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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영이 방긋 웃다

    6일 오전 10시30분 세브란스병원 5층 수술실로 들어가는 나영이는 빙긋 미소를 띠는 것으로 모든 것을 표현했다. 단 한마디 말도 없었다. 아빠(55)는 “힘내라.”라며 딸의 손을 꼭 잡았다. 옆에 있던 고모도 조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빠는 딸의 묵언(默言)을 “나영이가 표현은 안 했지만 수술을 앞두고 걱정과 두려움으로 압박감을 받은 것 같았다.”고 딸의 심정을 대신 전했다. 두려움은 수술 뒤의 육체적 고통이라고 했다. 오전 11시40분에 수술이 시작됐다. 의료진은 짧으면 3시간 만에 끝나지만 5시간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오후 8시20분이 돼서야 수술이 끝났다. 항문을 만들어 소장에 연결하는 수술이다. 의료진은 수술이 잘됐고, 하기를 잘했다고 나영이 아빠에게 말했다. 5~6개월 후 수술 부위가 아물었을 때 배변 주머니를 뗀다. 소장과 소장을 연결하는 수술이 남았다. 이때까지 나영이는 종전처럼 배변 주머니를 통해 변을 봐야 한다. 나영이 아빠는 “수술하고 나면 적응하는 데 오랜 기간이 걸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라며 “그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육체적 고통이 남았다. 우울증 등 큰 후유증을 겪은 나영이는 지난해 가을부터 많이 밝아졌다고 아빠는 전했다. 성폭행 사건이 난 2008년 12월11일 이후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는 데 1년 넘게 걸렸다. 지난해 초겨울부터는 친구도 무더기로 데려와 놀고, 점심 먹고 나가면 저녁 먹을 때나 집에 들어온다. 놀고 싶은 친한 친구가 청소당번이면 같이 청소하고 놀고 올 정도로 변했다. 아빠는 “신나 하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 후 나영이에겐 큰 변화가 생겼다. 남녀관계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다. 아빠는 병원 일화를 소개했다. “나는 어른이니까 남자화장실에서 배변 주머니를 갈아주려고 하는데 나영이는 여자화장실만을 고집해 힘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성격도 세심하고 상상력이 풍부해졌다. 끔찍한 사건 전에는 ‘~했다.’, ‘놀아서 재미있었다.’ 식으로 간단하게 일기를 썼다. 하지만 지금은 있었던 것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각색’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나 나영이 아빠는 “딸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금방 알아챌 수 있다.”고 했다. 나영이의 꿈은 의사다. “아픈 사람 안 아프게 해주고 싶다.”고 나영이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6월쯤이면 정신·육체적으로 건강해진 나영이를 볼 수 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삼성미소, 영세업자 2명에 첫 대출

    지난달 15일 출범한 삼성미소금융재단에서 처음으로 대출을 받은 사람이 나왔다. 삼성미소금융재단(이사장 이순동)은 6일 경기 수원에 사는 고모(40·여)씨와 이모(31·여)씨 등 2명에게 무등록사업자 자금으로 500만원씩을 빌려 줬다고 밝혔다. 재단은 지금까지 대출을 신청한 1500여명을 심사해 고씨 등을 첫 번째 수혜자로 선정했다. 15세와 6세 자녀를 둔 고씨는 신용등급(7등급)이 낮아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자 삼성미소금융을 찾았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뉴스플러스] 불법파업 철도노조위원장 등 기소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유호근)는 6일 지난해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이어진 철도파업과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김기태 전국철도노조 위원장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김모 수석부위원장 등 노조 간부 4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와 함께 부산지검도 고모 부산본부장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등은 공기업선진화 방안 저지, 해고자 복직, 노조 상대 형사고소·손해배상청구·징계 철회, 식당 외주화 반대 등을 주장하면서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40일 동안의 준법투쟁과 8일 동안의 전면파업 등 모두 5회에 걸쳐 태업 또는 파업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외에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당한 노조원 193명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며,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나면 기소할 방침이다.
  •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변신/이시원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변신/이시원

    등장인물 변신남(남·46세), 조사원(남·30세), 여직원, 남직원, 젊은 여인, 교복1·2, 양복남자, 전당포주인, 딸(변신남의), 아내(변신남의), 문신 남자, 교도관, 사람들1·2·3·4, 노숙자들 ※변신남과 조사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배역은 1인 다역을 하도록 한다(젊은 여인?변신남의 아내/여직원?변신남의 딸, 사람들2, 노숙자/교복1·2?사람들3·4, 노숙자/양복남자?문신남자/전당포주인?교도관, 노숙자/남직원?사람들1, 노숙자). 시 간 현재 무 대 무대는 기본적으로 비어 있다. 장소들은 각각 구체적으로 재현되기보다는 공간·디테일·조명 등으로 처리되며, 소도구는 극의 진행에 따라 사용한다. 시간과 장소의 전환은 ‘변신남’의 회상을 재현하는 것에 바탕을 두며 특별한 논리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물의 이동 또한 사실성에 얽매이지 않고 시간여행하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 민원실 민원창구에 앉아 있는 여직원. 한 젊은 여인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여직원 어서 오십시오. 시민의 안전을 지켜드리는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입니다. 젊은여인 (가쁜 숨을 내쉬며) 내 남편 어디 있어요? 여직원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젊은여인 내 남편이요. 여직원 연락을 받고 오셨습니까? 젊은여인 전화요. 전화가 왔었어요. 여직원 아, 그럼 남편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젊은여인 김상수. 여직원 김상수님…(컴퓨터로 조회해 보고) 두 분이신데…, 혹시 관리번호 받으셨습니까? 젊은여인 번호요? 아, 번호. (휴대전화를 꺼내 보여주며) 이건가요? 여직원 네, 맞습니다. 3-17이면··· (찾고) 아, 저희 쪽에 계시네요. 잠시만요. (인터폰으로) 3-17번 보호자 분 오셨습니다. (끊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젊은여인 내 남편, 괜찮은 거죠? 여직원 저희가 안전하게 모시고 있었습니다. 젊은여인 어디 다친 데는 없구요? 여직원 그러시리라 예상되지만, 나중에 정확한 검진은 필요하실 겁니다. 젊은여인 (안도의 한숨을 쉬고) 얼마나 걸리나요? 여직원 …네? 젊은여인 원래대로 돌아오는 시간이요. 여직원 개인차가 좀 심해서, 보통은 일주일에서 한 달인데 요즘은 더 짧거나 길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남직원이 상자를 들고 나온다. 젊은여인 (남직원의 손에 들린 상자를 보자마자, 와락 달려들듯) 자기야. 남직원이 상자를 내밀고는 뚜껑을 열어 젊은 여인에게 보인다. 상자 안에는 덩그러니 머그컵 하나가 들어 있다. 젊은여인 (여직원을 쳐다보고는) 컵이네요? 여직원 (한번 들여다보고는) 네, 컵이네요. 뭘로 변신하셨는지 전해 듣지 못하셨나요? 젊은여인 (컵을 본다) 남직원 남편 분은 오늘 아침 을지로2가 대로변에서 컵으로 변신하셨습니다. 젊은여인 머그컵으로요? 남직원 예. 젊은여인 이게 설마 내 남편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죠? 남직원 (주머니에서 남편의 신분증을 꺼내 건네며) 정확한 변신 추정시간은 오전 8시 50분경이고, 운전을 하시던 중에 일이 발생하는 바람에 을지로 일대가 잠시 마비가 됐었습니다만, 다행히 저희 관리국의 발 빠른 긴급대응으로 출근 대란은 없었습니다. 젊은여인 말도 안 돼…. 아침까지 말짱했는데요. 남직원 요즘 유행하는 변신의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옷도 소지품도 남기지 않은 채 신분증만 덩그러니 남는 경우죠. 젊은여인 (컵을 받아들고 바라보다가) 남편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남직원 빠르면 일주일 이내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실 겁니다. 젊은여인 돌아오기는 하는 거예요? 남직원 (여직원에게) 안내를 충분히 안 해드렸나요? 여직원 그게…. 젊은여인 영영 안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거예요? 남직원 대개는 돌아온다고 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문제죠.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하는데, 발생한 지 일 년이 채 안 되는 질병이라서 아직 임상 단계입니다. 통계도 잡혀 있지 않고, 아직 질병으로 분류하기에도 뭣하고 해서 지켜보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젊은여인 그건 안 돌아온 사람도 있다는 얘기잖아요. 남직원 너무 염려 마십시오, 돌아오실 겁니다. 다만 깨지지 않게 주의하셔야 합니다. 깨지기 쉬운 물건으로 변신하셨을 경우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거든요. 잘못하다가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해도 어느 한 곳이 불구가 될 수도 있고, 기억이나 신경들이 뒤엉켜버릴 수도 있습니다. 젊은여인 (컵을 보며 울먹이는) 자기야…. 남직원 자동차는 신청서를 작성해주시면 일주일 이내에 순서에 따라 댁으로 배달이 될 겁니다. 그리고 남편 분께서 본 모습으로 돌아오시면 저희 본부민원실이나 희망2과로 연락 주십시오. 그럼 저희가 직접 방문하여 도와드리겠습니다. 여직원 언제든지 전화 주시면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종이를 내밀며) 여기 인수증에 사인해주시겠어요? 남직원, 머그컵을 챙겨 상자에 담으려고 하는데 젊은 여인이 컵을 들어 바라본다. 젊은여인 (컵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곰이에요. 남직원 예? 여직원 (그림을 보고) 어머 그러네요. 젊은여인 남편이 동물을 아주 좋아했는데…. 곰처럼 묵묵히 일만 하던 사람이었어요. 오늘 아침에도 늦었다고 그러면서 헐레벌떡 나갔었는데. (남직원을 향해) 그런데 왜 곰이 되지 않고, 하필 머그컵이 됐을까요? 남직원 …. 젊은여인 머그컵이 된 사람도 있었나요? 남직원 글쎄요. (여직원을 쳐다보며) …잘 모르겠습니다. 여직원 머그컵이 흔한 건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에요. 어떤 분은 칫솔이 되기도 하셨고 선풍기나 베개가 된 분도 계시거든요. 심지어는 스티커가 된 분도 계시는걸요. 젊은여인 스티커요? 여직원 네. 다섯 살짜리 따님의 장난감 휴대폰에 안전하게 붙어 있다가 본래 모습으로 복귀하셨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젊은여인 그렇구나. (그림을 보며) 당신 이렇게 뚱뚱하지 않았잖아. 곰처럼 생기진 않았었는데. 여직원 외모와 변신은 별개랍니다. 젊은여인 그래도 컵은 좀. 남직원 왠지 여유로워 보이시는데요, 남편 분. 젊은여인 …. 남직원 꿀을 넣은 차 한 잔을 생각하셨을지도 모르죠. 변신하던 그 순간에요. 여직원 (저도 모르게 피식 미소 짓는) 남직원 머그컵은 아주 낭만적인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여인 그런가요? 남직원 남편 분의 쾌속 복귀를 기원하겠습니다. 여직원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 희망2과도 남편 분의 쾌속 복귀를 기원하겠습니다. 젊은 여인은 남직원과 여직원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어둡다. 상심한 표정으로 들고 있던 머그컵을 상자에 넣으려고 하는 젊은 여인. 그러다가 그만 손에서 머그컵이 미끄러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도자기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지는 머그컵. 놀라서 얼어붙은 세 사람. 젊은 여인이 비명을 지른다. 암전. 어둠 속에서 뉴스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뉴스캐스터(목소리) 최근 무작위적인 변신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오늘 오후 2시경 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깨뜨려 죽음으로 몰고간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화양동에 사는 서른두 살 박모 여인은 오늘 오전 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인수받기 위해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를 찾았습니다. 인수증에 사인을 하기 전, 남편임을 확인하기 위해 컵을 들고 자세히 살피다가 그만 바닥에 떨어뜨려 깨지는 사고가 일어난 것인데요. 검찰은 직원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수를 범한 박모 여인을 구속하고 실수가 아닌 고의적 훼손, 즉 살인이 아닌지를 검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박모 여인은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시민단체에서는 과실치사에 해당되는 사건인 만큼 박모 여인에게 무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뉴스가 시작되고 잠시 후, 희미하게 조사실이 보이기 시작하면 변심남과 조사원이 문서를 작성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가 끝나면 무대 완전히 밝아진다. 컴퓨터에 뭔가 기록하는 조사원과 맞은편에 앉아있는 변신남. 변신남은 반팔 남방차림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다. 조사원 (자판을 두드리며) 깨어났는데 새벽이었단 말씀이시네요. 변신남 그렇다니까요. 조사원 쓰레기 집하장에서 말이죠. 변신남 정확히는 쓰레기 더미 사이였어요. 사방이 쓰레기봉투였고 머리 위로도 몇 덩이 쌓여 있었습니다. 조사원 얼마 동안이나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시구요? 변신남 그걸 알고 싶어서 여기 온 거 아닙니까. 조사원 그걸 알려 드리려면 저희 쪽에 협조해주셔야 합니다. 변신남 하고 있잖아요. 8월 1일. 그게 마지막 기억입니다. 조사원 휴대폰의 마지막 문자기록과도 일치하네요. 변신남 다 말했잖아요. 8월 1일 저녁에 마누라랑 딸이랑 쇼핑 간다고 문자가 왔어요. 바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실직자에겐 집에 아무도 없는 게 천국이거든요. 조사원 그리고 집에서 맥주를 한잔 하신 것 같다고 했는데 어떤 맥줍니까? 변신남 맥주가 우리 집 찾는 거랑 뭔 상관입니까? 조사원 알코올 성분이 선생님 몸에 어떤 반응을 일으켜서 변신 또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걸 수도 있는 거잖아요. 변신남 나 술 쎄요. 맥주 세 캔에 필름 끊기고 그런 거 안 해요. 조사원 (기록하며) 세 캔이라··· 아까는 하나 드셨다고 안 하셨나요? 변신남 하나고 셋이고 그 정도로는 멀쩡하다니까요. 이건 술과는 상관이 없어요. 어느 순간 머리가 띵하더니 깨지게 아팠고 그 다음엔 기억이 없다니까요. 조사원 예 알았습니다. 어떤 걸로 변해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시구요. 변신남 그냥 깨어나 보니까 처음 와 본 곳이었고, 그 전의 모습을 보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니까요. 조사원 변신 순간에도 혼자셨나요? 변신남 그걸 기억하면 내가 여기서 똑같은 얘기 반복하고 있겠어요? 조사원 오늘이 9월 30일입니다. 두 달 만에 돌아오신 분도 흔치 않지만 이렇게 전혀 기억을 못하시는 분은 없었거든요. 사람에 따라 기억이 돌아오는 속도가 다르긴 하지만, 선생님은 아직 변신 후 복귀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구요. 변신남 미치겠네 진짜. 휴대폰 기록과도 일치한다면서요. 조사원 잘 생각해보세요. 변신했다가 돌아온 분들은 긴 악몽을 꾼 것처럼 몸과 마음이 무겁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은 대개 기억하고들 있었습니다. 변신남 이유가 있을 거 아뇨. 이렇게 사람들이 변신하는 이유를 알면, 나도 그러그러해서 변했겠구나 추측도 하고, 그러면 자연히 내가 변신했었는지 단순 기억상실인지 분간도 가능하고. 조사원 저희도 원인을 파악하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더 이상 사회적인 문제로 커지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구요. 변신남 최선만 다하면 뭐해요. 밝혀진 건 모두에게 알려서 스스로 원인을 제거하고 정확하게 진단해서 치료하도록 해야지. 뭐든 불투명해서 좋을 거 없잖아요. 조사원 아직 밝혀진 게 없어서 그런 거죠. 아니면 밝힐 단계가 아니거나요. 변신남 그러니까 발전이 없는 거예요. 질병은 만방에 알려 함께 고쳐나가는 게 맞는 거 아니요? 나 같은 케이스의 변신이 또 있을지 누가 알아요. 조사원 저희도 이게 변종인지 조사가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변신남 마누라랑 집 찾아달라고 했더니 이제 변태취급까지 하는 거요? 여기서 하는 일이 뭔데. 변신한 사람들, 아니 물건들, 집 찾아서 안전하게 돌려보내주고, 돌아오면 변신한 이유가 뭔지 파악하고 그러는 거 아니냐구요. 조사원 진정하십시오. 안 도와드리겠다는 게 아니라 집에서 변신했는데 깨어나 보니 쓰레기장이었다는 건 저희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 아닙니까. 거기다가 변신해 계셨던 기간도 길고, 어떤 걸로 변신해 있었는지조차 모르신다면서요. 변신남 나도 이상하니까 이렇게 찾아온 거 아닙니까. 조사원 보통은 변신을 했을 경우 신고가 들어옵니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시민들이 발견하고 신고를 해주시거든요. 저희 직원들에 의해 발견되는 경우도 있구요. 하지만 선생님께선 변신이 아니라 단순한 기억상실증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나 막중한 책임감 같은 걸 느끼셨냐는 질문에도 아니라고 답하셨잖습니까. 변신남 내 마누라랑 딸이 없어지고 집이 이사를 갔다니까요. 조사원 그 점도 이상하구요. 변신남 변신이 틀림없어요. 내 기억에서 지워진 두 달 사이에 뭔 일이 생긴 겁니다. 집이 사라지고 가족들도 연락이 안 되고. 뭔가 사고가 있는 게 틀림없다구요. 조사원 집에서 변신했다면 왜 사모님이 신고를 안 하셨겠어요. 변신남 내가 묻고 싶은 게 그겁니다. 조사원 혹시 몽유병 같은 거 앓으신 적은 없으시죠? 변신남 지금 장난합니까? 조사원 병력 사항 질문란에 적혀 있어서 그럽니다. (뭔가 기록하고)쓰레기장 주변 CCTV를 조사 중이니까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겁니다. 누군가 쓰레기장에 선생님을 옮겨 놓은 게 포착되면 역추적을 통해서 이동 경로가 파악되겠죠. 스스로 쓰레기장에 들어가지는 않으셨을 거 아닙니까. 변신남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내 발로 쓰레기장에 들어가겠어요? 조사원 알겠습니다. 변신남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냈다거나 하는 건 다시 알아볼 순 없습니까? 조사원 아까 알아봐 드렸잖아요. 변심남 그 사이에 또 뭐가 들어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조사원 경찰서 조회 결과로도 확인되는 게 없고. 저희 쪽에도 신고된 게 아직 없습니다. 네트워크로 연결돼서 바로 뜨거든요. 변신남 …. 조사원 조만간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서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생님 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기다리다 보니까 신고를 하지 못한 걸 수도 있으니까 더 기다려보는 수밖에요. 변신남 (풀이 죽는다) 조사원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이 제일 빠릅니다. 변신남이 기억을 더듬어 회상으로 넘어간다. 그 때, 돌멩이 하나가 변신남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온다. 돌을 주워드는 변신남.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변신남 그날도 다른 날처럼 아침 일찍 출근을 한다고 집을 나왔던 것 같아요. 월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아니 화요일이었나? 회사에 안 나가면서부터 요일 구별하기가 점점 힘들어져서요. 딸은 방학이라 오전에 영어학원을 갔을 테고, 마누라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는 에어로빅에 갔을 겁니다. 구립도서관에서 시간을 때우다 나왔는데,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육교가 하나 있어요. 그 앞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둘이 경찰이랑 얘기하고 있는 걸 봤습니다. 무대는 육교가 서 있는 도로가로 바뀌고 변신남이 돌멩이를 들고 육교 한쪽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간다. 경찰의 모습은 관객에게 보이지 않고 교복을 입은 두 여학생만 경찰과 인터뷰하듯 이야기한다. 변신남은 육교 건너편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교복1 진짜예요. 한순간에 변했다니까요. 교복2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교복1 바로 이 육교예요. 교복2 저기 위에 보이시죠? 우린 그냥 걸어가고 있었어요. 교복1 독서실은 반대쪽인데 떡볶이랑 순대 먹으려면 여기로 지나가야 되거든요. 교복2 그 시간에는 원래 육교에 사람이 없어요. 저쪽으로 조금만 가면 횡단보도가 있거든요. 교복1 우리는 그냥 여기로 건너요. 조금 편하자고 돌아가고 그러는 거 우린 안 하거든요. 이런 날씨에는 육교로 건너고 그러는 게 더 낭만적이잖아요. 교복2 오늘은 다른 날보다 사람도 없고 거리가 한산하면서 묘하게 나른했어요. 교복1 네, 그냥 단순히 여름이라 그런 게 아니라, 뭐랄까 아지랑이가 세상을 녹일 것 같은 그런 날 있잖아요. (교복2에게) 좀 영화 같지 않았냐? 교복2 많이 영화 같았지. 교복1 그치그치. (앞을 보며) 한 아저씨가 육교로 올라오고 있더라구요. 와이셔츠를 입고, 보통 키에 그냥 흔한 아저씨였는데요, 우리는 반대쪽에서 올라갔고요. 교복2 그런데 뭔가 이상한 거예요. 그 아저씨 몸이 흐물거려 보였거든요. 교복1 아냐. 희미해 보이는 것 같았어. 옅어졌달까. 교복2 흐물거리던데. 교복1 희미해졌다니까. 교복2,1 (동시에 강하게 부정하며) 아니에요. 거짓말 아니라니깐요. 교복1 얘랑 저랑 말이 다른 게 아니라 표현방식이 다른 거예요. 교복2 원래 같은 걸 봐도 느끼는 회로 방식이 달라서 그래요. 교복1 아무튼요··· 그 아저씨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다가, 점점 줄어들더니··· 교복2 한순간에 펑. 교복1 ‘펑’은 맞는데 스모그는 없었지? 교복2 맞아. 스모그가 없어서 더 마술 같았어요. 교복1 만화영화 보면 사이즈가 팍팍 줄어들면서 변신하는 장면 있잖아요. 교복2 슬로모션처럼요. 촤르르르륵. 교복1 딱 그랬다니까요. 그러더니 호호아줌마처럼 펑, 교복2 하고, 돌멩이가 됐다니까요. 교복1 네? 아, 네. 저희가 원래 호흡이 척척 맞아요. 돌멩이요? 교복2 그게요…. 교복1 사실 그 돌멩이 때문에 저희가 제보를 드린 건데요…. (교복2에게) 내가 말해? 교복2 (끄덕인다) 교복1 얘가요…, 장난으로 그 돌멩이를 차버렸거든요. 교복2 그러니까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요…, 그 아저씨가 돌멩이로 변해서, 그걸 보는 순간 제 눈을 믿기 힘들어서, 한번 건드려본다는 게 그만…. 진짜 살짝 찼는데 밑으로 굴러 떨어지더라구요. 교복1 육교에서 차니까 당연히 밑으로 떨어지죠. 제가 봐도 진짜 살짝 찼거든요. 교복2 그래서 우리가 막 찾았는데 이 돌멩이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교복1 가로수 밑이랑 인도 쪽도 샅샅이 뒤져 봤어요. 교복2 근데 그 아저씨 진짜 돌멩이로 변한 거 맞죠. 교복1 사람들이 이상한 걸로 변한다는 얘긴 되게 많이 들었는데, 우린 말만 들었지 처음 봤거든요. 교복2 당근 처음이지. 왕 놀랐다니까요. 교복1 나도 완전 놀랐잖아. 교복2 아니라구요? 왜요? 맞는 거 같은데. 교복1 우리가 직접 봤다니까요. 교복2 그 돌멩이는 어디 있는지 우리가 모르죠··· 몰라서 경찰서에 신고한 거죠. 교복1 아,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에도 신고하려고 했는데요 교복2 일단 돌멩이부터 찾아야 될 거 같아서요. 원래 뭐 찾는 건 경찰아저씨들이 더 잘하잖아요. 교복1 돌멩이 어딨냐고 물어보시는 거 보니까, 변한 거 맞죠. 그거 변신이죠? 교복2 맞아 맞아. 아저씨 얼굴 굳어지는 거 보니까 맞다. 교복1 (깜짝 놀라며)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우리는 그냥…. 그럼 직접 찾아보시면 되잖아요. 돌멩이를 들고 가서 신고 안 한 건 우리 잘못이지만, 그래도 목격자 신고는 했잖아요. 도서관도 안 가고 조사까지 받고. 교복2 그런데… 그 돌멩이 못 찾으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교복1 저도 그게 걱정이에요. 변신남이 두 여학생에게 다가간다. 변신남 혹시, 이 돌멩이 찾나? 교복1, 2 (눈이 휘둥그레져서) 오 마이 갓! 바로 이거예요. (뺏듯이 가져가서 경찰에게 보여주는) 이 돌멩이예요. 확실해요. 육교 위에 굴러다닐 만한 돌이 아니잖아요. 변신남 …그냥 돌멩인데. 교복1 이런 짱돌이 육교에 있는 거 보셨어요? 교복2 (돌을 바닥에 내려놓고 살짝 차본다) 맞아요. 느낌이 똑같아요. 교복1 경찰서로요? 교복2 우린 무죄인 거죠? 그냥 참고인으로요? 교복1, 2 재잘거리며 경찰을 따라 나간다. 교복1, 2 (나가면서) 그러지 말고 변신대책본부로 가면 어때요. 거기가 어떤 덴가 구경하고 싶어요. 포상 같은 건 없나요? 사회봉사 가산점 같은 건요? 무대 중앙은 어두워지고 조사원이 앉아 있는 조사실 쪽이 밝아진다. 변신남이 원래 있던 자리로 가서 앉는다. 조사원 그 돌멩이라면 저도 기억합니다. 유일했었죠. 변신남 그 사람은 돌아왔습니까? 조사원 일주일 쯤 뒤에 돌아왔다고 들었습니다. 제 담당은 아니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자살하러 가는 길이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변신남 자살이요? 조사원 뛰어내리려고 점찍어둔 산에 큰 바위가 있는 절벽이 있었는데, 거기로 가는 길이었답니다. 그러다가 변신을 하게 됐구요. 변신남 다시 뛰어내린 건 아니겠죠? 조사원 별 소식 없는 걸 보면 힘내서 잘 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변신남 다행이군요. 하필 돌멩이라니…, 그걸 보니까, 혹시 변하게 되더라도 돌멩이로는 변하지 말자,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돌멩이는 좀…, 씁쓸하지 않겠습니까? 조사원 그러네요. 사이. 남직원 그 다음엔 어디로 가셨습니까? 노숙자들이 무대 위로 나온다. 한 줄로 서서 변신남 옆을 천천히 지나가는 노숙자들. 그들은 공원에서 배식하는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다. 변신남,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 뒤에 서서 따라간다. 변신남 늘 가던 공원에 갔습니다. 점심은 항상 여기 와서 먹거든요. 점심값도 아낄 겸 해서요. 그런데 그날은 어떤 양복 입은 남자와 밥을 같이 먹게 됐습니다. 무대는 공원 벤치로 바뀐다. 변심남이 사랑의 밥차에서 타온 도시락을 들고 벤치에 앉아 먹기 시작한다. 똑같은 도시락을 든 양복 남자가 벤치에 다가온다. 양복남자 다른 벤치가 꽉 차서. 변신남 (자리를 조금 비켜준다) 양복남자 (앉으며) 찬이 점점 부실해지네요. 변신남 예, 뭐. 두 사람, 먹는다. 양복남자 우리 구면이죠? 변신남 (양복남자를 한번 쳐다보고) 그런 것도 같고…. 양복남자 대개는 얼굴 익힐 만하면 안 보입니다. 노숙자도 아니고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밥 타먹기 뻘쭘하니까 그렇죠. 변신남 …. 양복남자 실례지만, 뒤쪽에 있는 인력 사무소에 나오십니까? 변신남 아닙니다. 양복남자 옷차림이 아니다 싶었습니다. 저도 아닙니다. 변신남 …. 양복남자 하지만 일자리는 구하고 있죠. 변신남 면접이 있으셨나 봅니다. 양복남자 웬걸요. 이 나이에 면접 볼 데나 있겠습니까. 변신남 그럼…,(넥타이를 바라보는) 양복남자 아, 이거요? 뭐 흔한 케이습니다. 정리해고 당한 걸 집사람도 아는데, 제가 집에 있는 걸 도무지 싫어해서요. 산책하는 기분으로 편한 옷이라도 입고 나갈라치면 티 좀 내지 말라고 해서 늘 이런 차림입니다. 변신남 예…. 양복남자 (서류가방을 들어 보이며) 만화책도 몇 권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빌려드리죠. 변신남 예, 그럼 있다가. 두 사람, 먹는다. 양복남자 들으셨어요? 변신남 뭘요? 양복남자 어제 뉴스에 나왔잖아요. 회의실 단체 변신 사건. 변신남 아, 그거요. 양복남자 거기, 제가 다녔던 회삽니다. 아침마다 매출신장 몇 퍼센트 달성을 외치며 으쌰으쌰하는 회의가 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세뇌 같은 건데 그게 또 서로 경쟁이 붙고 분위기를 그쪽으로 몰아가면 압도되는 묘한 마력이 있거든요. 아무튼 그 회의실에서 무려 다섯 명이나, 똑같은 시간에, 변신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돼지저금통으로 변한 사람은 분명 박부장일 거예요. 원래 돼지같이 생긴 데다가 먹는 거랑 돈에만 욕심이 많았거든요.  변신남 . 복남자 (먹으며) 밥통으로 변한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그건 누군지 감이 잡히질 않아요. 아침을 안 먹고 왔을까요? 아니면 가족들 굶기게 될까봐 걱정을 했었나. 아무튼 월요일 아침마다 회의실 벽에 영업실적표가 나붙는데, 아침을 든든히 먹어도 그거 보면 속이 쓰리죠. 쇠주걱으로 긁어대는 것처럼 말입니다.  변신남 .  양복남자 제가 쓸데없는 얘길 했나요? 식사하시는데.  변신남 괜찮습니다. 어딜 가나 그런 얘기들뿐인데요.  양복남자 보건당국은 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곳이면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말이죠. 이렇게 불안해서야 원.  변신남 국가재난설정 단계도 경계단계로 올라갔다고 하던데요.  양복남자 아무리 봐도 질병본부보다는 처음부터 재난본부에서 나섰어야 했던 거 아닌가 싶어요.  변신남 재난이든 질병이든 원인을 빨리 찾아야 할 텐데 말이죠.  양복남자 (먹으며) 신기하지 않습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안 변하잖아요.  변신남 우리 같은 사람들이요?  양복남자 이치가 그렇잖아요.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 성실한 사람들이 더 많이 변신을 한다 이겁니다.  변신남 그만큼 피로가 쌓인 사람들이니까, 몸의 변화도 다르겠지요.  양복남자 우리는요? 나야말로 피로가 켜켜이 쌓인 사람인데.  변신남 사람마다의 책임감과 의무감을 어떻게 재겠습니까.  양복남자 물론 상대적이겠죠. 그래도 노숙자는 안전하답니다. 걱정이 덜하니까요.  변신남 그럴 수도 있겠네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구요.  양복남자 예술가는 좋겠어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막중한 책임의식 같은 걸 가지진 않을 테니까.  변신남 꼭 그렇지만도 않겠죠.  양복남자 그렇다는 얘깁니다. 그래도 이건 뭐 소설 같은 데가 있지 않습니까?  변신남 .  양복남자 일하는 사람들 위주로만 변신한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그 사람들 일자리, 우리한테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변신남 그럼 우리도 변하겠죠.  양복남자 그래도 좋으니까 그 자리를 꿰차고 싶은 심정입니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이렇게는 더 못살겠어요.  변신남 아직 다른 도시까지는 확대되지 않았답니다. 사람들이 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양복남자 서울의 인구를 줄이기 위해서는 좋은 대책일 수 있겠네요.  변신남 그렇게 되면 서울 경제는 누가 돌립니까?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일자리도 줄어들고.  양복남자 팔팔한 젊은 인력을 마구 뽑지 않을까요?  변신남 젊은 사람도 일하게 되면 똑같아지는 거 아닐까요? 살아남으려면 사회화되고 기성화될 테니까요.  양복남자 이럴 땐 내가 사회적 동물이란 게 싫어진다니까요.  변신남 사는 거, 퍽퍽하죠.  양복남자 예. 밥도 퍽퍽하고. (기합을 넣듯) 그래도 우리 주눅들지는 말자구요. 서로 변하지 말고, 매일 여기 나와서 밥 먹읍시다. 사랑의 밥.  변신남 긍정적으로 사시는 것 같습니다.  양복남자 다 살아지는 법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변신남 부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여유가 생깁니까.  양복남자 그런 게 있습니다.  변신남 (씁쓸한 표정으로 도시락을 덮는다)  양복남자 흠흠. 이건 비밀이라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해주는 건데, 처지도 비슷하고 나쁜 분도 아닌 것 같으니 내가 쓰는 방법을 알려드리지요.  변신남 방법이요?  양복남자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되는 비밀입니다. 쓸모 있는 걸로 변신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비법이 있어요. 나 같은 경우는 금으로 된 롤렉스시계로 변신합니다. 그리고 마누라한테 전당포에 맡기라고 하는 거죠. 밤이 되면 몰래 변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되고요.  변신남 그게 가능합니까?  양복남자 내가 이 더운 날 밥차에서 도시락까지 얻어먹으면서 거짓말 하겠어요? 불법으로 변신 기법을 가르쳐주는 곳이 있는데, 관심 있으면 소개해 주리다. 하지만 그걸 연마하려면 보통 수행으로는 어림없어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몸의 기를 몽땅 정수리에다 모으려면 (가슴을 탁 치며) 여기랑 (머리를 치며) 여기가 타들어가는 거 같거든요. 이런 더위는 아무 것도 아니죠.  변신남 믿기지는 않지만, 가능만 하다면야 뭘 못하겠습니까.  양복남자 아니, 가능은 한데, 먼저 믿어야 연마가 가능하다니까요.  변신남 그런 얘기는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데요.  양복남자 계속, 나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나, 나는 왜 이렇게 사나, 나는 우리 가족에게 아무 쓸모가 없구나, 차라리 금덩어리로 변해라. 그런 생각을 아주 간절히 혼신을 다해서 하는 거죠. 그러면서 나에게 주어진 많은 짐들을 머리 가득 넣고 가슴으로 우는 거예요.  변신남 가슴으로 울어요? (모르겠다는 표정)  양복남자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사회적 의무 같은 것들을 가슴에 채우고. 아 이거 말로 설명하려니까 어렵네. (주위를 살피더니) 내가 딱 한 번만 보여줄 테니까 잘 봐요. 어차피 최소 한 시간은 변신해 있어야 하니까 내가 돌아올 때까지 만화책 보면서 기다리슈.  변신남 (못미덥게 쳐다본다)  양복남자 참 나. 내 기술을 무시하시네. 변신한 거 보고 놀라지나 마시라니까.    양복남자, 벤치에 앉아 양손을 맞잡고 기를 모으는 자세를 취한다. 한동안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기만의 언어로 중얼거리더니 얼굴이 일그러지고, 미세하게 경련하기 시작한다. 공기 중에 보이지 않는 불똥이 튀는 것을 느끼는 변신남. 그 순간, 눈앞에서 양복남자가 사라진다. 순식간이다. 벤치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황금 롤렉스시계.    변신남 (시계에 대고 다급히) 이봐요. 이봐요. 괜찮아요? 이봐요! (시계에 귀를 대보고) 이봐요, 괜찮은 거예요? (안절부절못하고) 이거 어떡하지? 진짜 변한 건가? 그럼(휴대전화를 꺼내 신고하려다가) 거기 변신대책본부죠? 저기(엉겁결에 전화를 끊는다) 아니지. 아, 이거 어떡하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시계에 대고) 이봐요, 말 좀 해봐요. (시계를 흔들어보는) 괜찮아요? 대답 좀 해요.  변신남은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을 파악하려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누구에게 도움이라도 청하려는 것처럼 나간다. 그리고 잠시 후 되돌아오더니, 주위를 살피고 롤렉스시계를 잽싸게 주머니에 넣고 자리를 뜬다.    무대 어두워지고 조사실 창구만 밝아지면, 거기 조사원이 앉아 있다. 변신남,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간다.    조사원 아니 진짜로 그렇게 변신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변신남 (끄덕인다) 내 눈으로 봤다니까요.  조사원 말이 안 되죠. 그런 일이 있다면 왜 저희가 몰랐겠어요.  변신남 진짜라니까요.  조사원 그 양복 입은 남자는 어떻게 됐습니까.  변신남 나야 모르죠.  조사원 모르다니요? 주머니에 넣으셨잖아요. 신고는 하셨습니까?  변신남 (고개를 젓는다) 신고는 안 했지만 진짜 있었던 일이에요.  조사원 아까는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하셨잖아요.  변신남 얘기하다 보니까 생각이 난 거죠.  조사원 하지만 아직까지 변신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모두 유언비어예요.  변신남 결혼하셨습니까?  조사원 아니요.  변신남 혼자 사쇼?  조사원 부모님이랑 함께 삽니다. 신남 변신 자격미달이네요. 우리 조사원님은 어깨에 짊어질 무게가 하나도 없으시니 안심하셔도 되겠습니다.  조사원 아직 증명된 원인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변신남 중년의 남자들이 왜 그렇게 많이 변한다고 생각합니까.  조사원 드물긴 하지만 젊은 남자들도 종종 변합니다. 여성 가장들의 변신도 늘고 있는 추세구요.  변신남 그 사람들이야 특별 케이스고.  조사원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긴 하겠지만, 유럽에선 사람이 벌레로도 변하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동물이든 식물이든 필요하면 막 변했습니다.  변신남 그 사람이 왜 벌레로 변했겠습니까? 소설이나 신화 속에서 일어나던 일들이 왜 지금 일어날까요?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리직에 있는 사람들이 변신하는 거 보셨습니까?  조사원 (고개를 가로젓는다)  변신남 행정하시는 분들이 이러니까 문제라구요. 사회 곳곳에 골고루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정확히 봐야 하는데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이거죠.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 줄 알아요?    갑자기 무대 중앙이 밝아지면서, 변신 중인 사람들이 보인다.    ―교도소  교도소에 수감 중인 한 남자가 무대 중앙으로 나와서 웃옷을 벗어붙인다. 온몸은 문신투성이지만 어딘가 둔해 보이는 인상이다. 그는 이소룡 흉내를 내듯 기를 모으고 변신 기술을 연마 중이다. 그러다가 비장한 각오를 밝히듯,    문신남자 엄마, 조금만 기다려. 내가 변신에 성공해서 여기만 나가면 엄마 호강시켜 줄게. (다시 기를 모으고 숨을 후 내뱉으며) 아자!  교도관 거기 3113번. 허튼수작하지 말랬지?  문신남자 우리 엄마가 집에 혼자 계세요. 우리 엄만 너무 나이가 많아서 거동도 불편하다구요. 끼니도 제때 못 챙겨먹을 텐데. 연탄불은 꺼지지 않았는지.  교도관 한여름에 무슨 연탄불이야. 너는 앞으로 5년은 더 썩어야 돼.  문신남자 여름이요? 제가 여기 들어온 지 한 계절도 안 지났단 얘깁니까?  교도관 이상한 변신 같은 거 연마했다간 가만 안 둘 줄 알어. 힘은 아껴뒀다가 노동 시간에나 쓰란 말야.    교도소 옆방에서 철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재소자들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져 폭동처럼 들려온다.    소리 우리에게 변신의 자유를 허용하라! 허용하라! 우리의 변신 권리를 사수하자! 사수하자!    거리의 사람들 인터뷰가 이어진다.    사람들1 언제 변신할지 모르니까 불안할 수밖에요.  사람들2 그게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들3 변신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숨을 참으면 된대요.  사람들4 한번 변신하면 면역이 생긴다고 하던데요.  사람들1 내성이 생긴 변종변신도 생겨났다면서요?  사람들2 약으로 조절이 가능한데 일부러 임상실험을 안 하는 거 맞죠. 사람들3 복수하려고 따라다니는 사람도 많대요. 변신하면 죽이려고요. 사람들4 날 감시하는 게 틀림없어요. 내가 변신할 때까지 기다리는 거겠죠. 사람들1 변신하면 배설은 어떻게 해결하죠? 사람들2 우리 아이랑 기르던 개가 이상해요. 변신한 것 같아요. 사람들3 언젠가 나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변할까봐 걱정돼요. 사람들4 변신 기술을 개발해서 정치적 무기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1 우리에게는 농업적 근면성이 있으니까 그 정도 변신 기술 개발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죠! 사람들2 전쟁시엔 적군을 모두 사물로 변신시켜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면 어떨까요. 사람들3 노력하면 애완동물로도 변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인 잘 만나면 애완동물로 사는 게 나을 때도 많잖아요. 사람들4 내 남편은 똑같은 모습의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어요. 외모는 똑같은데 분명 그이는 아니거든요. 사람들1 우리 집 가전제품들은 모두 사람들이 변신한 것 같아서 쓰질 못하겠어요. 사람들2 잘못 건드렸다가는 살인죄가 적용되는 거잖아요. 사람들3 남성을 중심으로 바뀌는 거면 여자 동성애자들은 안전한 거죠? 사람들4 저는 열두 살 소녀가장이에요. 무료백신은 안 놔 주나요? 사람들이 우왕좌왕 거리를 왔다갔다 한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여기저기서 들리더니…, 변신한 사람들로 거리가 일대 혼란을 일으키고 마비가 된다. 사람들이 질러대는 소리들과 자동차들의 클랙슨 소리가 뒤섞여 정신없다. 사람들1·2·3·4 도와줘요, 청소기로 변했어요. / 여기 점퍼로 변한 사람이 있어요. / 어머, 이게 웬 모자지? / 장롱이에요, 거리 한가운데 장롱이 서 있다구요. / 와, 예쁜 목걸이네. / 앗! 오물 묻은 양말. 으윽 드러워. / 볼펜이다. / 장갑이에요. / 가위를 찾아주세요. / 여기 일회용 면도기가 한 무더기 있어요. / 마우스잖아. / 자전거로 변한 남편을 어떤 여자가 타고 갔어요. / 부서진 카세트네. / 사람이 두통약으로 변신한 거예요. 먹으면 안돼요. / 찢어진 천사 날개 못 보셨나요? / 무슨 의자가 이렇게 딱딱해. / 스카이 콩콩이요? 변신한 사람들로 일대 혼란을 일으키던 사람들이 사라지면 바닥에는 변신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변신대책본부 직원들이 거리로 나가 떨어진 물건들을 수거하느라 정신없다. 조사실에 있던 조사원도 거리로 나가 직원들과 물건을 수거하고 그들과 함께 무대 밖으로 나간다. 조사원이 없는 조사실에 혼자 남겨진 변신남. 변신남만의 회상은 전당포로 이어진다. 무대는 전당포가 된다. 변신남, 전당포로 들어간다. 변신남, 주머니에서 롤렉스시계를 꺼내 주인에게 내밀면 주인, 확대경을 한쪽 눈에 끼고 시계를 감정하기 시작한다. 변신남 시곗줄만 보지 말고 문자판도 좀 보세요. 전당포주인 …(살핀다) 변신남 전체가 18K예요. 나사 하나까지 다. 전당포주인 …어디서 난 거요? 변신남 게다가 문자판은…. 전당포주인 그러니까 어디서 난 거냐구. 변신남 사업하시던 형님이 물려주신 겁니다. 전당포주인 다들 물려받지.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고모…. 변신남 장물 아닙니다. 전당포주인 (확대경을 뺀다) 변신남 아니, 좀 더 자세히 보시라니까요. 안쪽에는 순금이에요, 순금. 전당포주인 갖고 가쇼. 변신남 예에? 전당포주인 그냥 가져가시라고요. 변신남 왜 그러시는데요. 훔쳐오거나 흠집 있는 물건 아니라니까요. 전당포주인 (쳐다본다) 변신남 왜 그런 눈으로 봐요? 전당포주인 훔치지 않았으면 어디서, 주웠소? 변신남 예? 전당포주인 그런가보네. 변신남 됐습니다. 전당포가 여기 하나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있는 귀한 물건 들고 나와서 푼돈 좀 만들어보자고 이런 모욕까지 들을 건 없잖습니까. 전당포주인 (시계를 다시 본다) 변신남 막말로 이 정도 물건이면 사장님 손해 볼 거 없잖아요. 전당포주인 신데렐라 얘기 아쇼? 변신남 뭔데렐라요? 전당포주인 12시만 넘으면 호박으로 변하는 신데렐라 말이오. 변신남 왜요, 금시계 보니까 갑자기 금마차라도 생각나십니까? 전당포주인 호박이면 죽이라도 쑤어 먹지만 사람으로 변해버리면 난처해지죠. 요즘 전당포에 변신사기가 판을 칩니다. 변신남 …. 전당포주인 어떻게 장담하시겠소? 변신품이 아니라는 거 말이오. 변신남 속고만 사셨나. 사람이 이렇게 좋은 시계로 변하는 거 보셨습니까? 전당포주인 팔찌, 목걸이, 순금 트로피. 더한 걸로도 변할 수 있지요. 변신남 이건 우리 형님이 사업차 외국에 갔다 오시면서…. 전당포주인 (말 자르듯 망치를 내놓는다) 이걸로 한번 내리쳐 보시든가. 변신남 지금 나를 의심하는 겁니까? 전당포주인 증명을 해보시라구요. 변신남 내가 못할 거 같아요? 전당포주인 그야 나는 모르지요. 변신남 시계가 망가지면 가격이 떨어질 텐데 그건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전당포주인 사람으로 변하는 것보다야 덜 손해죠. 망가져도 제값은 쳐 드리지. 만약 사람이 변신한 거라면, 그 사람이 다시는 못 돌아오고 죽을 수도 있다는 거 명심하쇼. 이 세상과는 영영 빠이빠이란 말이요. 저번엔 진짜로 내리친 사람이 있었는데…, 얼마나 끔찍했던지. 돌아오긴 했는데 반병신이 되었습디다. 평생을 병원에 누워 사는 수밖에. 변신남 그럴 일 없습니다. 이건 진짜 시계니까. 전당포주인 그럼 쳐 보시오. (빨리 쳐보라는 시늉) 변신남 (망설인다) 전당포주인 (떠보듯) 형님이 주신 거라면서…, 아까우면 그냥 갖고 가시든가. 변신남 (결정한 듯 내리치려 하지만 망치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전당포주인 뭐해요 안 내리치고. 변신남 진짜 이거 망가져도 제값 쳐주는 거죠? 전당포주인 증명만 해 보인다면야. 변신남 (심호흡. 눈을 질끈 감고 손을 번쩍 들어올린다) 얏! 전당포주인 (순간적으로 변신남의 팔목을 잡아채는) 잠깐! 변신남 (멈칫) 전당포주인 됐소. 맡겠소. (시계를 종이 상자에 넣으며) 길에서 변신한 사람들 주워다 돈벌이 하는 사람들 숱하게 봤지. 나도 돈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 도리는 지키고 살아야 될 거 아뇨. 사람이 있어야 사람한테 사기도 치고 돈도 뜯고 그럴 거 아니요. (돈을 지불한다) 양심은 한번 망가지면 다시는 복귀가 안 되는 거 알죠? 당신을 믿어보리다. 형님이 주신 거라면서? 소중한 것일 테니까 꼭 찾으러 오쇼. 변신남 …(돈을 받아든다) 전당포주인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만 변신한다니, 세상은 참 불공평하죠? 변신남, 대답 없이 돈을 들고 나간다. 그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무대 어두워지고, 다시 조사실만이 밝아진다. 변신남, 조사실 의자에 앉는다. 조사원, 땀을 닦으며 들어와, 정장 상의를 벗어 의자에 걸치고 앉는다. 조사원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본부 수거담당 쪽에서 급히 사람이 모자란다고 해서…. 그런데 어디까지 했었죠? 아, 그래서 그 시계는 어떻게 했습니까. 변신남 시계는… 내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그 벤치에 갖다 뒀습니다. 그 사람은 한 시간 뒤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구요. 그날 밤 이후의 일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조사원 (엷게 웃으며) 여전히 마음대로 변신할 수 있다고 믿으시는군요. 최대한 솔직히 말씀해주셔야 선생님뿐만 아니라 조사에도 도움이 됩니다. 변신남 …. 조사원 그 다음엔 바로 집으로 가셨습니까? 변신남 예. 집에 가보니까 아내와 딸이 있었습니다. 조사원 만나신 거네요? 변신남 그런 거나 마찬가지죠. 이제 생각 났습니다. 조사원 아까는 혼자 술을 드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변신남 그러니까 그게··· 조사원 말을 자꾸 바꾸시면 안 됩니다. 변신남 그냥 생각나는 대로 얘기하는 겁니다. 조사원 예. 일단 얘기를 해보세요. 변신남 집에 갔는데 딸이 밥을 먹고 있었어요. 무대는 변신남의 집.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딸. 변신남이 집으로 들어간다. 변신남 나 왔어. 딸 (쳐다보지도 않고 밥을 먹는다) 변신남 학원은 어떠냐? 딸 (대답 없다) 변신남 요즘 대학생들은 배낭여행 많이 가던데. 넌 안 가도 되니? 딸 (아빠를 무시하며) 엄마, 국 좀 더 줘. 아내, 나온다. 아내 (변신남에게 왔냐는 인사도 없이) 그만 먹어. 살쪄. 딸 배고파. 변신남 나는 밖에서 먹고 왔어. 장 과장이 삼계탕 잘하는 집을 안다고 해서. (아내와 딸은 듣지도 않는데 과장되게) 어휴, 배부르다. 딸 (엄마에게 말하지만 아빠에게 들으라는 듯) 한밤중에 밥 먹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지금 먹어두면 좀 좋아. 덜그럭 덜그럭 잠이나 깨우고. 아내 (밥을 퍼서 변신남 앞쪽에 갖다 놓는다) 변신남 (침을 꿀꺽 삼키며) 배부른데···. 아내 먹어. 변신남 오이냉국 맛있어 보이네. 그럼 조금만 먹어볼까. 변신남이 못이기는 척 식탁에 앉자 딸이 식탁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변신남 (돈을 꺼내 놓으며) 저번에 맡았던 공사 말야. 그 쪽 업체에서 대금이 들어왔나봐. 월급도 제때 못줘서 미안하다고…. 보너스다 생각하라면서 주더라구. 아내 (남편을 돌아본다) 변신남 아파트 융자금 밀린 거 꽤 되잖아. 부족하겠지만 좀 보태라고. 아내는 남편을 돌아보지 않은 채, 아무 말 없이 돈을 들고 들어간다. 혼자 남아 밥을 먹는 변신남. 공원에서 도시락을 타먹을 때보다 더 퍽퍽한 느낌이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시간이 구름처럼 흩어진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둘러봐도 피아노는 없다. 밥을 먹다 말고 창밖을 바라보는 변신남. 보이는 것은 자신의 마음과 닮은 형체도 색깔도 없는 허공뿐…. 피아노 소리가 변신남의 가슴을 쓰다듬는 것 같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과 함께 짧은 탄성이 터져 나온다. ‘아…, 힘들다….’ 식탁 위의 조명이 꺼질락 말락 불안하게 깜박인다. 변신남 어, 이게 왜 이러지? 변신남이 일어나서 전구를 이리저리 만지며 돌려본다. 피아노 소리 점점 커지다가 뚝 멈추면, 짧은 암전과 함께 변신남이 변신한다. 그가 앉아 있던 식탁의자 위엔 장난감 피아노 하나가 놓여 있다. 아내와 딸이 나온다. 아내가 리모컨으로 TV를 켠다. 뉴스캐스터(목소리) …머그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깨뜨려 죽음에 이르게 한 박모 여인에게 무죄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죽은 김씨와 아내 박모 여인은 주말마다 함께 시간을 보낼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고 밝혀졌습니다. 사건 당일에도 박모 여인은 남편의 변신 소식을 듣자마자 변신대책본부를 찾았다가 이런 변을 당하게 되었는데요, 어떤 정황으로도 남편에 대한 고의성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검찰은 박모 여인의 사례를 ‘매우 특이한 사건’으로 보고 그녀에게 살인이나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박모 여인은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정신적 쇼크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그런 그녀에게 시민들의 위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딸 (TV를 끄고) 저건 당연히 무죄 아냐? 고의로 죽인 것도 아니잖아. 아내 고의가 아니었는지는 저 여자밖에 모르지. 딸 던진 것도 아니고 미끄러져서 놓친 건데. 아내 죽은 사람만 억울한 거야. 딸 대체 어떤 사람들이 변신을 하는 걸까. 아내 글쎄다. (빈 식탁을 보고는) 니 아빤 밥 먹다 말고 또 어디 갔대니? 딸 자주 없어지잖아. 아내 아빠가 돈을 주더라? 딸 어디서 구했을까. 이제 더는 빌릴 사람도 없을 텐데. 아내 먼저 얘길 안 하니, 아는 척 할 수도 없고. 회사 잘린 지가 얼마야. 딸 (장난감 피아노를 발견하고) 이게 뭐야? 아내 그게 뭐니? (살펴보는) 하여튼 이런 걸 왜. 딸 (피아노를 눌러보며) 소리도 안 나네. 이제 그만 좀 하라고 해. 아빠가 주워온 것들로, 집안이 온통 쓰레기장이야. 아내 고장 난 걸 왜 들고 왔대니. 점점 이상한 버릇만 생기고. 딸 어떻게 좀 해봐. 언제까지 아빠 저러는 거 모른 척 할 건데. 아내 우리가 이런데 아빠는 오죽하겠니. 딸 아빠도 힘들지만 우리도 힘들잖아. 나…, 아빠가 매일 노숙자들이랑 밥 먹는 거 싫어. 아내 …. 딸 우리 이 집 팔고 이사 가면 안 돼? 더 작은 집으로. 아내 이게 어떤 집인데. 아빠가 젊을 때부터 벌어서 처음으로 장만한 우리집이야. 여길 어떻게 나가. 딸 갚을 돈이 더 많잖아. 아내 생각 좀 해보자. 딸 아빠도 참, 그냥 확 터놓고 얘기를 하든가. 거짓말도 하루 이틀이지, 6개월을 뭐하는 거냐구. 아내 자존심 하나로 살아온 아빠야. 그거라도 없으면 니네 아빤, 죽어. 딸 그런 모습 더는 못 보겠어. (흉내를 내며) 삼계탕 먹었더니, 아휴 배부르다. 아내 (장난감 피아노를 가리키며) 이거 어따 치워라. 딸 몰라. 고장난 거, 갖다 버려. 아내 니가 버리든가. (방으로 들어간다) 딸 (따라 들어가며) 저런 것 좀 주워오지 말라고 해 제발. 식탁 위에 덩그러니 남은 장난감 피아노. 옆에 서서 아내와 딸을 바라보는 변신남의 모습처럼 쓸쓸하다. 딸이 눌러보던 버튼이 뒤늦게 작동하는지 장난감 피아노에서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텅 빈 공간에 홀로 선 변신남만이 그 멜로디를 듣고 있다. 변신남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전화벨소리. 조사실의 불이 켜지고 조사원이 전화를 받는다. 변신남은 다시 조사실의 자기 자리로 가서 앉는다. 조사원 그래? 알았어. (끊고) 찾았답니다. 변신남 뭐를요? 조사원 사모님과 따님 찾았답니다. 이제 힘들게 기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까 전에 여기로 출발하셨다니까 잠시 후면 도착하겠는데요? 변신남 그래요? (표정 어두워진다) 조사원 기쁘지 않으십니까? 표정이 왜 그러세요? 변신남 아니요. 그냥··· 조사원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게 돼서 그러신가보네요. 오후 내내 조사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정황으로 봐서는 변신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은데 뭘로 변신하셨는지만 기억하시면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변신남 다 끝난 건가요? 조사원 집도 찾으신 것 같으니까, 먼저 가족들 만나보시고 마무리하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조사원 밖으로 나가고 변신남 초조해한다. 긴장한 얼굴. 안절부절못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인다. 밖에서 조사원의 목소리 들린다. 조사원(목소리) 오셨습니까? 허영범씨는 안에 계십니다. 사모님이랑 따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서 얼마나 걱정을 하시던지. 이쪽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모시고 나오겠습니다. 조사실의 불빛이 깜박인다. 변신남, 고개를 들어 깜박이는 불빛을 쳐다본다. 불이 꺼진다. 짧은 암전 후, 조사원 들어온다. 조사원 어? 왜 불이 꺼져 있지? 조사원, 불을 켠다. 변신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변신남이 앉았던 자리 옆에 똑같은 의자가 하나 더 놓여 있다. 조사원 원래 여기 의자가 두 개였었나? (주위를 둘러보며) 허영범씨. 허영범씨. 어디 계세요? 허영범 씨. 허영범씨. 변심남을 찾는 조사원의 목소리만 허공에 가 부딪친다. <끝>
  •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붉은 코끼리/이은선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붉은 코끼리/이은선

    할머니가 사라졌다. 노인정과 공판장을 지나 경찰서로 뛰어가던 엄마가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뭐라고? 할머니가, 어디? 엄마, 잘 안 들려요! 모퉁이를 돌아서자 팀장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얼결에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 재빨리 칸막이를 닫았다. 어느새 전화가 끊어져 있었다. 아침 식사 시간 전부터 기숙사에 와 잔소리를 해대는 팀장과 이러저러한 일들이 겹쳐 오후 두 시가 다 되도록 한 번도 자리에 앉지 못했다. 내친김에 변기 위에 걸터앉아 엄마에게 전화를 걸려는데, 옆구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가 울렸다. 곧 리허설을 시작하겠다는 팀장의 목소리였다. 그건 안 됩니다. 코끼리들 상태가 좋질 않아요. 오늘은 무조건 쉬게 해야 합니다. 내가 대답했다. 팀장은 무전기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당장 달려오라고 했지만 당장은 가기 싫었다. 무전기의 전원을 끄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할머니가 어디 가셨다는 거지? 몸도 안 좋으시면서.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두 시간이 지나서야 삼촌의 이름이 전광판에 떴다. 울고 있던 가족들이 황망히 수골실로 내달렸다. 나는 천천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삼촌의 유골은 대리석 탁자 위에 새카맣게 탄 못들과 뒤엉켜 있었다. ‘냉각’을 거쳤다고는 하나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유골이었다. 할머니가 탁자 모서리에 가슴을 짓찧었다. 망연히 서 있던 아버지가 서둘러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려 했을 때, 나는 할머니가 작은 뼛조각 하나를 움켜쥐는 것을 보았다. 탁자 옆에 서 있던 나도 얼른 새카맣게 탄 못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아무도 못 본 건가. 주위를 둘러보니 고모들은 아예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내내 울음을 참던 아버지도 할머니를 부둥켜안고 소리 내어 울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못을 내 몸에 박아두기라도 할 것처럼 그러쥐었다. 출장에서 돌아온 나는 공항에서 곧바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나를 데리러 온 사촌 동생의 차를 탈 때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는데도 어쩐지 집으로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장례식장 앞에서 선뜻 안으로 들어서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는 나에게 둘째 고모가 내 몫의 상복을 내밀었다. 장례식장 안팎에 삼삼오오 모인 가족들은 삼촌이 왜 죽었을까 답답해했고 삼촌의 동료와 친구들은 경찰서를 오가고 있는 중이었다. 무당이라도 불러 알아볼 수 없을까? 사촌 동생이 불쑥 꺼낸 말이었다. 삼촌의 방에 널브러진 술병들, 불에 탄 이부자리, 종류가 다른 담배꽁초들. 어떤 추측은 가능할 테지만 진실은 아무도 몰랐다. 그날 밤 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삼촌은 각기 다른 이유들로 죽고 또 죽었다. 효원 장례식장 국화실에 놓인 영정사진 속 삼촌은 너무나 밝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무릎에 올려놓은 상복이 자꾸 무겁게 느껴졌다. 할머니는 삼촌의 죽음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바로 눈앞에서 삼촌의 시신을 보았다는데도. 거의 녹아내린 새카만 못과 유골을 분리하는 일은 아버지의 몫이었다. 뼈가 상하지 않게 하려는 아버지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누군가 내게 다가와 그만 잠에서 좀 깨어나라고 흔들어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런데 나는 어쩌려고 못을 집어든 것일까. 할머니가 두 주먹을 옹골차게 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덩달아 나도 주먹에 힘을 주었다. 내 손이 못과 함께 타들어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하설 조장님, 본부 운영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원내 방송이 들려왔다. 잠깐 눈만 감고 있었던 것 같은데……. 재빨리 손목의 시계를 확인했다. 나는 그 순간 내가 숫자를 거꾸로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득달같이 일어나 문을 박차고 뛰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이하설 조장님, 본부 운영실로 와’달라는 방송은 계속 되었다. 운영실이 가까워질수록 방송이 더 자주 들려왔고, 느려터진 두 발은 점점 더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내가 도착하기만 하면 저 공손한 팀장의 말투는 야수로 변해 나에게 돌진할 것이었다. 그때 가로수 사이로 한 여자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남색 기지바지와 연두색 스웨터, 복고풍의 파마머리까지. 혹시 할머니인가 싶어 가던 방향을 바꿔 전속력으로 달려갔다가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뒤돌아섰다. 팀장이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두루마리 휴지가 창문 쪽으로 날아갔고, 내 가슴팍에 내리꽂힌 전화기는 바닥에 떨어지면서 박살이 났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고 속으로 되뇌었다. 원내 방송 담당 아나운서가 시디 데크를 만지작거리는 게 보였다. 팀장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사무실 안을 둘러보니 악단장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악단장의 발치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노란색 나비넥타이가 떨어져 있었다. 기어이 팀장과 한바탕 한 것 같았다. 오전에 병원으로 실려 간 러시아 무용수는 응급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하혈이 심해 개복 수술을 해야 한다고. 악단장과 팀장의 관계를 가장 잘 알고, 더듬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러시아 말을 할 줄 알았던 내가 그 ‘중요한’ 시기에 사라졌다는 것이 팀장이 화를 내는 이유였다. 앞으로 바짝 다가온 팀장의 손이 내 뺨을 향해 날아왔다. 그때 태국인 조련사 푸앙이 운영실 안으로 들어왔다. 푸앙은 코끼리들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퍼레이드를 취소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코끼리의 설사 따위는 팀장에게 먹혀들 만한 이유가 되지 못했다. 나는 푸앙의 손을 잡아끌고 코끼리 우리로 갔다. 쏘냐는 계속 설사를 했고, 아프리카 산 일 년 생 코끼리 튀라는 쏘냐의 엉덩이 쪽에 대가리를 박고 누워 있었다. 제때 검사를 하며 건강을 돌보아 주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야생과는 달리 동물원 우리 안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잔병치레가 잦았다. 그래서 예방 접종, 먹이, 변의 상태 등을 확인하여 제때 사료 혹은 건초 더미를 바꾸어 주는 것들은 무척이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일들이었다.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팀장은 번번이 동물원의 재정 상태를 운운하며 우리가 올리는 건의사항들을 묵살했다. 이하설, 오늘 제대로 하지 않으면 너부터 자를 줄 알아! 나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팀장님, 직접 오셔서 코끼리들을 살펴보시란 말이에요! 무조건 데리고 나가는 일이 능사가 아니란 말입니다. 뭐야? 푸앙이 눈물을 흘리며 내게 말했다. 코끼리 나가지 마, 나 죽어. 푸앙, 그러기 전에 내가 먼저 어떻게 되겠어. 그러니 나한테 제발 좀 이러지 마! 그러나 푸앙은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삼촌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내가 아는 한 삼촌은 아픈 동물은 절대로 퍼레이드에 내보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외국인 조련사들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 주었고, 윗사람들에게도 최선을 다했다. 그 사람이 원하는 선에 맞추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못을 만졌다. 잠깐이지만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울고 있는 푸앙과 눈이 마주치자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오늘은 이틀 앞으로 다가온 퍼레이드의 리허설이 열리는 날이었다. ‘우리를 나온 동물들의 퍼포먼스’라는 이름으로 한 달 전부터 신문 및 지역 방송에 광고를 내보내고 있었다. 나날이 쇠락해가는 테마랜드의 혁신을 위해 팀장이 삼 개월 넘게 심혈을 기울인 행사였다. 만약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삼촌은 일급 코끼리 조련사이자 동물 쇼의 사회자였다. 공휴일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기 한 달 전이면 삼촌의 얼굴이 실린 포스터가 동네 곳곳에 나붙었다. 지역 방송국에서는 매일 테마 랜드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또 어떤 쇼가 진행 중인지 보도해 주었다. 삼촌은 방송에도 자주 나왔다. 나도 삼촌에게 꽃을 건네는 어린이 중 한 명으로 텔레비전에 나온 적이 있었다. 십 년이 지나 스무 살이 된 나도 테마 랜드에 조련사 보조로 들어왔다. 그러다 조련사가 되었지만 그 삼촌에 그 조카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내내 업무에 허덕이다 시간이 되면 퇴근하기에만 급급한 나날이었다. 삼촌처럼 되기를 원했지만 그를 뛰어넘을 재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동물 구입 차 태국과 러시아에 출장을 간 사이 삼촌은 직원 기숙사 방문 손잡이에 목을 맸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할머니는 삼촌의 시신이 병원으로 옮겨지고 하루가 지난 뒤 실신한 채 삼촌이 있는 병원으로 실려 왔다. 어린이 날 행사를 며칠 앞두고 일어난 일이었다. 바쁘게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래저래 악단장과 팀장 사이에 생긴 일들을 조율하고 동물원 곳곳의 문제들을 해결하며 별 탈 없이 생활을 했다는 진술들이 이어졌다. 내가 아는 바와 다를 것이 없었다. 장례식 도중, 나는 삼촌이 행사를 진행할 때 입던 붉은색 조련복을 챙겨두었다. 팀장은 동물원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 이유가 사육사들이 동물 관리를 잘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물 구입의 명목으로 예산을 타갔지만,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단란주점에서 여자애들과 놀아났다는 소리가 들려왔고 어느 날에는 실내 경마장에서 누군가와 게임을 했다는 말도 들렸다. 건의서를 제출하면 가지고 있는 동물 관리나 잘하라며 번번이 우리의 의견을 무시했다.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동물이 죽었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후 사체처리비로 외유를 떠났다. 이사장이 바뀌고 줄을 잘 섰다는 소문이 돌았다. 얼마 후 악단의 인원이 대폭 감소되었다. 게다가 이러저러한 꼬투리를 잡아 악단장의 연봉도 삼십 퍼센트나 감봉시켰다. 대부분이 계약직인 연주자들은 불만을 표시할 수가 없었다. 곧 재계약 기간이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하나 둘, 동물원을 떠나는 연주자들이 늘자 참다못한 악단장이 팀장에게 항의했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는 것 같았다. 악단장은 내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나는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소주를 마시고, 매일 두 갑의 담배를 피웠다. 테마랜드는 죽을 날만 기다리는 병든 짐승들과 관리되지 않은 채 잡풀이 번다한 식물원, 날만 흐리면 전기가 오르는 범퍼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놀이기구만 모아 놓은 부상 랜드였다. 사육조장에게선 늘 술 냄새가 났다. 비가 오면 비가 온다는 이유로, 날이 더우면 덥다는 이유로, 동물들이 발정이 나면 수컷이 없다는 이유로 그는 늘 술을 마셨다. 나도 간간이 그와 함께 술을 마시곤 했지만 어쩐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는 싫었다. 그는 술만 취하면 내게 삼촌의 이야기를 하려고 들었다. 삼촌의 성격과 그와의 관계, 동물들을 아끼던 마음, 은밀하게 나누곤 했던 농담들. 하지만 나도 다 아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사육조장과 함께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반쯤 마신 매실 주스에 소주를 타먹곤 하는 버릇이 있었다. 오늘도 그는 코끼리 우리를 나오면서 빈 매실 주스 병 두 개를 쓰레기통에 넣었다. 엄마의 목소리는 처음보다 많이 진정되어 있었다. 할머니는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집에서 없어진 할머니를 이곳에 있는 내가 어찌해 볼 도리는 없었다. 엄마,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요, 지금 좀 바빠! 통화를 끝내자마자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조장님, 홍학 우리에 고양이가 들어와 새끼들을 물어뜯고 난동을 부렸어요. 뭐라고? 홍학 한 마리가 다리를 크게 다쳤어요. 알았어, 곧 갈게. 안 그래도 행사 준비 때문에 신경이 무척 곤두서 있는 홍학무리였다. 허겁지겁 바쁘게 뛰어가다 보니 남색 기지바지가 또 눈에 띄었다. 오늘은 동물원에 남색 기지바지가 유난히 많았다. 그 바지들은 여기서도 나타났고 저기로도 지나갔다. 동물원에 온 할머니들은 대부분 남색 기지바지 혹은 검정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모두들 엇비슷한 파마머리를 한 채 손차양으로 햇빛을 가리고 느릿느릿 걷거나 그늘에 앉아 김밥을 먹었다. 납골당은 노인들이 게이트볼을 치고 있는 공원을 지나 한참 더 올라가는 산 중턱의 후미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적한 공터인 줄 알았던 공원도 지나가며 살펴보니 있어야 할 것들은 다 있었다. 그물이 벗겨진 하나밖에 없는 축구 골대, 녹슨 시소, 줄 끊어진 그네. 곳곳에 놓인 페인트칠이 벗겨진 벤치와 그곳에 누워 있는 사람들. 공원을 지나 한참을 걸었는데도 납골당이 나오질 않아 잘못 찾았나 하고 두리번거리는 나와는 달리 할머니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따름이었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산길을 따라 삼십여 분쯤 더 걸어가다 보니 자그마한 분지 위에 지어 놓은 건물이 하나 보였다. 우리는 곧장 유골 안치실로 들어갔다. 삼촌의 위패에 쓰여 있는 이름이 낯설었다. 이선빈이 아닌 고(故) 이선빈은 내게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알 수 없는 수학공식 같았다. 그렇다면 그것은 저쪽 세계의 풀 수 없는 문제 같은 것인가. 돌아갔으나, 되돌아 올 수는 없다는 낙인? 오늘만큼은 할머니가 글자를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이 퍽이나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할머니는 귀신같이 아들 있는 곳을 찾아냈다. 가져간 술과 포를 놓고 준비되어 있는 향을 피웠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훌쩍이는 소리에 혹시나 싶어 뒤돌아보니 할머니는 대꾼한 두 눈을 슴벅이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계시라 해도 한사코 일어서서 창문 쪽으로 얼굴을 돌린 채. 술이 넘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잔을 쥐고 향 위에 세 번을 돌린 후 상에 올렸다. 두 뺨이 경련이 이는 것처럼 제멋대로 움직였다. 옆 칸에서 제를 지내던 사람들이 담배에 불을 붙여 제상 위에 올려놓는 것이 보였다. 분향실의 향내에 짓눌려 있던 나는 생담배 타는 매캐한 냄새가 차라리 반가웠다. 우리도 한 대 필까, 삼촌? 부검 결과 별다른 타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악단장과 몇몇의 연주자들, 팀장에 대한 조사가 차례대로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은 알지 못하던 우울증이 새로 생겨났으며, 사육조장과 함께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알코올 중독이란 말이 덧붙여졌다. 추측성 발언들이었지만 조서에 쓰인 것들은 그대로 사인(死因)이 되었다. 분개한 가족들이 사건 수사를 계속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곧바로 장례 일정이 잡혔다.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발인 날짜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할머니는 발인 전날 신발도 신지 못하고 영안실로 달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할머니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납골당 쪽을 다시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쉽게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할머니가 저쪽의 삼촌을 아직 내려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 할머니의 어깨가 잔뜩 내려앉아 있었다. 듬성듬성하던 머리칼은 그 사이 더 빠졌는지 머릿속이 훤히 다 보일 지경이었다. 올라오는 길을 잘 찾았던 할머니가 돌아가는 길을 헷갈렸다. 납골당에 들어서는 길은 우리가 걸어온 길 하나밖에 없는데도 할머니는 분향실에서부터 출구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헤맸다. 내가 앞장서 걸을 수도 있었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그렇게 이끌고 있는 것만 같아 가만히 뒤를 따랐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것이 지난 주말에 할머니와 내가 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할머니가 납골당에 가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내가 만약 그곳에 할머니를 모시고 간 것을 알면 크게 혼이 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버지의 기억에는 할머니가 한 번도 삼촌에게 다녀온 적이 없다는데, 처음이라는 할머니는 삼촌의 자리를 잘도 찾았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홍학 우리 안의 소동이 잠잠해진 뒤였다. 고양이에게 물려 다리를 다친 홍학은 다행히 퍼레이드에 나갈 녀석이 아니라 두 달 전에 알에서 깬 새끼였다. 놀란 홍학들을 진정시키느라 껍질 깐 호두와 아몬드를 두 자루나 뿌려주었다. 어느샌가 팀장도 홍학 우리 앞에 와 있었다. 그는 퍼레이드에 나갈 녀석들을 좀 더 밝은 빨간색 형광 안료로 칠하라며 조련사들을 다그쳤다. 나는 홍학들에게 빨간 안료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해 보았지만 팀장은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것 같았다. 나는 물끄러미 팀장과 조련사들을 바라보다 문득 이제 여기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삼촌을 보내고도 꿋꿋하게 나오던 곳이고, 그가 하던 일만은 내 손으로 이어받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도저도 아니었다. 조련사들이 빨간 형광 안료 통을 들고 사육실 안으로 들어갔다. 퍼레이드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나는 옷장에서 삼촌의 조련복을 꺼내 입었다. 오랫동안 묵혀둔 것이라 혹시 곰팡이라도 슬었으면 어쩌나 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가 의자 위에 놓아둔 전기 총을 집어 들자 푸앙이 비명을 지르며 울어댔다. 미안해, 푸앙.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우리 얼른 끝내버리자. 나는 입을 앙다문 채 쏘냐의 뒷다리에 총을 쏘았다. 쏘냐가 움찔하며 왼쪽 다리를 들었다. 재빨리 엉덩이에도 총을 갖다 댔다. 한참 만에 쏘냐가 일어섰다. 푸앙이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다 울부짖으며 내 왼팔에 매달렸다. 쏘냐의 몸에 멋을 내느라 발라놓았던 노란색 형광안료가 설사에 섞여 줄줄 흘러내렸다. 바닥에 형광 선을 긋는 것 같았다. 무전기에서는 팀장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무전기 소리를 무시하니 그 뜻 없는 말들은 점차 행진곡 풍으로 변해갔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괜찮다고, 얼른 끝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진흙탕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호두를 쪼아 먹고 있던 홍학들이 코끼리 우리 앞에 나와 있었다. 온몸에 빨간색 형광 안료를 잔뜩 바른 홍학 무리였다. 등에 홍학을 둘씩 태운 코끼리들이 정문으로 출발했다. 붉고 노란 머리들이 공중에다 점을 찍었다. 휴대전화와 무전기에서 팀장과 사육조장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어차피 코끼리들이 도착하지 않으면 행렬을 완성할 수 없고 또 사회자인 내가 가지 않으면 시작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동물들의 건강을 살피는 것 역시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허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뺐다. 팀장님, 지금이라도 리허설을 취소해 주세요. 뭐, 뭐야? 이대로 가단 코끼리들이 죽습니다.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얼른 데리고 나와! 시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지켜보고 있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 니가 나한테, 대든 거냐? 쏘냐와 튀라는 절뚝이고 비틀거리면서도 앞만 보고 걸었다. 푸앙이 코끼리 배에 손을 얹고 함께 걸었다. 저렇게라도 가주기만 한다면 크게 문제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쏘냐는 설사를 하고 있었다. 코끼리, 죽어. 나도 죽어. 푸앙이 울며 말했다. 푸앙, 나도 어쩔 수가 없잖아, 미안해! 니가 살려! 푸앙, 죽어가는 것들을 일으키고 이미 죽은 것도 살려낼 수만 있다면야 오죽이나 좋겠니. 푸앙이 이를 악물고 우는 소리와 코끼리들의 거친 숨소리가 마치 한 덩이처럼 느껴졌다. 정문 쪽에 노란 나비넥타이를 한 악단장의 모습이 보였다. 전보다는 풀이 죽은 모습이었지만 잘 다려진 연미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심벌즈 연주자가 그만두는 바람에 탬버린을 담당했던 사람이 심벌즈를 잡고 있었다. 다섯 명이던 작은 북 담당 연주자들은 둘밖에 없었고 심지어 트럼펫 연주자는 보이지도 않았다. 행렬이라도 완성해야 한다는 팀장의 고집 때문에 음악은 녹음해둔 것으로 대체되었다. 연주자들이 항의했지만 오늘은 ‘리허설’ 날이니 그렇게 해도 된다는 악단장의 말에 조금 누그러지는 듯했다. 하지만 연주자들의 얼굴 표정은 괜찮아진 것 같지 않았다. 안 그래도 불안한 처지인데 악단장마저 번번이 자신들 앞에서 팀장에게 무시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손에 익지도 않은 악기를 든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갔다. 악단장은 연신 나비넥타이만 고쳐 맸다. 동물원 곳곳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정문으로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카메라를 꺼내들고 환호성을 지르거나 직접 코끼리를 만지려고 다가갔다. 놀란 사육사들이 그들을 말리는 사이, 나는 희뿌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이었다. 눅눅한 공기와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 동물들의 우는 소리들이 마구잡이로 내 가슴속에 맺혔다. 그 사이 ‘시’에서 나왔다는 사람들이 정문 쪽으로 다가왔다. 행사를 하는 날도 아닌데 무슨 일로 온 거지? 팀장은 ‘시’ 사람들에게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했다. ‘시’ 사람들은 악단장에게도 다가갔다. 팀장이 활짝 웃으며 악단장의 오른팔을 잡아끌었다. 팀장에게 이끌린 악단장이 지휘봉을 잡고 있지 않은 손으로 엉거주춤하게 그들과 악수를 했다. 허리를 제대로 굽히지 않은 채 인사를 하는 악단장을 바라보는 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팀장은 악단장에게 당장 연주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악단장은 시디를 틀기로 되어 있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빨리 하라니까! 팀장 자신도 모르게 나온 큰 소리에 본인이 더 놀라고 있는 사이, 악단장이 뒤돌아섰다. 그러나 내내 굽실거리거나 팀장에게 할 말을 다 못하고 돌아서던 악단장의 얼굴이 아니었다. 악단장은 맨 앞줄의 연주자가 들고 있던 바이올린을 넘겨받았다. 지휘봉을 연미복 허리춤에 찔러 넣은 악단장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축배의 노래였다. 멍한 얼굴의 팀장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악단장의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 다른 연주자들의 악기도 조금씩 리듬을 탔다. 때마침 비가 내렸다. 당황한 팀장이 재빨리 ‘시’에서 나온 사람들을 이끌고 자리를 벗어나는 와중에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는 점점 절정으로 향해 갔다. 어느새 굵어진 빗방울들이 그곳에 모인 사람들과 원숭이와 코알라, 나뭇가지에 걸쳐 놓은 채 들고 나온 나무늘보들을 적셨다. 문제는 코끼리 등 위에 빨간 형광 안료를 덕지덕지 바르고 올라 앉아 있는 홍학들이었다. 진회색의 코끼리 등에 붉은 물이 들어갔고,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는 점점 더 크게 울려 퍼졌다. 나는 열심히 연주를 하는 악단장과 ‘시’ 사람들을 서둘러 본관으로 끌고 가는 팀장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비바람이 거세지자 동물들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며 작은 소란이 일었다. 그때 푸앙이 코끼리 등에 앉아 있던 홍학의 다리를 잡아챘다. 푸덕, 푸흐드덕! 홍학이 거센 날갯짓을 했지만 푸앙의 손아귀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푸앙이 정문과 반대쪽을 향해 뛰었다. 마치 홍학 연을 타기라도 한 것처럼 재빠른 속도였다. 홍학 한 마리가 사라지자 코끼리 등에 앉아 있던 다른 홍학 네 마리도 푸앙이 사라진 쪽을 향해 날아갔다. 푸앙은 홍학의 습성도 잘 알았다. 아마도 어미를 데려갔을 거였다. 홍학이 날아가면 코끼리들은 그 자리에 앉아 무릎을 굽혀 반쯤 앉거나 선 채 왼발을 들어 쇼의 시작을 알리게끔 훈련되어 있었다. 내가 말려볼 틈도 없이 정문에서가 아니라 정문으로 가는 도중에 코끼리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붉은 꽃 한 송이를 등에 얹은 코끼리들이 추는 군무가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와 함께 어우러졌다. 그때까지도 정문 앞을 떠나지 않고 남아 있던 사람들은 박수를 치거나 사진을 찍어댔다. 쏘냐와 튀라는 설사를 좍좍 갈기면서도 춤을 추었다. 코를 양 옆으로 흔들면서 왼발과 오른발을 차례대로 접고 자리에 앉았다 일어나며 엉덩이춤을 추었다. 코를 하늘 위로 높게 치켜세웠다가 쿵쿵 땅을 울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다시 왼쪽 오른쪽으로 두 차례씩 긴 코를 하늘로 들어올렸다. 빗줄기를 쏟아붓는 하늘을 향해 코를 쏘아 올리기라도 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한 번 쇼를 시작하면 끝이 날 때까지 절대로 멈추지 않게 훈련된 코끼리들이었다. 홍학과 함께 한 군무가 오 분, 코끼리만 하는 쇼가 십오 분이었다. 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코끼리들 옆에 전기 총을 든 채 무력하게 서 있었다. 코끼리의 군무가 점점 더 활기를 띠기 시작할 때쯤 다시 축배의 노래가 들려왔다. 악단장은 마치 무한 반복이라도 할 것 같은 완강한 표정이었다. 코끼리들은 덜렁덜렁 코를 흔들며 리듬에 맞춰 춤을 추었다. 차례대로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한 후 푸앙이 쏘냐의 어깨 위에 올라가 커다란 횃불을 치켜세우는 것으로 끝이 날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푸앙이 없다.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홍학들은 왜 하나도 돌아오지 않는 거지? 본관으로 갔던 팀장이 호루라기를 불며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정문을 가로지르는 팀장의 뒤쪽으로 익숙한 남색 기지바지가 지나갔다. ……할머니? 축배의 노래에 맞춰 자박자박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 할머니였다. 나는 재빨리 할머니를 향해 뛰었다. 할머니, 할머니이! 그러나 할머니는 멈춰 서지 않았다. 내 등 뒤에서 악단장이 연주하고 있던 바이올린이 바닥에 내팽개쳐지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뒤따라 전기 총을 쏘는 소리도 들려왔다. 코끼리들이 거세게 날뛰며 질러대는 울음과 구경하던 사람들의 비명이 뒤섞였다. 돌아서서 잠시 주춤하던 나는 다시 있는 힘껏 할머니 쪽을 향해 뛰어갔다. 빗물이 자꾸 눈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삼촌의 뼛조각을 손에 쥔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어서인가. 내 손은 자꾸만 할머니의 몸을 움켜쥐려고 했다. 아버지가 못을 골라내자 화장장 직원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바로 삼촌의 뼈를 유골함에 넣어주었다. 고모들은 자신의 혈육이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막힌 듯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촉망받던 조련사였으며, 사람 좋던 막내 삼촌은 그렇게 몇 줌의 유골이 되었다. 옥색 유골함 위에는 삼촌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제 삼촌은 옥함 겉면의 금박 이름으로만 남게 될 모양이었다. 할머니가 움켜쥐고 있던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크게 우시려는가 싶어 나는 고개를 돌려 유골함 쪽을 쳐다보았다. 할머니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단단히 쥐고 있던 두 주먹이 텅 비어 있었다. 나는 할머니의 두 손을 자세히 살폈다. 그러는 사이 할머니는 천천히 입을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수골실의 모든 것이 잠깐 멈춘 것 같았다. 할머니는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도 하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할머니가 갑자기 상체를 숙였다. 입 속의 것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가. 나는 의자에 걸터앉아 오랫동안 할머니 뒤쪽의 흰 벽을 바라보았다.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잘 움직이지 않았고 무엇을 먹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셔가려고 했지만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지 말고, 동물원에 가보자. 집으로 돌아온 후 할머니가 우리들에게 처음으로 한 부탁이었다. 나는 내가 잘못 들었나 했지만 그것은 분명 동물원이라는 말이었다. 아버지가 동물원에 데려다주지 않자 할머니는 살아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모든 행위들을 다시 거부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기세와 할머니의 고집 사이에서 가족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나는 밤마다 할머니 방으로 가서 할머니의 몸을 쓰다듬었다. 여기 어디쯤 삼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할머니의 몸이 무척 단단하게 느껴졌다. 삼촌은 할머니의 쇄골 위에 올라 있었다. 할머니가 들이쉬고 내쉬는 숨 속에서도 삼촌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어느 날엔가 삼촌은 할머니의 팔목을 그러쥔 채 죽이 담긴 숟가락을 할머니의 입 속으로 밀어 넣어주기도 했다. 먹은 음식이 어쩌다 얹히기라도 하면 조용히 할머니의 등을 쓸어주었다. 나는 삼촌이 그렇게라도 여기서 할머니와 함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삼촌, 좋아? 나는 탄 못과 할머니의 무릎을 번갈아가며 만졌다. 할머니는 오래 울었다. 가족들 모두 마음을 진정시키고 일상으로 돌아간 다음에도 할머니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새벽에 홀로 깨어 화장실에 다녀올 때도, 물에 만 밥 한 그릇을 다 먹고 난 뒤에도 삼촌의 베개를 쓰다듬으며 울었다. 어쩌다 밥상에 삼촌이 좋아하던 창란젓이라도 올라오면 그걸 바라보며 오래 울었다. 눕거나 앉거나 간신히 일어서거나 벽에 등을 기대거나. 언제 어디에서건 어떤 자세로든 할머니는 울고 있었다. 소리가 나지 않게 속으로 울고 있었지만 나는 할머니가 울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 어쩌면 울다 지쳐 손으로 몸을 짚기라도 하면 어디에서건 삼촌이 만져져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그러는 것인지도 몰랐다. 살아 있는 유골함이 되는 일은 무척 힘겨워 보였다. 그래도 할머니는 식구들 앞에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고,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난 오늘 할머니는 혼자서 동물원에 온 거였다. 우리가 걸음을 멈춘 곳은 식물원 입구였다. 할머니를 막 따라잡으려다가 도대체 왜 동물원에 왔고 또 어디로 가려는 것인지 궁금해 뒤를 따랐던 참이었다. 할머니의 남색 기지바지 속에서 끊임없이 휴대전화 벨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원내 방송이 나왔다. 이하설 조장님, 운영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식물원 뒤쪽에는 고사한 나무들이 즐비했다. 희귀한 꽃이나 과실수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팔려가거나 누군가가 빼돌린 뒤였다. 테마 랜드를 재정비한다면 가장 먼저 손을 대야 할 곳도 여기였다. 할머니는 왜 하필 이곳으로 온 것일까. 마침내 할머니가 걸음을 멈추고 단풍나무 둥치에 기대앉았다. 집에서 동물원까지 걸어왔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을 텐데……. 나는 천천히 할머니에게로 다가갔다. 집으로 모셔 갈 작정이었다. 그때 할머니가 손을 뻗어 땅바닥에 흩어져 있는 나뭇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 내 새끼손가락만 한 나뭇조각이었다. 주저할 새도 없이 할머니는 그것을 입에 넣은 후 가슴을 쳤다. 그러다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크으헉, 으흑. 그것은 그동안 가슴에 쌓였던 울음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다가가 말리지 않았다. 할머니도 얼마간은 큰 소리로 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주먹으로 툭툭 땅을 쳤고, 나무 둥치에 등을 짓찧었다. 돌로 만든 조형물에 얼굴을 갖다 박았고 두 손으로 머리채를 쥐어뜯었다. 할머니는 그동안 속으로만 쌓였던 울음들을 모조리 뱉어내려는 것 같았다. 그때 식물원 어디선가 커다란 새의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푸앙? 그는 나에게 다른 한국인들과 구별되는 나만의 향기가 있다고 말하곤 했다. 내가 자기를 찾는 거라 여기고 또 달아나버리면 어떡하지? 푸드덕거리는 새소리와 할머니의 울음이 식물원 안을 가득 채웠다. 죽은 나무들도 잔잔한 바람을 타며 울음소리와 박자를 맞췄다. 나는 할머니가 울고, 푸앙이 새들과 함께 마음을 삭이고 있는 여기가 아주 잠깐 동안만이라도 누군가에게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눈물을 그친 할머니가 다시 걸었다. 나는 할머니를 뒤따라갔다. 할머니는 여전히 뒤에 있는 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참 동안 동물원 곳곳을 걷던 할머니는 코닥 필름 사진관 앞에서 멈춰 섰다. 우두커니 서서 문 닫힌 사진관의 창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코끼리 등에 올라 탄 삼촌이 붉은 조련복을 입고 활짝 웃는 사진이 붙어 있었다. 테마랜드 30년의 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전시된 사진들이었다. 오래되어 빛이 바랬을 뿐, 사진 속의 모든 것들은 충분히 식별이 가능했다. 할머니는 손을 뻗은 채로 창가에 바짝 다가섰다. 삼촌의 사진이 언제부터 저곳에 걸려 있었던 걸까. 테마랜드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저 사진을 그곳에 걸어 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할머니! 그제야 내가 큰소리로 할머니를 불렀지만 할머니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멀찍이 떨어져서 코끼리 등 위에 앉아 밝게 웃고 있는 삼촌과 그것을 향해 말 없이 손을 뻗는 여인을 찍은 한 장의 사진을 쓸쓸히 바라보았다. 내가 보고 있는 이 사진 속으로도 빗방울들이 쏟아져 내렸다. 정적을 깬 것은 다름 아닌 푸앙이 우는 소리였다. 푸앙은 팀장에게 멱살을 잡힌 채 이쪽으로 끌려오는 중이었다. 여전히 홍학 한 마리를 품에 안고 있었다. 야, 이하설! 나는 갑작스러운 그들의 등장에 놀라 나도 모르게 할머니! 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내내 그렇게 멈춰 있을 것만 같던 사진 속 초로의 여인이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여인의 핏발 선 두 눈이 멈춘 곳은 내가 입고 있는 삼촌의 조련복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단추를 달고 솔기를 여며준 이 옷을 할머니는 단번에 알아차린 것 같았다. 어느새 창틀에서 떼어 낸 삼촌의 사진을 안고 있는 할머니가 다른 한 손으로 내 옷을 가리키며 다가왔다. 팀장과 푸앙도 이쪽으로 바짝 다가섰다.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코끼리 울음소리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쏘냐와 튀라는 우리로 돌아갔을까.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나는 주머니 속에 있던 못을 꺼내 쥐었다. 나는 어느 쪽으로도 가지 못했다. 누군가 먼저 잡아당기지 않는다면 나는 언제까지라도 그렇게 서 있을 것만 같았다. <끝> ■ 당선소감 - “기꺼이, 조금 더 말랑해지겠습니다” 타슈켄트 동물원에는 코끼리 두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초원을 훑어야 할 우묵한 눈들이 녹슨 푸슈킨 동상을 바라보고 있지요. 어느 날 저도 모르게 코끼리 우리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늙고 병든 코끼리의 두툼하고 너덜너덜한 귓불을 한참 동안 쓰다듬어 주었어요. 그 코끼리들이 저와 함께 아랄 해를 지나 여기까지 왔습니다. 우리 할머니는 요즘 노인정에서 한글을 배우고 계십니다. 손녀가 쓴 글을 읽겠다고 약속을 하셨어요. 저는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글을 써나갈 작정이므로 할머니는 기필코 200세 장수하셔야 합니다. 기꺼이, 조금 더 말랑해지겠습니다. 이 소식을 누구보다도 기뻐해주신 ‘동인, 그 섬’의 대장 임철우 선생님(‘그 섬에 가고 싶다’를 필사하던 그 순간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잘 견디고 천천히 나아가겠습니다.), 치열하고 엄중한 소설쓰기가 일상의 진부함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그 방향을 제시해주신 최수철 선생님(선생님의 조언과 응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 마음에 누가 되지 않도록 살고, 쓰겠습니다.), 검룡소에서 풀솜대를 뜯어주신 최두석 선생님(돌아가지 못하는 시의 자리가 아직도 제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글 쓰는 손가락은 절대적으로 겸손해야 함을 일깨워주신 서영채 선생님(밤새 꺼지지 않던 선생님 연구실의 불빛을 바라보며 술 취한 저는 도서관에서 잠들곤 했지요.), 사물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신 주인석 선생님(아, 이제 오디오 튜닝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10년 전 홍성여고 문예반 수업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겁니다, 이정록 선생님. 좋은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행운입니다. 그 운명을 결정지어주신 어머니, 아버지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제가 무너지려 할 때마다 옆에서 바로잡아주고 격려해준 권오영 시인께는 미처 다 갚을 수도 없는 마음들을 받았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동안 내내 소설 쓰기의 치열함을 온몸으로 가르쳐주던 김도연 선배께 맥주 한 잔 사드리고 싶습니다. 철없는 저를 뒤치다꺼리해 주느라 고생한, 제일 먼저 축하해준 이진희 시인. 정말 고맙습니다. 부족한 작품을 끝까지 손에 들고 계셨던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같이 힘들어도 조금 더 기운을 낼 수 있는 뚝심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얼른 ‘리보통(Ly-botong)’으로 달려가 그곳에 계신 분들과 커피 한 잔 내려 마시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약력 -본명:이미선. 1983년 충남 보령 출생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소설전공 수료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으로 우즈베키스탄 세계언어대학 한국어 강사 역임 ■ 심사평 - ‘현대인 삶의 축도’ 동물원… 상징적 압축미 탁월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은 모두 열 편. 이 가운데 다시 세 편의 작품을 어렵게 추려 놓고 생각했다. 신춘문예가 필요로 하는 소설은 어떤 소설인가? 우리 소설은 어디로 가야 하나? 단편소설은 산문 양식임에도 언어의 경제성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는 영역이다. 우리는 이 짧은 언어로는 ‘모든 것’을 쓸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양식은 이 ‘모든 것’을 내놓으라고 한다. 어떻게? 수사학, 즉 기교가 우리를 지상적인 삶에서 초월적 의미의 세계로 순간이동시켜 준다. 그러니 기교가 모든 것이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할 수도 있다. 상징적 깊이나 환유적 지시 체계를 갖추지 못한 훌륭한 단편소설이란 일종의 형용모순과도 같다. 하이준씨의 ‘은행나무가 있는 풍경’은 현대적 일상을 사건으로 만들어 가는 문체가 돋보였다. 강남의 한 미장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조그만 사건은, 일상의 소소함이 그 한계 내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만든 장점도 갖추었다. 김명진씨의 ‘뷰티플 원데이’는 베트남에서 온 아버지와 아버지의 젊은 여인과 ‘나’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나’의 내면의 섬세함이 다문화라는 문제를 사회성 이상의 차원으로 끌어 올렸다. 그러나 ‘은행나무가 있는 풍경’은 의미를 구성하는 사건이 너무 희박하고, ‘뷰티플 원데이’는 사건을 보편적인 의미로 상승시키는 힘이 부족하다. 이은선씨의 ‘붉은 코끼리’는 상징적 압축미가 뛰어나다. 동물원 코끼리 조련사의 이야기 안에 많은 것을 담았다. 동물원이라는 배경 자체가 어떤 상징성을 띤, 현대인의 삶의 축도로 이해하게 한다. 여기서 동물원을 지배하는 어떤 메커니즘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세계의 어떤 축도와도 같다. 이 작품은 쓴 것 이상의 의미를 함축하면서 독자에게 시적인 울림을 선사한다. 재능과 생각을 겸비한 이은선씨에게 축하의 말씀과 함께 정진을 당부 드린다.
  • [사회플러스] 포털 연예인 검색순위 조작 적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위재천)는 28일 소속 연예인의 검색 순위를 높여 달라는 연예기획사의 부탁을 받고 네이버에 악성프로그램을 이용해 검색순위를 조작한 프로그래머 서모(20)씨와 조작을 부탁한 연예기획사 대표 백모(40)씨를 정보통신망이용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씨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의류사이트에 대한 조작을 부탁한 고모(25)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씨는 지난 4월 소속 가수 M에 대한 검색순위를 높여 달라는 부탁을 백씨로부터 받고 그 전부터 유포된 악성프로그램 파일에다 검색 쿼리를 허위로 발생시키는 프로그램까지 집어넣는 방식으로 5월까지 M에 대한 검색이 1만 3683차례 일어난 것처럼 집계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9월부터는 아예 백씨가 실행프로그램을 넘겨 받아 수만 번의 검색이 일어난 것처럼 꾸민 것으로 보고 있다.
  • 황정음, 유니폼 모델시절엔…

    황정음, 유니폼 모델시절엔…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감초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황정음의 유니폼 광고모델 시절 사진이 공개돼 화제다. 다음 텔레비존 게시판에 공개된 이번 사진은 황정음이 데뷔 전 대전의 한 유니폼 회사 광고모델로 활동하면서 촬영한 사진으로 보인다. 흑백으로 실린 광고사진에서 황정음은 긴 웨이브 퍼머 머리에 해당 회사의 유니폼을 입고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진짜 여자가 봐도 예쁘다” “원래도 이뻤네” “황정음 점점 호감이다” 는 등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다음 텔레비존 서울신문NTN 김진욱 기자 action@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김현중·김연아, CF 최고모델 등극 배경은?

    김현중·김연아, CF 최고모델 등극 배경은?

    그룹 SS501 멤버 김현중과 피겨스타 김연아가 2009년 라이징 스타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올해 최고 CF 모델로 등극하고 최다 인물 검색어 순위권내에 진입하는 등 각종 차트에 서 승승장구한 것. 21일 광고 마케팅 전문 사이트 애드와플은 지난달 30일부터 13일까지 1만 여명을 대상으로 2009년 가장 인기가 많았던 CF와 모델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김현중과 김연아가 각각 남녀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화장품과 의류, 치킨 광고 등을 넘나들며 종횡무진한 김현중은 27.1%의 지지로 이민호와 이승기를 제치고 1위에 올랐으며 김연아는 34% 지지로 소녀시대와 이효리를 넘어섰다. 애드와플 관계자는 “김현중은 10대의 전폭적인 지지로 평소 사이트에 상위권에 랭크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김연아의 경우 10, 20대를 비롯해 40~50대까지 일반 대중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인터넷 포털 사이트 야후코리아(www.yahoo.co.kr) ‘2009년 인기 검색어 Top 10’ 에서도 김현중과 김연아는 최다 인물 검색어 순위에서 1위로 등극했다. 2009년 떠오르는 베스트드레서 부문에서 18%의 지지율로 나란히 차세대 패셔니 스타 3위에 오른 것. 특히, 김현중은 야후가 선정한 2009 아아 버즈 어워드 최고 스타에 선정됐으며 ‘피겨 퀸’ 김연아는 삼성경제연구소 ‘2009년 10대 히트상품’ 설문조사 결과 히트 상품 3위(서비스 및 기타 분야 1위)로 꼽히기도 했다. 김현중은 ‘꽃보다 남자’ 를 통해 국민 선배로 각광받으면서 김연아는 올해 출전한 5개 대회를 모두 석권하면서 광고와 액세서리, 음반 등에서도 다양한 히트 상품을 파생시킨 데에 따른 것이라는 게 야후와 연구소측 분석이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백영미 기자 positive@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청순글래머’ 신세경 “애칭 이젠 좋아요”

    ‘청순글래머’ 신세경 “애칭 이젠 좋아요”

    신세경이 ‘청순글래머’라는 수식어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청순하고도 당찬 매력으로 사랑받고 있는 신세경은 18일 오후 방송된 MBC ‘섹션TV 연예통신’에서 “애칭에 감사한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신세경은 “아직 어리고 많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청순글래머’라는 말이 부담스러웠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칭찬해주시는 애칭이니까 감사하고 기분 좋게 생각하고 있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올해 ‘지붕뚫고 하이킥’에 출연하며 스타덤에 오른 신세경은 “아직은 인기를 실감하지 못 하겠다. 촬영 때문에 하루도 쉬는 날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신세경은 ‘지붕뚫고 하이킥’ 속 세경의 모습이 실제 성격과 비슷하다며 “애교가 없는 게 내 최대 약점”이라고 밝혔다. 귀엽고 깜찍한 행동을 잘 못한다는 신세경은 “술을 마실 때가 유일하게 애교를 떠는 때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화장품 광고모델로 발탁된 신세경은 지면 광고 촬영장에서 청초한 소녀의 모습부터 도발적인 여인의 매력까지 모두 발산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진 = MBC ‘섹션TV 연예통신’ 화면 캡쳐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아들 죽은 줄 모르고… 치매노모 배고파 나섰다 길잃어

    치매를 앓고 있는 팔순 노모와 단둘이 살던 50대 정신질환자가 숨졌으나 정작 노모는 이를 모르고 집을 나간 지 수일만에 아들의 주검이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11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10일 오후 9시30분쯤 광산구 지죽동 한 노인회관에서 “치매 노인이 있으니 집을 찾아달라.”는 한 주민의 신고를 접수했다.경찰은 노인회관에서 박모(86·여)씨를 찾아 어렴풋이 자신의 집을 기억하는 박씨를 광산구 복룡동에 있는 집까지 데려다 줬다. 그러나 경찰이 집에 들어서자 심한 악취가 풍겼고, 안방에는 박씨의 아들 고모(51)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정신질환자인 고씨는 중학교 졸업 이후 일정한 직업 없이 부모와 함께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아버지가 10여년전 지병으로 숨진 이후 치매를 앓은 어머니와 함께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정부 지원금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왔다. 경찰은 제때 식사를 챙겨줄 아들이 숨진 후 며칠을 함께 있던 노모가 배고픔에 지치자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은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태안 기적은 없었다] 7개월째 기침… 천식·위암 “앞날이 캄캄… 너무 두렵다”

    [태안 기적은 없었다] 7개월째 기침… 천식·위암 “앞날이 캄캄… 너무 두렵다”

    고모(68) 할아버지는 충남 태안 바닷가에서 나고 자랐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집을 짓고 30년간 굴양식장을 꾸려 4남1녀를 키웠다. 2007년 12월7일 검은 기름이 앞마당까지 밀려오기 전까지, 그는 여생을 그렇게 보낼 것이라고 믿었다. 지독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찌르고 숨이 탁 막혔다. 그날부터 할아버지는 기침을 했다. 기름 바다가 집 앞이라 문을 꼭 닫아도 악취를 피할 수 없었다. 그래도 기침약을 먹어 가며 지난해 2월까지 방제에 매달렸다. 평생 감기 한번 앓은 적이 없는데 7개월이나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그때서야 아들을 불러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갔다. 성대에 염증이 생겨 수술을 받아야 했다. 2008년 7월 첫 수술을 했다. 한 달 뒤 또 다른 염증이 발견돼 두 번째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1월 세 번째 수술까지. 쉰 목소리만 남았다. 할아버지는 “기름이 터져 다 잃었다.”고 했다. 태안 주민의 건강이 검은 기름에 뒤덮여 있다. 태안군 환경보건센터가 8일 발표한 ‘중장기 건강영향조사 1차 결과’에 따르면 방제 작업에 참여한 주민의 신경계 기능이 떨어지고 알레르기 증상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1월부터 1년여 동안 소원·원북·근흥·이원면을 포함한 주민 1만여명과 초등학생 600여명을 조사한 결과, 피해지역 주민의 경우 암 발병 원인이 되는 유전물질 및 세포손상(MDA)이 4.46㎍/g cr(크레아틴 보정값)로 정상인(1.18㎍/g cr)의 최대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세포벽이 깨지면서 숫자가 올라가는데 암환자들에게 높게 나타난다. ●암 발병 원인 유전물질·세포손상 정상인의 최대 4배 피해 주민의 알레르기 증상 호소와 병원 치료 비율도 증가했다. 보건센터에 따르면 피부염이나 결막염은 방제작업 일수에 따라 2~5배, 천식 및 비염은 1.2~2배 늘었다. 권계순(66) 할머니는 기름 유출 사고 후부터 일주일에 두서너 차례 병원에 다닌다.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팔·다리가 쑤셔서 살 수가 없다고 했다. 금방했던 일도 까먹고 멍하게 넋을 놓는다. 할아버지가 “그 총명하던 사람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56.6%… 타지역의 4배 할머니는 겨울마다 새벽 4시부터 해가 떨어질 때까지 굴을 깠다. 쉬어본 날이 거의 없다. 할아버지가 양식장에 굴을 따러 간 사이 전화주문이 들어오면 주소를 외웠다가 알려줬다. 한글을 모르는 할머니에게 암기는 생존수단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화번호 하나 외우기도 힘들고, 통증주사를 맞지 않으면 하루도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어르신만 고달픈 게 아니다. 의항2리 김관수(57) 이장은 2008년 5월 위암 수술을 받았다. 그는 “기름사고 충격에다 방제작업, 긴급생계비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스트레스받으며 뛰어다녔더니 암에 걸렸다.”고 말했다. 암으로 수술받은 사람도, 죽는 사람도 동네에서 계속 생겨난다고 했다. 임소희(57)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온몸의 근육이 굳어버린 듯 손가락 하나도 구부릴 수가 없어요.” 서울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지만 이상이 없다고 한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원유유출사고(엑손 발데즈호)가 일어나고 10년이 지나자 살아남은 주민이 하나도 없었다는데…. 너무나 두렵다.”고 그는 걱정했다. 정신건강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한림대 성심병원 의료팀 등이 대한산업의학회지에 발표한 ‘기름유출사고지역 주민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과 관련 요인’에 따르면 태안 소원면 주민의 PTSD 증상자 비율은 다른 지역보다 4배가 높은 56.6%로 나타났다. 마을주민들 간 갈등도 심해졌다. 희망제작소가 발간한 ‘태안유류유출사고가 지역민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주민 85.9%가 이웃사이가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서로 예민해져서(35.7%) ▲형평성에 어긋난 보상(34.1%) ▲방제 및 재건 방법에 대한 의견 차이(17.8%) ▲피해정도가 달라(8.5%) 등을 갈등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충경 의항2리 어촌계장은 “피해보상이 늦어져 생계를 위협받자 인심까지 각박해졌다.”고 설명했다. 태안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日진출 3년차 송보배 제2 전성기 활짝

    日진출 3년차 송보배 제2 전성기 활짝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두루 우승해 보고 싶어요.” 지난 2008년은 송보배(23)에게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한 해였다. 3월9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개막전인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에서 일본 진출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오키나와의 류큐골프장에서 송보배는 “남들 다 가는 미국 대신 일본에 진출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간간이 한국대회에 나가볼 계획도 그렸다. ●2008년 KLPGA개막전서 판정항의로 중징계 ‘아픔’ 그러나 호사다마였을까. 한 달 남짓 뒤인 4월12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 PGA) 투어 시즌 개막전인 스포츠서울-김영주골프오픈 2라운드. 초청선수로 출전, 9번홀 두 번째 샷을 숲속으로 날려 보낸 뒤 ‘드롭’을 둘러싸고 경기위원의 판정에 대들었다는 이유로 2년 간 출전금지, 벌금 2000만원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것도 고향땅에서 열린 대회에서였다. 이후 송보배는 국내에서 모습을 감췄다. 어차피 뛰고 있는 무대는 일본이었으니 굳이 남들이 애써 찾을 일도 없었다. 세월은 그렇게 2년 가까이 흘러갔다. 그리고 다시 오키나와의 류큐골프장. 송보배는 그 자리에 다시 섰다. 한·일여자골프대항전. 시한을 몇 달 앞두고 그는 징계에서 풀려났다. 만감이 교차했다. “이제부턴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주문이 통했을까. 2라운드 연속 이글을 잡아내며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2라운드에서 우승 ‘매직넘버’였던 2승1무 가운데 승부에 종지부를 찍는 승리를 거둬 3년 만에 한국팀에 정상의 기쁨을 안긴 주인공이나 다름없었다. ●한·일여자골프대항전 3년만에 우승 안겨… MVP선정 ‘기쁨’ 그러나 이틀 내내 딸의 라운드를 따라다닌 송용현(55)씨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그날 우승 이후 징계가 따라붙었으니, 자꾸 그 생각이 나네요.” 사실, 송보배에게 그날 이후 모든 스폰서가 떨어져 나갔다. 프로선수에게 그건 2년 출장정지보다, 수천만원의 벌금보다 무서운 형벌이었다. 제주 서귀중앙여중 1년 때 골프를 시작, 5년 만인 2002년 KLPGA 투어 전 경기 출전권을 따냈다. 이듬해 쟁쟁한 ‘언니’들을 제치고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그는 2004년 대상과 신인상에 이어 상금왕까지 휩쓸었다. 신지애(21·미래에셋)가 나타나기 이전 사실상 한국여자골프를 평정했던 그였다. 2007년 일본무대로 향했다. 왜 남들 다 가는 미국 LPGA 대신 일본을 택했을까. “분위기가 다르잖아요. 미국처럼 슬리퍼 끌고 오는 갤러리도 없고 연습그린에 공 3개만 가져갈 수 있는 등 나름대로의 규정이 확실해요. 물론 집에서 가까워 맘이 편한 것도 이유고요.” 그의 일본 생활 3년은 ‘노도’와 다름없었다. “비록 짧은 3년이지만 쓴맛, 단맛 다 봤다고 할까요. 처음 6개월 동안은 고모부가, 이후 1년 동안은 오빠가 옆에서 도와줬어요.”라고 자신의 일본생활을 소개한 송보배는 “지금은 완전히 혼자고요. 일본어요? ‘전투 일본어’만 능해요. 쓰기는 절름발이고요.”라며 깔깔 웃었다. 일본 신인왕 얘기도 솔솔 피어오른다. 이런저런 이유로 회원 가입을 미루는 바람에 자격이 안 됐지만 이번주 가입할 예정. “그렇게 되면 ‘3년 묵은 신인왕’이 쑥스러울 수도 있겠네요.” 송보배는 일부 선수들이 미국무대를 떠나 ‘일본러시’를 이루는 현재 상황에 대해 “3년 전에 견줘 선수들 기량이 월등해졌다.”면서 “함부로 JLPGA에 뛰어들었다가는 큰코다칠 것”이라고 섣부른 도전을 경계했다. 사실 송보배도 내년부턴 미국 LPGA에서 뛸 수는 있다. 올해 미즈노클래식에서 우승, 풀시드를 받았기 때문. 송보배는 “다 못 뛰기 때문에 참 아깝기는 하지만 5~6개 정도는 대회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일본 투어가 더 좋아요. 내년엔 3승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을 마친 뒤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키나와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생후 5일 ‘쿡’ 아기모델 “기네스 올랐어요”

    생후 5일 ‘쿡’ 아기모델 “기네스 올랐어요”

    KT의 통합브랜드 ‘쿡’(QOO K) 광고에 출연했던 생후 5일된 아기가 최연소 광고모델 수상 기록으로 기네스에 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 3일 KT에 따르면 ‘쿡’ TV 광고의 아기 모델이었던 박은성(1)군은 최근 세계 기네스 기록을 관리하는 사단법인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최연소 광고모델상 수상 기록자로 인증받았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청순글래머’ 신세경, 광고계 접수 태세

    ‘청순글래머’ 신세경, 광고계 접수 태세

    ‘청순글래머’ 신세경이 광고계를 접수할 태세다. 1일 신세경의 소속사 나무 엔터테인먼트 측에 따르면 신세경은 최근 휴대폰 업체인 LG전다 투명 폰 크리스털의 간판 모델로 전격 발탁됐다. 뿐만 아니라 전자, 화장품, 금융, 의류, 음료 등 광고 전 분야에 걸쳐 모델제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 이는 신세경이 MBC ‘선덕여왕’과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을 통해 청순하고 여성스러운 매력을 고루 갖췄다는 평을 듣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청순 글래머라는 애칭처럼 은근히 드러나는 섹시함도 광고계에 어필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신세경의 소속사 나무액터스는 “대표적인 광고모델들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20살을 갓 넘긴 신세경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이 높이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추가 계약을 확정지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사진 = 코스모폴리탄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씨줄날줄] 베네치아 장례식/김종면 논설위원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미항 나폴리가 쓰레기 천국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것이 불과 1년 전이다. 청소업체들이 처리 장소가 없다는 이유로 수거를 중단해 수십만t의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나폴리의 모습은 저주받은 도시 바로 그것이었다. 분노한 시민은 쓰레기 더미에 불을 질렀고, 정부는 급기야 국가재난 차원에서 다룰 것을 선언했다. 나폴리는 더이상 한국의 나폴리(통영)니 중국의 나폴리(칭다오)니 하며 아름다움의 비전을 얻던 ‘태양의 도시’가 아니다. 왜 이 지경이 됐을까. 지역 이기주의와 위정자의 무책임, 뿌리 깊은 마피아 싸움이 악취의 근원이다. 부패와 타락에 물들면 마치 옛 소돔과 고모라처럼 심판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진리가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이번엔 또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엊그제 베네치아의 물길에는 노란 꽃 단장을 한 관을 실은 곤돌라가 떴다. 산타루치아를 흥겹게 들려주던 매력남 곤돌리에(곤돌라 사공)는 구슬픈 만가를 부르는 상두꾼으로 변했다. 애도 행렬에는 수많은 시민이 뒤따랐다. ‘베네치아의 죽음’을 슬퍼하는 가상(假想) 장례식 풍경이다. 관광메카 베네치아는 정말 빈사의 운명을 맞고 있는 것일까. 베네치아의 인구는 현재 6만여명. 30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관광산업을 제외한 경제활동이 사실상 사라져 버린 탓이다. 물가가 급등하는 등 생활여건이 점차 나빠지면서 베네치아는 원주민을 찾아보기 힘든 ‘나그네 도시’로 바뀌었다. 베네치아의 수난은 전 지구적 문제인 기후온난화와도 무관치 않다. 베네치아는 해수면 상승 취약지역으로 100년 안에 물에 잠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자연의 재앙보다 더 무서운 것이 황금만능이 초래하는 ‘인재(人災)’인지 모른다. “베네치아의 당면 과제는 가라앉는 것(sinking)이 아니라 줄어드는 것(shrinking)이다. 2030년이면 현지 주민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는 뉴스위크의 최근 보도는 매우 시사적이다. ‘조상 덕에 먹고사는 나라’라는 시샘까지 듣는 문화유산대국.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일으켜 세운 게 관광이었듯 추락의 열쇠 또한 관광이 쥐고 있는 셈이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브로커 플루’

    서울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30억원대의 금품을 주고 받은 조합장과 업체 직원, 공무원 등 30여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 동부지검은 서울 송파구와 강동구, 경기도 성남 일대 8곳의 재건축·재개발 단지 조합 설립과 업체선정 과정에서 돈을 주고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잠실 모 재건축단지 조합장 고모(61)씨 등 3명의 조합장과 브로커로 활동한 전직 경찰 김모(40)씨 등 9명을 구속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건설 업체에서 돈을 받은 송파구청 공무원 김모(53)씨와 조합 등에 뇌물을 제공한 H, D건설 등 시공사 직원과 브로커 등 2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합장 고씨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차례에 걸쳐 모 창호업체 대표 김모(50)씨로부터 500억원 규모의 재건축 아파트 창호 공급업체로 선정해준 대가로 6억원을 받아 챙겼다. 김씨는 창호 공사권을 따내기 위해 브로커를 고용해 다른 조합 간부들에게도 14억 5000만원을 건냈다. 특히 김씨는 주변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조합장과 친한 간부와 변호사 등을 대거 동원해 간접적으로 건네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신종플루 수험생 2700여명 분리시험

    12일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쌀쌀한 날씨 속에 무사히 치러졌다. 응원 분위기는 예년만큼 뜨겁지는 않았다. 신종플루 여파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입실이 끝나 고사장 철문이 닫히고 나서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두 손 모아 기도하며 자녀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시험장 반입 금지품목인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 경남에서 3명, 인천에서 2명의 수험생이 퇴실조치됐고 이들의 수능시험은 무효처리됐다. 이날 시험장에는 사상 처음으로 신종플루 확진·의심환자 분리시험실이 마련됐다. 모두 2707명(확진 717명, 의심환자 1990명)의 수험생들이 이 분리시험실에서 시험을 치렀다. 하지만 각 분리시험실은 대체로 한산했다. 서울의 경우 대부분 1~3명씩의 확진·감염환자가 분리시험실을 이용했고, 아예 수험생이 없는 곳도 많았다. 서울 이대목동병원 등 전국 병원시험실에서는 10명이 시험을 치렀다. 지난 5일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였던 고양 정발고의 고모(18)군은 전날 저녁 극적으로 의식을 회복해 일산 백병원에서 시험을 쳤다. 신종플루 사태 때문에 전반적인 응원열기가 뜨겁지는 않았으나 일부 고교는 후배들의 응원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서울 중동고 학생 35명은 전날 오후 8시부터 서초동 서울고 정문 앞에 자리를 잡고 밤을 지새운 뒤 응원가를 부르며 선배들을 응원했다. ‘정답만 향합니다. 풍문인의 텔레콤’ ‘대학문은 좁지만 배화인은 날씬하다.’는 기발한 피켓과 카드섹션도 등장했다. 신종플루 사태를 반영한 ‘금옥의 따님들 수능대박 확진이오.’라는 재치있는 현수막도 눈길을 끌었다. 서울 경운학교에서 시험을 치른 지체장애 학생 30여명은 부모와 담임교사의 손을 잡고 나오는가 하면 감독관이 OMR(Optical Mark Reader) 카드를 대신 작성해 줬다. 경찰은 이날 1000여명의 수험생을 순찰차와 사이카로 긴급수송하고 고사장을 잘못 찾은 수험생을 도왔다. 자가용을 이용해 발을 동동 구르는 수험생을 태워주거나 안내하는 등 곳곳에서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공주경찰서 안철기 경장은 공주고 앞에서 학생이 손목시계를 갖고 오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차고 있던 결혼 예물시계를 선뜻 빌려주기도 했다. 서울 모여고 이모(18)양은 교통체증으로 서울의 시험장까지 갈 수 없게 되자 집에서 가장 가까운 시험장인 파주 봉일천고에서 시험을 치렀다. 학교 측은 이양이 배정된 서울 서부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시험이 끝난 후 이양의 답안지를 넘겨주기로 하고 그곳에서 시험을 치르게 했다. 한편 시험을 끝낸 서울의 일부 수험생들은 이날 저녁 추운 날씨 속에서도 홍대 앞, 강남역 등 유흥가에 모여 해방감을 만끽하기도 했다. 홍대 앞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심모(38)씨는 “학생들이 몰려들어 신분증 검사에 더욱 신경쓰고 있다.”면서 “10여 팀이 미성년자로 확인돼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강남역 일대는 외식 나온 가족들이 많았고 일부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수고했다며 반주를 권하기도 했다. 이재연 오달란 박성국기자 oscal@seoul.co.kr
  • USIM 때문에… 쉬워진 휴대전화 감청

    USIM 때문에… 쉬워진 휴대전화 감청

    회사원 윤모(45)씨는 최근 아내의 귀가가 늦고 문자메시지를 지나치게 많이 보낸다고 의심하던 차에 올해 8월 술집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으로부터 귀가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그는 아내가 그동안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가 모두 저장된 이동통신사 홈페이지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구해주겠다며 200만원을 요구했다. 아내의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 번호를 건네준 윤씨는 이후 한달간 아내의 문자메시지를 모두 볼 수 있었다. 내연녀의 남자관계를 의심해온 건축업자 고모(57)씨는 전자상가에서 도청장비를 찾던 중 3월 50만원을 주고 이통사 홈페이지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얻었다. 고씨는 반년 동안 내연녀의 문자메시지를 감시했다. 피해자들의 휴대전화는 이동통신사가 그동안 ‘불법 복제와 감청이 불가능하다.’고 자신해온 3세대(G) 휴대전화였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5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의 수신·발신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이동통신사 홈페이지의 ‘문자매니저’ 서비스에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가입한 뒤 사생활 뒷조사 전문 브로커에 넘긴 혐의로 총책 이모(43·유흥주점 업주)씨와 기술담당 김모(35·휴대전화 판매업)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브로커인 양모(31·유흥주점 사장)씨와 의뢰인 윤씨와 고씨 등 9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력 이동통신사인 S사 대리점 직원은 평소 알고 지내던 김씨 등으로부터 뒷조사 대상의 전화번호와 주민등록번호 등을 건네받은 뒤 해당 이통사 전산망에 들어가 뒷조사 대상의 유심(USIM·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 정보를 김씨 등의 유심칩으로 옮겼다. 이들은 이어 이 유심을 공(空)단말기에 꽂아 사실상 복제폰을 만든 뒤 인증번호를 받아 S사 문자매니저 서비스에 가입했고, 이후 유심 정보를 뒷조사 대상의 휴대전화로 도로 옮겨놓았다. 이 과정에서 뒷조사 대상들의 휴대전화는 불통이 됐지만 유심 전환 ‘작업’을 하는 데 5~10분가량 걸렸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단순한 통신장애로 여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심은 가입자의 신원과 전화번호 등 정보를 기록하고 있는 칩으로 3G 휴대전화는 단순히 기계 역할만 할 뿐 유심을 꽂아야 정상적인 통화와 문자 수신·발신이 가능하다. 특히 이번 사건은 유심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이통사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통사 관계자만 끼면 언제든지 이통사 전산망에 침투해 개인정보를 빼낼 수 있다는 것이 처음 확인된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심이 기술적으로 복제가 불가능하지만 개인정보를 모두 갖고 있는 이통사 전산망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면서 “8월 중순 이후 이통사가 유심 정보가 옮겨지면 이를 통보하는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꼬리가 잡혔다.”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여중생 성폭행 70代 구속

    서울 마포경찰서는 5일 이웃집에 사는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70)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2007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서울 마포구에 사는 A(15)양이 집에 혼자 있는 틈을 노려 침입해 “부모에게 알리면 집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하며 A양을 10차례 성폭행한 혐의다. 김씨는 성폭행 사실을 알게 된 A양 고모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5일 TV 하이라이트]

    ●생로병사의 비밀(KBS1 오후 10시) 두 아이의 엄마인 문미란씨는 젊은 나이에 위암 진단을 받았다. 그녀의 가족들 역시 유독 위암 환자가 많았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고모, 아버지까지 모두 위암으로 돌아가신 것. 유독 한국인에게 많이 발병하는 위암. 어째서 한국인들에게 위암 발병률이 높은 것인지, 위암을 예방하고 이기는 방법을 알아본다.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45분)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의 이윤구 총재를 초대해 그의 봉사인생을 들여다본다. 운명처럼 봉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 유엔활동과 분쟁지역에서의 봉사활동을 비롯, 사랑의 빵이 이룬 기적과 그가 사랑의 빵을 생각해내기까지의 사연, 월드비전 회장 당시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에 대한 얘기도 나눠본다. ●사주후愛(MBC 오후 6시50분) 20년간 반복된 남편의 폭력에 이혼을 결심한 아내. 아내의 마음을 돌려달라는 남편의 간절한 제보. 그러나 아내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남편은 점점 폭력적인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데…. 제작진조차 제어할 수 없는 남편의 충동적인 돌발행동. 과연, 남편은 아내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미남이시네요(SBS 오후 9시55분) 태경은 미남의 몸에서 열이 더 많이 나자 빨리 병원으로 데리고 간다. 하지만 미남은 자기 때문에 태경이 다칠까봐 겁난다며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고 보챈다.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온 태경은 밤을 새우며 미남을 간호해주고, 미남은 고마워하면서도 더 이상 폐를 끼치기 전에 자신이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기행(EBS 오후 9시30분) 8월 중순에서 11월 초순까지 강화 외포 앞바다는 추젓의 시절이다. 우리나라 추젓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강화 추젓. 이렇게 많은 새우가 잡히는 것은 민물과 바다가 만나는 까닭에 염도가 낮고, 물살이 빠르기 때문이다. 30년 외포항에서 새우잡이로 살아온 박용오 선장을 통해 가을날, 추젓의 시절로 떠나본다. ●전설의 시대(OBS 오후 11시) 살인마 유영철과 이를 체포한 강대원 형사의 고도의 심리전, 그 숨겨진 뒷이야기가 공개된다. 2004년 어느 날, 잠복근무 끝에 살인마 유영철을 잡은 강 형사. 그러나 체포를 하기 위한 마땅한 증거가 없었다고 한다. 그 때 강 형사는 유영철의 지갑에 달려 있는 여자 발찌를 발견하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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