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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지속의 섬’ 경북 영양 오무마을 이야기

    ‘육지속의 섬’ 경북 영양 오무마을 이야기

    경북의 3대 오지로 불리는 봉화, 영양, 청송. 그중 한 곳인 영양은 높은 산마루에 갇혀 있는 심심산천의 고장이다. 내륙 깊숙이 자리한 탓에 찾아가는 길 또한 멀고도 힘든 영양은 면적이 서울의 2.5배나 되지만, 울릉도 다음으로 적은 인구 2만 명이 사는 오지 중의 오지이다. 7일부터 11일까지 매일 밤 9시 30분에 방영되는 EBS 한국기행에선 척박한 환경을 일구며 자연 그대로의 청정함을 간직한 영양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전한다. 8일 방송에선 육지 속의 섬, 오무마을의 이야기를 다룬다. 오지 중의 오지 영양군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고립무원으로 손꼽히는 오무마을. 끝없이 펼쳐진 산속에 자리한 마을의 모습이 마치 외로이 떠있는 섬과도 같아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린다. 마을 한가운데에 자리한 디딜방아는 쌀이 없던 가난한 시절 할머니들이 보리나 쌀을 빻아 먹던 추억과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다. 오무마을에는 디딜방아와 함께 세월을 간직한 집이 있다. 200년 된 초가집을 지키는 김통분 할머니다. 열아홉 살에 시집 와서 평생을 함께한 초가집은 할머니에게 어떤 의미일까. 세월의 흔적을 피해 옛 모습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오무마을 사람들을 만나 본다. 9일 방영되는 3부에선 최초의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을 소개한다. 영양의 또 다른 수식어는 바로 ‘문향의 고장’이다. 이 수식어를 대변해주는 영양군 석보면의 두들마을은 석계 이시명 선생이 세운 재령이씨의 집성촌이다. 한국문학의 거장 이문열 작가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맘때쯤의 두들마을은 겨우내 낡은 고택의 문풍지를 새로 고쳐 바르고, 한 해 요리에 사용될 된장을 뜨는 등, 고운 봄 풍경이 펼쳐진다. 또한, 영양에는 340년 전의 요리법과 음식 저장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석계 이시명 선생의 부인 장계향이 쓴 ‘음식디미방’이다.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여성이 쓴 한글 조리서로, 146가지의 요리법과 음식 저장법이 기록돼 있다. 양반가의 음식이 후대에도 전해지길 바랐던 장계향 선생의 마음을 잇는 여인이 있었으니 바로 현재 재령이씨 13대 종부 조귀분씨이다. 그는 음식디미방 회원들과 함께 맛을 재현해내고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선조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전통을 지키며 사는 두들마을 사람들을 만나 본다. 10일 방송에선 일월산이 품은 맛, 각종 산나물을, 11일 방송에선 씨름인 이봉걸씨와 함께 시골 오일장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영양장의 모습을 전한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사설] 북한 ‘김정일 최대유산 핵’을 버려야 산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영결식과 추모대회가 잇따라 마무리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적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마크 토너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그제(현지시간) 북·미 대화 재개 문제와 관련, “우리는 북측으로부터 시그널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이어 미국을 방문한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날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면담한 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올바른 조건 하에서 대화과정이 재개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한·미 모두 김정은 체제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대화 재개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한 것이다.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위해 무엇보다 대화 채널을 복원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대화보다는 ‘대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은 그제 노동신문을 통해 ‘핵보유’를 김 위원장이 남긴 최고의 유산이라고 주장하며 선군 유훈통치를 거듭 시사했다.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우리 정부는 이미 ‘유연한 대북정책’을 천명한 바 있다.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에 대해 사과는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음에도 단절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전향적인 뜻을 밝힌 것이다. 정부 관계자도 언급했듯 북한이 진정성 있는 변화의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유연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새 체제에서도 도발을 멈추지 않고 끝내 비핵화를 거부한다면 무작정 대북 유연정책을 구사할 수도, 구사해서도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핵문제의 해결 없이 한반도의 평화는 있을 수 없다. ‘핵위협’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북한은 고립무원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미국, 중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대체로 김정은 체제의 안정화에 이해가 일치한다. 그러나 극심한 빈곤과 기아에 시달리는 북한이 민(民)은 아랑곳하지 않고 선군(先軍)으로만 내달린다면 체제의 위기는 내부에서부터 찾아올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식량 지원과 경협 확대가 시급한 북한으로서는 스스로 개혁·개방의 길을 가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북한은 이제라도 핵개발은 최대의 유산이 아니라 최악의 유산이라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 [사설] 홍대표의 역할은 쇄신 아닌 예산안 마무리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재창당과 공천혁명을 골자로 한 파격적인 쇄신안을 발표했다. 내년 4·11 총선에 대비해 총선기획단을 조기 발족하고, 전면 쇄신을 위해 당내외 인사들로 구성된 재창당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대표직을 정상 수행하겠다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에 대한 퇴진론에 맞서 쇄신 주도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식물대표, 시한부 대표가 재창당을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홍 대표의 역할은 쇄신이 아니라 예산국회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다. 홍 대표가 제시한 쇄신안에는 초대형 콘텐츠가 담겨 있다. 재창당추진위 발족은 물론이고 현역 의원 전원 불출마 가능성, 당권·대권 분리 규정 개정, 정책 쇄신기획단 구성 등은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엿보게 한다. 기본적으로는 한나라당이 취해야 할 내용들이 상당하다. 하지만 당권·대권 분리 규정 개정 정도는 차치하고서라도 재창당추진위나 총선기획단 인원을 직접 뽑거나 영입할 인재를 손수 고르는 권한까지 행사하는 것은 무리다. 최고위원회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홍 대표 체제는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다. 홍 대표만 고립무원인 처지에서는 쇄신과 변화를 주도할 동력이 모자란다. 자신을 뒷받침해줄 세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무리수를 두면 혼란만 더 키운다. 홍 대표는 최고위원 3인의 동반 사퇴와 관련해 권력 투쟁할 시간이 없다고 일축했다. 물론 지도부 공백을 유도해서 권력투쟁으로 몰아가려는 당내 기류가 없지는 않다. 일부 친이계가 전면 해체론을 제기하는 이면에는 반(反)박근혜 의도가 엿보이기도 한다. 보수신당설도 그 연장선상일 수 있다. 동반 사퇴한 3인 가운데서도 비슷한 속내를 가진 이가 있을지 몰라도 본질은 쇄신과 변화를 촉구하는 희생이다. 한나라당은 사실상 당권투쟁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당권다툼은 국민으로부터 더 멀어지는 자충수다. 홍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서면 물러나겠다고 했다. 그러면 박 전 대표가 등판하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쇄신으로 가는 길을 열어놓고 퇴진하면 된다. 아울러 여야가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예산국회를 깔끔히 매듭짓도록 애써야 한다. 당 대표가 희생 대열에 동참하면 한나라당 부활의 단초는 더 크고 넓어질 수 있다.
  • [기고] 세계 벤치마킹 모델이 된 한국 교정/안동주 법무부 교정본부장

    [기고] 세계 벤치마킹 모델이 된 한국 교정/안동주 법무부 교정본부장

    1945년 10월 28일은 일본강점기 예속되었던 교정업무를 대한민국이 되찾은 매우 뜻깊은 날이다. 우리나라는 이날을 국가 기념일인 ‘교정의 날’로 지정해 매년 기념하고 있다. 66번째 기념일을 맞는 오늘, 광복 직후 18개 교정시설로 출발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교정의 역사적 발자취를 회고하고 새로운 다짐과 함께 교정의 미래 모습을 그려보고자 한다. 우리 민족은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인본주의 문화를 중시했으며, 교정문화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고조선의 8조법, 삼국시대 널리 시행된 사면제도, 고려시대 상을 당한 죄수에게 장례 휴가를 보내주었던 보방(保放)제도, 조선시대 다양하게 펼쳐진 휼형제도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교정문화를 실천해 왔음을 방증한다. 또 우리 교정은 애국교정의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북한군의 6·25 남침으로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진 개성소년형무소를 끝까지 사수하다 산화한 우학종 소장과 363명의 참전교도관 그리고 114명의 순직교도관은 지금까지 애국교정의 큰 자긍심으로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다. 우리 교정은 수용자 문맹퇴치운동과 산업 기능인 양성으로 조국 근대화 과정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해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동안 15만여명의 기능인 양성과 5000여명에 이르는 기능경기대회 입상자를 배출한 것은 이를 충분히 대변한다. 한국 교정은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며 선진교정의 모범이 되었다. 2007년 전면 개정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은 교정의 국제적 기준을 선도하게 되었다. 이 같은 앞선 교정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려고 지난해 한해 동안만 31회에 걸쳐 326명의 외국인 참관이 줄을 이었다. 이는 우리 교정의 높은 국제적 위상을 실감케 해주는 것으로 세계 최초의 교화방송센터 운영, 첨단 직업훈련시설, 사회적응훈련원과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 등은 참관자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4개 지방교정청과 외국인 전담교도소, 수형자 자치제 교도소, 민영교도소 등 총 51개의 교정기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1만 6000여명의 교정공무원과 5000여명의 자원봉사 교정위원들이 수용자의 교정·교화를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2012년에는 ‘수용자 재범방지’ 기능을 극대화하고자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성폭력사범에 대한 전담치료시설인 ‘교정심리치료센터’를 운영하고, 마약류 사범의 효율적 치료 효과를 거두고자 단계별 재활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나아가 수형자와 지역사회가 화해할 기회를 확대하고자 수형자의 사회봉사 활동영역을 다양하게 넓혀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수형자의 점자 자료 제공 봉사활동을 체계적으로 펼쳐 점자도서를 공급하고, 수형자와 교정공무원으로 구성된 합동 봉사팀의 적극적 활동을 통해 성공적인 사회복귀능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교정본부는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공인자격 취득자에게 가점 평점을 부여하는 등 교정공무원 전문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또 조직관리 운영의 효율화를 통해 교정기관의 대국민 신뢰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수용자의 교정교화를 통한 재범방지 기능을 강화해 사회방위 목표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갈 방침이다.
  • 빈집 털다가 굶어죽을 뻔한 ‘바보같은 도둑’

    한 남성이 빈집을 털다가 굶어죽기 직전에 구조되는 황당한 사건이 중국에서 벌어졌다. 중국 영자 일간지 상하이 데일리에 따르면 장쑤성 타이창 시 아파트에 사는 한 일가족이 최근 나흘 동안 휴가를 즐긴 뒤 돌아왔다가 깜짝 놀랐다. 방문을 열었을 때 피골이 상접한 의문의 한 젊은 남성이 기력이 없어 쓰러져 있었던 것. 이 남성은 가족이 휴가를 떠나기 직전 이 집에 침입했던 도둑으로 밝혀졌다. 이 남성은 현관문이 열렸 때 몰래 들어온 뒤 방안에 숨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도둑의 바람대로 집주인 일가족이 다음날 집을 떠났지만 주인이 도둑이 숨어있는 방문을 밖에서 걸어 잠궈 도둑은 꼼짝없이 갇힌 신세가 됐다. 도둑은 가족이 돌아올 때까지 꼬박 나흘을 물도 마시지 못한 채 갇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가 구조를 청할 수 없는 구조인데다 휴대전화기 배터리도 나가면서 고립무원의 상태가 된 것. 결국 도둑은 탈진한 채 버티다가 집주인에게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 남성은 병원에 후송돼 응급치료를 받은 뒤 곧장 경찰에 체포돼 유치장 신세를 지고 있다. 빈집을 털다가 굶어죽을 뻔한 이 도둑은 “세계에서 가장 멍청한 도둑”이라고 해외 언론매체들에 회자됐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사설] 교육감선거 폐해 막을 방안 모색할 때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후보를 사퇴하는 대가로 7억원을 주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진보진영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곽 교육감은 고립무원이지만 사퇴는 거부하고 있다. ‘곽노현 사태’를 계기로 교육감선거를 현실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시·도지사가 아예 교육감을 임명하는 쪽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1990년까지 계속됐던 임명제로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한 방안은 아니다. 임명제는 시곗바늘을 뒤로 돌리는 격이 될 수 있다.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에 따라 지난 2007년부터 교육감 선출은 종전의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뀌었다. 정당이 교육감선거에 개입할 수 없도록 돼 있는 현행 선거제도는 현실과는 동떨어진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치러졌던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정당이 추천한 후보는 없었지만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에서 호감이 가는 후보는 있었다. 하지만 정당공천이 없다 보니 보수진영이나 진보진영이나 할 것 없이 후보가 난립했다.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보수진영은 후보가 난립한 채 끝까지 갔고, 진보진영은 곽 교육감으로 교통정리가 됐다.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돈을 매개로 사퇴를 종용한 것은 입이 열개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적절한 일이지만, 정당 공천이 없어서 빚어진 일로 볼 수도 있다. 정당에서 공천했다면 후보들 간에 돈이 오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당 공천이 없으니 후보가 난립하고 개인이 선거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 15% 이상을 득표하면 선거비용의 대부분은 돌려받을 수 있지만 서울시교육감의 법정 선거비용은 38억원을 넘는다. 정당이 교육감 후보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현실적이다. 미국 대통령·부통령 선거처럼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을 러닝메이트로 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 24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한 것도 성향이 다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곽 교육감이 타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이 시도 때도 없이 싸우면 결국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개선하려면 러닝메이트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교육자치’라는 이유만으로 정당공천이나 러닝메이트제를 무조건 반대만 할 일은 아니다. 문제투성이인 현행 교육감선거를 팔짱만 끼고 볼 일이 아니다.
  • “더 높은 사과 따려면 학문간 융합 필요”

    “더 높은 사과 따려면 학문간 융합 필요”

    “동등한 자세로 파트너들을 보지 않는 수직적 구조를 가진 한국의 대기업들은 수평적 비즈니스 모델로 수많은 연합군을 만들어낸 애플의 아이폰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앞에서 고립무원의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융합의 첫 단계는 소프트웨어 업체든 하청업체든 상대방을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서 쳐다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대기업들, 상대와 동등한 시각 가져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은 26일 서울 중구 을지로1가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주최로 열린 ‘기초과학연구 포럼’에 기조연사로 나서 “3차원의 세계를 보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개의 눈으로 바라봐야 하고 이것이 바로 융합”이라고 강조했다. 안 원장은 융합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이유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를 꼽았다. 과거에는 전공이나 학문 분야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봤지만, 이제는 세상과 사회적 문제를 생각하고 이를 풀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안 원장은 “이 때문에 기초학문보다는 응용학문이나 산업현장에서 직접 상업과 연관이 되는 연구가 융합의 핵심분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기 쉬운 사과는 이미 다 땄다.”고도 했다. 또 “좀 더 높은 곳에 있는 사과를 따기 위해서는 전통학문의 접근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면서 “상대방이 사과를 따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서서히 학문 간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원장은 융합의 아이콘으로 애플의 아이폰을 여러 차례 거론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 마켓플레이스 등 4가지 요소와 이를 묶는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한 아이폰을 국내 대기업들이 손에 쥐는 기계로만 생각하고 ‘좀 더 빠르고, 좀 더 성능 좋고, 좀 더 값싼’ 휴대전화로 대항하다가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겼다는 것이다. ●한국, 수평적 시각·균형감각 배워야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 ‘아웃라이어’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 등 새롭게 조망받고 있는 형태의 석학 역시 융합의 관점에서 설명했다. 안 원장은 “중동지역에 근무하던 기자의 시각으로 월스트리트를 지켜본 프리드먼이나 경영학과 심리학의 관점에서 마케팅을 살펴본 글래드웰은 여러 가지 분야를 조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라며 “반면 한국에서는 이 같은 사람들은 양쪽 어느 곳에서 속하지 못하며 도태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융합이 한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는 방안으로는 ‘수평적 시각’과 ‘균형감각’을 꼽았다. 안 원장은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의 말을 인용, “진정한 균형감각은 양극단의 정확한 한가운데가 아니라, 양극단을 오고 가면서 두 가지 선택의 장단점을 충분히 파악한 후 최적점을 찾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카다피 몰락] 알아사드·살레의 시간 얼마나 남았나

    [카다피 몰락] 알아사드·살레의 시간 얼마나 남았나

    ‘절반의 성공’에 그칠 듯했던 ‘재스민 혁명’(아랍권역의 반정부·민주화 움직임)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정권의 사실상 붕괴로 재점화할 조짐이다. 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에서 독재자의 세 번째 퇴장을 지켜본 세계인의 관심은 ‘다음 타깃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쏠린다. 당장 시민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진 시리아와 예멘의 통치자가 강력한 네 번째 후보다. 부자 세습을 통해 11년째 권력을 쥐고 있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을 탱크와 군함까지 동원해 유혈진압하고 있다. 민주화 시위가 불붙은 5개월 사이 2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알아사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퇴진 요구를 “대꾸할 가치가 없다.”며 일축했다. 비폭력 반정부 시위를 고집해온 시민들로서는 강한 권력욕을 보이는 알아사드 앞에서 뾰족한 돌파구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알아사드 대통령이 국내외의 거센 비난 여론에도 대국민 학살극을 멈추지 않는 것은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는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어 서방의 무력 개입 가능성이 낮다. 역내 우방이 없어 고립무원 처지에 놓였던 카다피와는 사정이 다르다. 충성도 높은 군대도 알아사드가 ‘믿는 구석’이다. 막내동생인 마헤르는 정예 부대인 제4사단과 공화국수비대를 이끌며 ‘정권의 수호자’ 역할을 맡고 있다. 군부가 정권과 시위대 사이에서 중립적 자세를 끝까지 지키며 독재자 퇴진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튀니지나 이집트와 다른 점이다. 하지만 리비아 사태는 정권의 친위대가 버티는 상황에서도 시민의 힘으로 독재자를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시리아 국민들에게 큰 힘을 줄 수 있다. 카다피와 닮은꼴 행보를 하는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도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다. 35%에 달하는 실업률에 빈곤선 이하 계층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우리(예멘군)는 마지막 피 한 방울이 남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선전포고를 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반정부 시위가 사실상 내전으로 바뀐 지난 6월 대통령궁에서 폭탄 공격을 받았고 중화상 치료차 사우디아라비아로 건너가 두 달 넘게 체류 중이다. 카다피의 몰락을 지켜본 살레로서는 자신이 앞서 거부했던 사후 처벌 면제를 보장하는 대신 조기 퇴진이라는 걸프협력협의회(GCC) 중재안에 다시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중동 전문가인 제프 포터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리비아 사태는 시리아와 예멘 내 시위대에 강한 자극을 줬다.”면서 “비록 리비아에서처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해도 시위대와 반군, 야권이 저항을 계속한다면 정권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北·中 우호조약 50돌

    北·中 우호조약 50돌

    북한과 중국 간 혈맹관계의 상징인 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북·중 우호조약)이 11일로 체결 50주년이 됐다. 양국은 서로 상대국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베이징과 평양에서 기념행사를 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 대표단이 9일 베이징에 도착했고,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선임이 유력시되는 중국의 장더장(張德江) 부총리가 대표단을 이끌고 10일 평양에 들어갔다. 북·중 우호조약은 1961년 7월 11일 북한의 김일성 주석과 중국의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베이징에서 서명했다. 제2조에 어느 한쪽이 공격을 받아 전쟁상태로 바뀌는 즉시 상대방에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도록 하는 ‘자동 군사개입조항’이 담겨 있다. 이미 사문화된 조항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지만 한반도 유사시 중국 군의 개입이 명문화돼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미국 등은 껄끄럽게 여겨온 것이 사실이다. 반대로 고립무원의 북한으로서는 이 조약의 ‘방패막이’ 역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지난 5월 방중했을 때 후진타오 주석 등과의 회담에서 올해가 북·중 우호조약 체결 50주년이라는 사실을 여러 차례 상기시킨 뒤 “양국 선배 지도자들이 남겨 준 중요한 유산”이라며 대를 이은 유지를 희망했다. 하지만 예상 외로 대표단의 격이 ‘하향조정’됐다는 점에서 북한과 중국의 ‘동상이몽’이 드러났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日 간 총리, 이달 내 사퇴?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최측근인 센고쿠 요시토 관방부장관이 간 총리의 이달 중 사퇴 가능성을 내비쳤다. 센고쿠 부장관은 지난 12일 센다이시를 방문해 기자단에게 “동일본 대지진의 부흥구상회의에 대한 1차 의견 제출이 끝남에 따라 간 총리가 이르면 이달 중으로 사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 내에 열릴 민주당 양원(참의원·중의원) 의원총회에서 간 총리가 구체적인 퇴진 시기를 밝힐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오는 8월쯤 처리할 2차 추경예산은 여야의 광범위한 공동 작업을 통해 이뤄야 한다. 간 총리는 과제를 인수인계하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해 간 총리를 더이상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간 총리는 당 안팎의 사퇴 압력에도 불구하고 8월까지는 재임하겠다며 버티고 있다. 하지만 최측근인 센고쿠 부장관까지 돌아서자 간 총리는 고립무원에 빠졌다. 간 총리에 대한 센고쿠 부장관의 충성도는 각별했다. 그는 관방장관 재직 시 의회 답변에서 야당 의원이 간 총리를 지명해 질문했는데도 본인이 불쑥 답변석에 나가 간 총리를 변호했다.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자민당 의원으로부터 “센고쿠 장관이 총리냐.”라는 지적까지 나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간 총리를 위해 몸을 던져 ‘그림자 총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간 총리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위기에 몰리자 지난 1월 참의원에서 문책 결의로 물러난 센고쿠 전 장관을 자신의 비서실 격인 관방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워낙 급히 부르느라 부분 개각을 할 수 없어 에다노 유키오 장관 아래인 부장관에 기용했지만 그의 영향력은 여야를 넘나드는 부총리급으로 부상했다. 그가 후임 총리 선정 작업과 야당과의 대연립을 위한 조율에 나서는 등 막후 조정 역할을 맡고 있어 간 총리 조기 사퇴 발언에 더욱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강원 영동지역 2~3월 기록적 적설량 왜

    강원 영동지역 2~3월 기록적 적설량 왜

    ‘2011년 2월 11일 강릉 77.7㎝, 2010년 3월 9일 대관령 108.8㎝, 2009년 3월 26일 홍천 40㎝.’ 입춘이 지났지만 강원 영동지방의 ‘2월 눈폭탄’은 올해도 비켜가지 않았다. 지난 11일에는 강릉에 77.7㎝의 눈이 내려 신적설량(하루 동안 내린 눈)으로는 1911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눈폭탄을 맞은 강릉, 동해, 삼척 등은 도시 기능이 일시 마비됐고, 고립무원의 ‘섬’으로 변한 산간벽지 마을도 한둘이 아니다. 겨울이 다 지났다 싶은데 유독 영동지방에 폭설이 잦은 이유는 뭘까. 기상청은 약 5㎞ 상공의 북쪽 찬 공기(영하 30도 안팎)가 한반도로 이동하면서 남동쪽 해상에서 발달한 저기압과 만났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이때 강한 동풍이 유입되면서 동해안 지역에 눈구름대가 형성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동해안 지방은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한겨울인 1월보다 봄의 길목인 2월에 폭설이 잦다. 1월에는 찬 대륙고기압 세력이 워낙 강해 중국 남부지방 등에 저기압이 형성되기 어렵다. 때문에 북서풍이 자주 불어 서해안에 많은 눈이 내린다. 하지만 2월 들어 고기압이 약해져 한반도 남쪽에 저기압이 만들어지면 북고남저(북쪽 고기압, 남쪽 저기압)의 기압배치로 북동풍이 자주 분다. 이때 상층에 있는 찬 공기가 북동풍을 타고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은 해수면을 따라 내려오면서 수증기를 공급받아 커다란 눈구름대가 동해안 상공에 만들어지는 것이 ‘2~3월 동해안 폭설의 메커니즘’이다. ☞[포토]’100년만의 폭설 현장’ 보러가기 기상청은 이번에도 북고남저로 기압이 배치된 상태에서 눈구름이 강한 동풍을 타고 동해안으로 유입된 것이 강원 지역 폭설의 주된 이유로 보고 있다. 이번 폭설을 포함해 2000년대 들어 강원 지역에서 발생한 20㎝ 이상 아홉 차례의 폭설 가운데 일곱 번이 2월과 3월에 집중된 것도 이 때문이다. 2001년 2월 15일 춘천 25.2㎝, 2005년 3월 4일 대관령 68.5㎝, 2009년 3월 26일 홍천 40㎝, 2010년 3월 9일 대관령 108.8㎝ 등 엄청난 양의 눈이 내렸다. 속초의 2월 하루 최대 적설량도 89.6㎝로 1월보다 30㎝가량 많다. 기상청은 이번 영동지방 폭설의 또 다른 원인으로 저기압의 느린 이동속도와 장시간 배치된 북고남저형의 기압을 꼽고 있다. 예년과 다르게 동해남부 해상과 일본 남쪽 해상에 이동속도가 느린 2개의 저기압이 발달하면서 눈구름대가 강하게 형성됐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고남저형의 기압 배치가 계속돼 14일에도 영동지방에 최대 30㎝의 폭설이 예상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마을 폭설로 막혀 진입불가 “마당앞 개밥 주는 데 1시간”

    분명 마을로 통하는 길이지만 발자국조차 발견할 수 없다. 포클레인 한 대가 연신 눈을 떠내고 있지만 힘겨울 뿐이다. 허리까지 찬 눈. 주변이 온통 설원이다. 고립무원의 섬으로 변한 ‘무다리 마을’로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 기자가 13일 서울에서 일곱 시간을 달려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로 고립된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삼교리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까지는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왕복 2차선인 마을 길이 약간 뚫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간인 무다리 마을과 삼교리 4반, 5반은 ‘진입불가’였다. 자동차는 물론 걸어 들어갈 수도 없다. 백지 같은 눈 위엔 사람의 흔적이라곤 없다. 주민들은 어떤 상황일까. ☞[포토]’100년만의 폭설 현장’ 보러가기 ●“눈 때문에 공포 느끼 긴 처음” 김동욱(57) 삼교리 이장에게 구한 전화번호로 삼교리 4반 권오영(70)씨와 통화할 수 있었다. 권씨는 “이런 눈은 난생 처음”이라며 “쉴 새 없이 눈이 쏟아진 11일 밤에는 불안해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폭설로 공포감을 느낀 것은 처음이란다. 12일 일어나서도 “개밥을 주기 위해 마당 앞에 있는 개집에 가는 데만 한 시간 이상 걸렸다.”고 말했다. 권씨는 “타이완에서 온 목사 아들이 집에 오지 못하고 서울에서 발이 묶였다.”며 “눈이 그대로여서 나 또한 나갈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제사차 온 가족 오도가도 못해 현재 삼교리 4반 30가구, 5반 3가구, 무다리 마을 20가구 등 총 53가구가 고립돼 있다. 마을에는 70대 이상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권씨는 “4반에만 10여명이 70대”라면서 “갑자기 아프면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무다리 마을 이덕희(51)씨는 “축사를 잃지 않으려고 11일 밤부터 12일 새벽까지 혼자 제설 작업을 했다.”면서 “힘이 빠져 집에 기어 왔다. 이러다 동사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친정어머니 제사를 지내러 경기 안산시 성포동에서 고향인 삼교리까지 온 이미희(38·여)씨 가족 6명도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다음날 안산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이씨는 “12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눈앞에 벌어진 광경은 실로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밤새 눈폭탄을 맞아 세상과 완전히 단절돼 있었다. 강릉시 등 관공서에 대책을 호소에도 구원의 손길은 제때 미치지 못했다. 이장 김씨는 “강릉시에 눈을 빨리 치워 달라고 요청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늦어지고 있다.”면서 “불도저를 보내 달라. 삼교리는 난코스여서 포클레인으로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이영준·강릉 최두희기자 apple@seoul.co.kr
  • ‘7년만의 외출’ 아웅산 수치 가택연금 해제

    ‘7년만의 외출’ 아웅산 수치 가택연금 해제

    미얀마 민주화투쟁의 상징 아웅산 수치(65) 여사가 대중 곁으로 돌아왔다. 2003년 5월 세 번째로 가택연금을 당한 지 7년여 만이다. 그는 “이제 침묵해서는 안 될 때”라며 적극적인 행보를 선언했다. 그러나 군사정부의 철권통치가 여전한 미얀마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가택연금에서 풀려난 수치 여사는 14일 오후 자신이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 양곤 당사를 방문해 에워싼 수천명의 지지자들 앞에서 첫 연설을 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근간은 표현의 자유”라면서 “국민이 정부를 감독할 때 민주주의가 달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모든 민주주의 세력과 함께 일하고 싶다.”면서 “우선 국민의 목소리를 들은 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치 여사는 “나를 구금한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은 없다.”면서 “정부 보안관계자들이 나를 잘 대해 줬고, 그런 만큼 그들이 국민들도 잘 대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구금돼 있는 동안 하루 6시간씩 언론 보도에 귀 기울여 왔다.”고도 했다. 앞서 미얀마 군정은 13일 수치 여사에게 석방 사실을 알렸다. 수치 여사의 석방을 기다리며 옛 수도 양곤으로 오전부터 몰려든 지지자들은 땅거미가 깔린 오후 6시쯤 자택 주변 바리케이드와 철조망이 철거되자 환호성을 질렀다. 전통 의상을 입고 자택 밖으로 나온 수치 여사는 “침묵해야 할 때가 있고 말해야 할 때가 있다. 국민 모두가 화합해야 우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입을 뗐다. 눈엣가시와도 같은 그를 군정이 순순히 풀어준 데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권탄압 등 정치적 이유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서방사회의 경제제재를 받는 미얀마 정부가 ‘20년 만의 총선 실시’와 ‘수치 여사 석방’이라는 두 장의 카드로 고립무원의 상황을 벗어나고자 한다는 분석이다. 뉴욕 ‘휴먼라이츠 워치’의 아시아 담당 부국장 엘레인 피어슨은 “불법선거로 지탄받고 있는 군사정부가 국제사회의 이목을 돌리려고 (수치 여사 석방이라는) 잔꾀를 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치 여사가 차갑게 식어 버린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미얀마 전문가 벤저민 자와키는 “군부가 2002년 수치를 석방할 때도 이번처럼 조건없이 풀어 줬으나 1년 만에 수치를 다시 가택연금했다.”면서 65세 민주화투사의 활동폭이 그다지 넓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비타협 노선이 미얀마 정계의 교착상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군부 지원을 받는 여당이 의회를 지배한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 등 실질적 사회 변화를 이끌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국민의 절대적 신망을 받는 수치 여사가 부정선거 논란을 계기로 분열된 야권을 끌어모으면 엄청난 정치적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14일 NLD 당사에서 수치의 연설을 들은 한 지지자는 “미얀마 국민을 폭압적 군사정권에서 자유롭게 해줄 사람은 아웅산 수치뿐”이라며 그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나타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문화계 블로그] 두 목사의 ‘일탈’을 보는 시선

    목사 두 사람이 ‘물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달 12일부터 정부의 허가 없이 북한을 방문 중인 한상렬 목사와 몇 년 전부터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지난달 중순 불법 선교 혐의로 구속된 고 모 목사입니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목적의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공교롭게 비슷한 모양새를 띠면서 같은 범주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첫째, 순교자 정신입니다. 한 목사나 고 목사나 ‘논란’을 떠나 그 스스로는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선택이었겠죠. 또 하나는 그 선택으로 인해 겪고 있는 고초입니다. 평양에서 ‘이명박 괴뢰정부’ 운운했다는 한 목사 기도문이 몇몇 언론에 보도되며 그는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러나 한 네티즌의 100% 작문이었음이 밝혀졌죠. 어쨌든 그는 다음달 15일 판문점을 통해 내려오는 즉시 조사받을 것입니다. 고 목사는 우리 외교관과의 접촉이 불허되고 있어 고립무원 상태입니다. 대통령 특사로 리비아로 날아간 이상득 의원도 별 무소득이었습니다. 주변의 반응은 몇 가지로 갈립니다. 본인들이 자청한 일이니 고통도 감수해야 한다는 냉소적 반응과, 개인적·이념적 호불호에 따른 선별적 두둔, ‘개독’(기독교 비하)이라며 싸잡아 적대하는 반응 등입니다. 이는 종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상대방의 의사를 거슬러 가면서까지 자신이 믿는 신의 뜻을 전달하고자하는 것은 폭력의 다른 이름이 될 수 있습니다. 6년 전 이라크에서 겪었던, ‘김·선·일’이라는 이름의 끔찍한 비극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1989년 문익환(1994년 작고) 목사의 방북이라는 전례가 있고 지금 역시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한 개인의 영웅적 활약으로 돌파해야할 시대적 분위기는 아닙니다. 정부가 열성을 다한 외교를 펼쳐 고 목사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또한 한 목사가 국가보안법의 이름 아래 또 다른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두 목사의 ‘일탈’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절실한 것은 이런 성찰이 아닐까요.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나 어떡해…” KT ‘아이폰4’ 삼중고(三重苦)

    “나 어떡해…” KT ‘아이폰4’ 삼중고(三重苦)

    [서울신문NTN 김수연 기자] KT가 아이폰4의 잇따른 출시 연기로 ‘삼중고(三重苦)’에 빠졌다. KT는 삼성전자와의 관계 악화로 3대 이동통신사 중 유일하게 갤럭시S를 출시하지 못하게 됐다. 또 믿었던 애플로부터는 아이폰4 출시 연기에 대한 명쾌한 해명을 듣지 못하며 고립무원에 처한 신세다.소비자들의 아이폰4에 대한 답답함을 풀어줄 그 어떤 답변도 속시원히 말할 수 없게 되면서 보지도(盲), 듣지도(聾), 말하지도(啞) 못하는 ‘삼중고’에 빠진 셈이다. ‘아이폰=다음달폰’이라는 오명을 또 다시 입게된 것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盲(맹)…탐나는 갤럭시S, KT에겐 ‘그림의 떡’지난해 11월 아이폰을 국내에 출시하면서 KT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단말기 제조사와 관계가 소원해졌다. 가장 불편한 관계는 KT와 삼성전자. KT가 아이폰을 출시하자마자 삼성전자가 옴니아 제품으로 확보해 놓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무섭게 잠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폰4 출시 지연으로 전세는 역전됐다. 현재 KT는 이렇다할 대항마 없이 삼성전자의 전략폰 갤럭시S의 독주를 속절없이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갤럭시 S는 지난달 24일 SK텔레콤을 통해 판매되기 시작해 출시 10일 만에 20만대가 팔리는 등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휩쓸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시장에 출시된 갤럭시S 시리즈인 T-모바일의 바이브런트와 AT&T의 캡티베이트가 현지 언론(월스트리트저널)으로부터 아이폰의 라이벌 자격이 있다는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현재로서 이러한 갤럭시의 독주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LG유플러스(구 LG 텔레콤)에도 차세대 스마트폰 ‘갤럭시U’가 공급되기 때문이다.승승장구하는 갤럭시S 앞의 KT는 눈 뜬 장님 신세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그리고 미국 통신업체에까지 공급된 갤럭시S를 KT는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탐나지만 먹을 수 없는 ‘그림의 떡’이다. KT는 아이폰4 출시 연기와 같은 돌발 상황에 힘겨워하며 갤럭시S의 잔치를 지켜보는 수 밖에 없게 됐다. 현재 이런 KT의 형편을 두고 애플의 아이폰을 독점 판매한 대가 치고는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과 단말기 전략에서 리스크 헤지를 못해 생겨난 당연한 귀결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聾(농)…답답한 대응, 감나무 아래서 입 벌리기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KT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애플이 왜 아이폰4 출시를 미뤘는지, 언제까지 미뤄지는 것인지에 대한 속시원한 답을 얻어내지도 못한 채 기약없는 아이폰4만 기다리고 있다.무엇보다 제조사와 유통사 간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게 문제다. KT는 스티브 잡스가 입을 열기 하루 전까지만 해도 “7월말 출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한국이 아이폰4 2차 발매국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을 가장 빨리 전한 것은 외신이었다. 외신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는 신청하지도 않은 ‘형식승인(전파인증)’을 들먹이며 “한국 정부의 승인이 안 나 출시가 연기됐다.”고 밝혔다. KT는 이미 불이난 뒤인 지난 17일 ’쇼’ 공식 블로그, 트위터 등을 통해 “KT는 당초 7월 중에 아이폰4를 출시할 계획이었다.”며 “하지만 형식승인(전파인증)을 준비하는 시간이 좀 더 길어지고 있기 때문에, 1~2개월 내에 아이폰4를 출시하게 될 예정”이라고 말을 바꿨다. 제조사인 애플과의 불통, 한 박자 느린 대응에 한국 소비자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啞(아)…KT표현명 사장 트위터는 ‘해명’용?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소비자들의 아이폰4 출시 지연 사유에 대한 의혹만 무성해지고 있다. 고객과의 ‘소통’장에서 점차 ‘해명용’으로 변질되고 있는 KT 표현명 사장의 트위터가 이를 방증한다.스티브 잡스의 충격적인 발표가 있은 후 5일 동안 표 사장은 트위터에서 침묵했다. 그러다가 지난 22일 “아이폰4 출시 연기로 고객님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며 “아이폰4는 절대 아이폰3GS처럼 기약 없이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또 “다음 안내를 연말에 하신다든가 그런 건 아니겠죠?”라는 네티즌의 글에는 “네.믿어주십시오.”라는 짧은 답변을 게재하기도 했다.표 사장의 트위터에는 아이폰4뿐만 아니라 넥서스원에 대한 해명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구글이 최근 ‘다음번 출시하는 넥서스원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소식을 외신을 통해 전했기 때문. 일명 ‘구글폰’이라고 불리는 넥서스원은 이달 중순부터 KT를 통해 판매되기 시작했으나 구글이 해당 폰에서 손을 뗀다는 방침을 밝히는 바람에 이에 따른 제품 이미지에 대한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표 사장은 본인의 트위터에 ‘넥서스원 TV광고’를 잇달아 게재하는 등 악재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삼성전자와의 불편한 관계, 애플의 끝모를 답답한 행보, 소비자들의 불신 등 전반적인 상황이 KT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아이폰으로 뜨고 아이폰으로 곤경에 처한 KT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다. 김수연 기자 newsyouth@seoulntn.com
  • [지방시대]새만금과 세종시의 운명/양오봉 전북대 화공학 교수

    [지방시대]새만금과 세종시의 운명/양오봉 전북대 화공학 교수

    세종시 문제로 온 나라가 새해 벽두부터 여수선하다. 새만금 내부 개발에 한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전북은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개발될지 모르는 두려움으로 착잡함을 감출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1991년 새만금 사업이 시작된 지 무려 20년이 지났다. 공사기간 15년에 약 30㎞의 방조제 공사를 중단·지속하는 우여곡절 끝에 겨우 몇해 전에 마무리하였으니 연간 2㎞ 남짓 방조제를 쌓은 셈이다. 빨리빨리의 속성에 익숙한 우리의 관습을 비추어 보면 매우 이례적으로 신중한(?) 공사를 한 것이다. 새만금과 세종시는 당시 대통령선거를 앞둔 노태우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을 위한 목적에서 유사하게 시작되었다. 묘하게도 새만금 아이디어를 낸 노태우 민정당 후보와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건설하겠다는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모두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대통령 공약으로 행복한 시작을 하였다는 것까지 두 사업은 비슷한 운명이었다. 그러나 새만금과 세종시는 극명하게 엇갈린 운명의 길을 걷게 된다. 애초에 별 애정이 없었던(?) 지역에 대형 건설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이 지역에서 그다지 많은 표를 얻지 못한 보통사람 정부와 문민의 정부는 특별법이라는 확실한 법적 장치와 기약도 없이 마지못하여 공사를 추진했다. 예산을 찔끔찔끔 배정하여 겨우 생명을 부지하는 기구한 운명이었다. 그나마 그때가 행복한 시절이었을까? 전북도민들의 압도적인 지원을 받아 탄생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친환경 개발과 시민단체들의 반대를 명분으로 새만금사업에 일정기간 공사 중단이라는 가혹한 형벌(?)을 가한다. 개발 전문가인 MB 정부는 명품 새만금 신도시 개발을 기대하던 전북인들에게 친수활동이 가능한 수질이라는 애매한 구상을 발표함으로써 다시 한번 흙탕물을 끼얹는다. 이렇듯 새만금사업은 지난 20여년간 만고풍상을 겪었으나 아직도 내부개발 등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운명에 처해 있다. 엊그제 발표된 세종시 수정안은 새만금에 담고 싶은 거의 모든 것이 들어 있어 수정안의 찬반을 떠나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그것도 대통령과 정부, 차기 유력 대권주자들이 밀고 당기며 도와주고 있으니 고립무원의 새만금과는 처지가 사뭇 다르다. 또한 기간과 투자액도 향후 10년간 10조 4000억원으로 구체적일 뿐 아니라 지난 20년간 2조 2000억원이 투자된 새만금에 비할 바가 아니다. 물론 세종시의 원안과 수정안 중 어느 것이 국익과 해당 지역에 더 좋을지는 알 수 없지만 두 안 모두 새만금의 처지에 비하면 훨씬 좋은 운명이 아닌가? 생활이 어려운 소외계층을 대변한다던 의원 나으리들은 허구한 날 예산을 볼모로 서민생활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는 언론법, 4대강 개발 및 세종시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다. 한쪽은 예산안을 날치기하고 또 다른 한쪽은 슬그머니 눈감아주는 상생(?)의 신사도를 발휘하고는 아직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듯하다. 그들은 오직 다가오는 지방선거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들이 무슨 말로 우리를 현혹하려 할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다음에는 또 어떤 오물을 뒤집어쓸지 모르기 때문이다.
  • [박재범컬럼] 경술국치 100년, 세종시와 통일 논의

    [박재범컬럼] 경술국치 100년, 세종시와 통일 논의

    세종시 수정안이 국민의 시선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국가적 현안이 세종시 하나만 존재하는 듯한 형국이다. 과연 한국의 과제는 세종시 하나뿐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분단과 통일의 문제도 절실한 과제라고 본다. 새해 들어 한반도 주변의 상황 전개가 심상치 않다. 해묵은 주제가 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모양새다. 이같은 관측은 북한과 중국의 움직임을 연결시키면 자못 힘을 받는다. 우선 김정일은 두 번 풍을 맞았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풍을 두 차례 맞으면 수명을 예측할 수 없다. 중국은 1997년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벌일 때 나 몰라라 했다. 그러던 중국은 김정일이 병에서 회복한 직후인 작년 하반기 뜬금없이 원자바오 총리를 북한에 보냈다. 요즘엔 김정일의 방중설이 나돈다. 3대 세습의 태자인 20대의 김정은이 동행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같은 현상이라도 특별한 사건 다음에 벌어지는 것은 맥락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북한처럼 병영체제이자, 유일 체제에서 최고지도자의 문제는 민주국가에 비해 함축된 뜻이 다르다. 추종자들의 생사가 엇갈릴 수 있는 중대사인 탓이다. 바야흐로 분단과 통일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이 내려질 순간이 갑자기 다가올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현재의 분단상태를 겉으론 아닌 척하면서 수용하느냐, 아니면 반드시 통일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국가적 스탠스를 분명히 해놓아야 한다.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통일의 당위성을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조선시대 지도층의 공허한 논쟁으로 나라가 결딴났고, 이후 선열들이 독립을 되찾고자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당대 글로벌 파워의 이념을 제각기 따른 결과로 분단이 됐다는 식으로 과거사 파헤치기 형태의 분석을 제기하려는 것도 아니다. 60년 전 한국전쟁으로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책임론을 거론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한국이 ‘더 큰 나라’로 발전하기 위해 통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준비를 철저히 가시적으로 해놓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압축하면 경술국치 이후 100년만에 재연되는 예측불허의 시기에 이 시대의 지식층과 지도자들이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G2 중의 하나인 미국에 ‘한국은 통일을 진정으로 원한다.’는 메시지를 확고하게 보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어느 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 대학의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미국 학자가 남한은 통일을 원하는가라고 물었다.’는 것이다. 이런 우문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스라엘이 60년 전 나라를 세울 때 ‘진짜로 독립된 나라를 원하십니까.’라고 누가 물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없다. ‘한국은 통일을 방해하면 죽기 살기로 나올 거요.’라는 인식을 새겨놓아도 통일은 될까 말까하다. 현상태의 유지를 원하는 북한과 중국이 상호 우의를 다지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에 못지않게, 한국은 미국에 새롭게 정성을 쏟아야 한다. 노무현 정권 시절처럼 추이에 따라 ‘미국보다 중국’이라는 목소리가 나올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반통일적이다. 미국 식자층에서 ‘한국은 통일이 안 되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같은 G2인 중국과 척지는 상황을 피하려 할 것이고, 중국과 북한은 지금처럼 분단상태로 지내려 할 것이다. 한국은 통일을 이루고자 해도 우군이 아무도 없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각종 궤변과 농간이 판치면서 시간은 시나브로 흐르고 분단은 고착화될 것이다. 100년 전 매국노 이완용이라고 태어날 때부터 나라를 팔아먹으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늘을 사는 지도층과 지식층은 아차하는 순간 제2의 이완용으로 100년 뒤 후손들에 의해 손가락질당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 지도자들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할 시점이다. 주필 Jaebum@seoul.co.kr
  • [씨줄날줄] 누비아 원숭이/김성호 논설위원

    삼국유사 무왕조의 향가 서동요. 이 노래엔 서동, 그러니까 백제무왕 즉위 전 신라 진평왕의 셋째딸 선화공주와의 인연설화가 담겼다. 예쁜 선화공주를 얻기 위해 신라도성 곳곳서 마(薯)를 뿌리며 아이들이 서동요를 부르게 했는데. 선화공주가 밤마다 서동의 방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요즘 말로 ‘작업’성 노래였다. 결국 서동은 진평왕에게 쫓겨난 공주를 얻어 무왕이 됐다 한다. 멸망한 백제 승려들이 미륵사를 구하려 지었다는 연기설화라지만 서동요는 선화공주와의 인연설화로 더 유명한 게 사실이다. 사기 항우 본기에 남아 고립무원의 외톨이 상태를 비유할 때 쓰이는 사면초가. 초나라 항우가 한나라 유방에게 포위됐을 때 사방의 한 군영에서 초나라 노래가 퍼져 나오자 이미 한에 초가 무너졌음을 알고 탄식했다는데. 한 고조가 적을 교란하기 위해 꾸며낸 작전의 노래로 더 유명하다. 서동요와 사면초가 이야기는 고대의 흥미로운 단편쯤으로 회자될 터. 하지만 대중의 노래는 민심을 움직이는 큰 수단임을 보여준 도드라진 예일 것이다. 대중들이 즐겨 부르는 가요며 유행 노래엔 서민의 보편적인 정서며 민심이 담기게 마련. 이런 노래들엔 당대의 문화코드가 실리고, 돌출성 표현과 언어들도 사용된다. 그런가 하면 고도의 의도된 상징들이 심어지기도 한다. 최근 아랍 최고의 인기 스타라는 레바논 여가수 하이파 와흐비가 신곡 탓에 곤욕을 치르고 있단다. 이집트의 흑인 누비아족을 비하한 노랫말 ‘누비아 원숭이’가 말썽이다. 누비아족들이 가수와 작사가를 고소하고 새 앨범 판매,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심상치 않다. 누비아족의 분개는 사람을 동물에 비유한 노랫말에 대한 불쾌감 탓이 클 것이다. 대중 속으로 급속히 확산될 인기가수의 노래를 서둘러 차단하려는 집단행동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따져 보면 노래를 부른 가수와 노래를 만든 작사가의 의도가 어떤 것이든 논란의 중심엔 특정 문화에 대한 모욕이 깔려 있다. 단일국 정체성을 우선 강요해온 이집트의 소수집단 따돌림에 대한 설움과 반발일 것이다. 다문화 사회로 가파르게 치닫는 이 땅의 대중음악인들도 가벼이 볼 수만은 없는 사건이다.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서울광장] 사면초가에 몰린 정운찬/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사면초가에 몰린 정운찬/오일만 논설위원

    2006년 겨울로 시곗바늘을 돌려 보자. 당시 정운찬 총리 후보자는 대선 가도에서 ‘이명박 대항마’로 주목을 받던 시기다. 그즈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제치고 독주를 시작했다. 당황한 범여권의 러브콜이 본격화된다. 충청권 출신 ‘정운찬’의 몸값이 치솟았다. ‘호남+충청’의 연합구도와 경제학자로서 서울대 총장을 지낸 참신한 이미지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기존 정치권을 혐오했다. 스승인 조순 전 서울시장의 교훈이 컸다. 그래서 그는 독자 세력화를 염두에 둔다. 전국을 도는 ‘강연정치’가 수순이다. 그러나 2007년 4월 “정치 세력화를 추진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선 출마의 꿈을 접었다. 이전투구의 정치판은 상아탑 학자에게 감당하기 힘겨운 진흙탕이다. 2년 반이 지나 그는 총리 후보자의 이름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전격적으로 손을 잡는다.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는 정치판의 생리를 다시 확인했다. ‘중도강화·친서민 정책’의 이념적 동지로 변신한 것이다. 충청권 프리미엄을 업은 그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껄끄러운 박근혜 전 대표의 ‘견제마’로서 가치가 컸다. 그로서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직감했을 것이다. 화려한 데뷔를 꿈꾸며 던진 승부수가 고립무원의 악수가 되는 조짐이다. 당초 많은 국민들은 개혁 성향의 경제학자로서의 명성과 서울대 총장 시절 그가 보인 뚝심에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였다. 이틀간의 인사 청문회로 상황은 급변했다. 강점인 청렴성과 도덕성에 너무도 많은 상처를 입었다. 병역면제 의혹이나 위장전입, 탈루 ‘용돈 1000만원’, 3억 6200만원의 ‘근거 없는 소득’ 등의 공세는 그가 평생 쌓아 올린 정치적 자산의 많은 부분을 소진시켰다. 혼탁한 한국 사회에서 홀로 독야청청하기는 쉽지 않다. 그에게 쏟아진 도덕적 비난이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총리직 무게의 엄중함 때문에 국민들의 실망도 커졌다. 정후보자를 둘러싼 정치판은 살기가 감돌고 있다. 향후 대선구도의 역학구도 때문이다. 그래서 여야 모두에 협공을 당하는 양곤마(兩困馬)의 신세다. 흑돌인 야당은 그를 살려두기가 어렵다. 자기 진영의 대선 카드를 빼앗겼다는 울분과 언제 적으로 돌변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겹쳐 있다. 투석(자진사퇴)을 요구하는 전방위 압박이 너무도 거세다. 탈세와 국가공무원법, 공직자 윤리법, 주민등록법 등 실정법 위반자로 낙인찍었다. 개혁성향 이미지에 호의적이었던 일부 시민단체들도 그를 ‘총리자격 미달자’로 몰아붙이고 있다. 우군으로 믿었던 백돌(한나라당)도 양패로 갈렸다. 특히 친박 계열은 청문회에서 드러난 그의 도덕적 결함을 은근히 즐기는 분위기다. 일부에선 ‘이 정도라면 1년 정도 쓸 수 있는 불쏘시개’라는 비아냥도 있다. 일종의 사석 작전이다. ‘정운찬 해법’은 현재로선 고난도의 사활 문제다. 한나라당 다수의 힘으로 간신히 두 집을 내고 사는 길(총리인준 통과)과 야당의 물리적 저지로 ‘총리 서리’의 불명예를 짊어지거나 인준거부로 정치권 무대에서 쓸쓸히 퇴장하는 상황이 놓여 있다. 어떤 길이 됐든 현재 그에게 필요한 것은 출사표를 던질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조이구승자다패(燥而求勝者多敗·조급하게 이기려고 욕심을 부리면 패한다)와 사소취대(捨小就大·작은 것을 버리고 큰 곳으로 나가라)의 바둑의 교훈은 사면초가에 몰린 그에게도 적용될 듯하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정준모의 시시콜콜 예술동네] 국립현대미술관에 진입로가 필요한 이유

    요즘 아침에 집을 나와 저녁에 들어갈 때까지 어김없이 맞닥뜨리는 것 하나는 도로공사 현장이다. 경제 살리기 일환으로 예산 선 집행을 위해 시행하는 공사라고 하는데 역시 우리 대한민국의 길 닦는 솜씨는 가히 신기에 가깝다.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데 어느새 번듯하고 깨끗한 길이 완성되어 있곤 한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길을 잘 닦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관 이래 23년간 고립무원의 상태로 산속에 절집처럼 덩그러니 놓인 국가기관이 있다. ‘과천시 막계동 산 58의4’에 자리한 국립현대미술관이다. 경복궁에서 출발한 국립미술관은 덕수궁시절을 거쳐 1986년 거국적으로 현재 위치한 과천에서 개관한다. 하지만 당시 미술관이 꼭 필요하다거나 국민적 요구가 있어서가 아니라 ‘88 서울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올림픽 준비의 일환으로 커다란 미술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시작된 일이었다. 목적이 그리 순수하지 않았던 셈이다. 올림픽을 치를 나라에 변변한 미술관 하나 없는 것이 창피하다고 생각해서 급히 부지를 마련하고 미술관을 개관하고자 했다. 마치 88서울올림픽의 부록처럼 이렇게 건립된 ‘국립현대미술관’은 당시 ‘동양 최대의 미술관’으로 보도됐다. 그런데 이 동양 최대의 미술관은 개관해서 지금까지 진입로가 없다. 어쩌다 미술관을 찾은 이들은 길이 막혀 아우성이고, 봄, 가을 행락철이 되면 두 시간 이상 차 속에서 보내야 한다. 사실 과천 현대미술관의 진입로 문제는 건설 당시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길을 내주어야 할 서울시와 협의도 없이 정부는 미술관 건물부터 지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서울시장과 문공부 장관 간의 사적 감정 때문에 진입로를 내는 문제가 꼬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때부터 서울시와 중앙정부 간의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보인다. 그래서 눈 앞에 차로 5분거리에 빤히 보이는 미술관을 두고 산속으로 25분간 굽이굽이 20년 넘게 돌아다녀야 했다. 진입로 문제가 지지부진하자 몇 년 전 친환경 주차장을 건립해서 차량 적체를 해소하려고 예산을 확보, 기본설계까지 마쳤건만 전임 관장의 고집과 판단착오로 무산되어 세금만 날리고 말았다. 현재 과천 국립미술관의 진입로 문제는 미술관과 문화부, 서울시보다도 당장 국민들의 불편사항이라는 점이다. 미술 열풍으로 주말이나 휴일에 미술관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은 서울대공원을 찾아온 사람들의 차량에 밀려 차 속에서 2시간 남짓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마 전 보도에 의하면 서울시는 서울대공원을 2020년까지 미래형 복합테마 파크로 조성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그 안을 공모할 것이라 한다. 이런 상황이면 앞으로 동물원을 지나 미술관으로 가려면 차 속에서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수백억원을 들여 세운 미술관이 몇 억원이면 가능할 진입로 비용 때문에 미완성인 채로 20년 이상 방치되고 있다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이다. 미술관을 찾는 대부분의 관객들은 서울시민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 기회에 서울시가 대승적 차원에서 미술관에 길을 내주어 ‘자연 속 미술관’과 ‘문화예술이 있는 공원’ 모두를 완성했으면 한다.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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