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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민아의 일상공감] 자주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배민아의 일상공감] 자주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시작은 그저 말동무였다. 처음 나 홀로 여행에 나선 여자와 배낭여행 고수였던 남자가 낯선 외국의 한 도시에서 만났다. 어색하고 소심하게 셀프 인증샷을 찍던 여자에게 사진을 찍어 주겠노라 다가간 남자, 그리고 카메라를 주고받으며 나눈 몇 마디 대화에서 남자는 여자가 여행 숙맥이란 걸 단번에 눈치챈다. 쭈뼛거리는 대답이며 애써 대범한 척하지만 경계심 가득한 눈빛, 여행 고수인 양 차려 입은 어색한 옷 품새는 오히려 불안해 보였다. 호기로운 마음과 달리 여행 초반부터 두려움에 움츠러들었던 여자는 낯선 이 도시를 잘 알고 있는 남자에게 함께 동행해도 될는지 묻는다. 이후 둘은 시내버스로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밥도 먹고 거리의 뒷골목을 누볐다. 그렇게 길동무가 된 둘은 귀국 후에 간간이 만나 여행의 뒷이야기를 나누는 말동무가 됐다. 서로의 잉여 시간을 이용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며 애써 개인적인 신상은 묻지 않는 블라인드 친구였다. 다행히 서로의 이상형이 아니라 편안했고,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안도감에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속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마음의 해우소가 돼 주었다. 그렇게 사계절을 함께 보낸 둘은 결혼을 했다. 자주 만나며 쌓은 익숙함과 친밀감이 처음의 비호감을 애정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반복해서 자주 보게 되면 친밀감이 생기고, 이 친숙한 느낌은 상대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켜 선호 또는 애정의 상태로 바꾸어 놓는다. 이런 감정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잠재의식으로 형성되는데, 심리학에서는 ‘에펠탑 효과’로 설명된다.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맞아 철탑으로 건립한 에펠탑을 천박하고 흉물스럽다며 반발하자 프랑스 정부는 20년 뒤 철거를 약속한다. 그러나 파리 시내 어디에서나 눈만 돌리면 보이는 이 철근 구조물에 차차 익숙해진 시민들은 오히려 철거 반대 시위를 벌였고, 에펠탑은 파리의 상징이 됐다. 자주 볼수록 좋아지고, 익숙하면 예쁘게 보이며 사랑스러워지는 것이다. 인기가 많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외모나 능력, 성격과 재능 면에서 특출한 장점이 돋보인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호감을 느끼는 사람은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내 가까이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이다. ‘멋진 배우 아무개보다 내 남자, 내 여자가 더 좋다’는 말도 그런 점에서 통한다. 처음 한두 번은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만 자주, 가까이 보다 보면 상대의 내적 매력을 발견하고 그것의 가치를 알게 되니 외모와 상관없이 예쁘고 사랑스러워지는 것이다. 부부나 연인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다. 요즘은 직접 만나지 않아도 손안의 스마트 세상에서 친구의 일상을 곁눈질 할 수 있고, 그들의 생각과 사상까지 엿볼 수 있으니 굳이 만나야 할 동기와 의지가 줄어든다. 늘어가는 SNS 친구와 팔로어들 속에서 과거와는 견줄 수 없을 만큼 관계의 폭이 넓어졌지만 현대인의 외로움과 고독은 더욱 커져 간다. 오히려 온라인에서의 화려한 교류가 상대적 박탈감, 오해와 갈등, 자기비하에 빠지게도 한다. 벌써 올해도 두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문득 SNS 친구 목록을 펼쳐 보니 일 년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태반이고, 고작 한두 번이 많이 만난 경우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좋아요’와 ‘공감’으로 소통하는 것과 더불어 시간이 주어지는 대로 직접 만나 상대방의 호흡을 느끼고 눈빛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자. 습관처럼 ‘한 번 보자’ 하며 미뤄 왔다면 지금 당장 숙제하는 마음으로 만나자. 한 해가 가기 전에 그래도 한 번은 만나야 하지 않겠는가. 직접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애써 왔던 지난 시간을 부둥켜안아 주자. 평생 가까이 하고픈 지인들, 더 자주 만나자. 자주 보아야 예쁘고 사랑스럽다. 나도, 너도 그렇다.
  • 손 안 닿는 곳까지 ‘스마트 복지’… 가족친화도시 양천은 진화중

    손 안 닿는 곳까지 ‘스마트 복지’… 가족친화도시 양천은 진화중

    서울 양천구는 ‘강남 3구’ 다음으로 보수 색채가 강한 곳이면서도 ‘복지도시’로 정평이 났다. 서울시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보다 1년 앞서 양천구 18개 동 전체에 방문복지팀과 평생건강센터를 설치해 ‘양천형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기반을 구축했고 고독사 위험이 높은 1인 가구 남성을 지원하는 ‘나비남 프로젝트’를 전국 최초로 실시한 데 이어 조만간 80세 이상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백세건강돌봄’ 사업도 시작한다. 이 같은 복지 서비스의 중심에는 집안 살림을 살뜰히 챙기듯 적극적인 행정을 중시하는 양천구 최초의 재선 구청장인 김수영 구청장이 있다. 김 구청장은 민선 7기 들어 복지 서비스 강화의 연장 선상에서 스마트시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복지는 물론 교통·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활체감형 서비스를 대폭 강화해 주민 행정 만족도를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지난 10일 양천구청 5층 집무실에서 그를 만나 2022년 완성 계획으로 추진 중인 양천의 생활체감형 스마트시티 사업에 대해 들었다.-민선 7기의 핵심 사업으로 스마트시티에 주목한 이유는. “한정된 자원(인력)으로 행정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려면 첨단기술의 힘을 빌려 자원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민선 6기 때는 인력을 충원하고 발품을 팔면서 찾아가는 복지로 평가를 받았다면 민선 7기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가진 첨단기술을 활용해 복지를 넘어 생활 각 분야에서 행정 만족도를 높이려고 한다. 한정된 인력 조건에서 첨단 기술의 힘을 빌려 행정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스마트시티가 복지를 포함해 생활 속에서 어떤 식으로 구현돼 행정 만족도를 높이나. “당장 어르신 고독사를 막을 수 있다. 어르신댁 TV·라디오 같은 가전제품과 전열기에 스마트플러그 IoT 센서를 설치, 일정 시간 전력 사용량이 없으면 잘 계신지 전화나 방문을 통해 확인하는 식이다.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주차도 실시간으로 방지할 수 있다. 다른 생활 측면에서도 행정 서비스 만족도를 높인다. 공원과 녹지가 많은 양천구에는 어둠을 밝히는 보안등이 약 7330개가 설치돼 있다. 직원이 수시로 점검하지만 고장 난 등을 본 주민에게는 행정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IoT 기술을 적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구청 관리부서에서 실시간 보안등 상태를 점검해 고장 난 등을 즉각 수리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스마트시티는 복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교통·방범·방재·에너지·환경 분야로 확대한다. 경찰서·소방서·재난센터 등 유관기관들이 U양천통합관제센터의 폐쇄회로(CC)TV 2655대의 영상을 공유, 위급상황 발생 때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통합연계시스템을 구축하겠다. 우선 지난해 소방서와 구청 간 연계시스템을 구축했는데 그 결과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은 현장 상황, 위험시설물 설치 현황, 교통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최단시간에 현장에 도착해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만족도가 높다. 경찰과 연계하면 경찰관은 현장 주변 영상과 용의자 도주 경로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 범인을 신속하게 검거할 수 있다. 지금은 경찰이 요구해야 사후에 CCTV 영상을 볼 수 있는데 이를 모든 기관이 실시간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다.”-스마트시티 사업 구축 시간표는. “민선 7기가 출범한 지난 7월 스마트시티 전담 조직을 만들었고 이 같은 방침은 서울시의 스마트시티 구축 방향과 맞물려 지난해 서울시 스마트시티 특구지정된 데 이어 지난 8월 국토교통부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 기반 구축 공모사업에도 선정됐다. 거대한 사이즈보다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편리한 변화를 체감해 나가는 방향으로 2022년까지 스마트시티의 기반을 완성하겠다.” -스마트시티 조성과 함께 민선 7기 주요 정책으로 가족친화도시 조성을 꼽는데. “양천의 복지 비전은 가족친화도시다. 가족친화도시는 여성친화도시, 아동친화도시, 고령친화도시를 지향한다. 올해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는데 아이들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린이 놀이터를 온전히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되도록 하면서도 또래와 놀며 창의력을 키워 가는 또래 창의놀이터로 바꿔 나가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스스로 주체가 돼 주변 환경을 이용한 놀이를 학습하고 또래와의 교류로 창의력을 키워 나갈 수 있는 공간으로 동마다 조성하는 일을 역점적으로 추진 중이다. 2022년까지 18개 동에 창의놀이터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8개가 신규 혹은 리모델링을 거쳐 새롭게 탄생한다. 날씨, 미세먼지 등에 영향받지 않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실내놀이터도 만들고 있으며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 문을 연 양천공원 실내놀이터인 ‘키지트’는 조성 1년여 만에 해외에서도 배우러 오는 벤치마킹 대상이 됐을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앞서 민선 6기 때 여성친화도시 여성가족부 인증(2017년 12월)을 받았고 지난해 12월 고령친화도시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네트워크에 가입했다.” -그간 내놓은 가족친화도시의 대표 정책을 꼽는다면. “2017년 2월 50~64세 독거 남성들의 복지 사각을 챙기는 나비남 프로젝트를 전국 최초로 시행했다.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하기가 어려운 사회구조는 50대(50~64세) 독거남들을 자살이나 병사 등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들이 사회와 지속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또 지난 1월부터 서울시 자치구 중 최초로 고령자가 운전면허를 자진해서 반납할 경우 10만원이 충전된 선불교통카드를 지급하고 있다. 6월 말 현재 이미 1000명 넘게 신청을 했다. 진행 주현진 부장 jhj@seoul.co.kr 정리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이대 총학생회장 출신 盧정부 때 ‘복지’ 눈떠 보수 텃밭에서 첫 재선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단아한 외모에 부드러운 말투로 처음 만나면 언뜻 내조형으로만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남편 이제학 전 양천구청장의 중도 사퇴로 치러진 재선거에 출마하면서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했기에 한때 그를 남편을 대신해 선거에 나온 사람으로만 단순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파괴력 있는 대중연설을 듣고 나면 이대 총학생회장 시절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세 차례 감옥까지 갔다온 정당 출신의 준비된 여성 정치인이란 소개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김 구청장은 양천구 30년 사상 첫 재선 구청장이다. ‘강남 3구’ 다음으로 보수색이 강한 양천에서 민주당 구청장 후보가 60% 넘는 지지를 받은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어릴 때는 문학평론가가 되고 싶어 국문과에 진학했으나 대학 시절에는 학생운동에 매진했다. 먼저 제도 정치권에 들어간 선배들을 따라 자연스럽게 진로가 정해졌다. 당에서 여성국장을 맡았으며 열린우리당 때 정당에서 처음으로 여성리더십센터를 만들었다. 노무현 정부 때 여성가족부 여성희망일터지원본부장으로 일하면서 정치를 제대로 하려면 복지 정책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사회복지학으로 박사까지 받았다. 덕분에 민선 6기 양천구청장 취임 이후 각종 생활친화적 복지 정책을 많이 내놨다. 당시 서울시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보다 1년 앞서 ‘양천형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를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민선 7기인 지난해 12월에는 고령운전자가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면 선불교통카드 10만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서울시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서강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남편 이 전 구청장과는 학생운동을 하다 만났다. 사이에 1남을 두고 있다. ■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 ▲서울 출생(1964)▲서울 금란여고, 이화여대 국문학과 졸업(1988)▲이화여대 총학생회 회장▲서강대 사회복지정책 석사(2005) ▲열린우리당 여성국장(2004~2006) ▲숭실대 사회복지행정 박사(2012)▲여성가족부 여성희망일터지원본부 본부장(2006~2008)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2012~2014)▲열린우리당 여성리더십센터 부소장(2014) ▲민선 6·7기 양천구청장(2014~현재)▲서울시구청장협의회 서남권 부회장(2017~현재)▲더불어민주당 여성기초단체장협의회 회장(현재)▲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현재)
  • 만 65세 이상 저소득 노인들도 맞춤형 돌봄서비스 받는다

    만 65세 이상 저소득 노인들도 맞춤형 돌봄서비스 받는다

    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독거노인 대상 고령 부부 가구·조손 가구도 새로 편입 중복 지원 안 되는 6개 서비스 통합·개편 일반·중점돌봄군 등 5개 부문 분류 관리등급에 미달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도 내년부터 가사 지원, 안부 확인, 병원 동행 등 다양한 서비스가 맞춤형으로 제공된다. 독거노인뿐만 아니라 고령의 부부 가구, 조손 가구도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다만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또는 기초연금을 받는 저소득 노인이고 혼자선 일상생활이 어려운 처지여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기존의 6개 노인돌봄서비스를 통합·개편해 내년 1월부터 개별 노인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 맞춤 돌봄서비스’를 시작한다고 10일 밝혔다. 그동안은 노인돌봄사업이 여기저기 흩어져 신청 자체가 어려웠다. 게다가 중복 지원이 안 돼 안부 확인과 후원 연계를 해 주는 돌봄기본서비스를 이용하던 독거노인이 무릎을 다쳐 가사 지원까지 받으려면 기존의 서비스를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서비스 제공기관의 생활관리사가 노인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승인을 받아 안부 확인, 후원 연계, 가사 지원을 모두 받을 수 있게 해 준다. 더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안심서비스군(독거노인 등 안전 취약자) ▲일반돌봄군(사회·정신 취약자, 월 16시간 미만 서비스) ▲중점돌봄군(신체 취약자, 월 16시간 이상 서비스) ▲특화사업대상군(우울·은둔형 노인) ▲사후관리군(장기요양 진입자)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최근 무릎 통증이 심해져 경로당에 나가기 어렵고 고독사 불안감이 부쩍 커진 노인은 일반돌봄군으로 분류돼 주기적인 안부 확인 서비스를 받게 된다. 건망증이 심해져 치매 우려가 있는 데다 생계도 어려운 노인은 중점돌봄군으로 분류돼 가사 지원, 인지활동 지원, 생활용품 지원 등을 받게 된다. 노인의 안전을 위해 최신 기술도 도입한다. 독거노인의 집에 활동감지센서와 응급호출기, 태블릿PC 등을 추가로 설치해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담당 생활관리사에게 즉각 연락이 가도록 했다. 독거노인이 아니어서 돌봄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고령 부부 노인도 새로 서비스 대상에 편입돼 걱정을 덜게 됐다. 저소득이며 일상생활이 어렵고, 동거가족 또한 거동이 어렵거나 미성년이어서 노인을 보살피기 어려울 경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복지부는 밝혔다. 서비스 제공 대상 여부는 지자체가 판단한다. 정부는 노인돌봄사업 대상자를 현재 35만명에서 45만명으로 확대하기 위해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사업비 3728억원을 책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1인 가구 고독사 없는 금천… 스마트플러그 서비스 시행

    서울 금천구가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고독사 예방사업을 확대 실시한다. 금천구는 이달부터 ‘1인 가구 고독사 예방 스마트플러그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9일 밝혔다. 스마트플러그 서비스는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가전제품의 전력사용량과 조도센서 데이터를 융합·분석해 대상자의 생활 패턴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다. 일정 기간 이상 사용량이 사라지는 등 이상 상태가 감지되면 동 복지플래너에 문자메시지가 발송된다. 이를 확인한 복지플래너가 전화하거나 방문해 안부를 확인한다. 금천구는 각 동 복지플래너로부터 추천받은 40대 이상 고위험군 1인 가구 500가구에 스마트플러그를 설치해 이달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복지대상자 중 1인 가구는 1만 5794가구로, 이 중 고위험군 1인 가구가 4070가구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고독사 현황을 보면 전체 48명 중 약 68.8%인 33명이 40~6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그동안 65세 이상 홀몸노인 가구에 집중했던 사물인터넷(IoT) 고독사 예방사업 대상을 40~60대 중장년층 1인 가구로까지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또 기존의 전력사용량 모니터링 스마트플러그보다 기능이 향상된 모델인 조도와 전력사용량 두 가지 데이터를 교차로 모니터링하는 스마트플러그를 도입했다. 향후 서비스 효과를 분석해 사업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80세 스페인 유명화가 독거사…굶주린 반려견들 시신 훼손

    80세 스페인 유명화가 독거사…굶주린 반려견들 시신 훼손

    외로움을 벗삼아 작품 활동을 해온 스페인의 유명 화가가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돼 스페인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시신을 훼손한 것은 주인이 사망하자 굶주린 화가의 반려견들이었다. 비참한 최후를 맞은 화가는 '갈리시아의 피카소'라는 애칭으로 더 알려져 있는 라바호 그란디오(80). 8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갈리시아 필롤에 있는 자택에서 사망한 그를 발견했다. 발견된 당시 그의 모습은 참혹했다. 바닥에 쓰러진 시신은 곳곳에 개가 물어뜯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현지 일간 라보스데갈리시아는 "개가 시신을 뜯어먹으면서 한쪽 팔이 완전히 뜯겨나간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그가 반려견들의 공격을 받아 사망한 것 같진 않다"며 "주인이 사망한 후 개들이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시신을 먹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검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경찰은 심장마비를 유력한 사인으로 보고 있다. 그란디오의 독거사는 한 택시기사의 신고로 세상에 알려졌다. 매일 그란디오를 인근 마을까지 데려다주곤 했다는 이 택시기사는 보름 가까이 그가 보이지 않자 경찰에 확인을 요청했다. 혼자 사는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면서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그란디오의 자택을 찾아 벨을 눌렀지만 안에선 대답이 없었다. 강제로 대문을 열고 들어간 경찰은 훼손된 상태로 누워 있는 그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개들이 시신을 훼손하는 바람에) 시신은 피로 범벅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란디오는 고립된 생활을 하며 예술활동을 했다. 주변과의 교류가 거의 없어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었다. 택시기사가 아니었다면 그의 고독사는 훨씬 뒤늦게 알려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편 필롤의 시장 호세 앙헬 산토스는 성명을 내고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산토스 시장은 "오늘은 우리 모두에게 매우 슬픈 날"이라며 "정확한 사인을 밝혀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안전 지키는 AI의 ‘눈’… SF기술이 양천 속으로

    안전 지키는 AI의 ‘눈’… SF기술이 양천 속으로

    어린이집 근처 ‘AI 자동선별 CCTV’ 범죄자 알려주는 시스템 상용화 기대 전력 사용 확인… 노인 고독사 예방 등 생활 밀접 분야 중심 인프라 조성 추진어린이집 폐쇄회로(CC)TV에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40대 남성이 포착됐다. CCTV통합관제센터와 어린이집 컴퓨터 화면에 ‘유괴전과자’라는 경고 문구가 떴다. 센터에선 곧장 인근 경찰서에 아동 신변 보호 요청을 했다. 공상과학영화가 아니다. 머잖아 ‘서울시 스마트시티 특구’인 양천구에 구축될 스마트시티 모습이다. 지난 1일 오후 양천구 신월3동주민센터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시험 행사에서 소개된 ‘강력범죄자 인공지능(AI) 자동선별 CCTV’로, 범죄자 얼굴 데이터베이스를 내장한 CCTV로 범죄자를 알려 주는 시스템이다. 행사에 참여한 엄마들은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기술”이라며 “주민이 실생활에서 체감하고, 주민 삶과 직결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스마트시티라는 걸 처음 알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수영 양천구청장도 참석, 직접 얼굴 사진을 찍고 컴퓨터에 저장한 뒤 ‘강력범죄자 AI 자동선별 CCTV’를 시험했다. 김 구청장의 얼굴이 CCTV에 찍히자 컴퓨터 화면에 ‘일치’라는 문구가 떴다. 김 구청장은 “상용화된다면 아동 관련 범죄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선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설치된 사물인터넷(IoT) 센서와 CCTV로 진입 차량의 주차 가능 여부를 판별하고 주차가 불가능한 차량이 들어오면 경고 방송을 하는 ‘장애인 주차구역 지킴이’, 날씨·운세 같은 정보를 제공하고 간단하게 얘길 주고받을 수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 CCTV통합관제센터에서 실시간 고장 여부를 파악해 수리·교체하는 ‘스마트 보안등’, 전력사용량을 점검해 어르신 고독사를 예방하는 ‘스마트 플러그’, 전력사용량과 예상 요금을 실시간 확인하고 직전 요금과 비교해 효율적인 전력 사용과 절약을 도와주는 ‘한전 파워플래너’ 등도 선보였다. 김 구청장은 이후 이들 기술이 활용되거나 적용될 공영주차장, 한의원, 홀몸어르신 가정 등도 찾아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는지를 점검했다. 한전 파워플래너를 설치한 한의사는 “여름·겨울철 전기를 쓰면서 요금 때문에 불안하곤 했는데, 실시간 수치를 확인하면서 사용량을 조절할 수 있어 아주 유용하다”고 했다. 구는 민선 7기 핵심 비전 중 하나로 ‘스마트시티를 통한 미래도시 조성’을 정했다. 전담부서인 스마트도시팀을 신설, 다양한 스마트시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주민 생활과 밀접한 복지·환경·안전 분야를 중심으로 스마트시티 구축 사업을 하고 있다”며 “주민체감형 스마트시티 선도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50대 이상 한국인, 어려울 때 도와줄 ‘사회적 관계망’ OECD 최하위

    50대 이상 한국인, 어려울 때 도와줄 ‘사회적 관계망’ OECD 최하위

    “노인들 일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 사회 교류 늘려야”50세 이상 한국 장노년층의 ‘사회적 관계망’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부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 관계망은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밀한 관계를 의미한다. 2일 노인의 날을 앞두고 지난달 말 통계청 산하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고령화와 노년의 경제·사회활동 참여’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상 한국인의 사회적 관계망 보유 비중은 60.9%로 OECD에서 조사한 33개 국가 가운데 가장 낮았다. 사회적 관계망을 보유한 OECD 국가 고령층 평균은 87.1%로 한국보다 26.2%포인트 높았다. 사회적 관계망 비중 조사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친지나 가족, 이웃과 친구가 있는지를 측정한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사회적 관계망 비중이 50세 이후 고령층으로 진입하면 다른 연령대보다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시내 연구원은 이에 대해 “한국은 65세 이상이 되면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을 모두 하지 않는 ‘비활동인구’가 56.6%에 달해 사회적 관계망 형성이 매우 취약해진다”고 설명했다.고령층의 사회적 관계망 보유율이 높은 국가로는 아일랜드(96.3%), 영국(93.8%) 등이 있다. 미국(91.5%)과 일본(88.6%)도 OECD 평균보다 높았다. 박 연구원은 “사회적 관계망이 개인의 삶에 대한 만족도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리니바스 타타(55)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ESCAP) 사회개발국장은 이날 제4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노인 인권 콘퍼런스 발표하기 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인들은 고독할 때 정신 건강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심리적으로 지지를 해줄 수 있는 사회적 교류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인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 사회에 필요한 재원으로 느낄 수 있도록 정책이 만들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내의 맛’ 함소원♥진화, 둘째 준비 건강검진 “폐경 걱정→눈물”

    ‘아내의 맛’ 함소원♥진화, 둘째 준비 건강검진 “폐경 걱정→눈물”

    “함진 부부 건강에 적신호 켜졌다!” TV CHOSUN ‘아내의 맛’ 함소원(44) 진화(26) 부부가 둘째 준비에 돌입을 위해 받았던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게 됐다. 지난달 24일 방송된 TV CHOSUN 예능 프로그램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 65회에서 함소원, 진화는 시터 이모님을 두고 삼각 육아 대전을 펼쳤다. 진화는 자신의 확고한 육아 방식을 베테랑 시터 이모님께 사사건건 설명했고, 이에 시터 이모님은 섭섭함이 늘어나 함소원에게 그만두고 싶다고 마음을 털어놓게 됐다. 함소원은 일단 시터 이모님께 항상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며 기분을 풀어드렸고, 진화에게는 좋은 시터 이모님을 만난 건 우리 부부에게 행운이라고 차분하게 설득, 삼각 육아 대전을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이와 관련 1일(오늘) 방송되는 ‘아내의 맛’ 66회에서는 함진 부부가 ‘건강검진 데이’를 맞이해 불안과 애틋함이 넘나드는 감정 줄타기를 겪는 모습이 펼쳐진다. 둘째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 전, 지난해 내시경을 받았던 함소원과 달리 진화는 올해 내시경을 받아야 했던 상황. 독박 내시경에 처한 진화는 아침 일찍부터 홀로 내시경 약을 마시는 고독한 싸움을 벌인 후 함소원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결국 병원으로 가는 도중 화장실 신호가 오기 시작한 진화가 함소원에게 “제발 운전 천천히 해”라며 힘듦을 호소한 것. 안절부절못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연 두 사람이 병원으로 가는 도중 어떤 웃픈 해프닝이 벌어졌을지 궁금증을 모으고 있다. 더욱이 이후 병원에 도착한 함소원은 진화의 건강검진 결과가 안 좋을까 조마조마함을 감추지 못한 반면, 진화는 20시간 공복에 그저 지친 내색을 비추는 극과 극 모습을 보였다. 폐경을 걱정하며 갱년기에 접어든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함소원과 사춘기를 겪고 있는 듯한 남편 진화의 둘째 준비를 위한 좌충우돌 건강검진이 시작된 것. 그런가 하면 수면 내시경 후 회복실로 돌아온, 진화 곁으로 간 함소원은 곤히 잠든 진화를 한동안 빤히 쳐다보다가 많은 생각이 드는 듯 갑자기 폭풍 눈물을 흘려 주위를 놀라게 했다. 뿐만 아니라 그 뒤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검진 결과를 듣던 함소원 낯빛에 어둠이 짙게 내려 위기감을 높인 것.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듯한 함진 부부의 건강검진 결과는 어떨지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제작진은 “결혼의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요즘, 둘째를 갖기 위해 노력 중인 함진 부부를 보면서 공감하는 부부가 많을 것”이라며 “함진 부부가 과연 둘째 갖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함께 응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TV CHOSUN 예능 프로그램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은 매주 화요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평화 위해 헌신했던 교황, 그의 사목이 싹튼 곳

    평화 위해 헌신했던 교황, 그의 사목이 싹튼 곳

    종교는 유사 이래로 통치체제와 민중의 삶을 관통하며 변천해 왔고 여전히 변화한다. 그래서 종교 건축물은 당대 신앙과 삶을 압축한 상징으로 통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지난 21~29일 폴란드, 오스트리아, 체코 등 동유럽 3개국의 천주교 문화유산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순례에 동참한 김성호 선임기자가 인상기를 싣는다.동유럽의 천주교는 사회주의의 격랑에 요동친 역사를 갖는다. 혼돈 속에서도 폴란드는 전 국민의 97%가 천주교 신자인 동유럽 최대의 천주교 국가다. 여기서 탄생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신앙, 삶에서 변함없이 추앙받는 최고 영적 지도자다. 순례도 요한 바오로 2세로부터 시작했다. 크라쿠프에 짐을 푼 순례단이 버스에 몸을 맡겨 1시간여 만에 다다른 곳은 교황이 태어나 18세까지 살았던 바도비체의 중앙광장. 초입에 나란히 성모마리아 성당(1470년 축성)과 요한 바오로 2세 생가 박물관이 놓였다. 성당 앞 무릎 꿇은 신자들의 얼굴에서 동유럽 최대의 천주교 나라를 실감한다. 사제의 묵직한 음성을 500여명 신자들은 고개 숙여 귀 기울였다. 중앙제대 왼쪽에 요한 바오로 2세가 유아세례를 받은 것을 기념한 경당이 눈에 든다. 9살 때 청년 성체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옆 광장에서 뛰어놀던 요한 바오로 2세, 아니 카를 보이티와는 여기서 무슨 생각을 하며 하느님을 만났을까. 9살 때 어머니, 12살 때 형과 사별한 카를 보이티와는 군 출신 아버지와 고독한 유년기를 보낸 뒤 세계 최연소 주교(38세)와 최연소 추기경(47세) 서임을 받고 455년 만에 첫 비이탈리아 출신 교황에 등극했다. 다난한 삶에서 길어 올린 사랑과 배려의 사목은 이곳에서 싹텄을 것이다.교황이 즉위 후 첫 방문지, 선종 전 마지막 방문지로 택한 곳도 이곳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폴란드 민주화의 물꼬를 튼 인물이기도 하다. 폴란드가 구 소련 붕괴 후 가장 먼저 체제 전환을 한 이듬해(1990년) 요한 바오로 2세는 고국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당신들은 이제 자유를 얻었습니다. 자유를 어떻게 쓸 것인지는 당신들의 선택입니다.” 지상 2층, 지하 1층의 생가 박물관엔 요한 바오로 2세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어린 시절 앉아서 줄곧 바로 앞 성당 벽면의 해시계 그림자를 바라보며 영성을 키웠다는 2층의 식탁 위 문구가 눈길을 모은다. “시간은 흐르나 영원함이 기다리고 있다.” 속 깊은 울림을 되뇌며 걷자니 교황이 방문지마다 챙겨 온 흙을 유리함에 모아 놓은 공간이 눈에 든다. 104개국 흙 가운데 한국의 흙 상자만 삐딱하다. 분단국의 올바른 정의와 평화를 기원하는 교황의 뜻을 담았다는 사제의 설명이 예사롭지 않다. 바도비체를 떠나 폴란드 호국의 상징이자 모후로 불리는 검은 성모마리아(블랙 마돈나)로 유명한 쳉스트호바 야스나고라 바오로수도원을 찾았다. 2㎞ 길이의 ‘성모의 길’을 걸어 정상에서 마주한 수도원 규모에 숨이 멎는다. 성모 마리아를 지키기 위해 폴란드로 들어온 은수자회가 세운 수도원. 순례객들의 눈길은 단연 수도원 앞쪽의 목조 성당에 봉헌된 블랙 마돈나에 집중된다. “성모님의 심장에 우리 민족의 심장이 같이 뛴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첫 고국 미사 중 남긴 문구엔 절절한 사연이 있다. 17세기 중반 스웨덴이 폴란드를 점령하기 위해 야스나고라를 침략했지만 무위로 끝났고 나라 보전의 힘이 바로 블랙 마돈나였다고 폴란드인들은 믿는다. 폴란드 마지막 순례처인 와기에브니키 ‘자비의 성모 수녀원’ 가는 길에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들렀다. 다른 수감자를 대신해 희생된 마리아 콜베 신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아내와 자식들이 있어 죽기 싫다”는 수감자를 대신해 독극물 주사를 맞고 시신이 소각된 콜베 신부는 1982년 성인 반열에 올랐다. 아우슈비츠에서 다른 수용자를 위해 죽겠다고 나선 이는 콜베 신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자비의 성모 수녀원은 환시로 나타난 예수의 계시를 실천한 마리아 파우스티나 코발스카 성녀가 생활했고 선종한 신비의 터다. 1931년 한 손으로는 성심(심장) 근처를 움켜쥐고 다른 손은 강복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환시한 파우스티나 수녀는 성심에 대한 공경을 전하라는 예수의 임무를 받아 상본으로 남겼고 그 신심은 천주교계에서 ‘하느님의 자비’로 통한다. 천주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지정한 이듬해부터 어김없이 이를 지키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기 상처받은 사람들의 구심점이기도 했던 이 수도원의 한 수녀는 파우스티나 수녀를 “가장 소박하면서도 은혜로운 절차를 받은 사도”라고 불렀다. 글 사진 크라쿠프·쳉스트호바·와기에브니키 kimus@seoul.co.kr
  • [자치광장] 이웃이 서로 돌보는 사회/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자치광장] 이웃이 서로 돌보는 사회/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우리나라 1인 가구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7~2047년 장래가구 특별추계’에 따르면 약 30년 후인 2047년에는 혼자 사는 1인 가구 비중이 37.3%로 크게 늘어난다고 한다. 반면 전형적인 가족형태였던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가구 비중은 16.3%로 5가구 중 1가구에도 못 미치게 된다.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추세 속에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사회적 돌봄’이다. 가족 간 끈이 느슨해지고, 아파트 문화로 이웃과의 교류가 줄어들어 1인 가구 고독감이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으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알더라도 무관심하게 지나치게 되면서 우리 사회는 삭막함이 고조돼 가고 있다. 이처럼 홀로 사는 이들의 외로운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 위해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정서적 지원이 재조명되고 있다. 연대성과 소속감, 상호신뢰 등 공동체적 가치를 통해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먼 친척보다 이웃사촌이 낫다’는 말이 있듯, 가까이 살고 있는 이웃들은 소외된 이들에게 누구보다 자연스럽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힘이 있다. 이에 성동구에선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을 중심으로 ‘주주돌보미’를 구성, 주민이 주민을 돌보고 있다. 이들은 집 안에만 있는 은둔형 주민부터 중장년 1인 가구, 독거어르신까지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 취약계층과 일 대 일 결연을 맺고 개인 돌보미가 돼 주고 있다. 처음엔 주주돌보미가 방문해도 문을 굳게 잠그고 냉담하게 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매일 안부를 확인하고 밑반찬과 도시락 등을 전해 주며 문을 두드리자 얼음장 같던 마음이 녹기 시작했다. 이젠 사소한 일상까지 전화로 공유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됐다. 중장년 주민들은 텃밭에서 기른 채소를 곁들여 삼겹살을 함께 먹기도 하면서 친구처럼 친근하게 지내기도 한다. 지역 사회 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공 정책과 더불어 지역 주민 참여가 필요하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인식하고 주민들이 스스로 이웃을 돌보고 살필 때, 비로소 소외된 이들도 통합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하나 된 지역 사회가 될 것이다.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담긴 따뜻한 돌봄을 통해 오늘날 무색해진 이웃사촌 문화가 다시금 되살아나길 바란다.
  • 김달진문학상 시상…곽효환 시인·김문주 평론가

    김달진문학상 시상…곽효환 시인·김문주 평론가

    “김달진 선생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문학상을 수상하게 돼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곽효환 시인) “선생의 이름으로 주어진 상 앞에서 저의 비평의 길을 다시 생각합니다. 제 안에서 오랫동안 수런거렸던 생각들이 좀 더 깊어지고 무르익어서 앞으로 몇 편의 글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김문주 문학평론가) 올해 김달진문학상 수상자 곽효환(52·왼쪽) 시인과 김문주(50·오른쪽) 문학평론가가 이번 상을 계기로 작품 활동에 더 힘쓰겠다고 28일 열린 시상식에서 밝혔다. 수상자는 지난 5월 30일 결정됐으며, 시상식은 이날 경남 창원 진해문화센터에서 열렸다. 곽 시인은 시집 ‘너는’으로 수상자가 됐다. 그는 “지난해 늦가을 새 시집을 내고서도 예외 없이 길을 잃었고 방황하며 세상공부를 다시 하고 있던 참에 김달진문학상 수상 소식을 받았다. 길을 잃은 자에게 상이라니 난감하고 또 과분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수상으로 잠시 길을 잃은 제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전기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김달진 시인에 관해 “그의 시 ‘샘물‘에서 보듯 우주 안의 작은 존재인 자신을 광대한 사변적 사상적 차원으로 전이시키는 간결하고 맑은 정신주의의 구도자로 제 머리에 각인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달진 선생의 시 ‘용정’을 들어 “깊은 고독과 슬픔에 잠긴 눈으로 간난의 역경에 처한 ‘흰 옷 입은 사람들’의 수난사를 응시한 시인으로 제 가슴에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평론집 ‘낯섦과 환대’로 상을 받은 김문주 문학평론가는 “수상 소감을 정리하는 자리에서 비로소 문학에 관심을 두고 지나온 경로를, 나의 문학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내게 문학은 여전히 종교적인 물음들에 닿아 있고 공동체의 문제나 역사를 사유하는 자리로서 기능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문학하는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자주 생각하게 된다”고 밝힌 그는 “공동체의 역사를 고통스러운 삶으로서 고스란히 살아내는 입 없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저만치 묵묵히 살아가는 이들, 그 변방의 삶은 저에게 여전히 종교적이고 역사적인 사유들을 불러일으키는데, 그러한 생각들이 당분간 내 삶과 문학을 이루어가는 동기가 될 듯하다”고 했다. 곽 시인은 1996년 세계일보로 등단, 시집 ‘인디오 여인’, ‘지도에 없는 집’ 등을 펴냈다. 김 평론가는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2007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김달진문학상은 월하 김달진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자 선생의 1주기인 1990년 6월 제정했다. 창원시와 서울신문사 후원으로 (사)시사랑문화인협의회가 주최한다. 대상은 매년 3월을 기준으로 최근 2년 이내 발간한 시집, 평론집, 학술서다. 지난해부터 문단 경력을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고, 시는 매년, 학술과 평론은 격년으로 선정한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는 허성무 창원시장을 비롯해 300명이 참석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박제가의 그림, 붓을 든 건 누굴까

    박제가의 그림, 붓을 든 건 누굴까

    1790년 베이징/신상웅 지음/마음산책/336쪽/1만 6000원양반가 서자로 태어나 차별을 겪은 탓에 외려 진보적 실학을 추구했던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 그는 조선에 청의 선진 문물과 풍속을 소개한 ‘북학의’로 유명하지만, 실학자이기 전 시와 그림으로 고독을 달래던 천생 예술가였다. 그가 남긴 ‘연평초령의모도’는 청나라에 저항한 명나라 장수 정성공의 어릴 적을 그린 그림이다. 그의 솜씨로 볼 수 없을 만큼 전문적인 화풍, 또 그의 소신과는 반대되는 그림 속 인물 때문에 의문의 그림으로 남아 있다. 화가이자 염색가 신상웅이 쓴 ‘1790년 베이징’은 문제의 그림에 숨겨진 비밀을 쫓는 이야기다. 20년간 그림에 대한 의문을 지우지 못하던 저자는 어느 날 그림에서 ‘양주팔괴’로 유명한 청나라 화가 나빙의 붓질이 보인다는 미술사학자 이동주 선생의 글을 발견한다. 당대를 대표하던 화가 나빙은 1790년 사신단의 일원으로 베이징에 머물던 박제가와 유독 가깝게 지냈다. 길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나빙은 박제가와 헤어질 때 초상화와 매화 한 폭을 그려 주기도 했다. 비밀의 단서를 잡은 저자는 십수년간 한중일을 오가며 작품에 영향을 줬을 장소와 사람, 사연을 만난다. 박제가가 실학자 이덕무, 유득공 등 백탑파 동료들과 열린 세상을 꿈꾸던 서울에서 출발해 그림 속 인물 정성도의 발자취를 따라 그의 고향 일본 히라도를 찾고, 중국 취안저우에서 산하이관까지 종단한다. 그 길에서 세상의 중심이 명에서 청으로 이동하던 격변기에 국경 없이 연대하던 예술가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붉다라는 글자 하나만 가지고/ 온갖 꽃 통틀어 말하지 마라/ 꽃술도 많고 적은 차이 있으니/ 세심하게 하나하나 보아야 하리.’ 박제가의 눈에 비친 꽃은 그저 붉은 꽃이 아니었다. 낡고 고루한 관습이 사회 제도뿐 아니라 시와 글, 그림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그는 늘 경계했다. 이런 산뜻한 시선 역시 시대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저자의 끈질긴 질문과 섬세한 추적을 통해 박제가와 나빙의 우정부터 격변의 시기 예술가들의 고뇌까지 담아낸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9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으로 꼽혔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국내 최장수 초콜릿 ‘가나’… 44년간 사랑받아와

    국내 최장수 초콜릿 ‘가나’… 44년간 사랑받아와

    롯데제과 ‘가나초콜릿’은 국내 초콜릿 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최장수 브랜드다. 1975년에 등장해 44년간 소비자에게 사랑받아왔다. 가나초콜릿이 유럽풍 정통 초콜릿들과 비교해 맛과 향 등에서 뒤지지 않는 이유는 원료부터 가공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이 세계적 수준이기 때문이라는 게 롯데제과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나초콜릿은 판매 당시부터 ‘마이크로그라인드’ 공법을 이용해 모든 원료를 미립자 형태로 갈아 만들었다. 이 같은 공법은 초콜릿의 감촉을 부드럽게 만들고 감미로운 향을 증폭시킨다. 가나초콜릿은 아프리카 가나산 카카오콩을 주원료로 했으며, 카카오버터를 많이 넣어 유럽 정통 초콜릿의 부드러운 맛을 재현했다. 또 대부분의 제과사가 반가공된 원료를 들여와 완제품을 만드는 것과 달리 카카오빈 원료를 직접 가공해 미세한 맛의 차이도 개선했다. 가나초콜릿의 품질을 높이는 근본은 ‘BTC’(Better Taste & Color Treatment) 초콜릿 가공 공법에 있다. BTC는 롯데제과가 1996년부터 도입한 공법으로 유럽과 미국 등 초콜릿 본고장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BTC는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빈을 매스 형태로 가공하는 최첨단 제조기술로 기존 제품보다 초콜릿 고유의 향과 풍미, 부드러움 등이 더욱 좋아지고 색상도 윤택해진다. ‘가나와 함께라면 고독마저도 감미롭다’는 가나초콜릿 광고 카피는 소비자에게 오랫동안 기억되고 있다. 가나초콜릿 광고는 짙은 호소력으로 감수성이 예민한 10대들의 가슴을 파고들기도 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자치광장] 홀몸 어르신 돌봄 효과, 6년간 자살 ‘0’/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

    [자치광장] 홀몸 어르신 돌봄 효과, 6년간 자살 ‘0’/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

    건강, 외로움, 경제력. 어르신들을 힘들게 하는 것들이다. 특히 외로움은 우울증을 유발해 심하면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럴 때 누군가 의지할 사람이 있다면 극단적 선택은 줄어든다. 중요한 것은 ‘관심’과 ‘대화’다. 노원구는 홀몸 어르신들의 자살만이라도 막아보려고 지난 2013년부터 서울에서 처음으로 어르신 돌봄 지원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6년. 얼마 전 의미 있는 통계가 나왔다. 지난해 말까지 센터에서 돌보는 홀몸 어르신 2200명 중 자살자는 단 1명도 없었다. 이는 생활관리사들의 역할이 크다. 현재 87명이 한 사람당 약 30명의 어르신들을 돌본다. 주 1회 이상 가정을 방문하고 수시로 안부전화를 한다. 오랫동안 공을 들여 어르신과 친밀감이 생기면 영화 관람이나 공원 나들이, 텃밭 가꾸기를 유도한다. 이 밖에도 치매 예방을 위한 학습지 풀기,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남자들을 위한 ‘수다방’도 마음의 문을 여는 데 한몫하고 있다. 지나치기 쉬운 정보도 놓치지 않는다. 현재 자살 고위험 어르신 375명의 집에는 신체 움직임, 실내 온도 등을 감지하는 사물인터넷 장치가 설치돼 있다. 이를 통해 심야시간대 움직임에 주목했다. 불면증세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불면증은 우울증을 심화시키는 주범이다. 매일 아침 모바일을 통해 심야에 움직임이 반복되는 어르신은 생활관리사가 즉시 방문한다. 또한 여름철 집 내부 온도가 36도를 넘어서면 바로 무더위 쉼터로 안내하고, 겨울철 10도 이하는 전기매트를 지급하는 등 세심하게 살핀다. 고독감을 이겨낸 어르신들이 가장 희망하는 것은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자리다. 이때는 서울 자치구 최초의 ‘어르신 일자리 지원센터’가 취업훈련을 통해 민간 일자리를 알선한다. ‘노원 시니어클럽’도 있다. 구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 어르신을 고용하고 임금까지 지급하는 기관으로 현재 300명의 어르신을 고용해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의 성과는 이웃사랑 봉사단과 복지도우미 활동, 종교단체 등과의 연계를 통한 꾸준한 관심의 결과다. 이를 바탕으로 좀 더 다양한 돌봄 방안을 고안해 어르신들이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구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 [황규관의 고동소리] 시인의 민주주의

    [황규관의 고동소리] 시인의 민주주의

    4·19혁명에 김수영이 얼마나 몰두했었는지는 다시 말하기가 새삼스러운 일이다. 그는 자신의 지나친 열기를 의도적으로 식히기 위해 도봉산 기슭에 있는 동생 집에 가서 2~3일 농사를 짓다 오기도 했다. 그래도 그의 가슴은 꺼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바람과는 다르게 흘러갔으며, 결국 1년 뒤에 반혁명으로서의 5·16쿠데타가 터지고 말았다. 물론 김수영은 4·19혁명이 자신의 바람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현실과 자신의 괴리를 뼈저리게 느꼈다. 급기야는 “혁명은/왜 고독한 것인가”를 묻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는 왜 그렇게 깊은 ‘고독’을 느꼈던 걸까? 그 해답은 구체적으로 ‘육법전서와 혁명’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작품에서 김수영은 “혁명의 육법전서는 ‘혁명’밖에는 없다”고 외쳤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작품이 갖고 있는 낭만성에 취해 김수영이 생각하고 있던 혁명의 ‘내용’을 잊고는 한다. 사실 이 작품은 “보라 금값이 갑자기 8900환이다/달걀값은 여전히 영하 28환인데” 같은 구절에서 드러나듯 구체적인 생활의 감각에서 시작됐다. 다시 말해 작품 안에서도 직접적으로 진술되지만, 누군가는 배불리 먹고 누군가는 곯고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혁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5·16쿠데타의 충격으로 훗날 김수영의 혁명은 추상화되고 대신 ‘언론의 자유’가 전면에 등장하지만, 최소한 4·19혁명 시기에 김수영이 생각한 민주주의는 그의 일기에도 썼듯이 “무지와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김수영의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는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혁명을 ‘이만하면’의 울타리에 가두고 만족하려는 세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 생각들이 일반화되기 시작됐음을 알고 절망했다. 이제 자신의 혁명을 밖에다 대고 말하기조차 괴롭게 된 것이다. 그 답답한 심정이 ‘중용에 대하여’에 나타나 있다. 첫 구절은 다음과 같다. “그러나 나는 오늘 아침의 때묻은 혁명을 위해서/어차피 한마디 할 말이 있다/이것을 나는 나의 일기첩에서/찾을 수밖에 없었다” 김수영의 시가 현실에 대해 내향적이 돼 가는 시작은 이런 절망에서 찾아야 한다. 이 작품에서 나타나듯 김수영은 ‘혁명’을 자신의 민주주의를 “일기첩”에나 적어 두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는 말한다. “여기에 있는 것은 중용이 아니라/답보다 죽은 평화다 나타다 무위다” 슬그머니 덧붙인다. “‘중용이 아니라’의 다음에 ‘반동이다’라는 말은 지워져 있다” 김수영에게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에 ‘이만하면’은 기실 “반동”이었던 것이다. 어떤 이들은 시인의 정치의식과 작품은 별개이거나 최소한 서로 독립적인 자리를 차지한 채만 영향 관계가 가능하다고 본다. 정치‘의식’이 문학을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비평가들은 복잡한 시인의 내면에 무지하거나 아니면 시와 정치의 관계를 떼어 놓고 싶은 보수적인 무의식을 고백하고 있을 뿐이다. 김수영은 ‘푸른 하늘을’을 쓰고 난 다음날 일기에 메모 하나를 남기는데, 위와 같은 이분법적인 사고가 얼마나 유아적인지를 이미 예견했던 것 같다. “‘4월 26일’ 후의 나의 정신의 변이 혹은 발전이 있다면, 그것은 강인한 고독의 감득과 인식이다. 이 고독이 이제로부터의 나의 창조의 원동력이 되리라는 것을 나는 너무나 뚜렷하게 느낀다.”(여기서 ‘4월 26일’은 이승만이 하야한 날이다.) 시인은 사건의 ‘자식’이 됨으로써 “정신의 변이 혹은 발전”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자식’이 되느냐는 것은 사건을 받아들이는 강도(强度)에 달려 있으며, 그 강도는 시인 자신의 평소 꿈과 바람이 무엇인가에 달려 있다. 우리는 여기서 4·19혁명 이전 김수영의 내면과 정신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아무래도 이 자리는 그리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짧게 말해 둘 것은 서강으로 삶의 터를 옮긴 후 그의 내면은 점점 햇볕에 검게 그을려졌는데(은유가 아니다), 그것은 이웃들의 삶과 함께 뒤섞이면서 벌어진 일이다. 나는 이게 시의 정치의 시작이며 전부라고 본다. 시의 정치는 현실 정치를 초월하지도 않는 것이지만 동시에 그것에 예속되는 것도 아니다. 김수영의 말에 의지하자면 “큰 눈으로 작은 현실을 다루”는 것인데, 나는 이 말을 이상을 품은 채 현실의 복잡한 맥락들과 쟁투하는 것이라 해석하곤 한다. 그래야 새로운 언어도 가능할 테니까.
  • 자율주행 셔틀·AI 교통망 구축… “대구는 스마트시티 아이가”

    자율주행 셔틀·AI 교통망 구축… “대구는 스마트시티 아이가”

    대구가 스마트시티 선도 도시로 우뚝 서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로 교통·주거·환경 문제 등을 해결해 시민들이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도시를 말한다. 대구시는 스마트시티 혁신성장동력프로젝트 연구개발, 수성알파시티 스마트시티 조성, 5G 기반 스마트시티 서비스 개발, 교통량 기반 지능형 교통정보 관제 인프라 구축, 사물인터넷(loT) 가전 스마트홈 실증형 기술개발, 빅데이터 활용 행정혁신 기반 마련 등 스마트시티 기반 구축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해오고 있다고 10일 밝혔다.스마트시티 혁신성장동력프로젝트는 지난해에 시작해 2022년까지 진행된다. 도시의 성장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시티 혁신 모델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614억원을 들여 도시 문제 해결은 물론 교통, 안전, 도시행정 분야의 서비스를 연구하게 된다. 지역 창업기업, 중소기업, 연구기관, 대학과 함께 사업을 추진한다. 대구는 스마트시티 조성도 부산과 세종보다 3년 정도 빠른 2015년에 시작했다. 스마트시티 전담 조직을 만들어 수성의료지구(수성알파시티) 내에 스마트시티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기로 했으며, 지난해 말까지 160억원이 투입해 1단계 사업을 마무리했다. 수성알파시티 스마트시티에는 플랫폼과 13개 서비스 구축 시스템을 완료했다. 스마트시티 서비스 가운데 자율주행 실증 환경은 국내 최초로 실제 도로상에 적용했다. 하반기에는 프랑스 ‘나브야’가 수성알파시티 도로에서 최대 15명을 태우고 자율주행 셔틀을 운행할 예정이다. 스마트시티 비즈니스센터는 지난달 설계를 완료하고 오는 11월 착공할 예정이다. 모두 345억원을 투입해 부지 4750㎡에 지하 1층, 지상 8층, 연면적 1만 500㎡ 규모로 2021년 상반기에 완공할 계획이다. 홍보체험관과 통합운영센터, 스마트캠퍼스, 교육시설 등이 들어선다.이와 함께 대구시는 수성알파시티에 구축된 자가통신망과 전기 및 통합 기반시설과 연계해 차세대 초고속 이동통신서비스인 5G 기술서비스를 확산시키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대전세종연구원, 대전시 등과 함께 수성구 노변중학교 인근 횡단보도 지점에 무선 폐쇄회로(CC)TV를 기반으로 하는 도로 안전 지원서비스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5G 지능형 CCTV로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실시간 감지해 차량 등에 경보 신호를 보내게 된다. 또 대구육상진흥센터의 시설물 안전진단을 고해상 촬영이 가능한 드론을 띄워 실시한다. 여기에다 시는 교통량을 기반으로 해 지능형 교통정보 관제 시설을 구축했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해 올 연말 마무리한다. 모두 25억여원이 들어가며 대구시와 대구TP. 렉스젠㈜, ㈜더아이엠씨 등이 참여했다. 대구은행 본점네거리, 황금네거리, 수성네거리, 만촌네거리, 범어네거리 등 5곳에 CCTV 29대를 설치, 실시간 CCTV 영상 기반 교통량을 수집해 딥러닝 분석으로 최적의 교통신호 체계 기반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교통정보 관제 프로그램과 영상분석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IoT 가전 기반 스마트홈 실증형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지난 3월 추진한 이 사업 공모에 대구도시공사와 지역 기업체, 경북대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19대1의 경쟁을 뚫고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2021년까지 국비 48억원과 시비 18억원, 민자 22억원 등 모두 88억원이 투입된다. 대구도시공사가 관리하는 영구임대아파트 입주 가구들에 있는 냉장고, TV 등의 생활가전과 상수도·가스·전기 원격 검침기 등을 통해 일상생활 자료를 수집하는 무선망을 구축한다. 이를 바탕으로 홀로 사는 노인 등 1인 가구의 고독사 예방과 소형 가전을 활용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응급 안전관리와 안심 외출 서비스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대구시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행정혁신 기반도 마련했다. ‘디(D)데이터허브’를 10억원을 들여 구축해 한 번의 검색으로 공공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했다. 디데이터허브 구축으로 시군구가 보유한 공공데이터와 통계데이터, 분석데이터 등 1만 5000여개의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 있다. 허브 홈페이지 상단에 검색창을 배치해 키워드 하나로 연관되는 데이터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교육, 사회복지, 문화관광 등 16개 카테고리로 데이터를 분류하고 유사한 데이터끼리 모아서 한눈에 볼 수 있게 구성했다. 특히 시민들의 문의가 많은 총인구수, 차량등록 대수 등 주요 데이터와 인기·최신 데이터를 전면에 배치했고, 그래프 등으로 데이터를 시각화해 제공함으로써 이용 편의를 높였다. 이같이 대구시가 스마트시티를 핵심 산업으로 육성해 온 결과 지난해 실시된 ‘스마트시티 혁신성장동력프로젝트 실증도시 공모’에서 9개 지자체와 경쟁해 교통·안전·도시행정 분야의 도시문제 해결형 실증도시로 선정됐다. 선정은 스마트시티 혁신성장동력프로젝트 전담 기관인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이 도시 문제 해결형 실증도시에 지원한 9개 도시 가운데 서류심사를 통과한 5곳을 대상으로 현장실사·발표평가를 했고 종합심사를 거쳐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5년간 모두 614억원(국비 358억, 지방비 136억, 민자 120억)의 예산을 확보, 지자체 스마트시티 사업 연계와 연구기관 기술협력을 통해 혁신성장에 적합한 스마트시티 데이터 허브 모델의 구축과 각종 스마트시티 서비스 실증 연구를 수행한다. 시는 이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대구도시공사, 대구테크노파크, 디지털산업진흥원과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추가 공모를 통해 선정될 연구기관과의 협력으로 세계 선도형 스마트시티 모델 수출을 연구개발할 계획이다. 또 글로벌 전문기관 인터내셔널데이터코퍼레이션(IDC) 주관 평가인 ‘스마트시티 아시아·태평양 어워드’에서 2년 연속 최우수상을 받았다. 올해는 ‘지하매설물 관리시스템’(행정부문)을, 지난해에는 지능형 상담 시스템 ‘뚜봇’(시민참여부문)을 각각 제출했다. 지하매설물 관리 시스템은 수성알파시티 스마트시티 구축 사업의 하나로 지하 매설 1480개 지점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상하수도·전기·통신 등 7개 지하매설 관로 정보를 통합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올해 5회째인 스마트시티 아·태 어워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제출한 170여 프로젝트를 심사해 57개 프로젝트를 선정했으며, 이 중 17개 프로젝트를 부문별 최우수 프로젝트로 뽑았다. 아울러 대구시는 올해 국토교통부의 ‘스마트도시 시범인증’을 획득해 국내 스마트시티의 입지를 굳혔다. 대구시는 앞으로 스마트 도시 정착을 위해 스마트시티 통신 인프라 확대와 지능형 교통체계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통신 인프라는 초고속·고속·저속 등 3단계 통신망을 구축해 끊김 없는 촘촘한 연결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능형 교통체계는 인공지능(AI)으로 교통상황의 영상정보를 파악한 뒤 다양한 보완 정보를 활용해 상황을 인지한다. 이후 AI 알고리즘 등을 이용한 교통 예측과 실시간 교통 제어 기능을 하는 시스템이다. 시 관계자는 “지능형 교통체계 구축은 보안 문제, 유지관리비 절감, 제어 효율 제고 등을 위해 다양한 신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신기술은 카메라가 직접 영상을 인식해 통행량을 분석하는 에지 AI 기술, 예측 모델을 적용해 최적화하는 사전 예측기술 등이 있다”고 밝혔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쓸쓸한 마지막에 불안한 독거노인… 무덤까지 책임지는 공영장례 생각할 때”

    “쓸쓸한 마지막에 불안한 독거노인… 무덤까지 책임지는 공영장례 생각할 때”

    “삶의 존엄한 마무리할 기회를 주는 것”“홀로 죽게 되더라도 사회가 나를 버리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면 삶의 질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요?”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장례를 돕는 비영리 단체 ‘나눔과 나눔’ 사무실에는 ‘2019년에도 기억해야 할 이름들’ 375개가 적혀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13명을 제외하곤 모두 지난해 시신 인수가 되지 않은 무연고 사망자다. 죽어서도 외로운 이들의 장례를 치르는 ‘나눔과 나눔’의 박진옥 상임이사는 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죽음 이후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이 아쉽다”면서 “공영장례는 죽음까지도 외로웠던 이들의 삶을 사회가 함께 기억해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나눔과 나눔’은 201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선희 할머니의 장례를 시작으로 무연고자와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장례를 무료로 치러 왔다. 올해부터는 민간이 아닌 공영장례 제도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이 단체의 의견을 서울시가 받아들여, 정식으로 업무협약을 맺고 공영장례지원상담센터도 함께 운영한다. 죽음 뒤 장례는 오롯이 가족의 몫이다. 혼자 살던 사람들이 세상을 뜨면, 구청은 연고자를 찾아 “시신을 인수하겠느냐”고 묻는다. 인수를 포기할 경우 한 장짜리 시신포기 각서에 짧게 이유를 적는다. 대부분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관계 단절 때문이다. 박 상임이사는 “70대 노모가 50대 아들의 시신을 포기하면서 ‘노령이라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적었다”면서 “죽은 자식의 시신을 돈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가늠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이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박 상임이사는 “삶의 존엄한 마무리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는 “자식이나 형제와 연락을 끊었고 죽어서 그들에게 내 죽음을 맡기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걱정과 불안이 섞인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한다. 살아 있으면서도 자신의 마지막이 외롭게 끝날까 봐 우려하는 것이다. 그는 “공영장례는 ‘혼자인 내가 죽어도 사회가 나를 버리지는 않는구나, 최소한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기회를 주는구나’ 하는 인식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인식을 주는 것은 곧 곧 삶의 질을 달라지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에만 375명의 장례를 치렀다. 하루 한 명꼴이다. 올해도 비슷하다. 박 상임이사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건 곧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서 “돌아가신 뒤에야 무연고자 분들의 고된 삶을 만나지만, 이 역시 새로운 만남이라는 생각으로 그분들의 존엄한 생의 마무리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나 혼자 간다… 심각한 중장년 고독사

    나 혼자 간다… 심각한 중장년 고독사

    “휠체어 밀고 다니는 아주머니를 본 적은 있는데…. 친하게 지내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이웃들의 기억 속에 A(52·여)씨는 흐릿하게만 남아 있었다. A씨가 아무도 모르게 홀로 숨진 사실 역시 2주가 지나서야 알려졌다. 그마저도 같은 건물 2층을 타고 넘어온 코를 찌르는 악취 때문이었다. 수년 전 당뇨 합병증으로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장애인이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A씨는 지난달 20일 서울 관악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뼈가 보일 정도로 시신의 부패가 진행돼 있었다. 그가 홀로 살게 된 건 15년 전쯤 가정폭력을 일삼던 남편과 이혼한 뒤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다른 가족도, 특별히 친한 지인 등과의 돈독한 연결망 없이 홀로 살았고, 갑작스레 외로운 죽음을 맞았다. 그보다 한 달 앞선 7월에는 탈북자인 40대 여성과 6살배기 아들이 관악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지 약 2개월 만이었다. 지난 6월 부산 사상구에서는 60세 남성이 사망한 지 1년 만에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세 건의 비극은 모두 사회적 관계가 끊어진 중장년을 덮친 ‘고독사’들이다. 외로움 죽음은 연령대를 불문하고 점점 흔해져 사회 현상이 되고 있다. 노년은 물론 중년까지도 고독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인 가구의 증가와 빈부 격차의 확대 등이 얽히면서 고독사로 내몰리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는데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은 고독사로 숨지는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을 모르니 적절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제난·사회적 고립… 중장년 고독사 위험 고독사 추이는 ‘무연고 사망자 통계’를 통해 대략적으로만 엿볼 수 있다. 무연고사란 가족 등 시신 인수자가 없는 사망을 뜻한다. 무연고 사망자 수는 지난해 기준 2549명으로 2017년(2008명)에 비해 27.5% 증가했다. 무연고 사망자는 2014년 1379명, 2016년 1820명, 2018년 2549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고독사의 그림자가 65세 이상의 노년층뿐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고독사하는 중장년 인구가 노년층을 앞섰다는 분석도 있다. 2016년 서울복지재단이 분석한 서울시 고독사 확실사례 162건 중 50대가 35.8%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19.8%로 뒤이었다. 부산시에서도 2017년 이후 고독사 사망자 91명 중 45명이 장년층(50~64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무연고 사망자 통계에서도 50대는 22.5%, 60대는 27.5%였다. 또 사망자의 72%는 남성이었다. 앞서 고독사 문제를 겪은 일본에서는 노년층이 고위험군으로 지목됐었다. 고독사 현장을 직접 찾는 이들도 “중장년층이 고독사의 최고 위험군”이라고 말한다. 특수청소 전문업체 ‘스위퍼스’의 길해용 대표는 “청소 현장 중 60~70%는 고독사, 30% 정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곳인데 중장년 남성이 혼자 사는 오피스텔이나 다세대주택이 많다”면서 “대부분 정리가 잘되지 않은 상태여서 매우 지저분하다”고 전했다.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치르는 비영리 단체 ‘나눔과 나눔’의 박진옥 상임이사도 “경제위기로 가정이 해체되고 혼자 재기를 꿈꾸다 결국 생을 마감한 남성들이 많다”고 했다. 지난해 4월 서울의 한 사우나에서 쓰러져 사망한 60대 B씨도 이런 경우였다. B씨는 1997년 IMF 경제위기 당시 사업이 기울면서 유학까지 보냈던 자녀들과도 연이 끊긴 채 혼자 지냈다. 자식과 형제자매들은 B씨의 시신 인수를 포기했다. 고독사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장년층이 고독사의 그늘에 놓인 데는 한국적 맥락이 깔려 있다. 우선 IMF 경제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족 해체와 실직이 늘어나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된 중년층이 늘어났다. 지난해 중장년층 행정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소득이 없거나 1000만원 미만인 40대 이상 65세 미만 인구는 모두 961만여명으로 전체 중장년층의 48.9%나 됐다.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직장 생활에서 사회적 관계가 모두 이뤄졌던 국내 남성들은 일터에서 퇴출되면 관계가 끊어져 우울감과 고독감을 느끼게 된다”면서 “노인처럼 복지정책의 대상으로 인식되지도 않기 때문에 빈곤 중장년층은 제도적 혜택을 받기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이들은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가정이 해체되면 중장년층은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오히려 사회적 관계를 끊는다. 이러한 양상은 특히 남성일수록 두드러진다. 신창환 교수는 “중장년층 남성들은 직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반면 여성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비교적 잘 표현할 줄 알고, 자식들과의 관계도 더 잘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드러내기 꺼리는 중장년 남성의 특징 때문에 지자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독사 통계를 별도 작성하고 있는 부산시의 관계자는 “노인층은 시에서 지원을 해 준다고 하면 개인정보도 잘 공유하고 사생활 노출을 꺼리지 않는데 중장년층은 이혼 등 개인사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면서 “결국 지원을 한다고 해도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고독사 실태를 연구해 온 송인주 서울복지재단 연구위원은 “스스로 관계망을 끊고 고립을 자처하는 고위험군일수록 간접적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위험한 상황에 ‘SOS’ 를 칠 곳이 있다는 점을 인지시키고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끔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통계도 없는 고독사… “사회적 부검 필요” 매년 수천명이 홀로 삶을 마감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고독사 관리는 미흡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정확한 통계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존 무연고 사망 통계만으로는 고독사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독사는 보통 가족이나 이웃, 친구 간 왕래가 거의 없이 혼자 살던 사람이 홀로 사망한 뒤 3일 이후 발견된 경우로 정의되는데, 무연고 사망자더라도 고독사는 아닐 수 있어 별도의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 부산시 관계자는 “고독사를 판단하는 기준인 ‘사회적 고립’이 애매한 경우가 많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이유로 경찰 수사 결과를 공유받지 못하는 것도 한계”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부산시는 1인 가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간접적 방식으로 사회적 고립을 파악하고 있다. 송 연구위원은 “경찰 변사 기록에 사망자가 혼자 살았는지 여부와 시신 부패 정도를 체크해 고독사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사례에 대한 기록을 통해 죽음의 원인을 파악하는 사회적 부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거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 고독사가 많았던 만큼 주거 취약 계층을 정책 목표로 접근하는 것도 실질적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고독사가 노인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세대를 떠나 1인 가구가 겪는 고립감과 외로움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의사·공인중개사와 손잡고 위기 가정 구하는 용산

    의사·공인중개사와 손잡고 위기 가정 구하는 용산

    최근 잇따르는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서울 용산구가 복지사각지대를 걷어낼 대책 마련에 나섰다.용산구는 지난 5일 용산경찰서, 용산구의사회,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용산구지회와 함께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 협약’을 맺고 지역의 위기가구를 찾고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함께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구는 위기가구를 발견하면 이들에게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연계해 상시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든다. 응급 상황이 생기면 경찰이 동행해 긴급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이른바 ‘의료 위기가구’가 있으면 의사회가 앞장서 구·동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할 예정이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월세 체납 등이 발생한 주거 위기가구를 적극 발굴해 돕기로 했다. 민과 관의 체계적인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 안전망을 탄탄히 구축하려는 취지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주민들의 다양한 복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내가 시장이라면~” 광명시민 412명 둥글게 모여 열띤 정책 토론

    “내가 시장이라면~” 광명시민 412명 둥글게 모여 열띤 정책 토론

    경기 광명시는 31일 오후 시민체육관 실내경기장에서 ‘광명시민 500인 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고 1일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시가 우선 추진해야 할 사업과 중요 정책사안에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내년 예산편성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7월 15일부터 31일까지 모바일과 오프라인을 통해 모집한 412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는 직접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광명시 공식 유튜브 ‘광명시 광명씨’ 를 통해 토론 과정을 생방송했다. 먼저 곽태웅 시 기획조정실장의 2018년 원탁토론회 결과보고에 이어 박승원 시장의 2020년 예산편성 방향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박 시장은 “사전조사에서 보듯 연령대별 문제의식이 다르고 바라는 것이 달라 합의를 모아야 한다”며, “공공이익을 위해 투명하게 시정을 운영해 공감도시를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광명시를 보다 더 살기 좋고 행복한 곳으로 시민 여러분의 힘으로 바꿔나가자”고 덧붙였다.토론회에 앞서 지난 16일부터 참가자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광명시 거주 만족도와 불편사항 등에 대한 사전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참가자들 중 77.8%는 광명시 거주에 대해 ‘만족하거나 매우 만족한다’는 반응이었다. 가장 우선 투자 분야로는 지역개발·도시재생-일자리-교통-사회복지·보육 순으로 답했다. 특히 성별로는 남성은 지역개발·도시재생 다음으로 사회복지·보육을, 여성은 일자리와 지역개발·도시재생을 꼽아 여성이 남성보다 일자리 정책을 더 필요로 했다. 또 광명시의 미흡한 사업 분야에 대해 여성 참가자는 교통, 지역개발·도시재생, 일자리를 남성 참가자는 지역개발·도시재생, 사회복지·보육을 선택했다. 2020년 제안사업으로는 서울 진입도로 정체 해소를 비롯해 주차장 조성, 도로 보수, 문화체육시설 활성화, 마을형 기업 지원, 노인일자리 지원, 고학력 여성 인력 활용방안, 전선 지중화 사업, 자전거도로 확보, 공공자전거 도입, 광명재래시장 개선, 시립 박물관 건립 등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했다. 1차 토론회는 원탁별로 한 팀을 이뤄 ‘내가 시장이라면’을 테마로 내년 시가 추진하길 바라는 사업을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토론했다. 이어 팀별 우선순위 사업 선정을 위한 투표로 상위 2개 사업을 선정했다. 2차 토론에서 원탁별 2개씩 나온 사업들에 대해 전체토론을 진행하고 이들 의견 중 우선순위를 정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시민들은 평소 시정운영에 대한 의견을 적극 제안해 참여자들끼리 광명시민으로서 공감하고 소통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시민들의 열띤 토론으로 토론회는 3시간이 넘도록 계속됐으며 퍼실리테이터와 시 팀장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원활하게 진행됐다. 박 시장은 원탁테이블마다 찾아다니며 시민들과 토론하고 시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듣고 꼼꼼히 메모하기도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청소년은 “광명시가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데 학교 밖 청소년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를 다니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들도 신경 써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박 시장은 “대안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처럼 무상급식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지원방안을 찾아 최대한 빨리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해 시민들의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토론회 마지막 순서로 박 시장은 2020년 주요사업과 시정 방향을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박승원 시장은 “작년에 비해 올해 토론회에서는 시민들의 제안이 더 구체적이었다. 시민들의 좋은 의견을 많이 담아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겠다”며 “시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해서 시와 시민이 함께 소통하고 집단지성을 키워 시민시대를 만들고 시민이 성장해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갇혀 있던 생각을 열고 시민이 모두 참여하여 함께 변화를 이끌고 함께 광명시를 만들어 나가자”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최종 선정된 사업은 ▲중·노년 일자리 확충 ▲독거노인 고독사 예방 시스템 구축 ▲주차장 확보(철산 상업지구) ▲태양광을 이용한 버스정류장 온돌의자 ▲금하로 가로수 정비사업 ▲주민자치센터 평생교육사 배치 시범 실시 ▲청소년 쉼터 및 숙박시설 운영사업 ▲결혼장려 등 청년층 출산·육아지원 정책 8건이다. 시는 이날 토론회에서 공론을 통해 도출된 결과를 시정에 적극 반영하여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시는 지난해 광명시민 500인 토론회에서 제시된 시민들의 의견 중 광명교육협력지원센터 설립사업과 학교 체육관 시설 확대사업, 안양천 환경개선사업, 영유아 체험시설 건립 등 다양한 의견을 실제 시 정책에 반영해 추진하고 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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