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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센인 돌보는 간호조무사 애환 담긴 마지막 ‘사슴섬 간호일기’

    한센인 돌보는 간호조무사 애환 담긴 마지막 ‘사슴섬 간호일기’

    한센인과 한센인 돌보는 간모조무사 이야기 담겨1993년 첫 출간 이후 13번째 출간‥올해로 마지막 지난 5월 한센인과 함께 살아가는 소록도 간호조무사들의 경험담을 담은 ‘사슴섬 간호일기’ 마지막 호가 출간됐다. 국립소록도병원 간호조무사회는 1993년 첫 호 발간을 시작으로 25년간 13권의 책을 펴냈다.첫 출간 당시 이들은 섬이라는 고립된 환경 속에서 한센인들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과 보람, 애환을 담아 책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지금까지 펴 낸 13권의 책에는 편견과 차별의 그늘 속에서 침묵하며 살아온 한센인들의 고달픈 삶과 그들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일기 형식으로 담겼다. 13번째 ‘사슴섬 간호일기’에는 창간호부터 12번째 책에 수록된 글 가운데 63편과 2016년 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소록도를 다시 찾은 간호조무사 동문들의 글 8편,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 등 모두 93편을 수록했다. 첫 호에 실렸던 서판임씨의 ‘죽는 일은 내 소관이 아니여’는 죽음이 임박한 순간에도 “살고 죽는 일은 하느님 소관”이라며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지내던 최 씨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영진씨의 ‘일방통행 사랑’은 2004년 당시 구복리에서 알게 된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병에 걸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에 대해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준다. 소록도 간호조무사회 고은아 전 회장은 “23년간의 책 작업은 소록도에서 간호조무사의 지난한 수고를 기록하기에 충분했다”면서 “책을 통해 한센 어르신들의 삶의 마지막까지 기쁘게 돌볼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소록도병원 간호조무사 양성소는 1977년 개설됐으며 이듬해 1기를 시작으로 2003년 폐쇄되기까지 614명의 간호조무사를 배출했다.<‘일방통행 사랑’ 전문(김영진·2008년)> “할아버지, 오늘도 오셨네요. 집에서 좀 쉬지 않구요?”“힘들더라도 와 봐야지.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해.” 특별한 일 없는 한, 하루에 세 번 병상의 할머니를 찾아오는 할아버지가 계시다. 할아버지를 알게 된 건 4년 전 구북리에서 근무할 때다. 당시 할머니는 걷지 못해도 말씀을 잘하셨고 엉덩이로 방을 밀고 다닐 정도는 되었다. 할아버지는 집안 살림에 구북리 사무실 일이며 밭일까지 쉴 틈 없는 바쁜 일상에도 불구하고 항상 웃음과 농담을 잃지 않았다. 그렇게 일 년을 구북리에서 근무하고 세월이 흘러 5병동에서 할아버지를 만난 반가움도 잠시, 눈만 깜빡거릴 뿐 아무 말씀도 못하고 누워만 계신 할머니를 본 순간 마음이 무거웠다. 불러도 대답 없이 눈 한 번 맞추지 않는 할머니지만 그래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할아버지는 오실 때마다, 할머니 등 뒤에서 꼭 안으며 따뜻한 체온과 사랑을 전한다. 그런 할아버지의 마음을 할머니가 느끼기는 하는 걸까? 한참을 안아주고 식사수발을 마친 후 자리에 눕힌다. 그리고 날마다 묻고 또 묻던 질문을 오늘도 반복하신다. “내가 누구여?” 하지만 할머니는 그저 음냐, 음냐 하는 소리만 낼 뿐 다른 대답은 없다. 눈 한 번 마주치지 않아도, ‘영감’하고 불러주지 않아도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보기 위해 어제도 그제도 그랬듯이 오늘도 여전히 병동을 찾는다. 할아버지의 일방통행 사랑은 참으로 감동이고 지극하다. 할머니가 살아계시는 동안 그 일방통행 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싱가포르 ‘등거리 실리외교’ 트럼프·김정은 사로잡았다

    싱가포르 ‘등거리 실리외교’ 트럼프·김정은 사로잡았다

    1965년 독립 이후 모든 나라와 친교 한국보다 北과 먼저 통상대표부 설치 美항공모함 정박 창이해군기지 조성 폼페이오 “북·미 정상회담 유치 감사”“싱가포르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흔쾌히 유치해 줘서 감사하다. 싱가포르는 정직하고 중립적인 중재자, 주최자 역할을 할 역량이 충분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를 방문한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을 극찬했다. 그 자리에서 발라크리슈난 장관은 “우리는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역내 긴장 완화와 평화 증진을 바랄 뿐”이라고 겸손한 어조로 화답했다. 오는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최국인 싱가포르의 외교적 위상이 격상하고 있다. 발라크리슈난 장관은 워싱턴 일정을 마친 뒤 7일에는 중국 베이징을 거쳐 북한 평양을 방문해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북·미 회담 관련 의전·경호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14일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전화통화로 북·미 회담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주인공 격인 남북한, 미국 외교 당국자들만큼이나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서울의 1.2배 크기(719㎢)에 불과한 소국 싱가포르가 ‘세기의 담판’을 빛낼 주최국이 된 건 건국 이래 반세기 가까이 고수해 온 ‘등거리 실리외교’라는 전략적 산물로 평가된다.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분리 독립한 싱가포르는 북쪽으로 말레이시아, 남쪽으로는 인도네시아라는 두 개의 지역 강대국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태평양에서 인도양으로 나아가는 전략적 요충지인 말라카 해협을 연안에 두고 있는 섬나라다. 이 해로는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에도 지정학적 중요도가 높다. 싱가포르가 독립 이후 분쟁이나 갈등을 지향하기보다는 친선·친교 전략으로 모든 나라와 우호를 다져 온 이유이기도 하다. 국제 사회의 전방위 대북 제재로 외교적 고립에 처한 북한조차 싱가포르는 정치·외교적 부담이 적은 우호국이었다. 북한은 한국보다 3년 가까이 앞선 1968년 1월 싱가포르에 통상대표부를 설치해 돈독한 관계를 맺어 왔다. 싱가포르도 2008년 11월 북한과 투자 보장 협정을 체결하고 투자 방문단을 조직하며 대북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양국 교역 규모는 2013년 6084만 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가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2016년 1299만 달러로 떨어졌다. 그동안 싱가포르는 중국, 러시아, 인도 등에 이어 북한의 7번째 교역국일 만큼 주고받는 게 많았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해 11월부터 교역이 전면 중단된 상황인 만큼 북한의 비핵화가 본격화되면 교역이 재개될 가능성도 크다. 싱가포르는 경제·군사적 측면에서 미국과도 관계가 깊다. 싱가포르는 역내 안전을 위한 지역 내 미군 주둔을 지지해 왔다. 그 일환으로 싱가포르 해안에 미 항공모함이 정박할 수 있는 창이해군기지를 조성했다. 그 결과 2001년부터 미 항공모함들이 창이기지를 드나들며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할 ‘항행의 자유’ 작전에 나서고 있다. 반전도 있다. 싱가포르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에 맨 처음 동참한 21개국 중 하나다. 2014년 10월 AIIB 창립 양해각서 체결식보다 3개월이나 앞선 7월부터 참여 의사를 공고히 했다. 싱가포르 인구의 74%가 중국계이고, 중국은 싱가포르의 최대 교역국이다. 싱가포르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누구보다 바라는 국가다. 정상회담과 관련된 장소들에 대해 이례적으로 ‘특별행사구역’으로 규정해 경호와 보안에 만전을 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양측 모두에 대한 배려가 담긴 ‘동등한 의전’을 강조하고 있다. 그레이엄 옹웹 싱가포르 라자나트남 국제연구소(RSIS) 박사는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북한이 국제 무대에서 불량국가로 취급받고 늘 주권을 두고 싸워 왔지만 이곳에서 북한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싱가포르는 주최국으로서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단독] “남북, 의제 없어도 자주 만나야…적십자 당국자 교차 상주 추진”

    [단독] “남북, 의제 없어도 자주 만나야…적십자 당국자 교차 상주 추진”

    박경서(79) 대한적십자사(한적) 회장이 오는 22일 8·15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사실상의 남북 적십자 당국자 간 서울·평양 교차 상주 근무 방안을 제안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 회장은 8일 서울 중구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26일 남북 정상이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예고 없이 만났듯이 남북은 절대로 쉬운 것부터 해야 한다”며 “의제가 없어도 자주 만나야 한다. 서로 접촉하면서 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2일 남북 적십자회담 이후 “남북 적십자사 국장급이 상대 지역을 찾아 한 1주일 간격으로 상주하며 얘기하며 왔다 갔다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29번이나 북한을 방북했던 박 회장은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있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인 뒤 “16년 만에 평양에 갔더니 이면도로에 있던 아파트들까지 싹 바뀐 것을 보고 빈곤은 극복했다고 봤다”며 “앞으로 경제 발전을 하려면 북한이 핵 보유로 고립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1992년 김일성 주석을 직접 만났던 때를 떠올리며 “1월 13일 아침 10시부터 4시간을 만났는데 김 주석이 ‘북한 소장학자 6명이 소련 유학을 다녀왔는데 핵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자꾸 우리더라 핵을 가졌다는데 그럴 단계는 아니고, 핵이나 전쟁은 싫고 고려연방제 같은 것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과거 세계교회협의회(WCC)에서 대북 원조를 맡았던 박 회장은 ‘대북 퍼주기’ 비판에 대해 “한국식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의 대북 원조가 최고치일 때도 북한이 받는 전체 원조의 27%밖에 안 됐다”며 “90년대 후반에 WCC가 원조한 쌀도 가격이 가장 저렴했던 베트남 안남미로 당시 북한 군인들은 쌀밥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민간인들에게 갔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는 22일 금강산에서 남북 적십자회담이 열리게 됐다. -적십자회담은 2010년 10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실무 접촉까지 포함하면 2015년 9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이미 남북 정상 간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고위급회담 개최로 대화의 분위기는 조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분위기가 남북 인도적 현안 해결 등 좋은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8월 15일을 전후한 이산가족 상봉이 주된 의제가 될 것으로 본다. 협상이라는 게 50%는 상대가 있는 것이니 북측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오려 한다. 8·15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열리지 않을까 싶다. 2015년 10월에 열었던 직전 상봉 행사(20차)도 같은 곳에서 열렸다. 직접 가서 둘러봐야 알겠지만 시설 때문에 늦어져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이산가족의 고령화가 빠르다. -생존자(5만 6890명) 중에 약 63%(3만 5960명)가 80세 이상이다. 첫 만남에서 북측이 과거처럼 100여명밖에 못 한다고 해도 우선은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이후 생존자 전체를 단번에는 못하겠지만 고향 방문단과 비슷하게 자기가 살았던 고향 근방이라도 가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편지 교환도 하고 화상 상봉도 할 수 있게 제안할 생각이다. 최근에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도 연락이 오고 KT에서도 연락이 와서 자기들이 사회 봉사 차원에서 북한에 첨단 시설을 만들어 보겠다고 하더라. 일회성 이벤트 중심의 이산가족 상봉이 아니라 정례적인 이산가족 상봉을 해 줘야 한다는 점을 북측에 호소하고 싶다. 이번 8·15 전후에 한꺼번에 하진 못하더라도 미래에 정례적인 방향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이산가족의 한을 푸는 는 데 중점을 두겠다.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이산가족 상봉은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실무진에서 검토를 하겠지만 최첨단 기계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더 깨끗하고 가깝게 헤어진 가족을 보여 준다고 했다. 그래서 구태여 안 가도 된다고 하더라. 진짜 그런 수준까지 발전되면 좋을 것 같다. →이번 회담에서 다룰 여타 문제는. -평양적십자병원의 현대화 같은 인도주의 사업을 논의하고 싶다. 보건 문제도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 북한의 건강은 남한의 건강인 측면도 있다. 실제 2000년대에 북에서 발생한 말라리아 모기가 비무장지대(DMZ)로 넘어와 우리 장병들을 문 적이 있다. 군 헌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우려가 컸다. →2016년 중국서 집단 탈북한 여종업원들의 송환 문제가 걸림돌이 되진 않을지. -북한에 한국인 6명이 체류해 있고 13명의 북측 종업원이 남측에 와 있다. 이건 각론에 해당한다. 각론도 중요하지만 순서가 있다. 판문점 선언을 시작으로 평화라는 큰 틀이 정착돼 비자를 받으며 남북이 서로 왔다 갔다 한다면 자연히 해소될 것이다. 즉, 각론으로 북 인권을 풀지 말고 총론으로 관계성 속에서 풀어 가자는 것이다. →최근 북측이 남측 억류자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언급이 있었다. 따로 북에서 연락이 왔는지. -북한적십자사에서 연락을 따로 받은 바 없으며 고위급회담을 통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적십자회담에서는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집중할 예정이다. →과거 직접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던데. -1992년 1월 13일 아침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4시간 동안 만났다. 제네바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아시아국장을 할 때 1988년 북측에서 원조를 위해 부른 적이 있다. 1988년 방문한 북한은 동독하고 비슷한 수준이어서 원조를 줄 필요를 못 느꼈지만 교육시설의 설비는 너무 낙후된 상황이었다. WCC, 유네스코 등에서 30만 달러씩 원조했다. 이를 계기로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 →당시 김 주석의 전언 중에 핵과 관련된 게 있었는지. -김 주석이 ‘소장학자 6명이 소련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오더니 핵도 만들 수 있다고 그런다. 또 우리더러 자꾸 핵을 가지고 있다고 그러는데, 아주 초보 단계다. 우리는 핵이나 전쟁을 싫어하고 고려연방제 같은 것을 했으면 좋겠다’는 식의 얘기를 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보나. -김 위원장에게 진정성이 있다고 보고, 그러리라고 믿는다. 21세기에는 전 세계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경제적인 조건이 충족돼야 살아갈 수 있다. 김 위원장도 그런 것을 굉장히 중요시할 거다. 그간 29번 북한을 방문했었는데 16년 만인 2년 전 평양에 갔더니 완전히 세상이 변했더라. 평양 시내의 이면도로까지 전부 아파트가 보수돼 있었다. 북한도 절대 빈곤은 극복한 거 같다. 그러나 앞으로 더 발전을 하려면 핵을 가지고 가지는 않을 거다. 왜냐하면 전 세계에서 고립돼서 경제 발전을 할 수 있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북한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베트남이나 중국식 중 자기들이 좋은 것을 실정에 맞게 벤치마킹해서 잘살아 가면 좋겠다. →한적의 대표적 대북 지원 사업과 현황을 소개한다면. -2005년 ‘남북 적십자 간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맺고 평양적십자병원 지원 사업, 우정의 나무 심기 행사를 연례적으로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평양적십자병원 현대화를 위해 156억원 상당의 의약품, 의료장비를 지원했고 의료진 등이 방문했다. 지난 수년 동안은 남북 긴장 상황 속에서 직접 지원이 곤란해 국제적십자사연맹을 통해 재난 대비 대응, 물·위생, 보건, 생계지원 등의 사업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2016년 함경북도에서 발생한 집중호우 이재민을 위해 3억 1000만원을 지원해 응급구호품을 전달한 바 있다. →북 원조에 대해 ‘퍼주기’라는 시각도 있다. -그렇지 않다. 한국식 해석이다. 과거에 한번은 유엔과 비동맹국인 시리아, 파키스탄, 중국 등이 기록 없이 준 것까지 따져 보니 한국이 최고로 많이 지원했을 때도 북한이 원조를 받는 전체 식량의 27%밖에 안 됐다. 한국은 마치 우리가 안 주면 북한이 굶어 죽는다 그랬는데 그건 세계를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북한에 대한 원조나 경제 협력 시 유의해야 할 점은. -스스로 서고 걸음마를 하도록 가르쳐 줘야 한다. 서독은 통일에 흥분해 서독 노동자 임금의 80%를 동독 노동자에게 지급하고 서독 마르크와 동독 마르크를 1대1로 바꿔줬다. 그 결과 일주일에 물가가 400% 치솟기도 했다. 무상 원조가 아니라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알려줘야 한다. →최근 남북 관계 진전의 기회를 만든 원동력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세계 수준의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적십자사가 터키 안달리아 세계적십자사 총회에서 이사국이 됐다. 다른 국가들은 수년간 떨어지는 지위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유로 ‘촛불집회를 우리에게 보여 줬다’고 했다. 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 평화를 사랑하는 정신, 정의란 무엇이고 공동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들, 10개월간 촛불을 들면서 남의 얘기를 경청하는 것들이 결국 판문점 선언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년이 넘었지만 75%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게 이웃나라의 정상들이 문 대통령을 무시하지 못하는 힘이다. →향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평화체제 구축까지 유의할 점은. -절대로 쉬운 것부터 해야 한다. 의제가 없어도 정례적으로 만나야 한다. 그게 동·서독의 방식이다. 서로 접촉하면서 서로 변하자는 거다. 유럽연합(EU)도 처음 만들어졌을 때 프랑스하고 독일이 무조건 만나는 것을 정례화했다. 지난달 26일 남북 정상이 전혀 예고 없이 그냥 만나버렸다.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우리는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걸 전 세계에 보여 주었다. 남북 적십자사도 국장급은 그냥 마음대로 서울과 평양을 한 일주일씩 머물면서 얘기할 수 있게 됐으면 한다. →최근 비핵화 국면에서 남남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 합리적인 보수와 이성적인 진보는 같이 간다. 사실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으면 그 사회는 서서히 노령인구가 많아지고 보수화된다. 한국은 국민소득이 약 3만 달러다. 하지만 합리적인 보수와 이성적인 진보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이 둘을 잇는 다리가 필요하다. 지금의 대학생들이 다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 인권 문제를 두고 갈등이 많다. -북 인권은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북의 인권 개선은 북한 사람들이 먼저 눈을 떴을 때 가능하다. 제3자는 한정적으로 도울 수밖에 없다. 특히 인권은 시대에 따라서 더 복잡해지고 더 많이 발전돼야 한다. 따라서 유엔은 인권에 대한 정의를 지금도 내리지 않는다. 그런데 북한이 지난해 장애인 유엔인권 특별보고관을 들어오라 했다. 북한도 조금씩 인권에 대해서 눈을 뜨고 있는 것이다. 즉, 제3자가 북한의 인권을 풀 수 있다고 착각하지 않고 실패의 경험을 가서 전달해야 한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박경서 회장은 박경서 제29대 대한적십자사(한적) 회장은 인권 분야에서 ‘한국의 얼굴’로 통한다. 전남 순천 출신으로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독일 괴팅겐대에서 사회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모교인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79년 ‘크리스천 아카데미’ 사건에 연루돼 곤욕을 치른 것을 계기로 교수직을 그만두고 한국을 떠났다. 이후 1982년부터 1999년까지 18년간 스위스 제네바 세계교회협의회(WCC) 아시아정책위원회 의장 및 아시아국장으로 근무하며 인도적 지원사업에 관여했다. 당시 원조 등을 위해 28차례 북한을 방문한 것을 포함해 총 29번 북을 다녀왔다. 1992년 1월에는 김일성 주석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대한민국 초대 인권대사를 역임한 그는 성공회대 석좌교수, 국가인권위원회 창설멤버 및 상임위원, 진실과 화해위원회 자문위원, 통일부 정책위원회 위원장, 이화여대 석좌교수 및 평화학 연구원장,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장, 한국인권재단 고문, 유엔 인권정책센터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한적 29대 회장에는 지난해 8월 선출됐다. 저서로는 ‘독일 노동 운동사’(1984), ‘화해 그리고 통일’(1996), ‘인권대사가 체험한 한반도와 아시아’(2002), ‘인권이란 무엇인가’(2012), ‘그들도 나처럼 소중하다’(2012), ‘인문학이 인권에 답하다’(2015), ‘평화를 위한 끝없는 도전’(2018) 등이 있다. 2005년 황조 근정 훈장을 받았다. 인도, 네팔, 미얀마, 스리랑카 등의 정부에서 인권상 및 포상을 받았다.
  • [In&Out] 스포츠클럽 정책이 중요한 여섯 가지 이유/남상우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

    [In&Out] 스포츠클럽 정책이 중요한 여섯 가지 이유/남상우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

    대한민국 체육정책에서 스포츠클럽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 체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에 비견되는 이 스포츠클럽은 지역민이 직접 지도자, 프로그램, 승강제의 주말리그 및 여러 자치 활동을 조직하며 자생적인 수입원을 만드는 자발적 결사체를 뜻한다. 한마디로 풀뿌리 스포츠 조직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 체육정책에서 핵심이 돼 왔다. 이 사업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여섯 가지가 있다. 첫째, 모든 연령, 계층, 성별, 인종의 사람들을 위한 운동 공간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들 대부분은 학령기를 제외하곤 스포츠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지역 내 생활체육 동호회가 있으나, 대부분 중장년 남성 중심으로 운영된다. 폐쇄적이다. 학생이나 여성은 접근하기 어렵다. 스포츠클럽은 이러한 장벽을 없애며 운동 공간을 열린 체계로 바꾸려는 시도다. ‘모두를 위한 운동 공간.’ 둘째, 사회자본 증진 때문이다. 우리는 ‘열린 고립’의 사회에 산다. 내 집 앞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 ‘접촉이 아닌 접속’에 기대기 때문이다. 사람들 간의 접촉 빈도, 관계의 폭과 깊이를 확장시켜 줄 만남의 공간이 절실하다. 바로 내가 사는 동네에. 스포츠클럽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건강관리 플랫폼 때문이다. 건강은 사회적 화두가 되었다. 관리가 필요한데, 그 관리를 개인에게만 맡겨 놓았을 때가 문제다. 정기 체력 검진을 받게 하고(국민체력100사업), 동네 스포츠클럽으로 연결해 줘 체력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동하게 만들며,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운동 지도자들이 직접 찾아간다. 체력, 운동, 만남, 복지가 한 번에 이루어지는 플랫폼. 스포츠클럽이다. 넷째, 신체 활동의 연속성 때문이다. 우리는 학령기 이전에는 운동을 거의 못한다. 그 이후에는 각자 동호회 활동을 하거나 운동 포기다. 운동 환경의 단절이 심하다. 운동 습관화가 어렵다. 스포츠클럽이 필요한 이유는 5~90세까지 단절 없는 신체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학령기 이전, 학령기, 그 이후, ‘점’으로 띄엄띄엄 이루어지던 운동을 ‘선’으로 연결하기 위함이다. 다섯째, 엘리트 선수 육성 때문이다. 엘리트 체육에는 낙수효과가 있다. 즉 정현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면 풀뿌리 테니스가 발전한다. 국가가 엘리트 체육에 투자하는 이유다. 문제는 인구 구조 변화 때문에 전문 선수 육성이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줄어드는 인구에 더해 선수 육성도 폐쇄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스포츠클럽 환경으로 ‘운동만 해야 하나’가 아닌, ‘운동도 해 봐야지’가 가능한 개방적 체계를 마련, 선수 육성의 틀을 바꿀 수 있다. 여섯째, 스포츠 시장 확대 때문이다. 클럽이 많아지면 관련된 유무형의 소비재도 늘어난다. 은퇴한 엘리트 선수들의 일자리도 늘어난다. 전문 지도자의 강습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스포츠클럽이 많아질수록 선수들은 자신의 스포츠 기술을 활용할 기회가 늘어난다. 그러한 클럽에선 또다시 우수 선수가 나오고, 그 선수는 많은 사람들을 스포츠클럽으로 유인한다. 선순환이 발생한다. 스포츠클럽 환경은 중요하다. 이 환경을 만드는 일이 쉽지는 않다. 기존 조직(학교운동부, 동호인, 체육회)과의 협의, 정부의 의지, 여기에 덧붙여 정책적 엄밀함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에 맞는 다양한 스포츠클럽 모델도 요구된다. 그럼에도 해 나가야 한다. 모든 국민들이 운동으로 건강한 삶의 행복을 누릴 플랫폼이 절실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 ‘1인 고독사’… 마을 주민이 함께 막는다

    ‘1인 고독사’… 마을 주민이 함께 막는다

    1인 가구 조사·복지 플래너 방문 이웃살피미 임명… 사회관계 형성 고독사는 고립된 삶을 살다가 홀로 임종을 맞고 일정 기간이 흐른 뒤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과거에는 독거노인의 문제로만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이혼, 실직 등으로 혼자 살다가 죽은 뒤 발견되는 40~50대 중장년층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는 고독사가 많이 발생하는 주거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고독사 사회안전망 구축 종합대책을 수립했다고 4일 밝혔다.대책은 지역 내 고독사 위험군을 파악해 관리하고 장례까지 지원하는 것이다. 우선 지역 내 1인 가구 실태 파악을 위한 전수조사를 한다. 통·반장을 중심으로 경제상황, 건강상태, 가족·지인과의 관계 정도 등을 조사해 고독사 고위험 가구를 선별한다. 이를 토대로 고독사 위험 가구는 동 복지 플래너가 방문 상담해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긴급생계지원, 일자리 알선, 방문간호 서비스, 통합사례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또 지역사정에 밝은 주민을 ‘이웃살피미’로 임명해 고립 가구가 세상 밖으로 나와 사회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공동체 사업이다. 이웃살피미는 동별 지역 토박이, 희망복지위원, 통·반장, 우리동네 돌봄단 10명 내외로 구성된다. 반지하, 옥탑방, 임대아파트 등 가구 특성에 맞춘 방문·응대 매뉴얼을 갖춰 고립 가구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이들의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 고립된 주민이 자주 방문하는 동네 슈퍼나 편의점 및 약국·병원, 부동산 중개소 등도 함께 참여한다. 이들은 어려운 이웃의 생활 및 특이 행동을 관찰하는 지역 파수꾼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다량의 술을 구매하거나, 정기적으로 약국에 방문하던 중증환자가 재방문하지 않거나, 과도한 약을 구입할 경우 동 주민센터에 즉시 알리는 식이다. 고독사의 경우 가족을 찾더라도 경제적인 이유로 시신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장례도 지원한다. 무연고 사망자 및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지역 내 동부시립병원과 협약을 맺고 빈소 마련 등을 돕는다. 강병호 구청장 권한대행은 “공공과 주민이 힘을 합쳐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다지는 식으로 고독사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독박육아·저출산의 대안-공동육아] 사람 잡는 독박육아…아이 낳는 공동육아

    [독박육아·저출산의 대안-공동육아] 사람 잡는 독박육아…아이 낳는 공동육아

    #1. 일본 가이즈카시에 사는 다나카 아키코(36)는 첫째 아이를 낳고 ‘독박육아’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공동육아 공동체 ‘가이즈카 육아네트워크’를 접하고 아이를 셋이나 낳을 수 있었다. 그는 “(아이에게) 꼭 비싼 뭔가를 해 줘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졌다. 이곳에서 다른 엄마, 다른 아이와 함께 즐겁게 노는 걸로도 아이는 인간으로서 충분히 잘 자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2. 독일 니더작센주 잘츠기터에서 다섯 아이를 홀로 키우는 훔머스 니콜(38)은 9년 전부터 공동육아시설 ‘마더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니콜이 일하는 동안 막내딸 리자(4)는 센터 내 어른들이 돌봐 준다. 혈연 관계는 아니지만 이들은 리자에게 이모, 삼촌,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준다. 니콜은 “아이를 돌보는 데 돈만 필요한 게 아니다. 지역 주민이 ‘대안 가족’이 돼 우리 아이들을 키워 줬다”고 만족해했다. 독박육아라는 말이 일상화됐다. 엄마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육아 부담은 고스란히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합계출산율’은 평균 1.05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았다. 이에 공동체에서 아이를 함께 키우는 공동육아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전국 160곳에 ‘공동육아나눔터’가 들어섰다. 100점 만점에 93.8점이 나올 정도로 이용자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공동육아에 참여하는 부모가 여전히 소수다. 정확한 정보가 없어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참여가 이뤄지지 않는다. 참여할 공간도 부족해 비용도 만만찮다. 아직은 육아 대안으로 자리잡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4일 “돌봄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저출산으로 직결된다. 여성이 독박육아의 고립과 좌절에서 벗어나 이웃과 교류할 수 있는 공동육아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이즈카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잘츠기터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김정은 북미정상회담 나선 것은 경제제재 때문이 아니다?

    김정은 북미정상회담 나선 것은 경제제재 때문이 아니다?

    최근 몇년간 오히려 경제 성장“경제 발전 속도 올리기 위한 것” 올해 초부터 북한이 비핵화 협상 등 대화에 나선 배경이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에 나선 배경에 경제 제재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그 근거로 북한 경제가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년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는 수치들을 내세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1년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래 북한의 5개년 성장률은 연평균 1.2%를 기록했다. 특히 2016년에는 근 17년 이래 최고 성장률인 4%를 기록했다. 무역액도 성장세였다. 최근 북한의 수출은 연 평균 4~5%, 수입은 3~5%씩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자료를 보유한 1990년 이후 자료를 보면 김일성 집권기 5개년 연평균 성장률은 -4.5%, 김정일 집권기 17개년 연평균 성장률은 0.2%였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뒤 이전 세대보다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이 실용주의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2012년 공장과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을 허용했으며, 2014년에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13곳의 새 경제개발구역을 선정했다. 2014년 이후에도 여러 가지 시장친화적인 개혁 방안을 내놓으면서, 주민들의 생활 수준 향상을 국가 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 북한을 방문하고 온 데이비드 비슬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1990년대에는 극심한 식량 부족과 굶주림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보지 못했다”면서 “다만 영양실조와 영양부족 문제는 여전하다”고 전했다. SCMP는 이와 관련해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도 상세히 전했다. 전병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 제재에도 북한 경제는 부분적으로 시장 경제를 도입하면서 발전하고 있다”면서 “다만 경제가 여전히 고립돼 있어 외자 유치와 국제 사회와의 기술 교류 없이는 그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북한 경제가 나쁘진 않다”면서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온 것을 단순히 유엔 제재의 결과만으로 보기는 힘들며, 핵 보유국이라는 자부심도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 정권의 존속을 위협할 정도로 석유 공급을 차단하지 않는 이상 경제 제재로 북한 정권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유엔 제재가 북한 경제에 피해를 줬겠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이며 북한은 제재를 견딜 경제적 힘을 갖고 있다”면서 “북한이 미국과 직접 협상에 나선 것은 제재로 인한 일부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북한이 국제적인 제재로 인해 경제에 일정 부분 타격을 입긴 했겠지만 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며, 오히려 최근 몇년간 시행한 시장경제적 정책을 통해 맛본 경제 발전의 속도를 끌어올리고 이를 위한 협상 지렛대로서 완성 단계에 이른 핵 개발을 내세운 것이라는 분석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응교 교수-작가의 탄생] 더 낮은 곳으로… 순례하는 여행자, ‘손’보다 ‘발’로 먼저 쓴 서울 이야기

    [김응교 교수-작가의 탄생] 더 낮은 곳으로… 순례하는 여행자, ‘손’보다 ‘발’로 먼저 쓴 서울 이야기

    정말 칠십대 노인일까. 너무 젊게 보이는 그가 다가왔다. 낮게 웃는 편한 얼굴을 대하자 190㎝ 정도의 큰 키가 주는 위압감은 금세 사라졌다. 2013년 10월 12일, 동국대 정각원에서 그와 대담하기로 한 날이었다.“김 선생 작품 중 영어로 출판된 책이 있어요? 읽고 싶어요.” 만나자마자 상대의 책을 읽고 싶다고 묻는 외국 작가는 처음이었다. 후에 알았는데 그는 만나기로 한 작가가 있으면, 되도록 그의 작품을 읽고 만난다고 한다. 상대의 책을 읽고 만나려는 예의를 느낄 수 있었다. 이날 몇 가지 질문을 했는데 모두 겸손하게 받아줬다. ●“서울은 아름답게 반짝이는 깨진 유리 간직”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8)는 1940년에 프랑스 니스에서 영국계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소개할 때 그는 프랑스혁명 때 공포정치를 피해 모리셔스 섬에 정착한 이민자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말하곤 한다. 태어나자마자 독일군이 점령한 프랑스에서 빈궁한 생활을 경험했고, 어린 시절을 아프리카에서 지냈던 체험은 그의 소설 곳곳에 나온다. 오랫동안, 나는 어머니가 흑인이기를 꿈꿔 왔다. 아프리카에서 이 나라, 이 도시로 돌아왔을 때, 나는 아무도 알지 못했고, 이방인이 되어 있었다. 그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난 어떤 이야기를, 어떤 과거를 혼자 지어냈던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은퇴할 나이가 되어 우리와 함께 살기 위해 프랑스로 돌아왔을 때, 나는 아프리카인은 바로 그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나는 과거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이해해 봐야만 했다. 그리고 그 추억을 담아 이 작은 책을 썼다. (르 클레지오, ‘아프리카인’, 문학동네, 2005, 7~8쪽) 1960년 젊은 시절, 알제리 민족해방운동에 대항하는 프랑스군에 참전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다는 그는 태국에서 지내며 유교, 도교, 불교적 가치를 익히기도 했다. 그는 늘 순례하는 여행자였다. 그의 노마드적 삶은 고독한 구도자의 순례길이었다. 그가 살아온 이력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한 인물이 성숙해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소외된 사람들, 제3세계의 시각에서 그는 글을 써 왔다. 단순한 이국인의 눈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소설 속에 들어가 그늘진 등장인물의 말을 대신해 주려고 한다. 작중인물에 작가가 거의 빙의(憑依)된 상태라고나 할까. 어릴 때 아버지가 보는 잡지에서 한국전쟁 사진을 처음 봤던 그는 2001년에 한국을 방문하고 독학으로 한글을 공부한다. 2007년부터 1년간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지내며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긴다. “김소월 시 ‘진달래꽃’, 윤동주 시 ‘별헤는 밤’, 황석영 소설 ‘삼포 가는 길’, 이청준 소설 ‘예언자’를 좋아합니다.” 그가 좋아하는 한국문학 작품도 대부분 여행이나 디아스포라의 여정을 담은 작품들이다. 지난해에 낸 중편소설 ‘빛나’를 읽으면 그가 서울을 샅샅이 몸으로 체험하며 썼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는 유리창에 비친 사람들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그 영상은 흐릿하기 일쑤다. 게다가 내가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도 금방 들킨다. 모든 사람이 유리창을 향해 있기에, 그들에게도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잘 보인다. 그런 면에서 버스가 훨씬 쉽고 편하다. 낮에는 창문으로 거리의 사람들을 마음껏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르 클레지오, ‘빛나’, 서울셀렉션, 2017, 14쪽) 그는 손으로 쓰기 전에 발로 쓴다. 몸으로 세포로 체험해 보고 쓴 글이다. 이 소설에는 어떤 길이 있을까. “흥미로운 서울을 저는 ‘깨진 거울’로 생각합니다. 전체보다는 깨진 조각으로 빛나고 있는 유리 같아요. 그래서 서울은 다양한 인상을 줘요. 판타지가 넘치고, 다양한 상상력이나 감성이 충만합니다. 아름답게 반짝이는 깨진 유리를 서울은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는 깨진 유리처럼 조각조각 이야기들이 나온다. 주인공 ‘빛나’는 전신이 마비된 다른 여성에게 서울에서 본 다섯 가지 이야기를 해 준다. 이야기들은 전혀 관계가 없으면서도 각기 나름의 빛을 반사한다. 처음엔 집중해서 읽기가 어렵다. 너무도 어려운 퍼즐 맞추기와 비슷하다.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서로 연결된다. 지하철 같은 칸에 탔던 사람들이 언젠가는 서울이라는 대도시 어디에선가 다시 만날 운명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빛나’, 190쪽)조금 맞추기 시작하면 조각난 이야기끼리 연결되면서 헤어나기 힘들 정도의 흡인력으로 독자를 빨아들인다. 첫째, 열아홉 살 주인공 ‘빛나’는 전라도에서 자라다 서울로 왔다. 반지하방에서 쥐와 고군분투하던 빛나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여인 살로메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알바를 맡는다. 고단하게 살아가는 ‘빛나’는 청년실업시대의 청년이다. ‘빛나’는 얼굴 없는 스토커를 통해 대도시의 공포를 체험하기도 한다. 딸이 둘 있는 르 클레지오는 여성을 소설 주인공으로 쓰길 좋아하는데 이 소설 역시 여성이 주인공이다. 둘째, 희귀한 병에 걸려 전신마비가 된 채 죽어가는 40대 환자 살로메와의 만남이다. 대도시 서울에 사는 몸과 마음이 병든 ‘부서진 주체’의 모습이다. 병든 그녀는 더 재밌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빛나’를 따라다니는 스토커를 고용하기도 한다. 셋째, 비둘기를 키우는 조한수씨 부부 이야기다. 38선을 넘어오던 어릴 때, 조씨 어머니는 비둘기 한 쌍을 데려왔다. 나이가 든 조씨는 비둘기에게 북녘 고향땅으로 편지 나르는 훈련을 시킨다. 북쪽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며 분단국가에서 살아가는 슬픈 실향민의 모습이다. 넷째, 미용실에 홀연히 나타난 키티라는 고양이 이야기다. 키티 목에 걸린 작은 가방에 쪽지를 넣으면서 주민들은 대화를 한다. 키티가 전해주는 신비한 이야기를 미용실 원장은 기다린다. 메신저 고양이의 역할에 어두운 동네에 작은 빛이 드리운다. 아파트에 고립된 사람들을 따뜻하게 이어 주던 키티는 어느 날 조용히 사라진다. 다섯째, 나비라는 아이돌 가수의 길이다. 교회에서 찬양하면서 행복했던 나비는 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한다. 아픔을 이겨내고 가수의 길을 걷던 나비는 마침내 탐욕스러운 사내의 희생양이 되어 모든 걸 빼앗기고 목숨을 끊는다. 아이돌 스타의 성공과 슬픔, 그 그늘진 뒷골목이다. 여섯째, 부모에게서 버림받는 아이와 몰래 그 아이를 키우는 간호사 이야기다. 보육원에서 양부모를 기다리는 아기들과 달리 자란 나오미는 성장하면서 이상한 능력을 보인다. 일반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영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 영혼이 병든 환자들, 분단으로 고통받는 실향민, 소비사회에서 소비되는 아이돌,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 등 작가가 조명하는 여섯 가지 순례길은 외면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주변인 곁으로 다가가는 그의 관심은 제주도 해녀를 담은 소설 ‘폭풍우’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2011년 명예 제주도민이 됐다. 작가는 방배동 서래마을, 신촌, 당산동, 오류동 등 서울 곳곳을 조명한다. “서울에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살아요. 다채로운 이야기와 신화가 창조되는 서울은 ‘다층성’이 두드러지는 공간이지요. 풍부한 상상이 가능한 공간입니다. ”서울의 다층성을 강조하는 그의 말대로, 이 작품에는 다양한 계층의 인물이 등장한다. 대도시의 풍광, 분단 문제, 종교 문제, 대중문화의 문제 등 다양한 주제들이 녹아 있다. 상황 설정이나 섬세한 묘사가 자연스러워 읽다가, 가끔 한국인이 쓴 소설로 착각하기도 했다. 그의 소설은 절망에 빠지지 않는다. ‘황금물고기’ ‘라가’ ‘빛나’에는 비극적인 운명에 견디며 맞서는 인물들이 나온다. 이 모든 이야기를 나누던 살로메가 세상을 등지고 ‘빛나’는 단독자로서 살아갈 것을 다짐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강남에는 비가 내리고, 인천 쪽에는 태양이 빛난다. 비를 뚫고 북한산이 북쪽에서 거인처럼 떠오른다. 이 도시에서 나는 혼자다. 내 삶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다. (‘빛나’, 237쪽) ‘빛나’라는 이름은 ‘빛나다’에서 만든 이름이다. 화려한 도시 이면에 울적한 어둠을 담아낸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빛나’라는 제목처럼 빛나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상처받은 사람들 곁으로 처음 만났던 6년 전 그날, 그는 넘어져 팔을 크게 다쳐 병원에 들러 일곱 바늘을 꿰매고 왔다. 오랜 강연과 대담을 마치고 사람들이 그 곁으로 와서 사진 찍으려 했다. 붕대를 감은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계속 사인해줬다. 사진 찍기를 바라는 분들을 외면치 않고 나직하게 웃으며 받아주셨다. 사진 찍다가 옆에 앉은 나에게 또 “김 선생의 비평이든 작품을 읽고 싶다”고 또 말했다. 나는 선생님 귀에 가까이 대고 소곤대듯 말씀드렸다. “선생님 저는 수준이 낮은 작가예요.” 그러자 그는 갑자기 내 오른쪽 어깨에 손을 올렸다. 힘내라는 뜻일까. 그 미소와 큰 손길이 고마웠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가다가 광화문에서 시위대를 만났다. 그는 저 시위는 어떤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세세히 물었다. 그날, 왜 그가 모리셔스 섬을 점령한 영국을 부당하게 생각하여 아버지의 모국어인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를 ‘작가 언어’로 택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날, “이민자들은 사회를 위협하는 적이 아니라 문화를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존재”라고 했던 그의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촛불혁명을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으로 평가하는 르 클레지오는 소설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모든 사람, 특히 낮고 상처받은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는 문사다. 시인·숙명여대 교수
  • 미군 “중국 남중국해 인공섬들 폭파해 없애버릴 수 있어”

    미국 국방부가 중국이 요새화, 군사화하고 있는 남중국해 도서들과 관련, (미군은) 이를 없애 버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경고했다. CNN 등에 따르면, 미 합동참모본부의 케네스 매켄지 중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논쟁이 되고 있는 중국의 인공섬들 중 하나를 폭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국 군대는 서태평양에서 작은 섬들을 치워버린 경험이 매우 많다는 걸 얘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2차 세계대전에서 고립된 작은 섬들을 정복한 경험이 많다는 건 사실이다. 이는 우리가 이전에 수행한 미군의 핵심 역량이다”라고 덧붙였다. 매켄지 중장은 미군이 남중국해 지역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보호할 준비가 돼 있음을 분명히 했다. CNN 등은 매켄지 중장이 국방부 내 최고위급 장교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언급은 특별한 의미와 중요성을 지닌다고 지적했다. 매켄지 중장은 조지프 던포트 합동참모본부 의장,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과 자주 만나 협의를 하고 있다. 미중간의 무역마찰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주 미 국방부와 중국 정부 사이에는 남중국해 등을 둘러싸고 가시돋친 설전 등 언어적 긴장이 높아졌다. 미국은 자유통항이 이뤄져야 하는 국제수역이라고 주장하고, 중국은 자신들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에서 미중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 해군은 지난달 27일부터 구축함 히긴스호와 순양함 앤티텀호 등 2척의 전함을 남중국해 파라셸제도 12해리 이내 해역으로 진입시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쳤다. 미군의 존재와 자유항행의 원칙을 보여주기 위한 시위전략이다. 이에 대항해서 중국도 지지않고 전함들을 파견해 미 전함 2척과 대치하며 해역을 떠나라고 경고하며 으르렁됐다. 매켄지 중장은 미국은 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국제법이 허용하고 있는 자유의 항해 작전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것들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 선박 한 척이 전문가답지 못한 방식으로 미 해군 함정에 다가왔다고 비난했다. 중국 정부는 이날 “중국이 남중국해를 군사화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일축하면서 남중국해의 군사화, 요새화 작업을 늦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미국이 약속한 북한의 미래 ‘SCSP’란…‘강하고 안전하며 번영된 국제사회 일원’

    미국이 약속한 북한의 미래 ‘SCSP’란…‘강하고 안전하며 번영된 국제사회 일원’

    다음달 12일 예정된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비핵화 대가로 약속할 북한의 미래상을 4가지 키워드로 제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3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고위급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강하고(Strong), 연결된(Connected), 안전하고(Secure), 번영한(Prosperous) 북한의 모습을 상상한다”고 말했다. ‘SCSP’로 요약되는 북한 미래의 4대 키워드 중 ‘안전’과 ‘번영’은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언급한 북한의 체제 보장과 경제 성장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도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실제로 비핵화할 준비가 된다면 그들의 안보가 더 대단해질 것”이라면서 “우리는 세계가 북한에 요구하는 비핵화와 그들이 필요로 하는 안전 보장을 둘 다 성취할 수 있도록 많은 대화를 했다”고 밝혔다. 경제적 번영 약속은 체제 보장과 함께 미국이 강조하는 비핵화 보상의 핵심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북한이 체제를 지키면서 부자 나라가 될 수 있다. 한국과 견줄 만한 수준으로 번영하는 것을 지원하겠다”고 했고,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3일 방송 인터뷰에서 “그들은 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에 대한 경제적 보상과 관련한 트럼프 정부의 구상은 국가 대 국가의 자금 지원이나 원조가 아닌, 민간 자본 투입을 허용해 북한의 인프라와 농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만찬 도중 뉴욕의 화려한 스카이라인을 보여주며 북한의 ‘더 밝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이날 회견에서도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비핵화를 한다면 북한에 ‘더 밝은 길’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4가지 키워드 중 ‘strong’은 체제 안전보장 약속과 경제적 번영을 통해 북한이 진정한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connected’는 처음 등장한 개념이기에 더욱 주목된다. 이는 그간 핵 개발에 따른 국제 사회의 고강도 제재 때문에 고립됐던 북한이 비핵화를 계기로 어엿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정상국가로 거듭날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북·미 수교 가능성까지 엿볼 수 있기도 하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4개의 키워드를 제시하면서 “북한은 문화적 유산을 유지하면서도 여러 나라들의 공동체에 통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북미정상회담이 양국 정상에게 “미국과 북한을 평화(peace), 번영(prosperity), 안보(security)의 새 시대로 과감하게 이끌 역사적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북미 관계의 미래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다른 남자랑 하트 이모티콘 주고받았다고…아내 목 조른 50대 실형

    다른 남자랑 하트 이모티콘 주고받았다고…아내 목 조른 50대 실형

    다른 남자와 카카오톡 대화를 하면서 하트 이모티콘을 주고받았다는 이유로 부인의 목을 조르고 마구 때린 5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대전지법 형사9단독 김진환 판사는 상해 혐의로 기소된 A(59)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월 17일 오전 2시 30분쯤 전남 여수의 한 모텔에서 부인 B(55)씨가 다른 남자와 카카오톡 대화를 하면서 하트 이모티콘을 주고받았다며 격분, B씨의 목을 조르고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A씨와 B씨는 3년 전부터 사실혼 관계를 맺은 사이였다. 김 판사는 “피고인의 범죄 전력 및 고립무원의 무인텔에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피해자를 양손으로 목을 조르고 전신을 여러 차례 때리며, 무차별적으로 상해를 가한 범행의 위험성에 비춰보면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사면초가 속에 빠진 대만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사면초가 속에 빠진 대만

    대만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하나의 중국‘을 내세운 중국이 수시로 무력 위협을 가하고 있는 데다 몇 안 남은 수교국들마저 잇따라 관계중단을 요구하는 바람에 외교적 고립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중국산 보복관세 품목에 대만산 중간재들로 만들어진 상품들이 상당수 포함되면서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만이 사면초가(四面楚歌) 속에 빠진 형국이다. 중국 공군의 최신예 전투기 수호이(SU)-35기가 지난 25일 새벽 전략폭격기 훙(轟)-6K 편대와 함께 대만 남부의 바스해협을 통해 서태평양에 진출하면서 대만 순찰비행을 했다고 중국 중앙(CCTV)가 보도했다. 중국 공군은 이어 대만군이 실시한 한광(漢光) 군사훈련에 맞춰 윈(運)-8 전자정찰기를 대만해협 상공에 파견해 훈련 상황을 정탐했다. 지난달 18일에는 중국 해군이 중국과 가장 가까운 대만의 진먼다오(金門島)에서 65㎞ 떨어진 푸젠(福建)성 앞 해상에서 실탄훈련을 강행하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중국의 이 같은 군사 행동은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지난 2016년 집권한 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상황에서 미·중 간의 갈등이 악재로 작용하며 양안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이 때문에 중국이 오는 2020년 이후 대만을 무력 침공할 가능성을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 설득력을 얻으며 양안관계에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제임스 파넬 스위스 제네바 안보정책 싱크탱크(GCSP) 연구원은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중국은 건국 100주년을 기념해 통일대업을 완성하려 할 것”이라며 “2020~2030년은 중국이 대만에서 군사행동을 감행할 수 있는 ‘걱정되는 10년’”이라고 주장했다. 리처드 피셔 국제평가전략센터(IASC) 선임연구원도 “중국군이 이르면 2020년 중반 대만에 대한 무력행사에 나설 것”이라며 “미국이 대만에 공중급유기를 제공해 중국군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만 무력침공 가능성은 지난해 10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1인 절대권력을 공고히하면서 서방 일각에서 본격 제기됐다. 중화민족의 부흥과 영토주권 수호를 강조해온 시 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이나 덩샤오핑(鄧小平)에 필적할 만한 업적을 세우고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르면 2020년 대만 무력통일에 나설 것이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미·중이 통상전쟁을 봉합한 지난 19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충돌하더니 미국이 그간 회자됐던 대만 무력침공설에 불을 지피면서 또다른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대만의 외교 고립도 심화되고 있다.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가 24일 대만과의 외교관계 중단을 선언했다. 대만은 이달 들어서만 수교국을 2개나 잃으면서 남은 수교국이 18개로 쪼그라들었다. 1961년 대만과 수교했던 브루키나파소는 1973년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으며 단교했다가 1994년 다시 대만과 복교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미국 등 이념이 같은 나라들과 경제·안보 분야에서 실질관계를 더욱 강화해나가겠다”고 역설했지만, 집권 2년 만에 4개국과 관계가 단절됨에 따라 외교 실패 논란을 피해 가기 어려운 형편이다. 여기에다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참석도 무산되는 ‘아픔’도 맛봤다. 대만은 지난 21∼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71회 WHO 총회에 초청장을 받지 못해 참석이 무산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WHO 총회에 공식 초청을 받지 못한 것이다. 중국에 수교국을 빼앗기며 국제사회 활동폭이 크게 위축된 대만은 WHO 총회 참석을 외교공간 확보의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사활을 걸어왔다. 대만 정부는 보건의료 영역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기술을 보유했다며 총회 참석 의사와 그 정당성을 꾸준히 피력했다. 희귀병에 걸린 베트남 소녀가 대만에서 치료를 받은 뒤 새 삶을 찾는다는 내용의 단편영화 ‘아롼의 작문 수업’(阿巒的作文課)을 제작한 점을 내세우기도 했지만 WHO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만은 친중국계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이 집권하던 2009년부터 중국의 동의를 얻어 ‘중화타이베이’(Chinese Taipei)라는 명칭으로 옵서버 자격을 얻어 WHO총회에 참석해왔다. 하지만 양안관계가 악화되며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WHO측에 압력을 넣어 참석이 불허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점도 대만의 걱정거리다. 싱가포르 투자은행 DBS는 국내총생산(GDP) 성장 추진력이 정점을 찍었다며 1분기 GDP가 전 분기 3.3% 성장에 못 미친 3.0%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계 전자제품 주기가 정점에 도달했고 대만의 반도체 매출도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미·중 사이에서 수출 주도의 성장을 해온 대만이 미국의 고율관세 품목에 자국산 중간재들로 만들어진 완성품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직격탄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만 기업들은 주로 부품과 원자재, 반조립 제품을 중국 생산기지로 수출한 다음 이를 완성품으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사업 모델을 갖추고 있다. 대만의 대중국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은 무려 79.9%나 되고 대만산 전자부품의 대 중국(홍콩 포함) 수출 비중도 55%에 이른다. 미국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중국산 1333개 품목 중 상당수가 첨단 기술 제품군임을 감안하면 대만 전자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대만 기업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인건비 등을 줄이기 위해 생산 및 조립라인을 대거 중국 본토로 이전한 상태다. 이런 대중 의존구조로 대만의 지난해 대중국 수출은 양안관계가 경색된 속에서도 전년보다 16%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GDP)이 6.9%로 반등한 덕분이다. 마톄잉(馬鐵英) DBS그룹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대만 브랜드의 컴퓨터 및 휴대전화의 해외 생산비율은 90%에 이른다”며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대만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대만 기업과 청년들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유인책을 강화해 대만을 곤궁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 2월 중국의 대만판공실은 중국 내 대만 기업이 중국 기업과 똑같은 세금 감면을 받도록 하는 한편 그동안 막혀 있던 회계사 등 전문 직종 134개 자격증 시험을 개방해 대만인들에게도 응시할 기회를 제공하도록 했다. 대만 유학생에 대해서는 입학 규제를 줄이면서 지원은 늘리고 있다. 2005년 대만 유학생에게 본토 학생보다 더 많은 등록금을 내도록 한 규정을 철폐한데 이어 2010년에는 대만 고교 졸업 예정자가 중국에서 별도의 시험을 보지 않고 대만 입시 성적만으로 중국 대학에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최근에는 중국 교육부가 ‘대만 유학생들이 중국 내 취·창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전담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중국에서 유학하는 대만 학생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2011년 6000여명이었던 중국 내 대만 유학생은 2016년 1만 2000여명으로 2배로 늘었다. 대만 유명 구직사이트인 ‘104인력은행’이 지난달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18~24세 청년 3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69%가 “중국 본토에서 취업하길 원한다”고 답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북한에 벌주기” “특유의 협상”…해외언론도 해석 부심

    “북한에 벌주기” “특유의 협상”…해외언론도 해석 부심

    “너무 나간 북한…‘주저말고 전화·편지’는 가장 중요한 대목”“북미정상회담 취소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 전술일 수도” 갑작스런 북·미 정상회담 취소가 관련국에 충격파를 던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선희 북한 외무상 부상의 공격적인 언행이 빌미를 제공한, 일종의 ‘벌주기’라는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이를 두고 ‘사업가 트럼프’가 자주 보인 전술이라는 의견도 나온다.현지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는 25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소식을 1면과 8∼9면에 걸쳐 상세하게 보도하면서 이 같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함께 실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나트남 국제연구소의 그레이엄 옹-웹 연구원은 “이는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일종의 벌주기”라고 진단했다. 북한은 ‘판문점 선언’ 이후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지난 13일 ‘안보 사령탑’인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폐기한 핵·미사일 장비와 물질을 미국(테네시주 오크리지)으로 가져오는 방식을 언급하자 돌변했다. 북한은 이 발언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리비아 모델’로 인식한 듯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문제 삼아 예정된 남북고위급 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이어 최 무상이 ‘선(先) 폐기-후(後) 보상’으로 해석되는 펜스 부통령의 발언에, ‘횡설수설’, ‘무지몽매한 소리’,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 등의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난했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 신문에 “(회담 취소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방식의 벌주기”라며 “회담을 몹시 기대했던 김 위원장에게 상처를 줬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미 간 소통방식과 문화적인 차이로 북한이 전한 메시지의 행간을 미국이 읽지 못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비록 북한은 리비아식 모델에 분개했지만, 트럼프와의 만남을 원한다는 신호를 지속해서 보냈다. 최근 며칠간 북한이 내놓은 강경 메시지는 협상의 여지를 찾기 위한 것이었지만 트럼프의 자존심은 이를 수용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교수는 “트럼프는 북한과 똑같은 예측불허의 벼랑 끝 전술을 써왔다. 하지만 그것은 회담을 취소할 만큼은 아니었다”면서 “하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이 너무 나갔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를 어렵게 한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회담 취소에서 나타난 5가지 함의’라는 분석기사에서 일부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힘든 협상이 예상되면 ‘테이블에서 기꺼이 퇴장하는’ 전술을 직접 차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의 자서전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서 언급된 내용이다. 이를 두고 짐 인호프 상원의원(공화·오클라호마)은 “북한 정권이 경제적,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한 그들이 다시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봅 메넨데스 상원의원(민주·뉴저지)은 “외교의 기술은 거래의 기술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꼬집었다. 더힐은 중국과의 관계악화가 파급효과를 끼쳤을 가능성도 지적했다. 김정은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두 번째 만난 뒤 태도가 급변한 점에서 단서를 찾았다. 백악관의 한 고위관리는 시진핑-김정은 만남에 대해 미 행정부는 단지 추측할 뿐이라면서도 ‘(김의)태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힐은 또 회담 취소를 통해 백악관 매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파워’가 입증됐다고도 전했다. 대통령이 정상회담 제의를 수락한 뒤 행정부에 입성한 새로운 강경파 참모들이 ‘리비아 모델’ 등을 거론하면서 상황이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회담 취소로 지난해 대결 상황으로 돌아갈 여지도 있지만, 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의 림 타이 웨이 박사는 “평화에 대한 희망은 있다. 김 위원장에게 마음 바뀌면 주저하지 말고 전화나 편지를 해달라고 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서한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며 “따라서 아직 평화에 대한 희망은 있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더힐은 그러나 회담 취소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핵무장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만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증오·이념의 ‘페스트’ 극복하는 분단 한반도 은유”

    “증오·이념의 ‘페스트’ 극복하는 분단 한반도 은유”

    “페스트(흑사병)는 ‘보이지 않는 공포’라 더 두렵고 정신마저 황폐화시키는 존재예요. 스스로 시스템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 그래서 헌법마저 손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잘못된 신념에서 가해진 ‘블랙리스트’도 일종의 페스트죠. 하지만 공포와 부조리가 전부는 아니에요. 카뮈는 화해와 휴머니티, 저항 정신을 통해 페스트를 극복하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 줘요. 그게 페스트를 국립극단 무대에 올리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해요.”지난 18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페스트’는 박근형(55) 연출가가 5년 만에 국립극단에 복귀한 작품이다. 그가 2013년 9월 국립극단에서 초연한 연극 ‘개구리’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악평을 받으면서 정부 검열과 블랙리스트 사태의 발단이 됐다. 지난 22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서 박 연출가와 페스트의 무대를 만든 박상봉(39) 디자이너를 만났다. 박 연출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부터 ‘페스트’까지 두 사람이 ‘합’을 맞춘 작품만 7편에 달한다. 1947년 발표된 ‘페스트’는 ‘이방인’과 함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카뮈의 대표작이다. 지중해의 소도시 ‘오랑’에서 어느 날 쥐들이 떼로 죽은 후 사람들이 피를 토하며 처절하게 죽어간다. 페스트가 점령한 도시는 외부와 차단돼 고립되고 시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다. 카뮈의 페스트는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변주된 고전이지만 2015년 한국에서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라는 현실 상황이 됐다. 페스트를 직접 각색한 박 연출가는 “병균이 재난이 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한국 사회와 연결됐다”며 “하지만 작품을 구상하면서 동시대 문제로 다루고 싶었던 건 메르스가 아니라 증오와 이념이 지배하는 분단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카뮈의 페스트를 비틀어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 빗댄 건 ‘박근형표’ 반전이었다. 그는 원작의 해안 도시 ‘오랑’을 연극에서는 고립된 섬으로 바꾸고, 거대한 철문 방화벽을 무대에 내리는 방식으로 한반도의 ‘장벽’을 상징화한다. 박 연출가는 오랑을 한반도로, 장벽은 남북을 가른 휴전선으로 대입해 연상했다고 한다. “남북 간 적대감이야말로 거대한 페스트 같은 거예요. 북한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는 집단 최면이나 광기이기도 해요.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원인인 페스트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그것에 대응하는 태도, 그것을 극복하고 마침내 화해하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박 디자이너는 “작품에서 보면 권력자가 장벽을 더 높게 올리고, 군인들이 감시하면서 공포를 키우고, 페스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전가한다”며 “박 연출가가 무대에 장벽이 필요하다고 말했을 때 ‘아, 남북 분단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박 디자이너의 토로다. “장벽이 필요하다는 연출가의 주문을 어떻게 소화할까 꽤 고민했어요. 그러다 철로 된 방화벽을 떠올렸죠. 그건 소방법에 따라 공연장에 설치돼 있던 진짜 방화벽이에요. 큰 부담을 덜었죠.” 연극 ‘페스트’의 무대는 극도로 절제돼 있다. 격랑이 이는 바다, 바람 등 자연의 물성을 이미지화한 수조와 커튼을 제외한 소품이나 장치는 무대에서 치워 버렸다. “연극의 공간은 심리적 공간이에요. 고립감이든 공포심이든 배우들이 표현해 내고 만들어 내야 하는 것입니다. 박근형 연출가의 미학은 소극장에서 더 생생해져요. 군더더기 없는 무대를 만든 이유죠. 배우들의 존재감이 제대로 드러나는 무대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한 결과물이죠.”(박상봉)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현장영상] 한밤중 화재에 소방관들 ‘사투’

    [현장영상] 한밤중 화재에 소방관들 ‘사투’

    한밤중 화마와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들의 모습이 공개됐다. 성난 불길이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자 소방관들은 목숨을 걸고 건물 안에 진입해 주민들을 구조해냈다. 서울 서초소방서에 따르면, 24일 새벽 1시 27분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빌라 주차장에 있던 차량에서 처음 시작된 불은 다른 차량에까지 옮겨 붙으면서 다세대 빌라 건물 출입문과 계단을 둘러쌌다. 당시 건물에는 10여 명의 주민들이 고립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소방관들은 주차장 화재진압을 실시하는 한편 복식 사다리로 건물 내로 진입을 시도해 주민들을 모두 구해냈다. 불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소방관들의 목숨까지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불은 새벽 2시 10분쯤이 돼서야 완전히 진압됐다.이 화재로 차량 6대가 모두 불에 타는 등 약 9,500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지만, 소방관들의 활약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다. 주민 가운데 상당수는 대피 과정에서 연기를 마시거나 가벼운 찰과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사회적 고립·불면증, 당신의 뇌를 바꾼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사회적 고립·불면증, 당신의 뇌를 바꾼다

    2주 동안 혼자 지낸 생쥐 새로운 생쥐 오자 공격 성향 특정 유전자·단백질량 급증 # 미셸 공드리, 레오 카락스, 봉준호 감독이 2008년에 만든 ‘도쿄!’라는 연작영화가 있습니다. 그중 봉 감독이 만든 ‘흔들리는 도쿄’ 편에는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가 등장합니다. 영화에서 히키코모리들은 마지막에 자신만의 세상을 깨고 바깥으로 나옵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그들이 자신의 성을 뚫고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합니다. 실제 일본에서는 평균 12년 정도 히키코모리로 사는 경우가 많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 2002년 영화 ‘인섬니아’는 알 파치노가 극단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에 빠진 형사로 등장합니다. 불면증이 심해지면 기억력 저하, 면역력 상실은 물론 우울증까지 유발시킨다고 합니다. 이런 불면증은 영화 주인공처럼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입니다.최근 과학자들이 히키코모리나 왕따 같은 사회적 고립이나 불면증 같은 생체리듬 교란이 뇌를 바꾼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생물학 및 생명공학부,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이 사회적 고립이 뇌에 감정과 행동에 관여하는 유전자와 단백질을 과다하게 만들어 내 공격성을 증가시키고 감정적 반응속도까지 늦춰 공감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를 생물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 ‘셀’ 17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생쥐들을 둘로 나눠 한쪽은 여러 마리가 우리 안에서 함께 생활하도록 하고 다른 한쪽은 한 마리만 우리에 넣고 다른 생쥐들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고립시킨 뒤 2주를 지내도록 했습니다. 2주가 지난 뒤 각각의 우리에 새로운 생쥐를 넣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여러 마리가 함께 지낸 생쥐들은 외부에서 다른 생쥐가 오더라도 잘 어울렸지만 고립돼 생활한 생쥐는 새로운 생쥐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이 생쥐들의 뇌를 조사한 결과 홀로 생활한 생쥐는 다른 생쥐와는 달리 편도체와 시상하부에서 만들어지는 Tac2 유전자와 NkB라는 단백질 양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이들 유전자와 단백질을 억제하는 약물을 주입하면 고립됐던 생쥐도 공격성이 줄고 일반 생쥐들과 비슷해지는 것이 관찰됐다고 합니다. 또 영국 글래스고대, 아일랜드 왕립외과대, 스웨덴 카롤린스카의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생체시계 혼란이 인지기능을 떨어뜨리고 정신질환을 유발시키는 등 뇌를 변화시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를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랜싯 정신의학’ 15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영국인 약 50만명의 생체정보를 담고 있는 바이오뱅크 정보 중 2013~2015년 9만 1105명의 남녀(37~73세)를 대상으로 생체리듬을 측정한 자료와 정신건강 상태를 스스로 평가하도록 하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생체시계가 파괴된 사람은 이전보다 기분 변화가 심하고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우울증과 조울증 발생률도 높아졌다는 것을 연구팀은 알게 됐습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으니 당연히 행복감도 떨어졌겠지요. 이런 연구결과들을 볼 때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문구를 떠올릴 것입니다. 사회적 고립이나 생체시계 교란과 정신적 문제의 선후 관계가 명확하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통해 여러 문제들이 해결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렇지만 과학은 명확하게 인과관계를 설명해 주기보다는 두 요인 간 상관관계를 밝혀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명확한 인과관계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요. 생체시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원인은 인공조명이나 과다한 야근, 불필요한 스트레스 등이며 고립 원인 역시 여러 사회적 요인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사회적, 제도적 해결이 과학적 방법보다 더 근본적인 것 아닐까요. edmondy@seoul.co.kr
  • 하와이 용암 튀어… 첫 중상자 발생

    하와이 용암 튀어… 첫 중상자 발생

    용암 탈출로 덮어 주민 한때 고립 치명적 연무 유독가스 피해 우려 지난 3일부터 화산재와 용암을 내뿜고 있는 미국 하와이주 하와이섬(빅아일랜드) 동쪽 끝의 킬라우에아 화산 인근 지역에서 첫 중상자가 나왔다. 그동안 화산재로 주민들이 호흡 곤란, 가려움증 등의 고통을 겪은 적은 있지만 용암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은 처음이다.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노니 팜스 로드에 있는 주민 한 명이 자택 3층 발코니에 서 있다가 용암이 튀면서 날아간 암석 조각(라바 스패터)을 정강이에 맞아 다리를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와이카운티 재닛 스나이더 시장실 대변인은 “라바 스패터는 암석을 녹인 발사체 같은 형태로 사람을 위협한다. 작은 조각에라도 맞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냉장고 무게만한 용암 조각이 날아다니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하와이 민방위국은 킬라우에아 화산 용암이 흐르는 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폐쇄하고 인근 지역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킬라우에아 화산 주변에서는 할레마우마우 분화구와 주변 균열 등 22곳에서 용암이 분출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옥 4채가 전소되거나 완파되고 36채가 부서졌다. 화산 폭발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주민들의 주 탈출로인 137번 고속도로도 용암이 흘러들어 주민 수십명이 고립돼 있다가 주 방위군과 재난 당국이 동원한 헬기로 구출되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특히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은 ‘레이즈’(laze·화산과 연무의 합성어)를 발생시켜 큰 피해가 우려된다. 레이즈는 섭씨 1200도에 이르는 용암이 바닷물에 부딪혀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뿜어내는 연무를 말한다. 레이즈에는 염화수소 또는 염산 성분이 포함돼 폐와 눈, 피부에 직접 노출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하와이 화산관측소(HVO)가 경고했다. 현재 킬라우에아 화산 주변에는 주민 2000명 이상이 대피한 상태다. 화산재 가스 기둥은 여전히 상공 3㎞ 가까이 치솟고 있으며, 유독성 이산화황 가스를 내뿜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화산 폭발로 인한 경보단계를 적색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우이천 범람 예방하는 강북

    서울 강북구가 오는 10월 15일까지 침수 피해로 인한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풍수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한다고 21일 밝혔다. 별도의 풍수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통해 철저히 사전 대비를 하고, 피해 발생 시 신속한 대처 및 복구를 하기 위해서다. 구는 본부를 중심으로 단계별 비상근무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구청 내 22개 부서와 13개 동주민센터가 협력해 24시간 상황실을 유지한다. 특히 갑작스런 호우로 인한 하천 고립사고 예방을 위해 우이천 산책로 출입시설에 진입 차단 시설을 가동 중이다. 차단 시설은 상황실에서 원격으로 신속한 개폐가 가능해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 구 관계자는 “침수 피해 우려 50가구를 돌봄 대상 가구로 지정해 사전 시설 점검 등 집중적인 관리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시골사는 사람, 도시인보다 8배는 더 행복하다” (연구)

    “시골사는 사람, 도시인보다 8배는 더 행복하다” (연구)

    여건이 된다면 도시보다 시골에 사는 것이 좋을 듯하다. 더 행복해지고 싶다면 말이다. 캐나다에서는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도시 거주자들보다 행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적인 행복 경제학자 존 헬리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 명예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40만 명이 넘는 캐나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조사 2건의 통계자료를 자세히 분석해 위와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고 미국 전미경제연구소 조사보고서(NBER Working Paper) 온라인판 14일자에 발표했다. 조사자료는 캐나다 전역에 거주하는 12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캐나다 지역사회건강조사’(CCHS)와 15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캐나다 종합사회조사’(GSS)에서 나온 것이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해하는지를 측정하기 위해 조사자료를 행복 척도에 따라 1점부터 10까지 재분류했다. 그러자 대부분 사람들의 행복 점수는 7.04점부터 8.94점 사이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 미만의 사람들은 행복 점수가 5점도 채 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평균 행복 점수 범위가 좁다는 점을 고려하면 0.01점의 소수점 차이도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사람들의 행복 점수를 거주 지역에 따라 분류했다. 그 결과,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8배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평균 급여가 더 높고 교육 수준이 더 높으며 실업률이 더 낮지만, 이런 요인은 행복에 있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덜 행복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교류하지 못하는 사회적 고립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회적 고립은 뇌의 화학물질에 변화를 줘 두려움이나 공격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주 발표된 연구에서 확인됐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 거주자들은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 비용에 지출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한편 자세한 연구 결과는 전 세계 사회과학분야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인 ‘사회과학연구네트워크’(SSRN·Social Science Research Network)에서 유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사진=koldunovaaa / 123RF 스톡 콘텐츠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앞에선 “협의” 뒤에선 “반대”… 의협 이중성

    앞에선 “협의” 뒤에선 “반대”… 의협 이중성

    대한의사협회의 ‘이중적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정부와 문재인 케어 협의 의사를 밝힌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야당과 손잡고 전면 반대 입장을 내거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의협은 다른 의료단체는 물론 여론 지지도 이끌어내지 못 해 고립무원 처지에 놓였다.보건복지부는 20일 의협의 문재인 케어 반대 집회에 대해 임장자료를 내고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등 중환자 진료 인프라 확충과 의료질 향상을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보장성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면서 “의협이 대화를 다시 하기로 한 만큼 정부와 건보 보장성 강화와 적정 수가에 대해 협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복지부 내부에서는 의협이 앞에서는 협의 의사를 밝히고도 뒤로는 전면 반대 입장을 유지하는 등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여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의협은 남북 정상회담일인 지난달 27일 ‘집단휴진’ 카드를 내보였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계획을 철회했다. 여기에 지난 11일 “복지부와의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밝히고도 불과 3일 만인 14일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공동성명서’에 사인해 논란이 됐다. 복지부 고위관계자는 “협의를 하자고 했다가 곧바로 정반대 내용의 성명서를 내는 좌충우돌식 행동은 도의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며 “그럼에도 정부는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의협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다른 의료단체들이 문재인 케어에 찬성하는 데다 최근 시민단체들도 비판에 가세해 의협은 ‘사면초가’ 신세가 됐다. 여기에 가수 신해철 사망사건을 계기로 실형으로 의사면허가 취소되고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면허를 재발급받는 사례가 부각돼 비난여론도 커지고 있다. 한편 이날 의협이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개최한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는 전국 16개 시·도 의사회 등에서 7000여명(경찰 추산)이 참가했다. “비급여의 전면급여화 건보재정 파탄 난다”, “(이대목동병원) 의사 구속사태 규탄한다” 등 구호를 외치던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건강보험 재정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재정 확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려는 의지 없이 비현실적 정책을 강행하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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