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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로 고시원 거주자 “비상벨 안 울렸다”…화재원인 규명 나서는 당국

    종로 고시원 거주자 “비상벨 안 울렸다”…화재원인 규명 나서는 당국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와 관련해 소방 당국 등이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에 나섰다. 윤민규 종로소방서 지휘팀장은 9일 현장 브리핑에서 “내일(10일) 오전 10시 소방과 경찰, 전기, 가스 등 유관기관이 합동감식을 벌인다”며 “화재 원인과 발화점 등을 조사한 후에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목격자들로부터 나오는 발화점과 화재 원인과 관련해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 (내일) 합동감식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덧붙였다. 경찰 역시 “‘싸우다가 불이 났다’거나 ‘담뱃불을 던져 불이 났다’는 등의 고시원 생존자들 증언 중 확인된 사실은 일체 없다”고 밝혔다. 스프링클러의 부재가 이번 화재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팀장은 “다중이용업소특별법에 따르면 2009년부터 고시원은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하게 돼있다”며 “이곳은 기존 고시원이라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벨하고 감지기 그 정도 설비만 갖추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시원에서 탈출한 사람들은 “비상벨을 듣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고시원 3층인 305호 거주자는 “‘불이야‘라는 소리를 듣고 반바지만 입고 나왔다”며 “비상벨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2층에 거주하는 정모(40)씨도 “‘우당탕’ 하는 소리와 ‘불이야’라는 외침 때문에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윤 팀장은 “그 부분(비상벨이 울리지 않았다)도 경찰과 소방이 조사를 한 후 확정해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쪽방같은 고시원에 스프링클러도 없어…사망자 탈출구 막힌 3층에 집중

    쪽방같은 고시원에 스프링클러도 없어…사망자 탈출구 막힌 3층에 집중

    9일 최소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종로 고시원 화재는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3층의 유일한 출구에 불이 나면서 사망자는 3층 거주자에게 집중됐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 국일고시원은 연면적(건물 전체 바닥면적) 614.3㎡ 규모에 총 객실 54개로 이뤄졌다. 복도나 계단 등을 포함해도 1인당 쓸 수 있는 공간이 11.3㎡(3.4평)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6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산 것이다. 이름만 고시원일 뿐 사실상 쪽방촌과 다름 없는 곳이었다. 때문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좁은 통로로 사람들이 미쳐 빠져나가지 못해 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하이거나 창이 없는 층 또는 층수가 4층 이상인 층이면서 바닥 면적이 1000㎡ 이상인 곳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다. 2009년부터 법개정에 따라 건축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고시원 등 다중이용업소에는 간이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국일고시원은 이러한 기준에 해당하지 않았다.국일고시원은 고시원으로 정식 등록 돼 있지도 않아 올해 실시된 국가안전대진단 점검 대상에서도 제외 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일고시원은 구청에 고시원이 아닌 ‘기타사무소’로 등록한 채 고시원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2009년 이전 지어진 건물은 구청에 소방서에서 받은 필증만 있으면 영업을 할 수 있다”면서 “고시원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해도 불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일고시원 건물은 1983년 지어졌다. 비상벨은 설치돼 있었지만 화재 당시 정상 작동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3층에 거주하고 있던 이들은 유일한 탈출였던 비상구가 불에 막히면서 피해가 컸다. 마른 사람이 겨우 몸을 비집고 나올만한 좁은 창문이 유일한 탈출구였는데 그나마 가운데 12개 객실은 창문도 없었다. 현재까지 발생한 사망자 7명은 모두 3층과 옥탑방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종로 고시원 화재 ‘아비규환’의 1시간

    종로 고시원 화재 ‘아비규환’의 1시간

    오전 5시 취약시간 화재에 ‘속수무책’옷도 못 걸치고 속옷 차림으로 탈출 9일 오전 5시 화마가 덮친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곤히 잠든 취약시간이었던 까닭에 3층짜리 소규모 건물에서 일어난 화재였음에도 7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고 말았다. 특히 거주자 대다수가 일용직 노동자들인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한다.불이 난 고시원 3층은 시커멓게 그을렸고, 건물 내부에는 철골만 앙상하게 남았다. 고시원 2층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주민들이 창문을 통해 긴급히 탈출한 흔적이었다. 주민들은 비상구 사다리를 이용하고, 창문에 매달렸다가 뛰어내리는 등 필사의 탈출을 시도했다. 2층 거주자인 50대 남성 김모씨는“‘불이야’ 하는 외침을 듣고 옷도 제대로 걸치지도 못하고 대피했다”면서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 3층은 연기가 자욱했다”고 전했다. 가까스로 대피한 50대 여성은 “내가 반찬도 만들어 주고 했는데 사람들 불쌍해서 어떡하나”라며 눈물을 흘렸다. 화재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거주자들은 종로1·2·3·4가동 주민센터 3층 강당으로 피신했다. 각종 개인 생활용품과 옷가지 등 전 재산을 화재로 모두 잃고 속옷 차림에 담요만 걸치고 나온 사람도 많았다. 회계사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대피 현장에서까지 책을 펼쳐든 주민도 있었다. 2층 거주자 이모(64)씨는 “당뇨가 심한데 약을 하나도 못 챙겨 나와 큰일났다”고 말했다. 고시원 거주자 중에는 베트남 국적자 2명과 중국 국적자 1명도 있었다. 2층에 살았던 20대 베트남 남성은 “고시원에서 산 지는 4개월 정도 됐다”면서 “고시원장이 소리를 질러서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이런 아비규환의 상황 속에서 소화기로 화재 진압을 시도한 주민도 있었다. 3층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누군가 소화기를 뿌리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종로 고시원 화재 “방문 막혀 창문 탈출…대부분 일용직 독거인”

    종로 고시원 화재 “방문 막혀 창문 탈출…대부분 일용직 독거인”

    9일 최소 7명이 죽고 11명의 부상자를 낸 화재가 발생한 종로 관수동 고시원은 독거 생활을 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적지 않게 살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자들은 좁은 창문 등을 통해 겨우 밖으로 빠져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화재가 발생한 고시원 2층에 거주하다 화재 발생 초반에 대피한 정모(41)씨는 “새벽 5시에 불이야 소리를 듣고 바로 뛰쳐나왔다”면서 “고시원에는 식당에 일을 나가시는 아주머니들이나 일용직에 나가는 사람들이 많이 거주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출입구 쪽인 301호 앞에서 연기가 많이 나고 있었다”면서 “출입구쪽에서 불길이 번져 3층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나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3층에 거주하다 완강기를 사용해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는 A씨는 “고시원에 거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50~60대였다”고 전했다. 해당 고시원의 월세는 25~30만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탈출에 성공한 거주자들은 그나마 탈출이 용이했던 2층에 거주하거나 완강기, 창문 등을 통해 겨우 밖으로 빠져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고시원에서 부상을 입고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옮겨진 B(59)씨는 “새벽 5시쯤 매캐한 연기에 눈을 떴는데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다”면서 “다행히 비가 와서 천을 비에 적셔 코를 닦고 숨을 쉬며 버티다 창문으로 탈출했다”고 말했다. B씨는 “처음에 복도쪽 출입문으로 탈출을 시도했지만 이미 문이 검게 그을려 있어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기억했다. B씨는 그나마 있는 창문도 좁아 탈출이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층에는 24명, 3층에는 26명이 거주했으며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건물 내에는 스프링클러 장치가 없었고, 자동경보설비만 갖춰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로, 1층은 일반음식점, 2~3층은 고시원으로 사용됐다. 소방당국은 2층에는 24명, 3층에는 26명이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권혁민 종로소방서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고시원 3층 출입구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신고와 목격자의 진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동지령 5분 만인 오전 5시 5분 현장에 도착했을 때 화재가 심한 상태였다”면서 “새벽 시간이고 화재로 출입구가 막혀 대피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스프링클러 없고, 불길에 출입구 봉쇄”… 1월 종로 여관 화재 참사 ‘판박이’

    “스프링클러 없고, 불길에 출입구 봉쇄”… 1월 종로 여관 화재 참사 ‘판박이’

    종로구 고시원 3층 입구에서 화재최소 7명 사망, 20여명 사상거주자 대부분 40~60대 일용직 노동자 9일 새벽 서울 종로구의 한 고시원에서 불이 나 최소 7명이 숨지는 등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쯤 종로구 관수동의 국일고시원 3층에서 화재가 나 2시간 만에 진화됐다. 소방당국은 소방관 100여명과 장비 30대를 투입했다. 이 화재로 오전 10시 기준으로 7명이 사망했고, 연기를 마셨거나 화상을 입은 부상자 17명은 인근 병원 8곳으로 분산돼 이송됐다. 사망자와 부상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사상자는 대부분 40~60대 일용직 노동자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건물은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1층에선 일반음식점이 영업 중이었고, 2~3층이 고시원이었다. 고시원 2층에는 24명, 3층에는 26명이 거주했다. 권혁민 종로소방서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고시원 3층 출입구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신고와 목격자의 진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동지령 5분 만인 오전 5시 5분 현장에 도착했을 때 화재가 심한 상태였다”면서 “새벽 시간이고 화재로 출입구가 막혀 대피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고시원 3층 입구에서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또 화재 발생 지점이 출입구다 보니 탈출로가 봉쇄돼 피해 규모가 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물 내에는 스프링클러 장치가 없었고, 자동경보설비와 탈출용 완강기만 갖춰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종로소방서 관계자는 “사상자들이 완강기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화재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경찰은 방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내부 수색 종료와 함께 감식반이 현장에 진입해 정밀감식 중”이라면서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를 확보해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종로 고시원서 화재로 7명 사망하고 12명 부상

    종로 고시원서 화재로 7명 사망하고 12명 부상

    종로에 위치한 고시원에서 불이 나 최소 7명이 숨지는 등 10여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9일 오전 5시쯤 서울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인근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불은 건물 3층에서 시작돼 오전 7시쯤 모두 진화됐다. 해당 건물은 지상 3층 규모로 1층은 일반음식점, 2∼3층에는 고시원이 있다. 고시원 2층에는 24명, 3층에는 26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거주자는 대부분 생계형 일용직 노동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발생 지점이 출입구 쪽인 탓에 대피가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관할 소방서 역량을 총 투입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관 173명과 장비 52대를 투입해 오전 7시쯤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다. 불이 난 건물은 지은 지 30년이 넘어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 관련법 기준상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건물은 1982년 12월 건축허가를, 1983년 8월 사용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건축대장에는 고시원이 아닌 ‘기타 사무소’로 등록됐다. 때문에 올해 국가안전대진단 대상에서 빠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내역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CCTV와 목격자를 확보해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또 소방당국은 방마다 설치된 화재감지기의 작동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시족 한 달 62만원 쓴다?… 난 방값만 55만원 든다

    공시족 한 달 62만원 쓴다?… 난 방값만 55만원 든다

    최근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우리 사회에서 공정한 채용을 보장하는 건 공무원시험(공시) 하나밖에 없다”는 자조가 쏟아진다. 번듯한 직장에 꽂아줄 부모나 친인척의 지원이 없는 이상 객관적 평가인 시험으로만 당락을 가르는 공시가 그나마 낫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공시가 오롯이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만 단정할 수는 없다.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인강) 수강료와 독서실 비용, 스터디 공간 대여요금, 식비, 주거비 등 공시에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아서다. 공시 준비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고 자신의 여건에 맞는 준비 방법은 무엇인지 공시생과 합격생들에게 직접 들어봤다.●“수험 스타일 따라 비용도 천차만별이죠” 지난해 9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혁신처와 함께 2015~2017년에 임용된 국가공무원 106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공시 합격생들이 시험 준비 기간에 주거비·식비·교재비·학원비·용돈으로 쓴 비용은 월평균 62만원이었다. 합격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2년 2개월. 수험생 한 사람이 공무원이 되기까지 1612만원을 쓴 셈이다. 월평균 식비는 18만 9000원, 교재비와 독서실비 22만 3000원, 학원 수강료(인강 포함) 19만 3000원, 용돈 20만 4000원이었다. 부모와 함께 살거나 자가에 사는 이들을 뺀 469명의 월평균 주거비는 38만 7000원이었다. 하지만 이는 평균 수치일 뿐이며 수험 스타일에 따라 비용도 천차만별이라는 것이 공시생들의 설명이다. ●실강·독서실·주거비 지출 여부가 3대 변수 공시 비용은 크게 세 가지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우선 학원 강의를 들을지 여부다. 일부 공시생은 강의를 듣지 않고 기본서와 기출문제만 보며 혼자 공부한다. 강의를 들을 때도 실제 강의실에서 수강하는 ‘실강’이 인강보다 비싸다. 두 번째는 학습 장소다. 집이나 도서관을 이용하면 큰 돈이 들지 않지만 독서실에서 공부하면 별도의 이용료가 들어간다. 세 번째는 주거비다. 가족과 함께 살면 집세를 낼 필요가 없지만 서울 노량진 등 수험가에 터를 잡으면 고시원이나 원룸 비용이 추가된다. 강의 수강에도 여러 선택지가 있다. 본인이 준비하는 직렬의 필수·선택 과목을 모두 한 학원에서 듣는 종합반을 수강하려면 6개월에 400만원 정도가 든다. 보통 오전 8~9시부터 오후 10~11시까지 점심·저녁 식사 시간을 빼고 하루 세 과목 이상 수업을 듣는다. 반면 문제풀이 없이 짧게 이론 수업만 들을 때는 2개월에 100만원 정도면 된다. 원하는 과목만 수업을 듣는 단과 강의는 이론 수업과 기출문제 풀이, 요약정리 등 분야에 따라 다른데, 무료부터 40만~50만원씩 하는 것까지 다양한다. ●여러 명이 인강 아이디 공유하는 꼼수도 실강 수강료가 부담스러운 학생들은 인강을 선택한다. 자신이 필요한 과목을 무엇이든 수강할 수 있는 종합강좌 가격은 50만~150만원 선이다. 수강 기간과 강의 수강 횟수, 합격했을 때 수강료를 환불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가격이 제각각이다. 인강 비용을 줄이려고 여러 준비생이 접속 아이디를 공유하기도 한다. 몇몇 학원에서는 이를 막고자 재생 횟수나 접속 기기 수를 제한한다. ●“15㎡ 크기 노량진 고시원비 月 55만원” 실제 수험생의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3월 공시족이 된 최선민(26·가명)씨는 부모님의 권유로 이달부터 부산의 한 공무원준비학원 종합반에 등록했다. 420만원이란 적지 않은 수강비가 들었다. 하지만 앞으로 6개월간 9급 수험과목 전체를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고, 학원 안에 있는 독서실도 이용할 수 있다.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월세가 나가지도 않는다. 최씨가 지난 8개월의 수험 기간 동안 쓴 돈은 학원비에 차비(월 5만~6만원)를 더해 대략 500만원 선. 월평균 60만~70만원 사이다. 최씨는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공부를 시작했지만 내년도 공채가 다가오면서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강의를 수강하기로 했다”면서 “다행히 부모님이 학원비를 대 주셨지만 미안한 마음이 크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주 출신 임진아(29·가명)씨는 2년 전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과 서울 공시촌 가운데 어디서 공시를 준비할지를 고민하다가 결국 노량진을 택했다. 아무래도 수험생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공시를 준비해야 긍정적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학교 근처 원룸에서 노량진으로 이사하고 보니 겨우 15㎡(약 4.5평) 크기의 고시원 월세가 55만원이나 됐다. 월세 하나만으로도 앞서 소개한 최씨의 월평균 수험 비용에 육박한다. 학원비에 생활비 등을 더하니 월 150만원에 가까웠다. 결국 임씨는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올해 3월 고향인 전주로 내려갔다. 그는 “노량진에 있는 1년여간 월세만 600만원 넘게 들었다”면서 “합격이라도 했으면 모르겠지만 1년 더 수험생활을 해야 하는 처지에 더는 거기에 머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2월 서울시가 내놓은 ‘주택월세계약조사’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0~39세 청년이 가장 많은 월세를 낸 곳은 노량진이 있는 동작구로 3.3㎡(1평)당 13만원이었다. 서울 평균(7.9만원)의 두 배 가까이 됐다. 두 번째로 높은 용산구(9.9만원)와도 차이가 컸다. 학원을 이용하는 데 편리하지만 주택 공급이 많지 않아 가격이 높게 책정돼 있어서다. ●“도시락·무료 강의·독학… 책값만 들어요” 반면 2년째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이경준(31·가명)씨는 교재비 말고는 따로 드는 돈이 없다. 강의를 듣지 않고 기본서와 기출 문제집을 중심으로 학교 도서관이나 동네 도서관에서 독학을 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점심 도시락도 직접 싸 가지고 나온다. 점심과 저녁을 모두 밖에서 해결하려면 식비 지출이 만만치 않다 보니 4000~5000원짜리 학생식당 메뉴를 잘 활용해 월 식비를 10만~15만원으로 줄였다. 각종 공채 시험이 끝난 뒤 유명 강사들이 올리는 무료 해설 강의 역시 반드시 찾아 듣는다고 한다. 이씨는 “오랜 시간 수험 생활을 했기 때문에 더이상 부모님에게 기대고 싶지 않고,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다 보니 쓸 수 있는 생활비가 많지 않다”면서 “내년 시험을 앞두고 행정법과 헌법 등 일부 과목의 출제 경향이 바뀔 수 있어 새 교재를 구입해야 하는데 권당 4만~5만원이나 해 사야 할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9급 1호봉157만원… 최저임금보다 110원↑ 이런 다양한 과정을 거쳐 2년 이상 공시에 ‘올인’한 뒤 공무원이 돼 수습 기간을 거쳐 월급 명세서를 받으면 허망함이 밀려온다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올해 기준 7급 공무원 1호봉 급여는 178만원. 직급보조비나 정액급식비 등을 더해도 193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각종 수당과 명절휴가비, 연가보상비 등을 뺀 금액이긴 하지만 월 200만원이 안 된다. 9급은 더욱 적다. 9급 1호봉은 157만 3880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월급 환산액(157만 3770원)보다 불과 110원 많다. 3년간 공시 생활 끝에 올해 합격한 한 공무원은 “직업의 안정성을 고려하면 다행이란 생각이 들다가도 꽃다운 20대의 3분의1을 공무원시험에만 몰두했다고 생각하면 스스로가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4평 남짓 고시원서 사는 15만 가구…월 임대료 33.4만원

    고시원·고시텔에서 사는 15만 1500여가구는 월 평균 180만원을 벌어 임대료로 33만 4000원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토교통부의 ‘주택 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시원·고시텔 거주자는 15만 1553가구로 추정되며 평균 연령은 34.6세였다. 혼자 사는 청년층이 대부분으로, 평균 전용 면적은 13.5㎡, 거주 기간은 1년 8개월이었다. 또 경제활동 가구 비율은 73.7%로 평균 소득은 180만원, 임대료는 233만 4000원으로 조사됐다. 거주자의 72.9%는 이웃과 교류 없이 생활 중이며, 주거용 면적이 협소하며 쪽방이라고 인식하는 비율(26.6%)도 높은 편이다. 이와 함께 여관 등 숙박업소의 객실에서 거주하는 가구는 3만 411가구로 추정되며 사별이나 이혼 상태인 중장년 1인 남성(평균연령 55.0세)의 비중(69.7%)이 높았다. 경제활동 가구 비율은 62.7%이고 대부분 임시 및 일용근로자이며, 월평균 134만원을 벌어 임대료로 30만 6000원을 냈다. 상점, 공장 등 일터의 일부 공간이나, PC방 등 다중이용업소에서 거주하는 가구는 18만 936가구로 추정됐다. 60세 이상이 43.3%(평균 56.1세)였으며 1인 가구(48.7%) 뿐 아니라 2인 가구(35.7%)의 비율도 높은 편이었다. 월 평균 소득은 255만원, 평균 거주기간은 11년이다. 이번 조사는 통계청, 토지주택연구원, 한국도시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지난해 5월부터 지난 6월까지 실시했다. 표본 규모는 8000가구, 거처종류 및 시·도별 비례 배분했으며 유효 응답율은 85%(6809가구)였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4평 남짓 고시원서 사는 15만 가구…월 임대료 33.4만원

    고시원·고시텔에서 사는 15만 1500여가구는 월 평균 180만원을 벌어 임대료로 33만 4000원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토교통부의 ‘주택 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시원·고시텔 거주자는 15만 1553가구로 추정되며 평균 연령은 34.6세였다. 혼자 사는 청년층이 대부분으로, 평균 전용 면적은 13.5㎡, 거주 기간은 1년 8개월이었다. 또 경제활동 가구 비율은 73.7%로 평균 소득은 180만원, 임대료는 233만 4000원으로 조사됐다. 거주자의 72.9%는 이웃과 교류 없이 생활 중이며, 주거용 면적이 협소하며 쪽방이라고 인식하는 비율(26.6%)도 높은 편이다. 이와 함께 여관 등 숙박업소의 객실에서 거주하는 가구는 3만 411가구로 추정되며 사별이나 이혼 상태인 중장년 1인 남성(평균연령 55.0세)의 비중(69.7%)이 높았다. 경제활동 가구 비율은 62.7%이고 대부분 임시 및 일용근로자이며, 월평균 134만원을 벌어 임대료로 30만 6000원을 냈다. 상점, 공장 등 일터의 일부 공간이나, PC방 등 다중이용업소에서 거주하는 가구는 18만 936가구로 추정됐다. 60세 이상이 43.3%(평균 56.1세)였으며 1인 가구(48.7%) 뿐 아니라 2인 가구(35.7%)의 비율도 높은 편이었다. 월 평균 소득은 255만원, 평균 거주기간은 11년이다. 이번 조사는 통계청, 토지주택연구원, 한국도시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지난해 5월부터 지난 6월까지 실시했다. 표본 규모는 8000가구, 거처종류 및 시·도별 비례 배분했으며 유효 응답율은 85%(6809가구)였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생계·의료·주거급여 차별받는 청춘들… 어른이면 청년을 품어라

    생계·의료·주거급여 차별받는 청춘들… 어른이면 청년을 품어라

    노인 빈곤·저출산 직결되는 청년 빈곤… 청년·기성세대·전문가 한자리에 모이다 청년 빈곤은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가 없어 청년의 독립이 늦어지면, 그 짐은 부모 세대로 고스란히 전가된다. 지난해 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 인구 14% 이상)로 진입한 상황에서 ‘가난의 대올림’은 노인 빈곤의 확산을 가속화하는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 저출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불안한 일자리와 월세에 허덕이는 청년들은 이미 연애와 결혼, 출산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 2분기 합계출산율은 0.97명을 기록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과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보면 출산율이 1.05명으로 유지될 때 2060년 국내총생산(GDP)은 3.3~5.0% 감소할 거라는 전망도 있다. 앞면과 뒷면의 구분이 무의미한 뫼비우스의 띠처럼 청년 빈곤은 노인 빈곤과 저출산으로 직결되고 결국 우리 사회의 활력을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서울신문은 지난달 19일 광화문 본사에서 기현주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장,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과 함께 대담을 진행했다. 청년은 일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거급여 등 주요 복지 대상에서 차별받고 있는데, 이 지점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청년 빈곤 →우리 사회 청년 빈곤의 특징은 무엇인가. -김 위원장 청년 빈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게 문제다.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보면 청년은 빈곤하지 않다. 단지 소득 빈곤으로 청년 빈곤을 얘기할 수 없다. 기성세대가 열심히 일해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면 지금은 불가능하다. 심리적 빈곤도 논의돼야 한다. 소득이 낮고, 저학력 청년일수록 사회적 관계 단절이 쉽다. 문화자본과 관계자본 등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소득과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청년 세대 내에서도 빈곤 청년들은 박탈감을 느끼고 의욕이 상실되며 빈곤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최 소장 과거가 성장시대였다면 지금은 성장이 거의 멈췄다. 청년 빈곤은 과거와 양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과거엔 열심히 일하면 월세, 전세, 자가로 한 걸음씩 상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주거 사다리가 끊겼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부터 그랬다. 그때 가난한 청년은 지금 가난한 중년이 됐고, 그들의 자녀가 지금의 20대다. 지금의 중년들이 자녀를 도와줄 여력이 없다. 오랜 시간 누적된 빈곤의 결과다. 문제는 다른 아동, 노인 빈곤과 달리 청년은 가정의 책임으로 여전히 두고 있다. 사회는 바뀌는데 기성세대 인식이 바뀌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다.-기 센터장 청년 빈곤을 해석할 때 다차원이라는 키워드가 제일 중요하다. 소득 부족에서 발생하는 박탈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서울시 청년수당을 시작할 때 ‘청년에게 시간을 드립니다’라는 키워드를 사용했다. 청년들은 시간 빈곤을 느꼈고,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권이 없었다. 시간 빈곤에 처한 청년은 사회적 관계에 쏟을 여력이 없었다. 인적 자본도 굉장히 줄고, 자신의 선택지도 줄 수밖에 없었다. 악순환이 발생하는 구조다. 일본에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발생한 이후 최근 청년 나이를 40세로 본다. 우리 사회도 그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주거 빈곤 →가난한 청년이 독립해 처음 마주하는 건 주거 빈곤이다. 해결책이 있을까. -최 소장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1960년대 산업화 시대에 공장과 대학을 늘리면서 청년 주거 문제는 신경을 안 썼다. 미국 등 선진국은 대학을 만들면 기숙사는 의무로 지어야 한다. 주거 문제를 학생에게 떠넘기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의무가 없다. 주거 문제의 책임을 중앙정부와 지자체만 지면 안 된다. 대학과 기업 모두 나눠서 져야 한다. 교육부가 대학평가를 할 때 기숙사 수용률도 평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국회의원과 시의회 의원, 구청장들도 나서야 한다. 청년 주거 지원 대상도 잘못됐다. 결혼한 지 5년이 안 된 신혼부부가 주요 대상인데, 이미 자기 집을 소유한 이들이 44.7%(2017년 주거실태조사·청년가구 19.2%)다. 전체 가구의 자가 점유율이 57.7%인 것을 고려하면 10% 올려 주려고 국가가 힘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또 고시원 사는 청년 지원책은 거의 없다. 주거급여도 이달부터 부양의무제가 폐지돼 본인이 가난하면 주거급여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지만, 청년은 대상이 아니다. 부모가 수급자면 독립한 청년은 수급 대상이 아니다. 청년은 주거 문제에서만큼은 사회적 왕따를 당하고 있다. -김 위원장 주거 빈곤 당사자로서 서울 와서 8년간 다섯 번 이사했다. 지금도 5평 원룸에 산다. 그런데 청년 주거 정책은 전혀 나아지지 않은 걸 체감한다. 서울에서 안정된 공간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노동에 근로기준법이 있듯 주거에도 최저주거선에 대한 법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 물론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기 센터장 서울시가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을 추진하다가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면에는 집값 문제가 있다. 청년들만 집단으로 살면 시끄러워서 주변 집값이 내려간다는 것이다. 주택 공급에서 청년만 따로 분리하면 안 된다. 청년, 노인, 장애인 분리하지 말고 통 합해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특정 세대만 공격받는다. 주거수당을 (일정 기준을 적용한) 급여 말고 전면적으로 도입했으면 좋겠다. 서울시가 청년을 대상으로 전세자금대출을 고민하고 있는데, 주택 공급 물량도 늘려야 월세 상승을 낮출 수 있다. -최 소장 전·월세 상한제가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 특히 서울은 시급하다. 뉴욕도 민간임대주택의 3분의2가 상한제 규제를 받는다. 우리나라는 중앙정부 중심으로 주거 정책이 결정되는데, 지자체에도 정책의 권한을 줘야 한다. 서울시장에게 서울의 전·월세 임대료 상승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 공공임대주택과 주거급여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임대시장 규제는 선진국에선 상식이다. #청년 실업 →청년실업이 문제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기 센터장 일자리의 질과 조직, 문화 모두 중요하다. 여성 청년은 성적 불평등을 겪을 때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6개월간 청년수당을 받는 청년들은 진로를 탐색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일자리 결정에서 자기결정권이 높아지면 청년 스스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힘이 커진다. 청년수당을 받는 청년이 점차 늘어나야 한다. -김 위원장 정권이 바뀌어도 청년을 바라보는 관점은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본다. 그나마 전 정부처럼 중동에 가란 말을 안 하는 게 다행일 정도다. 고용보험제도를 고쳐야 한다. 지금 청년 세대에게 평생 직장은 무의미하다. 이직이 잦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하는 게 청년 노동의 특성인데 자발적 이직에 따른 실업급여는 지급되지 않는다. 실업급여를 받은 청년이 10명 중 1명(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청년 실업자 가운데 수급 비율은 2014년 기준 3.1%)도 안 된다. 가난한 청년일수록 기술 발전으로 위협받을 확률이 높다. 직업훈련을 받기 어려워 단순노무직을 전전할 수밖에 없다. 질 좋은 직업훈련을 제공할 수 있는 공공정책이 필요하다. -최 소장 우리 때만 해도 석사만 따면 연구원에서 정규직 취직이 가능했다. 지금은 박사 학위를 받아도 안 된다. 예전엔 고등학교만 나와서 성실히 일하면 평생 일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청년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만 하는 건 정말 아니라고 본다. 판이 바뀐 것을 인정하고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기본소득 보장 →청년 빈곤에서 기본소득 보장은 의미가 있을까. -최 소장 기본소득을 논의하기에 앞서 기존 복지 틀에서 청년을 배제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새로운 논의도 좋지만 이 지점부터 우선 논의를 해야 한다. 청년들도 가난하면 연령 차별 없이 급여를 받아야 하는데, 청년 대부분은 가난해도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를 못 받는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청년은 부모와 함께 묶여 있기 때문이다. 모든 기초 복지가 가난한 부모에게만 쏠려 지급되는 형태다. 시행령을 보면 30세 미만 년은 지방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교육이나 취업준비 때문에 서울에 와서 따로 살아도 별도 가구로 집계가 안 된다. 통계청은 두 가구로 집계하면서 기초생활보장 대상으로는 한 가구로 분류한다. 서울에 사는 청년과 지방에 사는 부모가 동시에 기초급여를 신청하면 한 가구만 받을 수 있다. 불합리한 조항이어서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수정하지 않고 않다. -기 센터장 청년수당 도입 초기에 대상을 선정할 때 가구소득 기준을 두지 않았다. 미취업 기간만 뒀다. 낙인을 찍지 말자는 이유였다. 그러나 지금은 중위소득 150% 이하로 기준으로 둔다. 청년 세대 안에서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청년끼리도 자산, 소득 격차가 심하다 보니 보편적 수당 지급에 대한 합의가 안 되고 있었다. 부모의 부가 청년에게 이어지고 있고, 청년 세대 안에서도 빈부격차가 발생하고 있어 빈부격차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그런 점에서 보면 기본소득으로 청년 빈곤 문제를 돌파하기는 어렵다. 차라리 저소득 청년에게 실업수당과 주거수당 같은 다층적 지원을 해야 한다. -김 위원장 다양한 시도 차원에서 기본소득은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우선순위는 필요해 보인다. 청년 세대는 양극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격차를 줄이려면 다층적 복지 정책이 나와야 하고, 더 열악한 청년에게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청년수당은 전국적 확대가 필요하다. 서울시 모델이 바람직하다.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가난한 청년들의 사회적 관계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지원도 있어야 한다. #청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 →2007년 ‘88만원 세대론’이 등장했을 때 우석훈 박사는 ‘짱돌이라도 던져라’라고 충고했다. 지금 청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기 센터장 청년들이 이보다 얼마나 더 짱돌을 던져야 하나. 이미 온몸으로 던지고 있다. 사회 진입, 결혼, 출산을 거부하고 있다. 이보다 어떻게 더 던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청년들의 몸부림을 외면하고 있는 거다. 청년들은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 사는 거다. 살기 위해 안 맞는 사회와 제도에 몸을 끼워 맞추고 각자도생하는 모습이다. 청년들이 각종 정책에 참여할 기회를 대폭 열어 줘야 한다. 각종 사회적 기구에 청년 참여를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짱돌을 던질 것만 요구하지 말고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터를 마련해 줘야 한다. -김 위원장 짱돌은 혁명을 의미하는데, 1980년대 혁명 방식은 믿지 않는다.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청년에게 권한을 많이 줘야 그게 가능할 것 같다. -최 소장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기성세대가 알아줘야 한다. 어른이면 청년도 포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20대 청년 중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청년들이 생기고 있는데, 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 20대라고 주거급여를 안 주는 것도 문제다. 우리 사회가 반성해야 한다. 그런데 저같이 목소리를 내는 기성세대는 사회적 힘이 없다. 그래도 계속해야 한다. 그래야 희망이 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사진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특별취재팀 이성원·홍인기·민나리 기자 ■취재지원 한국언론진흥재단
  • [사설] 뼈아픈 청년 빈곤, 더는 방치해선 안 돼

    이 시대에 ‘청년’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아픔이자 상처다. 20~30대 젊은이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 세대’를 거쳐 집과 경력에 희망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칠포 세대’를 자처하고 있다. 청년 당사자들의 고통은 얼마나 클지 안타깝고 참담하다. 지난 21일부터 5회에 걸쳐 보도된 서울신문의 탐사기획 ‘청년 빈곤 리포트’는 우리 청년들의 아픈 현실을 다각도로 조명해 큰 반향을 불렀다.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다 개인회생·파산을 신청한 청년의 절반 이상은 월평균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쳤다. 취업이 힘든 청춘들의 삶에서 아르바이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지난해 19~24세의 아르바이트 경험률은 76.8%로 알바와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청년들로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얻는 시간과 기회를 상대적으로 뺏기는 셈이다. 청년 빈곤이 가난의 대물림으로 악순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빈말이 아닌 현실이다. 이런데도 청년들의 아우성에 우리 사회가 제대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해 주지 못하면서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라”는 말을 쉽게 던진다. 최근 정부는 공기관들을 동원해 단기 일자리를 무더기로 풀겠다지만, 제대로 된 일터가 간절한 청춘들에게는 되레 희망고문일 수도 있다. 청년 임대주택을 기피 시설로 몰아가는 이기적인 행태는 가뜩이나 주거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실의의 늪으로 밀어넣는다. 그러니 청년들은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라고 암울한 신세를 자조하며 기성세대에 반감을 쌓는 것이다. 홀로서기조차 어려운 청춘들에게 결혼과 출산의 미래를 설계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 청년이 희망을 품지 못하는 국가의 미래는 암흑이나 마찬가지다. 일자리 대책을 최우선으로 하고 그들의 고통을 우리 사회가 한마음으로 보듬어야 하는 절박한 이유다.
  • 고용 세습 다각 분석 돋보여… 경제 위기 깊게 다뤘으면

    고용 세습 다각 분석 돋보여… 경제 위기 깊게 다뤘으면

    서울신문은 남북, 북·미 관계 보도와 국회 국정감사, 가짜뉴스, 고용 세습 논란 등을 다룬 지난 한 달간의 보도 내용을 놓고 30일 제110차 독자권익위원회를 열었다. 청년 빈곤, 장애인 등 소수자 문제와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의혹 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부족한 부분에 대한 제언이 이어졌다. 김광태(온전한 커뮤니케이션 회장) 위원장과 김만흠(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나해철(시인), 손정혜(법무법인 혜명 변호사), 심훈(한림대 언론학과 교수), 홍영만(서울여대 초빙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아래는 위원들의 의견이다. -소수자 문제를 다룬 기사들이 돋보였다. 15일자 1면 톱 청년 빈곤이 부양하는 부모에게도 이어진다는 ‘가난의 대올림’ 기사는 2030세대 10명 중 8명이 빈곤하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청년의 어려운 현실을 잘 보도했다. 또 ‘청년 빈곤리포트’ 기획에서는 기자가 직접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겪은 내용을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했다. 29일자 마주보기에는 장애인 문화 투쟁기를 실었다. 비장애인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도 장애인에겐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걸 잘 보여줬다. 법원의 시정명령이 있었는데도 바뀌지 않았다는 게 기사에 나오는데, 계속 취재해 후속 기사를 실으면 좋겠다.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의혹을 다각도에서 짚어주려는 시도가 좋았다. 25일자 교통공사 고용 세습 논란 기사에서는 직원의 친인척 비율이 높은 건 지하철 특성상 공채로 뽑는 사무직보다 안전업무 등 현장 노동자들이 많아서 그렇다고 지적했다. 보통 친인척 논란이 많으면 채용과정이 불투명하고 특혜가 있었다고만 생각하는데 그 외에도 여러 원인이 있다는 걸 짚는 등 균형 잡힌 시각이 돋보였다. 앞으로도 관련 문제를 심도 있게 분석해주면 좋겠다. -가짜뉴스 관련 심층 기획이 있으면 좋겠다. 과거 소셜미디어는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됐지만 최근엔 오히려 민주주의를 제약하는 부분도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짜뉴스가 급속히 퍼지는 SNS 시대에 가짜뉴스를 어떻게 잘 거르고 진실을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9월 말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1면 전체를 사진으로 넣고 텍스트는 최소화하는 등 비중 있게 잘 다뤘다. 다만 지나치게 감정적이었다는 점이 아쉽다. 당시 신문을 모아놓고 한꺼번에 보니 회담 내내 1면뿐 아니라 4~5면까지 계속 기사가 이어지는 등 너무 흥분한 것 같았다. 언론 10곳 중 9곳이 뛰어나가도 1곳은 뒤에서 냉철하게 지켜보면서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서울신문이 그런 역할을 하면 좋겠다.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은 무게감이 약해 아쉬웠다. 서울에서도 검은 연기를 볼 수 있을 정도로 큰불이었는데 8면에서 다뤄졌다. 2면 정도로 더 크게 다뤘다면 좋았겠다. -경제 문제 심각성을 더 깊이 다뤘으면 한다. 코스피 2000선이 무너졌고 김동연 부총리도 내년 국가 경제가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반도체마저 무너지면 제2의 외환위기가 닥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긴급 특별 진단을 내리고 문제를 제대로 짚어주면 좋겠다. -반복 지적되는 문제인데 제목에 큰따옴표, 작은따옴표, 말줄임표 등 인용부호가 너무 많다. 현장감을 살리는 멘트라면 필요하겠지만 단순히 인용만 하는 건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모호한 따옴표 대신 핵심을 풀어 설명하면 좋겠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2018 청년 빈곤 리포트-D급 청춘을 위하여] 日 청년실업률 줄었지만… ‘넷카페 난민’ 10년째 그대로

    [2018 청년 빈곤 리포트-D급 청춘을 위하여] 日 청년실업률 줄었지만… ‘넷카페 난민’ 10년째 그대로

    ‘D급 청춘’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었다.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던 선진국에도 가난한 청춘은 비정규직을 전전했고, 쪽방을 벗어나지 못했다. 24년 만에 최고 고용률을 달성한 일본에선 여전히 가난한 청년들이 1평도 채 안 되는 넷카페를 옮겨다니며 하루 방값 1만 6000원을 내며 살고 있다. 일자리를 구해도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정성에 시달리는 탓이다. 2010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모범적으로 극복했다는 아일랜드 역시 청년들이 참다못해 거리로 나왔다. 살인적인 집값 상승에 월급의 절반을 월세로 내야 하는 현실에 청년은 “도시를 되돌려 달라”고 외치는 중이다. 프랑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모의 자본이 자녀에게 세습되는 과정에서 계층 간 갈등은 굳어지는 모습이다. 청년실업률은 인근 독일, 영국의 2배나 됐다. 세계 곳곳에서 신음하는 가난한 청년들의 현실을 보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일본, 아일랜드, 프랑스를 찾았다.지난 8월 23일 일본 도쿄 외곽에 있는 가마타역의 한 인터넷카페(넷카페). 1인실 문을 열자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에 컴퓨터 한 대와 얇은 매트리스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몸을 뒤척이면 팔과 다리가 벽면에 부딪힐 만큼 좁은 이곳의 하룻밤 이용료는 1600엔(약 1만 6300원)이다. 넷카페가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의 PC방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부터 하나둘씩 집 없는 일본 청년들이 이곳에서 둥지를 틀기 시작했고, ‘넷카페 난민’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2007년 당시 경제 위기의 여파로 기업들이 파견 노동자로 일하던 청년들이 대량 해고되자,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청년들은 넷카페에 남은 것이다. 한국에는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가 있다면, 일본에선 넷카페가 있었다.문제는 경기가 호전됐다는 지금도 일본의 청년들은 넷카페를 전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실업률은 2007년 7.7%에서 지난 8월 4.1%까지 절반 가까이 내려갔지만, 청년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낮은 임금과 장기간 노동, 높은 고용 불안정성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불안정한 일자리를 개선하지 않는 한 청년의 주거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울 거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도쿄만 놓고 보면 넷카페 난민은 증가하고 있다. 도쿄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4000여명이 도쿄의 넷카페에서 살고 있었다. 2007년 일본 노동후생성이 집계한 2000명(도쿄 기준)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도쿄도 집계를 보면, 13.5%만이 실직 상태였고 나머진 86.5%는 직장이 있었다. 파견직(34.7%)과 아르바이트(35.5%), 계약직(4.4%) 등 비정규직이 74.6%였으며, 자영업자는 5.2%, 정규직은 4.5%였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 연령층이 39%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29%, 40대가 17% 순이었다. 39세 이하 청년은 50.8%였다. 청년들이 넷카페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낮은 임금과 높은 집세 때문이다. 도쿄에서 4.5~7평 크기의 원룸을 구하려면 월평균 7만~8만엔(약 71만~82만원)이 필요하다. 넷카페 난민의 평균 소득은 11만 4000엔(약 116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수입의 80%를 월세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보증금도 문제다. 처음 집을 구할 때 보증금 등으로 최소 30만엔(약 306만원)이 필요한데, 도쿄의 비싼 물가를 고려하면 이 돈을 모으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도쿄도 집계에서 넷카페 난민의 62.8%가 초기 비용 마련이 어려워 집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도쿄도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 중이다. 초기 비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쿄 챌린지넷을 운영 중이다. 6개월 이상 거주지 없이 도쿄에서 사는 주거 난민에게 3달간 저렴한 가격에 집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현지 시민단체인 도쿄챌린지넷 오다 도모오 소장은 “넷카페난민을 위해 도쿄 내 100개의 원룸에서 하루 500엔(약 5100원)으로 머물며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면서 “하루 평균 2000엔(약 2만 4000원)인 넷카페에 머물 때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물론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월 15만~16만엔·약 153만~163만원)을 올리거나 불안정한 일자리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청년 주거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주거 빈곤 지원 단체인 비영리법인 모야이의 오니시 렌 이사장은 “대기업과 탄탄한 중소기업은 정년보장과 복리후생을 점차 줄여 나가고 있으며, 최저임금(평균 874엔·약 8900원)을 주면서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블랙기업은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 노동 지원단체인 비영리법인 포세의 와타나베 히로토 사무처장은 “일본 청년들에게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지금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데다 수당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블랙기업 때문에 청년층이 느끼는 노동의 질은 현저히 떨어져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려면 블랙기업에 대한 감시와 더불어 현재 평균 874엔(약 8900원) 수준인 최저임금을 1500엔(약 1만 5300원)까지 점차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 사진 도쿄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2018 청년 빈곤 리포트-D급 청춘을 위하여] 취업난에 눈높이 높다며, 샤워실 온수는 사치라며, 공감 못 얻는 ‘젊은 가난’

    [2018 청년 빈곤 리포트-D급 청춘을 위하여] 취업난에 눈높이 높다며, 샤워실 온수는 사치라며, 공감 못 얻는 ‘젊은 가난’

    서울신문·엠브레인 ‘청년빈곤 인식’ 설문조사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 노래’가 발표된 게 1988년이다. 고향을 떠나 도시 노동자로 어렵게 살아가는 젊은이의 고단한 삶을 그린 그의 시집은 시집을 쥔 청년들의 마음 한켠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청년은 청년의 아빠가 또는 엄마가 됐다. 기성세대는 지금의 청년빈곤을 어떻게 생각할까. 젊은 가난은 공감을 얻지 못한다. 1950~70년대 모두가 가난했던 시대를 넘은 후 고도성장을 경험했고, 1997년 국제통화기구(IMF) 구제금융 사태 등을 극복한 기성세대에게 청년의 빈곤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는 노력 없이 세상 탓만 한다는 판단이다. 기존세대의 눈엔 젊은 세대가 고생을 견디거나 이겨내기보다는 회피로만 찾으려는 듯 보인다. 청년의 가난은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이며, 그 가난조차도 자초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도 많다. 서울신문이 지난달 엠브레인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40대 이상 국민은 가장 빈곤이 심각한 세대로 ‘70대 이상’을 꼽았다. 20~30대가 자신들을 가장 빈곤한 세대로 꼽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청년 빈곤 문제는 늘 후순위로 밀리기 마련이다. 청년 빈곤의 원인 중 하나인 취업난에 대한 세대별 인식 차이는 뚜렷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월 기준으로 8.8%다. 청년(20~30대)은 설문조사에서 자신들의 취업난의 가장 큰 이유를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 등 질 나쁜 일자리가 많아서’라고 답했다. 20대는 질 나쁜 일자리(61.0%)와 불합리한 채용구조(52.8%)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고, 30대는 질 나쁜 일자리(59.0%)를 가장 큰 원인으로 봤다. 취업준비생 김도진(24)씨는 “인턴이나 계약직을 전전하다 결국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며 “중소기업이라도 ‘앞으로 조금씩 나아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반면 40대 이상 국민 10명 중 6명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선호하는 등 청년들의 높은 눈높이’를 취업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40대는 62.7%가, 50대 62.7%, 60대 이상은 60.7%가 높은 눈높이에 취업난의 이유가 있다고 봤다. ‘질 나쁜 일자리’를 원인으로 본 경우는 40대가 36.6%, 50대 31.9%, 60대 이상은 22.6%이었다. 이런 인식 차이는 “중소기업은 사람은 구하지 못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다”, “눈높이를 낮추거나 지방으로 가면 일자리는 널려 있다”, “편한 일만 찾기 때문에 실업난이 심각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년 빈곤층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서는 모든 연령대가 동의했지만, 정도를 두고는 차이를 보였다. 20대는 5점 만점 기준으로 4.56점 정도로 증가한다고 봤지만, 30대는 4.45점, 40대 4.36점, 50대 4.44점, 60대 이상 4.33점이었다. 또 ‘청년 빈곤층의 생활수준이 예전보다 나아지고 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는 5점 만점 기준으로 20대가 1.92점, 30대 2.00점, 40대 2.23점, 50대 2.21점, 60대 이상 2.28점으로 집계됐다. 세대간 빈부의 격차가 크게 나타나는 주거 문제와 관련해 ‘미취업 청년은 최저주거기준 이하에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이상이 청년(20~30대)보다 2배가량 높았다. 미취업 청년이 사는 곳의 크기가 14㎡(4.3평) 이하여도 괜찮다는 응답은 40대가 8.2%, 50대 6.7%, 60대 이상은 13.1%으로 나타났다. 20대 응답자는 4.1%, 30대는 5.0%만이 4.3평 이하에서 살 수 있다고 했다. 미취업 청년이 사는 곳에 목욕시설이나 온수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도 20대는 전체의 0.9%에 그친 반면 30대는 5.9%, 40대 6.7%, 50대 7.4%, 60대 이상 8.9%이었다. 1인 가구 기준 면적 14㎡(약 4.3평)보다 작은 경우, 전용 입식 부엌과 수세식 화장실, 목욕시설 중 하나라도 없다면 최저주거기준 미달이다. 고시원, 옥탑방, 쪽방, 비닐하우스 등 주택 이외의 거처가 이에 해당한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위기를 겪고 나서 자리잡은 기성세대는 청년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이 정도 상황은 나도 겪어 봤다. 하지만 모두 극복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년 빈곤층을 돕기 위한 책임은 정부(39.7%)에게 있다는 대답이 많았지만, 추가로 재원을 투입하거나 수당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46.1%는 청년 빈곤층을 돕기 위해 세금을 납부하는 것에 반대했다. 찬반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경우가 35.3%, 찬성한 응답자가 18.6%였다. 반대 의견을 살펴보면, 20대가 35.8%, 30대 47.7%, 40대 46.3%, 50대 51.9%, 60대 이상 60.1%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비율이 높아졌다. 청년 수당이나 급여 등으로 구직 청년을 돕는 정책에 대해서도 전체 응답자의 59.1%가 반대했다. 20대는 45.5%, 30대 59.5%, 40대 61.9%, 50대 71.1%, 60대 이상은 74.4%였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청년 빈곤은 성장이 멈춘 사회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지만, 기성세대와 청년 모두 각자의 시각으로만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며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청년을 돕는 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설문조사 어떻게 서울신문은 청년 빈곤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9월 3~14일 설문조사 전문업체 엠브레인에 의뢰해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진행됐으며, 신뢰수준은 95.0%, 표본오차는 ±3.1%다. 전체 응답자 중 남성은 506명, 여성은 494명이다. 청년 당사자와 다른 세대의 인식 차이를 들여다보기 위해 20~30대와 40대 이상 응답자 비율을 비슷하게 조정했다. 연령별 응답자 수는 20대 341명, 30대 222명을, 40대 134명, 50대 135명, 60대 이상 168명이다.
  • 목돈 없어 입주 포기 없게… 보증금 없는 공공임대

    목돈 없어 입주 포기 없게… 보증금 없는 공공임대

    보증금 50만원으로 낮춰 월세로 분할 고시원·낡은 주택 리모델링해 공급도 모텔 등 비주택 거주 37만가구로 늘어취약계층이 보증금 부담 없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주거지원 제도가 개선된다. 정부가 낡고 오래된 주택과 고시원을 사들여 리모델링한 뒤 청년, 고령자 등에게 공급하는 ‘공공리모델링 시범사업’도 올해 안으로 추진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은 24일 제3차 주거복지협의체를 열고 이런 내용의 ‘취약계층·고령자 주거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일반 주택이 아닌 고시원, 모텔, PC방 등을 떠도는 37만가구(2016년 기준)를 대상으로 주거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됐다. 정부는 기존에 운영하던 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을 주거사다리지원 사업으로 개편하면서 공공임대주택 보증금 부담을 대폭 줄였다. 현재 500만원 수준인 매입·전세임대주택 보증금을 50만원에 제공하는 지원 사업 대상을 쪽방·고시원 거주자에서 PC방·만화방 거주자 등으로 확대했다. 가정폭력 피해자와 출산을 앞둔 미혼모 등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또 내년 상반기 중 주거·생계급여를 동시에 받는 빈곤 가구가 임대주택에 입주할 때 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해 낼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된다.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워 입주를 포기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보증금을 2년 동안 나눠 내도록 하는 보증금 분할납부제도 도입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도심 노후주택과 고시원을 매입해 리모델링·재건축한 뒤 청년 및 고령자에게 우선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주거급여 대상은 올해 중위소득 43%까지에서 내년 44%(4인가구 기준 소득인정액 203만원)까지 확대된다. 2020년 45%까지 확대되면 2만 7000가구가 새로 혜택을 받는다. 월 평균 주거급여액은 내년 12만 5000원에서 2022년 14만 5000원 등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한편 고시원, 숙박업소 등 주택이 아닌 곳에 거주하는 가구는 2005년 5만 4000가구에서 2010년 11만 7000가구, 2016년 36만 9501가구로 증가 추세다. 2016년 기준 고시원 거주 비중이 41%로 가장 높았다. 일터의 일부 공간 및 PC방 등 다중이용업소(39%), 숙박업소 객실(8.2%), 판잣집·비닐하우스(1.8%)가 뒤를 이었다. 이들 가구의 평균 가구원 수는 1.4명이었으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전체의 40.7%였다. 고시원·고시텔 거주자의 평균 연령은 34.6세, 소득은 180만원이었으며 숙박업소 거주자의 평균 연령은 55세, 소득은 134만원으로 조사됐다. 판잣집·비닐하우스에는 60세 이상 노년층(71.2%)이 주로 거주했으며 평균 거주기간은 21년 1개월이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주택 아닌 곳에 사는 37만가구…고시원이 40%

    주택 아닌 곳에 사는 37만가구…고시원이 40%

    일반 주택이 아닌 고시원, 모텔, PC방 등을 떠도는 가구가 2016년 37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40%는 고시원이나 고시텔 등에 묵고 있었다.통계청과 토지주택연구원, 한국도시연구소 등이 24일 발표한 ‘주택 이외 거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고시원, 숙박업소 등 주택이 아닌 곳에 거주하는 가구는 2005년 5만 4000가구에서 2010년 11만 7000가구, 2016년 36만 9501가구로 증가 추세다. 2016년 기준 고시원 거주 비중이 41%로 가장 높았다. 일터의 일부 공간 및 PC방 등 다중이용업소(39%), 숙박업소 객실(8.2%), 판잣집·비닐하우스(1.8%)가 뒤를 이었다. 이들 가구의 평균 가구원수는 1.4명이었으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전체의 40.7%였다. 고시원·고시텔 거주자의 평균 연령은 34.6세, 소득은 180만원이었으며 숙박업소 거주자의 평균 연령은 55세, 소득은 134만원으로 조사됐다. 판잣집·비닐하우스에는 60세 이상 노년층(71.2%)이 주로 거주했으며 평균 거주기간은 21년 1개월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 제3차 주거복지협의체를 열고 ‘취약계층·고령자 주거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기존에 운영하던 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을 주거사다리 지원사업으로 개편하면서 공공임대주택 보증금 부담을 대폭 줄였다. 현재 500만원 수준인 매입·전세임대주택 보증금을 50만원에 제공하는 지원 사업 대상을 쪽방·고시원 거주자에서 PC방, 만화방 거주자 등으로 확대했다. 가정폭력 피해자와 출산을 앞둔 미혼모 등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또 내년 상반기 중 주거·생계급여를 동시에 받는 빈곤 가구가 임대주택에 입주할 때 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해 낼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된다.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워 입주를 포기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보증금을 2년 동안 나눠 내도록 하는 보증금 분할 납부제도 도입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도심 노후주택과 고시원을 매입해 리모델링·재건축한 뒤 청년 및 고령자에게 우선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주택은 출입문과 바닥의 높이 차이를 최소화하고 욕실에 안전손잡이를 설치하는 등 고령자 맞춤형으로 설계된다. 국토부 김영혜 공공주택지원과장은 “매입이 가능한 고시원을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2018 청년 빈곤 리포트] 35년 월급 한 푼도 안 써야 아파트 신혼… 집은 결혼의 짐

    [2018 청년 빈곤 리포트] 35년 월급 한 푼도 안 써야 아파트 신혼… 집은 결혼의 짐

    서울신문·민달팽이 ‘청년 주거빈곤’ 설문조사 취업이나 학업을 이유로 상경한 청년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살려면 평균 65만 3000원(지난 8월 기준)의 월세를 내야 한다. 청년들의 평균 월급(지난해 기준 197만 9000원) 가운데 3분의 1은 방값으로 나가는 것이다. 돈을 아끼려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를 전전해 본들 내 집 마련은 아득히 먼 이야기이다. 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 2975만원으로 역대 처음으로 8억원대에 진입했다. 청년이 받는 임금으로 서울의 아파트를 사려면 월급을 10원 한 푼 쓰지 않고 419개월(34년 11개월) 동안 모아야 한다. 게다가 최근 5년간(2013~2017년) 서울 지역 아파트 연평균 가격상승률(10.3%)은 실질임금 인상률 2.2%의 약 5배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포기가 정답이다.주거 문제는 우리나라 청년의 결혼에 심각한 걸림돌이다. 결혼하지 않은 청년(만 19~34세) 10명 중 5명(48%)은 결혼하는데 현실적인 가장 큰 장벽으로 주택 문제를 꼽았다. 결혼할 생각은 있지만 집 때문에 실제 결혼을 미룬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이들도 45%에 달했다. 서울신문은 청년들의 주거 현황 등을 파악하고자 지난 8~14일 민달팽이 유니온과 공동으로 청년 40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한 청년들이 실제 사는 주거 공간은 4~10평(42%)이 가장 많았다. 또 10명 중 1명(9%)은 최저주거기준인 14㎡(4.3평)보다 작은 공간에서 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전체 응답자의 76%(306명)는 “현재 사는 집에선 신혼집을 꾸릴 수 없다”고 답했다. 전세금 7000만원이 전 재산인 연애 2년차 오진환(28)씨도 집 문제로 선뜻 결혼을 결심하지 못한다. 여자친구 돈까지 합치면 두 사람은 1억 2000만원 정도를 주택 구입(보증금)에 쓸 수 있다. 오씨는 “1억원이면 굉장히 큰돈이라고 생각했지만, 결혼하고 살 집을 구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라는 걸 느낀다”면서 “서울은 아예 포기하고 수도권 외곽 전세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연봉 3500만원을 받는 정규직 사원이다. 그는 “나름 대한민국 평균보다는 조금은 여유로운 삶을 산다고 여겨 왔지만 요즘 들어선 착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설문조사 결과, 청년이 집을 소유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혼자 사는 청년이 주택을 소유한 사례는 전체의 7%에 그쳤고, 대부분 월세(39%)나 전세(33%)였다. 주택 형태는 원룸·연립다세대(43%), 오피스텔(19%)이 가장 흔했다.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은 집이 부모의 소유인 경우가 전체의 75%였고, 주거 형태는 아파트(65%), 주거공간은 30평 이상(50%)이 가장 많았다. 10명 중 7명 이상(76%)의 청년들은 현재 사는 곳에 신혼집을 꾸릴 수 없다고 답했다. ‘넓지 않아서’(52%·이하 복수응답)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이어 ‘셰어하우스 혹은 친구와 함께 살고 있어서’(17%), ‘오피스텔 등 주거 형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16%) 순이었다. 또 ‘화장실이나 부엌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서’라는 응답도 15%를 차지했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청년가구는 10.5%에 달한다. 전체 평균(5.9%)은 물론 노인가구(5.3%)나 저소득가구(10.1%) 등 다른 취약계층보다 높다. 집 때문에 결혼을 미루는 경우도 적지않게 발생한다. 설문조사에서 ‘주거 문제로 결혼을 미뤄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결혼 의향이 있는 144명 중 65명(45%)이 “미뤄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65%(42명)는 “주거 문제가 해결되면 결혼을 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집 문제가 장애물이 된 이유로는 집 구입비(보증급)가 부족해서가 66%로 가장 많았고, 금융권 대출 문제(17%), 양가 부모가 신혼집을 못 마땅해 해서(8%) 순이었다. 결혼을 앞둔 김태호(29)씨는 “단칸방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넓혀나간다는 건 20~30년 전에나 통하던 말”이라면서 “월세로 시작하면 돈을 모을 수 없고, 전세를 살다 보면 월급을 아껴 모은 돈의 몇 배 이상으로 집값이 오르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득이 150만원 미만인 청년들의 경우 ‘집’ 만큼 ‘불안정한 직장’을 결혼의 장애물로 꼽았다. 소득이 없는 청년의 49%, 소득 50만원 미만의 40%가 ‘불안정한 직장’을 결혼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100만~150만원을 버는 청년도 집(31%)보다는 직장(39%)이 결혼을 하는 데 가장 방해가 된다고 답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결혼 정년기에 들어선 청년층일지라도 집 문제와 동시에 직장이 안정돼야 결혼을 생각할 수 있기 마련”이라면서 “미혼 주거빈곤층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없다면 청년층이 결혼을 꺼리는 현상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꿈꾸는 집의 기준은 기성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혼집 선정 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는 ‘학군이나 직장과의 거리 등 위치 조건’(52%)이 가장 높았다. 아파트 등 주거 형태(30%), 공원 등 주변 여건(13%)이 뒤를 이었다. 소유 형태는 자가(57%), 전세(39%)가 대부분이었다. 주거 형태는 아파트(74%), 연립다세대(10%), 단독주택(8%) 순으로 선호했다. 설문조사에서 청년들은 결혼 시점까지 모을 수 있는 돈으로 평균 1억 1913만원을 예상했다. 또 신혼집을 마련할 때 감당할 수 있는 대출금액은 평균 9918만원, 희망하는 신혼집 보증금(구입) 비용은 평균 2억 7330만원이었다. 희망하는 신혼집 보증금(구입)은 현재 월 소득이 300만원 이상인 청년들은 3억 7208만원, 200만~300만원은 2억 6905만원, 100만~200만원을 버는 응답자는 2억 2216만원으로 차이가 났다. 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4억 3295만원, 매매 중위가격은 8억 2975만원이다. 청년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용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태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거공간이 협소하고 민간아파트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신혼부부나 청년을 위한 융자 제도는 결국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면서 “공공주택과 사회지원주택을 늘려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빈곤층을 위한 주거지원금 등 다양한 지원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특별취재팀 - 이성원·홍인기·민나리 기자 ●설문조사 어떻게 했나 서울신문은 청년의 주거빈곤이 결혼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8~14일 시민단체 민달팽이 유니온과 공동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만 19~34세의 미혼 405명이 응답했으며, 이 가운데 남성은 186명, 여성은 219명이다. 가구 유형별로는 1인가구가 247명,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가 153명, 기타(조부모와 동거 등) 5명이다. 고용 형태는 정규직 256명, 비정규직(무기계약직·아르바이트 포함) 51명, 자영업 7명이고, 미취업자에 해당하는 응답자는 구직자 42명, 대학(원)생 49명이다.
  • [2018 청년 빈곤 리포트] 월세 28만원짜리 1.6평… 편히 잘 수도 쉴 수도 없는 집

    [2018 청년 빈곤 리포트] 월세 28만원짜리 1.6평… 편히 잘 수도 쉴 수도 없는 집

    기자, 고시원에서 3주간 생활하다 고시원에서 살아 본 청춘은 안다. 새벽 2시 옆방의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해야 하는 고단함을. 고시원 문을 나서며 우연히 마주친 타인의 시선에 자신이 얼마만큼 움츠러들 수 있는지를. 고시원은 도시 빈민의 정거장이다. 같은 공간에 살지만 아무도 함께 살지는 않는다. 장기 체류를 원하는 이도 없다. 다만 돈 없는 사람에게 이 도시가 허락하는 공간은 1.5평 정도뿐이라는 걸 알기에 그저 하루하루를 견딘다. 서울 집값이 고공 행진하는 동안 고시원에서 사는 청춘도 증가했다. 자의반 타의반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울에 사는 청년(20~34세) 1인 가구 10명 중 4명(37.2%)은 고시원처럼 최저주거기준 미달인 곳에서 살았다. 2005년 34.0%보다 3.2% 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가구의 주거빈곤가구 비율이 2005년 20.3%에서 2015년 12.0%로 뚝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고시원 수는 1만 1800개로 2007년 4700개보다 2.5배 증가했다. 기자는 서울 마포구 한 대학가 고시원으로 단기 이사를 했다.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총 24일간을 지냈다.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주거환경에 속하는 고시원의 실상을 기록하고 싶었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란 1인 가구 기준 면적 14㎡(약 4.3평)보다 작은 경우 해당한다. 또 전용 입식 부엌과 전용 수세식 화장실, 전용 목욕시설 중 한 개라도 없다면 최저주거기준 미달이다. 고시원, 옥탑방 등 주택 이외의 거처가 이에 해당한다. 2017년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가구는 10.5%가 미달가구였고, 일반가구 5.9%, 신혼부부 3.3%, 노인가구 5.3%, 저소득가구 10.1%였다. # 9월 21일 무보증 월세 28만원, 화장실 없는 1.6평 “직장인이 많아요. 대학생은 거의 없구…. 아, 백수들도 있어요.” 총무의 답변은 짧았다. 카센터 건물 2·3층에 있는 고시원은 총 31개의 방을 품고 있다. 방세는 월 28만원부터 36만원까지 크기와 옵션에 따라 갈린다. 30만원이 넘어가는 방은 간단한 샤워가 가능한 화장실이 딸려 있다. 가장 싼 방을 계약했다. 무보증 월세 28만원. 월 2만원이 싼 대신 공용 화장실을 써야 한다. 그나마 두 다리를 쭉 뻗고 잘 수 있다는 점이 위안이다. 총무는 위반 시 퇴실조치를 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계약서 한 장을 내밀었다. ‘입실 카드 및 원내 규칙 동의서’다. 9개 조항 중 단연 눈에 띄는 건은 ‘과도한 친절로 타인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이성에게 전화번호 묻기 또는 추근대는 행위를 하는 경우’였다. 요약하면 이웃 간 거리두기와 작업 금지다.# 9월 23일 추석 전날 붙박이장과 벽 사이에 낀 담배꽁초 사실 악취 때문에 다른 고시원을 알아볼까도 고민했다. 악취는 스토커 같았다. 우선 현관에 들어서면 화장실과 공용부엌, 신발장 냄새가 묘하게 뒤섞인 불쾌한 냄새가 났다. 복도에선 발냄새가, 방 안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올라왔다. 이삿짐을 풀자마자 1시간 30분 넘게 방 청소를 했다. 묵은 먼지와 이 방을 거쳐 간 사람들의 흔적이 나왔다. 누군가 피우고 버린 담배꽁초도 등장했다. 대부분 붙박이장과 벽 사이 아슬아슬하게 끼어 있었는데 그중 몇 개는 잡힐 수 없다는 듯 틈새 속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복도에 붙은 ‘방 안 흡연금지’라는 문구를 뒤늦게 실감했다. 아무리 쓸고 닦아도 퀴퀴한 냄새는 사라지지 않는다. 방향제도 소용없다. 자꾸만 붙박이장과 벽 사이에 낀 담배꽁초가 마음에 걸렸다. # 9월 24일 추석 환기·채광 어렵고 잠 이룰 수 없는 고시원의 밤 옷장 뒤 자리잡은 창은 어른 손바닥 크기다. 환기도 채광도 기대하기 어렵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눕자 발광(發狂)하듯 발광(發光)하는 초록색 비상등이 눈앞에 어른댄다. 새벽 1시에 누웠지만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소음은 꺼지지 않는 알람 같았다. 잠이 들만하면 차 지나가는 소리가 선잠을 깨웠다. 한밤 4차선 도로를 내달리는 승용차 지나가는 소리(30㏈)에 버스·기차 소리(40~50㏈)가 얹혀졌다. 가장 끔찍한 건 오토바이 소리다. 최고 60~70㏈까지 오른다. 침대와 마주보기한 채 가부좌를 튼 늙은 저가 냉장고(35㏈)도 밤이면 존재감을 드러냈다. 1시간마다 ‘딱’(60㏈) 하는 신호음과 함께 컴프레서가 돌아갈 것임을 공지했다.이미 환경부령 속에 존재하는 층간소음 기준(주간 43㏈, 야간 38㏈) 따위는 의미 없다. 차라리 버스에서 자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새벽 5시 고향집으로 향했다. # 9월 30일 이웃과 첫 대화… 문 잘못 열어 죄송합니다 지인을 만나고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새벽 1시, 발걸음 소리가 들릴까 발꿈치를 들고 걸었다. 열쇠로 잠금을 풀고 방문을 열었다. 불 꺼진 방엔 처음 보는 파란 줄무늬 셔츠가 걸려 있다. 방향제 향도 나지 않았다. 옆방이다. 성급히 문을 닫았다. 내 방문을 열 무렵, 잠에서 덜 깬 얼굴을 한 옆방 남자가 문을 열고 나를 쳐다봤다. “죄송합니다. 제 방인줄 알았습니다.” 옆집 이웃과 나눈 최초의 대화였다. 3일 뒤 만난 총무는 뒤늦게 “모든 문이 열리진 않는데 일부 문이 열릴 수는 있다”면서 “문 수리 후 열쇠가 부족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미안했는지, 내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3층에 화장실 있는 방 한 달 비는데, 한 달만 거기서 사실래요?” 또 청소를 하고 싶지 않아 거절했다. 이후 발걸음 소리가 내 방문에 가까워질 때면 신경이 예민해졌다.# 10월 8일 같은 공간, 서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공간 개인 화장실이 없는 방에 살면 대소변을 참는 게 자연스러워진다. 화장실이 깨끗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화장실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마주치는 게 껄끄럽기 때문이다. 그나마 오랜 시간 맘 편하게 용변을 보기도 어렵다. 이날도 그랬다. 새벽 5시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깼다. 참아도 봤지만, 더는 참을 수 없어 문을 열고 나왔다. 복도를 지나는데, 문이 열린 방이 있어 인사라도 할까 싶어 방을 들여다봤다. 방 안에는 쓰레기를 담은 듯한 흰 비닐봉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순간 시선을 바닥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하얀 머리의 중년 여성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2층은 남성, 3층은 여성이 사는 줄 알았다. 나중에 총무에게 물어보니 이 고시원에서 사는 유일한 여성이라고 했다. 이후 몇 번 더 마주칠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인사를 하지 못했다. 고시원에선 마치 묵언수행을 하듯 상대에게 말을 걸면 안 된다는 암묵적 룰이 있는 것 같았다. 옆방 사람과 얘기하는 일은 거의 없다. 정히 대화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말을 거는 대신 포스트잇을 붙였다. 부엌에서 만나든 복도에서 만나든 어느 누구도 먼저 말을 걸지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 수차례 먼저 인사를 먼저 건네봤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냉정하리만큼 시큰둥했다. 청년으로 보이는 이들에게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거절당했다. 더 강요할 수는 없었다. # 10월 14일 여전히 선명한 붉은 수포 자국 사실 하루빨리 고시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고시원에 들어가기 전만 해도 즐겁기만 했던 퇴근이 오히려 스트레스였다. 설명하기 힘든 우울감도 찾아왔다. 잠을 깊게 못 자니 매일 밤을 샌 것 같은 피곤함이 누적됐다. 이상한 건 짐을 정리하면서도 즐겁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울감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그곳에서 마주친, 정말 짧은 인연들이 내 의식 속 음지에 자리잡은 것 같았다. 고시원만 떠올리면 무채색이었다. 일 때문에 입주한 거지만, 혼자만 벗어난다는 묘한 죄책감도 들었다. 지난달 30일 발등에 벌레에게 물린 자국이 아직도 선명하다. 생소하게 물집이 잡혀 터졌는데, 지금은 피딱지가 앉아 검붉다. 피부과 의사도 물집만 보고 모기에 물린 건지, 벼룩에 물린 건지 구분할 수 없다고 했다. 군대에서 독하다는 산모기를 비롯해 각종 벌레들에게 많이 물려 봤지만, 이런 물집은 처음이었다. 고시원 생활 후 남은 건 검붉은 피딱지였다. 글 사진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2018 청년 빈곤 리포트] 월세 28만원짜리 1.6평…편히 잘 수도 쉴 수도 없는 집

    [2018 청년 빈곤 리포트] 월세 28만원짜리 1.6평…편히 잘 수도 쉴 수도 없는 집

    기자, 고시원에서 3주간 생활하다 고시원에서 살아 본 청춘은 안다. 새벽 2시 옆방의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해야 하는 고단함을. 고시원 문을 나서며 우연히 마주친 타인의 시선에 자신이 얼마만큼 움츠러들 수 있는지를. 고시원은 도시 빈민의 정거장이다. 같은 공간에 살지만 아무도 함께 살지는 않는다. 장기 체류를 원하는 이도 없다. 다만 돈 없는 사람에게 이 도시가 허락하는 공간은 1.5평 정도뿐이라는 걸 알기에 그저 하루하루를 견딘다. 서울 집값이 고공 행진하는 동안 고시원에서 사는 청춘도 증가했다. 자의반 타의반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울에 사는 청년(20~34세) 1인 가구 10명 중 4명(37.2%)은 고시원처럼 최저주거기준 미달인 곳에서 살았다. 2005년 34.0%보다 3.2% 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가구의 주거빈곤가구 비율이 2005년 20.3%에서 2015년 12.0%로 뚝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고시원 수는 1만 1800개로 2007년 4700개보다 2.5배 증가했다. 기자는 서울 마포구 한 대학가 고시원으로 단기 이사를 했다.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총 24일간을 지냈다.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주거환경에 속하는 고시원의 실상을 기록하고 싶었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란 1인 가구 기준 면적 14㎡(약 4.3평)보다 작은 경우 해당한다. 또 전용 입식 부엌과 전용 수세식 화장실, 전용 목욕시설 중 한 개라도 없다면 최저주거기준 미달이다. 고시원, 옥탑방 등 주택 이외의 거처가 이에 해당한다. 2017년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가구는 10.5%가 미달가구였고, 일반가구 5.9%, 신혼부부 3.3%, 노인가구 5.3%, 저소득가구 10.1%였다. # 9월 21일 무보증 월세 28만원, 화장실 없는 1.6평 “직장인이 많아요. 대학생은 거의 없구…. 아, 백수들도 있어요.” 총무의 답변은 짧았다. 카센터 건물 2·3층에 있는 고시원은 총 31개의 방을 품고 있다. 방세는 월 28만원부터 36만원까지 크기와 옵션에 따라 갈린다. 30만원이 넘어가는 방은 간단한 샤워가 가능한 화장실이 딸려 있다. 가장 싼 방을 계약했다. 무보증 월세 28만원. 월 2만원이 싼 대신 공용 화장실을 써야 한다. 그나마 두 다리를 쭉 뻗고 잘 수 있다는 점이 위안이다. 총무는 위반 시 퇴실조치를 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계약서 한 장을 내밀었다. ‘입실 카드 및 원내 규칙 동의서’다. 9개 조항 중 단연 눈에 띄는 건은 ‘과도한 친절로 타인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이성에게 전화번호 묻기 또는 추근대는 행위를 하는 경우’였다. 요약하면 이웃 간 거리두기와 작업 금지다.# 9월 23일 추석 전날 붙박이장과 벽 사이에 낀 담배꽁초 사실 악취 때문에 다른 고시원을 알아볼까도 고민했다. 악취는 스토커 같았다. 우선 현관에 들어서면 화장실과 공용부엌, 신발장 냄새가 묘하게 뒤섞인 불쾌한 냄새가 났다. 복도에선 발냄새가, 방 안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올라왔다. 이삿짐을 풀자마자 1시간 30분 넘게 방 청소를 했다. 묵은 먼지와 이 방을 거쳐 간 사람들의 흔적이 나왔다. 누군가 피우고 버린 담배꽁초도 등장했다. 대부분 붙박이장과 벽 사이 아슬아슬하게 끼어 있었는데 그중 몇 개는 잡힐 수 없다는 듯 틈새 속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복도에 붙은 ‘방 안 흡연금지’라는 문구를 뒤늦게 실감했다. 아무리 쓸고 닦아도 퀴퀴한 냄새는 사라지지 않는다. 방향제도 소용없다. 자꾸만 붙박이장과 벽 사이에 낀 담배꽁초가 마음에 걸렸다. # 9월 24일 추석 환기·채광 어렵고 잠 이룰 수 없는 고시원의 밤 옷장 뒤 자리잡은 창은 어른 손바닥 크기다. 환기도 채광도 기대하기 어렵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눕자 발광(發狂)하듯 발광(發光)하는 초록색 비상등이 눈앞에 어른댄다. 새벽 1시에 누웠지만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소음은 꺼지지 않는 알람 같았다. 잠이 들만하면 차 지나가는 소리가 선잠을 깨웠다. 한밤 4차선 도로를 내달리는 승용차 지나가는 소리(30㏈)에 버스·기차 소리(40~50㏈)가 얹혀졌다. 가장 끔찍한 건 오토바이 소리다. 최고 60~70㏈까지 오른다. 침대와 마주보기한 채 가부좌를 튼 늙은 저가 냉장고(35㏈)도 밤이면 존재감을 드러냈다. 1시간마다 ‘딱’(60㏈) 하는 신호음과 함께 컴프레서가 돌아갈 것임을 공지했다.이미 환경부령 속에 존재하는 층간소음 기준(주간 43㏈, 야간 38㏈) 따위는 의미 없다. 차라리 버스에서 자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새벽 5시 고향집으로 향했다. # 9월 30일 이웃과 첫 대화… 문 잘못 열어 죄송합니다 지인을 만나고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새벽 1시, 발걸음 소리가 들릴까 발꿈치를 들고 걸었다. 열쇠로 잠금을 풀고 방문을 열었다. 불 꺼진 방엔 처음 보는 파란 줄무늬 셔츠가 걸려 있다. 방향제 향도 나지 않았다. 옆방이다. 성급히 문을 닫았다. 내 방문을 열 무렵, 잠에서 덜 깬 얼굴을 한 옆방 남자가 문을 열고 나를 쳐다봤다. “죄송합니다. 제 방인줄 알았습니다.” 옆집 이웃과 나눈 최초의 대화였다. 3일 뒤 만난 총무는 뒤늦게 “모든 문이 열리진 않는데 일부 문이 열릴 수는 있다”면서 “문 수리 후 열쇠가 부족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미안했는지, 내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3층에 화장실 있는 방 한 달 비는데, 한 달만 거기서 사실래요?” 또 청소를 하고 싶지 않아 거절했다. 이후 발걸음 소리가 내 방문에 가까워질 때면 신경이 예민해졌다.# 10월 8일 같은 공간, 서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공간 개인 화장실이 없는 방에 살면 대소변을 참는 게 자연스러워진다. 화장실이 깨끗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화장실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마주치는 게 껄끄럽기 때문이다. 그나마 오랜 시간 맘 편하게 용변을 보기도 어렵다. 이날도 그랬다. 새벽 5시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깼다. 참아도 봤지만, 더는 참을 수 없어 문을 열고 나왔다. 복도를 지나는데, 문이 열린 방이 있어 인사라도 할까 싶어 방을 들여다봤다. 방 안에는 쓰레기를 담은 듯한 흰 비닐봉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순간 시선을 바닥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하얀 머리의 중년 여성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2층은 남성, 3층은 여성이 사는 줄 알았다. 나중에 총무에게 물어보니 이 고시원에서 사는 유일한 여성이라고 했다. 이후 몇 번 더 마주칠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인사를 하지 못했다. 고시원에선 마치 묵언수행을 하듯 상대에게 말을 걸면 안 된다는 암묵적 룰이 있는 것 같았다. 옆방 사람과 얘기하는 일은 거의 없다. 정히 대화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말을 거는 대신 포스트잇을 붙였다. 부엌에서 만나든 복도에서 만나든 어느 누구도 먼저 말을 걸지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 수차례 먼저 인사를 먼저 건네봤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냉정하리만큼 시큰둥했다. 청년으로 보이는 이들에게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거절당했다. 더 강요할 수는 없었다. # 10월 14일 여전히 선명한 붉은 수포 자국 사실 하루빨리 고시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고시원에 들어가기 전만 해도 즐겁기만 했던 퇴근이 오히려 스트레스였다. 설명하기 힘든 우울감도 찾아왔다. 잠을 깊게 못 자니 매일 밤을 샌 것 같은 피곤함이 누적됐다. 이상한 건 짐을 정리하면서도 즐겁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울감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그곳에서 마주친, 정말 짧은 인연들이 내 의식 속 음지에 자리잡은 것 같았다. 고시원만 떠올리면 무채색이었다. 일 때문에 입주한 거지만, 혼자만 벗어난다는 묘한 죄책감도 들었다. 지난달 30일 발등에 벌레에게 물린 자국이 아직도 선명하다. 생소하게 물집이 잡혀 터졌는데, 지금은 피딱지가 앉아 검붉다. 피부과 의사도 물집만 보고 모기에 물린 건지, 벼룩에 물린 건지 구분할 수 없다고 했다. 군대에서 독하다는 산모기를 비롯해 각종 벌레들에게 많이 물려 봤지만, 이런 물집은 처음이었다. 고시원 생활 후 남은 건 검붉은 피딱지였다. 글·사진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2018 청년 빈곤 리포트-D급 청춘을 위하여] 주상복합 43평 평당 월세 11만6000원 VS 고시원 1.6평 17만5000원

    [2018 청년 빈곤 리포트-D급 청춘을 위하여] 주상복합 43평 평당 월세 11만6000원 VS 고시원 1.6평 17만5000원

    서울 마포구 A고시원(전용면적 1.6평·월세 28만원)의 평당 월세 가격은 17만 5000원이다. 인근에서도 저렴한 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고시원의 평당 월세는 강북권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보다 비싸다. 실제 버스로 10분 거리인 메세나폴리스(전용면적 43평·월세 500만원)의 평당 월세는 11만 6000원 정도다.서울신문이 21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부동산 매물 월세를 기준으로 계산한 값이다. 이 상징적인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듯 거주비는 없는 이들에게 더 가혹하다. 거주비를 아끼기 위해 최저주거기준 미달인 곳을 찾지만 정작 살면 살수록 별로 싸지 않다는 것을 느낄 뿐이다. 청년들이 월세의 늪에서 허덕이며 산다는 통계는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청년가구(만 19세 이상 35세 미만)의 47.5%가 월수입의 20%를 임대료로 지급했다. 또 청년가구 26.5%는 월수입의 30%를 월세로 냈다. 미국과 호주, 캐나다의 경우 월 수입 중 임대료로 30% 이상을 지출하면 임대료 과부담으로 분류하고, 우리나라도 30%가 넘으면 임대료 과부담으로 본다. 청년 1인가구의 상황은 더 어려웠다. 월수입 가운데 월세로 20%를 지출하는 청년단독가구는 56.9%에 이르렀다. 월세의 30%를 임대료로 내는 청년단독가구도 33.9%였다. 보증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독립하다보니 월세 부담이 더 커지는 구조다. 보증금이 있는 월세의 경우 전체 청년가구(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 포함)는 보증금 2059만원에 월세가 35만 8000원이었지만, 청년단독가구는 보증금 960만원에 월세 37만 1000원을 내고 있었다.서울살이 1년차인 김지훈(28·관악구 신림동)씨는 “월급 230만원 중 월세로만 60만원이 나가는데, 6평짜리 원룸에 살려면 이 정도 지출은 감내해야 한다”면서 “원룸 전세 보증금 7000만원을 모으려면 4~5년 정도가 걸리는데 그동안은 월세 푸어로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벌이에 비해 과한 임대료를 내지만 정작 형편없는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 가구 비율 역시 혼자 사는 청년들이 높았다. 최저주거기준 미달과 임대료 과부담 둘 다 포함되는 가구는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가구가 24.5%이지만 청년단독가구는 46.8%였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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