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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콜·슈뢰더 전 총리가 연금개혁을 평가한다면/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열린세상] 콜·슈뢰더 전 총리가 연금개혁을 평가한다면/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최근 독일 열풍이 거세다. 한때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이 노동시장과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하면서 국가체질을 바꾸는 데 성공해서다. 분단되었다 통일을 달성한 독일이기에 관심이 큰 점도 있는 것 같다. 혜택이 많은 사회보장제도의 원조인 비스마르크형 연금제도를 도입했던 나라라서 관심이 집중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독일 통일비용 절반이 연금을 포함한 사회보장에 들어갔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통일시점이 독일에는 행운이었다. 좋지 않던 재정여건이 통일 무렵 급속하게 호전되면서 통일비용을 충당할 여력이 생겨서다. 변화한 시대환경에 맞지 않던 연금제도를 손보려는 노력도 꾸준했다. 건전한 정부재정과 시대에 뒤떨어진 연금개혁의 중요성을 알았던 사람이 헬무트 콜 전 총리였던 것 같다. 통일 기반 조성과 통일 후 혼란을 최소화할 기반 구축이 그래서 가능했을 것이다. 최근 내한했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지지기반인 사민당으로부터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어젠다 2010’을 앞세워 노동시장과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그가 부과방식(근로세대가 은퇴세대를 부양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던 전통적인 독일 연금제도의 기본 틀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는 점이다. 저성장, 고령화, 저출산이 초래할 잠재적 위험이 연금제도 내에서 자동으로 해결되는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했다. 변화된 환경에서도 정치적 논란 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연금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11년 전의 일이다. 40% 중반을 밑도는 독일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2030년까지 40% 초반으로 떨어진다. 현재 19.5%인 보험료를 2030년까지 22%를 상한으로 묶는 것이 독일 정부의 목표다. 40% 초반 연금 소득대체율을 지급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산 증거다. 슈뢰더 전 총리의 연금개혁은 “최소 얼마만큼의 연금은 받아야 한다”는 전통적인 시각에서 ‘비용조달 가능성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연금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독일 공부에 열심인 우리에게 연금개혁이 국가 어젠다로 등장했다. 공무원연금이 지속 불가능해서다. 이런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라고 했더니 뜬금없이 ‘공적연금 중향평준화’가 무대 위로 등장했다. 국민연금이 너무 적어 공무원연금이 많아 보인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 같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다시 50%로 올리면 부담이 얼마 더 늘어나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도 없었으면서 말이다. 독일 사례(45%를 밑도는 소득대체율에 보험료는 19.5%)는, 현재는 46.5%이나 2028년에 40%로 낮아질 우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하기 위해 보험료가 얼마나 올라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생생한 지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경제 검토보고서’(2014년 6월 발간)도 보험료가 16.7%로 올라야 한다고 언급했다. 늘어날 부담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받는 것만 더 주겠다는 우리의 국민연금 논의, 기득권은 유지한 채 부담은 후세대에게 전가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실상을 콜 전 총리와 슈뢰더 전 총리에게 알려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한 표정을 짓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서 왜 연금개혁이라는 말을 붙이냐”고 반문할 것 같다. 수급자와 재직자가 개혁의 고통을 분담하며,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비슷한 강도로 개혁한 나라라서 그렇다. 많은 분야에서 독일 공부가 한창이나, 정작 배워야 할 부분은 제대로 못 배우는 것 같다. OECD 회원국의 평균소득대체율이 40.6%이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평균부담률이 20%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연금역사가 짧아 실제 가입할 수 있는 기간이 적어 벌어지는 일을, 낮은 소득대체율 문제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연금개혁의 산파역을 했던 베르트 뤼릅의 “사회 구성원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연금개혁의 기준은 특정세대에게 손해가 많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는 말을 되씹어 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지금 우리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그 결과가 판명되는 시일이 오래 걸릴 것 같지 않다. 과거와 달리 국가재정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어서다. 그때가 되면 오늘의 논의 주역들은 어떤 변명을 늘어놓을까. 그래서 ‘장그래 세대’에게 더 미안하다.
  • “인류의 두뇌 발달이 알츠하이머 불렀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암보다도 치매를 더 걱정하고 있다.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암이나 심장질환, 뇌졸중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와 있다. 이런 가운데 치매를 유발하는 ‘알츠하이머’ 병이 인류 지능 발달의 대가라는 주장이 나왔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는 중국과학원 상하이 생명과학연구원 연구팀이 “알츠하이머 같은 뇌 질환은 인류의 지능 발달과 함께 진화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고 보도했다. 알츠하이머는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사람만 걸린다.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침팬지조차 알츠하이머를 앓지 않는다. 연구팀은 여기에 착안했다. 연구팀은 지능이 진화한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계 조상을 가진 현대인 90명의 게놈을 분석했다. 현대인의 DNA를 분석하면 진화에 의한 뇌 구조의 변화를 추정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연구진은 5만~20만년 전 뇌의 폭발적 성장을 가져와 인류를 똑똑하게 만들어준 것으로 보이는 6개의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 유전자들은 알츠하이머에 관여하는 유전자와 겹친다는 것도 알아냈다. 뇌의 성장은 뇌 신경의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뉴런의 연결망이 복잡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필요한 에너지와 처리할 정보도 늘어나 뇌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연구를 총괄한 쿤탕 박사는 “지능 향상에 따른 과부하로 뇌가 시달리게 되면서 언어능력, 기억력 같은 각종 인지 기능의 장애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사설] 노인 연령 기준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

    대한노인회가 최근 정기이사회를 열고 현재 65세인 노인 연령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에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한다. 노인 연령 기준이 높아지면 각종 복지 혜택을 받는 노인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인단체가 거꾸로 노인 기준을 높이는 데 찬성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자기 밥그릇만 챙기기에 바쁜 요즘 세태에 비춰 보면 더욱 그렇다. 정년이 늦춰지고 평균 수명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노인들이 복지 혜택을 받는 시기를 늦추면 국가재정 부담도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젊은이들의 일자리 확대 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한노인회의 결정은 ‘고령화 쇼크’를 완화하면서 세대 간 상생을 하겠다는 뜻이다. 사회의 어른다운 바람직한 결정이다. 수십 년 전에 현재 65세인 노인 기준이 만들어졌다. 이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0세 정도가 됐다. 평균수명이 길어진 만큼 조정하는 게 합리적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8명(78.3%)이 노인의 연령 기준을 70세 이상으로 생각했다. 노인의 연령 기준을 70세로 생각하는 노인들이 다수였지만, 실제로 노인 연령 기준을 높였을 때 혜택을 볼 수 없게 되면 당연히 불만이 따를 것이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지혜로운 해답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전문가와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2~4년마다 1세씩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법이 있다. 굳이 70세라는 목표에 맞춰서 올리지 않고 67세나 68세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노인 연령 기준을 올리면 현재 만 65세 이상 소득하위 70%에 최대 월 20만원을 주는 기초연금을 받는 나이도 높아진다. 수급자가 줄면 정부의 부담, 결국 젊은 세대의 부담도 다소 줄어들 수 있다. 노인 연령 기준이 높아지면 1984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이 무료로 이용하던 지하철·전철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나이도 높아진다. 고궁, 박물관, 공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노인 기준도 높아진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은 665만명으로, 전체 국민의 13.1%다. 15년 뒤에는 4명 중 1명꼴로 늘어난다. 노인 연령을 높이더라도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노인에 대한 지원은 현재보다 더 늘려야 한다.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다는 우울한 조사도 발표됐다. 빈곤 노인에 대한 지원, 어려운 이웃에 대한 지원은 정부가 당연해 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헷갈리는 경기 지표] “가계부채·美 금리인상 가시화… 경기회복세로 보기엔 시기상조”

    최근 일부 경기 지표가 반등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평균 소비성향이 올 1분기에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소비가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인다”면서 “소비가 부진하니까 기업도 매출이 줄어 투자를 못하고 고용도 늘리지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우리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이 올해 들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며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성장률이 저조하고 유럽도 경기가 나쁜데 엔화 약세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까지 떨어져 수출 감소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발목을 잡고 있는 가계부채, 고령화, 청년실업, 구조개혁, 소득불평등 등이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점도 회복세를 자신하지 못하게 하는 주된 요인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를 더 내리는 것이 정부가 할 수 있는 경기회복의 마지막 수단”이라며 “그런데 가계빚은 소비를 제약하는 최대 요인인 만큼 기준금리 인하에는 ‘가계빚을 더 늘리지 않으면서’라는 어려운 전제조건이 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해 가계가 노후 걱정으로 지갑을 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소비 여력이 많은 젊은층 일자리를 늘려서 소득을 올려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성장을 계속하려면 연금, 노동시장, 세금 등에 대한 구조개혁을 계속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자산 가격을 떨어뜨리지 않고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올리는 정책을 힘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고소득층으로 돈이 몰리면서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이 돈을 못 쓰고 있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고용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지표가 호전되기는 했지만) 내수가 여전히 취약하다”며 다음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코노미스트는 “자산시장의 온기가 일부 실물시장으로 옮겨 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연내 금리 인상을 가시화한 만큼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은 약해졌다”며 “경기회복 불씨에 좀 더 기름을 부으려면 금리보다는 추가경정예산 카드가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사실상 2%대로 끌어내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추경 등 현 시점에서의 추가 경기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제안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소득분배 나아졌지만 은퇴자 살림살이는 더 팍팍

    소득분배 나아졌지만 은퇴자 살림살이는 더 팍팍

    최근 우리 사회의 ‘부(富)의 불평등’ 문제가 전체적으로는 개선되고 있지만 은퇴한 66세 이상 노령층의 살림살이는 오히려 더 팍팍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구의 지니계수는 지난해 0.302로 2006년(0.306) 이후 가장 낮다. 지니계수는 소득불평등을 0~1 사이로 나타내는 수치로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한 상태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완만한 경기 개선 흐름에 따라 가계소득 증가세와 소득분배 지표가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해 은퇴연령 인구(66세 이상)의 지니계수는 0.397로 연령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0.393)보다 0.004 높아졌다. 66세 이상의 지니계수는 2012년 0.430으로 정점을 찍은 뒤 2년 연속 하락세이지만 여전히 소득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근로연령 인구(18~65세)의 지니계수는 지난해 0.281로 2006년(0.295)에 비해 0.014나 낮아졌다. 중위 소득의 50% 미만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상대적 빈곤율도 은퇴연령 인구는 지난해 48.8%로 2006년(43.9%)에 비해 4.9% 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근로연령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같은 기간 11.1%에서 9.3%로 1.8% 포인트 떨어졌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 노인층의 상대적 빈곤율이 34개 회원국 중 1위라고 발표했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7세 이하, 18~65세 등은 OECD 평균보다 낮았지만 66세 이상은 49.6%로 OECD 평균(12.6%)의 4배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노동시장 구조 자체를 중장년층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한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정년이 짧고, 은퇴 후에 자영업이나 단순 노동직이 아니면 일할 곳이 없다”면서 “청년 실업 해결을 위해 단순히 고령층 일자리를 줄이기보다는 임금피크제 등 서로 조화를 이룰 방안을 만들고 노인 일자리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커버스토리] 주춤하는 판다… 질주하는 코끼리

    [커버스토리] 주춤하는 판다… 질주하는 코끼리

    중국(China)과 인도(India)는 ‘친디아’로 묶인다. 2000㎞에 이르는 국경을 맞댄 데다, 2000년 이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인구 대국이란 점이 닮았기 때문이다. 친디아의 현재와 미래를 중국의 상징 ‘판다’와 인도의 표상 ‘코끼리’가 서로를 소개하는 내러티브 형식으로 풀어 봤다. 우리는 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두 기둥이야. 흔히들 귀여운 ‘판다’와 듬직한 ‘코끼리’로 부르지. 지난주 우리들의 주인인 시진핑(왼쪽·習近平)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오른쪽) 총리가 시 주석 고향 시안(西安)에서 만난 것을 잘 알고 있겠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거든. 시 주석은 “중국과 인도는 세계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두 개의 엔진”이라고 치켜세웠지. 다음날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모디 총리와 100억 달러에 이르는 24개의 정부 간 계약을 체결했어. 그러면서 “하늘에서부터 땅속까지 협력하자”고 말했지. 찰떡궁합이 되자는 말을 증명하듯 그다음 날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 등 중국의 대표 기업 회장 20여명은 모디 총리에게 220억 달러에 이르는 ‘돈 보따리’를 쥐여 줬어. 우리가 원래부터 이렇게 사이가 좋았던 것은 절대 아냐. 우리는 1962년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지역에서 큰 전쟁을 벌였고, 여전히 한반도보다 넓은 지역을 놓고 땅따먹기 싸움을 하는 중이야. 지난해 우리들의 교역 규모는 한·중 교역액의 28%에 불과한 706억 달러에 그쳤지. 우리의 잠재력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 모디 총리가 개설한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인도는 중국의 개”라는 비방글이 쇄도할 정도로 판다는 코끼리를 싫어해. 그런데 왜 시 주석은 모디 총리를 미국 대통령보다 더 극진히 대접했을까. 전 세계 정상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콧대 높은 중국 기업인들은 왜 모디 총리에게 달려갔을까. 판다의 ‘모디맞이’에서 중국 경제의 현실적인 고민을 읽을 수 있어. 또 금고에 3조 7300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을 쟁여 둔 판다에게 달려간 코끼리도 고민이 많기는 마찬가지야. 판다는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돈으로 세계를 평정하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어. 세계 어느 국가도 따라올 수 없지. 판다가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세계 각국이 줄을 선 것에서 드러나듯이 판다 돈을 먹지 못하는 나라는 ‘바보’나 다름없어. 그중 코끼리는 대형 인프라 건설에 무려 1조 달러가 필요한 국가야. ‘실크로드’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판다에게 코끼리는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이지. 코끼리는 낙후된 인프라를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돈이 필요해. 각종 경제 수치로 비교해 보면 판다의 5분의1 정도밖에 안 되는 꼬마 코끼리야. 인프라 개발에 박차를 가한 모디 총리에겐 판다가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어. 코끼리는 철도 등 인프라 개발에 외국인 직접투자 한도를 상향 조정하고 올해 인프라 개발 예산을 전년보다 25%나 더 늘렸어. 주요 도시 간의 산업회랑을 만들고 아마다바드~뭄바이의 543㎞ 구간에 초고속 열차를 건설하고 있지. 판다는 현금뿐만 아니라 기술 자부심도 대단하단다. 가장 대표적인 게 고속철이야. 이번의 협정 1호는 고속철이었지. 10만㎞에 이르는 인도 철도망을 일본을 제치고 판다가 까는 기회를 잡은 거야. 지난 18일 남미로 날아간 리 총리는 브라질·페루와 안데스 횡단철도를 놓기로 했고 말이야. 취임 1년이 된 코끼리의 주인인 모디 총리에게는 ‘모디노믹스’가 있어. 핵심은 인프라 개발과 함께 낙후된 제조업을 살리는 ‘인도에서 만들어라’(Make in India)라는 정책이야. 브라만부터 불가촉천민까지 있는 카스트 제도가 엄격했던 코끼리는 전통적으로 노동을 천대하면서 제조업이 발전하지 못했어.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불과한 제조업 비중을 25%로 늘리는 것이 당면 목표야. 법인세를 30%에서 4년간 25%로 낮추고 화학, 정보기술(IT), 자동차, 항만 등 25개 분야를 선정해 지원하는 등 고성장·친기업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지. 불과 1년 만에 모디노믹스의 효과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어. 2012년 4.9%의 재정 적자가 2014년 4.1%로 떨어졌어. 코끼리의 과도한 재정 적자를 경고하던 신용평가회사는 국가 신용등급을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어. 무역 적자는 2012년 1929억 달러에서 2014년 1415억 달러로 축소됐단다. 해외직접투자는 모디 총리 취임 후인 지난해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77% 상승한 295억 달러가 순유입됐지. 해외의 좋은 기업들도 속속 인도에 진출하고 있어. 폭스바겐은 인도를 자동차 생산 허브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2억 4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더군. 에어버스는 인도 아웃소싱을 현재 4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늘리기로 하고 자체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검토 중이더라고. 한때 귀여운 판다의 얼굴에 먹칠을 하며 ‘아마존 짝퉁’, ‘애플 짝퉁’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알리바바와 샤오미는 이제 오히려 본고장 미국을 공략하고 있어. 샤오미는 최근 미국에 온라인몰을 세웠고, 알리바바는 미국 온라인 소매업체 줄릴리를 인수했지. 레노버가 미국 컴퓨터의 자존심이었던 IBM 사업 부문을 인수한 것은 10년 전 일이야. 하지만 판다가 자신만만하게 세계로 뻗어 나가는 데 일말의 불안감이랄까, 위기감이 짙게 배어 있는 게 사실이야. 샤오미가 인도에 공장을 짓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야. 내수시장만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거지. IT 분야 시장조사 기관 IDC에 따르면 올 1·4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 감소했어. ‘마르지 않는 샘에서 땅 짚고 헤엄치던’ 중국 기업들은 이제 또 다른 시장을 찾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게 됐다는 말이지. 정말 충격이야. 판다가 빚을 제대로 갚을 리 없는 개도국을 위해 AIIB를 설립하는 것도 ‘실크로드 제국’의 부활이라는 목표 때문만은 아니야. 살짝 귀띔해 줄게. 점차 꺾이는 성장률을 떠받쳐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야. 떼일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여야 중국 기업이 활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지.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 10.4%를 찍은 이후 계속 주저앉아 이제 ‘바오치’(保七·7% 성장 유지)도 버겁거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6.8%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어. 기분 나쁘지만 2017년엔 6.0%까지 주저앉는다고 했어. 반면에 코끼리는 올해 무려 7.5%로 오른 뒤 2020년까지 7.8%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해. IMF는 올해 코끼리의 성장률이 판다를 앞지를 것으로 예측했지. 판다는 늙어 가고 있어.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15~60세) 감소는 ‘인구 보너스’라는 특유의 성장 방식에 조종을 울리고 있어. 2014년 말 현재 중국의 노동인구는 9억 158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67%를 차지해. 2011년 72%를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이지. 값싼 노동력의 대명사였던 농민공도 더이상 증가하지 않은 채 늙어 가고 있단다. 지난해 말 기준 농민공 수는 2억 7395만명이었지. 5년 전까지만 해도 4%대였던 농민공 증가율은 이제 정체 상태야. 40대 이상 농민공이 절반에 달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농민공 신화’가 꺼져 가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동력은 없다”고 우울하게 전했어. 반면 코끼리의 평균 나이는 24살이야. 젊다는 거고, 젊은 사람이 끊임없이 노동시장에 들어가고 있다는 거야. 젊음이 코끼리의 힘이지. 이런 시장을 보고 달려들었다가는 느려 터진 행정에다 특유의 카스트에 걸려 늪에 빠질 수 있어. 그래도 한 10년 정도만 올해 같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면 코끼리는 현재의 판다 수준으로 자라 있을 거야. 그땐 세상이 우릴 ‘슈퍼 코끼리’라고 부르겠지.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서울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지갑, 올 1분기에 더 닫았다

    지갑, 올 1분기에 더 닫았다

    가계 지갑이 올 1분기에 더 닫혔다. ‘평균 소비성향’이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1분기 기준으로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가 하락으로 지출 규모가 줄어든 데다 불확실한 경기와 고령화 대비 등으로 가계가 씀씀이를 더 줄인 탓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22일 내놓은 ‘2015년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평균 소비성향은 72.3%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포인트 떨어졌다. 100만원을 벌어 72만 3000원을 썼다는 얘기다. 평균 소비성향은 모든 소득분위(1~5분위)에서 감소했다. 특히 소득 하위 20~40%로 서민층인 2분위(-3.1% 포인트)에서 감소폭이 가장 컸다. 평균 소비성향은 처분가능소득 중에서 식료품비와 의료비, 교육비 등으로 쓴 돈의 비율이다. 가계는 늘어난 소득만큼 지출을 늘리지 않았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1만 7000원으로 1년 전보다 2.6% 늘었다. 물가상승을 뺀 실질소득으로는 2.0% 증가했다. 반면 지출은 350만 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에 그쳤다. 돈을 쓰지 않다 보니 가계 흑자액은 분기 사상 처음으로 100만원을 돌파했다. 1분기 가계 흑자액은 101만 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6%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소비지출은 265만 3000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35만 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다. 보건비는 4.0%, 담배는 담뱃값 인상으로 10.3% 늘었다. 반면 통신비는 가격 할인 등으로 8.4%, 교육비는 1.6% 감소했다. 보험료 등 비(非)소비지출은 84만 9000원으로 1.0% 증가했다. 특히 근로소득세처럼 주기적으로 내는 경상조세(7.0%), 사회보험(5.0%), 연금(4.4%) 등의 지출은 크게 늘어난 반면 이자비용(-9.9%)은 금리 인하로 줄었다. 서운주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고령화 여파로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더 커졌다”면서 “다만 유가 하락분을 제외하면 소비 지출이 약간 반등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커버스토리] ‘슈퍼 코끼리’가 온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두 나라 경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도는 구매력기준(PPP) 국내총생산(GDP)에서 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을 일찌감치 제치고 미국, 중국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12억~13억명에 이르는 인구를 바탕으로 나란히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던 두 나라의 ‘경제 성적표’는 올 들어 크게 갈릴 모양새다. 22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올해 인도의 GDP 성장률은 7.5%로 중국의 6.8%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IMF는 중국이 수십년 만에 성장률이 7% 이하로 떨어지는 반면 인도는 2020년까지 8%에 이르는 고성장 신화를 써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인도 성장의 핵심은 모디 총리의 경제 정책인 ‘모디노믹스’에 있다. 이는 인프라 개발 확대를 통한 고성장과 외국인 투자유치를 확대하는 친기업 정책으로 압축된다. 지난해 5월 취임한 모디 총리는 올 2월까지 10개월 동안 295억 달러의 해외투자를 유치했다. 전년 동기보다 77% 늘었다. 또 올해 인프라 개발 예산을 전년보다 25% 증액했다. 여기에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25세 이하 젊은층이 성장 견인차 역할을 한다. 이순철 부산외대 인도학부 교수는 “인도의 젊은층은 영어 소통이 가능한 노동력이자 소비 계층”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중국 경제가 예전 같지 않은 이유는 이미 성장할 만큼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GDP 성장률이 7.4%에 그쳤지만,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8000억 달러에 이른다. 터키와 맞먹는 규모가 새로 만들어진 셈이다. 따라서 이젠 과거와 같은 고성장 신화는 이제 기대할 수 없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한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역시 “성장률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관건은 중국 경제가 ‘새로운 정상 상태’로 연착륙할 수 있느냐다. 중국 정부는 이를 고용증가율 4.0% 달성에 두고 있다. 고용이 곧 복지이며 분배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중국 정부가 이자율과 지급준비율 인하 등 잇따라 경기 부양 조치를 단행한 것도 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리기보다는 고용 불안을 해소하려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제조업을 떠받치는 농민공이 고령화할 뿐 더이상 늘지 않는 데 반해 대졸자는 1년에 800만명씩 쏟아져 나온다. 고학력자는 갈 곳이 없고, 제조업체는 일손을 구하지 못하는 미스매치 상황이 중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부실 채권, 국유기업 부채, 부동산 거품 등도 체질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조충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한국의 중국 수출의존도는 25.4%로 2위 미국(12.5%)의 2배에 이른다”며 “중국 경제가 덜커덩거리는 것은 한국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 “인도와의 무역 비중은 중국의 10분의1도 안 되는 2.2%에 불과하다”며 “급부상하는 인도 시장 개척에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서울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뉴스 플러스] ‘효과 7배’ 통풍 치료 기술 개발

    광주과학기술원(GIST) 권인찬 교수와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공동 연구팀은 요산을 분해해 인체에 무해한 물질로 바꿔 주는 요산분해효소를 오래 지속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기술은 약물 전달 분야 학술지 ‘저널 오브 컨트롤드 릴리스’ 최신호에 실렸다. 국내 특허 출원도 됐다. 인구 고령화와 식습관의 변화로 국내 통풍 환자는 25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며 매년 13%씩 증가하고 있다. 연구진은 사람의 혈액 단백질인 알부민을 요산분해효소와 결합해 기존의 약보다 효과가 7배 이상 오래 지속되는 물질을 개발했다.
  • 국내여행 | 거제백미 巨濟白眉 해금강 마을

    국내여행 | 거제백미 巨濟白眉 해금강 마을

    홀로 선 해금강은 외롭지 않았다. 웅장한 돌섬의 등 뒤에는 어머니의 자궁 같은 해금강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태생적으로 연결된 둘은 오랫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선하게 닮아 있었다. 해금강이 태어난 곳 거제 하면 해금강. 오래된 공식이다. 대한민국 명승 제2호로 1971년에 지정됐다(참고로 명승 제1호는 강원도 명주 청학동 소금강이다). 한려수도의 그 많은 섬 중에서 유독 ‘갈도葛島’라는 작은 섬이 ‘제2의 해금강(북한의 해금강과 비교하여)’으로 불리게 된 이유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연간 수십만명의 관광객들이 거제를 찾아온다. 그러나 해금강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은 변화무쌍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거제 해금강의 속살을 샅샅이 알고 있는 곳은 해금강 마을뿐이라는 것이다. 비밀은 지형에 있다. 해금강 마을은 거제 남부면의 해안선에서 동쪽으로 돌출된 갈곶乫串에 자리잡고 있다. 그 모양이 마치 해금강을 위한 디딤대 같다. 세상의 모든 섬이 육지의 일부였듯, 해금강은 오래전에 해금강 마을의 일부였다. “제가 세상을 많이는 못 다녀 봤지만, 아침나절에 바다 위에 나가서 해금강을 바라보면, 이런 풍경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해금강 마을에서 나고 자라 60여 년을 살아온 해금강 유람선 김재덕 사장의 말은 화려한 수식어 없이도 울림이 컸다. 진심의 힘이다. 해금강 유람선이 처음도 아닌데 그를 따라 배에 오르는 마음이 새삼 두근거렸다. 육지에서는 볼 수 없다던 해금강의 얼굴. 그것이 휴가철이면 여행자로 만선을 이룬 유람선들이 거제 앞바다를 바쁘게 질주하는 이유일 것이다. 예전에는 나룻배를 타고 갔을 만큼 마을 선착장과 해금강은 가까웠다. 배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자바위를 지나 십자동굴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두 개의 큰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해금강의 안쪽에는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십자동굴이 있다. 남쪽 동굴은 길이가 100m나 되어 물이 빠지는 간조 때에는 사람이 걸어서 지나갈 수 있을 정도다. 유람선은 덩치가 커서 입구만을 서성였지만 선장은 약수동굴, 십자동굴 등도 모두 놓치지 않고 노크를 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보통은 십자동굴을 해금강 유람선의 하이라이트라고 이야기하지만 내가 감동한 순간은 좀 달랐다. 오후의 역광 속에서도 신랑신부바위, 병풍바위, 미륵바위, 촛대바위, 거북바위 등은 분명한 실루엣을 자랑했고 수직의 입석들마저 다양한 무늬와 색채로 매력을 발산했다. 해풍과 파도에 견뎌 온 세월 동안 무수한 이야기가 이끼처럼 돌섬을 덮고 있었다. 유람선이 동쪽으로 가장 멀어졌다가 선수를 돌려 해금강을 마주하던 그 순간, 드디어 육지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해금강의 얼굴이 나타났다. 오랜 시간 삭풍에 씻기면서도 섬은 곱게 늙어 있었다. 풍란과 작은 새들에게 어깨를 내어주는 해금강의 넉넉함은 마을 주민들과 닮았다. 완벽한 전망대, 우제봉 해금강 마을을 가장 완벽한 해금강 조망장소라고 말하는 이유는 사실 선착장이 가까워서가 아니다. 우제봉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 올라가면 해금강을 한눈에 담아올 수 있다고 했다. 해금강을 만나는 새로운 방법이었다. 우제봉은 높지도 멀지도 않았다. 해발 107m 정상까지의 거리는 1km 내외로, 천천히 걸어도 20~30분 정도면 정상에 도착한다. 해금강 매표소 옆에서 시작한 오솔길은 금세 빽빽한 자생 동백나무와 소나무 숲길로 변했다. 한여름에도 서늘하게 느껴질 정도로 원시림이 무성한 곳이다. 짧은 경사 구간을 지나면 능선을 따라 나무데크 길이 등장한다. 2012년 2월, 데크가 깔리기 전까지만 해도 우제봉 능선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코스가 아니었다. 마을 어르신들에게는 어린날 땔감을 줍기 위해 오르내리던 곳이었다. 지금의 우제봉은 객지 손님이 찾아오면 마을 주민들이 입을 모아 ‘강추’하는 트레킹 코스다. 조촐히 시작한 트레킹에는 어느새 유람선 사장님 내외분, 펜션 사장님과 그녀의 서울 친구, 두어 달 전에 해금강 마을에 부임한 목사님까지 합세해 있었다. 봄날 오후의 정겨운 산책이다. 유쾌한 사람들의 기운에 힘든 줄도 모르고 계단 위에 올라서니 순식간에 시야가 확 트였다. 그리고 왼쪽으로 낯익은 돌섬이 눈부시게 펼쳐져 있었다. 처음 보는 (듯한) 해금강이었다. 저 섬이 이리도 가까웠던가. 만져질 듯 가까운 해금강을 향해 팔을 뻗으니 손등 위로 따가운 봄볕이 쏟아졌다.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상기된 동백꽃 한 송이가 새파란 하늘, 짙푸른 바다의 경계선 사이로 핏빛 포물선을 그리며 낙화했다. 그 순간 떠오른 감탄사는 ‘완벽하다!’였다. 전망대는 정상 바로 아래에 있다. 정상에는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를 감시할 수 있을 만큼 시야가 좋은 지점이다. 전망대에는 해금강을 액자 속에 담을 수 있는 포토존과 망원경, 벤치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전망대에 가만히 앉아서 시선을 멀리 던지면 외도와 서이말등대, 대·소병대도, 매물도까지 걸려드는 풍경마다 대어고 월척이다. 한려해상의 수많은 섬 중에서 특별히 해금강을 주목한 것은 우리 조상만이 아니었다. 약초섬으로 불릴 만큼 약초가 많았기 때문인지 진시황제의 명령으로 불로초를 찾아 먼 길을 떠났던 서불徐市 일행도 잠시 이곳에 머물렀었다. 실제로 우제봉 정상의 석벽에 ‘서불과차徐市過次’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으나 1959년 사라호 태풍으로 손상되었다고 한다. 글자를 보았다는 아버지들의 증언이 바람을 타고 아들들에게 전해질 뿐이다. 수만, 수천년의 세월이 지나 화강암 돌섬에 동굴이 생기고 글씨는 지워졌지만 해와 달의 약속은 여전하다. 우제봉과 해금강 마을 갯바위 일대는 소문난 일출, 일몰 명소다. 매년 3월 중순~4월 중순과 10월 중순~11월 중순경이면 ‘오메가’라고 불리는 해돋이 광경이 연출된다. 사자바위와 해금강 사이, 수면을 뚫고 올라오는 명품 일출을 보고 싶다면 적기는 1월1일이 아니다. 바로 지금이다. ●interview 해금강 마을기업 김옥덕 대표 팔방미인 동백처럼 해금강 마을기업 “해금강은 그야말로 보물섬이죠. 90년대만 해도 ‘거제 하면 해금강’이었으니까요. 박정희 전 대통령도 서거 전 마지막 가족 여행으로 해금강호텔에 머물렀고, 김영삼 전 대통령도 1983년 오랜 단식 투쟁 이후에 여기에 와서 몸을 회복했습니다. 예전부터 시인, 묵객들이 많이 찾아왔고 해금강 사자바위 일출은 전국 5대 일출에 듭니다.” 산증인이란 이런 분을 두고 하는 말일까. 추억과 자랑을 막힘없이 풀어내는 김옥덕씨는 해금강 마을기업 대표와 이장직을 겸하고 있다. 인구 120명, 65호수의 작은 마을이지만 그의 하루가 바쁘기만 한 이유다. 주민들이 조금씩 출자하여 설립한 해금강 마을기업은 해수부의 ‘어촌 6차 산업화 시범사업’에 지원한 28개 마을 중 최종 선정된 4개 마을에 포함됐다. 2014년에는 안전행정부 마을기업에 선정되는 겹경사를 맞았다. “마을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김대표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칠 수밖에. 어촌으로서의 기능이 줄어들고 고령화로 활기가 줄어든 해금강 마을에는 다시 새바람이 불고 있다. 주민 모두 6개월 동안 어촌특화 역량강화 컨설팅 교육까지 받았다. 6차 산업은 생산1차, 가공2차, 서비스 제공3차을 모두 더한 개념으로 유무형 자원을 융·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설명하면 어렵지만 예를 들면 쉬워진다. 유람선 터미널 1층에는 김, 오징어, 멸치 등을 파는 특산물 매장도 있지만 동백껍질을 이용한 각종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가판대도 있다. 아내 강진순 여사의 아이디어로 동백열매를 싸고 있는 껍질을 이용해 브로치, 머리띠, 목걸이 등의 장식품 제작에 성공한 것. 앞으로 화장품까지 출시할 계획이다. “여수 동백은 나무가 잎이 작고 꽃도 작은 편이지만 거제의 동백은 꽃도 크고 두꺼워요.” 김 대표는 거제 동백에 대한 자랑도 잊지 않았다. 마을에 방치되어 있는 빈집을 개조해서 게스트하우스로 분양한다는 계획도 세운 상태다. 그의 설명을 듣고 나니 ‘힐링을 품고 있는 천혜의 절경, 머물고 싶은 우리 해금강 마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의 뜻이 달리 보인다. 객지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자녀들이 돌아올 수 있는 고향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도 읽혔다. ●fresh seafood 해금강 마을의 감성 식도락 <삼시세끼-어촌편>을 촬영한 외딴섬 만재도쯤은 가야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던 군소를 거제 해금강 마을에서 만났다. 뿐만 아니라 출연자 유해진이 그렇게 잡고 싶어했던 자연산 감성돔의 맛도 볼 수 있었다. 거제 ‘참바다’의 맛이 해금강 마을에 살아 있다. 군소는 이런 맛이구나! 군소는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해산물이다. 군소는 가르쳐 주지 않고 혼자 먹는 맛이라던데, 사실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바다토끼라는 별명이 있는가 하면, 바다의 민달팽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흐물흐물하고 반점 투성이 비호감 비주얼이지만 일단 삶아 놓으면 의외로 쫀득쫀득하게 씹는 맛이 있다. 저온숙성의 비밀, 성게비빕밥 첫술을 뜨는 순간부터 도저히 동작을 멈출 수 없었던 성게비빕밥. 그동안 먹어 온 냉동성게의 맛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한 성게맛의 비결은 다진 멍게를 약간의 양념과 간으로 버무려 저온에서 숙성을 시키는 것이다. 살짝 얼었다가 밥의 온기에 버터처럼 녹아내리는 성게의 풍미는 밥알을 씹을 때마다 되살아난다. 쌀로 만든 진짜 전복죽 죽을 ‘정성 반, 재료 반’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생쌀을 오래도록 저으며 죽을 쑤려면 시간도 힘도 많이 들기에 요즘은 그냥 밥을 사용하는 음식점들도 허다하다. 그러나 해금강 대해횟집에서는 전통방식을 고집한다. 불린 쌀을 끓이기 시작해 죽이 될 때까지 젓고 또 젓는다. 그리고 수조에서 건져낸 신선한 전복을 다져서 넣고 죽이 적당히 퍼질 때까지 또 젓는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안주인의 인사가 송구할 만큼 전복죽은 맛있다. 전복도 쌀알도 존재감이 살아있는 진짜 전복죽이다. 감성돔은 살아 있다! 두툼한 감성돔의 식감은 신기하게도 고기를 연상시켰다. 여전히 아가미를 움직이고 있는 신선한 감성돔은 싯사 20만원에 육박하는 귀하신 몸이기도 하다. 겨울이 제철인 이 녀석을 잡겠다고 밤낮없이 낚시대를 던지는 낚시꾼들이 일대에 수두룩하다. 자연산 감성돔의 남다른 위엄을 느껴 보시라. 해금강도 식후경! 시간이 부족했다. 마을의 모든 식당을 가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공유는 가능하다. 관광횟집식당055-633-1466은 회가 주력이다. 깨끗하게 관리한 수조에서 유영 중인 어종들을 살펴본 후 선택하면 된다. 영양 듬뿍한 성게비빕밥도 이 집에서 먹었다. 천년송횟집055-632-6210은 해물탕이 유명하고, 그래서인지 유명한 사람들도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집이다. 냄비가 넘치도록 담겨 나오는 해물은 그저 황송할 지경. 간을 약하게 해서 신선한 해물맛을 제대로 살렸다. 아침에 부드러운 죽이 당긴다면 대해횟집055-633-7700을 추천. 정성으로 쑨 전복죽은 맛도 그만이었다. 대부분의 식당은 유람선 매표소 주차장 주변에 자리잡고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밖에도 해금강 마을에서는 봄철의 싱그러움을 더하는 도다리 쑥국, 해장국으로 좋은 물메기탕, 고소한 볼락구이, 담백하고 깔끔한 어죽, 청정해역의 자랑인 굴구이를 추천한다. ▶travel info 거제 해금강 마을 Road 찾아가기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개통, 거가대교의 개통으로 몇년 사이 거제로의 접근성이 월등히 개선됐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거제 고현 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고속버스로 4시간 30분이 걸린다. 고현에서 해금강 마을까지는 승용차로 40여 분 정도 소요된다. 거제 고현 시내버스터미널 1688-5003 Boat 해금강 마을의 자부심, 해금강유람선 해금강까지 운항하는 유람선은 여럿이지만 해금강과 가장 가까운 선착장은 해금강 마을에 있다. 선착장에서 해금강이 빤히 바라보인다. 가까운 만큼 해금강을 둘러볼 시간이 상대적으로 넉넉하다. 해금강과 외도 주변을 유람하는 제1코스와 우제봉 인근, 외도 기착까지뿐 아니라 외도, 매물도 코스도 있다. 휴가철에는 매진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인터넷에서 미리 예매를 해두는 것이 좋다. 해금강유람선매표소 경남 거제시 남부면 해금강로 270 제1코스 해금강선착장-해금강-외도부변(선상) 성인 1만3,000원 소요시간 50분 제2코스 해금강선착장-해금강-우제봉-외도 기착 성인 1만6,000원 소요시간 130분 055-633-1352 www.hggtour.net Shop 반짝반짝 빛나는 동백이야기 해금강 마을은 마을기업인 ‘동백이야기’라는 브랜드로 액세서리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동백씨를 담고 있는 씨방의 겉껍질을 말린 다음 다양한 색깔의 매니큐어를 칠해 브로치, 헤어밴드 등으로 재탄생시킨 것. 그 화려함에 있어서는 동백꽃을 능가한다. 유람선 선착장 지하층에 작업장이 있어서 직접 액세서리를 제작해 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동백이야기 haegeumgang.com 055-632-0555 Stay 경치 좋은 파도소리펜션 창문은 창문이 아니었다. 담아낸 경치를 보면 그 자체가 멋진 액자다.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파도소리펜션에서는 진짜 파도소리가 들렸다. 총 6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복층형은 2층 침실공간이 넉넉하다. 경남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37 (비수기, 준성수기 기준) 원룸형 10만~15만원, 복층 원형 13만~17만원. 055-632-8956 www.padosorinet.com Famous 여차-홍포 해안드라이브 길 여차에서 홍포로 이어지는 3.5km의 해안도로는 60여 개의 섬들이 떠 있는 다도해의 수려한 경관과 더불어 알알이 박힌 작은 어촌들을 통과하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다. 여차의 몽돌해변, 홍포의 명사해수욕장 등 다양한 모래사장도 경험할 수 있다. 일출과 낙조의 명소들 남부면 일대에는 일출과 낙소의 명소들이 즐비하지만 시기에 따라 해의 위치가 바뀐다. 예를 들어 홍포 바다의 일몰은 11월 초순부터 2월 초순 사이가 절정이고 우제봉의 ‘오메가’ 일출은 3월과 10월에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신선대 전망대 해금강 마을 초입의 도로변에 조성한 조망 공간으로,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전망대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선대 전망대에서 가장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신선대. 하지만 오른쪽으로 남부면의 작은 어촌부터 왼쪽으로는 먼 바다 위에 떠 있는 대소병대도와 다포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해금강 마을로 들어오는 차량의 행렬이 활기를 더해 준다.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해금강유람선 055-633-1352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인천 지하철 “노인 무임 운송에 한계”

    인천지하철의 노인 무임운송에 따른 손실액이 날로 늘어나 인천교통공사 측이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20일 인천교통공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천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한 65세 이상 노인은 2012년 545만명, 2013년 600만명, 2014년 660만명으로 모두 180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손실액도 2012년 62억원, 2013년 70억원, 2014년 76억원으로 늘어났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65세 이상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미뤄 적자 폭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인 무임운송에 따른 손실비용은 인천지하철의 재정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인천지하철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1600억~1700억원의 적자를 이어 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교통공사는 정부 측에 65세 이상 노인 무임운송에 따른 손실액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인천공항철도와 국철의 경우 노인 무임운송 손실액을 정부가 지원해 주는 반면, 지방자치단체 소속 도시철도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노인 무임운송은 노인복지법에 근거한 국가 차원의 정책이지만 정부의 지원이 전혀 없어 적자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지방재정 여건상 정부 지원 없이 무임운송을 지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열린세상] 공적개발원조는 의료한류 발전의 지렛대/김용환 서울대 초빙교수·전 문화관광부 차관

    [열린세상] 공적개발원조는 의료한류 발전의 지렛대/김용환 서울대 초빙교수·전 문화관광부 차관

    ‘한류’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한국 드라마, 케이팝이지만 한류의 원조는 태권도와 의료다. 1960년대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도 우리 선배들은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지금의 공적개발원조(ODA)에 해당하는 정부 파견 의사들을 세계 도처에 보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환자 유치와 해외병원 진출을 통해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2조 1000억원, 일자리는 3만 8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먹거리가 없었던 궁핍 시절에도 미래세대의 먹거리를 위해 한류의 씨앗을 뿌리고 가꾼 선배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당장의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무상급식 등을 두고 좌충우돌하는 요즘 정치 세태와는 천양지차(天壤之差)다. 5월 초 서울대 의과대학 주관으로 의료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다. 카자흐스탄은 실크로드 중앙에 있는 인구 1800만명의 자원부국으로 1937년에 강제 이주된 한민족 후손 12만명이 당당히 생활하는 뜻깊은 곳이다. 2013년에만 3000여명이 한국에 의료관광을 왔다. 지난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100%가 넘는 의료 한류의 중심이다. 우리 일행은 협의과정에서 한국 의료에 대한 현지의 신뢰와 후의를 실감했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의료 한류가 되기 위해서는 무언가 2%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1970~80년대 중동 건설 붐 당시 현지에 진출한 많은 건설사들이 출혈경쟁으로 실리(實利)를 잃었던 경험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든다.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과당경쟁으로 높은 중개수수료와 덤핑 환자 유치가 우려된다. 의료 사고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업무가 분산돼 컨트롤타워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집행·진흥 기관들마저도 소규모로 분산돼 있다 보니 현장에서의 정책 협조 및 추진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의료 한류도 진화가 필요하다. 의료 시스템 수출을 통한 수익창출은 환자 유치보다 5배 이상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환자 유치 단계를 넘어 병원건설, 병원운영, 의료기술, 의료장비, 의료 정보기술(IT), 의약품, 의료인력 양성 등을 패키지화하는 현지 진출을 적극 지원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해외 진출은 기대 성과를 쉽게 도출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현지 의료체계, 의료시장, 의료제도, 의료인력, 문화 등 모든 것이 현지 특성에 맞는 개별화가 필요하다. 장기적 안목을 갖고 꾸준히 신뢰를 쌓아야만 한다. 한국의 의료 수준이 높다고 자신해도 세계적인 브랜드 네임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순수 민간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추진이 쉽지 않다. 베트남, 미얀마, 중앙아시아,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우리의 ODA와 의료 한류를 전략적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올해 ODA는 2조 3682억원으로 지난 5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800개가 넘는 프로젝트에 재원이 분산돼 있고 의료부문의 비중이 낮아 의료 한류 추진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 일본의 ODA 물량 공세를 감안하면 의료부문에 대한 ODA 비중 확대와 함께 우리나라의 비교우위 부분에 대한 집중 투자가 절실하다. 우리의 강점인 인적자원을 매개로 한 패키지화가 중요하다. 의료기관 건립 시에는 일정 기간 반드시 운영하고 현지 의료·관리 인력을 양성해 의료시설의 활용도를 높임과 동시에 한국과의 연결 고리를 유지시켜야 한다. 대단위 프로젝트는 유무상 원조를 연계해 국산 구매에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집단 진출해 있는 지역은 현지 근로자 및 가족들을 위한 의료시설을 건립하고 운영비는 현지 기업, 현지 정부, 한국 정부가 분담하는 윈·윈 모델을 강구해 봄직하다. 세계 각국은 고령화, 의료기술 발달, 소득 증가로 급증이 예상되는 글로벌 의료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쟁 중이다. 우리나라는 높은 의료기술, 저렴한 의료수가, 세계 최고의 IT 등 의료·바이오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동안 화학공학, 기계공학, 전자공학 등이 한국 경제를 먹여 살렸다면 앞으로는 의료 한류로 대표되는 의학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먹거리의 기반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 [주민들에게 활짝 열리는 경로당] “손자와 영화를”… 복지 허브로 변신

    [주민들에게 활짝 열리는 경로당] “손자와 영화를”… 복지 허브로 변신

    “아이고~ 저 어린 것을 불쌍해서 어떻게 해….”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3동 경로당에서 한국 영화 ‘7번 방의 선물’을 보던 김복례 할머니는 연방 눈물을 훔치며 영화 속으로 빠져들었다. 김 할머니는 “경로당에 담배 연기가 사라지고 손자들과 영화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라고 말했다. 담배 연기와 고스톱으로 대변되던 경로당이 영화관뿐 아니라 웃음 강의, 장수 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지는 노인 복지 허브로 변했다. 동대문구는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경로당 5대 변신 프로젝트’를 추진, 모든 어르신이 행복한 동대문구 만들기에 나선다고 19일 밝혔다. 누구나 갈 수 있고, 누구나 가고 싶은 경로당을 목표로 ▲지역사회와 결연사업의 대변신(경로당 결연 활성화) ▲공유공간으로 대변신(유휴공간 활용) ▲투명하고 깨끗한 경로당으로 대변신(운영비 투명 공개) ▲문화 프로그램 확대(유익하고 재미 있는 경로당으로 대변신) ▲교육 프로그램 신설(배우고 때로 익히는 경로당으로 대변신) 등을 목표로 정했다. 이는 동대문 지역 65세 이상 홀몸 어르신 인구가 5만여명에 달할 뿐 아니라 서울도 2018년 고령화사회, 2026년에는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구는 먼저 경로당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부터 지역사회와 자매결연에 나섰다. 현재 지역 128개의 경로당이 지역 종교단체 등 406개 단체와 자매결연을 했다. 특히 민간단체의 경로당 지원행사도 2012년 1124건에서 지난해 2599건으로 230%까지 늘었다. 또 경로당을 어르신뿐 아니라 지역 주민 모두가 찾는 사랑방으로 변화시켰다. 지난달부터 청량리정보고등학교 봉사단의 재능기부로 작은 영화관을 운영 중이다. 주말에 비어 있는 경로당의 시설이나 공간을 지역 주민의 회의나 모임 공간 등으로 개방했다. 경로당 옥상을 텃밭으로 가꿔, 어르신의 소일거리는 물론 지역 어린이들의 자연 체험학습장으로 변신시켰다. 건강백세 운동교실과 안마교실, 치매인지 프로그램, 노래교실, 스마트폰 활용교실 등 다양한 문화, 교양 프로그램도 연중 운영 중이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경로당 문턱을 낮추고 마을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경로당 5대 변신 프로젝트가 어르신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어르신과 지역사회 모두가 행복한 동대문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국민연금 해법을 묻다] (5·끝) 미래에 투자하라

    [국민연금 해법을 묻다] (5·끝) 미래에 투자하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론을 반박하고자 정부가 ‘세대 간 도적질’, ‘재앙 수준의 보험료’ 등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젊은 세대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게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부모세대는 졸지에 자식의 등골을 빼먹는 ‘등골브레이커’로 치부됐다. 세대 간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국민연금은 사실 사회적으로 자식 세대가 부모 세대를 부양하는 세대 간 연대에 기반을 두고 있다. 소득대체율을 올리지 않으면 당장 부담해야 할 보험료는 적겠지만, 노후 소득에서 공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져 자식세대는 사적 부양의 이중 부담을 져야 한다. 이는 지금의 2030세대가 연금 수령 나이가 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8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세대 간 도적질’ 발언에 대한 반박 자료를 통해 “미래세대인 자식세대는 부모세대가 국민연금의 혜택을 더 받을수록 상대적으로 생활비 부담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불공평하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적연금이 ‘세대 간 도적질’이 아닌 ‘세대 간 연대’라는 점에는 젊은 세대도 공감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복지에 대한 세대 간 인식차이 조사(2013년)’를 보면 ‘노년층의 복지혜택을 인정한다’라는 응답이 50대 이상(63.8%)보다 20대(70.6%)·30대(74.9%)·40대(72.7%)에서 높게 나타났다. 다만 세대 간 연대도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 4월 청년 실업률은 10.2%로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김가윤(24·여)씨는 “청년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인세대 부양은 무리”라며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젊은이들이 노인세대를 부양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 보고서를 작성한 장후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며 발생하는 복지재정, 특히 국민연금 재정 고갈에 대한 우려가 청년 실업 확대와 맞물리면서 세대 간 갈등 요소로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금 곳간을 채우려면 우선 청년의 빈 지갑부터 채우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해 출산율을 높여야 하지만 미래세대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상대적으로 인색한 편이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1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작성한 ‘OECD 국가와 한국의 아동가족복지지출 비교(2013)’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아동복지예산은 GDP 대비 0.8%로 OECD평균(2.3%)의 3분의 1 수준이다. 장차 노인을 부양해야 할 미래세대와 현재 청년에 대한 투자가 미약한데도, 당장 청년들은 2035년에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며, 2060년에는 1명이 노인 1명에 대한 부양 부담을 져야 한다. 그야말로 등골이 휘게 생겼다. 일부 연금 전문가들은 500조원 규모의 국민연금 기금을 보육 등 복지 부분에 제한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2000년까지만 해도 연금기금을 공공부문에 56.8%, 복지에 1.2%, 금융에 42.0% 투자했지만, 국민이 보험료로 낸 돈을 정부가 ‘쌈짓돈’처럼 쓴다는 지적이 있어 2001년부터 공공자금 관리기금의 의무예탁 제도를 폐지하고 전액 수익률을 늘리기 위한 금융투자로 전환했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국민연금을 고위험 해외시장에 투자할 게 아니라 미래세대에 투자해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고 결혼을 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투자 방식과 관련해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보육시설 관리를 위한 특별채권을 국가가 발행하고 이를 국민연금 기금이 사는 방식으로 기금을 보육에 투자하면 투명성도 보장되고 일정한 수익률도 얻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은 “복지 분야에 투자하면 아무래도 금융 시장만큼 수익률은 나오지 않지만, 저출산 문제가 해소되면 기금 고갈 문제도 해소되니 미래 인적 자원을 늘린다는 점에서 사실상 최고의 수익을 얻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서울 원다연 인턴기자 panda@seoul.co.kr
  • 만성신부전증 환자 年 13.6%씩 급증

    신장 기능이 손상된 만성신부전증 환자가 최근 5년간 연평균 13.6%씩 급증하고 있다. 특히 남성 환자는 연평균 14.5%씩 늘고 있으며 80세 이상 고령층 남성 환자 비율이 월등히 높아 같은 연령대 여성 환자보다 2.6배 많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7일 2009~2013년 건강보험진료비 지급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만성신부전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2009년 9만 596명에서 2013년 15만 850명으로 1.7배 늘었다. 남성은 2009년 5만 3619명에서 2013년 9만 2080명으로 연평균 14.5% 증가했고 여성은 같은 기간 연평균 12.3% 늘었다. 80세 이상은 연평균 17.9%씩 증가했다. 강이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전체 인구의 고령화 및 이로 인한 고혈압, 당뇨 등 만성신부전 유발 질환자의 빈도가 급속도로 상승하는 것이 만성신부전증 환자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며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만성신부전의 주요 유발 질환인 당뇨나 고혈압의 유병률이 늘고, 노화 과정에서 신장 기능도 떨어져 65세 이상 고령층 만성신부전 환자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성신부전은 주로 당뇨, 고혈압 때문에 생긴다. 따라서 고혈압, 당뇨가 있는 환자는 원인 질환을 먼저 치료하고 음식은 되도록 싱겁게 먹어야 한다. 또 신장 기능 손상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기 전까지는 환자가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해 발견이 늦어질 수 있으므로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는 환자는 주기적으로 혈액·소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신부전이 악화되면 빈혈, 전해질 이상, 대사성 산증, 혈액 응고 장애, 혈압 상승, 심혈관 질환, 대사성 골 질환과 같은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국민연금 해법을 묻다] 노인빈곤 대처하려면

    [국민연금 해법을 묻다] 노인빈곤 대처하려면

    #김명국(80·가명)씨는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좁은 고시원 방에서 홀로 살고 있다. 김씨가 생계를 이어가는 수단은 매달 나오는 기초연금 20만원과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받는 20만원이 전부다. 김씨는 “고시원 방값 25만원을 내고 나면 15만원 정도로 한 달을 살아야 한다”면서도 “그나마 나는 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있어서 다른 사람에 비해 형편이 나은 편”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김씨가 한창 일하던 시기에는 국민연금이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씨는 “그런 게(국민연금) 있었다면 가입했을텐데…”라면서 “나라 경제기반을 닦는데 나름 기여했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이제 푼돈으로 살아가야 하는 처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2014년 말 기준으로 수급자가 353만명이다. 전체 65세 이상 인구(652만명) 대비 34.8%인 226만명이 연금을 받고 있지만, 나머지 65.2%는 연금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일정한 노후 소득 보장으로 노인빈곤을 막는 취지로 도입된 국민연금이 공적연금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가 2013년 분석한 장기재정추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대비 연금 수급자 비율은 2020년 41.0%로 추정되고, 2030년이 돼야 절반(50.2%)을 넘어선다. 앞으로 15년이 지나야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 정도가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연금 수급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이 절반 이상인 데다 높은 노인빈곤율로 인해 마냥 수급자 비중이 늘어나기만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8.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2.4%)보다 3배 이상 높다. 가난한 노인이 줄어들지 않는 데다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인해 앞으로 노인 부양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생산가능인구(15~64세) 5.8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지만, 2020년에는 4.5명이 노인 1명을, 2040년에는 1.7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앞으로 15~64세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셈이다. 하지만 근로소득이나 연금 등 노인 스스로가 노후생활을 담보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 2014년 기준으로 55~79세 가운데 각종 연금을 수령한 사람은 전체의 45.7%에 불과했다. 이들의 월평균 수령액은 42만원으로, 1인가구 최저생계비(61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복지혜택을 받아야 할 노인이 늘어나면서 국가와 정부의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2014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노인 생계는 ‘가족과 정부·사회’가 함께 돌봐야 한다는 국민이 전체의 47.3%로 ‘가족이 돌봐야 한다’(31.7%)는 응답보다 많았다. 세금을 노인 복지에 써달라는 요구가 큰 만큼 정부는 노인일자리 사업과 기초연금 등 노인빈곤 해결 및 정년연장, 퇴직연금 의무화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월 20만원인 기초연금액은 빈곤층 노인이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인 데다 여전히 사각지대도 넓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가 추진 중인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 의무화 등은 중산층 이상의 노후대비가 가능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된다. 때문에 당장의 연금 수급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당장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 20만원을 현재보다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이 아예 없는 노인이 26% 정도지만, 중산층 이상인 경우도 있다”며 “기초연금 인상액을 높이더라도 노인의 소득수준별로 차등적으로 지급해야 정책효과가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공적 연금의 성격에 걸맞은 기능을 하고, 미래에 닥칠 노인 빈곤을 방지하는 버팀목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소득대체율을 현재보다 올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녀교육비나 전세자금 대출이자 등으로 생활이 퍽퍽한 서민들이 다른 노후준비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2014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주된 노후 준비 방법은 ‘국민연금‘이 37.2%로 가장 많았고, 예금·적금·저축성보험(23.7%), 부동산 운용(13.9%) 등의 순이었다. 송현주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이 2014년 연금 가입자와 비가입자의 소득원을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 비가입자는 기초연금(40.8%)이, 가입자는 국민연금 수급액(37.9%)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대다수의 국민이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하고 있고, 실제 수급자의 사례를 봐도 연금 수급액이 주요 소득원인 셈이다. 이권능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함께 강화되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기초연금을 인상했다가 국민연금 수급율이 높아지는 시점에는 다시 기초연금을 줄이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원다연 인턴기자 panda@seoul.co.kr
  • 부모 42% “자식에게 집 안 물려준다”

    부모 42% “자식에게 집 안 물려준다”

    부모 10명 중 4명이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재정적 불안이 겹친 결과다. 반면 자녀의 주거 문제는 점점 힘들어진다는 의미도 된다. 고령화 사회가 부모와 자식 모두에게 그늘을 드리우는 셈이다. 15일 서울연구원의 논문 ‘서울 중고령가구의 주택자산 이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서울 3억원 이상의 주택을 소유하고 자녀가 1명 이상 있는 55세 이상 가구주 236명 중에 42.4%(100명)가 집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주택금융공사가 수도권 노년층 600명에게 같은 조사를 한 결과인 34%보다 높은 수치다. 서울의 고가주택 소유자가 주택 상속에 더 소극적인 셈이다. 주택 상속이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노후 불안이 꼽힌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보유한 주택을 필요시 처분하겠다는 응답은 전체의 70.9%(158명)였다. 이 돈으로 자식을 지원하겠다는 이는 78명으로 본인의 노후를 위해 쓰겠다는 사람(80명)보다 적었다.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50%에 못 미치고 재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에 묶어 놓은 베이비부머에게 주택이 곧 노후 자금인 셈이다. 고진수 광운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조교수는 “10명 중 7명이 부동산을 처분할 계획이라는 점에서 고령가구 증가로 주택시장의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을 물려주는 이유도 변했다. 자녀의 왕래 빈도나 친밀도, 심적 의지 정도, 문제 상황에 대한 공유 정도 등은 주택의 자녀 상속 여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못 미쳤다. 자녀의 수, 부모로부터의 상속 경험 등도 의미가 없었다. 자녀가 경제적으로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거나 자신의 소득이 많을 경우, 주택 외에 다른 부동산을 보유했을 때 자녀 상속 확률이 커졌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부교수는 “베이비부머는 주택이라는 노후 수단이라도 있지만 주택 상속이 줄어들면서 청년 주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면서 “정부는 하우스푸어보다 청년 주택 문제에 정책의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시론] 대통령의 한숨과 노후소득 보장/제갈현숙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시론] 대통령의 한숨과 노후소득 보장/제갈현숙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인상과 관련해 ‘빚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외면하면서 국민한테 세금을 걷으려고 하면 너무나 염치없는 일’이라며 한숨까지 몰아쉬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한심스러운 일’로 인식한 것이다. 노인빈곤율과 자살률 1위인 대한민국의 현실과 국민연금의 낮은 보장성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이런 인식이 매우 아쉽다. 지금까지 정부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70%(1988년)에서 2028년 기준 40%까지 축소시켰다. 예를 들어 월소득 평균이 100만원인 시민이 40년간 국민연금 보험료를 9만원씩 내면 65세부터 40만원의 국민연금 급여를 사망할 때까지 매월 받게 된다. 그러나 우리 노동시장 현실을 고려할 때 안정적으로 40년간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는 직종은 거의 존재하지 않고, 많아야 평균 20년 조금 넘는 기간 국민연금 보험료를 낼 수 있는 정도다. 그러므로 국민연금의 실질보장성은 40%가 아닌 20% 초반 수준으로, 40만원이 아닌 20만원 조금 넘는 국민연금 급여를 받게 되고, 이처럼 낮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로는 노후 빈곤을 예방할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국민연금 개혁 과정에서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보다 연금기금 재정안정화를 최우선 정책 목표로 설정해 왔다. 그 결과 국민연금은 세계 공적연금 중 가장 큰 기금 규모를 뽐내게 됐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급여 지출 규모는 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8%보다 상당히 낮다. 즉 국민연금 보험료로 적립되고 있는 기금의 규모는 가장 높지만 실제 국민들의 노후를 위해 지출되고 있는 비용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물론 현재는 국민연금 수급자의 비율이 낮아 지출 비용도 적다. 국민연금 급여보장성이 축소됐기 때문에 2050년이 돼도 GDP 대비 국민연금 지출 규모는 OECD 평균에 도달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향후 국민연금 가입자의 고령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늘 수밖에 없는 지출 규모만을 내세워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를 위한 최초의 여야 합의를 부정하고 있다. 우리 사회 노후소득 보장의 현실을 직시한다면 한숨을 쉬어야 할 사람은 대통령이 아닌 국민이다. 2010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평균 수명은 남자 77.6세, 여자 84.4세이고, 향후 기대여명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50세 전후로 노동시장에서 퇴출된다. 정년까지 보장받는 일터는 매우 제한적이고, 더욱이 2015년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을 고려할 때 기업은 더 자유롭게 노동자들을 해고하거나 효율을 내세워 고용 지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수명은 길어지고 있지만 고용 안정성은 더욱 악화돼 노동시장에서 퇴출된 이후 적어도 20년에서 30년 이상의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소득 수준을 고려할 때 퇴직 이전 노후소득을 준비할 수 있는 임금 생활자는 매우 제한적이다. OECD의 ‘2015 임금 과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구매력 평가 기준을 적용한 1인 가구 기준의 한국 노동자 평균 임금은 4만 6664달러(약 4400만원)였다. 이 정도 임금 수준으로 최소한 20년의 노후를 준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주거비와 교육비가 가구소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적 특성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생각대로 증세를 회피하기 위해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을 확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뻔히 예상되는 노후 빈곤에 모두가 손놓고 있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연금의 보장성이 강화돼야 할 이유는 공적연금에 의지하지 않아도 노후 소득을 준비할 수 있는 일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다.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낮은 임금으로 노후 소득을 준비하기 어려운 대다수 국민을 위해서, 향후 대한민국이 현재와 같이 노인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빈곤층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국가적 대응이기 때문이다. 재정 중심의 사고 틀에서 벗어나 사회의 지속성이라는 관점에서 고용 안정과 실질임금 인상을 기반에 둔 국민연금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당·정·청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불신의 3대 연금’… 마지막 노후 안전망까지 흔들

    ‘불신의 3대 연금’… 마지막 노후 안전망까지 흔들

    ‘불신의 연금’이 ‘불안한 노후’를 만들고 있다. 노후 보장을 위한 은퇴 대비 ‘3단 방어벽’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지급액이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개인연금’은 보험 민원만 연간 1000여건이다. ‘퇴직연금’은 1년 미만 저리형 단기상품 위주인 데다 수익률도 미미하다.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가입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 상향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으로 혼란스럽다. 전문가들은 “(매달 쪼개 받는) 연금 대신 (한번에 목돈으로 받는) 일시금 선택 비율이 95%가 넘는 등 연금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만큼 지급 방식을 다양화해 실질적으로 연금이 운용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2일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개인연금보험 관련 민원접수 현황’(생명보험사 14곳, 손해보험사 8곳)을 보면 2012년 1501건, 2013년 1321건, 2014년 1240건으로 연간 민원이 1000건을 훌쩍 넘는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노년층의 상실감은 더 크다. “노후 걱정 말라”는 설계사의 권유에 1998년 8월 S사의 실버그린보험에 가입한 A씨는 최근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없는 형편에 10년간 매월 10만원씩 120회나 부었는데 기대했던 금액의 3분의1에 불과한 연금이 나왔다. “처음과 말이 다르지 않냐”며 금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지만 ‘구제’ 방법은 없었다. ‘정기예금이율이 변동될 경우 연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고 약관에 명시돼 있어서다. 가입 시점보다 예금 이자가 크게 떨어져 연금액도 쪼그라든 것이다. 김재현 상명대 리스크관리·보험학과 교수는 “1990년대 개인연금 저축보험이 도입될 때 노후 보장을 위한 설계가 약하고 수익률 공시 등 관리가 부족했던 문제가 최근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금융 당국의 관리 감독과 수익률 향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퇴직연금도 못 미덥기는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은행이 연 2.4%, 생명보험 2.82%, 손해보험 2.95%, 증권이 3.01%로 저조하다.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영세사업장도 수두룩하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근로자퇴직연금 보장법’까지 만들었지만 몇 달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장은 “퇴직연금 대부분이 1년 미만의 저리형 단기 상품 위주로 운용돼 장기 운용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인 것도 큰 문제”라면서 “장기 상품을 운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세대별 성향을 담은 포트폴리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행 퇴직연금 상품은 원리금 보장을 중시하는 탓에 분기별 운용 수익이 1%에도 못 미치는 등 연금 가입 유인 효과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노후 소득 보장제인 국민연금도 길을 잃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소득대체율 45%를 권장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실질 대체율은 20% 안팎에 불과하다. 이를 50%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놓고 정치권과 청와대가 연일 싸움 중이다. 실효성 있는 3층 연금제도를 정착시키려면 운용 시스템을 정비하고 저소득층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을 어떻게 연금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저소득층을 위해 정부가 보험료를 보조해 주고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등의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동대문 ‘패션+봉제’ 길드형 육성

    동대문 ‘패션+봉제’ 길드형 육성

    서울 동대문에 장인에게 실무를 배워 신진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공방형 창조 셀(cell)’이 문을 연다. 패션과 봉제, 산업과 기술학교를 연계한 실무형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서울디자인재단은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동대문 패션 활성화 등 ‘3대 중점사업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동대문 인근 패션과 봉제를 길드형 동업형태로 동반 육성한다는 게 핵심 골자다. 길드(guild)는 중세 유럽 상공업자의 동업자조합을 뜻한다. 재단은 자재조달부터 생산까지 전 단계를 갖춘 동대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동대문을 중국시장과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에 맞설 수 있는 세계적 패션블록으로 키운다는 것이다. 재단은 우선 오는 2017년 패션비즈니스팩토리(FBF)를 설립하고 지역과 대학, 학원, 산업계를 연계한 실무형 우수 패션 전문인력을 양성할 예정이다. 지속적으로 패션 트렌드를 연구·교육하고 디자인이 패션산업 현장으로 연계되도록 한다. 봉제 장인이 지휘하고 신진 교육생들이 배우는 공방형 창조 셀은 2018년부터 운영한다. 생산·제조분야의 젊은 층 유입 단절과 인력 고령화를 극복하고 젊은 장인들을 발굴한다는 목표다. 재단은 또 서울의 3대 교통수단 ‘TBS’(Taxi, Bus, Subway)의 디자인 환경을 통합 표준화하는 작업을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예컨대 장애인, 고령자 등 교통약자를 배려하고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운전자와 승객안전까지 고려하는 디자인을 개발·적용한다. 아울러 시민 안전과 편의를 위한 생활밀접형 서비스 디자인을 확대한다. 올해는 서울시,구청과 함께 74개 주민센터 공간 재설계 디자인을 추진한다. 1곳을 대상으로 시범 디자인한 후 나머지 73개 동 주민센터에 가이드라인으로 공유해 상황에 맞게 적용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설관리공단과 협력해 자동차전용도로 위해요소와 진·출입로 개선 디자인도 진행한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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