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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우슈비츠에서 태어난 저, 해방 75주년 맞아 다시 찾은 이유”

    “아우슈비츠에서 태어난 저, 해방 75주년 맞아 다시 찾은 이유”

    제가 어머니 뱃속에서 3개월이 됐을 때 어머니는 조국 헝가리에서 나치 독일에 의해 강제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보내졌지요. 어머니가 워낙 심각한 영양 실조라 간수들도 어머니가 임신했는지 눈치채지 못했답니다. 임신 3개월 때도, 9개월 때도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대요.제가 태어났을 때 몸무게는 453g 밖에 되지 않았답니다. 전 앙겔라 오로츠 라이트라고 하고요, 제 생일은 1944년 12월 21일(이하 현지시간))입니다. 이제 75세가 됐어요. 아우슈비츠가 옛 소비에트 군대에 의해 해방된 것이 이듬해 1월 27일이었으니 한달 조금 넘게 수용소에서 살았어요. 지금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살고 있어요. 27일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5주년 기념 행사에 초대돼 다시 이곳을 찾은 200명의 생존자 가운데 한 명이랍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유럽에서 600만명 정도의 유대인이 홀로코스트 대학살에 희생됐는데 그 중 110만명이 이곳 아우슈비츠에서 목숨을 잃었어요.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아메리카와 유럽 모두 반유대 혐오 발언이나 폭력이 급증하고 있어요. 전 그게 모두 한때의 일이었다고 안심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어요. 해서 제가 여기 와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어요. 제 믿기지 않는 얘기가 교훈이든 경고든 통할 것이라고 믿으면서요. 어머니는 1944년 5월 25일 수용소에 처음 끌려왔는데 저 악명 높은 조지프 멩겔레 박사가 있는 막사에서 생활했대요. 그는 죽음의 천사로 불렸고, 쌍둥이들을 데리고 실험한 것으로 악명 높지요. 어머니는 임신한 사실을 끝끝내 숨겨 극심한 영양실조에도 온갖 노역을 다 해냈대요. 절 감추기 위해 모든 종이를 끄러 모아 가렸대요. AFP 통신과 인터뷰하면서도 제가 철조망 담장과 붉은 벽돌 막사 옆을 빠르게 걷는 것도 다 두려움 때문이지요. 어머니의 가장 큰 두려움은 밖에 나가거나 점호에 임했을 때 쥐들이 절 먹어버릴까 걱정하셨대요. 기적처럼 제 젖을 물리셨어요. 물 밖에 마시지 않으니 젖이 나올 리가 없는데 말이죠. 유럽에서 가장 큰 유대인 공동체가 있는 프랑스에서는 전년에 비해 2018년에 경찰에 신고된 반유대 공격 행위가 74%나 급증했답니다. 저도 손자들을 키우는데 손자들이 정말로 걱정돼요. 증손주들도 있는데 내가 여기 나와 우리 어머니 얘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이기도 해요. 어쩌면 그네들이 뭔가 배웠으면 좋겠네요. 교육은 우리가 반유대주의와 싸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얘기를 듣는 아이들 가운데 단 한 명이라도 집에 돌아가 ‘이봐, 홀로코스트란 게 있었대. 난 생존자랑도 얘기해봤어. 그녀가 거기 있었다대. 그녀가 거기를 빠져나왔다더군’이라고, 한 꼬마라도 집에 가 그렇게 얘기하면 우리는 승리한 거라고요.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소극장 공연 보고 꿈꾸던 소년, 대극장 책임지는 배우로 자랐죠”

    “소극장 공연 보고 꿈꾸던 소년, 대극장 책임지는 배우로 자랐죠”

    “아~멋있다. 나도 저거 해야지.” 연극 초대권이 생긴 중학생 정환이는 150원이던 지하철을 타고 무작정 서울 대학로로 향했다. 지물포를 하는 아버지가 도배일을 하고 받아 온 초대권이었다. 하지만 극장 측은 초대권만 들고 온 정환이에게 ‘팸플릿을 사야 연극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갈 교통비만 있었던 정환이는 금방 풀이 죽었다. 극장 직원은 신나서 혼자 온 소년이 안쓰러웠는지 초대권만 받고 연극 관람을 허용했다. 그렇게 난생처음 본 연극은 곧바로 정환이의 꿈이 됐다. “기국서 선생님의 연극 ‘햄릿4’였어요. 배우가 캄캄한 무대 위에서 톱조명 받으며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대사를 치는데 심장이 막 뛰고 ‘저거다! 내 눈앞에서 하고 있는 저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팍!’ 들더라고요.” 헝클어진 백발 머리를 흩날리며 허겁지겁 뛰어들어온 배우의 눈에서 빛이 났다. 지금은 삶의 터전이 된 대학로에서 인터뷰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렀지만 길이 막혀 늦었다며 숨을 헐떡이면서도 곧바로 인터뷰에 응했다. “배우는 꽃이고, 무대에서 활짝 핀다”는 배우 박호산(48)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만났다. 15살 정환이의 꿈은 딱 10년 뒤 현실이 됐다. 1997년 뮤지컬 ‘겨울나그네’로 그토록 꿈꾸던 무대에 올랐다. 물론 이름 없는 배역, 앙상블이었다. 그는 긴 시간 대학로 극단 생활을 하며 생계를 위해 몸 쓰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다. 육체의 고달픔보다는 무대 위 희열이 더 컸다. 그런 그를 대중에 알린 건 무대가 아닌 TV 드라마였다. 2017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문래동 카이스트’로 주목받았고, 이어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인지도를 굳혔다. 그리고 고향인 무대로 돌아와 뮤지컬 ‘빅 피쉬’ 초연의 주역 에드워드 블룸 역을 맡았다. 예술의전당과 같은 대극장 공연의 주연을 맡은 건 23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얼굴과 이름이 얼마나 알려지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조금 더 알려졌다고 해서 예전 힘들었던 생활을 반추하지도 않고요. 다만 작품의 퀄리티를 책임지는 배우가 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박호산은 대니얼 월리스 동명 원작 소설과 팀 버턴 감독 영화를 무대화한 뮤지컬에서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위대한 허풍쟁이’의 삶을 택한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을 연기한다. 아버지와 아들 관계를 그린 작품을 최근 박호산의 아버지와 세 아들이 다 함께 지켜봤다. 노년의 아버지는 아들 호산의 눈을 보며 말없이 씩 웃을 뿐이었고, 장성한 두 아들은 역시 감정 표현에 인색했다. 관람 제한 연령에 걸려 대기실 모니터로 아버지의 연기를 지켜본 막내아들만 울며 “아빠 이제 친구들 못 만나는 거야?”라며 무대에서 내려온 호산의 품에 안겼다. ‘호산’이라는 예명은 그가 마흔이 되던 해 그간 인생을 반성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살고자 선택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함자를 그대로 따왔다. 무대 공연을 향한 애정과 진심이 느껴지는 그에게 최근 연극 화제작 ‘환상동화’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배우 강하늘이 지난해 말 드라마 성공 이후 차기작으로 선택하면서 이미 그가 출연하는 회차는 오는 3월 1일 폐막 공연까지 모두 매진됐다. 박호산은 “강하늘의 선택이 너무 고맙다”면서 “특정 배우에게만 관심이 쏠리더라도 배우에게 객석이 찬다는 건 무조건 행복하고 좋은 일”이라고 했다. 다시 작품 얘기로 돌아가 주연배우이자 세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작품 평가를 부탁했다. “‘빅 피쉬’는 꼭 보셔야 할 작품은 아니지만, 보고 후회하지 않을 절대적으로 유익한 작품입니다. 3대가 함께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작품이죠. 드라마나 영화는 ‘다시 보기’가 되지만 무대 공연은 인생처럼 그 순간이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네요.”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잠복기 때도 전염… 정부 “中매체가 추산한 입국자 6430명 추적”

    잠복기 때도 전염… 정부 “中매체가 추산한 입국자 6430명 추적”

    英 전문가 “감염자 이미 10만명 이를 것” 봉쇄 전 500만여명 태국 등 전 세계 탈출 마카오, 후베이성에서 온 본토인 퇴출 명령 화난시장 야생동물 가게서 바이러스 검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지난 23일부터 공항, 고속도로, 대중교통 등의 이용이 중지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 시내는 고요했지만 하루 만에 중국 내 사망자만 20명 넘게 증가하는 등 확산세는 외려 커졌다. 잠복기 전염이 가능해 이미 10만명 이상이 감염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 와중에 우한을 통제하기 전 500만여명이 도시를 빠져나갔고 이 중 6000명 이상이 한국을 방문했다는 중국 현지 보도도 나왔다. 신화통신은 27일 중국 질병통제센터의 화난수산물도매시장 역학조사 결과 585개의 조사 표본 중 33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이름은 수산물시장이지만 서쪽 구역에 야생동물 판매 가게가 다수 있었으며 양성인 33개 표본 중 14개(42.4%)가 이 주변에서 나왔다고도 전했다. 해당 시장이 우한 도심 한복판에 있고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 및 기차역이 있음에도 초기 환자가 이곳에서 연이어 발생했을 때 중국 당국은 초동 대처에 실패했다. 마샤오웨이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주임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우한 폐렴의 전염 능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으며 잠복기는 최대 2주라고 밝혔다. 또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달리 잠복기에도 전염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공중위생 전문가인 닐 퍼거슨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교수는 “(증세가 경미한 보균자의 전파로) 내가 아는 한 감염자는 현재 1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관측했다.중국 당국은 지난 23일부터 우한을 필두로 일부 도시에 잇달아 교통통제령을 내렸고 다음달 2일까지 춘제 기간 확대, 각급 학교 휴교, 야생동물 거래 금지 등의 조치도 취했다. 베이징에서는 9개월 영아와 네 살 유아가 감염됐고 새로운 확진자 5명 중 4명이 30, 40대로 확인되면서 전염력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웨이보, 위챗 등이 전하는 우한 시내는 인적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공안들이 기차역 출입을 막고 공항으로 향하는 도로 역시 공안의 차량으로 막힌 모습이 보인다.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고 유통 통로가 막히면서 신선식품의 가격이 10배까지 치솟았다는 전언도 나온다. 문제는 우한 통제 전 이곳을 떠난 시민이 500만여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날 중국 경제매체인 재일재경망이 항공서비스 앱 ‘항공반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중국 내에서 베이징(6만 5853명), 상하이(5만 7814명), 광저우(5만 5922명) 순으로 인구 이동이 있었다. 타국 이동의 경우 태국(2만 558명), 싱가포르(1만 680명), 도쿄(9080명), 한국(6430명) 등의 순이었다. 특히 마카오 정부는 우한시는 물론 우한시가 있는 후베이성에서 온 중국 본토인 모두에게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마카오를 떠날 것을 명령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우한시에서 국내로 입국한 사람들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 부처 간 협조를 통해 정확한 입국자 규모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점에서 재일재경망 보도의 신뢰도를 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선 우한 폐렴 확산 방지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각국은 우한에서 자국민을 철수시키기 위한 조치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AFP통신은 미국 전세기가 28일 우한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출발한다고 보도했다.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도 이번주에 전세기로 자국민들을 데려가기로 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명절에 연락 끊긴 가족 찾는 전화오면 안타까워요”...설에도 일하는 182 경찰민원콜센터

    “명절에 연락 끊긴 가족 찾는 전화오면 안타까워요”...설에도 일하는 182 경찰민원콜센터

    “설이나 추석 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잖아요. 그래서일까요. 명절에 연락이 끊긴 가족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어요. 경찰이 실종 아동이나 실종 신고된 분들을 찾는 일을 하는 건 맞는데, 단순히 가족간 연락이 끊겼다고 찾아 드리진 못하거든요. 그럴 땐 도움을 드리지 못해 안타깝더라고요.”경찰청 182민원콜센터 전예숙(54) 행정관이 24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전 행정관은 182경찰민원콜센터가 개소한 2012년부터 상담관으로 일하고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182경찰민원콜센터는 경찰과 관련된 각종 민원을 상담하고 관련 절차를 안내한다. 112가 긴급 출동이 필요한 신고를 받는다면, 182는 고소 절차 등 경찰과 관련된 각종 행정업무를 안내한다. 사건·사고는 연휴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만큼 하루도 쉴 수 없다. 이번 설 연휴 4일 가운데 3일을 일해야 하는 전 행정관은 “명절이면 누구나 가족과 함께 정을 나누고 싶지만, 내가 아니면 이 일을 누가 할까라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한다”며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며 몸에 밴 습관 같아서 명절에 쉬지 못해도 가족들도 모두 이해해준다”고 말했다. 전 행정관은 1985년 4월 일반행정공무원으로 입직해 182경찰민원콜센터를 세우면서 자리를 옮겼다. 전 행정관은 “182 민원콜센터는 형사 사건 절차 등 경찰업무 전반에 대한 일차적 상담을 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명절에는 층간소음 등 이웃간 분쟁 상담도 들어온다”고 말했다. 전 행정관은 명절 기간에 했던 상담 중 가족을 찾아달라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전 행정관은 “관계가 소원해져 연락이 뜸해 아예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는 가족을 찾을 방법이 있느냐는 문의가 명절에 들어올 때마다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까울 때가 있다”며 “한국 전쟁 때 발생한 이산가족에 대해선 절차상으로 안내할 수 있어도, 이런 경우엔 우리가 개인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안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 행정관은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소속 182경찰민원콜센터 지회장을 맡고 있다. 함께 일하는 동료의 권익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전 행정관은 “내가 일하는 민원콜센터가 행복한 직장이었으면 좋겠다”며 “노동은 밥을 먹는 것과 같은데,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측과도 머리를 맞대고 갈등을 풀고 미래를 설계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전 행정관은 정년퇴임까지 6년이 남았다. 상담업무가 고되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 민원인들이 있어 힘들 때도 있지만, 이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있다. 단순히 일로 여기기보단 봉사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전 행정관은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등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못 하고 주저하는 분들을 자주 본다. 특히 젠더적 기반 폭력의 경우 더욱 그렇다”며 “182경찰민원콜센터는 24시간 열려 있다. 어렵더라도 용기를 내서 출구를 찾는데 주저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샴페인 덕후’가 알려주는 스파클링 와인 고르는 법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샴페인 덕후’가 알려주는 스파클링 와인 고르는 법

    ‘축배’의 시즌이 찾아왔습니다. 설 명절, 밸런타인데이, 졸업과 입학 모두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날들이죠. 이럴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술은 뭐니 뭐니 해도 샴페인입니다. ‘펑’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린 뒤 올라오는 거품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마력을 지닌 술이죠. 그런데 막상 쇼핑을 하려고 하면 무엇보다 망설여지는 것이 또 샴페인입니다. ‘특별한 날이기에 실패하면 안 된다’는 부담, “가격이 비싸진 않을까”, “내가 집은 이 샴페인이 과연 최선의 선택인가” 하는 고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수많은 와인이 진열된 매대 앞에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무조건 맛있는 샴페인’을 고르는 비법, 어디 없을까요? ●맛과 향 다른 다양한 지역 와인 마셔 보길 마셔 본 자가 맛을 압니다. 국내 주류업계의 내로라하는 ‘술꾼’들에게 어떤 샴페인을 마셔야 하냐고 묻고 다니던 기자는 마침내 샴페인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한 사람에 도달했습니다. 대학에서 외식경영을 전공하고 주류회사 신세계엘앤비에서 해외소싱을 담당하는 이석(40) 파트장은 연간 500병 이상의 스파클링 와인을 먹어 치우는 엄청난 ‘샴페인 덕후’입니다. 별명은 ‘단벌신사’. 23일 서울 강남구 와인앤모어 매장에서 만난 그는 “샴페인을 마시기 위해 옷값을 아끼다 보니 그렇게 불린다”며 웃더군요. 뛰어난 와인 전문가는 많지만, 이 정도로 많이 마셔 본 사람이라면 그 진정성을 믿고 물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어떻게 골라야 하나요? 그는 먼저 꼭 ‘샴페인’만이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다양한 지역의 와인을 경험해 볼 것을 조언합니다.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되는 기포가 있는 화이트 와인을 뜻합니다. 샹파뉴 외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프랑스의 스파클링 와인은 크레망이라고 부르죠. 또 이탈리아, 스페인에서도 스파클링 와인이 나오는데요. 각각 ‘프로세코’와 ‘카바’라고 한답니다. 같은 스파클링 와인이지만 이름이 다른 만큼 개성도 제각각입니다. 샴페인이 고급 스파클링 와인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은 복합적인 맛과 향 덕분입니다. 병 안에서 2차 발효를 통해 기포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기본적인 과실 향뿐만 아니라 효모의 활동에서 오는 빵, 견과류, 헤이즐넛 향이 매력적이죠. 좋은 샴페인은 오픈한 뒤 몇 시간이 지나면 마치 다른 와인을 마시는 듯 캐릭터가 다채롭게 변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음미하기에는 완벽한 술이죠. ●초보도 마니아도 만족한 伊 ‘프로세코’ 반면 이탈리아의 프로세코는 와인 생산 단계에서 모든 발효를 마치고 병입합니다. 샴페인보다 과실 향이 풍부하고 당도가 있는 편이며 음용성이 뛰어나 대낮에 갈증이 나거나 식사 전 아페리티프로 벌컥벌컥 들이켜기엔 안성맞춤입니다. 그는 “일부 사람이 프로세코는 ‘싸구려 술’이라고 여기는데 오해를 풀었으면 좋겠다”면서 “프로세코는 샴페인과는 양조 방식 자체가 다른 새로운 카테고리의 술”이라고 말합니다. 그냥 물컵에 따라 마셔도 맛있을 만큼 쉽고 대중적이어서 초보자, 마니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술이라고 하네요. ●맛은 올리고 가격은 저렴한 스페인 ‘카바’ 샴페인 같은 맛을 원하지만 높은 가격이 부담되는 이들에게는 ‘카바’를 추천합니다. 샴페인과 같은 양조 방식이지만 스페인의 토착 품종으로 만들어지는 카바는 가격이 일반 샴페인의 3분의1, 최대 10분의1까지 저렴한 것이 매력입니다. 알코올 도수도 보통 12.5~13도인 샴페인보다 1~1.5도 낮아 덜 취한다는 것 또한 장점이고요.대략적인 지식을 알았으니 이제 직접 마셔 볼 차례입니다. 매장에서 ‘가성비’로 실패하지 않는 샴페인 딱 한 개만 골라 달라고 했더니 2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루이 뒤 몽’을 집으라고 귀띔했습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할 때마다 고가의 샴페인 못지않은 평가가 나온다고 하네요.프로세코는 ‘비솔’부터 마셔 보라고 조언합니다. 섬세한 버블에 폭발하는 과실 향으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샴페인 뺨따귀를 때리는 프로세코”라고 불린다고요. 밸런타인데이에 연인과 기분을 내고 싶은데 상대는 술을 별로 즐기지 않는다고요? 그럴 땐 ‘모스카토 아스티’가 정답입니다. 이 술은 달콤하고 알코올 도수도 5도밖에 되지 않아 부담이 없다고 강조합니다. 술 추천을 잔뜩 해 준 그는 “결국 좋은 술이란 비싼 술이 아니라 좋은 사람과 마시는 술”이라면서 유유히 매장을 떠났습니다. macduck@seoul.co.kr
  • 럭비공, 어디로 튈지 몰라요…우린 땀으로 ‘기적’ 만들어요

    럭비공, 어디로 튈지 몰라요…우린 땀으로 ‘기적’ 만들어요

    기적 같은 승리로 도쿄행 티켓 따내 진천선수촌 추운 날씨에도 ‘땀범벅’ “1승도 어렵다고요? 메달 딸 겁니다”“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냐. 중국전 트라이를 생각해!” 지난 14일 충북 진천선수촌에 모인 럭비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맹훈련을 이어 갔다. 몸을 푸는 가벼운 훈련을 마치고 실제 연습 경기에 들어가자 선수들은 숨을 헐떡였고 몸이 금세 땀으로 뒤범벅됐다. 전후반 각 40분으로 진행되는 15인제 럭비와 달리 올림픽 종목인 7인제는 전후반 각각 7분의 경기에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하는 만큼 선수들은 시작하는 순간부터 전력을 다해 훈련에 임했다. ●럭비 도입된 지 96년 만의 쾌거 서천오(53) 감독이 이끄는 한국 7인제 남자럭비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인천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우승하며 올림픽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1923년 한국에 럭비가 도입된 지 96년 만에 이룬 기적이자 실업팀 3개(한국전력공사·포스코건설·현대글로비스)와 국군체육부대, 대학팀 4개(고려대·연세대·경희대·단국대)에 불과한 척박한 환경에서 이뤄 낸 쾌거다. 올림픽 진출 자체도 드라마틱했다. 준결승 상대인 중국과의 경기는 전반 종료 전 중국에 7점을 내주며 끌려가다가 후반 종료 20여초를 남기고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전에 가서 승리했다.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진출한 일본과 함께 아시아 최강으로 꼽히는 홍콩을 상대한 결승전도 전반에 선취점을 내줬지만 후반에 동점을 만든 뒤 이어진 연장에서 승리하며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일본, 홍콩에 밀려 3회 연속 동메달에 그쳤던 설움을 씻어 내는 통쾌한 승리였다. 서 감독은 “올림픽 진출권을 따냈을 때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면서 “훈련 중인 지금까지도 꿈인지 생시인지 잘 모르겠다. 솔직하게 책임감과 부담감이 동시에 든다”고 말했다. 처음 나가는 올림픽인 데다 본선 진출 팀 가운데 최약체로 꼽히지만 선수들의 자신감은 남달랐다. 현실적으로 1승도 어렵다는 전망이 있지만 선수들은 ‘메달’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2017년 특별 귀화한 안드레 진 코퀴야드(29)는 “아시안게임 동메달은 우리 실력만 보면 실패한 것”이라는 도발적인 말을 꺼내면서 “환경만 제대로 갖춰졌으면 더 나은 성적을 거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장 박완용(36)도 “작은 목표는 3승이고 큰 목표는 메달권에 진입하는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열악한 환경 극복한 모두가 에이스 현재까지 7인제 남자럭비는 개최국 일본을 포함해 한국과 케냐, 호주, 영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피지, 미국,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1개국이 도쿄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상태다. 6월 열릴 대륙간 예선에서 마지막 합류 팀이 정해진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선 인구 90만명에 불과한 피지가 영국을 43-7로 꺾고 금메달을 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 전체 선수가 100명을 겨우 넘는 수준이지만 선수층이 얇은 만큼 선수들의 유대감은 남달랐다. 주목해야 할 에이스를 지목해 달라는 질문에 “우리는 모두가 에이스”라는 답이 돌아왔다. 박완용은 “럭비는 득점을 만들 때 한 사람이 아닌 전체가 다 연결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모두가 잘해야 한다”며 “그러다 보니 선수들끼리 믿음이 워낙 강하다. 아시아 예선 때도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드레 진 역시 “각자의 포지션에서 팀을 위해 헌신적인 플레이를 하는 게 우리의 팀 컬러”라며 “아시아 예선 준결승과 결승전에서 득점한 선수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 우리 팀의 속성을 잘 드러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림픽 출전을 이뤄 낸 종목이지만 국내 환경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 ‘무관심’을 럭비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럭비 관련 단체들의 홍보 활동이 미미하고, 제대로 된 시설도 선수촌밖에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다. 럭비장의 국제 규격은 ‘길이 100m 이내, 폭 70m 이내’로 축구장의 국제 규격(길이 100~110m, 폭 64~75m)과 비슷하지만 럭비를 할 수 있는 럭비장은 턱없이 부족하다. 아시안게임 메달 종목임에도 정작 아시안게임 땐 숙소 경쟁에서 밀려 자리가 없을 때도 있었다. 개최국 일본의 경우 등록 선수가 11만명이 넘고 프로 경기가 아닌 대학럭비 선수권 결승전에만 6만명 넘는 관중이 입장하는 등 럭비 인기가 상당한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서울신문 1월 13일자 25면>. 대표팀 막내 김진혁(25)은 “일본은 일반인 관중도 많은데 우리는 경기에 부모님이나 학생들밖에 안 오는 실정”이라고 밝혔다.●조직력은 최강… 과학적 분석 도입 대표팀은 지난 아시아 지역 예선 때부터 처음으로 전문 코치와 함께 과학적인 분석을 도입했다. 선수들의 몸에 GPS가 달렸고, 남아공 출신 일본유통경제대학 코치 찰리 로가 순간 심박수 200을 넘나드는 선수들의 몸 상태와 주파 거리를 체크해 선수 교체 타이밍도 잡아냈다. 7분이라는 짧은 경기 시간 속에 힘을 쏟을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낼 수 있었고, 올림픽 진출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서 감독은 “전력면에서는 최약체라고 하지만 7인제 럭비는 짧은 경기 시간 속에 변수가 많이 작용하는 종목”이라며 “기후 환경이 비슷한 일본에서 열리는 만큼 시스템적으로 준비만 철저히 한다면 의외의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스피드도 있고 체격도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 선수층이 얇은 건 단점이지만 서로를 잘 아는 선수들끼리 뭉쳐 조직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팀이 이번 올림픽을 통해 꿈꾸는 것은 럭비 발전이다. 한국 럭비는 이미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이후 별다른 발전이 없었다. 서 감독은 “럭비의 저변 확대를 위해 이 기회를 빌려 협회나 럭비인들이 아이디어를 모아야 할 것 같다”면서 “우리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 럭비 보급이 많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드레 진 역시 “럭비를 비인기 종목에서 인기 종목으로 뒤집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선수촌 곳곳에 ‘하나가 되는 순간 우리는 정점으로 간다’는 문구를 붙여 놨다. 자체 규율도 만들었다. 지각과 체중 관리, 식단 관리 등인데 벌금을 내는 선수가 거의 없을 정도로 잘 지키고 있다. 대표팀을 이끄는 박완용은 “다들 같은 목표가 있고 자기 역할을 해 줘야 이길 수 있는 걸 알고 있으니까 선수들 모두 더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 사진 진천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이성민 “이번 설 연휴 영화 보실 땐 꼭 ‘조미모남’ 하세요”

    이성민 “이번 설 연휴 영화 보실 땐 꼭 ‘조미모남’ 하세요”

    국정원 요원부터 박정희 前대통령까지설 영화 2편 동시 개봉·브라운관도 점령 “‘박통’ 싱크로율 위해 손가락까지 따라해” 올 설 연휴 극장가는 이성민(52)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국가정보국 요원으로 분한 ‘미스터 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박통’ 역을 맡은 ‘남산의 부장들’이 연휴를 앞둔 지난 22일 동시 개봉했다. tvN 드라마 ‘머니게임’에서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열연하며 브라운관까지 점령했다. “남들이 보면 욕할 텐데, 촬영한 시점도 다 다른데 어떻게 몰려가지고… 참 민망합니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성민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사라진 외교 특사 팬더의 행방을 쫓는다는 내용의 ‘미스터 주’는 한국 최초로 동물과 대화할 수 있다는 설정을 가미한 영화다. 바로 그 시도가 이성민의 마음을 움직였다. “‘쥬만지’(1995)처럼 외국 영화들에선 굉장히 익숙한 소재인데 한국엔 없었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에 없던 시도를 하면서 그가 가장 중점을 뒀던 건 ‘앙상블’이다. 함께 팬더를 쫓는 개 ‘알리’하고도, 컴퓨터그래픽(CG)하고도, 다른 인물 배우들과도 연기 앙상블을 맞춰야 했다. “사람이면 말로 설명해 가며 할 수 있는데, 살아 있는 동물이니까 늘 긴장했다”는 그는 쓰러진 알리가 계속 움직이는 바람에 어이 없어서 즉흥 연기를 했던 것이나, 공 하나를 두고 동물들과 대화하는 듯 연기했던 얘기를 신나게 풀어냈다. 동물 영화를 찍는 노하우도 생겼다. “후반 작업으로 동물들 목소리를 더빙하고 그걸로 CG를 만들었는데 오히려 이걸 선행했으면 영화가 더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촬영을 먼저 하니까 CG 동물들이 특징적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리액션이 없어서 아쉽더라고요.” 흥행에 성공해서 후속편을 찍게 되면 김태윤 감독에게 그렇게 조언할 참이다. 1979년 박 전 대통령 사살 40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남산의 부장들’에서 이성민은 우민호 감독이 꼽은 가장 ‘싱크로율’(일체감)이 높은 캐릭터다. “사극 속 인물도 아니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을 맡은 건 처음이에요. 워낙 유명한 배우들이 그 역할을 했었기 때문에 그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특수분장으로 대통령의 귀와 입을 모사하고, 직접 ‘박통’의 옷을 제작했던 이에게서 옷을 맞췄다. 그는 “악수할 때 손을 높게 들지 않는 것, 뒷짐 질 때의 손가락 모양까지 세심하게 따라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다작에 지칠 법도 하지만 늘 전작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는 이성민은 요즘 ‘조미모남’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아침에는 ‘미스터 주’, 저녁에는 ‘남산의 부장들’”이라고 홍보하느라. “아이들과 함께하면 ‘미스터 주’, 부모님 모시고는 ‘남산의 부장들’” 식으로 연신 두 영화를 짝짓더니 “‘미스터 주’의 유일한 반려작은 ‘남산의 부장들’”이라며 우스개를 던졌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국회 1%’ 청년 의원 3명이 말하는 청년 정치

    ‘국회 1%’ 청년 의원 3명이 말하는 청년 정치

    #30대 #청년 #여성 #1%. 더불어민주당 정은혜(37), 자유한국당 신보라(37), 바른미래당 김수민(34) 의원의 공통점이다. 20대 국회의원 중 30대는 이들 셋뿐으로, 전체 300명 의원 중 1%다. 전체 유권자의 30%를 차지하는 20~30대 목소리를 대변하기에 턱없이 적은 숫자다. 4·15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청년들의 표심을 사로잡을 인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도 제2의 산나 마린(지난해 34세로 세계 최연소 총리가 된 핀란드 여성 정치인)을 배출할 수 있을까. 세 의원의 얘기를 들어 봤다. 사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세대교체 아닌 공존 필요… 黨 육성한 청년 인재 많아야” ●청소년기부터 정치 참여하는 법 배워야 “대통령 언급이 없었더라면 민식이법이 과연 통과했을까요. 의원들은 이슈가 돼야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 만약 국회에 저와 같은 아기 엄마가 10명만 있었더라면 함께 ‘으으’ 힘을 모을 수 있었을 거예요. 제가 발의한 스토킹 방지법 역시 다들 꼭 필요하다고 하지만 잘 안 된 이유는 필요성을 직접 느끼는 20~30대가 국회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17일 의원회관에서 만난 정 의원은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청년 정치인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면서 “세대교체가 아니라 세대 공존 차원에서 국회에는 70대도, 20대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도 18세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18세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넓힐 수 있다는 얘기다. 정 의원은 “핀란드에서 34세 총리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2006년 청소년들이 지역사회 의사 결정에 참여하도록 한 청소년기본법이 큰 역할을 했다”면서 “우리는 중고교에서 근현대사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않는데, 청소년기부터 다양한 형식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청년의 정치 참여를 활성화하려면 “영입도 중요하지만 당에서 성장한 육성 인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21살에 지구당 사무실을 찾아가 입당한 뒤 유세 지원 율동팀부터 비상근·상근 부대변인, 대선캠프 지원, 비례대표 후보를 차례로 거친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정당도 연예기획사 같은 양성 시스템 만들자 그는 “정당도 연예기획사처럼 청소년 때부터 정당 활동이나 교육을 통해 두각을 나타내거나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으면 국회의원이나 시의원, 당직자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면서 “이런 청소년들이 훌륭한 정치인, 훈련받은 정치인이 될 수 있고 동시에 좋은 정치인을 고르는 유권자도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례대표 16번으로 출마했던 정 의원은 이수혁 전 의원이 주미대사로 임명되면서 지난해 10월 의원직을 승계했다. 17개월 된 딸을 둔 워킹맘이기도 한 그는 100일 남짓한 의정 활동 중 남성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라떼파파법’ 등 12가지 생활법을 발의했다. 정 의원은 “(이번 총선에) 다시 한번 도전해 이 법안들을 꼭 이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청년기본법 통과까지 4년… 또래 동료 없어 한계 느껴” ●당내 청년정치학교 운영… 인재 풀 늘고 있어 “국회의원 모두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면서 통과되는 걸 지켜보고 싶었죠. 하지만 ‘반쪽 국회’에서 찬성 토론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4년이란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면서도 웃을 수만은 없는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신보라 의원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반발한 한국당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 불참한 가운데 자신이 대표 발의한 청년기본법에 대해 ‘나 홀로’ 찬성 토론을 했던 일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충돌’ 등으로 얼룩진 20대 국회 막바지 본회의를 통과한 청년기본법은 2016년 5월 30일 20대 개원 첫날 한국당 1호 법안으로 발의됐다. 청년을 독립된 세대로 규정하고 자립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국가 책무를 정의한 법안이다. 초선 의원이 꺼내 든 법안을 ‘1호’로 확정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막상 발의된 이후 통과까지 4년이 걸렸다. 신 의원은 “국회에 30대 국회의원이 3명에 불과하고 힘을 합할 또래 동료 의원이 없어 겪은 한계가 많았다”면서 “청년기본법에 4년이 걸린 것은 국회에 청년 의제에 대한 절실함이 떨어진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했다. 청년 정치인을 못 미더워하는 시선에 대해 “우리 사회에 30대 스타트업 리더들도 많지 않으냐”며 “신선식품 배송 ‘마켓컬리’, 요가 브랜드 ‘젝시믹스’ 등을 이끈 것도 30대”라고 했다. ●일회성 영입 그치지 않고 양성 시스템 체계화를 신 의원은 향후 한국 정치에 청년들의 참여가 늘어날 것이란 희망적 전망을 했다. 그는 “청년 정치에 대한 국민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저도 당의 청년정치학교를 3기수째 운영하고 있는데 역량 있는 인재 풀이 늘고 있다”면서 “일회성 영입에 그치지 않고 양성 시스템이 체계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 의원은 지난해 임신·출산을 경험했다. 정기적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 영아 자녀에 한해 함께 회의장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을 요구했지만 문희상 국회의장이 불허한 일이 화제가 됐다. 신 의원은 “청년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나라, 출산과 육아가 기쁨이 되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면서 국회 세대교체와 구성원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신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인천 미추홀갑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특정 직업군 국회 민의와 멀어… 시민 참여 정치 하고파” ●청년들의 정치 참여 환경 만들어 줘야 “국회의원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존재인 줄 알았는데 정치 자체가 목적인 분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소수 권력자의 정치가 아닌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정치를 해보고 싶었어요.” 김수민 의원은 “‘직업 정치인’이라는 말이 그렇게 듣기 싫더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민주화 투사, 법조인, 교수, 보좌관 등 특정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수십 년간 동질성 강한 국회를 유지해 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내비쳤다. 김 의원은 “여성이나 2030세대 대표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고 당연히 민의와도 동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청년 정치’라는 표현에도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청년의 존재를 상수가 아닌 변수로 소모품 취급했기 때문에 나온 표현”이라며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열린 정치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방안으로 ‘내일티켓’이라는 참여민주주의 플랫폼을 만들어 정치 실험을 했다. 일상에서 문제점을 발견한 시민들이 법안과 정책을 고민하고 직접 발의 과정까지 참여할 수 있게 한 새로운 시도였다. 그는 “저희 의원실에서 만들어진 법안 90%는 시민들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고 저는 하나의 그릇이 됐을 뿐”이라고 했다. 일정 규모 이상 남자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도록 한 법안, 온라인 게임 내 지나친 성적 발언을 성희롱으로 포함하는 법안 등이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조국 사태’ 겪으며 21대는 청년이 주역 될 것 정치권에서 높아지는 ‘세대교체’ 바람이 21대 국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란 전망도 내놓았다. 김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여러 가지를 남기고 떠났지만, 그중 하나는 각 당의 청년 공천경쟁”이라며 “역설적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했다. ‘조국 사태’를 겪으며 기득권 불공정에 박탈감을 느낀 청년세대가 변화의 주역이 될 거란 기대다. 피선거권을 낮출 필요성도 언급했다. 11세에 입당해 19세에 국회의원이 된 구스타프 프리돌린 스웨덴 녹생당 대표 사례도 들었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묻자 “각자가 원하는 내일의 모습은 다 다르기 때문에 제 말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면서 “많은 청년들이 국회에 입성해 새로운 길을 함께 개척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설 연휴 맞아 성형수술 하려다 취소했는데 환불 안 된다고요?”

    “설 연휴 맞아 성형수술 하려다 취소했는데 환불 안 된다고요?”

    최근 20대 직장인 A씨는 설 연휴를 맞아 성형외과에서 얼굴 지방이식 수술을 받기로 했다. 연휴 전날 수술받고 연휴에 휴가를 며칠 더 붙여 쓴 뒤 붓기가 빠지면 출근하기 위해서다. 예약하면서 성형외과에 수술비 500만원을 미리 다 냈는데 갑자기 설 연휴 직후 회사 일정이 생겼다. A씨는 성형외과에 전화해 예약을 취소하고 미리 낸 수술비를 환불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성형외과 측은 “할인 가격으로 계약해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이미 설명했다. 원칙적으로 환불을 해줄 수 없다”면서 “하지만 수술 취소 때문에 생긴 손해액 300만원을 빼고 200만원은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A씨는 “수술도 안 받았는데 300만원이나 떼는 건 너무하다”며 다시 전액 환불을 요구했다. 과연 A씨는 미리 낸 수술비 5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2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A씨는 선납한 500만원의 수술비 중 최대 495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의료 계약은 환자와 병원 한 쪽에서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의료 계약이 해지되면 병원은 환자가 이미 낸 진료비 중 사무처리 정도 등에 따라 계산한 실비를 뺀 뒤 잔액을 돌려줘야 한다. 진료기록부에 ‘환불 불가’라고 적었더라도 환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어서 ‘약관규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효로 볼 수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성형수술 예정일을 기준으로 계약 해지 시점에 따라 환급액을 다르게 정하고 있다. 소비자의 책임으로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수술 예정일로부터 3일 전까지 해지하면 계약금 중 10%만 떼고 나머지 계약금을 환불받을 수 있다. 수술 예정일 2일 전에 해지하면 계약금의 50%, 1일 전에 해지하면 계약금의 80%를 뗀다. 다만 수술 당일에 해지하면 계약금을 한 푼도 환불받지 못한다. A씨의 경우 계약금 없이 수술비 500만원을 다 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계약금이 수술비의 10%를 넘으면 수술비의 10%를 계약금으로 간주한다. 500만원 중 10%인 50만원이 계약금이고 나머지 450만원은 잔금인 셈이다. 만약 A씨가 수술 예정일 3일 전까지 계약을 해지했다면 병원으로부터 계약금 50만원 중 10%인 5만원을 뗀 45만원과 잔금 450만원을 합쳐 495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수술 예정일 2일 전에 계약을 해지했다면 계약금 50만원 중 50%인 25만원을 못 받기 때문에 환불액은 475만원이 된다. 수술 예정일 1일 전에 해지했다면 환불액은 460만원, 수술 당일에 해지했다면 450만원이다. 소비자원은 “다만 수술 전 검사비는 환불액에서 공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초대권 들고 홀로 소극장 찾은 소년, 대극장 무대 책임지는 ‘대어’로 우뚝

    “초대권 들고 홀로 소극장 찾은 소년, 대극장 무대 책임지는 ‘대어’로 우뚝

    “아~멋있다. 나도 저거 해야지.” 연극 초대권이 생긴 중학생 정환이는 150원이던 지하철을 타고 무작정 서울 대학로로 향했다. 지물포를 하는 아버지가 도배일을 하고 받아온 초대권이었다. 하지만 극장은 ‘팸플릿을 사야 연극을 볼 수 있다’며 팸플릿 구매를 요구했다. 집으로 돌아갈 차비만 있었던 정환이는 금방 풀이 죽었다. 극장 직원은 신나서 혼자 온 소년이 안쓰러웠는지 초대권만 받고 연극 관람을 허용했다. 그렇게 난생처음 본 연극은 곧바로 정환이의 꿈이 됐다. “기국서 선생님의 연극 ‘햄릿4’였어요. 배우가 캄캄한 무대 위에서 탑조명 받으며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대사를 치는데 심장이 막 뛰고 ‘저거다! 내 눈앞에서 하고 있는 저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팍!’ 들어왔어요. 그 마음과 꿈은 그 뒤로 한번도 변한적이 없죠.” 헝클어진 백발 머리에 골전도 이어폰을 걸치고 허겁지겁 뛰어들어온 배우의 눈에서 빛이 났다. 지금은 삶의 터전이 된 대학로에서 인터뷰에 늦지 않게 출발하느라 서둘렀지만 길이 많이 막혀 늦었다며 숨을 헐떡이면서도 곧바로 인터뷰에 응했다. “배우는 꽃이고, 무대에서 활짝 핀다”라는 배우 박호산(47)을 그가 매일 시간여행 중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만났다.15살 정환이의 꿈은 10년 뒤 현실이 됐다. 무대에 서는 배우만을 꿈꾸며 중앙대 연극영화과로 진학했고, 1997년 뮤지컬 ‘겨울나그네’로 그토록 꿈꾸던 무대에 올랐다. 물론 이름 없는 배역, 앙상블이었다. 긴 시간 대학로 극단 생활을 하며 그 시절 여느 연극배우가 그랬듯 생계를 위해 고층빌딩 외벽 청소부터 몸 쓰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다. 육체의 고달픔보다는 무대에서의 희열이 더 컸다. 그런 그를 대중에 알린 건 무대가 아닌 TV 드라마였다. 2017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문래동 카이스트’로 주목받았고, 이어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주인공 동훈(이선균 분)의 형 상훈 역으로 인지도를 굳혔다. 앞서 2014년 개봉한 영화 ‘족구왕’에서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선배 형국 역으로 얼굴을 알렸다.고향인 무대로 돌아와서는 대극장 뮤지컬 ‘빅 피쉬’ 초연의 주역 에드워드 블룸 역을 맡았다. 이미 대학로에서는 알아보는 사람이 많은 ‘명배우’이지만, 예술의전당과 같은 대극장 공연의 주연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얼굴과 이름이 더 알려지고 안 알려지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조금 더 알려졌다고 해서 예전 힘들었던 생활을 반추하지도 않고요. 다만, 주연과 조연 비교우위를 따지지도 않지만 배역이 커지면서 작품의 퀄리티를 책임지는 배우가 되려고 노력할 뿐이죠. ‘빅 피쉬’도 그런 고민 끝에 제가 기여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에 하겠다고 했습니다.” 박호산은 다니엘 월리스 동명 원작 소설과 팀 버튼 감독 영화를 무대화한 뮤지컬에서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위대한 허풍쟁이’의 삶을 택한 아버지 에드워드를 연기한다. 가장 가깝고도 낯선 사이인 아버지와 아들 관계를 그린 작품을 최근 박호산의 아버지와 세 아들이 다 함께 지켜봤다. 노년의 아버지는 아들 호산의 눈을 보며 말없이 씩 웃을 뿐이었고, 장성한 두 아들은 역시 감정 표현에 인색했다. 아직 7살이라 관람 제한연령에 걸려 대기실 모니터로 아버지의 연기를 지켜본 막내아들만이 울며 “아빠 이제 친구들 못 만나는 거야?”라며 무대에서 내려온 호산의 품에 안겼다. ‘호산’이라는 활동명은 그가 40살이 되던 해 그간 인생을 반성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살고자 선택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함자를 그대로 따왔고, 개명까지 생각했으나 까다로운 절차 탓에 예명으로 쓰고 있다. 그는 “대출 광고 전화가 오더라도 ‘박호산 고객님~’ 이러면 부드럽게 받게 된다”며 웃었다.무대 공연을 향한 애정과 진심이 느껴지는 그에게 최근 연극 화제작 ‘환상동화’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배우 강하늘이 지난해 말 드라마 흥행 이후 차기작으로 선택하면서 이미 그가 출연하는 회차는 오는 3월 1일 폐막 공연까지 모두 매진됐다. 박호산은 “강하늘의 선택이 너무 고맙다”라면서 “특정 배우에게만 관심이 쏠리더라도 배우에게 객석이 찬다는 건 무조건 행복하고 좋은 일”이라고 했다. 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작품에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동료들에게는 자신을 알리고 성장할 기회가 된다”고 덧붙였다. 다시 작품 얘기로 돌아가, 주연 배우이자 세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작품 평가를 부탁했다. “빅 피쉬는 꼭 보셔야 할 작품은 아니지만, 봐서 후회되지 않는 절대적으로 유익한 작품입니다. 3대가 함께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작품이죠. 드라마나 영화는 ‘다시보기’가 되지만 무대 공연은 그 순간이 지나가면 끝입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외국인은 가전제품 렌탈이 안 된다고요?”…황당한 규정

    “외국인은 가전제품 렌탈이 안 된다고요?”…황당한 규정

    중국인 A씨는 지난해 8월 24일 홈쇼핑 사이트에서 음식물 처리기 광고를 보고 상담을 예약했다. 사용료를 받고 생활 가전제품을 빌려주는 렌탈 서비스 업체 B사의 광고였다. 그로부터 이틀 뒤에 B사 상담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상담원은 A씨에게 음식물 처리기 렌탈 계약 조건을 설명했다. B사는 계약 체결 전에 고객 동의를 받아 신용정보회사로부터 고객의 신용정보를 조회하고, 대여 기간(대부분 48개월) 만기까지의 계약 유지 가능성을 검토한 뒤에 렌탈 여부를 결정한다. A씨는 설명을 듣고 주문 의사를 밝히면서 자신이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상담원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잠시만요. 아, 죄송합니다. 외국인은 접수 진행이 안 됩니다.” 놀란 A씨는 상담원에게 “아니, 외국인은 왜 안 돼요?”라고 물었다. 상담원은 “죄송합니다. 규정상 내국인만 가능합니다”라고 답했다. A씨는 결국 주문을 포기했다. 그리고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구매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차별이라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다. 인권위 조사에서 B사는 상담원이 안내를 잘못했다며 “외국인은 렌탈이 불가하다는 회사규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인권위에 따르면 당시 B사 홈페이지에는 렌탈 가입 조건으로 ‘만 20세 이상 만 75세 미만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가능합니다’고 적혀 있었다. 즉 가입 대상을 내국인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또 A씨는 다른 렌탈 업체로부터 정수기를 빌려 쓰고 있었다. 인권위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렌탈 서비스를 제한할 특별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렵고, A씨가 다른 렌탈 업체로부터 정수기를 빌려 사용하고 있는 사정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렌탈을 거부한 B사의 행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B사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외국인을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차별 행위를 했다면서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을 권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인권위의 권고 이후 B사는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렌탈 가입 조건에서 문제가 된 문구를 삭제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바람의 시작/박준

    바람의 시작/박준

    며칠 전 경남 밀양을 지났습니다. 한번 제대로 가본 적 없는 밀양이지만 이처럼 길 위로 지난 것은 여러 번입니다. 그때마다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언제 아무런 일도 없이 밀양에 와야지, 여행이라 할 것도 없이 밀양에 와야지, 와서 며칠이고 머물러야지’ 하고 말입니다. 이것을 두고 소망이나 소원이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거창하겠지요. 그러니 바람이나 희망쯤으로 해 두겠습니다. 바라고 희망하던 그날이 오면, 저는 아마 밀양역에서부터 걸음을 시작할 것입니다. 역 밖으로 나와서 가장 먼저 그동안 간판만 보며 군침을 삼켰던 밀면집에 들어갈 것입니다. 오후 두 시 정도 되는 늦은 점심이나 오후 다섯 시쯤 되는 이른 저녁에 들어서서 혼자 테이블에 앉을 것입니다. 그러고는 비빔밀면과 물밀면 사이에서 고민할 것입니다. 만두나 전병처럼 곁들일 수 있는 음식이 있다면 혼자 왔다는 미안함을 핑계 삼아 함께 주문할 테고요. 밀면을 먹으면서 누구를 떠올리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유난히 신맛을 좋아하시는 아버지를 떠올릴 수도 있고, 면 요리를 먹을 때면 으레 들어 있는 삶은 계란을 남겨 두었다가 마지막 남은 면발과 함께 먹던 사람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혹은 지금은 제가 생각하지 못할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누가 되었든 그리울 것입니다. 누가 되었든 그리워서 더 좋아질 것입니다. 밥을 먹고 나온 후에는 천변을 걸을 것입니다. 밀양강은 조금 더 남쪽으로 흘러 삼랑진쯤에서 낙동강과 만나며 스스로의 이름을 숨기게 됩니다. 천변을 걷는 동안 상상력이 좋지 않은 저는 분명 ‘밀양 아리랑’의 노랫말을 더듬어 볼 것입니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로 시작되었다가 “정든 님이 오셨는데 인사를 못 해 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방긋”으로 이어지는 노래 말입니다. 저녁이 깊어지면 숙소도 하나 구할 것입니다. 가방을 내려두고 거칠어진 몸을 씻을 테지요. 잠자리에서는 누워 한참이나 뒤척일 것입니다. 뒤척이다 뒤척이다 새벽쯤에야 깊은 잠이 들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뜰 것입니다. 눈을 뜨고 나서는 앞에 펼쳐진 낯선 풍경 탓에 아주 잠시나마 멍해지기도 할 것입니다. 어떤 일의 이루어짐은 그것을 바라고 희망하던 사람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삶이라는 것이 혹은 계획이라는 것이 늘 마음처럼 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바람과 희망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이루어진다는 말 자체는 성립되지 않을 테니까요. 밀양에 머물고 싶어 했던 그간의 바람이 없었다면 어쩌다 그곳에 가게 된다 하더라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처럼 말입니다. 어떤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마음이 나를 그 음식 앞으로 데려다 놓을 것이고, 어딘가로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나를 그곳으로 보낼 것입니다. 어떤 대상을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은 결국 그 사람과의 만남을 부를 테고요. 그러니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는 것은 앞으로 이루어질 일들이 많다는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 생각 역시 저의 바람이자 희망입니다. 그리고 믿음이기도 합니다. 바람과 희망 그리고 믿음에 관해 제가 좋아하는 풍경이 하나 있습니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장면입니다. 기왓장에 흰 글씨로 자신의 소원을 적는 ‘기와불사’. 저는 그 기왓장에 적힌 사람들의 소원을 유심히 살펴보곤 합니다. 거기에 요행이나 무리한 소원을 적어놓은 사람은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하나의 기왓장에 가족이 서로 다른 필체로 자신의 이름을 적으며 ‘행복’이나 ‘화목’ 같은 말들을 적는 것이 보통이지요. 그 글자들을 하나하나 눈에 넣으며, 사람의 바람과 희망에는 이미 자신이 이루어낸 것들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행복하고 화목한 가족이 아니었다면 그 깊은 산사까지 여행을 오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 기왓장에 소원을 쓴 가족은 이미 소원을 이룬 셈입니다. 환하게 열린 한해의 시간들 속에서 어떤 바람을 품어야 할까요. 그 바람은 어떻게 현실이 될까요. 그리고 현실 앞에서 우리는 어떤 말을 꺼내게 될까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마음의 바람과 삶의 현실과 인간의 말은 서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 멀지 않음의 힘으로 우리는 더 멀리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역시 오래된 저의 믿음입니다.■ 박준 시인은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 먹 번진 듯 詩 읊조린 듯… 자연의 끝자락 한 컷

    먹 번진 듯 詩 읊조린 듯… 자연의 끝자락 한 컷

    먹이 번진 듯 흐릿한 외곽, 꿈인 듯 아스라한 자태. 분명 이 땅에 존재하는 풍광을 찍은 사진인데도 마치 상상 속 그림을 대하는 느낌이다. 흑백으로 인화된 사진들은 수묵화라고 해도 깜빡 믿을 정도다. 디지털 프린트의 선명함과 매끈함 대신 입체적인 질감이 도드라지다 보니 손을 뻗어 만져 보고 싶은 충동마저 인다. 한지에 사진을 인화하는 아날로그 프린트 작업으로 잘 알려진 재미 사진작가 이정진(59)의 개인전 ‘보이스’(VOICE)가 서울 삼청로 PKM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순회 회고전 ‘에코-바람으로부터’를 연 지 2년 만이다. 미국 중남부 사막과 캐나다의 광활한 대자연에서 촬영한 신작 ‘보이스’ 시리즈와 2016년 작업한 ‘오프닝’ 시리즈 가운데 25점이 나왔다.●경이로운 풍광보다 나의 존재감 느낄 수 있는 장소에 끌려 이번 전시에선 감광유제를 바른 한지에 인화하는 기존 아날로그 작업과 더불어 최근 변화를 시도한 디지털 작업을 동시에 선보인다. 한지에 인화한 뒤 이를 스캔해 디지털로 다시 출력하는 방식이다. ‘오프닝’은 아날로그 프린트, ‘보이스’는 디지털 프린트인데 질감 차이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는 “한지에 작업하는 작가로 불렸지만 필요에 따라 선택한 것일 뿐 그 방식을 고집한 것은 아니다. 아날로그 작업을 충분히 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이정진의 작품은 고요하면서도, 격정적이다. 가만히 들여다볼수록 그 풍경 안의 공기와 바람, 햇빛이 몸으로 느껴지는 기이한 경험을 한다. 그의 사진 작업을 두고 ‘명상적’이라고 평하는 까닭도 그 때문이리라. 신작 제목 ‘보이스’는 “자연에 투영된 작가 내면의 목소리이자 자연이 작가에게 던져 주는 메아리”를 뜻한다. 대자연을 피사체로 삼지만 관광객이 많이 찾는 아름답고 경이로운 풍광에는 애초 관심이 없었다. 작가는 “자연과 대면했을 때 나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장소에 끌렸다”면서 “그러다 보니 자연의 끝자락 같은 사막에서 주로 촬영하게 됐다”고 말했다.●일부 통해 전체 통찰하게 하는 ‘열림’ 의미 담아 세로 프레임 ‘오프닝’ 시리즈는 일반적인 파노라마 풍경 사진과 달리 세로형 화면 구성이 특징이다. “자연의 일부분을 통해 전체를 통찰하게 하는 ‘열림’의 의미에서 위아래로 긴 프레임을 선택했다”고 한다. “내 작업을 문학에 비유하자면 시에 가깝다”는 작가는 찰나의 직감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다. 답사를 아무리 많이 다녀도 대상이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 들기 전에는 결코 카메라를 들지 않는다. 대신 찍어야겠다는 직감이 들면 머뭇거리지 않고 신속하게 촬영을 끝낸다. “한 번에 열 컷 이상 찍지 않는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니 현장에서 어떻게 찍혔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별로 궁금하지 않다. 자연과 내가 교감을 이룬 상태에서 촬영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고, 결과물이 어떨지는 그다음의 일이다.” ●서울 삼청로 PKM갤러리에서 3월 5일까지 전시 홍익대에서 공예를 전공한 이정진은 잡지 ‘뿌리깊은 나무’에서 사진기자를 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 대학원에서 사진을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1990년대 초기 현대 사진 거장인 로버트 프랭크의 제자이자 조수로 활동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휘트니미술관, 워싱턴 내셔널갤러리, 호주 국립미술관, 프랑스 파리 국립현대미술기금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3월 5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7년 전 왼쪽 다리 잘라내고 “루이 뷔통 하이힐 의족 멋지죠”

    7년 전 왼쪽 다리 잘라내고 “루이 뷔통 하이힐 의족 멋지죠”

    “제 다리는 남들과 달라요. 루이 뷔통 핸드백으로 만들었거든요.” 영국 레스터 출신 시아 그린로드(30)는 2013년 8월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록펠러 센터 근처를 여자친구와 걷고 있었다. 드몽포르 대학에서 패션을 공부하고 졸업해 레스터에 있는 휴고 보스 매장에서 일하다가 휴가를 내 패션 일번지를 놀러간 것이었다. 핫도그를 먹으며 수다를 떨며 걷는데 택시가 갑자기 인도로 뛰어들어 바퀴가 그녀의 왼쪽 다리 위를 타고 앉았다. 왼쪽 다리의 무릎 아래를 곧바로 잘라냈다. 운전 기사 파이살 히몬은 무면허였으며 사이클 탄 사람과 언쟁을 벌이다 그녀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둘러댔지만 어떤 범죄로도 기소되지 않았다. 어쨌든 모델 지망생이던 그녀의 삶은 끝난 듯 보였다. 하지만 7년 가까이 흐른 지금, 로드는 밝은 얼굴로 의족 하이힐을 신고 웃어 보인다고 영국 BBC는 22일 전했다. “진부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꿈을 이룬 것 같다. 슈퍼 다리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남편 윌리엄 로드도 ‘이게 뭐가 미쳤다고, 왜 이렇게 하면 안되냐고’ 말하더라고요” 말하며 웃었다. 사고 당시 남자친구였던 윌리엄은 평생의 반려자가 됐다. 물론 다리를 절단한 뒤 그녀도 좌절했다. 삶을 포기할 준비도 돼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사고 석달 뒤 첫 걸음을 내디딜 정도로 그녀는 훌륭하게 극복해냈다. 하이힐을 신어보고 싶었고 갖고 있던 명품 루이 뷔통 핸드백을 활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하이힐 의족을 신는 기쁨을 누려봤다.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많은 이들이 댓글을 달아 더욱 자신이 옳은 선택을 했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꿈은 이제 당당히 프로 모델로 런어웨이를 누비고 싶다는 것과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 의지를 심어주는 강연자로 살고 싶다는 것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월드피플+] “태양을 90번 돌았다”…우주인 버즈 올드린의 위대한 발자국

    [월드피플+] “태양을 90번 돌았다”…우주인 버즈 올드린의 위대한 발자국

    지금으로부터 51년 전인 지난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하며 인류는 우주에 새로운 발자국을 내딛었다. 달에 첫 발을 내딛은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2012년 작고)은 미국을 넘어 전세계의 영웅이 됐지만 바로 뒤이어 발자국을 남긴 ‘그’는 항상 ‘조연’에 머물러야 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은 지난 20일 한때는 ‘비운의 우주인’으로도 불렸던 버즈 올드린이 이날 90세 생일을 맞았다며 축하를 보냈다. 많은 영미권 언론들이 올드린의 업적을 기리며 90세 생일을 축하한 가운데 올드린 본인도 재미있는 자축의 트윗을 남겼다.올드린은 "내 생년월일을 물었을 때 나는 웃으며 1-20-30이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1930년 1월 20일 생이라는 의미. 특히 그는 "이제 90년 동안 태양주위를 돌고나니 오늘은 1-2020이라면서 내 어머니는 메리언 문 올드린, 아버지는 에드윈 올드린"이라고 적었다. NASA에 따르면 1969년 NASA는 총 29명의 우주인 후보 중 3명을 선발했다. 바로 선장 암스트롱, 착륙선 조종사 올드린 그리고 사령선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다. 이중 콜린스는 궤도를 선회하는 우주선을 지킨 까닭에 달에 첫발을 내딛을 수 있는 사람은 암스트롱과 올드린 두 사람이었다.이렇게 아폴로 11호를 타고 무사히 달에 착륙한 그는 ‘고요의 바다’라고 불린 달 표면에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2등은 기억하지 않는 세태상 ‘인류 최초’라는 타이틀은 온전히 암스트롱의 차지였다. 하지만 달에 다녀온 후 두 사람의 대외 활동은 극과 극을 달렸다. 지구 귀환 후 부담감을 느낀 암스트롱은 대중과 거리를 둬 점점 멀어진 반면 올드린은 그를 대신해 지금까지도 우주 개발 전도사 역할을 활발히 수행했다.특히 올드린은 한국전쟁 당시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해 우리나라하고도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지난 2015년 방한 당시 올드린은 "달 착륙은 어쩌면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면서 "결혼 전 어머니의 성이 문(Moon)이었으며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동력비행기를 만든 해인 1903년에 태어나셨다"고 밝혔다. 이어 "달 착륙 당시 황량했고, 쓸쓸했으며 생명의 신호가 전혀 보이지 않았을 정도였는데 당시 달 표면에 꽂은 성조기를 아직 잊지 못한다"고 회고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예(禮)가 필요한 시대”

    “예(禮)가 필요한 시대”

    1934년생. 일제강점기 아래서 학교에 입학했고 십대에 독립과 한국전쟁을 경험했다. 이후 동장으로 마을 개선을 이끌고 지방의회에 진출해 구의원으로 지역에 봉사했다. 그의 삶 안에 한국 현대사가 물결치듯 흐른다. 망우동 동래정씨 집성촌을 지켜 온 정수선 선생의 이야기다. 정수선 선생은 정수선 선생은 1970년 망우동장으로 취임해 1995년6월까지 면목2동, 망우1동, 중화2동 묵1동, 상봉2동장을 거치며 25년 동안 동장으로 일했다. 이후 제2대 중랑구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적인 융합 미술로 세계를 놀라게 한 ‘한유화’의 창시자 강신재 화백의 작업을 후원해 온 예술 후원가이기도 하다. 2020년대가 시작되는 올해, 정수선 선생은 어떻게 이 시대를 바라보고 있을까. 이 화두로 시작된 대화의 결론은 “예와 도덕을 바탕으로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는 당부였다. 그가 최근 마련한 모임 공간 ‘아송헌(峨松軒)’의 철학도 이에 맥을 같이 한다. 공동체성의 회복,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돌보는 사회. 오랜 세월 지역에 봉사해 온 그의 마음이 여전히 그의 말 안에 묻어났다. 아파트 숲으로 사라지는 ‘정서방네’ - 이렇게 오랜 세월 중랑구 한 지역을 지켜 오신 이유는 “저희 선조 할아버지께서 망우동에 1395년에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그러니까 620년이 넘었죠. 제가 16대손입니다. 그때 조선 건국 공신인 저희 선조 할아버지께서 이 일대 토지를 하사받았고, 저희는 그때부터 이곳에 모여 살았죠. 그래서 이 동네는 ‘정서방네’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선조의 뜻을 이어가고자 이 지역을 계속 지키며 살피는 것뿐이고요.” - 지역 일에 참여하기 시작하신 건 어떤 계기였습니까. “군대를 다녀와서 농사를 짓다가 처음엔 망우리 재건 국민운동위원을 했습니다. 여기가 양주군이었을 때죠. 그 다음에 양주경찰서 방첩위원도 했고, 농촌 생활보호위원, 농촌 지도위원 등을 맡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동장으로 오래 일했지요. <정수선 선생은 1970년 망우동장으로 취임해 1995년6월까지 면목2동, 망우1동, 중화2동 묵1동, 상봉2동장을 거치며 25년 동안 동장으로 일했다. 이후 제2대 중랑구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 정씨 집성촌으로 알려졌던 지역이 이제는 주택 개발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많이 아쉬우실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2010년에 아파트 지역으로 지정 공포하면서 저희도 오래 싸워왔죠. 결국 우리가 진 거나 마찬가지 상황이 됐습니다만, 우리가 양보를 해서 이제 집이 지어지게 됐습니다. 사실은 아파트를 올리기보다 문화재촌으로 키웠어야 하는 동네거든요. 여기 서울에, 그리고 서울 근교에 622년 된 동네, 그 지역을 상징하는 성씨가 있는 곳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것을 이렇게 만들어버리니 많이 아쉽지요. 눈에 보이는 것만이 보물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왔고, 여전히 22가구가 살고 있던 집성촌의 삶 자체가 보존할 가치가 있었던 것 아닌가요?” - ‘아송헌’을 마련하신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겠군요. “제가 죽더라도 우리 동네의 620년 유래를 영원히 남겨야 하겠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 지역에 남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라도 하나 지어서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죠. 한 공간에서 서로 대화도 하고, 마을의 협의 사항을 토론하고 결정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이걸 정수선이가 만들어놓고 갔다’고 기억되지 않겠어요? 그렇게 주민들에게 주고갈 공간 하나 시작한 겁니다. 지금은 한 층이지만 전용 건물로 옮겨서 나중에 마을에 주고 가려고 합니다.” - 지역 주민들을 살피고 적극적으로 섬기려는 자세를 오랫동안 일관되게 가져오신 것 같습니다. “우리 조상님께서 620년 전에 이곳에 오셨고, 이후로 지역에서 동래정씨라고 하면 모범적인 동네, 점잖은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런 칭송을 받았던 게 우리 동네예요. 선조들의 그 뜻을 받들고 보존하고자 노력해 왔을 뿐입니다.”“교육에 예의·도덕을 채워야” - 지역 사회를 위해 일해오신 것 중에 가장 보람된 기억은 무엇입니까. “제가 망우동장으로 처음 발령받고 왔을 때의 일입니다. 그때는 중학교에도 돈이 없으면 갈 수가 없었을 때라서 중랑천 뚝방에 판잣집 애들이 학교를 가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때 우리 동사무소 창고를 헐고, 면의회 공간을 정비하고 해서 애들 가르칠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새마을학교’라고 해서 제가 교장 노릇을 했죠. 대학생들이 와서 애들을 가르치고 해서 23명을 검정고시로 고등학교에 보냈어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올바른 일이었다 생각합니다.” - 교육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에 학교를 편히 다니실 수 있던 시절은 아니셨을 것 같은데요. “제가 어릴 때는 일제강점기인데, 신발이 없어서 맨발로 다녔어요. 지금도 그 생각이 납니다. 학교에 갈 때 서리가 내릴 때까진 맨발로 다녔어요. 눈이 오기 시작하면 짚신이나 일본식 신발인 ‘게다’를 신었죠. 그렇게 발 시렵게 다녔던 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 그렇게 어려운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풍요 가운데에서도 행복을 못 느낀다고들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옛날에는 우리가 서로 지키는 것들이 있었어요. 예의와 도덕을 지키고자 했죠. 배가 고파도 참고, 남에게 양보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 정신을 본받아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물질만능주의에 빠져버렸어요. 돈 앞에서 예의도덕은 묵살되지 않습니까. 우리의 윤리, 우리 도덕을 회복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적으로도 이런 교육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교육이 바뀌어야 합니다.” - 생각이 조금만 달라도 적대시하고 배척하는 각박한 사회가 되었는데, 아무래도 서로간의 배려가 부족한 것이겠지요. “지금은 진짜 말세가 됐어요. 부모자식 간에 때리고, 같은 가족끼리 다투고…. 그런데 그 이유가 대부분 돈 때문 아닙니까. 치국(治國)의 근본은 제가(齊家)에 있어요. 사랑이 넘처야 할 가정이 돈으로 무너지는 현실이 저는 너무나 안타깝습니다.결국 교육이 잘못된 거 아닌가 싶어요. 윤리와 도덕을 세우는 교육으로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학교에서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그렇게 가르쳐야 하겠고요.” 선생의 당부는 그가 오랫동안 강조해온 덕목이다. 그 스스로가 타인에게 예를 중시하며 섬겨왔기에, 대화의 끝이 묵직하게 남는다. “오늘 우리는 소망해야 하지 않을까. 만나는 이마다 기쁨을 주는 귀인, 소중한 사람이 되어달라고. 나도 또한 만나는 이마다 기쁨과 비전을 주는 귀인, 소중한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금과 은을 줄 수는 없어도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나오는 자비심과 건강한 에너지를 줄 수 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귀인이다.” (정수선 저 <이제야 모든 근심을 잊겠노라> 202p.) 고정화 객원기자 hwa@seoul.co.kr
  • “25㎏ 찌웠던 몸무게만큼 세상 보는 시각도 넓어져”

    “25㎏ 찌웠던 몸무게만큼 세상 보는 시각도 넓어져”

    “대본을 봤을 때 제 대사는 다 윽박지르는 거였어요. 각하를 아버지처럼 믿고 의지하는 데서 나오는 거죠. 아무리 봐도 우직한 통나무 같은 덩어리감이 느껴져서 살을 찌우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1979년 10월 26일 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총격 사건이 발생하기까지의 40일을 그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22일 개봉)에서 이희준(41)의 포지션은 좀 독특하다. 이희준이 맡은 곽상천 역은 ‘박통’의 충복이던 청와대 경호실장 차지철을 재구성한 캐릭터다. ‘박통’역의 이성민, 도미해 독재정권의 실체를 폭로하는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 역의 곽도원, 현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을 맡은 이병헌 등 눈빛과 눈빛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살얼음판 속에서 그만 홀로 “레이어(층위) 없는” 연기를 한다. 전작 ‘마약왕’(2018)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춘 우민호 감독의 주문 없이도, 이희준은 스스로 25㎏을 찌워 100㎏이 넘는 ‘인생 무게’를 달성했다.“허벅지 사이가 안 붙으면서 걸음이 이상해지고 목소리 톤이 굉장히 낮아지는데 순간 ‘재밌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신체적 가면을 쓴 느낌이었어요.” 지난 15일 언론시사에서 공개된 스크린 속 풍채 우람한 곽상천을 보고 “이희준 맞아?” 하며 갸웃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곽상천을 연기하며 어려웠던 부분은 증량보다도 캐릭터 이해에 있었다. 곽상천은 곳곳에서 일어나는 독재 반대 시위, 소요에 ‘전차로 싹 깔아뭉개 버리겠다’, ‘캄보디아에선 300만명이나 희생시켰는데 우리가 100만, 200만명 희생시키는 것쯤이야 뭐가 문제냐’ 등 무자비한 발언을 일삼는 인물이다. “왜 나한테 이런 역할을 맡겼지?” 하며 그 스스로도 의아할 만큼. “감독님이 ‘마약왕’에서 (송)강호 선배님이랑 붙는 신을 찍으면서 병헌 선배님이랑 붙여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셨대요.” 우 감독 바람처럼, 이희준은 이병헌과의 기싸움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 도심에 탱크를 들이밀고, 국회의원을 ‘조인트’ 까는 곽상천의 안하무인에 분노한 김규평과의 몸싸움 신. 멱살을 바투 잡은 두 사람의 대거리는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다. “오후부터 새벽 3시까지 찍고 숙소 와서 샤워하려고 하는데 이병헌 선배한테 전화가 왔어요. “괜찮니?” 가슴팍에 멍이 다 들었더라고요. 내가 체구도 더 크니까 선배님은 나보다 더 심하겠다… 근데 ‘선배님은 괜찮으시냐’고 안 물어봤구나….” 연기를 하며 금과옥조처럼 지킨 것은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만큼, 한 치의 왜곡도 없어야 한다는 거였다. 그 바람에 현장에서는 배우들 모두에게서 한 글자의 애드리브도 나오지 않았다. 남산에 위치한 중앙정보부를 비꼬는 의미로 내뱉는 “남산 돈까스 좀 먹어보자, 헤헤”라는 대사의 ‘헤헤’도 정확히 지켜서 할 만큼. 실제 그 40일을 사는 것 같은 이성민의 리얼리티,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도 옛 친구를 만나 ‘친구야’ 하며 훅, 친근감을 드러내는 곽도원, 권력 투쟁에서 뒤처진 이병헌의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얼굴 등 ‘남산의 부장들’을 찍으며 선배들에게서 ‘다 빨아먹고 싶을 만큼’ 많이 배웠다는 이희준이다. “일상에서 이희준은 곽상천 같은 사람이 있다면 말도 안 섞을 거 같지만, 영화가 끝나고 그 인물을 이해하려고 애쓰다보니 ‘그럴 수 있겠구나’ 싶어요. 작품이 하나 끝날 때마다 세상과 삶을 보는 시각이 조금씩 넓어지는 거 같아요. 배우로서 느끼는 큰 재미입니다.” 한때 불어났던 살만큼, 한 차원 더 성장한 배우의 대답이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보험도 없이 “더 빨리·더 많이” 강요당한 배달대행 라이더들

    보험도 없이 “더 빨리·더 많이” 강요당한 배달대행 라이더들

    하루 9.5시간 근무, 배달건수 2배 더 높아 자영업자 성격의 특수고용 형태로 계약 수입 높지만 고정비 줄이려 보험도 생략 “업체에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 검토 필요”“일주일에 6일, 하루에 12시간씩 일하고요. 주말은 절대 못 쉬어요. 경조사가 있어도 2~3주 전에 미리 얘기해 허락받지 못하면 역시 쉬지 못합니다.”(1년차 배달기사 김규현(가명)씨) 배달대행업체 소속 배달노동자의 근무 환경이 한 음식점에 소속된 배달노동자보다 훨씬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다 보니 돈을 더 벌려면 자발적 노예가 돼야 했다. 업체 입장에서도 일정 규모를 갖춰야 하기에 ‘더 빨리 더 많이’ 배달하도록 강요했다. 자영업자처럼 ‘특수고용’ 형태로 계약을 맺다 보니 오토바이 유지비 등 각종 고정비를 떠안아야 했지만 보험 가입률은 불과 1% 미만이었다. 서울신문은 20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실로부터 한국노동연구원의 ‘배달업 종사자 현황 실태 파악 및 보호방안 연구’ 보고서를 입수했다. 배달대행 노동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실태조사다. 이번 조사에선 2만~3만명으로 추산되는 배달대행 노동자 중 300명(배달대행 252명, 점포 소속 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8명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진행했다. 하루 평균 배달 시간은 배달대행 노동자가 9.5시간으로 점포 소속 노동자(7.9시간)보다 1.6시간 더 많았다. 이에 반해 하루 평균 배달 건수는 배달대행 노동자가 주중 58.5건(주말 67.9건)으로 점포 소속 노동자 주중 23.4건(주말 28.6건)보다 두 배 더 많았다. 면접에 참여한 한 배달대행 노동자는 “‘식사 시간은 없다’고 가정한 채 배달하고 손님도 기다린다”면서 “(일 중간에 식사를 하는데) 최대 한 시간 아니면 30분 정도 된다”고 말했다. 배달대행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가 더 센 까닭은 배달하는 만큼 돈을 벌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임금 격차는 컸다. 배달대행 노동자는 월수입 500만원 이상이 53.6%로 가장 많았고, 300만원 이상~400만원 미만이 44.4%였다. 이에 반해 점포 소속 노동자는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이 79.2%였고, 2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이 16.7%로 주를 이뤘다. 물론 배달대행 노동자는 오토바이 유지비 등 각종 고정비가 최소 월 100만원 이상 든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 월수입은 300만~400만원 수준으로 점포 소속 노동자(200만~250만원) 수입의 1.5~2배 정도 차이가 난다. 배달대행 노동자들은 고정비를 줄이려다 보니 자신이 직접 가입해야 하는 산재보험도 안 들기 일쑤다. 산재보험의 경우 배달대행 노동자의 가입률은 0.4%인 데 반해 점포 소속 노동자는 97.9%에 이른다. 지난 1년간 안전사고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배달노동자는 전체 38.7%로 배달대행 38.9%, 점포 소속 37.5%였다. 정홍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경제적 종속성 등을 고려했을 때 배달대행업체가 노동자의 산재보험료를 강제로 내게 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박민영X서강준, 로맨틱 티저 첫 공개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박민영X서강준, 로맨틱 티저 첫 공개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박민영, 서강준 모습이 담긴 첫 티저 영상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오는 24일 첫 방송되는 JTBC 새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극본 한가람, 연출 한지승, 제작 에이스팩토리)는 서울 생활에 지쳐 북현리로 내려간 해원(박민영)이 독립 서점을 운영하는 은섭(서강준)을 다시 만나게 되며 펼쳐지는 가슴 따뜻한 서정 멜로다. 오늘(20일) 공개된 티저 영상에는 열여덟 해원과 은섭의 감성 충만한 만남이 포착되면서, 박민영과 서강준이 그려낼 서정 멜로의 시작을 알렸다. 해원의 피아노 연주로 시작된 티저 영상. 아름다운 해원의 피아노 연주에 학생들의 시선이 집중됐고, 은섭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로지 책에만 관심 있을 것 같은 은섭은 해원의 감성적인 선율에 불가항력적으로 들리고 말았다. 그녀를 향한 은섭의 궁금증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부드러운 선율을 타고 이어진 장면에는 겨울이 시작된 북현리의 고요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 그 속에서 추수가 끝난 들녘을 보며 상념에 사로잡혀있는 해원. 이내 “저기 마시멜로처럼 생긴 거. 저걸 뭐라고 불러”라는 무심한 목소리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은섭을 붙잡는다. “알아?”라고 되묻는 해원의 표정에서는 그저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만 느껴진다. 이와 달리 해원에게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는 은섭의 눈빛에는 말로 형용하기 힘든 깊은 감정이 담겨있다. 이윽고 “난 늘 네가 궁금했었다”라는 은섭의 내레이션이 더해져 열여덟의 겨울, 눈빛이 마주친 그 순간부터 시작된 미묘한 둘 사이를 궁금하게 만든다. 이렇게 북현리의 고즈넉한 정취와 어우러져 남다른 분위기를 분출시키고 있는 해원과 은섭. 단 30초만으로도 전해져 오는 짙은 서정성에 북현리에서 써내려 갈 해원과 은섭의 이야기가 더욱더 기다려진다. 적막한 겨울의 깊은 정서와 봄볕의 따뜻함이 공존하는 둘은 어떤 서정 멜로를 써내려갈까. 한편,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연애시대’, ‘일리 있는 사랑’으로 멜로드라마의 한 획을 그은 한지승 감독이 연출을 맡아, 그의 작품을 인생드라마로 간직하고 있는 시청자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한여름의 추억’으로 감성 필력을 선보인 한가람 작가와 의기투합했다. ‘검사내전’ 후속으로 오는 2월 24일 월요일 밤 9시 30분 JTBC에서 첫 방송 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나비 날개 같은 제 피부 보고 놀라시지 않으셨길”

    “나비 날개 같은 제 피부 보고 놀라시지 않으셨길”

    제 사진 보고 놀라시지 않았나 모르겠네요. 전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 대학에 재학 중인 스무 살 루시 빌 롯이라고 합니다. 수포성 표피 박리증(Epidermolysis Bullosa)이란 희귀 질환을 갖고 있어요.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질문이 “어디 다쳤느냐”는 거예요. 다치지 않았어요. 그냥 이렇게 태어났어요. 조금만 닿아도 피부가 쉽게 부서지고 쪼개집니다. 나비 날개에 비유해 저같은 아이들을 ‘나비 어린이’라고 하지요. 앞의 질문에 대한 제 답은 ‘생채기가 드러난 점이 아주 고통스럽지요’란 것입니다. 물론 이 말은 제 내면의 상처가 오히려 더 크다는 얘기겠지요. 목에 생겨난 손상 세포 때문에 10대 때 여러 차례 수술대에 올랐어요. 일찍 죽는다고들 하셨어요. 유전자 탓이고요, 치료할 방법이 없어요. 하지만 다행히 20대에 접어들었네요. 영국에 대략 5000명, 세계적으로는 50만명이 EB를 앓고 있어요. 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일부 피부가 없는 채로 태어났어요. 낳자마자 EB 진단을 받았어요. 그림자처럼 EB가 함께 자라났어요. 제 이름을 알게 됐을 때부터 ‘얼마 남지 않았다(terminal)’는 말을 들었답니다. 하지만 전 긍정적으로 바꾸려고 했어요. 함께 EB를 앓는 친구들을 위해 목소리를 냈고 잡지 인터뷰에도 응했지요. 테드(Ted) 강연에도 나섰고 공부하는 틈틈이 첫 소설도 냈지요. 학교를 좋아했는데 그곳에선 늘 괴상한 꼬마였지요. 하지만 몸이 아파 수업을 빠지면 떨어질까봐 마구 화를 내곤 했어요.감수성 예민한 10대 때는 남들과 달리 보인다는 점 때문에 힘들었어요. 하지만 같은 처지의 또래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북돋는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매일 일어나면 고맙다는 사람들의 댓글을 보는데 그게 제 가슴을 가득 채우더라고요. 영국 BBC 라디오 뉴스비트가 인터뷰하고 BBC 홈페이지에도 18일(현지시간) 소개됐는데 EB 환자들을 돕는 자선단체 ‘데브라’의 연구 책임자 캐롤라인 콜린스 박사님은 저처럼 젊은 EB 환자들은 긍정적이며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지난주 런던에서 열린 EB 환자 모임에서 제게도 유전자 치료법이 걸음마 단계이지만 개발되고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적지 않게 위안이 됐어요. 제 목표요? 올해는 EB란 질병을 사람들에게 더욱 널리 알리는 거고요, 인턴십을 많이 신청해 학사 학위를 빨리 땄으면 하는 거예요. 제게 달려 있겠지만 영원히 학교에 다녔으면 좋겠어요.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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