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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사는 맛/정일근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사는 맛/정일근

    당신은 복어를 먹는다고 말하지만 그건 복어가 아니다, 독이 빠진 복어는 무장해제된 생선일 뿐이다 일본에서는 독이 든 복어를 파는 요릿집이 있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독의 맛을 들이다 고수가 되면 치사량의 독을 맛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 고수가 먹는 것이 진짜 복어다 맛이란 전부를 먹는 일이다 사는 맛도 독 든 복어를 먹는 일이다 기다림, 슬픔, 절망, 고통, 고독의 맛 그 하나라도 독처럼 먹어보지 않았다면 당신의 사는 맛도 독이 빠진 복어를 먹고 있을 뿐이다
  • 내년엔 ‘돌연변이 상품’ 뜬다

    내년엔 ‘돌연변이 상품’ 뜬다

    트렌드 컨설팅업체 아이에프네트워크(대표 김해련)는 2007년 하반기 생활 전반의 트렌드를 분석, 예측한 ‘0708 트렌드워치’를 17일 발표했다. 첫번째 트렌드는 ‘돌연변이적 상상력’.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현실화하는 상상마케팅이다.‘당신은 내 마음을 가질 수도, 먹을 수도 있다.’는 문구를 내세운 심장 모양의 껌이나 비아그라맛이 나는 아이스크림, 사람 피부 느낌의 핸드백 등과 같이 소비자가 꿈꾸는 미래를 앞서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두번째는 ‘외톨족(글루미 제너레이션)’을 겨냥하는 것. 싱글족과는 달리 고독과 외로움을 세련된 도시인의 이미지로 인식하고 즐기는 현대인이 타깃이다. 주위가 혼잡할 때 개인공간을 만들어주는 라이프 드레스(디자이너-안나 마리아 코넬리아), 개인 테이블에 다른 사람의 모습을 비디오로 보여줘 독립적이지만 심심하지 않은 식탁(디자이너-제이슨 코넬리우스) 등이 좋은 사례다. 또 정신적인 가치를 담은 디자인도 트렌드로 꼽았다. 기부모금용 버튼을 추가한 자판기, 올해 ‘21세기를 위한 50가지 위대한 아이디어’로 뽑힌 100달러짜리 랩탑 컴퓨터 등 긍정적인 사회적 가치를 담은 제품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지막 트렌드는 ‘플레이 세터’. 우울한 사회현상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주변문화를 놀이도구로 받아들이는 현상이다. 제품에 디자인 자체의 재미를 넘어서서 사용자가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플레이(놀이)’기능을 추가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아이에프네트워크는 오는 24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이같은 내용의 ‘0708 트렌드워치 설명회’를 열고, 비즈니스 통찰력과 히트상품 개발을 위한 주요 전략을 소개할 예정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책꽂이]

    ●람세스 최후의 비밀(브래드 기글리 지음, 마리오 옮김, 따뜻한 손 펴냄) 고대 이집트 제20왕조 두 번째 왕으로 신왕국 최후의 위대한 군주로 불린 람세스 2세. 그의 주위에 모반의 바람이 분다. 그러나 그 기운은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달 없는 밤에 그림자만 떠돌아 다닐 뿐. 마침내 혼돈의 신 섹트의 추종자는 진실을 찾아 험난한 길을 떠난다. 신비롭고 몽환적이며 음산하기 짝이 없는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탕아와 요부, 왕과 신하, 신기루 같은 주술적 인물들이 미로 속에서 춤을 추는 역사추리소설. 메디네트 하부를 ‘자메트 신전’으로, 데이르 엘 메디나를 ‘진실한 마을’로 바꾸는 등 현대독자들을 위해 지명과 인명을 평이하게 바꿨다.9800원. ●사자의 꿀(데이비드 그로스먼 지음, 정영목 옮김, 문학동네 펴냄) 삼손은 새뮤얼 이전 시대의 마지막 판관인 마노아의 아들. 아이를 낳지 못하는 마노아의 아내 앞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곧 있을 임신 사실을 알린다. 이렇게 하나님으로부터 선택된 삼손은 엄청난 힘을 바탕으로 20년 동안 이스라엘을 지배한다. 하지만 경건한 삶을 살아야 하는 나실 사람의 수칙을 어기고 시체에 접근하고, 포도주를 마시는가 하면 창녀와 동침하기도 한다. 그러다 블레셋 여인 들릴라에게 머리카락을 잘린 삼손은 힘을 잃고 두 눈마저 뽑히지만 하느님에게 최후의 기도를 올려 힘을 회복, 이교도 신전을 무너뜨리고 블레셋인 3000명을 죽인다. 성경의 행간을 읽어가며 새롭게 써내려간 삼손 이야기. 저자는 이스라엘 현대문학의 거장.8800원. ●호란하 이야기(샤오홍 지음, 원종례 옮김, 글누림 펴냄) 호란하(呼蘭河)는 중국 헤이룽장성 중부를 흐르는 강. 하얼빈 근교에 위치한 호란하현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저자는 이 동화 같는 소설을 통해 호란하 사람들의 인습적 사고을 비판한다. 저자 샤오홍(蕭紅)은 중국에서 정령(丁玲) 이후 가장 뛰어난 여류작가로 꼽히는 인물.1만 3000원. ●샤르 허브의 아지랑이(더르즈접드 엥흐벌드 등 지음, 정용환 등 옮김, 모시는사람들 펴냄) 몽골 현대 단편소설 16편을 엮었다. 몽골의 전통 주거지인 ‘게르’에서의 삶을 그린 소설에서 전형적인 도시형 인간군상이 등장하는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몽골인들에게 그리움은 여름날 소낙비 끝에 초원을 긋는 무지개만큼이나 아름답다. 광활한 초원을 달리는 말발굽 소리 들리고 사막의 모래먼지 피어오르는 몽골 소설에는 그런 그리움이 서려 있다. 표제작은 낙타와 더불어 살아가는 고독한 여인의 사랑 이야기. 사람에게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사람이 너무나 귀하기에 낯선 이에게라도 일순간에 전심전력하게 되는 몽골 여인의 삶을 담담한 어조로 그렸다.1만원.
  • 강원 횡성 천문인 마을

    강원 횡성 천문인 마을

    “인간이 모두 잠든 깊은 밤중에는 또다른 신비로운 세계가 고독과 적막속에 눈을 뜬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 때, 샘물은 훨씬 더 맑은 소리로 노래부르고, 못에는 자그마한 불꽃들이 반짝이는 것입니다.”-알퐁스 도데의 ‘별’중에서. 밤하늘이 주는 낭만에 젖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바쁜 도시인들에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여유조차 없다. 본다한들 가로등과 네온사인 등 밤하늘을 가린 빛만이 가득하다. 이젠 달에서 토끼가 방아를 찧은 곳이 계수나무 아래였는지 조차 불분명할 지경이다. 밤이 되면 지구는 참 산책하기 좋은 별이 된다. 낮엔 폭염이 맹위를 떨쳐도, 해가 지고 나면 다소 시원해지는 요즈음, 별자리를 찾아 ‘별스런 여행’을 떠나는 이유다. 맑기로 치자면 겨울하늘이 최고. 그러나 편안하게 밤하늘의 별자리를 살피며 꿈과 낭만에 젖기엔 여름부터 가을까지가 오히려 부담이 없다. 도심에서도 1등급의 밝은 별을 볼 수는 있지만, 신화가 살아있는 별자리를 보기엔 광해(光害)가 없는 교외가 좋다. 수도권 주변에 별을 관찰할 수 있는 천문대들이 많다. 무더운 여름밤을 별스런 여행으로 식혀보는 건 어떨까. 글 횡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사진제공:이건호> 별빛이 곱기로 소문난 강원도 횡성의 천문인 마을(www.astrovil.co.kr)을 찾았다. 횡성군에서 ‘별빛보호지구’로 지정한 곳이다. 미술가인 조현배(53)관장이 “도시의 아이들에게 우주와 별에 대한 꿈, 동경심을 심어주기 위해 지난 1997년 설립했다.”는 설명이다. 해발 650m의 고지대에 위치해 한여름에도 “열대야가 무엇인지 궁금”할 만큼 시원하단다. 먼 우주를 관찰할 수 있는 딥 스카이(deep sky)용 망원경, 태양 등의 행성을 살펴볼 수 있는 행성관측용 망원경, 천체사진 촬영이 가능한 사진촬영용 망원경 등 10여대의 천체망원경을 운용중이다. 조 관장은 “우연의 일치일까요. 초신성이 폭발할 때, 즉 별이 죽음을 맞이할 때 방출되는 물질들이 인간의 몸을 이루는 물질과 아주 흡사하죠. 그래서 인간의 고향은 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됩니다.”라며 “도시에서 땅만 바라보고 사는 아이들에게 별자리를 관찰하는 것이 정서적으로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는가를 생각해보면 별자리 찾기 여행의 중요성을 알게 되죠.”라고 강조했다. ★ 화려한 여름철 별자리 어느덧 해도 지고 시간은 벌써 오후 8시3분.“와 ∼저기 목성이 보이네.”‘청소년 과학동아리를 위한 천문교육 심화캠프’에 참가한 이우리(15·둔내중 3년)양의 탄성이 어두운 밤하늘을 갈랐다. 천문대 옥상의 돔에 설치된 14인치 천체망원경을 통해 목성을 관찰하던 다른 학생들의 입에서도 “신기하다”는 감탄사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지금 보고 있는 목성의 빛은 4∼50분전에 출발한 것”이라는 정병호(39)천문대장의 설명을 듣던 학생들의 눈은 별처럼 반짝였다. 밤이 깊어갈수록 마치 팝콘처럼 별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여름철은 일년중 별자리들이 제일 화려하다. 천체사진 전문가 이건호(39)씨는 “우리 은하의 중심인 궁수자리를 비롯해 백조자리, 독수리자리 등 수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보석창고로 만든다.”고 말했다. ★ 견우성와 직녀성은 어딜까 칠월칠석날엔 거문고자리의 직녀성(베가)과 독수리 자리의 견우성(알타이르)을 관찰하는 것이 인기. 멀리 떨어진 두 별 사이로 은하수가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견우와 직녀 설화의 오작교가 놓여지는 시기에 특별한 천문현상이 벌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지만, 은하수를 오작교처럼 생각한다면 지나친 견강부회일까. 오는 30일은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 잠깐이라도 밤하늘을 바라보자. 머리 바로 위쪽 하늘에서 견우와 직녀, 그리고 은하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디카로도 별들의 일주 찍어요 천체사진의 매력은 행성이나 성운, 성단 등의 제색깔을 볼 수 있다는 것. 천체망원경을 통해 나타나는 흑백의 영상과 달리 화려하고 현란하기 그지없다. 카메라 등의 장비를 구입하는 데 적잖은 돈이 들고,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것이 흠. 하지만 콤팩트형 디지털 카메라도 튼튼한 삼각대만 있으면 별들의 일주사진 정도는 찍을 수 있다. 또, 창고에 묵혀뒀던 니콘 FM2와 같은 낡은 필름카메라도 렌즈만 있으면 언제든지 OK다. 이건호씨와 함께 천체사진 찍는 법을 알아보자. 이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20년 가까이 천체사진을 찍어온 베테랑. 준비물은 렌즈 탈착이 가능하고 B셔터가 있는 카메라와 렌즈, 삼각대, 릴리즈 등이다. 좀더 멋진 천체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적도의와 천체망원경, 어댑터 등이 필요하다. ★ 촬영방법은? ●고정촬영-삼각대 등에 카메라를 고정시켜 촬영하는 방법. 1)점상촬영:반짝이는 별들의 모습 그대로를 담아내는 촬영법이다.50㎜렌즈 기준으로 15초 정도 노출을 준다.30초이상 노출시키면 지구의 자전 때문에 별들이 궤적으로 나타난다. 2)일주촬영:북극성을 중심으로 한 별의 일주운동을 표현하는 촬영법. 노출시간이 길어질수록 별의 궤적이 원형으로 표현된다.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5분이상 노출을 주면 노이즈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여러장을 찍어 포토샵 등의 프로그램으로 합성한다. ●가이드촬영-항성 추적모터가 장착된 적도의와 천체망원경 등을 이용한 촬영법. 별들의 이동속도와 같이 움직이는 적도의 덕분에 장시간 노출이 가능하다. 1)성야촬영:적도의 위에 카메라를 얹고 일반 렌즈를 장착해 촬영하는 것을 말한다. 2)어포컬 촬영:천체망원경에 나타나는 행성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는 가장 쉬운 촬영법.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없는 것이 단점이다. 3)직초점 촬영:성운이나 성단, 은하 등 어둡지만 화려한 대상을 촬영하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천체사진이 이 방법으로 촬영된다. 가이드 망원경 등 많은 주변장비를 필요로 한다. ★ 카메라는? 필름카메라의 경우 장시간 노출을 줘야 하기 때문에 배터리 소모가 적은 기계식 카메라가 좋다. 디지털카메라는 캐논 300D나 350D, 니콘 D70 등이 흔히 사용된다. ★ 렌즈는? 렌즈수차가 적은 단렌즈가 좋다. 표준렌즈(필름카메라의 경우 50㎜)는 북두칠성이나 카시오페이아 등 별자리 하나하나를 촬영하는 데 주로 쓴다. 넓은 영역의 은하수를 촬영하거나 사찰, 나무 등 배경을 넣고자 할 때는 광각렌즈를 사용한다. 망원렌즈(200∼300㎜)는 오리온 대성운 같은 별자리속의 성운, 성단을 클로즈업할 때 유용하다. ■ 이곳도 좋아요 ★ 자연과 별 천문대(www.naturestar.co.kr) 경기도 가평군 백둔리의 청정지역에 위치해 별을 관측하기 좋은 하늘조건을 갖고 있다.16인치 막스토프 천체 망원경이 자랑거리. 이밖에 355㎜ 카세그레인 망원경,8∼10인치 반사망원경 등 총 16대의 천체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다. 우주의 생성과정 등 생생한 천문영상교육을 받을 수 있는 330인치 대형스크린도 자랑거리다. 문의 (031)581-4001. ★ 세종천문대(www.sejongobs.co.kr) 경기도 여주에 자리하고 있다.26인치에 달하는 대형 ‘불곡천체망원경’이 자랑거리.‘불곡(佛谷)’은 세종대왕 때 ‘혼천의’제작에 참여한 이천 선생의 호를 딴 것이다.4∼12인치 굴절망원경 등 여러 종류의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우천시에는 물론, 주간에도 이용할 수 있는 천체투영관(별자리 재현시설)도 갖추고 있다. 문의 (031)886-2200. ★ 코스모피아(www.cosmopia.net)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경기도 가평군 명지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주망원경인 16인치 반사굴절 망원경과 4∼5대의 중소형 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다.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곳이어서 여름밤을 수놓는 반딧불이의 군무도 감상할 수 있다.16만평 규모의 산림욕장이 또한 자랑거리. 문의 (031)585-0482. ★ 안성천문대(www.nicestar.co.kr) 5m 원형돔에 보고자 하는 천체를 자동으로 찾아주는 400㎜ 전자동 반사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300㎜,150㎜ 중대형 망원경을 비롯, 다수의 교육용 망원경도 갖추고 있다. 참가자들이 동시에 여러대의 망원경을 활용해 관측할 수 있는 12m 자동 슬라이딩 방식의 돔도 갖추고 있다. 문의 (031)677-2245. ★ 중미산 천문대(www.astrocafe.co.kr) 경기도 양평의 해발 435m높이에 자리잡은 중미산 천문대는 중미산 자연휴양림과 맞붙어 있어 주변경관이 수려하다.360도 회전하는 6.6m원형돔에 12인치 반사망원경,100㎜쌍안경 등이 갖춰져 있다. 학생단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문의 (031)771-0306. 이외에 강원도 영월 별마루 천문대(033-374-7460,www.yao.or.kr), 경남 김해천문대(055-337-3785,www.astro.gsiseol.or.kr), 대전 시민천문대(042-863-8763,star.metro.daejeon.kr) 등도 가볼 만한 천문대들이다.
  • 「진실남」구했더니 「사기남」에 걸려

    「진실남」구했더니 「사기남」에 걸려

    공군중령, FBI(미연방수사국)의 한국주재원, 미국인 2세, 청와대 「헬리콥터」 조종사, 기억상실, 성불구, 본처 자살 등을 자작자연(自作自演)-미끼로 삼아 한 여인을 울리고 300여만원을 사기해 먹은 놈팡이가 경찰에 잡혔다. 잡고보니 전과 4범의 「맹렬사기꾼」인데다가 10여개의 얼굴과 이름을 가진 사나이. 광고 보고 전화로 불러내 처음엔 공군 중령 이라고 서울 종로 경찰서는 12월8일 낮 사기전과 4범(전과는 더 있다고 보고 수사 중임) 이재우(李在雨·40·주거부정)을 사기 및 혼인 빙자에 의한 간음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이 사기한의 색(色)과 욕(慾)의 사기행각을 피해자의 입을 통해 듣고 그 빈틈없는 술수에 혀를 내저었다. 조서에 나타난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그 사기극을 다시 한번 꾸며보자. ▲공군중령 진병용=지난 6월1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S다방에서 「코피」를 마시는 중년신사가 있었다. 큰 키(1백75㎝)에 아랫배가 적당히 나오고 이마가 벗겨진 사장 「타이프」. 그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레지」가 갖다주는 신문을 읽어 가다가 「펜·팰」 광고란에 눈길을 멈췄다. 『진실한 남성과 친하고 싶습니다』라는 내용의 광고에는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사장 「타이프」는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렸다. 전화선 저쪽편에는 20대 여인의 달콤한 목소리. 이편은 바로 이재우(李在雨). 고독한 여인을 노려 사기극의 제1막을 올린 순간이다. 李의 혀끝에 말려든 광고주 박순자(朴順子·28·가명·서울 마포구 서교동)여인은 얼마 뒤에 총총 걸음으로 다방문을 열고 나타났다. 朴여인으로 서는 상대방의 「진실성」을 캐는 탐색전 쯤으로 그 뒤부터 李를 만나기로 약속했으리라. 그러나 朴여인은 숲에 들어가서 나무를 보지 못하게 됐다. 李는 「진병용 공군중령」이라고 자기 소개. 4년 전 일본에서 비행기 사고로 24시간동안 의식을 잃어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혼이 났다느니 이것을 보고 아내가 자살을 해버렸다느니 상대방이 혹할만한 소리를 늘어 놓았다. 대통령 모시고 있다더니 실은 FBI 요원 이라고 ▲청와대 「헬리콥터」 조종사=李는 朴여인을 극장으로 다방으로 끌고 다녔다. 며칠 뒤 『사실은 공개하기를 금재돼 있지만』이라고 큰 비밀하나 털어 놓듯 자기의 현직을 밝혔다. 대통령이 고속도로의 건설현황 등을 시찰할 때 타는 그 청와대 「헬리콥터」의 조종사라고 했다. ▲성불구=李는 朴여인을 정복까지 위해 고차원적인 농간을 부렸다. 6월20일께(사귄지 13일만에) 李는 朴여인을 서울 중구 후암동 서강여관의 2층 특실로 유인하는데 별로 힘들이지 않았다. 朴여인은 李의 말을 믿었는지도 모른다. 李는 전에 말한 비행기 사고로 성불구가 되었다고 말한 일이 있는 것이다. 그는 전후 두차례나 여관에 朴여인을 유인했어도 손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당신은 나의 구세주=그러나 세번째로 여관에 갔을 때는 달랐다. 李의 성불구는 기적적으로 나았다. 李는 朴여인을 붙들고 당신은 나의 구세주라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사실 아내가 자살한 것도 자기의 성불구 때문이었다는 양념까지 곁들였다. 죽은 아내가 불쌍하다고 또 울먹였다. ▲FBI 한국 주재원=李는 朴여인의 형부 李병호(가명·36)씨를 알게 됐다. 李씨는 자기의 이름과 직함을 다시 바꿔댔다. 李씨가 李에게 이름이 왜 여러가지냐고 묻자 사실은 자기가 미국연방수사국 한국주재원이고 이 사실은 한국정부에 대해서도 비밀로 되어 있다고 둘러댔다. 집과 땅 넘겨 주겠다고 3백여만원 뜯어 ▲미국인 2세=李는 자기가 또 미국인 2세라고 까지 속였다. 그래서 자기 소유인 서울 중구 충현동 84의9등 네곳에 있는 대지 8천여평과 가옥 4동을 朴여인 앞으로 이전해야겠다고 말했다. 李씨는 미국인 2세의 순정에 탄복했다. 부자 동서를 맞게된 기쁨에 그만 마음에 틈새가 생겼다. 처제의 행복을 비는 형부의 마음도 크게 작용했다. 李씨는 이전등기에 필요하다는 비용 1백51만원을 7차에 걸쳐 두말 없이 내주었다. 李는 다시 朴여인을 통해서 알게된 김모(44·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여인에게 김여인의 아들 신모(21)씨를 파월시켜 준다고 속여 30여만원을 우려 내었다. 또 지난 9월24일 朴여인의 큰 형부 朴일성(44·가명·부산시 중구 충무로)씨가 서울에 왔을때 부산 항만사령부의 부지매몰공사를 청부맡아 주겠다고 속여 항만국장과 건설부의 朴비서에게 줘야한다고 돈 60여만원을 뜯어 내었다. 더욱이 李씨는 서울자 2-866호 「시보레」를 한 달 5만원으로 전세내어 주로 현직 공군 영관급을 사칭했고 朴여인을 자가용의 사모님으로 「출세」(?)를 시켜주었다. 사취한 돈 유흥에 물쓰듯 정체 알았을땐 이미 늦어 李의 숙소는 지금까지 서울 중구 을지로 3가의 D여관 1호실. 李는 사취한 돈으로 朴여인을 데리고 해운대 「워커힐」등 고급유흥지를 돌아 다니며 물쓰듯 뿌렸다. 수사결과 李에게는 지난 66년 4월16일에 결혼한 본처 김효자(金孝子·30·가명)여인이 있고 지난 59년 3월 대구에서 공군상사(군번98245)로 제대, 문관으로 근무하다가 66년 2월20일에 직장에서 나온 것으로 되어 있다. 그의 사기행각은 62년 공문서위조 및 동행사혐의로, 또 64년 사기혐의로 징역 각각 1년씩을 살았고, 68년 8월 다시 사기죄로 1년 복역중 6개월만인 69년 2월에 가석방된 몸. 朴여인을 등친 것은 가석방 중의 일이다. 朴여인의 형부 李씨는 경찰에서 끝내는 그가 사기꾼임을 알아차렸지만 처제의 장래를 위해 만서를 덮어 두려다가 다른 희생자가 더 나오지 않기를 비는 마음에서 경찰에 고소했다고 말했다. <張錫英 기자>[선데이서울 69년 12/14 제2권 50호 통권 제 64호]
  • 19세의 의붓딸 때문에 -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54)

    39세의 남성입니다. 초혼에 실패하고 방랑생활을 하던 중 36세가 되던 해 3월에 지금의 아내와 알게 되어 여태까지 동거하고 있읍니다. 아내에게는 전 남편 소생이 2女 뿐인 줄 알고 있었는데 동거 2개월만에 다른 곳에 나가 있던 19세짜리 장녀가 들어와 아내와 나 사이를 떼어 놓으려고 야단입니다.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않고「아저씨」가 아니면「그사람」이라고 밉상을 부립니다. 소생으로서는 의지할 곳 조차 없으며 동기간도 없읍니다. 지금의 아내와 알게된 뒤부터 고독하고 외로운 마음을 다바쳐 서로 의지하며 사랑하고 있읍니다. 아내와 나는 결혼신고도 정리되어 있는 부부사이며 아내는 남의 가정부 노릇까지 해가며 나의 성공을 밀어주며 행복한 장래를 꿈꾸고 있읍니다. 그러나 딸들 성화에 우리 내외는 헤어져야 할지 어쩔줄 모르고 있읍니다. (서울 임(林)) [의견] 남자친구 생기면 달라져 40이나 된 남자분이 무척 의지도 약하시군요. 19세밖에 안되는 처녀애의 등쌀에 정당한 부부가 헤어지다니 말이 되겠읍니까. 19세쯤이면 어머니의 이성관계에 대해서 예민한 나이입니다. 그러나 곧 자기에게도 사랑하는 남성이 생길 것이고 그러고 나면 어머니와 의붓아버지의 관계를 어느정도 이해하게 될겁입니다. 그러다가 시집도 가게 되고 하면 모든 일이 무사히 해결될 것이 아닙니까. <Q> [선데이서울 69년 12/14 제2권 50호 통권 제 64호]
  • [주말에 뭘 보러갈까]

    [미술] ■ 한·중 작가 4색전 8월20일까지 서울 경운동 부남미술관, 부남미술관 개관 기념으로 중국 현대미술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수묵산수 화가인 주재건 및 바다풍경의 대가 허곤도, 한국 서예가 안종중, 다묵화가 김창배의 작품들을 보여준다.(02)720-0369. ■ 부자와 빈자에 대한 사소한 프로젝트 14일까지 서울 태평로1가 신한갤러리. 백승호 안경진 오수연 김주호 박헌열 등 9인의 작가가 참여한 연극조각 프로젝트. 무대 이미지를 전시배경으로 삼아 사회 양극화 및 회로애락이 복합된 현대인의 실상과 충돌, 이상향을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인다.(02)722-8493. ■ 고요의 숲 27일까지 서울 남현동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녹음이 아름다운 여름을 맞아 생명성 및 자연과의 교감을 미술작품 속에서 찾아보고자 한 전시. 김덕기 김보희 김성희 김윤수 민병헌 석철주 송명진 이명진 이용석 이재삼 최인수 등의 작가들이 참여한다.(02)598-6247. [뮤지컬] ■스노쇼 15~27일 LG아트센터 러시아 출신의 광대 슬라바 폴루닌이 창조한 아름다운 겨울풍경. 흩날리는 눈보라를 배경으로 사랑, 실연, 고독에 관한 에피소드들을 웃음과 눈물로 풀어낸다.3차례의 내한공연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반가운 얼굴이다. 화∼금 8시, 토·일 3시·7시(15일 7시)2만∼6만원.(02)2005-0114. ■ 락 햄릿 10월8일까지 화∼금 8시, 토·일 3시·7시(16·23일 4시·8시)세우아트센터. 셰익스피어의 고뇌하는 인물 햄릿과 정열적인 록음악의 만남. 언플러그드 라이브 음악이 소극장 뮤지컬의 진수를 선사한다. 조광화 작·전훈 연출, 서세권 장덕수 등 출연.1만 5000원.(02)3141-1345. [연극] ■ 그녀의 방 27일까지 아르코미술관, 공연과 전시를 동시에 체험하는 ‘드라마전시’ 개념을 도입한 이색극. 춤,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예술이 한 공간 안에서 충돌·융합한다. 관객이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결말이 달라진다. 이항나 장도영 작·이항나 연출, 장지아 김정현 등 출연. 화∼금8시, 토·일6시·8시 1만 5000∼3만원.(02)3673-5587. ■ 줄넘기 10∼27일 화∼금 8시, 토·일 3시·6시 사다리아트센터 세모극장. 남자는 늑대, 여자는 여우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여자늑대와 남자여우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남녀관계를 분석한 유쾌한 사랑 이야기. 강석호 작·권호성 연출, 김정은 오민석 등 출연.1만 5000∼2만원.(02)744-0300. ■ 하이라이프 11일∼9월17일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4시 한양레퍼토리씨어터. 은행강도, 절도범, 살인범, 사기꾼 등으로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네 남자의 꿈과 좌절을 그린 블랙코미디. 리 맥두걸 원작, 박광정 민복기 연출. 이남희 유연수 등 출연.2만∼2만 5000원.(02)762-0810. [클래식] ■ 국립오페라단 마이퍼스트 오페라 시리즈1 12일 오후 7시30분 13,15일 오후4시.7시 16일 오후 2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 연주. 전석 3만원, 중·고생 1만원 할인.(02)-586-5282. ■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20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연주.2만∼4만원.(02)-580-1300. [어린이] ■ I´m 발레리나 발레리노 11·12일 2시·4시,13일 4시 정동극장.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의 이원국 발레단이 선사하는 쉽고 재밌는 발레 명장면들.1만 5000∼2만원.(02)751-1500. ■ 강아지똥 15일까지 월∼금 11시·3시, 토·일 2시·4시 국립중앙박물관극장용.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음을 일깨우는 아름다운 동화.‘미달이’로 유명한 아역배우 김성은이 출연한다.1만 5000∼2만원.(02)507-6487.
  • 돌아온 박상민 “여복 터졌어요”

    돌아온 박상민 “여복 터졌어요”

    “오랜만에 복귀했는데, 여배우 복이 터진 것 같네요.” 그동안의 공백기를 감안하면 서먹할 법도 한데 쾌활함이 넘쳐났다. 영원한 ‘장군의 아들’ 박상민이 복귀했다.2003년 영화 ‘튜브’ 이래 영화관에서든 브라운관에서든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그였다. 복귀작은 11일 저녁 8시55분 첫 전파를 타는 SBS 금요드라마 ‘내 사랑 못난이’다. ‘장군의 아들’을 통해 스타가 됐지만, 그 타이틀이 때로는 버겁기도 하다.“명절 때만 되면 제가 출연한 영화가 지상파나 케이블에 도배되거든요. 그러니까 그 이미지가 자꾸 남나봐요. 액션을 하면 ‘또 액션이냐.’그러고, 다른걸 하면 ‘답답하다.’고 하고. 참 많이 안타까웠죠.” 특히 배우로서의 생명까지 생각하면 안타까움은 더 커져갔다. 그의 표현대로 “은메달 10개보다 금메달 1개가 더 중요한게” 연기자의 삶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작품을 오랫동안 고르고 골랐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이번 ‘신동주’역은 그에게 중요하다. 재벌2세로 엔터테인먼트회사 사장인 신동주는 주변 여성들을 섭렵하는 캐릭터다. 정략결혼한 부인 정승혜(왕빛나)에게 불만이던 신동주는 영화배우 서유경(박혜영)과 밀애를 즐긴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잡초 같은 여자’ 진차연(김지영)을 만나면서 다시 마음이 흔들린다. 3각관계를 넘어선 4각관계인 셈이다. 미묘한 감정선을 따르는 연기를 선보여야 시청자들에게 미움사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캐릭터인 셈이다. 그런 만큼 연기 부담이 될 법도 하다. 그런데 그보다는 먼저 기쁜가 보다. “그동안 출연한 작품은 여배우와 호흡을 같이하는 배역이 없었거든요. 홀로 고독한 역할을 하다 보니 그랬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나를 사이에 두고 여자들끼리 머리채를 잡고 싸우니까, 비록 연기라곤 하지만 제가 속으로 얼마나 흐뭇하겠어요.” 다만, 아직도 부어있다는 느낌은 못마땅하다.“그나마 4∼5㎏을 빼고 1·2부를 찍었는데도 얼굴이 부어보이더라고요. 그 뒤 더 뺐고, 앞으로도 다이어트를 더 해야 할 것 같네요.” 박상민은 이번 드라마를 계기로 활동의 폭을 넓힐 작정이다. 사실 80년대말 데뷔치고는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이 많지는 않다. 아는 게 병이라고, 대학 전공이 연출이다 보니 캐스팅 제의를 받으면 이것저것 따지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것.“드라마는 물론이고 영화에도 조만간 출연할 겁니다. 부지런히 연기해야지요. 꼭 다작은 아니더라도 왕성한 활동을 한다는 얘기는 들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하얀 나비’의 가수 김정호와의 마지막 인터뷰(1)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하얀 나비’의 가수 김정호와의 마지막 인터뷰(1)

    본명이 조용호인 가수 김정호는 1952년 3월27일 태어났다. 그리고 85년 11월29일 떠났다.33년 8개월간의 짧은 생애. 마치 ‘33과 3/1’ 속도로 도는 레코드판처럼, 그의 삶의 수치는 그 시점에서 멈췄다. 그와 가졌던 인터뷰, 그 기억이 지금도 새삼스럽다. 74년 5월 ‘작은 새’ ‘이름 모를 소녀’ 등을 발표하며 통기타 가수 대열의 선두에 섰던 그. 당시 ‘김정호 노래의 코드로 기타를 배우지 않은 사람이 없다.’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였다.‘하얀 나비’ ‘사랑의 진실’ ‘잊으리라’ ‘꽃잎’ ‘푸른 하늘 아래로’ ‘보고 싶은 마음’ 등을 발표하며 한국적 포크를 지향했던 김정호. 통기타를 멘 채 지그시 눈을 감고 꿈꾸듯이 노래하는 그의 독특한 모습. 그러나 그는 이미 폐가 몹시 나빠 투병 중이었다.‘폐결핵 가수 김정호’라는 말은 이미 나돌고 있었으나 음악만큼은 누구보다도 건강했으며 또한 아름다웠다. 그는 75년 ‘대마초 파동’과 함께 대중들 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대마초 가수들이 해금되어 하나 둘씩 활동을 재개할 때도 그는 등장하지 않았다.‘행방불명설’ ‘잠적설’이 나돌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로 온갖 추측 보도도 많았다. 그러던 그가 84년 홀연히 나타났다.83년 6월부터 11월까지,5개월이라는 최장 녹음시간을 기록한 4집 앨범으로. 호흡조차 힘들어져 한 곡 녹음하는 데도 수십 번씩 끊어 편집해야 했던 이 앨범, 결국 ‘유작’이 되어버린 이 앨범을 들고. 그러나 이 앨범이 나온 뒤에도 그는 공개석상을 기피했다. 이 앨범 중 ‘고독한 여자의 미소는 슬퍼’가 제법 방송을 타고 있었지만 그는 어느새 ‘얼굴 없는 가수’가 되어 있었다. 이 노래가 같은 요양소에서 보게 된 어느 여 환자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애틋한 얘기만이 화제가 된 채. 필자가 그를 만나 그간의 얘기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이 무렵으로 처음에 그는 완강히 거절했다.‘지금은 어느 누구도 만나지 못하는 입장을 이해해달라.’고도 했고, 또 통과의례처럼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을 때 가장 먼저 연락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석 달을 매달려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다만 조건은 그냥 만나는 것, 그리고 자기와 나누는 얘기는 절대로 기사화하지 말아달라는 것. 그의 아파트에서였다. 그 핏기 없던 얼굴, 그리고 기침소리 속에 겨우 나누던 얘기들. 정말이지, 이러한 식의 기사는 나도 결코 쓰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송창식의 고집에 관해 얘길 했으며 김수철의 ‘별리’를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에 관해 서로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내 얘기에 따라 빙그레 웃기도 하고, 간호원이 주사를 놓으러 왔을 때는 나에게 ‘잠깐이면 되니 기다리라.’고도 했다. 그때부터 나는 몇 번이나 일어서려 했지만 그가 자꾸 괜찮다고 했다. 그러던 그가 자신의 노래 ‘님’을 들어보았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 때까지 그 노래를 들어보지 못했다. 그가 음반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님’. 그 때, 그 느낌이란. 그 노래를 듣는 내내 엄습해오는 불길함을 어쩌지 못했다. 그의 아파트를 나서는 늦은 시간에 그는 마침내 자기가 해줄 수 있는 게 뭐냐고 물었다. 나는 말했다. 시간을 낼 수 있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공기 좋은 야외로 함께 나가보고 싶다고. 의외로 그가 쾌히 승낙했다. 그러면서 말했다.“기왕이면 사진 잘 받는 곳으로 가지. 그리고 오늘 내가 했던 얘기 중 노래에 관한 얘기라면 기사로 써도 좋겠는 걸….”한번도 웃지 않고 옆에 있던 부인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다음다음날 아침, 우리는 ‘뚝섬’엘 갔다. 우리가 서로 약속한 시간은 한 시간 정도였지만 정작 촬영은 오후 다섯시 무렵에나 끝났다. 그가 무리를 하면 안 되기에 사진 찍는 중간중간 쉬어야 했고 그런 중에도 그는, 그때까지 밝히지 못했다던 얘기들을 서슴없이 털어놓기도 했다.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얘기, 탈영해 군 영창에 갇혔던 얘기까지. 띄엄띄엄 노래를 불러 이은 그의 마지막 노래처럼 촬영도 그렇게 되었다. 오히려 나는 이 정도의 사진이면 충분하다고 말렸으나 되레 그가 사진 찍는 일에 더 열중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사진 촬영에 임하던 그의 표정이 매우 긴장되어 있었다. 이따금씩, 그는 함께 동행했던 그의 후배에게 담배를 빼앗다시피 해 때론 냄새만 맡기도 하고, 직접 불을 붙여 입에 물기도 했다. 그러면서 말했다.“의사는 내게 더 이상 노래를 부르면 죽는다고 경고했지, 허나 난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되레 죽을 것 같아.” ‘남은 열정을 모두 국악에 바치겠다.’고 밝히던 김정호, 이 말은 그가 자신 있게 한 말이라서 더 안타깝다. 얼마 뒤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그의 죽음이 ‘병’ 때문이 아니라 ‘한’ 때문이었다고 생각되어졌다. 허나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오히려 그에게 늘 부족했던 ‘산소’를 노래 속에 다 연소시키고 행복하게 간 것이라고.
  • [이승엽 일본생활 인터뷰] 日 야구에는 ‘남의 눈’이 없다

    [이승엽 일본생활 인터뷰] 日 야구에는 ‘남의 눈’이 없다

    |도쿄 이춘규특파원|25일 일본프로야구 후반기 개막전에서 30호 홈런을 뿜어낸 이승엽(30·요미우리)은 ‘가사일-아들(은혁) 기저귀 갈아주기, 요리-라면 끓이기’라고 말하는 평범한 가장이기도 하다. 이날 경기 직전 도쿄돔에서 만난 이승엽은 구단 관계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가면서 일본에서의 생활을 전해 줬다. 장거리 이동이 많은 프로야구 선수로서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할까.“장어탕을 많이 먹습니다. 홍삼 달인 물도 자주 마십니다. 한약도 한국서 가져옵니다. 많이 잡니다.”라며 한꺼번에 말을 쏟아냈다. 술·담배도 궁금했다. 이승엽은 “담배는 전혀 피우지 않고, 시즌 중엔 술도 안 마십니다. 다음날 경기에 지장이 많거든요. 식사 자리에서 한두 잔은 합니다.”라며 프로다운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비시즌에는 제법 술을 마신다. 물론 파친코 등 성인오락은 아예 생각도 않는다. 외국생활에서 이따금 밀려오는 고독,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까.“아들과 같이 목욕하고, 산책하면서 스트레스를 풉니다. 곧 돌인데 잔치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일본이라서….”라며 아들에 대한 진한 애정을 과시했다. 방송인 김제동은 그에게 각별한 존재였다.“물론 아이 엄마와 가장 많이 고민을 나누지만 제동이형에게 스스럼없이 털어놓습니다.”라고 말한다. 친정인 삼성의 투수 배영수, 포수 현재윤과 자주 통화하며 궁금한 소식을 듣는다. 일본 선수들에게서 받은 교훈도 많다고 한다. 개인트레이너를 두고 운전기사도 있으며, 비서까지 두고 체계적으로 관리한 덕분에 40대에도 맹활약하는 선수가 적지 않다는 것. 그런데 한국에서는 남의 눈 탓에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본인은 몇 살까지 뛰고 싶을까.“갑자기 성적이 떨어지면 그만둬야 하겠지만 오래 하고 싶습니다. 물론 다치지 않아야겠지요.” 일본어 실력도 궁금했다.“야구장에서 쓰는 일본어는 80%까지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영어도 한국에서부터 외국인 선수들과 잘 지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지만 따로 공부할 시간은 사실 없단다. 통역에게 물어보며 중요한 것은 즉석 메모로 추후에 복습하는 식이다. 오히려 아내 이송정씨의 일본어 실력은 상당한 수준이란다. 어학원도 다녔고, 롯데 마린스에서 있을 때 동료 부인들과 어울리며 일본어를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미우리에서는 포수 아베 신노스케와 절친하다.“한참 힘들어할 때 아베가 한국어 메모를 넣었어요.‘요미우리의 4번타자답게 당당하게 다니세요. 힘들면 언제든지 얘기하세요. 같이 놀러도 다녀요.’라고 했습니다. 저도 ‘아리가토(고마워)’라고 썼습니다.” 휴일에는 주로 집에서 지낸다. 아는 한국 주재원들과 식사도 가끔 한다. 하지만 그 많은 일본 온천에 아직 가보지 못한 게 아쉽단다. 벌써 3년째 일본 생활. 한국음식 생각이 나면 집 근처의 한식당에 가서 곱창전골을 즐긴다. 그 식당은 양키스의 마쓰이 등 상당수 요미우리 가족들이 단골로 삼고 있다. 직접 운전을 하고 다닐 만큼 일본 생활에 익숙해진 이승엽에게 큰 어려움은 없어 보였다. taein@seoul.co.kr
  • 정미경 소설집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정미경 소설집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지리멸렬한 일상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은 날달걀을 먹는 일과 다르지 않다.“씹지 않고 삼키는 것. 삼키고 싶지 않아도 기어이 삼켜야만 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대부분의 진실은 불결하고 때로 사악”하며, 오히려 “모든 거짓말은 아름답다.” 정미경의 소설집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생각의나무)는 남루한 삶을 지탱하는 방편으로 ‘조잡한 픽션’을 택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고독한 초상을 담고 있다. 한순간 꿈처럼 허무하게 사라질 헛된 환상일지라도 그 끝자락에 매달려 삶을 유지하고픈 나약한 존재들에 대한 작가의 연민이 점점이 박혀 있다. 표제작의 주인공 남자는 아내와 아이들을 미국에 유학 보내고 원룸에서 혼자 산다. 외로움에 지친 남자는 같은 건물 아래층에 사는 간호사 재이와 관계를 맺는다. 남자는 그녀와 만날 때마다 이국적인 이야기를 들려 준다. 샌프란시스코 해안가 식당의 클램차우더 수프며, 수마트라의 고양이똥 커피,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 뒷골목의 가면 가게, 장미의 여왕이라는 발칸의 장미 이야기는 마치 외국 여행지에서 막 돌아온 듯 생생하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아내에게 버림받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매일밤 남자가 인터넷에서 찾은 가짜 여행담들이다. 마침내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 순간 남자는 쓸쓸한 죽음을 맞는다. ‘무언가’에서 방탕한 어머니가 진 빚을 갚으려고 자신의 목소리에 성적 매력을 느끼는 남자에게 거짓말을 들려 주고 돈을 받는 텔레마케터 여자는 조잡한 픽션이 없이는 한 순간도 견딜 수 없이 삶이 지루하고,‘무화과나무 아래’에서 장기 밀매로 신장을 얻은 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쟁터를 전전하는 분쟁지역전문 다큐멘터리 PD는 “나 자신이 한편의 비루한 다큐”라고 고백한다. 평론가 박철화는 “존재 자체의 비루함에 대한 강조 속에서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투지와 긍정이 어렵사리 피어난다.”고 평했다. 장편소설 ‘장밋빛 인생’으로 2002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데 이어 중편 ‘밤이여, 나뉘어라’로 올해 이상문학상을 거머쥔 작가의 이번 소설집에는 7편의 단편이 실렸다.98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아인슈타인 개인서신 공개

    아인슈타인 개인서신 공개

    “나도 열심히 이를 닦는데,건강한 치아를 유지할 수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단다.” 평범한 아버지가 썼을 법한 이 편지의 주인공은 위대한 천재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1879∼1955).불행한 가족사를 잊기 위해 연구에 몰두하려 했던 그의 고독한 내면을 엿볼 수 있는 편지들이 이번 주 공개된다고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이 10일 보도했다.편지들은 프린스턴 대학 출판부에서 출판될 예정이다. 이번 편지들은 양녀 마곳이 보관하다 자기가 죽은 뒤 20년간 공개하지 말라고 유언했던 것들로 아인슈타인이 1915년 4월부터 8개월간 가족,친구,학문적 동지들과 주고받은 것이다.이때는 그가 10년 전에 특수상대성이론을 발견한 뒤 일반상대성이론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씨름하던 시절이다. 개인적으로는 세르비아 출신 물리학자이자 자신의 1905년 논문에 수학 지식을 접목하는 데 도움을 준 첫째 아내 밀레바 마리치와의 갈등이 폭발한 때이기도 했다.마리치는 그를 베를린에 남겨둔 채 아들 한스 알버트(당시 11세)와 에두아르트(당시 5세)를 데리고 취리히로 가버렸다. 장남 한스는 4월 초에 쓴 편지에서 봄방학에 자신들을 만나러 취리히로 와달라고 간청한다.“아빠,상상해보세요.동생이 곱셈,나눗셈도 할 줄 알아요.왜 저희한테 편지를 안하세요?부활절에 아빠가 우리를 보러 올거라고 동생에게 말해도 되지요?” 아인슈타인은 아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싶어했지만 그럴 수 없어 몹시 속상해했다.그는 “네가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아도 내 답장을 읽어볼 때쯤이면 이미 네가 해답을 알고 있지 않겠니?”라고 안타까워했다.그는 두 아들에게 각자 선물을 보내는 한편,이를 잘 닦으라고 신신당부했다. 몇차례 편지가 오갔지만 취리히 행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화가 난 한스는 편지 말미에 별칭 ‘아두’ 대신 아버지가 공식 문서에 사용하던 ‘A 아인슈타인’이라고 서명하는 무례함까지 보였다. 그는 마리치가 뒤에서 조종한 것으로 여겼고 그 뒤 둘은 양육비나 휴가 문제로 서로를 공격하는 편지를 주고받았다.이때 그는 마리치를 ‘사기꾼’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7월에 아인슈타인은 두 부부를 화해시키려고 애썼던 취리히의 의학 교수인 하인리히 쟁거에게 편지를 보내 “취리히에 가보았자 아이들 얼굴도 못 볼게 뻔해요.그러니 난 괴팅겐에 가서 일반상대성이론에 관해 수학자와 얘기를 나눌 거예요.”라고 썼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학문적 업적을 위해선 득이 됐다.일반상대성이론의 마지막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는 힌트를 얻었기 때문이다. 11월에 그는 한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 생애 가장 멋진 논문 하나를 끝냈단다.네가 좀 더 큰 다음,말해줄게.난 점심 먹는 걸 깜박할만큼 연구에 빠져들곤 한단다.”라고 자랑한 뒤 보름 있다 “스위스에서 함께 신년을 맞자꾸나.네 생각은 어떠니?”라고 묻는 편지를 보냈다. 아내 마리치에겐 “아들들과 관계를 방해하지 말아요.”라고 간청했다.우여곡절 끝에 그는 한스의 소원대로 취리히를 찾게 됐고 이때 쟁거에게 “사랑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기 그지 없다.”고 털어놓았다. 아내에겐 아들과 상봉을 위해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아이들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키워준 데 감사”하는 메모를 건넸다.부활절을 가족과 보낸 아인슈타인은 한스와 하이킹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베를린에서 위장장애에 걸린 자신을 극진히 간호해준 조카 엘자에게 편지를 썼다.“한스가 따듯한 마음에 믿을 만하고 무엇보다 배움에 열정을 가진 점에 놀랐다.”고 했다. 아인슈타인은 마리치에게 이혼을 제의하면서 나중에 노벨상 상금을 타면 위자료로 건네겠다고 했고 몇년 뒤 그녀는 취리히의 방 세개 아파트를 얻는 데 성공했다.그는 엘자와 재혼했고 한스는 나중에 UC버클리대 교수가 돼 아버지 임종을 했다.에두아르트는 불행히도 정신병동에 수감돼 여생을 마쳤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문화마당] 사랑 상실의 시대/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며칠 전 지하철을 탔는데, 푹푹 찌는 더위에 에어컨도 힘을 잃었는지 등줄기로 줄곧 땀이 흐를 정도로 무더웠다. 주위 사람은 안중에 없는 듯, 휴대전화로 시끄럽게 통화하는 소리,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등으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 앞에 앉은 아주머니 한 분이 신경질적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출입문 쪽을 째려보고 심하게 혀를 차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고개를 돌려 그 쪽을 보니, 젊은 남녀가 마주 보고 거의 껴안은 상태에서 뭔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아마도 더운 날씨에 서로 꼭 껴안고 노골적인 애정 표현을 하는 젊은 그들이 매우 못마땅한 모양이었다.“덥다 더워”를 되풀이하면서 부채질을 하는 아주머니에게 시원한 냉수 한 잔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과 자주 접하면서 그들의 사랑 표현법에 다소간 익숙해져서 그런지 젊은 남녀의 모습이 그렇게 나쁘게는 보이지 않았다. 학생들과 면담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남자 친구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요즘 젊은 세대들은 커플 반지, 커플 티는 기본이고, 만난 지 100일 기념 혹은 1주년 기념 선물도 하고, 심지어 차량에 자신의 이름과 연인 이름의 이니셜을 새겨두고 그 가운데 하트 표시를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 세대니만큼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적극적인 애정 표현을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이해를 하고 싶었다. 철학자 우나무노는 사랑을 인간의 존재론적 고독과 연결시키고 있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고독한 존재이고, 그 고독을 이겨내기 위해서 근원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치 이가 빠진 동그라미가 자신의 반쪽을 찾아 끝없이 방황하는 것처럼, 인간은 자신에게 숙명적으로 주어진 본질적 고독 때문에 한평생 사랑을 갈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네 삶에서 사랑이 그토록 큰 부분을 차지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사랑이 그토록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의 우리 사회가 사랑이 부재하는 삭막한 곳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일까? 상품물신주의, 이기주의가 만연한 자본주의 사회를 두고 사랑 상실의 시대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유독 그 말이 요즘에 와서 절실히 와닿는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서로가 서로를 헐뜯고 상처 입히는 일이 예전보다 더 심해졌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서로를 껴안고 사랑하기보다는, 증오의 화신처럼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듯 으르렁거리면서 치고받는 험악한 장면을 사회 도처에서 적지 않게 목도한다. 지하철의 젊은 남녀의 사랑 표현법이 다소간 지나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삿대질하고 욕설하면서 싸우는 것보다는 아름답지 않은가? 지금의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사랑 상실의 원인이야 많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이익만을 내세우면서 다른 사람을 헐뜯고 모함하는 기성세대의 작태에 있을 것이다. 남을 지배해야 내가 산다는 약육강식의 논리와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버리고, 주변의 모든 사람을 적극적으로 껴안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세를 되찾아야 한다. 젊은 세대의 진솔하면서도 적극적인 사랑과 그 표현방법이야말로 기성세대가 배워야 할 측면일 것이다. 청마 유치환은 ‘행복’이라는 시에서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중략)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라고 했다. 청마의 시구처럼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사랑하자. 옷깃을 스치는 인연일지라도, 그 인연으로 맺어진 모든 사람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 따스하게 감싸안아 보자. 사람이 사람을 만나 아픔과 기쁨을 함께하면서 살아가는 것만큼 행복한 삶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사랑이 충만할 때, 우리들 모두 숙명적인 고독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사랑 가득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만화인생 40년 허영만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만화인생 40년 허영만

    ‘사이(間)예술’이라고 한다. 익살과 재치로 그 사이를 춤추듯 넘나든다. 마른 나무에 꽃을 피우게 하는 시(詩)적 감동도 담겨 있다. 특유의 과장과 생략으로 경묘(輕妙)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렇다.‘만화’라 한다. 눕거나 엎드리거나, 혹은 떼굴떼굴 구르며 보면 더욱 재미있어진다. 학창시절 한번쯤 안 빠져본 사람이 있을까. 수업시간에 ‘지리부도’로 앞을 가로막고 몰래 보다가 들켜 혼났던 일, 끼니를 건너뛰며 동네 만화가게 들락거리다가 어머니한테 야단맞았던 일, 이에 대한 몰입의 추억은 어른이 돼도 늘 화젯거리의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비트´등 15편 히트작 영화나 드라마로 만화가 허영만(60)씨. 이 시대의 최고 만화가로 인기몰이를 한다. 그 비결이 뭘까. 나이 예순이면 게으름으로, 혹은 쌓은 명성으로 어느 정도 느슨해질 법도 한데 결코 아니다. 젊은이 못지않은 창작열정으로 고삐를 죈다. 또한 굽힐 줄 모르는 치열한 자기관리의 고집과 도전 정신으로 변화무쌍한 대중문화계를 파고들고 있다. 요즘 들어서도 음식만화 ‘식객’은 드라마로 준비 중이고 도박만화 ‘타짜’는 한창 영화촬영 중일 만큼 대중문화의 장르를 여전히 뛰어넘는 주인공이다. 허씨는 올해로 만화계에 입문한 지 꼭 40년을 맞는다. 그동안 ‘비트’‘퇴역전선’‘아스팔트 사나이’ 등 무려 15편의 히트작이 영화 또는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사오정 시리즈를 유행시킨 ‘날아라 슈퍼보드’는 애니메이션으로는 방송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오!한강’은 서울대 학생회 필독서로 선정됐고 ‘태양을 향해 달려라’는 70년대 스포츠만화를 이끌기도 했다. 허씨는 그렇게 시대가 흘러도 대중문화의 한 중심에서 살아왔다. 지난주 서울 강남구 수서역 근처의 작업실에서 허씨를 만났다. 오피스텔 초인종을 눌렀더니 뜻밖에도 큰 개 한마리가 꼬리를 치며 가장 먼저 반긴다. 맹인 안내견같이 생긴 순둥이였다. 개 이름을 물었더니 영국산이어서 ‘처칠’이라고 했다. 허씨는 연재만화의 스케치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 옆자리에는 보조팀 4명이 색깔을 칠하는 등 작업을 돕고 있었다. 사방 벽 책장에는 자료집이 빼곡히 꽂혀 있어 평소의 준비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작업실 옆방으로 자리를 옮겨 허씨와 마주 앉았다. 스포츠형의 짧은 머리여서 그런지 나이가 50대 초반으로 보인다고 하자 그냥 멋쩍게 웃으며 “그런 얘기 종종 들어요.”라고 했다. 먼저 40년 만화인생에 대한 소회를 물었다.“방송 프로그램에 ‘가요 반세기’라는 말이 있잖아요. 벌써 (자신의) 만화 반세기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피력했다. 이어 “한 가지 일만 해왔다는 게 고맙고…, 종이와 연필 들고 다닌 세월이었지요.”라고 했다.(90년이 넘는 우리나라 만화역사의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다.) 그동안 수십 편의 만화를 그렸는데 가장 아끼는 작품이 어떤 것이냐고 했다.“전부 다 소중하지만 그중 ‘망치’‘오!한강’‘각시탈’‘사랑해’‘식객’ 등을 꼽을 수 있겠네요.”라고 대답했다. 문득 만화란 무엇이냐는 우문을 던졌다. 그러자 지체없이 “청량음료지요. 매번 밥만 먹고 살 수는 없잖아요.”라고 전제한 뒤,“답답할 때 떠나는 것처럼 (갈증을)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재미와 메시지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거기에는 또한 적절한 생략과 과장이 필요하지요.”라고 설명했다. ●치열한 도전정신으로 대중문화계 우뚝 진도 안 나갈 때는 어떻게 할까.“밤새 낑낑댑니다. 어떨 때는 새벽 두세시에 광화문 네거리에 나가 돌아다니기도 하지요.”라고 했다. 또한 “줄거리 쓸 때가 가장 어려워요.‘식객’인 경우 식욕을 느끼게 해줘야 하거든요. 사진도 많이 찍지요. 도축장의 경우 400장 정도 찍었어요. 연재를 하려면 최소 스토리 60개를 준비한 뒤 시작합니다.”고 했다. 아울러 연재 중에도 강원도나 전라도로 계속 돌아다니며 현장취재를 해야 독자들의 입맛에 맞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준비와 취재, 각고의 노력이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그의 이름을 지탱해 주는 요인임을 알 수 있었다. 폭력물이니, 무협물이니 하는 대중의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혼자만이, 즉 ‘허영만식’의 독특한 장르를 추구해와 많은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항상 자신과의 싸움을 벌인다. 유혹이 많은 바깥 대중문화에 시선을 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대중을 이끌고 가는 방식이다. 그는 평소 1등에 연연하지 않는다.‘5위권 안에만 들면 된다. 난 나의 길을 가자.’고 다짐하며 나름대로의 마음 단련을 한다. 그럴 것이 70년대엔 이상무씨,80년대에 이현세씨가 최고였을 때도 자신만의 길을 가면 된다며 묵묵히 자기관리에 열중했다. 요즘 만화계의 현실에 대해 “사회적인 제약도 없어졌는데 오히려 과거보다 분위기가 더 가라앉아 있어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영화나 연극처럼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고 인터넷과의 관계 설정도 필요할 때입니다.”라는 설명이다. 만화가들 또한 발로 뛰면서 취재를 하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8남매 중 셋째인 그는 어릴 적부터 늘 만화와 가까이 있었다.‘코주부삼국지’ 등 누나와 형이 보던 만화를 즐겨 봤다. 또 사무라이 소설을 자주 읽었다. 초등학교 때에는 남다른 그림솜씨로 공부가 끝나면 학교에 남아 혼자 환경정리를 도맡아 했다. 중학교 때에는 명작 위인전을 많이 접했다. ●‘허영만 사단´ 현재 문하생 10여명 원래 미대에 진학하려고 했으나 부친의 멸치사업 실패로 인해 포기하고 고향인 여수를 떠나 서울로 상경, 만화에 입문한다. 이때가 66년 1월. 이후 박평일·이향원 등의 문하를 거쳐 74년 ‘소년한국일보’ 신인공모에 ‘집을 찾아서’가 당선되면서 정식 만화가로 홀로서기를 한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신동우 화백은 “우리 시대는 이제 갔다.”고 할 정도로 허영만의 천부적인 감각과 소질에 찬사를 보냈다. ●“아이디어 얻으려 새벽까지 광화문 배회” 예견은 빗나가지 않았다.‘각시탈’(74년),‘태양을 향해 달려라’(77년),‘망치’‘벽’(88년) 등 거의 매년 베스트셀러를 내놓으며 만화계를 주도했다.88년에는 문하생이 무려 23명까지 달했다. 하지만 작품성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새삼 마음을 고쳐먹고 문하생을 6명으로 줄이는 등 돈보다 작품의 생명력 강화에 정성을 쏟았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른바 ‘허영만 사단’이라고 하는 문하생은 10명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윤태호나 김준범 등이 현재 만화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요.” 만화 외에는 어떤 일에 관심을 둘까. 그는 ‘산사나이’라고 할 만큼 산을 좋아한다. 등반가 박영석씨와 함께 해외 원정도 4차례나 했다. 에베레스트는 해발 6400m까지 올랐다가 고산병으로 도중 하차했다.2년 전에는 백두대간을 종주했다.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산행멤버는 15명 정도. 또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도봉산에서 야영하고 아침에 작업실로 곧장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 산은 그에게 정신적 휴식의 공간이자 작품구상의 장소이기도 하다. 산행할 때마다 스케치북을 놓지 않는다. 이밖에 요즘에는 약간 멀리하고 있지만 골프 20년 경력(베스트 스코어는 1언더파)에다 바다낚시도 가끔 즐기기곤 했다. ●교육만화 준비중… 에베레스트도전 ‘산사나이´ 허씨는 요즘 교육만화를 준비 중이다. 어린이들이 나중에 커서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담은 만화다. 이를 위한 자료수집을 거의 끝냈고 연말쯤이면 선보일 수 있다고 했다. 판타지 만화에 대해서는 “당분간 현실적 만화를 계속 그릴 작정입니다. 나중에 손자·손녀를 보게 되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라고 대답했다. 슬하에는 아직 미혼인 아들과 딸 둘을 두었다. 직장에 다니는 아들은 아버지를 닮아 그림을 잘 그린다. 가족 중 유일하게 아버지가 그린 만화에 대한 모니터와 평론역할을 하고 있다. 딸은 현재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 중이다. 기회를 봐서 부녀 공동전시회를 생각 중이라고 귀띔했다. 주말매거진 We팀장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7년 여수 출생 ▲66년 여수고등학교 졸업 ▲66년 서울에서 만화계 입문 ▲74년 소년한국일보 신인공모에 ‘집을 찾아서’로 입선 ▲99년 스포츠조선에 ‘타짜’ 연재 ▲2002년 동아일보 ‘식객’ 연재 ●주요 작품집 태양을 향해 달려라(77년), 변칙복서(83년), 무당거미(84년), 퇴역전선·고독한 기타맨·오!한강(86년), 망치·벽(88년), 날아라 슈퍼보드(90년), 아스팔트 사나이(92년), 비트·세일즈맨·미스터Q(94년), 오늘은 마요일(95년), 안개꽃 카페(96년), 사랑해(98년), 타짜(2000년) ●상훈 대한민국 만화·애니메이션대상 만화대상(04년), 오늘의 우리 만화상(04년)
  • [토요일 아침에] 마음의 환경보호/손희송 신부 가톨릭대 교수

    나의 고향은 경기 북부의 어느 소도시이다. 그곳에서 태어나 대학을 마칠 나이까지 살았다. 휴전선 가까운 곳이라서 인구가 많지 않아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특히 마을 한 쪽에는 큰 개울이라고 불리던 차탄천이 흐르고 있었는데, 물이 맑고 수심이 깊지 않아 사람들이 즐겨 찾던 곳이었다. 초·중학교 시절에 그곳에서 어항을 놓아 고기를 잡고 미역 감으며 놀던 것이 아직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 그 차탄천은 개발의 여파로 수량도 줄고 오염되어 더이상 미역 감고 물고기를 잡을 수 없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고향에 들렀다가 그곳을 지날 때면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린 듯 매우 허전한 느낌이 들면서 환경보호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1960,70년대에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해 ‘우리도 한 번 잘살아 보세’의 구호 속에 파묻혀서 관심 밖에 있었던 자연과 환경에 대해 늦게라도 눈을 뜬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하겠다. 어느 누구도 우리 주위의 자연 환경이 오염되고 파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하나뿐인 지구가 환경오염으로 인해서 망가지면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의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적인 환경오염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실상 우리 주위에는 내면의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들이 무수히 널려있는 데도 말이다. 신문과 방송 매체를 통해서 쏟아지는 편견과 선입견, 인터넷과 영화를 통해 전해지는 폭력과 성적 충동, 이런저런 인간관계를 통해서 입게 되는 마음의 상처, 그로 인한 부정적 감정, 미움과 증오심, 경쟁 사회에서 겪게 되는 좌절과 실망 등등. 이 모든 것은 우리 내면의 뜰을 더럽히고 망가트린다. 우리의 내면이 오염되면 온갖 나쁜 생각들이 솟아나와 자신은 물론 주위를 혼탁하게 만든다. 일찍이 예수님은 이런 점을 예리하게 보고 지적하셨다.“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살인, 간음, 불륜, 도둑질, 거짓 증언, 중상이 나온다. 이러한 것들이 사람을 더럽힌다.”(마태오 복음 15장 19절) 눈에 보이는 자연과 세상의 오염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오염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4세기의 그리스도교 수도자들은 내면을 정화하기 위해서 일상의 삶과 결별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부정적 감정과 공격적 성향, 그리고 무의식적인 욕구와 과도한 열정으로 세상을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서 고독한 사막으로 물러갔던 것이다. 수도자들은 혼탁한 세상에서 자기 한 몸 구하겠다는 이기심에서 세상을 등졌던 것이 결코 아니다. 그들은 세상을 바꾸기 전에 우선 자기 자신을 개선하고자 했다. 인간 내면에 자리하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얼마나 파괴적인 힘을 갖고 있는지를 잘 알았기 때문에 먼저 자신을 내적으로 정화시키고자 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세상에 나섬으로써 세상이 더 치유되고 더 밝아질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종교의 유무를 떠나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고대의 수도자들이 했던 것과 유사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공간적으로 사막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해도 노력만 한다면 나름대로의 ‘일상의 사막’을 찾아가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침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를테면 텔레비전을 끄고 자기 방에 들어가서, 승용차 안에서 라디오를 끄고, 버스나 지하철에서 그저 졸지만 말고 혹은 읽던 책을 내려놓고 조용히 내면의 밭에서 잡초를 뽑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자주 ‘일상의 사막’으로 들어가서 내면을 청정하게 하는 작업에 힘썼으면 좋겠다. 이제 한달 남짓 있으면 휴가철이 시작된다. 사람들이 붐비고 떠들썩한 곳이 아니라 조용한 곳(수도원, 기도원, 산사, 자연 휴양림 등)으로 가서 그동안 온갖 불순물이 가득했던 마음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돌아오면 어떨지? 나의 내면이 좀더 깨끗해지고 밝아질 때 내 주위의 사람과 세상이 조금씩 더 깨끗해지고 밝아질 것이다. 손희송 신부 가톨릭대 교수
  • 주말에 뭘 보러갈까

    ●미술 ■ 저우춘야·류웨이 전 7월10일까지 서울 인사동 아트사이드. 중국의 ‘블루칩 작가군’에 속하는 두 작가의 국내 첫 개인전. 저우춘야는 사람들의 욕망과 행복감을 표현한 ‘초록개’ 및 ‘복숭아밭’ 연작을, 류웨이는 물질화속에서 중국인들이 겪는 소외와 고독을 담아낸 ‘꽃’ 연작을 선보인다.(02)725-1020. ■ 벽-그 너머의 이야기 전 7월30일까지 서울 서교동 갤러리 잔다리. 전시장을 둘러싼 벽과 공간을 소재로 ‘흰 벽의 텅 빈 공간’‘갑작스레 나타나는 문’‘좁은 골목길’ 등을 연출함으로써 흥미로운 공간 이야기를 풀어놓는 전시다. 김미형 김민정 김현지 박성연 등 9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02)323-4155. ■ 전뢰진 개인전 7월4일까지 서울관훈동 인사갤러리. 원로조각가 전뢰진의 40여년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전시.1962년 제작된 작가 소장품부터 2006년 근작까지 석조각 중 시기별 작품 15점과 틈틈이 일기 쓰듯 작은 종이에 메모한 스케치, 작품 구상에 쓰인 에스키스 등 드로잉 100여점을 선보인다.(02)735-2655. ●어린이 ■ 러시아 인형극, 채마단의 듀엣 7월9일까지 화∼금 2시·4시30분, 토·일 1시·3시30분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 냄비, 국자 등 일상의 소재로 절묘하게 만든 인형과 익살스런 마임극의 조화.2만원.(02)382-5477. ■ 목각인형 콘서트 7월15일까지 월∼목 11시, 금 11시·4시, 토 11시·2시·4시 북촌 창우극장. 정통 유럽 마리오네트 인형극.1만 5000원.(02)926-2050. ●클래식 ■ 이성요 피아노 독주회 7월6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슈만·드뷔시·프로코피에프 등 연주. ■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바흐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7월 19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브란덴부르크협주곡 전곡(1번∼6번 BWV 1046∼1051) 연주. ●연극 ■ 따라지의 향연 7월9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나폴리를 배경으로 신분 차이를 초월한 청춘남녀의 순수한 사랑과 귀족사회의 허위의식을 풍자한 코미디극. 극단 자유의 창단 40주년 기념무대로 김금지 박인환 박웅 박정자 등 연륜 있는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다. 스칼페타 작·김정옥 연출. 월∼금 8시, 토·일 3시·7시 3만∼5만원.1588-7890. ■ 강신일의 진술 7월9일까지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4시 정보소극장. 살인 사건을 둘러싼 한 남자의 진술을 미스터리 기법으로 따라가는 모노드라마. 소설가 하일지의 원작을 무대화했다. 박광정 연출.1만 5000∼2만 5000원.(02)743-7710 ■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7월2일까지 화∼금 7시30분, 토 3시·7시, 일 3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뒤틀린 성적 욕망의 상처를 안고 사는 남녀의 파격적인 일탈을 통해 인간 내면에 깃든 욕망의 실체를 파헤친다. 손기호 작·연출, 한경미 홍성춘 등 출연.1만 5000∼2만원.(02)762-9190. ■ 나생문 7월2일까지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4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진실은 과연 존재하는 걸까. 영화 ‘라쇼온’으로 널리 알려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 구태환 연출, 최광일 장영남 등 출연.2만∼3만원.(02)741-3934. ●뮤지컬 ■ 브루클린 8월13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브루클린 뒷골목의 거리 연주자가 들려주는 따뜻한 사랑이야기. 펑크, 하드록, 팝, 가스펠, 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의 향연이 무대와 객석을 콘서트 현장처럼 뜨겁게 달군다. 브로드웨이 차세대 뮤지컬로 호평받은 최신작. 이나라 연출, 김소현 문혜영 등 출연. 화∼금 8시, 토 3시·7시, 일 2시·6시 3만 5000∼5만 5000원.1544-1555. ■ 밴디트 7월17일까지 화∼금 8시, 토·일 4시·7시30분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여성 탈옥수 4명으로 구성된 록밴드 밴디트의 무법질주. 동명의 독일 영화가 원작인 창작뮤지컬. 김은미 작·성천모 연출, 강효성 이영미 등 출연.3만 3000∼5만 5000원.(02)545-7302.
  • 당신은 어떤 ‘꿈’을 꾸세요?

    북유럽의 노르웨이는 1세기에 걸쳐 세계 연극사에 남을 걸출한 극작가 두 명을 배출했다.‘인형의 집’‘유령’ 등을 통해 근대 리얼리즘극을 확립한 헨리크 입센(1828∼1906)과 현대 유럽 연극의 선두주자로 주목받는 욘 포세(47)이다. 간결한 일상언어로 현대인의 고독과 사랑, 절망 등을 표현해 ‘제2의 사뮈엘 베케트’로 불리는 욘 포세의 작품이 처음으로 국내 무대에 소개된다. 새달 7일 대학로 아룽구지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가을날의 꿈’은 욘 포세가 1999년 발표한 희곡으로 작가의 특성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늦가을, 비 내린 교회 묘지에 한 중년 남자가 찾아온다. 잠시 후 그의 곁에 한 여자가 다가온다. 젊은 시절 서로 사랑했지만 그 사실을 각자의 마음속에 간직하고 헤어졌던 두 사람. 여자가 다른 곳으로 떠난 사이 남자는 결혼해 아들을 두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고향에 들른 여자는 왠지 남자를 만날 것 같은 예감으로 묘지를 찾았던 것.두 사람은 죽은 자가 묻힌 묘지에서 예전의 애틋한 감정을 떠올린다. 드라마틱한 스토리나 갈등 구조는 없다. 대신 짧고 은유적인 대사와 침묵, 망설임 같은 비언어적인 요소가 적절한 긴장과 이완의 리듬을 만들어내며 극을 이끌어간다. 김윤석과 예수정이 시간의 강을 건너 조우한 중년 남녀의 미묘한 감정을 연기한다. 예수정은 지난해 ‘바다와 양산’‘그린벤치’로 각종 연기상을 휩쓴 연기파 배우. 김윤석은 이번이 첫 연극 도전이다.7월30일까지.(02)744-0300.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와와쇼’ 찰떡궁합 DJ 배칠수·전영미

    ‘와와쇼’ 찰떡궁합 DJ 배칠수·전영미

    요즘 개그맨은 물론 웬만한 연예인이라면 조금씩 하는 것이 성대모사다. 그래도 성대모사의 지존은 있다.SBS라디오(러브FM·107.7Mhz)의 인기 프로그램 ‘배칠수·전영미의 와와쇼’(매일 낮 12시20분∼2시)를 진행하는 방송인 배칠수와 개그우먼 전영미가 그들이다.2시간 남짓 성대모사로 이뤄진 콩트를 쏟아내는 입담을 들으면, 그들의 성대모사가 타의 추종을 불허함을 느낄 수 있다. 성대모사 커플로 공인된 그들의 라디오 DJ 생활과 재미있는 성대모사 비법을 들어봤다. ●“눈빛만 봐도 알아요” 72년생 동갑내기인 그들의 인연은 2001년쯤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시작됐다.2002년 신설된 와와쇼에서 배칠수는 김학도와 함께 DJ로, 전영미는 게스트로 참여해 성대모사 실력을 뽐내다가 2004년 봄부터 김학도 대신 전영미가 DJ를 맡으면서 성대모사 커플로 자리잡았다. 전영미는 “벌써 6년째 다양한 프로그램을 같이 하다 보니 가족보다 더 친한 사이가 됐다.”면서 “특히 칠수는 국어에 강하고 발음도 정확해 시어머니처럼 잘 챙겨준다.”고 치켜세웠다. 매일 만나 일하다 보니 서로 호칭이 자연스럽게 ‘칠수야’‘영미야’다. 특히 타이틀을 함께 외치거나 곡을 소개할 때, 콩트 애드리브를 할 때 연습을 하지도 않았는데 손발이 너무 잘 맞아 자신들도 놀라는 적이 많다고 했다. 황금시간인 낮시간에 타 방송사 프로그램과 경쟁하기 때문에 긴장도 많이 되지만, 같은 시간대에서 가장 젊은 DJ들인 만큼 비슷한 나이의 청취자들도 끌어들이려고 노력한다고. 성대모사의 달인들답게 시사적인 콩트와 음악을 통해 차별화한 색깔을 만들고 있다. 배칠수는 “나른한 시간인 만큼 귀에 속속 들어오는 재미있는 코너들을 서민적인 시각에서 담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대모사, 끼와 노력 필요 성대모사로 데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배칠수는 노무현·김대중·김영삼 등 대통령은 물론 이회창·이명박·손석희·최양락 등 유명인 20여명을 완벽히 성대모사할 수 있다. 백지연·강금실 성대모사로 유명세를 탄 전영미도 박근혜·전도연·이영애 등 10여명의 성대모사를 선보이고 있다. 와와쇼의 간판 코너인 ‘퀴즈 챔피온’과 ‘고독한 사냥꾼’ 등에서 많게는 20여명까지 등장하는 호화 출연진은 다름 아닌 이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한때는 너무 많은 유명인들이 자리를 빛내 자기들끼리 출석을 부르기도 했다. 전영미는 “성대모사는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꾸준히 들으면서 노력해야 한다.”면서 “해보고 안 되는 것은 과감히 버리는데 최근 엄앵란 선생님 성대모사를 시도하다가 포기한 뒤 칠수가 해내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배칠수는 “성대모사는 똑같이 흉내낸다고 되는 게 아니라 90% 이상은 연기력”이라면서 “3∼4년 전에는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연습하고 가다듬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연습하면 안 되던 사람도 어느 순간 성대모사가 된다는 것.“손석희씨 성대모사는 안될 줄 알았는테 최양락 선배님이 해보라고 해서 목소리를 CD에 담아 3∼4개월 연습해서 마스터했다.”고 덧붙였다. ●“장수 프로그램 만들터”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코미디를 안한지 2년쯤 됐는데 정통 콩트가 그립기도 해요. 언젠가 다시 도전할 날이 오겠지만 지금은 라디오가 좋아요.”(전영미)“앞으로 무슨 일이 들어와도 영미와 함께 하고 싶어요(웃음). 라디오든 TV든 모든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죠.”(배칠수) 그들은 “청취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사골 국물 우려내듯 오랫동안 우리 세대 청취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활짝 웃었다. 글 사진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폴 세잔, 그가 환생했다

    폴 세잔, 그가 환생했다

    |엑상프로방스(프랑스) 함혜리특파원|파리의 리옹역에서 남부 TGV를 타면 3시간만에 엑상프로방스에 도착한다. 남프랑스의 작은 도시 엑상프로방스가 우리에게 익숙한 이유는 ‘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폴 세잔(1839∼1906) 때문이다. 그는 이곳에서 태어나, 일생의 3분의 2 이상을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며 보냈다. 그리고 이곳의 생피에르 묘지에 묻혔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손에서 붓을 놓지 않았던 세잔이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꼭 1세기가 흘렀다. 엑상프로방스에선 그의 100주기를 기념, 대대적인 회고전 ‘프로방스에서의 세잔’을 비롯한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엑상프로방스시가 마련한 세잔의 해(www.cezanne-2006)행사 가운데 하일라이트는 시립 그라네미술관에서 9일부터 열리고 있는 ‘프로방스에서의 세잔’ 전시회다. 오는 9월17일까지 100일간 열리는 전시회에는 워싱턴 내셔널갤러리, 런던 내셔널갤러리, 파리 오르세 미술관, 생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박물관 등 전세계 유명 미술관, 박물관과 개인들에게 흩어져 있던 세잔의 작품 117점(유화 85점, 데생 및 수채화 32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의 젊은 시절 작품과 드물게 남긴 초상화, 정물화들이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은 그가 이젤과 물감통을 메고 다니며 그린 프로방스의 풍경들이다. 어린시절 친구 에밀 졸라와 자주 놀러 다니던 아르크 강가와 비베뮈스 채석장, 샤토 느아르, 작은 해변마을 레스타크, 생트 빅투아르 산을 담은 풍경화들과 ‘목욕하는 여인들’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그라네 미술관의 드니 쿠르타뉴 관장은 “폴 세잔은 평생 프로방스의 자연을 스승삼아 빛과 색채가 지닌 진실을 회화로 표현하는 방법을 연구했다.”면서 “시기별·주제별로 그가 남긴 예술적 자취를 볼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쿠르타뉴 관장은 “그의 작품들이 워낙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한꺼번에 이처럼 많은 작품을 보는 것은 아마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세잔의 예술혼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전시회에 언론과 일반인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그라네 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4년간의 보수공사를 거쳐 전시공간을 900㎡에서 4500㎡(1360여평)로 넓혔다.12개의 방을 옮겨가면서 세잔의 작품이 지닌 가치와 예술 창작의 내면을 발견할 수 있다. 전시장 지하에는 영상물과 함께 ‘세잔 다르게 보기’라는 기획전도 마련했다. 세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엑상프로방스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는 최소 40만명이 관람할 것으로 미술관측은 기대했다. 전시의 공동 큐레이터를 맡은 예술사가 브뤼노 엘리(타피스리 박물관장)는 “세잔은 자신만의 구성과 색채로 현대회화의 기원을 열었다.”고 평했다. 엑상프로방스에서는 모든 것이 세잔과 연결된다. 외부인들이 도착하는 관문인 TGV역에는 세잔이 그린 생트 빅투아르 산이 걸려 있다. 시내에서 15㎞ 정도 떨어진 이 역의 지붕모양은 세잔이 열정적으로 그렸던 생트 빅투아르 산의 능선에서 따온 것. 역의 메인 출입구 이름도 ‘세잔의 문’이다. 구시가지 중심 대로 쿠르미라보에는 세잔의 해 기념 깃발이 가로수를 따라 걸려 있다. 푸른색 바탕의 깃발들이 강렬한 태양 빛 아래서 축제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시내에는 세잔의 발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도록 보도에 ‘세잔’의 이름과 엑상프로방스 시 마크가 새겨진 동판을 박아 놓았다. 동판은 관광안내소에서 시작돼 부르봉 중학교(지금은 미네 중학교로 이름이 바뀌었다.)와 생소뵈르 성당, 마지막 거주지인 불르공, 세잔이 친구들을 만나 자주 차를 마시던 식당 ‘2명의 소년’, 그가 결혼식을 올린 시청 등을 따라 이어진다. 그가 어린시절을 보낸 저택 ‘자 드 부팡’, 세잔이 말년에 작업했던 로브 아틀리에, 그가 이젤을 메고 생트 빅트와르산을 스케치하러 다녔던 길 ‘세잔 루트’, 마르세유와 연결되는 기찻길 옆에 있는 마을 가르단과 해변 마을 레스타크 등도 모두 세잔 그림의 모델이 됐던 곳들이다. 세잔의 해를 맞아 전시회와 토론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들도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자 드 부팡’에서는 멀티미디어 설치전이 열리고 세잔의 재능에 찬사를 보낸 독일의 시인 릴케와 세잔의 예술적 교감을 다루는 토론회,1906년 파리와 엑상프로방스 사진전, 프로방스 지역 화단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에콜 프로방살,1800∼1870’ 전시회가 방돔관에서 열린다. 세잔은 해발 1011m의 생트 빅투아르 산을 거의 신성시하며 80여점의 작품을 남겼다.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기간 중인 다음달 5일 생트빅투아르 산이 바라다 보이는 퓌르비에 채석장에서는 세잔을 기리며 베를린 필하모니가 말러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엑상프로방스 관광청의 아니 토르세는 “자연과 고독을 향한 여정을 살다 간 세잔이 1세기 만에 되살아난 듯하다.”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화가의 길 걷는 후손 마리 로지 |엑상프로방스(프랑스) 함혜리특파원|“위대한 예술가의 피가 흐르는 게 자랑스럽다.”폴 세잔의 후손 중 유일하게 화가의 길을 걷는 마리 로지(45)를 지난 7일 세잔의 고향 엑상프로방스에서 만났다. 로지의 외할머니인 알린 세잔(89)이 세잔의 손녀딸. 촌수로 따지면 외고종손녀다. 순간적인 인상을 담는 추상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로지는 엑상프로방스의 갤러리 클레르 로랭(www.gallerie-laurin.com)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세잔의 후손이라는 점이 작품 활동에 많은 영향을 주나. -세잔의 후손이라는 것을 알고는 사람들이 내 작품에 새삼 관심을 표하는 것은 사실이다. 어떤 사람들은 내 손을 만지면서 세잔의 후손을 만났다는 것에 감격스러워 한다. ▶책임도 느끼나. -예술가는 각자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외고조 할아버지인 세잔이 그랬듯이 나도 나만의 예술세계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각자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 책임있는 예술가의 자세다. ▶가족 소유의 그림이 남아 있나. -없다. 이번 전시회는 세잔의 작품들이 그려진 현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잔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생트 빅투아르 산을 그린 풍경화들을 좋아한다. 단순하지만 힘이 넘치고, 프로방스 지방의 자연이 주는 느낌이 담겨 있어 좋다. lotus@seoul.co.kr ■ ’근대회화의 아버지’ 세잔은 |엑상프로방스(프랑스) 함혜리특파원|폴 세잔은 1839년 1월19일 엑상프로방스의 오페라가 28번지에서 태어났다. 은행을 설립할 정도로 재산가였던 아버지 덕분에 평생 돈 걱정을 하지 않고 지낼 수 있었지만 화가로서는 불운했다.1859년 엑상프로방스의 법과대학에 입학했으나 1861년 그만 두고 파리로 올라간다. 파리의 아카데미 스위스에서 작업하며 모네와 피사로, 르누아르 등 인상파 화가들과 인연을 맺는다. 그의 동반자 오르탕스 피케도 이곳에서 만났다. 국립미술대학 시험에 두차례나 낙방한데다 살롱전에서 거듭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던 그는 1874년 제1회 인상파 화가전에 출품한다. 빛과 색의 배합에서 인상파 작가로 접근해 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지만 제3회 인상파전을 고비로 인상파 화풍과는 다른 작업은 전개한다. 쏟아지는 비난에 충격을 받은 그는 다시는 전시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고향으로 내려온다. 이때부터 구도와 형상을 단순화한 그의 그림은 프로방스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색채를 반영한다. 그의 첫 전시회가 파리에서 열린 것은 56세때였다. 젊은 화상 볼라르가 기획한 이 전시회를 계기로 그의 재능과 독특한 작풍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언론은 여전히 적대적이었지만 르누아르, 모네, 드가, 피사로 등 당대의 화가들은 그를 칭송했다. 세잔 전문가인 드니 쿠타뉴(그라네 미술관장)는 “그는 자연을 단순화된 기본적인 형체로 집약해 화면에 새로 구축해 나갔다.”며 “입체파, 야수파, 추상주의 미술 등 20세기 미술사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한다. 하지만 그의 고향 사람들은 누구도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세잔은 말년에 큰 명성을 얻었으나 세상과 담을 쌓은 채 작업에만 열중했다. 말년에 작업했던 로브 작업실의 안내인 크리스틴은 “세잔은 아침 일찍 작업실에 나와 작업하고, 이젤을 메고 산으로 갔다. 작업실을 찾은 사람은 4년간 16명에 불과했을 정도로 은둔의 삶을 살았다.”고 전했다. 세잔은 1906년 10월15일 로브 작업실 근처의 산에서 그림을 그리다 폭우속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튿날 의식이 깨어난 뒤 다시 산에 올랐다가 또 쓰러져 폐렴으로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1906년 10월23일 새벽이었다. lotus@seoul.co.kr
  • [World cup] “내 손은 못 뚫어”

    [World cup] “내 손은 못 뚫어”

    |프랑크푸르트(독일) 박준석특파원|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번째 상대인 폴란드의 골문은 당대 톱클래스의 골키퍼 예지 두덱이 지키고 있었다. 두덱은 자신만만했지만 황선홍과 유상철에게 거푸 골을 허용,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2년여 뒤 두덱은 가장 행복한 사나이가 됐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AC밀란의 2번 키커 피를로와 마지막 키커 안드리 첸코의 슛을 온몸으로 막아내 리버풀에 21년 만의 우승트로피를 안긴 것. 골키퍼는 그라운드에서 가장 고독한 존재다. 경기 내내 그림같은 선방을 하다가도 결정적인 실수 하나면 ‘역적’으로 몰리기 십상이다. 대한민국 월드컵축구대표팀의 운명을 좌우할 13일 토고전에서 ‘캡틴’ 이운재(33·수원)와 ‘마법의 손’ 코시 아가사(28·FC메스)의 손끝에 시선이 가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운재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대한민국 대표 수문장이다.1994년 미국월드컵과 2002년 한·일월드컵에 이어 세 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이운재는 G조 조별리그 세 경기에 모두출전하면 한국선수로는 7번째이자 골키퍼로는 처음으로 센추리클럽(A매치 100회 출전)에 가입한다. 하지만 이운재의 머릿속엔 센추리클럽 따윈 들어 있지 않다. 지난 4일 가나와 평가전에서 3골을 실점한 뒤 절치부심,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는 것.A매치 통산 97경기에서 86실점(경기당 0.89점)을 내줬으며, 독일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선 12경기에 나서 7골(경기당 0.58점) 만 내주는 철벽방어를 뽐냈다. 토고의 최후방은 아가사가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한때 안정환(뒤스부르크)과 한솥밥을 먹은 아가사는 토고에 월드컵 본선 첫 진출을 안긴 주역이다. 아프리카 지역예선 12경기(1차예선 포함)에서 2004년 6월 잠비아전을 제외한 전 경기에 출전,8골(경기당 0.73골)만 내주며 완벽하게 골문을 잠갔다.190㎝,85㎏의 체격으로 토고에서 ‘마법의 손’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비록 프랑스 무대에서 주전으로 꿈을 펴지는 못했지만 아프리카 최고의 수문장으로 거듭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공중볼 처리능력과 동물적인 반사신경은 아무래도 아가사가 한 수 위. 하지만 큰 무대일수록 경험이 위력을 발하는 법. 순간의 판단에 따라 과감하게 뛰쳐나가 ‘제4의 수비수’ 역할을 하고 수비라인을 조율하는 데는 이운재가 몇 수 위이다. pj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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