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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여야, 기초연금 결론내 민생정당 입증하라

    정부와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은 어제 기초연금 도입을 위한 여야정협의체를 재가동했다. 지난달 합의안 도출에 실패한 이후 2차 논의가 시작됨에 따라 4월 임시국회에서 기초연금법 제정안을 처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말로는 복지와 민생을 외치면서도 정작 핵심 법안들은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기초연금법 처리와 관련해 여야는 더는 불효정당 또는 공약파기 등 ‘네 탓 공방’은 하지 말기 바란다. 여야 지도부는 정치력을 발휘해 민생법안들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기초연금법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장애인연금법 등 이른바 ‘복지3법’과 개인정보 보호 관련법 등이 대기하고 있다. 여야 만장일치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고 법사위원회로 넘어갔으나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민생법안만 140여개나 된다. 여야는 민생법안 처리가 6·4지방선거에서 표심을 잡는 가장 확실한 선거운동으로 여기고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복지와 민생을 핵심 가치로 내건 만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데뷔 무대에서 타협점을 이끌어 내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고령자의 절반 정도는 상대적 빈곤 상태에 있다.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6%로 세계 1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12.4%)의 4배에 육박한다. 일본(19.4%), 호주(35.5%), 미국(14.6%), 프랑스(5.4%)에 비해 월등히 높다. 여야는 노인빈곤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노인들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받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의 두 배인 기초연금은 월세를 충당하는 등 노인들에게는 생활에 큰 보탬이 된다. 노인들은 7월부터 지급되기를 손꼽아 기다려 왔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안(案)대로 시행할 경우 대상이 되는 노인의 90%, 즉 10명 중 9명은 20만원 전액을 지급받는다고 한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기초연금 지급과 관련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에서 75%로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중재안도 거론된다. 새정치연합은 국민연금 대신 소득과 연계하는 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및 미래세대의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속 가능한 안을 찾기 바란다. 기초연금을 오는 7월부터 지급하겠다는 약속은 사실상 지킬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여야가 계속해서 기싸움만 하면서 6월 지방선거 때까지 끌고 갈 생각은 추후도 하지 말아야 한다. 100% 완벽한 제도는 없을 것이다. 일단 시행을 해보고 미흡한 점이 있으면 보완하면 된다.
  • [공기업 탐방] ‘고용·노동 행정의 달인’ 송영중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공기업 탐방] ‘고용·노동 행정의 달인’ 송영중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34년간 공직에서 고용과 노동 관련 업무를 해 온 송영중(59)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요즘 공부하느라 바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일·학습병행제나 국가직무능력표준(NCS)처럼 직업교육훈련 및 자격 체계에 일대 전환점이 될 제도를 연구, 추진하느라 분주하다고 말했다. 송 이사장은 “공단 전체가 일(새 제도 도입)과 학습(사례 연구와 국내 착근 방안)을 병행 중”이라면서 “두 제도가 제대로 도입되면 우리 사회가 ‘학벌중심사회’에서 ‘능력중심사회’로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하며 성공을 자신했다. 실상 두 제도는 일터에서 선배인 장인들에게 도제식으로 기술을 배우던 전통 가치를 복원시키는 일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공단 집무실에서 송 이사장을 만나 일자리 정책에 대해 들어 봤다. →‘고용률 70% 달성’으로 압축되는 고용정책의 최전방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고착화되고 있는 ‘고용 없는 성장’의 고리를 끊을 방안이 있겠는가. -‘능력’에 따라 고용이 결정되는 ‘능력중심사회’로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 고용시장의 문제점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성장해도 일자리가 늘지 않는 문제, 둘째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대변되는 노동시장의 양극화 문제, 셋째 인력 부족과 고령화가 동시에 도래하는 문제, 마지막으로 인력수급 불균형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정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게 현장에서 유용한 직업능력을 개발하는 일이다. 공단 역시 여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고용시장에 신규 진입해야 하는 청년층 고용률이 지난해 말 처음으로 40% 이하까지 떨어졌다. 가장 큰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우리나라 비경제활동 인구 1653만명 중 육아와 가사 등을 제외한 취업준비 인구는 52만 2000명으로 대부분이 청년층이다. 70%를 웃도는 대학 진학률이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대졸자 중 과잉학력 비율을 42% 정도로 추정했다. 과거에는 대학을 나오면 취직에 유리하니까 부모들이 소 팔고 논 팔아 대학에 보냈지만, 지금은 대학을 나왔더라도 취직이 잘 안 되는데 무작정 대학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구인·구직 미스매치를 해결할 묘안이 있는가.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은 즐겁고, 능력이 중심이 되며,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일자리를 원한다. 그러나 위원회 조사 결과 기업 2곳 중 1곳은 업무 능력을 갖춘 직원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학교에서 기업 현장과 괴리된 교육을 받았다고 볼 만한 대목이다. ‘일 따로, 교육 따로’가 아닌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체계적인 직업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 기업의 숙련 기술자들이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산업 현장과 밀착된 직업훈련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런 방식의 기업 도제 시스템을 통해 연간 육성되는 청년 일자리는 독일 150만명, 영국 66만명, 호주 44만명, 스위스 23만명 등이다. 이 나라들의 또 다른 특징은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청년 실업률이 낮다는 점이다. 공단에서는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듀얼 시스템인 ‘일·학습병행제 사업’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만들기와 실전형 창의인재 양성을 통한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모델이다. 올해 1000개 기업에 적용하고, 7000명의 학습근로자에게 일자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명장 등 숙련기술인 기업을 중심으로 2017년까지 1만개 기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청년들의 입장에서 보면 고등학교를 마친 뒤 바로 대학에 가지 않고도 취업해 성공할 수 있는, 일하는 것 자체가 학습인 새로운 모델이다. →대학을 가지 않고도 청년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보는가. -중소기업이면서 생산 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독일의 ‘히든챔피언 기업’을 키운 핵심 인재는 바로 마이스터(장인)다. 우리 자격제도 중 기능장 제도가 바로 이 독일의 마이스터를 보고 만든 것이다. 원래 독일의 마이스터는 기술력과 함께 경영능력, 교육능력을 갖췄을 때 부여됐지만 우리는 기술적 능력만 측정해 기능장 자격을 부여했다. 경영능력과 교육능력까지 겸비한 인재를 양성해 독일의 마이스터에 버금가는 장인을 길러 내야 한다. 독일에서는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마이스터가 되면 중산층으로 당당하게 살 수 있다. 이제 독일의 마이스터에 상응하는 장인이 된다면 대학에 안 가도 잘살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학벌에서 능력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유도할 방안은 무엇인가. -대학에 가지 않아도 성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단의 업무도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하는 업무 중 대표적인 일이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개발이다. NCS는 856여개 직무에 대해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체계적으로 정리, 국가가 표준화한 것으로 능력중심사회로 가기 위한 고속도로와 같다. 지난해 공단은 고용노동부, 교육부, 직업능력개발원과 협업하고 5500여명의 산업 현장 및 교육·자격전문가가 참여해 장기간 심도 있는 토론과 합의를 거쳐 254개 직무를 신규 개발했다. 올해에는 지난해 이전에 개발한 269개 직무에 대해 기술이나 직무 변화를 반영해 보완하고, 288개 직무를 신규 개발해 전체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NCS가 도입되면 어떻게 달라지는가. -지금까지 공급자 중심이던 인력양성 체계가 산업 현장의 수요자 중심으로 완전히 바뀌는 국가적으로 큰 전환이 시작될 것이다. 지금까지 ‘일정 점수 이상을 취득했으니 자격증을 준다’는 식이었다면 이제 ‘기업의 요구에 맞춰 설계된 능력 기준에 부합했을 때 자격증을 준다’는 쪽으로 바뀌게 된다. 직업교육훈련, 자격 체계, 나아가 채용과 임금까지 NCS를 기초로 연계되고 작동된다면 능력중심사회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단이 관리하는 국가자격시험 관리 체계 역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연 300만명이 국가자격시험에 응시하는데 자격의 가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측도 많다.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법령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수준을 평가하고 자격을 주는 기존의 ‘검정형 자격’ 외에 새로운 방법으로 자격 취득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만들 것이다. 인증된 소정의 교육훈련 과정을 일정 수준 이상 수료하면 자격을 주는 ‘과정평가형 자격’, 현장 중심의 근로자 경력을 심사해 부여하는 ‘현장경력인정형 자격’, 산업계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자격운영 체제인 ‘산업계 주도 신자격’ 및 일·학습병행제 시행과 관련된 자격 등이 도입될 것이다. 기술 자격의 현장성 강화를 위해 NCS를 토대로 자격 출제 기준과 시험문제를 지속적으로 정비 중이다. 무엇을 아느냐를 묻던 ‘지식평가’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묻는 ‘능력평가’로 전환해 현장 중심 자격시험을 시행할 계획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송영중 이사장은 ▲전남 장성 ▲광주제일고, 고려대 법학과, 독일 슈파이어행정대학 석사 ▲행시 23회, 노동부 노사정책국장, 대통령비서실 노사관계비서관, 보건복지부 연금보험국장, 노동부 고용정책실장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
  • 농협지주의 ‘행복채움’

    농협지주의 ‘행복채움’

    지난해 6월 취임한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행복금융’을 입에 달고 다닌다. 비 올 때 우산을 빼앗는 약탈적 금융이 아니라 ‘금융을 통해 고객과 임직원이 더불어 기쁨을 나누고 행복을 채워가자’는 의미에서다. 특히 농업인과 영세 자영업자, 저소득층의 금융 지원에 적극적이다. 100% 토종 자본으로 설립된 국내 유일의 금융지주사로서 서민은행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게 임 회장의 지론이다. 올해가 신·경(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3주년이라는 점을 기려 3월 한달을 아예 집중 봉사의 달로 정했다. 계열사별로 돌아가며 단체 헌혈에 나섰고, 서울 지역 경로당 60곳에 닭고기 2000마리를 전달하기도 했다. 임직원들의 ‘재능 기부’로 운영되는 무료 금융교실은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굳혔다. 임 회장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올해는 실버층을 대상으로 한 행복채움 활동에 역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열린세상] 잘 늙고 잘 죽을 수 있어야 선진국이다/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잘 늙고 잘 죽을 수 있어야 선진국이다/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우리 대한민국은 참으로 바쁘다. 해야 할 일도 많다. 창조경제든 규제혁파든, 어떻게든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해 경제 선진국 반열에 올라야 하고 까다로운 북한 관계를 지혜롭게 풀어 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조기 퇴직으로 인한 중·장년의 실업 문제도 풀어야 하고, 매우 심각해지고 있는 청년 실업난도 해결해야 한다. 악화되고 있는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문제도 걱정이다. 출산율 급감에 따른 인구감소 문제도 고민하면서도 우선 65세 이상 고령화 인구의 급증에 따른 노인복지정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하다. 우리는 이렇게 얽힌 문제는 헤쳐서 풀어내면서 더 많은 성취를 이뤄내고 앞으로, 좀 더 앞으로 전진하느라 무척 바쁘다. 우리가 바쁜 이유는 결국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인 것 같다. 1970년대 ‘잘살아 보기’ 운동으로 어느 정도 먹고살게 된 한국인들은 이제 마음 먹고 ‘제대로 잘살아 보기’ 위해 바쁘게 뛰고 있다. 잘살아 보자는 ‘웰빙’(well-being) 바람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삶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답하고 있다. 사람들은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다니고 이를 반영하듯 방송은 ‘먹는 방송 (먹방)’을 마구 편성하고 외국 언론까지 크게 보도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잘살기 위해 얼굴과 몸매를 뜯어고치는 성형이 보편적 유행이 되다 못해 수출상품으로까지 각광을 받고 있다. 서울 강남 지하철역에 성형수술 광고가 도배질하다시피해 규제개혁 시대에 규제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잘살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하면 진정 행복해지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살기 위해, 행복해지기 위해 바쁜 사이, 우리 사회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왜일까. 죽음을 불사할 정도로 잘살아야 되기 때문일까. 우리 사회는 못 먹고 못살았던 기억에 한이 맺힌 듯 이제 제대로 잘 먹고 잘살아야 한다는 일종의 행복 강박증에 걸려 있다. 행복해야 된다는 생각에 매몰돼 바쁘게 살다 보니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성찰할 여유조차 찾지 못한다. 우리가 되고자 하는 ‘잘사는’ 선진국을 들여다보면 일찍이 잘살기 위해서는 ‘잘 늙고(well-aging) 잘 죽어야(well-dying) 한다’는 지혜를 터득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 노인들은 은퇴 후 노년생활이 여유롭고 즐겁고 행복할 것이라는 긍정적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 노인들은 노후가 심심하고 병들고 불행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연금 등 제도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늙음과 죽음을 바라보는 사회와 개인의 성찰은 농도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늙음은 젊음과 반대이고 죽음에 이르는 사그라짐이기 때문에 저항의 대상이 된다. 때문에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동안이라 하면 좋아하고 여유가 있는 사람은 공공연히 보톡스 주사를 맞는다. 그러니 억지로 젊음을 붙잡아 두느라 늙음을 즐길 수도 없고 따라서 잘 늙는 삶을 살지도 못한다. 결국 우리 사회에 늙어가는 사람은 잘살지도, 행복하지도 못하게 되는 셈이다. 죽음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풍경은 사뭇 세속적이다. 친지의 부음이 들리면 얼마의 조의금을 어떻게 전달할까 궁리하느라 고인에 대한 애도나 죽음의 가치에 대해 성찰할 여유가 없다. 우리의 장례식은 산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사교의 장이 된 지 오래다. 신문의 부음기사는 고인이 살면서 대단한 직위와 명예, 권력, 돈 등을 누렸으며,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정보를 줄 뿐, 고인이 살아있는 사람이 계속 기억할 만한 어떤 가치를 남기고 갔나를 반추하지 않는다. 요즘 크리스천들에게는 예수의 부활을 기다리는 사순절이다.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세상적 유혹과 고통, 그리고 죽음을 묵상하며 궁극적으로 신앙적인 부활과 영원한 삶을 기원하는 시기다. 사순절 시기는 전통적으로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는 죽음’을 상기하는 ‘재의 수요일’ 예배로 시작한다. 하지만 한국의 크리스천들은 삶의 부활절에만 몰리고 죽음의 재의 수요일에는 썰렁하다. 진정 행복한 삶은 죽음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된다는 깨달음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 ‘효행 드라이브’… 어르신 행복도시 만든다

    ‘효행 드라이브’… 어르신 행복도시 만든다

    “효도 성북을 위한 주문을 외워 봅시다, 하나, 둘, 셋!” 서울 성북구는 노인 행복 도시 조성을 위해 ‘효도 성북 1·2·3’ 캠페인을 펼친다고 24일 밝혔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돌봄과 참여로 사회 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독거노인이 홀로 죽음을 맞고 장기간 방치됐다가 뒤늦게 발견되는 사례 등이 잇따르고 있는 점이 고려됐다. 현재 성북구 노인 인구는 6만명에 이른다. 경로당 등 시설 이용자가 3만 3000명, 재가 및 기타 복지서비스 이용자가 1만 8000명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미혜택자는 약 9000명인 것으로 구는 판단하고 있다. 효도 성북 1·2·3은 ‘1주일에 두 차례 이상 경로당(혹은 부모님)을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고 삼시 세끼를 챙겨 드려 굶는 어르신이 없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공동체복지망을 3갈래로 나눠 펼치는 프로젝트도 있다. 공무원과 지역 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1공동체망은 ‘웰컴투경로당’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주 2회 경로당을 찾아가 말벗이 되고 안부도 확인한다. 환경 도우미도 경로당에 배치해 식사 준비와 청소 등 환경 개선 서비스를 제공한다. 동 단위 자원봉사단이 나서는 제2공동체망은 ‘마음 돌봄’ 프로젝트를 맡았다. 저소득 독거노인 가운데 자살 고위험군으로 판단된 414명을 대상으로 1대1 결연을 맺는 등 실질적인 생명 지킴이 활동을 한다. 일반 주민이 대거 참여하는 제3공동체망은 ‘헬로 마니또’ 프로젝트를 펼친다. 복지 사각지대 독거노인 4000명과 일반 주민 2000명을 1대2로 연계한다. 주민들은 자신의 마니또인 노인을 주 2회 찾아가 안부를 확인하는 한편 위급한 상황을 맞거나 지원을 필요로 할 때 동 주민센터에 긴급 연락을 취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영배 구청장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주민 네트워크를 통해 지속 가능한 주민 참여형 복지를 실천하고 싶었다”며 “노인이 존경받고 아이들이 사랑받는 효도 성북을 만들기 위해 애쓰겠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대형마트 ‘반값 홍삼정’ 이어 ‘반값 비타민’도 출시…건강기능식품 가격 거품 빠질까

    대형마트 ‘반값 홍삼정’ 이어 ‘반값 비타민’도 출시…건강기능식품 가격 거품 빠질까

    대형마트 업계가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거품 빼기에 나섰다. 지난해 반값 홍삼정으로 인기몰이를 한 것에 이어 이번엔 ‘반값 비타민’을 앞다퉈 내놨다. 브랜드 인지도를 등에 업은 암웨이, GNC 등 고가 제품이 장악한 국내 비타민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24일 자체 상표를 부착한 비타민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유명 제품의 품질에 뒤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을 확 낮췄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롯데마트는 27일부터 ‘통큰 프리미엄 종합비타민’(360g·180정)을 1만 5000원에 내놓는다. 1g당 가격이 42원으로 GNC ‘솔로트론 멀티비타민 츄어블’(187원)의 약 5분의1 가격이다. 식약처가 정한 한국인 일일 영양소 권장섭취량에 맞춰 12종의 영양소를 담았다. 건강식품을 전문으로 만드는 뉴트리바이오텍과 직거래를 통해 광고비와 영업비용 등을 최대한 줄였다고 마트 측은 설명했다. ‘통큰 프리미엄 오메가3’(216g·180정)는 2만원에 선보인다. 세노비스 ‘오메가3 울트라’의 7분의1 가격이다. 이마트도 이날 ‘이마트 비타민C 1000’(200정)과 비타민C에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D를 추가한 ‘이마트 프리미엄 비타민C 1000’(200정)을 각각 9900원과 1만 5900원에 내놓았다. 이들 제품은 GNC ‘비타민C 500’보다 함량이 두 배 높으면서 가격은 50~70% 저렴하다. 고려은단에 직접 생산을 맡겨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 등을 줄이고 자체 마진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덕분이라는 게 마트 측의 설명이다. 대형마트가 건강기능식품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전체 마트 매출이 떨어지는 가운데 비타민 등의 매출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롯데마트는 불황의 영향으로 전체 매출이 3.9% 줄었지만 건강식품은 12.6%, 그중에서도 비타민은 24.9% 매출이 늘었다. 이마트도 1000㎎ 이상 고함량 비타민C의 매출이 지난해 77.3%나 증가했다. 최근 고령화 추세와 소비자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비타민 수요가 늘었지만 유명 제품의 비싼 가격 때문에 소비자 불만도 커지고 있다. 동원F&B가 수입하는 GNC 제품은 미국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이 회사의 ‘메가맨 멀티비타민&미네랄’은 2만 8000원이지만 미국 본사의 온라인쇼핑몰에서는 9.99달러(1만 800원)에 팔린다. 국내 가격이 2.6배나 비싸다. 비타민 등 건강식품이 해외 직접구매 1위 품목인 이유다. 신창엽 이마트 건강식품담당 바이어는 “국내 비타민 제품에 대한 가격 거품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자체 상표 건강기능식품을 선보여 국내 시장 규모를 키우고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기고] 농촌학교 바로 세워야 농업이 산다/정병식 농협 장성교육원 부원장

    [기고] 농촌학교 바로 세워야 농업이 산다/정병식 농협 장성교육원 부원장

    현재 우리나라 농업·농촌은 농가인구의 급격한 감소(291만명)와 초고령화 시대 진입(65세 이상 35.6%)으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농산물 시장개방에 따른 수입농산물 유입과 기상 이변에 따른 수확량 감소, AI와 구제역 등 각종 가축질병 발생으로 농가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올해 초등학교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가 전국에 100곳이 넘는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초등학교 대부분이 농산어촌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붕괴위기에 놓인 농촌학교,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인한 농촌인구 유출, 복식수업 확대라는 악순환이 농촌공동체 근간을 흔들고 있다. 앞으로 도시로 이탈하는 젊은이들의 행보가 더 빨라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농촌지역의 지자체 일부가 아이를 낳으면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등 각종 혜택을 주고 있지만 선뜻 아이를 많이 낳길 원하는 가정은 드문 게 현실이다. 농업·농촌에 후계세대가 유입될 수 있는 다른 정책들을 모색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귀농·귀촌을 통한 농촌지역의 활성화이다. 젊은이들이 귀농을 꺼리는 이유는 도시보다 열악한 문화 환경, 의료시설 등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인이 열악한 교육시설일 것이다. 물론 인터넷이 발달해 집에서도 온라인 수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온라인 교육은 인성교육과 또래집단과 어울리며 훌륭한 사회인으로 자라게 하는 전인교육에는 취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경제적 시각을 앞세워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농촌학교의 통폐합은 더 큰 우를 범할 수 있다. 농업·농촌은 우리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생명창고다. 우리의 곡물자급률은 23.6%이고, 사료곡물을 제외한 식량자급률도 45.3%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매일 3만 5000여명이 기아로 사망하고 있다. 우리도 식량안보 면에서 결코 자유롭다 할 수 없다. 우리 생명창고의 열쇠를 외국인에게 맡길 순 없다. 또한 농업·농촌은 농경에 대한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이 외에도 홍수조절기능, 깨끗한 공기공급 등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은 수없이 많다. 이제라도 농촌에 어린이 웃음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각종 지혜를 모아야 한다. 농촌학교 지원책 강화,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문화 활동의 장이 될 수 있는 방안 강구, 학교 부지를 활용해 도시민들이 찾을 수 있는 각종 영농체험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해체 위기에 놓인 농촌학교에 희망의 싹을 틔워야 한다. 농업문제 해결의 출발점을 교육에서 찾자.
  • [씨줄날줄] 고령 운전/최광숙 논설위원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Driving Miss Daisy)는 주인공 데이지(제시카 탠디 분)가 70세가 넘는 고령에도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에 아들은 사람 좋은 흑인 운전기사인 호크(모건 프리먼 분)를 고용해 어머니를 모시게 한다. 그러나 인종차별이 심했던 남부지방 출신인 데이지는 흑인 운전기사를 무시하고 냉대하다 못해 내쫓으려고 갖은 애를 쓰지만 결국 진실한 그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데이지처럼 부잣집 할머니야 운전기사를 고용하면 되지만 현실 속 노인들의 교통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평생을 내 손으로 직접 운전하면서 살다가 나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운전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생활 편의를 위해, 혹은 생업을 위해 고령임에도 여전히 운전대를 놓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필자의 외삼촌만 해도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여전히 운전을 한다. 가까운 거리의 시내 운전만이 아니라 친구들과 2~3시간 이상의 장거리 여행도 거뜬히 다닌다. 체력도, 판단력도 자신 있어 하는 외삼촌은 그래도 “운전사고의 위험성 때문에 80세가 넘으면 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최근 서울 중구 신라호텔의 출입구 회전문을 들이받아 4명의 호텔직원과 투숙객을 다치게 한 택시운전기사 홍모씨도 82세의 고령 운전자였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65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들이 늘면서 이들의 교통사고 사망도 2011년 31명에서 2012년 43명, 2013년 51명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올 들어 1~2월에만 16명이 숨졌다. 서울시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가 해마다 줄어드는 현상과는 정반대다. 경찰은 이에 경로당· 노인복지관 등을 찾아 교통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령 운전자임을 표시하는 ‘실버마크’를 자체 제작해 차량에 붙이도록 할 계획이다. 국토부와 서울시 등 관련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일정 연령이 되면 운전 자격 여부를 심사하는 등 관련법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일본은 이미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늘면서 70세 이상의 운전자는 면허증 갱신 시 강의를 듣거나 인지 지능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2008년부터 면허를 반납하는 고령 운전자들에게 대중교통비를 대폭 깎아주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80세가 되면 운전면허가 자동으로 말소되며, 갱신하려면 2년마다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노인들의 이동권과 행복 추구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안전이다. 요즘 규제개혁이 대세이긴 하나 고령 운전자들에 대한 적절한 규제는 필요할 것이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2) 아파트(중)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2) 아파트(중)

    ●박정희·전두환 정권이 만든 ‘아파트 공화국’의 흑역사 풍수학자 최창조(전 서울대 교수)가 “이제 모든 국토는 도시다”라고 선언하자 사회학자 전상인(서울대 교수)은 “사실인즉 우리나라 모든 도시는 아파트이고 따라서 모든 국토가 곧 아파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화답했다. 산비탈과 논두렁, 밭두렁 일색이던 우리 땅이 ‘아파트 천지’로 변했다. 서울을 찾은 외국인의 눈에 처음 들어오는 경관은 산이나 강이 아니라 아파트가 됐다. 상전벽해(桑田碧海)에서 ‘상전금지’(桑田地)가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좋든 싫든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군 출신 독재자, 박정희와 전두환 두 대통령의 의지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본다. 작금의 아파트공화국은 박정희·전두환의 의지와 그를 맹신하는 추종자들이 내놓은 합작품이다. 박정희가 기획하고 전두환이 연출했다. 박정희가 ‘아파트지구 지정’을 통해 서울 강남을 아파트 숲으로 변하게 했다면 전두환은 ‘택지개발촉진법’으로 대한민국을 아파트 밀림으로 만들었다. 아파트 발전사와 주거사회학, 아파트 문화사를 두루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주거혁명은 5·16 쿠데타에 성공한 박정희가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에 오른 1961년 시작돼 5~9대 대통령을 지내고 1979년 10·26사건으로 시해된 18년 동안 진행됐다. 그의 경제이데올로기는 ‘건설입국’(建設入國)이었고 그에 편승해 아파트는 지배적 주거 형태로 등극했다. 보릿고개에서 막 벗어난 신생 대한민국의 목표가 ‘먹는 것’에서 ‘사는 곳’으로 전환된 시기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독재자의 선택이었다. 관계 당국의 조건 없는 정책지원과 아파트 건설 업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수직 폭발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의 의식주생활은 너무나도 비경제적이고 비합리적인 면이 많았음은 주지하는 바입니다. 여기에 생활혁명이 절실히 요청되는 소이가 있으며 현대적 시설을 완전히 갖춘 마포아파트의 준공은 이러한 생활혁명을 가져오는 데 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입니다.…인구의 과도한 도시집중화는 주택난과 더불어 택지가격의 앙등을 가져오는 것이 오늘의 필연적인 추세인 만큼 이의 해결을 위해선 앞으로 공간을 이용하는 이러한 고층아파트 주택의 건립이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바입니다.” 1962년 국내 최초 단지형 아파트인 마포아파트 준공식에 참석한 국가재건최고회의 박정희 의장의 치사 중 일부다. 박정희의 ‘생활혁명론’은 앞으로 집권기간 동안 그침 없이 추진될 ‘아파트 입국’의 미래를 웅변한다. 육사 8기생으로 혁명주체세력의 한 명이었으며 대한주택공사(지금의 LH) 총재를 두 번 지낸 장동운이 아파트 전도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장동운은 미국 군사학교 유학시절 잡지에서 본 대단지 아파트 사진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뭔가 새로운 것’을 찾던 김종필 등 혁명세력에 알렸다. 아파트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빈민굴’이라는 인식 탓에 그의 추진력과 혁명세력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마포아파트 부지 확보와 건설자금 마련 등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장동운은 두 번째 주공 총재 임기 중이던 1968년 동부이촌동 한강맨션이라는 우리나라 아파트건설사에 획을 긋는 대표 작품을 남겼다. 일본신문 광고의 80%를 주택광고가 차지하는 것을 보고 중산층 아파트의 성공을 확신했다고 한다. 사상 첫 모델하우스의 등장과 아파트 분양제도의 도입이라는 신기원을 기록했다. 이후 현대건설 등 민간 건설사들이 뛰어들면서 아파트 건설시장은 비등점을 향해 치달았다. 1994년 폭파된 남산 외인아파트도 장동운의 작품이었다. 1970년 박정희에게 외국인 바이어 거주용 아파트의 필요성을 건의하자 박정희는 지도 위에 한남동 외인주택에서 남산공원까지 줄을 쫙 그으면서 “이 선 안쪽으로 아파트를 세우시오”라고 분부했다는 것이다. 남산 중턱에 16층, 17층짜리 초고층 아파트 2개 동 450가구가 들어섰다. 남산 하얏트호텔(지금의 그랜드하얏트서울)은 어부지리로 생겼다. 1972년 외인아파트 준공식에 참석한 박정희가 건물 옥상에 설치된 대피용 헬기 포트를 시찰하다 눈에 거슬리는 군사시설이 보이자 “철거하고 호텔을 지으라”고 지시한 것이 하얏트호텔의 탄생 비화이다. 개발연대 남산에는 ‘3대 흉물’이 있었다. 외인아파트와 남산맨션, 하얏트호텔이 그것이다. 외인아파트는 남산 제모습찾기 사업으로 사라졌지만, 남산을 병풍처럼 막아선 하얏트와 남산맨션은 건재하다. ●김현옥·양택식·구자춘 3인 ‘아파트 도시’ 밑그림 혁명세력을 등에 업은 주공이 마포아파트와 동부이촌동 한강맨션의 성공으로 서울에 아파트의 싹을 틔웠다면 꽃은 세 명의 서울시장이 피웠다. 주공은 주공아파트, 서울시는 시민·시범·시영아파트로 독재자의 입맛을 돋웠다. 박정희의 전폭적 신임을 바탕으로 서울에 건설바람을 일으킨 김현옥(1966~1970), 양택식(~1974), 구자춘(~1978) 등 세 명의 시장이 재임한 12년 동안 ‘아파트 도시’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김현옥의 시민아파트, 양택식의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잠실주공아파트, 구자춘의 반포아파트가 대표적이다. 김현옥은 판잣집을 철거하고 철거민을 근교로 집단이전시킨 뒤 철거 터에 시민아파트를 지었다.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와 1971년 광주대단지 폭동사건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한강변을 아파트 택지로 조성했다. 한강상류에 소양강댐이 건설돼 물난리 걱정이 사라지고 북한과의 체제 경쟁으로 강북지역에 대한 안보불안감이 높아진 게 일조했다. 양택식은 김현옥이 벌려 놓은 난제를 꼼꼼히 처리했다. 여의도개발과 시범아파트의 분양 성공은 서울시의 만성적인 재정난을 타개했을 뿐 아니라 아파트에 대한 선입견을 해소시켰다. 구자춘의 뚝심이 강남을 아파트로 뒤덮게 했다. 1975년 3월 4일 서울시 연두 순시에서 박정희는 강북 인구의 강남 분산을 지시했다. “영동이나 잠실을 막연하게 개발하는 것은 서울시의 인구증가 정책밖에 안 된다. 획기적인 방안을 내놔라”라는 것이었다. 구자춘은 시내에 흩어져 있던 고속버스터미널을 반포로 옮기고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조성할 것을 결심한다. 관료 출신으로 매사 신중했던 양택식과 달리 군 출신인 김현옥, 구자춘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이외에 상전이 없는 듯 행동했다. 관계부처 장관과의 협의나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 관련 절차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허허벌판’ 강남을 아파트지구로 지정하는 일도 그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권력자의 지시를 받은 지 1년여 후인 1976년 7월 5일 구자춘은 천호대교 준공식에 참석한 박정희를 구획정리가 한창인 영동지구로 안내한 자리에서 아파트지구 지정계획을 보고했다. 개인의 건축허가 행위가 금지되고 아파트만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 끝나자 대통령은 아파트지구 지정계획이 그려진 도면 위에 특유의 사인을 했다. 이른바 윤허였다. 이때 반포·압구정·청담·도곡·이수·잠실·이촌·서빙고·원효·여의도·화곡 등 11개 지구 236만평이 아파트지구로 지정됐다. 개인의 재산권 침해에 대해 누구도 가타부타할 수 없었고 나머지는 통과의례였다. 10여년 후 11개 지구에는 680개동 5만 가구분의 아파트가 들어섰다. 강남은 아파트 쑥대밭이 됐다. ●탈아파트 시대 성큼… 아파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박정희의 시대가 지고 전두환의 시대가 왔다. 박정희와 추종자들의 아파트 입국 노력은 1980년대 전두환 시대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12·12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은 서슬 퍼런 국보위를 통해 주택 500만호 건설이라는 경천동지할 공약을 내놓았다. 1981년부터 10년간 3조 6000억원을 투입해 아파트 151만호 등 주택 500만호를 짓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존재하던 대한민국 주택의 총량이 500만호였으니 그 배포를 짐작할 만하다. 공약을 시행하는 수단인 택지개발촉진법이 1981년 시행됐다. 전두환·노태우 시대를 관통한 아파트를 위한, 아파트에 의한, 아파트의 시대가 막이 올랐다. 손정목 전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택지개발촉진법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제정 공포된 6000여개의 법률 중 가장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진 법률”이라고 평가했다. 택지개발예정지구라는 이름으로 어떤 땅이나 수용해 택지로 개발할 수 있고, 다른 법과 처분의 적용이 일체 배제되는 법이다. 이후 20년 동안 1억 1380만평이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됐다. 이 시기 남아 있던 모든 녹지는 택지로 변했다. 개포·고덕·목동·상계·중계지구가 아파트 단지로 변했다.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수도권 신도시가 건설된 것을 비롯해 전국 방방곡곡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전두환의 ‘주택 500만호 건설’과 노태우의 ‘주택 200만호 건설’ 공약에서 ‘주택’이란 아파트의 다른 이름이었다.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도 예의 ‘아파트 해법’으로 주택수요를 충족시켰다. 나아가 부의 축적과 차별적 지위를 제공함으로써 중산층의 욕망을 채워줬다. 아파트 건설 업체들도 재벌그룹으로 성장하도록 배를 불렸다. 그 결과 우리나라 주택 열 채 중 여섯 채가 아파트로 둔갑했다. 고밀도 초고층 아파트 덕분에 2008년 주택보급률 100%를 넘어섰다. 단군 이래 처음으로 집 부족에서 벗어나는 대역사가 이룩된 셈이다. 아파트는 고질적인 주거문제를 해결했지만 저출산·고령화와 나홀로 가구의 증가 등 산적한 문제 앞에 노출돼 있다. 아파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선임기자 joo@seoul.co.kr
  • 넷째 아이부터 양육보조금 월 10만원… 기업들도 다둥이 가정 후원 나서

    넷째 아이부터 양육보조금 월 10만원… 기업들도 다둥이 가정 후원 나서

    서울 송파구는 20일 ‘기업과 함께 키우는 1사 1다자녀가정 결연식’을 열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심각한 인구 문제 해소를 위해 지역 내 기업들이 다둥이 가정을 후원하는 사업이다.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자녀양육비와 교육비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역 내 기업과 기관의 참여를 이끌어 낸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태어난 넷째 이상 아이가 있는 가정 17곳을 선정, 9개 지역 기업과 연결했다. 기업들은 내년 3월까지 매월 양육보조금 10만원을 지원한다. 한솔섬유, 신한은행 잠실센터, 국민은행 잠실지점, 동현교회, 롯데마트 잠실점 등이 참여해 최대 3명까지 결연을 맺었다. 박춘희 구청장은 “이번 결연식은 아이들의 순수하고 해맑은 웃음이 우리 사회의 희망임을 알릴 기회라고 본다”면서 “가가호호 아이 소리가 넘쳐나는 송파를 만들기 위해 지역 기업이나 단체를 적극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위치확인서 밥까지 척척… 반려동물 IT로 돌본다

    위치확인서 밥까지 척척… 반려동물 IT로 돌본다

    “윙~윙~ ‘포도’(반려동물의 이름)와의 연결이 끊어졌습니다.” 현관문을 나서 계단 한 층을 이동하자 스마트폰에서 사이렌이 두 번 울리고 연결이 끊어졌다는 문구가 떴다. 포도는 기자가 기르는 10개월 된 애완 고양이의 이름. 사이렌 소리는 SK텔레콤의 반려동물 위치추적 솔루션 ‘지브로’가 반려 동물과의 거리가 멀어지자 보내온 경고음이다. 지난 17일부터 3일간 반려동물의 실종 위험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해당 제품을 직접 사용해 봤다. 지브로는 반려동물 목에 거는 외장형 목걸이와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애플리케이션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무선주파수 인식시스템과 블루투스가 기본 작동의 원리다. 우선 500원짜리 동전 크기보다 살짝 작은 메달형 목걸이(64g)는 매우 가벼워 작은 고양이나 강아지들이 착용하기에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앱은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데 날짜별로 진료, 미용 이력 등을 입력할 수 있어 좋았다. 다만 반려동물과 40m 이상 떨어지면 경고신호를 주게 돼 있어 외출할 때마다 알람이 울리는 점은 아쉬웠다. 또 반려 동물이 물을 마실 때마다 기계에 물이 닿는 것도 신경 쓰였다. 방수기능이 없다 보니 비 오는 날 산책을 하면 기계가 망가지지는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만 7000원으로 소중한 반려동물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에 만족스러웠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1000만명, 가구 기준으로는 약 360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다섯 집 가운데 한 집은 동물을 기르는 셈이다. 수요가 있다 보니 관련 시장도 성장세다. 20일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관련 시장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10년 전에 비해 약 두 배 이상 늘어난 2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저출산, 고령화 추세도 반려동물의 지위를 격상시키고 있다. 반려동물을 더 이상 가축이 아닌 가족으로 대하는 이들이 늘어나다 보니 지브로 같은 반려동물을 겨냥한 정보통신 (IT)서비스도 쏟아지고 있다. 휘슬의 ‘휘슬 액티비티 모니터’(Whistle Activity Monitor)는 지브로처럼 반려동물 목걸이에 모션 센서를 부착해 행동을 추적, 결과를 주인의 스마트폰 앱에 전송한다. 반려동물의 낮잠시간이나 산책 등 하루 행동 패턴을 자동으로 기록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18만원대로 인터넷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펫큐브’(PetCube)에는 외출 시에도 반려동물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관찰이 가능하도록 와이드 앵글 카메라가 달려 있다. 원격 조정이 가능한 레이저 포인터를 장착, 장시간 집을 비운 주인 대신 반려동물과 놀아줄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또 반려동물이 보이지 않을 때는 마이크와 스피커를 활용해 이름을 부를 수 있다. 가격은 19만 2000원대. 와이파이를 통해 애완동물에게 정해진 시간, 정해진 양만큼의 사료를 줄 수 있는 자동 급식기도 등장했다. ‘스마트피더’(smart feeder)는 집에 있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사료를 주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또 반려동물의 칼로리 섭취량, 체중 등 건강 상태까지 기록할 수 있다. 오는 2분기 정식 판매가 시작되며 가격은 37만 6000원대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기고] 반려견 등록은 사랑의 징표/박용호 농림축산검역본부장

    [기고] 반려견 등록은 사랑의 징표/박용호 농림축산검역본부장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한 나라의 문화 수준, 생명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척도이다. 미국에서는 반려동물 관련 법적 의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반려동물 변호사가 있는가 하면 유럽에는 반려동물을 산책시키지 않을 경우 반려견 소유자에게 500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같이 선진국에서는 반려동물을 단순히 귀여운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는 애완용 동물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로서 인간과 공존하며 행복을 같이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은 선진국 못지않게 높아지고 있다.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 등으로 인한 1인 가구 증가와 소득 수준의 향상 등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증가하고 있다. 가족의 일원으로서 그 의미가 커짐에 따라 유기농·기능성 사료, 명품 의류 등 관련 용품도 점차 고급화되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규모가 2013년 2조원을 넘어섰고 2020년에는 약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반려동물 문화 및 책임 있는 소유자의 의식이 정립되지 못한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학대하거나 유기하는 경우가 사회문제로 부각하고 있다. 한 해 유기동물 발생 수가 10만여 마리에 이르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100억원 이상의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진정한 의미의 반려동물이 되려면 반려견주를 비롯한 국민들이 지난해 1월부터 의무적으로 시행되는 반려견 등록에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 이미 미국, 타이완, 싱가포르, 뉴질랜드, 일본 등지에서는 3개월 이상의 반려견에 대해서 동물등록을 시행하고 있다. 반려동물 등록제의 목적은 첫째 키우던 개를 잃어버렸을 경우 신속하게 찾아줘 동물은 물론 주인이 겪는 당혹감 또는 상실감을 덜어주는 데 있으며, 둘째, 주인에게 책임의식을 높여 유기·유실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셋째, 이 제도가 정착되면 유기·유실동물의 사회적 비용 절감과 광견병과 같이 동물에서 사람에게로 전파되는 질병을 차단해 국민건강을 위해 요인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우리나라는 3월 10일 기준 전국적으로 약 75만여 마리의 동물이 등록돼, 등록률은 전체 등록대상 동물의 약 59%에 이르렀다. 하지만 동물등록제가 이미 정착된 일본과 영국에 비해 유기동물의 수가 줄지 않고 주인에게 반환되는 사례도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어 동물소유자의 조기 등록이 절실하다. 핵가족화, 고독한 1인 세대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사회에서 그나마 하나의 대안책이 되고 있는 반려동물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매년 10만여 마리에 달하는 유기동물의 발생은 이 시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될 수 있다. 국민소득 2만 5000달러를 넘어 3만 달러 시대를 바라보는 대한민국이 경제강국 이미지와 함께 반려동물의 생명존중 의식이 국민가치로 정착해 진정한 문화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을 사랑하고 국민 모두가 동물등록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길 기대해 본다.
  • 임금체계 호봉 → 직무·성과 중심 개편

    정부가 연공급 성격이 강한 기업의 임금체계를 직무·직능급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매뉴얼을 개발해 19일 배포했다. 오래 근무하면 임금이 오르는 우리나라 정규직의 연공성을 줄이고 직무 및 능력별 생산성에 맞춰 임금을 지급하는 체계를 만든다는 뜻이다. 지난해 법제화된 ‘60세 정년 연장’의 후속 조치이지만 매뉴얼대로라면 40대 중반 이후부터 급여가 줄어드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합리적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에서 현 임금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람직한 개편 방향과 구체적인 업종별 개편 모델을 제시했다. 앞서 지난 1월 고용부가 후원한 ‘임금체계 개편 대토론회’에서 제시된 직무급 도입안이 많이 반영됐다. 박화진 고용부 노사협력정책관은 “우리나라에서 30년 경력의 생산직 근로자 임금은 초임의 3.3배로 1.97배인 독일이나 1.34배인 프랑스보다 높다”면서 “기업은 중장년 인력 고용에 부담을 느껴 조기 퇴직을 실시하고 청년층을 고용할 때는 연공급 부담이 없는 비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연공급제는 60세 정년제 및 고령화 추세에 맞지 않는 제도”라면서 “직능급제를 도입하는 매뉴얼을 배포하고 노사가 자율적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직능급을 특정 지식이나 기술 혹은 역량을 평가해 보상을 결정하는 임금체계로, 직무급을 직무의 난이도 및 근무 환경 등을 측정해 결정하는 임금체계로 규정했다. 이어 자동차 생산직을 예로 들며 입사해서 일을 배울 때까지는 숙련급으로 숙련도에 따라 임금을 상승시키다가 생산성이 저하되는 40대 중반 이후부터는 직무의 난이도 등에 따라 임금을 재편하는 직무급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입사 이후 30년 경력까지의 임금 상승률을 둔화시키는 대신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고 그만큼 임금을 더 지급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60세 정년 보장 등에 대한 실질적인 유인책 없이 중장년층의 임금을 깎겠다는 의도”라며 고용부의 매뉴얼에 대해 혹평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野 도지사 후보들 ‘버스공영제’ 한입

    통합신당 내 경기도지사 후보들의 버스공영제 공방에 이어 호남의 도지사 후보들 역시 너도나도 버스공영제를 주장하면서 대중교통 공약이 6·4 지방선거의 최대 정책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전북도지사에 출마한 유성엽 민주당 의원은 19일 전주시의 한 버스회사 노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 “대중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교통공사 설립, 버스공영제, 재정 상황에 따른 단계적 무료버스 등 3단계 무료버스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도내 전체 시내·시외버스 관련 예산은 500억~600억원에 이르지만 대중교통 만족도는 전국 최하위”라며 “지방자치단체가 보조금을 주면서도 권한이 없는 현재의 시스템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도지사에 출마한 이낙연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전남은 초고령화 지역인 데다 벽지가 많아 교통복지가 절실하다”면서 “버스(준)공영제를 농어촌지역부터 도입해 단계적으로 전남 전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신안군은 지난해까지 86억원의 예산으로 군내 버스를 모두 사들여 ‘완전버스공영제’를 실현했다”며 “재정자립도가 최하위권인 신안군이 가능하다면 도내 모든 시·군이 버스공영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지사 선거전이 버스공영제로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별다른 정책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교통 환경이 열악한 호남권도 이런 흐름에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 전남은 초고령화 지역으로 노인들을 위한 교통복지가 절실하고, 전북은 2년간 전주시 버스파업이 계속돼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교통 문제가 도내 가장 큰 불만으로 파악된 경기도지사 선거는 버스공영제 논란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을 철도 그물망으로 연결하는 G1X(경기하나철도)와 혈세 낭비 없는 버스준공영제를 결합하면 교통 문제가 해결된다”면서 “‘공짜버스’는 일꾼이 아닌 말꾼의 동문서답”이라고 김상곤 전 도교육감의 ‘무료대중교통’ 공약을 깎아내렸다. 도지사 출마 후보인 민주당 원혜영 의원도 최근 “버스공영제가 가진 공공성이란 가치를 도외시한 채 ‘무료대중교통’을 주장해 ‘공짜버스 논쟁’을 촉발시켰다”고 비난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건보 적용 청년층 7년째 줄고 노년층은 늘어

    건보 적용 청년층 7년째 줄고 노년층은 늘어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20~40대 청장년층 수는 7년째 줄고 있는 반면 50대 이상 건강보험 적용 인구는 같은 기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8일 공개한 ‘2013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50대 건강보험 적용 인구는 전체의 15.6%로 2006년에 비해 4.2% 포인트 증가했다. 60~80대도 전체 비중은 적지만 최소 1.2% 포인트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직장가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20~40대는 해마다 줄어 20대의 경우 2006년에 비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인구(13.3%)가 2.5% 포인트 하락하는 등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저출산 고령화로 건강보험을 떠받치는 젊은 층은 계속 줄고 은퇴한 부모 세대는 늘면서 젊은 세대 부담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직장 보험료 부과액은 31조 8751억원으로 총부과액의 81.7%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도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 적용 인구 4999만명의 전체 진료비는 2012년보다 6.5% 늘어난 50조 954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의 진료비는 모두 18조 565억원으로 전체의 35.4%를 차지했다. 이들의 1인당 연평균 진료비(314만 5908원)는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 1인 평균(102만 2565원)의 3배를 웃돌았다. 특히 80세 이상 노인의 진료비는 2012년보다 16.3% 증가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병원 양극화도 극심했다. 건강보험공단이 서울 5대 대형 상급종합병원(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대·가톨릭대서울성모·연대세브란스) 이른바 ‘빅5’에 지급한 진료비(요양급여비)는 모두 2조 2903억원으로, 전체 의료기관 요양급여비의 7.8%에 달했다. 의료기관 1곳이 지난해 얻은 진료비 평균 수입은 ▲상급종합병원 1897억원 ▲종합병원 277억원 ▲병원 61억원 ▲의원 3억 8000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초고령화 사회로 치닫는데 요양병원 정책은 뒷걸음

    우리나라가 빠르게 고령화하면서 요양병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관련 정책이나 지원이 이런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리나라 요양병원 정책이 큰 틀에서는 일본의 제도를 모방하고 있으나 엉뚱하게도 이미 일본에서는 대대적으로 수정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가 하면 국회나 관련 부처의 무관심 때문에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뒤로 밀려 ‘지원없는 규제’만 무성하다는 것이다. 남상요 유한대학교 보건의료행정과 교수(보건의료복지연구소장)는 최근 농협공제복지연수원에서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회장 윤해영) 주최로 열린 ‘우리나라 요양병원의 순기능과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남상요 교수와 협회 염안섭 총무이사의 발표를 토대로 현행 요양병원 제도의 문제를 짚어본다. ■요양병원 제도의 허와 실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지만 노인의료 중심의 요양병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은 미흡할 뿐 아니라 요양병원 병상의 증가를 막는 규제 일변도여서 요양병원의 발전을 가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일본 등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을 무분별하게 도입, 이에 따른 부작용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남 교수는 “일본도 과거 요양병상의 급증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겪었으며, 이후 요양병상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적이 미미해 당초 2012년을 목표 연도로 잡았다가 이를 2016년까지 연장, 각종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실패 사례를 답습하지 말고, 성공한 시스템만을 선별적으로 도입해 이를 우리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이 구축한 포괄 의료복지 시스템은 우리가 모델로 삼을 수 있는 앞선 제도”라고 덧붙였다. 우봉식 협회 홍보이사는 “우리나라는 2000년 건강보험공단 통합으로 단일 공급체계를 구축했으나 일선 지방자치단체에 고령화에 따른 다양한 보건의료 수요를 감당할 조직과 예산이 없어 제도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지자체 및 지역 복지시스템과 연계해 요양병원이 일본의 포괄 의료복지 시스템의 역할과 유사한 기능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양병원이 노인의료비 증가의 주요인이라는 정부의 인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3년 상반기 건강보험진료비 통계에 따르면 전체 진료비에서 요양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6.03%에 불과하며, 주로 노인을 진료하는 요양병원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65세 이상 고령자의 진료비에서 요양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10.32%에 그쳤다. 또 2013년 상반기 전체 요양병원의 급여비는 1조 1336억원으로 소위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 한 곳의 연간 총진료비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요양병원이 노인의료비를 높인다는 시각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편협한 인싱이라는 것이다. ■늘어나는 독거노인과 노인자살의 대안 우리나라의 독거노인 증가율과 자살률은 사회적으로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2035년 국내 독거노인 수는 343만 명으로 전체 노인의 23.3%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로, 2000년 54만4000명이던 독거노인 수는 2010년 105만 8000명, 2012년 118만 7000명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독거노인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이 때문에 노인 중에서도 독거노인들은 건강과 소득, 사회적 관계 등 모든 분야에서 취약한 위치로 내몰리고 있으며, 이는 자살률에서도 확인된다. 물론 자살에는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지만 독거노인에 대한 실효성있는 정책 부재가 노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독거노인 수는 늘어나는데 이들을 위한 지원책이 크게 부족해 노인자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인자살을 부추기는 요인 중에서 부실한 의료서비스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실제, 질병관리본부가 2006년 8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응급실 손상환자 표본심층조사를 실시한 결과, 65세 이상 자살시도자의 자살동기 1순위는 자신의 질병으로 그 비율이 무려 35.9%에 달했다. 여기에다 노인 부양 가족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질병을 가진 노인의 부양이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윤해영 회장은 “급성기 병원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의료 문제를 요양병원들이 담당하고 있으나 현행 진료비로는 노인들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요양병원들이 노인 부양 세대의 경제활동 중단을 차단하는 등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도 요양병원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 창출에도 기여 요양병원의 고용 창출 효과도 눈여겨 볼 대목. 요양병원은 업무 특성상 인적 자원이 많이 투입되는 분야이다. 2013년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요양병원의 2010년 상근인력은 2005년 대비해 무려 821% 증가했으며, 직종도 의사와 간호사 등으로 다양했다. 협회 우봉식 이사는 “이 통계는 요양병원이 보건의료 분야의 좋은 일자리 창출에 있어 상급종합병원보다 나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추이는 최근 7년간 요양병원의 주요 인력 변화에서도 나타난다. 이 기간 의사는 547명에서 4416명으로 증가율이 807%나 됐으며, 간호사 499%, 간호조무사 1310%, 물리치료사 815%, 작업치료사 2070%, 영양사 1170%, 사회복지사 742%의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요양병원 수는 226개에서 1103개로 증가율이 448%였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역할 재조정  국내 노인인구 점유율이 11%을 넘어 초고령사회로 다가가고 있지만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2008년 7월에 도입된 장기요양보험 제도는 아직도 노인의료 전달체계 등에서 많은 혼선을 빚고 있으며, 많은 국민들은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을 혼동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에 따라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명칭부터 재조정해 이용상 혼란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명칭 혼란 때문에 의료기관이면서 노인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요양병원이 평가절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협회 박용우(천안요양병원장) 이사는 “환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요양병원 대신 요양시설의 명칭을 바꾸는 것이 옳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박 이사는 “‘요양(療養)’이란 ‘휴양하면서 병을 치료한다’는 의미인데,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단순히 수발서비스만 제공하는 요양시설은 ‘요양’ 대신 ‘수발’ 등의 명칭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상요 교수는 “일본에서는 요양원에 해당하는 시설을 양호원(養護院)이라고 명명해 혼란을 없애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령의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요양시설 입소 대상자는 노인장기요양보험 1~2등급의 노인들이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은 욕창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와상 환자군이거나 중증 치매환자, 신체기능 저하 등으로 고도의 의료적 조치가 필요한 환자군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치료를 제도적으로 막을 것이 아니라 의료 필요성이 큰 노인장기요양보험 1~2등급 환자는 요양병원에서 수용하되 의료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3~4등급 환자를 요양시설에서 수용하도록 역할 재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용우 이사는 “중요한 것은 노인 환자들의 진료받을 권리인데, 제도 때문에 그들을 방치한다는 것은 의료 이전에 인륜적으로도 잘못된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요양시설 입소자 대상 선정 기준이 부적절해 정말 의료적 조치가 필요한 중증 환자가 의료행위가 안 되는 요양시설에 들어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심지어 이런 환자 중에는 원인도 모른 채 갑자기 사망하는 사례도 있어 제도의 맹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우리는 언제 누구와 왜 접속하고 단절하는가

    우리는 언제 누구와 왜 접속하고 단절하는가

    단속사회/엄기호 지음/창비/308쪽/1만 5000원 사회라는 큰 울타리 안에 살고 있으면서도 사회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살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모습은 변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점이 생겨나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정보사회’ ‘양극화 사회’ ‘고령화 사회’ 등 시대에 따라 사회를 규정하는 이름도 끊임없이 달라진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등을 통해 한국사회 청년담론을 연구해 온 저자가 최근의 한국사회를 읽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책 ‘단속사회’를 출간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전적 의미의 ‘단속’(團束)이 아니라 부제에서 보듯 ‘차단과 접속’(斷續)의 관점에서 사회현상을 꼼꼼하게 짚어 나간다. ‘우리는 언제 누구와 접속하며 또 언제 누구와 단절하는가’란 질문을 던지면서 지난 10여년간 중산층 밀집지역, 노동조합 등 시민사회에서의 현장사례 연구를 통해 그 답을 차근차근 풀어낸다. 그러면서 한국사회의 시민 대다수가 자기가 속한 가족, 직장 내에서 소통이 매끄럽지 않음을 호소하면서도 정작 불통의 당사자와 1대1로 소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런 스트레스를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모인 또 다른 힐링 공간에서 해소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과 다른 남의 생각을 단절하고 소통에 무력하며 자신과 친밀한 ‘취향의 공동체’에만 접속하는 것이 ‘단속사회’의 대표적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우리 ‘곁’에는 말을 듣는 사람은 점점 사라지고 자기 말만 들어달라는 사람만 가득해지고 있으며, ‘곁’을 파괴하고 ‘편’을 강요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편’만 남고 ‘곁’이 파괴된 사회를 과연 바람직한 사회라고 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반문한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week&STORY] 영정사진 찍고 유언장 쓰고…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졌다

    [week&STORY] 영정사진 찍고 유언장 쓰고…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졌다

    최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일가족 동반자살이 잇따르고 있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 삶의 만족도는 26위에 그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0~2010년 자살 사망률은 101.8%가 증가했다. 이처럼 ‘힐링’(치유)이 절실한 세태에서 임종 체험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새롭게 태어난다는 임종 체험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본지 기자 두 명이 직접 경험해보기로 했다.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효원힐링센터. 화창한 봄날에 ‘힐다잉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죽음’이란 단어가 주는 어두운 느낌과는 달리 대부분 밝은 표정으로 동반체험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참여한 13명은 각자 다른 고민과 이유를 가지고 센터를 방문했다. 여성이 9명, 20대가 절반 이상이었다. 혼자 찾아온 회사원 김모(43) 씨는 “사업을 하다가 직장에 취직했지만 얼마 전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크게 타격을 입고 여러 가지로 힘들어졌다”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내 삶에 전환점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안모(34·여·회사원) 씨는 “목사님 추천으로 왔다”면서 “이직을 생각하면서 이곳저곳 면접을 보러 다니는데 마음을 정리할 겸 왔다”고 말했다. ●영정 사진 촬영 죽음을 준비하는 첫 단계로 셔터 소리와 함께 플래시가 터지면서 사람들의 멋쩍은 표정이 카메라에 담겼다. 잠시 뒤 검은 테를 두른 사진을 받아 든 사람들의 표정이 어색해졌다. 김씨는 “마음을 아직 안 비워서 그런지 표정이 부자연스럽다”면서 “웃는 것도 아니고 찡그린 것도 아니고, 아직도 불만스러운 게 사진에 묻어난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유언장 쓰기 영정 사진을 앞에 놓은 이들이 유언장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눈물을 훔치거나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다. 한 20대 남성은 “평소에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사랑하고 고맙다”고 썼다. 재산 분할과 장례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적은 사람도 더러 있었다. 한 참가자는 “시신을 화장한 뒤 어머니가 계신 산소에 뿌려달라”면서 “재산은 사랑하는 강아지 초롱이를 돌봐줄 사람에게 1000만원을 주고 나머지는 모두 봉사 단체 10곳에 나누어 기부하겠다”고 적었다. 또 “시신을 장기기증이나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고 장례식 때 화환을 받지 말라”고 썼다. “기억이란 빚을 세상에 남기고 싶지 않으니 빨리 잊어달라”고 유언장을 읽는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입관 ‘쾅~’. 세상과 단절을 의미하는 소리가 들렸다. 관 뚜껑이 닫히면서 정적과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외부의 흐느낌도 들리지 않는 시간이 15분간 이어졌다. 관 속에 머문 짧지 않은 동안, 기자는 죽음의 순간에 강력한 삶의 기운을 느꼈다. 또 다른 기자는 “관 뚜껑이 닫히자 좁은 공간에서 내 발 냄새가 느껴졌다”면서 “그 순간 나는 아직 살아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체험이 끝난 뒤 참가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다 털어버리고 새롭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체험 이전과 이후에 별로 달라진 것을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눈물을 보인 배모(40·여·취업준비 중) 씨는 “체험이 짧아서 충분이 몰입하지는 못했다”면서 “그래도 관에 누워 있던 순간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에서 온 한선규(42·자영업) 씨는 “이곳에 온 계기에 대해서는 관 속에 묻고 왔기 때문에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살아갈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힐다잉’이란 ‘힐링’(healing)과 ‘죽음’(dying)의 합성어로 국내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웰다잉’(well-dying) 또는 임종 체험이라고도 한다. 임종체험을 통해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취지다. 이 체험 프로그램은 미국 의학박사이자 심리학자인 레이먼드 무디 박사의 연구에 토대를 두고 있다. 무디 박사는 1960년대 임사체험(임상적으로 사망 판정을 받았다가 다시 살아나는 현상)을 겪은 108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임사 이전과 이후의 삶에 관해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죽기 전엔 주위에 폐를 끼치며 살아온 사람들이 죽음에서 깨어나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새 삶’을 살게 된 임사체험에 힌트를 얻어 한국에서도 몇 년 전부터 임종체험 프로그램이 보험회사나 상조회사 등을 중심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인위적인 임사체험인 셈이다. 현재 상조회사와 교육단체, 종교단체 등 전국 10여 곳에서 상시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기업 연수 프로그램으로도 쓰인다. 효원힐링센터의 정용문 센터장은 “지난해 1월 문을 연 이후 현재까지 6000명 이상이 참여했다”면서 “학교나 회사 등에서 단체로 오기도 하고, 가족 단위로 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죽음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평균 수명은 길어졌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죽음에 대한 대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살은 매우 강박적이고 비관적인 심리 상태에서 발생하게 되는데 임종체험이 삶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힐링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종체험이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보다 체험 위주로만 흐를 때 죽음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임종 체험 전후의 심리 상태나 자존감 등에 대한 조사나 분석이 없어 호기심 채우기에 그칠 수 있다”면서 “한 번의 체험만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웰다잉 문화를 만들어가기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삶과 죽음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보다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진탁 한림대 생사학연구소장은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오랜 시간을 두고 체계적으로 생사에 대해 연구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임종 체험 행사가 상조회사나 보험회사 홍보용으로 진행되는 것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권영구 한국웰다잉연구회 회장은 “충분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죽음 체험을 하거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웰다잉은 일시적인 죽음 그 순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 좋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면서 “전문적인 교육과 자격을 갖춘 교육기관 등에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21) 인구 고령화 대비 경제 방어막은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21) 인구 고령화 대비 경제 방어막은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 인구(노령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7%를 넘어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2018년에 고령사회(노령인구 비중 14% 이상), 2026년에 초(超)고령사회(20% 이상)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6년 만에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이행하게 되는 것으로 길게는 150여년(프랑스), 짧게는 35년(일본) 정도가 걸렸던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매우 빠른 편이다. 인구 고령화 시대에 가장 중요한 이슈는 그만큼 길어진 노후생활에 대비한 경제기반 마련일 것이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평균 퇴직 연령인 55세 성인의 기대수명은 83.7세로 은퇴 후 여생이 28.7년이다. 이 기간 동안에 적정한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이제 막 은퇴를 하였거나 은퇴를 앞둔 장년·노령층에게 시급한 당면과제다. 지금의 노령 인구들은 평생직장 개념과 자녀들이 부모를 부양하는 문화가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기에 젊은 시절을 보낸 터라 상대적으로 노후 준비를 시작하는 시기가 상당히 늦은 편이었다. 어느 정도 소득 기반이 있어 공적 연금에 가입했더라도 가입 기간이 짧아 현재 수급자의 월 평균 연금수령액이 39만원(2013년 기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전체 65세 이상 인구의 34.8%만 받고 있다. 현재 노령 인구의 자산구성을 보면 비유동자산인 부동산의 비중이 85%를 넘어 당장 생계 자금으로 쓸 저축성 자산이 매우 부족하다. 이 때문에 많은 노령 인구들이 은퇴 후에도 다시 임시·일용직으로 재취업하거나 퇴직금 또는 부동산 담보대출을 이용해 자영업에 나서고 있다. 더구나 47.2%인 노인 빈곤율과 더불어 10만명당 69.8명에 달하는 노인 자살률 등의 지표 등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는 것처럼 우리나라 노인의 삶의 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매우 낮다. ●2018년 노령인구 비중 14% 이상 이같이 많은 노령 인구들이 겪고 있는 고충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면서 인구 고령화에 대비한 자산 설계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대응 상황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일례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소득, 건강, 고용, 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 등의 영역에서 고령화와 관련된 다양한 지표를 이용해 산정한 고령화대응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령화 대응 현황은 자료가 상호 비교 가능한 OECD 22개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2009년의 고령화대응지수(28.9)는 1990년(30.2)에 비해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은퇴 후 적정 소득 수준이 연금 가입기간 평균 소득의 70~80%인 데 반해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평균 지급액은 40% 수준에 그치고 있어 개인이 책임져야 할 노후 비용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런데 2010년 국민연금연구원에서 실시한 패널 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가구의 68% 정도가 노후 준비를 위한 특별한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가계의 고령화 대비 상황 역시 매우 미흡함을 시사하고 있다. 노후 대비를 위한 투자는 길게는 30년 후를 대비한 장기 투자이자 소득이 없을 때를 대비한 최후의 보루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소득의 일정 부문은 연금 제도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안정적인 대비책이다. 한편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공적 연금의 특성상 공적 연금의 지급액을 늘림으로써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공적 연금의 보장 수준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 왔던 많은 선진국들도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꾸준히 연금제도를 바꾸어 왔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향후 고령화 대비책 역시 민간 영역에서의 사적 연금 활성화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OECD 등 국제기구에서도 국민들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정부와 민간 부문의 역할이 다층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먼저 가입 기간 중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지급액의 비율을 나타내는 소득대체율 기준으로 40% 정도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연금이 담당하고, 사적 연금인 퇴직연금이 20%, 개인연금이 나머지 10~20%를 각각 구성토록 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약 70~80% 정도의 소득대체율을 달성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연금 사각지대’ 저소득층 사회안전망 마련해야 이와 같은 추세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2005년 기존 퇴직금제도를 보완하는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고 개인연금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사적연금 분야 확충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적연금 가입자들의 소득대체율이 21% 수준으로 아직 미흡한데다 사적연금 미가입자가 많아 노후준비를 위한 사적연금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12월 말 기준 전체 상용근로자의 절반에 못 미치는 46%만이 퇴직연금에 가입한 상태이며 사업장 기준으로는 13.4%의 기업만이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다. 개인연금 가입률은 더욱 낮아 15.7%에 불과하다. 이같이 연금제도의 활용도가 낮은 것은 연금제도의 안전성에 대해 일반 국민들의 갖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힘들게 오랜 기간 불입한 연금을 안전하게 약속한 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 부족이 연금 가입을 꺼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퇴직연금에 대해 다른 예금과 별도로 예금보호제도를 실시하고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위해서 근로복지공단이 기금을 관리하는 퇴직연금기금을 도입하기로 하는 등 퇴직연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이를 관리하는 금융기관들의 지나친 위험추구 행위를 방지함으로써 퇴직연금의 자산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개인들의 자발적인 연금 가입과 중도 해지 없는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연금 자산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금융기관들의 부단한 노력 또한 매우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 유의해야 할 점은 OECD 등 국제기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저축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이 활용할 수 있는 사적연금의 역할이 확대될 경우 생계 유지에 급급한 저소득층들이 연금제도의 사각지대에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저소득층 노령인구의 기초생활보장을 위한 사회적 안전판을 마련하는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내용 문의 lark3@seoul.co.kr
  • 日 사고대응 체계 실상과 시나리오로 본 열도 위기

    日 사고대응 체계 실상과 시나리오로 본 열도 위기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 태평양 연안 일대를 강타한 진도 9.0의 지진과 거대한 쓰나미는 2만명에 가까운 인명을 앗아갔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유출되면서 후쿠시마현의 주민 16만명이 보금자리를 떠나야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최대의 위기로 기록된 동일본 대지진 발생 3주년을 맞아 자연재해에 노출된 일본의 위기관리시스템을 집중 진단한 책들이 출간됐다. ‘후쿠시마 원전 대재앙의 진상’(2권, 이동주·이해영 옮김, 기파랑 펴냄)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20일 동안 보인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사고 대응 과정을 세세히 추적하면서 위기관리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들을 분석했다. 원자로 냉각기능이 마비되면서 원자로 노심이 녹아내리는 멜트다운의 궤적을, 위기대응에 나섰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긴박감 있게 풀어나간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문제의 핵심에 도달할 수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주필을 지낸 언론인 후나바시 요이치가 썼다. 과학자, 변호사, 저널리스트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일본 재건 이니셔티브’라는 싱크탱크를 설립하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독립검증위원회’를 만들어 민간 차원의 사고 조사를 지휘했던 인물이다. 위원회는 사고 1년 뒤인 2012년 2월 28일 조사검증보고서를 발표하고 해산했지만 후나바시는 취재를 계속했다. 책은 그가 원전 사고와 관련된 당시 각료, 미국과 일본의 원전 전문가 등을 만나 엮어낸 또 하나의 연대기다. 일련의 에피소드들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근본적인 위기관리시스템의 부재다. 저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잃어버린 시대에 일본이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을 드러냈다. 일본에서는 관료조직이건 민간 기업이건 문제 사안에 대해 부문별하고, 부서별로는 최고의 해답을 잘 찾아내지만 그것을 모아 전체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데는 서툴기 짝이 없다”고 분석했다. 일본 재건 이니셔티브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시도한다. 위기관리 프로젝트를 모태로 한 책이 ‘일본 최악의 시나리오’(조진구 옮김, 나남 펴냄)다. 국가적 위기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 9개를 그려내고, 실제 그 시나리오대로 일이 일어났을 때의 대응상 맹점을 미리 찾아내 최악의 상황을 막자는 취지다. 센카쿠 충돌, 국채 폭락, 수도 직하지진, 에너지 위기, 북한 붕괴, 핵 테러 등 가까운 미래에 일본이 직면할 수 있는 가상 시나리오가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위기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들은 현재 상황과 사실에 근거해 전문가들이 그려본 것이기에 개연성 또한 충분하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법제도, 관민 협조, 대외전략, 커뮤니케이션 등에서 일본이 안고 있는 위기관리상의 과제를 짚었다. 저자는 “기후변동, 자연재해, 에너지·식량·물 문제, 재정적자,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 거대 리스크 앞에 일본은 너무 취약한 존재”라며 최악의 시나리오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치권이 책임지고 확실한 제도 설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웃나라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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