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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복기도로 정력생겨” 신도 성폭행한 목사

    “축복기도로 정력생겨” 신도 성폭행한 목사

    전북의 한 교회 목사가 지적장애 신도를 12년간 성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목사는 “축복 기도와 함께 정력이 일어났다”며 합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KBS뉴스는 전북에 있는 목사 A씨가 지적장애 여성 신도를 대구의 모텔로 데리고 가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피해자는 A씨가 ‘축복 기도’를 해주겠다며 자신을 불러낸 뒤 강제로 성관계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축복 기도라고, 안 만나면 집안에 사건 같은 거 일어나고, 사탄·마귀가 나타난다고 했다. 땀이 뻘뻘 나서 아무한테도 이야기를 못 했다”고 고백했다. 전북에 살던 피해자는 2009년부터 대구로 거처를 옮긴 최근까지 지난 12년 동안 목사 A씨가 지속해서 자신을 성폭행했으며, 임신했을 당시와 출산한 직후에도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지인이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최근 경찰에 신고했고, 이후 피해자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해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해당 목사는 성관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강제성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A씨는 “(피해자) 어머니가 딸을 잘 돌봐달라고 이야기했다. 돌봐주면서 축복 기도를 해주는데, 그 축복 기도와 함께 나한테 정력이 일어났다. 만약에 저쪽에서 나를 용서해주면 3000만 원을 가지고 주고 합의를 보고 싶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와 함께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수사를 벌이는 한편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A씨를 입건할 방침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나경원 “조국은 ‘입큰 개구리’였다…원희룡 비할 바 못 돼”

    나경원 “조국은 ‘입큰 개구리’였다…원희룡 비할 바 못 돼”

    회고록 ‘나경원의 증언’서 고백 “패스트트랙 오점 남겼지만 에너지 줘” “국내선 친일이라지만 일본에선 반일”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회고록을 통해 지난 20대 국회에서의 뒷얘기를 털어놓았다.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나 전 의원은 자신의 회고록 ‘나경원의 증언’에서 지난해 4월 ‘동물국회’를 연출하며 여야가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던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와 관련해 “우리 정치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이라면서도 “탄핵 사태를 겪으며 지릴멸렬하던 우리 당에 에너지를 줬다”고 평가했다. 이 사건으로 나 전 의원을 포함해 통합당 의원 23명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이 기소됐다. 나 전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처리 국면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비공개 회동’도 소개했다. 당시 노 실장은 연동형 비례제에 대해 “문재인 정권 출범과 함께 대대적으로 공언한 ‘진보 어젠다’인 만큼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을 거쳐 어렵사리 통과한 연동형 비례제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인 4·15 총선 과정에서 양당이 모두 비례위성정당을 만들면서 그 취지가 완전히 후퇴하고 말았다. 공수처에 대해서도 노 실장은 “(문 대통령) 임기 후 출범은 절대 안 되고, 늦어도 임기 종료 6개월 전까지면 생각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회고록에는 민주당 원내대표로 협상의 ‘카운터파트’였던 이인영 현 통일부 장관과의 일화도 담겼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려고 압박하자 당시 이 원내대표는 “북한이 앞으로도 더 많은 미사일을 쏠 것이니 지금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다고 나 전 의원은 주장했다.나 전 의원은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대학 시절 (조 전 장관의) 별명은 ‘입 큰 개구리’였다”며 “조국은 당시 운동권으로 분류되는 인물도 아니었고, 지명도에선 (같은 동기인) 원희룡에 비할 바가 못 됐다”고도 평가했다. 나 전 의원은 과거 TV쇼에 출연해 “조국 교수는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끼어들더라도 자기말만 그렇게 하다가 갔다. 그래서 별명과 더 어울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자신에 대해 친일 정치인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는 반대 정파와 언론이 나를 ‘친일’로 매도하지만, 막상 일본에서는 ‘반일 정치인’으로 찍혔다”면서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 인사나 셀럽을 공격하는 데 ‘친일 프레임’처럼 손쉽고 강력한 무기는 없다”고 지적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사유리처럼… 국민 30% “비혼 출산 긍정적” 10명 중 6명 “결혼 안 하고 동거할 수 있어”

    사유리처럼… 국민 30% “비혼 출산 긍정적” 10명 중 6명 “결혼 안 하고 동거할 수 있어”

    62% “부모 부양, 정부·사회도 함께”저출산 고령화에 2년새 13%P 늘어우리 국민 10명 중 3명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갖는 ‘비혼 출산’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6명은 결혼 없이 동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 통계는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1)가 배우자 없이 출산한 사실을 고백해 화제가 된 점과 겹치며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할 거리를 던지고 있다. 통계청은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0년 사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 13세 이상 3만 8000명(1만 9000가구)의 생각을 담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한 응답자는 59.7%였다. 10년 전인 2010년(40.5%)과 비교하면 20% 포인트 가까이 많아졌다. 또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30.7%였다. 이 역시 2012년 22.4%, 2014년 22.5%, 2016년 24.2%, 2018년 30.3% 등 계속 증가하다가 올해 더 늘었다. 결혼을 해야 한다(48.1%→51.2%)는 생각을 가진 응답자도 조금 늘었다. 대신 남자(58.2%)와 여자(44.4%) 간 격차가 컸다. 특히 미혼여자(22.4%)는 다섯 중에 한 명에 그쳤다. 또 응답자 10명 중 6명(61.6%)은 ‘부모의 노후는 가족과 정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답했다. 2018년 조사(48.3%)보다 13.3% 포인트 높아졌다. 가족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26.7%→22.0%)든가,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19.4%→12.9%)는 생각은 줄었다. 저출산 고령화로 노년층 부양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범사회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사회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신종질병(32.8%)이다. 2년 전(2.9%)보다 11배나 껑충 뛰었다. 경제적 위험(12.8%→14.9%)이라는 생각도 늘었다. 코로나19가 낳은 현상이다. 범죄(20.6%→13.2%)나 국가안보(18.6%→11.3%), 환경오염(13.5%→6.6%) 등은 순위가 밀렸다. 생활환경이 5년 전보다 ‘좋아졌다’(41. 7%)는 응답이 ‘나빠졌다’(13.9%)를 압도했다. 2018년 조사에선 ‘나빠졌다’(36.4%)가 ‘좋아졌다’(25.4%)보다 많았다. 2년 사이 ‘좋아졌다’는 16.3% 포인트 늘어난 반면 ‘나빠졌다’는 24.5% 포인트 줄었다.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82.5%→72.9%)은 감소했다. 환경보호를 위해 비용을 부담할 생각(50.5%)이 절반을 넘었다.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54.4%→50.5%)는 줄었다. 직장(71. 8%→68.0%)과 학교(49.6%→35.2%)에서의 스트레스도 낮아졌다. 지난 1년간 한 번이라도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은 20명 중에 1명꼴(5.2%)로 했다. 2018년보다는 약간(0.1% 포인트) 줄었다. 경제적 어려움(38.2%) 때문이라는 게 주된 원인이었다. 질환·장애(19.0%)와 외로움·고독(13.4%) 때문이기도 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길섶에서] 고정관념/서동철 논설위원

    편의점 도시락을 종종 먹는다. 처음에는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호기심 덕분인지 맛도 괜찮았다. 물론 같은 메뉴의 도시락을 먹으면 물리는 것은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뜻밖에 김치가 없는 도시락이 적지 않다는 것은 놀랍다. 필자 같은 ‘중늙은이’ 세대가 김치 없는 밥상을 대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집의 아이도 어린 시절부터 김치를 잘 먹지 않았다. 지금도 자기 혼자 먹는 밥상을 보면 고기 종류만 있고 김치는 없을 때가 많다. 하긴 양고기가 주식인 몽골 사람에게 “채소 없이 양고기만 먹으면 영양에 문제가 있지 않으냐”고 물으면 “풀만 먹고 자란 양인데 무슨 걱정이냐”는 핀잔이 돌아온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은 있다. 편의점 도시락에 김치가 보이지 않는 것은 공급자가 고정관념을 버리고 수요자의 요구에 호응한 변화일 것이다. 가수 정광태가 ‘김치 없이 못 살아 정말 못 살아’라는 ‘김치주제가’를 발표한 것이 1985년이다. 하지만 2020년에는 그렇지도 않다. 이제 “김치 없이 밥을 어떻게 먹느냐”고 불평하면 세상과 동떨어져 있다고 고백하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 바뀐 것이 입맛뿐일까. ‘꼰대’ 소리 듣지 않으려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아야 한다. sol@seoul.co.kr
  • 한 권의 책은 예술이자 삶… 오늘도 또 다른 운명을 펼친다

    한 권의 책은 예술이자 삶… 오늘도 또 다른 운명을 펼친다

    늦가을로 접어드는 서울 중구 한길사 ‘순화동천’에서 그를 만났다. 새삼 그를 만나기로 한 건 이번에 신작 ‘그해 봄날’이 나왔기 때문이다. ‘출판인 김언호가 만난 우리 시대의 현인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그 책에는 한국 현대사의 최전선에 섰던 열여섯 분의 삶과 언어가 담겼다. 그 책에 관한 이야기, 걸어온 책 인생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물론 김언호는 세상이 다 아는 우리나라 대표 출판인이다. 그는 1975년 동아일보에서 해직되고 그 이듬해에 한길사를 창립한 이래 45년 동안 우리 인문·사회·예술 분야의 중요한 책들을 최량의 품격으로 펴낸 출판인이자 스스로 중요한 책을 저술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 결과가 그동안 ‘책의 공화국에서’, ‘한 권의 책을 위하여’,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 ‘김언호의 세계서점기행’ 등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계보를 잇는 ‘그해 봄날’은 그의 정신적 수원(水源)이 돼 준 당대 현인들과의 만남을 기록한 현대 지성사라고 불릴 만한 결실이 아닐 수 없다.●‘그해 봄날’의 현인들을 찾아 ‘그해 봄날’은 1980년 ‘서울의 봄’을 함축한다. 한국 민주주의의 봄이자 김언호 개인에게는 이 책 속 주인공들과 만나게 된 봄이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다루어진 거인들을 그때부터 만나기 시작했다. 시대는 암담해져 갔지만 이분들과 새로운 미래를 구상했던 시절은 지금 생각해 보아도 감사하기만 하다. 코로나19와 함께 꼬박 1년여의 시간을 바친 이 책에서 그는 이분들에 대한 해설이나 논평을 가급적 삼가고 “해석을 앞세우지 않고 현인들 육성을 충실히 받아 적는 기록자”이고자 했다. 누군가의 치열한 생애는 다른 누군가의 기억과 기록을 통해 역사가 된다. 이 책에 기록된 열여섯 분의 삶과 언어는 김언호의 시선을 통해 한 시대의 증언과 사표와 지도가 됐다. 그해 봄날부터 이분들이 건넨 정신사의 울림과 떨림이 아직도 깊고 융융하기만 하다. 그는 이렇게 선명하고 아름다운 현대사의 인물지(誌)를 낱낱의 충실성과 정성스런 헌정으로 완성함으로써 스스로 ‘한 권의 책’이 됐다. 김 대표는 그분들과의 만남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국가 사회적 공공재이고, 흘러간 옛 기록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있는 현재형임을 알려 준 것이다.“험난한 시절 저는 이 현인들을 만나고 책을 만들면서 불굴의 용기를 얻었습니다. 또한 인간의 길을 배웠습니다. 이 땅 젊은이들에게 우리 시대의 현인들의 생각과 실천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목록은 함석헌, 김대중, 송건호, 리영희, 윤이상, 강원용, 안병무, 신영복, 이우성, 김진균, 이이화, 최영준, 이오덕, 이광주, 박태순, 최명희 선생들이다. 정치인, 사상가, 예술가, 언론인, 학자가 망라됐다. 그 가운데 그는 함석헌을 맨 앞에 수록했다. “인생의 스승을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함석헌 선생을 꼽는다”는 그는 “선생은 우리 모두의 스승”이라며 “지금도 우리에게 탕진되지 않는 감동과 영향력을 주고 있다”고 했다. ‘뜻으로 본 한국역사’로 1980년대 지성사를 가로질렀던 함 선생은 걸출한 사상가이자 평화주의 종교인이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특별히 내 기억에는 ‘수평선 너머’라는 시집을 남긴 시인으로 남아 있는 함 선생의 육성이 잠시 떠올랐다.●책과 함께하고 책을 확장해 간 삶 김 대표의 고향은 경남 밀양이다. 그는 거기서 농사지으시는 부모님 밑에서 중학교까지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농사일과 책 만드는 일이 비슷한 것 같아요. 손이 조금이라도 더 가면 반듯해지고 풍부해지는 것 말입니다.” 그러나 시골에는 책이 없었고 당연히 서점도 없었다. 그러다가 그는 부산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 앞 책방을 통해 책의 세계를 발견한다. 보수동 책방 골목은 그야말로 황홀한 책의 난장이자 유토피아였다. 그곳에서 ‘사상계’를 만났다. 서울에서 대학 시절 동대문에 줄지어 서 있던 헌책방을 열심히 찾아 민족사적 해석과 전망을 내놓은 책들을 열심히 읽었다. 그때 인문, 사회, 역사, 철학이 한 몸이라는 걸 배웠다. 그가 창립한 출판사 ‘한길’은 우리말로 ‘큰길’, ‘하나의 길’ 혹은 ‘마당’이나 ‘광장’을 함의한다. 어쩌면 그 ‘한길’로 김 대표는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엄혹한 시절을 걸어갔을 것이다. “너무도 어려웠지만 오히려 그 시대를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혹했던 시대가 더 치열한 사유와 고민과 전망을 만들어 냈으니까요.” 김 대표는 그러한 사유와 고민을 ‘책’이라는 전망으로 담아냈다. 책을 만드는 시간은 그에게 둘도 없이 귀한 만남을 가능하게 했다. 시대정신이 사람들을 발견하게 했고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중요성을 통찰하게 해 주었다. “1980년대를 여러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그때를 책을 만들고 책을 읽는 시대였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길사가 1979년 출간한 ‘해방 전후사의 인식’은 당대의 금기를 깨면서 한국사의 실증과 해석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그야말로 시대를 움직인 책인데 어쩌면 시대가 그 책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김 대표는 술회한다. 김 대표는 책을 만드는 일을 넘어 여러 출판 관련 일에 나선다. 그는 1998년 한국출판인회의를 창설하고 초대 회장을 맡았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기 위원을 지냈고, 2005년부터는 한국·중국·일본·타이완·홍콩·오키나와의 출판인들과 동아시아출판인회를 조직해 출판운동에 나섰다. 1980년 후반엔 파주출판도시 건설, 1990년대 중반에는 예술인마을 헤이리를 설계에 큰 역할을 하면서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도 역임했다. 출판 관련 운동을 확장하면서 그는 출판인들과 함께 출판문화를 발전시키려는 지속적인 실천을 해 왔다. 이 점, 김 대표를 설명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축일 것이다. “파주출판도시도, 예술인마을 헤이리도 모두 혼자는 불가능했던 일입니다. 한 시대를 고민하는 분들과 함께하는 운동으로만 가능했지요.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혼자 열 걸음 걷는 것보다 손잡고 함께 한 걸음 걷는 일이 훨씬 중요한 것 같습니다.” 김 대표는 ‘책’이라는 단어에 꽂힌 사람이다. 원래 ‘冊’(책)이란 죽간을 끈으로 엮어 놓은 모양을 본뜬 일종의 상형문자가 아니었던가. 최근 책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디지털이라는 무형의 문화가 발전했지만 김 대표는 여전히 ‘책향’(冊香)과 함께 살아가는 ‘책’의 사제다. “책은 세계에 눈뜨게 해 주는 유일하고 강력한 힘”이라는 그는 “책을 통해서만이 삶의 가치를 알아가고 개인과 사회를 설계해 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는 그러한 믿음을 반세기 동안 책을 만들면서 굳히게 됐다고 고백한다. ‘책’이라는 경이로운 발명품을 통해 인류는 진화해 왔고 한국 사회도 이만한 발전을 해온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말이다. 디지털의 힘은 정보의 집적에 있고 종이책은 그야말로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도 그의 움직일 수 없는 지론이었다. 책을 읽고 만들고 써온 그의 일생도 이러한 믿음 위에서만 가능했을 것이다.●예술로서의 ‘한 권의 책’ 연전에 그는 출판인으로서의 경험을 담은 ‘김언호의 세계서점기행’을 통해 책에 바치는 헌사를 완성한 바 있다. 그는 “서점은 태생적으로 시민사회”라고 말한다. 아닌 게 아니라 그때 우리는 서점에서 만났고 시간을 죽였으며 거기서 좋은 책을 발견하고 기뻐하지 않았던가. 옆구리에는 책을 끼고 가방에는 세계의 가능성을 담고 다니지 않았던가. 그렇게 한 시대의 빛으로 가득한 서점의 광휘를 아름답게 담은 결실이 ‘세계서점기행’이었다. 이제 그는 어떤 책을 읽고 내고 써 갈까? 그는 “고전 문제작을 읽음으로써 사람은 성장하게 되는 것 같다”며 고전을 강조했다. 특별히 감염병과 관련해 재난의 근원과 진단과 처방에 관련한 인문학적 비전을 담은 책들을 생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책 만들기와 책 읽기 없이는 창조적이고 품격 있는 사회를 구현할 수 없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앞으로도 그는 ‘한 권의 책’이 한 시대의 생각과 말씀을 담아낸다는 정신으로 쉬지 않고 책을 펴낼 것이다. 그는 국가가 개입해 도서관을 풍요롭게 구축해 가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역설했다. “마을마다 도서관이 있어야 합니다. 문화 선진국들은 도시 곳곳에 도서관이 있어서 좋은 책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지요. 책이라는 희망을 아이들에게 전해 줄 수 있는 도서관 정책이 긴요합니다.” 김 대표는 ‘한 권의 책’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한글이 아름답듯이 그것을 담아내는 책도 아름답다고 말한다. 영국 아티스트 윌리엄 모리스를 통해 ‘아름다운 책’을 배웠다는 그는 모리스가 말한 “인간의 예술품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이 건축이고 그다음이 한 권의 책”이라는 말을 거듭 말했다. “한 권의 책은 운명입니다. 운명을 걸고 책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고민하고 있어요. 물론 그 고민은 제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 의의이기도 합니다.” 책 만드는 운명을 사랑하는 ‘작가 김언호’의 생각과 실천이 ‘그해 봄날’처럼 쏟아지는 늦가을이었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엄살이라고요?” 가장 개인적인, 아픔에 관한 고백들

    “엄살이라고요?” 가장 개인적인, 아픔에 관한 고백들

    통증은 철저히 개인적이어서, 남들에게 이해받기 어렵다. 원인을 알지 못하면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가장 개인적인 영역을 설명하려는 두 에세이의 출간은 그런 점에서 반갑고 용기 있는 시도다.이다울 작가의 ‘천장의 무늬’(웨일북)는 느닷없이 찾아온 원인 모를 고통에 대해 썼다. 씨름판에서 두 배 몸집의 아이를 넘겨 젖힐 만큼 힘이 넘쳐흐르던 소녀에게 갑자기 통증이 찾아온다. 양치를 할 때 턱이 벌어지지 않고, 신발을 신다가 병뚜껑을 열다가 온몸에 쥐가 난다. 걸을 수도, 앉아 있을 수도 없다. 온갖 병원을 다녀 봐도 병명을 찾지 못한 그에게 붙은 세간의 딱지는 ‘엄살’ 또는 ‘게으름’이었다. 작가는 한기에 예민한 통증을 유난스럽게 생각하는 엄마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오래 서 있을 수 없는 탓에 원하는 일자리에 지원하는 것조차 연습이 필요하다. 통증은 식욕의 부재와 우울감을 불러오고,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의 구분을 만들어 간다. 침대에 누워서는 아픔과 무관하게 즐길 수 있는 낭독회와 전시회를 상상한다. ‘천장의 무늬’라는 제목에는 그가 침대에 누워 있으며 보냈을 그 시간과 공간, 불안과 상상이 얼룩져 있다. 강이람 작가의 ‘아무튼, 반려병’(제철소)은 16년 차 직장인으로서 겪은 ‘잔병치레의 역사’다. 잔병이 만든 ‘수동태의 역사’와 더불어 아픔의 틈새를 건드리는 게 특징이다. 작가에겐 소위 ‘저질 체력’, ‘약골’,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 등의 별명이 붙었다. 첫 직장에서는 폭음으로 숙취와 각종 위장병을 얻었고, 과로에 시달렸던 두 번째 직장에서는 허리 디스크를 얻었다. 긴 재활치료 끝에 사직서를 내는 그에게 두 번째 직장의 본부장은 말한다. “너 일이 싫은 건 아니잖아? 라꾸라꾸침대 놔 줄 테니 중간중간 누워서 일해.”(24쪽)작가는 타인의 아픔에 관한 우리의 양태를 ‘공감’의 뜻을 가진 두 단어로 설명한다. ‘같이, 일치하게’라는 뜻을 가진 접두사 ‘sync-’가 붙은 ‘sympathy’는 상대의 상황을 내 경험 중 비슷한 경험을 불러들여 느끼는 것이다. 아프다는 상대 앞에서 자신의 비슷한 경험을 전시하듯 늘어놓으며 ‘별것 아니라는’ 투로 치부하는 경우다. 그는 우리에겐 ‘안으로’라는 뜻을 가진 접두사 ‘en-’이 붙는 ‘empathy’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상대방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태도다. 책들은 나의 아픔과 타인의 아픔을 함께 경청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천장의 무늬’에 적힌 집필 계기가 주는 울림이 크다. ‘이 책은 억울함에서 시작되었다. 나의 몸과 아픔이 납작해지는 것을 구해 내려는 시도에서였다. (중략) 모두의 아픔이 보다 자세히 말해졌으면 좋겠다. 엄살이라는 말이 우리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적고 말하고 듣는 일이 원활해졌으면 한다.’(5~6쪽)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무속인이 된 피겨선수 최원희 “좋게 보지 않아도 괜찮아요”

    무속인이 된 피겨선수 최원희 “좋게 보지 않아도 괜찮아요”

    피겨선수 최원희가 코치로 활동하다 돌연 무속인이 됐다. 스물 셋, 친구들과 한창 어울릴 나이. 지난 달까지만해도 스케이트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선수였기에 소식이 알려지자 그 이유가 더욱 궁금했다. 실제로 만난 최원희는 앳된 얼굴이었지만 인터뷰 내내 차분하고 담담했다. 쪽진 머리도, 화려한 한복도 익숙해진 듯 했다. 만나기 전 열심히 검색해봤지만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 대회에서 찍힌 기사사진 몇 장외에는 잘 알지 못한다는 기자의 고백에 자신의 피겨인생을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10살에 스케이트를 시작해 20살 마지막 시즌으로 선수생활을 끝내고 지난달까지 코치로 활동했다는 최원희는 2012년 동계체육대회 여중부 3위를 시작으로 2014년 서울시 교육감배 A조 여고부 1위 등 2016년까지 크고 작은 대회에 대부분 참가했다. 오랜 선수생활 처음으로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을 노려볼 수 있었던 해에는 전산 상 선수등록이 누락되는 오류로 그해 어렵게 쌓은 대회 포인트를 날려야했다. 오랜 시간 자신을 지켜봐 온 코치조차 “참 안 풀린다”고 했을 만큼 선수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코치생활은 즐거웠지만 성인이 되니 어릴 적부터 겪어온 증상이 심해졌다. 최원희는 “피겨만 보고 살았지만 남모를 고통이 있었다. 어머니가 저 모르게 노력을 하셨다. 신병이라는 것이 심해지지 않게 무당도 찾아가 누름굿도 했다고 했다. 참고 견뎠지만 성인이 되니 일상생활이 힘들 만큼 심해졌다. 그래서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원희는 신내림을 받고 보은사 도화신녀가 됐다. 두렵고, 힘들고, 많이 울었다는 그는 “이제 마음이 편하다. 괜찮다”며 웃어보였다. 그는 “직업이 달라졌을 뿐이다. 걱정해주는 사람도 많지만 뒷말이 나오고 선입견도, 안 좋게 보는 시선도 모두 알고 있다. 나조차 이 길을 선택하기 전에는 그랬기에 이해한다. 괜찮은 척해도 상처는 받겠지만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이 있으니 힘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특수한 길을 가는 그는 마지막으로 “좋게 봐주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이런 사람도 있다’ 정도로만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결국 나영이 가족 안산 떠납니다

    결국 나영이 가족 안산 떠납니다

    결국 ‘나영이’(가명) 가족이 경기 안산을 떠난다. 나영이 아버지 A씨는 12일 언론과의 전화 통화에서 “보름 전쯤부터 이사할 집을 구하기 시작해 최근 다른 지역의 전셋집을 찾아 임시계약을 맺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영이가 조두순 출소 소식을 듣고도 내색을 안 하고 있다가 이사 이야기를 꺼내니 그제야 ‘도저히 여기서 살 자신이 없다’고 털어놨다”며 “같은 생활권에서 어디서 마주칠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 너무 두려워 매일 악몽에 시달린다는데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이사 결심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A씨는 “끔찍한 사건을 겪고도 계속 안산에 남으려고 했던 것은 피해자가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였다”면서 “그러나 아이도 힘들다고 하고, 이웃 주민들에 대해 미안함도 커서 이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나영이 가족이 이사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모금 운동의 도움이 컸다. A씨는 “2억원 넘는 돈이 성금으로 들어왔는데 여러분이 도움을 주시지 않았다면 이사를 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터전을 버리고 떠난다고 해서 받은 피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떠난 곳이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을 것”이라며 “그래도 조금이나마 안정감이 드는 곳에서 아이가 받은 상처가 아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답했다. 2008년 12월 단원구의 한 교회 앞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힌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조두순은 오는 12월 13일 출소한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처녀 시절 기분” 80세 영국 할머니와 35살 이집트 남성의 사랑

    “처녀 시절 기분” 80세 영국 할머니와 35살 이집트 남성의 사랑

    남성 “절대 돈, 영국 국적 취득 목적 아니야” 영국의 80세 할머니가 46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35세 이집트 남성과 백년가약을 맺었다고 영국 매체 ‘더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영국 매체에 따르면 영국 남서부의 서머셋 출신인 아이리스 존스 할머니와 이집트 카이로에 사는 무함마드 아흐메드 이브라힘은 최근 46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이집트 카이로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정식 부부의 연을 맺었다고 12일 전해졌다. 이들은 작년 여름 페이스북의 무신론 탐구 그룹에 참여하며 처음 알게 됐다. 이브라힘은 SNS를 통해 사랑을 고백했고, 지난해 11월 카이로 공항에서 직접 존스를 보고 자신의 사랑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용접 일을 하는 이브라힘은 존스가 카이로를 방문한 후 일도 포기하고 그녀와 데이트를 했다. 이브라힘은 “존스를 처음 본 순간 매우 긴장됐지만, 이것은 진정한 사랑이라고 느꼈으며, 이런 여성을 알게 돼 너무 운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이브라임은 존스와의 만남에 돈이나 영국 국적 취득 같은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강력히 부인한다. 이브라힘은 “존스가 어디에 살건, 얼마나 부자인지, 아니면 가난한지 상관없다. 나는 단지 그녀와 함께 있기는 원한다”며 “사람들은 내가 잘못된 이유로 그녀를 만난다고 생각한다. 영국이 아름다운 곳이고 많은 사람이 살고 싶어하지만 어디에 살지는 결국 존스가 정할 것이고 나는 이 세상 어디든지 그녀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브라힘은 “어머니보다 몇십년이나 더 나이가 많은 아내를 갖는다는 게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그게 사랑이다”며 “사랑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사랑에 빠지면 여성의 나이나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할머니도 연금 수급자로 부유하지 못해 전직 청소부 출신으로 40여년 전 이혼한 후 혼자 살아온 존스는 현재 22만파운드(3억3000만원)의 단층집에 살며, 매주 30만원의 연금과 장애급여를 받고 있다. 존스는 이브라힘을 만나러 오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브라힘은 존스를 집으로 데려가 부모에게 인사시켜주고 저녁 식사를 대접했했다. 존스는 이브라힘의 어머니보다 20살이나 많지만 그의 어머니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의 어머니도 아들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성과 함께 지내길 원한다고 했다. 이브라힘을 만난 후 이슬람으로 개종한 존스는 한 방송에서 “35년간 아무도 나를 거들떠보지 않았는데, 그를 만나고 다시 처녀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우리는 격정적으로 사랑한다”며 결혼 사실을 밝혔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이은형의 밀레니얼] 밀레니얼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이은형의 밀레니얼] 밀레니얼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제가 원하는 회사에 입사한 만큼 적어도 3년은 다니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재벌 계열사에 입사한 새내기 사원이 전 임직원이 모인 워크숍 자리에서 이렇게 다짐했다. 최고경영자(CEO)부터 새내기까지 모두 모여 외부 강의를 듣는 자리였고 마침 새내기들이 선배들에게 인사하는 자리가 마련된 참이었다. 혹시 30년을 3년으로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한 것은 외부 강사만은 아니었다. 새내기 사원은 당당하고도 밝은 표정으로 정확하게 ‘3년’을 발음했고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상기된 사람은 중년 이상의 임원들이었다. 밀레니얼과 Z세대에게 시간개념은 완전히 다르다. 그들에게 시간은 매우 짧고 즉각적인 개념이다. 물건을 주문하면 즉시 배송 상황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즉시 배달이 시작돼야 하며, 반납을 원하면 즉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들을 대상으로 로켓 배송, 총알 배송, 새벽 배송, 드론 배송이 등장한 것은 당연하다. 자신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 빠르지 않으면 외면하고 다른 서비스를 찾기 때문이다. 그래서 MZ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모바일앱의 속도와 편리성은 생존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시간개념이 짧은 만큼 인내심이 부족하다. 그들에게 기다림은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선배 세대는 이처럼 시간개념이 완전히 다른 밀레니얼과 어떻게 함께 일해야 할까? 먼저 밀레니얼 세대의 시간개념을 이해하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3년’을 매우 긴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밀레니얼의 태도를 ‘틀렸다’고 판단하면 출발선에 함께 설 수도 없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3년 근무하겠다’는 지원자를 불합격시킨 어느 중소기업 CEO의 후회 섞인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 CEO는 그 지원자가 아주 마음에 들었지만 ‘3년’이라는 말에 탈락시켰다. 사실 그 지원자가 입사한 후 정말 자신에게 맞는 직장이라고 판단한다면 3년이 아니라 5년, 10년을 다녔을 수도 있다. 밀레니얼의 시간개념을 감안해 ‘손에 잡히는 목표’를 제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회사 업무의 프로세스를 재정의해 보자. 조직 차원에서는 연간 계획뿐 아니라 5년 후, 10년 후 장기 계획과 전략적 비전이 필요하지만 밀레니얼 구성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보다 구체화ㆍ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정량적인 목표는 마일스톤을 잘게 쪼개 주고 정성적인 목표는 구체적으로 행동을 서술해 줄 필요가 있다. 연간목표, 분기별 목표가 있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월별, 주별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동기를 자극할 수 있다. 조직의 핵심가치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서술해서 제시하는데 예를 들면 ‘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팀원의 업무에도 관심을 가지고 돕는다’와 같은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손에 잡히는 목표’를 제시하고 달성했을 때 칭찬하고 축하하고, 그리고 인정해 주자. 가치행동을 했을 때 구체적으로 칭찬하는 피드백을 즉시 주자. ‘작은 성공’을 지속적으로 자주 칭찬하고 인정하는 것은 밀레니얼에게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 회사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해 준다. 하지만 밀레니얼의 시간개념에 맞추기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밀레니얼의 시간개념을 확장시켜 줄 필요가 있다. 먼저 개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에서 출발한다. 피드백 또는 멘토링 시간을 통해 질문을 해 보자. “앞으로 3년 후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고 싶은가.” “회사가 어떤 지원을 해 주기를 바라는가.” 자신의 성장과 회사가 연결돼 있으며 성장을 도와줄 수 있음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경력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좌표를 찍게 함으로써 관점을 확대해 보자. 그리고 질문의 범위를 넓혀 보자. “MZ 고객의 동향은 앞으로 1년 후, 3년 후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우리 회사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네가 생각할 때 팀장의 고민은 무엇일까.” “우리 회사 CEO의 고민은 무엇일까.” 마음을 열고 진지하게 묻고, 이야기를 나누는 선배를 통해 밀레니얼의 관점은 확대되고 장기화할 것이다. 이런 피드백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밀레니얼과 부딪치며 일하는 팀장들에게 시간과 자원을 충분히 넘겨 줘야 할 이유다.
  • “아내의 소변 이용했다”…‘핵주먹’ 타이슨의 고백[이슈픽]

    “아내의 소변 이용했다”…‘핵주먹’ 타이슨의 고백[이슈픽]

    타이슨, 선수 시절 충격 고백“가짜 성기와 소변으로 약물검사 통과”아내와 아이 소변 주입피부색에 맞는 가짜 성기 부착 ‘핵주먹’ 복서 마이크 타이슨(54)이 선수 시절 약물검사(도핑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자신의 아내와 아이의 소변을 사용했다고 고백해 10일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검사 전 이들의 소변을 채워 넣은 가짜 성기를 착용해 소변을 누는 방식으로 검사망을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최근 타이슨은 자신의 팟캐스트 ‘핫박싱(Hotboxin)’에 출연해 “난 내 아이의 오줌을 그것(가짜 성기)에 주입했고, 때때로 내 아내의 소변을 활용한 적도 있다”며 “(결과는)아주 굉장했다”고 밝혔다. 타이슨은 “당시 아내가 ‘(내 소변 때문에)당신한테 임신부 소변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걱정해서, 나는 ‘아이의 소변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며 “(제출한) 소변이 임신부의 것으로 나올까 두려웠기 때문에 (아이 소변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통상 운동 경기 전 약물 검사관들은 선수들이 소변을 바꿔치기하지 못하도록 그들 앞에서 소변을 보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격투 매체 ‘MMA마니아’에 따르면 일부 선수들은 자신 피부색에 맞는 가짜 성기를 부착하고 타인의 소변을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검사를 피해 가는데, 타이슨도 이 방식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MMA마니아’에 따르면 앞서 타이슨은 2013년 자신의 저서에서 코카인과 마리화나 투약 혐의를 피하기위해 인공 성기를 사용한 적이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타이슨은 선수로서 약물 복용에 대해선 “선수 시절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적이 결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이번 고백으로 지금까지 입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도핑테스트, 최근엔 소변검사에 혈액검사 병행 도핑테스트(doping test)란 스포츠에서 선수의 도핑 여부를 검사하는 것으로, 운동선수가 경기력을 일시적으로 높이기 위해 각종 약물을 복용하거나 혈액·유전자 조작 등 금지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도핑테스트는 ‘경기기간 중’과 ‘경기기간 외’로 나눠 실시한다. 보통 경기기간 중 검사의 경우, 선수는 경기 시작 12시간 전부터 경기 직후까지 검사를 받게 된다. 경기기간 외 검사는 경기 중 검사를 제외하고 실시되는 모든 도핑 검사로, 사전 예고 없이 진행된다. 보통 소변 샘플을 두 개 채취해 하나는 경기 개최지에서 바로 검사하고 다른 하나는 10년간 냉동 보관 후에 재검사하는데, 최근엔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혈액으로 도핑 여부를 확인한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혈액검사가 병행됐다. 2016년에는 리우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러시아의 국가 차원 도핑을 폭로하면서 러시아는 역도·육상 등 4개 종목에서 리우올림픽 출전을 금지당했다. 한국은 1984년 설립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가 최초의 공인검사기관으로 선정돼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100m 우승자인 벤 존슨의 약물 복용을 가려내기도 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英 80세 할머니, 35세 이집트 남성과 결혼…이슬람교 개종까지

    英 80세 할머니, 35세 이집트 남성과 결혼…이슬람교 개종까지

    45살 나이 차를 극복하고 사랑을 이어온 80세 영국인 할머니와 35세 이집트 남성이 결국 결혼식을 올렸다. 7일(현지시간) 이집트 일간 ‘엘 와탄’은 자국 남성 모하메드 아흐메드 이브리함(35)와 영국 서머싯주 출신인 아이리스 존스(80) 할머니가 마침내 부부의 연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여름 페이스북 모임에서 알게 된 두 사람은 곧 연인으로 발전했다. 이집트 남자는 SNS로 할머니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할머니는 같은 해 11월 그를 만나러 이집트로 날아갔다. 올해 초 영국언론과 인터뷰에서 남자는 카이로국제공항에서 할머니를 처음 본 순간 자신의 진심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엄청나게 긴장했는데 그녀를 보자마자 진정한 사랑임을 깨달았다. 이런 여자를 찾아내다니 나는 매우 운이 좋은 남자”라고 말했다. 용접공으로 일하던 남자는 일도 그만두고 이후로 나흘간 할머니와 꿈 같은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에게 할머니를 소개하기도 했다. 남자는 “이집트에 있는 동안 그녀를 집으로 데리고 가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어머니는 그녀를 정말 좋아했고, 언어 장벽이 있었지만 잘 지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내가 행복하면 그만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서로에게 푹 빠진 두 사람은 곧장 결혼을 약속했다. 하지만 서류 미비로 혼인신고를 끝마치지 못했고, 일단 영국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현지언론과 인터뷰에 나서는 등 자신의 확고한 사랑을 온 천하에 알렸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다시 처녀 시절로 돌아가 다시 젊어진 느낌이었다”며 한껏 들뜬 모습을 보였다. 재산과 영국 시민권을 노리고 접근한 거라는 추측에 대해선 “그는 필요하다면 혼전 계약서를 쓰겠다고 했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무직 상태인 남자가 부모와 형제 등 일가족 6명과 함께 방 3개짜리 비좁은 집에 사는 반면, 할머니는 고급 주택에서 주당 30만 원의 노인연금과 장애수당을 받고 있다.숱한 논란에도 관계를 이어온 두 사람은 이집트 현지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이제 정식 부부가 됐다. 남자는 이집트 현지언론에 “돈도 영국 시민권도 필요 없다”면서 “영국이든 이집트든 그녀와 함께 있고 싶을 뿐”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어머니보다 20살 많은 아내가 좀 이상해 보일 수는 있지만, 우리는 분명 사랑이다.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지는데 나이나 외모, 재력은 중요치 않다. 사랑은 사람을 장님으로 만든다”고 부연했다. 할머니는 확고한 그의 사랑에 이슬람교로 개종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데스크 시각] 인지부조화의 시대… 당신도 ‘개구충제’를 믿나요/정현용 온라인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인지부조화의 시대… 당신도 ‘개구충제’를 믿나요/정현용 온라인뉴스부장

    지난해 9월 개구충제 ‘펜벤다졸’ 열풍이 일었다. 미국에서 펜벤다졸을 먹고 말기암을 치유했다는 고백이 나온 게 시작이었다. 수백만명이 유튜브 영상에 열광했고, 열기는 곧바로 한국에 퍼졌다. 한국에서도 폐암으로 투병하던 한 개그맨이 나섰다. 그는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한번 해 보겠다”고 했다. 이후 몸이 좋아졌다고 했고, 일부 환자와 언론이 이 소식을 열심히 퍼다 날랐다. 그러던 그가 정확히 1년 뒤 “개구충제 복용을 중단했다”고 했다. 오전과 오후, 하루에 2번씩 약을 먹어도 암세포는 급속히 퍼졌고 간 기능이 망가졌다. 복용 8개월 만에 약을 끊었다고 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약을 복용하지 않을 거다”라고 후회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 주변엔 아직도 그가 처음 했던 말만 믿고 개구충제를 끊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동물용 구충제와 사람이 먹는 구충제는 같은 계열 약이다. 인체용 구충제는 이미 학계에 ‘급성 간 손상’ 위험이 다수 보고돼 있다. 2008년부터 최근까지 논문으로 보고된 사례만 11건에 이른다. 단 1알을 먹고 간수치가 정상인의 3배로 높아진 사례도 있다. 암을 치료·예방할 목적으로 하루에 한두 알씩 털어넣으면 간독성은 훨씬 커진다. 필자는 지난해 이런 위험성을 보도했지만 “죽음을 앞두고 못 할 게 뭐냐”, “의지를 꺾지 마라”는 비판 댓글이 포털사이트마다 수백개씩 달렸다. 항암제를 투약하려면 간이 건강해야 하는데, 구충제 독성을 도무지 믿질 않았다. 명백하게 판단 착오란 사실이 밝혀져도 자기합리화에 빠지는 것을 ‘인지부조화’라고 한다.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옹호한다. 사이비 종교 등에서 볼 수 있는 일이다. 많은 이들이 간독성이 두려우면서도 “병을 치료할 수 있는데 뭘 못 하겠어”라고 자기합리화했다. 포도를 따지 못한 이솝우화 속 여우는 “어차피 저 포도는 시어서 못 먹는 포도야”라고 중얼거린다. 우리 사회엔 자신의 생각만 밀어붙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나온 이런 주장들이 거대한 담론을 형성한다. 최근의 ‘독감 백신 사태’도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일반 사망자 상당수가 ‘백신 접종 사망자’로 둔갑했다. 여론이 들끓었고, 사태 초기 정부는 갈팡질팡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 경찰은 아예 혼란을 부추겼다. 사인이 불명확한 사망자 대부분은 중년층과 고령자다. 그들 중 백신 접종자는 무수히 많다. 그런데도 마치 경쟁하듯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로 앞다퉈 공개했다. 며칠 뒤 잘못을 깨달은 보건 당국이 실시간 발표를 중단시켰지만, 늦은 감이 있었다. 당국은 “인과관계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일부는 벌써 강력한 ‘인지부조화’의 기운에 휘둘렸다. 그들 중 상당수는 코로나19와 독감 동시 유행 위험을 아무리 강조해도 ‘백신의 위험성’을 들어 접종하지 않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개구충제 사태 때도 정부의 설득과 조치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사례를 들어 꾸준히 설득하고 제도적 대응을 해야 하는데 단순히 ‘개구충제는 간독성 위험이 있다’고 몇 차례 읊고 말았다. 이는 사람들 마음속에 강력한 ‘인지부조화의 방패’가 자라나게 만들었다. 3년 전 SNS에 ‘심장마비가 오면 온몸의 힘을 짜내 기침하라’는 가짜뉴스가 급속히 퍼졌다. 지금도 가끔씩 문자메시지로 온다. 알아서 판단하라고? 정부에 묻는다. 어떻게 할 것인가. junghy77@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36년 동안 “제퍼디!” 외치던 알렉스 트레벡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36년 동안 “제퍼디!” 외치던 알렉스 트레벡

    지난해 3월 췌장암 4기 진단을 받고 반년 뒤 다시 돌아와 건재한 모습을 보여준 미국의 최장수 텔레비전 퀴즈쇼 ‘제퍼디(Jeopardy)’ 진행자 알렉스 트레벡이 80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제퍼디 공식 트위터는 고인이 8일(현지시간) 오전 캘리포니아주 자택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히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사망 원인은 발표되지 않았는데, 트레벡은 지난해 3월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고 밝힌 뒤 전 세계 팬들의 응원 메시지가 이어졌기 때문에 췌장암이 악화돼 숨진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9월 트레벡은 1984년부터 시작한 제퍼디의 36번째 시즌에 복귀하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는데 얼마 안 있어 상태가 악화돼 두 번째 항암 치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3월 제퍼디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1분 10초 분량의 동영상을 통해 “매년 약 5만명의 미국인들이 겪는 것처럼, 나도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며 “오랜시간 그래왔듯 팬들에게 정직하고 싶고, 또 부정확한 소문을 막기 위해 직접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 상태에 대한 예견들은 그리 고무적이지 않지만, 일을 계속하면서 적극 싸워나갈 것”이라고 다짐한 뒤 “계약에 따라 3년 더 제퍼디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겨내야만 한다”고 감성적으로 고백한 일로 많은 화제를 낳았다. 우크라이나에서 건너온 호텔 식당 요리사인 아버지와 프랑스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캐나다 공영방송 CBC에서 뉴스를 진행하다 1973년 미국 NBC TV 진행자로 영입된 뒤 1984년부터 이 퀴즈쇼를 진행했다. 1998년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36년동안 한결같이 이 쇼를 진행하면서 날카로운 위트와 카리스마로 시청률 대박 행진을 이끌며 수많은 상을 받았다. 미국과 캐나다에 수많은 퀴즈쇼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이름이 널리 알려진 진행자였다. 2014년 기네스 월드 레코드는 “한 진행자가 게임 쇼 에피소드를 가장 많이 진행”한 것으로 그를 꼽았다. 그는 오뚝이처럼 병마를 물리친 것으로도 이름높았다. 2007년과 2012년 심장마비 증세로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며칠 만에 방송에 복귀했다. 2017년 말 경막하 혈종으로 뇌수술을 받은 그는 올해 은퇴하겠다고 지난해 계획을 공개했다가 “트레벡 없는 제퍼디는 생각할 수 없다”는 팬들의 성화에 못 이겨 계약 기간을 2022년까지 연장했다. 그는 반년의 항암 치료를 마치고 지난해 가을 복귀하면서 계속 쇼를 진행하겠다고 시청자들에게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깨게 됐다. 예전에 이 쇼에 출연했던 버지 코헨은 맨먼저 고인을 추모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는데 “수많은 이들에게 많은 의미를 안겼던 누군가를 잃는 일은 절대적으로 가슴 아프다. 이 쇼가 그렇게도 많은 방식으로 내 인생을 바꾸지 않았더라도 그를 잃은 일은 잴 수 없는 슬픔일 것”이라고 적었다. 한편 1964년에 처음 전파를 타기 시작한 제퍼디는 미국을 대표하는 퀴즈 프로그램으로 2011년에는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이 출연해 인간 퀴즈왕들을 꺾어 화제를 모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제12회 시작문학상에 김용락 시인

    제12회 시작문학상에 김용락 시인

    제12회 시작문학상에 김용락 시인이 선정됐다. 시작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수상작에 김 시인의 시집 ‘하염없이 낮은 지붕’이 뽑혔다고 6일 밝혔다. 도서출판 천년의시작이 주관하는 시작문학상은 최근 2년 안에 출간된 시집들 가운데 우수한 시집을 선정해 수여하는 문학상이다. 심사위원회는 수상작에 대해 “서정시의 원리에 충실한 고전적 사유와 감각을 보여 주면서도 삶의 근원과 구체성에 다다른 미학적 결실을 이루어냈다”며 “존재론적 기원에 대한 기억을 고백과 재현의 방식을 통해 자기 확인으로까지 확장시키는 성취를 보여 주었다”고 평했다. 김 시인은 1984년 창작과비평의 시집 ‘마침내 시인이여’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푸른별’, ‘기차소리를 듣고 싶다’, ‘시간의 흰길’, ‘조탑동에서 주워들은 시 같지 않은 시’, ‘산수유 나무’와 시선집 ‘단촌역’ 등을 출간하였다. 시상식은 새달 4일 서울 종로구 천년의시작 사무실에서 열린다. 수상자는 500만원의 상금과 상패를 받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효리 먹이려고”…‘한국인의 밥상’ 등장한 이효리 시어머니

    “효리 먹이려고”…‘한국인의 밥상’ 등장한 이효리 시어머니

    가수 이효리가 시어머니가 방송에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5일 방송된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이상순의 어머니이자 이효리의 시어머니인 윤정희씨가 깜짝 출연했다. 이효리는 과거 예능방송에 출연해 “절대 화내는 일이 없고 배려심 넘치는 남편 이상순이 신기했는데, 시부모님이 딱 그런 분들이다”라며 시댁에 대해 언급해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방송된 ‘버릴 것 하나 없다-어두, 육미, 그리고 껍질’ 편은 독특한 식재료로 특별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재료의 마술사들이 등장해 요리를 선보였다. 경기도 곤지암읍에 거주하는 자연요리 연구가 박종숙씨가 등장해 요리를 선보인 가운데, 그의 제자로 1년 넘게 요리를 배우고 있는 윤씨가 등장했다. 윤씨는 “왜 요리를 배우느냐”는 최불암의 질문에 “효리가 채식을 하지 않나. 효리한테 자연식을 먹어보려고 제가 요리를 배웠다”고 답해 며느리 사랑을 보여줬다. 애견인이자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이효리는 채식을 실천하고 있다. 이효리는 방송을 통해 고기 대신 해산물과 유제품으로만 단백질을 섭취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vegetarian, 유제품, 달걀, 어류는 먹지만 가금류, 육류는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아메리칸 엔드 게임(김광기 지음, 현암사 펴냄) 코로나19로 드러난 미국의 민낯을 파헤친다. 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미국이 코로나 사태로 의료 시스템 미비뿐 아니라 저금리로 돈을 풀어 활황을 이끈 왜곡된 경제 속에 중산층이 몰락했다고 말한다. 368쪽. 1만 8000원.변화하는 뇌(한소원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뇌 인지과학을 연구하는 심리학자가 쓴 자전적 고백의 뇌 과학서. 플라스틱 같은 재료가 열이나 외부 힘에 의해 모양이 변하는 특성을 가소성이라 하는데, 이것이 뇌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을 ‘뇌 가소성’이다. 276쪽. 1만 6000원.어른이 되어 처음 만나는 한자(이명학 지음, 김영사 펴냄) 수십 년간 한자를 가르쳐 온 이명학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펴낸 실용 한자 안내서.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의 70%를 차지하지만 외우기 힘든 언어로 여겨지는 한자를 일상 속 대화와 영화 대사, 뉴스에 나오는 낱말과 표현들을 통해 차근차근 설명한다. 292쪽. 1만 5000원.생명을 보는 마음(김성호 지음, 풀빛 펴냄) 생명과학자이자 생태작가가 자연과 함께한 60여 년의 삶을 기록했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세균·진균·원생동물 등의 미생물과 우리가 맺는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며 생명과 자연에 대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336쪽. 2만 2000원.인텔렉추얼 비즈니스(장준환 지음, 한스컨텐츠 펴냄)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의 파고 속에서 기업들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지적재산권에 관한 투자 지침서. 264쪽. 1만 5000원.유랑의 달(나기라 유 지음, 정수윤 옮김, 은행나무 펴냄) 올해 일본서점대상을 수상한 장편소설. 세상의 편견 속에서 서로를 구원한 두 사람의 이야기다. 온라인상의 상처를 뜻하는 디지털 타투, 데이트 폭력 등 자칫 어두울 수 있는 소재에도 예측 불가능한 서사로 일본 내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372쪽. 1만 5000원.
  • ‘없다·어른’ ‘친구·엄마’ …외면했던 아이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

    ‘없다·어른’ ‘친구·엄마’ …외면했던 아이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

    ※ 서울신문의 ‘소년범-죄의 기록’ 기획기사는 소년범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youngOffender/ ----------------------------------------------------------------------------------------------- 소년·소녀 범죄자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청소년 범죄를 막을 실마리가 보인다. 서울신문은 보호처분(보호·교화 목적으로 소년 재판부가 내리는 결정) 경험이 있는 소년 15명과 소녀 12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이 과정에서 수집된 단어 총 5만 4956개를 빅데이터 분석기업 아르스프락시아의 도움을 받아 각각 분석했다. 단어의 언급 빈도를 살피고, 단어의 관계와 맥락을 파악해 핵심 키워드를 찾아내는 ‘의미망 분석’ 작업을 진행해 표면적으로 드러난 주요 화제인 ‘겉의미’ 단어와 내면의 관심사와 가치관을 반영한 ‘속의미’ 단어를 추출했다. 단순히 소리 내어 말한 언어의 양(발화량)뿐 아니라 해당 단어가 화자에게 갖는 영향력과 화자가 느끼는 감정 분석도 함께 진행했다. 이렇게 드러난 소년과 소녀의 생각은 같은 듯 달랐다. 소년에게선 고민을 터놓을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어른이 없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 엿보였다. 소녀의 언어에선 엄마와 친구 등 기댈 존재가 없다는 데 대한 불안과 외로움이 묻어났다. 인터뷰는 6호 보호처분 시설인 경기 양주 나사로 청소년의 집과 전북 고창 희망샘학교, 법무부 산하 한국소년보호협회의 강원생활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서부지소·광주남부지소의 도움을 받았다.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다. [네트워크 분석] 소년·소녀 범죄자의 인터뷰에서 뽑아낸 핵심 단어들의 관계와 맥락을 그린 ‘네트워크 분석’ 지도. 핵심 단어(원 안) 및 연관어(원 둘레)가 각각의 군집을 이루고, 군집 간 화살표는 선후관계를 뜻한다. 소년들은 생각 없이 → 친구들과 놀다가 → 비행을 저지르고, 소녀들이 지향하는 인간관계는 친구로 귀결된다. [감정 분석] 단어에 담긴 소년·소녀 범죄자의 감정을 분석한 결과 상위권에 꼽힌 긍정어와 부정어. 소년들은 ‘사고’를 가장 부정적으로 느꼈고 소녀들은 ‘싸우다’를 가장 부정적으로 느꼈다. ●소년을 설명하는 단어 ‘없다’·‘어른’·‘폭력’ “별생각이 없어요.” 소년들의 인터뷰에서 드러난 핵심 단어는 ‘없다’였다. 이 추상적인 말의 뒤를 ‘학교’, ‘친구’, ‘생각’ 등이 이었다. 주위에 좋은 사람이 없고, 학교나 친구도 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소년들은 범죄에 대한 진지한 생각도 별로 해 본 적 없다. 눈에 띄는 결과는 주변 어른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주제별로 단어를 나눠 보니 ‘부모’와 ‘학교’가 ‘범죄’와 같은 그룹으로 묶였다. 구체적으로 부모는 ‘가출’을 유발하는 ‘싫은’ 존재, 선생님은 ‘무서운’ 존재였다. 소년에게 범죄의 트리거(결정적 계기)는 부모와 학교의 외면이었다. 세훈(15)이는 학교장이 가정법원에 직접 사건을 접수하는 제도인 ‘학교장 통고제’로 두 번째 보호처분을 받았다. “예전부터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질러 보호관찰을 받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선생님이 ‘말을 안 들으면 보호관찰 중이라는 사실을 다른 애들한테 말하겠다’고 해서 대들었더니 다시 시설로 보내졌어요.” 전교생 앞에서 부당한 경험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세훈이는 반성할 생각이 없었다. “한 번 문제아로 찍히면 끝이에요. 불합리해요.” 세훈이는 원망했다. 소년들은 ‘때리다’, ‘싸우다’ 등 폭력 관련 어휘에 가장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폭력은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수단인 동시에 ‘내가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기도 했다. 힘의 논리로 서열을 다퉈 온 이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선형(19)이는 동네에서 ‘잘나가는’ 형들이 후배들을 불러 토너먼트식으로 싸움을 시킨 일을 떠올렸다. 먼저 피를 흘리거나 못 싸우겠다고 얘기하면 지는 게 규칙이다. “학교나 동네별로 주먹질을 시켜요. 때리지 않으면 형들한테 맞으니까 그게 무서워서 싸울 수밖에 없었어요.” 다른 소년들도 나고 자란 보육원과 쉼터, 범죄를 저질러 가게 된 소년원과 보호처분 시설에서 만난 형들에게 맞는 일이 흔했다고 털어놨다. ‘여자친구’ 혹은 ‘여자’도 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이성은 양가의 의미였다. 성 자체에 대한 관심이 하나의 축이라면 결혼과 가정이라는 미래를 함께 쌓아 나갈 만한 이성과의 만남이 또 다른 축이다. “비행으로 갑자기 큰돈이 생겨 중학교 2학년 때 성매매를 해 본 적 있다”는 고백처럼 성에 대한 관심이 왜곡된 형태로 나타난 경우도 있었다. 김도훈 아르스프락시아 대표는 “소년범 대부분이 부모와의 정서적 관계가 단절되다 보니 현재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지 못했고, 학교 역시 이런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바꿔 말하면 소년 범죄 해결의 실마리가 어른에게 있다는 의미다. 소년들은 보호처분 경험 자체보다 시설에서 만난 믿음직한 어른의 존재에서 변화의 계기를 찾았다. 아이들은 “나를 문제아 취급하지 않는다”거나 “앞으로 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말을 해 준다”는 시설 선생님을 통해 어른, 나아가 사회에 대한 불신을 일부 해소하고 있었다.●소녀를 설명하는 단어 ‘관계’·‘엄마’·‘동성친구’ “인간관계가 제일 힘들어요.” 소녀에게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핵심 단어는 ‘엄마’와 ‘친구’였다. 소녀 범죄자의 가장 큰 특징은 소년보다 훨씬 관계지향적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친밀한 관계를 원하면서도 방법을 몰라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원만한 사이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게 뒤틀린 관계가 범행의 동기가 되는 경우가 잦았다. 소녀에게는 이성보다 동성이 더 중요했다. 가정 안에서는 아빠보다 엄마와의 관계에 영향을 받았고, 학교에선 남자친구나 남자 선후배가 아닌 동성 친구와의 관계에 더 큰 비중을 뒀다.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와 그로 인한 도피처로서의 친구 관계가 두드러졌다. 친구에게 기대는 것도 엄마에게 받지 못한 애정과 친밀감을 채우고 싶어 하기 때문이었다. 학교 선생님은 이미 관계가 틀어진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연락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이성은 피상적인 관계에 그쳤다. 남자친구 혹은 남자 선배를 지칭하는 ‘오빠’란 단어에는 친밀함 외에 ‘무섭다’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 소녀들이 가장 부정적으로 느끼는 단어는 ‘(친구와) 싸우다’였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단어는 ‘친하다’였다. 이런 심리를 바탕에 둔 소녀들은 친밀감에서 비롯된 범죄의 유혹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인터뷰에서도 “친구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비행을 저질렀다”는 소녀들이 많았다. 서율(18)이도 ‘뒤에서 나를 욕하고 다닌 애한테 따지고 싶다. 나 대신 싸워 달라’는 친구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친구 부탁은 어지간하면 다 들어줘요. 거절하면 친구들이 기분 나빠하잖아요. 그러다 멀어지기라도 하면 진짜 혼자인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아요.” 비행 청소년 무리에서 소녀들은 부탁에 못 이겨 조건만남(성매매) 혹은 조건사기(성매수남의 돈을 빼앗는 것)에 가담하거나, 자신보다 어리고 무리에서 겉도는 ‘희생양’을 물색해 대신 성매매를 하도록 내몰기도 했다.소녀들은 “사람을 사귀고 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소년원과 시설 보호를 끝마치고 학교로 돌아갔을 때 마주할 친구 관계나 가족 관계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 배경에는 가정에서부터 관계 맺기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소녀들은 소년처럼 ‘제대로 된 어른이 없다’는 단정적인 진술을 하진 않았지만 어른을 ‘있더라도 제 역할을 못하는 존재’로 인식했다. 주제별로 단어를 분석해 보니 ‘엄마’라는 주제는 ‘없다’, ‘아니다’, ‘때리다’ 등 부정적 단어와 짝을 이뤘다. 소녀들은 “엄마가 나한테 진짜 관심이 없었다”거나 “엄마가 나를 버려두고 남자들만 만나러 다녔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는 한국 사회에서 신화화된 ‘자애로운 어머니상’에서 벗어난 엄마의 모습에 대한 실망과 상처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엄마의 돌봄을 당연시하는 사회에서 딸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상대적 박탈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이다. 이런 기억은 소녀들의 삶에서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었다. 동시에 소녀들은 엄마와의 완전한 단절보다 관계 회복을 소망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락은 안 되지만 엄마가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애증 어린 마음과 “엄마가 나한테 편지를 써 주면 좋겠다”는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가 공존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김태호 서울시의회 조사특위 위원장 “드러나는 서태협의 불법정황들, 서울시체육회는 고발조치해야 할 것”

    김태호 서울시의회 조사특위 위원장 “드러나는 서태협의 불법정황들, 서울시체육회는 고발조치해야 할 것”

    서울특별시의회 체육단체 비위근절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이하 조사특위) 김태호 조사특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 강남4)은 지난 2일 개최된 제18차 회의에서 국회 국정감사 이후 새롭게 제기된 법인카드 사용내역과 다른 결제 내역의 정황과 더불어 서태협 전 운영과장 김 모 씨가 자신의 SNS에 직접 기재한 서태협과 태권도 코치직의 겸직과 관련한 불법정황을 제기하면서 서울시체육회의 즉각적인 고발조치를 촉구했다. 조사특위는 2016년 8월 대한체육회의 ‘서울특별시태권도협회 특별조사 처분요구서’의 2015년 12월 18일 법인카드 내역에 대한 지적사항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서태협이 법인카드를 사용해 510만 8000원 지출한 날짜가 2015년 12월 18일이 아니라 2015년 12월 29일임을 확인할 수 있는 정황 자료를 입수했다. 당초 대한체육회는 서울시가 제출한 법인카드 사용내역 중 2015년 12월 18일 법인카드 사용액 510만 8000원의 과다지출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조사특위는 입수한 영수증을 토대로 해당 금액의 사용일자가 2015년 12월 29일로 인쇄되어 있음을 확인하였으며, 이는 서태협이 상위기관인 대한체육회에 서류를 조작해 보고한 심각한 불법행위이다. 또한 이 날 회의에서 조사특위는 서태협의 전 운영과장인 김 모 씨의 SNS 계정에서 서태협의 위장취업으로 제기된 시기에 학교운동부 지도자(코치)직을 수행하였음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였다. 김 모 씨의 SNS 계정 내용은 스스로 서태협의 위장취업을 시인한 것으로, 조사특위가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던 희망퇴직금 환수조치의 정당성을 마련한 노력의 결과이다. 김 위원장은 “서태협의 법인카드 사용내역 조작 행위는 당초 대한체육회가 제기했던 법인카드 과다사용 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며, 김 모 씨의 SNS 계정 고백은 서태협의 거짓말이 세상에 드러난 명백한 증거”라면서 “명백한 증거를 앞에 두고도 오히려 화를 내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안하무인격의 최진규 서태협 회장의 모습은 서태협이 지금까지 보여준 전형적인 민낯 그 자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서울시체육회는 다른 종목단체의 서태협과 같은 상황에 대한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반성 없는 서태협을 관리단체 지정은 물론 즉시 고발조치하여야 할 것”이라면서 “서태협을 일벌백계함으로써 다시는 이와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박원하 서울시체육회장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 한다”라고 하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르니에를 그르니에답게 말맛까지 살려 내는 게 번역”

    “그르니에를 그르니에답게 말맛까지 살려 내는 게 번역”

    까딱 잘못하면 눈으로만 읽게 된다. 뒤로 갔다 앞으로 갔다를 수차례 반복해도 문장의 뜻을 알까 말까다. 알베르 카뮈를 글의 세계로 인도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장 그르니에(1898~1971)의 에세이 ‘섬’. 1980년 처음 초역 출간됐던 책이 40년 만에 새 번역으로 다시 나왔다. 그때 번역한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다니던 30대 젊은 교수는 이제 70대가 됐다.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본인도 어렵다는 책을 다시 내놓고 싱글싱글 즐거워하는 기색이었다. “나도 모든 문장을 다 100% 이해하며 번역하는 게 아니에요. 이러리라고 짐작하는 거지.” ‘섬’을 읽으며 헤맸을 법한 독자에겐 ‘안심되는’ 고백이다. 그는 “전엔 살짝살짝 고쳐서 독자한테 친절하게 하려고 했지만, 그러면 글이 가지고 있는 맛은 변질된다”며 ‘떠먹여 주는 번역’은 지양하고, 그르니에 특유의 금욕적이고 비밀스러운 문장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40년 세월 동안 독자도 더 현명해졌으리라고 가정하는 거죠.” 노벨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카뮈가 ‘아무런 회한도 없이, 처음으로 이 ‘섬’을 펼쳐 보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15쪽)는 책, 젊은 김 교수를 매혹시켰던 그르니에의 문장은 다시 봐도 매력적이다. 세상사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기조 아래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 사이의 골목길을 요리조리 헤쳐 나가듯” 이야기하는 게 그의 글이다. “말이 섬 같아요. 한 문장이 섬이고 그 사이에 바다가 있어요. 말하는 것을 통해 말하지 않는 것을 더 많이 말하는, 그런 책이에요.” 가령 ‘말없이 어떤 풍경을 고즈넉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욕망은 입을 다물어 버린다. 공의 자리에 즉시 충만이 들어앉는다.’(29쪽, ‘공의 매혹’) 같은 문장들이 그렇다. 이런 그르니에를 두고 김 교수는 ‘견고한 통나무나 대리석을 더이상 깎을 수 없을 때까지 깎아 내어 진면목을 찾아내는 조각가’(176~177쪽)라고 평했다.그르니에가 한국에 소개되기까지는, 그르니에와 카뮈 같던 평생의 사제 관계 덕이 컸다. “출판사 다섯 군데에서 퇴짜를 놨는데, 때마침 고등학교(경기고) 때 은사였던 이어령 선생님이 나한테 ‘문학사상’ 편집위원을 하래요. 그때 그르니에의 ‘공의 매혹’, 바슐라르의 ‘수련’을 번역해 잡지에 소개했는데 독자들이 반응했어요.” 이를 보고 대학 선배이기도 한 박맹호 민음사 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난번 가지고 왔던 그 원고가 ‘문학사상’에 실은 그 사람 글이오? 빨리 가져와요.”(180쪽) 파트리크 모디아노, 크리스토프 바타유 등 수많은 프랑스 문호들의 책 120여권을 번역했지만 김 교수는 ‘프로 번역가’라는 말 대신 ‘책을 선택하는 사람’이길 원한다. 번역으로 벌어먹지 않고, 본인이 소개하고 싶은 책만 번역했기 때문이다. 평생 해 왔던 강의와 연구, 번역과 시작(196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중 무얼 할 때가 가장 행복했을까. “아무것도 안 할 때가 제일 행복하죠.(웃음) 그냥 바깥을 내다보고 있을 때, 세상이 내 속으로 흘러드는 것 같을 때…. 그러다 그 생각이 원고지로 옮겨질 때가 좋고, 너무 심심하면 번역도 좋아요.” 그는 그날도 모디아노의 소설 ‘잠자는 추억’의 원고를 막 출판사에 넘기고 나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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