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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물고문 사라졌지만 약자 배려 없는 공권력 자세는 똑같아”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물고문 사라졌지만 약자 배려 없는 공권력 자세는 똑같아”

    임창용 논설위원이 만났습니다 - 박준영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재심 변호사 법은 과연 얼마나 공평한 것일까. 얼마 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진범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을 보면서 든 의구심이다. 15세 소년이 18년 전 택시 기사를 살해한 누명을 쓰고 10년간 복역했는데, 나중에 진범이 잡힌 사건이다. 소년이 누명을 쓰기까지 경찰의 불법감금과 극심한 폭행이 있었지만, 검사와 판사는 이를 외면했다. 경찰이 내민 소년의 허위자백만을 근거로 법정 최고형을 합작했을 뿐이다. 지난해 이 사건을 다룬 영화 ‘재심’은 법(엄밀히 말하면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약자에겐 한없이 강하고, 강자에겐 약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극 중 변호사로 나오는 이준영은 실제 이 사건을 맡았던 박준영(44) 변호사와 이름이 같다. 박 변호사는 약촌오거리 사건 말고도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과 삼례 나라 슈퍼 살인사건 등 많은 재심을 이끌어 낸 재심 전문 변호사다.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 변호사는 “재심 사건들이 대부분 오래된 사건이지만, 지금도 그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예전의 물고문이나 폭행이 지금도 자행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조서를 함부로 쓰고, 자백했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유무죄를 재단하던 것도 달라졌다고 봐요.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그런 강압적 수사가 있게 했던 본질적 이유는 달라진 게 없어요. ” 그가 강조한 ‘본질’은 경찰이나 검사, 판사 등 법을 집행하고 심판하는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을 대하는 자세다. “얼마 전 늦은 밤에 친척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10대인 아이가 밖에서 추위를 피하려 종이를 모아 불을 피우고 길거리에 세워진 차 문 손잡이를 잡아당긴 죄로 경찰서에 잡혀 있다는 거예요. 경찰이 아이를 새벽까지 잡아 두고 심야조사를 하고 있던 거죠. 중범죄도 아닌데 방화와 절도죄 의심만으로요. 심야조사는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물어보지도 않고 말이죠. ” 반인권적 수사를 막기 위한 규정과 장치는 곳곳에 마련돼 있지만, 현장에선 제대로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인들로선 알려주지 않으면 그런 장치가 있는지조차도 모르기 때문이다. 미성년자나 노숙인 같은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은 설령 알아도 그런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사실 자기 변호가 어려운 약자들을 위한 장치인데 외려 돈 많고 힘센 사람들이 자기 방어를 위해 이용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진술거부권만 해도 만든 취지는 사회 약자들이 강압적 수사에 의해 진술하는 걸 막기 위한 것이거든요. 한데 실제론 강자들이 더 애용하죠. 증언거부권이나 조서열람권도 마찬가지고요.” 최근 조사거부 논란이 일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검찰 조사와 재판에 툭하면 불응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등의 사례를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박 변호사는 요즘 ‘낙동강변 2인조 부녀자 살인사건’ 재심 인용을 기다리면서 검찰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에 참여해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조사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해 5월 재심을 청구한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도 무죄임을 확신한다”면서 변호사 인생에서 가장 한이 된다고 안타까워한 사건이다.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두 사람은 직접 증거는 하나도 없이 자백만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21년간 복역했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까지 극심한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진행됐던 수사와 재판기록을 검토한 박 변호사는 “당시 기록만으로도 지금 재판하면 판사들이 무죄를 선고할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가 오염된 자백과 조서에만 집착해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재심 인용 결과가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그는 “사실상의 국가범죄”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이 터진 1987년에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부산의 부랑자 보호시설에서 벌어진 사건인데, 실은 부랑자라고 볼 수 없는 아이나 여성 등에 대한 폭행과 성폭행, 강제노역 등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만행이 자행됐어요.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거리 청소’를 하려던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어요. 길거리서 구걸하던 사람들이 적잖이 잡혀갔는데, 복지원과 경찰의 결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뉴스에 따르면 형제복지원에선 10년간 513명이 죽어나갔고, 가혹행위 정황이 짙었다. 거쳐 간 사람이 수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에선 지금까지도 악명이 높다. 그럼에도 복지원 원장은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는 데 그쳤다. 1심에서 10년 징역형을 받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대법원 파기 환송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당시 그러한 만행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었는지 제대로 조사하겠다”고 했다. “박종철 고문치사만 해도 나중엔 진상이 밝혀지고 인권신장으로 이어졌어요. 경찰청장과 검찰총장이 남영동 분실을 찾거나 박종철 열사 부친을 찾아가 사과도 했고요. 형제복지원에선 못 배우고 가난한 사람들 수백명이 죽었는데 그동안 누구도 관심이 없었어요. 이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사회 약자들도 ‘법이 평등하구나, 우리도 인간이구나’ 하고 생각할 겁니다.” 박 변호사는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의 외부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검찰이나 경찰의 과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재심사건을 주로 다룬 만큼 검·경의 문제점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재심 사건을 지금의 법과 제도의 문제로 연결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특히 최근 논란이 큰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사권 조정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수사를 경찰이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법적으로 인정해 줄 필요도 있어요. 다만 경찰이 현재 시점에서 검찰의 수사지휘와 특수수사 역량을 무리 없이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제가 접한 일선 경찰 중엔 상당수가 아직 검찰의 깨알 같은 수사지휘를 원하고 있었어요. 물론 경찰에도 능력이 뛰어난 간부들이 많지만 수사권을 완전히 넘겨주기엔 좀더 준비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박 변호사는 또 “일반사법경찰과 특수사법경찰을 한데 묶어 수사권 독립을 논의하는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수사권 조정은) 검찰과 경찰이 합리적으로 권한을 나누고 협력하면서 견제하는 관계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sdragon@seoul.co.kr ■박준영 변호사는 재심 사건만 맡는 ‘흙수저’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는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이다. 전남 완도 옆 노화도란 섬에서 태어나 서울과 인천 등지에서 막일과 배달일, 주먹질을 하면서 방황했다. 지방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했지만, 군 복무 후 장학금을 못 받게 되자 자퇴한 뒤 군대 선임을 따라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갔다. 일찍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사진을 책상 위에 붙여 놓고 악착같이 공부했고, 5년 만인 2002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변호사 초기 국선변호를 주로 맡았다. 인맥과 학벌에 밀린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면서 자기 방어권이 약한 사람들을 주로 만났다.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에서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가출 소녀들의 눈물은 그를 울렸고, 이후 재심 사건에만 몰두했다. 박 변호사는 모든 재심 사건에서 무료변론을 하고 있다. 변호할 사람들이 가난한 사회 약자들이기 때문이다. 재심 진행에서 가장 큰 동력인 시민 지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시민 지지가 있어야 목격자나 관련자들의 증언 확보도 수월해진다. 영리 목적으로 재심을 맡았다가 자칫 시민들의 지지를 잃어 재심 진행이 어려워질까 우려한다. 재심 사건은 한 번 맡으면 평균 5년은 걸린다고 한다.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박 변호사는 기존에 맡았던 일반 사건 수임료에 사비까지 털어 재심에 매달렸지만 2년 전 파산 위기에 몰렸다. 다행히 포털사이트를 통한 스토리펀딩에 시민들의 후원이 몰렸고, 그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 5억원이 넘는 후원이 들어왔다고 한다. 최유정·홍만표 등 법조 거물들의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더 큰 지지를 받은 것 같다고 했다. 현재 박 변호사의 주 수입원은 강연료다. 재심사건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인권 관련 강연이 많이 들어온다. 지난해의 경우 많을 땐 월 20회까지 했다. 올해도 월 10회는 강연에 나선다. 일선 경찰이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권보호를 주제로 강연한다. 과거사위원회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선 공식적인 국가 업무를 맡았기에 약간의 보수도 받는다. 재심 사건 외에 일반사건은 아예 맡지 않고 있다.
  • 북한, 비사회주의적 요소 단속 강화… “엄벌 포고문도 붙여”

    북한, 비사회주의적 요소 단속 강화… “엄벌 포고문도 붙여”

    북한 당국이 주민을 대상으로 외국 문화와 자본주의적 경제 등 비사회주의적 요소에 대한 단속을 최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일본 매체 아시아프레스를 인용해 5일 보도했다.이 방송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등 대화 국면이 이어지면서 한국과 음악, 스포츠 등 교류 속에 주민 동요를 사전에 막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RFA가 인용한 아시아프레스의 전언에 따르면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하는 자는 엄벌에 처한다’라는 제목의 포고문이 북한 북부지방의 공공장소마다 붙었다. 포고문에는 자본주의적 경제 현상을 비롯해 복장과 머리 모양 등을 엄하게 단속하며, 북중 접경지역 불법 월경과 밀수, 마약판매, 휴대전화의 불법사용 등이 적발되면 엄벌에 처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RFA는 전했다.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규찰대’로 불리는 단속반이 행인의 옷차림을 검사하면서 청바지를 입은 사람이 적발되면 가위로 잘라버릴 정도이고, 함경북도 청진시에선 월 50%의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준 고리대금업자가 붙잡히기도 했다고 RFA는 덧붙였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4일 RFA에 “대화 분위기 한편으로 북한 내부에선 강한 통제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한 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대화 분위기 등을 거론하면서 “전국적으로 포고문까지 내세우면서 주민통제에 나섰다는 것은 대화의 부작용을 경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북 ‘젊은 부부’ 귀촌 창업 땐 6000만원 준다

    도내 북부·군 지역 정착 우대 2022년까지 창농 2000명 육성 젊은 부부가 경북 농촌에 이주해 창업하면 최대 6000만원을 지원받는다. 경북도는 지방소멸 해소와 청년 창업을 유도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오는 20일까지 ‘청년 커플창업 지원사업’ 참여자를 모집한다고 3일 밝혔다. 대상은 경북 밖에 사는 만 39세 이하 청년 부부다. 분야는 도내 인물, 역사, 특산물 등 지역자원을 활용한 창업이나 창작활동 등이다. 참가 희망자는 홈페이지 공고문을 확인해 경북도 경제진흥원으로 신청하면 된다. 도는 서류심사와 면접으로 10쌍을 선발해 정착활동비와 사업화자금으로 6000만원씩 지원하고 별도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한다. 선발할 때 도내 북부지역이나 군 지역 등 상대적으로 인구가 빨리 줄어드는 곳에 정착하는 부부를 우대한다. 전강원 경북도 일자리청년정책관은 “젊은 부부가 도내에 들어오면 일자리 창출, 지역 활력 부여, 출산에 따른 인구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도는 또 오는 2022년까지 청년 창농 2000명을 육성하는 방안 등을 담은 ‘경북 농업 6차 산업 현장 혁명’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청년 농촌 유입 유도를 위해 단계별 창업시스템을 구축하고 농과계고등학교에서부터 대학, 일반에 이르기까지 현장 중심의 맞춤형 보육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농촌정착·창농자금과 자립기반 자금, 저리 융자 등 재정지원도 뒷받침한다. 농업·농촌에 대한 다양한 정보 제공과 창업 아이디어 사업화를 돕는 청년 농산업 창업지원센터 활성화에도 나선다는 복안이다. 6차 산업이란 생산(1차), 제조·가공(2차), 서비스·유통(3차) 산업을 융·복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6·13 선거현장] 민주당 양승조·복기왕 vs 한국당 이인제 부활이냐

    [6·13 선거현장] 민주당 양승조·복기왕 vs 한국당 이인제 부활이냐

    6·13 충남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양승조(왼쪽)·복기왕(가운데) 후보 간 경쟁 속에 자유한국당의 이인제(오른쪽) 후보, 바른미래당 김용필 후보 등의 다자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 전 지사의 ‘악재’ 속에서도 아직은 민주당 후보가 약간 앞서는 분위기다.심대평(민선 1~3기), 이완구(4기) 등 보수 성향이 짙었던 충남은 천안, 아산 일대에 대기업과 함께 젊은 유권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안 전 지사가 2010년 당선돼 내리 2선(5~6기)으로 진보 진영의 길을 다졌고,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더해지면서 초반 판세는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 민주당 유력 후보의 성추문 등이 잇따르면서 한국당에서도 ‘한번 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당은 이인제 상임고문을 전략 공천해 안 전 지사의 재선으로 끊겼던 보수 정당 출신의 도지사 계보를 잇겠다는 각오다. 이 후보는 3일 공식 출마 선언을 했다. 6선 의원 출신인 이 상임고문은 경기지사와 노동부 장관을 지냈고 대통령 선거에는 네 차례 출마했다. 그간 여러 차례 정치적 고비를 겪으면서도 불사조(피닉스)처럼 재기해 ‘피닉제’(피닉스+이인제)로 불린다. 민주당에서는 2인 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를 가리기로 했다. 양승조·복기왕 후보는 지난 1월 일찍이 출마 선언을 하고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다. 민주당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15일 사퇴했다. 17대 국회의원으로 등판해 충남에서 내리 4선을 지낸 양 후보는 변호사 출신으로 13년간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활동했다. 복 후보는 17대 때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민선 5~6기 충남 아산시장을 지냈다. 양 후보가 인지도 측면에선 복 후보를 앞서지만 현역의원 출마 시 10% 감점 규정을 적용받아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바른미래당 김용필 후보는 충남 지역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두 차례 충남도의원을 지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인제 후보가 양승조 후보를 바짝 쫓고 있다.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다툰 조사도 있다. 지역 조직력에서는 양 후보가 앞서나 인지도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민주 부산 오거돈 등 광역단체 6곳 후보 확정

    민주 부산 오거돈 등 광역단체 6곳 후보 확정

    서울 등 3곳 재보선 후보자 공모더불어민주당이 3일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6·13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후보로 단수 추천하기로 했다. 전날 김경수 의원을 경남지사 후보로 일찌감치 전략 공천하는 등 화력을 집중해 이번 선거 최대의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경남’(PK) 지역을 수년 만에 탈환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전날 광역단체장 예비후보 면접 등을 거쳐 서류심사와 여론조사 점수를 종합해 광역단체장 후보자를 발표했다. 공관위는 17곳의 광역단체장 후보 중 6곳의 후보를 경선 없이 전략 공천하기로 했다.민주당의 험지인 경북지사 후보로는 오중기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전 선임행정관을, 울산시장 후보로는 송철호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고문을 공천키로 했다. 또 승리가 무난하게 예상되는 곳도 단수 공천하기로 했다. 강원지사 후보로는 최문순 지사가, 세종시장 후보로는 이춘희 시장이 나선다. 나머지 지역은 예비후보를 최대한 적게 탈락시켜 2~3명의 예비후보자가 경선을 거치도록 했다. 김민기 공관위 간사는 “면접, 서류 등 모든 것을 종합한 점수에서 20점 이상 현격한 차이가 난 후보는 제외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그동안의 입장을 뒤집고 ‘결선투표’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선거 분위기를 최대한 띄우기로 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미래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 데다 자유한국당이 험지인 세종시장과 광주시장, 전북·전남지사를 제외하고 광역단체장 후보를 마무리 짓자 민주당도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다 후보(7명)가 난립한 광주시장 후보에는 후보 간 단일화 후 경선을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이용섭 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에 맞서 강기정 전 의원과 민형배 전 광산구청장, 최영호 전 남구청장이 4일 단일 후보를 내기로 했다. 서울에서는 박영선(가나다순) 의원과 박원순 시장, 우상호 의원 등 3명이 경쟁한다. 경기에서는 양기대 전 광명시장과 이재명 전 성남시장, 전해철 의원이, 인천에서는 김교흥 전 국회 사무총장과 박남춘 의원,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이 경선을 치른다. 민주당은 이날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서울 노원병과 송파을, 전남 무안·신안·영암 지역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자를 공모했다. 노원병에는 김성환 전 노원구청장, 송파을에는 송기호 변호사와 최재성 전 의원, 무안·신안·영암에는 백재욱 문재인 정부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서삼석 전 무안군수가 각각 신청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민주당 충북지사 경선 비방으로 얼룩지나

    민주당 충북지사 경선 비방으로 얼룩지나

    더불어민주당 충북지사 후보가 ‘선거의 달인’으로 불리는 이시종(71) 충북지사와 관록의 4선을 자랑하는 오제세(69) 의원간의 경선으로 결정된다. 충북정치를 대표하는 어른들간의 경쟁이라 모범적인 정책대결이 기대되고 있지만 실상은 상호 비방전으로 전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 의원이 다른 당 후보를 연상시킬정도로 이 지사 비난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경선이 결정되자 대응을 자제해왔던 이 지사가 더 이상 참지 않겠다며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해서다. 민주당이 3일 충북지사 후보를 경선으로 결정하겠다고 발표하자 이 지사와 오의원은 도청 기자실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고 경선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내심 전략공천을 기대했던 이 지사는 “경선이 확정된만큼 예비후보 등록을 앞당겨야 할것 같다”며 “경선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오 의원을 겨냥해 “경선체제에 들어가면 대응을 해야 할 것 같다”며 “그동안 현직이어서 참아왔다”고 날을 세웠다. 이 지사가 자리를 뜨자 바로 기자실을 찾은 오 의원은 깨끗하고 공정한 경선을 언급했지만 이날도 “이 지사 현안사업이 문제 투성이”라며 맹공을 이어갔다. 그는 “세계무예마스터십은 내용 자체가 부실하고 재미가 없는 소재”라며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는 계획을 즉각 취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회 마스터십대회 예산 80억원의 집행내역과 2회 대회 예산으로 잡힌 150억원의 세부내역을 공개하라”며 “허황된 마스터십 대회 예산으로 태권도회관 건립, 프로축구단 창단 등을 적극 지원하라”고 비난했다. 오 의원은 “‘태양과 생명의 땅’ 등 이 지사가 추진하는 것들이 너무 거창하다”며 “지금 충북에게 필요한 것은 실현가능한 꿈”이라고 꼬집었다.일각에서는 오 의원의 발언들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오의원 측은 “인신공격이 아니라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라며 “비난과 건전한 비판을 구분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이 지사의 한 측근은 “이 지사의 정책에 힘을 실어줬던 오 의원이 네거티브 전략으로 나오는 것을 이해할수 없다”며 “당 고문들까지 오 의원측에 자제를 당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권리당원 투표(50%)와 여론조사(50%)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선은 오는 20일을 전후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박경국(60) 전 행안부 차관을 충북지사 후보로 확정했다. 바른미래당은 유일하게 출마선언을 한 신용한(49)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이 후보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서울포토] 이인제, 충남지사 출마 기자회견

    [서울포토] 이인제, 충남지사 출마 기자회견

    이인제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이 3일 국회에서 충남도지사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서울포토] 충남지사 출마 선언한 이인제

    [서울포토] 충남지사 출마 선언한 이인제

    이인제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이 3일 국회에서 충남도지사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임우재, 이혼소송 재판부 교체 기각 되자 ‘즉시항고’

    임우재, 이혼소송 재판부 교체 기각 되자 ‘즉시항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소송 중인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재판부를 바꿔달라고 법원에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에 항고장을 제출했다.3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 전 고문 측은 전날 서울고법 가사2부(김용대 부장판사)에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즉시항고는 법원이 재판과 관련해 내린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신속한 해결을 요구할 경우 밟을 수 있는 절차로, 민사사건의 경우 7일 이내에 제기한다. 임 전 고문 측은 이혼소송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가사3부의 A 판사가 삼성 측과 연관성이 우려된다며 지난달 13일 법원에 기피신청을 냈다. 기존 재판부에는 중립적인 판결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바꿔달라는 취지다. A 판사가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에게 안부 문자를 보낸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바 있어서 재판이 객관적으로 진행될지 우려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달 23일 임 고문의 기피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임 전 고문 측의 주장이 재판부를 바꿀 만한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IT 신트렌드]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을까/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IT 신트렌드]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을까/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현재 과학기술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인공지능은 사람의 지능을 자동화한다는 관점에서 그 미래상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가장 큰 우려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직업을 대체한다는 걱정과 더 나아가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인공지능의 성능과도 직결돼 있다. 그렇다면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사람들의 막연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국제 비영리 단체인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은 특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바로 인공지능의 성능을 측정하는 프로젝트다. 현대 인공지능의 핵심은 심층학습(딥러닝)이다. 심층학습은 매우 복잡한 데이터를 학습해 패턴을 정확히 분류해 낼 수 있는 기술이다. 그러나 심층학습은 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한 다음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층학습을 구성하는 인공신경망의 구조부터 입력 데이터의 구성까지 모두 연구자가 정할 몫이다. 입력 데이터가 10종류라고 가정한다면 3개를 사용할지 5개를 사용할지는 연구자가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심층학습에서 경험적인 추천은 있을 수 있으나 기반 이론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심층학습은 여전히 뜨거운 분야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현상을 예측하는 성능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EFF는 분야별로 심층학습을 포함한 인공지능의 성능 향상 과정을 집대성했다. 연구자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성능 순위와 참고문헌까지 제공한다. EFF는 11개의 인공지능 분야를 선정했다. 그에 따르면 가장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게임, 시각, 문어와 구어, 문제 해결 및 추론 네 가지다. 성능을 측정하는 기준은 데이터 세트별로 구분한다. 그 이유는 많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학습 기반의 방법론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데이터 세트의 경우 성능 편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성과는 이미지 인식 분야다. 인공지능이 이미지 인식에서 물체를 잘못 보는 오차율은 2.25%다. 게임 인공지능에서는 고전 비디오 게임기인 ‘아타리 2600’의 57종의 게임 중 46종의 게임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능가했다. 그러나 사실관계 추론 문제의 정확도는 아직 80%를 밑도는 수준이다. 현재까지 EFF를 통해 집대성된 인공지능의 성능을 살펴보면 특정 분야에서만 인간을 능가하는 성능을 보여 주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현재 기술수준으로 보면 아직까지 인공지능은 만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걱정보다는 인공지능이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공부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부고] 항일 학생운동 이주호 선생 별세

    [부고] 항일 학생운동 이주호 선생 별세

    일제강점기 대구 지역에서 항일 학생운동을 이끈 애국지사 이주호 선생이 지난 1일 오전 별세했다. 97세.2일 광복회에 따르면 선생은 대구사범학교에 재학 중이던 1940년 교내 비밀결사인 문예부에 가입해 항일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이듬해에는 동료들과 조직을 확대해 ‘다혁당’(茶革黨)을 결성했다. 민족차별 반대운동 등을 주도하던 선생은 1941년 7월 교내 비밀결사가 일제 경찰에 적발돼 고문을 당하고 옥고를 치렀다. 정부는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수여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최순종씨, 아들 구섭·문섭·명섭씨, 딸 청희·정희씨가 있다. 빈소는 부산보훈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3일 오전 7시 30분,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이다.
  • 푸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 구원과 애국, 18년 파워

    푸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 구원과 애국, 18년 파워

    “미국은 탄도요격미사일제한(ABM)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우리의 수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 (미국이) 우리 동맹국에 핵공격을 한다면 러시아에 대한 핵공격으로 간주하고 즉각 보복할 것이다.”블라디미르 푸틴(66) 러시아 대통령이 대선을 보름여 앞둔 지난달 1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러시아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소개하며 미국을 자극했다. 비위가 상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전화 통화로 “만약 당신이 군비 경쟁을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길 것이다”라고 응수했다고 NBC가 보도했다. 하지만 4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은 끊임없이 ‘세계 질서 파괴자’란 오명을 감수하며 거침없이 서방과의 일전을 불사하고 있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기준 1조 4693억 달러(세계 12위)로 1위인 미국(19조 3621억 달러)의 13분의1에 불과하다. 국방비 지출은 692억 달러로 미국(6860억 달러)의 10분의1 수준이다. 그럼에도 푸틴 정권은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2015년부터는 시리아 내전에 적극 개입해 미국이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을 공격했다.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 지난달 4일에는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 암살 시도 등 여러 의혹도 사고 있다.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24개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14일부터 러시아 외교관 150명을 추방했고, 러시아는 다시 이들 국가 외교관을 맞추방하는 등 서방과의 ‘신(新)냉전’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오는 6월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고립을 자초하는 일련의 행보에는 푸틴의 팽창주의적 대외정책뿐 아니라 지난 18년간 러시아 사회를 이끌어 온 ‘푸틴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는 정서가 함축돼 있다. 2000~2008년 보리스 옐친의 뒤를 이어 러시아의 3·4대 대통령을 지낸 푸틴은 헌법상 3연임 금지 조항 때문에 대통령직에서 내려왔다. 대신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5대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실세 총리’로서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 2012년 6대 대선을 통해 크렘린으로 복귀한 뒤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늘리고는, 지난 18일 76.7%의 높은 지지율로 7대 대선에 승리해 2024년까지 대통령직을 맡게 됐다. 미국 시사 주간 타임은 2일(현지시간) 러시아 엘리트층 어느 누구도 푸틴이 2024년 이후 권좌에서 물러날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번 임기에서 장기집권을 위한 조처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판 ‘차르’(황제) 푸틴의 집권 요인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 세계의 압박을 대내 정치에 활용한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옛 소련 시절과 같은 ‘강한 러시아’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 국민들을 결집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선거운동 기간 러시아의 국방력을 자랑했고 언론들은 연일 미·영이 러시아에 가하고 있는 위협에 대해 보도하는 등 반(反)서방 정서를 자극했다. 모스크바타임스가 지난달 26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 이중간첩 암살 시도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영국 조사 결과가 타당하다고 믿는 러시아인은 응답자의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치평론가 스타니슬라브 벨코브스키는 AFP통신에 “러시아의 대외정책은 외부 대립을 지속하면서 결속을 응축시키는, 일종의 자기파괴적 에너지로 이끌어 왔다”면서 “푸틴 대통령의 국내 기반 역시 서방과 갈등이 심할수록 공고해진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푸틴의 높은 인기를 설명하기 어렵다. 수출의 80%를 원유에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는 2012년 푸틴의 3선 이후 국제 저유가와 서방의 제재로 침체 일로를 걸어왔다. 2015년 GDP 성장률은 -3.7%로 떨어졌고 2016년에는 -0.6%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푸틴의 국내 기반은 확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일 인터넷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보다 애국주의 정서가 강한 ‘푸틴 세대’를 집중 조명했다. 지난해 연말 여론조사업체 레바다 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러시아 성인들의 81%가 푸틴을 지지한다고 응답했으며 18~24세 청년층의 지지율은 86%에 달했다. 특히 ‘러시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데 찬성한 응답자는 전체의 56%에 달했으나 청년층에서의 찬성률은 67%로 높았다고 WP는 전했다. 인터넷을 통해 역사상 가장 많은 외부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대가 역설적으로 푸틴의 권위주의 정부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된 셈이다. 푸틴이 권력을 장악한 지 18년이 지난 지금 이들 세대는 푸틴 이전의 러시아를 알지 못하고 푸틴 이외의 러시아 지도자를 상상하지 못한다. 졸업 후 언론인을 꿈꾼다는 한 청년은 WP에 “스마트폰을 통해 푸틴 정부를 비판하는 일부 독립 언론의 기사를 접하긴 하지만 지금처럼 중대한 시기에 야당에 정권을 넘기고 변화를 추구했다가는 나라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소련은 1989년 12월 지중해 몰타에서 냉전 종식과 새로운 협력을 선언했고 2년 뒤인 1991년 12월 소련이 붕괴했다. 하지만 러시아인들은 냉전 종식 이후 미국 역대 정부들이 러시아를 동등한 파트너로 대하지 않고 패전국 취급했다는 피해의식을 느껴 왔다.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2년 ABM 탈퇴를 선언하고 MD 구축에 나서자 이 같은 인식은 확산됐다. 푸틴은 이를 활용해 ‘러시아의 수호자’ 이미지를 자처하고 나섰다. 푸틴은 특히 2008년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총리로 물러날 때부터 자신이 러시아 역사에서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를 고심했다고 타임은 분석했다. 측근인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으로 있던 2011년 중동에서 ‘아랍의 봄’ 열풍과 함께 리비아 무아마르 알 카다피 정권이 전복되는 것을 보고 그 배후에 서방 국가들이 있으며 서방의 다음 목표는 러시아가 될 것이라는 확신과 자신만이 러시아를 구원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푸틴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에 맞서는 공세적 방어전략에 따라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했고 자국의 핵심 이익을 지켜내는 단호함을 보여 줘 국민들로부터 ‘푸틴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는 인식을 심었다. 리언 에런 미국 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월스트리트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 역사를 보면 전쟁을 일으키거나 제국을 확장할 때 ‘러시아는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자주 사용해 왔고 이는 푸틴의 세계관에 단초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푸틴의 집권 기반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기제로 러시아인의 70%가 신자인 동방정교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동방정교는 콘스탄티노플(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을 근거지로 한 비잔틴(동로마) 제국(395~1453년)의 유산으로 러시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그리스, 세르비아 등 동유럽 대다수 국가의 제1종교다. 역대 러시아 황제는 비잔틴 제국의 계승자와 동방정교의 수호자임을 자처해 왔고 마찬가지로 푸틴도 동방정교의 수호자 이미지를 부각하며 정교회의 정치적 후광을 받았다. 2011년 11월 당시 총리였던 푸틴이 이듬해 세 번째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자 격렬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푸틴의 도움 요청을 받은 그리스 동방정교 아토스산 바토페디 수도원의 에프라임 신부는 동방정교에서 성물(聖物)로 여기는 ‘성모 마리아의 허리띠’를 지참하고 러시아로 가 39일 동안 이를 순회 전시했다. 이 기간 300만명이 넘는 순례자들이 불임여성도 잉태하게 한다는 이 성물에 참배했다. 공항에서 에프라임 신부를 영접한 푸틴은 자연스럽게 이 성물의 첫 번째 참배객이 됐다. 이 모습은 고스란히 TV 생중계로 러시아 전역에 방송됐고 푸틴은 성물을 러시아로 가져온 수호자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2012년 2월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키릴 대주교는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는 혼돈의 상태였으나 신과 현명한 지도자의 도움으로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고 푸틴에게 감사하기도 했다. 자기 확신에 가득 차 국제 규범 위반에 스스럼없는 푸틴 정권의 성향상 신냉전은 예측하기 어려운 양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폴란드의 러시아 전문가 블라디미르 이노젬세프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냉전 당시 소련 지도자들과 달리 유럽의 기존 질서를 약화시킬 그 어떤 정책도 추구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가 가해국이 아닌 피해국이라고 한다”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제대로 사죄하라” 팔순의 고문수사관 재판 중 구속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 위증 “기억에 없다” 사과 회피하자 “피고가 증거” 이례적 직권 영장 “이 사건의 가장 큰 증거는 피고인이겠죠.” 1980년대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 당시 무고한 시민들을 붙잡아 고문 수사를 했던 전 국군 보안사령부(현 기무사령부) 수사관 고모(79)씨가 위증 재판을 받던 도중 2일 법정 구속됐다. 고문 피해자들에게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자 재판부가 과거를 기억해 내 사죄를 하라며 직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재판 도중 피고인을 구속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성은 판사는 이날 오후 열린 재판에서 고씨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을 명령했다. 고씨는 보안사의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 당시 1982년 이종수씨와 1984년 윤정헌씨를 불법 감금한 뒤 간첩 혐의를 자백하라며 가혹한 고문을 가했다. 그러나 2010년 윤씨의 재심 재판에서 가혹행위가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했고, 무죄 판결을 받은 윤씨가 2012년 고씨를 검찰에 고소하면서 재판에 넘겨졌다. 고씨는 검찰 신문 과정에선 혐의를 인정하면서 “모든 게 다 제 잘못이다. 동료들, 선배들 생각과 나에게 돌아올 눈총도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판사가 “사죄라는 건 받는 사람이 원하는 방식으로 돼야 진정한 사죄”라며 피해자들의 대리인인 장경욱 변호사에게 발언할 기회를 주자 돌연 태도를 바꿨다. 장 변호사가 피해자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고문 행위에 대해 자세히 묻자 이미 혐의를 시인한 이씨와 윤씨에 대한 부문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기억에 없다”, “제가 안 했다”며 회피한 것이다. 일본에서 건너와 이날 법정에서 고씨의 사과를 기다리던 피해자들은 “이건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라며 반발했고, 윤씨도 통곡했다. 이 판사는 고씨에게 “신문 과정에선 잘못을 인정한다 했지만 피해자 측이 바라는 사죄 방식과는 달랐다”면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기엔 기억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고씨가 “다 잘못했다”며 고개를 떨구자 이 판사는 “무엇을 잘못했는지가 중요하다. 그 부분을 기억해 내셨으면 좋겠다”면서 “피해자들이 어떻게든 아픈 과거를 정리하고 떠나보낼 수 있도록 도와줄 열쇠는 피고인이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판사는 “기억해 내는 일이 피고인에게 너무 힘든 과정이라 귀가를 시키면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보인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재판은 오는 30일 다시 열린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개헌안 해부] 한국당 제외 6월 동시투표 공감대… 정세균 “따로 하면 투표율 우려”

    한국당 10월 국민투표 선호 권력구조·권력기관 개편 전제 여야 동시투표 협상 가능성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오는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질지 여부도 주목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부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여권의 동시투표 대신 10월 단독 국민투표를 선호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단독 국민투표를 하게 되면 투표율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걱정한다. 개헌 국민투표는 유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만 한다. 정부·여당은 동시투표가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개헌 논의가 이뤄진 만큼 6월 동시투표를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개헌안 투표율 확보와 1300억원 규모의 경제·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며 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반면 한국당은 6월 동시투표에 부정적이다. 한국당은 민주당과 청와대의 동시투표 전략이 개헌을 지방선거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지지율을 활용해 유리한 개헌안을 통과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당은 ‘5월 합의·6월 국회 발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정의당은 6월 동시투표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민주당은 헌법상 절차에 따라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진행하기 위해선 5월 4일까지는 여야가 국회 개헌안에 합의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민주당은 연일 개헌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국회에서 충분한 개헌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6월 동시투표를 거부하고 있다. 민주당이 권력구조 개편을 전제로 야당과의 협상에 임할 가능성도 있다. 야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총리 선출제·추천제 안을 수용하면서 6월 동시투표를 성사시키겠다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 한국당은 4대 쟁점 중 권력구조 개편과 권력기관 개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국민투표 시기를 지렛대로 활용해 핵심적인 두 가지를 얻어내겠다는 것이다. 여야 합의안을 만들어 내기엔 현실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일 “다음 총선까지 여야가 시간을 갖고 지금보다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야당이 총선에서 선거법 개정과 함께 큰 틀에서 개헌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는 한국당의 주장대로 6월 중 국회 합의안이 발의되면 심사·공고까지 최장 90일이 소요되는 만큼 빠르면 9월에도 국민투표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반면 국회에서 6월 동시 국민투표가 합의되지 않으면 개헌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은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를 안 하면 야당이 합의를 뒤집을 수도 있고 정부·여당은 공약을 이행했지만, 국회가 회피했다며 명분을 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檢, 장자연 사건 재조사…성상납 리스트 밝혀지나

    檢, 장자연 사건 재조사…성상납 리스트 밝혀지나

    검찰이 2009년 성상납 명단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자연 사건을 9년 만에 재조사한다.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2일 10차 회의를 열고 2차 사전 조사 대상 5건을 선정해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 사전조사를 권고했다. 과거사위원회는 과거사 정리의 의미, 사건의 중대성, 국민적 관심 등을 고려해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비롯해 1972년 춘천 강간 살해 사건, 1990년 낙동강변 2인조 살인 사건, 2008년 KBS 정연주 전 사장 배임 사건, 2009년 용산 철거 사건 등 5건을 선정했다.●‘춘천 강간살해 사건’도 재조사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신인배우인 장씨가 2009년 3월 서른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당시 유력 언론사 사주와 방송사 PD, 경제계 인사 등에게 술과 성을 접대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유력 인사들은 성접대를 강요했다는 혐의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용산 철거 사건은 2009년 1월 용산 지역 철거민 농성 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한 사건이며, KBS 정연주 전 사장 배임 사건은 이명박 정부 당시 언론사 사장을 교체하기 위해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이다. 춘천 강간 살해 사건은 재심에서 법원 판결로 무죄가 확정된 사건 중 검찰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다. 또 낙동강변 2인조 살인 사건은 검찰의 인권침해와 검찰권 남용 의혹을 받는 사건으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했던 사건이다. 과거사위원회는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사건 중 검찰권 남용 의혹이 제기됐거나, 검찰이 인권침해 또는 검찰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거나,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의혹이 있는데 검찰이 수사나 공소제기를 하지 않거나 지연한 사건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김근태 고문 은폐 등 8건은 본조사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2월 권고한 1차 사전조사 대상 12건 중 8건에 대한 본조사를 권고했다. ▲김근태 고문 은폐 사건(1985년) ▲형제복지원 사건(1986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1987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1991년) ▲약촌오거리 사건(2000년) ▲PD수첩 사건(2008년)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사건(2010년) ▲남산 3억원 제공 의혹 등 신한금융 관련 사건(2008·2010·2015년)이다. 1차 사전조사 대상 중 본조사 권고에 포함되지 않은 ▲삼례 나라슈퍼 사건(1999년) ▲유성기업 노조 파괴 및 부당 노동행위 사건(2011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사건(2012년) ▲김학의 법무부 차관 사건(2013년) 등은 자료 검토가 끝나지 않아 계속 사전 조사를 진행한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제대로 사죄하라” 팔순의 고문수사관 재판 중 구속

    “이 사건의 가장 큰 증거는 피고인이겠죠.” 1980년대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 당시 무고한 시민들을 붙잡아 고문 수사를 했던 전 국군 보안사령부(현 기무사령부) 수사관 고모(79)씨가 위증 재판을 받던 도중 2일 법정 구속됐다. 고문 피해자들에게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자 재판부가 과거를 기억해 내 사죄를 하라며 직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재판 도중 피고인을 구속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성은 판사는 이날 오후 열린 재판에서 고씨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을 명령했다. 고씨는 보안사의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 당시 1982년 이종수씨와 1984년 윤정헌씨를 불법 감금한 뒤 간첩 혐의를 자백하라며 가혹한 고문을 가했다. 그러나 2010년 윤씨의 재심 재판에서 가혹행위가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했고, 무죄 판결을 받은 윤씨가 2012년 고씨를 검찰에 고소하면서 재판에 넘겨졌다. 고씨는 검찰 신문 과정에선 혐의를 인정하면서 “모든 게 다 제 잘못이다. 동료들, 선배들 생각과 나에게 돌아올 눈총도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판사가 “사죄라는 건 받는 사람이 원하는 방식으로 돼야 진정한 사죄”라며 피해자들의 대리인인 장경욱 변호사에게 발언할 기회를 주자 돌연 태도를 바꿨다. 장 변호사가 피해자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고문 행위에 대해 자세히 묻자 이미 혐의를 시인한 이씨와 윤씨에 대한 부문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기억에 없다”, “제가 안 했다”며 회피한 것이다. 일본에서 건너와 이날 법정에서 고씨의 사과를 기다리던 피해자들은 “이건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라며 반발했고, 윤씨도 통곡했다. 이 판사는 고씨에게 “신문 과정에선 잘못을 인정한다 했지만 피해자 측이 바라는 사죄 방식과는 달랐다”면서 “과거를 기억하기가 매우 고통스럽고 피해자들이 계신 자리에서 진술하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기억을 해내야 한다”면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기엔 기억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고씨가 “다 잘못했다”며 고개를 떨구자 이 판사는 “무엇을 잘못했는지가 중요하다. 그 부분을 기억해 내셨으면 좋겠다”면서 “피해자들이 어떻게든 아픈 과거를 정리하고 떠나보낼 수 있도록 도와줄 열쇠는 피고인이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판사는 “기억해 내는 일이 피고인에게 너무 힘든 과정이라 귀가를 시키면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보인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재판은 오는 30일 다시 열린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안했다” “잘 모른다”··· ‘재일동포 간첩 조작’ 고문 수사관, 재판 중 법정 구속

    “안했다” “잘 모른다”··· ‘재일동포 간첩 조작’ 고문 수사관, 재판 중 법정 구속

    재일동포 간첩 조작사건 당시 국군 보안사령부에서 고문 수사를 했던 고병천(79)씨가 2일 위증 사건 재판 종결 직전 법원 직권으로 구속됐다. 피해자들 앞에서 고문 사실을 털어놓지도, 진정한 사과와 반성의 모습도 보이지 않자 재판장은 “이 사건의 가장 큰 증거는 피고인”이라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다.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성은 판사의 심리로 이날 오후 열린 재판에서는 검찰 신문과 구형, 최후 진술을 듣고 변론을 종결하는 결심이 예정돼 있었다. 고씨는 검찰 신문 과정에서는 위증 혐의와 과거 가혹행위에 대해 인정하며 “변명 같지만 실무 수사관인 내가 대표인 듯 조직과 동료들, 선배들을 생각했고 나에게 돌아올 눈총도 무서웠다”면서 “고령의 쓸데 없는 관념으로 사실과 다르게 진술해 누를 범했다.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고씨는 재일동포 유학생 중 간첩을 색출하겠다는 보안사의 계획에 따라 1982년 11월 이종수씨와 1984년 8월 윤정헌씨를 영장 없이 연행한 뒤 간첩 혐의를 자백하라며 가혹한 고문을 가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12월 윤씨의 재심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구타나 협박 등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없지요”라는 검찰 측 질문에 “네”라고 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윤씨는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2012년 고씨를 위증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위증죄 공소시효(7년)가 끝나기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13일 고씨를 기소했다. 이날 재판에는 윤씨를 비롯한 고문 피해자들도 일본에서 건너와 법정에서 고씨의 사과를 기다렸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장경욱 변호사는 “고씨는 그동안 (고문 범행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가 뒤늦게 추상적이고 소극적인 인정을 하고 빠져 나가려는 것 같다”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고문 상황을 일일이 고해 반성을 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문 피해자인 김정사씨도 “고씨의 변호인은 이미 30년이 지났다고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지나지 않았다. 상처입은 몸과 마음을 갖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서 “그 때 제 나이 21살,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학생을 간첩으로 만들려고 온갖 고문을 하고 구타하고 ‘김지하를 민족주의자라고 생각한다’니까 ‘그럼 너도 죽으라’며 진짜로 반 죽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역사의 책임을 모두 이 사람에게 지라고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한 것에 대해서만이라도 책임을 지든 사과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판사는 “사죄라는 것은 받는 사람이 원하는 방식으로 돼야 진정한 사죄”라면서 “고문 자체도 일방적이었는데 사죄받는 것마저 피고인 본인 방식대로 해야 하니 그걸 받으라고 하는 건 잘못을 인정하는 마당에 아닌 것 같다”며 피해자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고씨가 사죄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 판사는 “그것을 고할 때의 고통이 수반되는 사죄여야만 사죄로서의 무게를 갖는다”고도 덧붙였다. 재판장의 주문에 피해자들의 대리인인 장 변호사가 고씨를 대면해 과거 간첩 조작사건 당시 행했던 고문과 가혹행위에 대해 일일이 물어보고 고씨의 답을 듣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러나 고씨는 이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한 윤씨, 이씨에 대한 고문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른 피해자들에 대해선 “제가 안 했다”, “잘 모른다”며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장 변호사가 “물고문, 전기고문 한 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고씨가 “나는 사용한 기억이 없다”고 말해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윤씨는 방청석에서 일어나 “저는 이 사람이 보이는 공간에 있으면 정신적으로 불안하다. 너무 원통해서”라면서 “이건 사과가 아니다. 애매하게 말하고 그냥 이 재판을 빨리 끝내고 넘어가면서 가능하면 가볍게 형을 받겠다는 속마음이 훤히 보인다”며 고씨를 비난했다. 이 판사는 “이 재판은 위증 사건이지만 본질은 위증에 한정할 수 없는 사건이기도 하다”면서 “피고인은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잘못을 인정한다고 진술했는데 피해자 측에서 요구하는 사죄 방식과 달랐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기억하기가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고 피해자들이 계신 자리에서 그것을 기억해 진술하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다만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기엔 기억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고씨를 질타했다. 이 판사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해내라고 하면서 귀가를 시키는 건 이 사건으로부터 도망 내지는 누군가 보호를 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피고인이 적어도 재판에서 자리를 끝까지 지켜야 하기 때문에 도주와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집행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는지 묻자 고씨는 “다 잘못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러자 이 판사는 “무엇을 잘못했는지가 중요하다. 그 무엇 부분을 기억해 내셨으면 좋겠다”면서 “피해자들이 어떻게든 아픈 과거를 정리하고 떠나보내 줄 수 있도록 도와줄 열쇠는 피고인이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씨의 변호인이 “고령이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없다”며 법정 구속이 부당하다고 반발했지만 이 판사는 “사실은 피해자들은 물론이지만 피고인에게도 힘든 시간이었으리라고 상식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면서 “이 사건의 가장 큰 증거는 피고인인데 혹여 다른 생각할까 겁이 났다”며 구속이 불가피했음을 거듭 설명했다. 고씨에 대한 검찰의 구형은 오는 30일 이뤄진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장충기에게 문자 보낸 언론인 “과분하게 베풀어주신 은혜…”

    장충기에게 문자 보낸 언론인 “과분하게 베풀어주신 은혜…”

    장충기 전 삼성 사장이 언론사 간부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추가로 공개됐다.MBC 탐사기획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지난 1일, 삼성과 언론의 유착관계에 대한 후속 방송을 통해 장충기 전 사장과 언론사 간부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추가로 공개했다. 방송에 따르면 언론인들은 장충기 전 사장에게 “저는 주필자리에서 논설고문으로 발령났습니다… 과분하게 베풀어주신 은혜를 늘 생각하겠습니다. 김△△ 올림”, “넓고 깊은 배려에 감사합니다”, “이리 좋은 선물을 보내시다! 항상 감사”, “삼성은 대한민국 자체만큼이나 크고 소중”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이 같은 문자 메시지를 보낸 언론인들 일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결정을 비판하는 등의 칼럼, 논설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한 경제지 논설고문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 수사에 대해 “법원이 이재용의 도주를 우려했다면 소가 웃을 일…구속재판은 위헌적”이라는 내용의 논설을 쓰기도 했다. 진행을 맡고 있는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이와 같은 삼성과 언론의 유착에 대해 ‘돈을 써야 할 곳, 안 써야 할 곳을 분간하라’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삼성은 지금 돈을 어떻게 쓰고 있나. 혹시 판단이 흐려진 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정승처럼 벌어야 정승처럼 쓴다/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정승처럼 벌어야 정승처럼 쓴다/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대한민국의 경제영토가 넓어집니다.” 2004년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자 서울 광화문 네거리 대형 전광판을 밝힌 구호였다. 강대국들 틈새에 끼여 침략을 당하기만 했고 다른 민족을 지배해 본 적이 없는 약소국의 한풀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제국주의를 흉내 내는 야심으로 표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행여 한국말을 하는 칠레인이 저 구호를 본다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은근히 걱정되기도 했다. ‘경제영토’ 구호는 FTA가 체결될 때마다 등장했고 대한민국의 경제영토가 일본보다 넓고 세계 3위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급기야 현 정부의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까지 나서서 “대한민국 경제영토”를 확장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처럼 경제적 이익에 집착하는 모습은 한국이 1960, 70년대 일본을 ‘경제동물’로 비난했던 상황을 떠올린다. 당시 한국은 수출로 돈벌이에 혈안이 된 일본의 행태를 서방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비난했다. 당시 신문지면을 간혹 장식했던 ‘남파 간첩(단) 사건’ 보도에서 일제 초단파 라디오가 거의 빠짐없이 증거물로 포함됐던 것이 단초가 됐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이 제품들의 대북 수출을 금지할 것을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정경분리 원칙’을 내세우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1970년대에는 마산수출자유지역에 입주한 일본 기업들이 체불임금을 떼먹고 도주했다는 보도가 겹치면서 ‘경제동물’ 이미지는 강화됐다. 1980년대 일본은 한국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는 건너뛴 채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주면 동남아시아인들의 마음도 얻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패했다. 도덕성이 결여된 ‘경제동물’의 가치관으로는 협력의 진정성을 설득할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신남방정책’의 핵심도 아세안과의 교역 규모를 2000억 달러로 확대한다는 목표였다. 최근 베트남 국빈 방문에서도 2020년까지 교역 규모를 1000억 달러 달성으로 합의한 사실이 전면에 부각됐다. ‘신남방정책’이 추구하는 “평화, 공동 번영, 사람 중심”의 소위 ‘3P 가치’가 국내에서는 적극적으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북한에도 통한 대통령의 진정성이 정작 국내에서는 무의미하기 때문일까?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퍼주기’로 비난하는 편협한 일부 여론도 결국 물질주의 가치관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일본을 비난하면서 어느새 우리도 ‘경제동물’이 돼 버린 것은 아닌지. 대외 관계에서 물질주의적 지향은 국내에서의 배금주의 풍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110억원의 뇌물 수수와 350억원의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세금 200만원을 빌려 달라는 자신의 운전기사를 다음날 해고했다는 소식이다. 국내에서 ‘무노조 경영’으로 악명 높은 재벌 기업은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 하는 민간 기업이지만 동시에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농단의 중심에 있었다. 판사 앞에서 주먹질 시늉을 하는 총수 아버지를 둔 아들이 “주주님이라 불러라”며 위세를 떨더니 급기야 여성 고문 변호사의 머리채를 흔든 다음날 그 회사 임원들은 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반면 연말마다 온 국민을 감동시키는 익명의 기부자들은 틈틈이 모은 현금을 기부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국면에서 온 국민의 ‘금 모으기 운동’이 벌여졌을 때에도 주로 땀 흘려 번 돈으로 사뒀던 금들이 모였던 경험도 있다. 올해 국세청이 선정한 착한 납세자들도 대부분 어려운 어린 시절 누군가로부터 받은 도움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가 이제는 세금도 성실하게 납부할 뿐 아니라 나눔의 정도 가득한 삶을 살고 있었다. 살아 있는 인간은 총체적이다. 인간의 생활 영역을 이론적으로는 정치, 경제, 문화 등으로 구분할지라도 정치활동만 하는 사람, 경제활동만 하는 사람, 문화활동만 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개인은 정치, 경제, 문화활동 등을 다 한다. 그래서 각 개인의 가치관이 모든 생활영역에서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개처럼 번 사람이 정승처럼 쓸 수는 없다. 모든 국민이 정승의 인간 존중 가치관을 갖도록 가정, 학교, 사회, 정부의 일치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 재벌 압박·금융 개혁… ‘강한’ 금감원 예고

    재벌 압박·금융 개혁… ‘강한’ 금감원 예고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목소리 관치·재벌·은행 위주 구조 비판 사모펀드 등 규제 개혁도 관심 부동산 자산 23% 불과 이색적2일 공식 취임하는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시민단체 활동 때는 물론 국회의원(19대) 재직 시에도 금융권과 금융 당국에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은행권이 과도한 예대마진과 수수료를 취한다고 지적했고,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시장 실패를 바로잡는 데 힘을 쏟는 ‘강한 금감원’을 표방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김 원장은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답게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에 강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 소장을 맡은 2016년 10월 “자사주를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당시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은 삼성전자에 지주회사 전환 등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는데, 김 원장은 오히려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 직접 지분은 1%가 채 안 되지만 지주사로 전환하면 삼성전자 자사주 12%가 이 부회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쓰인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언론 기고문을 통해서도 “한국 금융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것은 오랜 관치, 재벌과 은행 중심 금융산업 구조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대마진과 수수료에 의존한 금융산업도 재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벌그룹 2금융권 회사에 대해서는 “계열사가 몰아주는 자금의 운용 수수료만으로도 수익이 보장된다. 등 따뜻하고 배부르니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소비자 보호 목소리도 냈다. 김 원장은 지난해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면서 발간한 보고서에선 “금융업권별로 개별법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규정을 두고 있지만 사후 구제가 주를 이뤄 실효성이 없다”며 “금융소비자보호법을 하루빨리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정 최고금리 추가 인하와 대부업 고금리 광고 전면금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2016년 논평에선 카드사의 일방적인 수수료 책정 방식을 개선하거나 구조를 바꾸는 등의 종합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터넷은행이 요구하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완화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김 원장이 규제 강화만 주장한 건 아니다. 사모펀드에 대해선 인재들이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했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선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한편 2016년 국회사무처가 공개한 19대 퇴직 의원 재산 현황을 보면 김 원장의 총재산은 12억 5600만원었다. 토지와 건물(전세임차권) 등 부동산은 2억 8700만원(22.8%)에 불과한 반면 예금 등 금융자산이 배우자까지 합쳐 7억원을 넘었다. 부동산 자산이 많고 금융자산은 적은 게 일반적인데 김 원장은 반대였다. 김 원장은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안을 재가한 이후 주말인 1일까지 금감원 간부들로부터 보고를 받으며 현안을 파악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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