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선생님들 싸우지 마세요
교장선생님의 자살 사건으로 촉발된 교장단과 전교조 교사들간의 불화와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교장들은 전교조를 ‘반인륜적·반교육적·반국가적 행동을 하는 단체’로 규정하고,이 기회에 이들을 교단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다음달 11일 시청 앞에 모여 대규모 결의대회를 가진다고 한다.전교조 교사들은 교직사회의 갈등은 원천적으로 권위주의적이고,비민주적인 교장들 때문에 발생하게 되었으며,이 기회에 아예 교장선임 방법을 바꾸자고 주장한다.학부형들은 전교조가 걸핏하면 머리띠 두르고 길거리로 뛰쳐나오는 것도 신물이 나는데,교단의 어른이신 교장선생님마저 이러시면 어쩌냐고 애가 타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두 집단간의 반목과 갈등은 해묵은 것이다.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전교조를 결성하자 정부는 불법단체로 간주하여 이들을 교단에서 축출하였다.교장들에게 그 악역을 맡겼다.그 후 국민의 정부는 노사정 협의 때 협상타결을 위해 전교조를 어물쩍 합법화시켜 주었다.더 나아가전교조를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자로 치켜세웠다.국가 정책에 대해서 사사건건 물고 늘어져도 내버려둔 채 끌려 다니기만 하였다.전교조는 교육청뿐만 아니라 단위 학교에서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였다.인사,행정,교육 등 교육감과 교장이 하는 일에 관여하고,시비를 걸었다.교장들은 자신들이 잘못한 일도 많기는 했겠지만,그저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그러다가 서 교장의 죽음을 계기로 한꺼번에 분노가 폭발하게 된 것이다.
어떤 방법이 있겠는가? 누군가가 나서서 두 집단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해법을 찾아보는 것이다.교육부총리가 나서서 이러한 시도를 해보고 있지만,아무래도 역부족인 것 같다.지난번 검사와의 토론 같이 부총리를 앞에 앉혀 두고,대통령이 직접 나서 교장과 전교조 교사들을 한데 불러모아 토론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도 잘 될 것 같지 않다.
황희 정승 같은 사람이 나서서 “네말도 옳다,그래 또한 네말도 옳다.”라고 하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싸움판은 더욱 커질 것이다.그러나 서로 으르렁대지만 말고 이 기회에 누구코피가 터지든지 한번 결판을 내보라고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기는 하다.실컷 싸우고 나면 속이 시원하게 되고,그러다가 제풀에 지쳐 서로 싸우지 않게 될 가능성도 있으니까.
그러나 문제는 선생님들끼리 싸우도록 내버려두면 그 피해가 애꿎은 우리의 아이들에게 오게 된다는 데에 있다.고래싸움에 불쌍한 새우등만 터지게 된다.그래서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아이들이 보고 있으니 창피한 줄 알고 서로 싸우지 말라고 권하는 수밖에 없다.꼭 싸워야 한다면 어른답게 그리고 교육자답게 법과 제도를 준수하면서 싸우라고 권하고 싶다.
사실 선생님들 보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 건방진 이야기지만,너무 선생님들답지 않게 싸우니까 하는 이야기다.아무리 생각해도 정부가 나서는 것 이외는 대안이 없다.이제부터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우선은 지난번에 어물쩍 처리한 교원노조법 등을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
나아가 기존의 교원분쟁관련 위원회 등을 올바르게 정비하고 필요하면 새로운 기구와 조직을 설립하여 제도적인 절차와 방법을 통하여 분쟁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면서 법과 제도의 범위를 벗어나 힘으로써 해결하려고 하면 다시는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제재해야 한다.학교에서만이라도 법과 제도가 제대로 지켜졌으면 좋겠다.지나친 욕심인가?
정 진 곤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