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개입 부인… “여론전달 했을뿐”/김현철 청문회6가지 초점
◎안기부 보고/김기섭씨 정보보고 “사실무근” 주장
김현철씨가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집중 제기됐다.그러나 현철씨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여러차례 부인했다.
자민련 이인구(대전 대덕) 이상만 의원(충남 아산)은 『김 전 차장이 인사권과 예산권을 쥐고 제1·2차장 소관 정보를 취합,정기적으로 증인을 만나 보고했고 증인은 이를 기초로 대통령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료로 삼았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이는 통치문란과 정보누설 행위로 대통령 섭정 상황이 아니면 부통령 신분으로나 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민주당 이규정 의원(경남 울산남을)은 『국내에 파견된 미국 CIA요원들이 중학동 증인의 사무실에 김전차장이 정기적으로 들락거리는 것을 보고 청와대에 주의를 환기시킨 일이 있다』며 안기부내 「현철커넥션」을 끈질기게 추궁했다.
신한국당 박주천 의원(서울 마포을)은 『증인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시중여론은 어디서 어떻게 취합한 것이냐』면서 『김 전 차장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지 않았느냐』고 거듭 물었다.
이에 대해 현철씨는 『안기부에서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학계와 종교계·법조계·언론계 등 만날수 있는 분들을 최대한 만나 취합한 시중여론을 휴일 가족모임 등을 통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인사 개입/고위급 인물 추천 “사실 아니다”
정부 요직과 언론사 등 광범위한 인사개입과 지난해 4·11총선 당시의 공천과정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김현철씨는 매서운 질문공세를 받았다.
현철씨는 김동진 국방장관이나 오정소 김기섭 전 안기부차장 등 정부 고위급 인사의 개입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으나 4·11총선 당시 공천과정이나 언론사 인사에 대해서는 일부 관여사실을 시인했다.현철씨는 공천과정에서 과거 민주화투쟁을 함께 하거나 92년 대선때 고생한 인사들,명망가 등의 영입을 김영삼 대통령에게 추천했으며 당시 강삼재 당사무총장과 이원종 청와대 정무수석과 당에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 대해 상의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특히 뉴스전문 TV채널인 YTN사의 사장인사를 둘러싸고 이수석과 한차례 상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신한국당 이사철 의원(경기 부천 원미을)은 『총선당시 증인이 천거한 인사들의 명단을 밝혀라』며 구체적인 공천 개입 내용을 캐물었다.자민련 이인구 의원(대전 대덕)은 『증인의 사조직 출신 인사인 정대희씨를 청와대에 무적근무시킨 것을 비롯,청와대 요소요소에 부하를 파견해 국정에 참여·감시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국민회의 김민석 의원(서울 영등포을)은 『신한국당 김덕룡 의원이 최근 인터뷰를 통해 증인에게 줄서서 출세한 사람이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증인의 인사개입 사실을 반증한 것』이라고 따졌다.
◎이권 개입/민방선정 개입 등 추궁… “그런 일 없다”
특위위원들은 김현철씨의 각종 이권개입 의혹과 관련해 10여건의 사례를 들어 추궁했다.지역민방 및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 선정,고속도로휴게소 입찰,강원도 카지노장 건설사업 과정에서의 의혹이 집중 거론됐다.그러나 김씨는 일체의 의혹에 대해 개입사실을 부인했다.
신한국당 맹형규 의원(서울 송파을)은 『광주의 L건설 등이 지역민방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측근인 박태중씨를 통해 청탁자금을 건넨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국민회의 김경재(전남 순천갑),자민련 이인구(대전 대덕) 의원 등은 김씨와 절친한 대호건설 이성호 사장이 95년 영동고속도로 소사휴게소 영업권과 서초케이블TV 사업권을 따내고 96년 뉴코리아골프장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가성 자금을 받았는지를 물었다.김경재 의원은 또 『지난해 미국방문때 테드 터너 CNN회장과 만나 한국내 영업권과 북한진출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민주당 이규정 의원(경남 울산남을)은 『코오롱 이웅열 회장이 박태중씨의 음식점 「파라오」를 인수하면서 준 31억원이 정치자금 아니냐』고 물었다.
김씨는 『박태중씨와는 절친한 친구이나 돈을 주고 받는 사이가 아니며 그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국정 개입
김현철씨는 청문회에서 본인의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국정개입의 흔적을 곳곳에서 시사했다.김씨는 신한국당 맹형규 의원(서울 송파을)이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신분만으로 국정에 개입한 것은 아닌가』고 묻자 『자식된 도리로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해 측근 「정치참모」로서의 역할을 사실상 시인했다.김씨는 그러나 『아버지와 지근거리에 있긴 하지만 항간에 알려진 국정·인사개입 소문은 과장돼 있다』고 주장했다.
신한국당 이사철 의원(부천 원미을)이 『실명제같은 주요정책에 대한 여론도 대통령께 말씀을 드리냐』고 묻자 김씨는 『그런적이 있다』고 대답했다.김대통령의 치적으로 꼽히는 실명제같은 주요정책에 대해서도 간여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씨는 이어 『아버님께는 과거 (민주화투쟁때) 고생하셨거나 대선 때 고생한 분들을 실제 아버님께 말씀드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김씨는 명망가를 대통령에게 추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버님께 직접 얘기를 한 적이 있고 일부는 이원종 전 정무수석과도 상의를 했다』면서 『구체적 인물은 거명할 수 없다』고밝혔다.의원들이 일일이 실명을 거론하며 따지자 김씨는 그제서야 새정부 출범직후 전병민 전 정책수석과 이충범 전 사정비서관의 경우 자신이 천거,청와대에서 일하게 됐음을 시인했다.
총선에서의 공천개입도 뒤늦게 시인했다.김씨는 이사철 의원의 집요한 신문이 이어지자 『내가 추전한 인사가 있다』고 인정했다.김씨는 『민주화투쟁이나 대선때 같이 뛰어준 인사를 추천했으나 손꼽을 수준은 아니었다』면서 김영삼 대통령의 후보시절 비서를 지냈던 이성헌 위원장(신한국당 서울 서대문갑) 같은 사람을 예로 들었다.
김씨는 여론전달자로서의 「소극적」인 국정개입은 순순히 시인했다.반면 대북 정책에 간여했다거나 청와대나 정부부처의 정책을 조정했다는 의혹 등 「적극적」인 개입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한보 몸통/당진방문·대출 관련 “몸통설 억울”
김현철씨가 과연 한보 특혜대출의 몸통인지 여부도 이날 청문회의 하이라이트였다.
신한국당 맹형규(서울 송파을)·박주천(서울 마포을) 의원과 국민회의 김경재 의원(전남 순천갑),자민련 이인구 의원(대전 대덕) 등은 연속해서 현철씨와 정보근 한보회장의 관계,한보에 대한 은행대출 압력여부,한보철강 당진제철소 방문사실 등을 포괄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현철씨는 『한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부인으로 일관했다.
정보근 회장과는 딱 한번 만났다고 했다.두번 만났다는 검찰진술을 뒤엎은 것이다.지난 94년 가을 오세천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소개로 시내 중국집에서 가볍게 만났으며 유학문제나 아이들 문제 등 사적 얘기만을 주고받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강남 고급술집에서 자주 어울렸다는 항간의 「설」에 대해서도 정회장과 술자리를 함께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또 지난해 6월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준공식을 전후해 당진제철소를 방문한 적이 있느냐는 추궁에도 강하게 부인했다.한보문제로 청와대수석들에게 은행대출을 부탁한 적은 더더욱 없다고 덧붙였다.
현철씨는 대통령 아들이라는 신분때문에 기업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무척 꺼렸다고 털어놓았다.그러면서 자신이 한보사건의 몸통이라는 의혹에 대해『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홍인길 의원(부산 서)이 한보 몸통이냐』는 지적에 『답변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며 예봉을 피했다.
◎대선자금/비자금 미 유출 추궁 “그런일 없다”
92년 대선때 한보 정태수 총회장으로부터 막대한 대선자금을 받아 일부를 김현철씨가 해외로 빼돌리거나 정치자금으로 사용하지 않았느냐는 것이 핵심 추궁사항이었다.
민주당 이규정 의원(경남 울산남을)은 『전두환·노태우씨에게도 거액의 선거자금을 낸 정태수씨가 김영삼 후보에게 한푼도 바치지 않았을 리 없다』면서 박태중씨가 120여개의 통장을 통해 관리한 3백여억원의 출처를 물었다.국민회의 조순형 의원(서울 강북을)은 『증인이 주도하던 나사본이 한보사태와 대선자금문제의 근본원인이 아니냐』면서 『홍인길박태중 나사본사무국장백창현 나사본총무국장으로 자금의 흐름이 만들어지지 않았는가』고 추궁했다.
신한국당 맹형규 의원(서울 송파을)은 『박태중씨가 국내 비자금을 제일은행과 신한은행을 통해 미국의 이우성씨에게송금,관리토록 한 의혹이 있다』고 추궁했다.국민회의 김경재 의원(전남 순천갑)은 『이우성씨는 지난 대선후 35회에 걸쳐 한국을 방문했으며,지난 1월 증인이 미국을 방문한 것도 이씨와 만나 비자금을 빼돌리려던 것 아니었느냐』고 따졌다.신한국당 김학원 의원(서울 성동을)은 『개인사무실 운영비 등 거액의 활동자금은 한보로부터 받은 대선자금에서 나온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씨는 대선자금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특히 『올해초 뉴욕을 방문한 것은 사실이나 이우성씨를 만난 적은 결코 없다』며 비자금 해외유출관리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