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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명암] 오바마 美대선 ‘변수’

    2008년 미국 대선 출마가 점쳐지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뉴욕주) 상원의원은 공화당의 유력 후보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의 가상 맞대결에서 처음으로 앞섰다는 기쁜 소식을 접한 22일(현지시간), 꺼림칙한 소식도 함께 들어야 했다. 지난 2004년 처음 당선돼 이제 상원의원 경력이 2년도 채 안된 같은 당의 바락 오바마(45·일리노이주)가 출마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상원 유일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오바마는 이날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지난 수개월간 나에 대한 반응을 감안,(출마)가능성에 대해 생각해왔다.”며 “현재 나의 주된 관심사는 중간선거이지만 선거 뒤 조용히 앉아 이를 숙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언급은 지난 15일자 시사주간 타임과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뒤 책 홍보를 끝내면 내가 어떻게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좋은 아빠나 좋은 남편이 되는 것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한 데서 한걸음 나아간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현재 아메리칸 드림의 부활을 역설한 두번째 저서 ‘희망의 대담함(The Audacity of Hope)’ 홍보를 위해 전국을 돌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그가 출마를 선언한다면 잠재 후보군 중에서 힐러리에게 가장 큰 타격을 안길 것으로 전망했다. 어정쩡한 입장을 보여온 그녀와 달리 오바마는 줄곧 이라크 전쟁에 반대해왔고 당의 전통적 표밭인 아프리카계의 표심을 많이 잠식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상원의원 6년 임기부터 채우고 보겠다는 말을 바꾼 데 대해 “그땐 그렇게 생각했는데 당내의 부름과 출마 압력에 생각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현재 그는 당내 중간선거 출마자들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유세객으로, 이달에만 18명의 후보를 지원하는 일정이 짜여 있다. 이미 당내 대선 경험이 풍부한 데이비드 악셀로드, 애니타 던,2000년 아이오와 코커스때 앨 고어를 도왔던 스티브 힐더브랜드 등을 참모로 끌어들였다. 그의 최대 약점은 젊은 나이, 외교에 대한 안목과 경험 부족이 꼽힌다. 그러나 그는 “누구는 날 때부터 대통령 준비가 돼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오바마 역시 6자회담은 물론, 미국 정부가 북한과 양자 대화를 시작하는 게 제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 고 은 시인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 고 은 시인

    불현듯 부질없는 상상을 해본다. 언어가 없는 인간세상을 말이다. 우선 ‘사랑한다’고 못하겠지. 또 ‘미안하다’는 말을 못해 엉뚱한 싸움판도 벌어지겠지. 이래저래 오해와 진실이 마구 뒤엉켜 결국은 멸망? 지구상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과연 몇개나 될까. 학자들에 따르면 6000여개는 족히 넘는다. 또 2주에 걸쳐 하나씩 소멸된다고 한다. 이는 지구 생태계 또는 작은 부족의 멸종과 비례한다는 뜻이다.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민족의 상처와 영혼을 켜켜이 담으며 살아온 우리 언어. 남북 분단 60여년, 겨레의 언어 역시 그 세월만큼 간격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몇가지 예를 들어 보자. 남쪽에서 사용하는 ‘전업주부’를 ‘가두녀성’으로,‘도넛’을 ‘가락지빵’으로,‘반딧불이’를 ‘에디벌레’로 각각 다르게 사용한다. 또 계산기 하면 남쪽에서는 전자계산기를 연상하지만 북한에서는 컴퓨터로 통한다. 아울러 ‘해커’를 ‘헤살꾼’으로 ‘스파게티’를 ‘구멍국수’ 등으로 사용하며, 전문·학술용어의 경우 그 차이의 정도는 훨씬 심각하다. 만약 남북 의사가 같이 수술대에 있다면 시술이 불가능할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마 제주도에서 함경도의 방언까지 몽땅 비교한다면? 쉽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지난 1970년대초였다.7·4 공동 성명과 적십자 회담 등을 위해 6·25이후 남북 당국자가 처음으로 만났다. 남측 요원이 회담장에서 서비스를 하던 북한 여성에게 “아가씨”라고 했더니 정색을 하며 “접대부로 불러주세요.”라고 당황케 했던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남과 북이 분단된 후 언어차이를 처음으로 실감케 한 사례였다. ●겨레말은 남한 표준어·북한 문화어·방언 합친 말 1989년 3월이었다. 문익환 목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 주석을 만나 남북 언어의 이질감을 얘기하면서 ‘통일대사전’을 공동으로 편찬하자고 했다. 이후 논의가 중단되다가 2004년 12월 13일 금강산에서 남북 편찬위원들이 만나 결성식을 가짐으로써 본격적인 출발을 하게 됐다. 이후 지난해 2월 편찬위 1차정기회의(금강산)를 시작으로 그동안 7차례에 걸친 실무접촉을 가졌고 오는 2012년까지 30만여 어휘를 담은 남북한 단일사전, 즉 ‘겨레말큰사전’을 펴내기로 했다.‘겨레말’은 남한의 표준어, 북한의 문화어, 그리고 남북의 방언을 합친다는 뜻이다. 현재 남측과 북측은 각각 방언조사 등 편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글날을 앞두고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고은(73) 시인을 만났다. 장소는 서울 마포에 위치한 편찬사업회 사무실. 지난달 말 제7차 편찬위 평양회의에 다녀온 직후였다. 어느 정도 진척이 됐을까. 그는 “현재 ‘ㄱ’과 ‘ㄴ’ 부분을 끝냈다면서 남북 모두 관심이 높기 때문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ㄱ’의 경우만 하더라도 올림말이 6만 9000여개에 달했단다. 남쪽은 10여군데에 대한 방언조사를 끝냈고 북측도 다섯군데를 조사해 서로 CD로 자료를 교환했다. ●우리말은 세계 10위권 유지하는 민족어 남과 북에서는 현재 ‘표준국어대사전’(50만 9000여 어휘 수록)과 ‘조선말대사전’(33만여 어휘)이 주로 쓰이고 있지만 이 사전들은 현장조사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 이 두 사전에서 공통적인 것과 다른 것 20만개를 뽑고, 이들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10만개를 새로 추가시키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최근 조사된 호복이(전북지방, 흠씬 익도록 삶거나 끓이는 모양), 큰아베(경북, 할아버지), 쪼시락허다(전남, 하찮다) 등이 될 수 있다. “언어란 세월이 지나면서 소멸 또는 변질되지요. 우리 근대사 이후 겨레 언어가 여러 지역으로 흩어졌습니다. 연해주, 중앙아시아, 만주 일대는 물론 60년대 이후 미국으로 가지고 간 언어도 조사해야 합니다.” 아울러 “얼마전 사할린 징용자 위령제에 다녀왔다.”면서 30년대 후반부터 우리 동포가 약 15만명이 이주했는데 현재는 3만명밖에 안된다고 했다. 그만큼 우리 순수 언어도 줄어들거나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남과 북 각 지역의 방언과 향토어 속에 우리 말을 찾아내는 작업도 병행된다고 부연했다. 따라서 훈민정음 창제 이후 최초로 우리 겨레말을 집대성하는 일이며, 우리 후손들이 만나야 할 ‘대사전’이라고 의미부여를 했다. 때문에 2012년 이후에도 계속 보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작업에 참여하는 남측 편찬위원들은 학자나 교수들이 대부분이지만 북한의 경우 사회과학원 소속 연구원에서 직접 관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글은 세계 문자 역사상 가장 경이로운 문자입니다. 또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프랑스어보다 많은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갑니다. 러시아어도 푸슈킨 이후 주목을 받았고 독일어는 괴테의 ‘파우스트’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지요.” 우리말도 근대문학 이후 표현력이 아주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그 이전의 양반들은 주로 한문 중심이었다는 것. 예를 들어 편지를 쓸 때에도 ‘기체후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하시옵고….’라는 식이었다. 결국 활발한 신문학 운동은 모국어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대국어들이 횡행하는 오늘날에 우리말이 세계 10위권을 유지하게 된 것도 대단한 민족어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고 이사장은 이런 우리글이 다음 세대에 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많다. 인터넷상에 계속 퍼지는 언어와 영어 등의 영향으로 우리 언어가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겨레말 큰사전을 통해 방향타를 잡고 또 자국어 보존을 위한 정책도 꾸준히 펼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아울러 “말이란 한 시대가 지나면 사라진다.6·25 이후만 보더라도 우리말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고대시와 지금이 다르듯이 현재 사용되는 우리말이 나중에 고어로 남게 되고 일부는 공중에 흩어져 소멸된다고 했다. ●남북, 문화행위로써 우선 동질성 회복해야 훈민정음 창제와 관련,“당시 세종대왕은 몽골과 여진 지역에도 학자를 파견했다. 또 티베트어 연구는 물론 산스크리스트어를 사용하는 승려도 참여시키는 등 세계적 언어로 만들려고 애를 썼다.”고 했다. 실제로 몽골에 가면 당시 사신이 다녀갔다는 자료가 현재 남아 있다는 얘기를 몽골학자한테 전해들었다고 귀띔했다. 또 세종은 여진과 말갈족들을 끌어들이는 등 이주정책을 펼쳤는데 놀랍게도 아직까지 함경도 지방에 경상도 사투리가 남아 있단다. “아마 당시 한글창제 작업은 중국 몰래 했겠지요. 한자(漢字)와 다른 문자를 따로 만든다는 것은 천자(天子)를 자처하는 입장에서 볼 때 불온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공표도 조심스럽게, 즉 보다 쉽게 민중에게 뜻을 전달하기 위한 글이라는 식으로 중국을 달랬지요. 또 비로소 한자 지배의 구속에서 벗어나 최초로 민중문자와 민족언어를 가졌다는 역사적 의미도 있습니다.” 칠순을 넘긴 나이에 겨레말 편찬사업에 남다른 열정을 쏟는 고 이사장. 세상에 놀러오지는 않았다고 강조하는 그는 “남북은 정치·군사적 문제만이 아닌 먼저 문화행위로써 서로 동질성을 회복하고 스며들다 보면 통일도 가능해진다.”고 역설했다. 이어 “겨레말에 의탁하여 살아온 지난 역정을 바쳐 ‘이젠 죽을 수 있다. 이제 죽어도 된다.’라는 몇년 뒤의 궁극적 감회를 예감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km@seoul.co.kr ■ 고은이 걸어온 길 ▲1933년 군산 출생(본명 고은태), 군산고 중퇴 ▲52년 입산,10년간 승려생활(법명 일초) ▲58년 조지훈 등의 천거로 ‘현대시’에 ‘폐결핵’ 발표로 등단 ▲60년 첫 시집 ‘피안감성’ ▲62년 환속, 재야 운동가로 활동 ▲74년 시집 ‘문의 마을에 가서’ 출간. 제1회 한국문학상 ▲86년 ‘세계의 문학’에 ‘만인보’ 연재 ▲89년 제3회 만해문학상 ▲90년 민족문학작가회장 ▲99년 미 하버드대 연구교수. 버클리대 초빙교수 ▲2004년 제4회 베를린문학페스티벌 자문위원 ▲05년∼현재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
  • [씨줄날줄] 대통령과 IQ/이목희 논설위원

    폴 오닐 전 미국 재무장관이 부시 대통령을 비난해 파문이 일었던 적이 있다. 오닐은 부시를 처음 만난 때를 이렇게 묘사했다.“논의 내용을 잔뜩 준비해 갔으나 대통령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거의 독백이었다.” 각료회의 중의 주의산만을 ‘귀머거리 가운데 있는 장님’이라고 꼬집었다. 오닐의 비판에 즈음해 부시의 말실수가 잇따랐다. 공식행사에서 남의 나라 국가원수, 수도 이름을 아무렇게나 불러 망신을 샀다.TV토크쇼에서 ‘바보 부시’가 심심찮게 화제에 올랐다. 부시의 지능지수(IQ)가 두자리 숫자라는 출처 불명의 자료가 떠돌기도 했다. 급기야 UPI통신 등 미 유력 언론들은 부시의 IQ를 과학적 토대에서 분석한 기사를 내보냈다.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성적과 공군장교 시험성적이 준거틀이 되었다. 당시의 추정 IQ는 125였다. 총인구의 상위 5%에 속한다고 하니 명예회복은 된 셈이다.2000년 대선에서 그와 대결했던 고어보다는 낮았으나 2004년 대선 경합자 케리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이었다. 부시를 불쾌하게 만드는 주장이 또 나왔다. 부시가 20세기 이후 미 대통령 가운데 두번째로 IQ가 나쁘다는 심리학자 사이먼튼의 연구결과가 엊그제 공개됐다. 그는 부시의 IQ를 111.1에서 138.5 사이로 추정했다. 부시의 불행은 두가지. 첫째는 전임자의 IQ가 너무 좋아 대비가 되었다. 클린턴은 추정치가 135.6∼159로 부시보다 20포인트나 높았다. 둘째는 ‘경험 개방성’이 최악이라는 지적을 받은 점이다. 사이먼튼이 분석한 ‘개방성’은 소통지수(CQ)·감성지수(EQ)와 비슷했다. 그는 부시가 머리는 괜찮은 편이나 다양한 시각과 통합능력이 극단적으로 낮다고 혹평했다. 역대 미 대통령의 리더십을 분석한 리처드 뉴스타트는 민주사회의 권력은 ‘설득력’에서 나온다는 결론을 내렸다.“그의 시간 대부분을 상대방을 설득하고 동참토록 이끄는데 보내는 대통령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도자의 덕목으로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못 빌린다.”고 말했다. 이제는 이렇게 고쳐야 할 듯싶다.“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소통과 설득, 통합 능력은 빌리기 어렵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고어 “대통령 출마 배제 안해”

    앨 고어(58) 전 미국 부통령이 백악관 입성에 재도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2008년 미 대통령 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USA투데이 등이 보도했다.●미 대선에 판도변화 회오리 올까 고어 전 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으로선 그럴 것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미래에 다시 대통령에 출마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처음 밝혔다. 그는 자신이 해설자로 출연한 환경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을 홍보하기 위해 호주에 와 있다. 지난 2000년 대선에 출마한 고어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아깝게 고배를 마신 정치인으로 기억된다. 그는 당시 전체 유권자 득표에서는 이겼으면서도 선거인단 확보수에서 져 미국 선거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여론까지 크게 일으켰었다. 게다가 그때 가까스로 당선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인기는 바닥세여서 고어에 대한 미국민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본선 경쟁력’이 도마에 올랐다.당내 지지도나 선거자금 확보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이지만 정작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나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공화당 예비후보와의 가상 대결에선 패배하는 것으로 나온다. 영국 더 타임스는 지난 3일 힐러리가 여성 후보라는 한계를 인식, 대권보다는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본선 경쟁력 낮은 힐러리의 대안? CNN은 지난 7일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원은 줄리아니를, 민주당원은 힐러리를 가장 선호한다고 보도했다. 고어는 힐러리(37%)에 이어 2위(20%)를 차지했다. 그러나 고어가 정식으로 출사표를 던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금 고어의 이미지는 ‘정보 고속도로’ 전도사에서 지구온난화에 대항하는 환경지킴이로 변신했다. 그는 이날 “대통령직이 환경 문제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면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도 차선(second best)은 된다.”고 말해 ‘야망’을 풍겼다. 미국 언론들은 고어가 영화 홍보차 전미 순회에 나설 때부터 출마를 위한 정지작업에 눈길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줄곧 손사래를 쳐왔다. 어차피 ‘흘러간’ 인물인데 힐러리의 몸값을 키우고 민주당 전대를 흥행시키는 들러리일 뿐이라는 불안감도 무시 못한다. 영화 ‘불편한 진실’은 부시 행정부와 호주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 채택을 거부하고 있는 사실을 정면 비판하고 있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이번에 고어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다큐멘터리 가을 스크린 점령

    다큐멘터리 가을 스크린 점령

    흥행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영화장르가 다큐멘터리이다. 감각을 자극하고 은유로 에두르는 보편적 작법을 거부하는 다큐영화는 그러나 올 가을엔 전례없이 풍성하다.9·11 테러를 그린 ‘플라이트 93’의 8일 개봉을 필두로 국내외 화제의 다큐들이 잇따라 관객을 찾는다.‘괴물’의 독주에 기가 꺾인 극장가 상황을 감안한다면 개봉 자체부터 의미있는 작품들이다. #사이에서(7일 개봉) 발버둥을 쳐도 자신의 손으로 운명을 개척할 수 없는 이들의 숙명이 처연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다큐멘터리. 국내외 각종 페스티벌에서 굿과 공연예술의 접목을 꾀해온 대무(大巫) 이해경을 중심으로 신(神)의 선택을 받은 대가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엮인다. 흔히 ‘무당’이라 불리는 이들의 사연은 기실 말초적 흥미를 자극할 소지가 적지 않다. 다큐멘터리 채널(Q채널)에서 오랫동안 다큐물을 연출했던 이창재 감독의 이번 작품에는 신과 인간 사이의 불가해한 소통을 업으로 삼은 이들의 애환이 시종 담백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용해됐다.30년간 시름시름 무병을 앓다가 죽음 직전에 이르러서야 신내림을 받고 편안해지는 50대 여인, 귀신의 장난으로 학교를 다니지도 못하고 실명한 8세 사내아이, 신내림을 거부한 어머니의 대물림으로 무당의 숙명을 타고난 28세 미혼녀. 세 사람의 사연을 조미료 없이 진지한 시선으로 담아낸 화면은 범접못할 존재론적 의미와 굿 제례 자체의 미학적 가치, 괄호 밖의 삶에 던져진 인간을 향한 이해와 깊은 연민으로 충만하다. CGV용산,CGV인디영화관(강변, 상암, 인천, 부산 서면)에서 상영.15세 이상 관람가.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14일 개봉) 진실을 대면하는 순간은 난감하고 불편하다. 미국 전 부통령 앨 고어의 환경운동 강연을 옮긴 스크린을 마주하는 1시간 36분은 그래서 차라리 외면하고 싶게 께름칙한 시간일지도 모른다.2000년 대선 실패 이후 정치활동을 접고 환경운동가로서 제2의 삶을 시작한 앨 고어가 직접 제작한 ‘슬라이드 쇼’라는 점에 일단 주목할 만하다. 지구온난화와 그 심각성을 위트와 재치로 경고하는 전직 미국 부통령의 개인적 역량 또한 주목할 수밖에 없는 환경다큐멘터리. 인류의 변화된 소비행태가 야기한 이산화탄소의 증가, 이로 인해 북극 빙하가 10년을 주기로 9%씩 녹아내리고 있다는 등의 ‘영상 증언’이 고어의 육성 강연으로 이어진다. 지구온난화를 경고한 학술지의 논문들과 통계자료를 일일이 제시하는 고어의 수고로움이 헛되지 않을 만큼 과학적 설득력이 빛난다. 전체 관람가.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14일 개봉) 세계 최고의 음악축제 글래스톤베리의 35년 역사를 한눈에 꿰뚫어볼 수 있다. 영국 남서부 서머셋의 글래스톤베리는 자유와 해방의 중심이자 유토피아다.1970년 마이클 이비스가 1파운드로 주말내내 팝과 포크를 즐길 수 있도록 자신의 농장을 개방했던 축제의 시작부터 이후 사회, 문화, 세계 정세에 대항하고 변화해온 글래스톤베리의 모든 것을 담았다.2000년부터 축제와 관련된 모든 것을 수집한 줄리안 템플 감독은 글래스톤베리에 대한 애정어린 시각으로, 이 축제가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업성에 놀아나지 않고 처음 그때의 소박하고 순수한 정신을 견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벨벳 언더그라운드, 핑크 플로이드, 데이빗 보위, 스티븐 패트릭 모리시, 라디오헤드, 비요크 등의 공연실황이나 음악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 다큐. 서울 압구정 스폰지하우스 개봉.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 최여경기자 sjh@seoul.co.kr
  • 뒷골목으로 간 미술

    동네 후미진 뒷골목이 알록달록한 색동옷으로 갈아입는다.’‘주민들의 입가엔 엷은 미소가 흐른다.’ 서울시내 뒷골목에 신기한 조형물이 들어서거나 담벼락을 예쁜 벽화로 단장하는 곳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거리를 미술품으로 꾸미는 일은 대학로를 비롯, 홍익대 입구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명소에 많았으나 이젠 낙후되고 소외된 동네 골목길에 집중되고 있다. 뒷골목이 조형물 놀이터 22일 종로구 이화동·동숭동 일대 18곳에서는 조형물, 벽화, 시설물 설치작업이 한창이다. 좁은 골목을 지나 큰 길로 나서면 대학로지만, 이들 지역은 지저분하고 낡은 담벼락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동숭동 50번지 산동네 천룡천 약수터에서는 돌계단에 ‘물이 좋아 어의(御醫)가 와서 왕에게 바칠 물을 떠갔다는 곳’이라는 글귀를 멋드러진 고어체로 새겨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낙산공원 근처 골목길 계단에는 이곳에 살았던 마라토너 손기정씨를 기리는 뜻에서 못쓰는 철제 운동기구를 이용, 난간을 설치하고 있다. 또 이화동 달동네로 통하는 긴 계단에는 미끄럼 철제판을 설치해 아이들이 재미있게 타고 놀 수 있도록 꾸민다. 오아시스라고 이름을 붙인 골목에는 예쁜 낙타 인형을 세워 놓아 보는 이들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볼품없이 높은 담벼락엔 등반놀이 시설도 만든다. ●주민들, 웃음꽃 만발 문화관광부 산하 공공미술추진위원회와 종로구는 ‘소외지역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미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달 완공을 목표로 이화동과 동숭동 뒷골목이 첫 시범구역으로 선정됐다. 뒷골목에 사는 주민들과 아이들에게 밝은 생활환경을 제공하고 문화적 소양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재원은 국가 복권수익에서 지원 받는다. 반응이 좋으면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자치단체가 뒷골목 생활환경을 개선하면서 주민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하는 미술작업은 또 있다.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예술사랑 문화나눔’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서울 관악구의 협조를 받아 봉천1동 동명지역아동복지센터의 잿빛 외벽을 동화 속의 예쁜 벽으로 바꾸었다. 과거에는 주민들이 몰래 버린 쓰레기 더미에서 악취가 풍기고,‘주차금지’ 푯말이 무색할 정도로 불법주차 차량들이 어지럽게 늘어서 있어 오가는 이들도 고개를 돌린 곳이다. 벽화 그리기는 자원봉사 대학생과 복지센터 아동, 주민 등이 함께 작업을 했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 서울문화재단 김영호 차장은 “뒷골목 꾸미기는 소외지역에 대한 환경개선 효과도 있지만 생활환경이 어려운 주민들이 밝게 웃을 수 있도록 하는 점이 더 보람된 일”이라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힐러리 대선가도 최대 걸림돌은 남편”

    “싫지만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며칠 전 이순(耳順)을 맞는 감회를 솔직히 털어놓았던 빌 클린턴(사진 왼쪽) 전 미국 대통령이 19일 조촐한 환갑상을 받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대변인인 조 페리의 성명을 통해 “좋은 친구들, 부인인 힐러리(오른쪽) 상원의원, 딸 첼시 등과 함께 비공개리에 생일 잔치를 했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클린턴 재단 웹사이트는 이 특별한 날을 축하하고자 하는 방문객들에게 축하 인사를 남기도록 하는 한편, 그가 관여하는 여러 자선기금들에 기부하도록 독려했다. 이날 들려온 반가운 소식 하나는 시사주간 타임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뉴욕주 상원의원이 2008년 대선에서 가장 믿을 만한 후보감으로 꼽혔다는 것이었다.힐러리 의원은 공화당 대선주자로 유력한 존 매케인 애리조나주 상원의원과의 가상대결에서 존 케리 2004년 민주당 대선 후보, 앨 고어 전 부통령 등보다 훨씬 선전할 후보로 뽑혔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이라크전 지지 리버먼 ‘고배’

    3선(選)의 현역 상원의원에 2000년 대선때 부통령 후보로 나선 화려한 경력도 소용이 없었다. 이라크 전쟁 지지 발언으로 일찌감치 고전이 점쳐졌던 미국 민주당의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이 8일(현지시간) 코네티컷주 상원의원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정치 경력이 전혀 없는 백만장자 네드 라몬트 후보에게 아깝게 지고 말았다. 이날은 6년 전 앨 고어 대통령 후보로부터 부통령 후보 지명을 받았던 바로 그날이어서 아픔이 더욱 컸다. 리버먼의 패배는 중간선거를 3개월 앞둔 민주당에 큰 메시지를 던진 것은 물론,2008년 대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전쟁을 적극 지지하고 부시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 때문에 ‘미운 오리새끼’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리버먼 의원이 결국 당원 뜻에 따라 낙마했기 때문이다. 젊은 당원들은 지난해 연두교서 발표 후 부시 대통령이 그의 뺨에 입맞춤하는 비디오를 인터넷에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당내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중진 중 한명인 리버먼을 떨어뜨렸다. 이날 경선은 중간선거와 대선에서 이라크전 반대를 당론으로 정해 쟁점화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했던 민주당에 자신감을 안겼다고 AP통신은 강조했다. 리버먼 의원은 경선인단의 99%인 13만 6042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48.35%의 지지를 확보,51.65%의 표를 모은 라몬트 후보에게 패했다. 그는 승패가 갈린 뒤 기자회견을 갖고 “패배를 인정하며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아닌 무소속으로 출마해 반드시 당선되겠다.”고 다짐했다. 라몬트 후보는 “나의 경선 승리는 부시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심판이자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며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리버먼의 패배는 1980년 이후 현역이 낙마한 네번째 사례로 앞으로 계속될 다른 주 경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美 기록적 폭염… 민주당은 웃고 있다?

    美 기록적 폭염… 민주당은 웃고 있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의 살인적인 불볕더위가 정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지속적인 지구 온난화는 미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미국에서는 지난 40년 동안 북부지역의 이른바 ‘서리지대(Frost Belt)’에서 남부의 ‘태양지대(Sun Belt)’로의 대규모 인구 이동이 나타났다. 북부의 냉혹한 겨울 날씨를 견디는 것보다는 남부에서 여름 더위를 이겨내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것이 이주자들의 생각이었다. 인구 이동은 선거구의 변화도 가져왔다.1960년대 미국 북부의 3대 주인 뉴욕과 펜실베이니아, 매사추세츠에는 모두 93개의 선거구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64개뿐이다. 세 곳 모두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다. 반대로 1960년대 텍사스와 플로리다에는 34개의 선거구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61개로 늘어났다.2개 주 모두 지난 두 차례의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줬던 공화당 우세지역이다. USA투데이는 미국의 기상 지도가 정치지도와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날씨가 더운 지역은 공화당 지지 주이며, 반대로 서늘한 지역은 민주당 지지 주라는 것이다. 또 지난 50년간 미국 평균온도보다 높았던 27개 주 가운데 21개 주는 지난 대선에서 부시를 지지했다. 선거구로 따지면 286개 선거구에서 241개를 이긴 것이다. 반면 평균 기온보다 낮았던 23개 주에서는 민주당이 우세했고, 지난 대선에서도 141대 45로 존 케리 후보를 지원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의 인터넷 매거진인 슬레이트닷컴은 북에서 남으로의 인구이동 패턴에 역전현상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미 전역에 섭씨 37.7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계속되면서 미국인들은 덜 추운 겨울을 견디는 것이 너무 더운 여름을 이겨내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더위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가 초래한 초특급 허리케인의 잦은 등장도 플로리다 등 남부에서의 인구 이탈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파괴된 루이지애나주의 뉴올리언스에서 절반 가까운 인구가 이동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남부를 떠난 미국인들이 북부 지역에 자리를 잡게 되면 그만큼 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의 선거구가 늘어나게 된다. 민주당은 인구 이동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라는 이슈에서도 유리하다고 슬레이트닷컴은 분석했다. 최근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제작하고 출연한 영화 ‘불편한 진실(An Inconvinient Truth)’은 과학전문가들로부터 최고의 평점을 받았다. 또 현재 민주당 지지자들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하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2일(현지시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에서 “기후 변화는 실제 일어나고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은 기업 활동에 지장이 된다는 이유로 온실가스 배출 통제를 위한 교토 의정서 가입도 반대하고 있다. dawn@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괴물 장르/등급 SF드라마/12세 감독/배우 봉준호/송강호·변희봉·박해일·배두나 줄거리 한강 둔치에 나타난 돌연변이 괴물에게 납치된 딸을 구하려 사투하는 일가족. 20자평 봉준호 감독을 ‘괴물’이라 부르게 될, 본격 토종SF. ●한반도 장르/등급액션/15세 감독/배우강우석/조재현·차인표·안성기·문성근 줄거리 경의선 개통을 앞두고 일본이 소유권을 주장하자 정부는 사라진 국새를 찾아 나서는데… 20자평 카타르시스의, 카타르시스에 의한, 카타르시스를 위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장르/등급액션/12세 감독/배우고어 버빈스키/조니 뎁·올랜도 블룸·키이라 나이틀리 줄거리마침내 나타난 심해의 악령 데비존스와 잭 스패로 선장의 한판 대결 20자평 메가톤급 액션 신, 풍성한 볼거리. ●카 장르/등급애니메이션/전체 감독/배우존 라세터/오웬 윌슨·폴 뉴먼 줄거리자동차 경주를 중심소재로, 자동차를 의인화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20자평 실사영화 뺨치게 속도감 넘치는 화면. ●가필드2 장르/등급가족코미디/전체 감독/배우팀 힐/빌 머레이·브렉킨 메이어 줄거리미국 고양이 가필드, 영국의 왕자 고양이와 운명을 맞바꿨다? 20자평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어 좋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코미디. ●포켓몬 레인저와… 장르/등급애니메이션/전체 감독/배우유아마 구니히코/엄상현·이선호(목소리) 줄거리바다의 왕관을 찾아 떠나는 지우와 포켓몬 일행의 여행 20자평 어린이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모은 TV시리즈 ‘포켓몬스터’의 극장판. ●유실물 장르/등급공포/15세 감독/배우후루사와 겐/사와지리 에리카 줄거리유실물에 원혼이 깃들어 있다는 금기를 소재로, 지하철에서 엮는 공포극. 20자평 새로움을 찾을 수 없는 흔하고 밋밋한 귀신이야기.
  • 무슨 영화 볼까

    무슨 영화 볼까

    ●패스트 앤 퓨리어스… 장르/등급 액션/12세 감독/배우 저스틴 린/루카스 블랙·성 강·바우 와우 줄거리 사고뭉치 아마추어 레이서의 드리프트 기술 도전기 20자평 오직 레이싱만을 위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장르/등급 액션/12세 감독/배우 고어 버빈스키/조니 뎁·올랜도 볼룸·키이라 나이틀리 줄거리 마침내 나타난 심해의 악령 데비존스와 잭 스패로 선장의 한판 대결 20자평 큰 규모의 화려한 액션신, 풍성한 볼거리 ●포켓몬 레인저와… 장르/등급 애니메이션/전체 감독/배우 유아마 쿠니히코/엄상현·이선호·지미애 줄거리 ‘바다의 왕관’을 찾아 떠나는 지우와 포켓몬 일행의 여행 20자평 어린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TV시리즈 ‘포켓몬스터’의 극장판 ●아파트 장르/등급 공포/18세 감독/배우 안병기/고소영·강성진·장희진 줄거리 9시56분, 불이 꺼진 뒤 한 사람씩 죽어가는 아파트의 비밀을 풀어라 20자평 가끔 애 떨어질 굉음 넣으면서 눈알만 굴리는게 공포물의 전부는 아니다. ●한반도 장르/등급 액션/15세 감독/배우 강우석/조재현·차인표·안성기·문성근 줄거리 경의선 개통을 앞두고 일본은 소유권을 주장하고 한국 정부는 사라진 국새를 찾아나선다. 20자평 카타르시스의, 카타르시스에 의한, 카타르시스를 위한 영화 ●카 장르/등급 애니메이션/전체 감독/배우 존 라세터/오웬 윌슨·폴 뉴먼 줄거리 자동차 경주를 중심소재로, 자동차를 의인화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20자평 실사영화 뺨치게 속도감 넘치는 화면 ●슈퍼맨 리턴즈 장르/등급 액션/전체 감독/배우 브라이언 싱어/브랜든 로스·케빈 스페이시 줄거리 두말할 필요 없는 절대 영웅 슈퍼맨의 재림기 20자평 엉성한 스토리 속에서도 케빈 스페이시의 악역이 가장 빛난다
  • [무슨 영화 볼까]

    ●비열한 거리 장르/등급 액션/18세 이상 감독/배우 유하/조인성·남궁민·천호진·이보영 줄거리 한 뒷골목 조폭을 통해 들여다본 폭력의 악순환, 비루한 인간성. 20자평 리얼리티 살아 펄떡이는 액션 화면, 꽃미남 조인성의 몸사리지 않는 액션 시퀀스. ●아파트 장르/등급 공포/18세 관람가 감독/배우 안병기/고소영·강성진·장희진 줄거리 밤 9시56분, 불이 꺼진 뒤 한 사람씩 죽어가는 아파트의 비밀을 풀어라. 20자평 애 떨어질 굉음 넣으면서 눈알만 굴리는 게 공포물의 전부는 아닐 텐데? ●파이스토리 장르/등급 애니메이션/전체 감독/배우 이경호/존 폭스·하워드 베이커 줄거리 부모 잃은 물고기 파이의 ‘바다밑 새 세상 적응기’ 20자평 ‘니모를 찾아서’와 ‘샤크’를 섞어놓은 듯 어정쩡한 이야기 얼개. ●엑스맨: 최후의 전쟁 장르/등급 SF액션/12세 관람가 감독/배우 브렛 라트너/휴 잭맨·할리 베리 줄거리 인간과의 공존이냐 투쟁이냐를 두고 드디어 맞붙는 돌연변이간의 싸움. 20자평 이전에는 활력소였던 다채로운 캐릭터가 이제는 부담 ●캐리비안의 해적-망자… 장르/등급 액션/12세 관람가 감독/배우 고어 버빈스키/조니 뎁·올랜도 볼룸 줄거리 마침내 나타난 심해의 악령 데비존스와 잭 스패로 선장의 한판 대결 20자평 큰 규모의 화려한 액션신, 풍성한 볼거리 ●슈퍼맨 리턴즈 장르/등급 액션/전체 관람가 감독/배우 브라이언 싱어/브랜든 로스·케빈 스페이시 줄거리 잠적 5년만에 나타난 슈퍼맨, 지구도 지켜야 되고 옛 애인의 마음도 돌려야 되고…. 20자평 기대보다 화려하진 않은 화면, 깎은 밤처럼 수려한 외모의 새 슈퍼맨 ●아랑 장르/등급 공포/15세 감독/배우 안상훈/송윤아·이동욱 줄거리 성폭행을 소재로, 억울한 원혼이 벌이는 미스터리 연쇄살인 드라마. 20자평 송윤아의 차분한 연기는 일품. 너무 자주 출몰하는 귀신, 높낮이 조절에 실패한 공포 강도.
  • 제1·2당 양분 50:50 선거 늘어난다

    제1·2당 양분 50:50 선거 늘어난다

    ‘50대 50의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 2000년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세계 각국의 주요 선거에서 제 1당과 2당이 유권자의 지지를 대등하게 나눠 갖는 정치적 양분 상태, 정치적 교착국면이 두드러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11월 독일 총선과 지난 4월 이탈리아 총선에서 사상 유례 없는 접전이 펼쳐진 데 이어 지난달 치러진 체코 총선에서도 좌·우파가 100석씩을 나눠가졌다. ‘좌파 바람’이 거센 라틴아메리카도 마찬가지다.2일 치러진 멕시코 대선은 예비개표 결과 우파인 펠리페 칼데론 국민행동당 후보와 좌파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민주혁명당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두 후보간 지지율 차이는 1%포인트 남짓.2월 코스타리카 대선과 지난달 페루 대선에서도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대혼전이 빚어졌다. ●2000년 미국 대선후 확산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최근 세계 곳곳에서 정치세력간 힘의 균형상태가 이어지면서 집권당의 권력행사가 제약받는 비정상적인 정치적 교착국면이 펼쳐지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신문이 지적한 대표적 사례는 2000년과 2004년 대통령선거에서 초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미국. 조지 부시와 앨 고어가 격돌했던 2000년 대선은 재검표 소동과 법정 공방이 이어지면서 무려 45일간 당선자 발표가 미뤄지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로마노 프로디의 좌파연합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우파연합이 맞붙은 이탈리아 하원선거에서도 불과 0.1%P차로 뒤진 베를루스코니측이 승복을 거부하면서 1주일 넘게 정치일정이 중단됐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총선에서 불과 4석차로 운명이 갈린 집권 사민당과 제1야당인 기민·기사연합이 연립정부의 주도권을 두고 2개월 넘게 줄다리기를 벌였다. 체코 역시 독일과 비슷한 상황이 1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원인 미주와 유럽,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나타나는 정치적 양분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들이 있지만 모든 경우를 아우르는 공통된 원인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제적 성장동력이 고갈돼 가는 유럽에서는 ‘좌파의 보수화’와 ‘우파의 급진화’에 따른 정치적 수렴의 결과 이 같은 교착상태가 초래됐다. 반면, 라틴아메리카의 정치적 균형은 시장주의 확대의 부작용으로 계급분할이 강화된 데 따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또 다르다. 이라크전쟁과 낙태·안락사·동성애를 둘러싼 논란에서 드러나듯 정치적 균열의 핵심에는 국가 정체성과 대통령의 역할, 사회적 보수주의와 관련된 관점들의 양극화가 자리잡고 있는 까닭이다. 더 타임스는 “미국에선 가치관을 둘러싸고, 유럽·중남미에선 경제적 비전을 놓고 정치적 논란이 주로 전개되고 있는 점이 차이”라고 진단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책꽂이]

    ●들리지 않던 총성 종이폭탄!(이윤규 지음, 지식더미 펴냄) 히틀러는 1939년 9월1일 새벽 폴란드를 기습공격하기 전 수년 동안 유럽정복계획을 위장하기 위해 각종 평화공세를 폈다. 북한도 1950년 6월25일 기습공격을 감행하기에 앞서 평화통일방안을 제시하고, 조만식 선생과 간첩 김삼룡·이주하의 교환을 제의하는 등 심리전을 구사했다. 현역 육군 대령인 저자는 6·25전쟁과 관련된 심리전의 유형을 사례 중심으로 살핀다.‘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이 있듯, 평화의 시기에도 들리지 않는 총성은 계속되고 있다.2만 5000원.●한국인의 정치사상(김한식 지음, 백산서당 펴냄) 상고시대 홍익인간 이념부터 현대 민주주의 사상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조명. 저자(국방대 교수)는 한국정치사상 연구에서 가장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는 상고사에 있다고 주장한다.‘규원사화’‘한단고기’ 등 상고사 문헌에 따르면 상고시대 선인들의 활동무대는 한반도와 만주 남부지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대륙 하북성까지 포함된다. 회대지방과 요동, 산동지역 전부를 망라하는 것이다. 저자는 ‘한단고기’에 문제점이 많다면 적어도 ‘규원사화’ 같은 상고사 문헌은 수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라 한국정치사상의 폭과 깊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3만원.●아리랑 시원설 연구(김연갑 지음, 명상 펴냄) 낙랑 남쪽 자비령의 이름인 ‘아리’에서 비롯됐다(이병도),‘아리’는 ‘밝(光)’의 고어로 ‘아리랑 고개’는 ‘광명의 고개’다(양주동), 고향을 뜻하는 여진어 ‘아린’에서 유래했다(이규태)…. 아리랑의 시원에 관해서는 누구도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저자(아리랑세계화위원회 사무총장)는 아리랑은 목은 이색의 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정선 7현과 인연이 깊은 이색의 시에는 ‘(정선)아라리’의 뿌리라 할 만한 수지(誰知) 즉,(이 마음을) 누가 알리오라는 글귀가 많이 나온다는 것을 근거로 든다.2만 5000원.●귀신론(고야스 노부쿠니 지음, 이승연 옮김, 역사비평사 펴냄) 계로(자로)가 귀신을 섬기는 법을 묻자 공자가 답했다.“아직 사람을 섬기는 일도 잘하지 못하거늘, 어찌 귀신을 섬길 수 있겠는가.” 일본의 대표적인 비판적 지성인 저자는 논어 ‘선진’편에서 공자가 제자인 자로(계로)와 나눈 문답을 귀신론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책은 고문사학파를 이끈 오규 소라이의 귀신론을 시작으로 귀신과 제사의 의미를 둘러싼 일본 유학자들의 담론투쟁을 생생히 보여준다.1만 2000원.●다 빈치의 두뇌 사용법(우젠광 지음, 류방승 옮김, 아라크네 펴냄) 1452년 피렌체공화국 빈치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는 인류 역사상 가장 창의적이며 상상력이 뛰어나고 두뇌를 잘 사용한 인물로 꼽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좌뇌와 우뇌 중 한쪽만 치우쳐 사용하는 데 반해 다 빈치는 좌뇌와 우뇌를 균형있게 사용할 줄 알았다. 르네상스시대 화가들의 업적을 정리한 바사리는 다 빈치를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때때로 하늘은 인간이 아닌 신을 우리에게 내려 보낸다. 우리 모두는 그의 생각과 뛰어난 지식의 도움을 받아 하늘에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뇌력(腦力)의 비밀이 담겼다.1만 5000원.●축제, 세상의 빛을 담다(김규원 지음, 시공아트 펴냄) 평화와 사랑이 충만한 황금색. 그것은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축제를 위한 색이다. 이 축제는 한 해의 말미를 장식하는 중유럽의 중요한 행사다. 크리스마스 정령 같은 황금빛 소품들이 진열된 장터에서 글뤼바인을 마시며 독일의 음울한 겨울 날씨를 음미해보자. 원초적 본능이 꿈틀대는 바르셀로나 메르세 축제의 빨간색은 희망의 상징. 이탈리아의 전통 경마대회인 팔리오 축제에는 17가지 색 무지개가 수를 놓는다. 색으로 보는 유럽축제 이야기.1만 5000원.
  • [토요영화]

    [토요영화]

    ●지옥의 묵시록(EBS 오후 11시)조지프 콘러드가 1902년에 발표한 소설 ‘암흑의 핵심’에 담긴 인간의 이중성을 베트남 전쟁에 투영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을 다룬 영화 가운데 최고 문제작으로 평가받으며 197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대부’시리즈로 유명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컨버세이션’(1974)에 이은 두 번째 황금종려상 수상작. 예정된 촬영 과정을 5배나, 예산을 2배 이상 초과했을 정도로 험난한 제작 과정을 거치며 배우나 스태프 모두 미쳐버릴 정도였다고. 감독 의도와는 달리 편집돼 개봉됐으나,2001년 칸영화제에서 디렉터스컷으로 53분이 추가돼 본 모습을 찾았다. 광기 어린 전쟁 묘사와 더불어 명배우 말론 브란도, 로버트 듀발, 마틴 쉰의 연기가 빛을 발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윌라드 대위(마틴 쉰)는 커츠 대령(말론 브란도)을 암살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커츠 대령은 전설적인 미군 장교이지만 미군의 지휘에서 벗어나 캄보디아에서 독자적인 부대를 거느리고 있는 인물이다. 윌라드 대위는 그다지 전쟁 경험이 없는 부하 4명을 데리고 임무를 시작한다. 캄보디아로 흐르는 강어귀에서 서핑을 즐기려고 전투를 벌이는 ‘전쟁광’ 킬고어 대령(로버트 듀발)이나 전선에 위문차 들른 여성 위문단을 만나기도 하지만, 끊이지 않는 전투 속에 윌라드 대위 일행은 점점 전쟁의 실체를 깨닫는 한편, 이성도 잃어가게 된다. 마침내 윌라드 대위 일행은 목적지에 도착해 커츠 대령을 만나게 되는데….1979년작.153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레알(채널 CGV 오후 5시30분)요즘 본색을 드러내지 못한 채 종종 체면을 구기고 있지만, 세계 최고 프로축구팀을 꼽으라 하면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를 들 수 있다. 그만큼 전 세계 곳곳에서 축구 스타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레알 마드리드의 실제 경기와 열성적인 팬들의 모습 등 다큐멘터리와 극 영화를 혼합했다. 전 세계 다섯 나라에서 온 레알 마드리드 팬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묶여진다. 데이비드 베컴의 팬인 일본 소녀와 남자친구, 부상당한 잉글랜드 소녀 축구 선수와 재기를 돕는 코치, 아프리카 세네갈 오지에서 축구를 보기 위해 TV가 있는 시내까지 이틀을 걸어가는 축구광 부자 등이 그들이다. 대형 스타들의 플레이를 중계방송보다 생생하게 볼 수 있지만 워낙 레알 마드리드에 이야기가 집중되다 보니, 웬만한 축구 팬이 아니라면 쉽게 즐기지 못할 수도 있다.2005년작.89분.
  • 춘향·몽룡의 여름나기 배워볼까

    춘향·몽룡의 여름나기 배워볼까

    오는 31일은 단오. 지금은 아스라해진 우리네 고유명절. 조상들은 이날 보양식을 먹고 한바탕 신나게 놀면서 다가올 무더위에 대비해 몸을 추슬렀다. 오늘날. 에어컨을 사는 것 말고 여름을 이기기 위해 우리들이 준비하고 있는 것은 무얼까. 물질문명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명절이 아니라 명절속에 담긴 조상들의 지혜가 아닐까. 건강한 여름나기를 준비했던 조상의 슬기를 찾아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본다. 향단이가 준비해놓은 창포물 앞에 앉은 춘향. 솜털이 보송보송한 귀밑머리까지 한올한올 정성들여 머리를 감는다. 행여 한방울이라도 흘릴세라 여간 조심하지 않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머리를 매만지며 이번엔 화장대앞에 앉아 분을 바른다. 예사로운 분이 아니다. 아침 해뜨기전 텃밭의 상추잎에 맺힌 이슬을 모아 개어 놓은 분이기 때문. 얼굴에 바르면 버짐이 피지 않고 피부가 아기의 그것처럼 고와진다. 분단장 마친 춘향.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머리를 찰랑대며 어서 나가자고 향단이를 채근한다. 오늘은 단옷날. 집안에만 갇혀 지내다 모처럼 자유롭게 바깥을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이다. 이날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려왔던가. 은근한 눈초리로 힐끔대는 뭇남정네들의 시선을 한껏 즐기며 신나게 그네를 탄다. 옷고름이 휘날리는 모양새가 마치 하늘에라도 닿을 듯하다. 저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몽룡. 마치 그네를 타는 선녀라도 보듯 넋이 빠져있다. 저고리 앞섶이 보일 듯 말 듯 나풀거리는 모습에 애간장이 탄다. 하릴없이 허리춤에 괸 창포뿌리만 매만진다. 단옷날 남정네들은 창포뿌리를 허리에 차고 다녔다. 사악한 기운을 쫓는 효험이 있다는 믿음 때문. 단오선(端午扇)을 부쳐대며 안달복달하는 이몽룡을 보다 못한 메신저, 방자가 춘향에게 다가가 수작을 걸어본다.“아씨, 저희 도련님께서 호젓한 곳에 가서 수리떡이나 같이 드시자고 하십니다요.” 아마도 이몽룡과 성춘향은 이렇게 단옷날을 즐기지 않았을까. 예로부터 단오는 추석과 설에 버금가는 명절이자 축제날. 모내기를 마치고 잠시 쉬며 다가올 뜨거운 여름을 준비하는 날이었다. 이날 먹었던 음식이나 행했던 풍속들을 보면 여름을 이기기 위한 조상들의 슬기가 가득 배어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오며 잃어버린 우리의 소중한 전통. 단오를 제대로 알면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도움말 김흥술 강릉시청 학예연구사, 김경남 민속학자, 조규돈 강릉단오보존회 회장 단오가 지나면 곧바로 무더위와 장마가 이어진다. 단오에 벌어지는 풍속들은 더운 여름철에 건강을 유지하는 지혜와 재액을 멀리하고 풍농을 기원하는 습속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 창포물에 머리감기 창포는 기름의 유화작용과 분산작용이 뛰어난 천연세제. 해마다 단오무렵이면 논주변이나, 연못 등에 무성하게 자라났다. 머리카락의 때를 빼고(샴푸), 부드럽게 해주는 것(린스)은 물론, 영양을 공급(트리트먼트)해주는 다양한 기능을 가졌다. 그래서 단옷날이면 부녀자들이 창포뿌리 삶은 물을 희석시켜 머리를 감았던 것. 비듬이나 피부병을 없애주는 효과도 있었다. 또 머리를 감은 다음엔 은은한 향을 발산해 향수대용으로도 그만이었다. ● 단오장(端午粧) 화려한 외출을 위해서, 또 나쁜 귀신을 쫓는다는 주술적인 의미에서 여인네들은 단옷날 아침 공들여 치장을 했다. 먼저 아침해가 뜨기전 창포나 상추에 맺힌 이슬을 모아 분을 개 얼굴에 발랐다.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 것은 물론, 얼굴에 버짐이 피지 않고 피부가 고와진다고 믿었기 때문. 창포뿌리를 잘라 비녀를 만들어 꽂기도 했다. 두통을 없애 머리를 맑게 하고, 서캐 등의 기생충을 물리치는 효과가 있었던 것. 비녀에 수(壽)와 복(福)자를 새겨 복을 기원하기도 했다. 요즘도 강릉단오제 때에는 할머니들이 머리에 창포비녀를 꽂고 나오기도 한다. 남자들은 창포뿌리를 허리에 차고 다녔다. 물론 재액을 멀리한다는 주술적인 의미에서다. ●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농촌에서 설날이나 정월대보름에 과일나무 시집보내기를 하듯, 단옷날 오시(午時, 오전 11시30분∼낮12시30분)에는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행사를 벌였다. 단오는 대추가 막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계절. 여성을 상징하는 대추나무 가지사이에 남성을 상징하는 둥근 돌을 끼워넣어 풍년과 다산(多産)을 기원했던 것이다. ● 단오부채 선물하기 부채는 더위를 식히고 파리나 모기 등의 해충을 쫓는데 유용한 도구. 조선시대에는 국왕으로부터 평민에 이르기까지 단오부채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5월부채 동지책력’이라 해서 왕은 단오선이란 부채를 신하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었고, 영호남의 지방관리들은 각지역 특산부채를 왕에게 진상하기도 했다. 재료는 달랐지만 평민들도 단오부채를 주고받았다.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라는 의미를 담았음은 물론. ● 기타 단옷날 오시에 목욕을 하면 무병한다고 해서 단오물맞이를 하고 모래찜을 하기도 했다. 부녀자들은 음식을 장만해 창포가 무성한 못가나 물가에 가서 물맞이 놀이를 즐겼다. 또 설날이나 추석처럼 어른아이할 것 없이 모두 단오빔을 해 입기도 했다. 단오를 앞두고 밀린 공사대금 등은 모두 정리했고, 머슴들에게는 동짓날 ‘겨울살이’처럼 옷과 용돈 등 ‘여름살이’가 지급됐다. 노인들은 모아놨던 용돈을 이날 하루에 모두 써버리기도 했다. 약으로 사용하기 위해 쑥과 익모초 등을 뜯는 날이기도 했다. 익모초는 더운 여름날 즙을 내 마시면 입맛을 돋우는 효능을 가진 식물. 이맘때 나는 단오쑥은 특히 약효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슬 맺힌 쑥을 캐다 막걸리를 뿌려 말린 다음 환으로 만들어 먹으면 식중독이나 배탈 등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마당에 쑥불을 피워 전염병을 옮기는 모기 등의 해충을 쫓기도 했다. 소에게는 코를 뚫는 ‘성년식’의 날. 간장을 소의 코에 뿜어 소독한 다음, 날카로운 나무로 소의 코를 뚫었다. 천방지축 날뛰던 송아지가 비로소 양순하고 일 잘하는 어른소가 되었던 것. ■ 강릉단오 29일 절정 경산·영광서도 열려 # 단오놀이 그네뛰기는 여인네들이 즐겼던 대표적인 놀이. 누가 더 멀리 뛰는가를 겨뤘다. 멀리 뛸수록 하늘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주술적인 의미도 있었다. 춘향전에서 보듯, 그네를 타는 곳은 일종의 남녀간 미팅장소이기도 했다. 모처럼 외부출입이 자유로웠던 단옷날, 여인네들은 그네를 타며 남자들과 수작을 벌이기도 하고, 세상밖을 구경하기도 하며 해방감을 만끽했던 것. 강릉지역에서는 파리와 모기 등의 해충을 쫓기 위해 그네를 타기 시작했다는 일화도 전해온다. 반면 남정네들은 씨름을 즐겼다. 각희, 각력이라는 별칭처럼 다리의 힘을 주로 겨루는 경기. 농번기를 앞두고 다리힘을 기르는데 씨름처럼 좋은 놀이가 없었다. # 단오음식 단옷날 먹는 음식들은 미각을 돋울뿐만 아니라 여름을 건강하게 날 수 있는 영양식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음식이 수리떡.‘수리’는 태양을 상징하는 고어(古語)다. 즉, 양기가 가장 성한 날 태양모양의 떡을 만들어 먹었던 것이다. 주재료는 산에서 뜯어온 쑥. 솜털이 나있어 솜쑥이라고도 불린다. 들에서 나는 쑥보다 뛰어난 약효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금님은 이날 제호탕을 마셨다. 제호탕은 여러 한약재를 달여 꿀을 섞은 것으로 여름철 건강을 유지하는데 탁월한 효능을 보였다. 팥죽도 만들어 먹었다고 전해진다. 예로부터 붉은색의 팥은 귀신을 쫓는데 사용한 곡식. 대문이나 장독대 등에 널어두었던 팥으로 단오팥죽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이밖에 송홧가루에 꿀을 섞어 갈증해소를 위해 마셨던 송화밀수나 초여름 보양식 준치만두, 그리고 앵두화채, 수리취떡 등도 단오때 먹던 제철음식들이었다. # 가볼 만한 단오행사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된 강원도 강릉단오제(danoje.festival.org)는 최대의 단오축제. 신주빚기 등 사전 행사가 열리는 5월2일부터 6월2일까지 강릉시 남대천변 단오장과 지정행사장에서 열린다. 영신제 등 본행사가 열리는 5월29일부터가 절정. 창포 머리감기, 그네타기 등의 체험행사는 물론, 관노가면극과 학산 오독떼기 공연 등 놀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하다. 정동진 등 유명관광지가 인근에 산재해 있어 5월 나들이코스로는 제격이다. 문의 강릉단오제위원회 (033)641-1593. 중요무형문화재 제44호로 지정된 경북 경산시의 자인단오제(gyeongsan.go.kr)도 가볼 만하다.3m에 달하는 화려한 화관을 들고 추는 여원무와 가장행렬인 호장굿 등이 장관.5월31일부터 6월2일까지 자인면 계정숲에서 열린다. 문의 경산시청 문화관광과 (053)810-6062. 전남 영광의 법성포단오제(yeonggwang.jeonnam.kr)는 5월28부터 31일까지 법성포 숲쟁이공원 주변에서, 충남 대전의 금강단오제(dano.or.kr)는 6월3일 대청댐 잔디광장에서 각각 열린다. 서울의 국립민속박물관(nfm.go.kr), 남산골 한옥마을(hanokmaeul.org)등에서도 단오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 단오의 유래 입하(立夏)를 지나 태양의 열기가 뜨거움을 더해가는 음력 5월5일. 모내기를 마치고 첫번째 김매기를 앞둔 사이에 거행된 단오는 여름철 세시풍속의 중심적인 명절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설과 추석, 한식 등과 함께 4대명절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음양사상에 따르면 오(五)가 두번겹치는 5월5일은 일년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 홀수를 양의 수라 하여 길수(吉數)로 여겼던 전통사회에서 단오는 길일중의 길일이었다.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는 날이기도 했지만, 신분의 높낮음에 관계없이 모두가 일상의 시름을 털고 한바탕 신나게 노는 축제의 날이기도 했다. 머슴이라 할지라도 배불리 먹고 즐기는 해방된 날이었던 것. 단오제로 유명한 강릉지역에서는 “단오장에서 돌베개 베고 안 자본 사람 없고, 안 망가진 보리밭 없다.”는 말이 전해질 만큼 음주가무가 어우러진 질펀한 축제의 장이었다. 특히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않았던 부녀자들에게는 모처럼 외부출입이 허용된 특별한 날이기도 했다. 남쪽으로 갈수록 추석을 성대히 치른 반면, 단오는 북쪽으로 갈수록 더 큰 명절로 여겨지기도 했다. 원인은 기후.5월이 되어서야 추위가 사라지는 북쪽지역에서 내복을 벗는 날인 단오는 가장 경사스러운 날이었던 것. 단오의 유래에 대해서는 중국 유입설이 유력하다. 초나라의 충신 굴원이 멱라수에 몸을 던져 자결한 날이 5월5일. 중국인들이 굴원을 기려 제사를 지내던 풍습이 우리나라의 단오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견도 만만치 않다.‘수릿날’이라고도 하는 단오는 고대 마한시대부터 시작되었다는 것. 마한시대의 습속을 다룬 ‘위지(魏志)’에 기록된 ‘5월제’가 단오의 시초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명절이자 농사와 관계있는 절기인 단오를 특정인의 제삿날과 연관짓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특히 강릉단오제는 지난 2005년 중국의 공동등재 요청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유네스코(UNESCO)의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으로 지정됐다. ■ 남녀노소·빈부귀천 없이 단오엔 모두가 한마음 강릉의 단오제를 지켜본 유네스코 심사위원들이 “아직도 인류에 이런 축제가 남아 있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표현했듯, 단오는 모든 사람들이 상하귀천 없이 함께 어우러진 축제의 장이었다. 거나하게 술이 오른 사람들은 너나없이 돌베개를 벤 채 흐드러지게 잠을 자고, 그새 눈이 맞은 남녀들은 단오장 주변 보리밭이 남아나지 않을 만큼 질펀하게 놀곤했다. “창포꽃 피는 단옷날이 오면 동네 어귀에 있는 송백수 가지에/ 높이 높이 그네줄 매어놓고 붉은 댕기 비단치마 바람에 나부끼며/ 그네뛰던 옛고향이 그리워지기도 한다.”는 어느 시인의 탄식처럼 이제는 세인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단오. 기억 저편으로 보내기엔 너무도 소중한 전통이다. 단오와 관련된 자료사진들을 모아봤다. 아스라해진 기억의 한 자락을 되돌아볼 겸 잊혀져가는 우리의 고유명절을 다시한번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 자료제공 강릉시청·강릉문화원
  • 보수 언론재벌 머독 ‘친 힐러리’로 선회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힐러리 죽이기’에 앞장서온 폭스뉴스와 뉴욕포스트 등 미국의 가장 보수적인 언론사들을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 회장이 ‘친 힐러리’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의 언론들은 머독 회장이 오는 11월 재선에 도전하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위해 7월에 뉴욕에서 대규모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주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이에 앞서 힐러리 의원은 최근 열린 폭스뉴스 창립 10주년 기념파티에서 머독을 위해 건배를 제안했다. 힐러리 의원과 머독 회장은 그동안 사실상 앙숙 관계였다.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시절 영부인인 힐러리가 뉴욕주 상원의원에 출마하자 머독은 이를 맹비난한 바 있다.그의 소유인 뉴욕포스트도 힐러리의 선거 출마에 반대하는 기사와 비우호적인 사진을 게재하고 웹사이트를 통해 클린턴 부부에게 비판적인 여론조사를 게재했었다. 반면 힐러리는 지난 98년 남편인 클린턴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폭스뉴스 등을 ‘방대한 우익 음모단체´ 라며 싸잡아 비난했다. 머독이 힐러리 의원 지지로 돌아선 것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끈질긴 설득 때문으로 전해졌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힐러리 의원의 2008년 대선 가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힐러리 의원이 공화당의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나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과 대선에서 만날 경우 승산이 높지 않다는 점 때문에 당내에서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로 ‘고어 대안론’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지난 2000년 대선에서 법정 소송 끝에 아깝게 조지 부시 현 대통령에게 패했던 고어 전 부통령은 힐러리 의원보다 훨씬 ‘좌파적’ 노선을 견지해 당내 진보파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dawn@seoul.co.kr
  • [씨줄날줄] 제주 사투리/이용원 논설위원

    ‘나 바레기가 권닥사니 벗어정/가고정 홀 때민/속솜호영 오고셍이 보내주쿠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이 글은, 제주 지역어(사투리)를 사랑하는 이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 가운데 하나이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의 첫 대목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를 제주 말로 옮긴 것이다. 제주교대 속담연구회가 20여년의 자료 수집 끝에 출간한 ‘제주도속담사전’(제주도 펴냄,1999년)에는 ‘미던 씨어멍도 죽으민 보리 방에 질 땐 생각난다.(미워하던 시어머니도 죽으면 보리 방아 찧을 때는 생각난다.)’‘멩마구리 울민 마 갇나.(맹꽁이 울면 장마가 멎는다.)’같은 속담들이 등장한다. 한결같이 외지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제주만의 사투리이다. 하지만 사투리의 특성은 남다르거나 신기하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사투리라고 해서 표준어보다 열등한 것도 아니다. 사투리도 결국은 지역사회의 자연환경, 관습, 역사 등이 누적돼 형성된 문화의 총합인 것이다. 특히 제주 사투리는 육지와 오랜 세월 격리돼 보수성이 강하다는 의미에서 고어(古語)의 보물창고로 일컬어진다. 실제로 제주도의 촌로 중에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진 자모인 ·(아래아),ㅸ,ㅿ을 정확하게 쓰는 이들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가을’을 로 발음한다는 것이다. 국립국어원과 국립민속박물관이 제주도 사투리를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의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일을 공동 추진키로 하고 최근 업무협약을 맺었다.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서글픈 소식이다. 반가운 까닭은,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제주 사투리를 되살리는 노력과 지원이 활발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투리가 열등하다는 일반의 편견이 깨져 우리의 언어생활이 훨씬 풍요로워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서글픈 이유는 제주 사투리가 이제는 특별히 보호받아야 할 만큼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이다. 제주뿐만 아니라 각 지방의 사투리를 보존·계승하고 연구하는 적극적인 정책이 나와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후진타오, 부시보다 빌게이츠 먼저 만난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을 만난다. 후 주석은 미국 동쪽의 워싱턴DC가 아니라 서쪽의 워싱턴주를 먼저 찾는다. 블룸버그 통신은 13일(현지시간) 미국을 처음 방문하는 후 주석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에 앞서 18일 시애틀에 먼저 들러 게이츠 회장의 레이크사이드 저택에서 만찬을 갖는다고 보도했다.‘메뉴’는 물론 중국에 만연한 불법 소프트웨어(SW)의 대대적인 소탕 작전. 지적재산권 보호는 후 주석의 이번 방미에 있어 위안화 절상과 함께 가장 중요한 무역 의제다. 중국에서 해적판이 활개를 치면서 미국 기업들은 연간 2500억달러(약 250조원)의 손실을 입는다고 미 의회 상업위원회는 추산하고 있다. ‘디지털 미래의 산실’을 찾은 중국 최고 지도자로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덩샤오핑(鄧小平) 등이 있었다. 크리스틴 그레고어 워싱턴주지사는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 리 하트웰 노벨의학상 수상자 등 100여명의 귀빈을 불러 후 주석을 환영하기로 했다. 스타벅스는 지난 1월 중국 내 유사업체와 소송을 벌여 스타벅스 로고 무단 사용의 대가로 50만위안(약 6200만원)을 받아냈었다. 후 주석은 이어 워싱턴주 에버리트의 보잉 공장을 방문해 항공기 제조과정을 둘러본다. 앞서 중국은 80대의 보잉 737기를 50억달러(약 5조원)에 구매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게이츠 회장 역시 선물 보따리를 푼다. 대중국 투자와 함께 중국 학교 등에 대한 기부를 약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이츠 회장은 교육에 관심이 많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산행패션, 칙칙함을 벗어라

    산행패션, 칙칙함을 벗어라

    산과 들에 알록달록 봄꽃이 예쁘기도 하다. 탁한 황사를 피해, 뿌연 공기로 가득찬 도시를 떠나 산을 찾은 사람들의 옷차림은 그 꽃보다도 화려하다. 한걸음 한걸음 뗄 때마다 흘러내리는 땀에도 끄떡없이 내내 상쾌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은 기본. 화사한 색감과 디자인으로 마음도 경쾌하게 하는 게 요즘 등산복이다. 이젠 칙칙한 산행 패션은 가라 봄 산을 찾은 등산객들의 옷은 활짝 핀 개나리 진달래보다 화사하고, 발걸음은 경쾌하다.‘화려한 색상’,‘편하면서도 잘 빠진 디자인’,‘진화된 기능’을 갖춘 등산복으로 맑은 공기를 찾아 나선다. 등산복 패션은 기능과 디자인을 모두 만족시킨다. 방수, 방풍 등 기능이 탁월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몸을 산뜻하게 한다. 무게가 가벼워 착용감이 좋고, 색상도 화사해 굳이 산에 가지 않더라도 캐주얼하게 입을 수 있다. 이제 등산복은 산이나 도심, 어디에서나 요긴한 패션 아이템이다. # 봄빛을 담은 세련된 색상 야외활동을 하는데 하얀색 옷은 부담스럽다. 올해 유행이라는 백색(白色) 바람이 등산복을 비켜간 이유다. 대신 칙칙하고 어두운 색상보다 화려한 색상이 각광받는다. 검정, 회색, 갈색 등 기존 등산복에서 많이 사용된 색상은 한발짝 후퇴했다. 겉옷에도 과감한 색상을 많이 썼다. 코오롱, 라푸마, 헬리한센, 노스페이스 등 각 브랜드들은 밝은 파랑, 노랑, 연두, 분홍 등 봄을 느낄 수 있는 화사한 색상의 제품들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남성은 밝은 파랑이나 연두, 여성의 경우는 분홍이나 노랑, 오렌지 등 화사한 색상의 재킷이 주류. 회색이나 검정색을 바탕으로, 소매나 허리 라인 등에 원색으로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 꾸준히 진화하는 기능 봄철 등산복은 활동성을 고려해 좀 더 가벼운 의류가 인기를 끈다. 보통 점퍼에 많이 사용하던 웰딩(밀착)기법을 재킷, 티셔츠, 바지 등 다양한 아이템에 적용해 전체적인 옷차림이 보다 간편해졌다. 방수·방풍 기능을 갖춘 고어텍스 팩라이트나, 방풍 기능과 신축성이 좋은 고어텍스 소프트셸, 방수 기능이 한층 강화된 고어텍스 하드셸 소재도 증가했다. 재킷 안에 입는 이너웨어는 쿨맥스나 쿨 앤드 드라이 소재를 다양하게 사용해 신속하게 땀을 흡수하고 빠르게 말려준다. 또 바지는 오염이 덜 되고 신축성이 좋은 셸러 소재를 사용한 제품이 많다. 등산용 속옷도 등산복 못지않게 기능성이 향상됐다. 쿨맥스, 폴리프로필렌 등을 이용해 땀 흡수력, 발산력, 신축성 등을 두루 갖춘 제품들이 많다. # 펑퍼짐함은 가라 언제라도 야외활동을 할 준비가 돼있는 활동적인 사람들과 등산 인구 증가와 함께 산행을 즐기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등산복의 디자인도 실루엣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활동성을 주기 위해 풍성하게 편한 스타일이 대부분이었지만 허리선을 강조하거나 바지통을 줄여 전체적으로 날씬해 보이는 디자인이 많다. 신축성 좋은 소재를 사용해 활동하는 데도 지장이 없다. 방수가 되지않는 소프트셸 제품은 경량화와 간결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소 몸에 붙는 디자인에 허리 길이를 짧게 해 하체가 길어보인다. 도심에서도 입을 수 있도록 투박한 수납공간을 멋스럽게 활용해 세련미를 더하기도 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내게 맞는 스타일 찾아볼까 다양한 등산복, 내게 맞는 스타일은 어디에 있을까. 야외 활동을 할 때나 도심 생활에서 모두 멋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제품이 많이 등장했다. 소재, 디자인, 세부 장식 등에서도 각각의 개성을 발휘한다. 코오롱스포츠는 여행과 도심생활에서도 멋스럽게 입을 수 있는 아웃도어 캐주얼 라인을 선보였다. 여행의 편리성을 위해 수납공간을 다양하고 멋스럽게 활용한 것이 특징. 또 라운드티셔츠, 폴로티셔츠 등 캐주얼 위주의 아이템을 보강해 패션성을 더욱 높였다. 올해 새롭게 내놓은 30데니어(Denier) 고어텍스 재킷은 실의 무게를 크게 줄였다. 기존의 고어텍스 재킷이 600g선인데 비해 30데니어는 이보다 100g 정도 가벼워졌다. 헬리한센의 재킷은 남성용이 120g, 여성용이 85g으로 초경량이다. 부드럽고 가벼워 착용감이 편안한 소재에 방풍·발수·투습성을 갖추고 있다. 헬리한센의 기능성 속옷인 ‘리파 스포츠 라인’은 섬유 중 가장 가볍다는 ‘폴리프로필렌’을 사용했다. 보온단열성, 흡습 속건, 정전기 억제, 영구 항균·방취 기능을 갖추어 등산용 속옷으로 알맞다. 신축성이 좋아 움직일 때도 편안하다. 라푸마의 대표 제품인 고어텍스 XCR 3레이어 재킷은 방수, 방풍, 투습 기능이 뛰어나다. 어깨 부분에 신축성이 있는 스트레치 원단을 사용해 움직임이 자유롭다. 절개선과 재봉선을 없애 방수가 잘 되고 가벼운 웰딩 기법을 사용했다. 독일 브랜드 뒤셀도르프의 재킷은 가볍고 부드러운 느낌의 나이아드 소재를 사용했다. 기능성 메시를 적절히 활용해 통풍성이 뛰어나고, 기후에 따라 조끼를 붙일 수 있어 전천후 활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파랑 연두 등 화사한 색상으로 등산 낚시 등 야외활동뿐만 아니라 평상복으로도 좋다. 컬럼비아 스포츠웨어는 탁월한 방풍·투습성을 갖춘 윈드스토퍼 소재의 여성용 재킷과 고어텍스 XCR 3레이어 소재의 재킷을 내놓았다. 움직임이 많은 등판과 팔 부분에 스트레치 소재를 사용해 활동성을 높였다. 소매, 팔꿈치, 모자는 입체적으로 설계해 움직임이 편한 것이 특징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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