니 저절로 빠져”)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갑질’ CJ 이재환, 전 수행비서 “요강 청소까지 했다”

    ‘갑질’ CJ 이재환, 전 수행비서 “요강 청소까지 했다”

    대한항공 오너일가 갑질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CJ 이재현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CJ 파워캐스트 대표의 수행비서들이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다’는 폭로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지난 19일 밤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는 이 대표의 밑에서 일했던 수행비서 A 씨가 “직원이 아니라 하인이었다”고 토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A 씨는 이 대표가 소변을 볼 때 쓰는 바가지를 씻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무실 때 화장실 가기 힘드니까 요강처럼 쓰시는 것이다. 저희가 비우고 씻고 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부르면 즉시 반응하기 위해 비서 대기실에 번호가 뜨는 모니터를 배치하기도 했다고 한다. A 씨는 “직원마다 번호가 있어요. 벨 누르면 들어가서 하나씩 다 해줘야 돼요. 김치 물에 씻으라면 씻고요. 가스버너 있으면 벨 눌러서 ‘야 불 줄여, 불 켜’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불법적인 지시를 할 때도 있었다며 “‘넌 왜 개념 없이 불법 유턴도 안하냐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과일 등을 이 대표가 원하는 대로 손질해주거나 이 대표가 잘못한 일을 대신 뒤 집어 쓰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부적절한 처신으로 고통을 느낀 분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생만 하신 어머니, 페미니스트 아들 책 읽고 펑펑 우셨죠”

    “고생만 하신 어머니, 페미니스트 아들 책 읽고 펑펑 우셨죠”

    “어머니께서 책을 읽고 많이 우셨어요. 엄마가 고생한 것을 아들이 알아주니까 너무 고맙다고 하셨죠. 주변에 자랑도 하시고요. 어머니 친구분들도 책을 구입해 주변에 나눠 주셨죠.”최근 자전적 에세이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를 쓴 강릉명륜고 교사 최승범(34)씨는 19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책을 낸 뒤 가장 뿌듯한 일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페미니스트가 된 계기를 묻자 최씨는 “고생으로 점철된 어머니의 삶을 보고 자라 그런 것 같다”고 돌이켰다. 7남매 중 다섯 째인 최씨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 공부를 잘했지만 부모님이 남동생의 학업에 집안 자원을 ‘올인’한 탓에 초등학교만 마쳤다. 결혼 후엔 보험판매 영업왕에 오를 만큼 악착같이 일하면서도 시집살이에 시달렸고 가사노동도 모두 도맡았다. 이제 아들 둘을 어엿하게 키워낸 어머니는 성당에서 식복사로 일하며 살림을 꾸리고 있다. 2010년 국어 선생님이 된 최씨는 초임교사 티를 벗고부터는 페미니스트 선생님 역할을 자처했다. 교과서에서 김소월의 시를 ‘남성적’, 이육사의 시를 ‘여성적’ 어조라고 비교하는 부분에 의문을 제기했다. ‘메밀꽃 필 무렵’이 나올 때는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의 성관계가 정황상 동의하에 이뤄졌을지, 동의했다 해도 허생원이 소문을 내고 다닌 일이 옳은 것인지 등에 대한 토론 거리를 학생들에게 던져줬다. ‘춘향전’에서 춘향에게 수청을 요구하는 변 사또가 지금이라면 어떤 죄로 처벌될 수 있을지 질문하기도 했다. 반응이 마냥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최씨는 “여학생들은 이런 수업을 좋아했지만 남학생들 중에는 탐탁지 않아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문제도 있었다. 2013년 남성연대 상임대표가 투신 사망한 직후였다. 고인을 전태일 열사에 비유하는 글을 보고 비판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게 화근이었다. 고인을 지지하는 남학생들이 반박성 댓글을 달았고 최씨와의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2학기가 시작되자 몇몇 남학생들은 최씨의 수업시간에 내내 엎드려만 있었다. 학기말 교원평가 땐 일부 제자들로부터 ‘여자 편만 드는 선생’, ‘인간으로서 기본이 안 된 선생’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충격을 받은 그는 한동안 수업 중 페미니즘을 언급하는 일을 그만뒀다. 그러나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에 다시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최씨는 “학교에도 성차별이 만연해 있다”며 “평교사는 여성이 절대 다수지만 관리자급은 남자가 절대 다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학생들이 여자 선생님을 함부로 대하는 경우는 많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보기 힘든 것도 한 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남자 고등학교 담임을 맡고 있는 그의 교실에는 학급문고 200권 중 15권이 페미니즘 서적이다. 최씨는 “페미니즘 확산은 가부장제를 극복해 남성들이 맨박스(남자를 둘러싼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교과 과정 중 페미니즘 교육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1년에 열 시간만이라도 인권 수업을 마련하고 그 안에 페미니즘을 1~2시간만 넣어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국내에서 미투 운동 바람이 불기 한참 전에 쓰기 시작한 책은 미투 열풍 한가운데서 출간됐다. 크라우드펀딩으로만 초판 2000부 중 1600부가 팔렸다. 곧 2쇄를 찍을 예정이다. “초등학생 5~6학년도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페미니즘을 잘 모르거나 거부감이 있는 분들에게 ‘페미니즘 입문서’가 되길 바랍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성매매는 개인 아닌 사회의 문제… 비주류에게도 공정한 기회 줘야”

    “성매매는 개인 아닌 사회의 문제… 비주류에게도 공정한 기회 줘야”

    “학창 시절 왕따와 가정폭력을 겪으면서 학교와 가정을 벗어나야 했어요. 돈이 없으니 성판매를 하게 됐고요. 그렇다고 주류 사회에 들어가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보다는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중심과 주변을 가르는 기준은 어디서 오는지 묻고 싶어요.”이소희(25·가명)씨는 열여섯 살에 성판매를 처음 시작했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집은 그에게 늘 공포였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학교 동급생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 집을 나온 그는 조건 만남을 시작으로 성산업에 뛰어들었다. 이씨는 현장에서 다양한 사연을 가진 동료들을 만나면서 성매매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의 문제라고 생각하게 됐다. 성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자신에게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전체가 각자의 삶을 위해 동등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건 제도적 뒷받침이 있을 때만 가능하잖아요. 당연히 정치에 무관심할 수 없죠. 정당에서 후보 검증도 하고 선거운동본부에서 정책 연구도 해 보고 싶어요. 스무살 즈음 한 정당에 당원으로 가입한 이후 약 6년간 당적이 바뀐 적은 있어도 무당적 상태였던 적은 없어요. 당적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적극적으로, 정치적으로 움직일 때 제도를 바꾸는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이씨가 최근 펴낸 책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여이연)에는 성산업 현장에 대한 생생한 증언과 일부 사람들이 성산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에 대한 질문이 담겼다. 성판매 여성으로서 이처럼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이씨가 개설한 페이스북 페이지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만 하더라도 페이스북 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게시글을 음란물로 규정한 탓이다. 이씨와 연대하는 뜻을 밝힌 여성 활동가 등 총 1230여명이 성명서에 동참한 덕분에 페이지는 3일 만에 복구됐다. 이씨는 “예전엔 사람들이 칭찬하거나 가까워지려고 하면 ‘너가 뭘 알아’라는 식으로 배배 꼬여 있었는데 사람들의 응원 덕분에 신뢰, 안정감, 소속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사회 계열을 전공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세상을 향해 건네고 싶은 말이 많다. 성소수자인 이씨는 특히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성소수자의 성매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싶다고 했다. “성소수자 가운데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 성매매를 하거나 아우팅(성소수자임이 밝혀지는 것) 후 탈가정·탈학교를 경험하고 성매매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주로 이성애 여성 입장에서 논의하게 되는 성매매 문제를 성소수자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고 싶어요. 사회가 정해 놓은 정상 시민이라는 트랙에서 벗어나 낙인 찍히고 매도된 존재들이 앞으로 어떻게 삶을 가꿀 것인지 함께 고민해 보고 싶습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서울포토] 남북정상회담 앞둔 고요한 판문점

    [서울포토] 남북정상회담 앞둔 고요한 판문점

    18일 오전 남북정상회담을 앞 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청와대사진기자단
  • 이효리, 여전한 ‘섹시 카리스마’…독보적 매력 봄 화보

    이효리, 여전한 ‘섹시 카리스마’…독보적 매력 봄 화보

    가수 이효리가 화보를 통해 여전한 섹시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JTBC ‘효리네 민박’ 주인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 이효리가 패션지 ‘얼루어 코리아’ 5월호를 통해 제주도의 모습과는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이번 화보에서 이효리는 고요하면서도 내추럴한 분위기 속에 글래머러스한 몸매로 섹시한 매력을 드러냈다. 이효리는 리넨 재킷부터 잔잔한 꽃무늬 튜브톱 원피스까지 멋스럽게 소화해내며 패셔니스타다운 모습을 보였다. 사진=얼루어 코리아 제공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원조 감성작가 원태연 “25년 전 ‘오글거림’ 여전히 통해”

    원조 감성작가 원태연 “25년 전 ‘오글거림’ 여전히 통해”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손끝으로 원을 그려 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특유의 감성으로 90년대 초반 1020세대로부터 인기를 얻었던 원태연(47) 작가. 쉬운 언어로 사랑을 노래한 그의 시는 낯간지러운 표현, 이른바 ‘오글거림’의 대명사로 통한다.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비평도 뒤따랐지만, 최근 그의 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1992년 낸 첫 시집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자음과 모음)가 최근 그림을 입고 다시 나왔다. “‘오글거린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제가 썼던 시집은 다시 못 보겠더라고요. 그런데 강호면 작가가 함께한 이번 시집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18일 만난 원 작가는 새로 나온 책을 펼쳐 보였다. 책은 2012년 재출간한 첫 시집에 ‘with 일러스트’라는 설명을 붙였다. 강 작가의 그래픽 노블을 연상케 하는 일러스트에 시를 배열한 게 특징이다. 20대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이야기 형식의 삽화에 시를 적절히 배치해 한 편의 웹툰을 보는 것 같다. 전체 시 80편 가운데 강씨가 흐름상 거슬리거나, ‘공중전화’ 등 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시 30편을 빼고 구성했다. ‘요즘 애들 눈높이에 맞춘’ 셈이다. 30대인 강 작가는 “고등학생 때 원 작가의 시집을 즐겨 읽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원 작가가 시에 구애받지 말고 마음대로 스토리를 펼쳐 보라고 했다”면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장면이라든가, 익선동에 있는 거북이 슈퍼 등 나름의 감성을 그림에 담았다”고 했다. 26년 전 나온 시집의 감성이 지금도 통한다는 점에서 이번 책은 원 작가에게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네이버의 데이터랩에 따르면 2012년에 나왔던 개정판은 40대 여성이 가장 많이 샀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새 옷으로 갈아입은 책은 20대 여성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으로 집계됐다. 강 작가는 이와 관련, “그림을 넣긴 했지만, 책은 시 때문에 구입하는 측면이 크다”면서 “감성으로만 따진다면 현재 다른 작가들의 시보다 10대와 20대에게 잘 맞는다. 원 작가의 감수성은 재조명받을 만하다”고 했다. 원 작가는 “20대 초반에 쓴 시를 돌이켜 보니 순수하고 깨끗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시가 누군가를 속이려 썼거나 대단한 기교를 부렸으면 지금 1020세대가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원 작가는 21살 때 무작정 시를 쓰고 싶어 썼고, 시집을 내겠다며 출판사를 돌았다. 그러다 속된 말로 ‘대박’이 터졌다. 두 번째 책 역시 크게 성공했다. 원 작가는 “당시 쏟아지는 관심에 ‘이게 아닌데’ 싶어 군대를 갔다”고 설명했다. 제대 후 시집을 2권 더 내고, 30살 때 마지막 시집 ‘안녕’을 쓰고 시와 작별했다. 그는 “초반의 인기를 좇아 답습하고 복습하는 느낌으로 시를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부터 시는 쓰지 않는다”고 했다. 원 작가는 제대 이후 가수 김현철의 ‘왜그래’ 작사를 시작으로 신승훈의 ‘나비효과’, 손담비의 ‘투명인간’, 백지영의 ‘그 여자’, 태연의 ‘쉿’ 등 히트곡 수십 편의 가사를 썼다. 앞서 2009년엔 권상우·이보영 주연의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자신의 본업인 작사에 충실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가리켜 “아이돌과 작업하는 작사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작사가”라며 “노래가 성공했을 때의 쾌감은 상당하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17살 고등학생 아들이 내 노래를 듣는 기쁨이 쏠쏠한 만큼 앞으로 좋은 작사를 더 하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예원 “나이 들면서 연하 관심 많아져..‘예쁜 누나’ 정해인 좋다”

    예원 “나이 들면서 연하 관심 많아져..‘예쁜 누나’ 정해인 좋다”

    앳된 얼굴의 밝은 소녀 예원. 오랜만에 얼굴을 본 예원은 전보다 많이 성숙해졌고, 더 많은 색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분위기는 물론 미모까지 리즈시절을 달리고 있는 예원이 bnt와 화보 촬영을 함께했다. 스타일난다, FRJ Jeans, 네이버 해외직구 해외편집샵 토툼(TOTUM) 등으로 구성된 세 가지 콘셉트로 진행된 이번 화보에서 전보다 성숙해진 예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린 소녀에서 이제는 언니 느낌을 물씬 풍기며 요즘 핫한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속 예쁜 누나의 모습도 보이던 예원. 반가운 얼굴의 예원은 오랜만에 하는 화보 촬영이라 걱정이 앞선다 했지만, 역시 예전의 끼와 매력은 전혀 줄지 않은 모습으로 현장의 찬사를 자아냈다는 후문이다.화보 촬영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예원의 근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웹드라마 ‘응큼한거 아닌데요’ 촬영 중이며 드라마 ‘김비서는 왜 그럴까’ 촬영을 준비하고 있어요. 또 다른 작품을 위한 미팅과 오디션을 준비 중이죠”라며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을 예고했다. “처음엔 오디션 자체가 적응도 안 되고 힘들었는데, 이제는 노하우도 조금 생겼죠”라던 예원의 모습은 역시 긍정 그 자체였다. “사실 오디션을 볼 때마다 제가 많이 부족한 사람임을 깨달아요. 오디션만으로도 큰 공부가 되죠”라고 말하며 예원은 지금 주어지는 기회가 그저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연기 공부 노하우를 묻자 “발성 연습을 위해 책을 읽을 때 큰 소리를 내서 읽어요”라고 자신만의 비법을 공개했다. “감정을 담고 생각을 하면서 말하는 방법을 공부 중이죠. 실제 슬프거나 기쁜 일을 기억해 연기에 담아내려고 해요”라며 사뭇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예원에게 언제부터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겼을까. “예능에서 인기를 끈 탓에 캐스팅 제안이 많았죠. 그렇게 연기에 입문하게 되었고,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어요”라며 이제는 극을 이끄는 주연이 되고 싶다고 한다.그에게 연기 롤모델을 묻자 “과하지도 않고, 부담 없는 연기를 하시는 서현진 선배님이에요”라며 “저 같은 경우엔 무엇을 해도 과하게 비치는데, 서현진 선배님은 물 흐르듯 차분한 매력이 있죠”라며 배우 서현진을 꼽았다. 배우 서현진의 연기를 보고, 많이 배우고 있다던 예원. “서현진 선배님도 좋지만, 나의 장점을 살려 연기에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예원은 밝은 캐릭터를 잃지 않되, 편안한 연기를 선보이고 싶다고 한다. “어리고 밝은 이미지는 시청자분들이 주신 선물이죠. 그 이미지를 간직하면서 좀 더 다양한 색을 입혀나갈 것이에요”라며 당당한 포부를 전했다. 사실 동안 외모의 소유자지만 어느덧 데뷔 8년차의 예원. “23살 때 처음 데뷔를 했어요. 그렇게 빠른 데뷔는 아니었지만, 대학 생활도 누리고 친구들도 많이 만났을 때라 시기가 적당했던 것 같아요”라며 그때를 회상했다. “그때 사귄 친구들과는 여전히 친하죠. 친구들이 퇴근할 때가 되면 제가 직접 데리러 가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녀요”라며 주변 시선을 오히려 즐긴다고 덧붙였다. “외출할 때 막 가리거나 숨지 않아요.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주시진 않아요. 이제는 다른 분들 시선도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 여기죠”라며 쿨한 모습을 보였다.그럼 연애 생각에 대해 질문을 하자 “사실 연애는 신경 쓸 것이 참 많은 일이잖아요. 일이 많거나 해야 할 것이 생기면 연애엔 관심이 없어져요”. 요즘은 어떻냐고 묻자 “자존감이 낮을 땐, 연애하고 싶지 않아요. 사랑받고 싶을 때, 사랑받지 못한 생각을 하면 더욱 슬퍼지잖아요”라며 연애를 하면 상처를 많이 받는 편이라 답했다. 이상형은 꼽아 달란 말에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사람”이라고 곧바로 대답했다. “사실 예전부터 이상형은 박효신 선배님이었어요. 선배님은 다정다감한 분위기의 소유자로 오랜 시절 저의 꿈속 이상형이죠”라며 언젠간 이상형을 만나 진짜 사랑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요즘 핫한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속 정해인을 꼽았다. “나이가 들면서 동생들이 많이 생겨서인지 연하 캐릭터도 참 멋지더라고요”라며 쑥스러운 모습을 보인 예원이다.연애 말고 친구에 관해 묻자 ‘청춘불패’ 속 인연 고나은과 써니, 김신영을 절친이라 답했다. 주로 집에 놀러 가 요리도 하고, 수다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요즘엔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요리의 매력에 푹 빠져 여러 가지 음식을 시도한다며 “자기 전엔 다음날 해먹을 음식을 미리 생각할 정도죠”라고 덧붙였다. ‘청춘불패’ 친구들과는 여전히 깊은 인연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예원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절친 광희에 관해 묻자 “휴가 때 연락은 왔지만, 아직 만나진 못했어요. 이성 친구라 열애설의 우려도 있기에 조심해야 해요”라며 실제 남매와도 같은 사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우리 결혼했어요’의 파트너 헨리와는 아직도 연락하고 있냐는 질문에 “가끔 문자를 하거나,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을 하면 제가 보는 게 다예요”라고 말했다. “‘우리 결혼했어요’ 처음 할 땐 실제로 설렜어요. 하지만 아쉬운 점이 많죠. 만일 다시 하게 된다면 헨리한테 더욱 잘해줄 거에요”라고 약속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또 해보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묻자 뮤지컬을 꼽았다. “너무나 해보고 싶었던 분야였죠”라던 예원에게 뮤지컬 시작의 계기를 묻자 “처음 박해미 선배님께서 직접 연락이 왔고, 제가 적극적으로 노래와 연기 영상을 촬영해 보내드렸어요. 그리고 뮤지컬에 합류하게 됐죠”. “그때 당시 박해미 선배님께서 뮤지컬 연출을 맡으셨는데, 무섭다는 소문과 다르게 부드러운 분이셨어요”라며 “그때 많은 선배님이 도와주셔서 뮤지컬을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라디오 DJ를 다시 해보고 싶어요”라던 예원. 이미 광희와 라디오를 함께했다며 이번엔 심야 타임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광희 오빠가 제대하면 라디오를 함께 해보자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라며 광희가 빨리 제대해 그 약속을 지킬 날이 오길 바란다고 했다. 다사다난했던 연예인의 삶이었지만, 다시 태어나도 연예인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이 직업을 가지게 된 것이 감사하죠. 어쩌면 과분한 자리일지도 모르는데 저에게 이런 기회가 온 것이니깐요”라며 다시 태어나도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할 것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예원의 목표를 묻자 “행복하고 건강하게 롱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겁도 많고, 생각도 많은 사람이라 굴곡 없이 순탄한 삶이 오길 바라죠”라던 그. 앞으로 그의 바란 대로 꽃길만 걷는 예원이 되길 응원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대한항공 회장 뜨면 비행 중 기장에 끊임없이 메시지”

    “대한항공 회장 뜨면 비행 중 기장에 끊임없이 메시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을 계기로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전반적인 갑질 행태가 끝도 없이 나오고 있다.적잖은 충격을 안겼던 ‘조현민 추정 음성파일’ 속 상황은 그저 일주일에 두세번 일어나는 일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조양호 회장이 비행기에 타는 날이면 혹시 해당 비행기가 지연이라도 될까봐 비행 중인 기장들에게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는 일이 흔하다고도 했다.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대한항공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기장들이 출연, 조현민 전무를 비롯해 조양호 일가의 갑질 행태를 고발했다. 대한항공에서 기장으로 7년 근무했다는 A씨는 “음성파일 속 고성에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면서 “대한항공 직원이라면 총수 일가가 항상 그래왔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해 오히려 진행자를 놀라게 했다. 음성파일이 공개된 자체가 놀라웠다는 A씨는 “이제는 ‘직원들도 을의 입장에서 불이익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런 것들을 낱낱이 공개할 지경에 이르렀구나. 더 숨기지도 않는구나’ 임계점에 다다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조현민 전무가 근무하는 6층에서 음성파일과 같은 고성은 보통 일주일에 두세번 벌어졌다. 조현민 전무가 기분이 좋을 때는 한두번 정도였다. 본사 건물 구조가 전체가 뻥 뚫려 있고, 부서별로는 칸막이 정도로만 나눠져 있기 때문에 어디서 누가 소리를 지르면 다 들리는 구조라고 A씨는 설명했다. 그래서 한쪽에서 조현민 전무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면 6층 전체가 쥐 죽은 듯 고요해지고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기장 입장에서는 총수 일가가 비행기를 타는 날이면 온 부서가 비상이 걸린다고 했다. 승객들이 타고 있는데 지점장을 세워놓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등 주변을 개의치 않고 안하무인격인 행동을 하는 것이 항상 있었다는 것이다. 또 조양호 회장이 비행기를 타는 날이면 혹시 지연이라도 될까봐 비행 중인 기장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내 소위 ‘케어’를 한다고 전했다. 비행 중에 메시지를 수신하느라 비행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A씨는 “저희들끼리 농담으로 ‘대통령 전용기도 이렇게는 안 하겠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 대항항공 기장 “조현민 사건, 놀랄 일 아냐…SNS 사찰도”

    전 대항항공 기장 “조현민 사건, 놀랄 일 아냐…SNS 사찰도”

    전 대한항공 직원은 이번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갑질’ 논란에 대해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전직 대한항공 기장이라고 밝힌 A씨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한항공은 총수 일가의 한마디에 모든 임직원들이 꼼짝하지 못하고 벌벌 떨고 부당한 일을 당해도 아무말도 못하는 구조”라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조 전무는 보통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기분이 좋을 때는 일주일에 한두 번. 무슨 통과의례처럼 항상 고성을 지른다고 들었다”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면 6층 전체가 쥐 죽은 듯 고요해지고 서로 눈치만 보는 그런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현민 전무뿐만 아니라 총수 일가가 비행기를 타는 날이면 온 부서가 비상에 걸린다”면서 “손님들이 탑승하고 있는데 거기서 지점장을 세워 놓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거나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는 게 항상 있었다”고 증언했다. A씨는 ‘땅콩 회항’ 사건 이후에도 직원들에 대한 태도는 변함없었다면서 “사건이 있고나서 회사는 직원을 존중하고 소통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는 했지만 말뿐이었지 사실 변한 게 없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전직 대한항공 기장 B씨도 “이번 조현민 사건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라면서 “회사 내에서 오너 일가가 거의 공산국가처럼 자기들이 원하면 뭐든 다 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이 통합 커뮤니케이션 부서를 통해 직원들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이 부서에서 일일이 직원의 SNS를 사찰을 해서 그게 자신들의 뜻과 맞지 않다면 그 직원에게 전화를 하여 글을 내리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한 번은 회장 욕을 쓴 직원을 정직을 시킨다는 등 이런 일들이 흔한 일인 것 같다”며 “거의 공산국가처럼 되어 있다 보니까 그렇게 가능한 것이다. 싫다고 할 수 없는 구조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B씨가 주장한 ‘직원 SNS 사찰’ 의혹에 대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부인했다. 대한항공 측은 “통합커뮤니케이션실 SNS 팀은 대한항공 사랑나눔 일일카페, 당사 주요 시설 견학행사 등 SNS 팬들과 온라인 및 오프라인에서 소통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2만명이 넘는 직원의 SNS 계정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송혜민의 피플스토리+] 청소부로 일하며 전국일주 하는 60대 할아버지

    [송혜민의 피플스토리+] 청소부로 일하며 전국일주 하는 60대 할아버지

    세상을 여행하는 방법은 많습니다. 비행기를 이용할 수도 있고요, 캠핑카를 이용할 수도 있죠. 하지만 이 할아버지의 선택은 누구보다 남달랐습니다. 중국 랴오닝성에 사는 양리엔쥔(67) 할아버지는 철도청에서 일하다 은퇴한 뒤, 내내 꿈꿔왔던 전국일주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은퇴한 60대 노인에게 전국일주 여행은 쉬운 목표가 아니었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단체관광을 몇 번 다녀오긴 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그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청소’였죠. 어느 도시에나 도시 미관을 위한 청소부는 필요합니다. 양씨는 중국 여러 도시에 청소부 부족 현상이 있으며 이를 활용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는 여행하고 싶은 도시를 찾아가 해당 도시의 청소관계부서와 단기 계약을 한 뒤,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는 곳을 청소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관광은 당일 필수 근무시간을 모두 채운 후 시작했고요. 몸은 힘들지만 뿌듯한 여행이 시작됐습니다. 그는 이런 방법을 통해 벌써 중국의 대도시 20여 곳을 직접 쓸고 닦으며 여행했고, 심지어 친구의 소개로 한국을 찾아 수원에서 두 달간 머물기도 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청소가 필요한 곳이 아닌 건설현장에서 일하긴 했지만, 이곳에서 일하며 한국여행을 하고 더불어 1만 위안(약 170만 원)까지 벌어서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죠. 양 할아버지는 “나는 여행이 좋아서 은퇴한 이후에 3650위안(약 63만원)을 들여 윈난성 여행을 갔었는데, 지루하기만 하고 재미가 없었어요. 의미없이 사진만 찍어댔죠”라면서 “청소부 일을 찾기 힘들 때에는 그 지역 음식점이나 호텔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행할 수 있는 시간과 돈을 벌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얼마를 버는지는 상관이 없어요. 단지 단체 관광하는 사람들이 가지 않는 그런 곳을 여행하고 싶을 뿐이죠”라며 앞으로도 청소하며 여행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양 할아버지가 은퇴 후 적지 않은 나이에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은 아마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는 이 순간에도 꿈을 이루는 것에 있어서 돈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고 있습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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