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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국길 뱃머리 돌려… 국민 구했다는 생각에 뿌듯”

    “귀국길 뱃머리 돌려… 국민 구했다는 생각에 뿌듯”

    사고로 얼음속 갇히거나 충돌 어선 구해 코로나로 발 묶인 선원들 위해 선실 내줘 외국 어선도 구조 ‘남극 산타’ 별명 얻어 “남극 아문센해에서 연구 작업 수행 중이었는데 해양수산부로부터 한국 어선 707홍진호가 얼음 속에 갇혀 조난 상태에 있다는 긴급 구조 요청을 받았습니다. 본선은 즉시 항로를 북쪽으로 돌려 3일간 쇄빙 항해를 한 끝에 조난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유빙 제거 후 인근 다른 어선과 협력해 707홍진호를 안전한 장소로 예인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국내 유일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김광헌(59) 선장의 어투는 군인을 연상시켰다. 아무리 다급해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매사에 꼼꼼하다는 느낌을 물씬 풍겼다. 지난 1월 남극해에서 ‘이빨고기’(메로)를 잡다 조타기가 고장 나 표류한 707홍진호를 구조했던 과정은 상당히 긴박했을 법한데 당시 상황만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지난주 182일간의 연구 활동을 마치고 광양항으로 돌아온 김 선장은 13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다사다난했던 항해를 되돌아봤다. 아라온호는 이번 항해에서 707홍진호를 구조한 것 외에도 파푸아뉴기니에서 고립됐던 한성기업 소속 참치잡이 어선 ‘림 디스커버러호’ 선원 25명을 태우고 함께 돌아왔다. 림 디스커버리호는 지난달 21일 파푸아뉴기니 해상에서 암초와 충돌해 침몰했다. 다행히 모든 선원이 구조됐지만 코로나19로 현지 공항과 항만이 폐쇄돼 발이 묶였다. 이에 귀국 중이던 아라온호가 뱃머리를 돌려 이들을 구출한 것이다.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아라온호 2층 선실 전체를 림 디스커버러호 선원 전용 공간으로 내줬습니다. 서로 식사도 달리하는 등 격리의 시간을 보냈지만 우리 국민을 구했다는 생각에 모든 선원들이 보람차고 뿌듯해했습니다.” 한국해양대 항해학과를 졸업하고 STX마린서비스 소속으로 30년째 항해를 하고 있는 김 선장은 2014년부터 아라온호 조타기를 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 어선을 구조하는 데도 앞장서 ‘남극의 산타’로 불리는 아라온호지만, 한번 항해하면 6개월 동안 육지를 밟을 수 없는 선원들의 고생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김 선장은 “예전엔 비디오 보는 것 외에는 할 게 없었지만, 지금은 배에서도 인터넷이 가능해 가족과 언제든지 화상통화를 할 수 있어 많이 나아졌다”고 웃었다. “팬케이크 같은 거대한 빙하를 볼 때마다 대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에 감탄합니다. 하지만 자연 파괴로 빙하가 점점 녹아내리고 있어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이 장엄한 대자연을 우리 후손에게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1980년 광주, 나는 지금 그곳으로 간다

    1980년 광주, 나는 지금 그곳으로 간다

    광주의 시간 담아낸 연극 ‘나는 광주에 없었다’ 무대-객석 경계 허물어 현장감·몰입도 극대화 세종문화회관 ‘오월에 부치는 편지’ 무관중 음악회 ‘고통의 삶·부활’ 등 말러의 가곡들 온라인 생중계무대에서 시대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공연계의 시선은 5월이면 광주로 향한다. 특히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는 올해는 애초 다양하고 풍성한 기념 공연이 추진됐으나,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맞아 일부 축소·변경된 형태로 ‘5월 광주’의 넋을 기리고 한국 민주화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은 연극 `나는 광주에 없었다’를 지난 12일 예술극장1에서 개막해 18일까지 무대에 올린다.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긴박하게 흐른 광주의 시간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극장을 찾은 관객이 전남대 정문에서 시작해 완전한 고립 속에서 민주화를 위해 싸운 사람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관객 참여형 공연으로 제작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들이 40년 전 5월 광주의 중심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현장감과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여기에 고선웅 연출은 담담하면서도 통찰력 깊은 시선을 더했다. 고 연출과 극단 마방진 배우들은 작품에 진심을 담기 위해 지난 10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도 했다. 공연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거리두기 좌석제를 운영하며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문진표 작성 등도 진행한다.지난해 12월부터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준비해 온 서울 세종문화회관은 코로나19로 해당 프로젝트를 취소하는 대신 규모를 줄여 무관중 음악회를 연다. 앞서 세종문화회관이 기획한 기념음악회 ‘오월, 부활하다’는 구스타프 말러의 부활 교향곡을 518명의 시민연주단이 오는 16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연주할 예정이었다. 공연은 16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로 장소를 옮겨 무관중 생중계로 진행된다. ‘오월에 부치는 편지’라는 표제를 붙인 이 음악회는 소프라노 오미선과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테너 신동원, 바리톤 양준모가 말러의 가곡들을 죽음과 꿈꾸는 나라, 고통의 삶, 부활 등 주제에 맞춰 한국말로 부른다. 바이올리니스트 정하나와 클라리네티스트 임형섭, 팀파니스트 황영광, 피아니스트 구자범 등이 연주에 함께한다. 연주회는 네이버 518TV와 TBS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이 밖에 서울시는 광주시와 함께 ‘오월평화페스티벌’을 무관중·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이달 말까지 무용과 음악, 문학 등 11개 문화예술 행사를 통해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음악극 ‘사랑이여’(14일), 무용극 ‘십일, 맨드라미꽃처럼 붉은’(18일) 등도 온라인으로 관객을 만난다. ‘사랑이여’는 계엄령으로 고립된 광주의 상황과 전남도청을 사수하며 주먹밥을 나눠 먹는 시민군의 모습 등을 담았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트위터 “원하면 영원히 재택근무”…‘직장의 종말’ 오나

    트위터 “원하면 영원히 재택근무”…‘직장의 종말’ 오나

    호화 사옥 경쟁을 벌이던 정보기술(IT) 업계와 금융업계가 비용 절감, 상시방역체계 구축 등을 감안해 코로나19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지속할 방침이다. 코로나19로 첨단기술을 이용한 업무 환경이 앞당겨 현실화되면서 근무 장소가 중시되던 ‘직장(근무지)의 종말’이 오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도 나온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12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서둘러 해제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재택근무를 원하는 직원은 영원히 집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아 이메일을 보냈다고 CNBC가 보도했다. 또 트위터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오는 9월까지 사무실을 닫는다. ●CFO 74% “코로나 끝나도 재택근무” 영구 재택근무 선언은 처음이지만 IT 업계 CEO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재택근무 확대 의사를 밝혀 왔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지난달 “이동 제한령이 해제돼도 일부 원격근무나 온라인 행사를 계속할 의향이 있다”고 전했고, 페이스북도 “올해 말까지 재택근무를 허용하겠다”고 했다. 뉴욕타임스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에서 신뢰의 상징인 고층빌딩을 점유하던 바클레이스,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등 금융업체들도 ‘근무지 존속’에 대해 고민 중이다. 3개사의 직원만 2만명이 넘는다. 바클레이스를 이끄는 제스 스테일리는 원격근무에 적합한 일자리를 연구 중이라고 했다. 부동산 기업 할스테드도 32개 지점의 축소를 검토 중이다. 더이상 기업들이 사무실 마련에 열을 올리지 않을 거라는 전망 때문이다. 리서치업체인 가트너의 설문에 따르면 317명의 최고재무관리자(CFO) 중 74%가 코로나19 이후에도 재택근무자를 남기겠다고 답했다. 대형 사옥은 그간 세입자, 대중교통, 식당, 상점, 술집 등을 묶는 지배력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제적·사회적 타격을 받았다. 기업들은 화상 회의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협업이 가능함을 알게 됐다. 근로자 입장에선 통근시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직장 내 스트레스가 줄었고, 복장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근로자 3분의1, 주 4일 이상 재택 원해 영국 연구업체 원폴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1은 일주일에 4일 이상 재택근무를 원했다. 기존 방식의 사무실 출근을 원한 건 불과 9%였다. 지디넷은 퀘벡 지역 설문조사를 토대로 원격근무자의 생산성 저하는 평균 1%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데일리메일도 지난 8일 1600명 설문 결과 3분의1이 재택근무로 생산성이 나아졌다고 보도했다. 다만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립된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었고, 가사노동과 업무와 관계없는 SNS 몰두는 생산성 장애 요인으로 꼽혔다. 또 재택근무 확산을 위해서는 지역 및 직종에 따른 격차도 참작돼야 한다. 유럽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재택근무 인프라를 갖춘 지역에 사는 근로자는 약 18%이고, 고소득 국가의 재택근무 가능 근로자 비율(27%)은 저소득국가(12%)의 2배 이상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무대에서 다시 떠올리는 1980년 5월 광주

    무대에서 다시 떠올리는 1980년 5월 광주

    무대에서 시대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공연계의 시선은 5월이면 광주로 향한다. 특히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는 올해는 애초 다양하고 풍성한 기념 공연이 추진됐으나,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맞아 일부 축소·변경된 형태로 ‘5월 광주’의 넋을 기리고 한국 민주화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은 연극 `나는 광주에 없었다’를 지난 12일 예술극장1에서 개막해 18일까지 무대에 올린다.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긴박하게 흐른 광주의 시간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극장을 찾은 관객이 전남대 정문에서 시작해 완전한 고립 속에서 민주화를 위해 싸운 사람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관객 참여형 공연으로 제작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들이 40년 전 5월 광주의 중심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현장감과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여기에 고선웅 연출은 담담하면서도 통찰력 깊은 시선을 더했다. 고 연출과 극단 마방진 배우들은 작품에 진심을 담기 위해 지난 10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도 했다. 공연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거리두기 좌석제를 운영하며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문진표 작성 등도 진행한다. 지난해 12월부터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준비해 온 서울 세종문화회관은 코로나19로 해당 프로젝트를 취소하는 대신 규모를 줄여 무관중 음악회를 연다. 앞서 세종문화회관이 기획한 기념음악회 ‘오월, 부활하다’는 구스타프 말러의 부활 교향곡을 518명의 시민연주단이 오는 16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연주할 예정이었다. 공연은 16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로 장소를 옮겨 무관중 생중계로 진행된다. ‘오월에 부치는 편지’라는 표제를 붙인 이 음악회는 소프라노 오미선과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테너 신동원, 바리톤 양준모가 말러의 가곡들을 죽음과 꿈꾸는 나라, 고통의 삶, 부활 등 주제에 맞춰 한국말로 부른다. 바이올리니스트 정하나와 클라리네티스트 임형섭, 팀파니스트 황영광, 피아니스트 구자범 등이 연주에 함께한다. 연주회는 네이버 518TV와 TBS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이 밖에 서울시는 광주시와 함께 ‘오월평화페스티벌’을 무관중·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이달 말까지 무용과 음악, 문학 등 11개 문화예술 행사를 통해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음악극 ‘사랑이여’(14일), 무용극 ‘십일, 맨드라미꽃처럼 붉은’(18일) 등도 온라인으로 관객을 만난다. ‘사랑이여’는 계엄령으로 고립된 광주의 상황과 전남도청을 사수하며 주먹밥을 나눠 먹는 시민군의 모습 등을 담았다. ‘십일, 맨드라미꽃처럼 붉은’은 5·18 당시 시민군의 처절한 저항과 유족들의 슬픔 등을 몸짓으로 풀어낸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고독 연습, 함께 - 살아감의 예식

    [강남순의 낮꿈꾸기] 고독 연습, 함께 - 살아감의 예식

    1942년에 나온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은 인간이 느끼는 외로움과 고립의 감정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외로움이란 나이, 문화, 시대와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하고 씨름하는 감정이다. 또한 외로움은 개인적인 주제만이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철학적 주제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 한가운데에서 모든 뉴스가 우리의 외면 세계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외면세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내면세계다. 고립, 외로움 그리고 고독의 경험은 내면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고립 상태에 있다고 외로움 느끼는 것 아니다 나치의 반유대주의를 피해 1933년 독일에서 프랑스를 거쳐 1941년 미국으로 망명한 해나 아렌트는 1951년 유명한 ‘전체주의의 기원’이라는 책을 낸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아렌트는 이 책을 고립(isolation), 외로움(loneliness) 그리고 고독(solitude)이라는 세 개념에 대한 논의로 매듭짓는다. 자신의 정치철학의 화두를 ‘아모르 문디’ 즉 ‘세계 사랑’으로 삼았던 아렌트는 이 세계의 변화는 ‘위로부터’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즉 개인들로부터 시작한다고 본다. 그리고 고립, 외로움, 고독은 개인들의 내면세계는 물론 사회정치세계인 외면세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전체주의나 독재적 상황과는 무관한 것 같은 21세기 한국에서, 이 세 용어는 매우 개인적이기만 한 것일 뿐 사회·정치적 함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세 가지 경험은 표면적으로 보면 비슷한 것 같지만 실제로 개인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매우 다르며 ‘함께-살아감’이라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고립’은 물리적으로 혼자 있음을 나타내는 중성적인 것이기도 하고 사회정치적인 영역에서 누구와도 함께 행동할 수 없는 부정적인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외로움은 인간의 삶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데, 고립과 외로움은 다르다. 고립의 상태에 있다고 해서 모두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고립에는 창의적 고립도 있고 파괴적 고립도 있기 때문이다. 창의적 고립은 자발적이며 자신만의 작업을 하기 위해 스스로 ‘퇴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로부터의 이러한 ‘자의적 퇴거’는 세계와의 연결성을 유지하는 ‘잠정적 고립’이다. 또한 모든 고립이 외로움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외로움을 느끼지 않더라도 함께할 사람이 없기에 어떠한 행동을 취할 수 없는 상태의 고립이 있다. 즉 나의 행동에 ‘함께’ 동조하고 연대하는 사람이 없을 때의 경험이다. 공포와 두려움을 권력 유지의 무기로 삼는 정치나 종교는 개인들이 고립의 상황에 처하도록 하면서 고립감이 주는 두려움을 이용해 그들을 조종하게 된다. ●종교집단은 두려움을 도구로 맹종 ‘요구’ 외로움은 자신이 어딘가에, 누군가에, 또한 무엇인가에 속하지 않았다는 경험으로부터 야기된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나 동료 등 자신의 삶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반자의 부재’를 느낄 때 인간은 지독한 외로움을 경험한다. 외로움은 아무리 주변에 사람이 많고, 많은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진정한 교제와 소통을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여타의 관계들에 대한 기대감들이 결국 ‘공허한 기대감’이라는 자각에 이르렀을 때 외로움은 가중된다. 외로움의 경험이 줄 수 있는 가장 부정적인 측면은 바로 ‘자기 신뢰의 상실’이다. 고립의 정황이 외로움으로 이어질 때 인간은 사회정치적으로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 전체에서 두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이 외로움의 경험은 테크놀로지의 발달이나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더욱 심화되며 마치 ‘존재론적 질병’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을 고통스럽게 한다. 아렌트는 이러한 종류의 고립과 외로움은 공포와 두려움의 토대가 되며 따라서 전체주의적 국가의 본질을 이루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표면적으로 정치적 전체주의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고립과 외로움을 무기로 써서 사람들을 동원해 종교적, 정치적 선동을 하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하다. 소위 ‘태극기부대’에 동원되는 이들 또는 ‘기독교’라는 종교적 깃발 아래 신천지와 같은 종교집단에 빠지는 이들, 현 정부를 악마화하는 광화문 집회에 앉아서 선동 지휘하는 ‘지도자’의 발언에 ‘할렐루야’와 ‘아멘’의 함성을 내며 앉아 있는 이들의 경우이다. 이들은 고립이나 외로움이 아닌 ‘소속감’을 느끼게 되고 ‘함께’ 행동할 수 있는 동지가 있는 것 같은 ‘왜곡된 의식’ 속에 빠지게 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특정한 종교 집단의 문제가 표면으로 불거졌는데 그 집단만이 아니라 많은 왜곡된 종교집단들은 개인이 겪는 고립과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을 도구로 이용해 집단에 맹종하게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외로운 사람은 언제나 모든 것을 가장 최악으로 돌린다.” 종교 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말이다. 권력 지향만을 우선으로 하는 정치가나 종교 지도자는 사람들의 이러한 두려움과 공포를 권력 확장을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 사람들은 고립과 외로움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종교지도자나 정치지도자들의 선동에 빠지곤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경험하는 고립과 외로움의 경험을 창의적인 경험으로 전이할 수는 없는 것인가. 아렌트는 그것을 ‘고독’(solitude)이라고 본다. 자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면서 ‘외로움’을 ‘고독’으로 전환하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외로움과 고독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외로움이 세상이나 주변 사람들뿐 아니라 자신으로부터도 소외되는 것이라면 고독이란 ‘자기 자신과 함께 있음’의 상태이다. 동시에 이 세계와 타자와의 관계를 유지한다. 모든 사유는 바로 고독의 공간에서만이 가능하다. 고독은 ‘나와 나 자신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며 그 대화가 바로 사유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독의 공간에서의 사유란 왜 중요한가. 아렌트는 고독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비판적 사유의 중요성을 개인적 삶만이 아니라 사회정치적 문제로 연결하고 더 나아가 ‘인류에 대한 범죄’와 연결시킨다. ‘악이란 비판적 사유의 부재’라는 ‘악’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준 아렌트는, 그 ‘비판적 사유의 부재’가 바로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같은 ‘인류에 대한 범죄’를 가능하게 했다고 본다. 따라서 사유함이란 개인의 삶만이 아니라 사회정치적인 삶에서도 결정적으로 중요한 인간의 책임적 행위다. 사유를 통해 올바른 판단을 하고, 그 판단을 통해 개인적 또는 사회적 행동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유·판단·행동’의 사이클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적인 자리는 바로 ‘고독’의 시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고립감과 외로움을 ‘고독의 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한 우선적 전제조건은 자기 신뢰와 자기 사랑이다. 자기 신뢰를 통해 자신과 또 다른 자기와의 대화인 비판적 사유가 가능하게 된다. 자기 신뢰와 자기 사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타자 사랑을 할 수 없다. 고립과 외로움의 세계를 벗어나서 타자들과의 진정한 관계, 함께-살아감의 세계는 비판적 사유를 하는 개별인들에 의해 비로소 가능하다. ●넬슨 만델라는 창의적 고립인 고독으로 전환 넬슨 만델라는 사회로부터 고립된 공간인 감옥에서 27년 6개월을 살았다. 그러나 그 ‘타의적 고립’을 파괴적인 고립이 아니라 창의적 고립인 ‘고독’으로 전환한다.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 물리적으로는 세계로부터 고립돼 있었지만 그의 내면세계는 자기 자신, 타자 그리고 이 세계와 연결돼 있었다. 외적인 고립이 정신세계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자기만의 정원을 끊임없이 가꾸는 것이다. 그는 오랜 고립의 시간에 끊임없는 독서와 자기 성찰을 통해서 더 나은 세계를 향한 ‘낮꿈 꾸기’를 멈추지 않았다. 고립과 외로움이 줄 수 있는 파괴성을 넘어서서 비판적 사유와 성찰이 일어나는 ‘고독’의 시공간을 창출하면서 27년 6개월이라는 길고 긴 고립의 시간 동안 새롭게 변화된 세계에 대한 낮꿈을 일구어 내었다. 새로운 시작은 이러한 고독의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고 자기 신뢰와 자기 사랑을 지켜 내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 타자, 세계에 대한 성찰을 계속하는 것을 통해서 가능하다. 고독의 시간에 자신과 만나는 것은 타자와 ‘함께-살아감’의 중요한 토대가 되기에, 함께-살아감의 소중한 예식이다. ‘고독 연습’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이다.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5·18 없었다면, 6월 항쟁도 촛불혁명도 없었다”

    “5·18 없었다면, 6월 항쟁도 촛불혁명도 없었다”

    전남도청 앞 죽음 알고도 남았던 시민들 1980년 5월 27일 항전 시간 단위로 그려 “서로 배려해 분단 극복하는 의식 가져야”“전남도청에서 시민군들이 계엄군을 맞이할 때도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남아 있었어요. 백기를 들고 계엄군을 맞이하는 것과 한 사람이라도 남아 피에 젖은 깃발을 들고 맞이하는 것의 간극은 어디서 올까 생각했습니다.” 33년 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십오방 이야기’로 데뷔했던 정도상(60) 작가가 다시 펜대를 잡고 장편소설 ‘꽃잎처럼’(다산책방)을 낸 이유다. 소설은 5·18 최후 항전이 있었던 1980년 5월 27일 새벽, 40년 만에 그날의 전남도청을 그렸다. 11일 유튜브로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방영 중인 tvN 드라마 ‘화양연화’ 속 대사를 언급하며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질 것이 뻔하다. 왜 싸우느냐면, 우리는 쉽게 지지 않는다”는 말. 그에겐 5·18도 그랬다. 그가 다시 ‘광주’를 떠올리게 된 데는 2018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아시아문학페스티벌에 총괄집행위원장으로 참여한 경험이 컸다. 아시아문화전당 바로 앞에 있는 전남도청을 바라보면서 그의 머릿속엔 ‘왜’라는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꽃잎처럼’은 26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인 27일 오전 5시까지를 시간 단위로 쪼갰다. 도청에 남은 스물한 살 명수는 투쟁위원회의 대변인 상우의 경호원을 자처하는 인물로, 배우지 못한 설움을 극복하기 위해 야학 ‘들불’에 들어갔던 청년이다. 명수와 광주 사이에는 일종의 평행 관계가 성립한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가정과 사회에서 고립’돼 “고아 의식으로 가득 찬 삶”을 산 명수와 계엄군에 의해 포위돼 “대한민국의 고아”가 된 광주. 소설 말미에 화해의 기회를 갖는 명수를 그리며 작가는 광주가 다른 도시와 같은 보편성을 품길 희망했다. 주인공 명수를 제외하고는 등장인물 대부분이 실존 인물에 바탕을 뒀다.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부이사장인 작가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다. 현실 정치에 적극 참여 중인 그는 1980년 광주가 던지는 시사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5·18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역사에서 6월 항쟁도, 노동자 대투쟁도, 오늘날 촛불혁명까지도 불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어 덧붙였다. “5·18 지도부는 민주 정부 수립을 투쟁의 최종 목표로 삼았어요. ‘진보냐, 보수냐’처럼 이분법으로 가르는 게 아니라 서로를 배려해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민주 시민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40년 전 그 날, 광주 시민군은 왜 전남도청에 남아 있었나

    40년 전 그 날, 광주 시민군은 왜 전남도청에 남아 있었나

    “전남도청에서 시민군들이 계엄군을 맞이할 때도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남아 있었어요. 백기를 들고 계엄군을 맞이하는 것과 한 사람이라도 남아 피에 젖은 깃발을 들고 맞이하는 것의 간극은 어디서 올까 생각했습니다.” 33년 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십오방 이야기’로 데뷔했던 정도상(60) 작가가 다시 펜대를 잡고 장편소설 ‘꽃잎처럼’(다산책방)을 낸 이유다. 소설은 5·18 최후 항전이 있었던 1980년 5월 27일 새벽, 40년 만에 그날의 전남도청을 그렸다. 11일 유튜브로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방영 중인 tvN 드라마 ‘화양연화’ 속 대사를 언급하며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질 것이 뻔하다. 왜 싸우느냐면, 우리는 쉽게 지지 않는다”는 말. 그에겐 5·18도 그랬다. 그가 다시 ‘광주’를 떠올리게 된 데는 2018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아시아문학페스티벌에 총괄집행위원장으로 참여한 경험이 컸다. 아시아문화전당 바로 앞에 있는 전남도청을 바라보면서 그의 머릿속엔 ‘왜’라는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 ‘꽃잎처럼’은 26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인 27일 오전 5시까지를 시간 단위로 쪼갰다. 도청에 남은 스물한 살 명수는 투쟁위원회의 대변인 상우의 경호원을 자처하는 인물로, 배우지 못한 설움을 극복하기 위해 야학 ‘들불’에 들어갔던 청년이다. 명수와 광주 사이에는 일종의 평행 관계가 성립한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가정과 사회에서 고립’돼 “고아 의식으로 가득 찬 삶”을 산 명수와 계엄군에 의해 포위돼 “대한민국의 고아”가 된 광주. 소설 말미에 화해의 기회를 갖는 명수를 그리며 작가는 광주가 다른 도시와 같은 보편성을 품길 희망했다. 주인공 명수를 제외하고는 등장인물 대부분이 실존 인물에 바탕을 뒀다.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부이사장인 작가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다. 현실 정치에 적극 참여 중인 그는 1980년 광주가 오늘날 던지는 시사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5·18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역사에서 6월 항쟁도, 노동자 대투쟁도, 오늘날 촛불혁명까지도 불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어 덧붙였다. “5·18 지도부는 민주 정부 수립을 투쟁의 최종 목표로 삼았어요. ‘진보냐, 보수냐’처럼 이분법으로 가르는 게 아니라 서로를 배려해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민주 시민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日언론 “아베, 전직 총리 몰래 만나 퇴진시점 물어봤다” 보도

    日언론 “아베, 전직 총리 몰래 만나 퇴진시점 물어봤다” 보도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보여 온 무능하고 무책임한 모습 때문에 2012년 12월 제2차 집권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은 아베 신조 총리가 최근 당내 입지 불안과 함께 정신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아사히신문 계열 주간지 주간아사히가 최근호에서 보도했다. 11일 주간아사히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최근 자신이 속해 있는 집권 자민당 내 최대 파벌 ‘호소다파’ 출신의 전직 총리를 만나 ‘퇴임 시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아사히는 자민당 간부의 말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언론에서도 난타당하면서 아베 총리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내년 가을 자민당 총재 임기가 만료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완주가) 어렵다. 내년 여름에 올림픽이 반드시 열린다는 보증도 없다. 숙원인 헌법 개정도 코로나19로 인해 진척될 것 같지 않다. 올 연말까지는 코로나19와 경제위기 대응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 본인도 물러날 때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최근에도 같은 파벌 출신의 총리 경험자를 은밀히 만나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그 내용은 역시 퇴임 시기였던 듯하다.” 이 간부는 오랫동안 관저(총리실)를 떠받들어온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의 불협화음이 자주 보도되는 등 자칫 잘못하면 아베 총리 자신이 퇴진 압박에 내몰릴 수 있다는 불안한 심리가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대책 마련 과정에서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버젓이 일부 야당 의원들과 협력해 현금 지급, 소비세 감세 등을 요구하는 등 아베 총리가 기세등등했던 ‘아베 1강’ 시대에는 없었던 광경이 나타나고 있다. 자민당의 한 중견의원은 “아베 정권은 아무리 길어봐야 내년으로 끝“이라는 소장파 의원들의 목소리도 부쩍 커지고 있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등 일부에서 아베 총리가 내년 9월 말 임기 만료 이후 다시 총리를 할 수 있도록 현행 ‘총재(총리)직 3연임까지’로 규정하고 있는 당 내부 규정을 ‘4연임까지’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이에 대해 일찌감치 쐐기를 박으려는 것이다. 부인인 아키에의 코로나19 관련 이동자제 요청 속 지방여행 등에 대한 불만도 당내에서 분출되고 있다. 주간아사히는 “이렇게 중요한 때 아내 통제도 제대로 못한다.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추궁을 받고) 아내를 감싼 것도 볼썽사나웠다”는 자민당 의원의 말을 전했다. 주간아사히는 “아베 총리는 요즘 저녁모임도 일절 갖지 않는 가운데 관저 안에서 고립감이 두드러지고, 길게 한숨을 내쉬는 모습도 목격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그에게 ‘황혼’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듯하다”고 전망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K방역’, 장애인이 가까이하기엔 너무 멀다

    ‘K방역’, 장애인이 가까이하기엔 너무 멀다

    모든 재난이 그렇듯 코로나19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했다. 특히 활동의 제약으로 주변의 도움이 절실한 장애인들에게 코로나19 등 감염병 사태는 공포 그 이상이다. 돌봄 서비스는 한순간에 멈췄고, 사회는 대안을 곧바로 제시하지 못했다. 장애에 대한 사회의 미흡한 이해는 오히려 장애인들을 고립시켰다. 장애인들에게 코로나19는 5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떠올리게 했다. 그때도 이들은 감염병에 유난히 더 취약한 장애인들이 제때,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체계화된 매뉴얼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 그리고 다시 5년 뒤, 장애인들은 다시 코로나19라는 위기와 함께 또 다른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로 손꼽힘에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장애 당사자들과 관련 단체들은 감염병과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들이 곧바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더 큰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장애 유형별로 세세한 매뉴얼을 만들고 공유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나서기 전 스스로 대응책을 만들어 배포하고 서로 돕는 등 자구책을 만들고 있다.●메르스 때부터 매뉴얼 호소했는데··· 5년여 전인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부터 비슷한 문제는 제기돼 왔다. 당시 장애인 단체 등은 정부를 상대로 감염병 대응관리에 대한 장애인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전국적으로 메르스가 확산됐을 때 장애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대응지침으로 정부가 장애인의 생명권을 침해했고, 그 책임을 정부에 묻겠다는 취지다. 법원 역시 정부가 장애를 고려한 감염병 기본 계획 및 표준 매뉴얼을 제작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당시 정부 측은 ‘별도 지침이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최소한 그때 매뉴얼이 마련됐다면,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이렇게까지 장애인 대책이 부족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변재원 정책국장 역시 “메르스 때부터 전장연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감염병 매뉴얼을 만들어 달라고 진정도 냈었다”면서 “장애인 관련 관리지침 면에서 메르스 때부터 교훈을 얻을 기회가 분명히 있었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와 장루·요루장애 등 중복장애를 갖고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강모(29)씨 역시 “5년 전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최근 강씨는 요로감염으로 발열 증세가 나 병원을 갔더니 바로 선별진료소로 보내져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강씨는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1m 거리에서는 사람 얼굴을 식별하지 못하는 등 타인의 보조가 절실한 상황이었음에도 제대로 된 활동지원이나 이와 관련한 정보 제공은 이뤄지지 않았다. 동사무소 등에서는 “민간기관인 병원이 자가격리를 하라고 해 공적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강씨는 “메르스 때도 요로감염으로 인한 발열임에도 선별진료소부터 보내져 병원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내가 가진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민간단체가 먼저 코로나19 선제 대응 결국 5년이 지난 코로나19 사태 때도 정부보다 민간단체와 당사자들이 먼저 움직였다. 그중 하나는 매뉴얼을 만드는 일이었다. 전 정책국장은 코로나19 장애인 확진자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대응 매뉴얼 등을 만들었다. 장애인 확진자가 발생하면, 병원에 즉시 입원시켜야 하며 생활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별도의 지정 병동·병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매뉴얼은 보건복지부에 “수정·보완만 해 활용해 달라”며 전달했지만, 아직 답은 받지 못했다. 전 정책국장은 “이번에도 장애인 확진자가 발생하자 의료인들조차 어떤 매뉴얼을 토대로 장애인들을 돕고, 의사소통해야 하는지 답답해했다”고 했다. 특히 자신의 상황도 정확히 인지하기 어려운 발달장애 등을 갖고 있는 장애인들의 경우에는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뇌성마비와 발달장애를 함께 갖고 있는 한 장애인 확진자 A씨는 병원에 입원하고도 생활지원 인력이 병원에 갖춰져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A씨를 돕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활동지원사가 A씨를 끝까지 옆에서 돌봐 줘야만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전 정책국장은 “최소한 코로나19와 관련해 장애인 지정 병원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대구시에도 입장을 전달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돌봄 공백도 민간이 먼저 나서 채웠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하루 아침에 시설 밖 장애인들은 일상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됐다. 장애인들은 보통 주간에는 복지관에서 주간 활동서비스를 받고, 밤이나 아침에는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주간보호 체계가 일시적으로 사라졌고, 초반 활동지원사 사용 시간에 대한 제약도 해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안을 바로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대구에서는 부족한 활동지원사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민간단체인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나섰다. 전 정책국장은 “모집 과정에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졌고, 이후 이를 시가 벤치마킹해 지금은 공적 체계 안에서 인력을 충원하게 됐다”고 했다. 전 정책국장은 “결국 젊은 활동가들이 먼저 나서 장애인들을 돕게 됐다. 전염병 상황에서는 보건 대체 인력을 파견한다는 등의 최소한의 국가 매뉴얼이 있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돌아봤다.●직접 전 세계 대응 가이드라인 번역·공유도 장애인 이동권 콘텐츠를 제작해 온 협동조합 ‘무의’의 김건호(27) 이사는 최근 세계 각국의 장애인을 위한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모은 ‘액세스코비드19닷컴’(accesscovid19.com)을 만들었다. 스키를 타다 다쳐 하반신이 마비돼 10년 전부터 휠체어를 타고 있는 김씨는 지금까지 해당 웹사이트에 미국·뉴질랜드 등 11개국과 유엔 등 6개 국제기구의 약 60여 가지 가이드라인 등을 올렸다. 각 가이드라인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7개 나라 언어로 번역돼 있다.이 프로젝트의 시작에는 김씨의 경험이 있었다. 미국 뉴욕에서 일하던 김씨는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자 3월 말 한국으로 귀국했다.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를 해야 했지만 구청이나 시청에서는 “우리 관할이 아니라 더 상위 기관에 연락해 보라”는 답만 돌아왔다. 그때 처음 휠체어 사용자와 관련한 지침이 우리나라에 마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김 이사는 “드라이브스루식 검사를 받으려면 장애인이 혼자 운전해 와야 하는 등 현실적이지 않은 대안들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2~3일 정도 기다린 뒤 적절한 조치를 해 주었지만, 체계화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다른 나라의 가이드라인을 찾아 공유하게 됐다”고 했다.김 이사는 “일반 사람들은 장애인을 한 가지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발달장애, 청각장애, 지체장애 등 여러 부류의 장애인들이 있기 때문에 일괄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없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가장 좋은 예시는 뉴질랜드였다. 그는 “뉴질랜드 가이드라인에는 장애 및 상황별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세세하게 적혀 있다. 여러 장애 단체와 논의를 하고, 장애인 당사자들의 피드백도 받는 등의 과정을 빠르게 거쳐 적절한 대응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무의 측은 외국의 모범 사례를 한국 상황에 맞게 변형해 장애유형별 검사방법이나 도움을 받는 방법, 감염 시 대응법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제안을 지자체 등에 할 계획이다. 김 이사는 이 프로젝트를 전 세계적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첫걸음은 구글이 최근 개설한 코로나19 관련 웹사이트에 장애인을 위한 가이드라인 섹션을 신설하도록 하는 것이다. 구글의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해시태그(#) 캠페인도 시작한다. 그는 “구글이 먼저 나선다면 각 나라들도 영향을 받아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면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한국이 선도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국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코로나19 K-방역 훌륭하다는데···장애인 위한 가이드라인은 왜 없나요

    코로나19 K-방역 훌륭하다는데···장애인 위한 가이드라인은 왜 없나요

    시급한 장애인 위한 감염병 가이드라인 모든 재난이 그렇듯 코로나19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했다. 특히 활동의 제약으로 주변의 도움이 절실한 장애인들에게 코로나19 등 감염병 사태는 공포 그 이상이다. 돌봄 서비스는 한순간에 멈췄고, 사회는 대안을 곧바로 제시하지 못했다. 장애에 대한 사회의 미흡한 이해는 오히려 장애인들을 고립시켰다. 장애인들에게 코로나19는 5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떠올리게 했다. 그때도 이들은 감염병에 유난히 더 취약한 장애인들이 제때,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체계화된 매뉴얼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 그리고 다시 5년 뒤, 장애인들은 다시 코로나19라는 위기와 함께 또 다른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로 손꼽힘에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장애 당사자들과 관련 단체들은 감염병과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들이 곧바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더 큰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장애 유형별로 세세한 매뉴얼을 만들고 공유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나서기 전 스스로 대응책을 만들어 배포하고 서로 돕는 등 자구책을 만들고 있다. ‘메르스 때부터 매뉴얼 만들어 달라 호소했는데···’ 5년여 전인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부터 비슷한 문제는 제기돼 왔다. 당시 장애인 단체 등은 정부를 상대로 감염병 대응관리에 대한 장애인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전국적으로 메르스가 확산됐을 때 장애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대응지침으로 정부가 장애인의 생명권을 침해했고, 그 책임을 정부에 묻겠다는 취지다. 법원 역시 정부가 장애를 고려한 감염병 기본 계획 및 표준 매뉴얼을 제작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당시 정부 측은 ‘별도 지침이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최소한 그때 매뉴얼이 마련됐다면,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이렇게까지 장애인 대책이 부족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변재원 정책국장 역시 “메르스 때부터 전장연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을 위한 감염병 매뉴얼을 만들어 달라고 진정도 냈었다”면서 “장애인 관련 관리지침 면에서 메르스 때부터 교훈을 얻을 기회가 분명히 있었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와 장루·요루장애 등 중복장애를 갖고,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강모(29)씨 역시 “5년 전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최근 강씨는 요로감염으로 발열 증세가 나 병원을 갔더니 바로 선별진료소로 보내져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강씨는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1m 거리에서는 사람 얼굴을 식별하지 못하는 등 타인의 보조가 절실한 상황이었음에도 제대로 된 활동지원이나 이와 관련한 정보 제공은 이뤄지지 않았다. 동사무소 등에서는 “민간기관인 병원이 자가격리를 하라고 해 공적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강씨는 “메르스 때도 요로감염으로 인한 발열임에도 선별진료소부터 보내져 병원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내가 가진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민간단체가 코로나19 선제 대응 결국 5년이 지난 코로나19 사태 때도 정부보다 민간단체와 당사자들이 먼저 움직였다. 그중 하나는 매뉴얼을 만드는 일이었다. 전 정책국장은 코로나19 장애인 확진자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대응 매뉴얼 등을 만들었다. 장애인 확진자가 발생하면, 병원에 즉시 입원시켜야 하며 생활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별도의 지정 병동·병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매뉴얼은 보건복지부에 “수정·보완만 해 활용해 달라”며 전달했지만, 아직 답은 받지 못했다. 전 정책국장은 “이번에도 장애인 확진자가 발생하자 의료인들조차 어떤 매뉴얼을 토대로 장애인들을 돕고, 의사소통해야 하는지 답답해했다”고 했다. 특히 자신의 상황도 정확히 인지하기 어려운 발달장애 등을 갖고 있는 장애인들의 경우에는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뇌성마비와 발달장애를 함께 갖고 있는 한 장애인 확진자 A씨는 병원에 입원하고도 생활지원 인력이 병원에 갖춰져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A씨를 돕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활동지원사가 A씨를 끝까지 옆에서 돌봐 줘야만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전 정책국장은 “최소한 코로나19와 관련해 장애인 지정 병원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대구시에도 입장을 전달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고 했다.코로나19로 인한 돌봄 공백도 민간이 먼저 나서 채웠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하루 아침에 시설 밖 장애인들은 일상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됐다. 장애인들은 보통 주간에는 복지관에서 주간 활동서비스를 받고, 밤이나 아침에는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주간보호 체계가 일시적으로 사라졌고, 초반 활동지원사 사용 시간에 대한 제약도 해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안을 바로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대구에서는 부족한 활동지원사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민간단체인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나섰다. 전 정책국장은 “모집 과정에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졌고, 이후 이를 시가 벤치마킹해 지금은 공적 체계 안에서 인력을 충원하게 됐다”고 했다. 전 정책국장은 “결국 젊은 활동가들이 먼저 나서 장애인들을 돕게 됐다. 전염병 상황에서는 보건 대체 인력을 파견한다는 등의 최소한의 국가 매뉴얼이 있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당사자가 직접 전 세계 코로나19 대응 가이드라인 번역해 공유도장애인 이동권 콘텐츠를 제작해 온 협동조합 ‘무의’의 김건호(27) 이사는 최근 세계 각국의 장애인을 위한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모은 ‘액세스코비드19닷컴’(accesscovid19.com)을 만들었다. 스키를 타다 다쳐 하반신이 마비돼 10년 전부터 휠체어를 타고 있는 김씨는 지금까지 해당 웹사이트에 미국·뉴질랜드 등 11개국과 유엔 등 6개 국제기구의 약 60여 가지 가이드라인 등을 올렸다. 각 가이드라인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7개 나라 언어로 번역돼 있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에는 김씨의 경험이 있었다. 미국 뉴욕에서 일하던 김씨는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자 3월 말 한국으로 귀국했다.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를 해야 했지만 구청이나 시청에서는 “우리 관할이 아니라 더 상위 기관에 연락해 보라”는 답만 돌아왔다. 그때 처음 휠체어 사용자와 관련한 지침이 우리나라에 마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김 이사는 “드라이브스루식 검사를 받으려면 장애인이 혼자 운전해 와야 하는 등 현실적이지 않은 대안들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2~3일 정도 기다린 뒤 적절한 조치를 해 주었지만, 체계화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다른 나라의 가이드라인을 찾아 공유하게 됐다”고 했다.김 이사는 “일반 사람들은 장애인을 한 가지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발달장애, 청각장애, 지체장애 등 여러 부류의 장애인들이 있기 때문에 일괄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없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가장 좋은 예시는 뉴질랜드였다. 그는 “뉴질랜드 가이드라인에는 장애 및 상황별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세세하게 적혀 있다. 여러 장애 단체와 논의를 하고, 장애인 당사자들의 피드백도 받는 등의 과정을 빠르게 거쳐 적절한 대응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무의 측은 외국의 모범 사례를 한국 상황에 맞게 변형해 장애유형별 검사방법이나 도움을 받는 방법, 감염 시 대응법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제안을 지자체 등에 할 계획이다. 김 이사는 이 프로젝트를 전 세계적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첫걸음은 구글이 최근 개설한 코로나19 관련 웹사이트에 장애인을 위한 가이드라인 섹션을 신설하도록 하는 것이다. 구글의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해시태그 (#DisabilityMattersGoogle) 캠페인도 시작한다. 그는 “구글이 먼저 나선다면 각 나라들도 영향을 받아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면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한국이 선도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국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전북의 ‘닥공’은 어디로 갔을까

    전북의 ‘닥공’은 어디로 갔을까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닥공(닥치고 공격)’은 어디로 갔을까.전북은 지난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K리그1 2020시즌 개막전에서 1-0으로 가까스로 이겼다. 후반 38분 이동국의 결승골이 아니었다면 코로나19 사태 전에 치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포함해 3경기 연속 무승에 그칠 뻔했다. 전반 중반부터 수원에 크게 우세한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골로 연결되는 위협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훵해진 옆구리의 공백이 더 커 보인다. 문선민은 군에 입대해 상주 상무 유니폼을 입었고, 로페즈는 상하이 상강(중국)으로 이적했다. 이들의 공백은 사실 시즌 전부터 불안 요소로 꼽혔다. ‘비프로일레븐’의 개막전 분석 자료가 수치로 증명한다. 플레이메이커 이승기에 이어 왼쪽날개 무릴로, 오른쪽 풀백 이용 순으로 공을 많이 잡았다. 그러나 공은 득점 지역보다 다시 중앙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전북은 5명의 미드필더가 중원을 두텁게 했는데, 공·수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김보경과 동선이 겹쳐졌다. 그러다보니 최전방의 조규성은 고립됐다. 크로스 성공률은 27%에 불과했다. 되레 56%의 수원보다 낮았다. 리그 4연패를 노리는 전북이 뜻을 이루기 위해선 무뎌진 측면의 날을 예리해져야 한다.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A급 측면 자원’을 수혈하는 게 가장 확실한 해결 방법이지만, 경기 수가 27라운드로 크게 줄었기 때문에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울산 현대에서 돌아와 원래 친정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지난해 최우수선수(MVP)이자 ‘베테랑’ 김보경의 자리매김이 시급한 이유다. 전북은 올 시즌 2선 자원은 많다. 하지만 한교원을 제외하면 스피드와 돌파력을 갖춘 자원이 부족하다. 2, 3선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김보경은 지금까지는 중앙이 익숙하긴 하지만 왼발잡이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윙어로의 역할이 지금은 더 필요하다. 이건 확실한 포지션과 전술적 역할을 맡기고 꾸준히 신뢰를 주는 코칭 스태프의 몫이다. 김보경이 얼마나 빨리 전북의 축구에 다시 녹아드느냐가 4연패를 저울질하는 전북의 시즌 초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기재부 차관 “1인 가구 위협받아 대책 필요…리쇼어링도 주목”

    기재부 차관 “1인 가구 위협받아 대책 필요…리쇼어링도 주목”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8일 “1인가구의 생애주기와 생활기반별로 마련된 정책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심도깊게 논의하고 보완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세계 공급망의 불확실성으로 리쇼어링(제조업체의 국내 귀환)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언택트 문화 확산 여파로 세상과 연결고리가 취약한 1인가구의 사회적 고립감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걸음 모델 추진계획, 1인 가구 정책 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 코로나19 주요 분야별 정책대응 추진현황 및 홍보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김 차관은 “최근에는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조정이 1인가구의 비중이 높은 임시일용직,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중심으로 이뤄져 경제적 삶의 기반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구·사회구조적 변화에 대한 대응은 결코 1회성 대책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면서 “관계부처와 민간 전문가 지혜를 모아 범정부·범국가 차원의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신사업 도입을 위한 사회적 타협메커니즘인 ‘한걸음 모델’의 구축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김 차관은 “4차 산업혁명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신산업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상생에 기반해 혁신을 촉진하는 방안을 조속한 시일 내에 확정해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김 차관은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0여년의 장기추세를 하회했던 세계교역량은 올해 더욱 급격한 역성장이 전망된다”면서 “세계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증가함에 따라 리쇼어링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발생 확률이 낮지만, 한번 나타나면 큰 충격을 주는 블랙스완이 상용어처럼 사용되고 있다”면서 “절대로 불가능한 상황을 의미하는 스스로 빛을 내는 네온스완도 이제는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사설] 문재인 정부 3년, 위기를 낭비하지 말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3주년을 맞는다. 42.195㎞의 마라톤으로 치면 반환점을 돌아 25㎞ 지점을 달리는 셈이다.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를 성공적으로 막아 낸 덕분에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60%에 이른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 3주년 지지율 가운데 으뜸이다. 21대 총선에서 여당의 압승으로 입법부도 큰 힘이 될 테니 남은 임기 2년을 뛰어가는 문 대통령의 발걸음이 한껏 가벼울 것도 같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언급했듯 지금은 ‘코로나발 경제 전쟁’ 상황이다. 자고 일어나면 뭉텅뭉텅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산·소비·투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열렸다. 이러한 시국에 문재인 정부는 국난 극복의 실력을 보여 줘야 한다. 코로나19 방역을 교과서적으로 하던 중 한국은 ‘얼떨결에 미래에 불시착’한 상황이 됐다. 대부분의 국가가 지역사회를 봉쇄한 상황에서 한국만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기대어 제한적인 경제활동도 가능했고, 총선도 예정대로 치렀으며, 무관중 야구경기도 하는 유일무이한 나라가 됐다. 코로나발 위기를 낭비하지 말고 제대로 대응한다면 전혀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에 도달할 수도 있다. 남은 임기 동안 명운 걸고 위기 물리쳐야 지금 문재인 정부의 운명은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와 닮은꼴이다. 김대중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라는 국난의 시기에 텅 빈 국고를 안고 시작했다. 이후 2년 만에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놀라운 기적을 보여 줬다. 물론 김대중 정부만의 공이라기보다 ‘금모으기 운동’ 등에 동참한 국민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 희생을 기꺼이 감내한 덕분이었다. 국민의 그런 저력이 있기에 이번 코로나19 대응 역시 세계사적으로 길이 남을 방역 모범사례로 꼽히는 것 아니겠는가.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제시했듯 국민을 하나로 통합해 명운을 걸고 코로나발 위기에 대응한다면 그 어떤 난관도 능히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러자면 슈퍼 여당으로서 권력남용의 유혹을 최우선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특히 개헌 같은 민감한 이슈는 조심스럽게 다뤄야만 한다. 개헌을 앞세워 국론을 분열시켜 국력을 낭비할 만큼 지금 상황은 한가롭지 않다.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의 실패는 과반인 여당 내부에서 의견을 통합하지도 못한 채 국가보안법 폐지와 같은 이념적 정책까지 ‘4대 악법 개혁’에 묶어 처리하려고 했던 탓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슈퍼 여당이 어떻게 활동하느냐에 따라 축복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긴밀하게 협의하며 세밀하게 조정한 정책을 시행해 가야 한다. ‘한국형 뉴딜’로 ‘포스트 코로나’ 대비해야 앞으로 맞게 될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의 연속일 것이다. 국제적인 고립주의 확산으로 우리의 수출주도 경제에는 벌써 암운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정부는 데이터·5G·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집중 육성, 국가기반시설(SOC) 디지털화 등 ‘한국형 뉴딜’로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산업을 발굴·육성하겠다는 복안인데 적절한 방향 설정이라고 본다. 다만 신산업 육성은 규제개혁이 병행돼야 하는 만큼 국회와 협조해 관련법을 발 빠르게 정비해야 할 것이지만, 이런 규제개혁이 취약계층을 실업 등의 위험에 내몰지 않도록 경계하길 바란다. 문 대통령이 3년 전 취임 직후 하달한 1호 문건에는 ‘일자리 확충에 전력투구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대선 제1공약 역시 일자리 확대였다는 사실을 국민은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3년이 지난 지금 문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두는 정책은 여전히 일자리 확충이다. 지난 3월 한 달간 일자리 19만 5000개가 사라졌다. 고용유지와 일자리 창출이 문재인 정부 성공 여부를 가를 수밖에 없게 됐다. 또한 재정의 과감한 투입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심기일전 각오로 ‘부분 개각’ 고민해 보길 북미 간 하노이 노딜 이후 1년 넘게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북미 비핵화협상의 진전과 남북관계 개선은 남은 임기 동안 문 대통령을 괴롭힐 가장 큰 숙제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연초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요청하고 보건 및 방역 협력 등을 지속적으로 제안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본다. 김 위원장이 진정으로 ‘온 겨레의 열망’을 잊지 않았다면 2년 전 판문점 선언의 정신으로 돌아와 문 대통령 제안에 진정성 있게 호응해야만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갈 길이 훨씬 짧아졌다. 남은 2년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는 출범 때 약속했던 5대 국정목표, 100대 국정과제의 완수에 총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청와대는 최근 개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전대미문의 국난 속에서 심기일전의 각오를 다지기 위해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교체와 같은 ‘부분 개각’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코로나 대응 국제공조 회의 쏙 빠진 美…“백신·치료제 쟁탈전 땐 전 세계에 재앙”

    코로나 대응 국제공조 회의 쏙 빠진 美…“백신·치료제 쟁탈전 땐 전 세계에 재앙”

    트럼프 “유럽회의 서약”으로 평가절하 ‘자국 우선주의’로 주변국과 갈등 이어가 멀린다 “코로나 어디나 침투… 협력 필요”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주요 20개국(G20) 의장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4일(현지시간) 공동 주최한 ‘코로나19 국제적 대응 약속 온라인 회의’에 유럽과 미주,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에서 30여개국과 자선사업가들이 온라인으로 참여해 코로나19 예방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거액의 재정 지원을 선뜻 약속했다. 하지만 미국은 별다른 이유 없이 불참했다. 이를 두고 영국 가디언은 “이번 모금이 전 세계적으로 이뤄졌음에도 미 국무부는 환영 성명에서 ‘유럽회의 서약’이라고 평가절하했다”고 꼬집었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의 리더’라는 위상을 내려놓으려는 모습을 자주 내비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 국면에서 국제 공조를 이끌기보다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주변국, 국제기구 등과 수차례 갈등을 빚었다. 코로나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비난하고 중국 편을 든다며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미국인만을 위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도록 독일 제약사 큐어백 인수를 시도하다 독일 정부의 반대에 부딪혔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마당에 미국은 이날 행사에 아무런 이유를 밝히지 않고 불참해 고립주의 성향을 재확인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때문에 코로나19 피해가 커지고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 개발과 배포를 둘러싼 경쟁을 글로벌 쟁탈전으로 만들어 빈국이 뒤처지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약탈적 이익 추구는 큐어백 인수에서 확인됐다. 폴리티코는 “백신에서 그런 상황이 빚어진다고 상상해 보라”며 “확산 사태가 길어지고 취약 국가들이 초토화돼 보건 위기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했다. 빌&멀린다게이츠재단의 멀린다 게이츠도 “백신을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 왔을 때 최고액 입찰자에게 이용권이 돌아간다면 전 세계에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어디에나 침투할 수 있다는 게 바로 국제협력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韓, 코로나 백신 개발에 600억원

    韓, 코로나 백신 개발에 600억원

    中, 금액 안 밝혀… 美·러는 아예 빠져한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국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예방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거액을 쾌척했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고립주의 성향을 보여 온 미국과 러시아는 불참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세계 30여개국과 자선사업가들은 4일(현지시간) 3시간 동안 열린 ‘코로나19 국제적 대응 약속 온라인 회의’를 통해 74억 유로(약 9조 9148억원)를 내놨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행사 직후 “불과 몇 시간 만에 약속이 이뤄졌다”며 “전례 없는 국제협력이 가동되는 데 힘이 붙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오늘은 국제적 약속 마라톤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는 EU 집행위원회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노르웨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일본이 공동 주최한 모금 행사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은행이 공동 구성한 ‘전세계준비태세감시위원회’(GPMB)가 추산한 자금 부족분 75억 유로 모금이 목표였다. EU 집행위는 10억 유로, 노르웨이 10억 달러(약 1조 2255억원), 독일 5억 2500만 유로, 프랑스 5억 유로, 영국 3억 8800만 파운드(약 5899억원)를 각각 약속했다. 한국도 5000만 달러를 출연했다. 빌&멀린다게이츠재단의 공동 창립자인 멀린다 게이츠도 1억 달러, 팝스타 마돈나도 110만 달러를 기부했다.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은 지원에 동참하겠다고 밝혔을 뿐 금액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코로나19’ 이후 관광객 98% 급감...3명 중 1명 실직 상태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코로나19’ 이후 관광객 98% 급감...3명 중 1명 실직 상태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미국의 50번 째 주 하와이의 모습이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섬을 찾아오는 방문객의 급감이다. 하와이는 미국 최대 규모의 관광도시로 연평균 약 998만 명에 달하는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1천 만 명이 넘는 외부 유인 방문객을 기록, 약 21조 8700억 원에 달하는 관광 수익을 벌어들인 바 있다. 때문에 하와이 주에서 매년 창출되는 수익의 약 28%가 관광업에 기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의 수입원은 빅 아일랜드와 하와이 섬 등에 정박 중인 미군의 아시아 태평양 사령본부에서 창출되는 군사 경제에 의존했다.그런데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불과 4개월 만에 관광객 수가 급감했다. 최근 주 정부의 집계에 따르면,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장기화로 하와이를 찾아오는 관광객의 수가 약 98%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주민이동제한령’이 내려지기 이전이었던 지난 3월 기준 섬을 찾아온 외부 관광객의 수는 일평균 2~3만 명에 달했다. 실제로 지난 3월 14일 기준 ‘호놀룰루 대니얼 K. 이노우에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여행자는 2만 8288명을 기록했다. 당일은 데이비드 이게 주지사가 하와이 방문객에 대한 14일 격리와 관련한 자체적인 검역 강화 계획을 공개한 날이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뒤인 3월 20일 하와이 주를 찾아온 방문객의 수는 808명에 그쳤다. 약 일주일 전과 비교해 무려 98%의 관광객이 급감한 수치였다.이 같은 관광객 급감 현상은 4월에 접어들면서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토요일 당일 기준 하와이를 찾아온 외부 관광객의 수는 단 100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관광업을 기반으로 한 하와이 주의 경제 사정은 그야말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주 정부가 공개한 ‘전염병 사태와 하와이 주 경제 상황’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하와이 주민 3명 중 1명이 실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실업률은 대공황 시기 미국 본토의 실업 수준을 크게 넘어선 것이라고 현지 유력 언론 ‘뉴스나우’는 보도했다. 특히 ‘주민이동제한령’이 이달 30일까지로 1개월 추가 연장되면서, 이 시기 주민들이 고립감과 불안감 등의 악순환에 봉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와이 대학교 글로벌 보건학 크리스틴 쿠레시 부학장은 “지역 주민들은 현재 사회적인 고립감이라는 심리적인 공포감과 식료품 부족이라는 현실적 문제에 봉착한 상태”라면서 “이 문제로 인해 주민들의 생활 수준은 날이 갈수록 저하되고 이로 인해 결국 불안감 고조는 더욱 어려운 고난 상태에 이르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크리스틴 쿠레시 부학장은 “특히 다수의 주민들이 4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준비되지 않은 실직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집 안에 강제 격리된 상태로 가족들과 갈등이 고조되는 등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가 하와이 다수의 가정에 경제적인 재앙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 하와이 주 정부와 지역 커뮤니티는 코로나19 확진 감염자 뿐 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의 심리적 고립감과 식료품 부족 문제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한편,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저소득층과 독거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한 긍정적인 움직임도 목격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퍼스트 하와이안 뱅크’(First Hawaiian Bank)는 일명 ‘Aloha for Hawaii’라는 명칭의 캠페인을 진행, 약 5만 달러의 기금을 지원했다. 퍼스트 하와이안 뱅크는 지난 1858년 설립된 하와이 원주민 자본을 기반으로 한 이 지역 최초의 은행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지원한 5만 달러는 이 지역 소재의 식당 10곳에 우선 전달됐다. 기금을 전달받은 현지 식당 운영주들을 약 6800명의 저소득층 독거노인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해오고 있다. 60세 이상의 독거노인 중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법적, 제도적 장치 탓에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한 이들이 주요 수혜자들로 알려져 있다. 해당 행사는 9일 시작, 무료 식사 지원을 받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특히 현지 주민들 가운데 ‘퍼스트 하와이안 뱅크’ 발행 카드를 사용하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현지 식당에서 음식을 구매하거나 온라인 결제 등의 방식으로 해당 캠페인에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은행 측은 카드 사용자 등에게 전달받은 후원금은 Aloha for Hawaii 기금에 공식적으로 기부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이 뿐만이 아니다.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민들의 움직임은 섬 곳곳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최대 규모의 실내 쇼핑몰로 알려진 ‘알라모아나’(Alamoana) 쇼핑센터에서는 매주 한 차례씩 대규모 식품 배부 지원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와 현지 주민들의 자원봉사로 운영 중인 식료품 배포 행사는 드라이브 스루 형식으로 운영, 매주 행사마다 총 3km가 넘는 길 자동차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식빵, 쌀, 우유, 계란 등 필수 식료품을 전달받기 위해 행사 당일 오전부터 알라모아나 센터 주차장 인근부터 다운타운으로 이어지는 길목까지 긴 자동차 행렬이 줄을 선 것을 목격할 수 있는 것. 특히 식료품 배포 행사를 진행하는 모든 인원은 주민들의 자원봉사로만 운영된다. 이 같은 주민들의 움직임 덕분에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호놀룰루=임지연 통신원 808ddongcho@gmail.com  
  • “환자 두고 떠나가는 패잔병, 할 수 있는 게 기도뿐입니다”

    “환자 두고 떠나가는 패잔병, 할 수 있는 게 기도뿐입니다”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치료·격리할 목적으로 지난달 1일 개소한 14개 생활치료센터가 30일 모두 해산한다. 경증 환자 3025명이 입소해 2957명(완치율 97%)이 퇴소했으며 의료진 등 누적 관리자가 1611명에 이른다. 전국에서 가장 처음 문을 연 대구 중앙교육연수원 생활치료센터도 이날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다. 이곳에서 60일간 간호조무사로 봉사한 유동훈(39)씨는 29일 서울신문에 편지를 보냈다. 지난달 10일에 이은 두 번째 편지에서 그는 자신을 ‘패잔병’이라 표현했다. 완치 판정을 받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옮겨 가는 환자들이 마음에 걸려서다. 그는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기도밖에 없음을 못내 아쉬워했다.대구는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지난 3월 1일부터 일했으니 이제 60일째입니다. 고민하지 않고 이곳에 지원했지만, 의료진 감염 소식에 걱정이 앞선 것도 사실입니다. 개소 직후 들어오던 수많은 구급차 행렬은 잊지 못할 겁니다. 대구에 오기 전엔 환자들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외딴곳에 내려와 환자들이 먹는 도시락을 먹으며 같은 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오랜 격리 생활에 지친 환자들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저 역시 고립감과 불안감 등으로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그렇게 함께 고생한 환자들이 완치돼 의료진에게 감사 편지를 남기고 떠날 때 위안과 기쁨을 받았습니다. 환자 증상은 다양했습니다. 오랜 격리 생활로 불안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았습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고령자, 기저질환자분들은 긴장하고 더 살펴야 했습니다. 새벽에 갑자기 통증이 있으면 항상 방호복을 입고 달려갔던 기억이 납니다.잊지 못할 환자가 많습니다. 코로나 환자 이송 업무를 하다가 감염돼 입소한 구급대원이 있었습니다. 항상 표정이 밝아 보는 사람들을 더 안타깝게 했습니다. 요양병원 간병사도 있었습니다. 간호사, 간호조무사로 일하다가 확진돼 오신 분들을 보면 막중한 책임감이 들었습니다. 치료 후 사회로 복귀해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고용불안 문제 때문입니다. 2년간 공무원 준비했던 한 남성은 코로나19로 일주일 정도 다닌 회사에서 해고됐습니다. 실업급여 대상도 아니어서 살길이 막막하다고 합니다. 진심으로 위로했지만 근본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돌아갈 직장이 있는 분들도 회사에서 낙인찍혔다며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대구의 누적 완치자가 6000명대에 이릅니다. 다른 생활치료센터들은 속속 문을 닫았습니다. 다른 센터가 문 닫을 때마다 제가 있는 센터로 환자가 몰렸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와 이곳의 현실이 달라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점차 고립돼 낙오된 보병과 같았습니다. 코로나19 진료에 참여한 수많은 의료진이 겪었을 정신적인 고통에 공감합니다. 이곳도 이제 해산합니다. 적은 숫자이지만 아직도 병이 낫지 않은 분들이 있습니다. 고생하신 분들을 집으로 보내 드리지 못하고 저는 패잔병처럼 서울로 돌아갑니다. 이제는 기도밖에 해줄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외딴 이곳까지 기부 물품을 보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불편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꼭 지켜 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이영실 서울시의원 “안전취약계층의 생명·재산 등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해야”

    이영실 서울시의원 “안전취약계층의 생명·재산 등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해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영실 의원(더불어민주당, 중랑1)이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29일 제293회 임시회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의원은 “독거노인, 저소득자, 장애인, 어린이 등의 경우 재난 및 각종 사고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없어 안전에 취약한 계층”이라며 “이들에게 재난 및 사고대비를 위한 지원을 위해 ‘서울특별시 재난 및 안전관리 조례’를 통해 이들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조례 내용상에는 안전취약계층 대상이 일치되지 않아, 조례에 대한 시민 신뢰 등을 위해 지원 대상을 통일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제안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안 제2조제12호 안전취약계층에 대한 구체적 정의를 규정하고 안 제57조제1항에서 제3항까지 안전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대상을 ‘안전취약계층’으로 통일했다. 이와 더불어 이 의원은 이번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에서 스마트 약상자·IoT기술을 활용한 고독사 예방사업을 원활히 추진해 고독사 예방 및 사회적 고립가구 발굴에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코로나19의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고충을 듣고 장기화로 인한 피로누적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제 할 건 기도밖에”…생활치료센터 마지막날 자원봉사자가 보내온 편지

    “이제 할 건 기도밖에”…생활치료센터 마지막날 자원봉사자가 보내온 편지

    대구 생활치료센터 30일 완전 해산첫날부터 자원봉사 지원한 유동훈씨지난 10일 이후 두 번째 편지 보내와코로나19 진정에 기쁘지만미완치 환자 볼 때 안타까움 더해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가 지난 3월 1일 설립된 이후 4월 30일을 끝으로 해산한다. 설립된 지 꼭 60일 만이다.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치료·격리할 목적으로 대구 중앙교육연수원에 처음으로 센터가 설립된 이후 14개 센터가 추가로 설립·운영됐다. 경증 환자 3025명이 입소해 2957명(완치율 97%)이 퇴소했으며, 의료진 등 누적 종사자는 1611명에 이른다. 중앙교육연수원에 센터가 마련됐을 때부터 간호조무사로 자원봉사를 한 유동훈(39)씨가 해산을 맞아 29일 서울신문에 편지를 보내왔다. 지난달 10일 이후 두 번째 편지에서 그는 자신을 ‘패잔병’이라 표현했다. 완치 판정을 받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는 환자들이 마음에 걸려서다. 그는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기도밖에 없음을 아쉬워했다. 대구는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지난 3월 1일부터 일했으니 이제 60일째입니다. 고민하지 않고 이곳에 지원했지만, 의료진 감염 소식에 걱정이 앞선 것도 사실입니다. 이곳이 세계 최초의 생활치료센터라는 점 때문에 언론의 관심이 높아 행동 하나하나가 부담스러웠습니다. 개소 직후 들어오던 수많은 구급차 행렬은 잊지 못할 겁니다.과거에 병원에서 일할 땐 환자들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외딴곳에 내려와 환자들이 먹는 도시락을 먹으며 같은 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오랜 격리 생활에 지쳐 있는 환자들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저 역시 고립감과 불안감 등으로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우리 의료진은 환자들과 가장 밀접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혈압을 재고 체온을 재며 투약 업무 등 늘 환자와 가까이 있었습니다. 다른 불편한 증상이 있을 때도 의사 지시 하에 관찰하고 보고하고, 환자에 관련된 모든 걸 살피며 지내왔습니다. 계속되는 유전자 증폭(PCR) 검사 때도 들어가 의료진을 돕고, 검체 포장 등 잡다한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함께 지내온 환자들이 완치해 우리에게 감사 편지를 남기고 떠날 때 위안과 기쁨을 얻었습니다. 심리적 압박 겪는 코로나19 환자들 이곳에 입원한 환자 증상은 다양했습니다. 오랜 격리생활로 불안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았습니다. 심리적 부분도 지원하고자 지역대학의 정신간호학 교수님이 매일 오셔서 환자 한분 한분 상담을 해주시며 일일이 살피고 정서적 지지를 해주셨습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고령자, 기저질환자 분들은 긴장하고 더 살펴야 했습니다. 새벽에 갑자기 통증이 있으면 항상 방호복을 입고 달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기억에 남는 환자도 많습니다. 코로나 환자 이송업무를 하다가 감염돼 입소하신 구급대원이 있었습니다. 항상 표정이 밝아 보는 사람들을 더 안타깝게 했습니다. 간호사, 간호조무사로 일하다가 확진돼 오신 분들을 보면 막중한 책임감이 들었습니다. 요양병원에서 간병사로 일하다 감염된 분도 있었는데, 저와 동성동본이라 더 반갑게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습니다.치료 후 사회로 복귀해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고용불안 문제 때문입니다. 2년간 공무원 준비했던 한 남성은 코로나19로 일주일 정도 다닌 회사에서 해고됐습니다. 실업급여대상도 아니어서 살길이 막막하다고 했습니다. 당장 이달 월세 낼 돈도 없고 주소도 대구로 이전돼 있지가 않아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위로해 드렸지만 근본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생활고에 시달려 그 마음이 이해됩니다. 저도 돈 벌면서 야간에 간호학원을 다니며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대학원을 마칠 때까지 계속 병원 일을 하며 돈을 마련해 왔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대구에 내려오긴 했지만, 그 뒤에 대한 삶은 저 역시 또 고민이 생길 것 같습니다. 돌아갈 직장이 있는 분들도 걱정이 없는 건 아닙니다. 회사에서 낙인이 찍혀 안 좋은 소문이 돌아 허탈해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신천지도 아닌데 신천지로 소문난 분도 있습니다. 지역적 팬데믹을 만들어낸 신천지에 대한 분노도 컸습니다. 특히 한 분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신천지 교인으로 인해 감염 됐는데 끝까지 말하지 않아 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화를 내셨습니다. 신천지랑 상관도 없는데 왜 코로나 걸렸느냐고 추궁하는 부모님 때문에 힘들다는 젊은 분 이야기를 들을 땐 가족 간 오해도 생길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이 세상 어머님들은 역시나 본인보다 가족과 자식을 더 걱정하며 지냈습니다. 남편이 타지에서 근무하고 자녀가 10, 15세 아들이라 끼니 거르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어머님, 6, 10세 아이들을 다른 곳에 맡겼지만 그래도 밥 먹는 게 걱정된다는 어머님, 자녀가 걱정할까봐 일부러 자녀 전화 안 받는다는 어머님 등…그중 안타까웠던 건 7년 전 딸이 교통사고를 당해 후유증으로 자신이 간병을 해왔는데, 격리되는 바람에 간병을 할 수 없는 분 이야기였습니다. 차라리 이곳에 병실을 따로 만들어 제가 돌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전쟁 뒤의 황폐함 들어 대구 지역만 현재 누적 완치자가 6000명대에 이릅니다. 그래서 다른 생활치료센터들은 속속 문을 닫았습니다. 그러나 그곳들이 닫을 때마다 이곳에 환자가 집중돼 뉴스로 보는 바깥세상과 이곳의 현실이 달라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점차 고립돼 낙오된 보병과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코로나19 진료에 참여한 수많은 의료진이 겪었을 정신적인 고통에 공감합니다. 20대 초반부터 병원 일을 시작해 음악 대학원 마칠 때까지 병원 일을 했습니다. 환자들을 대하며 살아온 시간은 짧지 않습니다. 그때도 많은 죽음을 봐왔고 종종 가까운 이들의 죽음도 겪었지만 잘 이겨냈습니다. 그때 경험은 교통사고를 겪은 느낌이라면, 이번 일은 전쟁 뒤의 황폐함 같은 감정이 듭니다. “패잔병처럼 저는 서울로 갑니다…할 수 있는 건 기도뿐” 이곳 생활치료센터도 이제 해산합니다. 적은 숫자이지만 아직도 완치되지 못하고 집에 못 돌아가는 분도 있습니다. 또다시 여러 병원으로 나뉘어 보내지게 될 것입니다. 그분들을 결국 집으로 보내드리지 못하고 저는 패잔병처럼 서울로 돌아갑니다. 이제는 기도밖에 해줄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특히 외딴 이곳에까지 기부 물품을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유머사이트 커뮤니티인 ‘웃기는 대학’ 회원들이 우리의 수분 보충을 염려해 음료수를 상자 채로 보내줬던 게 큰 위로가 됐습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불편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꼭 지켜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美 응급실 의료팀장 극단적 선택… 코로나19 의료진 수난시대

    美 응급실 의료팀장 극단적 선택… 코로나19 의료진 수난시대

    엘리트 의사, 자신도 코로나 감염 뒤 회복“구급차서 나오기도 전 환자들 숨져” 고통 수많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던 미국 뉴욕 맨해튼의 병원 응급실 의료팀장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장로교앨런병원의 로나 브린(49) 의료팀장은 전날 가족과 함께 지내던 버지니아주 샬럿츠빌에서 자해를 한 뒤 인근 병원에서 숨졌다. 브린의 아버지이자 의사인 필립 브린은 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데는 코로나19로 인한 정신적 피해의 탓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자신의 일을 하려 했고, 그 일로 인해 죽었다”고 말했다. 아버지 브린의 말에 따르면 고인은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약 열흘간 요양한 뒤 다시 출근했다. 병원 측은 그를 돌려보냈지만 다시 출근해 가족들이 샬럿츠빌로 데려가야 했다. 딸은 정신질환을 겪은 적이 없었다고 아버지는 말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대화했을 때, 딸은 고립된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고인은 구급차에서 꺼내기도 전에 죽어간 수많은 환자들에 관해 아버지에게 설명하곤 했다. 브린 박사는 “딸은 정말 최전방 참호 속에 있었다”면서 “그는 영웅으로 칭송받아야 한다. 왜냐면 영웅이었으니까”라고 말했다. 고인의 직장인 앨런 병원 측은 성명에서 “브린 박사는 응급 부서의 힘든 최전선에서 가장 이상적인 의학을 실현해 온 영웅”이라면서 “우리는 이미 엄청나게 어려운 이 시기에 그의 가족, 친구, 동료가 이 슬픈 소식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숨진 브린 박사는 생전에 매우 활기차고 외향적이었으며, 일 외에도 친구, 취미, 스포츠에 열정적이었다고 친구들이 전했다. 그는 뉴욕 스키클럽의 열정적인 회원이었고 매주 노인 거주 세대에 자원봉사를 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앨런 병원은 200개 병상 중 170개에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고 있다.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이 병원에서만 59명이 사망했다. 고인은 이 병원이 소속된 뉴욕장로교병원 네트워크 전체에서 존경받는 의사였다. 이 병원 품질관리 담당 부소장인 로렌스 멜니커는 “앨런 병원에서 재능이 뛰어나지 않고는 그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멜니커 박사는 코로나19 미국 위기의 진원지인 뉴욕 전역의 응급의들에게 특별한 정신 건강 문제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들은 온갖 끔찍한 비극을 대하는 데 익숙해져 있지만 유독 스스로가 병에 걸리거나, 동료, 친구, 가족이 감염되는 일엔 취약하다”면서 “자신의 동료를 치료하는 일에도 그렇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전세계 의료진이 사투의 현장 밖에서도 수모를 당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에선 의료진이 셧다운 해제를 요구하는 성난 시위대에 맞서고 있다. 멕시코에선 이들이 오히려 코로나19를 퍼뜨린다며 폭행과 학대를 당하기도 한다. 필리핀에선 한 간호사가 표백제 공격을 받고 시력을 영구적으로 잃게 됐다. 인도에선 의료진이 돌을 맞고 파키스탄에선 자녀와 함께 자신의 집에서 쫓겨났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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