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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조카 살인 변호’ 이재명, 女인권 짓밟으며 페미니즘 운운”…李 “페미니즘과 무관”(종합)

    윤석열 “‘조카 살인 변호’ 이재명, 女인권 짓밟으며 페미니즘 운운”…李 “페미니즘과 무관”(종합)

    尹 “회칼 난자 흉악범 조카 변호한 李” 비판李 “변호사 자체가 범죄자 변호… 제 부족”대장동 사건에 李 “누가 진짜 몸통인지 보자”尹 “거짓말의 달인이라 못하는 말이 없네”박빙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마지막 TV 토론에서 이 후보의 변호사 시절 여자친구과 어머니를 잔인하게 살해한 ‘조카 살인사건 변호’를 놓고 서로 언성을 높였다. 윤 후보는 “이 후보가 여자친구를 무참히 살해한 조카를 변호하면서도 페미니즘을 운운한다”고 비판했고 이에 이 후보는 “변호사 직업 자체가 범죄인을 변호하는 일로 페미니즘과는 상관 없다”고 받아쳤다. 두 후보는 대장동 의혹을 놓고도 고성이 오가는 난타전을 벌였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사실상 좌초된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양강’ 후보에게 동시에 견제구를 날렸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양강’ 후보의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이 허구라는 점을 거듭 비판했다. 李 “페미니즘과는 상관 없어”尹 “여성들도 그렇게 생각할지 의문” 윤 후보는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3차 TV토론에서 “저출산에 따른 인구 구조가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라면서 “여러 정책도 중요하지만 자유가 숨 쉬고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 품격 있는 나라 국민이 자부심이 가질 수 있는 나라가 돼야 젊은이가 아이를 갖게 되지 않겠냐”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어 “(이 후보가) 조카가 여자친구와 어머니를 37번 찔러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변호)을 맡아 데이트 폭력, 심신 미약이라고 했다”면서 “딸이 보는 앞에서 엄마를 회칼로 난자해 살해한 흉악범을 심신미약, 심신상실이라고 변호했다”고 해당 사건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여성 인권을 무참히 짓밟으며 페미니즘을 운운한 이분, 이런 분이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된다면 과연 젊은이가 아이 낳고 싶은 나라가 되겠느냐”며 이 후보를 공격했다. 이 후보는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범죄인을 변호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해도 제 부족함이었다고 생각하고 피해자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윤 후보님”이라고 부른 뒤 “페미니즘과 이것은 상관없다. 변호사의 윤리적 직업과 사회적 책임 두 가지가 충돌한 것이니 분리해 말해달라”고 했다. 윤 후보는 “여성들이 그렇게 생각할지 의문”이라고 답했다.尹 “대장동 사건, 국민 우습게 보는 처사”李 “대선 끝나도 대장동 특검해, 동의하나”尹 “이거 보세요, 당연한 걸 왜 여태 안해”李 “왜 확인되지 않은 내 얘기하나” 두 후보는 대장동 개발사업특혜 의혹을 놓고도 격돌했다.  윤 후보는 “대장동 사건을 시장으로서 설계하고 승인했지만, 검찰은 이 수사를 덮었다. 하지만 덮은 증거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장동 사업 관계자들의 검찰 진술과 녹취록 등을 일일이 열거한 뒤 “국민들은 다 안다. 이 후보가 아이 키우고픈 나라를 이야기하고 노동 가치를 이야기하고 나라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건 국민을 우습게, 가볍게 보는 처사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대선이 끝나더라도 특검을 하고, 거기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대통령에 당선돼도 책임을 지자. 동의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윤 후보는 곧장 “이것 보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가 연거푸 “동의하느냐”고 묻자 윤 후보는 다시 “이거 보세요”라고 말하며 후보 간 언성이 높아졌다.윤 후보는 “지금까지 다수당으로서 수사 회피하고. 대선이 국민학교 애들 반장선거인가. 정확히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검찰이) 덮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 후보가 “그러니깐 특검하자고요. 왜 동의를 안 하느냐”고 재차 묻자, 윤 후보는 “당연히 수사가 이뤄져야죠. 왜 당연한 것을 지금까지 안 하고 있었나”라고 받아쳤다. 이 후보는 또 “같은 사람이 한 말인데 ‘윤석열 후보가 내 카드 하나면 죽는다, 바로 구속돼 죽는다’ 이렇게 말한 건 인용을 안 하고 왜 저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는 그렇게 하느냐”면서 “검사를 그렇게 해왔나”라고 반격에 나섰다. 그러자 윤 후보는 “제가 중앙지검장 때 법관 수사를 많이 해서 혹시나 법원에 가면 죽는다는 이야기라고 이미 언론에 나왔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에서 사건 덮어 여기까지 왔으면 그런 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지, 국민들한테 이게 뭐냐”고 말했다. 이 후보가 “국민 여러분 한번 보십시오. 누가 진짜 몸통인지”라고 하자, 윤 후보는 “거짓말에 워낙 달인이다 보니 못 하는 말씀이 없다”고 응수했다.李 “기본소득, 국가가 책임”尹 “현금성 복지, 엄청난 세금·성장위축” 두 후보는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을 놓고 대립했다. 이 후보는 복지 정책 질문에 “기본소득과 각종 수당을 통해서 최소한의 수당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또 일자리 안전망, 소득 안전망, 돌봄 안전망 등 세 가지 안전망을 강조하고 “유아, 아동, 노인, 장애인, 환자 등을 확실하게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재원에 대해선 “재원 마련 방법은 지출 구조조정과 같은 세원 관리로, 탈세를 잡고 자연증가분을 포함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윤 후보는 “모든 국민이 질병, 실업, 장애, 빈곤 등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해 주는 복지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초가 되고 또 성장은 복지의 재원이 된다”면서 “성장과 복지의 지속 가능한 선순환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 서비스 복지는 현금 복지보다 지속가능한 선순환에 크게 기여한다”면서 “기본소득과 같은 현금 보편 복지는 엄청난 재원과 세금이 들어가고 성장을 위축시키는 반면에 그 효과가 크지 않다”고 이 후보를 겨냥했다.이어 “4차 산업혁명에 첨단과학기술을 적용해서 도약적인 성장을 시킴과 아울러 복지 서비스의 질을 제고하면 더욱 큰 선순환을 이루어낼 수 있고 맞춤형 복지 또 사각지대 복지의 제로의 시대를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재원 마련과 관련, “1년에 (1인당) 연 100만원만 해도 50조원이 들어가는데 이걸 가지고 탄소세다, 국토보유세다 해서 증세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성장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기본소득 비판을 자주 하는데 국민의힘 정강정책 1조 1항에 기본소득 한다고 들어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윤 후보가 “이 후보가 말한 그런 기본소득과는 다르다”고 응수하자, 이 후보는 “‘사과’라고 하면 ‘사과’이지 ‘내가 말한 사과와 다르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꼬집었다.안철수 “李, 조세부담률 2% 증세 밝혀”이재명 “증세 자체를 할 계획 없다”심상정 “그러면 퍼주기 비판 받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이 후보의 공약 이행 재원 마련 방안을 거론하며 “조세 부담률을 2% 인상하는, 그러니까 증세에 근거한 시나리오에 의한 재정 추계”라면서 “앞으로 증세하겠다는 것을 명확히 밝히셨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언론에 보니까 국정공약 300조에서 350조, 지방공약은 아예 예산 추계가 안 나왔는데 감세는 얘기하면서 증세 계획은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 후보는 “안 후보가 말한 2%는 세율을 올리거나 세목을 만드는 게 아니고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세수가 늘어난다는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저희는 증세 자체를 할 계획은 없다.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이에 심 후보는 “증세 계획이 없다면 100% 국가 책무로 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 그럼 퍼주기 비판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면서 “여유 있는 분들, 코로나 때도 돈을 버는 분들에게 더 고통 분담 얘기를 해야 된다. 복지 증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는 그러면서 “이 후보가 증세를 얘기하는 저더러 좌파적 관념이라 얘기하고 증세는 자폭행위라고 말씀하실 때 제가 깜짝 놀랐다”면서 “윤 후보한테나 들을 만한 얘기를 들었던 것이다. 이건 굉장히 비겁하고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제가 그런 말 한 적 없다.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는데 자꾸 지어내신다”고 부인했다. 심 후보는 윤 후보에게도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이고 감세 없는 복지는 사기”라면서 “어려운 재난 시기에 부유층에게 고통을 분담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게 책임정치”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필요하면 증세도 하고 국채 발행도 할 수 있지만, 원칙은 초저성장 시대에 경제를 원활하게 성장시켜야 복지 재원이 많이 산출된다”며 증세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복지 공약 재원 266조원 조달 방안으로 지출구조조정과 자연 세수 증가 등을 제시했다. 그러자 심 후보는 “그거 거짓말이다”라고 언급했고, 윤 후보는 “근거도 없이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응수했다. 심 후보가 “자료를 후보가 내야지”라고 하자, 윤 후보는 “자료도 없이 아무 말이나 하는 데는 아니지 않나”라며 날 선 발언을 했다.安 ‘정신병원 입원 권한 이양’ 공약에尹 “李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관련?”安 “수사권 없어 몰라”…李 “경찰이 한 것” 안 후보는 이 후보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방침과 관련, 야구장에서 각자 키가 다른 사람들이 야구를 관람하는 장면을 담은 패널을 꺼낸 뒤 “똑같은 혜택을 주는 산술적 평등보다는 공평, 형평이 더 맞는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재난지원금은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어서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을 배제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양강’ 후보가 안 후보와 연대 전선을 형성하려는 모습도 포착됐다. 윤 후보는 정신병원 입원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장에서 전문가위원회로 넘기는 안 후보의 공약을 놓고 이 후보의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수사권이 없어서 (사실관계는) 모른다. 이런 문제는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공약을 냈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중간에 끼어들어 “(강제입원은) 경찰이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와 안 후보는 지방균형 발전 문제를 놓고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 “쫄지말고 계속 꿈꾸자고요”…첫 에세이 ‘울다가 웃었다’ 펴낸 김영철

    “쫄지말고 계속 꿈꾸자고요”…첫 에세이 ‘울다가 웃었다’ 펴낸 김영철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진지함, 가족에 대한 사랑과 아픔, 그리고 극복했다는 것도 보여드리고 싶고요. 무엇보다 ‘글도 잘쓰는구나’ 하며, 제 글솜씨에도 놀라실 걸요?(웃음)” 개그맨 김영철(48)이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첫 에세이 ‘울다가 웃었다’(김영사)를 낸 소감을 들뜬 표정으로 전했다. 2일 온라인으로 가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겸손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특유의 너스레를 떠는 모습은 영락없는 그였지만, 곧 ‘말보다 글로 웃기는 개그맨’이라는 독자 반응이 눈물나게 좋다는 그에게 작가라는 표현도 퍽 어울려 보였다. 매일 아침 라디오를 통해 활기찬 목소리로 에너지를 주고 23년간 방송을 통해 유쾌하고 긍정적인 웃음을 선사했던 그는 첫 책에 속깊은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지난해 1월 2주간 자가격리를 하면서 속얘기를 꺼내 글로 옮겨본 것을 시작으로 약 10개월간 거의 매주 1~2편씩 차곡차곡 글을 써내려갔다.‘슬픔’, ‘농담’, ‘꿈’, ‘사람’ 등 네 장으로 나눠 총 49편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특히 첫 장인 ‘슬픔’에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겪었던 부모님의 이혼, 이듬해 교통사고로 떠난 형의 이야기 등 그동안 그가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사뭇 다른 눈물 가득한 사연이 담겼다. “인생에서 18~19살이 가장 힘들었고 그 때 거의 다 울었던 것 같다”면서 “이후 살면서 관계가 아무리 안 좋아지고 방송하다 못 웃기거나 PD에게 혼이 나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던 것도 이미 그 시절에 너무 큰 일을 겪고 난 뒤라 (웬만한 일은)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고 말할 만큼 매일 눈물로 지새웠던 시간들을 담담하게 그렸다. 김영철은 “한 켠에 갖고 싶은 나의 아픔이었다”면서 “아마 30대였으면 계속 아끼고 더 멋져보이는 글을 썼겠지만 이제 마흔을 훌쩍 넘기고 나니 이제야 좀 어른 반열에 올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렇게 아픔을 다 털어놨으니 더 빨리 진짜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책을 쓰면서 울산 바닷가에서 울던 영철이, 그 어린 소년을 제가 제대로 보살펴줬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글을 쓰는 것보다 말하는 게 더 쉽긴 하지만 쓰다 보니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어린시절을 잘 극복하고 보내준 것 같아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며 다시 웃었다.그는 이 책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겪어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는 바람을 덧댔다. 책으로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쫄지 말자”는 거라고 했다. “큰누나가 ‘책을 다 읽고 나니까 다시 한 번 열심히 살아보고 싶다’고 하더라”면서 “책을 보시고 혹여라도 나이와 상관 없이 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저도 더 잘할 수 있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걱정이 많고 쫄았더라고요. 내가 잘하는 게 뭔지, 꿈이 뭔지 돌이킬 수 있는 시간도 가져보고 저의 말도 안 되는 헐리우드 좌충우돌기로 용기도 가지시길 바랍니다.” 꾸준한 노력으로 영어공부를 하며 유창한 실력을 뽐내고, 오래 전부터 헐리우드를 꿈꾸는 자신의 모습을 알려왔던 김영철은 지난해 헐리우드에 다녀온 경험과 최근 ‘오징어게임’ 이정재·정호연의 미국배우조합상 주연상 수상 등을 보며 더욱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도 했다. ‘상상하는 쪽으로 살아가게 된다’는 말을 소개하며 그는 “꿈을 꾸니 또 다른 꿈이 생기더라. 마치 ‘꿈 도장깨기’를 하듯 하나씩 이뤄간다”고 말했다. 10년 뒤 어떤 모습일 것 같냐는 물음에 “영어가 더 늘어서 아주 잘하고 있을 것 같고 미국에서 활약하며 다시 ‘짜잔~아임 백(I‘m back)’ 할 수 있는 글로벌 코미디언이 될 것 같다”며 다시 즐거운 표정을 이어갔다.
  • AI로 청각장애 택시기사 소통 돕는다…SKT, 스타트업과 ESG 미래 제시

    AI로 청각장애 택시기사 소통 돕는다…SKT, 스타트업과 ESG 미래 제시

    SK텔레콤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022에서 스타트업들과 함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가치를 내세운 기술을 선보였다.SK텔레콤은 MWC 2022 부대행사인 ‘4YFN’(4 Years from Now)에서 단독 부스를 마련해 자사 ESG 프로젝트 2개와 스타트업 11개 기술을 전시했다고 2일 밝혔다. 4YFN은 이번 MWC에 전시되진 않았지만, 향후 4년 뒤엔 MWC에 참가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박람회다. SK텔레콤이 11개 스타트업과 내세운 주제는 ‘장애가 어려움이 되지 않는 세상’을 뜻하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와 환경·에너지·사회안전망 등이다. 배리어프리 AI로 장애인-비장애인 격차 ↓ SK텔레콤은 자사 AI(인공지능) 플랫폼 ‘누구’에 스타트업 기술들을 접목해 만든 배리어 프리 AI 서비스를 소개했다. 스타트업 투아트의 시각장애인용 사물·글자 인식 지원 서비스 ‘설리번플러스’를 누구에 적용한 ‘Now I See’는 시각장애인이 말로 모든 기능을 동작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다. ‘고요한’(코액터스)은 청각장애 택시기사와 승객간 소통을 돕는 서비스, ‘착한 셔틀’(모두의 셔틀·이유)은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을 위한 맞춤형 출퇴근 셔틀 서비스다. 특히 ‘Now I See’는 음성AI와 시각AI를 함께 적용한 세계 최초 사례로 주목받아 올해 GSMA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에도 출품됐다. 이외에도 SK텔레콤과 카카오의 ESG 펀드 투자를 받은 시각장애인용 점자출판 플랫폼(센시), AI 시선추적 솔루션(비주얼캠프), 시각장애인 모바일쇼핑 앱(와들), 스마트 점자학습 솔루션(오파테크) 등 기술이 소개됐다.빅데이터로 낭비음식 최소화…AI 친환경 실천 이번 4YFN에선 친환경·사회안전망을 기술과 융합한 ICT 서비스도 다양하게 소개됐다. SK텔레콤은 AI와 무인 다회용컵 반납기를 활용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줄이는 다회용컵 사용 프로젝트 ‘해피해빗’을 전시했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SK텔레콤과 오이스터에이블·행복커넥트가 공동 추진 중인 프로젝트로, 서울 중구 일부 지역과 제주 전역에서 약 140만개의 일회용 컵을 절감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나아가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낭비음식을 최소화하는 솔루션(누비랩), 전기차 인프라 플랫폼(소프트베리), 빅데이터 활용한 사회안전망 구축 솔루션(이투온),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관리 솔루션(식스티헤르츠), 택시 동승 중계 플랫폼 반반택시(코나투스) 등 환경과 사회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전시됐다.박용주 SK텔레콤 ESG담당은 “디지털 포용 사회는 선진 대한민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SK텔레콤은 ICT 혁신기술로 ESG 스타트업 육성과 생태계 확장 등 ESG경영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기자가 되고 싶은 강서구 어린이 모여라

    기자가 되고 싶은 강서구 어린이 모여라

    “처음 제가 쓴 기사가 아직도 기억이 나요. 그땐 정말 어린이 기자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터뷰, 찬반 토론 같은 재밌는 경험도 할 수 있었고요, 자신감과 용기도 더 생겨난 것 같아요.”(강서구 제12기 어린이 기자 문서현, 수명초6) 서울 강서구는 초등학생과 학부모에게 맞춤 구정 정보를 제공하는 소식지 ‘강서꿈동산’에서 활동할 ‘제13기 어린이 기자단’을 모집한다고 2일 밝혔다. 강서꿈동산은 어린이 기자들이 직접 취재, 작성, 편집에 참여하는 어린이 소식지다. 강서의 역사·문화·정보, 지역 내 어린이 체험활동, 학습정보 등이 수록되는 계간지다.강서구에 있는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는 기자단에 지원할 수 있다. 강신·신강·양동초등학교 학생 중 강서구에 거주하는 경우도 참여할 수 있다. 오는 24일까지 지원서와 지정 주제 기사 1편을 제출하면 된다. 지정 주제는 ‘우리 동네 명소 소개’와 ‘내가 꿈꾸는 세상’ 두 가지다. 분량은 600자 내외다. 구는 작성된 기사를 평가해 어린이 기자 60명을 선발, 결과를 오는 3월 30일 홈페이지에 발표한다. 선발된 어린이 기자들은 구에서 기자증을 발급받는다. 오는 4월 1일부터 1년 간 강서구 주관 행사, 지역 탐방, 학교 소식 등을 전하게 된다. 강서꿈동산 소식지는 어린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지역 내 초등학교와 도서관 등 다중이용시설에 배부되고 있다. 강서구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과 모바일로도 볼 수 있다.
  • 러 폭격에 숨진 우크라 축구선수들… “도망칠 수 없었다” 전쟁터 속 심판

    러 폭격에 숨진 우크라 축구선수들… “도망칠 수 없었다” 전쟁터 속 심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엿새째인 2일(한국시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하리코프와 수도 키예프, 남부 도시 헤르손 등을 중심으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완강한 저항으로 주요 도시 가운데 한 곳도 확실히 점령하지 못한 가운데 러시아군은 민간인 주거지도 가리지 않고 무차별 포격과 폭격에 나서고 있다. 축구계에서도 희생자가 나왔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이날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우크라이나 축구 선수 2명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FIFPro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축구계의 첫 번째 희생”이라며 “젊은 우크라이나 축구선수 드미트로 마르티넨코(25)와 비탈리 사필로(21)의 가족, 친구, 팀 동료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지역 클럽 FC 호스토멜에서 뛰는 아마추어 선수 마르티넨코는 어머니와 함께 키예프 인근 자택에서 러시아군의 폭격에 목숨을 잃었다. 우크라이나 구단 카르파티 리비프의 유스팀 출신인 사필로는 전차 승무원으로  입대했다가 지난달 25일 수도 키예프 근교에서 러시아군과 교전 중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프 구단은 “영웅에 대한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겠다”며 고인을 추모했다.폐허로 변한 우크라이나 시내전쟁터에 놓인 여성심판 절규 지난해 잉글랜드와 안도라의 월드컵 예선 경기를 관장했던 우크라이나 여성 심판 마르냐 스틸레스카는 폭탄 투하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상황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를 탈출하지 못하고 동부에 머무르고 있는 스틸레스카는 영국 미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것이 이제 우리의 삶이다. 가끔 폭탄과 탱크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린다”라며 “러시아군이 우리 주변에 있어서 도망칠 수 없었다. 우리 동네는 고요하지만 이웃 동네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그곳에서 폭발과 폭탄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집 안에 있는 지하실에서 가족과 지내고 있다는 스틸레스카는 “지하실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다. 혹시 모를 침략에 대비해 화염병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러시아가 인터넷을 끊으려 한다. 그들은 우리의 저항을 멈추려고 잘못된 정보를 알려준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항복했다고 하지만 우리는 결코 믿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를 믿기 때문에 끝까지 싸울 것이다”고 항전의지를 불태웠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표현과 사라지는 기억들 [클로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표현과 사라지는 기억들 [클로저]

    광복 77주년·삼일절 103주년…여전한 문제들복잡한 한반도 정세 대처, 우리 모두의 과제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기사를 쓸 때 가장 난감한 경우는 따옴표 관련한 건입니다. ‘위안부’는 영어로 ‘comfort women’으로 변역됩니다. ‘위안을 주는 여성들’이라니. 일제 치하 한국에서 강제 징용됐던 여성, 남성들을 생각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표현입니다. 또한 ‘정신대’라는 말 역시 일본군이 지칭하는 누군가 무엇을 솔선수범해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으므로 부적절합니다. 그 누구도 당시 솔선수범해 일본 천황을 위해 ‘위안부’ 피해자가 되진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난감한 표현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왜 따옴표가 붙는지를 이해하면 기사 쓰기 시 첫 줄에 따옴표를 썼다고 그 다음 줄부터 따옴표를 뺀다는 그 관행은 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한 인용의 의미가 아니라는 걸 의식적으로 깨달을 필요가 있으니까요. 통일성 역시 중요한 문제여서 이러한 규칙을 위한 규칙은 때로 현실 위에 있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부단히 기록하며 규칙 뒤에 있던 맥락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죠. 본 기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표기를 이어가겠습니다. 돌아와서,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돼 반인륜적인 피해를 당한 할머니들은 아직도 제대로 사과를 받지 못했습니다.여성가족부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여성가족부 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사망에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유족은 인적사항에 대한 비공개를 요청했죠. 또한 장례 절차를 마무리한 후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알렸습니다. 자, 이제 현재 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단 12명입니다. 확인된 피해자 240명 중 228명이 사과를 받지 못하고 눈을 감았고 단 12명이 살아 계십니다. 일본은 1944년 여자정신근로령, 조선인 징병제를 실시해 한국의 여성, 남성을 강제 징용했습니다. 한반도를 삼킨 것으로 모자라 중국, 미국으로 야욕을 뻗어가며 부족한 노동력, 병력을 함부로 탈취한 것입니다. 또한 노동력이라 부를 수도 없는 반인륜적 만행도 저질렀죠. 위안소의 경우는요. 1931년 일본군 ‘위안부’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고 이후 1944년 여자정신근로령을 활용하기 전부터 만들어진 기록들도 존재합니다. 그러니 여자정신근로령은 이전부터 존재하던 일본의 만행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인 셈이죠. 군수공장에 취업을 알선할 것처럼 사람들을 모집해 속여 끌고 간 겁니다. 일본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을 따랐다고 주장합니다. 민가에 들어가 이들을 끌고 나왔다는 증거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들은 거짓 공고를 내어 한국의 소년·소녀들을 속였습니다. 역사엔 증거가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모집을 일본군과 각 지역 경찰이 관여한 증거가 드러난 1938년 일본 육군 병무국 병무과의 ‘모집방법문서’, 1945년 근로정신대로 끌려간 피해자가 일본 후지코시 주식회사로부터 받은 신분증에 적힌 ‘정신대’ 소속 신분증 등은 모두 증거가 됩니다. 실제 이 피해자의 소속은 ‘위안소’였거든요. 더 중요한 증거는 명백한 사실을 토대로 한 피해자의 목소리입니다. 첫 증언이 나온 것은 1991년입니다. 현대의 우리는 피해 할머니들의 목소리에 다소 익숙합니다만 그 때는 달랐습니다. 증언 자체를 창피로 여겨 삼가는 경우도 많았으며 그 때문에 일본측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끌어간 사실이 없다고 우기는 일이 지금보다 수월했죠. 주한 일본대사관이 당시 “증인이 나오면 몰라도 인정할 수 없다”고 우기기까지 했습니다. 첫 증언자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첫 증언으로 일은 달라졌습니다. 할머니는 그 해 8월 14일 최초로 피해 사실을 알렸고 이는 후에 2017년에 이르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 됐죠. 할머니의 증언은요. 결성된 1990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서 증언의 목소리를 찾으면서 연결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피해자들이 전면에 나서는 게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각기 다른 ‘위안소’에 배치돼 서로의 존재를 몰라 ‘나만 숨기면 되는 문제’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후 용기를 낸 피해자들이 하나 둘 늘어났죠. “내 아픔을 드러내 후세의 사람들은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할머니가 증언의 이유로 밝힌 말입니다. 이후 피해 할머니들의 신고는 더 들어왔죠. 이전까지 광복 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 소녀들은 일본군에 의해 사살되거나 돌아와서도 상처를 그저 숨기고 살아야 했던 겁니다. 물론 광복 후 1945년 1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나서기도 했습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조직된 한국부녀공제회가 쓴 명부에 ‘위안부’가 포함된 여성의 이름은 총 776명입니다. 모든 소녀들이 돌아오지 못했고요. 일부는 전쟁 포로가 되기도 했고요. 사망한 이들도 다수라는 걸 생각하면 이는 전체 피해자의 일부일 가능성이 높죠. 또한 현재 확인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수 역시 200명대인 걸 생각하면 말입니다. 우리가 아는 건 정말 ‘새발의 피’일 겁니다. 1945년 8월 15일 독립된 조선을 맞은 후 2022년. 이제 8월이 되면 광복 77주년이 됩니다. 그보다 앞서 3월 1일. 1919년 3월 1일 삼일절로부터 103주년이 되는 날이 다가옵니다. 고초를 겪은 용기있는 사람들, 안팎으로 독립을 도왔던 이들 덕분에 광복을 이뤘지만 시간이 흐르며 기억·증언은 사라져 갑니다. 강제 동원을 기억해야 할 이들은 일본의 반성하지 못한 이들이지만요. 그들이 아직도 깨닫지 못했다면 우리 역시 잊지 말고 기록해야 합니다. 3·1운동은 대한민국임시정부 헌법에 ‘대혁명’으로 표기돼 있습니다. 대중과 비폭력으로 전개된 전국 만세시위.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그저 ‘독립’을 외쳤던 용기있는 사람들처럼 우리 역시 분노하되 냉정한 머리로 우리의 오늘을 위해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겠습니다. 한반도 정세에 대처하는 것, 모두 우리의 몫입니다.
  • 빅데이터로 위험도로 개선…교통사고 사망자 76% 감소

    빅데이터로 위험도로 개선…교통사고 사망자 76% 감소

    교통사고 다발 지역을 대상으로 사고 요인을 분석해 도로환경을 개선한 결과 사고 건수와 사망자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도로교통공단은 2019년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을 진행한 227곳의 교통사고 분석 결과 2016~2018년 연평균보다 사고 건수는 33.2%, 사망자 수는 75.6% 줄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인명 피해 교통사고가 한해 3~5건 이상 발생한 지점을 선정해 사고요인을 분석하고 도로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의 사고 통계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매년 전국 400개 지점, 16개 구간 중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맞춤형 개선책을 수립한다. 공단은 주요 개선 사례로 대전 서구 갈마네거리 교차로를 꼽았다. 갈마네거리에서는 사업 실시 이전 3년간 연평균 28.7건의 사고가 발생했지만, 신호등·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시인성 개선 등 사업을 추진한 결과 사고 건수가 연 13건으로 54.7% 줄었다. 충북 청주 흥덕구 신촌교차로 역시 급커브와 한산한 통행량으로 신호위반 사고 등이 연평균 6.3건 발생하던 곳이었으나 교통섬을 설치하고 이격식 미끄럼방지 포장 등을 추진해 사고 건수가 연 1건으로 감소했다.
  • 효자·효녀라고요?…미래마저 저당잡힌 ‘영 케어러’

    효자·효녀라고요?…미래마저 저당잡힌 ‘영 케어러’

    지난해 발생한 ‘간병살인 사건’을 계기로 ‘가족돌봄청년(영 케어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나 법적·정책적 인지는 전무하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놓인 효자·효녀로 호명되고 칭찬 또는 연민의 대상으로만 여겨진 탓에 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실태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영 케어러 관련 법률 및 제도, 현황 자료도 없다. 최근에서야 보건복지부가 ‘가족 돌봄 청년 지원대책 수립방안’을 발표하고, 현황 조사를 시작했을 뿐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6일 ‘헤외 영 케어러 지원 제도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외국과 같은 별도의 전국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영 케어러 18만~29만 추정 우리나라에는 부모·형제나 다른 가족구성원에게 무보수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 청소년이 약 18만 4000~29만 5000명 가량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11~19세 청소년 인구 368만 4531명에 5~8%를 단순 대입한 수치다. 앞선 해외 국가별 조사에서 대략 청소년 인구의 5~8%가 영 케어러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존재가 잘 드러나지 않고 가시화되기 어렵다는 의미에서 해외에선 ‘숨겨진 집단(hidden army)’으로 불리기도 한다. 고군분투하지만 쉽게 인지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잊혀진 최전선(forgotten front line)’에 비유되기도 한다. 한국은 지난해 5월 20대 청년이 간병 부담에 아픈 아버지를 내버려 둬 숨지게 한 ‘부친 간병살인 사건’이 발생하고서야 영 케어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사회복지공무원 간담회에서 한 지자체 복지사업 담당자는 “가족 돌봄 청년을 (복지사업 대상자로) 발굴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며 “사례가 없어서가 아니라 복지 대상자로서의 공식적인 분류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영국은 2018년 기준 잉글랜드 지역에만 16만 6363명의 영 케어러가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10~14세 46%, 15~17세 41%, 10세 미만 13%로 10세 미만 아동의 가족 돌봄 비율도 낮지 않았다. 영 케어러 12명 중의 1명은 주당 15시간 이상 가족을 돌보고 있고, 21명 중 1명은 돌봄으로 인해 결석하고 있었다. 주당 50시간 이상 가족을 돌보는 영 케어러들은 자신의 건강마저 ‘좋지 않다’고 답변했고, 최근 슬픈 감정을 느꼈다고 답한 비율은 10명 중 4명, 외로움을 느꼈다는 비율은 4명 중 1명, 2명 중 1명은 분노감을 느꼈다고 답변해 심리 상태도 불안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는 이들의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영 케어러의 50%가 코로나19 이후 정신건강이 더 나빠졌다고 했고, 67%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고 답변했다. 또한 69%는 고립감을 느낀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주간 돌봄 부담 시간은 약 30시간 이상 증가했다. ●영 케어러, 학업·진로탐색 기회 줄어 빈곤의 악순환 청소년·청년기에 돌봄 부담을 떠안은 청년은 학업이나 진로 탐색 기회가 줄고, 취업 준비를 하기도 어려워 결국 전 생애가 취약해지는 빈곤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2021학년도 초·중·고 학업중단 학생 3만 2027명 중 1만 9189명이 장기결석, 기타 및 가사의 사유로 유예·면제·자퇴했는데, 이들 중 가족 돌봄이 사유인 청소년이 있을 수 있어 학업중단 사유를 더 세부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영 케어러 지원 제도의 핵심은 영 케어러가 청소년 본연의 지위와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돌봄과 보살핌을 받으며 충분한 성장과 발달의 기회를 얻는 것,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의 기회를 보장받는 것, 심리적·정서적 안정, 신체적 안전 속에서 독립된 인간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주는 것이 지원의 원칙이자 핵심이다. 허 조사관은 우선 청소년복지지원법에 영 케어러 실태조사·지원에 관한 법률 근거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미성년 청소년과 후기 청소년에 대한 세밀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영 케어러를 ‘가족돌봄청소년’으로 한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보육원 퇴소 청소년 등 가족이 없는 청소년 간 간병 사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허 조사관은 “지원대상을 가족으로 한정하면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접근하기 쉽도록 어려운 복지제도 정비해야 영 케어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마련 필요성도 제기했다. 아동·청소년이 자신과 환자에게 필요한 복지제도를 간파하고 필요 서류를 갖춰 지원을 받기는 어려워서다. 기존의 위기지원 제도를 일제 점검할 필요도 있다. 장애연금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본인 발급 서류를 내야 하고, 서비스 지원이 이뤄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본인부담 액수를 넘는 비용을 의료비로 지출했을 경우 초과 금액을 돌려주는 ‘재난적의료비지원제도’의 경우 사전완납 이후 사후정산의 방식으로 지원된다는 문제가 있다. 비급여와 간병비를 포함해 환자는 한 해 일정금액까지만 부담하고 나머지를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방식의 의료비 상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처럼 영 케어러에게 돌봄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허 조사관은 “외국의 온라인 플랫폼들은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들을 대면하여 서비스에 직접 연계해 주는 시스템을 마련했다”며 “우리도 영 케어러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구호 신호를 빠르게 수신하고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종합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내가 누구게’ 대신 ‘뭘 잘하게’로 바꿨더니 행복해졌죠”

    “‘내가 누구게’ 대신 ‘뭘 잘하게’로 바꿨더니 행복해졌죠”

    ‘나는 왜 매일 행복하지? 하나하나 적다 보니 행복한 이유가 너무 많았다. 이거 책 한 권 내도 되겠는데?’ 개그맨 이정수(43)가 자신과 꼭 닮은 책 ‘어이쿠, 오늘도 행복했네’(브.레드)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배경을 이렇게 소개했다. 어느덧 개그보다는 일상의 행복을 나누며 웃음을 주고 있는 그가 차곡차곡 쌓아 온 삶의 방식을 글로 전한다. 24일 만난 이정수는 “나의 그릇을 정확히 안다”는 것을 일상을 즐길 수 있는 핵심 이유로 꼽았다. “내가 누구게” 하며 많은 사람을 배꼽 잡게 했던 그가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우격다짐’이 아닌 ‘행복다짐’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책에서도 ‘내 자리를 안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알았고 잘하는 것만 하겠다고 마음먹고 나니 이렇게 마음 편할 수가 없다.’(41쪽) 사실 그에게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2002년 군 제대 넉 달 만에 KBS 개그맨 공채에 합격했고 데뷔 6개월 만에 ‘개그콘서트’ 스타로 승승장구했다. 당연히 ‘부푼 꿈’이 컸다. 그는 “개그맨의 성공 코스인 ‘국민 MC’가 되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했는데 늘 ‘한 방’이 부족해 반짝이질 못했다. 배우가 되고 싶어 대학로에서 오래 굴렀는데도 연기가 안 늘었다”고 돌아봤다. 교양 프로그램 MC와 KBS ‘사랑과 전쟁’ 재연 배우로 가까스로 길을 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잘 보이려고 각고의 노력을 하며 매일 술을 마셔도 안 써 주더라고요. 그땐 세상 탓, 남 탓만 했는데 저의 실력과 소질이 부족했던 거죠.” 어렵사리 스스로의 크기를 인정하게 된 뒤부턴 멀고 높은 목적지가 아닌 가까운 꿈들을 찾아갔다. 개그 대본을 쓰던 솜씨로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하며 작가가 됐고, 사람들을 웃기던 능력을 결혼식 사회나 강연으로 풀었다. 유쾌한 말씨로 몇몇 방송에도 고정 출연하고 있다. 평소엔 아빠와 주부 역할에 충실한다. “싸우는 어장이 달라졌다”는 그는 “100억대 부자를 목표로 삼고 부러워하면 괴로울 수밖에 없는데, 조금씩 활동을 쌓아 드디어 연봉 1억원을 만들었으니 얼마나 괜찮은 삶이냐”며 뿌듯해했다.이정수는 하루 120여장의 셀카를 찍는다. 인터뷰하는 1시간 남짓 동안에도 수차례 휴대전화로 순간을 남겼다. 꼭 좋을 때만 아니라 화가 나거나 급할 때도 사진을 찍으며 잠시 감정을 식힌다. 7년간 이어 온 블로그는 스스로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내 실력과 인지도 정도면 기획사가 없어도 된다”며 온전히 혼자 힘으로 활동한 것도 그때부터다. 전화번호를 떡하니 공개한 소셜미디어가 바로 그의 매니저다. “보여 주고 싶은 건 콘텐츠와 이야기지 얼굴이 아니다”란 이유로 방송국에서 해 주는 메이크업 외엔 잘 꾸미지도 않는다. 앞으로 목표를 묻자 그는 바로 “13개월 둘째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거였는데 최근에 이뤘다”며 “이젠 아이가 적응을 잘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이렇게 오디션 보듯 늘 스스로를 돌아보고, 설령 바보 같은 모습이라도 기꺼이 받아들이며 눈앞의 또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삶. 그가 전하고 싶은 색다른 웃음과 행복이다.
  • “내 자리를 알면 행복할 이유가 많다”… ‘우격다짐’ 이정수의 ‘행복다짐’

    “내 자리를 알면 행복할 이유가 많다”… ‘우격다짐’ 이정수의 ‘행복다짐’

    ‘나는 왜 매일 행복하지? 하나하나 적다 보니 행복한 이유가 너무 많았다. 이거 책 한 권 내도 되겠는데?’ 개그맨 이정수(43)가 자신과 꼭 닮은 책 ‘어이쿠, 오늘도 행복했네’(브.레드)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배경을 책에 이렇게 소개했다. 어느덧 개그보다는 일상의 행복을 나누며 웃음을 주고 있는 그가 차곡차곡 쌓아 온 삶의 방식을 글로 전한다. 24일 만난 이정수는 “나의 그릇을 정확히 안다”는 것을 인생을 즐길 수 있는 핵심 이유로 꼽았다. “내가 누구게” 하며 많은 사람을 배꼽 잡게 했던 그가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우격다짐’이 아닌 ‘행복다짐’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책에서도 ‘내 자리를 안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알았고 잘하는 것만 하겠다고 마음먹고 나니 이렇게 마음 편할 수가 없다’(41쪽), ‘나름 대단한 삶의 언저리에 잠깐 가보기도 했지만 그 삶은 내 자유와 편의를 돈으로 바꾼 시간이었고 행복과 거리가 있었다’.(65쪽) 사실 그에게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2002년 군 제대 넉 달 만에 KBS 개그맨 공채에 합격했고 데뷔 6개월 만에 ‘개그콘서트’ 스타로 승승장구했다. 정점에 오른 만큼 당연히 ‘부푼 꿈’이 컸다. 그는 “개그맨의 성공 코스인 ‘국민 MC’가 되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했는데 늘 ‘한 방’이 부족해 반짝이질 못했다. 배우가 되고 싶어 대학로에서 오래 굴렀는데도 연기가 안 늘었다”고 돌아봤다. “머릿속으로는 항상 이병헌처럼 연기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교양 프로그램 MC와 KBS ‘사랑과 전쟁’ 재연 배우로 가까스로 길을 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잘 보이려고 각고의 노력을 하며 매일 술을 마셔도 안 써 주더라고요. 그땐 세상 탓, 남 탓만 했는데 저의 실력과 소질이 부족했던 거죠.” 어렵사리 스스로의 크기를 인정하게 된 뒤부턴 멀고 높은 목적지가 아닌 가까운 꿈들을 찾아갔다. 개그 대본을 쓰던 솜씨로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하며 작가가 됐고, 사람들을 웃기던 능력을 결혼식 사회나 강연으로 풀었다. 유쾌한 말씨로 몇몇 방송에도 고정 출연하고 있다. 평소엔 아빠와 주부 역할에 충실한다. “싸우는 어장이 달라졌다”는 그는 “100억대 부자를 목표로 삼고 부러워하면 괴로울 수밖에 없는데, 조금씩 활동을 쌓아 드디어 연봉 1억원을 만들었으니 얼마나 괜찮은 삶이냐”며 뿌듯해했다. 책속 저자 소개에도 스스로를 ‘주부이자 작가. 방송인, 강사, 행사 사회자. 한때 KBS 유명 개그맨, 잠깐 재연 배우이기도 했다’고 적었다. 다른 연예인이나 개그맨과 비교하거나 경쟁하는 것이 아닌, 그에게 주어진 시간에서 할 수 있는 능력을 차근차근 풀어내는 삶이 꽤 마음에 든다는 이유에서다.이정수는 하루 120여장의 셀카를 찍는다. 인터뷰하는 1시간 남짓 동안에도 수차례 휴대전화로 순간을 남겼다. 꼭 좋을 때만 아니라 화가 나거나 급할 때도 사진을 찍으며 잠시 감정을 식힌다. 7년간 이어 온 블로그는 스스로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내 실력과 인지도 정도면 기획사가 없어도 된다”며 온전히 혼자 힘으로 활동한 것도 그때부터다. “‘사랑과 전쟁’을 함께 찍은 최영완씨를 보고 느낀 게 많았어요. 여배우라 준비할 게 많고 저보다 연기도 훨씬 잘하는데 매니저 없이 혼자 다 준비하는 모습에서 많이 배웠어요.” 전화번호를 떡하니 공개한 소셜미디어가 바로 그의 매니저다. “보여 주고 싶은 건 콘텐츠와 이야기지 얼굴이 아니다”란 이유로 방송국에서 해 주는 메이크업 외엔 잘 꾸미지도 않는다. 이제 자신의 겉모습이 어떻게 비쳐지는지는 크게 중요하지도 않다고 했다. 앞으로 목표를 묻자 그는 바로 “13개월 둘째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거였는데 최근에 이뤘다”며 “이젠 아이가 적응을 잘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이렇게 오디션 보듯 늘 스스로를 돌아보고, 설령 바보 같은 모습이라도 기꺼이 받아들이며 눈앞의 또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삶. 그가 전하고 싶은 색다른 웃음과 행복이다.
  • [TV 하이라이트]

    [TV 하이라이트]

    ●한 번쯤 멈출 수밖에(KBS2 밤 10시 40분) 일상을 벗어나 강화도로 떠난 이선희, 이금희, 송은이의 특별한 힐링 여행기가 공개된다. 세 사람은 옛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교동도를 먼저 찾았다. 추억의 운세 자판기 앞에서 이금희와 이선희는 송은이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짜릿한 스피드에 도전해 보고 싶었던 세 사람은 아시아 최대 규모로 알려진 강화 루지로 향했다. 이금희가 9년 차 뮤직비디오 감독인 송은이에게 세 사람만의 뮤직비디오 제작을 제안해, 즉석에서 이선희의 ‘영’ 뮤직비디오가 탄생한다. 광성보를 지나 고요히 사색하는 특별한 공간을 찾기도 했으나 송은이가 사실 멍 때리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해 나머지 두 사람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송은이는 이번 여정이 프로그램 제목에 충실하다며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 ‘26년 공식’ 파괴한 포켓몬 아르세우스…닌텐도식 메타버스 기대해볼까[보편적겜뷰]

    ‘26년 공식’ 파괴한 포켓몬 아르세우스…닌텐도식 메타버스 기대해볼까[보편적겜뷰]

    보편적겜뷰 <1> 편집자주: 어릴 적부터 젤다의 전설, 슈퍼마리오, 파이널 판타지로 밤을 샜고, PC방에서 메이플스토리,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아이온을 신명나게 했습니다. 언론사에 들어오고 서초동과 세종시를 떠돌며 잠시 게임을 손에서 놨지만, 산업부 게임 출입기자가 되면서 다시금 컨트롤러와 키보드를 집어들었습니다. 기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게이머로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게임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보다 보편적인 시선에서 쓰는 게임 리뷰, ‘보편적겜뷰’ 시작합니다. 포켓몬스터 레전드 아르세우스 (Pokemon Legends: Arceus)-플랫폼: 닌텐도 스위치-개발/유통: 게임프리크/닌텐도-출시일: 2022년 1월 28일-장르: 세미 오픈월드 액션RPG[수풀을 헤치다 갑작스럽게 특유의 배경음악과 함께 화면이 바뀌면서 ‘야생의 포켓몬’과 조우한다. 체력을 방전시켜 쓰러뜨리든 몬스터볼을 던져서 포획하든 상황을 끝내면 다시 평온한 수풀 화면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모은 포켓몬으로 전국의 관장들을 하나 둘 격파해 배지를 모은다. 어느새 악의 조직을 타파하고 챔피언을 꺾으면 엔딩이 나온다.]아마 포켓몬스터 게임 시리즈를 최소한 하나 이상 플레이해봤다면 상당히 익숙한 구조일 것입니다. 1996년 2월 포켓몬 1세대인 ‘적·녹’ 시리즈가 닌텐도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로 출시될 때부터 2019년 11월 닌텐도 스위치용 ‘소드·실드’ 시리즈가 나올 때까지 이 큰 틀은 거의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죠.물론 25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화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콘솔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캐릭터나 배경은 점점 입체화됐고, 가장 최신 본가 작품인 소드·실드에선 지금까지의 필드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포켓몬을 만나는 ‘랜덤 인카운터’ 방식을 버리고 실제 필드를 돌아다니는 포켓몬과 부딪혀야 전투 상황에 들어가는 ‘심볼 인카운터’를 적용하는 등의 변화가 있었죠. 매번 새로운 포켓몬과 새로운 시스템도 당연히 적용됩니다. 그럼에도 체감되는 혁신이 없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포켓몬 개발사인 게임프리크 측이 향상됐다고 자랑하는 그래픽이나 시스템이 동시대 타사 게임과 비교하면 모잘라도 한참 모자르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때문에 포켓몬은 강력한 팬덤 덕분에 출시될 때마다 잘 팔리긴 하지만, 동시에 커뮤니티 등지에선 밈으로 만들어져 조롱받아온 애증의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닌텐도 스위치 독점작으로 출시한 ‘포켓몬 레전드 아르세우스’는 팬들이 바라던 근본적인 변화가 드디어 보인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저 역시 ‘포덕’(포켓몬 덕후)이라고 자처할 수준은 안 되지만, 나름대로 1~8세대 본가 시리즈를 꼬박꼬박 플레이해본 입장에서 ‘대격변’이 느껴졌습니다. 대격변 이룬 26년 역사 포켓몬…‘진정한 탐험’ 아르세우스는 26년간 이어졌던 포켓몬의 기본 공식을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더 이상 수풀을 헤메이다 화면이 바뀌지 않습니다. 필드에 포켓몬들이 실시간으로 돌아다니면서 정말 탐험하는 맛이 나죠.소드·실드 시리즈도 포켓몬이 필드에서 보였지만, 결국은 캐릭터를 부딪혀서 이전처럼 전투 화면으로 넘어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르세우스는 전투 화면이 따로 없습니다. 들판을 돌아다니다 보면 포켓몬들이 저마다 행동을 하면서 돌아다니고 있고, 그 상태에서 바로 몬스터볼을 던져서 잡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포켓몬과 싸울 수도 있지만, 화면 전환 없이 그대로 전투가 시작됩니다. 야생의 포켓몬을 잡거나 쓰려뜨려도, 혹은 도망을 가도 화면이 바뀌는 일은 없죠.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면서 보다 실감 나게 포켓몬 세계를 돌아다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다양하진 않지만 야생 포켓몬의 자유분방한 행동을 들여다보는 맛도 있습니다. 포켓몬에 따라 플레이어를 보면 도망가는 부류, 신경 쓰지 않는 부류, 공격해오는 부류 등이 존재합니다. 일부는 호기심에 다가오지만 공격은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요. 도망가거나 호전적인 포켓몬은 수풀에 숨어서 몰래 다가가야 하는데, 가끔씩 포켓몬이 잠에 드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버섯 포켓몬 파라섹트 근처엔 진화 전 단계인 파라스 무리가 돌아다니고, 잉어킹 떼가 있는 폭포 근처엔 진화체인 갸라도스가 날아다니는 등 나름의 생태계가 구현된 것도 보는 재미를 더하죠. 야생 포켓몬 간에 교감하는 모습도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테지만요. 도감을 채워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단순히 포켓몬을 포획하는 것을 넘어서 도감을 채워나가는 재미도 향상됐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전 이전 포켓몬 시리즈에서 도감을 100% 채우는 데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진화 조건에 통신 교환이 필수한 포켓몬들도 문제고, 다른 시리즈를 반드시 구매해야 (혹은 다른 시리즈 플레이어와 서로 필요한 포켓몬을 주고받아야) 100% 채우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겨우겨우 도감을 채운다 해도 특별한 이벤트 없이 넘어가는 것도 의욕을 떨어뜨렸죠.하지만 아르세우스에선 100% 채우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도감을 채워나갈 때마다 보수를 주고 레벨업도 이뤄지기 때문에 목적성이 강화됐죠. 통신교환 문제도 ‘연결의 끈’이라는 아이템을 도입해 게임외적 난이도를 떨어뜨렸고, 다른 포켓몬들도 부수적인 조치 필요 없이 게임 내에서 해결이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이론적으로 아르세우스에선 전투 없이 볼만 주구장창 던지면서 포획해도 됩니다. 약한 포켓몬은 일반 몬스터볼로도 쉽게 잡히고, 우두머리 포켓몬이라 불리는 높은 레벨의 포켓몬들도 수풀에 숨어서 고위 몬스터볼로 후방을 노리면 전투 없이 잡히기도 합니다. ‘Gotta Catch ‘Em All’(전부 잡아라)이라는 포켓몬의 캐치프라이즈가 드디어 실현됐다는 생각도 듭니다.무엇보다 도감을 모두 채우면 이번 시리즈의 진주인공인 아르세우스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동기부여겠죠. 아예 게임이 시작될 때부터 ‘모든 포켓몬을 잡아서 나를 만나라’고 하죠. 나아가 하드코어 플레이어들을 위해 연구레벨까지 존재하기 때문에 밸런스가 적절하게 맞춰졌다고 생각됩니다. 시원시원한 이동성…5년 전보다 못한 그래픽은 ‘옥에 티’ 필드를 돌아다닐 때 ‘탈것’ 개념이 생겼습니다. 이전 시리즈와 달리 소유한 포켓몬과 별개로 각각 환경에 맞는 포켓몬을 피리로 부르는 형식입니다. 들판을 달릴 때, 바다를 건널 때, 절벽을 오를 때, 하늘을 날 때 각기 개성 있는 포켓몬을 불러가며 속도감 있게 맵을 오갈 수 있죠.전투는 다소 어려워졌습니다. 달리 말하면 ‘전략’이 중요해졌죠. 사실 기존 포켓몬은 스토리만 클리어하고자 하면 스타팅 포켓몬 하나만 열심히 레벨을 올려서 체육관을 쓸어버리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아르세우스에선 야생에서조차 데미지 하나하나가 크게 들어와서 철저한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스토리를 쉽게 깨지 못합니다. 특히 스포일러 때문에 상세히 쓸 수 없지만, 극후반부 전투에선 (게임프리크답지 않은) 예상치 못한 전개에 한참을 고전하기도 했죠. 그럼에도 ‘포덕’이 아닌 이상 고려하기 어려운 복잡한 특성 요소를 배제하고, 강공과 속공이라는 직관적인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헤비 유저와 라이트 유저를 모두 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아쉬운 점은 역시 그래픽입니다. 사실 언뜻 보기엔 나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전 포켓몬 시리즈와 비교하면 크게 나아졌다고 할 수 있죠. 포켓몬별 특징이 제대로 구현됐고, 기술별로 제대로 된 시각적 효과가 등장한 점도 높이 삽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나온 게임들, 심지어 2017년에 발매된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과 비교해보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죠. 텍스쳐 질도 낮고, 달려가면 멀리서 나무 같은 오브젝트가 하나 둘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 사실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이전보다 나아진 게 어디냐’라고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게임프리크에 자본력이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죠. ‘이 정도로만 만들어도 팬들이 좋아해준다’라는 마인드라면 더욱 아쉬운 부분이고요. 그래픽은 시리즈가 지나갈수록 나아지리라 기대해봅니다. 아직은 ‘세미 오픈월드’지만…혹시 닌텐도식 메타버스도? 결론적으로 아르세우스는 시원시원하게 뻗어 있는 세미 오픈월드 맵에서 실시간으로 포켓몬을 잡아가는 재미가 충분합니다. ‘세미 오픈월드’라고 한 것은, 아르세우스도 당초 광고한 것마냥 진정한 의미의 오픈월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을을 거점으로 의뢰를 받고, 마을 입구에서 각 지역으로 이동하는 방식이죠. 각 지역에선 오픈월드 방식으로 게임을 하지만, 마을(거점)과 각 지역 간에 유기적인 연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세미 오픈월드라고 칭합니다. 몬스터헌터와 비슷한 방식이라 이 게임이 ‘포켓몬스터헌터’라고 불리기도 했죠. 하지만 ‘포켓몬식 오픈월드’가 앞으로 이렇게 나오리라는 점은 게임을 하면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아르세우스는 본가 시리즈가 아니기 때문에 실험적인 작품이라는 느낌도 받습니다. 전형적이지만 구조지만, 태초마을에서 출발해 전국을 누비며 관장을 깨는 ‘옛날 방식’을 포켓몬식 오픈월드로 즐기고 싶다는 기대감이 생깁니다.한 발짝 더 나아가자면, 최근 게임업계에서 화두가 되는 메타버스의 닌텐도 버전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거 없이 하는 말은 아닙니다. 닌텐도도 메타버스를 의식은 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현지시간) 후루카와 슌타로 닌텐도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를 하면서 메타버스와 대체불가능토큰(NFT)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NFT와 메타버스는 이용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잠재력 있는 분야로 관심이 있다”면서도 “이 분야에서 닌텐도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와 어떠한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는지는 아직 정의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요약하자면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서의 메타버스를 경계하는 것이고, 아직 준비가 안됐기 때문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의미죠.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닌텐도식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메타버스도 도전하겠다는 얘기로도 들립니다. 메타버스의 핵심은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IP(지식재산권)와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라 생각합니다. 닌텐도는 이미 오픈월드로 승화시킬 잠재력을 충분히 가진 ‘동물의 숲’을 보유한 데다 ‘포켓몬식 오픈월드’까지 정립되면 ‘닌텐도식 메타버스’로 나아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를 위해선 다소 답답한 온라인 시스템부터 손을 보긴 해야겠죠.)포켓몬은 그 이름만으로도 판매량이 보장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해 출시된 포켓몬 브릴리언트 다이아몬드·샤이닝 펄이 기대에 못 미치는 그래픽과 게임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그런데도 두 달도 되지 않아 1000만장 넘게 팔아냈으니깐요. 하지만 이 상태로 수년이 지나면 팬들도 결국엔 등을 돌릴지도 모를 일이었겠죠. 그런 점에서 아르세우스를 통해 26년 만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래픽의 아쉬움은 뒤로 하고)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닌텐도 CEO 성명에 오기가 있어 바로잡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혼동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 창극으로 재탄생한 서양 고전 ‘리어’…“마주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에 대한 얘기”

    창극으로 재탄생한 서양 고전 ‘리어’…“마주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에 대한 얘기”

    “‘리어’는 우리 모두 잊고 싶어하고, 가능하면 피하고 싶어하지만 결국은 우리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요.”(배삼식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이 우리 고유의 언어와 소리로 풀어낸 창극으로 재탄생한다. 유수정 예술감독이 이끄는 국립창극단은 창극 ‘리어’를 다음 달 17일부터 27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리어’는 삶의 비극과 인간에 대한 원작의 통찰을 물(水)의 철학으로 일컬어지는 노자의 사상과 엮어냈다. 리어와 세 딸, 글로스터와 두 아들의 관계를 통해 서로의 욕망을 대비시키면서 2막 20장에 걸쳐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야기한다. 극본을 새롭게 집필한 배삼식 작가는 2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작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잔혹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셋째 딸 코딜리아가 살해당하고 리어왕이 죽음에 이르는 것처럼 이야기가 우리가 기대하는 인과응보나 권선징악과는 정반대로 흘러간다”고 말했다. 이어 “노자에도 ‘세계는 우리가 원하는 것처럼 어질지 않다’는 구절이 있다. ‘인의예지’라는 틀 안에 삶을 우겨넣으려는 도덕과 윤리가 지나치면 억압이나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읽혔다”고 설명했다. 배 작가는 “잔혹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 애쓰고 분투하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안쓰러워하고 가엾어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이 이야기가 의미 있을 것”이라며 “삶의 진면목은 명명백백하지 않고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그곳에 있다고 노자도 생각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배 작가의 극본은 한승석·정재일의 음악과 만나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작창과 음악 감독을 맡은 한승석은 상하청을 넘나드는 음과 부침새(장단의 박에 이야기를 붙이는 모양)를 다채롭게 활용한다. 작곡을 맡은 정재일은 국악기와 서양 악기가 어우러진 13인조 구성의 음악과 가상악기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앰비언트 사운드를 조합해 작품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한 감독은 “증오와 광기, 파멸, 음모, 배신 같은 정서를 판소리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음악적 확장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무대는 고요한 가운데 생동하는 물의 세계로 꾸며져 거대한 자연 앞에서 연약한 인간의 존재를 보여준다. 달오름극장 무대에 수조를 설치해 20t의 물로 채운다. 수면의 높낮이와 흐름이 변화하며 작품의 심상과 인물 내면의 정서를 드러낸다. 이태섭 무대디자이너는 “물이 흔들리고 반사되고 왜곡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표현한다”면서 “배우들이 움직이면서 물을 튀기기도 하는데 자연이 결코 어질지 않다는 작가의 의도를 반영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이지만 30대에 불과한 김준수(31)와 유태평양(30)이 각각 리어와 글로스터 역을 맡은 점도 눈길을 끈다. 정영두 연출은 “젊은 단원이라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지만 두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의문이 확신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김준수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생각하면서 관객의 공감과 이해를 끌어낼 수 있는 리어를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 [올림픽 1열] 면세점도 폐쇄… 끝까지 통제로 일관한 베이징올림픽

    [올림픽 1열] 면세점도 폐쇄… 끝까지 통제로 일관한 베이징올림픽

    [중계화면 그 이상의 소식, 올림픽을 1열에서 경험한 생생한 이야기를 전합니다.]폐허처럼 삭막해진 서우두 공항엔 무슨 일이 마치 폐허가 된 도시의 풍경처럼 모든 가게가 문을 닫은 공항이 상상이 가시나요? 지금 베이징 서우두 공항이 그렇습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 수 있을까 싶은 모습이지만 역시나 중국에서는 위에서 하라면 하라는 대로 다 가능한가 봅니다. 세계 최고의 명품 브랜드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페, 중국의 자체 브랜드 식당까지 예외 없이 문을 닫았습니다. 중국은 이번 동계올림픽을 철저하게 외부와 고립된 ‘폐쇄 고리’ 안에서 진행했습니다. 서우두 공항이 폐허처럼 삭막해진 이유도 폐쇄 고리를 지키기 위해서인데요. 다른 나라라면 과연 공항을 이렇게까지 황폐하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자니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공항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다 보니 베이징을 떠나는 모든 사람이 공항에서 제대로 마실 수도, 먹을 수도 없었습니다. 마지막 인상이 중요한 법인데, 마지막에 다들 좋은 인상을 남기고 갔을까 의문입니다. 그나마 물은 음수대나 정수기가 있었지만 정수기마저 고장이 나서 내부 관계자가 열심히 고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전화로 열심히 물어보기는 하던데 전문가가 아니니 한국 취재진이 떠날 때까지 못 고친 것 같기는 합니다만. 면세점에서 소비하려고 아껴둔 중국돈이 다들 꽤 많이 남았을 텐데 못 쓰고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중국돈 가져가 봐야 요긴하게 쓸 일도 없을 테고, 그렇다고 그 돈 쓰러 다시 중국에 오기도 쉽지 않을 텐데 난감하겠네요.철저한 ‘폐쇄 고리’ 방역은 성공했지만… 폐쇄 고리는 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 올림픽을 무사히 치르도록 했습니다. 시진핑의 집권과 관련이 된 행사였던 만큼, 중국은 만리장성을 쌓아온 오래된 경험으로 철통 같은 방어선을 구축했습니다. 관계자들 사이에선 폐쇄 고리 안에서의 맛집 탐방 같은 소소한 즐거움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철저한 폐쇄 고리 운영으로 정작 안에서는 불편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가장 불편했던 것은 교통입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도 버스 시간을 맞춰야 하고, 버스를 놓치면 한참을 기다리는 것은 다반사입니다. 택시비는 또 너무 말도 안 되게 비쌌고요. 30분이면 갈 거리를 최소 2배 이상 많게는 3~4배의 시간이 걸려 가는 건 일상이었습니다.이는 도쿄올림픽에서 입국 후 일정 시일이 지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한 것과 달랐습니다. 도쿄 때는 자원봉사자들도 일 끝나면 퇴근했는데, 여기는 일이 끝나도 같이 폐쇄 고리 안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주로 대학생인 자원봉사자들은 패럴림픽이 끝날 때까지 집에 못 간다고 하네요. 물론 폐쇄 고리가 완전했던 것은 아닙니다. 개회식 당시 일반 시민들이 개회식 표를 사서 미디어센터에 진입해 취재진과 동선이 뒤섞였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참고기사 : [단독] ‘폐쇄형 고리’ 뚫린 베이징올림픽… 방역 자신한 중국의 두 얼굴) 세계적인 차원에서 더더욱 문제인 것은 언론 통제입니다. 폐쇄 고리는 방역을 명분으로 취재진의 다양한 취재마저 제한했습니다. 오로지 올림픽 경기장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만 취재하도록 했고, 폐쇄 고리 바깥의 일은 자연스럽게 취재를 막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당연히 올림픽 취재진은 중국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중국의 다른 모습을 취재할 수 없었습니다. 참고로 올림픽 경기 취재는 저작권이 있다 보니 허용된 방송사만 가능합니다. 한국도 지상파 3사가 중계권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방송사는 화면을 쓸 수 없는데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을 비롯해 많은 해외 방송사가 미디어센터에서만 취재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이번 대회 품절 현상이 벌어진 빙둔둔 인형 역시 중국 관계자들이 폐쇄 고리 안에서 지내다 보니 주변의 부탁을 받고 대신 구매해주는 영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밖에서 살 수 없으니 안에서 다른 나라 관계자들보다 월등한 소비력을 바탕으로 빙둔둔을 비롯해 미디어센터의 기념품을 모두 싹쓸이 했는데요. 몇 차례 긴 줄을 기다려 기념품 가게에 진입해도 살 수 있는 건 거의 없었습니다. 한 캐나다 취재진은 “내가 내일 중국을 떠나는데 도대체 어떻게 사라는 거냐”면서 영어로 가장 유명한 그 욕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어느 우크라이나 취재진은 기념품 가게이 진입한 후 “빙둔둔 어디 있니?”라며 자기들끼리 퍼포먼스를 보여 안에 있는 사람들을 웃기는 일도 있었습니다.폐쇄 고리 안에서 생활하면서 또 하나 당황스러웠던 것은 중국 경찰인 공안들이 너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점이었습니다. 군사정권 시절을 다른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장면은 중국에서 현실이었습니다. 조금 드센 공안들은 자기 마음에 안 들면 목소리가 쉽게 높아지며 다른 이에게 면박을 줬습니다. 드나드는 취재진의 몸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여기저기 함부로 손대는 것은 기본이고, 필요하면 가방도 샅샅이 뒤집니다. 택시를 이용하면 택시 기사는 경기장에 진입할 때 강력한 검문을 받습니다. 공안들은 택시 기사가 내려 안내소에서 검사를 받는 사이 자기 권력을 확인하기라도 하듯 마구잡이로 택시 이곳저곳을 수색하기도 했습니다.자화자찬 베이징올림픽은 성공했을까 폐쇄 고리 바깥의 안 좋은 이야기는 당연히 취재를 막았으니 중국은 이번 올림픽을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하기 바쁜 것 같습니다. 여러 중국 언론이 찬양 일색인 분위기네요. 대회 막판이 되자 이런 걸 노리는 질문도 들어왔습니다. 메달리스트들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인터뷰를 마치면 공식 인터뷰 행사를 진행합니다. 소문은 무성하게 들었지만 직접 들은 질문 하나만 소개하겠습니다.최민정 선수가 왕좌에 오른 쇼트트랙 여자 1500m 공식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마지막 질문을 받겠다고 하자 중국 기자가 나섭니다. 그리고 그는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베이징올림픽 기간에 다 만족스러웠나요? 조직위가 제공한 것은 다 만족합니까?” 질문이란 건 대개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지는 건 당연합니다. ‘만족’을 전제로 한 그의 질문은 올림픽의 성공을 기반으로 합니다. 메달을 딴 선수들은 “무사히 경기가 끝나서 다행”이라는 답을 했지만 그에게는 “만족했다”로 들렸겠지요. 한 번은 미디어센터에서 입지가 비슷한 러시아 관계자를 대상으로 자화자찬하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걸 본 적도 있습니다. 다른 취재진도 비슷한 일을 목격했다는 이야기도 들리네요.국경없는기자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180개국 중 177위입니다. 자국의 언론마저 일종의 거대한 폐쇄 고리 안에서 통제하는 중국의 단면을 드러낸 지수가 아닐까 합니다. 이런 환경이니 누군가를 위해 “베이징올림픽은 성공적이었다. 선수들도 훌륭하다고 평가했다”고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러나 성공의 기준을 외부의 평가가 아닌 내부의 평가로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전 세계의 축제인 올림픽이지만 각국의 지도자들은 외면했고, 올림픽이 진행될 당시는 물론 끝난 이후에도 세계 각국 언론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외신기자클럽은 성명을 통해 중국의 보도 지침을 비판하며 “올림픽 기간에 중국 정부와 올림픽 관계자들의 간섭이 정기적으로 발생했다”고 했다네요. 루지 2관왕에 오른 나탈리 가이젠베르거가 독일에 돌아가자마자 “다시는 중국에 안 간다”고 선언했으니 외국 선수들도 불만이 컸나 봅니다.어쨌든 이렇게 끝난 베이징올림픽은 중국스러운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올림픽이었습니다. 뭐든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그런 통제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 그리고 비판에는 귀를 닫고 필요한 이야기만 퍼가는 모습까지도. 논란이 많았던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중국은 세계에 어떤 나라로 평가받을까 궁금합니다만 아직은 딱히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나마 동계와 하계 올림픽을 짧은 기간 내에 모두 치렀으니 한동안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형 국제 스포츠 행사를 유치할 수 없다는 게 외부의 신랄한 비판을 들어야 하는 중국으로서도, 불편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팬들에게도 서로 다행인 일이겠네요.
  • [2030 세대] 갈비뼈 부러진 걸 몰랐다는 것/한승혜 주부

    [2030 세대] 갈비뼈 부러진 걸 몰랐다는 것/한승혜 주부

    “8번 늑골이 부러져서 아픈 겁니다.” “부…, 부러졌다고요?” “벌써 한참 됐는데요? 여기 보이시죠? 몇 달 전에 이미 부러졌어요.”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그의 말대로 갈비뼈 한 대에 선명한 표시가 나 있었다. 매끈한 다른 뼈들과 다르게 중간이 볼록 튀어나와 있는 모습. 부러졌다 붙은 흔적이라고 했다.  전부터 등이 아팠지만 격렬한 운동에 으레 따라오기 마련인 근육통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몇 주 전에는 평소보다 아프길래 동네 정형외과를 찾았다. 그저 근육통 약이나 처방받고 끝날 줄 알았는데 뼈가 부러졌단다. 금이 간 것도 아니고 골절. 그간 갈비뼈가 부러진 것도 모른 채 몇 달 동안 운동도 하고, 글도 쓰고, 아이들도 돌본 것이다. 이미 붙었는데도 아픈 까닭은 아직 완전히 붙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소식을 전하자 주변에선 다들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니, 금만 가도 아픈 걸 어떻게 참았대?”, “참을성이 대단하신가 봐요”, “너무 둔감한 것 아냐? 조심해!” 위로와 걱정, 근심 어린 타박을 들었다. 나 같아도 주변의 누군가 다쳤다면 비슷한 말을 할 것이기에 당연한 반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딱히 못 견딜 만큼 아프지도, 아픈 것을 꾹 참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조금 통증이 있긴 했지만 달리기를 하거나 등산을 다녀온 다음날 몸이 쑤시는 정도와 비슷했다. 단순한 근육통인 줄 알았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데 골절이라니. 이상한 건 내가 딱히 통증에 둔감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평소 예방접종 주사에도 아프다고 엄살을 부릴 정도인데, 뼈가 부러진 걸 그동안 어떻게 몰랐을까. 심지어는 금만 살짝 가도 아프다던데.  당황하며 의아해하는 내게 의사는 아마도 근육의 영향이었을 것이라 말했다. 근육이 몸을 지탱해 주었기 때문에 본래 아파야 하는 정도보다 훨씬 덜 아팠을 것이라고.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란 말인가. 지난해 이맘때쯤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일 년간 꾸준히 한 끝에 체력도 좋아지고 말 그대로 튼튼해졌다. 그러다 지나치게 열심히 한 탓에 부상을 당해 뼈가 부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운동을 하며 늘어난 근육 때문에 다친 정도에 비해서는 많이 아프지도, 고생을 하지도 않은 것이다.  이 세상의 그 무엇도 완전히 좋기만 할 수는 없다지만 그걸 이렇게 실감할 줄이야. 그야말로 어느 영화 속 대사처럼,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가 따로 없다. 뼈 한 대 부러진 걸 두고 지나치게 심각해진 것이려나. 하지만 갈비뼈가 거의 나아가는 지금, 운동에 복귀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진지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쩌면 비단 갈비뼈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지 모른다. 사는 건 그래서 어려운 모양이다.
  • 李 “정치보복 갈등, 경제 위기 불러” 尹 “부정부패 제대로 법 적용”

    李 “정치보복 갈등, 경제 위기 불러” 尹 “부정부패 제대로 법 적용”

    때아닌 ‘민주주의 훼손’ 공방전 李 “국민소득 5만弗 성장” 공약沈 “성장만 외치는 MB 아바타”尹·安, 디지털 경제 놓고 신경전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21일 열린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누가 민주주의를 훼손해 경제를 어렵게 하느냐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혹시 ‘위기의 민주주의’라는 영화를 봤나”라며 “정치 보복하겠다, 검찰을 이렇게 키워서 ‘국물도 없다’ 이런 소리 하면서 국민 갈등시키고 증오하게 하면 민주주의 위기가 경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동의하느냐”고 했다. 윤 후보가 “제가 안 한 얘기를 하며 거짓말을 하시니까”라고 하자, 이 후보는 “됐고요”라며 말을 끊었다. 이 후보는 이어 “두 번째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핵심은 군사적 대치”라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겠다고 한다, (북한을) 선제 타격한다고 하니까 한반도 리스크가 올라가서 미국에서 전쟁 위험을 걱정하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게 경제를 망치는 길”이라고 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성남시장이나 경기지사 하면서 하신, 그런 부정부패에 대해 제대로 법을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이고, 그것이야말로 경제 발전의 기초”라고 응수했다. 윤 후보는 이어 “거기에 대해 한 말씀 해 보시죠”라고 이 후보의 답변을 요구했으나, 이 후보는 “답을 하시죠. 딴 얘기 하지 마시고”라고 맞받았다. 다시 윤 후보가 “엉뚱하게 답하고 내빼는 데는 이 후보가 선수 아닌가”라고 하며 말싸움이 이어졌다.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디지털 데이터 경제 공약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안 후보가 “정부 데이터 개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윤 후보는 “정부 데이터는 공유할 수도 있는 것도 있고 보안사항도 있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도 소환됐다. 윤 후보는 “이 후보가 뉴딜 정책을 제시했는데 국가가 주도해 많은 재정을 쓰면서 강력한 경제 부흥책을 쓰겠다는 것”이라며 “당시는 금융 공황으로 그 정책이 먹혔을지 몰라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오히려 민간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루스벨트는 완전 새 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해 미국의 50년 장기호황 토대를 만들었다”며 “윤 후보가 토대를 만들어 주는 정부의 역할과 정부의 기업 활동을 구분하지 못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 후보의 국민소득 5만 달러 등의 성장 공약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7% 성장률, 국민소득 4만 달러, 7위 경제강국) 공약을 언급하며 “성장만 외치는 MB 아바타 경제 갖고 미래를 열 수 있느냐”고 했다.
  • 마음을 내려놓으니 길이 보였다…‘별 일 없는 날들’의 힘

    마음을 내려놓으니 길이 보였다…‘별 일 없는 날들’의 힘

    작가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그냥’이었다. 그냥 산이고, 그냥 가족의 모습이다. 이건 그냥 나무고, 집 앞의 고양이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세 번째 개인전 ‘라이프’(Life)를 열고 있는 문성식 작가가 그랬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제목 그대로 삶, 일상의 힘을 전한다.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닿은 일상의 장면을 표현한 약 100여점의 유화 드로잉 신작을 중심으로 2019년부터 진행한 대형 장미 연작, 지난해 전남 수묵 비엔날레에 선보인 ‘땅의 모습’ 연작이 포함됐다.1980년생인 문 작가는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최연소로 참여하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하지만 ‘스타 작가’라는 이 경력은 오히려 부담이 됐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베니스 비엔날레 이후 ‘헬게이트’(지옥문)가 열렸다”며 “준비가 덜 됐는데 관심은 많고, 부담이 너무 컸다”고 돌아봤다. 어지간한 그림은 스스로 견디지 못했고, 계속 재고 뜸을 들이니 작품이 안 나왔다. 그게 바뀐 건 최근 2~3년 사이다. 부산 달맞이 고개에 집을 얻어 지내며 “마음을 내려놓고 ‘너무 애쓰지 말자’고 다짐”했더니 세상이 달리 보였다. 아름다워서, 퍽퍽해서, 의미심장해서, 일상의 순간이 마음에 깊게 자리했다.산책하는 동네, 벽돌집 앞에서 작별 키스하는 연인들, 대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 경북 김천 고향집의 나무, 정원에 물 주는 가족의 모습, 모과나무, 나리꽃, 매화, 배나무…. 작가는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순간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춘다. 이번 전시에선 유화 드로잉이라는 독창적인 방식을 선보인다. 사포처럼 거칠거칠하게 만든 캔버스 위에 유화 물감을 두껍게 바르고, 살짝 건조한 뒤 그 위를 연필로 긁어 표면 아래 물감 자국이 드러나게 한다. 대학 시절부터 연필을 적극 활용해 온 그는 “‘긋는다’는 건 인류 역사와 함께 발전한 행위”라며 “가식이 없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이자 방식이다. 어떤 장식도 없이 나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고 설명했다. 꾸밈없는 그의 성격과도 닮았다.작가는 “연필을 휘두른다”는 표현을 썼다. 매끈한 종이가 아니라 꾸덕한 물감 위에 연필을 휘두르는 건 지나간 궤적이 더 선명하게 남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굳히고, 휘둘러 긁고, 굳히기를 반복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마음먹지 않기”다. 있는 그대로, 생긴 대로 자연스레 표현하고 싶단다. “너무 기술적인 것은 싫고, 아이가 그린듯 우둔한 선이 좋아요. 사진처럼 선명한 것보다 일그러진 게 좋고요.” 참고로 전시가 열리는 곳은 부산의 복합문화공간인 F1963. 고려제강의 모태가 되는 공장으로 1963년부터 45년 동안 와이어를 생산한 곳이다. 어쩌면 가장 지겨운, 일상의 일을 이어 가던 곳에서 그 소중함을 찾게 되는 전시라 더 의미가 깊다. 결국 오늘의 작은 순간이 모여 인생이 된다는 진리를 깨우쳐 준다. 오는 28일까지.
  • 마음근육 키우는 소통과 공감… 다큐, 책, 강연으로 담아내다

    마음근육 키우는 소통과 공감… 다큐, 책, 강연으로 담아내다

    작가 박상미를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는 글쓰기는 물론 영화 연출, 심리 상담, 방송 진행, 연구와 강연과 교육 등 여러 방면의 활동을 해 왔기 때문이다. 몇 사람이 협업해도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오롯한 완성도로 이루어 온 그는 정작 자신을 어떻게 규정할까? “매 순간 의미를 발견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어떤 그릇에 마음을 담아야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다 보니 여러 가지를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도 제 관심은 ‘사람’입니다. 언제나 사람에게 배우고 귀 기울이고 싶습니다.”그동안 그가 낸 책들을 산문으로 포괄할지 에세이 장르로 명명할지 잠시 머뭇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제 글이 어느 장르에 속하는지 궁금해 온라인서점에 들어가면 ‘인문학’, ‘에세이’, ‘심리학’에 고루 배치돼 있어요. ‘인문학’에 있을 때 가장 마음이 놓이는 걸 보면 저는 제 글이 ‘산문’으로 인지되길 원하는 것 같습니다.” 아름답고 호소력이 큰 산문 미학에 담아낸 인간 탐구의 궤적이 말하자면 박상미가 맞아들이는 ‘문학의 순간’이었던 셈이다.작가는 아버지 사업이 기울어 집안 분위기가 어두워졌던 중학생 때 그레이브스병을 심하게 앓았다. 결국 고등학교 입시에 떨어져 재수를 하게 됐을 때 죽을 계획까지 세웠지만 아버지가 어린 딸을 살렸다고 그는 기억한다. 아버지는 매일 아침 부산시립도서관에 딸을 데려다주면서 “여기는 책도 많고 좋은 영화도 틀어 주니까 네 인생을 축복의 시간으로 이끌 거야. 상미는 네 말대로 사람을 살리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될 거야”라고 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좋은 문장을 옮겨 쓴 독서일기 형태의 편지를 지속적으로 보내 주었다.1년여 동안 어린 상미는 문학, 심리학, 철학 책을 읽으면서 삶의 긍정적 기미를 깨달아 갔다. 그 경험을 글로 옮겨 백일장, 공모전에 여러 차례 당선됐는데 ‘문학 특기생’ 이름표를 달고서야 어린 상미는 어깨를 펼 수 있었다. 대학 시절 아버지가 담도암으로 돌아가셨을 때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찾아왔지만 역시 아버지가 남긴 편지 한 박스로 다시 일어섰다고 한다. 그는 30대가 되어 스스로 돈을 벌면서 공부를 시작했고 처음에는 문학을, 나중에는 상담심리학과 대중문화를 연구해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이러한 과정이 삶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글쓰기의 자양이 돼 주었던 것이다. ●삶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글쓰기  가난·병으로 삶이 힘겨울 때마다 독서와 아버지의 편지로 일어나 문학·상담심리학·대중문화 연구 글쓰기 권유해 어머니 상처 치유 작가로서 기반을 다져 가던 어느 날 어머니에게 글쓰기를 권유해 어머니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엄마는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가 많아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셨어요. 밖에서 많은 활동을 하는데 정작 엄마의 마음은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게 죄송했어요. 어릴 때 이야기를 하나씩 글로 써 보시라고 했는데 다섯 살 때 기억을 생생하게 묘사하시는 거예요. 엄마가 글을 잘 쓰세요. 엄마 글을 통해 엄마 마음속에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만나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딸은 어머니를 안아드리고 칭찬해드렸다. “우리 엄마, 정말 잘 사셨네!” 어머니는 글쓰기를 통해 과거와 화해하고 자존감을 찾아갔다. 기억력도 좋아졌다고 한다.그는 영화도 찍었는데 그 맥락이 그의 글쓰기를 빼닮았다. “독일에 연구원으로 나가 있을 때 취미로 영화를 배웠어요. 독일에 입양된 한국인 친구를 알게 됐는데 그 친구는 자신이 노량진 수산시장 쓰레기통에 탯줄을 단 채로 버려져 있었다는 충격적인 말을 건네 주었어요. 한국에 가서 엄마를 찾고 싶으니 도와 달라면서 그 과정을 촬영해 주면 좋겠다는 게 아니겠어요?” 그때 ‘찍고 싶다’에서 ‘찍어야만 한다’로 영화의 의미가 바뀌어 버렸다고 한다. 그 일을 계기로 2015년 박상미는 미혼모와 입양인 이야기를 담은 장편 다큐멘터리 ‘마더, 마이 마더’를 찍었다. 이 작품은 여성영화제, 인권영화제에 초청돼 상영되기도 했다. 몇 년 후에는 강원 영월 상동 폐광촌 할머니들이 자서전을 쓰고 싶다고 강의를 요청해 와 찾아갔는데 절반이 글을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한 할머니께서 “나는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데 내 인생 한이 너무 많아 입으로라도 쓰고 싶어 왔소”라고 호소하자 박상미는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2019년에 찍은 장편 다큐 ‘내 인생 책 한 권을 낳았네’는 그렇게 탄생했다. 영화를 먼저 찍고 이야기를 받아 적어 같은 제목의 책도 펴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국 현대사 특별전에서 상영작으로 초대받았어요. 관장님께 평생 서울 구경을 못 해본 할머니들이니 관광버스 대절해 전원 모시고 오자고 부탁했어요, 영화가 끝난 후 할머니들이 무대에 올라 전원 마이크를 잡고 자기소개를 했지요.” 이제 미혼모, 탄광촌, 교도소 등 주변부를 탐색하는 일은 박상미 글쓰기의 토대이자 무대가 됐다. “미혼모의 삶을 알게 되면서 아이를 입양 보낸 다양한 사연을 들을 수 있었어요. 교도소와 소년원에 심리치료 교육을 자원해 들어갔죠. 모든 것이 연결돼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법무부 방송국에서 전국 재소자 6만여명을 대상으로 고민상담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때로 가석방되는 모범수와 인사 나눌 기회가 있는데 “내일 퇴소합니다. 감사한 마음 갚을 길이 없네요”라는 말을 들을 때 여전히 울컥 눈물이 난다. 그는 이 일을 지치지 않고 오래 지속하고 싶다고 한다. 그럴 수 있기를 응원한다.박상미의 글쓰기 키워드는 치유, 회복, 소통, 공감이다. 감염병 시대에 더욱 맞춤한 것 같다. “자살 시도, 아동 학대, 고독사, 협의 이혼 신청이 증가했어요. 우울감, 무기력감, 대인기피 증상도 깊어지고요. 소통에 유연해지려면 예전보다 더 많은 관계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책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에는 ‘단호하고 건강한 관계의 기술’이 적혀 있다. “사람은 자신이 아는 것밖에는 들을 수 없다고 괴테가 말했어요.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하는 연습, 잘 듣고 상대의 진심을 해석하는 연습, 나의 진심을 오해 없이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연습,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공감 연습은 건강하고 안전한 관계를 맺는 데 반드시 필요해요.” 이러한 그의 경험과 실천은 우리 시대의 건강한 산문 미학이 어디를 향해야 할지를 암시해 주기에 족했다. 작가는 그동안 베스트셀러도 여럿 냈다. 스스로 생각하는 대표 저서는 어느 것일까? “우리 마음속에는 울고 있는 어린아이가 한 명쯤 살고 있죠. 죽음의 문턱까지 어린 저를 데려갔던 가난, 아버지의 투병과 죽음, 다시 살기로 결심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간 인생의 기록을 쓴 책이 ‘마음아, 넌 누구니’예요.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잘 달래 주어야 건강한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는데 어린 시절 상처를 그대로 품고 살아가는 어른들이 많아요.” 그러고 보니 박상미의 말과 글에는 ‘울고 있는 어린아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주변 탐색의 결과, 다큐와 글쓰기 입양인 친구 사연 다큐로 남기고 책으로 펴낸 폐광촌 할머니들 삶 교도소·소년원 심리치료도 자원 “힘든이들의 의미 있는 삶 도울 것 “마음과 대화하는 법을 익히고, 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은 이미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발견해 가는 과정을 쓴 거지요. 심리 상담을 받고 싶어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 쓴 것이기도 하고요. 상처 많은 사람들,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와 함께 작가는 마음을 보호하려면 ‘마음근육’을 길러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다. 몸도 근육을 기르지 않으면 힘을 쓸 수 없듯이 마음도 근육을 기르지 않으면 무력감과 불안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마음근육에서 긍정 에너지를 발산해야 삶의 기초대사량이 늘어나며, 아픈 마음을 발견하고 위로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안에 울고 있는 어린아이는 그렇게 스스로의 마음근육으로 삶을 위안해 갈 것이다. 그는 이제 무엇을 새롭게 해 갈까? “요즘 청소년소설을 쓰고 있어요. 청소년의 마음근육을 키워 주는 이야기를 쓰고 영화로도 찍고 싶어요. 누구나 와서 책 읽고 토론하고 강의도 듣고 상담도 받는 쉼터를 만드는 게 꿈이었는데 곧 문을 엽니다. 특별히 소년원 출신 아이들이 머물면서 계획을 세우는 공간으로 활용될 겁니다.” 그는 여전히 힘든 사람들이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돕고 싶다고 한다. 책의 수익금을 교도소, 소년원, 미혼모 자녀에게 도서를 후원하는 데 쓴다고 한다. “혼자 쓴 게 아니잖아요. 공감의 힘이지요.” 이제 우리는 그를 ‘인문 에세이스트 박상미’로 호명해도 괜찮을 것이다. 문학적 글쓰기가 얼마나 인간의 삶을 치유와 공감 쪽으로 접속할 수 있는지를 강렬하게 느낀 어느 늦겨울의 만남이었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대체복무 길 열렸지만… 보이지 않는 양심, 진정성 존중까진 먼 길”

    “대체복무 길 열렸지만… 보이지 않는 양심, 진정성 존중까진 먼 길”

    “양심을 이유로 매년 감옥에 가는 젊은이가 600여명입니다. 저는 쌍둥이 형제를 변론해 연달아 형제를 감옥에 보내기도 했고 4주간 훈련만 받으면 보건의가 될 수 있는 의사를 감옥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변호인으로서 미안함이 아닌 대한민국의 어른으로서 얼굴을 들기 힘들었습니다.” 2015년 7월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양심적 병역거부 형사처벌 문제를 두고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에서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나선 김수정(53·사법연수원 30기) 변호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이제야말로 헌재가 나서서 눈에 보이지 않는 양심까지 인정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3년 뒤 헌재는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2004년과 2011년의 합헌 결정을 7년 만에 뒤집은 전향적인 판례였다. 20년 가까이 병역거부자를 변호해 온 김 변호사에겐 첫 승리였다. 이후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감옥이 아닌 교정시설 근무를 선택할 길이 열렸다. 병무청 대체역심사위원회 1기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 변호사를 지난 18일 만났다. ●‘100% 패소’ 오명 딛고 헌재서 승리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세간에 알려진 것은 2000년대 초다. 불교신자 오태양씨가 처음으로 비폭력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공개 선언하면서 사회적 의제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김 변호사가 첫 변론을 맡은 것도 그 무렵이다. 2001년 입대 후 집총을 거부하는 여호와의증인 신도 사건이었다. “군사법원에서 항명죄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을 변호하러 국선이 아닌 사선변호인이 간 것은 처음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초기에는 어차피 무죄는 안 나온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형사재판에서 절차적인 권리를 보장받는 데 주력했어요. 무조건 구속되는 관행을 없앤다거나 수감시설에서 종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였죠.” 김 변호사는 변호인으로서 오랜 시간 ‘지는 싸움’을 해야 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 보통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반면 군사법원에서 군형법상 항명죄가 적용되면 관행적으로 3년씩 감옥에 수감됐다. 그가 군사법원 사건을 맡을 때는 한 번에 20~30명씩 모아서 재판을 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피고인을 가장 많이 감옥에 보낸 변호인일 것”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법정에서 양심을 지키고자 했던 청년들이 마주친 현실은 냉혹했다. “군사법원에서 재판할 때 당장이라도 총을 들겠다고 말하면 다 용서해 주겠다고 말하는 재판장이 있었어요. 총을 들 수 없는 사람한테 그런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거죠. 한 번은 판사가 갑자기 피고인 아버지 손을 들어 보라고 하더니 일으켜 세우곤 당신이 병역거부를 시켰느냐고 추궁한 적도 있어요.”●지키지 못한 양심이 ‘운명적 삶’ 이끌어 그들을 위한 변론은 김 변호사에게 운명과도 같았다. 그 역시 양심의 무게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김 변호사는 명지대생 강경대군 구타치사 사건을 계기로 시위를 벌이다 구속됐다. 경찰은 시국사범으로 잡혀 온 학생들에게 준법서약서를 쓰도록 종용했고 학교의 지휘부 선배들은 일단 반성문을 쓰고 나와서 다시 투쟁에 합류하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준법서약서를 쓰고 풀려났다. 그러나 양심을 지키지 못했다는 상처는 그 후 오래도록 그를 괴롭혔다. 수많은 패소 끝에 첫 승리는 2018년 6월 헌재에서 맛볼 수 있었다. 헌재는 병역법 5조 1항에 대해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해당 조항이 병역 종류를 군사훈련으로 전제하고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장벽으로 꼽혔던 한반도의 남북 대치 안보상황에 대해서도 대체복무제 도입을 미루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 결정문에는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중에도 종교적 신념에 따른 반전주의자에게 비전투복무를 하게 했고 통일 전 서독이 동서냉전 상황에서 대체복무제를 기본법에 규정한 사례가 언급됐다. “결국 제도적으로 바뀌려면 헌법소원이 중요한 승부였죠. 2004년 헌재에선 공개변론도 없이 깨졌는데 2018년에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여론조사 결과에서 의식 변화가 확연히 보이고 재판에서는 변화가 조금 더 빨랐어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맡은 하급심 재판부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는 사례가 계속됐고 그런 게 쌓여서 헌법불합치까지 이끌어 냈다고 봐요.” ●‘진정한 양심’을 따지는 엇갈린 시선 헌재 결정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대체복무제 입법 논의가 시작되면서 김 변호사는 마치 “2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오랜 시간 마주했던 대표적인 편견이 ‘병역거부만 양심이고 군대 가는 사람은 비양심이냐’는 것이에요. 헌재 결정의 취지는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이 옳기 때문이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소수의 양심도 보호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관용하는 거예요. 군대에 가는 것도 양심이고 가지 못하는 것도 양심인데 한쪽이 더 소중하다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헌재 결정 이후 입법 논의 과정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상처를 받았죠.” 헌재 결정 이후 재개된 병역법 위반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이어졌지만 ‘진정한 양심’을 증명하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1월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가 되려면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양심을 표출하는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호와의증인 신자가 아니고 반전·비폭력 운동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모의 설득에 병역거부를 번복했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질문에 양심에 따라 답했다는 이유로 양심의 진정성은 인정받지 못했다. 헌법소원 당사자였던 비폭력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홍정훈(33)씨는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1년 6개월의 수감생활을 하게 됐다. “병역거부가 권위주의적 군대 문화에 대한 반감에서 기초했다”는 이유였다. 같은 날 유죄가 확정된 오경택(34)씨의 경우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이 총을 든 것은 폭력행위라고 생각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폭력행위라 비판할 수는 없다”고 답한 것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김 변호사는 “10년간 영화 관람 이력을 사실조회해서 폭력적인 영화를 봤냐 안 봤냐 따지고 여호와의증인 신자가 교회에 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위치추적 조회까지 하고 있다”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양심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여전히 미성숙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양심적 병역거부는 인권의 문제” 정부는 육군 현역병 복무기간(18개월)의 2배인 36개월의 복무 기간과 교정시설 합숙을 근무 방식으로 정한 대체복무제를 입법했다. 2020년 10월부터 본격 시행돼 지난해 말 기준 648명이 전국 13개 교정시설에서 대체복무역으로 근무 중이다. 입법 당시부터 대체복무제가 징벌적이라는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복무기간을 2배가 아니라 1.5배로 정한 국가도 많은데 현행 3년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무엇보다 대체역의 특기가 반영될 수 있도록 복무방식의 다양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병무청 대체복무역심사위원회 1기 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 변호사는 2주에 한 번씩 대전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한다. 지난달에는 정욱(31)씨가 개인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복역을 마친 이들 중 처음으로 대체역에 편입됐다. 유죄 판결에 대한 소명을 듣고 양심을 표출하는 대외적 활동이 없어도 이를 인정할 것이냐를 두고 위원들이 숙고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처음부터 심사위에서 ‘우리는 유무죄를 판단하는 법원이 아니다’, ‘법원의 엄격한 판단 논리를 그대로 적용할 거면 심사위가 왜 필요하냐. 우리는 위원회 취지에 걸맞게 우리 역할을 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양심을 이유로 감옥에 가는 젊은이가 매년 600여명입니다. 대한민국의 어른으로서 얼굴을 들기 힘들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양심과 인권의 문제예요. 1년 넘게 심사를 하면서 스펙트럼이 다양한 위원들이 함께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합의를 해 나가면서 발전하고 있어요. 결국 이건 우리 사회가 성숙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 [길섶에서] 동네 의원/ 임병선 논설위원

    [길섶에서] 동네 의원/ 임병선 논설위원

    시집간 딸이 아기 때부터 다닌 동네 의원이 있다. 원장님은 환갑이 낼모레인 아내를 진찰한 뒤 두 팔을 가슴 위에 포개며 이렇게 말한다. “약 잘 드시고요. 이불을 꼬옥 덮고 푹 주무세요.” 고갯짓도 빠뜨리지 않는다. 딸이 대학에 입학해 이 동네로 돌아와 8년 만에 이 의원을 찾았을 때도 원장님은 어릴 때 대하던 모습 그대로 동화구연하듯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문틈으로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으려 애쓴 기억이 또렷한데 아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대형병원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만큼 살가운 대화가 오간다. “늘 진심이시다” 같은 긍정적 후기가 넘쳐난다. 안타깝게도 워낙 친절한 원장님 때문에 이 의원 간호사들이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을 정도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동네 의원의 역할이 더욱 소중해졌다. 적어도 이 원장님 같은 분들이 성심껏 환자들 살펴 주시면 걱정 붙들어 매도 좋을 것 같다. 원장님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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