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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신성공산 그룹들] (2)두산

    [변신성공산 그룹들] (2)두산

    재계 인사들은 “우리나라에서 두산만큼 짧은 시간에 화끈하게 변신한 그룹도 없다.”고 말한다. 그랬다. 두산은 포목상으로 출발해 술 회사를 거쳐 중후장대(重厚長大)한 산업재 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기존에 있던 사업을 키워서가 아니라 새로운 회사를 사들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여기에 걸린 시간은 고작 10년. 모험이 쉽지 않은 기업 나이(110년)를 고려하면 더욱 드라마틱하다. 자산을 투입해 올린 수익률(ROIC)은 10년 전 적자(-0.4%)에서 올 연말 14%를 내다보고 있으니 체증도 없다. 1896년 서울 종로4가 배오개에서 포목업으로 출발한 두산그룹이 ‘100년의 자존심’을 버리고 변신을 모색하게 된 계기는 1990년대 중반의 맥주 전쟁이었다.93년 지하 암반수에서 끌어올린 하이트맥주가 출시되면서 두산 OB맥주의 아성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신제품을 내놓고 맞섰지만 번번이 시장에서 밀렸다. 위기의식이 급속히 퍼졌다. 급기야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에 96년 ‘종합검진’을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결과는 냉혹했다.“체질(주력사업)을 바꾸지 않으면 오래 못 산다.”는 시한부 선언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간판기업을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내부의 반대의견도 있었다. 번뇌 끝에 박용성 당시 그룹 부회장은 “바꾸자.”고 결단을 내렸다. 이른바 ‘걸레론’(‘내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라며 부실기업이 아닌 우량기업 매각)으로 유명한 두산의 구조조정 서곡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96년 12월 OB맥주 서울 영등포공장 매각을 신호탄으로 음료사업, 케이블TV 영업권, 두산씨그램(양주사업)을 잇따라 팔았다.99년 카스를 인수하면서 맥주사업 재기를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미련을 버리고 2001년 OB맥주 지분(5600억원어치)을 벨기에 인터브루(현 인베브)사에 매각했다. 지난달에는 ‘종가집’ 브랜드로 유명한 식품사업을 대상그룹에 과감히 넘겼다. 두산측은 부인하지만 알짜배기 소주사업 매각 가능성도 열려 있다. ●“새 피를 수혈하라”…M&A 본격화 이렇게 해서 두산은 총 3조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이제는 새 기업을 사들일 순서였다.2000년 12월 자산 3조 6000억원짜리 대형 공기업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치열한 경합 끝에 인수했다. 당시 한국중공업은 매출액만 2조 4000억원으로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두산보다 많았다. 체질 변화를 조언한 매킨지조차 “덩치가 너무 크다.”며 만류했을 정도였다. 새우가 고래를 삼킨 셈이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2003년 3364억원짜리 고려산업개발(현 두산산업개발)과 2005년 1조 8973억원짜리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잇따라 삼켰다. 올 들어서는 중장비 할부금융을 위해 금융회사 연합캐피탈(760억원)과 보일러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일본 미쓰이밥콕(1600억원)을 인수했다. 인수·합병(M&A)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현대건설과 대우조선해양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변신에 성공한 결과 그룹의 산업재와 소비재 비중은 1995년 3대7에서 10년새 8대2로 완전히 역전됐다. 해외사업 비중도 50%를 넘어 내수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옮겨갔다. ●체질 변화 성적표 우선 투하자산 수익률이 95년 적자에서 지난해 9%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14%가 예상된다. 영업이익도 96년 1653억원에서 지난해 6702억원으로 4배 이상 불었다. 창사 이래 올해 처음으로 1조원 돌파가 확실시 된다. 올해 매출액도 사상 최대치인 13조 6000여억원(9월말 현재 9조 3000억원)이나 될 전망이다. 두산그룹은 그 비결을 인재 경영에서 찾는다. 이른바 ‘2G전략’이다. 사람의 성장(Growth of People)을 통해 사업의 성장(Growth of Business)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군사용 돌고래 눈에 비친 ‘전쟁’

    파치노, 타코마. 주인공 이름으로만 봐선 영락없이 번역소설 같은데 짜임새 탄탄한 국산동화, 그것도 소설가가 공들여 지은 책이 나와 반갑다. 문학동네에서 펴낸 ‘돌고래 파치노’는 소설집 ‘실상사’ 등을 발표한 작가 정도상이 어린이들을 위해 작정하고 내놓은 장편 창작동화이다.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2003년 3월 말 타임스 인터넷판에 실린 ‘미군 기뢰 수색 돌고래 1마리 실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작가는 이야기를 착안했다.“바다속 기뢰 수색에 동원된 미군 돌고래가 어디로 사라졌을지 무척 궁금했다.”는 작가이고 보면 책은 꼬박 3년을 정성들여온 열매인 셈이다. 훈련교관의 신호에 따라 목표물을 척척 잘도 찾아내는 돌고래 타코마는 자타가 인정하는 우등생이다. 더욱 노력해서 아버지처럼 공중제비를 두번 돌 수 있는 돌고래가 되는 게 꿈이다. 하지만 친구 파치노는 실수투성이의 열등생.“훌륭한 돌고래란 인간의 명령을 빨리 수행하고,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는 돌고래야. 내가 공중제비를 두번 돌겠다는 꿈을 가졌던 것도 바로 훌륭한 돌고래가 되기 위해서였다고.” 타코마에게 이런 핀잔을 들어도 파치노는 어쩔 수가 없다. 이들이 실전에 투입된 어느날. 기뢰를 찾으러 나선 길에 암컷 돌고래 미트라를 만나 눈치껏 여유를 부리던 파치노. 그러나 타코마가 엄청난 폭발에 눈앞에서 죽어버리는 광경을 목격한 뒤 파치노는 군으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어기고 멀리멀리 떠난다. 진정 돌고래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생명의 존엄, 반전 메시지가 강렬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을 받은 작품이다. 초등고학년 이상.9500원.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2050년 생선이 사라진다”

    “2050년 생선이 사라진다”

    “2050년 바다에서 물고기가 사라진다.” 해양생물 서식지 파괴와 무분별한 수산물 어획이 현재와 같은 속도로 진행된다면 생선 등 모든 해양생물의 개체수가 사라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스티브 패럼비 미 스탠퍼드대학 교수와 캐나다 댈하우지대학의 보리스 웜 박사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12개 해안지역의 생태계 변동을 연구한 결과 지난 50년 동안 생선과 조개류, 해양식물 등 29%의 식용 생물이 이미 준멸종(collapse) 상태에 이른 것을 확인했다고 영국 BBC 등 외신들이 3일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홍합과 대합, 참치, 황새치 등과 생선은 이미 멸종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멸종 단계에 돌고래와 범고래 등 해양 포유류까지 포함된다는 점이다. 연구 결과는 저명 학술지 사이언스 3일자에 실렸다. 종의 90% 이상이 사라지면 ‘붕괴 단계’인 준멸종 상태로 판정된다. 이 추세라면 2048년에 식탁에 오르는 모든 해양 생물이 거의 멸종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어족 자원도 크게 줄었다.1994년부터 2003년까지 전세계 어획량은 이미 13%나 감소했다. 인류의 ‘바다 먹을거리’ 대부분이 무참하게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패럼비 교수는 BBC에 “이번 세기가 해산물을 맛보는 마지막 세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해양 생태계 전반의 복원력도 고갈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종의 생산성과 안정성이 약화됐고, 기후변화와 오염·개발 등의 충격으로 복원력은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학자들은 생물 다양성 확보를 위해 해양자원 보호구역(safeguard)으로 정해진 48개 지역에서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복원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보호구역을 몇개 더 늘리는 것은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결국 전세계 차원의 노력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칼 구스타프 룬딘 사무총장은 “세계적으로 어획량을 관리, 수산업의 생태계 파괴 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생물종의 보호는 각국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한다. 웜 박사는 “유럽 정치인들이 수년 동안 북해에서의 어획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를 무시하면서 결과적으로 유럽 연해의 해양생물이 급격히 감소했다.”면서 “세계 3대 어장의 하나인 그랜드뱅크스 등 다른 해양 지역도 같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생태계의 가장 잔인한 포식자로 언제까지 지구를 혹사시킬 것인가. 지구는 휴식을 원하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코끼리도 ‘자기 인식’

    인간과 영장류, 돌고래 등에게만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자기 인식’ 능력이 코끼리에게도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미국 야생동물보존협회 연구진이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의 34세 된 아시아 코끼리 ‘해피’를 대상으로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의 인식 여부를 실험한 결과 해피가 거울에 비친 상이 자신의 것임을 알아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AP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연구진은 “해피의 눈 위에 X 표시를 한 뒤 거울 앞에 세우자 코로 자신의 눈 위를 반복적으로 건드렸다.”면서 “X는 거울을 통해서만 볼 수 있게 표시된 점으로 미뤄 이는 해피가 거울에 비친 상을 자신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실험에서는 다른 두 마리의 암컷 코끼리 역시 거울을 보며 코끝으로 입 속을 휘저어 보는가 하면, 한 귀를 거울 쪽으로 잡아 당기는 동작을 하는 등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관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같은 자기인식 능력이 코끼리 무리가 갖고 있는 복잡한 사회성의 기초를 형성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프로농구] KCC, 삼성 제압

    4쿼터 종료 2.6초를 남기고 삼성의 외국인센터 올루미데 오예데지(18점 14리바운드)가 골밑슛을 집어넣었다. 삼성의 86-84 리드. 승리를 예감한 삼성 벤치에선 환호성이 쏟아졌고,KCC 벤치에는 그늘이 짙게 드리웠다. 시간에 쫓긴 KCC의 타이론 그랜트(23점)가 미들슛을 던졌지만 림을 튕기고 나왔고 경기는 그대로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순간, 바비 레이저(22점·3점슛 3개 9리바운드)가 돌고래처럼 솟아오르며 팁인을 시도했고 공은 림 안으로 사라졌다. 올시즌 첫 연장전을 부르는 극적인 버저비터였다. 연장전에는 KCC의 이상민(15점 6리바운드 14어시스트)이 부상으로 빠졌고, 삼성은 강혁(11점 9어시스트)이 5반칙으로 뛰지 못했다. 각각 ‘차’와 ‘포’를 하나씩 빼고 전쟁에 임한 셈. 주연들이 빠진 무대에서 깜짝스타가 빛났다. 특급용병 마이클 라이트가 발목 부상으로 중도하차하는 바람에 대체용병으로 투입된 그랜트가 이날의 영웅이었다. 그랜트는 86-88로 뒤진 연장 종료 2분10초전 역전 3점포를 꽂아 넣은데 이어 30초 만에 또 한번 정교한 3점슛을 터뜨려 45분간의 혈전에 쐐기를 박았다. 25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06∼07프로농구에서 KCC가 올시즌 첫 연장혈투 끝에 삼성에 92-89,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올시즌 조성원의 은퇴와 찰스 민렌드의 공백 탓에 ‘3약’으로 꼽혔던 KCC는 2승(1패)째를 챙기며 만만치 않은 저력을 뽐냈다.KCC의 ‘10년 콤비’ 이상민-추승균은 36점 21어시스트를 합작,‘관록의 힘’을 유감없이 뽐냈다. 반면 강력한 우승후보인 ‘디펜딩챔피언’ 삼성은 개막전 승리 뒤 2연패를 당하며 심각한 전력 차질을 빚었다. 서장훈과 이규섭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되는 새달 6일 이전에 최대한 많은 승수를 챙겨야 하지만 벌써 2패를 당했기 때문. 한편 이상민은 4쿼터 종료 1분43초를 남기고 허벅지 부상으로 물러나기 전까지 무려 14개의 어시스트를 보태 통산 2800어시스트를 훌쩍 뛰어넘어 주희정(KT&G·2811개)과 함께 통산 어시스트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한·일 장벽 허무는데 도움 됐으면”

    |도쿄 이춘규특파원|여배우 나자명(38)이 주연한 한·일 합작연극 ‘고래섬’에 대한 일본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도쿄 공연 5일째인 23일 저녁 도쿄 신주쿠의 기노쿠니야홀 무대에서 1시간45분간의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한동안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고래섬은 한·일 양국의 문화교류 차원에서 부산시와 일본 문화청이 지원하는 환경보호를 주제로 한 창작극.9월21일부터 시작된 부산과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도쿄 공연은 25일까지이고 11월2일까지 야마구치와 후쿠오카현 도시들을 순회하며 공연이 계속된다. 양국 공연을 통해 양국민간 이해를 증진시킬 작은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극은 한·일 합작이라 주연을 제외하고 한국과 일본에서 나란히 5명의 배우가 출연했다. 동족(東族)과 서족으로 나눠 자주 싸우는 모습은 순탄치 않은 한·일 관계와도 흐름이 매우 닮았다. 한국말 대사는 일본어로 번역돼 자막으로 소개됐다. 새끼를 밴 어미 고래를 죽인 포경 어부 가족의 업보와 불로장생의 나무 심해수(深海樹)가 자라는 섬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탐욕이 복잡하게 얽혀 전개되는, 메시지가 강한 작품이다. 나자명은 극의 중심이자 이야기를 풀어가는 해령(海靈)역을 맡고, 뮤지컬 배우 출신답게 고비고비에서 노래도 7곡을 소화, 절찬을 받았다. 부산시립극단의 손기룡과 일본 깅가도 극단 시나가와 요시마사가 공동 연출했다. 일본 쇼와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한 나자명은 공연 뒤 “다른 사람 눈에 눈물이 나게 하면, 결국 자기눈에 피눈물이 나게 된다.고래잡이 등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도 단기적으로 부작용이 드러나지 않지만 결국 인간에게 그 피해가 돌아온다는 걸 표현했다.”면서 “일본 관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놀랍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극을 통해 지리적으로 이웃한 두 나라가 조금이나마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20년 가까이 한국과 일본은 물론 영국, 캐나다 등 국제 무대에서 경험을 쌓아온 그는 최근 인디언 여성의 삶을 그린 ‘레즈 시스터즈’, 호주 원주민의 아픈 역사를 다룬 모노드라마 ‘슬픔의 일곱무대’ 등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작품에 출연해 왔다. 연극 ‘발코니’로 2004년 서울연극제 연기상을 받았다. 화가 겸 시인으로도 활약 중이다.taein@seoul.co.kr
  • 英·아일랜드 여성은 ‘술고래’

    英·아일랜드 여성은 ‘술고래’

    세계에서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여성은 영국과 아일랜드 여성들이라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런던대 보건·역학과 앤드루 스텝토 교수팀은 미국과 프랑스, 벨기에 등 전세계 21개국 여성 1만 7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영국과 아일랜드 여성 상당수가 ‘술고래(heavy drinker)’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독일과 이탈리아 여성에 비해 11배 가량 많은 술을 마시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7∼30세의 젊은 여성 3명 중 1명은 적어도 2주일에 한 번꼴로 넉 잔 이상의 폭음을 하는 ‘주당(酒黨)’으로 조사됐다. 영국 보건부의 통계에서도 16∼64세 여성 6명 중 1명 이상이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거나 음주로 인한 건강 문제를 갖고 있다고 나타나 있다. 스텝토 교수는 “여성 음주는 전세계적인 문제이나 영국과 아일랜드는 특히 다른 대륙 국가에 비해 여성의 술 소비가 많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영국 남성의 경우 26%가 술고래에 해당되나 벨기에나 폴란드, 콜롬비아 남성보다 낮은 수치이다. 여성의 과음은 여러 면에서 남성보다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여성은 보통 남성보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져 간 손상이 심한데다 유방암과 원치 않는 임신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임신 중 음주는 태아의 뇌 손상, 뼈 기형을 유발할 수도 있다. 영국 경찰서장협회(ACPO)는 강간당한 여성의 81%가 사건 발생 전에 술을 마셨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때문에 영국 정부는 여성이 취한 상태였다면 비록 성관계에 ‘동의’했더라도 이를 성폭행으로 간주, 기소할 수 있는 법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전통 고택에서 하루 운치있는 가을 만끽

    전통 고택에서 하루 운치있는 가을 만끽

    고래등 같은 기와지붕, 아름드리 기둥과 멋스럽게 흘러내린 추녀, 마당에 피고 지는 우리꽃, 햇살이 내리쬐는 장독대…. 시멘트 숲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한옥은 추억의 공간이다. 단아하면서도 소박하고 친근한 우리의 전통가옥 한옥은 아파트가 급증하면서 접하기 힘들게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전북에 오면 전통한옥의 참맛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 전북도와 일선 시·군들이 전통한옥을 누구나 머물고 갈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의 한옥 자랑 ‘맛과 멋의 고장’ 전주시 한옥마을에는 아담하면서 깔끔한 한옥 숙박시설이 5곳이나 있다. 전주시가 건립한 한옥 생활체험관에서는 장작불로 구들장을 덮히는 전통방식의 한옥을 맛볼 수 있다. 따뜻한 아랫목에 두툼한 요를 깔고 하룻밤을 자고 나면 피로가 개운하게 가시고 힘이 절로 솟는다. 아침에는 정갈하면서 맛깔스러운 오첩반상이 제공된다. 다실에 앉아 작은 마당을 내려다보면서 향기 그윽한 차를 마시면 마음은 어느덧 조선시대 양반이 돼 있다. 윷놀이, 굴렁쇠, 투호 등 전통놀이는 누구나 쉽게 즐겨볼 수 있다. 밤이 되면 타닥타닥 불 지피는 소리를 들으며 고구마와 밤을 구워 먹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운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지만들기, 매듭공예, 향음주례, 국악공연, 비빔밥만들기 등 색다른 체험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기전대학이 운영하는 동락원, 향교 소유의 양사제, 전통예절을 가르치는 설예원, 황손 이석이 살고 있는 승광제 등도 모두 체험이 가능한 전통한옥 숙박시설이다. 아침이 포함된 숙박비는 2인 기준 일반실은 6만원, 특실은 10만∼12만원으로 비싼 편이 아니다. ●전원미 만끽 보다 조용한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한옥에 머물고 싶을 경우 정읍시, 김제시, 부안군 등에 있는 전통고택을 찾으면 된다. 정읍시 산외면 오공리 김동수 가옥은 99칸의 대저택이다. 지네 형상의 명당자리에 이 집을 짓고 거부가 됐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청하산을 배경으로 ㄷ자 형태의 안채,ㅁ자 형태의 중문간채, 별당채, 사랑채가 배치된 전통가옥의 특징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1784년에 건립됐으며 일반에 공개하기 위해 최근 지붕, 화장실, 대청, 주방 등을 보수했다. 부안군 간재사당, 김제시 박태순 고택, 부안군 이병훈 고택 등도 손님맞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전주 한옥생활체험관 노선미 행정실장은 19일 “한옥체험은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느끼게 해주고 어린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며 “단순한 숙박의 개념을 벗어나 유교와 전통놀이, 발효식품으로 구성된 한식 등 색다른 맛을 만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아이슬란드 상업포경 재개

    아이슬란드가 상업적 목적의 고래잡이를 재개키로 했다고 AP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상업포경 대열에 노르웨이에 이어 아이슬란드까지 가세하면서 20년 가까이 유지돼온 전 세계적인 상업포경 금지협약이 일대 위기를 맞게 됐다. 다이나르 크리스틴 구드핀손 수산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정부가 핀고래와 밍크고래에 대한 포획 허가서 발급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포경업자들은 늦어도 이번주 안에 고래잡이에 나설 수 있게 된다.아이슬란드 정부가 허가할 상업포경의 규모는 1척당 핀고래 9마리와 밍크고래 30마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슬란드는 지난 1989년 국제포경위원회(IWC)의 상업포경 금지협약이 발효된 이후 상업포경을 중단했다. 그러나 2003년 연구목적의 고래잡이를 허가하면서 2006년 이후엔 상업포경도 재개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아이슬란드 수산부는 근해에 밍크고래와 핀고래 7만여마리가 서식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핀고래가 국제보존기구(ICU)의 멸종위기 리스트에 올라 있는 보호종”이라며 이번 결정을 강력히 비난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7)진짜 살인미소는 ‘방울이’ 나라고~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7)진짜 살인미소는 ‘방울이’ 나라고~

    “욘사마 비켜. 김재원 너도 저리 가. 진짜 살인미소는 바로 나라고” 서울대공원 동물원 해양관에는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돌고래 못지 않게 인기를 끌고 있는 바다사자가 한 마리 있다. 주인공은 올해로 열 일곱 살이 된 캘리포니아 바다사자 ‘방울이’. 익살스러운 눈빛으로 관람객들을 모두 쓰러지게 만드는 ‘미소 천사’다.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방울이는 공연용 바다사자로 거듭나기 위해 멀리 제주도까지 갔었다. 하지만 냉혹한 프로들의 세계에서 실력이 부족한 방울이가 설 틈은 없었다. 결국 팀에서 퇴출된 방울이는 지난 2002년 서울대공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방울이의 삶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바다사자는 원래 수컷 한 마리가 모든 암컷을 거느리는데, 방울이가 오기 전 이미 무리를 장악하고 있는 다른 수컷이 있어 방울이는 발붙일 곳이 없었던 것이다. 너무 심심해서였을까, 사육사들은 어느날 방울이가 혼자 ‘표정연기’를 한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다. 혀를 내밀면서 씩 웃는 모습을 처음에는 신기하게 생각했던 사육사들은 이 표정을 연습시켜 방울이를 작은 무대에 세우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미소를 지을 때마다 먹이를 주고, 수염을 들어 올려 입꼬리가 올라가게 하면서 2달 동안 맹훈련을 한 끝에 방울이는 지난해 5월 드디어 미소 공연을 시작하게 됐다. 방울이는 눈을 감고 웃거나 혀를 내밀고 웃는 등 다양한 표정 연기와 뜀뛰기, 인사하기 등 왕년의 실력까지 함께 뽐내며 동물원 최고 인기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하루에 두번씩 무대에 올라 미소를 선사하고 관람객들과 사진도 찍는다. 한번에 세 팀씩 사진을 찍으니 지금까지 방울이와 함께 한 관람객만 수천명이 되는 셈이다. 오랜 무명의 설움을 딛고 화려하게 데뷔한 방울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방울이는 오늘도 웃는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씨줄날줄] 사향노루/강석진 수석논설위원

    20여년전 기자 초년병 시절 이야기다. 한약재 시장인 서울 경동시장에서 사기혐의로 몇 사람이 체포됐다. 사기 수법이 기상천외했다. 국산 사향노루를 잡아 대형 냉장고에 놓고서, 비밀리에 원매자를 구하면 배꼽 밑 향낭에서 사향액을 주사기로 뽑아 ‘국산 사향 원액’이라고 속여 팔아온 것이었다. 이들은 범행 후 다시 외국산 사향의 묽은 액을 주사기로 냉장 사향노루의 향낭에 집어 넣었다가 원매자가 나타나면 똑같이 주사기로 뽑아 팔다가 붙잡혔다. 도대체 사향이 뭐기에 그런 기발한 수법까지 동원할까 궁금해 사전을 보니 우황청심환이나 공진단 등 한약에 들어가기도 하고, 최음제로도 쓰이는 비싼 동물성 향료라고 나와 있었다. 공진단이라는 한약이 남성들의 진기를 보한다는 설명도 재미 있었다. 요즘 말로는 만성피로 증후군을 해소하는 데 잘 듣는다는 것이다. 사향노루는 궁노루라고도 하며 가곡 비목에 등장한다.‘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의 궁노루가 사향노루. 예전에는 우리 땅 남단인 전남 해남에도 있을 만큼 널리 서식했지만 지금은 멸종 위기 보호동물이다.1987년 강원 소금강에서 한 마리 잡혔다가 자연으로 돌아간 것이 마지막 소식이었다. 추석 전 환경부가 사향노루 한 마리를 공개했다. 인공 증식과 유전자 확보를 위해 지난해 9월 강원 양구에서 생포한 것이다. 향주머니가 달린 숫놈으로, 잡을 당시 생후 15개월쯤 된 것으로 추정된다. 곧 암놈도 생포해 번식을 꾀하는 한편 멸종에 대비해 유전자를 보존할 계획이라고 한다. 연구기간은 3년. 양구는 2004년에, 비록 주검 상태였지만 야생 여우가 발견돼 환경보호운동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곳이다.‘숲이 깊어야 도깨비가 나온다.’라는 말이 있듯이 군사보호구역으로 보존돼 온 오지에서 궁노루랑 여우랑 명맥을 유지해 온 것이 반갑기만하다. 사향노루가 죽어 향료가 되어서야 기운을 돋우어 주는 게 아니라, 살아 자연의 생명력을 나누어 주는 때가 머지 않아 올 것만 같다. 사할린 근해에서는 학명에 코리아가 들어간 귀신고래 개체 수가 늘어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사향노루 번식 사업이 성공하길 기원한다.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바다사자 장군이의 ‘끝없는 사랑’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바다사자 장군이의 ‘끝없는 사랑’

    ‘첫 사랑을 잊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순정.’ 대공원 해양관에는 젊은 시절 풋사랑을 잊지 못하고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애틋하게 옛 친구를 그리워하는 동물이 있다. 주인공은 올해 15살인 바다사자 장군(♂)이. 장군이는 8살짜리 장순이를 옆에 두고도 동갑내기 ‘그녀’만을 애타게 찾고 있다. 장순(♀)이와 함께 돌고래쇼장 뒤쪽 우리에서 살고 있는 장군이의 연인은 옆집 오타리아관에 있는 동갑내기 바다사자 ‘그녀’다. 그녀는 장군이와 장순이처럼 애칭도 없이 암컷바다사자로 불린다. 5년전만해도 장군이는 장순이, 그녀와 한 우리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650㎏이나 나가는 육중한 장군이가 관심의 표현인지, 괴롭히려는 것인지 그녀에게만 하도 치근대는 통에 그녀가 견뎌내지 못했다. 결국 사육사들은 동갑내기 그녀를 떼어놓기로 하고 옆의 오타리아관으로 옮겼다. 그런데 그녀가 떠난 뒤 장군이는 틈만 나면 ‘실종’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아침에 우리 문을 열면 장순이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기 일쑤였다. 장군이가 연인을 만나기 위해 ‘사랑의 월담’을 시도, 계단처럼 돌이 박혀 있는 2m높이의 담벼락을 타고 오타리아관으로 넘어간 것이다. 월담이 계속되자 사육사들은 고민 끝에 담장 위로 2m 높이의 철제 스탠드를 설치했다. 담벼락도 오르기 힘들게 울퉁불퉁한 돌들을 제거했다. 하지만 스탠드에 가로막힌 뒤에도 장군이의 구애는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틈만 나면 담벼락에 기대 ‘우후우웅∼우후우웅∼’하는 울음 소리를 내며 그녀를 부른다. 짝짓기를 할 때가 되면 더욱 심해진다. 담벼락을 기어올라 오타리아관만 쳐다보고 있기도 한다. 물개류의 수명은 15∼20년. 이제 장군이도, 그녀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됐지만 장군이의 구애는 식을 줄 모른다. 함께 생활하는 장순이에게는 별 관심이 없다. 바람난 것이 아니냐는 비난 아닌 비난(?)도 듣지만 장군이야말로 첫사랑을 지키려는 진정한 순정파가 아닐까.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어린이책꽂이]

    ●개미나라에 간 루카스(존 니클 글·그림, 조세현 옮김, 비룡소 펴냄) 조만간 국내 개봉할 애니메이션 ‘앤트 불리’의 원작. 개미들을 못 살게 굴던 아이가 결국 개미떼의 공격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 폭력의 부당함, 협동의 미덕을 일깨우는 그림책.4세 이상.9000원. ●역사를 만든 사람들 시리즈(브리지트 라베 등 글, 장피에르 조블랭 등 그림, 다섯수레 펴냄) 인종차별에 항거했던 마틴 루서 킹, 음악가 모차르트, 과학자 아인슈타인, 마르코 폴로 등 역사 속 위인들의 이야기 시리즈. 간결하고 쉬운 문장, 주인공이 살았던 시대정서가 녹아든 글 구성이 돋보인다. 중학생. 각권 9000원. ●사라진 고래들의 비밀(곽옥미 글, 유기훈 그림, 사계절 펴냄) 인간의 무관심과 마구잡이 포획으로 사라지고 있는 고래 이야기를 동화로 꾸몄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져 있을 만큼 우리 민족의 오랜 친구인 고래의 존재가 팬터지 동화 속에서 생명력을 얻는다. 초등3년 이상.7500원. ●중세기사 어린이는 어떻게 살았을까?(롤프 크렌처 글, 마티아스 베버 그림, 김희상 옮김, 어린이작가정신 펴냄) 800년 전 서유럽 어린이들은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역사교양서. 두 소년을 주인공으로 동화처럼 펼쳐보이는 이야기 구성이 쉽고 흥미롭다. 초등3년 이상.8500원.
  • [OUR STORY] 어부 2대 전어잡이 어로장 손대봉씨

    [OUR STORY] 어부 2대 전어잡이 어로장 손대봉씨

    점점 높아 가는 가을 하늘 아래 오곡백과가 풍성함을 더해간다. 뭍에서 말이 살찐다면 바다에서는 전어가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다.‘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속담처럼 가을 먹을거리의 대표주자는 단연 전어. 맛도 영양도 그야말로 만점일 때다. 이쯤되면 ‘제철에 먹은 전어 한 마리 열 보약 안부럽다’(?)는 말이 생길 법도 하다. 호남의 어느 지방에서는 ‘귀한 샛서방에게만 내어 준다’해서 샛서방고기라고도 불린다나. 전어(錢魚)는 고대중국의 화폐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제는 전어가 말그대로 돈되는 생선이 되었으니, 처음 뜻이야 어찌됐든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2006 전어축제’가 열리고 있는 충남 서천의 홍원항과 마량항 등에서는 해마다 이맘때면 전어굽는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할 만큼 고소한 냄새다. 어디 며느리뿐일까. 전국에서 찾아온 식도락가들이 산과 바다를 이룬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전어가 이곳에서는 천대받는 생선이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전어냄새에 이끌려 마량항을 찾았다. 서해에서는 드물게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곳. 사위가 시나브로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저녁 6시쯤 소형 FRP선박인 돌고래2호에 올라타고 전어잡이 체험에 나섰다. 글 사진 서천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손대봉 어로장의 전어잡이 18년 선수(船首)에 서서 바다를 응시하고 있던 어로장 손대봉(51)씨가 “동쪽에서 샛바람이 불면 고기가 머리아파 안일어날 낀데…. 오늘 전어잡기는 고마 틀린 것 같네예.”라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다른 생선들은 대체로 물이 움직이는 시간대, 즉 들물(밀물)이나 날물(썰물)때 많이 잡히지만, 전어는 들물과 날물이 교차하는 시간대에 주로 잡히지예.1시간 남짓 물흐름이 정지되는 데, 펄속에서 유기물들을 먹던 전어가 그 시간에 다른 펄을 찾아가기 위해 일제히 이동한다 아입니꺼. 바로 그때 신속하게 양조망을 풀어서 잡는기라예.” 마량항 앞바다에는 벌써 30여척의 전어잡이 어선들이 몰려들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전어떼가 나타났다는 무전이 들어오면 신속하게 이동해야 됩니더. 불과 5분사이에 배들이 집결한다 아입니꺼. 속도경쟁이 대단하지예. 이 배도 휘발유를 사용하는 145마력짜리 고성능 엔진을 두개나 달았지예.” 다른 배들보다 3∼4분정도 늦게 항구를 나선 돌고래 2호는 두시간 가까인 선단주변을 맴돌기만 할 뿐, 좀처럼 그물을 내릴 기회를 잡지 못했다. 어선에서 하나둘씩 불을 밝히자 마치 조그마한 시골읍내를 연상케 할 만큼 휘황찬란해졌다. 그물내리기를 포기하고 귀항하는 뱃전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문 손씨는 “3∼4개월만에 아파트 한 채를 짓기도 하고, 날리기도 할 만큼 투기성이 강한 게 전어잡이라예. 못잡는 경우도 많지만, 하루 수천만원 수입을 올리는 날도 적지 않아예.”경남 하동태생인 손씨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전어잡이에 나섰던 베테랑 전어잡이. 마량항에서 전어를 잡기 시작한 것은 11년쯤 된다.8월초까지는 고향에서 자신의 배를 이용해 전어를 잡다가 이맘때부터 11월초까지 이곳에서 ‘용병’생활을 한다.“콜레라 파동이 났던 2000년에는 단 한마리도 못잡았어예. 잡아도 사가는 사람이 없으니까예. 앞이 캄캄했다 아입니꺼.”대박은 이듬해인 2001년에 터졌다.“10월쯤 경기도 안산의 시화호에 사는 정보원에게서 전어가 많이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고는 트레일러에 배를 싣고 밤을 새워 올라갔지예. 그날 하루동안 전어를 21t이나 잡았다 아입니꺼.5t 물차로 꼬박 12시간을 실어 날랐지예. 돈으로는 1억1천만원 정도 됐고예.”그날 이후로도 2억여원이상 순수익을 올릴 만큼 수입이 짭짤했다. 이튿날 새벽 6시. 손씨를 비롯한 선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마량항을 나섰다.20분정도 나갔을까. 어군탐지기에 전어떼가 포착됐다. 배가 둥그런 원을 그리는 동안 손씨 등 선원들은 신속하게 그물을 내리기 시작했다.300m정도되는 양조망이 모두 풀려나간 시간은 불과 20여초. 곧바로 마량항에 대기하고 있던 전어운반선 돌고래 1호에게 무전을 날렸다. 전어가 제법 들었는지 그물을 올리는 선원들의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미소가 번져갔다. 오늘 잡은 전어는 450kg정도. 금액으로는 2000만원가량 된다. “전어는 내 삶의 일부라예. 전어덕에 애들 셋 모두 대학보냈고, 이제 초등학교 다니는 막내딸만 교육시키면 됩니더.”오랜 원양어선 생활끝에 지난 91년 귀국한 손씨는 마흔이 훨씬 넘은 나이에 늦둥이 막내딸을 보았다며 멋쩍게 웃었다.“전어잡이는 60세까지만 할낍니더. 그 다음부터는 이제까지 고생만 한 집사람이랑 천천히 세계일주나 하며 살끼고예. 돈예?그 동안 잡은 전어만도 100억원어치는 넘을 거라예. 재산에는 별 욕심없어예. 부모님 잘모시고, 애들 잘 길렀으면 됐다 아입니꺼.”과장도 심하다. 설마 100억씩이나 벌었을까만은, 어쨌거나 손씨의 인생은 만선에 가까워 보였다.
  • 직장동료가 이성으로 보일 때 “들이대봐?”

    ‘직장 동료는 그저 동료일 뿐?’ 젊은 남녀가 있는 회사라면 꽃미남, 꽃미녀가 없어도 연애사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특히 찬바람 불고 외로움이 사무치면 주위를 한번 더 둘러보게 된다.“회사에 괜찮은 사람 없어?”라는 친구의 질문에 “묻지마.”라며 굳은 표정 지었던 사람에게도 가끔은 동료가 이성으로 보인다. 일을 하기 위해 만난 동료가 더 이상 동료로 보이지 않는 순간, 언제일까? ●“연약한 모습에 보호본능” 많은 직장인들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동료가 이성으로 보이는 경험을 한다. 출판사에 다니는 김형석(가명·31)씨도 그랬다. 평소와 다름 없이 회식 자리에서 2차를 갔다. 그날 따라 술 취한 여자 동료가 낮에 잘 안 풀린 업무 얘기를 하다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평소 씩씩한 사람이 갑자기 우니까 처음에는 ‘얘가 왜 이러지?’하는 생각에 당황스럽더군요. 그런데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그 친구가 여자로 보이는 거예요.” 약한 모습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여자도 마찬가지다. 이모(28·여)씨는 올해 초 한 남자 후배 때문에 잠깐이나마 마음이 설다. 그 후배는 좋게 말하면 명랑하고 활발한 성격이고 나쁘게 보면 다소 두서없고 정신없는 스타일이다. 회식 때마다 분위기를 띄운다며 망가진 모습을 보인 터라 이씨는 그를 단 한 번도 남자로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암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어두운 표정으로 다니는 것을 보자 조금씩 달라보이기 시작했다.“진지한 표정으로 ‘선배 ○○병원이 좋다는데 거기로 옮길까요.’라며 상담을 하는데 연민인지 그 이상의 마음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졌어요. 강한 남자한테도 끌리지만 약한 모습에도 마음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평소와 다른 모습에 “오∼괜찮은데?” 중소기업에 다니는 조모(28)씨는 동료가 이성으로 느껴진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털털한 성격에 바지만 입고 다니던 동기가 치마를 입고 올 때면 유난히 여성스러워 보인다.“제가 단순해서 그런지 치마를 입고 오면 ‘아, 이 녀석이 여자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최모(30)씨는 지난달 여자 동료를 우연히 친구 결혼식장에서 봤다. 알고보니 동료는 신부쪽 친구였지만 평소 친하지도 않고 ‘여자’로도 보지 않아 관심이 없던 터라 몰랐던 것. 화장도 거의 하지 않고 회사에 단 한 번도 치마를 입고 출근한 적이 없는 여자 동료가 그날은 유난히 예쁘게 차려 입었다.“미용실에 다녀왔는지 헤어스타일도 달라 보이더라고요.‘친구들끼리 기념사진 찍어야 하니까 신경 좀 썼다.’고 말하는데 전 속으로 ‘와, 얘도 꾸미니까 예쁘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아름답다 식품회사에 다니는 김모(29·여)씨는 진지하게 일하는 남자 동료를 볼 때면 평소와 다른 감정이 생긴다. 하루는 한 남자 동료가 회의석상에서 와이셔츠 소매를 걷고 열심히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그는 “진지하게 일에 열중해 실력을 발휘하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지고 듬직한 느낌이 들어서 ‘이 남자라면 함께할 만하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고 고백했다. 일하는 모습에 반하는 것은 여자뿐만이 아니다. 외국계 회사 신참인 김모(27)씨는 미혼인 여자 상사가 가끔 멋있어 보인다.“솔직히 미인이긴 하지만 처음에는 어려워서 그런지 상사라는 생각 외에는 다른 마음은 없었죠. 그런데 같이 일을 하다 보니까 ‘프로는 아름답다.’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상사한테 애인만 없었어도 연상인 것 상관없이 한번 사귀어 보고 싶습니다.” ●어려울 때 힘이 돼 준 그 홍보회사에 다니는 정영진(가명·29)씨. 지난해 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셨고 회사 직원들이 한꺼번에 문상을 왔다. 하지만 여자 동료 한 명은 일이 많아 야근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고 정씨도 그가 올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새벽이 다 돼 그 친구가 왔더라고요. 외모가 내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어 평소에 별로 관심이 없었죠. 그날 생각해 보니까 생일이면 문자메시지를 꼭 넣어주는 등 꼭 특별한 날을 챙겨주고 있었더라고요. 그날 솔직히 감동받았고 처음으로 여자로 느껴졌습니다.” 운전경력 3년째인 양모(29·여)씨는 지난해 교통사고를 냈다. 운전에 한창 자신이 붙어 과격하게 차를 몰다 신호가 바뀌는 것을 미처 보지 못해 앞차를 들이받았다.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사과하고 보험 처리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상대방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통에 당황스럽고 눈물만 나왔다. 혼자 자취하는 터라 전화할 데가 마땅히 없어 회사 남자동료에게 전화를 했다. 양씨는 “평소에 친하게 지내서 부담없는 사람이라 전화를 했다.”면서 “보험회사 접수부터 차근차근 일을 처리해주는데 정말 든든했다.”고 했다. 회사를 그만두는 동료에게 문득 호감을 갖게 된다는 사람도 있었다. 지난여름 김모(27)씨는 ‘사수’였던 박모(27·여)씨의 유학 소식에 한동안 마음이 흔들렸다. 동갑이지만 먼저 입사해 ‘선배’라고 불러서 그런지 특별한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가을에 캐나다로 유학을 간다는 소식을 듣자 선배보다는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실수하면 심하게 꾸짖기도 했던 터프한 선배가 여자로 보여 스스로 무척 당황스러웠다.”면서 “하지만 최소 2년, 박사까지 하면 더 걸린다고 해 쉽게 마음을 접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나길회 서재희기자 kkirina@seoul.co.kr ■ 사내커플 몰래 데이트 10계명 (1) 인터넷에 두 집 살림을 차린다 사내 전산망을 이용한 이메일 외에 개인 이메일을 만든다. 돌발적인 소식을 전함은 물론 언제나 둘만의 비밀 대화가 가능하다. (2) 휴대전화는 통화보다 문자메시지를 이용한다. 휴대전화는 늘 손과 친하다. 통화를 하기 위함이 아니라 둘만의 문자메시지나 숫자 등을 이용한 암호를 사용한다. (3) 잔업시간을 적극 활용한다. 누구나 꺼려하는 잔업이지만 절대로 마다하지 않는다. 모두들 퇴근한 후의 잔업은 오히려 행복한 데이트가 될 수 있다. (4) 회식은 끝까지 간다. 남들은 1차만 하고 자리를 뜨지만 둘이 끝까지 남아 자리를 지킨다.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고 상사에게도 사랑받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5) 점심시간을 최대한 이용한다. 점심 약속을 자주 만들어 점심시간을 꽉 채워 쓴다. 회사 가까운 곳보다는 좀 떨어진 곳에서 동료들의 눈길을 피해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는다. (6) 독신은 아니지만 늘 결혼 계획이 없다고 내숭을 떤다. 미팅이나 소개팅 자리는 정중히 거절한다. 아직 결혼 계획이 없다고 말하면서 반드시 독신을 고집하는 것은 아님을 강조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의심을 갖지 않게 한다. (7) 파트너에 대한 칭찬에 인색하라. 눈치없이 칭찬하는 데 주저하지 않거나 자칫 관심을 보였다가는 동료들이 눈치채기 십상. 일부러 소가 닭 쳐다보듯 무관심하거나 심하게는 흉을 보는 것도 한 방법. (8) 수첩이나 개인지갑 등 개인소지품이 노출되지 않게 철저히 간수한다. 파트너의 전화번호나 주소가 적힌 메모는 절대 기록하지 않고 머리에 입력해 놓는다. 아니면 전화번호를 거꾸로 써놓는다. (9) 사내 소모임 활동에 적극 참여하라. 자연스럽게 만나면서 취미생활도 즐길 수 있어 좋다. 단 활동 중 가까이 있지 않고 떨어져 있거나 모임이 끝난 뒤 별도로 가는 등의 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10) 사내에 둘만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여러 업체들이 입주해 있는 빌딩의 경우 다른 회사의 복도나 계단 등을 만남의 장소로 정한다. <출처:네이버 지식in>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7080붐의 주역,트윈폴리오 (2)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7080붐의 주역,트윈폴리오 (2)

    60년대 말, 가요팬의 ‘마이너리티’였던 10대들을 ‘메이저리티’로 끌어올린 트윈폴리오. 이들이 불과 2년 남짓 활동하던 시기, 한가운데 무렵 출시된 송창식씨 솔로 취입곡,‘멀어진 사람’에 대해 송창식씨는 이렇게 술회한다. “우리가 첫 리사이틀을 갖기 전이었어요. 당시 작곡가 손석우 선생을 만나 두 곡 정도 연습한 뒤 지구레코드사에서 이 곡들을 녹음했지요. 그러나 그후 레코드사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아 실제로 음반으로까지 출반된 것은 지금까지도 모르고 있던 사실입니다.” 멤버 송창식(사진 왼쪽)과 윤형주(오른쪽), 이 트윈폴리오가 기억하는 자신들의 최초 음반은 69년 중반에 출시된 ‘하얀 손수건(지구)’이 수록된 음반이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이들의 목소리로 취입된 노래 ‘렛 잇비 미’가 수록된 음반도 존재한다. 하지만 둘의 어렴풋한 기억을 조합해 보면 당시 자주 어울리던 가수 조영남씨를 따라 스튜디오에서 번안곡을 몇 곡 녹음했던 사실이 어렴풋이 기억날 뿐, 이 음반이 실제로 출시되었는지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하얀 손수건’ ‘축제의 노래’ ‘웨딩 케익’ ‘더욱더 사랑해’ 같은 번안곡 위주로 활동했던 트윈폴리오는 각각 솔로로 전향한 뒤 각자 ‘싱어송 라이터 시대’를 열며 70년대 포크송시대를 주도한다. 이 싱어송 라이터 시대의 개막은 통기타 붐을 더욱 가속화시키며 이른바 ‘청맥통’이라 불리는 청년문화의 중심으로 부상한다. 직접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동시에 직접 통기타 하나만으로 반주까지 하면서 노래하는 이들의 모습은 ‘선망의 대상’이자 너도나도 ‘흉내의 대상’이 되었다. ‘청바지차림의 장발에 통기타를 둘러맨 모습’. 이 캐릭터가 70년대 젊은이들의 대표적인 자화상이다.‘제복의 시대에 또 하나의 표상’으로 자리한 이 캐릭터는 속칭 ‘빽판(불법음반)’,‘야전(야외 전축)’과 더불어 70년대의 멋과 낭만을 상징했다. 특히 청바지는 아무데서나 걸터앉아 노래할 수 있는 차림으로 필연적으로 통기타와 잘 어울렸다. 당시 청년문화, 대학문화란 신조어가 그러했듯 70년대는 온갖 10대들의 다양한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세대 차이’란 말이 급부상하며 10대들만의 전유물인 은어들까지 등장,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기도 했다. 포크송 붐의 선두주자로 ‘낭만파 시인’이라고 불려지던 송창식씨는 또한 밤에만 활동한다고 해서 붙여진 ‘밤창식’,‘별창식’이라는 별명에 이어 말끝마다 의문을 제기한다고 해서 붙여진 ‘왜창식’이란 애칭으로까지 불리며 청소년들의 화제 중심에 떠올랐다. 한번쯤, 고래사냥, 왜 불러, 새는, 내나라 내 겨레 등을 발표하며 그는 75년 ‘가수왕’으로 등극했을 만큼 10대들의 인기를 넘어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윤형주씨 역시 하이톤의 미성과 감성으로 ‘라라라’ ‘우리의 이야기들’ ‘두개의 작은 별’같은 노래들을 발표하며 동시에 당시 동아방송의 심야프로 ‘0시의 다이얼’ DJ를 맡으면서 폭넓게 10대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아울러 ‘포크송 붐’으로 시작된 청년문화를 급속하게 확대시킨 촉매제는 바로 ‘심야방송 음악프로그램들’이었다. 당시엔 기타 못 치면 간첩이었고 심야방송을 듣지 않으면 다음날 친구들과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로 청소년들의 ‘절대문화’였다. 송창식과 윤형주, 통기타 붐과 심야방송 신드롬의 중심에 바로 이들이 있었다. sachilo@empal.com
  • [김종배의 미디어 세상] 언론의 무리한 실명보도

    노지원 명계남 김정길 정화삼 권기문. 언론이 사행성 성인오락 무대에 올린 인물들이다. 공통점이 있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다.노지원 권기문씨는 대통령 친인척이고 명계남 김정길 정화삼씨는 대통령 최측근이다. 언론이 이들을 사행성 성인오락 무대에 올린 이유가 이것이다. 권력형 비리사건, 즉 ‘게이트’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다. ‘바다이야기’ 판매사가 인수한 회사의 이사였다는 사실, 동생이나 모친이 성인오락실을 운영했다는 사실이 있다.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주식을 보유한 전 청와대 행정관과 같은 아파트에서 살았고 대학동창이라는 것도 있다. 모두 사실이다.하지만 게이트를 구성하는 요소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대통령 친인척의 경우 사행성 성인오락과의 직접적인 상관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일부 최측근의 경우 사행성 성인오락과 연결돼 있지만 그 자리는 말단이다. 사행성 성인오락 사슬의 정점이 아니라 말단에서 ‘고래’ 잡는 데 골몰했던 사람들이다. 소득이 없는 건 아니다.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 처남의 경우까지 버무려 말하면, 잘 나가는 사람의 특수 관계인이 기묘하게도 돈 냄새를 잘 맡는 현실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사회 현상의 한 단면을 드러내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게이트 여부를 가리는 데는 부족하다. 그러모은 사실은 뱁새 수준인데 발걸음은 황새 수준으로 놓고 있다. 그런데도 실명 보도를 감행한다. 사행성 성인오락과는 전혀 무관한, 술 먹고 멱살잡이한 사실까지 덧댄다. 이러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질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일부 언론은 벌써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만류할 생각은 없다. 시중에 ‘개’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니까 빌려 말하자. 파수견에게 도둑만 콕 찍어 짖으라고 요구하는 건 무리다. 파수견은 인기척만 환기시켜도 된다. 도둑인지 손님인지는 집주인이 가릴 일이다. 안내견은 다르다. 뚫려 있다고 모두 길이라고 짖으면 사람이 다칠 수도 있다. 안내견의 인도에 따르는 사람 뿐 아니라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도 다칠 수 있다. 사행성 성인오락사태의 현상은 드러날 만큼 드러났다. 가려야 하는 건 실상이다.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가려야 한다. 게이트를 가설로 설정하는 게 필요할 수도 있다. 정책 결정과정에서 상식 이하의 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에 외부 힘의 작용 여부를 가늠하는 건 ‘왜’에 대한 답을 구하는 하나의 경로일 수 있다. 그래도 그건 ‘감’의 영역에 남겨 놓아야 한다. 언론 보도에 연역적 방식을 동원하는 건 곤란하다. 과거에 그랬으니까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단정을 미리 내려놓고 조각에 불과한 사실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건 곤란하다. 용케 맞힐 수 있다. 한 치도 아니고 두 치, 세 치를 건너뛴 사실을 갖고 게이트 얼개를 짜면 구멍이 숭숭 뚫리는 단점이 있지만 끈끈이를 넓게 펼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하지만 그건 요행수다. 뒤돌아서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널브러졌다고 개구리 사냥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자칫하다간 사람이 다친다. 사실의 희미한 윤곽선을 커버하려고 무리하게 실명 보도하고 부적절한 사례를 끼워 넣으면 엉뚱한 사람 이마에 주홍글씨를 새길 수도 있다.미디어평론가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3)품행제로 원숭이 ‘가지’ 물개쇼 단역배우 전락?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3)품행제로 원숭이 ‘가지’ 물개쇼 단역배우 전락?

    지난 7월 새롭게 단장한 뒤 대공원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물개·돌고래 쇼에는 사람을 제외한 포유동물 한 마리가 등장한다. 물개 쇼가 진행되는 중간쯤 태극기를 흔들며 지나가는 10초짜리 단역 배우, 필리핀 원숭이 ‘가지’(♀·6세)가 주인공이다.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 있는 물개 쇼의 청소부 역을 맡았던 앙증맞은 원숭이가 바로 가지다. 그런데 조연을 맡아 인기를 끌던 가지가 왜 단역배우로 전락하게 된 걸까. 대공원에서 새로운 공연 준비에 착수한 것은 지난 1월. 추운 겨울 차가운 물 속에서 그야말로 살을 에는 듯한 아픔을 견디며 모두가 한 마음이 돼 동계훈련에 임했다. 하지만 태도 불량에 실력 부족인 낙제생이 있었으니, 바로 가지였다. 공연 중에 갑자기 멈춰 서는 돌발행동을 하는 것은 그래도 애교로 봐줄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많을 때는 나긋나긋하게 굴다가 조련사와 둘만 있을 때는 난폭하게 돌변했다.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고참 조련사가 안 보이면 신참 조련사를 꼬집고 할퀴면서 무시하기까지 했다.‘품행 제로’ 가지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물개팀은 급기야 가지를 퇴출시키기로 했다. 사실 가지의 성격은 동물원 내에서도 유명하다. 동물원에 오게 된 것도 2001년 주인이 성격이 안 좋아 도저히 못 키우겠다며 가져왔다. 오죽하면 조련사들이 이름을 지을 때 성은 ‘싸’, 이름은 ‘가지’로 지었을까. 퇴출된 뒤 처음에는 힘든 훈련을 안 한다고 마냥 좋아하기만 하던 (싸)가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 처량하게 남겨진 외로움에 물개 쇼를 할 때마다 장막 뒤에서 훔쳐보는 버릇까지 생기게 됐다. 결국 조련사들은 2주 전부터 가지를 공연에 투입, 간단한 연기를 맡겼다. 가지가 본격적인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은 내년에 선보일 물개 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훈련에서 개과천선했을 때의 얘기다. 말썽꾸러기 ‘싸가지’가 성공적인 귀환을 할 수 있을지 내년이 기다려진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중견그룹들 끝없는 ‘M&A 행보’

    중견그룹들 끝없는 ‘M&A 행보’

    중견그룹들의 ‘식탐’이 끝이 없다. 괜찮은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인수해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앞으로도 먹잇감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달려들어 낚아챌 태세다. 중견그룹들의 브레이크 없는 기업 인수 및 합병(M&A) 행보가 자칫 M&A시장을 과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더 이상 ‘이무기’는 싫다 용의 발톱을 그리고 있는 대표적인 그룹으로는 프라임·STX·이랜드·대주·C&그룹 등이 꼽힌다. 동아건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프라임산업의 뿌리는 부동산 개발이다.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와 프라임 아파트 개발로 기반을 다진 뒤 1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경영이 어려움에 빠진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덩치를 키웠다. 동아건설을 인수하면 주력이 전자·유통에서 종합건설로 바뀌고 몸집도 한층 커진다. 해운·건설·유통 등으로 사업을 확장 중인 C&그룹도 시작은 작은 선박중개회사였다.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세양선박을 2002년 인수하면서 M&A시장의 돌풍을 일으켰다. 필그림해운 컨테이너, 모피업체 진도, 세모유람선을 인수하면서 그룹 형태를 갖췄다. 지난해 2월에는 우방을 전격 인수, 건설업에도 뛰어들었다.C&그룹은 우방과 진도를 각각 지렛대 삼아 아남건설과 동남아해운을 추가로 흡수했다. 조선·해운·물류기업인 STX그룹의 뿌리는 외환위기 이후 한때 어려움에 처했던 쌍용중공업.M&A로 회사를 정상화시킨 뒤 같은 방법으로 기업들을 인수하기 시작했다.2001년 법정관리 상태였던 대동조선을 인수하고, 이어 산단에너지도 집어삼켰다. 범양상선을 인수하면서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STX는 그룹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이라면 추가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통운 지분 인수도 투자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재계는 궁극적으로 M&A를 겨냥한 포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아건설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대주그룹도 건설업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기업이라면 언제든지 M&A에 달려들 태세다. 겉으로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이랜드도 먹잇감이 나오면 언제든지 뛰어들 수 있는 그룹으로 꼽힌다. ●무리한 식탐… M&A 과열경쟁 유도 이들 기업은 한때 부실했던 기업을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그룹을 이끌고 있는 오너와 경영자들이 M&A ‘귀재’라는 점도 같다. 일단 기업을 인수한 뒤에는 이를 정상화시키고 기업 가치를 높이려고 공격적인 경영을 펼친다는 특징도 있다. 그룹 주력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이라면 시중에 나와 있는 매물을 추가로 인수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들 그룹은 인수한 기업을 지렛대 삼아 추가 M&A를 준비 중이다. 재계는 이들의 M&A 욕심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기업 사냥을 통해 그룹을 키우고 있는 데 대해 비판적인 시선도 없지 않다. 어느 정도 기업 가치를 높인 뒤 되팔 수도 있으며, 지나친 M&A 경쟁으로 인수가를 부풀리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쪽도 있다. 물론 기업을 파는 입장에서 보면 경쟁이 심할수록 비싸게 넘길 수 있으니 좋은 일이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이 한권의 책] 인간의 지성은 인류의 희망

    대부분의 지구생물과 인간의 가장 뚜렷한 차이는 무엇일까? 인간 이외의 생물들은 주로 신경계에 내장된 유전정보에 의존하여 살지만 인간은 긴 유년기를 통하여 환경과 문화로부터 학습하는 능력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바로 뇌 덕분이다.‘에덴의 용’은 해부학, 생리학, 고생물학, 심리학, 인지과학, 정신분석학적 연구성과를 총동원하여 뇌가 형성하는 인간 지능의 본질과 진화 과정을 탐구한 책이다. 세계적인 과학 베스트셀러 ‘코스모스’ 저자와 SF영화 ‘콘택트’의 원작자로 유명한 천문학자가 웬 뇌과학 연구서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의도는 명백하다. 전대미문의 속도로 변화하는 위험천만한 이 세계는 인간 지능의 빠른 진화가 원인 제공자이기도 하지만, 지능에 대한 깊은 이해, 지식의 발전만이 인류의 미래를 지혜롭게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저자는 우주와의 소통을 염두에 둔다. 인간의 지식이 보편성을 띤 것이라면, 만의 하나 외계 어딘가에 생물체가 있을 때 그들이 이룩한 지적 성과를 우리와 교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천문학자적 믿음에서다. 저자는 지구에서 일어난 진화 전체의 역사는 점차 지능이 발달하는 쪽으로 진보되어 왔음을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서의 생명체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만일 외계에 생명체가 있다면 해부학적으로나 생리학적으로 우리와 전혀 다른 뇌를 갖고 있겠지만, 지구에서와 같은 진화의 체로 걸러져 지능적 기계를 이용해서 지적 능력을 외부적 수단으로 확장했을 거란 얘기다. 따라서 지구와 외계 생명체는 기계를 통해 메시지를 교환할 수 있고 이러한 소통은 인류가 당면한 심각하고 실질적인 자기파괴 위험을 피해가게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책은 이렇게 거창한 전망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재치와 상상력, 재미있는 우화로 가득 차 어렵지 않게 읽힌다. 특히 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철학, 문학, 신화를 교직해 지식의 교향곡을 엮어낸 솜씨는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이유를 짐작케 한다. 예를 들면 ‘에덴의 용’이란 제목 자체가 신화에서 차용한 메타포이다. 저자는 뇌의 진화는 새로운 것이 종전 것에 덧붙여지는 형태로 진화한다고 보며 이렇게 형성된 뇌의 세 부분이 R복합체, 변연계, 신피질이라고 설명한다.R복합체는 관습적, 공격적, 위계적 행동을 지배하는 파충류의 뇌단계이고, 변연계는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다음 단계이며, 신피질은 깊이 있는 사고와 반성, 추론 기능을 담당하는 가장 최근에 진화된 부분이다.300만∼400만년 전 에덴동산에서 인간에게 선악과를 따먹게 한 것은 파충류인 뱀(용)이다. 파충류의 유혹과 신피질의 선·악 판단 기능이 오늘도 인간의 뇌에서 충돌하고 있다는 기술은 저자의 간단찮은 통찰력을 느끼게 한다. 책은 뇌의 크기와 지능의 관계, 뇌의 부분별 기능, 돌고래·침팬지같이 지능이 높은 동물의 언어 및 추상능력, 잠과 꿈의 기능, 언어의 발달 등에 관한 궁금증을 자세하게 풀어준다. 10년 전 작고한 작가의 30년 전 저작이지만 세월을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 지식에 대한 열린 자세, 인간복제·뇌개조·인공지능 등 기술발전에 대한 정확한 예측,‘변치 않는 삶의 진실’을 추구하는 자세 등은 지금 읽어도 경탄할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 이성에 대한 막연한 낙관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이런 믿음마저 없다면 인류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1만 5000원. 신연숙 문화담당 대기자 y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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