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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몇 달 내 좋은 결과 희망”, 말보다 행동이다

    북한이 설정한 미국과의 대화 시한이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지난달 초순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고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최상층부의 인물을 총동원해 연말 시한을 강조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을 강조하면서도 연말을 넘기려 한다면 ‘망상’이라며 미국의 양보를 촉구하는 한편 내년 이후 상황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북한의 시한 언급을 의식한 듯 지난 1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진전이 너무 더뎠다면서 “몇 개월 안으로 좋은 결과를 얻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지난달 31일 초대형 방사포 두 발을 쏜 것과 관련해 “전에 해왔던 것과 일치하는 로켓”이라며 발사가 북미 대화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북미 모두가 실무협상 재개와 비핵화 목표 달성에 의욕을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말로만 상대의 양보를 촉구해서는 결론에 도달하기 어렵다. 연말까지 시간이 얼마 없는 만큼 남은 것은 다음 단계로 이행하기 위한 상호 양보다. 최소한 이달 안에 실무협상을 가지고 획기적인 진전을 이뤄 3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이뤄야 하는 것이다. 북미가 장외에서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이제는 행동으로 결단할 때가 찾아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식 셈법’의 변경을 요구하며 “올해 말까지 기다려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최고 존엄’의 발언을 최우선시하는 북한에서 북미 협상에 실질적인 진전이 없으면 시한의 변경은 생각하기 어렵다. 북한의 잇따른 장사포,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판을 깰 의도라면 모를까 협상의 문이 닫혀 가는 것을 북미 모두 팔짱만 끼고 보고 있으면 안 된다.
  • [그때의 사회면] 대선 날짜 택일을 점쟁이가?

    [그때의 사회면] 대선 날짜 택일을 점쟁이가?

    1953년 9월 경찰은 미신타파 강조 주간을 정해 점쟁이, 사주쟁이들을 일제히 단속했다. 전후에 불안 심리가 팽배했고 마땅한 일거리가 없어 도심에도 좌판을 펴놓은 점쟁이들이 즐비했다. 점괘나 손금을 보고 비관해 자살한 사건이 종종 보도될 만큼 서민들의 미신에 대한 믿음은 컸다. 1966년 8월 전남 나주의 13개 마을 부녀자 200여명이 명산에 묘를 써 가뭄이 길어졌다며 묘 7개를 파헤쳤다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1977년 7월 전북 남원에서도 “여자가 부정한 짓을 하면 비가 온다”는 미신을 믿고 부녀자들이 전라(全裸)로 동네를 돌아다니며 굿판을 벌였다. 물건을 도난당한 무당이 점을 쳐서 식모를 범인으로 고소하자 경찰이 그 말을 믿고 식모를 문초하다 범인을 놓친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경향신문 1964년 5월 5일자). 1971년 7월 11일 전남 순천시의 모 관청에서는 돼지 머리를 차려 놓고 징과 북을 두들기며 요란한 굿판을 벌였는데 관청 측은 “흉사가 잇따라 액땜 차원에서 굿을 벌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간 큰 사주·관상쟁이들은 서울시내 관청의 국장실까지 드나들었고 국과장들이 근무시간에 사주 관상을 보기에 바빴다(동아일보 1954년 7월 15일자). 1960년대 후반에 서울의 후암동 ‘복술가촌’ 등에 점집이 번창했다. 비서를 둔 점쟁이도 있었고 월수입이 50만원(현재 가치 약 5000만원)이나 돼 고액의 사업소득세를 내는 기업형 점집이 23곳이나 됐다고 한다(매일경제 1967년 5월 30일자). 영화계에서도 고사를 지내는 것은 그럴 수 있다 쳐도 극 중에서 부부로 결합되는 남녀 배우의 궁합을 미리 봤으며 궁합이 나쁘면 캐스팅을 꺼렸다. 미신이라기보다 헛소문도 있었는데, 영화배우 L씨가 몰락한 것은 “L씨를 쓰면 망한다”는 미신이 영화계에 퍼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뱀이 나오는 영화는 망한다”는 말도 있었다(경향신문 1975년 7월 19일자). 국가 대사와 주요 투자도 점에 의존할 만큼 정치인, 재벌이 먼저 점과 사주에 빠져 미신 타파 운동도 소용이 없었다. 1969년 10월 10일 점쟁이들은 ‘역술인 대제전’을 열었는데 후원자가 당시 이효상 국회의장과 윤치영 공화당 의장서리였다. 역술인들은 “박정희 대통령은 기필코 삼선을 한다”고 주장했다. 1971년 7대 대선 날짜는 4월 27일이었는데 당시 정부, 여당이 사주쟁이한테 택일을 맡겨 정한 것이며 1972년 10월 17일 10월 유신 발표 날도 점쟁이가 정해 준 날짜라고 한다. 박정희는 공공기관 자리도 풍수지리를 보고 결정했으며 과천정부종합청사도 그런 과정을 거칠 만큼 역술 신봉자였다.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걷다가 벼락 맞은 것 같은 한 해…올해는 하늬 하고 싶은 거 다 해

    걷다가 벼락 맞은 것 같은 한 해…올해는 하늬 하고 싶은 거 다 해

    ‘극한직업’ 차기작 론스타 다룬 ‘블랙머니’ 형사·검사 이어 변호사까지 연기 변신 미인대회·엄친딸 이미지 편견 딛고 연기 “작품은 선물 같다” 한·佛 합작 드라마도 3년 전 예능 프로그램(‘SNL코리아’ 시즌7)에 나와 “헤이~ 모두들 안녕? 내가 누군지 아니?” 했던 미스코리아는 이제 자기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어볼 필요가 없는 흥행 배우가 됐다. 올 초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으로 관객 1600만명을 동원하고, 이어 방영된 SBS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시청률 20%를 가뿐히 넘긴 배우 이하늬(36)다. 2019년을 ‘하늬 하고 싶은 거 다 해’로 보낸 그를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전날 2019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을 받은 그는 올해는 “선물 같다 못해 기적 같은 해”라고 했다. “1600만명이 넘는 영화를 만난다는 건, 배우 입장에선 걷다가 벼락 맞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얼떨떨하면서도 너무나 감사한 일이에요. 하지만 빨리 내려놓고 다음 캐릭터와 에너지를 준비해야죠.” 한 해의 막바지, 이하늬가 들고 나온 영화는 뜻밖에 ‘부러진 화살’(2011), ‘남영동 1985’(2012) 등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영화들을 연출한 정지영 감독의 ‘블랙머니’다. 2003년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2012년 하나금융에 다시 매각하는 과정을 영화화했다. 이하늬는 ‘극한직업’의 형사, ‘열혈사제’의 검사에 이어 이번엔 변호사로 변신한다. 정 감독은 이하늬가 출연했던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은밀하고 위대한 동물의 사생활’을 보고 캐스팅을 결정했단다. 프로그램에서 그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친구를 독려하고 리더십을 발휘한 주도적인 모습을 보인 게 정 감독의 눈에는 영화 속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 김나리의 당당한 캐릭터와 겹쳤다.김나리를 만들기 위해, 정 감독이 이하늬에게 주문했던 네 글자는 ‘자신만만’이었다. 김나리는 냉철한 엘리트이면서도 사회 정의에 귀 기울일 줄 아는 감성을 가진 입체적인 인물이다. 이하늬는 “‘나 단단한 여자야’라고 표출하는 게 아니라 내재된 단단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자신의 분석을 소개했다.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유학파 변호사이자 외국 펀드의 법률 고문인 김나리의 영어 구사에 특히 힘을 쏟았다. “한국 사람이 한국에서 한국식 영어를 배워서 하는 정도가 아니라,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았고 일을 하고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경제 용어도 일상 용어처럼 입에 붙이는 작업들을 많이 했어요.” 그런 노력 끝에 영어로 국제 회의를 주관하는 김나리의 모습에는 전혀 위화감이 없다. 이하늬의 영어 연기에 도움을 준 건 2008년 미국의 연기 스튜디오로 떠났던 유학 경험이다. 오랫동안 국악을 수련해 온 사람이기에, 무대 서는 일의 무거움을 알았던 까닭에 결정한 일이었다. 2006년 미스코리아 진으로 데뷔한 이래 특별한 수식어가 없던 시절이지만 마음이 조급하진 않았다. “누군가는 ‘쟤 뭐하는 거야’ 할지언정, 저는 가고자 하는 방향이 분명했어요. 그래서 좀더 초탈해서 광범위하게 활동할 수 있었고요. ‘어떤 캐릭터든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연기하겠습니다’라는 마음들이 조금 전해진 거 같아요.” 남부러울 거 없는 ‘엄친딸’ 이미지이지만 그는 스무살 이후로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유학 생활도 경제적으로 녹록지 않았다. 연기를 처음 할 때 한 카메라 감독이 한 말에 적잖이 충격을 받기도 했다. 감독은 “너는 왜 이걸 하려고 그러냐? 안 해도 되잖아. 시집갈 수 있을 때 가라”는 말은 던졌다. 그때 그는 다짐했다고 털어놨다. “네, 시집가기 전에 배우로 잘 한 번 성장해 보겠습니다.”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에게는 코미디의 타이밍을, 정 감독에게선 배우로서 현장에서 누리는 자유로움을 배웠다. 현재 진행형으로 진화 중인 배우 이하늬에게 다음 목표는 뭘까. “배우로 아직은 이끼가 더 많이 껴야 하는 ‘중간에 있는 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열려 있는 작업을 더 많이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인도도 좋고, 할리우드, 유럽, 아프리카도 좋아요. 물론 배우에게는 작품은 선물처럼 와야 하는 거라 그 시기도 작품도 알 수 없지만 마음 한켠엔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최대 연예 에이전시와 전속계약을 맺은 이하늬는 김지운 감독이 연출하는 한국·프랑스 합작 드라마 ‘클라우스47’(가제) 촬영을 앞두고 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오직 성과로 평가받는 인재만 강조하는 4차산업혁명위 권고안

    “주 52시간제는 개인의 일할 권리를 국가가 막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의 장병규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52시간제가 노동자의) 건강권과 기본권을 보호한다는 측면이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의도치 않게 혁신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이끄는 4차위는 이날 주 52시간제 개선 등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역할과 정책 방향을 담았다는 게 4차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반(反)노동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권고안을 요약한 권고문에 따르면 4차위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로 ‘인재’를 거론하며 시간과 무관하게 성과를 내고 해고·이직을 반복적으로 겪는 존재로 정의했다. 전통적인 노동자와 구분되는 ‘인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노동시간이 아닌 오직 성과만으로 평가받고 해고와 이직이 일상인 인재는 과연 누구를 위한 인재인가”라며 “4차위의 반노동적 권고를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4차위가 시급한 과제로 꼽은 ‘노동제도 개혁’도 논란이 됐다. 4차위는 “우리 노동제도는 여전히 2차 산업혁명 시대에 머물러 있다”며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다양화되는 노동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혁신을 이끄는 인재를 포용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플랫폼 노동자의 등장과 변화를 담아내지 못한다”며 “주 52시간제의 일률 적용 때문에 개별 기업, 노동자는 주도적·자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주 52시간제의 ‘일률 적용’을 반대하는 내용의 권고는 기업의 이득에 복무할 것”이라며 “장시간 노동을 선택할 권리가 아니라 출퇴근 시간과 휴가를 노동자 자율로 보장하자고 요구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권고문에 ‘인재’가 아닌 현재 노동시장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에 대한 대책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 기술 발전에 따라 사라져 갈 일자리에 대한 진단과 대책도 없고, 기술 발달로 인한 플랫폼 노동자 양산 등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대한 언급도 없다. 권고안에는 취약계층의 증가,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제 개선 등의 내용이 일부 포함됐지만 이를 요약한 권고문에는 아예 빠져 있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지난 1일 고용노동부의 정책연구를 통해 배달대행, 퀵서비스, 대리운전 등 플랫폼 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한 결과 이들의 월수입은 165만 2000원이었다. 평균 313만 3000원에서 중개업체에 지출하는 수수료, 보험료, 프로그램비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손에 쥐는 돈이다. 또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동 시간 등 제외)은 9.7시간이었고, 한 달에 평균 24.5일을 일했다. 사고 등 위험 노동환경에 내몰린 플랫폼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15.2%에 그쳤다. 노동계는 4차위의 권고에 대해 이런 현장의 실태에 눈을 감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4차위 위원으로 참여했던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은 “노동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4차위가 그리는 사회는 계획도, 주도권도, 통제권도 상실한 채 적자생존의 무한경쟁만이 통용되는 사회”라고 지적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NYT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 백악관 작동 방식을 바꿨다”

    NYT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 백악관 작동 방식을 바꿨다”

    취임 후 트윗 1만 1000여건 중 절반이 비난 ‘트위터 마니아’로 유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는 미국과 세계 정세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2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017년 초 백악관 집무실에서 벌어진 일화를 소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2017년 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좌진과 언쟁을 벌이다 짜증을 내며 서랍에서 아이폰을 꺼내 들었다. 책상 위에 던지듯 전화기를 내려놓은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지금 바로 결정을 내리길 원하느냐”면서 더 이상 논쟁은 없다고 선언했다. 당장이라도 트위터를 통해 본인의 결정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일인 2017년 1월 20일부터 올해 10월 15일까지 무려 1만 1390건의 트윗을 올렸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트위터가 미국 정부의 작동 구조의 일부가 됐고, 대통령의 역할과 그가 행사하는 권력에 본질적인 변화를 일으켰다고 NYT는 평가했다. 그 기간 핵심 관료 20여명의 교체를 알리고 일부는 트윗을 통해 직접 파면하는 등 트위터가 사실상 트럼프 정부의 인사부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언론 정례 브리핑을 중단한 채 트위터를 통해 주요 사안을 발표하거나 입장을 전달하고 있으며, 다루기 힘든 관료에게 창피를 주는 등 휘하 당국자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불법 이민을 막지 않는다는 이유로 멕시코와의 국경을 폐쇄하겠다는 트윗을 올리면서 그 직후 백악관에선 비상 회의가 소집되는 등 일대 혼란이 초래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엔 국경 폐쇄를 보류했지만, 이 과정에서 행정부 내에 반 이민 강경 기조가 확고히 자리잡게 하는 결과를 불러 왔다. 확실히 결정된 사항만 소셜미디어에 올렸던 이전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이처럼 새로운 정책의 시작점인 경우가 많다고 NYT는 지적했다. 피터 킹 공화당 하원의원은 “갑자기 트윗이 나오고, 모든 게 뒤집힌다”면서 “이 사람은 혼란을 즐긴다”고 말했다. 한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위터는 대규모 전파를 위한 궁극의 무기”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좌진이 없는 오전 6시에서 10시 사이에 트윗을 올린다. 실제 이 시간대에 올려지는 글이 전체의 거의 절반에 달하며, 그런 탓에 오전 일찍 백악관에서 진행되는 회의는 의제가 갑자기 바뀌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근 이후에는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 국장이 트위터 계정 관리를 맡는다. 그 이유도 트위터 계정 보안을 위한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서 안경을 쓴 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해 다른 사람들 앞에선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캐비노 국장은 백악관 실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취임 직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사용을 제한하려 시도해 왔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2017년 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리는 글을 15분 뒤 공개되도록 트위터에 요청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 직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글을 올리기 전 보좌진이 미리 내용을 보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불과 며칠 만에 무산됐고, 2018년 중순에는 백악관 당국자들이 이틀만 트위터 사용을 하지 말아 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려 6600만명이 팔로우하는 본인의 트위터 계정을 일종의 사설 여론조사기관처럼 여긴다. 트윗에 달린 ‘좋아요’의 수를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는 근거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보좌진의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시리아에서 미군 일부를 철수한다는 결정을 발표해 국내외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스캐비노 국장을 통해 해당 결정에 대한 소셜미디어에서의 긍정적 반응을 상·하원의원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NYT가 미국 비영리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팔로워 중 선거권을 지닌 미국 시민은 1100만명으로 전체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좋아요’를 많이 받은 트윗일수록 미국 일반 국민에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트위터 활용 능력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미군이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우두머리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처단했을 때에도 “그들(IS)은 세계의 그 누구보다도 인터넷을 잘 쓴다. 아마도 도널드 트럼프를 제외하고 하는 말일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내년 차기 대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정부에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으로 탄핵 위기에 놓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상반기에만 500여건의 트윗을 올리는 등 더욱 트위터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NYT는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에게 우호적인 소셜미디어에 안주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는 과거에도 트위터를 음모론과 거짓 정보, 극단적 콘텐츠 등을 퍼뜨려 정치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서는 데 활용한 적이 있다. NYT 분석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트윗의 절반이 넘는 5889건이 누군가를 공격하는 글이었다. 취임 후 사흘째부터 시작된 공격의 주된 타깃은 야당인 민주당과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선거캠프가 러시아 정부와 결탁했다는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류 언론 매체 등으로 무려 630여곳에 이르렀다. 그런 부작용에도 백악관 보좌진들은 트위터가 트럼프 대통령이 ‘보통 사람들’을 이해하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트위터를 통한 소통이 “정보의 민주화를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알바그다디 사후 ‘공공의 적 no.1’은

    알바그다디 사후 ‘공공의 적 no.1’은

    가디언 국제 긴급수배 10명 선정보코하람 리더 아부바카 셰카우IS 후게자, 뭄바이 테러 다우드도 국제 긴급 수배자 명단 맨 위에 있던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사망했다. 한 때 영국 땅만한 크기의 ‘테러 제국’을 거느리고 약 40개 국가에서 인신매매, 고문, 끔찍한 학살을 저지르고 이런 장면을 전 세계에 방송했던 그를 ‘공공의 적 1번’으로 선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디언은 2일(현지시간) 알바그다디는 죽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의 국제 긴급수배 대상 1호 자리를 대체할 흉악범들이 부족하지 않을 뿐더러 저마다 악랄하고 흉포해 순위를 매기기가 쉽지 않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곳곳에서 만들어졌거나, 만들어지고 있는 긴급수배자 명단을 예로 들며, 가디언이 선정한 10명의 명단을 선보였다. 앞서 포브스는 2011년까지 당국과 협력해 세계의 악인 명단을 발표했는데 오사마 빈라덴이 제거된 이후에 나온 마지막 명단의 최상위엔 2016년 체포된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엘 차포(땅딸보)’ 구즈만이 있었다. 미국 연방수사국은 약 70년 동안 10명의 최고 긴급수배자 명단을 관리하고 있다. 세계 인구 2위인 인도의 대테러 기구의 수배자 명단엔 258개 이상의 이름이 등재돼 있다. 중국의 최고 지명수배자 명단은 100명짜리다. 유럽연합(EU) 사법 협력기관인 유로폴은 여성 범죄자 명단을 따로 관리하고 있다. 아래는 가디언의 긴급 수배자 명단이다.1. 아부바카 셰카우 아프리카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의 지도자. 2009년부터 나이지리아에서 ‘성전’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수많은 학살 사건을 지휘했다. 2014년 나이지리아 보르노주 치복 마을의 기독교계 중학교를 습격, 여학생 276명 납치해 인신매매를 했다. 2. 아부 이브라힘 알하셰미 알쿠라이시 IS가 알바그다디의 후계자로 가장 최근 지목한 자.3. 아이만 알자와히리 빈라덴과 함께 알카에다를 창시한 인물. 빈라덴 사후 알카에다 지휘봉을 잡았다.4. 이브라힘 다우드 인도 최악의 지명수배자로 파키스탄 갱단 두목. 마약, 강탈, 승부조작 등으로 수백만 달러 규모 범죄 제국을 건설한 뒤 1993년 250명 이상이 숨진 뭄바이 연쇄 폭탄테러 주모자로 지목됐다. 5. 오비디오 구스만 멕시코 마약왕 구즈만의 아들로 ‘리틀 차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아버지의 시날로아 카르텔을 물려받지는 않았지만 ‘가업’에 충실히 종사해 쿨리아칸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마약 밀매상이 됐다. 최근 멕시코 경찰이 그를 붙잡으려다 카르텔의 엄청난 공격을 받고 풀어준 뒤로 명단에 오르게 됐다. 6. 츠치롭 아시아 최악의 지명수배자. 중국계 캐나다인으로 삼합회 계열 국제 마약조직을 이끌며 일본에서 헤로인 등 엄청난 양의 마약을 뉴질랜드로 밀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태국 킥복서들을 경호원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7. 바실리스 팔레오코스타스 유럽에서 가장 높은 현상금이 걸린 절도, 납치범이다. 그는 체포된 적 있지만 2006년, 2009년에 각각 헬리콥터를 이용해 탈옥했다. ‘붙잡을 수 없는 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리스 당국은 그의 앞에 100만 유로(약 13억원)의 현상금을 걸었다.8. 마테오 메시나 데나로 ‘옛 마피아의 마지막 모히칸’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탈리아 시실리 마피아 두목. 1993년부터 숨어 지낸 세계 가장 악명 높은 수배자 중 하나. 그는 스스로 “내가 공동묘지 하나를 다 채웠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그가 일부 정치인, 사업가, 은행원 덕분에 호화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9. ‘구시퍼 2.0’ 2016년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 서버에 침투해 문서와 전자우편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해커 개인 혹은 해커 조직. 미 법무부는 지난해 해킹 혐의로 러시아 국민 12명을 기소했는데 모두 러시아 군사정보국 소속이었다. 러시아 정부는 이들 중 누구도 미국 사법 당국에 넘겨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10. 펠리시엥 카부가 1994년 80만명 이상을 학살한 르완다 인종청소 배후로 지목된 인물. 그는 자신의 라디오 방송국을 이용해 소수 민족 투치족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고 학살에 사용된 마체테(날이 넓고 무거운 칼)와 괭이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사설] 희망고문 그만하고 약속된 교통망부터 해결하라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어제 앞으로 10년간 대도시권 광역교통의 정책 방향을 담은 ‘광역교통 2030’을 발표했다. 통행 비용을 최대 30% 줄이고, 환승 시간도 30% 줄여 수도권 주요 거점 간 통행 시간을 30분대로 줄인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수도권급행철도(GTX) A와 신안산선을 각각 2023년과 2024년 계획대로 준공하고, GTX B·C는 조기 착공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서부에 추가 GTX 건설 추진, 서울외곽순환도로 판교~퇴계원 복층화, 지하철 9호선 미사 연장 등도 새롭게 발표됐다. 발표대로 된다면야 참으로 긍정적이지만 실상은 ‘희망고문’에 가깝다. 정부는 2011년 경기 화성 동탄과 파주 운정을 잇는 GTX A를 2016년 준공한다고 했었다. 7년 늦은 약속 이행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GTX D’는 언제 착공해서 준공한다는 건가. 지난 8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GTX B(인천 송도~남양주 마석)의 예정된 착공(2022년 말)을 1년 정도 앞당기겠다면서 GTX D를 언급하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표심을 겨냥했다는 의혹만 부른다. 정부는 남해·동해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지하고속도로, 장성축·나주축의 광역도로, 광주~나주·화순 광역철도, 대구 2·3호선 연장 등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광역교통의 중심을 자가용에서 철도 등 대중교통으로 바꾸는 것은 맞다. 그걸 인정해도 ‘검토’라는 꼬리표를 달아 전국 곳곳에 걸친 장밋빛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발표된 많은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필요한 재원 조달에 대한 계획도 없다. 경제가 어려워 확장적 재정이 필요하다지만,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예산을 쓸 궁리를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정부는 희망고문을 멈추고 약속한 교통망부터 제대로 건설하길 주문한다.
  • [길섶에서] 골목이발소/손성진 논설고문

    비누에 솔을 문질러 만든 거품을 목과 귀 옆에 바르고 가죽에 면도칼을 쓱쓱 갈면서 내뱉는 이발사의 구수한 이야기에 빠져들곤 했다. 가죽으로 어떻게 날을 세울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그 가죽은 나중에 알고 보니 질긴 말가죽이었다. 면도 후 칼에 묻은 거품은 신문지 조각에 닦아 버려야 옛날식이며 제격이다. 타일 세면대에 머리를 숙이고 앉으면 이발사가 긴 손톱으로 비듬 하나라도 남을세라 박박 씻어 주었는데 그 개운함은 요즘 이발소에서는 느껴 볼 수 없다. 거울 위쪽에는 밀레의 ‘만종’이나 ‘이삭 줍는 사람들’ 같은 복제한 명화가 걸려 있었다. 소위 ‘이발소 그림’이다. 금붕어나 농촌 풍경 같은 ‘고급진’ 그림을 걸어 놓은 곳도 더러 있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로 시작되는 푸시킨의 시는 이발소를 드나들며 다 외웠다. 오래된 동네들이 사라지면서 옛날 이발소도 거의 다 없어졌다. 우연히 발견한 ‘골목이발소’에 일부러 들어가 머리를 깎아 보았다. 실로 수십 년 만이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 왔다는 칠순 넘은 이발사의 가위 놀림은 유명 이발사에 뒤지지 않았다. 이발소 그림은 없고 대신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 것은 뜻밖이었지만 타일 세면기와 커다란 면도칼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sonsj@seoul.co.kr
  • “4차 산업혁명시대 도서관, 정보생산 플랫폼으로 탈바꿈해야”

    “4차 산업혁명시대 도서관, 정보생산 플랫폼으로 탈바꿈해야”

    정보기술(IT) 업계의 대부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든 건 마을 작은 도서관이었다”고 말했다. 지식의 보고인 도서관은 시대를 막론하고 소중한 인류의 자원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성인의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2013년 30.3%, 2015년 28.2%, 2017년 22.2%로 하락 추세다. 도서관의 위기라 할 만하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국가대표 도서관이자 ‘도서관의 도서관’으로 불린다. 변화와 도전에 직면한 국립중앙도서관의 첫 개방형 수장으로 서혜란(64) 관장이 취임한 지 31일로 꼭 두 달이 됐다. 사서로 일했고, 34년간 대학 강단에 서는 등 현장과 정책에 두루 능한 대표적 전문가인 서 관장에게 도서관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첫 전문가 국립중앙도서관장이다. 밖에서 보던 것과 비교해 어떤가. “학자 입장에서 그간 굉장히 비판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 왔다. 막상 안에서 일해 보니 새로운 시각으로 보이는 부분들이 있다. 가령 시대적 흐름에 맞춰 왜 빨리 변화하지 못할까 답답했는데, 효율적이지 못한 조직 관리와 인력 운용 등 구조적인 장애물이 적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됐다. 해결이 쉽지 않지만, 국립중앙도서관의 위상 제고를 위한 근본적 문제인 만큼 최선을 다해 바꿔 보려고 한다. 외부에서 바라보던 비판적 시각을 잃지 않으면서 내부의 시각을 조화시켜 발전 방향을 모색하겠다.” -임기(3년) 내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국가대표 도서관으로서 가장 큰 임무는 국가 문헌의 수집과 보존이다. 1945년 28만권의 장서로 출발해 현재 1240만권의 오프라인 자료, 1600만건의 온라인 자료를 소장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1965년부터 납본 제도를 통해 모든 출판물의 수집을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으나 아직 100% 이뤄지는 건 아니다. 2016년에 납본이 법제화된 전자책과 전자저널 등 온라인 자료 수집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美 등 선진국보다 인력·예산 지원 부족 핵심은 1965년 이전 근현대 자료와 고문헌 수집이다. 1910년 이전 자료를 고문헌으로 규정하는데, 현재 보유한 고문헌 장서는 28만권이다. 한국국학진흥원 51만권, 서울대 규장각 25만권인 점을 감안하면 부족한 측면이 있다. 1911~1965년 출판된 근현대 자료들도 많이 빠져 있다. 해외에 흩어져 있는 한국 관련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수집해야 한다. 한국 자료 소장 현황을 파악해 보니 14개국 130여개 기관으로 집계됐다. 우선 미국 국가기록원 소장본을 집중적으로 수집하고, 이어 중국과 일본·러시아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원본을 달라고 할 순 없고, 디지털로 복제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디지털 자료의 체계적 구축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 “국립중앙도서관은 1995년부터 소장 자료의 디지털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디지털화 사업은 국가 문헌의 영구 보존과 정보의 적극적 활용을 통한 지식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단순히 스캐닝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료 검색 기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예산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현재 원문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비율이 27%에 그치고 있다. 단행본뿐 아니라 악보, 도록, 비매품 자료 등을 망라해 디지털화 사업을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디지털 자료의 보존도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세계 첫 5G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등 IT 강국이라지만 디지털 자료 구축과 보존 등 기초적인 연구와 투자가 많이 부족하다. -국가문헌보존관 건립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서고의 수장 비율이 84%에 달해 2023년이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별도의 국가문헌보존관 건립이 시급하다. 평창동계올림픽 때 국제방송센터로 쓰였던 유휴 건물을 리모델링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국가문헌보존관을 짓기로 올 초에 결정하고,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최적의 시설과 환경을 갖춰 아날로그 자료와 디지털 자원의 보존에 힘쓰겠다. -공공도서관 이용률이 감소하고 있다. “도서관의 전통적인 역할은 정보 생산자와 이용자를 단순히 매개하는 통로였다. 이제는 정보기술 환경의 변화로 생산자와 이용자의 경계가 깨졌다. 이용자의 기호에 맞춰 도서관이 변하지 않는다면 찾는 발길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도서관이 스스로 정보생산 플랫폼으로 바뀌어야 한다. 생산자와 이용자, 이용자와 이용자들이 서로 소통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나. “우선은 디지털도서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 보려고 한다. 이용자들이 컴퓨터에서 콘텐츠를 열람하는 수준을 벗어나서 1인 미디어나 유튜버 등 예비 창업자를 위한 소규모 스튜디오를 10여개 만드는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서울 서초구 역삼동에 있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1층에 창작공간을 시범적으로 열었다.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코딩 같은 정보기술을 체험하고,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전국 도서관에 보급해 정보생산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겠다. 또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이용자 맞춤형 추천 정보 서비스 등도 고민하고 있다. 도서관이 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용자를 찾아가는 동적인 기관으로 변모해야 한다. -국가대표 도서관으로서 사서 교육과 연구 기능도 중요한데. “전국의 사서 교육과 역량 강화를 담당하는 임무가 있지만, 현실적 여건이 쉽지 않다. 자체 교수 인력이 없어서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형편이다. 전담 연구 인력도 없다. 앞으로 교육과 연구 기능을 확대해 온라인 교육 강화와 양질의 콘텐츠 제공 등을 통해 전국 도서관의 사서 역량을 키우는 데 매진하겠다. -해외 국립도서관은 어떤가. “미국은 의회도서관이 국립도서관 역할을 한다. 직원이 3000명으로 우리 도서관의 10배다. 인력도 풍부하고, 예산 규모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난다. 지식기반사회에서 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해도 아직은 선진국에 비해 지원이 부족하다. ●“도서관 서비스 격차 줄이는 데 힘쓸 것” -국가의 도서관 정책이 왜 중요한가. “정책 결정자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막상 기본에는 소홀한 것 같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크게 성장했지만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한다. 1957년 미국이 ‘스푸트니크 쇼크’를 겪고 나서 펼쳤던 정책 가운데 도서관진흥법이 있었다. 소련이 자국보다 먼저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뼈아픈 실패를 다시 경험하지 않기 위해 도서관 지원책을 생각한 발상이 놀라웠다. 독서와 도서관은 창의력을 키우는 기본 인프라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교수로 재직하면서 8년간 대학도서관장을 지냈다. 대학의 위기를 가장 체감하는 곳이 도서관이다. 예산과 인력이 제일 먼저 감축되기 때문이다. 대학의 가치는 교육과 연구에 있는데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이 국가대표 도서관으로서 대학도서관과 협력할 수있는 방안을 찾아보려고 한다.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별, 소속 기관별 도서관 서비스의 격차를 줄이는 데도 힘쓰겠다. coral@seoul.co.kr ■서혜란 관장은 ▲연세대 문헌정보학 석·박사 ▲신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1985~2019) ▲대통령 소속 정보공개위원회 위원(2004~2008) ▲한국기록관리학회 회장(2013~2014) ▲한국도서관협회 부회장(2015~2017)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6기 위원(2018~2019)
  • “화성 8차, 범행 수법 대담… 100% 연쇄살인범 소행”

    “화성 8차, 범행 수법 대담… 100% 연쇄살인범 소행”

    “범인은 다른 방에서 가족들이 자고 있는데 인기척 없이 범행한 뒤 사망한 피해자의 옷까지 입혀 놨어요. 여럿 살해해 본 사람의 짓으로 보입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옥살이한 윤모(52)씨의 재심을 돕는 박준영 변호사는 3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법이 무척 대담하다. 이춘재(56)가 연쇄살인 과정에서 피해자를 제압하는 요령을 익힌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 변호사는 이 사건이 이춘재의 범행임을 100%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집에서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검거 당시 윤씨는 살인 등 동종 전과가 없었다. 누명을 쓰고 투옥한 피해자들의 재심을 도와 온 박 변호사는 “공권력이 범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고문해 거짓자백을 이끄는 등 범인이 조작된 사건들을 보면 언뜻 그럴싸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허술함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화성 8차 사건에서도 마찬가지 특징이 보인다”고 했다. 예컨대 윤씨의 자백이 담긴 조서를 보면 윤씨가 쓸 수 없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조서에서 윤씨가 범행 경로를 설명할 때 경찰이 자주 쓰는 표현인 ‘어느 방향에서 어디를 거쳐 갔다’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면서 “진술 조서의 서류 형식, 구성, 단어 선택, 문장 등을 보면 아무런 개입 없이 본인 스스로 썼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몸이 불편한 윤씨가 하기 어려운 행동도 당시 자백에 담겨 있다. 박 변호사는 “사건 당일 범행 장소인 집 문이 열려 있었는데도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윤씨가 담을 넘어 드나들었다고 자백했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의 방 안에는 문을 열자마자 좌식 책상이 있고 책이 꽂힌 책꽂이가 있었다”면서 “윤씨가 책상을 넘었다면 책이 흐트러졌을 텐데 현장 사진을 보니 그런 게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슬리퍼를 자주 신었다는 윤씨의 말과 현장에서 발견된 운동화 자국 간의 불일치를 두고도 박 변호사는 “조작의 정황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국가가 윤씨에게 씻을 수 없는 절망감을 안겨 줬다고 비판했다. 윤씨는 “소아마비로 세 살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살았지만 조금 불편했을 뿐 장애를 실감하지 못하고 살았다. 수사 당시 경찰이 쪼그려뛰기를 시키는 순간 인생에서 가장 크게 장애를 절감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는 “가혹 행위로 허위 자백을 유도한 경찰과 방사선 동위원소 분석 결과 등 너무 단정적인 감정을 내놓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들끓는 여론을 의식해 윤씨를 제대로 변호하지 못한 국선 변호사들도 비판했다. 다만 박 변호사는 “경찰은 과거 선배들의 과오를 들추기 곤란할 수 있는데도 의지를 가지고 수사하고 있다”면서 “또 교도소 안 교도관, 교화위원도 윤씨가 희망을 잃지 않도록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인단은 오는 11~15일 사이 윤씨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이춘재의 자백이 나온 뒤 총 3차례 경찰 조사를 받은 윤씨는 오는 4일 경찰에 다시 출석해 최면과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박 변호사는 “황당한 조작이 벌어진 나라가 아니라 과거의 잘못도 바로잡히는 나라라는 것을 이번 재심을 통해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잇단 압박에 트럼프 반응없자… 김정은, 文모친상 변수에도 도발

    잇단 압박에 트럼프 반응없자… 김정은, 文모친상 변수에도 도발

    美, 김계관·김영철·최룡해 성명에 무반응 연말 시한 회담 나서라는 전형적인 압박 김정은, 文대통령에게 최소한의 도리만 남북관계 전환 모멘텀 상당 기간 힘들 듯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의 별세에 친서 형식의 조의문을 보낸 지 하루 만인 31일 발사체를 쏘아 올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달 초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뒤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고문(24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27일),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29일) 등을 앞세워 대미 압박 성명·발언을 내놓았다. 곧이어 무력시위에 나선 것은 김 위원장이 공표한 ‘연말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협상의 판을 깨지 않으면서도 미국을 압박하는 한편 미국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데 대한 초조함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무력시위를 준비하던 중 ‘문 대통령 모친상’이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했을 뿐 조의문과의 연관성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무리라는 해석도 제기된다.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스톡홀름 결렬 이후 김계관, 김영철, 최룡해까지 최대 수준으로 압박했음에도 미국이 반응하지 않으니 행동에 나선 것”이라며 “조의문과의 연관성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문 대통령과 완전히 등 돌릴 생각은 없으며 최소한 도리만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계획된 발사 일정을 돌발 상황에 해당하는 문 대통령의 모친상이라고 변경할 만큼 여유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이런 행보가 처음은 아니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북한은 조의문을 발표한 지 4시간 만에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조의문으로 잠시나마 해빙 기대감이 고개를 들었지만, 북미 협상이 성과를 거두지 않는 한 꽉 막힌 남북 관계의 모멘텀은 쉽게 마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북한의 무력시위 3시간 전 조의문 전달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전향적 의사라고 해석하느냐’는 질문에 “다른 사안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은 조금 무리”라고 했다. 조의문은 전날 오후 판문점에서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에게 전달됐고, 윤 실장은 오후 9시 30분쯤 부산 남천성당 빈소에서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 조의문 전달자에 대해 청와대는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조의문을 보낸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발사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북한의 패륜적 행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철도에만 최소 100조 예산 확보·예타 통과 미지수… “총선용 SOC” 지적도

    31일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내놓은 ‘광역교통 2030’ 비전은 고질적인 수도권 교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교통 민원을 거의 다 담은 것으로 보여 그야말로 ‘실현 가능성 없는 비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철도 건설 비용만 100조원에 육박해 어디에서 예산을 가져올 것인지,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정부 관계자들도 입을 다문다. 대광위 계획에 따르면 현재 730㎞인 광역철도노선은 2030년 1577㎞로 두 배 넘게 늘어나고 도시철도도 710㎞에서 1238㎞로 대폭 증가한다. 지하철의 경우 1㎞당 1000억원의 비용이 필요하고 역사를 1개 추가할 때도 1000억원가량 든다. 철도 건설에만 100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의 지하화 계획을 비롯해 도로건설 계획까지 더하면 필요한 재원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일반 도로 건설은 1㎞에 200억~300억원이, 고속도로는 5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 사업비를 예상조차 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사업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예산 규모를 추산하기가 어렵다”면서 “이전에 비해 교통 관련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대폭 늘어나야 하는 상황인 것은 맞다”고 답했다. 하지만 올해 국토부 철도국 예산은 노후시설 계량 등을 모두 포함해 5조 3000억원이었고 내년에는 1조원이 늘어난 6조 3000억원으로 책정됐다. 건설사 관계자는 “늘어나는 철도 길이가 1365㎞인데 이 중 3분의1은 민자로 건설한다고 해도 매년 철도 건설에 수조원이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민자로 건설될 경우 상황에 따라 사업이 늦춰질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예타가 진행 중이거나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사업들이 대거 포함된 것도 문제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된 사업을 설계나 사업구조 변경 없이 비전에 집어넣은 것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원 철도’ 사업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속도를 내야 할 사업들이 발목이 잡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9호선 연장이 추진되는 경기 하남 미사신도시에 사는 50대 김모씨는 “신도시 건설이 시작될 당시부터 9호선 연장을 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검토만 하는 상황”이라면서 “속도를 낸다고 해도 퇴직 전에 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선거를 앞두고 희망 고문을 다시 하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양시 주민은 “서북권의 교통 대책이 대거 포함됐지만 김현미 국토부 장관 지역구인 일산에 대부분의 계획이 집중됐다”면서 “사업의 시급성보다 지역구 의원들의 파워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수도권 서부 GTX·지하 올림픽대로… 예산 깜깜한 ‘교통 비전’

    수도권 서부 GTX·지하 올림픽대로… 예산 깜깜한 ‘교통 비전’

    광역 거점 간 이동시간 30분 내 단축 사업 일정 미공개… 실현 가능성 낮아정부가 2030년까지 수도권 서부에 광역급행철도(GTX) D노선(가칭)을 짓기로 했다. 또 서울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등 주요 간선도로에 대심도(지하 40m 이상) 지하도로를 뚫고, 기존 도시철도 구간을 연장해 수도권 주요 거점 간 이동 시간을 30분 내로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대략적인 예산 규모와 사업 일정도 제시하지 못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신도시 주민들에게 ‘희망 고문’만 안겨 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31일 이런 내용의 ‘광역교통 비전 2030’을 발표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030년까지 대도시권 철도망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2800㎞로 확대하고 GTX 수혜 인구를 77%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GTX D노선 건설을 검토해 내년 하반기에 구체 계획을 확정 발표한다. 현재 2기 신도시 중 GTX A·B·C노선 이용이 어려운 수도권 서쪽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와 인천 검단신도시 등이 주요 거점으로 떠오른다. 또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등 수도권 동서축을 연결하는 간선도로를 대심도로 지하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고양 일산과 김포, 남양주 주민들이 수혜를 받게 된다. 하지만 사업 계획에 필수인 예산과 일정 등이 제시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건설업계에서는 철도에만 최소 100조원이 필요해 사업 중 상당수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선심성 대책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은 이유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中 ‘제조굴기’ 접나

    中 ‘제조굴기’ 접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서명 시기를 놓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다음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에 서명할 가능성을 내비친 반면 미 백악관에서는 APEC 정상회의 뒤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합의안 세부 내용을 두고 양국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백악관 “APEC서 무역 합의 서명 못할 수도”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중이 다음달 16~17일 칠레 APEC 정상회의에 맞춰 합의안을 완성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중 정상이 APEC 정상회의에서 1단계 합의에 서명하는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칠레에서 서명을 하지 않는다고 끝장이 나는 건 아니다. 단지 준비가 덜 됐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17일 미중 무역협정에 서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그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재러드 쿠슈너도 사우디아라비아 투자 콘퍼런스에서 “미중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고 환상적인 무역 합의에 도달하고 있다”며 “미 협상팀이 베이징과 엄청난 거래를 했다”고 말했다. ●쿠슈너 “美, 베이징과 엄청난 거래” 이런 가운데 홍콩 경제일보 등은 “중국 지도부가 28일 개막한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판과 견제를 받아 온 첨단기술 육성책 ‘중국 제조 2025’를 포기하고 이를 대체하는 경제발전 방안을 마련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외국자본의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기존 중국기업의 시장 점유율 목표를 취소하는 것이 골자로, 중국 측이 미중 무역협상에 상당한 성의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다음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국제수입박람회에 미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서방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하기로 해 중국 당국이 반색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그럼에도 미 정부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일린 앨버니즈 미 상무부 국가안보·기술이전 관리실장은 “미 통신 공급망에서 화웨이를 원천적으로 금지시킬 규칙을 심의 중”이라고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부산 중등교사 임용시험 경쟁률 8.7 대1

    부산시교육청은 2020학년도 공·사립 중등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 원서를 받은 결과 428명 모집에 3706명이 신청해 평균 8.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는 337명 모집에 3485명이 지원해 10.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공립 중등학교 교사는 270명을 선발하는 일반모집에 2986명이 신청해 11.1 대 1,공립 중등특수학교 교사는 36명을 선발하는 일반모집에 190명이 지원해 5.3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21명을 모집하는 장애인 구분 모집에는 33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6 대 1 에 달했다. 시 교육청에 위탁 시행하는 사립 중등학교 교사는 101명 모집에 497명이 신청해 4.9 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과목별로는 영어가 18명 모집에 392명이 신청해 21.8 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기술이 8명 모집에 16명이 지원해 2.0 대 1로 가장 낮았다. 올해부터 인터넷으로 공·사립학교에 동시 지원이 가능해 공립학교 교사(1지망) 지원자 중 2지망으로 사립학교 교사를 지원한 인원은 1077명으로 지난해 283명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2134명(57.6%)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1225명(33.0%),40대 이후 347명(9.4%)이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2665명(71.9%)으로 남성 1041명(28.1%)보다 훨씬 많았다. 지원자 중 최고령자는 57세 여성이다.이번 임용 제1차 필기시험 시험장소는 다음달 15일 오전 10시 시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할 예정이다. 응시자는 다음달 23일 오전 8시30분까지 수험표와 신분증을 갖고 해당 시험장 시험실에 입실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부산교육청 홈페이지(http://www.pen.go.kr/) ‘고시/공고’란의 공고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사진들] 쿠르드족 관리 수용소에서 햇볕도 못 보는 IS 용의자들

    [사진들] 쿠르드족 관리 수용소에서 햇볕도 못 보는 IS 용의자들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이 장악하는 지역에 있는 이슬람 국가(IS) 용의자들을 구금하고 있는 수용소 사진들이 29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됐다. AFP 통신이 가장 북적거리는 수용소 가운데 하나인 하사케 수용소를 찾았다. 이런 사진은 거의 처음 촬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생생한 인터뷰도 땄다. 쿠르드족이 관리하는 수용소들은 지난 9일 터키 군이 시리아 북동부로 진입하며 IS 용의자들을 대거 풀어주게 되지 않을까, 또는 엄청난 인명 학살이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을 낳았다. 이곳 하사케 수용소에는 시리아와 이라크는 물론, 영국, 프랑스, 독일 출신 등 5000명이 수감돼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집단처형, 강간, 노예화, 고문을 일삼고 이를 선전 동영상으로 제작하고 유포하는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거나 이를 방관한 이들일 가능성이 높다. 더러 10대들도 눈에 띄었는데 누구도 한달에 한 번이라도 햇볕을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며 하루 다섯 차례 올리는 기도만으로 날 수 를 세고 있었다. 당연히 지난 26일 자신들의 수괴였던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미군의 특수작전에 의해 자폭해 세상을 떠난 사실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모두들 허름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고, 아주 운 좋은 사람이라야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었고, 대부분은 그냥 바닥에 앉아 있거나 서로 몸을 매트리스 삼아 누웠다. 팔다리가 잘린 상처를 그대로 드러낸 경우도 있었고 반창고를 붙인 것이야 대수가 아니었다. 의료시설도 붐비긴 마찬가지. 지난 3월 쿠르드족 반군이 주축을 이루며 미국의 지원을 받던 시리아민주군(SDF)이 IS의 거점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사상자가 속출한 탓이었다. 이제 IS는 이곳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진 바구즈 쪽에서 마지막으로 저항하고 있다. 17세에 웨일스를 떠나 형을 이라크 모술에서 만나 IS에 가입해 형이 죽은 뒤 시리아 라카로 옮겨왔다는 아실 마탄(22)은 “이곳을 떠나 집에 가서 가족과 만나고 싶다”면서 2014년 알바그다디가 모술에서 국가 창립을 선포하며 무기를 들라고 했던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뒤늦게 자책했다. 쿠르드 당국은 현재 이곳을 포함해 일곱 곳의 수용소에 수감된 IS 용의자들이 50여개국 1만 200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곳 수용소장인 세르핫은 며칠 전에도 도망 다니는 지하디스트들이 “수용소 근처에 접근해 총기를 발사해 여전히 건재하다고 수감자들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중앙아시아 출신이라고 밝힌 아홉 살 소년 칼레드도 수감돼 있었다. 그는 방문객이 누구인지 보려고 호기심을 드러냈으며 간수에게 미소를 지으며 옆의 친구를 조용히 좀 시켜달라고 애원했다. 벨기에 출신이라고 밝힌 아발라 누만(24)은 티셔츠를 걷어 올려 상처를 보여주며 동료의 총기 오발로 “장기가 다 쏟아져 나왔다”고 했다. 네덜란드계 이집트인인 바심 압델 아짐(42)은 공습 때 부상을 입어 오른 다리를 쓸 수 없다며 아내를 IS에 가입시키려고 터키에서 휴가를 보내자고 불러낸 일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아내와 다섯 자녀가 어디 사는지조차 모르는 신세라고 했다. “다시 그녀를 만나고 싶다. 그들이 그런다고 내 목을 걸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그들을 이 전쟁통에 끌어들인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꼭 말하고 싶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모든 사진 하사케 AFP 연합뉴스
  • [서울광장] 단풍보다 먼저 온 연말/이지운 논설위원

    [서울광장] 단풍보다 먼저 온 연말/이지운 논설위원

    ‘모임’이 연말을 재촉하는 때다. 송년회가 11월 중순부터 시작된 지 오래긴 해도 올 연말은 훨씬 더 당겨진 느낌이다. 북의 메시지 덕분일 것이다. 연일 ‘연말’과 ‘시한’을 강조하고 있다. 연말이 단풍보다 먼저 왔다.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담화를 낼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사흘 지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까지 등장해 “미국이 정상 간 개인적 친분 관계를 내세워 시간 끌기를 하면서 이해 말을 넘겨 보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했다. 뒤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나타나 선대(先代)의 일을 비판하며 금강산 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묘한 장면들이다.  적어도 연말까지 북이 미국에 뭘 바라는지는 세상이 알고 있다. 경제 제재를 풀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어떤 전문가들은 북이 당장 바라는 건 제재 해제도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통치자금’ 해결이 더 시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홍콩, 마카오 등에 묶인 통치자금을 쓸 수 없어 속태운 지 한참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의 최근 보도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2016년 8월 북한산 로켓 추진 수류탄 3만개가 이집트로 수송되다 미 정보기관에 적발돼 압수된 적이 있는데, 이후 북한이 이집트에 대금 지급을 압박했다는 내용이다. 이집트 외교부가 2017년 5월 작성했다는 보고서에서는 ‘북이 수류탄 수송의 구체 내용을 폭로하겠다고 위협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수류탄은 2300만 달러어치였다.  김정은 집권 초기 북한의 30대 귀(貴)청년들이 베이징에 출몰하곤 했다. 북 정권 요인들의 2세들인데, 당시 서방은 그들 부친의 생사를 궁금해할 때였다. 뒤에 장성철과 일련의 요인들이 포연 속에 사라진 배후에 이들이 있었으며, 사라진 자들의 일부는 이들의 부친이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한동안 뜸하던 이들의 모습이 또 포착됐다. 이런저런 만남을 갖는 것이 당시에도 중국쪽 자금을 찾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금강산 시설 철거 지시와 관련해 조태용 전 외교부 차관이 한 인터뷰에서 “북한이 금강산 개발에 참여할 투자자를 찾은 게 아닌가 싶다”고 한 게 오버랩된다. 조 전 차관은 “김정은이 필요로 하는 것은 북한 체제를 잘 통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돈이 들어오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정은 입장에선 북한 주민들이 너무 잘살게 돼도 안 된다. (유일 독재) 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급하고 꼭 필요한 것은 경제 제재 해제가 아니라 통치자금 해제라는 얘기로 들린다.  김정은이 지난해 남북 평양공동선언에서도, 올 신년사에서도 금강산 개발을 자신 있게 언급한 것은 미국과 일정 부분 협의가 진행된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때 ‘통일사업꾼’ 사이에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투자 얘기까지 오갔다는 소문도 있었다. 금강산 시설 철거 지시로, 북은 ‘대체재’로의 선회 의사를 내비치려 한 것 같다. 단순히 금강산 투자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미국이 계속 외면한다면 남은 선택은 중국이라는 메시지도 주고 싶었을 것이다. 요약컨대, “‘교역, 무역’은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돈’ 자체는 풀어줄 수 있지 않느냐”며 ‘우회로’를 따져 물은 것이다.  통치자금 해제라면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전례가 있다. 과거 6자회담에 나오는 것을 조건으로 김정일의 자금을 마카오의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에서 풀어준 적이 있다. 미국계 은행을 한 번 거쳐야 결제망으로 연결되는데, 당시 미국계 씨티은행이 기겁을 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가져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작은 은행으로 송금했다 한다.  북은 미국과의 테이블을 걷어차기에는 온 길이 너무 길고, 투자도 많이 했다. 북은 미국과 테이블에 앉을 때 조명도 받고 대우도 받고 그랬다. 미국도 알고 있다. 그래서 태도를 바꿀 이유가 없다고 보고들 있다. 북한의 ‘연말 시한’ 협박이 공허하면서도 절박하게 들리는 이유들이다.  북은 ‘어떻게’ 해야 ‘약간’이라도 숨통을 틔울 수 있을지를 생각할 것이다. 미국에 대고 얘기했다지만, 그 ‘어떻게’는 우리와 무관치 않을 것이고, ‘약간’이라는 양 역시 그러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영변+알파’가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알파’는 ‘약간’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큰 것을 들어 올리는 레버리지가 될 수 있기에 북은 여기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다. 큰 관심을 가져도 모자랄 일인데, 그저 연말이 다가온다. 새해는 어떻게 올는지. jj@seoul.co.kr
  • [씨줄날줄] 레깅스 논쟁/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레깅스 논쟁/이순녀 논설위원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한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레깅스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해당 남성은 지난해 버스 안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다 적발됐다. 1심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벌금 70만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레깅스는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이용되고 있다. 몰래 촬영이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유발한 것은 분명하지만 성적 수치심을 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레깅스 패션이 유행하면서 공공장소에서 보기 민망하고, 불편하다는 비판과 패션의 자유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 왔다. 미국처럼 패션에 상당히 개방적인 나라도 레깅스 논쟁은 골치 아픈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이 레깅스를 입은 10대 여성의 비행기 탑승을 거부했다가 곤혹을 치른 일이다. 지난 3월 인디애나주 가톨릭계 사립대인 노트르담대학 신문에 레깅스 패션을 ‘노예 의상’이라고 비판하는 기고문이 실리자 일부 학생들이 ‘레깅스를 입을 자유’를 외치는 ‘레깅스 프라이드 데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운동복의 일종인 레깅스가 일상복이냐는 견해는 개인의 가치관이나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몰카에 무죄를 선고한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피사체의 당사자가 심히 불쾌감을 느꼈는데도 몰카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자칫 무분별한 촬영을 해도 괜찮다는 오해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여성의 특정 패션이 성적 대상화 논란에 휘말리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속옷이 비치는 ‘시스루룩’, 속옷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겉옷을 착용하는 ‘란제리룩’, 아주 짧은 바지로 마치 하의를 입지 않은 것 같은 착시 효과를 내는 ‘하의 실종 패션’ 등이 유행할 때마다 사회적 논란이 반복됐다. 최근엔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고 외출하는 ‘노브라 패션’도 유사한 논쟁을 빚었다. 과거 미니스커트를 과다 노출로 보고 경범죄처벌법으로 단죄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티팬티를 입은 남성이 커피숍을 휘젓고 다녀도 죄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여성이 노출 많고,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는 것이 몰카나 성범죄를 유발한다는 식의 주장은 시대착오적이고 반인권적이다. 마음대로 옷 입을 자유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다만 시간과 장소, 시대 상황에 걸맞은 의상을 입는 배려 또한 남녀 구분 없이 필요하지 않을까.
  • “자기 목숨은 각자 알아서?” 日정부 자연재해 책임 방기에 뿔난 국민

    “자기 목숨은 각자 알아서?” 日정부 자연재해 책임 방기에 뿔난 국민

    지난 12~13일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 열도를 강타했을 때 NHK 등 일본 TV방송 화면에는 ‘(국민들 스스로) 목숨을 지키는 행동을 취하기 바란다’는 재난당국의 경고문구가 연신 굵은 자막으로 떠올랐다. ‘목숨’이란 단어까지 동원한 자극적인 경고를 통해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의도였지만, ‘국가가 국민을 지켜줄 수 없으니 각자 살 길을 찾으라는 뜻이냐’, ‘목숨을 지키기 위해 개인에게 대체 뭘 하라는 말이냐’ 등 비판이 국민들로부터 터져나왔다. ●인명·재산피해 속출하는데… 알아서 하라? 29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계속되는 태풍과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로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열악한 피난체계와 대피소 환경, 반복되는 정전 등 생활불편, 늦어지는 재해복구 등 해묵은 과제에 더해 최근에는 정부의 무책임한 자세에 대한 비난이 두드러지고 있다. 도쿄신문은 하천범람 우려 때문에 피난을 하려 했지만 가까운 대피소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야간에 상류 댐을 긴급 방류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는데도 정부 당국은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만 했다며 분통을 터뜨린 도쿄 세타가야구 거주 70대 여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정부 “재난 방지 한계”… 개인에 책임 떠넘겨 일본 정부가 국민에게 ‘목숨을 지키는 행동’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5년여 사이다. 재난 대비에 대한 경고를 강하게 전달함으로 적극적인 행동을 유도한다는 취지였다. 지난해 오사카 등 서일본에 막대한 호우피해가 난 뒤 일본 정부는 ‘기존 방재시설이나 행정대책에는 한계가 있다. 주민들은 자기 목숨은 자기가 지킨다는 생각을 갖고 자기판단으로 대피해야 한다’고 개인 차원 대책을 강조하는 전문가 보고서를 채택했다. 야마자키 노조무 고마자와대 교수는 “지구온난화 등으로 거대 태풍 등 자연재해의 위험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국가의 역할을 방기하며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노 “내가 태풍 몰고다녀” 농담했다 비난 국민여론이 이런데도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은 지난 28일 도쿄에서 열린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나는 지역에서 ‘아메오토코’(비를 몰고 다니는 사나이)라고 자주 불렸다. 내가 방위상이 되고 나서 벌써 태풍이 3개(가 왔다)”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유도했다. 이에 대해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 속 정권 고위인사의 발언으로는 경솔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각주가 말하는 것들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각주가 말하는 것들

    최근 만난 학자 J는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했다가 탈락했고, 나름 원인을 분석한 뒤 재심사를 준비하면서 초고에는 누락시켰던 한 저명한 학자의 논문을 출처 각주로 삽입했다. 학계에서 각주는 종종 권위 있는 자들이 모이는 장소로 여겨진다. 만약 어떤 학자의 선행 연구를 밝히지 않는다면 이는 의도적인 배격 행위로 읽힌다. 생략된 자에게 그 빈칸은 커다란 구멍처럼 보일 테니 ‘나를 역사에서 배제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각주의 연대기는 학문적 논쟁의 역사, 시기심의 물밑 다툼, ‘서사’(본문)와 ‘증거’(주석)의 맞섬, 세부 사실의 경중을 둘러싼 입장 차로 서술될 수 있다. ‘로마제국 쇠망사’의 저자 에드워드 기번은 고전에 대한 흥미로운 서술은 본문에 전면화하고, 예의를 벗어던진 사견이나 비판은 각주로 후면화했다. 의심은 각주에 은근한 희화화로 배치되기 마련이라 각주는 결코 투명한 유리창이 아니다. 저자가 동류로 인정받고 싶은 학파의 문헌을 인용하거나 조롱하고픈 이들을 향해 칼을 겨누는 장소가 바로 각주다. 독서할 때 각주도 챙겨서 읽는 독자는 주에서 밝혀 놓은 참고문헌이 보잘것없으면 그 책 역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가령 저자들은 미처 읽지 못한 원자료를 자기 논거 증명에 활용하고자 다른 책에서 재인용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다른 책’의 저자가 얕은 바닷물에 불과하다면 독자는 ‘왜 섣불리 이런 유를 인용했을까’ 하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가끔 서양 학문 전공자들은 한문에 접근하기 어렵다 보니 2차 텍스트를 통해 동양 고전을 전거로 끌어들인다. 하지만 이런 인용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들은 그럴듯한 박학다식함의 이면을 꿰뚫어 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각주는 글쓴이의 실력을 검증하는 세밀한 장치다. 모름지기 학자는 선대의 문헌을 모두 검토한 뒤 그로부터 새로운 서사를 구축하고 자기만의 주장을 내놓아야 한다. 즉 매력적인 서사들은 저자가 매끈하게 창작한 도자기라기보다는 앞선 자들의 글을 모두 섭렵하는 성실성, 깎고 다듬는 도공 실력, 마침내 한발 내딛는 진보로 인해 빚어진 것이다. 독자가 각주를 보면서 안심하는 까닭은 글쓴이가 선대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고 마침내 살아 남았음을 입증해 주기 때문이다. 각주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역사가 랑케다. 그는 독자의 수준을 높게 봤는데, 가능한 한 그들이 본문과 함께 각주에 밝혀진 ‘생생한’ 사료까지 공부할 것을 원했다. 또한 학생들에게는 “자네들이라면 분명히 역사가 도출된 사료를 알고 싶겠지”라며 서사의 제공자들을 파헤칠 것을 권유했다. 1차 사료의 중요성을 간파한 학자로서 랑케는 유서 깊은 기록보관소들을 제 집 안방처럼 드나들 방법을 강구했으며, 필경사들을 고용해 사료들을 옮겨 쓰게 했다. 필부필부들이 밤에 먹고 마실 때 그는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려고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으며, 올빼미형 인간들의 쾌락을 한 번도 부러워하지 않았다. 후대에 올수록 각주는 출처만 밝히는 무미건조한 공문서처럼 바뀌었다. 게다가 점점 길어지는 각주가 본문을 몽탕하게 만드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럴 경우 책 전체의 논리성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책 읽기는 불쑥 튀어나오는 방해물로 내내 덜컥거리게 된다. 그런 이유로 각주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가 많아졌다. 랑케조차 각주는 필요악이라 선언했고, 헤겔은 전염병을 피하듯 각주를 피했다. 기번은 “세부 사실에 집착하는 것은 사회적 열등감의 표시”라고 했다. 그리하여 현대에는 한쪽에서 학자들이 각주를 위한 공간을 요구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각주 없는 원고를 써 달라”는 출판인들의 요구가 상충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각주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각주의 역사와 심리학에 통달한 ‘섬세한’ 각주의 달인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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