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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사원 “독립성·권위 손상 우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감사원도 적잖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특히 감사원의 독립성 문제가 도마에 오를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감사원 직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조직의 위상과 권위에 대한 손상 부분이다. 감사원 주변에서는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유가 사퇴압박의 가장 큰 원인이 됐던 것 같다.”면서 “이번 일로 자칫 감사원의 독립성을 의심받거나 권위에 손상을 입지나 않을까 우려된다.”는 추측이 나온다. 4대강 감사 결과 발표를 비롯해 새해 업무 계획이나 인사 등 현안 문제 해결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감사원은 최근 새 원장의 임명을 전후해 4대강 감사결과를 발표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 후보자의 사퇴로 이 또한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금까지 미뤄진 지난해 말의 정기인사도 더 늦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하복동 감사원장 직무대행은 승진을 비롯한 조직 내 인사는 새 원장 취임 이후 단행한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새해 업무계획도 마찬가지다. 정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총력지원했던 공보관실 직원들은 “열심히 준비했는데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北 진정성 보려 당국 회담 제의”

    “北 진정성 보려 당국 회담 제의”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12일 남북대화와 관련, “정부는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와 추가 도발 방지에 대한 확약, 남북 간 가장 중요한 문제인 비핵화에 대해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당국 간 대화를 제의했다.”며 “다른 전제조건은 없으며, 이런 부분을 대화해서 생산적인 결과를 가질 수 있다면 다른 문제들은 후속 대화에서 다뤄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장관은 서울신문과 가진 신년인터뷰에서 “북측의 이른바 무조건적 대화 제의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진정성을 읽을 수 있느냐에 회의를 갖고 있다.”며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생산적이고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미래지향적 대화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 장관은 천안함·연평도·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당국 간 회담 제의에 대한 북한의 반응과 관련, “예단하지는 않겠지만 적극적으로 호응해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오는 19일 미·중 정상회담이 남북관계 등 한반도 문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남북대화에서 먼저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공통인식이 있다.”며 “미·중 정상회담이 했다고 해서 남북대화가 이뤄진다고 보는 것은 아니고, 남북대화는 남북이 계기를 마련하고 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남북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천안함 사태로 인한 5·24조치 이후 멈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현 장관은 “순수 인도적 지원은 정치·안보상황과 관계없이 해 왔는데 지난해 11월 적십자회담 이틀 전 연평도 도발이 있었다.”며 “일단 인도적 지원이 중단됐지만 정신은 그렇게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 장관은 “다만 사태가 엄중하기 때문에 (인도적 지원을) 고려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 역시 천안함·연평도 등에 대한 북한 당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 ‘선(先) 천안함·연평도·비핵화 문제 해결-후(後) 인도적 지원 재개’ 입장을 피력했다. 현 장관은 5·24조치의 재검토 시점에 대해서는 “남북관계가 정상적으로 가기까지는 5·24조치가 지속적으로 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현 장관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문제에 대해 “지난해 11월 25일 적십자회담이 열렸다면 남북이 심도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아쉬움을 피력한 뒤 “천안함·연평도 문제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꺼낼 상황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또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에 대해서는 “금강산관광 문제는 국민의 신변안전 문제도 있어 이산가족 문제와는 다른 내용과 심각성을 갖고 있다.”며 “지난해 실무회담에서 밝힌 관광객 피격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진상규명, 신변안전 조치 등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현 장관은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 정상회담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회담이라는 것이 실무급이 잘되면 고위급도 되고 최고위급으로 갈 수도 있다.”며 “(정상회담) 가능성 자체를 없다고 말하고 싶지 않으나 다만 현 단계로서는 진정성 확인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 용인 경전철 시행사 “손 떼겠다”

    용인경전철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개통 무기한 연기는 물론 시설물 자체가 아예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용인시에 따르면 시행사인 용인경전철㈜은 오전 11시 준공확인을 거부하고 있는 용인시에 사업해지를 통보했다. 완공도 되지 않은 경전철 사업에서 손을 떼고 지금까지 발생한 손해금을 정산하겠다는 의미여서 파장이 크다. 용인경전철㈜ 관계자는 “주무관청인 용인시가 준공확인을 거부해 실시협약상 의무불이행 조항을 근거로 사업해지를 내용증명으로 통보했다.”며 “적법하게 공사를 끝내고 개통만 남았는데 악재 발생으로 적자운영(하루 이자 1억 2000만원, 월 운영비 20억~30억원)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앞서 용인경전철㈜은 지난달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용인시가 다음달 10일까지 준공확인을 거부하면 사업해지 절차를 밟겠다.”고 밝히고 다음날 시를 상대로 경전철 준공확인 거부취소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가처분신청은 이미 한 차례 심리를 거쳤고 오는 19일 현장검증이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시는 “시민의 안전한 탑승과 소음대책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준공을 해주지 않겠다.”며 여전히 ‘준공 후 개통’ 방침을 고수했다. 안전운행이 가장 중요하기에 모든 공사가 끝난 다음 준공허가를 내주겠다는 입장이다. 또 경전철 개통 후 소음시설공사를 하는 데 대해서도 위험성을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시가 개통을 꺼리는 데는 경전철 운임손실에 따른 시의 부담도 한몫하고 있다. 2004년과 2009년(변경) 실시협약 당시 개통연도 하루 승객 수요를 각각 15만 3000명과 14만 6000명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 승객 수요가 30% 수준인 3만~5만명에 머물 것으로 보여 적자운행에 따른 연간 300억~450억원(최소운임수입보장률 79.9% 적용)의 운임손실을 시 예산으로 보전해야 할 형편이다. 사업해지를 하기 위해서는 책임소재 규명을 거쳐 지급금 산정, 시설물 인수인계 등에 합의해야 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중재 절차를 거친다. 지급금은 책임소재에 따라 최대 8000억여원에 이를 전망이다. 게다가 외국자본이 투입된 용인경전철 사업의 경우 국제상업회의소(ICC)와 같은 국제중재기구의 중재절차(1년)를 거치게 된다. 게다가 지금으로서는 사업해지를 위한 당사 간의 합의도 어려울 것으로 보여 개통 무기한 연기는 물론 기존에 도입된 시설물들이 고철이나 흉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흥구 구갈동에서 포곡읍 전대리 에버랜드까지 15개 역 18.1㎞ 구간을 무인 운행하는 시스템으로 건설된 용인경전철은 당초 지난해 7월 개통 예정이었다.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데스크 시각] 한반도 평화를 생각한다/김학준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한반도 평화를 생각한다/김학준 사회2부 차장

    천안함 폭침 당시 백령도 현지에서 만난 한 주민으로부터 들은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그는 “젊은이들이 희생돼 안타깝다.”면서 “깡패는 꺾을 수 없으면 달랬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북한의 폭력성을 지적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어려운 점을 강조한 말이다. 남북관계를 진단하는 데 어렵고 고매한 논리만 유용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정제되지 않은 말이 더 가슴에 와 닿을 수 있다. 안보론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비난하는 진보정권 시절에는 북한의 전쟁 위협이 적었다. 정부가 이른바 ‘달래기’를 한 덕분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때는 그것의 소중함을 잘 몰랐지만, 전쟁이 현실화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한 지금은 의미있게 다가온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는 아직 미완성이다. 그러나 그때 전쟁에 대한 국민적 공포는 없었다는 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지금은 어떤가. 연평도 피격 이후 국민생명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정부 당국자들이 전쟁이란 말을 하루가 멀다하고 입에 올렸다. 물론 강력한 대응만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는 취지겠지만 ‘전쟁’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바로 대북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병법은 과거에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무기의 첨단화로 공멸이 예상되는 현대전에서 금과옥조로 삼아야 하는 덕목이다. 그럼에도 현 정권은 ‘원칙론’으로 무장한 채 지난 정권이 마련한 남북화해 기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결과적으로 상대가 싸움을 거는 사태를 야기시켰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별로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 싸움을 거는 것만큼 피곤한 것은 없다. 옳고 그름의 관점에서만 판단하면 북한은 온정과 대화의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 정상일 수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틀어져 국민의 생명이 위협 받는 상황은 정상론을 무색하게 만든다. 원칙은 중요하지만 결과가 나쁘면 평가 받지 못한다. 국민이 가족과 함께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정의이며 원칙이다. ‘싸우지 않는 길’을 마다한 당국은 상대가 싸움을 걸어오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에 빠진 듯하다.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강경책을 쏟아냈지만 스텝이 엉키고 있다. 연평도 피격 사건 이후 당국이 내놓은 대응 방안을 보면 뭐가 뭔지 혼란스럽다. 서해5도 군사요새화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그곳의 주민들조차 “북한과 마주보고 있는 해안을 요새화하면 충돌 요인이 가중된다.”고 강조 한다. 주민들이 오히려 상식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전쟁론’을 들먹이는 지도급 인사들이 적지 않다. 전쟁이 가져오는 그 격렬한 파괴의 깊이를 모른다면 무지를 탓해야 하겠지만, 알면서도 그런다면 이 땅에 살고 있는 ‘죄’를 물을 수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새해 들어 남북 간에 극적인 반전 분위기가 싹트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대화의 문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라고 밝힌 데 이어, 외교통상부는 연평도 피격 사건에 대한 북한 측의 사과 등에 대한 언급 없이 6자회담 선행 수순으로 남북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근까지 원칙에서 벗어난 타협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던 것과는 다른 뉘앙스여서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도 무조건적인 당국자 간 회담을 제안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남북한 양측이 기존의 ‘조건’을 지운 채 연쇄반응하는 현상을 지켜보면서 성급하지만 다시 한번 한반도 평화를 떠올려 본다. 감정을 삭인 양보는 당장은 비굴해 보일지 몰라도 대의(大義)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양보 없는 원칙 고수는 전쟁으로 안내하는 문이다. 고단한 상황에서 마련된 실마리가 반드시 결실을 보기를 기대해 본다. kimhj@seoul.co.kr
  • 용인 역북도시개발사업 재가동

    경기 용인지역 동서 균형개발을 위해 추진되다 끊겼던 역북도시개발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9일 용인지방공사와 용인시에 따르면 시의회는 최근 임시회를 열고 공사와 시가 상정한 역북지구 개발사업 공사채 발행 채무보증 동의안을 가결했다. 공사는 공사채 발행을 위한 금융기관을 선정한 후 토지보상 및 세입자와 영세 자영업자 이주지원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47%가량 진행하다 중단한 토지 보상을 이달 중 재개하기로 했다. 공사 관계자는 “이어 시로부터 토지분양 승인을 받아 매각절차에 착수, 최대한 빨리 토지분양과 부지조성을 마무리짓겠다.”고 말했다. 역북도시개발사업은 그동안 일부 시의원들이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 등을 이유로 민·관 공동시행 전환 등의 입장을 고수하며 승인을 반대해 왔다. 이 때문에 보상비를 받지 못한 지주들과 사업지역 내 세입자, 사업장 운영자들이 신속한 보상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해 왔다. 사업은 처인구 역북동 528-10 일대 41만 1777㎡ 부지에 3068가구 8590명을 수용하는 것으로 소형 임대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 단독주택, 각종 도시지원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근린공원, 문화공원, 수변공원, 어린이공원 등 공원 6곳이 조성되고 남쪽 함박산에서 이어지는 녹지축을 연계해 녹지체계를 조성하는 등 녹지비율을 높여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출 계획이다.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사설] 남북회담 의제 정할 예비회담 검토하자

    북한이 새해 들어 남북회담을 요구하며 대화 공세를 펴고 있다. 정부는 북측이 책임 있는 방식으로 제안해 올 경우에 대비해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며 수용하는 길을 열어놓았다. 형식적으로는 당연한 조치이나 내용적으로는 시간벌기에 불과한 만큼 내부 입장 정리를 서둘러야 한다. 북측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신중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언제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할 일은 아니다. 확실한 선긋기를 해서 예비 만남을 갖는 정도는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다. 한반도 위기 상황을 둘러싸고 오는 18일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주요국이 대화 기조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만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를 전제 조건으로 고수하며 대화를 거부하는 모양새로 비쳐질 경우 한반도 긴장 고조와 대화 경색의 책임만 떠안게 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공식 회담에 앞서 예비회담을 수용하되, 본회담 시기와 의제 등을 우리가 정하는 등 확실한 대화 주도권을 확보하면 무방할 것이다. 이 경우 예비 만남은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자리이며 본회담과는 분리 추진할 것임을 미리 못 박는 게 필요하다. 북한에 위기 탈출의 기회만 제공하고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예비회담은 본 회담을 위한 준비 절차일 뿐 남북 대화의 몸통으로 오해되지 않도록 반드시 사전에 짚고 넘어가야 한다. 북한이 다시 생떼를 쓰면 대화는 즉각 중단될 것임을 미리 천명해야 할 것이다. 예비 만남이 성사된다면 의제문제부터 신경전이 시작될 수 밖에 없다. 일괄 논의냐, 분리 논의냐 등 형식에 좌우되지 말고 본회담을 실질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북핵 포기와 북 도발 사과 및 재발 방지, 관광·경제협력 재개 등 모든 현안을 동시에 매끄럽게 다룰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비핵화 문제는 6자 회담으로 넘기고, 나머지 사안들은 금강산·적십자·개성공단 회담 등에서 추후 논의하는 방안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지난해 북 도발문제는 반드시 의제로 채택해야 한다.
  • 日야구 ‘맷 머튼 vs 아오키’ 최다안타 싸움 어디까지

    日야구 ‘맷 머튼 vs 아오키’ 최다안타 싸움 어디까지

    010년 10월 5일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홈인 메이지 진구구장. 2회초 한신 타이거즈 공격이 시작되자 장내는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2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3번타자 맷 머튼(사진). 머튼은 이날 경기전까지 정확히 210안타를 기록중이었다. 210안타는 지난 1994년 스즈키 이치로(시애틀)가 수립한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과 타이로 이제 한개의 안타만 더 쳐내면 16년만에 이 부문 신기록 달성자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머튼은 상대투수 나카자와 마사토를 상대로 2볼 노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한복판 체인지업을 통타, 타구를 중견수 앞으로 보냈다. 2타점 적시타이자 머튼의 시즌 211개 안타 기록이 달성된 순간이었다. 비록 한신의 홈인 고시엔 구장은 아니었지만 야쿠르트의 홈팬, 그리고 한신의 원정팬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머튼의 대기록을 축하했다. 아이러니 한것은 머튼의 이 안타를 잡아 홈에 송구한 선수가 다름 아닌 중견수 아오키 노리치카였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아오키는 머튼과 함께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였다. 아오키는 이미 2005년에 202개의 안타를 기록하며 신인으로서는 역대 최초, 그리고 센트럴리그 역사상 첫 200안타를 기록한 선수다. 머튼이 이치로의 최다안타 기록을 깨고 1루에 안착하자 아오키는 글러브를 벗어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야구에서나 볼수 있는 아름다운 장면이었고 야쿠르트 구단 역시 전광판 자막을 통해 머튼의 신기록 달성을 함께했다. 이날 3개의 안타를 추가한 머튼은 결국 214안타로 시즌을 마감했다. 스포츠에서는 항상 1등만 기억되는 법이다. 아름다운 패자라는 것도 결국 2등에 대한 안타까움을 돌려서 표현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아오키는 결코 2등에만 머문 선수가 아니었다. 머튼에겐 외국인 선수로서 첫해에 이룩한 “최초”라는 수식어가 어울렸지만 아오키 역시 209안타를 비롯해 타율 1위(.358) 타이틀을 획득했기에 그 역시 “최초”라는 찬사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오키는 209안타를 쳐냄으로써 개인통산 2번째 200안타 시즌을 작성했다. 일본프로야구 역사상 두번의 200안타 시즌을 기록한 선수는 작년 아오키가 최초다. 참고로 양리그 통틀어 200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5명으로 퍼시픽리그에서는 지난해 지바 롯데의 니시오카 츠요시(현 미네소타)가 이치로 이후 16년만에 200안타(204개)를 쳐낸바 있다. 하지만 머튼과 아오키의 최다안타 기록경쟁은 이대로 끝나지만은 않을듯 싶다. 얼마전 전 텔레비젼 도쿄 아나운서 출신인 오타케 사치와 결혼식을 올린 아오키는 내년 시즌 목표를 최다안타 기록을 깨는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미야자키가 나은 ‘야구천재’인 아오키에겐 이치로가 메이저리그로 떠나 버린 후 자신에게 쏟아졌던 찬사가 머튼이란 외국인 선수에게 옮겨간 것이 썩 기분좋은 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비록 지난해 리그 타율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해마다 쳐온 3할 타율(데뷔 후 6년연속)과 벌써 3번의 타율왕 홀더의 영광은 아오키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이치로가 가지고 있던 210개의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자신의 손으로 깨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였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던 것. 그런 그에게 지난해 머튼이 등장했고 아오키 본인 역시 이치로의 210개 안타에 한개가 모자르며 시즌을 종료한 것이 꽤나 아쉬웠던 모양이다. 지난해 머튼이 개막과 동시에 안타행진을 펼치며 꾸준한 활약을 했던 반면 아오키의 시즌 초반은 순조롭지가 못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타율은 물론 최다안타 부문에서 아오키가 1위 경쟁을 할거라고 예상했던 이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올스타전이 끝나고 시작된 후반기부터 아오키는 그야말로 ‘안타머신’의 면모를 되찾았다. 그의 맹타는 팀을 포스트시즌 경쟁으로 이끌게 했음은 물론 치면 안타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페이스가 엄청났다. 이런 아오키가 올 시즌에는 개막전부터 리드오프로 등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아오키는 주로 3번타순에 들어선 경기가 많았다. 교류전이 끝난 후부터 다시 1번타순으로 돌아갔지만 안타를 하나라도 더 치기 위해서는 3번 보다는 1번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2011년 머튼과 아오키의 ‘최다안타 싸움 2라운드’가 벌써부터 시작된 느낌이다. 머튼은 치려는 성향이 매우 강한 타자다. 그렇기에 삼진도 적지만 볼넷 역시 많지 않은 스타일이다. 반면 아오키는 소위 말하는 컷트 능력이 최고수준이다. 투수를 매우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로 그래서 그런지 볼넷이 많고 특히 몸에 맞는 공이 엄청나다. 아오키는 3년연속 두자리수의 히트 바이 피치드볼을 얻어 맞았고 지난해엔 무려 18개나 됐다. 지난해 머튼의 214개 안타기록이 더욱 경이로운 이유는 우타자임에도 신기록을 달성했다는 점이다.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간발의 차이로 1루에서 아웃되는 경우가 제법된다. 이건 좌타자인 아오키에 비해 머튼이 불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타격성향의 차이로만 놓고 보면 머튼의 적극성이 안타를 생산하는데 있어 보다 유리하다. 원래 야구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홈런왕 싸움이다. 특히 일본은 오 사다하루(현 소프트뱅크 회장)의 한 시즌 최다홈런(55개) 기록에 도전했다가 승부회피로 타이기록에 머물렀던 터피 로즈,알렉스 카브레라의 전례가 있다. 일본토종 선수가 이 기록에 도전한다면 정면승부를 해줄지는 모르지만 최다안타 같은 경우는 이치로가 일본에서 뛸때보다 경기수가 늘어났기에 앞으로 기록경신을 위해 피튀기는 싸움이 계속될 전망이다. 2011년 맷 머튼 vs 아오키 노리치카의 최다안타 싸움은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서울광장] 햇볕론 vs 난방론/박대출 논설위원

    [서울광장] 햇볕론 vs 난방론/박대출 논설위원

    태양은 에너지다. 수력·풍력도 태양에서 유래한다. 나무·석유·석탄은 태양열로 생산된다. 태양열은 빛으로 전달된다. 그 빛은 1억 4960㎞ 떨어진 지구를 밝게 한다. 따뜻하게도 해준다. 태양은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공짜다. 혜택은 무한하고, 반대급부도 없다. ‘햇볕’을 붙이려면 이런 조건이 필요하다. 대북 햇볕정책을 놓고 갑론을박 중이다. 한쪽에선 폐기를 외친다. 일방적 퍼주기라는 시각이다. 다른 쪽에선 존속으로 맞선다. 평화 비용, 통일 비용이란 개념이다. 양측엔 공통 분모가 있다.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퍼주기든, 비용이든 돈이 든다. 이 때는 햇볕을 붙이면 곤란하다. 돈이 들면 햇볕이 아니다. 그건 난방이다. 햇볕이라고 하면 기만이다. 공짜인 것처럼 포장하는 속임수다. 햇볕정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원조다. 1998년 영국 런던대 연설에서 처음 사용했다.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 외투를 벗게 한다고 했다. 바람은 강경책을, 햇볕은 유화책을 상징했다. 햇볕정책은 노무현 정부도 계승했다. 두 정권은 금과옥조로 삼았다. 그런데 통일부와 수출입은행 등의 통계를 보자. 현금 29억 222만 달러, 현물 40억 달러에 이른다. 10년간 북한에 쬐어 준 건 공짜 햇볕이 아니었다. 값비싼 지원이었다. 햇볕정책은 온당치 않다. 난방정책이 맞다. 북한에 준 돈은 어디에 쓰였나. 따져보자. 돈을 받아 왼 주머니에 넣었다. 오른 주머니에도 원래 돈이 있다. 어느 돈을 꺼냈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돈을 꺼내 핵폭탄을 만들고, 해안포를 사서 연평도에 퍼부었다. 준 돈은 핵 폭탄, 해안포와 관계가 있는가, 없는가. 결과로 판단하면 된다. 엉뚱한 짓을 할 여윳돈이 생긴 게 결과다. 북한은 가뜩이나 쪼들리는 형편이다. 준 돈의 가치는 더 커진다. 이명박 정부는 퍼주기를 중단했다. 북한은 2차 핵실험으로 협박했다. 지난해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을 저질렀다. 10년간 북한에 퍼주었지만, 돌아온 건 북한의 도발이다. 돈 주고 뺨 맞은 꼴이 됐다. 대북 강경은 당연한 수순이다. 도발하지 말라고 또 퍼줄 수는 없는 일이다. 평화 비용, 통일 비용이라고 해도 지금 주기는 곤란하다.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반복해서 주어서는 안 된다. 일방적 퍼주기는 더 이상 없음을 각인시켜야 한다. 햇볕정책 존폐 논란이 한창이다. 여야 내부도 뒤섞였다. 한나라당에선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성과도 인정하자고 주장한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종북주의라고 발끈한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한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정체성”이라고 맞선다. 자기 반성과 상대 인정이 더 와 닿는다. 햇볕론 고수는 자가당착이다. 종북주의라는 반박은 대결주의 발상이다. 대립·갈등보다는 화해·평화가 낫다. 북 도발은 햇볕정책을 강요하는 몽니다. 더 부릴 공산이 크다. 갑자기 끊으면 금단현상이 생긴다. 북 도발도, 한반도 긴장도 금단현상에서 비롯됐다. 오래 가면 안 좋다. 북한을 따뜻하게 해줄 필요는 있다. 평화 비용을 감수하는 게 현명한 길이다. 장기적으론 통일 비용이 된다. 지금껏 돈을 들여 북한을 덥혀줬다. 굳이 식힐 필요는 없다. 든 돈이 아깝다. 물론 햇볕정책의 허상은 드러났다. 하지만 유효성마저 상실된 건 아니다. 올해 1조 달러 무역시대를 맞는다. 세계 9위로 도약하는 기회다. 국제사회가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다. 긴장은 걸림돌이다. 오래 가면 안 좋다. 북한에 줄 만한 여건이 되면 줘야 한다. 그 여건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찾을 일이다. 북한으로 하여금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라고 하면 응할리가 없다. 긴장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 북한을 변화시키고, 대화의 장으로 끌어오려면 유연함이 필요하다. 남북 경제력이 37대1이다. 우리가 좀 더 주는 게 낫다. 멀리 보면 이익이다. 햇볕정책은 폐기돼야 한다.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 햇볕의 기만을 버리고, 정신을 살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소모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때다. dcpark@seoul.co.kr
  • ‘황소’ 잡고 싶은 개미들이여 적립식·주식형펀드 주목하라

    연초부터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데다 저금리 상황이 계속되면서 개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개인에게는 전문가가 투자를 도맡아주고 소액, 분산 투자로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펀드 투자가 제격이다. 증권사마다 올해 증시가 유동성, 실적 장세에 주가 재평가 국면을 맞아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은 가운데 수혜를 입을 유망 펀드를 꼽아봤다. 올해 개장일부터 역대 최대치에 오른 코스피 지수 수준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라면 적립식 펀드가 답이다. 코스피가 역대 장 중 최고치(2085.45)를 기록한 2007년 11월 1일 거치식 국내 주식형 펀드와 적립식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가 지난 3일 기준으로 각각 2.39%, 34.04%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목돈을 한꺼번에 넣는 거치식 펀드가 겨우 원금을 회복하는 수준에 그치는 동안, 여러 기간에 걸쳐 소액을 넣는 적립식은 주가 수준에 상관없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둔 것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적립식 펀드는 주식을 싼값에 살 수 있는 비용 평준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투자자들이 투자 시점을 잡느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지난해에는 변동성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한 분할매수 펀드나 상승 랠리 때 고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소수 종목에 압축 투자하는 랩어카운트, 포트폴리오 펀드 등이 인기를 얻었으나 강세장이 예고된 올해는 대형주, 그룹주 펀드를 중심으로 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시대가 찾아올 전망이다. 김종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올해 코스피시장 상장 기업의 순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고 연기금이 올해 국내 주식의 목표 시가 총액을 늘리고, 퇴직 연금 의무가입이 본격 시행되는 등 수급 여건이 탄탄해지기 때문에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에너지, 농산물, 금속, 비금속 등 원자재 펀드 역시 지난해만큼의 상승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이승재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시장은 풍부한 유동성, 달러 약세로 우호적이면서도 경기 불안감이 공존했으며,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동반 강세를 보였는데 올해도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면서 “미국이 계속 달러를 풀고 선진국들의 출구 전략이 지연돼 자금은 위험자산으로 계속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럭셔리, 농산물 펀드 등 섹터 펀드들은 전체 업종 시장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어 위험이 높기 때문에 주력 펀드로 가져가기보다 자산의 5~10% 정도 제한적으로 담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해 개미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 러시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꾸준히 유입됐던 중국 본토 펀드, 중국 본토 상장지수 펀드(ETF)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임금 상승과 정부의 농촌 지역 투자 활성화로 중국의 내수 시장 성장이 예고돼 있고, 부동산 시장 침체 우려 때문에 급격한 긴축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통화 가치 상승, 강한 경기 회복 등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는 동남아 펀드와 자원 부국으로 상품 가격의 상승, 내수 시장 확대 등의 수혜를 얻을 브라질 펀드, 러시아 펀드 등도 올해 수익 기대가 높다. 올해는 인플레이션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채권형·채권 혼합형 펀드에 주로 의지하는 보수적 투자자라면 채권에 펀드 자산의 90% 이하를 편입하면서 나머지를 공모주에 투자하는 공모주 펀드에 관심을 돌려볼 만하다. 지난해 기업공개(IPO) 규모가 사상 최대 규모인 10조원에 이른 데 이어 올해도 미래에셋생명, 인천공항공사를 비롯, 삼성SDS, 삼성석유화학, 포스코건설, GS리테일 등의 대기업 계열사들의 IPO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北 폐쇄성은 변화 두려워하는 한민족 전통”

    주한 중국 외교관이 북한의 폐쇄성에 대해 “명·청 시대에 조공을 바치며 변화를 두려워한 한국(조선)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남북한을 싸잡아 비하한 사실이 4일 공개된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전문을 통해 드러났다. 강석주 북한 내각 부총리에 대해서는 ‘무역적자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로 평가했다. ● 청 융화 前대사 “北 화폐개혁 경솔” 스페인 신문 ‘엘 파이스’가 위키리크스로부터 건네받아 공개한 2009년 12월 24일 자 주한 미국대사관 외교전문에 따르면 청융화(程永華) 당시 주한 중국 대사는 2009년 12월 21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와 가진 만찬에서 한달 전 단행된 북한의 화폐개혁에 대해 “경제 통제를 강화하려는 ‘경솔한 시도’”라고 평가절하했다. 청 대사는 “북한이 중국의 개혁노선을 따랐으면 지금 더 잘살게 됐을 것”이라면서 “북한에는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 같은 인물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청 대사는 2009년 중국이 북한과 핵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북한의 행동 중 일부는 분명히 중국의 국익에 반한다는 점을 주기적으로 경고했다고 소개했다. ● “강석주 무역적자 개념도 이해 못해” 이 자리에 배석한 천하이 주한 중국대사관 정무참사관은 “북한의 폐쇄성이 한국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나라가 명나라를 대체한 지 100년이 지날 때까지 한국은 명나라 왕실에 조공을 보내고 명나라의 풍습과 전통을 고수했다.”면서 “작은 나라인 한국은 ‘변화에 굴복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공포 때문에 급격히 변하는 환경에 대응할 때 움츠러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현대 경제학과 무역 원칙에 대해 초보적인 수준의 이해력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 참사관은 우다웨이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와 북한 대미외교의 실무 사령탑인 강석주 내각 부총리 사이의 대화를 스티븐스 대사에게 소개한 뒤 “북한 당국자 중 누구보다도 서방 경제에 많이 노출된 강석주 부총리가 무역적자의 개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천 참사관은 중국 외교부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을 ‘북한에서 유학하거나 근무한 시니어그룹’, ‘중국에서 한국어와 한국학으로 학위를 딴 중견 간부 그룹’, ‘한국에서 전문성을 쌓은 신흥 주니어 그룹’으로 나눈 뒤 “중국 외교부 내 한국 전문가 그룹에서 북한에서 공부한 시니어들조차 북한보다는 일이 더 실질적이고 다이내믹하며, 삶의 질이 나은 남한에서 근무하기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北 대화 필요한데…” 美, 한국에 길을 묻다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 해법은 무엇인가. 한국과 미국의 북한에 대한 대화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입장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천안함 침몰사건에 이은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에도 한국 정부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와 공조를 과시했던 오바마 행정부는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남북관계 개선과 한국 정부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3일부터 시작되는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한국·중국·일본 3개국 순방도 한반도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방향의 전환보다는 관련 국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다음 단계로 넘어갈지를 판단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성격이 강하다. 3일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인식을 갖고 있다. 대화의 채널이 필요하지만 대화를 위한 대화는 원치 않는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고, 이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도 비슷한 입장이다. 동시에 한·미 간의 확고한 억지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대화 모색과 안보 강화라는 ‘투 트랙’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6자회담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고, 중국 측도 지난해 11월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의 방중 때 이 같은 입장에 동의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방한 기간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한 조건들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 같은 조건들에 대한 북한의 호응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향후 방향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고 미국 정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따라서 워싱턴에서는 보즈워스 대표가 남북 대화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한국 정부와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중국과 추가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변화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중국에 설명하고 이 같은 메시지를 중국이 북한에 전달하고 북한이 대화에 나서도록 중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현대건설 매각 방향 오늘 판가름

    현대건설 매각 방향 오늘 판가름

    현대건설 매각이 일대 전환점을 맞는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해를 넘겼지만 법원의 판단에 따라 향후 법정 공방과 매각 방향이 어느 정도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4일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채권단과 교환했던 양해각서(MOU)의 효력을 유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신청의 수용 여부를 공개한다. 현대그룹은 지난달 20일 채권단이 일방적으로 MOU 해지를 결정하자 가처분 내용을 ‘현대그룹과의 MOU 유지’로 변경했고, 법원은 늦어도 4일까지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기각 혹은 수용하더라도 추가 소송전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채권단은 예정대로 현대자동차그룹과의 매각절차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추가 소송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렸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 전체회의를 소집해 후속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 채권단은 곧바로 현대차를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하고 매각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게 된다. 현대그룹이 본안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인 법정다툼도 시작된다. 현대그룹이 제기할 소송은 매각 절차 중지나 효력 무효 등 소송 등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말 현대차측에 제기했던 형사고소(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와 500억원 손해배상 소송 등도 별개로 진행된다. 히지만 현대차와 채권단의 협상 재개는 ‘엎질러진 물’로 매각 절차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반대로 법원이 현대그룹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채권단의 대응방안이 복잡해진다. 채권단은 일단 현대그룹에 현대건설에 대한 실사 기회를 주되 본계약(주식매매계약)은 하지 않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유지해도 본계약을 반드시 교환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현대그룹과 채권단의 관계는 이미 선을 넘을 만큼 악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여론이 판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법원 판단이 아닌 여론을 선점하는 곳이 향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충무로·할리우드 물량공세 개봉박두

    충무로·할리우드 물량공세 개봉박두

    지난해 국내 극장가는 사상 최고 호황을 누렸다. 2009년 1조 998억원으로 입장 매출 1조원을 처음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사상 최고치(11월 기준 1조 486억원)를 경신했다. 2010년 전체 매출은 1조 2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매출이 늘어난 것은 영화 관람료 인상 몫이 컸다. 전체 관람객은 줄어들었다. 한국 영화는 점유율과 매출액 모두 하락했다. ‘잭팟’도 드물었다. 국내 영화는 ‘아저씨’(622만명)와 ‘의형제’(546만명)가, 해외 영화는 2009년 말 개봉한 ‘아바타’를 빼면 ‘인셉션’(587만명)이 유일하게 500만명을 넘어섰다. 몇몇 적신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계 관계자들은 올해 국내 영화 시장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대작들이 많이 밀고 들어오고 3차원(3D) 입체 영화 개봉도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워낙 할리우드 강세라 일각에서는 한국 영화 약세를 점치기도 하지만 제작비 100억원대의 국산 대작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 성급한 비관론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00억대 통큰 국산영화 출격 올해 가장 관심이 쏠리는 작품은 강제규 감독의 다국적 프로젝트 ‘마이웨이’다. 강 감독은 다시 한번 전쟁 스펙터클에 도전하며 2003년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8년 만에 영화계로 복귀한다. 장동건을 비롯해 일본의 오다기리 조, 중국의 범빙빙 등 아시아 대표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에 징집됐다가 독일 나치 병사가 된 남자의 이야기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갖고 있는 국내 최대 제작비(160억원)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이다. 순제작비 300억원이 거론된다. 연말쯤 개봉 예정. 설 연휴를 앞두고 오는 27일 김석윤 감독의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과 코믹 사극 맞대결을 펼치는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도 대작에 가깝다. 전쟁 장면이 많아 제작비가 80억원가량 투입됐다. 2003년 히트작 ‘황산벌’의 속편으로 백제 멸망 뒤 나당 연합군이 고구려 평양성을 공격하며 벌어지는 내용을 다룬다. 정진영, 이문식이 ‘황산벌’에 이어 또다시 출연한다. 여름에는 괴물을 소재로 한 공상과학(SF) 해양 스릴러 ‘7광구’가 주목된다. ‘화려한 휴가’로 광주 민주화운동을 생생하게 그렸던 김지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망망대해의 석유시추선에서 벌어지는 괴생명체와 인간의 대결을 그린다. 제작비 100억원 이상. 1000만명 관객 돌파 영화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이 제작을 맡았고, 하지원, 안성기 등이 출연한다. 3D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리는 작품이다. 100억원대의 전쟁 스펙터클 ‘고지전’도 여름을 공략한다.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로 흥행 감독 입지를 굳힌 장훈 감독이 연출하고 드라마 ‘선덕여왕’의 박상연 작가가 시나리오를 써 관심이다. 고지 탈환을 위해 목숨을 건 공방을 벌이는 남북 병사들의 사연을 담았다. 신하균과 고수가 출연한다. 가을 즈음에는 새로운 오토바이 액션이 선보인다. ‘퀵’이다. ‘해운대’ 커플 이민기와 강예원이 주연을 맡았다. 오토바이 퀵 서비스 맨이 폭발물을 배달하게 되며 일어나는 사건을 다뤘다. ‘뚝방전설’의 조범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연말에는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의 최동훈 감독이 범죄 스릴러 ‘도둑들’을 갖고 돌아올 예정이다. 강우석 감독 등 지난해 ‘이끼’ 멤버들이 그대로 뭉쳐 청각장애인 야구부의 전국대회 도전기를 그린 ‘글러브’(1월 개봉),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규만 감독의 ‘아이들’(2월 개봉),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작품인 ‘달빛 길어올리기’(3월 개봉)도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주목되는 작품들이다. 美 대작 시리즈물 속편 상륙 할리우드는 프랜차이즈 시리즈물이 대세다. 신세대 공포 영화의 대명사 ‘스크림’이 11년 만에 찾아온다. 전편의 주인공들이 뭉치고 웨스 크레이븐이 메가폰을 잡은 4편이 4월 공개된다. 3D다. 조니 뎁 주연의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는 5월에 찾아온다. 시리즈의 4번째 작품이다. 올랜도 블룸, 키이라 나이틀리가 하차한 대신 페넬로페 크루즈 등이 가세했다. ‘엑스맨’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인 ‘엑스맨 : 퍼스트클래스’는 6월 개봉 예정이다. 원래 시리즈보다 더 앞선 시절을 그리는 프리퀄인 이 작품에서 ‘원티드’의 제임스 맥어보이가 자비에 교수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다. 국내에서 1편과 2편을 합쳐 1500만명 관객을 사로잡았던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3’가 7월 여름 대목의 정점을 찍는다. 1969년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디딘 날 외계 생명체 ‘트랜스포머’를 발견했다는 내용을 담아 호기심을 자극한다. 역시 3D로 로봇의 화려한 변신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샤이아 라보프가 여전히 주연. 감독과의 불화로 하차한 메건 폭스 대신 영국 출신의 모델 로지 헌팅턴 휘틀리가 합류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완결판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 3D도 여름 시장을 겨낭한다. 어둠의 제왕 볼드모트와 죽음의 마법에서 살아남은 해리포터가 드디어 목숨을 건 마지막 대결을 펼친다. 여성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트와일라잇 시리즈 완결판의 첫 포문인 ‘브레이킹던 1부’는 11월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트와일라잇’, ‘뉴문’, ‘이클립스’로 이어지는 이 시리즈는 수많은 여심(女心)을 설레게 했던 로버트 패틴슨과 테일러 로트너의 매력이 흥행 요소. 2부는 2012년 개봉 예정이다. 연말은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 4’를 통해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3D 여부는 아직 미정. 드림웍스가 5월 선보이는 ‘쿵푸 팬더2’와 디즈니가 6월 출격시키는 ‘카2’, 스티븐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이 손을 잡고 연말에 선보일 예정인 디지털 3D ‘틴틴의 모험’ 등 할리우드 대작 애니메이션들도 관심거리다. 홍지민·이경원기자 icarus@seoul.co.kr
  • 올 한국경제 ‘5% 성장’ 근거·방안은

    올 한국경제 ‘5% 성장’ 근거·방안은

    3일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 5%대의 고성장에 방점을 찍으면서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 6.1%의 경제성장률을 올해도 이어갈 수 있다는 정부의 자신감과 정부의 바람을 담은 기대치라는 주장이 서로 엇갈린다. 국내외 경제기관 대부분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3%대 후반에서 4%대 중반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부 목표와 최대 1% 포인트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기대와 현실의 격차만큼이나 커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가장 낙관적이라고 지적받았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성장률 전망치(5.5%)가 실제 수치(6.1%)에 가장 가까웠다는 점에서 정부 목표가 단순히 기대치라고 폄훼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 국장은 정부의 5%대 경제성장률 근거와 관련, “내수의 60%를 차지하는 소비가 4%대 초중반 수준으로 증가하고, 수출도 미국 경제의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경제의 양대 축인 내수와 수출 성장세가 그다지 나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실제로 소비는 고용과 임금 상승에 힘입어 양호한 증가세가 예측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가 28만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건설투자는 주택건설 개선 등으로 2% 안팎의 증가세를 점쳤다. 설비투자도 대내외 수요 회복과 금융시장 안정, 기업수익성 개선 등에 힘입어 7% 내외의 성장이 예상됐다. 수출은 신흥국의 가파른 성장과 미국 경제의 회복 등으로 연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경상수지 흑자는 유가 상승 등으로 수입이 15%가량 늘어 올해(290억 달러)보다 크게 줄어든 160억 달러로 전망됐다. 김현욱 KDI 박사는 “정부가 밝힌 5% 성장은 물론 달성 가능한 범위에 있다.”면서 “다만 5% 성장 달성을 위해 경기확장 정책을 장기화하면 정상적인 경제운용이 지연되는 부작용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5%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재정위기, 중국의 긴축, 국제 원자재값 상승, 미국의 경제회복 속도 등 여러 변수를 잘 극복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다만 이 같은 변수들은 한국 정부가 컨트롤할 수 없는 만큼 무리한 성장 정책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지난해 6%대의 고성장은 정치적 측면이 컸다.”면서 “올해도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유럽 재정위기 등이 해소되면 5%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두·김민희기자 golders@seoul.co.kr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당선소감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당선소감

    두 자루의 단도를 슬쩍 내밀었더니 느닷없이 강호에 나오라고 합니다. 슬쩍 엿본 강호에는 장검을 든 선배 고수들이 화려한 초식으로 인물과 갈등과 사건을 수놓고 있습니다. 이미 일가를 이루신 선생님 고수들은 칼자국이 가득한 상처투성이의 마차를 타고 저 멀리 지평선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계시는군요. 사방에서 관객들이 몰려옵니다. 저는 이제 겨우 단도 두 자루만 가지고 몰려오는 관객들을 향해 새로운 인물과 갈등과 사건을 휘둘러야 합니다. 짧은 단도 두 자루로, 저는 어떻게 싸워나가야 할까요? 방법이 없습니다. 칼이 짧아 닿지 않으면 남보다 한 발짝 더 부지런히 나아가 휘두르면 됩니다. 때로는 선배 고수들의 멋진 장검을 슬쩍 빌려서 휘둘러보기도 할 겁니다. 저의 단도와 선배 고수들의 장검을 응용하면서 열심히 휘두르다 보면, 언젠가는 선생님 고수들이 타고 가시는 마차에서 채찍을 휘두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 마차를 타고 열심히 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찬란하고 화려한 연극 개벽의 세상을 맛볼 수 있겠지요. 심사위원 선생님. 언젠가는 멋진 장검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에게 입과 손과 발을 재산으로 물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라푸푸 서원 여러분. 단도를 꺼내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걸판 여러분. 우리가 마차를 만듭시다. 걸판 대표 태현이형. 마차의 탑승 인원은 넉넉하게 만듭시다. 최현미양. 퇴고를 도와줘서 고맙네. 다음엔 자네가 칼을 꺼낼 차례일세. 오태영 선생님, 선욱현 선생님, 가끔 저를 마차에 태워서 지평선을 꿈꾸게 해주십시오. 영구 형님. 정신을 잃을 때마다 부추를 던져주세요. 김인경 선생님. 애초에 이 칼은 선생님의 수업에서 싹을 틔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미현님. 싸우다 지칠 때마다 맑고 시원한 우물물을 퍼주어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연극의 대사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연극 만세! ■약력 -1981년생 -한양대학교 정보사회학과 중퇴. -2005년 극단 걸판 창단멤버. 현재 극단 걸판에서 작가, 연출, 배우로 활동 중.
  • [공직 대해부] 7·9급의 꿈 ‘사무관’

    [공직 대해부] 7·9급의 꿈 ‘사무관’

    “사무관(事務官)으로 승진한 1988년 7월 23일은 공직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죠. 그날 회식한 기억이 지금도 또렷합니다.” 비고시 출신으로 공직생활 33년째인 정부대전청사의 A국장은 5급 사무관이 되던 날, 세상을 품은 듯했다고 회상했다. 7급이나 9급으로 공직에 입문한 공무원에게 사무관의 의미는 남다르다. 승진연한만 차이 날 뿐 ‘공직의 꽃’인 별을 단 것에 대한 감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최근 고시 출신이 늘고 직급 인플레로 사무관 숫자가 증가하면서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정부 외청이나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는 사무관에 오르기 위한 공무원들의 소리 없는 경쟁이 치열하다. ●事를 벗고 官이 되다 직위분류상 사무관은 주사(6급) 위이고 서기관(4급) 아래다. 공무원 전체로 보면 9급과 최고위직(1급) 간 중간 간부로, 신체에 비유하면 ‘허리’가 된다. 7급이나 9급으로 출발한 공무원 사이에서 사무관이 되면 팔자를 고쳤다는 말이 회자됐다. 사(事)자를 떼고 관(官)을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지를 반증한다. 사무관이 되면 국새가 찍히고 대통령 직인이 박힌 임명장을 받는다. 2005년 6월 임명권이 소속 기관장으로 이관되면서 국새와 대통령 직인이 사라진 임명장을 받았지만 공무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환원하자는 여론에 따라 2009년 11월부터 원상회복됐다. 사무관은 대우가 달라진다. 우선 호칭부터 ‘○○○사무관님’으로 바뀐다. 지금은 6급 이하 공무원에 대해서도 주무관으로 우대하지만 예전에는 ‘○○씨’ ‘아무개 선생’으로 불렸다. 6급과 비교해 급여가 30만원 정도 인상되고 정년도 차이가 난다. 출장비는 서기관과 동일한 수준으로 오른다. 훈장도 6급 이하는 옥조근조훈장이지만 사무관은 녹조근조훈장을 받는다. 해외 직무훈련 대상에 들어가고 대외기관 회의에 기관 대표로 참석하기도 한다. ☞ [공직 대해부] 특집 시리즈 기사 보러가기 사후 예우까지 달라진다. 제사를 지낼 때 쓰는 지방(紙榜)과 묘비에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에서 ‘학생’이 빠지고 ‘사무관’이 들어간다. 산림청 B국장은 “예전에는 사무관이 되면 2~6명을 거느린 계장으로 기안 책임자 역할을 했다.”면서 “서기관이나 과장 승진 때보다 축하도 많이 받았고 자부심도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지방에서 ‘장’으로 역할 사무관은 고위 관료와 권력으로 가는 출발점이다. 정부 부처 중에서 관세청은 사무관이 되면 2급 세관장에 오를 수 있다. 지역본부 세관에서는 과장이다.지방에 오면 사무관의 위상은 더욱 높다. 읍·면·동장이 사무관으로 명실공히 지역사령관이다. 필기시험이 사라졌다고 하나 사무관에 오르는 길은 쉽지 않다. 일부 기관은 5급 승진 시험을 고수하고 있지만 부처는 대부분 심사와 일부 시험을 적용하고 있다. 승진 자격을 갖추더라도 전문지식과 논술 등의 검증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기본은 근무평가 결과다. 근무평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한때 ‘인사비리’의 근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기관마다 승진평가의 객관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과거에는 ‘공승제도’와 ‘대우공무원’ 제도가 있었다. 공승제도는 내부 승진제와 별개로 전 부처를 대상으로 시험으로 승진자를 선발해 수요가 있는 부처에 배치하는 제도다. 승진 대상자가 시험을 통과할 자신이 없으면 대우공무원을 신청할 수 있다. 승진은 배제하되 퇴직 때까지 대우 수당을 지급받는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대우공무원제와 비슷한 필수실무요원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필수요원으로 지정을 받으면 승진하지 않고 사무관 대우를 한다. 중앙 부처 한 간부는 “시험으로 선발할 때가 능력이나 자질이 우수했다.”면서 “부담스럽긴 하지만 공정사회 취지에는 시험제가 맞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50대의 지자체 C주무관은 공직생활 27년째로 사무관 승진에 근접해 있다. 공직에 들어와 사무관을 최우선 목표로 동경해 왔지만 지금은 사무관에 대한 환상이 많이 깨졌다고 토로했다. C주무관은 “본부에 있으면 나이 먹은 사무관에 불과하다.”면서 “기안능력 등도 떨어져 동장 등으로 나가는 것이 조직이나 개인에게 부담도 적고 마음도 편하다.”고 아쉬워했다. 정부 외청의 사무관은 과다한 업무로 휘청거리고 있다. 1개 과에 사무관이 5~6명이나 되고 개별, 고유 업무가 부여돼 6~7급 주무관과 마찬가지로 기안자이자 실무자에 불과하다. 더욱이 집행부서이다 보니 비업무성 보고가 많고, 공들인 업무가 성과를 내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1998년 정부대전청사로 이전한 기관들은 고시 사무관들의 ‘엑소더스’를 막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전청사의 한 사무관은 “중앙 행정기관에서 사무관은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는 자리가 됐다.”면서 “중간 간부, 조직의 허리로서 업무 부담이 지나치게 큰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美·中정상 6자 합의해도 큰 의미 없다”

    우리 정부는 오는 19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등 외부적 변수에도 흔들림 없이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가 전제돼야 대화한다’는 기존 정책을 고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일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비핵화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면서도 미·중 정상이 6자회담 재개를 합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중은 2자밖에 안 되는데 6자회담 재개 합의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설령 2자가 합의한다고 해도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해 정부의 원칙이 미·중 간의 입장에 따라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6자회담을 위한 6자회담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북한이 정말 비핵화할 의지와 생각이 있느냐는 것이며, 우리의 기본 입장은 이것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도 “미·중 정상회담이 극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6자회담은 생산적이 돼야 하고 남용돼서는 안 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인 만큼 북한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미·중 정상이 6자회담을 촉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 간의 회담에서 6자회담에 의견을 접근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남북한도 대화기조로 변화할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곧 방한하고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3∼7일 미국을 방문하며,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한·일 방문에 앞서 9∼14일 중국을 방문하는 등 주변국의 연쇄적인 ‘방문 외교’가 미·중 정상회담의 사전 정지작업 성격이긴 하지만, 긴박한 상황 급진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당국자는 남북 관계개선을 암시한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에 대해 “너무 많은 의미를 추출하거나 오묘한 진리가 숨어 있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면서 “지난해 공동사설에서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도발을 예견한 사람이 누가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올해 북한 신년 공동사설의 특징에 대해 승계과정에 대한 언급 없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우라늄 핵개발 등 핵 능력 과시 대목이나 6자회담·북미대화·해외투자·평화체제에 관한 언급이 안 보이는 점 등을 들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전화통화를 갖고 “남북관계 개선과, 한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역량을 확대하는 데 유엔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김성수·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여의도 블로그] 극단의 정치, 봄날을 기다리며

    지난 2006년 1월 30일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는 북한산에서 ‘산상회담’을 갖고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로 두달 가까이 냉기류가 흘렀던 때였다. 얼어붙은 18대 국회를 보면서 느닷없이 4년 전 이맘때가 떠올랐다. 주먹질까지 오간 본회의장, 무기력한 여당, 야당의 기약 없는 장외 투쟁, 꼬리를 무는 고소·고발, 사상 최대의 부동층…. 정치사에서 여야의 대치 정도를 따지자면 이번이 ‘유례없다’고 자신하긴 어렵다. 그러나 과연 ‘봄날’이 오기는 올까 싶은 의문을 이번만큼 자주 한 적도 없는 것 같다. 대의제에서 정치의 본질이 타협이라고 한다면, 타협에 이르는 기술을 ‘더 많이 가진’ 쪽은 여권이다. 여권의 책임을 더 많이 물을 수밖에 없다. 17대 시절 이른바 ‘4대 개혁 입법’ 정국이 현 상황과 닮은 꼴로 비교되곤 한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당내 반발 속에서도 산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여당 중진들은 청와대를 찾아가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다리를 놨다. 김근태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은 청와대를 향해 ‘계급장을 떼자’고까지 하며 당 중심의 정치 문화를 세우려 했다. 다른 정치적 목적도 있었겠지만 청와대도 당청 분리를 고수하며 이해찬·한명숙 등 정치인을 총리로 임명했다. 지금은 산상회담은 고사하고 여야 원내대표를 동시에 보기도 어렵다. 여당 중진들은 당내 계파 정치에 빠져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마이 웨이’다. 유난히 ‘정치 실종’이라는 표현이 잦아졌다. 특히 여당 내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당청 관계의 종속성이 심해졌다. 야당은 파트너인 여당을 건너뛰고 청와대와 곧바로 맞서 사사건건 치킨 게임을 벌인다. 물론 노력조차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지난해 원내대표 시절 “필리버스터제(합법적인 방법으로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도입하고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 발동 요건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6월 여야 중진 10여명은 중진협의체 구성에 뜻을 모았다.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중요한 때다. 청와대는 여당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여당은 야당과 대화를 시도하고 야당은 대화에 응해야 한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美·베네수엘라 대사 맞추방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미국이 베르나르도 알바레스 워싱턴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의 비자를 전격적으로 취소했다고 테미르 포라스 베네수엘라 외무차관이 2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미국의 이 같은 행동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래리 팔머 카라카스 주재 미국 대사 지명자를 거부한 것에 따른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AFP 통신은 “미 국무부가 볼리비아 라파스를 방문하고 있는 알바레스 대사의 비자를 취소했지만, 아직 추방할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브리핑에서 베네수엘라 정부가 팔머 대사 지명자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이에 대한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 상원의 인준을 앞둔 팔머 지명자가 인준 청문회에서 차베스 대통령의 측근 3명이 콜롬비아 반군에게 무기를 지원하고 마약 밀매에 관여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그의 부임을 거부한 바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알바레스 대사의 비자 취소에 대해 “양국 외교 관계를 단절하려면 우리 대사를 추방하라.”면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송년기획] 거침없는 이재오·박지원, 노회한 박희태, 솔직한 김무성

    [송년기획] 거침없는 이재오·박지원, 노회한 박희태, 솔직한 김무성

    2010년, 정치부 기자들에게는 ‘당근’도 없이 ‘채찍’ 소리만 요란한 한해였다.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의 조사가 5월 20일까지 이어졌고, 조사 결과 발표 뒤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6·2 지방선거가 열려 지방권력의 교체를 가져왔고, 6월 29일에는 세종시 수정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논란이 정점으로 치달았다. 9월 27~28일에는 북한 김정은 3대 세습이 표면화됐고, 11월 초 방북한 지그프리트 헤커 박사의 북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로 한반도의 핵 위기가 다시 부각됐다. 11월 11~12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과를 미처 평가하지도 못했는데,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졌고 한·중 간의 외교적 갈등이 부각됐다. 또 12월 3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1년 내내 이어진 4대강 사업 논란도 모두 정치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사안이었다. 이 때문에 정치부 기자들은 단 하루도 마음 놓고 쉴 수 없었고, 그것은 올해 우리나라가 정치, 안보, 외교적으로 큰 도전을 받은 한해였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절망에서 희망의 싹이 트고, 위기에서 큰 기회를 엿본다고 한다. 우리에게 다가왔던 2010년의 도전들이 2011년에 새로운 국가 발전의 비전으로 승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들이 그런 취지에서 출입처별로 가장 중요한 취재원을 소재로 삼아 2010년을 마무리하고 2011년을 여는 송년 칼럼을 썼다. MB는 누가 뭐라 해도 서민적 누가 뭐래도 이명박 대통령(MB)은 서민적이다. 재래시장을 방문했을 때 식당에 들러 칼국수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동행한 참모진이나 기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다. 부지런한 것도 타고났다. MB식 해외출장에 출입기자들은 체력이 다 바닥이 났다. 군더더기 일정은 다 빼고 강행군 일정을 잡는다. 거리가 멀어도 1박 2일 또는 2박 3일로 스케줄을 잡는 경우가 많다. 드디어는 밤 12시에 출발, 왕복 비행기에서 이틀밤을 새우는 ‘1박 4일’ 출장까지 등장했다. 출장이 너무 힘들어 모 신문 기자는 ‘카카오톡’에 ‘1박 4일 금지’라는 글을 올려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다. 그래도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을 가졌다는 건 국민에겐 행운이다. 그런데 서민적인 대통령이 이렇게 열심히 뛰었는데도, 올 한해 MB정부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8·8 개각 후유증, 총리실 민간인 사찰, 예산안 파동 등 드러난 악재 때문이다. 하지만 숨겨진 이유는 따로 있다. 경제가 살아났다고 말은 하는데,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공정사회’를 목청 높이 외쳤지만, 받아들이는 쪽은 “글쎄…”라는 반응이 더 많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도발 때도 행동은 없고 말만 많았다. 새해에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길 기대한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좋은 평가를 못 얻는다면 그보다 억울한 일도 없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소신·일 ’로 밀어붙이는 金총리 김황식 총리는 ‘곱게 늙은’ 할아버지와 같은 인상을 준다. 지방 세족(世族)의 막내아들로 곱게 자란 데다 공직 생활도 승승장구하다 보니 세상의 신산(辛酸)한 맛을 보지 않은 이력 때문이다. 이는 곧잘 ‘성골’(聖骨)로만 살아온 ‘무색무취’한 인물이라고 폄하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곁에서 지켜보면 김 총리는 뚜렷한 소신을 보여준다.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사건에 청와대에서 지급한 ‘대포폰’이 사용됐다는 의혹과 관련, “만약 대포폰 사용이 국가기관에 의해 이뤄졌다면 극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의원 면책특권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은 의원의 소신 있는 행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이를 남용해 개인의 명예훼손을 하라고 만든 제도는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물론 소신이 지나쳐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다. 취임 초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무료로 지하철 탑승권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발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소신을 바탕으로 김 총리는 조금 거창해 보이는 ‘자유’와 ‘평등’, ‘박애’를 추구한다. 자유는 자본주의, 평등은 사회주의 이념체계인 만큼 상호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두 개념을 완충시키기 위해 ‘박애’를 넣었다는 것이다. 박애는 나눔·배려로 해석된다. “일로써 말하겠다.”는 총리가 2011년 새해, 세 개념이 충돌하지 않도록 어떻게 절충해 낼지가 관심거리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마음에 안드는 질문엔 역공세 정치부장의 즐거움이자 부담 가운데 하나는 정부 및 정치권의 고위 인사들을 직접 인터뷰하는 기회 또는 ‘의무’였다. 올해 정치권에서는 박희태 국회의장,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민주당의 정세균·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원대대표,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대표를 한 차례씩 인터뷰했다. 이재오 특임장관과는 권익위원장 및 장관 시절 한 차례씩 인터뷰를 가졌다. 가장 재미있었던 인터뷰는 여당의 실세라는 이재오 장관과 야당의 실세라는 박지원 원내대표와의 대담이었다. 실세이기 때문인지 그들의 답변에는 거침이 없었고, 그 때문에 인터뷰 기사의 파장도 컸던 것 같다. ‘최고의 대변인’으로 일컬어졌던 박희태 의장의 답변은 노회했고, 정세균 대표의 말에는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김무성 원내대표의 말은 솔직하고 담백했다. 너무 많은 말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기사에 쓸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손학규 대표는 공세적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에는 역으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판사 출신인 이회창 대표나 검사 출신 안상수 대표의 답변은 간결하고 명료하게 핵심을 짚었다. 내년에도 더욱 다양한 정치 지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도운 정치부장 dawn@seoul.co.kr 현 장관式 남북관계 ‘새 집’ 기대 지난 8월 초, 1년간 해외연수 후 귀국해 다시 만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표정은 밝았다. 2009년 2월 취임 후 ‘북한을 잘 모르는’ 국제정치학자 출신의 통일장관에 대한 비판을 어느 정도 딛고 일어선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천안함 사태 후 통일부의 ‘야심작’이라고 할 수 있는 ‘5·24조치’로 통일부가 오랜만에 힘을 얻는 분위기였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대북 강경정책의 중심에는 현 장관이 우뚝 서 있었다. 현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 구상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꼬이고 북핵 문제가 악화되면서 이 구상은 “무대책의 기다림 전략”이라는 지적을 받았으나, 현 장관은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 결과, 현 장관은 최장수 통일장관 자리를 넘보고 있다. 관가에서는 “현 장관이 대통령과 독대도 자주 하고 아이디어도 많이 제시한다.”는 후문이 있지만 원세훈 국정원장에게는 뒤진다는 평가다. 현 장관은 최근 한 학술회의 축사에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집’을 짓는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가 지을 ‘새로운 집’은 무엇일까. 2011년, ‘현인택 호’가 남북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주목되는 이유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김춘추·인조의 용기’서 오락가락 인조(仁祖)는 결국 삼전도에서 투항했다. 그 겨울날의 추위는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언 땅에 머리를 찧는 인조의 마음속을 헤아리는 일은 쉽지 않다. 김춘추(金春秋)는 반도의 귀퉁이에서 군사를 일으켜 삼국 통일의 길을 열었다. 승리의 환호는 귓전에 들려오는 듯하지만 김춘추의 심중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역사의 스코어보드는 인조를 패자로, 김춘추를 승자로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스코어보드는 인간세(人間世)의 모든 국면을 담아내지 못한다. 패자는 살상을 줄임으로써 나라를 보존했고, 승자는 적에 버금가는 피를 흘렸다. 그러므로 인조의 치욕을 용기라 부를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올해 우리는 심각하게 용기에 대해 생각했다. 군함이 공격받고 섬이 폭격 당하고 중국이 방자하게 나올 때, 우리는 응징의 용기로 충천했으나 한편으로는 참는 것도 용기라고 자위했다. 우리는 김춘추의 용기와 인조의 용기 사이에서 오락가락했고, 결국 인조의 용기를 택했다. 그런데 해가 저무는 지금, 김춘추의 국력을 갖고서도 인조의 용기에 기댄 게 아닌가 하는 이물감(異物感)을 떨칠 수 없다. 인생을 연극이라고 할 때 우리가 부조리극을 연기한 것은 아닐까.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강군·야전형 군인’ 육성 말로만 지난 3월 천안함은 북한의 ‘예상치 못한 공격’으로 침몰했고, 11월 연평도는 ‘상식 밖의 도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정부와 군이 철저히 응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속은 시원치 않다. ‘강군’과 ‘야전’을 말로만 강조해 온 우리 군의 자화상이다. 역대 국방장관들은 늘 ‘강군’과 ‘야전’을 강조해 왔다. 그리고 국방부는 장관들의 말을 뒷받침하기 위한 계획을 만들어 왔다. 6·25 전쟁의 뼈아픈 기억으로 우리 군은 늘 강군 육성을 계획했다. 얼마 전 초야로 돌아간 김태영 전 장관 역시 그랬다. 돌아보면 김 전 장관은 재임 중 군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 전 장관 재임 중에도 국방부는 많은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그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으로 여야 의원들과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결국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고 장관직에서 쫓겨나듯 물러났다. 그리고 뒤이어 김관진 국방장관이 취임했다. 국방부는 또다시 계획을 내놨다. 계획을 뜯어 보니 행정화·관료화된 문화를 없애고 전투 훈련에 집중한다는 것으로 외모는 다르지만 유전자는 같다. 2011년 새해, 김 장관이 지난 60년간 세운 우리 군의 계획을 실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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