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고독
    2026-04-08
    검색기록 지우기
  • 코코
    2026-04-08
    검색기록 지우기
  • 군산
    2026-04-08
    검색기록 지우기
  • 공명
    2026-04-08
    검색기록 지우기
  • 마감
    2026-04-0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024
  •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시조 당선작] 국립중앙박물관/한분옥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시조 당선작] 국립중앙박물관/한분옥

    국립중앙박물관/한분옥 투명한 유리 집에 한 여인이 살고 있다 천년이 흘러간 뒤 다시 천년 반석에 놓여 꽃 같은 싱싱한 웃음,늘 그 자리에 바치고 세속 모든 언어들이 여기와 갈앉는다 풍경도 울지 않는 채,감도는 작은 고요 해묵은 청동의 녹이 봄빛 파랗게 물들이고 가까이 다가서면 이웃집 아낙도 같은 어쩌면 옷깃 한번 스치고 간,머언 인연 같은 아니야,나를 어루신 우리 어머니 손길 같은 실선 따라 흘러내린 빛나는 고운 눈썹 떨쳐낸 유혹하며 숨겨진 예감하며 살 에는 바람 소리도 춥지 만은 않구나 ■ 당선 소감 “시조는 내 숙명의 사막…비단길 열릴때까지 계속 걸을 것” 태화강 푸른 대숲 위로 달이 뜹니다. 천년 신라, 처용의 달입니다. 덩그렁 한 아름 달이 집 뜰에 내려와 춤사위가 시작됩니다. 상처 입은 을유년 액운 다 물러가고 오로지 풋풋하고 싱싱한 기운만이 깃들어 병술년 새아침이 밝아 오는 천신무(天神舞)를 추어댑니다. 진양조로 시작된 천신무는 어느덧 현란한 자진모리로 치닿습니다. 이렇듯 이 땅에 머무는 모든 이에게 새해는 정말 저마다의 희망과 꿈이 활짝활짝 피어나길 손을 모읍니다. 시조는 나에게 있어 두려움의 대상이자 꼭 걸어가야만 했던 사막임에 분명합니다. 이 막막한 사막이 비단길로 열릴 때까지 앞서간 분들의 정신세계를 흩트려 놓거나 가볍게 여기지 않겠습니다. 고독과 사색의 늪에 깊이 빠지는 것만이 우리가락 전통 시문학의 맥을 이어갈 수 있으리란 확신을 가져 봅니다. 늦은 시작의 선상에 서서 출발의 신호가 내려지기까지는 많이도 초조하긴 했지만,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말하고 싶습니다. 부족함 앞에 큰 선물인 용기를 심어 주신 선생님, 좋은 인연 맺어주신 서울신문사에 고통 뒤에 다가선 세상이 이리도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 한분옥 약력 ▲1951년 경남 김해 출생 ▲부산교대 및 동 대학원 졸, 울산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예술계 신인상 수필 당선 ▲제7회 가람 이병기 추모 시조공모전 장원 ▲울산중앙초등학교 교사 ■ 심사평 “손길 닿는듯 감각적 시어 돋보여” 응모된 작품들은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해가 거듭될수록 시조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그만큼 깊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번 작품들은 다양한 소재를 시조의 형식으로 형상화하는 역량들이 크게 눈에 띄었다. 시조가 갖는 형식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감각과 리듬으로 참신한 내용을 담아내어 현대적 기능으로서의 기법을 구사해 낸 점이 돋보였다. 당선작 한분옥의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 문화의 중추적 사물을 대상으로 설득력 있게 파고 들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진술한 전개가 아니라 손길에 닿는 감각적 표현으로 시선을 끈 수작이다. 이밖에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김종학의 ‘늦가을, 남천강에서’, 조성문의 ‘다도해 무화과’, 한마루의 ‘자음과 모음(문자 메시지)’, 정행년의 ‘월포리 단상’ 등으로 이들 네 사람의 작품은 모두 시조의 기본 형식에 충실하면서도 각자 나름대로 개성있고 고른 수준을 보여준 작품들이다. 김종학의 ‘늦가을, 남천강에서’는 언어의 조탁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작품으로 당선작과 마지막까지 겨뤘으나 아깝게 밀려났다. 조성문의 ‘다도해 무화과’는 안정감을 주는 대신 평이한 표현으로 참신성이 결여돼 보였다. 한마루의 ‘자음과 모음(문자 메시지)’은 현대적 소재를 무리없이 전개한 작품이다. 다만, 생경한 시어로 작품을 가볍게 만든 점이 아쉬웠다. 정행년의 ‘월포리 단상’은 동일한 작품을 타사에도 응모한 것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이근배 한분순
  •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시조 당선작] 아쿠아리우스/최호일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시조 당선작] 아쿠아리우스/최호일

    아쿠아리우스/최호일 나는 물 한 그릇 속에서 태어났다 은하가 지나가는 길목에 정한수 떠있는 밤 물병자리의 가장 목마른 별 하나가 잠깐 망설이다 반짝 뛰어 들었다 물은 수시로 하늘과 내통한다는 사실을 편지를 쓸 줄 모르는 어머니는 알았던 것이다 달마다 피워 올리던 꽃을 앙 다물고 그이는 양수 속에서 나를 키웠다 그 기억 때문에 목마른 사랑이 자주 찾아 왔다 지금도 물 한 그릇을 보면 비우고 싶고 물병 같이 긴 목을 보면 매달리고 싶고 웅덩이가 있으면 달려가 고이고 싶다 어디 없을까 목마른 별 빛 물의 심장이 두근거리며 멎을 때까지 아주 물병이 되어 누군가를 적셔주고 싶다 아니,트로이의 미소년 가니메데에게 눈물 섞인 술 한잔 얻어 마시고 취한 만큼 내 안의 고요를 엎지르고 싶다 한밤중의 갈증에 외로움을 더듬거려 냉장고 문을 열면,그리웠다는 듯 반짝 켜지는 물병자리 별 하나 ※물병자리 별. 그리스 신화에는 제우스에게 납치 당해 신들에게 술을 따르는 트로이의 왕자 가니메데의 이야기가 있다. ■ 당선 소감 “옆집 아줌마에게 말걸듯…그렇게 詩 써내려 갈 것” 십년 전쯤, 생업을 등지고 시에 빠져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무성 영화처럼 돌아간다. 세상은 온통 잿빛이었고 나는 살짝 맛이 가 있었다. 과도한 의욕이, 편견과 오만이, 그리고 화려한 궁핍이 내 유일한 의상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보이거나 천재였다. 나보다 주변 사람들이 먼저 지쳐있었다. 어림도 없을 줄 알았던 당선소식을 듣고는, 아이들은 상금의 용도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고, 아내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방에 가서 운다. 나는 실없는 장난 전화를 받은 것처럼 담담했다. 가소롭다. 나도, 아내도, 아이들도…. 누군가 말했다. 시인은 돈을 멀리해야 하고, 살이 쪄서도 안 되며, 오로지 고독과 이슬만 먹고 살아야 한다는 심한(?)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시인의 양식은 과연 고독과 이슬일까? 하지만 나는 어느덧 돈의 단맛을 아주 잘 알고 있을 정도로 영악해져 있다. 그러나 등이 따뜻해져 갈수록 마음은 여전히 춥거나 허기를 느낀다. 그리하여 시여!시인이여!절벽까지 나를 안내해 다오. 출구가 도대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작심을 하고 쓴 시는 모조리 밀려나고, 옆집 아줌마에게 얘기하듯 쓴 시가 당선이 되어 적지 않게 놀랐다. 힘을 뺐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는 앞집 아줌마에게 얘기하듯 시를 써 봐야겠다. 아무튼, 내가 어쩌자고 이곳으로 다시 기어들어 왔는지 통 모르겠다. 아버지에게 약주나 한잔 부어 드리러 산에 가야겠다. 격려해 준 어머니와 형제들, 그리고 홍일표 시인, 날시 동인, 글을 뽑아 주신 심사위원님들, 지금은 눈에 덮여 있을 추동공원의 벤치에게 참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 최호일 약력 ▲1958년 충남 한산 출생 ▲잡지 프리랜서 ▲날시 동인 ■ 심사평 “우물처럼 웅숭깊은 신화적 시선” 예심을 거쳐 온 적지 않은 작품들을 숙독하면서, 올해의 응모작들이 시적 다양성이나 인식의 틀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해 선자(選者)들은 안타까웠다. 말을 지나치게 낭비하고 있으면서도 사로잡힌 시가 안 보이니! 뿌리 없는 상상력과 모호한 주제들, 시답지 않은 시시덕거림의 중언부언들, 리듬을 사상(捨象)시킨 산문의 줄글체 등이 어지럽게 부조되어 왔다. 스스로 감동하지 못하는 시상(詩想)을 펼쳐 독자에게 다가선들 그 반응은 불문가지이리라. 마치 알맹이가 빠져나가버린 말의 빈 포대자루를 한참이나 들고 서있었다는 느낌이다. 그 와중에서도 임수련씨와 최호일씨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라 할까. 임수련씨의 작품에서 오래 묵힌 신뢰 같은 것을 맛본다.‘악어왕국’에서 보여주듯이 진술과 묘사를 교직시키는 적확한 비유가 삶에 스며드는 풍자와 제대로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발상의 동력을 내쳐 지탱해내는 인내를 잃었을 때,‘달리는 자전거의 실루엣’처럼 처음의 긴장이 어느새 허물어져버리는 시편으로 나타난다. 최호일씨의 경우, 응모 작품 전체에서 균질감이 살펴진다. 그만큼 습작의 강도가 굳셌음을 읽어내게 한다. 상상에 젖어든 시어의 활달한 운용도 그의 시편들을 오롯이 한 편씩의 완결된 서정으로 구축하는데 일조했으리라. 그 중에서도 ‘아쿠아리우스’는 태생의 별자리를 짚어 삶의 근원적인 갈증을 풀어내는 신화적 시선이 우물처럼 웅숭깊게 다가온다. 이 작품이 당선작으로 뽑힌 것은 직선도 곡선도 아닌 시의 얼개를 어느 정도 아우를 줄 아는 솜씨가 평가된 것이다. 당선을 축하하며, 더욱 정진하길 당부한다. 정현종 김명인
  • 아미엘 인생일기/이희영 옮김

    아미엘 인생일기/이희영 옮김

    ‘우리 자신을 지키는 두 개의 날개가 있다. 하나는 단순함(simplicity)이고 또 하나는 순수함(purity)이다.’ 프랑스계 스위스 철학자였던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1821∼1881)이 일기에 남긴 말이다. 제네바 대학에서 미학과 철학을 가르쳤던 아미엘은 여러권의 시집과 평론서를 냈음에도 거의 주목받지 못하다가 사후 그의 일기가 출판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그의 일기에 대해 톨스토이는 ‘지상 최고의 일기’, 피천득은 ‘맑고 순수한 영혼과의 대화’라며 극찬한 바 있다. ‘아미엘 일기’ 완역판이 국내에선 처음으로 ‘아미엘 인생일기’(이희영 옮김, 동서문화사 펴냄)란 타이틀로 번역 출간됐다. 아미엘은 프랑스계 스위스인으로서 그의 일생은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숙부 밑에서 자랐으며, 평생을 기관지염으로 고생했다. 여자를 사랑하면서도 이성과 공존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특이한 성격때문에 독신으로 살았다. 대신 그는 고독하고 복잡한 내면의 성찰과 명상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18세부터 죽기 직전인 60세에 이르기까지 그의 일생 모두가 담긴 ‘아미엘 일기’는, 스스로 세상과 담을 쌓을 정도로 소심한 철학가가 자신의 내면을 파헤쳐, 자기 분석의 즐거움과 기쁨을 찾아가는 순수한 영혼의 발자취이다. 그의 일기는 누군가에게 보이려고 쓴 것이 아니었기에 더욱 인간적이다. 그가 가졌던 인생에 대한 물음, 인간에 대한 의문, 그의 사상과 행복, 고독과 비애 등 한 인간으로서의 아미엘의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아미엘은 활동적인 생활방식보다는 명상적인 생활방식을 중요시했다. 하지만 그것을 무거운 짐으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생활방식의 원인이 현실 생활의 결함, 자기포기의 두려움에서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은 고독한 생활을 고집했지만, 가족과 친척·친구들의 안위에 관심에 많았으며, 국가 정책이나 사회문제 등에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일기는 수양록 성격을 띠고 있으면서도 자기만의 세계로 몰입되지 않아 읽는 이들에게 친근감을 준다. 아미엘이 남긴 일기 원본은 1만 7000장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또 일기 특성상 일정한 주제나 제목, 내용을 구분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독자들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인생에 대하여’‘사랑에 대하여’‘남자, 여자에 대하여’ 등 12개 주제로 편집자가 임의로 나누었다. 아미엘은 이 일기를 통해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가치, 인생의 의미, 삶의 고뇌 등에 대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을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정 산다는 게 무엇인지 곱씹어보게 하는 책이다.2만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박완서 살아가는 이야기] 우리가 서로에게 救人이 된다면

    [박완서 살아가는 이야기] 우리가 서로에게 救人이 된다면

    제법 눈다운 첫눈이 오고 나서 열흘은 된 것 같은데도 앞산의 눈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바라보이는 앞산이 북향인 까닭도 있지만 근래에 드물게 추위가 오래 계속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곧 한해가 가고 한살을 더하겠구나, 심란한 마음으로 잎 떨군 숲 사이로 발자국이 찍히지 않은 순결한 산등성이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시골서 보낸 어린 날의 세시풍속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 때 우리 마을엔 가까이에 절도 없고, 교회당도 없었다. 다만 고개를 두개나 넘어야 하는 이웃 마을에 무당집이 하나 있었는데 여러 마을이 다들 그 집 단골이었다. 단골이라고 해서 자주 가는 건 아니고 집안에 특별한 우환이나 걱정이 없다면 일년에 한번 구정 보름 안에 다녀오곤 했다. 머리에 한두 됫박가량의 쌀자루를 인 아낙네들이 수다를 떨면서 하얀 고개를 넘으면 그건 무당집 행차였다. 나는 그 새해 무꾸리에 곧잘 할머니를 따라가곤 했는데, 동네사람 사는 사정이 빤한 무당은 새해 운수를 점쳐 준다기보다는 무탈하고 무병하라는 덕담으로 일관했고, 객지로 나간 자식을 위해서 가는 곳마다 귀인을 만나라고 빌어주곤 했다. 정초에 무꾸리 다음으로 많이 하는 게 토정비결 보기였는데 거기에도 귀인이라는 말이 자주 나왔다. 농촌이 피폐해지면서 살 길을 찾아 대처로 나가는 젊은이가 늘어날 때였다. 끼고 사는 식구보다 객지에 나간 자식을 위해 어른들이 귀인을 갈망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귀인으로도 들리고 구인으로도 들리는 그 말의 정확한 뜻은 모르고 있었다. 다만 간절하다 못해 비굴하기까지 한 어감으로 봐서 귀하고 높은 사람이려니 했다. 지위가 높거나 돈이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자식의 신상이 편해지고 출세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구차스럽고 의존적인 마음으로 그런 사람을 귀인으로 높여 부르는 줄 알았다. 그 시절 순박한 사람들이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 이가 귀할 귀(貴)자 귀인이 아니라 건질 구(救)자 구인이란 걸 안 지는 얼마 안 된다. 구인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를 돕는 사람으로 돼있다. 큰 곤경에 처하지 않더라도 일상적으로 누구나 부딪힐 수 있는 타인의 불친절이 우리의 하루를 얼마나 살맛 안 나고 불행하게 하는지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목숨을 끊는다든가, 자포자기해 돌이킬 수 없는 과실을 저지르는 것도 그 직전에 누군가의 친절한 한마디만 있어도 일어나지 않을 불행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작은 불친절 때문에 지구를 떠나고 싶도록 참담해지기도 하고, 내 식구만 챙기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 때문에 불빛 은성한 내 집 창문 밑에서 고독한 사람이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 요새는 마침 구세주 오시기를 기다리는 대림절 기간이다. 우리가 구세주라고 믿는 예수께서도 우리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이가 굶주릴 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를 때 마실 것을 주고, 나그네 되었을 때 따뜻하게 맞아주고, 헐벗었을 때 입을 것을 주는 게 바로 당신에게 해준 것과 같다고 가르치셨다. 예수님은 당신을 우리 중의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낮춤으로써 당신은 우리 가운데 계심을, 세상을 구하는 건 바로 너, 바로 나, 우리 한사람 한사람이라는 걸 가르치셨다. 우리가 서로에게 구인이 되지 못한다면 구세주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시지 않을 것이다. 그런 뜻으로 근래에 기쁘게 읽고 크게 감동한 마더 테레사의 시를 한편 소개하고 이글을 끝마치고자 한다. 난 결코 대중을 구원하려고 하지 않는다./ 난 다만 한 개인을 바라볼 뿐이다./ 난 한 번에 단지 한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껴안을 수 있다./ 단지 한사람, 한 사람, 한 사람씩만…./ 따라서 당신도 시작하고 나도 시작하는 것이다./ 나도 시작하는 것이다./ 난 한사람을 붙잡는다./ 만일 내가 그 사람을 붙잡지 않았다면 / 난 4만 2천명을 붙잡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노력은 단지 바다에 붓는 한 방울 물과 같다./ 하지만 만일 내가 그 한 방울의 물을 붓지 않았다면 / 바다는 그 한방울만큼 줄어들 것이다. 당신에게도 마찬가지다./ 당신 가족에게도,/ 당신이 다니는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지 시작하는 것이다./ 한 번에 한 사람씩. <녹색평론에서>
  • 브루클린 풍자극/폴 오스터 지음

    ‘나는 조용히 죽을 만한 장소를 찾고 있었다. 누군가가 내게 브루클린을 추천했고 그래서 바로 이튿날 아침에 나는 그 지역을 한 바퀴 둘러볼 셈으로 웨체스터에서 그곳을 향해 길을 나섰다.’ 폴 오스터의 신작 ‘브루클린 풍자극’(황보석 옮김, 열린책들 펴냄)은 이렇게 시작된다. 주인공 네이선은 59세의 전직 생명보험 영업사원이다.30년 넘게 살아온 아내와 이혼하고 딸과도 절연하다시피한 그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폐암 진단까지 받자 마지막 안식처로 브루클린을 찾는다. ‘뉴욕 3부작’‘신탁의 밤’‘환상의 책’등 폴 오스터의 전작을 읽은 독자라면 미국의 수많은 도시 가운데 네이선이 하필이면 뉴욕 브루클린을 선택한 사실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작가 자신이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전형적인 뉴요커인 데다 여러 작품들에서 브루클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미국 출간과 동시에 국내에 번역된 ‘브루클린 풍자극’은 브루클린을 단순한 공간적 배경이 아닌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생생하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있다. 하지만 우발적이고 즉흥적이며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치는 주인공의 운명은 네이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고독하게 홀로 생을 마무리하려던 네이선은 브루클린에서 오래전에 소식이 끊긴 조카 톰과 포르노잡지 모델로 일하던 조카딸 오로라, 그녀의 아홉살배기 딸 루시 등을 우연히 만나며 삶의 희망을 되찾는다. 절망을 예감하는 순간 기대하지 않은 행복을 맛보고, 그 행복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누군가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다시 나락에 떨어지는 인생의 아이러니는 폴 오스터의 단골 주제다. 예순살 생일을 무사히 넘긴 네이선은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고, 딸과 화해하고 암도 깨끗이 나았다는 기쁜 소식을 듣는다. 행복의 절정에 이른 그의 앞에는 그러나 가혹한 운명이 놓여 있다.‘내가 길로 들어선 것은 오전 여덟시, 세계무역센터의 북쪽 타워에 첫번째 비행기가 충돌하기 딱 46분전인 2001년 9월11일 오전 여덟시였다.…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 밑에서 거리를 따라 걷는 동안 나는 행복했다. 그때까지 살아왔던 어느 누구 못지않게 행복했다.’(389쪽)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주자인 폴 오스터는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독창적인 글쓰기로 국내에도 상당수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소설 외에 산문집 ‘빵굽는 타자기’‘빨간 공책’ 등이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추억속 ‘황야의 총잡이’를 만나다

    추억속 ‘황야의 총잡이’를 만나다

    말 등에 훌쩍 올라타 석양을 향해 떠나는 총잡이의 뒷모습에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다. 액션 영화에 나오는 일 대 다수의 대결은 사실 서부영화가 원조.‘콜트 싱글 액션 아미(콜트 리볼버)’로 순식간에 적들을 쓰러뜨리는 건맨들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미국 서부 개척사가 인디언 수난사와 동전의 양면이라는 사실을 알고부터 매력이 반감되기 시작했지만, 장르 자체가 흥미진진하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젠 미국에서도 간간이 만들어지는 아련한 향수가 되고 있다. 서부영화의 고전들이 안방을 찾아온다. 케이블 액션채널 수퍼액션이 4일부터 4주 동안 매주 일요일 오전 8시에 서부영화 클래식 시리즈를 마련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프랑코 네로, 테렌스 힐의 영화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첫 날에는 마카로니 웨스턴의 대명사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만든 ‘옛날옛적 서부에’(1968)가 방송된다. 찰스 브론슨, 헨리 폰다,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등 호화 캐스팅이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각본에 참여한 점도 눈에 띈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과 앙상블을 이루는 엔니오 모리코네가 역시 음악을 맡았다. 찰스 브론슨이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장면은 서부영화 팬들이 꼽는 명장면. 고독한 하모니카맨(찰스 브론슨)이 악당 프랭크(헨리 폰다)를 응징한 뒤 사랑하는 연인 질(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을 두고 떠난다는 게 주요 이야기. 11일은 ‘하이눈’(1952)의 차례. 게리 쿠퍼와 그레이스 켈리를 본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최근 인기가 있는 미국 TV시리즈 ‘24’를 떠오르게 하는데, 극중 흐르는 시간이 실제 러닝 타임과 똑같기 때문이다. 에이미(그레이스 켈리)와 결혼해 임기를 마치고 떠나려 하는 한 마을의 보안관 케인(게리 쿠퍼)에게 5년 전 은원이 얽혔던 악당들이 찾아와 외로이 결투를 벌이게 된다. 18일 ‘수색자’(1956)는 서부극의 거장 존 포드 감독과 ‘미국의 연인’ 존 웨인의 영화. 존 포드 감독은 스스로가 서부영화의 병폐로 고착화 시켰던 ‘백인=선, 인디언=악’이라는 대립 구도를 이 영화에서 해체시킨다. 전직 보안관 에단(존 웨인)이 가족을 살해하고 조카 데비(나탈리 우드)를 납치한 인디언들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크리스마스 아침에는 ‘내일을 향해 쏴라’(1969)가 찾아온다. 주인공들은 사실 악당이다.1890년대 유명한 은행털이였던 선댄스 키드(로버트 레드포드)와 부치 캐시디(폴 뉴먼)를 낭만적이고 따스한 시선으로 그렸다. 폴 뉴먼이 캐더린 로스를 자전거 앞에 태우고 달리는 장면과, 여기에 흐르는 버크 바카라크의 노래는 시대를 초월해 사랑을 받고 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당신은 아들에게 어떤 아버지입니까/스테판 B 폴터 지음

    당신은 사랑받는 아버지인가, 고독한 아버지인가. 요즘 가정 경제의 주도권은 물론 자녀 양육권까지 부인에게 넘겨준 남편들이 많다. 그런 남편들에게 기다리는 것은 고독한 아버지의 삶이다. ‘당신은 아들에게 어떤 아버지입니까’(스테판 B 폴터 지음, 이원기 옮김, 지식의 날개 펴냄)에는 사랑받는 아버지가 되기 위한 전문가의 조언이 담겨 있다.20여년 동안 부자관계의 심리치료를 한 임상 심리학자는 아버지의 태도와 언행이 아들의 성장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강조한다. ●부정적인 양육 스타일 남자들은 의식적으로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아들을 키우려 한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못하다. 무의식적으로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특성을 물려받아 윗대와 똑같은 패턴에 빠져들기 쉽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어떤 아버지인가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성취지상주의형’은 자기 아버지로부터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사람이 갖는 스타일. 아들을 적대적으로 대하고 걸핏하면 혹평을 한다. 아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라고는 거의 없으면서 매사에 완벽을 추구한다. ‘시한폭탄형’은 아들을 협박하고 화를 내고 고함치고, 폭력을 쓰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예사다. 주류를 이루는 아버지 스타일인 ‘수동형’은 부자지간에 강한 유대감을 찾을 수 없다. 싸우지 않지만 활기가 없고 서로 애정과 격려를 표현하지 않는다. 이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은 30∼40대가 되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가정에서의 정서적 중심도 부인에게 맡긴다. ‘부재형’은 가정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경우다. 아들과 대화조차 하지 않는다. 결국 아들에게 극심한 분노와 슬픔을 안겨준다. ●자상한 멘토형이 좋아 정서적 이해와 현명한 지도가 혼합된 스타일이다. 숙제와 운동 등을 같이 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진지하게 교환할 수 있다. 의견 차이와 실수가 있어도 서로 극복해 낼 수 있는 유대감이 있다. 멘토형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버림받은 아들’이라는 콤플렉스를 인정하라고 조언한다. 즉 문제 있는 아버지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이 버림받은 아들이었음을 마음껏 애통해하고, 머릿속에서 아버지의 질타하는 음성을 추방하라고 제시한다. 그런 다음 아들에게 칭찬, 공감, 사랑을 베풀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자신의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1만 2000원.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책꽂이]

    ●김현승 시전집(김인섭 엮음, 민음사 펴냄)‘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라고 노래했던 절대고독의 시인 김현승의 시전집. 기존의 시전집에 실린 글외에 시인의 모교인 숭실대에서 발굴한 18편의 시와 미발표시, 김인섭 교수가 필사한 작품 등 33편을 추가했다. 작품해설, 작품연보, 화보 등도 함께 실었다.2만 5000원.●벚꽃 뜰(박청호 지음, 생각의 나무 펴냄)‘단 한편의 연애소설’‘갱스터스 파라다이스’등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저자의 네번째 소설집. 도쿄에서 파견근무하는 서른아홉살 주인공이 경험하는 성적 환상을 다룬 표제작을 비롯해 미적 존재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과 고통을 독창적인 기법으로 묘사한 7편의 단편을 묶었다.9000원.●우리는 사랑일까(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은행나무 펴냄)남녀간의 연애심리를 세련된 감각으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재주를 지닌 저자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에 이어 내놓은 낭만적 연애소설.20대 중반의 커리어우먼 ‘앨리스’를 중심으로 연애의 탄생과 성장, 결말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9800원.●부에노스아이레스 어페어(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현대문학 펴냄)‘거미여인의 키스’로 유명한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거장 마누엘 푸익의 1973년작. 출간 당시 반페론주의적 성향과 동성애 묘사로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지만 1997년 홍콩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해피투게더’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9000원.●존 던의 애가(김선향 편역, 경남대출판부 펴냄)17세기 영국 형이상학파 시의 대부인 존 던의 ‘애가’(Elegies)가 번역돼 나왔다. 보통 ‘엘레지’는 죽음을 슬퍼하는 비가 또는 만가를 의미하지만 존 던의 시는 죽음이 아니라 성에 관한 해학적 표현으로 재미와 웃음을 유발한다. 영어 원문과 작가 연보를 함께 실었다.6000원.
  • [임해리의 色色남녀] 그녀의 이름은 바람꽃

    바람꽃, 우리가 붙여준 그녀의 별명이다. 방년(芳年) 36살에 명문여대 무용전공 유부녀인 그녀 때문에 초등학교 반창회가 한때 쑥대밭이 되었다. 지난 여름에 우리는 반창회를 처음 가졌었다. 그날 그녀는 늦게 나타나 남자동창들의 시선을 쏠리게 하였는데…. 하늘거리는 분홍색 시폰 원피스에 하얀색 하이힐을 신은 그녀의 모습을 본 남자들은 단체로 눈을 반짝이며 그녀의 주변으로 몰려갔다. 이혼녀인 친구가 그녀의 처지를 상기시켜주려는 듯 “얘! 네 신랑 잘 생겼지, 돈 빵빵 잘 벌지, 게다가 변강쇠라면서….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해줘!”라고 얘기하자 주위에 있던 남자들의 표정이 한순간에 어두워지면서 어깨들이 축 늘어지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본 그녀는 재빨리 수습작전에 들어갔다. 먼저 좀 전까지도 생글거리던 버전에서 우울하고 고독한 분위기로 바꾸어 목소리마저 낮게 깔았다.“사실은 요즘 그이와 별거 중이야. 하던 사업도 잘 안되고…. 그래서 나도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 경험이 없어서 힘이 많이 드네.” 그녀의 얘기를 들은 남자들은 그 자리에서 보험을 하나씩 가입하였고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 한 달 사이에 이런저런 소문이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누구한테 메시지를 보내 따로 만났다더라 누구한테 전화해서 골프여행 가자고 꼬셨다더라, 아니 얼마 전에는 유명한 헬스클럽에서 아무개와 정답게 포옹하는 걸 보았다더라 등등. 그리고 얼마 후 우리는 반창회 단합대회를 가기로 했다. 동강으로 래프팅을 가기로 약속한 날, 그녀의 패션은 한마디로 죽여줬다. 상의는 탱크 톱에 망사로 된 티를 걸치고 짧은 핫팬츠를 입은 폼이 홈쇼핑 모델 같았다. 게다가 입술라인은 굵게 그리고 붉은 장밋빛 루즈를 바른 입으로 코맹맹이 소리까지 내었다. 그녀를 본 여자들은 심사가 복잡해보였다. 부럽기도 하고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지만 그녀의 탱탱한 몸매와 당당한 태도는 좋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버스가 출발하면서 그녀는 천부적인 끼를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와 대각선의 위치에 있었다. 그녀는 남자와 나란히 앉은 게 아니고 옆에 비스듬히 눕다시피 하여 맨살의 다리를 길게 남자 무릎 위에 올려놓고는, 남자의 귀를 붙잡고 속삭이는 것이었다. 그러다 그녀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커졌다.“얘! 내가 너 옛날에 엄청 좋아했던 것 모르지? 근데 너는 하나도 안 변했다. 호호호!” 그녀는 하루종일 여러 남자들에게 골고루 친밀감을 표시하고 돌아 다녔다. 그런데 그 날 이후 사건이 벌어졌다. 남자들끼리 싸움이 일어났던 것이다. 독신인 동창이 그녀에게 받은 메시지를 자랑하였는데 알고 보니 몇 사람에게 동시에 똑같은 내용을 보낸 것이었다. 그녀는 언젠가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남자와도 `썸씽´이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런데 그녀가 남자동창들에게 공통적으로 한 얘기가 있었다고 한다. 자신은 불감이기 때문에 ‘남자’를 찾아서 병을 고치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동창들은 그녀가 가엾게 느껴져서 잘해주었던 것이라고 실토하였다. 그러자 독신녀인 친구가 “하이고, 아저씨들 집에 있는 불우이웃이나 잘 보살피셔요!”라고 타박을 주었다. 그녀가 반창회에 나오지 않자 한동안 소문이 무성했다. 그녀의 남편이 성불능자였다는 둥 카사노바라는 둥 했지만 소문은 이내 잠잠해졌다. 나는 아주 가끔씩 그녀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그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성칼럼니스트 sung6023@kornet.net
  • She! 늦가을 팔색조 변신

    She! 늦가을 팔색조 변신

    늦가을은 남자의 마음만 설레게 하는 게 아니다. 선선하게 부는 바람에 긴머리를 날려보고 싶기도 하고, 낙엽을 밟으며 우아한 분위기도 잡아보고 싶다. 햇살 좋은 날에 발랄하게 뛰놀고 싶기도 하고…. 또 날로 바뀌는 기온처럼 머리 스타일도 바꿔보고 싶다. 하지만 옷차림보다도, 화장보다도 신경쓰이는 게 헤어스타일의 변신이다. 한번 파마를 했다면 적어도 한달 후에 다른 파마를 해야 머릿결이 상하지 않고, 머리를 잘랐다면 어느 정도 길러야 다른 스타일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고민되는 헤어스타일 변신. 올가을에는 어떻게 할까. 한창 주가를 올리는 배우 ‘전도연’. 스타일을 얘기할 때 그녀를 빼놓을 수 없다. 단 한 벌의 의상을 고를 때도 수십벌을 놓고 신중하게 고른다는 그녀는 헤어스타일도 때와 장소에 따라 변화를 준다. 새로운 헤어스타일에 도전하고 싶지만 갈 길을 모를 때, 무난하지만 세련되면서도 귀여운 ‘프라하의 연인’ 전도연 스타일을 응용해보자. 적어도 ‘너 머리에 무슨 짓을 한거야?’라는 핀잔은 면할 수 있다. 그동안 전도연이 추구했던 헤어스타일은 층 없이 길게 내리는 스타일. 특별한 스타일링 없이 트리트먼트와 두피 관리로 깔끔한 스타일을 유지했다. 그런 그녀가 올가을에는 과감하게 층을 낸 레이어드 컷과 굵은 웨이브를 택했다. 전도연 스타일을 담당한 ‘3Story by 강성우’의 세호 실장은 “애교, 사랑, 발랄,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함께 어우러진 전도연의 스타일을 머리 모양에도 함께 표현했다.”며 “인위적인 느낌이 덜해 자연스럽게 말리고 유지할 수 있으며, 다양한 변형으로 각각 다른 느낌을 드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가지 헤어스타일에 만족할 수 없다면 ‘더블 스타일’을 시도해보자. 오늘은 분위기 있는 긴 머리로 잔뜩 멋을 부리고, 내일은 지적인 이미지를 물씬 풍기는 단정한 단발 머리를 만들 수 있다. 층을 낸 머리에, 이 계절에 어울리는 퍼플이나 골드 브라운 등으로 머리 색상에 포인트를 주어 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1) 여성스러운 레이어 웨이브 전도연 머리의 기본형으로, 세팅펌을 이용해 굵고 탄력있는 곱슬머리를 연출한다.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샴푸하고 타월로 물기를 없앤 뒤 웨이브 로션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말린다. 이 스타일은 쉽게 따라 할 수 있고 손질하기 쉽다는 게 장점이지만 심한 곱슬머리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너무 부스스해 지저분해 보인다. (2) 발랄한 포니테일 스타일 체코 프라하의 촬영분에서 가장 많이 하고 나온 스타일로 발랄한 성격을 나타낼 때 활용했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이마가 잘 드러나게 머리 전체를 뒤로 몰아 위로 묶어준다. 뒷머리의 굵은 곱슬기를 살려 한껏 부풀려주면 한층 더 귀엽다. 청바지와 셔츠를 입은 차림에는 머리를 하나로 땋아 깔끔하게 말아 올려 활동감을 살리기도 했다. (3) 청순한 반 묶음 스타일 청순미를 표현하고 싶을 때는 반 묶음을 하면 좋다. 머리 숱이 많은 사람이 세팅펌으로 굵은 웨이브를 했을 때 머리가 너무 부풀려 보일 수 있다. 이럴 때 반 묶음으로 정리하면 단정하다. 숱이 적은 사람이라면 반 묶음 후 뒷 머리를 부풀려 머리 숱이 없는 것을 커버할 수 있다. 이런 스타일은 얼굴이 작아 보이는 효과도 있다. (4) 도시의 지적인 여성미 앞머리는 평소보다 많이 내리고, 옆머리는 날카롭게 층을 내 세련된 느낌을 준다. 머리 색상은 부분을 나누어 블루블랙(파란빛이 도는 검정), 퍼플(보라) 등 다른 컬러로 포인트를 준다. 자연스럽게 말린 뒤 왁스제품을 사용해 원하는 스타일을 만들면 된다. (5) 울프컷을 응용해 단정하게 어깨까지 내려오는 중간 길이의 머리와 짧은 쇼트커트 느낌을 동시에 살리는 스타일. 귀 뒤로 머리를 살짝 넘기면 세련된 커리어우먼 스타일의 세미 롱헤어지만, 약간 흐트러뜨리면 한때 유행했던 울프컷의 중성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턱선이 예쁘지 않거나 머리 숱이 너무 많은 사람이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스타일. 머리가 앞쪽으로 쏠리게끔 드라이해주면 된다. (6) 부드럽거나,발랄하거나 한쪽 옆머리는 약간 길고, 다른 쪽은 짧게하는 좌우 비대칭의 디자인 기법을 사용해 중간형의 웨이브를 준 스타일. 한쪽에 웨이브를 강하게 주면 볼륨감이 있는 곳은 여성스러운 느낌이, 다른 쪽은 단정한 소년같은 느낌이 공존하게 된다. 일관된 파마머리에 식상해 고민중인 40∼50대라면 한번쯤 시도해보자. (7) 부드럽거나, 발랄하거나 긴 머리와 단발 머리 연출이 동시에 가능한 비대칭 스타일이다. 앞머리는 길면서 가볍게 하고 옆머리는 약간 무거운 단발 스타일을 연출했다. 뒷머리는 길게 늘어뜨려 전체적으로 입체적이다. 모발 길이를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어 다양한 변신을 원하는 사람에게 딱이다. 매직 스트레이트기나 드라이어로 가지런히 펴 질감을 매끄럽게 한 뒤 에센스로 마무리한다. (8) 부드러운 바람을 따라 가을 남성은 머리를 살짝 길러도 좋다. 층을 내는 레이어드컷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날리는 머릿결을 표현한다. 앞머리를 다소 길게하면 생머리일 경우에는 샤프한 이미지를 준다 볼륨감을 만드는 왁스로 손질하면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 변신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 도움말제공 마샬뷰티살롱·보뜨마샬·3Story by 강성우 ■늦가을 변신 ‘메이크업 3色’ 스산한 바람이 불면 여성의 화장이 달라진다. 가을·겨울을 겨냥한 패션쇼에서 펜슬로 잔뜩 눈매에 힘을 주어 온몸으로 고독을 느끼는 듯한 스모키 메이크업이 주로 눈에 띄듯, 화장도 그렇게 달라진다. 이번 가을·겨울 D&G나 장 폴 고티에, 구치 등의 패션쇼에서도 펜슬과 섀도를 이용한 스모키 메이크업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처럼 올가을, 스모키 메이크업은 유행의 중심에 서 있다. 하지만 패션쇼의 메이크업은 일상 생활 속에 적용하면 종종 인상이 사나워보이거나 오히려 눈이 작아보이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탤런트 이요원, 영화배우 이혜영 등의 메이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은노씨는 “기존의 검정 색상에서 벗어나 보라, 파랑, 회색, 카키 등 비교적 사용하기 쉬운 색상을 사용하면 부드러운 스모키 메이크업이 된다.”며 “펄이나 다른 컬러와 섞어 더욱 다양하고 세련된 표현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 가을 유행 색상을 사용해 깊이 있는 눈매를 가진 스모키 메이크업과 세련미를 뽐낼 수 있는 일상의 메이크업, 다양한 파티를 위한 메이크업을 연출해보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1) 스모키 메이크업 가을 느낌을 주면서 무난하게 연출할 수 있는 스모키 메이크업에 도전해보자. 피부:스모키 메이크업을 할 때는 피부 표현을 자신의 피부 색보다 한 톤 밝게 하는 편이 좋다. 피부보다 한 톤 밝은 파운데이션이나, 하이라이팅 전용 파운데이션을 이마나 T존(이마와 콧등), 눈 밑 등 얼굴 중심에 점을 찍듯 묻혀 스펀지를 사용해 얼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경계가 생기지 않도록 펴 바른다. 눈매:바닐라 색상으로 눈썹 뼈까지 넓게 바른 후 밝은 카키색을 눈동자 부분까지 바른다. 짙은 카키색을 아이라인부터 윗눈썹까지 3분의 1되는 부위에 팁을 이용해 바르고 경계부위는 브러시로 자연스럽게 편다. 눈매 전체 라인에 검정 섀도를 카키색과 섞어 자신의 눈 길이보다 길게 빼주며 바르면 눈이 길어 보인다. 마스카라로 속눈썹을 짙고 풍성하게 연출한다. 볼과 입술:스모키 메이크업은 눈매를 강조하기 때문에 볼에는 살짝 혈색이 도는 정도로만 표현하는 것이 좋다. 브론즈 컬러의 블러셔로 얼굴 윤곽을 쓰는 듯 터치한다. 귀와 목 근처에 음영을 주어 얼굴이 작아 보일 수 있도록 한다. 입술도 누드톤에 가까운 색상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팁:스모키 메이크업은 여러 색상을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경계가 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색조 화장 전, 눈 밑에 루즈 파우더를 듬뿍 발라주고 화장이 다 끝난 후 파우더를 털어주면 눈 밑에 색상이 번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2) 반짝이는 파티 메이크업 사랑스러운 핑크를 이용해 화려하면서 여성스러운 파티 메이크업을 연출해 보자. 피부:파티 메이크업에서는 피부결 또한 글로시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핑크색 펄이 들어간 크림, 로션타입의 하이라이팅 전용 메이크업 베이스를 피부표현 단계에서 사용하면 글로시한 피부를 연출하기에 좋다. 이마와 콧등, 광대뼈 윗부분 등 튀어나온 부위에 쓸어 내리듯이 쉬머 파우더를 발라준다. 눈매:밝은 펄이 들어간 상아색을 눈두덩이에 발라준다. 펄이 들어간 밝은 핑크를 쌍꺼풀 라인에 발라주고 좀 더 진한 핑크는 아이라인 부분에 바른다. 색의 경계가 생기지 않도록 그러데이션해 준다. 아이라인은 속눈썹 사이를 메우듯이 그려주면 더욱 자연스럽다. 좀 더 화려한 연출을 하고 싶다면 파우더 형태의 제품을 이용하여 눈 앞머리와 눈 끝 부분에 반짝이는 제품을 발라준다. 볼과 입술:보통 가을에 많이 사용되었던 브라운 색상은 파티 메이크업에 어울리지 않는다. 밝은 핑크는 어려보이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 밝은 핑크로 웃을 때 튀어나오는 부분인 볼 중앙을 중심으로 큰 원을 그리듯이 펼쳐 나가면서 색상을 입힌다. 입술에는 펄이 들어간 붉은 계열의 립글로스를 발라 마무리한다. 입술 중앙에 투명 립글로스를 덧바르면 볼륨감이 살아난다. 팁:파티 메이크업에서 중요한 부분은 반짝이는 느낌이다. 일반 펄 입자보다 입자가 훨씬 굵어 반짝거리는 ‘글리터’가 화려한 느낌을 준다. 일반 입자가 작은 쉬머 펄 파우더를 눈 아래에 발라주면 자칫 눈이 부어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파티 메이크업에는 입자가 굵은 제품을 선택한다. (3) 가을 타는 퍼플 메이크업 올가을 유행색인 보라색을 이용해 세련되고 멋스러운 분위기를 살려보자. 피부:전체적으로 밝고 결점 없는 피부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파운데이션을 두껍게 바르기보다는 수분이 많이 함유돼 촉촉한 컨실러 제품으로 눈가의 다크서클과 얼굴의 부분적인 잡티를 가려 깨끗한 피부를 연출한다. 건조해지기 쉽고 다크서클이 두드러지는 눈가 부분에는 눈가 전용 컨실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눈매:살구 색상으로 눈동자 부분에 넓게 발라준다. 보라 색상으로 포인트를 줄 경우에는 핑크보다는 살구 색상으로 베이스를 넣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보라색을 쌍꺼풀 라인에 살구 색상과 경계가 지지 않게 잘 펴발라 준 후 눈매에 진한 갈색으로 한번 더 포인트를 주면 여성스럽고 깊은 눈매를 표현할 수 있다. 아이라인은 펜슬로 속눈썹 사이사이를 채우고, 액상 제품으로 가늘고 길게 그린다. 볼과 입술:산호(코랄) 색상은 어느 피부와도 잘 조화를 이룬다. 사선에서 쓸어 내리듯이 발라 얼굴에 자연스러운 음영을 준다. 피부톤이 좀 어둡다면 조금 더 짙은 색상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붉은색 립스틱을 입술 중앙에 점을 찍듯이 바르고 손가락으로 살짝 펴준다. 베이지 펄이 들어간 립글로스로 마무리. 팁:피부를 맑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컨실러 제품으로 두껍지 않고 자연스럽게 결점을 가린다. 보라색 섀도를 사용할 때는 아이컬러를 사용할 때는 살구색으로 베이스를, 골드브라운 색상으로 포인트를 주어 가을철에 어울리는 여성스럽고 깊은 눈매를 연출한다. 사진제공:이펑크하우저(www.abnkorea.co.kr) 장소협찬·도움말:아티스트리 스튜디오(3442-4281) 가을은 피부에 한층 신경써야 할 때다. 자외선 차단에 소홀해지기도 쉽고, 갑자기 차가워진 바람을 맞으면 얼굴이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피부 수분이 줄어들어 주름이 생기고, 자외선때문에 검버섯이 일어나며 피부 노화도 빨라진다. ■ 촉촉한 피부를 위한 노하우 가을 피부를 위한 수분대책 피부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려면 세안을 할 때 유분을 모조리 제거하는 과도한 비누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일정량의 유분까지 없애면 방어막이 줄어 수분 증발이 빨라진다. 세안 후에는 화장수와 로션을 발라 피부결을 정돈하고 촉촉한 상태를 유지한다. 수분에센스나 크림을 듬뿍 발라 톡톡 두드리듯 마사지해 흡수시킨다. 스팀 타월로 지그시 눌러 흡수를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건조가 심한 눈가나 입가에는 아이에센스나 크림을 충분히 사용해 풍부한 수분감과 영양을 줄 수 있다. 심한 건성 피부라면 가벼운 수분 제품 대신 적당한 유분이 함유된 보습 제품을 쓴다. 풍부한 수분을 공급하고, 얇은 유분 보호막을 형성해 수분이 달아나는 것을 막는다. 때로는 특별하게 관리 일주일에 1회 정도 천연팩을 하는 것도 좋다. 비타민A가 풍부한 바나나는 가을철 보습팩 재료로 안성맞춤이다. 바나나 3분의 1을 으깨 올리브오일과 레몬즙을 각각 2분의 작은술씩 섞는다. 거즈를 얼굴에 덮고 팩을 바른 뒤 20분 정도 지나면 미지근한 물로 부드럽게 닦아낸 다음 화장수, 로션, 에센스나 크림의 순서로 마무리한다. 사과팩도 보습 효과가 뛰어나다. 간 사과와 오트밀가루를 각각 2큰술씩 넣고 섞은 다음 바나나팩과 같은 요령으로 팩을 한다. 수분 앰플 프로그램은 유효 성분이 고농축돼 있어 피부 건조를 현저히 줄인다. 피부 문제가 일단 생긴 후에는 회복하는 데 어려움이 많으므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예방 차원에서 이를 잘 활용하면 환절기 트러블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가을 피부관리의 핵심은 각질 묵은 각질은 모공을 막아 피부트러블, 잔주름, 모공 확장을 유도한다. 집에서 간편하게 각질을 제거해보자. 로레알 파리의 ‘레노비스트 홈 필링키트’(6만 5000원선)는 피부과 필링 성분인 글리코릭산을 이용한 제품으로 세포재생을 촉진하고 피부결을 정리한 뒤 각질을 제거한다. 일주일에 3번씩,4주간 사용한다. 아이오페의 ‘리뉴잉 필링 키트’(15만원선)도 글릭코릭산을 활용했다. 알로에 성분이 피부상태를 최적화하고, 글릭코릭산과 아미노산 엔자임 콤플렉스가 묵은 각질을 부드럽게 녹인다. 비타민C와 감초 성분이 피부를 맑게 한다.1주일에 2번,8주간 사용한다. 이지함화장품이 내놓은 ‘셀라벨 메디필 시스템’(18만 7000원)은 준비, 필링, 중화, 재생의 4단계 프로그램으로 천연성분인 사탕수수추출물을 사용해 피부 자극을 최소화했다. 이밖에 코스메틱넷은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최상급 레드와인에 함유된 AHA 성분이 들어있는 ‘보르도 스킨 스케일링 라인’(7000∼8800원선)을 선보였다. 엔프라니의 ‘릴랙시안 듀얼 필링 마스크’(3만원선)는 마스크와 필링 겸용 제품으로 사용이 간편하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닥스는 서울 명동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 ‘닥스 플라자’를 열었다. 신사복 여성복 골프웨어 등 모든 품목을 볼 수 있는 지상 6층,420평 규모의 매장. 건물 외벽과 내부를 고유의 하우스체크 무늬로 꾸몄고 스웨덴 설치예술가인 라스 닐슨의 닥스 하우스체크 조형물 등을 전시하는 등 브랜드를 상징하는 명소로 만들었다.LG패션은 닥스 플라자 오픈을 기념해 이달말까지 20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에게 스카프를 증정하고, 매일 1명을 추첨해 구매금액에 해당하는 상품권을 제공할 계획이다. ●방문 맞춤제작 신사복 사르또(Sarto)는 브랜드 런칭 기념으로 30일까지 신사복 맞춤 고객에 한해 10만원 상당의 드레스셔츠를 증정한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로로피아나 등 고급 원단을 이용한 사르또는 원단 선택부터 코디네이션, 착장까지 고객을 직접 찾아가 맞추는 최상급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 정장은 40만∼150만원선, 드레스셔츠는 7만∼15만원선.(02)516-4878. ●크리스챤 디올은 ‘디올 옴므 부티크’의 아시아 두 번째 매장을 서울 갤러리아백화점 웨스트에 열었다. 기존의 블랙 앤드 화이트 컨셉트에 나무 소재를 이용하고, 거울과 직선을 이용해 단순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몸에 달라붙는 실루엣과 1970∼80년대 로큰롤 느낌의 디올 옴므 컬렉션을 볼 수 있다. ●플랫폼은 북미 인디언들이 신었던 스타일을 포근한 토끼털로 변형한 DKNY의 로지 부츠를 선보였다. 스웨이드 리본이 귀여우면서 고급스럽다.25㎝ 정도의 종아리 중간 높이에, 밑창은 합성고무로 만들었다. 연한 베이지와 밝은 핑크의 두가지 색상.39만 9000원.(02)742-4628. ●리바이스는 서울 명동에 브랜드 탄생의 배경인 광산을 컨셉트로 한 플래그십 매장을 국내에선 처음으로 열었다. 남성·여성·슈퍼프리미엄 존 등 3개 층으로 구성했다. 남성존(1층)은 터프하고 자유로운 느낌으로, 여성존(2층)은 리바이스 레이디 스타일을 바탕으로 꾸몄다.3층 슈퍼프리미엄존은 리바이스 빈티지 클로딩, 레드 등 슈퍼프리미엄 제품의 특징이 돋보인다.(02)777-8399.
  • [주말에 뭘 보러갈까]

    ●연극 ■ 늙은 부부 이야기 29일~내년 1월1일 축제소극장. 황혼의 나이에 만나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한 노부부의 가슴 따뜻한 사랑.2003년 초연 이후 매년 중장년 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영민 위성신 작·위성신 연출, 이순재 성병숙 이호성 예수정 출연.(02)741-3934. ■ 러브레터 12월31일까지 한양레퍼토리시어터. 두 남녀가 일생을 통해 편지를 주고 받으며 엮어가는 사랑이야기.A.R. 거니 작·최형인 연출, 이호재 설경구 최형인 정경순 출연.(02)764-6460. ■ 울고 있는 저 여자 30일까지 게릴라극장. 늦은 밤, 지하철 플랫폼에서 울고 있는 한 여자와 그 여자가 우는 이유가 궁금해 곁을 떠나지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 김현영 작·남미정 연출, 김소희 이승헌 출연.(02)763-1268. ■ 목화밭의 고독속에서 11월6일까지 산울림소극장. 산울림 개관 20주년 기념작. 베르나르 마리 콜테스 작·임영웅 연출. 김철리 박용수 출연.(02)334-5915. ●뮤지컬 ■ 헤드윅 11월1일부터 무기한 라이브극장. 동독 출신 트랜스젠더 가수의 성 정체성 고민을 강렬한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낸 록 뮤지컬. 속도감 있는 전개와 화려해진 의상, 메이크업 등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이지나 연출, 송용진 김다현 엄기준 서문탁 출연.1588-7890. ■ 아이 러브 유 29일부터 무기한 연강홀. 사랑에 관한 스무개의 에피소드를 엮은 로맨틱 뮤지컬. 한진섭 연출, 남경주 이정화 오나라 정상훈 출연.(02)501-7888. ■ 비밀의 정원 12월31일까지 백암아트홀 역대 뮤지컬 명곡들과 명장면들에 새로운 스토리를 입혔다. 남경주 연출, 최정원 출연.(02)501-7888. ■ 넌센스 잼보리 무기한 충무아트홀소극장. 네명의 수녀님과 한명의 신부님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코믹극. 현경석 연출, 이태원 전수경 출연.(02)766-8551. ■ 그녀만의 축복 11월6일까지 코엑스아트홀. 뮤지컬 배우 김선경의 1인7역 모노극. 김은미 작·이용균 연출.(02)545-7302. ●미술 ■ 김혜숙전 서울 종로구 관훈동 단성갤러리. 제주의 냄새가 물씬 풍겨나오는 작품들로 가득찼다. 화폭에 담긴 바다, 동백꽃, 들꽃, 달맞이꽃, 산딸기에서 고향 제주를 그리는 화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소박하고 단아하게 제주의 자연을 표현, 보는 이로 하여금 저마다 고향을 그리게 한다.(02)735-5588. ■ 화랑미술제 국내 최대의 미술축제답게 60개 화랑에서 213명의 화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여러 화랑을 한자리에 모아 놓아 작품, 가격 등을 비교하면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11월3∼8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02)733-3706∼8. ■ 갤러리 안 개관기념전 홍석창 홍대 미대교수, 이정지 전 여류미술가협회회장, 김정수 미술세계화협회장 등 한국의 전통미를 바탕으로 현대적 작업을 하는 작가 3명의 작품 20여점이 전시된다.11월 21일까지.(02)737-8089 ■ 성남아트센터 개관전 이만익, 이강소, 이석주, 김봉태, 전수천, 최만린씨 등 한국적 미술의 정체성 찾기에 열정적인 작가 10명이 ‘열정’을 주제로 작품을 내놓았다. 회화, 설치미술, 사진 등 작품 4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11월18일까지.(031)783-8091∼4. ●클래식 ■ 귀네스 존스 독창회 30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용. 오페라계의 살아있는 전설, 은발의 프리마돈나 소프라노 귀네스 존스가 내한, 바그너와 베르디 등 중후하면서 드라마틱한 소프라노 아리아를 들려줄 예정.1980년 오페라 ‘반지’중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에서 브륀힐데로 출연, 초인적인 열창을 들려주며 기립박수를 받은 인물이다.(02)1544-5955. ■ 서울남성합창단 제9회 정기연주회 11월 8일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 콘서트홀.(02)992-5590. 송병태 지휘, 이주봉 피아노. ■ 안드레아 셰니에 28∼3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02)580-1300. ●어린이 ■ 하마가 난다 11월13일까지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 하늘을 나는 꿈을 이룬 라이트 형제와 조선시대 발명가 정평구의 이야기.(02)382-5477. ■ 즐거운 왈츠여행 30일 오후3시 코엑스 오디토리움. 온가족을 위한 해설이 있는 클래식 체험공연.(02)578-7193.
  • [여성&남성] 아련한 10대의 첫사랑 당신도 그리워하나요

    [여성&남성] 아련한 10대의 첫사랑 당신도 그리워하나요

    가을이면 남자는 마음이 아린다. 귓불을 스쳐가는 바람 한 점에 옛사랑이 그리워진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뜻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이별했던 10월의 마지막날이 가슴 저미도록 생각난다. 여성 포털사이트 ‘젝시인러브´가 성인 남성 159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65%가 가을을 탄다고 했다. 가을이 오면 신체적·심리적인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38%는 고독해진다고 답했다.30%는 생각이 많아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답했고,22%는 새로운 사랑을 꿈꾼다고 말했다. 왜 가을을 타느냐는 질문에는 52%가 모르겠다고 답했다. 가을과 사랑이 함께 찾아오면 계절을 타는 것 같다고 말한 남성도 22%였다. 이런 가을에 남성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사람은 바로 첫사랑. 가을이면 첫사랑이 그리워진다고 답한 남성은 36%였다. 내가 짝사랑한 사람이 그립다고 답한 남성은 28%, 가장 최근에 헤어진 사람이 떠오른다고 답한 남성은 20%, 나를 짝사랑한 여성이 보고 싶다고 응답한 남성은 5%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남자들이 가을에 싱숭생숭해지는 이유는 계절이 변하면서 생체리듬도 함께 변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마음벗 김종범정신과’ 김종범 원장은 일조량이 줄고 날씨가 쌀쌀해지는 가을에는 뇌신경 전달물질인 노에피네프린, 세로토닌, 가바 등의 분비량이 늘면서 우리 몸도 가을을 맞는다고 설명한다. 이런 신경 전달물질은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고 평화로운 기분을 들게 하지만 분비량이 증가하면 우울하고 쓸쓸한 기분에 빠져들게 할 수도 있다. 김 원장은 “일조량과 신체 리듬의 변화에 대한 인과관계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우울증 환자에게 빛을 쪼여줘 치료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가을이 되면 여름 내내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이 안정되면서 자신을 돌이켜보기도 하고 이성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기도 한다.”면서 “남성과 여성이 모두 가을에 영향을 받지만 복잡한 정서에서 벗어나려는 성향이 남성들이 강하기 때문에 남성들이 가을을 더 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체 리듬이 변하고 우울한 기분이 든다고 해서 지나간 사랑에 집착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충고한다. 결혼과 가족관계 연구소 M&S 김덕일 소장은 남성의 연애 감정은 스킨십에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낮은 따뜻하고 밤은 서늘한 가을은 스킨십이 가장 그리워지는 계절이라고 말한다. 남성들에게 첫사랑과의 스킨십은 그만큼 강렬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남성들은 첫사랑의 상대 여성을 최고의 여인으로 미화시키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잘못으로 사랑을 잃었다면 아쉬움과 안타까운 마음에 첫사랑을 더욱 애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어린이 ■ 하마가 난다 11월13일까지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 하늘을 나는 꿈을 이룬 라이트 형제와 조선시대 발명가 정평구의 이야기.(02)382-5477. ■ 목각인형콘서트 23일까지 연우소극장. 은행나무로 깎은 목각인형과 함께 떠나는 시간여행.(02)744-5701. ●클래식 ■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독창회 22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리톤 음색의 괴르네는 독일가곡으로 명성을 쌓은 성악가. 현재 오페라 성악가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그는 슈만의 ‘시인의 사랑’‘하이네 시에 의한 3개의 노래’등을 부를 예정.(031)729-5615∼9. ■ 서울시립청소년교향악단 정기연주회 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399-1790. ■ 보리밭 윤용하 40주기 연주회 26일 호암아트홀.(02)1588-7890. ■ 조소연 귀국 피아노 연주회 23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트홀.(02)586-0945. ■ 소프라노 조미경 귀국 독창회 25일 영산아트홀.(02)586-0945. ●미술 ■ 광주디자인 비엔날레/11월3일까지 최첨단 디자인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비엔날레. 이번 전시회는 세계 최초의 종합디지인 비엔날레다.IT를 이용한 기능성 옷, 동남아의 식물을 이용한 디자인 제품 등 34개국의 1300여점을 살펴볼 수 있다.(062)608-4260. ■ 문인화 특별전 문인화의 정수를 보인 월전 장우성 화백과 유려한 필선의 우현 송영방, 감흥을 전하는 이석 임송희 화백 등 원로 문인화 대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31일까지 종로구 팔판동.(02)732-3777. ■ 장욱진 15주기 기념전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여인들을 화폭에 담았다. 불심가득한 부인의 기도모습과 고향 같은 존재인 어머니의 모습을 그는 특유의 천진난만한 세계가 넘치는 그림으로 그렸다.23일까지 용인 고택.(031)283-1911. ■ 이남희전 아름다움을 주제로 누드 여인을 비롯, 꽃들을 수채화로 화폭에 담았다. 분명치 않은 선들이 주는 묘한 흔들림이 수채화의 묘미를 더해준다.28일까지 종로구 사간동 불일미술관.(02)733-5322. ●뮤지컬 ■ 비밀의 정원/25일~12월31일 백암아트홀 역대 뮤지컬 명곡들과 명장면들을 선별해 하나의 스토리로 구성한 새로운 형식의 뮤지컬. 뮤지컬1세대인 남경주와 최정원이 각각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 오재익 나성아 최지오 출연.(02)501-7888. ■ 불의 검 23일까지 국립극장해오름극장. 만화가 김혜린의 동명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 박일규 연출, 김대성 최완희 작곡, 이소정 임태경 출연.1588-7890. ■ 넌센스 잼보리 무기한 충무아트홀소극장. 네명의 수녀님과 한명의 신부님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코믹극. 현경석 연출, 이태원 전수경 출연.(02)766-8551. ■ 그녀만의 축복 11월6일까지 코엑스아트홀. 뮤지컬 배우 김선경의 1인7역 모노극. 김은미 작·이용균 연출.(02)545-7302. ■ 뮤직 인 마이 하트 23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 귀여운 노처녀 희곡작가의 꽃미남 애인 만들기 작전. 성재준 연출, 원미솔 작곡. 이민아 장재혁 출연.(02)745-8288. ●연극 ■ 울고 있는 저 여자/30일까지 게릴라극장 늦은 밤, 지하철 플랫폼에서 울고 있는 한 여자와 그 여자가 우는 이유가 궁금해 곁을 떠나지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 울고 싶거나 울고 있는 누군가를 위로해주고 싶은 이들을 위한 연극. 김현영 작·남미정 연출, 김소희 이승헌 출연.(02)763-1268. ■ 맨드라미꽃 11월6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허름한 하숙집에 기거하는 이류 인생들의 고단한 삶과 맨드라미꽃같은 작은 희망. 이강백 작·박근형 연출, 권병길 최정우 출연.(02)762-0010. ■ 왕세자 실종사건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조선 왕실에서 벌어진 왕세자 실종사건을 둘러싼 기묘한 추리극. 한아름 작·서재형 연출, 홍성경 장우진 구혜령 출연.(02)580-1300. ■ 목화밭의 고독속에서 11월6일까지 산울림소극장. 산울림 개관 20주년 기념작. 베르나르 마리 콜테스 작·임영웅 연출. 김철리 박용수 출연.(02)334-5915.
  • 인구 98명에 처녀는 셋뿐

    인구 98명에 처녀는 셋뿐

      한국과 일본을 가름 해놓은 망망한 대해 위 전관수역「라인」에 섬 하나. 분명 한국의 영토이면서도 나라를 모르고 육지를 잊은 섬 둘레 20리 남짓한 한국 안의 이방, 이름하여 국도 - . 여기에도 끈질긴 사람살이가 있다. 육지서 온 귀한 손님 맞아 염소 잡고 고구마떡 빚어 천길 물속에서 바로 치솟은 듯한 절벽과 바위만으로 이룩된 섬. 언제나 높이 5m의 파도가 흰 거품을 물고 검은 절벽을 핥는다. 행정상으로는 통영(統營)군 욕지(欲知)면 연화리 소속이다. 충무항에서 남쪽으로 30여「마일」달리면 나타난다. 98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것이다. 앙칼진 파도소리와 짙은 안개뿐인 고독한 이 섬에 난생 처음으로 육지의 손길이 닿아 귀한 손님이 찾아 들었다. 한국에서 가장 작은 학교의 하나인 국도국민교의 첫 졸업식이 지난 2월 25일 이곳에서 베풀어 졌을 때였다. 김상조(金相朝) 통영군수와 수행기자 2명이 선물을 안고 찾아 들었다. 섬사람들은 유사이래 처음 맞는 최고「VIP」들을 위해 귀한 염소를 잡고 고구마떡을 빚어 잔치를 차렸다. 바로 이 자리에서 5명의 졸업생 전원이 도회지로 유학을 가게 됐다. 섬나라의 경사였다. 국민교 학생은 모두 15명, 유일한 공무원은 선생님 국도에서 태어나 20리 섬나라를 벗어나지 못하고 죽어가야만 했던 어린이들이다. 이들이 김통영군수의 특별지원으로 유학길에 오르게 된 것이다. 5년 전 도비 2백만원을 들여 섬 중턱 비윗돌 위에 교실 하나, 변소 하나, 사택 하나를 지어 국도국민교라 간판을 붙인 이 학교엔 총원 15명의 학생에다 선생은 한 명이다. 1·2학년에 7명, 3·4학년에 3명, 5·6학년에 5명이 학생의 전부. 한 교실 내에서 다같이 복식 수업을 했다. 그중에서 5명이 졸업을 했다. 현재 총원은 10명으로 줄었다. 교장이며 선생, 급사까지 한 몸에 지니고 있는 하병수(河秉壽, 35)씨가 이 섬의 유일한 공무원이며 또 지도자다. 경남 함양고등학교를 나와 국도에 학교가 선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 교사로 발령을 받아 이곳에 온 하선생은 5년을 하루같이 섬사람들을 위해 노력해왔다. 결혼을 하자마자 남편을 따라 이곳에 온 하선생의 부인 이순이(李順伊, 31) 여인도 이제 화려한 도회지의 꿈은 잊은 지 오래다. 그러나 이여인은 졸업식날 밀려온 육지손님을 보고 반가와 울었다. 5년 만에 처음 보는 육지사람들이었다. 함양이 고향인 이여인은 함양여고를 졸업, 마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하선생과 결혼, 남편의 굳은 의지를 믿고 국도까지 왔다. 5년 동안 섬생활을 하면서도 한 번의 육지 외출의 기회를 가져보지 못했다. 아무리 육지에 가보고 싶어도 뱃길이 없고 통신망이 없다. 1년 내내 쌀밥구경 못하고 고구마와 깡보리밥을 유일한 주식으로 삼아 견디고 있는 이여인은 남편을 도와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의 가장 가까운 벗은 이곳에서 길러온 10마리의 닭이란다. 슬하에 아이 하나 없는 이여인이다. 사람 살기는 91년 전부터, 약초 캐러 왔다가 배를 잃어 이곳 이장 김상갑(金上甲, 41)씨가 63년 3월 한 달간의 육지 출장을 해서 관계요로에 진정, 얻어진 것이 국도국민교였다. 이 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91년 전. 당시 개척자 김경팔씨가 고성(固城)에서 9명의 친구들을 이끌고 약초를 캐러 왔다가 풍랑에 배는 파손되고 갈 길이 막혀 정착한 것이 첫 시초. 칡뿌리와 바닷고기를 잡아먹고 살다가 9년만인 1887년 봄 캐먹을 칡뿌리도 동이 나고 풍랑이 심해 고기잡이도 못해 9명 중 6명은 굶어 죽고 3명이 살아남아 지나가는 어선의 도움으로 육지로 옮아갔다가 다시 7세대의 가족을 형성, 원한의 국도를 개척하겠다고 건너왔다. 그것이 지금의 98명 인구로 팽창되었다고 최고령자 이원도(李遠道, 67) 노인의 설명이다. 섬 전체의 총 자산으로는 밭 7백평에 전마선 7척, 그리고 전국에 이름난 약용염소 40마리가 있다. 해초를 뜯어 한 달에 한 번씩 오는 육지의 상고선(商庫船)에 팔아 1년에 30만원 정도 벌어들여 마을 이장이 3개월 만에 한 번 정도 육지에 나가 필요한 물품을 공동 구입, 생활한다. 음력설 하루만 쌀밥 먹고… 처녀 셋 그나마 15살 안팎 음력설 하루만은 섬사람 전부가 쌀밥을 먹지만 나머지는 전부가 깡보리밥에다 고구마 먹기로 정해놓고 있다. 그래서 부인들은「퍼머」도「나일론」옷감도 모른다. 처녀라고는 15살 안팎의 어린 소녀 3명뿐인데 옛 풍속 그대로 길게 머리를 땋고 있다. 현재까지 이 섬에서 이웃 섬으로 시집간 처녀는 모두 12명. 시집갈 때 염소 한 마리와 고구마떡 해가는 게 상례로 되어 있다. 섬 안에서는 처녀가 귀해 장가 못간 노총각이 많다. 남자 인구 60명에 여자는 38명. 아이들은 신발 없이 자라는 수가 많다. 길도 없다. 바위와 벼랑을 타고 다닌다. 주민 3분의 2가 호적이 없었던 이곳에 이번 주민등록증 발급실시로 난생 처음 신분증도 받아보았다. 군에 입대한 사람은 김인찬(金仁燦, 22)군 한 명뿐이다. 작년 가을 섬청년답게 해군에 입대했다. 이곳 염소가 약용에 좋은 것은 산에서 약초만 뜯어먹고 살기 때문이다. 한 달 중 25일 이상은 파도가 밀어닥쳐 육지에서 배가 온다손 치더라도 섬에 닿지 못하고 되돌아가야 한다. <공하종·조기제 기자> [ 선데이서울 69년 3/9 제2권 10호 통권 제24호 ]
  • 세명의 남녀, 엇갈린 사랑!

    여기 세 명의 남녀가 있다. 떠나간 연인에 대한 상처와 미련을 간직한 남자(매튜), 자신의 미래와 일을 선택했지만 옛 사랑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자(리사), 이를 지켜보며 맹목적인 열정에 가슴 아파하는 또 다른 여자(알렉스). 이들은 각각 사랑에 대한 아픔과 고독, 열정을 상징하는 현대 도시 남녀의 자화상이다. 13일 개봉하는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이들 세 주인공의 어긋난 사랑 방정식을 통해 ‘당신이 겪고, 또는 알고 있는 사랑이 전부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사랑의 정답’에 접근한다.2년이란 시간 간극을 교묘하게 넘나드는 영화는 잃어버린 사랑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한 남자의 감정을 쫓아가며 빗나간 사랑의 접점을 찾아간다. 사진작가를 꿈꾸는 매튜(조쉬 하트넷)는 댄서 리사(다이앤 크루거)를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매튜는 뉴욕에서의 일자리 제의를 받고 리사에게 함께 가자고 권유하지만, 다음날 리사는 아무말 없이 사라진다.2년 뒤 약혼자와 함께 시카고로 돌아온 매튜. 한 카페 공중전화 앞에서 옛 연인 리사의 목소리를 듣는다. 리사의 흔적에 혼란스러워하던 매튜는 무작정 리사를 찾아 나서고, 기억을 더듬어 그녀의 옛 아파트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녀는 그토록 그가 찾아 온 진짜 리사와 이름만 같은 동명이인(로즈 번). 재미있는 것은 그럼에도 그 여인에게서 느껴지는 진짜 리사의 흔적과 왠지 모를 이끌림이다. 우연은 운명으로 통하는 걸까. 영화는 진행될수록 초반 예상과 달리 단순 멜로의 궤를 벗어난다. 플롯 구석구석에 놓아 둔 추리적 기법 때문. 극중 연인에 얽힌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지면서 스릴러적인 냄새를 풍긴다. 후반들어 팽팽했던 긴장감이 난데없이 느슨해지며 다소 힘이 부치는 느낌이지만, 지루함보다는 오밀조밀한 재미가 잔상으로 더 많이 남는 영화다. 폴 맥기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진주만’의 조쉬 하트넷과 ‘트로이’로 스타덤에 오른 두 미녀 다이앤 크루거와 로즈 번이 주연을 맡았다.15세 이상 관람가.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가을山, 네가지 이야기

    가을山, 네가지 이야기

    푸르른 날 서 정 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하리야 눈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가을산이 좋다. 아름다운 단풍과 억새가 지천이니 볼거리 풍년이다. 단풍과 억새가 뿜어내는 자연의 향기는 와인 향보다 감미롭다.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며 산에 오르고 싶을 만큼 좋은 계절. 그래서 가을 산행을 ‘등산’이라 하고 또 ‘놀이’라 하지 않는가. 가족과 함께 혹은 연인과 함께 쉬엄쉬엄 가을산의 경관을 만끽해보자. 힘겨운 일일랑 잠시 접어두고, 바쁜 일은 잠시 선반에 올려두고…. 강원도 정선군 민둥산 “가을볕 따사로운 오후의 언덕에서 억새를 바라본다. 억새는 달빛보다 희고, 이름이 주는 느낌보다 수척하고, 하얀 망아지의 혼 같다.”시인 최승호는 억새를 이렇게 노래했다. 가을산의 제일은 화려한 단풍이지만 수수한 억새는 차분한 가을을 느끼게 만든다. 햇빛을 받아 은빛, 금빛으로 빛깔을 달리하는 억새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깊어가는 가을이 가슴에 들어온다. 은빛 물결처럼 출렁이는 억새산으로 가자.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 제주도 동부지역의 오름지대, 경남 창녕의 화왕산, 전남 장흥의 천관산, 경기도 포천의 명성산, 지리산자락의 만복대, 경남 밀양의 사자평, 울산의 신불산…. 억새가 아름다운 곳으로 소문난 곳들이다. 하지만 이 모든 억새 명소들을 다 찾아가 볼 수는 없는 일. 기자는 고민끝에 산행시간이 비교적 짧고 오르기가 쉬워 가족산행에 좋은 민둥산을 택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억새산행 정선군 남면의 민둥산(1117m)은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산 위에 나무가 거의 없는 대머리산이다. 정상 능선을 따라 억새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억새산’이라고도 불린다. 거리가 짧고 오르기가 편하다는 발구덕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발구덕 마을의 첫번째 매점근처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했다. 추수를 끝낸 배추밭을 지나 등산로로 접어들었다.10일부터 시작하는 억새축제 때문인지 등산로가 잘 조성돼 있다. 시멘트가 아니라 흙으로 계단을 만들어 산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등산로 폭이 어른 서너명은 지나갈 수 있을 정도여서 쾌적함까지 느껴진다. 때문에 지난해와 달리 등산객이 몰려도 병목현상은 없을 듯하다. 등산로 초입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울창한 나무에 가려서인지 억새는 보이지 않는다. 땀방울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할 때쯤 시야가 탁 트이면서 정상 능선이 드러난다. 군데군데 모습을 드러낸 억새를 보니 사진에서 보는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괜히 민둥산으로 왔나.’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새로 만들어진 2층 높이의 산불 감시초소가 보인다. 저멀리 민둥산의 정상이 보인다. 마지막 10분동안 오르는 ‘깔딱고개’를 올라서자 민둥산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은빛 물결을 따라 추심(秋心)도 흔들리고 “와”하는 탄성이 흘러나온다. 산에 오르면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광활한 은빛바다.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써억 써억∼’울어대는 가냘픈 여인의 몸짓 같은 억새를 보고 있노라니 가을의 고독이 살며시 찾아온다.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기우는 오후 5시. 그나마 같이 오른 사람들도 내려가고 이제 혼자 남았다. 텅빈 산에 억새와 홀로 마주섰다. 햇빛에 따라 은빛으로, 금빛으로 옷을 갈아입는 억새는 눈물 나도록 아름답다. 어느덧 태양이 산너머로 스러진다. 그때 불현듯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서둘러 카메라를 꺼냈다. 카메라의 ‘찰칵찰칵’ 요란한 소리에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내려오는 길 내내 물결치는 억새의 잔상이 가슴에 진하게 남았다. 민둥산은 강원도 정선군 남면과 동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높이는 1117m, 이름처럼 정상에는 나무가 없고, 드넓은 주능선 일대는 참억새밭이다. 능선을 따라 정상에 도착하기까지 30여분동안 억새밭이 장관을 이룰 이맘때 사람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이처럼 억새가 많은 것은 산나물이 많이 나도록 하려고 매년 한 번씩 불을 지르기 때문. 억새꽃은 남쪽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이곳 민둥산은 10월 중순에 절정에 이른다. 이렇게 오르면 장관이 펼쳐져요 증산초등학교에서 시작해 해발 800m의 발구덕마을에 이른 다음 왼쪽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오른 뒤 다시 발구덕마을, 증산마을로 하산하는 코스는 약 9㎞로 4시간이면 넉넉하다. 또 아이들이나 나이든 어른과 함께라면 발구덕마을까지 차로 이동해서 정상으로 가는 코스를 추천한다. 거리는 4㎞가 채 안 되며 시간은 왕복 1시간20분 정도면 충분하다. 단 축제기간 동안은 발구덕마을까지 차를 통제한다. 편하게 자고 맛있게 먹을 집 혹시 하루를 쉬었다 오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번잡한 여관이나 호텔보다 민박을 권할 만하다. 넉넉한 강원도 인심을 흠뻑 느낄 수 있다. 남면 무릉2리 억새마을의 이강태(033-591-1598)씨, 이재국(033-591-1768)씨 집 등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곳의 별미로는 곤드레밥을 추천한다. 정원식당(033-378-3636)은 곤드레 나물을 푹 삶아 들기름과 소금, 마늘 등을 넣고 볶다가 쌀과 함께 섞어 무쇠솥에 밥을 한다. 부추와 갖은 양념을 섞어 만든 간장에 조금씩 비벼가며 먹는데 그 맛이 별미다. 함께 나오는 된장도 맛깔스럽다.5000원. 증산에서 영월로 나오는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 신동읍 예미를 지나면 국도변에 있다. 원래 곤드레는 가난했던 시절 부족한 끼니를 푸짐하게 하기 위해 넣었던 구황식물중 하나이다. 큰 잎사귀에 긴 뿌리가 특징인 산나물로 원래 이름은 고려엉겅퀴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의 모습이 술 취한 사람과 비슷하다고 해서 곤드레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가세요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로 가다가 남원주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서제천 IC로 빠져나오면 된다. 약 1.5㎞ 정도 제천방면으로 가다가 제천외곽도로로 진입해서 38번 국도를 타고 가면 영월을 거쳐 증산에 도착한다. 또 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빠져 59번 국도를 타고 정선을 거쳐 가도 된다. 시간이나 거리는 제천으로 가는 편이 좋으나 길이 약간 복잡해 초행길이라면 진부로 가는 것을 권하고 싶다. 차가 막히거나 운전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열차를 이용해도 좋다. 청량리역에서 증산역으로 오전 8시,10시, 낮12시에 출발하며 증산역(033-591-1069)에서 청량리역으로는 오후 1시35분,5시5분,6시52분,7시15분(주말에만 운행)에 출발한다. 요금은 무궁화호가 1만 2600원, 새마을호가 1만 8700원. 여행상품도 있다.우리테마(www.wrtour.com)에서는 10월31일까지 매주 수, 토, 일요일 오전 7시에 버스로 출발하여 당일로 민둥산 억새와 정선의 소금강단풍을 둘러보고 오는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교통비와 점심식사를 포함해서 3만 5000원.(02)733-0882. 정선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목화밭의 고독속에서’

    ‘연극을 오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안 보셔도 좋습니다.’ 극단 산울림이 소극장 산울림 개관 20주년 기념 네번째 작품으로 ‘목화밭의 고독속에서’(연출 임영웅)를 무대에 올리며 내건 ‘선언’이다.‘목화밭의 고독속에서’는 사무엘 베케트 이후 21세기 마지막 천재 극작가로 불리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마리 콜테스의 작품으로 국내 초연이다. 연극은 일견 단순해 보인다. 등장인물은 단 두명.‘딜러’와 ‘손님’이다. 딜러는 손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집요하게 묻고, 손님은 아무 것도 원하는 게 없으니 딜러가 가진 것들을 먼저 보여달라고 요구한다. 연극은 두 사람이 서로 밀고 당기며 치열하게 주고받는 대화로만 이뤄진다. 현란한 언어의 유희가 지적인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마치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처럼. 중견 연출가 김철리(손님)와 배우 박용수(딜러)가 연기 호흡을 맞춘다.11월6일까지.1만5000∼3만원.(02)334-591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연극 ■ 슬픈연극 6~30일 상명대 아트홀1관. 죽음을 준비하는 남편과 남편의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아내.20년을 함께 살아온 50대 부부의 애절한 이별이야기. 극단 차이무의 10주년 기념작이다. 민복기 작·연출, 김승욱 박지아 김중기 김지영 출연.(02)747-1010. ■ 목화밭의 고독속에서 11월6일까지 산울림소극장. 산울림 개관 20주년 기념작. 베르나르 마리 콜테스 작·임영웅 연출. 김철리 박용수 출연.(02)334-5915. ■ 세일즈맨의 죽음 14일까지 드라마센터 이 시대 모든 아버지의 삶을 위로하는 사실주의 연극. 아서 밀러 작·장진 연출, 전무송 전양자 박상원 출연.(02)756-0822. ■ 막판에 뜨는 사나이 1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소극장. 매스미디어의 영웅 만들기를 비튼 사회풍자극. 알렌 에이크번 작·박광정 연출, 이남희 최슬 출연.(02)399-1114. ■ 벚나무 동산 9일까지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 안톤 체호프의 소설을 한국적 정서로 각색한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신체극. 백원길 권재원 출연.(02)744-0300. 뮤지컬 ■ 넌센스 잼보리 무기한 충무아트홀소극장. 네명의 수녀님과 한명의 신부님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코믹극. 기억상실에서 깨어난 앰네지아 수녀가 컨트리 가수에 도전한다.‘명성황후’ 이태원과 ‘출산드라’ 김현숙의 색다른 웃음연기가 주목거리. 현경석 연출, 전수경 우상민 서영주 출연.(02)766-8551. ■ 그녀만의 축복 7일∼11월6일 코엑스아트홀. 뮤지컬 배우 김선경의 1인7역 모노극. 김은미 작·이용균 연출.(02)545-7302. ■ 불의 검 23일까지 국립극장해오름극장. 만화가 김혜린의 동명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 이소정 임태경 출연.1588-7890. ■ 뮤직 인 마이 하트 23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 귀여운 노처녀 희곡작가의 꽃미남 애인 만들기 작전. 성재준 연출, 원미솔 작곡. 이민아 장재혁 출연.(02)745-8288. 미술 가격으로 따지면 160억원,120억원 등 ‘억억’소리나는 서양미술사의 거장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볼 수 있는 전시회다. 피카소, 마티스, 르느와르, 모네, 앤디 워홀 등 오는 11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 나갈 작가 23명의 작품 32점이 선보인다.(02)727-1540. ■ 팀노블& 수웹스터전 영국 작가들인 두 작가의 아시아 첫 개인전. 소비문화와 현 시대의 생활사, 특히 애정관계에 대한 관심을 솔직하고 과감하게 다루는 작업을 선보인다. 오는 7일∼11월6일 서울 국제갤러리(02)735-8449. ■ 이강소 개인전 한편의 시를 연상케 하는 이 화백의 최근작. 수평선, 지평선 같은 느낌의 한줄기 붓자국 위에 작은 집과 배가 선(禪)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양화법, 서양화법의 절묘한 조화가 세련됐다. 오는 15일까지 인사동 노화랑.(02)739-3721. ■ 민화전 우리들 마음속에 담겨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민화작품을 통해 볼 수 있는 전시회. 오는 11일까지 서울 시선갤러리.(02)732-6621. ■ 니겔 홀 조각전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기하학적 조형물로 표현하는 영국인 조각가의 작품전. 오는 18일까지 청담동 박여숙화랑.(02)549-7575. 클래식 ■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나부코 공연 기원전 나라를 빼앗긴 이스라엘과 바빌로니아의 왕 나부코를 중심으로 이들 민족의 아픔과 자유를 그린 작품. 베르디의 출세작으로 이번에는 현대적 재해석을 한 것이 묘미.‘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언제 들어도 감동의 노래.5∼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 (02)586-5282. ■ 앙드레류 오케스트라공연 7,8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02)599-5743. ■ 박수길 정년 기념음악회 1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83-6295. 어린이 ■ 목각인형콘서트 23일까지 연우소극장. 은행나무로 깎은 목각인형과 함께 떠나는 시간여행.(02)744-5701. ■ 노누메기 12월31일까지 손가락놀이극장. 이솝우화로 배우는 어린이경제놀이 연극.(02)747-2777.
  • 소녀가수 문주란 음독의 배후

    소녀가수 문주란 음독의 배후

      소녀가수 문주란(19)양이 음독, 자살을 꾀했다는 소식은 연예계 안팎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나이에 비해 너무도 쉽사리 인기 정상을 정복한 이 아가씨가 무엇 때문에 스스로 세상을 등지려 했단 말인가? 연예계 소식통들은 갖가지 뜬소문에 뒤얽힌 화살을 수없이 쏘아대고 있다. 복잡한 가족과 경제조건, 연예계선 갖가지로 억측 문주란은 왜, 언제부터 죽음을 생각했는가? 무엇이 그를 자살할 결심으로 이끌게 했는가에 대해선 장본인이 아직 입을 다물고 있는 한 확실한 것은 알 수 없다. 드러난 경로는 그녀가 다량의 수면제를 마신 15일 저녁 밤 11시까지 그녀의 언니이며「매니저」격인 이말자(24)양과 모 방송국 음악담당 이모씨와 술을 취하도록 마시고 집에 돌아온 뒤 언니와 약간의 말다툼이 있었다는 것이다. 말다툼이라야『세탁물 관계로 투정을 부린 정도』라는 것. 문양의 성격이 평소 무척 명랑하면서도 고집이 세어 언니와 자주 말다툼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날 저녁의「말다툼」이 곧 자살 결심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여기서 연예계의 관측통은 갖가지 추측을 달아 문양의 자살시도 이면을 들추고 있다. 그 하나가 복잡한 가족관계와 경제조건. 아버지와 계모는 부산에, 언니와 서울서 셋방살이 부산(전포 1동 536) 태생인 문주란이 가수가 되겠다고 서울에 올라와 작곡가 백영호씨에게 곡을 받은 것이 16세 때 66년 2월의 일이다. 그는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가느다란 목과 깡마른 몸매를 하고 억센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있었다. 처음 대하는 사람이면 그가 고아가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당시의 문주란은 보잘 것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단 한 가지 그가 가진 게 있다면 도무지 소녀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굵고 낮은 목소리.(이 목소리 하나만으로 그는「스타돔」을 정복하게 되기도 했지만) 2남 4녀의 셋째 딸인 문주란은 현재 부모와 떨어져 두 언니와 서울 을지로6가 4층「빌딩」의 한 간을 50만원에 세들어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6, 7명 가족 부양하기엔 너무나 힘에 겨웠는지도 자동차사업을 하다가 실패한 뒤 무직인 아버지 문기봉(55)씨는 부산에서 계모와 셋방에 살고 있다. 그보다 뒤늦게 나온 가수들이 보라는 듯 자가용차를 굴리고 있지만 월 수입 40만원 이상인 문주란은 아직「마이·하우스」나「마이·카」가 없다. 그는 전속사를「지구」에서「신세기」로 옮기면서『「퍼블리카」라도 한 대 사고 싶다』면서 주문은 해놨지만 3개월이 넘도록「마이·카」를 못 찾고 있다. 6, 7명의 가족을 부양하기엔 이 19세 소녀의 어깨가 지나치게 무거웠던지도 모른다. 그 다음 나도는 얘기는 문주란의 남성관계다. 가수 배호씨는『문주란이 얼마 전 터무니없는 뜬소문 때문에 고민하는 걸 봤다』고 전한다. 그는『어떤 나이 많은 영감과 살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면서『억울해 못살겠다』고 푸념하더라는 것. 사실 문주란의 뒤에는 그 나이답지 않게 야릇한 풍문이 출몰했다. 한동안 그는 그의「매니저」역을 맡았던 J씨와『이상한 관계』란 소문이 있었다. 이것은 그가「데뷔」한 지 1년이 채 못되는 사이에 떠돌던 소문으로 가령 사실이었다 해도 이미 끝난 얘기다. 그 다음 가수 N과의「스캔들」이 모 대중잡지에 보도됐었다. 결과는 헛소문으로 낙착됐지만 이것이 그의 인기에 커다란 흠집을 만든 것을 물론이다. 항상 무엇인가를 먹고 있고 깡총깡총 뛰면서 온몸으로 재롱을 부리는 귀여운 소녀.『만화책을 하루만 안봐도 심심해 죽겠다』던 문주란이 어느 틈에 이성관계의「스캔들」을 날리게 되었던가?「쇼」단에 관계하는 K씨, 방송국 PD P씨, L씨 등 가요계 참세떼들이 쏘아대는 화살은 거침없이 비약하고 있다. 사실 문주란이 사건 당일 밤늦게 취하도록 술을 마셨다는 것만으로도 그의「쇼킹」한 변모를 느낄 수는 있다. 그의 취미는 소녀적인 만화책에서 당구장으로 비약했다. 그러나 남자와 어울려 당구장엘 가고 술을 마시는 것만으로 그의 남성관계를 판단할 수는 없다. 「라이벌」일 것 같으면서도 가장 친하다는 정훈희양은 문주란이 최근 무엇엔가 쫓기는 인상이었다고 전한다. 아파도 돌봐줄 사람 없어「항상 고독하던 아이」라고 선배가수인 이미자는 첫마디에『그 앤 언젠가 이런 짓을 저지를 줄 알았다』고 그 나름의 추리를 했다.『그 앤 몸이 아플 때도 돌봐줄 사람이 없어요. 너무 외로운 애예요』 문주란은 평소부터 파란빛깔의 수면제(?)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 한다. 낮에는「쇼」무대에 서고 밤이면「나이트·클럽」에 나가면서 눈코뜰새 없이 바쁜 그가 불면증에 고민할 사이가 있었던지? 『동숙의 노래』로「데뷔」한 그는 지구「레코드」전속 3년간『타인들』등 수많은「히트·송」을 내놓았다. 인기 저조가 눈에 띄게 드러난 작년 말에 그는 전속을 옮기면서 인기만회를 위해 발버둥쳤지만 새로 나온 노래『못가는 길』『카사비앙카』등은 예상외로 고전을 못면하고 있다. 문양의 부친 문기봉씨는 문양이 평소 폐를 앓았다고 전했지만 그가 입원 중인 국립의료원(32동 10호)의 진단은『폐는 아주 건강하고 신체 전반에 아무런 질환이 없다』는 것. 16일 새벽에 숨진 상태로 입원했다가 18일 아침까지 의식을 잃었지만 생명은 가까스로 건지게 됐다는 것. 산소호흡으로 목에 상처가 나 노래를 부르려면 1개월 이상은 치료해야 한다는 얘기다. [ 선데이서울 69년 2/23 제2권 제8호 통권 제22호 ]
  • [문화마당] 카트리나와 인류 삶의 지향점/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 교수

    카트리나가 가더니 리타가 또 미국을 강타했다. 이게 모두 인간이 초래한 환경 재앙이라고 한다. 나는 강의 시간에 이런 질문들을 학생들에게 간혹 던진다.‘은하수를 본 적이 있는가?’, 혹은 ‘물이 깨끗해 밑이 다 보이는 그런 깨끗한 냇물을 본 적이 있는가.’하는 질문 말이다. 우선 밤하늘을 보자. 서울 밤하늘은 아무리 맑은 날이라도 별이 너댓 개 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저 금성이나 목성, 북극성 등등 손가락으로 다 셀 정도이다. 사실 밤하늘의 별이 다 보이면 하늘은 별들로 가득 찬다. 그렇게 별이 많다. 그런데도 별이 안 보이는 건 공기가 더러워진 탓이고 공연히 불이 환해진 탓이다. 우주 얘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겠다. 우리 은하계의 지름이 10만 광년이라니 참 엄청난 거리이다. 그러나 이것도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큰 우주의 크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는 그 지름이 한 140억 광년쯤 된다나. 이건 도대체 인간의 머리로는 상상이 안 되는 거리이다. 그 광활한 우주에 비하면 이 지구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지구에서 매일 죽일 놈, 살릴 놈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밤하늘을 바라보면 항상 이런 상념에 젖을 수 있어 좋다.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명상의 소재를 밤하늘은 항상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 가운데에는 강도가 아주 강한 여행 체험을 한 사람들이 있다. 우주 비행사가 그들이다. 여행이란 자기가 사는 터전을 떠나서 자기를 객관적으로 되돌아본다는 의미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자기 터전을 완전하게 떠나 실제로 그 터전을 온전하게 직접 볼 수 있는 방법은 지구 위로 올라가 보는 수밖에 없다. 이걸 우주 비행사들이 한 것이다. 창연한 우주에서 보는 지구는 아름답기 짝이 없단다. 게다가 동행자도 몇 사람밖에 없다. 또 너무 조용하다. 한 번 상상해 보라. 지구 위의 궤도에서 우주선 밖으로 혼자 나와 우주선을 고치거나 다른 작업을 할 때 느끼는 그 심정을. 발밑에는 찬연(燦然)한 지구가 펼쳐져 있고 사방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포진해 있는데 이 큰 우주에 나 혼자 ‘덩그러니’ 있을 때 느끼는 그 고독 혹은 경외감. 달에까지 갔던 우주인들은 더 강한 체험을 했다. 달에 가면 지구 위에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것은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런데 저기서 바글바글거리면서 세계 최고이니 동양 최초이니 하거나, 나 잘났다 너 못났다 하면서 사는 인간들을 생각하면 기분이 어떨까? 저 작은 별 위에서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사랑했던 게 다 부질없어 보이지 않을까? 아마 그저 아이들 장난처럼 보일 게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렇게 우리에게 소중한 하늘과 별, 다시 말해 우주를 다 잃고 뭐가 남는다고 인생을 살아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청명한 하늘, 깨끗한 공기, 맑은 물, 사랑스러운 이웃인 동물들 등 이런 소중한 것 다 버리고 인생에서 무엇을 찾겠다고 나다니고 있는지 한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런 상황에서 벤처 사업을 하고 무역을 해서 돈을 번다거나 국회의원이 되어 권력을 조금 잡아본다거나 하는 일이 뭐 그리 대수로울까. 다 한바탕 꿈이고 부질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그 하찮은 것들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불나방처럼 몸을 불사르고 있다. 앞으로 우리 인류가 지향해야 할 삶의 방향은 어떻게 보면 뻔하다. 굳이 서양사람 이야기를 해서 안됐지만 앞으로 우리 인류는 헬렌과 그의 남편인 스코트 니어링이 살았던 자연친화적인 삶을 사는 수밖에 없다. 그 사람들의 삶은 비정상적이거나 드문 삶이 아니다. 오히려 지극히 정상적인 삶이다. 인류가 공멸을 피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그 길밖에는 없을 게다.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 교수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