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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오늘 5차 촛불집회, 비폭력은 이어져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오늘 제5차 촛불 집회가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열린다. 주최 측은 200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집회는 박 대통령이 피의자로 지목된 이후 열리는 탓에 종전 집회와는 또 다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 농단의 공범으로 적시됐는데도 검찰 수사 결과를 부정하고 대면조사를 거부한 까닭에 국민의 분노는 한층 거세다. 더욱이 여야는 다음달 2일이나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표결하는 방안까지 내놓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별다른 수습책은커녕 집회 때마다 밝힌 “준엄한 목소리를 무겁게 듣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참모들이 청와대 담장 밖의 엄중한 세상을 제대로 직시하고 있는지 국민이 도리어 의아해할 지경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이 불거져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처음 사과한 지도 1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매일 터져 나오는 의혹에 국민은 사실 여부를 떠나 배신감, 허탈감, 무력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어제 발표한 박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 포인트 떨어진 4%를 기록해 최저치를 또 갈아치웠다. 부정평가는 93%로 3% 포인트나 상승했다. 민심은 멀어질 대로 멀어졌다. 검찰의 칼끝은 박 대통령에게 한층 다가섰다. 롯데와 SK 등 대기업의 압수수색 영장에 제3자 뇌물죄 혐의를 적시해 박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즉, 사면과 면세점 재승인 등 현안을 빌미로 재벌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마저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탄핵을 밀어붙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버팀목이 돼야 할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은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고립무원이다. 이번 집회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국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역단체들이 3차 집회 때처럼 대거 상경해 합류할 뿐만 아니라 시국선언에 나섰던 교수들, 동맹 휴업을 결의한 대학생들까지 참여할 계획이다. 자발적인 시민들은 집회의 큰 축으로 자리잡았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 주기 위해서다. 집회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듯 평화적으로 질서 있게 진행돼야 한다. 작금의 사태를 뒤엎을 기회를 노리는 세력들에게 빌미를 주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대신 추운 날씨도, 시간의 흐름도 분노한 촛불을 꺼지게 할 수 없음을 확실하게 보여 줌으로써 민심을 받들도록 할 필요가 있다.
  • 이정현 “고립무원 대통령 신음하는데 떠날 수 없어”... 사퇴 불가 밝혀

    이정현 “고립무원 대통령 신음하는데 떠날 수 없어”... 사퇴 불가 밝혀

    여당 내부에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7일 “어려움에 처해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도울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달라”며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고립무원의 대통령이 난국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어하고 괴로워 신음하는데 나 혼자 마음 편하자고 유유히 곁을 떠나는 의리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한 간교한 사람(최순실)의 분별하지 못함으로 인해 대통령을 포함해 여러 사람이 평생 쌓아온 모든 명예, 업적, 수고를 다 잃었고, 우리 새누리당은 폭탄 맞은 집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 대표로서, 대통령을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오래 보좌해왔던 사람으로서 국민과 당원들에 송구하다. 형언하기 힘들 정도의 책임을 부인하지 않겠다”면서 “국민 여러분, 잘못했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1년 4개월이나 남은 대통령의 직무는 하나하나가 국가와 국민의 운명, 미래를 좌우할 만큼 매우 중차대하다”면서 “국정에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헌정중단 사태가 오지 않도록, 국민에게 피해가 최소화되는 선에서 사태가 수습돼야 한다”면서 사퇴 불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 대표는 “국정을 최대한 빨리 정상화하고 정치를 복원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 제게 필요하다”면서 “자비와 인의를 베풀어 제게 기회를 조금만 허락해 달라”고 호소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병준 총리 내정자 참여정부 시절은? 정태인 “‘저 바보’라는 생각 절로” 혹평

    김병준 총리 내정자 참여정부 시절은? 정태인 “‘저 바보’라는 생각 절로” 혹평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는 과거 참여정부 인사로 활동했다. 당시 김병준 후보자와 함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몸담았던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가 2일 김 후보자에 대해 “‘저 바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혹평해 눈길을 끈다. 참여정부 시절 국민경제비서관을 역임한 정 교수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인수위 때부터 청와대에서 김병준과 수도 없는 회의를 했지만 그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에 없다”며 “영민한 대통령 밑에서도 한 게 없는 사람이 지금 대통령 밑에서 과연 무엇을 할까”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정 교수는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그가 입을 뗄 때마다 ”어휴, 저 바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고립무원일 때 지방자치연구소로 찾아간 공로 하나로 인수위까지 온 사람”이라고 평했다. 이어 그는 “당시 인선의 기준에 안성맞춤이었던 금융통, 국제통인 이동걸 박사를 추천했으나 김병준이 ‘경기도 동문들한테도 신망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인사를) 뒤집었다”며 “대쪽같은 개혁파가 보수적인 경기고 출신 관료들한테 인기가 없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 교수는 참여정부 경제정책이 ‘삼성공화국’이라는 멍에를 쓰게 된 일부 책임을 김병준 후보자에게 돌렸다. 정 교수는 “경제보좌관 이동걸, 사무차장 정태인 조합은 삼성에게 껄끄러운 조합”이라며 “사실상 삼성이 막은 인사로 이광재 연출, 김병준 실행의 인사”라고 평했다. 그는 “(김병준 후보자가) 시민들의 힘으로 제대로 된 거국중립내각, 과도내각을 만들려는 중간에 불쑥 끼어든 걸, 권력욕 말고 뭐로 설명할 수 있을까”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연쇄 면담·수족 경질… 朴대통령 전향적 대응 뒤에 김기춘 있나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연쇄 면담·수족 경질… 朴대통령 전향적 대응 뒤에 김기춘 있나

    박근혜 대통령이 40년 지기인 최순실씨의 검찰 수사와 18년 최측근인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의 퇴진으로 고립무원에 처한 형국이다. 정치인생 내내 최씨와 문고리 3인방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온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들이 모두 떠난 지금 박 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누구의 조언을 받아 결정을 내리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겉으로 드러난 것은 박 대통령이 지난 주말 사이 가진 연쇄 면담 일정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9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강창희 전 국회의장, 김용갑 전 의원 등 새누리당 원로 8명을 초청해 의견을 들었다. 이들 중 김기춘·강창희·김용갑씨는 박 대통령 당선에 공을 세운 원로자문그룹 ‘7인회’의 멤버다. 박 대통령은 30일에는 이홍구·고건 전 총리 등 시민사회 원로 12명으로부터 조언을 경청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28일 오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청와대에서 만나 민심 수습책을 건의받았다. 이 사이 박 대통령은 2차례의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28일 밤 10시33분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한 것, 그리고 30일 오후 5시 청와대 인적쇄신안을 발표한 것 등이다.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박 대통령이 원로들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조언을 수용했거나 30일 경질된 김재원 정무수석 등 참모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을 내렸을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처럼 민감한 결정을 급박하고 전향적으로 내린 배경에는 다른 ‘강력한 조언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우병우 민정수석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을 후임으로 임명하고, 우 수석이 경질된 바로 그날 우 수석의 부인을 검찰이 전격 소환한 것은 검찰에 장악력이 있는 인물이 박 대통령에게 깊숙한 조언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주변에서는 검찰에 영향력이 있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조언자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실장은 7인회 멤버로 얼마 전까지 청와대 비서실장을 역임했으며 박 대통령으로부터 “사심 없는 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어쨌든 박 대통령으로부터 최씨가 잘려 나가면서 오히려 박 대통령은 정상궤도로 진입한 듯한 인상을 준다. 특히 수족을 모두 잘라낸 30일 청와대 쇄신안은 박 대통령의 달라진 인사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여권 관계자는 “그동안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들로부터도 대면보고를 잘 받지 않을 정도로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보였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조직을 활용하고 각계 인사로부터 폭넓게 의견을 구해 의사결정을 한다면 불통 이미지를 벗고 신뢰를 회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달라진 스타일을 가늠할 두 번째 시험대는 내각 쇄신안”이라고 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AFC 챔피언스리그] ‘아데박 트리오’ 사이좋게 한골씩

    [AFC 챔피언스리그] ‘아데박 트리오’ 사이좋게 한골씩

    FC서울이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산둥 루넝을 3-1로 깔끔하게 제쳤다. 최근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다섯 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 가고 있는 서울은 한 수 위 실력을 보여줬다. 공격 전개는 깔끔했다. 아데박 트리오(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는 나란히 한 골씩 넣었다. 한 골을 내준 게 옥에 티였다. 서울은 다음달 14일 산둥 루넝 원정 2차전을 치르는데 비기기만 해도 4강에 오른다. 서울 공격을 책임진 아데박 트리오는 산둥 루넝 진영을 자유롭게 휘저었다. 데얀은 전반 19분 박주영이 올린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뜨렸고 박주영은 전반 31분 추가 골을 넣었다. 후반 14분 교체 출전한 아드리아노는 후반 23분 데얀의 발꿈치 패스를 그대로 쐐기골로 연결했다. 아드리아노는 대회 통산 12골로 역대 최다 득점 기록에 한 골 차로 따라붙었다. 일방적인 경기였다. 산둥 루넝은 원정경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끌려다녔다. 역습 위주 작전을 썼지만 측면 돌파 다음이 없었다. 산둥 루넝은 이탈리아 대표팀 출신 펠레와 아르헨티나 대표팀 출신 몬티요 투 톱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들은 제대로 된 공격지원을 받지 못하고 서울 수비에 고립무원이었다. 후반 35분에는 아드리아노에게 거친 태클을 한 진징다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추격 의지를 잃었다. 전반 34분 프리킥 기회를 몬티요가 골로 연결하면서 무득점 패배를 면한 게 그나마 산둥 입장에서는 불행 중 다행이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열린세상] 브렉시트가 부럽다/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열린세상] 브렉시트가 부럽다/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누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립된 국제질서는 미국의 리더십 아래 대서양과 태평양 두 축으로 움직여 왔다. 굳건해 보이던 미국 주도 질서의 균열은 의외로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왔다. 영국은 경제 부담과 난민 문제로 더이상 미국의 유럽연합(EU) 대리인이 되길 거부했다. 영국의 ‘먹튀’에 미국과 EU 모두 열 받을 만하지만, 필자는 그래도 자국의 이익과 미래를 스스로 결정한 영국의 독자적 판단과 결정 능력은 부럽다. 미국의 또 다른 축 태평양에서도 현 질서의 탈퇴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히스토렉시트(History Exit), 일본이 탈취한 지역 일체를 반환하기로 한 카이로선언을 포함한 역사적 합의들의 불이행에 대한 후속 갈등이 가시화되고 있다. 중·일 간 댜오위다오(센카쿠)의 동중국해에 이어 중국과 일부 아세안 국가들이 난사군도의 남중국해에서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보기엔 영토 분쟁이지만 실상은 역사의 후유증이다. 전후 처리 과정에서 청산되지 못한 역사 문제들이 국제질서의 혼란을 틈타 다시 부딪치고 있다. 차이넥시트(China Exit), 중국의 전후 질서에 대한 변경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 1943년 카이로선언 때 중국은 미국에 의해 국제무대에 복귀했지만 21세기 들어서는 자력으로 세계 중심에 등장했다. 이제 중국은 미국에 신형대국 관계를 요구할 정도로 덩치와 힘이 커졌다. 중국은 안보적으로는 신안전관과 군 현대화, 경제적으로는 일대일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국가 전략의 두 날개로 삼고 있다. 미국이 역내 질서의 안정과 원칙을 얘기하면 할수록 미국의 불안감과 불만족이 두드러진다. 대신 중국의 자리가 묵직함이 느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재팩시트(Japan Exit), 일본의 전열 재정비가 빨라지고 있다. 일본이 지난 ‘잃어버린 20년’에서 잃어버린 것은 경제침체보다 국가전략이었다. 2010년을 기점으로 경제마저도 중국에 추월당하면서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었다. 아베의 2차 집권 이후 한판 겨루겠다는 사무라이의 결기가 느껴진다. 댜오위다오(센카쿠) 갈등은 영토 분쟁이 아니라 중·일 간 본격적 경쟁의 파열음이다. 시진핑과 아베 집권의 겹치는 시기는 중국이 역내 리더십을 굳히기 전 일본이 뒤집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리밸렉시트(Re-balancing Exit), 재균형의 미래가 불확실해지고 있다. 재균형은 미국이 자국에 불리해진 역내 전략적 불균형 상황을 다시 유리하게 만들려는 정책이다. 재균형의 성과는 동맹 네트워크의 강화였다. 일본 같은 전통적 동맹국들은 물론 베트남 등 국가들과의 우호관계로 중국을 효과적으로 압박했다. 하지만 미국도 팍팍한 밑바닥 민심이 표면화되면서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 성향 외교의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됐다. 브렉시트로 동력을 받고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재균형 정책은 약화 또는 변형될 가능성이 크다. 클린턴이 돼도 어떤 식으로든 트럼프 현상을 반영해야 한다. 코렉시트(Korea Exit), 한반도 문제의 해결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의 독립을 약속한 카이로선언과 포츠담선언이 그대로 이행됐다면 동북아의 평화가 실현됐을 수 있다. 강대국들은 카이로선언에서 한국의 독립을 적당한 시기에 실시한다고 애매하게 결의했다. 그 결과 한반도는 오늘날 분단 상태로 남게 됐고 남북 대결과 핵 위기로 불안정하다. 비록 남북 갈등이 다시 격화됐지만 불가피한 역사적 진통으로 이해된다. 이제 한국은 통일을 주도할 힘과 능력을 가진 미들파워가 됐다. 그러나 문제는 의지와 자세다. 현재 우리는 문을 열고 나가고 싶어도 우리 마음대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변화를 위한 단호한 신념과 실천적 행동이 요구된다. 아쉬운 미국엔 문을 함께 열고 나간다. 견제에 시달리는 중국엔 편안하게 문을 잡아 준다. 예민해진 일본엔 대범하게 문을 열어 준다. 고립무원의 북한엔 문 자체가 돼 준다. 그래야만 우리의 미래와 통일의 문을 스스로 열 수 있다.
  • [경제뉴스 깊게 보기] 소 팔던 농협은 왜 조선·해운에 7조나 물렸을까

    [경제뉴스 깊게 보기] 소 팔던 농협은 왜 조선·해운에 7조나 물렸을까

    2008년 시중은행 여신 줄일 때 강덕수 전STX 회장 친분 K씨 신용대표 되자마자 되레 확대 MB정권 인사 등 외풍에 취약 여신 관리 부실·정경유착 곪아 농협은행이 위기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조선을 비롯해 조선·해운업 부실로 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 두는 돈) 폭탄을 떠안게 됐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빅배스’(대규모 부실을 한꺼번에 반영하는 것)를 선언했지만 농협중앙회와의 ‘엇박자’로 난항이다. 신·경 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로 2012년 3월 출범한 이후 올해 처음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긴급 수혈이 확정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달리 농협은행은 손 벌릴 곳조차 없는 ‘고립무원’ 처지다. 그런데 농민 등 주로 소매 고객을 상대하는 농협은행이 어쩌다가 조선·해운사라는 중후장대 기업에 돈을 많이 물리게 됐을까. 금융권은 “체계적인 여신 관리 부재와 정치권과의 뿌리 깊은 유착이 초래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이 조선·해운업에 물린 여신 잔액은 약 7조 6000억원(선수금환급보증 포함)이다. STX조선이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 기업에만 농협은 67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지난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창명해운에는 4000억원을 빌려줬다가 지금껏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농협은행과 조선·해운업의 ‘악연’은 2008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쳤다. 당시 조선업황은 꺾이기 전이었지만 시중은행들은 이미 2008년 초부터 조선업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관련 여신 규모를 축소하고 있었다.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금융위기 전초전 격인 베어스턴스 파산(2008년 3월)으로 금융시장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보수적인 여신 정책을 펼쳤다”며 “특히 조선·해운업은 경기 민감 업종이기 때문에 사전에 부실을 차단하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떠올렸다. 그런데 역으로 농협은행은 다른 은행에서 회수한 조선업 여신을 주워 담기 바빴다. 그해 7월 농협중앙회 신용부문 대표 자리에 올랐던 K씨는 “시중은행처럼 여신 전략을 운용하겠다”며 기업 여신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금융권은 K씨와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K씨(1975년 졸업)와 강 전 회장(1980년 졸업)은 명지대 경영학과(야간) 동문이다. 농협은행의 STX그룹 여신은 K씨가 신용 대표를 맡았던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났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STX 경영 부실이 심상치 않다”며 회사채 투자를 자제하기 시작했던 시점이기도 하다. 게다가 농협은행이 2007~2009년 STX조선에 제공한 RG(선수금 환급보증) 한도 7억 달러는 여신심사부가 아닌 투자은행(IB) 사업부를 거쳐 승인이 났다. 내부에서조차 “극히 이례적”이라며 뒷말이 무성했다. 2012년 이후 STX다롄에 제공한 RG 약 4000억원 역시 본부 여신심사부가 아닌 개별 지점에서 승인을 내줬다. 결국 STX다롄이 중국 법원에서 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이 RG는 고스란히 부실 처리됐다. 외풍에 취약한 태생적 한계도 떼놓을 수 없다. 최원병 전 농협중앙회장은 2007년 12월 이명박(MB) 대통령이 탄생하던 시점에 나란히 농협 회장에 당선됐다. 두 사람은 동지상고 동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10대 국정 과제로 내세우며 농협 신·경 분리를 5년(2017년→2012년)이나 앞당기는 데 손발을 맞췄다. 공교롭게 K씨 역시 이명박 정부 때의 임태희 청와대 비서실장과 인연이 깊다. 임 전 실장이 2004년 17대 국회의원(경기 성남 분당을)으로 당선되기 전후로 K씨는 농협중앙회 성남시지부장을 맡아 인연을 쌓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선사가 위치한 곳들이 대부분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지역구라 정치권을 통한 채권단 지원 압박이 심했다”며 “시중은행과 달리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기관인 농협은 특히나 정부와 정치권 입김에 쉽사리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0~2011년을 전후로 대한조선(2014년 법정관리)과 대선조선(2010년 자율협약), SLS조선(2009년 워크아웃)에 RG를 지원하라는 외부 압박이 거셌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고백이다. SLS조선은 이상득 전 한나라당 의원 측에 구명 로비를 펼치다가 관련자들이 구속되기도 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협 부실은 정경유착, 정부 정책(조선·해운업 육성) 실패, 은행의 신용위험평가 실패 등 총체적인 난맥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공동체를 구하는 리더십과 팔로십

    어느 집단이든 결정적인 패배를 당한 상황, 또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태에서 생존해 나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아테네 출신 장군 크세노폰(기원전 430?~355?)의 ‘아나바시스’는 이런 극한 상황에서 작은 군사집단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생환했는가를 한 편의 파노라마처럼 잘 보여 준다. 그리스군이 페르시아의 왕자 퀴로스 2세의 반란에 용병으로 참가해 내륙 깊숙이 진군했다가 패전한 후 기원전 400년 적진을 뚫고 천신만고 끝에 그리스로 귀환하는 과정을 그린 전쟁기다. 산에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더 많은 위험이 도사려 있듯 군대도 적과 맞서 싸우거나 진군할 때보다 대오를 잃고 퇴각할 때 더 큰 피해를 입는 게 상례다. 패전 후 오롯이 남은 그리스 1만 군대가 그런 상황이었다. 그러나 페르시아 영토 한가운데 고립된 그들에게 페르시아군이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고 요구하자 그들은 단호하게 응했다. “우리가 대왕의 친구가 돼야 한다면 우리는 무구들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었을 때보다는 그것들을 가지고 있을 때 더 값진 친구들이 될 것이며, 그리고 우리가 싸워야 한다면 무구들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었을 때보다는 그것들을 가지고 있을 때 더 잘 싸우게 될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난국을 헤쳐 나갈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느끼는 절망감은 조직의 사기를 땅에 떨어뜨린다. 그때 현명한 장군들이 적진을 정면 돌파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퇴각 과정에서 그들을 돕는 듯 위장했던 페르시아 태수의 속임수에 빠져 그리스군의 주요 장군들이 몰살당한다. 그리스군은 큰 충격을 받고 혼란에 빠졌지만, 곧 전 병사들이 참여해 장군들을 민주적으로 선출하고 전열을 가다듬어 퇴각하게 된다. 군량미를 획득하기 위해서 적과의 협상이냐 정벌이냐의 냉혹한 결정을 해야 했다. 이때마다 이들은 전 군사의 다수결 의사에 따르거나,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난 후 예언자가 전해 주는 전조(前兆)의 길흉에 따라 군대의 진퇴를 결정했다. 지휘관은 개인이 아닌 공동체를 위한 공명정대한 자세와 정확하고 합리적인 상황 판단에 의한 설득과 협상 능력을 발휘했다. 지휘관의 리더십 못지않게 전사들의 팔로십도 주효했다. 귀향에 대한 강렬한 희구, 자유에 대한 열망, 리더를 정점으로 한 그리스 전사들의 결속력이 자신들을 살려 냈다. 오늘날 리더를 잃고 방황하는 정당, 파산 위기에 놓인 기업, 구심 없이 갈등하는 모든 조직에서 주목해 볼 대목이 많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 [서울광장]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할 목표가 아니다/강동형 논설위원

    [서울광장]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할 목표가 아니다/강동형 논설위원

    ‘행복’이란 무엇일까. 아리스토텔레스는 ‘고귀한 즐거움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라고 했지만 ‘고귀한 즐거움’부터 머리를 아프게 한다. 사전에는 행복을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이라 정의하고 있지만 모호하기만 하다. 행복이란 단어가 추상적이면서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개념인 탓이다.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꾸뻬씨의 행복여행’이라는 책을 찾아봤다. 이 책의 주인공이 여행을 통해 찾아낸 행복의 조건은 모두 23가지다. 행복조건의 첫 번째 비밀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몇 개를 더 소개하면 ‘아름다운 산길을 걷는 것’,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 ‘좋은 사람과 함께 있는 것’ 등 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좋지 않은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가 어렵다’는 것과 ‘행복의 가장 큰 적은 경쟁심이다’라는 것도 행복의 조건이다. 행복의 조건들은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이며, 대부분 비물질적이고 마음먹기에 달렸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는 점이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 발표하는 각종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행복 관련 지수는 대체로 낮다. 낮다는 표현보다는 꼴찌 수준이라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유엔에서 지난 3월 내놓은 ‘2016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조사 대상 157개국 가운데 58위였다. 전체적으로는 중상위 그룹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서는 29위였다. 전체 순위에서 2015년 47위였던 것이 11위나 떨어졌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외형적으로 수출 규모 세계 6위,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행복지수가 상대적으로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는 GDP가 증가한다고 행복지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이에 대해 미국의 정치학자 로널드 잉글하트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이하일 때는 행복지수도 올라가지만 그 이상이 되면 정체 상태를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경제성장 효용체감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조사하고 있는 OECD의 ‘보다 나은 삶의 지수’에서도 만년 꼴찌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 72%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초등학교 졸업자(53%)와 대졸자(83%)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이 조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우리 국민의 약 28%가 고립무원의 상태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람이 어려움에 부닥쳐 도움을 청할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없다는 건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성인뿐만 아니라 아동의 삶의 질도 매한가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포럼 5월호에 게재된 OECD 아동복지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이들은 학업 성취는 뛰어나지만 아동의 권리인 삶의 질은 최하위였다. 아동이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48분으로 OECD 국가 평균 2시간 30분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1시간 이하인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한다. 아동 교육이 현재의 삶의 질 개선에 있지 않고 아동 발달 교육에 치우쳐 있는 게 문제다. 아동들이 나이가 들면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을까. 한국노동연구원의 우리나라 연령별 행복도를 보면 암울하기만 하다. 연령별 행복도는 보통 청소년기에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다가 40대나 은퇴 시기가 다가오는 50대 후반에 가장 낮고, 65세 이상 노년층이 되면 높아지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그러나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행복도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노인 빈곤율 1위와 노인 자살률 1위라는 우울한 지표가 이를 방증한다. 각종 국내외 지표는 우리나라가 잘사는 나라지만 국민은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헬조선이나 흑수저니, 양극화니 하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우리의 자화상이다. 지금부터라도 정치권은 물론이고 모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 종합적인 처방전이 나와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개인적인 목표가 아니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 yunbin@seoul.co.kr
  • 정답 정한 친박, 틀렸다는 비박… ‘고립무원 정진석’

    비대위 인선, 개원 이후로 밀릴 수도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놓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장고가 길어지고 있다. 오는 30일 20대 국회 개원 때까지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 인선 관련 결단을 미룰 가능성이 제기되며 계파 갈등 사이에서 대표의 추동력이 떨어지는 형국이다. 현재 원외 신분으로 원내대표 당선자 자격인 정 원내대표는 30일 정식 원내대표 신분 및 당 대표 권한대행 지위를 얻게 된다. 정 원내대표는 차기 전당대회 구성을 위한 관리형 비대위를 출범시킨 후, 비대위원장직은 다른 인물에게 넘기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비대위 인선에 대한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발이 심한 상황을 의식한 카드다. 이 경우 지난 20일 원내지도부·중진연석회의에서 가닥이 잡힌 ‘혁신형 비대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혹은 원 구성 이후 ‘혁신형 비대위’를 출범시킬 수 있지만, 황우여 의원 등 친박계가 제시한 비대위원장 후보감을 놓고 당내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 특히 ‘혁신형 비대위’는 앞서 당선자 총회에서 결정됐던 당론인 ‘관리형 비대위+별도 혁신위’와 배치되는데도 친박 위주 중진들이 밀어붙이는 데 대한 비박계의 반발이 적지 않다. 25~26일 제주포럼 참석 등 연이은 일정으로 정 원내대표는 현재 계파 간 물밑 조율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당내 지원군이 없는 고립무원의 형세인 정 원내대표는 이날 말을 아꼈다. 민생 행보에 주력하며 정무적인 고민은 잠시 뒤로 미루는 모양새였다. 그는 이날 경남 거제의 조선업계 구조조정 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들을 만난 데 이어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현안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상황이 진전된 게 없어서 (정 원내대표가) 현안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친박계가 ‘비대위원장 인선이나, 비대위원 인선이나 알아서 정답을 가져오라’는 격이니 정 원내대표가 운신할 폭이 좁다”고 토로했다. 정 원내대표는 당장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으로 시간을 벌면서 친박·비박계 사이의 이견을 좁히는 난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23일 밤 정 원내대표는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다음날 원내대책회의를 갈음하는 원내부대표단 회식을 가졌다. 그는 “(비대위원장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없다. 여러 곳에서 추천도 받고 폭넓게 의견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朴대통령 “北 무모한 도발은 정권 자멸의 길”

    朴대통령 “北 무모한 도발은 정권 자멸의 길”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1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지금 북한은 국제사회의 전례 없는 제재 조치로 사실상 고립무원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로 인해 무모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면서 “북한의 어떤 위협에도 대한민국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무모한 도발은 북한 정권 자멸의 길이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다음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 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해 세계의 주요 정상들과 핵 테러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을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개발과 도발을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를 결집하고 있는 지금이 북한 정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여기서 우리가 또다시 물러선다면,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로 한반도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닥치고 경제는 마비될 것”이라며 “정부는 북한이 핵무장의 망상에서 벗어나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닫고 변화할 때까지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비롯한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는 우리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시작일 뿐”이라며 “국제사회도 역대 가장 강력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이어 많은 나라들이 독자적인 대북 제재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이날 행사에 참석했지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공천파동 수습으로 인해 불참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시론] 북핵 해결에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시론] 북핵 해결에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군사적으로 민감한 개성 지역을 남북 협력사업의 현장으로 만들 것을 제안한 인물은 기업인 정주영이었다. 남과 북의 치열한 대치점인 휴전선을 연 것은 총과 대포가 아닌 소떼였다. 정주영이 펼친 소떼 퍼포먼스는 인간이 소보다 미련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10여년 동안 개성공단은 크고 작은 북한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잘 버텨 왔다. 그만큼 상호 의존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계 상황에 처한 우리 중소기업들은 북한의 저임금 숙련노동에서 활력을 찾고, 북한은 토지와 노동력을 남측 기업에 제공하고 부족한 외화를 벌어들였다. 무엇보다 북한이 군사 요충지역을 남측 기업에 내준 배경에는 전쟁 억지 효과를 의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개성공단 지역은 수도권을 타격할 수 있는 북한군 기갑부대와 장사정 포병부대 및 보병사단이 주둔하던 군사지역이다. 군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측 기업에 개성공단을 제공한 것은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고립무원에 빠진 북한 정권이 전쟁에 의한 흡수통일을 막기 위한 고도로 계산된 ‘인질 전략’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른다. 개성공단을 추진할 당시의 남북한 지도자들의 주관적 의지가 어디에 있었든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협력에 기여하고 대외 신인도를 높였다. 개성공단은 북한을 자본주의 세계 경제로 부분적으로 편입시켜 시장화를 촉진하는 기능도 수행했다.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과 광명성 4호 로켓 발사로 촉발된 불똥이 개성공단으로 가장 먼저 튀었다. 북한의 연이은 전략적 도발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곤 하지만, 너무나 전격적으로 취해진 ‘전면 중단’ 조치를 둘러싸고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강화된 대북 제재를 불러오기 위해 우리가 먼저 모범을 보인다는 차원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란 선제적 제재 조치가 취해졌다. 남북 관계의 특성상 대북 제재는 일방적일 수 없다. 북한에 고통을 주는 만큼 우리도 고통과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북한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에 따른 관광 중단과 천안함 폭침 이후 취해진 5·24 조치로 남북 경협 사업에 뛰어든 많은 사업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번에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말미도 주지 않고 설 연휴에 전격적으로 취해진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로 수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공단의 설비와 장비를 몰수해 가동하고, 숙련된 인력을 중국 등으로 송출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정부가 막대한 세금으로 피해를 보상하지 않으면 도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와 함께 남북 사이의 모든 통신선이 끊어짐으로써 완충장치 없이 ‘강대강’의 브레이크 없는 치킨게임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사소한 충돌이 국지전 또는 전면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외부 투자가들이 한반도 정세를 관찰하는 바로미터 중 하나가 개성공단의 유지 여부였다. 남측 인력이 북측 지역에 머물고 있을 경우 적어도 남측에 의한 무력 사용이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제 그런 부담이 없으니 언제라도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국가 신인도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은 공공의 안위와 국가 안보를 위해 사적 영역의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 통치권 차원의 행정행위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려는 목적으로 시작한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가 ‘남남 갈등’으로 번지고 중국·러시아와의 외교 마찰로 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성공단 중단과 사드 배치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겨냥한 지렛대(레버리지)다. 지렛대는 키워서 꼭 필요할 때 써야 한다. 이미 개성공단 카드는 전략적 도발 억지에 사용하지 못하고 제재 강화를 위한 선제 카드로 사용했다. 사드 문제는 제재에 동참해야 할 나라들을 자극하고 있다. 남남 갈등과 주변 국가들과의 마찰은 제재 효과를 반감시킬 수밖에 없다. 북핵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우선순위를 정하고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번에도 북핵 해결에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북핵 고도화를 막지 못한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1] 노인들이 자살하는 나라의 이야기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1] 노인들이 자살하는 나라의 이야기

    글의 제목을 ‘노인들이 자살하는 나라의 이야기’라고 적고 보니 왠지 느낌이 이상합니다. 자살을 미화하려는 것도 아니고, 권장하려는 건 더더욱 아닌데, 그런 나라의 이야기라니 이상하게 여길 법도 합니다. 세상 일 다 보고, 생각하기 나름이듯 이 글도 ‘노인이 자살하지 않는 나라’ 쯤으로 하면 좋으련만 그런 식상한 접근이야 우리 사회에서 다른 주제로도 이미 일반화 돼있고, 또 사회적으로 수도 없이 다뤄져 온 자살의 실상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냥 처음 생각 대로 가려 합니다.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니까요.  모든 생명이 희구하는 본원적인 가치는 삶입니다. 삶이란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생명활동을 이어가는 것이기도 하고, 권리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본질적이고 천부적 권리인 생존권의 실체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한 사회의 법과 제도, 윤리와 관행이 망라된 모든 역량이 개개의 삶을 지지하고, 보호하고, 신장해야 합니다. 이는 중세 이후 인본주의의 태동으로 인간 자체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 비로소 시작된 가치체계이지만, 그렇다고 그 전에 인간에 대한 성찰이나 인식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가장 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종교라고 생각됩니다. 서양의 기독교는 물론 동양의 불교와 유교 등 거의 모든 종교는 인간에 대한 배려를 근본으로 삼고 있으니까요. 역사학자들이 암흑기라고 말하는 그런 시대에 비하면 확실히 지금은 인본주의의 절정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상, 어떤 이념도 인간이라는 주체적 가치를 뛰어넘지 못합니다. 인간의 의미는 절대적입니다. 누구도 훼손할 수 없고,변질시킬 수도 없습니다. 이전의 시대와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이지만, 아무도 놀라워 하지 않습니다.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칼하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 사례는 늘어가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비단 자살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100년 전, 200년 전, 그보다 더 오래 전에 비해 지금이 비자연적인 사망자가 더 많습니다. 물론 시대마다 절대 인구가 달라서 단선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한 개인이 태어나 천수를 다하고 죽는 것을 자연적인 사망이라고 한다면, 자살이나 전쟁 등으로 죽는 소위 비자연적인 죽음이 많다고 여겨지는 것은 또 무엇 때문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옛날에 비하면 정말 살기 좋다”고들 말하는 세상인데 말이지요. ●더는 ‘사람의 것’이 아닌 세상 많은 전문가들은 그 이유 중 하나로 인간 소외를 꼽습니다. 자살이란 절망의 극단적인 표현 방법입니다. 절망이란 더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문제는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절망을 느끼는 상황에 처해 있는 지금의 상황입니다. 예전에 비해 국부는 엄청나게 늘었고, 시민 권익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면서 아동이든, 노인이든, 여성이든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복지정책이 준비돼 있습니다. 살려고 하면 어떻게든 살 방법이 있는 세상이지요. 그런데도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절망하고, 그 절망을 이겨내지 못해 무참하게 스러지고 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우울증 등 신경정신 분야의 질병을 말하는 사람도 있고, 죽음을 죄악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믿는 사회문화적 풍조를 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간 소외가 자살을 부른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필자의 생각에는 모두 다 맞는 진단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자살의 원인을 중요도에 따라 서수화할 수 있다면 저는 사람과 사람, 사회와 사람 사이에 형성된 관계의 해체와 새로운 관계의 재구성이 주는 문제를 가장 앞머리에 두고 싶습니다. 관계의 해체란 레고를 재조립하듯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일종의 변혁입니다. 나이가 한 사오십 쯤 된 사람이 어떤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자신을 중심으로 형성된 모든 인간관계를 해체, 정리한다고 생각해 보면 거기에서 오는 파장이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관계란 아무리 개인적이라도 사회적인 특성을 갖습니다. 왜냐고요? 개인이란 혼자를 말하지만, 그런 개인과 개인이 어떤 형태로든 관계망을 형성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사회를 구성하는 일이기도 하고, 또 사회라는 게 관계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런 개개인의 관계가 확장된 단위일 뿐이니까요. 그런데, 한국전쟁 이후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한 앞뒤 세대들이 바로 이런 관계의 해체에 직면하게 됩니다. 대가족제도의 해체에 따른 가족의 분화, 여기에서 비롯된 부양체계의 붕괴와 노후 소득의 중단, 도시화에 따른 생활방식의 변화 등은 필연적으로 부적응의 문제를 낳고, 전통적인 삶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을 고립무원의 상태로 몰아 넣습니다. 이 세대에게 세상은 예전처럼 외로울 때 누군가가 보듬어 주고, 힘들 때 누군가가 부축해 주는 생활공동체, 운명공동체가 아니라 걸핏하면 뒤통수를 호되게 얻어맞거나 진흙 구덩이에서 짓밟히고 마는 전쟁터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먹고 자고 입고 쉬고 노는 일이 모두 자신이 체득해 왔던 그런 일들이 아니게 되었고, 누군가와 소통하고 교류하는 일이 모두 벽에 막히게 되었습니다. 그 세대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세상이 되고 만 것이지요.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는 격언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세상, 예전에는 ‘사람의 세상’이었지만, 어느 새 ‘세상의 사람’이 되었고, 그렇게 삶의 주체와 객체가 바뀐 세상에서 그들은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이 외길로 내몰리게 됐지요. 그래서 그들은 가장 극단적이이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자살공화국’의 실상 필자는 시골에서 낳고 자랐습니다. 시골이라도 100호쯤 되는 제법 큰 동네였는데, 당시는 대가족이 대세여서 한 집당 식구가 보통은 5∼6명, 많은 집은 10명도 넘었으니 어림잡아도 족히 수백명이나 되는 주민들이 어우러져 함께 살았지요. 생각해보면, 집집마다 조부모, 부모, 자식 등 3대는 보통이었고, 더러는 자녀들이 결혼해 애를 낳은 4대 집안도 있었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별별 일들이 많았지요. 더러는 다투기도 했고, 그러다 화가 받쳐 목을 매거나 농약을 들이키는 ‘아주 놀랍고 특별한’ 사단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만, 살림살이가 어려워 먹고 사는 일에 지쳤다고, 의지가지가 없어서 외롭다고, 술이나 도박에 빠져 패가망신했다고 함부로 목숨을 버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제가끔 받아서 태어난 명(命)은 다 하고 가는 게 사람의 도리라고들 여겼고, 사는 일 바빠서 그럴 짬이 없었는지 우울증처럼 자칫 죽음을 부르는 병을 가진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 우리나라가 최근 10년이 넘도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연간 자살인원은 인구 10만 명당 29.1명이나 됩니다. 세계 평균인 12.4명을 두 배나 넘는 규모이지요. 이 중에서 노인 자살률만 따로 떼어서 보면 더 놀랍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4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70세 이상 노인 10만 명당 116.2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더군요. 이런 자살 규모는 최소 5.8명에서 최대 42.3명에 그치고 있는 다른 나라의 노인 자살률과 비교하면 최대 20배가 넘습니다. 필자가 왜 ‘노인이 자살하는 나라’를 제목으로 특정했는지 이제 이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나라입니다. 노인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고, 그래서 노후를 고립된 상태로 맞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노인의 자살은 치명적이라는 특성도 갖고 있지요. 젊은 층과 달리 노인들은 첫 자살 시도로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노인자살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지지부진하고, 사회적 관심사에서도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자살공화국’이라고 말하면 실상을 모르는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죽기에…”라거나 “다른 나라라고 크게 다르겠어?”라고 말하기 쉽지만, 앞서 제시한 자료를 보면 젊은 층이라도 막연하나마 위기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 자살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노인 자살에는 나름의 사회적 함의가 응축돼 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이제는 원인을 찾아 방책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노후 이런 조사 결과를 보면 또 어떤 생각이 들까요?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팀이 이런 조사를 했습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노인 자살 문제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호트(cohort)조사를 통한 전향적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코호트 조사란, 특정 집단(코호트)을 미리 정한 뒤 이후의 경과와 결과를 조사해 미래에 발생할 현상을 예측하는 전향적 조사방법을 말합니다. 예컨대, 한 마을을 조사 대상으로 정한 뒤 이 마을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을 종합적으로 취합, 분석해 향후 일어날 일들을 예측해 내는 방식이지요. 세계기분장애학회 공식 학회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신호에 실린 이 조사 결과에는 주목할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연구팀은 경기도 오산시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노인 655명을 대상으로 2010년 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국제신경정신분석도구(Mini-international Neuropsychiatric Interview)를 이용해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노인의 자살 성향, 자살 시도 등의 문제와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였지요. 인터뷰에는 숙련된 간호사를 투입, 노인별로 1개월에 걸쳐 자살 행동경향을 인터뷰하고, 이들의 일상을 추적 관찰했습니다. 그렇게 수집한 자료를 연령·성별 보정과정을 거쳐 표준화한 결과, 한 달 간 자살 충동을 느낀 노인을 연간으로 환산하니 1000명당 70.7명이나 됐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실제 자살을 시도한 노인이 연간 1000명 당 13.1명에 달했고, 자살을 시도한 노인 9명 중 1명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길거리에서 또는 공원이나 지하철에서 우리 곁을 무심히 지나치는 많은 노인들이 실은 남모르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래서 그들을 더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이해해 주고, 관심을 가져줘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물론 노인 자살이 갖는 사회적 함의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들도 국민인데, 왜 국가는 그들의 죽음을 거의 방치 수준으로 외면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통렬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정부는 나름대로 많은 노인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좋은 정책이란 선거 때 공약으로 제시했다가 나중에 적당히 물을 타서 생색만 내거나, 결국 흐지부지 되는 그런 공약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그들의 삶을 껴안을 수 있는 것이라야 합니다. 정부가 ‘그래도 주어진 여건 하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 하고 있다’거나 ‘재정 여건이 그런데 어쩌라는 말이냐’고 항변하는 건 후안무치한 일입니다. 사람의 목숨과 무관한 일에는 아까운 줄 모르고 돈을 펑펑 써대는 정부가 한다는 변명이 이 정도라면, 이는 정책이 노인복지의 최소한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에 다름 아니니까요. 물론 아무리 잘 해도 자살 없는 사회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부끄러운 오명에서는 벗어날 수 있고, 오명의 문제보다 더 값진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습니다. 자살률이라는 게 많은 사회지표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정치인과 고위 관리들이 입에 달고 사는 국격의 중요한 잣대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노인들이 자살하지 않는 나라를 위해 자살은 무서운 일입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통째로 지우고 없애려 한다는 것은 아픔입니다. 사회적 또는 경제적 관점의 ‘손실’ 때문만은 아닙니다. 하나의 공동체로 형성돼 있는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가 ‘더는 살아낼 수가 없다’거나 ‘죽는 게 낫다’고 판단해 자살을 선택한다는 것은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할 수 없는 충격이고 상실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실체적으로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이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자살로 야기되는 충격과 상실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김기웅 교수팀의 조사 결과, 자살 성향의 발생은 우울증이 있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3배 이상 높았습니다. 자살의 상당 부분이 실은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셈이지요. 우울증에 대한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료인들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우울증 환자가 상시로 죽음을 생각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주변 여건이 한 개인을 삶보다 죽음 쪽으로 내모는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타이완의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1989년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에서 드러나는 비인간적인 도시화의 한 단면이기도 할텐데, 여기에서 중요한 요인이 바로 경제적으로 자활 능력이 없다는 점과 자신이 구축해 온 관계의 해체입니다. 관계의 해체야 익히 아는 일이지만, 경제적 요인이 노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 역시 충분한 근거가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은 일단 자살 성향이 발생하면 만성화될 위험이 2배 이상 높았으며, 자살 성향이 있는 노인들 중 혼자 살거나 알코올 남용에 빠진 경우 자살 시도의 위험이 무려 6배 이상 높게 나타나기도 했으니까요. 그렇다고 대책이 없지는 않습니다. 먼저, 자살에 취약한 노인 계층의 빈곤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꼭 노인이 아니더라도 먹고 사는 일에 지치면 누구나 죽음을 생각합니다. 홀로 사는 노인들에 대한 사회관계망 형성도 중요한 숙제입니다. 자살은 자기 곁에 아무도 없다거나 의지처가 없다고 느낄 때 주로 결행하니까요. 고독한 노후의 외로움을 술로 달래는 노인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리도 당연히 필요하겠지요.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적절한 운동이 이런 자살 성향을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 개별 노인들의 신상을 정확히 파악해 적절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의미있는 자살 예방책이 될 수 있겠지요.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선거 때만 되면 난무하는 노인정책 공약이 실은 푼돈으로 노인문제를 덮겠다는 방식이라면 ‘자살공화국’에서 벗어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다시, 김기웅 교수의 제언을 듣습니다.“안타깝게도 높은 노인 자살률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홀로 사는 노인과 빈곤한 노인의 증가와 이에 따라 발현율이 점점 더 높아지는 우울증에 대한 소극적 대처와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의 상실이 주요인이다. 따라서, 노인에 대한 경제·사회적 안전망 강화와 함께 일상적으로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노인 자살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jeshim@seoul.co.kr
  • [씨줄날줄] 김정은 ‘치킨게임’의 심리학/구본영 논설고문

    북한이 그제 4차 핵실험을 단행한 뒤 “우리의 핵 포기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제사회의 여하한 압력에도 맞서겠다는 예고였다. 북한의 이런 공식 성명보다 더 눈에 띄는 건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자필 서명 문구다. “당중앙은 수소탄 시험을 승인한다”며 김정은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치킨게임’의 주역임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핵 개발도 이미 김일성 시대 때 시동이 걸렸지 않은가. 구소련 해체와 동구 사회주의 블록이 무너진 뒤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핵카드를 빼든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김씨 조선’의 3대 상속자 김정은이 이 시점에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배경이 궁금해진다. 그것도 중국의 역린(逆鱗)을 건드리면서까지 말이다. 지난달 그의 “수소탄의 폭음을 울리는 핵보유국”이라는 발언은 모란봉 악단의 베이징 공연 취소의 도화선이었다. 흔히 창업(創業)보다 수성(守城)이 더 어렵다고 한다. 기업이나 국가를 경영할 때 통용되는 경구다. 김정은은 고립무원인 처지에서 그나마 후원국인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막 나가는 형국이다. 판로를 생각하지 않고 마구 빚을 내 투자를 늘리는 벤처 기업식 통치를 하는 꼴이다. 창업자 김일성은 중·소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로 양쪽의 환심을 사려 했다. 김정일은 중국의 개혁·개방 권고를 체제 동요를 우려해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중국식 시장경제의 성과엔 찬사를 보내는 시늉은 했다. 김정은은 ‘주체외교’를 내세웠지만 상대적으로 유연했던 선대와 달리 ‘돌직구’만 던지고 있다. 외교만 그런 게 아니다. 내치도 마찬가지다. 이미 고모부인 장성택을 “건성건성 박수를 친다”는 등의 불경죄를 씌워 총살했다. 회의 석상에서 졸던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도 처형됐다. 또 다른 실세 최룡해 당비서도 중용했다가 직위를 박탈하거나 복권시키는 등 혹독한 롤러코스터 인사로 길들이고 있다. 김일성·김정일 시대 때보다 훨씬 가혹하고 잦은 숙청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아마도 국제사회의 전례 없이 강한 대북 제재를 부른, 무모한 ‘수폭 실험’도 그 부작용일 게다. 실세 2인자를 용인하지 않는 마당에 누가 직언을 하겠나. 김정은의 과격한 외교와 공포정치의 원인은 뭘까. 전문가마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 해석만 내놓는다. 근대 정치학의 비조 격인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다시 읽고 무릎을 쳤다. “인간은 증오심뿐만 아니라 공포심 때문에 과격해질 수 있다”는 대목이다. 측근들의 계급장을 수시로 뗐다 붙였다 하는, 불안정한 심리의 근저에 레짐 체인지에 대한 그의 짙은 불안감이 깔려 있을 법하다. 어쩌면 선대에 비해 약화된 체제를 물려받은 그가 이판사판으로 핵 개발에 매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열린세상] 우리의 소원은 통일?/장영철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우리의 소원은 통일?/장영철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우리나라가 1945년 분단된 이래 남북한이 공동으로 아리랑 못지않게 즐겨 부르는 노래는 아마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일 것이다. 통일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담은 이 노래가 북한에 전파된 이후 남북한 사람들이 만나는 모임에서뿐만 아니라 북한 사람들만의 모임에서도 애창되는 단골 메뉴가 되면서 그야말로 국민 노래로 승격된 느낌이다. 이 노래가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은 분단된 지 벌써 70년이 넘었지만 역사적, 문화적으로 단일민족이라는 의식이 확고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이면서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분단을 극복한다면 우리뿐만 아니라 분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지구촌에 평화의 기운을 가져오는 일대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통일은 아직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가사처럼 꿈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같은 분단국이었던 독일은 비록 이러한 노래는 없었지만 통일을 이룬 지 벌써 20년이 넘었고 이제는 통일 초기의 혼란을 극복해 유럽의 대국, 나아가 세계 대국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다졌다. 한반도의 통일을 염원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과정을 부러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독일 사람들은 통일이 갑자기 찾아왔다고 하지만, 그래도 기회가 왔을 때 홈런을 친 것 아닌가. 독일 통일처럼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역량을 구축해 놓아야 한다. 마침 독일의 앞선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무척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선조가 한반도에 정착하면서부터 대륙을 활보하던 기상은 점차 사라진 것 같다. 국제정세의 변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보다는 반도라는 좁은 무대에서 내부 정치에 몰두한 결과 수많은 외세의 침입에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식민지로 전락했다. 해방 후 아직도 그 후유증을 완전히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 남한은 대륙과의 연결 통로가 단절되면서 사실상 고립무원의 섬나라 처지가 됐다. 다행히 단기간에 극복하고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수출입국의 기치를 내건 선견지명의 정책이 있었고, 묻혀 있던 기마민족의 기질이 살아나면서 바다를 건너 전 세계로 뛸 수 있었던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했다. 남북한 간 소득격차가 너무 커져 통일 부담의 확대를 우려해 통일에 유보적인 자세를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독일의 예로 볼 때 통일의 편익이 부담을 훨씬 능가할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오랫동안 유지해 오던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새로운 투자나 산업 창출이 지연되는 등 활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제2의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에서 남북 통일이 획기적인 계기가 됨은 분명하다. 통일한국이 대륙과 해양세력의 접점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면서 우리의 지정학적인 이점을 살리는 막대한 투자가 활성화되면 우리 경제는 새로운 장을 맞게 된다. 더구나 북한 지역의 경제개발로 그동안 억제됐던 출산율이 올라가면 남북한 인구 규모는 현재의 8000만명보다 훨씬 많아지고, 인근 지역에 대한 흡인력까지 고려한다면 내수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이다. 내수활성화를 통해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 재도약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면 서민층의 삶도 회복되는 희망이 생길 것이다. 최근 북한의 시장경제가 점차 활성화되면서 경제가 다소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경제 발전은 주민들의 생활 향상은 물론이고 차후 통일 비용도 절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통일의 기운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현시점에서 통일 이후 취해야 할 구체적인 과제들을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 경제적, 군사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단절돼 다른 정치체제에 살던 사람들이 자칫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차제에 우리 내부의 분열상도 통일해 나가는 진정한 통합적 리더십이 발휘돼야 할 것이다. 새해에는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가사처럼 통일의 꿈이 현실로 나타나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中과 틀어진 외톨이 김정은, 러시아와 ‘新 등거리 외교’

    中과 틀어진 외톨이 김정은, 러시아와 ‘新 등거리 외교’

    북한이 중국과의 군사협력을 강조하던 변인선 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장의 숙청을 통해 1970년대 김일성 주석 시절 추구했던 등거리외교의 21세기판인 ‘신(新)등거리외교’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북한의 외교노선은 김정은(얼굴)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월 자신의 핵심 군사 참모이자 군부 내 작전통인 변 국장을 숙청한 것에서 그대로 볼 수 있다. 변 국장은 당시 김 제1위원장에게 한·미동맹을 의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과의 핫라인을 단절하라는 김 제1위원장의 지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가 숙청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1970년대 시절 김 주석이 중·러 어느 쪽에도 편향되지 않는 자주노선을 표방하며 자신만의 몸값을 높이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비록 중국과 미국이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소련에 대항해 이 같은 북한의 등거리 외교가 퇴색됐지만 최근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냉전에 버금갈 정도로 대립이 격화되면서 이 같은 북한의 전략이 먹혀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중국과의 관계가 냉랭한 상태다. 2013년 5월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을 가졌지만 핵보유국 인정은커녕 문전박대를 당했다. 지난해에는 장관급 이상 고위 인사가 단 1명도 북한을 방문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자고 주장하던 변 국장이 숙청된 것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은 일단 이 문제에 대해 극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북한의 잔인한 숙청 및 처형은 북·중 관계를 더 꼬이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1월 숙청된 변 국장이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주장하다가 숙청된 게 사실이라면 북·중 관계는 파탄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북·중이 최근 관계 개선을 시도한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실제로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의미 있는 행동은 없었다”면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할 중국이 북한 문제에 자꾸 엮여서는 안 된다는 대북 회의론자들의 목소리가 더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의 경우 유리 트루트녜프 부총리와 알렉산드르 갈루슈가 극동개발부 장관이 연이어 평양을 방문해 양국 간 우애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노골적인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의 방러가 무산되긴 했지만 협력은 가속화될 분위기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4일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지 3년이 되도록 정상회담을 하지 못할 정도로 예전과 다르다”며 “북한이 러시아에 밀착하면서 1970년대 식 등거리 외교를 펼치는 생존전략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사설] 北 내부불안 덮기 위한 도발 가능성 대비해야

    북한이 그제 서해 백령도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이례적으로 야간 포 사격을 했다. 북측은 전화통지문으로 13∼15일 사흘간 연평도와 백령도 인근에서 해상 사격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우리 측의 자제 요구에도 불구하고 무력 시위를 강행한 것도 심각한 일이지만,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공개 처형 등으로 북한 내부가 불안정해진 터라 더욱 예의 주시해야 할 사태가 아닐 수 없다. ‘폐쇄 회로’에 갇힌 듯한 북한 정권의 진로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국가정보원의 발표대로 군부 2인자인 현영철이 처형됐다면 북 세습정권의 불가측성은 더 커졌다고 봐야 한다. ‘공포정치’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장악력이 커진 것처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체제 불안 요인의 싹을 틔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당·정·군 경력 없이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은은 내외부에 걸쳐 고립무원의 처지다. 경제 여건도 최악이지만 과거 혈맹인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확고한 지지를 못 받고 있다. 친중파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데 이어 전승기념일을 앞두고 러시아를 방문했던 현영철마저 처형했다면 북·러 관계도 더 삐걱거릴 공산이 크다. 그럴수록 그는 공포정치에 기댈 소지가 크다. 하지만 당장엔 잔혹한 처형과 숙청을 피하려고 당·정·군 간부들이 숨죽이겠지만, 극단적 공포정치는 임계점을 넘으면 폭발할 수밖에 없다. 어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현영철 처형설과 관련해 “북한 급변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맞는 얘기다. 다만 그런 장기적 준비는 기본일 뿐이다. 더 시급한 건 북한이 내부 불안을 밖으로 투사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일이다. 북측이 내부 결속을 다지려고 국지적 대남 도발이나 남북 간 긴장을 조성하는 구태를 보일 것에 대비하란 얘기다. 그런 맥락에서 북측은 최근 심상찮은 조짐을 보였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이나 개성공단 북 근로자 태업이 그 징후다. 심지어 그들 마음대로 그은 해상분계선을 ‘침범’하는 남측 함정을 조준 타격하겠다고 위협하더니 청와대로 전통문을 보내 “용기가 있다면 도전해 보라”고 도발하기도 했다. 우리측의 과민 반응도 금물이다. “도발 시 원점을 타격하겠다”며 말만 앞세우는 게 능사는 아니다. 북측이 서해 등 남북 접촉 면에서 제한적 도발을 감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확실한 준비 태세를 보여 줘야 한다. 한·미 공조는 물론 중·일·러 등과도 긴밀한 감시 체제를 가동해 북한 권력의 불안정이 야기할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할 때다.
  • [성완종 리스트 파문] 12일 동안 대통령 부재중… 2인자 놔두고 새 해결사로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독대’ 형식으로 40분간 긴급 회동한 데 대해 냉랭한 당청 관계가 변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박 대통령은 2013년 5월 황우여 당시 대표와 1시간 동안 배석자 없이 독대한 적이 있다. 김 대표가 지난해 7월 14일 당대표에 선출된 다음날 청와대 초청으로 박 대통령과 별도로 만났지만 시간은 ‘5분’에 그쳤다. 독대로 보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박 대통령이 이날 당초 계획했던 중남미 4개국 순방 출발 일정을 2시간가량 늦추며, 예정에 없던 독대를 한 건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선택한 ‘독대’의 정치적 함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국정 2인자인 이완구 총리와 친박(친박근혜) 핵심들이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줄줄이 연루된 상황에서 국정 수습의 책임을 김 대표와 일정 부분 나누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 총리는 고립무원이고, 이병기 비서실장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최경환 부총리(16~19일 미국 출장)와 황우여 부총리(22~24일 인도네시아 출장)마저 순방 기간 중 부재해 김 대표에 쏠리는 정치적 주목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김 대표로서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여권 내 정치적 무게감을 키우는 동시에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인 ‘12일’ 동안 일어날 여러 변수와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책임도 지게 됐다. 정치적으로 ‘양날의 칼’에 해당하지만, 당·청 관계의 추를 김 대표 쪽으로 끌어올 기회도 갖게 된 셈이다. 김 대표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하자 당시 당 대표로 구원등판한 박 대통령과 함께 사무총장으로 당 재건 작업을 진두지휘하며 친박 좌장으로 부상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탐정은 경찰과 기자 중 누구와 더 비슷할까/ 김종식(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탐정은 경찰과 기자 중 누구와 더 비슷할까/ 김종식(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탐정은 경찰과 기자 중 누구와 더 비슷할까/ 김종식(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우리나라에서도 개인의 권익도모와 문제해결에 필요한 사실관계(事實關係)를 전업(專業)으로 파악해 줄 민간차원의 정보·조사 서비스업이 머지않아 새로운 직업으로 등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름하여 민간조사원, 즉 사립탐정이 그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민간조사업 도입관련 2건의 의원입법안(일명 탐정법)을 중심으로 정부에서도 그 유용성을 평가하고 법제화를 적극 추진 중에 있다. 많은 국민들은 복잡·다양한 생활과 소송구조의 변화에 부응한 결단임에 주목하고 조속한 결실을 기대하고 있으나 아직도 사립탐정(민간조사원)의 역할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에 민간조사(사립탐정)제도의 본질을 경찰·기자 등 인접 직역(職域)과의 비교를 통해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탐정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크게 ‘범인을 추적하는 경찰의 수사활동’을 연상하는 부류와 ‘사실관계를 밝히는 기자의 취재활동‘을 떠올리는 부류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에는 탐정도 일정한 준사법권을 행사하게 된다고 보는 시각이며, 후자의 경우에는 탐정이란 아무런 권력없이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외로운 임의적 존재로 보는 패턴이다. 이런 류(類)의 선입견 차이에서 부터 탐정의 본질적 역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묻어난다. 일견해 볼때 수 적으로는 탐정의 본질을 경찰의 역할에 견주어 보려는 경향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사실 민간조사원(사설탐정)의 역할은 경찰보다 기자의 역할과 비슷한 점이 더 많다. 기자의 활동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공익적 측면이 강한 반면, 탐정의 역할은 사적 권리보호와 구제를 우선시 한다는 측면에서 그 궁극의 사명은 서로 다르나, 활동 기법면에서는 대부분 닮은 꼴이다. 즉 탐정과 기자는 공히 ‘사실관계의 파악’을 업무의 요체로 하고 있음과 그 업무수행 과정의 수단·방법면에서도 대동소이하다. 특히 합리적 의심과 탐문을 통해 정보의 오류와 함정을 발견해내야 하는 고충과 둘 다 권력작용이 아닌 자의적(임의적) 활동임에 어떤 국민도 이들의 조사나 취재에 응할 의무를 지니지 않는다는 점에서 활동상 공통적 애로와 한계를 느낀다. 이런 특성으로 우둔스럽거나 게으런 사람 또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이라는 속성을 슬기롭게 감내하고 극복할 의지가 없는 사람은 탐정이나 기자로서의 부적격자로 치부되기도 한다. 한편 경찰과 사설탐정(민간조사원)의 역할을 비교해 보면, 양자는 두루 흡사한 듯 하지만 실제 비슷한 점은 그리 찾아보기 어렵다. 경찰은 필요에 따라 명령·강제와 같은 권력과 서비스 지향적인 비권력을 두루 구사하면서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라는 폭넓은 임무를 수행하는 공공재(公共財)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경찰권 발동에는 우선순위와 한계라는 제약이 수반되며, 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제한적·잠정적 개입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경찰은 ‘사적 영역’에서 ‘일체의 권력 없이’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사실관계의 파악’을 위해 ‘선택재(選擇財)’로 활용되는 민간조사원과는 그 법적지위나 목적·수단·방법이 완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사람들이 탐정을 경찰과 더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은 세계적으로 사적 피해 입증과 실종자 찾기, 공익침해행위 탐지 등에 있어 탐정이 경찰의 수사력에 필적하는 효용을 발휘하고 있음에 기인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렇듯 “탐정은 어떤 형태로 존재하며 그는 누구인가”에 대한 분분한 관점은 지금 법제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민간조사업에 대한 일반의 시각과 그 본질간에 적잖은 괴리가 있음을 말해주는 현상들이라 하겠다. 국민들의 선입견 차이는 옳고 그름을 떠나 새로운 제도의 도입과 정착에 적잖은 걸림돌이 될 것인바, 그 간극을 좁혀 나갈 수 있는 대국민 이해증진의 노력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헤럴드경제 민간조사학술전문화과정 주임교수, 한국산업교육원 교수, 법무부 및 경찰청 정책평가단, 전 용인·평택 정보계장, 경찰학·경호학·민간조사학 등 강의 10년 ======================================= ※‘자정고 발언대’는 필자들이 보내 온 내용을 그대로 전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따라서 글의 내용은 서울신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의 내용에 대한 권한 및 책임은 서울신문이 아닌, 필자 개인에게 있습니다. 필자의 직업, 학력 등은 서울신문에서 별도의 검증을 거치지 않고 보내온 그대로 싣습니다.
  • [사설] 北, 대화 테이블에 앉아 메뉴를 논하라

    북한은 어제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키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이 강행된다면 남북 관계가 파국에 처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내심 우리의 협력을 바라면서도 대화를 차단하는 바리케이드를 치는 꼴이다. 앞서 북측 조평통이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 조건으로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한 것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진정으로 남북 상생을 원한다면 자꾸 전제 조건을 달지 말고 대화 테이블로 나오기 바란다. 북한 지도부는 자신들이 처한 엄연한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3일 유튜브 회견에서 북한 체제를 “지구상에서 가장 잔혹하고 폭압적인 정권”으로 규정했다.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인터넷을 통한 정보 확산으로 압박하겠다고도 했다. 핵 협상장을 박차고 나간 뒤 6자회담 복귀를 미끼로 반대 급부를 얻어내는 식인, 북의 시간끌기 대화에는 더는 응하지 않겠다는 함의다. 핵실험 등 북의 엇박자 행보에 과거 혈맹인 중국조차 불편해하는 기색이 완연하다. 외교적으로 고립무원인 북측이 대화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동족의 선의를 곡해해선 안 될 이유다. 물론 얼어붙은 남북 관계는 우리에게도 이롭지 않다. 북한이 ‘자폐적 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북한 주민들의 삶이 피폐해지는 건 불문가지다. 북측이 대남 비방으로 주민들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 한다면 이 또한 심각한 문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려면 남북 당국이 일단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런데도 북측은 남측이 5·24 조치를 먼저 해제해야 이산가족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극히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조건을 단 어처구니없는 행태다. 과거 남북 회담에서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에 호응하면 남측이 쌀과 비료를 지원한 전례는 있다. 그러나 회담도 열리기 전에 남측의 대규모 협력 물꼬를 트기 위한 지렛대로 이산가족 상봉 카드를 흔들고 있다면 가당치 않은 일이다. 북측은 그들의 도발로 희생된 연평도의 해병대 병사와 천안함 수병들의 원혼 앞에 아직 한마디 사과조차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5·24 조치를 해제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긴다면 이만저만 착각이 아니다. 남북이 물밑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식 회담에서 5·24 조치의 해법을 논의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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