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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태경 “북한에 전략물자 밀수출? 한국 아닌 일본이 했다”

    하태경 “북한에 전략물자 밀수출? 한국 아닌 일본이 했다”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 자료 인용1996년부터 2003년까지 30건 적발핵·생화학무기 제조에 필요한 물자“일본은 부당한 수출규제 철회하라” 일본이 수출규제를 정당화하려고 ‘한국이 핵무기로 사용되는 불화수소를 북한에 밀수출했다’는 논리를 펴는 가운데 오히려 일본이 북한에 해당 전략물자를 밀수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1일 일본이 과거 불화수소 등 전략물자를 북한에 밀수출한 사실이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 자료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일본 일각에서 한국 정부 자료를 인용하면서 ‘한국이 핵무기에 사용되는 불화수소를 북한에 밀수출했을 수 있다’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는 가운데 일본 자료에서는 오히려 ‘일본이 북한에 불화수소를 밀수출하다가 적발됐다’고 보고해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 의원이 소개한 CISTEC의 ‘부정수출사건개요’ 자료를 보면 일본에서는 지난 1996년부터 2003년까지 30건이 넘는 대북 밀수출 사건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핵 개발이나 생화학무기 제조에 활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도 포함됐다. 구체적인 사례로 1996년 1월 오사카항에 입항 중인 북한 선박이 불화나트륨 50kg을, 2월에 고베항에 입항 중인 북한 선박이 불화수소산 50kg을 각각 선적했다. 또 2003년 4월 직류안정화전원 3대가 경제산업상과 세관장 허가 없이 태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불법 수출됐으며, 2004년 11월에는 주파수변환기 1대가 화물 항공편을 통해 중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넘어갔다.2002년 9월 동결건조기 1대, 2008년 1월 대형 탱크로리가 각각 북한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이 품목들은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등의 제조에 활용되거나 미사일 운반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라고 하 의원은 설명했다. 이밖에 수출 규제 품목인 ‘3차원 측정기’ 2대도 2001년 10월과 11월 두 차례 일본에서 싱가포르를 경유해 말레이시아로 수출됐으며, 이 중 1대가 재수출돼 리비아 핵 개발 관련 시설 안에서 발견됐다. CISTEC는 1989년 설립된 비정부기관으로 안보전략물자 수출 통제 관련 이슈를 연구하는 곳이다. 국내 유관 기관으로는 한국무역협회 전략물자정보센터(STIC)가 있다. 하 의원은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은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 계속 억지 주장을 펼치면 오히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라며 “일본은 즉시 부당한 수출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관광객이 던진 먹이 때문에…27kg 뚱보 원숭이의 최후

    관광객이 던진 먹이 때문에…27kg 뚱보 원숭이의 최후

    관광객이 던진 먹이를 주워 먹다 초고도비만에 걸린 태국 원숭이가 실종 5개월이 지나도록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태국 현지언론은 지역을 대표하던 뚱보 원숭이 ‘엉클 패티’가 지난 2월 실종 후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태국 방콕 방 쿤 티안의 한 시장 근처에서 서식하던 긴꼬리원숭이 ‘엉클 패티’는 관광객이 던진 먹이를 주워 먹다 엄청난 뚱보가 됐다. 배가 땅에 질질 끌릴 정도로 살이 찐 원숭이를 본 관광객들은 신기해하며 계속 먹이를 던져주었고 ‘엉클 패티’의 비만도는 갈수록 심해졌고 급기야 27kg까지 몸무게가 불어났다. 보통 원숭이의 평균 몸무게는 8~10kg 정도다.보다 못한 방콕 야생동물관리국은 지역 동물보호단체들과 연계해 지난 2017년 이 원숭이를 보호소로 옮겨 치료에 나섰다. 당시 야생동물보호사무소의 수의사 나타논 판페치는 “원숭이는 초고도비만 상태로 심장병과 당뇨 위험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보호소 측은 고단백 저지방 식단을 제공하며 원숭이의 체중 감량을 도왔고 얼마 후 ‘엉클 패티’의 체중은 약 3kg가량 줄어들었다. 보호소 측은 이대로라면 엉클 패티가 조만간 퇴원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적 견해를 내놨다. 그러나 지난 2월 엉클 패티는 보호소를 탈출했다. 원숭이보호단체 ‘위 러브 몽키 클럽’의 수장 카비나팟 몽코테크아찻은 현지언론에 “엉클 패티가 보호소에서 다른 원숭이에게 먹이를 빼앗긴 뒤 분을 이기지 못하고 탈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보호 당국은 달아난 엉클 패티를 찾기 위해 CCTV를 뒤지고 인근 숲을 수색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 그 어디에서도 원숭이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엉클 패티가 자주 출몰했던 지역에서조차 흔적을 찾지 못했다.엉클 패티 실종 후 5개월이 다 되도록 야생동물보호당국은 수색을 계속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생존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위 러브 몽키 클럽’ 측은 “실종 당시 원숭이는 20살의 고령으로 쉽게 피로해하곤 했다. 비만도도 아직 높은 상태라 살아있을 확률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원숭이는 자신이 쇠약해졌다는 것을 느끼면 무리에서 떨어져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다른 원숭이나 동물이 자신의 죽음을 보지 못하도록 하려는 습성”이라면서 엉클 패티 역시 어디선가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겠느냐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내놨다. 보호 당국은 일단 엉클 패티의 사체라도 찾을 수 있도록 수색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방콕 야생동물보호국은 "관광객들은 엉클 패티에게 밀크쉐이크와 젤리, 쿠키 등 온갖 가공식품을 던져주었다"면서 원숭이의 비만에는 관광객들의 책임도 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함부로 먹이를 주는 행위는 야생 동물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제재 철회 vs 새 합의 vs 협정 유지… 이란 핵합의 ‘동상삼몽’

    제재 철회 vs 새 합의 vs 협정 유지… 이란 핵합의 ‘동상삼몽’

    경제고립 이란, 우라늄 농도 4.5%로 높여 트럼프 “이란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경고 중재 역할 유럽은 이란과 교역량 28조원 美제재 장기화 땐 경제적 손실 심각할 듯미국과 이란의 ‘치킨게임’으로 이란 핵 갈등이 최고조를 향해 가고 있다. 중재자인 유럽도 양보할 수 없는 입장에 처해 있어 갈등이 해소되는 길은 아득해 보인다. 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반공영 언론인 ISNA와 파르스 통신은 베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기구 대변인의 말을 인용, 이란이 이날 2015년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정한 우라늄 순도 상한선(3.67%)을 넘어 4.5%까지 농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저농축 우라늄 보유량 상한인 300㎏을 넘긴 지난달에 이은 핵합의 폐기 2단계 조치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 완화 혹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등이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조치들을 예고하고 유예기간을 둔 뒤 실행에 옮기는 방식으로 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이란은 경제적으로 더 물러설 수 없는 낭떠러지에 서 있다. JCPOA에서 지난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제재를 다시 가동했다. 이후 통화가치는 사상 최대로 떨어지고 물가는 4배로 올랐다. 해외 사업자들이 빠져나갔으며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직 협정 안에 있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를 위협해 미국의 제재 완화를 이끌어 내는 게 이란이 택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하루빨리 재선 캠페인에 착수해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제한 시간 안에 더 나은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최근 미국이 원하는 것은 오로지 새로운 핵합의라고 보도했다. 중동에서 경제·정치적으로 미국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인 이란의 핵을 통제하는 건 트럼프 대통령의 커다란 목표 중 하나다. 2015년 협정에서 탈퇴한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협정을 위한 테이블에 이란과 국제사회를 끌어들이기 위해 택한 전략은 이란처럼 긴장감을 높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CNN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드론 격추에 대한 보복 대응을 승인했다가 철회한 일이 진퇴양난에 처한 미국의 상황을 보여 준다고 비판했다. 유럽이 핵협정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경제 문제에 있다는 시각이 많다. 유럽대외관계청(EEAS)에 따르면 JCPOA 발효 직후 유럽과 이란 사이 교역량이 폭증해 2017년엔 210억 유로(약 28조원)에 달했다. 미국의 제재가 심화되면 유럽 국가들이 직격탄을 맞는다.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이란 제재로부터 역내 금융기관 등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에서 워싱턴DC로 돌아가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이란은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트위터에서 “이란의 최근 핵 프로그램 확대는 추가적인 고립과 제재들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추가 제재를 경고했다. EEAS의 마야 코치얀치치 대변인은 “우리는 이란에 핵합의를 훼손하는 추가 조치를 취하지 말 것을 촉구해 왔다”면서 “향후 조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더이상 방법이 없어 올라갑니다… 목숨까지 거는 ‘끝장투쟁’

    더이상 방법이 없어 올라갑니다… 목숨까지 거는 ‘끝장투쟁’

    도로公 수납원 톨게이트 고공농성 5일째 영남의료원 해고자도 병원 옥상서 농성 진압 어렵고 공론화 효과에 마지막 선택 장기간 고립 땐 육체적 고통 커 후유증도‘벼랑 끝 투쟁’의 수단으로 고공농성을 택하는 노동자가 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TG) 구조물 위에서 4일로 닷새째 버티고 있는 요금 수납원들과 대구 영남의료원 옥상에 올라가 나흘째 농성 중인 이 병원 해고자들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7일엔 시각장애인들과 부모 25명이 서울시 종로장애인 복지관 옥상에 올라 이틀을 지냈다. 이들은 왜 불편하기 짝이 없는 높은 곳으로 올라갔을까. 고공농성은 관심이 덜했던 여론의 시선을 끌어 공론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다가 해고된 수납원들이 서울 TG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이 TG에는 하루 10만여대의 차가 오간다. 도명화(48·여)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지부장은 “서울 TG가 시선을 모으기에 효과적인 곳인 데다 우리가 일했던 상징적 건물을 점거해 도로공사를 압박할 목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수납원들은 도로공사를 상대로 한 1·2심 판결에서 승소해 공사 직원임을 사실상 인정받았지만 공사 측은 직접고용 대신 자회사 편입만 허용하고 있다. 지상에서 온갖 방법을 써 봤지만 변화가 없어 최후의 수단으로 고공농성을 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박문진(59·여) 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과 송영숙(43·여) 영남대의료원 노조 부지부장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영남의료원 옥상에 올랐다. 이들은 “단식·삭발·삼보일배·혈서·삼천배 등 온갖 방법을 다 써 봤지만 바뀐 게 없어 올라왔다”고 호소했다. ‘장애인 서비스 종합 조사’ 지표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각장애인 고공농성을 추진한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도 기자회견, 집회, 국회·청와대·보건복지부 면담이 통하지 않자 복지관 옥상에 올랐다. 고공 생활은 극한의 고통을 동반한다. TG 구조물 위 여성 노동자들은 빗물 배수구에 물이나 흙과 함께 대소변을 내려보내며 버티고 있다. 도 지부장은 “남녀 노동자가 뒤섞여 올라오면 더 불편할 것 같아 40명 넘는 점거농성 인원을 여성으로만 꾸렸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고공농성자들은 페트병 등에 대소변을 따로 담아 땅 위의 동료에게 줄로 내려보낸다. 식사도 지상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영남의료원에서는 농성 첫날 병원 측의 방해로 사측과 노동자 간 충돌이 벌어져 간신히 음식을 올려보낼 수 있었다. 5일차 농성에 접어든 요금 수납원들은 첫날부터 고통을 호소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나드는 차량 행렬을 내려다봐야 하는 탓에 멀미가 났다. 이들은 “차량이 뿜어내는 매연 때문에 온몸에 그을음이 묻었다”고도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정규직이나 약자 등 다수를 동원할 수 없는 사람들이 고공농성을 택한다”면서 “농성을 막으려는 자들의 접근이 어려운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극적인 행동으로 치달으면 오히려 대중에게 설득력 없는 과격투쟁으로 비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낙원의 저편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낙원의 저편

    1882년 주식시장이 붕괴하기 전까지 고갱은 주식 중개인으로 부르주아의 삶을 누렸다. 그림을 수집하고, 틈틈이 배운 솜씨로 인상주의 전시회에 작품을 내기도 했다. 일자리를 잃자 그는 전업화가가 되기로 했다. 고갱은 재능이 뛰어났다. 몇 년 만에 아방가르드 그룹 내에서 명성을 얻고 추종자도 만들었다. 하지만 그림이 팔리지 않았다.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문명사회에 염증을 느끼던 고갱은 타히티에서 탈출구를 발견했다. 1891년 4월 프랑스를 떠나 두 달 넘게 항해한 끝에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 도착했다. 타히티는 그가 기대했던 낙원이 아니었다. 그가 도착했을 땐 폴리네시아인들이 서구 세계와 접촉한 지도 한 세기 이상이 흐른 뒤였다. 고갱은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서 씁쓸히 실토한다. “선교 사업으로 이미 수많은 종교적 위선이 뿌리를 내렸고, 시는 사라져 버렸다오. 모든 종족들을 덮친 천연두는 말할 것도 없고.” 이 그림에는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가 감돈다. 선명한 원색들이 화면 가득하지만 어쩐지 서글프다. 두 여인은 매우 가까이 있지만,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대화도 나누지 않는다. 그렇다고 관객을 바라보는 것도 아니다. 꽃무늬 천 파레오를 두른 왼쪽 여인은 다리를 앞으로 뻗고, 굵고 튼튼한 팔로 바닥을 짚고 있다. 눈을 내리깐 옆얼굴은 표정을 알 수 없다.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오른쪽 여인은 책상다리를 한 채 바구니를 짜고 있다. 얼굴은 정면을 향하고 있지만, 시선은 관객의 어깨를 스쳐 화면 밖을 바라보고 있다. 두 여인 뒤로 검은 바다, 흰 선으로 표시된 파도, 푸른 개펄, 백사장이 보인다. 세상과 고립된 것 같은 이 장면에도 역사적 배경은 존재한다. 오른쪽 여성이 입은 헐렁한 원피스는 선교사들이 들여온 것이다. 1819년 영국 선교사들은 타히티 왕 포마레 2세를 설득해 열아홉 가지 법령을 반포하게 했다. 그중에는 나체를 금하는 조항도 들어 있었다. 두 여인이 입은 옷은 인도나 유럽에서 들여온 싸구려 면직물일 것이다. 고갱의 그림은 서구의 식민지 침탈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그는 파리의 고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풍경을 그렸을 뿐이다.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낙원. 미술평론가
  • 남북미 3자 회동에 아베 또 ‘재팬패싱’…일본 언론 “모기장 밖 모기 신세”

    남북미 3자 회동에 아베 또 ‘재팬패싱’…일본 언론 “모기장 밖 모기 신세”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끝난 직후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 ‘재팬패싱’(일본 배제) 지적이 다시 나오고 있다. 도쿄신문은 2일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판문점 회동에 아무런 관여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된 주변 6개국(한국, 미국, 일본, 북한, 중국, 러시아) 중 정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지 못한 나라는 일본뿐”이라면서 “아베 총리의 외교가 또 ‘모기장 밖’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마치 ‘모기장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 있는 모기’처럼 무시당하거나 고립됐다는 의미다. 이 표현은 지난해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서 일본만 배제됐을 때 종종 사용됐다가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놓이자 한동안 쓰이지 않았는데, 이번 판문점 회동 이후 다시 등장했다. 도쿄신문은 일본 정부가 판문점 회동의 징후를 파악하고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남북미 회동 직전 고노 다로 외무상이 트위터에 올린 글들을 근거로 제시하며 일본 정부가 남북미 회동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신문에 따르면 트위터 열혈 사용자인 것으로 알려진 고노 외무상은 회담이 이뤄진 지난달 30일 오전 트위터에 ‘(고모) 다로를 찾아라-입문편’이라는 제목의 글을 사진과 함께 올렸다. 이 트윗에서 고노 외무상은 그림책 ‘월리를 찾아라’를 흉내내 G20 정상회의 사진을 여러 장 올리고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맞혀보라는 놀이를 팔로워들과 함께 한 것이다. 한가하게 누리꾼들과 이런 게임을 한 것으로 미뤄볼 때 사전에 남북미 판문점 회동의 성사 여부를 몰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회동이 있었던 날은 마침 트럼프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폐막 후 일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미·일 안보조약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돌출 발언을 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도쿄신문은 “미국이 북한과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아베 정권만 보수층을 겨냥해 이데올로기를 전면에 내세우며 북한에 대해 강경 자세를 취해왔다”면서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서 배제된 것은) 미국의 위세를 빌려 동아시아를 가볍게 본 외교의 결과다”고 비판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말 G20을 계기로 자신의 외교 역량을 강조한 뒤 이를 이달 말 열리는 참의원 선거의 호재로 활용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맹방인 미국뿐 아니라 한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의 외교에서 악재에 직면해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을 전후해 여러 차례 일본에 미·일 안보조약이 불평등하다고 불평해 일본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아베 총리는 G20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회담했지만, ‘전후 외교 총결산’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공을 들였던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에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한국과의 정상회담이 무산된 가운데 일본은 1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자국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를 발표했지만, 일본 기업들의 피해도 클 것이라는 비판이 일본 내에서 나오고 있다. G20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는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진 모습을 연출했지만, 이런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의 중국 해경선 침입 문제를 언급하지 않아 국내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도통신은 최근 분석 기사를 통해 아베 외교의 이런 상황과 관련, ‘8개 방면의 운수가 모두 막힌 상황’이라는 표현으로 비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어린 북극여우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캐나다 76일 만에 3500㎞ 주파

    어린 북극여우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캐나다 76일 만에 3500㎞ 주파

    어린 북극여우의 행적을 추적하던 과학자들이 할말을 잃었다. 그린란드의 일간 세르 미 띠끄(Sermitsiaq)가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제도를 떠나 캐나다 북부까지 3506㎞를 76일 만에 걸어간 북극여우에 노르웨이 극지연구소 과학자들이 놀라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고 영국 BBC가 1일(현지시간) 전했다. 과학자들이 어린 암컷의 몸에 GPS 추적 장치를 달아 야생 상태로 스발바르 제도의 스피츠베르겐(Spitsbergen) 섬 동쪽 해안에서 풀어준 것이 지난해 3월이었다. 서쪽을 향해 걸으며 먹이를 찾던 녀석은 21일 만에 그린란드에 이르러 1512㎞를 주파했다. 그리고 2000㎞ 가까이를 더 걸어 스발바르를 출발한 지 76일 만에 캐나다 엘레스미어(Ellesmere) 섬에 이른 것이다. 과학자들이 놀라워하는 것은 긴 여정만이 아니라 하루 평균 46㎞를, 어느 날은 155㎞를 걸을 정도로 이 북극여우가 엄청난 스피드광이란 사실이었다.노르웨이 극지연구소의 에바 푸글레이는 공영 NRK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처음에 우리가 본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죽었거나, 설사 그곳에 왔더라도 배를 타고 왔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그 지역 근처에 어떤 배의 흔적도 없었다. 우리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고 털어놓았다. 북극여우가 이렇게나 빨리 이동했다는 기록은 이전에 없었다. 노르웨이 자연연구소의 아르노 타룩스(Arnaud Tarroux)는 북극 시즌이 극적으로 바뀐 것이 이 어린 암컷의 놀랍도록 빠른 이동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그녀는 “여름에는 충분한 먹잇감이 있지만 겨울에는 먹이 구하기가 힘들어진다. 이 북극여우는 때로는 그저 먹이를 찾기 위해 다른 지역에 들어갔지만 우리가 전에 추적했던 어느 다른 여우보다 더 멀리 나아갔다. 이 작은 생명체가 갖고 있는 특별한 능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극지연구소는 이 여우가 그린란드 북부를 가로지를 때 두 차례 발길을 멈춘 것에 주목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그 녀석이 악천후 때문에 털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몸을 돌돌 말아 앉아 있었거나 조류의 둥지 같은 먹을거리를 찾아내 한참 머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지난 2월부터 송신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그 어린 여우가 캐나다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또 푸글레이는 그 녀석이 식습관을 바꾼 것이 생존을 가능케 한 열쇠라고 보고 있다. 스발바르 제도에서의 여우들은 주로 바다에서 먹이를 찾는데 엘레스미어 섬의 여우들은 레밍(툰드라 지역의 작은 설치류)을 먹는데 문제의 여우도 레밍을 잡아먹고 버틴 것으로 보고 있다. 북극 얼음이 사라지는 것도 여우의 생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녀석들은 더 이상 아이슬란드를 찾을 수도 없다. 스발바르에 사는 동물들은 훨씬 더 고립되게 됐지만 높은 기온 탓에 스발바르 순록들이 죽는 일이 많아 여우들이 그 시체 더미를 청소해 버틸 수 있었다는 가설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생존수영에 대한 관심 급증..아레나 어린이 생존수영 KIT 인기

    생존수영에 대한 관심 급증..아레나 어린이 생존수영 KIT 인기

    휴가 및 물놀이철이 다가오면서 생존수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생존수영이란 불시에 물에 휩쓸려 고립되거나 물에 오래 머물게 되는 위급 상황 시 사용할 수 있는 수영법이다. 일반 수영 기술과 달리 생존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 교육부에서는 초등 교과과정에 연간 10시간의 생존수영 수업을 의무화한 바 있다. 올해는 초등 2학년 이상, 내년에는 전학년으로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이미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국가에서는 생존 수영 의무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대표 수영복 브랜드인 아레나가 ‘어린이 생존수영 KIT’를 판매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아레나는 생존수영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에 대비하여 어린이 생존수영 KIT를 출시, 공식몰에서 절찬리 판매 중이다. 어린이 생존수영 KIT는 래시가드 상하의, 수경, 수모, 손가방으로 구성된다. 수영복 및 수모는 모두 아레나 EXCLUSIVE FABRICS가 사용됐고 수경과 가방 역시 아레나 정품과 동일한 상품이다.또 기존 어린이 래시가드 세트는 래시가드 상하/수모로 구성돼 있으나 신제품 생존수영 키트는 래시가드상하/수모 외 수경과 손가방을 더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별도 구입 시보다 약 30% 저렴한 가격이다. 아레나코리아 관계자는 “우수한 제품을 세트로 구성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안하는 이유는 어린이 생존수영 교육이 활성화 되고, 안전한 수영 문화가 자리 잡길 바라는 취지에서다”고 설명했다. 아레나코리아 어린이 생존수영 KIT는 여아용 2세트, 남아용 1세트 등 총 3세트로 구성됐고 아레나 공식몰에서 구입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기는 중국] 20대 부부, 여행 후 돌아와보니…할머니와 아기 자택서 사망

    [여기는 중국] 20대 부부, 여행 후 돌아와보니…할머니와 아기 자택서 사망

    20대 부부가 여름 휴가 여행을 떠난 사이 할머니와 생후 20개월의 갓난아기가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산시성(陕西) 시안 시에 거주하는 20대 부부는 최근 7일 간의 여름휴가를 마친 직후 귀가한 집에서 사망한 가족들을 발견해 공안에 신고했다. 지난 23일 정오, 여행을 하고 귀가한 신 씨 부부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역한 악취가 코를 찌르는 것을 확인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신 씨 부부는 해당 악취가 거실 바닥에 쓰러져 사망한 신 씨의 모친 나 씨와 그의 자녀 샤오신의 부패한 냄새라는 것을 확인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공안에 따르면, 당시 7일 간의 여름 휴가를 떠난 신 씨 부부 대신 집 안에는 나 씨(57)와 신 씨의 자녀 샤오신(생후 20개월)이 남아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부부의 여행 기간 중 평소 지병을 앓았던 나씨가 병으로 사망했고 이후 돌봐줄 가족이 없었던 샤오신은 아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공안 조사 결과 나 씨는 발견 당시 이미 사망한 지 수 일이 지난 상태였다. 하지만 샤오신은 아사 한 지 불과 1~2일이 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웃들의 증언에 따르면, 신 씨 부부가 여행 중이었던 당시 신 씨 집에서는 갓난아기 우는 소리가 자주 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조사 결과 신 씨의 자녀 샤오신은 사망 직전 다리 뼈 일부가 부러지는 치명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사에 대해 공안 측은 나 씨의 사망 이후 먹을 것을 찾던 샤오신이 집 안에서 부상을 입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반면, 외부 침입 흔적이 없다는 점에서 타살 등의 혐의는 없다고 공안 측은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이 발생한 신 씨의 거처가 총 32층의 고층 아파트, 8개 동이 밀집한 지역이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하는 분위기다. 일부 네티즌들은 “사건이 발생한 주택가에 무려 360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지만, 이웃 집에서 갓난아이가 아사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을 믿을 수 없다”면서 “그야말로 도심 속 섬에 거주하는 사람들처럼 고립된 생활을 하는 도시인들의 적막을 알 수 있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관할 지역 공안 관계자는 “장기간의 외출이 있을 시 반드시 자주 전화 연락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가족과 이웃간의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혼자만 오사카국제공항으로 온 트럼프 대통령, 왕따 VS 배려

    혼자만 오사카국제공항으로 온 트럼프 대통령, 왕따 VS 배려

    ‘다른 모든 정상은 간사이국제공항으로 왔는데, 트럼프 대통령 혼자 오사카국제공항으로 온 이유는 뭘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7일 오후 7시쯤 오사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다른 정상들은 모두 간사이공항을 이용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 혼자만 오사카국제공항을 이용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호상의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거론됐다. 해상에 지어진 간사이공항은 유사시 고립될 가능성이 있지만, 오사카공항은 육지에 있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에 쉽다는 것이다. 다른 정상과 다르게 보이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종’ 성향도 한 이유로 꼽혔다. 공항 관계자는 지역 매체인 고베신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 정상들과 하나가 되는 것이 싫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의 G20 사무국 측은 “미 정부의 요청은 없었다”면서 “사무적으로 조정한 결과”라고 밝혔다. 국가 수반급 요인이 타고 오는 전용기는 오사카공항 수용 능력이 한 나라 정도밖에 안 된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로 사실상 특별 배려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고베신문은 “사무국 측이 그 이상은 대답할 수 없다”면서 “명확하게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내담자와 성관계’ 심리상담사, 위자료 지급 판결…“의존상태 악용”

    ‘내담자와 성관계’ 심리상담사, 위자료 지급 판결…“의존상태 악용”

    법원 “정신적 취약점 악용…보호 의무 저버려” 심리상담사가 상담 의뢰인(내담자)의 정신적 취약점과 심리 특성을 악용해 성관계를 맺었다면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북부지법 민사항소4부(부장 강재철)는 피해자 A씨가 심리상담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항소심에서 피고 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A씨에게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판결을 유지했다고 28일 밝혔다. B씨는 2013년쯤 자신이 운영하는 정신분석 상담소를 찾아온 A씨를 상담하면서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던 A씨와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A씨가 자신에게 갖는 강한 의존 상태를 이용했다. B씨는 심리치료를 마치면서 A씨의 손을 잡거나 포옹을 했고, 성관계를 맺으며 성적 욕구를 충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와의 상담을 거치면서 ‘전이 현상’을 경험했다고 판시했다. 전이 현상이란 정신분석·심리치료 과정에서 내담자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 등 중요한 대상과의 관계에서 보인 감정과 패턴을 상담가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전이된 감정을 경험하는 내담자는 상담가에게 정서적 의존과 친밀감을 강하게 느끼다가 애정을 느낄 수 있고, 성관계 요구에 극도로 취약해질 수 있다”며 “상담가가 이를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고 내담자와 성관계를 맺을 경우 이후 내담자는 죄책감과 수치심, 고립감 등을 느끼고 자살 위험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에 대한 감정의 전이 현상을 경험하면서 의사 결정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피고와 성관계를 했다”면서 “이는 피고가 상담사로서 원고에 대한 보호 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원고의 정신적 손해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며 A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숨은 진주…태풍의 섬…神의 계단

    숨은 진주…태풍의 섬…神의 계단

    ●슈퍼태풍 연간 10번 통과하는 ‘바타네스’ 바타네스는 필리핀 최북단 루손섬과 대만 사이에 위치한 1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제도다. 필리핀보다 대만 쪽에 더 가깝다. ‘필리핀의 땅끝’이라 불리는 곳으로 필리핀 사람들도 가보고 싶어 하는 오지다. 바타네스의 별명은 ‘태풍의 섬’이다. 강한 태풍이 자주 지나가서 이렇게 불린다. 필리핀 태풍 관측 기준으로 슈퍼 태풍에 해당하는 초강력 태풍이 일년에 열 차례 이상 통과한다. 바타네스는 2000년대 초반까지 자급자족을 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물물교환을 하며 살았고 시장이 생긴 건 2005년이다. 바타네스가 고립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태풍 때문이었다. 바타네스는 태평양 연안에서 불어오는 태풍의 길목에 놓여 있다. 바타네스 주변은 수많은 태풍이 만들어지는 진원지이기도 하다. 이곳 사람들은 시속 240㎞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어야 태풍이라 부른다. 섬에는 ‘레이더 투콘’이라 불리는 레이더 기지가 있다. 미군이 대형 파라볼라 안테나를 세우려 했지만 강한 태풍이 불어 레이더가 통째로 날아가 버렸고 지금은 건물 잔해만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태풍이 많다 보니 건축양식도 독특하다. 태풍에 견디기에 알맞은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바닥을 깊게 파고 벽을 쌓아 올린다. 석회암으로 지어진 돌집은 벽의 두께가 1m에 달한다. 집 지하실에는 태풍이 불 때를 대비해 가축과 식량을 저장하고 사람이 대피할 수 있는 방공호가 만들어져 있다. 문과 창문이 모두 태풍이 오는 방향을 등지고 난 것도 이채롭다. 바타네스에서는 아주 독특한 고기잡이 방식을 볼 수 있었다. 바닷가에서 기다란 장대 두 개를 든 남자가 파도가 밀려 올 때마다 파도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그물을 던지는 것이었다. 태풍이 올 때는 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작은 그물 낚시로 조업을 대신한다고 한다. 이를 ‘플라잉 네트’라고 부르는데, 그물을 V자 모양으로 만들어 바다를 향해 힘껏 던진 다음 재빨리 걷어 올리기만 하면 된다. 이걸로 작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쥐노래미 같은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 튀겨 먹는다.잦은 태풍으로 조업을 자주 나갈 수 없는 바타네스의 어부들은 생선을 오래 두고 먹기 위해 주로 자연 건조를 한다. 우리네 황태처럼 해풍에 말려 보관하는 것이다. 가장 많이 건조하는 물고기는 ‘도라도’라 불리는 만새기다. 말린 고기는 1년 이상 두고 먹을 수 있다. 말린 도라도의 맛은 노가리와 비슷하다. 도라도와 함께 먹어야 하는 요리는 얌이다. 한국의 참마와 비슷하다. 바타네스 사람들은 쌀 대신 얌을 주식으로 먹는다. 거센 해풍 때문에 쌀농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얌은 고구마하고 감자를 합친 맛인데, 얌과 함께 도라도를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 모자람이 없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나빴던 것인지 바타네스에서 태풍과 맞닥뜨렸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슈퍼 타이푼”이라며 창문을 꼭꼭 걸어잠갔다. 태풍은 무시무시했다. 밤새 하늘이 울부짖는 듯했다. 여행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미리 사놓은 맥주를 홀짝이며 이 작은 섬이 태풍에 쓸려 나가지 않기를 비는 것뿐이었다. 아침이 되자 태풍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골목은 태풍이 지나간 흔적으로 어지러웠다. 나뭇잎과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었다. 몸통이 부러져 있는 나무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도 마을 사람들은 태연했다. 모닝빵을 파는 아이는 ‘빵 사세요’를 외치며 이 골목 저 골목을 뛰어다녔고 빗자루를 든 아낙들이 태연하게 어지러운 골목을 쓸고 있었다. 내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주변의 나무전봇대는 벼락을 맞아 활활 불에 타고 있었는데 말이다. 바타네스 사람들에게는 태풍도 일상이었던 것이다.●스쿠버다이빙의 성지 ‘보홀’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약 700㎞ 떨어진 보홀. ‘필리핀의 보석’ ‘필리핀의 숨겨진 진주’ 등 별명은 많지만 보홀을 가장 잘 설명하는 별명은 ‘아시아의 홍해’다. 그만큼 다이빙 포인트로 유명하다. 다이버들 사이에선 ‘보홀은 몰라도 보홀 바다는 알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수많은 다이빙 포인트 가운데 팡라오섬 남서쪽에 위치한 발라카삭섬이 가장 뛰어나다. 팡라오섬에서 필리핀 전통배 방카로 약 30분 정도만 나가면 된다. 섬 주변 바다는 수심이 낮지만 조금만 나아가면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갑자기 깊어지는 절벽 지형이다. 물이 맑아 가시거리가 좋은 데다 파도가 잔잔해 수많은 다이버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스쿠버다이빙을 꼭 경험해 보길 권한다. 물 밖 풍경과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숨이 멎을 듯 아름답다. 울긋불긋 아름다움을 뽐내는 산호 군락과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헤엄치는 풍경은 말로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다. 커다란 바다거북이 등을 툭 치며 지나가기도 하고 운이 좋으면 고래상어도 만날 수 있다. 스쿠버다이빙이 아니더라도, 스노클링만 경험하는 것으로도 보홀 바다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다. 보홀섬 중앙에 자리한 초콜릿힐도 빼놓을 수 없는 비경이다. 경주의 왕릉처럼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봉우리가 끝도 없이 솟아 있다. 이런 언덕들이 무려 1700여개로 추정된다. 사실 필리핀을 찾기 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필리핀 하면 세부와 보라카이가 먼저 떠올랐고, 이 두 여행지는 누구나 한 번쯤 찾은 흔한 여행지라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선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타네스와 보홀에 머문 시간 동안 필리핀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을 수정해야만 했다. 그곳은 낙원에 가까운 곳이 아니라 진정한 낙원이었다. 아직도 바타네스와 보홀의 투명한 바다와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눈이 마주쳤던 형형색색의 열대어가 눈앞에 맴돈다. 여행을 갈 때 단 한 곡의 노래만 가져가라면 존 레넌의 이매진을 가져갈 것이고 단 한 곳만 가라면 그곳은 아마도 바타네스와 보홀 둘 중 한 곳일 것이다.●바나웨 계단식 논 길이만 ‘지구 반 바퀴’ 루손섬은 필리핀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필리핀의 중심 섬이다. 수도 마닐라도 이곳에 있다. 바나웨는 루손섬을 덮고 있는 ‘루손섬의 지붕’이라 불리는 최고 높이 2922m의 ‘코르디예라산맥’ 깊숙한 곳에 자리한 작은 마을로 행정구역 상으로는 이푸가오주에 속하며 인구는 약 3000명밖에 되지 않는다. 바나웨를 찾아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300여㎞ 떨어져 있지만, 해발 2000m급 산들이 줄지은 코르디예라산맥을 따라가다 보니 자동차로는 꼬박 10시간 정도가 걸린다. 지프니를 타고 포장도 안 된 산길을 덜컹거리며 고역스런 길을 가야 한다. 이 험준하고 작은 산골 마을이 명소가 된 이유는 라이스 테라스라고 부르는 계단식 논 때문이다. 코르디예라산맥의 가파른 산비탈을 깎아 만든 논들이 거대하게 펼쳐져 있는데, 직접 보면 상상을 초월한다. 산 하나가 온통 논이라고 보면 된다. 도저히 벼농사가 가능할 것 같지 않은 60, 70도의 가파른 경사를 따라 끝없이 층층의 논이 자리잡고 있다. 바나웨를 비롯해 인근 산악 지역의 논둑 길이를 모두 합하면 그 길이가 무려 2만 2240㎞에 달한다. 만리장성의 10배, 지구를 반 바퀴 도는 거리다. 1995년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쌀은 신… 산기슭에 2000년 세월 새긴 이푸가오족 이 장관을 만든 주인공은 이푸가오족이다. 이푸가오는 ‘언덕의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2000년 전 코르디예라산맥에 정착했다. 이들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산등성이를 일궈 논을 만들었다. 중국의 한족이 만리장성을 쌓고, 로마가 유럽과 지중해를 누빌 때 이푸가오족은 해발 2000m 고지대에 먹고살 방편으로 계단식 논을 조성한 것이다. 맨 아래 논이 가장 먼저 만든 것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최근에 만든 것인데, 나무의 나이테처럼 유구한 세월이 산기슭에 새겨진 셈이다. 게다가 이 논들은 모두 천수답이다. 농사를 전부 빗물에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이푸가오족은 이 논 전체에 빗물이 돌아다닐 수 있게 대나무관으로 배수로까지 만들어 놓았다니 더욱 놀랍다. 계단 곳곳에 작은 연못을 만들어 빗물을 저장하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물을 빼는 배수로를 연결해 논마다 물이 고르게 흘러갈 수 있도록 했다. 쌀이 가장 소중한 재산이다 보니 보관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이푸가오족 전통 가옥을 ‘발루이’라고 하는데, 3층 구조로 만들어진 목조가옥이다. 1층은 돼지나 닭 같은 가축을 키우는 곳이고, 2층은 원룸 형식으로 만들어진 주거공간으로 부엌과 침실을 갖추고 있다. 제일 중요한 3층은 쌀을 보관하는 창고다. 2층 부엌에서 밥을 지으면 연기가 3층으로 올라가 쌀을 자연적으로 건조시켜 썩지 않게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쌀 수확을 마치면 제의를 지낸다. ‘뭄바키’라는 제사장을 불러 술과 고기를 마련해 쌀의 수호신인 ‘불룰’에게 바친다. 사람의 형상을 한 ‘불룰’은 라이스 테라스와 쌀을 지키는 이푸가오족의 수호신이다. 닭을 잡아 피를 빼고 배를 가른 다음 닭 내장을 꺼내어 ‘바일’이라고 부르는 점을 친다. 내장의 색깔과 상태로 길흉화복을 가늠한다. 제사가 끝나면 햅쌀로 지은 밥과 제를 올렸던 음식을 이웃과 함께 나눠 먹는다. 바나웨에서 버스를 타고 낭떠러지나 진배없는 가파른 산길을 하루 종일 달려가면 또 다른 이푸가오족 마을인 바타드다. 버스에서 내려 다시 한 시간 정도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300여 가구가 살아가는 작은 마을인 바타드가 모습을 보인다. 워낙 접근하기 힘든 곳이라 마을까지 생필품을 가져다주는 짐꾼까지 있다고 한다. 바타드는 800계단 논으로 유명하다. 맨 아래에서부터 산 정상까지 논의 계단 수가 800개 달한다고 해서 이렇게 부른다. 이 마을 역시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곳인데, 아직도 절구질을 해서 쌀을 빻는다. 키질을 하며 쭉정이를 날리는 것도 옛날 우리나라에서 하던 방식과 다르지 않다.●산길 짐 나르던 나무자전거, 아이들 놀이기구로 바나웨와 바타드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아이들이 나무로 만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가 타는 자전거와 별반 다르지 않게 생겼다. 프레임과 바퀴가 나무로 만들어져 있으며 핸들로 방향 전환도 가능하다. 제동장치 역할을 하는 막대기가 있어 발로 밀면 그 자전거가 멈춘다. 하지만 페달이 없어 오직 내리막길에서만 달릴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쌀 축제 때는 나무자전거 경주대회도 연다고 한다. 이 나무자전거에 대한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지만, 짐을 가지고 비탈과 경사가 많은 산길을 걸어갈 일이 아득했던 이푸가오족들이 수고를 덜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처음의 용도를 떠나 아이들에게 아주 좋은 놀이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이푸가오족은 용맹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사냥을 잘하기로 소문나 있다. 지금도 그 풍습이 남아 있어 머리에 두개골 장식을 즐겨 한다. 노인들 머리 위를 자세히 살펴보면 원숭이 머리뼈나 도마뱀 머리뼈로 장식을 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입에 껌을 씹듯 뭔가를 질겅질겅 씹고 있다. 이것은 이푸가오족의 기호품이자 전통 약재인 ‘빈랑나무’ 열매로 잇몸을 튼튼하게 해주고 충치를 예방한다고 한다. 열매는 씹고 난 뒤에 침을 뱉듯 뱉는데, 두개골 장식을 한 노인이 빈랑나무 열매 때문에 빨갛게 변한 입술로 씩 하고 웃으면 사실 좀 무서운 생각도 든다. 글 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여행수첩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필리핀항공 등이 인천~마닐라를 운항한다. 마닐라에서 국내선을 타고 1시간 40분을 가면 바타네스에 닿는다. 세부에서 보홀까지는 배를 타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부에서 보홀의 타그빌라란까지는 70㎞ 정도 떨어져 있으며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루손섬 북부는 저지대와 산악지대의 기후가 확연히 나뉜다. 저지대는 전형적인 몬순 기후이지만 산악지대(코르디예라)는 겨울철 기온이 10℃ 밑으로 떨어진다. 12~4월은 건기, 6~10월은 우기다. 산악지대 토착민들의 마을을 방문할 땐 반드시 현지인 가이드와 동행해야 한다. 밑창이 튼튼한 운동화가 필수다.
  • [2030 세대]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2030 세대]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올해 스탠퍼드대에서 자살한 학생들이 4명이다. 캘리포니아의 태양과 야자수도 위안이 안 됐다. 우울할 땐 밝은 태양도 견딜 수 없다. 대한민국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하지만 같이 어울린다고 꼭 가까워지지는 않는다. 대화한다지만, 혹시 오해가 생길지 조바심치는 게 대화다. 말을 잘못 뱉으면 말한 이는 곧 거만한 인간, 편협한 녀석 또는 모자란 놈으로 찍힌다. 한번 굳어진 구획은 무너뜨리기 어렵다. 사회는 구획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을 보면 오해를 되풀이한다. 말은 주고받지만 서로의 내면은 꿰뚫지 못한다. 그래서 다투고, 멀어진다. 누구도 남의 본모습을 알지 못한다. 진정한 마음은 각각 유리되어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남이 다 알아주는 글로벌 기업에 취직한 내 친구 카메론도 외로워한다. 뉴욕에 살면서도 외롭다 한다. 외로움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세상의 태풍 같은 소음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잃으니, 자기 자신이 하찮아 보이고, 영원한 침묵을 선택한다. 러시아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는 외로움을 감싸 안으라 했다. 한 인터뷰 영상에서 그는 숲속의 목신 ‘판’처럼 나무에 드러누워서 얘기한다. 인간, 특히 젊은이의 문제는 고독을 견디지 못하는 것에 있다고.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자기 자신과 시간을 보낼 줄 아는 것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처럼 혼자 있어도 지루해하지 않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오스카 와일드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한평생 이어질 사랑의 시작이라고 했다. 와일드답다. 외로움도 배우고 훈련해야 하는 것 같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시인 릴케는 조언한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교류의 시간보다 차라리 사물을 가까이 하세요. 사물의 세계는 당신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밤은 계속됩니다. 나무 사이로, 여러 땅을 거쳐 부는 바람도 당신 곁에 남을 것입니다.” 인간 아닌 사물이 당신을 버리지 않는다는 말에 몹시 공감한다. 보통의 우리는 흔히 마음의 4분의3 정도를 인간관계에 연연하는 데 써버린다고 한다. 거꾸로 그 4분의3을 문학이든 음악이든 자연이든 다른 ‘사물’에 쓰고, 나머지 4분의1을 친구, 가족, 연인 같은 ‘관계’에 써 보는 것은 어떨까. 좋은 도시에 산다는 것은 산책할 곳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혼자서든 여럿이든 산책하는 걸 좋아한다. 리포트나 에세이 등 뭔가 써야 한다면 대부분 혼자 걸을 때 써진다. 외로우면 걸어라. 나는 컴퓨터를 인터넷을 끄고 사용하는 것도 좋아한다. 인터넷이 켜진 컴퓨터는 시끄럽다. 마치 문을 열면 큰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와 내 몸을 번쩍 들고 어디 모르는 곳에 던져놓을 것 같다. 인터넷에서 고립된 컴퓨터는 비로소 나의 것이 된다. 타자기도 되고, 도서관도 된다. 바깥 세상의 목소리들은 멀어진다.
  • [서울광장] 세종 근무, 갈라파고스가 되어선 안 된다/전경하 논설위원

    [서울광장] 세종 근무, 갈라파고스가 되어선 안 된다/전경하 논설위원

    최근 들어 세종시에서 정부 부처의 국장이나 과장을 만나기가 훨씬 쉬워졌다. 청와대가 지난달 각 부처 장관의 서울 사무실을 연말까지 없애고 서울 근무를 최대한 줄이라고 지시하면서 장관들이 세종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다. 장관에게 보고해야 하는 국·과장들의 세종 근무도 당연히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세종 중심 근무여건 조성을 위한 복무관리 방안’도 있다. 총 근무일수 대비 세종 근무일수가 가장 높은 국장을 순서대로 발표하는 것이다. 감사관, 비상안전기획관, 통상국내정책관, 투자정책관 등의 순으로 지난 12일 내부 게시판에 공지됐다. 감사관이나 비상안전기획관의 업무는 산업부 내부를 단속하는 일이다. 세종 근무가 많을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을 근무지인 세종에 오래 머물도록 하는 것은 맞지만 우려되는 것이 있다. 정책의 질 저하다. 서류 작업과 보고 등이 주요 업무인 정책 관련 공무원들은 근무조건상 민간이나 현장에 대한 감각이 떨어진다. 해서 현장을 방문하거나 기업 또는 민원인에게서 끊임없이 설명을 들어야 한다. 모르면 이해될 때까지 물어야 한다. 기업이나 민원인은 세종에 가는 시간이 들지만 설명만 할 수 있다면, 사업 성패가 그리고 돈이 걸려 있기에 언제든지 갈 거다. 하지만 공무원을 만나기가 어렵다. 적폐청산 과정에서 상부 지시로 일했던 주변 공무원들이 징계받는 상황을 봤던 터라 하던 일만 하는 게 상책이라고 느끼는 공무원들이 제법 있다. 기업인은 장관 등 높은 사람이 만나고, 자신은 자기 일만 하려는 경우가 늘었다고 고위직들은 전한다. 행여 기회를 얻은 기업인들은 설명해보니 알고는 있던데 움직이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새로운 사업에 대해 문서로 질의하면 “현행 법규상 불가능하다”가 거의 정답이다. 법률은 통상 일어난 사회 현상을 뒤늦게 반영하는데, 변하는 세상에서 일어날 일들을 현행 법규로 규제하려 드니 답답한 노릇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얼마 전 “자식 키울 때 어려서는 이것저것 하라고 하지만, 성인이 되면 뭐뭐 하지 말라고 하고 나머지는 풀어준다. 그런데 정부는 성인이 된 기업에 뭐뭐를 하라고 말한다”며 “기업 활동을 어떻게 정부가 일일이 규제하는가”라고 하소연했다. 여러 부처가 걸린 사안은 부처 간 떠넘기기로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 논리적으로 이해돼도 해당 법 개정 권한이 없으면 담당 부처로 가라고 한다. 법 개정 권한이 있는 부처는 법을 고치거나 만들려면 힘들고 오래 걸리니 의원입법하라고 한다. 국회의원에게 찾아가니, 내년 총선에서 어떤 이득이 되나 계산해볼 뿐 나서지 않는다. 여러 부처의 규제에 걸리면 넘어야 할 규제가 부처 수에 비례해 늘어난다. 규제를 힘이라 여기는 공무원들은 자신의 규제를 절대 풀지 않으려 든다. 부처가 의논해 같이 풀어도 모자란데 현실은 반대다. 외환위기 원인 중 하나로 당시 재정경제부가 경기 과천에 있었던 점을 거론하는 사람도 있다. 여의도나 광화문에 몰려 있는 금융기관들로부터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는 것을 자주 실시간으로 전해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휴대전화도 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있다. 하지만 보안 상의 이유 등으로 공무원은 깊이 있는 이야기를 SNS로 하지 않는다. 민감하게 얽힌 규제와 다급하게 돌아가는 세계적 기업과의 경쟁 상황 또한 SNS에 오르지 않는다. 복잡한 사안은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게 맞다. 그렇지 못한 기업의 위기의식은 국경을 넘게 만든다. 이미 기업들이, 혁신적 서비스를 시작하는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세종이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고립된 갈라파고스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생활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무원들이 모여서는 영세 자영업자나 취약계층의 절박함,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싸우는 기업의 다급함을 이해하기 힘들다. 세종에만 머물며 외부와 단절된다면 만나고 보는 사람의 절반 이상은 공무원이거나 그 가족일 거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무총리실, 감사원으로 이뤄진 공직기강협의체가 최근 서울 출장이 잦은 세종청사 고위 공무원을 대상으로 경위를 조사했다. 서울 출장을 조사하는 그 노력으로 얼마나 많은 외부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고 정책에 어떻게 반영했는가를 조사해서 상을 줘라.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한 과제였다면 가산점도 줘라. 특정 기업이 아닌 산업을, 특정인이 아닌 국민 전체 특히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은 많은 만남과 경청 그리고 고민에서 나온다. 세종 근무 독려가 세종 ‘시골’ 공무원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lark3@seoul.co.kr
  • 하메네이 돈줄 죈 트럼프… 이란 “백악관, 정신적 장애”

    하메네이 돈줄 죈 트럼프… 이란 “백악관, 정신적 장애”

    이란 반미감정만 확대… 실효성 의문 폼페이오 “국제동맹” 유엔 “대화재개”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에 대해 경제 제재를 가하기로 하자 당사국인 이란이 강하게 반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제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란을 포위하는 ‘국제 동맹’ 구축을 촉구했다. 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즉각적인 대화 재개를 촉구해 미국과 미묘한 온도 차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이란이 미군 무인기를 격추한 것에 대해 보복 공격을 하는 대신 이란 최고지도자와 최고지도자실에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이란 혁명수비대의 고위사령관 8명도 제재 대상”이라며 이번 제재로 미국 내 이란 자산 수십억달러가 동결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의 이 같은 추가 제재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돈줄’을 최대한 차단해 고립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란 국민의 반미 감정만 고조시킬 뿐 최고지도자는 미국과는 별다른 왕래가 없어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한 정치평론가는 “미국의 이번 제재는 이란 국민 전체에게 모멸감을 줘 반미 감정이 더 커지게 됐다”며 “이란이 미국과 협상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내다봤다. 이란은 이날 하산 루하니 대통령이 TV 연설에서 직접 미국에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백악관이 정신지체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제재에 관해서는 “터무니없고 어리석다”고 깎아내렸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제재 대상에 포함된 데 대해서도 “회담을 요청한 대상에게도 제재를 가했다”며 격분했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은 살만 국왕,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걸프 해역의 해상 운송 안전을 확보하는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무부 고위관리는 “폼페이오 장관과 미 해군이 ‘선제적 억지력’을 확보하는 ‘센티널’(감시) 프로그램을 구축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브라이언 훅 국무부 이란특별대표는 현재 중동 지역의 마약·무기 밀매를 막기 위해 30여국이 구성한 다국적 해군의 임무 범위를 이란 위협을 저지하는 데까지 확장하는 안을 고려해보자고 제시했다. 여기에는 중동과 유럽, 아시아 국가를 아우른다. 국제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추가 제재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오후 긴급회의에서 당사국들의 최대한 자제를 촉구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어느 쪽도 전쟁을 원하지 않겠지만 우발적인 전쟁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염려스럽다”면서 “우리는 긴장 완화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피해 상처 치유가 본질” 韓기업도 배상 동참 양보안으로 日 압박

    “피해 상처 치유가 본질” 韓기업도 배상 동참 양보안으로 日 압박

    해결방안 제안으로 일본으로 ‘공’ 넘겨 외교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희망” 日 “제3국 통한 중재위 설치” 공식 요청 중재 무산 땐 ICJ 회부 韓 고립시킬 속셈정부가 일본의 즉각 반대에도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한일 기업이 함께 기금을 마련해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심사숙고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갈등을 키워 국제여론전으로 비화하려는 일본에 피해자의 고통 및 상처 치유가 문제의 본질임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의 제안을 일본이 거부했는데 향후 대응은 뭐냐’는 질문에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기본 입장하에 피해자 고통과 상처의 실질적 치유, 그리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강제징용) 사안을 신중하게 다뤄 오고 있다”며 “일본 측이 피해자들의 고통과 상처 치유 그리고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신중하게 지혜를 모아 나가기를 기대하고 희망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요구·제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한국의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할 수 없으며,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한 것을 한국의 제안에 대한 공식 거부로 인정했다. 하지만 피해자 상처 치유를 위한 신중한 접근, 한일 기업의 위자료 마련 방안 등을 한국 입장으로 고수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르면 배상 주체는 일본 전범 기업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도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 정부는 외려 우리 기업이 배상에 동참하는 양보안을 낸 셈이다. 반면 스가 관방장관은 이날 한일 청구권 협정상 마지막 3단계인 ‘제3국을 통한 중재위원회 설치 방안’도 공식 요청했다. 3단계도 무산되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하는 수순이 예상된다. 일본이 한국 제안을 거부하고 국제법 절차에 집착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한국 외교를 고립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비핵화 문제, 경제 교류, 한·미·일 동맹 등을 감안할 때 한국에 일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북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지 못했고,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일본 측 페이스를 따라서는 안 된다는 제언이 나온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이 원하던 대로 한국 정부가 해결 방안을 내놓았기 때문에 공은 일본 측에 있다”며 “일본이 국제법 절차만 고집한다면 1910년 한일병합조약의 합법성 판단 등을 조건으로 중재위를 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日, 중재외교 실패 논란 커질라…美에 ‘이란 관여’ 증거 제시 요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란 방문 중 자국 관련 유조선 2척이 중동 오만해에서 피격당하자 일본 정부가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미국 정부가 이번 공격의 주체가 이란이라고 발표하자 일본은 미 측에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16일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미 측의 발표가 “설득력이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유조선 피격 사건에 대해 ‘배후는 이란’이라고 발표한 후 복수의 외교 루트를 통해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뒤 “이번 사건을 이란 소행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을 미 백악관에 전달했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유조선 피격 사건 등 현안에 대한 전화통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일본 선사가 소유한 대형 유조선이 중동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해에서 피격됐던 지난 13일 비슷한 시각 당시 아베 총리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면담을 진행 중이었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재를 자처했지만 성과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의문의 피격 사건까지 발생하며 아베 총리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된 것. 일본이 대부분 외교 사안에서 미국과 보폭을 맞춰왔지만 이번 사안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자칫 아베 정부의 외교 실패 논란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달 만에 다시 벌어진 유조선 피격 사건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이란을 더욱 고립시키려고 해 이를 둘러싼 미일 간 입장 차가 얼마나 좁혀질지 주목된다. 통신은 “미국이 이 같은 일본의 증거 제시 요구에 응할지는 미지수”라며 이달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유조선 피격 사건을 포함한 이란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관악구의 마음지킴이

    관악구의 마음지킴이

    “혼자 앓지 마세요. 고민 함께 나눠요.” 전국에서 청년 인구 비율(39.5%)이 가장 높은 서울 관악구가 청년들의 정신 건강을 돌볼 ‘2030 마음건강 지킴이 사업’을 시작한다고 13일 밝혔다. 최근 극심한 취업난과 경제적 결핍, 사회적 고립감 등으로 스트레스가 많고 우울증을 앓는 청년들을 위해 구가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관악구는 신림동과 대학동을 중심으로 고시촌이 형성돼 있고 2호선 지하철역 주변에는 오피스텔, 고시원 등이 많아 2030 청년세대 거주가 밀집해 있다. 이에 구는 2명의 전문심리상담사가 청년을 1대1로 만나 전문심리검사, 상담을 통해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완화해주도록 돕는다. 특히 우울, 자살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의뢰해 전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2030세대와 1인 가구 등 정신 건강 취약 계층에 특성화된 심리 지원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상처를 치유할 기회를 만들어주려 한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여기는 남미] 석유매장 세계 1위 베네수엘라, 한달 내 휘발유 바닥난다

    [여기는 남미] 석유매장 세계 1위 베네수엘라, 한달 내 휘발유 바닥난다

    중남미 최대 산유국 베네수엘라에서 휘발유 품귀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휘발유 재고가 1개월 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현지 일간지 엘임풀소가 1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복수의 전문가를 인용,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가 석유 채굴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유시설의 가동률도 뚝 떨어져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환(달러)과 첨가제 부족이 휘발유 부족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경제가 고립되면서 석유산업이 마비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는 이에 대한 설명을 회피하고 있다. 신문은 "국민에게 휘발유를 절약하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정부가 손을 씻고 있다"며 휘발유 품귀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전혀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휘발유 공급이 완전히 중단될 것이라는 경고는 계속 나오고 있다. 엘임풀소는 "국영석유회사 노동자들이 길어야 한달이면 베네수엘라에서 휘발유 재고가 완전히 바닥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원한 모나가스 석유산업노동자조합의 한 집행위원은 "타치라, 메리다, 포르투게사, 볼리바르 등 최소한 17개 주에서 휘발유 공급이 완전히 끊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석유 매장량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에선 올해 들어 특히 휘발유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 주유를 하기 위해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주유소에 길게 늘어서는 건 이제 일상이 됐다. 메리다주의 지방신문 피타소는 "1개월 전과 비교할 때 휘발유 문제가 호전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며 "주유소에서 밤샘하며 줄을 서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10일 현재 현장을 취재한 결과 주유소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300대 이상이 긴 줄을 서고 있었다"며 주유소엔 대기자리스트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피타소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월드 Zoom in] 美 지지에도 대만과 단교하는 솔로몬 제도

    미국이 ‘국가’라고 언급하는 등 노골적인 지지에도 대만의 고립이 가속화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현재 17개 남은 대만과의 수교국 가운데 하나인 솔로몬제도가 경제적 이유 등으로 중국과의 수교를 고려 중이라고 10일 전했다. 2016년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대만 총통 취임 이후 엘살바도르, 도미니카공화국, 부르키나파소, 파나마, 상투메프린시페 등 5개국이 중국과 수교를 맺고 대만과 단교했다. 미 국방부는 최근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에서 ‘동반자’로 싱가포르, 대만, 뉴질랜드, 몽골을 언급하며 중국의 대미 관계 기반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고 대만을 ‘국가’로 표현했다. 미 의회는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는 국가를 제재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지만 중국은 경제력을 무기 삼아 대만 수교국과 더 적극적으로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달 새로 취임한 마나세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는 호주 ABC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는 국내 발전, 중국과의 관계 등 대만과의 외교를 재고해야만 할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며 “100일 안에 중국과 수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솔로몬제도의 최대 교역국으로 2017년 무역 규모는 27억 달러(약 3조원)를 기록했지만 대만과는 1억 7400만 달러, 미국과는 1270만 달러에 불과하다. 대만은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솔로몬제도가 단교를 결정하면 중국이 제공하는 경제적 기회 때문에 남은 대만 수교국에도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미중이 군사력 충돌을 빚는 남중국해 등 남태평양 일대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영향력이 강화돼 호주 등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차이 총통은 9일 홍콩에서 최대 규모로 벌어진 ‘범죄인 인도법안’에 반대하는 100만명 거리시위에 대해 ‘일국양제’(1국가 2체제)는 대만의 선택사항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홍콩 사람들이 자유를 소중히 여겨 ‘중국에 이송하는 악법’으로 여겨지는 범죄인 인도법안에 반대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며 “홍콩인이 어렵게 추구한 인권보장과 민주법치가 대만에서는 자연스럽게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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