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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주 ‘2선 후퇴’… 글로벌 경영 진두지휘

    박현주 ‘2선 후퇴’… 글로벌 경영 진두지휘

    “국내 부문은 전문 경영인 시대로” 지배구조 해결 않아 영향력 유지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국내부문 사업에서 손을 뗀다. 그룹의 해외사업 전략을 전담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미래에셋의 지배구조 등에 대한 최근 정부 압박에 부담을 느껴 ‘2선 후퇴’를 결정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박 회장은 금융당국 등이 지적한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실질적인 영향력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여 정부와의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래에셋대우는 박 회장을 해외사업 전략에 주력하는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에 선임했다고 23일 밝혔다. 박 회장은 “국내 경영은 전문가 시대를 열어가겠다”면서 “계열사 부회장과 대표이사가 책임 경영하고, 나는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에 주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2016년 5월 회장 취임 때 글로벌 수준의 경영시스템을 도입해 전문 경영인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미래에셋대우 홍콩 글로벌 회장에 취임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회장 취임 당시에도 2년 뒤에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다 국내 부문은 최근 실적이나 조직이 안정화된 상태”라면서 “박 회장이 국내보다는 해외 비즈니스를 진두지휘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는 10개국에 14개 거점을 둬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해외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 현지법인의 자기자본 규모는 2조 3000억여원, 직원 수는 700여명이다. 올 1분기 해외에서 376억원의 수익을 냈다. 지난해 기록한 348억원의 실적을 1분기 만에 뛰어넘은 성적이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의 이번 결정의 배경에 정부와의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미래에셋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5일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미래에셋금융그룹을 주타깃으로 삼았다. 금감원은 미래에셋이 투자목적자산으로 분류한 네이버와의 자사주 맞교환과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인수, 미래에셋캐피탈의 유상증자 참여 등을 문제 삼았다. 특히 미래에셋대우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받기 위해 자기자본을 늘려야 했지만 자사주는 자기자본 산정에서 불리했다. 이에 자사주를 네이버와 맞바꿔 보통주로 만들면서 사실상 같은 자본인데 주인만 바꿔 질이 높아진 것처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미래에셋에게 기존의 복잡한 지배구조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이에 대해 미래에셋은 박 회장의 국내부문 퇴진으로 ‘성의’를 보인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지분구조 개선이나 일감 몰아주기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바지사장’을 앉히는 ‘미봉책’으로 정부와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트럼프, 판 깨진 않을 것… 북·미회담 성공 기준 낮출 수도”

    WP “트럼프 회담 성공 위해 몰두” NYT “즉각적 비핵화 합의 어려워” 中언론 “북·미, 절충안 제시해야” 日 “연기 가능성 언급으로 北 압박” 주요 외신과 해외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의 연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북핵 문제의 ‘일괄타결’ 원칙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를 남겨둔 데 대해 “회담을 그르치지는 않겠다는 협상 의지를 보여 준 것”으로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회담 취소가 아닌 ‘연기’에 방점을 뒀다고 평가하며 북·미 회담 성공을 위해 그만큼 깊이 몰두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고문은 로이터통신에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보다 정상회담을 더 원하는 것처럼 보이기를 원치 않는다”면서 “연기 의사를 언급한 것은 똑똑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지난 3월 과감하게 합의한 회담이 위험에 처했다는 의미”라고 좌초 가능성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의 북·미 정상회담 관련 질문에 “일괄타결이 좋을 것”이라면서도 “나는 완전히 확언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언급된 ‘트럼프식 모델’에 따라 큰 틀에서 일괄타결의 형식을 취하되 최소한의 단계로 나눠 초기의 과감한 핵폐기 이행에 따른 부분적 보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북한의 강경 반응을 볼 때 북·미 회담에서 북한의 즉각적 비핵화 합의에 이르긴 어려울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회담 결과를 성공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기준을 재정의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성공 기준을 낮춰 다음달 12일 싱가포르 북·미 회담이 계획대로 열려도 ‘북한 비핵화가 궁극적 목표’라는 선언 이상의 합의가 도출되긴 힘들다는 의미이지만, 그럼에도 애매하게나마 비핵화 합의를 이루는 게 낫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동결 의사를 재확인하고 핵무기를 해외에 수출하지 않겠다는 약속만 해도 향후 추가 협상의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벨평화상 등 성과에 집착해 북·미 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주한미군 감축이나 평화협정 체결을 섣불리 약속할 가능성도 우려했다. 켈시 데이븐포트 미 군축협회 비확산정책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 완화나 주한미군 재배치를 성급히 결정한다면 북한의 핵폐기를 계속 유도할 지렛대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은 미국과 북한이 선의와 진정성을 보여 주며 절충안을 찾아 정상회담을 좋은 상태에서 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노가미 고타로 일본 관방 부장관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북한으로부터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행동을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서울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단독]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태극기 뒤집혀 걸렸다” 논란

    [단독]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태극기 뒤집혀 걸렸다” 논란

    심재철 의원 “건괘가 오른쪽 윗편에 와야” 지적문화재청 “사진보고 19세기 원형 재현한 것”반박 대한제국 국기, 태극·4괘 다양한 형태로 사용“현 국기 게양법에 맞춰야 한다는 논리는 억지”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2일(현지시간) 재개관한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에 태극기가 잘못 게양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19세기에 찍힌 당시 사진을 보고 그대로 고증 재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역사적 장소를 복원할 때 원칙은 가능한 한 원형에 가깝게 재현하는 것이며 지금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심 의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제국공사관을 방문했는데 태극기가 뒤집어 걸린 게 아닌가 싶다”면서 “태극기를 세로로 길게 늘여서 게양할 때는 하늘을 나타내는 건괘(보통 긴 막대기 3개가 그어져 있는 모양)가 오른쪽 윗편으로 와야 한다. 대한민국국기법 시행령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1893년 미국 헌팅턴도서관에 소장된 당시 공사관 사진을 보고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태극기가 걸려 있던 바로 그 자리에 같은 크기, 같은 모양의 태극기를 고증해 게양했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은 1889년 2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서양국가에 설치한 외교공관으로 이날 오전 재개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문 대통령은 방미 마지막 일정으로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서양 최초로 개설한 공관이며 19세기 워싱턴에 개설된 여러 공관 중 원형이 보존된 유일한 곳”이라면서 “오늘 (조미수호통상조약)136년만의 재개관일에 한미정상회담이 있어 더욱 뜻 깊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운영될 당시 건물과 내부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이번 복원 사업의 기본목표였다”면서 “그 당시 자료와 서적, 사진자료가 복원사업의 근거가 됐다”고 말했다.실제 1893년 촬영된 공사관 내부와 복원공사 후 재현 모습을 보면 태극기가 게양된 위치는 물론 태극기 위에 걸린 광화문 사진을 넣은 액자까지 고스란히 125년 전 모습과 같다. 또 태극기 앞쪽에 놓인 작은 의자와 탁자, 탁자 위에 놓인 바구니, 원통형 도자기도 유사하게 되살렸다. 고종황제가 세운 대한제국 시대에는 다양한 모습의 태극기가 사용됐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최초의 국기는 1882년 5월 조미수호통상조약 조인식에서 사용됐지만 당시 사용된 국기 형태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1882년 9월 박영효는 고종의 명을 받아 수신사로 일본에 가던 중 배 위에서 태극문양과 4괘 도안의 기를 만들어 사용했고 이 사실을 본국에 보고했다.이듬해 3월 고종은 왕명으로 태극과 4괘 도안의 기를 국기로 제정해 공포했다. 하지만 당시 국기제작에 관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태극기는 다양한 형태로 제작됐다. 실제 고종의 외교고문이었던 오웬 데니가 소장한 태극기(1980년경)나 의병장 고광순이 사용했던 태극기(1907년) 등 지금까지 남아있는 광복 이전의 태극기를 보면 태극의 문양과 괘의 위치가 조금씩 다른 형태로 사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통일된 태극기 제작법이 나온 것은 정부 수립 이후다. 정부는 1949년 국기시정위원회를 구성해 오늘날 국기제작법을 확정했고 1972년 국기에 대한 맹세를 실시했다. 현재는 2007년 제정된 대한민국 국기법에 따라 국기 관련 사무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19세기 대한제국공사관에 걸려 있던 태극기를 현 국기 게양법에 맞추어 달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심 의원의 주장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같은 전직 대통령인데…박근혜는 수갑차고 이명박은 안 찬 이유

    같은 전직 대통령인데…박근혜는 수갑차고 이명박은 안 찬 이유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을 받은 이명박(77) 전 대통령은 1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66)과는 달리 수갑도, 포승줄도 없이 말끔한 정장차림에 서류 봉투를 쥐고 호송차에서 내렸다. 수용자 번호 716이 적힌 배지도 보이지 않았고, 법정에 들어가서야 수인번호 배지를 착용했다. 구속된 지 62일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 전 대통령의 모습을 두고 시민들은 다른 구속 피고인들 뿐 아니라 같은 전직 대통령인 박 전 대통령과도 다른 대우를 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교정 당국은 지난 4월 개정된 수용 관리 및 계호 업무 등에 관한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여성 등은 구치소장의 허가 하에 법정 출석 시 수갑이나 포승을 하지 않을 수 있고, 이 전 대통령 역시 구치소장의 허가 하에 수갑과 포승줄을 하지 않고 출석했다는 것이다.이날 이 전 대통령은 “다스는 형님 회사”라면서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와 관련된 혐의뿐 아니라 삼성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에도 “충격이자 모욕”이라며 모두 부인했다. 방청석에는 세 딸이 검은색 계열의 옷을 입고 나와 부친의 재판을 지켜봤다. 부인 김윤옥 여사와 아들 이시형씨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이 1시간이 넘자 휴정을 요청한 뒤 피고인 대기석으로 들어가면서 방청석 앞쪽에 나란히 앉은 딸들을 찾아 일일이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눴다.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하금열 전 비서실장 등도 법정을 찾았다. 방청석은 다소 비어 있는 상태로 재판이 시작됐지만, 재판 도중 방청객들이 추가로 들어와 자리가 대부분 찼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이명박, 직업 묻자 “무직”…정장 차림에 ‘716번’ 배지 달아

    이명박, 직업 묻자 “무직”…정장 차림에 ‘716번’ 배지 달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식 재판이 23일 시작됐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이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한 정식 심리에 들어갔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모두 진술에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돼 국민께 죄송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현재 110억원대 뇌물 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된 상태다. 앞서 낮 12시 25분쯤 서울 동부구치소를 출발한 이 전 대통령은 12시 59분쯤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3월 22일 구속된 지 62일 만이다. 교도관의 부축을 받으며 호송차에서 내린 이 전 대통령은 수의가 아닌 짙은색 정장에 하얀색 와이셔츠를 입었고, 넥타이는 매지 않은 차림이었다. 수갑은 차지 않았고, 손에는 입장문을 넣은 것으로 추정되는 서류봉투를 들고 있었다. 구속 전보다 다소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변호인들은 이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식사를 많이 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당뇨와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전한 바 있다.이날 재판부가 입장하기 직전까지 법정 안의 모습은 취재진의 촬영이 허가됐다. 이 전 대통령은 법정에 들어서 변호인들과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았다. 양복 재킷 왼쪽 옷깃에는 수인번호 ‘716’이 표시된 배지를 달았다. 앞서 호송차에서 내릴 때에는 배지가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호송차에서 배지가 잠시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장이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직업을 묻자 “무직”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법정엔 대표적 친이계 인사인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이 참석했다. 이 전 대통령 가족 중에는 세 딸이 재판을 지켜봤다”. 이날 검찰에서는 수사를 담당했던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 송경호 특수2부장 등 8명이 출석했다. 변호인 측에서는 강훈·최병국 변호사 등 4명이 나왔다. 한편 이날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9주기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첫 공판이 이뤄진 지 1년째 되는 날이었다. 재판이 열린 시각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는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이 열렸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6·13지방선거 광명시장] 박승원 더불어민주당 후보, “자치분권시대 선도하는 광명시 만들겠다”

    [6·13지방선거 광명시장] 박승원 더불어민주당 후보, “자치분권시대 선도하는 광명시 만들겠다”

    박승원 경기 광명시장 후보는 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을 맡아 민생연정을 이끌었다. 지난 2월 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에 임명돼 정책통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특히 박 후보는 문재인 정부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을 비롯해 전국자치분권개헌 추진본부 공동대표로 자치분권 개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 후보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학창시절 특별한 인연이 있다. 박 후보가 한양대 총학생회 사회부장으로 활동할 때 후배인 임 비서실장이 차장이었다. 현재는 더 좋은 나라, 더 큰 나라를 위해 광명과 청와대에서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박 후보는 “임 비서실장과의 인연을 문재인 정부와 연결하는 좋은 인연으로 이어져 광명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후보와의 일문일답. ⇒왜 광명시장이 되려고 하나. —시민운동과 현실정치에서 쌓은 경험을 살려 광명시를 시민이 당당한 시민자치 공화국으로 만들고 싶다. 시민참여를 늘리기 위해 더 다양한 시스템을 갖추겠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들은 숙의민주주의제를 통해 결과를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틀로 만들겠다. 광명동의 뉴타운 지역과 뉴타운 해제지역 등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광명시형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세워 준비하겠다. 지역활동과 정치경험, 시대정신을 꿰뚫는 판단력과 리더십으로 다른 후보들보다 일을 잘할 자신이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들을 보듬을 원팀방안은 . —함께 경쟁했던 김경표·문영희·김성순 후보에게도 깊은 위로를 전하겠다. 저 혼자만의 승리가 아니라 세 분 후보 몫까지 해내라는 시민들의 엄중한 명령이다. 우리는 모두 생각과 가치관이 같은 더불어민주당의 원팀이다. 이미 예비후보 등록때 모든 후보들에게 ‘아름답고 깨끗한 경선을 치른 후 결과에 승복하고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모두 원팀으로 하나가 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공동정책 개발 등 경선에 참여한 모든 후보가 원팀으로 협력해 나가겠다. ⇒시장 후보로서 장점은 뭔가. —지난 20년간 광명을 떠난 적이 없다. 광명은 정치적인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이다. 광명경실련, 광명YMCA 등 시민운동과 평생학습원 사무국장, 시·도의원 등 여러 분야에서 역량과 경험을 쌓았다. 저야말로 지역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잘 해결할 수 있다. 또 시대정신인 자치분권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현재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과 전국자치분권개헌본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전문성을 인정받은 자치분권 시대의 적임자다. 경기도에서 남경필 도지사와 더불어 민생연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경기 민생연정을 통해 통합과 협치를 증명했다. ⇒가장 핵심 공약은. —먼저 서울시립근로청소년복지관 부지 2만평을 광명시민 품으로 되돌려놓겠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서울시와 협의하고 시민의견을 담아 광명 개발구상안을 발표하겠다. 광명동 중심의 맞춤형 도시재생으로 새로운 주거문화를 만들겠다. 또 고교무상교육을 조기에 실시하겠다. 우선 2019년도 고교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47억원을 투입하겠다. ⇒남북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다. 대북 관련 교류시책이 있나.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이제 미북정상회담이 다음달 열린다. 곧 역사적 ‘봄날’이 올 것이다. 아시다시피 광명시는 전임 양기대 시장이 유라시아 대륙철도 사업 당위성을 내세우며 KTX광명역을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출발역으로 육성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남북철도를 연결해 유라시아 대륙철도로 이어진다면 평화와 번영의 물꼬를 트는 셈이다. 그러면 남북이 공존·공영하는 새시대에 KTX광명역은 통일철도 시대를 여는 초석이 될 것이다. 광명시가 광명~개성간 유라시아 평화철도 사업과 관련해 북한 측에 개성방문을 요청한 상태다. 시장취임 뒤 성사된다면 기꺼이 개성을 방문해 북측 관계자들과 논의해 나가겠다. ⇒도시재생사업지 곳곳에서 주민집단반발이 거세다. 어떤 대책이 있나. —지역주민과 도시재생 전문가, 행정이 모두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식 도시재생기획단을 만들겠다. 도시재생기획단을 통해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고, 기획되고 결정된 사안들의 실행력도 높이겠다. 무엇보다 개발로 인해 원주민들이 떠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개발로 주민 삶과 역사가 사장되지 않고 보존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 개발하겠다.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틀을 만들겠다. 현재 광명시는 도시재생센터를 통해 도시재생사업을 총괄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아파트단지에 관련 비리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감시할 ‘아파트관리클린감사제’가 광명시엔 없다. —아파트 단지에서 관리주체가 저가로 외부감사를 발주해 부실감사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관리부실에 대해 면죄부만 주는 비판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또 인식부족이나 비용문제로 단순 회계장부에 대한 숫자검증 차원에 머물러 있다. 제대로 감사하려면 보수를 적정수준으로 올리고 재무제표 외에 계약 적정성까지 살피는 이행감사를 해야 한다. 다만 취지는 공감하지만 자칫 관리비 인상을 유발할 수 있어 주민 여론을 들어보겠다. 시가 일정 부분을 지원하는 공동주택관리규약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이를 근거로 아파트관리클린감사제를 적극 검토하겠다. ⇒정치입문 계기는. —평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치열한 삶을 존경했다.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 덕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중시하는 정치, 행정철학은. —정치에 뛰어든 뒤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노무현·문재인 가치를 이루려고 노력했다. 오직 시민 힘을 믿고 두려움 없이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정치를 해왔다. 정책 중심, 현장 중심 의정활동을 하며 진솔하게 시민을 만나왔다. 무엇보다 시민이 정치와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광명커뮤니티 안에 문화·예술·평생교육 커뮤니티 등을 만들겠다. 유관 단체나 관계자들과 소통이 가능하도록 체계를 구축하겠다. ⇒의정기간 대표적 업적이나 성과가 있다면. —경기도의 민주당 대표로서 경기도민을 위한 민생 연정을 이끌었다.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도지사와 때로 논쟁하고 때로는 협력했다. 민생 연합정치과제 선정시 경기도 집행부와 여야 협상단에서 일주일간 마라톤 회의를 한 연정협상이 기억에 남는다. 288개 과제를 놓고 협상한 것 자제가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상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 중 청년구직지원금제가 있다. 지난해 경기도가 도민들을 대상 설문조사에서 가장 잘한 정책으로 뽑히기도 했다. ⇒광명시장에 나서는 각오 한마디 해달라 . —20년간 시민운동 현장에서, 현실 정치에서 고민했다. 전문가들과 시민이 함께 정책을 정책화하고 있다. 시민 삶과 민생에 밀접한 정책들로 시민들과 만나겠다. 전임 시장 성과는 이어받되 더 큰 광명, 시민이 행복한 광명시를 만들기 위한 광명시의 미래비전을 제시해 시민 평가를 받겠다. 새로운 광명의 변화를 위해 착실히 준비했다. ‘시민의 힘이 광명의 힘이다’라는 믿음으로 광명시민시대를 열어가고 싶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한·미 정상회담] 트럼프 정부에 쏟아진 조언들

    찬사에 눈멀지 말고 지렛대를 사용하라핵 버리면 제재 해제 단계적 접근법 써라 북한의 강경 입장 선회로 6·12 북·미 정상회담의 기상도가 흐려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북한 대응 전략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을 중심으로 흘러나온 회의론을 반박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될 것이라는 낙관론과 함께 전략 방안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겪고 있는 문제점은 사실 그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 나와 있는 내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정학적 승리와 국제적 찬사, 전임 대통령은 이뤄내지 못한 업적 등에 눈이 멀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여 줄 좋은 패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지렛대를 사용하라’고 조언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회담을 수락하는 순간부터 큰 지렛대를 잃어버렸고 한반도 문제의 성공적 해결을 이루고 싶다는 열망을 노출해 협상력이 더 약화됐다는 것이다. 미국 안보싱크탱크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이날 ‘더 아메리칸 컨서버티브’ 기고문을 통해 “북한이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를 포기하고 미국은 제재를 해제하면서 경제적 원조를 제공하는 식의 단계적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지난 17일 폭스뉴스 기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핵 포기를 위한 구체적 일정을 합의하지 않는 한 정상회담은 없을 것이라는 단호한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실수”라며 “그가 합의를 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안은 리비아 모델처럼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서울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바른 말글] 분명히 하다/손성진 논설고문

    “비핵화(CVID)라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북한 주도권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어느 일간지 기사의 일부분이다. ‘분명히 하다’라는 말을 기사에서 흔히 쓴다. ‘분명히하다’로 붙여 쓰기도 한다. 영어로 하면 ‘make (목적어) clear’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어에도 이런 표현이 있는데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우리말에 비슷한 어투가 있다. “확실히 해!” “똑바로 해!”와 같은 문구다. 어떤 일이나 행동을 확실히, 똑바로 하라는 것으로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 ‘분명히 하다’는 좀 다른 것 같다. 어떤 일을 분명하게 한다는 뜻이 아니라 어떤 사람의 생각을 다른 이들한테 명백하게 밝힌다는 뜻으로 들린다. 따라서 ‘분명히 밝히다’로 표현하는 게 낫다. sonsj@seoul.co.kr
  • 세 남자의 비극, 독백으로 풀다

    세 남자의 비극, 독백으로 풀다

    온라인 살인게임 ‘킬롤로지’ 속 캐릭터처럼 잔혹하게 살해된 16세 소년 데이비(이주승, 장률), 아들을 잃고 복수에 나선 아버지 알란(이석준, 김수현), 게임 개발자 폴(김성대, 이율). 영국 극작가 게리 오언의 최신작을 초연한 연극 ‘킬롤로지’(Killology)는 세 남자의 비극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110분간 풀어헤친다.무대에 등장하는 세 사람은 단 한 번도 퇴장하지 않고 각자 언어의 성을 쌓아 올린다. 거의 주고받는 대사 없이 각자의 독백으로 전개되는 극은 데이비의 죽음을 고리로 연결된 1인극 세 편을 동시에 보는 느낌을 선사한다. 객석에 앉아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을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는 안이함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데이비, 알란, 폴의 독백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극은 관객들이 조각조각 난 1000피스짜리 퍼즐을 맞추다 어느 순간 충격적 실체를 깨닫게 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알란과 이혼한 후 먹고살기 위해 분투하는 엄마는 데이비에게 무심하다. 폭력이 일상화된 변두리 동네에서 데이비는 폭력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시들어 간다. 알란이 생일날 선물한 강아지 ‘메이시’는 데이비에게 애정과 온기를 주는 유일한 친구였지만 데이비의 눈앞에서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다. 데이비는 동네 소녀의 자전거를 훔쳐 달아난 밤, 살인게임에 빠진 또래들에게 고문당해 살해된다. 데이비의 죽음은 개인적 불운일까, 비극의 원인은 과연 게임일까. 킬롤로지를 개발해 억만장자가 된 폴은 살인도구를 들고 저택에 침입한 알란에게 악을 쓰며 항변한다. “이건 게임입니다. 게임에서 마법을 쓰면 돼지가 날아다니죠. 그렇다고 현실에서도 돼지가 날아다닌다고 생각합니까? 무슨 바보천치도 아니고.” 아들의 죽음이 폭력적인 게임 때문이라고 믿는 알란과 범죄와 게임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믿던 폴, 두 사람은 각자의 말을 쏟아내며 각자의 신념이 깨지는 걸 자각한다. 이 대목부터 이야기는 망가진 세계의 근원을 향해 달려나간다. 폴을 인정하지 않고 본인의 세계관만 강요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 폴이 살인게임을 만든 건 부친에 대한 증오심 때문이었다. 데이비가 태어난 지 18개월 만에 집을 떠난 무책임한 알란. 아들이 절실하게 애정을 갈구할 때 부재했던 그는 뒤늦게 목놓아 운다. 연극 ‘킬롤로지’는 표면적으론 게임의 폭력성과 모방범죄라는 동시대 사회상을 다루지만 한 꺼풀 벗겨 보면 아버지(부모)의 존재와 책임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가 이 극을 쓰게 된 건 고향인 영국 브린제드에서 2년 동안 청소년 26명이 학교폭력과 소외로 자살한 사건 때문이었다. 그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알란의 환상 속에서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한 데이비는 희망을 대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극 어디에도 작가가 심어 놓은 희망의 흔적은 없다. 이 극이 뿜어내는 리얼리티의 끝은 세 인물 중 어느 누구도 변호할 수 없는 폭력의 책임 문제와 팽팽하게 맞닿아 있다. 동네 또래 집단의 폭력으로 메이시가 죽던 그 밤, 아무도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치는 데이비의 마지막 그 밤, 누군가 무자비한 폭력을 멈추게 하고 소년의 손을 잡아 줬더라면…. 극은 부재했던 희망이 잉태하고 있던 비극적 결말을 향해 맹렬히 달려갔던 셈이다. 세 개의 테이블과 의자로만 만든 카페 같은 미니멀한 무대는 한 공간 안에 있으면서도 서로 분리된 존재들을, 나란히 놓인 ‘세 개의 거울’은 비틀린 세계를 은유한다. 각자의 감정선을 유지하며 흡인력 있는 연기로 몰입하게 만드는 배우들의 열연은 찬사가 아깝지 않다. 지난해 3월 영국에서 초연된 거친 텍스트를 ‘웰메이드 연극’으로 다듬어 낸 박선희의 연출력도 돋보인다. 오는 7월 22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4만~5만 5000원. (02)766-6007.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6·13 판세 분석-동대문구청장 후보] “청량리 등 개발·재생사업 60여곳 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지원·완성”

    [6·13 판세 분석-동대문구청장 후보] “청량리 등 개발·재생사업 60여곳 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지원·완성”

    “현재 추진 중인 동대문구 60여곳의 개발과 재생 사업이 연속성을 가지고 완성되려면 검증된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반드시 성공한다는 일념으로 3선에 도전합니다.”유덕열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민선 5~6기 구청장을 지내면서 청량리 역세권 형성, 청량리 4구역 재개발 공사 착수, 한방진흥센터 건립 등 각종 개발 사업을 매끄럽게 추진해 온 경험과 연륜을 내세워 민선 7기 3선 연임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달 초 당내 경선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후보가 됐다. 유 후보는 민주화 인사 출신이다. 1979년 10·17 부마항쟁 당시 동아대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수배령을 받고 도피 생활을 하다 이듬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계엄이 확대되면서 검거돼 모진 고문을 당했다. 1985년 5월 김영삼·김대중을 공동의장으로 출범한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선전부장을 시작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동대문이 지역구인 최훈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며 동대문을 제2의 고향 삼아 지역 발전에 매진했다. 유 후보는 21일 최대 지역 현안으로 청량리역세권 개발을 비롯해 이문·휘경, 전농·답십리를 중심으로 60여곳에서 전개되는 재건축 재개발 사업을 꼽으면서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통해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완성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때 ‘588’이라고 불렸던 집창촌 일대를 개발하는 청량리 4구역과 동부청과시장 일대에 42~65층 높이의 고층건물 9개 동이 들어서면 청량리는 명실상부한 서울 동북부 최첨단 복합도시로 거듭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최대 한약 유통 중심지인 서울약령시 인근에 지난해 10월 개장한 서울한방진흥센터는 해외 유명 인사들의 방문 코스로 자리매김했을 만큼 지역 경제 부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지역 개발에 힘을 쏟으면서도 유 후보는 약자를 보듬는 데 앞장서왔다. 실제로 그는 2012년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조례를 처음 도입해 전국화시킨 바 있다. 청량리 일대 11개 전통시장에 대한 투자 및 지원에도 꾸준히 힘쓰겠다는 각오다. 그동안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저출산 극복 및 교육 도시 만들기 정책도 업그레이드한다. 지난해 기준 구의 재정자립도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4위이지만 교육 경비 보조금 예산은 강남구에 이은 2위로 공교육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민선 5~6기를 지내는 동안 지역에 큰 사건·사고가 없이 발전에 탄력이 붙고 있다”면서 “주민들의 얘기에 귀 기울여 행복한 동대문구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스포트라이트] 美 대표가 “밥맛”이라던 이 남자… 브로맨스로 바꾼 ‘협상의 달인’

    [스포트라이트] 美 대표가 “밥맛”이라던 이 남자… 브로맨스로 바꾼 ‘협상의 달인’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영화 ‘타짜’의 주인공 고니가 스승 평경장의 복수를 위해 아귀와 마지막 한 판을 벌이기 직전 화투판에 흐르는 극도의 긴장감을 설명하는 대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협상 분위기를 이 한마디로 대신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 모두 국익 극대화를 위해 지난 1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진행한 개정 협상을 도박판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양국 경제를 놓고 벌어진 큰판이었던 만큼 역대 FTA 협상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공방전”이라면서 “협상 때마다 살얼음판을 걸었다”고 말했다.실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 행정부가 ‘아메리칸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면서 대미 무역 흑자국인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 강도를 높여 우리 측은 협상에서 수세에 몰렸다. 하지만 지난 3월 말 양국이 원칙적 합의안을 발표하자 한국이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우리가 ‘레드 라인’(금지선)으로 못박은 농산물시장 추가 개방을 저지했고, 자동차시장을 일부 내주긴 했지만 25%에 이르는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등 성과를 거둬서다. 이를 두고 정부 내에서는 협상을 지휘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특유의 ‘싸움의 기술’이 제대로 먹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0일 산업부 통상실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본부장의 협상 전략은 ▲꿇리지 않는 자신감 ▲1대1 담판 ▲본능적 판단 등으로 요약된다.# “판 깰 생각 없었다고? 난 깰 생각 있었다” 우선 김 본부장은 이번 협상에서 한국이 먼저 FTA 자체를 깰 수 있다며 오히려 미국을 압박하는 배짱을 보였다. 김 본부장은 ‘미국이 농업 문제를 꺼내는 순간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라’고 우리 협상단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국 측에도 언제든 FTA를 깰 준비가 돼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나중에 김 본부장을 만나 “사실 나는 한·미 FTA를 깰 생각은 없었다”고 전했지만, 김 본부장은 “나는 깰 생각이 있었다”고 받아쳤다. 김 본부장은 1대1 담판을 즐긴다. 협상단을 이끌고 장시간 여러 사안을 논의하기보다 상대국 통상 수장을 만나 양국이 원하는 핵심 사안에 대해 빠르게 해법을 찾는 전략이다. 실제 김 본부장은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미 행정부와 의회 인사들을 만날 때 동행한 직원들에게 “단둘이 얘기할 테니 나가 있어라”라고 말한 적이 많다고 한다. “니네 이거 알아?”라는 ‘기 죽이기’ 협상 기술도 유명하다. 김 본부장은 미국 측 인사들을 만나 협상을 시작할 때 해박한 미국 스포츠·정치 상식을 뽐냈다. 미국에서는 스포츠와 정치에 관심이 많아 이에 대한 얘기가 화제로 자주 등장하는데 딱딱한 분위기를 깨면서도 관련 정보를 미국인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해 기선을 제압하는 효과다. 산업부 관계자는 “상대방 입장에서는 ‘어라? 한국인이 이 정도로 미국 문화를 잘 알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면서 “김 본부장이 뭔가 처음부터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가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도 “콘 전 위원장과도 처음 5분 동안 긴장 관계가 있었는데 스포츠를 이야기했다”면서 “동양인이 자기네처럼 영어를 하고 문화를 이해하니까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세계 정세 재미있게 풀어… 외국인사 만남 요청 김 본부장의 협상술을 싫어하는 상대방도 있다.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대표적이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첫 화상회의 직후 미국 기자들에게 “저 밥맛 떨어지는 김현종 본부장 때문에 술 한잔 해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나중에는 친해져서 ‘브로맨스’(브라더+로맨스) 수준까지 갔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반면 김 본부장을 좋아하는 외국 인사들도 꽤 있다. 미 정부·의회 관계자들이 김 본부장에게 먼저 만나자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 본부장이 한반도와 세계 정세 관련 역사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주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김 본부장은 임진왜란부터 시작해 구한말 러·일 전쟁 등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해양과 대륙 세력의 다툼에 대한 역사를 꿰고 있다”면서 “김 본부장에게 이런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 미 인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 내 머릿속의 빅데이터… 기억력·순발력 甲 김 본부장은 담판에서 빠른 판단으로 상대방과 합의에 이른다. 산업부 관계자는 “협상장에서 잔뼈가 굵어서 그런지 순간순간 본능적으로 판단을 내린다”고 전했다. 김 본부장이 통상 현안 전반에 대한 데이터를 머릿속에 넣고 다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른 직원은 “직원들 보고 내용을 거의 다 기억할 정도로 기억력이 좋다”면서 “과거와 다른 통계를 갖고 가거나 보고 내용이 달라지면 ‘저번에 한 얘기랑 다른데’라면서 지적이 바로 들어오기 때문에 보고 전에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주요 사안을 결정하기 전에 버릇이 하나 있다. 1~2시간가량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FTA 협상 방안을 비롯해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할 때는 직원들과 회의를 하다가도 잠시 나가 있으라고 말한 뒤 혼자 생각을 정리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때 협상 전략 등을 짜는 것”이라면서 “회의가 재개되면 김 본부장이 직원들에게 착착 지시를 내린다”고 전했다. # ICT교역 활용 ‘한국주도 첫 메가 FTA’ 추진 한·미 FTA 개정 협상이 일단락되면서 김 본부장은 최근 신남방·신북방 정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특성상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고 ‘사드 보복’ 재발 등 중국의 지리·경제적 리스크에 대비하려면 신흥국으로 수출 시장을 넓혀야 해서다. 김 본부장은 지난달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을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동남아시아와 중동 출장길에 자주 오르고 있다. 김 본부장은 한국이 주도하는 최초의 메가 FTA도 추진 중이다.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국가 간 교역 활동으로 전자무역과 전자상거래, 데이터 주도 사업까지 포함한 ‘디지털 통상 FTA’다.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의료와 제조업 분야에서 디지털 건강관리와 스마트 제조 등 관련 산업의 글로벌 플랫폼 선점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데이터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면서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칠레 등과 메가 FTA를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백승종의 역사 산책] 장현광의 족계

    [백승종의 역사 산책] 장현광의 족계

    족계(族契)라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것은 한낱 구시대의 유물, 가문 이기주의를 낳은 근본적 원인이다.’ 그러나 그렇게 속단해 버리면 족계의 역사적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족계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6세기 초였다. 성리학이 조선사회에 수용되기 시작한 것은 14세기 후반이었지만, 깊이 뿌리내리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선비들이 앞다퉈 족계를 조직하기 시작했을 때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조선사회는 위기에 빠졌고, 갓 출범한 족계의 운명도 위태로웠다. 전쟁이 끝나자 선비들은 족계 재건에 나섰다. 족계를 통해 선비들은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친목을 강화했다. 내가 주목한 것은 1601년 영남의 큰선비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이 쓴 ‘인동장씨 족계 서문’이다. 장현광은 대학자였으나, 벼슬을 멀리한 채 향리에 머물렀다. 학문 연구에 잠심했는데, 틈나는 대로 집안 자제들이며 이웃의 젊은 선비들에게 글을 가르쳤다. 그래서였는지 몰라도 장현광이 이끈 족계는 학습공동체였다. 매달 초하루와 보름마다 젊은이들을 소집해 학력을 평가했다. 장현광이 이끈 족계는 배타적 부계혈연집단이 아니었다. 장씨의 외손들도 대거 참여했다. 또 그들과 인척관계에 놓인 타성들도 족계에 가입할 수 있었다. 인동장씨 족계라고 했지만 여러 성씨가 두루 참여했다. 족계의 구성원들은 농업에 힘쓰기를 다짐했다. 선비들이 농업에 힘쓰기로 약속했다니! 17세기의 사회 현실은 우리의 지레짐작과는 달랐다. 장현광은 족계의 지도자로서 구성원들이 행여 농사와 학업을 소홀히 할까봐 노심초사했다. 다음은 그의 경고문이다. “(계원이) 농부로서 농사일에 게으르거나, 아이인데도 공부를 소홀히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사(간부)가 잘 살펴보았다가 계모임 날에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 당사자를 불러다 벌을 주거나, 그 가장(家長)을 꾸짖을 것이다.” 족계는 국가 안의 국가와도 같았다. 또 족계는 사익만을 추구하는 양반을 강하게 비판했다. 왜란이 끝나기 무섭게 많은 양반들이 토지와 노비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재판을 벌였다. 사회적 혼란을 틈타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말이다. 장현광의 족계는 이러한 풍조를 강력 비판했다. “어찌하여 남과 재산을 다투는 송사를 벌이고 모질게 싸워 이 난리에 살아남은 외로운 이웃과 화목을 잃겠다는 것인가?” 소송을 걸어서라도 더욱 많은 재산을 차지하려고 서로 아귀다툼하던 시절 족계는 도덕심의 등불이었다. 계원들이 그런 일에 마음을 둬서는 절대 안 된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선비의 생명은 도덕심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족계였다. 족계는 계원들 보호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도와주는 기관이 족계였다. 상례와 장례를 비롯한 각종 길흉사에 부조를 아끼지 않았다. 족계는 구성원들에게 평생 든든한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했다. 여간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족계의 전통을 재건하자는 뜻이 아니다. 다만 족계가 그랬던 것처럼 지역사회의 문화 수준을 고양할 학습공동체가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것이다. 국가의 역할과는 별도로 인정미 넘치는 민간 차원의 사회적 안전망이 재건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제 모두의 지혜를 모을 때다.
  • 5·18진상규명특별법 보완점 많다

    #61항공대 지휘관 A씨는 1980년 5월 27일 새벽 4시~5시30분 사이 전남도청 진압작전 이전에 UH-1H 헬기 조종사 B씨에게 도청과 바로 이웃한 금남로 전일빌딩 옥상에 설치된 시민군 기관총 제압을 명령했다.B씨는 시민들에게 헬기사격을 가했고,국방부 특조위는 이를 공식 확인했다. #같은해 5월 23일 오전 9시쯤 광주~전남 화순간 도로 봉쇄를 맡은 11공수여단 지휘관 C씨는 병사 D씨 등에게 광주 동구 지원동 주남마을 앞 도로를 지나던 미니버스에 총격할 것을 명령했다. 총격으로 10여명이 사망했고, 일부 남자 부상자들은 뒷산으로 끌려가 총살당했다. 이런 사실이 향후 진행되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결과, 진실로 밝혀질 경우 A·B·C·D씨에 대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김재윤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열린 ‘2018 공익인권 세미나’에서 ‘헌정질서 파괴범죄 공소시효 배제를 통한 정의 회복’이란 발제문을 통해 이같이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 “1995년 12월 제정된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과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적용해 5·18내란 사건에 참여한 이들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검찰 수사와 대법원 판결 등을 통해 ‘5·18 내란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전두환,노태우,유학성,황영시 등 주요 군 간부 16명에 대한 처벌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들의 명령을 받고 양민학살이나 시민에 대한 발포를 수행한 사람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 김 교수는 “내란목적 살인 등 헌정질서 파괴범죄에 참여한 병사 등도 형사소송법과 군사법원법의 공소시효를 적용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의 범죄가 입증될 경우 수괴급인 신군부 핵심 간부들과 똑같은 죄를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단학살 등 내란죄 등에 해당하지 않은 고문, 성범죄 등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 여부는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에 제정된 ‘진상규명법’도 이같은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된 조항은 없다. 그럼에도 이 법안 제48조(가해자를 위한 사면 등)에는 가해자가 가해사실을 인정하고 내용이 진실에 부합할 경우 위원회가 이들에 대해 사면을 건의할 수 있도록 했다. 가해자의 범죄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사면 건의’ 조항을 둔 것은 범죄가 성립하지 않은데도 용서해 준다는 모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위원회가 가해자나 참고인 등이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불응할 경우 3000만원의 과태료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직접 형사 책임을 묻는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실제로 최근 광주지검이 전두환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헬기조종사 등 40여명을 소환했으나 대부분 응하지 않았다. 김정호 변호사(민변 광주전남지부장)는 “내란·집단살인 등 헌정질서 파괴범이 아니라면 그들에게 공소시효 배제를 적용할 수 없고, 소급입법도 불가능하지만 진상은 규명돼야 한다”며 “위원회가 꾸려지기 이전에 강제조사권 강화, 공익제보나 양심 선언자에 대한 처벌 완화 등 시행령을 통해 보완해야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5·18의 방대한 조사 범위에도 불구하고 사무처직원 50명으로 한정한 점, 제주 4·3사건처럼 지자체가 참여한 ‘실무위원회’ 구성 등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도 ‘옥의 티’로 꼽힌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5·18 진상규명위원회 활동 과제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하 진상규명법)이 오는 9월 14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의 1장 총칙 1조는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 유린·폭력·학살·암매장 사건 등을 조사해 왜곡 또는 은폐된 진실을 규명함으로써 국민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일부 극우 단체의 ‘5·18 폭동’‘북한군 개입설’ 등 실상 왜곡에 따른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정부는 이 법안에 따라 독립적인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 5·18의 실상을 조사한 뒤 그 결과를 공식 국가보고서로 내놓을 방침이다. 1988년 국회 5·18청문회(광주특위)와 1995년 검찰수사,2007년 국방부 과거사위,2017년 국방부의 헬기사격 관련 조사특위 등 5·18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기관의 활동이 4차례 이상 진행됐지만 최초 발포 명령자 등 핵심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탓이다. 진상규명위원회는 국회의장 1명과 여·야 정당이 각각 추천하는 4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된다.그 아래 50명으로 구성된 사무처를 둔다. 위원회는 가해자·참고인·제보자 등을 강제 소환할 수 있는 동행명령장 발부 등 준 사법권을 갖는다. 송선태 국방부 진상규명 특별법시행 전담팀(TF) 자문위원은 “이 법안은 5·18 당시 자행된 각종 국가폭력과 인권 유린행위 뿐만아니라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된 사안에 대해 추가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진상 규명을 위한 마지막 기회란 판단으로 위원회 활동을 적극 뒷받침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구성될 진상규명위원회는 5·18 당시 발포명령자와 암매장 여부 등 핵심 의혹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한다. 발포명령자 규명은 진실찾기의 핵심이다. 진상규명법은 단순히 5·18의 진상을 밝히는데 그치지 않고 주요 책임자에 대해 소추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놨다. 관심의 초점은 역시 당시 신군부 실권자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전씨는 1997년 대법원의 ‘5·18 내란사건’ 판결을 통해 내란수괴·뇌란목적살인죄 등으로 형사처벌됐다. 전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진압작전에 국한됐다. 이 때문에 5월 21일~26일 사이 광주시민에 대한 집단 발포에 전씨가 개입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질 경우 형사처벌을 해도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씨는 그간 이뤄진 모든 조사에서 군 지휘계통상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객관적 증거 부족으로 ‘발포명령자’로 특정되지는 않았다. 그는 검찰 조사에 “5·18 당시 광주에서 진행된 상황은 나와는 무관하다”“모른다”로 발뺌했다. 지난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조사 결과, 전남 도청앞 집단발포가 이뤄진 5월 21일 주영복 국방부장관과 이희성 계엄사령관 등이 참석한 대책회의 문건에서 전두환씨의 ‘발포명령’을 암시하는 메모가 드러나기도 했다. 군 과거사위원회는 당시 보안사의 ‘광주권 충정작전간 군 지시 및 조치사항’ 문서에서 ‘전 각하(全 閣下): 초병에 대해 난동시에 군인복무규율에 의거 자위권 발동 강조’란 수기 메모를 확인, 공개한 바 있다. 이 메모에서 ‘전 각하’는 전두환씨를 지칭하고 있고, 당일인 21일 오후 1시쯤 전남도청앞 집단발포가 이뤄졌다. 이후인 21일 오후 8시30분쯤 계엄사령부를 통해 공식 자위권 발동명령이 현장 지휘관에 하달된다. 자위권은 24일 오후 6시 종료된다. 즉, 21일 오후 8시30분~24일 오후 6시 69시간 30분 동안 자위권 명목의 발포가 허용된 셈이다. 자위권 발령에 근거한다면 5월 20일 광주역 발포, 21일 오후 1시 도청앞 집단 발포는 불법이다. 자위권 공식 발령에 앞서 진행된 ‘전 각하의 자위권 강조’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최초 발포명령자를 특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5·18 당시 신고된 행불자의 암매장 논란도 지난 38년간 풀지 못한 숙제로 꼽힌다. 현재 5·18행불자로 지위가 인정된 사람은 82명으로, 이 가운데 6명은 망월동 5·18 구묘역에 안장된 것으로 밝혀졌고, 나머지 76명의 흔적은 지금껏 오리무중이다. 5·18기념재단이 지난해 말~올 초 사이 북구 옛 광주교도소 일대와 동구 너릿재 등 암매장 제보가 집중된 후보지를 ?었으나 시신 발굴에 실패했다. 암매장 관련 증언은 넘쳐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개발로 인한 지형 변형 등이 발굴의 난제로 꼽힌다. 양민 학살 역시 진상이 규명되지 않고 있다. 1980년 5월 23일 오전 9시쯤 11공수여단 병력은 광주동구 지원동 녹동마을 앞길에서 시민군이 탑승한 미니버스에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박모(당시 18세.여) 양 등 10여명이 사망했다. 부상당한 남자 2명은 인근 주남마을 뒷산으로 끌려가 즉결 총살됐다. 같은달 24일 오후 1시30분쯤 남구 송암동 저수지에서 놀던 방모(당시 13세)군과 놀이터에 있던 전모(당시 10세) 군 등 2명이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 같은날 오후 2시쯤 송암동 남선연탄공장 부근에서 계엄군끼리 오인사격으로 9명이 사망했다. 계엄군은 시민군을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부근 민가를 뒤져 마을청년 권모(당시 33세)씨 등 4명을 사살했다. 그러나 지금껏 이들 민간인에 대해 발포 명령을 내리거나 총격을 실행한 가해자를 특정하거나 책임을 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광주 진압작전시 특전사 위주로 운영된 군 지휘계통의 이원화, 무고한 시민에 대한 고문,여성 성폭행,북한군 개입설,헬기사격 명령자,시민군 무장 시점 조작 여부 등에 대한 조사도 이뤄진다. 1985년 안기부 주도의 ‘80위원회’, 1988년 국방부의 ‘511연구위원회’ 등이 저지른 5·18에 대한 왜곡과 증거물 훼손·조작 관련자 등을 찾아 책임을 묻는다. 표-5·18민주화운동 진상 규명활동 일지 ?1988년~1989년 국회 청문회(광주특위) ?1995년 7월 시민단체, 전두환·노태우 등 책임자 고발(검찰,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공소권 없음 결론) ?1995년 11월 12·12 및 5·18사건 특별수사본부 발족,재수사. 전두환 등 신군부 핵심 관계자 90여명 기소 ?1997년 4월 대법원 판결, 전두환·노태우 등 16명 내란수괴,내란목적살인죄 등 확정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주남마을 미니버스총격 사건 등 조사 ?2017년 국방부 헬기사격 및 전투기출격 대기 관련 특조위, 헬기사격 확인 ?2018년 9월 진상규명특별법에 따른 진상규명위원회 출범,국가 보고서 작성 예정.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美 CIA 첫 여성국장 탄생

    美 CIA 첫 여성국장 탄생

    물고문 전력에 반성문 서한 제출도미국 중앙정보국(CIA) 사상 처음으로 여성 국장이 탄생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 상원은 17일(현지시간) 지나 해스펠(61) CIA 국장 내정자에 대한 인준안을 찬성 54표, 반대 45표로 가결했다. 해스펠 신임 국장은 인준 과정에서 과거 물고문 전력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었다. CIA가 해외 비밀공작을 수행하던 2013년 총책임자였던 그가 태국에서 ‘고양이 눈’이라는 암호명을 가진 비밀 감옥을 운영했을 때 물고문 등 가혹하고 잔인한 심문 기법을 지휘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베트남전 당시 포로가 돼 고문을 받은 경험이 있는 정계 거물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촉구하기도 했다. 악성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매케인 의원은 인준 투표에 참가하지 않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해스펠 국장은 상원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마크 워너 의원에게 “(9·11 이후의) 가혹한 구금과 심문 프로그램은 시행되지 않았어야 했다”는 내용이 담긴 반성문 취지의 서한을 보냈고, 결국 상당수 의원의 마음을 움직였다. 워너 의원은 표결에 앞서 “해스펠은 고문 같은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지시를 대통령이 할 경우 진실을 말하고 그에 맞설 사람이라고 믿는다”며 지지의 뜻을 거듭 밝혔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서울신문 인사]

    비상임 고문 권영길 비상임 논설고문 곽병찬 논설고문 손성진 논설위원실 대기자 김균미 심의실장 박건승 논설실장 문소영 경영기획실장 이상훈 광고국장 최용규 사업국장 송종길 제작국장 김건주 시설안전관리국장 양승현
  • 기업 손잡은 인문학, 비판 정신을 잃다

    기업 손잡은 인문학, 비판 정신을 잃다

    反기업 인문학/박민영 지음/인물과사상사/356쪽/1만 7000원2011년 3월 애플의 아이패드2 발표회장. 스티브 잡스는 무대 위 스크린에 교차로 표지판 영상을 띄웠다.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에는 ‘인문학’과 ‘기술’이라 적혀 있었다. 그는 심각한 얼굴로 “사람들은 그동안 기술을 따라잡으려 애썼지만, 반대로 기술이 사람을 찾아와야 한다”면서 “애플은 언제나 이 둘이 만나는 지점에 존재했다”고 강조했다. 스티브 잡스가 명실상부 ‘융합형 인재’의 아이콘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이후 ‘융합’ 하면 인문학과 기술공학을 떠올렸다. 노동을 착취하고 조세를 회피하는가 하면, 시장 독과점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한 비판은 슬그머니 가려졌다.한국에 10여년 전부터 ‘인문학’이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인문학 열풍이라며 각종 책과 강연이 쏟아진다. 대기업은 너나 할 것 없이 인문학적 인재를 뽑겠다며 아우성이다. 그러나 정작 인문학의 출발점인 대학가에는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든가 ‘인구론’(인문계 졸업자 구십 퍼센트는 논다) 같은 신조어가 씁쓸한 현실을 대변한다.문화평론가 박민영은 신작 ‘반기업 인문학’에서 이런 현상의 중심에 ‘기업 인문학’이 있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기업 인문학은 ‘기업의 이익과 자기계발에 복무하는 인문학’을 가리킨다. 존재 그 자체가 목적인 정통 인문학과 달리, 기업 인문학은 생존과 출세, 성공과 경제적 이익과 같은 목적을 향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인문학의 본질은 ‘전복적인 도전’이고 인문학적 사고는 ‘반성, 회의, 비판’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사회 전반에 물질주의나 과학기술 중심주의, 경쟁체제 등에 대한 반대의 기운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인문학 열풍의 실체는 기업 인문학 열풍이고, 이 기업 인문학이 교묘하고 영악한 논리로 주류적 사고에 영합하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대학과 진보 인문학자, 그리고 기업 등에 날 선 칼을 겨눈다. 취업이 안 된다는 이유로 대학가에 인문사회과학은 이미 밀려났다. 정부에서도 이공계열을 키우고 인문계열은 축소하라며 대학에 뭉칫돈을 쥐여 준다. 인문학자는 비정규직 강사 자리조차 구하기 어렵다. 진보 지식인이 인문학을 매개로 기업과 관계를 맺는 모습을 지적한 부분은 이 책의 백미다. 저자는 ‘시대의 스승’으로 불리는 신영복 교수가 2008년 성공회대 인문학습원 원장으로 ‘CEO를 위한 인문학 과정’을 개설한 것에 관해 날 선 비판을 날린다. 당시 강좌에는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 김태구 넥솔(전 대우자동차) 회장, 이병남 LG 인화원 원장이 강의를 들었다. 강의는 진보 학자인 진중권, 강헌, 유홍준 등이 나섰다. 이 밖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김호기 교수, 정승일 사회민주주의센터 대표가 회당 500만원에 이르는 고액의 강연료를 받으며 삼성 사장단을 대상으로 강연한 사례도 꼬집었다. 고액 강연이 좌파 지식인의 몸값을 올리고, 언론은 기업문화를 칭찬했다. 이처럼 인문학이 자본가와 진보 인문학자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지만 어떤 변화를 불렀는지 생각해 보라는 저자의 비판은 곱씹어 볼 만하다. ‘또 하나의 가족’을 외친 삼성은 정작 노조를 탄압하고,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급성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 산재 처리조차 하지 않는다. ‘사람이 미래’라던 두산도 20대 신입사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오히려 ‘반인문학적’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 전부터 유행하는 ‘빅 히스토리’ 역시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인 빌 게이츠가 빅 히스토리에 관심을 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융합학문의 ‘끝판왕’이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거대 역사를 다룬 빅 히스토리가 민족, 국민, 계급, 성 구별을 하지 않고 자본가와 노동자의 구별도 하지 않도록 하면서 권력을 둘러싼 정치적 문제들을 은폐하는 효과를 부른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명 인문학자들을 거론하며 시원하게 비판하는 저자의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하더라도, 정작 인문학이 어떻게 이를 이겨낼지에 관해서는 대안이 없어 아쉽다. 싸구려 강사들이 짜깁기한 얄팍한 인문학을 들고 나와 유튜브나 팟캐스트를 기웃거리는 꼬락서니도 보기 싫지만, 정통 인문학이 반드시 해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슬며시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文 “광주의 딸·누이들 짓밟혀… 5·18 성폭행 반드시 진상규명”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해 성폭행이 벌어진 점을 언급하며 “성폭행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짓밟힌 여성들의 삶을 보듬는 것에서 진실의 역사를 다시 시작하겠다. 피해자 한 분 한 분이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국방부·여성가족부·국가인권위원회가 공동조사단을 꾸릴 것이라고 밝혔다. 5·18 당시 집단 성폭행을 당한 10대 여고생이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해 여승이 됐다는 증언 등이 최근 나오면서 계엄군에 의한 성폭행·성고문 문제가 공론화된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 메시지에서 “한 사람의 삶, 한 여성의 모든 것을 너무나 쉽게 유린한 지난날의 국가폭력이 참으로 부끄럽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날 오후 집으로 돌아오던 여고생이 군용차량에 강제로 태워졌고 새벽기도를 마치고 귀가하던 회사원이 총을 든 군인에게 끌려갔다”면서 “평범한 광주의 딸과 누이들의 삶이 짓밟혔고 가족들의 삶까지 함께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광장은 오월의 부활이었고, 그 힘으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할 수 있었다”면서 “광주라는 이름으로 통칭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존중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임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 ‘부치치 않은 편지’ 부른 민우혁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 ‘부치치 않은 편지’ 부른 민우혁

    가수 민우혁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부치치 않은 편지’를 부르며 민주화 운동 열사들의 넋을 기렸다.18일 방송된 ‘제38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뮤지컬 배우 민우혁이 ‘부치지 않은 편지’를 부르는 모습이 그려졌다. 민우혁이 부른 곡 ‘부치지 않은 편지’는 고(故) 김광석의 1996년 앨범인 ‘가객’에 수록된 노래다. 정호승 시인의 시에 시인이자 음악가인 백창우가 곡을 붙였으며, 김광석이 노래했다. 해당 시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후 그 넋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부치지 않은 편지’는 김광석이 생전에 발표하지 않았던 곡이지만, 그의 사후 추모 앨범인 ‘가객’에 수록된 곡이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사설] 오늘 5·18 38주년, 진상 규명은 멈출 수 없다

    오늘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8년이 되는 날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야만의 정권이 입힌 상처는 아물 줄 모르고, 상상조차 하기 싫은 만행의 실체까지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 누군가는 38년 전 광주 어딘가에서 사라진 피붙이를 지금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사람은 여전히 5·18을 폄훼·왜곡하면서 피해자들의 상처를 헤집는다. 38주년 기념일을 맞아 5·18 진상 규명의 불가피성과 시급성이 더욱 두드러지는 이유다. 진상 규명의 핵심은 최초 발포 명령자를 밝히는 일이다. 계엄군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발사하면서 시민군이 저항하기 시작했고, 군인들은 야만적인 학살을 자행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회와 수사기관 등이 조사를 벌였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한 피조사자들은 모두 발포 명령 사실을 부인했다. 전 전 대통령은 최근 회고록을 통해 ‘북한군 개입’이나 ‘헬기 사격’ 논란 등을 언급하면서 반격하는 모양까지 취하고 있다.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의혹 진상도 꼭 밝혀야 한다. 여고생이 집단 성폭행을 당한 충격으로 병을 앓다가 승려가 되고, 음대생이 교생실습 현장에서 계엄사 수사관에게 붙들려 가 고문을 받고 성폭행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들뿐일까. 극소수의 성범죄 피해자들만이 스스로 피해 사실을 밝힌다는 점을 고려하면 광주 고립 상황에서 적지 않은 여성들이 성폭력을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시위 진압 군인들이 마치 전쟁에서 점령군이 된 듯 여고생과 여대생의 성을 유린했다는 게 차마 믿기지를 않는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당시 자행된 성범죄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5·18 때 광주에서 사라진 이들의 행방도 꼭 규명돼야 한다. 상당수의 시민들이 군인들에 의해 끌려갔지만 행방이 묘연하고 시신도 찾지 못했다. 목격자는 없지만 시내에서 다니다가 엉뚱하게 끌려간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현재 광주시가 인정한 5·18 행방불명자는 82명이다. 이 중 6명은 5·18 묘역의 무명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신원이 확인됐지만 76명은 시신도 찾지 못했다. 행불자로 신청했지만 공식 인정받지 못한 사람도 24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새 정부 출범 후 암매장 추정지 발굴 작업이 몇 차례 있었지만 성과는 부진하다. 가해자들의 증거 훼손과 개발 등에 의해 발굴 작업이 갈수록 어렵다고 한다. 암매장에 가담했던 군인들의 양심고백이 절실하다. 우린 앞으로 해마다 5·18 기념일을 맞아야 한다. 언제까지 지금처럼 진상 규명이나 책임자 처벌, 피해자 명예회복 같은 해묵은 의제에 매달릴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37년 동안 풀지 못한 이 과제들을 임기 내에 꼭 해결해야 한다. 50주년, 60주년 기념일엔 우리 후손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민주화를 이루고자 했던 그들의 고귀한 뜻을 기리는 행사로 치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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