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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거-취·창업-문화예술…‘청년 자립 환경’ 힘 쏟는 서대문구

    주거-취·창업-문화예술…‘청년 자립 환경’ 힘 쏟는 서대문구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파랑고래’ 3층 ‘꿈이룸홀’은 열띤 토론을 벌이는 30여명의 청년들로 온종일 붐볐다. 다음달 2일부터 입주하는 홍은동 ‘청년미래 공동체주택’ 입주 예정자 26명과 시민단체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서대문구청 관계자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서대문구는 최근 1인 청년가구 5개 동 40가구, 신혼부부 3개 동 24가구, 독립·민주유공자와 그 후손 16가구 등으로 구성된 공공임대주택을 조성했다. 이 중 1인 청년가구 입주자들을 위한 청년미래 공동체주택의 사전 워크숍을 이날 진행한 것이다.청년 주택의 경우 1·2·3인실로 이뤄진 만큼 2·3인실을 배정받은 참석자들은 오전에 함께 생활할 ‘룸메이트’부터 정했다.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추려 낸 취미, 취향, 생활습관 등을 토대로 연결시켜 주면 당사자들이 대화를 하며 함께 살 사람을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오후에는 거주할 동별로 원탁테이블 3개에 11~12명씩 모여 앉아 일종의 동대표인 주민자치협의회장을 뽑고 회의 개최 날짜를 정했다. 이후에는 입주자들이 참여할 각종 소모임을 정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일상, 문화, 동아리 등 큰 주제별로 마음에 드는 분과의 테이블로 옮겨 자리를 잡은 참가자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구체적인 주제와 활동 방향을 잡아 나가기 시작했다. 약 30분에 걸친 토의 끝에 수제맥줏집 탐방, 영화 번개(즉석모임), 홍제천 자전거 타기 등의 모임이 현장에서 정해졌다. 이한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은 “기존의 단순한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입주자들이 주택을 유지·관리하고 유대감을 높이며 나아가 유기적인 청년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워크숍에 참가한 뮤지컬 배우 지명근(29)씨는 “대학생 시절의 기숙사처럼 편의상 집단생활을 위한 규칙을 만드는 정도를 예상했는데 오늘 막상 참여해 보니 자체적으로 주거공동체를 운영해 나가는 느낌이라 색달랐다”면서 “의욕이 생겨 조만간 전공을 살린 댄스동아리 소모임을 운영해 보려고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가 민선 7기에 접어들면서 청년정책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9개 대학이 자리잡은 지역 특성을 살려 주거공간, 일자리 및 창업,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들의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특화 정책을 앞세우는 것이다. 특히 ‘청년정책은 당장의 지원보다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마련해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의 평소 철학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서대문구는 이번 홍은동 청년미래 공동체주택에 앞서 지난해 9월에는 포스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과 손잡고 남가좌동에 서울의 무주택 1인 가구 청년 18명이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셰어하우스 ‘청년누리’를 조성했다. 2016년 북가좌동에서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처음으로 입주 청년 28명이 자발적으로 주택협동조합을 결성해 주택을 유지·관리하고 공동체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맞춤형 청년임대주택 ‘이와일가’를 선보이기도 했다. 빈집을 리모델링해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임대하는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도 2016년 연희동에 위치한 1호점을 시작으로 2017년 2·3호점을 차례로 개관해 운영 중이다. 서대문구는 신촌동주민센터와 인근 공용주차장을 활용한 ‘신촌동 복합청사-청년주택’에 이어 내년 입주를 목표로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 인근에도 역세권 청년주택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구는 청년문화의 거점 역할을 할 다양한 공간 마련에도 앞장선다. 이번 청년주택 워크숍이 열린 ‘신촌, 파랑고래’ 역시 문화예술 지원을 목적으로 지난 5월 개관한 도시재생 앵커시설이다. 계단형 공연장, 세미나룸, 다목적홀, 연습실, 야외공원 등으로 꾸며졌다. 청년·대학생 문화예술 활동가들이 모여 교류하고 지역 연계 사업을 기획·발표·실행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5월에 운영한 ‘대학생 청년문화기획단’ 1기에 이어 이번 달에는 2기 참가자 모집을 완료했다. 다양한 취·창업 지원 사업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공공임대상가 ‘신촌 박스퀘어’에는 전체 점포 60여곳 중 17곳에 청년 상인들이 입주했다. 다음달부터는 청년 점포가 5곳 추가된다. 서대문구는 이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과 영업 실무교육을 진행하는 한편 지난 1월부터 청년외식창업인큐베이팅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이곳에 ‘청년키움식당’을 개장했다. 서대문구는 또 올해 행정안전부의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 공모에 선정돼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과 19~39세 청년 구직자들을 연결하는 ‘기업 상생 인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20개 기업이 1명씩 모두 20명의 인턴을 선발했으며, 올해 말 사업 종료 후에는 해당 기업의 정식 직원으로 채용될 예정이다. 구가 매달 급여의 50%와 교육비, 4대 보험료를 지원함으로써 인건비 부담이 있는 중소기업과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밖에도 서대문구는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와 손잡고 다음달 개관을 목표로 가좌역 내 약 186㎡ 규모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가좌역 소셜벤처 육성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6~10개 소셜벤처기업의 직원 40여명이 일할 수 있도록 가좌역사 내 공간을 리모델링한 뒤 저렴하게 임대할 계획이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고래고기 1700kg 항공편으로 밀수한 일당 집행유예

    고래고기 1700kg 항공편으로 밀수한 일당 집행유예

    ㎏당 8만원에 들여와 13만~14만원에 팔아정식 수입하려면 환경부 장관 허가 받아야법원, 500㎏ 몰수하고 각각 1억원 이상 추징멸종위기 종인 고래의 고기를 무려 1700㎏이나 항공편을 통해 밀수한 일당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4단독 부동식 부장판사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관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54)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함께 범행에 가담한 B(50)·C(39) 씨는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A씨에게는 보호관찰을 명령하고 이들이 보관 중인 고래고기 494.8㎏을 몰수했다. 또 이들이 밀수한 고래고기의 국내 도매가격에 해당하는 1억 100여만∼1억 3500여만원을 각각 추징했다. A씨 등은 2017∼2018년 일본 한 고래고기 전문점에서 산 북유럽산 고래고기 7㎏(61만원 상당)을 상어고기인 것처럼 포장해 항공 특급택배(EMS)로 밀반입하는 등 같은 수법으로 모두 208차례에 걸쳐 시가 1억 3500여만원 상당 고래고기 1700㎏을 밀수했다. 이들은 밀수한 고래고기 중 654.4㎏(시가 9514만원 상당)을 부산지역 초밥집과 고래고기 전문 식당 등에 판매했다. A씨는 또 C씨와 일본에서 산 고래고기를 직접 비행기를 타고 국내로 들여오는 수법으로 고래고기 40㎏을 밀수했다. A씨 등은 ㎏당 8만여원에 고래고기를 들여와 ㎏당 13만∼14만원에 팔아 차익을 남겼다.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인 고래고기는 수출, 수입 시 세관 신고는 물론 환경부 장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트럼프 행정부, 멸종위기종 보호법 개악...대머리독수리 등 사라지나

    트럼프 행정부, 멸종위기종 보호법 개악...대머리독수리 등 사라지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멸종위기종 보호법을 대폭 손질하면서 대머리독수리와 그리즐리불곰 등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에 환경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했다. 데이비드 베른하르트 미 내무장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멸종위기종 보호법을 유지하는 최상의 방법은 궁극적으로 그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이행돼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법령의 실효성은 명료하고 지속 가능하며 효율적인 이행이 담보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멸종위기종 보호에 관한 대통령령은 종의 보호라는 목적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불필요한 규제 부담을 덜어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라고 말했다. NYT는 이번 보호법 개정에 대해 “미국을 상징하는 대머리독수리, 그리즐리불곰, 혹등고래, 플로리다 매너티(해우) 등의 멸종위기종을 지켜온 ‘기간 보호법령’을 대폭 약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환경보호단체들은 지구온난화가 지속하면 지구상에서 100만 종(種)이 절멸할지 모른다는 유엔의 경고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에 대한 재앙과 같은 조치라고 즉각 비판했다. 환경소송단체 ‘지구의 정의를 위한 대지·야생·해양연대’ 드루 카푸토 부회장은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데 경제적 비용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단기적 비용 때문에 법령을 바꾼다면 결국 전체 위기 종의 멸종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멸종위기종 보호법은 1973년 리처드 닉슨 당시 정부에서 공포한 법령이다. 이 법령의 적용 대상이 된 멸종위기종은 1600여종이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불황 시대’ 접어든 1970년대… 한줄기 빛 비춰준 ‘영상시대’

    ‘불황 시대’ 접어든 1970년대… 한줄기 빛 비춰준 ‘영상시대’

    1970년대 중후반 한국영화는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제작사들은 외화 수입 쿼터를 받기 위해 저예산 제작으로 작품 수를 늘리는 데 치중했고, 그 자리는 호스티스영화와 국적 불명의 무협액션영화가 채워 갔다. 작품의 질이 떨어지자 관객들도 멀어졌다. 한국영화 제작편수는 외국영화 상영편수를 한참 앞섰지만 관람객도, 상영일수도 외화 쪽이 2배 이상 많았다. 영화에 대한 당국의 규제도 강화됐다. 영화, 음반, 공연 등을 심의하던 한국예술문화윤리위원회의 기록을 보면 영화 시나리오 사전 심의 결과 1974년 41% 수준이던 수정·반려 비율이 1975년에는 80%에 이를 정도였다. 1970년대 한국영화가 최소한의 품위를 지켜 낸 것은 1960년대의 대표적인 감독들과 ‘영상시대’ 동인들 덕분이었다. 유현목, 김수용, 이만희, 정진우가 각각 ‘장마’(1979), ‘야행’(1977), ‘삼포 가는 길’(1975), ‘심봤다’(1979) 등을 내놓으며 각자의 자리를 지켰다. 이와 함께 이장호, 김호선, 하길종, 홍파, 이원세 등 영상시대 동인들의 작품이 또 다른 축을 버텨 냈다. 바로 그 중심에 하길종과 그의 세 번째 영화 ‘바보들의 행진’(1975)이 있었다.●뉴웨이브의 기수 하길종 1941년 4월 부산에서 태어난 하길종은 1959년 서울대 불문과에 입학했고, 이듬해 데모대의 최전선에서 4·19 혁명을 겪었다. 문학 활동을 했지만 후배 김승옥 등에 비해 주목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졸업 후 프랑스 항공사에 입사, 미국 유학을 떠나는 계기가 됐다. 1965년 UCLA 영화과 대학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영화를 공부했고, 영화학으로 MA(이론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당시 미국 사회는 저항운동과 청년 문화가 주도하는 변혁의 시기였고, 특히 그가 미국에 도착한 1960년대 중반은 미국영화의 뉴웨이브, 즉 ‘뉴 아메리칸 시네마’가 태동한 때였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Bonnie and Clyde, 아서 펜, 1967), ‘졸업’(마이크 니컬스, 1967), ‘이지 라이더’(데니스 호퍼, 1969) 같은 작품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의 유학 생활이 정치적으로 또 영화미학적으로 영화감독 하길종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였음은 분명해 보인다.이러한 문화적 자산에도 불구하고 1970년 한국에 돌아온 하길종의 감독 데뷔는 순탄하지 않았다. 김지하와 야심 차게 개발한 시나리오 ‘태인전쟁’은 제작에 들어가지 못했고, 이효석 원작을 동생 하명중이 각색한 ‘화분’ 촬영도 예산 부족으로 중단됐다. 1972년 ‘화분’을 데뷔작으로 완성했지만, 파악하기 힘든 이야기와 ‘푸른 집’으로 표현된 정치적 알레고리는 대중적인 호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후 시나리오들 역시 대중성 부족과 검열 문제로 좌초되면서 하길종은 영화계를 떠날 결심까지 하게 된다. 최대한 현실과 타협해 만든 두 번째 작품 ‘수절’(1974)이 어렵게 공개됐지만, 역시 좋은 흥행 성적을 얻지 못했다. 검열로 20분 이상 삭제된 데다 난해한 미학적 실험도 여전했기 때문이다. 충무로 영화계에서 하길종의 존재감은 세 번째 연출작 ‘바보들의 행진’으로 입증됐다. 15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언론과 평단 역시 호평 일색이었다. 미국 유학파 출신 감독을 기대 반 시기 반으로 지켜보던 영화계 동료들로부터도 인정받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하길종 본인은 상업적 성공에 양가적인 기분이었던 것 같다. 당시 기사들에 의하면 그 역시 언론의 관심과 흥행 성공에 매우 흡족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성사에서 연 시사가 끝난 후 김수용 감독이 드디어 대중적 방향감각을 찾았다고 칭찬하자 하길종이 크게 화를 냈다는 일화 역시 존재한다. 이 영화는 그에게 어떤 작품이었을까. 물론 영화의 성공은 하길종 감독의 연출력이 빛을 발한 결과였지만, 당대 청년들의 감수성을 읽어 내는 데 탁월했던 최고의 인기 작가 최인호의 원작에 기댄 점도 그의 심정을 복잡하게 했을 것이다. 또 당국의 검열로 인해 117분의 영화가 최종 99분 분량의 작품으로 공개됐지만, 청년 관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혹은 스스로 행간을 메우며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 지금도 한국영화 10선으로 선정될 만큼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고 하길종의 대표작임에 분명하지만, 정작 그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화분’을 대표작으로 뽑았던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영화가 성공한 그해 하길종은 ‘영상시대’ 동인이 됐고, 서울예전 영화과 교수로도 부임하게 된다. 이후 그는 ‘여자를 찾습니다’(1976)와 개봉조차 하지 못한 ‘한네의 승천’(1977)으로 주춤했다가, ‘속 별들의 고향’(1978, 32만)과 ‘병태와 영자’(1979, 18만)로 다시 흥행력을 입증했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세 작품 모두 최인호의 원작과 시나리오라는 점은 서구의 ‘뉴시네마’라는 이상과 통속적 대중문화라는 현실 사이에 놓인 하길종의 복잡한 고민을 짐작하게 만든다. 그는 1979년 2월 38세의 젊은 나이로 타계했다.●검열의 상처를 안고 태어난 한국의 ‘뉴시네마’ ‘바보들의 행진’은 한국영화 검열의 역사를 복기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작품이다. 병영을 방불케 하는 규율사회의 무거운 공기와 청년들의 건강한 저항 정신이 부딪치는 파열음을 영화 그 자체에 오롯이 새기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검열 과정을 살펴보자. 1974년 11월 한국예술문화윤리위원회에 처음 접수된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1975년 1월 말까지 진행된 사전 심의에서 시나리오 곳곳에 개작과 삭제 통보를 받았고, 하길종은 그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두 달간 촬영을 진행했다. 물론 군데군데 삭제 요구가 있다 하더라도 일단 신 전체를 촬영했을 것이고 머릿속에만 있는 장면도 더 찍었을 것이다. 완성된 영화는 4월 초 본편 심의에 들어갔는데, 다시 15군데의 삭제와 단축 통지를 받았다. 그리고 4월 31일 국도극장에서 개봉해 49일 동안 15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검열에 시달린 감독으로서는 예상조차 하지 못한 히트였던 것이다. 더구나 당국은 이 작품에 우수영화라는 타이틀까지 부여해 1970년대 대중문화 장의 아이러니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영화는 대학생들의 밝은 에너지가 발산하는 경쾌한 분위기와 시대의 공기에서 포착되는 암울한 정서를 오가며 매우 ‘파편적’으로 진행된다.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 한국예술문화윤리위원회의 사전 심의 사항을 반영해 만든 영화가 다시 20분 이상 잘려 나갔기 때문이다. 하길종은 검열로 잘려 나간 영화를 어떻게든 살려 내기 위해 신을 흩트리고 다시 배치하는 과정을 셀 수 없이 반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과대항 술마시기 대회 장면 이후 후반부는 영화의 리듬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결국 불균질한 텍스트로 남게 된다. 아마도 하길종은 검열의 흔적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방식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현재 우리는 개봉 때의 99분 버전보다 2분 29초가량 더 살아 있는 102분 버전(블루레이 출시본)을 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안타깝게도 네거티브(원본)필름 자체에서 삭제된 15분 정도의 분량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바보들의 행진’이 뉴 아메리칸 시네마를 비롯한 서구 뉴웨이브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의 당대 청년 문화를 직접적인 소재로 선택한 영화는 그들이 처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다큐적 질감을 택하고, 투박하지만 인상적인 숏 배열을 선보인다. 특히 과감하게 줌을 쓰는 장면들이 그렇다. 뉴 아메리칸 시네마에서 기성곡을 영화음악으로 활용하며 뮤직비디오 시퀀스를 만든 것처럼 이 영화 역시 송창식의 노래 ‘왜 불러’, ‘고래사냥’, ‘날이 갈수록’을 메인 테마곡으로 사용해 영화의 이미지와 합일하는 인상적인 순간들을 만들어 낸다. ‘날이 갈수록’은 영화가 엔딩을 준비하면서 흘러나온다. 무기한 휴강이 결정된 캠퍼스에서 “들립니까”라는 처절한 외침이 들리고 병태(윤문섭)는 구역질을 하는 듯 괴로워 보인다. 그리고 예쁜 고래를 잡겠다고 버릇처럼 얘기하던 영철(하재영)은 자전거를 타고 동해로 떠난다. ‘고래사냥’이 힘차게 울려 퍼지는 그 순간 영철은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절벽에서 뛰어내린다.영화의 마지막 신은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뽑힌다. 입대를 선택한 병태는 머리를 깎고 입영열차에 타고 있고, 영자(이영옥)가 플랫폼으로 뛰어와 그를 찾아낸다. 열차가 출발하기 시작하자 차창 밖으로 몸을 내민 병태에게 영자가 키스하려 하고, 낭만적이게도 헌병이 그녀를 들어 키스를 도와준다. 심의 대본의 “입술을 맞추는 영자, 말리는 헌병”이라는 문구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국가의 폭력과 암울한 사회 분위기를 온몸으로 새긴 영화는 이렇게 당대의 청년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해파리를 공처럼 튕겨 가지고 노는 돌고래 포착 (영상)

    해파리를 공처럼 튕겨 가지고 노는 돌고래 포착 (영상)

    야생 돌고래 한 마리가 자신이 잡은 해파리를 장난감 삼아 공중으로 수차례 튕겨 올리는 보기 드문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덴마크 타블로이드 BT 5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덴마크 쇠네르보르 항구 근처에서 보트를 타고 있던 두 남성이 이 같은 모습을 목격했다. 이날 두 사람 중 한 명이자 영상을 촬영한 아마추어 사진작가 요하킴 토르센이 인스타그램에 공유한 영상을 보면 보트 주변을 헤어치던 돌고래 한 마리가 물속에 떠 있던 해파리 한 마리를 마치 공처럼 긴 주둥이로 튕겨 올린다. 또한 이 돌고래는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 데 해파리가 공중으로 튕겨 올라갈 때 높이는 무려 2m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토르센과 함께 돌고래의 행동을 목격한 데니스 크리스텐센은 “우리 배가 항구에 도착하자 돌고래 한 마리가 주변에 떠 다니는 해파리를 가지고 저글링을 시작했다”면서 “돌고래의 이런 행동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사실 돌고래가 해파리 같은 먹잇감을 장난감 삼아 갖고 노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9년 영국 웨일스 해안에서도 돌고래 두 마리가 해파리를 꼬리로 튕겨 공중으로 띄워 올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해양감시재단(Sea Watch Foundation) 소속 조너선 이스터 연구원은 “돌고래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면서 “호기심이 많은 성격 때문에 해파리를 장난감 삼아 가지고 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훈련 받은 돌고래가 공이나 링을 가지고 묘기를 잘 부리는 건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하는 성격 덕이란 것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요하킴 토르센/인스타그램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어린이 책] 잃어버린 나를 찾는 선장…마치 ‘노인과 바다’ 읽는 듯

    [어린이 책] 잃어버린 나를 찾는 선장…마치 ‘노인과 바다’ 읽는 듯

    잭과 잃어버린 시간/스테파니 라푸앵트 글/델피 코테라크루아 그림/이효숙 옮김/산하/96쪽/1만 3000원 너른 바다만큼이나 광막한 이야기다. 소싯적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볼 때의 기분이 이러했던 것 같다. 세계적인 대문호의 소설이래서 읽기는 하는데 어려서는 좀 이해하기 힘든 감정의 결.‘잭과 잃어버린 시간’도 읽는 데 생각 근육이 꽤 필요한 책이다. 잭은 단 하루도 허투루 지낸 적이 없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선장이었다. 물고기가 그물에 걸리면 바다에 놓아 주는 괴짜 선장. 사람들이 “미쳤다”고 비웃는 잭은 사실 늘 한 가지만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등지느러미에 상처가 있는 회색 고래를 찾는 일. 잭의 전부였던 아들 쥘르를 삼킨 고래다. “누구나 길을 잃을 수 있다. 어디에서나.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잭은 배 위에서 길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잭은 자신을 잃어버린 것이다.” 책에서 가장 단호하게 화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이 부분은 갑자기 들이닥친 시련 앞에 자기 안에 웅크려 자신마저 잃어버린 잭에 대한 논평이다. 책에서 잭의 아내는 유일하게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잭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아들을 혼자 힘으로만 찾아나선다. 상의는커녕 자신의 결정을 아내에게 알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책장을 천천히 넘기면서 망망대해에서 아들을 잃어버린 아비, 아들과 더불어 남편도 잃어버린 아내, 고래 뱃속으로 덜컥 들어간 아들 등 여러 인물들의 심정을 가늠해 보는 것이 광막한 책을 읽는 열쇠다. 막다른 길에 몰렸을 때, 자기만의 동굴로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주변인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인지도 책은 역설한다. 잭이 잃어버린 것은 비단 시간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고동진 “올해 말엔 위기라는 단어 처음 꺼낼 것 같다”

    고동진 “올해 말엔 위기라는 단어 처음 꺼낼 것 같다”

    미중 갈등·日 문제에 한 치 앞 안 보여 日규제 계속되면 스마트폰에도 영향 갤럭시폴드 때문에 가슴 시커멓게 타“대한민국, 가자, 가자, 가자.”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내 기자 간담회에서 제안한 건배사다. 삼성전자의 하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10을 정식 공개한 직후 마련된 자리였지만 신제품 흥행을 기원하는 건배사는 아껴 두었다. 고 사장은 “우리나라가 힘들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가 잘 풀리는 마음”이라며 이런 건배 제의를 한 이유를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되는 와중에 일본까지 한국을 수출 우대 국가 명단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하면서 깊어진 위기 의식이 반영된 건배사다. 고 사장은 이날 “(2015년 12월에) 사장이 되고 난 다음에 한 번도 임직원들에게 ‘내년은 위기다’라는 말을 써 본 적이 없는데, 올해 말에는 아마 그런 얘기를 꺼내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세계 경제 침체,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직간접적 영향, ‘일본 문제’ 등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3~4개월치 정도 (백색국가 배제 관련 소재·부품이) 준비돼 있다고 보고를 받았지만 상황이 지속되면 상당히 힘들 수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하반기 스마트폰 신제품에는 (백색국가 배제가) 직접 영향이 없지만, 3~4개월 뒤의 일을 예측하고 파악할 수 없어서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아무리 어려워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노력할 각오가 돼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 사장은 제품 결함 논란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가 다음달에야 출시되는 갤럭시폴드로 화제가 옮겨 가자 갑자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가슴을 열어서 보여 줄 수 있다면 시커멓게 된 것을 보여 줄 수 있을 텐데”라며 그동안 힘들었던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시간에) 쫓겨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라면서 “새롭고 혁신적인 것을 할 때는 모르는 게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3~4월에 처음 출시를 준비했을 때는 예상 물량이 100만대 정도였는데, 지금은 일부 수량이 줄어서 100만대에 못 미칠 것 같다”면서 “한국을 포함해 20개국 정도에 나간다. 한정된 물량이 제한된 국가에 나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이 5년 만에 3억대 아래로 떨어진 것과 관련해서 “3억대를 지켜 내고 싶다”면서 “작은 사이즈의 갤럭시 노트10이 여성 고객들과 유럽 시장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뉴욕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작살로 밍크고래 사냥한 선장 등 실형

    법원이 밍크고래를 작살로 잡은 선장과 선원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울산지법 형사4단독 김정석 부장판사는 수산업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선장 A(66)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원 4명에게 징역 6개월∼1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새벽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울산 앞바다에서 밍크고래 1마리를 발견하고 추적해 작살로 포획했다. 또 포획한 고래를 갑판으로 끌어올려 해체하고 자루에 나눠 담아 바다에 숨겼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대부분 동종 범죄로 처벌을 받거나 누범 기간 다시 범행했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돌고래 등 해양 동물에 가장 큰 위협은 버려진 그물”

    “돌고래 등 해양 동물에 가장 큰 위협은 버려진 그물”

    돌고래와 고래 그리고 물범 등 해양 동물에게 가장 큰 위협은 버려진 그물이라고 영국의 한 전문가가 주장하고 나섰다. 5일(현지시간) 콘월주 지역언론 ‘콘월 라이브’ 등에 따르면, 콘월주의 유일한 해양 포유류 병리학자 제임스 바넷(57)은 지난 몇십 년간 여러 해변에서 죽은 채 발견된 여러 동물을 부검해온 결과 가장 많은 사인은 폐어망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미디어에서는 바다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이 해양동물 수의사는 이 때문에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면서 그보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그물에 해양 동물들이 걸려 죽는 사례가 훨씬 더 많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부터 수의사 경력을 쌓아왔으며 1990년대 초부터는 그윅에 있는 코니시 물범보호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바넷은 이른바 ‘유령 그물’로 불리는 버려진 어망에 휘감긴 채 질식사한 해양 동물들을 훨씬 더 자주 봐 왔다고 말했다.실제로 그가 공개한 두 장의 사진은 지난 2017년 한 지역 해변으로 떠밀려온 돌고래 사체 한 구와 지난 5월 한 해변에서 발견된 물범 사체 한 구가 각각 그물에 얽혀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시 35㎏에 달하는 폐어망에 걸려 죽은 물범 사체를 발견한 영국다이버해양생물구조대(BDMLR) 소속 자원봉사자들은 희생된 물범이 끔찍하게 죽은 게 분명하다고 말했었다. 이에 대해 당시 현장에 나가 사체를 확인한 바넷 역시 “그 모습은 확실히 내가 수의사를 하며 봤던 피해 동물 중 가장 끔찍했던 사례”라면서 “물범은 호기심이 매우 많은 동물이어서 바닷속에 떠 있거나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그물을 살펴보다가 얽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넷은 또 “매년 많은 물범이 버려진 그물에 걸려 희생당한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물범 등 살아있는 해양 포유류의 몸에서 종종 그물에 걸려 몸부림치다가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상처가 남아있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에만 약 30구의 해양 동물 사체의 사인을 알아내기 위해 부검을 시행했다. 그중 약 4분의 1이 사고로 어망에 걸려 죽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지금까지 그는 11종의 돌고래 및 고래 사체 225구를 비롯해 물범 사체 78구 그리고 돌묵상어 사체 1구에 대한 부검을 시행했으며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영국 런던동물학회(ZSL)로부터 은메달을 받기도 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안녕? 자연] 올해도 붉게 물든 ‘핏빛’ 페로제도…사냥당하는 고래의 절규

    [안녕? 자연] 올해도 붉게 물든 ‘핏빛’ 페로제도…사냥당하는 고래의 절규

    아름다운 패로제도가 올해도 고래들의 피로 물들었다. 북대서양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사이의 작은 섬 18개로 이뤄진 덴마크령 페로제도에서는 예로부터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해마다 이맘때 고래를 대량으로 사냥해왔다. 사냥한 고래는 겨울을 위한 식량으로 축적했는데, 이러한 전통은 더이상 겨울 식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현대에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해마다 한 번, 고래 수십 마리를 해변으로 몰아넣은 뒤 사냥하는 것은 전통이자 축제처럼 여겨졌고 이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들기도 한다. 전 세계 동물보호단체의 꾸준한 비난과 반대에도 불구, 올해에도 23마리의 참거두고래가 목숨을 잃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2일 페로제도의 섬 중에서 가장 크고 인구가 많은 스트레이모이섬 해변은 고래가 흘린 피로 붉게 물들었다. 해양 환경 보호단체인 ‘씨 셰퍼드’ 측이 카메라를 들이밀며 고래 살육을 멈추라고 소리쳤지만, 페로제도에 사는 사람들은 이것이 법적으로 문제없는 전통이라고 되받아쳤다. 씨 셰퍼드 측은 지난해 9월, 고래 사냥을 멈추는 대가로 페로제도 행정부 측에 100만 유로(한화 약 13억 6300만원)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올해에도 고래잡이 행사는 열렸고, 이로써 지난 10년간 이 행사로 목숨을 잃은 고래는 536마리에 이르렀다. 씨 셰퍼드 관계자는 “페로제도의 아이를 포함한 가족들이 현장에서 고래가 피를 흘리며 사냥당하는 모습을 보며 웃거나 농담을 던진다. 관광객들은 죽은 고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면서 “올해 가장 끔찍한 모습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새끼 고래가 엄마 뱃속에서 죽임을 당하는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페로제도에서 이 전통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자신들이 국내 법을 지키며 가능한 한 고래들을 덜 고통스럽게 죽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페로제도 인근에만 10만 마리에 달하는 고래가 서식하는데, 자신들이 잡는 것은 수 백 마리 정도에 불과하다며 지속가능성을 존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멸종 위기에 놓인 고래를 적법한 절차로 사냥하는 또 다른 국가는 일본이다. 지난달 1일, 일본은 31년 만에 상업 고래잡이(포경)을 재개했다. 일본은 그동안 국제사회와 고래잡이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오다가, 지난해 말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공식 탈퇴를 선언했다. 탈퇴가 발효된 직후인 지난 6월 30일 이후 곧바로 고래잡이를 재개한 것. 일본에서 고래고기가 대중적인 식량으로 떠오른 것은 2차 세계대전 후 식량난에 처하면서부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본 수산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본의 고래고기 소비량은 약 3000t으로, 전체 육류 소비량의 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인 사이에서도 고래고기의 선호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이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를 재개한 것은 고유의 식문화라는 전통과 자부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설] 전술핵에 미사일 아시아 배치 발언, 미국 왜 이러나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원한다고 밝혀 파장을 낳고 있다. 에스퍼 장관의 지난 3일 발언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미사일 배치를 원하는 지역이 한국이나 일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1991년 비핵화 선언으로 미 전술핵을 철수시킨 우리로선 청천벽력 같은 얘기다. 미국이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다음날 에스퍼 장관은 “몇 달 내를 선호한다”고 밝혀 조기 배치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 며칠 전 미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인 국방대학이 북한 핵위협에 대비해 미국의 전술핵을 한국, 일본과 나눠 갖는 나토식 핵 공유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작성한 보고서 내용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나토식 핵 공유와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운운하는 미국의 본심은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한일을 노린 중국의 반응은 빨랐다. 관영 환구시보가 어제 사설에서 “한일이 미국의 아시아 정책의 총알받이가 돼선 안 된다”고 경고한 것이다. 국방부는 “미국과 중거리 미사일 도입을 논의하거나 자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으며 계획도 없다”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정부의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9일 에스퍼 장관의 한국 방문에서 중거리 미사일은 의제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미사일 배치 문제가 거론된다면 진의를 파악하고 우리의 입장을 단호히 설명하길 바란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과 한바탕 홍역을 치른 우리로선 결코 수용할 수 없다. 28년간 비핵화를 지켜 오고, 북한의 비핵화를 이뤄 한반도 평화를 이루겠다는 한국으로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세계 전략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플랜B라고 강변하더라도 데드라인은 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이런 틈새를 타 자유한국당이 전술핵 재배치나 핵무장론을 제기하는데 한반도가 남북 핵 대치의 전장이 되길 원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 서대문 “신촌 축제 만들 청년 창작자 찾습니다”

    서울 서대문구가 청년이 주축이 되는 축제를 만들 참가자를 모집한다. 서대문구는 청년문화 거점공간인 ‘신촌, 파랑고래’에서 문화행사를 기획할 대학생·청년 문화기획단 ‘밀레니얼공작소’ 2기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4일 밝혔다. 이벤트기획, 실내운영, 공연·부스, 사무국 등 4개 분야로 나눠 각각 약 10명씩 모두 30여명을 모집한다. 서울에 거주하거나 서울에서 활동하면서 청년·문화기획 분야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 또는 청년을 대상으로 신청받는다. 희망자는 ‘신촌, 파랑고래’ 네이버 공식 블로그에서 지원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뒤 오는 17일까지 제출한다. 오는 20일 서류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22일부터 이틀간 인터뷰를 진행해 28일에 최종합격자를 뽑는다. 선발된 기획단은 30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12월까지 약 4개월간 활동한다. 오는 11월 말에 열리는 문화행사를 준비하기 위한 팀별 기획활동 및 전체 워크숍 등에 참여한다. 축제·문화기획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신촌을 다시 한번 청년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잠수정 2배’ 심해에서 포착된 길이 6m 식스길상어

    ‘잠수정 2배’ 심해에서 포착된 길이 6m 식스길상어

    영화 속에 나올법한 거대 괴물 상어의 모습이 포착돼 화제다. 2일(현지시간) 영국 더선은 최근 바하마 엘레우테라 섬 심해에서 탐사 중인 잠수정의 카메라에 포착된 거대한 상어 영상을 소개했다. 글로벌 해양 탐사 전문 기관 오션엑스(Oceanx)는 엘레우테라 연구소와 함께 심해상어 연구 차 그들에게 GPS가 달린 꼬리표를 부착하기 위해 심해잠수정 트라이튼 3300/3을 타고 수심 800m 심해로 내려갔다. 탐사팀은 어두운 해저에서 사냥 중인 거대 식스길상어(bluntnose sixgill shark) 한 마리를 발견했다. 잠수정 2배 크기의 6m짜리 식스길상어는 먹이를 낚아채 잠수정 위로 올라가는 듯하더니 잠시 후, 잠수정으로 접근해 탐사팀과 눈을 마주 본 뒤 유유히 헤엄쳐 사라졌다.당시 탐사팀은 꼬리표 달기 미션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며칠 후, 수컷 상어 한 마리에게 꼬리표를 다는 데 성공했다. 오션엑스는 웹사이트에 “이것은 역사적인 일”이라며 “탐사팀이 열광적인 환영과 함께 미션 성공을 축하하는 와치 파티(watch party)를 위해 지상관제센터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한편 여섯 개의 아가미구멍을 가지고 있어 붙여진 이름의 식스길상어는 심해의 최고 포식자이며 최대 6m까지 자란다. 서식지는 심해로 최대 2500m 깊이에서도 발견된다. 밤에는 얕은 수심에서도 종종 발견되며 바다표범이나 작은 돌고래 등을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영상= Oceanx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국방부 “北 신형 잠수함, SLBM 3개 탑재 가능 분석”

    국방부가 31일 “북한의 신형 잠수함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3개 정도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소속 이혜훈 정보위원장은 국방부가 국회 정보위원회에 이런 분석 결과를 보고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모자이크로 처리된 부분이 있는데 SLBM 발사관이 탑재된 위치로 추정되며 3발 정도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이어 “북한은 1970년대 중국에서 소련제 로미오급(1800t) 잠수함을 도입해 70여척을 건조·운용 중”이라며 “과거에 SLBM을 탑재한 고래급 잠수함 한 척을 건조했고 2014년 8월 시험발사가 성공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한 “그 후 3000t급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고 선전했고, 며칠 전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을 선보였는데 마치 3000t급인 것처럼 오해하게 발표했지만, 그 정도 급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직경이 7m 되고, 길이 70∼80m 정도 되는 게 아닌가 싶다”며 “고래급 잠수함보다는 조금 더 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새로 만들었다기보다는 구형 로미오급을 개조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외형에 굉장히 조악하고 열악한 용접 상태가 많이 드러나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해당 잠수함을 진수 전 단계로 판단했지만, 조만간 진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이 지난 2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스텔스 기능을 가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수 도료를 미사일에 도포하는 방식으로 스텔스 기능을 가지는데, 이번에 발사한 것을 보면 특수 도료는 도포돼 있지 않다고 한다”고 밝혔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안녕? 자연] 세계자연유산 태평양 무인도, 인류 탓에 ‘쓰레기 섬’ 됐다

    [안녕? 자연] 세계자연유산 태평양 무인도, 인류 탓에 ‘쓰레기 섬’ 됐다

    인류의 문명과 5500㎞ 떨어진 남태평양 중부에는 원시 생태계를 그대로 간직한 37㎢의 작은 섬이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않은 이 섬의 이름은 헨더슨 섬. 섬 주위가 석회질 절벽으로 이루어진 헨더슨 섬은 많은 고유종 생물과 물새와 바다새가 서식하는 자연의 보고로 지난 1988년 유네스코(UNESCO)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할 만큼 소중한 곳이다. 그러나 이렇게 세상을 등진 채 아름답게 보존됐던 섬도 인류가 버린 쓰레기의 재앙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은 수많은 쓰레기로 뒤덮힌 헨더슨 섬의 현재를 고발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 대학 등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헨더슨 섬으로 흘러들어온 플라스틱 쓰레기는 무려 18톤. 매일 3500개 정도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류를 타고 밀려들어와 현재 3900만 개의 엄청난 쓰레기가 섬 곳곳에 뒤덮여있다. 한때는 지구상에서 가장 때묻지 않은 환경을 자랑했던 보석같은 섬이 최악의 쓰레기 섬이 된 상황인 셈이다. 지난달 헨더슨 섬을 탐사한 태즈메이니아 대학 제니퍼 라버스 연구원은 "섬 곳곳에서 모든 종류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면서 "국적을 보면 독일, 캐나다,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등 세계 곳곳에서 흘러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헨더슨 섬의 사례는 아무리 멀리 떨어진 나라라도 환경보호를 위해 세계 모든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사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처럼 버려진 쓰레기를 조류나 거북이 같은 야생동물이 쉽게 먹고있다는 점이다. 라버스 연구원은 "2주 동안 해변에서 무려 6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했지만 역부족"이라면서 "방금 말끔하게 치운 해변에 다시 쓰레기가 밀려들어온 것을 볼 때면 정말 가슴이 찢어진다"며 한탄했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에도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갈수록 늘고있는 있는 상황이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지금까지 바다에 버려진 인간의 쓰레기는 무려 1억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우리가 흔히 쓰는 생수병부터 의류, 각종 일회용품들이 이렇게 바다로 흘러들어가 거대한 쓰레기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분해되면서 생기는 미세입자로 이는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고래 뿐 아니라 거북과 바다새 등 수많은 생물이 이렇게 파편화된 각종 플라스틱 찌꺼기를 먹이로 착각해 먹고 있다. 물론 이는 먹이사슬을 통해 결국 다시 인간에게 돌아와 궁극적으로 인류 건강과 식량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신촌 파랑고래’에서 보내는 뜨거운 여름밤

    ‘신촌 파랑고래’에서 보내는 뜨거운 여름밤

    서울 서대문구의 대표적인 청년문화 거점공간 ‘신촌, 파랑고래’에서 본격적인 열대야를 앞두고 한달 간의 문화 행사가 열린다.서대문구는 다음달 창천동 ‘신촌, 파랑고래’ 앞 고래마당에서 모두 7회에 걸쳐 인디뮤지션이 참여하는 문화 축제 ‘2019 신촌 썸머 나이트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콘서트는 다음달 1일부터 23일까지 광복절을 제외한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오후 8시에 열린다. 블루스, 포크, 재즈,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첫날인 1일에 블루스 뮤지션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이 포문을 연 뒤 2일 재즈밴드 ‘준오브집시’, 8일 펑크밴드 ‘트레봉봉’, 9일 블루스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CR태규’의 무대가 차례로 이어진다. 이어 16일에는 ‘홍트리오 밴드’, 22일에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조웅, 23일에는 ‘헤이즈문’이 공연을 선보인다. 한편 신촌, 파랑고래는 지난 5월 29일 문연 서대문구의 도시재생활성화사업 거점시설이다. 청년 문화예술활동과 창업 및 일자리 창출, 지역 공동체 활성화 등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특색있는 행사를 통해 신촌, 파랑고래가 지역주민과 청년들을 위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어린이 책] 말랑말랑 풋풋한 감정…열세 살 소년소녀처럼 누군가를 좋아하나요?

    [어린이 책] 말랑말랑 풋풋한 감정…열세 살 소년소녀처럼 누군가를 좋아하나요?

    열세 살의 여름/이윤희 글·그림/창비/488쪽/2만원 녹화해서 돌려 보던 ‘미스테리 극장’, 친구와 비밀스럽게 주고받던 교환 일기, 주전자에 물 부어서 그리던 피구 경기장 라인을 기억한다면? ‘열세 살의 여름’을 추억으로 읽는가, 새롭게 읽는가가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추억으로 읽든, 새롭게 읽든 거기 나오는 열세 살 소년 소녀의 마음일랑 이해 못할 게 없다.이윤희 작가의 장편 만화 ‘열세 살의 여름’은 어린이 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동명으로 연재되었던 작품을 수정, 보완해 한 권의 단행본으로 나왔다. 1998년, 초등학교 6학년생 해원은 아빠의 근무지 부산의 바다에서 우연히 만난 같은 반 산호가 부쩍 마음에 쓰인다. 옆 반 진아와 함께 쓰는 교환 일기에도 섣불리 고백하지 못할 만큼. 한편, 새로 만난 짝지 우진은 시종일관 해원을 괴롭힌다. 공으로 해원을 맞히고도 “공 괜찮냐?”고 물을 만큼 짓궂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 공, 사연이 있었다. 그날 산호는 해원에게 ‘밴드’를 건네며 말했다. “아까 사실 체육 시간에 그 공. 내가 널 맞힌 거거든. 우진이가 먼저 너한테 말 거는 바람에 미안하다고 말 못했어.” 해원의 답변은? “아, 아냐! 아까 하나도 안 아팠는데…. 나 머리 진짜 딱딱한가 봐!” (116쪽) 작가의 말처럼 연애 이전에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은 어떤 것인지 짚어보게 되는 책이다. 어른이 된 우리는 좋아하는 감정보다 조건, 결혼을 우선하지는 않는가. 누군가는 어린 친구들 감정의 결을 되짚으며 풋풋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누군가는 지금 현재 진행형의 사랑을 떠올릴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좋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사람, 상어 씨를 말릴 수 있는…사진, 야생 사자 지킬 수 있는

    사람, 상어 씨를 말릴 수 있는…사진, 야생 사자 지킬 수 있는

    플라스틱 사용 증가,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 대기와 수질, 토양 오염 증가로 인해 많은 생물종이 급격하게 사라지고 사람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잡으면서 생태계 전체가 교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질학자를 포함한 과학자들 사이에서 현대사회를 ‘인류세’(人類世)로 구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사람의 활동을 어떤 방향으로 가져가느냐에 따라 전혀 상반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 잇따라 나왔다.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상어 출몰 지역이 점점 확대돼 여름철 바닷가를 찾는 휴양객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바다의 최고 포식자 ‘상어’도 사람 때문에 씨가 마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포르투갈 포르투대와 영국 사우샘프턴대, 왕립해양생물협회를 주축으로 전 세계 109개 연구기관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태평양과 인도양, 대서양의 온대 및 열대해역에 살고 있는 원양 상어의 서식지가 원양어장과 절반 가까이 겹쳐 상어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25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상어 23종 1681마리에 인공위성 송신기를 달고, 원양어선 선박에 장착된 충돌방지시스템과 위치추적장치를 활용해 1달 동안 활동반경을 교차분석했다. 그 결과 환도상어와 원양어선의 활동반경은 24%, 백상아리나 비악상어 등의 경우 64% 정도 중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특히 상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먼바다에서 낚시에 미끼를 달아 표층이나 심층에 드리워 어획하는 연승(longline)어업 선단들이다. 데이비드 심스 영국 사우샘프턴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상어도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 취약종으로 분류돼 있지만 고래와 같이 적극 보호되고 있지 않아 지금처럼 방치할 경우 가까운 미래에는 박물관에서나 보게 될 것”이라며 “상어 활동 지역을 광범위하게 국제 보호구역으로 설정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반면 몰려드는 관광객 덕분에 야생동물의 개체수와 활동 범위를 손쉽게 파악해 생태계 보존에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영국 리버풀 존 무어스대, 보츠와나 포식자보호기구,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호주 뉴캐슬대,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 만델라대 공동연구팀은 2014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보츠와나 오카방고델타 지역을 찾은 26개 관광단의 관람객들이 찍은 2만 5000여장의 사진을 분석해 야생동물의 활동반경, 개체수, 주 거주지 등을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23일자에 실렸다.연구팀은 2017년 9월부터 2018년 2월까지 6개월 동안 오카방고델타 지역을 찾은 관광객들의 카메라에 사진을 찍은 시간과 장소가 기록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장착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제공받아 이 지역에 사는 대표적인 5대 포식자(사자, 표범, 치타, 점박이하이에나, 들개)의 종별 밀도와 개별 동물들의 활동 범위를 컴퓨터 모델링으로 분석해 그동안 파악되지 못했던 생태 조건과 환경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연구를 주도한 카심 라피크 리버풀 존 무어스대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일종의 시민 참여 과학으로 관광사진을 활용한 최초의 생태연구”라면서 “향후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시킨다면 개별 동물의 생태 환경까지 정확하게 분석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김정은 시찰한 北잠수함 “SLBM 탑재 신포급 가능성”

    김정은 시찰한 北잠수함 “SLBM 탑재 신포급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된 잠수함을 시찰하면서 북한 잠수함 전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정은 위원장이 이날 건조된 잠수함을 돌아봤으며, 잠수함은 동해 작전수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잠수함의 규모나 김 위원장이 방문한 지역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연합뉴스는 국방백서 등을 인용, 북한이 잠수함과 잠수정 등 70여척으로 구성된 수중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 역시 지난달 보고서에서 북한 신포 조선소에서 신포급 탄도미사일 잠수함일 가능성이 있는 잠수함이 건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의 잠수함정 전력은 로미오급(1800t급) 잠수함 20여척, 상어급(325t급) 잠수함 40여척, 연어급(130t) 잠수정 10여척 등이다. 최근에는 SLBM 탑재가 가능한 신포급(고래급)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데 SLBM은 포착, 방어가 어려워 한미 군 당국은 특히 북한의 SLBM 탑재용 잠수함 개발을 주의 깊게 감시해왔다. 북한은 2016년 8월 SLBM인 ‘북극성-1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으며, 이후 성능을 개량한 ‘북극성-3형’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LBM의 발사대 역할을 하는 신포급(2000t급) 잠수함은 발사관이 1개뿐인 데다 잠항능력도 부족해 실전에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SLBM을 여러 발 발사할 수 있는 신포급 잠수함보다 큰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난 몇 년 꾸준히 제기됐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미중 반드시 무역합의 이룰 것…한국, 두 고래 중재할 적임자”

    “미중 반드시 무역합의 이룰 것…한국, 두 고래 중재할 적임자”

    마이클 필스버리(74) 미국 허드슨연구소 중국전략센터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새우가 두 고래(미중)의 싸움을 현명하게 ‘중재’할 수 있다”며 미중 무역전쟁의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했다. 필스버리 센터장은 “한국은 미국과 군사적·경제적 혈맹이며 중국과 경제적 동반자”라면서 “한국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런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미중 무역전쟁이 현재 글로벌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중국이 정당한 교역을 한다면 장기적으로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스버리 센터장은 1949년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의 신중국 건설 이후 공산정권 수립 100년이 되는 2049년까지 서방에 당했던 치욕의 역사를 설욕하고 미국을 추월해 패권국의 지위에 오르기 위한 중국의 비밀계획을 담은 ‘백년의 마라톤’을 집필해 전 세계에 알리면서 국제적 이목을 끈 세계적인 중국 전문가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권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으면서 대중 정책의 강력한 조언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필스버리 센터장에게 앞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향배와 한국 정부의 대응 등에 대해 들어봤다.-2015년 ‘백년의 마라톤’이라는 책을 썼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중국의 ‘야망’을 경고하고자 했다. 중국은 은밀하게 첨단 기술을 도둑질하고 자유경제 질서를 무너뜨리며 미국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오쩌둥부터 덩샤오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백년 마라톤을 통한 중국의 목표는 오직 미국을 밀어내고 세계 패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어떻게 중국의 100년 마라톤 전략을 알아챘나. “중국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미중 간 격차가 줄었고 미국이 주도해 온 국제 질서가 흔들린다고 판단하면서 ‘미국을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중국 제조 2025’와 ‘일대일로’ 정책을 내세우며 사실상 패권의 ‘야욕’을 공식화했다. 덩샤오핑의 외교 전략인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너무 일찍 포기한 것이다. 나는 중국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어떤 국가나 기업이나 1등이 되고 싶어 한다. 중국이 1등 국가로 발전하려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 “어느 나라나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에는 룰이 있다.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이겨야 한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 70년 동안 미국의 기술을 훔치고 세계 글로벌 기업의 지적 재산을 대가 없이 빼앗았다. 이는 정당하지 않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불공정한 중국의 행동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전 미 대통령들은 중국을 압박하지 않았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만 유독 중국을 압박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25년 전 자신의 책에서 ‘중국은 앞으로 미국의 커다란 도전이 될 것이며 그래서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선 캠페인 시작 후 150여번의 연설에서 5번이나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중국이 미국을 앞서 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중국의 나쁜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대통령이 되면서 실천하는 것뿐이다.” -지난 5월 미중이 거의 합의에 이르렀는데 중국이 갑자기 취소했다. 이는 중국 내 강경파의 압력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을 잘 모르고 하는 해석이다. 중국의 합의 번복은 그들이 쓰는 ‘상투적 수법’이다. 중국은 미국을 거짓으로 믿게 하고 재협상을 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겨 왔다. 또 중국이 손자병법의 인(忍)·세(勢)·패(覇) 전략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단면이다. 자신이 약할 때는 굽실거리며 때를 기다리고, 남의 힘을 빌려 적을 제압하고, 강자가 약할 때 일격에 제압하는 중국의 기본적인 패권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이유는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적인 딜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결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적’으로 만들려고 압박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최종 목표는 미중 양국의 교역활동과 중국의 대미 투자 확대, 또 미 기업의 대중 투자를 늘리려는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로 동등한 관계, 공평한 룰을 중국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미중 무역전쟁을 선거에 활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2020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중 무역협상은 ‘양날의 칼’이다. 미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협상에서 강경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반면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압박에 나서면서 미중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중 무역전쟁은 큰 부담이다. 좋은 협상이 돼야만 재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협상 결과가 좋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미중 무역협상의 관전 포인트는. “개인적으로 미국 측 협상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주목하고 있다. 1985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일본과 플라자 합의를 이끈 사람이 바로 라이트하이저 대표다. 당시 그는 USTR 부대표로 참가했다. 따라서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미일 플라자 합의와 같은 방식으로 중국과 무역협상을 이끌 것이다.” -미중 합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미국은 영어와 중국어의 해석 차이를 줄이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 중국어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미국의 많은 중국 전문가들은 반세기 동안 이를 등한시했다. 만약 미중이 합의한다면 영어와 중국어 두 버전의 합의문을 완벽하게 만들어야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오해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언제쯤 합의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미중은 반드시 합의에 이를 것이다. 하지만 언제쯤 합의에 이를지는 나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미국은 분명히 중국을 공정한 경쟁자로 만들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정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제가 약간의 타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기간이다. 세계 모든 나라가 중국과 공정한 교역을 할 수 있는 룰이 만들어진다면 글로벌 경제가 훨씬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한국 정부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대응에 관해 조언한다면. “한국은 미중 관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중국은 미국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상당히 가지고 있다. 한국이 중간자 입장에서 이런 미중 간 오해를 불식시켜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까 봐 우려하고 있는데, 그것이 아니라 ‘새우가 두 고래를 중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그리고 한국은 새우가 아닌 그보다 ‘더 크고 강한 물고기’라는 것을 보여 주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2017년 11월 한국 방문 당시 남북미중 관계에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강경화 외교장관의 연설에 감명을 받았다. 하지만 중요성만 강조했지 앞으로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이라는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 강 장관에게 자세하고 구체적인 비전을 듣고 싶다.” 글 사진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마이클 필스버리 센터장은 미국 워싱턴에 있는 유수의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의 중국전략센터를 이끄는 센터장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현장을 누벼 온 군사·첩보 전문가이자 중국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의 중국 권위자’라고 칭하기도 했다.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내고 중앙정보국(CIA)·국방부 등에서 정책·전략 자문을 하면서 여러 비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5년 마오쩌둥 이후 중국의 대장정을 분석한 책인 ‘백년의 마라톤’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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