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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으로 위협하며 성폭행”…5·18 계엄군 성폭행 국가 차원 첫 확인

    “총으로 위협하며 성폭행”…5·18 계엄군 성폭행 국가 차원 첫 확인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이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정부 공식 조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성폭력 행위를 국가 차원에서 조사하고 사실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여성가족부·국방부가 공동 구성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은 31일 활동을 종료하면서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행 피해 총 17건과 연행·구금된 피해자 및 일반 시민에 대한 성추행·성고문 등 여성인권침해행위를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공동조사단은 피해 접수·면담, 광주광역시 보상심의자료 검토, 5·18 관련 자료 분석 등을 통해 중복된 사례를 제외하고 총 17건의 성폭행 피해를 확인했다. 성폭행 대다수는 시민군이 조직화하기 전인 민주화운동 초기(5월 19~21일)에 광주 시내에서 자행됐다. 피해자 대부분은 총으로 군복을 착용한 다수(2명 이상)의 군인으로부터 총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피해자의 나이는 10~30대였으며, 직업은 학생, 주부, 생업 종사 등 다양했다. 연행되거나 구금됐던 여성 피해자들은 수사 과정에서 성고문을 비롯한 각종 폭력 행위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위에 가담하지 않은 학생, 임신부 등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 등 여성 인권 침해 행위도 다수 있었다고 공동조사단을 설명했다. 여고생이 강제로 군용트럭에 태워져 가는 모습, 사망한 여성의 유방과 성기가 훼손된 모습을 목격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들은 38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 피해자는 “지금도 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힘들다”고 말했다. “가족에게도, 그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었다”거나 “스무살 그 꽃다운 나이에 인생이 멈춰버렸다”라며 고통과 괴로움을 호소한 피해자도 있었다. 공동조사단이 접수한 피해사례는 총 12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관련성 미흡 등으로 종결한 2건을 제외하고 10건을 조사했다. 이 중 7건은 성폭행, 1건은 성추행, 2건은 관련 목격 진술이었다. 피해일은 5·18 초기인 5월 19~21일 무렵이 대다수였고, 장소는 초기 금남로, 장동, 황금동 등 광주 시내에서, 중후반에는 광주교도소 인근, 상무대 인근 등 외곽지역으로 변화했다. 이는 당시 계엄군 상황일지를 통해 확인한 병력 배치 및 부대 이동 경로와 유사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였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조사단은 또한 피해자 진술과 당시 작전 상황을 비교·분석한 결과, 일부 피해 사례는 가해자나 가해자 소속부대를 추정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광주광역시 보상심의자료에서는 성폭행 12건과 연행·구금 때 성적 가혹행위 등 총 45건의 여성 인권 침해 행위가 발견됐다. 광주광역시 보상심의자료 상 피해자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열람이 제한돼 면담 등 추가적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으며, 향후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추가 조사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사단은 밝혔다. 그 외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이 소장 중인 자료총서를 비롯해 그동안 발간된 출판물, 약 500여명에 대한 구술자료, 각종 보고서 및 방송·통계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성폭행 4건을 포함해 총 12건의 직접적 피해 사례를 찾았다. 공동조사단은 가해자에 대해 조사 권한이 없고 시간적 제약이 있어 당시 발생한 성폭력 전체를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공동조사단은 피해자 명예 회복 및 지원과 관련해 ▲국가의 공식적 사과 표명 및 재발 방지 약속 ▲국가폭력 피해자 치유를 위한 국가 수준의 ‘국가폭력 트라우마센터’ 건립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 분위기 조성 ▲보상 심의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별도의 구제 절차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가해자 또는 소속부대 조사와 관련해서는 ▲5·18 당시 참여 군인의 양심 고백 여건 마련 ▲현장 지휘관 등에 대한 추가 조사 ▲진상규명에 따른 가해자 처벌 대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5·18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상 조사 범위에 성폭력을 명시하는 법 개정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내 성폭력 사건을 전담하는 별도의 소위원회 설치 등의 검토와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속한 출범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출범 전까지는 광주광역시 통합신고센터에서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피해자 면담조사를 할 방침이다. 여성가족부는 피해자 심리치료를 지원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보스턴의 악명 높은 갱스터 화이티 벌저 이감 직후 주검으로

    보스턴의 악명 높은 갱스터 화이티 벌저 이감 직후 주검으로

    미국 보스턴을 무대로 암약했던 갱스터 제임스 ‘화이티’ 벌저(89)가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연방 교도소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동료 수감자에게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 플로리다주의 감옥에서 이감된 30일 아침(현지시간) 1385명의 중죄인들이 수용된 해즐턴 교도소의 집중 감시시설에 수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숨진 채 발견됐다. 살인 사건으로 수사가 시작됐다. 연방수사국(FBI)의 16년 집요한 추적 끝에 2011년 캘리포니아주에서 검거된 그는 2년 뒤 11건의 살인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었다. 보스턴 남부 윈터힐 갱조직의 리더였던 벌저는 여러 편의 영화 줄거리를 제공한 것으로도 이름 높다. 자니 뎁이 주연한 ‘블랙 매스’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맷 데이먼이 주연해 2007년 아카데미 최우수영화상을 수상한 ‘디파티드’가 모두 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보스턴 언론들은 그가 이감 직후 동료 수감자들에게 심한 구타를 당했다며 마피아에 연결된 수감자들이 이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연방교정국은 벌저를 왜 이감하도록 결정했는지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일간 보스턴 글로브에 따르면 벌저는 애리조나주의 한 교도소에서 자신을 카운셀링한 여성 정신과 상담의와 너무 가까워졌다는 판단에 따라 플로리다주 교도소로 이감된 적이 있다. 아일랜드계 가정의 여섯 자녀 중 한 명으로 1929년에 태어난 그는 아일랜드 카톨릭의 영향력 아래 양육됐지만 샴록이란 갱조직과 인연을 맺었다. 처음에는 자동차를 훔치다가 나중에 은행을 털었다. 10대 때 청소년 비행으로 처음 체포됐다. 그 뒤 돈 갈취, 도박, 고문, 마약 거래와 살인 등 온갖 범죄에 발을 들였다. 무장 강도 및 납치 혐의로 1959년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의 알카트라스에 수감됐다. 그는 그곳을 특히 좋아해 FBI의 집요한 추적을 피해 도망 다니는 신세인데도 여자친구와 함께 그곳을 관광하며 버젓이 죄수복을 입은 채 사진을 찍었다.아일랜드공화국군(IRA)에 무기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던 일화도 전해진다. 두 여성을 목졸라 살해한 적도 있고 기관총으로 머리를 날려버리기 전에 몇 시간째 남성을 고문한 적도 있었다. 또 유난히 밝은 자신의 은발 머리 때문에 붙여진 별명 화이티를 싫어해 지미라고 불리길 원했다. 다른 갱조직에 대한 정보를 FBI 요원에게 흘려주고 대신 자신의 활동을 보장받는 교활함도 보였다. 동생 윌리엄은 1978년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의장이 되고 나중에 매사추세츠 대학 총장에 오를 정도로 지역사회에 명망 있는 인물이었다. 동생이 형의 범죄 행각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당국에 고변하지 않았던 것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1995년부터 FBI의 추적이 시작돼 무려 16년을 숨어 지내다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서 검거됐는데 여자친구 캐서린 크레이그와 함께 숨어 다닌 것으로 드러나 그녀는 미네소타주 여자 교도소에 수감됐다. 미국 정부는 그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희생된 이들의 유가족들에게 2000만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2015년 그는 역사 공부를 위해 편지를 보내온 학생들에게 쓴 답장을 통해 “인생을 낭비했고 어리석게 흘려 보냈다”고 회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5·18 계엄군 등에 의한 집단 성폭행 확인..“진상규명위 조속히 출범해야”

    5·18 계엄군 등에 의한 집단 성폭행 확인..“진상규명위 조속히 출범해야”

    정부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의 성폭행 피해 내용 17건을 발견한 가운데 향후 출범 예정인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이관해 성폭력을 비롯한 여성인권침해행위에 관한 추가조사를 진행한다.여성가족부·국가인권위원회·국방부가 합동으로 출범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은 31일 활동을 종료하고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 17명을 비롯해 연행·구금된 피해자 및 일반 시민에 대한 성추행, 성고문 등 여성인권침해행위를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공동조사단이 지난 6월부터 10월 말까지 피해 접수와 면담, 광주시 보상심의자료, 5·18 관련 자료 분석 등으로 통해 중복된 사례를 제외한 17건의 성폭행 피해사례를 확인한 결과 성폭행은 시민군이 조직화되기 전인 민주화운동 초기(5월 19~21일)에 광주 시내에서 주로 발생했다. 피해자의 나이는 10~30대, 직업은 학생, 주부, 생업 종사 등 다양했다. 피해자 대다수는 총으로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군복을 착용한 2명 이상의 군인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했다. 증언 중엔 “지금도 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울렁거리고 힘들다”, “가족에게도, 그 누구에도 말할 수 없었다”,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인 상처가 크다” 등 트라우마(정신적 후유증)를 호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공동조사단을 통해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12건이었다. 이 가운데 상담종결된 2건을 제외한 10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으며 7건은 성폭행, 1건은 성추행, 2건은 관련 목격 진술이었다. 사건 발생 장소는 초기에 금남로, 장동, 황금동 등 광주 시내였으며 중후반엔 광주 교도소 인근, 상무대 인근으로 광주 외곽 지역이었다. 공동조사단은 당시 계엄군 상황일지를 통해 분석한 결과 병력배치와 부대 이동 경로과 유사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광주시 보상심의자료에선 성폭행 12건과 연행·구금 시 성적 가혹행위 등이 33건으로 나타났다. 구타나 욕설 등 일반적인 폭력 행위는 검토 범위에서 제외했다. 다만 광주시 자료 상 피해자에 대한 개인정보열람이 제한돼 면담 등 추가적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으며 향후 진상조사위의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에서 소장중인 자료총서(61권)과 발간물(22권), 500여명의 구술자료 외에 보고서, 방송·통계자료 등을 분석해 성폭행 4건 등 총 12건의 직접적인 피해사례도 발견했다. 12건 중 4건은 성폭행이었으며, 3건은 유방·성기 등이 자창, 2건은 상무대 등에서의 고문, 3건은 구타 및 성적 위협과 관련된 것이었다. 한편 공동조사단은 피해자 면담과정에서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5·18에 대한 이해와 상담경험을 동시에 가진 전문가를 대동했다. 피해자가 원하면 전문 트라우마 치유기관에 심리치료를 연계하기도 했다. 공동조사단은 5·18 특별법의 조사범위에 성폭력을 명시하도록 법 개정을 촉구했으며, 진상규명위에 성폭력 사건을 전담하는 별도의 소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진상규명위의 출범이 늦어지고 있어 그 전까진 광주시 통합신고센터(062-613-5386)에서 신고 접수를 받는다. 인권위는 피해자 면담 조사를, 여가부는 피해자 심리치료 지원을 지속할 방침이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사설] 뼈아픈 청년 빈곤, 더는 방치해선 안 돼

    이 시대에 ‘청년’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아픔이자 상처다. 20~30대 젊은이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 세대’를 거쳐 집과 경력에 희망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칠포 세대’를 자처하고 있다. 청년 당사자들의 고통은 얼마나 클지 안타깝고 참담하다. 지난 21일부터 5회에 걸쳐 보도된 서울신문의 탐사기획 ‘청년 빈곤 리포트’는 우리 청년들의 아픈 현실을 다각도로 조명해 큰 반향을 불렀다.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다 개인회생·파산을 신청한 청년의 절반 이상은 월평균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쳤다. 취업이 힘든 청춘들의 삶에서 아르바이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지난해 19~24세의 아르바이트 경험률은 76.8%로 알바와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청년들로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얻는 시간과 기회를 상대적으로 뺏기는 셈이다. 청년 빈곤이 가난의 대물림으로 악순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빈말이 아닌 현실이다. 이런데도 청년들의 아우성에 우리 사회가 제대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해 주지 못하면서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라”는 말을 쉽게 던진다. 최근 정부는 공기관들을 동원해 단기 일자리를 무더기로 풀겠다지만, 제대로 된 일터가 간절한 청춘들에게는 되레 희망고문일 수도 있다. 청년 임대주택을 기피 시설로 몰아가는 이기적인 행태는 가뜩이나 주거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실의의 늪으로 밀어넣는다. 그러니 청년들은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라고 암울한 신세를 자조하며 기성세대에 반감을 쌓는 것이다. 홀로서기조차 어려운 청춘들에게 결혼과 출산의 미래를 설계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 청년이 희망을 품지 못하는 국가의 미래는 암흑이나 마찬가지다. 일자리 대책을 최우선으로 하고 그들의 고통을 우리 사회가 한마음으로 보듬어야 하는 절박한 이유다.
  • 13년 ‘여제’ 퇴장 선언…포스트 메르켈 4파전

    13년 ‘여제’ 퇴장 선언…포스트 메르켈 4파전

    앙겔라 메르켈(64) 독일 총리가 2021년 9월 총선을 끝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13년간 독일을 이끌어 온 메르켈의 후계 구도를 둘러싼 각축전이 본격화하는 동시에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사회민주당으로 구성된 대연정의 운명도 갈림길에 서게 됐다. 중도 좌파 사민당과의 협치를 중시한 메르켈 총리는 그동안 난민 수용, 탈원전 및 징병제 폐지, 동성결혼 합법화 등 진보 정책도 대거 수용하는 중도 노선으로 대연정의 균열을 막아왔다. 하지만 유럽에 몰려든 난민들로 인한 정치사회적 갈등이 확산하면서 메르켈의 4기 대연정 내각도 내홍에 휩싸였다. 보수 우파 성향의 기사당이 텃밭인 바이에른주 선거에서 난민을 제한하는 강경책을 밀어붙이자 사민당이 반발했고, 중간에 낀 기민당도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연정 참여 당끼리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선거의 부진에 따른 책임을 지기 위해 오는 12월 기민당 대표직에서 내려오기로 했다. 하지만 남은 총리 임기 33개월간 당 장악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메르켈의 당내 입지가 위축되면 극우 돌풍과 반(反)난민 정서 속에서 기민당의 우경화와 이에 대한 사민당의 반발이 커지면서 대연정 붕괴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관건은 오는 12월 예정된 기민당 전당대회에서 등극할 새 당대표다. 현재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56·여) 당 사무총장과 옌스 슈판(38) 보건장관, 아르민 라셰트(57)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63) 전 원내대표 4명이 후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크람프카렌바워 총장은 ‘작은 메르켈’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메르켈 총리의 신임이 두텁고 중도 노선을 견지할 여성 지도자로 꼽힌다. 크람프카렌바워는 이민이나 동성애에 대해 보수적이어서 당내 보수층도 아우른다. 슈판 장관은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에 강력히 반대했던 보수파 인물이지만 38세의 젊은 나이로 기민당에 활력을 불러올 지도자로 꼽힌다. 메르켈 측근으로 분류되는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는 기민당 우경화를 경고해 온 인물로 연정 내 불협화음을 조정할 인물로 평가된다. 한때 메르켈 총리의 정적이었던 메르츠 전 원내대표는 은퇴했다가 2014년 정계에 복귀했으며 지방정부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관련 고문으로 재기를 노려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5·18 계엄군 성폭행 첫 공식 확인

    5·18 계엄군 성폭행 첫 공식 확인

    주부·10대 포함 피해자 17명 진술 확보 오늘 결과 발표…진상조사위 출범 시급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자행된 성폭행이 정부 조사에서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모두 17명으로, 이 가운데 시위와 무관한 주부와 10대 학생도 있었으며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끌려가 조사받는 과정에서 성고문을 당했다고 증언한 이들도 나왔다. 30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여성가족부·국가인권위원회·국방부가 참여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에 따르면 5·18 당시 계엄군과 수사관 등이 저지른 성폭력 범죄는 모두 17건으로 조사됐다. 이 중 공동조사단에 신고가 접수된 건 7건이며 나머지 10건은 광주시의 5·18 보상심의 자료와 구술자료 등에서 취합했다. 공동조사단은 신고자들과 면담한 결과를 토대로 국방부와 5·18기념재단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수집 분석해 일부 가해자를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동조사단은 가해자를 조사할 권한이 없어 5·18 특별법에 따른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꾸려지는 대로 관련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다. 당초 지난달 14일 출범했어야 할 진상조사위는 자유한국당이 위원 추천을 미루고 있어 언제 출범할지는 미지수다. 공동조사단은 공식 활동이 마무리되는 31일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순천대 사진예술학과 학생들 ‘국제 광고 대전’ 대상 등 각종 상 휩쓸어

    순천대 사진예술학과 학생들 ‘국제 광고 대전’ 대상 등 각종 상 휩쓸어

    순천대학교 사진예술학과 학생들이 ‘국제광고 대전’에서 대상 수상 등 각종 상을 휩쓸어 관심을 끌고 있다. 30일 순천대에 따르면 지난 19일 개최된 ‘제26회 국제광고사진공모전’에서 사진예술학과 소속 재학생들이 대상, 은상, 동상, 특별상 등 20여명이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제26회 국제광고사진공모전’은 한국광고사진가협회(KAPA)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광고총연합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서울시청, 신구대학교식물원, 한국사진학회에서 후원·협찬한 대회다. 우수 광고 사진가를 발굴해 젊은 광고인을 양성함으로써 광고산업 발전과 광고문화 대중화에 기여하고자 개최되고 있다. 이번 공모전에서 박정원(4년) 학생이 영예의 대상을 차지해 광고 사진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은상에 윤채빈·조민성 학생, 동상에 육근우·정주하 학생이 선정됐다.김보영(한국광고사진가협회 회장상), 손서유(부산국제광고제위원장상), 함소진 학생(국제광고사진전시회 집행위원장상)이 특별상을 받았다. 김슬비, 김보영, 박민오, 박정원, 양근호, 윤채빈, 이보슬, 정주하, 함소진 학생 등도 입선에 뽑히는 등 사진예술학과 학생들이 대거 수상의 기쁨을 맛봤다. 한국광고사진가협회에서는 ‘15회 KAPA 국제광고사진전’을 통해 수상작을 전시할 예정이다. 1차 전시는 ‘신구대학교 식물원 갤러리 우촌’에서 새달 4일까지 열린다. 2차 전시는 ‘서울시 시민청 갤러리’에서 다음달 13일부터 18일까지다. 대상을 수상한 박정원 학생은 “교수님들의 지도를 통해 다양한 방식을 촬영하면서 광고 사진의 새로운 면목을 알게 됐다”며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깊이 있는 공부를 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앰버 허드 주연의 뜨거운 영화 ‘런던 필즈’ 뚜껑 열었는데

    앰버 허드 주연의 뜨거운 영화 ‘런던 필즈’ 뚜껑 열었는데

    앰버 허드가 주연이고 전 남편 조니 뎁이 카메오 출연한 화제의 영화 ‘런던 필즈’가 미국 개봉 첫 주말 흥행에서 참패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작품인데 613개 스크린을 잡고도 박스오피스 집계에서 16만 달러(약 1억 8200만원) 수입에 그쳤다. 마틴 아미스가 1989년 쓴 소설이 원작으로 예고편에는 “모두가 원했던 니콜라 식스(여주인공 캐릭터)”라고 홍보했는데 영화를 보고 싶어 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원작이 대단한 인기를 끌었고 짐 스터게스, 테오 제임스, 빌리 밥 손튼 등 캐스팅이 화려한데 이 정도 관객이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2008년 작품 ‘프라우드 아메리칸’이 개봉 첫 주말에 올렸던 9만 6000달러에 버금가는 최악의 흥행 성적이라고 영국 BBC가 전했다. 프라우드 아메리칸은 코카콜라와 월마트 창업자들의 자수성가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으로 두 회사가 뒷돈을 댔다. 이 영화는 2015년에 처음 기획됐는데 그 때부터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올해 토론토 영화제 공식 상영작으로 예정됐다가 매슈 컬렌 감독이 크리스토퍼 핸리, 조던 거트너 등 제작자들이 자신의 동의 없이 “음란한 장면”들을 편집해 넣었다는 이유로 고소하는 바람에 취소됐다. 핸리와 거트너는 컬렌이 계약을 위반했다며 맞고소했다. 둘은 이어 주인공 허드가 영화의 평판을 나쁘게 만드는 잘못된 캠페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허드는 두 남자와 정사를 벌이는 장면을 몰래 촬영해 전라 상태로 영화를 찍지 않겠다는 자신의 계약 사항을 위반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가 제작자들과 법정 화해했다. 촬영 당시에는 남편이었으며 지난해 이혼 소송이 마무리된 뎁이 갱스터로 카메오 출연하는데 로튼 토마토에 리뷰가 단 한편도 올라오지 않았다. 뉴욕 타임스는 이 영화를 “쓰레기, 고문 당하는 것 같은 불발탄”이라고 평가했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aggressively awful”이라고 알듯 모를듯한 평가를 남겼다. 이 영화는 두 가지 편집본이 동시 개봉되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13개 스크린에서만 감독 편집본이 공개됐다. 컬렌이 영화사가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 “틀을 벗어난 사고를 보여줬다”며 고마워했다. 미국 외에는 러시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에서 개봉됐다. 사진·영상= GVN Releasing youtube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3·1운동 100주년 프로젝트-독립운동가의 명패] 후배들의 십시일반 모금… 들불 같던 선배들의 독립정신 잇는다

    [3·1운동 100주년 프로젝트-독립운동가의 명패] 후배들의 십시일반 모금… 들불 같던 선배들의 독립정신 잇는다

    포상자 212명 중 36명이 광주제일고 출신 이틀동안 50만 3250원 모아 광복회 전달 사회적협동조합도 후원금 200만원 보태 “광주고등학생 의회 알려 동참 호소할 것”29일 오전 11시 광주 북구 누문동 광주제일고 정문에 들어서자 왼쪽에 우뚝 솟은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이 손님을 맞았다. 숲과 어우러진 공간 맞은쪽 학교 본관에선 학생들이 코앞에 닥친 수능 시험에 대비해 책장을 넘기느라 숨소리조차 죽여야 했다. 벌써 내년이면 9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1929년 이맘때쯤 이곳 광주고등보통학교는 일제에 맞선 동맹휴학이나 독서회 활동 등으로 술렁였을 터다. 며칠 뒤 전국적 운동으로 들불처럼 번지는 신호탄이었다. 이젠 과거와 달리 평온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넘치는 보통 고교 풍경이다. 이런 역사를 가슴에 안은 학교 후배들이 최근 ‘뜻깊은 일’을 펼치고 있다. 1920년대 최대 규모의 항일학생운동을 주도한 선배들의 정신을 기리는 운동에 나선 것이다. 항일운동 참여자 중 생존자는 거의 없는 만큼 그 후손을 찾아내 ‘독립운동 유공자 문패’를 달아 주는 일이다. 교장실에서 만난 학생회장 장민성(17·2년)군은 “최근 반별 대의원회의를 열어 ‘명패 달기’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한 뒤 지난 22~23일 전교생 800여명과 선생님을 대상으로 50만 3250원을 모았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등 자투리 시간에 교직원과 전교생이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보탰다. 부회장 조효인(17·2년)군은 “이런 운동의 취지 등을 학생회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과 곧 열리는 ‘광주 고등학생의회’에 알리고 동참을 호소하겠다”고 덧붙였다.매점 등을 운영 중인 학교 사회적 협동조합도 200만원의 후원금을 내놨다. 조합의 학생 대표인 이승민(17·2년)군은 “이사회에서 후원 금액 등을 흔쾌히 받아들여 어렵지 않게 성금을 마련했다”며 웃었다. 실제로 광주학생운동 관련 독립운동 포상자 212명 가운데 이 학교 출신이 36명에 이른다. 자료 분실이나 다른 이유 등으로 빠진 사람을 합치면 더 늘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훈처는 당시 좌익계로 분류돼 훈장 수여 또는 유공자 지정에서 제외된 사람을 발굴·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이날 푼푼이 모은 성금을 ‘크라우드펀딩’을 주도하는 광복회에 전달했다. 문대식 광복회 광주전남유족회 고문은 “독립유공자가 작고하면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현실에서 젊은 학생들이 유공자와 후손에게 자긍심을 심는 것 자체로 역사적 의미를 띤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광주제일고 학생 100여명은 지난 27일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펼쳐진 제89주년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 만세재현 행사에 당당히 참여했다. 학생의 날인 오는 11월 3일에도 선배들의 항거 장소인 옛 전남도청 앞과 옛 광주역(광주동부소방서) 주변 등지에서 태극기를 들고 거리를 돈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은 1929년 11월 3일부터 5개월에 걸쳐 열기를 뿜었다. 194개교 5만 4000여명이 참가했다. 구속 1642명, 퇴학 582명, 무기정학 2330명이나 될 만큼 일제강점기 최대 규모의 항일 학생운동으로 이름을 남겼다. 이승오 광주제일고 교장은 “선배들의 독립항일 정신이 오늘날 면면히 이어지는 게 자랑스럽다”며 “학생 자치회에서 이끄는 명패 달기 운동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사임 앞둔 세션스 지지자들, 백악관에 ‘명예로운 퇴진’ 촉구

    사임 앞둔 세션스 지지자들, 백악관에 ‘명예로운 퇴진’ 촉구

    제프 세션스(72) 미국 법무장관의 재임기간이 불과 며칠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자 그의 측근과 지지자들이 백악관에 “그 동안 세션스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사면서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왔다”며 명예로운 퇴진을 요구했다고 AP통신이 28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보수 진영 내부에서 소신있는 세션스 장관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그가 대선 주자급 거물 정치인으로 급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 신시내티 시장 켄 블랙웰은 오는 6일 중간선거 직후 세션스를 파면하는 대신에 그를 내년 1월까지 재임하게 한 뒤 스스로 물러나는 형식을 취해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이는 세션스 장관의 상원의원 및 대법관 경력을 인정해 파면 등의 불명예스러운 퇴진이 아니라 최소한의 예우를 갖춘 순조로운 이임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요구다. 블랙웰은 “백악관 비서실장 존 켈리, 대통령의 사위인 저레드 쿠슈너 백악관 고문도 모두 기본적으로 그(세션스)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세션스를 위한 구명운동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칭 ‘세션스에 대한 오랜 숭배자’라는 뉴트 깅리치 전 공화당 하원의장도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으로서 세션스 지지자들과 백악관 사이의 중재 역할을 기꺼이 맡겠다고 말하고 있다. 깅리치 전 의장은 “세션스는 명예로운 퇴진을 할 자격이 있다. 그의 경력은 멋지고 인상적인 퇴임을 할 만한 자격을 갖췄다. 강력한 보수주의자로서 법무부 일을 누구보다 잘 해왔다”고 말했다. 세션스의 지지자 몇 명은 세션스가 이민 정책등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기 때문에 백악관으로부터 예우를 받아 마땅하다고 행정부에 제기할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이 11월 6일 중간선거 이후로 예측되는 세션스의 사임을 유보시킬 만큼 백악관의 동정을 사기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션스 법무장관이 러시아스캔들 수사를 맡는 것을 기피하고 자기를 보호하는 일에 나서지 않았다며 여전히 한결같은 분노를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션스 장관은 그동안 대통령의 혐오 대상으로 공인되다시피 하면서도 꾸준히 보수파로서 자기 임무를 다 해왔고 정기적인 기자회견이나 발표도 맡아왔다. 26일에는 플로리다주의 폭탄 소포 용의자의 체포사실을 발표하는 법무부 기자회견도 맡아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세션스를 해고하겠다는 발언을 자주 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중간선거만 끝나면 법무부를 완전히 쇄신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택시 횡포와 ‘나라시 택시’/손성진 논설고문

    [그때의 사회면] 택시 횡포와 ‘나라시 택시’/손성진 논설고문

    택시요금이 조만간 또 오를 모양이다. 미터기가 도입되기 전 교통이 복잡하지 않을 때 서울의 택시요금은 구간제였다. ‘옛 화신백화점(종각)에서 용산까지는 480환, 영등포까지는 960환’ 식이었다. 택시에는 구간요금표가 붙어 있었다. 그러나 택시 기사들은 요금표를 아예 붙이지도 않거나 붙여도 지키지 않고 요금을 두 배 이상 요구해 툭하면 시비가 일었다(경향신문 1960년 11월 8일자). 특히 외국인과 서울 물정에 어두운 시골 사람을 타깃으로 삼아 과다한 요금을 내라고 해 말썽이 됐다. 경찰은 사기죄로 단속했지만, 요금 시비는 끊이지 않았다.미터제는 1962년 4월부터 일부 시행됐다. 기본요금제도 함께 도입됐다. 미터기를 처음 본 여성은 “미터기가 찰카닥하고 5원 올라갈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는다”고도 했고, 어떤 신사는 “찰칵찰칵하는 미터기 소리에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다”고 불평했다고 한다(경향신문 1963년 9월 10일자). 택시 횡포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이 택시 안에 운전사의 인적 사항을 적은 표찰을 처음 달도록 한 것은 1965년 무렵이다. 부산에서는 해수욕장 바가지요금을 단속하고자 해변에 택시 행패 고발판을 붙였다(매일경제 1967년 7월 31일자). 일제 ‘코로나’ 택시가 도입되면서 1966년 1월 택시요금이 기본요금 60원, 500m당 10원으로 두 배나 올랐다. 당시 지프를 개조해 만든 시발택시가 1960년대 중반에도 100대 넘게 있었다. 시발택시 기사 120여명이 택시요금 인상으로 구식 시발택시는 승객들이 외면한다며 도리어 요금을 내리라고 당국에 요구한 적도 있다(동아일보 1966년 3월 3일자). 그 무렵 자가용 차량의 불법 영업행위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 통금이 있던 시절이라 시간에 쫓겨 택시요금의 3~5배를 불러도 기꺼이 지불하고 타는 사람들이 있었다. 서울 무교동, 신세계백화점 앞, 명동에 자가용 택시들이 줄지어 있었다. 한 달 전세, 하루 전세, 1시간 전세로 빌려주는 자가용도 있었다. 통금에 제약을 받지 않는 호텔 택시는 택시요금의 10~15배를 불렀다. 1990년대에 들끓었고 지금도 가끔 보이는 ‘나라시 택시’의 원조들이다(경향신문 1966년 3월 30일자). 현재 택시 기사들이 ‘카카오 카풀’을 빗대어 비난하는 그 나라시 택시다. 합승택시는 1950년대에 택시가 부족할 때 허가해 준 적이 있다. 9인승으로 미군 트럭 엔진을 뜯어 개조한 차량이었다. 일반 택시 합승은 출퇴근 시간에 한해 허용하기도 했다. 택시 합승은 불법과 허용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 1982년부터 완전히 금지됐다. sonsj@seoul.co.kr
  • [길섶에서] 무교동의 밤/손성진 논설고문

    네온사인이 찬란했던 무교동의 밤은 사나이들의 우정과 의리가 넘쳐 났었다. 땅거미가 내리면서 모여든 주당(酒黨)들의 소곤소곤한 정담이 흘러나오던 골목골목…. 40여 년 전 이야기다. 재개발 바람은 대폿잔을 놓고 인생을 논했던 허름한 술집들과 함께 그 시절의 애틋했던 낭만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도록 멀리 날려 보내 버렸다. 제집처럼 드나들던 다방, 포장마차, 낙지골목과 그 속에서 옹기종기 기대며 살던 군밤장수, 구두수선공, 연통수리공…. 잘 있으란 말도 없이 그들은 떠나고 번듯하지만, 도무지 정이 들지 않는 고층빌딩들이 그 자리를 점령했다. 기억마저 희미해져 궁금했던 그때의 무교동 밤거리를 촬영한 진귀한 동영상을 접한 것은 행운이었다. 도란도란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시계를 잡히고 술을 먹을 만큼 가난했던 때였지만 표정에선 살가움이 넘친다. 대화가 끊겨 가는 사람과 사람, 정은 타 놓은 지 오래된 찻잔처럼 식어 가고, 서푼어치 낭만조차 찾을 길 없이 삭막한 지금. 과연 현재의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통속’할 뿐인데 주변과 단절된 채 이익만을 따지며 웃음마저 잃어 가고 있는 건 아닐까. sonsj@seoul.co.kr
  • 6·25 참전 美재향군인 추모 박물관 오하이주에 개관

    6·25 참전 美재향군인 추모 박물관 오하이주에 개관

    “이곳은 전쟁 관련 박물관이지만 유서 깊은 성조기 원본이나 큰 전차, 전투기 같은 것을 보러오는 곳이 아닙니다. 재향군인 개개인의 진실한 이야기를 듣고 보는 장소입니다.”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시에 8200만 달러를 들여 설립된 미국의 첫 재향군인 추모 박물관이 27일(현지시간) 개관했다. 박물관 측은 AP통신에 “전시된 작품들은 재향군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보조 수단일 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에는 수많은 전쟁기념관과 군사박물관이 있지만 재향군인들의 삶과 군 생활, 복무 이후 등을 조명한 박물관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물관 건립은 오하이오주 출신의 공군 영웅이자 최고령 우주비행사인 존 글렌(2016년 별세) 전 상원의원이 2012년 아이디어를 낸 게 발단이었다. 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에 참전한 글렌 전 의원 등 미군의 ‘보통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삶을 조명해 보자는 취지였다. 미 연방의회가 큰 관심을 보이면서 지난 6월 이 박물관은 국가 재향군인을 추모하는 국립박물관으로 승격됐다. 4924㎡(약 1490평) 규모의 박물관에는 그동안 미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들의 전투와 삶의 경험이 수많은 깃발과 메달들이 장식된 벽면과 진열대를 통해 전시됐다. 박물관 측은 가슴 아픈 전사 통지부터 군인 가족들의 사연, 군함을 탄 젊은 신병들의 모습, 각자의 러브스토리와 사연들을 담아냈다. 재향군인 추모 박물관 이사회의 명예고문을 맡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은 이날 개관식 연설을 통해 “재향군인들은 미국의 무지개와 같은 존재이며, 미국의 힘과 선의를 증명하는 존재들”이라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부산 일가족 살해 용의자···전 연인 마지막에 살해한 이유

    부산 일가족 살해 용의자···전 연인 마지막에 살해한 이유

    부산에서 일가족 4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용의자는 일가족 중 손녀와 교제하다 헤어진 남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용의자 신모(32)씨가 일가족 중 손녀인 조모(33)씨와 교제했던 사실이 확인됐다고 26일 밝혔다. 신씨는 지난 24일 오후 부산 사하구 장림동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전 여자친구인 조씨와 조씨의 아버지와 어머니, 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씨는 범행 후 집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경찰은 신씨가 24일 오후 4시 12분쯤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하고 큰 가방을 든 채 아파트로 들어오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했다. 신씨는 아파트 출입 카드가 있었던 듯 입구를 통해 쉽게 들어가는 모습이 나온다. 신씨 침입 당시 집에는 조씨의 아버지가 있었고 이후 1~2시간 뒤 어머니와 할머니가 귀가했다. 조씨는 약 8시간 뒤인 25일 자정쯤 집에 도착한다.신씨는 이들을 살해한 뒤 조씨의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의 시신은 화장실로 옮기고 비닐, 대야 등으로 가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씨는 살해한 상태로 거실에 그대로 방치했고, 조씨에게는 목을 조르고 둔기와 흉기 모두를 이용해 범행하는 등 특히 잔인하게 범행했다. 신씨는 범행 다음 날인 25일 오전 9시 50분쯤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모습도 보인다. 신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 사용한 질소가스통을 인근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에서 가지고 올라간 것이다. 신씨가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까지 긴 시간을 시신과 함께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은 신씨가 지난해 10월쯤 조씨와 함께 조씨 부모님 집에서 한 달간 동거했다고 밝혔다. 당시 가족들은 이웃들에게 신씨를 ‘사위’라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이후 경남 양산에 전세방을 구해 올해 8월까지 조씨와 함께 살다가 헤어졌다. 조씨의 유가족들은 “신씨가 조씨와 헤어진 뒤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신씨가 들고온 가방에서 범행에 사용된 둔기와 흉기를 포함해 56개의 물품을 확인했다. 또 범행 전 신씨가 집에서 컴퓨터로 아파트 일대 방법용 CCTV 위치를 확인하고 전기충격기 사용방법 등을 검색한 기록도 확보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헤어지면서 조씨가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떤 연유인지는 추가 수사를 통해 밝힐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배상훈 전 서울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은 26일 YTN에서 “아마 순서적으로 (살해를) 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 이런 범행 분류를 ‘엔탈트먼트’라고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자존심 범죄, 자존감 범죄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보통 이별범죄가 그렇다. 자신을 무시하는 여자친구나 남자친구의 가족에 대한 망상적 원한을 가지고 공격하기 때문”이라며 “한번에 죽이는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죽여야 목적을 달성하기 때문에 이런 양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조씨의 시신에 남은 상처는 고문의 흔적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조씨는 가장 마지막에 살해됐을 것으로 보인다. 용의자의 주요 목적이었다. 때문에 전 연인을 거실에 별도로 두고 (고문한 뒤) 나중에 살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씨의 아버지를 먼저 살해한 이유와 관련해 “보통 저항력이 가장 큰 사람을 가장 먼저 공격한다. 아버지는 65세지만 남성이다. 나머지는 여성이기 때문에 제압하기 쉽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먼저 제압하기 어려운 남성을 공격한 다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계획적 범죄다. (아버지를 따라들어간 이유도) 뒤에서 기습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여기는 중국] 강간·살인으로 투옥된 男, 23년 만에 ‘증거 불충분’ 판결

    [여기는 중국] 강간·살인으로 투옥된 男, 23년 만에 ‘증거 불충분’ 판결

    성폭행 및 살인 혐의로 감옥에 수감돼 23년 형을 산 한 남성이 뒤늦게 재판부로부터 '증거 불충분’ 판결을 받았다. 중국 법제일보 등 현지 언론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진 저훙(50)은 23년 전인 1995년 한 여성(사망 당시 20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재판부는 진 씨가 피해 여성을 오토바이로 납치한 뒤 성폭행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고, 이후 이어진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당초 진 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지만 이후 돌연 재판장에서 자신의 혐의를 자백했고, 결국 사형선고를 받고 23년 째 복역 중이었다. 하지만 진 씨는 2014년부터 자신이 무죄라고 다시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자백은 경찰 측으로부터 고문을 당한 뒤 거짓으로 진술한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에 현지 법원은 지난 3월부터 재조사에 들어갔고, 지린성(省) 고등법원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24일 열린 재판에서 진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검사와 변호사 모두 진 씨 사건의 증거가 불충분하고 사건의 인과관계가 명확치 않다는 사실을 판사 측에 전달했다. 실제로 이 사건은 피해 여성과 가해자로 추정되는 진 씨를 제외하고, 특별한 증거나 목격자가 없었다. 특히 진 씨의 진술은 피해 여성의 살해 추정 시각 및 장소 등과 일치하지도 않았다. 진 씨의 변호사는 “증거도 목격자도 불분명한데다 의뢰인의 진술서도 실제 사건과 일치하지 않았고 동기도 불분명했다. 대부분이 의뢰인의 거짓 자백으로만 판결이 났다”고 주장했고, 결국 법원은 이를 인정했다. 지린성 고등법원이 최종 판결 날짜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현지 법조계에서는 그가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진 씨의 변호사는 “그가 억울하게 투옥돼 있는 동안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아내는 그를 버렸으며, 아들은 다른 사람의 손에 커야 했다”면서 “그는 다시 사회에 복귀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헌법재판소(최은진 지음, 수류산방 펴냄) ‘오빠는 풍각쟁이’를 부른 아리랑 소리꾼 최은진의 책으로 만든 3집 앨범. ‘청춘 블루스’, ‘아주까리 수첩’ 등 근대 가요 7곡과 ‘헌법재판소’ 등 신곡 포함 모두 10곡을 수록했다. 근대 예술인들을 조명한 음악사적인 해설과 황현산·김인환·윤후명 등 가깝게 지낸 문인들의 글을 함께 담았다. 288쪽. 2만 8000원.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창비 펴냄) ‘맨스플레인’(man+explain)이란 단어로 전 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페미니스트이자 에세이스트 리베카 솔닛의 신작.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 미국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에서 드러난 여성혐오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했다. 344쪽. 1만 5000원.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백영옥 지음, 아르테 펴냄) 1년에 500여권의 책을 읽는 활자 중독자인 백영옥 작가가 차곡차곡 모은 인생의 문장들을 소개한 에세이. 때로는 약함을 내보일 수 있는 게 진짜 용기라며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울고, 기쁘면 마음껏 그 기쁨을 즐기라고 작가는 전한다. 256쪽. 1만 5000원.세계시민 교과서(이희용 지음, 라의눈 펴냄) 재외동포 743만명에, 해마다 7000개의 새로운 성씨가 생겨난다는 한국. 다문화 시대에 이주민과 다문화 이슈를 역사적으로 톺아보고 재외동포라는 거울로 비춰본 책이다. 2012년부터 연합뉴스 한민족센터에서 일한 이희용 고문이 2016년 5월부터 2년여간 매주 연재했던 칼럼을 묶었다. 256쪽. 1만 5000원.내 몸 안에 준비된 의사(김재호 지음, 신세리 펴냄) 아프면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낫는다는 사람들의 믿음을, 현대 의학은 얼마나 충족해 주고 있을까. 의학 전공자도, 의사도 아닌 저자가 환자의 입장에서 우리 몸속 수십조개 세포의 유전자가 몸에 생기는 문제들을 치유하는 ‘자연치유’와 이를 잘 작동시킬 수 있는 환경 만들기에 대해 설명한다. 336쪽. 1만 8000원.비탄의 문 1·2(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문학동네 펴냄) ‘모방범’, ‘화차’ 등의 미스터리 소설로 국내에도 마니아층을 보유한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 온라인상의 범죄 흔적을 찾아내는 알바를 하는 대학 새내기 미시마 고타로가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과 만나 이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렸다. 각 516쪽, 508쪽. 각 1만 5800원.
  • 文대통령 “김구 선생 애국안민이 경찰정신 뿌리”

    文대통령 “김구 선생 애국안민이 경찰정신 뿌리”

    독도의 날 독도경비대도 각별히 격려 “여성의 삶·인격 파괴 범죄 철저 예방을”“99년 전인 1919년 8월 12일,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에 취임했습니다. ‘임시정부의 문지기’가 되겠다는 각오로 대한민국 경찰의 출범을 알렸습니다. ‘매사 자주독립의 정신과 애국안민의 척도로 임하라’는 ‘민주경찰’ 창간호에 기고한 선생의 당부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경찰 정신의 뿌리가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서울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민주·인권·민생 경찰의 길은 대한민국 임정부터 시작된 자랑스러운 경찰의 길”이라며 경찰의 뿌리를 임시정부와 연결시켰다.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봐야 한다는 보수진영에 맞서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그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건국절 논란’을 정면 돌파했던 문 대통령이 일제의 잔재, 그리고 독재정권의 버팀목 이미지가 강했던 경찰의 그늘진 역사를 걷어내고 ‘국민의 경찰’로 거듭날 것을 당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제주 4·3 당시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수많은 목숨을 구해낸 문형순 성산포서장, 도산 안창호의 조카딸로 독립투사였다가 경찰에 투신한 안맥결 총경, 80년 5월 광주 신군부의 시민 발포명령을 거부한 안병하 치안감이 명예로운 경찰의 길을 비추고 있다”고 조명한 면면에서도 이러한 의도가 읽힌다. 임정의 법통 계승을 줄곧 강조해 온 문재인 정부가 내년을 건국 100주년 및 3·1운동 100주년으로 대대적으로 기념하려는 의도와도 맞닿아 있다. 통상 기념식이 열린 세종문화회관이나 지난해의 광화문광장이 아닌 백범기념관에서 처음 경찰의 날 행사가 치러진 것도 같은 이유다. 이날이 ‘독도의 날’이란 점에서 ‘역사 바로 세우기’ 의지도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오늘은 독도의 날”이라며 “영토 최동단을 수호하는 독도경비대 여러분에게 각별한 격려의 인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의 고통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며 “여성의 삶과 인격을 파괴하는 범죄들을 철저히 예방하고, 발생한 범죄는 끝까지 추적해 법의 심판대에 세워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임대료 못 받게 된 한유총 “충격·경악… 생존 불가능”

    임대료 못 받게 된 한유총 “충격·경악… 생존 불가능”

    “너무 충격적이라 경악을 금할 수 없다.” 25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책’을 내놓자 국내 최대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내놓은 반응이다. 한유총 지도부가 가장 민감해하는 문제는 공적 사용료 인정 여부다. 유치원 설립자가 건물 임대료 등을 공금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건데 정부는 “불가하다”며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한유총은 25일 낸 짧은 입장문에서 “정부·여당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책은 사립유치원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신들이 바랐던 점은 크게 두가지로 ▲유아 학비를 유치원에 직접 주는 대신 학부모에게 지원하고 ▲사립유치원을 위한 별도의 재무회계규칙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는데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한유총은 “오늘 발표된 교육부 방안은 사립유치원 땅과 건물을 본인 사유재산으로 일구고 수십년간 유아교육에 헌신한 설립자·원장들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유총의 주장과 달리 지금도 사립유치원만을 위한 별도의 재무회계규칙이 있다. 다만, 유치원 회계상 세입·세출 항목에 한유총이 원하는 ‘공적 사용료’가 들어 있지 않다. 공적 사용료는 건물 임대료를 뜻한다. “정부가 맡아야 할 공교육을 유치원이 대신해주는 만큼 유치원 건물 임대료를 공금에서 빼서 설립자가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얘기다. 일부 설립자들은 공금 일부를 임대료 명목으로 챙겼다가 시·도 교육청 감사 때 적발됐는데, 액수가 컸다. 한유총의 박세규 고문 변호사는 “사립유치원 하나 짓는데 (설립자 돈이) 수십억원에서 100억원씩 든다”면서 “사유재산권은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 있지만 법률에 의해 보상하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다. 토지 이용을 설립자에 보상하는 차원에서 임대료를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공적 사용료 인정은 들어주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유치원은 기본적으로 설립자가 유치원 땅이나 건물을 교육활동에 쓴다는 전제로 설립 신청하는 것”이라면서 “자의로 인가를 요청했기 때문에 현행법 체계상으로는 (사유재산 인정이) 어렵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교육자보다는 영리사업가로서 정체성이 명확해 보이는 한유총 지도부가 공적 사용료 주장을 쉽게 포기할 가능성은 적다. 이 때문에 정부의 유치원 대책을 두고 한동안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강간·살인으로 투옥된 男, 23년 만에 ‘증거 불충분’ 판결

    강간·살인으로 투옥된 男, 23년 만에 ‘증거 불충분’ 판결

    성폭행 및 살인 혐의로 감옥에 수감돼 23년 형을 산 한 남성이 뒤늦게 재판부로부터 '증거 불충분’ 판결을 받았다. 중국 법제일보 등 현지 언론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진 저훙(50)은 23년 전인 1995년 한 여성(사망 당시 20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재판부는 진 씨가 피해 여성을 오토바이로 납치한 뒤 성폭행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고, 이후 이어진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당초 진 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지만 이후 돌연 재판장에서 자신의 혐의를 자백했고, 결국 사형선고를 받고 23년 째 복역 중이었다. 하지만 진 씨는 2014년부터 자신이 무죄라고 다시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자백은 경찰 측으로부터 고문을 당한 뒤 거짓으로 진술한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에 현지 법원은 지난 3월부터 재조사에 들어갔고, 지린성(省) 고등법원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24일 열린 재판에서 진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검사와 변호사 모두 진 씨 사건의 증거가 불충분하고 사건의 인과관계가 명확치 않다는 사실을 판사 측에 전달했다. 실제로 이 사건은 피해 여성과 가해자로 추정되는 진 씨를 제외하고, 특별한 증거나 목격자가 없었다. 특히 진 씨의 진술은 피해 여성의 살해 추정 시각 및 장소 등과 일치하지도 않았다. 진 씨의 변호사는 “증거도 목격자도 불분명한데다 의뢰인의 진술서도 실제 사건과 일치하지 않았고 동기도 불분명했다. 대부분이 의뢰인의 거짓 자백으로만 판결이 났다”고 주장했고, 결국 법원은 이를 인정했다. 지린성 고등법원이 최종 판결 날짜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현지 법조계에서는 그가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진 씨의 변호사는 “그가 억울하게 투옥돼 있는 동안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아내는 그를 버렸으며, 아들은 다른 사람의 손에 커야 했다”면서 “그는 다시 사회에 복귀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美, 카슈끄지 살해 연루 21명 비자 취소… 궁지 몰린 빈 살만

    美, 카슈끄지 살해 연루 21명 비자 취소… 궁지 몰린 빈 살만

    러시아, 사우디 주최행사 참석하며 밀착 에르도안, 왕세자와 사건 이후 처음 통화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연루된 사우디 정부 인사들에 대한 비자를 취소했다. 미국이 전통적인 중동의 우방 사우디에 대한 본격적인 제재 조치를 예고한 첫 행동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실각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AP통신 등은 23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카슈끄지 살해에 가담한 사우디 정부 인사 21명의 비자를 취소하는 조치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일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실종된 지 21일 만에 나온 미국의 응징 조치다. 비자 취소 대상자는 사우디 왕실, 정보기관, 외무부 등 정부 관계자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러한 처벌은 미국의 마지막 말(조치)이 아닐 것”이라며 추가 제재 조치도 예고했다. 자산 동결 및 여행 금지 등의 추가 조치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피살 사건 초기 사우디 정부를 두둔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슈끄지 살해) 은폐는 역사상 최악의 은폐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 빈 살만 왕세자와 재차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고 “왕세자는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 일은 더 낮은 단계에서 이뤄졌다고 한다”며 옹호했다. 궁지에 몰린 사우디도 러시아와 공조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러시아는 지난 23일 미국 주요 기업인들이 대거 불참한 사우디 주최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 거물급 기업 대표단을 결성해 참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모르면서 사우디와 관계를 왜 망쳐야 하느냐”며 훈수하기도 했다. 터키는 카슈끄지 피살과 연관된 팩트나 의혹을 서구 언론에 흘리면서 사우디를 누르는 데 총력전을 펴는 양상이다. CNN은 22일 카슈끄지로 위장한 인물이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빠져나가는 영상을 터키 당국으로부터 입수해 공개한 바 있다. 하루 뒤 로이터통신은 빈 살만 왕세자의 최측근인 사우드 알타카니 고문이 사건 당일 카슈끄지와 인터넷 전화인 스카이프로 언쟁을 벌였으며, 암살조에게 “그 개자식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고 터키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편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전화 통화를 하고 카슈끄지 피살사건을 완전히 규명하는 데 필요한 공동 노력과 대책에 관해 논의했다. 카슈끄지 실종사건이 불거진 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과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했으나, 살인 임무를 지시한 ‘최종 윗선’으로 의심 받는 무함마드 왕세자와 통화는 처음이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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