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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랑 끝 몰린 더민주… 수도권 ‘비주류 엑소더스’가 관건

    벼랑 끝 몰린 더민주… 수도권 ‘비주류 엑소더스’가 관건

    새해 벽두부터 더불어민주당(더민주)에 분당의 먹구름이 드리웠다. 3일 비주류 좌장 격인 김한길 의원이 탈당한 데 이어 박지원(전남 목포)·주승용(전남 여수을) 의원 등 호남 중진은 물론 당의 오랜 뿌리인 동교동계와 구 민주계의 탈당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권의 새판 짜기는 현실이 됐다. 야권의 대표적 ‘설계자’인 김 의원은 이날 탈당 회견에서 “백지 위에 새로운 정치지도를 그려 내야 한다”며 안철수 신당을 중심으로 무소속 천정배·박주선 의원 등 각자도생하던 신당 추진 세력의 통합 산파(産婆)를 자임했다. 김 의원의 구상대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비주류 엑소더스’가 일어난다면 야권 무게중심은 급격하게 신당으로 쏠리게 된다. 하지만 4월 총선을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야 하는 수도권 비주류들은 여전히 관망 중이다. 각 언론사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안풍’(安風)의 기세는 확인됐지만 여전히 ‘컨벤션 효과’에 따른 거품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초박빙 승부가 벌어지는 수도권에서 기호 2번을 포기하고 친노(친노무현) 성향 유권자와 등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 수도권의 김한길계 가운데 최재천(서울 성동갑) 의원이 탈당을 했을 뿐, 최원식(인천 계양을)·정성호(양주·동두천) 의원은 잔류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노웅래(서울 마포갑) 의원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김한길 의원 등 23명이 일사불란하게 열린우리당을 집단 탈당했던 것과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김 의원이 이날 “당적에 관한 부분은 각 국회의원들의 고독한 결단이 따르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로선 더민주의 전면적 붕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달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더민주를 이탈한 현역은 9명이다. 앞서 탈당한 천정배·박주선 의원을 합치면 11명이다. 탈당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윤석(전남 무안·신안)·장병완(광주 남구)·박혜자(광주 서구갑) 의원 등이 가세해도 안철수 신당이 원내교섭단체(20명)를 이루기는 쉽지 않다. 변수는 김한길계를 제외한 비주류 중진들의 행보다. 이종걸(경기 안양 만안) 원내대표는 탈당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왔지만 여전히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는 2007년에도 김 의원과 함께 탈당했다. 3선 중진으로 인지도가 높은 박영선(서울 구로을) 의원도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안철수 신당의 영입 대상과 두루 가깝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박 의원은 거취와 관련해선 “생각을 가다듬는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2016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심사평] 새 이야기 방식·강렬한 페이소스 지녀

    [2016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심사평] 새 이야기 방식·강렬한 페이소스 지녀

    본심에 올라온 9편의 작품 가운데 단 한 편의 작품만을 제외하고는 제목이 모두 외국어(특히 영어)나 외래어로 된 것이었다. 외국어를 쓰면 안 된다거나 무조건 시류를 거부하는 게 좋다는 건 아니지만 소설의 입구이면서 문패와 같은 제목에서 외국어가 남발되면 작품의 정체성, 개성이 흐려질 염려가 있다. 쓸 이야기는 부족하고 반성 없는 발설의 충동만 느껴지는 작품은 공허하고 겉멋이 들어 보일 뿐이다. 정교하고 압축된 이야기와 강력한 구조, 경제적인 언어를 지향하는 단편소설에서는 공감대와 설득력을 구축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강명균의 ‘몰’은 많이 가다듬은 흔적이 보인다. 그런데 물신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고독, 허위의식 같은 이야기가 이미 평범할 대로 평범해져 버린 것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서사는 현대성의 거죽에서만 머물 뿐 깊이를 갖지 못한다. 차하율의 ‘상자 속의 뱀은 어디로 갔을까’는 특이하고 흥미롭다. 단, 집안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주는 신종 직업이 등장하고 해외 선물시장의 치열한 전장이 묘사되는 중반부까지만. 후반부에서는 앞서에서의 이야기가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독자의 호기심을 스스로 소거해 나가기 시작한다. 권용주의 ‘론리 플래닛’은 치밀하고 단단한 이야기와 세부를 가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정처도 없고 오갈 데 없는 난민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오래되긴 했어도 여전히 뜨거운 화두다. 하지만 단편소설이라는 짧고 좁은 시공 속에 그런 포괄적인 주제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는 노력이 오히려 작품을 지루하고 산만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당선작으로 쉽게 합의한 김현경의 ‘핀 캐리’(pin carry)는 독특하다. 일단 이 소설은 평범한 한 남자의 어두운 정열과 ‘일부러 져서 이기는 게임’이라는 새로운 이야기 방식을 선보였다. 구성이 단단하고 초점이 분명하며 인물이 살아 있다. 또한 본심에 오른 다른 작품에 비해 유난히 강렬한 페이소스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 계속 소설을 써 나가는 데 긴요한 에너지원이라고 판단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아쉽게 다음을 기약하게 된 분들의 분발을 바란다.
  • 악귀 쫓아낸다고 믿어… 건강·성공 상징하는 동물로 숭배

    악귀 쫓아낸다고 믿어… 건강·성공 상징하는 동물로 숭배

    게와 원숭이가 떡을 해 먹기로 했다. 떡이 다 되자 원숭이가 가로채 나무 위로 올라갔다. 게가 나눠 먹자고 사정했지만 원숭이는 모르는 척했다. 나무 위에서 게를 놀려 대며 혼자 먹다가 떡을 땅에 떨어뜨렸다. 게가 떡을 얼른 주워 굴속으로 들어갔다. 이번엔 원숭이가 굴 앞에서 게에게 떡을 나눠 먹자고 애걸복걸했다. 게가 들은 체도 하지 않자 원숭이는 자신의 엉덩이로 굴을 막고 방귀를 뀌었다. 그 순간 게는 원숭이 엉덩이를 물어뜯었다. 이 때문에 원숭이 엉덩이는 오늘날까지 털이 없이 빨갛고, 게 앞발에는 아직도 원숭이 엉덩이 털이 붙어 있다.(게 다리와 원숭이 엉덩이 형상에 관한 설화)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설화 속 얘기 그대로 ‘붉은 원숭이’해다. 동양문화권의 신화에서 원숭이는 가장 사랑받는 동물 가운데 하나다. 원숭이는 대개 추하고 장난을 좋아하는 재수 없는 동물로 통했다. 그러나 스님을 도와 인도에서 불경을 가져오는 데 공헌한 원숭이의 활약이 여러 희곡과 소설에 등장하면서 원숭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악귀, 악마 등 사기(邪氣)를 물리치거나 쫓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어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고 성공을 이루게 해 주는 동물로 여겨지게 됐다. 사람들은 아프거나 장사나 시험에 실패하는 것은 악마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귀신을 쫓기 위해 축귀의 힘이 있다고 믿는 원숭이를 숭배하기도 했다. 원숭이는 십이지의 아홉 번째 동물이다. 시간으로는 오후 3~5시, 방향으로는 서남서, 달로는 음력 7월에 해당하는 방위신이며 시간신이다.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영장동물로, 만능 재주꾼이다. 원숭이해에 태어난 사람을 원숭이의 생태적 특징에 빗대 ‘재주가 많고 영리하다’고 하는 이유다. 원숭이는 부부지간이나 자식에 대한 사랑도 극진하다. 창자가 끊어질 정도의 지극한 모정을 의미하는 ‘단장’(斷腸) 고사가 원숭이에서 유래했을 만큼 원숭이의 모성애는 강하다. 하지만 사람을 너무 많이 닮은 모습과 간사스러운 흉내 등으로 인해 동양에선 불교를 믿는 몇몇 민족을 제하곤 원숭이를 ‘재수 없는 동물’이라며 기피했다. 띠를 말할 때 ‘원숭이띠’라고 하기보다는 ‘잔나비띠’라고 하는 것도 이 같은 속설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당초 원숭이를 재수 없는 동물로 여겼다. 속신(俗信)에 나타난 원숭이도 그다지 달갑지 않다. 아침에 원숭이에 대해 얘기하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재수가 없다고 여겨 말하는 것조차 꺼렸다. 불교의 영향과 중국·일본의 원숭이 풍속 전래 등으로 부정적인 관념이 희석됐다. 원숭이는 순우리말로 잔나비나 잰나비라고 한다. 잔나비는 원래 신(申) 자의 풀이인 ‘납’이 어근이다. 여기에 작은 것을 의미하는 접두사 ‘잔’과 접미사 ‘이’가 붙어 ‘잔납이’가 된 데 이어 연음으로 잔나비가 됐다. 예부터 우리나라엔 원숭이가 살지 않았다. 조선 전기 문인 어숙권은 ‘패관잡기’에서 우리나라(東國)에는 원숭이가 없으므로 고금 시인들이 원숭이 소리를 표현한 것은 모두 틀리다고 했다. 원숭이가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왔는지에 대한 확실한 기록은 없다. 조선 초기 중국이나 일본에서 선물용으로 들어온 것 같다는 가설만 있을 뿐이다. 우리말에도 17세기까지 원숭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18세기에 와서 한자어인 ‘원성이’가 생겨났고 ‘성’의 음이 ‘승’으로 변해 ‘원승이’가 되고 이것이 또 변해 오늘날 원숭이가 됐다. 한국문학사에서 원숭이를 소재로 한 최초의 작품은 송강 정철(1536~1593)의 ‘장진주사’다. ‘한잔 먹새근여/(중략) 뉘 한잔 먹자 갖고/잰납이 파람 불제야’. 이때만 해도 송강이 잰납이를 실제로 보고 읊은 게 아니라 두보의 시에서 잰납이를 인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 문화 속 원숭이는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구비 전승되는 이야기에선 꾀 많고 재주 있고 흉내 잘 내는 장난꾸러기로 묘사됐다. 청자, 청화백자, 백자 등 도자기에선 도장의 꼭지, 서체(주머니 따위를 묶을 때 풀리지 않게 주머니끈을 고정하는 장식), 작은 항아리, 연적, 수적, 걸상 등에 원숭이 모습이 생생하게 나타나 있다. 자연에서의 원숭이나 모자 유대 모습 등을 그렸다. 회화 속 원숭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십장생(十長生)과 함께 등장하면서 천도복숭아를 들고 있는 장수의 상징인 원숭이, 불교 설화와 중국 명대 소설인 ‘서유기’와 관련돼 스님을 보좌하는 원숭이, 자연 숲 속에 사는 원숭이 등이다. 시가에선 고독, 설화와 가면극에선 ‘꾀·흉내·재주꾼’ 등의 상징으로 표현됐다. 원숭이는 우리 생활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전남 지방에선 원숭이날을 좋은 날이라 해서 일을 하지 않고 가무와 음주를 즐기는 곳이 많다. 이날은 위험한 일도 하지 않는다. 칼질을 하면 손을 벤다고 해서 삼간다. 제주에선 원숭이날을 납날이라고도 한다. 납날엔 나무를 자르지 않는다. 이날 자른 재목으로 집을 짓거나 연장을 만들면 좀이 많이 먹게 된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오행과 간지의 배합에서 경(庚)과 신(申)은 모두 금()에 속하고 귀신은 금을 꺼린다고 전해져 경신이 붙은 때에는 어떤 일을 해도 탈이 나지 않는다는 속설도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노인과 신문/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노인과 신문/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노인에게 속한 것은 죄다 낡았다. 노인은 40여일간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했다. 노인과 바다에 나가던 소년을, 고기를 잡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자 소년의 부모가 다른 배로 옮겨 가게 떠밀었다. 소년이 떠난 후에도 노인은 날마다 바다로 나갔다. 84일째, 노인은 고기를 건지지 못했다. 그러나 노인에게는 신념이 있었다. 노인의 눈은 굽힘을 모르듯 바다 빛깔처럼 파랗게 빛났다. 그 형형한 눈으로 노인은 신문을 읽었다. 침대에 신문지를 깔고 눕거나 신문지를 말아 베개로 썼다. 소년은 자주 노인에게 왔다. 노인은 침대 밑에서 꺼낸 신문을 소년에게 읽어 주었다. 청새치를 잡고 상어 떼와 사투를 벌이다 돌아온 날도 노인은 신문지를 깔고 단잠에 들었다. 잠에서 깬 노인이 소년에게 바다로 떠난 동안에 보지 못했던 신문을 가져다 달라고 말했다. 그에게 신문은 청량제였다. 그와 소년의 대화를 이어 주는 가교였다. 멕시코만의 노인 어부 산티아고는 충직한 신문 독자였다. 지혜로웠고, 죽음 앞에 물러서지 않는 용기로 충만했다. 노인 어부는 젊었다. 서울신문이 노인에 대한 기획 기사를 실었다. 칠흑 같은 삶의 바다에서 거꾸러진 노인들의 고독과 궁핍을 절절히 다루었다. 지난여름엔 파워 엘리트들의 병역을 샅샅이 훑어서 특혜 시비를 세상에 알렸다. 기사를 게재한 서울신문 특별기획팀에 관훈언론상이 주어졌다. 상보다 더 값진 사회적 호평이 쏟아졌다. 봉우리 하나 둘이 높다 하여 모조리 산맥이 되는 것은 아니다. 높고 낮은 산들이 나란히 어깨를 하고 쉼 없이 바다로 달려가야 비로소 산맥이 되어 솟는다. 서울신문이 대형 기획뿐만 아니라 주간 단위의 주기적인 기사들을 더욱 촘촘하게 기획하길 기대한다. 토요일자 신문의 기획을 더 정교하게 가다듬는 일도 시급해 보인다. 레저·연예·오락 섹션 같으면서도 본지에 묶여 있는, 이도저도 아니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서울신문의 토요일 판이 기획의 보고라는 명성을 얻길 바란다. 주말판 섹션에 군데군데 끼어드는 광고를 효과적으로 재배치하는 것도 과제다. 거대 산맥이 되는 서울신문의 꾸준한 기획을 기대한다. 젊어지지 않으면 신문은 죽는다. 거칠고 어두운 정보의 바다에서 진실을 건지기 위해 싸워야 하고, 시계 제로의 먼 바다에 갇혀 있을 때에도 항구의 불빛 아래 진실을 비추어 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상어 떼의 공격을 받아 뼈만 남은 앙상한 청새치를 배에 매달고 왔을지라도 항구 사람들은 그 흔적만으로도 거대한 물고기를 연상해 냈다. 산티아고 노인은 그때 사람들의 관계와 관계 안의 기억 속에서 젊었다. 그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우려는 소년 앞에서 노인은 여전히 젊게 살아났다. 현재 온라인에서 시도 때도 없이 노출되고 검색되는 서울신문의 ‘선데이 서울’ 정보도 재고가 필요하다. 아무개와 다른 아무개의 어쩌구저쩌구하는 이야기들은 서울신문의 정보를 낡고 노쇠해 보이게 한다. 더욱이 내밀한 신상 정보가 선연하다. 디지털 유품을 고민하고 잊혀질 권리가 격하게 요구되는 시대에 맞지 않다고 본다. 선데이 서울식 정보는 잊힐 권리를 요구하는 당사자들의 법적인 주장 앞에, 새로운 기획 정보를 원하는 젊은 독자들의 요구 앞에 거듭날 필요가 있다. 오래된 것이 늙은 것이 아니라 낡은 사고와 굼뜬 행동이 사람을, 신문을 늙게 만든다. 더 젊어지는 서울신문을 기대한다.
  • [사설] 새해엔 빈곤 노인에게 더 큰 관심을

    75세 이상 노인 10명 중 6명이 빈곤층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한 결과 드러난 수치다. 정부가 지난해 노인 복지에 투입한 예산은 9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막대한 예산이 노인 취약 계층에 온기를 제대로 불어넣지 못해 정부의 노인복지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는 노인빈곤율 1위, 노인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갖고 있다. 주변을 봐도 노구를 이끌고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폐지를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노인들도 있다. 일주일 꼬박 모은 폐지와 재활용품이 트럭 하나를 가득 메워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4만 7000원 정도다. 혹여 아프기라도 하면 치료는 고사하고 쥐꼬리만 한 벌이마저 못 하니 빈곤의 수렁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힘겹게 살면서도 부모를 봉양한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에게는 봉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가 그들이다. 노인의 소득은 노후에도 일할 수 있는 일자리 여부와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 달렸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실업난에 처한 젊은이들도 수두룩하니 노인들이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가장 인기 있다는 아파트 경비직만 하더라도 경쟁이 최소 5대1 정도다. 노인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언덕인 공적연금도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1988년 국민연금제가 도입됐지만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된 것은 1999년이니 현재 75세 이상 노인들은 가입할 틈이 없었던 불행한 세대다. 노인들이 직면한 문제는 가난만이 아니다. 홀로 고독하게 지내다 우울증과 치매 등에 걸리는 독거노인들의 문제도 심각하다. 정부가 지난해 같이 숙식을 하는 ‘공동홈’ 시범사업을 실시한 것도 노인 문제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으려 했던 의미 있는 시도였다. 전국 127군데에 들어간 예산이 2년간 100억원에 불과한데도 노인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다. 하지만 이 사업도 예산을 이유로 기획재정부에서 없애 버렸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의 선심성 지역 예산에는 수천억원을 편성하면서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접는 것이 말이 되는가. 정부는 빈곤 노인들이 최소한의 희망이라도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노인복지 정책을 새로 짜야 한다. 지역사회에서도 빈곤 노인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복지에 공짜 없다… 高복지·低복지 선택 뒤 비용부담 합의해야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복지에 공짜 없다… 高복지·低복지 선택 뒤 비용부담 합의해야

    특별기획팀은 지난 두 달간 죽은 ‘김 노인’을 찾아 헤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라는 낯부끄러운 현실 앞에서도 둔감해져만 가는 우리 사회에 일말의 경각심을 던지려면 빈곤의 늪에 빠져 스스로 삶을 마감한 노인의 목소리가 필요했다. 불경스럽지만 김 노인의 심리 부검을 진행한 이유다. 노년층이 빈곤의 나락에 빠지는 경로를 찾고자 복지·통계·재무 전문가 집단에 의뢰해 맞춤형 세부 분석도 진행했다. 또 취재 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일해야 하는 또 다른 김 노인과 조우했다. 4부의 ‘누가 김 노인을 죽였나’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우리 노인들의 현실을 되짚어 보고 노인복지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신문사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김선태 노년유니온 위원장, 이동욱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장,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나다순)가 참석했다. 이상과 현실, 재정과 복지 사이에서 팽팽한 격론이 있었지만 접점도 많았다. →통계상 국내 노인 2명 중 1명이 빈곤층이다. 일각에서는 현실보다 과하게 잡힌 수치라고 보는데. 김선태 위원장 과장된 수치가 아니다. 현재 노인 세대는 부모를 봉양한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 봉양을 못 받는 첫 세대다. 노후 준비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막상 늙으니까 자녀에게 봉양을 받기는커녕 결혼시키고 대학 등록금 대느라 허리가 휜다. 가진 건 집 한 채뿐인데 이를 처분해 쓰다 보면 어느새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 답답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노인 연령을 70세로 올려서 복지 혜택을 주는 시점을 늦추려 하거나 노인 빈곤 현실을 측정하는 지표인 상대빈곤율(중위 소득 50% 미만 가구 비율)이 과장됐다면서 대체할 지표를 찾으려 하는 건 꼼수다. 이동욱 실장 정부도 빈곤율 수치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우리 상대빈곤율이 47%대로 OECD 회원국 중 제일 높은 게 맞다. 다만 다른 나라와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선진국의 공적연금 체계는 길게는 100년 가까이 됐다. 이 나라의 노인들은 젊을 때 공적연금에 가입한 덕에 지금 충분한 혜택을 받는 것이다. 우리는 국민연금제가 1988년 도입돼 27년밖에 안 됐다. 이렇게 역사적 차이가 나는데 현재 시점에서 뚝 잘라 다른 나라와 비교하며 우리 노인들이 받는 공적연금 혜택이 적다거나 상대적 빈곤율이 높다고만 하는 건 맞지 않는다. 또 전통적으로 부동산을 선호하는 우리 특유의 문화도 감안해야 한다. 상대빈곤율은 현재 버는 소득을 기준으로 얼마나 가난한지 보는 지표인데 우리 노인 세대는 자산의 80% 정도가 부동산이다. 돈을 깔고 앉아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같은 비금융자산을 금융자산으로 바꿔 보면 우리 빈곤율이 조금 낮아질 수 있다. 정경희 센터장 우리 노인들이 자가 주택 등 부동산을 가진 비율이 높은 건 맞지만 자산으로서 가치는 크지 않다. 그래서 자산까지 합쳐 빈곤율을 계산해도 많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국내 노인 빈곤이 심각해진 건 급격히 인구 고령화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공적연금제가 성숙할 시간이 없었다. 노년기 소득을 공적연금이 채워줄 수 없다면 자녀가 주는 용돈 등 사적이전소득이 공백을 메워야 하는데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노인의 사적이전소득이 급격하게 줄었다. 주은선 교수 국민연금제가 성숙하면 노인 빈곤이 해결될지를 잘 따져 봐야 한다.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 비율은 점점 늘겠지만 중요한 건 소득대체율(연금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수준)이다. 국민연금이 성숙해져도 소득대체율은 평균 20%를 못 넘는다. 지금 가치로 45만원 수준에서 왔다 갔다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현행 국민연금제가 노인 빈곤을 해결할 괜찮은 제도가 될 거란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이 실장 국민연금이 성숙해도 은퇴 이후 ‘소득 절벽’(퇴직 이후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별 소득 없이 버티는 기간)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 하지만 그 기울기는 지금보다 완만해질 것이다. 공적연금 등이 노년기 필요한 돈을 100% 채워줄 수는 없다. 선진국도 공적연금이 노후 필요 자금의 70~80% 정도만 맞춰준다. 나머지 여백은 사회적으로 함께 노력해 노후에 미리 대비하도록 해야 한다. →국내 노인 빈곤 대책의 핵심은 무엇인가. 주 교수 노후 소득 보장과 관련해 중요한 두 축은 노동권과 국민연금이다. 즉, 평생 적절한 임금 등 질을 갖춘 일자리가 보장됐는지와 노년에 괜찮은 수준의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지가 노인 빈곤 문제의 원인이자 해법이 될 수 있다. 노후에 두 소득 중 연금소득이 높아야 정상인데 우리나라는 근로소득이 더 높다. 다른 나라 사례를 봐도 공적연금의 질이 높을수록 노인 빈곤은 떨어진다. 정 센터장 국내 노인 빈곤 정책을 세울 때 현재 노인과 미래 노인을 위한 전략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국민연금은 지금 당장 가난한 노인에게 즉각적인 도움이 될 수 없는 구조다. 노인들에게 당장 유용할 제도를 마련하는 동시에 미래 노인 세대를 위해서는 공적연금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논의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두 차원의 논의가 섞여 있다. →현재 노인 일자리에 대해 평가한다면. 김 위원장 가장 흔한 게 경비직이다. 경쟁이 최소 5대1이 될 정도로 심하다. 그래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도 잘릴까 봐 불평하지 못한다. 정부의 공공일자리는 한 달에 36시간 일하고 20만원을 받는다. 월급여가 10년째 20만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이다. 예산은 적게 편성하면서 일하는 인원만 늘렸다. 주 교수 일자리 문제도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방식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평생 일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연령이 50대 초반인데 연금은 60대 중반이 돼야 받는다. 이 기간을 줄여야 한다. 또 중요한 건 ‘고용 없는 성장’, 즉 장기적으로 돈 받고 일하는 일자리가 점점 줄 것이라는 점이다. 노인 빈곤 해결에 있어 노인 일자리 정책이 연금의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는 것처럼 믿어서는 안 된다. 정 센터장 중요한 건 50대냐, 60대냐가 아니라 그 사람이 얼마나 생산성을 가졌느냐다. 이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실장 정부가 공적자금에 의존해 노인 일자리를 무한정 만들기는 어렵다. 그래서 기업이 노인을 뽑도록 해야 한다. 긍정적인 점은 통계 분석을 했더니 60~65세의 생산성이 청·장년층에 비해 확 떨어지지는 않았다. 노인을 고용하면 기업 입장에서 왜 유리한지 보여주고 공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 또 일자리 정책이든 연금 제도든 어느 하나로 모든 것을 대체할 수는 없다.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세대별로 상황에 맞게 노후를 준비하도록 해줘야 한다. 예컨대 노년까지 20년 이상 남은 세대는 그 기간에 어떻게 준비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는지 설계를 돕고 교육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국민연금 평균 가입 기간이 약 112개월인데 120개월(10년)을 채워야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연금 수령 최소 기간을 채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현재 노인들에게는 국가가 지원비를 주거나 일자리를 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노인 빈곤 해결을 위해서는 가족의 역할도 중요하다. 재산 증여를 받은 뒤 부모 봉양은 하지 않는 자녀가 많은데. 정 센터장 요즘 언론에서 부모 공양을 소홀히 하는 자녀 얘기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관점을 옮길 필요가 있다. 자녀 중심의 시각보다는 노인이 스스로 권리나 자주성을 강조하는 식 말이다. 모든 사람이 개인주의자가 되는 게 맞지 않나. 자산 관리 계획을 세울 때도 자녀의 관점이 아니라 내 노후를 염두에 두고 설계해야 한다. 정부는 공적 제도를 개선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노인 당사자들은 ‘내 것은 내가 지킨다’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자녀가 효도해야 한다’는 심정적 논리는 더이상 먹혀들지 않는다. ‘자산과 에너지를 어떻게 분배해 스스로 노후를 대비할 것이냐’ 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주 교수 자녀가 가난한 부모를 보살피지 않는 현상 이면에는 자식 세대도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현실이 있다. →노인 빈곤 정책의 우선순위는 누구에게 둬야 한다고 보나. 정 센터장 재원이 제한된 만큼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우선 절대빈곤층(가구소득이 최저생계비(2015년 4인 가족 기준 166만 8000원) 이하인 가구)부터 챙겨야 한다. 통계상 우리 노인 중 30% 정도가 절대빈곤인데 문제는 10%가량만 기초생활보장대상자라는 점이다. (부양의무 기준 등에 막혀 대상에서 빠진) 나머지 20%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와 관련한 대책을 재원 마련 등과 연계해 심각하게 얘기해 봐야 한다. 절대빈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채 상대빈곤을 끌어내리는 문제까지 논하려 하니까 정책적 우선순위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예컨대 도시 노인을 위해서는 주거비 부담 경감 대책을 마련하고 농어촌 노인을 위해서는 맞춤형 급여를 도입하면 절대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기초생활보장제와 기초연금제 등 각각의 제도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좀 더 솔직히 밝힐 필요도 있다. 주 교수 지난해 7월부터 기초연금급여를 20만원씩 주고 있지만 절대빈곤율은 3~4% 정도 떨어지는 수준이다. 절대빈곤층이 얼마나 가난한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어떤 정책 수단을 통해서든 최저생계 이상은 유지해야 한다는 당위가 있다. 김 위원장 기초생활수급자인 노인들은 기초연금 효과를 누릴 수 없어서 원망이 크다. 정부는 이중 지원이라는 논리로 기초연금을 준 만큼 기초생활 생계급여를 깎는다. →후기(75세 이상)노인과 여성, 독거노인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 대책은. 이 실장 후기노인이 되면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제때 치료받도록 돕고 입원비 부담은 줄여줘야 한다. 아픈데 돈이 없어서 집에 혼자 있게 해서는 안 된다. 이제 막 시작한 단계지만 정부도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제도를 운용해 홀로 사는 노인에게 자주 찾아가거나 전화해 상황을 확인한다. 가장 급한 부분은 맞닥뜨린 질병에서 벗어나고 고독을 느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정 센터장 65세 이상 인구 중 8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는데 80세를 넘어가면 질병 등으로 인해 신체 능력이 급감한다. 늙을수록 노인의 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진다. 사실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애매한 상황에 놓인 노인들이다. 가난하고 아픈데도 요양시설을 이용할 장기요양등급은 받지 못한 노인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점점 늘 것이다. 주 교수 후기노인, 독거·여성노인 등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풀려면 결국 돈을 써야 한다. 빈곤 문제가 심각하면 공적 노후소득보장을 더 강화해야 한다. 고령 인구가 늘면 복지 수요도 커진다. 돈주머니가 한정돼 있다며 칸막이를 쳐 놓고 끝낼 문제가 아니다. 심각성을 인지하고 정책 우선순위를 높여야 한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제3차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대한 평가는. 이 실장 노인 빈곤을 낮추기 위해 주택연금(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매월 연금을 받고 대출자가 사망하면 주택을 처분, 정산해 주택가격에서 연금 수령액을 제하고 상속인에게 주는 제도) 가입률 끌어올리기 등 주택과 농지 얘기를 넣었다. 우리 국민들은 집, 땅에 대해 ‘자식에게 물려줘야 하는 것’이라고 인식한다. 그런데 생각을 바꿔서 노후 준비에 활용하면 국민연금의 보완책으로 여러 대안이 나올 수 있다. 정 센터장 최근 방점이 저출산에 찍히니까 고령화에 대한 종합적 시각이 약해진 것 같다. 이전에는 노인종합계획 등을 세워서 단기 성과에만 얽매이지 않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예컨대 노인 단독 가구가 증가하면서 우리 사회제도가 많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런 그림을 그리는 일에 관심이 적은 것 같다. 노인들이 다양해지면서 그들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발휘할 가능성도 커졌다. 그래서 사회적 안전망을 어떻게 깔아주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주 교수 이번 대책을 보면 지나치게 노인의 자율성에만 기댄 내용이 많다. 주택연금 등 사연금 가입자 수를 늘리겠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연대성을 촉진할 만한 대책은 미흡하다. 특히 소득 보장에서의 연대성, 즉 공적연금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수준의 복지를 해야 한다고 보나. 고비용 고복지인가, 저비용 저복지인가. 정 센터장 고복지와 저복지 중 하나를 택할 만큼 내 관점이 뚜렷이 서 있지는 못하다. 다만 확실한 건 비용 없이는 복지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도달해야 할 최소한의 복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사회적 합의를 하고 그 선까지 가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비용 부담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 복지 목표에 대해 합의하면서 비용 문제는 언급하지 않다가 나중에 비용 얘기가 나오면 합의가 없던 것이 돼 버리는 악순환이 있는데 이를 경계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의 절대빈곤은 어떻게든 공적으로 해결한다고 합의하고 이를 위해 제도의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주 교수 복지를 할 것이라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지출은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조세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공정성에 대한 의심 탓이다. 조세 항목 중 그 돈을 사회보장 영역에서 쓴다고 하면 사회에서 어느 정도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납세자들이 세금을 내면 그게 어디에 쓰일지 모른다는 데 있다. 국가에 대한 오래된 불신이 있는 것이다. 그런 의심을 타개해줄 수 있는 선언과 행동이 필요하다. 진행 유영규 특별기획팀장 정리 유대근·윤수경 기자 dynamic@seoul.co.kr
  • [홀몸노인 사랑으로 감싸는 자치구들] 웃음 찾아준 서초

    서초구의 독거노인들이 오래간만에 어린 산타들과 즐겁게 지냈다. 지역 드림스타트 대상 아동들이 산타로 변장해 방문한 것이다. 고사리손으로 직접 만든 케이크와 할머니를 위해 준비한 선물도 함께였다. 서초구는 3112명의 지역 독거노인 중 복지관이나 경로당 등을 이용하지 않고 혼자 지내는 978명의 은둔형 독거노인을 발굴했고 이들에 대해 고독사 예방을 위한 ‘친구모임방’ 사업을 전국 최초로 기획해 지원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서초구행복이음센터와 함께 유사한 성향의 은둔형 독거노인 5~6명을 친구로 맺어 주고 그중 한 집을 사랑방 삼아 매일 모여 일상을 함께할 수 있도록 도배, 생활물품, 관리비 및 청소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성탄절을 앞둔 지난 22일 오후 방배2동 친구모임방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꼬마 산타로 분장한 서초구 드림스타트 사업 대상 어린이들이었다. 어린이들은 ‘우리아이 행복밥상’에 참여해 직접 만든 생크림 케이크와 사탕, 양말 등 선물을 가지고 할머니집을 찾았다. 구 관계자는 “친구모임방에 찾아와 어르신들과 따뜻한 시간을 함께할 기업과 주민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대구보건대, ‘행복e든 나눔 축제’ 개최

    대구보건대학교가 22일 ‘행복e든 나눔 축제’를 가졌다. 이 대학 산학협력단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단이 주체한 이번 행사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대구보건대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을 비롯해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 하병문 대구 북구의회 의장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단이 올 한해 어르신 고독사 예방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그 사업을 마무리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을 위한 수료식, 축하공연, 참석 어르신 발표회, 열린 감성 페스티벌과 시상식 등으로 이어졌다.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단 장경은(42·사회복지과 교수) 단장은 “올해 어르신 250명을 대상으로 고독사 예방을 위한 정서치유서비스와 청춘은 60부터 등 두 가지 사업을 펼쳐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영화 多樂房] ‘마카담 스토리’, 추락한 인생 고독한 위로

    [영화 多樂房] ‘마카담 스토리’, 추락한 인생 고독한 위로

    엘리베이터 교체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모인 마카담 아파트의 주민들. 이들의 얼굴은 모두 낡은 아파트 건물처럼 창백하고 굳어 있다. 2층에 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 교체 비용을 낼 수 없다고 말한 스테른코비츠는 홀로 나머지 주민들 전체와 마주 본다. 군중 속의 고독이 무엇인지 단순하면서도 명확하게 묘사한 이 첫 번째 신 이후, 사뮈엘 벤체트리 감독은 마카담 주민 몇 사람을 표본 삼아 인간의 외로움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든다. 다리를 다친 스테른코비츠, 아들이 수감돼 있는 하미다, 엄마와 살고 있지만 늘 혼자인 10대 소년 샬리가 그 주인공들이다. 1.33대1의 화면 비율이 아파트의 좁은 복도와 집 안을 한층 답답해 보이도록 만드는 가운데 끈질기게 한 사람씩만 비추던 카메라는 영화가 시작한 지 23분이 지나서야 스테른코비츠와 그에게 먼저 말을 걸어온 간호사를 함께 화면에 담는다. 스테른코비츠가 휠체어를 밀며 간호사에게 다가가는 장면은 이 정적인 영화에서 매우 저돌적인 카메라워크를 사용한 부분 중 하나다. 두 사람의 ‘투 샷’은 이들의 첫 만남만큼이나 짧게 끝나지만, 외로운 사람들에게 찾아온 기적 같은 만남의 순간을 전달하기에 충분히 강렬하다. 마찬가지로 샬리는 앞집에 이사 온 여배우 잔과 대화를 시작하고, 하미다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실수로 추락한 우주비행사 존과 며칠간 은밀한 동거를 하게 된다. 이들 인물은 섞이거나 조우하는 일 없이 독립된 세 개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각각 상대방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결핍을 채우며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는 점에서 구조적, 주제적으로 통일돼 있다. 나직하면서도 묵직하게 관객들을 끌어당기는 ‘마카담 스토리’의 힘은 철저히 계산된 미장센과 고급스러운 유머 감각, 세 쌍의 색깔 있는 캐릭터들로부터 나온다. 그 자체로 공허함, 호기심, 교감 및 위로의 감정들을 표현하는 세팅과 인물 배치를 보는 즐거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위트 넘치는 대사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에 외로움을 아로새긴 듯한 얼굴의 스테른코비츠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타인에게 늘 친절한 하미다, 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미소를 잃어버린 잔도 인상적이지만 여섯 명의 인물 중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우주비행사 존이라고 할 수 있다. 광활한 우주와 마카담의 공간적 대비, 언어 및 문화 차이가 존과 마카담 주민들의 간극을 잘 드러낸다. 그러나 감독은 ‘그래비티’(2013)를 인용함으로써 우주를 유영하는 존의 실존적 외로움을 암시하며 다른 이들과의 유사성을 끌어낸다. 동시에 존은 마카담 주민들이 정서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추락’을 물리적 차원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대표성을 띠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미드와 존이 나란히 앉아 쿠스쿠스(중동 지역의 전통 음식)를 먹으며 노래를 교환하는 장면의 따뜻한 색감은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잿빛 이미지들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살면서 한번쯤 인생의 추락을 경험한 적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24일 개봉. 12세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외로움, 피하지 말고 한번 즐겨봐!

    외로움, 피하지 말고 한번 즐겨봐!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김정운 글·그림/21세기북스/344쪽/1만 8000원 정신없이 달려온 올 한 해. 숨가쁜 일상 속에서 잠시라도 공백이 생기면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이들이 많다. 바쁘게 사는 것이 성공적인 삶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명 강연자로 누구보다 바쁘게 살았던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그런 생각은 착각일 뿐이며 바쁠수록 마음은 공허해진다고 말한다. 저자가 돌연 한국 생활을 접고 일본으로 떠난 것은 만 오십 세가 되던 2012년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삶의 속도가 자신을 슬프고 우울하게 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등 떠밀려 살아온 지난 50년의 삶에 종지부를 찍고 일본행을 감행했다. 오랜 꿈이었던 그림을 그리고자 전문대학에 입학한 뒤 4년간 골방에서 홀로 외로운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주체적인 삶은 진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공부할 때 찾아왔다. 일본에서 홀로 밥해 먹고 빨래하며 남는 시간은 오롯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데 투자했다는 그는 외로웠지만 동시에 가장 생산적인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한국에서 고독은 낯선 단어이고 실패한 인생의 특징이지만 외로워야 성찰이 가능하고 타인과의 진정한 상호 작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문제는 외로움을 피해 생겨난 어설픈 인간관계에서 시작되며 외로움을 감내하는 것이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서툴지만 개성 있는 저자의 그림과 사진이 심리학적 분석이 담긴 글과 함께 실려 있어 이해를 돕는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어느 프리랜서 언어재활사의 고독사

    한 지방대 언어치료학과를 나온 황모(30·여)씨는 2013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고시원에서 생활했다. 고시원 관리인에게 자신을 언어재활사라고 소개한 그녀는 이따금 외출을 하면서도 인사 정도만 할 뿐 별다른 말이 없었다. 고시원 관리인이 보기에 황씨는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조용한 직장인이었다. 친구를 데려온 적도 없었다. 황씨의 이웃 중에서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프리랜서 언어재활사로 일하던 그는 휴대전화 요금마저 밀려 결국 가족과의 통화도 공중전화로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버지에게 용돈을 보내 달라는 말을 전화로 하면서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가 늘어 갔다. 지난해 겨울 결국 요금 미납으로 전화 착신마저 정지됐다. 삶의 위안이 됐던 남동생의 안부 전화조차 받을 수 없게 됐다. 어려서부터 앓아 온 기관지 질환은 그녀의 삶을 더욱 힘겹게 만들었다. 고시원 관리인이 파악해 둔 황씨 남동생의 휴대전화 번호가 황씨와 가족을 잇는 유일한 고리였다. 지난 15일 오후 1시 30분쯤 황씨는 고시원 자기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밀린 두 달치 월세를 받으러 간 관리인에 의해 발견된 그녀는 이불을 덮은 채 잠을 자듯 누워 있었다. 관리인은 “지난달 27일에도 월세를 받기 위해 찾아갔을 때 몸이 아프다며 나중에 주겠다고 했다”며 “창백한 얼굴로 겨우 말을 잇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시신의 부패 정도 등에 비춰 볼 때 황씨가 보름 전쯤 병세가 악화돼 사망한 것으로 보고,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17일 “황씨가 홀로 생활하다 고독사했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문화마당] 고독할 수 있는 용기/김재원 KBS 아나운서

    [문화마당] 고독할 수 있는 용기/김재원 KBS 아나운서

    모처럼 휴가를 다녀왔다. 가족과 오키나와에서 나흘, 혼자서 라오스에서 나흘을 더 보냈다. 떠나기 전 계획을 들은 동료들은 어떻게 그런 휴가를 보낼 수 있느냐는 말로 부러움을 덧붙였다. 진정한 휴가는 혼자 보내는 것이라는 뜻이리라. 따뜻한 대자연이 선사하는 여유 속에서 가족과 함께한 오키나와는 낙원이었다. 인천공항에서 가족과 작별하고 환승 게이트에서 라오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에는 골프 여행을 떠나는 중년 남성들로 가득 찼다. 내가 라오스 여행에서 찾고 싶었던 것은 고독감이었다. 요즘 우리는 지나친 소통으로 고독의 자유를 빼앗겼다. 어디서도 나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는다. 연말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심지어 온라인에서도 사회화라는 명분하에 혼자 있을 자유가 없다. 원하지 않는 단체 방에서 부르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사회화는 타인을 의식하고 남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뜻이다. SNS를 멀리하던 나는 급기야 용기를 내 카카오톡 탈퇴를 단행했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과도한 소통에 지쳐 있던 나는 지금 만족한다. 라오스 방비엥. 배낭 여행자의 천국. 오십여 나라를 여행한 내게도 꿈의 여행지였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코리아타운이었다. 꽃보다 청춘들의 여행을 보고 우르르 따라나선 한국인들 덕에 방비엥은 이미 몸살을 앓은 뒤였다. 한국어 간판이 가득하고, 허름한 숙소도 와이파이는 필수다. 가게는 한국 식품으로 즐비했고, 칠봉이의 선택을 외치는 식당은 홍대 앞을 방불케 한다. 카약과 튜빙을 알선하는 여행사도 이미 한국인이 점령했다. 일부러 외곽에 있는 현지인 여행사를 찾은 나는 한국인이 쓰는 돈 절반은 한국인이 가져간다는 불평을 들어야 했다. 꽃보다 아름다운 누나가 되고 싶어 남편들을 꼬셔서 혹은 버리고 떠난다는 크로아티아도 여행객 1위 국가가 대한민국이란다. 한국인의 동조 성향이 그대로 나타난 예다. 시청자와 방송 프로그램의 소비자 브랜드 관계를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은 동조 성향과 대인관계 지향성이 강하고, 교양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높단다. 성향의 차이는 프로그램 선호는 물론 여행지 선택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인의 끓는 냄비 같은 동조 성향은 배낭 여행자들의 천국을 코리아타운으로 만들고 상권을 확장시킨 채 서서히 식어 가고 있다. 방비엥은 지금도 공사 중이다. 그럼에도 나는 고독을 누렸다. 2만원대 방갈로에서 메콩강의 풍광을 즐겼고, 발코니 해먹에 누워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었다. 현지인 여행사에서 남들 안 가는 코스를 선택해 카약과 튜빙으로 메콩강을 혼자 누볐다. 온갖 거리 음식과 신선한 과일은 나 홀로 여행의 훌륭한 메뉴였다 그러고 보면 먹거리조차 나만을 위해 선택한 기억이 별로 없다. 혼자 있다 보니 절로 나를 돌아볼 여유도 생겼다. 도시의 생각은 순전히 타인을 의식한 것뿐이다. 최근 한 유명 연예인이 고백한 불안장애도 고독을 수용하는 연습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닐까? 동조 성향을 따라 분주하게 사는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자아성찰을 위한 고독이다. 나이가 들수록 기다리는 것은 고독감이다. 어느 해직 기자의 남미 여행기 제목처럼 남자도 자유가 필요하다지만 현실은 해직이나 돼야 울며 겨자 먹기로 멀리 떠날 수 있을 뿐이다. 고독할 수 있는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국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멀어 버릴 것이다. 참, 나도 혼자 떠나는 여행은 13년 만이다.
  • 우리 여인네들의 ‘누비 바느질’, 한·사랑 담긴 묘한 서정

    우리 여인네들의 ‘누비 바느질’, 한·사랑 담긴 묘한 서정

    소설가 김숨(41)이 재봉틀(미싱)의 등장으로 맥이 끊겼던 ‘누비 바느질’을 문학으로 오롯이 되살렸다. 일곱 번째 장편소설 ‘바느질하는 여자’(문학과지성사)에서다. 작가는 “바늘, 바느질 그 자체가 모티브가 됐다. 바늘은 그 자체에 무궁무진한 서사와 상징을 갖고 있고 바느질하는 행위도 묘한 서정이 있다”고 말했다. 소설은 3㎝의 누비 바늘로 3㎜의 바늘땀을 손가락이 뒤틀리고 몸이 삭도록 끊임없이 놓는 ‘수덕’과 그녀의 딸들이 우물집에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기본 뼈대를 이루고 있다. 그 어느 누구보다 바느질을 잘하지만 덧셈이나 뺄셈을 하지 못해 명인이 되지 못한 여인, 염장이인 아버지가 죽은 사람의 육신을 씻는 덕을 쌓은 덕분에 명장의 자리에 오른 인색하고 욕심 많은 여인 등 바느질하는 여러 여성들의 이야기도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다. “소설 속 바느질하는 여인들은 평생 바느질로 자식도 키우고 가정을 꾸렸어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 전쟁을 겪은 격동의 세대 여인들은 바느질을 집에서 배웠고 바느질로 옷을 해 입었어요. 그 세대 여인들에서 주인공 수덕으로 넘어오면서 재봉틀이 등장하고 방직공장이 생기면서 옷이 흔한 시대가 됐죠. 바느질로 옷을 일일이 지어 입는 사람이 없어졌어요. 서양 바느질법인 프랑스의 자수가 유행하게 됐고요. 폐기처분된 바느질, 우리의 전통 바느질이 갖고 있는 귀한 미덕 같은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우리의 전통 옷감들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었고요.” 바느질은 그 종류가 여러 가지다. 작가는 작품에서 우리의 전통 바느질인 ‘누비 바느질’에 중점을 뒀다. ‘누비 바느질’은 지독한 인내와 절대고독,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바느질법이다. 우리나라 여인들의 삶과 미덕과도 닿아 있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고달픈 인생의 한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도 이런 ‘누비 바느질’에 대한 묘사가 곳곳에 나온다. ‘누비 바느질의 세계는 심오해. 단순한 바느질이 아니라 삼라만상을 짓는 거지. 하나의 우주를 짓는 것하고 똑같다는 뜻이지.’(407쪽) ‘누비는 똑같은 바늘땀들의 반복을 통해 아름다움에 도달하지. 자기 수양과 인내, 극기에 가까운 절제를 통해 최상의 아름다움에 도달하는 게 우리 전통 누비야.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한 침선법이지.’(409쪽) 작가는 여러 해 전 누비 바느질 기법을 접했다. 고된 바느질 기법이라 어느 누구도 선뜻 배우려 하지 않아 역설적으로 관심이 더 갔다. 바느질하는 여자들이 갖고 있을 법한 인생의 굴곡들이 펼쳐낼 서사에도 마음이 끌렸다. 한복 전문가 엄숙희, 난곡 이숙자, 운정 이미경 등 바느질을 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자문을 얻었다. 기본적인 누비 바느질법도 배웠다. 내부에서 서사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봄 집필에 들어갔다. “바늘 잡는 법도 몰랐고, 명주 천에는 명주실을 써야 한다는,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상식 같은 것도 없었어요. 그런 제게 여러 선생님들께서 기본적인 누비 바느질법도 가르쳐 주시고 도움 되는 말씀도 많이 해 주셨어요. 그분들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는 산문으로도 쓰려고 해요. 이번 소설이 바느질을 업으로 삼고 살아오신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작가는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받았다. 내년 2월부터 현대문학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장편소설을 연재할 예정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올해의 합격자] 국가직 5급 최연소 합격 송동원씨

    [올해의 합격자] 국가직 5급 최연소 합격 송동원씨

    올해 5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은 최근 3년래 가장 높은 수준인 35.8대1을 기록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32대1까지 낮아졌던 경쟁률이 4년 만에 반등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했다. 서울신문은 내년 시험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을 위해 올해 5급 공무원 공채 시험에서 최연소로 합격한 송동원(21·재경직렬)씨에게 시험 대비법과 수험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합격 소식을 들은 지도 벌써 한 달이 흘렀습니다. 동전 노래방에서 가수 임재범의 ‘비상’이라는 노래를 목놓아 부르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는데요. 학교 생활과 병행한 1년 10개월 동안의 수험 기간 전반을 돌이켜 보면 하루하루 어두운 동굴 속을 헤쳐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머나먼 곳에 희미하게 보이는 빛 한 줄기만을 바라보면서요. 남들보다 비교적 일찍 목표를 정하고 시작한 덕분에 ‘최연소 합격자’라는 수식어를 듣게 됐지만, 사실 나이가 어려 정보가 부족한 탓에 겪었던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고3 수험생 신분에서 벗어난 지 반 년이 흘렀던 2013년 7월, 고독한 수험생활에 다시 발을 들였습니다. 휴학하지 않고 학업을 병행하기로 한 터라 통학시간을 아끼려고 신림동 고시촌인 ‘녹두거리’에서 자취를 시작했어요. 당시 늦어도 오전 8시 30분까진 도서관에 갔습니다. 경제학과 수업과 인터넷 강의를 모두 소화하고 나면 귀가 시간은 밤 12시 가까이 됐죠. 이듬해 3월 첫 1차 시험을 치렀습니다. 결과는 낙방이었습니다. 근소한 점수 차로 합격선을 밟지 못했기에 과감하게 휴학계를 내고 학원을 다니며 시험에 ‘올인’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때 자취 생활도 접었어요. 물론 2학기 때는 심적 부담감에 복학해 12~15학점을 들으면서 다시 수험생활을 병행했습니다. 생활 패턴은 학교 수업과 인터넷 강의, 저녁 스터디,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짰습니다. 지난해 8월 오후 8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10쪽 기준의 2차 시험 답안을 작성하는 기출문제 스터디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혼자 하다 보면 긴장감이 떨어지잖아요. 그 밖의 시간에는 인터넷 강의 복습을 반복했습니다. 올 3월 1차 시험 재도전 끝에 합격 결과를 받았습니다. 올 1학기는 다시 휴학도 하고, 2차 시험이 끝날 때까지 다시 자취생이 되었습니다. 오전 8시엔 학교 도서관에서 기출 모의고사 1회를 풀었습니다. 오답 정리 등 공부를 한 뒤 점심 후에는 학원 수업을 들으러 갔습니다. 학원 수업이 오후 2시에 시작했는데, 1시간씩 전에 가서 또 모의고사를 풀고, 오후 5시 30분 정도엔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학교로 돌아가 저녁을 먹은 뒤 밤 12시까지 학원 수업 복습 등 공부를 했습니다. 공부 방식은 과목별로 달랐습니다. 언어 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 세 영역으로 이뤄진 5급 공채 1차 공직적격성평가(PSAT)는 지식적인 측면보다는 순간적인 판단을 물어봅니다. 대비는 영역별 기출문제 1회씩 총 20문제를 매일 풀고 오답을 정리했습니다. 시험일이 가까워졌을 때는 2회씩 풀고, 틈이 나면 1회씩 더 풀었습니다. 오답 정리를 할 때는 단순히 정답이 무엇인지를 알기보다 오답을 고르게 된 판단 과정 자체를 되짚어 보고 잘못된 생각의 흐름 자체를 고치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언어논리 영역이 취약해 따로 인터넷 강의를 들었습니다. 2차 시험 과목 중 가장 막막했던 것은 행정법이었습니다. 분량이 워낙 방대해 전체 1회독을 해도 기억이 제대로 나질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파트별로 공부하며 요약노트를 만들었습니다. 재정학, 국제경제학 등 과목은 미시·거시 경제학을 이해할수록 시너지가 생겼습니다. 세 과목 모두 해설집들을 수차례 읽으며 책을 쓴 교수의 표현 방식을 익혔습니다. 마지막 관문은 스터디를 통해 준비했습니다. 2차 합격 후 15명의 수험생과 면접 스터디를 했습니다. 집단 토론 때는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제 의견을 논리 정연하고 깔끔하게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국정감사 자료나 정부 업무보고 등을 평소 숙지해 둔 뒤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한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면접은 ‘나는 대한민국 공직자다’, ‘바른 마음’, ‘왜 도덕인가’ 등의 책을 읽고, 매일 자기기술서를 작성했습니다. 진정성이나 균형 잡힌 시각 등을 최대한 호소했습니다. 체력단련을 위해 운동을 따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시간과의 싸움이었거든요. 운동을 하는 대신 체력을 지키기 위한 소소한 노력들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수험생활 내내 술과 야식은 가급적 피했습니다. 또 밤을 새우는 등 몸에 무리가 갈 만한 일들은 철저히 멀리했습니다. 합격이 보장되지도 않는 시험에 스무살의 낭만을 포기하고 모든 걸 쏟는 게 과연 옳은 선택인지를 고민했던 적도 있습니다. 수험생활 도중에는 시험에 낙방하면 아예 제 자신이 어둠 속으로 꺼져버릴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도 있었죠.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해낼 것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자신을 믿고 하루하루 헤쳐나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정리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2시간 30분마다 한명씩…주범은 ‘빈곤’ 공범은 ‘질병’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2시간 30분마다 한명씩…주범은 ‘빈곤’ 공범은 ‘질병’

    가난한 노인에게 한국은 버티기 힘든 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인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이를 방증한다. 심리적 부검을 통해 사후(死後)에 취재원이 돼 준 노인들은 그들이 자살에 이르게 된 경로를 뚜렷하게 보여줬다. ‘빈곤+α’. 서울신문 특별기획팀이 지난 10월 1일부터 11월 31일까지 보건복지부의 중앙심리부검센터와 직접 진행한 총 7건의 노인 자살자 심리부검 결과와 부산시·충청남도 등으로부터 받은 자살 유가족 심리면담 자료 98건 등을 분석해 얻은 노인 자살의 공식이다. 다수의 노인이 빈곤의 늪에 빠진 현실에서 불행히도 ‘α’는 다양하다. 지병 또는 갑작스러운 질병, 심리적 고립감, 가족과의 불화, 폭력과 학대 등이 이미 벼랑에 선 노인들의 등을 떠민다. 한국 사회에서는 노년층도 경쟁에서 이길 힘을 잃으면 떠나줘야 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 ‘각자도생’의 냉엄한 사회에서 끝내 버티지 못한 한국 노인들은 2시간 30분마다 1명씩(2014년 기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가난에 허덕이다 끝내 잘못된 방식으로 삶을 마감한 노인들의 사연을 통계와 사례로 살펴봤다. 우리 사회의 노인들을 자살로 내모는 주범은 ‘빈곤’이다. 보건복지부의 ‘2014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노인(65세 이상)의 10.9%가 60세 이후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이유로는 경제적 어려움(40.4%)을 가장 많이 꼽았고 ▲건강 24.4% ▲외로움 13.3% ▲부부·자녀·친구와의 갈등 및 단절 11.5% ▲배우자·친구 등의 사망 5.4% 순이었다. 특히 잘사는 노인보다 못사는 노인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더 자주 했다. 소득 하위 20%(연 소득 754만원 이하) 가구의 노인 중 자살을 생각해 본 비율이 16.5%인 데 반해 소득 상위 20%(연 소득 3426만원 초과) 가구의 노인은 절반인 8.3%에 그쳤다. 현대사에서 경기침체가 자살률을 얼마나 끌어올렸는지를 봐도 노인 자살과 빈곤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1990년대 외환위기,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노인 자살률이 크게 늘었다”며 “자살은 경제적 어려움 등 원인 상황이 불거지고 2~5년 뒤 급증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인구 10만명당 노인 자살률은 1997년 30.3명이었지만 외환위기(1997~98년)로 경제 성장률이 곤두박질치고 나서 3년 뒤인 2001년 42.0명으로 급증했다. 이후 카드대란(2003년)의 여파 등이 겹치며 노인 자살률은 급증세를 보였고 2005년에는 80.3명에 달했다. 노인 자살률은 이후 잠시 감소세를 보였지만 미국발 금융위기(2008년)의 여파로 2010년에는 역대 최악인 81.9명까지 치솟았다. 자살 문제 전문가들은 “빈곤만으로는 노인 자살을 완벽히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빈곤에 추가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더해질 때 인간으로서 자존감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노인 자살을 부추기는 첫 번째 공범은 ‘병환’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수사한 60세 이상 자살자 4141명 중 육체적 질병 탓에 잘못된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 난 건이 1824명(44.0%)으로 가장 많았다. ‘건강=돈’인 우리 사회에서 노환이 찾아오면 경제적 어려움은 증폭된다. 박 교수는 “노인들은 질병 탓에 겪는 통증보다 경제적 부담과 ‘왜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하는 존재의 고민을 한층 심각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특히 집안 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하면 ‘가장’으로서 더욱 큰 압박감을 느끼게 되는 남성 노인들은 건강 악화로 돈을 벌 수 없게 되면 자살하는 사례가 여성보다 더 많다. 최명민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남성은 심리적 어려움 등을 겉으로 드러내 해소하기 어렵고 자살 방법도 훨씬 과격해 자살률이 여성보다 높다”고 말했다. 외로움과 심리적 고립감은 노인을 절벽 아래로 미는 두 번째 공범이다. 가족의 해체가 노인을 가난하게 또 외롭게 만든다. 국내 노인 인구 중 혼자 사는 비율은 2000년 16.0%였으나 이후 증가해 2010년 19.4%, 2015년 20.8%로 치솟았다. 통계청의 예측에 따르면 독거노인 비율은 계속 늘어 2020년이면 21.6%에 이른다. 젊었을 때 자녀를 뒷바라지하는 대신 늙어서는 자녀에 의지해 살던 전통적 가족 복지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지금 노인 세대는 늙은 부모를 봉양한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로부터 부양받지 못한 첫 번째 세대”라면서 “가족 부양 체계가 이 정도로 해체될 것으로는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경제적, 심리적으로 대비 없이 노년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특히 고향을 홀로 지키며 사는 농촌 노인은 심리적 어려움에 취약하다. 김도윤 충남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부센터장은 “충남의 농촌 지역에서 노인 자살 원인을 조사해 보니 경제적 어려움, 질병 문제에 관계 단절로 인한 고독감이 겹치면서 괴로워하다 자살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충남의 한 농촌 마을에서 3년 전 음독자살한 김신옥(82·여·가명)씨는 ‘가난’과 ‘관계 단절’의 이중고 속에 죽음에 내몰린 사례다. 아들 둘, 딸 둘을 뒀던 김씨는 재산의 대부분을 큰아들에게 증여한 뒤 다른 자녀들과 불화가 생겨 관계가 멀어졌다. 그나마 같은 지역에 살며 의지했던 큰딸마저 병으로 사망했고 이후 둘째아들과 함께 살았지만 아들이 집을 담보로 빚을 지는 등 경제적 어려움이 커졌다. 이웃과 왕래조차 없었던 그는 지역 보건소장에게 “죽고 싶다”고 자주 털어놨지만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하자 결국에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 이렇듯 노인에게 자녀는 ‘힘들어도 버티게 하는 존재’여야 하지만 때로는 자살 생각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노인은 건강이 나빠지거나 경제력을 잃으면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힘든 자식에게 짐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자살하는 일이 많다. 고선규 중앙심리부검센터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의 노인 중에는 짐이 된다는 생각에 시달리다가 자식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자살하는 일이 다른 나라보다 많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tamsa@seoul.co.kr 유영규 팀장 whoami@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그래픽 김예원 기자 yean811@seoul.co.kr
  • 미술관에 들어온 스탠리 큐브릭·필리프 가렐

    미술관에 들어온 스탠리 큐브릭·필리프 가렐

    스크린을 통해 만났던 영화 거장들의 작품 세계를 현대미술의 시각으로 풀어낸 기획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순수 미술뿐 아니라 영화, 건축, 디자인 등 미술 인접 장르를 다루며 현대미술의 확장된 개념을 소개해 온 서울시립미술관은 현대카드, 독일영화박물관과 함께 ‘스탠리 큐브릭전’을 마련했다. 스탠리 큐브릭(1928~1999)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시계태엽 오렌지’(1971), ‘샤이닝’(1980), ‘아이즈 와이드 샷’(1999 위) 등에서 보듯이 비범한 줄거리 전개와 독특한 위트, 창의적인 촬영기법으로 영화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영상을 만들어 낸 20세기 최고의 거장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스티븐 스필버그 등 최고의 영화감독들에게 끊임없는 오마주의 대상이 되고 있는 큐브릭 감독의 예술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접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연출한 19편의 작품과 관련된 소품과 세트모형, 촬영현장을 담은 미공개사진, 자필메모가 담긴 각본 등 1000여점의 자료가 소개된다. 내년 3월 13일까지 서소문 본관. 국립현대미술관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이자 포스트 누벨바그의 대표적 영화감독 필리프 가렐(67)의 회고전을 서울관에서 열고 있다. 2005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은사자상을 받은 가렐의 작품은 알 수 없는 공간에 버려진 듯한 인물들의 고독과 슬픔, 공허한 욕망이 점멸하며 가장 고전적인 형태로 이미지의 현대적 담론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관 영화관인 MMCA필름앤비디오에서는 가렐의 작품 16편을 상영하는 회고전이 열리고, 전시실 7과 미디어랩에서는 세 편의 작품이 현대미술의 형태로 재구성돼 소개된다. 회고전에서는 35㎜로 제작돼 디지털 상영본이 존재하지 않는 그의 작품 중 13개 작품을 선정, 디지털로 복원해 상영한다. 상영작은 47년 만에 발견된 작품 ‘혁명의 순간들’(1968)을 포함한 초창기 작품들부터 ‘질투’(2013),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그토록 많은 시간을 보냈다’(1985 아래)까지 아우른다. 서울관 전시실 7과 미디어랩에선 가렐의 흑백 영화 세 편이 35㎜ 필름 인스톨레이션과 비디오 설치 형식으로 전시된다. 필름 영사기 생산이 중단된 현재까지도 35㎜ 필름으로만 영화제작을 고집하는 그의 작품이 전시장 내에 설치한 35㎜ 영사기를 통해 상영된다. 전시 공간에 영사기와 필름을 감고 돌리는 영사기사의 모습을 그대로 노출시켜 필름 이미지의 물리적 성질을 관람객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전시기간 중 가렐이 직접 내한하여 관객을 만나는 ‘필리프 가렐 마스터 클래스’(12월 19일)와 영화 평론가, 가렐의 영화에 직접 참여했던 배우가 함께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크 프로그램(12월 23일) 등이 예정돼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영화를 보는 색다른 방법. 미술관에서 감상하는 영화계 거장들의 예술세계

    영화를 보는 색다른 방법. 미술관에서 감상하는 영화계 거장들의 예술세계

     스크린을 통해 만났던 영화 거장들의 작품 세계를 현대미술의 시각으로 풀어낸 기획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순수 미술뿐 아니라 영화, 건축, 디자인 등 미술 인접 장르를 다루며 현대미술의 확장된 개념을 소개해 온 서울시립미술관은 현대카드, 독일영화박물관과 함께 ‘스탠리 큐브릭전’을 마련했다. 스탠리 큐브릭(1928~1999)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시계태엽 오렌지’(1971), ‘샤이닝’(1980), ‘아이즈 와이드 샷’(1999·?사진?) 등에서 보듯이 비범한 줄거리 전개와 독특한 위트, 창의적인 촬영기법으로 영화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영상을 만들어 낸 20세기 최고의 거장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스티븐 스필버그 등 최고의 영화감독들에게 끊임없는 오마주의 대상이 되고 있는 큐브릭 감독의 예술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접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연출한 19편의 작품과 관련된 소품과 세트모형, 촬영현장을 담은 미공개사진, 자필메모가 담긴 각본 등 1000여점의 자료가 소개된다. 내년 3월 13일까지 서소문 본관.  국립현대미술관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이자 포스트 누벨바그의 대표적 영화감독 필리프 가렐(67)의 회고전을 서울관에서 열고 있다. 2005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은사자상을 받은 가렐의 작품은 알 수 없는 공간에 버려진 듯한 인물들의 고독과 슬픔, 공허한 욕망이 점멸하며 가장 고전적인 형태로 이미지의 현대적 담론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관 영화관인 MMCA필름앤비디오에서는 가렐의 작품 16편을 상영하는 회고전이 열리고, 전시실 7과 미디어랩에서는 세 편의 작품이 현대미술의 형태로 재구성돼 소개된다. 회고전에서는 35㎜로 제작돼 디지털 상영본이 존재하지 않는 그의 작품 중 13개 작품을 선정, 디지털로 복원해 상영한다. 상영작은 47년 만에 발견된 작품 ‘혁명의 순간들’(1968)을 포함한 초창기 작품들부터 ‘질투’,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그토록 많은 시간을 보냈다’(?사진 아래?)까지 아우른다. 서울관 전시실 7과 미디어랩에선 가렐의 흑백 영화 세 편이 35㎜ 필름 인스톨레이션과 비디오 설치 형식으로 전시된다. 필름 영사기 생산이 중단된 현재까지도 35㎜ 필름으로만 영화제작을 고집하는 그의 작품이 전시장 내에 설치한 35㎜ 영사기를 통해 상영된다. 전시 공간에 영사기와 필름을 감고 돌리는 영사기사의 모습을 그대로 노출시켜 필름 이미지의 물리적 성질을 관람객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전시기간 중 가렐이 직접 내한하여 관객을 만나는 ‘필리프 가렐 마스터 클래스’(12월 19일)와 영화 평론가, 가렐의 영화에 직접 참여했던 배우가 함께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크 프로그램(12월 23일) 등이 예정돼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홀몸 어르신 매일 찾아가는 ‘복지 배달원’

    홀몸 어르신 매일 찾아가는 ‘복지 배달원’

    홀몸 어르신에게 요구르트를 배달하고 있는 동대문구가 이번에는 우유배달 사업으로 복지 그물망을 촘촘히 짰다. 특히 이들 사업은 구의 재정이 투입되는 복지서비스가 아니라 민간 자원을 활용한 서비스라서 의미가 크다. 동대문구는 지역 200명의 독거노인에게 매일 우유를 배달해 주는 ‘어르신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사업을 시작한다고 19일 밝혔다. 요구르트를 받고 있는 280명을 포함하면 480명의 홀몸 어르신 안부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안부 우유배달 사업은 옥수중앙교회의 후원으로 이뤄져 동대문형 복지공동체 보듬누리 사업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배달을 맡은 건국유업은 매일(주말 제외) 어르신 가정에 우유를 배달하면서 안부를 묻게 된다. 그러나 찾아가도 어르신을 만나지 못하고 배달한 우유가 문 앞에 쌓이면 배달원이 매일 다른 색깔의 포스트잇을 붙인다. 포스티잇이 두 장 붙어 있으면 이틀 이상 어르신이 집을 비우거나 신변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배달원은 구청이나 사회복지 직원에게 연락한다. 동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직원은 신속하게 찾아가 생사를 확인하는 등 비상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를 통해 홀몸 어르신의 고독사를 예방하고 사회 안전망은 더욱 튼실해진다. 호용한 옥수중앙교회 목사는 “앞으로 우유배달 사업의 수혜자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더 나은 지역사회를 위해 종교단체와 기업들이 마을공동체를 다시 살리고 사회적 복지망을 튼튼히 하는데 동참하고 있다”면서 “발로 뛰는 보듬누리 사업을 통해 고독사 없는 동대문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영화 多樂房] ‘나이트 오브 컵스’

    [영화 多樂房] ‘나이트 오브 컵스’

    테렌스 맬릭의 영화를 해석하는 행위에는 망설임과 고통이 따른다. 그의 영화에서 서사를 정확히 전달하는 대사나 편집 문법 같은 것은 거의 기대할 수 없다. 대신 파편화된 이미지들과 내레이션만이 러닝타임을 채워 나간다. 소위 예술영화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작품들이 종종 선택하듯 시간을 흩어 놓거나 이야기를 생략하는 방식과는 또 다른 테렌스 맬릭만의 언어는 그래서 관객들에게 능동적인 해석자가 돼 줄 것을 종용한다. 그런데 그 태도가, 그 요구가 불쾌하지 않다. 지극히 지적이고 우아하며 세련된 영상을 구사하면서도 관객들을 무시하거나 깔보려는 의도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테렌스 맬릭의 영화는 인간과 인생의 불완전함을 다뤄 왔고 거기에는 늘 겸허함이 묻어 있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나이트 오브 컵스’(12일 개봉) 또한 외국어라기보다 일종의 제스처이며, 수필이 아닌 한 편의 시(詩)고, 문학이 아닌 철학이며, 초현실주의적 그림으로 간주해 본다면 이 영화는 난해한 것이 아니라 단지 ‘그런’ 영화일 뿐이다. ‘나이트 오브 컵스’라는 제목은 왕이 컵을 들고 생각에 잠긴 모습이 그려진 타로카드의 한 종류를 의미한다. 왕이 앉아 있는 발밑에는 그의 번민처럼 푸른 파도가 굽실댄다. 부와 권력을 가졌지만 그는 자신에게 진정한 위로와 기쁨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주인공 ‘릭’은 카드 속의 왕처럼 많은 것을 가졌지만 상실감과 허무함에 빠져 있는 인물이다. 아름다운 여인들과의 유희, 쾌락의 절정으로 치닫는 파티의 즐거움도 잠시뿐, 그는 다시 막내동생의 죽음과 아내와의 이혼, 가족들과의 갈등이라는 상황으로 돌아온다. 슬픔과 외로움, 죄책감을 새로 만난 ‘엘리자베스’를 통해 메워 보려 하지만 그녀와의 관계 또한 그에게 혼란만 가중시킨다. 타로카드의 파도는 영화에서 수족관과 수영장, 바다 등으로 변주돼 등장한다. 과연 릭은, 아니 인간은 이렇게 다양한 이미지의 물, 즉 깊은 눈물 같은 고뇌와 미지의 두려움을 상징하는 공간 속에서 극 중 ‘진주’로 표현되는 삶의 진리, 위로 혹은 기쁨을 찾을 수 있을까. 감독의 철학적 질문은 변함없지만 자연을 향한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던 전작들과 달리 ‘나이트 오브 컵스’는 도시와 도시인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며 현대의 관객들에게 손짓한다. 몇 겹의 고가도로, 끝없이 이어진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 꼭대기가 보이지 않는 마천루의 이미지가 어쩐지 생경하게 스크린을 채우는 가운데 릭이 만나는 인물들은 각자의 목소리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화려하고 풍족한 삶 속에서도 그들은 이루지 못한 욕망에 대해 토로한다. 하지만 영화를 분할하는 몇 장의 양가적 타로카드가 암시하듯 인물들은 불안과 시련, 고독과 비탄에 잠겨 있는 한편 승리와 희망, 행복, 도약과도 멀리 있지 않다. 에마누엘 루베스키의 환상적인 촬영은 마치 감독의 머릿속을 꿰뚫어 본 듯 이러한 이중성을 충실히 담아내며 긍정적 여운을 남긴다. 그래도 삶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19세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웹툰작가 임인스 은퇴 “몸과 정신 건강상의 이유…더 이상 여력 안 돼”

    웹툰작가 임인스 은퇴 “몸과 정신 건강상의 이유…더 이상 여력 안 돼”

    웹툰작가 임인스 은퇴 “몸과 정신 건강상의 이유…더 이상 여력 안 돼" 웹툰작가 임인스 네이버 웹툰작가 임인스(본명 임만섭)가 은퇴를 선언했다. 임인스는 14일 연재 중인 네이버 웹툰 ‘라크리모사’ 10회분과 함께 은퇴를 알리는 내용의 글을 함께 올렸다.임인스는 공지글을 통해 “먼저 책임을 다하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몸과 정신 건강상의 이유로 더 이상 작품을 이어갈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아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재 중이던 웹툰을 마무리 짓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며 모든 비난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사과했다. 임인스는 “‘라크리모사’는 시놉시스의 형태로 블로그에 모두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인스는 마지막으로 “그동안 받았던 사랑을 잊지 않겠다”면서 “독자 분들도 건강하고 고독하지 않으며 행복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임인스는 지난 2007년 6월 네이버 웹툰 ‘싸우자 귀신아’를 연재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고 이후 2013년 ‘싸귀2: 퇴마록’과 올해 ‘라크리모사’ 등의 시리즈를 연재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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