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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마당] 연극 ‘블랙박스’/김경주 시인

    [문화마당] 연극 ‘블랙박스’/김경주 시인

    연극 ‘블랙박스’를 대학로에서 올리게 되었다. 지난해에 이어 76스튜디오에서 앙코르 공연으로 기획되었다. 이 공연은 기내에서 벌어지는 부조리극이다. 공교롭게도 연극 ‘블랙박스’는 지난해 좀 난감한 질문들에 휩싸였다. 세월호 참사와 연관을 지어 해석하려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쓰이고 기획된 것은 8년여 전임을 밝혀 두고 싶다. ‘블랙박스’는 기내극(機內劇)이라는 시도로 구상한 작품으로, 비행기가 떨어지는 이야기다. 작품의 기획 의도에서 여러 차례 밝혔듯 추락을 경험하지 못하면 알 수 없는 진실 ‘블랙박스’를 통해 우리 인생의 굴곡과 현대인의 불안을 기내에서 보여 준다. 이 연극의 전혀 다른 두 명의 주인공 캐릭터는 너무 다르기에 어울리지 못하지만 이 둘의 의미 없는 대화들은 연극 내내 부조리한 웃음을 보여 준다. 극도의 불안에 닿았을 때 인간들이 보이는 헛심이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들의 헛심에 나는 관심이 많다. 이 기내극의 드라마적인 갈등은 두 인물이 기내에 고립되면서 벌이는 진실게임 같은 것이다. 고립된 상황 안에서 얼마나 자기 말을 감출 수 있느냐, 얼마나 말 속에 숨을 수 있는가 하는 게 기본적인 갈등 구조다. 결국은 얘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 고백을 해버리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하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너무 많은 게 인생이다. 때문에 이 극에서의 갈등 구조는, 연출을 맡았던 유영봉이 말했듯이 복서 두 명이 링 위로 올라가서 싸우며 그 과정에서 어떤 약점 내지는 자기의 강점을 이용해서 상대방을 눕히기 위해서 끊임없이 여러 작전과 전략을 쓰는 이야기이다. 유영봉 연출은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불편한 관계를 표현하고 싶다고. 사람들은 분명 어떤 목적이 있어서 만났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사람 앞에서 정치를 해야 되고 나를 어필해야 되고 나의 어떤 두 가지 면에서 한 가지를 골라야 되고, 이런 일의 연속적인 상황이 우리의 삶이라고. 사는 것도 굉장히 피곤한 삶인데 과연 죽기 직전에도 그런 걸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인간은 그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그게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함정이다. 유영봉은 그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보았다. 이 헛헛한 이야기를 시시껄렁한 인간들의 이야기로 봐 주면 좋겠다. 가령 알고 보니 누가 가발을 쓴다거나, 누가 안 본 사이에 성형수술을 했다거나, 고속도로 휴게소의 대경산업 애플 손지압 마사지가 훌륭하다는 일상의 지혜 같은. 비행기가 곧 떨어질 거라는 방송을 들으면 당신도 제일 먼저 벗었던 신발부터 신게 되는 존재다. 우습지만 그게 쓸모가 있다고 믿고 싶은 게 삶일지 모른다고 나는 작가의 말에 밝혔다. 연극 ‘블랙박스’는 비행기가 이륙한 뒤 밤 열한 시부터 자정까지, 구름 속에 머무는 한 시간 동안의 이야기다. 이륙과 동시에 조종실에서는 구름 속에서 하나의 불빛을 발견하는데, 관제탑에서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하고 비행기는 그 불빛을 따라간다. 하지만 비행기는 아무도 본 적 없고, 아무도 볼 수 없는 기묘한 구름 속을 헤맬 뿐이다. 착륙할 곳을 찾지 못하고 허공에서 한 시간 동안, 하지만 지상의 시간으로는 무려 이틀 동안이나 실종된 채 활공을 반복하고 있다. 미아가 되어 버린 비행기 안에서 두 주인공인 카파와 미하일은 우리가 해독할 수 없는 시차(時差) 속에서 멀미를 한다. 이야기의 시차는 천천히 깊어 간다.
  • 北, 반기문 개성공단 방문 철회, 정부 “유감스럽다” 공식입장

    北, 반기문 개성공단 방문 철회, 정부 “유감스럽다” 공식입장

    北, 반기문 개성공단 방문 철회, 정부 “유감스럽다” 공식입장 반기문 개성공단 방문 정부는 20일 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허가 결정을 철회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는 “반 총장이 한반도 평화와 안보,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추진해 온 개성공단 방문에 대해 북한이 금일 방문 허가를 철회한다고 알려온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북한이 고립의 길로 나아가지 말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내민 대화와 협력의 손을 잡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길에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햇다. 통일부는 방북 불허 결정과 관련해 북한으로부터 별도의 사전 통지를 받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판정에 당했다

    전북이 석연치 않은 판정의 희생양이 됐다. 프로축구 전북은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불러들인 베이징 궈안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김기희의 선제골로 앞서가다 후반 40분 바탈라에게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허용해 1-1로 비겼다. 원정 다득점으로 8강 진출 팀을 가리기 때문에 전북은 오는 26일 원정 2차전에서 2-2 무승부 이상 거두면 8강에 오를 수 있다. 이동국(전북)과 데얀(베이징 궈안)이 선발 대결을 펼쳤으나 이동국이 후반 6분 에두와 교체되면서 그라운드를 빠져나와 둘의 대결은 싱겁게 끝났다. 데얀은 최전방에 고립돼 발끝에 공을 대기가 어려웠다. 전북이 전반 13분 선제골을 뽑았다. 레오나르도가 올려준 프리킥 크로스를 수비수 김기희가 페널티 지역 중앙에서 머리에 맞혀 골문을 갈랐다. 전북은 전반에만 다섯 차례 결정적인 슛 장면을 연출했지만 추가 골을 얻지 못했다. 전북은 FC서울에서 뛰었던 하대성을 앞세운 베이징 궈안의 반격에 시달렸다. 후반 9분 에두의 발리슛이 빗나가고 24분 에닝요가 일대일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전북이 5분여만 견디면 되는 상황, 페널티 지역 안에서 페줄라후가 후방의 동료에게 패스를 돌리려 하자 이재명이 발을 갖다 댔다. 결정적인 슛 기회도 아니었는데 경기 내내 상대 파울에 관대하던 주심이 휘슬을 불어 페널티킥을 선언하며 전북의 꿈은 무너졌다. 한편 수원은 ‘빅버드’로 불러들인 가시와 레이솔에 2-3 역전패를 당하며 2년 전 조별리그에서의 2-6 참패 악몽을 곱씹었다. 염기훈이 전반 2분 선제골, 정대세가 후반 14분 만회 골을 넣었지만 레안드로의 2골 1도움 활약에 당하고 말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서울광장] 메르켈 외교, 박근혜 외교/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메르켈 외교, 박근혜 외교/최광숙 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연배가 비슷한 데다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이공계 출신이어서 종종 닮은꼴 지도자로 비교된다. 하지만 국제 무대에 드러나는 외교 스타일을 보면 딴판이다. 메르켈이 소신 있으면서도 유연하게 실리를 취하는 반면 박 대통령은 앞뒤가 꽉 막힌 듯한 행보로 외교적 고립을 자초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리 70주년 기념 행사에 서방 국가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항의로 러시아 방문을 보이콧했다. 사실 메르켈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공연하게 서로를 물어뜯는 앙숙으로 묘사될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다. 메르켈에게 먼저 ‘악동’ 짓을 한 것은 푸틴이다. 2006년 메르켈의 총리 취임 후 첫 러시아 방문 시 푸틴이 내민 선물은 개 인형이었다. 개에게 물린 이후 개 공포증이 있는 메르켈에게는 부적절한 선물임을 푸틴이 모를 리 없었다. 이듬해 푸틴은 메르켈과의 정상회담장에 자신의 애견을 풀어 놓았다. 갑자기 나타난 이 검은 개는 메르켈에게 다가와 킁킁 냄새를 맡고 발을 핥았다. 메르켈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두 다리를 바짝 끌어당겨야 했고, 푸틴은 이를 느긋하게 바라보았다. 특히 회담에서 푸틴은 호통을 치거나 거칠게 구는 등 마치 KGB 장교처럼 행동하곤 해 메르켈을 경악하게 했다고 한다. 이러니 메르켈이 푸틴을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메르켈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외교 현안을 다루기 위해 푸틴을 결코 멀리하지 않았다. 다른 정상보다 더 자주 만나고, 더 자주 통화했다. 올 들어 3번 정상회담, 16차례 전화통화를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크게 악화된 지난해는 4번 정상회담과 34번의 전화통화가 있었다. 이번 메르켈의 러시아 외교가 돋보인 것은 명분과 실리를 다 얻는 전략적인 행보 때문이다. 메르켈은 지난 11일 푸틴과 2차 세계대전 무명용사 묘를 헌화하는 것으로 전범국으로서의 과거사 반성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전날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가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으로 5000명 이상 숨진 상황에서 러시아군의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메르켈은 푸틴과의 회담에서는 우크라니아 사태의 해결을 촉구함으로써 유럽의 문제 해결에 독일이 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음을 전 세계에 보여 줬다. 과거사와 외교 현안을 철저히 분리 대응하는 실리 외교를 펼친 것이다. 반면 박 대통령은 과거사에만 ‘올인’하고 다른 것은 고려하지 않는 원리주의적 방식을 취했다. 지난해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전 아베 총리가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며 악수를 청했을 때 무뚝뚝한 표정으로 외면했다. 2013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도 바로 옆에 앉은 아베와 눈길 한번 나누지 않았다. 아베가 박 대통령을 향해 고개를 돌리면 하늘을 쳐다보며 ‘투명인간’ 취급했다. 이런 박근혜식 ‘얼음외교’는 누가 봐도 결례로 비춰진다. 뒤늦게 정부가 과거사와 경제·외교는 분리 대응한다지만 이미 대일 외교에서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상태다. 그렇다고 미국·중국과 더 친해진 것도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주도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를 놓고 눈치만 보다가 결국 두 나라 모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이 사이 미·일은 신밀월 시대를 활짝 열며 갈수록 밀착되고, 과거사로 아베를 멀리하던 중국도 일본과 손을 잡았다. 한국만 외로운 ‘섬’처럼 외교적 고립 위기에 몰리고 있다. 메르켈의 거침없으면서도 실리를 취하는 외교 행보는 독일이 유럽의 최대 경제국이기에 가능한 측면이 있지만 메르켈 개인의 외교 능력도 크게 작용했다. 그동안 세계 외교무대에서 미국·프랑스에 비하면 변방에 머물던 독일의 위상은 메르켈의 등극 이후 높아졌다. 강국에 둘러싸인 우리는 더더욱 인근 국가들과 연대하며 국익을 챙기는 실리 외교를 펼쳐야 한다. 지도자의 외교력에 따라 국가의 위상만이 아니라 국가의 흥망성쇠까지도 달렸는지 모른다. bori@seoul.co.kr
  • 스마트폰 놓지 못하는 당신의 ‘중독’ 점수는?

    스마트폰 놓지 못하는 당신의 ‘중독’ 점수는?

    웬만한 현대인들은 누구나 하나씩 손에 쥐고있는 스마트폰. 생활 속에 편리함과 정보를 주는 문명의 이기(利器)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스마트폰 없이는 짧은 순간도 견디지 못하는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최근 미국 아이오와 대학 연구팀이 '스마트폰 중독'을 측정할 수 있는 자가 진단 테스트를 공개해 관심을 끌고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초조함과 불안감을 느끼는 소위 '노모포비아'(Nomophobia)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이 테스트는 총 20개 질문으로 구성돼 각자 자신의 '중독 정도'를 알 수 있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18~24세 사이가 가장 스마트폰 중독이 많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3.6배는 더 심한 것으로 파악하는데 아직 명확한 이유는 밝혀내지 못했다.   * 다음은 아이오와 대학이 공개한 테스트표다. 해당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매우 그렇다(7점) 부터 매우 그렇지 않다(1점) 순으로 7, 6, 5, 4, 3, 2, 1점으로 매긴 후 점수를 합쳐 확인한다. <질문> 1. 스마트폰으로 '정보'와 계속 접속하지 못하면 불안함을 느낀다 2.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보고 싶은데 볼 수 없다면 짜증난다 3. 스마트폰으로 뉴스나 날씨 등을 볼 수 없다면 신경질난다 4. 스마트폰을 쓰고 싶은데 사용할 수 없다면 짜증난다 5. 스마트폰 배터리가 바닥나는 것이 두렵다 6. 월 데이터 사용량이 넘어가는 것이 두렵다 7. 데이터 신호가 잡히지 않거나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없다면 계속 찾으러 다닌다    8.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면 어디에선가 고립된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9. 한동안 스마트폰을 체크하지 못했다면 보고 싶은 욕망이 느껴진다    이하 질문은 '나에게 스마트폰이 없다면...' 10. 실시간으로 가족과 친구와 소통 못해 걱정될 것 같다 11. 가족과 친구들이 나와 연락을 못해 우려될 것 같다 12. 전화나 문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신경질 날 것 같다 13. 가족과 친구와 계속 연락 할 수 없어 걱정될 것 같다   14. 누군가 나에게 연락하려 했는데 이를 알 수 없어 신경질 날 것 같다 15. 가족과 친구와 지속적인 관계가 깨질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된다 16. 나의 온라인 정체성과 단절될 것 같아 불안하다 17. 각종 SNS와 온라인 활동을 유지하지 못할 것 같아 불편하다 18. 온라인 상의 알림 등 각종 업데이트를 체크하지 못해 불편하고 곤란하다       19. 이메일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해 걱정된다 20.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이상한 기분이 들것 같다       * 해당 질문에 점수가 20-60점이라면 당신은 가벼운 노모포비아, 60-100점은 보통 수준의 노모포비아, 100점 이상이면 심각한 노모포비아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北, 당 창건 70돌때 SLBM 공개할 듯

    북한이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최근 사출 시험에 성공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할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SLBM 공개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당 창건일이 5개월이나 남았는데 북한은 벌써부터 TF를 구성하는 등 예년에 비해 대규모로 행사가 진행될 것 같다”면서 “열병식 때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최근 수중 사출 시험에 성공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등 신무기를 공개해 군사적 능력을 과시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가정보원은 지난 1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 첩보와 함께 당 창건 70주년 행사 준비 동향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일 “김정은 동지의 직접적인 발기와 세심한 지도 속에 개발 완성된 우리 식의 위력한 전략 잠수함 탄도탄 수중 시험 발사가 진행됐다”면서 ‘잠수함 탄도탄 수중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SLBM 개발을 위해 16번의 관련 시험 발사를 했으나 실패했고 이번에 17번째로 수중 사출 시험을 해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중 사출 단계를 넘어 목표물을 타격하는 시험 발사까지는 아직 기술적으로 극복할 부분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당 창건 70주년 전후로 장거리로켓을 발사하고 이어 4차 핵실험까지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실험과 ICBM 발사에 대해 주시하고 있고 강력한 제재를 공언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극심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가 예전과 같이 공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엔과 미국 주도의 일방적인 대북 제재 결의안이 나올 경우 북한의 대외적 고립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지적된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中과 틀어진 외톨이 김정은, 러시아와 ‘新 등거리 외교’

    中과 틀어진 외톨이 김정은, 러시아와 ‘新 등거리 외교’

    북한이 중국과의 군사협력을 강조하던 변인선 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장의 숙청을 통해 1970년대 김일성 주석 시절 추구했던 등거리외교의 21세기판인 ‘신(新)등거리외교’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북한의 외교노선은 김정은(얼굴)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월 자신의 핵심 군사 참모이자 군부 내 작전통인 변 국장을 숙청한 것에서 그대로 볼 수 있다. 변 국장은 당시 김 제1위원장에게 한·미동맹을 의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과의 핫라인을 단절하라는 김 제1위원장의 지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가 숙청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1970년대 시절 김 주석이 중·러 어느 쪽에도 편향되지 않는 자주노선을 표방하며 자신만의 몸값을 높이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비록 중국과 미국이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소련에 대항해 이 같은 북한의 등거리 외교가 퇴색됐지만 최근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냉전에 버금갈 정도로 대립이 격화되면서 이 같은 북한의 전략이 먹혀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중국과의 관계가 냉랭한 상태다. 2013년 5월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을 가졌지만 핵보유국 인정은커녕 문전박대를 당했다. 지난해에는 장관급 이상 고위 인사가 단 1명도 북한을 방문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자고 주장하던 변 국장이 숙청된 것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은 일단 이 문제에 대해 극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북한의 잔인한 숙청 및 처형은 북·중 관계를 더 꼬이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1월 숙청된 변 국장이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주장하다가 숙청된 게 사실이라면 북·중 관계는 파탄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북·중이 최근 관계 개선을 시도한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실제로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의미 있는 행동은 없었다”면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할 중국이 북한 문제에 자꾸 엮여서는 안 된다는 대북 회의론자들의 목소리가 더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의 경우 유리 트루트녜프 부총리와 알렉산드르 갈루슈가 극동개발부 장관이 연이어 평양을 방문해 양국 간 우애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노골적인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의 방러가 무산되긴 했지만 협력은 가속화될 분위기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4일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지 3년이 되도록 정상회담을 하지 못할 정도로 예전과 다르다”며 “북한이 러시아에 밀착하면서 1970년대 식 등거리 외교를 펼치는 생존전략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단독] 변인선, 北·中 군사 핫라인 단절 거부해 숙청

    [단독] 변인선, 北·中 군사 핫라인 단절 거부해 숙청

    국가정보원이 지난 1월 숙청된 것으로 확인한 변인선 북한 총참모부 작전국장은 중국과의 군사 핫라인을 끊고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려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대북 정보 소식통은 “군부 내 작전통으로 김정은의 핵심 군사 참모 역할을 한 변 국장이 숙청된 이유는 ‘러시아와의 협력에 올인하며 중국과의 군사 핫라인을 단절하라’는 김 제1위원장의 명령에 ‘한·미 동맹이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군사협력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가 노여움을 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지난 13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변 국장의 숙청 이유로 ‘대외 군사협력과 관련된 김정은의 지시에 대한 이견 제시’를 들었다. 특히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측근에 대한 숙청 사유가 내부 문제인 것과 달리 변 국장의 경우만 숙청 이유가 ‘대외 관계’로 분류됐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도 “정확한 변 국장의 숙청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대외 관계와 관련됐다는 첩보는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려는 것은 냉랭한 북·중 관계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해 7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혈맹’인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국빈 방문하자 사석에서 중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김 제1위원장이 변 국장을 숙청한 건 단순히 자신에 대한 권위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러 관계 강화를 통한 등거리외교로 외교적 고립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행보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기념행사에도 김 제1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북한이 러시아에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며 S300 대공미사일 4개 포대 구매 의사를 밝혔지만 러시아 측에서 이를 거절하면서 김 제1위원장의 방러가 무산됐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사설] 北 내부불안 덮기 위한 도발 가능성 대비해야

    북한이 그제 서해 백령도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이례적으로 야간 포 사격을 했다. 북측은 전화통지문으로 13∼15일 사흘간 연평도와 백령도 인근에서 해상 사격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우리 측의 자제 요구에도 불구하고 무력 시위를 강행한 것도 심각한 일이지만,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공개 처형 등으로 북한 내부가 불안정해진 터라 더욱 예의 주시해야 할 사태가 아닐 수 없다. ‘폐쇄 회로’에 갇힌 듯한 북한 정권의 진로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국가정보원의 발표대로 군부 2인자인 현영철이 처형됐다면 북 세습정권의 불가측성은 더 커졌다고 봐야 한다. ‘공포정치’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장악력이 커진 것처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체제 불안 요인의 싹을 틔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당·정·군 경력 없이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은은 내외부에 걸쳐 고립무원의 처지다. 경제 여건도 최악이지만 과거 혈맹인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확고한 지지를 못 받고 있다. 친중파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데 이어 전승기념일을 앞두고 러시아를 방문했던 현영철마저 처형했다면 북·러 관계도 더 삐걱거릴 공산이 크다. 그럴수록 그는 공포정치에 기댈 소지가 크다. 하지만 당장엔 잔혹한 처형과 숙청을 피하려고 당·정·군 간부들이 숨죽이겠지만, 극단적 공포정치는 임계점을 넘으면 폭발할 수밖에 없다. 어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현영철 처형설과 관련해 “북한 급변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맞는 얘기다. 다만 그런 장기적 준비는 기본일 뿐이다. 더 시급한 건 북한이 내부 불안을 밖으로 투사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일이다. 북측이 내부 결속을 다지려고 국지적 대남 도발이나 남북 간 긴장을 조성하는 구태를 보일 것에 대비하란 얘기다. 그런 맥락에서 북측은 최근 심상찮은 조짐을 보였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이나 개성공단 북 근로자 태업이 그 징후다. 심지어 그들 마음대로 그은 해상분계선을 ‘침범’하는 남측 함정을 조준 타격하겠다고 위협하더니 청와대로 전통문을 보내 “용기가 있다면 도전해 보라”고 도발하기도 했다. 우리측의 과민 반응도 금물이다. “도발 시 원점을 타격하겠다”며 말만 앞세우는 게 능사는 아니다. 북측이 서해 등 남북 접촉 면에서 제한적 도발을 감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확실한 준비 태세를 보여 줘야 한다. 한·미 공조는 물론 중·일·러 등과도 긴밀한 감시 체제를 가동해 북한 권력의 불안정이 야기할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할 때다.
  • “인권 개선 촉구에도 北 적반하장 격 반발”

    “인권 개선 촉구에도 北 적반하장 격 반발”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국제사회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 개선을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적반하장 격으로 반발하고 있고, 이산가족들의 아픔이 정말 크지만 우리의 대화 제의마저 거부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이북도민 대표자 등 400여명을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분단 이후 지난 70년 동안 남북한은 극단적으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북한은 우리와는 정반대로 고립과 쇠퇴의 길만을 걸어왔고, 최근에는 핵과 경제발전 병행이라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내걸고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를 크게 위협하고 있으며, 며칠 전에는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그동안 정부는 북한을 올바른 변화의 길로 이끌기 위해 노력해 왔고,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해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는 데도 힘써 왔으며, 지난해에는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통일 방안을 발굴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해외 이북도민 고국방문단 195명과 이북5도지사, 이북도민연합회 임원, 명예시장·군수 등이 참석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오후 7시 10분부터 9시 40분까지 연평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해역으로 함포와 해안포 등 190여발의 포사격 훈련을 실시해 이틀째 대남 무력시위를 이어 갔다. 북한은 전날에도 오후 9시~10시 25분 서해 백령도 인근 NLL 해역에서 포사격 훈련을 했다. 북한의 야간 사격 훈련은 NLL에서의 타격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인명 구조, 산불 진화...무인기의 끝없는 변신

    인명 구조, 산불 진화...무인기의 끝없는 변신

    21세기는 무인기의 시대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다양한 무인기가 여기저기에서 활약하고 있다. 초창기 무인기는 소형의 군용 정찰기였지만, 이제는 크기도 다양해지고 담당하는 임무도 그 폭이 매우 넓어졌다. 일부에서는 앞으로는 유인기가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다소 성급해 보이는 의견도 내놓을 정도다. 미군은 무인기 도입에서 가장 선두에 선 국가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위험한 임무에 사람 대신 무인기를 투입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 이런 무인기들은 새롭게 무인기로 개발된 것도 있지만, 아예 기존의 유인기를 무인기화 시켜 투입하는 경우도 있다. 카만 K-MAX 1200 무인 헬기가 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경우로 2011년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전방 기지에 군수 보급을 담당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이 무인 헬기는 3년의 작전 기간 중 1,900회 이상의 수송 업무를 수행했는데, 총 수송 화물량은 약 2,000t에 달한다. 아프가니스탄전에서 미군을 골치 아프게 한 문제는 탈레반이 견착식 휴대용 대공 미사일이나 혹은 간단한 대공화기를 이용해서 보급용 헬기를 공격하는 문제였다. 도로 사정이 열악하고 산악 지형이 많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헬기는 이상적인 보급 수단이지만, 그런 만큼 적군에게는 쉽게 노출되는 공격목표였다. 미국은 K-MAX 1200 헬기를 무인화시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두 개의 로터가 엇갈리게 회전하는 독특한 외형의 이 헬기는 비교적 저렴한 수송헬기로 최대 이륙 중량 5.4t에 최대 수송 능력은 2.7t 정도 되는 중소형 헬기이다. 동체 밑에 줄을 연결해서 화물을 실어나르는 1인승 헬기이기 때문에 동체 크기가 작은데, 이는 대공 화기 공격에서 더 유리한 특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유리한 점은 사람이 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조종사가 없으니 만약에 격추되더라도 인명 손실은 없다. 그리고 헬기 자체도 비슷한 임무를 수행하는 군용헬기 대비 저렴한 편이다. 따라서 이런 위험한 수송임무에는 훨씬 적격인 셈이다. 이 무인헬기는 예상 이상으로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여기에 고무된 록히드 마틴과 미 당국은 더 많은 영역에서 이 헬기를 투입하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일단 사람이 타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에 이 헬기는 무엇보다 위험한 임무에 제격이다. 그런 임무 중에 하나가 바로 산불 진화다. 2014년, 산불 진화용으로 개조된 K-MAX 무인기는 첫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헬기 밑에 매달은 물탱크를 이용해서 시간당 10t 정도의 물을 뿌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앞으로 사람이 직접 헬기를 조종해서 진화하기 위험한 산불 진화에 이 무인 헬기가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미군 역시 이 헬기를 더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려고 준비 중이다. 그중 하나는 부상병 및 고립된 병사를 구출하는 임무이다. 적진에 뛰어들어 아군을 구조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헬기는 이착륙 시에 가장 공격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구조하러 갔던 헬기와 병력을 모두 잃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미 해병대는 이 헬기 동체 양측에 사람이 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무인 헬기로 부상병이나 고립 지역에 있는 병사를 구출하는 테스트를 2015년 3월에 진행했다. 첫 테스트는 일단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조종사가 있는 상태에서 진행했는데, 성공적으로 모의 부상병을 수송했다. 사실 무인기로 개조된 유인기는 이 헬기 하나만이 아니다. 앞으로 다양한 헬기가 무인기로 개조되거나 혹은 유무인 겸용기로 제작되어 인간을 위험한 임무에서 해방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무인기의 끝이 어디가 될지는 지금 알 수 없지만, 미래에 그 역할이 지금보다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영화 多樂房] ‘위아영’ 매너리즘에 빠진 뉴욕의 40대 부부

    [영화 多樂房] ‘위아영’ 매너리즘에 빠진 뉴욕의 40대 부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40대 부부 조쉬와 코넬리아는 그런대로 자신들의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지만 왠지 허전하고 무료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아이가 없는 이 부부는 출산 및 육아에 관한 친구들의 일상적 대화에도 끼지 못해 서서히 고립돼 간다. 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하던 이들에게 어느 날, 제이미와 다비 커플이 선물처럼 찾아온다. 이 상큼 발랄한 20대 부부의 자유로운 생활과 열린 사고방식은 조쉬 부부에게 큰 도전과 자극을 주고, 조쉬 부부는 이들이 소개하는 삶에 조금씩 빠져든다. ‘프란시스 하’(2014)에서 싱글 뉴요커의 고단한 삶을 흑백 화면 속에 담백하게 그려냈던 노아 바움백 감독은 차기작으로 매너리즘에 빠진 뉴욕 부부의 이야기를 선택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제이미 부부에게 끌리는 이유가 단순히 젊음이 갖고 있는 원초적 에너지 때문이 아니라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들의 행복에만 집중하며 살아가는 태도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쉬 부부보다 더 단순하고 아날로그적인 것을 추구하는 제이미와 다비의 생활 방식은 분명 매력적인 데가 있다. 여기까지 이 영화는 세대를 뛰어넘어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도 함께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궁극의 인생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존심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던 조쉬는 제이미를 통해 조금씩 변화되기 시작하는데, 우스꽝스럽게만 보였던 심리치료 의식 이후 조쉬가 속에 있는 것들을-말 그대로-‘토해내는’ 장면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영화는 중반 이후 경로를 선회한다. 숨겨져 있던 제이미의 실체가 드러나자 조쉬는 예전으로 돌아가 자아의 견고한 틀 안에서 그를 맹렬히 비난한다. 제이미에 대한 실망, 속았다는 자괴감, 자기 방어적 본능이 망라된 조쉬의 반응은 꽤 격렬하다. 여기서 전면에 부각되는 새로운 주제는 다소 당황스럽기도 한데, 이들의 갈등을 야기시킨 다큐멘터리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그것이다. 조쉬와 제이미는 다큐멘터리에 허용되는 ‘연출의 범위’ 및 ‘진실과 거짓’에 관해 열띤 공방을 벌인 후 제3자를 통해 누가 옳은지 판정받기를 원한다. 다큐멘터리의 역사를 관통해 온 고전적 질문을 등장시킨 것은 이것을 제이미라는 인물에 대한 가치 평가, 나아가 우리 인생의 양면성과 연결해 보고자 하는 의도 때문이었을 것이다. 즉, 감독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 맥락에서 볼 때 영화의 여러 요소들이 차지게 뭉쳐지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음을 사로잡는 바움백 감독의 캐릭터와 대사는 놓쳐서는 안 될 즐거움이다. 인간의 어두운 면을 직설화법으로 찔러대는데도 웃게 되는 것을 보면 그는 역시 우디 앨런을 닮아 있는 것일까. 그 웃음 가운데 사람과 인생과 현상의 이면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여진인 줄 알았는데…” 카트만두 주민들 긴급 대피 대혼란

    “여진인 줄 알았는데…” 카트만두 주민들 긴급 대피 대혼란

    대지진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네팔인들이 12일(현지시간) 또다시 발생한 강진의 공포 속으로 빠져들었다. 네팔에 이날 낮 12시 35분(현지시간)쯤 규모 7.3의 강진이 또 발생해 최소 42명이 사망하고 1100여명이 부상하는 인명 피해가 났다고 네팔 내무부 발표를 인용해 AP통신, CNN 등이 보도했다. 지진 직후 규모 5∼6에 이르는 8차례의 여진이 이어졌다. 지난달 25일 규모 7.8의 강진으로 국가적 재난을 당한 지 17일 만이다. 특히 지난번 대지진으로 기반이 약해진 건물들이 이날 강진에 상당수 무너진 것으로 알려져 사상자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 카트만두에서는 강진 직후 건물이 심하게 흔들려 많은 주민들이 아파트와 상점 등의 건물에서 황급히 벗어나 긴급 대피했다. 가족과 친지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거나 휴대전화를 붙들고 소리치는 사람들로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이날 최소 4명의 사망자를 낸 차우타라시를 중심으로 한 네팔 북동부 신두팔촉 지역은 지난달 대지진에서 19명이 숨지는 등 1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데 이어 이날도 큰 피해를 입었다. 네팔 유일의 카트만두 트리부반 공항이 강진 직후 몇 시간 폐쇄됐다가 운영이 재개됐다. 공항은 앞서 11일에도 활주로 이상으로 1시간가량 폐쇄된 바 있다. 카트만두에 사는 슈리스티 카플레(24)는 “처음에는 또 다른 소규모 여진이라고 생각했다가 탁자 위에 물건이 떨어지는 것을 본 순간 얼마나 강력한 지진인지 알게 됐다”며 “너무 무섭고 부서진 집에 사는 다른 사람들이 걱정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강진은 인도 수도 뉴델리와 북부 대부분 지역 및 방글라데시에서도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강력했다. 뉴델리에서는 지진 이후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다. 네팔 접경 지역인 인도 동북부 비하르주에서는 집이 무너지는 바람에 15세 이하의 소녀 3명이 사망했다고 주당국이 밝혔다.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도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진앙에서 북서쪽으로 22㎞ 떨어진 중국 장무(樟木)에서 전력 공급 중단, 통신 중단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날 강진은 카트만두에서 동북쪽으로 76㎞ 떨어진 곳에서 지진이 발생했다고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밝혔다. 몇 분 뒤 규모 5.6의 여진도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한 곳은 에베레스트산과 가까운 남체 바자르 지역에서 서쪽으로 68㎞ 떨어진 중국과의 국경 근처다. 진앙의 깊이는 19㎞로 얕은 편이다. 남체 바자르 마을은 고립된 산악지대로, 에베레스트 남서쪽 보테코시강과 두드코시강의 합류 지점 북쪽 해발 3440m에 위치해 있다. 한편 네팔 당국은 지난달 대지진으로 815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1만 7800여명에 이른다. 이후 규모 4∼4.4의 여진이 세 차례 발생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스타뷰] ‘부활’ 이 거룩한 두 글자처럼…죽어도 죽지 않는다

    [스타뷰] ‘부활’ 이 거룩한 두 글자처럼…죽어도 죽지 않는다

    “30주년이 되니 ‘부활’이라는 두 글자가 얼마나 거룩한 이름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돼요. 그동안 누군가를 위해 존재한 만큼 나누고 돌려줘야 할 이름이라고 생각해요.”(김태원) 30년 전 언더그라운드에서 ‘디 엔드’(The End)라는 팀으로 활동하던 김태원이 김종서를 보컬로 영입하고 팀 이름을 ‘부활’로 바꾸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의 ‘부활’을 만나지 못했을지 모른다. 1985년 7월 3일 결성한 ‘부활’은 그 이름처럼 모진 비바람을 견디며 록그룹으로는 드물게 30년간 꿋꿋이 버텨왔다. 그동안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 ‘마지막 콘서트’(회상3), ‘사랑할수록’, ‘네버 엔딩 스토리’ 등 1980~2000년대 대중가요사의 한 획을 긋는 명곡이 그들을 통해 탄생했다. 디너쇼할 나이지만… 신선한 록음악 보여줄 것 지난 7일 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합주실에서 만난 이들은 열흘 앞으로 다가온 30주년 기념 콘서트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리더인 기타리스트 김태원, 채제민(드럼), 서재혁(베이스)과 최근 새로 영입된 보컬 김동명은 요즘 매일 새벽 2시까지 연습을 하면서 부활의 새로운 역사를 준비하고 있다. 채제민은 1998년, 서재혁은 1999년부터 ‘부활’과 함께했다. 해체 위기 속에서도 ‘부활’이 30년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은 뭘까. “16년 전 처음 ‘부활’에 들어왔을 때보다 지금 더 신선하다고 봐 주세요. 아마 록밴드로서 우리만의 색깔 있는 음악을 해 왔기 때문일 겁니다.”(서재혁) “보통 가수들이 데뷔 30주년이면 디너쇼를 여는 게 보통이죠. 하지만 우리는 오래된 밴드가 아닌 영원한 젊은 그룹으로 남고 싶어요.”(채제민) 김태원은 자신들의 음악을 사랑해 준 팬과 관객들에게 공을 돌렸다. “바람과 나무처럼, 바다와 해변처럼 관객이 존재해야 음악하는 사람이 노래할 수 있어요. 그러면서 위로를 주고받는 것이죠. 서로가 서로를 원할 때 생기는 에너지와 조화가 30년 동안 음악을 해 온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김태원) 역시 달변이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개성적이면서도 포용력 있는 화법으로 인기를 끌어온 그답다. 그는 “20주년 때의 인터뷰를 보면 무슨 넋두리를 하는 것 같다. 그때는 팀 분위기도 어두웠고 화면으로 보면 건강도 조금 안 좋아 보인다”며 웃었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시간 동안 ‘부활’은 어떻게 변했을까. 피고 지고 다시 피고… 낙엽 같던 시절 많아 “우리는 매번 초반에 확 피다가 지는 세월을 반복했어요. (1, 2집이 히트했던) 초반 10년도 처음에 잠깐 확 꽃이 폈지만 나머지 7년은 힘들었구요. 그다음 10년에도 처음 2년 정도 만개하다 바로 졌어요. 마치 길거리의 젖은 낙엽 같았던 시절이 많았죠. 그다음 10년은 제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한 5년 정도는 시들지 않는 꽃처럼 꽤 오래갔죠.(웃음)” 밝음 뒤의 어두움은 더 짙었다. 2002년 이승철이 보컬로 재합류해 발표한 8집 앨범 타이틀곡 ‘네버 엔딩 스토리’가 히트를 치면서 다시 부활했지만 척박한 국내 가요 시장에서 록밴드가 버티기는 쉽지 않았다. “‘네버 엔딩 스토리’ 이후 2004년 1만여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했을 때를 지금도 잊지 못해요. 하지만 이듬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대학로의 100석짜리 소극장에서 공연을 했죠. 하지만 아쉽지는 않았어요. 2009년 ‘생각이 나’라는 곡으로 700~800명석 규모의 공연장으로 조금씩 늘려갔죠.” ‘아들뻘’ 새 보컬 김동명… 故김재기 목소리 닮아 1년에 행사 스케줄이 고작 두 번일 때도 있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팀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음악에 대한 절박함 때문이었다. 김태원은 “음악에 갇혀 있고 고립됐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냐”고 반문했다. 검은색 선글라스 뒤로 진정성이 느껴졌다. 다른 멤버들은 김태원의 리더십에서 이유를 찾았다. “집의 기둥이 튼튼하면 오래갈 수 있잖아요. 아버지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집안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데 태원이 형은 굉장히 강인한 아버지이자 튼튼한 버팀목이었어요.”(채제민) “태원이 형은 처음부터 리더로 태어난 사람 같았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는 학교 강의나 영화 음악, 다른 가수의 세션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유연한 리더십을 발휘했죠.”(서재혁) 지난해 팀을 떠난 정동하의 뒤를 이어 들어온 신인가수 김동명에게 김태원은 스승 같은 존재다. 중학교 때 ‘희야’를 좋아했다는 그의 아버지와 김태원은 동갑이다. 김태원은 “김동명 역시 음악적 동반자”라고 말한다. 김태원의 삶에도 만만찮은 굴곡이 있었다. 1993년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3집 앨범 타이틀곡 ‘사랑할수록’을 부른 보컬 김재기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성격은 180도 바뀌었다. 그는 “내가 죽을 뻔하거나 누군가 죽는 충격을 경험하면 그렇게 된다. 80년대에는 휘어지지 않는 철근처럼 고집이 강했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부드러운 것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태원 “내가 노래했다면 이승철·정동화 없지” 1980년대 록그룹 ‘백두산’, ‘시나위’ 등과 함께 국내에 헤비메탈 유행을 주도하던 ‘부활’이 3집 이후 다소 부드러운 록발라드적인 성향으로 변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금까지 이승철을 비롯해 김재희, 박완규, 정동하 등 총 9명의 보컬이 ‘부활’을 거쳐갔다. 새로 발탁된 김동명은 “곡의 절정에 다다랐을 때 고 김재기와 음색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보컬이 자주 바뀌는 것이 팀 색깔을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만일 김태원이 에릭 클랩턴처럼 노래를 좀 더 잘했다면 ‘부활’은 달라졌을까. “제가 노래를 잘했다면 이승철이나 고 김재기, 정동하는 지금 존재하지 않았겠죠. 한 사람이 모든 걸 다 갖고 있다면 너무 심심하고 식상하지 않나요? 제가 작곡을 하고 기타를 치는데 노래는 못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그러고 보니 작곡이나 작사를 따로 배우지 않고 그저 가슴 아팠던 느낌을 적다 보니 명곡이 나왔다는 그가 노래까지 잘했다면 불공평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그에게 작곡은 괴롭지만 여전히 ‘할 만한 게임’이다. 그는 종종 제기되는 이승철과의 불화설에 대해서는 ‘아름다운 관계’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승철은 내가 발굴한 사람이고 그 역시 ‘부활’에서 한 업적이 많은데 서로 아쉬우면 안 된다”면서도 “내가 속이 좁아서인지는 몰라도 그가 불편해 할까 봐 30주년 기념 콘서트 출연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밴드 있어야 음악 발전… 한국의 ‘롤링스톤스’ 꿈 오는 16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부활’ 30주년 기념 콘서트는 그들이 지나온 30년을 한 편의 영화처럼 담을 예정이다. ‘부활’을 거쳐간 보컬들이 출연하고 오프닝에는 김태원의 딸이 공연한다. 하반기에는 미니 앨범을 내고 내년에는 30주년 앨범을 낼 계획인 이들은 올해 50주년을 맞은 ‘롤링스톤스’처럼 롱런하는 밴드가 되는 것이 꿈이다. “밴드가 존재하지 않으면 대중음악은 큰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봐요. 저도 기타 솔리스트 레이프 개릿이 아니라 ‘비틀스’나 ‘레드 재플린’ 같은 밴드를 보고 음악을 연구했으니까요. 내년이면 환갑인데 어느 상황에서건 음악을 하고 있을 겁니다. 부활은 언제나 부활하고 싶은 그룹이니까요.”(김태원)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허준규의 캠핑 액티비티] 캠핑의 진화 ‘캐나디언 카누’

    [허준규의 캠핑 액티비티] 캠핑의 진화 ‘캐나디언 카누’

    카누잉(Canoeing)을 한다는 것. 조용한 수면 위를 나 홀로, 혹은 둘이서, 아니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노를 젓는다’는 것은 세상 모두가 빠르게, 또 빨리(Fast)를 추구하는 디지털 시대에 대한 역행이다. 즉 아날로그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그 속에는 내가 있고 자연이 있다. 물소리가 들리고 파란 하늘과 그 하늘을 자유로이 나는 새들, 물속을 하염없이 들여다보는 두루미, 수면 위를 뛰어오르는 물고기들, 얼굴을 스치는 기분 좋은 바람을 가르고 강어귀 모래톱에 카누를 멈춘다. 거기에 따스한 커피 한 잔이 있다면 더 부러운 것이 있을까? “포워드 앤 캐치, 포워드 앤 캐치” 강원 홍천군 서면 마곡리 배바위카누마을. 캐나디언카누클럽의 이재관(56) 대표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한창 새도 패들링 중이다. 배를 젓기 위한 첫 동작, 노를 앞으로 뻗어(forward) 물을 잡는(catch) 방법을 수차례 반복 설명한다. 언제나 그렇듯 구수한 농이 버무려진 그의 강습은 진지함과 유쾌함으로 카누 입문자를 맞이하고 있었다. 강줄기를 따라 초록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아들과 함께 늘 이곳 홍천 마곡강변을 찾는데, 캐나디언 카누(Canadian Canoe)는 캠핑의 진화, 곧 정점에 있는 액티비티다. ●‘양날노’ 카약과 달리 유유자적 한쪽으로 젓는 카누… 느림의 미학 더해져 캐나디언 카누는 캐나다 인디언들이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배를 블레이드(노깃)가 하나인 노를 사용해 추진한데서 유래했다. 양날 노로 젓는 배인 카약(Kayak)과는 엄연히 구분된다. 카약이 동적이라면 캐나디언 카누는 정적이다. ‘노질’을 해보면 안다. 카약의 양날 노는 한쪽으로 노를 젓고 나서 자연스레 반대편으로 번갈아 노를 젓게 된다. 반면 한쪽으로 젓는 캐나디언 카누는 제이 스트로크(노를 J자형으로 젓는 것)로 곧바로 전진할 수 있다. 패들링 속성상 카약에 비해 덜 경쟁적이다. 이런 면이 캠핑과 궁합이 잘 맞는다. 한결 유유자적하기 때문이다. 웬만해선 배도 잘 뒤집어지지 않는다. 카누투어코스는 마곡유원지 강변을 출발해 소남이섬 배바위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왕복 6㎞. 카누잉하기 가장 좋은 시간대는 해돋이나 해넘이 무렵이다. 강변에 텐트사이트를 설치한 대부분의 참가자들과 달리 배바위가 있는 소남이섬에서 캠핑을 하기 위해서 더플백을 싣고 승선한다. ●마곡유원지~소남이섬 ‘카누투어코스’… 평온·청량감 안겨줘 강바닥에 노깃을 박고 밀치니 서서히 물길로 나아간다. 따로 따로 배들이 출발하지만 큰 무리와 동떨어져 단독으로 움직이진 않는다. 혹시 모를 전복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뱃머리가 이리저리 고개를 젓는다. 처음 접하는 캠퍼들은 마음처럼 똑바로 전진하지 못한다. 한쪽으로 몇 번 젓더니 어느새 방향을 바꿔 젓는다. 강습 때 배운 제이 스트로크가 실전에서 금방 적용이 어려운 까닭이다. 한 시간가량 노를 저으니 이곳의 명물 배바위 앞에 닿는다. 두 개의 바위가 마치 범선을 연상시키며 바위 위 소나무는 배의 돛을 세운 것처럼 보여 배바위라 불리는데, 남이섬 상류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더할 나위 없는 평온과 청량감을 안겨준다. 패들링을 잠시 멈춘 시간, 흩어져 있던 배들이 서로 모이고, 준비해 간 커피를 노깃에 얹어 한잔씩 나눈다. 행복이란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것이리라. 무엇보다 카누잉의 백미는 고립된 섬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도 없는, 차로는 접근불가한 곳으로의 이동을 가능케 한다. 물탕치지 않고 아주 느린 피치로 강가의 물살을 따라 조용히 목적지를 향해 다가가는 여정은 오래전 캐나다 원주민들의 수렵활동이 그랬던 것처럼, 1박 2일의 소남이섬 캠핑은 퍽이나 아날로그적이다. 캠핑협동조합 대표 jkhuh7875@gmail.com ■카누배우기와 준비물 농촌체험휴양마을인 배바위카누마을의 캐나디언카누클럽(ohcanoe.com)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카누기술을 보급, 카누인을 양상하고 있다. 레벨 1~4까지 단계별로 이론수업, 리버 러닝 테스트를 실시한다. 또 카누의 종류와 구조, 레스큐 등 레벨에 따른 스트로크 등 카누 특성상 싱글과 페어를 혼합한 교육이 이뤄진다. 레벨코스가 부담스러우면 1일 패들클리닉을 통해 카누에 대한 전반적인 기본 지식과 패들링 스킬을 쉽고 빠르게 습득할 수도 있다. 장시간 자외선 노출에 대비해 선글라스나 선크림은 꼭 챙기자. 복장은 가볍게 입어선 안 된다. 바람과 비에 대비해 윈드재킷 정도는 필요하다. 스포츠샌들과 여벌 옷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약간의 음료나 간식을 준비해 가는 것도 잊지 말자.
  • ‘디지털 원주민’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양육법은…

    ‘디지털 원주민’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양육법은…

    디지털 시대, 위기의 아이들/캐서린 스타이너 어데어·테레사 H 바커 지음 이한이 옮김/오늘의책/440쪽/1만 5000원 디지털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위해의 경향은 주로 인터넷·게임 중독이라는 디지털 중독에 쏠려 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아이들은 단지 중독 차원이 아닌, 훨씬 더 복잡한 문제에 처해 있으며 단절과 고립을 포함한 가족·일상의 파괴로까지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 시대, 위기의 아이들’은 디지털 중독을 말하기에 앞서 디지털의 포로와 노예가 된 아이들의 심각한 상황 파악을 통한 문제해결 방법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미국의 심리학자와 아동심리 전문 저널리스트들은 책에서 지금 아이들은 태생적으로 디지털 세상에서 태어난 ‘디지털 원주민’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디지털 이주민인 부모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발달 과정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양육적 관점을 제공한 책이다. 전문가들이 수천 가구의 가족 상담과 아이들 수만 명을 인터뷰해 소개한 양상은 충격적이다. 아이들의 발달 과정과 가족 생활상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점이 도드라진다. 아동기에 끝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인간적 자질, 즉 자아 정체성 형성이며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그룹행동, 커뮤니케이션 기술, 부모와의 건전한 관계, 대인관계 기술은 물론 기초적인 뇌 발달조차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문제를 더 확산시킨다고 강조한다. 기존의 양육 관점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들이 사소한 문제를 큰 문제로 여기고, 주의력 결핍이나 분노조절장애 같은 과잉 진단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른 나이에 부모에게서 벗어나 디지털이라는 제3 세계를 자신의 양육자로 택하는 아이들’을 위해 지금까지 간과했던 양육 태도부터 먼저 점검하자고 당부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엄지원 박보영 ‘경성학교’ 티저 예고편 공개

    엄지원 박보영 ‘경성학교’ 티저 예고편 공개

    엄지원과 박보영이 출연한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이하 경성학교) 티저 포스터와 예고편이 공개됐다. ‘경성학교’는 1938년 경성의 기숙학교에서 사라지는 소녀들과 이를 한 소녀가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영화다. 이번에 공개된 포스터 2종은 울창한 숲 속에 자리한 기숙학교의 전경과 사건 당사자인 소녀들의 모습이 각각 담겨있다. 특히 소녀들 가운데 주란(박보영)의 불안해 보이는 표정은 ‘1938년 기록조차 될 수 없었던 미스터리’라는 카피와 어우러져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포스터와 함께 공개된 예고편은 주란이 기숙학교로 전학 오면서 시작된다. 새로운 전학생으로 들뜬 소녀들과 달리 주란의 얼굴은 어둡다. 이후 새로운 환경이 낯선 주란은 쉽사리 소녀들에게 다가지 못하고 교장선생님의 친절함도 어색하게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아이가 나타났다”라는 한 소녀의 일기장이 펼쳐지면서 “그 때랑 정말 똑같지?”라는 섬뜩한 말과 함께 학교의 소녀들이 한명씩 사라진다. 그 즈음부터 주란은 이상한 장면들을 목격하게 되고, 학교에서 비밀스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감지한다. “그냥 편안하게 있으면 돼”라고 말하는 교장과 “아무도 믿지 말라”고 말하는 한 소녀의 귓속말은 주란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베일에 싸여 있는 교장의 존재와 고립된 학교에서 소녀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사건 중심에 다가가는 주란의 두려움이 상승하면서, 동시에 이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 예비관객들의 기대를 높인다.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와 ‘페스티발’을 연출하고 ‘품행제로’, ‘아라한 장풍대작전’, ‘26년’의 각본을 쓴 이해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경성학교’는 엄지원과 박보영, 신예 박소담이 출연한다. 오는 6월 개봉. 사진 영상=롯데엔터테인먼트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SNS’ 죽음의 땅 네팔 상처를 보듬다

    [글로벌 인사이트] ‘SNS’ 죽음의 땅 네팔 상처를 보듬다

    지난달 25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인근 포카라 에서 발생한 대지진은 1만여명을 죽음의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석가모니가 태어난 룸비니 동산이 자리하고, 노자가 죽기 전 홀로 푸른 소를 타고 향했다는 히말라야 만년설의 나라인 네팔은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지진 피해를 담은 처참한 현장 사진이 속속 올라왔고 곳곳의 파괴된 유적과 불안에 떠는 이재민의 모습이 전파를 타고 고스란히 전 세계로 전해졌다. 이는 관심과 도움의 손길로 되돌아왔다. #1 지난달 25일 네팔의 에베레스트산 베이스캠프. 이곳을 덮친 강진을 바깥세상에 가장 먼저 알린 건 SNS였다. 규모 7.8의 지진으로 세 차례에 걸친 눈사태가 잇따라 캠프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자 이곳에 머물던 루마니아 산악인 알렉스 거번은 자신의 트위터에 “푸모리봉으로부터 거대한 눈사태가 일어났다. 살기 위해 텐트에서 도망쳤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산에 머물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순식간에 전 세계 2400여명의 트위터 사용자들이 글을 읽었고 600여건이 리트윗됐다. 20여분 뒤 에베레스트를 6번 등정한 아드리안 볼링거 등 베테랑 산악인들도 “에베레스트 북쪽에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눈사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트위터에 구조요청을 올리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주요 외신들은 SNS에 올라온 현장의 글과 사진을 인용해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2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사는 캐럴 피네다 박사와 남편인 마이클 맥도널드가 휴가차 네팔을 찾았다가 소식이 끊긴 건 대지진 직후였다. 피네다 박사의 오빠인 제임스 피네다는 여행을 떠나기 전 동생이 남긴 단편적인 정보들을 모아 현지 여행사 등에 수소문했지만 헛일이었다. 결국 지진 발생 이튿날 동생의 보스턴 집에서 네팔의 트레킹 회사 연락처를 알아냈으나 전화가 닿지 않았다. 가까스로 이메일을 보냈고 트레킹 회사로부터 동생 부부가 무사하다는 형식적인 답장만 돌아왔다. 애가 닳은 제임스는 트위터 등 SNS에 동생 부부의 안부를 묻는 글을 잇따라 올렸다. 동행한 여행객들로부터 “부부가 안전하고 우리와 함께 있다”는 답글과 사진을 받고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전 세계가 네팔을 향해 구호의 손길을 뻗는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은 재해 복구와 원조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을까.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외신들은 구호 물품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의 빈틈을 적십자사나 세이브더칠드런 등 국제 구호단체 외에 정보통신기술이 메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이후 2011년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2013년 필리핀 태풍 등 대형 천재지변 때마다 등장했던 다양한 디지털 도구들이 이번에 더욱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주요 ICT 기업들은 네팔 난민을 돕는 구호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은 지진 발생 다음날인 26일 아이튠스 사용자들이 미국 적십자사에 기부금을 낼 수 있는 특별 페이지를 개설했다. 이 페이지에선 적게는 5달러, 많게는 200달러를 클릭 한 번으로 적십자사에 익명으로 기부할 수 있다. 기존 신용정보를 활용해 개인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7일 직접 트위터에 글을 올려 동참을 호소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은 아예 직접 구호 현장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27일 국제의료구호대(IMC)를 위한 모금 운동을 시작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지역의 상황을 구호대에 알려주는 서비스까지 같이 하고 있다. 또 200만 달러(약 21억 6100만원)까지 일대일로 매칭해 모금한 성금을 지역별 구호단체에 직접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재난 지대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의 안전을 확인하는 페이스북 ‘세이프티 체크 서비스’는 지난달 25일 활성화됐다. 사용자들의 프로필과 위치 정보를 파악해 생존자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가족이나 친지 등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알리도록 했다. 구글은 자사 임원인 댄 프레딘버그가 지진이 발생한 히말라야 인근에서 트레킹 도중 사망하면서 ‘퍼슨 파인더’라는 사람 찾기 서비스를 곧바로 가동했다. 현지 구조 당국이나 지인이 문자메시지(SMS)를 통해 생존자에 대한 정보를 등록하면 구글이 수집해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저장하는 서비스다. 네팔과 인도, 미국에서 ‘search ○○○’라는 형태의 SMS를 특정번호로 휴대전화를 통해 보내면 지인의 생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지진 발생 이틀 만에 5000여명의 생존 정보가 이곳에 담겼다. 이밖에 트위터는 공식 계정을 열어 네팔 내 응급실 연락처와 재난에 관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ICT 전문가들이 주축이 된 네팔의 비영리 단체들도 크라우드소싱, 크라우드펀딩, 오픈소스 매핑 등을 활용해 구호단체들을 지원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크라우드소싱과 크라우드펀딩은 각각 대중과 외부자원 활용, 개인의 소액 후원의 합성어다.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공부한 네팔인 나마 라이 부드하토키(45)가 이끄는 비영리단체 ‘네팔 리빙 랩스’는 오픈소스 매핑의 대표기관이다. 위성사진과 개인이 촬영한 사진 등을 활용해 위키피디아식으로 새롭게 지도를 만들어 공유한다. 지도에는 끊어진 다리와 무너진 건물 등이 표시되며 접근 방법까지 알려준다. 지진 발생 직후 이틀간 무려 2000여명의 전 세계 자원봉사자들이 300만 건의 온라인 지도를 업데이트하면서 국제적십자사 등의 구호활동에 도움을 줬다고 NYT는 보도했다. 지금도 자원봉사자 3400여명이 네팔의 도로 연결 상태와 피해 정도를 확인하고 난민들이 천막을 칠 적당한 장소를 알려주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부드하토키는 아이티 대지진 때 미국에서 유학하다 네팔에서도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3년 전 귀국해 이 같은 기반을 닦았다. 그는 “지진 직전까지 이번 피해지역의 80%가량을 지도로 완성했다”면서 “카트만두의 사무실 벽에 금이 가 지금은 마당에서 직원들과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예일대 MBA 출신인 네팔 기업가 로케시 토디(28)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인디고고’를 만들었다. 이 사이트는 지진 엿새 만에 1445명에게서 무려 11만 6000달러(약 1억 2500만원)의 성금을 모았다. 지진 피해 지역의 생생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인도의 가정에서 내놓은 구호품을 우버택시와 인디아항공 편으로 카트만두 공항까지 실어오는 독특한 구호시스템도 갖췄다. 라비 쿠마르(27)는 크라우드소싱 페이지인 ‘코드 포 네팔’을 조직해 자원봉사 인력과 피해 지역을 엮어 주고 있다. 미 컬럼비아대에서 디지털미디어를 공부한 쿠마르는 SNS에 올라오는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네팔 현지의 자원봉사자 50여명에게 연결시킨다. 건당 7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미 버지니아주의 한 여성이 카트만두 외곽 건물에 고립된 이재민의 SNS 구조요청을 전해 귀중한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크라우드 소싱 활동은 아이티 지진 때 첫선을 보였다. 네팔에선 ICT에 기반한 소형 무인기인 드론도 맹활약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소셜미디어 매체 스토리풀이 공개한 드론 영상은 네팔의 참사 현장을 생생하게 세계에 알리고 있다. 또 수백 명의 수색팀을 파견한 인도는 2대의 드론을 활용해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 생존자들을 속속 찾아냈다. 광범위하고 빠르게 현장을 점검할 수 있는 드론 덕분에 다른 나라에서 파견한 헬기 40여대는 효과적인 구조 활동에 직접 투입될 수 있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41)이창숙 ‘무옥이’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41)이창숙 ‘무옥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4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 한국은 142개국 가운데 117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여성 노동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는 세계 최하위권 수준이며 해를 거듭할수록 성 격차 순위는 계속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옥이가 살았던 1940년대보다 70여년이 더 지났음에도 여성의 지위는 크게 나아지지 않은 모양이다. 이 책은 1940년대 일제 강점기부터 1952년 한국전쟁 직후에 이르기까지 경기도 화성과 서울, 부산을 배경으로 한 소녀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학교를 다니고 싶어 하던 평범한 열네 살 무옥이가 스무 살 공장 노동자가 되어 역사의 순간을 껴안기까지의 과정은 파란만장하다. 그러나 격동의 세월을 산 무옥은 결코 요란하지 않다. 사건들은 호들갑을 떨지 않으며 신파적이거나 자극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게 보여준다. 극적인 사건이 많음에도 맑은 수채화처럼 느껴지는 것은 무옥의 성정이 작가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형상화된 이유일 것이다. 여백이 느껴지는 삽화 또한 그러한 성정을 드러내는 데 한몫한다. 책 내용은 이십 리를 걸어 학교에 다니는 무옥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독립운동을 하던 아버지는 해방이 되고 나서야 겨우 집으로 돌아오지만 열여섯 무옥이 시집가는 날 집을 떠난다. 무옥의 결혼식 날 동생 무창은 복막염으로 죽고, 그 충격으로 신랑은 초례도 치르지 않는다. 이후 무옥은 고된 시집살이를 하다 열여덟 되던 해 시댁을 나온다. 서울로 올라온 무옥은 친구 순자의 도움으로 여공 생활을 하며 야학을 다닌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터지자 부산으로 피난을 가게 되고, 그곳에서 취직한 조선방직에서 파업투쟁이 일어나자 노동자 대오의 선두에 서게 된다. 성장소설이 기성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을 바탕으로 주인공이 자신의 결핍을 채우고 회복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때, 무옥은 기성사회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조용히 현실과 조응하면서 자신의 욕망을 놓지 않는 인물이다. 무옥은 여러 사건에 의해 균형이 무너진 삶을 끌어안으면서도 그것을 회복하고자 여러 적대적인 것과 맞서 나간다. 무옥이 삶의 균형이 깨진 이유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당시 사회를 지배했던 관습과 이데올로기, 역사적인 사건들 때문이다.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러 집을 나가고, 당시 여자는 교육의 대상에서 제외되기 일쑤였고 시댁에서의 부당한 대우에도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분위기였다. 전쟁과 가난은 무옥을 공장으로 내몰았으며 부정부패한 정부는 무옥을 노동시위 현장에 앞장서게 한다. 이런 과정에서 고립되었던 어린 무옥은 사회적으로 개방된 존재로 나아가고 점차 인식이 확장된다. 무옥은 자신을 알아보기 위해 떠난 길에서 스스로를 시험하고 견디며 고유의 본질, 삶이 추구해야 할 것을 발견한다. 그것은 “인간은 누구나 귀한 존재”라는 자각이다. 그렇다면 무옥이 자신의 삶을 헤쳐 나갈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 우선 무옥은 당면한 삶을 진정성 있게 마주하면서도 자신의 욕망을 외면하지 않았다. 결핍과 금지가 욕망을 낳고, 삶이 욕망 추구의 과정이라면 무옥이 당면한 문제는 당시 여성으로서 강요받는 삶의 문제일 것이다. 그것에 대해 무옥은 현실을 탓하지도 않지만 무조건적으로 순응하지도 않는다. 라캉은 ‘요구’에 의해 채워지지 않은 어떤 정신의 율동을 ‘욕망’이라고 정의하며 그것을 생명력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결핍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에 그것을 채우기 위해 어떤 ‘의미’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 ‘의미’가 ‘욕망의 대상’이라고 볼 때 무옥의 욕망은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누구나 평등하게 존중받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무옥은 성큼 삶 속으로 뛰어들 수 있었다. 또한 우리네 삶이 주변 사람들과 사회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영향받는다는 점에서 무옥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빌려 자신이 갈 길을 꿋꿋이 헤쳐 나갈 수 있었다. 대표적인 조력자는 아버지와 순자다. 무옥은 아버지가 거지를 대하는 모습을 보며 인간에 대한 존중감을 배우고, 책 읽기를 권한 아버지의 영향은 비록 아버지가 곁에 없을지라도 무옥에게 책의 힘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고 버티고 치유할 수 있는 바탕이 되게 한다. 무옥이 발을 딛는 세계에 먼저 발 딛은 순자에게 무옥이도 동조하여 공장을 다니며 사회 불의에 맞선다. 시집살이를 할 때 책을 읽어 달라고 한 기와집 할머니 또한 무옥에게 큰 힘이 된다. 기와집 할머니의 호의는 비로소 책 읽기가 혼자 몰래하는 것이 아닌, 주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놀이이자 배움이 된다. 또한 무옥은 노동자 인권을 주장하다 쓰러진 재유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과 당당히 맞설 수 있었다. 무엇보다 무옥에게 힘이 된 것은 책 읽기였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으로 책 읽기를 좋아한 무옥은 시집살이를 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책 읽어주는 기쁨을 느낀다. 이 책에는 무옥이가 읽은 많은 책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백석 시집’부터 ‘박씨 부인전’이나 ‘사씨남정기’ 같은 고전, ‘상록수’나 ‘탈출기’ 같은 근대소설까지 망라한다. 무옥에게 책은 친구이며 혈육이며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치유처였다. 그래서 동서에게 기와집에 가서 책 보는 것을 권하면서 “동서, 나두 여러 사람 앞에서 책을 보면서 자신감이 생겼거든. 괴로움도 조금 잊을 수 있었구”라고 말하며 “책은 힘이 있구나.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고 기쁘게도, 슬프게도 하는 구나”라고 읊조린다. 시대가 변했다고 우리네 사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근현대사를 거치는 한 여성의 삶을 다뤘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 삶과도 닮아 있다. 어느 시대나 개인과 사회의 간극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개인의 삶은 나름의 고민을 겪으며 사회와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를 구속하는 이데올로기가 있고 도움을 주고받는 이웃이 있다. 나를 흔드는 사건들이 있다. 여전히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고군분투한다. 여러 사람들이 목소리를 모아 힘을 내기도 한다. 때론 무옥의 아버지나 순자처럼 희생자가 나오기도 하지만, 이웃에게 책 읽어주기가 동네 아낙네들에게 이야기와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것처럼, 재유의 희생을 보며 무옥이 대오에 앞장서게 된 것처럼, 조선방직 노동자 시위가 실패했으나 노동법 제정 계기가 된 것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누군가의 헌신으로 좀 더 살기 좋게 만들어진다. 그래서 무옥이가 보여주는 삶의 여정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자신의 삶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추구할 것을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을 위해 용기를 내 실천하는 것”의 의미를 준다. 책 마지막 장면에 무옥은 쓰러진 채 겨울비를 맞고 있다. 공권력의 제압에도 겨울비에도 부디 무옥이가 일어났기를 바란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살아갔으리라고 믿는다. 주어진 삶에서 도망치지 않고 진정으로 마주하며 말이다.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이가 인간답게 살 권리가 소중한 요즘, 문제를 회피하거나 남 탓하기 보다는 직면이 필요한 요즘, 여전히 무옥의 삶은 현재 진행형이다. 신운선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읽어라 청춘’은 격주로 게재됩니다.
  • [사설] 미·일 신밀월 혼자만 걱정 없다는 외교 장관

    지난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로 미국과 일본 간 신밀월시대가 성큼 다가온 인상이다. 한·일 과거사 갈등이 내연 중인 터라 미·일 동맹이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일심동체 수준으로 격상되고 있다면 우리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외교·안보 당정회의에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단다. 하지만 동북아 안보 지형에서 한국이 소외되고 있다는 해석이 “과도하다”는 그의 인식이 외려 안이하다고 본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공동 비전’ 성명을 내놓았다. 군사와 경제에서 미래지향적 협력을 합창했지만 불행한 한·일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반성을 언급하는 문구는 어디에도 없었다. 일본이 국방비 부담을 덜어주는 등 미국의 가려운 곳을 미리 긁어준 탓일까. 방위지침을 고쳐 일본에 집단 자위권을 인정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 의지를 확인하는 등 양국 간 현안은 일사천리로 정리됐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공식 사과는커녕 동문서답으로 일관한 아베를 미 정부와 의회가 극진히 예우한 것도 달라진 기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방한 때는 일본군이 성노예로 삼았던 위안부 문제에 대해 “쇼킹하다”고 성토했었다. 이쯤 되면 외교적 고립을 걱정하면서 우리의 외교 좌표를 재점검해야 정상이다. 오죽하면 여당인 새누리당이 당정회의를 먼저 소집해 세계 외교의 중심축 이동 국면에서 정부의 굼뜬 대응을 지적했겠나. 윤 장관은 지난 3월에도 “미·중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은 골칫거리가 아닌 축복”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한국 외교의 중국 경사와 한·일 갈등에 대한 미 조야의 피로감이 운위되는 마당에 그런 허장성세보다는 냉철한 전략적 대응이 급선무다. 한·일 간 마찰이 생기면 일본을 압박해 달라고 미국에 매달리는 식의 외교가 한계에 부딪혔다면 말이다. 미·일 신밀월시대는 주고받기 식 외교게임의 산물임은 분명하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정책에 일본이 방위비 분담을 지렛대로 재빨리 편승했다는 점에서다. 그렇다면 위안부 문제나 과거사에 대한 우리의 대응도 더 실용적이어야 한다. 한·일 간에도 단절보다는 고위급 대화를 이어가는 ‘관여 외교’로 할 말을 하면서 실리도 놓치지 말란 얘기다. 현 외교라인은 민족주의적 경향성을 띨 수밖에 없는 가변적 여론에만 휘둘려 더 큰 국익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그럴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윤 장관이 이끄는 외교팀은 당연히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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