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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죽은 중산층

    “중산층은 순자산 6억4000만원 돼야” 답변 우리나라 중산층 10명 중 6명이 자신을 빈곤층으로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29일 설문 조사 결과를 분석한 ‘2017 대한민국 중산층 보고서’에서 조사에 참여한 중산층 가운데 자신을 빈곤층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 비율이 56.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 조사는 지난 달 17∼21일 30∼50대 중산층 남녀 1천25명과 빈곤층 250명, 고소득층 25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중산층은 지난해 통계청 기준 중위소득의 50∼150% 수준 소득을 올리는 계층으로 정했다. 예컨대 4인 가구는 194만∼580만원의 월 소득을 올리는 계층이 중산층에 속한다. 이 기준으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중산층은 67.4%다. 조사에 참여한 중산층 중에서 자신이 실제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응답자는 43.3%에 그쳤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실제 중산층에 속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의 이상적인 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이 연구소는 분석했다. 이들이 답변한 중산층의 이상적인 소득은 월평균 511만원이지만 실제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366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실제 보유한 순자산은 평균 1억8천만원 수준이지만 이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의 순자산 규모는 6억4천만원에 달했다. 응답자의 37.5%는 은퇴 후 예상 월 소득이 100만원 미만으로, 부부 기준 2인 가구 빈곤층 기준(137만원)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노후 예상 월 소득이 빈곤층과 중산층 경계인 100만∼150만원이 될 것으로 응답한 사람도 21.4%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계층별 평균 수면시간을 보면 고소득층 6.5시간, 증산층 6.4시간, 빈곤층 6.2시간 등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길었다. 점심 비용도 고소득층 6천500원, 중산층 6천200원, 빈곤층 5천700원 등으로 차이가 났다. 이윤학 소장은 “현실과 이상의 벽 앞에서 많은 중산층이 스스로 가치와 처지를 평가절하하고 있다”며 “은퇴 후에도 중산층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연령과 소득수준에 맞는 맞춤형 노후준비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금요 포커스] 국가 장학정책의 길/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금요 포커스] 국가 장학정책의 길/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국가장학금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제도다.” 한국장학재단을 방문한 외국 학자금정책 담당자들이 하는 말이다. 정부와 각 대학이 지급하는 장학금은 현재 연간 7조 1000억원으로 전체 대학 등록금 14조원의 절반에 이른다. 여기에다 2.5%의 저금리 학자금 대출도 시행하고 있다. 사립대 중심의 고등교육 환경과 70%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을 고려할 때 이처럼 정부와 대학이 부담하는 교육비 지원 규모는 선진국 수준에 다가서고 있다는 것이 외국 정책 담당자들의 평가다. 실제로 미국과 선진국의 정부 장학지원 예산은 우리나라와 같이 대규모로 운영되지는 않는다. 학자금 대출금리도 4~5%에 육박한다. 일본이나 호주, 뉴질랜드의 경우에도 학자금 대출금리를 물가상승률에 연동하거나 저금리로 지원하고 있지만, 우리처럼 대규모 국가장학금 제도를 운영하지는 않고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은 어떠한가. 저소득층 위주로 지원하고 있는 국가장학금과 교내장학금 덕에 저소득층은 반값이 아니라 전액에 가까운 장학금 혜택을 체감하고 있다. 반면, 사립대에 재학 중인 고소득층의 경우에는 체감도가 낮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여기서 절반을 지원한다는 반값등록금에 대한 개념을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명목상의 일괄적 반값등록금 방식으로 지원하게 되면, 등록금이 낮은 국립대 인문사회계열에 재학 중인 학생 지원액과 등록금이 높은 사립대 의학계열에 재학 중인 학생에 대한 지원액 사이의 편차가 극심해진다. 미래에 고소득이 예상되는 의학계열 학생이 더 많은 장학금 혜택을 누리게 되는 불균형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소득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상대적 불균형 해소를 위해 힘쓰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 중순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은 전향적인 정부 학자금 지원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국가장학금의 소득분위(구간) 경곗값을 사전공표해 예측이 가능하게 개선했으며, 재외국민의 해외 소득·재산 자진 신고제를 도입해 재외국민의 소득분위가 낮게 산정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 외에도 지방인재 장학금의 대학 자율성을 확대하고, 국가장학금의 두 가지 유형(Ⅰ·Ⅱ)의 요건을 완화했으며, 학자금 대출의 상환부담을 경감했다. 지난해 발표된 2015년 국가장학금 효과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가장학금으로 인해 소득분위별 등록금 감소 효과가 크며 특히 저소득층은 100%에 육박하는 등록금 감소 효과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 국가장학금 수혜 학생의 학업시간과 성적이 증가하고, 근로시간과 일반휴학률은 감소하는 긍정적 효과도 함께 구현되고 있다. 소득에 따라 지원되는 국가장학금의 성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다양한 제도개선으로 국가장학금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활발한 제도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더불어 대학생에 대한 학자금 지원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장학금으로 대표되는 정부재원 장학금과 대학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장학금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장학제도의 질적 제고를 위해 민간영역 장학금도 적극 활성화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학생들의 수요에 맞는 장학종합지원(Total care) 시스템의 구축과 민간기부 활성화를 위한 전국장학재단협의회 설립, 이를 통한 공익법인의 사회적 역할 확대는 우리나라 고등교육 정책의 백년지대계의 근간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다. 입시정책과 마찬가지로 장학정책도 30년, 50년, 100년을 바라보고 장기적 안목에서 운영돼야 한다. 오년지소계(五年之小計)로는 정부 정책의 실효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대한민국의 고등교육 확대가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발전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앞으로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와 이로 인한 고등교육 경쟁력 감소는, 현재 존재하는 직업의 80%가 소멸하고 전혀 새로운 직업이 등장할 것이라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해야 할 우리에게 치명적인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 인재가 자원인 우리나라에서 앞으로도 고등교육 장학정책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꾸준히 발전시켜 가야 한다.
  • 학생 1% 표본으로… 청소년 비만 정책 만드는 교육부

    학생 1% 표본으로… 청소년 비만 정책 만드는 교육부

    “비만 예방책 마련 한계” 지적 “지역환경 등 반영 자료 필요” 교육부가 발표하는 초·중·고 비만 유병률 표본조사 모수가 1~2%에 불과하는 등 지나치게 작고 불분명 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조사가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교육부의 표본조사만으로는 비만 정책을 수립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동·청소년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쉽게 이어지고 치료도 어려워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예방’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2일 서울신문이 교육부 표본조사 결과와 6개 시·도교육청 전수조사 결과를 비교한 결과 교육부 조사의 제주 초·중·고등학생 비만 유병률은 15.3%였지만 제주도교육청 수치는 18.75%로 3.45%포인트 높았다. 제주도는 도내 7만 5575명의 학생을 전수 조사하고 과체중인 학생까지 파악해 비만 관리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제주도의 표본 학교 조사 대상은 2182명에 불과하다. 경북 고등학생의 경우 1721명을 표본 조사한 교육부의 비만 유병률은 24.5%였지만 교육청이 193개 고등학교(8만 7736명) 학생을 전수조사한 결과는 18.7%로 오히려 5.8%포인트 낮았다. 세종, 충남, 강원, 대구 등도 표본조사와 전수조사의 차이가 3% 포인트 이내로 차이를 보였다. 이용중 제주도교육청 학생건강증센터 몸건강팀장은 “과체중 학생들을 조사하지 않은 교육부 표본학교 조사는 제대로된 비만 관리 정책을 세울 수 없다”며 “비만 통계는 다른 통계와 달리 소수점 단위로 들여다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전문가들은 비만율의 경우 생활환경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표본 학교를 빈곤지역이나 고소득층지역에서 선정할 경우 심각한 통계의 오류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강제헌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표본조사 통계는 전국의 비만 아동 추이를 볼 수는 있지만 지역적 특성이나 학년을 고려해 정교한 비만 정책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표본조사의 모수는 전체 학생의 1~2% 정도다. 강 교수는 “2025년 20만명 이상의 소아 청소년들이 비만으로 성인병에 노출될 것으로 보이는데 소아청소년기의 예방만큼 효과적인 치료는 없다”고 설명했다. 서상훈 연세대 체육학과 교수는 “비만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있기 때문에 지역적 환경, 초·중·고 성장 단계별 특성을 반영한 세밀한 통계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가 ‘비만예방 관련법’을 바탕으로 학생 건강증진 종합대책, 학교 급식개선 대책, 어린이 먹을거리 안전 종합대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지만 산발적 시범사업에 그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전국 1200개 학교에서 학생들의 몸무게와 키를 재고 있어 비만 유병률을 쉽게 계산할 수 있지만, 6개 시·도 교육청만 전수조사 통계를 정책에 이용하고 있으며, 교육부는 표본조사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교사가 재는 수치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 통계로 활용하기 어렵다”며 “교육이 된 인력에게 맡기기 위해 표본조사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기득권 향한 분노·백인 노동자 결집… 경합주·러스트벨트 휩쓸어

    기득권 향한 분노·백인 노동자 결집… 경합주·러스트벨트 휩쓸어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8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으로는 백인 ‘블루칼라’의 분노를 꼽을 수 있다. 1990년대 자유무역과 기술발전이 가져온 경제성장에서 소외된 미국 백인 노동자층은 기존 정치권이 자신들의 경제적 고통을 외면하자 좌절하고 분노했다. 아웃사이더 트럼프는 기존 정치권과는 다른 화법으로 타 인종과 타국이 강탈한 경제적 기회를 되찾아 오겠다고 공언해 백인 노동자층의 분노와 혐오를 자극했다. 결국 이들의 몰표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경합 주인 노스캐롤라이나와 플로리다는 물론이고 민주당의 우세 또는 박빙 지역으로 분류됐던 위스콘신과 미시간, 오하이오 등 러스트 벨트(중서부 지역의 낙후된 공업도시)를 휩쓸면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곳은 노조에 가입된 백인 노동자층의 비율이 높아 민주당의 보루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 지역의 경제를 떠받치던 제조업체가 값싼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백인 노동자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됐고 민주당 지지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백인 노동자층의 경제적 몰락은 미국 중산층의 붕괴로 이어졌다. 퓨리서치센터는 지난 5월 미국 중산층의 비율이 지난해 사상 최초로 50%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중산층 붕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진행돼 지난해 중산층 소득 중간값은 2000년에 비해 4% 감소했다. 중산층이 소유한 순자산은 같은 기간 28% 가까이 줄었다. 자신들에게 직접 타격을 준 금융위기에 대해 책임지는 월스트리트 금융인은 없었다는 것도 이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 중산층이 붕괴하면서 지역·산업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과 소외감은 증폭됐다. 2000년 이후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몰락한 계층은 제조업이 경제 기반인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 일리노이 등 러스트 벨트에 집중됐다. 반면 중산층에서 고소득층으로 상승한 계층은 정보통신기술(IT) 및 고숙련 서비스업체가 밀집한 동·서부 해안 주에 몰려 있었다. 생계가 어려워진 중산층, 특히 백인 노동자층은 자유무역과 IT·금융 등 서비스산업이 중심이 된 미국의 기존 경제 체제에 불만을 느끼기 시작했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4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민의 49%가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미국 내 일자리를 빼앗고 임금을 낮추고 있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자유무역에 긍정적 입장을 드러낸 응답자는 44%였다. 하지만 기존 정치권은 백인 노동자층의 불만을 해결해 주지 못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모두 자유무역을 추진했고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 재벌의 이익만 옹호했다. 로버트 샤피로 컬럼비아대 교수는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은 공화당이 아닌 트럼프를 보고 지지했다”며 “유권자는 공화당과 민주당 지도부에 분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백인 노동자층의 이런 심리와 상황을 제대로 읽었다. 트럼프는 출마 이후 줄곧 중국, 멕시코 등이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주장하며 모든 자유무역협정(FTA)을 재검토하거나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는 백인 전체의 공포도 자극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기간 불법 이민자에 대한 관용 정책과 소수인종 우대 정책을 강화하면서 백인들은 미국이 ‘백인의 나라’에서 ‘소수인종의 나라’가 되는 것은 아닌지 공포감을 느꼈다. 실제로 백인 인구 비율은 2000년 69.1%였지만 2014년 62.1%로 크게 줄었다.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흑인 대통령을 8년 겪은 백인 남성은 여성 대통령이 집권하는 것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며 트럼프의 승리를 점친 바 있다. 트럼프가 멕시코 이민자, 무슬림, 소수인종, 성소수자, 장애인 등을 노골적으로 폄하한 것은 이방인에 대한 백인의 공포와 혐오에 기대 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함이었다. 트럼프는 기존 정치권에서 금기시돼 온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거침없이 하며 백인을 결집시켰다. CNN이 투표자 2만 5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출구조사에서 전국적으로 대학 졸업장이 없는 백인 남성의 72%가 트럼프에게 몰표를 준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백인층에서도 58%가 트럼프를, 37%가 클린턴을 지지했다. 클린턴은 소수인종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지만 미국 유권자의 5분의3을 차지하는 백인이 대거 트럼프를 밀면서 승부는 기울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백인 하층민 분노와 좌절이 만든 ‘대통령 트럼프’

    백인 하층민 분노와 좌절이 만든 ‘대통령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8일(현지시간) 대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승리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으로는 ‘백인 중하층의 분노’가 꼽힌다. 1990년대 자유무역과 기술발전이 가져온 경제성장에서 소외된 미국 백인 중하층은 기존 정치권이 자신들의 경제적 고통을 외면하자 좌절하고 분노했다. 트럼프는 기존 정치권과는 다른 화법으로 타 인종과 타국이 강탈한 경제적 기회를 되찾아 오겠다고 공언해 백인 중하층의 분노와 혐오를 자극했고, 이들의 몰표로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와 플로리다는 물론이고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우세 또는 박빙 지역으로 분류됐던 위스콘신,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러스트 벨트(중서부 지역의 낙후된 공업도시)를 휩쓸면서 승리를 거머쥐게 됐다. 러스트 벨트는 백인 노동자층의 비율이 높아 노조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민주당의 보루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 지역의 경제를 떠받치던 제조업체가 값싼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백인 노동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됐다. 백인 노동자층의 경제적 몰락은 미국 중산층의 붕괴로 이어졌다. 퓨리서치센터는 지난 5월 미국 중산층의 비율이 지난해 사상 최초로 50%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중산층 붕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진행돼 지난해 중산층 소득 중간값은 2000년에 비해 4% 감소했다. 중산층이 소유한 순자산은 28% 가까이 줄었다. 중산층이 붕괴하면서 지역·산업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과 소외감은 증폭됐다. 2000년 이후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몰락한 계층은 제조업이 경제 기반인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 일리노이 등 러스트 벨트에 집중됐다. 반면 중산층에서 고소득층으로 상승한 계층은 정보통신기술 및 고숙련 서비스업체가 밀집한 동·서부 해안 주에 몰려 있었다. 생계가 어려워지자 중산층, 특히 백인 노동자층은 자유무역과 정보기술(IT)·금융 등 서비스산업이 중심이 된 미국의 기존 경제 체제에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퓨리서치센터의 지난 4월 여론조사에서는 미국민의 49%가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미국 내 일자리를 빼앗고 임금을 낮추고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이후 불법 이민자에 대한 관대한 정책과 소수인종 우대 정책이 강화되면서 백인 중하층은 자신의 경제적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고 느끼게 됐다. 하지만 기존 정치권은 백인 중하층의 불만을 해소해 주지 못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모두 자유무역을 추진했고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 재벌들의 이익만 옹호했다. 민주당은 총기 소유, 낙태 금지 등 백인의 가치를 조소했고 공화당은 백인 노동자층의 생계를 위한 복지에 무관심했다. 컬럼비아대 로버트 샤피로 교수는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은 공화당이 아닌 트럼프를 보고 지지한다”며 “유권자들은 공화당과 민주당 지도부에 분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공화당 지도부가 그에게서 고개를 돌렸고, 이게 백인 노동자층에게 먹혀들었다. 트럼프는 백인 중하층의 이런 심리와 상황을 제대로 읽었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그들의 논리와 언어로 풀어냈다. 트럼프는 출마 이후 줄곧 중국, 멕시코 등이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아간다고 주장하며 모든 자유무역협정을 재검토하거나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클린턴에 대해서는 그의 남편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했고 클린턴 역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찬성했다고 비판하며 그를 ‘노동자의 적’으로 몰아세웠다. 트럼프가 멕시코 이민자, 무슬림, 소수인종, 성소수자, 장애인 등을 노골적으로 폄하한 것 역시 백인 노동자층이 막연히 갖고 있던 이방인에 대한 공포와 혐오에 기대 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함이었다. 트럼프는 기존 정치권에서 금기시돼 온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거침없이 하며 백인 노동자층을 결집시켰다. 하지만 트럼프의 혐오에 기댄 승리전략은 미국 정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조지타운대의 E J 디온 주니어 교수는 ‘트럼프뿐 아니라 트럼피즘도 물리쳐야 한다’는 칼럼에서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언행과 여성혐오, 탐욕, 복수심이 남아선 안 된다”며 “트럼피즘은 백인 우월주의와 극우주의가 활개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포스트 국감 ] 與 “노동 4법 통과” vs 野 “법인세 인상”… 도돌이표 줄다리기

    [포스트 국감 ] 與 “노동 4법 통과” vs 野 “법인세 인상”… 도돌이표 줄다리기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3주간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고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새누리당의 전면 보이콧 속에 첫 주를 ‘반쪽 국감’으로 허비한 여야는 정상화 이후에도 13개 일반 상임위 국감을 정쟁의 장으로 전락시켰다. 이번 주에 남아 있는 운영·정보·여성가족위 등 겸임 상임위 국감은 물론, 국감 이후 본격화될 예산안·법안 심사 정국에서도 여야 간 대결 구도는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생산성 제로(0)’라는 오명을 듣고 있는 20대 국회의 현주소 등을 점검해 본다. 밀린 국감 등이 마무리되면 정치권은 ‘예산 정국’에 돌입한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25일 내년도 예산안 운용계획안 공청회를 갖고 26일부터 3일간 정부를 상대로 종합정책질의, 31일부터 4일간은 부별심사를 한다. 다음달 7일부터 소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30일 전체회의 의결,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12월 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게 일정이다. 예산안에서 여야 간 혈전이 예상되는 현안은 법인세와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이다. 특히 법인세 인상은 매 국회마다 야권에서 주장해 왔지만, 이번 국회에서는 야당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이 예산안 부수법안 지정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전까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이 강력히 반대하는 법인세 인상안을 의장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하면 예결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로 올라가 표결이 진행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법인세를 올리는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라 의장이 예산안 부수법안으로 지정하기만 하면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16일 “법인세 정상화에 대해 여러 대안을 가지고 치열한 토론을 준비하겠지만, 반드시 예산부수법안으로 올리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산안과 맞물려 정기국회에서도 여야의 입법 충돌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야권의 반대로 19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노동개혁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경제활성화법안, 사이버테러방지법의 입법을 완성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는 고소득층의 증세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과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간 연장 등 새누리당이 반대하는 입법안을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국민의당도 노동개혁법 중 파견법에 강력 반대하고 고소득층 증세안을 내놓는 등 더민주와 전체적인 궤를 같이하고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아동수당’ 주면… 출산 늘까 돈만 샐까

    ‘아동수당’ 주면… 출산 늘까 돈만 샐까

    더민주 제정안 발의 등 적극적… 국민의당은 단계적 확대안 준비… 새누리도 초등생까지 지급 검토 유일호 “아동수당 잘못 도입하면 효과없이 돈만 낭비… 신중해야” 초등학생을 키우는 가정에 매달 보조금을 주는 ‘아동수당’ 제도가 내년 대선에 영향을 줄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노인수당인 기초연금이 쟁점이었다면 내년에는 아동을 위한 보편적 복지수당이 주요 공약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야당이 아동수당 제정안을 발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고, 여당도 아동수당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고, 정책 효과가 불분명한 아동수당이 복지 포퓰리즘이 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전 세계 90여개국이 채택한 아동수당의 도입이 화제가 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참여정부는 2006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아동수당을 검토했다. 하지만 아동수당 지급에 따른 저출산 극복 효과와 재정 부담이 논란이 됐고, 도입 여부는 장기 과제로 미뤘다. 2010년 18대 국회에서는 양승조 민주당 의원,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 등 4명이 아동수당 도입을 추진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 20대 국회는 아동수당 도입에 적극적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만 0~12세 아동에게 매달 10만~30만원을 지급하는 아동수당 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당은 우선 만 6세 아동까지 월 10만원을 주고, 단계적으로 12세까지 지급대상을 늘리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초등학생에게 아동수당을 주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아동수당이 다시 거론되는 이유는 저출산이 올 들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7월에 태어난 신생아는 24만 9100명이다. 월별 출생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저치다. 종전 최저치(2005년 25만 7274명)보다도 8174명이 적다. 이에 따라 만 5세 이하의 보육료 지원에만 집중했던 출산정책의 틀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동수당 도입과 관련해 “잘못하면 효과 없이 돈만 쓰게 된다.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사실상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아동수당을 도입해도 출산율이 올라간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한국과 일본의 저출산 현황과 대응정책’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가족정책 관련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합계출산율은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저출산 극복 대책에 나랏돈을 투입하는 비율에 따라 출산율도 따라가는 경향이 확인된 것이다. 가족정책에는 아동수당을 포함한 현금 지급과 보육 서비스, 세제 정책이 포함된다. 2011년 기준 GDP 대비 가족정책 지출은 한국이 0.94%로 35개국 가운데 33위였다. OECD 평균(2.24%)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1위는 덴마크(4.05%)였고, 저출산 국가인 일본은 GDP의 1.35%를 가족정책에 쓰고 있다. 정부는 막대한 재정부담을 부담스러워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박광온 의원의 안을 분석한 결과 554만명의 아동이 혜택을 보고 재원은 15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재원 대책으로 고소득층과 법인 등을 대상으로 ‘아동수당세’를 제시했다. 정부 관계자는 “양육·장애아동·한부모가정 자녀에 주는 기존 수당 및 자녀 관련 세제 지원과 중복될 우려가 있다”면서 “무상복지제도는 한번 생기면 축소하거나 없애기 어렵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와 사회적 논의를 거쳐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국민연금 혜택, X세대가 가장 많이 받는다…“1970년대 중·후반 출생자”

    국민연금 혜택, X세대가 가장 많이 받는다…“1970년대 중·후반 출생자”

    국민연금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세대는 197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이른바 X세대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또 국민연금을 통해 받는 혜택의 크기는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큰 것으로 나타나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가 오히려 소득 불평등을 증가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7일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와 정책적 시사점’(최기홍 연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1930년생부터 1995년생까지 5년 간격으로 해당 연도에 출생한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받고 있거나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순혜택을 따지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1975년에 출생한 국민연금 가입자가 받는 평균 순혜택은 5654만원으로, 비교 대상 연령군들 중 가장 컸다. 순혜택은 급여에서 보험료를 뺀 수치다. 즉 평균적으로 받게되는 급여의 총액(생애 혜택)에서 납부했거나 납부할 예정인 보험료의 총액(생애보험료)을 뺀 것이다. 국민연금으로 가입자가 보는 혜택은 이 같은 순혜택 개념 외에 자신이 낸 보험료 대비 몇배의 급여를 받는지를 따지는 ‘수익비’ 개념으로도 따져볼 수 있다. 1988년 도입한 국민연금의 초기 가입자들은 보험료율(소득 중 납부하는 보험료의 비율)이 낮고 정책적으로 정한 지급 급여의 수준(소득대체율)이 높은 수준이어서 수익비는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제도 도입 초기에는 최소가입기간(10년)을 채우지 않아도 연금을 주는 특례 연금 제도도 있었다. 이에 따라 수익비는 고령층일 수록 높은 반면 젊은 세대일수록 낮았다. 예를 들어 1930년생의 수익비는 6.1이나 됐지만 1975년생은 2.2, 1995년생은 1.8로 낮아졌다. 하지만 수익비가 높다는 것이 실제로 받는 혜택이 크다는 것은 아니다. 초기 가입자들은 가입 기간이 짧은 까닭에 생애보험료 자체가 작고, 이에 따라 노후에 받는 급여(생애혜택)도 작아 순혜택 자체은 크지 않았다. 따라서 순혜택의 규모는 후세대일수록 점차 커지다가 1975년생에서 정점을 이뤘고 1980년생 이후에는 완만하게 낮아졌다. 1975년생 전후를 시작으로 1980년생에 이어지는 X세대가 국민연금으로 받는 혜택이 가장 큰 것이다. 순헤택이 1975년생 이후 점차 줄어든 것은 1998년과 2007년 소득대체율을 낮추고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을 늦추는 개혁을 두차례에 걸쳐 단행했기 때문이다. 재정의 안정성을 도모하면서 노후 수급액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혁을 진행한 것이 1975년생 이후의 세대부터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1930년생과 1935년생의 순혜택은 각각 105만원, 679만원이지만, 1950년생은 2천643만원으로 커졌고 1960년생 4천35만원, 1970년생 4천938만원으로 점차 올라가 1975년생에서 5천654만원으로 정점을 기록했다. 이후 1980년생 5천448만원, 1990년생 5천169만원, 1995년생 4천851만원으로 다시 낮아졌다. 보고서는 소득별로 하위 20%인 1계층부터 상위 20%인 5계층까지 각 소득계층별로도 수익비와 순혜택 수준을 따져봤다. 그 결과 수익비는 소득 수준이 낮은 1계층이 가장 높고 5계층으로 갈수록 낮아졌다. 반면 순혜택은 소득 수준이 높은 5계층쪽으로 갈수록 커졌다. 예를 들어서 1950년생의 경우 소득 최상위층인 5계층의 순혜택이 소득 최하위층인 1계층의 2.1배였다. 1965년생과 1975년생 역시 각각 2.2배, 2.1배로 고소득층에 유리한 구조였다. 최기홍 연구위원은 “고소득층에게 저소득층보다 더 많은 순혜택이 가고 있다는 것은 국민연금이 소득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역진성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낸다”며 “원래 국민연금의 설계 의도와 달리 소득계층별 소득 격차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험료를 적정 수준으로 인상해야 이같은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위원은 “이는 국민연금의 급여산식의 형태가 소득비례연금과 가깝고 보험료율이 급여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라며 “보험료를 적정한 수준으로 인상하면 재정 안정화뿐 아니라 소득재분배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내년부터 8000명 폐암 무료 검진

    내년부터 8000명 폐암 무료 검진

    암 사망률 1위… 국가 검진 포함 가정·자문형 호스피스 사업 추진 30년간 매일 한 갑씩 또는 15년간 매일 두 갑씩 담배를 피워 온 55세 이상 74세 이하 고위험 흡연자는 앞으로 폐암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12일 열린 국가암관리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의 제3차 국가 암관리 종합계획(2016~2020)을 확정했다. 정부는 우선 내년부터 8000명을 선정해 무료 폐암 검진을 먼저 받게 하고 시범사업 결과를 기반으로 폐암 검진 대상 기준과 절차를 확정해 폐암 검진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폐암 환자 중 절반 정도인 47.3%는 암이 다른 장기에 전이된 뒤에야 암을 발견했다. 폐암이 위암·간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 등 5대암처럼 국가 암 검진 대상이 아니다 보니 정기 검진을 소홀히 한 탓이다. 암이 전이되면 치료가 힘들고 재발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검진에 저선량 흉부 CT 활용 보건복지부는 55~74세 고위험흡연자 8000명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무료 폐암검진을 시범 실시하고, 본 사업이 시작되면 연령대를 더 올리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3년 폐암 발생현황’에 따르면 75~79세 폐암 환자는 10만명 당 326명으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두 번째로 많다. 다만 폐암 검진 대상 연령을 55세 미만으로 낮추진 않기로 했다. 김열 국립암센터 암관리사업부장은 “2012년 미국에서 하루에 1갑씩 30년 이상 담배를 피운 55~74세를 무작위로 선정해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검진을 받게 한 결과 흉부 엑스레이로 검진을 받은 사람보다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20% 낮아졌다”며 “미국 모델을 참고해 우선 연령대를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도 폐암 검진에 흉부 엑스레이 대신 저선량 흉부 CT를 활용하기로 했다. 저선량 흉부 CT는 일반적으로 방사선량이 10분의1 정도 낮아 해상도가 떨어지지만, 종양 같은 결절을 발견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복지부는 이번 시범사업에 드는 예산 29억원을 확보했다. 저소득층 암 환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방침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월 1만원 이하의 건강보험료를 내는 저소득층의 일반 건강검진 수검률은 2014년 기준으로 매달 10만원 이상 보험료를 내는 고소득층보다 무려 22.4% 포인트 낮다. 암 검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 암 검진을 통해 암을 발견해야만 국가가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일반 검진을 받아 암을 발견하면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없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며 “국가 암 검진 수검 여부와 무관하게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2018년에는 제도를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암 환자 지리정보시스템도 마련 시·군·구별 암 발생률을 산출해 ‘암 지도’를 만들고, 이를 통해 암 발생 군집 지역을 분석하는 암 환자 지리정보시스템도 마련한다. 암 발생의 원인을 파악하고 위험 요인을 발굴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치료가 어려운 말기 암 환자가 평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호스피스 서비스 유형도 다양화한다. 현재 시범사업 중인 가정형·자문형 호스피스를 본 사업으로 추진한다. 호스피스 전문기관이 아닌 가정이나 입원 중인 일반 병원을 호스피스팀이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저소득층 국민연금 문턱 낮춘다

    오는 11월 말부터 국민연금 임의가입자의 보험료를 절반으로 낮춰 저소득층의 국민연금 가입을 돕는다. 또 경력단절 전업주부도 추후 납부 제도를 통해 가입기간을 채워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된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3일 입법예고하고 오는 11월 30일부터 시행한다고 1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 임의가입자가 매달 납입해야 할 월 보험료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임의가입자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자는 아니지만 노후를 위해 자발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사람으로, 주로 전업주부나 만 27세 미만 학생과 군인 등이 해당된다. 임의가입자는 지난해 24만명 수준이었고 올해 3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이 파악된 직장·지역 가입자와 달리 소득이 없는 임의가입자에게는 현재 ‘지역가입자 중위소득’을 적용해 소득 수준을 99만원으로 산정한다. 이 경우 최소 월 보험료는 8만 9100원이 된다. 저소득층에게는 상당히 부담이 되는 액수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기준 소득을 52만 6000원으로 낮춰 임의가입자가 최소 월 4만 7340원만 내도록 했다. 다만 고소득층이 지나치게 낮은 보험료로 국민연금에 가입할 경우 기존 가입자와의 형평성이 문제가 되므로 배우자의 소득이 일정 금액 이상이면 현행 기준대로 최소 8만 9100원을 내도록 했다. 개정안은 또 경력단절 전업주부가 추후 납부 제도를 통해 최소 가입기간(10년)을 채울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소득이 없는 배우자의 경우 ‘국민연금 적용제외자’로 분류돼 추후 납부를 할 수 없었다. 가입기간이 10년 미만이면 연금 형태로 못 받고 소정의 이자와 일시금만 받을 수 있다. 개정안은 이렇게 추후 납부하는 보험료를 현행 24회에서 60회까지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해 가입자의 부담을 완화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꽉 닫힌 지갑에 술·담배 소비는 증가…소득격차도 벌어져

    꽉 닫힌 지갑에 술·담배 소비는 증가…소득격차도 벌어져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이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슷한 수치로 머무른 가운데 실질 소비지출은 0.8% 줄어 소비심리가 위축됐음이 드러났다. 그 가운데 저소득층 소득은 6.0% 줄어들고 고소득층 소득은 1.7% 올라 소득분위별 소득 격차는 지난 해보다 더 벌어졌다. 통계청은 19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2016년 2분기 가계동향’을 발표해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 ‘꽉 닫힌 지갑’ 그와중에 술·담배 소비는 ↑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0만6000원으로 지난해 2분기에 비해 0.8%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변함이 없었다. 앞서 실질소득은 작년 4분기(-0.2%)와 올해 1분기(-0.2%) 2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임금 상승으로 근로소득(1.9%), 사업소득(0.2%), 이전소득(3.8%)은 증가했지만, 저금리 정책에 이자소득이 줄면서 재산소득(-9.0%)은 감소했다. 가구당 실질소비지출은 0.8% 감소해 소비자들의 지갑이 꽉 닫혔음을 보였다. 실질소비지출은 지난해 4분기 0.7% 증가했다가 올해 1분기 -0.5%로 감소세로 돌아선 바 있다. 2분기엔 감소폭이 더 커진 것이다.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70.9%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03년 전국 단위 관련 통계를 집계한 후 최저치다. 작년 4분기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7%포인트 상승했었지만, 올해 1분기 0.3%포인트 하락으로 반전한 후 하락폭이 커졌다. 그 와중에 술과 담배에 대한 지출은 증가했다. 2분기 월평균 주류·담배 소비지출액수는 3만48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1% 증가했다. 담배 지출이 10.9%, 맥주와 소주 등 주류 지출은 0.2% 늘었다. 이는 2분기 12대 소비지출 품목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김보경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통계에 대해 “인구구조가 고령화되면서 30~40대 가구주에 비해서 소비를 덜 하는 60대 이상 가구주의 비중이 높아져 평균소비성향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위축된 경기 상황도 일부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저소득층 소득은 줄고 고소득층은 늘고…벌어지는 소득격차 지난 2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9만 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감소했다. 2분위 가구의 소득은 283만원으로 1.3% 줄었다. 같은 기간 소득 5분위(상위 20%)는 821만 3000원으로 1.7% 증가했다. 4분위는 516만 1000원으로 2.4%, 3분위는 392만 8000원으로 1.3% 늘었다. 양극화가 심화돼 소득격차가 1년 전에 비해 더 커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관련이 있다. 분위별 가구특성을 볼 때 1분위 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61.1세로 구간 중 가장 높다. 2분위는 50.9세로 그 다음을 차지한다. 김보경 과장은 “고연령층이 은퇴를 하면서 근로소득이 줄어 1분위로 떨어지는 경향이 많다”며 “이 구간에 전반적으로 60대 이상 은퇴 연령층 가구가 증가하면서 소득이 감소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저소득층 사교육비 감축 심리학

    저소득층 사교육비 감축 심리학

    2015년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학생수 감소로 인해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 규모는 6년째 감소하고 있지만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3년 연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전체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2014년 기준 월평균 소득이 600만원 미만의 가구는 2013년보다 0.5%∼7.8% 줄어들고, 600만∼700만원 미만은 2.2%, 700만원 이상은 3.1%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교육비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소득층에서 한 해 사이에 사교육비를 최고 7.8%까지 줄인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감축이다. 굶더라도 자식교육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던 우리 부모들이 사교육비를 줄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의 파장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다른 나라와 달리 대학입학 결정 과정에 부모의 배경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잘 제도화되어 있다. 하지만 사교육 등을 통해 자녀 성적을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찌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사회, 실력주의 사회에서 부모의 간접적인 영향을 막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제5공화국 때의 과외 금지 조치, 그리고 그 이후에 진행되어온 다양한 사교육 관련 조치들 중에서 성공한 것이 없음은 이를 잘 보여준다. 만일 대학 합격이 공정한 잣대(학생 개인 노력에 따른 성취도)가 아니라 부모의 배경(기부금 포함)이 직접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인식하면 사람들은 생산적 시기심보다 파괴적 시기심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된다. 여기서 생산적 시기심이란 자기 자신을 개선하고자 하는 행동 경향성을 보이는 것, 파괴적 시기심이란 상대를 깎아 내리려는 행동 경향성을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적 시기심은 상대가 얻은 것이 공정하다고 느낄 때, 노력을 통해 개선이 가능하고 기회가 있다고 믿을 때 행동으로 발현된다.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고 대입전형제도가 다양화되며, 예외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수시제도가 70%를 넘어서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면서 학생 개인의 노력으로 이룬 객관적인 성적과 실력이 대입 당락을 좌우한다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더 나아가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저소득층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 더 이상 경쟁이 가능하지 않다는 패배감도 커져가고 있다. TV 드라마나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고소득층의 삶의 모습과 금수저론은 저소득층을 더욱 좌절하게 한다. 국민들의 불공평성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우리 사회에서는 공정한 경쟁의 장마저 사라지고 있다고 느낄 경우, 그리고 노력을 통한 극복 가능성과 기회마저 사라져가고 있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파괴적 시기심을 발동시킬 것이다. 만일 저소득층 부모들이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는 이유가 파괴적 시기심 발동의 결과라면 이는 심각한 사회 문제이다. 우리 사회 발전 엔진의 하나가 꺼져가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괴적 시기심은 사교육비 감축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 분노 표출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과다한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에만 신경을 써왔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국가이다. 이들을 말리는 데 예산과 인력을 낭비하는 대신 사교육비 지출을 급격히 감축시키는 부모와 그 자녀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원인분석 및 대책 마련에 힘을 모으자. 2003년에 출판된 책 ‘교육전쟁론’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우리사회의 교육열은 양극화되기 시작했다. 학부모의 과도한 교육열을 낮추는 데에만 관심을 갖는 사이 다른 한쪽에서는 교육열 냉각현상이 심각하게 진행되었다.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아니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애써 외면하는 사이에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저소득층의 극심한 교육열 냉각현상과 사교육비 감축현상을 이제는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삼아야 할 때가 되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총장
  • 개천에서 용 나는 강서구 장학사업

    부모 소득수준이 대학진학률을 좌우한다는 최근 통계조사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옛말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불공평한 사회구조를 드러낸다. 하지만 강서구는 장학사업 활성화로 지자체 차원의 진입장벽 깨기를 시도하고 있다. 강서구는 지난 5일 교육지원과에 ‘장학사업지원팀’을 신설하고 15년째 운영 중인 강서구장학회와의 연계사업으로 지역인재 발굴에 힘쓰고 있다. 올해 초 서울대 발표에 따르면, 성적이 상위권인 고등학생의 4년제 대학진학률이 고소득층의 경우 90%인데 반해 저소득층은 7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에 대한 직접적인 학자금 지원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강서구 장학사업지원팀은 급증하는 장학생 수요에 맞춰 장학회 기금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모금 활동을 지원할 방침이다. 후원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모금 운동을 펴는 한편, 현재 운용 중인 1인 1계좌, 1기업체 1계좌 후원 제도, 황금자 장학사업을 활성화한다. 고 황금자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정부보조금 등을 아껴 모든 1억 7000여만원을 강서구장학회에 기탁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후원한 주인공이다. 또 기업체, 협회가 단체 명의 지정장학금을 개설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특히 첨단 국제회의·전시(MICE) 산업단지로 조성되는 마곡지구에 입주하는 유수 업체들이 구 장학사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후원 채널도 마련한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아이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건강한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은 사회의 몫”이라며 “학생들이 경제적 한계를 극복하고 원하는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장학사업지원팀이 구심점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저소득층 위한다는 누진제 차상위 月2000원 깎아줘…쥐꼬리 할인 도마에

    저소득층 위한다는 누진제 차상위 月2000원 깎아줘…쥐꼬리 할인 도마에

    “이웃에게 얻은 중고 에어컨을 2년 전 더운 여름에 별 생각 없이 썼다가 전기요금이 10만원이나 나왔어요. 놀라서 한국전력에 물었더니 그나마 8000원 할인해 준 거라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전기요금 무서워서 에어컨은 한 번도 안 썼어요. 장식품이 된 거죠.” 기초생활수급자 손모(62·여)씨는 서울 노원구 한 빌라의 33㎡(10평) 남짓한 반지하방에 산다. 반지하이다 보니 당연히 환기도 잘 안 되고 습기도 많아 밤낮없이 눅눅하고 후텁지근하다. 손씨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한 이웃 주민이 자신이 쓰던 에어컨을 선물했다. 4년 전 일이다. 하지만 손씨는 방구석의 에어컨을 틀 엄두를 못 낸다. “전기요금을 깎아 주면 모를까 무조건 선풍기로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빌딩 청소로 월 60만원을 버는 손씨에겐 TV에다 전자레인지, 냉장고 등을 사용하며 내는 월 3만원의 전기요금조차 감당하기가 벅차다. 3주째 이어지는 전국적 폭염 속에 서민들을 짓누르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나 기초수급생활보호대상자들에겐 현행 전기요금이 폭염보다 무서운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전력이 이들의 생활안정을 지원한다며 책정한 전력요금 지원액이 고작 한 달에 최대 8000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기를 많이 쓰는 고소득층에게 요금을 더 물리고 저소득층은 구제한다는 누진제의 취지를 감안할 때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라도 요금할인제 개편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중랑구의 한 공공임대아파트에 사는 박모(41)씨는 여름이면 10만원에 이르는 전기료 폭탄이 걱정이다. “뇌병변1급 환자인 열세 살 아이가 에어컨이 없으면 욕창으로 고생합니다. 냉방은 사치가 아니라 생존수단이에요. 장애인복지관에서 우리 부부가 버는 돈은 모두 120만원입니다. 네 가족이 먹고살아야 해요. 조금이라도 전기료를 더 할인해 주면 좋겠다 싶죠.” 한국전력 약관에 따르면 장애인, 국가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는 월 최대 8000원까지 요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차상위 계층은 월 2000원만 할인된다. 3자녀 이상 가구는 전기료의 20%를 깎아 주지만 월 1만 2000원의 한도가 있다. 특히 저소득층 할인 혜택은 2005년 도입 당시 전기료의 15~20%를 감면해 주었지만 2011년 일률적으로 월 8000원으로 변경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저소득층 에너지바우처제도가 있지만 냉방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전자제품의 보급으로 소득 10분위 중 가장 소득이 낮은 1분위도 평균적으로 6단계의 누진제 중 3단계(200~300㎾h)의 비용을 내고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오늘밤도 ‘가출’하는 사람들

    오늘밤도 ‘가출’하는 사람들

    가열되는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 “집에 있는 에어컨은 모셔둔 거나 마찬가지예요. 부모님이 전기요금 때문에 못 틀게 합니다. 에어컨을 찾아 매일 밤 카페에 오죠.” 지난 7일 밤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규호(30)씨는 비싼 전기요금 때문에 에어컨을 켤 엄두를 못 내고 집을 나선 ‘열대야 가출족’이다. “밤이 돼도 도무지 식을 줄 모르는 열대야 때문에 집을 나와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카페에서 늦은 밤을 보내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카페가 문을 닫는 밤 10시까지 머물면서 회사 잡무를 처리합니다.” ‘열대야 가출족’은 정씨뿐이 아니었다. 카페 주변은 오피스텔과 아파트가 많은 주거지역인데도 저녁 8시쯤 100여개의 좌석 중 90%가 들어찼다. 인근 오피스텔에 사는 직장인 김민석(29)씨는 “주말마다 영어 공부를 하려고 자주 오는데 최근 들어 사람들이 급증해 자리 잡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5도에 이르는 불볕더위가 열흘째 지속되면서 가정에만 적용하는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에어컨을 찾아 마트나 카페로 피신한 시민들은 누진제 때문에 에어컨을 가동조차 할 수 없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반면 에너지 대란을 고려하면 누진제 폐지보다 저소득층의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꽤 있었다. 7일 밤 10시 서울역 롯데마트에서 만난 김승연(30)씨는 “지난해에도 에어컨 때문에 8월 전기요금이 평소보다 3만원이나 더 나왔는데 그때보다 더 많이 에어컨을 사용한 이번 달에는 도대체 요금이 얼마나 나올지 걱정”이라며 “집이 너무 더운데 에어컨 틀기도 두렵고 해서 장도 볼 겸 왔다”고 했다. “일부 지역이 정전되는 에너지 대란을 생각하면 정부 정책상 누진제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밤 11시 서초구 이마트 냉방용품 코너에서 만난 김모(30)씨는 “지금까지 선풍기로 버텨냈는데 최근 며칠은 말도 할 수 없이 더워 에어컨을 살까 고민하고 있다. 이제 와서 사자니 아깝기도 하고 무엇보다 전기료가 많이 나온다고 해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8일 0시쯤 24시간 운영하는 서초구 하나로마트에서 만난 신모(33)씨는 곤히 잠든 아기를 품고 있었다. 신씨는 “아기가 잘 시간이 지났는데도 보채고, 아내도 덥고 답답하다고 해서 마트에 왔다”고 말했다. 마트 직원은 “더위 탓인지 밤늦게 매장을 찾는 손님이 체감상 1.5배 정도로 증가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4년 처음 시행됐으며, 전기 사용량에 따라 6단계로 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현행 체계는 2005년 12월 28일에 실시됐다. 1단계(100㎾h 이하)에 비해 6단계(500㎾h 초과)는 11.7배의 요금을 내야 한다. 지난해 한국전력의 주택용 전기 판매량 중 96.8%가 2단계 이상의 누진제를 적용받았다. 시민 2400여명이 한국전력을 상대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 나섰고 더불어민주당도 누진제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누진배율이 각각 1.1배, 1.4배인 것과 비교해 누진배율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또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은 산업계의 전기 사용량이 전체의 84%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누진제 폐지가 아닌 수정을 제안했다.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사용량에 따라 가정에 부과하는 현행 누진제를 고치기보다는 지나치게 싸다고 평가되는 산업용 전기료를 올리는 쪽으로 개선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누진제는 에어컨을 고소득층만이 소유했던 시기에 만든 제도로, 에어컨이 대중화된 현재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현재 6단계로 나눈 누진제를 3단계로 축소하고 1단계와 최고 단계의 요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사설] 포퓰리즘의 산물 48% 면세자, 국회가 책임지라

    과다한 근로소득세 면세자 축소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2014년 기준으로 근소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면세자 비율이 48.1%에 이르면서 조세 왜곡 현상을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여야 3당 모두 그 당위성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증세에 가장 적극적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경제통인 최운열 의원이 지난주 “근로소득자 중 48%가 근소세를 납부하지 않는 것은 비정상적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근로자 면세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0% 포인트 높다면 공평과세의 원칙에 어긋날뿐더러 늘어가는 복지 예산을 충당하기도 어렵다. 선거를 앞두고 늘 무원칙한 세금 감면 조치를 남발했던 정치권이 자신의 원죄를 깨닫고 결자해지할 때다. 그런데도 여야 3당이 또 차기 대선에서 표를 의식해 주저하고 있는 게 문제다. 면세자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서로 ‘고양이 목에 방울은 네가 달아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소비 위축이 심각한 현 상황에서는 무리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 제1야당인 더민주는 “정부가 먼저 면세점(상향)과 관련한 대안을 가져와야 한다”며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2013년 정부가 근로자 연말정산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는 과정에서 연봉 3450만원 이상의 세액 부담이 다소 늘자 “중산층에 세금 폭탄” 운운하며 ‘융단 폭격’을 하더니 이제 안면을 싹 바꾼 형국이다. 물론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부의 재분배 기능에 초점을 맞춘 조세 정책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민주가 마련한 세법 개정안대로 연봉 5억원 이상 과세표준을 새로 정해 세율 41%를 적용하더라도 늘어나는 세수는 연 6000억원 정도라고 한다. 부자를 혼내 생색을 내는 의미 이상의 복지 재원 조달 효과는 없는 셈이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이 언급한 대로 “고소득층에 대해 증세를 추진하는 데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포퓰리즘 차원서 남발한 조세 감면 거품부터 걷어내야 할 이유다. 현재 근로자 중 48%, 다시 말해 2명 중 1명꼴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면? 이는 조세 정의의 실종이라는 원론을 넘어 장기적으로 국민경제의 건강을 해치는 영양제 주사만 과잉 처방하는 꼴일 게다. 이는 역으로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따라 세원은 넓히고 세율 인상은 적정선을 지켜야 할 근거다. 그래야만 장기적으로 중산층을 두껍게 하는 경제 체질 개선과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한 안정적 세수기반을 구축할 수 있음을 여야는 유념하기 바란다.
  • 더민주 “5억 고소득, 소득세 40%” 정부 “면세자 축소” 세법전쟁

    더민주 “5억 고소득, 소득세 40%” 정부 “면세자 축소” 세법전쟁

    법인세도 ‘500억 이상 구간’ 신설 年 3조원 규모 추가 세수 확보 국민의당도 세율 인상에 무게 더불어민주당이 5억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를 인상하고 대기업 법인세를 올리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대 여소야대 국회에서 국민의당도 ‘부자 증세’에 어느 정도 동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여당과 야당 간 ‘세법 전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민주는 2일 고소득층 및 대기업 증세를 주요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먼저 소득세의 경우 과세표준(소득에서 공제액을 뺀 금액) 5억원 이상 고소득 구간을 신설해 40% 이상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현재 소득세 부과 체계에서는 과세표준 1억 5000만원 초과 소득에 대해 38%를 부과하고 있는 데, 여기에 최고 세율 구간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더민주 최운열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고소득자 등 근로소득자의 48%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는 조세 정의에 맞지 않다”면서 “당 내부 논의를 거쳐 소득세 체계를 전면적으로 고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민주는 이렇게 되면 연간 1조원 안팎의 소득세가 더 걷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5억원 이상 초고소득자에 대해서만 소득세를 인상할 경우 실질적인 세수 확보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 적용 대상을 3억원 이상으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울러 더민주는 500억원 이상의 대기업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하는 방안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더민주는 총선 당시 ‘법인세 인상’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데 이어 20대 국회 개원 이후 이미 법안으로 발의해 놓은 상태다. 기존 법인세법은 ▲과세표준 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 구간은 22%의 세율을 각각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과세표준 500억원 이상 구간을 신설해 25%의 세율을 매길 경우 연 3조원의 추가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더민주는 부가가치세 탈루를 막기 위해 ‘신용카드사 부가가치세 대리징수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사업자가 상품·서비스를 팔 때 소비자에게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대금을 받은 뒤 국세청에 부가가치세를 대신 납부하고 있다. 이를 사업자가 아닌 신용카드사가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최 부의장은 “소비자는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가격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데, 사업자가 중간에서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면서 “(납세자가 내야 할 부가가치세와 실제 낸 세금과의 차이가) 매년 10조원 가까이 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 소비자가 1000원짜리 물건을 사서 100원의 부가가치세가 붙어 총 1100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면 신용카드사가 1000원만 사업자에 주고 100원은 직접 국세청에 내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은 부가가치세의 탈루를 줄이기 위해 대리징수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기획재정부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국민의당도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를 강화해야 한다는 기조라 큰 틀에서 더민주와 보조를 맞추는 분위기다. 법인세와 관련해서는 당초 실효세율부터 점검하자는 입장이었으나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법인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당내 논의를 거쳐 9월쯤 자체적인 세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와 새누리당은 소득세와 법인세에 손을 대는 것에 반대하고 있어 향후 세법 개정을 둘러싼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 측은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걷는 것보다 면세자를 줄이는 쪽으로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8일 발표한 ‘2016년 세법 개정안’에서도 소득세·법인세와 관련한 내용은 빠졌다. 새누리당 주장도 정부와 같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은 정부만의 것이 아니고 여당과 당정 협의를 거친 안”이라면서 “상임위 차원에서 타협의 여지는 있지만 그 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기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더민주 “담뱃세 = 서민증세”… 부자증세 포석

    새달 1일 자체 세법개정안 발표 더불어민주당이 담뱃세를 대표적인 ‘서민 관련 세금’으로 규정짓고 인하를 주장하고 나섰다. 더민주당은 28일 발표된 내년도 세법개정안에서 정부가 소득세와 법인세 등은 인상하지 않은 채 지난해 1월 인상된 담뱃세 수입을 통해 부족한 세수를 벌충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더민주당은 담뱃세를 인하하든, 대기업 법인세를 원상회복하든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 간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의 지난해 담뱃세 인상에 대해 “부자 감세로 줄어든 세수 보충을 위해 을 핑계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 서민의 부담이 증가한 만큼 부자 감세를 원상 복귀시켜야 최소한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민주당 지도부가 ‘인상된 담뱃세=서민 증세’ 프레임을 꺼내 든 것은 실제 지난해 초 담뱃값이 80% 인상된 이후 판매량이 증가해 세수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담배 세수는 담뱃값이 오르기 전인 2014년 7조 1410억원에서 담뱃값이 오른 2015년 10조 3189억원으로 3조원 이상 늘었다. 또 총세수에서 담배 세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2.67%에서 2015년 3.72%로 올라갔다. 더민주는 세법개정안에 서민을 위한 세제 부담 경감 대책이 빠져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박광온 의원은 “세법개정안에서 연 2000만원 이하 월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또 미뤄지는 등 고소득자나 대기업을 위한 세제 혜택만 있을 뿐 담뱃세처럼 서민에게 부담을 주는 세제는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민주는 다음달 1일 조세부담률 상향과 고소득층·법인의 세금 우선 부담 원칙을 중심으로 한 ‘더민주 세법개정안’을 발표한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세법개정안 발표] “세수 증대 적고… 형평성 개선 노력 부족” “신용카드 공제 한도 줄여… 사실상 증세”

    올해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는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목의 세율 조정 내용이 없다. 박근혜 정부의 임기 말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에서 특별히 논란이 되는 정책을 구사하기보다는 기존의 틀을 안정적으로 운용한다는 기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직원들이 “너무 바뀌는 게 없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다”고 걱정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다 보니 이번 개편안에서 많은 ‘과제’를 뒤로 미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 비과세·공제 등으로 세금을 감면해 주는 25개 일몰조항 중 21개가 연장됐다. 또 전체 근로 소득자의 48%에 이르는 면세자를 줄이는 대책도 빠졌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낮은 세율, 넓은 세원’ 원칙 중 ‘넓은 세원’의 조성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뤄졌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28일 “세제 개편에 따른 세수 효과가 연간 3000억원대에 불과하고, 다수의 납세자에게 큰 영향을 주거나 형평성을 크게 개선하는 내용이 없다”며 “주식양도소득 과세 대상인 상장법인 대주주의 확대 범위가 미미하고 임대소득, 금융소득, 양도차익 등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형평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근로소득세의 대부분을 내는 소득 7000만원 이상에 대해 신용카드 공제 한도를 줄이는 것은 사실상 증세와 다름없다”면서 “당장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신용카드 사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는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한 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세원을 넓히지 않거나, 못할 것으로 이미 예측됐던 상황”이라면서 “주요 과제를 차기 정부로 미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건강보험 개편 어디로] ‘부과체계 개편’ 정부의 고민

    [건강보험 개편 어디로] ‘부과체계 개편’ 정부의 고민

    더불어민주당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국회예산정책처도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정부를 압박하면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정부도 더민주의 안을 검토하며 합의점을 찾고 있어 논의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이제 막 달아오르기 시작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이슈가 내년부터 이어질 선거 블랙홀에 빠져 또다시 흐지부지되지 않게 하려면 서둘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내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등 굵직한 정치 일정이 예정돼 있어 올해를 넘기면 사실상 2019년밖에 기회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직 본격적인 협의가 시작되진 않았지만 정부가 건보료 부과기준을 소득으로 일원화하자는 더민주안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이 5000만명의 가입자에게 미칠 파급력을 걱정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더민주안대로라면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 순 있어도 직장가입자의 부담은 커진다”며 “지금도 낸 돈에 비해 지역가입자가 직장가입자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불형평성이 훨씬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과체계 개편으로 인한 건보 재정 적자도 고민이다. 더민주안에 따라 부과기준에서 재산과 자동차를 없애고 국고지원 확대를 전제로 직장가입자의 보수보험료를 4.79%까지 인하하면 한 해 12조 2319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더민주는 모든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해 이 적자를 메울 계획이다. 보수 외 소득이 있는 모든 직장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부과해 1조 2679억원을 확보하고 피부양자에게도 보험료를 걷어 1조 375억원을, 무소득자에게 최저보험료를 매겨 1839억원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또 양도·상속·증여소득에 보험료를 매겨 2조 5785억원을, 퇴직소득에서 1조 96억원을, 일용근로소득에서 2조 6034억원을 확보하는 식으로 모든 소득에 보험료를 매기고 국고지원을 받아 12조 2379억원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적자를 메우고도 60억원의 흑자가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복지부 관계자는 “소득이라고는 연금밖에 없는 피부양자와 일용근로자에게 보험료를 걷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고 퇴직금에까지 보험료를 매기면 퇴직하는 순간 지금보다 더 큰 건보료 폭탄을 맞게 된다”고 우려했다. 더민주는 정부 여당과 협상하더라도 더민주안의 핵심인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는 흔들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조정이 수월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안이 나왔다면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겠지만, 정부는 더민주안을 검토하되 올해는 정부 차원의 개편안을 내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정부가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을 꾸려 1년 6개월의 논의를 거쳐 만든 잠정안은 지난해 연말정산 파동으로 백지화됐다. 정부 관계자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으로 크게 손해를 보는 집단은 10%의 고소득층 오피니언 리더다. 이들이 대선에서 변함없이 여당을 지지할 수도 있겠지만, 돈 문제와 직결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문제가 나오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모험’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류가 읽힌다. 방문규 복지부 차관은 14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원론적으로는 정부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직장가입자의 부담이 오히려 더 늘어날 수도 있는 등 각론으로 들어가면 어려움이 많다”며 “정부는 각론마다 책임을 더해야 하기 때문에 개편에 따른 현실적 문제들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시스템을 확 바꾸는 개혁 대신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에 참여했던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계적으로 하겠다며 일단 하나를 바꿨는데 여론이 안 좋아지면 다음 단계는 진행하지도 못하게 된다”며 “정부와 국회가 의지를 갖고 적절한 안을 도출해 한꺼번에 바꿔야 부과체계 개편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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