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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절규

    서울 도심에서 뜻밖의 호젓함 속에 자연과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소공동의 원구단이 있다.고층빌딩 숲에 둘러 싸여 외부의 시선이 차단된 덕에 찾는 이들도 적은 데다,고건축물과 은행나무 고목,잘 가꿔진 정원이 어우러져 번잡한 일상을 잠시 잊고 생활의 숨을 고르기에 마침맞은 곳이다. 그러나 며칠전 이곳을 산책하다 부딪힌 한 남자의 모습은 그 숨고르기가 얼마나 큰 사치인가를 뼛속깊이 느끼게 했다.30대쯤으로 보인 그는 3층8각건물 황궁우가 마주보이는 돌난간에 기대 소주병을 기울이고 있었다.두 번쯤 그를 스쳐 경내를 돌다가 더이상 걷기를 멈춰야 했다.그가 뭔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이윽고 그의 목소리가 큰 소리로 울려왔다.‘제발 인간답게 좀 살 수 있게 해 주세요.조상님,살려 주세요.” 절규였다. 원구단은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곳이라는 것을 그도 알았을까.그 절규가 하늘에 가 닿았을까.청계천에서,부안에서,상도동에서 나라가 온통 절규로 들끓고 있다.온전히 살아 있음이 부끄럽지 않은 세상이 얼른 왔으면좋겠다. 신연숙 논설위원
  • 태풍에 할퀸 남부/왜 해마다 물난리 겪나

    해마다 여름이면 낙동강유역의 물난리는 연례행사가 됐다.올해도 낙동강물의 역류로 의령군 지정면 백산제가 붕괴돼 주택 30동과 농경지 280여㏊가 침수됐다.또 함안군 가산제방과 칠서면 구포제도 범람해 농경지와 도로 등이 물에 잠기는 등 낙동강 지류 300개 지점이 붕괴되거나 범람했다. 연례적으로 수해를 입는 원인은 낙동강의 특성을 고려치 않은 안이한 치수대책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큰 비가 내리면 강원도와 경북지역은 물론 유역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고스란히 유입돼 하류지역에 피해를 준다.유역의 산업화·도시화로 ‘스펀지’ 역할을 하던 논밭이 사라졌기 때문이다.게다가 강바닥의 높낮이가 완만해 물흐름이 느린 데다 해수면의 영향도 받고 있어 하류의 지천과 저지대는 침수위험을 안고 있다. 그러나 낙동강의 개수율은 51%로 전국 평균의 63%에 크게 못미친다.더구나 경남도내 지방하천 개수율은 41.8%에 불과하다.본류의 수위가 올라가면 물이 지류로 역류,취약한 제방은 붕괴되고,낮은 곳은 넘친다. 국가하천의 영향으로 지방하천이 피해를 입지만 정부의 제방 설계기준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건교부장관이 관리하는 국가하천의 설계기준은 100∼200년 빈도지만 광역단체장이 관리하는 지방하천은 50∼100년 빈도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낙동강 배수위 영향권 내의 지방하천 제방은 일정부분 본류의 수위만큼 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즉 본류와 합쳐지는 지류의 제방높이를 같이 높이고,상류로 가면서 완만하게 낮춰야 홍수시 본류의 수압과 수위를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배정도 문제다.하천개수사업비는 도로 및 다리 건설 등 신규사업에 밀린다.우리나라 전체 하천을 관리하는 연간 예산은 1조원에 불과하다.올해 경남도내 하천개수사업비는 모두 1819억여원에 불과하다.여기에는 도비 250여억원도 포함돼 있다.지난해 수해 때 도가 요청한 5000억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병호 경남도 치수재난관리과장은 “낙동강 수계 지천의 개수가 안돼 수해가 되풀이되고 있다.”면서 “국가하천의 영향을 받는 지천은 모두 국가에서 개수사업을 해야 한다.”고목소리를 높였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
  • 베르사유 궁전 명물 ‘앙투아네트 참나무’폭염에 고사

    |파리 함혜리특파원|1만여명의 사망자를 낸 프랑스의 폭염으로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 있는 수령 322년의‘마리 앙투아네트 참나무’도 고사했다.르 몽드는 28일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관리사의 말을 인용,며칠 전부터 시들해지기 시작한 고목이 지난 26일 완전 고사했다고 전했다. 베르사유궁 대운하와 그랑트리아농 사이에 있는 참나무는 1681년 심어졌다.일설에 따르면 1774∼1776년 루이 16세는 궁의 정원을 재정비하면서 모든 나무를 베어내도록 했지만 이 참나무만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걸터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겨 면제됐다. 궁전측은 고목이 20세기 후반부터 노쇠함을 보이자 주변에 나무들을 심어 보호막을 쳐주었다.그러나 1990년과 1999년 태풍 때 주변의 큰 나무들이 모두 쓰러지면서 키 30m의 고목은 태양볕에 그대로 드러나게 됐다.궁전 정원관리소 측은 당분간 고사한 참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주변에 안전막을 칠 계획이다. lotus@
  • “500살 물푸레나무 구하라”道 문화재 교하택지지구 방치 환경단체, 사전 보호대책 요구

    500년생 물푸레나무가 택지개발지구 내에 방치돼 보호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환경단체에 의해 제기됐다. 파주환경연합준비위원회(위원장 이현숙)는 24일 경기도문화재 183호로 지정된 높이 15m의 교하읍 다율리 물푸레나무와 1m 크기의 자목(子木) 30여그루가 문화재보호법이 규정한 이름표와 안내판,경고판 등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없이 방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특히 경기도와 파주시가 토지공사에 500여평에 이르는 물푸레나무 군락지를 포함한 교하택지지구 조성공사 착공을 지난 4일 승인하면서 문화재보호구역 설정이나 보호대책 등 사전조치를 하지 않아 물푸레나무의 서식환경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교하 물푸레나무는 파주 시민 5000여명이 서명운동을 벌여 지난해 9월 문화재로 지정됐다. 전문가들은 지정당시 이 물푸레나무가 500년 된 고목으로 생태적·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의견을 냈었다. 파주 한만교기자 mghann@
  • 클로즈업/MBC 2부작 ‘미샤와 마샤’

    MBC가 2부작 스페셜 ‘미샤와 마샤’의 두번째 이야기로 ‘미샤남매의 첫 겨울나기,그리고 마지막 이별’을 오후 11시30분 방송한다.가을은 반달가슴곰이 동면 준비를 하는 시기이다.아기 반달가슴곰이 맞는 첫 동면은 아주 중요하기에 제작진은 특별히 곰들이 동면했던 나무에 집을 만들어 미샤 남매를 머무르게 했다. 2002년 12월 동면에 들어간 미샤와 마샤가 90여일만에 집밖에 나온 뒤 다시 인근 자연보호구역으로 돌려보내지기까지의 생활을 카메라에 담았다.생명의 소중함과 멸종되어 가는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준다.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 반달가슴곰이 굴에서 동면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고목나무 등걸 속에서 겨울을 보낸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려준다.자연생태 전문 촬영가인 최기순씨 부부가 2년 동안 반달가슴곰 남매와 함께하면서 찍었다. 이순녀기자 coral@
  • 백제의 古都 공주 연극에 푹~빠지다

    공주는 지금 연극도시다. 이 백제의 고도(古都)를 공연예술의 도시로 탈바꿈시킨 것은 제21회 전국연극제.지난 12일 막이 오른 이후 공주 시민들은 6월 한달만큼은 한국 연극의 메카라는 서울의 대학로가 부럽지 않다고 뿌듯해하고 있다. 일요일인 22일 공주 시내 곳곳에는 연극제 깃발이 나부끼며 축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연극제가 열리는 웅진동 공주문예회관은 국립박물관을 하나 새로 세워야 했을 만큼 엄청난 부장품이 나온 무령왕릉 바로 길 건너.웅진도서관이 맞닿아 있고 내년이면 문을 여는 새 공주박물관이 지척인 공주의 ‘문화 타운’이다. ●18일동안 33차례… ‘공연 레이스’ 이날 무대에 올려진 작품은 전북 극단 창작극회의 ‘상봉’.분단과 이산,비전향장기수 문제를 다루어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이지만 관람객은 청소년들이 다수.30∼40대도 적지 않았다.‘무거운 공연’의 10대 관객이나,연극을 보러온 ‘어른’들의 모습은 대학로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연극제에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 대표와 카자흐스탄 국립 고려극장,조총련계인 재일본조선문학예술가동맹,옌볜연극단 등 3개의 해외동포 극단이 참여했다.국내 극단은 2차례,동포 극단은 한차례씩 공연한다.29일까지 18일 동안 33차례 공연이 이어진다. 전국연극제가 기초자치단체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인구 14만명 남짓의 공주가 연극제를 유치한 것은 공연장이 텅텅 빌 수 있다는 점에서 모험이었다.그러나 우려는 보기좋게 빗나갔다.문예회관 대공연장의 객석은 750개.대부분 전석이 매진됐고 몇몇 공연에는 900여명이나 몰리는 바람에 통로까지 완전히 메워졌다. 지난 13일 충남 젊은 무대의 ‘천도헌향가’와 16일 부산 열린무대의 ‘트라우마’,17일 극단 울산의 ‘천년의 수인’,18일 인천 엘칸토의 ‘고목’,20일 대전 마당의 ‘꽃마차는 달려간다’ 등이 그랬다. ●“처음 본 연극, 정말 좋았어요” 입소문이 나면서 관람객은 더 늘어난다.준비된 객석은 모두 2만 5000개.이런 추세라면 3만명 가까운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극제의 성공 요인은 무엇보다 작품 수준이 높아져 볼만한 공연이 많다는 것이다.연극제 홈페이지에는 “처음 본 연극,정말 좋았어요.”“다시 볼 수 없을까요.” 등 ‘앙코르’를 외치는 목소리가 줄을 잇는다. 특색있는 공연도 적지않다.충남의 ‘천도헌향가’와 충북 극단 청년극장의 ‘달의 안해’는 자기 고장 이야기인 백제의 사비천도와 바보 온달을 다루었다.‘달의 안해’가 참가하는 데는 온달성이 있는 단양 주민들이 도움을 주었다.부산의 ‘트라우마’도 연극제에서는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실험적인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겹치기 참가’도 사라졌다.지난해 전주 연극제까지는 중앙 연극계에서 내용이나 관람객 호응도를 검증받은 작품들이 2∼3개씩 중복 참가하는 바람에 의미가 퇴색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싼 티켓값도 지역 애호가들의 부담을 크게 줄였다.현장에서 표를 사면 어른 8000원,학생 4000원이나 공주시내 지정예매처에서 ‘사랑티켓’으로 구입하면 각각 3000원,1000원에 불과하다. ●충남지역 연극계 새로운 바람 기대 충남에는 새로운 연극바람이 불어올 가능성이 커졌다.연극인들이 지역 연극의 미래에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충남도청 등 공무원들이 연극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놀이성 지역축제 뿐 아니라 순수한 예술축제도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전과는 차원이 다른 적극적 지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좋은 연극무대를 얻은 것도 수확.연극제를 위해 다목적공연장이었던 문예회관을 15억원을 들여 대대적으로 수리했다.‘연극 전용’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다른 지역 연극인들은 모두 부러워한다. 최기선 극단 아산 대표는 “지역 연극인들 사이에 우리도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싹텄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면서 “이제부터는 관객을 기다리는 연극보다 거리로,야외로 관객을 찾아가는 연극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한편 29일 마지막 공연이 끝나면 모든 참가단체는 한 자리에 모여 뒤풀이를 하며 우의를 다진다.30일 열리는 폐막식에서는 최우수단체에 대통령상이 주어지고,희곡·연출·연기·미술 부문의 개인상 시상도 있다. 남은 연극제 기간 동안에도 공주문예회관 일원에서는 어린이 마임·연극·구연동화 공연과 풍물한마당,거리공연,청소년 어울마당,한밤의 예술무대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펼쳐진다.(041)855-7519. 공주 서동철기자 dcsuh@
  • 火山 숨죽인듯 살아있는 산 / 일본 가고시마 나들이

    |가고시마(일본) 글 사진 임창용 특파원|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여행지의 아름다움에 앞서 일본인들의 톡톡 튀는 상술에 우선 놀라게 된다.그대로 방치해 두면 전혀 쓸모 없는 것들을 자연환경적 특성을 살려 ‘보물’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규슈(九州)섬 최남단에 자리잡은 가고시마현(鹿兒島縣)의 사쿠라지마는 시커먼 돌덩어리로 뒤덮인 조그만 섬을 일본의 대표적 활화산 탐방지로 개발한 곳이다.화산과 함께 온천,임진왜란 때 끌려간 심수관 가(家)의 도자기로 유명한 가고시마현을 찾았다. ●日 대표적 활화산 탐방지 사쿠라지마 사쿠라지마(1117m)는 세계적으로도 대표적인 활화산으로 수십차례 폭발을 거듭했으며,지금도 활발하게 화산활동이 진행중이다.가고시마항에서 관광버스에 탄 채 배에 올라 15분쯤 가자 사쿠라지마항에 닿는다. 항구에서 화산 탐방로가 시작되는 곳까지는 4㎞ 정도.길가 산 자락 밑으로 띄엄띄엄 민가들이 자리잡고 있고,집집마다 비파 열매들이 노랗게 익어간다.살구와 비슷하게 생긴 비파는 가고시마의 대표적 특산물이다. ‘이렇게 황량하고 위험스러운 곳에 어떻게 사람이 살까?’란 생각이 든다.15년째 가고시마에 살고 있다는 한국인 가이드는 “지진과 화산폭발이 워낙 잦은 지역이어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성격이 거칠고 무사적 기질이 강한 편”이라며 “임진왜란 때 왜군 장수중 상당수가 이곳에서 나왔고,2차대전때 가미카제 특공대원도 대부분 가고시마 출신”이라고 말한다. 화산 탐방로는 화산암과 화산재 사이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주먹만한 것부터 집채만한 크기의 화산암들이 온통 주변을 덮고 있어 폭발 당시의 광경이 엄청났으리라는 것을 상상케 한다. 고개를 들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정상 분화구가 멀리 보인다.운이 좋으면 폭발을 일으키는 장관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이날은 아무리 쳐다봐도 죽은 듯이 조용하기만하다. 사쿠라지마 곳곳엔 만약의 폭발 사태를 대비해 용암이 일정한 길을 따라 바다로 흘러내릴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 놓아 나들이객들의 긴장감을 높인다. ●조선의 혼 어린 심수관家 도자기 전시관 따가운 햇볕 아래 탐방로를 따라 1시간 정도 걸으니 등줄기에 땀이 축축하게 밴다.탐방로 중간에선 특별히 음료수 등을 살 수 없기 때문에 마실 물을 미리 준비하는 게 좋을 듯하다. 개별적으로 사쿠라지마를 구경하려면 사쿠라지마항에서 하루 두차례(오전 9시30분,오후 1시30분) 출발하는 순환 관광버스를 이용하면 편하다.요금은 어른 1700엔(약 1만 7000원),어린이 850엔.사람 수가 많으면 택시(1시간 5000∼6000엔)로 돌아보는 것이 빠르고 경제적이다. 가고시마에서 꼭 가보아야 할 곳 중 하나가 시로야마호텔이다.호텔 1층엔 ‘사쓰마 도자기’로 유명한 심수관가에서 제작한 도자기 전시관이 마련돼 있다.심수관의 선조 심당길이 정유재란 때 후퇴하는 왜군에 끌려 몇몇 조선 도공들과 함께 도착한 곳이 사쓰마 해변,지금의 가고시마였다. 이들은 화산재 투성이의 가고시마에서 검은 빛이 나는 생활자기를 구워냈고,이것들은 당시 나무그릇을 주로 쓰던 일본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심수관가는 이후 대를 이어 도자기를 생산하면서 세계적으로 ‘사쓰마 도자기’의명성을 얻었다. ●시로야마 전망대 서면 가고시마 한눈에 시마야마호텔엔 현재 15대 심수관이 제작한 작품 수백점이 전시되고 있다.작은 접시 등 생활자기에서부터 화병·술병까지 모양과 크기가 다양한데,수수하면서도 은은한 한국적 미(美)에다 일본 도자기의 세련미가 조화를 이루어 보는 이들을 눈길을 사로잡는다.3000엔짜리 접시에서부터 100만엔이 넘는 화병까지 가격대도 다양하다. 호텔 지하엔 온천탕이 있다.화려하지는 않지만 깔끔하면서 격조 있게 꾸며 놓았다.대온천탕과 연결된 노천탕에 앉아 고개를 드니 바다 건너 멀리 사쿠라지마가 우뚝 서 있다. 호텔을 나오면 수십년부터 수백년 수령의 고목으로 뒤덮인 ‘시로야마공원’ 입구로 이어진다.10분 정도 걸어 올라가 전망대에 서면 가고시마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전망대 주변엔 메이지 천황 이후 일본의 천황들과 황후,태자들이 기념 식수한 나무들이 눈길을 끈다. sdargon@ [가이드] ●가는 길 인천에서 가고시마까지 대한한공이 매주 월·수·토요일 3편 비행기를 띄운다. 가고시마 시내에선 관광버스인 ‘시티뷰’버스,시영전차와 버스,택시 등을 이용하면 된다.요금은 버스 180엔,전차 160엔,택시는 1시간에 4000엔 정도.시티뷰버스와 시영전차,시영버스를 하루동안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시티뷰티켓(600엔)을 이용해도 편하다.시티뷰버스는 가고시마역 앞에서 30분마다 출발해 시내 주요 관광지를 순회한다. ●숙박·먹거리·쇼핑 호텔과 유스호스텔,민박이 많다.요금은 유스호스텔이 1인당 2500∼3500엔으로 가장 싸다.그러나 대부분 역이나 공항에서 멀고 공동욕실을 이용해야 하는 등 불편하다.따라서 수학여행 등을 하는 학생 단체여행객이 많이 이용한다.‘사쿠라지마YH’‘이브스키YH’‘유노사토YH’ 등이 비교적 깔끔한 편이다. 개인이나 가족여행이라면 다소 비용이 더 들어도 호텔을 권하고 싶다.시설이 깨끗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 역이나 공항 주변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아침식사까지 포함하고 있다.숙박료는 2인1실 기준 1만엔 정도.가고시마 번화가인 텐몬칸(天文館)에 위치한 ‘가고시마선호텔’,가고시마역 앞의 ‘타이세이아넥스호텔’ 등이 쾌적하면서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예약대행 문의 ‘여행박사’(02-730-6166). 텐몬칸은 가고시마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다양한 가게와 백화점,전통공예품 상점,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식당은 초밥이나 정식류가 많은데,일본 특유의 깔끔함이 돋보인다.음식점들이 가장 많이 내는 ‘가고시마 정식(사진)’의 경우 쌀밥과 함께 몇가지 제철 야채 및 어묵 조림을 내는데 가격은 1000엔.양이 너무 적어 2인분은 먹어야 허기를 면할 것 같다. 가고시마는 고구마와 비파열매로도 유명하다.고구마로 만든 다양한 과자와 소주,비파열매도 한번쯤은 먹어보자. ●기타 볼거리 수백년 동안 가고시마 지역을 지배해온 시마즈 가문의 별장인 이소정원에 가볼 만하다.자연과 인공적인 면을 적절하게 조화시킨 일본식 전통 정원으로 평가받는다.가고시마역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에 있다. 가고시마현 최남단의 이브스키시는 천연 모래찜질 온천으로 유명한 곳.해변을 파헤치면 어디나 온천물이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온천이 풍부하다.따끈하게 덥혀진 검은 모래에 몸을 파묻는 모래찜질 온천욕은 신경통과 피부 미용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문의 가고시마현 관광과(81-0992-23-1834),가고시마역 앞 관광안내소(〃-〃-22-2500),이브스키시 관광안내소(〃-0993-22-2111)
  • 대관령 삼양목장 나들이 / 초록 품에 안기다

    드넓은 초지에서 소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을 보면 분주했던 일상의 마음도 느려지기 마련.그래서 요즘엔 멜로 드라마나 영화 촬영 장소로 이국적 환경을 갖춘 목장이 선호된다. 해발 800∼1400m 고지대에 광활하게 펼쳐진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대관령 삼양목장.온통 초록물감을 칠해놓은 듯한 이곳을 찾았다. 삼양목장은 80년대 중반 동양 최대의 목장으로 조성됐다.한때 3000마리의 소를 사육했지만 지금은 홀스타인 젖소 600여마리밖에 없다.목장측은 소 사육 이외에 관광에 눈을 돌려 관광 담당 법인 ‘해피그린㈜’을 만들어 지난해 8월부터 일반인들에게 목장을 개방하고 있다. ●여의도의 7.5배 광활한 초지규모에 놀라 목장을 처음 찾으면 일단 어마어마한 초지의 규모에 놀라기 마련.총 면적은 자그마치 600만평.여의도의 7.5배다.그중 450만평이 초지다.소 사육에 필요한 작업용 도로 길이만 120㎞다. 목장을 구석구석 돌아보려면 차를 타고도 2시간 이상은 잡아야 한다.도로가 비포장이고,높낮이가 심해 승용차보다는 4륜구동차가 좋다. 목장탐방의 포인트는 크게 3가지.영화와 TV 드라마 촬영지,야생화 군락지,광활한 초지다.능선 사이사이 흐르는 계곡도 볼 만하다. 정문에서 목장 나들이 코스를 상세히 표기한 지도를 하나 받았다.정문 안쪽에 들어서 100m쯤 들어가니 왼쪽으로 아담한 별장이 보인다.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주인공 은서와 준서가 함께 도망쳐 잠시 살았던 곳.이곳에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오른쪽 길로 올라갔다가 목장 한 바퀴 돌아 왼쪽 길로 내려오게 된다. ●‘가을동화’ 은서·준서 나도 한번 돼볼까 오른쪽길 바로 위는 ‘청연원’이다.청연원은 수백년된 노송과 주목이 조화를 이룬 공원.정원 옆으로 목장 위쪽 계곡에서 흘러내린 계류가 시원스럽게 흐른다. 청연원을 지나 조금 올라가니 길 오른편에 ‘은서,준서나무’란 푯말이 서 있다.푯말 뒤로 멀리 멋드러진 노송 두 그루가 정답게 서 있다. 오른쪽으로 좀 더 올라가면 1단지 축사다.축사엔 우사와 착유실(搾乳室)이 있는데,착유 시간(오후 4시30분∼7시)엔 미리 양해를 구해 우유를 짜는 모습도 볼 수 있다.축사에서 조금만 올라가니 ‘야생화 탐방로’란 푯말이 보인다.푯말 뒤 언덕을 넘으니 초지는 사라지고 원시림 계곡이 앞에 펼쳐져 있다.수십년 수령의 활엽수들이 계곡을 가득 메우고 있고,여기저기 무게를 못이겨 쓰러진 고목들이 앞을 가로막는다.계곡은 야생화 집단 서식지.길쭉한 흰 꽃잎이 외롭게 느껴지는 연영초,이름만큼이나 얄미운 앵초,파란 풀밭에 흰 별이 박혀 있는 듯한 큰개별꽃,보랏빛 꽃잎의 갈퀴현호색,동의나물꽃 등등.눈아래 보이는 것이 모두 야생화라 행여라도 발에 밟힐까봐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계곡을 나와 다시 길을 재촉하니 연이은 구릉이 인상적인 초지가 펼쳐진다.‘중동초지’란다.초지엔 민들레 천지다.노랗게 핀 민들레꽃이 초록과 어우러져 한바탕 꽃잔치를 벌이는 것 같다. 중동초지에서 10분쯤 올라가니 바다가 보인다는 ‘동해전망대’가 나온다.그러나 날씨가 흐린 데다가 안개까지 껴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날씨가 맑을 때는 동해와 함께 강릉,주문진,연곡천,소금강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고 한다.서쪽으로 목장 전경과함께 소황병산,매봉이 보인다. 전망대를 지나니 멀리 방목중인 젖소떼가 보인다.100여마리의 소떼가 초지를 오르내리며 풀을 뜯는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 같다. 2단지 축사를 지나니 목장에서 가장 높은 소황병산(1430m) 입구가 나온다.입구부터 정상까지 7.3㎞.일단 들어섰지만 길이 너무 험해 승용차가 도중에 설까봐 겁이 난다. ●수십년 수령 활엽수… 야생화 ‘꽃잔치’ 어렵게 오른 정상은 축구장 넓이만한 초지.역시 안개 때문에 조망이 기대에 못미친다.워낙 고지대여서 기온이 몹시 차다.입김이 보일 정도.그늘진 곳에 아직 눈이 두껍게 쌓여 있다.반팔 차림으로 나들이에 나선 게 후회 막급이다.이곳에서 노인봉 산장까지 등산로가 이어진다. 소황병산 입구부터 정문으로 내려가는 구간은 5㎞에 이르는 계곡길.이 계곡은 남한강의 발원지로 오대천,조양강 등을 거쳐 남한강으로 흘러든다. 계곡 중간쯤엔 잔잔한 호수 ‘삼정호’가 조성돼 있다.원래 소들의 목마름을 달래기 위해 만든 곳으로,원앙새가 서식하는 곳이다.계곡 오른쪽으로는 드라마 ‘임꺽정’‘야인시대’,영화 ‘중독’ 등의 촬영지가 있다.입장료 5000원.(033) 336-0885. 대관령 삼양목장(평창) 글 임창용·사진 손원천기자 sdargon@ [가이드] 대형 콘도형 민박 곧 개장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횡계IC에서 빠지면 456번 지방도와 만난다.우회전해 횡계 번화가로 들어가면 네거리를 지나 교량이 나오는데 교량을 건너자마자 좌회전하면 대관령 삼양목장 가는 길이다.목장 정문까지 7㎞ 정도.길이 험해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린다. ●숙박 목장 안에 있는 산장이나 민박을 이용하면 된다.산장의 경우 4∼5명이 이용할 수 있는 일반실은 1박 6만원,특실은 8만원이다.목장 직원들이 쓰던 사택을 리모델링한 콘도형 민박도 이달 말 개장할 예정.최대 500명까지 숙박이 가능하다. ●대관령 옛길 그 옛날 봇짐장수들이 넘던 ‘대관령 옛길’을 한번 걸어보자.대관령 옛길은 영동고속도로 개통전까지 영동서 영서를 연결하던 험로.‘선질꾼’으로 불리던 일꾼들이 강릉의 해산물과 농산물,영서 지방의 토산품을 등에 지고 넘나들던 고갯길이다.대관령 중간에 있는 ‘반정’에서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대관령박물관 앞으로 내려가는 코스와 반대로 올라오는 코스가 있다.내려갈 때는 1시간30분,올라올 땐 2시간20분쯤 걸린다. [식후경] 부드러운 한우 숯불구이 도암면 횡계리 일원엔 유난히 황태 음식점이 많다.동해에서 잡힌 명태를 추운 겨울 얼음물로 깨끗하게 씻어 겨우내 찬바람에 말린 대관령 황태는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며,육질이 부드러워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 그중 횡계리에서 용평스키장 가는 길목에 위치한 ‘송천회관’(033-335-5942) 음식이 맛있다.황태찜 2만 5000원(4인),구이 7000원,황태해장국 5000원이다. 대관령삼양목장내 식당의 황태 음식과 산채비빔밥 맛도 수준급이다.황태국 백반 6000원,산채비빔밥 6000원. 횡계리 횡계로터리 부근 새마을금고 옆 ‘대관령 숯불회관’(033-335-0020)에 가면 대관령 한우의 암소 고기 숯불구이를 맛 볼 수 있다.대관령 일대 목장에서 나오는 한우만 쓴다는 것이 식당 주인의 설명.고기가 숯불에 은근히 익어 쫀득하면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또고기에 밴 숯향이 미각을 자극한다.여기에 직접 담근 우리콩 된장,콩비지찌개 맛도 고기맛에 뒤지지 않는다.생등심 1인분 3만 3000원,주물럭 1만 8000원.
  • 연극리뷰/‘19 그리고 80’ , 삶과 죽음, 그 아름다운 조화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엮은 낮은 담장,하얀 벽면에 그림자를 드리운 앙상한 고목,외롭게 핀 두 송이 해바라기,폐허 사이를 비집고 올라간 담쟁이 넝쿨….연극 ‘19 그리고 80’(콜린 히긴스 작,장두이 연출)은,옛날 동화처럼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무대 위에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나즈막하고도 유쾌하게 풀어낸다. 큰 줄기는 19세 청년과 80세 할머니의 만남과 이별.하지만 절대 추잡하게 느껴지지 않는다.오히려 나이를 뛰어 넘는 인간 사이의 교감으로,젊음과 늙음,삶과 죽음의 경계야말로 상대적인 것임을 깨닫게 한다. 해럴드(이종혁)는 자살충동에 사로잡힌 청년.목 매달아 죽은 시늉을 하고,폐차장과 장례식장을 돌아다니는 별난 취미를 가졌다.하지만 우연히 장례식장에서 만난 모드(박정자)는 죽음에 가까운 나이지만 활기에 넘쳐 있다.끝없이 수다를 떨고,공해에 찌든 나무를 뽑아 숲에 다시 심는 그녀에게 삶과 세상은 경이로운 대상이다. 해럴드는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모드에게 점차 삶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그녀를 사랑하기에 이른다.모드의 80세 생일.근사한 생일파티를 준비하며 청혼을 계획하지만,80세가 죽기에 가장 알맞은 나이라고 생각하는 모드는 이미 약을 먹었는데…. 양 극단에 서있는 두 인물이 만나 서서히 서로를 물들이는 과정은 감동적이다.장면 전환 사이사이에 흐르는 피아노 연주,탱고풍의 음악 등도 극에 아름다움을 더한다.소유욕도 없고 도덕에도 얽매이지 않는 모드가 내뱉는 대사 하나하나는 곱씹을 만큼 생각할 거리가 많다. 하지만 연극은 원작이 가진 블랙코미디와 컬트적인 힘을 놓친 듯하다.우스꽝스럽게 행동하는 아가씨,근엄한 것이 성스럽다고 믿는 신부,해럴드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어머니와 의사 등 한가지 잣대로만 세상을 해석하는 인간을 ‘쇼킹’하게 풍자하면서,죽음과 삶의 경계마저 뛰어 넘는 세상의 다양한 의미를 잡아내는 것이 원작의 의도. 물론 연극 속에 웃음과 풍자가 녹아들긴 했지만,동화 같은 사랑과 교감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교훈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참 예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연극이구나.’라는 생각을 뛰어넘을 만한 자극이없는 것.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누구나 쉽게 즐기고 감동받을 만한 연극이기도 하다. 치마를 걷어올리고 나무를 성큼성큼 오르며 특유의 말투로 열연하는 박정자의 에너지는 객석으로 넘쳐흐른다.그러나 호흡의 폭이 크지 않은 이종혁의 연기는 아직까지는 역부족이다.3월16일까지.(02)3672-3001. 김소연기자 purple@
  • 동학사 ~ 갑사 산행길

    새해 벽두,겨울의 한복판에 동학사에서 갑사로 넘어가는 길에 오른다.미타암∼동학사∼남매탑을 지나 삼불봉과 금잔디 고개를 넘어 다시 한 식경쯤 더 내려간 곳에서,갑사는 산자락을 지붕삼아 동그마니 들어앉아 방문객을 맞는다. 산행의 목적은 갑사가 아니라 갑사까지 가는 여정이다.계룡산 국립공원에 속한 동학사∼갑사 길은 혼자서도 심심치 않은 산행코스.예쁘게 얼어붙은 계곡,흰 옷으로 갈아입은 나목들,자연석들을 듬성듬성 놓아 만든 돌계단이 마냥 정겹다.무에 그리 빌 것이 많은지,지나는 사람이 하나씩 돌을 올려놓아 생긴 돌탑들은,계룡산이 ‘정령(精靈)의 산’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산행 기점은 동학사 아래 주차장.매표소를 지나 20분쯤 걸어 올라가면 미타암이다.암자가 제법 커 초행인 사람은 동학사로 착각하기 쉽다.계곡의 눈 덮인 고목과 거친 다듬이돌 모양의 돌을 놓아 만든 계단,암자 지붕의 곡선미가 어우러져 미타암 주변은 한 폭의 풍경화를 이룬다. 미타암에서 10분쯤 오르면 동학사다.동학사는 신라 중엽,또는 백제 때 창건됐다는설이 있으나 확실치 않다.절 동쪽에 학 모양의 바위가 있어 동학사란 이름을 붙였다는 설도 전해진다.여승을 위한 전문강원(講院)이 있어 수행중인 비구니들이 많다. 동학사 계곡은 산세가 특이하고,계곡 근처에 관목림이 짙게 깔려 있어 사계절 골짜기에서 뿜어 나오는 바람이 일품이다.여름엔 얼음장처럼 차지만 겨울엔 계곡 바람이 바깥보다 오히려 덜 춥게 느껴진다. 동학사를 지나면서부터는 얼어붙은 눈 때문에 등산로가 꽤 미끄럽다.조심조심 발을 내디디며 한시간쯤 올랐을까.일명 ‘오뉘탑’으로 불리는 동학사 5층·7층 석탑이 나란히 서서 가슴 시린 옛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 1400여년 전 신라 선덕여왕 시절.당나라 상원(上原)대사가 이곳에 움막을 치고 수행하던 어느 날 밤 커다란 범이 다가와 입을 딱 벌리는 것이었다.목 안에 사람뼈가 걸려 있어 이를 뽑아주자 범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여러 날 뒤 백설이 세상을 덮은 날에 범이 한 처녀를 물어다 놓고 가버렸다.대사는 이듬해 봄 눈길이 뚫리자 처녀를 집에 데려다 주려고 했으나,대사의불심과 성품에 연모의 정이 깊어진 처녀는 부부의 예를 갖추어 달라고 간청하였다.수행의 길을 나선 승려이기에,대사는 결국 남매의 인연을 맺은 뒤 이곳에 따로 암자를 지어 불도에 힘썼고,이들이 입적한 다음 사리탑으로 세운 것이 지금의 오뉘탑이라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오뉘탑 이후로는 길이 좀 가파르다.느슨해진 등산화 끈을 조여매고 속도를 붙이니 30여분 만에 삼불봉 고개에 다다른다.이곳에서 직진하면 금잔디고개를 지나 갑사 길로 접어드는데,왼쪽으로 손에 잡힐 듯 삼불봉(775m)정상이 눈에 들어온다.일단 왼쪽으로 길을 틀어 가파른 철제 계단을 10여분 올라 삼불봉에 올랐다. 동학사에서 올려다 보면 마치 세 부처님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 삼불봉으로 불린다.정상에 서면 동학사 계곡과 갑사 계곡이 친근하게 내려다 보이고,관음봉 연천봉 쌀개봉 천황봉 등 계룡의 연봉이 한눈에 들어온다.하얀 이불을 뒤집어쓴 듯 봉긋봉긋 솟은 연봉의 풍광은 겨울 계룡산의 백미다. 삼불봉에서 20여분 더 가면 관음봉인데,시간이 여의치 않아 발길을 돌리려니 아쉬움이 남는다.길을 되짚어 삼불봉 고개를 지나 갑사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이곳부터 금잔디 고개까지는 평평한 내리막길.고갯마루에 올랐지만 금잔디는 안보이고 밋밋한 흙바닥뿐이다.금잔디 고개란 이름이 무색하다. 금잔디 고개에서 갑사의 부속 암자인 신흥암까지 내려가는 길은 다소 심심하다.비록 쓸쓸함이 느껴지는 나목이지만 회화나무·쉬나무·풍게나무·때죽나무·물박달나무 등 누군가 이름표를 달아 놓은 활엽수들을 관찰하며 그나마 심심함을 덜어본다. 신흥암부터 갑사까지는 수려한 계곡길이 이어진다.‘봄에는 마곡사가 아름답고 가을엔 갑사가 그만(춘마곡 추갑사)’이란 말이 있지만 눈 덮인 갑사의 얼음계곡도 상당히 운치 있다.특히 빙벽을 이룬 용문폭포가 볼 만하다. 갑사에 채 못미쳐 계곡을 건너기 전,길 옆에 짙은 이끼가 낀 아담한 삼층석탑이 눈길을 끈다.푯말을 보니 ‘갑사 공우탑(功牛塔)’이다.백제 비류왕 때 갑사의 부속 암자를 세우는데 자재를 운반하던 소가 냇물을 건너다 쓰러져 죽자,그 넋을 위로하고자 세운 탑이라고한다.짐승일지언정 사람을 위해 공 세웠음을 알아주고,생명을 귀히 여기는 불자의 넉넉함이 느껴진다. 갑사는 백제 구이신왕 원년(420년) 아도화상이 창건한 사찰로 전해진다.갑사 동종과 부도·철당간 등 보물급 문화재가 많아 찬찬히 둘러보기 좋다. 동학사∼갑사 코스는 어른 걸음으로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그러나 중간에 삼불봉·관음봉까지 들르려면 4시간은 잡아야 한다. 공주 글·사진 임창용기자 sdragon@kdaily.com ◆여행 가이드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유성IC에서 빠져 좌회전한 뒤 공주 방면 32번 국도를 탄다.10분쯤 달려 박정자 삼거리가 나오면 좌회전해 동학사 길로 접어들면 된다.32번 국도에서부터 동학사 이정표가 잘 표시돼 있다.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고속버스·기차로 대전이나 공주·유성까지 간 다음 동학사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갑사에서 버스를 타고 동학사 주차장으로 되돌아가려면 갑사 아래 버스 정류장에서 유성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박정자 삼거리에서 내려 동학사로 들어가는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숙박 및 먹거리동학사 아래에 계룡산장(042-825-4020) 등 여관이 많다.갑사 밑에도 계룡여관(041-857-5065), 으뜸민박(041-857-5141) 등 여관·민박집이 널려 있다. 동학사에서 30여분 거리에 있는 유성 온천지구에서는 유성호텔(042-822-0811) 등지에 묵으면서 온천도 즐길 수 있다. 박정자 삼거리에서 공주를 잇는 1번 국도를 따라 전원카페가 늘어서 있는데,‘동학사가는길에’(042-825-2447)의 대통영양밥,‘이뭐꼬’(042-825-8575)의 흑돼지 두루치기가 맛있다. ●주변 가볼 만한 곳 동학사와 갑사에서 1시간 이내 거리에 계룡산 도예촌,박동진 판소리전수관,무령왕릉,송산리 고분군,국립공주박물관 등이 있다.우리 문화유적에 관심 있는 사람은 꼭 들러보자.문의 공주시청 문화관광과(041-853-0101)국립공원 계룡산 관리사무소(041-825-3002).
  • [우리고장이 원조] 한강발원지

    한반도 중부지방을 동서로 가로질러 굽이굽이 흐르며 생명의 젖줄 구실을 하고 있는 한강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강이다. 이 강의 발원지는 그동안 강원도 평창의 우통수(于筒水)로 알려져왔으나 최근 국립지리원에서 태백시 창죽동 검용소(儉龍沼)를 발원지로 공인하면서 두 지자체간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일고 있다. 한강의 발원지로 거론되고 있는 곳을 자세히 살펴본다. ***태백 검용소 태백시 북쪽 금대봉 계곡물이 땅속에 스며들어 다시 솟구치는 검용소는 창죽동(삼수동) 금대봉골에 있다.하루 5000여t씩 용출되는 물은 곧바로 20m의 폭포로 떨어져 창죽천을 만들고 영월의 동강으로 이어지다가 남한강에 이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평창의 오대산 우통수가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었지만 인공위성을 통한 실제 측량에서 검용소의 물이 우통수보다 32㎞나 더 흐르는 것으로 밝혀졌다.514㎞에 이른다는 한강의 발원지로 검용소를 ‘원조’로 꼽는 주요 이유다.그래서 국립지리원에서 한강의 발원은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금대봉 기슭’이라는 공인까지받았다. 검용소는 서해(西海)의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 한강을 거슬러 올라 가장 상류 연못인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어 발원지의 신비를 더해주고 있다.물 이끼가 푸르게 자란 암반에서 용출되는 검용소의 물은 사시사철 9℃를 유지한다.금대봉 기슭에 있는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 물골의 석간수와 예터굼의 굴에서 솟는 물이 지하로 스며들며 검용소에서 다시 솟아 나오기 때문이다. 둘레가 20여m에 이르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용소는 석회암반을 뚫고 올라오는 지하수가 장관이다.물 흐름도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듯이 이끼 낀 암반 위의 홈통을 따라 콸콸 쏟아져 내리다가 계곡으로 들어간다. 주변의 숲도 울창해 대낮에도 밀림속 같은 그늘이 드리우고 한여름에도 냉풍이 불어와 한기를 느낄 정도다.잎 넓은 산죽밭과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낙엽송 숲이 연출하는 풍경이다. 낙엽송 숲의 끝점에 육각형의 정자가 있고 그 옆에 ‘태백의 광명정기 예 솟아 민족의 젖줄 한강을 발원하다.’고 쓴 기념비가 있어 이곳이 한강 발원지라는 것을알리고 있다.기념비 뒤로 큼직한 암반이 있고 그 위에 검용소가 있다. 이곳으로 오르는 길은 맑은 개울물이 함께 하고 봄부터 가을까지 개울물길 옆으로 야생화가 지천으로 핀다.희귀종인 하늘다람쥐가 서식하고 이름 모를 산새들이 찾아 지저귀며 발원지를 알린다.그래서 금대봉과 대덕산은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일부에서는 검용소 옆 개울이 건기에는 흐르지 않는 건천이어서 물 흐름이 끊어졌으니 발원지로 보기 어렵다는 이견도 있지만 한강 전체의 흐름을 놓고 보면 확연히 발원지로 보기에 충분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평창 우통수 한반도 중부지방을 동서로 가로질러 굽이굽이 흐르며 생명의 젖줄 구실을 하고 있는 한강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강이다.이 강의 발원지는 그동안 강원도 평창의 우통수(于筒水)로 알려져왔으나 최근 국립지리원에서 태백시 창죽동 검용소(儉龍沼)를 발원지로 공인하면서 두 지자체 간,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일고 있다.한강의 발원지로 거론되고 있는 곳을 자세히 살펴본다. ‘오대산 서대 밑에 솟아나는 샘물이있는데 곧 한수(漢水:지금의 한강)의 근원이다.’ 세종실록지리지,대동지지,용재총화,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서 한강의 발원지가 한결같이 우통수라고 밝힌 대목이다. 우통수는 한강 줄기 한가운데로 흐르며 물맛이 좋고 다른 물과 섞이지 않기 때문에 맑은 빛을 간직한 채 서울까지 흐른다고 옛 사람들은 믿었다.그래서 양반네들은 한강 주변에서 흐르는 물은 먹지 않고 배를 타고 강 한가운데로 나아가 길어온 우통수의 맑은 물을 마셨다고 전해진다. 궁중에서 탕약과 약수로 쓰여서 강심수(江心水)로 불리기도 했다. 당시 물값도 서너배는 더 쳐 주었다니 우통수를 한강의 발원지로 믿고 이곳에서 흐르는 물을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런 우통수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 상원사 수정암 앞에 있다.상원사 들머리 관대걸이 옆으로 흐르는 물줄기가 곧 이곳 우통수 샘에서 시작되면서 한강으로 흘러든다는 것이다. 한강은 비록 여러 곳에서 흐르는 물이 모인 강이지만 우통수가 물 한가운데 줄기가 되어 빛깔과 맛이 변하지 않는것이 중국에 양자강이 있는 것과 같다고 해서 이름도 ‘한강’이라고 붙였다고 전해진다. 우통수는 지금도 오대산 상원사 위쪽 염불암에서 가까운 길목에 예나 다름없는 듯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샘솟고 있다. 오늘날 우통수가 옛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변함없는 물줄기를 솟구쳐 내고 있는 것은 깊은 산중에 있어서 사람의 발길이 못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우통수를 아끼는 사람들’과 평창군이 물이 넘쳐 흐르도록 하려는 계획과 우통수 주변의 석물과 방문객들을 위한 쉼터를 조성하려 하고 있어 학계로부터 우통수 주변 환경의 변화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사람들이 거의 찾질 않아 낙엽속에 길조차 분간하기 힘든 우통수 가는 길이 개발되면 역사속의 한강 발원지는 또 어떤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을지 궁금하다. 인공위성을 통한 거리측량에서 검용소가 좀더 멀리 측정되면서 최근 발원지로 꼽히고는 있지만 옛 기록에 나타난 한강의 발원 기준은 오늘날의 하천 발원지와 다른 기준으로 설정됐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한강의 문화적 발원지로는 우통수가 원조라고 자부해도 될 것이다. ***기타(수정샘.금대산 북쪽계곡.제당굼샘) 이들 지역 외에 주변의 몇몇 곳이 한강 발원지로 꼽히고 있다.실제로 샘물을 이용하는 지역 사람들은 이들 기타지역이 한강 발원지라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우선 우통수에서 서쪽으로 80여m지점에 있는 샘인 수정샘을 들 수 있다.연중 물이 흘러나오는 이 샘은 파이프를 통해 수정암의 식수원이 되고 있을 만큼 가뭄에도 끊이지 않고 일정량의 물이 흐르고 있고 한여름의 수온도 6℃를 유지하며 물맛이 상쾌하다.샘물은 돌과 나무로 샘 입구를 둘러놓아 보호되고 있다. 또 검용소가 금대산을 중심으로 북사면에 있는 용천(湧泉)이라면 일부에서는 금대산 북쪽계곡을 발원지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천 발원지를 물의 긴 흐름의 연장선에서 보면 일부의 샘이 아닌 하천이어야 한다는 견해 때문이다. 주변의 검용소가 갈수기에는 물흐름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보니 자연스레 물이 고여 흐르는 창죽천의 집수지역을 발원지로 보는 까닭이다. 또 금대산 북쪽기슭에서 약초를 캐는 사람들이나 무속인들이 제사를 지내던 샘물(제당굼샘)을 한강 발원지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이 샘은 금대산 기슭의 발달된 바위 지형 아래 지표면으로 스며 흐르는 물을 이용해 제당(祭堂)을 쌓고 공터를 인위적으로 만든 터에 물이 흐르는 곳이다.주로 무속인들 사이에 이곳이 한강 발원지라는 주장이 널리 퍼져 있다. 험준한 태백 준령의 끝자락에서 솟아오른 한줄기 연약한 물줄기는 그 근원이 어디였든 지금도 쉼없이 한강으로 흐르며 생명의 원천이 되고 있다. 태백·평창 조한종기자 bell21@
  • 대선후보 유세 첫날 이모저모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아류정권 추구세력에 매 들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후보 등록 첫날인 27일 전통적인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서 첫 유세를 가진 뒤 곧 울산과 부산에서 릴레이 유세를 하는 등 강행군을 펼쳤다. 첫 지방 유세지역으로 울산과 부산을 택한 것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의 아성인 울산과,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기선을 제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후보단일화 이후 상승세인 노무현 후보의 ‘노풍(盧風)’을 서둘러 진화하기 위한 것으로 읽혀진다. 울산과 부산 유세에는 서청원(徐淸源) 대표와 최병렬(崔秉烈) 박근혜(朴槿惠) 홍사덕(洪思德) 의원,박찬종(朴燦鍾) 전 의원 등 당내 인사는 물론 김동길(金東吉) 교수 등 대중연설에 일가견이 있는 인사들이 총동원되다시피했다.이 후보는 울산 롯데백화점 앞에서 유세를 통해 “지난 5년간 이 정권의 실세들이 국정을 혼란시키고 부정부패를 일삼고 있을 때 (해양수산부)장관을하며 그 핵심에 같이있던 사람이 새 정치를 주장할 수 있느냐.”며 노무현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그는 “부패정권의 틀 속에서 ‘아류정권’을 만들려는 사람에게 12월19일 분명한 충고의 매를 들자.”고 호소했다. 그는 또 “이번 선거는 김대중(金大中·DJ) 정권 5년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며,부패정권을 심판하려는 국민과 부패정권을 계승하겠다는 세력의대결”이라고 강조했다.그는 “부패한 민주당 정권의 낡은 정치 속에서 5년동안 타락한 사람들은 새 정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노 후보의 새 정치론을 맹공격했다. 이 후보는 또 “철저한 검증을 거친 원칙과 신뢰의 지도력과 풍부한 국정경험,중도개혁세력의 힘을 결집해 국민에게 새 희망을 드릴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정몽준 대표가 후보단일화에서 실패했지만 정 대표는 (노무현 후보보다는)저에게 더 가까운 성향의 사람”이라고 말했다.정 대표에 호의적인편인 울산지역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이 후보는 이어 “정권교체와 국민 대통합을 위해 뜻을 함께 하는 사람이라면 같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원유세에 나선 서청원 대표는 “이번 선거는 부패정권 연장이냐,교체냐를 선택하는 것이며 DJ 양자이자 후계자인 노무현이냐, 깨끗한 국가를 이룩할이회창이냐를 선택하는 선거”라면서 “KBS 여론조사에서 호남 유권자의 89.1%가 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은근히 영남정서를 자극했다. 울산·부산 김상연기자 carlos@ ★민주당 노무현 후보-””낡은사고론 남북관게 못 푼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27일 등록 직후 부산에서 시작해 대구-대전-수원-서울 등 국토를 종단하며 새로운 정치를 위한 지지를 호소했다.노 후보는 이날 ‘낡은 정치 타파,새로운 정치 실현’을 기본 전략으로 서민과 중산층을 집중 공략했다. 이날 유세의 포인트는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부산과 대전이었다.첫 방문지인 부산 민주공원에서 노 후보는 민주항쟁기념관과 충혼탑을 찾아 헌화하고묵념을 올리는 것으로 대선 레이스의 첫 발을 떼었다.노 후보는 부산역 광장 유세에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정권재창출이 아닌 새로운 정권”이라며 “그 정권은 김대중 정권도 아니고 호남 정권도 아니고 노무현 정권”이라고이 지역의 반(反)DJ 정서를 희석시키려 했다. 그는 “이 곳에서 세 번이나 떨어졌지만 그 때마다 따뜻하게 맞아주신 여러분들이 저를 키워주셔서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돼 여러분 앞에 다시 섰다.”며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노 후보는 특히 “독선과 아집,반칙의 낡은 정치,3김 정치를 청산하고 원칙과 신뢰가 바로선 젊은 정치,새로운 정치를 만들어 내겠다.”며 “여러분이부산을 뒤집어 주시면 새로운 역사가 열린다.”고 지지를 부탁했다. 이날 부산역 광장에는 노사모 등 지지자들이 나와 ‘친구야,노무현 아이가’ 등 사투리가 섞인 플래카드를 흔들며 ‘대통령 노무현’을 연호했다.이에고무되기라도 한 듯 노 후보는 “냉전적 사고와 대결주의적 낡은 사고를 가진 사람은 남북관계를 못풀고 동북아시대를 열 수 없다.”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겨냥한 뒤 “측근·가신·계보·돈이 없는 내가 후보가 된 것은국민이 정치를 바꾸고있다는 증거이며 부정부패를 말끔히 정리하겠다.”고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구 재래시장인 칠성시장 유세에서는 “국민만 믿고 대통령 해보겠다고 했더니 떠나버린 사람들도 있었지만 여러분들이 다시 저를 이 자리에 세워주셨다.”면서 “이제는 경상도 전라도 대통령이 필요없는 전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노 후보는 첫 유세가 시작된 부산에서부터 대구-대전-수원-서울에 이르기까지 지역 노사모 회원들과 지지자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대구에서는 시장 상인들이 후보가 오기 직전 자발적으로 걷은 후원금 9만 5000원을 매직펜으로 ‘힘내세요.사랑합니다.’라고 쓴 야채 비닐봉지에 넣어 즉석에서 전달했다.유세 중에는 몰려든 1000여명의 상인들과 지지자들로 왕복 4차선 도로가 심한 교통체증을 빚기도 했다. 부산 김재천 patrick@
  • 제주 비자림 숲길 산책/ “여긴 아직 가을이네”초록세상 숲의 향연

    여행의 묘미는 ‘느림과 멈춤’에 있다.시간에 쫓겨 헐떡거리며 사는 도시인들에게 여행의 여유로움은 막히기 직전의 숨통을 틔워주고도 남는다. 여행 중에서도 숲길 걷기는 여유로움과 사색의 기쁨을 준다.그러나 날은 추워졌는데 눈이 내리기 전인 요즘은 숲을 찾기에는 좀 어중간한 계절.이럴 때 좀 더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아직 가을 기운이 한창인 제주의 숲길을 찾아볼 만하다. 가을 끝자락에 북제주군 구좌읍 평대리에 있는 비자림을 찾았다.바깥 세상은 이미 가을을 넘어 겨울에 바짝 다가서 있지만 이곳은 여전히 ‘초록세상’이다.가끔씩 눈에 띄는 단풍나무들이 ‘계절의 시계’노릇을 할 뿐이다. 이곳 비자림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이 손이 전혀 닿지 않은 듯한 ‘원시성’.14만여평의 드넓은 숲엔 500∼800년 수령의 비자나무 수천그루가 다양한 상록 활엽수들과 어우러져 약간은 음산한 느낌마저 준다. 상록 침엽수인 비자나무는 예부터 고급가구 재료로 많이 쓰였다고 한다.그래서 훼손도 심했다.그나마 이만큼 살아남은 것은 ‘비자나무를 베면 큰벌을 받는다.’는 이 지역 주민들의 믿음 덕분이란다. 비자나무 사이에선 생달나무 후박나무 까마귀쪽나무 예덕나무 등 쉽게 보기 힘든 활엽수들이 자라고 있다.바닥엔 사철 푸름을 잃지 않는 몇가지 식물과 착생 난초들이 자란다.비자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착생식물은 고목을 가득 덮다시피 감고 있는 콩짜개덩굴.콩자반처럼 동글동글한 잎이 반짝반짝 윤을 내며 가득 달렸다.6월쯤 꽃이 피는 콩짜개난도 콩짜개 덩굴과 섞여 있지만 드물어 찾기가 어렵다. 어떻게 상록수초들이 이처럼 한자리에 자생해 울창한 숲을 이루었을까.비자림을 관리하는 북제주군 관광관리사무소의 한 직원은 “다랑쉬오름 등 3곳의 오름 사이에 위치한 특유의 지형과 습한 토지 덕분이 아닐까?”라고 추측한다.즉 바람과 추위의 영향을 덜 받고,아무리 가물어도 조금만 파면 물이 나오는 토지가 상록수초들이 군락을 이룰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비자림을 나와 1112번 도로를 타고 한라산 쪽으로 방향을 틀어 15분쯤 가니 울창한 삼나무 숲길이 나온다.이곳 삼나무 숲은 자생숲인 비자림과 달리 인공으로 조림한 곳.길 양편에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삼나무들이 키자랑을 한다. 길 한쪽에 차를 세우고 내려 숲 속을 기웃거리니 햇볕이 잘 안들어 한낮인데도 꽤 어둡다.삼나무가 특히 빽빽한 구간은 1112번 교래 사거리를 지나 11번 도로와 만나는 2㎞ 구간.이곳에선 드라이버들이 우연히 지나다가도 한번쯤 차를 세우고 걸어 보는 구간이다. 길 가를 걷다 보니 ‘숲속에 좁다란 오솔길이라도 있다면 좋겠다.’라는 아쉬움이 든다.마땅한 산책길이 없다 보니 많은 이들이 잠깐씩 내려 길을 따라 잠시 걷다가 차로 되돌아간다. 제주 임창용기자 sdragon@ ■여행가이드/ 쌉쌀·시원한 성게국 별미-렌터카 대여 LPG車 유리 ●가는 길 제주도는 타원형 섬의 특성상 일주도로와 몇개의 횡단도로만 이용하면 모든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비자림은 제주시를 기점으로 할 때 97번 동부관광도로∼대천동사거리∼1112번 도로∼송당사거리 구간을 거쳐 찾아가면 편하다.서귀포 쪽에선 11번(5·16)도로∼교래사거리∼1112번 구간을 거처 가면 된다. 삼나무 숲길은 제주·서귀포 양쪽 모두 11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1112번 도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방향을 틀면 바로 찾을 수 있다. ●맛집 비자림에서 차로 10분 정도 가면 일출봉으로 유명한 성산이다. 일출봉 밑 ‘해뜨는 식당’에 가면 제주의 별미 성게국을 맛볼 수 있다.얇고 잔 미역에 노란 성게알과 파를 넣어 끓여 내는데 쌉쌀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1인분 7000원.(064)782-3380. ●렌터카 이용 제주 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렌터카는 필수.따라서 반드시 운전면허증을 지니고 가야 한다. 21세 이상에 운전경력 1년 이상이면 빌릴 수 있다.차량보험 가입 여부와 접촉사고 흔적 여부 등을 꼼꼼히 확인한 뒤 계약서를 받는다.차량엔 연료가 80% 이상 들어 있으므로 돌려줄 때 그만큼 채워줘야 한다.휘발유 차보다는 가스(LPG)차량을 빌리는 게 유리하다.제주 전역에 가스 충전소가 16곳 있어 불편하지 않다. 대여료는 24시간 기준으로 1500㏄는 8만3000원,2000㏄ 9만 7000원,12인승 승합차 12만 8000원 정도.요즘처럼 비수기에는 20∼40% 깎아준다. 동양렌터카(064-911-8288)의 경우 차종에 관계 없이 40% 깎아주고,무료 감귤따기 체험,가족중 1인 승마체험,펜션 20% 할인 등을 묶은 ‘드라이브 패키지’상품을 운영한다.
  • 축제속으로/서늘한 숲속 시네마 천국

    본격 휴가철을 맞은 지역축제의 테마는 더위 식히기다.서늘한 숲속에서 영화·연극을 보면서 감흥에 젖어 보는 것도 색다른 피서다.또 대표적인 바다 피서지인 부산 6개 해수욕장에서는 다채로운 바다잔치가 펼쳐진다. ■태백 쿨시네마 페스티벌 ‘한여름밤 무더위를 숲속 영화관에서 씻어보자.’ 해발 980m가 넘는 숲속 광장에서 펼쳐지는 ‘제6회 태백산 쿨 시네마 페스티벌’이 새달 1일부터 8일까지 강원도 태백시 당골광장에서 열린다. 한낮 기온이 평균 섭씨 19도,밤이 되면 15도 아래로 떨어지는 서늘한 기온탓에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 가족이나 연인끼리 영화를 보며 환상의 시간여행을 하기에는 이곳만한 곳이 없다.특히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무더위를 피해 추억을 심어주기에 제격이다. ‘일상의 탈출 태백으로의 여행’을 슬로건으로 고원의 도시 태백에서 펼쳐지는 이번 축제는 저녁시간 영화 상영이 주 행사지만 낮동안에도 다채로운 행사가 열려 관람객들을 즐겁게 한다. 낮시간에는 시네마게임존(미니바이킹·디스코팡팡)에서 게임에 흠뻑 빠져보고 무비카페에서 지나간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것도 좋겠다. 페이스페인팅을 한 뒤 포토스테이션에서 추억의 사진을 한 컷 남기는 것도 두고두고 추억이 될 것이다.포토스테이션은 최근 히트했던 영화 포스터를 배경으로 관광객들이 미리 마련된 소품이나 의상을 입고 누구나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매일 참가자 50명에게는 무료 즉석사진도 찍어 준다. 영화가 상영되는 행사장 주변에는 각종 영화 포스터들이 전시돼 영화 애호가들에게는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1일 태백산 도립공원 특별무대에서 펼쳐질 개막공연은 영화상영전인 7시부터 1시간동안 열려 흥을 돋운다.개막전 1부는 하늘과 땅의 만남을 주제로 한 대북공연과 두드락공연인 타악퍼포먼스가 신바람나게 태백산 자락에 울려퍼지고 2부에서는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됐던 유명작품 하이라이트들을 모아 ‘뮤지컬 갈라쇼’를 연다. 영화상영전 1시간동안 행사기간 내내 아카펠라,오케스트라,통기타 그리고 퓨전공연 등 색다른 공연이 소개된다. 해가 완전히 진 저녁 8시부터는 하루 한편,주말에는 2편씩 영화가 상영된다.시원한 태백산 바람을 맞으며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화속에 푹 빠져들면 더위는 어느 새 저만치 물러난다.상영되는 영화는 다시한번 보고 싶은 작품 ‘집으로’‘반지의 제왕’‘E·T’‘오버 더 레인보’등이다. 입장료는 어른 3000원,학생 2000원 단체입장은 어른 2000원,학생 1500원(낮시간은 도립공원 요금).(033)550-2081,2828. 태백 조한종기자 bell21@ ■거창국제연극제 본격적인 휴가철이다.올 여름 휴가는 경남 거창에서 피서와 함께 연극의 향기에 흠뻑 젖어보자.제14회 거창국제연극제가 31일부터 8월17일까지 열린다. 거창은 덕유산과 지리산,가야산에 둘러싸인 인구 7만의 작은 마을.아시아의 ‘아비뇽’을 꿈꾸는 이곳에서 자연과 인간과 연극이 하나되는 한여름 밤의 축제가 펼쳐진다. 올해는 유럽과 아시아지역에서 참가하는 8개 극단과 국내 27개 등 35개 극단이 거창군내 7개 극장에서 공연을 갖는다. 거창국제연극제는 문화예술이 중앙으로 집중되는 흐름을 깨고,작은 마을도예술축제를 선도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가단체 등 외형적인 규모는 물론 작품수준 등 내적인 측면,그리고 무대와 조명·음향 등 제작기술도 세계적인 수준임을 자랑한다. 특히 이 연극제의 매력은 공연장에 있다.일상과 예술을 넘나드는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처럼 잘 만들어진 극장이 아닌 항상 접할 수 있는 자연공간이 무대다. 수승대의 거북바위,옛 서원이나 대나무숲,낡은 초가,허름한 정자,고목주위등 자연 그대로의 무대는 관객들에게 풍성하고 이채로운 체험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올해부터는 바캉스와 연극관람을 겸할 수 있는 패키지 프로그램 ‘거창 바캉스 시어터’를 선보인다.2박3일간 낮에는 산과 계곡,해수욕장을 찾아 피서를 즐기고,저녁과 밤에는 자연속에서 연극을 관람하는 짜릿함을 만끽할 수있다. 일정은 첫째날 서울을 출발,무주구천동에서 더위를 식힌 후 수승대에 도착해 식사를 하고,거북바위에서 공연하는 연극을 관람한다.둘째 날은 사천 남일대해수욕장을 다녀와서 자유롭게 공연을 관람하는 것으로예정돼 있다.마지막 날은 오전에 자연휴양림을 돌아보고 오후에는 합천 해인사를 거쳐 서울로 돌아가는 일정이다. 휴가철 유명 해수욕장이나 계곡은 바가지 상혼이 판치고,볼거리·놀거리 부족으로 실망하기 십상이므로 가족단위 피서객이나 대학생들이 이용하기에 알맞다. 요금은 일반 12만원,청소년 10만원.숙식 및 교통편 제공.(02)547-1850,(055)944-4738. 거창 이정규기자 jeong@ ■2002 부산바다축제 “당신만의 특별한 여름을 만나보세요.” ‘2002 부산바다축제’가 31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다음달 1∼4일까지 부산해운대 등 6개 해수욕장에서 열린다.올해 바다축제는 종전의 청소년 중심의 행사에서 벗어나 가족단위 피서객 등 시민참여 중심으로 꾸민 게 특색이다. 31일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아시안 퍼레이드-레츠고 부산’으로 이름지어진 전야제는 부산 문화의 특성을 집약시켜 전통성과 역사성을 갖춘 테마 놀이마당으로 펼쳐진다. 다음달 1일 오후 7시30분 해운대 해수욕장에서는 해군군악대의 연주속에 아시안게임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기원의 불을 점화하는 등 개막행사가 열린다. 특히 이날 해운대 해상 바지선에서는 1500여발의 축포를 터뜨리는 화려한‘한·중 불꽃축제’가 열려 밤바다를 아름답게 수놓게 된다. 2일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는 작은음악회와 사이버 게임대회,명화의 전당등이 열리고 해운대·광안리·송정·다대포해수욕장 등에서는 댄싱팀 공연과 얼음위 테크노,노래자랑 등 피서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 또 같은날 오전 10시부터 송정해수욕장에서는 장애인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치발리볼대회와 수상오토바이 타기 등 ‘장애인 한바다 축제’가 열리고,3일에는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부산발레연구회 등 무용가들이대거 출연하는 ‘워터프론트 무용제’가 선보인다.(051)888-3399.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 경남 함양 ‘상림’/ ‘숲의 바다’서 천년의 기운을…

    경남 함양 상림(上林)에 처음 온 사람들의 첫 반응은 ‘이런 곳에 이런 숲이 있을 줄이야!’란 놀라움이다. 천년 역사의 인공 활엽수림이란 말만 듣고 고된 산행길을 각오하고 찾은 함양길.하지만 상림은 등산화까지 갖춰 신은 ‘서울촌놈’을 비웃듯 읍내 인근 벌판에 길게 자리잡고 있다. 위천 변을 따라 길게 뻗은 상림은 그야말로 숲의 바다다.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서도 숲으로 들어서니 서늘한 바람이 온 몸을 적신다.햇살 한줌 허용치 않는 숲속.바닥은 축축하고,음습한 기운이 온 몸에 스며든다. 이 곳엔 졸참나무,감나무,팥배나무,사람주나무,느티나무 등 수십년에서 수백년 수령의 110여종 2만여그루의 활엽수가 자라고 있다.하늘을 가린 고목잎에서 뿜어내는 피톤치트향이 상큼하다. 상림 한가운데는 위천변 도로가 생기기 전 사람과 말들이 오갔다는 폭 5m정도의 길이 관통한다.이 길은 몇 개의 실개울을 따라 난 오솔길과 이어져 산책로로 이용된다. 숲길 가장자리엔 사운정,화수정,초선정,함화루 등 옛 정자들이 서 있어 제법 운치가 있다.상림 옆에는 최치원 신도비와 척화비 등 함양에서 선정을 베푼 위정관들을 기리는 비석을 모아놓았다. 또 숲 한쪽엔 고운 최치원을 비롯,연암 박지원,김종직 등 함양에서 태어났거나 살았던 대학자 11명의 흉상을 모아놓은 인물공원이 조성돼 있다. 놀랍게도 상림은 1100여년전 조성된 인공 활엽수림이다.통일신라 말 진성여왕 재위 시절 대학자 최치원이 천령군(함양의 옛이름) 태수로 부임해 조성했다고 한다.마을을 가로지르던 위천(渭川)이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한 호안림(護岸林)이다. 당시엔 상림과 하림을 합쳐 숲 면적이 6만여평에 달했다고 한다.그러나 지금은 하림은 사라지고 길이 1.4㎞,폭 200여m 2만 7000여평의 상림만이 자라잡고 있다.상림은 천연기념물 154호로 지정돼 있다. 당시 심은 나무들은 모두 늙어 죽었지만 그 나무들이 몇 대에 걸쳐 씨를 뿌려 지금의 상림을 남기게 됐다.그래서 나무 굵기와 모양도 제각각이어서 인공림이란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신비한 것은 상림엔 뱀,개구리가 없다는 점.어머니가 상림에서 뱀을 보고 놀랐다는 말을 들은 최치원이 달려가 ‘모든 미물은 상림에 들지말라.’고 외친 후 뱀이 사라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함양 임창용기자 sdragon@ ■여행 가이드 ◇가는길-함양길이 멀다는 것도 옛말이다.지난해 대전∼진주 고속도로 개통으로 교통체증만 없다면 서울에서 함양까지 3시간 남짓이면 닿는다.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대전에서 대전∼진주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함양IC에서빠지면 된다. IC에서 빠져나와 우회전해 나즈막한 고개를 하나 넘으면 함양읍이다.가던길로 직진해 읍내를 지나가면 위천이 나온다.위천을 건너기전 우회전해 천변도로를 5분정도 달리면 상림이다.대구나 광주 쪽에선 88고속도로를 타고 함양IC에서 빠지면 된다. ◇숙식-읍내 여관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산해장여관(055-963-1500),상림장여관(963-1170)이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먹거리는 풍부한 편은 아니지만 읍내와 위천변 인근의 식당에서 내는 민물매운탕이 얼큰하고 시원하다.상림그린가든(63-7329)의 메기탕(1만 5000원)과 메기찜(2만원)이 유명하다.유명한안의갈비를 먹어보려면 안의면에 있는 30년 전통의 안의원조갈비찜집(962-0666)을 찾으면 된다. ◇인근 가볼만한 곳-마천면 삼정리에 위치한 지리산 자연휴양림(963-8133),안의면 상원리 용추자연휴양림,용추계곡이 한여름 피서지로 찾을 만 하다.문의 함양군청 문화관광과(960-5520).
  • [사설] 돈 뒷받침 없는 ‘약속’ 안된다

    한국정책학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동으로 7일 발간한 ‘2002년 지방선거 정책공약 비교분석집’은 각 당이 6·13 지방선거를 겨냥해 쏟아낸 공약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재원조달 방안이나 구체적인 목표치는 없는 말의 성찬이 대부분이다.‘유권자들이 속아주면 좋고 아니면 말고’식이니 한심하다. 한나라당은 교육재정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7%로 확충,의무교육 교원보수 전액국가 부담,5년내 학급당 학생 수 30명 수준으로 감축 등을 공약했으나 재원조달 방안은 물론,투자 우선순위도 제시하지 않았다.민주당이 제시한 지방대학 특성화 집중지원,지역실정에 맞는 특성화 고교 확대 등도 구체적인 수단과 목표치가 없었다.자민련의 고교평준화제도 폐지와 자립형 사립고의 확대는 양립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통적으로 공약한 주민투표제와 주민소환제는 지난 4년동안 말로만 떠들었을 뿐 기피하는 기색이 역력했던 사안이다. ‘퍼주기식 지원은 안된다.’(한나라당)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민주당)고목청을 높였던 하이닉스반도체 처리문제도 표를 의식해 ‘독자생존’쪽으로 슬그머니 말꼬리를 돌렸다.독자생존에 따른 자금지원 방안이나 국민의 추가 부담,국가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등에 대해서는 말문을 닫고 있다.여기에 정치권의 고질적인 병폐인 ‘정책 베끼기’ ‘공약 재탕’도 재연되고 있다. 정치권의 공약(空約) 경쟁에 정책당국도 가세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부가 최근 내놓은 정책들도 그 배경이 의심스럽다.올 하반기부터 매년 20%씩 줄이기로 했던 운수업계 국고보조금 지원이 2006년까지 삭감 없이 유지키로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이에 소요되는 재원 2조 7000억원의 조달방안이 언급되지 않아 선거용 선심정책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향후 10년간 50만호를 공급키로 했던 국민임대주택 규모가 불과 1개월만에 100만호로 부풀러진 것이라든가,신용카드 방문모집 금지대책 완화,신용협동조합 출자금 예금보호대상 계속 인정 등도 비슷한 사례로 지적돼야 할 것 같다. 현실성이 감안되지 않은 정책과 공약이 남발되면 정책은 불신을 초래하고,결국 비효율성을 수반하게 될 수밖에 없다.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과 국가경제가 짊어져야 한다는 게 지금껏 경험한 교훈이다.유권자들이 월드컵 열기에 마냥 들떠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냉철한 판단만이 유권자 스스로의 주머니를 지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사설] 법관 인사제도 폭넓은 논의를

    현행 법관의 인사제도가 다시 뜨거운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현직 부장판사가 개인별 근무평가를 근거로 재임용하고 승진시키는 지금의 법관 인사제도가 사법부 독립을 위협하는 위헌적 제도라며 헌법소원을 냈다.공직 사회에 보편화되어 있는 기관장의 근무평가를 문제 삼은 것으로 법조계 안팎으로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전국 법원 판사 33명이 ‘사법부 독립과 법원 민주화를 생각하는 법관 공동회의’를 발족시켜 특히 인사제도를 중심으로 사법부 개혁을 요구했던 터다. 헌법소원을 낸 서울지법 문흥수(文興洙)부장판사는 청구서에서 각급 법원장이 법관을 평가하도록 한 현행 인사제도는고분고분한 판사들만 고위직에 올라 갈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을 사실상 해친다는 것이다.또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하의 직급을 폐지한 법원조직법도 개혁 대상이라고 주장했다.고등 부장이 고위직 진출의 갈림길이 되다 보니 승진에서 탈락할 경우,시험 동기들이 대부분 현직을 떠나 변호사로 개업하는것이 법조 비리의 한 형태인 전관예우 관행의 토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에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후배를 위한 용퇴 관행 등 사법부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인사 제도 개혁만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다.지금의 고등 부장 승진제는 시장경쟁원리에 근거한 경쟁 시스템으로 중견 법관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긍정적인 기능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목청을 높인다.또 많은 법관들은 전관예우나 외부의 압력을단호히 배격하고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서로 팽팽히 맞서는 견해와 처방은 사법부 개혁의 지난함을 잘 말해 준다.그러나 사법부도 승진이나 좋은 보직을 놓고경쟁하는 과정에서 점차 관료화되어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헌법소원에 대한 결정에 앞서 사법부 스스로 인사 개선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먼저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는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사법부 상층부로 구성되는 지금의 인사위원회를 개방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인사위원회에 대학 교수나 변호사 등도 참여시켜 근무 평가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라는것이다.사법부 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라면 법조계는 물론 사회 각계의 폭넓고 진솔한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 [김삼웅 칼럼] 새벽 산사(山寺)의 헹굼질

    백팔번뇌 무량겁의 법고(法鼓)소리에 새봄 신새벽이 열린다.어슴새벽,먼 동쪽 하늘은 때깔 선연한 여명이지만 지상은 여전히 미명이다. 옛날 중국 사람들은 엄자산에 있는 고목나무 밑으로 졌던해가 다음날 동방의 신목인 부상(扶桑)나무밑에서 다시 돋는다고 믿었다는데 동쪽하늘 어드메에 해돋는 부상나무는있는 것일까. 산사(山寺) 주변의 새벽은 범종소리 말고는 너무 조용하다.심연 같은 고요가 깔린 적막의 미명에 까닭 모르는 싸한비애가 가슴을 메이고 원인 모를 설움 같은 것이 곱곱이 서린다.흔곤하게 자고 명정하게 깨이고자 하는 바람이 잘못이었나보다.아침 안개와 새벽 이내가 피어 오르는 곳에서 마음대로 노닐고 마음대로 머흐고자 한 것이 사치였나보다. 석간수 한 바가지 받아서 입안 가득 헹굼질하고픈 충동을느낀다.살아온 세월의 마디마디에 괸 갈증 때문일까,영혼가득한 목마름 같기도 하다. 깨어있는 각자(覺者)라면 이 시각 삼세(三世)를 관동하고시방(十方)을 꿰뚫는 탈속의 마음을 가질 법도 하건만 속진에 찌들어 각자의 그림자도 밟지못한 중생에게야 언감생심가능이나 할까. 문득 떠오른 선시(禪詩) 한 구절 “대나무 그림자 돌계단을 쓸어도 먼지는 미동도 하지 않고 달이 연못 바닥까지 꿰뚫어도 물에는 흔적이 없구나. 竹影拂階塵不動 月穿潭底水無痕” 그렇다.성긴 대 그림자로 돌계단의 먼지를 쓴다고,부연 달빛 연못 바닥을 꿰뚫는다고 먼지가 쓸리고 연못에 흔적이남을까. 외가닥 범종소리에 찌든 속세의 먼지를 털고 “산심 수심객수심(山深 愁心 客愁深)”의 심경이고자 함은 아직 이욕(利欲)의 때를 벗기지 못한 망념 탓이리라. 등불을 켜면 어둠 사라지듯이 신심을 돋우면 번뇌 사라지는가.신심을 가졌는데도 번뇌가 없어지지 않는다면 깨우침의 등불,그 빛이 모자라기 때문일 터이다. U 샤퍼는 이런 시를 썼다. “사람은 누구나 찾고 또 기다린다 그러나 지니고 있는 그 무엇으로도 욕망을 채우지는 못한다.” 그러기에 정신적으로 인간은 모두 가난한 것. 무엇으로도채울 수 없는 욕망,모자라고 빌(虛) 수밖에 없는 중생,예수의 사랑으로도 부처의 자비로도 재벌의 재물로도채우기 어려운 욕망의 빈 그릇,“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다.”는 태허(太虛)라는 그릇의 본체(本體)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욕의 물결 이는 세파에 떼밀려 살다보면 세포의 가닥가닥 올올이에 허망과 탐욕이 배이고,가슴 깊이에는 지울 수없는 회한의 각인(刻印)이 자리잡게 된다. 다시 범종의 은은한 깨우침의 소리는 먼 산심(山心)의 메아리로 여울지고 솔바람 이우는 새벽 산사는 고요하기만 하다. 멍울진 영혼은 미명 그대로인데 새봄의 이른 새벽녘 엷은이내가 차츰 투명하게 밀려온다.1초 동안에 29.67㎞의 빠른속도로 나선형을 그리면서 태양을 도는 지구의 자전이 멈추지 않는 한 윤회는 영겁으로 이어지리라. 연년세세 새날과헌날도 교차하리라. 상(商)나라 임금 성탕(成湯)은 날마다 사용하는 세수대야에다 ‘순일신(荀日新) 일일신(日日新) 우일신(又日新)’,“참으로 날로 새로워지려면 나날이 새롭게 함으로써 또한날로 새로워질 것이다.”라는 글을 새겨 스스로 하루하루마음을 청신하게 하고 사악한 심성을 물리치는 마음을 닦았다고 하던가. 나누면서 사는 삶,의롭고 정직하게 사는 생활,탐욕을 멀리하는 자리에 헌신과 진실을 채우면 모두 여유를 누릴 것이란 새벽 산사의 원음(原音)이 무척 투명하다.日日是好日-그날 그날이 좋은날 되소서. [김삼웅 주필 kimsu@
  • 남녘엔 지금 꽃잔치 한창

    남녘에는 지금 꽃잔치 준비 중이다.지리산에는 엊그제 내린 눈이 채 녹지도 않았는데 그 아래 섬진강 둔치에는 새해 첫 꽃 매화가 한창이다.눈속에도 매화는 기상을 잃지않았다.하나 둘 꽃망울을 툭툭 터트리다가 어느덧 활짝 피어났다.은은한 매화 향기가 전남 광양 다압면 섬진마을을휘감고 돈다.선계인듯 하다.구례 산동마을 양지 바른곳에서 벌써 노란 산수유가 꽃을 하나씩 틔우고 있다.이곳에서도 산수유 꽃을 맞기 위한 준비로 가슴 설레고 있다. ■섬진강 매화축제. 섬진강 둔치 10리가 온통 매화꽃으로 뒤덮였다.꽃잎이 떨어져 강물도 잉크를 푼양 울긋불긋 물들고 있다. 24일까지 전남 광양 다압면 섬진마을 제6회 매화축제가열리고 있다.지난 9일부터 시작된 올해 행사는 예년 보다훨씬 긴 무려 보름간 계속된다.역대 축제중 가장 길다. 섬진마을(1572㏊)에는 400여만 그루의 매화나무가 심어져 있다. 지금은 80%가량 꽃망울을 터트렸다.16∼17일쯤 절정에 이르고 이달말까지 꽃을 감상할 수 있다. 가족이나 연인들이 맘놓고 꽃을 완상하도록 하기 위해 평일에는 행사가 없고 토·일요일에만 열린다.홍쌍리여사의청매실 농원에 들러도 좋다. 토·일요일에는 의미있는 행사가 이어진다.▲16일 길놀이 농악·도립 국악단 공연·서울 동촌 서커스단의 공연·개막식·불꽃놀이가 예정돼 있다. ▲17일 전국 노래자랑·사물놀이·탈춤공연 ▲23일 광양버꾸놀이·농악 한마당으로 흥을 돋운다. 섬진마을에서 다리 하나 너머에 있는 경남 하동의 포구공원에 들러 백사장을 거닐어도 좋을 듯 하다.섬진강 특산품인 재첩 국과 무침,매실차·매실주 시음회에도 참가해 볼만 하다.(061)772-9988. 광양 남기창기자 kcnam@ ■고양 행주대첩제…왜적 무찌른 권율장군 기리기. 임진왜란때 권율 장군의 관군과 의병,승려,인근 부녀자등 2300여명이 혼연일체가 되어 1만여 왜적을 사상한 행주대첩 제409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14일 경기 고양시 행주산성 충장사 일원에서 열린다.충장공 권율장군을 비롯한대첩 당시의 선열들을 기리는 제례가 이날 오전 10시부터거행된다.또 부대행사로 남녀궁도대회,고양 송포 호미걸이 등 민속놀이와 참례객 음복 떡 나누기도 있다. 궁도대회에는 250여 궁사가 참가한다.민속놀이로 호미걸이 보존회 농악팀,성석동 진밭두레 농악대와 행주동 농악대 등 220여명이 참가,전통 민속놀이가 재현된다. 행주산성을 탐방하는 역사기행도 마련됐다.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7시까지 관내 초등학교 학생 100명과 학부모 50명이 참가해 산성과 사원,대첩기념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고양 한만교기자 mghann@ ■지리산 산수유축제. 지리산이 노랗게 단장하고 있다.매화와 함께 봄의 전령인 산수유가 지리산 골골에 흐드러지게 핀다. 제4회 산수유 꽃 축제가 22일부터 24일까지 전남 구례군산동면 지리산 온천단지에서 열린다.산수유 군락지는 위안리와 관산리 등 30여만평.원달리 달전마을에는 수백년 된고목 산수유가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평촌·상위마을에는아름드리 나무가 앙증맞게 꽃을 피우고 있다.현재 절반가량 피어 있고 행사 전후로 활짝 피며 이달말까지 꽃을 감상할 수 있다. 행사기간 산수유로 만든 떡과 팥죽,순두부를 덤으로 맛볼 수 있다.즉석에서 산수유 음식 요리하기에 참가도 가능하고 산수유와 작설차의 만남,지리산 야생화 전시전,산수유꽃길 걷기대회 등도 기대해 봄직하다. 첫날 음악회와 송대관·정수라의 축하공연,전국 기초자치단체의 10개 합창단이 참여한 ‘이른 봄에 들려오는 소리’에 이어 이튿날 사물놀이·세계 전통민속놀이·노래자랑·불꽃놀이 등이 펼쳐진다.(061)780-2224,2227. 구례 남기창기자
  • [2002 길섶에서] 자의식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꼬마가 중학교 1학년인 누나에게 물어본다.“이런 말 알아? 사면초가(四面楚歌),자업자득(自業自得),일석이조(一石二鳥)….” 동양고전을 다룬만화를 보고 대충 의미를 파악한 얕은 지식을 과시하려는것이다.누나가 머뭇거리자 꼬마는 대뜸 “그런 것도 잘 몰라.무식해….”라고 의기 양양하게 면박을 준다. 스키를 타던 꼬마가 서툴게 슬로프를 내려오던 아줌마에들이받혀 넘어졌다.꼬마는 “초보가 잘 타지도 못하면서….”라고 내뱉는다.겨우 두 번째 탄 주제에 꼬마는 비틀거리는 초보 아줌마를 한심하게 본 것이다. 자신보다 못한 상대방을 확인하고 스스로에게 강한 자부심을 느끼면서 꼬마의 자의식은 빨리 성장하는지 모른다. 자의식은 한 인간으로서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의 토대가허황해 보여 웃음을 자아낸다.어찌 어린애 생활뿐이랴.어른 사회에서도 밑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어설픈 지식과 기술로 우위를 뽐내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목소리를 높이고목에 힘주기 전에 되돌아볼 일이다. 이상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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