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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배우들 열연, 세계를 홀렸다…윤여정, 오스카 역사 새로 쓸까

    여배우들 열연, 세계를 홀렸다…윤여정, 오스카 역사 새로 쓸까

    새해 극장가에 여배우들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캐릭터에 꼭 맞는 열연으로 호평받고, 깊이 있는 연기로 각종 영화제 상을 휩쓸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체한 극장가에 이들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윤여정,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 후보1위에 단연 화제의 중심에 선 영화는 다음달 개봉하는 ‘미나리’다.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간 한국 가족의 여정을 담은 아이삭 리 정(정이삭) 감독 영화로, 지난 28일 기준 미국에서만 58개의 상을 받았고, 현재 92개 상 후보에 올라 있다. 특히 조연으로 나선 배우 윤여정이 지금까지 무려 21개의 상을 휩쓸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가 오는 4월 열릴 아카데미(오스카) 예측 기사에서 여우조연상 수상 후보 1위로 꼽기도 했다. 극 중 윤여정과 함께 모녀 관계로 완벽한 연기 호흡을 선보인 배우 한예리는 최근 골드 리스트 시상식에서 첫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는 버라이어티 예측에서 여우조연상 외에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부문 각 3위 등 주요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개봉 영화들 가운데에서는 ‘세 자매’가 눈길을 끈다. 지난 27일 개봉한 ‘세 자매’는 삶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던 40대 자매 셋이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꽃집을 운영하는 첫째 희숙을 맡은 김선영, 대학교수 남편을 둔 둘째 미연의 문소리, 슬럼프에 빠진 극작가 미옥으로 분한 장윤주가 연기 대결을 벌인다. 세 자매가 저마다 이야기를 펼치다가 아버지의 생일을 계기로 친정집에 모이면서 이야기가 최고조에 이른다. 가족의 비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폭발하며 감정이 극에 달하는 연기를 선보인다.●‘세 자매’의 연기 대결… 현실감 넘치는 ‘고백’ 7일간 국민 성금 1000원씩 1억원을 요구하는 전대미문의 유괴사건을 다룬 범죄 드라마 ‘고백’에서 배우 박하선은 어릴 적 아버지에게서 학대를 받았던 아픔을 딛고 아동복지사가 돼 학대 아동을 돕는 오순 역을 맡았다.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부문 배우상을 받았다. 여기에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주목받은 배우 하윤경이 의욕 충만한 신입 경찰 지원 역으로 나와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영화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2월 개봉 예정인 영화 ‘미션 파서블’은 열정으로 가득 찬 비밀요원 유다희가 펼치는 코믹 액션극이다. 비밀요원 유다희를 맡은 이선빈은 돈만 되면 무슨 일이든 다 하는 흥신소 사장 우수한 역의 김영광과 유쾌한 조합을 선보인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금쪽같은 내 새끼’ 오은영 “직장 내 괴롭힘 양상 집에서 벌어져”

    ‘금쪽같은 내 새끼’ 오은영 “직장 내 괴롭힘 양상 집에서 벌어져”

    ‘금쪽같은 내 새끼’ 오은영이 공부에 집착하는 엄마에게 맞춤 솔루션을 제안했다. 지난 29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는 엄마 앞에만 서면 울먹거리는 11살 딸의 사연이 공개됐다. 이날 스튜디오에는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는 남편과 떨어져 홀로 삼남매를 키우고 있는 엄마가 출연했다. 엄마는 “11살, 9살, 6살 3남매를 키우고 있다”며 “날이 갈수록 첫째 금쪽이가 엄마와의 대화를 거부한다.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을 더 좋아한다”고 딸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금쪽이가 아침 7시부터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이 담겼다. 엄마는 “아이가 하루종일 앉아서 공부하는 편이다. 취미는 독서”라고 딸을 자랑했다. 이후 영상에는 엄마가 일어나자마자 금쪽이의 영어 숙제를 검사하며, 틀린 문제가 보이자 금쪽이에게 화를 내는 모습이 담겼다. 금쪽이는 “순간 스펠링을 깜빡했다”며 잔뜩 긴장했고, 엄마는 “그게 말이야? 똥이야?”라며 금쪽이를 몰아붙였다. 이후에도 계속된 모습을 보던 오은영은 “금쪽이의 공부를 방해하는 건 엄마”라며 “아이가 뭐 좀 하려고 하면 엄마가 계속 부른다. 더 잘하라는 사랑의 채찍질이겠지만 아이한테는 그냥 채찍질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부의 목적은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거다. 저 상황에서 그 능력이 키워지겠냐. 엄마가 뭐라고 하면 그냥 얼음이 된다. 생각하는 능력을 방해한다“고 일침했다. 이어진 영상에서는 잠시 엄마가 외출한 사이 동생들을 돌보는 금쪽이의 모습이 담겼다. 금쪽이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장난만 치는 동생들을 돌보는 것이 힘들어 엄마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동생들을 잘 타이르지 못했다고 되려 금쪽이를 꾸중했고, 결국 참다못한 금쪽이가 엄마의 말대꾸를 했다. 이에 갑자기 엄마는 영어 숙제를 다 했는지 물었고, 갑작스러운 질문에 금쪽이는 눈물 흘리며 영어 숙제를 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에 오은영은 “엄마가 얘기할 때 아이가 얼어있다. 긴장하고 있다. 병원 간호사들 사이 직장 내 괴롭힘인 태움 양상이 집안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엄마는 “(금쪽이에게) 공부를 하라고 시켰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나름의 이유가 있음을 주장했다. 그러자 오은영은 “내가 말해도 하나도 안 먹힐 엄마”라며 변명이 앞서는 엄마의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금쪽이는 속마음 인터뷰를 통해 “내가 공부를 못해서 엄마가 칭찬을 안 해주는 것 같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4살로 돌아가고 싶다. (아빠와 함께) 캄보디아에서 있었던 추억들이 너무 그립다”고 털어놨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작성한 ‘문장 완성 검사’를 보고 “아이가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계속 눈물만 흘리는 게 소아 우울증의 문턱에 와 있다”라고 분석했다. 오은영은 “금쪽이 엄마도 그렇지만 다른 엄마들도 내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잘 안다고 자부하기보다 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알기 위해 노력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금쪽이 엄마를 위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그는 “엄마는 금쪽이와 하루 10분동안 공부를 뺀 즐거운 대화를 하라. 반드시 공부를 빼야 한다”며 “문제집을 풀게 하는 것도 좋지만 문제를 스스로 찾고 해결하는 연습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새해 극장가 장악한 여배우들…깊이 있는 연기로 수상 이어져

    새해 극장가 장악한 여배우들…깊이 있는 연기로 수상 이어져

    새해 극장가에 여배우들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캐릭터에 꼭 맞는 열연으로 호평 받고, 깊이 있는 연기로 각종 영화제 상을 휩쓸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체한 극장가에 이들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개봉 영화들 가운데에서는 ‘세 자매’와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가 눈길을 끈다. 27일 개봉한 ‘세 자매’는 삶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던 40대 자매 셋이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꽃집을 운영하는 첫째 희숙을 맡은 김선영, 대학교수 남편을 둔 둘째 미연의 문소리, 슬럼프에 빠진 극작가 미옥을 분한 장윤주가 연기 대결을 펼친다. 세 자매가 저마다 이야기를 펼치다가 아버지의 생일을 계기로 친정집에 모이면서 이야기가 최고조에 이른다. 가족의 비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폭발하며 감정이 극에 달하는 연기를 펼친다. 28일 개봉한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파견 명령을 받아 하청업체로 가게 된 정은이 1년의 동안을 버텨내고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담았다. 정은을 맡은 유다인 배우는 파견 이후에도 강단 있게 자신의 자리를 찾는 모습을 그린다. 특히 극 중에서 막내 역의 오정세 배우와 호흡을 보여준다.여배우들의 열연이 개봉을 기다리게 만드는 영화도 있다. 3월 개봉하는 영화 ‘미나리’는 올 상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다.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간 한국 가족의 여정을 담은 정이삭 감독 영화로, 28일 기준 미국에서만 58개의 상을 받았고, 현재 92개 상 후보에 올라 있다. 특히, 조연으로 나선 배우 윤여정이 지금까지 무려 21개의 상을 휩쓸었다. 극 중 윤여정과 함께 모녀 관계로 완벽한 연기 호흡을 선보인 배우 한예리는 최근 골드 리스트 시상식에서 첫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는 4월 열릴 아카데미(오스카상) 수상도 점쳐지고 있다. 7일간 국민 성금 1000원씩 1억원을 요구하는 전대미문의 유괴사건을 다룬 범죄 드라마 ‘고백’에서 배우 박하선은 어릴 적 아버지에게서 학대를 받았던 아픔을 딛고 아동복지사가 돼 학대 아동을 돕는 오순 역을 맡았다.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부문 배우상을 받았다. 여기에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주목받은 배우 하윤경이 의욕 충만한 신입 경찰 지원 역으로 나와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영화는 다음 달 17일 개봉한다. 다음 달 개봉 예정인 영화 ‘미션 파서블’은 열정으로 가득 찬 비밀요원 유다희가 펼치는 코믹 액션극이다. 비밀요원 유다희를 맡은 이선빈은 돈만 되면 무슨 일이든 다 하는 흥신소 사장 우수한 역의 김영광과 유쾌한 조합을 선보인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9개월 만에 오거돈 기소… 檢 “반복적 권력형 성범죄”

    9개월 만에 오거돈 기소… 檢 “반복적 권력형 성범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기자회견을 갖고 물러난 뒤 9개월 만에 기소됐다. 부산지검은 28일 오 전 시장을 강제추행과 미수, 강제추행치상, 무고 등 4가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오 전 시장에게 부산시청 여직원 A씨를 강제추행하고 한 차례 더 강제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와 또 다른 여직원 B씨를 강제추행해 상해를 입힌 혐의를 적용했다. 또 유튜브 방송 운영자들을 허위 고소해 무고 혐의도 인정됐다. 검찰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이 업무 시간 중 자신의 집무실 등 근무 장소에서 소속 여성 직원들을 상대로 반복·지속적으로 강제추행하거나 성희롱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저지른 권력형 성범죄”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총선 관련 사퇴 시기 조율 등 오 전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선 추가 사실관계를 확인했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해 불기소 처분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해 4월 23일 성추행을 고백하고 전격 사퇴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오거돈, 성추행 고백 9개월만 재판 회부…피해자 2명(종합)

    오거돈, 성추행 고백 9개월만 재판 회부…피해자 2명(종합)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을 고백하고 부산시장을 사퇴한 지 9개월 만에 검찰이 오 전 시장을 기소했다. 부산지방검찰청은 강제추행치상 등의 혐의로 오 전 시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은 오 전 시장이 부산시청 여직원 A씨를 강제추행하고, 한차례 더 강제 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강제추행, 강제추행미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직원 B씨를 강제 추행해 상해를 입히게 한 혐의(강제추행치상)도 추가됐다. 유튜브 방송 운영자들에 대해 허위 고소한 혐의(무고)도 인정됐다. 검찰은 지난해 총선 관련 사퇴 시기 조율 등 오 전 부산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선 다양한 방법으로 추가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사건 송치 후 사법경찰관 수집증거를 재분석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추가 증거를 수집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오 전 부산시장 등 피의자 4명이 시장직 사퇴 및 그 시기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거나 직권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려워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했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지난해 4월 23일 성추행을 고백하고 전격 사퇴했다. 검찰이 오 전 시장을 기소한 것은 시장직 사퇴 이후 9개월 만이다. 오 전 시장은 지난해 4월 23일 여성 보좌진과 면담 중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며 사과함과 동시에 부산시장직에서 사퇴했다. 성추행 사건 발생일은 4월 7일로 오 전 시장은 4월 15일 21대 총선 이후 시장직에서 사퇴하기로 제안했고, 피해자도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걸 원하지 않아 총선거가 끝난 이후 밝히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오 전 시장은 피해여성에게 ‘총선 이후에 꼭 사퇴하겠다’며 미리 사퇴서를 작성했고 공증까지 받았다. 또 다른 성추행 사건은 부산시청에서 통역관으로 근무하던 여성을 오 전 시장이 자신의 관용차로 불러 5분간 추행한 것이다. 피해자가 이를 문제 삼으려 하자 오 전 시장은 피해 직원을 다른 곳으로 전보시켜 주기로 하고 성추행 사실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작성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검찰,오거돈 성추행 기소…강제추행치상 등 적용

    검찰,오거돈 성추행 기소…강제추행치상 등 적용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고백 9개월 만에 기소됐다. 부산지검은 오 전 시장에 대해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오 전시장에게는 부산시청 여직원 A씨를 강제추행 및 미수에 그친 혐의(강제추행, 강제추행미수), 또 다른 부산시청 여직원 B씨를 강제추행해 상해를 입게 한 혐의(강제추행치상), 유튜브방송 운영자들에 대하여 허위 고소한 혐의(무고) 등이 적용됐다. 검찰은 오전 부산시장의 공직선거법위반 등 사건에 대해 사건송치 후 사법경찰관 수집 증거를 재분석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추가 증거를 수집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해 총선 관련 사퇴 시기 조율 등 오 전 부산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선 다양한 방법으로 추가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사건 송치 후 사법경찰관 수집증거를 재분석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추가 증거를 수집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오 전 부산시장 등 피의자 4명이 시장직 사퇴 및 그 시기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거나 직권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려워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해 4월 23일 성추행을 고백하고 전격 사퇴했다. 검찰이 오 시장을 기소한 것은 오 시장 사퇴 이후 9개월 만이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오
  • [속보] 오거돈 전 부산시장, 부하직원 2명 강제추행 기소

    [속보] 오거돈 전 부산시장, 부하직원 2명 강제추행 기소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부하직원 성추행을 고백하고 부산시장을 사퇴한 지 9개월 만인 28일 검찰이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오 전 시장을 기소했다. 부산지검은 이날 오 전 부산시장을 부하직원 강제추행, 강제추행 미수, 강제추행치상, 무고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퇴 시기를 조율해 총선에 영향을 줬다는 의혹에 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관련자 모두 혐의없음으로 처분했다. 오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은 부하직원은 모두 2명으로 알려졌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페미니스트가 도덕주의자는 아냐… 투쟁엔 소음 존재”

    “페미니스트가 도덕주의자는 아냐… 투쟁엔 소음 존재”

    시인 에이드리언 리치의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저널리스트이자 에세이스트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진아 여성의당 공동대표의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까지. 바다출판사의 여성 서사는 기존의 페미니즘 지형을 열어젖힌다. 결혼해 아들 셋을 낳아 키우다 가부장제의 실체를 깨닫고 레즈비언 정체성을 탐구한 리치, 평생을 알코올 중독과 섭식장애에 시달렸던 냅의 솔직하다 지친 자기 고백, 서울 한복판에 페미니즘 공간으로서의 카페를 만든 김 대표까지 이들 에세이는 모두 나희영 바다출판사 편집자의 손을 거쳤다. 최근 미국 정신분석학자 필리스 체슬러의 회고록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를 기획 출간한 나 편집자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제목부터가 도발적인 책에는 1970년대에 낙태권 쟁취, 성폭력 피해 여성 쉼터 등을 만들기 위해 투쟁했던 2세대 페미니스트들의 연대와 질투, 정쟁이 오롯이 담겼다. “페미니스트가 도덕주의자는 아니잖아요. 얼마나 뜨겁게 운동을 했는데, 어떠한 부정적 소음도 없이 운동이 치러졌겠어요. ‘과거 페미니스트의 역사를 발판으로 지금의 페미니스트가 더 현명하게 싸울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메시지인 거 같아요.” 나 편집자가 만든 ‘언니들’의 고백적 에세이는 시대와 국경을 가로지르는 여성 연대를 가능케 한다. 바다출판사에서 내는 여성주의 잡지 ‘우먼카인드’ 한국판 편집장이기도 한 그의 기획력이 빛을 발한 사례다. 지난해 9월 출간돼 2만 5000부가 판매된 ‘명랑한 은둔자’는 한때 알코올 의존에 시달렸다는 김명남 번역가의 후기에서부터 냅의 솔직한 자기 고백에 ‘3040’ 여성들이 폭발적으로 호응했다. 그는 “기획 당시 ‘아마존’에서 본 리뷰부터 ‘캐럴라인은 내 친구 같고 내 자신 같다’는 김소연 시인의 추천사, 한국 독자들의 후기까지 우정의 기운이 책을 둘러싸고 있는 게 참 좋았다”고 말했다. 실제 나 편집자의 기획 편집도 여러 여성의 도움에 힘입은 바 크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는 ‘나는 내 파이…’를 쓴 김 대표 추천으로, ‘명랑한 은둔자’는 김 번역가의 홈페이지에 있던 냅의 글 두 편이 출간으로 이어졌다. 이달 말에는 흑인 여성으로선 처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 소설가 토니 모리슨의 에세이 ‘보이지 않는 잉크’를 출간한다. 나 편집자는 “책 자체의 가치와 시장에서의 좋은 반응을 고루 갖춘 콘텐츠를 찾는 게 가장 큰 고충이자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글 사진 젠더연구소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지연수 “일라이, 전화로 이혼 통보...최근 재결합 의사 밝혀” [EN스타]

    지연수 “일라이, 전화로 이혼 통보...최근 재결합 의사 밝혀” [EN스타]

    방송인 지연수가 현재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배우자 일라이와의 재결합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오는 28일 방송되는 EBS 1TV 토크쇼 ‘인생이야기 파란만장’에는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뜨거운 러브스토리를 가진 이들이 출연한다. 그들은 가족, 남녀 관계 등 저마다 사랑에 얽힌 경험을 이야기하며, 당시 힘들었던 심경과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진솔하게 털어놓을 예정이다. 최근 진행된 녹화에는 11살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유키스 출신 가수 일라이와 결혼을 했던 지연수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그는 결혼 후에도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힘들었던 마음을 토로했다. 이어 “현재 이혼의 과정을 밟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라이와의 첫 만남부터 결혼 생활까지의 이야기를 전한 지연수는 결혼 전 한 번 헤어질 위기를 겪은 후, 이를 사랑으로 극복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혼 후에도 이어진 주변의 반대로 많은 갈등을 겪으며 속앓이를 했다”고 밝혀 모두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결혼 7년 만에 전화로 이혼 의사를 통보받았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지연수는 이어 최근 재결합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일라이가 재결합 의사를 밝혔다”고 이야기했다. 과연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증을 더한다. 한편, EBS ‘인생 이야기 파란만장’은 오는 28일 오후 9시 50분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당신은 가족에게 상처 준 적 없는가

    당신은 가족에게 상처 준 적 없는가

    27일 개봉하는 영화 ‘세 자매’는 각기 다른 삶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던 40대 자매 셋이 각각의 사건들로 인해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인생 드라마다. 겉으로는 문제없는 척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세 자매가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과정을 강렬하게 묘사했다. ●세 자매가 각기 짊어진 삶의 무게 작은 꽃집을 운영하는 첫째 희숙(김선영 분)은 빠듯한 살림만큼 가족에게서도 억눌린다. 집 나간 남편은 가끔 돈을 뜯어 가고, 사춘기 딸은 희숙에게 욕을 서슴지 않는다. 대학교수 남편을 둔 둘째 미연(문소리 분)은 교회에서 성가대를 지휘하는 중산층 여성이나, 남편은 젊은 성가대원과 바람이 나 괴롭다. 셋째 미옥(장윤주 분)은 슬럼프에 빠진 극작가로 매일 술에 빠져 살고 거침없는 언행으로 주변을 당황하게 한다. 중학생 아들을 둔 장사꾼 남자와 결혼했다. 세 자매의 삶은 이중적이다. 소심한 희숙은 “미안하다”, “괜찮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암 선고를 받고도 혼자 끙끙 앓기만 한다. 늘 온화한 말투로 주님을 찾는 미연은 남편의 외도에도 완벽한 가족인 척 포장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벗어나지 못한다. 미옥은 스스로를 “쓰레기”라고 하면서도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의붓아들에겐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대면한 상처, 폭발한 트라우마 세 캐릭터를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이야기를 꾸려 가던 영화는 이들이 아버지의 생일을 계기로 친정집에 모이면서 반전을 이룬다. 가족의 비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폭발하면서 감정이 극에 달한다. 세 자매가 어딘가 비틀려 있어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지만, 그 이유를 알게 되면서 묵직한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게 된다. 가족 간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채 지속될 땐 불행이 거듭될 수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를 접하면서 ‘나는 과연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가’ 자문자답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이 주는 여운도 짙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이승원 감독은 “연기의 끝을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가족 관계에서 진정한 사과는 많은 걸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영화는 세 배우의 앙상블과 에너지로 꽉 채워졌다. 특히 불교 신자임에도 독실한 크리스천 미연을 연기하려고 교회에 다녔다는 문소리는 “미연 캐릭터가 내면적으로 저 같은 면이 있어 감추고 싶었고 반갑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나중엔 나오기 힘들 만큼 깊이 들어갔다”고 고백했다. ●갈등 유발하는 설정은 다소 식상 다만 배우들의 열연에 비해 외도나 부부간 갈취 등 갈등을 유발하는 설정은 다소 식상하다는 느낌을 준다.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비판했지만, 아동학대 피해자는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가정도 100% 공감을 불러일으키진 못한다. 몰아치는 인물의 감정과 갈등이 벅차게 느껴지기도 해 유쾌한 가족 영화를 기대하고 관람했다면 당혹스러울 수 있다. 상영시간 115분. 15세 관람가.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숨지 않아요_장혜영처럼 #응원합니다_일상의 회복

    #숨지 않아요_장혜영처럼 #응원합니다_일상의 회복

    이은서(23)씨는 지난 25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게 1만원을 후원했다. 정치인 후원은 처음이었다. 이씨는 “장 의원이 이번에 겪은 피해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걸어 온 정치적 행보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랐다”며 “가장 쉽게, 직접적으로 연대의 뜻을 전할 방법이 후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6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장혜영을_일상으로_국회로’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적게는 1만원, 많게는 수십만원의 정치 후원금을 보냈다고 인증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에게 당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용기 있게 고백한 장 의원을 지지하고 그의 일상인 정치 활동을 응원하는 여성들의 뜨거운 연대였다. 장 의원을 후원한 작가 황효진(37)씨는 “‘진보정당의 국회의원이 당내에서 성폭력을 당한 것에 충격을 받았지만 장 의원의 대처를 보면서 ‘성폭력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며 피해 사실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걸 새삼 느꼈다”면서 “정치에서 이상을 말하는 것이 순진한 생각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가 성폭력 피해자로만 언급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계약직 비서로 일하는 성소수자인 이모씨는 “기존 정치권은 가해자의 얼버무림을 방조하고 묵인했지만 정의당은 공식적으로 가해자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면서 “이 조치가 장 의원의 안전망이 될 것이다. 이런 정당, 이런 국회의원이 있다는 것이 여성들이 살아가는 데 용기를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 의원이 무너지지 않고 하고픈 의정 활동을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개발자로 일하는 성소수자 A(32)씨도 “피해 회복을 더디게 하는 것은 성범죄 자체보다 ‘피해자다움’을 이용한 2차 가해”라며 “2차 가해가 걱정되지만, 장 의원이 굳건한 심지로 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 등 소수자를 위한 의정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믿는다. 약소하지만 후원금이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연대의 목소리는 정치권에서도 나왔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장 의원에게 위로와 존중 그리고 연대의 마음 보낸다”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다른 피해자들과의 연대를 위해 고통 속에서도 용기를 내준 장 의원에게 깊은 위로와 굳건한 연대의 뜻을 보낸다”고 밝혔다. 한편 2018년 1월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해 국내 미투(MeToo)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투 3년을 맞지만) 여전히 성폭력과 피해자에 대한 조롱이 넘쳐난다”면서 “내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싸움을 계속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의원 장혜영을 응원합니다”…후원으로 연대나선 여성들

    “의원 장혜영을 응원합니다”…후원으로 연대나선 여성들

    이은서(23)씨는 지난 25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게 1만원을 후원했다. 국회의원 후원은 처음이었다. 이씨는 “평소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장 의원의 정치적 행보와 정의당을 응원하던 중 피해 사실을 접했다”면서 “가장 쉽고 직접적으로 연대의 뜻을 표하는 방법은 후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이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로부터 입은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공개하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장혜영을_일상으로_국회로’ 등 해시태그와 함께 장 의원에 대한 후원을 인증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여성들은 “이번 사건으로 충격을 받았지만, 장 의원의 고백과 일상 회복은 여성들에게 용기를 준다”며 젠더·소수자 인권을 위한 의정 활동에도 지지를 표했다.작가 황효진(37)씨는 “많은 여성들이 ‘장 의원도 당내에서 성폭력을 당하다니’라는 충격을 받았지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해서 ‘내가 잘못한 게 아니고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이번 일로 인해 장 의원이 훌륭한 정치인이 아니라 성폭력 피해자로만 언급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후원 이유를 밝혔다. 황 작가는 “장 의원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대변한다고 느꼈고, 활동을 지켜보며 정치에서 이상을 말하는 게 나이브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앞으로도 누구든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치를 해달라”고 전했다. “여성들에게 용기 준 장 의원, 소수자 위한 의정활동 이어가길” 계약직 비서로 일하는 바이섹슈얼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모씨는 “성범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회복과 존엄”이라면서 “그동안 정치 집단들은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가해자의 얼버무림을 방조, 묵인했지만 정의당은 공식 절차를 밟고 가해자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이는 장 의원이 정의당에서 활동하는 데 안전망이 될 것이다. 이런 정당, 이런 국회의원이 있다는 것은 여성들이 살아가는 데 용기를 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어떤 순간에는 장 의원이 일정을 소화하는 것만으로 많은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난해 의정 보고서에서 밝힌 하고 싶은 의정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성소수자 개발자인 A(32)씨도 “피해 회복을 더디게 하는 것은 성범죄 그 자체보다 ‘피해자다움’을 이용해 조직 내 성범죄를 감추는 행위 등 2차 가해”라면서 “2차 가해가 걱정되지만 장 의원이 그동안처럼 굳건한 심지로 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 등 사회 내 소수자를 위한 의정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응원했다. A씨는 “약소하지만 후원금이 장 의원이 걸어온 길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그 출판사의 ‘페미니즘 에세이’가 특별한 까닭

    그 출판사의 ‘페미니즘 에세이’가 특별한 까닭

    에이드리언 리치의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 최근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진아 여성의당 공동대표의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까지. 바다출판사의 여성 서사는 기존의 페미니즘 지형을 열어젖힌다. 결혼해 아들 셋을 낳아 키우다 가부장제의 실체를 깨닫고 레즈비언 정체성을 탐구한 리치, 평생을 알콜 중독과 섭식장애에 시달렸던 냅의 솔직하다 지친 자기 고백, 서울 한복판 페미니즘 공간으로서의 카페를 만든 김 대표까지 이들 에세이는 모두 나희영 바다출판사 편집자의 손을 거쳤다. 가장 최근에 출간한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필리스 체슬러의 책 제목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다. 제목부터가 도발적인 책에는 1970년대에 낙태권 쟁취, 성폭력 피해 여성 쉼터 등을 만들기 위해 투쟁했던 2세대 페미니스트들의 연대와 질투, 정쟁이 오롯이 담겼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나 편집자는 말했다. “페미니스트가 도덕주의자는 아니잖아요.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만 있다면 그게 부자연스럽겠죠. 얼마나 뜨겁게 운동을 했는데, 어떠한 부정적 소음도 없이 운동이 치러졌겠어요. ‘과거 페미니스트의 역사를 발판으로 지금의 페미니스트가 더 현명하게 싸울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메시지인 거 같아요.” ‘영 페미니스트’를 넘어 ‘영영 페미니스트’라 불리는 새로운 세대가 도래한 한국의 페미니즘 역사에 있어서도, 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 편집자가 만든 ‘언니들’의 고백적인 에세이는 시대와 국경을 가로지르는 여성 연대를 가능케 한다. 바다출판사에서 만드는 여성주의 잡지 ‘우먼카인드’ 한국판의 편집장이기도 한 그의 기획력이 빛 발한 케이스다. 지난해 9월 출간돼 2만 5000부가 판매된 ‘명랑한 은둔자’는 한 때 알콜 의존에 시달렸다는 김명남 번역가의 후기에서부터 냅의 솔직한 자기 고백에 ‘3040’ 여성들이 폭발적으로 호응했다. 나 편집자는 “기획 당시 ‘아마존’에서 본 리뷰부터 ‘캐럴라인은 내 친구 같고 내 자신 같다’는 김소연 시인의 추천사, 한국 독자들의 후기까지 우정의 기운이 책을 둘러싸고 있는 게 참 좋았다”고 말했다. 실제 나 편집자의 기획 편집도 여러 여성의 도움에 힘입은 바 크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는 ‘나는 내 파이…’를 썼던 김 대표의 추천으로, ‘명랑한 은둔자’는 김 번역가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냅의 글 두 편이 출간으로 이어졌다. 독자들이 감탄했던 아름다운 편집 이야기 몇 토막.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의 표지에는 하나 가득 리치의 사진이 실렸다.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곱은 손, 형형하게 빛나는 두 눈에서 노년을 맞은 여성의 존엄이 느껴진다. 저명 시인이자 여성운동가이지만,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리치를 알리기 위한 나 편집자의 선택이었다. 저널리스트이자 에세이스트였던 냅이 요절하기 직전 10여 년 간 쓴 글을 모은 ‘명랑한 은둔자’를 편집할 때는 글의 순서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그 결과 원서에서는 마지막 장이었던 ‘홀로’가 한국어판에서는 맨 앞으로 옮겨졌다. ‘고독’과 ‘고립’의 차이에 관한 그런 설득력 있는 글(‘혼자 있는 시간’)은 처음이었기에, 나 편집자의 평소 지론대로 가장 인상적인 글을 앞으로 보냈다. 반면, 조정을 배우면서 ‘강하고 유능한 팔’을 만들어내는 이야기 ‘내 인생을 바꾼 두갈래근’은 맨 뒤로 갔다. “냅이 술도 끊고 섭식장애도 극복하면서, 자기 몸을 바꾸거든요. 건강한 몸에 대한 깨달음을 담은 글로 책을 끝맺는 게 편집자로서 만족스러웠어요.” 이달 말에는 흑인 여성으로 처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 소설가 토니 모리슨의 책 ‘보이지 않는 잉크’를 출간한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모리슨의 에세이다. “작년에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나 미투 운동들처럼 이제 국경이 큰 의미가 없어진 시대잖아요. 모리슨이 말하는 인종과 젠더, 신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 등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 편집자는 “책 자체의 가치와 시장에서의 좋은 반응을 고루 갖춘 콘텐츠를 찾는 게 가장 큰 고충이자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젠더연구소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직업에 귀천?… 비정규직도 그냥 한 사람으로 봐주세요”

    “직업에 귀천?… 비정규직도 그냥 한 사람으로 봐주세요”

    2019년 30대 남성의 평균 월급은 약 270만원. 작가 히읗(필명)의 통장에는 그보다 100만원 적은 177만원이 찍혔다. 평균 이하의 삶을 산다고 느낀 히읗은 자신의 직업을 숨기며 살고 있다. 2016년부터 3년 2개월간 두 곳의 은행에서 경비원으로 일한 그는 “누가 무슨 일 하느냐고 물어보면 처음엔 은행에 다닌다고 했다. 다들 은행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생각해보니 거짓말이었다”고 말했다. 이름도 얼굴도 밝히지 않은 채 25일 인터뷰에 응한 히읗은 지난 20일 30대 비정규직으로 느낀 소회를 담은 책 ‘저는 은행 경비원입니다’를 출간했다. 히읗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는 “은행 경비원에 대해 처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책에 ‘30대 비정규직의 솔직한 고백’이라는 부제목이 붙은 이유다.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한 히읗은 2016년 취업을 하려고 서울에 올라왔다. 그러나 일하기로 한 회사 사정으로 취직하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은행 경비원이 됐다. 은행 경비원의 업무는 ‘경비’뿐만이 아니었다. 고객을 응대하는 일부터 인근 아파트 단지에 은행 홍보 전단지를 돌리기도 하고, 은행 앱 설치 실적까지 쌓아야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재난지원금 관련 업무마저 은행 경비원인 히읗에게 떨어졌다. 바쁜 직원들을 도우려고 선의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새로 온 지점장은 당연하다는 듯 일을 떠넘겼다. 반발하자 은행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지난해 6월 그를 해고했다. 이 일을 계기로 히읗은 능력이 모자라거나 노력이 부족해서 비정규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의자가 두 개밖에 없는데 앉을 사람이 열 명이라면 경쟁에 밀린 여덟 명은 땅바닥에 앉아야 한다”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누군가는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를 개인 탓으로 돌리는 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히읗은 은행 경비원으로 겪은 경험을 인터넷에 올려 많은 공감을 얻었다. 여러 사람이 십시일반 투자금을 내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책으로 엮어냈는데 144명의 지원을 받아 660%의 달성률을 올리기도 했다. 그만큼 30대 비정규직 은행 경비원의 삶에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는 의미다. 히읗은 “직업에는 귀천이 없는데, 사람이 귀천을 따진다”면서 “무슨 일을 하든지 직업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그냥 한 사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장혜영 “피해자다움·가해자다움은 없다… 누구나 성폭력 피해자 될 수 있어”

    장혜영 “피해자다움·가해자다움은 없다… 누구나 성폭력 피해자 될 수 있어”

    정의당 김종철 대표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은 25일 피해 사실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자 제가 깊이 사랑하며 몸담고 있는 정의당과 우리 사회를 위한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장 의원은 정의당의 사건 조사 결과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함께 젠더폭력 근절을 외쳐 왔던 정치적 동지이자 마음 깊이 신뢰하던 우리 당의 대표로부터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장 의원은 “피해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저에게 닥쳐올 부당한 2차 가해가 참으로 두렵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저는 제가 겪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문제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지고자 한다”며 “그렇게 정치라는 저의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했다. 장 의원은 ‘피해자다움·가해자다움’에 대해서도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그는 “피해자는 어떤 모습으로나 존재할 수 있다. 저는 사건 발생 당시부터 지금까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고백했다. 장 의원은 이어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며 “누구라도 동료 시민을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데 실패하는 순간 성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그가 아무리 이전까지 훌륭한 삶을 살아오거나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예외는 없다”고 했다. 다만 장 의원은 가해자인 김 대표에 대해 “(다른 가해자들과 달리) 피해를 입히는 과정에서 저를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았지만, 제가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나마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죄하며 저를 인간으로 존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오히려 당대표이기에 더더욱 정의당이 단호한 무관용의 태도로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당의 자정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드러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나는 30대 비정규직 은행 경비원…3년 2개월 뒤 해고됐습니다”

    “나는 30대 비정규직 은행 경비원…3년 2개월 뒤 해고됐습니다”

    “누가 ‘무슨 일 하냐’고 물으면 ‘은행에서 일한다’고 말할 때도 있었어요. 처음엔 거짓말인줄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것도 거짓말이더라고요.” 지난 2016년부터 3년 2개월 동안 두 개의 은행에서 은행 경비원으로 일했던 30대 작가 히읗(필명)은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은행 경비원으로 일했던 경험을 이렇게 회상했다. 히읗은 30대 비정규직으로 느꼈던 소회를 담아 책 ‘저는 은행 경비원입니다’를 출간했다. “고객 응대부터 전단 돌리기, 재난지원금 업무까지” 히읗은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2016년 서울로 취직하기 위해 올라왔다. 그러나 근무하기로 한 회사에서 일하기 어려워지면서 생계를 위해 은행 경비원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른 일을 구하기 전에 잠깐 하려던 일이었다. 그러나 경비원 일을 하면서 이직을 준비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게 3년 2개월이 흘렀다. 은행 경비원의 업무는 ‘경비’뿐만이 아니었다. 은행에 찾아오는 고객들을 응대하는 일부터 인근 아파트 단지에 은행 홍보 전단지를 돌리기도 하고, 은행 어플리케이션 설치 실적까지 쌓아야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재난지원금 관련 업무도 은행 경비원인 히읗에게 떨어졌다. 처음에는 바쁜 직원들을 선의로 돕던 일을 새로 온 지점장이 당연하게 히읗에게 맡기려 했다. 이에 반발하며 갈등을 빚자 결국 계약 연장이 무산됐고, 히읗은 지난해 6월 해고됐다. “내 통장엔 177만원···평균 이하의 삶으로 느껴져” 책에는 30대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며 느꼈던 고뇌가 담겼다. 히읗이 찾아본 2019년 30대 남성 한 달 평균 월급은 약 270만원. 그러나 히읗의 통장에는 그보다 100만원 가량 적은 177만원이 찍혔다. 자신의 삶이 ‘평균 이하의 삶’으로 느껴졌던 히읗은 자신의 직업을 숨겼다. 쾌활했던 성격도 점차 위축됐다. 그러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히읗은 “은행 경비원에 대해 처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내가 나에게 솔직해지고 싶어서였다”고 설명했다. 책에 ‘30대 비정규직의 솔직한 고백’이라는 부제목이 붙은 이유다. “직업엔 귀천 없는데, 사람이 귀천을 따져” 히읗은 이제는 비정규직으로서의 삶이 오롯이 개인의 탓은 아니란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의자가 두 개밖에 없는데 앉을 사람이 열 명이라면 경쟁에 밀린 여덟 명은 땅바닥에 앉아야 한다”라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누군가는 비정규직을 해야하고, 이를 개인의 노력만으로 치부해버리면 개인들은 결국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히읗은 은행 경비원으로서의 경험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책으로 출간하면서 144명이 펀딩에 참여해 660%의 달성률을 올리기도 했다. 그만큼 30대 비정규직 은행 경비원의 삶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의미다. 히읗은 “은행을 갈 때마다 경비원이 서 있으면 이 책을 쓴 히읗 작가가 저 사람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직업에는 귀천이 없는데, 사람이 귀천을 따진다”면서 “무슨 일을 하든지 직업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그냥 한 사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마윈과 말하기의 어려움/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마윈과 말하기의 어려움/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중국 전국시대 법가를 집대성한 한비(韓非·BC 280~233)가 지은 ‘한비자’ 세난(說難)편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정(鄭)나라 무공(武公)은 호(胡)나라를 치려고 마음을 먹었다. 금지옥엽 공주를 호공에게 시집보내 환심을 샀다. 신하들에게 물었다. “어느 나라를 정벌하는 게 좋겠소?” 대부 관기사(關其思)가 나섰다. “호나라입니다.” 무공은 불같이 화를 내며 그를 죽여 버렸다. “호나라는 우리의 형제 나라인데, 공격하라니 이 무슨 망언인가?” 호공은 정나라를 정말 ‘형제의 나라’라고 생각하고 방비를 게을리했다. 정나라는 얼마 뒤 호나라를 멸망시켰다. 한비는 이 책을 통해 왕에게 말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말하기의 성공은 상대 마음을 헤아려 내가 말하려는 의도를 상대에게 맞출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설파한다. 명예를 구하는 임금에게 이익을 진언한다면 그를 비루하다고 여겨 내쫓는다. 이익을 추구하는 왕에게 명예를 간언한다면 그를 현실에 어둡다고 여겨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익을 좇지만 명예를 따르는 척하는 군주에게 명예를 조언한다면 그를 받아들이는 척하지만 속으론 멀리한다. 그렇다고 이익을 말하면 내심 받아들이면서도 겉으론 내칠 것이다. 뛰어난 계책이라도 은밀하게 이뤄져야 성공하고 새어 나가면 실패하게 마련이다. 누설할 의도는 없지만 대화하다 은연중에 흘리게 되면 목숨이 위태롭다. 관기사는 임금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누설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먹을 것도 없지만 버리기도 아깝다는 계륵(鷄肋)의 고사로 유명한 동한시대 양수(楊修·175~219)가 조조(曹操)에게 참수당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중국에서 마윈(馬雲) 전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당국을 비판한 뒤 행방이 묘연했다가 3개월 만에 시골 교사들에게 연설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문화혁명(1966~1976)기의 ‘하방’(下放·지식인 노동개조운동)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그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자 실종설과 구금설로 민심이 흉흉해진 데 따른 것이다. 중국에선 항용 있는 일이다. 마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상하이 와이탄(外灘) 금융포럼에서 당국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그는 “국유은행이 전당포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중국 금융시스템의 후진성을 질타했다. 마 전 회장에 앞서 ‘금융안정’을 강조했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최측근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의 체면을 쓰레기통에 처박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며칠 뒤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 지배주주인 그는 앤트그룹 회장 등과 당국에 불려 가 일장 훈시를 들었다. 앤트그룹은 즉각 ‘반성문’을 써냈지만 당국은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동시 상장을 전격 중단시켰다. 340억 달러의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가 무산되자 알리바바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마 전 회장의 재산은 120억 달러 증발했다. 알리바바는 반독점 위반 행위로 조사를 받았고, 해체 위기에 몰렸다. 황금알을 낳는 온라인 대출사업을 중단하고 결제서비스인 알리페이 사업만 하라는 지시가 떨어져 앤트그룹의 날개가 꺾였다. 마 전 회장이 어떤 의도에서 당국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반골 기질이 강해서인지, 아니면 뉴욕증시에 상장한 글로벌 기업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인지 속내는 오리무중이다. 다만 그의 비판의 목소리가 2014년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상장 뒤 높아졌다. 상장 직후 “삶이 너무 피곤하다”고 고백했다. 당국의 국내 상장 회유를 뿌리친 대가가 아마도 ‘피곤함’으로 표현됐을 것이다. 당국은 백서까지 내며 알리바바가 가짜 상품을 파는 것도 모자라 불법 무기 거래마저 묵인하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반박에 나섰던 마 전 회장은 끝내 고개를 숙여야 했다. 중국에선 옛날이나 지금이나 ‘지도자에게 말하기’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만큼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khkim@seoul.co.kr
  • 분노에서 몸·직업·꿈으로… 여성주의의 실용적 파격

    분노에서 몸·직업·꿈으로… 여성주의의 실용적 파격

    현직 언론인 2명이 88명 취재 ‘말하는 몸’ “유일 재산” “내 집” 등 자기 몸 시선 모아 7명의 성공 경로 찾는 ‘내일을 위한 내 일’2030 초점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눈길“젊은 여성, 경험·진로 등 구체적 문제 주목”최근 여성들이 자신의 몸과 직업, 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인터뷰집이 잇달아 출간됐다. 수년간 출판계에 거세게 일던 여성주의 열풍이 ‘82년생 김지영’에서 보여주듯 주로 불평등과 위협에 대한 분노와 저항으로 나타났다면, 이제는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개별적 삶과 경험, 진로 문제에 대한 구체적 관심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학동네는 최근 다양한 삶의 이력을 지닌 여성 88명의 몸 이야기와 이를 기록한 현직 여성 언론인 두 명의 에세이 ‘말하는 몸’을 출간했다. 1·2권으로 나뉜 이 책은 질병, 출산, 직업병, 성폭력, 다이어트, 운동, 탈코르셋, 연대 등 여성의 삶을 말하는 여러 주제를 몸의 고백에서부터 시작된다. 저자인 박선영 PD와 유지영 기자는 “몸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 “당신의 몸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비슷한 얘기들이 중복되지 않겠느냐’는 주변의 우려와 달리 결과는 흥미로웠다. 미싱사 김명선씨에게 몸은 ‘유일한 재산’이며, 여성을 위한 섹스토이숍을 운영하는 강혜영씨에겐 ‘누구도 함부로 어지럽혀서는 안 될 내 집’이다. 장애여성공감 전 대표 배복주에게는 ‘연애 관계에서 하자가 있다고 여겨지던 몸’이다. 이 밖에도 날씬하지 않고 식욕이 왕성한 요가 강사, 하루 300㎉씩 섭취했던 섭식장애 경험자, 구두를 신고 태평양을 걸어서 건넌다는 승무원 등 다양한 관점의 몸 이야기가 펼쳐진다. 유 기자는 “여성들의 삶을 기록함과 동시에 그들의 용기를 경유해 우리의 삶을 말해보려 했다”고 밝혔다.창비는 이다혜 작가가 여성들의 일터를 찾아 구체적 일의 풍경을 전하는 인터뷰집 ‘내일을 위한 내 일’을 펴냈다. 이 책에선 영화감독 윤가은, 배구 선수 양효진, 바리스타 전주연, 작가 정세랑, 경영인 엄윤미, 고인류학자 이상희,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등 각 분야에서 나름의 성취를 이룬 여성 7명이 일과 직업에 관한 생각을 밝힌다. 직업을 발견하는 단계에서 꿈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고민이라면 이상희 교수 편이 참고가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음대 입시생이던 고등학생 때 피아노 연주를 원치 않아 고고미술사학과에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결혼에 의지하고 싶지 않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고인류학을 공부했다. 꿈은 분명하나 자격이 있는지 자신감이 없어 방황하고 있다면 윤가은 감독이 위로가 될 수 있다. 영화감독으로서의 재능에 회의를 가진 그가 찾은 답은 “감독으로서 자격은 작품마다 갱신된다”는 것이었다.유선애 작가의 저서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한겨레출판)은 저자가 2030 여성들의 지지를 받는 1990년대생 10명과 심도 있게 나눈 대화를 엮은 책이다. 인터뷰의 주인공들은 영국 BBC ‘사운드 오브 2018’에 한국계 뮤지션 최초로 이름을 올린 예지, 공상과학소설(SF)에서 여성이 할 일을 새롭게 보여준 소설가 김초엽, 밴드 ‘새소년’의 리더 황소윤,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의 재재, 다큐멘터리 감독 정다운 등이다. 작가는 이들에게 ‘온전히 되고 싶은 나로 살아가는 방법’을 묻는다. 김지은 서울예술대학 문예학부 교수는 “3~4년 전부터 남녀 간 구조적 불평등이나 성 착취, 사회 안전 등 여성의 존재 위기에 대한 분노와 회의를 다룬 출판물이 대세였다면, 최근엔 분노를 넘어 개별 여성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에 대한 얘기로 관심의 초점이 바뀐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어떻게 ‘유리천장’을 뚫고 자기 삶을 만들어갈 것인가에 관심을 두는 실용적인 페미니즘이 도래했다”며 “대다수의 2030 여성들이 어머니 세대보다 더 많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그들에게 더욱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여든셋 시인의 ‘창조적 긴장’ 그래서 웃을 수 있다 한국문학은

    여든셋 시인의 ‘창조적 긴장’ 그래서 웃을 수 있다 한국문학은

    며칠 몰아쳤던 한파가 그치고 제법 포근해진 겨울날, 서울 사당동의 한 음식점에서 선생을 만났다. 선생은 1938년생, 올해 여든셋이다. 195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64년 동안의 시력(詩歷)을 균질하게 쌓아 온 한국의 대표 시인으로서 선생은 언제나 시단에 새로운 충격과 미학적 지평을 일관되게 부여해 온 ‘젊은 시인’이다. 이제는 노경의 삶을 은은하게 이루어 가면서 그만의 언어적 연금술을 균질적이고 지속적으로 쌓아 가고 있다.“벌써 그렇게 됐네요. 아마 서정시를 60년 이상 써 온 실례는 저 말고는 참 드물 거예요.” 한국 시사(詩史)에서, 아니 세계적으로도 그것은 선생이 거의 유일한 케이스일 것이다.그동안 선생이 취해 온 방법론적 긴장과 심미적 꿈은 ‘20세기 후반 한국의 시사’(김주연)라는 평가를 가져왔다. 이때 우리는 선생의 시를 빼고 1960년대 이후 한국 시를 설명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만큼 선생은 한국 시의 여러 차원들 가령 전통과 현대, 개인과 공동체, 내면과 외계, 삶과 죽음, 침잠과 융기 같은 모든 운동적 대립점들을 자신만의 웅숭깊은 사유와 방법으로 섬세하게 탐구해 온 것이다.●실존적 고독과 거듭남의 세계 황동규의 시는 어떤 것이었을까? 내가 읽은 바로 그의 초기 시는 내면이라는 상상적 공간에서 피어올라 왔다. 독자들에게는 ‘즐거운 편지’라는 작품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만의 서정적 실감을 담은 수많은 명편들이 그를 한국 시단의 전혀 새로운 시인으로 출발하게끔 해 주었다. 선생은 1970년대 즈음에는 현실을 온몸으로 껴안으면서 실존적 고독과 삶의 비극성을 일관되게 들려주었다. ‘태평가’와 ‘열하일기’를 지나 ‘삼남에 내리는 눈’의 세계는 이러한 차원을 명징하게 들려준 성취였다. 낭만적 초월과 내밀한 기억으로의 잠입을 통해 현실에 접근해 간 문학사 초유의 사건일 것이다. “초기에 강렬한 영향을 주었던 미당은 어느새 극복의 대상으로 바뀌었고, 나는 현실의 소리에 정열적으로 귀 기울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선불교를 만나게 됐고 극(劇)서정시를 생각하면서 현실과 내면의 통합을 통한 거듭남의 세계를 설계해 보았지요.” 황동규 선생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극서정시’라는 그만의 기율을 실천해 왔다.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을 넘어 극서정시의 실험과 여행 모티프의 강렬한 방법론적 확장을 꾸준히 실현해 간 것이다. 극서정시는 시 안에서 극적 요소를 구조적으로 제시한 것인데, 일상을 벗어나 삶의 충동을 깨달음의 경지까지 이끌고 가는 세계가 그 안에 충일하게 녹아 있다. “극서정시는 극시와는 달라요. 우리 시의 전통이 처음과 끝의 정황이 같은데 저는 조그만 ‘거듭남’을 통해 시인과 독자가 짊어지고 가는 삶의 짐을 별빛 무게만큼이라도 덜어 주자고 생각한 것이지요.” 서정시에 극성을 결합하고 깨달음의 서사를 장착한 ‘극서정시’는 형식과 내용 모두를 새롭게 개진하려는 재충전 욕구에 바탕을 둔 미학적 산물이었다는 것이다. 그 후로 선생은 ‘겨울밤 0시 5분’과 ‘사는 기쁨’에 이르는 제2의 절정을 구가한다. 더욱 심혈을 기울인 서정과 인식의 세계로 진입해 간 것이다. 이때 우리는 선생의 시를 ‘예술가로서의 실존적 고독’과 ‘근원적 통찰을 통한 거듭남’의 세계로 집약하게 된다. 그리고 그 정점에 이번 시집 ‘오늘 하루만이라도’가 위치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불빛의 온기·조도로, 점점 단순해지는 지혜로 작년에 나온 ‘오늘 하루만이라도’는 그의 열일곱 번째 시집이다. 우리는 이 시집을 통해 선생의 끊이지 않는 창조적 긴장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시집 처음에 실린 ‘불빛 한 점’에서 선생은 ‘시’가 한때 눈부시게 앞길을 밝혀 준 ‘횃불’이었지만 이제는 안개로 출항 못하는 조그만 배의 ‘불빛’으로 몸을 바꾸었으며, 그러나 여전히 스스로를 밝히고 세상을 비추는 희미한 불빛의 연쇄가 ‘시인 황동규’를 가능하게 해 주었다고 고백한다. “세월이 흐르듯 삶의 모양새가 변하면 시인도 변해야지요. 다만 주어진 조건 속에서 그저 최선을 다해야지요.” 그러고 보니 선생의 시는 여전히 ‘불빛’이라는 온기와 조도(照度)를 동시에 갖춘 충일한 세계도 다가온다.그러다가 선생은 자신에게 많은 것이 사라지고 없다고 단호하게 써 간다. “군더더기가 없다.”(‘화양계곡의 아침’), “적막 같은 건 없다.”(‘나의 마지막 가을’), “더 이상 산속이 없다.”(‘홍천 구룡령 길’), “아무리 찾아봐도 그 건물이 없다.”(‘한밤중에 깨어’), “없다. 말끔히 걷힌 늦가을 안개처럼 없다.”(‘날 테면 날아보게’), “이곳엔 외딴집이 없다는 것,/ 홀로 사는 사람도 없다는 것,(‘새로 만난 오솔길’) 등을 곳곳에 적어 놓았다. 이렇게 ‘군더더기·적막·산속·건물·안개·외딴집·사람’의 한결같은 부재는 삶의 소진과 죽음으로의 열림을 예비하는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 는 삶과 죽음의 역동적 교차가 자신의 인생이었음을 고백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이번 시집에서는 더욱 경험적 실감을 견지하면서 “좀 단순해지자.”(‘산 것의 노래’)는 지혜로 수렴되어간 것이 아닐까 한다. 선생은 “과거의 나에게 문학은 험한 산지였고, 지금은 막막한 들판, 미래는 노을 한 자락이 묻은 채 저무는 바다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문학적 예감은 하나하나 현실이 되어갔지만 스스로 베토벤의 음악을 두고 “계속 물리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곡이 있다는 사실”을 기뻐한 것처럼 우리에게도 물리지 않고 읽을 수 있는 그만의 시를 남겨 준 것이다. 평론가 하응백은 이러한 세계를 두고 “한국문학은 황동규의 시가 있어 행복했다. 82세의 나이에 낸 시집으로 이런 수준의 긴장을 유지하고 있는 건 전 세계적으로도 황동규 시인이 거의 유일하다.”라고 썼다. 특별히 선생은 여행을 즐겨했는데, 순간순간 마주치는 삶의 사물의 신비를 그때마다 느꼈다고 한다. 2018년 7월 임자도로 갔을 때 경험을 “언젠가 이 세상 두고 나갈 때/ 최근에 불새가 불 속에서 불씨를 쪼듯/ 잊지 못할 민어회 맛 한번 진하게 쪼은 신안군 임자도를/ 모르는 척 놔두고 갈 순 없겠지.”(‘선운사 동백’)라고 새겨 놓기도 했다. “여건이 어려웠지만 최근에 강화도 한번 다녀왔어요. 참 좋더군요. 여행을 속 시원히 못해 많이 아쉽지요.”●노경의 삶, 영원한 예술인으로 이번 시집에는 자연인으로서 육신의 쇠잔을 고백하는 장면이 많아졌다. 그것은 “안과/황반변성/보청기/임플란트/혈압약” 등으로 이어져 간다. 물론 이는 “죽음이 없다면/세상의 모든 꽃들이 가화가 되는”(‘죽음아 너 어딨어?’) 진실을 알게끔 해 준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오는 ‘불빛’으로의 이행 과정을 수납하는 순간을 보여 주는 사례일 텐데 이러한 존재론적 고투는 선생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의지로 한없이 이어져 간다. “노년에 처하고 보니 이길까보다는 어떻게 견딜까를 생각합니다. 지금 순간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스피노자의 ‘에티카’ 가운데 좋은 일을 할 때 보상을 바라지 말라, 좋은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충분한 보상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깁니다.” 그리고 선생은 자신의 시가 긴장이 떨어지면 그날로 끝내는 것이라고 몇 번을 강조한다. “이번 시집은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썼어요. ‘죽음의 자리와 삶의 자리’에서 “그 어디서고 삶의 감각 일깨워주는 자”라고 썼는데 그게 바로 ‘시인’이라고 생각해요. 그 역할이 끝나면 시인으로서의 생애도 마감하는 거지요.” 나아가 선생은 “이번 시집을 엮으면서 우연을 사랑하게 되었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원이 타원의 특수한 형태이듯 필연도 우연의 특수 형태에 지나지 않습니다. 선불교나 스피노자나 니체나 결국 우연을 사랑하자는 화두가 아니겠습니까?”라는 견해를 들려주었다. 파스칼은 명상록에서 영생이 설사 없더라도 영생이 있다고 생각하고 살면 손해 볼 것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선생은 “우연을 사랑하다 보면 영생이 비록 있더라도 없는 것처럼 사는 것이 사는 맛을 제대로 보게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멋진 의미론적 반전이요, 자유로운 예술인으로서의 자기 발견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번 시집에 실린 ‘오늘은 날이 갰다’라는 작품에서 선생은 “그래 웃자./ 오늘은 날이 갰고 우린 만났다./ 어쩌다 저세상 가서도 서로 연락이 닿으면/ 오늘처럼 비늘구름 환하게 뜬 날 만나자”라고 썼다. 꼭 60년 전 펴낸 첫 시집 ‘어떤 개인 날’(1961)에서 그때 활짝 갰던 어느 날이 다시 “오늘처럼 비늘구름 환하게 뜬 날”이 되어 ‘시인 황동규’의 삶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그 점에서 그의 대표작은 아직 쓰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두 시간 대화가 짧게 느껴졌다. 일일이 세목을 다 쓰지 못해 아쉽다. 선생이 들려준 것은 시인으로서의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시’에 대한 스스로의 비전을 담은 것이었기 때문에 내게는 여전한 현재형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선생은 자유롭고 지성적인 영원한 예술인이고 한국문학에 찾아온 드문 행복이었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김지영식’ 분노에서 개인 삶으로…출판계 여성주의 열기도 실용적 진화

    ‘김지영식’ 분노에서 개인 삶으로…출판계 여성주의 열기도 실용적 진화

    최근 여성들이 자신의 몸과 직업, 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인터뷰집이 잇달아 출간됐다. 수년간 출판계에 거세게 일던 여성주의 열풍이 ‘82년생 김지영’에서 보여주듯 주로 불평등과 위협에 대한 분노와 저항으로 나타났다면, 이제는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개별적 삶과 경험, 진로 문제에 대한 구체적 관심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문학동네는 최근 다양한 삶의 이력을 지닌 여성 88명의 몸 이야기와 이를 기록한 현직 여성 언론인 두 명의 에세이 ‘말하는 몸’을 출간했다. 1·2권으로 나뉜 이 책은 질병, 출산, 직업병, 성폭력, 다이어트, 운동, 탈코르셋, 연대 등 여성의 삶을 말하는 여러 주제를 몸의 고백에서부터 시작된다. 저자인 박선영 PD와 유지영 기자는 “몸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 “당신의 몸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비슷한 얘기들이 중복되지 않겠느냐’는 주변의 우려와 달리 결과는 흥미로웠다. 미싱사 김명선씨에게 몸은 ‘유일한 재산’이며, 여성을 위한 섹스토이숍을 운영하는 강혜영씨에겐 ‘누구도 함부로 어지럽혀서는 안 될 내 집’이다. 장애여성공감 전 대표 배복주에게는 ‘연애 관계에서 하자가 있다고 여겨지던 몸’이다. 이 밖에도 날씬하지 않고 식욕이 왕성한 요가 강사, 하루 300㎉씩 섭취했던 섭식장애 경험자, 구두를 신고 태평양을 걸어서 건넌다는 승무원 등 다양한 관점의 몸 이야기가 펼쳐진다. 유 기자는 “여성들의 삶을 기록함과 동시에 그들의 용기를 경유해 우리의 삶을 말해보려 했다”고 밝혔다.창비는 이다혜 작가가 여성들의 일터를 찾아 구체적 일의 풍경을 전하는 인터뷰집 ‘내일을 위한 내 일’을 펴냈다. 이 책에선 영화감독 윤가은, 배구 선수 양효진, 바리스타 전주연, 작가 정세랑, 경영인 엄윤미, 고인류학자 이상희,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등 각 분야에서 나름의 성취를 이룬 여성 7명이 일과 직업에 관한 생각을 밝힌다.직업을 발견하는 단계에서 꿈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고민이라면 이상희 교수 편이 참고가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음대 입시생이던 고등학생 때 피아노 연주를 원치 않아 고고미술사학과에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결혼에 의지하고 싶지 않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고인류학을 공부했다. 꿈은 분명하나 자격이 있는지 자신감이 없어 방황하고 있다면 윤가은 감독이 위로가 될 수 있다. 영화감독으로서의 재능에 회의를 가진 그가 찾은 답은 “감독으로서 자격은 작품마다 갱신된다”는 것이었다.유선애 작가의 저서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한겨레출판)은 저자가 2030 여성들의 지지를 받는 1990년대생 10명과 심도 있게 나눈 대화를 엮은 책이다. 인터뷰의 주인공들은 영국 BBC ‘사운드 오브 2018’에 한국계 뮤지션 최초로 이름을 올린 예지, 공상과학소설(SF)에서 여성이 할 일을 새롭게 보여준 소설가 김초엽, 밴드 ‘새소년’의 리더 황소윤,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의 재재, 다큐멘터리 감독 정다운 등이다. 작가는 이들에게 ‘온전히 되고 싶은 나로 살아가는 방법’을 묻는다.김지은 서울예술대학 문예학부 교수는 “3~4년 전부터 남녀 간 구조적 불평등이나 성 착취, 사회 안전 등 여성의 존재 위기에 대한 분노와 회의를 다룬 출판물이 대세였다면, 최근엔 분노를 넘어 개별 여성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에 대한 얘기로 관심의 초점이 바뀐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어떻게 ‘유리천장’을 뚫고 자기 삶을 만들어갈 것인가에 관심을 두는 실용적인 페미니즘이 도래했다”며 “대다수의 2030 여성들이 어머니 세대보다 더 많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그들에게 더욱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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