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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儒林(515)-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5)

    儒林(515)-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5)

    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5) 쇄언에 보이는 퇴계의 격려내용을 율곡 스스로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나는 예안에서 이틀을 유숙하고 작별을 드렸다. 강릉으로 돌아가 있을 당시 퇴계선생은 나에게 편지와 시를 보내주셨는데, 그 편지에 이르기를 다음과 같이 하셨다. ‘세상에 영명한 재질이 어찌 한정이 있을까마는 다만 옛 학문에 마음 두기를 즐겨하지 않음이 도도한 물결같이 모두가 그렇습니다. 그 중에 스스로 이러한 세속에서 벗어난 자가 있어도 혹 재질이 미치지 못하거나 나이가 이미 늙거나 합니다. 그런데 그대는 높은 재주와 약관의 나이로 바른 길을 향하여 출발하였으니, 후일에 성취할 바를 어찌 측량할 수 있으리오. 바라건대 오직 천만번 원대(遠大)해지기를 스스로 기약하고 소득(小得:문사나 부귀와 같은 도학에서 벗어난 공리적인 헛된 명성)에 스스로 자족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나서 율곡은 퇴계로부터 받은 다음과 같은 시 두 편을 전재하고 있다. “고래로 이 학문은 세상이 놀라고 의심했는데 이(利)를 노려 경(經)궁리 도는 더욱 멀어졌네. 아, 그대 홀로 능히 추서(墜緖)를 찾아 말을 듣고 새로운 지식을 찾으려 함이오.(從來此學世驚疑 射利窮經道益離 感子獨能尋墜緖 令人聞語發新知).” 퇴계가 율곡에게 보낸 첫 번째 시의 내용은 ‘지금 세상이 혼탁하여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이익만을 탐하고 올바른 도에는 더욱 멀어지고 있지만 오직 그대만이 추서(墜緖:땅에 떨어진 도의 실마리)를 찾아 말을 듣고 온고지신(溫故知新), 즉 옛길을 찾아 새로운 지식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음이 참으로 가상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음인 것이다. 퇴계가 율곡에게 보낸 두 번째 편지는 다음과 같다. “시골로 돌아와 오래할 바를 몰라 탄식하다가 고요한 가운데 틈새로 비치는 빛 겨우 엿보았소. 권하노니 그대는 제때에 바른 길 추구하고 궁향에 들었던 일 슬퍼하지 말아주오.(歸來自歎久迷方 靜處才窺隙光 勸子及時追正軌 莫嗟行脚入窮鄕)” 퇴계가 율곡에게 준 이 시는 2박3일의 짧은 만남 동안 두 사람이 나눈 대화의 주된 내용이 무엇이었던가를 강렬하게 암시해주고 있다. 궁향(窮鄕). 두 번째 시 속에 나오는 궁향은 원래 ‘궁벽한 시골’을 가리키나 여기서는 불교를 말함이었던 것이다. 이 용어는 사기의 ‘조세가(趙世家)’에 나오는 ‘궁향은 괴이한 것이 많고 곡학은 말이 많다.(窮鄕多異曲學多辨)’라는 구절에서 빌려온 것. 그러므로 ‘궁향에 들었던 일을 슬퍼하지 말아주오.’라는 마지막 문장의 뜻은 ‘불교에 심취하였던 과거를 너무 상심해 하지 말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율곡은 19세 된 해 봄 3월에 홀연히 종적을 감추어 금강산으로 입산하였다. 이듬해 하산하여 강릉의 외갓집으로 돌아왔으니 그가 불교에 입문하였던 것은 이처럼 1년 반에 가까운 오랜 기간이었던 것이다.
  • [책꽂이]

    |실용| ●전략가의 리더십(엄광용 지음, 나무의꿈 펴냄) 중국 춘추시대 책사들의 지략을 현실에 접목시킨 리더십 지도서. 천하경영의 기본은 인간경영임을 강조한다.1만원. ●14가지 원리만 알면 너무나 간단한 회계공부(이시이 가즈히토 등 지음, 양영철 옮김, 거름 펴냄) 소설의 형식을 빌려 회계의 핵심 원리 14가지를 설명. 수익비용대응의 회계원칙, 감가상각, 비용배분, 충당금, 원가 계산, 자본의 원천별 분류 등의 개념을 풀이한다.1만원. ●경영의 심리학(에리크 알베르 등 지음, 이세진 옮김, 아라크네 펴냄) 심리학적 도구를 활용해 조직문화를 향상시키고 성과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설명. 기업의 효율성 극대화주의를 비판하며 직원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보람을 느끼는 풍요로운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1만 2000원. ●시사 IT용어 따라잡기(김학진 지음, 아이뉴스24 펴냄)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모바일주소(WINC), 문자서비스(SMS) 등 IT용어 200여개를 골라 풀이했다. 부록으로 게임용어와 인터넷에서 널리 쓰이는 은어 등도 소개한다.1만 5000원.|초등·청소년|●철학자는 왜 거꾸로 생각할까?(요술피리 글, 노현정 그림, 올벼 펴냄)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토마스 아퀴나스, 데카르트, 스피노자, 헤겔, 사르트르 등 인류사를 빛낸 철학자 11명의 사유세계를 귀띔한다. 주인공들의 철학세계를 짧게 압축했지만, 이야기체로 묘사해 이해하기가 한결 더 수월하다. 초등생.1만 9000원.●호기심, 달나라에 착륙하다(고래발자국 지음, 이루다 그림, 디딤돌 펴냄) 고요의 바다(달)에는 물이 있을까, 달의 모양은 왜 변할까, 모두가 잠든 밤사이 달은 어떻게 움직일까…. 과학시간에 초등생들이 머리를 긁적일 만한 달에 관한 모든 궁금증들을 이야기체의 설명, 그림, 사진 등을 곁들여 풀어준다. 초등생. 각권 7000원.●내 마음의 수호천사(신현수 글, 김영장 그림, 푸른나무 펴냄) 평범하지만 화목했던 가정에서 자라난 초등 6학년 은별이. 위암 말기 진단을 받은 엄마를 갑자기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과 마지막 사연들, 아픔을 딛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이야기가 눈물샘을 건드린다. 가족의 참의미가 책장을 덮을 즈음 차분히 지면위로 도드라진다. 초등생.7800원.|유아·아동|●지구는 돕니다(안느 브루이야르 글·그림, 곽노경 옮김, 미래M&B 펴냄) 찬바람에 끽끽 우는 나무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철따라 바뀌는 풍경…. 지구의 모든 것들이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웅변하는 철학적 감성이 돋보이는 그림책.5세 이상.9000원.
  • [책꽂이]

    |실용경제|●대한민국에서 아들 공부시키기(김숙희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펴냄)여인천하의 시대에 아들 공부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들을 위한 공부 길 찾기를 소개.1만2000원.●인생을 바꿔사는 51가지 방법(캐롤라인 수 등 지음, 정명진 옮김, 부글 펴냄)새해를 맞아 새로운 삶은 꾀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아이디어를 묶은 책.8900원.●성공의 법(오오카와 류우호오 지음, 행복의 과학 옮김, 범우사 펴냄)현대인의 성공 철학을 다룬 자기 계발서.9000원.●부모의 심리학(이보연 지음,21세기 북스 펴냄)공부보다 중요한 아이들의 마음 읽어주기를 강조하는 교육서. 9800원.●시대가 만든 천재, 손정의(야기 츠토무지음, 김진연옮김,sb펴냄)천재사업가 손정의와 그가 만든 셔틀 소프트뱅크의 실상을 파헤친 비즈니스북.1만2000원.|아동|●티베트(피터 시스 글·그림, 엄혜숙 옮김, 마루벌 펴냄)아빠의 빨간상자안에 담긴 아버지의 빛바랜 읽기속에는 티베트 여행이야기와 그림들로 가득찼다.1만 5000원.●울고 있을때 읽어봐(위기철 지음, 엘레나 샐리바노 그림, 청년사 펴냄)슬픔으로 가득찬 울보아가씨의 해피앤딩 스토리.8500원●행운을 드려요(하인츠 야니쉬 글, 젤다 마를린 조간치 그림, 엄현아 옮김, 넥서스 주니어 펴냄)불행이라고 생각하던 일도 바꿔놓고 보면 행운을 줄 수 있는 일이 많다.8500원.●꼬마 딱새의 겨울나기(안네 뮐러 글·그림, 조국현 옮김, 소년 한길 펴냄)눈밭의 딱새가 어떻게 하면 겨울을 나는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9000원.●환경이란 얼마나 친하세요(데이비드 벨라미 지음, 페니 단 그림, 목정임 옮김, 계림북스쿨 펴냄)일상 생활에서하는 작은 실천들이 고래와 새와 나무를 살리고, 지구를 살린다는 내용이 담겼다.9000원.●누가 따라 오는 걸까(앙투안 길로페 지음, 어린이 작가정신 펴냄)흑백의 대비가 인상적인 글없는 그림책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아름다움이 살아움직인다.8000원.|청소년|●기적의 독서법(기적의학습법연구회 지음, 길벗 펴냄)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하루 10분, 큰 소리로 읽으면 두뇌개발은 물론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독서법을 담은 책. 초·중·고급 3권. 각 8000원.●바칼로레아 과학편(로렝 드고 등 지음, 김희경 등 옮김, 민음in 펴냄)청소년이 알아야 할 문제나 뉴스, 신문에서 보는 최신 쟁점에 대해 분야별 전문가들이 답해주는 형식의 교양시리즈 10권. 복제와 기후, 자연, 동물 등에 대한 재미있는 해석이 담겨있다. 각 6500원.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1)끝. 새날의 희망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1)끝. 새날의 희망

    ‘정감록’ 연재도 막바지라 맺음말이 없을 수 없다.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국의 예언문화를 다각도로 다루려 노력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화제는 조선후기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바로 그 시기에 ‘정감록’이 등장했고, 그것이 한동안 정치 및 종교운동의 모태가 되었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조선후기엔 이른바 ‘정감록’ 사건이 참 많기도 했다. 그런데 ‘정감록’은 과연 무슨 사상을 담고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때가 많다. 아무리 ‘정감록’을 읽어봐도 어떤 체계라든가 사상성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설사 ‘정감록’에 예고된 정진인(鄭眞人)의 세상이 된다 해도, 그것은 또 하나의 왕조일 뿐 세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잘 알 수 없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신약성서’의 ‘요한계시록’ 은 예수의 재림이 가져다 줄 인류역사의 완성을 예언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정감록’은 기껏해야 왕조교체를 논하는 수준이란 평가다. 그렇게만 볼 일이 아니다.‘정감록’이란 텍스트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정감록’을 읽는 나의 방법은 적혀 있는 글자만 읽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문화적인 맥락에 비추어 읽는 방식이다. 텍스트의 안과 바깥을 부지런히 오가며 ‘정감록’을 읽는 것이다. 그러면 수수께끼가 풀린다. ●정감록, 지배이데올로기에 맞선 대항이데올로기 ‘정감록’은 조선시대의 지배이데올로기인 ‘성리학’에 맞서 평민 지식인들이 준비한 대항 이데올로기였다. 이 점은 19세기 후반에 등장하기 시작한 여러 신종교의 가르침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동학·증산교 및 원불교는 하나같이 곧 밝아올 새 세상을 노래했다. 그들이 선포한 새날은 ‘정감록’이 민중에게 약속한 새 나라였다. 그것은 역사상 존재했던 여러 왕조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른 새 하늘, 새 땅이었다. 새 날의 모습은 성리학자들이 추구해온 목가적 이상세계와는 달랐다. 그것은 ‘정감록’으로 빚은 대항 이데올로기의 핵심이었다. 연재 가운데 이미 검토된 사실이지만 동학과 같은 새 종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17세기 이후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런 운동은 ‘정감록’을 매개로 평민 지식인들이 주도했다. 신종교 운동은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나름대로 조직적 경험과 이론을 확립해갔다. 마침내 19세기 후반에는 동학이란 교단으로 화려하게 부활해 민중에게 널리 지지를 받았다. 최제우의 동학은 ‘정감록’운동의 터전 위에서 창립된 것으로,‘정감록’없이는 동학도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 옳다. 나중에 동학의 교명을 천도교로 바꾼 손병희 같은 지도자도 ‘정감록’을 무척 중시했다. ●오만년 대운, 전환기의 괴질 동학을 비롯한 여러 신종교에서는 조선왕조가 망하고 나면 새 세상이 열린다고 보았다. 바로 ‘정감록’에 예언된 정진인의 나라다. 그때가 되면 문자 그대로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롭고 복된 사회가 건설된다고 한다. 이를 두고 오만년대운(五萬年大運)이 새로 시작된다고 표현했다. 동학의 경전 ‘용담유사’에는 ‘오만년’이라는 표현이 여러 번 등장한다.‘용담가’에 “한울님 하신말씀 개벽 후 오만 년에 네가 또한 첨이로다.”라는 대목이 있다. 세상이 열린 지 오만 년 만에 최제우가 큰 가르침을 열었다는 말이다. 최제우는 인류역사상 최초로 이상적인 종교를 창립했다며,“무극대도 닦아내니 오만년지 운수로다. 만세일지 장부로서 좋을시고”라고 했다. 불교와 유교는 이미 낡은 것이 되었고, 이제는 인류 최상의 가르침인 동학을 통해 새 세상을 건설할 때라는 것이다. 최제우는 동학의 유행을 천운(天運)이라 했다. 그러면서 보통사람들은 근심걱정 없이 이러한 시운에 따라 최제우가 가르치는 대로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 했다. 최제우에 앞서 세상이 바뀔 거란 점을 누누이 강조한 것은 ‘정감록’이었다. 그 유행에 힘입어 사람들은 최제우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정감록’엔 새 세상이 밝아올 때 여러 가지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고 예언돼 있다. 전쟁과 질병과 굶주림이 그것이다. 최제우는 ‘정감록’ 예언을 대폭 수용해 과도기의 징후를 ‘몽중노소문답가’에서 이렇게 정리한다.“십이제국 괴질운수 다시개벽 아닐는가.” 여기서 말하는 십이제국이란 문자 그대로 열두 나라가 아니라 온 세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봐야 한다. 온 세상이 정체불명의 질병으로 시달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다른 곳에서 그는 ‘삼년괴질’이니 ‘연년괴질’과 같은 말을 한다. 요컨대 여러 해 동안 인류가 조류독감이나 에이즈와 같은 질병으로 시달린 다음에 “개벽”이 완성된다고 보았다. 이것은 마치 성경에서 말세에 큰 환란을 겪은 뒤 예수가 재림한다는 식이다. 조선 후기엔 천주교가 수용되어 종말론이 널리 전파되었다.‘정감록’에 기록된 환란도 그와 관계가 있어 보인다. 최제우의 동학 역시 마찬가지다. 동학은 이름부터 천주교(서학)에 반대한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지만, 그 주장이 꼭 대립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학을 계승한 증산교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증산교의 창립자 강일순은 한국에 출생하기 전에 로마 교황청 꼭대기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고 했다. 그는 서양신부 마테오리치를 중국으로 파견한 장본인이라고도 했다. 이런 증산교도 전환기에 찾아올 환란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강일순의 생각은 동양적이었다. 그는 이른바 괴질의 원인을 과거의 모든 악업(惡業)과 신명들의 원한과 보복이 쌓인 것이라 했다. 악업과 신명을 강조한 점에서 그의 생각은 다분히 불교적이다. 강일순은 괴질의 발생을 사계절과 비교한다. 봄과 여름에는 큰 병이 없다가 봄여름의 죄업에 대한 인과응보가 가을에 접어드는 환절기에 병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말세에는 이런 식으로 큰 병이 세상을 휩쓸게 되는데, 한국에서 최초 발병자가 나오며 병을 치료할 구원의 도(道) 역시 한국에서 일어난다 했다. 괴질은 전라북도 군산과 순창에서 발생해 49일 동안 전국을 휩쓸고는 외국으로 건너가 3년 동안 전 세계를 휩쓴다. 이것이 강일순의 예언이다. 그는 한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간주했는데 이런 사고방식은 ‘정감록’에서도 확인된다. 동학의 최제우 역시 오만년 대운을 열 새 가르침을 받았다고 말함으로써, 한국을 세상의 중심으로 여겼다. 19세기 한국은 내우외란이 겹쳐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종교적인 면에서도 외래종교인 천주교가 들어와 전통사상이 도전에 직면했다. 이런 판국이라 ‘정감록’을 비롯한 각종 예언은 더욱 인기를 끌었고, 마침내 말세의 환란과 새 세상에 대한 기대가 꽃을 피웠다. 동학과 증산교의 등장이 바로 그 보기다. ●새 세상은 미륵세상 최제우의 글에는 새 세상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강일순의 경우는 달라 다가올 세상을 비교적 자세히 예고했다. 언제나 발뒤꿈치를 땅에 붙이고 살기 마련인 사람들도 하늘에 올라갈 수 있게 된다 했다. 새 세상은 밤도 낮처럼 환해지며, 들에는 백가지 곡식이 풍성하고 만 가지 과일이 다 굵고 커, 음식이 풍성하게 된다. 아름다운 옷도 무척 흔해진다. 강일순이 꿈꾼 새날은 의식이 풍족하고 교통이 편리하게 되며 어둠이 사라진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선 거짓이 사라지고 온갖 차별도 없어지며 수명이 늘어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은 강일순의 예언이 적중했다고 말한다. 이제 비행기를 타고 얼마든지 하늘을 날게 되었고, 전깃불로 밤을 밝히게 되었다. 또한 대형 할인마트에는 국산과 외국산을 막론하고 음식과 과일 그리고 의복이 넘친다. 헐벗고 굶주리던 옛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인권이 잘 보장되며 평균수명도 많이 늘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강일순이 예고한 새 세상은 불교에서 말하는 미륵세상이다.‘미륵하생경’에 비슷한 모습이 더욱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새 세상이 되면 거리마다 번화하기 짝이 없고, 밤마다 향수가 가랑비처럼 내린다 했다. 길바닥은 거울처럼 맑고 깨끗하고 평탄하며, 식량이 풍족해 인구도 번창한다. 보배가 무수하고 감미로운 과일나무, 향기로운 풀과 나무도 무성하다. 기후는 늘 온화하고 화창하며, 계절의 변화가 순조롭고 사람들은 착하고 고운 말만 서로 주고받는다. 대소변을 볼 때면 땅이 저절로 열렸다 닫혀 아무런 냄새도 안 난다. 인간의 수명도 늘어나 보통 8만 4000세까지 살게 된다. 이것이 지금 도솔천에서 수행 중인 미륵이 세상에 내려와 건설할 새 세상의 모습이다. 물질이 지극히 풍족하고, 평화로우며, 아름답고, 누구나 심신에 고통을 받지 않고 오래 사는 이상향이다. 불교신자라면 누구나 이런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를 염원하는 것이 당연하다. 불교는 오랫동안 한국의 국교였다.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및 고려시대까지 늘 그랬다. 상하를 불문하고 모두 불교를 믿었다. 조선시대에야 사정이 달라졌다. 유교를 국시(國是)로 삼아 불교를 업신여기는 풍조가 유행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불교적 세계관에 익숙했다.19세기에 강일순이 미래의 이상향을 언급하면서 미륵세상을 사실상 그대로 옮긴 것도 우연이 아니다. 미륵세상은 한국사람 누구나가 지향한 이상향이었다. 그 점을 감안하면 조선후기 신종교운동을 펼친 평민지식인들이 이상세계를 구체적으로 논하지 않은 것도 납득이 된다.‘정감록’에 미래사회의 모습이 나오지 않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그 때는 누구나 미륵세상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정감록’이든 또는 동학의 경전이든 이상향에 관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던 시절이다. 조선시대 민중이 궁금했던 것은 이상향의 모습이 아니라 과연 언제 새날이 밝느냐는 문제였다.‘정감록’이 선포한 새 세상은 미륵세상이란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미륵이 얼마나 중시됐는가는 전국각지에 미륵신앙이 퍼져 있다는 사실에 나타난다. 일제시대 함경도 함흥에서 수집된 무가(巫歌)를 보면, 미륵은 인간을 창조한 조물주로 인식될 정도였다. 바로 그 “미륵님 세월에는 섬(石)으로 말(斗)로 밥을 배불리 많이 먹고 인간 세월이 태평하였다.” 과거 미륵세상이 태평했다는 대목은 앞으로 다가올 미륵세상이 그러리란 기대를 역으로 투사한 것이다. ●정감록은 후천세계로 귀결 다가올 미륵세상을 신종교에서는 후천(後天)이란 용어로 표현한다. 인류의 역사를 양분해 지난 세상은 선천(先天), 다가올 세상은 후천으로 설명한다. 선천은 각종 모순이 쌓여 불합리하고 상극이 되어 충돌하던 어두운 세상, 후천은 상생의 논리가 지배하는 밝은 세상으로 본다. 원불교 교조 박중빈은 이미 선천과 후천이 교대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 후천세계는 평화롭고 평등한 문명 세상이다. 그것은 온갖 종류의 차별과 대립이 사라진 지상낙원인데, 한국이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정감록’이 기약했던 정진인의 나라는 결국 후천세계로 귀결되었다. ■ 정감록과 임진왜란 ‘정감록’이 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임진왜란이었다. 선조25년(1592)에 일어난 왜란의 여파는 무척 컸다. 전쟁이 끝나고 얼마 안 돼 전쟁에 관한 예언이 수집되었다. 일종의 사후 약방문인 셈인데, 그것은 뒷날 ‘정감록’에 녹아들었다. ‘조선금석총람’ 하편을 보면 세조5년(1459) 원각(圓覺)이란 승려가 81세를 일기로 입적하며 앞날을 예언했다. 자기가 죽고 130여년이 지난 뒤 고래 같은 도적(왜적)이 쳐들어와 나라가 의지할 곳을 잃게 된다고 했다. 그 때가 되면 산과 냇물에 시체가 쌓이고 피가 천리를 적시는데 서쪽(중국) 병사들이 와서 구원하리라 했다. 임진왜란 발생과 경과를 대강 맞춘 셈.‘산과 냇물에 시체가 쌓인다.’는 식의 표현은 ‘정감록’에도 보인다. 원각은 참혹한 전쟁에도 불구하고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늘의 신들이 도와주기 때문이란 것이었다. 그는 향불을 태우며 무릎꿇고 관세음보살의 주문을 외우면 화를 입지 않게 되며 오래 살 수 있다고 하였다. 당시 유행한 예언서에 “적은 부산에서 일어나 부산에서 그친다.”라고 돼 있었다 한다. 임진왜란은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경상도 부산포에서 시작돼 어찌보면 거리가 매우 먼 평안도 부산에서 끝난다는 이야기였다. 보통은 잘 모르고 있지만 평양 서쪽 30리에 부산 고개라는 곳이 있다. 그 왼쪽 언덕에는 사람 모양의 석상이 있는데 언제 누가 무슨 일로 세웠는지는 알 수 없다 한다. 임진년(1592년) 봄, 석상이 피를 흘려 이웃한 부산 고개까지 흘러 내렸다. 전쟁이 일어날 징조였다. 전라도 광양에선 돌에 적힌 예언서가 발견되었다. 쇠무덤(鐵叢)이라 알려진 곳에서 출토된 예언서에는 이상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동쪽으로 시오리 되는 곳에 황금총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발견하면 만 배 이익이 될 것인데 그리 되면 아들은 능지기가 되고 노비가 능 주인이 되어 상하가 뒤집힌다. 승려가 승려노릇을 그만 두고 선비가 붓과 먹을 버리게 되며, 베 짜는 여인이 베틀을 버리고 농부가 쟁기를 버린다.” 상하의 질서가 무너지고 사람들이 본업에 충실하지 않는 괴상한 일이 일어난다는 예언이었다. 비슷한 표현이 ‘정감록’에도 있다. “임진년에는 나라가 셋으로 갈라졌다가 계사년에 다시 평정되리라. 말해 또는 양해에 다시 태평하여질 것이다. 두류산에 들어가 난을 피하는 것이 제일이다. 호서는 조금 편안하고, 한양에 도읍하면 마땅히 팔백년을 갈 것이다. 당나라 병사가 임진강을 건너면 국운이 2백년은 더 하리라.” 이 대목은 ‘정감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삼국으로 갈라졌다 하나로 통일된다는 것, 말해와 양해가 대길하다고 예언한 것은 모두 ‘정감록’에 수용되었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한 번 나온 예언은 어떤 식으론가 계승되게 마련인 것을 알 수 있다. 선조 때 명신인 이항복에 관한 이야기도 전한다. 왜란이 일어나기 한 해 전 겨울날이었다. 이항복이 퇴궐해 막 집에 도착하자 청지기가 뛰어 나와 어느 괴상한 남자가 뵙자고 야단이라 하였다. 그 사나이는 헤진 갓에 다 떨어진 신발을 신고 있었다. 더러운 누더기를 몸에 걸쳤고 좁은 바지 자락은 정강이까지 돌돌 말아 올렸는데 얼굴은 큰 돌 같았고 키가 무척 컸다. 붉은 입을 괴물처럼 열고 한참 동안 무슨 말인가를 늘어놓은 뒤 갑자기 사라졌다. 이웃집에 살던 이덕형이 이를 목격하고 사정을 캐물었다. 이항복은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기를, 그 사나이는 자칭 백악산의 야차(범어의 yaksa, 두억시니)라고 하는데 장차 내년에 큰 난리가 터질 텐데 아무도 걱정하는 사람이 없어 이렇게 내게 알려주러 왔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야차는 10세기 초 철원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토성 신을 연상케 한다. 그는 고려태조의 등극을 알리는 ‘고경참’을 시장에 내다 판 것으로 돼 있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WE와 함께 대박난 맛집

    WE와 함께 대박난 맛집

    ‘We에 소개돼 대박 났어요∼’ 주말매거진 We는 지난 2년간 ‘이집이 맛있대요’와 ‘이 집이 맛있대’라는 코너를 통해 전국 200여곳의 맛집을 발굴, 소개했습니다. 이 코너는 기자들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찾아낸 맛집들로 독자의 입장에서 까탈스러울 정도로 맛을 검증해 찾아낸 집들입니다. 이 때문에 제목과 같이 ‘이 집이 맛있대요∼’라며 자신있게 힘주어 외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독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만들어진 코너이기도 합니다. 독자들이 이메일이나 서울신문 홈페이지 등에 추천한 음식점 등을 직접 가서 취재해 게재한 곳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We가 100호를 맞아 그동안 지면에 소개된 맛집 중 ‘대박난’ 음식점을 찾아 뒷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물론 200여곳 중 7곳을 선정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맛을 찾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 음식점들을 다시 찾아가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맛집들은 취재 당시의 맛을 꾸준히 지키고 있었지만 일부는 매스컴을 탄 뒤 맛의 질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은 곳도 있어 안타깝게 했습니다. We 첫회(2004년 1월 9일)에 소개됐던 부산 연산동의 영양돌솥밥집인 ‘낙원’과 서울 삼선교의 낙지전골집 ‘오낙도’(2회)를 시작으로 그동안 200여곳의 맛집이 소개됐습니다. 그동안 We에 실렸던 맛집 중 체인점 쇄도요청이 쏟아지거나 음식점을 크게 확장한 이른바 ‘대박난 집’들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A. 서울 광화문 장뚜가리 ‘12오겹살’로 광화문 일대에 명성을 떨치고 있는 ‘장뚜가리’는 We에 소개된 뒤 원조 맛집들이 즐비한 광화문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음식점’ 중 하나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쏟아지는 체인점 문의를 버티다 못해(?) 내년부터는 체인점 사업에도 뛰어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외국의 언론에 ‘한국의 맛집’으로 소개되면서 중국 상하이와 일본, 미국 등에도 체인점을 추진중에 있다. 유성호(38) 사장은 “신문에 소개된 12오겹살을 만들게 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면서 “내년에는 체인점 사업을 통해 한국의 맛을 국내외에 소개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자랑했다.12오겹살은 이 집의 대표 메뉴로 두께가 자그마치 12㎜에 이르는데 유 사장이 직접 1∼20㎜까지 잘라 구워 먹으며 가장 맛있는 두께를 찾아낸 것이다. 일반 오겹살의 두께가 5㎜안팎인 것과 비교해 두배 이상 두껍다. 신문에 영국 유학생활을 접고 음식점에 뛰어든 그의 이색적인 약력이 소개되자 손님들의 호기심 어린 질문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장사가 잘된다고 메뉴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조만간 ‘만배불취 오겹살’이라는 신메뉴를 준비하고 있다.‘술을 만잔 먹어도 취하지 않는다.’는 뜻의 이 오겹살에는 숙취 해소에 좋은 한약재를 넣어 숙성시킨 것으로 현재 한의사와 함께 연구 개발 중이다. 다소 엉뚱하지만 그는 최근 조리할 때 나오는 폐열을 재활용할 수 있는 장치인 ‘폐열을 활용한 난방장치’에 대해 특허 출원을 하기도 했다. 장뚜가리는 현재 광화문점(1호점)과 세종문화회관점(2호점) 등 두 곳이 운영되며,12오겹살은 1인분(200g)에 8000원, 마늘 숙성 오겹살은 1만원, 김치강정은 6000원에 판매하고 있다.(02) 732-9292. 만원, 김치강정은 6000원에 판매하고 있다.(02) 732-9292.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B. 경기도 수원 황포돛대 매서운 추위가 10여일 이상 계속되고 있다. 이런 날씨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매콤한 음식 생각이 절로 난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교동 ‘황포돛대’(031-258-0100)는 온 가족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낙지·오징어’요리 전문점이다. 이 집의 ‘낙지불고기’는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으로 소문나 있다. 지글지글 열기를 뿜어내는 돌 판위에 낙지와 각종 야채, 물엿과 청양고추 등으로 버무린 고추장 양념이 어우러져 특유의 매콤한 맛을 선사한다. 주로 산낙지가 나오는데 1인분에 1만 2000원으로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부담스럽다면 1인분에 6000원 하는 오징어 불고기를 권하고 싶다. 남겨진 양념에 공기밥과 김치, 야채, 김가루 등을 넣어 만들어주는 볶음밥도 빼놓을 수 없다. 돌판 위에 붙어있는 눌은밥을 긁어먹는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주인 김학규(30)씨는 “낙지와 오징어불고기도 좋아하지만 나중에 먹는 볶음밥 때문에 일부러 찾는 손님들이 꽤 많다.”고 귀띔한다. 김씨의 어머니 김부전(59)씨가 주방일을 맡고 있다. 그녀는 “15년 전 가족을 위해 요리기술을 배웠는데 이제는 본업이 돼버렸다.”며 환하게 웃었다. 고급 커피숍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종업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도 손님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C. 서울 송파구 고래집 “서울신문에 큰 빚을 졌습니다.” 지난해 서울신문 We에 맛있는 집으로 소개된 서울 송파구 수서역 현대벤처빌 뒤의 곱창 전문집인 고래집(02-3412-4355)을 1년여 만에 다시 찾았다. 영하 13도의 매서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밖에서는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실내에는 곱창 굽는 연기로 가득했다. 박경미(39) 사장은 “지난해 서울신문의 기사가 나가자마자 대단했습니다. 멀게는 인천과 일산에서 전화를 주시고 찾아 오는 손님들이 있고 일주일 동안은 아예 전화를 받을 수 없을 지경이었어요.”라며 당시를 떠올린다. 또 곱창이 모자라 밤 11시 이후에는 팔지 못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저녁이면 사람들이 항상 줄을 서 있어 가게 앞의 사거리 이름이 ‘곱창사거리’로 변했다. “이 집 곱창 맛이 정말 끝내줘.”라며 언손을 부비며 자리를 잡은 김성식(42·중앙엔지니어링)씨는 “쫄깃쫄깃한 맛과 그 뒤에 흐르는 곱의 담백함은 고래집만의 자랑”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아니야, 여기는 양이 더 맛있어.”라며 “아삭아삭 과일향이 가득하며 고기를 씹는 듯한 양의 부드러움은 대한민국 최고”라는 이형만(43·중앙엔지니어링)씨. 맛이 변하면 손님들이 먼저 안다며 제일 무서운 것이 손님들의 입맛이란 박 사장의 경영철학. 사람들이 너무 몰리면서 서비스가 소홀해질까봐 가장 신경이 쓰인다는 박 사장은 그래도 음식에는 최고, 최상의 품질을 지키기 위해 한치의 소홀함이 없단다. 인심 좋은 박 사장도 지난여름 구제역파동 때는 많이 힘들었단다. 그래서 손님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하자는 의미에서 양과 곱창을 먹기 전에 ‘싱싱한 간과 천엽’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정말 이렇게 퍼주다가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손해가 날 것 같았다. 시원한 선지 해장국과 간, 천엽만 먹어도 다른 가게에서 몇 만원을 주어야 한다. 바로 이렇게 손님에게 퍼주는 인심좋은 곱창집이 바로 고래집이다. 많은 사람들의 프랜차이즈 문의를 물리쳤지만 내년에는 전국에 고래집을 100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음식의 매뉴얼을 만들고 있단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D.가야산 산사의 아침 “주말매거진 We에 맛집 기사(10월27일자)가 나간 직후 대전에 산다는 40대 후반의 남자가 서울신문과 함께 We를 손에 들고 일행 4명과 함께 왔습니다.” 가야산 국립공원 내 치인(해인사)집단시설지구에 있는 사찰음식 전문식당 ‘산사의 아침’ 주인 손숙경(69·여)씨는 WE에 보도된 이후 손님이 크게 늘었다고 즐거워했다. 손씨는 “대전에서 오신 분들은 ‘음식이 맛있다’며 몇 번이나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서울 등 수도권 손님도 많았다. 서울 강남에 있는 50대 후반의 부부는 “기사를 보고 사찰음식을 먹기 위해 해인사까지 달려왔다.”면서 “거리가 너무 멀어 오는 동안 상당히 피곤했으나 음식 맛이 이를 모두 날려버렸다.”며 신문에 난 집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했다고 한다. 손씨는 “경기도 분당 한 아파트 부녀회에서 왔다는 10여명의 주부들은 10여 가지에 이르는 코스 음식을 모두 먹어 본 뒤 역시 신문 기사대로 맛이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울 손님 중에는 자신이 돈을 투자할 테니 서울에서 식당을 열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MBC 모 PD는 We에 난 대로 맛이 있느냐고 물은 뒤 장아찌 담는 법을 가르쳐 달라며 몇번이나 전화하기도 했단다. 손씨는 손님이 늘면서 고들빼기김치 등 반찬을 2가지 늘렸다.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너무 고마워서란다. 합천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E. 부산 동래구 대청 돌판구이 마을 “WE에 보도된 뒤 멀리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서울신문 주말매거진 We에 소개(11월10일자)된 ‘대청 돌판구이 마을’(부산 동래구 명장동) 주인 김정현(40·여)씨는 “기사가 나간 뒤 매상이 껑충 뛰었다.”며 고마워했다. 상호가 말해주듯 널찍한 공간의 마루와 깔끔한 실내 인테리어가 눈길을 끄는 이 집은 질 좋은 한우와 국산돼지고기를 사용해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김씨는 “개업한 지 얼마 안 돼 손님이 하루 100여명에 불과했는데 서울신문 보도와 입소문이 퍼지면서 요즘에는 찾는 손님이 배로 늘어 하루 200여명을 넘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특히 요즘에는 연말을 맞아 송년 모임 등을 갖기 위해 단체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또 주말에는 인근 아파트 등지에서 자녀들과 함께 가족단위의 손님들도 많이 온다고 덧붙였다. 인근의 입시학원 원장인 정은경(45·여·동래구 복천동)씨는 “신문을 통해 대청마을을 알고는 남편과 함께 찾았다가 질좋은 고기와 맛깔스러운 밑반찬 등이 마음에 들어 단골이 됐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을 하는 김영기(43·동래구 명장동)씨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등 음식점 분위기가 좋아 거래처 사람들과 자주 온다.”며 “다른 곳에 비해 값도 비교적 저렴한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김씨는 “집에서 우리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정성껏 음식을 장만한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F. 서울 압구정 유끼노스시 곳곳에 들어서는 회전초밥집과 뭔가 다른 느낌을 주는 서울 압구정동 ‘유끼노스시’에 들어선 것은 일년 전. 유기농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유끼노’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의 컨셉트는 웰빙이었다. 유기농 채소, 태평농법으로 키운 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매일 새벽에 공수하는 싱싱한 재료들로 다양한 메뉴를 선사했다. 인기 종목이 나타나면 이를 따라하는 ‘미투(me too)’ 상품이 판을 치다가 결국 지존만 살아남는 경쟁사회의 냉혹함이 외식업계를 피해갈 리 없다. 컨셉트를 가지고 톡톡 튀는 요리를 선보인 유끼노스시는 We에 소개되고 1년이 지난 지금 승승장구하고 있다. 나무를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은 여전하다. 일년 전과 달라진 것은 메뉴.82m 길이의 벨트 위에 떠다니는 다양한 요리 외에 계절 요리와 자체 요리대회를 열어 새롭게 개발한 특선 요리, 저렴하게 다양한 스시를 즐길 수 있는 런치세트 등 더욱 다양해졌다. 창작 개발 메뉴판에는 만든 사람의 자존심이 엿보인다. 금방 튀긴 새우와 아보카도, 화이트와인과 마요네즈를 섞은 소스, 허니데리야키 소스를 넣어 만든 마키(3300원)는 최인선 조리이사의 이름을 붙였다. 연예인 옥주현이 늘 마지막을 장식하는 메뉴로 삼을 정도로 튀김 같지 않게 뒷맛이 깔끔하다. 이곳의 대표적인 메뉴인 브랜디 다다키스시는 ‘신실장님 스시’(3800원)로 이름을 바꾸었다. 주문을 하자마자 불에 직접 구워내 부드러운 참치 뱃살과 그 뒤에 남는 숯불의 향이 바비큐를 먹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신선한 딸기와 단맛의 밥이 오묘하게 조화된 ‘생과일롤’, 다진 청양고추를 넣은 새우야채볶음을 넣은 ‘군함말이’는 그 독특한 맛에 마니아까지 거느리고 있다.(모두 3300원) 울릉도 특산물인 산마늘잎을 절여 볶음밥을 말아 내는 ‘명이나물 스시’, 과감하게 일식집의 틀을 벗어버린 ‘불갈비 스시’ 등 겨울 특선 메뉴는 유끼노스시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가격은 접시 색상에 따라 1300원(노란색)부터 1만 2000원(금색)까지.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3시, 오후 5시30분∼밤 10시. 점심특선메뉴는 오후 2시40분까지,8000∼2만 3000원. 휴무일은 없다.(02)540-4888.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G. 서울 청계천 홍어횟집 서울 청계천 새물맞이와 함께 인근 식당들은 은근히 기대를 했을 법하다. 유동인구가 많아질수록 들르는 손님도 많아질테니까.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여우다. 웬만한 정보 없이는 쉽게 발길을 옮기지 않는다. 제대로 된 홍어 맛을 내는 40년 전통의 홍어요리 전문점 ‘홍어횟집’은 흐름을 제대로 탔다. 청계 8가와 9가 사이 지하철 1호선 신설동역 9번 출구 쪽, 약간은 외진 청계천권이지만 청계천 새물맞이에 앞서 지난 9월 말 주말매거진 We에 청계천 주변 맛지도에 이름을 알리면서 손님이 점점 몰려들기 시작했다. 홍어 하나로 승부해 온 뚝심이, 단골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 We를 보고 찾았다가 이제는 단골이 됐다는 정선인(48·서울 송파)씨는 “집에서 멀긴 해도 홍어 맛을 생각하면 절로 발길이 향해진다.”며 “게다가 직접 삭혀 만든 거라 다른 곳에서 먹는 ‘시장산’과 다른 신선한 느낌이 풍긴다.”고 말했다. 이 집의 삼합, 찜, 탕, 무침 등은 직접 옹기에 짚을 깔고 삭혀 만든 홍어로 만들어져 요리마다 신선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홍어가 저장된 수십개의 천연 옹기는 볼거리이기도 하다. 홍어무침에는 생도라지를 넣어 비린 맛도 없앴다. 홍어삼합과 찜, 탕은 각각 6만원, 홍어무침은 4만원(中).(02)2234-1644.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지역플러스] 고래화석박물관 연말 24시간 개방

    강원도 동해시는 새해 동해시를 찾는 해돋이 관광객을 위해 해돋이 행사가 열리는 31일 오전 9시부터 새해 첫날 오후 6시까지 망상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고래화석박물관을 24시간 개방한다. 또 도심지에 위치한 천곡동굴도 31일 오후 10시까지 4시간 연장 개방하는 한편 새해 첫날에는 1시간 빠른 오전 7시부터 개방,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키로 했다.
  • ‘국립대학 신설 확정’

    올해 추진된 울산시정 가운데 울산 국립대학교 신설 확정이 최고의 성과로 꼽혔다. 울산시는 21일 시민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올해 ‘울산시정 베스트 5’를 선정했다고 밝혔다.1위는 지난 9월 정부가 최종 확정한 울산의 오랜 숙원사업 ‘울산 국립대학 신설’(2009년 3월 개교 목표)이 차지했다.2위는 역대 체전 가운데 가장 훌륭했다는 평가와 함께 울산의 생태도시 이미지를 전국에 널리 알리는데 기여한 지난 10월 ‘제86회 전국체전’이 꼽혔다. 3위는 오염된 강이었다가 수영대회가 열리고 연어가 돌아온 깨끗한 강으로 탈바꿈해 생태도시 울산의 이미지를 심는데 결정적이 역할을 한 ‘태화강 살리기’가 올랐다. 다음으로 ‘기업사랑운동 추진’이 4위로 꼽혔고 고래도시 및 국제도시로서의 울산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한 ‘국제포경위원회(IWC) 울산회의 개최’가 5위를 차지했다. 시는 베스트 시정에 뽑힌 관련 부서에 대해 이달말 종무식때 30만∼150만원의 시상금을 줄 예정이다.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KCC프로농구] 현주엽 트리플더블

    ‘포인트포워드’ 현주엽(30·LG)이 올시즌 국내 선수 1호 트리플더블을 기록하며 팀의 지긋지긋한 삼성전 7연패 사슬을 끊었다. 현주엽은 16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삼성과의 경기에서 15점 10리바운드 11어시스트로 시즌 5호이자 개인 통산 7호 트리플더블을 기록하며 팀의 84-70 승리를 이끌었다. 현주엽의 트리플더블은 KTF시절인 지난해 1월9일 LG전 이후 11개월 만이자 국내 선수 가운데 최다 기록.2위 그룹은 포인트가드인 이상민(KCC)과 신기성(KTF), 주희정(KT&G) 등의 4차례다. 현주엽이 왜 포인트포워드로 불리는지 여실히 증명된 경기였다. 현주엽은 이날 특유의 돌고래같은 탄력으로 돌파를 시도하며 수비를 가운데로 몰아놓고 외곽에 있는 동료들에게 오픈 찬스를 만들어주고 트미트리우스 알렉산더(36점 7리바운드)와 픽앤드롤플레이를 펼치며 손쉬운 득점을 이끌어내는 뛰어난 패싱력을 선보였다. 게다가 3점슛도 3개(성공률 75%)나 꽂으며 삼성 수비의 얼을 확 빼놨다. 승부처는 2쿼터.LG는 5점차로 앞선 가운데 시작한 2쿼터 초반 4분여 동안 현주엽과 김영만(3점), 황성인(9점)의 3점포와 속공 등으로 연속 14점을 쏟아붓는 등 맹폭을 퍼부으며 20점차로 점수차를 벌린 뒤 더이상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이로써 LG는 시즌 20경기만에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전구단 상대 승리를 기록하는 기쁨도 함께 누렸다. 반면 삼성은 네이트 존슨(25점)을 빼곤 총체적인 3점포 난조(성공률 17%)에 시달렸고 서장훈(13점 4리바운드)과 올루미데 오예데지(13점 12리바운드) 등 간판들의 부진으로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4연승을 마감했다. 현주엽은 “4쿼터 막판에 가서야 트리플더블을 기록하게 됐다는 걸 알았다.”면서 “감독님이 알렉산더와 2대2 공격을 많이 하라고 주문했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고래 기업’ 삼킨 새우들

    ‘고래 기업’ 삼킨 새우들

    새우가 고래를 삼킬 수 있을까. 동화에서 나옴직한 얘기이지만 재계에서는 이같은 사례가 종종 나온다. 올 한해에도 재계에서는 자신보다 큰 회사를 삼킨 회사가 다수 있었다. 국일제지, 크라운제과, 두산중공업, 한창, 바이오메디칼홀딩스 등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 큰 회사를 인수했다. ●너도나도 ‘파이 키우기’ 특수용지 전문업체인 국일제지는 지난 13일 임시 주총을 열어 신호제지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국일제지는 국내 제지업계 4위이고, 신호제지는 2위다. 국일제지는 이로써 일약 업계 1위인 한솔제지를 위협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국일제지의 지난해 매출액은 신호제지 5900억원의 12분의1 수준인 480억원에 불과했다. 국일제지는 지난 8월 신호제지의 최대주주였던 아람FSI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경영권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이후 국일제지와 신호제지는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지분경쟁을 벌였으나 19.81%의 지분을 소유한 국일제지가 아람FSI(13.55%), 신한은행(11.76%), 피난사(8.71%), 아람구조조정조합(2.2%) 등 50% 이상의 우호지분을 확보하면서 신호제지를 삼킬 수 있게 됐다. 올해초 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인수는 M&A의 최대 화제작 중 하나다. 지난해 매출액이 2977억원에 불과하던 크라운제과가 6454억원의 해태제과를 인수, 일약 롯데제과와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크라운제과는 해태제과 직원들의 170일간 파업으로 인수·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3·4분기말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의 과자시장 점유율 합계는 33.5%로 지난해 말의 34.6%에 비해 오히려 1.1%포인트 떨어졌다. 그러나 크라운제과는 해태제과 노조의 장기파업이 지난 14일 끝나 내년이면 시너지 효과를 내고 내후년 상반기에는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도 지난 2월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해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당시 매출액이 2조 4555억원인 두산중공업은 매출액 2조 8606억원인 대우종기를 인수해 화제를 낳았다. 발전·담수분야에서 세계 1위인 두산중공업은 대우종기를 합침으로써 지게차·굴착기 분야에서도 글로벌 업체로 도약했다. ●정보통신업계도 M&A 이변 많아 정보통신업계에서는 ‘한창탑폰’으로 알려진 휴대전화 생산업체인 한창이 지난달 세원텔레콤을 인수한 것도 고래를 삼킨 사례로 꼽힌다. 한창은 자본금 147억원에 직원수 240명 규모의 중견기업이다. 외국계 투자회사인 LCF투자와 컨소시엄을 이뤄 지난해 매출액 993억원인 세원텔레콤을 접수했다. 장외 제대혈업체인 바이오메디칼홀딩스(전 이노셀)도 지난 2월 서울이동통신의 대주주로 등극했다. 바이오메디칼홀딩스는 서울이동통신의 최대 주주인 CFAG5호 기업구조조정조합으로부터 지분 400만주(30.45%)를 46억 4000만원에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이트맥주가 9월 진로를 인수한 것도 올해 이뤄진 M&A 중 최고의 관심을 끈 대목이다. 하이트맥주는 지난해 순매출액 규모(8608억원)에서는 진로(6930억원)보다 앞섰지만 브랜드 인지도나 판매망에서는 뒤져 있어 재계의 핫 이슈가 됐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기와집과 제와장(製瓦匠)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기와집과 제와장(製瓦匠)

    우리나라 옛집들은 자연 환경을 최대한 살려 지어졌다. 계절의 온도 변화와 일조량을 따져 터와 방향을 잡았다. 심지어 지붕의 각도와 높낮이도 자연을 고려했다. 아직도 남아있는 기와집은 선조들의 자연관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기와는 해마다 갈아야 하는 볏짚 등에 비하면 아주 튼튼하고 멋있는 건축 재료다. 기와를 지붕에 얹은 한옥은 정성을 들인 만큼 수명이 길고 아름답다. 지붕의 어느 부위에 쓰이느냐에 따라 각기 이름과 모양이 다르다. 처마 끝을 장식하는 막새기와를 비롯해 넓적한 모양의 암키와, 둥근 모양의 수키와가 낱낱이 정교하게 짜맞춰져서 커다란 지붕을 이룬다. 암막새란 암키와 끝에 장방형의 드림새가 있는 것이다. 수막새는 수키와 끝에 둥근 드림새(일명 와당:瓦當)가 붙어 있는 것을 말한다. 이외에도 지붕 용마루 양끝을 높이 장식하는 치미( 尾)도 있다. 특히 살림집은 민족의 고유한 체취를 강하게 담고 있다. 이 요람 속에서 한국의 멋과 미가 오랫동안 자란 것이다. 한국의 기와집은 일본처럼 인위적인 기교를 자랑하거나 중국의 집처럼 장대한 위용을 뽐내지 않는다. 한국의 기와집은 조촐하고 의젓하다. 하늘을 향해 두 처마 끝을 사뿐히 들었지만 날아갈 듯한 경쾌함은 아니다. 단아한 추녀의 곡선에서 아낙네 저고리의 맵시가 느껴진다. 볼이 조붓하고 갸름하여 신으면 단정한 외씨버선 같은 기와지붕들이 서로 이마를 마주 비비고 모여선 곳. 여기엔 그 어떤 시새움이나 허세도 가식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와에는 억지로 멋을 부리는 잔재주가 담겨 있지 않다. 다만, 소박함을 따른다. 기와에는 한국인들의 온화한 미덕과 담담한 마음씨가 넉넉히 담겨 있는 것이다. 집 속에서 마음이 편하고, 멀리서 두고 바라보면 한층 정이 가는 것이 바로 기와집의 미덕이다. ■무형문화재 제와장 기능보유 한형준옹 “흙일하는 사람이 부자는 못 돼도 한때는 괜찮았지. 양철 벗기고 너도나도 기와 올렸으니깐.” 전남 장흥에서 이제는 나라 안에서 하나뿐인 기와막을 짓고 사는 한형준(78·중요무형문화재 91호 製瓦匠)옹. 그는 전통 조선기와 가마에 불을 지피며 호시절을 돌이켜본다. 세 칸짜리 홀집지붕을 덮는 데 드는 기와가 4000장. 너도나도 고래등 기와집을 올릴 때면 한씨 혼자 수만장씩 구워내기도 했다. 새마을운동으로 스레트지붕이 판을 치고 윤이 나는 기계식 기와에 시멘트 기와까지 득세하면서 한씨의 기왓장은 볼품없는 구닥다리로 전락해 갔다. 그는 그래도 “전통 기와는 매끈한 양기와가 따라오지 못할 질박하고도 은근한 멋이 있다.”며 주문을 해주는 이가 있기에 기와를 버릴수 없었단다. 지난해에는 주문이 거의 없어 가마에 딱 한번 불을 지폈다. “기와막 소는 먹을 살이 없다.”는 말처럼 일이 너무 고되고 힘들어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단다. 암수 기와의 조화. 해학과 익살이 깃든 막새 문양. 자연과 이루는 소박한 화음을 어쩌면 더이상 보고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글 사진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바다의 로또’ 고래] ‘밍크’ 한때 1억…돌고래 맛없어 1백만원도 안돼

    [‘바다의 로또’ 고래] ‘밍크’ 한때 1억…돌고래 맛없어 1백만원도 안돼

    “와∼아! 로또가 걸렸다.” 최근 자주 발견되는 혼획고래가 어민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몸집이 크고 고기가 신선한 밍크고래의 경우 혼획고래 발견이 뜸했던 한때 경매가가 1억원까지 치솟으면서 ‘바다의 로또’로 불리게 됐다. 혼획고래 발견이 잦아지면서 경매가격이 3분의1가까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횡재가 아닐 수 없다. 혼획고래도 로또와 비슷하다. 발견했다고 다 횡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견되는 혼획고래는 돌고래가 가장 많고 다음이 밍크고래다. 돌고래는 우리나라 주변에 많이 서식하며 동·서·남해안에 걸쳐 두루 혼획이 발견된다. 밍크고래를 비롯한 일반 고래보다 작고 맛이 떨어져 미식가들은 고래고기축에 끼워주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경매가격도 100만원을 밑돈다. 혼획 밍크고래 한 마리 값이 수천만원에 이르다보니 살아있는 고래를 몰래 잡아 한탕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 어민들도 있다. IWC(국제포경위원회)의 상업포경 금지에 따라 산 고래는 잡을 수 없다. 불법포경은 적발되면 형사처벌된다. 올들어 고래고기 값이 한창 비쌌던 지난 3∼4월 사이 바다로 나가 고래를 잡아 해체한 뒤 배에 실어 몰래 육지로 들어오던 울산지역 어민 13명이 울산해양경찰서에 적발돼 9명이 구속됐다. 죽은 고래라 하더라도 매우 엄격하게 조사해 처리한다. 혼획고래를 발견하면 바로 관할 해경에 신고해야 한다. 해경은 혼획고래가 육지에 도착하면 작살 등을 이용해 고의로 잡은 것이 아닌지 현장에 나가 철저하게 조사를 한다. 조사결과 타살 흔적이 없으면 검사의 지휘를 받아 혼획으로 판정한다. 식용이 가능하면 경매에 부치고 부패해 먹을 수 없다고 판단되면 매립하도록 결정한 뒤 수사를 종결한다. 혼획고래 경매가격은 고기 신선도에 따라 달라진다. 죽은 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느냐에 수백만∼수천만원이 왔다갔다 한다. 그래서 해경도 혼획고래 신고가 들어오면 되도록 빨리 현장에 나가 조사를 진행한다. 고래고기는 부위에 따라 12가지 맛이 난다고 한다. 특유의 향이 있어 꺼리는 사람도 있지만 맛을 들인 사람은 비싸도, 없어서 못먹을 정도다. 상업포경이 금지되기 전, 우리나라 대표적인 포경기지였던 울산에서 고래고기는 상가집에서도 내놓는 대중·별미 음식으로 통했다. 호남지역의 홍어처럼. 현재 울산에는 크고 작은 고래고기 음식점 20여곳이 영업을 하며 혼획고래 대부분을 소비하고 있다. 포항·속초·인천·제주 등 전국 해안에서 혼획고래가 발견되면 바로 울산지역 고래음식점으로 연락이 온다. 어민들은 상업포경 금지로 돌고래와 밍크고래를 비롯한 고래류가 많이 늘어 어업에 지장이 많다고 주장한다. 돌고래떼가 수시로 나타나 오징어 어장 등을 훑고 지나가며, 어로도구를 부수는 경우가 잦아 돌고래떼가 나타나면 급히 피한다고 한다. 어민들은 동·남·서해안에서 혼획고래 발견이 부쩍 많은 것도 고래자원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포경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측은 “고래자원이 늘었다는 주장은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힌다. 고래연구센터 손호선 연구사는 “넓은 바다를 회유하는 고래류를 한정된 바다에서 몇년 동안 눈으로 조사해 ‘늘었다거나 줄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지금까지 조사자료에도 확신할 만한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안용락 연구원도 “1년에 1∼2차례 조사한 자료를 갖고 고래 개체수를 단정하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과학적인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견되는 혼획 밍크고래는 몸집이 크지 않은 것이 많은데 이는 유영이 서툰 어린 고래가 먹이를 찾아 육지 가까운 쪽으로 접근하다 그물에 걸리기 때문인 것 같다.”고 추정했다. 고래연구센터측은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첨단 관찰장비가 없고 연구인원도 부족해 고래 서식실태나 회유경로 등을 과학적으로 조사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바다의 로또’ 고래] 10개월 임신·모유·일부일처

    포유류로서 유일하게 바다를 삶터로 살아가는 고래의 일생은 어떨까. 결론적으로 말해 고래는 출산과 육아, 수명 등에 있어 인류와 여러모로 비슷해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고래의 임신기간은 10∼12개월로, 일반적으로 한배에 한마리씩을 낳지만 간혹 쌍둥이를 낳기도 한다. 고래는 태어날 때부터 몸집이 크다. 특히 밍크고래 등 흰긴수염고래류는 갓 태어난 것의 몸무게 1.8t에 몸길이가 7m나 된다. 어미는 새끼를 낳자마자 가장 먼저 새끼를 물 위로 밀어올려 첫 숨을 쉬게 한다. 이후 어미는 1년동안 새끼를 가까이 두고 극진히 보살핀다. 어미는 새끼를 젖으로 키우는데 특수한 가슴 근육의 운동으로 젖을 새끼의 입 안으로 밀어넣는 방식으로 수유를 하고 있다. 고래의 젖은 농도가 매우 진한데다 땅 위에 사는 어떤 포유류보다 지방·단백질·무기염류가 매우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고영양가의 젖을 먹은 새끼는 성장이 매우 빠르며, 수염고래류 새끼의 경우 하루에 몸무게가 90㎏씩이나 늘어난다. 8∼10년에 걸쳐 성장한 수염고래류는 일부일처제로 큰 무리를 짓지 않는다. 반면 성장기가 3∼5년인 참돌고래 등 이빨고래류는 일부다처제로 수십∼수천마리씩 크게 무리를 지어 회유한다. 이빨고래류의 무리는 수컷끼리 투쟁해서 이긴 놈이 무리를 통솔하고 있다. 먹이로는 수염고래가 주로 젓새우 등의 갑각류를 주식으로 하며, 이빨고래류는 새우·게·오징어·작은 고기 등을 먹고 산다. 고래는 다양한 소리를 내서 대화를 하며 노래도 즐긴다고 한다. 최근 한 호주 해양학자는 상사병에 걸린 고래들이 짝짓기를 위해 노래를 부르며, 특히 일부 고래들 사이에서는 신곡이 등장해 유행한다고 밝혔다. 인간 다음으로 높은 지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고래는 사람을 빼고는 천적이 거의 없다.사람에 잡히지 않는 한 병들거나 늙어 죽을 때까지 산다. 일부 고래는 스스로 바닷가에 올라와서 죽기도 한다. 수명은 돌고래(25년)를 빼면 60년(향고래)∼100년(수염고래류) 정도로 사람과 비슷하다.포항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바다의 로또’ 고래] 청동기부터 고래잡이

    울산은 우리나라 고래역사의 중심지다. 곳곳에 고래 관련문화가 남아있다. 세계적인 선사시대 바위그림으로 꼽히는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는 선사시대 고래문화를 보여주는 귀중한 유적이다. 바위에 새겨져 있는 수십마리의 고래·사슴·호랑이·멧돼지와 고래를 사냥하는 모습 등 갖가지 그림은 선사시대(신석기 내지 청동기로 추정) 고래잡이와 수렵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사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던 남구 장생포항으로 이어진다. 장생포항은 1899년 러시아인이 고래 해체장소로 이용한 것을 계기로 1905년부터 본격적인 포경업 중심지가 됐다. 해방 이후 포경산업이 번창하면서 한동안 울산에서 최고 부자마을로 날리다 1986년 상업포경 금지로 쇠퇴했다. 장생포항에는 우리나라에서 하나뿐인 고래박물관이 건립돼 올해 문을 열었다. 울산 앞바다는 현재 멸종 직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쇠고래(일명 귀신고래)가 지나다녔던 극경회유해면으로 천년기념물 126호로 지정돼 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바다의 로또’ 고래] 35종 서식… 밍크·돌고래 많아

    [‘바다의 로또’ 고래] 35종 서식… 밍크·돌고래 많아

    한반도 연근해에는 어떤 종류의 고래가 얼마나 서식하고 있을까. 세계에서 발견되는 고래 80여종 가운데 지금까지 한반도 연안에서는 모두 35종이 서식했거나 서식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밍크고래·혹등고래·향고래 같은 대형고래(몸통길이 4m 이상) 9종과 큰부리고래·민부리고래 등 소형고래 26종이 주인공이다. 이중 밍크고래를 비롯해 돌고래인 긴부리고래·낫돌고래·큰돌고래·큰머리돌고래·상괭이고래 등 6종은 자주 목격되고 있다. 나머지는 관측하기 어렵다고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문서로만 전해져 오던 흑범고래와 까치돌고래가 올들어 각각 경북 감포·포항 인근해역과 강원도 강릉 앞바다에서 처음 목격됐다. 앞서 지난해엔 70∼80년 전의 포획 기록만 있던 향고래 일가족 8마리가 포항 구룡포앞 10마일 해상에서 발견돼 화제를 모았다. 한반도 연안에는 밍크고래 약 2500여마리를 비롯해 고래가 얼추 11만마리 이상 서식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을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19∼20세기 우리나라 바다를 누볐던 한국계 ‘귀신고래(the Korean gray whale)’는 70년대 중반 이후 한반도 연안에서 사라졌다. 서구 및 일본 포경선이 싹쓸이해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귀신고래는 오호츠크해와 한반도 연안을 회유하는 종으로 1912년 한 미국인 탐험가가 한반도 동·남쪽을 2년여 조사한 뒤 논문을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귀신고래는 1977년 1월 울산 방어진앞 5마일 해상에서 2마리가 관측된 것이 국내에서 마지막이다. 이후 세계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됐던 귀신고래가 지난해 오호츠크해 연안에 100여마리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아직 한국 연안에는 돌아오지 않고 있어 귀신고래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포항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주말탐방] ‘바다의 로또’ 몰려온다

    [주말탐방] ‘바다의 로또’ 몰려온다

    “고래가 정말 늘었나?” 동해안을 비롯한 우리나라 연안에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혼획(混獲)고래가 최근 자주 발견되고 있다. 이는 지난 1999년 피크를 이루던 고래의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올 들어 50% 이상 늘어난 탓이다. 혼획 밍크고래 1마리만 잘 건지면 무려 5000만원을 호가하는 횡재를 누릴 수 있어 ‘어심’을 더욱 설레게 하고 있다. 혼획고래란 바다에서 우연히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를 말한다. 알 수 없는 물체에 받혀 죽은 좌초 고래도 간혹 발견된다. 지난 8일 오전 강원도 앞바다에서 크기 5∼6m에 이르는 밍크고래 2마리가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되는 등 올 들어 지금까지 우리나라 동·서·남해안에서 혼획고래 420여마리가 발견됐다. 지난해 발견됐던 248마리와 비교해 많이 늘어난 것이다 고래수가 늘어난 징후는 국립수산과학원이 올해 우리나라 동해에서 실시한 고래류 자원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지난 4월26일부터 5월26일 사이 동해연안(동해전체의 5% 면적)에서 날씨가 좋은 14일 동안 육안관찰조사(목시조사)로 고래류 관찰을 해 57번에 걸쳐 밍크고래와 흑범고래 등 8종류 5302마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1999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종류와 양이 관찰됐다. 해양관계자들과 어민들은 세계적으로 상업포경을 오랫동안 금지하고 있는 데다 한반도 주변 겨울철 평균 바다온도가 1∼3도 올라가 고래분포 한계가 북상하고, 동물성 플랑크톤 증가에 따른 먹이류가 풍부해져 고래개체수가 자연증가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고래연구센터측은 한정된 바다에서 조사한 단순한 자료만 갖고 고래개체가 증가했다는 것을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에는 삼면의 바다에 모두 35종의 고래가 서식 중이며 개체수는 밍크고래 2500마리를 비롯해 모두 11만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관련기사 5면
  • [‘바다의 로또’ 고래] 문어통발에 예쁜고래 1쌍… “심봤다”

    [‘바다의 로또’ 고래] 문어통발에 예쁜고래 1쌍… “심봤다”

    남들은 한번도 어렵다는 ‘바다의 로또’를 2∼3번씩이나 건져 횡재한 복터진 어민들이 있다. ●경매서 5000만원에 낙찰 지난달 25일 포항시 남구 장기면 양포항 남동쪽 해상에서 문어통발을 걷어올리던 O호 선장 김모(52)씨는 기절해 넘어질 뻔했다.20여일 전에 설치해 놓았던 문어통발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끌어올리던 중 밧줄에 주둥이가 걸려 죽어 있는 길이 7.8m와 5.45m크기 밍크고래 한쌍이 올라온 것이다. 김씨는 경매에서 각각 3100만원과 1890만원을 받았다. 강원도 양양군 어민 권모(41)씨는 지난달 5일 양양군 수산항 앞바다에서 새우 통발작업을 하다 5m가 넘는 혼획 밍크고래 한마리를 건진데 이어 같은 달 23일에도 비슷한 해상에서 5m 가까이 되는 죽은 밍크고래를 횡재했다. 권씨는 각각 470만원과 2000만원을 받아 주변 사람들에게 한턱 쏘았다. ●울산서 3년연속 횡재 어부도 울산에 사는 어민 추모(42)씨는 올해로 3년 연속 해마다 혼획 밍크고래 1마리씩을 건지는 행운을 안았다. 올해는 지난 6월 말 서해안에서 고기잡이를 하다 혼획 밍크고래 1마리를 건져 2700만원을 단숨에 벌었다. 화물선 선원들이 혼획고래를 발견해 고루 나눠 가진 경우도 있다. 지난해 4월9일 울산 동구 방어동 울기등대 남쪽 22마일 공해상을 항해하던 파나마 선적 아스팔트 운반전용선인 소레스키호(2,000t급) 선장 김모(54·부산시 기장군)씨 등 선원 13명은 바다 위에 죽어 떠있는 밍크고래 1마리를 발견했다. 선원들은 고래를 배위로 끌어올려 울산항으로 들어와 경매를 통해 5600만원을 받아 나눠 가진 짜릿함을 맛봤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경북도 방폐장 후속대책 수립

    경북도가 방폐장 유치 탈락지역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8일 도에 따르면 최근 과학기술진흥과 등 방폐장 건설 업무와 관련된 15개 조직이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열고 포항과 영덕 등 방폐장 탈락지역에 대한 지원과 방폐장 사업 후속대책을 수립했다. 도는 우선 포항에는 첨단연구개발 특구를 지속 추진하고 호미곶 관광단지를 조성하며 간선도로망을 조기 구축하기로 했다. 또 영덕군에는 신재생 에너지 테마단지를 조성하고, 오십천 로하스 휴양관광지구와 고래불관광지 개발사업을 추진 또는 조기 완공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울진∼영덕∼포항∼경주를 잇는 경북 동해안을 세계적인 에너지클러스터로 조성할 계획이다. 도는 또 방폐장과 한수원 본사이전 지역을 중심으로 에너지·환경관련 기업 및 연구기관유치, 양성자가속기연구소 건설을 통한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 사이언스 빌리지 조성, 첨단퓨전기술연구소 건립 등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동해안 1∼2개 읍·면 전체를 친환경농업단지로 만들고 친환경광역생태공원, 자연생태체험 학습장과 교육시설을 설립할 방침이다. 이밖에 동해안 공동발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포항과 경주, 영덕을 특정지역으로 지정하고 동해안권 관광벨트도 만들기로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방폐장 탈락지역도 개발에 소외되지 않도록 다양한 개발대책을 수립,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무·릉·島·원 럭셔리 제주

    무·릉·島·원 럭셔리 제주

    제주도를 잘 안다고? 천만에. 제주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눈으로만 보는 제주도가 아니다. 온몸으로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 헬기나 벌룬을 타고 하늘에서 제주도를 내려다보며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제주도를 즐길 수 있다. 또 영화의 한 장면에 뛰어들어 하얀 요트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오붓한 한때를 보낼 수도 있다. 바다 속은 어떤가. 형형색색의 산호와 아름다운 물고기들의 천국에 초대받을 수도 있고, 바다 한가운데서 낚시를 즐기는 해상좌대 낚시체험을 할 수도 있다. 물좋은 산방산 온천, 미국의 유니버설스튜디오가 부럽지 않은 익스트림아일랜드, 꿩사냥과 ATV(4륜 산악오토바이)와 함께하는 대유랜드, 사자와 호랑이 등 아프리카의 문화가 가득한 아프리카 박물관 등도 새로운 체험거리다. 꿈과 모험이 가득한 곳, 날마다 새로워지는 제주도가 좋다! 글·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요트를 타고 바다로 요트를 타고 바다를 질주하는 꿈도 제주에선 쉽게 현실로 만들 수 있다. 돌고래 쇼로 유명한 서귀포시 퍼시픽랜드(www.pacificland.co.kr,064-738-2110)에 가면 요트여행을 할 수 있다. 구명조끼를 입고 ‘샹그릴라´호에 올랐다. 선장이 신발을 벗을 것을 권했다. 여느 배와 달리 바닥이 깨끗하다. 배안에는 특급 호텔처럼 시설이 깔끔하다. 침대가 구석구석에 4개, 화장실, 주방, 차 마시는 공간까지 모든 편의 시설이 다 갖추어져있다. 드디어 하얀 배가 미끄러지듯 바다로 나간다. 갑판에 올라 앉았다. 배 앞쪽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바다구경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돛을 펴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니 조용해서 더욱 좋다. 물살을 가르는 소리만 간간이 들려와 낭만적이다. 일몰과 일출 체험은 기본, 운 좋으면 돌고래의 재주도 볼 수 있단다. 여름에는 수영과 선탠도 즐길 수 있다.1시간에 6만원, 하루 종일 임대도 가능하다. 겨울이라도 제주도에선 요트를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하늘 위에서 감동을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옆에 있는 대양항공(www.jejuh.com,064-792-3553)헬리포트로 달려가자. 생각보다는 작고 아담한 여객터미널이 황금빛으로 변한 새별오름앞에 자리잡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50석 규모의 대합실이 나온다. 보안검색이 공항과 같다. 금속탐지기로 몸을 검색하고 보안교육을 받는다. 헬기 안에선 이동이 불가하고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의 사용도 안 된다는 보안요원의 5분간 교육이 진행된다. “바람이 부는데 위험하지는 않나요.”소심하게 묻자 보안요원은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우리 헬기는 26인승 러시아제 MI-171기종으로 조종사와 승무원을 제외하고 19명이 탈 수 있는 최신 기종입니다.”라며 “제트 엔진을 양쪽에 가지고 있고 자체 레이더로 돌풍이나 기상변화를 감지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가장 안전한 헬기입니다.”라고 자랑한다. MI-171헬기는 일반 헬기보다 속도는 2배가 빠르고 높이도 무려 4000m까지 오를 수 있는 초대형 헬기란다. 안심된다. 엔진이 가쁜 숨을 뱉어내듯 ‘두두두∼드’ 소리를 내더니 바로 땅을 박차고 오른다. 생각보다 소음도 크지 않다. 창밖으로 크고 작은 오름들과 골프장들이 눈에 들어오더니 어느새 왼쪽으로 산방산이 보인다.395m의 깎아지른 듯한 산방산. 우락부락하면서도 우직하게 서있는 모습에 감탄사가 흐른다. 스치듯 산방산을 지나치더니 이내 쪽빛의 제주바다가 펼쳐진다. 남태평양의 바다보다 제주의 바다는 짙고 깊은 푸른빛이다. 바다는 일렁일렁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눈을 뒤로 돌렸다. 거대한 퇴적암으로 이뤄진 용머리해안. 거대한 빗자루로 쓸어낸 듯한 모습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땅위에서 보았을 때와 다른 웅장함과 생김새에 눈을 돌릴 수 없다. 물론 헬기가 시속 50∼60㎞ 저속으로 날아간다고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너무 순간이라 아쉬울 정도였다. 짙은 파란 잉크를 풀어놓은 듯한 바다를 날더니 어느덧 잘려진 식빵 한 조각이 떠 있는 듯한 모양의 섬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최남단의 섬인 마라도다. 바람이 거센 섬이라서 그런지 높은 건물이나 나무가 없어 평면적으로 보인다. 섬을 둘러싸고 있는 깎아지른 듯한 해안선, 멀리 보이는 하얀 등대, 드문드문 보이는 건물들에서 왠지 모를 외로움이 느껴진다. 마라도를 한바퀴 돌고는 헬기는 다시 제주도로 향한다. 비록 30분도 채 미치지 못하는 짧은 시간동안 경험을 했지만 가슴 속에는 한 가득 제주의 아름다움이 자리잡았다. 호주의 12사도상이나 몰디브의 상공을 헬기로 볼 때와는 다른 아름다움과 감동이 느껴졌다. 헬기투어는 현재 마라도와 서귀포 앞바다 코스를 운항 중이며 12월 초부터는 한라산 백록담을 돌아보는 코스도 운항할 예정이다. 비행시간은 대략 25분 내외이며 요금은 12월말까지 9만 9000원. ●짜릿함의 감동 제주를 하늘에서 느끼는 또 다른 방법은 벌루닝을 타는 것이다. 서귀포시에 있는 열기구테마파크(www.ballooning.co.kr 064-732-0300)로 가보자. 놀이동산에서 탈 수 있는 작은 풍선이 아니다. 커다란 풍선에 바구니를 달고 그 안에 올라 타 하늘여행을 할 수 있다. 열기구는 열로 공기를 데워 그 뜨거워진 공기의 부력으로 하늘을 날지만 벌루닝은 공기보다 가벼운 헬륨가스를 벌룬에 채워 하늘로 떠오른다는 점이 다르다. 또 열기구처럼 하늘을 비행하는 것이 아니라 케이블(줄)로 육지와 연결된 계류식 벌루닝이기 때문에 하늘을 떠다닌다기보다 하늘에 올라서 그 상태로 떠있다가 다시 내려가 오히려 안전하다. 헬기와는 달리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올라가기 때문에 짜릿함을 느끼며 동시에 제주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직경 22m, 높이 34m의 거대한 벌룬이 서서히 하늘로 올라가자 바구니에선 환호성이 터진다. 바람이 잔잔한 날은 무렵 150m 높이까지 올라간다. 내려다보자 자동차와 집들이 장난감크기로 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살짝 불어오자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아이들은 만화 속의 주인공이 된 양 신이 나서 이리저리 다니며 즐거워한다. 정상에서는 10여분 정도 머문다. 오르고 내리는 시간을 포함해 20분 정도 소요된다. 어른 2만 4500원, 초등학생 1만원.7세 이하는 무료. 기상조건에 따라 변동이 심하므로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제주의 속살을 찾아 제주 청정해역에선 바다 속도 즐길 수 있다. 제주 바다의 속살은 형형색색의 산호와 예쁜 물고기들로 가득하다. 특히 이맘때가 바다속 시야가 좋아 잠수함체험하기에 가장 좋다. 마라해양군립공원내 송악산부근 바다를 구경하는 남제주 안덕면에 있는 제주잠수함(064-794-0200)을 추천한다. 일단 잠수함까지 가려면 작은 배를 타고 10여분 바다로 나가야한다. 임시 선착장에 내려 잠수함으로 갈아탄다. 노란색의 잠수함이 예쁘다. 수중 다이버들이 수백마리의 줄돔, 볼락 등 물고기를 몰고 다니고 아름다운 산호섬인 꽃동산을 구경하는 등 산교육장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나들이라면 빠뜨리면 아쉽다. 어른 4만 9500원, 아이 2만 9700원. 잠수함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과 해저탐험증을 선물로 준다. ●제주 바다의 색다른 체험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 만들어진 해상좌대에서 짜릿한 손맛과 싱싱한 회맛을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 아닌가. 안덕면 대평리 용왕 난드르마을로 가면 된다.1인당 1만원이면 3분 거리에 있는 해상좌대에 내려주고 낚싯대도 빌려준다. 주인 김정숙(019-698-3893)씨에게 미리 전화하면 좌대에서 먹을 수 있게 회를 떠주기도 한다. 제주에는 방어가 제철인데 5명 기준 5만원이면 배를 2시간 동안 빌려 방어낚시도 즐길 수 있다. ●레포츠의 천국 대유랜드 서귀포시 상예동 대유랜드(www.daeyooland.net,064-738-0500)는 수렵, 사격,ATV(사륜구동 오토바이)를 탈 수 있는 레포츠의 천국이며 꿩요리를 맛볼 수 있는 맛집이기도 하다. 요즘은 클레이사격을 배운 후 ATV를 타고 사냥을 나가는 레포츠가 유행이다. 국내 유일의 상설 수렵장인 대유랜드의 크기가 무려 120만평이나 되고 자연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꿩이 특히 많다. 꿩 5만마리를 방사해 놓았기 때문에 언제나 수렵이 가능한데다 별도의 수렵면허가 없어도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안전하게 사냥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클레이 사격을 배운 후 사륜구동 오토바이를 타고 본격적인 수렵여행에 나선다. 물론 가이드가 동행한다. 꿩 사냥은 보통 3∼4명이 한 조가 되어 나가며 요금은 엽총 등의 사냥장비 대여료와 실탄값, 가이드와 사냥개 동행 등을 포함해 1인당 15만원. 사냥시간은 2∼3시간정도, 꿩 3마리는 잡을 수 있다. 또 클레이사격장(20발 3만 5000원)외에도 스미스 웨슨 38구경과 베레타 9㎜ 등을 갖춘 권총사격장(12발 3만 5000원)과 라이플사격장(12발 3만 5000원)을 갖추고 있다. 꿩 요리 전문 음식점도 있어 포획해온 꿩을 회나 샤부샤부, 구이 등으로 요리해준다. 꿩 회와 꿩다리구이, 꿩튀김, 꿩샤부샤부, 꿩만두 등이 차례로 나오는 코스요리는 1인당 5만원. 초보자부터 마니아까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ATV는 단거리(3만원), 중거리(5만원), 장거리(7만원) 코스가 운영되고 있다. ●온몸으로 즐겨요 이밖에도 4D 입체영상의 감동과 함께 짜릿한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익스트림아일랜드(064-739-0051)는 아름다운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 있다. 14×8m의 대형 스크린으로 즐기는 동시에 시뮬레이터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바람, 연기 등 4D 특수효과가 가미돼 가상체험의 현실감을 극대화시킨 영화를 감상한다. 각양각색의 공룡들이 눈앞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고, 이를 피하기 위해 시뮬레이터는 비명을 지르는 관람객을 태운 채 하강과 상승을 반복하며 짜릿한 스릴감을 맛보게 한다. 주의 사항을 일러주는 프리쇼관, 이야기 줄거리를 알려주는 스토리관, 본격적인 입체영상을 즐기는 어드벤처관 순으로 관람을 하며 시간은 20분 정도 소요된다. 상영시간은 매시 정각과 30분. 정원 45명.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어른 6000원, 초등학생 이하 4000원. 이밖에도 남제주군 안덕면 사계리의 산방산온천(064-794-5088)은 제주도 최초의 온천으로 지하 600m에서 솟아나는 탄산온천수로 유명하다. 물 솟는 소리가 비둘기 소리를 닮았다고 해서 ‘구명수’로 불리는 탄산온천수는 성인병 예방은 물론 각종 질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산온천에 몸을 담그면 온몸에 미세한 기포가 달라붙어 마치 눈사람처럼 변하고 10분 정도 있으면 온몸에 파스를 붙인 듯 후끈거린다.2층 온천탕에선 산방산과 한라산도 보인다. 입장료는 9000원. 또 중문관광단지 내 국제컨벤션센터 쪽에 있는 아프리카박물관(www.africamuseum.org,064-738-6565)도 ‘강추’. 온통 황토빛으로 칠해진 것 하며, 첨탑을 잇따라 붙인 듯한 모습이 이국적이다.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이며, 서아프리카 말리 공화국에 있는 젠네대사원(이슬람 사원)을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사진작가 김중만씨의 아프리카 사진, 아프리카 미술품 및 공예품, 세렝게티 국립공원의 동영상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어른 6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 제주도 대표 음식 제주도를 대표하는 음식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도 ‘말고기’를 빼놓을 수 없다. 탐라목장 (064-764-7678)은 직접 목장에서 식육용으로 말을 길러 신선하고 깨끗한 고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이름난 곳이다. 대개 말고기를 질기다고 피하는데 탐라목장의 말고기는 소고기 못지않다. 뒷다리 살과 등심을 잘게 썰어 배 등과 함께 무쳐낸 육회. 정말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그만이다. 살짝 숯불에 익혀먹는 등심도 입에서 살살 녹는다. 막창, 양념갈비 등 말고기의 모든 것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말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글리코겐 함량이 높아 맛이 달콤하고 단백질 함량도 높고 필수 아미노산의 비율도 떨어지지 않아 영양이 만점인 약이 된다. 칼로리와 콜레스테롤 함량이 적어 요즘처럼 살빼기에 민감한 시대에 매력적인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다. 육회, 막창, 불고기를 포함한 코스 요리가 1인분에 1만원부터 5만원까지.
  • 일곱빛깔 자유, 하와이!

    일곱빛깔 자유,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과 와이키키 해변이 있는 오하우 섬만을 하와이로 생각한다면 그건 하와이에 대한 커다란 실례다. 쪽빛 바다에서 펼쳐지는 달콤한 허니문이 하와이를 상징하기는 하지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다. 아직도 유황냄새를 풍기며 용암이 꿈틀거리는 거대한 활화산이 있고, 하얀 눈이 덮인 산위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운해를 뚫고 4000m가 넘는 산위에 올라가 하늘 가까이에서 밤하늘의 별을 관측할 수 있는 세계 3대 천체관측소가 있으며, 겨울철 출산을 위해 찾아온 고래가 뛰노는 모습을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서 볼 수 있다. 그래서 하와이의 진면목을 보고 싶다면 135개의 하와이 군도 중 빅아일랜드로 불리는 하와이섬과 마우이 섬을 추천한다. 빅아일랜드는 하와이의 모든 섬들을 합친 크기의 2배, 제주도의 7배에 이르는 거대한 섬이다.‘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지난달 29일 비공개 결혼식을 올린 장소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거대한 자연이 살아 숨쉬는 ‘에코투어(친환경적 관광)’의 명소 하와이로 떠나보자. 글·사진 하와이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시간을 거슬러 열대속으로 마치 다른 세상에 떨어진 느낌이다. 하와이섬(빅아일랜드)의 코나(Kona) 국제공항에 내리자 서울에서 입고 온 긴팔 셔츠가 버겁다. 겨울에서 여름으로, 오후에서 다시 오전으로, 계절과 시간을 거꾸로 거슬렀다. 한국보다 시차가 무려 19시간이나 늦어 오후 8시 출발했지만 코나 도착시간은 같은날 낮 12시였다. 거의 하루라는 시간을 되돌린 셈이다. 열대 리조트를 연상케하는 아담한 공항에 내리자 ‘레이’(Lei)라고 불리는 울긋불긋한 꽃목걸이가 도착을 축하한다. 하와이 주화(州花)인 하이비스커스(붉은색 무궁화 계통의 꽃)로 만든 것이다. 공항을 나와 먼저 숙소인 ‘페어몬트 오키드 라우나 라니’ 호텔로 향했다. 코알라 코스트를 따라 가는 길은 마치 제주도를 뻥튀겨 놓은 듯한 모습이다. 검은 화산 용암이 식어 굳어진 검은 현무암 위로 도로가 나 있고, 해발 4205m의 마우나케아 산 인근에는 수많은 오름이 솟아 있다. 도로 주변의 현무암 바위에 흰돌로 예쁘게 자신의 이름을 새겨놓은 모습들이 이채롭다. 페리도트(감람석)가 박힌 돌들이 길가에 널려 있다. 하와이에 도착하면 먼저 ‘알로하’(Aloha·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과 함께 손인사를 배우는 것이 우선. 주먹을 쥐고 오른손 엄지와 새끼 손가락을 펴면 그것이 ‘감사합니다’라는 수화다. 운전 중 길을 양보받거나 했을 때 요긴하게 쓰인다. 현지에서는 하와이 고유 언어가 널리 쓰이는데 모음 5개, 자음이 7개. 모음으로 끝나는 단어의 대부분은 하와이어라고 보면 된다. 언뜻 보기에는 배우기 쉬울 것처럼 보이지만 쉽지 않다.‘알로하’가 ‘안녕하세요’라는 뜻은 물론 ‘사랑한다’,‘미안하다’로 쓰이는 등 한 단어가 여러가지 뜻을 품고 있고, 물고기 이름 중 읽기도 쉽지 않은 ‘흐므흐므누쿠누쿠아쿠아’도 있다. # 구름을 뚫고 별을 쏘다 빅아일랜드의 첫 관광은 마우나케아 산의 천체 관측투어. 일몰과 별을 보기 위해 오후 3시30분 호텔을 나섰다. 마우나 케아까지는 동서관광도로인 새들(Saddle)로드를 따라 지그재그형 도로를 거슬러 2시간가량 산을 올라야 한다. 마우나 케아는 흰산이라는 의미로 12월부터 5월까지 산 정상은 흰 눈으로 뒤덮이고 이곳에서 스키를 즐긴다고 한다. 해발 2700m 지점에 이르자 차가 산 중턱에 걸린 구름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압차로 귀가 멍하다. 구름을 통과하자 활동을 멈춘 수많은 크고 작은 분화구와 드넓은 대지를 덮고 있는 풍성한 목초 등 발아래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과 진홍빛으로 물든 구름이 환상적이다. 해발 3000m 지점에 있는 오니주카(Onizuka) 센터는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리저 호 폭발 때 희생된 코나 출신의 우주 비행사 이름을 딴 안내소다. 일반 차량은 여기까지만 가능하며 정상까지는 4륜 구동차가 아니면 걸어갈 수밖에 없다. 정상에 있는 ‘WM켁 천문 관측소´는 우주 정보를 수집하는 세계 3대 천체 관측지. 해발도 높지만 주위에 불빛이 없어 별빛을 확실하게 관측할 수 있다. 산 정상은 겨울에 스키와 스노보드를 탈 수 있다.4륜 구동차가 리프트 대용으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겨울에는 스키와 수영을 함께 즐길 수 있어 매력적이다. 산에 오를 때는 해발이 높아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두꺼운 점퍼와 장갑 등을 지참해야 추위에 떨지 않는다. # 산책길에 만난 바다거북 아침 산책길에 바다거북을 만났다. 페어몬트 오키드 라우나 라니 호텔(fairmont.com/orchid) 앞 해변을 산책하던 중 바다거북이 검은 자갈 해변을 엉금엉금 기어 올랐다. 바다속에 들어가면 더 많은 거북을 볼 수 있다. 호텔에서 스노클링 장비를 대여해 바다속으로 들어갔다. 하와이 원주민이자 와이키키 비치보이 출신인 엉클 칼라니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유리알처럼 투명한 바다속에 뛰어들었다. 해변에서 불과 10m쯤 헤엄쳤을까. 눈 앞에 바다거북과 각종 열대어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호텔에는 편의시설도 많다. 하와이 특유의 개성이 가득한 호텔 외관과 벽이 없는 야외 스파가 인상적인 곳으로 2개의 고급 호텔,2개의 최고급 골프장과 백사장을 갖췄다. 골프장은 국제대회가 개최될 정도의 최고 시설로 사우스 코스의 15번 홀은 바다를 가로질러 티샷을 할 수 있다. 객실료는 가든뷰와 오션뷰에 따라 299∼2699달러까지이며, 골프장 이용료는 195달러지만 투숙객은 130달러다. # 활화산 속을 걷다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아침일찍 호텔을 나와 힐로(Hilo) 지역에 있는 볼케이노스(화산)국립공원에 오르자 검은땅이 갈라진 틈에서 하얀 수증기와 함께 유황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화산 국립공원의 용암지대를 차로 달려 화산섬의 생성과정을 목격하는 것은 빅아일랜드 관광의 최대 압권. 킬레우에아 화산은 1983년에도 폭발을 일으킨 적이 있으며 지난 170년 동안 30번이나 용암을 분출한 기록이 있는 활화산이다. 마치 곧 폭발을 일으킬 것처럼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지름 4.5㎞, 깊이 120m의 거대한 분화구와 검은 용암이 식어 이뤄진 화산지대 등을 보면 감탄이 쏟아진다. 지구의 생명력과 함께 자연의 신비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원주민들이 숭배하는 화산의 여신 ‘펠레’가 살고 있다고 전해지는 할레마우마우(Halemaumau)분화구는 세계 최대이자 가장 활발한 화산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용암이 흘러 나온다고 한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무조건 차량 1대당 10달러로 체인 오브 크레이터스(Chain of Craters)로드를 따라 분화구를 돌아보는 멋진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먼저 화산에 대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는 킬라우에아 비지터 센터를 들러 그 앞에 펼쳐진 거대한 분화구를 감상한 뒤 용암터널 등을 돌아보면 좋다. 화산에서 40㎞ 남쪽에 있는 푸날루(Punaluu) 흑사해안은 화산 폭발로 흘러나온 용암이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한다. 이곳에 오면 지나칠 수밖에 없는 곳이 1847년 존 파커에 의해 시작된 파커목장. 면적이 무려 2억 7500만평(여의도의 270배 정도)에 이르는 미국 최대의 개인 소유 목장으로 7만마리의 소들이 방목되고 있다. 특히 코나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커피가 생산되는 유명한 코나 커피의 산지다.198g짜리 커피 한봉에 10∼20달러 정도. # 무지개가 아름다운 마우이섬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가 마우이섬 하늘에 걸렸다. 카훌루이 공항에 내려 라하이나 해변을 따라 달리던 중 저멀리 이아오 계곡에 무지개가 반겼다. 호놀룰루 공항이나 코나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30분 거리에 있는 마우이섬은 해양스포츠를 즐기며 느긋하게 휴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하와이 국내선은 소형 프로펠러 항공기가 운항하며, 자리는 자유석이다. 마우이섬은 하와이에서 두번째로 큰 섬으로 섬 전체가 마치 사람의 상반신과 비슷한 형상을 지녀 ‘하와이안 슈퍼맨’으로 불린다. 라하이나 앞바다는 알래스카 등지에 있던 고래가 새끼를 낳기 위해 찾는 곳으로 전세계에서 고래를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지역이다. 올로발루 지역은 파도가 적당해서 초보자들이 서핑을 즐기기 좋아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어디에서나 쉽게 무지개를 볼 수 있다. 그래서 하와이의 별칭이 ‘레인보우 스테이트’다. 자동차 번호판도 무지개 문양이 새겨져 있다. 카아나팔리 해변은 아름다운 석양을 즐기는 포인트. 해안선을 따라 태양이 구름과 바다와 어우러져 붉게 타들어가는 일몰은 잊지 못할 장관을 연출한다. 그래서 해질녘이면 연인들이 석양을 감상하거나 허니무너들이 웨딩촬영을 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해변에 있는 고급하얏트 리젠시 마우이 리조트(maui.hyatt.com)는 멋진 해변의 일몰을 감상하며 하와이의 밤을 보낼 수 있는 곳. 특히 저녁마다 폴리네시안 훌라쇼와 댄스쇼가 펼쳐지는 루아우(성찬) 디너쇼는 최고의 인기 코스다. 이곳은 세계 최대 휴화산인 할레아칼라가 대표적인 관광지. 높이 3055m, 분화구의 직경이 33.8㎞에 이른다. 풀 한포기 없는 적회색의 광대한 분화구 내부는 지구가 아닌 다른 혹성에 온 듯 신비롭다. 이곳은 나사 우주비행사의 훈련지이자 각종 영화가 촬영됐다. 아침일찍 일출을 보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재수가 좋은 날에는 희귀종이자 하와이 주새인 ‘네네새’를 볼 수도 있다.‘네네’하며 운다고 해서 네네새로 불린다. 대부분 사람들은 일출을 본 뒤 자전거를 타고 산을 내려가는 하이킹을 즐긴다. # 하와이에서 아쉽게 못해본 것들 하와이에서 꼭 해보고 싶었지만 못해 본 것을 꼽는다면 로프를 타고 낭떠러지 사이를 건너는 할레아칼라 스카이라인 투어, 헬기를 타고 거대한 분화구와 화산을 둘러보는 헬기투어, 푸른 바다속에 들어가 열대어와 돌고래를 보는 잠수함 투어, 석양을 바라보며 즐기는 선셋 칵테일 크루즈, 할레아칼라 ATV(산악 오토바이), 윈드서핑, 패러세일링, 승마, 산악자전거 등이다. # 미리 알고 떠나세요 미국 대사관이 하와이로 허니문을 떠나는 신혼부부들에 대한 비자발급을 간소화했다. 한진관광, 현대드림투어, 롯데관광 등 6개 지정 여행사를 통하면 30일 이내에 인터뷰를 통해 10년 기한의 여행 비자가 발급된다. 하와이는 해양성 기후로 연평균 기온이 24도로 연중 어느때라도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대기중 습기가 적어 쾌적하다. 날짜 변경선을 통과하기 때문에 시차는 하와이가 19시간 늦지만 한국시간을 5시간 빠르게 한 전날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한국이 오전 9시이면, 하와이는 전날 오후 2시다. 전압은 110볼트이며, 하와이에서 한국으로 전화를 걸 경우 ‘011+82+0을 뺀 지역번호+전화번호’를 누르면 된다. 인천공항에서 호놀룰루까지 대한항공이 주 4회 직항편을 운항한다. 매주 수, 목, 토, 일요일 오후 8시에 출발, 같은날 오전 8시30분에 도착한다. 하와이 전문 블루하와이 여행사(www.bluehawaii.co.kr·02-319-0022)는 빅아일랜드와 오하우, 오하우와 마우이섬을 돌아보는 4박 6일 상품을 262만∼299만원에 판매한다. 하와이관광청 서울사무소 (02)777-0033.
  • [Doctor & Disease] 서울보훈병원 박승철 원장

    [Doctor & Disease] 서울보훈병원 박승철 원장

    “흔히 조류 인플루엔자(AI)를 인간의 독감과 동일시하는데, 전혀 다릅니다.AI가 오리나 철새를 숙주로 하는 데 비해 독감은 사람이나 말, 고래 등 영장포유류에만 기생합니다. 과거의 전례에서 보듯 이 바이러스가 어떤 변이를 일으키느냐가 문제지만 미리 공포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대비는 필요하지요.” 최근들어 전 세계를 옥죄고 있는 용어가 바로 AI, 즉 조류 인플루엔자이다. 인류의 공포는 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되면 엄청난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가설에서 시작된다. 특히 AI의 진원지 격인 중국이 우리나라와 인접해 인적·물적 교류는 물론 두 지역이 철새의 통로에 있어 우려를 더하게 한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감염질환의 개척자로 2003년 보건복지부의 ‘SARS(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대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서울보훈병원 박승철(66) 원장은 “문제는 바이러스의 변이이고, 이런 점에서 취약한 환경조건의 중국과 인접해 있다는 사실이 위협이나 그렇다고 독감을 AI와 동일시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그와 AI를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AI란 어떤 질병인가. -닭, 오리, 야생조류 등의 독감을 말한다. 독감은 조류뿐 아니라 사람 등 영장포유류도 걸린다. 조류의 장 속에서 기생하는 AI는 보통 때는 별 증세를 일으키지 않지만 이게 닭에게 전파되면 1∼2일 후 감염된 닭의 80∼100%가 죽는다. ▶AI가 위협이라고 여기는 근거는 무엇인가. -닭, 오리 등 가금류와 사람이 같이 생활하는 게 문제다.20세기 이후 재앙 수준의 독감 대유행이 3회 있었는데, 그 원인 바이러스가 바로 ‘H5N1’으로 불리는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직접 또는 변이를 일으켜 인간을 위협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거론되는 AI는 닭의 독감이지 결코 인간의 독감은 아니므로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AI가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느낄 만한 사례가 있는가. -1918년 스페인독감,1957년 아시아독감,1968년 홍콩독감 등이 모두 AI바이러스에서 비롯됐으며 이것이 위협의 근거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인가. -AI바이러스이 특성 때문이다.RNA바이러스에 속하는 이 바이러스는 구조적으로 불안정해 끊임없는 변이를 통해 새 바이러스를 만들어낸다. 바이러스가 작은 변이를 일으키면 일반 독감 정도에 그치지만 대변이를 일으키면 인간에게 면역이 돼 있지 않아 막대한 인명피해를 낸다. 사례를 통해 보면 대변이에 의한 독감이 닥칠 경우 인구의 20∼50%가 감염돼 이 가운데 10%가 입원하며 이 중 3∼4%가 사망한다. 이게 우리나라에서 생길 경우 3만∼4만명은 사망한다는 결론이다. ▶AI바이러스의 정체는 무엇인가. -AI든 인간 독감이든 기본구조는 같다. 바이러스는 H와 N항원구조로 돼 있는데,H에 15개,N에 9개의 아형이 존재해 이의 조합에 따라 ‘H5N1’도 되고 ‘H3N2’도 된다. 이렇게 변이하는 종류는 셀 수가 없다. ▶바이러스의 성격상 국지적 방역이 무의미한데, 국가별 대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는가. -맞는 말이다. 독감은 공기와 접촉 2방향으로 전파되는데, 글로벌시대답게 근래에는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전파되는 데 불과 4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걸 차단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의 국가 대책은 어떤가. -다행히 우리는 WHO(세계보건기구)와 연계, 지난 97년 홍콩 AI 발생 때부터 대책을 준비해 왔으며,2001년에는 보건복지부가 독감 경보 및 대책수립 시스템인 ‘KISS’를 가동해 오고 있는데, 이게 외국에서도 모범사례로 꼽힐 만큼 잘 운영되고 있다. 이에 대한 박 박사의 설명은 구체적이었다. 그는 현재의 ‘H5N1’이 변이를 통해 신종 슈퍼독감으로 돌변할 수는 있으나 놀라운 독성과 전파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이렇게 말한다.“이게 대변이를 일으켜야 창궐이 가능합니다. 신형 슈퍼독감은 지난 68년에 유행했고,40년 주기설에 따르면 언제든 유행할 가능성은 있으나 우려할 근거는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다. 이보다는 이 바이러스는 인위적 생산이 가능해 이를 생물테러의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지요.” ▶이에 대해 세계 보건의학계에서는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가. -의학계도 WHO의 독감 대유행에 대비한 정책과 호흡을 같이하고 있다.2000년 이후 제네바에서 매년 전 세계 독감 전문가들이 모여 방역대책과 예방, 항바이러스제제 비축문제를 논의하고 있고, 각국 정부 및 의료계, 제약업계에도 새 지침을 배포했다. ▶AI백신은 개발되고 있는가. 또 그 유효성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두가지 방향에서 생각할 수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백신은 닭의 AI 예방용으로, 우리나라도 수의과학검역원과 중앙백신연구소에서 개발해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 모델이 나타나지 않아 신형 슈퍼독감 백신은 손도 못대고 있다. 백신은 앞서 말했듯 다른 생명체로 전파하는 기능의 H항원과, 증식된 바이러스가 기존 세포에서 이탈하도록 하는 N항원의 기능을 무력화시켜야 하는데, 이런 의미에서 현재 거론되는 타미플루나 릴렌자는 항바이러스제일 뿐 백신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AI가 인간에게 전이될 경우 대재앙이 올 것이라고 걱정하는데, 가능성이 있는 얘긴가. -이게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다. 바이러스는 핵탄두와 미사일에 비견된다.AI바이러스가 아무리 독해도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거나 인체에서 독성을 드러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만약 기존 ‘H5N1’의 독성에 흔한 독감의 전파력을 갖춘 신형 슈퍼독감 바이러스가 출현한다면 대재앙이 올 것이다. ▶우리 진료체계에 문제는 없는가. -우리의 치료능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사스에도 잘 대처했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박 박사는 “걱정없다.”고 했지만 정책 문제에 대해서는 사스,AI, 신형 슈퍼독감에 대한 연구지원이 전무하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수십년 전 의료 암흑시대에 있었던 일을 두고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바이러스 변이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어 닥치기 전에 예측하고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가 적절한 지원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 박승철 박사 ▲서울대의대 및 대학원(의학박사)▲한양대의대 교수▲미국 조지타운대 교환교수▲고려대의대 감염내과 과장 및 내과 주임교수, 고려대 신종전염병연구소 소장▲대한감염학회장▲대한내과학회 부이사장▲대한화학요법학회장▲보건복지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대책자문위원회 위원장▲아시아·태평양 독감자문위원회 이사▲한국과학기술 한림원 종신회원▲WHO 독감전문위원▲지석영 의학상,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질병관리본부 독감자문위원회 위원장▲현, 서울보훈병원장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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