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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때문에 직장 내 감염 확산” 日 확진 여성 극단적 선택

    “나 때문에 직장 내 감염 확산” 日 확진 여성 극단적 선택

    코로나19 감염 후 자가격리 중이던 일본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4일 니시닛폰신문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택에서 요양 중이던 후쿠오카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여성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지인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자택에 쓰러져 있는 여성을 발견하고 사망 경위를 조사했다. 현장에서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의 유서도 발견했다. 숨진 여성은 유서에서 “내가 직장에 바이러스를 퍼뜨린 것 같다”며 괴로운 심정을 드러냈다. 보도에 따르면 숨진 여성은 이달 초 확진 판정을 받고 후쿠오카현 자택에서 요양하다 직장 동료 역시 감염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자책감에 시달렸다. 지자체 관계자와의 면담에서도 직장 내 감염 확산에 대한 죄책감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와 여러 정황을 종합해 자살 사건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1월에도 확진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남편이 직장 동료를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뒤이어 확진 판정을 받은 30대 주부는 딸마저 감염이 확인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숨진 여성은 “나로 인해 주위에 폐를 끼치게 돼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일본 경시청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유행한 지난해 일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2만919명으로 집계됐다. 전년과 비교해 3.7%(750명) 늘었다. 일본의 연간 자살자 수가 전년보다 늘어난 것은 세계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1년 만이다. 성별을 구분해서 보면 남성은 1만3943명으로 135명 줄었으나, 여성은 6976명으로 885명 증가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고독 및 고립 문제가 심각해지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2월 ‘고독’ 문제를 담당할 장관직을 신설했다. 해당직은 사카모토 데쓰시 저출생 대책 담당상이 겸임하도록 했다. 한편 일본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감소 추세다. NHK에 따르면 23일 일본 내 신규 확진자는 4048명으로 엿새 만에 5000명 이하로 떨어졌다. 사망자도 60명대로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홋카이도 605명, 도쿄도 535명, 아이치현 431명, 오사카부 274명, 가나가와현 266명, 후쿠오카현 262명, 사이타마현 165명, 히로시마현 160명, 오키나와현 156명 등이다. 누적 확진자는 72만 명을 넘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7단계 촘촘한 복지 안전망 구축”…광명시, 사회적 약자 보호 힘쓴다

    “7단계 촘촘한 복지 안전망 구축”…광명시, 사회적 약자 보호 힘쓴다

    “광명 어디에서 살든 균등한 삶의 질과 최소한의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박승원 경기 광명시장은 2018년 7월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한 뒤 지난 3년여 동안 ‘모두가 누리는 희망복지 실현‘을 목표로 시민의 행복한 삶을 위한 복지 향상에 힘써 왔다. 민선7기 시작과 함께 조직개편으로 복지 관련 부서를 정비하고 사회복지기능을 강화했다. 지난해에는 장애인복지과를 신설해 복지 부서를 5개부서로 확대했다. 광명시는 모든 시민이 최소한의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복지사각지대 발굴과 사회적 약자 보호에 힘쓰고 있다. ●맞춤형·긴급·생계유지 등 복지 안전망 구축… 복지사각 지대 발굴 광명시는 복지 안전망을 7단계로 촘촘하게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1단계로 맞춤형 복지급여 지급을, 2단계는 긴급복지 지원을, 3단계 생계유지 복지 지원, 4단계 물품, 서비스 지원, 5단계 광명희망나기운동본부 지원, 6단계 광명핀셋 지원, 7단계 광명희망띵동사업으로 법적·제도적 지원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복지사각지대까지 꼼꼼히 살피고 있다. 특히 광명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시민을 돕기 위해 지난해 9월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광명희망나기운동본부와 연계해 광명만의 복지 안전망인 ‘광명핀셋지원발굴단’을 구성했다.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지역 곳곳을 살펴 어려운 시민을 찾아내고 광명희망나기운동본부는 코로나19 STOP 희망릴레이 성금을 지원한다. 현재까지 광명핀셋지원으로 도움을 준 시민은 1244가구 4억 5000여만원에 이른다. 올해 2월에는 취약계층을 더 촘촘하게 돌보기 위해 ‘광명희망띵동사업’을 시작했다. 띵동사업단은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과 돌봄 취약 중장년층가정을 방문해 후원물품을 직접 전달하고 건강과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현재까지 1780가구를 방문해 1371가구에 후원물품을 전달했다. 이외에도 민·관 협력으로 ‘광명희망 체인지홈즈 사업단’을 구성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방역, 집 청소, 집수리를 한 번에 지원하고 있다. ‘행복나눔 빨래터(이동세탁차량)’운영으로 신체적 어려움으로 빨래가 어려운 취약계층에 찾아가는 세탁을 지원하고 있다. 시민이 참여하는 민간 안전망도 촘촘하게 구성했다. 18개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360명이 복지사각지대 발굴, 지원에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 2월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과 복지통장을 비롯해 주민밀착형 직종인 고시원, 아파트관리소, 돌봄기관, 야쿠르트배달, 도시가스 검침 종사자와 일반주민 등으로 구성된 ‘광명수호 1004’도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적약자 보호·아동보호전문기관·홀몸어르신 공동가구 조성 박승원 광명시장은 사회적 약자 보호에 누구보다 앞장 서 왔다. 2019년 아동학대 업무를 전담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우리노무사 상담소, 홀몸어르신 공동가구, 장애인 복지타운을 설치했다. 올해는 이동노동자쉼터를 조성해 사회적 약자의 더 나은 삶을 응원하고 있다. 2019년 2월 문을 연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박승원 광명시장의 기관설치 공약 중 첫 번째로 지킨 성과다. 광명시는 이전까지 광명시 아동학대 문제를 인근 경기시흥아동보호전문기관에 맡겨 처리해왔으나 광명시아동보호전문기관 설치로 아동학대 예방뿐 아니라 아동학대 사건 발생 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상담실과 심리검사 치료실, 보호자 대기실 등을 갖추고 직원 13명이 근무하고 있다. 개관 후 올해 3월까지 688건의 아동학대 신고를 받아 처리했다. 지역 전문기관과 연계해 아동학대에 적극 대처하고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예방 교육에 나서는 등 아동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19년 7월 31일 시청 종합민원실에 개소한 ‘우리노무사 상담소’에서는 공인노무사 2명이 취약노동자 권익보호와 영세사업주 노무관리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2019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대면상담 178건 및 전화상담 74건, 현장컨설팅 9건 등 총 261건을 상담·지원했다. ‘홀몸어르신 공동가구’는 저소득 주거 취약계층 독거어르신에게 거주지를 제공해 양질의 주거서비스를 지원하고 외로움과 고독감 해소를 위해 마련됐다. 공동가구는 철산2동 연립주택 1층에 방3개, 거실, 화장실을 갖추고 있으며 현재 3명의 어르신이 거주하고 있다. 장애인의 지역사회 돌봄서비스 구축과 직업훈련 지원을 위한 ‘장애인 복지타운’은 2019년 10월 1일 문을 열었다. 장애인 복지타운에는 광명시립 성인장애인 주간보호센터, 광명시립 장애인직업적응훈련센터,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광명시지회가 입주하여 장애인에게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올해 4월 1일 문을 연 ‘이동노동자 쉼터’는 대리운전,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요양보호사 등 이동 노동자들이 잠깐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광명시는 이동노동자들의 휴식뿐 아니라 노동자의 노동권 보호와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법률과 노무·금융 및 취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여성·아동·노인 복지 서비스 강화… 하안노인종합복지관 건립, 시립철산어린이집 그린리모델링 광명시는 2012년에 이어 2019년 두 번째로 여성친화도시에 선정돼 성평등한 광명시를 만들기 위해 주민밀착형 여성친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안심택배함이나 여성안심 4종세트(안심벨, 센서, CCTV, 보조 잠금장치 지원), 스마트폰 안전귀가 서비스, CCTV 및 로고젝터, 공중화장실 불법촬영 점검 등으로 여성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맞벌이 가정의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초등돌봄시설인 아이안심돌봄터 2곳과 다함께돌봄센터 1곳, 경기도 아동돌봄센터 1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광명7동 행정복지센터 내 다함께돌봄센터 1곳을 추가 조성해 6월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아동센터 30곳을 운영해 취약계층 아동에게 방과 후 보호·교육, 건전한 놀이와 오락 등 종합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0세부터 만12세 아동에게 보건과 복지·교육 등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지원하는 드림스타트 사업으로 아동의 건전한 성장 발달을 돕고 있다. 광명시는 국토교통부의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공모에 선정돼 노후한 시립철산어린이집을 리모델링했다. 시는 지난해 12월 공사를 마치고 에너지 성능을 개선하고 실내 미세먼지 저감 등 친환경적 어린이집으로 조성해 어린이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2021년 어린이과학체험공간 확충 지원사업’에 최종 뽑혀 광명동초등학교복합시설에 2023년까지 어린이과학체험공간을 조성해 어린이들에게 놀이형 창의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광명시는 어르신들에게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총 127억원 예산을 투입해 하안노인종합복지관을 새롭게 조성했다. 2019년 8월 문을 연 하안노인종합복지관은 기존의 소하노인종합복지관과 함께 어르신들에게 평생교육을 비롯해 취미여가, 건강생활지원, 치매예방 인지활동 서비스, 사회참여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일할 의욕과 근로능력이 있는 어르신에게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해 32개 사업에 2000명의 어르신이 참여 중이다. 공공 일자리에서 소외된 어르신들에게는 민간참여 공모로 3개의 광명형 노인일자리 사업단을 구성해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광명시니어클럽을 신설해 참여자의 전문성을 활용한 질 높은 노인 일자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노인위원회를 구성해 노인의 시정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경로당 지원 및 함백산 추모공원, 경로목욕 이·미용권 지원사업,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사업 등 통합 돌봄 사업으로 어르신들의 힘이 되고 있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사회적 약자도 차별 없이 평등한 삶을 누리고, 튼튼한 사회안전망으로 복지사각지대 없는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복지는 공정한 사회로 가는 토대다. 시민이 모두 행복한 광명시를 만들기 위해 맞춤형 복지로 당장 내일의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모든 시민이 안전한 광명시를 만들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생가 바로 옆에 집 지은 ‘후기 안도현’… 낙향 아닌 상향을 꿈꾸다

    생가 바로 옆에 집 지은 ‘후기 안도현’… 낙향 아닌 상향을 꿈꾸다

    ●초로의 귀향, 새로움의 출발 안도현을 만나러 경북 예천으로 간다. 그가 40년 가까이 살았던 전주 쪽에서 이병초·박태건 시인이 출발했고, 나는 나대로 서울을 떠나 그가 새롭게 안착한 모천회귀의 공간에 닿았다. 예천을 가로지르는 내성천의 굽이를 천천히 바라보면서 그의 집에 들어섰는데, 커다란 유리창 안으로 그가 오수(午睡)에 빠져 있는 게 보인다. 그 고요에 압도당해 나는 전주 쪽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시인의 낮잠을 방해하지 않기로 한다. 그러나 그 고요는 그가 차근한 노동으로 마련했을 돌담과 텃밭, 비닐하우스, 닭장, 연못, 꽃과 나무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였을 것이다. 낮은 대문 앞에는 “안도현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시인이 베푼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여기 심었습니다”라고 쓰인 작은 비석과 함께 전북산(産) 팽나무가 지금은 비록 앳되지만 한 뼘씩 늘씬하게 자라 가고 있었다. 일행이 도착했고, 강릉 사는 딸네 집에 갔던 시인의 아내 박성란 선생도 돌아와 하룻밤 식구는 이제 다섯 명이 됐다. “귀향하고 나서 한 해가 어느새 훌쩍 지났네요. 나무와 꽃들을 마당 앞뒤로 심었고 돌담을 쌓았고 텃밭을 마련했습니다. 밭에 거름더미도 만들고 비닐하우스도 작게 지었어요. 정말 많이 바빴어요.” 어디 그뿐이랴. 시인은 그 사이사이로 학생들에게 온라인 강의를 하고, 아침저녁으로 새소리를 들으며 동식물들의 행적을 눈으로 귀로 따라갔다. 아파트라는 문명의 허공에서 수십 년 살다가 지상에 발을 디딘 결과가 이렇게 풍요롭고 즐겁기만 하다. 귀향 무렵 외손녀도 보았으니 이제 영락없이 할아버지가 된 초로(初老)의 시인은 경사를 겹으로 맞이한 것이다. 그렇게 돌아온 예천은 ‘후기 안도현’의 넉넉하고 새로운 출발점이 돼 줄 것이다.●“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시인의 존재론 안도현은 1961년 예천군 호명면 황지리에서 태어났다. 지금 집을 지은 곳은 자신이 태어난 생가 바로 옆이다. “고향을 떠나 스무 살 이후 전북 지역에서 40년간 살다가 작년 초에 고향으로 돌아와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말년의 생애를 살러 낙향(落鄕)한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새로운 시와 생명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상향(上鄕)을 꿈꾼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생각과 실천은 그의 고향에 흐르는 내성천처럼 격한 탁류가 아니라 잔잔하고 투명한 시냇물이 돼 많은 이들의 기억으로 전이돼 갈 것이다. 그리고 시인은 그 시냇가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시간과 기억과 사물을 담으면서 그네들에게 새로운 생각과 마음과 이름을 선사해 갈 것이다. 안도현은 1981년 대구매일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약관 스무 살 때의 일이다. 물론 그는 십대 때부터 성숙한 소년 문사였다.“고등학교 때 문예반에 들어가면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처음 접한 문학은 마약 같은 것이어서 학교 공부를 제쳐 놓고 시를 읽고 쓰는 일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그는 그때 겉으로 보기에는 말썽을 피우지 않는 얌전한 학생이었지만 마음속에는 삶과 문학에 대한 오기로 뭉쳐져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가 다닌 대구 대건고에서는 시인 도광의 선생이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지금도 문단에 나와 활동하는 대건고 출신 선후배 문인들이 제법 많다. 그러다가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면서 확연하게 한국 현대시사로 진입하게 된다. 첫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1985)은 그를 우리 시단과 역사 속에 각인한 문학사적 사건이었다. “그 시절 저를 포함해 젊은 시인들이 가졌던 시와 역사를 향한 열정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제게도 시인이 어떤 존재인가를 알게 해 준 ‘불의 시대’였지요.”그 ‘불의 시대’를 건너 시인은 천천히 작고 느리고 외따로 존재하는 것들의 가치를 발견해 간다. ‘불꽃’의 시대에서 ‘나무/꽃’의 시대로 옮겨 간 것이다. 특별히 ‘바닷가 우체국’ 이후 안도현은 자연에 대한 감각이 눈에 띄게 점증하면서 자신만의 시적 브랜드를 만들어 간다. 그의 시가 지닌 섬세한 감수성과 탁월한 언어 감각은 이때부터 아름다운 서정성으로 많은 독자를 사로잡아 갔다. 소소하고 쓸쓸한 존재자들에 대한 세심한 발견을 통해 현실 경험과 그것의 상상적 치유 과정을 깊이 있게 노래한 결과였다. 이처럼 시인은 따스한 화해의 세계를 지속시키면서도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몸을 바꾸는 순간을 드러내면서 허공의 물기가 한밤중 순식간에 나뭇가지에 맺혀 꽃을 피우는 순간까지 잡아내게 된다. 그 결과가 결국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 둘 수 있게 되었다’라는 구절에 가닿게 된 것이다. 그의 열한 번째 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 둘 수 있게 되었다’(2020)는 오랜만에 전해진 ‘시인 안도현’의 편지 같은 존재다. 한때 절필 선언 후 살아온 날들이 담긴 이번 시집을 독자들은 오래도록 기다렸을 것이다. “나무나 꽃과 대화하고 서로 알아보면서 이곳에서 인생을 완성에 가깝게 한번 만들어 보려고요. 거창하게 모천회귀라고까지 할 건 없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안긴 어머니 품 같기는 합니다.” 그는 이러한 시간이 담긴 이번 시집을 두고 “여건과 환경이 바뀌면서 모든 것을 세심하게 관찰하게 됐고 그에 따라 시도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이번 시집의 ‘시인의 말’을 통해 “갈수록 내가 시를 쓰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안도현이 ‘시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니? 안도현이 안 쓰면 누가 쓰나? 나는 그 말이 이제 그가 시를 ‘쓰는’ 단계에서 시를 ‘사는’ 단계로 이월하는 순간을 담아낸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둘레를 얻었고/그릇은 나를 얻었다//그릇에는 자잘한 빗금들이 서로 내통하듯 뻗어 있었다/빗금 사이에는 때가 끼어 있었다/빗금의 때가 그릇의 내부를 껴안고 있었다”(그릇)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자신이 버리기 어려운 허물을 고백하고 반성하지 않는가? 이제 좀 고독해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들려주는 그는 자신이 사랑했고 평전까지 집필했던 백석(白石)이 노래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시인의 존재론을 고향 예천에서 구상하고 완성해 갈 것이다. 그 믿음이 이제 시를 ‘살아가는’ 힘을 줄 것이다.●잔잔하고 투명한 시냇물 같았던 봄날 시인이 고향에 돌아와 우선으로 한 일은 돌담이나 텃밭이라는 형상으로도 나타났지만, 예천의 자연과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알리는 잡지 ‘예천산천’ 창간으로도 결실을 이뤘다. 그는 이 계간 잡지의 편집인을 맡았다. “예천은 비록 작은 고을이지만 그래서 역설적으로 막무가내의 개발로부터 소외돼 온 곳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보존된 것들이 있을 수밖에 없지요. 고향분들을 한 분 한 분 만나 아직도 남아 있는 예천의 자연과 문화 유적들을 잘 지켜 가려고 합니다.” 그동안 안도현은 인간과 인간이, 인간과 자연이, 자연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노래해 온 시인이다. 그러한 그의 시선이 이제 고향의 작고 느리고 아름다운 사물과 순간과 기억 속에서 더욱 고귀한 삶의 이법을 포착하고 발견해 가는 성취를 이루어 갈 것이다.“내성천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모래 강입니다. 폭도 매우 넓은 귀한 강이지요.” 그런데 상류에 갑자기 영주 댐이 건설되면서 모래사장은 풀밭으로 급속도로 변해 버렸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모래가 제법 많다. 시인은 어릴 적 여름이면 매일 이 강변에서 살았다고 한다. “내성천 곁에 살게 됐으니 내성천을 원형대로 복원하는 데 헌신하려고 합니다.” 이제 내성천의 역사와 기억을 담은 그의 시와 글과 삶의 흔적들이 안도현의 ‘예천 시대’를 열어 갈 것임을 내비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고향 예천은 안도현에게 아득한 과거이자 첨예한 미래다. 다음날 우리 일행은 시인의 안내를 따라 도정서원에 들렀다. 선조 때 좌의정을 지낸 정탁(鄭琢) 선생의 위패를 모신 곳에서 우리는 내성천의 살가운 흐름을 더 가까이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이틀 동안 안도현의 고향 예천의 아름답고 잔잔하고 투명한 봄날을 누렸다. 그야말로 “오동꽃 핀 줄 모르고/5월이 간”(식물도감) 순간이 우리의 몸안에 남은 것이다. 이제 예천에서 외롭고 높고 쓸쓸한 ‘후기 안도현’의 시가 탄생해 갈 것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전주로 서울로 향했다. 고향의 자연과 역사에서 발견하는 시와 삶을 그리고 있을 안도현의 다음 세계가 더욱 아름다운 화폭으로 나타날 것을 마음 깊이 고대하면서 말이다. “뒷산에/핑계도 없이/와서//이마에 손을 얹는/먼 물소리”(우수(雨水))를 한껏 들을 수 있었던 따뜻하고 화창한 예천의 봄날이었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코로나로 탈북민 실업률 9.4%…위기 경보 전 맞춤형 지원

    코로나로 탈북민 실업률 9.4%…위기 경보 전 맞춤형 지원

    ‘제3차 북한이탈주민 정착 기본계획’ 수립 자살·성폭력·재입북 등 위기 선제적 대응 관계부처 합동 ‘탈북민 안전지원센터’ 설립 ‘위기 조짐’ 탈북민 전수조사...심리 치유도 코로나19 상황에서 탈북민의 실업률이 9.4%까지 치솟는 등 일반인보다 더 큰 고용 불안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는 이같은 위기 상황에서 선제적이고 신속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 부처들이 통합 지원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들고,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통일부는 18일 북한이탈주민 대책협의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제3차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기본계획(2021∼2023)’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3차 계획은 2019년 탈북 모자 사망 사건을 비롯해 자살, 고독사, 성폭력, 재입북 등 탈북민들의 극단적 위기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이같은 위기 상황을 적기에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통일부에 따르면 탈북민들의 정착 지표는 꾸준히 개선되는 흐름을 보여왔으나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고용 및 실업 부문에서 크게 악화했다. 지난해 고용률은 54.4%로 전년도(58.2%)에 비해 3.8% 포인트 하락했으며, 실업률은 6.3%에서 9.4%로 크게 늘었다. 일반 국민(고용률 61.4%→60.4%, 실업률 3.0%→3.1%)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취약 계층에 있는 탈북민들이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이같은 경제·사회적 위기 상황 대응을 위해 정부는 내년까지 통일부·행정안전부·경찰청·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에서 약 20여명 규모로 ‘북한이탈주민 안전지원센터’를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또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나눠 위기 정황이 보이는 탈북민을 전수조사하고, 긴급 생계비나 의료비 긴급지원, 심리 상담, 자살예방 프로그램, 문화 프로그램 등 필요한 지원도 선제적으로 제공할 방침이다.이를 위해 복지부 사회보장시스템과 통일부의 하나넷을 연계해 단전·단수 등 위기 징후 정보를 정례적으로 공유하고 지자체 복지담당 공무원들과 함께 탈북민 위기 상황을 더욱 밀접하게 관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탈북민은 일반 취약 계층과는 달리 북에서 왔다는 특성도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 부처들과 위기 징후 감지 항목 및 경보 대상을 정밀화하는 등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적 지원 뿐만 아니라 탈북민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한다. 남북통합문화센터의 탈북민 전문 심리상담센터 ‘마음숲’에서는 기존 심리상담·치료·지도에 더해, 탈북아동들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인지학습 과정을 새롭게 도입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우울감(코로나 블루) 치유를 위해 통일부·산림청이 기존의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강화해 운영하고, 탈북 과정의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탈북민 심리 치유센터를 거점별로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여성 탈북민이 신변보호관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하는 사례들이 늘어남에 따라 신변보호관 대상 인권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마지막까지 남는 관계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마지막까지 남는 관계

    표절이나 아웃팅, 대필 문제로 주변 작가들이 정점에서 바닥으로 추락할 때, 미투나 폭력 문제로 유명인들이 인생의 진창으로 떨어져 꼼짝없이 붙들릴 때 맨 먼저 드는 생각은 ‘인간이 어쩌면 저럴 수 있나’가 아니다. 그들의 과오를 점검하고 비판하는 와중에 곧바로 떠오르는 생각은 ‘나도 만약 저런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 하지?’다. 이건 인간의 본능적인 두려움으로, 누구나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못한 데다 사회는 이미 좁아질 대로 좁아져 여기 사람들이 한꺼번에 손가락질한다면 달리 벗어날 곳을 찾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럴 때는 보통 마지막까지 자신을 신뢰해 줄 사람 한두 명을 찾아가게 될 텐데, 나는 몇 번의 생각 속에서 K선생을 떠올렸다. 그와 나는 관계를 맺은 지 18년쯤 됐다. 20대 때 나는 그의 칼 같은 글에 사로잡혔고, 30대 때는 저자ㆍ편집자가 돼 간간이 그의 책을 내는 것에 출판인으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 40대가 되니 예전만큼 흠모하거나 들뜨는 기분은 옅어졌지만, 뭔가 작지 않은 산이 뒤에 버티고 있는 느낌이고 앞으로도 이 관계는 지속될 것 같다. K선생과 나는 초반에는 얼굴 보고 만나서 밥도 먹고 했지만 지방과 서울이라는 거리 때문에 대면하는 일이 점점 드물어졌고, 전화통화를 한 일도 손에 꼽으며, 거의 이메일로만 소통한다. 하지만 20대 때부터 내 세계를 구축하는 데 그는 영향력을 미쳤고, 그가 가끔 보내오는 격려와 신뢰는 중간에 텅 빈 시간을 곧바로 메울 만큼 힘이 있다. 역사 속의 수많은 사람이 ‘동지’, ‘동반자’라 일컬을 만한 관계를 맺었다. 그중 인상적인 예를 꼽자면 18세기 후반의 황윤석과 김용겸이다. 한양의 명문 거족 출신인 김용겸과 궁벽진 시골 출신에다 관직도 보잘것없는 황윤석은 나이 차가 거의 서른 살이 났는데도 ‘박학’(博學)에 대한 관심이 일치해 단단한 동반자 관계가 됐다. 황윤석이 한양에 머문 기간은 3~4년에 그쳤으며, 그 시절에도 늘 만났던 것은 아니지만, 김용겸은 황윤석에게 귀한 책들을 제공해 주었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세계에 들어오도록 문을 활짝 열었다. 사실 그 시절 큰 어른이기도 했던 김용겸은 사람을 사귀는 데 호방하고 탁월한 자질을 갖추고 있어 박지원, 이덕무, 홍대용 같은 젊은이도 김용겸이 자신과 가장 가까운 관계라고 말했다고 한다. 시간은 모순된 힘을 지녀 어떤 관계는 시간의 축적으로 단단해진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의 호기심을 건조하게 변화시켜 지난 수십 년의 관계가 끊어지는 데 별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다. 아마 가장 큰 잣대는 상대가 추구하는 세계(관)에 내가 계속 흥미와 흠모의 마음을 갖느냐 아니냐일 것이다. 얼마 전 봤던 라주 리 감독의 영화 ‘레미제라블’에서는 경찰이 문제를 일으키는 한 어린이에게 오발탄을 쏘는 장면이 나왔다. 사건 직후 고무탄을 쏜 경찰, 옆에서 이를 지켜봤던 동료 경찰, 그리고 고무탄을 얼굴에 맞아 눈과 피부가 일그러진 아이, 이 세 사람은 각자의 고독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그중 주목할 만한 인물은 엄청난 사회적 비난에 휩싸일 경찰이었다. 나는 그의 행위보다는 사건 직후 그가 엄마 집으로 가서 일상적 안부를 나누며 엄마의 품에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장면이 더 눈에 들어왔다. 인간은 막다른 골목에 내몰려 자기가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할 때(요즘은 이런 일이 빈번하니까)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경관에게는 그게 엄마였지만 꼭 가족일 필요는 없다. 그냥 옆에 있어 내 사연을 들려주지 않고도 무언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관계면 된다. 인간관계는 시간의 압력을 버텨 내지 못하기도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부단히 인연이 쌓여 단단하고 깊어지기도 한다. 우리 개인의 삶에는 그런 관계가 하나둘씩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는 잠시나마 당신을 구해 주고 뒷사람들에게 당신과의 기억을 전해 줄 이가 있는가.
  • 홀로, 온전하게,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

    홀로, 온전하게,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

    전체 가구의 30.2%가 1인 가구인 상황에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홀로족’들은 저마다 행복한 일상을 만끽한다. 어쩌면 현실은, 혼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고독과 불안, 죽음의 문제가 더 강력할지도 모른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이 그래서 1인 가구, ‘당신의 이야기’로 가닿지 않을까 싶다. 신용카드 회사 콜센터 상담원인 진아(공승연 분)는 항상 ‘혼밥’을 고집할 정도로 스스로 고립을 선택했다. 생기발랄한 신입사원 수진(정다은 분)의 교육을 맡았지만, 무뚝뚝한 표정으로 내버려 두기만 한다. 하지만 평소 인사도 하지 않던 이웃집 남자가 방에서 홀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진아의 세계에도 조금씩 균열이 일어난다. 새로 이사 온 옆집 남자 성훈(서현우 분)이 일면식도 없는 이웃의 죽음을 애도하자 가치관의 혼돈을 겪는다. 영화는 ‘사람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진부한 결론 대신 혼자 온전하게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깨달아 가는 진아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상실의 상처로 인한 자발적 고립, 다시 고통받고 싶지 않은 이들이 만들어 내는 방어기제의 작동 등이 어떻게 진아에게서 발현되는지 세심하게 그렸다. 개봉을 앞두고 만난 홍성은 감독은 “고독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면서 ‘과연 혼자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관계에 상처받기 싫어서 혼자서 온전해질 방법을 찾으면서도, 속으로는 외로움과 맞서 싸우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가 주변 관계에 가혹해지는 건 작별 인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고요.” 감독은 진아를 통해 “고립된 인물들이 타인과의 관계가 지닌 미래의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버스로 집과 회사만 오가는 진아의 단조로운 일상 때문에 영화 속 공간은 한정적이다. 실제 홍 감독은 콜센터에서 촬영하고 싶었지만,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협조를 구하기 어려웠고, 자료 수집도 인터넷과 유경험자들의 증언 등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10년 차 배우 공승연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지루함을 상쇄한다. 영화는 지난 5일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2관왕(배우상,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을 차지했다. 19일 개봉. 12세 관람가.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혼자 잘 산다는 건 무엇일까”…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혼자 잘 산다는 건 무엇일까”…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전체 가구의 30.2%가 1인 가구인 상황에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홀로족’들은 저마다 행복한 일상을 만끽한다. 어쩌면 현실은, 혼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고독과 불안, 죽음의 문제가 더 강력할지도 모른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이 그래서 1인 가구, ‘당신의 이야기’로 가닿지 않을까 싶다. 신용카드 회사 콜센터 상담원인 진아(공승연 분)는 항상 ‘혼밥’을 고집할 정도로 스스로 고립을 선택했다. 생기발랄한 신입사원 수진(정다은 분)의 교육을 맡았지만, 무뚝뚝한 표정으로 내버려 두기만 한다. 하지만 평소 인사도 하지 않던 이웃집 남자가 방에서 홀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진아의 세계에도 조금씩 균열이 일어난다. 새로 이사 온 옆집 남자 성훈(서현우 분)이 일면식도 없는 이웃의 죽음을 애도하자 가치관의 혼돈을 겪는다. 영화는 ‘사람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진부한 결론 대신 혼자 온전하게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깨달아 가는 진아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상실의 상처로 인한 자발적 고립, 다시 고통받고 싶지 않은 이들이 만들어 내는 방어기제의 작동 등이 어떻게 진아에게서 발현되는지 세심하게 그렸다.개봉을 앞두고 만난 홍성은 감독은 “고독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면서 ‘과연 혼자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관계에 상처받기 싫어서 혼자서 온전해질 방법을 찾으면서도, 속으로는 외로움과 맞서 싸우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가 주변 관계에 가혹해지는 건 작별 인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고요.” 감독은 진아를 통해 “고립된 인물들이 타인과의 관계가 지닌 미래의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버스로 집과 회사만 오가는 진아의 단조로운 일상 때문에 영화 속 공간은 한정적이다. 실제 홍 감독은 콜센터에서 촬영하고 싶었지만,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협조를 구하기 어려웠고, 자료 수집도 인터넷과 유경험자들의 증언 등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10년 차 배우 공승연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지루함을 상쇄한다. 코로나19 시대 2030 홀로족들에게 공감을 주기는 충분하다. 영화는 지난 5일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2관왕(배우상,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을 차지했다. 19일 개봉. 12세 관람가.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에어컨 살 수 있게 도와주세요” 보조금 끊긴 日조선학교의 생존기

    “에어컨 살 수 있게 도와주세요” 보조금 끊긴 日조선학교의 생존기

    재일조선학교에 대한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이 대폭 깎이거나 없어지면서 조선학교가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급기야 일부 조선학교에서는 폭염을 앞두고 교실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클라우드 펀딩으로 모금을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13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히로시마시에 있는 조선학교는 교실에 에어컨을 설치하기 위해 클라우드 펀딩으로 모금을 하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된 이날까지 110만엔을 모았다. 에어컨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700만엔으로 이 가운데 300만엔을 ‘READYFOR’라는 모금 사이트를 통해 6월 말까지 모금을 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2013년 히로시마현과 히로시마시의 조선학교이 보조금 지출을 끊었다. 이 때문에 이 지역의 조선학교의 교실에는 에어컨 같은 냉방기기를 설치하기 어려워 식품용 냉각제를 이용해 더위를 겨우 피하는 상황이다. 이창흥 교장은 “(모금액이 모이는 것을 보고) 고독하지 않다고 느꼈다”며 “목표액을 달성해 더위로부터 아이들의 목숨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조선학교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일본 내 초·중·고교로 북한을 중심으로 한 역사와 언어 등을 가르친다. 일본 학교교육법상 ‘학교’로 정식 인정을 받지 못해 광역지자체가 ‘각종 학교’로 인가해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하지만 히로시마시에 있는 조선학교의 사례처럼 조선학교에 대한 일본 내 차별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0년 4월 고교 무상화 제도를 도입했고 조선학교와 같은 외국인 학교도 요건을 충족하면 지원 대상이 됐다. 상황이 바뀐 건 아베 신조 2차 정권 출범 이후인 2013년부터다. 조선학교가 친북한 성향의 조총련과 관계가 있어 취학지원금이 수업료에 쓰이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밖에도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을 계기로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끊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조선학교 보조금이 이처럼 줄어든 데는 조선학교 교과서 내용 등 교육 내용에 대한 불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서에 김일성·김정일 등을 예찬하는 내용이 있거나 납북 일본인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것 등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부처님오신날 다시 걷는 두 큰스님의 한길 큰 길

    부처님오신날 다시 걷는 두 큰스님의 한길 큰 길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나누어 가질 줄 알아야 한다. 나눔은 자기확산 같은 것이다. 우리가 고독을 체험하는 것은, 자기로부터 시작하기 위해서이지 거기 머무르기 위해서는 아니다.”(‘진리와 자유의 길’ 356쪽)“남을 도와주고도 도와주었다는 생각도 내지 말고 대가도 바라지 마세요. 그냥 도와주어야 행복합니다. 도와주었다는 한 생각을 내는 순간 괴롭기 때문입니다.”(‘혜암 평전’ 512쪽) 오는 19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생전에 존경받았던 불교계 큰 스승들의 가르침과 삶을 담은 책들이 잇달아 출간됐다. 한국 불교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스님들의 면모를 후대에 전하기 위해서다.도서출판 지식을만드는지식은 ‘무소유’와 ‘맑고 향기롭게’ 운동을 이끈 법정스님(1932~2010)의 미발표 육필원고를 묶은 책 ‘진리와 자유의 길’을 출간해 13일부터 서점에 내놓는다. 법정스님은 1980년부터 1991년까지 송광사 수련원장을 맡는 동안 수련생들을 위해 불교의 핵심 내용을 담은 교재를 집필하고 강연했으나 이후 이 교재는 잊혔다. 법정스님의 제자인 덕조스님이 최근 원고를 발견하면서 출간하게 된 것이다. 법정스님의 육필원고가 책으로 나온 것은 2008년 ‘아름다운 마무리’ 이후 13년 만이다. 책은 불교 출현의 역사적 사실과 초기 불교의 특징, 교법 등을 쉬운 언어로 풀어냈다. 특히 법정스님은 서문에서 “어느 절이나 법당 앞과는 달리 법당 뒤는 마냥 깜깜하다. 등은 절간보다도 거리나 어두운 길목에 켜서 여러 중생의 발부리를 밝혀주는 일이 널리 일어났으면 한다”고 일침한다. 덕조스님은 “불자들이 스님을 그리워한다면 이런 가르침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30년 만에 세상에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조계종출판사는 조계종 10대 종정 등을 지낸 혜암스님(1920~2001)의 탄생 101주년을 맞아 최근 ‘혜암 평전’을 출간했다. 박원자 불교전문작가가 쓴 이 책에는 20세기 후반 한국 불교의 정신세계를 이끌던 혜암스님의 삶과 가르침이 오롯이 담겨 있다. 10대 때 일본 유학 도중 불교에 첫발을 딛고 출가한 이후 성철스님 등과 함께 수행하는 과정이 담겼다. 제자들에게 “공부하다 죽어라”며 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한 스님은 출가한 날부터 50년간 하루 한 끼 식사만 하는 ‘일종식’과 눕지 않고 좌선하는 ‘장좌불와’, ‘두타고행’ 등을 실천하며 진정한 행복을 설파했다. 박원자 작가는 “스님의 삶을 글로 쓰면서 정진하는 삶만이 생명의 존엄을 드러내는 일임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노원 “1인가구, 형태별로 지원 방법 달라야”

    노원 “1인가구, 형태별로 지원 방법 달라야”

    전국 1인가구 수가 놀라운 속도로 늘어나는 가운데, 서울 노원구가 1인가구 맞춤형 지원 방안을 내놨다. 구는 먼저 중장년 1인가구에 대해 사회활동, 경제, 건강, 주거 분야를 지원한다고 12일 밝혔다. 지난해 6월~10월 만 50세 이상 64세 이하 남성 1인가구 7797명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544명에게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구는 이들에게 노원똑똑돌봄단, 이웃사랑봉사단이 정기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노원50+센터와 연계해 인생설계, 자기주도 프로그램 등도 제공, 건강한 사회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경제 어려움을 겪는 1인 가구는 공적 급여와 일자리 상담을 제공한다. 건강 문제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등과 연계해 상담과 치료를 지원한다. 저소득층 집수리 지원 사업과 연계해 주거 환경도 개선해 준다. 고독사 위험이 높은 중장년 1인가구에게는 ‘스마트 플러그’를 이용한 비대면 디지털 돌봄 서비스를 추진한다. 대상자 가구 집안 밝기와 전기 사용량이 일정 시간 변하지 않으면 동주민센터 복지플래너에게 신호가 발송된다. 지난해 12월까지 총 150가구에 스마트 플러그를 설치했다. 빠르게 늘어나는 청년 1인가구에게는 독립생활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집 구하기, 요리 강좌, 집수리와 정리정돈, 관계 증진 프로그램 등이 이에 해당한다. 심리 안정을 위한 집단 상담, 경제 독립을 위한 청년 일자리도 지원한다. 여성 1인가구에 대해서는 범죄예방을 위한 ‘안심 홈세트 지원‘ 사업과 비대면으로 안전하게 택배를 받을 수 있는 ‘여성 안심 택배함’ 사업도 펼치고 있다. 무인택배 보관함은 현재 9곳에 운영 중으로 올해 지하철 역사와 주택가 인근 다중 이용 시설에 5개를 추가로 설치해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오승록(사진) 노원구청장은 “자칫 소외되거나 사회와 단절되기 쉬운 1인 가구에 대해 공공기관과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대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구 차원의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부처님오신날 앞두고 다시 맞는 법정·혜암스님의 가르침과 삶

    부처님오신날 앞두고 다시 맞는 법정·혜암스님의 가르침과 삶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나누어 가질 줄 알아야 한다. 나눔은 자기확산 같은 것이다. 우리가 고독을 체험하는 것은, 자기로부터 시작하기 위해서이지 거기 머무르기 위해서는 아니다.”(‘진리와 자유의 길’ 356쪽) “남을 도와주고도 도와주었다는 생각도 내지 말고 대가도 바라지 마세요. 그냥 도와주어야 행복합니다. 도와주었다는 한 생각을 내는 순간 괴롭기 때문입니다.”(‘혜암 평전’ 512쪽) 오는 19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생전에 존경받았던 불교계 큰 스승들의 가르침과 삶을 담은 책들이 잇달아 출간됐다. 한국 불교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스님들의 면모를 후대에 전하기 위해서다.도서출판 지식을만드는지식은 ‘무소유’와 ‘맑고 향기롭게’ 운동을 이끈 법정스님(1932~2010)의 미발표 육필원고를 묶은 책 ‘진리와 자유의 길’을 출간해 13일부터 서점에 내놓는다. 법정스님은 1980년부터 1991년까지 송광사 수련원장을 맡는 동안 수련생들을 위해 불교의 핵심 내용을 담은 교재를 집필하고 강연했으나 이후 이 교재는 잊혔다. 법정스님의 제자인 덕조스님이 최근 원고를 발견하면서 출간하게 된 것이다. 법정스님의 육필원고가 책으로 나온 것은 2008년 ‘아름다운 마무리’ 이후 13년 만이다. 책은 불교 출현의 역사적 사실과 초기 불교의 특징, 교법 등을 쉬운 언어로 풀어냈다. 특히 법정스님은 서문에서 “어느 절이나 법당 앞과는 달리 법당 뒤는 마냥 깜깜하다. 등은 절간보다도 거리나 어두운 길목에 켜서 여러 중생의 발부리를 밝혀주는 일이 널리 일어났으면 한다”고 일침 한다. 덕조스님은 “불자들이 스님을 그리워한다면 이런 가르침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30년 만에 세상에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조계종출판사는 조계종 10대 종정 등을 지낸 혜암스님(1920~2001)의 탄생 101주년을 맞아 최근 ‘혜암 평전’을 출간했다. 박원자 불교전문작가가 쓴 이 책에는 20세기 후반 한국 불교의 정신세계를 이끌던 혜암스님의 삶과 가르침이 오롯이 담겨 있다. 10대 때 일본 유학 도중 불교에 첫발을 딛고 출가한 이후 성철스님 등과 함께 수행하는 과정이 담겼다. 제자들에게 “공부하다 죽어라”며 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한 스님은 출가한 날부터 50년간 하루 한 끼 식사만 하는 ‘일종식’과 눕지 않고 좌선하는 ‘장좌불와’, ‘두타고행’ 등을 실천하며 진정한 행복을 설파한다.박원자 작가는 “스님의 삶을 글로 쓰면서 정진하는 삶만이 생명의 존엄을 드러내는 일임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서울 성북구의 ‘스마트 돌봄’… IoT 기기로 독거어르신 안전·건강 관리한다

    서울 성북구의 ‘스마트 돌봄’… IoT 기기로 독거어르신 안전·건강 관리한다

    서울 성북구 장위1동에 거주하는 윤모(81)씨는 최근 집에 홀로 있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다행히 평소 윤씨의 생활을 돌보는 생활지원사 A씨 덕분에 위급 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 A씨가 윤씨의 이상 상황을 빠르게 감지할 수 있었던 건 윤씨의 집에 설치된 사물인터넷(IoT) 기기 덕분이다. 윤씨가 쓰러진 뒤 손발에 경련이 일어나면서 몸에 움직임이 많이 발생하자 IoT 기기가 이를 감지한 뒤 움직임 수치를 A씨의 휴대폰으로 전송한 것이다. 성북구가 윤씨처럼 홀로 사는 독거 어르신들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도입한 스마트 시스템이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11일 구에 따르면 구는 독거 어르신이 거주하는 집 내부에 스마트 단말기를 설치해 어르신의 움직임이나 집 안의 온도, 조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실시간으로 점검한다. 안전에 이상이 발생하면 생활지원사의 휴대폰으로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송돼 위기 상황에 즉각적인 대처를 할 수 있다. 고독사에 대한 공포가 심한 어르신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자주 찾아뵙기 힘든 부모님의 안부를 염려하는 자녀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성북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사는 자녀들이 부모님을 돌보는 생활지원사와 비상 연락을 하면서 부모님의 안전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상담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는 5월 현재 총 777대의 스마트 장비를 운영하고 있다. IoT 기기를 통한 독거 어르신들의 안전 관리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향후 신규 대상자를 발굴하는데 힘쓸 예정이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IoT 기기를 활용한 스마트 돌봄 시스템을 활용해 나홀로 가족들의 안전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 생명을 살리는 심리부검과 통계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 생명을 살리는 심리부검과 통계

    지금은 상당히 줄었지만 1967년 통계를 보면 한 해 동안 군대에서 자살한 사람이 448명이나 됐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제대로 확인이 안 되는 의문사도 적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났는데 왜 죽었는지 이유조차 알 수 없다면 남은 이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차마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그런 슬픔과 분노 때문에 노무현 정부에서 생긴 게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였다.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국가 차원에서 심리부검을 실시하는 심리부검소위원회도 만들었다. 당시 방대한 자료를 보고 죽음에 이르게 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자살을 초래할 만한 스트레스 사건이 있었는지 원인을 추정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상당한 스트레스와 정신질환 발병을 인정받으면 고인은 국가유공자로 지정될 수 있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유족들은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었다. 심리부검은 최근에는 법원에서도 증거로 인정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자살예방정책을 수립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자살자 수는 1만 4000명 가까이 된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3000명대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다. 이러한 죽음에 대한 공식통계는 통계청이 담당해 다음해 9월에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망통계의 정확성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지만 보완할 부분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검시관 제도가 없다는 걸 꼽지 않을 수 없다. 검시관 제도는 초기에 자연사인지 외인사인지 판단은 물론 적극적인 정보수집을 통해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운영하는 제도이다. 최근 국회에서 검시관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점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실시간 감시체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교통사고 현황은 시내 전광판으로도 매일 확인할 수 있지만 자살통계는 해를 넘기고 나서야 나오므로 신속한 대처가 힘들 수밖에 없다. 다행히 2020년부터는 2개월 간격으로 경찰사망자료를 근거로 잠정통계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가 많다. 일본에선 감소하던 자살 사망자가 작년 7월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다시 증가했다. 일본자살예방추진센터는 여성 자살률 증가가 두드러졌고 특히 비정규직이나 양육 부담이 큰 연령대에 집중됐다고 보고했다. 이에 접근하기 위해 일본은 고독고립대책실을 2월에 신설했다. 잠정치 자살통계에 대한 분석이 바로 정책으로 이어진 것이다. 반면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란 이유로 전체 사망잠정치와 성별만 공개할 뿐 자살예방 관련 기관과 지자체에서도 직업, 가족 상태 등을 분석할 수 없다 보니 누구를 우선순위로 자살예방정책을 세워야 할지 알지 못한다.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하되 위기에 빠진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관련 통계가 정책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한발 더 나아간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 ‘고독’을 위해 6달간 풀먹으며 한겨울 텐트에서 산 여성

    ‘고독’을 위해 6달간 풀먹으며 한겨울 텐트에서 산 여성

    지난해 11월부터 혹한의 숲 속에서 5개월 반 동안 극소량의 음식과 풀, 이끼 등을 먹으며 버틴 미국 여성이 화제다. 인사이더는 10일 미국 유타주의 산림청 직원이 스패니쉬 계곡 캐년 일부를 겨울을 대비해 닫다가 캠핑장에서 한 대의 버려진 차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구조대원들은 차 소유주인 여성을 찾았지만 허사였으며 형사들도 5개월 반 동안 그녀를 찾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지난 2일 한 비영리 지역 수색단체가 드론으로 텐트를 우연히 발견했고, 이 텐트에서 실종된 여성이 머리를 내미는 것을 포착했다. 산림청 직원들은 이 여성이 올 봄에 사망한 상태로 발견될 것이라 예견했기에 47살의 여성이 체중이 많이 빠진 상태로 나타났을 때 모두 충격에 빠졌다. 그녀가 슬리핑백과 텐트, 아주 적은 식량만 갖고 겨울 숲 속에 혼자 간 것은 ‘고독’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생존 전문가는 미국 인디언 보호구역에는 여전히 열, 전기, 흐르는 물이 없이도 사는 사람들이 있다고 강조하며, 고립된 여성이 유타 지역 보호구역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고무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겨울 유타주에는 많은 눈이 내리고 영하 37도까지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저체온증이 생존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쌀과 콩 외에 많은 음식이 없었던 고립 여성은 초겨울에 캠핑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음식을 받았으며 이끼와 풀도 먹었다고 산림청 직원들에게 말했다. 5개월 반 동안 한겨울 숲 속에서 고립을 자초했던 여성의 신상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알려지지 않았으며, 산림청에서는 그녀가 정신 건강의 문제를 겪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혼자 사는 어르신에 생신상… 돌봄망 강화하는 성북

    혼자 사는 어르신에 생신상… 돌봄망 강화하는 성북

    서울 성북구가 가정의 달을 맞아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돌보는 도우미로 나섰다. 구는 생신을 맞이한 독거 어르신에게 생신 도시락과 카네이션을 전달하는 ‘성북구가 함께하는 독거 어르신 동행 밥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구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 여성과 노인일수록 불안과 우울감을 특히 크게 겪는다는 결과가 있었다”면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독거 어르신들의 고독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어르신들에게 생신상을 전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는 지난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지역 내 돌봄 대상 어르신 166명을 대상으로 생신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20개 동에서 활동하는 마음돌보미 자원봉사자 193명이 생신을 맞는 어르신의 집을 직접 방문한다. 생신 도시락을 선물하면서 축하 인사를 건네고 어르신의 건강 상태도 꼼꼼히 확인한다. 마음돌보미들은 평소에는 고위험 우울증 어르신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안부 전화해 안전 상황을 확인한다. 구는 취약 계층을 위한 돌봄망을 강화하기 위해 이처럼 지역 사회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느는 만큼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공동체 의식이 절실히 필요한 까닭이다. 정릉동에서 활동하는 한 마음돌보미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르신과 함께 식사하면서 축하드리지 못하는 점이 못내 아쉽다”면서 “평소 어르신들과 자주 연락하면서 그분들이 심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돼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안도현의 꽃차례] 광기와 윤리

    [안도현의 꽃차례] 광기와 윤리

    1982년 서른 살의 젊은 화가 황재형은 서울을 버리고 강원도 태백으로 거처를 옮겼다. 스물일곱 살의 아내와 갓 태어난 아들이 그를 따랐다. 그는 광부가 돼 탄광촌을 그리고 싶었다. 막장, 더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이 위험한 공간에 투신하겠다는 생각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기획이었다. 그는 태백에서 태백 이외의 세상을 스스로 봉쇄하고 광부로 일하면서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삶과 예술의 주체자로서 자신을 세우기 시작했다는 뜻도 된다. 서울이 중앙이 아니라 태백이 그에게 중앙이었던 것. 태백에서 작업이 중요한 건 남다른 치열한 현장성도 있지만, 그만의 지속성과 몰두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속의 허영과 사치를 철저하게 떼어내고 침묵과 철저한 고독 속에 자신을 가두는 것, 이것이 오늘날 황재형의 예술을 만든 방법적 고투였다. 태백에서 황재형은 그동안 주변부로 취급되던 탄광촌과 탄광촌 사람들을 향한 존경과 애정을 바탕으로 그들을 생의 주체로 부각시켰다. 그는 그들을 관찰과 관조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막장은 생계를 위한 직장이면서 그가 지향하고자 했던 예술의 공부방이었다. 황재형의 작품이 갖는 의미는 가장 참혹한 현실을 가장 회화적인 기법으로 재현했다는 데 있다. 세상의 끝에 은폐돼 있던 풍경을 이른바 리얼리즘에 기초한 화면으로 길어 올린 것이다. 황재형에 의해 지하의 풍경은 지상으로 올라왔고, 대중이 막연하게 알고 있던 ‘사실’은 끔찍하게 아름다운 ‘진실’이 됐다. 그의 그림을 지배하는 검은 어둠은 탄광촌과 그 주변부의 풍경과 맞물려 있다. 그 어둠 속에 등장하는 인물상들은 자신의 존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다. 이 이름 없는 사람들이 작가의 그림에 소환되는 순간 놀라운 역설이 발생한다. 아무도 부여하지 않았고 아무도 불러 주지 않던 자신만의 이름을 획득하는 것이다. 가려지고 숨겨져 있던 존재를 드러내는 일을 표현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표현된 것이 본래 지니고 있던 성질을 회복할 때 예술적 성취는 완성된다. 황재형의 예술은 40년 동안 그 과정을 줄기차게 쫓아왔다.황재형이 광부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갱도에서 빠져나와 목욕하러 가는 길이었는데 어디선가 여자들이 깔깔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료에게 물었더니 퇴근하기 위해 몸을 씻는 선탄부 직원들이라 했다. 선탄부, 석탄이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오면 쓸모없는 잡석과 나무토막 등의 불순물을 골라내는 일을 하는 부서. 그의 몸이 어느 틈에 널빤지를 잇대어 붙여 만든 가건물 샤워실 가까이 가 있었다. 판자 틈으로 목욕하는 여자들이 보였다. 바가지에 물을 떠서 부으면 검은 탄가루 섞인 물줄기가 목에서 가슴으로, 배로, 굴곡마다 흘러내렸다. 그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여성의 신체라서 신비한 게 아니었다. 그 어떤 욕망이 꿈틀대는 것도 아니었다. 대학을 다니면서 수없이 누드를 그렸지만 이렇게 자신을 정직하고 숭고하게 드러내는 몸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이 황홀한 그림을 놓치기 싫어 샤워실의 둥근 손잡이를 잡았다. 그때 불현듯 그의 몸이 얼음처럼 굳어졌다. 너 거기서 뭐하고 있는 거냐! 그의 심연에서 천둥 같은 고함이 들렸다. 너 무엇을 대상화해서 그림을 그리려는 것이냐? 그 그림으로 뭔가 이득을 취하려고 손잡이를 돌릴 것이냐? 이런 짐승 같은 놈! 양심이 진동하는 소리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그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혈관이 뜨거워지고 땀구멍이 분화구처럼 뜨거운 김을 분출하는 것 같았다. 광기와 윤리가 그의 마음속에서 서로 충돌하고 있었다. 오도 가도 못하고 30분이 지나갔다. 누군가가 그를 부르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했을지도 모른다. 만약에 문을 열었다면, 그 여자들이 목욕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렸다면, 정말 그랬다면 그는 더 진정한 것을 찾아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황재형의 그림은 태백이라는 쇠락한 탄광촌의 폐허에서 발원해서 한국 현대 회화의 한 정점에 도달했다. 보편적이면서도 충격적인 감동의 에너지를 대중에게 선사한다. 4월 30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2전시실에서 전시하고 있다.
  • 달 못 밟은 외로운 남자, 홀연히 달나라로 떠나다

    달 못 밟은 외로운 남자, 홀연히 달나라로 떠나다

    “나는 지금 혼자, 진정으로 혼자다. 어떤 생명으로부터도 완전히 고립됐다.” 50여년 전, 인류 최초의 달 착륙 위업을 이룬 미국 아폴로 11호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가 자신의 회고록에 쓴 내용이다. 당시 아폴로호에 탑승한 3명 중 유일하게 달 표면을 밟지 못해 ‘세 번째 남자’, ‘잊힌 우주인’으로 불렸던 콜린스가 90세를 일기로 지구에서의 여정을 마쳤다. 콜린스의 가족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그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유족은 “그는 항상 삶의 도전에 품위와 겸손으로 임했고, 암이라는 마지막 도전에도 똑같이 맞섰다”며 “날카로운 위트와 조용한 목적의식, 현명한 시각을 기억해 달라”고 했다. 1930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콜린스는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를 나와 공군 파일럿을 거쳤다. 어릴 때부터 하늘을 올려다보며 가장 놀라운 것들을 보고, 더 많이 알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는 1963년부터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비행사로 복무했다. 아폴로 계획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미니 10호 조종을 맡아 도킹 업무를 수행했고, 1969년 7월 아폴로 11호에 올라 우주 탐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콜린스는 오랫동안 선장 닐 암스트롱, 달 착륙선 조종사 버즈 올드린에 비해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들이 달에 발을 내디딜 때 그는 사령선에 혼자 남아 관제센터와 교신하고 착륙 업무를 도왔기 때문이다. 홀로 21시간 넘게 달 궤도를 돌아 ‘역사상 가장 외로운 남자’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사실 “그렇게 외롭지 않았다”고 한다. 달 착륙 50주년인 2019년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아름답고 작은 나만의 공간에 있었다. 나는 황제이자 선장이었다”며 “심지어 따뜻한 커피도 마셨다”고 돌아봤다. 동료들이 달에 성조기를 꽂는 순간을 지켜보지 못했지만, 달의 뒷면을 관측한 지구인으로 기록됐다. 사령선이 달의 뒷면으로 들어갔을 때 지구와의 교신이 끊겼고 콜린스는 48분간 절대 고독의 상태에서 이를 지켜봤다. 그는 “이곳을 아는 존재는 오직 신과 나뿐이다. 온전히 홀로 있는 이 순간이 두렵지도 외롭지도 않다”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약 37만㎞ 떨어진 달에서 바라본 푸르고 하얀 지구의 모습은 그에게 강력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는 “지구는 작고, 반짝이고, 아름답고, 부서지기 쉽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세계 지도자들이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행성을 볼 수 있다면 그들의 관점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그는 생전에 동등한 영광을 누리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위대한 목표를 위한 협력의 중요성을 미국에 일깨워 줬다”고 했고, 스티브 주르시크 NASA 국장 직무대행은 “진정한 선구자”라며 “우리가 더 먼 곳을 향해 모험할 때 그의 정신은 우리와 함께 갈 것”이라고 애도했다. 암스트롱이 2012년 8월 심장 수술 이후 합병증으로 숨진 데 이어 콜린스도 눈을 감으면서 생존한 사람은 올드린뿐이다. 올드린 역시 트위터에 추모 글을 올려 “당신이 어디에 있든 우리를 미래로 안내할 것”이라고 썼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교신 끊긴 채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 본 마이클 콜린스 별세

    교신 끊긴 채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 본 마이클 콜린스 별세

    달의 표면을 밟지 못했지만 인류의 첫 달 착륙 위업을 이룬 아폴로 11호의 사령선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가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 그는 지구와의 교신이 끊긴 48분의 절대 고독을 즐기며 달의 뒷면을 인류 최초로 목격한 사람이기도 하다. 유족들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 “고인은 항상 삶의 도전 과제에 품위와 겸손으로 맞섰고, 마지막 도전(암 투병)에도 같은 방식으로 맞섰다”며 “그의 날카로운 위트와 조용한 목적의식, 현명한 시각을 함께 기억하는 데 애정을 갖고 동참해달라”고 추모했다. 콜린스는 1969년 7월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미국의 아폴로 11호에 탑승해 인류의 과학기술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아폴로 11호에는 당시 선장 닐 암스트롱과 달 착륙선 조종사 버즈 올드린, 사령선 조종사 콜린스가 탑승했다. 세 사람은 모두 동갑내기였다. 2012년 8월 심장수술 합병증으로 우주의 먼지가 된 암스트롱에 이어 콜린스도 눈을 감으면서 이제 올드린만 남았다. 올드린은 트위터에 콜린스를 추모하는 글을 올려 “당신이 어디에 있었든, 앞으로 어디에 있든 우리를 더 높은 경지와 미래로 안내할 것”이라고 썼다. 암스트롱과 올드린은 달 착륙선을 타고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디뎠고, 콜린스는 사령선 조종사로서 달 궤도를 선회하며 이들의 달 착륙 임무를 도왔다.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돌아올 때까지 콜린스는 21시간 넘게 사령선에 홀로 머물렀다. 당연히 콜린스는 두 사람에 견줘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그에겐 ‘잊힌 우주비행사’, ‘기억하지 않는 세 번째 우주인’이란 수식어가 달리곤 했다. 그는 동료들이 달에 내려 성조기를 꽂는 순간을 지켜보지 못했지만, 처음으로 달의 뒷면을 관측한 사람이었다. 궤도 비행을 하던 사령선이 달의 뒷면에 들어갔을 때 지구와의 교신은 끊겼고, 콜린스는 48분간 절대 고독의 상태에서 달의 뒷면을 지켜봤다. 콜린스는 “이곳을 아는 존재는 오직 신과 나뿐이다. 온전히 홀로 있는 이 순간이 두렵지도 외롭지도 않다”는 메모를 남겼고, 아폴로 11호 임무 일지는 “아담 이래로 누구도 콜린스가 겪었던 고독을 알지 못한다”고 기록했다. 그는 달 착륙 50주년인 2019년에 국가적 영웅으로 다시 태어났고, 그의 업적은 화려한 재조명을 받았다.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를 나왔고, 미 공군 파일럿을 거쳐 1963년부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로 복무했다. 그는 달 탐사를 위한 아폴로 계획을 준비하는 과정에 제미니 10호 조종을 맡아 도킹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두 번째이자 마지막 우주 비행이 역사적인 아폴로 11호였다. 콜린스는 아폴로 11호 임무를 마친 뒤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와 국립 항공우주 박물관장을 지냈고, 다수의 우주 관련 서적을 출간했다. 그는 생전 아폴로 11호 임무에서 가장 강력했던 기억으로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느꼈던 감정을 꼽았다. 지구가 “부서지기 쉬운 것 같았다”면서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이 (지구로부터) 10만 마일 떨어진 거리에서 그들의 행성을 볼 수 있다면 그들의 관점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 모든 중요한 국경은 보이지 않을 것이고 시끄러운 논쟁도 조용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서 보고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며 “(우주) 탐사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스티브 주르시크 NASA 국장 직무대행은 성명을 내고 콜린스는 “진정한 선구자”라며 “우리가 더 먼 곳을 향해 모험할 때 그의 정신은 우리와 함께 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정부, 사유리 쏘아올린 ‘비혼 출산’ 사회적 논의 시작

    정부, 사유리 쏘아올린 ‘비혼 출산’ 사회적 논의 시작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41)처럼 결혼하지 않고 홀로 출산하는 비혼 단독 출산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7일 여성가족부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고 가족 다양성에 대응하는 사회적 돌봄 체계 등을 강화하고자 ‘세상 모든 가족 함께’라는 주제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년)을 수립해 이날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고 밝혔다. 비혼 출산 정책 검토…동거 커플도 가족 인정 정부는 지난해 결혼하지 않고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한 사유리의 경우처럼 ‘보조생식술을 이용한 비혼 단독 출산’에 대해 본격적인 정책 검토에 들어간다. 우선 6월까지 난자·정자공여, 대리출산 등 생명윤리 문제와 비혼 출산 시술에 대해 국민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정자 공여자의 지위, 아동의 알 권리 등 관련 문제에 대해 연구할 필요성과 배아생성 의료기관 표준운영지침 등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는지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혼인·혈연·입양만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현행 법률 개정도 추진한다. 이는 부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9.8%로 줄어들고 대신 1인 가구(30.2%)나 2인 이하 가구(58.0%)의 비율이 커지는 등 가족 형태가 다양화하는 현실을 반영하려는 취지다. 가족의 범위를 규정하는 건강가정기본법과 민법을 개정해 동거·사실혼 부부, 돌봄과 생계를 같이 하는 노년 동거 부부, 아동학대 등으로 인한 위탁가족과 같은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민법 규정에서 아예 ‘가족’의 정의를 삭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법무부가 지난 1월 입법예고한 일명 ‘구하라법’과 관련해서는 대안적 가족 공동체가 활용할 수 있는 유언·신탁제도 등을 발굴한다. 재산 등에 대한 권리관계를 명시하고 분쟁 해결 방안을 담은 안내서도 제작해 보급할 예정이다. 법률혼이나 혈연이 아니면서 서로 돌보는 관계에 있는 대안적 가족도 유족급여·보상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 다문화 가족에 대해서는 이들이 문화, 인종, 출신 국가 등을 이유로 차별이나 편견에 시달리지 않도록 다문화가족지원법에 혐오발언 등을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할 계획이다. 자녀 성은 ‘부모협의’ 우선…‘혼외자’ 구분 개정 또한 자녀의 성(姓)을 결정할 때 아버지 성을 우선하던 기존의 원칙 대신 ‘부모협의 원칙’으로 전환한다. 부부협의로 자녀에게 어머니나 아버지 중 누구의 성을 물려줄지 정하게 된다. 미혼모가 양육하던 자녀의 존재를 친부가 뒤늦게 알게 됐을 때, 아버지가 자신의 성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한 현행 민법 조항도 개정한다. 결혼 관계 밖에서 태어난 자녀를 ‘혼외자’로 구분해 민법과 출생신고서에 표기하는 기존 친자관계 법령에 대해서도 개정을 검토한다. 미혼모 등이 병원이 아닌 자택 등에서 홀로 출산하는 경우 유전자 검사비, 법률상담, 소송대리 등 출생신고에 필요한 법적·제도적 절차를 지원한다. 모든 아동이 빠짐없이 국가에 출생신고가 되도록 의료기관이 국가기관에 아동 출생을 통보하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고, 장기적으로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가정폭력 처벌, 비혼 동거관계 포함…반의사불벌죄 폐지 가정폭력을 저지른 배우자의 범위에 법률혼이나 사실혼이 아닌 가족 관계도 반영되도록 한다. 특히 비혼 동거 등 친밀한 관계 사이의 범죄도 가정폭력처벌법으로 다스리는 방안을 검토한다. 가정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요구가 있어야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한다. 가해자가 상담을 받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경우 상습범에 대해서는 기소유예를 적용하지 않는다. ‘정인이 사건’ 등 최근 가정 내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학교에서 학생의 외상흔적, 영양상태를 관찰하고 상담을 강화하도록 한다. 등교가 아닌 원격수업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유선이나 온라인 등으로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생활지도를 할 계획이다. 아동학대로 인한 중대 사망사건 분석을 정례화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아동권리보장원 내에 ‘사망사건분석팀’을 신설한다. 여성 1인가구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여성 1인가구 밀집 지역에 사는 범죄경력자 중 재범위험이 높은 인물에 대해서는 이동 경로와 일탈 요인을 상시적으로 점검해 대응한다. 양육비 일부 지급해도 감치명령…1인 가구 고립 방지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에 대해서는 비록 일부를 지급했더라도 법원이 감치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한다. 양육비 청구 서류는 주민등록상 주소로 발송하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해 채무자가 서류를 회피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가정에 대한 긴급지원 기준은 ‘중위소득 60% 이하’에서 최대 125%이하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연간 120만원가량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청소년 부모’의 연령 기준은 기존 19세에서 만 24세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한부모 가족의 소득기준도 ‘중위 60% 이하’에서 100% 이하로 범위를 넓힌다. 취약계층 3∼4인 가구에는 중형임대 주택(60∼85㎡)을 공급한다. 고독사 등 1인 가구가 사회에서 고립되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지역사회와 함께 1인 가구 자조모임 구성 등을 지원한다. 아울러 청년, 중장년층, 고령층 같은 생애주기별 1인 가구를 위한 맞춤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가족의 개인화, 다양화, 계층화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며 “다양한 세상을 포용하고 안정적인 생활 여건을 보장하며, 함께 돌보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죽음, 불행 속에 꽃피는 인간애

    죽음, 불행 속에 꽃피는 인간애

    사랑하는 아들이 갑자기 사고로 죽게 되고(‘허물’), 6년 만에 어렵게 임신한 아이를 유산한다(‘하얀 바다’).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의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어느 시인의 죽음’). 이상욱 작가의 소설집 ‘기린의 심장’ 속 등장인물들은 이처럼 예기치 못하게 죽음을 맞닥뜨린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 불행을 겪으며 공허함과 고독, 절망을 느낀다. 작가는 SF와 순문학 등 다양한 장르를 ‘종합선물세트’처럼 기발한 상상력으로 한데 묶어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세상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불행은 사회 부조리와 연결돼 있다. 수록작 ‘연극의 시작’에서 지하철 화재로 딸을 잃은 노인은 자식의 죽음과 관련된 인물들을 납치해 복수한다. 영준은 공장에서 과도한 연장근무와 팀장의 폭력으로 왼손을 잃고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하지만 새로 시작한 일이 지하철 화재 사건에 간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이유로 노인에게 납치된다. 영준은 피해자일까 가해자일까.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받고 가해자는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는 연쇄적으로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느 시인의 죽음’에서는 외계인 가브족이 등장하고 지구인들은 그들에게 백기 투항한다. 가브족이 인류를 멸종시키지 않는 대신 일부 인간만 식재료로 사용하기로 하자, 지구 대표는 인육 공급 시스템을 만들었다. 제물이 되는 대상은 자신을 방어할 수단이 없는 계층이다. 하지만 작가는 적자생존의 시대에도 인류애를 포기하지 않는다. 공무원 대수는 가브족의 식재료로 선택된 고등학생 용천의 시를 읽고 감동해 대신 제물이 된다. “죽음이 주는 안식은 절대 돌아올 수 없는 비가역성을 담보로 합니다”(153쪽)라는 고백처럼 죽음은 되돌릴 수 없고 모든 것이 끝처럼 여겨진다. 그럼에도, 작가가 설정한 죽음은 이처럼 무언가 변화를 가져온다. 단편 9편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읽으면서 계속 불행을 되새기게 되지만 그 끝에선 그것을 견디는 힘과 희망으로 삶을 지속할 수 있다는 말을 건네는 듯하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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