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對外정책 큰변화 없을듯/全寅永 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기고)
북한은 5일 최고 주권기관인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 회의를 만수대 의사당에서 개최하여 헌법수정·보충,金正日 국방위원장 재추대 및 국가지도기관 선거 등 세가지 주요 안건을 처리하고 폐막했다.최고인민회의 결과를 분석, 검토해보면 대외정책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엿볼 수 있다.
첫째,金正日의 군부중시와 그에 의거한 통치형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실세인 군부의 대외정책 영향력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점을 시사한다.
둘째,북한의 대외경제정책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경제난 극복은 북한 지도층의 변함없는 최우선 과제이며,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치·이념으로부터 경제를 어느정도 해방시키는 조심스러운 ‘실용주의 대외경제정책’의 채택이 불가피할 것이다.
셋째,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정책은 그대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미사일 발사(또는 인공위성 발사)로 야기된 미·북관계 긴장에도 불구하고,미국과 북한이 지난 5일 뉴욕에서 열린 제7차 고위급회담에서 핵동결이행,미·북 미사일 협상,한반도 4자회담,대북 경제제재 완화,식량지원 등에 관해 진전을 보았다.이는 양국 정부 모두 관계 악화를 원치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북한이 보여준 유연한 대미협상 행태는 김정일 체제 공식출범과도 무관치 않으며 지난 8월31일의 미사일 발사와 더불어 김정일의 위상강화도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넷째,일본이 입은 충격과 좌절감을 생각할때 앞으로의 북·일 관계는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일본의 대북 경계심 증대로 인하여 북한은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되었다.
다섯째,북한의 미사일 개발 등을 직·간접으로 지원해 주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중국과 러시아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북한의 군사과학·기술발달 속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여섯째,북한의 중거리 미사일이 중동의 이란과 이라크 및 시리아로 수출될 경우 이스라엘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국가안보가 크게 위협 당할 수 있다.
북한의 대외정책과 전략은 비교적 일관성을 보여왔고 단기간 내에 달라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김정일이 그동안 북한 사회를 통치해온 최고책임자이며 실세라는 점을 감안할때 권한이 강화된 국방위원장에 취임했다고 해서 갑자기 북한의 대외정책이 획기적으로 변할리 만무하다.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지도자가 교체될 때 비로소 분명한 정책변화가 나타나기 마련이다.북한에서는 김정일이 이미 오랫동안 북한의 대내외 정책결정 및 실천에 깊이 관여해왔고 그에 도전할 세력이 없기 때문에 대외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김정일 시대의 대외정책 과제는 무엇인가.가장 큰 문제는 역시 미·북 관계 개선일 것이다.북한은 계속 자주성을 강조하면서 4자회담이나 판문점 장성급 회담에서 한·미 양국에 대한 강경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주한 미군 철수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은 북한이 일관성 있게 추진해 온 대외정책 목표였으며,이를 철회하거나 타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북한사회가 엄청난 정치변동 사태를 겪거나 고립무원 상태에서 심각한 외부의 위협에 직면하거나,아니면 한·미·일 3국이 대규모 경제지원을 약속하지 않는 한 북한의 대외정책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