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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이 살고 나라가 살려면 대학 살려야… 정치, 교육에 눈떠라

    청년이 살고 나라가 살려면 대학 살려야… 정치, 교육에 눈떠라

    두 개의 금언이 있다.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모두 동의하는 말이다. “교육이 살아야 미래가 있다.” 이 말을 부정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교육이 살아야 미래가 있다”는 말이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본이 되는 말이다. 그런데 이 기본에 탈이 났다. 고령화에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인데 젊은이들 사이에서 4B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가슴이 철렁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비연애, 비성관계, 비결혼, 비출산을 4B라고 한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는 마당에 4B운동이라니 대책이 없다. 청년들에게 희망이 없다면 나라에도 희망이 없는 것 아닌가? 서울과 수도권에는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밀집해 살고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금값이다. 정상적인 직장생활로 아파트를 장만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한 꿈이다. 반대로 나머지 모든 지역은 소멸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소멸위험지수를 보면 서울과 수도권 일부 도시를 제외한 전국의 모든 지역이 소멸 지역이니 국가균형발전은 애저녁에 물 건너갔다. 대한민국은 재벌공화국이고 자영업자가 다수다. 중소기업은 재벌과의 관계에서 쪼그라들었다. 재벌은 배가 터지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은 배를 곯는 양극화가 한강의 기적으로 일군 한국자본주의의 실상이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 취직하기를 바라지만, 낙타 앞의 바늘구멍이어서 양질의 일자리는 신기루에 가깝다. 여기까지가 현실이다. 이 암울한 현실을 바꾸려면 정치와 교육이 살아 있어야 하는데 교육은 현실보다 비극적이고 정치는 교육에 관심이 없다. 교육의 의미도 모르고 교육의 역할도 모르니 낫 놓고 기역자를 모르는 것과 똑같다.교육은 청년을 인재로 양성하는 과정이다. 청년들은 교육을 통해서 사회적 역할을 부여받는다. 교육은 또한 청년을 사회로 연결하는 사다리 역할을 한다. 교육은 모든 사회적 관계가 고착되지 않도록 만들어 주는 계층이동의 통로다. 바람이 대기를 섞어 주고 해류가 바닷물을 섞어 주는 것처럼 교육은 사람과 사회를 섞어 주어야 한다. 이 사다리가 튼튼해야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데, 사다리 역할을 할 교육의 계층이동 기능은 정지됐고 그 정점에 있는 대학은 위기에 직면했다. 대학의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사실인데 대입 수험생은 2018년에 60만명 이하로 줄었고 올해 49만명에서 4년 후에는 37만명으로 12만명이 감소한다. 전체 수험생의 25%가 줄어드는 셈이다. 전국에 330개의 4년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이 있는데, 줄어드는 숫자로 보자면 입학 정원 1500명 규모의 대학 90개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이 상황을 방치하면 혼란이 온다. 서울 일부를 제외한 전국의 모든 대학이 신입생을 채우지 못하고, 특히 지방 사립대와 전문대가 폐교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학생이 줄고 재정이 악화되면 교직원 급여가 체불되고, 교육환경이 부실해지고, 재정 투자가 감소하면서 교육은 총체적 부실에 빠진다. 교육 현장은 갈등과 분규의 아수라장이 된다. 선명하게 보이는 교육의 미래다. 어떤 선택이 가능할까? 입학 정원을 줄이든 대학을 줄이든 방법을 강구해야 할 상황에서 교육부가 손을 놓아 버렸다. 정원 감축의 책임을 대학의 자율 감축으로 떠넘겨 버린 것인데, 두 가지 판단착오가 있다. 첫째, 학생의 감소는 재정의 감소를 의미하는데, 국가 지원금도 없고 재단 전입금도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감축은 대학을 파국으로 몰아넣는다. 둘째, 학령인구의 감소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방대학의 소멸로 이어지고 지방대학의 소멸은 지역 소멸을 더욱 재촉한다. 지방대학과 지역의 동반 몰락을 예고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입학 정원을 줄여야 한다면 서울과 지방을 구별하지 않고 균등하게 줄이면 된다. 자생력이 없는 일부 대학은 문을 닫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입학 정원이 줄면 대학 재정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므로 정부가 재정결손을 보전해 주어야 한다. 차제에 국공립대학과 대학원이 활성화된 사립대학은 연구 중심 대학으로 전환하고 학부 정원을 대폭 감축해야 한다. 학령인구만 문제가 아니다. 사학 비리는 가장 오래된 고질적인 문제다. 대학의 86.5%가 사립이고 사학의 투명성이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사학 비리 척결 없이는 교육개혁이 가능하지 않다. ‘유치원 3법’은 국회에서 통과됐는데 사립학교법은 왜 개정되지 않을까? 사립학교법 개정이 어려우면 시행령 개정으로, 시행령 개정이 어려우면 재정지원 방식으로, 그것도 어려우면 정부의 지도감독권으로 대학의 정상화를 다각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데 그런 노력이 아쉽다. 교육부 예산도 개선이 필요하다. 국가장학금의 규모가 4조원을 넘어섰는데 여전히 정부와 학생 간의 직거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학이 국가장학금을 직접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과 전문대학의 혁신지원사업과 BK사업 등 지원 사업의 규모가 2조원에 육박하는데 비리가 있는 대학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고 대학 운영 상황에 따라 차등 지원하면 대학의 정상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정부 정책의 혁신은 집권세력, 정부, 공무원, 국민이 함께 풀어 가야 성공한다. 공무원은 당연히 혁신의 주체가 돼야 한다. 그러나 관료집단은 기득권에 매몰되거나 보신주의적 태도에 젖어 혁신에 저항할 가능성이 크므로 관료주의는 철저히 배척해야 한다. 교육 영역에서도 그간 관료적 기득권주의가 적잖이 확인됐다. 과거 사분위를 통해 비리 재단이 속속 복귀할 때 교육부는 수수방관했고 일부 관료들은 교육 마피아가 돼 비리 재단과 결탁했다. 상지대는 매우 상징적인 사례인데 분규 내내 교육부는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고, 결국 교육부를 대신해서 대법원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결로 정상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교육부는 정상화를 촉진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정부의 교체가 관료집단의 개혁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기득권적 관료주의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의 모든 청년이 대학교육을 받는다. 긴 교육의 마지막 단계인 대학은 청년이 사회와 연결되는 통로이자 청년의 미래를 구축하는 디딤돌이다. 그런데 그 대학이 천박한 경쟁주의에 매몰되고, 서열주의로 고착되고, 사학 비리에 찌들고, 재정 부족으로 허덕인다면 어떻게 제 역할을 수행하겠는가? 형식적인 취업률 향상에 연연해 취업에 유리한 순응적인 기능인만 양산한다면 나라의 미래가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현실을 비판하면서 고난을 무릅쓰고 진리와 정의, 협동과 창조의 가치를 함양하라고 가르칠 수 있겠는가? 청년들에게는 눈앞의 현실 못지않게 미래와 희망이 중요하다. 특히 삶의 전 과정을 지배하는 출산, 육아, 교육, 주거에서 희망이 필요하다. 청년들을 가슴 뛰게 하는 것은 미래를 향해 열린 길이므로 사회가 그 길을 만들어 주고 교육이 그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교육이 기득권을 옹호하고 재생산하는 방식이라면 희망은 없다. 아이를 낳고 기르고 교육하는 모든 과정이 오로지 개인의 몫이라면 누구도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을 것이다. 청년이 살고 나라가 살기 위해서는 대학이 살아야 하고 대학이 대학다워야 한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비리는 교육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이기에 사학 비리든 교육 비리든 일체의 비리와 부조리를 교육 현장에서 제거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 대학 서열화를 해소하고 대학을 개방해 대학 간 연결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에서 국가가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면 된다. 대학이 살아야 미래가 열린다. 먼저 대학을 살리는 일을 시작하자. 상지대 총장
  • “집값 폭등은 잘못된 정책 탓…시행 전에 효과 정확히 알려야”

    “집값 폭등은 잘못된 정책 탓…시행 전에 효과 정확히 알려야”

    서울 강남의 초고가 아파트는 전용 3.3㎡당 1억원을 넘었고, 노동을 통한 소득으로는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살 수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비타당성조사 사업은 ‘강남 불패 신화’를 도왔으며 사는 동네와 주거 형태, 아파트 브랜드, 평수로 계급이 나뉘는 사회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신문이 지난달 7일부터 4회에 걸쳐 연재한 ‘2020 부동산 대해부-계급이 된 집’을 통해 살펴본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마지막회에서는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토대로 부동산 빈부 격차를 해결할 대안과 정책 방향을 모색했다. 좌담회에는 대표적 시장주의자인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부동산 개혁을 주장하는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이 참석했다.심 교수는 대출 규제, 양도세·보유세 강화 등이 집값 상승을 불러왔다고 진단했지만, 김 국장은 2014년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이후 임대사업자 규제 완화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봤다. 내용엔 차이가 있지만 정부 정책의 실패라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대안으로 심 교수는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느는 시스템 복원을 제시했고, 김 국장은 분양가 상한제 확대 등을 제안했다. 다만 부동산 계급 해소와 관련해 임대료 등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주택바우처’(주거급여)와 ‘소셜믹스’(주거단지 내 분양·임대 함께 조성)를 현재보다 확대하는 것에 동의했다.-최근 5년간 서울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다. ‘어디에 사느냐’가 사회적 계급으로 규정되는 현상이 더 짙어졌는데 대안은 없나. 심 교수 소셜믹스를 확대해 양극화되는 계층을 껴안아야 한다. 방법적으로는 전체 주택에서 임대 비율을 20%로 하면 지을 수 있는 가구 수를 100채에서 110채로 늘려 주는 인센티브 방식으로 가야 한다. 공급이 늘어나면 다양한 계층이 입주할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김 국장 소셜믹스 확대에 동의한다. 하지만 집이 자산 증식의 수단이 되지 않도록 집값을 안정시킨 후에 차근차근 풀 수 있는 문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소셜믹스가 집값을 떨어트리는 요인 중 하나로 인식될 뿐이다. 그래서 주거 안정을 위해 토지는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의 주택 공급도 필요하다. 건축비만 소비자가 부담할 수 있는 아파트가 나와야 신혼부부나 청년도 집을 마련할 수 있다. 현재 11만원 수준인 주거급여도 20만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심 교수 주택바우처 확대에는 찬성한다. 공공주택을 늘리는 것보다 바우처가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다수다. 공공임대주택보다 바우처 지급으로 정책 방향을 돌린 국가도 많다. 또 부동산 계급 해소를 위해 주거 안정이 필요하다는 데도 동의한다. 다만 주거 안정을 위해선 ‘로또’ 방식(당첨이 어려운 청약을 넣는 것)으로 계속 갈 수는 없다. 실수요자에게는 주거 이동의 사다리를 제공해야 한다. 누가 봐도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 현재의 대출 규제를 풀어 줄 필요가 있다. 공급을 늘려야 가격을 잡고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 ●“실험 같은 정책 반복·정부가 갭투자 조장해” -문재인 정부 들어 32개월 동안 부동산 대책을 18차례 발표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심 교수 2017년 ‘8·2 대책’ 이전 1년 동안 서울 집값이 4% 올랐는데, 대책 이후 1년간 14% 올랐다. 명백한 정책 실패다. 가격을 때려잡으면 된다는 식의 단순한 생각이 만든 결과다. 부동산 정책을 실험처럼 한다. 최근에는 거래 허가제처럼 정책 효과와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지 않고 툭툭 꺼내고 있다. 특히 임대 물건의 80%를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임대 공급이 있어야 서민들도 살 수 있다. 다주택자를 옥죄면 기분은 좋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좋을 게 하나도 없다. 김 국장 이제까지 나온 부동산 대책은 미봉책과 투기 조장책을 섞은 것이다. 청와대나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철학이 없다. 시장에 대한 인식이 잘못돼 있고, 더 문제는 그 인식이 잘못됐다는 것도 모른다는 점이다. 경실련 조사 결과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발표 이후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결국 정부가 갭투자를 조장한 것이다. ●“12·16 대책 효과 있지만 부작용도 발생” -그나마 효과가 있었다고 보는 대책은 뭔가. 심 교수 지난해 ‘12·16 대책’이 효과는 있었다.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 강화도 그렇지만 특히 시세 15억원 초과 주택의 대출 금지는 정말 상상도 못 한 대책이다. 다만 이런 방향의 대책은 부동산 시장을 훨씬 더 교란시킬 수 있다. 김 국장 12·16 대책을 포함해 대출 규제가 그나마 효과가 있었다. 투기 자금이 차단되면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특정 세력이나 특정 지역이 문제라고 여기고 정책을 만들면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인과 진단은 다르지만, 정부 정책이 실패했다는 시각은 같다. 그렇다면 서울 집값이 오른 것도 정책 영향이 크다고 보나. 심 교수 그렇다. 양도세와 보유세 강화 등으로 시장 매물이 줄었고, 여기에 재개발·재건축이 막히면서 공급이 부족해져 가격이 크게 올랐다. 가격이 오르면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정책 방향이 거꾸로 가면서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안정이 더 어려워졌다. 지금 서울 집값은 ‘오버슈팅’(일시적 폭등) 상태다. 일부 조정이 있을 순 있겠지만 거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 국장 2014년 말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서 2015년부터 강남 아파트가 평당 4000만원대까지 올라갔다. 이번 정부가 도시재생 뉴딜, 다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3기 신도시 등의 정책을 편 것도 집값이 오르게 된 이유다. 지금 서울 집값은 거품이고, 최소한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 한국감정원이 최근 발표한 소득 대비 아파트 가격(PIR)을 봐도 서울 집값이 절대적으로 높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이 넘는다. 청년이나 신혼부부들은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다.●“분양가 상한제 앞당겨야 vs 공급 더 늘려야” -어떤 부동산 대책이 필요한가. 김 국장 분양가 상한제가 4월까지 유예됐는데, 빨리 내놔야 한다. 터무니없이 비싼 주택이 나오는 게 사회적 갈등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봤을 때 살기 좋은 환경은 아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아니고 자율에 맡기려면 모든 아파트를 후분양해야 한다. 하지만 불가능하지 않겠느냐. 분양가 상한제와 함께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도 줄이고, 공시지가 현실화로 공정한 과세 기준을 세워야 한다. 3기 신도시는 재검토해야 한다. 신도시를 통한 주거 안정은 허상이다. 2기 신도시 실패에서 보지 않았나. 심 교수 집값이 오르면 공급이 느는 시스템을 복원해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를 비롯해 가격 상한제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라는 건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온다. 공급 확대를 막는 규제도 바꿔야 한다. 3기 신도시는 강남 부동산 가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공급 확대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는 대안이 될 수 있나. 심 교수 공급 확대를 위해선 재개발·재건축이 가장 좋다. 특히 강남 아파트는 건축 시기가 비슷한데, 재건축할 시기 조절을 통해 신규 주택 공급량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가격 급등을 막을 수 있다. 재건축 대상 주택에는 소셜믹스를 추진할 수도 있다. 그린벨트 해제는 선택의 문제다. 환경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집값 안정을 추구할 수 있는 주택 정책으로 가느냐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 이후 주택 공급이 현재 공공주택법처럼 토지를 강제 수용하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 김 국장 강남에서는 이미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하다. 하지만 재개발로 발생하는 이익은 사유화되고 있다. 서울은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필요할 정도로 노후화된 주거지가 드물다. 기존 주택을 잘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무분별한 재건축·재개발은 줄여야 한다. 아울러 그린벨트는 수도권의 허파다.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은 상황에서 신규 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푸는 것은 고민을 해 봐야 한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심 교수 제발 검증된 정책을 했으면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정책은 더는 안 된다. 화풀이하는 듯한 정책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 국장 비슷한 의견이다. 정책 효과를 정확히 검증해 정책 시행 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데스크 시각] 새해 모두 안녕하십니까/안동환 탐사기획부장

    [데스크 시각] 새해 모두 안녕하십니까/안동환 탐사기획부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를 드론으로 공습 살해한 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이제 더 안전해졌다”고 말했다. 선전포고도 없이 외교 목적으로 이라크를 방문 중인 이란의 정규군 총사령관을 암살하도록 한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 선택으로 세계가 더 안전해졌다고 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인식은 섬뜩하다. 오히려 “자고 일어나니 더 위험한 세계를 목격하게 됐다”는 프랑스 외교관의 탄식이 더 상식적이지 않은가. 트럼프가 집권하고 통계상으로 미국(인)은 안전해졌다. 그가 2017년 1월 제45대 미국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후 미국의 살인사건 발생치는 역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미 법무부·연방수사국(FBI) 집계에서 트럼프의 임기 첫해 전국 살인율은 10만명당 5.3명에서 지난해 5.0명으로,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1980년 10만명당 10.2명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수도 워싱턴DC의 살인 발생 건수는 1991년 482건에서 2017년 116건으로, 뉴욕의 일일 총격 발생 건수는 1990년 13건에서 지난해 2건으로 뚝 떨어졌다. 평범한 미국인 대부분이 매년 살인, 폭력 등의 강력 범죄가 늘고 있다고 믿고 있는 역설의 반전은 트럼프 시대의 미국인들이 역사상 정점을 찍을 만큼의 절망스러운 죽음을 더 많이 목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학자들이 주시하는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 수는 2017년에만 전년 대비 9.6%가 는 7만 237명이었다. 총기 자살은 총기 살인의 감소분을 메우고도 두 배 더 많다. 국가 자살률 통계를 보면 1999년 이후 10만명당 10.5명에서 2017년 14명으로 최고치에 도달했다. 트럼프의 재임 첫해 미국인 4만 7173명이 목숨을 끊었다. 그 죽음들이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의식의 흐름대로 쏟아내는 언어적 토사물”(CNN 논평) 같은 그의 트윗 폭탄들이 미국인들의 일상을 불안하게 한다.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11월까지 대통령 취임 후 트럼프가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 1만 1000여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누군가를 ‘공격’하는 트윗이 5889건으로 절반을 넘었다. 공격 대상은 정적인 민주당뿐 아니라 로버트 뮬러 특검, 언론, 동맹국, 이민자, 사회적 약자까지 광범위했고, 극단적인 자기애와 승부욕만큼이나 강렬한 증오심을 담았다. 오죽하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 미국인의 우울증 발병 빈도가 증가했다는 주장까지 나올까. 친트럼프와 반트럼프로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최고 지도자가 증오·혐오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시대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아마 빈곤층일 것이다. 소득이 낮고 상대적 박탈감이 큰 사회에서 정신건강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비용의 장벽 안에서 길을 잃는다. 안전한 미국은 점점 폭력적 성향을 띠는 미국 우선주의와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감추는 포장지가 된다. 우리 사회도 경제적 불안감이 커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줄어들고 있다는 걱정이 많다. 지난 5일 경기 김포시에서 여덟 살 아이와 30대 어머니, 60대 할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년간 극심한 생활고를 호소하며 세상을 등진 일가족이 70여명에 이른다. 위기 가족들은 월세나 전기료·관리비 미납, ‘0’이 찍힌 통장 잔고 등 제각각 절박한 신호를 보냈지만 사회안전망은 작동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공약도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부러진 사다리의 아래쪽 가로대에 위태롭게 한 발을 내디디며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이웃들이여. 새해 부디 안녕하시기를! ipsofacto@seoul.co.kr
  • 트럼프 시대 미국인들은 더 안전해졌을까

    트럼프 시대 미국인들은 더 안전해졌을까

    트럼프 집권 후 살인율 역대 최저의 역설 희망잃은 현실 반전…비극적 죽음 최고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를 드론으로 공습 살해한 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이제 더 안전해졌다”고 말했다.선전포고도 없이 외교 목적으로 이라크를 방문 중인 이란의 정규군 총사령관을 암살하도록 한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 선택으로 세계가 더 안전해졌다고 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인식은 섬뜩하다. 오히려 “자고 일어나니 더 위험한 세계를 목격하게 됐다”는 프랑스 외교관의 탄식이 더 상식적이지 않은가.트럼프가 집권하고 통계상으로 미국(인)은 안전해졌다. 그가 2017년 1월 제45대 미국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후 미국의 살인사건 발생치는 역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미 법무부·연방수사국(FBI) 집계에서 트럼프의 임기 첫해 전국 살인율은 10만명당 5.3명에서 지난해 5.0명으로,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1980년 10만명당 10.2명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수도 워싱턴DC의 살인 발생 건수는 1991년 482건에서 2017년 116건으로, 뉴욕의 일일 총격 발생 건수는 1990년 13건에서 지난해 2건으로 뚝 떨어졌다. 평범한 미국인 대부분이 매년 살인, 폭력 등의 강력 범죄가 늘고 있다고 믿고 있는 역설의 반전은 트럼프 시대의 미국인들이 역사상 정점을 찍을 만큼의 절망스러운 죽음을 더 많이 목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학자들이 주시하는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 수는 2017년에만 전년 대비 9.6%가 는 7만 237명이었다. 총기 자살은 총기 살인의 감소분을 메우고도 두 배 더 많다. 국가 자살률 통계를 보면 1999년 이후 10만명당 10.5명에서 2017년 14명으로 최고치에 도달했다. 트럼프의 재임 첫해 미국인 4만 7173명이 목숨을 끊었다. 그 죽음들이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의식의 흐름대로 쏟아내는 언어적 토사물”(CNN 논평) 같은 그의 트윗 폭탄들이 미국인들의 일상을 불안하게 한다.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11월까지 대통령 취임 후 트럼프가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 1만 1000여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누군가를 ‘공격’하는 트윗이 5889건으로 절반을 넘었다. 공격 대상은 정적인 민주당뿐 아니라 로버트 뮬러 특검, 언론, 동맹국, 이민자, 사회적 약자까지 광범위했고, 극단적인 자기애와 승부욕만큼이나 강렬한 증오심을 담았다. 오죽하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 미국인의 우울증 발병 빈도가 증가했다는 주장까지 나올까. 친트럼프와 반트럼프로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최고 지도자가 증오·혐오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시대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아마 빈곤층일 것이다. 소득이 낮고 상대적 박탈감이 큰 사회에서 정신건강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비용의 장벽 안에서 길을 잃는다. 안전한 미국은 점점 폭력적 성향을 띠는 미국 우선주의와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감추는 포장지가 된다. 우리 사회도 경제적 불안감이 커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줄어들고 있다는 걱정이 많다. 지난 5일 경기 김포시에서 여덟 살 아이와 30대 어머니, 60대 할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년간 극심한 생활고를 호소하며 세상을 등진 일가족이 70여명에 이른다. 위기 가족들은 월세나 전기료·관리비 미납, ‘0’이 찍힌 통장 잔고 등 제각각 절박한 신호를 보냈지만 사회안전망은 작동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공약도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부러진 사다리의 아래쪽 가로대에 위태롭게 한 발을 내디디며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이웃들이여. 새해 부디 안녕하시기를!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인권위 “쪽방·고시원 등 최저 주거기준 높여라” 국토부에 권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저소득 1인 가구의 주거지인 쪽방, 고시원 등 최저 주거기준을 높이라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8일 권고했다. 최저 주거기준은 가구원수별 최소면적과 필수 설비를 정한 정부 지표다. 예를 들어 부부와 자녀 2명이 함께 사는 4인 가구는 방(거실겸용 포함) 3개와 부엌 겸 식당이 있어야 하고 총 주거면적이 43㎡ 이상이어야 한다. 상하수도 시설과 수세식 화장실, 목욕 시설을 갖추고 안전성과 쾌적성도 확보해야 한다. 인권위는 최저 주거기준의 면적이 너무 좁고 구조, 성능, 환경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인권위는 쪽방, 고시원, 여인숙 등 주거 취약계층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을 지원하는 ‘주거사다리 지원사업’ 공급물량을 확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연도별 목표치와 실행 계획을 세우라는 게 인권위의 권고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빈곤 청년이여, 자본에 저항하라” 마르크스식 해답

    “빈곤 청년이여, 자본에 저항하라” 마르크스식 해답

    ‘밀레니얼’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출생한 세대를 뜻하는 단어다. ‘N포세대’라는 신조어에서 보듯 견고한 계층의 사다리 앞에서 좌절하는 가난한 세대이기도 하다. ‘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는 “암울한 미래를 앞둔, 그러면서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혁명 세력인 밀레니얼 세대”에게 주는 마르크스주의 입문서다. 밀레니얼 세대의 처지를 사회주의적 시각에서 살핀 저자는 현재가 진정한 사상적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시대라고 본다. “위대한 좌파주의가 강력하게 재부상하고 있는 시대”라는 것이다. 이 전환기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카를 마르크스 형님”이다. 책은 격하고 거리낌이 없다. 육두문자에 가까운 표현을 써 가며 논리를 전개한다. 그런데 저자는 왜 이리 분개할까. 저자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약속된 미래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 ‘꿈을 따라가라’ 등 자본주의의 금언들은 악몽이 돼 버렸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지배 계층은 공고해졌고 불평등은 심화했다. 세계 거부 8명이 전 인류의 가장 가난한 절반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부를 갖고 있는 현실이 그 예다. 저자는 “그 원흉은 자본주의”라며 “마르크스주의가 이런 의문에 답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마르크스주의가 지구상 모든 문제를 해결할 단 하나의 비법은 아니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지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은 아닌 만큼 페미니즘 문제에선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선을 긋기도 한다. 저자가 “혁명적인 전채요리, 그러니까 마르크스 맛보기”라고 표현했듯, 책은 결국 쉽게 풀어쓴 사회주의 개론서다. 다만 젊은이들이 반길 만한 용어와 비속어 등을 동원해 잘 포장은 했지만 내용으로 보면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선에 그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도 남는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공격하려는 “부에 절어 야들야들해진 지배층” 역시 한 세대 전에는 청년이었고, 아닌 척하며 누릴 것 다 누리는 ‘샴페인 좌파’도 엄연한 게 현실이다. 모든 ‘악의 근원’이 자본주의에 있다고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교육이 계층이동 사다리 돼야 양극화 해소”

    “교육이 계층이동 사다리 돼야 양극화 해소”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살려야 합니다. 결국 밑에서부터 세워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무엇보다 ‘계층이동의 사다리’ 구실을 하는 교육에 투자해야 합니다.” 사회적 불평등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시(73)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 3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극심한 양극화의 해법으로 ‘공정한 교육’을 꼽았다. 상위 1%가 ‘부’를 독점하고 정치·경제 구조마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든 상황에서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의 기회를 열어 두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현 미국 사회에 대한 라이시 교수의 비판은 그간 극심한 양극화로 신음하는 지구촌 곳곳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서울신문이 2020년 첫 인터뷰를 그와 진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래는 일문일답.-세계적으로 경제 양극화가 극심하다. “경제 양극화는 사회의 최상위 계층이 ‘부’를 독점하면서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상위 10%가 정치·경제 정책마저 자신들에 유리하게 바꾸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졌다. 소외된 90%는 좌절했고, 정치권의 부패가 심각하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0%의 분노를 소수자, 이민자, 이슬람교도들에게 분출하도록 했다.” -미국의 사회분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그간 소득 증가분을 상위 10%와 하위 90%가 얼마씩 가져갔는지 따져 보면 1940년부터 1980년 초반까지는 하위 90% 가구가 상위 10%보다 훨씬 많이 가져갔다. 즉 기업 이윤의 대부분이 근로자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1980년 중반부터 상위 10%가 훨씬 더 많이 가져가게 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소득 증가분의 거의 전부를 상위 10%가 독차지했다. 기업의 이윤이 근로자에게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업의 이윤이 커져야 근로자 임금도 오르는 측면이 있을 텐데. “1972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12년까지 미국 기업의 순수생산성은 14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근로자의 실질 시급은 단 17% 올랐다. 노동조합은 와해됐고, 정부는 부자 감세나 기업 감세를 추진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임금 외에 엄청난 규모의 인센티브를 받게 됐다. 정리하자면 근로자의 힘은 약화했고, 상위 1%의 정치·경제적 힘은 막강해졌다. 이런 구도는 지금도 ‘부의 편중’을 부채질하고 있다.” -소위 귀족노조, 떼법 등 노동조합의 역효과도 있다. “일부 노조의 잘못된 행동이 지적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노조가 없다면 부의 집중을 견제할 장치가 없어진다.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미국 기업 10곳 중 3곳에 노조가 결성됐었다. 이때 근로자에게 더 많은 이윤이 돌아갔다. 이런 분위기는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에도 비슷한 효과를 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 노조가 약화하자 기업의 이윤은 근로자가 아닌 경영진과 주주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저임금을 너무 큰 폭으로 올리면서 사회적 논란을 겪었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매년 5~8%의 단계적 임금 인상이 국가 경제의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점이 이미 증명됐다. 많은 돈을 받는 노동자가 소비를 늘리면 일자리도 더 창출되고 전반적인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 물론 반대로 한꺼번에 임금을 너무 많이 올리면 고용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점진적인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도 부자 감세를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 “맞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부자 감세와 법인세 인하가 실제 기업의 설비 투자나 고용 증가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없다. 1500만 달러(약 174억원)의 감세 혜택을 본 제너럴모터스(GM)는 오히려 미시간·오하이오 공장의 노동자를 감원했다. GM뿐 아니라 아마존과 스타벅스 등 91개 미국 기업이 2018년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미지수다.”-그간 부자 증세라는 다소 공격적 방법을 제시해 이목을 끌었다. “부자 증세의 효과는 미국 역사와 2차 세계대전 이후 상황이 증명한다. 1950년부터 30년간 최상위 소득 계층은 고율의 세금을 냈다. 당시 미국의 중산층은 두터워졌고, 그 시기가 현재의 강한 미국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부자 감세가 시작된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부터 내실 있는 경제성장은 요원해졌고 경제 양극화가 시작됐다. 1990년대 중반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부자 증세를 시행했을 때도 경제 상황이 좋아졌다.” -사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경제성장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꽤 있다. “일반적으로 소수 대기업에 모든 경제가 집중되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뒤처지게 하고 정치적으로도 위험하다. 미국의 경험에 비춰 본다면 기업이 너무 커지거나 독점적 지위를 갖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혁신이 느려지고, 중소기업의 성장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대기업이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민주화도 퇴행한다.” -결국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 화두인 듯한데 어떤 정책 수단이 있겠나. “어떤 정책도 단기간에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는 없다. 부자 감세가 아니라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감세, 그리고 이들의 건강과 직업교육 등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가져온다. 특히 가장 중요한 투자가 ‘교육’ 부문이다. 유아기 및 청소년기 공교육을 강화해야 무너진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할 수 있다. 물론 교육 분야에서 성과를 보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장기적인 시각에서 정책적 연구와 지원을 해야 한다. ‘낙수효과’보다 경제를 밑에서부터 세우는 ‘분수효과’가 훨씬 효과적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나 자국우선주의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국가 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경제에 대해 한편이 이기면 다른 편이 지는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망가지면 미국이 잘될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잘못됐다. 세계경제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서로 통합된 시스템으로 제품을 교환하고 직접 투자를 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이나 미국 우선주의 등은 다른 나라의 번영과 복지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결국 미국 자신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관세폭탄 같은 수단이 특히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무역전쟁의 결과로 중국의 경제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관세폭탄은 무역고립주의를 가져오게 된다. 이미 미국은 1930년대 스무트·홀리 의원이 주도한 관세전쟁으로 심각한 불황을 맛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또한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이미 역사가 알려 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어른들이 새해 덕담을 한다. 한마디 해 달라. “한국은 매우 아름답고 축복받은 나라다. 2020년에는 더 나은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민주화로 전 세계에 모범이 되길 바란다. 특히 북한과 좋은 관계를 이어 갔으면 한다. 원래 남북은 하나였으니까.”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로버트 라이시 미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불평등’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진보 정치·경제학자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당시 타임지는 그를 20세기 최고 각료 1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저서로 ‘미국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자본주의를 구하라’, ‘1대99를 넘어’,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등이 있다.
  • “교육이 계층이동 사다리 돼야 양극화 해소”

    “교육이 계층이동 사다리 돼야 양극화 해소”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살려야 합니다. 결국 밑에서부터 세워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무엇보다 ‘계층이동의 사다리’ 구실을 하는 교육에 투자해야 합니다.” 사회적 불평등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시(73)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 3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극심한 양극화의 해법으로 ‘공정한 교육’을 꼽았다. 상위 1%가 ‘부’를 독점하고 정치·경제 구조마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든 상황에서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의 기회를 열어 두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현 미국 사회에 대한 라이시 교수의 비판은 그간 극심한 양극화로 신음하는 지구촌 곳곳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서울신문이 2020년 첫 인터뷰를 그와 진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래는 일문일답.-세계적으로 경제 양극화가 극심하다. “경제 양극화는 사회의 최상위 계층이 ‘부’를 독점하면서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상위 10%가 정치·경제 정책마저 자신들에 유리하게 바꾸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졌다. 소외된 90%는 좌절했고, 정치권의 부패가 심각하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0%의 분노를 소수자, 이민자, 이슬람교도들에게 분출하도록 했다.” -미국의 사회분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그간 소득 증가분을 상위 10%와 하위 90%가 얼마씩 가져갔는지 따져 보면 1940년부터 1980년 초반까지는 하위 90% 가구가 상위 10%보다 훨씬 많이 가져갔다. 즉 기업 이윤의 대부분이 근로자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1980년 중반부터 상위 10%가 훨씬 더 많이 가져가게 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소득 증가분의 거의 전부를 상위 10%가 독차지했다. 기업의 이윤이 근로자에게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업의 이윤이 커져야 근로자 임금도 오르는 측면이 있을 텐데. “1972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12년까지 미국 기업의 순수생산성은 14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근로자의 실질 시급은 단 17% 올랐다. 노동조합은 와해됐고, 정부는 부자 감세나 기업 감세를 추진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임금 외에 엄청난 규모의 인센티브를 받게 됐다. 정리하자면 근로자의 힘은 약화했고, 상위 1%의 정치·경제적 힘은 막강해졌다. 이런 구도는 지금도 ‘부의 편중’을 부채질하고 있다.” -소위 귀족노조, 떼법 등 노동조합의 역효과도 있다. “일부 노조의 잘못된 행동이 지적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노조가 없다면 부의 집중을 견제할 장치가 없어진다.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미국 기업 10곳 중 3곳에 노조가 결성됐었다. 이때 근로자에게 더 많은 이윤이 돌아갔다. 이런 분위기는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에도 비슷한 효과를 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 노조가 약화하자 기업의 이윤은 근로자가 아닌 경영진과 주주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저임금을 너무 큰 폭으로 올리면서 사회적 논란을 겪었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매년 5~8%의 단계적 임금 인상이 국가 경제의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점이 이미 증명됐다. 많은 돈을 받는 노동자가 소비를 늘리면 일자리도 더 창출되고 전반적인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 물론 반대로 한꺼번에 임금을 너무 많이 올리면 고용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점진적인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도 부자 감세를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 “맞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부자 감세와 법인세 인하가 실제 기업의 설비 투자나 고용 증가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없다. 1500만 달러(약 174억원)의 감세 혜택을 본 제너럴모터스(GM)는 오히려 미시간·오하이오 공장의 노동자를 감원했다. GM뿐 아니라 아마존과 스타벅스 등 91개 미국 기업이 2018년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미지수다.”-그간 부자 증세라는 다소 공격적 방법을 제시해 이목을 끌었다. “부자 증세의 효과는 미국 역사와 2차 세계대전 이후 상황이 증명한다. 1950년부터 30년간 최상위 소득 계층은 고율의 세금을 냈다. 당시 미국의 중산층은 두터워졌고, 그 시기가 현재의 강한 미국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부자 감세가 시작된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부터 내실 있는 경제성장은 요원해졌고 경제 양극화가 시작됐다. 1990년대 중반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부자 증세를 시행했을 때도 경제 상황이 좋아졌다.” -사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경제성장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꽤 있다. “일반적으로 소수 대기업에 모든 경제가 집중되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뒤처지게 하고 정치적으로도 위험하다. 미국의 경험에 비춰 본다면 기업이 너무 커지거나 독점적 지위를 갖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혁신이 느려지고, 중소기업의 성장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대기업이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민주화도 퇴행한다.” -결국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 화두인 듯한데 어떤 정책 수단이 있겠나. “어떤 정책도 단기간에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는 없다. 부자 감세가 아니라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감세, 그리고 이들의 건강과 직업교육 등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가져온다. 특히 가장 중요한 투자가 ‘교육’ 부문이다. 유아기 및 청소년기 공교육을 강화해야 무너진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할 수 있다. 물론 교육 분야에서 성과를 보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장기적인 시각에서 정책적 연구와 지원을 해야 한다. ‘낙수효과’보다 경제를 밑에서부터 세우는 ‘분수효과’가 훨씬 효과적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나 자국우선주의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국가 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경제에 대해 한편이 이기면 다른 편이 지는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망가지면 미국이 잘될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잘못됐다. 세계경제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서로 통합된 시스템으로 제품을 교환하고 직접 투자를 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이나 미국 우선주의 등은 다른 나라의 번영과 복지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결국 미국 자신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관세폭탄 같은 수단이 특히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무역전쟁의 결과로 중국의 경제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관세폭탄은 무역고립주의를 가져오게 된다. 이미 미국은 1930년대 스무트·홀리 의원이 주도한 관세전쟁으로 심각한 불황을 맛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또한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이미 역사가 알려 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어른들이 새해 덕담을 한다. 한마디 해 달라. “한국은 매우 아름답고 축복받은 나라다. 2020년에는 더 나은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민주화로 전 세계에 모범이 되길 바란다. 특히 북한과 좋은 관계를 이어 갔으면 한다. 원래 남북은 하나였으니까.”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로버트 라이시 미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불평등’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진보 정치·경제학자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당시 타임지는 그를 20세기 최고 각료 1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저서로 ‘미국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자본주의를 구하라’, ‘1대99를 넘어’,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등이 있다.
  • [서울광장] 우리끼리 줄 세우는, ‘미친 집값’ 계급 사다리/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우리끼리 줄 세우는, ‘미친 집값’ 계급 사다리/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지금 대한민국에는 딱 두 부류의 인간이 산다. 서울에 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둘만 모이면 미친 집값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를 길게 하는 건 금물이다. 집이 없는 사람도, 겨우 한 채 있는 사람도 울렁증을 앓기는 매한가지다. 미쳐버린 집값이 제정신이라도 차리는 날에는 어쩌나. 겨우 집 한 채인 사람들은 이런 초라한 계산에 좌불안석이다. 집이 없는 사람은 숫제 고민할 일도 없다. 서울에 내 집 갖기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다시 태어나는 편이 빠르다”는 좌절의 목소리, 주위에 흘러넘친다.  정말 이러다가는 무슨 변고가 터질지 모른다. 몰상식을 넘어 초현실적이기까지 한 상황에 버텨 줄 사회적 근력이 남았을지 밑천이 아슬아슬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똑 떨어지게 자신 있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던 어정쩡한 말은 청와대 참모들 때문에 봉변을 당했다. 문재인 청와대의 1급 이상 전·현직 참모들의 집값은 지난 3년간 평균 40%나 뛰었다. “내가 강남 살아 봐서 안다”던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송파구 아파트,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정책실장의 과천 아파트는 10억원 넘게 올랐다. 청와대 불로소득이 들통나지 않았더라면 12·16 부동산 정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가 얼마나 발등이 뜨거웠으면 경실련의 집값 발표 닷새 만에 비밀작전처럼 부동산 극약처방을 냈을지 짐작이 된다.  절망스러운 현실의 문제는 따로 있다. 집값 처방이 주택 빈곤층을 더 고약하게 소외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는 ‘집값 9억원’을 기준으로 부동산 피라미드의 계급을 감별받고 있는 중이다. 무주택자와 실거주를 위한 살뜰한 처방은 없이 9억원 넘는 집에 은행 대출을 묶겠다고만 한다. 이것은 9억원짜리 집을 엄두라도 낼 수 있는 일부에게만 말을 거는 정책이다. 미친 집값에 무감각해져서 9억원이 망명정부의 지폐처럼 시시하게 들린다. 하지만 절대 다수 서민에게는 그렇지 않다. 집이 없는 사람들과 17차례의 문 정부 부동산 정책에 집값이 고꾸라진 지방 서민들에게는 달나라 이야기다. 오죽했으면 “한 채만 남기고 팔라는 홍남기(경제부총리)보다 빚내서 집 사라던 최경환(박근혜 정부의 경제부총리)의 말이 훨씬 인간적이었다”고들 한다.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은 적어도 모든 부동산 계층에게 공평하게 말이라도 걸어 준 것 아니었냐고.  앞이 안 보이는 캄캄한 불평등과 갈등의 수렁으로 사회가 통째로 빠져 있다. 서울과 지방, 서울 안에서도 강남과 비강남. 청와대의 불로소득을 성토하지만, 기실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어진 계급사회에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안다. 장하성, 김수현의 집값만 두 배로 튀겨졌나. 아니다. 성실한 근로소득이 죽었다 깨어나도 감당할 수 없는 아파트 불로소득은 일상의 도처에서 서로를 반목하게 한다. 강남 집 한 채가 죄냐, 앉아서 수억 벌었으면 세금 토해야지, 서로 삿대질이다. 없는 사람들을 정책 우위에 두겠다던 진보 정부가 절대 다수의 서민을 신(新)부동산 계급의 밑바닥에 고착시켰다. 그 배신감을 감당하기 힘들다.  계급 사다리의 어느 칸에 자신이 있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 사회의 구조에 동의할 수 있는 것. 철학자 존 롤스는 그것이 공정한 사회라고 정의했다. 이 우아한 사회 정의론은 이제 우리에게는 부합하지 않는다. 내가 밟고 있고 내 자식이 밟아야 할 사다리의 칸이 적나라하게 줄 세워진 계급사회로 굳어지고 있다. 며칠 전 통계청 조사결과에서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평균 아래’라고 답한 사람이 76.4%였다. 상대적 박탈감이 꼭대기까지 차올랐다는 경고로 읽어야 한다.  사람들이 따져 묻고 있다. 너나없이 강남 집을 가졌으니 강남 우파든 강남 좌파든 제살 깎는 강남발 집값 잡기 정책에 진심을 낼 수 있겠는가. 청와대를 포함해 고위 공직자의 태반이 상위 5% 부자들이다. 상위 20%에 속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지배하는 이 현실에서 그들이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장치를 구상하겠는가. 정책의 진심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당정청 수뇌부가 “공직자들은 한 채만 남기고 다 팔라”고 똑같은 말을 한다. 집이 레고 블록도 아니고, 이런 입에 발린 말은 듣고 있는 서민들에게는 염장을 지르는 소리다. 본의가 아니었다면 증명할 방법이 딱 하나 있다. 청와대의 다주택자 누구든 강남 집부터 내놓아 보라. 노영민 비서실장이 강남의 반포 아파트부터 먼저 팔아 보시라. sjh@seoul.co.kr
  • [서울광장] 우리끼리 줄 세우는, ‘미친 집값’ 계급 사다리/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우리끼리 줄 세우는, ‘미친 집값’ 계급 사다리/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지금 대한민국에는 딱 두 부류의 인간이 산다. 서울에 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둘만 모이면 미친 집값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를 길게 하는 건 금물이다. 집이 없는 사람도, 겨우 한 채 있는 사람도 울렁증을 앓기는 매한가지다. 미쳐버린 집값이 제정신이라도 차리는 날에는 어쩌나. 겨우 집 한 채인 사람들은 이런 초라한 계산에 좌불안석이다. 집이 없는 사람은 숫제 고민할 일도 없다. 서울에 내 집 갖기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다시 태어나는 편이 빠르다”는 좌절의 목소리, 주위에 흘러넘친다. 정말 이러다가는 무슨 변고가 터질지 모른다. 몰상식을 넘어 초현실적이기까지 한 상황에 버텨 줄 사회적 근력이 남았을지 밑천이 아슬아슬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똑 떨어지게 자신 있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던 어정쩡한 말은 청와대 참모들한테 봉변을 당했다. 문재인 청와대의 1급 이상 전·현직 참모들의 집값은 지난 3년간 평균 40%나 뛰었다. “내가 강남 살아 봐서 안다”던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송파구 아파트,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정책실장의 과천 아파트는 10억원 넘게 올랐다. 청와대 불로소득이 들통나지 않았더라면 12·16 부동산 정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가 얼마나 발등이 뜨거웠으면 경실련 발표 닷새 만에 비밀작전처럼 부동산 극약처방을 냈을지 짐작이 된다. 절망스러운 현실의 문제는 따로 있다. 집값 처방이 주택 빈곤층을 더 고약하게 소외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는 ‘집값 9억원’을 기준으로 부동산 피라미드의 계급을 감별받고 있는 중이다. 무주택자와 실거주를 위한 살뜰한 처방은 없이 9억원 넘는 집에 은행 대출을 묶겠다고만 한다. 이것은 9억원짜리 집을 엄두라도 낼 수 있는 일부에게만 말을 거는 정책이다. 미친 집값에 무감각해져서 9억원이 망명정부의 지폐처럼 시시하게 들린다. 하지만 절대 다수 서민에게는 그렇지 않다. 집이 없는 사람들과 17차례의 문 정부 부동산 정책에 집값이 고꾸라진 지방 서민들에게는 달나라 이야기다. 오죽했으면 “한 채만 남기고 팔라는 홍남기(경제부총리)보다 빚내서 집 사라던 최경환(박근혜 정부의 경제부총리)의 말이 훨씬 인간적이었다”고들 한다.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은 적어도 모든 부동산 계층에게 공평하게 말이라도 걸어 준 것 아니었냐고. 앞이 안 보이는 캄캄한 불평등과 갈등의 수렁으로 사회가 통째로 빠져 있다. 서울과 지방, 서울 안에서도 강남과 비강남. 청와대의 불로소득을 성토하지만, 기실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어진 계급사회에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안다. 장하성, 김수현의 집값만 두 배로 튀겨졌나. 아니다. 성실한 근로소득이 죽었다 깨어나도 감당할 수 없는 아파트 불로소득은 일상의 도처에서 서로를 반목하게 한다. 강남 집 한 채가 죄냐, 앉아서 수억 벌었으면 세금 토해야지, 서로 삿대질이다. 없는 사람들을 정책 우위에 두겠다던 진보 정부가 절대 다수의 서민을 신(新)부동산 계급의 밑바닥에 고착시켰다. 그 배신감을 감당하기 힘들다. 계급 사다리의 어느 칸에 자신이 있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 사회의 구조에 동의할 수 있는 것. 철학자 존 롤스는 그것이 공정한 사회라고 정의했다. 이 우아한 사회 정의론은 이제 우리에게는 부합하지 않는다. 내가 밟고 있고 내 자식이 밟아야 할 사다리의 칸이 적나라하게 줄 세워진 계급사회로 굳어지고 있다. 며칠 전 통계청 조사결과에서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평균 아래’라고 답한 사람이 76.4%였다. 상대적 박탈감이 꼭대기까지 차올랐다는 경고로 읽어야 한다. 사람들이 따져 묻고 있다. 너나없이 강남 집을 가졌으니 강남 우파든 강남 좌파든 제살 깎는 강남발 집값 잡기 정책에 진심을 낼 수 있겠는가. 청와대를 포함해 고위 공직자의 태반이 상위 5% 부자들이다. 상위 20%에 속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지배하는 이 현실에서 그들이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장치를 구상하겠는가. 정책의 진심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당정청 수뇌부가 “공직자들은 한 채만 남기고 다 팔라”고 똑같은 말을 한다. 집이 레고 블록도 아니고, 이런 입에 발린 말은 듣고 있는 서민들을 더 초라하게 한다. 본의가 아니었다면 증명할 방법이 딱 하나 있다. 청와대의 다주택자 누구든 강남 집부터 내놓아 보라. 노영민 비서실장이 강남의 반포 아파트부터 먼저 팔아 보시라. sjh@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똑똑한’ 정부가 키운 34세 여성 총리/최광숙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똑똑한’ 정부가 키운 34세 여성 총리/최광숙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내 나이와 성별을 생각해 본 적이 결코 없어요.” 지난주 세계 최연소(34세) 여성 총리의 타이틀을 거머쥔 산나 마린 핀란드 신임 총리의 취임 일성이다. 그는 장관 19명 중 12명을 여성으로 임명했다. 장관들의 평균 연령은 47세. 마린 총리의 탄생 배경에는 ‘작지만 강한’ 핀란드가 있다. 여성과 청년의 정치 참여가 낯설지 않다. 이번에 마린 총리를 포함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5개 정당 대표가 모두 여성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중 4명이 30대다. 전체 200석 중 여성 의원이 93석에 달한다. 핀란드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정치 교육을 시작하고 만 15세에 정당 가입, 18세에 투표권·피선거권을 갖는다. 마린의 경우 21세 때 사민당에 들어가 23세 시의원 도전, 27세 첫 시의원 당선, 30세 국회의원, 올해 재선을 한 뒤 교통통신장관이 됐다. 총리를 맡기에는 어린 나이로 보일 수 있겠지만 13년간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이다. 여성 장관들 역시 풀뿌리 정치현장에서 기반을 다지고 중앙 정치무대에 등장한 인물들이다. 핀란드는 우리와 비슷한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세기 초까지 스웨덴과 소련에 번갈아 가며 식민지 지배를 받았다. 소련과는 두 번의 전쟁까지 치렀다. 숲 말고는 천연자원도 거의 없는 가난한 나라였다. 핀란드 지도자들이 나라를 살리기 위해 내린 결론은 ‘교육’이었다. 교육개혁을 통해 핀란드는 지식 기반 사회로 들어섰고, 그들이 지향하는 ‘평등’한 사회를 이뤄 냈다. 그 평등은 나이나 성별에 따른 차별을 뛰어넘어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다리를 놓아 주는 ‘기회의 평등’을 사회 체제 전반에서 실현하는 것이었다.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와 헤어진 어머니와 어머니의 동성 파트너로 이뤄진 가족 속에서 마린이 당당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사회적 토양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구 550만명의 작은 국가를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오늘의 핀란드를 있게 한 핵심 요소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인의 자율성과 기회 평등을 기반으로 역동적으로 국가를 경영한 핀란드는 ‘국가경쟁력 세계 4위’(2011년)로 발돋움했다. ‘똑똑한’ 핀란드 정부는 지금도 혁신의 페달을 밟고 있다. 정부 조달 예산의 5%를 시장에 없던 새로운 혁신기술과 서비스 도입에 의무적으로 지출하도록 할 정도다. 우리는 어떤가. 20대 국회의원 300명 중 30대 국회의원은 단 3명, 여성 의원은 52명에 불과하다. 여전히 정치는 남성의 영역이고, 젊은이들은 실업난에 허덕인다. 계층의 이동 통로가 돼야 할 교육의 불평등 문제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인재도 키워 내지 못하고 혁신도 이뤄 내지 못하는 무기력한 사회가 우리의 모습이다. 그런데도 정부나 정치권은 사회를 개조하려는 고민보다 ‘표 되는’ 일에만 열중하는 듯하다. 우리는 흔히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을 ‘복지 천국’으로 부러워하고 있다. 이런 성공의 바탕에는 청년과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실용성을 바탕으로 사회를 운영하는 국가 운영의 노하우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bori@seoul.co.kr
  • 소통하며 연결된 다수,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소통하며 연결된 다수,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얼음은 딱딱하다. 하지만 얼음을 이루는 물 분자는 딱딱하지 않다. 물 분자 사이의 연결 구조가 얼음의 딱딱함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존재로는 의미를 읽을 수 없어도 많은 구성 요소들이 연결돼 영향을 주고받을 때 전체는 완전히 새로운 특성을 만들어 낸다. 이런 현상을 만들어 내는 시스템을 ‘복잡계’라 부른다. 우리 인간 사회야말로 대표적인 복잡계다. 복잡계는 시스템의 내부 구성 요소들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구성 요소 사이의 강한 연결로 인해 하나의 구성 요소에서 발생한 작은 사건이 엄청난 규모의 격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 사람의 패셔니스타가 유행을 만든다거나, 작은 돌멩이 하나의 움직임이 지진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러니 무엇이, 어떻게, 어떤 강도로 연결됐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은 사실상 전체를 보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복잡계 과학이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신간 ‘관계의 과학’은 이 같은 방식을 충실하게 구현한 과학 에세이다. ‘과학으로 풀어낸 세상살이의 이치’랄까. 복잡계 물리학자인 저자가 통계물리학을 활용해 해석한 인간 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다.저자는 질문을 던지고, 과학적으로 해석한 뒤 이를 현실 세계에 대입하는 방식으로 논지를 이어 간다. 이런 식이다. 우공이산이란 말이 있다.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큰 성과를 거둔다는 고사성어다. 우공이 오랜 시간 조금씩 흙을 나르다 보면 실제 산을 옮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데 바위도 그럴 수 있을까. 거대한 바위는 혼자 힘으로는 단 1㎝도 옮기기 어렵다. 여럿이 연결되면 다르다. 바위는 연결의 힘으로 옮길 수 있다. 연결은 전체를 부분의 단순한 합보다 훨씬 크게 만들기 때문이다. 단, 조건이 있다. 문턱값을 넘어야 한다. 문턱값은 상(phase)이 전이되는 순간을 뜻하는 과학 용어다. 안방과 마루를 가르는 문턱, 얼음이 녹아 물이 되는 순간이 바로 문턱값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저항운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한 사람 숫자가 인구의 3.5%를 넘어선 ‘모든’ 저항운동은 성공했다고 한다. 이는 연구로 밝혀진 사실이다. 이를 인구 5000만명 정도인 우리에 대입하면 약 200만명이 지속적으로 저항운동에 참여할 경우 성공한다는 뜻이다. 이때 필요한 약 200만명이 바로 ‘거대한 바위를 옮기기 위한 문턱값’이다.이처럼 소통하며 연결된 다수는 세상을 바꾼다. 우리의 경우 퍽 많이 바꿨다. 저자는 이를 통해 민주주의의 동력은 ‘관계의 연결’이란 것을 확신한다. 책을 읽다 보면 실망스런 이야기도 종종 듣게 된다. 예컨대 누적확률분포로 보면 부의 불평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1만년 이상 이어져 온 부의 편중 현상을 막을 과학적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완벽한 정의’를 꿈꿨던 이상주의자나 ‘계층의 사다리’ 아래 있는 장삼이사들에겐 실망스런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정도를 줄일 방법은 있다. 소득세와 재산세를 적절히 부과하고 기본소득을 주는 거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상식과 과학적 사실은 엄연히 다르다. 저자는 하나의 현상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바꾸는 마법을 부린다. 책은 이 외에도 과학의 중요한 개념들을 현실에 대입해 소개하고 있다. 논란이 됐던 광화문 집회 참가 인원을 ‘암흑물질’이란 개념을 도입해 설명하고, 우정을 수치로 측정하는 방법, 연예인 차은우와 저자의 합성사진을 이용한 ‘중력파’ 검출 방법 등을 소개하기도 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문화마당] 책이 말한다, 이 부정의한 세상에/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책이 말한다, 이 부정의한 세상에/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2019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또한 달리는 말에서 갈라진 벽의 틈새를 보듯, 2010년대도 훌쩍 지나갔다. 2009년 아이폰 출시와 함께 ‘스티브 잡스’가 열어젖힌 ‘제4차 산업혁명’의 봇물에 휩쓸려 그사이 삶의 전 영역이 ‘좋아요’와 ‘하트’ 놀이에 중독됐다. ‘생각을 빼앗긴 세계’에서 우리는 어느새 정보와 상호작용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됐다. 머리 한쪽이 늘 멍한 산만함에서 우리 정신을 지켜 주는 것은 역시 호흡 긴 서사인 책밖에 없다. 지난 10년 동안 책의 대지에 핀 꽃들은 자주 불(不)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먼저, ‘정의란 무엇인가’가 사유의 어둠 속에 찬란한 빛을 던졌다. 만연한 부정의에 경악한 독자들은 ‘분노하라’는 시대의 명령을 따랐다. 무엇에 분노했는가. 불공정이다.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라며 학자금 대출과 알바 인생에 절망하는데, 장학금 챙겨 가며 공부한 전직 법무부 장관의 딸이 보여 준 세상, 즉 특권을 통해 쌓은 스펙을 제 능력인 양 자부하는 ‘20 vs 80의 사회’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불평등이다. 부의 세습이 노골화돼 부익부빈익빈이 갈수록 심화되고, 성실한 노동을 통한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끊어진 ‘21세기 자본’의 사회는 문제의 실체가 불평등이라는 인식을 퍼뜨리는 중이다. ‘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 ‘불평등 세대’ 등은 저성장이 고착화된 한국사회 전반의 구조를 바로잡지 못하면, ‘세대 전쟁’의 홍역이 덮쳐 올 것임을 우려하게 한다. 착취된 노동이다. 일이 행복을 주지 못하는데 왜 일해야 하는가. 적당히 일하고 작은 행복이라도 확실히 챙기는 쪽이 낫지 않은가. ‘피로사회’는 성과에 집착하면서 죽음에까지 자기를 몰아붙이는 ‘자기 착취’를 폭로한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미생’인 세상인데, 자신을 고갈시키지 않는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다. 청년들은 ‘자존감 수업’을 받고 ‘미움받을 용기’를 행한다. 삶의 새로운 양식을 찾아 동네책방을 순례하고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는다’. 가부장제 가족주의다. ‘강남역 10번 출구’를 계기로 ‘페미니즘’이 일어섰다. 여성이 쉽게 살해되고 폭행당하며 차별받는 사회는 작동을 멈춰야 한다. 편견으로 점철된 세상을 살아가는 ‘82년생 김지영’이 더는 없어야 한다. 여성은 벌써 주체인데도,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한다’고 일깨운다. 그래서 여성들은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고 선언하고 ‘백래시’, ‘탈코르셋’ 등 해방의 언어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중이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등 ‘이상한 정상가족’이라 불리는 가족 형태가 꾸준히 시도되고 ‘딸에 대하여’, ‘대도시의 사랑법’ 등 퀴어의 일상화도 이제 어색하지 않다. 언어의 소외다. ‘보이지 않는 고통’ 속에서 스러져 가는 이들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책의 입술은 목소리 없는 이들한테 열려야 한다. ‘소년이 온다’의 높은 문학적 성취도, ‘사당동 사람들’, ‘금요일엔 돌아오렴’, ‘고기로 태어나서’,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등 인간의 조건을 살피는 기록의 존엄성도 여기서 비롯된다. 정치는 난잡하고, 경제는 암울하고, 사회는 비참하다. 세상이 타락한 자들을 위한 숫자 놀이로 전락한 듯하다. 온통 이익(利)을 말할 뿐 아무도 의(義)를 묻지 않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질문하던 얼굴은 어용을 자부하고 ‘나는 왜 법을 공부하는가’를 성찰하던 마음은 위선이 됐다. 촛불과 함께 힘차게 타올랐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는 또다시 무릎이 꺾이는 중이다. ‘닥치고 정치’에 기대를 걸었지만, 현실은 ‘닥쳐라, 정치’로 변해 가고 있다. 불타 버린 이 자리에서 책은 다시 출발한다. 새해에는 어떤 책이 시대의 죽비가 될지,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 “출산율 0.98명… 일·가정부터 육아친화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출산율 0.98명… 일·가정부터 육아친화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0.98명.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가임 여성이 평생 낳는 아기 수)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이하) 사회가 지속되더니 급기야 부부가 평생 아기를 한 명도 채 낳지 않는 사회가 됐다. 저출산 문제는 육아, 취업, 주거, 교육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매듭을 풀어야 할지 쉽지 않다. 출산율 저하는 경제성장률·생산성 저하, 국가재정 악화로 이어진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영유아 보육·교육정책을 연구하는 육아정책연구소의 백선희 소장은 “기존 영유아 보육·교육정책으로는 저출산의 주요 원인인 육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육아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우리 사회의 각종 정책과 인프라를 아동·육아친화적 관점에서 수립하고, 모든 사회 주체가 힘을 모야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일문일답.-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로 국가 활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0.94명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아동수당 확대 등으로 12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 출생아가 줄면 앞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젊은층의 노인 부양 부담이 늘어 국민연금 등 노후 안전망도 위협을 받게 된다. 위기의식을 가지고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낮은 출산율도 문제이지만 저출산화 속도가 너무 빠른 게 더 큰 문제다.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 사회보장, 교육, 국방 등 사회 전 분야에서 대응·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저출산 수준과 속도를 국정 운영의 주요 지표로 관리해야 한다.” -기존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저출산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문재인 정부는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기존 출산 장려 위주 정책에서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높여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나는 게 목표다. 정부가 출산율 제고를 목표로 하지 않기로 한 것은 기존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저출산 원인이 다양하다. 육아의 어려움,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도 중요하지만 ‘2040’ 세대가 고용·주거 불안, 성평등 의식과 현실의 격차, 자아실현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합계출산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합계출산율은 ‘얼마나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사회인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초저출산 기준을 넘길 수 있도록 육아친화적 사회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 출산과 육아가 더 편해지는 사회를 만드는 게 관건이다. ” -왜 보육·육아정책에 투자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나. “‘100세 시대’를 맞아 인생의 출발점인 영유아에 대한 투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중 영유아기에 대한 투자가 가장 중요하다. 유아기에 1달러를 투자하면 이후 7달러를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심각한 인구 위기에 직면한 우리나라는 인적자본, 특히 영유아기 아동에 대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빈곤가정 아동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기회의 사다리’를 가질 수 있도록 각종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육아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기존 성인 중심에서 가족을 고려한 아동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아이도 행복하고 육아도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게 목표다. 육아의 주체를 부모뿐 아니라 가족, 정부, 공공·민간 조직과 시민으로 확대해야 한다. ” -새로운 육아정책의 핵심 과제는. “영유아 보육·교육정책에 많은 재정이 투입됐지만 육아는 여전히 힘들고 일·가정 양립은 잘 안 되며 기대하는 만큼 아이를 낳지 못하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여기에서 ‘온 마을’은 ‘전체 사회’를 의미한다. 육아정책의 기획부터 평가까지 전 과정에서 아동 권리에 기반한 육아친화적 정책이 될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최근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대한 수요가 넘치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보육·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조하면서 많은 재정을 투입하고 있지만, 정작 실제 서비스 전달체계는 민간 부문에 의존하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학부모들이 믿고 맡길 어린이집이 없다고 한탄하는 이유다. 국민에게 육아정책의 우선순위를 물어보면 예전에는 비용 지원을 요구했지만 요즘은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해 달라는 요구가 많다. 2017년 말 국공립 어린이집은 전체의 7.8%, 이용 아동은 12.9%에 그치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국공립 유치원 이용 비율이 적어도 40%가 되도록 국공립 시설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 -최근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돼 직장인의 생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육아와 출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육아정책의 핵심 중 하나는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사회,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일하고 함께 아이를 돌보는 사회다. 최근 주 52시간 도입으로 남성의 가사와 육아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주 52시간제는 양성평등적 육아문화를 형성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가진 계층의 노동시간을 15% 줄이면 출산 확률이 1.3% 오르고 남성의 노동시간이 줄어들며 둘째 출산율이 올라간다는 연구도 있다.” -육아정책은 전 계층에 똑같이 시행되는 게 좋은가, 아니면 저소득층에 집중돼야 하나. “우리나라 보육정책은 초기에 저소득층 중심의 선별적 정책을 채택했지만 요즘은 모든 소득계층에 동일한 보육료를 지원하는 등 보편적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보육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의 경우 저소득층 등 육아 취약 가구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저소득층 아이와 다른 아이들 간 발달 및 환경상 격차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청소년기, 성인기에도 더 많은 기회의 평등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포용적 복지는 급여를 똑같이 주는 기계적 평등을 넘어 저소득층에 대한 집중적 지원으로 빈부 격차를 줄이고 향후 역량 개발 기회를 동등하게 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 연구소도 빈곤 가정, 장애아동 가정, 다양한 이주 배경 가정의 육아와 아동복지시설 내 육아 등의 연구를 통해 취약 가구를 위한 포용적 육아정책 수립에 노력하고 있다.” -임기 중 가장 역점을 두고 싶은 일은. “저출산 위기를 맞아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육아정책 개발에 힘을 기울이겠다. 찾아가는 육아 현장 간담회 등을 통해 부모들의 목소리를 적극 정책에 반영할 것이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모든 정책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 또 4차 산업시대를 맞아 육아친화적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데도 정책 역량을 발휘할 것이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백선희 소장은 1968년 서울 출생으로 중앙대 사회복지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신학대 교수 출신으로 2017년 말 제5대 육아정책연구소장으로 선임됐다. 사회복지정책, 특히 보육정책 및 저출산 전문가다. 보편적 보육정책의 기반을 만든 영유아보육법 개정(2004년), 정부 육아정책 계획의 기초가 된 ‘제1차 육아지원정책방안(2004)’ 계획 수립 등에 참여했다. 최근 육아정책 패러다임 전환, 육아친화적 사회환경 조성, 4차 산업혁명시대 육아정책 등의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 [사설] 끊어진 계층 사다리에 국민 절망 깊어 간다

    열심히 살면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희망은 강건한 사회를 만드는 씨앗이다. 그런 맥락에서 통계청의 ‘2019 사회조사’ 결과를 보자면 암담함을 떨치기 어렵다. 자식 세대의 계층 상승 이동 가능성에 대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답변한 사람은 28.9%에 그쳤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이 자신의 자식이 계층 상승을 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금수저, 흙수저 등의 자조 섞인 말들이 괜히 확산한 게 아니었다. 이번 조사에서 자식 세대의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한 긍정 답변은 2년 전보다 0.4% 포인트 줄었으며, 10년 전보다는 무려 20% 포인트나 급감했다. 아무리 노력한들 자식들이 나보다 더 잘살 수 있다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신이 상층이라고 생각할수록 본인과 자식 세대의 계층 이동 가능성을 높게 봤고, 그 반대 경우는 낮게 봤다. 현실만큼이나 인식에서도 ‘수저계급론’이 빠르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끊어진 계층 이동 사다리는 사회의 활력을 심각하게 저해시킨다는 점에서 방치할 수 없는 사회악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헬조선’이라는 용어가 일상 언어로 굳어지는 세태야말로 노력의 결과를 얻을 수 없어진 우리 사회의 한 단면으로 읽어야 한다. 부모의 경제력이 그대로 자식의 미래를 결정짓는 참담한 실제 사례들이 사회지도층 인사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불거지고, 치솟는 아파트값과 부동산 광풍 속에서 ‘부동산=사다리’라는 인식이 팽배한 현실이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은 계층 이동 사다리가 무너진 실상과 결코 동떨어진 이야기일 수 없다. 통계청의 현실 조사는 정부의 정책에 다각도로 스며들어 계층 고착화를 완화하는 장치로 활용돼야 의미가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사회 양극화를 해소할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데 전력해야 한다. 사다리가 복원된 사회여야 희망을 말할 수 있다.
  • 국민 28%만 “자식세대,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 무너지는 계층 사다리… 확산되는 ‘수저 계급론’

    국민 28%만 “자식세대,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 무너지는 계층 사다리… 확산되는 ‘수저 계급론’

    낙관적 전망, 10년 전보다 19%P 급감 48% VS 21%… 금수저·흙수저 격차도“내 자식만큼은 나보다 더 잘 살겠지….” 부모라면 누구나 갖고 있기 마련인 희망사항이다. ‘계층 상승의 사다리’는 개인에게는 당장의 고된 삶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자 사회가 건강하게 굴러 돌아갈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자식 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본 이들이 10년 전 절반 수준에서 지금은 4분의1가량으로 쪼그라들었다. ‘개천용’에 대한 희망이 줄어든 자리를 체념이 채우는 사회적 병리 현상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통계청은 25일 이런 내용의 ‘2019 사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복지·사회참여 등 10개 사회 지표를 5개씩 나눠 2년 주기로 조사한다. ‘자식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비중은 28.9%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 조사였던 2017년(29.5%)보다 0.6% 포인트 하락했다. 2009년 48.3% 대비 19.4% 포인트 급감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식 세대에 대물림된다는 ‘수저 계급론’이 확산된 결과로 보인다. ‘본인 세대에서 계층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본 비중은 2년 전과 동일한 22.7%를 기록했지만 10년 전(37.6%)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금수저’일수록 미래를 낙관적으로 본 반면 ‘흙수저’일수록 비관적으로 여기는 비율이 높았다. 스스로 ‘상층’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 48.6%는 ‘자녀 세대에서 계층 상승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반면 이 비율은 ‘중층’에선 33.1%, ‘하층’에서는 21.5%로 급락했다. 이런 추세는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 등으로 자산 격차가 커지는 동시에 소득 격차도 더욱 벌어지면서 자포자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실제로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을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3분기 기준으로 2015년 4.46배에서 올해 5.37배로 벌어졌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계층별 격차가 벌어질수록 계층 간 이동도 어려워진다”면서 “교육 기회와 재정의 재분배 기능 확대 등으로 소득을 재분배하려는 노력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생활 여건이 좋아졌다’는 응답은 48.6%로, 2017년(41.1%)보다 7.5% 포인트 높아졌다. ‘사회보장제도가 좋아졌다’는 응답이 2년 전 45.9%에서 올해 60.8%로 크게 늘었다.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복지정책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최근 경기 부진을 반영하듯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내년에 가구의 재정 상태가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이는 22.2%로, 2년 전보다 2.8% 포인트 증가했다. ‘좋아질 것’이란 응답은 23.4%로 3.1% 포인트 줄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우선하는 인식도 강화되는 추세다. ‘일을 우선한다’는 응답 비중은 42.1%로 2년 전 조사(43.1%)보다 1.0% 포인트 낮아졌다. ‘가정을 우선한다’는 비율도 13.7%로 0.2% 포인트 줄었다. 반면 ‘둘 다 비슷하다’는 답변 비중은 44.2%로 1.3% 포인트 상승해 ‘워라밸’을 선호하는 이들이 ‘일을 우선한다’는 이들보다 처음으로 많아졌다. 이 밖에 올해 처음 조사한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도 항목에서 ‘우리 사회에 대해 믿을 수 없다’고 응답한 이들이 50.9%로, ‘믿을 수 있다’는 응답(49.1%)을 소폭 상회했다. 불신 풍조가 그만큼 만연해 있다는 뜻이다. 서울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단독] 유은혜 “정시 확대는 학종 공정성 강화 과정서 전형 간 비율 조정하는 것”

    [단독] 유은혜 “정시 확대는 학종 공정성 강화 과정서 전형 간 비율 조정하는 것”

    “서울 주요 대학 ‘정시 확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공정성 강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전형 간 비율 조정입니다. 지금 정부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입시 개선 방향은 학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교육시설공제회관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주요 대학의 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 확대는 고교학점제에 역행하거나 교육 현장이 혼란스러울 수 있는 정책 기조의 전환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학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제도개선 과정에서 일부 대학에서 학종의 비중이 소폭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설명으로, “문재인 대통령과도 긴밀히 협의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와 교육부 간 ‘엇박자’ 논란을 일축한 것이다. ●“교육 현장 혼란 유발 정책 기조 전환 아니다” 교육과 입시가 ‘부의 대물림’의 통로가 되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져 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교육부는 교육 공정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교육제도 개편의 일환으로 교육부는 2025년 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로 했다. 고교 유형에 따른 서열이 대입에까지 이어지면서 교육의 불공정성을 고착화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고교 교육의 ‘다양성 파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유 부총리는 “모든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고교학점제가 처음 적용되는 학생들(현 초등학교 4학년)이 치를 2028년도 대입제도에 대해서는 “현 정부 임기 내에 창의력과 협업 능력 등 학생들의 다양한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대입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또 일자리 문제와 임금 격차 등 교육제도 개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 전반의 불공정 구조는 사회부총리로서 관계부처들과의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청와대가 ‘정시 확대’를 지시하면서 ‘정시 확대는 없다’던 교육부가 말을 바꾼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정시 확대’를 직접 지시한 것은 아니다. 여론조사 등에서 드러나는 정시 확대 요구가 학종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판단에 따라 학종 공정성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청와대에 보고했고 시정연설(10월 22일) 전부터 대통령과 긴밀히 논의해 왔다. ‘교육부 패싱’이라는 오해가 있는데, 교육 정책, 특히 대입제도 개선은 청와대와 교육부의 협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학종을 비롯해 특기자전형이나 논술전형 등 수시전형에서 부모나 사교육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요소를 걷어내면 학종 비중이 높았던 대학들은 자연스레 전형 간 비율이 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래서 굳이 ‘정시 확대’라는 말을 강조해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와 교육부의 뜻이 다르다는 건 과도한 해석이다.” -하지만 ‘정시 확대’가 기정사실화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전국의 모든 대학이 정시 비율을 확대한다면 학교 현장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지금은 학종 쏠림이 심한 대학을 대상으로 고른기회전형과 지역균형전형 확대까지 포함해 전형 간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정책 방향이 전환되는 것이 아니다. 교육부는 학종의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에 집중하겠다고 일관되게 밝혀 왔다. 다만 학종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들의 요구도 일정 부분 수용해야 한다. 교육이 가고자 하는 방향 속에서 완벽하지 않더라도 제도적 보완책을 찾겠다는 것이다.” -2028년도에는 ‘미래형 대입제도’가 필요하다. 어떤 구상이 있는가.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상대평가는 불가능해진다. 수능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안 되며, 수시냐 정시냐 하는 논란도 넘어야 한다. 학생들은 토론·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창의력과 사고력, 협업 능력을 키우게 된다. 이 같은 역량을 어떻게 평가해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지에 대해 근본적인 출발점이 필요하다. 시도교육감과 국가교육회의, 교사와 학부모 등 다양한 교육 주체들과 논의를 시작해 이번 정부 임기 내에 기준과 합의의 선(線)을 만들 것이다.” ●“미래형 대입제도 정부 임기내 기준 만들 것”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해 ‘하향 평준화’, ‘다양성 파괴’라는 비판이 있다. “고교 서열화 해소와 고교학점제 전면 실시는 2025년을 고교 교육을 미래형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으로 삼자는 취지다.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는 2025년 이후에도 선발 방식만 바뀔 뿐 학교 이름과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유지하며 고교 무상교육도 지원받게 된다. 외고 학비가 비싸 못 갔던 학생들도 외고에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학생 한 명 한 명이 미래 인재로 성장하도록 교육 선택권을 넓혀 줘야 한다. 고교 유형을 구분해 놓고 이른바 ‘우수한’ 학생들을 선점해 그들에게만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는 건 교육 과정 다양화가 아니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맞아 교육 국정과제 중 대표적인 성과는 무엇인가. “정부의 교육 국정과제는 교육의 국가 책임을 높여 기회와 출발의 평등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안정적인 유아학비 지원을 위해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국고지원을 확대했다. 교육의 출발선인 3~5세 유아교육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취지였다. 사립유치원의 투명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유치원의 공공성 강화에 주력했고 많은 진전이 있었다. 내년 3월부터 모든 사립유치원에서 에듀파인을 도입하게 됐고 올해부터 모든 유치원이 처음학교로로 원아를 선발하고 있다. 고교 무상교육을 이번 2학기부터 부분 시행하게 돼 참여정부에서 중학교 의무교육이 시행된 뒤 고교 무상교육까지 이뤄낸 것도 큰 의미가 있다. 대학에서도 입학금이 폐지(2023년 전면 폐지)되고 국가장학금이 확대돼 대학생 3명 중 1명이 ‘반값등록금’의 수혜를 받고 있다. 앞으로도 출발선에서의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 유아기부터 중등교육, 대학교육, 직업교육과 평생교육까지 국가의 책임을 높이겠다.” ●“지자체·대학·기업 연결 혁신 플랫폼 구축” -대학 서열화 해소는 근본적인 해법이면서도 어려운 문제다. 이를 위한 국공립대 네트워크 구축은 국정과제에서 오히려 제외됐다. “지금의 고민은 학생들이 서울로 집중되는 현상 속에서 지역 균형발전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있다. 대학이 지역의 중심이 되도록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산업체를 연결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가칭)’ 사업을 내년에 3개 권역을 선정해 추진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기업, 필요하다면 특성화고까지 플랫폼으로 연결해 지역에서 필요한 산업의 인재를 지역 대학이 양성하고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것이다. 지역에서 성장한 학생들이 고등학교와 대학을 거쳐 그 지역의 산업에 준비된 인재가 된다. 성공모델을 만들면 학생들이 ‘인서울’을 목표로 하는 현실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중점 추진할 과제는 무엇인가. “일자리와 임금구조에서의 차별 등 사회 전반의 학벌 위주 체계를 변화시키는 게 중요한 과제다. 이는 사회 개혁이 동반되지 않으면 어렵다. 교육 제도만으로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교육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것이다. 사회부총리로서 국회와 관련 부처들을 조율해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 또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와 맞물려 고등교육과 직업교육, 평생교육에 대한 역할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부처별로 나뉘어 있는 관련 정책을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통합해 나가고 있다.” 정리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文정부 교육 불평등 해소 ‘절반의 성공’…특권 대물림 줄여 계층 사다리 살린다

    文정부 교육 불평등 해소 ‘절반의 성공’…특권 대물림 줄여 계층 사다리 살린다

    교육부가 ‘교육 공정성 지표’를 개발하게 된 데는 우리 사회의 교육 불평등이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문제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 불평등 논란의 불씨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부모 찬스’ 의혹이었다. 교육계에서는 이 같은 부모 찬스가 초·중·고 교육에서부터 일자리와 소득에까지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부모의 경제력이 낳는 교육 격차의 대표적인 사례가 과학고와 외국어고, 자율형 사립고와 일반고로 나눠지는 ‘고교 서열화’다.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의 연간 학부모 부담금은 일반고의 3배 이상으로, 강원 민족사관고(2480만원), 청심국제고(2400만원) 등 일부 학교는 학비가 연간 1000만원이 넘는다. 통계청과 교육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사교육비 통계에 따르면 이들 학교에 입학하려는 중학생들은 일반고에 진학하려는 중학생보다 많게는 두 배에 가까운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가 발표한 ‘사회 이동성 복원을 위한 교육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지역 특수목적고 학생들 중 가정의 월소득이 500만원 이상인 경우가 절반 이상(50.4%)이었으며 350만원 이하인 경우는 19.7%였다. 반면 일반고는 가정의 월소득이 350만원 이하인 경우가 절반 이상(50.8%)을 차지했으며 500만원 이상은 19.2%에 그쳤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82.1%는 가정의 월소득이 350만원 이하였다. 부모의 경제력은 ‘주요 대학’의 입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대 등 조사 대상인 13개 대학 입시에서의 고교 유형별 합격률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과 학종 양쪽에서 영재학교·과학고, 외고·국제고, 자사고, 일반고 순으로 높았다. 반면 저소득 가정의 비율이 높은 특성화고 학생들은 기본적인 안전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전국 특성화고 실습실에서 발생한 사고가 총 1284건에 달했다.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교육의 공공성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임기 반환점을 돈 현재 고교 무상교육과 대학 등록금 부담 경감 등에서는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려던 고교 무상교육은 반년 앞당긴 올해 2학기부터 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국가장학금 지원이 확대돼 Ⅰ유형(소득연계형) 수혜 학생은 지난해 기준으로 등록금 부담을 82.6% 덜어낼 수 있었다. 2021년도 대입에서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기회균형전형이 의무화된 데 이어 지속 확대를 추진한다. 2025년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를 모두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로 하면서 고교 서열화 해소도 본격 추진한다. 그러나 대입제도의 기조를 ‘정시 확대’로 선회한 것은 각각의 대입전형에 소득과 지역 등의 요인이 작용하는 실태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 없이 기계적·객관적 공정에만 치우친 결정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또한 정부가 ‘서울 주요 대학’의 입시 문제에 천착하면서 정부가 대학 서열과 학벌주의를 오히려 공고히 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2019 교육 분야 국정과제 중간점검회’에서 “교육에서 ‘출발선 평등’을 위한 정책을 과감히 추진하겠다”면서 “취업난과 임금격차 등 교육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사회문제들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교육부, 대입 ‘기회균형선발전형’ 확대한다…공정성 강화

    교육부, 대입 ‘기회균형선발전형’ 확대한다…공정성 강화

    교육부가 조만간 발표할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교육 취약계층을 위한 기회균형선발전형 확대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기회균형선발전형이란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농어촌 출신, 특성화고 졸업생, 특수교육 대상자 등 사회적 약자 계층을 우대해 선발하는 전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교육 분야에 대해서 “교육의 계층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면서 모든 대학에 기회균형선발전형을 의무화하고, 기회균형선발을 20%까지 확대하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에 ‘고른기회 특별전형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는 문구를 담았다. 그러나 대학 정보공시를 살펴보면 올해 일반대학·교육대학에 입학한 34만 5754명 중 기회균형 전형으로 입학한 신입생 비중은 11.7%(4만 366명)였다. 2018년 10.4%(3만 6063명)보다 1.3%포인트(4303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수도권 대학은 기회균형선발은 9.4%에 불과해 비수도권 대학의 선발 비율(13.1%)과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 주요 15개 대학(건국대·경희대·고려대·동국대·서강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숙명여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홍익대)의 평균 또한 10%에 못 미쳤다.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 때 이들 대학 입학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15개 대학은 올해 고른기회전형으로 9.29%만을 뽑았다.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서울 등 수도권 주요 대학부터 기회균형선발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현재 교육부는 기회균형선발을 고등교육법에 의해 의무화하고 선발 비율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기회균형선발을 의무화하고 선발 비율을 명시하면 취약계층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불공정 오디션에 일침… 프로그램 제작 방식 바뀔까

    불공정 오디션에 일침… 프로그램 제작 방식 바뀔까

    “기획·제작사 권력에 대항한 팬심 승리” “유착 해결하고 투명한 과정 공개 고민을”시청자 문자 투표 조작 의혹을 받아 온 CJ ENM 음악전문채널 엠넷(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진 2명이 구속되면서 파문이 더 커지고 있다. 이들은 기획사와 짬짜미해 투표 결과를 조작, 특정인을 밀어줬다는 의혹을 받는다. 제작진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그동안 ‘공정 경쟁’을 무기 삼아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던 다른 경연 프로그램 제작 방식에도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구속된 CJ ENM 안준영 PD와 김용범 CP(책임 프로듀서)는 ‘프로듀스 101’ 시즌 1~4의 생방송 경연에서 유료 문자 투표 결과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제작사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관련자를 조사한 결과 제작진과 특정 기획사가 순위 조작에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년간 오디션 프로그램은 국내 대표 예능 포맷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2016년 시작한 프로듀스 101 시리즈는 시청자가 ‘국민 프로듀서’가 돼 원하는 연습생을 가수로 데뷔시킨다는 콘셉트로 큰 인기를 끌었다. 화제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악마의 편집’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순위 조작 논란도 여러 번 제기됐지만 일부 팬들의 항의 정도로 치부됐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시청자가 직접 투표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지난 7월 시즌 4인 프로듀스 X(엑스)의 마지막 생방송에서 예상 밖의 연습생이 데뷔하면서 조작 논란이 불거졌고, 시청자들은 진상규명위원회까지 꾸려 제작진을 고발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시청자가 대형 기획사와 제작사 권력에 대항해 이겼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도 근본적인 혁신이 없으면 또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모든 국민이 참여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제작진이 스타를 내정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에 대항한 팬심이 승리한 것”이라면서 “이번 일을 시작으로 방송계 전반에 만연한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공 비결은 닫혀 버린 계층 간 이동 사다리에 절망하던 10~20세대에게 ‘뭐든 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줬기 때문”이라면서 “시청자가 보기에 바람직한 사람을 키워서 성공적으로 데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컸다. 이를 배반하고 속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특정 기획사와 제작사의 유착을 해결하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선정 과정을 어떻게 투명하게 공개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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