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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에게 가치 있다 확신 들면 제 사전엔 포기란 없죠

    고객에게 가치 있다 확신 들면 제 사전엔 포기란 없죠

    “제 이름으로 된 특허가 그렇게 많은 줄은 저도 지난해 ‘올해의 발명왕’을 받으며 처음 알았어요. 수상 소식엔 ‘이런 사람이 진정한 애국자’란 댓글이 달렸는데 20여년의 제 연구가 조금이나마 우리나라 산업 성장에 도움이 됐다는 말씀으로 들려 다시 도전할 힘이 생겼습니다.” 23년간 출원한 특허만 1000여개다. 평균 일주일에 한 개꼴로 특허를 출원한 셈이다. 지난해 발명의 날 신기술을 개발하고 해외 시장을 개척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인 공로로 엔지니어 최고의 영예인 ‘올해의 발명왕’이 된 김동원(53) LG전자 H&A사업본부 H&A기반기술연구소장 얘기다.김 소장은 이전에 없던 가전으로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탄생시킨 의류관리기 ‘스타일러’와 드럼세탁기와 통돌이세탁기를 결합한 ‘트윈워시’를 개발한 주인공이다. 2011년 세계 최초로 시장에 나왔을 때만 해도 ‘뭐에 쓰는 물건인고’란 푸대접을 받았던 스타일러는 지난 2월 역대 최대 판매량을 올리는 등 최근 코로나19에도 지난 1분기 두 자릿수 매출 신장을 이뤘다. 지난해 12월 상무로 승진하며 LG전자 가전제품의 기반이 되는 원천기술, 핵심 부품에 대한 선행연구를 하는 H&A기반기술연구소 수장이 된 그를 지난달 28일 만나 ‘발명의 비결과 철학’을 물었다. “동료들과 함께 일군 결과”라고 손사래부터 치는 김 소장에게 끌어낸 ‘발명왕’의 비결은 일상에서도 각종 기기의 원리를 탐구하는 꾸준한 습관과 치열한 고민에 기인했다. 어릴 적 탱크, 비행기, 항공모함 등 프라모델을 솜씨 있게 조립해 내는 걸 좋아하던 그는 요즘도 노트북, TV, 카메라, 자동차 등 평소에 쓰는 각종 기기들을 직접 뜯어 보고 수리해 보며 작동 원리를 익히는 게 일상이자 재미라고 했다. “제가 주로 개발해 온 가전이 의류관리 가전이지만 자동차나 다른 전자기기를 분해하고 고쳐 보면서 다른 제품에 적용된 메커니즘을 세탁기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아이디어를 내곤 합니다. 발명에 대한 영감은 갑자기 생겨나지 않거든요.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집요하게 고민하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영감이 떠오른다고 할까요. 다만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고민하고 있는 제품만 보고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제품과 기술을 접하다 보면 딴 곳에서 쓰는 기술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아는 만큼 보이고 노력한 만큼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삶의 질 높아졌다’ 기뻐하는 고객들 반응이 주는 희열 ‘선행연구에 실패란 없다’는 믿음 역시 새로운 발명을 잉태하게 하는 비법이었다. “제품 개발이나 선행 연구에서 실패는 없다는 생각을 항상 가슴에 담아두고 일을 하고 있어요. 고객들의 삶에 확실히 도움이 되는 제품이라도 연구개발 중에 기술적인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중단될 수 있죠. 하지만 저는 그게 실패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처음 계획한 제품을 선보이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노력을 기울인 기술이 또 다른 제품에 적용돼서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많이 있으니까요.” 세계 시장에서 주요 제조업체 간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에 대한 압박감과 부담감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 소장이 20년 넘게 꾸준히 이 업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제품을 통해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기뻐하는 고객들의 반응이 주는 희열 덕분이다. “저와 동료들이 그렇게 지난한 고민과 실험 과정을 거쳐 낸 제품들이 시장에 나오고 고객들께서 사랑해 주시는 걸 보면서 계속 연구할 수 있는 힘을 얻곤 해요. 입사한 뒤 24년간 회사의 세탁기 사업이 60배가량 성장했는데요. 제가 한 발명들이 여기에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는 것, 그리고 저 역시 함께 성장했다는 걸 느끼면서 지금까지 연구원으로 살아온 삶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가 제품을 개발할 때 늘 우선순위에 두는 가치는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에 놓여 있다. 없었을 땐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지도 못했던 신가전, ‘스타일러’를 빚어낸 것도 사람들이 의류를 번번이 세탁소에 맡기고 찾는 불편함이나 비용을 최소화해 주면서 세탁 횟수를 줄여 사람들이 아끼는 옷을 오랫동안 깨끗하게 입을 수 있게 하려는 뜻에서였다. 처음 아이디어를 냈을 때부터 제품이 나오기까지 무려 9년이 걸린 스타일러는 긴 시간만큼 지난한 시행착오과 갈등을 거친 결과물이다. 2011년 출시 후 몇 년간에도 ‘이런 게 왜 필요하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초기엔 판매 실적이 부진해 ‘타고난 긍정주의자’인 김 소장 역시 마음고생이 심했다. “선행 연구를 하다 보면 정말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아요. 개발 과정 중간중간 회사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나 질책이 나왔고 워낙 고객들께서도 잘 모르는 제품이었기 때문에 판매 실적이 좋지 않았죠. 그러다 미세먼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2015년부터 갑자기 시장이 급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개발하면서도, 출시되고도 나서도 많은 욕을 먹은 제품이지만 제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게 결국 시장에서 증명되면서 느낀 그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죠.” ‘스타일러’는 1만번 이상의 실험을 거친 ‘고난의 작품’이다. 하루에 적으면 5~6번, 많게는 10번 넘게 실험을 지속했다. 연구원들이 당구장, 고깃집에서 잔뜩 옷에 입혀 온 담배 냄새, 삼겹살 냄새를 없애는 기능 등을 실험할 때는 함께 실험실을 쓰는 동료들에게 ‘딴 데 가서 하라’고 눈총을 받기도 했다. 고급 의류를 어떻게 하면 손상 없이 관리할 수 있을까를 실험하려다 보니 실크 블라우스, 원피스, 모피 등 여성 의류를 한번에 많게는 1000만원어치씩 구입해 오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옷을 사오는 남성 연구원들이 점원에게 이상한 눈초리를 받는 경우도 허다했다. 결과적으로 스타일러는 그를 연구자로서 더 단단해지게 하는 매듭이 돼 줬다. “세상에 없는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누구나 쉽게 생각하고 쉽게 개발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이미 세상에 나와 있었겠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항상 제 자신에게 질문을 하곤 했어요. ‘지금 개발하는 제품이 정말 고객 입장에서 가치가 있는 제품이냐’고요. 이 물음을 되뇌며 힘이 들어도 내가 만든 기술이 제품으로 만들어지면 고객들에게 더 나은 혜택과 가치를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혁신적인 제품은 단기간에 손쉽게 이뤄지는 법이 없습니다. 때문에 후배들에게도 고객에게 가치 있는 제품이란 확신이 들면 뼈를 깎는 고통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끝을 보라고 얘기해 주고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가전제품 대거 나올 것”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가전 트렌드는 어떻게 바뀔까. 김 소장은 “최근 가전 시장에서는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건조기, 공기청정기 등 건강이나 위생 관련 가전의 수요 증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기기 간의 연결성 등이 주목받아 왔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런 트렌드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존 가전제품의 위생 수준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더 진화하게 될 것이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크게 늘어나게 되면서 기존에 외부에서 하던 활동을 집에서 가능하게 해주는 새로운 제품들도 여러 업체에서 대거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지지난해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에서 선보인 식물재배기나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인 홈브루 등이 예다.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기계공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대학원 시절 산학 프로젝트에서 세탁기를 처음 접했다. 1996년 LG전자에 입사해 배치된 첫 팀 역시 세탁기, 건조기 등 의류 기기를 연구하는 조직이어서 자연스레 20여년간 의류 관련 가전에 몸담게 됐다. 전자회사에 입사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순수학문을 연구하는 것보다는 배운 지식을 제품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한 삶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고 했다. 연구소장을 맡으면서는 직접 연구하고 발명하는 것보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지식으로 연구원들의 과제에 대해 코칭을 해주고 새 기술, 새로운 제품 콘셉트 발굴을 돕는 데 더 힘을 쏟고 있다. 20년간 여러 도전을 성과로 이어 왔지만 아직도 그의 꿈은 ‘쉼표’를 모른다. “여전히 의류를 세탁하고 건조하는 등의 의류 관리는 집에서 하기 귀찮은 노동 중 하나입니다. 어떻게든 사람들의 이런 가사 노동을 줄여주고 편하게 해주는 새로운 의류 관련 가전을 발명해 많은 고객들이 남는 시간을 더욱 가치 있게 쓸 수 있게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주방 가전에서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제2의 스타일러’로 불릴 수 있는 혁신적인 가전을 만드는 게 새로운 목표가 됐어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봉쇄령 뚫고 321㎞ 달린 英 바이커들 “피시앤칩스 먹으려고요”

    봉쇄령 뚫고 321㎞ 달린 英 바이커들 “피시앤칩스 먹으려고요”

    맛 없기로 이름 난 피시앤칩스를 먹겠다며 봉쇄령을 무시하고 무려 왕복 321㎞를 달린 영국의 모터바이크 운전자 둘이 벌금을 물었다. 그레이터 맨체스터 로치데일에 사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두 바이커는 지난 주말 노스요크셔주 윗트비까지 달려갔다가 A169 도로에서 경찰의 검문에 걸려 벌금을 부과받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BBC가 4일 전했다. 윗트비 네이버후드 폴리싱 팀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보통 때 윗트비는 우리의 빼어난 피시앤칩스를 맛보러 오는 방문자들을 환영하겠지만 최근의 분위기 때문에 이런 여행은 합리적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노스요크셔 경찰은 사람들이 봉쇄령을 어기고 지역을 돌아다녔다고만 밝혔다. 4일에도 경찰은 성명을 내 사람들이 지역의 아름다운 곳들을 찾아 봉쇄령을 “뻔뻔스럽게도 무시한다”고 개탄했다. 주말 동안 벌금 딱지를 발급한 것만 61회였다며 맬엄 동굴 같은 곳이 특히 하루 나들이에 나선 이들이 많이 찾아 핫플레이스로 떠올라 12장의 벌금 딱지가 떼였다고 밝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형들과 호흡하는 게 버킷리스트” 최우식, 너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

    “형들과 호흡하는 게 버킷리스트” 최우식, 너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

    “막막한 청년 연기하며 나도 성장하는 중 한국 영화로 해외에 인사할 수 있어 행복”“이렇게 얘기하면 속물같이 비쳐지는데, 정말 솔직하게 제가 피부로 와닿는 건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많이 늘었다는 거예요. 원래 ‘383k’(38만 3000)였는데 ‘1.3m’(130만)이 됐어요. 인스타 보면서도 팔로어 ‘m’ 붙은 게 부러웠거든요.” 또래답지 않게 주도면밀했던 기우보다 또래다운 기훈에 가까워 보이는 최우식(30)이 말했다. 기우는 전작 ‘기생충’(2019)에서, 기훈은 최근 ‘사냥의 시간’에서 최우식이 맡은 배역이다. 지난달 말 넷플릭스로 공개된 ‘사냥의 시간’은 그가 ‘기생충’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행보다. 청년들의 지옥도를 담은, 근미래 디스토피아를 그린 영화에서 그는 친구들과 함께 불법 도박장을 턴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최우식은 출연 계기에 대해 “이 형들(이제훈, 안재홍, 박정민)이랑 같이 연기를 하는 게 버킷리스트였다”고 말했다. ‘위험한 청춘’ 기훈이라는 캐릭터에는 인간 최우식의 모습이 많이 녹아 있다. “엄마, 아빠와 친하고 그런 모습이 저와 많이 닮았어요. 친구들에게 많이 의존하는 것도 그렇고요. 진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캐릭터를 만들어 내시는 분도 있는데, 아직까지는 그릇이 깊지 않아서요.” 겸손한 그이지만, 팔과 손목의 문신은 본인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누가 봐도 껄렁껄렁하고,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서 말씀드렸는데 감독님도 생각하셨더라”는 그는 “실제로는 못하는 타투도 해보고, 담배도 그냥 막 피우는 이미지를 감독님과 같이 만들어갔다”고 소개했다. ‘거인’(2014)의 영재, ‘기생충’의 기우에 이어 앞길이 막막한 청년을 계속해서 그리는 일에 대해서는 “청년들이 힘든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대가를 치르는 과정 속에서 배우 최우식도 성장하는 것 같다”는 대답을 내놨다. 한국 영화 최초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이 준 변화는 당연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어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최우식에게 특별했던 경험 중 하나는 제26회 미국 배우조합상 시상식(SAG)에서 ‘앙상블상’을 받은 일이다. 배우가 배우한테 주는 상이니, 그야말로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강할 수밖에. “그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으며 상을 받는데, 그 상이 실제로 여태까지 들어봤던 상 중에 제일 무거웠다”는 그는 “그만큼 ‘기생충’ 덕분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니, ‘이 무게를 느끼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해외 진출 계획에 대해서도 더욱 시야가 넓어졌다.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로 간 것처럼 한국영화로 해외에 인사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거 같아서 무척 행복합니다. 한국 영화로 더 좋은 모습 보여 주고 싶어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Focus人] 걸그룹 환상 벗어던지고 ‘여자 싸이’로 탈바꿈한, 차세대 트로트 가수 설하윤

    [Focus人] 걸그룹 환상 벗어던지고 ‘여자 싸이’로 탈바꿈한, 차세대 트로트 가수 설하윤

    “모든 가사가 속담으로 이뤄진 ‘속담파티’라는 신곡 녹음이 다 끝난 상태예요. 원래 3월쯤에 나올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선보이지 못하고 있어 너무 아쉬워요. 모든 분들이 힘들고 지치실텐데 힘내시고 하루빨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돼서 찾아뵙고 싶어요.” 장윤정, 홍진영을 잇는 차세대 여성 트로트 가수로 평가받고 있는 설하윤씨(28). 2015년 12월 한 음악 방송프로그램에서 ‘불멸의 연습생 S양’이란 이름으로 출연해 출중한 노래와 춤으로 화제를 모았고 그를 눈여겨본 소속사들로부터 많은 걸그룹 제의가 들어왔다. 아이돌의 꿈을 위해 12년간 외롭고 힘든 자신만의 싸움을 묵묵히 견뎌낸 결과였다. 하지만 그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트로트 가수의 길을 택했다. 왜일까? “내가 다시 아이돌을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두려웠어요. 어느날 소속사 대표님께서 ‘트로트 가수 한 번 해보면 어떨까’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가슴이 막 뛰더라고요.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 건 다 똑같은데, 제가 단지 걸그룹이란 거에 매료돼 있었던 거 같아요. 공연 다니면서 사람들의 눈을 직접 보고 노래하면서 위로를 해드리는 게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에요”라며 트로트 가수가 된 걸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부대에서도 교주급 지위를 누리고 있다. 본인 스스로도 ‘여자 싸이’라고 말할 정도로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단지 공연을 하러 온 것이 아닌 군인들과 함께 스트레스를 풀고 놀러 왔다는 마음으로 임한다고 한다. 공연 중 흥을 돋우기 위해 군단장께 가는 도중 군인들이 만들어 낸 ‘모세의 기적’을 체험했다는 그는 ‘역시 현역 군인들이 최고죠’라며 군부대 공연을 갈 때마다 늘 좋은 기운을 얻어 온다고 한다. 하루라도 빨리 그곳을 다시 찾아가고 싶다는 그를 지난달 24일 본사 스튜디오에서 만나 얘기를 나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Q) 데뷔 4년 차다. 인기 실감하는지아직까지는 크게 실감을 못하고 있어요. 코로나19 사태로 좀 어려운 시기라 사람들 접촉을 많이 못했기 때문도 있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듣는 얘기들엔 조금 인기가 있다고, ‘핫’ 하다고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방송에서도 많이 찾아주셔서 고정예능도 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저를 ‘리액션 요정’이라고 칭찬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Q) 본인 인생이 이렇게 될 줄 예상했는지12년이라는 긴 연습생 끝에 이렇게 데뷔를 했는데 트로트 가수가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고 더군다나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할 줄은 더욱 생각 못했었던 거 같아요. 지금 물 만난 물고기처럼 사람들하고 소통하고 공연하고 행사하는 게 너무나 행복해요. 사람들에게 위로도 드리지만 저 또한 위로를 받아요. 그래서 무대 위에서 ‘박수, 함성~’ 하면서 외칠 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거 같아요. (Q) 가수를 꿈꾸게 된 계기는초등학교 5학년 친척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러 준 적이 있어요. 그때 영화 타이타닉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을 불렀는데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 게 아마 그때가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그 당시 노래를 부르는데 소름이 돋았고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정말 멋진 일이구나’란 생각에 가슴이 막 뛰더라고요. (Q)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걸 후회하지 않는지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연습생 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너목보’(너의 목소리가 보여)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죠. 엄마, 이모도 방송을 보러 오셨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제가 실력자로 나와서 이슈가 됐어요. 이후에 발라드 가수, 걸그룹 가수 등 제의가 많이 들어왔었는데 다시 아이돌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너무 두려웠어요. 그런데 그때 대표님께서 트로트 한 번 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을 해주신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가슴이 막 뛰더라고요. 왜 트로트를 하냐고 친구들과 부모님도 의아해했죠.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하는 게 다 똑같을 뿐인데, 단지 걸그룹에 매료돼 있었던 거 같아요. 아이돌은 ‘안녕하세요. 누구입니다’ 이렇게 예쁘게 딱 하고 더 이상 말을 못하잖아요. 저는 말을 너무하고 싶었거든요. 공연을 많이 다니면서 사람들의 눈을 직접 보면서 노래를 불러 드리고 위로를 해드리고 정말 매력적인 직업인 거 같아요. (Q) ‘신고할꺼야’ 첫 트롯 공식 데뷔 떨리진 않았는지긴장과 떨림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안 떨리는 거예요. 그냥 너무 행복했어요. 무대에 서는 순간 그냥 신나는 거예요. 그래서 저의 신나는 모습이 카메라에 너무 비쳐서 조금 릴랙스 하라고 대표님께서 말할 정도였으니깐요.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그 모습에 카메라 감독님들께도 신인 같지 않다고 하시더라고요.(Q) 예능에서도 남다른 두각을 보이고 있는데정말 경험이 무시를 못한다고 예능이 정말 저한테 잘 맞는 거 같아요. 그냥 편하게 리액션을 하는 건데 너무 좋다고 칭찬을 해주시니깐 감사하죠. 저는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리액션이 나오니깐 피디님들 언제든 불러주세요. (Q) 콧구멍밖에 안 보인다는 악플에도 꿋꿋...‘너목보’라는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 밑에서 카메라를 찍기 때문에 코밖에 안 보인다는 댓글이 있는 거예요. 악플이라고 생각하면 악플일 수도 있는데 ‘콧구멍 큰 걸 잘 살리면 개인기로 만들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어서 오십원 넣었는데 들어가고 백원 넣었는데 들어가고 오백원 넣었는데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이홍렬 선배님 다음으로 콧구멍 개인기를 만들었죠. (Q) 장윤정, 홍진영을 잇는 차세대 트로트 여신과분한 거 같아요 아직까지는. 장윤정 선배님이 젊은 친구들이 트로트를 할 수 있게끔 길을 열어 주셨고 트로트 가수가 예능도 하고 노래도 하고 다 하네 이런 매력을 보여주신 게 홍진영 선배님이시기 때문에 제가 그 뒤를 잘 이어받으면 좋겠어요.(Q) 최초 여성 트롯가수 맥심 표지모델군인들의 최애 잡지 표지를 두 번이나 ‘아, 군통령 등극했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했죠. 여사친 콘셉트로 진행할 때, 좀 과하다고 생각한 의상을 주시더라고요. 제가 여사친 콘셉트가 맞는지 여쭤봤는데, 돌아온 답은 ‘예, 여사친 콘셉트입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Q) 군대에서 교주급 인기, 자신만의 ‘군대 콘셉트’많이 갈 땐 한 달에 13군데를 갔더라고요. 이틀에 한 번 꼴로. 군부대를 가면 좋은 기운을 많이 받는데 저도 뭔가 위로를 더 드릴 게 없을까라고 늘 생각해요. 그래서 특별한 이벤트를 자꾸 만들어요. 군인들한테 무대로 올라오게 해서 제 찐팬(진짜 팬)인지 물어보기도 하고 군단장님이랑 와이프 분이랑 셋이서 함께 블루스를 추고 놀아요. 군인들에겐 ‘나는 너희들과 스트레스를 같이 풀러 왔다, 놀러 왔다’란 마음을 갖죠. 예쁜 척 콘셉트보다는 제가 조금 더 스트레스를 풀어줄 만한 여자 싸이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Q) 속옷 매장에서 매니저 제안받을 정도의 남다른 ‘장사 수완’속옷 알바를 하다가 제가 너무 잘 파니깐 매니저 할 생각 없냐고 점장님께서 직접 물어보시는 거예요. 일단 손님께서 좋아하시는 취향에 대해 조심스럽게 여쭤보고 치수도 직접 재드리고 해요. 남자친구가 있는지도 물어보죠. 그 유무에 따라 대응하는 방법이 달라지거든요. 그런 걸 잘한 거 같아요. (Q) 꿈을 위한 기간 외롭고 힘들었을 텐데혼자서 많이 연습했던 거 같아요. 두 걸음만 옮기면 끝나는 좁은 방 안에서 계속 연습했죠. 제 목소리를 들으면서 많이 연구를 했고 다른 가수들이 어떻게 노래하는지도 많이 관찰한 거 같아요. 물론 외롭고 힘들었죠. 만약에 부모님이 안 계셨더라면 저도 굉장히 많이 힘들었을 거 같았는데 그 사랑이 저를 버티게끔 했었고 꿈을 그만큼 사랑했고 절실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죠. (Q) 이상형은듬직했으면 좋겠고, 묵묵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남자 품에 폭 안길 수 있는 키 큰 사람이면 좋겠고요. 그리고 제 성격이 너무 밝기 때문에 저를 부드럽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성격이라면 더 좋겠어요. (Q) 반려동물을 ‘푸딩’을 키우고 있는데반려동물 키우는 걸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어요. 진짜 많은 힘이 되고 가족과도 같은 존재예요. 바쁘고 힘든 생활 속에서 집에 들어가면 항상 반겨주는 게 반려동물이거든요. 그 행복감을 꼭 아셨으면 좋겠어요. 꼭 키우시길 권장합니다.(Q) <나는 트로트 가수다>를 통해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 했는데너무너무 행복했어요. 영광스러웠고. 좋은 조언을 정말 많이 해주셨어요. 조항조 선배님은 ‘하윤아 너는 어쩌면 그렇게 그림 같애’ 그러면서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셨고요. 제가 돌아가신 할머니 얘기만 나오면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나요. 인터뷰하다가 할머니 얘기가 나와서 중단된 적도 있었거든요. 왕중왕전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5라운드 2차 경연에서 할머니가 좋아하셨던 주현미 선배님의 ‘신사동 그 사람’을 준비했죠. 근데 이덕화 선배님께서 할머니께 바치는 노래라며 소개해 주시는데 뒤에서 그 소리를 듣고 미치겠더라고요. 결국 감정조절에 실패해 뜻밖의 실수를 했죠. 이덕화 선배님께서 그렇게 말씀 안 하셨어도 제가 더 끝까지 잘 부를 수 있었던 거 같은데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원망은 전혀 없어요. (Q) 계획과 꿈SNS를 통해 혼자 노래 연습하는 것도 보여 드리고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팬들과 소통을 많이 하고 있어요. 지치신 여러분들한테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신곡도 준비하고 있어서 곧 소개할 예정이고요. 단독 콘서트를 여는 게 꿈이에요. 항상 트롯가수로 활동을 많이 하고 싶고 지방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많은 분들께 위로를 드리고 싶어요. 글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영상 박홍규, 문성호, 김형우 기자 sungho@seoul.co.kr 임승범(인턴), 장민주(인턴)
  • 77세 아들 “새아버지 안장 한 시간 만에 친어머니 사망 소식”

    77세 아들 “새아버지 안장 한 시간 만에 친어머니 사망 소식”

    부모를 사흘 간격으로 잃은 뒤 내년 부모의 결혼기념일에 자신의 결혼 예식을 준비하는 라만다 렌더(32)처럼 코로나19 감염병은 사랑하는 이들을 한꺼번에 앗아가는 무서운 질병이다. 감염될까 두려워 사랑하는 이를 위로하고 애무하는 일, 죽음을 안타까이 여기고 추모하는 일조차 어렵게 만든다. “부모 결혼기념일에 식 올리려고요” 기사 보러 가기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4일 오전 10시 30분(한국시간)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187개 나라와 지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350만 4129명, 사망자는 24만 7326명인 가운데 얼마나 많은 커플이나 부부가 이 병 때문에 세상을 등졌는지는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고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가 3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미국에서의 일만 간략히 전하면 지난달 루이지애나주의 한 커플은 결혼 64년 만에 열흘 간격으로 숨졌고, 밀워키 커플은 65회 결혼기념일을 두 달 앞두고 세상을 등졌다. 플로리다주의 커플은 반세기를 함께 지내다 6분 간격으로 세상과 작별했다. 위스콘신주의 커플은 73년을 함께 한 뒤 침대를 맞댄 상태에서 한날 저세상으로 떠났다. 시카고 남쪽에서 주로 산 델루사 킹 박사와 아내 로이스도 60년을 해로했다. 지난달 초 96세 나이에 델루사는 세상을 떠나 같은 달 10일 안장됐다. 안장식을 마친 뒤 한 시간 만에 아들 론 러빙(77)의 전화 벨이 울렸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요양 시설 애버 테라스에 있는 어머니 역시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는 소식이었다. 손녀 크리스티 테일러는 “할아버지가 영원한 안식을 누린 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와우 정말, 두 분은 떨어지기 싫어하셨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1960년 시카고의 칵테일 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치과기공사 출신으로 이혼한 뒤 아들 러빙을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옥수수와 담배 농장에서 혼자 키우던 어머니는 서른여섯 나이에 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이며 워싱턴의 하워드 의대 병원에 비뇨기과 레지던스를 밟던 델루사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6개월 만에 결혼해 델루사가 의사 자격증을 따는 과정을 뒷바라지했다. 로이스는 의사 부인이 된 것을 매우 기뻐했고 남편이 퇴근하면 함께 브리지 게임을 하면서 두 사람이 모두 돌보는 기관을 위해 모금 운동을 하고 밤이면 자니 카슨쇼를 함께 보고 손을 맞잡은 채 신문을 읽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바베이도스 제도와 베네수엘라를 다녀왔고 크루즈 유람선을 타고 파나마 운하를 그쳐 유럽도 다녀왔다. 1990년대 중반 넬슨 만델라가 집권하자 남아공까지 여행을 가 함께 취임식을 지켜봤고 사파리 관광도 했다. 동물학 석사를 딸 정도로 델루사는 모험을 좋아했고 아내는 에어컨을 그리워했지만 남편이 좋아하는 일이라며 참아냈다. 평소 로이스는 “남편이 뭔가를 생각해내면 오랫동안 끈질기게 생각하는데 난 늘 뭔가를 빠뜨린다”고 말하곤 했다. 부부는 애틀랜타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전문직 엘리트에 속해 전직 시장이며 유엔 대사를 지낸 앤드루 영을 비롯한 많은 이들과 어울렸다. 신년 파티를 행크 애런 자택 겸 기념관에서 할 정도였다. 애런은 델루사가 흑인들에게만 나타나는 겸상(鎌狀) 적혈구성 빈혈(sickle-cell anemia) 치료 기금을 모금하는 데 도움을 준 인연이 있었다. 육군 전역자이며 애틀랜타 경찰, 그곳 방송에서 카메라맨으로 일했던 러빙은 부모를 존경했다고 했다. 아내 프레다는 2012년 진지하게 사귀기 시작한 론이 곧잘 “우리 엄마아빠처럼 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로이스가 치매에, 델루사는 파킨슨씨병에 걸렸다. 아들은 매일 부모를 찾아 간병 보조인을 연락해 붙이는 게 일이었다. 가급적 자신들이 살아온 집에서 여생을 마치게 하고 싶었는데 지난해 그게 불가능해졌다는 판단이 들었다. 애버 테라스로 옮겼는데 그나마 두 분이 함께 지낼 수 있는 곳이어서 좋았다. 본인 나이 77세, 부모 나이가 96세라면 죽음이 다가온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앞둔 부모가 서로 다독거릴 시간마저 빼앗았고, 의사 경력에 시민권 운동에 기여한 족적에도 많은 이들이 찾아 추모하는 기회마저 앗아갔다. 아들 론은 “그게 참 황망하게 만든다”고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부모를 사흘 간격 잃은 딸 “두분 결혼기념일에 식 올리려고요”

    부모를 사흘 간격 잃은 딸 “두분 결혼기념일에 식 올리려고요”

    코로나19 감염병이 잔인하고 무서운 것은 평생을 사랑하며 산 이들을 한번에 앗아간다는 데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루이스베리에서 부모와 함께 살던 마란다 렌더(32)는 지난달 두 분을 사흘 간격으로 잃었다. 어릴 적부터 딸을 골프 레슨, 축구경기에 태워줬고, 비올라를 연주하는 자신을 위해 오케스트라 리허설에 데려갔고, 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뒤 생활비를 아끼려고 2014년 다시 집에 들어온 자신을 따듯이 맞아 생애 대부분의 시간을 부모와 함께 했는데 이제 혼자가 됐다. 어머니 베키는 지난달 4일(이하 현지시간) 61세를 일기로, 아버지 브래드는 사흘 뒤 60세에 세상을 등졌다고 일간 뉴욕 타임스(NYT)가 3일 전했다. 두 사람 모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베키와 브래드 부부는 완벽한 핫도그를 찾기 위해 주간 모터사이클을 하다 만나 결혼했다. 늘 순탄한 결혼생활은 아니었다. 브래드는 당뇨병을 갖고 있었고 엉덩이가 편치 않아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에 따라 최근 종종 다투곤 했다. 더욱 최근에는 마란다의 약혼남을 아버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해 갈등이 있었다. 베키의 여동생 보니 햄메이커는 “대단한 러브 스토리는 아니었다”면서도 “그들은 결혼 을 지켜내려 했다. 예를 들어 손을 꼭 잡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가 없었다. 늘 함께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에놀라에서 자랐고 일적으로나 가족 관계로나 만날 수 밖에 없는 인연이었다. 브래드는 지게차 기사였고 베키는 양판점 회계원이었다. 딸 마란다를 낳고 잠시 일을 쉬었다가 베키는 몇년 뒤 복귀해 마란다가 펜실베이니아 아트디자인 칼리지에 들어간 뒤에는 다른 양판점에서 투잡을 뛸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자석처럼 잘 찾아냈다. 식사 때 누군가와 잠깐 옆에 앉으면 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사람이었다. 브래드의 삼촌이 물려준 빈티지 소방 트럭을 몰고 부부는 사방팔방 돌아다녔고, 친구들도 엄청 많았다. 겨울 내내 오는 9일 결혼 34주년을 맞아 신시내티 동물원을 방문하는 계획을 짰는데 코로나19가 덮쳤다. 3월 21일 베키가 처음 열이 있다고 말했다. 모녀 모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다음날 부녀 모두 신열이 나기 시작했다. 같은 달 23일 베키는 가족 주치의에게 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엿새 뒤에 결과가 나온다며 집에 가 쉬라고 했다. 며칠 뒤 끔찍한 설사가 시작돼 남편은 응급실로 데려갔다. 의료진은 약을 처방하고 다시 집에 가라고 했다. 오한이 시작됐다. 그리고 세 사람 모두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같은 달 29일 어머니가 침대를 빠져나오려다 졸도해 911을 불러 입원했고 곧바로 산소호흡기를 달았다. 4월 1일에는 가족 주치의가 전화를 걸어와 아버지도 입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흘 전 어머니를 입원시킨 응급요원이 또 아버지를 모셔갔다. 그날 밤 아버지는 병원에서 딸에게 전화를 걸어 “의사들이 날 코마 상태로 만들고 산소호흡기를 달게 했다. 내가 널 늘 사랑했다는 점을 네가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딸은 “저도 사랑해요, 아빠. 곧 집에 돌아오실 거에요. 그리고 곧 나아질 거에요”라고 답했다. 어머니는 더 좋지 않아 보니 이모, 의사들과 화상회의 통화를 한 것뿐이었다. 의사들은 이미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다음날 간호사들이 아이패드를 어머니 침대 곁에 가져다주고 스피커폰으로 대화하게 했다. 사랑한다고 말했고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고작이었다. 가시거든 아빠를 잘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몇 시간 뒤 베키는 눈을 감았고, 이모 등은 해리스버그에 있는 85세 노모의 집에 찾아가 창문 너머로 딸의 죽음을 알렸다. 집에 돌아온 마란다에게 의료진은 지난달 7일 전화를 걸어와 아버지에게 달린 인공호흡기는 피할 수 없는 일을 뒤로 미루기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딸은 8시간만 달라고 애원했다. “8시간 안에 나빠지면 아버지를 편안하게 만들어드리자”고 동의했는데 끝내 10시간 뒤 아버지는 눈을 감았다. 이제 부모가 떠난 지 한달 남짓 됐는데 마란다는 육체적으로 코로나19에서 회복되는 것 못지 않게 평생을 함께 해온 부모 없이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최대한 밝게 생각하려고 한다. 천국에서 아버지가 어머니의 뒤를 쫓고 어머니가 “브래드, 아이고 사흘을 못 참고 따라왔네”라고 깔깔거리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고 했다. 지난달 중순 이후 만나지 못한 약혼남과 페이스타이밍으로 얘기를 나눠 내년 부모의 결혼기념일에 식을 올리기로 했다. “우리 부부가 결혼을 기념할 때마다 부모님 것까지 함께 할 수 있다.” “새아버지 안장 한 시간 만에 친어머니도” 기사 보러 가기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취중생] ‘아줌마’가 아닙니다, ‘노동자’입니다

    [취중생] ‘아줌마’가 아닙니다, ‘노동자’입니다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지난 1일은 제130주년 세계 노동절이었습니다. 서울신문은 노동자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계층인 중년 여성 비정규 노동자의 고통에 대해 다뤘습니다. ‘아줌마라고 쥐꼬리 임금, 툭하면 무시… 위기 내몰린 중년의 노동’(2020년 5월 1일자) 기사가 그것입니다. 가스 검침원, 마트 직원, 특수교육 실무사 등 3명의 목소리를 통해 경력 단절을 겪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단기 저임금 비정규 노동으로 내몰리는 여성 노동자들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나간 뒤, 포털 사이트에선 ‘여자만 힘드냐, 남자도 힘들다’, ‘기술 없으면 그런 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런’ 일이란 무엇일까요? 배운 게 없고 능력이 없으면 일하면서 겪는 부당함은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걸까요? 중년 여성 노동자의 일은 정말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일까요? 개에 물리고 성희롱당해도 참는다…갈 곳이 없어서“우리는 일하면서 개한테 세 번은 물려야 ‘가스 밥’ 먹는다고 해요.” 서울도시가스 점검원으로 15년 동안 일한 김윤숙(53)씨의 말입니다. 김씨는 2005년부터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IMF 외환위기 당시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남편이 일자리를 잃자 “살림에 도움이 돼야겠다”는 마음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그가 가스 점검원으로 일하게 된 건 육아와 병행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남편 일도, 아이 학교 일도 내가 챙겨야 하는데 집에 돈은 없으니 중간중간 개인 용무를 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결혼, 육아로 경력 단절을 겪고 재취업해야 하는 중년 여성 일자리 대부분이 이 같은 성격을 띱니다. 하지만 그가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은 예상보다 훨씬 컸습니다. 김씨는 “여자 혼자 가스 점검을 하러 집집을 다니다 보니 성추행도 일어난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어떤 집은 남자가 알몸 상태로 나와서 문을 열어주더라”면서 “너무 당황해서 ‘악’ 소리도 안 나왔다”고 했습니다. ‘퇴근이 언제냐’, ‘맥주 한잔하자’는 성희롱도 심심찮게 일어납니다. 개에 물리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그는 “집주인이 다들 ‘우리 개는 안 문다’고 하면서 풀어놓는데, 뒤꿈치든 정강이든 어깨든 몇 번씩 물린다”면서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이런 일은 김씨만 겪는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4월에는 울산 경동도시가스 점검원이 일하던 중 성추행을 당한 후 감금까지 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점검원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자살까지 시도했습니다. 가스계량기가 있는 곳은 대부분 골목이나 후미진 곳. 이 때문에 담벼락 등에 올라갔다가 발을 헛디뎌 무릎이나 발목에 골절상을 입고, 인대가 파열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김씨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40~50대 여성에게는 취업 문을 열어놓은 데가 없다”고 했습니다.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 나면 다시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전문성 있는 젊은이들에 비해 당연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김씨처럼 절박한 사람은 많은데 자리는 없으니 ‘임금 후려치기’나 쉬운 해고의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값싼 인력 취급 상처…여자라고 ‘하찮은 일’ 아니야” 은연중에 여성이 하는 일을 ‘하찮은 것’이라고 보는 사회적 시선도 여전합니다. 김씨는 “가스업계에서도 관리자는 전부 남자”라면서 “여성이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니 ‘언제든 그만둘 사람’으로 취급하면서 노동자로서 법적인 보호는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일반 시민들 눈에는 가스 점검원이 1년에 2번 방문하는 사람에 불과하겠지만, 뒤에서 하는 일은 가스계량기 검침, 검침 송달 등 훨씬 많다”면서 “현장 노동자이자 감정노동자”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중년 여성 일자리의 질이 낮은 이유가 여성이 사회적으로 낮은 지위를 가진 것과 관련이 크다고 봅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 일자리 자체가 저가치화돼있다”면서 “여성이 하는 일은 원래 집에서 하던 거니 특별한 기술 없이 할 수 있다는 왜곡된 인식이 있고, 이 때문에 남성만큼 돈을 줄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인식 탓에 여성이 기존의 남성 중심적인 일자리에 진입하기도 어렵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아예 남녀 일자리의 차이를 없애려고 노력합니다. 이 교수는 “북유럽 국가에서는 직업 훈련과정에서 남성이 지배적인 직종을 오히려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 먼저 소개한다”면서 “남녀 일자리를 구분하지 않으면서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는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김씨는 말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동네 아줌마’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봐주는 것”이라고요.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코로나19, 인적 없는 고요한 도시에 취하다

    코로나19, 인적 없는 고요한 도시에 취하다

    인도 북부의 잘란다르 주민들은 코로나19로 대기질이 좋아지면서 처음으로 200㎞ 밖의 히말라야 다울라다르 산맥을 맨눈으로 봤다지만, 코로나19로 인적이 사라진 도시 역시 평소와는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이동봉쇄령으로 노출된 도시의 고요한 순간이 담긴 7장면을 소개한다. 사진 출처는 AP통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겨울궁전지난달 27일(현지시간) 비가 온 광장에 겨울궁전이 반사되고 있다. 1762년 표트르 대제의 딸인 엘리사베타 여제의 명에 따라 지은 궁전으로 방 갯수만 1000개가 넘는다. 1837년 화재로 소실되면서 재건됐다. 옆에는 예카테리나 여제가 지은 에르미타슈 미술관이 있다. 예카테리나 여제는 본래 엘리사베타 여제가 간택한 표트르 3세의 부인이었으나, 표트르 3세의 실정이 거듭되자 그를 폐하고 여제가 됐다. 에르미타슈 미술관은 본래 예카테리나 여제가 예술품을 지인들과 감상하려 지었으며 뜻도 ‘은자의 집’이었지만, 그 규모가 커지면서 현재는 270만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하야르콘 공원지난달 23일(현지시간) 자칼들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녹색 심장’으로 불리는 하야르콘 공원을 노닐고 있다. 트립어드바이저에 따르면 공원 내 하드록 지역의 바위들은 지리학적 다양성을 보여준다. 야르콘강을 끼고 있어 3500종의 식물이 있으며, 새들의 군락지이기도 하다. 2000년대 후반 폴 매카트니, 마돈나 등이 이곳에서 공연을 열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DC 링컨기념관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일몰 무렵 링컨기념관 건물이 내셔널몰의 ‘리플렉팅 풀’(반사 연못)에 비치고 있다. 1922년 지은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공적 기념관으로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을 본떴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1963년 이곳에서 연설 ‘I Have a Dream’을 했다. 다만 현재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만명, 사망자는 6만명을 넘어 세계 최대의 피해를 입고 있다. 경제 재개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해변을 개방했다가 밀집지역인 오렌지카운티 해변을 다시 폐쇄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베이징 자금성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인적 없는 자금성에 새들이 날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고대 건축물로, 전체 면적이 72만㎡다. 15년간 약 20만명이 동원됐고, 1420년에 완성됐다. 코로나19로 폐쇄됐던 자금성은 5월 1일부터 재개장해 하루 5000명의 관광객을 받고 있다. 본래 8만명까지 가능했던 것을 감안하면 단계적 개방이 예상된다. 중국 당국은 1일까지 16일간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했고 1일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 순위는 11위로 내려갔다. 다만, 빠른 경제 회복을 위해 피해 규모를 줄인다는 의혹의 눈길은 여전한 상황이다.스페인 소리아의 양떼지난달 27일(현지시간) 양떼가 스페인 중북부 소리아의 텅빈 도로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스페인은 코로나19 확진자 23만 9639명, 사망자 2만 4543명으로 확진자 부분은 미국에 이어 2위, 사망자는 세계 4위다. 단계적으로 봉쇄를 해제하고 있지만 치명률(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이 아직 10.2%나 돼 혼란은 여전한 상태다. 스페인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2%로 잠정 집계됐다.브라질 리우자네이루 예수상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예수상 뒤로 구아나바라만이 보인다. 지난 13일 브라질은 부활절을 맞아 예수상에 코로나19를 함께 이기자는 의미로 중국, 한국,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감염국 국기를 차례로 비추며 희망이라는 단어를 각국 언어로 표출하기도 했다. 또 의료진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의사 복장을 비춘 뒤 브라질어로 ‘고맙습니다’를 비추었다. 하지만 브라질은 신규확진자가 늘고 있으며 검사 능력도 충분치 않고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도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어짜피 언젠가 우리 모두 죽는다. 직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언론이 작은 독감 같은 병에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해 왔다.인도 라지파트의 대통령궁지난달 27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접근이 금지된 인도 대통령궁 앞 라지파트가 한적하다. 라지파트는 대통령궁과 인디아게이트를 잇는 20만㎡의 직선 광장으로 대규모 행사들이 펼쳐지는 곳이다.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3만 5043명으로 밀집거주 빈민가가 많아 우려했던 것보다는 나쁘지 않은 대응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빠르게 봉쇄령을 내렸던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지지도도 지난 1월 76%에서 지난달 83%로 올랐다. 하지만 검사능력 부족으로 숨겨진 환자들이 있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단절 없이 단단히 버텼다… 그녀들은 ‘찐베테랑’이다

    단절 없이 단단히 버텼다… 그녀들은 ‘찐베테랑’이다

    “여성 베테랑들이 오랜 기간 일하며 만났던 순간들을 기록하고 대한민국에서 여성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묻고 여성의 노동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말합니다.”(여성 베테랑의 이야기를 무가지와 웹진으로 배포하는 팀 ‘WSW’ 소개글 중에서) “두 여성이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는 나이스숍은 (중략)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 창작자와 동시대적 고민을 나누며 더 만족도 높은 작업적 성취와 지속가능한 작업환경을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디자인 스튜디오 ‘나이스프레스’가 운영하는 편집매장 ‘나이스숍’ 소개글 중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두 팀이 소개글에서 공통적으로 짚은 단어는 ‘지속가능’이다. 여성 노동자로서, 여성 창작자로서 꾸준히 나의 일을, 나의 작업을 이어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냉혹하다. 남성과 똑같이 일하는 여성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 성별이 중요할 리 없는 예술계에서도 유독 남성 창작자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여성 노동자와 여성 창작자의 존재는 잊혀지거나 지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원한다면 계속 말할 수밖에 없다. 보통 여성들의 서사가 이곳저곳에 닿기를 바라며 그들의 나직한 목소리를 전하는 또 다른 여성들이 존재하는 이유다. 작가이자 전시 기획자인 윤여준씨와 기획자 정지혜씨가 운영하는 WSW와 아트디렉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김은하씨와 콘텐츠 디렉터 윤장미씨가 운영하는 디자인스튜디오 나이스프레스의 이야기이다.‘WSW’(We are Still Working·우리는 여전히 일하고 있습니다) 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일한 여성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본래 ‘베테랑’이라 하면 ‘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을 뜻한다. WSW는 전문성이 아직도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사회에서 이 단어를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한 여성들을 일컫는 데 사용한다. 디자인 스튜디오 나이스프레스는 여성 창작자들의 작업물을 판매하는 편집매장인 나이스숍을 함께 운영하며 여성 창작자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여성 창작자의 작업과 그들이 일하는 방식에 관심이 많은 김은하씨와 윤장미씨는 2018년 8월부터 1년여간 나이스숍 홈페이지에서 소개한 여성 창작자들의 인터뷰를 모은 인터뷰집 ‘스프레드’를 지난해 출판했다. 보통 여성들의 존재를 부지런히 세상에 드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네 사람을 함께 만났다. 우선 WSW는 윤여준씨가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다는 용기가 필요하여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다. 윤씨는 지난해 일종의 ‘번아웃’(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정신적·육체적인 피로를 느끼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경험했다. 프리랜서라는 직업 특성상 미래에 대한 불안이 사라지지 않았고, 주변에서 사라지는 동료들을 보면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럴 때 미디어에서 꾸준히 일하고 있는 여성들을 만나면 반가웠다. 그래서 직접 일하는 여성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자는 생각에 지난해 WSW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WSW 팀이 지금까지 인터뷰한 사람은 남성 노동자들이 대다수인 청계천 세운상가에서 30여년간 자리를 지켜 온 솔다방의 김혜영 사장을 비롯해 가사노동 경력 30년의 권현미씨, 35년차 안마사인 여환숙씨, 8년차 요양보호사 김금옥씨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계신 여성들을 ‘베테랑’이라고 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정지혜 ‘베테랑’이라고 하면 남성을 떠올리기 쉬워요. 저희는 여성 또한 어떤 일이든 오래 지속한 직업인에게서 나오는 노하우와 기술, 그리고 일에 대한 태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베테랑을 여성으로 상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확장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임금이 높지 않고 노동의 가치가 평가절하되어 있는 ‘여성의 일’ 또한 충분히 전문성과 노하우가 더 많이 드러날 필요가 있다고 봐요. -현재 WSW는 4호까지 나왔는데 어떤 기준에 따라 여성 베테랑들을 선정하셨나요. 윤여준 4호까지 진행하면서 저희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던 여성의 노동에 주목했습니다. 남성 중심 지역구 안에서의 여성 자영업자, 가사노동자, 장애인 노동자, 이주 돌봄 노동자 등 주변화되는 여성의 일에 먼저 집중하고자 했어요. 회차가 쌓일수록 편견이 교차하는 여성의 일에 대해 더 깊이 논의하고 싶습니다. -베테랑 분들을 인터뷰할 때 주의를 기울이는 면이 있다면요. 정지혜 저희는 베테랑분들이 겪는 노동 현실의 어려운 면만 보여 주려는 것이 아니라 베테랑 스스로 자신의 직업을 대하는 태도를 인터뷰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베테랑분이 노동을 하며 겪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터뷰를 천천히 진행합니다. 하지만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제도나 환경,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로 자연스럽게 귀결되곤 했어요.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그간 사회에서는 주목하지 않았죠. 그런 점에서 WSW의 작업이 의미를 갖는 것 같아요. 윤여준 간병인만 해도 중국 동포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이 되었는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 혐오 뉴스를 마주할 때면 저희가 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어떻게 여성 노동자들에게 힘을 더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돼요. 이런 고민을 하는 동세대의 많은 여성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여성 서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하고 있는, 혹은 함께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야, 너도 할 수 있어!’ 하는 거죠.-앞으로 만나 보고 싶은 베테랑이 있나요. 정지혜 평소 여성 택시 기사분들이 운전하는 차에 타면 얼마나 일하셨는지 여쭤 봐요. 그중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래서 연락처를 미리 따 두기도 해요(웃음). 생각보다 자신의 일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던 베테랑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이스프레스가 더불어 운영하는 나이스숍은 여성 창작자 혹은 여성 창작자가 1인 이상 참여한 듀오의 창작물을 선보인다. 미술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물건부터 열쇠고리, 컵 등 실용적인 제품까지 다양한 물건을 소개한다. 나이스숍은 남성이 만든 창작물을 무조건 배제하는 게 아니라 여성이 만든 물건을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운영자 두 사람을 포함한 주변의 여성 창작자들을 더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창구 역할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간 두 사람은 여성 창작자 한 명에게 집중한 기획전인 ‘나이스캐치’를 비롯해 분위기나 쓰임이 비슷한 작품을 만드는 여성 창작자들을 큐레이션해서 선보이는 기획전 ‘나이스플레이’ 등과 같은 자체 기획 프로그램을 선보여 왔다. -여성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실은 인터뷰집 ‘스프레드’를 펴낸 계기가 뭔가요. 김은하 상품 판매는 콘텐츠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해요. 요즘 세대는 물건의 기능과 외형뿐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이야기들까지 함께 소비하죠. 그래서 상품을 만든 여성 창작자들의 이야기도 전하고 싶었어요. (여성 창작자들을) 더 많이 가시화하고, 더 많은 작업물을 판매하는 게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인터뷰 자체가 저희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쳐요. 여성들과 일하는 것은 저희 목표 중 하나입니다. -여성 창작자의 작업물만 선보이는 건 달리 생각하면 여성 창작자들이 자신의 결과물을 선보일 기회가 적다는 뜻인가요. 김은하 저는 저 스스로를 영업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어요. 디자인 전공자이기 때문도 아니고 개인 문제라고만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실은 그냥 그렇게 자라 왔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드러내는 것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고 항상 외부적인 것으로 평가를 받았던 것이 저 스스로를 많이 표현하지 못하게 했던 것 같아요. 스무 살 이후에 만났던, 제가 배울 게 많을 거라고 생각했던 어른들이 제게 기회를 준다는 명목으로 착취하는 상황을 겪기도 했고요. 그래서 사실 처음엔 제가 노출될 수 있는 판을 만들고 싶었어요.-‘스프레드’ 1호는 한국어와 영어 2개 언어로 내용을 표기하셨는데 이유가 있나요. 김은하 저희가 큰 포부를 안고 있거든요(웃음). 페미니즘 이슈나 여성 창작자를 가시화하는 건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국내 창작자들을 외부에 알리는 것이 중요해요. 국내에서도 서울 바깥으로 여성들의 존재를 퍼뜨리는 것이 필요하죠. ‘스프레드’(SPREAD)라는 이름도 그런 의미를 담아 지었어요. 두 팀은 여성 노동자들과 여성 창작자들의 이야기가 더 널리 퍼지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연하게도 두 팀이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도 지속가능성이란 키워드는 매우 중요하다. 여전히 현실은 차갑지만 이들은 미래를 낙관했다. 최근 여성 서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었고, 또 젊은 여성들이 자신들처럼 여성의 새로운 이야기를 세상에 더할 것이라고 믿는 까닭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지속가능하게 오래할 수 있는 환경이 되려면 어떤 것이 변화해야 할까요. 윤장미 저는 자본이라고 봐요. 여성 임금이 올랐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제가 하는 일이 물건도 팔고 콘텐츠를 파는 건데 그걸 팔면서 짧은 홍보글을 쓸 때조차도 저는 남성을 타깃으로 쓴 적이 없어요. 모든 (통계) 수치가 여성들이 좋은 제품과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고 말하니까 항상 여성을 상정하고 쓰죠. 그래서 여성들이 이 분야에서 소비를 더 잘하고 문화예술을 잘 즐기려면 임금이 높아져서 자본적인 여유가 생겨야 할 것 같아요. 정지혜 저는 지금까지 남성 중심적인 노동의 의미를 여성의 노동을 포함해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사노동 같은 재생산 노동만 하더라도 임금노동이 아니기 때문에 여성의 노동으로 평가되어 여전히 가치 있는 노동으로 보지 않거나 외주화되어 임금노동이 되었다고 해도 노동권이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여성들이 성공한 모습이 역량 강화라는 의미에서 중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노동 또한 그 가치가 재평가돼야 한다고 봐요. -독자들에게 ‘WSW’와 ‘스프레드’가 각각 어떤 매체로 혹은 콘텐츠로 다가가길 바라나요. 윤여준 저희가 인터뷰하는 베테랑들이 각자가 얼마나 멋지게 일을 꾸준히 하고 있는지, 그 자체가 젊은 여성들에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를 스스로 느끼면서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요즘 많이 부각되기 시작한 여성 서사 콘텐츠를 볼 때 어떤 것이든 힘이 나더라고요. ‘나도 저렇게 되어야지’ 하는 마음보다는 ‘그래 어려운 일은 아니야’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달까요. 누구든 자신의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길 바랍니다. 김은하 저는 20대를 너무 어렵게 지냈어요. 답이 있는 줄 알고 답이 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은 그때는 전혀 몰랐어요. ‘스프레드’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지금 크게 성공했거나 해당 분야에서 자리를 잡아 안정기에 있는 분들이 아니라 한창 그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에요. 비슷한 시기를 지나는 분들이 스프레드를 보고 답은 하나도 아니고, 못 찾아도 된다는 것을 알고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차인가 술인가… 진시황의 음료수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차인가 술인가… 진시황의 음료수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차인가 술인가. 네, 콤부차입니다.” 요즘 글로벌 음료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주인공은 콤부차입니다. 새콤한 맛이 나고 탄산이 들어간 콤부차는 녹차나 홍차 혹은 과즙을 탄 물에 사탕수수 원당(설탕) 등을 넣고 발효를 시킨 대표적인 ‘발효음료’입니다. 유래는 중국으로 진나라 시황제가 즐겨 마셨다는 설이 전해집니다. 러시아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소설 ‘암병동’에는 주인공이 콤부차를 마시면서 병을 극복한다는 구절도 나오고요. 콤부차는 2010년대 중반 즈음 미란다 커, 레이디 가가, 어맨다 사이프리드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이 미용과 건강관리를 위해 마시는 음료로 알려지면서 미국에서 붐이 일었습니다. 마침 김치 등 발효음식이 글로벌 식음료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콤부차의 인기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이제는 콜라를 위협할 만한 대중적인 건강음료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콤부차가 당당하게 ‘음료수’로 인정받기까진 우여곡절이 많았답니다. 발효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알코올 때문인데요. 2015년 미국 연방정부는 콤부차 생산업체들에 콤부차의 알코올을 주의하라고 경고문을 보냈습니다. 또 캐나다, 호주 등에선 시장에 출시돼 판매된 콤부차가 알코올 때문에 ‘술’로 분류돼 보건당국에 의해 전량 철수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졌고요. 미국 일부 업체들은 아예 콤부차의 알코올 도수를 3~4%로 높여서 저도주 술로 따로 팔기도 하면서 ‘콤부차술’ 시장이 형성되기도 했답니다. 미국에선 특정 음료수에 0.5% 이상의 에탄올(알코올)이 발생하면 술로 분류됩니다. 한국의 기준은 1%이고요.콤부차의 알코올은 어떻게 생성되는 것일까요. 콤부차의 원액에는 효모와 초산균을 혼합한 혼합균주가 들어갑니다. 효모는 당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여기까지는 맥주, 와인 등의 발효주와 똑같은 원리입니다. 이 상태로 병입해 팔면 술이 되겠죠. 콤부차가 ‘차’가 될 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건 아세트산균(ABB)으로도 불리는 초산균입니다. 이 균은 효모가 내뿜은 알코올을 재빨리 산으로 전환시켜서 콤부차에 날카로운 신맛을 가미합니다. 최종 병입되는 콤부차에는 바쁜 초산균이 미처 손을 보지 못한 알코올이 소량 남아 때때로 술인지 음료인지 오해를 불러일으키죠. 다만 이 같은 발효 과정에서 항산화물질, 소화촉진물질 등 인체에 좋은 부산물도 함께 나옵니다. 마시면 몸에 해로운 술과는 완전히 다르죠. 콤부차의 알코올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는 없는 걸까요. 최근 수년간 콤부차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자 콤부차의 알코올 함량을 컨트롤하는 것은 생산업체들의 가장 큰 과제가 됐습니다. 전북 익산 식품클러스터의 공장에서 1일 2만병의 콤부차를 생산하는 ‘아이엠얼라이브’의 황진수(53) 대표는 “콤부차는 발효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알코올이 반드시 나오지만 이 알코올 함량을 낮추는 일은 공정 기술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알코올 도수 0%대의 콤부차를 만들 수 있는 비결을 알려 달라고 묻자 황 대표는 “업체 고유의 노하우이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며 웃었습니다. 대신 그에게 콤부차의 매력을 물어봤습니다.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피자, 햄버거 등을 먹을 때 콜라 대신 콤부차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언급하면서요. 그는 중독성과 다양성을 꼽았습니다. 그는 “콤부차는 건강음료이지만 결국 기호식품이니 맛있어야 사람들이 찾는다”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대에 달콤함과 산미, 탄산이 어우러진 맛에 중독돼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또 “콤부차는 생산업체마다 종균이 달라 같은 재료를 넣은 동일한 콘셉트의 제품이어도 맛이 다 다르다”고 하네요. 황금연휴 기간 다이어트나 금주를 결심하셨다면 콤부차가 훌륭한 대체재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macduck@seoul.co.kr
  • 단색 벗고 생기 입은 ‘강동 행복학교’

    단색 벗고 생기 입은 ‘강동 행복학교’

    1학년 공간은 산뜻한 보라색, 교사 연구실은 은은한 파스텔톤 학생들 의견 받아 공공건축가가 설계 자치활동방·수업연구실도 새로 마련 이향식 교장 “아이들 자부심 느낄 것”“층마다 다른 색으로 페인트를 칠했어요. 1학년은 산뜻하게 보라색을 썼고요. 아직 등교 전이라 학생들이 못 봤지만 직접 보면 정말 좋아할 겁니다.” 지난 21일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있는 성덕여자중학교를 찾아 ‘행복학교’ 사업 현장을 둘러봤다. 성덕여중은 지난해 강동구의 행복학교 사업에 선정돼 1억 3400만원을, 학교 환경개선 사업으로 4000만원을 받았다. 이향식 성덕여중 교장은 화사해진 학교 건물 곳곳을 이 구청장에게 안내했다. 단순 배색의 밋밋했던 복도와 계단에 색을 입혀 생기 있는 공간으로 변화했고, 천편일률적인 학교가 역동적으로 바뀌었다.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공공건축가가 설계한 작품이다. 학교 환경개선사업의 하나로 학생자치활동방과 수업나눔연구실도 새로 만들었다. 학생자치활동방은 학생들이 동아리, 조모임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기존 교실과 달리 폭신한 벤치형 의자를 배치해 학생들이 일반 교실보다 더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교사들이 이용하는 수업나눔연구실은 카페 같은 모습이다. 이 교장은 “모든 과정에 아이들이 참여했고, 의견이 반영돼 자부심을 느낄 것”이라며 “교사들도 색다른 공간을 좋아해 자주 방문한다”고 말했다. 강동구는 오래되고 딱딱한 학교 공간을 아이들이 바라는 즐거운 배움터로 조성하는 행복학교 사업을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교육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다. 1호 행복학교인 성일초는 정문 앞에 공연이 가능한 작은 무대를 꾸몄고, 버려진 암석전시공간을 야외학습장으로 변신시켰다. 학교별로 색을 칠하거나, 도서관을 꾸미거나, 휴식공간을 새로 마련했다. 지난해 상반기 10곳, 하반기 6곳이 선정돼 학교별로 공간 디자인을 마쳤다. 올해는 18개로 확대 추진하고, 2022년까지 45곳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교육 수요자가 원하는 대로 학교 공간을 꾸며야 학교가 행복하고, 학교가 행복해야 우리 지역사회 강동이 행복하다고 생각해 착안했다”며 “새로운 공간에서 아이들이 창의성, 자율성을 키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이날 성덕여중에 필터교체형 마스크 1300장을 전달했다. 강동 자기주도학습센터에서는 양희두 강동송파교육지원청 교육장에게 강동구의 60개 초·중·고가 사용할 마스크 11만장을 지원했다. 이 구청장은 ”등교 개학을 대비해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를 전달하게 됐다”며 “학생들이 코로나19에 노출되지 않도록 지원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지구인극장] 누구냐 넌?! 얼굴없는 예술가 ‘뱅크시’ 정체 추적

    [지구인극장] 누구냐 넌?! 얼굴없는 예술가 ‘뱅크시’ 정체 추적

    스스로를 ‘예술 테러리스트’라고 칭하고, 대중에게는 ‘뱅크시’로 알려진 예술가. 20년이 넘도록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는 데 성공한 이 지구인의 정체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오늘 지구인극장이 소개할 인물은 발표하는 작품마다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정작 여전히 얼굴도, 나이도 미스테리한 예술가 뱅크시입니다. 영국 국적이라고만 알려진 뱅크시는 거리 낙서로 시작해 현재는 예술의 한 장르가 된 그래피티 전문가로도 유명한 작가입니다. 평범한 거리의 벽부터 담벼락, 지하도, 심지어 물탱크에도 낙서를 그려 넣거나, 거장의 명작을 패러디한 자신의 작품을 초대하지도 않은 루브르 박물관이나 영국 박물관에 걸어놓고 사라지는 악동이기도 하고요. 뱅크시의 작품이 사랑받는 다양한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작품이 매일 똑같아 보이는 일상에 색다른 점 하나를 찍어주는 느낌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실제로 영국 언론들은 그의 작품이 등장할 때마다 ‘팝업’(Pop-up)이라는 표현을 주로 씁니다. 어제 지날 때에는 아무것도 없던 벽이었는데 오늘 아침에 지날 때 보니 짠 하고 새로운 그림이 그려져 있으니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을까요? 뱅크시가 그린 작품은 10억 원이 넘는 높은 가격에 팔릴 정도로 인기가 좋지만, 신기한 건 그의 진짜 모습을 아는 사람은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극소수라는거죠. 그의 정체에 대해서는 수많은 썰이 존재하는데요. 뱅크시로 추정되는 첫 번째 인물은 영국의 밴드' 매시브 어택'의 보컬 로버트 델 자나 입니다. 매시브 어택이 투어를 위해서 장기 체류했던 도시에서는 공연이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뱅크시의 작품이 종종 발견됐습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자주 말이죠. 물론 로버트 델 자나는 이런 루머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뱅크시는 자신의 친구이며 공연에 몇 번 왔을 뿐이라고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의심스러운 부분은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로버트 델 자나는 앨범 커버를 직접 그릴 만큼 그림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고요. 그림을 그릴 때 뱅크시와 같은 그림 기법을 사용하는 것 역시 로버트 델 자나가 뱅크시와 동일인물이 아니냐는 의심에 기름을 붓기 충분합니다. 이밖에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뱅크시가 브리스톨 출신의 사립학교를 나온 로빈 거닝함이라는 이름의 중산층 백인 남자라고 보도한 바 있고요. 뱅크시가 여성이라는 주장이 나온 적도 있지만, 본인이 확인을 해 주지 않으니 여전히 '썰'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밖에도 뱅크시에 관해 알려진 정보는 14살 때부터 낙서화를 시작했다는 것, 1970년대생이고, 자신의 십수 억 짜리 작품을 분쇄기에 갈아넣는 '돌아이' 기질이 있다는 것, 비록 수 십억 원을 호가하는 명작이지만 동시에 남의 건물에 허락도 받지 않고 낙서를 하는 일종의 범법행위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다는 것뿐입니다. 다음 시간엔 20여 년째 ‘뱅크시’로만 불리는 이 괴짜 예술가 지구인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만든 각종 에피소드 들려드릴게요. 또 만나요.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플레이! 나우] 실업자 쏟아지는데…코로나로 떼부자된 억만장자들

    [플레이! 나우] 실업자 쏟아지는데…코로나로 떼부자된 억만장자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로 실업자가 쏟아진 마당에, 오히려 떼부자가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미국 최고부자 8은 총 1조 229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쓸어 담았다고 하는데요.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난리통에 돈벼락을 맞은 사람들은 누군지 한번 알아볼까요?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창업자 겸 CEO 제프 베조스세계적인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창업자겸 CEO 제프 베조스는 코로나 사태 이후 자산이 30조 6750억 원이나 불어났습니다.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주가도 덩달아 뛰었기 때문인데요. 올해 아마존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찍었어요. 덕분에 베조스 회장의 자산은 169조 3260억원까지 늘었고, 세계 1위 부자에 올랐습니다. 화상회의 서비스 ‘줌’ 창업자 겸 CEO 에릭 위안누구보다 코로나 특수를 톡톡히 누린 사람은 화상회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기업 ‘줌’의 창업자 에릭 위안입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화상회의 수요도 늘어난 덕분인데요. 올해 에릭 위안은 3조 1600억원을 추가로 벌어들여 총 9조원의 자산을 꾸리게 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출신인 스티브 발머의 자산도 2조 7천억 원이 늘었습니다.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의 화상회의 플랫폼 ‘스카이프’의 사용량이 늘면서 주가가 오른 덕분이라고 하네요. 하루에 465억원씩 재산 불어난 싱가포르 최고부호싱가포르에는 하루에 465억원씩 자산이 불어난 사람도 있습니다. 바로 산소호흡기 제조업체(선전마이루이 생물의료전자) 최대 주주로 있는 리시팅 회장인데요. 산소호흡기 주문이 폭증하면서 회사 주가는 50%나 급등했고요. 리회장 자산도 하루 465억원, 한달 약 1조2300억원씩 총 5조3천억 원이 늘어나 현재는 17조원까지 불어난 상태입니다. 역전된 중국부자 순위중국에서는 최고부자 순위가 바뀌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중국 최고부자는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이었는데요. 코로나 사태 이후 텐센트 마화텅 회장에게 1위를 내줬습니다. 텐센트는 메신저 ‘위챗’과 게임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최근 사용자가 늘면서 주가가 고공행진 중이죠. 그 덕에 마화텅 회장의 자산은 약 59조7500억원으로 마윈 전 회장보다 8조원 정도 많아졌어요. 이 밖에 넷플릭스 CEO와 월마트 창업자 등도 코로나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는 후문입니다. 위기는 곧 기회라지만, 코로나19로 미국에서만 2천6백만명의 실업자가 나온 상황에서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니 걱정이네요.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김해시, 자가격리 여성에 부적절 문자·영상 보낸 50대 공무원 조사

    김해시, 자가격리 여성에 부적절 문자·영상 보낸 50대 공무원 조사

    경남 김해시는 28일 해외에서 입국한 여성 자가격리자 관리업무 담당 공무원 A씨가 자가격리 여성에게 부적절한 내용의 문자와 영상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김해시와 자가격리 여성 B(30대)씨 등에 따르면 50대인 담당 공무원 A씨는 해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 11일 귀국해 14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 B씨에게 여러차례 카카오톡 메시지와 영상을 보냈다. A씨는 12일 오전 자가격리 여성 B씨에게 연락을 한 이후 자가격리 해제때 까지 20통 넘게 문자와 영상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지난 13일 집 문앞에 갖다놓은 구호물품을 확인하기 위해 문을 조금 열고 잠깐 고개만 내밀어 공무원 A씨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7일 A씨는 ‘또 쓰잘데기 없는 지시사항 내려왔네요. 주말 중 불시점검해서 인증샷 찍어 보고하라네요. B씨가 마스크하고 현관문 열고 얼굴 못 알아보게 형체만 보이게 셀카 찍어 톡으로 부탁해요. 그리고 이건 비밀’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 뒤 A씨는 ‘이젠 공적으로 B씨 대할 일 없겠죠. 그래도 행정적으로 궁금하거나 애로점 있다면 언제든지 이 늙은 오빠한테 연락주세요’라는 문자도 보냈다. A씨는 자신의 가족 영상과 나들이 영상 등 11개의 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A씨는 B씨가 자가격리에서 해제된 지난 25일 ‘그동안 고생많았어요. 오늘 자정부로 격리해제 해 줄게요. 계절의 여왕 5월 고국산천 맘껏 즐기시고 언제나 이웃과 함께 하는 멋진 B씨 되길 바래요. 돈벌어 이놈 막걸리 한잔 사주시고요. 방역당국을 대신해 협조해 주진 B씨 앞날에 건승과 발전이. 아참 이놈 담당 오빠야 마지막 동영상 올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전화를 해서 확인하는 것이 서로 불편할 수 있어 문자나 영상을 보내 읽은 것으로 확인되면 전화를 하지 않았다. 영상은 제작에 취미가 있어 만들어보냈으며 이상한 내용은 없지만 B씨가 싫다고 했으면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에 따르면 A씨는 문자·영상을 보낸 사실이 알려진 뒤 28일 하루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김해시 감사과 관계자는 “A씨에 대해 정확한 경위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하고 있으며 조사가 끝나면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해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자가격리 여성에게 “담당 오빠야 셀카 보내” 치근덕댄 공무원

    자가격리 여성에게 “담당 오빠야 셀카 보내” 치근덕댄 공무원

    경남 김해시 한 공무원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가격리 중인 여성에게 “셀카 찍어 톡으로 부탁해요” “막걸리 한 잔 사주세요” 등의 부적절한 문자와 영상을 보낸 사실이 알려졌다. 28일 김해시 등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에서 입국한 후 자가격리 중에 있던 여성 A씨는 김해시청 소속 공무원인 B씨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카카오톡 메시지와 영상을 받았다. 지난 12일 오전 B씨로부터 연락을 받은 이후 문자와 영상 등 20통 넘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지난 17일 A씨에게 “또 쓰잘떼기 없는 지시사항 내려왔네요. 주말 중 불시점검해서 인증샷 찍어 보고하라네요. 난 불시점검 나가기 싫으니 A씨가 마스크하고 현관문 빼곡히 열고 얼굴 못 알아보게 형체만 보이게 셀카 찍어 톡으로 부탁해요. 그리고 이건 ‘비밀’”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이어 같은 날 “전화를 안 받으시네. 그럼 천사왕림해야 하는데. 연락주세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B씨는 자신의 가족 영상과 나들이 영상 등 11개가량의 영상을 A씨에게 보내기도 했으며, A씨가 자가격리 해제되던 지난 25일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오늘 자정부로 격리해제 해 줄게요. 계절의 여왕 5월 고국산천 맘껏 즐기시고 언제나 이웃과 함께 하는 멋진 A씨 되길 바라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돈벌어 이놈 막걸리도 한잔 사주시고요. 방역 당국을 대신해 그동안 협조해주신 A씨 앞날에 건승과 발전이. 아 참 이놈 담당 오빠야 마지막 동영상 올립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김해시청은 28일 조사에 착수했다. A씨 역시 김해시청에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시청 감사과 관계자는 “언론보도를 통해 이런 사실을 파악하게 됐으며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면서 “조사 중이기 때문에 B씨의 연령대와 구체적인 소속 등의 인적사항은 밝힐 수 없다. 조사결과에 따라 B씨에 대한 징계 등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송윤아, 불륜 언급 네티즌에 “나쁜 일 한 적 없어”

    송윤아, 불륜 언급 네티즌에 “나쁜 일 한 적 없어”

    배우 송윤아가 불륜을 언급한 네티즌에게 일침을 가했다. 지난 26일 송윤아의 인스타그램에 한 네티즌은 “배우님 궁금한 게 있어요. 진짜 불륜 아니에요?”란 댓글을 남겼다. 송윤아가 올린 게시물은 북챌린지와 관련된 내용이었지만 이와 무관한 댓글이 달렸다. 이에 송윤아는 “살면서 착하게만, 바르게만 살아지지는 않겠지만, 도덕적으로도 해서는 안 될 일들이 있겠지요”라며 “저 역시 그런 나쁜 일은 안해왔다고 자부하면서 살고 있어요. 그렇게 살아도 안되고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님이 여쭤보신 질문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에요”라고 일침하며 “모두가 힘든 요즘 힘내시고 늘 좋은 일 함께하시길 바라요. 이 질문은 지워주시겠어요? 제가 지워도 될까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현재 해당 질문은 삭제된 상태다.한편, 설경구와 송윤아는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자신들을 둘러싼 각종 소문에 대해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3월 해당 방송에서 설경구는“이혼을 하고 나서 송윤아를 만났다. 알고 지내던 걸 사귀었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광복절 특사’를 찍었던 2002년부터 연애를 하고 ‘사랑을 놓치다’ 때 동거를 했다고 하는데, 그때 송윤아는 부모님과 살았다”고 설명했다. 설경구는 “말이 말을 더하다가 말을 안하니까 사실이 돼버렸다.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말이 재생산되고 하는 것에 대해 답답했다”며 “송윤아는 말하고 싶어 했지만 내가 입을 막았다. 내 어린 딸을 위해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한편, 송윤아와 설경구는 지난 2009년 결혼해 다음해 아들을 얻었다. 당시 설경구는 재혼이었다. 설경구는 비연예인 여성과 결혼했지만 10년 만인 2006년 이혼했다. 둘 사이에 딸이 한 명 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지옥’ 같은 세상 사는 청년세대, 그 현실 그리고 싶었다

    ‘지옥’ 같은 세상 사는 청년세대, 그 현실 그리고 싶었다

    2011년 개봉한 영화 ‘파수꾼’은 ‘윤성현’이라는 주목 할 만한 신인 감독의 탄생을 알렸다. 이후 신작 ‘사냥의 시간’까지 9년. 그새 영화 배경은 10대의 고등학교 교실에서 20대의 삭막한 도시로 바뀌었고, 독립 영화계의 신성은 상업 영화로 답할 시간을 맞았다. 지난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사냥의 시간’이 곧 윤성현(38) 감독의 성장 서사인 이유다. 24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난 윤 감독은 ‘사냥의 시간’이 빚은 세계에 대해 “청년 세대가 한국 사회를 지옥에 빗대 많이 얘기하는데, 그런 이미지의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냥의 시간’은 금융위기로 희망이 사라진 도시, 감옥에서 출소한 준석(이제훈 분)이 친구 장호(안재홍 분)와 기훈(최우식 분), 상수(박정민 분)와 함께 도박장을 터는 얘기다. 그 돈을 들고 대만으로 튀겠다는 기대도 잠시, 곧 정체불명의 추격자 한(박해수 분)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목적이 단순히 도둑맞은 돈을 되찾는 것 이상으로 보이는 이 남자는, 이들을 풀어 줬다가 다시 뒤쫓는 객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사냥의 시간’이다. 윤 감독은 자신이 쌓아올린 배경에 대해 “미래라는 개념에 집중하지 않은, 우화적인 공간”이라고 거듭 말했다. 여기에는 그의 기억 속 IMF 사태나 남미 여행이 힌트가 됐다. “남미 화폐가 굉장히 무가치하거든요. 음료수 하나 사려고 해도 화폐를 돈다발로 가져가야 해요. 그런 기억들을 참고 삼아 세계관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박장을 터는 그네들의 ‘한탕’ 이후 영화는 공포물인가 싶을 정도로 서스펜스가 두드러진다. “범죄물과 서스펜스, 서부극 엔딩의 장르적 차용까지 여러 장르를 동시에 다루고 싶었다”던 윤 감독의 의지가 빚어낸 일이다. 긴박한 서스펜스를 돕는 건 주연들의 호연이다. 영화는 애초에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이라는 충무로 최고의 청춘 스타들을 캐스팅해 화제를 모았다.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추격자 한 역의 박해수는 영화 ‘소수의견’ 속 활약을 보고 윤 감독이 직접 그의 연극들을 대학로에서 찾아봤단다. 윤 감독은 “최선, 최고의 캐스팅이라는 생각으로 기쁜 마음으로 작업했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파수꾼’에 이어 영화의 키 플레이어를 맡은 이제훈은 윤 감독에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집중력을 가진 배우”다. 지난 2월 말 개봉 예정이던 영화는 해외 판매 대행사와의 송사 등 여러 부침 끝에 넷플릭스행을 택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영화는 짙은 색채의 이미지, 힙합 프로듀서 프라이머리가 음악감독을 맡은 강렬한 사운드 덕에 극장 상영이 더 적합해 보인다. 친구의 자살을 둘러싼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 ‘파수꾼’과는 다른 결이다. 윤 감독은 “직선적인 이야기 안에서 사운드와 이미지의 힘으로 가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넷플릭스 공개를 위해 사운드 믹싱을 다시 했다는 그는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에 공개되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시청자들에게 부탁이 있다면 “핸드폰이 아닌 조금이라도 큰 화면으로, 소리를 크게 해서 보는 것”이다. 그가 ‘파수꾼’과 ‘사냥의 시간’ 사이 9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데는 이유가 있다. “200억원 규모의 영화 시나리오를 쓰다가 잘 안 됐어요. 독립영화 한 편 하고 200억원 상업 영화 하는 게 말이 안 되는데 성격상 칼을 한 번 뽑으면 끝까지 가는 편이라…. 여우같이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했네요.” 그러나 그 시간이 있어 영화감독 윤성현은 더욱 유연해졌다. “저는 이제는 감독이 글(시나리오)도 써야 한다고 생각 안 해요. 감독으로서 어떤 구성, 어떤 음악과 사운드 이펙트로 영화가 보이는지에 집중하고 싶고요. 다양한 작품으로 다양한 관객들을 만나는 게 감독으로서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니까요.” 스티븐 스필버그, 구로사와 아키라 같은 선배 거장들을 떠올리며 그가 새로이 내린 결론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5·18문학상 본상에 공선옥의 ‘은주의 영화’ 선정

    5·18기념재단은 24일 5·18문학상 본상 수상작으로 공선옥 소설집 ‘은주의 영화’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5·18문학상 본상 심사위원들은 본상 후보에 오른 작품 14편을 심사, 수상작을 가렸다. 심사위원회는 ‘은주의 영화’가 작품성과 5·18문학상의 정체성을 두루 갖췄다고 평가했다. 심사위는 “광주의 이야기들 속에서 꺼져가는 불씨를 찾아내 시간과 공간을 함께 아우른 해원의 불길을 만들었다”며 “그 불길을 이루는 것들은 작고 보잘 것 없었으나 긴 시간 침묵하면서도 결국 자신들의 고통을 폭발시키고 넘어서는 존재들의 육성이다”고 평했다. 5·18문학상 신인상으로는 ▲시 부문 ‘고요한 세계-김경철을 기리며’ ▲소설 부문 ‘제주 푸른 밤바다’ ‘시크릿 박스’ ▲동화 부문 ‘오월의 내리는 눈’이 각각 선정됐다. 5·18문학상 신인상 공모에는 시 1024편, 소설 91편, 동화 46편이 접수됐다. 본상과 신인상 시상식은 5월23일 열린다. 한편 5·18문학상은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기린 오월 문학의 저변 확대를 위해 제정됐다. 2006년부터 시상해오고 있으며, 2016년부터 본상과 신인상으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우리 동네 이거 알아?] 300종 물품부터 지식까지 빌려드립니다/윤수경 기자

    어쩌다 쓰는 제품이지만 실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들이 있습니다. 그런 물품을 저렴한 비용으로 대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더는 이런 문제를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생활 가전제품을 비롯해 300여종의 물품을 갖추고 있는 은평 물품공유센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은평 물품공유센터는 연서로34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4층 건물 중 1층은 물품 공유 공간으로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생활용품과 전동공구, 각종 캠핑용품 등을 빌려줍니다. 2층은 지식공유 공간입니다. 강의시설과 퀼트, 가죽공예, 정리수납, 해금 등 취미에서 창업까지 다루는 전문적인 강좌가 진행됩니다. 3층에는 DIY 목공방이 있고 4층은 모임과 휴게 공간입니다. 이용법은 우선 홈페이지(www.epshare.org)에서 회원가입을 합니다. 그다음 예약을 하거나 방문해서 대여를 신청하면 됩니다. 다양한 기술과 재능을 교육받을 수 있고요. 2층 다목적 교육실과 4층 세미나실을 대여할 수도 있습니다. 공유라는 개념은 우리 고유의 전통 중 하나인 품앗이에서 나왔습니다. 농경사회였던 우리는 가래질하기, 모내기, 풀베기할 때 부족한 노동력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노동력을 빌려 오기도 했지요. 은평 물품공유센터 역시 이러한 품앗이 전통을 이으며 동네의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은평에 위치한 물품공유센터에서 갖가지 물품과 지식을 빌려 보는 건 어떨까요.
  • 기다렸던 연습경기인데… 꽃샘추위에 애먹는 구단들

    기다렸던 연습경기인데… 꽃샘추위에 애먹는 구단들

    다음달 5일 개막을 앞두고 연습경기를 치르고 있는 프로야구가 뜻하지 않은 꽃샘추위를 만나 애를 먹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막이 미뤄졌던 프로야구가 개막일이 결정되면서 각 구단들은 연습경기를 통해 최종 실전 점검에 돌입했다. 그러나 4월 말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강추위가 덮치며 경기 외적인 변수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지난 21일 연습경기를 앞두고 현장에서는 개막에 대한 설렘과 날씨 변수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관중 없이 고요한 야구장에 닥친 강풍은 경기장 시설들이 금방이라도 파손시킬 것처럼 위협적이었다. 실제로 이날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훈련하는 도중 배팅 케이지가 강풍에 넘어지는 장면도 나왔다. 추운 날씨는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경기에 돌입하자 선수들의 유니폼이 강풍에 심하게 펄럭이는가 하면 일부 타자들은 강풍으로 인해 타석에서 물러나는 모습도 보였다. 22일에도 서울 지역 최고기온이 10도 안팎에 머무는 등 추운 날씨가 이어져 선수들은 더그아웃에 두텁게 껴입고 등장하는가 하면 일부 더그아웃에선 난로가 등장하기도 했다. 추위는 선수들의 몸을 위축시켜 부상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감독들도 추위로 인한 경기력 저하와 부상 등을 걱정할 정도였다. 애타게 기다렸던 연습경기지만 추위가 주전 라인업의 전력을 제대로 확인할 기회를 앗아간 탓에 최종 모의고사격인 연습경기의 취지도 조금은 무색해졌다. 특히나 막판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선수들로서는 날씨가 더더욱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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