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고름
    2026-06-07
    검색기록 지우기
  • 중도층
    2026-06-07
    검색기록 지우기
  • 조각
    2026-06-07
    검색기록 지우기
  • KBO리그
    2026-06-07
    검색기록 지우기
  • 폭언
    2026-06-0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33
  • 여드름도 피부질환 짜지말고 비추세요

    최근 들어 청소년과 성인 여드름 환자가 늘고 있다. 전문의들은 20년 전에 비해 환자가 20∼30% 정도 늘었다고 말한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서구식 식생활과 생활환경의 변화에 따른 인체의 반응이 여드름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예전에는 이런 여드름을 성장기의 상징으로 여겼지만 정확하게 말해 피지를 만드는 피지선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일종의 피부질환이다. 피지선의 피지 분비량이 너무 많아 여드름이 생기는 것이다. ●여드름의 발생과 종류 모공에는 원래 ‘여드름균’으로 불리는 세균이 서식하고 있는데, 피지를 영양원으로 하는 이 세균이 피지 분비량이 늘면서 급격하게 증식해 문제를 일으킨다. 일단 염증이 생기면 환부가 붉어지고 붓기 시작한다. 여드름은 크게 염증성과 비염증성으로 나누는데 주로 염증성이 문제가 된다. 염증성은 염증 반응으로 피부가 붉어지고 통증이 나타나는 구진 단계에서 고름이 생기는 화농 단계로 진행하는데 주의할 점은 이때 여드름을 억지로 짜거나 잡아 뜯을 경우 상처가 덧나거나 평생 흉터가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원인 여드름은 가족력, 성장기 호르몬, 스트레스, 월경과 임신, 잘못된 화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다. 선천적으로 지성피부를 가진 사람은 피지 분비량이 많아 얼굴에 기름기가 많고 모공도 커 그만큼 여드름이 생기기 쉽다. 또 청소년기에 생성되는 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이 피부의 각질화를 촉진하고, 피지선의 이상반응을 초래해 여드름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지성피부인 사람은 안드로겐에 훨씬 과민하게 반응하며, 성장기에는 안드로겐 분비량이 많은 남자가 여자보다 여드름이 많다.‘여드름=사춘기’라는 인식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또 피지 분비를 촉진하는 스트레스와 월경 및 임신도 여드름의 원인이다. 이런 원인으로 생기는 여드름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은데, 주로 입 둘레에 잘 생기고, 통증이 심하며, 배란일을 앞두고 악화됐다가 생리가 끝나면 좋아지는 특성을 보인다. 프로게스테론이라는 여성 호르몬 때문이다. ●치료 여드름을 짜서 피지와 고름을 빼내는 압출치료는 통증과 치료 부위가 붉게 부푸는 흔적 때문에 불편이 적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에는 ‘광치료(Photo therapy)’를 주로 사용한다. 통증이나 치료 흔적이 거의 남지 않기 때문이다. 광치료의 일종인 ‘옴니룩스-블루’치료법의 경우 415nm(나노밀리) 파장의 빛을 환부에 쪼여 염증 대사물질인 포르피린의 활동을 억제하고 여드름 세균을 사멸시키는 방식이다. 이 치료법은 모든 종류의 여드름 치료에 적용할 수 있으며, 특히 여름철 땀 때문에 심해지는 등이나 가슴의 여드름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통증이 없고, 치료 후 바로 화장이나 일상활동이 가능하며, 치료비 부담도 적다. 최근의 임상 보고에 따르면 ‘옴니룩스-블루’를 이용해 통상 일주일에 2회씩 약 4주 정도 치료해 여드름의 70%까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도움말 홍남수 듀오피부과 원장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춘향·몽룡의 여름나기 배워볼까

    춘향·몽룡의 여름나기 배워볼까

    오는 31일은 단오. 지금은 아스라해진 우리네 고유명절. 조상들은 이날 보양식을 먹고 한바탕 신나게 놀면서 다가올 무더위에 대비해 몸을 추슬렀다. 오늘날. 에어컨을 사는 것 말고 여름을 이기기 위해 우리들이 준비하고 있는 것은 무얼까. 물질문명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명절이 아니라 명절속에 담긴 조상들의 지혜가 아닐까. 건강한 여름나기를 준비했던 조상의 슬기를 찾아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본다. 향단이가 준비해놓은 창포물 앞에 앉은 춘향. 솜털이 보송보송한 귀밑머리까지 한올한올 정성들여 머리를 감는다. 행여 한방울이라도 흘릴세라 여간 조심하지 않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머리를 매만지며 이번엔 화장대앞에 앉아 분을 바른다. 예사로운 분이 아니다. 아침 해뜨기전 텃밭의 상추잎에 맺힌 이슬을 모아 개어 놓은 분이기 때문. 얼굴에 바르면 버짐이 피지 않고 피부가 아기의 그것처럼 고와진다. 분단장 마친 춘향.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머리를 찰랑대며 어서 나가자고 향단이를 채근한다. 오늘은 단옷날. 집안에만 갇혀 지내다 모처럼 자유롭게 바깥을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이다. 이날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려왔던가. 은근한 눈초리로 힐끔대는 뭇남정네들의 시선을 한껏 즐기며 신나게 그네를 탄다. 옷고름이 휘날리는 모양새가 마치 하늘에라도 닿을 듯하다. 저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몽룡. 마치 그네를 타는 선녀라도 보듯 넋이 빠져있다. 저고리 앞섶이 보일 듯 말 듯 나풀거리는 모습에 애간장이 탄다. 하릴없이 허리춤에 괸 창포뿌리만 매만진다. 단옷날 남정네들은 창포뿌리를 허리에 차고 다녔다. 사악한 기운을 쫓는 효험이 있다는 믿음 때문. 단오선(端午扇)을 부쳐대며 안달복달하는 이몽룡을 보다 못한 메신저, 방자가 춘향에게 다가가 수작을 걸어본다.“아씨, 저희 도련님께서 호젓한 곳에 가서 수리떡이나 같이 드시자고 하십니다요.” 아마도 이몽룡과 성춘향은 이렇게 단옷날을 즐기지 않았을까. 예로부터 단오는 추석과 설에 버금가는 명절이자 축제날. 모내기를 마치고 잠시 쉬며 다가올 뜨거운 여름을 준비하는 날이었다. 이날 먹었던 음식이나 행했던 풍속들을 보면 여름을 이기기 위한 조상들의 슬기가 가득 배어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오며 잃어버린 우리의 소중한 전통. 단오를 제대로 알면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도움말 김흥술 강릉시청 학예연구사, 김경남 민속학자, 조규돈 강릉단오보존회 회장 단오가 지나면 곧바로 무더위와 장마가 이어진다. 단오에 벌어지는 풍속들은 더운 여름철에 건강을 유지하는 지혜와 재액을 멀리하고 풍농을 기원하는 습속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 창포물에 머리감기 창포는 기름의 유화작용과 분산작용이 뛰어난 천연세제. 해마다 단오무렵이면 논주변이나, 연못 등에 무성하게 자라났다. 머리카락의 때를 빼고(샴푸), 부드럽게 해주는 것(린스)은 물론, 영양을 공급(트리트먼트)해주는 다양한 기능을 가졌다. 그래서 단옷날이면 부녀자들이 창포뿌리 삶은 물을 희석시켜 머리를 감았던 것. 비듬이나 피부병을 없애주는 효과도 있었다. 또 머리를 감은 다음엔 은은한 향을 발산해 향수대용으로도 그만이었다. ● 단오장(端午粧) 화려한 외출을 위해서, 또 나쁜 귀신을 쫓는다는 주술적인 의미에서 여인네들은 단옷날 아침 공들여 치장을 했다. 먼저 아침해가 뜨기전 창포나 상추에 맺힌 이슬을 모아 분을 개 얼굴에 발랐다.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 것은 물론, 얼굴에 버짐이 피지 않고 피부가 고와진다고 믿었기 때문. 창포뿌리를 잘라 비녀를 만들어 꽂기도 했다. 두통을 없애 머리를 맑게 하고, 서캐 등의 기생충을 물리치는 효과가 있었던 것. 비녀에 수(壽)와 복(福)자를 새겨 복을 기원하기도 했다. 요즘도 강릉단오제 때에는 할머니들이 머리에 창포비녀를 꽂고 나오기도 한다. 남자들은 창포뿌리를 허리에 차고 다녔다. 물론 재액을 멀리한다는 주술적인 의미에서다. ●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농촌에서 설날이나 정월대보름에 과일나무 시집보내기를 하듯, 단옷날 오시(午時, 오전 11시30분∼낮12시30분)에는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행사를 벌였다. 단오는 대추가 막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계절. 여성을 상징하는 대추나무 가지사이에 남성을 상징하는 둥근 돌을 끼워넣어 풍년과 다산(多産)을 기원했던 것이다. ● 단오부채 선물하기 부채는 더위를 식히고 파리나 모기 등의 해충을 쫓는데 유용한 도구. 조선시대에는 국왕으로부터 평민에 이르기까지 단오부채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5월부채 동지책력’이라 해서 왕은 단오선이란 부채를 신하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었고, 영호남의 지방관리들은 각지역 특산부채를 왕에게 진상하기도 했다. 재료는 달랐지만 평민들도 단오부채를 주고받았다.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라는 의미를 담았음은 물론. ● 기타 단옷날 오시에 목욕을 하면 무병한다고 해서 단오물맞이를 하고 모래찜을 하기도 했다. 부녀자들은 음식을 장만해 창포가 무성한 못가나 물가에 가서 물맞이 놀이를 즐겼다. 또 설날이나 추석처럼 어른아이할 것 없이 모두 단오빔을 해 입기도 했다. 단오를 앞두고 밀린 공사대금 등은 모두 정리했고, 머슴들에게는 동짓날 ‘겨울살이’처럼 옷과 용돈 등 ‘여름살이’가 지급됐다. 노인들은 모아놨던 용돈을 이날 하루에 모두 써버리기도 했다. 약으로 사용하기 위해 쑥과 익모초 등을 뜯는 날이기도 했다. 익모초는 더운 여름날 즙을 내 마시면 입맛을 돋우는 효능을 가진 식물. 이맘때 나는 단오쑥은 특히 약효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슬 맺힌 쑥을 캐다 막걸리를 뿌려 말린 다음 환으로 만들어 먹으면 식중독이나 배탈 등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마당에 쑥불을 피워 전염병을 옮기는 모기 등의 해충을 쫓기도 했다. 소에게는 코를 뚫는 ‘성년식’의 날. 간장을 소의 코에 뿜어 소독한 다음, 날카로운 나무로 소의 코를 뚫었다. 천방지축 날뛰던 송아지가 비로소 양순하고 일 잘하는 어른소가 되었던 것. ■ 강릉단오 29일 절정 경산·영광서도 열려 # 단오놀이 그네뛰기는 여인네들이 즐겼던 대표적인 놀이. 누가 더 멀리 뛰는가를 겨뤘다. 멀리 뛸수록 하늘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주술적인 의미도 있었다. 춘향전에서 보듯, 그네를 타는 곳은 일종의 남녀간 미팅장소이기도 했다. 모처럼 외부출입이 자유로웠던 단옷날, 여인네들은 그네를 타며 남자들과 수작을 벌이기도 하고, 세상밖을 구경하기도 하며 해방감을 만끽했던 것. 강릉지역에서는 파리와 모기 등의 해충을 쫓기 위해 그네를 타기 시작했다는 일화도 전해온다. 반면 남정네들은 씨름을 즐겼다. 각희, 각력이라는 별칭처럼 다리의 힘을 주로 겨루는 경기. 농번기를 앞두고 다리힘을 기르는데 씨름처럼 좋은 놀이가 없었다. # 단오음식 단옷날 먹는 음식들은 미각을 돋울뿐만 아니라 여름을 건강하게 날 수 있는 영양식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음식이 수리떡.‘수리’는 태양을 상징하는 고어(古語)다. 즉, 양기가 가장 성한 날 태양모양의 떡을 만들어 먹었던 것이다. 주재료는 산에서 뜯어온 쑥. 솜털이 나있어 솜쑥이라고도 불린다. 들에서 나는 쑥보다 뛰어난 약효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금님은 이날 제호탕을 마셨다. 제호탕은 여러 한약재를 달여 꿀을 섞은 것으로 여름철 건강을 유지하는데 탁월한 효능을 보였다. 팥죽도 만들어 먹었다고 전해진다. 예로부터 붉은색의 팥은 귀신을 쫓는데 사용한 곡식. 대문이나 장독대 등에 널어두었던 팥으로 단오팥죽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이밖에 송홧가루에 꿀을 섞어 갈증해소를 위해 마셨던 송화밀수나 초여름 보양식 준치만두, 그리고 앵두화채, 수리취떡 등도 단오때 먹던 제철음식들이었다. # 가볼 만한 단오행사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된 강원도 강릉단오제(danoje.festival.org)는 최대의 단오축제. 신주빚기 등 사전 행사가 열리는 5월2일부터 6월2일까지 강릉시 남대천변 단오장과 지정행사장에서 열린다. 영신제 등 본행사가 열리는 5월29일부터가 절정. 창포 머리감기, 그네타기 등의 체험행사는 물론, 관노가면극과 학산 오독떼기 공연 등 놀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하다. 정동진 등 유명관광지가 인근에 산재해 있어 5월 나들이코스로는 제격이다. 문의 강릉단오제위원회 (033)641-1593. 중요무형문화재 제44호로 지정된 경북 경산시의 자인단오제(gyeongsan.go.kr)도 가볼 만하다.3m에 달하는 화려한 화관을 들고 추는 여원무와 가장행렬인 호장굿 등이 장관.5월31일부터 6월2일까지 자인면 계정숲에서 열린다. 문의 경산시청 문화관광과 (053)810-6062. 전남 영광의 법성포단오제(yeonggwang.jeonnam.kr)는 5월28부터 31일까지 법성포 숲쟁이공원 주변에서, 충남 대전의 금강단오제(dano.or.kr)는 6월3일 대청댐 잔디광장에서 각각 열린다. 서울의 국립민속박물관(nfm.go.kr), 남산골 한옥마을(hanokmaeul.org)등에서도 단오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 단오의 유래 입하(立夏)를 지나 태양의 열기가 뜨거움을 더해가는 음력 5월5일. 모내기를 마치고 첫번째 김매기를 앞둔 사이에 거행된 단오는 여름철 세시풍속의 중심적인 명절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설과 추석, 한식 등과 함께 4대명절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음양사상에 따르면 오(五)가 두번겹치는 5월5일은 일년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 홀수를 양의 수라 하여 길수(吉數)로 여겼던 전통사회에서 단오는 길일중의 길일이었다.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는 날이기도 했지만, 신분의 높낮음에 관계없이 모두가 일상의 시름을 털고 한바탕 신나게 노는 축제의 날이기도 했다. 머슴이라 할지라도 배불리 먹고 즐기는 해방된 날이었던 것. 단오제로 유명한 강릉지역에서는 “단오장에서 돌베개 베고 안 자본 사람 없고, 안 망가진 보리밭 없다.”는 말이 전해질 만큼 음주가무가 어우러진 질펀한 축제의 장이었다. 특히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않았던 부녀자들에게는 모처럼 외부출입이 허용된 특별한 날이기도 했다. 남쪽으로 갈수록 추석을 성대히 치른 반면, 단오는 북쪽으로 갈수록 더 큰 명절로 여겨지기도 했다. 원인은 기후.5월이 되어서야 추위가 사라지는 북쪽지역에서 내복을 벗는 날인 단오는 가장 경사스러운 날이었던 것. 단오의 유래에 대해서는 중국 유입설이 유력하다. 초나라의 충신 굴원이 멱라수에 몸을 던져 자결한 날이 5월5일. 중국인들이 굴원을 기려 제사를 지내던 풍습이 우리나라의 단오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견도 만만치 않다.‘수릿날’이라고도 하는 단오는 고대 마한시대부터 시작되었다는 것. 마한시대의 습속을 다룬 ‘위지(魏志)’에 기록된 ‘5월제’가 단오의 시초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명절이자 농사와 관계있는 절기인 단오를 특정인의 제삿날과 연관짓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특히 강릉단오제는 지난 2005년 중국의 공동등재 요청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유네스코(UNESCO)의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으로 지정됐다. ■ 남녀노소·빈부귀천 없이 단오엔 모두가 한마음 강릉의 단오제를 지켜본 유네스코 심사위원들이 “아직도 인류에 이런 축제가 남아 있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표현했듯, 단오는 모든 사람들이 상하귀천 없이 함께 어우러진 축제의 장이었다. 거나하게 술이 오른 사람들은 너나없이 돌베개를 벤 채 흐드러지게 잠을 자고, 그새 눈이 맞은 남녀들은 단오장 주변 보리밭이 남아나지 않을 만큼 질펀하게 놀곤했다. “창포꽃 피는 단옷날이 오면 동네 어귀에 있는 송백수 가지에/ 높이 높이 그네줄 매어놓고 붉은 댕기 비단치마 바람에 나부끼며/ 그네뛰던 옛고향이 그리워지기도 한다.”는 어느 시인의 탄식처럼 이제는 세인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단오. 기억 저편으로 보내기엔 너무도 소중한 전통이다. 단오와 관련된 자료사진들을 모아봤다. 아스라해진 기억의 한 자락을 되돌아볼 겸 잊혀져가는 우리의 고유명절을 다시한번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 자료제공 강릉시청·강릉문화원
  • [섬에서 온 봄편지] 청산도·여서도를 가다

    [섬에서 온 봄편지] 청산도·여서도를 가다

    ■ 완도에서 뱃길 45분…청산도를 가다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야 너도 가자/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청산도나 여서도처럼 베일 속에 감춰진 섬들의 이름을 들을 때면, 알 수 없는 기대감과 설렘이 고개를 쳐든다. 그래서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중독과도 같다. 시계추처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난 짧은 일탈, 그리고 해방감. 청산여수(靑山麗水)란 뜻에서 이름붙여 졌다던가. 푸른 보리밭과 쪽빛 바다가 넘실대는 곳. 청산도와 여서도를 다녀왔다. 글 사진 완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뭍과 하늘, 그리고 바다 등이 온통 쪽빛으로 물든 것 같다고 해서 ‘청산(靑山)’이란 이름을 갖게 된 청산도. 행정구역은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면이다. 문학작품 속에서나 접했던 그 섬에 가기 위해 완도항에서 청산페리호에 올랐다. 뱃길로 45분. 청산도에 대해 ‘예습’이라도 할 생각으로 운항실 문을 열어 항해사 이기정(56)씨를 찾았다.13년 동안 완도와 청산도를 오가며 뭍 사람과 섬 사람들을 실어나른 베테랑 항해사다.“ 청산도 처녀들이 시집갈 때꺼정 쌀을 서말(세말)을 못먹는당께요.”청산도는 농사지을 땅이 모자라 항상 쌀이 부족했다. 그래서 이곳에서 나고 자란 처녀가 뭍으로 시집갈 때까지 쌀 세말만 먹으면 ‘부잣집 처녀’소리를 들었단다. 뭍에서 자란 처녀를 ‘청산도로 시집보내지 말라.’는 말과 함께 이런 얘기도 들려준다. 육지 처녀가 청산도로 시집을 갔다. 어느날 아침. 시어머니가 새색시에게 “오늘 안으로 12개의 밭을 매라.”라고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어느 분의 영이라고 거역하랴. 하루종일 밭을 맨 새색시가 저녁무렵 허리를 펴고 세어보니 아무리 봐도 11개밖에 안 되더란다. 설움에 북받쳐 울던 새색시가 털고 일어서는 데, 바로 그곳이 12번째 밭이었더라는 얘기. 작디 작은 섬을 일구며 살아온 섬 사람들의 고단한 생활사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일 게다. 풍요로운 때도 있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바다뿐인 천혜의 어장에서는 사시사철 고기가 끊이질 않았다. 주로 잡혔던 어종은 멸치와 고등어, 삼치 등. 특히 70년대초 청산도의 고등어 파시는 교과서에 실릴 만큼 유명했다. 청산도 입구 도청항에는 건착망(巾着網)이라는 그물로 무장한 수백척의 고등어잡이 배들이 몰려들었다. 건착망은 그물아래쪽에 죔줄을 대 두 척의 어선이 고등어떼를 포위하고 주머니모양으로 조여가며 잡는 방법. 청산도 뭍과 바다가 밤, 낮을 가리지 않고 흥청거렸던 건 당연지사였다.“아, 그때가 좋았지라. 뱃놈들 보고 뭍에서 건너온 술집 아가씨들이 200명도 넘었당께라.” 항해사 이씨의 말끝에 향수가 묻어나왔다.“도청항 주변으로 한집 건너 술집이 들어섰제.” 요즘엔 고등어가 잘 들지 않는다. 해수의 온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고등어의 먹이가 되는 멸치를 모두 잡아버렸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어느덧 해거름에 도착한 청산도 도청항. 섬색시의 따스한 환대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다소 휑한 느낌만은 지울 수가 없었다. 도청항 주변을 일별한 다음, 서둘러 숙소에 짐을 풀고 밥집으로 향했다. 뭍에서 손님이 왔다고 마중을 나온 정성희(57) 청산면장과 함께 찾은 곳은 바다식당(061-552-1502).‘체도(본섬을 뜻하는 현지말)’ 내의 다른 식당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산 활어가 주종이다. 우럭과 광어를 다진 배추 위에 얹어 내오는데, 한 접시에 5만원을 받는다. 곰삭은 김장김치인 ‘묵은지’에 싸서 먹는 회맛이 일품. 무엇보다 특이한 음식은 ‘꾸죽(참소라)’구이다. 청산도와 소안도 등 일부지역에서만 생산되는 꾸죽을 참기름과 함께 볶은 것. 껍질에 불퉁스러운 뿔이 나 있는 것이 다른 소라들과는 영 딴판이다. 술이 한 순배 돌고나자, 정 면장이 청산도에 얽힌 옛이야기들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고등어가 파시를 이루던 60~70년대. 유난히 교육열이 높았던 청산도에는 부산이나 광주는 물론, 일본으로까지 유학가던 학생들이 많았다.‘청산도에 가서 글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나온 것도 그 때문. 돈은 골목마다 지천으로 넘쳐났다.“그 시절엔 서울에만 명동이 있는 거이 아니고 청산에도 명동이 있었당께.” 요즘엔 다른 어촌들과 마찬가지로 청산도에도 젊은이들이 없다. 모두가 저마다의 ‘명동’을 찾아 도회지로 떠난 것.60세 이상이 주민의 절반을 넘고,40세가 넘은 택시운전기사가 이 섬의 ‘막내’급이다. 사람이 없다보니 “면장이 쓰레기도 치워야 한다.” 그러나 총총히 뜬 별과 함께 돌아오는 길에 얼핏 눈에 띈 노래방만 해도 서너곳. 청산은 아직도 옛 영화를 잊지 못하는 듯하다. 이튿날 날이 밝기 무섭게 찾은 곳은 청산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당리. 도청항에서 고개 하나 넘으면 닿는 거리에 있다.1993년 청산도를 세상에 알렸던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다. 이웃마을에서 ‘소리’를 팔고 돌아오던 유봉(김명곤)과 의붓딸 송화(오정해), 그리고 의붓아들 동호(김규철)가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내려오던 돌담길이 바로 이곳. 현재 당리에 남아 있는 유일한 초가집도 이때 만들어졌다. 최근엔 ‘봄의 왈츠’라는 한 방송사의 주말연속극이 촬영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다시한번 ‘청산도 붐’이 불기를 기대하는 것이 현지의 분위기. 이 드라마를 위해 당리와 읍리 등의 민가지붕이 모두 새로 칠해져 넓은 ‘세트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 드라마 촬영을 위해 돌담길 언덕 위에 세워진 ‘그림 같은 집’ 때문에 예전의 토속적인 느낌이 많이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당리는 청보리가 무릎언저리에 이를 만큼 자라고, 유채꽃이 노오란 꽃잎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지금부터가 가장 아름답다. 마치 시인 정지용의 ‘향수’를 연상케 한다. 당리에서 바닷가쪽 도락리 포구까지는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읍리쪽에서는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소리가 들린다.“차마 꿈엔들 잊힐리” 없는 곳이다. 다음에 들른 곳은 부흥리의 구들장논. 농사 지을 땅이 부족해 산비탈에 논을 만든 것으로 계단식 논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윗논과 아랫논의 높이차이가 2m에 이르는 곳도 있다. 산자락을 깎아 돌을 평평하게 깐 다음 그 위에 흙을 얹은 모습에서 섬사람들의 억척스러움과 애틋함이 고스란히 배어나왔다. 대부분을 여자들이 만들었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박토의 천수답에 물을 대고 작대기 모를 심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선비기질이 남달라 ‘똥지게를 지고도 한시(漢詩)를 읊조리는’ 이 섬의 남정네들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청산도로 시집오지 말라는 말도 그래서 생겨난 듯하다. 구장리에서 본 ‘초분’은 외지인에겐 다소 당혹스러운 장례풍습이었다. 망자를 돌 위에 얹고 짚으로 만든 이엉으로 지붕을 삼아 초가집처럼 만든 것. 이곳에서 2∼3년간 머물다 뭍으로 나간 후손이 돌아와 다른 곳에 이장하게 된다. 일종의 풍장(風葬)으로 청산도 등의 일부 섬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아직도 청산도 안에 3∼4기의 초분이 남아 있기도 하다. 청산도에서 유명세를 치르는 또다른 명소가 ‘유두봉’. 여인네의 가슴언저리와 비슷하다 해서-반대편 화랑포쪽에서보면 상당히 설득력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일부 현지 남자들이 명명했다. 이곳에서 보는 주변모습 또한 절경이다. 가깝게는 거북바위와 저멀리 다도해 국립공원의 수려한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5월쯤 전망대가 들어서면서 정식명칭도 생길 예정. 권덕리 주차장에서 도보로 15분정도 걸린다. 청산도 여행이 가장 즐거울 때가 바로 지금부터. 푸르른 보리가 섬을 수놓고, 바다에서는 삼치잡이가 한창일 때다. 이때부터 비로소 청산(靑山)이 훨훨 날갯짓을 한다. 가는길 완도항에서 청산페리호가 하루 4회(오전 8시,11시20분, 오후는 2시30분과 6시) 운항한다. 요금은 편도 5800원. 승용차를 실을 경우 편도 2만 3000원,1인은 무료. 여름 성수기에는 8∼10회로 증편된다. 문의 완도군청 문화관광과(061)550-5421. 완도 여객터미널 (061)552-0116. 숙박업소 등대모텔(061-552-8558) 등 4∼5개의 깔끔한 숙박업소들이 도청항 주변에 몰려 있다. 현지교통 여객선 입출항 시간에 맞춰 청산운수(051-552-8546)소속 버스가 선착장에 나와 있다. 개인택시는(061-552-8747) 지프차로 모두 4대. ■ 청산도에서 25km…여서도의 봄 ‘그 곳에 가면 애 배 나온다.’는 섬 여서도. 청산도에서도 남동쪽으로 25㎞ 떨어진 외딴섬이다. 배가 여서항 선착장에 닿자 서너명의 마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섬의 형상이 쥐와 같다 해서 고양이 모습을 한 거문도 사람과는 혼인을 하지 않는 풍습이 여전히 남아 있을만큼 순박한 섬사람 모습 그대로다. 청산도보다는 다소 차가운 날씨. 습도가 높아선지 말할 때마다 입가에 김이 서렸다. 남도의 끝자락에 있는 섬답게 벌써 제비들이 하늘을 주름잡고 있었다. 청산도와 여서도 등의 해녀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제주도 출신이라는 것과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는 것. 채민자(60)씨도 돈을 벌기 위해 청산도를 찾았다가 섬마을 총각과 눈이 맞아 눌러 살게 된 전형적인 케이스다. 고향은 제주도 북제주군 구좌읍 종달리. 제주도에서 해녀생활을 하다 30여년 전 청산도에 돈과 해산물이 많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져 고향을 떠났다. 그때 나이 23세.‘물질’의 고단함이야 어디라고 다를까. 하루하루가 힘들었던 객지생활 끝에 ‘불과’ 4개월 만에 남편 정규만(61)씨의 포근한 품에 안겨버렸다. 지금껏 편안하게 대해준 남편을 의식해서였을까. 힘들었던 기억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 점은 대화를 나눴던 다른 해녀들도 마찬가지. 그러나 자식들 얘기를 하면서는 목소리가 촉촉이 메었다. “고 어린 것들을 배에 두고 물 속에 들어갔다 오면 언 놈은 토해놓기도 하고, 또 언 놈은 기절이라도 한 듯 쓰러져 있기도 했지라.” 뭍의 친척집에 맡겨두고 나올 때도 있었다. 밤 9∼10시쯤 빈손으로 돌아와 저녁도 거른 채 쓰러져 자고 있는 아이들 모습을 볼 때면 가슴이 찢어질 듯했다는 것. 지금은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삼남매가 참 고맙단다. 맑은 날이면 청산도에서도 보이는 고향 제주도. 떠나온 후 지금까지 4∼5번밖에 찾아가 보지 못했다.“볼 때마다 반갑지라. 언니랑 동생, 그리고 친구들도 보고잡고….” 55가구 100여명이 주민의 전부인 섬. 이렇게 조용한 섬에 여자가 들어오면 애를 밴다는 난잡한 얘기가 나돌게 된 이유는 뭘까. 여서도는 예로부터 제주도의 해녀들이 많이 들락거릴만큼 완도보다는 오히려 제주도에 가까운 곳이었다. 이곳에 ‘물질’하러 온 제주 해녀들이 ‘청산도 모퉁이까지는 장담을 해도 여서도까지는 가봐야 안다.’는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뱃길이 막혀 묶이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젊은 처녀가 한달이고 두달이고 갇혀 있다 보면 섬총각과 가까워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이러구러 시간이 지나 앳된 처녀가 그 섬을 나올 때면 어느덧 애엄마가 되었다는 얘기다. 외진 곳에서 ‘물질’로 살아가는 섬아낙네들의 애환을 질펀한 해학으로 풀어낸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녀가 시집갈 때까지 쌀 세 말을 못먹는 곳’이 청산도라면, 여서도에는 ‘평생을 살아도 쌀 한 가마니를 못먹는다.’는 말이 전해진다. 그만큼 먹을거리가 궁하고 가난하기 짝이 없는 섬이란 뜻이다. 그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섬총각과 ‘애 밴’여인네들은 산모퉁이를 깎아내 논을 일구었다. 마치 계단처럼 산자락을 돌아나간다고 해서 ‘두렁논’이라 불렀다. 요즘엔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그나마 소의 방목장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여서도는 아직까지도 때묻지 않은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섬이다. 특히 30∼40m 깊이의 바닷속이 훤히 보일 만큼 맑은 물색이 자랑이다. 여서도로 시집가던 새색시의 앞섶이 풀어지며 옷고름이 바닷물에 빠져 황급히 들어보았더니 옥색으로 물들어 있더라는 전설이 전해질 만큼 맑고 곱다. 이 맑은 바닷속 비경을 보기 위해 해마다 스킨 스쿠버 다이버들이 여서도를 찾아 오기도 한다. 미역, 다시마 등의 해산물과 함께 많이 나는 것이 문어. 마을 앞이 문어밭이어서 문어를 잡아 던지면 집안 빨랫줄에 바로 걸릴 정도란다. 구멍 등에 숨기를 좋아하는 문어의 특성을 이용한 ‘단지어업’도 성행하고 있다. 자그마한 단지모양을 한 플라스틱 통을 그물에 연결해 바닷물 속에 사나흘 넣어두면 통마다 문어들이 가득차 있다는 것. 여서도에는 학교가 한 곳, 청산초등학교 여서분교뿐이다. 학생은 김민욱(11), 은빈(8)남매와 정주훈(9)군 등 세 명. 반면에 선생님은 김금남(48) 분교장 등 두 명이다. 교육환경만큼은 무척 좋은 편(?)이다. 요즘 여서도 주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뭍에서 오는 낚시꾼들을 돌봐주는 것이다. 섬 주변에 고기들이 많아 사철 낚시꾼들이 몰려든다. 이들에게 밥도 지어주고 잠도 재워주는 것이 주업이 되었다. 며칠 조용하게 쉬다 오기에는 딱 좋은 섬이다. 청산도에서 휴가를 즐기다 1박정도는 이 섬에서 보내도 좋을 듯하다. 단, ‘애 배는 불상사’를 피하려면 사전에 기상정보를 꼼꼼히 살펴보고 가야 한다. 가는 길 완도항에서 섬사랑 3호가 매일 오후 2시30분에 출항한다. 소모도와 대모도, 장도 등을 들러가는 ‘완행’이다. 요금은 여서도까지 편도 8800원. 승용차를 싣고 가는 데는 편도 2만 8000원이다. 운전자 요금은 무료. 문의 완도군청 문화관광과(061)550-5421. 완도 여객터미널 (061)552-0116. 숙박업소 민박집 외에는 없다. 대부분의 집에서 민박이 가능하다. 문의 김명남 이장 (061)552-8927.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노래로 강연 나선 통일운동가 백기완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노래로 강연 나선 통일운동가 백기완씨

    ●전국과학기술노조 첫 테이프… 올 100회 목표 살면서 우리에게 유행가는 무슨 의미로 다가올까. 또 어떤 그림자로 남을까. 주로 사랑과 이별, 기다림과 만남, 아픔을 다룬다. 한 시대를 풍미하다 향수와 추억으로도 남는다. 저마다의 다른 의미도 있겠지. 민족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은 세대들에겐 특히 각별하다. 한많은 아픔 속에, 멍든 가슴을 때때로 비틀어 쥐어짜며 회한과 통한의 눈물을 펑펑 흘리게 하겠지. 지난 16일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소재의 한국노동교육원 대강당. 이 시대의 통일운동가로 잘 알려진 백기완(73) 통일문제연구소장이 특유의 검정색 두루마기 차림으로 오랜만에 강단에 섰다. 전국과학기술노조에서 초청한 자리였다. 객석에는 전국에서 온 노조 간부 100여명이 앉아 있었다. 연단 한쪽에 ‘노래에 얽힌 인생 이야기’라는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이날은 백 소장이 ‘노래로 연속 강연’ 첫 테이프를 끊는 날이기도 했다. 모처럼 백 소장의 ‘노래에 얽힌 인생’ 강의를 듣기 위해 일반인들도 소문을 듣고 참석, 눈길을 끌었다. 잠시 후 백 소장이 “여러분은 어렸을 적부터 책을 통해 지식을 얻고 의식을 키웠지요.”라고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여기에 있는 백기완은 그러지 못했어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첫째가 가난, 둘째가 어머니가 들려준 옛날 이야기, 셋째가 우리 민족의 문화, 민중의 문화가 나를 키웠지요.”라고 분위기를 집중시켰다. 이어 문화 가운데서는 노래, 그 중에서도 유행가가 자신을 키우는데 보탬이 됐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노래에 얽힌 한많은 인생사는 이렇게 풀어나갔다.‘세세연년’을 먼저 언급했다. “우리나라에는 노래를 잘 부른 가수가 백년설, 고복수, 남인수 이 세 분입니다.‘세세연년’은 1939년도엔가 백년설씨가 불렀지요. 어쨌든 45년 해방 직전인가 그랬어요. 고향(황해도 은율)에서 조막손인 사촌형과 함께 지낸 시절이지요. 조막손은 양손의 열 손가락이 하나도 없는 것을 말합니다.” 큰아버지의 아들, 즉 사촌형이 조막손이 된 까닭을 설명했다. 어린 백기완의 큰아버지는 독립운동으로 12년동안 감옥을 드나들었다. 이 과정에서 큰아버지는 모진 고문을 당했다. 일본 경찰들은 손바닥을 지지고 다리와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견디다 못한 큰어머니는 어디가서 식모살이라도 해야겠다며 집을 나가버렸다. 추운 겨울날 밤, 사촌형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겠다며 마당으로 뛰어나가다 엎어지면서 그만 모닥불더미에 넘어지고 말았다. 한참만에 누군가에 의해 꺼냈을 땐 이미 열손가락이 다 타버린 상태였다. 이후부터 사촌형은 아예 입을 자물쇠처럼 닫아버렸다. 꼭 할 말이 있으면 어디서 들었는지 ‘너 없는 이 세상은 불꺼진 항구다’라는 노래만 불렀다. 백 소장은 잠시 당시를 회상하더니 허공을 바라본다.“여러분 한번 불러볼까요.”라고 했다. 주저없이 “예”라는 대답이 나왔다. 백 소장은 손으로 마이크 옆의 탁자 위를 손바닥으로 타닥타닥 치면서 반주를 한다.“산홍아 너만 가고 나만 혼자 버리기냐/너 없는 이 세상은 눈 오는 벌판이다/달없는 사막이다 불꺼진 항구다.” 노래를 마친 백 소장의 목소리가 이내 울부짖음으로 격해진다.“내가 초등학교 입학 1년전, 일본 경찰이 찾아와 노력봉사에 안나온다고 행패를 부리자 참다못한 조막손 형님은 손가락 없는 주먹으로 일본 경찰을 때려눕혔어요. 물론 도망을 갔지요. 하지만 조막손 형님은 6·25전쟁때 미군의 폭격을 맞아 그만 두다리를 다 잃고 말았습니다. 세상에 이런 망할놈의 비극이 어디 있습니까.”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두세번 닦는다.“이 노래는 절망속에서 불렀어요. 집나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빼앗긴 나라에 대한 그리움으로 말야.”라고 북받치는 감정을 애써 참았다. 유행가는 절망을 딛고 일어서게 하는 그리움의 불꽃이자 저절로 내쉬는 한숨이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요즘 유행가에는 이런 불꽃도 한숨도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절망의 개인사·분단 아픔 유행가로 풀어 ‘비내리는 고모령’에 이르러서는 분단의 비극을 뼈아프게 강조했다. 한맺힌 사연은 이러했다. 6·25 당시 백 소장은 17세였다. 바로 윗형(6·25때 전사)에 이어 자신도 피란길에 징집됐다. 그런데 징집자들을 태운 군용차가 갑자기 논길 옆으로 엎어졌다. 그는 부상당한 채 논두렁에 곤두박질쳤다. 한참만에 깨어보니 주변은 온통 칠흑같은 어둠뿐이었다.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고 혼자만 처박혀 있었던 것. 너무 겁이 나 ‘사람 살려달라.’고 아무리 외쳐도 메아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발 닿는대로 산비탈을 막 돌아서 나올 무렵이었다. 어디선가 어억어억 울음섞인 노래가 나지막이 들려왔다.“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엔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 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턱을 넘어오던 그 날 밤이 그리웁고나…” 백 소장은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노랫소리가 들리는 집을 향해 비틀비틀 걸어갔다. 도착해보니 젊은 농민이 이미 숨을 거둔 피투성이의 아내를 안고 ‘비내리는 고모령’만 처절하게 부르고 있었다. 아내가 미군에게 겁탈당하는 광경을 보고 덤벼들었다가 아내는 총에 맞아 죽고 남편은 부상당한 채 피를 흘리며 아내를 부둥켜안고 있었던 것. 남편은 피를 흘려 죽어가면서도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엔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만을 계속 반복하면서 부르다가 피눈물로 쓰러졌다. “여러분 전쟁은 이처럼 죽이고 또 죽이는 일이지요.‘비내리는 고모령’은 바로 우리 민족의 비극을 상징하는 노래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이어 ‘녹슬은 기찻길’을 목놓아 부른다.“휴전선 달빛아래 녹슬은 기찻길, 어이해서 피빛인가 말 좀 하려마. 전해다오. 전해다오. 고향잃은 서러움을. 녹슬은 기찻길아. 어버이 정그리워 우는 이 마음….” 백 소장은 이날 모두 11곡의 노래를 소개할 예정이었으나 7곡밖에 풀어내지 못했다. 이튿날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있는 통일문제연구소를 찾았다.1층짜리 한옥집 대문에 벽시 ‘새해맞이’가 첫눈에 들어온다. “야, 임마/춥고 배고프지/하지만 제 아무리 눈이 캄캄해도/눈깔 있잖아/그것 하나만큼은/펄펄 살아있어야 하는거여 임마/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줄 알가서/마침내 꽝꽝 가로막힌/돌산도 뚫리는 거야 임마/그러시던 우리 아버지의 가래끓는 한말씀/딱 그 한말씀만 쓸어안고 새해를 맞았다.” ●“재기위해 몸부림칠때 민주인사들 외면” 새해 첫날 떡국도 못먹고 굶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해주었던 메시지라고 설명했다.10년전부터 매년 신년초에 연구소 대문에 내건다. 백 소장은 연구소가 어려웠던 시절을 얘기하면서 “입도선매식으로 책을 쓰며 재기를 위해 몸부림칠 때 철거민들은 몇백부씩 사주었지만 정작 민주화를 외쳤던 사람들은 단 한권도 안사주더라.”는 섭섭함을 강하게 표시했다. 아울러 고통이 있을 때마다 ‘한발자욱만 더’(벽시)라는 각오를 다지면 걸어왔단다. 백 소장에게 나머지 4곡, 즉 ‘울고넘는 박달재’‘고향설’‘달도 하나 해도 하나’‘사랑만은 않겠어요’의 사연을 풀어달라고 거듭 요청을 했다. 그러자 “몇가지 조건이 있어. 그걸 들어준다면 하지.”라고 전제했다.‘울고넘는박달재’에서는 땅콩팔이 소녀,‘고향설’에서는 전장에서 보내온 형의 편지,‘사랑만은 않겠어요’에서는 옥살이할 때의 사연 등이었다. 얘기하는 도중 자꾸 그때가 생각나는지 중간에 몇번이나 그만두자며 눈가를 훔치기도 했다. “이봐 김 기자, 내게 남은 것은 눈물 두방울이야. 하나는 한숨의 눈물이요, 다른 하나는 아쉬움의 눈물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울면서 노래하고, 강연하고, 이런 노인이 전세계 어디 있겠어. 서울신문 노조에서 초청하겠다는 내용을 기사에 반드시 넣으라고.” 백 소장은 또 “유행가를 결코 찬양하지 않아. 살다보니 들려왔을 뿐이야. 부정부패에 맞서, 민족 반역자 타도를 위해 용감했던 백기완이 노래에 얽힌 한가닥, 우리 문화의 사연을 얘기하려는 것이야.”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아울러 “올해 100회정도 강연할 생각이니 초청을 하려면 통일문제연구소(02-762-0017)로 연락하라고 그래.”하면서 밖으로 쫓아내다시피했다. 주말매거진We팀장 km@seoul.co.kr 사진 광주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최근 펴낸 책 ‘부심이의 엄마 생각’에는 이력을 이렇게 적고 있다. ▲황해도 은율 구월산 밑에서 태어남(1933년). ▲초등학교만 다니고 혼자서 공부함 ▲젊은날엔 농민운동, 나무심기운동, 빈민운동을 함(54∼61년) ▲백범사상연구소를 세움(67년) ▲통일문제연구소로 바꿈(84년∼ ) ▲요즘은 통일문제연구소장, 계절마다 내는 책 ‘노나메기’ 발행인 ■ 저서 ‘항일민족론’‘통일이냐 반통일이냐’ 이외 수필집=‘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나도 한때 사랑을 해본놈 아니요´,‘벼랑을 거머쥔 솔뿌리여´,‘백기완의 통일 이야기´,‘장산곶매이야기´,‘이심이 이야기´,‘우리겨레 위대한 이야기´,‘그들이 대통령되면 누가 백성 노릇할까´, 시집=‘백두산천지´,‘젊은날´, 영화극본=‘대륙´,‘단돈 만원´,‘쾌지나 칭칭 나네´ 등.
  • 정월대보름…올 한해도 무탈

    정월대보름…올 한해도 무탈

    ‘묵은 산채 삶아 내니 육미(肉味)와 바꿀소냐. 귀 밝히는 약술이며 부스럼 삭는 생밤이라….’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용의 둘째아들 정학유가 농부들이 매달 할 일과 풍속을 한글로 지은 노래 ‘농가월령가’에서는 먹을거리 풍성한 정월 대보름의 세시풍속을 이렇게 표현했다. 정월대보름 달을 보며 일년의 무사태평을 빌고, 액운이 날아가길 기원했던 우리 조상들. 지금도 정월 대보름은 여전히 한 해 주요 행사로 꼽는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시골의 어머니는 아침 일찍 큰 시루에 오곡 찰밥을 찌고, 해뜨기 전 잠투정하는 아이들을 깨워 부럼을 깨먹게 하고 귀밝이술을 먹였다. 신라 21대 소지왕으로 거슬러가는 정월대보름의 역사에는 뜻밖에도 까마귀가 주인공. 까마귀의 도움으로 자신을 죽이려는 왕비와 중의 음모를 알아내 화를 면한 소지왕은 까마귀의 은혜를 갚기 위해 정월 보름 아침에 갖가지 음식을 담 위에 올려 놓았다. 그때 까마귀가 먹은 음식이 바로 이 오곡밥이었다고 삼국유사에 전한다. 하지만 어디 오곡밥이 소지왕의 까마귀에 대한 보은(報恩)차원에 머물랴. 알고보면 우리 조상의 슬기로운 지혜가 가득 담긴 것이 바로 오곡밥이다. ■ 오곡밥의 지혜 올해에도 모든 곡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뜻으로 먹는 오곡밥은 쌀밥보다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웰빙음식이다. 찹쌀, 차조, 수수, 콩, 팥 등 다섯가지 곡식으로 짓는 오곡밥은 아홉가지의 나물과 함께 먹는다.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미네랄, 식유섬유를 이 오곡밥에 두루두루 담겼으니 영양으로나 맛으로나 손색이 없다. 추운 겨울에는 뭐니뭐니해도 따뜻한 음식이 제격. 특히 따뜻한 성질을 지닌 음식들을 많이 섭취하면 몸도 부드럽고 따뜻해져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 바로 이런 효과를 지닌 겨울철 보양식이 오곡밥이기도 하다. 찹쌀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아 식욕부진이나 소화불량에 효과가 있어 소화기가 약한 소음인에 좋다. 노란 차좁쌀은 비장(脾臟)과 위(胃)의 열을 제거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설사를 멎게 하는 효과가 있어 소화기가 약한 소음인에게 좋다. 곡물 중에 가장 크고 긴 수수는 태양인에게 좋은 음식으로 소화는 덜 되지만 몸의 습(濕)을 없애주고 열을 내려준다. 고단백의 콩은 오장을 보하고, 십이경락의 순환을 도와 태음인에게 좋다. 붉은 팥은 부종을 빼주고 이뇨작용을 도우며, 종기와 농혈(膿血)을 배출하고 갈증과 설사를 멈추게 해 화와 열이 많은 소양인에게 좋다. ●다이어트에 좋은 묵은 나물 오곡밥의 반찬으로 곁들여지는 곰취, 고사리, 시래기 등 9가지 묵은 나물을 대보름에 먹으면 일년 동안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식유섬유와 미네랄이 많은 나물 반찬은 올봄에 기지개를 켤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영양 보고다. 웰빙 식단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이 이 오곡밥과 나물은 그야말로 다이어트에는 최고. 기름기가 없어 살찔 염려가 없다. 특히 나물의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줄이고 당분의 흡수를 느리게 하며 배설을 증가시켜 고지혈증·당뇨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나이 수대로 부럼을 깨물어 먹으면 피부병 걱정은 싹 가신다. 호두, 잣, 밤, 땅콩 등 견과류가 바로 부럼. ●피부와 치아에 좋은 부럼 우리 선조들은 딱딱한 부럼을 깨물며 ‘부럼이요.’라고 외치면 그 해엔 부스럼과 뾰루지 등 피부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다. 또 부럼을 ‘딱’하고 깨무는 소리에 놀라 잡귀가 달아날 뿐 아니라 치아가 건강해진다고 여겼다. 그래서 ‘이 굳히기’는 부럼의 동의어다. 부럼의 대표주자 호두는 두뇌 발달에 필요한 DHA 전구체가 다량 함유돼 있어 두뇌 발달에 좋으며 탈모와 노화를 예방하고 불면증, 신경쇠약, 히스테리에 효과적이다. 잣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혈압을 낮추고 피부를 윤택하게 가꾸어주며 변비를 막는다. 밤은 비타민 B1,C 등이 풍부한 영양식품이고, 스태미나 식품인 땅콩은 하루 10개만 먹으면 비타민E의 하루 소요량이 채워질 정도다. ●복쌈과 귀밝이술 대보름에는 배추잎, 참취잎, 곰취잎, 피마자잎 등 잎이 넓은 나물이나 김 등으로 밥을 싸 먹었다. 이것이 복쌈이다. 그릇에 복쌈을 볏단 쌓듯이 높이 쌓아 올린 뒤 먹으면 복과 풍년이 찾아온다고 여겼다. “청주 한잔을 데우지 않고 차게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며 귀밝이술도 곁들인다. 이 술을 마시면 한 해 동안 귓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여겼으나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대보름에 먹으면 안돼요 △아침밥을 물에 말아 먹기, 아침상에 생파래를 올리면 논밭에 잡초가 무성해진다고 믿음. △ 김치:물쐐기에 쏘여 고름이 생긴다고 믿음. △찬 물, 눌은밥, 고춧가루:벌이나 벌레에 쏘인다고 믿음. ■ 먹다 남은 나물 이용 정성들여 만든 갖가지 나물. 한두끼 먹고 나면 질리는 법. 그렇다고 버릴 수는 없다. 먹다 남은 나물로 해 먹을 수 있는 멋진 요리의 세계로 가보자. 먼저 유부를 이용한 ‘유부조림나물밥’에 도전장을 내보자. 나물을 잘게 썰어 밥과 잘 섞은 뒤 간장과 맛술로 맛있게 담가 놓았다가 꽉 짜낸 유부에 나물 밥을 넣으면 훌륭한 ‘유부조림나물밥’이 완성된다. 또 나물과 밥으로 부침개를 만든 ‘나물밥전’도 해 볼 만하다. 나물을 썰어 큰 그릇에 담아 소금간을 조금 한 다음 찬밥을 넣고 계란 하나랑 밀가루를 넣고 반죽을 해 프라이팬에 전 부치듯 부쳐낸다. 노릇하게 부쳐내면 고소하고 맛있는 ‘나물밥전’이 된다. 한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남은 나물에 참기름, 고추장을 넣어 ‘나물비빔밥’을 해먹는 것과 잘게 썰어 놓은 소고기, 양파, 당근을 프라이팬에 달달 볶은 뒤 찬밥에 섞어 볶아 후추와 소금으로 간해 ‘나물볶음밥’을 해 먹어도 무지 맛있다. 글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풋풋한 푸드 古古한 푸드 만들기 서울 신촌에 사는 새내기 주부 이상희(29)씨가 ‘푸드앤 컬쳐 코리아’의 김수진(51) 원장의 도움을 받아 정월 대보름 음식 장만에 나섰다. 이씨가 “생나물을 무치는 것보다 마른 나물을 무치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고민하자 김 원장은 “우선 마른 나물을 하루 전 미지근한 물에 담가 불린 뒤 소금물에 푹 삶아 내라.”고 충고한다. 김 원장은 또 “나물을 식용유와 참기름을 1대1 비율로 섞어서 볶다가 물기가 잦아들면 다시 따뜻한 물을 충분히 부어주면서 볶아야 나물이 부드러워진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오곡밥은 원래 찜솥에 찌는 것이 좋지만 그것이 수월치 않다면 두꺼운 솥에 쌀이 파르르 끓고 난 뒤 불을 줄여 뜸을 잘 들여야 제맛이 난다.”고 했다. 찹쌀만 하면 너무 찰져 멥쌀을 섞어 소금간을 하는 것도 잊지 말라고 덧붙인다. ◇ 윤기나는 오곡밥 짓기 재료:팥 1/2컵, 찹쌀 1컵, 멥쌀 1컵, 콩 1/2컵, 수수 1/2컵, 찰조 1/2컵, 소금 1큰술, 물 5컵 만드는 법:(1)팥은 깨끗이 씻어 푹 삶는다.(2)콩은 깨끗이 씻어 물에 불려 한번 살짝 삶아낸다.(3)수수는 여러 번 씻은 후 붉은 물을 우려낸다.(4)찰조는 돌이 있기 때문에 깨끗이 씻어 한 번 일어준다.(5)쌀과 찹쌀은 깨끗이 씻은 후 10시간 이상 불린다.(6)찹쌀, 멥쌀, 수수, 콩, 조, 팥을 모두 합한 후 물을 넣어 소금으로 간을 해 밥을 짓는다.(7)쌀알이 중불에서 서서히 익으면서 충분히 뜸을 들이며 익혀준다. ◇ 나물 무치기 재료:취나물 100g, 고사리 100g, 시래기 100g, 가지 100g, 호박 100g, 토란줄기 100g, 양념:식용유 1/2컵, 다진마늘 1큰술, 소금 1/2큰술, 국간장 1큰술, 참기름 1큰술, 들기름 1큰술, 육수 1컵, 깨소금 1큰술. 만드는 법:(1)위의 모든 불린 나물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육수를 부어 나물과 함께 충분히 볶는다.(2)(1)의 재료에 소금, 국간장으로 간을 하고 다진 마늘을 넣어 볶다가 참기름, 들기름, 깨소금으로 마무리 한다. ◇ 나물을 부드럽게 하는 방법 말린 나물은 물에 잘 불려야 한다.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가고 불리는 과정이 재료마다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물을 자주 갈아주어야 한다. 가지나 호박오가리는 너무 오래 불리면 흐물거려지고 단맛이 없어져 더운물에 불리지 말고 찬물에 불려 고유의 맛을 살려준다. ◇ 나물을 맛있게 볶으려면 삶아진 나물은 물을 너무 꼭 짜지 말아야 한다. 소금 또는 국간장, 참기름, 들기름, 다진 마늘 등으로 밑간을 한다. 볶을 때는 육수를 부어가며 볶아야 나물이 부드러워진다.
  • [정보 뱅크] 아는만큼 더 건전 성교육 ‘열린마당’

    항문찌르기와 치마들추기, 브래지어 끈 당기기 등은 아이들의 치기어린 장난정도로 여긴다. 하지만 성교육 전문가들은 “이같은 행동도 엄연한 성폭력이며 만일 어린이들이 문제의식 없이 성장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성폭력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성(性)에 대해 터놓기를 꺼리는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성교육을 받는 체험 전시회가 성황 중이다. 다음달 5일까지 일산 한국 국제전시장(KINTEX )에서 열리는 ‘2006 성교육 대탐험전’은 코흘리개 아이부터 청소년까지 자궁에서 이성관계까지 연령대별로 성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일단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도록 뛰놀면서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가령 자궁을 재현한 유아 체험관에서 아이들은 엄마 뱃속에서 어떻게 지냈는가를 살핀다. 엄마와 아빠, 아이가 함께 분만하는 과정도 지켜볼 수도 있다. 또 몽정을 공장에 비유해서 정자가 생성되는 과정과 생식기와 관련된 질병도 알려준다. 성장발달 호르몬으로 신체 외형이 변화하는 것이라는 것도 증명한다. 이 밖에도 성기 만지기 등 아이의 행동에 따른 성교육 대처 방법도 일러준다. 초경과 몽정, 안전한 성을 위한 상황 판단법, 자신 보호, 도움 청하기 등 상황극을 통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또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성교육 전문가도 따로 배치됐다.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 김영란 공동대표는 “체험 전시관을 방문한 것으로 성교육을 모두 마쳤다고 할 수 없지만 아이들이 성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성교육을 삶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031)995-8600∼3.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연령별 성교육 이렇게… 성장기의 어린이들은 성에 대한 지각력도 나이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4세 유아에서부터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각각 물을 만한 질문과 이에 대한 대답을 정리한다. ●4∼6세 (1)출생 남녀가 접근하면 수태를 하고 임신, 태아가 발달하는 과정을 거쳐 아기가 출생한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해준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수태 과정을 설명하면서 주저하는데, 정확한 표현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낫다. (2)생식기 명칭 부모들은 생식기를 유아적인 용어로 설명하는데 유아적인 명칭은 성을 장난스럽게 보거나 더럽거나 하찮은 것으로 보게 될 위험이 있다. 올바른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 (3)성의 차이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 차이를 알려 주면서 서로 다르다는 것은 나쁘다는 것이 아니며 서로 보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성의 정체적인 면을 긍정적인 면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아이의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7∼9세 아이들은 남녀의 신체적 차이를 확실히 이해하고, 자신의 신체를 노출시키는 것을 수줍어한다. 아이들이 임신과 출산 등 생리적인 번식에서 정신적, 신체적 변화와 사춘기의 성징에 대한 기초 지식을 갖도록 한다. 최근에는 신체의 성장 속도가 빨라져서 월경이나 몽정을 경험한 아이들도 있다. ●10∼12세 (1)월경 예비 지식이 없이 갑자기 월경을 하게 되면 몹시 놀라며 타인에게 말하기 부끄러워서 혼자 고민한다. 생리대를 준비해 주고 생리 현상을 설명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월경 자체는 신성하고 소중하지만 주변을 더럽힐 수도 있으므로 신경을 쓰도록 알려준다. (2)사정 여자 아이들이 월경을 경험하듯이 남자 아이들은 흔히 꿈을 꾸다가 사정을 경험한다. 이러한 경험을 처음 하면 무척 당황하고, 심지어 병이 생겨 고름이 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갖게 된다. 특히 아버지가 미리 이야기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좋다. ●13∼15세 (1)이성 교제 반드시 적절한 지도와 상담이 필요하다. 현재 마음이 끌리는 대상은 나중에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가능한 한 객관적인 안목과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해 준다. (2)이성에 대한 관심과 성욕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이나 성욕을 느끼고 반응하는 데 있어서 남녀의 차이가 있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남자는 성행동이 충동적이고 여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회·문화적으로 여성에게 더욱 성행동을 억압하도록 강요하기 것이라는 사실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3)순결 현실에서 성적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변함에 따라 순결 위주의 성교육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무조건 순결해야 한다는 것보다는 상대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정신적 사랑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사랑의 진실한 의미를 알 수 있도록 도와 준다. (4)자위 행위 자위의 순간에는 쾌감을 느끼지만, 그 뒤에는 허탈감으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많으며, 죄의식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건강한 청소년이라면 자위 행위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자극적인 책을 탐독하거나 지나치게 성에 대한 생각에 골몰하지 않도록 좋은 습관을 들이고, 운동이나 활기찬 생활로 정력을 쏟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 도움말 구성애의 푸른아우성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멋스러운 한복·맵시나는 설

    멋스러운 한복·맵시나는 설

    설에는 옷을 얻어 입고, 한가위에는 먹을 것을 얻어 먹는다고 했다. 첫날 새롭게 입는 ‘설빔’은 한해를 시작하는 설렘을 담는다. 오랫동안 격조(隔阻)했던 친지들을 만나고, 집안 어른에게 인사를 드리는 일이 잦은 설에는 차분하면서도 우아한 한복 맵시를 뽐내도 좋겠다. 명절이 고유 전통을 느끼는 날이라는 의미보다 ‘연휴’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강한 요즘. 우아한 한복으로 설 분위기를 살려도 좋을 듯하다. 한복 차림이 어색해 보이지 않는, 오히려 더욱 멋스러울 수 있는 우리의 명절, 설이니까.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도움말제공 : 박술녀한복 태평양 코리아나 > 한복의 이미지는 고상, 우아, 정갈, 단아 등 한결같은 잔잔한 멋으로 표현된다. 특히 겨울철의 한복은 소재만으로도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을 나타낼 수 있다. 또 평면 디자인이라 같은 옷이라도 입는 사람의 체형에 따라 다른 멋을 내기도 한다. 여기에 털배자, 두루마기, 남바위, 토시 등 화려한 방한용품을 함께 착용해 나만의 멋을 더하기도 한다. # 정갈함 더하기 화사함 한복 모양새의 변화는 크지 않다. 저고리 길이나, 동정과 고름의 폭 등에서 약간의 변화와 유행이 감지될 뿐이다. 활동성을 가미해 저고리의 기장은 길고, 옷고름의 너비와 길이는 좁고 짧아지는 추세다. 동정도 점점 넓어져 요즘은 9㎜에서 20㎜까지 다양하다. 치마 폭은 넓은 A라인 형태가 많다. 실크나 명주 등 고급스러운 소재를 많이 사용한다. 무거워보일 수 있는 모본단, 양단 등에는 금은박·자수 등 화려한 무늬와 세부장식 등으로 차분하면서도 화사하게 표현한다. 겨울이라고 어두운 색상만 쓰지 않는다. 밝은 주홍 치마에 쪽빛 저고리, 밝은 홍색 치마와 노란색 저고리, 산호색 치마에 상아색 저고리 등 화사하지만 정갈하게 표현하고 있다. 배자와 두루마기 색상도 흰색, 상아색, 파란색 등 한단계 밝다. # 기품을 더하는 소품 한복을 돋보이게 해주는 소품으로 멋을 더할 수 있다. 방한용품으로 추위도 이기고, 옷차림에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검은 비단을 사용해 귀와 머리 부분만 가리는 남바위나, 머리를 감싸도록 만든 조바위 등은 방한용으로 좋다. 손목에서 팔꿈치까지 솜을 둔 천으로 만든 토시나 소맷부리에 끼우는 토수 등도 추위를 막고 멋을 더한다. 모피나 비단으로 만든 목도리는 끝에 화려한 수를 놓아 장식용으로도 좋다. 노리개는 한복 차림에 좋은 포인트가 된다. 노리개의 색상만으로도 충분히 화려하므로 너무 현란한 장식은 피한다. 노리개의 오색 중 한 가지 정도는 저고리나 치마 색과 같은 것으로 한다. 노리개와 함께 한복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신구인 가락지는 단순한 모양으로 한복의 우아함을 향상시킨다. 단정하게 말아 올린 머리에는 비녀나 뒤꽂이를 꽂는다. 시간이 지나도 멋스러운 칠보가 좋다. # 체형에 따라 다른 맵시 저고리는 몸에 붙게 입고, 고름을 적당한 길이로 매 단아해 보이도록 한다. 어깨 솔기와 깃고대가 뒤로 넘어가지 않게 입는다. 속바지와 속치마를 잘 갖춰 입어야 치마 맵시를 살릴 수 있다. 키가 작고 마른 체형은 밝은 색상으로, 치마는 길고 저고리를 짧게 하는 게 길어 보인다. 작고 통통하다면 어두운 색상의 치마와 같은 계열의 저고리를 입는다. 저고리 깃을 조금 길게, 뒷깃은 내려 달면 목선이 산뜻하다. 키가 크고 마른 경우는 풍성한 멋을 강조한다. 치마에 크고 화려한 무늬를 넣어 넓은 치마폭의 단조로움을 피한다. 크고 뚱뚱하면 짙은 색상의 한복을 고른다. 대신 깃이나 옷고름에 포인트를 주어 날씬한 효과를 노린다. ■ 한복에 어울리는 화장법 따로 있다 ●피부는 깨끗하고 촉촉하게 연출한다. 에센스와 크림을 충분히 바르고 완전히 스며들도록 한 뒤 메이크업 베이스를 발라준다. 피부톤과 맞는 파운데이션으로 펴바른다. 자주 움직이는 눈·입술·콧망울과 얼굴과 경계가 되는 목·귓불 부분은 스펀지 여분으로 스치듯 발라 준다. 번들거림이 심한 부분은 파우더로 유분기를 잡아준다. 건조한 이마와 콧등에는 퍼프로 살짝 눌러준다. ●눈매는 자신의 눈썹을 살려 자연스럽게 그린다. 눈썹 산을 약간 둥글려 여성스러움을 강조한다. 아이섀도는 한복 색상과 어울리는 계열로 선택한다. 분홍, 보라, 오렌지, 금빛이 도는 브라운 등이 보편적이다. 진하지 않게, 우아하게 색감과 음영을 주는 정도로 표현한다. 눈매는 속눈썹에 최대한 가까운 곳에 가늘게 그리고, 마스카라는 한올 한올 뭉침없이 바른다. ●입술은 한복 메이크업의 포인트다. 빨강, 오렌지, 와인 등 붉은 빛으로 단정하고 깔끔하게 표현한다. 너무 진한 느낌보다는 자연스러운 혈색과 촉촉한 입술로 연출하는 게 좋다. 립스틱을 바르기 전에 입술 중앙에 립밤을 바르면 더욱 좋다. ●볼은 한복의 화사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한번에 바르는 것보다 손등에 살짝 털어낸 다음 볼 뼈를 중심으로 가볍게 둥글리듯 터치한다. 입체감을 강조하기보다는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혈색만 더하는 것이 한복에 잘 어울린다.
  • 하늘의 연은 왜 쉽게 안 떨어질까

    하늘의 연은 왜 쉽게 안 떨어질까

    흩어졌던 가족들이 한데 모여 정을 나누는 설날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가족들과 함께 민속놀이를 즐겨보자. 민속놀이에 담겨 있는 과학적 원리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체험하는 교육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회전운동의 관성 이용한 팽이 팽이가 도는 것은 처음 팽이를 돌릴 때의 힘과 회전력 때문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팽이는 잘 쓰러지지 않을까. 이는 관성(慣性)과 관련이 있다. 충북대 물리학과 오원근 교수는 “회전운동에는 회전속도와 회전축을 바꾸지 않으려는 관성이 있다.”면서 “땅에 놓은 팽이는 속도와 방향이 생기므로 관성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관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팽이가 멈추는 것은 바닥과 마찰하면서 힘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잘 도는 팽이를 만들려면 ‘축에서 먼 쪽의 질량이 크면 회전관성이 커진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팽이의 테두리에 철사를 두르면 더 오래 돌게 된다. ●중력과 원심력의 놀이 그네 그네에는 진자(振子)의 왕복 운동과 중력, 가속도, 원심력 등 힘의 원리가 숨어 있다. 그네는 앞뒤로 약 70도의 각도로 왔다갔다 한다. 사람이 무릎을 굽혔다 펴면서 그네에 힘을 주면 원심력에 의해 더 큰 각도로 왕복한다. 이 힘은 그네를 공중으로 밀어 올리고, 정점에 다다른 그네는 중력에 의해 내려온다. 그네 위의 사람은 가속도를 느끼게 된다. 그네가 떨어질 때 사람은 한순간 공중에 붕 떠있는 느낌을 받으며 간이 ‘콩알’만 해지기도 한다. 마치 엘리베이터가 급하강할 때처럼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 것. 한국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이대영 박사는 “그네가 양쪽 끝 정점에 다다르면 순간적으로 원심력에 의해 위로 작용하는 힘과 밑으로 당기는 중력이 서로 ‘상쇄’돼 중력이 없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바람의 반작용으로 나는 연 연을 실에 매달고 앞으로 달리면 연이 서서히 뜨기 시작해 어느 정도 높이에 올라가면 공중에 떠있게 된다. 이는 공기의 흐름과 관련이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전관수 팀장은 “사람이 실을 감으면 연은 끌려오려는 힘이 생기는 반면 45도 정도의 각도로 떠 있는 연에 부딪히는 공기와 바람은 아래쪽으로 힘이 꺾이게 된다.”며 “그 반작용으로 연을 위쪽으로 밀게 된다.”고 말했다. 하늘에 떠있는 연이 날아가거나 땅으로 쉽게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실의 장력(張力)과 힘의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실이 끊어지면 힘의 균형이 깨져 공중으로 날아가버린다. ●지렛대의 원리 활용한 널뛰기 한복을 입은 여인이 긴 치맛자락과 옷고름을 휘날리며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광경이 일품인 널뛰기는 지렛대의 원리에 따른 힘의 균형과 중력 가속도를 활용한 놀이다. 무게중심을 널판의 중간에 확실하게 위치시켜야 균형이 맞아 제대로 널을 뛸 수 있다. 몸무게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끼리 널을 뛸 경우에는 무거운 사람이 널 중심쪽으로 위치를 잡거나, 널 가운데 받쳐놓은 가마니를 무거운 사람쪽으로 옮겨 무게중심을 이동시켜야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장택동 이영표기자 taecks@seoul.co.kr
  • 꽃동네에 핀 ‘감동의 仁術’

    꽃동네에 핀 ‘감동의 仁術’

    인생은 60부터라고 했던가. 예순여섯 나이에 소외된 환자들을 찾아 인술(仁術)로 펼친 소박한 ‘인생 2막´. 최일영(한양대 명예교수) 박사의 실천하는 사랑이 주는 잔잔한 감동이다. ●간호사없이 환자 고름짜는 일까지 장애인, 노숙자, 독거노인, 버려진 아이 등 사회에서 소외된 2000여명이 함께 모여 사는 충북 음성군 맹동면 꽃동네. 최 박사는 지난해 9월5일 40년간의 한양대병원 생활(혈액종양내과)을 마감하고 이곳에 있는 인곡자애병원으로 내려왔다. 정년퇴임을 한 지 꼭 닷새 만에 짐을 쌌다. 오랫동안 꿈꿔 왔던 소외된 이들을 위한 무료진료. 친구들은 “늘그막에 무슨 고생을 하려느냐.”며 그를 만류했다. 하지만 최 박사에게 이런 말들은 무의미했다. 유명 대형병원의 스카우트 제의도 단 한마디로 거부한 그였다. 꽃동네 사람들은 고단했던 인생역정만큼이나 병을 달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입원환자만 120여명. 병원은 늘 환자들로 북적인다.13일 오후 회진하는 그를 만나기 위해 기자는 신발을 벗어야 했다. 병상이 부족해 바닥까지 환자가 들어차 있어 신발을 신고 병실에 들어설 수 없었다. “처음 이곳에 와 한 환자를 입원시켰는데 정작 병실에 그 환자가 안 보이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침대 사이 바닥에 누워 있더군요. 이곳 현실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지요.” ●60대 중반에 맞은 주말부부 생활 그의 숙소는 인근 마을에 마련된 20평 남짓한 허름한 아파트.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어지는 진료. 주말에야 경기도 분당의 집으로 갈 수 있다. 유명 대학병원의 내과과장·주임교수라는 직함은 그저 과거 일이다. 회진 때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잡무를 챙기던 후배 의사들도, 하늘 같이 모시던 제자들도 없다. “의료환경이 대학병원과는 비교도 안됩니다. 일손이 달리다 보니 고름을 짜내고 환부에 찬 물을 빼내는 일, 거즈를 가는 일 등 수련의들이 해온 일까지 모두 제가 하지요.40년 전 초보 때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알코올 중독자부터 고혈압, 당뇨, 결핵까지 다양한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하얗게 먼지 않은 의학서적을 다시 뒤적거려야 한다. 혈액종양 분야의 권위자가 초보 레지던트 생활을 하는 셈이다. ●노트에 노인환자·장애인 애환 가득 “이곳 환자들은 불평이나 불만에 익숙해 있지 않습니다. 자기들이 무료로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미안함, 또 치료를 받는 것만으로도 호강하는 것이란 생각이 강하지요. 그게 저를 더 마음 아프게 합니다.” 하지만 자기표현이 부족한 환자는 의사를 힘들게 하는 법이다. 환자가 어디가 안 좋은지 아는 것이 진료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는 4개월간 이곳 생활을 하면서 병명과 진료기록은 물론 환자별 특징까지 노트에 빼곡하게 정리했다. 일기처럼 써내려가는 노트에는 환자들로부터 들은 절절한 사연들이 가득하다. 소외된 이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외환위기의 여파로 멀쩡한 가장들이 노숙자로 내몰리던 1999년. 그는 서울 문래동의 4층 건물을 임대해 노숙인이 살 수 있는 쉼터 ‘자유의 집’를 마련하고 밤마다 그들의 건강을 돌봤다. 그러기를 5년여. 늙은 스승의 왕진에 서서히 제자들이 동참했다. 비슷한 때 시작한 몽골 의료선교활동도 그가 매년 빼놓지 않는 여름휴가 일정이다. 최 박사의 아들도 내과 전문의다.“아들이 아비처럼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작은 희망입니다. 부모로서 묵묵하게 실천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언젠가는 스스로 느끼겠지요.” “사람들에게 뭔가 줄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합니다.”그가 몸으로 느끼고 있는 60대의 인생예찬이다. 글 음성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할인점은 애완동물 ‘천국’

    할인점은 애완동물 ‘천국’

    올해는 ‘개의 해’다. 개는 사람과 가장 가까이 하는 동물이다. 영이와 철이가 학교 수업을 파하고 책보따리를 메고 싸리문에 들어서면 꼬리를 흔들며 맞이하던 ‘정겨움의 동물’이었다. 달리 주인에게 충직스럽고 영리한 동물로도 묘사돼 ‘충견(忠犬)’으로 불렸다. 이런 충직과 애완의 개가 최근 수년간 이미지를 달리하고 있다. 충견은 애견으로서 우리 거실을 지키며 ‘제3의 자식’으로 대접받고 있다.‘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사회 분위기에 적적해진 우리네의 심성 때문일까. 두살박이 막내 같은 애견은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는 즐거움’을 생산해 내고 있다.애견을 기르는 인구가 늘고 있다. 애견 용품은 마니아의 호사스러운 취미 차원을 넘어 산업의 큰 축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애완 용품은 헤아리기 어려울만큼 수가 많다. 한해 시장 규모만도 1조원을 훌쩍 넘는다.‘개는 무슨 개….’라던 방관자들도 하나둘씩 애견 코너를 찾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주요 할인점 등에는 동물병원이 속속 자리하고 있다.“그참 사람보다 잘 먹어. 먹는 것만 있어?고가 치료비는 어떻고. 이러다가 애견 특별 병실까지 생기는 거 아냐?” ‘개 팔짜가 낫다’는 시니컬한 이런 말이 오가는 오늘도 애완견 매장을 찾는 발길은 이어지고 있다. “쇼핑도 하고, 애견도 돌보고….” 할인점은 이제 물건만 팔고사는 접점이 아니다. 유통의 큰 축으로 자리하면서 고객의 발길을 잡기 위한 업종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동물병원.2∼3년전부터 웬만한 할인점에 동물병원이 입점해 있다. 동물병원에서는 강아지·고양이 등 여러 애완동물을 돌봐 준다. 고객 동선을 보면 쇼핑을 하기 전 병원에 애완동물을 맡겨두고 건강을 체크받는 동안 쇼핑을 한다. 보통 가족 쇼핑 시간을 두어시간으로 잡으면 애완동물을 치료하는 시간은 충분하다. 동물병원에서는 치료와 미용, 애견 용품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시내의 애견 전문숍보다는 더 편리하다. 하지만 애견 코너가 식품점과 주로 같이 있는 까닭에 용품을 살 때 애견을 데리고 들어갈 수는 없다. ‘개의 해’인 올해는 연초부터 애견코너를 찾는 고객이 무척 많아졌다. 노성희 롯데마트 애견용품 담당 바이어는 “올해 들어 애견패드(강아지 화장실)와 애견 이발기 등 미용 용품을 찾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며 개띠 해의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개용품 다 파는 이마트 이마트의 동물병원은 2003년 1월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점을 개점하면서 처음 도입됐다. 이후 애완산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천호·성수·부평·연수·진주·울산점 등 28개 매장에서 성업 중이다. 이마트는 15일까지 1만 5000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해당 점포의 동물병원에서 애견을 무료로 검진하는 행사도 열고 있다. 이마트에는 이색적인 애견용품도 다양하다. 애견의 귀와 입안을 씻거나 헹구고, 치석을 제거하는 제품도 나와 있다. 포비스 귀세정제(118㎖·5500원)는 귓속 구석구석까지 청결하게 해주며, 귓속에 있는 귀지 및 고름을 용해해 주는 제품. 포비스 구강청정제(5800원)는 애완동물의 입 속에 2∼3회 분무하면 된다. 입술을 들어올려 잇몸에 직접 뿌려도 된다. 식후 또는 수면후, 구취가 날 때 사용한다. 또 밀크스틱껌(4500원)은 가구와 신발을 물어 뜯는 애견의 스트레스 해소와 치아 건강, 치석 제거에 유용하다. 소 내피에 우유가 배합된 껌으로 단백질이 풍부하고, 담백한 맛으로 애견들이 무척 좋아한다. 애견용 타월(9700원)은 40×70㎝ 크기. 애완동물의 섬세하고 연약한 모발과 피부에 적합하도록 특수 제작된 타월로 목욕후 물기를 쉽고 빠르게 제거한다. 애견 캐리어(1만 800∼2만 4000원)는 애견 및 애완동물의 이동시 편리하며 안쪽에 고정용 목줄 고정고리가 부착되어 있다. 또 스테인리스 특수강으로 제작된 애견 발톱가위(8900원), 애견 이발기(3만 9000∼5만 5000원), 포비스 살충삼푸(200㎖·9500원), 물병식기(9900원), 샴푸&린스(473㎖·6700원), 피부질환삼푸(300㎖·1만 2400원) 등이 있다. ●고양이도 이용하는 롯데마트 롯데마트에 입점한 동물병원은 13곳이다. 수도권의 구로·금천·도봉·중계·화정·수지·화성 등에 입점해 있다. 전국 매장에서 하루 평균 50∼60마리, 주말에는 80∼100마리의 개와 고양이 등이 이용한다. 주로 보관을 비롯해 미용과 진료, 애견용품 구입 등이 목적이다.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애견용품은 사료를 비롯해 300여개에 이른다. 애견사료, 미용용품(샴푸, 이발기, 손톱깎이, 빗 등), 애견 패드, 집, 의류, 신발, 방석, 기저귀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료의 경우는 자사 브랜드 상품을 포함해 60∼70개가 있으며, 가격은 5000∼2만원대이다. ●호사스러운 개용품 홈플러스 홈플러스의 경우 영등포·북수원·김포·대구 성서·아시아드점 등 10곳에 동물병원 도그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애완용품 코너 ‘퍼피아이’에는 개 전용 샴푸와 컨디셔닝을 5500∼1만원에서 판다. 개 피부는 얇고 부드러워 사람이 쓰는 샴푸를 사용하면 자극을 받아 개의 피부를 손상시킬 수 있다. 개의 입과 귀를 닦을 전용 세정제는 6000∼7000원. 애견용 구강청정제는 마실 가능성 때문에 불소가 빠져 있으므로 사람이 쓰는 가그린 등을 애견에게 직접 쓰게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홈플러스 문화스포츠팀 이헌철 바이어는 “애완견이 사람이 먹는 음식을 잘 먹고 좋아한다고 해서 그대로 주면 애완견의 영양이나 소화구조 등에 적합하지 않아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그러므로 애완견이 잔병 없이 오래 살도록 하기 위해서는 개에게 알맞은 사료를 먹이로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현대백화점 서울 목동점 지하 3층 애완동물 용품점인 왕왕상사는 사료·목줄·옷·집 등 250여개의 개 품목을 팔고 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애견 잘 고르고 잘 기르기 이마트 서울 금정점에 입점한 폭시펫의 이항률 동물병원장으로부터 애견을 기르고 보살피는 기초적인 상식을 들어봤다. ●애견을 기르는 효과는 아이들에겐 사회성 발달에 좋고 직장인에겐 스트레스 해소에 특효입니다. 애완동물과 함께 산책을 하면 수명이 1,2년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또 어릴 때부터 애완동물을 기르면 암 발병률이 3분의1로 낮아지고 심장마비 확률도 20%로 떨어집니다. ●좋은 애견 고르는 비결은 체격에 비해 좀 무거운 것이 건강합니다. 귀가 깨끗하고 상처나 이물질이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귀지는 괜찮습니다. 콧등은 좀 촉촉해야 합니다. 콧등이 건조하거나 코에서 콧물이 나면 질병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눈곱이나 눈물이 많은 강아지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배가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강아지는 소화를 잘하고 건강하다는 증거입니다. ●동전 등 이물질을 가끔 삼키는데 목에 이물질이 걸렸을 때 강아지 입에 손을 넣으면 안 됩니다. 이럴 땐 강아지의 뒤편에서 갈비뼈 바로 밑을 양손 엄지손가락으로 여러번 눌러 자극해 주면 됩니다. 만약 의식을 잃은 상태라면 머리와 혀를 당겨줘야 합니다. ●버릇을 잘 들이려면 개의 기초 훈련 적기는 생후 3∼4개월부터입니다. 대소변 가리기나 함부로 물어뜯는 버릇 교정 등 ‘유아기’의 예의 범절 교육을 끝낸 직후부터 기초적인 명령어 알아듣기를 시작합니다. 기초 명령어 훈련 때엔 간단 명료한 발음으로 반복 교육시키는 게 요령입니다. 우선 금지 명령인 ‘안 돼’부터 가르쳐 줍니다.‘안 돼’하는 말은 개의 감정 표현에서부터 동작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통하는 기초적인 금지어입니다. 주인에 대한 절대 복종의 시작입니다. ●개를 때려도 되나요? 명령을 알아들을 때까지 신문지로 엉덩이를 가볍게 때리는 등 약간의 육체적 제재도 괜찮지만 머리를 때리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훈련을 할 때엔 과도한 육체적 제재보다는 칭찬이 효과적입니다. 특히 개를 나무랄 때 이름을 크게 불러 겁을 주면 개가 주인을 멀리하게 되므로 이름은 칭찬할 때만 불러 줍니다.
  • 인체면역의 ‘힘’ 癌도 이긴다

    인체면역의 ‘힘’ 癌도 이긴다

    ‘면역’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감기에서 암까지 거의 모든 질병이 인체의 면역력과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인체면역계’,‘면역 강화’,‘면역치료’ 등의 용어도 낮설지 않게 됐다.‘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최고의 의사이자 치료법’이라고 주장했던 면역의 전모를 짚어본다. ●인체의 면역시스템 인체는 끊임없이 공격해 오는 병원체, 독소 등 항원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방어체계를 갖고 있는데, 여기에 관여하는 기관과 조직, 세포들을 망라해 ‘면역계’라고 한다. 면역계는 끊임없이 체내로 잠입해 드는 온갖 세균과 바이러스, 독성물질 등을 퇴치한다. 콧구멍 속의 털은 공기 중의 이물질을 거르고, 코 점막의 면역세포는 감기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재채기를 유발해 이를 몸 밖으로 몰아낸다. 또 위산은 음식에 묻어온 박테리아를 죽이고, 해로운 음식이 들어오면 위점막 면역세포가 가동돼 구토를 유발함으로써 몸이 망가지는 것을 막는다. 이처럼 면역계는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활동하지만 이것도 건강이 정상일 때의 일이다. 면역기능이 약해진 인체는 질병의 공격에 바로 무너지게 된다. ●면역계, 어디에서 어떻게 작용하나 면역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는 선천면역(Innate Immunity)과 생활환경에 적응하면서 얻는 획득면역(Acquired Immunity)으로 나뉜다. 선천면역은 방어반응을 하는 인체의 1차 방어체계이다. 항원의 침입을 차단하는 피부와 점액조직, 강산성의 위산, 백혈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상처 부위에 고름이 생기는 것은 상처를 통해 침입한 병원균과 싸우다 죽은 백혈구의 잔해이다. 이런 선천면역은 항원에 대해 비특이적으로 반응하며, 특별한 기억작용은 없다. 후천면역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면역’이다. 후천면역의 역할은 B림프구와 T림프구가 맡는다.B림프구는 항원에 맞서는 항체를 생산해 체액으로 공급하는데, 이 항체는 몸 곳곳에서 병원체인 항원을 제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병이 나으면 대부분의 항체는 없어지지만 B림프구는 같은 병원체가 다시 침입하면 이를 기억해 신속한 방어체계를 가동하기 때문에 ‘기억세포’라고도 부른다.T림프구는 B림프구와 달리 항체를 만들지 않고, 자신이 항원을 직접 공격하여 파괴하는 역할을 맡으며,B림프구를 활성화하는 일도 한다. ●면역력이 약화되면 면역력 약화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질환은 감기다. 그만큼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취약하다는 증거다. 또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체내 효소의 작용을 떨어뜨려 노화를 촉진하며, 질병이나 상처 치료를 더디게 한다. 장내의 유익한 세균이 줄어 배탈, 설사가 잦고 식중독에도 잘 걸린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암에 잘 걸리는 것 역시 체내에 암세포를 사멸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대표적 원인은 스트레스와 피로. 피로와 스트레스는 임파구의 활동력을 떨어뜨리고, 과립구를 증식시켜 그만큼 바이러스성 질환이나 암에 쉽게 노출되게 한다. 또 방부제와 색소, 산화방지제 등 각종 화학첨가물이 든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도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약, 특히 스테로이드제제는 항원과 항체반응을 함께 억제해 염증의 발생을 막고 가려움증을 없애기 때문에 장기간 사용하면 항체 생산기능을 떨어뜨려 면역력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 ●부각되는 면역세포 치료 인체의 면역을 인위적으로 강화시켜 질병을 치료하는 면역세포치료는 주로 암 치료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건강한 사람의 체내에서는 1일 300∼1000개의 불량세포가 만들어지는데 이 세포가 면역 이상으로 제거되지 않고 계속 증식해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것이 바로 암이다. 이런 암을 ‘면역질환’으로 보고 면역력을 키워 암을 치료하는 것이다. 최근 면역세포치료에 대한 임상 결과,60%의 암세포 제거효과와 47%의 항암효과가 관찰돼 빠르면 내년쯤 관련 신약이 상용화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면역세포를 보관하는 면역세포은행도 생겨 암환자는 물론 건강한 사람도 자신의 림프구를 냉동 보관했다가 나중에 치료 목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면역력, 음식으로 키운다 면역력과 음식은 밀접한 상관성을 갖는다. 잘 먹으면 면역력을 키우지만 잘못 먹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과일과 채소류. 여기에 많은 비타민A·C·E 등이 항산화작용과 함께 면역력을 높여준다. 특히 바나나는 백혈구를 구성하는 비타민B6와 면역 증강 및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A, 베타 카로틴 등이 많아 노화방지 및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돌나물, 참나물 등 나물류와 브로콜리 등도 면역력을 키워준다. 발효식품인 김치는 종합면역증강 음식이라고 할 만큼 면역력 증강에 좋다. 양념으로 넣는 마늘의 알리신 성분은 살균·정장효과가 뛰어나다. 된장과 청국장도 면역력 증강에 좋다. 콩의 발효물질은 혈전을 분해하며, 암세포의 발생과 성장을 억제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APEC 이모저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6일 김해 공군기지에 도착한 것을 비롯해 브루나이, 홍콩, 호주, 베트남, 페루 등의 외국 정상들이 전용기로 부산 APEC에 속속 합류하면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부시 “부산 방문 영광이다” 부시 대통령의 비행기가 도착하자 의전 관계자가 기내 영접을 한 데 이어 공항에서 허남식 부산시장 등이 부시 대통령 부부를 맞았다. 코트 차림의 부시 대통령은 허 시장이 “환영합니다.”라고 하자 “부산에 온 것이 매우 뜻깊다. 첫 방문이라 영광이다.”라고 화답했다. 부시 대통령 부부는 별도의 환영행사 없이 공항을 떠났고 수행원을 태운 4대의 버스가 뒤를 따랐다. 공항 주변에는 군·경 2000여명이 총력 경비를 펼쳤고 만일에 대비해 방공포도 대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라이스…” APEC에 참석 중인 외교·통상 장관 40명은 전날에 이어 한번 더 단체사진 촬영을 해야 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중동 순방을 이유로 당초 일정보다 하루 늦은 16일 도착했기 때문이다.21개 회원국 각료 중 유일하게 지각한 장관이어서 회담장 주변에선 “역시 미국이 세긴 세다.”란 말이 오갔다. 전날 사진 촬영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대리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루마기에 담긴 뜻은… APEC 준비기획단에 따르면 오는 19일 각국 정상이 입는 두루마기의 색상은 음양오행설에, 문양은 십장생에 각각 바탕을 뒀다. 총 7가지인 색상은 황·청·적·백·흑을 기본으로 하되, 각국 정상의 피부색과 모발색에 어울리도록 파스텔 톤으로 조정했다. 여성 정상은 분홍색과 보라색 등 2가지, 남성은 황금색, 갈색, 은색, 남색, 연두색 등 5가지 중에서 택하도록 했다. 두루마기 소재는 질감이 부드럽고 광택이 적은 우리 고유의 ‘자미사’를 사용했으며 춥지 않도록 겹으로 만들었다. 편의를 위해 주머니를 달고 옷고름 부분은 미리 묶어 놓고 매듭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영희(69)씨가 책임디자이너를 맡았다. ●군 골프 금지 이날 윤광웅 국방장관은 APEC 기간 군이 가급적 외부 행동을 자제할 것을 지시했다. 모든 장성과 국장급 이상 고위 간부, 사·여단장 이상 지휘관은 19일까지 골프장을 일체 출입해서는 안 되고 음주가무도 금지된다. 부산 특별취재단
  • [문화마당] 섬진강,그리고 청계천/김용택 시인·교사

    높고 낮은 산이 있어 작은 골짜기를 만들고 그 골짜기들은 물을 모아 세상으로 흘려 보냈다. 물이 흘러가는 골짜기, 물 좋고 햇빛이 좋은 곳에 사람들은 집을 짓고 논과 밭을 만들어 해뜨면 들에 나가 논과 밭을 가꾸고 배고프면 밥 먹고 해지면 집으로 들어와 고단한 몸을 뉘어 쉬었다. 산이 높고 골이 깊으면 물이 많아 들이 넓었고 사람들도 많이 모여들었으며 물이 적으면 사람들이 적게 모여들었다. 그리하여 골짜기마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산을 등지고 강을 바라보며 강과 함께 마을을 만들어 오랫동안 살아왔다. 나는 산에 등을 기대고 산그늘 속에 가만히 앉아 있는 그 평화로운 강 마을들을 좋아한다. 사람들의 마을인 것이다. 이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강이 어디 있겠냐마는 섬진강은 참 아름다운 강이다. 언제 보아도, 평생을 보며 살았어도, 섬진강은 다시 나에게 아름다운 강이다. 섬진강을 멀리서 보면 작은 산들이 그 몸을 가려 보이지 않는다. 섬진강은 가서 물에 몸을 담그고 물에 손을 넣어보아야 비로소 느껴지는 강이다. 사람들이 온몸을 강물과 섞고 사는 작고 아름다운 섬진강을 나는 이렇게 쓴 적이 있다.‘섬진강은 새색시 옥색 옷고름을 뚝 따 던졌더니 바람결에 날아가 아무렇게나 떨어진 모양’이라고. 나는 그 작고 아름답고 서러운 강 한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그 강을 바라보며 아이들 곁에 살고 있다. 어렸을 때 산에서 나무를 해 가지고 오다 강가에 쉬며 징검다리에 엎드려 강물을 마셨고, 여름이면 하루도 빠짐없이 강물에 몸을 담그고 살았다. 강물에서 하도 오랫동안 고기를 잡고 놀다 보니, 강물 속에 있는 바위들의 모양을 지금도 다 기억하고 있다. 봄에 꽁꽁 언 강이 풀려 새물이 흐르고, 여름에는 강물이 불어 넘쳐 쿵쿵쿵 흘렀으며, 가을에는 아름답게 단풍 물든 산이 강물에 얼굴을 씻고 둥근 달을 띄워 올렸다. 겨울 아침에는 하얀 눈을 쓴 산이 우뚝 솟으면, 강물은 길고 거친 붓 자국처럼 흘렀다. 사시사철 시시때때 언제 어느 때 보아도 섬진강은 내게 가슴이 뛰는 감동의 강이었다. 그러나 다시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이제 강 어디에도 온전한 곳이 없다. 강물이 죽어 나는 언제부턴가 섬진강 강물에 내 몸을 담그지 않았다. 강이 나를 버린 것이다. 아니 우리가 강물을 죽여버린 것이다. 섬진강 강물을 따라 가다 보면 강 곳곳에 둑을 쌓아 유장하던 강굽이를 죽여버렸고, 오랫동안 강물 스스로 만들어 온 강기슭에 둑을 쌓고 강바닥을 훑어버린다. 세상에 그 어느 나라가 흐르는 강물을, 그 경관을 저렇게 무참하게 죽이는 나라가 있단 말인가. 달빛이 하얗게 부서지던 저 아름답고 눈이 부신 백사장을 저렇게 무참하게 죽이는 사람들이 또 있단 말인가. 며칠 전에 서울 복판을 흐르는 청계천이 뚫린 날 나는 꽉 막혀 있어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후련함을 맛보았다. 나는 청계천을 놓고 생태학적인, 사회적인, 정치적인, 개개인들의 이해관계는 잘 따지지 못한다. 그러나 그 답답한 서울의 복판으로 물이 흐르고 그 물길을 따라 새들이 날아오고 작은 고기들이 돌아다니고 물가에 풀과 나무가, 꽃들이 자란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뛴다. 아이들이 첨벙거리며 놀던 냇가를 죽인 후 다시 살리는데 온 국민이 흥분하고 있다. 하지만 온 국민들이 기뻐하는 그 사이에도 이 나라 지자체들의 무지하고 무분별한 단발성 관광 개발과 땅에 대한 이해도 개념도 없는 지역 건설족들에 의해 강은 무참하게 파괴되고 죽어 간다. 다시는 살릴 수 없도록 강을 파괴하는 자들에게 경고한다. 아직은 살아 숨쉬는 섬진강을 죽이지 말라. 섬진강을 죽이는 일에 앞장서고 협조한 이들을 낱낱이 기록하여 나는 우리 자손 만대에 전할 것이다. 김용택 시인·교사
  • ‘친절한 영애씨’ 한복맵시

    ‘친절한 영애씨’ 한복맵시

    ‘해신´,‘불멸의 이순신´,‘서동요´,‘신돈´…. 인기를 끄는, 또는 끌었던 역사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전통의상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덧입혀 세련미도 살린 TV 속의 한복은 멋스럽다. 하지만 한복은 쉽게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니다. 명절이나 경사가 있어야 입는다는 고정관념도 있고, 활동하기 편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추석에는 유난히 한복을 입어보고 싶다. 멋스러운 한복을 베니스영화제에서 선보인배우 이영애처럼. 한복 맵시, 나라고 못낼 것 없다. 올 추석에 온몸으로 한국의 전통을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이영애가 입은 한복은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의 작품이다. 비단 종류인 국사로 만든 저고리와 치마가 250만원, 비녀와 노리개 같은 소품까지 300만원 상당의 의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스타일을 알고, 얼굴색과 체형에 맞춘 한복이 가장 아름답다.”는 이영희씨의 말처럼 꼭 값비싼 옷이라야 멋이 아니다. 나만의 자태를 얼마나 잘 드러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나이와 체형, 얼굴색 등을 고려해 한복 스타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요즘 한복은 불편함을 줄이고 실용성을 강조한다. 이영애가 입은 한복은 기장이 짧고, 동정과 깃이 겨드랑이선까지 이어진 스타일이지만 일반적으로 저고리 기장은 그보다 길다. 팔을 들었을 때 치마 말기(가슴을 감싸는 흰 부분)가 살짝 보일 정도의 길이다. 고름의 너비와 길이는 좁고 짧아졌다. 동정과 깃은 약간씩 넓어지는 추세이다. 치마는 항아리 라인으로 처리해 움직일 때 너무 치렁하지 않고, 남성 바지는 재단은 옛것대로 하되 대님을 매기 쉽도록 달아놓는다. 소매는 깃·끝동·고름·곁마기를 다른 색으로 한 삼회장이나 깃·끝동·고름을 다른 색으로 한 반회장 형식으로 배색을 달리해 포인트를 준다. 올해처럼 약간 더운 기운이 남은 이른 추석에는 밝은 색이 어울린다. 자연스러우면서도 화사한 분홍빛, 연둣빛, 상앗빛 등이 대표적인 색상. 남성들의 마고자 색상도 한층 밝아져 분홍빛이나 산호색 등이 돋보인다. 무명이나 국사, 갑사, 항라 등 가을철 옷감을 이용하면 걸을 때마다 사각사각 스치는 소리가 한결 운치를 더해준다. ■ 한복 디자이너 4명의 추석 맵시내기 1. 박술녀(박술녀 한복) 가을에는 화사하면서 자연스럽게, 디자인보다는 색상으로 한복을 입는 것이 좋다. 추석에는 파스텔톤이 예쁘다. 감색 치마에 흰 저고리는 귀여운 스타일로 젊은 층에 어울린다. 고름 색상이나 소매 끝 꽃수를 포인트로 이용해 지루함을 덜어낸다. 털을 뺀 가을 배자를 덧입어 멋스러움을 연출할 수 있다. 너무 풍성하거나 너무 달라붙는 느낌은 좋지 않다. 배래는 팔을 접었을 때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폭이 가장 예쁘고, 편하다. 고름도 길 필요가 없다. 고름 폭은 깃·섶에 어색하지 않은 넓이 정도면 된다. 옛것이 아름다운 것처럼 전통적인 모양새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2. 이영희(이영희 한복연구소) 너무 전통적인 스타일은 외국인의 눈에 자칫 어색할 수 있어 이번 이영애의 한복은 여러가지를 고려해 디자인했다. 앞자락을 많이 겹치게 하고 고름을 작고 심플하게 옆으로 돌린 것은 삼국시대 저고리를 응용한 것. 파티라는 장소도 감안해 노리개, 비녀, 가락지, 첩지 등 장신구로 단정한 한복을 화려하게 연출했다. 수십, 수천가지에 이르는 체형에 맞는 한복 맵시는 하나가 아니다. 따라서 자신의 스타일을 잘 알고 그에 맞는 것을 찾는 게 중요하다. 소매통이 좁은 디자인도 나오는데, 우리 옷은 원과 직선이 조화를 이루고 여유로워야 한다. 하의는 녹자주나 짙은 감색 등 어두운 색이 좋다. 저고리만 바꿔줘도 색다르게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김영미(황금바늘) 상하의를 보색으로 대비하면 단색에 비해 훨씬 색감이 뛰어나고 한복의 멋이 풍겨난다. 저고리가 짧거나 전체적으로 무늬가 없는 한복을 입었다면 큰 노리개로 화려하게 연출하는 것도 좋겠다. 큰 노리개는 연한색 치마를 입었을 때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한복은 소재와 색상을 중시해서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늘색 저고리와 연보라 치마로 발랄한 느낌을 주고, 자주색 저고리와 감청색 치마로 세련미를 주는 식이다. 디자인은 가급적이면 단아하고 전통적인 스타일을 선택하는 게 좋다. 입는 자신도 잘 싫증이 나지 않고 보는 사람의 눈도 질리지 않는다. 4. 김진분(분 한복) 크게 그림을 그려 넣는 것보다 저고리의 섶이나 소매 끝에 포인트를 주고, 장신구를 최소화해 깔끔하게 연출하는 것이 예쁘다. 20대는 보색의 치마·저고리로 발랄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깊은 빨간색의 치마에 수박빛과 상앗빛 저고리로 서로 다른 느낌을 낼 수 있다. 한복 맵시를 내기 어려운 연령층이 바로 30∼40대. 자칫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파스텔 색상의 한복으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이 돋보이는 방법. 전통의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화려한 장신구를 하기도 했지만 역시 한복에는 단아한 액세서리가 잘 어울린다. ■ 한복엔 이런 메이크업 하세요 평소에는 어쩐지 낯설게 느껴지지만 명절에는 한복만큼 화려한 옷도 없다. 한복의 색상은 평소에 입는 옷보다 화려하고 밝은 색인 경우가 많다. 연한 화장은 얼굴이 묻혀 버리고, 짙은 화장은 품위가 떨어진다. 한복을 입었을 때 메이크업은 한복의 정적이고 차분한 분위기를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단정하고 고상한 분위기를 이끌어내야 한다. ●피부는 맑게 화사함을 마무리할 수 있는 투명하고 맑은 얼굴색이 중요하다. 손등으로 만져 보았을 때 살짝 미끄러질 정도의 피부 상태에서 얼굴 전체에 메이크업 베이스를 바르고, 적은 양의 파운데이션을 볼, 코, 이마, 턱 순으로 덧바른다. 피부에 기미나 잡티가 있다면 컨실러를 이용한다. 눈 밑의 다크서클 부분에는 아주 유연한 컨실러를 이용해야 주름이 생기거나 갈라지지 않는다. 웃었을 때 튀어나오는 볼 부분에 크림 블러셔를 발라 약간 홍조를 띤 표정을 연출한다. 마지막으로 파우더를 이용해 투명감 있는 피부를 완성한다. ●곡선미를 살린 색조화장 곡선미가 있는 한복처럼 화장도 곱고 단아한 선을 이용한다. 눈썹은 자신의 모양을 기본으로 그린다. 눈썹을 약간 둥글게 굴려주면 한층 여성스러워 보인다. 아이섀도는 전체적인 색상과 어울리게 선택하면 좋다. 강하지 않고 은은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연한 분홍은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색상. 넓게 펴바르지 말고 라인의 느낌으로 눈에 색감을 주는 정도로만 부드럽게 표현한다. 섀도로 음영만 주는 대신 아이라인과 마스카라를 이용해 깊이있는 눈매를 연출한다. 입술은 한복과 가장 유사하거나 조금 더 짙은 색상으로 포인트를 준다. 너무 도드라지지 않게 립스틱을 한 듯 안한 듯 자연스럽게 표현하려면 미리 립밤을 발라 촉촉함을 유지하도록 한다. 립스틱을 바르고 펜슬로 립 라인을 다듬어주면 립스틱이 지워져도 라인만 남아 추해지는 일이 없다. ●깔끔하게 올린 머리 한복에 어울리는 머리 모습은 단연 깔끔한 스타일이다. 드러난 목선으로 한복 고유의 특성인 선을 살리면 아름답게 연출할 수 있다. 긴 머리는 목선이 드러나게 올리고, 커트 머리나 단발 머리라면 깔끔하게 뒤로 빗어 넘겨 주도록 한다. 될 수 있으면 잔머리가 없도록 깨끗이 정리해 준다. 어중간한 길이의 머리는 뒤로 묶어준 뒤 조각가발을 덧대 지저분한 머리 끝을 숨겨 정돈할 수 있다. ■ 도움말 태평양 뷰티트렌드팀 박보희/사진제공:태평양·코리아나 ■ 한복입을때 이것만은 제발 많은 한복 디자이너가 지적하는 부분은 헤어스타일과 소품. 풀어헤친 머리는 단아한 분위기를 해친다. 목선이 예쁜 한복에는 역시 올린 머리가 가장 잘 어울린다. 한복에 양말과 구두를 신는 것도 마찬가지다. 치마가 길어 안 보이는 것 같지만 걸을 때마다 언뜻언뜻 드러나 예쁘지 않다. 장신구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노리개, 가락지, 뒤꽂이 등을 상황과 장소에 맞게 활용한다. 그러나 여자나 남자가 목걸이를 하는 것은 격을 떨어뜨린다. 또 여성의 경우 너무 풍성한 속치마를 입는 것도 한복 맵시를 해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Doctor & Disease]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권오정 박사

    [Doctor & Disease]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권오정 박사

    “우리 국민들은 지금도 결핵균에 싸여 산다고 보는 게 옳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결핵 진단을 받은 사람 대부분이 ‘아직도 이런 병이….’라고 의아해한다는 겁니다. 결핵은 분명히 현재진행형입니다.”결핵퇴치에 앞장섰던 고 한용철 박사의 수제자로, 스승의 뒤를 이어 결핵 퇴치에 팔을 걷고 나선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권오정(48) 박사. 소설가 박완서씨의 셋째 사위이기도 한 권 박사는 “암 등 다른 질환에 묻혀 결핵이 일반인의 관심권에서 밀려나 있지만 여전히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결핵은 어떤 질병인가. -마이코 박테리아라는 균에 의해 공기로 감염되는 질환이다. 대부분 어려서 감염돼 약하게 앓고 지나가 면역을 갖고 있지만 보균자의 면역이 약해지거나 당뇨병 등 소모성 질환의 영향으로 잠복된 균이 다시 활동을 시작해 결핵을 앓게 된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나. -기침과 가래, 피로감과 각혈이 대표적이나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으므로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물론 정상인도 정기적으로 흉부 X레이를 찍어 봐야 한다. ▶감염 경로에 대해 설명해 달라. -기침, 재채기는 물론 대화로도 전염되며, 환자와의 접촉이 많고 기간이 길수록 감염 가능성이 높다. 가족간 감염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결핵균의 특성상 모든 국민이 보균자일 가능성이 있으나, 보균자가 모두 환자가 되는 건 아니다. 이 가운데 15% 정도에서 발병한다. 권 박사는 최근들어 결핵이 다시 기승을 부리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특정인이 환자라는 걸 알고 치료할 경우 투약 후 3일 정도면 균의 전파력이 거의 없어집니다. 문제는 결핵을 가볍게 보고 검진을 받지 않아 자신이 환자인줄 모르는 사람들이 활보하고, 이 때문에 학교 등에서 집단 발병현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결핵의 종류는 어떻게 나누나. -어려서 결핵균에 처음 감염되는 ‘1차 결핵’이 있는데 이 경우는 대부분 모르고 지나친다.1차 결핵 후 성인이 된 뒤 면역이 약해져 걸리는 결핵이 ‘2차 결핵’으로 흉부 X레이상에 공동이나 결절이 나타난다. 또 발생 부위별로는 폐나 골수, 뼈, 뇌막, 기관지, 림프절 등에도 생기는데 이 중 폐결핵이 95%를 차지한다. 특히 기관지 결핵은 쌕쌕거리는 천명음 때문에 천식으로 오진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전염이 잘되고 치료 후 기관지 협착 등 부작용도 겪는다. 천식 진단을 받은 젊은 여성이 치료후 1주일 내에 차도가 없다면 기관지결핵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발병 추이는 어떤가. 또 발병 경향에 특이점은 없는가. -95년 이후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신규 환자는 줄고 있다.95년 당시 유병률은 1%였으나 지금은 10만명당 350명 수준이다. 문제는 아직도 10∼20대 발병률이 높은 후진국형에 머물러 있으며 더 이상 유병률이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퇴치 목표는 어떻게 잡고 있나. -‘인구 10만명당 1년에 1명 미만의 발병’을 목표로 잡는데, 미국은 2030년이면 여기에 이를 것으로 보나 우리는 2090년이나 돼야 가능할 것이다. 권 박사는 치료와 관련,‘단번에 끝장내는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렇게 강조했다.“보통 6개월 정도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 완치되는데, 중간에 투약을 중단하거나 임의로 약을 바꾸면 내성이 생겨 훨씬 오랫동안 항결핵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이렇게 생긴 다재내성결핵은 항결핵제가 잘 듣지 않으며, 이 균에 감염된 환자 역시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1차에서 끝장내는 치료를 해야 합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보편적인 치료법은 항결핵제의 투여다.1차약과 2차약으로 구분하는데,1차약이 효과도 좋고 독성이 적다. 일단 내성이 생기면 2차약을 사용하는데, 부작용이 만만찮을 뿐더러 이 단계에서 치료가 되지 않으면 수술을 하거나 인터페론 감마 같은 면역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수술이나 면역치료가 모두에게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1차약으로 완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권 박사는 우리나라의 결핵 실태가 결코 가볍지 않다며 이렇게 소개했다.“미국 NIH(국립보건원)가 지원하는 국제결핵연구소(ITRC)가 곧 마산에 설립됩니다. 오는 9월 기공식이 예정돼 있으며,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 환자의 면역실태 조사 등 결핵 퇴치와 관련된 각종 연구사업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것이 선진국의 눈에 비친 우리의 실태라고 봐야죠.” ▶치료의 현실적인 한계와 후유증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내성균만 아니면 1차 치료에서 100% 완치된다. 이 경우 재발률은 3% 정도로 낮다. 문제는 다재내성인데, 이 단계에서는 완치율이 60%대로 낮아진다. 미국에서는 다재내성균을 가진 환자 83%가 수술을 받는다. 투약 후유증은 간독성, 위장장애, 시력장애와 백혈구나 혈소판 감소증, 통풍 등이 더러 나타나는데, 이 때는 약제를 바꿔 후유증을 줄인다. 권 박사는 “현재의 소극적 검진체계와 고체배지를 이용한 배양방식의 문제 외에도 값싸고 질좋은 약을 단지 결핵 적응증 신고가 안 됐다는 이유로 못 쓰거나, 의학교과서에 기재된 약조차 과잉투약으로 간주하는 심사체계가 문제”라며 “정부의 예산 사정은 이해하지만 다재내성의 경우 치료비 부담을 20% 정도로 낮춰줘야 치료와 퇴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권오정 박사는 누구 ▲서울대의대 및 대학원(박사)▲서울대병원 전공의 및 전임의▲영국 런던 브롬프톤병원 연수▲국제결핵연구센터(ITRC) 이사▲결핵연구원 윤리위원회 위원▲대한 결핵 및 호흡기학회 학술위원▲대한 중환자의학회 이사▲미국흉부학회 정회원 ■ 림프절 결핵이란“젊은 여성들이 많이 앓는 림프절 결핵은 한마디로 ‘골치 아픈 병’입니다. 기관지 결핵과 함께 특수한 결핵으로 분류하는 질환인데,1차 항결핵제를 정상적으로 복용해도 환자의 3분의 1 정도는 예후가 나빠지거든요.” 폐에서 생기는 폐결핵과 달리 림프절에서 발병하는 이 결핵은 치료를 받아도 중간에 림프절이 퉁퉁 붓고, 여기에서 고름이 터져 나와 환자가 고생하는 것은 물론 다 나아도 흉한 자국을 남긴다. 오죽하면 의사들조차 골치 아픈 병이라고 할까. “전체 결핵에서 림프절 결핵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2∼3%쯤 됩니다. 치료 기간도 1년에서 길게는 1년 반이 걸리고, 중간에 갑자기 예후가 나빠지기 때문에 애를 태우는데, 그래도 꾸준히 치료하면 완치는 됩니다. 과정이 고생스럽긴 하지만….” 권 박사는 림프절 결핵이 이런 문제를 갖고 있지만 그래도 의사의 지시대로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완치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현실적으로 결핵은 맞춤한 예방법이 없는 만큼 1년에 1회 정도는 X레이를 찍어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결핵의 덫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儒林 속 한자이야기] (81)野合(야합)

    儒林(383)에는 ‘野合’(들 야/합할 합)이 나오는데, 이 말은 ‘夫婦(부부)가 아닌 男女(남녀)가 서로 情(정)을 통하거나 좋지 못한 목적(目的)으로 서로 어울림’을 뜻한다. ‘野’의 原字(원자)는 ‘’(야)이다.‘’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숲’과 거기에 세워놓은 ‘男根石(남근석)’의 모양을 본뜬 ‘ ’(두)를 합한 會意字(회의자)라는 설이 흥미롭다. 이 글자는 뒷날 밭(田)과 흙(土)을 합하고, 다시 音符(음부)에 속하는 ‘予’(여)를 더한 형태인 ‘野’로 바뀌었다.用例(용례)에는 ‘野心(야심:무엇을 이루어 보겠다고 마음속에 품고 있는 욕망이나 소망),下野(하야:시골로 내려간다는 뜻으로, 관직이나 정계에서 물러남을 이르는 말)’ 등이 있다. ‘合’자는 뚜껑이 덮인 그릇 모양을 본뜬 것으로 ‘그릇’이 본래 의미였으나 점차 ‘서로 합하다’‘모이다’‘만나다’ 등과 같은 派生(파생)된 뜻이 더 널리 쓰였다.用例로는 ‘合格(합격:시험, 검사, 심사 따위에서 일정한 조건을 갖추어 어떠한 자격이나 지위 따위를 얻음),談合(담합:서로 의논하여 합의함),意氣投合(의기투합:마음이나 뜻이 서로 맞음)’ 등이 있다.史記(사기)에 의하면 숙량흘(叔梁紇)은 안씨(顔氏)의 딸과 野合(야합)하여 孔子(공자)를 낳았다. 이때의 野合을 ‘正式(정식) 婚姻(혼인)을 하지 않은 두 남녀의 通情(통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唐代(당대)의 張守節(장수절)이 해석하는 野合은 의미가 다르다. 남자는 8개월이면 乳齒(유치)가 나고,8세에 永久齒(영구치)가 난다.8과 8을 합하면 16이 되는 바, 남자는 16세에 陽道(양도)가 형성되어 通(통)하다가,8과 8을 곱한 64세에 이르면 陽道(양도)가 消滅(소멸)한다. 여자는 생후 7개월 무렵부터 젖니가 나고,7세부터 영구치가 난다.7과 7을 더한 14세면 陰道(음도)가 通(통)하기 시작한다.7과 7을 곱한 49세에 이르면 陰道가 모두 斷絶(단절)된다. 이를 벗어난 연령의 婚姻(혼인)을 ‘野合’이라는 것이다. 신라 제 29대 太宗(태종:金春秋)과 金庾信(김유신)의 막내 누이 文姬(문희)도 野合에서 婚姻(혼인)으로 이어진다.文姬는 언니 寶姬의 꿈이 至尊(지존)을 孕胎(잉태)할 胎夢(태몽)이라고 보고 언니로부터 꿈을 샀다. 그로부터 열흘 뒤 김춘추는 유신과 놀다가 옷고름이 떨어졌다. 김춘추는 옷고름을 달기 위해 김유신의 집에 들렀고, 여기서 문희와 눈이 맞아 姙娠(임신)을 하고 말았다. 김춘추와 문희의 情分(정분) 所聞(소문)이 왕에게까지 이르렀다. 결국 두 사람은 婚事(혼사)를 서둘렀고, 둘 사이에서 난 아이가 훗날 三國統一(삼국통일)의 偉業(위업)을 이룬 文武王(문무왕)이다. 신라의 高僧(고승) 元曉(원효)와 瑤石公主(요석공주)의 野合도 흥미롭다. 이미 출가한 신분이었던 원효는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빌려주려나, 하늘 받칠 기둥을 깎아 보고싶구나’(誰許沒柯斧 我斫支天柱:수허몰가부 아작지천주)’라는 노래를 읊조리고 다녔으나 그 뜻을 아는 이가 없었다. 태종(太宗)은 그 뜻을 알아차리고 瑤石宮(요석궁)에 홀로된 공주에게 원효를 불러들이게 하였다.宮吏(궁리)가 왕명을 받들고 원효를 찾아가니, 그는 蚊川橋(문천교)를 지나다가 일부러 물 속에 빠졌다. 요석궁으로 案內(안내)된 원효는 젖은 옷을 말린다는 구실로 그곳에 留宿(유숙)하면서 공주와 운우의 정을 나누었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가 신라 十賢(십현)의 한사람인 薛聰(설총)이다. 김석제 경기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어린이 책꽂이] 부심이의 엄마생각/백기완 지음

    통일운동가 백기완(72)씨는 일흔이 넘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어머니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부심이의 엄마생각’(노나메기 펴냄)은 그가 “피눈물이 나도록 그립다.”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43편의 짧은 이야기로 불러낸 수필동화 느낌의 책이다. 북녘에 계신 어머니를 못 만나고 산 지 어언 60여년. 그렇건만 글월로 일깨워진 기억 속의 어머니는 어제본 듯 또렷또렷하다. “쌈불(바다속 화산)같은 그리움”으로 써내린 어머니와의 애절한 추억은 신기하게도 나이를 먹지 않았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시절. 힘없는 이들에게는 늘 관대하라 하셨고 권력의 횡포에는 당당히 맞설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던 어머니와의 일화들이 번번이 깊은 감동을 길어올린다. ‘부심’은 백씨의 어릴 적 별명이다. 풀빛 바지에 빨간 대님, 빨간 저고리에 풀빛 고름이 붙은 옷을 부심이라 하는데 “이 옷을 입고 눈보라치는 들판에서도 봄 새싹 같이 살라고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이라고 그는 적었다. 초등 고학년 이상.(02)762-0017.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난민위해 죽을때까지 최선”

    “뼈가 앙상한 소녀가 어느 날 ‘뷔페’가 뭐냐고 물었지만, 그 풍요로움을 설명해 줄 수 없어서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 ‘한국의 어머니’로 불리는 탤런트 김혜자(64)씨가 29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대강당에서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주제로 대검포럼 특강을 했다. 1991년부터 월드비전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씨는 기아와 전쟁, 인종차별이라는 단어가 잊혀지기를 기원한 프랑스시 ‘오래된 말들’을 낭송하며 강연을 시작했다.김씨가 준비해온 르완다, 아프가니스탄, 북한 등의 기아 실상이 담긴 영상물이 상영되자 검찰 여직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피부병으로 고름이 나오는 환자를 촬영한 장면이 이어지자 남자들도 눈을 돌리며 안타까워했다. 최근 6개월 동안 라이베리아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온 김씨는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난민들을 돕고 있지만 아직도 역부족이다.”면서 “작은 정성이면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고 호소했다.그는 “이 길을 선택한 만큼 난민 아이들을 위해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맨해튼 흑인 걸인이 썼다고 알려진 ‘내가 배가 고플 때’라는 시로 강연을 마무리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儒林(330)-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儒林(330)-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두향의 얼굴은 흘러내린 눈물로 젖어있었다. 두향은 천천히 저고리를 벗기 시작하였다. 고름을 풀어 내리고 가슴을 헤쳤다. “나으리, 젖꼭지 하나를 베어내소서. 그래야만 나으리를 향한 소첩의 미련이 끊어질 것이나이다. 하늘과 땅이 갈라지기 전부터 이어진 나으리와의 천겁의 인연이 끊어질 것이나이다.” 천천히 저고리를 다 벗은 두향이 은장도 하나를 꺼내어 방바닥위에 놓았다. 흘러들어온 달빛이 두향의 가녀린 어깨를 감싸고 있었고, 풀어헤친 긴 머리카락 사이로 두향의 젖가슴이 흔들리고 있었다. “정녕 가슴하나를 베어 달라는 것이냐.” 침묵을 지키던 퇴계가 마침내 입을 열어 물었다. “베어주소서.” 결연한 목소리로 두향이 대답하였다. 그러자 퇴계는 천천히 손을 뻗어 은장도를 집어 들었다. 비록 노리개로 갖고 다니는 작은 칼이었으나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다. 퇴계는 칼을 들어 곁에 벗어둔 두향의 저고리를 펼쳤다. 저고리는 갑사저고리였는데, 퇴계는 망설임 없이 칼을 들어 저고리의 깃을 잘라내었다. 이른바 할급휴서(割給休書)였다. ‘할급’이란 말의 뜻은 ‘가위로 옷을 베어서 준다.’는 뜻으로 당시 양반사회에서는 내외가 갈라서는 이혼이 국법으로 엄중하게 금지되어 있었으나 일반서민사회에서는 할급, 즉 ‘저고리의 옷섶을 잘라줌’으로써 남편은 아내에게 이혼을 증빙할 수 있는 수세를 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세모꼴의 옷섶을 받으면 그 순간 여인은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따라서 ‘나비’라고 불리는 이 세모꼴의 옷섶을 가진 여인들은 등에 이불보를 진 채 이른 새벽 마을 어귀나 성황당 앞에서 새로운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 서성거렸으며, 그 여인을 처음으로 본 남자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데리고 함께 살아야 했던 것이다. 여인은 그 남자에게 ‘나비’를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그 어딘가에 매이지 않고 나비처럼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몸임을 증명할 수 있었고, 남자는 그 순간 여인이 등에 진 이불보로 보쌈하여 집으로 데리고 감으로써 새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퇴계가 은장도로 저고리의 깃을 베어낸 것은 두 사람의 연분을 끊어내는 일종의 이연장(離緣狀)이었던 것이다. “이로서.” 퇴계가 나비모양으로 베어진 세모꼴의 저고리 깃을 두향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상원사의 동종이 죽령의 고개를 넘어가듯 내 몸도 죽령을 무사히 넘을 수 있겠느냐.” 말없이 울고 있던 두향이 퇴계가 내민 세모꼴의 저고리 깃을 두 손으로 받으며 말하였다. “나으리께오서 저고리의 깃을 자르시니 이것으로 인연이 다된 것을 알겠나이다. 상원사의 동종에서 잘라낸 젖꼭지를 남문루에 파묻고 제사를 지냈듯 소첩이 이 저고리를 나으리와 함께 지내던 강선대 바위 밑에 파묻으오리다. 그리하여 마침내 다북쑥 우거진 무덤에 함께 묻히겠나이다. 나으리.” 두향은 마침내 강선대 바위 옆에 움막을 짓고 평생 퇴계를 생각하며 종신수절할 것을 결심하였음일까. 또한 퇴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남한강 물 속에 뛰어들어 자살할 운명임을 이때 벌써 꿰뚫어 보았음일까.
  • 儒林(327)-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儒林(327)-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우리나라 제일의 범종인 상원사 동종은 죽령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세조 때문이었다. 세조는 ‘왕자의 난’으로 왕위를 찬탈한 후부터 병명을 알 수 없는 괴질에 걸린다. 그것은 전신에 종기가 생기고, 고름이 나오는 견디기 어려운 난치병이었다. 명의와 백약이 모두 효험이 없자 세조는 신라 이래의 문수도량이었던 오대산에서 기도하여 불력으로 병을 고치고자 상원사를 찾아갔던 것이다. 월정사에서 참배를 올리고 상원사로 가던 중 세조는 산간계곡에서 흘러내려오는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쉬어가기로 하였다. 주위 시종들에게 자신의 추한 꼴을 보이기 싫어 평소에도 어의를 풀지 않았던 세조였지만 그날은 하도 경치가 좋아 모든 근신들을 물리치고 혼자서 목욕을 시작하였다. 그때 동자승 하나가 숲 사이에서 노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세조는 그 동자승을 불러 자신의 등을 밀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동자승은 천진하게 세조의 명에 따라 온몸을 구석구석 씻어 주었다. 목욕을 마친 세조가 동자승에게 말하였다. “어디 가든지 임금의 옥체를 씻었다는 말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그러자 동자승도 말하였다. “임금도 어디 가든지 문수보살을 친견했다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지어다.” 말을 마친 동자승은 홀연히 사라져 버리고 세조는 놀라서 주위를 살펴 보았는데, 어느새 자신의 몸에 난 종기가 씻은 듯이 나았음을 발견했던 것이다. 크게 감동한 세조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화공에게 문수보살의 초상을 그리도록 하였고, 몇 번의 교정 끝에 자신이 친견한 문수보살의 모습을 나무 조각으로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조는 이 동자상을 상원사에 안치하는 한편 상원사를 중창하였으며, 이를 원찰로 삼는다. 그리고 전국에 어명을 내려 천하제일의 종을 상원사에 봉안하도록 하였는데, 이때 선택된 종이 바로 동종이었던 것이다. 원래 이 종은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은 사찰의 범종이었으나 조선조의 억불정책으로 절이 쇠퇴하자 안동호부의 남문루에서 시간을 알리는 관가의 부속품으로 전락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세조가 등극한 지 12년 후인 1469년 강원도 오대산의 상원사를 확장하고 원당사찰로 지정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소리 좋은 종을 찾기 위해 ‘상원사 운종도감’이라는 부서까지 신설하고 전국을 수소문하다가 마침내 이 종이 간택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500여명의 호송요원과 일백필의 말이 동원되어 안동에서 상원사로 운반되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동종의 무게는 자그마치 3300 근. 이 무거운 종을 상원사로 옮기던 중 마침내 죽령고개에 이르게 되었다. 이때 그 동종과 죽령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유명한 고사를 남기게 되는데, 바로 그 이야기에 대해서 두향이가 물었던 것이다. “하오면 나으리.” 두향이가 무릎을 꿇고 앉은 채 낮은 목소리로 물어 말하였다. “상원사의 동종이 죽령고개를 넘을 때 산기슭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알고 계시나이까.” “알고 있다.” “자그마치 닷새 동안이나 500 명이나 되는 장정들과 말 백 필이 끌어당겨도 제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으시나이까.” “들은 적이 있다고 내 말하지 않았더냐.” 퇴계가 머리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