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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대기업 총수들의 ‘황제 의전’ 구설 오르기도

    기업 총수들이 누리는 ‘황제 의전’의 행태가 구설에 오르는 경우는 그 모습이 외부에 드러날 수 있는 사례에 국한된다. 다시 말해 총수가 사내 행사에 참석할 때 장내의 수백, 수천 명의 임직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는 것에 대해서는 새삼스럽게 잘잘못을 따지기 어렵다. 이 경우 S그룹의 회장은 오른손을 가볍게 들어 답례하고, H그룹의 회장은 무표정하게 주위를 둘러보고 자리에 앉는다는 정도의 차이. 수행원이 한 명뿐인 L그룹 회장은 자신을 몰라보는 임직원이 하나도 없을텐 데도 가슴에 명찰을 단다. 문제의 모습이 노출되는 경우는 공항 출입국, 대통령 수행, 그리고 법정에 출두할 때. 총수들도 공항에서 일반 탑승객과 똑같이 출입국 수속을 밟고 보안 검열대를 통과해야 한다. 그럼에도 상당수는 공항 귀빈실에서 탑승 절차를 기다리다가 아래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공항 관련 직원들이 이용하는 별도의 통로를 통해 간단한 눈인사만 하고 지난다. 이런 비공식적 특전을 누리려면 평소 공항공사, 경찰, 법무부, 세관 등에 대한 ‘로비’가 필요하다. 공항공사 귀빈실은 입법·사법·행정부의 현직 장관급만 이용할 수 있다. 몇 해 전 D사와 H사의 총수가 특전을 누리다가 언론에 포착되면서, 이를 알선한 인천공항경찰대 소속 경찰관 3명이 인사조치를 받았다. 민간기업 사주가 출국하는데, 공항 기관장들이 새벽부터 나와 거수경례를 붙이는 특전은 일부 언론사들도 누린다. 대기업 총수들은 그래도 ‘양반’이다. 지난해 연말, 한 지방 건설사 대표는 공항에서 “받아먹을 것은 다 먹고 나서 이게 무슨 짓이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피우다가 결국 공항에서 쫓겨나는 망신을 사기도 했다. 그래서 대기업 총수들은 일등석 라운지를 이용한다. 출입국 수속을 항공사 의전팀이 도맡아 해주는 만큼 의전을 아예 돈으로 사는 셈이다. 2008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300명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장관급으로 예우하는 ‘CIP(Commercially Important Person) 제도’를 지시했는데, 경제단체들이 선정한 대상 명단에 들지 못한 일부 중견기업들이 한바탕 로비전을 펼친 해프닝도 있었다. 2007년 10월 러시아를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행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등이 미니 버스 한 대에 웅크리고 앉아 이동한 게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너무한 게 아니냐”는 반발과 “그럼 떠받들고 다니냐”는 항변이 맞섰다. 2008년 12월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 회장이 수뢰 혐의로 법정에 출두할 때 30~40명의 농협 직원들이 법원을 가득 메워 눈총을 받은 적이 있다. 법원 출두가 비교적 많은 S그룹이나 H그룹도 그 정도는 아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거대 흰긴수염고래와 서핑하는 돌고래떼 포착

    거대 흰긴수염고래와 서핑하는 돌고래떼 포착

    지구 상에서 가장 큰 흰긴수염고래와 가장 큰 돌고래인 병코돌고래떼가 함께 서핑하듯 헤엄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 등 외신이 5일(현지시간) 최근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 공개된 고래와 돌고래떼가 함께 헤엄치는 동영상을 소개했다. 미국의 한 해양 관광업체가 지난달 27일 자로 공개한 이 영상은 고래 축제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주 다나 포인트 인근 바다에서 이 업체 직원이 촬영한 것이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흰긴수염고래의 크기가 워낙 커서인지 돌고래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아보인다. 당시 돌고래 무리는 3m 내외 크기였지만 고래의 크기는 20m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들은 암컷이 수컷보다 크며 최대 30m까지 자라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편 흰긴수염고래는 멸종위기 보호종으로 현재 전 세계에 약 5000마리 정도만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유튜브 캡처(http://youtu.be/duaddQLOVEo)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열린세상] 칭찬이 교육입니다/최흥집 강원랜드 대표

    [열린세상] 칭찬이 교육입니다/최흥집 강원랜드 대표

    교육을 나라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말합니다. 교육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하는 막중한 일이라는 뜻입니다. 기업에 있어서도 교육은 중요합니다. 격변하는 현실 속에서도 십년지대계쯤은 됩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직원 교육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효과적인 교육방법을 찾는 데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공자의 말씀을 담은 논어는 배움에 대한 구절로 시작합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 공자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논어에서 는 배우는 것을 학이라 하였고, 익히는 것을 습이라 하였습니다. 학(學)은 아이가 양손을 펼쳐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입니다. 여기서 배운다는 뜻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습(習)은 어린 새가 날개를 퍼덕이며 스스로 나는 연습을 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몸으로 익힌다는 뜻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학은 책을 통해 배우는 이론적인 지식 공부를 의미하고, 습은 이론의 바탕 위에 실천을 통하여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이 글자들을 합쳐, 교육을 학습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요즘 우리 젊은이들은 인성(人性)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 가끔 예절을 무시하는 젊은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고 하는 말들입니다. 그러나 도덕과 윤리, 예절과 배려 등은 이미 학교에서 다 배운 것들입니다. 다만 우리 교육이 대학입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런 가르침들이 머릿속에만 있고, 생활에서 그 필요성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잘못입니다. 공자의 말을 빌리면, 습이 제대로 안 되었다는 말입니다. 습자가 들어간 단어 중에 습관(習慣)이 있습니다. 습관은 여러 번 되풀이하여 몸에 익고 굳어진 행동을 말합니다. 좋은 습관을 가지기 위해서는 좋은 행동을 반복하여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습관을 익히는 데 가장 효과적인 동기 부여 방법이 칭찬입니다. 잘하는 행동을 지지해주고 더욱 잘할 수 있도록 부추겨 주는 것이 칭찬입니다.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은 우리나라 성리학의 기초를 세운 학자이자 선비로 널리 알려졌습니다만, 교육에 있어서도 아주 큰 발자취를 남긴 분입니다. 퇴계 선생은 일찌감치 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서원 건립에 널리 힘썼으며, 훌륭한 제자들도 많이 길러냈습니다. 과거와 출세 위주의 교육풍토를 바꾸기 위해 손수 교재를 만들어 가르치기도 하였습니다. 정민 교수가 쓴 ‘일침’에서 퇴계 선생의 훈몽시를 읽었습니다. ‘많은 가르침은 싹을 뽑아 북돋움과 한가지니, 큰 칭찬이 회초리보다 훨씬 낫다네. 내 자식 어리석다 말하지 말라, 좋은 낯빛 짓는 것만 같지 못하리.’ 여기서 ‘찬승달초’(讚勝撻楚)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한 마디의 칭찬이 백 대의 회초리보다 낫다는 말입니다. 이미 450년 전에 퇴계 선생께서는 칭찬의 효과를 알고, 칭찬이 가장 좋은 교육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칭찬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의 확인이자, 기대의 표현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은 칭찬할 대상이 없고, 어느 누구로부터 칭찬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심리학에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존중하고 기대할 때,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여 좋은 결과를 거두는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우수한 학생이라는 믿음과 기대를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면, 이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훨씬 우수한 사람으로 자란다는 이론입니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이렇게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며,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칭찬이 곧 그 사람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고 하였습니다. 제대로 된 칭찬이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합니다. 나아가 그 행동을 본받으려는 사람들의 전염된 행동이 우리 사회 전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칭찬에 관심을 두는 이유입니다.
  • “돌고래도 인간처럼 몽정한다”

    “돌고래도 인간처럼 몽정한다”

    돌고래도 인간처럼 몽정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일본 교토대학 야생동물연구센터와 미에대학 공동 연구팀은 3일 “야생 돌고래가 성적인 활동과 무관하게 사정하는 모습을 세계 최초로 촬영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동물의 사정 구조 등 생식 매커니즘의 해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전했다. 연구팀은 일본 해역에서 돌고래의 사회와 음성 등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2일 수중 카메라를 사용해 약 40마리의 남방큰돌고래 무리를 관찰하던 중 수컷 한 마리가 성적 활동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정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16세로 추정되는 이 수컷은 사정 직전까지 자고 있어 인간의 ‘몽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당시 주변 돌고래들 역시 성적 활동은 하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돌발적인 사정은 침팬지와 말, 고양이 등의 포유류에서 확인되고 있지만 돌고래와 고래, 바다사자 등의 수생 포유류에서 관찰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연구를 이끈 타다미치 모리사카 교토대 조교는 “돌발적인 사정은 관찰이 어렵지만 많은 동물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인간의 몽정 구조와도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 SCI급 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 8월 28일 자에도 게재됐다. 사진=플로스원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뉴칼레도니아 원시기록

    뉴칼레도니아 원시기록

    이 작은 섬나라에 ‘낙원’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소설1)과 드라마2)였다. 여행기자로서의 명명은 좀 달라야 한다는 부담감. 그러나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찬사는 이미 다 사용됐다. 검증만이 남았다. 1)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 일본 여류작가 모리무라 가쓰라가 1965년 출간한 소설로 우베아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베아는 뉴칼레도니아 본섬에서 북동쪽으로 자리잡은 로와요떼 군도 중 하나다. 소설(영화화되기도 했다)의 유명세 덕택에 일본인들이 종종 찾아오지만 아직 개발의 손길을 덜 타서 파라디 우베아라는 이름의 호텔이 하나 있을 뿐이다. 2) <꽃보다 남자> 2009년 초 방영된 KBS 드라마로 뉴칼레도니아에서 촬영된 장면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켜 한국에 ‘프렌치 파라다이스’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민호(구준표 역), 구혜선(금잔디 역), 김현중(윤지후 역), 김범(소이정 역), 김준(송우빈 역) 등이 이 드라마의 성공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프랑스 죄수들이 건설한 도시 누메아에는 현재 뉴칼레도니아 인구의 40%가 살고 있다 New Caledonian History 그들은 배를 타고 왔다 섬이란 묘한 곳이다. 그 은근한 고립감은 사람을 유혹하기도 하고, 또 숨 막히게 하기도 하므로. 뉴칼레도니아는 침묵 같은 섬이다. 한번 흘러들어간 이야기조차 다시 나오는 법이 없다. 여기서 영원히 머물러도 좋다고 생각해서였을 것이다. 그것이 낙원의 속성이므로. 그 섬에 죄수들을 보낸 이유 1864년 5월, 처음 이 섬에 도착한 프랑스 죄수들의 생각은 달랐다. 가장 가깝다는 대륙인 호주조차 1,000km 이상 떨어져 있는 고립무원의 섬이 그들에게 낙원으로 보일 리 없었다. 정치범, 관습범, 매춘부, 강제 추방자들은 지금도 비행기로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 거리를 몇 달간 배에 실려 항해한 끝에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 도착했다. 지금은 본섬인 라 그랑드 떼르와 하나로 연결된 누메섬이 당시 입도하는 죄수들이 건강검진을 받던 관문이었다. 이 섬의 원래 주인은 3,000년 전부터 살고 있었던 카낙족Kanak1)이었지만 뉴칼레도니아라는 이름을 붙여 준 것은 제임스 쿡(1728~1779) 선장이었다. 1774년 항해에서 자신의 고향이었던 스코틀랜드(옛 이름이 ‘칼레도니아’였다)를 연상시키는 섬을 발견하고 뉴칼레도니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1853년 이 섬을 점령한 사람은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였고 프랑스식 정식 명칭은 누벨칼레도니Nouvelle-Caledonie다. 수도 누메아Noumea를 프랑스처럼 만드는 과업은 죄수들의 몫이었다. 1864년 첫 이송 이후 22년 동안 2만1,000여 명의 프랑스 죄수들이 75회에 걸쳐 뉴칼레도니아에 실려 왔다. 98%의 남자, 2%의 여자(고아, 과부, 창녀, 알콜중독자 등)로 구성된 그들은 8년간의 의무 노동으로 항구와 도시를 건설했다. 우엔토로 언덕128m이나 F.O.L 전망대에 올라가면 당시에 지어진 ‘신식민지 스타일’, 혹은 ‘뉴트로피컬 스타일’ 건축물들이 알알이 섞여 있는 풍경이 촘촘하게 들어온다. 1877년 완공된 (현재의) 누메아 시립 박물관이나 1887년부터 10년 동안 건설한 생 조셉 성당2)도 그중 하나다. 형을 마친 사람 중 많은 인원이 섬에 남았다. 가족들의 여행 경비를 지원할 정도로 프랑스 정부의 지원이 적극적이었다. 누메아의 고아만Baie de L’Orphelinat에는 이름 그대로 고아원이 있었다. 이곳 출신들은 대부분 죄수들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다고 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00만명 미군이 남긴 것 낙원이 따로 있겠나. 정 붙이고 살다 보면 낙원이지. 하지만 1853년 니켈3)이라는 노다지의 발견은 뉴칼레도니아를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만들었다. 땅속이 다 금고라서 이 ‘그레이 골드’를 그냥 꺼내 쓰기만 하면 된다. 그 수혜를 받는 뉴칼레도니아의 인구는 고작 25만여 명. 그래서 이 섬에는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인구의 15%가 20세 이하라서 섬은 여유로우면서도 활기차다. 이주민과 기독교도의 증가에 따라 식민 체제를 굳힌 이 섬에 낯선 신인류가 착륙한 것은 1942년이었다. 이후 4년 동안 15척의 군함을 타고 자그마치 100만명이 넘는 미군이 이 섬을 거쳐 간 이유는 뉴칼레도니아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미군과 연합군의 태평양 사령부였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나고 퇴군길에 미군은 들고 왔던 무기와 군함을 거두어 갔지만 초콜릿, 껌, 코카콜라, 비타민, 파이, 담배 등을 남겨 놓았다. 재즈와 클럽 문화도 남겨졌다. 별다른 나이트라이프가 없는 섬에서 클럽은 여행자들의 오아시스가 됐다. 해상에 방갈로처럼 떠 있는 레스토랑과 바 ‘르 루프Le Roof’는 젊은이와 여행자에게 지나치기 어려운 방앗간이라 주중에도 항상 붐비고 주말에는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멜라네시안4) 혼열인 듯 건강한 피부색을 지닌 여인의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미군들은 구매력이 높은 손님이기도 해서 뉴칼레도니아에 처음 상점이 생긴 것도 이 시기였다. 그린 파파야 사슴 구이, 생선 샐러드, 일데뺑의 달팽이 요리. 박쥐 스튜 등은 뉴칼레도니아에서 처음 맛보는 별미였다. 과일과 채소를 파는 상점들도 생겨났다. 모젤 항구Port Moselle 앞 아침 시장의 풍경 너머에 그런 스토리가 있었다니, 생선 한 마리도 예사롭지 않다. 와인, 치즈 등 프랑스 식문화의 영향도 분명하고 낯선 열대의 과일, 아시아 음식들, 그리고 마이크로네시안의 주식인 타로토란와 얌참마 등, 작은 시장 안에 뉴칼레도니아의 역사와 문화가 모두 섞여 있었다. 뉴칼레도니아는 이제 프랑스의 식민지가 아니라 자치령이다. 2차 세계대전 전후 가속화된 인종차별금지와 탈식민지화의 영향으로 1946년에는 시민권 권리 법규가 금지되었고 1957년에는 보통 선거권이 실행됐다. 1998년에는 누메아 조약을 통해 자치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점 때문에 실제로 완전 독립을 원하는 여론은 크지 않은 편. 하지만 낙원에도 만장일치란 없는 것인지, ‘선 경제자립, 후 독립’을 주장했던 카낙의 민족지도자 ‘장 마리 치바우Jean-Marie Tjibaou’는 1989년 극단주의자에게 암살당하고 말았다. 2014년과 2018년에 독립과 관련된 투표가 있을 예정이지만 찬성이 다수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한다. 1) 카냑족 멜라네시안에 속하는 카냑족은 뉴칼레도니아 인구의 절반 이상이며 나머지는 유럽 혼열과 아시안, 폴리네시안 등이다. 하와이 말로 ‘사람’을 뜻하는 ‘카나카’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전통의상인 뽀삐네popinee를 고수하며 아직도 짚으로 만든 지붕에 흙벽으로 이뤄진 전통 가옥 ‘꺄즈case’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2) 생 조셉 성당 꼬꼬디에 광장 근처 경사면에 우뚝 자리한 생 조셉 성당은 당시 남태평양 유일의 고딕성당이었다. 지금도 누메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소리 울림이 좋아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이 공연을 한 적도 있다. 뉴칼레도니아 인구의 99%는 기독교이며 구교와 신교의 비중이 6:4 정도다. 3) 니켈 뉴칼레도니아는 캐나다,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번째 니켈 수출국으로, 전 세계 매장량의 25%, 생산량의 12%를 차지한다. 채광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초기에는 산에 불을 놓아서 오래도록 꺼지지 않으면 니켈광산이 있는 곳으로 추정했다. 가볍고 단단해서 동전의 원료로 사용되는데 한국에서는 수년 전 포스코가 진출해 광산개발사용권과 한국수출권을 획득했다. 4) 멜라네시안 멜라는 ‘검다’는 뜻으로, 원주민들이 피부색이 어두워서 붙여진 이름. 오스트리아 북동쪽으로 파푸아뉴기니, 비스마르크 제도, 솔로몬제도, 뉴헤브리디스, 바누아투, 피지 등이 멜라네시아Melanesia에 속한다. 서태평양 지역은 폴리네시아, 마이크로네시아, 멜라네시아로 구분되지만 그 기준은 그리 명확치 않다. New Caledonian Ecosystem 야떼를 여행하는 법 잠깐 사이였는데 일행을 놓쳤다. 좀 전까지 사람을 피해 일정한 거리를 두며 숨바꼭질을 하던 카구Cagou새들의 태도가 돌변했다. 상대가 수적으로 적다는 것을 파악하자마다 눈빛이 달라졌다. 빨간 눈동자로 레이저를 쏘듯 째려보며 포위망을 좁혀 왔다. 겁 없는 녀석들. 그러나 오싹한 기분. 뒤도 안 돌아보고 줄행랑을 쳐야 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지구상에서 오직 뉴칼레도니아에만 살고 있으며 국조로 보호받고 있는 카구새1)는 날지 못한다. 울음소리도 얄궂어서 마치 짖는 듯하다. 천적이 없어서 나는 기능이 퇴화할 정도로 태평성대를 누리던 카구 새들은 개와 고양이 등 뉴칼레도니아에 살지 않았던 외래종이 유입되면서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현재는 400여 마리밖에 남지 않는 국제보호조류다. 놀라운 것은 카구새가 뉴칼레도니아에 사는 7,000여 가지 희귀 동식물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 이 섬이 아니면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나무와 꽃들의 원조는 공룡 시대 이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간단히 말해 뉴칼레도니아는 생태적으로 시간이 멈춘 섬이다. 그 이유는 지리적 환경에 있다. 뉴칼레도니아는 뉴질랜드, 호주와 남극과 함께 곤드와나Gondwana 대륙에 속해 있다가 약 6,000만년 전에 뉴질랜드와 함께 떨어져 나왔다. 그후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가라앉아 2,300만년 전 즈음에는 대륙의 93%가 바다 밑으로 잠겨 버렸다. 그때 가장 높은 지대에 속했던 지역이 현재의 뉴칼레도니아와 뉴질랜드다. 오랜 시간 동안 극적인 지각변동과 기후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뉴칼레도니아는 여전히 공룡시대와 가장 유사한 생태계를 유지고 있다. ‘생물학적 노아의 방주’, ‘생태계의 엘로라도’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종 다양성에 있어서 아마존, 인도-말레이시아, 파푸아뉴기니, 마다가스카르에 이어 세계 5위로 꼽힌다. 그 원시의 자연은 멀리 있지도 않다. 누메아의 주택가에서는 마당의 정원수가 바오밥 나무다. 붉게 펄럭이는 꽃 때문에 불꽃나무라고 불리는 플레시아나도 흔한데 역시 마다가스카르에서 온 나무다. 공원의 절반 정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블루리버파크The River Blue Park라면 또 얼마나 많은 희귀종들을 보유하고 있겠는가. 수도 누메아에서 남동쪽으로 1시간 정도 차를 몰아 야떼Yate지역에 도착했다. 공룡보다 오래된 소나무 가이드 프랑소와 트랑Francois Tran씨는 생태학자이자 한번 들은 한국어 단어까지 정확하게 구사하는 비상한 기억력,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어려운 설명들은 하나로 지루하지 않았다. 뉴칼레도니아의 생태계를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적임자였다. 공원으로 진입하는 동안 프랑소와씨가 가장 열정적으로 설명한 것은 아로카리아Aroucaria 나무였다. 뉴칼레도니아의 대표 수종인 이 나무는 사실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기가 힘든 만큼 까마득한 소나무의 조상님이다. 2억5,000만년 전 중생대 초반에 나타났으니 공룡보다 오래 살아남은 셈. 공룡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때 뉴칼레도니아를 찾아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로카리아가 추운 날씨에 적응한 것이 지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침엽수종의 소나무이고 더운 지방에서는 잎 모양이 넙적하고 부드러운 카오리 나무가 됐다. 그 잎 모양도 제각각이어서 현재 전 세계에는 19종의 아로카리아 나무가 남아있는데 그중 13종을 블루리버파크에서 볼 수 있다. 숲에서 직접 마주친 수령 1,000년 이상의 카오리 나무는 그 그늘의 폭조차 가늠하기 어려웠다. 높이 40m, 둘레 2.7m, 펼친 가지의 폭이 35m나 된다. 얼마 전에는 수령 700년 이상의 카오리나무 350그루가 새로 발견되기도 했다. 4,500년 넘게 살고 있다는 카오리 나무는 어떤 모습일지는 도무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야떼는 열대림과 건조림2)이 섞여 있는 거대한 산림이다. 완주하려면 며칠씩 걸리는 트레킹 코스에 캠핑장, 호수, 연못, 폭포 등을 모두 포함한다. 그중에서 블루리버파크는 야떼 호수를 중심으로 9,000ha에 이르는 땅이다. 야떼Yate호수는 수력발전용 댐 건설로 생긴 담수 인공호수다. 호수에 잠긴 냐울리Niaouli3) 고사목은 물비늘을 뚫고 금방이라도 솟아오를 것 같았다. 오래 쳐다보기가 어려웠던 이유는 세기말적인 풍경이어서가 아니라 오후의 눈부신 은광 때문이었다. 드넓은 숲을 탐방하느라 점심 피크닉이 꽤나 늦어졌었다. 프랑소와씨가 만들어 온 새콤한 샐러드에 금방 구워낸 사슴고기, 멧돼지 소시지를 더하니 색다른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프랑스식인지, 원주민식인지 모르겠지만 이날의 점심은 2시간 가까이 충분한 휴식과 수다로 채워졌다. 우리와 계절이 반대인 뉴칼레도니아는 가을이 깊어지고 있었다. 지금쯤은 평균 기온 15~25℃ 사이의 겨울을 관통하고 있을 것이다. 뉴칼레도니아 사람들은 이런 환경을 ‘에버 스프링’이라고 부른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뉴칼레도니아의 숲에는 분명 영원에 가까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블루리버파크 | 위치 누메아에서 동쪽으로 45km 거리. 차로 45분 정도 소요된다. 개장 오전 7시~오후 5시(입장은 오후 2시까지 가능, 월요일 휴관) 입장료 400퍼시픽프랑 문의 687-43-61-24 가이드 투어 예약 칼레도니아 투어스 687-78-68-38 caledoniatours@lagoo.nc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카구새 몸 크기가 평균 55cm로 눈동자는 빨간 색이고 부리도 다리도 붉다. 수명이 30년 정도 되는 카구새는 1년에 1개의 알을 낳아 35일간 품은 후 부화시키는데 분가할 때까지 7~9년 정도를 가족 단위로 생활한다. 날지 못하는 대신 뛰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며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면 한쪽 다리를 세워 바로 도망갈 자세를 취한 상태로 멈춰서 경계한다. 2) 냐울리 껍질이 하얗고 속살은 검어서 나무다멜라누까(블랙 & 화이트)라는 별칭이 있다. 껍질이 마치 종이처럼 벗겨지는데 불이 붙어도 겉만 타고 안은 잘 타지 않아서 목재로 잘 사용된다. 수액에 여러 가지 효능이 있어서 감기약이나 비누를 만들고, 사탕으로 먹기도 한다. 3) 열대림 vs 건조림 칼레도니아의 서쪽 해안지대, 한 해 강수량이 50cm~1m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400여 종 이상의 식물들이 살고 있다. 냐울리 나무는 대표적인 건조림 수종이다. 건조한 환경에 적응해서 자라는 키 작은 관목지대를 ‘마이닝 마키아Maquis miniers’라고 부른다. 반면 동쪽 해안의 한 해 강수량은 3~6m 정도라서 풍성한 열대우림을 이루고 있다. 이 중 82%가 고유종이다. New Caledonian Island 비오는 날의 일데뺑 일데뺑Ile des Pins으로 가는 에어칼레도니 비행기는 20분간 태평양 바다 위에 떠 있었다. 바케트를 닮았다는 본섬과 그 둘레로 푸른 띠를 그린 라군들, 그리고 작은 부속섬들을 감상하기 위해서였지만 날이 흐렸다. 뿌연 시야에 잡히는 것은 가물거리는 형상들뿐이었다. 그리고 흐린 날씨는 일데뺑 일정 내내 계속됐다. 부니 나무를 닮은 사람들 기대에 찼던 오로 자연풀장Baie d’Oro et Piscine Naturelle에 도착했을 때에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얕은 수심, 투명한 물, 고운 모래사장, 앙증맞은 열대어 무리까지, 완벽한 스노클링 조건을 갖춘 오로 풀장이었지만 단 한 가지, 날씨가 받쳐주지 않았다. 수온이 뚝 떨어져 수영은 포기. 입고 온 비키니가 무색했다. 하지만 그런 날씨조차 자연의 일부가 아니던가. 쭉쭉 뻗은 아로카리아 나무의 결기도, 부드러운 모래사장을 숨기고 있는 오로만의 청정함도 그대로였다. 해가 없어도 열대어들은 열심히 빵을 먹기 위해 모여들었고, 사위는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게다가 아름다운 해변, 그 하나만을 기대하기에는 일데뺑은 의외로 큰 섬이었고 풍경은 여러 갈래다. 첫 갈래는 일데뺑의 남동부, 귀향자 수용소였다. 1871년 파리 코뮌이 실패로 끝난 후 쏟아진 정치범들, 알제리에서 일어난 까빌 반란 사건의 정치범 등 중범죄자들은 외딴 섬 안의 또 다른 외딴 섬인 일데뺑까지 보내져 수용소에서 생을 마쳤다. 규모가 꽤 컸던 이 수용소는 지금 폐허 위의 폐가로, 넝쿨에 휩싸여 있다. 시간의 옷을 입고, 숱한 이야기의 무대가 되었을 장소의 기운은 예사롭지 않았다. 수용소를 출발한 차가 쿠토 비치Baie de Kuto에서 카누메라 비치Baie de Kanumera로 연결되는 도로를 달릴 때였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다. 울창한 부니Bugny 나무가 드리운 그늘 터널이었다. 부니 나무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거대한 ‘엔트’처럼 금방이라도 어깨를 흔들며 걸어 다닐 것 같았다. 우락부락하지만 강하고 듬직한 모습. 바오 마을Vao Village에서 만난 카낙족의 모습은 부니 나무를 닮아 있었다. 어떤 경계도 느껴지지 않는 적당한 무관심, 그러나 건네는 인사를 따뜻하게 받아주는 온정. 그리고 호기심보다는 수줍음이 많은 아이들. 이 마을의 중심인 바오 성당은 1860년 죄수들에 의해 건립된 것으로 멀리서 보면 전면 입구의 파사드와 후면의 붉은 첨탑이 퍼즐처럼 겹쳐 스위스 산장처럼 아담해 보인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생 모리스 기념비는 온통 산호석과 전통장승, 꽃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처음 가톨릭을 전파해 준 선교사들을 기리를 마음이 지극해 보였다. 바다거북과 함께 춤을! 일데뺑에서 다시 모터보트를 탔다. 마치 인형 속에 더 작은 인형이 줄줄이 나오는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작은 섬에서 또 작은 섬으로, 그리고 더 작은 섬으로 가는 중이다. 아직 정박할 만한 곳이 없는데 보트의 속도가 갑자기 느려졌다. 거북이의 등장이었다. 뉴칼레도니아의 바다에는 녹색 바다거북, 큰머리 거북, 붉은 바다거북 등이 살고 있다고 들었다. 배의 추격을 물리치고 도망가려는 거북이를 노칠세라 한 남자가 첨벙 물속으로 다이빙을 했다. 우리가 발견한 것이 거북이가 아니라 듀공dugong이었다면 그의 다이빙은 허락되지 않았을 것이다. 돌고래와 인어 전설의 기원이라는 듀공은 해초를 먹고 살기에 ‘바다의 소’라고 불리지만 몸길이가 3m나 된다니 말이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앵무조개1)도 뉴칼레도니아의 심해 속에 살고 있다. 30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새하얀 모래사장이 등장했다. 마치 사막의 신기루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기이하나 한편으로는 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구심마저 솟구친다. 배에서 내려 모래섬 위에 발을 내딛고 나서야 비로소 이 새하얀 모래섬이 현실임을 실감케 된다. 지금 내가 내려선 곳이 바로 그 유명한 노깡위Nokanhui Island라는 황홀한 현실. 이 풍경을 가능케 한 것은 라군2)이었을 것이다. 폭이 55~78km밖에 되지 않고 길이는 500km에 이르는 뉴칼레도니아는 섬의 둘레를 따라 세상에서 두 번째로 긴 1,600km의 라군석호이 띠를 두르고 있다. 섬과 산호초 사이의 바다를 이르는 라군은 파도가 없어 항상 잔잔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일데뺑과 로와요떼 군도에 속하는 리푸, 마레, 우베아섬 등의 작은 섬들이 자리잡고 있다. 산호가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은 따뜻한 수온과 풍부한 햇볕이다. 산호초가 많으면 물속에 산호공급이 활발해 수중생물에게도 살아가기 좋은 조건이 된다. 그래서 산소탱크를 메고 깊은 바다에 들어가지 않아도 뉴칼레도니아에서는 살아있는 바다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앙증맞은 조개껍데기와 산호 조각을 모아서 손바닥 위에 굴리면 만화경을 보는 것처럼 변화무쌍하다. 그런 자잘한 재미를 만끽하지 않는다면 노깡위를 섭렵하는 산책은 채 20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 산책을 잠시 방해했던 것은 트리코레예라고 불리는 무지개뱀Rainbow Snake이었다. 빠비용처럼 띠무늬를 지닌 이 바다뱀은 물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다 인기척에 놀라서 나무더미 사이로 몸을 숨겼다. 독이 있지만 입이 너무 작아서 사람을 물 수는 없다고 하니 두려워할 존재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손에 쥔 마트료시카 인형은 개인 소유인 메트르Maitre섬이었다. 파도를 헤치는 요트 항해 끝에 도착한 이 섬은 2004년 에스카파드 아일랜드 리조트Escapade Island Resort의 개장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뉴칼레도니아 유일의 수상 방갈로가 S자로 줄지어 선 풍경은 꿈꾸던 바다 위의 휴가를 현실로 재현한 느낌이다. 테라스에 설치된 계단의 마지막 스텝은 열대어가 유영하는 바다다. 비 오는 일데뺑 여행은 마치 그 마지막 계단에서 우뚝 멈춰 서 버린 듯한 느낌이었지만, 그것이 다시 뉴칼레도니아를 가고 싶게 만든 이유이기도 했다.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뉴칼레도니아 관광청 www.new-caledonia.co.kr, 에어칼린 www.aircalin.co.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앵무조개 3억4,000만년 전부터 살았던 두족류 동물로 수심 150~600m의 심해에 살고 있다. 지름 20cm, 혹 9cm의 크기로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갈색의 방사상 띠로 이루어진 껍질의 무늬가 앵무새의 부리를 닮았다고 해서 앵무조개라는 이름이 붙었다. 누메아 아쿠아리움에서 살아있는 앵무조개를 볼 수 있다. 2) 뉴칼레도니아 라군 세계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24,000㎢의 라군으로 2008년 7월에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폭이 좁게는 30km, 최대 200km까지 펼쳐진 곳도 있다. 둘레의 총 길이는 1,600km로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다음으로 길다. ▶travie info 항공편 2008년부터 에어칼린이 인천-누메아 사이를 주 2회(월, 토, 약 9시간 30분 소요) 운항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기내 환경 업그레이드로 이코노미 좌석이 기존보다 15도 더 젖혀지며 손잡이도 자유자재로 조절이 가능해졌다. 개인별 최신 통합 리모콘뿐 아니라 USB 및 애플용 포트도 탑재했다. 이 밖에도 한국인 통역원이 탑승하고 있으며 기내식으로 김치를 제공하는 등 지역 맞춤형 서비스도 충실하다. 동계시즌인 10월30일부터는 수·일요일로 요일을 변경해 신혼여행객이 이용하기에 더 편리해질 예정이다. 문의 02-3708-8581 시차 한국보다 2시간 빠르다. 날씨 평균 기온 15~32도 사이의 초여름 날씨. 계절은 한국과 반대다. 화폐 퍼시픽프랑을 쓴다. 한국에서는 달러보다 유로화로 바꿔 가는 것이 유리한데 환전 수수료가 높으므로 웬만한 것은 카드로 결제하는 게 낫다. 물가는 유럽 수준.
  • 조여정 돌고래인형 사진 화제…“조련사 같아”

    조여정 돌고래인형 사진 화제…“조련사 같아”

    조여정 돌고래인형 사진이 화제다. 조여정은 지난 1일 자신의 트위터에 “9월의 첫날. 날아보자 돌고래야”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올렸다. 공개된 사진 속 조여정은 물놀이용 튜브인 돌고래인형을 탄 채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이고 있다. 돌고래인형보다도 매끈한 각선미에 인형 같은 미모가 눈에 띈다. 조여정 돌고래인형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조여정 돌고래인형 들고 있으니 애기 같다”, “조여정 민낯 굴욕도 없다”, “조여정 돌고래인형 들고 있는 것 보니 조련사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줌인 필요없네!…거대 혹등고래 깜짝 등장

    몸길이만 무려 12m. 거대한 혹등고래 한 마리가 바다에서 카약을 타고 여가를 즐기던 여행객 바로 옆에 깜짝 등장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혀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29일(현지시간)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몬터레이만(灣) 근처에서 한 해양생물학자가 촬영한 혹등고래 무리의 사진을 공개했다. 모스랜딩해양연구소 생물학자인 지안카를로 토마에는 지난 주말 한 커플과 함께 카약을 타고 여가를 즐기던 중 갑자기 나타난 혹등고래 무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주(州)법률상 누구도 고의로 고래에 100야드(약 91m) 미만으로 접근할 수 없지만, 이들 고래는 마치 카약을 타던 커플을 구경하러 나온 듯 보였다. 사진 속 커플은 각각 자신의 카약 바로 옆 수면 위로 올라온 거대한 고래를 넋을 잃고 보거나 들고 있던 소형 카메라로 촬영하는 모습이다. 토마에는 “고래들은 매우 우아했다”면서 “카렌과 난 불과 1초도 안 돼 고래와 만났고 고래와 1m 이내 거리에 있었지만 물 한 방울 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혹등고래는 몸길이 12~16m에 평균 무게만 36톤에 달하는 대형종(種)으로 거대한 몸집과 달리 사람에게는 매우 친절한 동물로 알려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돌고래와 함께 ‘점프’하는 희귀 상어 포착

    돌고래와 함께 ‘점프’하는 희귀 상어 포착

    희귀 상어가 돌고래들과 함께 수면 위로 점프하는 이색적인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웨일스 펨브로크셔 해안에서 한 사진작가에 의해 촬영된 이 상어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진환도상어(thresher shark·쓰레셔 샤크). 몸통 보다 꼬리가 긴 것으로 유명한 이 상어는 특히 꼬리로 먹잇감을 기절시켜 사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작가와 함께 장면을 목격한 해양생물학자 클리프 벤슨 박사는 “수백마리의 돌고래들 속에서 함께 점프하는 특이한 모습의 진환도상어를 발견했다” 면서 “상어가 수면 밖으로 점프하는 장면은 극히 구경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상황은 상어가 돌고래를 사냥하는 것이 아닌 고등어나 청어를 발견해 함께 쫓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비키니 미녀, 타이거 상어와 아찔 수영 포착

    비키니 미녀, 타이거 상어와 아찔 수영 포착

    비키니 미녀와 상어가 함께 헤엄치는 아찔한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최근 환경단체 아프리오션스(AfriOceans)를 운영 중인 여성 레슬리 로쳇이 사람을 공격하는 것으로 유명한 타이거 상어를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있다. 상어가 많은 곳으로 유명한 바하마 타이거 비치에서 촬영한 이 사진은 특히 아무런 보호장구도 갖추지 않은 로쳇의 모습이 아찔함을 자아낸다. 그러나 로쳇이 이 사진을 공개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 상어가 사람에게 별로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자 하는 것.      로쳇은 “영화 속의 조스는 식인 상어로 묘사돼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지만 실제로 상어는 그리 위험하지 않다” 면서 “비키니만 입고 사진을 찍은 것은 사람들의 인식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를 무대로 상어 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로쳇은 오히려 상어가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로쳇은 “상어는 바닷속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건강한 해양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면서 “상어를 막기 위해 설치한 그물 등이 오히려 돌고래, 거북이 등을 죽인다”고 밝혔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한국인만 모른다, 한국의 위대함

    아프다. 우리의 속사정을 꿰뚫고 있는 벽안의 외국인이 여유만만하게 웃는 얼굴로 잘못을 콕콕 집어 댄다. 앞서 저서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통해 스스로의 문화유산을 경시하는 한국 사회를 비판했던 바로 그이다. 이만열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졌을 만큼 ‘한국통’이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 지적하는 건 명료하다. 당신 내면의 보물을 보라, 그리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라는 거다. 저자의 눈에 비친 한국은 이상한 나라다. 자신의 위상에 대해 모순적인 태도를 가졌다. 여러 면에서 한국은 1등 국가에 바짝 다가섰다. 내면에 국가 브랜드로 내세우기 충분한 ‘엄청난’ 역사와 전통도 가졌다. 한데 여태껏 제대로 자신을 알리려고 노력한 적이 없다. 한국 정부 스스로도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어떤 면에서는 되레 부끄러워하거나 하찮게 여기면서 그것들을 점점 없애고 있다. 그 배경 중 하나가 이른바 ‘새우 콤플렉스’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세계 최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어 있다. 이 ‘고래들’이 힘겨루기를 벌이는 와중에 등 터지는 아픔을 감내해야 했던 건 한국이었다. 그 탓에 ‘새우는 튀어 봐야 새우’란 생각이 암암리에 국민을 지배하게 됐다는 거다. 세계 속에서 한국의 정체성이 모호한 것도 문제다. 삼성·LG가 만든 TV 보고, 현대·기아가 만든 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그걸 만든 나라가 한국이라고 하면 “고뤠?”라고 되묻는다. 그러다 보니 부당한 대접도 받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게 있다. 쉽게 말해 ‘대한민국은 B급 국가 아냐?’란 세계의 시각 때문에 당하는 불합리한 대우를 뜻한다. 저자는 한국이 ‘당하는’ 디스카운트 비율이 평균 9.3%에 이른다고 했다. 이 수치를 2011년 한국 총수출액(약 625조원)에 대입하면 무려 58조원에 달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 탓에 날려 버린 액수치고는 너무 크다. 대중문화 용어로 비유하자. 저자의 주문은 ‘캐릭터 설정’을 제대로 하라는 거다. 그가 제시한 몇 가지 대안 가운데 하나가 ‘선비 정신’이다. ‘대한민국 대표 가방끈’을 맨 이들에게 공자왈 맹자왈 하라고 멍석을 깔아 주자는 게 아니다. 지식인의 염치, 사회적 책임감 등을 강조하자는 뜻이다. 되짚어 보면 여태 그렇지 않았다는 준엄한 지적일 터다. 옛 선비들은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해가 깊고 참여적이었다. 최고의 지식을 쌓기 위해 갈고 닦길 게을리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부정을 마주하고 눈 돌리는 걸 수치로 여겼다. 이쯤 되면 국내는 물론 세계 어디서도 보편성을 가질 수 있는 가치가 아닐까.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인류여, 자연을 베껴라

    인류여, 자연을 베껴라

    옷이나 가방에 지퍼 대신 사용되는 벨크로, 일명 찍찍이는 스위스의 기술자 조르주 드 메스트랄이 1941년 알프스 하이킹 도중 옷에 달라붙은 도꼬마리(국화과의 한해살이 풀)에서 착안한 발명품이다. 자연을 관찰해 얻은 아이디어에 과학을 더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생체모방’ 기술의 초창기 대표 사례로 꼽힌다. ‘새로운 황금시대’(원제 The Shark’s Paintbursh)는 이러한 생체모방 기술을 19세기 골드러시에 빗대 21세기 비즈니스의 새 금광으로 제시한다. 저자인 제이 하먼은 30년간 생체모방 기술을 이용해 상품을 개발해 온 발명가이자 기업가다. 호주에서 태어난 그는 해양야생국에서 동식물 연구가로 일하면서 터득한 생체모방 기술을 토대로 1982년 에너지 연구그룹 ERG를 설립해 호주 최대의 기술전문 회사로 성장시켰고, 이후 많은 특허와 라이선스를 가진 팍스사이언티픽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그가 만든 자연 모방 디자인 제품은 냉장고, 터빈, 팬, 믹서 장치, 펌프 등 다양하다. 책에 따르면 생체모방 기술은 항공우주, 운송, 신소재, 약학, 건축 등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로 확산되는 추세다. 가령 원제로 사용된 상어의 사례를 보자. 상어의 움직임이 빠른 것은 거친 피부 표면이 물이 달라붙는 것을 막아 속도를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독일 과학자들은 상어의 피부 조직에서 영감을 얻어 항공기와 선체의 저항을 크게 감소시키는 페인트를 개발했다. 실험 결과 선체의 마찰력은 5% 이상 줄어들었다. 전 세계 항공기에 적용될 경우 연간 총 450만t의 연료 절감이 가능하다. 상어 피부는 스포츠에도 영향을 미쳤다. 스피도가 상어 피부와 유사한 형태의 직물로 만든 전신 수영복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쏟아내는 데 기여했다. 일본의 고속철도 신칸센은 물총새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물을 튀기거나 소리를 내지 않고 물속으로 다이빙하는 물총새의 머리와 부리를 연구한 끝에 열차의 코를 유선형으로 만들어 속도는 높이고 소음은 줄였다. 고래의 지느러미는 풍속 변화를 최소화해 돌풍에서도 전력 생산을 할 수 있게 풍력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켰고, 거미줄의 탄성과 연꽃의 방수 성질은 신소재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버섯과 균류는 약학 분야에 탁월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육해공의 모든 생명체가 인간을 위한 혁신적인 기술의 무궁무진한 보고인 셈이다. 생체모방이란 용어는 동물학자인 재닌 베니어스가 1997년 처음 사용했지만 인류는 수천 년 전부터 주변의 동식물에게서 삶의 지혜를 빌려 왔다. 폴리네시아인들이 사용하는 아웃리거 카누(선체 밖에 노가 붙어 있는 카누)는 물에 뜨는 콩깍지의 모습을 본떴고, 호주 원주민들은 새의 날개를 모방해서 부메랑을 만들었다. 이런 전통은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면서 뒷전으로 밀렸다. 굳이 자연에서 효율적인 방법을 찾을 필요 없이 값싸고 풍부한 동력을 활용해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인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자원은 고갈되고,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가속화되며, 세계 경제는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생체모방 혁명이야말로 이런 위기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해법이라고 강조한다. “곤경에 처한 우리 세계는 생체모방을 통해 재창조될 수 있다. 수천억, 수조 개에 달하는 자연의 해법은 새로운 세계 건설의 원대한 가능성의 문을 열어 우리의 병든 환경과 대기를 구하고,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낳을 것이다.”(437쪽) 책은 생체모방 기술이 창업가들에게 매력적인 도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생체모사 비즈니스 운영의 원칙과 특허 획득, 시장을 장악하는 정확한 타이밍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뤘다. 결국 비즈니스의 세계를 다룬 책이지만 자연을 착취하는 대신 자연에서 지혜를 빌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패러다임을 만들자는 저자의 주장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말한다. 성공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연구실이나 회의실에 앉아 있지 말고 자연으로 눈을 돌려라.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어린이·청소년 책꽂이]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가스 선뎀 지음, 이영랑 그림, 김선희 옮김, 파라주니어 펴냄) 16개국 64만명의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우물 기금을 만든 캐나다의 라이언, 소아암 연구를 돕기 위해 미국 전역에 레모네이드 좌판 1000여개가 깔리게 했던 알렉산드라 등 세상을 바꾼 세계 25명의 ‘평범한 아이들’의 실화를 소개한다. 1만 1000원. 한국음악, 자연을 품은 우리 소리(원일 기획·감수, 노유다 지음, 유지연 그림, 해와나무 펴냄) 궁중 행사에 쓰인 궁중음악이나 선비들이 즐겼던 풍류음악, 아리랑과 같은 민족음악까지. 가야금 2인자 ‘한소리’, 국악계의 숨은 고수 ‘고래고래 할머니’ 등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우리 음악 이야기를 신명 나게 풀어놓는다. 1만 3000원. 범블아디의 생일 파티(모리스 샌닥 지음·그림, 조동섭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세기 최고의 그림책 작가로 알려진 모리스 샌닥의 생애 마지막 책. 삶을 아름답게만 묘사하는 기존 그림책의 틀을 깨고 아이들의 갈등과 두려움, 고통을 그대로 묘사하는 작가답게 어른과 아이 사이의 갈등과 해소 과정을 재치 있게 그렸다. 고아로 고모 집에 입양된 돼지 범블아디가 흥미롭다. 1만 1500원. 만화보다 재미있는 민화 이야기(정병모·전희정 지음, 조에스더 그림, 열다 펴냄) 민화는 조선시대 평범한 서민들이 그린 것으로, 획일적이지 않은 예술적 감각과 자유로운 상상력을 품고 있다. 민화 속에서 뛰어노는 동물과 향기를 뿜어내는 꽃, 민화 속에 펼쳐진 풍경이나 깃든 소원 등을 통해 옛 조상들의 수많은 꿈을 만나본다. 1만 1000원.
  • [지상파 하이라이트]

    ■KBS 파노라마(KBS1 밤 10시) 15년 전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와 한 남자를 만났다.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남편이 수천만원의 빚을 남기고 떠난 것이다. 계속되는 빚 독촉과 협박에 결국 파산신청을 하고 빈털터리가 됐다. 그러나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두 아들을 괴롭히는 차별이었다. 한국에 시집와 엄마로 살아가는 베트남 여성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소개한다. ■황금 카메라(KBS2 밤 8시 55분) 그동안 출연했던 주인공들은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난 방송에서 오후 7시 이전에는 술을 입에 대지 않겠다고 전 국민에게 약속했던 술고래 3인방. 과연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을지 궁금한 제작진이 마을을 다시 찾았다. 한편 낮에는 음료 배달,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쉴 틈 없이 달려야 했던 최윤성씨도 만나본다. ■도전! 발명왕(MBC 오후 6시 20분) 매주 ‘발명왕’ 자리를 두고 전국 방방곡곡의 발명가들이 나와 겨룬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국민이 발명가가 돼 참여할 수 있다. 소소하더라도 기발하고 실제로 사용하고 싶은 생활 밀착형 발명품을 자유롭게 자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기발한 발명품들이 잇달아 발명왕 자리에 도전장을 던진다. ■꾸러기 탐구생활(SBS 오후 4시 30분) 수산시장을 찾아 신나게 구경을 하는 예원 대원. 그러다 수산시장에 걸려 있는 비닐장갑을 발견하게 된다. 비닐장갑을 걸어 놓으면 파리가 도망간다고 하는데, 파리가 비닐장갑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한편 신라시대 고분에서 발견된 유리병은 어디서 만들어졌고 어떻게 신라에 올 수 있었을까. ■세계테마기행(EBS 밤 8시 50분) 알래스카는 일만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순백의 신비로 남은 빙하의 땅이다. 그 속에는 길들지 않은 원시 그대로의 자연이 있다. 여름이 되면 곳곳에서 긴 겨울을 이겨낸 생명이 꽃을 피우고 연어들은 모천을 찾아 마지막 생명을 불태운다. 프로그램은 그 넓은 품으로 사람을 안아주는 곳, 태고의 자연에서 인간을 위로하는 알래스카로 떠나본다. ■아버지와 딸(OBS 밤 11시 5분) 아내가 출산 후에도 계속 회사에 다니길 원하자 자발적으로 전업주부가 된 아빠 오성근씨. 남자가 주부로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딸 하나는 잘 키우겠다는 집념으로 딸을 위한 홈스쿨링까지 감행했다. 남들이 아빠가 가정주부라고 수군댈 때도 아빠 편을 들어줬던 딸이 있었다. 하지만 그토록 착한 딸에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 “너 상어 맞아?” 길이 10m ‘순둥이’ 돌묵상어 포착

    해안에 나타난 돌묵상어의 등지느러미를 보고 식인 상어로 착각해 인근에 있던 사람들이 공황 상태에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16일(현지시간) 최근 콘웰 해안에 있는 캐넥 해변에서 희귀 어류인 돌묵상어 두 마리와 만난 두 남성의 상연을 소개했다. 트럭 운전사인 리처드 리드(45)와 그의 친구 그레그 헌터(35)는 이날 가족들과 해변을 방문했다. 두 사람은 수중총으로 농어를 잡기 위해 단돈 6만원짜리 고무 카약을 타고 해안 바다로 나섰다. 한참 낚시에 열중하고 있던 이들은 자신들 주위에 커다란 상어 2마리가 나타난 것을 알게 됐다. 커다란 등지느러미 때문에 혹시 백상아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들은 긴장했고 멀리서 이를 바라보던 리처드의 애인과 그레그의 아내 역시 겁에 질렸다. 이후 리처드가 수중카메라를 집어들더니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의 애인은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리처드는 좀 더 가까이 다가온 상어가 온순한 돌묵상어였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일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그 상어를 가까이서 보고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그중 한 마리에 접근했다. 이로써 그는 몇 장의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었고 직접 만져보는 기회도 잡을 수 있었다. 한편 멸종위기종인 돌묵상어는 몸길이 10m에 달하는 어류로 고래상어에 이어 두번째로 크며, 거대한 덩치와는 달리 온순해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新 대한민국 24시] (4) 포경에서 관경으로… 진화하는 고래산업

    [新 대한민국 24시] (4) 포경에서 관경으로… 진화하는 고래산업

    지난 8일 오전 9시 울산 남구 장생포항. 30도를 훨씬 웃도는 날씨에도 전국에서 모인 관광객 350여명으로 부두가 떠들썩하다. 출항을 앞두고 들뜬 관광객들은 크루즈 선박 ‘고래바다여행’(550t·정원 399명)을 배경으로 벌써부터 기념사진 촬영에 홀린 듯하다. 한 차례 나가면 세 시간 남짓 물살을 가르는 이 배는 1~2개월 전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1986년 상업포경 금지 이전까지 고래잡이로 유명했던 장생포가 ‘포경’(捕鯨)이 아닌 ‘관경’(觀鯨·살아 있는 고래 구경)으로 재도약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여행선은 오전 10시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을 뒤로하고 선착장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간다. 관광객들은 눈앞에 펼쳐진 시원한 동해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뱃머리에서 눈을 좌우로 돌리자 연안 경관이 그림처럼 와 닿는다. 무더위에 찌든 스트레스가 눈 녹듯 사라진다. 동방파제를 지난 여행선이 기수를 북쪽으로 돌렸다. 울기등대 쪽에서 고래 탐사가 시작됐다. 옅은 안개가 잔뜩 끼었다. 2m 높이의 파도도 여행을 가로막지 못했다. 금세 곳곳에서 “야, 고래다”라는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여행선은 20여분이나 바다를 선회했다. 그러나 허옇고 짙푸른 너울을 고래로 착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소동은 수그러들었다. 울산 남구가 2009년 7월 우리나라 관경산업에 첫발을 뗐다. 고래바다여행선 운항 첫해 3512명이었던 탑승객이 올해 4개월 만에 3만 3110명으로 늘어났다. 허문곤(54) 선장은 “한때 포경산업 덕분에 ‘개도 지폐를 물고 다닌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富)를 누렸던 장생포는 1986년 상업포경 금지 이후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급속히 쇠락했다. 그런데 고래관광으로 다시 일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관경산업은 2005년 5월 개관한 고래박물관으로 가능성을 활짝 열었고 고래바다여행선 운항으로 본격화됐다는 게 허 선장의 설명이다. 장생포를 찾은 누적 관광객은 2009년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제 연간 50만명 이상 몰린다. 3층 갑판에 모인 어린 승객들은 선체에 부딪히는 파도를 놀이기구 삼아 하얀 물보라에 환호성을 질렀다. 일부는 금방이라도 물속에서 솟아오를 것 같은 고래를 놓치지 않으려고 잠시도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부모들은 이런 모습을 담으려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다. 대구에서 왔다는 이영창(36)씨는 “여행선을 꼭 한번 타보고 싶었다. 네 살배기 딸이 아빠와 함께한 추억을 오래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행선이 북쪽으로 기수를 돌리면서 울산항 앞바다에 정박 중이던 대형 화물선들도 손가락만큼 작아졌다. 승객들은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등 대형 화물선도 손에 잡힐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다. 울산항 앞바다에는 매일 10여대의 화물선이 입출항을 위해 정박한다. 허 선장은 “수온이 20도 이상 올라야 전갱이와 오징어 등 고래 먹잇감이 돌아와 고래를 볼 확률도 높아지는데 고래를 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선은 2009년 4월 시험 출항에서 1500여 마리의 참돌고래 떼를 발견한 이후 몇 차례 고래 떼 발견 소식을 전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고래 발견율은 30%에도 못 미친다. 운항 첫해 9.7%에서 이듬해 28.4%, 2011년 9.6%, 지난해 25%로 회복했지만, 올 들어 7월 말 현재 8.6%로 들쭉날쭉하다. 평균 14%다. 고래가 먹이를 따라 움직이는 회유성 동물인 데다 수온이 낮아지면 자취를 감추기 때문이다. 설령 고래를 발견하지 못해도 지루하지는 않다. 밴드 연주와 노래 등 다양한 공연이 이어진다. 음료를 마시거나 군것질도 2·3층에 마련된 스낵코너, 커피점, 매점 등에서 해결할 수 있다. 연안 야경 투어 땐 연인과 부부 등을 대상으로 한 ‘커플 데이’, 시원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비어 파티’, ‘선상 재즈카페’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된다. 관광객 정종철(71·충남 서산)씨는 “서산 마룡마을에서 주민 24명과 함께 고래를 보러 왔다. 여기까지 왔으니 고래를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옛날 같으면 생각도 못할 고래관광 유람선을 탈 수 있어 행운”이라고 덧붙였다. 허 선장은 “얼마 전 단체관광에 나선 경남 산청의 한 마을 어르신들이 고래를 봤다”면서 “입소문이 이웃 마을로 퍼져 산청군 지역 3개 마을 주민들이 찾아오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출항 1시간쯤 지나 장생포 동남방향 8.9마일(약 14.32㎞) 해상에 도착했다. 평소 고래가 자주 목격됐던 지점이라 승무원들의 눈빛도 빨라졌다. 승객들도 검푸른 바다를 주시했다. 배는 다시 항로를 확인하며 기수를 남쪽으로 돌렸다. 울주군 간절곶 앞바다로 이동하는 1시간여 동안에도 승객들의 고래 찾기는 계속됐다. 조타실에서 만난 안용락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연구사는 “울산항 앞바다는 대형 화물선의 운항이 많아 소리에 민감한 고래를 다른 곳으로 쫓아 보내는 나쁜 영향을 주고, 여행선이 다니는 연안도 고래 서식지가 아닌 지나는 길목이라 발견율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래 발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상 15마일(약 24.13㎞) 이상 나가야 하는데 여행선의 안전 문제상 먼 거리 출항이 허가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관경산업이 활성화되려면 혹등고래와 향고래, 긴수염고래, 범고래, 귀신고래 등 덩치가 크고 천천히 이동하는 고래가 많아야 한다”며 “이런 고래는 열대나 극지방에 주로 서식하면서 연안 아주 가까이에 머물 뿐 아니라 산란기에는 이동도 적어 60~70% 이상 발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장생포는 여행선과 연계한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마을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그나마 낫다”면서 “돌고래류와 밍크고래가 동해안을 따라 이동하지만, 혼자 다니는 밍크고래보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돌고래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관광객들은 안개 낀 궂은 날씨 때문에 이날 아쉽게도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고래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표정은 사뭇 밝았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면서 고래 이야기를 듣고, 배 위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래여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고래를 못 본 관광객들에게는 고래박물관 무료입장권이나 고래생태체험관 40% 할인 입장권이 주어진다. 국내 유일의 고래박물관은 어린이체험관·포경역사관·귀신고래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실제 고래를 잡던 포경선과 대형 브라이드 고래뼈를 전시하고 있다.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살아 있는 돌고래 4마리를 수족관에서 직접 볼 수 있다. 남구는 고래관경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장생포 일대를 고래특구로 조성하고 있다. 공사가 한창인 ‘고래문화마을’은 내년 준공될 예정이다. 포경 전진기지였던 장생포항의 역사와 문화를 비롯해 영화 세트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옛 장생포 마을’, 고래이야기와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고래산책로’ ‘고래뱃속 체험장’ 등이 들어선다. 고래전망대는 울산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래전망대에서는 현재 건설 중인 울산대교, 장생포항, 석유화학공단, 시내 전역을 볼 수 있다. 실물 크기의 고래조형물, 어린이를 위한 고래놀이터, 자연생태학습장인 수생식물원도 조성된다. 고래관광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행선은 매주 화~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한 차례 운항한다. 토요일엔 오후 1~4시와 7~9시, 일요일엔 오전 10시~오후 1시와 오후 2시 30분~5시 30분 각각 두 차례 운항한다. 글 사진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상어 그물에 걸려 죽을 뻔한 혹등고래 포착

    상어 그물에 걸려 죽을 뻔한 혹등고래 포착

    ”살려주세요!” 국제적인 보호종인 거대한 크기의 혹등고래 한마리가 그물에 걸려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포착됐다. 하마터면 바다 한 가운데에서 목숨을 잃을 뻔한 이 혹등고래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아침 호주 골드코스트 해안 인근에서 발견됐다. 이날 혹등고래를 둘러싼 그물은 이 주변에서 출몰하는 상어를 저지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지만 엉뚱하게도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않는 고래가 희생양이 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지 해양생물 보호단체는 전문가들을 동원해 혹등고래 구조에 나섰고 약 2시간 만에 그물을 제거하고 무사히 풀어주는데 성공했다. 퀸즈랜드 상어 통제 프로그램 관리자 제프 크라우즈는 “그물에 걸린 혹등고래는 약 9m 크기의 어린 놈으로 생각보다 침착하게 구조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면서 “건강 상태는 양호해 보였으며 곧 먼 바다로 사라졌다”고 밝혔다. 한편 혹등고래는 몸길이가 최대 약 18m, 몸무게는 40t에 달하는 대형 고래다. 긴 지느러미 때문에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으며 수명은 최대 60년이다. 한때 포경 선박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지만 1944년부터 국제적인 보호가 시작돼 현재는 개체군이 안정적이거나 증가하는 추세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신안 민어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신안 민어

    “민어회 뭉텅뭉텅 썰어 즐기고, 땀 삘삘 흘리면서 기름 동동 뜬 탕을 마시면 이상하게 기운이 돌아. 여름에는 민어가 최고여라. 배진대기를 기름장에 찍어 먹어 봐. 입안에서 살살 녹아드는데 어떤 생선도 못 따라와. 민어는 버릴 게 하나도 없제” 회 한 접시 뜨며 부위별로 이렇게 말 많은 생선도 드물지 싶다. 전남 신안군 지도읍 송도위판장 옆 ‘회 떠주는 곳’ 1호 남자는 날렵하게 살을 도려내면서 민어 예찬에 들어갔다. 내장이 적고 살이 두꺼워 금세 한 접시가 차고, 껍질이며 부레까지 식감과 맛이 여느 생선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맛있다는 부위가 다르제라. 하지만 난 운동량이 많은 꼬리가 쫄깃하고 식감이 좋데요. 살에 묻혀 들어가기 쉬운 지느러미는 숨어서 먹는 부위랑께. 꼬들꼬들 고소한 맛이 일품이제” 민어(民魚)는 예로부터 기운 없고 식욕 떨어지는 복달임 때 찜이나 탕으로 몸을 다스리던 선조들의 보양식이었다. 귀하기도 하거니와 맛이 좋아 ‘민어찜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개장국은 삼품’이라는 찬사가 밥상 인문학처럼 흘러나왔다. 민어를 제사상에 올리지 못하면 불효처럼 죄송해지고, 회가 닿지 못하는 육지에서는 찜과 젓갈만으로도 여름 호사로 여겼다. 게다가 임자산 염장민어를 방망이로 두들겨 굴비처럼 안주 삼으면 애주가들은 술잔 비우기 바빴다. 그 민어가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통통하게 찌고 기름기가 올라 가장 맛있을 때가 지금이다. 덩달아 임자도를 중심으로 신안과 목포 일대는 극성 미식가들이 ‘민어앓이’를 한다. 자고로 음식은 불편하더라도 현지에서 그곳 바람을 쏘이며 잘 만지는 주인이 재빠르게 조리한 제철 재료를 동네 막걸리 곁들여 느리게 즐겨야 하는 법이다. 그러니 민어를 잘 먹는 방법은 경매장 옆 회 뜨는 집에서 손질해 바닷가 파라솔 아래에서 바로 먹거나 근동 횟집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산지의 즉석이용 ‘허점’은 있다. 여름 민어는 잡자마자 상하기 시작해 상인들은 팔기 전에 아가미 밑을 눌러 피부터 뺀다. 그리고 소위 잘한다는 식당들은 내장 등 부속물을 빼내고 냉장고에서 사나흘 숙성시킨다. 사후 경직이 풀려 이노신산이 생겼을 때 살이 탄력 있고 감칠맛이 생기기 때문이다. 민어를 싱싱하다고 즉석에서 활어로 먹는 것은 맛으로 치면 한 수 아래라는 얘기다. 위판장을 둘러보고 바로 옆 증도에서 짱뚱어탕 한 그릇 먹고는 목포로 들어왔다. 매년 한 번은 들르는 단골 민어집이 유달산 아래 있기 때문이다. 여느 날처럼 알전구가 매달린 구석 골방으로 들어가 민어로 할 수 있는 요리를 모조리 시키고, 목포 막걸리 한 병을 들이도록 주문한다. 두 명이 먹기 딱 좋은 민어회 한 접시와 무침, 전, 탕까지 차례로 나오고 신이 난 젓가락은 망둥이처럼 덤벙댄다. 바닷가 아니랄까봐 회 접시는 무디다. 민어살을 쑴벙쑴벙 투박하게 썰어 양배추 위에 산처럼 쌓았다. 올해는 민어가 안 잡혀 비싸다더니 값을 못 올리는 대신 양이 줄었다. 먹기 바빠 투정이 쑥 들어간다. 그대와 막걸리 잔을 부딪치고, 복숭아 꽃잎처럼 분홍색이 도는 살점을 이 집만의 비결인 막걸리 초장에 푹 담가 입안에 넣는다. 막걸리 식초가 주는 감미롭고 풍부한 맛이 민어의 부드러운 살집과 어우러져 농밀하게 번진다. 어쩌면 이 초장이 30년간 이 집에 사람들의 발길을 묶어 놓은 비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어는 살을 손대기 전에 탐내야 할 부위들이 있다.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궈 탱탱하게 내놓은 껍데기는 그 첫맛이다. 참기름과 깨를 섞은 소금에 찍어 먹는다. 꼬들꼬들 낯설고도 ‘고숩다’. 오죽하면 ‘민어 껍질로 밥 싸 먹다 논밭 다 팔아 먹는다’는 속담이 생겼을까. 또 하나는 부레다. 유일하게 부레를 회로 먹는 생선이 민어다. 고래 심줄처럼 질겨서 질겅질겅 씹다 보면 담백하고 고소한 야크치즈가 떠오른다. 하지만 진짜로 먹을 줄 아는 어부들은 쫄깃하고 기름진 배진대기와 꼬리살, 지느러미를 먼저 집어 먹는다. 이 집은 지느러미를 다져서 고추와 파를 넣고 무쳐 내놓는다. 막 기름에 부쳐낸 전은 묵은지와 싸 먹으면 별미다. 마지막으로 머리와 뼈를 넣고 끓인 싱건탕이나 매운탕을 먹는다. 살진 기름이 동동 뜬 진국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끝까지 종횡무진 신나는 생선이 민어다. 민어는 커야 맛있다. 그래서 클수록 ㎏당 값이 올라간다. 10㎏짜리는 떠야 민어 먹었다는 소리가 나오는데, 그 정도면 2~3가족 옴팡지게 먹는다. 아무래도 알을 품고 있는 암치는 살이 무르다. 해서 여름 회는 수치를 더 쳐 준다. 덧붙이자면 지도읍까지 갔으면 증도를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다. 2010년 3월 사옥도와 증도를 잇는 연륙교가 개통됐다. 전국 최대 소금밭 ‘태평염전’이 있고, 너른 갯벌에서는 짱뚱어가 펄떡거린다. 짱뚱어를 갈아 시래기에 된장 풀어 들깨를 넣고 걸쭉하게 끓인 짱뚱어탕은 증도의 여름 별미다. 구수하고 소화가 잘 돼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다. 핑계는 민어지만 낭만과 추억을 먹어야 하는 것이 음식기행의 본질이고 보면 어슬렁거리며 주변을 해찰하는 것은 식탐에 앞서야 할 ‘정갈한 재료 둘러보기’다. 글 사진 목포 음식평론가 손현주 marrian@naver.com 여행수첩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는 국토의 발목 목포를 점심 소풍 장소로 끌어당겨 놓았다. 무안 쪽으로 빠져 지도읍 송도위판장을 들러보자. 새벽 4시쯤이면 배가 들어와 민어 경매가 시작된다. 아침 무렵이면 모두 철수하니 적어도 오전 8시 이전에는 가야 어시장의 활기찬 풍경을 볼 수 있다. 인근 경매인들이 운영하는 수산에서 민어를 구입, 바로 옆 ‘회 떠주는 곳’에서 회를 떠 즉석에서 먹을 수 있다. 포장도 가능하다. 식당 민어는 한 접시에 4만 5000원이다. 제철 맛집(061) 목포 영란횟집(243-7311, 민어·농어 등 제철 생선), 증도 고향식당(271-7533, 민어회·짱뚱어탕), 증도 갯풍참민어장어횟집(271-0248, 민어회·갯벌장어구이·짱뚱어탕)
  • 남극바다서 ‘고래 뼈’ 먹고사는 ‘신종 벌레’ 발견

    일반 생물들이 살기 힘든 엄혹한 조건의 남극 바다에서 동물의 뼈를 먹고 사는 벌레 2종이 새로 발견됐다. 최근 영국, 노르웨이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남극 바다에서 발견한 신종 벌레(Bone-eating worms) 2종에 대한 논문을 ‘영국 왕립학회보’(journal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번에 발견된 신종 벌레는 각각 오스덱스(Osedax antarcticus, Osedax deceptionensis)라는 학명이 붙었으며 남극처럼 추운 환경에서 이같은 벌레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연구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최대 4cm에 이르는 이 벌레가 물 속에 가라앉은 고래 사체의 뼈를 먹고 산다는 것. 특히 이 벌레들은 산(acid)으로 딱딱한 뼈를 녹여 그들만의 특별한 식사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노르웨이 해양 생물학자 토마스 달그렌은 “남극 바닷속은 인간이 탐험하기 힘든 극한의 환경으로 난파선 등으로 일부 오염되고 있다” 면서 “난파선 등에서 흘러나오는 나무를 먹고사는 생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뜻한 지역에서 이 벌레와 유사한 벌레가 5종이 있지만 추운 곳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면서 “이 벌레는 우리도 모르게 자연의 청소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지상파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일본에서 제일 땅값이 비싸다는 도쿄의 긴자거리. 그만큼 경쟁도 치열한 긴자 한복판에 한식 레스토랑이 진입했다. 일본에서 김치 사업으로 성공한 윤미월씨가 바로 가게의 사장님이다. 한국에서 김치를 만들어 일본에 전량 수출하는 윤씨의 회사는 연매출 300억원의 탄탄한 기업으로 하루하루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장수가족 건강의 비밀(EBS 밤 10시 45분) 요즘 대세로 떠오른 연상·연하 커플의 ‘원조’격인 윤해운 할머니와 손순복 할아버지는 어딜 가나 부러움을 받는 잉꼬부부다. 함께 한 세월이 어느덧 73년에 혼자 살아온 인생보다 같이한 인생이 훨씬 더 길다. 누구의 도움 없이 서로의 힘으로 여전히 당찬 인생을 살고 있는 백발 노부부의 따뜻한 일상을 들여다본다. ■세계를 보라(MBC 오전 11시) 하루 평균 4000여명의 관람객이 찾는 여수 아쿠아플라넷. 규모가 서울 코엑스, 부산 아쿠아리움의 3배인 이곳에서는 바이칼 물범, 러시아 흰 고래 벨루가 등 전 세계 희귀종을 비롯한 350종, 3만 5000여 마리의 수중 동물을 만날 수 있다. 바다 생물들이 수족관에서 생활해야 하므로 최대한 자연 상태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관건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5시 35분) 어른 머리 둘레보다도 15㎝ 이상 큰 여섯 살 상민이. 무뇌수증을 앓고 있는 상민이의 머리 둘레는 70㎝도 넘는다. 상민이의 뇌는 태어날 때부터 80% 이상이 없는 상태이다. 이렇게 늘 아픈 상민이지만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가족. 이들의 사랑 속에 작은 기적이 일어나 상민이가 힘든 고비를 이겨낼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건강한 아침(EBS 오전 6시) 화병은 한국인만의 특별한 질병이다. 흔히 가슴이 뜨겁고 답답하며 숨이 막히게 되는데, 화병이 아니더라도 노년에 흔한 증상이 가슴답답증이다. 가슴답답증은 참으면 더 큰 병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날 때 빨리 완화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그램은 가슴과 어깨를 활짝 펴주면서 기분 전환에도 좋은 운동법을 소개한다. ■가족(OBS 밤 11시 5분) 경북 상주군의 깊은 산골마을에 고운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는 흙집이 있다. 아홉 살 그림이네 가족이 사는 이곳에서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온 가족이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어른, 아이, 그리고 고양이와 강아지들까지 채식으로만 끼니를 채운다. 또 유기농법을 고수하며 자연의 순리에 따라 포도농사도 짓고 있다.
  • 美 상업용 무인항공기 허용… 경제 호재? 사생활 침해?

    美 상업용 무인항공기 허용… 경제 호재? 사생활 침해?

    미국이 테러 세력 암살과 전쟁 지역 정찰 용도로 활용해 온 ‘무인항공기’(드론·UAV)를 상업용으로도 쓸 수 있게 허용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침체된 미국 경제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과 ‘스노든 사태’로 불붙은 정부의 ‘빅 브러더’(사생활 감시) 논란을 재연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항공청(FAA)은 지난달 26일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사의 인시투가 만든 ‘스캔 이글 X200’(왼쪽)과 UAV 제조전문업체 에어로바이런먼트(AV)의 무인기 ‘퓨마’(오른쪽) 등 2개 기종에 대해 상업 운영 허가증을 발급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인시투는 스캔 이글이 미 정유회사 코노코필립스의 알래스카 바다 탐사활동에 투입돼 이 지역의 유빙과 고래의 이동 조사 등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AV 측도 퓨마가 북극의 보퍼트해에서 기름 유출 감시 및 야생동물 보호 같은 공익 분야에 활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늘의 눈’이라는 별명을 가진 드론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지역 정찰용으로 도입됐다가 버락 오바마 정부 들어 테러세력 암살용으로 사용 횟수가 대폭 늘었다. 하지만 민간인 살상 같은 부작용 탓에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범죄인 감시활동에 투입되는 등 공공용도로 사용이 제한돼 왔다. 무인기 관련 군수업계는 미 정부의 결정에 환영 의사를 내놨다. 국제 무인시스템협회(AUVSI) 벤 길로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무인기 산업에 커다란 도약이 될 것”이라며 “향후 10년간 미국 경제에 800억 달러(약 90조원) 이상 이바지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해 드론 규제 관련 법안을 제출한 뎀 슈뢰더 의원(오하이오)은 “경찰도 영장 없이는 함부로 집에 들어올 수 없지만, 드론은 지금 당장 집안으로 들어와 사진까지 찍어갈 수 있다”며 “드론을 상업화하기 전에 이용자의 신원확인과 사용용도 제한 등을 담은 허가증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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