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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눈] 라틴아메리카의 고독/이세영 국제부 기자

    1982년 노벨문학상 시상식장에 등장한 가브리엘 마르케스는 열정적이고 단호한 어조로 ‘라틴아메리카의 고독’이란 수상연설문을 읽어내려갔다. “서구인들만이 독립과 독창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문학의 독창성은 그렇듯 쉽게 인정하면서 우리가 시도하는 사회변혁은 왜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입니까.” 이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가를 절망케 한 것은 라틴아메리카를 미개하고 잔인하며, 비합리적 열정에 사로잡힌 땅으로 낙인찍은 서구의 오만이었다. 4일(현지시간) 치러진 페루의 대통령선거 결선투표 결과를 전하는 서구 언론의 반응에서도 ‘1세계 문명인들’의 무례함은 어김없이 묻어난다. 중도좌파 알란 가르시아를 선출한 페루인을 향해 이들은 “최악을 피해 차악을 택했다.”며 냉소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통신 등 경제매체들이 최근까지 보여준 보도행태는 특정 후보의 낙선을 노렸다는 혐의를 두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급진민족주의자 오얀타 우말라가 선두로 부상한 3월부터 그의 집권이 가져올 ‘재앙’을 경고하며 선거구도를 ‘공포와의 대결’로 몰아갔다. 과연 라틴아메리카인들은 외국인과 부자에 대한 적대감에 정치적 잔혹극을 일삼는 우중(愚衆)일 뿐인가. 자원 국유화와 부의 분배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그들의 주권행위를 음험한 포퓰리스트와의 야합으로 단죄한다면, 대체 민주주의와 포퓰리즘의 경계는 어디인가. 24년 전 마르케스는 ‘다른 세계’를 향한 노력을 용인치 않는 서구의 편협함이 라틴아메리카를 고독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들이 20년 전 페루 경제를 거덜낸 가르시아에게 재차 기회를 준들,16년 전 미국에 의해 ‘축출’된 다니엘 오르테가에게 니카라과의 운명을 다시 맡긴들 또 어떤가. 이미 그들은 피노체트와 콘트라, 워싱턴 컨센서스로 상징되는 서구의 개입으로 충분히 고통받았다. 이제 지긋지긋한 ‘백년 동안의 고독’에서 그들을 해방시킬 때도 됐다. 이세영 국제부 기자 sylee@seoul.co.kr
  • 평창서 솔잎혹파리 또 기승

    강원도 평창군이 급증하는 솔잎혹파리와의 전쟁에 들어갔다. 6일 평창군에 따르면 관내 1만여㏊의 금강소나무가 고사위기에 놓인 가운데 군과 평창국유림관리소가 솔잎혹파리의 대대적인 방제작업에 들어갔다. 군은 지난 1983년 용평면 장평리 일대에서 최초로 솔잎혹파리가 발생한 이후 지난 1995년부터 연간 1200∼2100㏊의 피해목을 벌채해오다 지난 2002년부터 피해목이 줄어들면서 수간주사 양을 크게 줄여왔다. 그러나 지난해 이상기후로 인해 솔잎혹파리가 급증하며 피해정도가 심한 면적과 중급 피해면적만 3000여㏊이상으로 집계되는 등 10년을 주기로 솔잎혹파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군은 지난달 24일부터 산림청과 도로부터 배정받은 1050㏊에 대한 수간주사를 벌여오다, 솔잎혹파리 피해목 면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간주사 물량으로 인해 숲가꾸기 사업비 5억 4500만원을 추가로 투입해 방제물량을 모두 3000㏊ 규모로 늘렸다. 평창국유림관리소도 이달말까지 1407㏊ 면적의 소나무 피해지에 나무주사를 실시하고 솔잎혹파리 살충에 주력하기로 했다. 또 솔잎혹파리 피해 확산을 최소화하고 감염목에 대해서는 적기 방제하기 위해 평창국유림관리소 전 직원을 동원,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고독성 농약을 사용하는 만큼 솔잎혹파리 방제 대상지의 작업인력에게는 매일 안전사고 예방교육을 벌이고 있다. 방제 대상지에는 ‘나무주사 실행지’라는 홍보물을 부착해 일반인들의 안전사고도 예방하기로 했다.평창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축구해설가 변신 ‘여성심판 1호’ 임은주 순천향대 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축구해설가 변신 ‘여성심판 1호’ 임은주 순천향대 교수

    그대들만의 계절이 왔노라. 무한한 열광과 정열을 퍼붓는 6월이 왔노라. 태양보다 더 붉은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계절에…. 어느 시인은 ‘내게도 저런 시퍼런 젊음이 있었던가’라고 6월을 노래했다. 맞다. 무엇이 그토록 우리를 열광케 할까. 세상이 온통 떠들썩하다. 종교행사도 아니다.22명의 사나이들이 잔디밭에서 그저 뛰어놀 뿐인데 지구인 절반 가까이가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허우적댄다. 어찌하랴, 설명할 수도 없이 신나고 재미있는 것을…. 오는 13일, 그날도 분명 어두워지겠지. 그래서 불을 밝혀 환호하겠지. 한반도 전체가 그대들을 바라보며 들썩이겠지. 한국과 토고전, 불과 일주일 남았다. 심판진도 구성됐다. 너나 할 것 없이 월드컵으로 화제의 꽃을 피운다. 알다시피 축구는 11명씩 22명이 뛴다. 그 가운데에서 손동작 하나하나로 일희일비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 바로 주심이다. 월드컵 때마다 주심판정에 따라 경기양상이 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리의 첫 경기에는 그레이엄 폴(43) 등 잉글랜드 출신이 주·부심을 맡았다. “폴 주심은 아시아통입니다.2002년 월드컵 때에는 일본의 두 경기에서 주심을 맡았어요. 웬만한 몸싸움은 불지 않는 스케일 큰 유럽형이지요.” ●심판들, 선수 못지않게 훈련강도 높아 임은주(41)씨. 우리나라 여성 국제 심판 1호로 잘 알려져 있다. 아시아 최우수 심판에게 주는 ‘타이거’라는 별명의 소유자. 키 172㎝에 몸무게 63㎏의 체격조건으로 어릴 적 안 해본 운동이 없다.100m를 12.4초에 뛰는 준족이다. 현재는 대한축구협회의 심판위원과 심판강사로 몸담고 있으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심판위원·여성위원·심판감독관·심판강사 등을 맡아 국제무대에서 동부서주,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그는 이번 독일월드컵 기간에는 독일에서 MBC-TV 축구해설을 맡는다. 축구심판 10년 만에 축구 해설가로 변신한 셈이다. 특히 축구심판 출신으로는 처음이어서 눈길을 끈다. 또 최근 순천향대학 체육학과(역학·스포츠외교) 교수로 임용돼 후배 양성에도 매진하고 있다. 일주일을 8요일처럼 살아간다. 심판의 세계가 궁금해 만났다. 먼저 한·토고전의 주심인 그레이엄 폴에 대해 물었다. 지체없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지요. 아주 스케일이 크고 정확한 심판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지난해 독일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바레인 경기 때 일본 주심이 맡아 문제가 되자 재경기가 치러졌는데 이때 월드컵조직위에서 파견돼 소방수 역할을 했다. 아울러 몸싸움이 많고 스피디한 잉글랜드식 경기 위주로 심판을 오랫동안 봐서 한·토고전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드필드 진영에서의 웬만한 몸싸움에는 휘슬을 잘 불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몸싸움을 비교적 싫어하는 아프리카 선수들을 상대로 강한 압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스위스나 프랑스와 경기를 할 때에는 남미 출신 심판들이 배정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경기 전 심판들의 스타일을 간파하는 것도 그날 시합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부연했다. “월드컵 심판은 각 대륙을 대표합니다. 출전 선수 못지않게 많은 훈련과 공부를 하지요. 경기장에서 주·부심간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심판진은 주·부심과 대기심을 포함해 4명이 한 조를 이룬다. 부심의 경우 과거에는 오프사이드 적발 위주였으나 요즘에는 보조 주심 등 역할이 막강해졌다. 즉 주심의 위치에서 거리가 먼 쪽으로 갑자기 공이 갔을 때에는 파울 여부를 부심의 동작을 보고 판단한다. 깃발을 어느 정도 높이로 드는가에 따라 파울의 경중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페널티 지역에서 파울이 생겼을 때 주심이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때 주심은 부심을 바라보며 의견을 구한다. 부심이 깃발을 배꼽에 갖다 대면 페널티킥을 선언하라는 뜻이다. 경고나 퇴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주심과 부심의 판단이 서로 다를 때는 부심의 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깃발을 들지 않은 손도 깃발과 같은 방향으로 들고 있으면 자신의 판단이 확실하다는 것을 주심에게 강조하는 것이다. 경기 도중 부심이 깃발을 들었는데도 주심이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부심은 손에 든 깃발에 달려 있는 전자버튼을 눌러 알린다. 주심의 어깨에는 전자신호기가 부착돼 부심이 누를 때마나 진동을 한다. 심판진에 따라 한번 누르면 오프사이드, 두번 누르면 페널티킥 등으로 약속하는 경우도 있다. “국제심판들은 대개 경기 시작 15분 안에 양쪽팀의 전술과 각 선수들마다 거친 정도를 다 파악합니다. 공을 길게 차는 스타일까지 알게 되죠. 그래서 어느 공간, 어느 선수에게 공이 날아갈지 판단하면서 그곳으로 몸을 움직이지요. 안 그렇다간 경기 내내 끌려다닙니다.” 그렇다면 심판은 백발백중 파울을 잡아낼까. 등 뒤에서 벌어지는 일은 부심에게 의존하지만 적어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파울은 어김없이 잡아낸다. 유니폼이 잡아당겨지는 상황만 보고도 파울 여부를 판단한다. 경기 전에 기술적인 파울 100가지의 장면을 예상하고 여러 차례의 세미나를 통해 대비한다. 임씨는 “월드컵에서는 반칙이 많이 생깁니다. 이탈리아의 경우 가장 심해 심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하지요.”라고 말한다. 스위스의 경우도 몸싸움이 강해 우리 공격진이 엄살을 부리면서 심판한데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볼이 아웃됐을 때 살짝 다가가 웃으면서 “몇번 선수가 자꾸 꼬집고 잡아당기니 눈여겨봐 달라.”는 식으로 어필해야 경고를 안 먹는다는 것. 이와 관련,K리그 심판을 볼 때 김태영 선수가 다가오더니 “임 심판님, 나 지금부터 거칠어집니다. 책임지세요.”라고 항의해 경기 도중 내내 웃었다고 기억했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반칙이 많게 될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들에게 ▲공격진은 적당한 엄살을 부릴 필요가 있고 ▲미드필드진은 강력한 몸싸움과 퇴장을 안 당할 정도의 끊어주는 작전이 필요하며 ▲수비수에겐 지능적인 파울 플레이를 주문했다. ●월드컵심판도 점수 매겨 16강, 8강, 4강 가려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몇 가지를 전제한다. 우선 2002년 월드컵 때와는 달리 원정 경기라는 점. 이 때문에 국내보다는 경기력면에서 50%가 차이난다고 했다. 스위스나 토고는 박지성과 이영표급 선수들을 우리보다 더 많이 보유한 팀이라는 것이다. 결국 경기력을 얼마만큼 끌어올리느냐, 한국 선수들의 주특기인 투지와 스피드를 어떻게 극대화하는가에 따라 16강 진출이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했다. 스위스와 프랑스의 경기에 대해서는 스위스가 이길 것으로 내다봤다. 프랑스는 스위스에 대해 묘한 징크스가 있다고 풀이했다. “심판 연봉이 얼마냐고요? K리그의 경우 3000만∼4000만원 정도이지만 월드컵의 경우 16강 전까지는 4만달러 정도 받고 16강 이후에는 경기마다 달라집니다.16강이 확정되면 심판들도 50% 이상은 집으로 돌아갑니다.FIFA 심판위원들이 심판들을 상대로 점수를 매겨 16강,8강,4강 등을 치를 때마다 탈락시키지요.” 임씨가 심판자격증을 따게 된 계기는 이화여대 축구팀 감독시절, 선수들에게 경기규칙을 올바르게 가르쳐주기 위해 심판교육을 받으면서였다. 때마침 신체조건도 좋고 영어가 되는 상황이라 주변의 권유로 자연스럽게 국제심판으로 입문하게 됐다. 국제심판의 경우 엄격한 체력테스트와 영어 테스트를 거친다. 또 매년 강한 체력테스트와 이론 시험, 영어능력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게으르다간 국제 심판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 미국에 있을 때 세 시간 자면서 아르바이트를 3개씩 했던 경험을 살려 97년 국제심판이 된 이후 한번도 테스트에 떨어져본 적이 없다. K리그 5년, 축구 A매치에 20여차례 출전했던 임씨는 지난해 12월 심판을 은퇴했다.AFC에서 4개의 보직을 맡아 외국나들이 등 워낙 바쁜 생활에 쫓기다 보니 그렇게 결정했다. 또 내년 국제축구연맹(FIFA)에 진출하려면 많은 외교활동이 필요했다. ●AFC 보직 4개 맡아… 일년중 절반 해외서 “정부의 지원 없이 맨땅에 헤딩식으로 고독한 스포츠 외교를 펼치고 있습니다.FIFA의 첫 여성임원이 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겁니다.” 경기도 일산의 집을 개인 헬스장으로 꾸며, 하루 1시간 이상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7일 독일 뮌헨으로 출국을 앞두고 “월드컵 32개국 선수들의 이름과 특징을 모두 간파했지요.”라며 활짝 웃는다. 주말매거진 We팀장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66년 서울 출생 ▲85년 인천체육고등학교 졸업 ▲89년 서원대학교 학사 ▲96년 이화여자대학 교육대학원 체육교육 석사 ▲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여자축구 한국대표선수 ▲97년 축구 여성국제심판 1호 ▲2000년 아시아축구연맹 최우수 심판관 ▲02∼03년 월드컵조직위 경기국 심판담당관 ▲03년 미국여자월드컵 주심 ▲05년 아시아축구연맹 심판위원·여성위원·심판감독관·심판강사 ▲06년 순천향대 교수
  • ‘책임론’ 기로에 선 정동영

    “민심을 겸허하고 무겁게 받아들인다. 크든 작든 모든 책임을 질 것이다.” 31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밝힌 선거 결과에 대한 소감이다.‘참패’ 앞에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정 의장은 침통한 얼굴로 “향후 대책은 1일 당 공식기구를 통해 밝히겠다.”며 서둘러 당사를 떠났다. 이제 당 안팎의 초점은 정 의장의 거취 문제로 모아지고 있다. 출구조사를 지켜보기 위해 당사로 나오기 전 정 의장은 측근들과 함께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긴 회동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있었던 한 측근은 “선거 상황을 지켜봤다. 고독해보였다.”고 전했다. 거취 문제와 당의 진로까지 거론한 무거운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 직후 “나름대로 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데 실패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의장 취임 3개월, 정치 인생 10년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정 의장의 소회를 거취 문제에만 국한시킨다면 일단 당 의장 사퇴로 좁혀진다. 의원과 당직자 등 핵심 측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다.‘조건없는’ 사퇴만이 국민을 보고 정치했다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입장이 한 축이다. 한 관계자는 “사퇴하는 것이 맞다. 거취 문제는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온 만큼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사퇴 쪽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사퇴 불가론’도 만만치않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지난 30일 긴급회동을 갖고 “당 의장이 물러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전당대회 이후 전략적인 잘못이 있다면 책임져야 하지만 이번 결과가 지난 2년에 대한 종합평가라면 의장에게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많이 고민했고 결정은 내가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정 의장이 7월 재보선에서 서울 성북을에 출마해 정치 재개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하지만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은 듯하다. 핵심 측근은 “어떤 선택을 하든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마당에 개인의 재생을 위해 출마한다는 것은 몰상식한 일”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향후 정치적 입지를 세우려면 모든 프리미엄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당내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라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미래세력 연대’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1일 정 의장이 어떤 수습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이현세 만화경] 낙도 어린이의 꿈

    [이현세 만화경] 낙도 어린이의 꿈

    나라 안은 지방선거와 테러와 온갖 잡다한 소식이 쏟아지고 나라 밖 인도네시아에서는 또 지진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 모든 소식들도 월드컵 앞에서는 무력하다. 월드컵은 지구촌을 덮치는 쓰나미 같은 것이다. 발로 공을 차 넣는 축구라는 스포츠는 너무나 야성적이고 섹시해서 원초적이고 원시적인 섹스를 연상케 한다. 그 때문인지 축구만큼 전 세계를 열광시키는 스포츠도 없다. 도대체 월드컵의 꿈은 무엇인가? 목포에서 배를 타고 네 시간 정도 가면 자라라는 작은 섬이 나온다. 겨우 50여 가구가 사는 섬으로 젊은 사람은 거의 없고 대개가 노인들이다. 젊은 사람들이 없어 고기잡이는 불가능하다. 노인들은 김양식과 밭농사에 수입을 의존해 생계가 막막하다. 정부 지원금이 조금 있지만 노인들은 고된 삶에 지치고, 그래서 섬은 유령처럼 조용하고 느리다. 섬에 자라분교라는 초등학교가 있다. 전교생이 모두 12명이고 여 선생님 세분이 목포에서 출퇴근하며 봉사하고 있다. 학생들중에 9명은 엄마 아버지가 없다. 가난한 섬의 생활고가 부모들을 헤어지게 했고, 이혼을 한 젊은 부모들은 도시인 목포로 가버린다. 그래서 대다수 아이들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다. 섬은 바다와 외로움과 가난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월급조차 제대로 집으로 가져가지 못한다. 그러나 이 새까맣게 그을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유령 같은 섬을 살아서 움직이게 한다. 섬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꿈으로 살아난다. 한달전 자라분교 아이들이 계룡대의 초청으로 서울나들이를 왔다. 계룡대에서 1박을 하고 에버랜드를 거쳐 수방사에서 하루 숙박을 하는 것이었는데 내 임무는 수방사에서 꼬마손님들과 저녁을 같이하고 12명의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것이었다. 냉온방 설비사업을 하는 친구가 자진해 기사노릇을 했다. 먼저 세분 선생님의 캐리커처를 그렸다. 아이들에게 에버랜드는 그림의 떡이었다고 선생님들은 모델의 어색함을 떨쳐 버리기라도 하듯이 얘기를 시작했다. 할머니나 삼촌에게서 받은 용돈은 고작 2000원이나 3000원이었고 그 돈으로는 청룡열차 한번 탈 수 없었다. 섬에는 낡은 자전거 1대가 있다. 누구나 자전거를 갖고 싶어한다. 마음씨 좋은 친구는 그 자리에서 자전거 12대를 기증했다. 애잔한 마음으로 12명의 전교생을 만났다. 아이들의 힘이 전달되어서 좋았다. 눈은 맑고 몸은 정직한 건강함이 있었다. 그러나 증명사진을 찍을 때처럼 놈들은 내 눈을 의식해 주눅이 든다. 이럴 땐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말을 건다. 아이들의 꿈을 묻는다. 남자아이 여섯놈의 장래희망이 축구선수였다. 예상답안이다. 군인이 되고 싶다는 두 놈. 이것도 예상답안이다. 초청을 받고 본 늠름한 멋쟁이 사병의 영향이다. 그리고 장래 선생님이 되겠다는 여자 아이가 셋, 남자아이 하나, 이것도 예상답안이다. 봉사하는 시골 섬마을 선생님에 대한 아이들의 존경심. 그리고 발레리나와 피아니스트가 있었다. 그런데 뜻밖의 답이 하나 나왔다.5학년 여자아이였는데 장래 소망이 공군이다.“왜 하필이면 공군이니?” “날고 싶어서요!!” 아아. 모든 아이들이 보고 듣는 구체적인 정보에 의해서 꿈을 만들었는데 이 아이만은 순수한 욕망에 의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날개가 없는 아이가 오로지 날고 싶어서! 나는 왜 날고 싶은데라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충분했으니까. 우리 태극전사들이 드디어 한달간의 긴 여정을 향해서 출정을 했다. 월드컵의 꿈은 확실히 비즈니스만은 아니다. 그리고 기어코 이겨서 국위를 선양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승리만이 그 목적도 아니다. 태극 전사들아, 그 따위 국위선양 승리 비즈니스 따위는 다 던져 버리고 순수한 꿈을 꾸어라. 흙먼지 원시의 광야위에서 갈기를 휘날리는 사자의 고독한 순수함처럼 오로지 달리고 싶다. ‘차고 싶다.’라는 순수함으로. 만화가
  • [환경·생명] 아시아는 지금 ‘환경의 역습’ 몸살

    [환경·생명] 아시아는 지금 ‘환경의 역습’ 몸살

    아시아 국가들이 환경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최대의 싼샤 댐을 완공하며 개발의 기염을 토한 중국은 이른바 ‘환경 후폭풍’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다. 양쯔강 유역의 풍토병인 ‘주혈흡충병’이 확산될 우려와 함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과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은 신종 전염병이 창궐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필리핀의 농촌 지역은 농작물을 대량으로 수확하기 위해 뿌린 고독성 농약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고, 금광·구리광산 등 각종 광산 채굴로 인한 환경훼손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오래 전 선진국 반열에 오른 일본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1950년대 들이닥친 ‘미나마타 병’의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여태 짓눌림을 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대기와 물, 토양 그리고 자연생태계를 희생해 가며 경제적 부를 축적하긴 했지만 환경성 질환에 대처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린 상태다. 아이들 네 명 중 한 명이 아토피를 앓은 적이 있다는 통계는 급박한 현실을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환경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한국환경보건학회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공동주최하는 ‘아태 지역에서의 환경보건 이슈 전망’이란 국제학술대회가 6월2∼3일 부산에서 열린다. 환경보건학회 최경호(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총무이사는 “이번 학술대회는 캐나다와 호주, 타이완, 일본, 미국, 필리핀, 중국 등지의 저명한 전문가들이 참여해 환경보건에 대한 각국의 경험을 공유하고 공동 대처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라면서 “환경독성과 건강상의 장해, 환경보건정책 등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중국·일본·필리핀 전문가들이 발표할 주제발표문을 사전에 입수, 이들이 생생하게 털어놓은 각 나라의 환경보건 실상과 고민 등을 옮긴다. ■ 중국 ●원보 NGO활동가(국제시민단체 ‘태평양환경’의 중국담당)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의 대가로 환경·보건상의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의료·건강 관련 비용지출이 2003년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0.3%로,GDP 성장률을 웃돌 정도다. 환경질 악화에 따른 환경·보건 위험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우선 대기오염과 모래폭풍(san dstorm)이다. 대기질이 나빠져 호흡기 관련 질환으로 연간 30만명의 중국인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오염이 극심한 지역은 폐암발생률이 여타 지역보다 8.8배나 높은 실정이다. 수천년 전부터 시작된 모래폭풍은 갈수록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1990년까지는 15년마다 한번꼴로 일어났지만 2000년엔 15차례,2001년 18차례나 발생했다. 올해엔 시기가 앞당겨져 이미 2월말부터 시작됐다. 해양오염도 심각하다. 지난해 100차례가 넘는 적조(red tide)가 랴오닝성 등 연안 지역에서 발생했다. 어느 때보다 빈도가 높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수은(Hg) 배출국이다. 연간 600t이 넘는 수은이 호수와 강물, 바다를 오염시켰다. 상어처럼 먹이사슬을 올라갈수록 물고기의 수은농축이 아주 심해지지만, 그래도 소비량은 많다. 광둥성의 한 호텔에선 상어지느러미로 만든 샥스핀 요리 한 그릇에 600위안(7만여원)을 받지만 하루평균 50그릇,10㎏ 정도가 팔린다. 광저우 시의 한해 소비량만 수백t에 이른다. 전염병 위험도 크다.1980년 이후 모두 35종의 신종 전염병이 발생했다.8개월마다 한 종꼴이다. 조류독감의 위험은 아직도 분명한 ‘현재진행형’이다. 습지 파괴로 먹이처를 잃은 철새들이 농경지를 찾아 병든 가금류와 접촉한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대규모 야생동물 매매시장도 인체에 대한 질병 전염의 위험을 부추기고 있다. 거래되는 야생동물은 거의 없는 것이 없다.‘짖는 사슴’과 흰코사향고양이, 사막다람쥐, 고슴도치,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이 개·토끼 같은 집짐승과 함께 팔리고 있다.2003년 사스 발생 직후 광저우 매매시장에서만 84만마리의 야생동물이 몰수되기도 했다. 싼샤 댐 완공으로 공공보건 측면의 재앙도 위험성이 점증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위험은 주혈흡충병(住血吸蟲病·Schistosomiasis)이다. 싼샤 댐이 물을 담게 되면 3100만명이 영향권에 들게 되는데, 양쯔강 유역의 풍토병인 주혈흡충병의 확산이 우려된다. 이 병은 중국 당국의 40년 제압계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 또한 싼샤 댐은 양쯔강의 흐름을 정체시켜 오염된 강물의 자연정화 능력 또한 크게 떨어뜨릴 것이다. ■ 필리핀 ●아나 령 교수(필리핀 세인트루이스 대학) 필리핀은 이제 생물다양성의 위기지대(hot-spot)로 전락했다. 과거엔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불리는 갈라파고스 섬을 10개 넘게 모아놓은 곳으로 비견됐다. 서식하는 동·식물의 절반가량이 필리핀에서만 서식하는 종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과거 500년 동안 원시림의 93%가 사라지는 등 생물다양성은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이 추세가 계속되면 짧게는 10년, 길게는 15년 이내에 필리핀은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빠져 들 것이란 경고를 내놓고 있다. 환경보건과 관련한 최근의 현안은 ▲광산개발 ▲농약살포 ▲미군기지 오염 ▲수출가공구 산업단지 문제 등으로 모아진다. 필리핀의 금·구리 생산량은 각각 세계 2위와 3위인데, 채굴지 인근 주민들의 건강영향이 심각하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혈중 중금속 농도가 대조집단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급박한 위험이 가시화했다. 대량수확을 위한 농작지에서의 농약 살포도 큰 문제다. 지난해 필리핀 농촌지역 가구를 상대로 농약살포 및 노출 실태를 조사했는데, 사실상 거의 무방비 상태였다. 농부들이 농약노출의 위험으로부터 자기를 지키는 수단은 고무장화가 유일했다. 마스크나 장갑 등 다른 장비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농약을 살포하는 도중에 엎질러 피해를 본 경우도 조사대상 농부의 98%를 넘어섰다.1주일에 두세 번씩, 그것도 밀폐된 공간에서 농약을 뿌리는 바람에 농부는 물론 아이들도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수빅만과 클라크공군기지로부터 미군은 떠났지만 오염 후유증은 여전히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수십명의 아이들에게서 소아백혈병과 중추신경마비, 선천성심장병 같은 증상들이 나타났다. 외국 기업체가 들어와 있는 수출가공구의 환경위험은 또 다른 현안이다. 반도체·컴퓨터 산업시설엔 여성 근로자가 대부분인데, 수많은 독성 화학물질에 그대로 노출돼 있을 만큼 환경이 열악하다. 필리핀의 환경보건을 위협하는 요인은 세 가지다. 정부의 세계화 정책, 환경오염에 대한 규제 미흡, 그리고 대중들의 경각심 부족이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일본 ●미네시 사카모토 박사(일본 국립미나마타병연구소) 미나마타병은 1956년 구마모토 현 미나마타 시의 한 비료공장에서 수은이 함유된 폐수를 흘려보내 연안이 오염되고, 주민들이 오염된 어패류를 섭취하면서 발생한 괴질이다. 이 수은중독 사건은 환경오염이 인체건강에 어떤 피해를 끼치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구마모토 현과 니가타 현에서 대량 사망자가 발생했다. 구마모토 현은 2265명이 병에 걸려 1552명이 숨지고 2004년말 현재 713명이 생존해 있다. 니가타 현에선 690명 가운데 430명이 사망하고 260명이 아직 살아 있다. 생존자들은 대부분 모태에서 수은에 노출된 선천성 미나마타 병자들이다. 최근 유해화학물질이 후손들에게 유전돼 생식적인 변화를 일으키는지가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연구소는 수은의 생식독성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그동안의 연구결과 미나마타병이 뚜렷한 성비(性比) 불균형 현상을 초래한 것을 확인했다. 우선 미나마타 시의 남자아이 출생률이 현저하게 떨어진 사실이 관찰됐다.1953∼1970년 18년 동안 미나마타 시에서 여아 초과 현상이 네 차례 관찰됐다.(그래프 참조)1955년과 1957∼1959년이다. 미나마타 병은 1955∼1959년이 가장 극심한 시기였다. 이런 현상은 시 전체 인구통계에서도 드러났지만 구체적으로는 산모가 미나마타 병에 걸렸을 경우 가장 큰 성비 차이를 나타냈다. 여아 1인당 남아 출생자가 0.7명에도 못미쳤다. 남아의 사산율이 높아진 사실도 동시에 관찰됐다. 미나마타 병이 발생하기 전후엔 미나마타 시의 여아 1인에 대한 남아 사산율이 1.2명 정도로 여타 지방과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하지만 1955∼59년 사이엔 여아 1인당 1.75명으로, 사산율이 급증했다. 그러나 아직 어떻게 이런 성비 불균형이 초래됐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수은 중독은 임신 후반기, 태아의 두뇌가 성장하는 시기가 가장 취약하다. 수은은 산모보다 태아에게 훨씬 더 많이 축적되므로 태아에게 수은이 노출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어패류를 자주, 많이 섭취하는 인구집단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 [책꽂이]

    ●소설로 읽는 도덕경(뤄강 지음, 신상현 옮김, 열대림 펴냄) 중국 작가 임어당은 노자의 ‘도덕경’을 “동양 고전 중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고 했다. 또 뉴욕타임스는 ‘도덕경’을 “세계 최고의 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렇듯 동서양을 넘어 평가받는 고전인 ‘도덕경’은 5000자 남짓의 한자로 이뤄진,81장의 짧은 글이지만 주석서만 1500여권이 나와 있다. 이 책은 ‘도덕경’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 노자와 타오가 우주선 허무호를 타고 겪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도덕경의 진수를 파악할 수 있도록 꾸몄다.1만 1000원.●시네마, 슬픈 대륙을 품다(임호준 지음, 현실문화연구 펴냄) “폐가 공기를 필요로 하듯 미국 경제는 라틴아메리카의 광물을 필요로 한다.” ‘수탈된 대지:라틴아메리카 500년사’를 쓴 우루과이의 지성 E 갈레아노는 이렇게 지적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현재까지 500여년에 걸친 ‘고독의 땅’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는 곧 수탈의 역사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모든 라틴아메리카 영화들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의식하고 있다는 가설도 성립된다. 이 책에선 세계영화의 전위에서 특유의 미학으로 치열하게 현실을 담아내는 라틴아메리카 영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소개한다.1만 7500원.●신경과의사 김종성 영화를 보다(김종성 지음, 동녘 펴냄) 영화를 통해 뇌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간 독특한 영화 에세이. 저자에 따르면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이 5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경험한 것을 기억하기 위해 필요한 부위인 해마가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또 영화 ‘한니발’에는 FBI요원이 뇌의 일부를 잘라내도 고통을 못 느끼고 잘라낸 자신의 뇌를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뇌에 통증섬유가 없기 때문에 실제로도 가능한 일임을 밝힌다.1만3000원.●파우스트(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이인웅 옮김, 문학동네 펴냄) 괴테(1749∼1832)의 ‘파우스트’는 지식과 학문에 절망한 파우스트 박사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에 빠져 쾌락을 좇으며 방황하다 결국 천상의 구원을 받는다는 내용의 고전.1773년에 집필을 시작해 1831년에 완성한 괴테 필생의 대작이다. 이번 번역본의 가장 큰 특징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으로 유명한 프랑스 낭만주의의 선구적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의 석판화와 독일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막스 베크만의 소묘 삽화들이 곁들여졌다는 점.1만 3000원.●제로(마쓰다 유키마사 지음, 고현진 옮김, 미메시스 펴냄) 애드거 앨런 포의 황금벌레 암호, 방랑자들의 호보(hobo) 사인, 라이프니츠의 이진법, 돌턴의 원자기호, 헤르메스 사상의 연금술 암호, 측천무후의 측천 문자, 칼리오스트로 백작의 마법 알파벳, 유럽의 하우스마크, 얼굴표정 기호 키니식스 등. 인류가 만들어 온 다양한 기호체계를 한 권에 모았다.1만 8000원.●영산강문화권(국민대학교 국사학과 지음, 역사공간 펴냄) 담양에서 발원한 영산강은 장성과 무등산에서 내려온 황룡강, 극락강 등과 만나고 1300여개의 지류가 합쳐지면서 큰 물결을 이룬다.350리 영산강 물줄기는 호남평야와 나주평야를 아우르며 목포로 흘러들어 간다. 영산강문화권에는 담양의 소쇄원·식영정·서하당·면앙정, 장성의 관수정, 나주의 장효정·소요정, 광주의 풍영정·동백정·환벽당·희경루 등 뛰어난 누정들이 유난히 많다. 이곳에서 문인들은 수많은 시와 글을 남겼다. 남도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누정문화다.1만 7000원.
  • 붉은악마 ‘獨’ 올랐다

    ‘12번째 전사가 다시 뛴다.’ 한국과 함께 독일월드컵 본선 G조에 속한 프랑스와 스위스는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수만명의 원정응원단이 출동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 한국 대표팀의 입장에선 극성스러운 응원으로 악명높은 ‘적군’들에 둘러싸여 고독한 전투를 펼쳐야 하는 셈이다. ●원정응원대, 독일을 접수한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이 주눅들 필요는 없다. 숫자에선 턱 없이 부족하지만 뜨거운 열정을 품은 국가대표 서포터스 ‘붉은악마’가 독일 원정에 나서기 때문. 붉은악마 집행부도 국내에서의 거리응원전보다는 현지에서 벌일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붉은악마는 새달 6일 선발대 4명을 파견하는 것을 시작으로 11일과 12일 2차례에 걸쳐 총 400여명의 ‘정예원정대’를 파견한다. 올 초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돼 출국일만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은 프랑크푸르트(13일 토고전)와 라이프치히(18일 프랑스전), 하노버(23일 스위스전)에서 열리는 한국의 G조 경기를 우선적으로 찾게 된다. 원정 경기임을 감안해 응원 방법에 다소 변화를 줬다. 한·일월드컵 당시 ‘꿈★은 이루어진다’,‘PRIDE OF ASIA’ 등 특유의 카드섹션을 펼쳤지만 이번엔 대형 천을 활용한 ‘통천 응원’으로 바꾼다는 전략이다. 대략 5000명에서 만명이 필요한 카드섹션을 독일에선 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 붉은악마는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월드컵조직위원회에 대형 천을 경기장에 반입할 수 있도록 타진 중이며 응원문구도 공모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응원가와 구호를 전파시키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현지 교민과 국내에 배당된 입장권은 경기당 3000여장. 각종 기업 홍보이벤트와 개별적으로 경기장을 찾을 ‘범 붉은악마’들이 새 응원방법을 익혀 조직적인 목소리를 낸다면 프랑스나 스위스의 대규모 응원단에 뒤처지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붉은악마 집행부는 효과적인 연대를 위해 지난해 11월 현지답사를 통해 교민 2세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았다. 원정응원대는 교민들의 도움을 얻어 경기 전후 묵게 될 각 도시의 캠핑장과 시내에서도 질서 있고 성숙한 ‘길거리 응원’을 펼칠 준비도 마쳤다. 3만여명으로 추산되는 독일 교민들은 당국과 긴밀히 협조, 거리 응원 장소와 대형 스크린 설치 등을 제공받기로 했다. 특히 베이스캠프가 차려지는 쾰른 교민들은 선수단에 김치, 삼겹살 등 한국 음식을 대접할 계획을 세워놓고 뒷바라지 준비에 여념이 없다. ●시청광장은 불타오른다 국내에서도 ‘붉은 함성’은 뜨겁게 타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길거리 응원의 성지로 자리잡은 서울광장에선 수만명에 달하는 자발적 ‘올빼미족’들이 밤을 잊고 목이 터져라 응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광장 응원을 뒷받침할 SK텔레콤 컨소시엄은 대부분의 경기가 심야에 이뤄지는 점을 감안, 오후 7시부터 새벽까지 인기가수의 콘서트와 스타크래프트, 피파2006 등 프로게이머들의 빅매치로 지루함을 달랜다는 방침이다. KTF와 월드컵공식후원사인 현대자동차도 붉은악마와 함께 하는 전국적인 길거리 응원을 마련했다. 주요 도시의 광장과 공원 등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응원을 기획하는 한편, 서울광장에서의 공동응원도 검토중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비트겐슈타인 선집/이영철 옮김

    잠언에 가까울 만큼 극도로 간결한 문장, 청빈하고 고독한 생애, 철학사상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독창적인 사유…. 생전에 출간된 단 한 권의 책 ‘논리-철학 논고’로 20세기 철학의 지형도를 바꾼 언어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그의 철학 저작들이 7권의 선집(책세상 펴냄)으로 선보인다. 그동안 그의 주요 저서들이 간헐적으로 번역되긴 했지만 선집 형태로 기획돼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선집 일곱 권 가운데 비트겐슈타인의 전기와 후기 철학세계를 대표하는 제1권 ‘논리-철학 논고’와 제4권 ‘철학적 탐구’가 먼저 나왔다. 역자는 부산대 철학과 이영철 교수.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한 비트겐슈타인(1889∼1951)은 1999년 시사주간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 100명에 철학자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비트겐슈타인은 특히 20세기 분석철학과 언어철학의 형성과 전개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논리-철학 논고’가 언어로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이며 언어의 궁극적 본질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책이라면 ‘철학적 탐구’는 그런 언어관을 수정, 언어의 일상적 사용과 실천에 의해 언어를 파악할 수 있음을 강조한 책이다. 확실성에 대하여’‘문화와 가치’‘소품집’‘청색 책·갈색 책’‘쪽지’등 나머지 5권은 8월까지 완간될 예정이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女談餘談]고독의 영토를 위하여/황수정 문화부 기자

    지난 주말, 적이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를 탔다. 밀쳐뒀던 번다한 생각의 잔가지들을 말끔히 한번 잘라내 보리라, 며칠을 별렀던 두시간이었다. 욕심이 과하단 걸 알면서도 시집이며 산문집이며 책도 두 권이나 챙겼다. 하지만 기차에서의 계획은 시쳇말로 ‘꽝’이 됐다. 옆자리 대학생들의 수다로 일관한 휴대전화 소음이 서울에서 대전이 가깝도록 이어졌다. 언제부턴가 출퇴근길 광화문 대로의 횡단보도를 지날 때마다 사람들의 손에 들려진 사물을 유심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남녀노소 없이 신종병기처럼 불끈 거머쥔 휴대전화들. 분초를 다툴 일이 저리들 많을까, 우울하고 민망한 살풍경같아 내 손의 병기를 가방 속으로 슬며시 밀어넣곤 한다. 휴대전화의 첨단능력이 나날이 찬미의 대상이 되는 판에 이 무슨 뒷북 감상이냐고 핀잔할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고독해지려야 고독해질 여지가 없는, 침묵을 저당잡힌 세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 안쓰럽다. 자기와의 내면대화에 갈수록 서툴러지고 있는 책임을, 단발성 전방위 소통창구인 첨단문명들에 돌려버린다면 그건 억지일까. 최근 한 광고기획사의 면접조사 결과가 흥미로운 뉴스였다. 요즘 중·고생들은 회초리보다 휴대전화 뺏기는 걸 더 두려워한다는 조사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면 몇달전 중학생 조카에게서 들은 우스갯소리가 현실이었던 셈이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건 ‘악플’(악의적 댓글), 악플보다 더 무서운 건 ‘무플’(인터넷에 올린 글에 답글이 없는 것), 무플보다 더 무서운 건 휴대전화 없는 세상? 밖으로의 소통에만 목마른 삶을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다는 바로 그 얘기이다. 실다운 논쟁이 없는 것도, 그릇 큰 논객이 사라진 것도 모두 고독과 침묵을 거세해버린 문명 탓은 아닐까. 어느 시인의 말대로 고독한 이들의 영토가 시(詩)라면, 문학이 시들고 있는 현실 또한 그 때문은 아닐까. 혐연권만큼이나 ‘혐통권’도 똑같이 존중돼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휴대전화 금통(통화금지)구역은 언제쯤이나 생길까. 사색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고독의 영토를 돌려줄 시간이다. 황수정 문화부 기자 sjh@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4)미국 UC버클리대

    [명문대 교육혁명](4)미국 UC버클리대

    |버클리(미국 캘리포니아주) 안동환특파원|매년 ‘Cal Day’ 때면 UC버클리 캠퍼스는 활기가 넘친다. 이 날은 합격 통지서를 받은 신입생들이 부푼 마음으로 캠퍼스를 방문하는 날이다. 올해는 지난달 22일 열렸다. 총장, 교수와 직원, 학부모와 예비 신입생, 재학생 등 4만여명이 축제를 연출했다. 사립대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주립대 입장에서 ‘우수 학생’ 선발은 경쟁력의 관건이다. 버클리 입학 사정은 수학능력시험(SAT)보다 고교 학점(GPA)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버클리 GPA 평균(UC GPA 방식)은 4.17로 UC 평균 3.79보다 매우 높다. 또 UC 계열은 ‘포괄적 사정 방식’을 쓴다. 학업성적뿐 아니라 인성과 성장환경, 사회 봉사, 특별 활동을 종합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버클리 쟈넷 길모어 전략개발팀장은 “SAT와 GPA가 전부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입학 정책에 ‘숫자(점수)는 보지 않는다.’는 문구가 명시될 정도이다.2002년에는 SAT 성적(1600점 만점) 1500∼1600점대 학생 600여명 등 고득점자 3000여명을 불합격시켰다. 길모어 팀장은 심화과정인 AP(대학과목 선이수제) 수업을 특히 강조했다. 고교 때 이수한 심화과목 숫자와 실험, 포럼 등 아카데믹 활동, 고교 성적표에 나타난 읽기와 쓰기 능력 등 평소 실력을 비중있게 본다. 대학원 입학은 ‘추천서’와 경제 상태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특히 캘리포니아 거주자가 아닌 유학생의 학비가 크게 뛰면서 경제력이 중요한 요소가 됐다. 지난해 9월 입학한 전체 아시아인 대학원생 1761명 중 한국인은 182명으로 2위였다.1위는 337명이 입학한 중국이었다. sunstory@seoul.co.kr ■ 공학과 MBA 융합 하스스쿨은|버클리(미국 캘리포니아주) 안동환특파원|미국 경영학 석사(MBA)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 1위는 컨설팅 업체 매킨지다.2위는 실리콘밸리의 강자 구글이다. 경제주간지 포천이 최근 발표한 조사결과에서다. MBA 석사들이 ‘천국’으로 부르는 1·2위 기업에서 모두 입사를 제안받은 ‘토종 한국인’ 정기현(33)씨는 행운아일까. 그는 “이공계 백그라운드를 최대한 키워준 UC버클리의 힘”이라고 말한다. 정씨는 6년간 다니던 직장생활을 접고 2004년 UC버클리 경영대학원인 하스(HASS) 스쿨에 입학했다. 그는 오는 22일 졸업한다. 하스 스쿨은 미국 ‘톱 10’ MBA이다. 매년 순위가 상승, 최근에는 6∼7위로 올라섰다. 정씨는 오는 7월부터 구글의 아시아 전략개발 팀장으로 일한다. 정씨는 서울대 기계공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전형적인 공학도. 그에게 버클리 MBA는 ‘실리콘밸리의 생생한 현장을 강의실에 고스란히 옮겨놓은 곳’이다. 하스 스쿨의 강점은 경영학과 공학의 연계.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MOT(Management Of Technology)’. 실리콘밸리의 한 사이클인 제품 개발부터 투자·판매, 경영전략까지 전 과정을 3개월 동안 체험할 수 있다.MOT 강의실에서 학생들은 미래의 최고경영자(CEO)를 경험한다. 정씨도 지난해 9월 MOT 수업을 체험했다.MOT는 MBA와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협동 과정이다. 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공대 대학원생과 투자와 판매전략을 세우는 MBA 학생들이 함께 하는 수업이다. 학문적 배경이 전혀 다른 학생들의 팀워크는 그야말로 갈등과 충돌의 연속이다. 그것이 이 수업이 노린 핵심이다. 정씨는 전자공학과 존, 산업공학과 켈리,MBA인 어윈과 한 팀이 됐다. 정씨의 팀은 ‘인공지능 스케줄러’를 개발하기로 했다. 모두 10개팀이 경쟁했다. 그의 팀이 받은 성적은 A-. 교수는 수업 시간에 ‘팀원끼리 어떻게 의견을 조정하고 합의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모든 팀이 인성검사를 받았다. 최종 프리젠테이션도 인상적이었다.‘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배웠는지’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마지막 수업엔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가들이 참석, 각 팀의 아이디어를 현장의 시각으로 난타했다. 정씨는 “실제 투자가들의 냉혹한 평가 앞에 훌쩍거리는 학생도 있었다.”고 말한다. 그에게는 평생 잊히지 않을 수업이다. 하스 스쿨은 실리콘밸리라는 ‘지리적 강점’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MBA 학생회는 분기별로 벤처 투자가들과의 ‘라운드 테이블’, 투자 대회, 조찬모임 등을 연다. 라운드 테이블의 경우 일반인의 참석비는 최하 50달러. 학생은 7∼10달러만 내면 실리콘밸리의 CEO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MBA 학생들은 가장 업데이트된 정보와 최신 트랜드를 얻을 수 있다. sunstory@seoul.co.kr ■ ’공교육 모델’ 버클리대의 고민|버클리(미국 캘리포니아주) 안동환특파원|“미국 최고의 공립대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사립화로 갈 것인가.”UC버클리 로버트 비게노 총장이 공개적으로 밝힌 ‘고민’이다.4000여개나 되는 미국 대학에서 버클리의 위상은 특별하다. 미국 공교육의 모델이 탄생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대학운영위원회 의장인 도널드 매퀘이드 대외협력 부총장도 기자에게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 버클리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보조금은 매년 삭감됐다.1985년 전체 예산의 70%였던 보조금은 현재 32%로 낮아졌다. 한때 교수와 직원의 연봉이 3년간 동결되기도 했다. 매퀘이드 부총장은 “버클리의 설립목표는 캘리포니아주의 젊은이들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보조금 삭감은 학생들에 대한 재정 지원을 어렵게 한다.”고 말한다. 그는 “대학 재정에서 개인 기부금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과연 버클리가 공립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면서 “내용상으로는 이미 사립화의 길을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공립대로서의 정체성(public identity)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재정 압박에 따라 버클리의 교수 선발 전략도 바뀌었다. 매퀘이드 부총장은 “다른 대학의 종신 교수보다는 젊고 가능성있는 교수를 키워내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버드나 예일은 젊은 교수를 키우기보다는 이미 학문적으로 인정받은 종신 교수를 스카우트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면서 “이런 독식 체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sunstory@seoul.co.kr ■ 학생선발 기준은|버클리(미국 캘리포니아주) 안동환특파원|히스패닉인 다니엘 라미레즈는 2006년 신입생이다. 로스앤젤레스 빈민가 출신인 그는 홀어머니 밑에서 갱과 마약, 폭력을 보고 자랐다. 라미레즈는 “제대로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교육을 받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미국 UC버클리에서 라미레즈와 같은 소수인종 출신은 더 이상 특별한 학생이 아니다. 미 공립대 1위이자 ‘서부의 자존심’ 버클리는 미국 대학 중 가장 다양한 인종이 섞인 ‘이민자의 대학’이다. 주립대인데도 전체 학생의 절반이 아시아인이다. 히스패닉도 3000여명이나 된다. 버클리 학생의 67%는 부모 중 1명이 이민자 출신이다.28%는 자신의 가정에서 대학에 들어간 첫번째 자녀이다. 저소득층 장학금(연 소득 3만 5000달러 이하)을 받는 학생만 7600명이다. 지난해 하버드대를 비롯한 8개의 동부 아이비리그에서 저소득층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모두 합해도 600명에 불과했다. 로버트 비게노 총장이 자랑하는 부분이자 버클리가 미국 공교육의 이상과 세계적인 경쟁력을 조화시킨 대학으로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홍영 정치학과 교수는 “버클리는 적극적으로 문화적 다양성과 지적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버클리의 독특한 인종 분포가 그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클레어 유(한국명 임정빈) 한국학센터 소장은 “버클리 교수들은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지식의 발굴자가 되기를 원한다.”면서 “학제간 연구와 글쓰기를 장려하는 것도 넒고 깊게 가르치려는 뜻”이라고 말한다. 버클리에는 한해 약 8000명이 입학한다. 자칫 덩치만 큰 ‘공룡’으로 전락할 수도 있었지만 주립대의 한계를 뛰어넘은 힘은 무엇일까. 지난 3월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김범섭 퀄컴 부사장. 그는 버클리를 “(학생들을)들들 볶는 대학”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 원천기술 업체인 퀄컴의 첫 한국인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한국인’이다.1990년 버클리에서 전기전자공학 박사를 마쳤다.5년 전 설립한 반도체 회사를 지난해 12월 5600만달러(약 560억원)를 받고 퀄컴에 넘겼다. 버클리를 4년 만에 졸업하는 비율은 40%에도 미치지 못한다.85% 정도가 6년 이내에 졸업한다. 사립대보다도 졸업률은 한참 떨어진다. 버클리의 ‘탈락 경쟁’은 역설적으로 시장에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는 밑거름이 된다. 김 부사장은 “1년에 2000명 정도를 뽑아 모두 졸업시키는 사립대와 매년 8000명 정도를 뽑아 4년 만에 절반도 졸업시키지 않는 버클리와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치열하게 서바이벌(생존) 경쟁을 벌이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살아 남았다.’는 이유만으로 실리콘밸리에서 버클리 출신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과학고를 졸업한 수학과 2학년 최효민(20·여)씨는 “딴 걸 다 포기하고 공부만 파도 A학점 받기가 너무 어렵다.”고 울상이다. 정치학과 박사 과정 2년차인 오승연(25·여)씨도 “교육열이 높은 아시아 학생들이 많아 백인 학생들조차도 공부가 힘들다고 아우성을 친다.”고 말한다. 그녀는 “버클리에서는 고독해야 성공한다는 농담을 한다.”면서 “대형 강의가 많고 규모가 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학 분야는 매년 MIT,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와 수위를 다툴 정도로 수준이 높다. 세계 최초로 입자가속기를 발명한 로렌스 연구소(LBNL), 지진공학연구소(EERC) 등 쟁쟁한 연구소들이 있다. 또 36개 학과에서 국가적인 과제를 연구하고 있다. 버클리는 현재 주력 분야인 전기전자·화학 등을 ‘생명공학 분야’로 재편하고 있다. 오는 11월 개원하는 스텐리홀은 ‘전자+화학+생물+기계’가 통합된 연구단지로 조성된다. 분산된 연구실을 모두 통합해 기초과학부터 응용학문, 의·약학까지 바이오 분야의 ‘멀티 컨버전스(융합)’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게 버클리의 복안이다. 루크 리(한국명 이평세) 생명공학과 교수는 “바이오는 이미 전자공학을 잇는 차세대 핵심 학문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화학과 박사 과정을 마친 포스닥 김종명(28)씨는 “연구 시스템이 통합돼 6개월이면 아이디어가 실현될 정도로 빠르다.”고 공대의 강점을 설명한다. 버클리 공대 교수 중 미국공학학회(NAE) 회원 비율은 20%다.MIT(13.9%), 스탠퍼드(14.7%)보다도 높다. 이 학회 회원이 된다는 것은 세계적인 학자로 인정받는 것을 뜻한다. 인종 문제에 대해서는 무척 진보적이다. 미국 대학 중 처음으로 중국계 교수를 총장으로 배출한 곳이 버클리이다. 한국계로는 2004년 국제지역학과 학장에 오른 존 리 교수가 있다. 1890년부터 연구를 시작한 아시아 지역학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마틴 백스트롬 동아시학과 교수는 “전 세계 105개의 언어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세계적으로 인문학의 위기를 맞고 있지만 버클리대는 정치학, 사회학, 역사학, 소수인종 분야의 최우수 대학으로 꼽힌다. 정치학과 교수진은 60명으로 유럽 정치학 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는 영국 옥스퍼드와 견줄 수 있다. 미국 ‘정치학자’의 요람으로도 불린다. 캘리포니아주립대는 10개의 UC 계열이 있다. 이중 버클리가 제일 먼저 설립됐다. 버클리는 캘리포니아주의 약자인 ‘칼(Cal)’이라는 애칭으로 통할 정도로 특히 캘리포니아 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대학이다. sunstory@seoul.co.kr
  • [깔깔깔]

    ●방귀 *당황:여러 사람과 같이 있는데 방귀가 나오려고 할 때. *다행:그 순간 먼저 뀐 사람의 냄새가 풍겨 올 때. *황당:그 사람의 냄새에 내 방귀를 살짝 얹으려 했는데 소리나는 방귀일 때. *기쁨:혼자만 있는 엘리베이터에서 시원하게 한 방 날렸을 때. *감수:역시 냄새가 지독했을 때 (음, 나의 체취쯤이야). *창피:냄새가 가시기도 전에 다른 사람이 탔을 때. *고통:둘만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사람이 지독한 방귀를 뀌었을 때. *울화:방귀 뀐 사람이 마치 자기가 안 그런 양 딴청 피울 때. *고독:방귀 뀐 사람이 내리고 그 사람의 체취를 혼자 느껴야 할 때. *억울:그 사람의 체취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다른 사람이 타며 얼굴을 찡그릴 때.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4년만에 재기 혼혈가수 박일준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4년만에 재기 혼혈가수 박일준

    떠남과 돌아옴이 무척 길었다. 그 간격에 켜켜이 쌓여진 고독과 시름을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 그랬다. 살면서 늘 떠나야 했다. 반기는 사람보다 멀리하는 사람이 많았다. 행복보다 참아야 하는 눈물이 더 기다리고 있었다. 인생길의 유일한 친구는 술이었다. 술과 같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이제 웃는다. 새로 시작한다. 얼굴엔 술픔이 사라지고 기쁨으로 채워진다. 진정한 행복도 알았기에 사랑의 정열도 생긴다. 노래를 부른다. 경쾌하고 빠르다. 사랑과 진실을 그리워한다.‘누구는 소주먹고/누구는 양주먹고/세상이 왜 이렇게 불공평할까/사랑과 진실은 실종된 지 너무 오래야/왜 왜 왜 왜 그럴까 말도 안돼’ 가수 박일준(52). 혼혈 고아 출신이다.1977년 ‘오 진아’로 데뷔해 ‘아가씨’ 등의 히트곡으로 많은 팬을 거느렸다.20대에겐 다소 낯설지만 지금의 30대 중반 이후에는 여전히 기억된다. 박씨는 91년 7집 앨범을 내고 팬들의 곁을 훌쩍 떠나버려 한동안 기억에서 멀어졌다. 이후 꼭 14년이 지났다. 최근 존재의 이유를 다시 드러내고 있다. 제2의 가수 인생을 시작한 것. 신곡 이름은 앞서 언급된 ‘왜 왜 왜’이다. 앨범 발표 소식은 지난해 있었지만 아직 시중에 내놓지 않았다. 우선 ‘가수 박일준’을 다시 기억하게 하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궁금해진다. 앞으로의 음악활동과 대중과 멀어졌던 지난 세월이…. 또 혼혈로서 겪었던 많은 사연들, 이제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에서 박씨를 만났다. ●신곡 ‘왜왜왜´ 양극화된 세상 풍자 먼저 신곡 얘기부터 나왔다.“노랫말처럼 양극화된 세상을 풍자하면서 빈부차이와 못 사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지요.”라고 설명했다. 친한 후배 형제가 작사(성주)·작곡(성현)을 하면서 권유한 것이 신곡 발표를 앞당기게 됐다고 부연한다. 이어 “원래 저는 쉽게 따라부를 수 없는 ‘팝쪽’이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세월이 오래 가도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곡을 불러보자고 했어요.”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방송국에 찾아갔더니 알아주는 PD들이 없어 애를 먹었다.“중고신인이세요?”라는 말만 들어야 했다. 할 수 없이 지방공연부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박씨 자신이 직접 홍보물을 제작하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재기’를 알리는 모든 일을 혼자 도맡아 했다. 이같은 외로운 노력끝에 차츰 반응이 좋다는 소문이 퍼졌다. 최근에는 ‘가요무대’와 ‘가요큰잔치’ 등 전국 공중파 방송에도 얼굴을 내밀어 팬들과 만났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들어 각종 가요차트 상위에 랭크될 정도로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아내와 같이 이번 일을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주위에서 ‘박일준이 다시 왔구나’ 하는 얘기를 들으니 행복해요. 모든 것이 고맙죠.” 그동안 노래와 멀어진 이유에 대해 “가수는 후속타가 없으면 서서히 잊혀져가지요.”라고 대답한다. 박씨는 81년부터 3년간 MBC의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인 ‘폭소대작전’에 출연했다. 코미디언 배일집씨가 운영하는 햄버거집 종업원 역을 맡았다.4일 연습하고 하루 녹화하다 보니 일주일이 금방 지나간다. 또 영화 ‘상한 갈대’ 등에 출연하다 보니 자연히 노래와 멀어졌다. 아차 싶어 신곡을 내려고 했으나 아무 곡이나 낼 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서서히 공백이 생겼다. ●간경변으로 쓰러져 “살 확률 50%” 진단받기도 때마침 벌이는 사업마다 실패의 연속이었다. 혼혈인으로서 사업을 이끌어가기가 정말 힘들었다. 자연히 술만 퍼 마셨다.4년전 어느날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간경변으로 식도정맥이 파열됐던 것. 병원에서 살아날 확률이 50%라는 얘기를 들었다. 식구들이 막 울자 “그러면 나보고 죽으라는 얘기냐.”고 하면서 밝게, 또 밝게 마음을 먹었다. 몇달간 입원끝에 다행히 호전돼 퇴원할 수 있었다. 이때 가수의 길을 다시 걷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박씨는 “열다섯때부터 술을 마셨어요.”라고 고백한다. 혼혈이라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늘 혼자 있게 만들어 술에 의지했다. 이렇게 말못할 스트레스를 혼자 떠안고 30년 넘게 술을 마시다 보니 죽음 직전까지 갔던 것. “다시 살아났기에 식구나 모든 사람들이 고맙게 여겨지더군요. 가수로서 국민들을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고 다짐했지요. 용서하는 마음도 아울러 생겨났습니다. 조금 전 인터뷰하러 오는 도중 자동차 접촉사고가 났어요. 가해자가 젊은 친구였는데 화를 내지 않고 대신 ‘일진이 안 좋으니 조심해서 운전하라’고 타일렀지요.” 부인과도 새로 연애하는 기분이 든단다. 남편이 잘나가던 과거에는 그저 돈을 벌어오는 수준으로 생각했으나 신곡을 준비하면서 같이 발품팔고 고생을 하다 보니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 태어났다며 웃는다. ●代이어 놀림받던 아들 9년간 미국에 보내 박씨는 아들과 딸, 자식 둘을 두었다. 아들이 미국에 가 있지 않으냐고 했더니 “얼마전 9년만에 돌아왔습니다. 정말 보내고 싶지 않았거든요.”라고 한맺힌 듯 말꼬리를 흐린다. 잠시 먼 곳을 응시하더니 “제 아들도 파키스탄이나 인도인, 동남아쪽 사람처럼 생겨 초등학교때부터 놀림을 많이 받았어요.”라고 말을 이었다. 박씨 자신도 어렸을 적부터 혼혈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지낸 터에 아들한테도 똑같이 벌어지자 더는 참지 못했다. 결국 미국 뉴저지에 사는 지인에게 부탁, 아들을 그곳에 등 떠밀듯 떠나보냈다. 세월이 지나 아들이 커서 현지 대학에 진학하자 “얘야, 이젠 견딜 수 있는 나이가 되지 않았느냐.”고 하면서 귀국시켰다. 아들은 목사가 되려고 현재 모 신학대 4학년에 재학중이다. “곁에 두어야 할 자식을 보내는 부모의 마음이 오죽했겠습니까. 장애인이 따로 없어요. 혼혈이라는 편견으로 멀쩡한 사람이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갑니다. 정말이지 우리 대(代)에서 모든 것이 끝나야 합니다.” 박씨는 6·25전쟁이 끝난 직후 54년에 태어났다. 미군이 돌아가면서 아버지도 미국으로 건너갔고 박씨는 세살 때 친어머니에 의해 고아원에 맡겨졌다. 어렸을 때부터 얼굴이 검어 ‘연탄’으로, 머리가 곱슬이어서 ‘라면’이란 별명으로 늘 놀림의 대상이었다. 이후 양부모 밑에서 자랐다. 양부모는 박씨가 가수로 성공을 거둘 무렵인 70년대 후반 세상을 떠났다. 다시 혼자가 된 박씨는 결혼을 선택한다. 하지만 혼혈이란 이유로 거절당한다. 예비 장모가 워낙 완강하게 반대했다. 고민끝에 ‘임신작전’을 썼다. 하지만 예비 장모는 “그래도 안 된다. 애를 떼라.”며 성화가 대단했다. 할 수 없이 예비신부가 산부인과 병원에 갔으나 때마침 점심시간이어서 그냥 돌아오는 바람에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처음 낳은 자식이 아들. 장모는 손자를 무척 사랑했다. 미국에 갈 때에도 직접 따라가 온갖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았다. 박씨 역시 25년동안 장모(지난해 작고)를 친어머니처럼 극진히 모시고 살았다. 박씨 자신의 팔자에 모두 다섯 부모를 둔 셈이다. “워드가 한국에 왔을 때 워드 어머니의 얼굴을 자세히 봤어요.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 모습이었어요. 저의 친어머니도 아마 그렇게 생겼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워드로 인해 혼혈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나마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냄비처럼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식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베트남의 혼혈아 위한 사업 하고파 혼혈이라는 말은 우리 민족의 슬픔인 6·25전쟁이 있었기에 생겨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남들과 똑같이 인간으로 태어났는데 죄를 지은 것처럼 차별과 편견의 굴레속에서 살아야 하느냐고.“내 것은 소중하고 남의 것은 장난을 쳐도 되는 건가요?” 잠시 침묵을 지키던 박씨는 혼혈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방법을 제시한다. 부모와 학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쟤 하고 놀지 마라. 시커멓게 된다.’가 아니라 ‘쟤 하고 놀면 영어도 배우고 재미있거든’하고 유도해주면 된다는 것. 이어 “농촌 총각들이 왜 베트남 처녀와 결혼합니까. 우리가 안 봐주기 때문이죠. 자연히 혼혈이 생겨납니다. 늘 내 생각만 하는 쪽으로 가면 안 돼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아닙니까.”라고 호소한다. 박씨는 앞으로 우리 사회에,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가수의 길만 걷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어느정도 자리를 잡으면 베트남의 혼혈아들을 위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베트남 전쟁으로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게 살아가는 그들을 한국으로 초청, 서로 부둥켜 안고 반쪽 모국인 한국을 이해시키는 일이다. 주말매거진 We팀장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54년 서울 출생 ▲77년 ‘오 진아’로 가수 데뷔 ▲79년 ‘잘가요’ 발표 ▲80년 ‘아가씨’ 발표 ▲81년 ‘누나야’ 발표 ▲81∼83년 코미디프로 ‘폭소대작전’ 출연 ▲84년 영화 ‘상한 갈대’ 출연 ▲83년 ‘너는 지금 어디에’‘닻’ 등 발표 ▲91년 ‘가 가지마’‘사랑은 3.14’ 등 발표(7집 앨범) ▲2005년 9월 신곡 ‘왜왜왜’ 등 8집 앨범 제작 ▲06년 지방공연 및 방송활동 재개
  • 뜨는 드라마 ‘감초 조연’ 꼭 있다

    뜨는 드라마 ‘감초 조연’ 꼭 있다

    요즘 드라마들이 볼 만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KBS ‘봄의 왈츠’·‘서울 1945’,SBS ‘연애시대’ 등 영화 못지 않은 멋진 화면도 한몫한다. 그러나 멋진 주인공 이상으로 톡톡 튀는 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더욱 사로잡는다.청와대 요리사 등 청와대 생활을 다뤄 눈길을 끌고 있는 MBC 주말드라마 ‘진짜 진짜 좋아해’는 유진·이민기·류진 등 주연들뿐 아니라 빛나는 조연급들이 대거 모여 재미를 선사한다. 대통령 역의 최불암과 요리사 김창완, 사진기사 김국진 등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감초 조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극의 사실감을 더한다. ‘이혼후 다시 시작하는 연애’라는 참신한 소재로 호평을 받고 있는 SBS 월화드라마 ‘연애시대’는 주연급 배우 공형진 덕분에 주인공 감우성과 손예진의 관계가 흥미롭게 이어진다. 이들 이혼한 커플의 친구인 공형진은 산부인과 의사이지만, 본업보다는 친구 커플의 애정전선에 양념 역할을 한다. MBC 수목 미니시리즈 ‘Dr. 깽’에는 연극배우 출신이자 다양한 영화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였던 중견배우 오광록이 열연 중이다. 그는 아내를 잃고 알코올 중독자가 된 병원장이지만 주인공 양동근과 한가인과 함께 몰락한 병원을 다시 일으키게 된다. 이와 함께 KBS 주말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는 군인 출신의 아버지 박인환과 장모 나문희 등의 감초 연기가 눈길을 끈다.SBS 주말드라마 ‘사랑과 야망’에는 김나운·이경실 등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며 열연 중이며,KBS ‘봄의 왈츠’에는 차분한 이미지로 변신한 금보라가,‘굿바이 솔로’에서는 윤유선이 터프하면서도 고독한 이미지로 변신, 나문희와 대립한다. 다음달 말 방영 예정인 MBC 수목드라마 ‘어느 멋진 날’에는 개성파 배우 강성진이 주인공 공유의 친구로 캐스팅돼 감초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각오다.‘어느 멋진 날’의 제작사인 사과나무 픽쳐스 관계자는 “스크린과 안방극장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영화와 드라마를 누비는 감초 조연들이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월드컵 인사이드] (8) 방송사 해설위원 경쟁

    ‘마이크 전쟁, 그들만의 월드컵이 시작된다.’ 독일월드컵 개막을 50일 남짓 남겨놓고 축구해설가들의 치열한 ‘마이크 전쟁’도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세계인의 축구축제가 열리는 독일의 각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땀과 눈물, 희비와 명암은 물론 숨결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증폭시켜 대한민국을 응원의 열기로 뒤덮게 할 ‘전령사들의 전쟁’이다. 4년 전 이들은 부산과 인천, 대전, 그리고 광주에서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감격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며 거짓말같던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 행보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5개월 뒤 독일에서 펼쳐질 또 하나의 환희와 감격을 준비하고 있다. ●‘일류요리사’가 되라 캐스터와 함께 축구장의 열기를 전하는 해설가들의 뒷모습은 화면에서처럼 그리 화려하지만은 않다. 단 90분 동안의 경기를 치러내기 위해 그들은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그라운드로, 라커룸으로 뛰어다닌다. 선수들과 감독의 표정을 읽어야만 그날의 경기를 예측하고 일관된 방향으로 각 선수의 플레이를 짚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선(48) SBS 해설위원은 경기 전 선수와 감독을 괴롭히기로 유명하다. 공식 사전 인터뷰는 물론 라커룸까지 불쑥 찾아가 말 한마디는 물론, 표정까지 읽어낸다. 물론 전 경기의 기록만으로 각 선수의 최근 컨디션을 파악할 수도 있지만 “그래가지고는 내 방송에 철학이 담길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 지난 90년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다섯번째 월드컵을 치르게 될 신 위원은 또 축구해설은 ‘멋진 요리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축구장이라는 냄비에 선수라는 재료까지 갖춰졌으니 경기 해설에 얼마 만큼의 양념을 넣고 간을 치느냐가 중계의 성패를 결정하는 잣대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독일월드컵을 위해 그는 최근 4년간의 선수 자료를 이미 차곡차곡 쌓아놨다. 기록은 물론, 선수들의 잡다한 일까지 포함돼 있다. 그의 방 한쪽에 축구 관련 서적은 물론, 신문 잡지에 기고한 칼럼 내용까지 일일이 정리해 놓았다. ●히딩크는 폴란드전 때 떨고 있었다? KBS의 해설을 맡고 있는 이용수(47) 위원 역시 경기 전 ‘마당발’로 통한다. 지난 2002년 6월4일 대한민국의 첫 한·일월드컵 첫 경기인 폴란드전이 벌어지기 직전 그는 부산월드컵경기장의 라커룸을 찾았다. 선수들이 코치들과 함께 몸을 추스리고 있는 동안 거스 히딩크 감독은 방 한구석에서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굳어있었다. 벤치에선 번뜩이는 카리스마와 호쾌한 세리머니로 정평이 나 있는 그였지만 그는 분명 떨고 있었다.“전반 15분만 넘기면 기회는 온다고 말하면서도 명장답지 않은 고독과 외로움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고 그는 4년 전 월드컵 첫 경기 때의 히딩크를 기억하고 있다. 독일행을 준비하고 있는 이 위원은 요즘 ‘산오르기’에 한창이다.90분 내내 수만 관중의 함성을 뚫고 목청을 돋우기 위해선 체력이 관건.“조별리그 3경기는 물론, 어쩌면 그 이상의 경기까지 소화해 내기 위해선 선수 못지 않은 체력이 필수”라는 게 그의 말이다.“단련된 신체에서 건강한 방송이 나온다.”고 강조한다. ●마이크도 신선해야 산다 축구해설의 간판격인 이들 둘 외에도 목을 가다듬는 ‘새내기’들이 있다.‘황새’ 황선홍(38)과 ‘유비’ 유상철(35)이 그들. 대한민국의 월드컵 첫 골을 작성했던 황선홍은 SBS와 계약을 마쳤고, 유상철도 조만간 KBS의 해설위원으로 변신할 예정.“입담은 다소 달릴지 모르겠지만 신선함으로 승부하겠다.”는 게 이들의 각오다. 여기에 차범근(53·수원) 감독까지 MBC에서 영입을 추진하고 있어 중계 마이크는 그야말로 왕년의 ‘스타들의 경연장’으로 변할 전망. 특히 유상철은 황선홍과 건국대 동문이고, 차 감독과는 경신고 선-후배 사이. 각 방송사가 시청률을 놓고 사활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독일월드컵의 중계석은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 co.kr
  • [가슴속 그림한폭] 박노수의 ‘강’

    [가슴속 그림한폭] 박노수의 ‘강’

    서울 구기동 구기터널 앞에 있는 삼성출판박물관 4층 문화강의실에 가면 화가 남정(藍丁) 박노수의 ‘강’이라는 작품이 한 점 걸려 있다. 언덕배기 아래 강물이 천천히 흐르고, 그 위에 돛단배가 떠 있는 모습을 담았다. 지난 1990년 박물관 개관때 남정이 축하의 표시로 김종규(66) 관장에게 그려준 작품이다. 김 관장은 “그림이 마치 내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 것 같아 강의실에 걸어두고 본다.”고 말했다. 돛단배 위에 홀로 앉아 낚싯줄을 드리운 사내의 모습에서 김 관장은 자신의 내면을 본단다. 사내는 드넓은 강과 마주한 산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작고 고독해보이지만 마치 자연의 일부인 듯 움직임이 없다. “민간박물관이라는 게 보기는 그럴 듯해도 어려운 점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하기도 하고, 자료 하나 소장품 하나 모으고 관리하는 것이 참 외로운 작업이거든요. 처음에 열정을 갖고 하다가도 제풀에 꺾이기 딱 맞지요.” 김 관장은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초심을 잃지 말고 결코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 그림에 담긴 것 같다.”고 해석한다. 그래서 일이 잘 안풀려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이 그림을 보며 스스로를 채찍질한다고. 그림에서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격조’가 느껴지는 점도 김 관장이 남정을 좋아하는 이유다. 남정은 북화적인 큰 스케일과 남화적인 정신세계 등을 잘 조화시켜 새로운 한국화를 만든 작가다. 그의 작품소재는 배, 바위, 노송, 노인, 소년 등 지극히 제한적이다. 색채도 적, 청, 녹, 백, 황 등 너댓가지만 들어간다. 하지만 그는 고도로 단순화되고 장식화된 화면을 통해 다른 사람의 그림에 없는 독특한 양식을 창조해냈다. 김관장이 보기에 미술사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화사다. 인류는 문자가 있기 훨씬 전 선사시대에 이미 암각화, 벽화를 통해 문화를 기록했다. 문자시대 이후까지도 그림은 예술을 넘어 의사를 소통하는 실용적 역할을 했다. 그가 액을 막아주는 조선시대의 세화(歲畵)목판을 수집하는 등 그림을 좋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낚시든 여행이든 배를 탔다는 것은 곧 목적지가 있게 마련이라는 김 관장. 망망대해의 일엽편주에 앉은 고독한 인간이지만, 혼탁한 세상의 갈등에서 초연할 수 있는 인간정신의 우월성을 그는 굳게 믿는 듯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Book & Life] 인기작가 동화창작 붐 ‘얄팍한 상술’ 냄새

    베스트셀러 소설 ‘미실’의 작가 김별아가 첫 창작 장편동화 ‘거짓말쟁이’(아이들판)를 펴냈다. 열살짜리 아들과 함께 캐나다로 떠난 지 1년여 만의 수확이다. 평범한 초등생 여자아이가 엉겁결에 뱉은 작은 거짓말이 걷잡을 수 없이 덩치를 키워 곤경에 빠지는 상황을 그렸다. 재미와 감동이 적당히 배합된 읽을거리로 시중서가에서 금세 눈길을 끌 만하다. 그런데 책장을 덮으면서 왜 슬며시 딴 생각이 드는 걸까.“낯선 이국땅에서의 고독과 게으름을 상상력으로 연결시킬 것”이라던 작가가, 하루종일 소설창작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그가 언제 동화를 다 썼을까…. 인기작가들의 어린이책 출간이 부쩍 늘고 있다. 지난 3월엔 오랫동안 펜을 놓았던 중견작가 오정희가 창작동화집 ‘접동새 이야기’를 펴내 화제였다. 거의 동시에 이청준도 중편 2편을 묶은 동화집 ‘이야기 서리꾼’을 냈다. 단행본으로 선보였던 것을 재출간한 거였다. 정호승 시인의 동화집 ‘호기심 씨앗 동화’, 김용택 시인의 그림동화 ‘맑은날’, 작가 이문열의 ‘들소’ 등도 어린 독자들을 겨냥한 최근의 저작들이다.‘맑은날’은 20년 전 발표한 연작시 ‘섬진강’을 아이들 수준에 맞게 재구성한 것이고,‘들소’ 역시 초등고학년 이상이 읽을 수 있게 눈높이가 조정됐다. 인기작가들의 넉넉한 글을 아이들에게 읽힐 수 있다는 건 흐뭇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른바 ‘브랜드’작가들을 내세워 아동시장을 공략하려는 찜찜한 출간의도이다. 손 안대고 코 풀겠다는 식의 얄팍한 상술기획 혐의(?)는 기실 곳곳에서 감지된다. 해묵은 작품들을 은근슬쩍 끄집어내는 것도 그렇고, 독자타깃을 아동책시장에서도 최대 소비자층으로 꼽히는 초등 저학년에 맞추는 행태도 그렇다. 출판시장의 장기 불황에 작가들도 외도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는 건 이해못할 바 아니다. 유명 시인 K씨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이런 솔직한 말을 했었다.“아들놈 대학을 졸업시켜야 하니 동화를 좀 써야겠다.”고. 출판사나 작가들을 일방적으로 나무랄 수는 없다. 다만 아이들의 읽을거리를 시장성 논리로 주판알 튕기지 않는 양심을 기대할 뿐이다. 뼈를 깎는 창작에의 순수열망, 그 강렬한 빛에 소설을 읽고 시집을 찾는 독자들이 그래도 남아있는 것이다.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우리에게 혁명은 낭만이었나

    우리에게 혁명은 ‘낭만’이다. 혁명하면 모든 것을 다 건, 건곤일척의 멋드러진 한판 승부를 떠올린다. 정작 당사자들은 아니라고 손사래치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명예혁명·프랑스혁명·독립혁명을, 모세가 홍해를 가른 것만큼이나 급격한 변화로 떠받든다. 여기에는 자생적인 근대화에 실패했다는 콤플렉스가 깔려 있다. 그 콤플렉스 덕분에 남의 떡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우리도 뭔가 판을 벌려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는 널리 알려진 한양대 임지현 교수의 ‘대중독재론’은 이 대목을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뭔가 큰 한 판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고통받고 저항하는 민중을 끊임없이 노래했지만, 오히려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체제에 동의나 지지를 보내던 ‘반동적 민중’이나 ‘비굴한 민중’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실제 남한의 숱한 프롤레타리아들은 선거 때마다 박정희를 찍었고, 아직도 그를 고독한 영웅으로 추앙한다.‘혁명의 주체로서 민중’이 도대체 어디 있느냐는 반문이다. 그러나 더 다듬어져야 할 구석도 많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단점은 경험적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한국적 상황에 대한 분석과 맞물리지 않으면, 서구의 일상적 파시즘을 확대한 추상적 얘기에 그친다. 이를테면 현실로 이론을 구성하는 게 아니라, 이론에 맞춰 현실을 구성할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대중독재론의 기지’ 한양대비교역사문화연구소(소장 임지현) 주최로 14일 한양대에서 열리는 ‘근대의 경계에서 독재를 읽다-대중독재와 박정희 체제’ 학술대회는 눈길을 끌 만한 대목이 있다. 바로 1979년 부마사태와 1974년 현대조선(지금의 현대중공업) 파업사태를 분석한 김원 서강대 연구교수와 김준 성공회대 연구교수의 글이다. 이들은 실제 사례를 검토해 보면 대중독재론은 여전히 부족한 구석이 있다고 말한다. 김원 교수는 당시 신문기사·경찰내부보고·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법정 진술 등을 분석, 부마사태를 ‘민주화운동’이 아닌 ‘도시하층민 중심의 도시봉기’로 규정한다. 왜냐하면 부마사태는 단순하게 ‘군부독재파쇼 박정희 정권의 철권통치에 맞선 사건’이 아니라 급속한 중공업화정책으로 경공업 중심의 부산·경남 경제가 파탄났기에 터져나온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시위는 대학생들이 벌였을지 몰라도, 끝까지 시위를 주도한 것은 실업자 같은 도시빈민층과 보수적인 영세상공인은 물론 심지어는 깡패들도 있었다는 것. 이런 분석에 따르면, 민주화운동진영이 말하는 영웅적 민중이라는 것도 사실과 다르지만, 동시에 부마사태의 존재 자체가 대중독재론에 대한 반대증거다. 김준 교수는 1974년 현대조선 파업사태를 분석한다. 현대조선이 어떤 회사인가. 박정희 정권 중공업화정책의 상징으로, 자금조달에서 부지선정과 판로확보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지원했고, 그 때문에 실업자가 넘쳐나던 그 시절에도 매년 월급 올려주던 최고의 직장이었다. 어쩌면 대중독재론의 구미에 딱 맞아떨이는 재료로 보인다. 그러나 그런 현대조선에서 왜 대규모 파업이 일어났느냐는 게 김준 교수의 반문이다. 당시 현대조선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끝에 그는 대중독재론에 의문부호를 붙인다.“노동자들은 체제를 용인했나, 아니면 저항의 잠재력을 안으로 응축하면서 엎드려 있었을 뿐인가.” 이날 학술대회에는 임지현(한양대)은 물론 최갑수(서울대)·윤해동(서울대)·고병권(수유+너머)·조희연(성공회대)·정희진(연세대) 등이 참가한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儒林(581)-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17)

    儒林(581)-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17)

    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17) 따라서 지금까지 남아 있는 알성시의 책제(策題)들은 대부분 정치와 관련된 질문들이었다. 예를 들면 ‘그대가 공자라면 어떻게 정치를 하겠는가.’하고 조광조에게 물었던 중종의 책문을 위시하여 세종대왕은 ‘법의 폐단을 고치는 방법은 무엇인가.’, 혹은 ‘어떻게 하면 좋은 인재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정치적인 질문을 알성시를 통해 묻고 있는 것이다. 또한 명종은 ‘육부의 관리를 어떻게 개혁하여야 하는가.’를 묻고 있는가 하면 ‘교육이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라고도 묻고 있다. 그리고 임진왜란을 치른 후 선조는 ‘(일본과)화친하는 것이 좋으냐, 정벌하는 것이 좋으냐.’는 나라의 생사가 걸린 양자택일의 책문을 던지고 있고, 가장 책문을 즐겨했던 임금은 조광조를 총애하다가 마침내 사약을 내려 죽게 하였던 중종으로 알려져 있다. 중종은 ‘그대가 공자라면 어떻게 정치를 하겠는가.’하는 책문 이외에도 ‘외교관은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가.’,‘처음부터 끝까지 잘 하는 정치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정치적인 질문을 던졌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조광조를 발탁하였던 이듬해 1516년 ‘별시문과’에서는 다음과 같은 시험문제까지 내고 있다. ‘술의 폐해는 참으로 오래되었다. 술의 폐해가 문제되었던 것은 어느 시대부터인가. 우임금은 향기로운 술을 미워했고, 무왕은 술을 경계하는 글을 지었으며, 위나라의 무공은 술 때문에 저지른 잘못을 뉘우치는 시를 지었다. 이토록 오래 전부터 술의 폐해를 염려했으나 아직까지 뿌리를 뽑지 못한 까닭은 무엇인가.’라는 ‘술의 폐해를 논하라.’는 내용의 책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임금이 내린 책문 중에서 가장 유니크하고 독창적인 것은 광해군이 내린 책문이다. 훗날 반정으로 폐위가 된 광해군은 그로 인해 후세의 사가들로부터 변덕스러운 군주로 낙인찍혀 죽은 후에도 임금의 칭호를 받지 못하고 폭군 연산군과 더불어 ‘군(君)’으로 격하하였지만 광해군은 실제로 개혁에 투철한 선각자였다. 그는 왕위에 오르자마자 ‘지금 가장 나라에 시급한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1616년 겨울 증광회시에서는 조선 역사상 가장 돌발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면 반드시 돌아오니 해이고, 밝으면 반드시 어두워지니 밤이로다. 그런데 섣달그믐밤에 꼭 밤을 지새우는 까닭은 무엇인가. 또한 소반에 산초를 담아 약주와 안주와 함께 웃어른에 올리고 꽃을 받치는 풍습(椒盤頌花:두보의 시에 나오는 노래의 한 구절)과 폭죽을 터트려 귀신을 쫓아내는 풍속은 섣달 그믐밤에 밤샘하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침향나무를 산처럼 얹어서 쌓고 거기에 불을 붙이는 화산(火山)풍습은 언제부터 생긴 것인가. 섣달그믐 전날 밤 하던 액막이행사인 대나(大儺)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함양의 여관에서 주사위놀이를 한 사람은 누구인가.(두보는 今夕行이란 시에서 홀로 긴 밤을 지새우며 여관에서 주사위놀이를 하며 자신의 고독을 달래었다고 노래한 적이 있다.) 여관에서 쓸쓸하게 깜빡이는 등불을 켜놓고 잠을 못 이룬 사람은 왜 그리하였을까.…”
  • [한승원 토굴살이] 꽃들의 거래

    [한승원 토굴살이] 꽃들의 거래

    마르케스의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에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자식에게 돼지꼬리가 달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을 읽으면서 나는 신의 저주로 말미암은 퇴화를 생각했다. 우리에게는 상피(相避)라는 말이 있다.‘가까운 친척 남녀 사이에 저지른 성적 교접’을 뜻한다. 원래는 ‘서로 성관계를 피하는 사이’를 뜻한 말이었다. 그것은 부모 자식 사이, 오누이의 사이, 삼촌과 조카의 사이, 사촌이나 5촌 사이처럼 서로 당연히 성관계를 피해야 하는 사이를 말하는 것이다. 어느 마을에서 오누이의 사이에, 혹은 삼촌과 조카의 사이, 사촌이나 오촌 사이에 간음 사건이 일어나면 ‘그 집안에 피 붙었다네.’ 혹은 ‘상피가 났다네.’하고 말하곤 했다. 어떤 통계를 보니, 여성 남성 모두 철들기 이전에 상피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성관계(혹은 성폭력)를 맺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하여 우리 선인들은 남녀칠세부동석을 강조했던 것일까. 조선조 유학자들은 본관이 같은 자들 사이의 혼례를 절대로 금했다. 왜 근친상간을 금한 것이었을까. 단순히 윤리 도덕 때문일까. 그것에 대한 해답을 프랑스의 문화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가 내놓았다. 브라질 원시 부족사회로 들어가 연구한 결과 ‘거래’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 딸은 저쪽 집에 주고 저쪽의 딸을 데려온다. 세상의 모든 거래는 권력과 권력 사이의 화해의 수단이기도 하다. 사실은, 우주 자체가 거래를 하고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다 거래를 한다. 인연을 따라 생성 소멸한다는 원리도 거래 그것에 다름 아니다. 글로벌 세상 속에서의 우리 살림살이를 들여다 보자. 어디에 거래 아닌 것이 있는가. 당연히 꽃들도 거래를 한다. 꿀벌과 나비를 불러들이기 위하여 꽃들은 꿀과 향기를 준비한다. 벌과 나비는 꿀을 빨아가는 대신 꽃가루를 묻혀 갖고 가 다른 꽃 암술에 전달해 준다. 여기에는 확고한 철칙이 있다. 꿀벌은 꿀을 채취해 가되 절대로 꽃잎이나 암술이나 수술 그 어느 것도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것. 모든 꽃들은 자기 꽃들끼리의 미묘한 거래 법칙이 또 하나 있다. 그 미묘한 거래를 위하여 암술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드높은 문턱 하나를 마련해 놓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 꽃의 수술로부터 떨어지는 꽃가루가 흘러들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것은 근친상간을 방지하기 위한 턱인 것이다. 말하자면 다른 꽃의 수술을 꿀벌이나 나비를 통해 받을 뿐, 자기의 수술에서 떨어지는 꽃가루를 받지 않겠다는 절제인 것이다. 진돗개의 순수혈통을 보존하려고 근친 교배를 시키면, 짖을 줄도 모르는 천치 바보들이 50∼60%쯤 태어나는데 그들은 다 도태시켜야 한다. 사람의 경우도 근친상간으로 인해 태어난 자식들은 백치들이 많다. 예로부터 결혼은 한사코 멀고 먼 곳에 사는 사람과 해야 한다고 했다. 그 논리대로 한다면 국제결혼을 하면 강하고 우수한 인재가 태어날 터이다. 같은 종 가운데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혼혈종이다. 동식물의 강한 우성의 새 품종을 만들어내는 교배사들은 새로운 틔기 만들기에 골몰한다. 외따로 떨어져 있는 감나무의 암꽃이 다른 나무의 수술에서 꽃가루를 받지 못하고, 자기 수술의 가루를 받아 열매를 맺고, 또 그 열매에서 태어난 감나무가 그와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치곤 하면 ‘고욤’처럼 작은 열매를 맺는 감나무로 퇴행하게 된다. 우주는 거래를 통해 혼혈 종을 만들어내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 의지가 우주를 새로운 모양새로 바꾸곤 한다. 우리는 한국에서 혼혈아로 태어나 미국에 가서 크게 성공한 청년을 알고 있다. 순수 혈통만을 지키려 하는 것은 억지이고 자폐이다. 문화도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어 왕래하면서 부단히 섞이어 왔다. 틔기 문화가 강하다. 더욱 강한 틔기 문화를 창출하려면 먼저 우리 순수 문화의 혈통이 보존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 순수문화와 외래문화 사이의 2대 3대 4대의 더욱 강한 틔기문화들이 창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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