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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뱃길 막히고 돈줄 마르고… 北 미사일 쏘며 전방위 압박에 대응

    북한 선박 입항 거부·화물선 몰수 EU, 北국영보험사 제재대상 추가 北, 1일 지대공 미사일 발사 시험 북한의 제4차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 2270호가 채택된 지 3일로 한 달이 됐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는 충실한 결의 이행과 더불어 독자적 제재까지 줄줄이 이어지며 북한의 고립은 더욱 심화됐다. 그럼에도 북한이 여전히 도발적 언행을 멈추지 않고 있어 앞으로 제재의 빈틈을 메워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계속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 달 동안 국제사회에서는 전면적인 대북 제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꾸준히 확대됐다. 특히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 및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사회에는 “지금은 북한에 대해 제재를 할 때”라는 우리 정부의 주장이 폭넓게 받아들여지게 됐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마저 직접 충실한 제재 이행을 약속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입지는 극도로 좁아진 상황이다. 일부 분야에서는 제재 이행의 실적도 가시화됐다. 이번 결의가 해운 제재를 강화하며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선박들이 곳곳에서 입항 거부를 당했고 필리핀에서는 OMM 소속의 화물선 ‘진텅호’가 몰수를 당했다. 또 한·미의 독자적 제재 대상인 김석철 주미얀마 북한 대사가 교체됐고 중국에서는 이용객이 줄어 북한 식당이 문을 닫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양자 제재도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일 북한 국영보험사인 조선민족보험총회사 본사와 유럽 지사를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해외 소재 보험사들은 과거 김정일이 외화를 잘 번다고 시계까지 하사했다고 한다”며 “이에 대한 EU의 제재는 국제사회가 지금도 여전히 강력한 제재 의지를 가졌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견지하며 국제사회의 압박에 군사력 과시 행동으로 맞서고 있다. 중·단거리미사일 발사에 이어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을 감행한 북한은 1일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참관하에 지대공 미사일 발사 시험도 실시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 이후 북한이 대화를 요구하며 국면 변화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11월에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는 만큼 극적인 국면 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제재 국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다음 단계가 무엇일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며 “결국 고강도 제재를 견디기 힘들게 된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총선 D-10]정치 신인의 ‘디스’에 문재인 반응은

    [총선 D-10]정치 신인의 ‘디스’에 문재인 반응은

    “대선 출마를 포기하라”는 같은 당 정치 신예의 ‘디스’ 공격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쿨한 반응을 보였다. 4.13 총선에서 광주 북갑을 선거구에 출마한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일 문 전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정 후보는 이날 광주 망월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한 광주시민의 노여움에 석고대죄한다’는 내용의 현수막과 함께 광주역 5.18민주광장으로 이동했다. 이에 앞서 정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와 천정배 후보에게 드리는 고언’을 발표했다. 그는 자신을 “광주의 아들, 1980년생 5.18둥이”라고 소개하면서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고 민주당의 뿌리를 흔들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는 대통령 출마 포기를 선언하라”고 주장했다.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동신고등학교, 서울대 법학부를 졸업한 정 후보는 대검찰청 공익법무관, 법무법인 양헌 변호사 등을 거쳐 정치에 입문했다. 이번 총선에서 범주류 3선인 강기정 의원을 밀어내고 전략공천된 신인이다. 일각에서는 지명도가 낮은 정 후보가 이름을 알리기 위해 ‘노이즈 마케팅’을 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후보는 문 전 대표를 겨냥해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대한민국이 만신창이가 되었음에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면서 “모든 선거에서 참패하고도 책임지는 모습 한 번 보이지 않았고 식물국회, 식물야당이라는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문 전 대표는 더 이상 대통령 후보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 후보는 국민의당에 입당한 천정배 의원에 대해서도 “호남정치 복원을 앞세워 야구너 분열로 호남을 고립시키고 광주시민을 우롱했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문 전 대표는 이런 정 후보의 주장에 대해 “본인의 선거용 발언으로 이해한다”고 짧게 평했다. 그는 이날 서울 동작갑에 출마한 김병기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신대방동 성당을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야권 연대와 단일화 문제와 관련 “지금 국민의당이 야권연대와 단일화를 워낙 완강히 반대하기 때문에 절벽에 대고 말하는 것 같다”면서 “손뼉이라는 게 마주쳐야 칠 수 있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수도권 지역만 놓고보면 박근혜정권에 대한 심판 분위기가 높아 야권 당선 분위기가 높지만 현실적으로는 야권이 분열돼 오히려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며 “지금 판세를 보더라도 국민의당과 우리가 연대·단일화만 하면 판세를 역전해 당선시킬 수 있는 곳이 20곳으로, 거꾸로 말하면 야권 분열 때문에 어부지리를 주는 곳이 수도권만 20곳이 된다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들 차원에서라도 연대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朴대통령 “한미일 대북압박 연대강화…北도발시 더 강력제재”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31일(미국 현지시각) “한미일 3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뿐 아니라 각국의 독자 대북제재 조치 시행을 서로 긴밀히 조율해 나가면서 국제사회가 실효적으로 대북 압박을 강화하도록 국제사회와의 연대도 더 한층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미국 워싱턴D.C. 워싱턴 컨벤션 센터에서 박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3국 정상회의를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일 3국은 북한에 대응하는 데서 단합돼있다”고 말했다. 또 “한·미·일 3국 정상은 3자 안보협력이 긴요하다는데 합의했다”며 “앞으로 심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컨벤션센터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함께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한 뒤 대언론 발표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박 대통령의 대언론 발표문 내용.  전례 없이 강력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270호가 채택된 만큼 이제 중요한 것은 결의를 철저히 이행해 나감으로써 북한이 핵포기 없이는 생존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최근 고조되는 북한의 추가도발 위협과 관련해서 저는 미일 두 정상과 함께 국제사회가 북한의 도발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만약 북한이 또다시 도발을 감행한다면 북한은 더욱 강력한 제재와 고립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등으로 촉발된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안보상황을 감안할 때 세 정상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회의는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차단하고 잘못된 셈법을 바꾸기 위해 3국이 무엇을 함께 해 나갈 것인가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대북 공조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북한인권 문제가 인류 보편적 가치의 문제이자 한반도 모든 주민의 인간다운 삶과 연관된 것인 만큼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최근 유엔인권이사회에서 과거보다 강화된 북한인권 결의가 표결 없이 채택된 것은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한미일 3국간 협력을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이런 맥락에서 저는 이번 회의가 3국간 협력을 가능한 분야에서 진전시키고 이를 토대로 여타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 제고를 위한 소통 강화에도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3국간 안보협력과 관련해 우선은 기존의 3국간 협력 메커니즘을 잘 활용해 북핵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오늘 회의에서 3국 정상들은 북핵 문제 이외에도 기후변화, 대테러협력, 보건 등 범세계적인 문제에 대한 협력을 더욱 강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특히 미국에 이어 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했던 우리는 이번으로 종료되는 핵안보정상회의의 후속 과정에서 핵안보 레짐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데 주도적으로 기여코자 한다. 오늘 정상회의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역내 국가간 공조 강화의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워싱턴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박 대통령 한·미·일 연쇄회담 대북 압박 외교 가속

    박 대통령 한·미·일 연쇄회담 대북 압박 외교 가속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31일 미국, 중국, 일본과 연쇄 양자 및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기 위한 대북 압박 외교를 이어 갔다. 박 대통령은 연쇄회담을 통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의 이행 상황과 공동대응 의지 등을 점검하고 논의했다. 특히 박 대통령과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간의 한·미·일 회담에서는 북한이 대남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과 관련, “국제사회가 북한의 도발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이 또 다시 도발을 감행한다면 북한은 더욱 강력한 제제와 고립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을 것임을 경고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회담이후 3국 정상은 직접 ‘대언론 발언’를 통해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한 이행 의지 등을 천명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한·미·일 3국은 안보리 결의 뿐 아니라 각국의 독자 대북제재 조치 시행을 긴밀히 조율해나가면서 국제사회가 실효적으로 대북 압박을 강화하도록 국제사회와의 연대도 더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고 공개했으며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한 노력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한·미·중·일, 5월 당대회 앞둔 김정은 고립 가속화

    한·미·일 정상, 북핵 ‘3각 공조’ 강화 中도 제재 동참 등 전략적 관계 유지 고립된 김정은 어떤 선택할지 관건 “제재로 北압박 뒤 큰 담판 생각해야”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이 미·중·일 정상과의 연쇄 회담을 열어 대북 공조 협력 강화를 강조함에 따라 이후 북한에 대한 한반도 주변국들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중·일 등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및 독자적인 제재를 이행해 가며 계속해서 북한에 신뢰할 수 있는 비핵화 실천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추후 동북아 정세는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국제적 고립이 심화된 북한이 어떤 식으로 활로를 찾으려 할지가 관건이다. 이날 한·미 및 한·미·일 정상회담 등에서 3국 정상들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 협력 체제를 공고히 했다. 한·미·일은 지난 1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긴밀히 소통하며 북핵 대응에 힘을 모아 왔다. 특히 이날은 지난해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한·일 협력의 모멘텀이 형성된 뒤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것으로 추후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내비치며 중·단거리미사일 도발 등을 이어 가고 있는 북한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중국 역시 그간 대북 제재의 전면 이행 의지를 밝혀 온 만큼 이번 핵안보정상회의 이후에도 우리 정부와 북핵 문제 해결 등을 위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입장에서는 한·중 정상회담은 물론 6자 회담 당사국 정상들이 잇달아 만나 북핵 문제를 논의했다는 점 자체가 상당한 압박일 수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잇단 북한의 도발은 자기 입장을 반영해 달라는 중국에 대한 메시지로 볼 수 있다”며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가 계속 촘촘해지면 북한이 느끼는 부담도 커져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고강도 제재와 고립에 처한 북한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변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5월 당대회 전에 비핵화에 대한 주변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북한은 지금 같은 강대강 국면에서 타협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제재로 입장을 잡았으니 지금처럼 경제적 고통이 비핵화 내지는 큰 담판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끊임없이 보조를 맞춰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박 대통령 “국제사회 북한의 도발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 대언론발표

    박 대통령 “국제사회 북한의 도발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 대언론발표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3국 정상회의를 한 뒤 대언론 발표문을 통해 “한·미·일 3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뿐 아니라 각국의 독자 대북제재 조치 시행을 서로 긴밀히 조율해 나가면서 국제사회가 실효적으로 대북 압박을 강화하도록 국제사회와의 연대도 더 한층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전례 없이 강력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270호가 채택된 만큼 이제 중요한 것은 결의를 철저히 이행해 나감으로써 북한이 핵포기 없이는 생존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라면서 “최근 고조되는 북한의 추가도발 위협과 관련해서 저는 미·일 두 정상과 함께 국제사회가 북한의 도발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만약 북한이 또다시 도발을 감행한다면 북한은 더욱 강력한 제재와 고립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4차 핵실험 등으로 촉발된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안보상황을 감안할 때 세 정상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회의는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차단하고 잘못된 셈법을 바꾸기 위해 3국이 무엇을 함께 해 나갈 것인가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대북 공조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3국간 안보협력과 관련해 우선은 기존의 3국간 협력 메커니즘을 잘 활용해 북핵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오늘 회의에서 3국 정상들은 북핵 문제 이외에도 기후변화, 대테러협력, 보건 등 범세계적인 문제에 대한 협력을 더욱 강화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박 대통령은 “북한인권 문제가 인류 보편적 가치의 문제이자 한반도 모든 주민의 인간다운 삶과 연관된 것인 만큼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최근 유엔인권이사회에서 과거보다 강화된 북한인권 결의가 표결 없이 채택된 것은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한·미·일 “北 추가 도발땐 더 강력한 제재·고립”

    한·미·일 “北 추가 도발땐 더 강력한 제재·고립”

    대북 제재 결의 이행 의지 천명 中엔 한반도 비핵화 역할 당부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31일 미국, 중국, 일본과 연쇄 양자 및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기 위한 대북 압박 외교를 이어 갔다. 박 대통령은 연쇄회담을 통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의 이행 상황과 공동대응 의지 등을 점검하고 논의했다. 특히 박 대통령과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간의 한·미·일 회담에서는 북한이 대남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과 관련, “국제사회가 북한의 도발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이 또 다시 도발을 감행한다면 북한은 더욱 강력한 제제와 고립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을 것임을 경고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회담이후 3국 정상은 직접 ‘대언론 발언’를 통해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한 이행 의지 등을 천명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한·미·일 3국은 안보리 결의 뿐 아니라 각국의 독자 대북제재 조치 시행을 긴밀히 조율해나가면서 국제사회가 실효적으로 대북 압박을 강화하도록 국제사회와의 연대도 더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고 공개했으며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한 노력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에 이뤄진 한·중 정상 간의 만남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 확보,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이 다시 도발하면 감내하기 힘든 단호한 대응이 뒤따를 것이라는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앞으로도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 줄 걸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와우! 과학] 난쟁이 ‘호빗’ 멸종은 5만년 전…현생 인류가 범인? (네이처)

    [와우! 과학] 난쟁이 ‘호빗’ 멸종은 5만년 전…현생 인류가 범인? (네이처)

    지난 2003년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의 리앙 부아 동굴에서 호미닌(Homonin·초기인류) 화석이 발견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키가 106cm, 몸무게 25kg, 뇌 용량은 현생인류의 3분의 1만한 이 화석은 발견된 지역의 이름을 따 ‘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siensis)로 명명됐지만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름은 ‘호빗’(hobbit)이다. 우리에게는 영화로 더 익숙한 호빗은 1937년 발표된 J R R 톨킨의 소설에 등장하며 ‘반지의 제왕’에서는 난쟁이족으로 묘사됐다. 최근 호주 울런공 대학 연구팀은 동굴에서 발견된 호빗 화석과 도구 등을 재측정한 결과 호빗의 멸종시기가 당초 예상시기인 1만 2000년 전이 아닌 5만년 전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호빗은 그간 고고학계는 물론 관련 과학자들에게 큰 논란을 안겼다. 가장 큰 논쟁은 과연 호빗이 왜소증이나 장애를 가진 현생인류인지 아니면 멸종한 별개의 종인지 여부였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들이 몸집과 두뇌가 쪼그라드는 유전질환인 소두병을 앓은 호모 사피엔스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호빗의 육체적 특징을 들어 현생인류와 다른 새로운 종이라는 이론이 지금은 가장 큰 힘을 받고있다. 또 하나 큰 의문점은 호빗의 멸종이유다. 오랜시간 고립된 섬에 살면서 퇴화했다는 주장, 현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와의 경쟁에서 밀렸다는 다양한 이론들이 있으나 이번에 멸종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인류 조상'과의 관계가 더욱 의심받게 됐다. 학계에서는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시기를 대략 5만 년 전으로 보고있으며 이 때문에 상당기간 호모 사피엔스와 호빗이 공존했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그러나 호빗의 멸종시기가 5만 년 전으로 계산되면 결과적으로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 후 얼마 안 가 호빗이 멸종했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를 이끈 버트 로버트 박사는 "호빗 멸종에 호모 사피엔스가 주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멸종 이유를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러나 박사는 "만약 호빗이 호모 사피엔스와 만나지 않았다고 해도 아마도 멸종했을 것"이라며 "당시에 수많은 동물들이 멸종돼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지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발표됐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사설] ‘한국 핵무장’ 들먹이는 트럼프 향방 주시해야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선거 역사상 가장 천방지축인 예비 후보다. 그는 엊그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특유의 정제되지 않은 말버릇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그리고 중동 국가를 차례로 거론하며 “우리는 더이상 돈을 뜯기지 않을 것”이라고 떠벌렸다. 그러면서 이런 외교 정책이 고립주의가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외교 정책이 고립주의든, 미국 우선주의든 표현은 자유다. 하지만 공화당 대선 후보에 공식 지명될 가능성에 높은 트럼프다. 이런 인물의 발언이 자국민을 다독이는 차원을 넘어 동맹국 안보에 위협을 미친다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한반도의 안보 상황과 관련된 망발에 거침이 없었다. 한국은 물론 일본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두 나라가 더 많은 미군 주둔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했다.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도 “어느 단계에 이르면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미국이 지금처럼 약한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두 나라도 핵무장을 원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국제사회의 당면 과제인 상황에서 트럼프의 주장은 철이 없는 것이다. 그럴수록 트럼프의 속셈을 도외시하고 ‘한국의 핵무장’이라는 수사에 매몰돼 그를 지지하는 국내 세력이 있다면 국가 안보를 스스로 위협에 몰아넣는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전통적으로 미국 공화당의 배후에 조직화된 무기산업의 로비스트가 밀집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트럼프 발언의 이면에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이 아닌 ‘동북아시아의 분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미군 철수로 자국 국민에게는 가족이 이국땅에서 피를 흘리지 않아도 된다고 약속하면서, 그 결과 자칫 군사적 충돌이라도 일어난다면 침체된 자국 국방산업의 부흥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진짜 의도라면 불행해도 크게 불행한 일이다. 트럼프가 아무 생각 없이 동북아시아 안보 상황을 거론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입만 험한 후보라는 선입견은 버려야 한다. 마구잡이로 내뱉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언사에 오히려 정교한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 있는 만큼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트럼프가 본선에 나서 설혹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한다 해도 캠페인 과정에서 미국민의 사고에 미치는 악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미국 대선의 향방에 어느 때보다 관심을 갖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 [글로벌 인사이트] 국제공조 나서는 철벽女 고립주의 치닫는 마초男

    [글로벌 인사이트] 국제공조 나서는 철벽女 고립주의 치닫는 마초男

    미국 대선 경선이 중반을 지나면서 오는 7월 민주당·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각 당이 누구를 최종 후보로 지명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공식 후보 지명은 전당대회에서 이뤄지지만 지금까지 이뤄진 경선 레이스로 볼 때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68) 전 국무장관이, 공화당에서는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69)가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클린턴과 트럼프의 정책과 사람들, 본선 매치 경쟁력 등을 들여다봤다. ●클린턴 ‘공조외교’ vs 트럼프 ‘고립주의’ 클린턴의 외교·경제 등 분야별 정책 공약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현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이 오바마 대통령 1기 국무장관을 지내며 외교정책의 틀을 짰다는 점에서 오바마 정부 정책을 이어가지 않을 경우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는 것이 되기 때문에 상당수 정책을 유지하려는 모습이다. 특히 외교정책에 있어서는 한국·일본·이스라엘 등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 등에 대한 대응도 국제공조를 강화해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북한·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대응 경험이 많은 클린턴은 북한의 도발에는 제재로 맞서되 대화의 창구는 열어 놓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클린턴이 대통령이 될 경우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반면 트럼프는 한국·일본·독일 등 미군주둔 동맹국들이 비용을 적게 낸다며 안보 무임 승차론을 제기하고 대테러 정책으로 무슬림 입국 금지, 물고문 부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무용론 등 극단적 정책을 내놔 미국을 고립주의로 끌고 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은 더이상 세계 경찰이 아니다. 남의 나라 안보 수호에 엄청난 돈을 쓸 수 없다”며 한·일이 분담금을 많이 안 내면 미군을 철수하고, 핵무장도 용인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김정은(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미치광이”라며 강경하지만 중국이 나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라며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중동·중남미 정책도 발을 빼려는 분위기로 일관하는 가운데 이란 핵협상은 물론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협상도 미흡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경제·통상·사회 정책도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클린턴은 오바마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을 지지하며 공정한 무역협정을 중시한다. 지난해 10월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는 미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 불만 등을 고려,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보완책이 마련될 경우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클린턴은 또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지지 및 총기 규제, 이민개혁, 최저임금 인상 등 추진을 밝혔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일자리 사수를 앞세운 보호무역주의로, 자유무역이 대세인 오늘날 글로벌 경제 상황과 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중국과 멕시코, 베트남 등 미국과 무역이 많은 나라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어갔다며 이들 국가와의 무역협정을 재검토, 재협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또 오바마케어를 반대하고 히스패닉 등 이민자를 막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워싱턴 소식통들은 “클린턴과 트럼프의 정책이 대조돼 본선에서 만날 경우 정책별 차이가 유권자들의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도표를 얻기 위해 정책 재조정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린턴 ‘호화군단’ vs 트럼프 ‘아웃사이더 군단’ 클린턴과 트럼프 선거 캠페인의 일등공신이자 가장 든든한 지지자는 누구보다도 그들의 가족이다. 클린턴은 남편 빌 클린턴(69) 전 대통령, 딸 첼시 클린턴(36), 유대계 금융인 사위 마크 메즈빈스키(38) 등이 총출동해 유세 현장을 함께 누비고 있다. 빌은 대통령 시절 경제 살리기 등 성과를 앞세워 부인을 돕고 있지만 ‘르윈스키 스캔들’ 등은 악재가 되기도 한다. 마크의 어머니 마저리 마골리스 메즈빈스키(73)는 유명 언론인·정치인 출신으로, 클린턴의 막강한 후원자가 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마저리는 특히 한국에서 입양한 딸을 둬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트럼프는 첫째 부인과 둔 2남 1녀 중 외동딸이자 둘째인 이반카 트럼프(34)에게 가장 많이 의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반카는 유대계 사업가 남편 자레드 쿠시너(35)와 함께 아버지의 유세 참여는 물론 캠프 활동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용히 내조해 온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45)도 인터뷰 등을 통해 남편을 돕고 있으며 아버지 사업을 이어온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38), 에릭 트럼프(31) 등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클린턴 선거 캠프는 워싱턴 주류 출신 ‘클린턴사단’과 ‘오바마사단’으로 이뤄진 호화군단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반면 트럼프 캠프는 ‘트럼프재단’과 보수단체 출신 아웃사이더들로 이뤄져 있다. 클린턴 캠프가 탄탄한 맨파워로 준비된 면모를 보이는 것과 달리 트럼프 측은 계속 인력을 영입하는 등 좌충우돌하고 있다. 클린턴 캠프의 대표 인사로는 클린턴사단 출신으로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존 포데스타 선거대책위원장,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본부장 출신인 로비 무크 선거본부장, ‘문고리 권력’ 개인 비서로 평가받는 인도계 여성 휴마 애버딘 등이 있다. 정책은 민주당 성향 싱크탱크 출신 마야 해리스, 백악관 특보 출신 앤 오래어리, 국무부 고문 출신 잭 설리반, 월가 개혁론자 개리 겐슬러 등이 맡고 있는데 이들에게 경제 및 외교안보 등 각종 자문을 제공하는 전문가 그룹이 수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셉 스티그리츠, 래리 서머스 등 진보학자들을 비롯해 매들린 올브라이트, 레온 파네타, 톰 도닐런 등 고위 관료 출신들이 대거 참여한다. 트럼프 캠프는 보수정치단체 출신 코리 르완도우스키 선거대책본부장, 밥 돌 전 상원의원 수석고문 출신 마이클 글래스너 부본부장 등이 이끌고 있다. 막후 실세는 법률·정치고문 역할의 마이클 코헨이며, 뉴욕 컨설팅회사에서 이반카와 함께 일했던 27세 여성 호프 힉스가 언론보좌관을 맡아 ‘문고리 권력’으로 통한다. 트럼프는 최근 언론을 통해 캠프 외교안보팀인 ‘국가안보위원회’ 인사들을 공개했는데, 위원회를 이끄는 제프 세션스 앨라배마 상원의원 이외에 전직 정부·군 출신, 교수, 업계 관계자 8명 모두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무명 인사다. 클린턴과 트럼프가 최종 후보가 될 경우 부통령 후보로 누구를 선택할지도 주목된다. 클린턴은 멕시코계 훌리안 카스트로 주택도시개발장관을 선호하고 있으며,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 진보 인사인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등도 거론된다. 트럼프 측은 경선에서 뛰었거나 경쟁하고 있는 테드 크루즈, 마코 루비오, 존 케이식, 벤 카슨, 크리스 크리스티 등이 언급되며 ‘깜짝 인사’ 지명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태양의후예…특수부대 대접 좀 해주시지 말입니다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태양의후예…특수부대 대접 좀 해주시지 말입니다

    특전사 파병부대 장교와 해외 의료봉사단의 여의사가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독특한 스토리로 연일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시청자, 특히 여성 시청자들을 브라운관 앞에 붙잡아 놓으며 이른바 ‘태후 신드롬’을 이끌어 가고 있는 일등공신은 역시 주인공인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다. 유시진 대위는 훤칠한 키와 외모, 다부진 근육, 그리고 육사 출신의 엘리트 특수부대 팀장이라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유 대위는 시내에 데이트 나왔다가 헬기를 타고 부대로 복귀하는가 하면, 시종일관 폼 나는 군복과 장비를 착용하고 나오며,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면 별 세 개인 특전사령관의 명령도 무시하고 무전기까지 꺼버리는 패기를 보여주며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러한 패기와 호연지기(浩然之氣)는 ‘상남자’ 특수부대 대원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것이겠지만, 실제 특전사는 이러한 호연지기는 고사하고 온갖 규정과 규제에 묶여 점차 야성을 잃어가며 ‘보이스카우트’ 대접을 받고 있다면 과연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사제 장비는 쓰지 말라“ 9.11 테러 이후 세계 각지에서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각국은 대테러 작전 수행을 위한 특수부대 강화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으며, 최근 IS 테러리즘이 세계 각지에서 창궐하며 대테러 특수부대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특수부대원 개개인의 초인적인 정신력이 특수부대의 전투력을 가늠하는 척도였다면, 군사과학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현대의 특수전은 속된 말로 ‘장비빨’이 얼마나 받쳐 주느냐에 따라 특수작전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장비의 수준이 특수부대의 전력 수준을 평가하는데 있어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문제는 ‘안 되면 되게 하라’ 정신으로 정신력에서만큼은 세계적으로도 탑클래스로 평가받던 대한민국 특전사가 ‘장비빨’에 밀려 점차 전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특전사 훈련 사진과 다른 선진국들의 특수부대 훈련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군대나 무기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차이점이 하나 있다. 바로 장비다. 다른 나라의 특수부대, 특히 특수전 분야에서 독보적인 국가로 평가받는 미국의 특수부대를 잘 살펴보면 대원 개개인의 총기나 헬멧, 조끼, 심지어 전투복까지 다른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미군 델타포스(Delta force)나 네이비씰(Navy SEAL) 대원들은 같은 팀이라도 사용하고 있는 총기가 모두 제각각인데, 미군 제식소총인 M4 카빈을 비롯해 독일과 벨기에서 특별히 주문한 HK416이나 SCAR, 심지어 러시아제 AK-47을 개조한 총기를 쓰는 대원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M4 카빈의 경우 대원 개개인의 취향에 맞춰 총열, 개머리판, 조준장비, 탄창, 심지어 몸통까지 커스텀해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복장이나 보호장구, 군장도 마찬가지다. 전술조끼나 방탄복도 본인의 취향에 맞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고, 보급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별도로 사제 장비를 구입해 쓰거나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지급해 줄 것을 요청할 수도 있으며, 보급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장비를 구할 수 없는 경우 직접 해외에서 제품을 구해 장병에게 전달해주는 비영리 민간단체(Troops Direct)까지 있다. 그렇다보니 미군 특수부대원 1명이 몸에 두르고 있는 장비의 가격을 뽑아보면 준대형 세단 한 대 가격을 가볍게 웃도는 경우가 많다. 개개인에 맞게 환골탈태 수준으로 개조한 소총과 권총에 1000만~1500만원 이상, 최신 방탄복과 헬멧, 피복류에 300~500만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첨단 통신장비와 휴대용 저격수 탐지 시스템 등의 생존 장구류까지 합치면 병사 개인당 장비의 가격은 수천만 원을 넘어간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뿐만 아니라 최근 이슬람 테러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데, 선진국 특수부대 가운데 이러한 흐름에서 유일하게 역행하는 부대가 딱 하나 있다. 바로 대한민국 특전사이다. 특전사는 지난해부터 국가공인기관으로부터 인증 또는 검증받지 아니한 규격, 국방부 요구조건에 미충족하는 저급, 저질제품의 사용 및 유입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대원 개개인의 사제 장비 사용과 부대 반입을 엄격히 금지하기 시작했다. 나이프나 멀티툴, 모자 등 일부 품목에서는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총기 부품이나 방탄 장구류, 야간 투시 장비 등의 반입을 금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령부 차원에서 이러한 규제가 심해지면서 일선 부대에서 사제 장비를 사용하는 사례가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보급되는 레일과 조준장비가 개개인에게 맞지 않거나, 총기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성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부착했던 각종 부품과 부수장비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특수전사령부에서 이러한 지침을 내린 이유는 간단하다. 규정 때문이다. 군은 군수품 표준화업무규정에 따라 모든 무기체계와 장비를 표준화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는 국방기술품질원 등 전문기관에서 검증된 규격과 형상의 무기체계를 운용함으로써 사용자 운용 편의성과 군수보급상 이점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비정규 작전을 수행하는 특전사 대원들로부터 거센 반감을 사고 있다. 가령 특전사 대원들의 표준 개인화기인 K-1A 소총의 예를 들어보자. 특전사 대원들 사이에서는 K-1A 소총의 접철식 개머리판 대신 M4 카빈에 쓰이는 신축식 개머리판을 부착하고, 사제 레일 시스템을 달아 여기에 자신에게 맞는 배율 조준경과 도트사이트, 수직 손잡이 등을 추가해 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제 개머리판은 더욱 안정적인 견착을 가능케 해 중거리 사격에서 명중률을 높여주고, 2개의 광학조준장비는 가까운 표적이나 먼 표적에 대해 빠른 조준 전환을 도와줌으로써 신속한 사격이 가능케 해준다. 그런데 규정대로라면 이러한 개조는 불법이며, 총기에 부착된 모든 부수기재는 떼어내거나 부대에서 보급되는 장비를 달아야 한다. 특히 전술훈련평가 때는 이러한 장비가 다른 팀 또는 다른 부대와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하여 부착을 더욱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훈련이 있을 때 특전사 대원들이 아무것도 달리지 않은 ‘맨총’을 자주 들고 나왔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각종 장비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총기를 들고 언론사 사진에 찍히면 스스로 규정위반을 인증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전역을 앞두고 있다는 한 특전부사관은 사령관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통해 대원들이 사비를 털어 장비를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 하소연하고 있고, 주요 군사전문매체와 언론도 이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특전사령부는 그 어떤 입장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다. 주눅 드는 특수부대 "How about you and your Korean Boy Scouts go back home, and train with your mama's?(너희 한국 보이스카우트들은 집에 돌아가서 엄마랑 훈련하지 그래?)“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주인공의 팀과 연합훈련 중이던 미군 델타포스 팀장이 주인공 팀에게 던진 조롱이다. 물론 실제로 동맹군 사이에서 이런 수준의 폭언이 오가는 경우는 없지만, 미군 입장에서 지금의 한국군 특전사가 ‘보이스우트’처럼 보이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보이스카우트는 주로 ‘엄마’들의 손에 이끌려 가입하고, 조직에서 정해준 유니폼과 규정에 따라 움직이며 각종 행사에서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상당히 작용하는 편이니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지금의 특전사는 ‘육군본부’라는 ‘엄마’의 치맛바람에 묶여 있는 ‘보이스카우트’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특수부대는 일반 부대와 편제와 운영, 전술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독립된 지휘체계와 군수보급체계를 갖춰야 한다. 미국의 경우 사성장군이 지휘관인 별도의 특수작전사령부(SOCOM·Special Operations Command)가 존재하며, 미 육군의 그린베레, 해군의 네이비씰, 공군의 24특수전술대대 등의 작전지휘와 보급을 모두 특수작전사령부에서 담당한다. 그러나 한국군 특전사는 평시 육군본부의 통제 하에 있기 때문에 훈련과 보급 면에서 특수전과는 거리가 먼 육군본부의 규정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 최근 실시되고 있는 한미연합 특수전 훈련 현장에서 전해지는 소식들을 종합해보면 함께 훈련하는 미군 입에서 ‘보이스카우트’라는 비아냥이 나올 법도 하다. 사실,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기에 특전사는 정말 폼 나고 멋진 조직이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특전사 대원의 모습을 보면 정말 멋있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표적과 표적 사이를 걸어가는 교관을 피해 실탄 사격 훈련을 하고, 외출 나온 대위가 긴급 복귀를 위해 병원 옥상에서 헬기를 타고 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드라마 속 허구일 뿐, 실제 현장에서 전해지는 특전사의 실태는 드라마 속 내용과 거리가 좀 멀다. 교관을 앞에 두고 전진하면서 폼 나게 사격 훈련하는 대신 공포탄 탄피도 잃어버릴까봐 총기에 탄피받이 붙이고 탄피 주우러 다녀야 하고, 훈련 도중 불쑥불쑥 나타나는 평가관과 통제관에서 상황 브리핑도 해야 한다. 여주인공을 뒤로 하고 폼 나게 헬기로 출동하는 대신 훈련장까지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올해 키 리졸브/독수리연습 기간 중 한미연합 특수작전 훈련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리스트들과 치열한 실전을 경험했던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이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특전사는 간부로 이루어진 비정규전 전문 프로 집단이다. 특전사 대원 하나 하나는 강도 높은 훈련과 수련으로 다져진 야수들이며, 이 야수들은 유사시 적진 한가운데에서 일당백으로 싸우는 최정예 전투원들이다. 적진에 홀로 고립되어 1대 다수로 싸우려면 그 전술은 변칙적이어야 하고 비상식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것을 비정규전이라 부른다. 정규전을 수행하는 일반 육군 부대의 규정, 그리고 부대 운영 원칙을 비정규전 부대인 특전사에 적용하는 것은 야영 전문가들을 앉혀 놓고 보이스카우트 교육을 진행하는 것과 다름없다. 특전대원들의 잃어버린 야성을 깨우기 위해서라도 이제 적어도 특수부대에서만큼은 규정과 방침에서 유연성을 좀 갖는 것이 어떨까? 이일우 군사 전문 통신원 finmil@nate.com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트럼프 “中 군사력 확대 막으려면 중국제품 美 진입 차단해야”

    “우리는 구조적으로 중국, 일본, 한국, 중동 국가들로부터 돈을 뜯겨 왔다. 우리는 더이상 돈을 뜯겨서는 안 된다. 우리는 모든 이와 친하게 지낼 것이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이용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지난 26일(현지시간) 게재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외교 정책이 고립주의가 아닌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srt)라고 정의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CNN은 이날 그가 공화당 대의원 과반을 확보해 당 대선 후보로 지명될 것으로 전망해 그의 외교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가 미국의 안보 지원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원유 금수 조치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격퇴 방안을 묻는 질문에 사우디 등 중동 국가가 IS 격퇴전에 지상군을 파견하거나 IS와의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미국에 배상하기 전까지 그들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가 중동에 개입했던 이유는 석유 때문인데, 이제는 그럴 이유가 거의 없다”며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중동 문제에서 완전히 손을 뗄 수 있음을 시사했다. NYT는 미군이 중동에서 철수하면 이란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이스라엘 안보가 위험해질 수 있으며 핵심 지역에서 미군의 작전수행 능력이 감소할 위험이 있다며, 트럼프가 이런 위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불공정하다”며 최근 발생한 브뤼셀 테러 등을 막을 새로운 대테러 조직을 창설할 것을 주장했다. 트럼프는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막을 방법으로 중국의 미국 시장 진입 차단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에 대해 어마어마한 경제적 힘이 있다”며 “무역을 (중국과의) 협상 카드로 이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CNN은 공화당 경선 선두인 트럼프가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전체 대의원 2472명의 과반인 1237명)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경선이 남아 있는 18개 지역 중 상당수가 트럼프에게 유리한 지형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의처증·의부증 질투 아닌 질병

    의처증·의부증 질투 아닌 질병

    지난 5일 경기 남양주의 60대 남성이 자신의 부인과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한 이웃 50대 남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 남성은 1년 전에도 부인의 불륜을 의심해 다른 남성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심각한 의처증이 있는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과연 의처증과 의부증은 질병일까. 27일 원은수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Q. 의처증과 의부증이 병입니까. A. 의처증, 의부증은 망상장애의 한 종류로 ‘질투형 망상장애’라고 부릅니다. 단순한 질투와 달리 아무런 증거가 없어도 배우자의 외도에 매우 공고한 확신을 갖는 것이 일반적인 증상입니다. 의처증, 의부증은 이전에 다른 정신과적 문제가 없었던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발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배우자의 외도에 대한 망상만 존재하고 그 외 다른 증상들은 없다는 게 특징입니다. Q. 원인이 있나요. A. 질투형 망상장애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환경 요인이 모두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뇌 질환 때문에 생길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특징으로는 주로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이나 낮은 성취감을 경험한 사람들, 대인 관계에서 비정상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에게 더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더 많이 발생합니다. 배우자 외도에 대한 망상을 제외하고는 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태로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병 평균 연령은 40세이지만 18세부터 90대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납니다. Q. 치료 경과는 어떤가요. A. 망상이 매우 확고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망상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면 치료에 어려움이 생깁니다. 그래서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배우자와 분리되기 전에는 호전되기 쉽지 않고 분리돼도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로 의사와 환자가 깊은 신뢰 관계를 쌓으며 정신 치료를 진행합니다. 약물 치료 효과는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北 잇단 불장난 조짐에 단합된 힘으로 맞설 때

    북한 중앙통신이 그제 “인민군 전선대연합부대 장거리 포병부대가 자신들의 집중화력 타격권 안에 청와대가 포함돼 있다는 등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이에 앞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이용해 미국의 워싱턴 DC를 공격하는 동영상을 내보내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나서 “지상과 공중, 해상, 수중의 임의의 공간에서 핵 공격을 가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는 등 막가파식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 군은 이에 대해 “국가원수에 대한 저급한 언동을 중단하라”고 엄중히 경고했고 미국도 성명을 통해 “도발적 언행을 삼가라”고 했다. 북한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발적 언행을 계속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우선 5월로 예정된 제7차 노동당대회를 앞두고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강도 높은 대북 제재에 따른 흐트러진 민심을 다잡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또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김 위원장이 통 큰 지도자라는 인식을 북한 주민들에게 심어 주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또한 우리로 하여금 대북 정책 전환을 유도하는 효과와 함께 총선을 앞두고 남남 갈등을 유발하겠다는 속셈도 엿보인다. 미국 본토를 공격 목표로 한 동영상을 공개한 것도 미국의 대북 정책 유도책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북한은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에 응하는 것을 대미 외교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물론 국제사회에서 가해진 강력한 대북 제재와 역대 최고 수준의 한·미 군사훈련에 따른 북한의 자포자기식 반응이라는 등 다양한 시각이 있다. 아무튼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면 높일수록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북한은 그동안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방사포 등 무력시위, 상륙훈련 등 도발 역량 과시, 북방한계선(NLL) 침범, 비무장지대 등의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일삼아 왔다. 북한은 아직 특이한 동향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새로운 무력 도발을 시도할지 모를 일이다. 우리 군은 어떠한 상황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정치권도 총선 과정에서 단합된 힘을 보여야 한다. 북한이 노리는 것 중 하나가 남남 갈등을 부추기는 일이다. 정부 또한 그 어떤 도발에도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충무계획 등 종합대비태세를 상시 점검하는 체제를 갖춰야 할 것이다.
  • 朴대통령 “北 무모한 도발은 정권 자멸의 길”

    朴대통령 “北 무모한 도발은 정권 자멸의 길”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1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지금 북한은 국제사회의 전례 없는 제재 조치로 사실상 고립무원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로 인해 무모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면서 “북한의 어떤 위협에도 대한민국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무모한 도발은 북한 정권 자멸의 길이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다음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 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해 세계의 주요 정상들과 핵 테러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을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개발과 도발을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를 결집하고 있는 지금이 북한 정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여기서 우리가 또다시 물러선다면,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로 한반도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닥치고 경제는 마비될 것”이라며 “정부는 북한이 핵무장의 망상에서 벗어나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닫고 변화할 때까지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비롯한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는 우리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시작일 뿐”이라며 “국제사회도 역대 가장 강력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이어 많은 나라들이 독자적인 대북 제재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이날 행사에 참석했지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공천파동 수습으로 인해 불참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무관심·차별로 무슬림 끌어안기 실패… ‘극단주의’ 키워

    ‘유럽 민주주의의 수도’ 벨기에가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에 이어 이번 브뤼셀 테러 용의자들의 근거지로 밝혀지면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벨기에 내 이슬람 사회의 고립화, 정치 불안정, 치안 당국의 무력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벨기에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극단화된 이슬람 이민자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시리아로 건너가 테러조직에 가입한 벨기에 국적자의 비율은 인구 100만명당 45명으로, 프랑스의 2배, 미국의 3배에 달한다. 2012년 이후 벨기에 출신으로 시리아, 이라크로 넘어가 IS 등 테러조직에 몸담은 사람은 470여명에 이르며 이 중 120여명이 다시 벨기에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의 이슬람 이민자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극단주의에 쉽게 기우는 배경으로는 벨기에가 이슬람 사회를 통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파리 테러의 주범 살라 압데살람의 고향인 브뤼셀의 몰렌베이크는 인구의 30%가 이슬람 이민자 출신이다. 인근 지역과 분리된 채 슬럼화된 이곳의 실업률은 40%다. 희망 없는 청소년들이 극단주의에 물들기에 안성맞춤인 환경인 셈이다. 유럽의 잇따른 테러는 벨기에 정부의 무능과 무기력함이 초래했다는 관측이다. 치안 당국은 몰렌베이크 등이 테러범의 소굴임을 인지했음에도 수수방관해 왔다. 지난해 파리 테러 용의자들이 이곳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당시 샤를 미셸 총리는 “(테러 사건은) 항상 몰렌베이크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지난 부주의에 대한 값을 치르고 있다. 더 많은 단속이 필요하다”고 뼈아프게 반성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나도 달라진 것은 없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벨기에 정부의 무능을 오랜 부패와 정실 인사에서 찾았으며, 언어에 따른 지역 갈등이 이슬람 사회에 대한 통합 실패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테러범이 활개를 치는데도 이들을 감시하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인구 1100만명인 벨기에의 정보기관 인력은 600명으로, 인구 1700만명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규모도 벨기에보다 적은 네덜란드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테러 감시가 소홀한 데다 사통팔달의 교통 환경도 이 나라를 ‘테러의 허브’로 만든 배경이다. 도로 또는 고속철도로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과 다 연결돼 있어 벨기에는 유럽에서 테러범들이 이동하거나 몸을 숨기기에 가장 좋은 나라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오바마, 공화당 ‘反 무슬림’ 발언에 직격탄

    오바마, 공화당 ‘反 무슬림’ 발언에 직격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벨기에 브뤼셀 테러 이후 무슬림 감시, 국경 폐쇄, 테러범 물고문 등의 원색적 발언으로 반(反) 이슬람 정서를 부추기는 공화당 대선 주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부동산 사업가 도널드 트럼프와 2위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인 브뤼셀 테러를 계기로 보수 표 공략을 위해 경쟁적으로 반 무슬림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영국의 유명 방송 진행자 피어스 모건과의 인터뷰에서 “무슬림은 (테러 음모 등) 뭔가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 당연히 당국에 신고해야 하지만 절대로 신고하지 않는다”면서 “이것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무슬림은 서로서로 보호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전체적으로 아주 나쁜 피해를 주는 것”이라면서 “무슬림은 자신들의 사회를 개방하고, 나쁜 일들과 관련해선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앞서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국경 폐쇄’ 방침과 더불어 시리아 등 무슬림 난민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크루즈 의원은 이날 CBS 뉴스 인터뷰에서 “벨기에의 고립된 이슬람 동네가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의 인큐베이터(부화기) 역할을 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에도 마찬가지로 이런 곳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인 장소를 거명해 보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무슬림 인구가 많이 몰려 있는 커뮤니티가 미네소타에도 있고, 미시간에도 있다”면서 “그곳에서 급진 성직자들이 지하디즘(이슬람 성전주의)과 이슬라미즘에 대해 설교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당국에서 무슬림 이웃을 순찰하고 안전(테러 관련)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무슬림 커뮤니티에 대한 감시를 공개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작심하고 “잘못 되고 비(非) 미국적인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직전 자신의 쿠바 방문을 언급하며 “그런 식으로 이웃을 감시하는 국가를 지금 막 떠났다”며 “크루즈 의원의 부친은 자유의 땅인 미국으로 오기 위해 그 나라를 탈출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그런 돌이킬 수 없는 행동에 우리가 착수해야 한다는 생각은 말이 안 된다면서 ”그것은 우리 가치에 반하는 것이자 IS 철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핫뉴스]‘총알 못 막는 구형 방탄복’ 알고도 병사들 입힌 軍 ▶[핫뉴스]오체불만족 불륜설 인정 “5명과 육체관계”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배명진 숭실대 교수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배명진 숭실대 교수

    초등학교 때 소리 안 나오는 라디오에 미쳐 회로도 달달 외우고 전파상 취직 꿈꿨던 괴짜 용산공고 전자과 진학 금성사 실습 때 월급쇼크 뒤늦게 숭실대 입학 소리공학 연구로 세월호 선장 사형 증거잡기도 노벨상이 꿈 “저를 40대로 보는 사람이 아직은 좀 있죠.”(웃음) 지난 18일 서울 상도동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에서 만난 그는 TV 화면보다도 훨씬 젊어 보였다. 환갑을 앞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짙고 풍성한 모발을 갖고 있었다. “젊어 보여 좋으시겠다”고 하자 그는 한술 더 떠 서랍에서 자신의 30대, 40대, 50대 사진들을 꺼냈다. 그것들을 책상 위에 트럼프 카드처럼 늘어놓고는 “별로 안 변하지 않았느냐”며 익살맞은 눈짓을 보냈다. 그건 자기 전공 분야의 ‘효험’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소리’와 함께하는 생활이 젊고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라는 얘기였다. 10평 남짓한 배명진(59·전자정보공학부) 교수의 연구실 내부는 ‘소리를 내는 클립’ ‘소리 바람 소화기’ 등 그의 아이디어가 깃든 작품들로 움직이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나는 ‘괴짜’로 불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그렇다. ‘소리공학의 대가’,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학자’라는 찬사도 듣지만 부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는 걸 잘 안다. “TV에 너무 많이 나온다”, “지나치게 자기 자신을 부각시키려 애쓴다” 뭐 이런 것들이다. “저렇게 외부 활동하고 애들은 언제 가르치느냐”는 말도 단골로 듣는다. 그러나 과학자라면 모름지기 사람들이 궁금해하거나 불확실한 것들을 규명하는 데 막중한 책무를 느껴야 한다. 난 거기에 최선을 다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연구실에 있는 학자도 필요하고 대중과 소통하면서 실생활에서 과학의 저변을 넓히는 학자도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그리고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사실이 있다. 내가 제출하는 국제적 수준의 논문 편수가 최근에는 거의 매년 대학에서 전체 10위 안에 들었다는 사실이다. -“명진씨, 회로도에 맞춰 제대로 구성을 했는데도 안 되는데 이유가 뭘까.” 옆에 있던 ‘4년제 대졸 신입사원’ 형이 ‘고3 실습생’인 나에게 물었다. “형, 그건 이 부분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거예요.” 나는 거의 눈을 감고도 보이는 문제의 원인이 그분에게는 안 보였던 모양이다. 서울 용산공고 3학년 때인 1975년, 당시 서울역 앞에 있던 전자회사 금성사(현 LG전자)에 실습생으로 파견 나갔을 때 일이다. ‘4년제 대학을 나왔는데도 공고생인 나보다 한참을 모르네.’ -실습 생활을 3개월쯤 했는데 내가 원하면 금성사 정규직 사원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한양대 공대를 졸업한 신입사원 형의 월급봉투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봉투 겉면에 ‘14만 5000원’이 찍혀 있었다. 내가 정사원이 되면 받을 초임(4만 5000원)의 3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고졸’이냐 ‘대졸’이냐의 차이 때문에 평생 엄청난 처우 불평등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건 참기 힘든 일이었다. ‘자격증과 실력이 전부가 아니다. 나의 미래를 위해서는 학력이 필요해.’ 종로에 있던 대입학원 야간반에 등록했고 1977년 숭실대 전자과에 들어갔다. -1957년 내가 태어났을 때 가족들은 너무 약하고 볼품없어 얼마 못 가 죽을 걸로 알았다고 한다. 다리에 힘이 없어 아장아장 걸어 다닐 나이에도 외할머니의 등에 업혀 지냈다. 두 살 때까지 업혀만 있던 결과가 지금의 ‘팔(八) 자’형 다리다. 지금의 내 이름 ‘명진’(明振)은 다섯 살 되던 해 시주를 받으러 온 스님이 지어 주셨다고 한다. ‘밝을 명(明)’에 ‘떨칠 진(振)’. 결국 ‘소리로 세상을 밝게 만들라’는 이름대로 소리공학자가 된 것인지. 당시 스님이 “나중에 잘되면 다 내 덕이오”라고 했다는데 그를 만나지는 못했다. -어린 시절 소백산맥 기슭의 경북 예천은 세상과 단절된 곳이었다. 아버지는 고장 난 라디오나 재봉틀 같은 기계를 수리하는 일을 하셨다. 늘 풍기던 기름내가 지금도 기억난다. 당시에는 트랜지스터라디오만 갖고 있어도 좀 사는 집 축에 들었다. 미제 제니스 라디오는 쌀 수십 가마니와 바꿀 정도로 비쌌다. 나는 아버지가 고치는 라디오에 푹 빠졌다. 조그만 사람이 라디오의 작은 통 안에서 기어 나올 것만 같았다. “거기서 아무도 나오지 않아.” 어른들은 놀렸지만 나는 늘 라디오 앞에서 턱을 괴고 뭔가를 기다렸다.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군에서 막 제대한 막내 외삼촌이 ‘광석 검파 라디오 키트’를 사 줬다. 나의 첫 라디오였다. 그러나 조립이 잘됐는데도 소리는 먹통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도 2년간 ‘왜 소리가 안 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답했다. 고민과 실험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었다. 라디오를 전깃줄에 이으면 될 거라는 누군가의 말에 방석을 10장 겹쳐 놓고 그 위에 올라가 집 안에 있던 전깃줄 피복을 벗겨 연결했다가 감전돼 죽을 뻔하기도 했다. 궁금증은 한참 후에야 풀렸다. 예천의 고립된 지형이 문제였다. 안동 방송국이나 점촌 중계소에서 전파를 받아야 하는데 두 곳 모두 우리 집에서 30㎞ 이상 떨어져 있었다. 광석 검파 라디오의 전파 수신 범위는 기껏해야 5㎞였다. 하지만 라디오와 몇 년을 씨름한 덕에 내부 회로를 눈 감고도 그릴 정도가 됐다. -그 실력은 중학교에서 빛을 발했다. 예천중 2, 3학년 때 정부에서 주관한 전국 라디오 조립 경연대회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했다. 중학교를 마칠 즈음 나는 독학으로 세계적인 발명왕이 된 에디슨처럼 되고 싶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워낙 빈한한 집안이라 공부를 그만두겠다는데 말리는 사람도 없었다. “에디슨처럼 되려면 일단은 전문가의 밑에 들어가야 해.” 예천읍내 전파상을 찾아갔다. “저를 조수로 받아 주세요.” 전파상 주인은 “밥 좀 더 먹고 오라”며 코웃음을 쳤다. 일단 고등학교 졸업장은 받아 놓기로 했다. -1972년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나 금호강을 건너가야 나오는 학교까지는 걸어서 2시간 30분이 걸렸다. 어릴 때부터 약했던 두 다리가 버티지 못했다. 몇 달 후 학교를 그만뒀다. 집에서 빈둥거리며 라디오나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누나가 서울의 구로공단에 취직을 하게 됐다. 누나를 따라 서울로 왔다. 신림동에 3평 남짓한 월세방을 얻었다. 당시 누나 월급이 1만원이었는데 월세로만 7000원이 나갔다. 빠듯한 생활이었다. 시골에서 가난하면 산과 들에 캐거나 따 먹을 거라도 있지만 도시 빈민에게는 그런 호사도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속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예천 촌놈에게 번화한 서울은 그 자체로 커다란 매력이었다. 계속 여기에서 살고 싶었다. 그러려면 배워야 했다. -원래 못하는 공부는 아니었기 때문에 서울살이 시작 이듬해인 1973년 용산공고 전자과에 들어갔다. 영어와 수학은 좀 부담스러웠지만 과학은 늘 1등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자격증 취득에 쏟아부었다. 고등학교 다니며 딴 자격증이 아마추어 무선사 등 14개에 이른다. 국가기능올림픽에 출전해 2위에 입상하기도 했다. -금성사의 ‘월급봉투 충격’ 때문에 우발적으로 시작한 대학 공부였지만 재미는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실무를 아니까 책과 강의가 눈과 귀에 쏙쏙 들어왔다. 상당수는 내가 직접 만져 보고 고쳐 본 것들이었다. 새벽에 도서관 문이 열릴 때 들어가 한밤중 문이 닫힐 때 나왔다. 등록금은 학기마다 과 수석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장학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지만 생활비는 해결되지 않았다. 대학생 과외 공부 아르바이트가 금지돼 있던 시절, 나는 동네 가전제품 수리 아르바이트를 했다. 발명연구실의 ‘조수’가 되겠다던 꿈을 대학교의 ‘교수’로 수정한 것은 입학 후 그리 오래지 않아서였다. -1981년 서울대 대학원에 합격했다. 숭실대에 전자과가 생기고 나서 첫 서울대 대학원 입학이었다. 학비가 다른 사립대학의 5분의1 정도밖에 안 되는 게 너무 좋았다. 하지만 대학원 생활은 시작부터 피 말리는 경쟁의 연속이었다. 우리 연구실의 7명 중 단 2명에게만 박사 과정 진학 기회가 주어졌다. 영어, 수학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나는 논문이나 특허, 강의 경력에서 승부를 보기로 했다. 서울역 인근 남영동삼거리에 있던 한국전파학원에서 ‘기사 시험 전문반’ 강사로 나섰다. 강사료로 시간당 2만 5000원을 받았는데, 20대 중반 가난한 대학원생의 형편이 활짝 펴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나는 1983년 통신 분야의 거성으로 불리던 안수길 교수님에 의해 박사 과정 합격자 2명 중 1명으로 낙점됐다. -나는 ‘교수’보다 ‘소리공학자’로 불리기를 원한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의 소리박사라는 말이 참 듣기 좋다. 1992년 숭실대 교수로 오면서 소리공학연구소라는 간판을 달았는데 ‘소리공학’이라는 우리말 자체를 처음 만든 사람이 나였다. 소리공학연구소는 2008년 개인연구소의 지위에서 대학 공식 연구소로 격상됐다. -1983년 숭실대 시간강사 시절 사귄 교직원과 이듬해 결혼을 해 딸 둘을 얻었다. 딸들은 많은 연구에 모티브를 제공했다. 무수한 발명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것도 ‘부모 목소리 동화 구연 시스템’이다. 첫째가 다섯 살, 둘째가 세 살 때였는데 내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에 빠져 있었다. 성우의 멋진 목소리보다 아빠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더 좋아했는데, 성우들이 녹음한 목소리를 엄마, 아빠의 목소리로 바꿔서 들려주는 장치였다. 최근 발명한 ‘소리 바람 소화기’도 애착이 간다. 상품화를 진행 중이다. 소화기를 켜면 큰 소리가 나오는데 이 소리가 화재를 진압한다. -소리공학을 활용한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이다. 2005년 소리 분석을 해 보니 저격범 문세광의 총이 아니라 경호원의 총에 육 여사가 서거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이유가 중년 남성의 목소리와 닮아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 파도가 칠 때마다 조약돌이 구르며 내는 몽돌 소리가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준다는 이론 등도 기억에 남는다. -재미있는 연구도 좋아해 가끔 엉뚱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나이가 들면 왜 트로트를 좋아할까. 원인은 사람의 청력이 1년에 1%씩 늙기 때문이다. 20~30년 지나면 20~30% 노화된다. 노화는 저음화를 의미한다. 10대는 1만 8000헤르츠를 듣지만 20대는 1만 6000헤르츠를 듣고 30대는 1만 4000헤르츠까지만 들을 수 있다. 트로트는 저음의 미학이다. 내 꿈은 여전히 노벨상을 받는 것이다. 사람들은 웃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생리의학상 분야로 노벨상을 노리고 있다. 소리로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을 실험 중이고 관련 논문들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일명 ‘불로음’(不老音)이다. -‘세월호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의 공학적 연구 결과를 보고한다. 그동안에도 우리 연구팀의 소리 연구는 세월호 수사에 많은 도움을 줬다. 팬티 바람으로 퇴선하던 선장 뒤로 바람 소리에 날리는 세월호 안내 방송이 어렴풋이 들리는데 선장은 법정에서 “퇴선 명령을 안내 방송으로 내렸다”고 했지만 우리가 소리를 분석하니 “안전한 선내에서 대기하라”는 내용으로 결론 났다. 2심 재판에서 선장에게 사형이 선고된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이달 말 우리 연구소팀이 맡은 세월호 조사가 끝이 난다. 다음에는 국립중앙도서관과 요절한 가수들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애수의 소야곡’을 부른 남인수, ‘목포의 눈물’ 이난영, ‘돌아가는 삼각지’ 배호 등인데 요절해서 가짜 앨범이 너무 많다고 한다. 자세히 감정해 볼 생각이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하면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귀로 듣기에 좋은 목소리는 성대 주파수로 말하면 남자는 110~130헤르츠, 여자는 210~240헤르츠 정도의 중저음이다. 특히 남자는 저음의 울림과 함께 안정감과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는 목소리, 여자는 밝은 음색의 목소리를 선호한다. 남자나 여자 모두 말을 할 때 톤에 변화를 주고 리듬감 있게 발음하면 듣는 사람이 정감을 느낄 수 있다. 좋은 목소리는 선천적으로 타고날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좋은 목소리를 만들려는 노력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배명진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소리공학’을 국내에 도입하고 개척한 음향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1992년 소리공학연구소를 설립해 과학적, 공학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미국 ‘마퀴스 후즈후’에도 이름을 올렸고, 지금까지 국내외에 150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방송이나 인터뷰, 저서 등을 통해 대중에게 알리고 함께 호흡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간혹 연예인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스펀지’ ‘TV동물농장’ ‘위기 탈출 넘버원’ 같은 TV 프로그램에 자주 나왔기 때문이다. 저서로 ‘소리로 읽는 세상’ ‘소리이야기’ 등이 있다. ▲1957년 경북 예천 출생 ▲예천중, 용산공고, 숭실대, 서울대 석·박사 ▲호서대 전자공학과 조교수,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음성통신전공 교수 ▲한국음향학회장.
  • [사설] 北, 오바마의 역사적 쿠바 방문에서 느끼는 게 없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88년 만에 처음으로 쿠바 땅을 밟았다. 1928년 1월 캘빈 쿨리지 대통령 이후 첫 쿠바 국빈 방문이다. 역대 두 번째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흘간의 방문 중 첫 일정인 미국 대사관 직원과의 만남 자리에서 “역사적인 방문이자 역사적인 기회”라고 밝혔다. 미국 측에서 보면 지리적으로 145㎞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쿠바는 지금껏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 아메리카 대륙에 남아 있던 냉전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따라서 상징적이고 의미 있는 역사로 충분히 기록될 만하다. 미국과 쿠바의 새로운 출발이자 도전인 까닭에 환영하는 이유다.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1972년 2월 닉슨 당시 대통령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에 견줄 만하다. ‘죽의 장막’에 둘러싸였던 중국이 개방으로 나아갈 계기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은 2014년 12월 미국과 쿠바가 53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선언한 지 1년 3개월 만에 이뤄졌다. 미국으로서는 1959년 1월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을 통해 사회주의 정부를 세우고 쿠바 내 미국의 자산을 몰수하면서 1961년 단절했던 외교 관계의 실질적인 복원이라고 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시 밝힌 “북한·이란·쿠바 등 불량국가의 지도자들과도 만날 수 있다”는 공약의 실천인 것이다. 임기 마지막 해에 쌓은 또 하나의 외교 치적이다. 쿠바는 빗장을 풀었다. 중국이 장막을 거뒀듯 미국과의 경제 교류와 함께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따져 보면 이상보다 현실에 무게를 둔 실용주의 노선의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2011년부터 점진적으로 배급제를 축소하고 자영업을 확대하는 등 시장경제로의 부분적인 개혁·개방 조치를 취해 왔다. 쿠바의 경제성장과 활성화라는 새로운 바람의 세기를 지켜볼 만하다. 문제는 핵개발에 몰두하며 고립을 자초하는 북한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4차 핵실험 이후 유엔의 강력한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잇단 도발로 대응하고 있다. 지구상에 개방을 거부하고 문을 닫은 곳은 북한뿐이다. 북한은 비슷한 길을 걸었던 쿠바가 결국 왜 문을 열고 개혁의 길을 선택했는지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그러지 않고 핵에 매달려 주민의 삶을 돌보지 않고 내팽개친다면 언젠가는 파멸할 수밖에 없다.
  • [단독] 7세 딸 암매장한 엄마는 ‘집주인의 꼭두각시’였다

    [단독] 7세 딸 암매장한 엄마는 ‘집주인의 꼭두각시’였다

    “처음엔 애 엄마(박모씨·42)가 딸을 때려 살해한 뒤 암매장한 사건이라고 봤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꽤 복잡한 사건이더라고요. 아이 엄마는 사는 집 여주인(이모씨·45)이 그저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했어요. 딸에 대한 폭행도 집주인의 사주에 따라 이뤄졌어요. 아이 엄마에게 집주인은 일종의 교주였던 셈이죠. 집주인 이씨에게 살인죄를, 엄마 박씨에게 학대치사죄를 적용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검찰 관계자) 박씨의 딸 A양(2011년 10월 사망 당시 7세)이 숨지기 직전 33개월(2009년 1월~2011년 10월) 동안 어른 6명과 그들의 자녀 5명이 함께 생활했던 경기 용인의 72평 아파트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고성 여아 학대 암매장 사건’의 주범인 이씨와 이씨의 언니(50), 박씨, 박씨의 친구 백모(42)씨, 백씨의 친모 유모(68)씨 등 피의자 5명이 최근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사건의 수사를 담당한 검찰과 의학 전문가 등이 전하는 비극의 실상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21일 검찰 등에 따르면 박씨가 A양과 둘째 딸 B양을 데리고 이씨의 아파트로 들어온 건 2009년 1월이었다. 대학(서울의 4년제 대학) 동창인 백씨로부터 “기도만 해 줘도 아픈 게 싹 낫는 영험한 분”이라고 이씨를 소개받고서였다. 이씨는 백씨 아들(11)의 학습지 교사였다. A양의 친모 박씨는 당시 몸이 아프고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상태였다. 친정 식구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멀리 있었고, 남편과는 별거 중이었다. 집주인 이씨는 박씨를 “우리가 함께 지내야 악귀를 물리칠 수 있다”며 꼬드겼다. 박씨는 늘 자신만만하고 신실해 보이는 집주인 이씨를 언니이자 선생님으로 모셨다. 자신의 친정집을 처분해 마련한 9억여원을 이씨의 꾐에 빠져 갖다 바쳤다. 백씨도 이미 1억여원을 이씨에게 건넨 상태였다. 집주인 이씨는 11명 공동 주거지의 ‘교주’ 집주인 이씨를 포함한 이들은 모두 기독교 신자였다. 이들에게 이씨는 용인 아파트라는 ‘성전’을 이끄는 ‘교주’였다. 친모 박씨와 친구 백씨가 3년 가까이 이씨 소유의 휴대전화 매장 등에서 월급도 받지 못하고 ‘노예’처럼 일한 것도 그런 탓이었다. 박씨와 백씨는 주민등록증과 휴대전화까지 뺏겨 외부와의 접촉도 막힌 상태였다. 집주인 이씨는 “위(하나님)에서 시킨 일”이라는 논리로 집안의 독재자로 군림하며 박씨의 큰딸인 A양을 학대하기 시작했다. 소파 등 가구에 흠집이 생기면 “기도해 보니 A가 한 짓이라는 계시를 받았다”며 박씨에게 딸을 때리도록 했다. 그전까지와 달리 박씨가 A양을 폭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씨의 사주로 자기 딸을 “희대의 악녀”라고 부르며 베란다에 감금하고, 보름간 하루 한 끼만 주는 등 학대 행위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자수하자”는 A양 친모에게 암매장 지시 A양이 숨지던 날에도 이씨는 친모 박씨에게 “A가 여기 사람들을 다 죽여 버려야겠다고 생각하니 교육 좀 시키라”고 지시했고, 박씨는 딸을 의자에 묶은 뒤 30여분 동안 수십 차례 허벅지 등을 때렸다. 이씨는 박씨가 휴대전화 매장으로 출근한 뒤엔 A양을 직접 회초리 등으로 마구 때리고 4시간 동안 방치했다. 그 결과 A양은 쇼크 등으로 사망했다. “자수하자”는 박씨에게 암매장을 지시한 것도 집주인 이씨였다. 박씨의 무한 충성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지난해 10월 사소한 일을 트집 잡아 박씨와 일곱 살이던 B양을 내쫓았다. 올 1월 박씨는 충남 천안의 한 막걸리 공장 숙직실에서 B양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혐의(교육적 방임)로 경찰에 검거됐다. 그럼에도 수사 초기 박씨는 집주인 이씨의 존재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는 ‘선생님(이씨)을 저주하면 천벌받아 죽는다’며 끝까지 이씨를 보호하려 했다”고 전했다. 집주인은 ‘자기애성’, 친모는 ‘의존성’ 인격장애 이씨와 박씨의 지배·종속 관계에 대해 이들을 상담했던 김경우 통영정신병원장은 “친모 박씨에게선 의존성 인격장애 성향이, 집주인 이씨는 자기애성 인격장애 성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의존성 인격장애 환자는 보살핌을 받으려는 과도한 욕구 탓에 타인에게 순종적이고 매달리려는 성향을 보인다. 자기애성 인격장애의 경우 타인에게 자신에 대한 복종을 요구하는 게 특징이다. 전체 인구 중 각각 1%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김 원장은 “양극단에 위치해 있는 인격장애 환자들이 만나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 매우 드문 사례”라며 “박씨의 경우 가족 등 주위 사람들로부터의 고립이 심해지면서 의존성 인격장애가 악화된 것 같다”고 밝혔다. “‘안산 세모자 사건’과 비슷한 양상” 자신과 두 아들(17세, 13세)이 남편 등 주변인 40여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30여차례나 허위로 고소하면서 지난해 11월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산 세모자 사건’의 어머니 이모(44)씨와 사건을 배후 조종한 무속인 김모(56·여)씨 역시 이들과 비슷한 경우로 손꼽힌다. 검찰 관계자는 “안산 세모자 사건의 이씨는 ‘자신의 병을 낫게 해 줬다’고 여긴 김씨를 맹목적으로 따랐다”면서 “김씨 역시 이씨를 자신의 의도대로 조종하기 위해 이씨와 주변인들 사이를 꾸준히 이간질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자문을 맡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박씨는 재산까지 모두 이씨에게 건넨 뒤 경제적 독립도 불가능해졌다”며 “이씨의 끊임없는 이간질로 박씨는 같은 집에 살던 사람들로부터도 고립되면서 이씨에 대한 심리적인 종속은 강화됐고, 그 결과 자신의 딸을 죽음으로 내몬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사건 해결의 단서는 박씨 스스로 제공했다고 수사팀 관계자들은 전했다. A양의 행방에 대해 박씨는 “서울 노원구의 한 놀이터에서 잃어버렸다”고 했다가 나중엔 “내가 죽여 혼자 야산에 파묻었다”고 말을 바꿨다. 수사팀 관계자는 “자기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듯한 모습에 의구심을 가졌던 게 결국 주변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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