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고독
    2026-03-3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021
  • 빈곤이라는 기생충 무관심을 먹고 큰다

    빈곤이라는 기생충 무관심을 먹고 큰다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조문영 지음/21세기북스/324쪽/1만9000원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은 반지하에 살고 있는 기택 가족이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 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보다 보면 마치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상황은 웃긴데 웃을 수 없는 이유이고, 그게 바로 영화의 묘미일 터다.신간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는 너무 멀거나 너무 막연하게 생각했던 가난을 학생들 관점에서 다룬다.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빈곤의 인류학’ 수업에서 진행한 ‘청년, 빈곤을 인터뷰하다’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조 교수의 수업은 애초 ‘글로벌 빈곤’과 ‘청년 빈곤’에 맞춰졌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가난에 관한 관심이 대개 두 종류였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그 이유에 관해 “지금 청년 세대가 대한민국이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을 당당히 선포한 시기에 태어났기 때문”이며, “21세기 저성장 한국 사회에서의 청년들 처지의 비참함에 관한 불안감” 탓이라 여겼다. 조 교수는 지난해 가을 수업 방향을 틀었다. 학생 40명을 10개 팀으로 나눠 반(反)빈곤 활동가 10명을 인터뷰하게 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논골신용협동조합 유영우, 난곡사랑의집 배지용, 관악사회복지 은빛사랑방 김순복, 동자동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선동수, 홈리스행동 이동현, 노들장애인야학 한명희,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최인기,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공기 활동가다. 학생들이 만난 활동가들은 한국사회 가난의 현장에서 그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고, 문제는 무엇인지, 가난을 없애려 어떤 활동을 하는지 이야기한다. 예컨대 10년 전 용산참사 진압과정에서 시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했지만, 결국 그 자리엔 개발의 풍경만 남았다. 이원호 활동가는 “개발에 묶인 땅은 ‘투자’의 대상으로 거듭나며 몸값을 올리지만, 그곳에 살던 가난한 사람들은 쌓여 있던 먼지처럼 청소돼 버린다”고 했다. 유영우 활동가는 가난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인식을 지적한다. “가난한 건 본인의 노력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배웠고, 어렸을 때부터 경쟁하라고 배운다. 그런 사회 구조 속에서는 ‘가난’은 스스로의 문제인데, 철거싸움을 시작하고 오히려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활동가들은 가난을 대하는 정부 정책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배지용 활동가는 “쪽방촌에 정부나 기업, 종교단체 등이 주민들한테 뭔가를 나눠주는데, 그러다 보면 받는 것에 길들여진다”고 설명한다. 이를 당연한 권리처럼 느끼면서 가난의 비인간화, 대상화가 진행된다. 반대로 정부가 부양의무제를 통해 가난을 가족에게 짐을 지우거나, 통제를 쉽게 하고자 시설에 가둬두는 문제도 짚어낸다. 장애인과 빈민단체들이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 수용시설을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는 3대 적폐’로 설정하고 5년 넘게 맞선 이유다. 이들의 인터뷰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가난에 관심을 두고 도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마을에서 발생한 고독사를 계기로 시작한 은빛사랑방의 ‘서로돌봄 짝꿍마을 사업’은 좋은 사례다. 주민들 몇 명씩을 짝궁으로 묶은 이 활동은 주민 스스로 이웃의 소식이 뜸하면 찾아가 확인하며 연대를 키운다. 책은 반빈곤 활동가의 현장 리포트이자, 그동안 한국사회의 가난을 외면했던 학생들 이야기도 담아냈다. 학생들은 인터뷰 후 감상문을 통해 가난에 관한 자신들의 관점을 다시 생각했다. 제도 교육을 거부하고 고교 때 노점상을 위한 활동가로 나선, 자신들과 비슷한 연배의 공기 활동가를 만난 학생들 인터뷰 후기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공기 활동가는 본인의 자리에서 본인의 목소리를 내며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 나는? 조용히 나의 존재를 지워가며 눈에 보이지 않게 그렇게 환경에 녹아들고자 했다.” 책 제목은 이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책은 가난한 이들, 그리고 그들을 돕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가난을 외면했기 때문에 결국 가난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영화 ‘기생충’을 보고 불편했던 이유는 아마 그래서였을 터다. 영화를 보고 ‘나는 기택 가족만큼 가난하지 않다’는 안도감으로 극장을 나서지 않았던가. 그 안도감은 결국 외면의 다른 모습은 아니었을까.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길섶에서] 명징과 직조/이두걸 논설위원

    올 초부터 갓 중학교에 진학한 큰아들의 독후감 숙제를 봐 주곤 했다. 명색이 글로 밥 먹고 사는 처지인데다 학원 순례에 힘겨워하는 아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여주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작문 수업을 그만 뒀다. 알량한 글쓰기 기술을 습득할 시간에 다양한 지식을 자유롭게 접하고 사고하는 게 아들에게 더 소중할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번역은 반역’이라고 한다. 그러나 반역은 글쓰기의 숙명이라고 느낀다. 글을 통해 전달하려는 내용은 글이라는 그릇에 담기는 순간 일정 정도의 왜곡이 불가피하다. 글쟁이는 패배할 수밖에 없는 싸움을 반복하는 고독한 전사에 가깝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글을 읽고 때로는 글을 쓴다. 대중을 향한 글은 최대한 쉽게 쓰여지는 게 좋다. 그러나 쉬운 글이 늘 바람직하진 않다. 왜곡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쉬운 글만을 강요하는 건, 국을 컵으로만 먹기를 요구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요즘 ‘명징’과 ‘직조’라는 표현을 두고 뒷말이 많다. 영화 ‘기생충’에 대한 비평에 쓰이고 나서부터다. 그러나 비난의 대상은 크게 어렵지 않은 한자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와, 그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몰염치가 아닐까. 우리를 자유케 하는 건 무지가 아닌 더 많은 진리다.
  • 관악, 베이비부머 여성 1인 가구 전수조사

    관악, 베이비부머 여성 1인 가구 전수조사

    서울 관악구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여성 1인 가구를 전수조사한다. 지난해 하반기에 실시한 ‘베이비부머 남성 1인 가구’ 전수조사에 이은 것으로 고독사 등 사회적 문제에 노출된 중·장년층을 위한 복지사각지대 제로화를 위한 작업이다. 관악구는 현재 지역에 거주하는 베이비부머 여성 1인 가구 5802가구를 대상으로 오는 9월까지 약 4개월에 걸쳐 건강과 생활 실태, 복지서비스 이용 현황 등을 조사해 이에 따른 맞춤형 지원에 본격 나선다는 방침이다. 관악구는 먼저 복지가구 대상자에게 사전 우편 발송을 통해 방문안내부터 할 예정이다. 우편안내에 회신한 가구를 대상으로 방문 계획을 수립하고 1차 현장 방문을 통해 고독사 위험군별 판단기준 체크, 성인우울검사 실시(CES-D), 관악구 일자리플러스센터 리플릿 제공 등을 진행한다. 1차 방문조사를 통해 나온 상담 결과에 따라 일반가구와 복지욕구가구, 우울증가구, 취업욕구가구, 고독사위험가구 등으로 대상자를 구분하고 각 상황에 맞는 지원 연계로 2차 방문을 한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지역적 특성에 착안한 관악구만의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 방안을 확대 시행할 것”이라면서 “선제적인 지역사회보호체계를 구축해 모두가 행복한 더불어 복지 관악 구현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고독하고 지독한, 독재자의 길

    고독하고 지독한, 독재자의 길

    김정은 평전 마지막 계승자/애나 파이필드 지음/이기동 옮김/프리뷰/436쪽/2만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장에서 끌려나간 건 연출된 정치쇼다.’ 뜬금없는 소리라고 반문할 만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워싱턴포스트 베이징지국장 애나 파이필드가 밝혀낸 실화다. 최근 출간된 ‘김정은 평전 마지막 계승자’에 그 내막이 상세하게 들어 있다. 2013년 12월 당 중앙위원회 확대회의장에 앉아 있던 장성택은 그의 ‘분파행위’를 비판하는 결정문 낭독 후 끌려나갔다. 하지만 저자의 폭로는 충격적이다. “장성택은 처형 몇 개월 전 체포돼 특수시설에 감금돼 있었다.” 장성택은 측근이 처형된 뒤 다시 끌려나와 침울한 표정으로 정치국 확대회의장에 앉혀졌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 일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야만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고 저자는 평가하고 있다.북한 김일성 체제 이후 지구촌에는 숱한 독재자들이 명멸했다. 히틀러, 스탈린, 폴 포트, 이디 아민, 카다피, 마르코스…. 이 가운데 아이티나 시리아, 쿠바는 북한과 비슷하게 아들이나 동생에게 권력을 넘겨준 ‘가족형 독재’ 국가로 꼽힌다. 하지만 북한 김씨 일가의 3대 세습은 차별화된다. 지금까지 국가권력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의 권력 계승 무렵 전문가들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권력 승계가 제대로 되지 않고 곧 몰락할 것’이란 관측이 대세였다. 하지만 모두 틀렸다. 저자 자신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 전망들은 왜 모두 빗나갔을까. 이 평전은 바로 그 의문에서 시작됐다. 김정은을 만난 이들과 탈북자, 고위 관리자들 인터뷰에 관련 자료들을 보태 퍼즐 맞추듯 구성한 역작이다. 서방 언론인 중 북한 정보에 가장 정통하다는 기자답게 평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비화가 수두룩하다. 유학 시절 김정은 일가는 자신들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모두 가짜 신분을 썼는데 김정철은 ‘박철’, 김정은은 ‘박은’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스위스 당국은 이들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저자는 쓰고 있다. 김정남 생모 성혜림의 언니 성혜령의 딸인 이남옥에 얽힌 이야기도 들어 있다. 이남옥의 오빠 이한영은 서울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암살됐다. 저자는 평전을 집필하면서 20년 넘게 행방이 묘연했던 이남옥 소재를 알아냈지만 그의 새 이름과 소재지를 밝히지 않았다. 그와 관련해 저자는 “콩가루 집안이 된 김씨 왕가에서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평범한 삶을 찾은 유일한 구성원”이라며 “그런 사람의 삶마저 허공에 날려보낼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고 쓰고 있다.김정은의 ‘독재자 수업’ 과정도 흥미롭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낙점됐을 무렵 서방 세계에선 아무도 그의 존재를 몰랐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권력 승계작업은 철저하고 은밀하게 추진됐다. 권력 승계는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2009년 이미 김정은을 부각시키는 소련군가 형식의 ‘발걸음’이라는 노래가 보급되기 시작해 TV, 라디오를 통해 널리 퍼졌다. 군인들이 들고 다니는 작은 노트에도 노래 가사가 실렸다. ‘청년대장 김정은 동지에 대한 위대성 자료’라는 제목의 소책자가 북한군 모든 단위 부대에 배포됐다. 책자에는 ‘세 살 때 총을 쏘아 100m 떨어진 곳에 있는 전구를 맞혔다’ ‘1초 간격으로 총을 쏘아 10초 동안 10개의 과녁을 모두 명중시켰다’처럼 북한 사람들도 수긍하기 힘든 내용들이 수록됐다고 한다. 북한의 미래는 어찌 될 것인가. 김정은은 개혁개방 정책을 밀어붙여 중국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만든 덩샤오핑 같은 역할을 할 것인가. 베트남을 번영의 길로 들어서도록 이끈 도이모이 개혁 같은 것을 시작할 것인가. “퍼즐을 맞추고 나서 얻은 결론은 아직 북한 땅에 갇혀 있는 2500만명의 주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저자는 김일성대학 출신의 저명한 북한 학자 안드레이 란코프의 ‘개방 없는 개혁’ 쪽에 무게를 실은 전망을 냈다. “하지만 자유화를 향해 아주 조금은 나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수없이 칠했어도 비워진 화폭…그는 예술가인가, 구도자인가

    수없이 칠했어도 비워진 화폭…그는 예술가인가, 구도자인가

    “여러분들이 들은 여러 가지 풍문에는 내가 뿔이 난 도깨비 같은 사람으로 묘사가 돼 있을 겁니다. 근데 아침에 뿔은 다 밀어내고 왔습니다. 하하.” 노(老)작가는 민머리를 연신 만지며 말했다. 오는 9월 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여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박서보(88) 작가다. 지난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뇌경색 투병의 여파로 휠체어에 앉아서도 30여분 넘게 자신의 예술 철학을 강변했다. ‘도깨비’란 미술계에서 교육자이자 행정가, 평론가로 전방위적으로 활약하며 ‘홍익대 사단’을 공고히 한 패권주의자라는 평을 의식한 언급 같았다.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라는 설명이 붙은 전시에서는 그의 70여년 화업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1950년대 초기작부터 올해 새로 내놓는 신작까지 160여점의 작품을 다섯 시기로 구분해 선보인다. 그의 작업은 시기별 특징이 두드러진다. 첫 번째는 ‘원형질’ 시기다. 1956년 김충선, 문우식 등과 함께 도전과 창조정신을 촉구하는 ‘반국전 선언’을 발표한 작가는 1957년 한국 최초의 앵포르멜 작품 ‘회화 No.1’을 선보인다. 앵포르멜이란 제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새로운 회화운동으로 서정적 측면을 강조해 색채에 중점을 둔 표현주의적 추상예술이다. 구체적인 형태를 찾아볼 수 없는 ‘회화 No.1’에서 그는 대량 학살과 집단 폭력으로 인한 희생, 부조리 등 당대의 불안과 고독을 분출했다. 작가는 1960년대 후반 옵아트(기하학적 형태나 색채의 장력을 이용해 시각적 착각을 다룬 추상미술), 팝아트를 수용한 ‘유전질’ 연작을, 1969년 인간의 달 착륙과 무중력 상태에 영감을 받은 ‘허상’ 연작을 그린다. 이후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묘법’ 시리즈가 이어진다. 어린 아들의 서툰 글쓰기에서 착안, 캔버스에 유백색 물감을 칠하고 연필로 수없이 선을 그었다. 중기로 가면 1982년 닥종이를 재료로 사용해 한지의 물성을 극대화하면서 한지를 마르기 전에 문지르거나, 긁고 밀어 붙인 ‘지그재그 묘법’이 나타난다. 다섯 번째는 ‘후기 묘법’ 시기다. 1990년대 중반, 작가는 손의 흔적 대신 막대기나 자 등을 활용해 일정한 간격으로 고랑을 만드는 일에 골몰했다. ‘색채 묘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작업에서는 깊고 풍성한 색감이 강조됐다. 전시장 입구에 내걸린 대형 작품 2점은 작가가 올해 완성한 신작이다. 대표작 ‘묘법’ 시리즈가 각각 핑크색, 하늘색 바탕에 얹혔다. “그림에 내 생각을 담아내는 게 아니라 나라는 걸 비워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이 와서 쉬어갈 수도 있다. 그림은 수신을 향한, 수행을 위한 도구 아닌가.” 멍하니 바라보노라면 70여년 쉬지 않고 현재 진행형인 작가의 분투가 느껴진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예술인가, 구도인가, 둘 다인가. 작가는 그 답을 알 것 같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복지, 현장과 풀뿌리 협업해야...주거복지도 마찬가지”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복지, 현장과 풀뿌리 협업해야...주거복지도 마찬가지”

    ‘현장 복지’ 전문가 임성규 사장이 말하는 주거복지“우리 주택관리공단이 하는 일은 크게 보면 LH로부터 위탁받은 공공주택의 임대업무, 시설 유지·관리를 책임지는 주거관리와 함께 공공주택에 입주한 분들의 주거복지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공공주택 가운데 영구임대 아파트가 있습니다. 영구임대 하면 가난과 빈곤, 고독과 사회적 차별 이런 것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은데, 이런 곳을 사람 냄새 나는 동네로 바꾸는 것이 주택관리공단의 역할이자 제일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적 약자가 많이 사는 곳의 주거복지를 업그레이드해서 이분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죠. 그래야 사회 복지가 좀 더 촘촘하게 스며들어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현장 복지 전문가’ 임성규(56) 주택관리공단 사장은 주거복지와 공동체 문제로 말문을 열었다. 규모가 작은 다세대 밀집지역에 사는 이들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복지의 사각지대를 우려했다. “관리사무소가 있는 아파트는 그래도 낫습니다만 관리사무소조차 없는 곳에 다세대 밀집 주거지역에 사는 이들에 대해서는 지역 단위에서 복지기관, 사회적 경제조직, 사회적 기업 등 주거와 다양한 단위들과 결합해서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를 더욱 촘촘하게 구성하고 풀어나가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단의 본사가 있는 경남 진주에서 서울로 올라온 지난 24일 오후 늦게 인터뷰를 했다. “사회적 약자인 영구·국민임대 입주자 위한 복지로 바꿔야관리사무소-복지관 엮고, 지역 풀뿌리단체 묶는 게 제 역할”- 주택관리공단이 주로 하는 일은. “LH가 임대 주택을 공급하면 우리는 관리하는 LH의 자회사입니다. 1998년도에 분사됐는데 전국에 27만여 세대를 관리합니다. 영구임대 아파트 14만세대, 국민임대 8만 9000세대, 공공임대 2만 5000세대, 소규모 매입임대를 포함해 기타 자치단체 임대주택 등으로 1만 5000세대 입니다. 영구임대 입주자의 60% 정도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거나 장애인, 독거노인입니다. 국민임대 아파트 역시 10%가량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거나 홀로 사는 노인들입니다. 이런 비율에서 보듯 사회적으로 정말 어려운 분들이 모여 사는 곳이지요. 이분들의 삶의 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것이지요. 복지를 전공한 제게 맡겨진 소임 역시 이런 분들을 위해 주거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꿔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복지, 정부가 나서야 하지 않나.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풀뿌리 단위들과의 협업을 끌어내 시너지를 만들어야 더큰 복지가 될 수 있습니다. 영구임대 단지에는 복지관이 의무적으로 있습니다. 그리고 관리사무소도 있습니다. 이게 잘 되는 곳도 있지만, 복지관과 관리사무소가 서로 데면데면하게 지내는 곳도 많아요. 제가 이 두 기관을 엮어주고, 입주민들이 역시 복지 서비스를 받는 입장이긴 하지만 이분들이 당당하게 지역사회에서 시민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협업을 하며 시너지를 만들어 가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다 묶어주면 삶의 질로서 주거복지가 제대로 돌아가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LH는 LH대로, 주택관리공단은 공단대로 하고, 복지관은 복지관대로, 지역의 풀뿌리단체는 풀뿌리대로 따로따로 하는 것을 협업의 구조로 묶어 복지 사각지대가 없도록 하자는 것이 복지 전문가이면서 주택관리공단 사장인 제게 주어진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현장 복지 경험 살린 주택관리공단 사장이라 가능한 일영구임대 입주자에 ‘환영파티’개최…사람 냄새 훈훈 감동”- 복지와 관리 양쪽을 아우를 수 있나. “제가 사회복지 일을 오랫동안 했으니 복지관에 가보면 상당수가 후배들이고 대다수가 저를 아는 사회복지사들입니다. 저 역시 복지관의 애로나 문제점을 잘 알고 있고, 복지관의 방향에 대해서 ‘함께 가자’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반면 관리사무소는 어찌 됐든 제가 사장으로 와 있고, 사장으로서 주택관리공단 직원들과 복지관이 협업을 하자라는 것이 틀린 말도 아니고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직원들도 잘 알고 따라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양쪽을 묶는 게 가능한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했던 복지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것이죠. 예컨대 대전의 판암 관리사무소와 생명종합사회 복지관이 있는데 이 두 단위가 협업의 구조를 잘 만들고 있습니다. 입주민들이 새로 오면 관리사무소와 복지관이 함께 ‘입주민 환영파티’를 열어줍니다. 사회적 차별과 고독, 가난 등에 시달리던 분들이 ‘입주민 환영파티’를 예상치 못한 일이죠. 환영파티를 하면서 잔손 보기나 시설관련한 문제는 관리사무소가, 입주민들의 소소한 복지적 서비스에 대해서는 복지관이, 마을의 이곳저곳에 대해서는 기존 주민들이 설명해줍니다. 밀려서 밀려서 사회적 차별의 상징인 영구임대아파트에 이사 왔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뜻밖의 환대에 여기도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며 감동하거나 아주 만족해합니다.” - 복지와 관련된 일은 얼마나 했나. “1998년도에 제가 태어나 자란 도봉구에 처음으로 복지관이 생깁니다. 당시 저는 목사로서 지역에서 시민사회운동의 중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2002년도에 방아골복지관 관장으로 와 달라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는데다 목회도 같이할 수 있겠다 싶어 비상근 관장으로 하겠다며 수락했습니다. 그런데 복지관 일이 생각보다 너무 방대하고 많아서 두 가지 일을 도저히 같이 할 수가 없어서 목회를 사임했습니다. 2004년 8월 들어 상근 복지관 관장으로 일하기 시작해 2016년 7월까지 복지 영역에서 일을 했습니다.” 목사→현장 복지→주택관리사장으로 변신 임 사장은 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은 태어나면서 정해진 듯 하다. “지금도 개발이 덜 된 곳이지만 어릴 때만 해도 가마때기집, 루핑집(천막집), 판잣집이 즐비한 동네였습니다. 정말 철거민, 실향민, 빈곤, 민중 이런 단어들이 어울리는 사람들이 많이 살았습니다. 아버지(87)가 목회를 한 영향을 받아서인지 어릴 때부터 이타적인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육성회비를 제때 낸 적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야, 목사는 말이야, 교인들보다 가난해서도 안 되지만 부자여서도 안 돼’라고 하셨죠. 제가 육성회비를 제대로 내지 못한 것도 아버지가 말한 기준이라 생각합니다.” - 목회를 했다고? “학부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대학원에 가서 신학을 전공해 목사가 됐습니다. 사실, 아버지처럼 가난한 사람과 어울려 목회활동을 하는 데 자신이 없어서 학부에서는 신학 대신 사회사업학과(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초반 자연스럽게 학생운동, 노동운동에 참여하다가 4학년 때 후배들이 ‘선배들 가운데 누가 학교 남아서 도와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대학원에 갈 사람을 찾으니 제가 …. 당시 저도 고민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가시는 가난한 사람, 민중적인 목회 활동하고, 소위 말하는 학생운동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이런 생활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었습니다. 신학대학원에 진학해서 사회문제와 노동과 빈민들을 위한 신학인 민중신학에 관심을 갖고 연구했습니다.” “92 목회 생활로 사회 첫발 … 빈자 위한 목회 고민‘목사는 교인보다 가난해도, 부자도 안돼’ 아버지 소신학생운동과 아버지 목회 활동 차이 고민하다 목사 길아버지, 은퇴 앞두고 후임 제의 …1주일 고민 끝에 거절”- 목회 활동을 오래 했나.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1992년도에 고향인 도봉구에서 개척 교회를 시작했습니다. 목사로서 지역사회 운동과 시민사회나 복지 이런 것을 어떻게 민중적으로 재해석해 목회활동에 접목해야 하나하고 고민하며 목회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2004년 아버님이 은퇴를 앞두고 아들이 눈에 밟히신듯 저보고 ‘후임으로 왔으면 좋겠다’며 제안하셨습니다. 아버지가 1959년 개척한 교회를 평생 한 자리에서 45년간 목회 활동을 한 교회였고, 교인은 500명이 넘는 중견교회였습니다. 제가 1주일가량 고민하다 ‘아버님, 이건 아무리 뭐라 그래도 세습입니다. 제가 어떻게 가겠습니까, 안 갑니다. 아버지 만나시려고 하는 장로님들에게 (아들을 후임 목사로 추천한다는) 말씀을 하지 마십시오’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아들아,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 복지관의 역할을 많이 바꿨다던데. “당시만 해도 복지관은 개인과 가족에 맞춘 사례관리와 상담 등 공급자 중심이며, 전문가 중심의 작은 복지였습니다. 그런 것이 이젠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조직과 지역사회운동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예를 든다면 이전의 전통적인 재가복지 방식으로 어르신들이 불편하면 사회복지사가 어르신을 모시고 병원에 가요.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으로 가고, 약국에서 약을 받아 어르신을 다시 집으로 모셔다 드리는 거예요. 이때 병원에 사람들이 많다거나 약국에 사람이 붐비면 많이 기다려야 하지 않습니까? 이게 2000년대 초반, 복지관에서 하는 재가복지의 유형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적극적인 주민이 참여하는 방식인 ‘효플러스네트워크’를 만든 겁니다. 먼저 동네에서 의사·약사·한의사 15명 정도로 구성된 ‘의료인 모임’을 만듭니다. 이중 가장 적극적인 의사 2명은 1주일에 두 번씩 왕진 가방을 메고 점심시간에 어르신댁에 방문해요. 그리고 의사의 왕진을 받지 못한 어르신들은 아무 때나 병원에 오실 수 있게 해 주시고, 그래서 그 처방전을 약사에게 전달해주면 약사는 약을 받아서 복지관에 갖다주고, 복지관이나 지역 사회 활동가들이 그것을 어르신들에게 갖다 드리는 것이죠. 그런데 어르신들은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여성들, 가정주부들을 대상으로 ‘섬기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이 의사와 간호사에게서 응급처치 교육을 받아서 1주일에 2회 이상 가정방문을 하고 말동무를 하고, 건강을 체크하고…. 또 ‘도우기’라 해서 아버지들의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도배·장판·전기·수도 이런 전문 기술을 가진 동네 아버지들의 모임인데, 이분들이 한 달에 한 가정씩 집수리를 해주는 것입니다. 어르신들이 대개 반지하에 살거든요. 눅눅하고 냄새가 나고 주거환경이 안 좋잖아요. 또 이런 모임들이 서로 선순환 하는 구조를 만들고 사회복지사들은 이 주민모임이 잘 돌아가게 만들면 됩니다. 이게 결국은 지역사회 주민들, 전문성을 가진 주민들을 조직하고, 조직된 사람들이 지역사회의 문제에 참여하게 하는 네트워크 방식으로 진행한 거예요.” - 상당히 선진적이었다. “방아골복지관은 당시 복지계에서는 관심의 대상이었던 거죠. 실습을 하게 되면, 보통은 4주인데, 저희는 6주 정도 했죠. 그래도 실습생 대기자가 많을 정도로 지원자가 많았죠. 그만큼 사회복지계에서 유명한 복지관이 됐습니다. 서울시 평가에서 제일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2007년 방아골복지관의 실천사례집을 엮어 만든 ‘신명나는 지역복지 만들기’라는 책도 사회복지계에서는 센세이셔널 하고, 사회복지사들과 풀뿌리 활동가들이 많이 읽은 책이었죠. 그러나 당시 구청장에 의해 자신 편의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재위탁에서 제외됐습니다. 복지를 하면서 지역사회의 풀뿌리 시민단체의 중심에 일하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었다고 전해들었습니다.” - 서울시복지재단 대표이사로도 있었는데. “네, 2012년부터 4년 반 동안 일했습니다. 여기에 들어가니 많은 사람이 제게 ‘박원순 서울시장과 어떤 관계냐’고 묻더라고요. 신명나는 지역복지 만들기 추천서를 써주시기는 했지만 사실 별다른 인연이 없습니다. 아마도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실천하며 성과를 만든 경험을 서울시 차원에서 넓게 시도해 보라는 메시지라고 보았습니다. 서울시복지재단 4년 반동안 ‘마을지향 복지관’, ‘사회복지 공익법지원센터’, ‘금융복지상담센터’, ‘찾아가는동주민센터’ 등 굵직한 사업을 만들어 내고 시도해 본 아주 중요한 협업과 융합의 경험을 갖게 되었습니다. “관장 재직한 방아골복지관 활동 선진적… 복지계 관심서울시복지재단 대표 갔더니, 박원순 시장과 관계 초점방아골복지관 성공스토리 서울 전체로 확대하란 메시지목회-복지-주택관리, 어려운 사람 위해 사는 의미 비슷”‘방아골복지관’ 성공 스토리를 가진 임 사장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복지국가특별위원회의 공동 위원장을 맡았다. 앞서 2007년에 서울시 예산의 상당 부분이 투입되는 복지예산을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려고 이태수 꽃동네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서울복지시민연대를 만들었다. 2009년 영구임대 아파트가 2411세대가 있는 서울 강서구 가양5복지관 관장도 지냈다. 2011년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장에 출마해 당선되는 등 복지 현장에서 많은 일을 했다. - 목회에서 복지, 다시 주택관리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굴절되고 어려운 분들이 당당하게 살아가고 그 분들 삶의 질을 한 차원 높인다면 면에서는 목회와 복지, 주택관리 모두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보편적 복지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보편적 복지가 생활 속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는 복지가 좀 더 광의적인 의미에서 마을 지향의 일을 지역사회로 확대해야 합니다. 이런 것은 울롱도까지 사업장이 있는 주택관리공단을 통해 전국적으로 복지와 주거복지를 협업의 구조로 만들어 좀 더 촘촘히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봅니다. 마을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주민들의 자발성을 확보하고 이것을 삶의 기본인 주거와 복지를 협업의 구조로 전국화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택관리공단도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입주민들을 찾아가서 이들과 호흡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복지관도 공급자 중심에서 벗어나 주민이 참여하고 주민이 중심인 마을 지향의 복지관이 되어야만 합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왕좌의 게임] 여주 분석 1-대너리스 “우리를 고독하게 만들면 안돼”

    [왕좌의 게임] 여주 분석 1-대너리스 “우리를 고독하게 만들면 안돼”

    드디어 19일(미국 시간) ‘왕좌의 게임’이 기나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2011년 4월 17일 시즌 1의 첫 회가 방영된 지 8년 1개월여 만이다. 이 드라마가 전대미문의 폭발적인 인기를 끈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굉장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완결편인 시즌 8은 거의 여자들의 무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영국 BBC가 영문으로 200자 원고지 70장 분량의 기사와 함께 화려한 그래픽과 사진을 곁들여 가상의 대륙 웨스터로스의 역사를 바꾼 여자 캐릭터들과 의미있었던 대사를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비주얼 저널리즘 팀의 데이비스 수랴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마유리 메이 린이 협업해 만든 그래픽이라고 방송은 소개하고 있다. ‘BBC 뉴스, 웨스터로스’라고 재치있는 발신지 표시 아래 헤더 첸과 그레이스 초이가 작성한 기사는 들어가는 글의 끝에 ‘주의: 밤은 어둡고 스포일러는 가득하다. 이 드라마에 꽂히지 않은 분이라면 그냥 지나치시는 게 최선이다. 꽂힌 분이라면 읽어보시라’고 토를 달았다. 국내에서는 24일 마지막 회가 방영된다. 국내 팬에게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하루 한 명씩 소개하려 한다. 용서하시라.대너리스 타르가리옌-오래 통치하게 하소서(불과 피) “타르가리옌에서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신들은 허공에 동전을 던지고 세상은 숨을 멈춘 채 어느 면이 위로 향하는지 지켜본다”는 속담처럼이다. 대너리스가 철왕좌에 앉는 것은 새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시리즈 전체를 관통했다. 그러나 지난주 방영된 5편의 끔찍한 학살극은 그녀가 권력을 잡아야 할 이유를 완전히 부정해버렸다. 킹스랜딩 주민들은 간절히 종을 울려 투항을 알렸지만 복수심에 사로잡힌 그녀는 용의 불길로 모든 것을 초토화시켰다. 일부 시청자는 극도로 분노했다. 변호사 림 웨이 지엣은 트위터에 “그녀가 민간인들에 대해 행한 짓은 학살에 다름 없고 인류애에 대한 범죄였다”고 분한 감정을 토로했다. 다른 팬은 “대너리스는 사슬을 끊는 해방자였는데 그녀에게 완전 실망”이라고 적었다. 작가 멜리사 실버스타인은 대너리스의 캐릭터가 구축해 온 과정을 송두리째 부정한 것을 개탄했다. “그녀는 리더십에 대한 비전과 앞선 남자들과 완전히 다른 통치자가 되겠다고 얘기해왔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광기와 파괴로 치달았다.” 하지만 팝문화 칼럼니스트이며 타르가리옌 지지자인 스테파니 윌슨은 “이중잣대”라고 지적했다. “존 스노우와 티리온 라니스터 같은 남성 지도자들은 숱한 사람들을 처형시켰고, 블랙워터 전쟁 같은 계획으로 수많은 이들을 몰살시켰다. 바라티온 형제는 왕좌만을 노려 엄청난 피를 흘리게 했다.”미국 코미디언이며 작가인 민디 칼링은 “나라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 위험천만한 댓글을 달기도 했다. 대너리스를 연기한 에밀리아 클라크는 “그토록 많은 실패와 실망, 수모, 상처, 실연을 느낀 이가 분노의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감쌌다. 드라마 각본을 집필한 데이비드 베니오프는 고독이 그녀를 광기로 몰아넣었다고 분석했다. 대표 대사가 아에몬 타르가리옌이 했던 “타르가리옌을 세상에 혼자 놔두는 건 끔찍한 일이다”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영국 브리스톨의 정신과 상담의 미셀레 브릭스는 “우리가 어떤 이를 미쳤다고 판정하고 미치광이라고 표현할 때마다 그를 좋게 바라봐야 하고 그를 그런 식으로 광기에 빠뜨린 일들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 두 번째 여주인공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세르세이 라니스터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유시민·홍준표, 내달 3일 ‘낮술’ 공동방송 진행…“마포 껍데기 집”

    유시민·홍준표, 내달 3일 ‘낮술’ 공동방송 진행…“마포 껍데기 집”

    MC 변상욱 “옆에서 보기엔 둘 다 고독한 늑대 스타일”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의 ‘유시민의 알릴레오’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의 ‘TV홍카콜라’가 추진 중인 유튜브 공동방송이 내달 3일 낮술을 마시는 형태로 공동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방송의 MC를 맡게 된 변상욱 국민대 초빙교수는 16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6월 첫 번째 주 월요일(3일)로 결정되어가는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변 교수는 “마포의 껍데기 집이라든지 조용하고 정갈한 술집에서 만나서 한잔하면서 할 것”이라며 “시간이 오전이라 낮술처럼 되어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낮술을 한잔 걸치면 그동안 짊어지고 있던 진보정당 아니면 보수정당이라고 하는 틀도 확 벗어던지며 앞뒤 안 가리고 얘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변 교수는 유 이사장과 홍 전 대표의 ‘케미(케미스트리·조화)’를 묻는 말에는 “옆에서 보기에는 둘 다 스타일상으로 고독한 늑대”라며 “항상 ‘정치를 할 거야? 말 거야? 당 대표로 운영을 할 거야? 대통령 후보가 될 거야?’ 이런 경계 선상에서 넘나들면서 헤매는 스타일”이라고 답했다. 이번 공동방송은 유 이사장이 홍 전 대표에게 제안해 성사됐다. 유 이사장은 “서로 의견이 달라 양극단이라는 평을 받는 두 방송이 모여 공통주제를 갖고 대화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며 지난달 공동방송을 제안했다. 홍 전대표도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다시 태어나도 지키고 싶은 ‘우주’는…

    다시 태어나도 지키고 싶은 ‘우주’는…

    낚시터 근처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엄마와 단둘이 사는 미라. 엄마는 근처 천문대에서 일하는 ‘천문대 아저씨’와 사랑에 빠지지만 결혼을 한 달 앞둔 1994년의 어느 날, 아저씨가 낸 교통사고로 저세상 사람이 된다. 혼자 외로이 살아가던 미라는 불꽃놀이가 펑펑 터지던 날, 프러포즈를 할 줄 알았던 남자친구 민혁에게서 뜻밖의 고백을 듣는다. 그 1994년, 자신은 친구들과 함께 의문의 죽음을 맞은 친구를 암매장했노라고. 김인숙 작가의 장편소설 ‘벚꽃의 우주’는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지존파의 살인이 자행되고 김일성이 사망하는 등 다사다난했던 1994년에, 그 사건사고들과 무관한 한 개인의 서사도 얼마든지 버라이어티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어지는 미라의 이야기 또한 만만치 않다. 갖은 고민 끝에 민혁과 결혼해, 수온이라는 아들을 낳은 미라. 엄마가 남긴 옛집에서 꽃을 가꾸는 천문대 아저씨와 뜻밖에 재회한다. 그 옛날처럼 꽃이 난분분한 그 집에서 ‘미라펜션’을 꾸리고 자신만의 집을 만들 생각에 희망에 부풀지만, 그 펜션에 암매장 때 함께했던 민혁의 옛 친구들이 나타나며 이야기는 파국을 맞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의문의 사고사. 그 사고들의 중심에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자신의 우주를 지키고자 한 미라가 있었다. 엄마를 잃고 고독과 증오 속에서 성장한 미라는 누구보다도 안정적인 집을 갖길 원했다. ‘미라의 집’을 지키기 위해 미라는 기꺼이 민혁을 선택했고, 본인의 결단이 죄악으로 귀결될 것을 알면서도 거듭되는 선택을 막을 길이 없다. 불안과 공포 속 위악적인 인간들의 외로움이, 그들만의 우주를 완성하기 위한 그악스러운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다시 산다고 해도 나는 수온이를 태어나지 못하게 하는 어떤 선택도 하지 않을 거니까요. 그러려면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다시 민혁이라는 남자를 사랑해야 하잖아요. (중략) 사랑이란 건, 그런 거잖아요.”(197쪽) 미라의 고백 속 ‘다시 사랑’이라는 메시지는 식상하지만, 그게 아니면 이 무심한 우주를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어느덧 등단 36년을 맞은 중견 작가는 ‘다시 또 사랑’을 말하고 있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카네이션보다 공공요양, 우리 지역에도 요양시설 설치하라”

    “카네이션보다 공공요양, 우리 지역에도 요양시설 설치하라”

    노인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 8일 광화문서 기자회견“좋은 노인 돌봄을 견인할 국공립 요양시설 확충이 진정한 노후 보장”“1%의 국공립시설로 좋은 돌봄을 기대하는 것은 복권 1등 당첨을 기대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노인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어버이날인 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네이션보다 공공요양, 우리 지역에도 요양시설을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최경숙 공동대책위 대표는 “고령화를 대비해 2008년 노인장기요양제도를 만들었지만, 노인 빈곤과 고독사 등 노인 문제가 심각하다”며 “어르신 돌봄을 제대로 하려면 어버이날 하루를 기리는 게 아니라 공공성을 확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령 인구(총인구에 대한 65세이상 인구의 구성비) 비율이 14.9%로 인구 7명당 1명이 노인인 시대에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장기요양시설에서의 인권유린, 편법, 불법운영실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용원 참여연대 조세복지팀장은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공적 기관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며 “2008년 대비 2017년 전체 장기요양기관은 8318개에서 2만 377개로 2배 이상 늘었지만, 지자체가 설립한 기관의 수는 182개에서 207개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공공인프라가 사실상 전무해 이용자들이 민간 공급자 중에서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민간 공급자가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을 고민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좋은 노인 돌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국공립 요양시설을 늘리는 것”이라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재원을 확충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진정한 노후보장 대책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어버이날 울려 퍼진 “카네이션보다 공공요양”

    어버이날 울려 퍼진 “카네이션보다 공공요양”

    노인장기요양제도 만들어졌지만 노인 문제 지속지자체 장기요양기관 늘려야“1%의 국공립시설로 좋은 돌봄을 기대하는 것은 복권 1등 당첨을 기대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노인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어버이날인 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네이션보다 공공요양, 우리 지역에도 요양시설을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최경숙 공동대책위원회 대표는 “고령화를 대비해 2008년 노인장기요양제도를 만들었지만, 노인 빈곤과 고독사 등 노인문제가 심각하다”며 “어르신 돌봄을 제대로 하려면 어버이날 하루를 기리는 게 아니라 공공성을 확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령인구(총인구에 대한 65세이상 인구의 구성비) 비율이 14.9%로 인구 7명당 1명이 노인인 시대에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장기요양시설에서의 인권유린, 편법, 불법운영실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용원 참여연대 조세복지팀장은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공적 기관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며 “2008년 대비 2017년 전체 장기요양기관은 8318개에서 2만 377개로 2배 이상 늘었지만, 지자체가 설립한 기관의 수는 182개에서 207개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공공인프라가 사실상 전무해 이용자들이 민간 공급자 중에서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민간 공급자가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을 고민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좋은 노인 돌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국공립 요양시설을 늘리는 것”이라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재원을 확충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진정한 노후보장 대책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고독사 예방·셀프 집수리… 주민 아이디어 ‘톡톡’

    서울 광진구는 1분기 아이디어뱅크 시상식을 겸한 주민과의 토크쇼를 진행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시상식은 올해 1분기에 접수 받은 123건 아이디어 중 제안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된 13건에 대해 주민과 공무원 부분으로 나눠 진행했다. 주민 제안으로는 구의동 주민 박종민씨의 휴대전화 사용내역 알림 서비스 기반의 ‘고독사 예방 및 조기 감지 체계 도입’과 능동 주민 김세중씨 셀프 집수리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광진구청 주관의 집수리 아카데미 운영’이 공동으로 동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도 동주민센터 공구 대여 서비스와 연계한 ‘대형 카트 공유사업’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아이디어 8건이 추가로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공무원 제안으로는 폭염 시 버스정류장 ‘얼음 냉장고 운영’과 어린이 교통안전교육을 위한 실습 자재 공유 서비스 등 총 3건이 수상했다. 김선갑 구청장은 “아이디어뱅크는 구정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상시 제출할 수 있는 창구”라면서 “지난해 7월 민선 7기 출범 후 첫 번째로 추진한 사업인데, 현재까지 약 500건이 접수돼 각 부서에서 좋은 구상들을 채택해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TV 셋톱박스로 고독사 막는다…강남, 1인 가구 ‘TV 안부확인 서비스’ 시작

    TV 셋톱박스로 고독사 막는다…강남, 1인 가구 ‘TV 안부확인 서비스’ 시작

    서울 강남구는 지난달 29일 고독사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딜라이브강남케이블티브이와 업무협약(MOU)을 체결, 이달부터 관내 저소득 1인 가구 700여명을 대상으로 ‘TV 안부확인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고 3일 밝혔다. 두 기관은 이번 협약 체결을 통해 위기가구 및 고독사 발생 위험 홍보, 고독사 방지 시스템 개발·구축, 시스템 이용료 지원 등을 공동 추진한다. TV 안부확인은 양방향미디어 기술이 적용된 TV셋톱박스를 통해 이용자가 오랜 시간 TV를 시청하지 않거나 48시간 이상 TV가 켜져 있으면 관할 동주민센터 사회복지사가 전용 웹으로 이용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서비스다. 시범운영 대상 700여명은 딜라이브강남 케이블방송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구는 현재 1인 가구 1800여명에게 음성문자 안부확인 서비스를 하고 있다. 황관웅 복지정책과장은 “2016년 기준 서울시 1인 가구가 30%를 넘었다”며 “저소득 1인 가구를 위한 세대·성별 맞춤형 대책을 추진, ‘모두가 행복한 도시, 강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박유천 팬들, 혐의 인정→변호사 사임에 마지막 편지 “하늘을 봐요”[종합]

    박유천 팬들, 혐의 인정→변호사 사임에 마지막 편지 “하늘을 봐요”[종합]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한 가운데, 그의 팬들이 ‘마지막 편지’를 띄웠다. 박유천 변호인인 법무법인 권창범 변호사는 30일 공식입장을 통해 “오늘부터 박유천씨 관련 업무를 전부 종료한다. 박유천 씨는 혐의 인정 후 솔직하게 조사를 받고 있다”며 변호사 사임을 알렸다. 마약 투약 혐의가 불거진 뒤 줄곧 결백을 주장해온 박유천은 구속 이후 두 번째 경찰 조사를 받은 29일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혐의 대부분을 시인했다. 박유천은 “연예인으로서 자신을 내려놓기 두려워 마약 혐의를 인정하지 못했다”면서 “황하나를 다시 만나면서 마약에 손을 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유천 팬들은 4월 30일 디시인사이드 박유천 갤러리에 ‘마지막 편지’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편지에서 팬들은 “‘하늘을 봐요. 기도할게요.’ 그의 기자회견장에서 외친 한 팬의 간절함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이런 고독한 상처를 남겨 주는군요”라면서 “우리는 알지 못했어요. 그를 영원히 지지할 수 있다고 믿어 왔으니까요. ‘나 자신을 내려놓기가 두려웠다’라고 한 그의 말을 지금은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우리도 그를 내려놓기가 두려웠으니까요...”라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하지만 이제 각자의 인생을 걸어가야 하는 시간이기에, 그만 손을 놓아 주려 해요. 스스로의 가슴에 안고 있는 모든 짐을, 스스로가 내려놓을 수 있을 때까지 수없이 되뇌고 고민해 보셨으면 해요. 지금 서 있는 그곳이 인생의 벼랑 끝이 아니란 그 사실만은 기억하세요. 그대의 남은 여정을 응원할 순 없지만, 그대가 마지막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은 바라봐 줄테니.. 앞으론 인간 박유천으로서 후회 없는 삶을 살길 바라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한편 박유천은 올해 초 전 여자친구이자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 자택에서 황씨와 함께 5차례에 걸쳐 마약(필로폰)을 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마약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으나, 2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발표한 마약 반응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결국 쇠고랑을 차게 됐다. 소속사였던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24일 “박유천과의 신뢰관계를 회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전속계약 해지를 알렸다. <이하 박유천 팬들 마지막 편지 전문> “하늘을 봐요. 기도할게요.” 그의 기자회견장에서 외친 한 팬의 간절함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이런 고독한 상처를 남겨 주는군요. 언제부터였을까요. 그를 추억할 때마다 가슴 한 편이 아파지는 건... 언제부터였을까요. 그의 인생을 마냥 응원할 수 없게 된 게... 스타와 팬은 물과 기름 같아서 한데 섞일 수 없다는 말을, 왜 이제야 실감하게 되는 건지. 그 멀고도 먼 길을 돌아 종착역에 와서야 수많은 가시밭길의 여정이 눈에 아른거리는 건지. 우리는 알지 못했어요. 그를 영원히 지지할 수 있다고 믿어 왔으니까요. ‘나 자신을 내려놓기가 두려웠다’라고 한 그의 말을 지금은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우리도 그를 내려놓기가 두려웠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각자의 인생을 걸어가야 하는 시간이기에, 그만 손을 놓아 주려 해요. 스스로의 가슴에 안고 있는 모든 짐을, 스스로가 내려놓을 수 있을 때까지 수없이 되뇌고 고민해 보셨으면 해요. 지금 서 있는 그곳이 인생의 벼랑 끝이 아니란 그 사실만은 기억하세요. 그대의 남은 여정을 응원할 순 없지만, 그대가 마지막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은 바라봐 줄테니.. 앞으론 인간 박유천으로서 후회 없는 삶을 살길 바라요. 2019. 4. 30. 박유천 갤러리 일동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사무라이 건축가의 승부

    사무라이 건축가의 승부

    트레이닝복을 입고 공터에서 운동을 하는 노인이 있다. 몸놀림이 꽤 날렵하다. 고등학생 때 권투 선수로 활약했다고 하는데 거짓말이 아닌 것 같다. 여전히 승리욕 넘치는 눈빛을 가진 남자, 바로 안도 다다오다. 그는 창조적 근육과 육체적 근육을 같이 단련해야 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그래야 남이 만든 훌륭한 건축물을 보고 그걸 넘어서겠다는 용기를 갖게 됩니다. 하루하루가 치열한 승부일 수밖에요.” 이 말을 듣고 보니 안도에게 왜 ‘사무라이 건축가’라는 별칭이 붙었는지 알겠다. 어떤 일에서나 남보다 나아야 하고, 모든 일에 쓸모가 있도록 하는 것이 일본의 무사도(미야모토 무사시의 책 ‘오륜서’ 중)라고 하니까. 그런 그의 건축을 보기 위해 꼭 외국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 한국에도 안도의 설계로 지어진 건축물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제주의 본태박물관, 원주의 뮤지엄 산, 서울의 JCC 등이 그렇다. 그의 건축물에는 공통점이 있다. 콘크리트가 빛(예: 빛의 교회), 물(예: 물의 절)과 미학적으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당신은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르겠다. 인공인 콘크리트가 어떻게 자연인 빛, 물과 아름답게 공존한단 말인가. 그런데 정말 안도는 콘크리트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이제는 그의 인장이 된 노출 콘크리트 공법인 콘크리트의 물성 자체를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서다. 따지고 보면 콘크리트 역시 모래, 자갈 등 자연물을 섞어 만든 재료다. 응용만 잘하면 얼마든지 콘크리트와 빛, 물이 어우러지도록 배치할 수 있을 테다. 문제는 ‘잘’하는 게 누구에게나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해 낼 수 없는 그것을 해 냈다는 점에서 안도는 특별하다. ‘성공 비결이 무엇일까?’ 이런 물음의 답을 찾으려고 그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관객도 있을 듯싶다. 안도 스스로는 독학과 답사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그는 학교에서 건축을 배운 적이 없다. 공업고등학교 기계과 졸업생이었던 안도는 혼자 건축을 공부했고, 세계 각지의 유명 건축물을 찾아다니며 그곳의 장소성을 체험했다. 분명 이것이 그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완성하는 바탕이 됐으리라. 하지만 이는 안도가 늘 고독한 길을 걸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건축과 권투가 비슷하다고 말한다. 아무에게도 도움받지 않은 채 홀로서기를 해야 해서다. 안도는 “‘이 기회를 놓치면 끝장’이라는 심정으로 매 작업마다 안간힘을 다했다”(책 ‘나, 건축가 안도 타다오’ 중)고 쓰고 있다. 여든 살을 바라보는 지금도 그는 터프하게 작업한다. 한데 사무라이 타입이 아닌 나는 (젊은 시절에는 손발이 먼저 튀어 나갔다는) 안도 같은 상사 밑에서 하루도 버텨 낼 자신이 없다. 그의 건축물에 감동하는 것과는 별개로, 나는 그에게서 ‘항상 위로 나아가려는 마음가짐’만 가려 배우고 싶다. 혈혈단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상승을 추구하는 글의 건축을 꿈꾸면서.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봄밤’ 정해인, 애틋한 로맨틱 눈빛 포착 ‘멜로 감성 제대로’

    ‘봄밤’ 정해인, 애틋한 로맨틱 눈빛 포착 ‘멜로 감성 제대로’

    ‘봄밤’ 정해인의 애틋한 로맨틱 눈빛이 여심을 흔들고 있다. 23일 MBC 새 수목드라마 ‘봄밤’(극본 김은/연출 안판석) 측은 정해인(유지호 역)의 다채로운 표정이 담긴 스틸을 공개했다. 어느 봄날, 두 남녀가 오롯이 사랑을 찾아가는 설렘 가득한 로맨스 드라마 ‘봄밤’은 서로에게 흠뻑 빠진 남녀의 감성 로맨스를 예고하고 있다. 감성을 전하는 연기로 사랑받고 있는 한지민(이정인 역)과 정해인이 만나 올 봄, 전국을 촉촉한 사랑비로 적실 예정인 것. 이런 가운데 공개된 사진 속에는 극 중 따뜻하고 강직한 약사 유지호(정해인 분)로 변신한 정해인의 다양한 무드가 담겨있다. 즐거운 대화중인 듯 해맑은 미소로 통화를 하는 모습이 보는 이들 마저 자동 미소를 자아내게 만들 정도로 선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또한 누군가를 깊게 주시하는 눈빛은 여심을 두드릴 만큼 깊게 몰입, 그만의 멜로 감성이 가득 담겨 있어 설레게 한다. 그런가하면 어두운 조명 아래 홀로 생각에 잠긴 자태는 내면의 고독함이 느껴져 과연 유지호는 어떤 사연을 품고 있는 인물일지 궁금해진다. 정해인은 ‘봄밤’에서 한 여자를 만난 후 잊고 살던 모든 감정들이 되살아난 남자의 미묘한 감정선을 현실감 있게 연기한다. 특히 마음이 향할수록, 감정의 진폭이 커질수록 현실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유지호의 고뇌는 가슴 저미는 현실 멜로의 리얼함을 고스란히 전할 전망이다. 한편, MBC 새 수목드라마 ‘봄밤’은 오는 5월 22일 첫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 민생 관련 안건 처리 및 업무추진상황 보고받아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 민생 관련 안건 처리 및 업무추진상황 보고받아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4월 임시회(제286회) 제2차 상임위를 22일 개최해 시급한 민생 관련 안건을 처리했고 복지정책실과 서울시복지재단 등 산하기관의 업무보고를 통해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는 등 시민 복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차질 없는 업무 집행을 요구했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김혜련 위원장, 이병도 부위원장, 오현정 부위원장, 김동식의원, 김용연의원, 봉양순의원, 서윤기의원, 이영실의원, 이정인의원, 김화숙의원, 김소양 위원)는 서울시 복지정책실과 그 산하기관을 상대로 서울시 복지정책사업의 추진현황을 살펴보며 효율적인 정책 집행 및 적기 시행을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민생과 관련하여 시급히 처리되어야 할 의원발의 5건과 시장제출 3건의 안건을 상정하여 의결했다. 계속된 회의를 통해 금년도 1/4분기 동안의 복지정책실이 추진하고 있는 ‘2018년 고독사 예방 종합계획’ 등 주요 현안 업무를 보고 받았다.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은 일부 사회복지법인들의 위법 및 부당한 시설 운영실태에 대해 질타하며 서울시가 민간위탁한 사회복지시설의 지도·감독을 체계적으로 강화할 방안을 요구했다. 또한 ‘사회복지시설 서울형 평가사업’과 관련하여 지도·감독에 대한 모호한 지표를 보완하고 특히 안전 관련 지표를 강화하는 등 평가항목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복지정책실 산하기관인 ‘서울시복지재단’이 지원하고 있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사업’과 관련해 찾동 방문인력의 근로환경 실태를 구체적으로 현장 점검함으로써 조직진단을 통해 인력배치와 처우조건 등의 적정성 등을 감안한 조속한 개선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중장년층 인생이모작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시립) 50플러스 캠퍼스와 (구립) 50플러스 센터 간의 유기적인 사업시행과 금년 출범한 ‘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민간사회복지단체와의 긴밀한 소통관계 구축 등을 당부했다. 이외에도 ▲ 복지포털 홈페이지의 낮은 인지도에 따른 홍보대책 ▲ 사회복지시설 기능보강 사업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감안한 조속한 차질 없는 사업시행 ▲ 지체장애인과 정신장애인에 대한 통합관리지원체계 구축 ▲ 노숙인에 대한 정신보건서비스 지원 강화 방안 등 다양한 민생 관련 대안이 제시됐다. 보건복지위원회 김혜련 위원장(더불어민주당·서초1)은 총평을 통해 “복지정책실이 보고한 서울시 복지정책에 대해 이해 관계자의 입장에 따라 그 평가의 관점이 다를 수 있지만 서울시민의 복지와 행복을 위한다는 점에서 똑같은 마음일 것”이라면서 “어떤 정책을 추진할 때 조금 더 세심하게 배려하고 챙길 수 있도록 서울시의회가 집행부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고 집행부는 의회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과 대안을 검토하고 반영함으로써 시민을 위한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업무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현대인의 수면 질 향상 위한 슬리포노믹스 산업 각광… IoT와 매트리스가 만나면?

    현대인의 수면 질 향상 위한 슬리포노믹스 산업 각광… IoT와 매트리스가 만나면?

    수면 부족과 불면증,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등 수면 관련 장애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세계적인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백색소음이나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는 제품부터 최신 IT 기술과 접목된 제품까지 ‘꿀잠’을 위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으며, 카페나 영화관에서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낮잠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슬리포노믹스’ 산업이 각광을 받고, 수면을 돕는 기술인 ‘슬립테크(Sleeptech)’가 나날이 발전하면서 국내 수면 관련 시장 규모가 지난 2012년 5천억 원에서 최근 2조 원대를 넘어섰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 국외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서울청년창업사관학교 8기 가을학기를 졸업하고, 성남산업진흥원을 통해 많은 멘토링과 지원을 받고 있는 김유리 대표가 이끄는 ‘해피로테크’가 2019년 신제품을 출시, 이를 적용한 침대를 렌탈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피로테크는 매트리스 장착용 IoT 냉온풍 디바이스인 ‘해피로슬립매니저(SLEEP MANAGER HR-03C)’와 수면 관리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인다. 해피로슬립매니저는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는 매트리스용 기능성 냉온풍 디바이스로, 바람으로 온도 조절이 가능해 온수매트나 전기매트보다 편리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여기에 첨단 기술을 접목, 디바이스와 연동되는 자체 개발 앱을 통해 사용자의 수면 패턴과 개선점을 확인할 수 있으며, 부가적인 기능도 탑재돼 있다. 한방의 훈증(燻蒸) 방식을 이용해 피톤치드 원액이 매트리스 내부를 순환하도록 해 집먼지 진드기를 비롯한 세균 걱정을 덜 수 있고, 생체신호(Vital Sign)를 감지할 수 있는 IoT 기능을 탑재해 고독사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해피로테크 김유리 대표는 “현재까지의 수면 관련 기술이 깨어있을 때의 행동 패턴을 중심으로 연구되어 온 반면, 자사의 과학적 근거에 의한 데이터 수집 및 저장, 분석, 서비스 제공 등 본 기술과 연계된 국제표준 기반의 수면 관련 IoT 헬스케어 특화 플랫폼은 독창적 선도 기술이다”라며 “앞으로 수면 패턴 분석에 따른 건강 예측지표를 기반으로 하는 수면 기술 개발의 국제 표준화를 위해 노력하고, 국민의 건강과 관련 산업의 시장 창출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다양한 전시회에서 제품을 소개할 예정이며, 올 하반기에는 홈쇼핑에 론칭해 더욱 많은 소비자와 만날 예정이다. 현재 전국 서포터즈를 모집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어려운 삶에 희망을 수혈해 드립니다”… 위기가정 구하는 관악구 ‘희망발굴단’

    “어려운 삶에 희망을 수혈해 드립니다”… 위기가정 구하는 관악구 ‘희망발굴단’

    서울 관악구 삼성동에 사는 김모씨는 실직 이후 수개월간 월세를 내지 못하며 생활고로 신음했다. 관악구의 인적 안전망, 희망발굴단이 그의 어려운 상황을 접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서울형 긴급 지원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해 주고 취업 상담으로 일자리도 쥐여 줬다. 희망발굴단에서 삶의 희망을 수혈받은 그는 이제 ‘희망발굴단’의 일원으로 뛰며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한다. 동네 구석구석을 살피며 복지 위기가정을 구해 내는 관악구의 ‘희망발굴단’이 복지 사각지대를 걷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구는 지역 전체에서 주민 1077명으로 구성된 희망발굴단이 올 1월부터 활동해 지난달까지 285가구의 위기가정을 발굴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가운데 55가구는 기초수급, 긴급 지원 등 공적 지원 제도를 연계해 주고 230여 가구에는 민간의 후원금품을 제공하며 이웃들을 살뜰히 돌보고 있다. 희망발굴단은 빈번히 발생하는 가족 단위의 사망 사건과 고독사를 막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복지 통장,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자원봉사 상담가 등 지역 사정에 밝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모임이다. 희망발굴단은 지역을 다니며 위기가정을 발견하면 구청 공식 복지 채널인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함께해요, 복지톡’으로 실시간 복지 담당 공무원에게 알린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고독사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은 마을 공동체 회복”이라며 “위기가정 발굴에 적극 나서 주시는 ‘희망발굴단’ 주민들께 감사드리며 ‘더불어 행복한 공동체’ 실현을 위해 구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고독한 백기사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고독한 백기사

    바로크 시대는 16세기에 시작해 18세기까지 계속된다. 절정기는 1650년쯤이다. 바로크는 르네상스처럼 인간을 이상화하지 않는다. 인간을 있는 그대로, 원죄로 인해 일그러진(‘바로크’한) 존재로 그린다. ‘바로크’는 포르투갈어의 바호쿠(barrocoㆍ비뚤어진 모양의 진주)에서 왔다. ‘거칠고 조야하다’는 뜻이다. 바로크의 특징은 사상과 감정의 영역 안에서 작용하는 두 자극(磁極)으로 표현할 수 있다. 대립과 극단 속에서 회의하고 고뇌하는 모습이다. 무가치한 존재라는 자기 비하와 새롭게 얻은 막강한 힘에 대한 자부심, 두 극단을 오르내린다. 조울증과 흡사하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져왔는가? 유럽인들이 근대 초기에 겪었던 낯선 경험 때문이다. 바로크 양식을 등장시킨 폭발력은 부분적으로는 ‘우주적’이었고, 부분적으로는 ‘사회적’이었다. ‘우주적’인 폭발력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제공했다. 지구 중심적인 천동설의 우주관에서 누리던 편안함은 사라지고, 광대무변한 우주 속의 먼지처럼 보잘것없는 고독한 인간이라는 개념이 자리잡았다. 그와 더불어 새로운 과학을 통해 얻어진 막강한 힘에 대한 의식이 고개를 쳐들었다. 인간은 자연법칙을 인식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지배력을 확장할 수 있었다. 이처럼 바로크는 무기력과 막강함의 양극적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그 폭발력은 또한 ‘사회적’인 것이었다. 화약과 대포의 등장으로 봉건 영주들은 더이상 돌로 쌓은 성벽 안에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지역적 권력과 자부심을 든든히 지켜 주던 보루가 힘없이 무너진 후, 새로이 등장한 막강한 중앙집권적인 왕권 앞에서 철저한 무력감이 귀족들을 사로잡았다. 고독과 소외와 절망이라는 새로운 느낌이 엄습했다. 귀족계급의 몰락과 더불어 강력한 왕권을 배경으로 국민적 군주국가가 성립했다. 바로크 양식은 그러한 심각한 양극성을 바탕으로 등장했다. 국왕의 막강한 권력과 몰락한 귀족의 무기력, 이 두 경험이 바로크 시대 유럽인들이 주변 세계에 대해 보인 새로운 반응의 핵심이었다. 담장 위에 엎드린 백구는 몰락한 백기사다. 뭇 행인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성벽 안에서 누리던 독립성을 잃고 소외와 절망에 빠진 채 ‘바로크적 고독’에 신음하는 봉건귀족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