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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의 사회면] 성폭력과 성희롱

    [그때의 사회면] 성폭력과 성희롱

    성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성 문제는 그 자체가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주제여서 언론에서도 단편적인 사건으로서만 다루었을 뿐 1970년대까지는 사회문제로 거의 거론하지 않았다. 형법상 강간죄, 강제추행죄에 의한 성범죄 처벌은 있었지만 사회적 시선을 두려워한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일도 많았다. 강간과 강제추행에 대한 친고죄(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죄)가 폐지된 것도 2013년 6월로 겨우 5년 전이다.성폭력이라는 용어를 쓴 토론회는 ‘여성의 전화’ 주관으로 1985년 열린 ‘성폭력 간담회’가 처음인 것 같다. 올해로 창립 35주년을 맞는 ‘여성의 전화’가 성폭력을 사회문제로 부각시킨 최초의 구심점이 됐다. 하소연할 데도 없이 ‘쉬쉬’했던 성폭력을 상담을 통해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토론회에서는 직장 상사의 성추행과 여상 출신 어린 학생들의 직장 내 성희롱 고민도 기사화됐다. 특히 평화시장의 봉제업주가 다른 직장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미성년 미싱사들을 한 사람씩 성폭행했다는 충격적인 폭로도 있었다(동아일보 1985년 9월 27일자). 성폭력(sexual violence)이 법적 용어가 된 것은 1993년 성폭력특별법 제정 이후다. 직접적인 성폭력이 아닌 언어와 신체 접촉에 의한 성희롱(sexual harassment)이란 개념은 1976년 무렵 미국에서 처음 언급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에 성희롱, 성적 모욕이란 용어가 간헐적으로 쓰였다. ‘성적 모욕’이란 용어는 1986년의 ‘부천서 성고문 사건’에서 사용됐다. 당시 검찰은 “권인숙씨에 대한 성적 모욕이 없었다”고 허위로 발표하고 문귀동 경장을 기소유예 처분했지만 2년 후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문 피고인은 징역 5년형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성희롱이 명백한 범죄행위로 규정된 것은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의 영향이 크다. 이 사건은 1993년 서울대 화학과 실험실에서 유급 조교로 근무하던 우 조교가 신모 교수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사건이다. 이 사건의 변론은 박원순 변호사가 무료로 맡았다. 성희롱 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된 것은 여성들의 사회 진출 증가와도 연관이 있다. 1990년대 초반에 이미 직장 여성의 75%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보도가 있다(경향신문 1992년 5월 30일자). 우 조교 사건 이후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에 성희롱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성희롱의 구체적인 개념은 1999년 2월 8일 제정된 ‘남녀차별 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됐다. 성폭력은 성폭행, 강제추행, 성희롱을 포괄하는 의미로 다뤄지고 있다. 손성진 논설주간 sonsj@seoul.co.kr
  • ‘5·18 당시 발포 명령 거부’ 안병하 치안감 추서식

    ‘5·18 당시 발포 명령 거부’ 안병하 치안감 추서식

    文대통령 “우리 경찰의 모범”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에 대한 발포 명령을 거부한 고(故) 안병하 당시 경무관을 치안감으로 추서하는 행사가 지난 1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렸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안 치안감은 전남도경찰국장(현 전남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1980년 5·18 당시 시위대에 발포하라는 전두환 신군부의 명령을 거부했다. 육군사관학교 8기 출신으로 1963년 치안국 총경으로 특별 채용된 안 치안감은 당시 시민들 희생을 우려해 시위 진압 경찰관이 소지한 무기를 회수하고, 시위대에 음식 등의 편의를 제공했다. 그는 이 일로 같은 해 5월 26일 직위해제됐고, 보안사령부로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당했다. 이후 후유증에 시달리다 결국 1988년 10월 10일 사망했다. 그로부터 15년 뒤인 2003년 안 치안감에게 광주민주유공자 증서가 수여됐고, 3년 후인 2006년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2015년 국가보훈처의 ‘8월의 호국인물’, 지난해 경찰청의 ‘올해의 경찰영웅’에도 선정됐다. 경찰청은 지난해 11월 시민 보호에 힘쓴 안 치안감의 뜻을 기려 고인이 생전 근무한 전남경찰청에 추모 흉상을 세우고,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이날 행사는 치안감 특진 이후 현충원 측이 묘비를 새롭게 제작하며 마련됐다. 부인 전임순(85)씨가 30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의 묘비 앞에 치안감 임명장과 계급장을 올리는 추서식을 진행하는 등 모든 행사는 유족과 시민단체 ‘SNS시민동맹’ 주도로 이뤄졌다. 현직 경찰관 및 경찰대·간부후보 교육생 40여명도 함께했다. 경찰은 올해부터 ‘호국 보훈의 달’ 정례행사로 안 치안감과 5·18 순직 경찰관 4명의 합동추모식을 열 계획이다.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안 치안감 추서식 사실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리며 “뒤늦게나마 치안감 추서가 이뤄져 기쁘다”며 “안병하 치안감의 삶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안 치안감은 오랫동안 명예회복을 못하다가 2003년 참여정부에서 처음 순직 판정을 받았고, 2017년 경찰청 최초의 경찰영웅 칭호를 받았다”면서 “위민정신의 표상으로 고인의 명예를 되살렸을 뿐 아니라 고인의 정신을 우리 경찰의 모범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어느 순간에도 국민의 안전보다 우선되는 것은 없다”며 “시민들을 적으로 돌린 잔혹한 시절이었지만 안 치안감으로 인해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2년간 개성 보며 한숨… 이젠 희망 되찾은 것 같아”

    “2년간 개성 보며 한숨… 이젠 희망 되찾은 것 같아”

    ‘가동 중단’ 피해액 1조 5000억원, 문 닫거나 소송 휘말린 협력사도 “‘북핵에 뒷돈’ 시각 바뀌었으면… 북·미회담까지 차분히 기다릴것”“그동안 희망고문하는 심정으로 살았다면 이젠 희망에 더 큰 무게를 실어 보려 합니다.” 신한용(58)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오는 5월 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이 만난다는 소식에 뛸 듯이 기뻐한 이 중 하나다. 그는 “지난 2년간 개성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던 124개 입주 기업인들도 희망을 되찾은 분위기”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11일 내비쳤다. 신 회장을 포함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가 돌연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를 내린 이후 공장을 잃고 휘청거렸다. 누적 피해 금액은 1조 5000억원에 달했다. 5000여곳에 이르는 협력사 중 일부는 제때 대금을 결제하지 못해 문을 닫거나 소송에 휘말려야 했다. 20년 넘게 꽃게잡이 어망을 만들다 2007년 후발주자로 개성공단에 입주한 신 회장 회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그는 “경제적 어려움을 말하자면 한도 끝도 있겠냐”면서 “그저 하루속히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입주기업인들도 최근 급진전 중인 남북과 북·미 대화 분위기가 반가우면서도 좀 어리둥절하다. 신 회장은 “특히 북·미는 관계 개선을 이루기까지는 꽤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심 예상했다”면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공개 지지를, 반대하던 일본 아베 신조 총리도 결과적으로 반대는 못 하는 상황인 것 역시 다행”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로 이어진 남북 간 해빙 무드 속에서도 섣부른 기대감을 표하는 것을 자제해 왔다. 반갑지 않아서가 아니라 유엔 제재를 받는 개성공단 재개는 결국 남북 정상의 결단을 넘어 미국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판단에서다. 신 회장은 오는 15일 통일부가 자신들의 방북 신청 승인을 거절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승인이 나지 않더라도 일단 승인 재요청이나 반박성명 등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신 회장은 “중요한 것은 당장 개성으로 가서 2년간 멈춰 있던 공장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보다 공단이 안정적으로 재가동할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면서 “북·미 정상회담까지 차분히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개성공단 기업을 둘러싼 ‘국민적 오해’도 풀고 싶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지난 정부가 ‘개성공단 자금이 북핵 개발에 전용됐다’는 잘못된 사실관계를 근거로 공단을 갑작스럽게 중단시켰다”면서 “이 때문에 입주기업들을 북핵에 뒷돈을 된 무리로 보는 일부 국민들의 시각도 앞으로 바로잡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한·미 세이프가드 협의 결렬… WTO 제소 불가피

    정부, 미국산 제품 보복관세 추진 승소해도 美측 이행여부가 관건 미국이 우리 정부의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철회 및 피해 보상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자협의가 사실상 결렬되면서 정부는 조만간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양허 정지(보복관세)를 추진할 계획이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 서명한 세이프가드 포고문에는 발표 30일 안에 WTO 회원국과의 협의를 통해 세이프가드를 축소, 수정, 종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그 내용을 40일 안에 발표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지난 4일로 40일이 지났다. 미 정부가 세이프가드 내용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한·미 통상 당국이 진행한 양자협의에서 미측이 세이프가드 완화 및 철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에 산업부는 양자협의 다음 단계로 WTO 분쟁해결 절차(제소)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양허 정지를 WTO 상품 이사회에 요청할 계획이다. 양허 정지란 깎아 줬거나 면제한 관세를 다시 부과한다는 것으로 사실상 보복 관세다. 세이프가드 대상 품목인 세탁기·태양광 이외에 한국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제품 어느 것에나 관세를 매길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우리 세탁기·태양광 업계가 입은 피해에 상응하는 규모를 미국산 제품에 (관세로) 매길 것”이라면서 “현재 우리 측 피해 규모를 계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삼성·LG의 세탁기 수출에서만 연간 1조원이 넘는 피해가 예상된다. 다만 미국에 바로 보복 관세를 매길 수는 없다. 양허 정지는 WTO 제소에서 승소하거나, 3년이 지나야 조치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WTO 판정이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려 당분간 우리 수출 기업들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또 WTO에서 승소해도 미국은 지키지 않으면 그만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미국을 상대로 11차례 WTO에 제소해 8건에서 승소(일부 승소 포함)했지만, 미국이 판정 결과를 지키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라키비움’ 부상하는 이유

    ‘라키비움’ 부상하는 이유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의 개념을 모두 합친 ‘라키비움’이 대학은 물론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경남 진주시에 있는 경상대는 지난달 21일 ‘박물관·고문헌도서관’을 개관했다. 1만 4000여점의 문화재를 보유한 박물관, 7만여점의 자료와 24종 2490점의 문화재를 소장한 고문헌도서관을 합치고 교육기능까지 결합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달 13일 서울 서대문구 옛 서대문구 의회 터에 2020년을 목표로 국립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을 짓기로 했다. 국가기념식을 거행할 수 있는 홀을 비롯해 전시실, 세미나실, 자료실 등을 갖춘 라키비움 형태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는 2019년 12월 서울의 첫 라키비움인 ‘평창동 미술문화복합공간(가칭)’이 들어선다. 170억여원을 들여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과 교육, 커뮤니티 등 행사 공간을 비롯해 아카이브, 연구소, 서고 등을 함께 조성한다. 국회는 2021년 6월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근린공원(1호)에 ‘국회도서관 부산관’을 개관한다. 3만 2000㎡ 규모로, 사업비만 429억여원에 이르는 초대형 라키비움으로 짓는다. 국회 자료 보존 공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분관하는데, 향후 라키비움 형태가 가장 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허용범 국회도서관장은 “자료보존관 역할뿐 아니라 부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 국립도서관, 그리고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라키비움은 메건 윈젯 미국 텍사스대학 교수가 2008년 그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2차 세계대전과 관련한 컴퓨터 게임을 만들도록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었더니, 학생들이 “2차 세계대전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러 도서관도 가야 하고, 전쟁기념관과 국가기록원도 가야 했다. 왜 이 자료들은 한군데에 모여 있지 않고 흩어져 있느냐”고 불평한 데서 착안했다. 곽승진 충남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도서와 예술품을 비롯한 자료들이 디지털화하면서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관리 방법이라든가 서비스 경계가 없어진 데다 여러 정보를 한곳에서 즐기려는 이용자의 요구 사항까지 충족하려다 보니 라키비움이 부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이런 추세와 관련, “캐나다는 국립도서관과 국립기록관이 합쳐져 하나의 홈페이지에서 서비스하고, 유럽의 국가들은 국가도서관과 기록원, 박물관 통합 서비스에 영화, TV, 라디오의 영상물 자료까지 함께 서비스한다”면서 “한국의 도서관이나 박물관도 이처럼 ‘아이디어’가 있는 라키비움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강북구, 3·1운동 국제학술회의 개최…조명하 의사 고문 사진 첫 공개

    강북구, 3·1운동 국제학술회의 개최…조명하 의사 고문 사진 첫 공개

    일년 앞으로 다가온 3·1독립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3·1독립운동의 현대사적 의미와 세계사적 가치를 조명했다. 이 자리에서는 조명하 의사가 일본 육군대장인 구니노미야 구니요시를 척살한 뒤 체포돼 고문과 구타를 당한 모습이 사진으로 처음 공개됐다. 9일 서울 강북구가 주최하는 3·1독립운동 국제학술회의가 ‘3·1독립운동의 현대적 의미 그리고 통일’을 주제로 강북구 우이동 봉황각에서 열렸다. 봉황각은 1912년 손병희 선생이 천도교 지도자들을 양성할 목적으로 건립한 교육 시설로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15인을 배출한 유서깊은 곳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영훈 한국학 중앙연구원 원장, 김상호 대만 슈핑과기대 교수, 성주현 청암대 교수, 임형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이날 김 교수는 ‘민족의 어둠 속에서 피어난 촛불의 향기-3·1독립운동과 손병희 그리고 조명하’라는 제목의 발제문을 통해 “3·1운동은 비폭력 운동의 효시로 당시 인구 2000만명 중 10분의 1이 참여했다. 세계사에 이처럼 단합심이 강했던 운동이 없었다”면서 “조선인은 절대로 일제의 일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확고히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올해가 조명하 의사의 ‘타이중(臺中) 의거’ 90주년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조명하 의사는 1928년 육군대장인 구니노미야 구니요시를 대만 타이중시 앞 커브길에서 기다렸다가 척살했고, 같은 해 타이베이 형무소에서 순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독립운동에 뛰어든 4대 의사 중 한명이 조명하라고 생각한다.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의사만큼 훌륭한 민족영웅”이라고 덧붙였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임 교수는 ‘3·1정신의 계승과 평화적 통일의 당위성’이라는 발제문에서 “3·1운동의 핵심적인 역할은 손병희 선생이 했다고 본다. 그가 언급한 독립운동의 3대 원칙(대중화, 일원화, 비폭력)은 손병희 선생의 고뇌가 느껴지는 부분”이라면서 “특히 비폭력 정신은 오늘날 촛불혁명까지 이어졌고, 세계사의 자랑이다. 이외에 대중화, 일원화 원칙도 각각 국민의 참여, 세대간의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세대가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발표 후에는 발제자와 함께 아오노 마사아키 모모야마대 교수,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성보용 성학연구원 원장이 토론을 이어갔다. 참가자 100여명도 회의 2시간여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함께해 학술회의의 의미를 더했다. 행사를 주관한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내년 3·1독립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3년전 부터 기획한 국제학술회의를 마침내 열게 돼 기쁘다”면서 “3·1독립운동의 발상지인 봉황각에서 국제적인 교수님들과 함께한 이번 회의가 3·1독립운동을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광복회장 지낸 윤경빈 애국지사 별세

    광복회장 지낸 윤경빈 애국지사 별세

    제14대 광복회장을 역임한 윤경빈 애국지사가 8일 별세했다. 99세.평안남도 중화에서 태어난 선생은 일본 메이지대 법학과에 진학했으나 1943년 일제의 학도동원령으로 일본 쓰카다 부대에 강제 징집됐다. 당시 강제 입대한 학도병들은 각 지역에 구축된 공작 거점이나 공작원과의 직접 접선을 통해 개별 또는 집단으로 일본군 병영을 탈출했다. 이때 1944년 장준하, 김준엽과 광복군 제3지대에 입대했다. 중앙육군군관학교 제10분교 간부훈련반에서 군사교육훈련을 받고 제1기생으로 졸업했다. 1945년 1월 말 학도병 탈출 동지 50여명과 함께 충칭으로 건너와 임시정부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그리고 광복군 총사령부에 소속되어 광복군 부위(副尉)로서 판공실 부관으로 복무했다. 1945년 11월 임시정부 주석 백범 김구 선생을 수행해 국내로 돌아왔다. 백범의 마지막 경위 대장을 지냈다. 정부에서는 그의 공훈을 기리어 1990년에 건국훈장 애국장을 수여하였다. 1999년 1월 제14대 광복회장을 지냈고, 2002년부터 광복회 고문을 맡아 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권은애씨와 흥렬(전 서울신문 부사장), 강렬, 혜라 등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 7호실(02-3779-1526)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0일 오전 7시30분,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종신형 살던 아르헨티나 마지막 독재자 사망

    종신형 살던 아르헨티나 마지막 독재자 사망

    아르헨티나의 마지막 군부 독재자 레이날도 비그노네 전 대통령이 징역형을 살다가 7일(현지시간) 군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90세.비그노네는 아르헨티나가 영국을 상대로 벌인 포클랜드 전쟁에서 패한 해인 1982년 7월부터 아르헨티나에 민주주의가 복원된 1983년 12월까지 군부 독재 정권의 마지막 대통령을 지냈다. 1983년 10월 민주적으로 실시된 대선에서 당선된 중도주의 성향의 라울 알폰신에게 정권을 이양한 비그노네 전 대통령은 정권 이양 전에 독재 정권 시절의 인권침해 등을 사면하기 위한 법을 만들고 모든 서류의 폐기를 명령했다. 그러나 독재 정권 인사에 대한 사면법이 2003년 폐기된 후 비그노네는 집권 시절에 저지른 납치와 유괴, 고문, 살해 등의 혐의가 인정돼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해 왔다. 그는 1976~1983년 반정부 인사를 대대적으로 탄압한 ‘콘도르 작전’의 책임자 중 한명으로 2016년에는 징역 20년을 추가로 선고받기도 했다. 콘도르 작전은 남미 6개국 군사정권이 좌파 세력을 대대적으로 탄압한 공조 작전이다. 통신은 “비그노네의 죽음은 아르헨티나 역사의 끔찍한 챕터가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황찬현 前감사원장 엔씨소프트 사외이사로

    황찬현 前감사원장 엔씨소프트 사외이사로

    황찬현 전 감사원장이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에서 엔씨소프트 사외이사로 취업이 가능하다는 결정을 받았다.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2월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에서 130명 중 8명(취업 제한 2건, 취업 불승인 6건)에 대해 취업을 허락하지 않고, 나머지 122명(취업 가능 106건, 취업 승인 16건) 대해서는 취업 가능·승인 결정을 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퇴직한 금융위원회 전 임원이 금융보안원장으로, 지난해 2월 전역한 해군 중령이 현대건설 부장으로 재취업하려다 취업 제한 결정을 받았다. 취업 제한 결정은 심사 대상자가 퇴직 전 5년 동안 속했던 부서·기관의 업무와 취업 예정업체 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확인된 경우에 내려진다. 취업 불승인은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고 법에서 정한 취업을 승인할 수 있는 특별한 사유도 인정되지 않은 경우에 내려진다. 소방청의 전 소방감 3명이 소방산업공제조합 이사장으로 지원했지만, 모두 취업 불승인을 받았다. 여수광양항만공사의 전 임원과 해수부의 전 고위공무원이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으로 각각 지원하려다가 취업 불승인 결정을 받았다. 한편 지난해 12월 퇴직한 황찬현 전 감사원장은 엔씨소프트 사외이사로 취업이 가능하다는 결정을 받았다. 감사원 전 차관급(감사위원·사무총장) 인사 5명은 대신증권 사외이사, 대교 사외이사, 메리츠캐피탈 사외이사, 법무법인 민주 고문변호사, LS전선 비상임감사로 각각 취업 승인 또는 취업 가능 결정을 받았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사설] 해외에 결백 주장한 고은, 부끄럼도 모르는가

    성추문에 휘말린 고은 시인이 영국의 한 언론을 통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고 한다.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블루덱스 북스라는 출판사를 통해 받은 고 시인 측의 성명서를 보도했다. 제기된 의혹들에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된 것은 유감이지만, 상습 성추행 혐의는 단호히 거부한다는 게 성명서 요지다. 부끄러운 행동을 한 적이 없으니 집필을 계속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고 시인은 한 달여 전 최영미 시인의 폭로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에 비추어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우회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을 뿐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았었다. 따라서 이번 가디언 보도가 첫 공식 입장인 셈이다. 그는 성명서에서 “사실과 맥락을 쉽사리 파악할 수 없는 친구들을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을 믿을 외국인 친구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설령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그가 호소할 대상은 그의 수많은 독자와 국민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고 시인은 최 시인의 폭로 후 성추행 의혹을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왔다. “더이상 누를 끼칠 수 없다”면서 수원시가 마련해 준 집을 반납했고, 수원시의 고은문학관 건립 철회와 교육부의 교과서 시 삭제 방침에도 한마디 항의조차 못 했다. 그가 사실상 창립한 한국작가회의가 이사회를 소집해 그의 징계안을 처리한다고 하는데도 상임고문직을 사퇴했을 뿐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가 정말 결백하다면 먼저 수원시나 교육부, 작가회의 등에 결백을 호소하고 항의했어야 옳다. 그가 생뚱맞게 해외 언론에 성명서를 보내니 ‘아직도 노벨문학상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 하는 조롱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 고 시인은 자신의 대표작으로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를 꼽는다.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담은 감동적인 시다. ‘어찌 삶으로 울지 않은 사람이 있겠느냐/오래오래 우리나라 여자야말로 울음이었다’란 구절이 있다. 겨울철 자작나무숲의 벗은 몸처럼 힘들게 살아온 여성들을 ‘슬픔엔 거짓이 없다’고 위로한다. 시어로는 여성의 슬픔을 달래 준다면서 정작 자신이 여성을 울린 역설을 고 시인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에게 조금이나마 부끄러움이 남아 있다면 지금이라도 위선적인 삶을 반성하고 여성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 [시론] 문학권력의 고백성사를 요구한다/최강민 문학평론가·우석대 교수

    [시론] 문학권력의 고백성사를 요구한다/최강민 문학평론가·우석대 교수

    2016년 10월 촛불혁명 이후 적폐청산은 시대의 화두가 됐다. 이 연장선에서 2018년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범죄를 알리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점화됐고, 최영미 시인은 고은 시인의 성폭력을 비판하는 문학계의 미투 운동으로 적폐청산의 도미노 게임에 참여했다. 문학의 윤리성과 저항성을 상징하던 고은은 숨겨진 괴물의 자화상이 폭로되면서 추락했다. 최영미가 이어받은 미투 운동은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돼 현재진행형이다. 고은 시인의 성폭력이 오랫동안 은폐될 수 있었던 것은 고은을 포함한 문학권력과 낡은 문학 관행이 함께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은은 한국작가회의의 전신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대표간사와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했고, 오랫동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문학권력이었다. 이러한 고은의 문학권력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한 것은 바로 창비와 한국작가회의다. 그동안 진보문학의 좌장 역할을 한 창비는 문학의 현실 참여, 삶과 문학의 진정성, 문인의 윤리성을 강조하며 한국문학을 변혁시켰다. 고은의 성폭력은 창비의 뒤풀이 모임에서도 있었다고 최영미는 증언하고 있다. 창비는 고은의 상습적인 성폭력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고은은 계간 창작과 비평의 지면에 시를 꾸준히 발표했고, 창비의 주요 행사에 초청됐다. 이것은 창비의 안이한 성폭력 인식과 묵인, 남성 문인들의 성폭력에 대해 관용적인 문학관이 함께 작용한 참사다. 고은의 성폭력 사건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을 옹호하는 페미니즘 책을 발간한 창비의 이중적 처신과 위선을 드러낸다. 파쇼적 보수정권과 대결하는 상황에서 고은의 성폭력을 묵인했다면 창비의 조직 보호 논리는 그들이 비판한 극우보수의 행태와 닮은꼴에 불과하다. 고은의 성폭력 사건은 한국문학의, 진보문학의 위기를 상징한다. 지난 2월 한국작가회의의 총회에서 최원식(계간 창작과 비평 전 편집주간) 이사장은 “부족한 저를 지난 2년간 이사장으로 허락해 준 고은 선생을 비롯한 고문단”에게 깊이 감사한다는 인사말을 했다. 고은의 성폭력이 폭로된 상황에서 한국작가회의를 대표하는 최원식은 고은 시인에게 감사의 말을 던졌던 것이다. 성폭력을 반대한다는 한국작가회의의 성명과 이사장의 엇박자 발언은 경악할 일이다. 이날 총회에서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이렇게 하지 않을 법한 일들이 ‘관행’이라는 이름하에 진행됐다. 총회의 파행은 직선제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적 절차에 따른 공정하고 합리적인 선거 집행이 부재했기에 발생한 적폐였다. 한국작가회의는 이사장과 사무총장을 선출할 때 민주주의 선거 원칙인 비밀선거를 하지 않았고, 출마의 변도 없었다. 선거는 공개적인 거수투표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강행했다. 고은의 성폭력과 한국작가회의 총회는 쌍생아의 적폐였다. 유명 연예인의 성폭력은 당사자가 개인으로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고은의 경우 개인을 넘어 문학권력, 악습의 문학 카르텔이 깊게 관련돼 있다. 그래서 추가적인 미투 운동이 쉽지 않다. 고은의 성폭력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문인들과 문학권력은 고은 사건의 확대를 두려워한다. 이들 일부는 내부 고발자인 최영미의 개인 행실을 비판하는 마녀사냥의 꼼수 발언으로 대응했다. 고은과 방조자를 포함한 문학권력은 모두 유죄다.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은 죄인이라는 각자의 인식 속에 진솔한 참회의 고백성사다. 고은은 최근 외신에 부끄러운 어떤 짓도 하지 않았다고 변명의 발언을 했다. 무죄라고 생각한다면, 고은은 최영미 시인을 즉각 고발하고 경찰의 조사를 받아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라. 존경받던 문인이 위선자로 밝혀진 것은 한국문학의 비극이자 역사의 아이러니다. 문학계의 미투는 적폐 관행을 폐기하라는 선언이자 질적 갱신의 필요성을 채찍질하는 절규다. 미투 운동은 남녀가 평등한 행복한 세상을 만들려는 자구적 움직임이다. 문인들과 문학권력은 이 선언과 절규에 뜨겁게 대답해야 한다.
  • 암투·분열·사퇴… 백악관 ‘대혼돈의 일주일’

    “백악관이 지난 일주일간 TV 리얼리티 쇼를 방불케 하는 혼란상을 보여 줬다” ‘관세폭탄’ 발표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 간의 권력 암투와 분열 등 지난 한 주 백악관 분위기에 대해 현지 언론들이 이 같은 진단을 내놓기 시작했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은 3일(현지시간) “지난해 8월 샬러츠빌의 흑백 유혈충돌 이후 이번만큼 대혼돈의 한 주는 없었다”면서 “백악관의 혼란이 점점 심해지면서 정부 어젠다들이 웨스트윙(대통령 집무실)의 ‘리얼리티 쇼’ 안에서 길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NBC 뉴스는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의 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저녁 대단히 화가 난 상태였고 다음날 발표한 ‘관세폭탄’ 방침을 사전에 알고 있던 백악관 보좌진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최측근으로 알려진 호프 힉스 전 백악관 공보국장은 지난달 27일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대선 과정에서 선의의 거짓말을 트럼프에게 한 적이 있다”고 증언한 뒤 28일 사퇴했다. 앞서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수석 고문의 기밀 접근 권한을 강등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화가 난 상태에서 싸울 거리를 찾더니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국장이 제기한 무역전쟁을 선택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인 1일 오전 철강·알루미늄 업계 대표를 만났다. 모임이 시작된 지 1시간이 지난 후, 대통령이 취재진을 모임에 ‘깜짝’ 초대하며 모든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했다. NBC는 “이날 모임은 로스 상무장관이 준비했지만 백악관 누구도 알지 못했고 공식 일정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백악관 내부 분열도 심화됐다.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대통령 발표 전날인 지난달 28일 만약 대통령이 관세조치를 고수한다면 자신은 사퇴해야 할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다. 백악관 법률고문들은 철강 관세를 법률적으로 검토하는 데 2주가 더 소요된다고 권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CNN 방송은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이 일련의 일을 겪는 와중에 주변 인사들을 몰아세우며 격정의 모습을 연출하거나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면서 참모들이 겁에 질린 상태”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뺀 모든 사람을 비난하고 있으며, 점점 고립돼 가고 있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3일에는 극도의 보안이 유지돼야 할 백악관 북쪽 펜스 쪽에서 한 남성이 다가가 숨겨둔 권총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져 분위기가 더욱 뒤숭숭했다. 이번 사건은 총기 소유 규제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발생해 더욱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 머무르고 있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1600번지(백악관 주소)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단독] “각서·금품 약속 받은 사람들, MB 집권하자 靑 찾아가 압박”

    [단독] “각서·금품 약속 받은 사람들, MB 집권하자 靑 찾아가 압박”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김성곤 위원이 만났습니다 - ‘MB 저격수‘ 정두언 前의원 평창동계올림픽이 마무리되면서 국정원 특수활동비 유용과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MB) 전 대통령 소환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이미 MB의 형인 이상은 회장, 조카 이동형 부사장, 아들 이시형 전무(이상 다스),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등 친인척이 줄줄이 조사를 받았다. 관심은 MB와 부인 김윤옥 여사로 모아지고 있다. 2007년 대선 때 MB의 가족이 당락에 영향을 미칠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 세 가지가 있었다고 말해 화제가 된 정두언 전 의원을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에서 만났다. 뜻 맞는 전직 관료들이 모여서 일한다는 그 법인의 휴게실 벽엔 수십 병의 와인이 채워진 와인 냉장고가 있었고, 옆엔 드럼, 색소폰, 기타 등이 있는 연주실이 구비돼 있었다. 그때서야 정 전 의원이 음반을 낸 아마추어 가수라는 게 기억났다. 동료가 모여서 가끔 노래와 연주를 한단다. 궁금한 것은 경천동지였지만 바로 묻진 못했다. “그런 것은 말 못 해요”라고 하면 인터뷰가 싱겁게 끝날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근황부터 물었다.→요즘 같으면 정치를 접은 것 같다. 방송인도 괜찮은 것 같은데. -종편과 라디오 몇 개, 자원봉사 겸해서 다문화TV에 나가서 진행도 하고 패널도 한다. 인터넷 강의로 상담도 하고 있다. 진짜 은퇴하면 자원봉사하려고 자격증도 땄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카운슬러라면 잘할 것 같았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지 않나. 허허허. →그래도 본업은 정치 아닌가. -정치는 그만뒀다. 접었다. 지구당 사무실도 정리했고 당 소속도 없다. 정치 접었다고 써도 된다. 어릴 적 꿈은 연기였다. 이곳저곳 문을 두드리는데 연락이 안 온다. 이 나이에 주인공을 할 것도 아니고, 악역을 하고 싶다. 황정민이나 송강호도 악역으로 시작한 것 아닌가. 그래야 뜬다. 하하하. →‘MB 저격수’로 불려서 나중에 정치에 부담되는 것 아닌가 했다. -정치를 시작하면서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말 다하면서 하자고 다짐했다. 정치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다. 정치를 하면서 무엇을 하는가가 목적이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행운아다. 난 다섯 번 출마를 했는데 한 번도 공천 경합을 한 적이 없다. 우리 지역구(서대문을)가 구여권에 굉장히 불리한 곳이어서 공천 신청자가 없었다. 눈치 볼 필요가 없었다. →나중에 마음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어느 당에 가겠나. 정치를 하려고 해도 방법이 없다. 길이 있어야 정치를 하지. 당이 있어야 정치를 하지, 정치권이 천지개벽하듯이 변하면 몰라도 지금은 정치를 할 수 없다. 자의 반 타의 반 정치 그만두게 된 거다. →본래 고향은 어디인가. -광주다. 작고하신 백부가 광주에서 6선 하신 정성태 전 의원이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생활이 어려워 어렸을 때 광주 외가 등에서 좀 살았다. 하지만 학교는 모두 서울에서 다녔다. 차별을 받아서인지 호남 사람이 서울에 살면서 호남 출신이라고 안 하는 경우가 많다.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 되니까. 평생 안 그러다가 “내가 호남이다”라며 총리도 하고, 장관 한 사람도 많다. MB 정권 땐 장관을 시켜 놓고 원적을 찾아내 호남 사람 만들기도 했다. 오기 때문인지 차별받으니까 오히려 난 호남이라고 박박 우기며 살았다. 공무원 시절 청와대 파견 갔는데 신원 조회에서 세 번이나 걸렸다. ▶ [단독] “각서·금품 약속 받은 사람들, MB 집권하자 靑 찾아가 압박” →MB가 당선되고 인수위원회에서도 그런 게 있었나. -그때 내가 인사를 많이 주관했다. 요즘 실세라고 하나. 견제가 심했다. 세 번에 걸쳐 나를 음해했다. 엉뚱하게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도 하고, 대구에서 국회의원도 한 H씨가 MB를 만나 “물갈이를 해야 하는데 정두언을 그대로 두면 호남 출신만 중용할 것이다.” 이게 첫 번째다. MB가 수긍 안 하니까 “정두언이와 일하는 애들이 운동권인데 그대로 두면 빨갱이 세상 못 바꾼다.” 두 번째다. 그래도 반응이 없자 세 번째로 들이댄 게 “정두언이가 부인 화랑을 하면서 돈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했다더라. 결국은 내가 나오고 그 자리를 박영준(당선인 비서팀 총괄팀장)이 차지했다. 형님(이상득 전 의원) 뜻대로 된 것이다. 그 후 그들이 결국 인사를 좌지우지한 것 아닌가. →MB가 왜 그렇게 형님에게 의존했다고 보나. -형님한테 빚을 많이 진 셈이다. 특히 돈 관리는 위험한 것인데 형님이 다 했다. 그래서 이상득 전 의원이 한 번은 저축은행으로, 그다음은 포스코 관련으로, 이번에는 특수활동비로 조사를 받는 것 아닌가. 역할 분담을 한 것이다. MB는 우유부단해서 인사나 이런 것은 결정을 못 한다. 형님이 그런 것 나서서 많이 했다. 인사를 못 한다는 것은 사람을 못 믿는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의심하는 줄 아는가. 잘 속이는 사람이 의심도 많다. 남들도 다 그러리라 생각한다. →MB와 틀어지게 된 계기는. -결정적인 게 한상률 전 국세청장 때문이다. 대선 후 국세청에 MB 파일을 내놓으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 때 한 전 청장이 만든 것들이다. 검찰에서 ‘도곡동 땅이 제삼자의 것으로 추정된다’며 애매하게 결론 내렸지만, MB를 많이 괴롭힌 파일이다. 대선 후보 경선 때는 최대 걸림돌이 도곡동 땅이었고 본선 때는 BBK였다. 그래서 MB에게 국정원과 국세청 파일을 받겠다고 보고까지 했다. 그런데 국정원 자료는 신문 스크랩 수준이었다. 국세청에도 파일을 내놓으라고 했더니 아무리 독촉해도 안 내놓았다. 이게 남아 있으면 나중에 무슨 일을 할 줄 모르니까 (방비 차원에서) 한 것인데…. 아마 그때가 한 전 청장과 이상득 전 의원이 거래를 했던 때였던 것 같다. 이 전 의원 아들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을 때니까. 그런데 한 전 청장이 “정두언이가 MB 파일 뒤지고 있다”고 모함을 한 것이다. MB에게 “쓸데없는 짓하고 다닌다”며 한 시간을 깨졌다. 당선자 신분이니까 롯데호텔에서 박영준 팀장, 김모 교수 등 셋이 있는 자리였다. 나는 그를 보호하려고 했는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 파일이 진짜 문제가 있는 거였다. 지금 그게 드러나고 있다. 그때부터 틀어졌다. 자기가 떳떳하지 못하니까 날 배척한 것이다. →그런데도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해서 인수위에서 나왔는데 나를 괴롭혔다. 뒷조사하다가 나에게 들켰다. 그때 내가 모 언론사 간부하고 술 먹다가 욱해서 MB 정권의 인사 등에 대해 하소연을 했는데 그게 ‘고소영 강부자’(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에 강남 부동산 자산가가 요직을 차지한다는 것을 빗댄 말) 내각 건이다. 그 이후에 박영준 등 청와대 참모 개편이 이뤄졌다. 원인은 이상득 전 의원이다. 한나라당 55인 서명 파동도 이재오 전 의원이 시작해 놓고 쏙 빠지면서 내가 총대를 멨다. 65세 이상을 커트라인으로 정해 박희태 전 의원 등은 공천에서 다 날리면서 형님만 준 것 아닌가. 결국은 내가 주동자를 자임했다. 내가 모든 게 옳진 않지만, 그래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박근혜 정부 때 유승민 의원 쫓아내려고 할 때도 나는 바른말을 했다. 그러다가 배신자로 덧칠해졌고, 권력과 투쟁만 하는 사람이 돼 버렸다. →경천동지를 언급해 화제다. 욕도 많이 먹고. -경천동지를 꺼낸 배경을 생각했으면 한다.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이 착실하고 깨끗한 친군데 이혼했다가 재결합했다. 어려울 때 집이라도 하나 만들어 보려고 실수를 한 것인데 “너 돈 받은 놈 아니냐” 하고 내쳐 버렸다. 김희중은 MB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데 실수 한 번에 내쳐졌다. 부인이 기다리다가 출소 두 달 전에 자살했는데 문상도 없었다. 그런데 각종 의혹에 대해 최근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떳떳한 것처럼 하는 것을 보고 나서 어이가 없어서 그런 얘기를 했다. 사실 MB와 나만 아는 것이 있잖겠는가. 적어도 본인은 알 텐데, MB는 공사 구분이 안 된다. ‘권력의 사유화’란 말을 내가 처음 만들어 냈다. 정권을 잡은 게 아니라 이권을 잡은 것이라고 했잖나. 국민은 MB는 실제로 돈이 많은데, 그렇게 돈이 많으면서 왜 그러냐고 욕한다. 병적이다. 돈이 신앙인 것이다. →MB 구속이 불가피해 보인다. -형량이 얼마냐만 남은 것 같다. 그에게는 선민의식이 있다. “하늘이 자신을 보호하고, 자기를 괴롭히는 사람이 잘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얘기를 자주했다. 자기 뜻대로 인생이 흘러왔고 돈, 명예, 권력을 다 가진 그에겐 지금이 괴로울 것이다. →경천동지에서 한 발짝만 더 나가 보자. 가족과 돈 얘기라고 했는데.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도 관련된다고 얘기했다. 돈 얘기 아닌 것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돈이다. 이후에 돈이 들어갈 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정말 무덤까지 가져가야 한다. 밝히면 MB에게 큰 위해가 간다. 지금도 MB는 물려 있는 데 나까지…. →김윤옥 여사 얘긴가. -(한참 생각을 하더니) 엄청난 실수를 했다. 정신 나간 일을 한 것이다. 당락이 바뀔 수 있을 정도인데, 그 일을 막느라고 내가 무슨 짓까지 했냐면 ‘집권하면 모든 편의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각서도 써 줬다. 거기서 요구하는 돈도 다 주면서…. 사재를 털어 가면서 많이 줬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MB 정부 출범 후에 찾아왔더라. 그래서 내가 “권력하고 멀어져 있었는데 살아 있는 권력에 가서 얘기하라”고 했다. 자기네가 기획 일을 한다고 하더라. 인쇄 이런 것인데 당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게 도와주라고 했더니 그냥 대충해서 보낸 모양이더라. 그래서인지 그 이후에도 자꾸 괴롭히기에 청와대 가족 담당하는 민정수석실 경찰 출신 김모 행정관에게 연결해 줬다. 그 후 보상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이 건도 수사를 할 것으로 보나. -검찰에서 누군가 선을 대서 내게 한 번 연락이 왔다. 무엇인지 알아보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게 엮이긴 싫었다. 그리고 아마 MB가 구속되더라도 거기까진 안 갈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지간하면 가족을 같이 구속하지는 않으니. 여기까지만 하자. sunggone@seoul.co.kr■ 정두언 前의원 프로필 4집 음반을 낸 아마추어 가수다. 지금은 시사평론가이지만 꿈은 연기자였다. 악역을 원해 곳곳에 문을 두드리지만 아직 답을 못 받았다. 좀더 늙으면 어려운 이웃에게 상담을 해주는 카운슬러가 되려고 한다. 상담사 자격증도 땄다.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기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상과대학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24회)에 합격해 21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끝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2004년 17대 총선(서울 서대문을)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된 뒤 3선을 했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이명박(MB) 후보를 도와 서울시장 당선에 기여했고,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을 맡는 등 MB의 최측근이었다. 대선 뒤 당선자 비서실 보좌역으로 인수위원회에 참여했지만, MB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등 영포라인(경북 영일·포항)에 밀려 중도 하차한다. 이후 한나라당 최고위원, 여의도연구소장, 19대 국회 국방위원장을 역임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진 뒤 우울증에 빠져 모진 맘을 먹기도 했었다. 지금은 방송에 출연하며, 행정서비스 자문 및 대행 법인인 ALPS의 고문직을 맡고 있다.
  • 켈리에게 물먹은 실세 쿠슈너…美백악관 권력서열 ‘지각 변동‘

    켈리에게 물먹은 실세 쿠슈너…美백악관 권력서열 ‘지각 변동‘

    미 백악관의 권력 서열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지난해 여름 스티브 배넌 전 수석전략가를 중심으로 한 대선공신 그룹을 백악관에서 몰아내면서 ‘실세’로 떠오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큰딸인 이방카와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등 ‘퍼스트 도터’ 부부가 이번에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공격으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28일(현지시간) “자방카(재러드와 이방카의 합성어)와 켈리 실장은 사생결단의 결투에 들어갔다”면서 “이는 두 명이 들어가서 한 명만 살아 나오는 싸움”이라고 평했다. 이들의 균열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켈리 비서실장의 주도로 쿠슈너 백악관 수석 고문의 정보 취급 권한을 ‘일급비밀’에서 ‘기밀급’으로 낮추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조치로 쿠슈너 고문은 극비 분석 보고 등 최고로 민감한 정보 사항이 담기는 ‘대통령 일일 브리핑’을 볼 수 없게 되는 등 백악관의 기밀 정보에서 멀어지게 됐다. 26일 이방카 고문도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미국 대표단장 자격으로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인 트럼프 대통령의 성 추문 의혹에 대해 “딸에게 묻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질문”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딸로서가 아니라 백악관 고문이라는 공식 직함으로서 답변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켈리 비서실장은 외교 경험이 전혀 없는 이방카 고문의 방한 자체를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액시오스는 “백악관 관리들은 쿠슈너 고문이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남의 꾀에 잘 넘어가는 것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쿠슈너 고문에 대한 폭로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너 서클을 뒤흔들고 있다”면서 “만일 쿠슈너와 이방카 고문이 백악관을 떠난다면 ‘트럼프 월드’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방카와 켈리 실장, 누구의 손을 들어 주느냐에 워싱턴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위인 쿠슈너 고문의 권한 강등 조치에 대해 “켈리 실장이 옳은 결정을 내렸으리라 믿는다”며 일단은 켈리 실장의 손을 들어 줬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호프 힉스(29) 백악관 공보국장이 이날 사임 의사를 밝혔다. 힉스 국장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감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에 행운을 빈다”고 밝혔다. 힉스 국장은 롭 포터 백악관 전 선임비서관과의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처음으로 사임을 진지하게 고려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文 “독도, 日에 처음 강점당한 우리 땅”… ‘盧 독도연설‘ 오마주

    文 “독도, 日에 처음 강점당한 우리 땅”… ‘盧 독도연설‘ 오마주

    “일본이 독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과거 저지른 침략전쟁과 학살, 40년에 걸친 수탈과 고문·투옥, 강제징용, 심지어 위안부까지 동원했던 그 범죄의 역사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행위입니다.”(2006년 4월 25일 노무현 대통령의 한·일 관계에 대한 특별담화문)문재인 대통령의 첫 번째 3·1절 기념사는 한·일 관계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역사 인식을 담은 이른바 2006년 ‘독도연설’과 궤를 같이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독도연설에 대한 ‘오마주’(프랑스어로 존경·경의)”라고 설명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로 시작되는 이 담화문은 지금까지도 노 전 대통령의 명연설로 회자된다. 노 전 대통령은 독도 문제를 “단순히 영유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과의 관계에서 잘못된 역사의 청산과 완전한 주권확립을 상징한다”고 규정했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고민을 함께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日에 ‘진실한 반성´ 요구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참모들에게 외교·안보적 파장에 대한 검토를 지시하는 한편 노 전 대통령의 독도 연설을 눈여겨보도록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기념사 중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강점당한 우리 땅’,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2006년 담화문과 겹친 것도 같은 이유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 부재를 질타하면서 ‘독도 영유권’과 ‘위안부 문제’를 거론했다. 특히 취임 후 처음으로 독도를 콕 집어 언급한 데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문제의)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등의 표현은 문 대통령의 구술(口述)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일본의 ‘진실한 반성’ 없이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는 원칙을 다시금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취임 후 첫 3·1절 연설인 만큼 한 번쯤 원칙적인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이라면서 “독도와 위안부 문제는 근본적으로 일제강점기에 대한 반성의 부재라는 측면에서 결코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대화 복원에 이어 북·미 대화를 중재하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어깃장을 놓으려는 듯한 일본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달 9일 평창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평창올림픽 이후)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할 단계가 아니다.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이 문제는 우리 주권의 문제이고 내정에 관한 문제”라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또한 올림픽 개회식 사전리셉션 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문 대통령의 연설을 ‘보이콧’하기도 했다. 강도 높은 대북 제재와 압박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아베 총리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를 대화 국면으로 이끌어가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명백하게 배치되는 현실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독도 문제 등을 부각시킬 의도는 없다”며 “남북, 북·미 대화의 흐름에 반하는 일본의 움직임을 주시하겠다는 것”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촛불, 국민주권 역사 되살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3·1 운동의 의의에 대해 “대한민국을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으로 만든 것이 바로 3·1 운동”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에게 헌법 제1조뿐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와 태극기와 애국가라는 국가 상징을 물려주었다”면서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우리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과 이승만 정부에 의해 정부 수립이 선포된 1948년 중 어느 해를 대한민국이 수립된 해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건국절’ 논란에 다시 한번 쐐기를 박은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겨울 우리는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었다. 3·1운동으로 시작된 국민주권의 역사를 되살려냈다”며 문재인 정부의 마중물 역할을 한 ‘촛불혁명’을 언급했다. 이어 “저와 우리 정부는 촛불이 다시 밝힌 국민주권의 나라를 확고하게 지킬 것”이라며 “3·1운동의 정신과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대한민국 역사의 주류로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연장선에서 독립운동 유적과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중국 충칭의 광복군총사령부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맞춰 복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2019년, 항구적 평화체제의 새 출발선” 문 대통령은 또한 “3·1운동과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평화에 기반한 번영의 새로운 출발선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며 “우리에게는 우리 힘으로 광복을 만들어낸 자긍심 넘치는 역사가 있다. 스스로 평화를 만들어낼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광복 100년으로 가는 동안 한반도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를 완성해야 한다”면서 “분단이 더이상?우리의 평화와 번영에 장애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건국 100주년’인 2019년까지 남북과 북·미 등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 간 대화의 싹을 틔워 북핵 문제 등 성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항구적 평화 체제’, ‘평화공동체’를 언급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 등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文, 검정 두루마기 입고 만세 재현… ‘건국의 어머니‘ 첫 호명

    文, 검정 두루마기 입고 만세 재현… ‘건국의 어머니‘ 첫 호명

    대형 태극기와 백범 김구, 유관순 열사, 도산 안창호 등 독립운동가의 초상을 든 행렬의 선두에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섰다. 문 대통령은 1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99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뒤 김구 선생이 즐겨 입었던 검은색 두루마기를 입고 역사관 정문에서 독립문까지 약 400m 구간을 행진하며 3·1절 만세 운동을 재현했다. 대통령이 3·1절에 직접 거리로 나서 시민과 교감하며 행진한 건 처음이다.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안중근·강우규·박재혁·최수봉·김익상·김상옥·나석주·이봉창·윤봉길 의사의 이름을 부르며 “모두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라고 밝혔다. 이어 ‘건국의 어머니’를 호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더이상 잊혀진 영웅으로 남겨 두지 말아야 한다”며 독립운동가 5명의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기억해야 할 인물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는 의식은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부터 시작됐다. 이번에 호명한 ‘건국의 어머니’는 서대문형무소에서 모진 고문 끝에 사망한 유관순 열사, 함경북도 명천 만세시위대를 이끌다 잡혀 서대문형무소에서 고문을 받다 17살에 순국한 동풍신 열사로 이어진다. 최초 여성 의병장으로 1907년 직접 ‘안사람의병대’를 이끈 윤희순 의사, 백범 김구 선생의 ‘강직한 어머니’로 1940년 중국 충칭에서 순국한 곽낙원 여사도 호명했다. 3·1운동 직후인 3월 9일 46세의 나이에 압록강을 건너 서로군정서에 가입한 남자현 여사는 ‘독립군의 어머니’로 호명됐는데 영화 ‘암살’의 등장인물 안옥윤의 실제 모델로 알려져 있다. 근우회 사건을 주도한 후 중국으로 망명하여 의열단 활동을 한 박차정 열사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독립자금을 마련하려고 국경을 6차례나 넘나든 정정화 의사도 건국의 어머니에 올랐다. 이날 문 대통령은 박차정 열사가 나온 일신여학교 학생들이 “밤을 지새우며 태극기를 그렸다”고 소개했다. 1919년 3월 11일 부산에서 가장 먼저 만세운동을 시작한 것을 기억해 달라는 주문과 같은 것이다. 3·1절 기념식은 매번 관례처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개최했으나 이번엔 이례적으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개최됐다. 형식적인 행사를 탈피해 3·1절 기념식을 개최하라는 문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국가보훈처 업무보고에서 “3·1절, 현충일, 8·15가 정부의 3대 보훈행사인데 국민 관심은 거의 없는 정부 행사가 돼 버렸다”며 “의례적이고 박제화한 기념식 대신 3·1절은 탑골공원이나 아우내장터 등 실제 기념비적 장소에서 국민도 참여하도록 현장성을 살려 재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서대문형무소는 1908년 준공된 이후 독립운동가를 잡아넣고 고문하고 사형한 민족 수난의 현장이다. 3·1운동 때는 하루에만 3000명이 수감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트럼프, 패럴림픽에 국토부 장관 보낸다

    트럼프, 패럴림픽에 국토부 장관 보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일부터 열리는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대회 개회식에 참석할 미국 대표단 단장에 키어스천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을 임명했다고 백악관이 27일(현지시간) 전했다. 평창올림픽에서 불발된 북·미 접촉이 패럴림픽에서 다시 이뤄질지 주목된다. 또 닐슨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어떤 메시지를 가져올 것인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앞서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북측 대표단과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는 등 강경한 대북 행보를 보였다. 폐회식 대표단장을 맡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최대의 대북 압박에 대한 한·미 공조를 강조했다. 닐슨 장관도 이 연장선에서 대북 압박 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한 외교관은 “‘선 비핵화, 후 대화’와 ‘최대 대북압박 지속’ 등의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미가 올림픽처럼 공개된 장소보다는 물밑에서 실무 접촉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청와대는 28일 “미국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평창패럴림픽 단장을 공식 발표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힌다”면서 “미국 행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고위 관계자가 오는 것인 만큼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닐슨 장관의 단장 임명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대표단장으로 방한했을 때 우리 측에 사전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서울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팩트 체크] ‘블랙리스트1호‘ 이윤택, 朴정부서도 억대 지원금 챙겼다

    [팩트 체크] ‘블랙리스트1호‘ 이윤택, 朴정부서도 억대 지원금 챙겼다

    문화예술계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를 통해 성폭력 가해 사실이 드러난 연희단거리패 전 예술감독 이윤택씨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예산이 2016년 1억 4482만원에서 지난해 4억 4600만원으로 3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국회 운영위원회 김성태 위원장(자유한국당)이 27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출받은 문화예술인사 정부 지원 내역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이씨는 2016년 총 4건의 사업에 대해 1억 4482만원, 지난해 6건에 4억 4600만원의 문예기금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지원받았다.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1호로 알려진 이씨의 지원금이 실제로 1억 중반대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에는 4억 중반대로 대폭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 드러난 수치에 불과하다. 이씨가 지난해 지원받은 사업들이 최종 결정된 시점과 비교하면 다른 ‘흐름’이 보인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 대통령 선거 이전에 결정된 이씨의 지원금은 3억 9100만원이었다. 이씨는 지난해 2월 8일 아동시설순회사업(9100만원)과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2억원), 2월 28일 연극창작산실 올해의레퍼토리(6000만원), 3월 15일 방방공곡 문화공감 우수공연프로그램(4000만원) 등을 통해 줄줄이 지원금을 챙겼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원된 건 같은 해 7월 14일 특성화극장운영(4000만원)과 10월 10일 창작활성화 지원(1500만원)으로 두 건 5500만원에 불과하다. 앞서 이씨는 2016년 10월 ‘30스튜디오’ 개관식에서 “매년 1억 8000만원씩 지원받던 게 2년 전부터 딱 끊겼다”며 블랙리스트 피해자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지원금 결정과 집행 과정을 들여다보면 블랙리스트와 상관없이 연극계 거물인 이씨는 상당한 규모의 지원금을 매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지난달에도 노인시설 순회사업 공모에서 연극 ‘산 넘어 개똥아’로 예산 지원을 신청했다. 경남 밀양시와 김해시,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등 지자체 지원을 빼고도 해마다 상당한 지원을 받아 온 것이다.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곽상도 의원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는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오태석 연출가도 지난해 7건, 4억 87만원을 지원받았다. 연극계에서는 블랙리스트와 별개로 거물인 이씨와 오씨에게 정부 지원금이 집중되는 경향이 농후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연극 장르에 배분된 문예기금 수령자 중 두 연출은 늘 상위권에 있었다는 얘기다. 반면 고은 시인에 대한 지원금은 지난해 2100만원이었지만 그가 상임고문이었던 한국작가회의 활동 및 연구지원 명목으로 개인 지원이 아니었다. 그에 대한 지원은 ‘고은시선집’ 등 7개 작품 번역·출판 정도다. 이 밖에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인간문화재 하용부 밀양연극촌장도 문화재청으로부터 17년간 전승지원금 2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는 성폭력 가해자로 확인된 이들과 관련 단체 사업에 대해 올해부터 지원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희망퇴직 시한 넘기면 위로금도 없다던데… 하루하루가 고문”

    “희망퇴직 시한 넘기면 위로금도 없다던데… 하루하루가 고문”

    “앞에 나오는 게 반품 트럭입니다. 트럭 수가 빠르게 늘수록 공장을 닫는 준비가 빨리 끝난다고 보면 됩니다.”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 뒤 열흘째인 지난 23일 낮 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국GM 군산공장 동문. 오전 내내 굳게 닫혔던 철문이 열리자 뭔가를 가득 실은 대형 트럭들이 잇달아 공장을 빠져나온다. 이내 주차장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던 직원들의 표정이 굳는다. 트럭에 실린 건 쉐보레 ‘크루즈’와 ‘올란도’ 조립을 위해 한국GM 군산공장이 납품받았던 엔진과 변속기, 차체, 전기장치 등 각종 자동차 부품이다. 생산 라인이 멈춰선 GM공장 주변 도로에선 최근 달리는 차를 만나기 어렵다. 군산 경제의 한 축을 이루던 인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까지 지난해 폐쇄되면서 산업단지 전체가 을씨년스러울 정도다. 직원들은 “설 명절 후 회사가 군산공장 조립 라인과 창고 등에 쌓아 둔 부품을 조용히 외부로 빼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때마침 이날은 노조원 1000여명이 인천 부평공장에서 열린 ‘군산공장 폐쇄 저지 결의대회’에 참석차 상경했다. 부품 트럭이 향하는 건 협력업체와 새만금 물류창고다. 한 비정규직 직원은 “폐쇄 선언 후 노조원인 정규직에겐 일을 시킬 수 없으니 새벽부터 비정규직만 반품 작업에 동원된다”면서 “내키지는 않지만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GM은 시나리오를 준비한 듯 하나둘씩 공장의 폐쇄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직원들은 공장 재가동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군산 직원들에겐 이미 “일거리가 없으니 이달 말까진 출근할 필요 없다”는 지침이 내려갔지만 일부 직원은 여전히 회사로 출근하는 모습이다. 정문 주차장에서 만난 50대 부장 A씨는 “집에 있어 봐야 괜히 마음만 심란하고 눈치도 보여 회사로 나오는 동료나 후배가 많다”면서 “서로 답답한 처지지만 그래도 모여 있으면 위안이 된다”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2일이면 회사가 내건 희망퇴직 신청 마감일. 아직 군산공장 직원 중 희망퇴직을 결정했다고 말하는 이를 찾긴 어렵다. 40대 사무직 여직원인 B씨는 “군산의 모든 직원이 하루하루 희망 고문을 당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밖에서는 군산공장 폐쇄를 쉽게 기정 사실처럼 말하지만 우리에겐 평생을 함께했고 가족의 생계를 지켜 준 고마운 공장”이라면서 “여전히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어떻게든 일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날이 갈수록 절망과 불안을 토로하는 이도 늘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선 “희망퇴직 신청 시한을 넘기면 위로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떠돈다. 8년째 조립 라인에서 일했다는 C씨는 “처음에는 ‘설마 공장이 닫겠어’라는 생각을 했지만, 어느덧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 채 일주일도 안 남은 상황”이라면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군산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트럼프 “北제재 효과 없으면 매우 거친 단계로”… 군사옵션 시사

    트럼프 “北제재 효과 없으면 매우 거친 단계로”… 군사옵션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북한 관련 중국 기업 등 56개 대상에 대해 독자적인 제재 조치를 취한 데 이어 더욱 강력한 2단계 제재를 예고했다. 미국 정부는 전날인 22일 이방카 백악관 선임 고문의 방한에 맞춰 북한과 중국, 홍콩 등 국적·등록 선박 28척과 해운업체 등 기업 27곳 및 개인 1명 등을 독자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북 해상 차단에 초점을 맞춘 역대 최대 규모의 단독 제재와 관련, “이번 제재가 효과가 없으면 우리는 2단계로 가야 할 것”이라면서 “내가 그 카드를 꼭 쓰게 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으나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단계 제재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2단계는 매우 거친 것이 될 수 있고, 전 세계에 매우 불행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그 제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사실상 해상봉쇄와 ‘세컨더리 보이콧’에 가까운 이번 제재마저 효과가 없다면 미국의 다음 선택은 ‘군사적 옵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의회전문지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제재가 통하지 않을 경우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행동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2단계가 군사적 행동보다는 구축함과 잠수함 등을 이용한 좀더 적극적인 북한의 해상봉쇄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관은 “이번 제재마저 통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군사력을 앞세워 북한의 해상을 봉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당근보다는 채찍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고 말했다. 앞서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22일 북한뿐 아니라 제3국인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 국적·등록·기항 선박 28척과 해운사 등 기업 27곳, 개인 1명 등 모두 56개 대상에 대해 무더기 제재를 가했다. 이번 제재는 북한 선박과 중국 등 제3국 선박의 공해상 불법 밀거래를 정조준했다. 신규 제재 대상 가운데 유엔이 금지한 석탄과 석유를 북한 선박에 옮겨 실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제3국 기업과 선박은 각각 9개사에 9척이다. 미국이 제3국 선박과 해운·무역 회사들까지 독자 제재 대상에 올리면서 이제 작은 이익을 위해 북한과 밀거래에 나설 ‘기업’들은 거의 없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의 교역이 없는 북한에는 타격이 거의 없지만, 제3국 해운·무역 회사들은 미국 입·출항 차단, 미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 미국 내 자산 동결 등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진다. 중국은 미국의 이번 무더기 제재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중국은 미국이 국내법에 근거해 중국의 기업과 개인을 일방적으로 제재하고 ‘확대관할법’을 적용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확대관할법이란 재판관할권을 확대 적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신화통신도 “미국의 새 대북 제재와 올림픽 이후 진행될 한·미 연합훈련은 최근 한반도에 조성된 긍정적인 분위기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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