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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비 LPGA 63년 만의 쾌거] LPGA 새역사 뒤엔 가족이 있었다

    [박인비 LPGA 63년 만의 쾌거] LPGA 새역사 뒤엔 가족이 있었다

    박인비는 10살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주말 골퍼 아버지 박건규(52)씨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잡은 클럽이었다. 할아버지 박병준(81)씨의 소원이 ‘3대가 함께 골프하는 것’이었기 때문. 지루한 스윙 탓인지 좀처럼 재미를 못 느끼던 박인비는 1998년 ‘맨발’의 박세리(36·KDB금융그룹)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걸 본 뒤 달라졌다. 군말 없이 골프에 집중한 ‘박세리 키드’는 입문 1년 만에 전국대회를 제패하며 자질을 보였다. 2001년에는 어머니 김성자(51)씨와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났다. 이듬해 US주니어선수권에서 우승했고 ‘올해의 주니어선수’로 선정되며 관심을 받았다. 고독한 타지 생활에도 묵묵히 공을 치며 선수의 꿈을 키웠다. 결국 2008년 골프에 푹 빠지게 만들었던 ‘세리 언니처럼’ US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신데렐라’로 등극했다. 나흘 동안 유일하게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하는 안정적인 경기를 보인 끝에 2위 헬렌 알프레드손(스웨덴)을 4타 차로 여유 있게 눌렀다. 박세리가 갖고 있던 US오픈 최연소 우승 기록(만 20세)을 1개월 앞당긴 초고속 트로피였다. 박세리, 박지은(34·은퇴), 김주연(32), 장정(33·볼빅)에 이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5번째 한국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지긋지긋한 슬럼프가 시작됐다. 박인비는 우승 이듬해인 2009년 출전한 20여개 대회 중 3분의1가량에서 컷 탈락했다. 2010년에는 ‘톱10’에 11번 들었으나 우승이 없었고, 2011년에는 공동 6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3년간 지독하게 바닥을 쳤다. 흔들리던 박인비를 잡아준 건 프로 골퍼 출신인 약혼자 남기협(32)씨. 박인비와 투어 생활을 함께하는 코치 겸 매니저인 남씨는 스윙 노하우를 전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멘털이 강해진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드디어 박인비는 지난해부터 전성기를 예고했다.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4년 만에 LPGA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복귀 신호탄을 쏘더니 사임다비 말레이시아에서도 정상에 섰다. 2012시즌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을 석권했다. 올해는 혼다 LPGA타일랜드 우승으로 기분 좋게 시즌을 시작한 박인비는 4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으로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가져갔다. 기세를 이어 노스텍사스 슛아웃에서 정상에 섰고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에서도 연장전 끝에 시즌 4승째, 통산 세 번째 메이저대회 트로피를 들었다. 상금, 세계 랭킹에서 적수가 없는 절대 선두다. ‘박세리 키드’는 이제 LPGA의 ‘살아 있는 전설’이 됐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배우, 너는 내 운명…연극, 너는 내 인생

    배우, 너는 내 운명…연극, 너는 내 인생

    “작품 속에 이런 대사가 있어요. 배우(俳優)는 인간도 아니다. 사람 인(人) 변에 아닐 비(非). 그게 배우의 배(俳)자다. 그런데 그 인간도 아닌 것이 인간을 걱정한다…얼마나 멋진 대사예요? 고대 그리스에서 신과 소통하는 제사장이랄까? 건방지게 본다면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올해로 연기 인생 50년을 맞은 연극배우 손숙(69)에게 배우의 삶은 운명 그 자체다. 5일 개막하는 연극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를 위해 하루 10시간 가까이 연습에 매진할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그를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는 그가 배우 인생 50년을 돌아보며 준비한 자전적 연극이다. 작품 속 주인공은 데뷔 50주년을 맞은 연극배우 김정숙(본명 임순녀). 손숙 그 자신이자 평생을 연극에 매진한 여배우의 상징이다. 김정숙은 연출가 오민영(김원해)의 제안으로 데뷔 50주년 기념 연극을 준비하지만 오민영이 창작 대본을 완성하지 못해 대신 김정숙이 30년 전 출연했던 ‘굿나잇, 마더’로 대체한다. 이를 못마땅해하는 김정숙과 오민영 사이의 갈등이 커질 때쯤 함께 무대에 오르는 배우 유안나(서은경)는 오민영이 50주년 기념 연극으로 쓰던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라는 대본을 발견한다. 작품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배우 김정숙의 화려한 삶과 무대 뒤에서의 인간 임순녀의 삶을 극중극(劇中劇) 형식을 오가며 펼쳐진다. 이를 통해 누군가의 딸이자 남편이자 어머니인 인간 임순녀의 모습이 드러나고, 김정숙 또는 임순녀는 자신의 삶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작품 속 주인공의 삶은 연극적 허구다. 하지만 실제 손숙 자신의 인생과 오버랩되는 지점이 많아 작품은 그 자신에게도, 관객에게도 한결 더 진실되게 와 닿는다. 그 하나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는 대학 1학년 때 연극을 시작했고 어머니는 그의 공연을 거의 보지 않았다. “어머니는 제가 현모양처가 되길 원하셨어요. 저는 어머니가 시키는 일은 하나도 한 게 없는 나쁜 딸이었죠. 15년 전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땐 정말 후회가 많이 됐어요.” 치열하게 무대를 개척해야 하는 배우가 자녀들에게 충실하기엔 역부족이었던 숙명도 연극과 닮은꼴이다. 세 딸의 엄마였지만 지금도 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거둘 수가 없다. “딸들에게 다정한 엄마 노릇을 거의 못 해줬어요. 학교 갔다 오면 반갑게 맞아 간식을 해주거나 하는 소소한 일상, 그런 거 말예요. 하지만 다행히도 누구 하나 비뚤어지지 않고 잘 커줘서 고맙죠.” 그는 지금껏 맡아 온 역할들만큼이나 굴곡진 삶을 살아 왔다. 연극판에서의 생활은 늘 배고팠고, 남편의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오르기도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작한 라디오 DJ는 그에게 재기의 계기가 됐다. 1999년에는 환경부 장관에 오르기도 했으나 32일 만에 낙마하는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 역시 긴 인생에 있어 무의미한 일만은 아니었다. ‘연극인 손숙’으로서의 좌표를 재확인해 심기일전하게 만든 ‘성장통’이 됐다. 배우 손숙의 삶과 인간 손숙의 삶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사느냐고 물어봤다. “아니요”, 금세 짧은 답이 돌아왔다. “둘 다 제 삶입니다. 고민은 안 해 봤어요. 배우의 길을 걸으면서 평범한 사람들보다 조금 더 힘들게 살기는 했지만 그것도 제 인생의 한 부분이니까요.” 연극 인생 50년을 돌아 선 그에게 연극은 “알몸으로 부딪치는 고독의 예술”이다. 무대에 불이 켜지고 그 위에 올라서면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그는 철저히 혼자일 뿐이다. 그럼에도 또 무대에 오를 것이다. “연극을 계속하다 보면 고통도 낙이 됩니다. 신기하지요? 제게는 그게 유일한 낙이에요. 다시 태어나도 배우로 살고 싶습니다.”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전석 5만원. 1544-1555.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어르신 복지 강화하는 자치구들] 독거노인 평온한 은평구

    서울 은평구가 유품정리와 공동체성을 복원하기 위한 ‘은평 크린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은평 크린존 사업은 지난해 10월 서울시 복지공동체 사업으로 선정된 후 지난 2월 개소식과 더불어 전문적으로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고, 주거 환경이 열악한 취약 가구의 집을 소독하고 청소하는 홈 클리닝 사업을 말한다. 사업장이 자리한 구산동에는 오래전부터 주민들로 구성된 장례위원회가 장례를 공동으로 수행해 왔다. 특히 최근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불거지면서 민관 공동으로 대상자 발굴과 사업 홍보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구는 지난 24일 대한적십자사 은평·서대문희망나눔봉사센터, 지역자활센터,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시립은평의마을, 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서울지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독거노인의 유품 정리에 참여한 관계자는 26일 “오랫동안 병환 중에 계셨던 독거 어르신의 유품을 정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누군가 해야 하는 공익적인 복지공동체 사업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동참했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도 “은평 크린존은 수급받는 독거노인에게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러지 않은 경우엔 실비를 부담하는 사업”이라면서 “크린존 사업과 함께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다양한 복지공동체가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영어 좀 한다고 막하면 쓰나… 번역도 엄연한 문학인데

    영어 좀 한다고 막하면 쓰나… 번역도 엄연한 문학인데

    “‘프린스’(prince)라고 하면 우리는 다 왕자라고 번역하죠? 하지만 영화나 소설에서 프린스가 왕자인 경우는 10분의1도 안 돼요. ‘벤허’에선 족장이고 마키아벨리 저서에선 군주, ‘전쟁과 평화’에서는 대공이라는 뜻이죠. 미남, 동네왕초라는 뜻도 있고 이렇게 프린스의 의미가 15가지나 되는데 우리는 한 가지만 외워 놓고 10가지를 써먹으려 하는 거지.” 이윤기와 함께 ‘1세대 번역가’로 꼽히는 소설가 안정효(72)의 입에서 오역 사례가 줄줄 나왔다. “번역도 문학”이라고 믿는 그에게 단어의 한 가지 뜻에만 기대어 언어의 깊은 감각을 간과하는 오역은 분통 터지는 일이다. 그래서 40여년 번역 인생을 집대성한 책을 펴냈다. 10년간 수집한 3000여편의 영화 자료, 2000여개의 오역 사례를 모은 ‘안정효의 오역사전’(열린책들)이다. 832쪽에 이르는 방대한 책은 그의 표현을 빌자면 ‘편집자들이 몇명이나 나가떨어진 목침만 한 책’이다. 그는 “영어 조금 한다고 푼돈이나 벌어야지 하고 번역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좋은 직업을 엉터리로 해서 되나 하는 생각에 진짜 교과서, 성경 쓰는 기분으로 썼다”고 했다. “사람들이 가장 착각하는 게 뭐냐면 난 영어를 잘하니까 번역하겠다는 거예요. 샘 해밍턴이 한국말 잘한다고 번역 잘할 것 같아요? 어림도 없어. 번역은 우리말 잘하는 사람이 해야 하는 거죠.”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에서는 ‘닥터 지바고’의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그리스에서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소명의식을 갖고 번역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게 훌륭한 작가들이 번역을 하는데 우리는 그냥 무성의하게 한글로 옮기면 되는 줄 알아요. 번역의 개념이 없던 초창기엔 책 하나를 6~7명에게 나눠서 번역을 시키고, 문장을 마음대로 자르고 고치는 출판사들과 싸움도 많이 했죠.” 1970년대 중후반 영자지 문화부장을 지낸 그를 번역의 길로 이끈 건 당시 ‘문학사상’ 주간이었던 이어령 선생이었다. 그가 대학 시절 영어소설을 7편이나 썼다는 소문을 듣고 197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패트릭 화이트의 ‘폭풍의 눈’ 번역을 맡긴 것이다. 그는 꼬박 밤을 지새워 하루 만에 원고지 100장 분량의 번역본을 넘겨 이어령을 놀라게 했다. “몇 달 뒤에 문학사상에서 ‘백년동안의 고독’을 연재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원래 하기로 했던 스페인어 번역자가 못하겠다고 나가떨어진 거야. 시간은 촉박하니 나한테 영어책으로 번역해 달라고 한 거죠. 그런데 번역이라는 건 쉬었다가 하면 안 돼. 내친김에 해야 얘기가 연결이 되지. 원고지 3000장짜리를 40일 동안 해서 007가방 2개에 넣어 갖다줬어요. 이어령 선생님이 깜짝 놀라서 직원들한테 ‘야, 그거 앞뒤 줄거리 맞나 읽어 봐라’ 고 하셨죠(웃음).” ‘가시나무새’, ‘캐치 22’ ‘가브리엘라’ 등 그가 먼저 출판사에 출간을 제안해 국내에 소개한 해외 명작도 부지기수다. 그도 그럴 것이 서강대 재학 시절 그는 영문학 교수였던 외국인 신부가 인정하는 ‘원서 킬러’였다. 방학 때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도서관에 나가 서가의 책을 모두 읽어 치웠다. 더 읽을 것이 없자 손을 댄 게 영어 원서였다. “학생들이 ‘어떻게 해야 영어를 잘해요?’하고 물으면 신부님은 ‘안정효처럼 하라’고 하셨대요. 저한텐 영어 수업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어요. 배울 게 없으니까.”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자기 관리에 엄격하다. 매일 새벽 3~4시에 일어나 오전 10시까지 일에 매진한다. “자유업이라는 게 사장도 없지, 자기 마음대로 아니에요? 그러니 내가 스스로 통제해야지. 하루 할 일을 정해 놓고 어겨본 적이 없어요.” 재게 움직이는 건 아직도 구상해 놓은 책이 한가득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펴낸 소설 ‘솔섬’에서 갈라진 얘기를 장편소설 ‘선지자’로 낼 계획이고, ‘할리우드 키드’라는 별명을 지닌 영화광인 만큼 세계 명배우 열전도 펴낼 생각이다. 만화가였던 예전 꿈을 살려 만화수상록도 내고 싶다는 그는 문득 빵 얘기를 꺼냈다. “좋은 빵을 만들려고 밀 농사를 직접 짓는 제빵사가 있더군요. 번역도 그렇게 공을 들여야 좋은 문학이 나와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공연리뷰] 오영수 주연 연극 ‘배웅’

    “당신처럼 그 자리 사람들 멀쩡하게 나아서 퇴원할 때, 내가 꼭 병원 앞까지 나가서 배웅을 해…. 당신 퇴원할 때도 내가 배웅해 줄게.” 5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극단 실험극장의 2013년 정기공연 ‘배웅’은 병원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두 노인의 새로운 만남과 헤어짐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오랜 기간 병원을 제집처럼 드나든 봉팔, 아내와 사별하고 자녀를 출가시킨 뒤 홀로 인생을 마무리하려 병원을 찾은 순철. 전직 국어교사로 깐깐한 성격의 순철과 외항 선장으로 젊은 시절의 낭만을 간직한 봉팔. 70대 두 노인이 한 병실에 입원하면서 아웅다웅 다투다 화해하고 서로 의지하는 친구가 된다. 극작가 강석호의 200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을 민복기 연출가가 각색했다. 작품은 가족의 해체와 노인의 고독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바탕에 깔았다. 결혼한 딸에게 짐이 되기 싫어 스스로 가족을 떠난 순철과 어렵게 키워낸 아들과 등지고 병원을 떠나지 않는 봉팔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외로운 노인의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작품은 이런 현실 속에서 노인들이 인생을 마무리하며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의 인생 끝자락을 빛나게 한 건 ‘만남’이다. 봉팔은 타고난 유머 감각으로 병원을 거쳐 간 수많은 노인들의 친구가 돼 주었다. 마음을 굳게 닫고 있던 순철은 봉팔을 통해 노년의 낭만을 찾고 가족과도 화해하게 된다. 봉팔의 옆 침대에 10여명의 노인이 거쳐 갔듯 인생 끝자락에서 계속되는 만남과 헤어짐은 지나온 여정을 반추하고 지금껏 스쳐간 수많은 관계의 의미를 묻게 한다. 지금까지 150여편의 연극에서 열연해 온 연극계의 대배우 오영수와 극단 실험극장의 중견 배우 이영석의 연기는 마치 자신들의 삶을 고스란히 무대 위에 올려놓은 듯 가슴을 깊이 울린다. 극적인 요소가 강하지는 않지만 두 배우의 웃음과 눈물, 잔잔한 대화 속에 삶의 무게가 실려 있다. 오는 7월 7일까지 서울 설치극장 정미소. 전석 2만 5000원. (02) 889-3561~2.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고독사 급증에 ‘유언 수행 서비스’ 까지

    고독사 급증에 ‘유언 수행 서비스’ 까지

    올해 초 부산에서 혼자 살다 목숨을 끊은 50대 남성의 백골 시신이 6년 만에 발견돼 충격을 준 바 있다. 셋집 보일러실에서 목을 맨 그의 방안 달력은 2006년 11월에 멈춰 있었다. 이후에도 배구선수 출신의 60대 할머니가 숨진 지 20여일 만에 발견되는 등 이제 ‘아무도 모르는 죽음’이 예삿일이 되고 있다. 독거노인 등 1인가구의 급증으로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는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독사 위험이 있는 1인가구는 지난해 기준 453만 9000가구로 전체의 25.3%에 이른다. 특히 고독사가 주로 발생하는 독거노인은 119만명으로 2000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고령화 선진국 일본에서 그런 것처럼 한국에서도 죽음을 앞둔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신종사업이 등장했다. 결혼정보업체 선우는 21일 죽음을 맞이한 이가 원하는 일을 사후에 처리해 주는 ‘유언 수행 서비스’(yourn.kr)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선우에 따르면 유언 수행 서비스 출시는 국내 처음이다. 미혼 인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고령화와 고독사가 결혼정보업체에 신성장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웅진 선우 대표는 “혼자 죽음을 맞는 분들의 사후를 살펴줄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 왔고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유언 수행 서비스를 신청하는 의뢰인은 먼저 전문가 상담을 통해 유언 내용을 작성한다. 위법한 것이 아니라면 어떤 것이든 신청할 수 있다. 유언의 집행 여부는 종교인과 법조인 등 명망 있는 사회인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검증한다. 검증을 거친 유언의 대행은 의뢰인의 사망 직후 이뤄진다. 재산권 문제를 비롯한 법률적인 부분과 장례 및 신변 정리는 변호사 등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의뢰한다. 이 대표는 “가격은 의뢰인의 요구 수준에 따라 달라지며 상담을 통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꼭 영화로 보고 싶어요” 인기톱 웹툰은 ‘신의 탑’

    [주말 인사이드] “꼭 영화로 보고 싶어요” 인기톱 웹툰은 ‘신의 탑’

    ‘신의 탑’과 ‘노블레스’가 웹툰 독자들이 꼽는 영화화 기대작 1, 2위에 올랐다. 웹툰이 영화로 만들어질 경우에는 무엇보다 실사 영화에 어울리는 각색과 연출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과 네이버가 지난 14~16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1만 7879명을 대상으로 ‘영화화가 기대되는 웹툰’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SIU 작가의 ‘신의 탑’(24.7%)이 1위에 올랐다. 손제호·이광수 작가의 ‘노블레스’(23.1%)가 2위, ‘기타’(17.0%) 의견이 3위를 차지했다. 고영훈 작가의 ‘외발로 살다’(7.6%), 박용제 작가의 ‘갓 오브 하이스쿨’(7.4%)이 뒤를 이었다. 문항은 네이버 웹툰의 ‘스토리’ 코너에서 조회수 상위 작품 5개, 조회수를 공개하지 않는 다음 웹툰의 ‘스토리’ 코너에서 평점 상위 5개를 선택해 구성했다.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와 윤태호 작가의 ‘미생’ 등 영화화 소식이 알려진 작품은 제외했다. 2010년부터 연재되고 있는 ‘신의 탑’은 한 소년이 소녀를 구하기 위해 탑에 올라가면서 겪는 전투 어드벤처물이다. 현재 네이버 ‘스토리’ 웹툰 중 조회수가 가장 많은 인기작이다. 두 번째로 조회수가 많은 ‘노블레스’ 역시 판타지물이다. 820년 동안의 수면에서 깨어난 주인공 ‘라이’가 겪는 일을 그렸다. 주목할 것은 ‘기타’ 의견이 3위에 오른 점이다. 조회수와 평점을 바탕으로 문항을 구성했지만 웹툰의 인기와 영화화에 대한 기대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응답자들이 답글로 영화화를 희망한 웹툰으로는 한 작가의 ‘킬러 분식’과 순끼 작가의 ‘치즈 인 더 트랩’, 조석 작가의 ‘조의 영역’ 등 비판타지물이 꼽혔다. 만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 인기는 많지만 현실적인 제작 여건을 고려했을 때 영화화에 적합한 작품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6766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 바라는 점’을 물은 질문에서 가장 많은 답변으로 ‘실사 영화에 맞는 각색과 연출’(36.0%)이 꼽힌 것도 이러한 의견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슈퍼맨과 배트맨 등의 슈퍼히어로 만화를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되는 할리우드와 달리 한국에서는 판타지적 상상력을 영화로 구현하기 쉽지 않다”면서 “일상적인 소재를 다룬 강풀 작가 등의 작품이 주로 영화로 만들어졌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박인하 만화평론가는 “일본에서 특별한 내러티브가 없는 만화 ‘고독한 미식가’를 드라마로 만들었던 것처럼 영화에 적합한 만화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어떤 웹툰을 영화로 만들 것인가는 어디까지나 기획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씨줄날줄] 보랏빛 혁명/최광숙 논설위원

    ‘미스 퍼플’이라고 불렸던 시절이 있었다. 퍼플(purple)은 보랏빛을 말한다. 대학 시절 보라색 옷을 자주 입고 수업에 나타난 여학생이 눈에 띄었던지 한 교수는 나를 그렇게 불렀다. 그때 봄에는 보라색 조끼를, 겨울에는 보라색 오리털 점퍼를 즐겨 입었다. 그러나 예전엔 보라색이 무척 귀했다. 기원전부터 유럽에서는 달팽이의 진액을 이용해서 보라색을 만들었다고 한다. 달팽이 1만 마리로 겨우 손수건 한 장 크기의 보라색 염료가 나왔다니 그 가격이 황금보다 비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듯하다. 그래서 왕과 귀족 등 힘깨나 쓰는 이들만 보라색을 즐길 수 있었다. ‘왕의 신분으로 태어나다’라는 뜻의 ‘be born in the purple’이라는 영어 표현도 그런 배경에서 나왔을 터. 중세 말까지 고귀한 사본(寫本)에 쓰인 양피지도 보랏빛으로 곱게 물들였다. 산업디자이너 김영세씨는 청색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도, 사무실의 화이트 칼라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일을 하는 이들을 ‘퍼플 피플’이라고 부른다. 과거 세대와 달리 일하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찾고자 하는 요즘의 창의적인 인재가 바로 ‘퍼플 피플’이라는 것이다. 보라색은 고귀함과 귀함을 뜻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울함과 허영을 상징하기도 한다. 정열의 빨강과 고독의 파랑이 섞여 만들어진 탓인지 정서불안, 질투나 우울 등 복잡한 심리 상태를 나타낸다. 여성적인 빨강과 남성적인 파랑이 섞여서일까, 보라색은 무지개 색과 함께 동성애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렇듯 두 얼굴을 지닌 애매모호한 색인 보라색을 정치세계에서는 진보 진영이 즐긴다. 지난 2006년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엷은 보라색 투피스 등 온통 보라색으로 휘감고 서울시장 선거에 나온 적이 있다. 통합진보당 로고에도 보라색 물결 세 개가 굽이친다. 최근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온건파 하산 로하니가 당선됐다. 핵무기 개발에 따른 경제 제재와 경제난에 시달리는 이란 국민의 정권 교체 열망이 표출된 것이라고 외신은 분석한다. 로하니가 당선되자 지지자들은 그의 상징색인 보라색 펼침막과 스카프를 들고 환호했다고 한다. 로하니는 이번 선거운동 내내 보라색을 중도개혁파의 상징색으로 내걸었다. 그는 강경 일변도의 대외 노선에서 벗어나 서방 세계와 대화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는 하나 이란에서 국가정책의 최종 결정권은 여전히 최고 성직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있다. 2인자에 불과한 그가 어떻게 ‘보랏빛 혁명’의 길을 걸을지 궁금하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60년간 오로지 연필로만 그려낸 인고의 나날들

    60년간 오로지 연필로만 그려낸 인고의 나날들

    철권통치로 서슬 퍼렇던 1970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서울 미도파화랑에서 열린 원석연(1922~2003) 화백의 개인전을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은 큼지막한 종이에 그린 개미 그림을 바라보다가 새마을 운동의 구호인 ‘근면, 자조, 협동’을 떠올리며 격려했다. 원 화백의 입가에는 쓴웃음이 감돌았다. 그에게 개미는 빈곤하고 고달픈 사회상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고뇌의 흔적이었다. 그림 속 수백 마리의 개미 떼가 아웅다웅 다투는 주변에는 개미들의 몸통에서 떼어진 다리가 처참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원 화백의 이름이 화단에 각인된 것은 ‘개미’ 연작 덕분이다. 실물 크기로 정밀하게 그려진 수백, 수천 마리의 개미 떼가 탄성을 자아낸다. 개미 그림은 6·25전쟁 피란 시절 비롯됐다. 전쟁의 비인간적인 단상을 탱크의 바퀴 자국이 깊게 파인 길에 누군가 벗어 놓은 고무신 한 짝, 그리고 참혹한 개미 떼의 모습으로 그려냈다. 개미 떼뿐만이 아니다. 줄에 엮인 굴비나 마늘 그림은 순수하지만 알 듯 모를 듯 고즈넉한 외로움과 슬픔을 불러온다. 거미줄에 걸린 벌레를 노려보며 나뭇가지 위에 걸터앉은 새 그림에는 ‘외로운 녀석’이란 이름을 붙였고 멍하니 한 곳을 응시하는 귀여운 강아지의 처량한 모습을 담은 그림은 ‘고독한 녀석’이라 불렀다. “내 모습이 꼭 저렇다”며 자화상이라고 했다. 말년에는 호미, 엿가위, 칼 등의 쇠붙이를 즐겨 그렸다. 영원할 것 같은 쇠붙이도 녹슬고 뭉개져 낡은 모습을 띤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역시 자신의 처지를 빗댄 것이다. 이중섭과 교류하며 현실 세계의 아픔을 개미, 새, 닭, 개, 생선 등을 통해 주로 표현했다. 60년 가까이 오로지 연필로만 그림을 그린 원 화백의 10주기 추모전이 20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열린다. ‘이색 작가’ ‘열외적인 작가’로 불린 원 화백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예술인으로 유명하다. 오광수 미술평론가는 “일정한 소속의 화랑도 없고 주변에 사람도 많지 않았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연필과 종이로만 살아온 삶은 인고의 나날로 점철됐다”고 말했다. 원 화백은 황해도 신천에서 태어났으며 15살 때 일본으로 건너가 그림을 배웠다. 22살 때 귀국해 1947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런 그가 박 전 대통령과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를 그렸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주한 미국 공보원에서 근무하다 1963년 도미해 닉슨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그렸다. 1960년대 후반에는 정처없이 전국을 누비다가 경북 구미에서 발견한 허름한 초가를 화폭에 옮기려다 건장한 사내들에게 쫓겨 나오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생가였다. 추모전에는 박 전 대통령 생가 그림도 걸려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주민센터 옥상 텃밭… 어르신 행복 ‘무한 리필’

    주민센터 옥상 텃밭… 어르신 행복 ‘무한 리필’

    서울 성북구 정릉1동은 인구 2만 152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12.3%인 2485명이다. 고령화 비율이 다소 높다. 여러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년층에 대한 관심과 활동, 대화를 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온 동네 사람들이 직접 나섰다. 지난 15일 홀몸 노년층의 고독감과 먹을거리 해결을 위한 ‘아름다운 리필텃밭’이 주민센터 옥상에 문을 열었다. 텃밭에서 키운 상추, 고추, 방울토마토 등의 채소를 상자텃밭에 옮겨 심어 상자째 홀몸 노년층에 배달하고, 상자가 비워지면 새것으로 바꿔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친환경 채소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원하는 양만큼 바로바로 먹을 수 있어 음식물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주민센터는 채소를 키울 공간을 제공했다. 주민들로 구성된 녹색생활실천단이 직접 재배하고 자원봉사자 모임인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사모)이 리필 역할을 맡았다. 재배하는 채소도 세심하게 골랐다. 홀몸 노년층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해 상추와 토마토, 고추를 모종으로 선택했다. 이사모는 한 달에 한 차례 이상 이들을 방문해 상자텃밭을 교환해 줄 계획이다. 단순히 배달만 하는 것은 아니다. 리필 때마다 말동무가 되는 것은 물론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등 홀몸 노년층의 고독감을 해소하는 데 옷소매를 걷어붙인다. 김영배 구청장은 “이처럼 사회문제를 주민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사례가 확산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느끼는가…들리는가…방황하는 욕망의 온기

    느끼는가…들리는가…방황하는 욕망의 온기

    절대 권력을 누렸던 프랑스 태양왕 루이 14세(1638~1715)는 ‘왕의 침실’을 중심으로 궁정을 재편했다. 베르사유궁의 심장에 자리한 침실에서 그는 ‘지상의 신’으로 군림했다. 교회 성가대의 난간이 제단과 신자들 사이를 구분짓듯 왕의 침실 난간은 성역의 경계를 분명히 했다. 수십 명의 시종이 수발을 드는 기상과 취침 의식은 왕에게 가장 중요한 일과였다. 왕은 침실에서 일어나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정작 잠은 거의 자지 않았다. 공식적인 취침 의례가 끝나면 왕비나 정부의 처소로 가서 잠을 잤다. 사적 내밀함을 포기한 왕의 침실은 볼거리가 행해지는 무대이자 권력의 도구였던 것이다. 프랑스의 여성학자로 ‘사생활의 역사’ 총서 작업을 주도한 저자가 쓴 이 책은 왕의 침실을 비롯해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간의 거처이자 은신처, 때로는 격리의 장소이기도 한 방(房), 더 정확히는 침실의 역사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휴식을 취하기 위한 모든 장소를 카마라라고 불렀다. 남자들은 이곳에서 동료들과 함께 잠을 잤다. 침실을 뜻하는 가장 오래된 단어인 ‘잠자는 방’이 사전에 등장한 것은 18세기 중반이다. 하지만 이 시기 파리 가정의 75%는 여전히 한방에서 공동 생활을 했다. 침대를 갖춘 별도의 침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세기 중반 이후다. 도덕과 보건위생학의 발달이 영향을 미쳤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요인은 근대적 결혼관이었다. 결혼이 사랑과 일치하게 되고, 성생활의 공유에 대한 열망이 커지면서 두 사람만의 사적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확대됐다. 저자는 부부 침실이 방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분기점을 이룬다고 지적한다. 침실은 부부생활 외에도 고독과 사색, 독서와 글쓰기 공간으로 활용됐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버지니아 울프가 쓴 ‘자기만의 방’처럼 혼자만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여성들의 욕망에 주목한다. 근대 이후 방이 전문화되면서 남성은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 서재 등 고유의 공간에서 보낸 반면 여성은 침실을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려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여성을 감금과 고독의 상태로 몰아넣는 올가미로 작용했다. 자기 방을 소유하려는 여성들의 갈망은 더욱 커졌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1929년 9월 교사자격시험에 합격한 후 당페르토슈 옆에 있는 할머니 집에 세 들어 살게 됐을 때의 기쁨을 이렇게 표현했다. “마침내 나도 내 집에서 살게 되었구나.”(344쪽) 저자는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던 방에서 자기만의 방을 소유하게 되는 과정에 나타나는 삶의 방식 변화를 시간과 공간의 변화라는 장기적이고 거대한 흐름 속에 펼쳐 낸다. 방의 여러 모습을 통해 공과 사, 가정과 정치, 남자와 여자, 어른과 어린이 사이의 관계를 읽어 내는 한편 죽음과 출생, 사랑, 노동, 여행, 징벌의 의미를 재해석한다. 저자가 방의 형태와 용도에 관해 무궁무진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발견한 것은 구체적인 경험이 강하게 배어 있는 개인의 편지와 일기, 문학작품들이다. 발자크, 플로베르, 졸라, 모파상처럼 주인공들의 성격과 품행, 운명뿐 아니라 그들이 등장하는 침실을 그림처럼 생생하고 섬세하게 묘사한 19세기 소설가들의 작품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호텔을 생활양식이나 문학적 소재로 선택한 스탕달, 조르주 상드, 마르셀 프루스트 등을 통해 18세기 프랑스의 호텔 방부터 19세기 후반 귀족들의 저택을 개조한 호화 호텔까지 호텔의 다양한 관행과 실제를 추적한다. 책에는 파리 7대학 명예교수인 저자가 지난 50년간 여성사뿐만 아니라 노동사, 사생활의 역사, 감옥의 역사 등에 관해 연구해 온 이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각주와 참고 문헌 목록 80여쪽을 포함해 총 750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책 곳곳에 방의 기원과 다양한 용도들을 묘사한 컬러 화보와 도판을 풍부하게 실어 이해를 도왔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씨줄날줄] 노인 왕따/정기홍 논설위원

    나이 일흔이 되면 어떤 일을 해도 법도와 사리에 어긋남이 없다고 한다. 공자는 이를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欲 不踰矩)로 표현했다. 칠십 나이를 종심(從心)이라 한 데는 이런 뜻이 담겼다. 예부터 나이를 먹으면 그에 걸맞은 행동과 생각을 가려서 해야 했다. ‘하늘 뜻을 안다’는 오십이 그렇고, ‘귀가 순해진다’는 육십도 마찬가지다. 유가(儒家)에서는 이때를 ‘성인(聖人)의 길’로 들어섬을 일컫는다. 2년 전의 일이다. 칠십 중반인 집안 어르신이 찾아와 깨알같은 글을 적은 종이 두 장을 건네고 가셨다. “노인정에서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하다가 왕따를 당했다”며 억울해하셨다. 언쟁의 자초지종이 담겼겠지만 어르신들의 일이라 읽어 보지는 않았다. 당시 어르신의 왕따는 무척 생소한 말이었다. 그 후 가끔 뵙는데도 그날 종이에 적힌 내용에 대한 말씀은 없다. 의학계에서는 노인 심리변화의 하나로 어린이처럼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신체의 노화로 인한 박탈감과 불안감, 억울함을 그 원인으로 꼽는다. 삶의 목표를 상실한 상태에서 주위의 무관심과 무시가 그 요인이 아닌가 싶다. 노인에게 무력감과 고독감은 부지불식간에 들이닥친다. 별스러운 일도 아닌데 뜬금없이 고함을 지르고, 지하철 노인석에 앉은 젊은이를 보고 큰 소리로 타박을 주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이때 상실감을 충족하고자 하는 심리가 발동한다는 말이다. 의학계는 이런 증상을 노인심신증(老人心身症)이라고 부른다. 증상이 심해지면 뇌혈관 장애나 파킨슨병 등 치명적인 신경질환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노인 간의 학대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지난해 3500건에 이르는 노인 학대 가운데 86.9%가 배우자·자식 등 친족에 의한 것이었다니 그야말로 가정 상실의 시대이다. 눈길을 잡는 것은 가해자의 34%가 60대를 넘긴 노인이란 점이다. 50~60대 저소득 노인 자녀가 70대 이상의 부모를 학대한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노(老)-노(老) 학대’라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다. ‘호모 헌드레드’ 시대의 그늘이 벌써부터 이렇게 짙어지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 인구의 10%를 넘어 600만명에 이른다. 노인 왕따에 이은 노인 학대 문제는 사실 그동안 잠재돼온 측면이 크다. 팽개쳐진 노인의 인권을 되찾을 방도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팔순 노인과 마흔살 소의 교감을 잔잔하게 그린 영화 ‘워낭소리’가 새삼 가슴에 와 닿는 요즘이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부고] 제주출신 ‘폭풍의 화가’ 변시지 화백

    [부고] 제주출신 ‘폭풍의 화가’ 변시지 화백

    제주 출신의 세계적 화가인 ‘우성’(宇城) 변시지 화백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87세. 1926년 제주 서귀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6세 때 선친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미술학교를 졸업했다. 도쿄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고인은 1948년 일본 최고 권위의 광풍회전에서 가장 어린 나이로 최고상을 수상해 화제가 됐다. 이듬해에는 첫 개인전을 가졌다. 1957년 한국으로 돌아온 고인은 서라벌예대와 한양대 등에서 후학을 양성하다 1975년 제주대 교수직을 맡아 낙향했다. 폭풍 치는 해안가를 배경으로 조랑말과 나무, 배, 까마귀, 깡마른 사내 등이 등장하는 제주화는 시공을 초월해 고독과 기다림, 한을 자아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폭풍의 화가’란 별명을 얻었다.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203호. 발인은 10일. 장지는 서귀포시 하원동 가족묘지다. (02)923-4442.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김문이 만난 사람] 가출 소녀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꿈 전도사로 거듭난 32세 스타 강사 김수영

    [김문이 만난 사람] 가출 소녀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꿈 전도사로 거듭난 32세 스타 강사 김수영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그렇게 자랐나 보다. 어린 시절 무척 가난했다. 사람들은 철부지, 말썽쟁이라고 했지만 나름대로 세상을 알고 있었다. 주변의 시선이 따가워, 또 너무나 외로워 가출을 했다. 싸움도 하고 죽도록 매를 맞아 깊은 상처도 입었다. 우여곡절 끝에 암울했던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꿈 많은 소녀로 변신해 보란 듯이 당당하게 살아갔다. 인생의 먹구름을 스스로 걷어내고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적었다. 그러다 보니 83개가 됐다. 그중 48개는 이미 이뤘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작가, 배우, 요가 강사, 블로거, 기업인, 꿈쟁이 등이다. 올해 나이 32살의 김수영씨. 스타 강사로도 소문나 있다. 지난해 6월 이후 200여 차례의 강연에서 10만명을 만났다.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라는 책으로 30만명의 독자들과 만났고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라는 책으로 20만명을 만났다. 그의 블로거에 찾아온 손님은 무려 150만명이다. 가출소녀였지만 지금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꿈 멘토’, ‘꿈쟁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길지 않은 인생에, 남달랐던 그의 인생 이력을 간단히 짚어보자. 중학교를 중퇴한 가출 소녀였다. 집은 가난했다. 폭주족과 어울렸고, 싸움에 휘말려 칼을 맞기도 했다. 그러다 ‘아직 우린 젊기에, 미래가 있기에’라는 서태지의 노래 ‘컴백홈’을 듣고 ‘나도 열심히 살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갔다. 검정고시로 친구들보다 1년 늦게 여수정보과학고에 입학했다. 1999년 학교에서 진행된 ‘도전 골든벨’ 방송 프로그램에서 골든벨을 울렸고 2000년 연세대에 합격했다. 졸업 후 골드만삭스에 입사했지만 8개월 만에 암세포가 발견돼 회사를 그만뒀다.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적어내려 갔다. 73개의 꿈 리스트. 첫 출발은 한국을 떠나는 것이었다. 2005년 무작정 영국으로 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런던대에서 석사를 마쳤다. 2007년 로열더치셸에 입사해 연 800만 달러의 매출을 책임지는 카테고리 매니저로 일했다. 2010년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를 냈다. 30만부가 팔렸다. ‘사람들에게 영감 주기’도 73개 리스트 중 하나였다. 그 사이 암이 완치됐다. 2011년 6월부터 1년 동안 휴가를 내고 유럽·아시아 여행길에 올랐다. 지구 반 바퀴를 돌며 365명의 꿈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를 펴냈다. 20만부나 팔렸다. ‘드림 파노라마’라는 회사를 만들어 꿈과 관련된 각종 이벤트를 열었다. 지난 2월엔 꿈을 이루도록 돕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버키 노트’도 출시했다. 오는 9월 다시 지구의 나머지 반 바퀴를 돌기 위해 떠난다. 이번엔 335명을 만나 꿈에 관해 인터뷰를 할 예정이다. 지난해 인터뷰한 이들까지 합하면 700명이 된다. 70억 지구의 0.0000001%다. 나름의 인류학적 보고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짧은 인생에서 이러한 이력들이 정말 가능했을까. 궁금해진다. 지난 27일 저녁 서울 홍대 앞 가톨릭청년회관에서 김씨를 만났다. 그는 이 회관에서 젊은이들을 상대로 ‘미친(me-親) 꿈에 도전하라’는 주제로 강연이 예정돼 있었다. 강연 내용이 뭔지 먼저 물어봤다. “오늘날 청년들, 대학생들은 너무 따지다 보니 결론을 잘 못내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까지 모든 일을 엄마가 결정해 주다 보니 대학생이 되고 나면 멘토를 찾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나 저는 멘토링 자체를 반대합니다. 멘토링 또한 그 연장선상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젊은 친구들을 상대로 강연할 때는 소크라테스적인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그는 강연할 때 가끔 인도춤과 요가를 선보이기도 한다. 하여, 요가강사라는 이름이 따라다닌다. 여러 가지 수식어 중 어느 것을 가장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즉각 ‘꿈쟁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다른 것은 세월이 지나면 변하겠지만 꿈쟁이만큼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는 게 이유다. 스타강사가 된 까닭을 물었다. “저는 연구를 많이 한 학자도 아닙니다. 더군다가 자기계발을 말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오로지 제가 걸어왔던 ‘실천’만을 얘기할 뿐이지요. 다른 분들은 강의할 때 훌륭한 사람들을 예로 들지만 저는 제가 직접 겪은 얘기만 합니다. 거기에서 다들 진정성을 느끼는 것 같아요. 꿈에다 영감과 씨앗을 불어넣어 주는 그런 차별성도 있고요.” 그가 꿈쟁이, 꿈 전도사로 나선 계기는 무엇일까. 2005년 입사를 앞두고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 암세포가 발견됐다. 평생 건강하게 살 것만 같았던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큰 충격에 빠졌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정신적 후유증이 너무 컸다. 방황했던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이젠 잃을 것도, 두려울 것도 없었다. 앞으로 새로운 인생을 펼쳐야겠다고 다짐했다. 살면서 하고 싶은 일들을 모두 적어 보았더니 73가지(지금은 83개)였다. 중매쟁이 같은 엉뚱한 꿈도 있었지만 모두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73가지 목표 중 중요도와 긴급한 정도를 점수로 매겼고 이 두 가지 조건을 기준으로 정렬을 했다. 목록의 첫 번째는 한국을 떠나 세계로 진출하는 것이었다. 한번뿐인 인생, 태어난 곳에서 평생 살아야만 할까. 인생의 3분의1 가까이를 한국에서 살았으니 다음 3분의1은 세계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 3분의1은 가장 사랑하는 곳에서 살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꿈쟁이’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지구 반 바퀴를 돌며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꿈에 관해 인터뷰를 했던 얘기는 그때부터 이어진다. “이스라엘에서 63세 할머니를 만났어요. 네 살 때부터 노래를 했는데 10년 전 후두암 판정을 받았대요. 그래도 무대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꿈이란 그런 것이구나 새삼 느꼈지요. 팔레스타인에서 만난 한 독립운동가는 ‘그동안 죽을 고비를 일곱 번이나 넘겼다. 독립이 되고 나면 반드시 의사의 꿈을 이룰 것이다’라는 얘기를 했는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70여개국을 다녀 보니 우리나라처럼 꿈을 꾸면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 좋은 나라는 별로 없었어요.” 그는 탈레반 사람들과도 꿈을 주제로 인터뷰했고 레바논에 가서는 TV에 출연해 아랍어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자신의 꿈 리스트 가운데 48개를 이뤄냈다. 여자의 몸으로 혼자 20㎏짜리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기가 불안하지 않으냐고 했더니 “다 사람 사는 곳이다. 사고가 나려면 우리 집 앞에서도 날 수 있다. 문제가 생기면 그걸 탓하지 말고 해결하려고 생각하면 된다”고 대답했다. 그는 광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직업을 따라 여수에서 10세 때부터 지냈다. 초등학교 5학년 소풍 가는 날이었다. 아이들 앞에서 당시 TV에서 유행하던 ‘민지의 일기’를 패러디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갈 때 덩치 큰 학생한테 ‘잘난 척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 이후 그는 ‘왕따’를 당했다. 학교생활이 싫어졌다. 때마침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마저 매일 술을 마시고 툭하면 신경질을 부렸다. 학교와 가정,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았다. 자살할 생각도 여러 번 했다. 그렇게 외롭고 괴롭던 시절, 그나마 위안을 준 것은 바스콘셀레스가 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였다.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세상의 시선은 더욱 따가웠다. 소풍날 장기자랑 시간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를 불렀지만 ‘까진 아이’라는 말만 들었다. 성질이 나서 담배도 피워 보고 술도 마시며 어설프게 호기를 부렸다. 선생님한테 찍혔다. 그래서 맞섰고, 돌아온 것은 매뿐이었다. 주먹으로, 발길질로, 몽둥이로 만신창이가 됐다. 학교 다니는 것이 점점 싫어졌다. 결국 가출을 하고 말았다. 친구집, 주유소 등을 전전했다. 패싸움을 하면서 여러 번 죽을 고비도 넘겼다. 중학교를 자퇴한 지 1년 반 만에 검정고시를 거쳐 여수정보과학고에 진학했다. 그의 인생이 바뀐 것은 수능을 며칠 앞두고 ‘KBS 도전 골든벨’에서 실업계 고등학생 최초로 골든벨을 울리면서부터였다. 얼마 뒤 여수 진입 도로에 ‘여수정보과학고 골든벨 김수영, 연세대 인문계열 합격’이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미운 오리새끼가 어느 날 갑자기 백조로 둔갑한 느낌이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는 50여개 회사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에 입사했다. 그가 적어놓은 꿈 중에 부모에게 집을 사주고 해외여행을 시켜 준다는 약속도 지켰다. 가출 당시 함께 지냈던 친구들도 지금은 장사를 하면서 잘 살고 있단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에게 지금보다 나이가 더 들었을 때 어떤 모습이고 싶냐고 물었다. “지금은 개인적인 꿈을 이루기 위해 이리저리 다니고 있어요. 하지만 나중에는 다른 사람들을 위한 보람된 일을 하고 싶습니다.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뭔가 나눠 주는 사람이고 싶어요.” 또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같은 소설도 쓰고 싶다며 웃는다. 앞으로 1년간은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지로 떠나 또 다른 꿈의 여정을 펼칠 예정이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꿈쟁이’ 김수영은 광주에서 태어나 여수에서 자랐다. 여수정보과학고 3학년 때 KBS 도전 골든벨에서 실업계 고교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골든벨을 울렸다. 연세대에 진학해 영어영문학과 경영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2005~2006년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학교(SOAS) 중국국제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로열더치셸 카테고리 매니저, 골드만 삭스 애널리스트 등을 거쳤다. 현재는 여행가, 작가, 사업가, 마케터, 강연가, 블로거, 번역가, 사진작가, 다큐멘터리 제작자, 요가 강사, 인도 발리우드 영화배우, 예술가, 기획자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꿈의 파노라마’ 대표 꿈쟁이다. 위촉사항으로는 여수시 명예홍보대사, 서울시 드림멘토, 한국장학재단&어린이재단 명예홍보대사 등이 있다. 저서로는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2010년),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2012년), ‘드림레시피’(2013년 6월 예정) 등이다.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아르메니아, 아랍에미리트연합, 인도, 싱가포르, 네팔, 레바논, 중국, 타이완 등 25개국 해외 매체에서 그의 활약상이 보도됐다.
  • [29일 TV 하이라이트]

    ■대한민국 행복발전소(KBS1 밤 7시 30분) 개그맨 윤형빈이 독거 할아버지 댁을 찾아가기 위해 할아버지와 통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윤형빈을 빨리 만나고 싶었던 할아버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전화를 뚝 끊어버리고, 그 바람에 윤형빈은 진땀을 흘린다. 수십 년을 고독하게 살아오신 할아버지에게는 한 통의 전화도 낯설었던 건데…. ■천명(KBS2 밤 10시) 원은 민도생이 남긴 세자독살의 결정적 증거인 처방전과 자술서로 진실을 밝힐 희망에 부푼다. 이호는 원의 도주 소식을 듣고 철저히 소윤파의 보상을 받은 것이라 단정, 오해의 골은 깊어만 간다. 장홍달을 통해 모란꽃의 진실을 안 다인은 오해를 풀기 위해 원을 만나러 가려 하지만, 자신을 미행하는 존재를 감지하고 절망한다. ■불만제로 UP(MBC 오후 6시 20분) 향도 맛도 좋은 과일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맛과 건강을 위해 즐겨 먹는 음식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 과일을 먹으면서 ‘왜 이렇게 맛이 없지.’하며 고개를 갸웃거린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었을 것이다. 겉보기에는 탐스럽고 예쁜 과일, 맛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히든 챔피언(KBS1 밤 10시 50분) 핸즈코퍼레이션은 휠 생산업체로는 드물게 모든 공정에 자동화시설을 도입했다. 또한 불량률 제로에 도전하며 휠 검사실을 따로 마련해두고 있다. 그 결과 생산시스템과 품질을 인정받아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업체는 물론 닛산, 폭스바겐 등 굴지의 자동차업체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건강한 아침(EBS 오전 6시) 평소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등과 허리 근육이 약해지고 척추 주변 근육이 뻐근하거나 뭉치고 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 증상을 방치하게 되면 척추가 비틀어지고 목, 어깨 통증은 물론 골반과 다리까지 휘게 된다. 긴장으로 뭉쳐진 척추 주변의 근육을 풀어주고 휘어진 척추를 바로잡는 운동법을 소개한다. ■리얼대탐험(OBS 밤 9시 50분)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초기 선교사들과 탐험가들은 콩고분지에 사는 희귀한 수중괴물에 대해 얘기하곤 했다. 오늘날 이 지역에 사는 피그미족은 목이 가늘고 길며, 크기는 코끼리만 한 동물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모켈레 므벰베라는 동물이다. 정말정글 어딘가에는 아직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괴물이 존재하는 것일까.
  • “위안부 할머니들, 진실 밝혀질까봐 하시모토 면담 취소”

    “위안부 할머니들, 진실 밝혀질까봐 하시모토 면담 취소”

    일본군 위안부 정당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공동대표로 있는 일본 유신회의 나카야마 나리아키 중의원이 하시모토 대표와의 면담을 취소한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향해 도발적인 망언을 늘어 놓았다. 26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나카야마 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할머니들에게 “하시모토씨에게 강제연행의 내용을 날카롭게 추궁당할 것이 두려웠는가” “속임수의 껍데기가 벗겨지는 장소가 될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적었다. 나카야마 의원은 할머니들이 면담을 취소한 데 대해 “면담을 신청한 것도, 이제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해 온 것도, 상대 쪽(피해자 측)”이라고 주장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길원옥 할머니는 당초 24일 ‘위안부가 당시에 필요했다’는 하시모토의 망언에 대해 철회와 사죄를 요구할 계획으로 면담 일정을 잡았지만 하시모토의 ‘사죄 퍼포먼스’에 이용당할 뿐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자 만남을 취소했다. 일본 정치권의 망언, 역사 왜곡 등에 대해 서방 언론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 조너선 테퍼먼 편집장은 25일(현지시간)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에 기고한 글에서 “아시아의 긴장 상황은 역사 문제에서 기인하고 있다”면서 “가장 좋은 해법은 일본이 과거 독일 총리처럼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테퍼먼 편집장은 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헌법 개정을 통해 자위대의 위상을 바꾸려고 하는 것도 주변국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 두 가지 사안에는 야만적인 일제 침략의 역사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탓에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첨예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도 지난 24일 ‘일본의 고독’이라는 사설을 통해 일본이 납북자 문제 해결 등을 위해 북한과 개별 협상을 하는 것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커버스토리] 활발한 사교·사회 참여 ‘골드 솔로’ 중추로 떴다

    [커버스토리] 활발한 사교·사회 참여 ‘골드 솔로’ 중추로 떴다

    “대한민국 1인 가구 453만명. 이제 혼자 사는 삶은 대세가 됐다.” 매주 금요일 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방송인 노홍철의 이런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이 프로그램은 혼자 사는 남성 연예인 5명의 일상을 보여 준다. 지난 17일 8.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청자 게시판은 출연자들의 행동에 공감이 간다는 호평으로 가득하다. 음식물 쓰레기를 냄새 없이 모아 버리기 위해 냉동실에 넣어 두는 배우 김광규의 살림살이 노하우에 시청자들은 감탄을 표했다. 살림 잘하는 가수 데프콘이 결혼하라는 어머니의 구박에 시달리는 모습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시청자들도 많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혼자 사는 남자들에 대한 소재는 잘 안 나온 데다 이들의 실제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많이 공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급증하는 1인 가구는 사회와 정치, 경제를 움직이는 거대한 집단으로 떠올랐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이미 국내 전체 가구의 4분의1을 넘어섰다. 1990년 9.0%에서 지난해 25.3%로 늘었고 2035년에는 34.3%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은 저출산과 만혼(晩婚), 이혼 등을 1인 가구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1인 가구 증가 속도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 미국의 경우 1인 가구 비율이 17.1%(1970년)에서 26.7%(2010년)로 9.6% 포인트 느는 데 40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불과 12년 만에 16.3% 포인트가 뛰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새로운 사회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에릭 클라이넨버그 뉴욕대 교수는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라는 책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은 고독과 고립이 아닌 활발한 사교생활과 적극적인 시민사회 참여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고소득 독신자들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앞으로 더 막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KB금융경영연구소는 ‘솔로 이코노미 성장과 금융산업’이라는 보고서에서 “1인 가구 증가가 오래전부터 진행돼 온 유럽 및 미국의 경우 정부 정책 및 주택·식품 시장 등이 이미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변화·발전 중이며, 국내는 싱글 및 1인 가구를 새로운 소비 주체로 인식하는 성장 초기 단계”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골드 미스, 골드 미스터로 불리는 고소득 미혼 남녀의 모습은 고학력·고소득자 등 일부의 모습일 뿐 독거 노인, 높은 이혼율 등이 1인 가구의 수를 증가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1인 가구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이지만, 독거 노인 같은 빈곤층 1인 가구의 증가는 이와는 별개의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커버스토리-솔로가구 시대의 자화상] 1인 전용 식당·노래방서도 당당… 인터넷 카페는 솔로들 소통의 장

    [커버스토리-솔로가구 시대의 자화상] 1인 전용 식당·노래방서도 당당… 인터넷 카페는 솔로들 소통의 장

    ‘남자 친구와 헤어진 기념. 어쩌면 솔로도 괜찮다.’, ‘혼자 먹어도 맛있기만 하다.’ 지난 23일 서울 신촌의 한 독서실형 일식집. 벽에 이런 내용의 메모지가 붙어 있다. 이 식당은 특이하게도 커플석은 6자리밖에 안 되고 1인석이 11자리다. 25평 남짓의 도서관 열람실을 연상시키는 이곳은 평일 고객의 40% 이상이 혼자 온다. 이명재(36) 사장은 2008년 4월 개업할 때부터 ‘솔로’를 겨냥했다고 한다. “개업을 준비할 당시 시장조사를 하다 보면 혼자 여러 음식점을 다녀야 할 때가 많았어요. 혼자 와도 부담이 없는 음식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같은 날 인근 홍익대 근처의 1인 전용 노래방. 오후 3시였지만 16개 방 가운데 절반이 차 있다. 이후 30분 동안 10대와 20대로 보이는 여성 손님 두 명이 더 찾아왔다. 한 손님은 혼자라는 생각 때문인지 쭈뼛쭈뼛 어색해했지만 다른 손님은 자연스럽게 두 시간을 결제했다. 노래를 부르고 나온 김민석(20)씨는 이번이 세 번째라고 했다.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을 가면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지 못 할 때가 많잖아요. 하지만 혼자 오면 발라드를 부를 수 있어 좋아요. 눈치볼 필요가 없잖아요.” 과거 ‘혼자 산다’고 하면 민망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사는 공간을 공유한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나홀로족이 모인 인터넷 카페인 ‘싱글즈 라이프’는 지난해 12월 24일 만들어졌지만 현재 3100여명의 회원이 모일 정도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혼자 사는 노하우를 서로 나누기도 하고 다양한 취미 모임을 만들어 교류하고 있다. 나홀로족의 인터넷 커뮤니티는 이 카페 외에도 많이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나홀로족은 왜 혼자 사는 삶을 택했을까. ‘싱글즈 라이프’가 카페 회원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혼자 사는 이유로 ‘마땅한 인연을 못 만나서’라고 대답한 사람이 33.0%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혼자 사는 게 좋아서’가 22.7%를 차지했다. 혼자 살아서 좋은 점은 ‘인생의 장·단기 계획을 내맘대로 세울 수 있어서’, ‘남편이나 부인의 구속을 받지 않아서’, ‘결혼비용, 육아비용 등 돈이 들지 않아서’의 순이었다. 대학 합격 후 전남 순천에서 올라와 10년 넘게 혼자 살고 있는 직장인 김민호(32·가명)씨는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떠밀려서 할 생각도 없다. 김씨는 “아직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질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다”면서 “아플 때 누군가 옆에서 보살펴 주는 이가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들지만 그래서 집에 항상 상비약을 준비해 둔다”고 웃었다. 경기 평택에 살고 있는 이정숙(48·여·가명)씨는 “젊었을 때 돈이 없어 결혼을 미루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다”면서도 “오빠와 언니가 5명이나 있고 조카들도 많아 혼자 살아도 외롭다는 것은 못 느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나홀로족의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지만 우리 사회가 이를 받아들일 준비는 아직 미흡하다고 말한다. 안호용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1인 가구가 빈곤층에서 급격히 증가할 경우 사회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면서 “빈곤층 1인 가구의 생활기반 부족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른 사람에 얽매이지 않고도 만족스럽게 살 수 있다는 건 솔로족들의 장점이지만 개인화 현상이 심해지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혼자만의 생활을 추구하다 보면 다른 사람과 원만히 어울리지 못하게 되고 가족과 직장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나이가 들수록 관계 형성이 어려워져 노인 고독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분석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日 달군 ‘보이지 않는 가족’ 韓 고령화 문제 극복 힌트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日 달군 ‘보이지 않는 가족’ 韓 고령화 문제 극복 힌트

    2010년 일본 NHK방송은 혼자 살다가 혼자 죽는다는 내용의 ‘무연(無緣) 사회’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방송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무연 사회’는 신조어로 자리 잡았다. 죽은 지 한참 뒤에 발견되는 ‘고독사’란 단어도 이때 생겼다. 3년이 지난 지금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일본에서는 여전히 노인들이 홀로 또는 부부끼리 둘이 살지만 고독사 문제는 다소 나아졌다. 자녀 세대가 근처에 살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보이지 않는 가족’(Invisible family)이란 트렌드가 새로 생겨난 덕분이다. 함께 살지 않으니 서로 간섭받지 않으면서도 고령의 부모가 아플 때 자녀 세대가 돌봐 주고, 손자손녀를 봐 줘야 할 때는 부모 세대가 도움을 준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12일 ‘10대 키워드로 보는 초고령사회 일본’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일본의 키워드를 읽으면 미래의 대처법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보고서를 쓴 류재광 연구원은 “예컨대 ‘보이지 않는 가족’의 증가로 시니어 세대가 7~8인승 차량을 구입해 손주들과 여행을 가는 등 관련 소비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유니버설 디자인’과 ‘비영리단체’(NPO·Non Profit Organization), ‘노년학’의 발달에도 주목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몸이 불편한 노인이 편하게 거동할 수 있도록 보도블록 턱을 없애는 등 건물부터 사회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디자인을 바꾼 것을 뜻한다. 일본 노인들은 NPO에도 적극 참여해 봉사와 여가 활동을 즐긴다. 60대 이상 종사자가 있는 시민단체가 전체의 55.7%나 될 정도다. 무연 사회에 갇혔던 일본 노인들이 다시 사회로 나오게 된 배경에는 건강과 재력의 뒷받침이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07년 기준으로 간병 없이 혼자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인 ‘건강수명’을 국제 비교한 결과 일본이 76세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는 스위스(75세), 독일(73세), 영국(72세) 등이 이었다. 우리나라는 71세로 일본보다 5년이나 뒤처진다. 건강수명에 맞춰 일본에서는 65~74세 노인과 75세 노인을 분리해 ‘접근’하는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75세 이상을 ‘후기 고령자’로 부르며 이들에게 맞는 맞춤형 간병·부양·보호 정책을 편다. 건강한 노인이 아픈 노인을 돌보는 ‘노()-노() 케어’가 발달한 것도 일본만의 특징이다. 올 4월부터는 정년도 65세로 연장됐다. 류 연구원은 “우리보다 20여년 앞서 고령사회를 맞은 일본은 꾸준한 처방을 통해 진화한 초고령사회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길게 내다보고 연금을 재정비하는 등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민낯의 위인’을 만나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에 대한 전기를 쓰기 위해 오랫동안 그를 지켜본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이렇게 적었다.  “명성을 얻기 전 로댕은 고독했다. 그리고 나서 찾아온 명성은 아마도 그를 더 고독하게 했을 것이다. 명성이란 결국 하나의 새로운 이름 주위로 몰려드는 모든 오해들의 총합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로댕에 대한 많은 오해들, 그것들을 해명하는 것은 길고도 힘든 과제이리라.”(‘릴케의 로댕’, 미술문화 펴냄)  릴케의 말처럼 이른바 ‘위인’들의 삶은 신화적으로 포장되기 마련이다. 시간이 쌓일수록 인물의 양면성은 퇴색되고 공적만 부각되는 게 다반사다. 미국의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이 “위대해진다는 것은 곧 오해를 받는다는 뜻이다”라고 비꼰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번에 완간된 돌베개의 만화 인물 평전 ‘세상을 바꾼 큰 걸음’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해 보기 위한 시도다. 인물의 업적과 성취만을 찬탄하는 대신 잘못과 실패를 공평하게 설명한다. 2011년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넬슨 만델라, 에이브러햄 링컨, 지난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루쉰을 소개하는 데 이어 이번에는 찰리 채플린(임창호 지음)과 찰스 다윈(전미화·권용찬 지음), 레이첼 카슨(김성훈 지음), 윈스턴 처칠(김성재 지음)을 내놓았다.  이중 처칠 편은 인물의 공과를 균형감 있게 드러낸 대표적인 작품이다. 뛰어난 정치적 통찰력으로 1,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서 영국을 구한 그의 지도력을 보여주는 한편 여성 투표권 부여와 노동자 세력화에 적대적이었던 과오를 설명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인도의 독립에 반대했던 제국주의자의 면모와 터키와의 전쟁 중 무리한 군사 작전으로 대패한 수장의 모습도 담았다.  시대적 배경과 맥락을 충분히 곁들이는 것도 장점이다. DDT 살충제의 발명 과정을 통해 카슨이 ‘침묵의 봄’을 집필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거나 맬서스의 인구론이 어떻게 다윈의 진화론으로 이어졌는지 보여주는 식이다.  정확한 고증을 위해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다윈 편)와 오창길 한국환경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장(카슨 편) 등 전문가가 감수에 참여했다. 중간 중간 ‘돋보기’ 코너를 통해 폭넓은 이해를 돕는다. 사진의 발명과 뤼미에르 형제의 첫 영화, 무성영화의 전성기, 경제 대공황 등을 설명한 채플린 편이 좋은 예다. 만화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글자가 많다. 아동보다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에게 알맞다. 1만 2000원.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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