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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15℃↓·프랑스 12℃↑

    성탄절 휴일을 맞은 지구촌이 때아닌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같은 유럽 대륙에서도 러시아 등 동유럽에서는 혹한과 폭설로 수백명이 목숨을 잃은 반면 프랑스·이탈리아 등 남유럽에서는 이상 고온으로 수영복을 다시 꺼낼 정도로 ‘더운 겨울’을 나는 극단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기온이 예년 평균보다 10~15도 떨어진 러시아에서는 동부 시베리아의 수은주가 영하 50도를 기록하는 등 혹독한 추위가 계속되면서 90명이 숨졌다고 AFP통신 등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스크바에서는 기온이 영하 25도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통상 1~2월에 볼 수 있는 수치다. 동유럽에서는 이런 전례 없는 추위로 이달에만 220여명이 숨졌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에서는 이달 중순까지 각각 83명, 57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희생자 대부분은 노숙자들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모스크바 기상청의 타츠야나 포즈냐코바 선임 연구원은 “요즘처럼 길게 지속되는 혹한은 모스크바에서도 지난 50년간 보고된 적이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2월에도 혹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대비를 촉구했다. 유럽의 주요국 수도들은 폭설에 시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는 이달 중순 적설량이 무려 50㎝에 이르렀고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는 36㎝의 적설량이 기록됐다. 반면 프랑스 남서부와 이탈리아 주민들은 이상 고온 현상을 겪고 있다.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비아리츠는 지난 23일 기온이 24.3도를 기록했다. 1983년(24.4도) 이후 29년 만의 고온으로 계절 평균보다 12도나 높은 수준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카타니아는 이날 기온이 22도까지 치솟았고 해발 1000m에 위치한 오스트리아 브란트 마을은 전날 기온이 17.7도에 이르렀다. 영국은 폭우에 따른 홍수와 사투 중이다. 영국 환경청(EA)이 24일 전국 160곳에 폭우경보, 260곳에 폭우주의보를 발령한 가운데 지난 19일 이후 470여채의 가옥 등이 침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상이변의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지목했다. 팀 팔머 옥스퍼드대 기상물리학과 교수는 “이런 극단적인 기후는 북반구의 제트 기류(대류권 상부나 성층권에서 부는 강한 바람대) 때문”이라며 “제트기류가 올해 특히 강하게 요동치면서 북극의 찬 공기를 러시아 쪽으로 끌어오고, 남쪽의 더운 공기를 프랑스 주변으로 가져 왔다.”고 설명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개미들마을·갈은권역… 지역 살린 마을들

    개미들마을·갈은권역… 지역 살린 마을들

    ‘개미들마을, 갈은권역, 가루매마을….’ 이름도 생소하지만 효과적으로 지역 사회를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마을들이다. 올해 대한민국 농어촌 마을 대상에 선정된 이유다. ●농산물 연계한 사계절 행사 발굴 농림수산식품부는 19일 경기 과천 경마공원대로 한국마사회 컨벤션홀에서 ‘2012 대한민국 농어촌 마을대상’ 시상식을 20일 개최한다고 밝혔다. 기존 자원을 활용해 농어촌의 활기를 살린 ‘색깔있는 마을’ 부문에서는 강원 정선 개미들마을과 경남 창원 감미로운마을, 경기 양평 가루매마을, 충남 아산 외암마을, 충북 괴산 갈은권역 등이 각각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개미들마을은 정부·지자체 지원을 최소화하고, 농산물 생산 등을 연계한 4계절 마을 행사를 발굴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조선 광해군 시절 유학자였던 신일민이 이곳 나무 그늘에 개미들이 몰려든 모습을 보고 ‘개미들판’이라고 부르면서 개미들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사라진 오솔길 관광상품으로 갈은권역은 1975년 괴산댐 건설로 사라진 옛 오솔길을 ‘산막이 옛길’로 복원,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점이 주목받았다. 인근에 있는 갈은계곡에서 이름을 따왔다. 감미로운마을은 지역 특산품인 감을 활용해 생산과 가공, 관광을 연계 발전시키고 있다. 마을 발전에 기여한 ‘핵심 리더’ 부문에서는 충남 내현권역 전병환 대표가 대통령 표창, 제주 가시리권역 안봉수 대표가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다. 대통령 표창 재능기부자 부문은 농어촌 노후주택 고치기에 참여해 건축 재능을 기부한 윤충열 원광대 건축학과 교수와 1995년부터 무료 순회진료를 한 서울아산병원이 선정됐다. 지자체 부문에서는 강원 평창군, 전북 완주군, 전남 장성군이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목디스크

    [Weekly Health Issue] 목디스크

    많은 의사들이 목디스크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컴퓨터와 함께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 되면서 목이 겪는 혹사의 강도가 적정 수준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는 위험신호다. 일찍 온 추위에 질려 몸을 잔뜩 움츠리다 보면 전신이 결리고 뻐근하기도 하다. 이런 상태에서는 당연히 목에도 상상 이상의 스트레스가 가해진다. 목 근육이 뻐근하고 어깨가 무거운 증상이 일반적인데 목디스크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런 증상을 단순히 계절 탓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자세와 습관으로 목디스크(경추 수핵탈출증)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겨울철에 목디스크가 악화돼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 이에 대해 가천대 길병원 척추센터 김우경(신경외과)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먼저, 목디스크란 어떤 질환인가. 목디스크란 목 부위의 척추 부위인 경추와 경추 사이에 있는 추간판(디스크) 속의 수핵이 밀려서 빠져나와 신경근이나 척수를 압박하는 질환이다. 7개의 경추뼈 가운데 운동이 가장 활발한 5∼6번 디스크에서 가장 많은 문제가 생기고, 이어 6∼7번, 4∼5번 순으로 발생빈도가 높다. ●발생 추이는 어떤가. 근래 환자가 지속적으로 느는 추세다.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하느라 목뼈가 소위 ‘거북목’이라는 일자목으로 변한 데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폭넓게 보급되면서 발생 추이가 한층 가팔라지고 있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는 이 때문에 향후 목디스크 환자의 폭발적인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겨울에 환자가 많은 이유가 있나. 최근 내원하는 환자들 상당수는 잘못된 자세가 원인이다. 운전을 하거나,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직장인들이 장시간 목을 거북이처럼 앞으로 빼고 앉아 일을 하다보면 인대나 근육이 긴장에 노출돼 점차 약해진다. 스마트폰 사용자들도 마찬가지다. 경추 주변 근육이나 인대가 약해지면 디스크가 쉽게 밀려 나오게 된다. 물론 겨울이라고 디스크 질환이 갑자기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겨울에 환자가 많은 이유는 추운 날씨 때문에 몸을 움츠리게 되고, 이런 자세가 반복되면 평소 좋지 않았던 부위가 과도하게 긴장해 디스크를 악화시키고,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최근에 발생하는 목디스크 특성이 과거와는 어떻게 다른가. 목디스크도 퇴행성 질환이다. 디스크는 수분과 단백질로 구성되는데, 나이가 들면서 수분이 빠져나가 탄력을 잃게 되면 작은 충격에도 디스크가 쉽게 빠져나오게 된다. 고령 환자에게서 목디스크 등 척추질환이 잘 생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목디스크 환자가 최근 들어 30∼40대는 물론 20대로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경우는 디스크 퇴행보다 잘못된 습관과 자세가 문제다. 여기에다 레저활동이나 교통사고 등 외상에 의한 환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교통사고의 경우 후방 추돌로 갑자기 충격을 받으면 목이 순간적으로 앞으로 쏠렸다 뒤로 젖혀지면서 경우에 따라 심각한 디스크를 유발하는 만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디스크가 생긴 부위에 따라 증상이 약간씩 다르다. 일반적으로 목디스크는 목이 뻣뻣해지고, 어깨와 팔이 저리며, 등 뒤 날개뼈 사이에도 통증을 느끼게 된다. 가장 발생 빈도가 높은 5∼6번 디스크가 탈출한 경우 젓가락을 들지 못할 정도로 팔 근력이 약해지기도 한다. 또 디스크가 바깥쪽이 아니라 몸통 중심 부위로 밀려나 척수를 압박할 경우 배뇨 및 보행장애까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일부 환자군에서는 목디스크임에도 목에 통증이 없는 대신 어깨나 등 부위에만 통증이 나타나 오십견이라며 방치하는 사례도 흔하다. ●검사와 진단은 어떻게 하나. 가장 기본적인 진단 요소는 환자의 증상이다. 증상에 따라 신경학적 검사와 단순 X레이검사를 통해 상태를 파악하며, 목디스크가 의심되면 CT(컴퓨터 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시행한다. 일반적으로는 이런 검사로 충분히 진단이 되지만 그래도 미흡하면 근전도를 통해 확인하기도 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또 디스크는 수술치료가 어렵다는데 사실인가. 치료는 비교적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진다. 증상이 초기인 경우라면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하면서 증상의 완화를 관찰하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소염진통제로 통증을 유발하는 화학인자를 조절해 통증을 줄일 수는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다. 비수술적 치료로 호전이 없을 경우 인공디스크 삽입, 유합술 등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인공디스크 삽입은 자연스러운 관절 기능을 유지할 수 있고, 주변 척추의 퇴행성 변화를 늦춰 합병증도 줄여준다. 이 방법은 퇴행이 아직 진행되지 않은 연성 디스크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디스크가 딱딱하게 굳는 석회화가 진행된 경우라면 디스크를 제거하고 뼈를 하나로 유합하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디스크 상태에 따라 뼈를 이식하거나 인공디스크 등 대체물질을 넣지 않고 정상 디스크를 그대로 활용하도록 하는 ‘전방경유경추 추간공확장술’도 시행된다. 6∼7㎜ 정도의 작은 구멍을 통해 현미경을 삽입한 뒤 디스크의 병변 부위를 직접 보면서 원인 부위를 찾아내 치료한다. 수술후 보조기 착용이 필요 없어 일상 생활로의 복귀가 빠른 장점이 있는 수술법이다. 이 방법은 부드러운 디스크가 신경을 누르고 있거나,디스크 탈출은 아니어도 신경 구멍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협착증에 효과적이다. 이런 수술적 치료는 보존적 치료로 충분한 치료 효과를 거두지 못할 때 적용하는 마지막 치료 수단이지만 알려진 것처럼 환자들이 두려워할 만큼 어려운 치료는 아니다. ●치료에 따른 후유증 등의 문제는 없나. 목부위는 근육과 혈관, 신경조직이 밀집한 곳이어서 허리 쪽보다 치료를 위한 접근이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치료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어렵지는 않다. 당연한 말이지만 증상이 나타나면 초기에 병원을 찾아야만 보존 치료가 가능해 수술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증상 악화에 따른 후유증도 줄일 수 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마추픽추 너머의 페루… 사막·호수·섬

    마추픽추 너머의 페루… 사막·호수·섬

    마추픽추 없는 페루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데 역설적으로 페루에서 마추픽추를 지워야 또 다른 페루의 모습과 만나게 됩니다. 잉카 제국이 남긴 수많은 유산들에 앞서 페루의 자연을 먼저 이야기하려 하는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척박함과 아름다움의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사막과 100만 마리 바닷새들이 살아가는 절해고도, 그리고 하늘이라도 능히 담아낼 것 같은 넓고 아름다운 호수를 먼저 알아야 그 안에 깃든 문화와 역사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지구 반대편에 나와 비슷한 키에 나보다 다소 검은 얼굴을 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는 것도 그제야 새삼 깨닫게 되지요. ■ 개성 넘치는 자연, 천의 얼굴을 가진 사막 페루에는 독특한 기후를 가진 세 지역이 공존한다. 칠레까지 길게 이어진 태평양 연안의 해안지역과 안데스 산맥의 고원 지대, 그리고 아마존의 정글 등이다. 독특한 기후는 독특한 풍경을 낳는다. 마추픽추로 상징되는 오래된 풍경들 말고도 페루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많다. 다만 잉카의 유산들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수도 리마를 통해 입국한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건 1800마일(약 3000㎞)에 달하는 사막지대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태평양 연안의 적갈색 땅은 그 전조였던 셈. 잉카의 제국에서 사막과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기 쉽지 않다. 유려한 곡선과 음영을 가진 전형적인 사막에서부터, 영화 ‘황혼에서 새벽까지’(1996년)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그로테스크한 마을 풍경까지, 척박하고 단조로운 풍경이 주는 감동은 넓고 또 깊다. 사막으로 가는 첫 관문은 팬 아메리칸 하이웨이다. 북쪽 알래스카에서 남쪽의 아르헨티나까지, 남북아메리카를 잇는 2만 6000㎞ 길이의 고속도로다. 리마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300㎞쯤 남쪽으로 달리면 이카(Ica)다. 건조한 사막 도시지만, 관개농업 덕에 아스파라거스 생산량 세계 1위에 오를 만큼 농업 도시로 성장했다. 이카 외곽에 와카치나 오아시스가 있다. 오래전엔 인근에 7개의 오아시스가 있었으나, 농업용수로 끌어다 쓰는 통에 지금은 2개만 남았다. ‘아름다운 여인’이란 뜻의 와카치나에는 전해오는 설화가 있다. 오래전 한 여인이 한 달에 한 번씩 이 오아시스에 와서 목욕을 했더란다. 그러던 어느날 여인은 자신의 알몸을 훔쳐보던 한 남자를 거울을 통해 보게 됐고, 수치심에 달아나다가 오아시스의 인어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딘가 우리 ‘선녀와 나무꾼’의 데자뷔처럼 느껴진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건조한 기후 탓에 오아시스가 계속 말라가고 있다. 급기야 지방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물을 채워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현재는 50%만 자연적으로 용출되는 물이고, 나머지는 공급된 물이다. 와카치나 오아시스 주변으로는 300m 높이의 모래언덕이 에둘러 펼쳐져 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산을 힘겹게 오르면 놀라운 풍경이 펼쳐진다. 움푹 파인 오아시스 마을 너머 수없이 중첩된 모래산들이 황톳빛 마루금을 펼쳐낸다. 모래 언덕 위엔 샌드 보드와 버기카, 지프 등을 타며 스릴을 만끽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파라카스 국립자연보호구역 내 캘리포니아 사막도 가볼 만하다. 와카치나 오아시스에 견주자면 전형적인 사막의 모습을 하고 있다. 모래가 바람을 만나 칼날 같은 경계선을 그리고, 그 위로 햇살이 깃들며 깊은 음영을 그려낸다. 몽환적인 풍경이다. 와카치나와 달리 캘리포니아 사막은 찾는 사람들이 드물다. 대중교통은 없고, 여행사에서 운용하는 어드벤처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야 한다. 수없이 많은 모래언덕을 지프를 타고 돌아보는데, 짜릿하고 스릴 넘친다. ■ ■ 남미의 작은 갈라파고스… 바예스타스 섬 사막도시 이카와 위도상 비슷한 위치에 파라카스 반도가 있다. ‘모래바람’이란 뜻의 반도는 퍽 인상적인 풍경을 지녔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산자락들이 여인의 허리를 연상시키는 곡선을 그리며 바다로 줄달음친다. 파라카스 반도의 끝자락에서 한발짝 내디디면 바예스타스 섬이다. 100만 마리가 넘는 바닷새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바예스타스 섬으로 가는 들머리는 파라카스항이다. 페루의 주요 어항 가운데 한 곳이라는데, 우리의 항·포구에 견줘 한적하기 짝이 없다. 반면 항구 앞바다는 부산하다. 돌고래들이 물고기를 쫓고, 페루비안 부비새들은 수면 가까이 떠오른 물고기떼를 공격하기 위해 날개를 접은 채 화살처럼 내리꽂힌다. 펠리컨들도 경쟁하듯 자맥질에 한창이다. 바예스타스 섬까지는 19㎞, 배로 30분 정도 걸린다. 오가는 길에 만나는 풍경이 장관이다. 저 유명한 ‘칸델라브로’(Candelabro), 이른바 ‘촛대 그림’도 바로 이 길에서 만난다. ‘촛대 그림’은 파라카스 반도 위에 그려져 있는 문양으로 나스카 라인에 빗대 ‘작은 나스카’라 불린다. 세로 길이는 180m, 가로는 70m다. 폭은 4m, 선의 깊이는 30㎝ 정도다. 현지 가이드 호세는 “주변에 유기물이 없어 탄소연대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언제 만들어졌는지 과학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며 “다만 나스카 라인이 있는 남쪽을 가리키고 있어 이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바예스타스 섬은 새들의 낙원이다. 남미 바다사자 등 포유류도 눈에 띄지만, 절대 다수는 새들이다. ‘남미의 작은 갈라파고스’라는 별명도 그래서 생겼다. 섬에 서식하는 바닷새는 모두 60여종. 페루비안 부비새와 가마우지 등이 우점종이고, 훔볼트 펭귄 등 진귀한 새들도 세들어 살고 있다. 100만 마리의 새가 한 자리에 모여 재잘대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지, 혹은 수 만 마리 바닷새가 동시에 섬 주변을 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지. 단언컨대, 그 순간 만큼은 배멀미를 하거나, 새똥 냄새에 역겨워하는 당신은 없다. 섬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새는 과나이 가마우지다. 인산질 비료로 이용되는 새똥, 구아노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섬에서 최초로 구아노를 채취한 이들은 16세기 잉카인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보통 7년에 한 번씩 채취하는데, 대개 5월에 시작해 6개월쯤 소요된다. 한번에 채취하는 양은 6000t 정도. 1㎏ 당 1.25 유로(약 1750원)의 고가에 팔린다. 재정이 취약한 페루로서는 새들에게 톡톡히 신세를 지고 있는 셈이다. 바예스타스 섬은 모두 3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졌다. 자세히 보면 섬 곳곳에 구아노가 굴러떨어지지 않도록 돌담을 쌓아 뒀는데, 19세기 초반 그리스인들이 조성한 것이다. 잉카의 후예들에게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 티티카카 호수다. 잉카의 창조신인 비라코차 또한 호수 남쪽 ‘태양의 섬’에서 태어났다고 페루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다. 높이는 해발 3800m. 지구를 통틀어 배가 오갈 수 있는 호수 가운데 하늘과 가장 가깝다. 우리 백두산(2744m)도 티티카카 호수보다 낮다. 타원형으로 생긴 호수는 가장 긴 곳이 165㎞, 짧은 곳도 60㎞에 이른다. 이쯤되면 호수라기보다 바다에 가깝다. 최고 수심은 284m. 페루 북쪽의 아마존강과는 형제나 다름 없다. 같은 산에서 발원한 뒤 흘러 가는 방향만 달리한다. 호수는 페루 남쪽에서 볼리비아와 경계를 이룬다. 호수의 60%는 페루에, 40%는 볼리비아에 속한다. 티티카카에서 티티는 푸마, 카카는 회색(아이마라어), 또는 바위(케추아어)라는 뜻이다. ■ ■ ■ 잉카 후예들에게 마음의 고향… 티티카카 호수엔 건기와 우기만 존재한다. 11~4월이 우기에 속하는데, 밤이 되면 비가 쏟아지고, 낮에는 흐리거나 맑은 날씨가 반복된다. 기온 또한 낮엔 30도 가까이 치솟고 밤이면 영하로 떨어지는 등 변덕스럽기 짝이 없다. 호수 내 섬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우로스 섬’이다. 갈대섬과 갈대배로 유명하다. 현지 관광청 직원인 훌리오 세자르에 따르면 페루 지역에만 모두 73개의 갈대섬이 물에 떠 있다. 주민수는 800여 가구에 2900여명. 유치원 2개, 초등학교 5개, 고등학교 1개가 있다. 각각의 섬에는 5~10가구가 산다. 모든 가구는 혈연으로 연결돼 있다. 주민들은 갈대섬에서 태어나 갈대섬에서 인연을 만나고, 생을 마감한단다. 믿기지 않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갈대섬 문화는 기원전 1000년쯤 볼리비아에서 먼저 시작됐다. 갈대섬 조성 방법은 간단하다. 호수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 갈대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호수 바닥과 함께 물 위로 떠오른다. 뿌리 안에 많은 양의 공기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호수 바닥과 연결된 부분을 자른 뒤, 이 블록을 다른 블록과 연결하면 섬의 기반이 완성된다. 처음에는 밧줄로 블록들을 연결하지만, 5년 정도 묶어 두면 갈대 뿌리들이 서로 뒤엉켜 자라면서 자연스레 튼튼하게 연결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반 위에 싱싱한 갈대를 한 층은 가로로, 그 위층은 세로로 얹고 단단히 밟아 바닥을 완성한다. 이 위에 갈대집 ‘우타’를 짓고 생활한다. 갈대섬은 모계 중심 사회다. 낚시로 물고기를 잡거나 물새알 채집, 새 사냥 등으로 끼니를 장만한다. 갈대는 집 짓는 자재이자 식량이다. 옥수수대처럼 뿌리 쪽 하얀 부분을 먹는데, 치아에 좋은 성분이 많아 섬 주민들이 평생 치과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유명세에서는 밀릴지언정 풍경의 깊이로는 몇 곱절 빼어난 곳이 타킬레 섬이다. 섬 내 가장 높은 곳은 4050m에 이른다. 섬에 들면 먼저 유칼립투스 나무가 진한 향기로 이방인을 맞는다. 섬은 전남 완도의 청산도를 닮았다. 섬 전체에 이리저리 돌담길이 나 있는 모양새가 영락없이 당리의 보리밭길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섬 주민들이 착용한 현란한 색상의 모자와 허리띠 등의 직물이다. 특히 남자들의 뜨개질 솜씨가 일품이다. 거기엔 까닭이 있다. 섬 총각이 장가를 들기 위해선 모자를 견고하게 잘 만들어야 한다. 혼인을 허락받기 위해 장인 앞에서 자신이 만든 모자로 시험을 치르는데, 모자에 물을 담아 물이 샌다거나, 모자를 세워 조금이라도 옆으로 쓰러지면 가차없이 퇴짜를 맞는다. 이렇게 튼튼한 모자를 만들기 위해선 꼬박 8개월~1년의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 섬에서 모자는 신분의 상징이다. 결혼 유무와 섬 내 지위, 심지어 기분의 좋고 나쁨까지 모자로 표현한다. 글 사진 이카·푸노(페루)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페루의 화폐 단위는 솔(Sole)이다. 국내에서 미국 달러로 환전한 뒤, 현지에서 다시 솔로 바꾼다. 1달러에 2.5솔 정도다. 현지에서 ‘프라피노’(팁)를 줘야 하는 상황이 자주 생기므로 잔돈을 여유있게 바꿔 가는 게 좋다. >>관광지마다 전통 복장을 하고 ‘모델’로 나서는 현지인들이 많다. 특히 프라피노를 요구하며 달려드는 어린이들의 ‘습격’에는 버틸 재간이 없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누구나 프라피노를 요구하는데, 2~3솔 정도가 일반적이다. 어린이를 위해 초콜릿 등 과자나 연필 등 학용품을 선물로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계절 옷을 전부 준비하는 게 좋다. 리마 등에서는 가벼운 복장으로도 충분하지만, 안데스 등 고산 지역과 사막에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다. 한낮에도 덥긴 하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곧 서늘해진다. >>입국할 때 반드시 비행기 왼쪽 좌석에 앉을 것. 태평양 연안을 따라 리마까지 가는 동안 웅장한 안데스 산맥의 ‘백만불짜리’ 풍경과 줄곧 동행할 수 있다. >>개별적으로 택시를 탈 땐 흥정을 잘 해야 한다. 우리처럼 계기판 요금제가 아니기 때문에 차 타기 전 목적지까지의 요금을 정하는데, 특히 화폐 단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무심코 숫자만 불렀다간 솔이 아닌 달러로 계산해야 하는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다.
  • [길섶에서] 퇴직 선배/오승호 논설위원

    고향 선후배들이 만나 정담을 나눈다. 송년회 자리다. 최근 인사에서 승진이 되지 않아 퇴사해야 하는 대기업 상무는 한번도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1958년생이니 베이비부머다. 송년회인 만큼 태연한 표정이지만,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경기침체기에도 실적이 좋았는데…. 동석자 중 1년 전 대기업에서 상무로 옷을 벗은 이는 한결 여유가 있다. 같은 연배이지만 ‘퇴직 선배’다. 직장을 그만두는 이에게 ‘자문역’이라는 명함은 돌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특히 회사 다닐 때 경쟁업체 사람들에게는 꼭 그렇게 하란다. 다들 이유는 묻지 않고 “알았다.”는 대답만 한다. 그런데 회계사인 한 참석자가 나이 들수록 회계사나 세무사가 가장 좋은 것 같다고 운을 뗀다. 평소 갑(甲)과 을(乙)의 입장을 다 경험하기 때문이란다. 샐러리맨들은 환경이 바뀌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적잖이 걸리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리라. 인사의 계절이다. 잘나갈 때 겸손해야 한다는 말을 음미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겨울철 관절 관리는 이렇게

    겨울철 관절 관리는 이렇게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관절염 환자들에겐 고통의 계절이다. 흔히 관절염이라면 무릎을 생각하지만 무릎 말고도 손목·발목·손가락 등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는 많다. 그러나 관절염은 적절하게 관리하면 통증도 줄이고 증상도 안정시킬 수 있다. 활동 원칙은 ‘아침엔 천천히, 낮엔 활발하게’이다. ●기온·기압 낮아지면 통증 심해져 무릎뿐 아니라 어깨나 손목·손가락·발목 등에도 생겨 붓거나 쿡쿡 쑤시는 관절염은 특히 저온·저기압과 높은 습도에 민감하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찬 기운이 무릎 신경을 자극해 조직을 수축시키는데, 이런 상태에서는 관절 부위의 혈액순환이 안 돼 근육과 인대가 뻣뻣해지고, 움직이면 뚜둑거리는 소리와 함께 통증이 나타난다. 관절염은 무릎뿐 아니라 어깨나 손목·손가락·발목 등에도 생기는데, 주로 관절이 붓거나 쿡쿡 쑤시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겨울에는 가뜩이나 활동량이 줄어드는데 추위로 관절 통증이 심해지면 활동량이 더욱 줄어 관절염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겨울에 관절 통증을 줄이려면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부터 주의해야 한다. 아침에는 기온이 가장 낮아 관절 부위의 근육과 인대의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눈이 내리면 기압도 낮아져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 이런 날은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지 말고 누운 자세에서 옆으로 몸통을 돌린 뒤 무릎을 가슴 쪽으로 당기면서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천천히 일어나야 관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스트레칭과 일광 산책의 생활화 스트레칭은 기상 직후부터 적어도 하루 세 번 이상 수시로 해주는 것이 좋다. 무릎과 어깨·발목·손목 등 주요 관절을 부드럽게 풀어주면 된다. 앉아서 무릎에 힘을 주고 발끝을 무릎 쪽으로 당기는 간단한 동작도 스트레칭 효과가 있다. 스트레칭과 함께 실내자전거나 걷기 등으로 하체 근력을 키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햇볕이 내리쬘 때는 야외 산책이 좋다. 관절염 통증은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하는데, 햇볕은 이런 우울증을 완화시켜 준다. 뿐만 아니라 비타민D를 합성해 골다공증까지 예방할 수 있다. 산책을 할 때는 미끄럽지 않은 신발을 챙겨 신고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아야 한다. 넘어질 때 방어동작을 취하지 못해 고관절 골절 같은 큰 부상을 입기 쉬워서다. ●겨울비만 경계해야 비만 관리도 문제다. 겨울에는 계절적인 특성상 채소와 과일 섭취가 줄고 신체 활동이 적어 체중이 쉽게 늘어난다. 체중이 늘면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해 증상이 악화된다. 따라서 관절염 환자는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또 외출할 때는 내복과 얇은 겉옷을 여러 벌 겹쳐 입고, 모자와 목도리, 장갑을 사용해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너무 두꺼운 옷은 움직임을 둔하게 하므로 피하는 게 좋다. 외출 후에는 따뜻한 물로 관절의 피로를 풀어주거나 무릎담요로 관절 부위를 따뜻하게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도 관절 통증이 줄지 않으면 따뜻한 물수건이나 핫팩을 통증 부위에 10∼15분 정도 올려 온찜질을 한다.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근 채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펴는 동작을 반복하면 손가락 통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김성권 고도일병원 줄기세포센터 원장은 “통증이 심해 잠을 못 이루거나 관절이 붓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약물 및 물리치료만으로도 얼마든지 증상 개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길고양이를 제발 죽이지 마세요”

    가까운 미래 사회, 영국 전역에 ‘고양이 독감 바이러스’가 퍼지고 거리의 고양이들은 모조리 죽임을 당한다. 막강한 부를 기반으로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대기업 ‘바이아파라’가 사육하는 고양이들만 예외를 적용받는다. 예방 접종과 분양, 교배, 판매에 이르기까지 고양이에 대한 모든 관리는 바이아파라에 의해 독점적으로 이뤄진다. 몰래 고양이를 키우다 발각되면 ‘국가보안법’에 준하는 처벌을 받는다. 바이아파라에서 관리하는 고양이의 값은 어마어마해 최상위 계층만 기를 수 있다. 그러나 애초부터 고양이 독감이란 실체가 없었다. 고양이를 독점적으로 관리해 막대한 이득을 취하려는 대기업과 이를 방조한 국가의 이해관계가 빚어낸 허상일 따름이다. 영국 버크셔주 출신의 작가 존 블레이크가 쓴 청소년 소설 ‘프리캣’(사계절 펴냄)은 사회 시스템에 관한 도발적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독창적인 소재 외에도 날카로운 유머와 감칠맛나는 문장이 흥미를 돋운다. 어마어마한 음모에 대적하는 주인공은 10대 소녀인 제이드. 아버지를 잃고 형편이 어려워져 상류층이 사는 동네에서 저소득층이 사는 동네로 이사해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부유층의 별장에서 노니는 고양이밖에 본 적 없던 제이드는 어느 날 자신의 집 정원으로 우연히 찾아든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하고선 한눈에 반한다. 하루만 데리고 있기로 하고 집에 들인 암코양이 ‘필라’는 고양이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을 씻어내지만 엄청난 사건을 몰고 온다. 고양이를 죽이려는 정부 기동대의 급습으로 집안은 난장판이 되고 제이드의 어머니는 심장마비로 생명을 잃는다. 제이드는 같은 반 남자 친구 크리스의 도움으로 필라를 데리고 고양이를 자유롭게 기를 수 있는 아일랜드로 탈출하기로 한다. 새끼를 밴 필라를 데리고 ‘고양이 자유 연대’의 도움을 받아 아일랜드행을 재촉하며 내적 성장도 경험한다. 과거 암울했던 시절 겪어온 사회적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은 소설은 ‘순진한 희망’이 아닌 진일보한 사실주의를 택한다.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라는 섣부른 결말이 아니라 제이드의 수감 생활로 끝머리를 장식한다. 절망적이고 비루한 현실에 녹아든 희망을 노래한 것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콘크리트가 당신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어요

    우리는 얼마만큼 콘크리트에 익숙해져 있을까. 콘크리트에서 출근하고 콘크리트에서 일하며 다시 콘크리트로 퇴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콘크리트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주택, 도로, 다리, 초고층 빌딩, 댐 등 도처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을 발견할 수 있다. 온통 콘크리트 숲으로 꽉 차 있다. 그렇다면 콘크리트란 무엇일까. 우리는 언제부터 콘크리트에서 살았고 또 언제까지 살아가야 할까. 콘크리트는 시멘트를 결합재로 해서 골재와 골재를 한 덩어리로 만든 것이다. 그 기원은 고대 로마에서 찾을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은 18세기 이후다. 1756년 영국의 건축기사 존 스미턴이 점토를 함유한 석회석을 가열하여 수경성 석회를 만들면서 현대 콘크리트의 기초가 열렸다. 그는 영국 남서 해안 에디스톤 등대의 보수에 이 석회를 사용하면서 효용성을 입증했다. 오늘날에 이르러 콘크리트는 효율성과 합리성의 상징이었고 콘크리트 건축물은 르 코르뷔지에와 안도 다다오 등의 장인에 의해 시학의 수준으로 격상됐다.  신간 ‘콘크리트의 역습’(후나세 슌스케 지음, 박은지 옮김, 마티 펴냄)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당연시 여기는 콘크리트 문화에 의문을 던지고 ‘콘크리트 건축’이 두뇌 발달, 건강, 정서와 심리적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적한다. ‘콘크리트에 살면 9년 일찍 죽는다’는 부제가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콘크리트가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고 방사능 물질까지 배출한다는 내용 또한 그렇다. 저자는 시즈오카 대학, 후쿠오카 대학, 시마네 대학 등 공학부와 건축학부에서 진행한 건축재료에 따른 실험쥐의 생장 관계에 대한 다양한 실험들을 여과없이 소개한다. 예를 들어 나무상자, 금속상자, 콘크리트상자에서 실험쥐를 사육했다. 건축재료를 제외한 모든 환경이 동일한 조건에서 사계절에 걸쳐 실험한 결과 나무상자의 생존율은 85%, 금속상자는 41%였고, 콘크리트상자의 생존율은 7%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수태율, 갓 태어난 새끼실험쥐의 성장률, 수컷쥐의 폭력성, 어미쥐의 양육 형태 등이 건축재료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폭넓은 실험이 이루어진 과정과 결과에 대해 자세하게 다룬다. 본문 44쪽에 나오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수명은 식생활에서 범죄 발생률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요인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이 환경들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주거환경이다. 흔히 집을 삶의 그릇이라고 한다. 바꿔 말하면 인생의 그릇이기도 하다. 인간은 집에서 먹고 자고 쉬며 일생의 절반을 집과 더불어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집은 인간이라는 개체의 사육상자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러면서 인간은 나무에 기대야 오래 산다고 강조한다. 1만 30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경주 반하거나 미치거나

    경주 반하거나 미치거나

    후덕한 인상의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 경주 반하거나 미치거나 반하다 [반ː하다] [동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에 마음이 홀린 것같이 쏠리다. 미치다 [동사] 「…에/에게」 어떤 일에 지나칠 정도로 열중하다. 불국사도 석굴암도 좋고, 수학여행의 추억마저 좋은 너와 나는 이래저래 경주를 좋아한다. 그 경주의 남산에는 유독 그 마음이 넘쳐난다. ‘반하거나 미치거나’ 하는 경주 남산의 매력은 가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반할 수밖에 없는 남산南山 경주 왕궁의 남쪽에 자리해 이름 지어진 남산. 신라 사람들은 진짜 부처님이 남산에 살아 계셔 백성이 원할 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믿었다. 신라의 임금마저도 남산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게 했던 굳건한 믿음은 남산을 경주에서 가장 많은 유물을 품은 곳으로 남게 했고 오늘날 사람들은 신라인들의 믿음의 흔적을 쫓아 남산에 오른다. 신라인들은 남산의 웬만한 돌 위마다 불상과 탑을 세웠다. 또한 반반한 절벽이라면 여지없이 부처님이 자리한다. 13기의 왕릉, 4개의 산성 터, 147개의 절터, 118체의 불상, 96기의 탑, 22기의 석등, 19점의 연화대 등 남산에서 발견된 문화유적은 672점에 이른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골짜기에 불상의 파편이 떠 내려오는 일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니 숨겨진 문화유적이 얼마나 더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수백년을 거쳐 쌓은 믿음의 세월은 이처럼 단단하고 거대해 하루 만에 쫓아 눈에 담기에 부족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남산에 오르는, 남산에 반쯤 미친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까닭도 이러하다. 하루 혹은 이틀, 짧은 시간을 남산에서 보내는 이들이라도 남산에 반하고 만다. ‘자연을 전혀 훼손하지 않고 자연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도록 조성된’ 신라인의 종교이자 믿음은 남산이라는 자연을 만나 자연스럽게 그 일부가 됐다. 경주 서남산의 문화유적 탐방 코스이자 산행 코스는 남산의 매력을 짧은 시간에 보여준다. 삼릉에서 시작해 삼릉골(냉골)과 금오산 정상을 거쳐 용장골에서 마감하는 이 코스는 3~4시간의 온전한 등산 시간을 요한다. 문화유산해설이 곁들여지면 6~7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서남산 삼릉-용장골 코스는 삼릉, 냉골 석조여래좌상, 마애관음보살입상, 선각육존불, 선각여래좌상, 경주 삼릉계석불좌상, 상선암마애대좌불, 금송정터와 바둑바위, 금오산 정상, 삼화령 대연화대, 용장사지 삼층석탑, 용장사지 마애여래좌상, 용장사지 삼륜대좌불, 용장사터, 탑재와 석등대석, 용장계 절골 석조약사여래좌상의 문화유적을 순서대로 쫓는다. 길은 때로는 평탄하고 때로는 가파르며 험난하다. 흙길은 돌길이 됐다가 바윗길이 되고 다시 돌길과 흙길로 바뀐다. 다만 길을 따라 불상과 탑이 이어지는 건 한결같다. 비와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이미 자연의 일부가 된 유적들은 알면 보이고 모르면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이 길 위, 숲 속에 고이 앉은 경주 삼릉계석불좌상은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아름답다. 연화대좌에 앉은 이 좌상은 애초에 노천불이었다고 한다. 부처님이 비바람을 맞을지언정 자연과의 조화를 깨트릴 수 없었던 신라인들은 전각 대신 하늘을 지붕으로 삼고 나무를 기둥으로 세웠다. 그리고 아름다움을 얻었다. 절벽 아래 중생을 굽어 살피는 상선암마애대좌불을 지나면 곧 금오산 정상이다. 서라벌 벌판과 북남산을 굽어보려면 정상 못 미처 자리한 금송정터와 바둑바위에 오르는 것이 좋다. 막상 정상에서는 별다른 전망을 볼 수 없다. 하산 길, 용장사지 동편 능선 위에는 용장사지 삼층석탑이 자리했다. 어느새 뉘엿거리는 해에 삼층석탑이 불그스레하다. 용장사지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삼층석탑은 3층 옥개석까지의 높이가 4.5m다. 수많은 남산의 탑들처럼 기단은 따로 없다. 앞서 불상과 마찬가지로 자연과의 조화를 고려한 신라인들은 자연의 바위를 기단으로 삼아 탑을 조성했다. 사람의 손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200m 높이의 기단은 이렇게 탄생해 200m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을 완성했다. 서남산의 삼릉-용장골 코스에 비하면 동남산 기슭의 유적들은 찾기가 수월하다. 15분여 가파른 코스의 산행이 필요한 보리사 마애석불을 제외하면 산책 수준에 불과하다.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에서 시작해 남산 탑곡마애불상군,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 보리사 마애석불, 헌강왕릉, 정강왕릉, 서출지, 남산리 사지 쌍탑 등지를 둘러보려면 4시간 가량이 걸린다. 중간중간 차로 이동해도, 걸어도 좋다.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은 부처골감실불상으로도 불린다. 절벽을 이룬 바위에 감실을 파고 부처를 새겨 놓았는데 후덕한 인상과 팔짱을 낀 손 모양 때문에 선덕여왕의 상이라는 설도 떠돈다. 바위에 올라 감실 내부를 자세히 보면 채색된 연꽃 그림도 있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찾기는 조금 어렵다. 남산 탑곡마애불상군은 부처의 세계다. 높이 10m, 둘레 40m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의 사방에는 시대를 달리하는 불상과 탑이 새겨져 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상의 선녀도 보인다. 경주 남산의 석불 가운데 가장 완전한 모습을 보이는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이 가까이 자리했다. 양피사지와 염불사지의 쌍탑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염불사지 두 기의 탑은 복원과 동시에 스리랑카에서 모셔온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안치했다. 민간에서 추진한 일이라 자부심이 크다. 1 노천불인 경주 삼릉계석불좌상은 지나가는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2 동남산 기슭에 자리한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 다리품을 적게 팔고 만날 수 있는 신라의 아름다움이다 3 중생을 굽어 살피며 아래로 시선을 둔 상선암마애대좌불 4 동남산 가파른 산길을 350m 정도 오르면 만나게 되는 보리사 마애석불 상선암마애대좌불. 금방이라도 바위에서 튀어나올 듯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함께 걷고 이야기하는 남산 문화유산해설사와 함께 걷는 남산은 더욱 풍성하다. 유적지의 안내판이 담아내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해설사를 통해 들을 수 있어 과거 신라의 풍경이 그림처럼 피어 오른다. (사)경주남산연구소에서는 주말과 공휴일에 남산유적답사를 무료로 진행한다. 삼릉 코스, 동남산 코스, 동남산 산책, 남남산 산책 등 4개의 산행 코스와 삼릉 가는 길(둘레길 걷기)을 포함한 5개의 정규 코스를 해당 일에 맞게 운영한다. 매월 보름 전후 토요일에는 남산달빛기행을 떠날 수 있다. 저녁 7시 혹은 7시30분에 출발해 밤 11시30분경에 내려오는 일정으로 이 또한 무료다. 문의 054-777-7142 www.kjnamsan.org ●미친 사람들 경주에는 무언가에 미친 사람들이 많다. 이번 여행에 남산 해설을 맡아 주신 (사)경주남산연구소의 김구석 소장도 그랬다. 신라의 흔적을 찾아 남산에만 3,000번 가량 올랐다는 그는 아예 남산 용장골에 집을 짓고 남산을 제 집 드나들 듯 하고 있다. 답사 여행객 맞이와 강의에 그는 늘 바빠 보였는데 실제 경주에서 만난 무언가에 ‘미친 사람’들은 늘 바빴다. 자연에서 얻어 살다 야선미술관 박정희 관장 “이 나물 이름이 뭐에요?” “어제 캔 나물.” 아침 밥상에 놓인 나물 이름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어제 캔 나물이라니. 하기는 자연이 기른 채소를 어제 캤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직접 가꾼 텃밭과 들과 산에서 채취한 싱싱한 채소들은 야선미술관 밥상의 선식으로 오른다. 덖은 무는 갈빛, 맨드라미는 선홍빛 선차가 된다. 건강한 재료로 만든 밥상과 찻상은 자연히 건강을 부른다. 야선미술관은 박정희 관장(사람들은 편하게 야선 선생님이라 부른다)의 호를 따 이름한 미술관이다. 경주 동남산 기슭에 3년여 동안 지은 네 채의 한옥은 작은 미술관이기도 하며 선식과 선차를 먹고 마시며 한옥에서 잠자리를 갖는 웰빙 체험 공간이기도 하다. 20대 젊은 시절, 대학에서 중문학을 전공한 야선 선생님은 대구의 서당에서 훈장을 했다. 십여 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며 열심히 살았지만 이상하리만치 몸에 기운은 없었다. 우연히 들렀던 경주 남산에 터를 잡고 자연과 더불어 살기를 15년. 건강한 몸의 야선 선생님은 경주 남산의 건강 전도사가 됐다. 가진 것이 많아 보인다는 누군가의 말에 야선 선생님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심지어는 빚마저도. 3년여 한옥을 지으며 앞을 향해 달리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잠자리와 먹을 것,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남았으니 확실히 가진 게 많아 보인다. 야선미술관의 익살맞은 작품 한옥과 넓은 마당이 있는 야선미술관의 모습. 선식과 선차는 사진 가운데에 있는 조그마한 한옥에서 맛볼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한옥 문화공간 진 한유진 대표 한옥을 허물고 집을 지을 때 주변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가족들도 환영하지 않았다. 마침 남편이 해외에 있어 때가 잘 맞았다 한다. 간절한 이야기에 웃음이 났다. 한유진 대표가 남 보기에 ‘미친 짓’에 매진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어린 시절, 한옥에 살던 추억이 그리워서였다. 경주도 그런 곳이었다.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경주는 늘 아련하고 그리운 고향이었다. ‘문화의 거리’라 불리는 경주 동성로의 한 켠에는 큰 대문을 지닌 기와집 한 채가 서 있다. 현대식 상가 가운데에 단아하게 자리해 저절로 눈이 가는 집이다. 집주인이자 집 한 켠을 빌어 ‘문화공간 진’을 운영하는 한유진 대표는 이 집의 대문에 먼저 반했다. 집 내부는 보지도 않고 ‘이 집이 내 집이 됐으면’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2009년, 그 바람은 현실이 됐다. 1942년 광산댁이 지은 한옥은 그런 바람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살릴 건 살리고 버릴 건 버려 본연의 모습을 찾으려 했다. 여름에만 사용 가능한 전이 공간이라 대부분 철거를 하는 마루는 살리고, 처음에는 없었지만 살며 넓힌 실내 공간은 과감히 버렸다. 수리를 하며 발견된 세월의 흔적은 작은 정겨움이자 추억이었다. 한유진 대표는 울산에서 플로리스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남편 직장도 울산이다. 한옥을 짓기 전까지만 해도 경주에서 완전히 살겠다는 마음은 아니었는데 집을 짓고 보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짐 들어갈 공간이 부족한지라 침대와 식탁만 들고 이사를 감행했다. 살아 보니 그저 좋아 2년 넘게 살고 있다. 출퇴근 등 소소한 불편은 한옥의 매력을 이기지 못했다. 부채에 민화를 그리는 프로그램은 문화공간 진의 일일체험 중 하나다 한옥의 일부를 개인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travie info 현재 문화공간 진은 생활 꽃꽂이, 규방공예, 민화 그리기 등으로 한옥 공간의 일부를 경주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꽃꽂이와 민화 수업은 한유진 대표가 직접 진행한다. 2년 전부터 그리기 시작한 민화 실력은 서라벌예술대전에서 특선에 뽑힐 정도로 훌륭하다. 여행자들은 토, 일요일에 열리는 단시간 일일 체험(체험비 1만2,000원)이 가능하다. 몇시간 전에 예약을 해도 되고, 지나다 문이 열려 있으면 들어가도 된다. 좋은 공간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 한유진 대표의 마음이다. 010-2717-3474 ●미치게 하는 맛 ▼아사가 경주 ‘문화의 거리’에 자리한 전통 찻집이다. 큰길에서 보이는 입구는 갤러리로 다기 등 차 관련 용품이 전시돼 있다. 작은 마당을 지닌 초가 찻집은 입구 옆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온다. 작은 소품으로 가득한 찻집 마당이 볼 만하다. 판매하는 차의 종류는 다양하다. 찻집에서 추천하는 차는 대추차. 진하고 달콤하다. 주전부리로 좋은 가래떡 구이 등도 판매한다. 주소 경북 경주시 노서동 9-2 전화 054-771-7625 ▼아이차 분식 이름은 분식집이지만 추어탕만 파는 전문점이다. 경상도식 추어탕 중에서도 호박잎이 들어간 전통 방식의 경주식 추어탕을 맛볼 수 있다. 서울식이나 남원식 추어탕과는 크게 다르므로 경상도식 추어탕이 익숙하지 않다면 입맛에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추어탕을 주문하면 생선구이가 따라 나오고 밑반찬도 꽤 많다. 점심시간이 다 돼 가는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2시 정도까지만 문을 연다. 테이블이 몇 개 되지 않아 줄을 서서 먹기 일쑤며, 한 솥만 끓여 팔고 문을 닫으므로 손님이 많은 날에는 오후 1시 가량에 문을 닫기도 한다. 일요일 휴무. 교동쌈밥 옆 골목이라 찾기가 어렵지 않다. 6,000원. 주소 경북 경주시 황남동 167-1 전화 054-741-5917 ▼고두반 농촌진흥청에서 지정한 농가 맛집이다. 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70~80% 이상 사용하고, 장작 가마에서 구운 소금으로 간을 본다. 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경주 한우 전골이 주 요리인 고두반 밥상은 정선 큰집에서 보내 온 정선 더덕과 두부 샐러드, 콩전으로 시작해 곤드레, 민들레 김치, 비트 장아찌, 갓 김치, 감자 조림, 우엉 장아찌 등의 반찬을 낸다. 반찬은 아침마다 만든다. 1만3,000원. 다시마 가루를 넣은 두부와 가자미 식해, 돼지고기 수육이 함께 나오는 두부삼합도 맛있다. 2만5,000원. 쌀과 누룩으로만 빚은 막걸리가 요리에 잘 어울린다. 월요일은 쉰다. 주소 경북 경주시 도지동 156-2 전화 054-748-7489 홈페이지 www.고두반.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수리뫼 중요 무형 문화재인 고 황혜성 선생님에게 전수 받은 궁중 음식을 선보이는 곳이다. 깔끔하고 정갈한 메뉴에 눈이 먼저 즐겁다. 전채 요리로는 구절판과 죽이 나오고, 주 요리로는 연저육찜, 두부소박이, 더덕구이, 신선로 등이 계절에 따라 달리 나온다. 찹쌀로 빚은 왕주를 곁들여 천천히 코스를 즐기자. 용산서원과 더불어 자리해 분위기도 고즈넉하다. 수리뫼 코스 5만5,000원. 주소 경북 경주시 내남면 이조리 657 전화 054-748-2507 홈페이지 www.surime.co.kr ▼교리 김밥 교리 김밥은 통영 김밥, 동대문 마약 김밥과 더불어 전국 3대 김밥으로 알려져 있다. 얇게 썬 지단을 듬뿍 넣은 형태라 특이하다. 맛은 평범한 편인데 묘하게도 뜬금없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두 줄에 3,400원으로 자리에 앉아 먹으려면 한 명이 두 줄 이상은 주문해야 한다. 경주 최부자집과 요석궁 사이 골목에 자리했다. 주소 경북 경주시 교동 96 전화 054-772-5130 ▼참가자미 횟집 경주에서 참가자미를 맛보지 않으면 섭섭하다. 고소한 참가자미를 각종 채소와 초고추장, 콩가루에 버무려 먹는 맛이 일품이다. 요즘 경주 사람들은 감포 중매인 참가자미 횟집(동천동 786, 054-773-3611)과 대풍(동천동 808-6, 054-771-4436)을 주로 찾는다고 한다. 경주 갈 일이 있을 때 간간히 들르는 대신 참가자미 횟집(용강동 1355-1, 054-774-6203)도 괜찮다. 참가자미 횟집은 시청 근처 시내에 몰려 있다. 첨성대, 대릉원 인근에서 택시를 타면 3,000~4,000원 정도 나온다. ▼삼미정 착한 가격과 착한 맛을 자랑하는 집이다. 각종 버섯과 손두부를 넣어 빨갛게 끓여내는 두부전골이 7,000원. 돼지고기 수육과 파전도 괜찮다. 서남산 삼릉 입구에 자리했다. 주소 경북 경주시 배동 391-7 전화 054-745-8761 에디터 트래비 글 Travie writer 이진경 사진 Photographer 김경현 취재협조 (사)경주남산연구소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찬바람 불면 우울해지는 사람 ‘이것’ 먹으면 효과

    쌀쌀한 겨울이 되면 유독 기분이 가라앉고 우울함 또는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다. 이는 의학적으로 ‘계절성 우울증’(SAD)이라 부르는 증상인데, 이는 여름철 우울증과 겨울철 우울증으로 크게 나뉜다. 학계에서는 겨울철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일조량의 감소를 든다. 일조량이 줄어들어 에너지와 활동양이 떨어지면서 멜라토닌의 조절에 문제가 생기고 과식 또는 과수면 등의 습관으로 신체리듬이 깨지는 것. 특히 노인의 경우 건강이 점차 악화되거나, 배우자가 떠나고 자녀들이 출가한 뒤 고독감을 느끼면서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이렇듯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겨울철 우울증, 어떤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최근 해외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싼 값에 쉽게 접할 수 있는 토마토가 우울감을 해소하고 우울증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70세 이상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수집한 정신건강기록과 식습관 등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주일에 2~6번 토마토를 섭취하는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번 이하로 섭취하는 사람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46%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매일 토마토를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52%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토마토를 제외한 다른 과일이나 채소에서는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양배추나 당근, 양파, 호박 등의 식품은 육체적인 건강에는 유익하나 심리적인 건강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중국 천진의과대학의 니우카이쥔 박사는 “토마토에 든 리코펜(로틴과 비슷한 성질의 색소로 항암작용을 한다)성분이 노화 예방과 암 또는 심장마비를 예방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면서 “육체적인 건강 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우울증 감소에 도움이 되는 등 심리적인 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정신의학 전문지 ‘정서장애 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평창 스피드스케이팅장 워터파크로 활용

    2018 동계올림픽 이후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4계절 워터파크로, 피겨·쇼트트랙경기장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최명희 강릉시장과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3일 강원 강릉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동 종합체육시설 단지 내에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쇼트트랙, 남자 아이스하키 등 3개 빙상 경기장을 신축하고 컬링경기는 기존 빙상경기장을 리모델링해 경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빙상 관련 경기장 건설 사업비는 4465억원에 이르며 총 부지 면적은 44만 5000㎡이다. 이와 별도로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장은 관동대 캠퍼스 내 5만 2000㎡ 부지에 건설된다.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장은 종전 계획대로 대회가 끝난 뒤 원주로 이전하게 된다. 경기장 설계용역은 이달 중 국제입찰로 공모해 친환경·정보기술(IT) 등 새로운 공법을 도입하고 사후활용에 관한 사항도 포함된다. 내년 10월 공사에 들어가 2016년 10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3월까지 토지보상협의회를 구성, 보상에 착수할 방침이다. 특히 대회 이후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4계절 워터파크 유치 등을 포함해 사후관리와 운영에 문제가 없도록 다각적으로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피겨·쇼트트랙경기장은 공연장과 전시장, 스포츠시설, 수영장, 판매시설 등을 접목한 다목적 복합문화스포츠시설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 밖에 80여개국의 선수와 임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임원, 보도진 등 하루 최대 6만여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2018 동계올림픽의 경기장 진입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도록 기존 2차로를 4차로로 확장할 방침이다. 영동고속도로와 강릉역에서 경기장으로 연결되는 도로도 최단거리 4차선으로 확장된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김동수 공정 “내년 1분기에 화장품 대리점 점검”

    김동수 공정 “내년 1분기에 화장품 대리점 점검”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 1~3월에 화장품 대리점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출입기자들과 함께한 공정거래 워크숍에서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 출생)에게 재창업은 굉장히 중요하며 젊은 사람들의 창업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편의점만 교통정리하면 올해 계획은 마무리된다.”며 “현재 3000~4000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 화장품 대리점을 내년 1분기(1~3월)에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4월에 제빵, 7월에 피자·치킨, 11월에 커피전문점의 모범 거래 기준을 발표했다. 편의점의 모범 거래 기준은 올해 안에 발표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장기적으로는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을 프랜차이즈에도 도입해 업계 스스로 운용하게 할 계획이다.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은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자율적으로 준수하는 기업에 과징금 감경 등의 혜택을 주는 제도다. 김 위원장은 최근 고가 논란을 빚은 고어텍스 문제에 대해선 “가격이 비싼데 유통경로를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계절에 맞게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이번 겨울에 스키장에 대한 ‘소비자 톡톡’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톡톡’은 소비자가 사용 경험을 토대로 직접 제품을 평가해 스마트컨슈머 홈페이지(www.smartconsumer.go.kr)에 올리는 것을 말한다. 김 위원장은 이어 “쇼핑몰과 비교검색사이트 등 기업·소비자 간 전자상거래가 중요하다.”며 “12월에 ‘최저가’ 등 낚시성 광고를 하는 쇼핑몰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해 제재할 건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925@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37·끝) 이승만과 박용만

    [선택! 역사를 갈랐다] (37·끝) 이승만과 박용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1875~1965)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나 박용만(1881~1928)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두 사람은 절친한 동지로서 미국에서 유학한 후 독립운동의 지도자 역할을 했지만, 노선의 차이로 완전히 결별하게 되었다. 이승만의 ‘외교론’은 조선의 힘으로는 독립이 어려우니 열강과의 외교 교섭을 통해, 그들이 조선을 독립시켜 주도록 교섭을 하자는 논리였다. 하지만, 박용만의 ‘무장투쟁론’은 체계적으로 군사력을 양성하여 일본과 무력항쟁을 벌일 준비를 해 나가자는 것이었다. 이승만은 4·19 혁명의 결과 하와이로 쫓겨난 뒤, 비서에게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힘든 상대는 바로 박용만이었다고 회고하였다. ●옥중 결의형제, 미국유학을 떠나다 이승만은 몰락한 양반 출신으로서 배재학당을 다니다가 1898년 독립협회가 주최한 만민공동회를 통해 일약 청년 지도자로 부각되었다. 그런데 박영효 세력들이 꾸민 역모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투옥되었다. 탈옥을 감행했다가 체포됨으로써 죄가 가중되어 사형선고를 받을 뻔했다. 그러나 선교사들의 주선으로 감형되어 감옥생활을 했다. 박용만은 관립일어학교를 다니다가 관비 유학생으로 일본에 다녀왔는데, 1901년 귀국 후 박영효와 연루되었다는 죄목으로 감옥생활을 몇 개월 하였다. 그는 상동교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1904년 일제의 황무지 개척권 요구에 반대하다가 다시 감옥생활을 하였는데 바로 이때 이승만과 만나 옥중 의형제를 맺었다. 1904년 출옥한 지 몇 달 뒤 미국으로 떠난 이승만은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이때 기자들에게, 자신은 일진회의 대표로 왔고 대한제국 국민은 고종을 지지하지 않고 있으며 러시아보다는 일본에 더 우호적이라는 말을 하였다. 워싱턴 DC의 유력한 장로교 목사 추천으로 조지워싱턴대학에 들어간 그는 학업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않았음에도 무사히 졸업하고 하버드대학의 석사과정에 입학하였다. 그는 2년 만에 박사를 달라고 우겼지만, 성적 불량으로 석사를 마치지 못하게 되자, 또다시 프린스턴대학의 박사과정에 입학하여 2년 만에 파격적으로 학위를 받았다. 그가 박사학위를 받을 무렵, 하버드대학에 석사학위를 달라고 요청하여 계절학기 수업 하나를 이수하는 조건으로 학위를 받았다. 이런 식으로 억지를 부려 취득한 그의 학위는 평생 그의 권위를 뒷받침해 주었다. 그는 1908년에 일어난 ‘장인환·전명운의 스티븐스 저격 사건’ 통역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여 동포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한편, 박용만은 주로 미국 중부의 네브래스카와 콜로라도를 근거지로 삼고 미국으로 오는 조선인들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주선하면서 청년들을 규합하였다. 그는 네브래스카주립대학에 입학하였는데, 그 이유는 이 대학이 좋은 군사훈련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정치학을 전공하면서 ROTC에 입단하였다. 그리고 한인 소년병학교를 창립, 젊은 학생들에게 학기 중에는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여름방학에 입소하여 8주간의 군사훈련을 받게 하였다. 그 후 헤이스팅스대학에서 기숙사와 학교 시설을 제공받아 한인 소년병학교를 이전하여 규모를 확대시켰다. 이 학교는 일본의 항의로 1914년 폐교될 때까지 6년간 90여명의 생도를 훈련시켰다. ●대한인국민회와 YMCA 여러 단체로 분립되어 있던 미주 지역의 한인 조직들은 마침내 1910년 대한인국민회(이하 국민회)로 통합되었다. 박용만은 이때 ‘백성은 있으나 토지가 없어 남의 토지 위에 만든 국가’라는 의미의 무형국가(無形國家)를 조직하기 위해 1911년 신한민보 주필에 취임하였다. 그는 샌프란시스코로 가서 중앙총회를 설립하는 데 전력하였다. 그가 주도한 헌장은 사실상의 헌법으로 국민회 중앙총회가 해외 한인의 대표기구이면서, 대한제국을 대신한 민주주의 정부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는 한국 역사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공화주의 선언이었으며 이를 주도한 것이 바로 박용만이었다. 한편, 이승만은 1910년 귀국하여 신변보장을 받으며 YMCA에서 종교활동과 교육활동에만 전념했다. 그러던 중, 105인 사건이 터지자 친일 선교사의 도움으로 1912년 세계감리교대회에 조선대표로 선발되어 다시 미국으로 향한다. 그런데 그는 미국에 도착한 후 일본의 조선통치를 비판하기는커녕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사이에 한국은 전통이 지배하는 느림보 사회에서 활발하고 웅성대는 산업경제의 중심으로 변모했다.’고 오히려 찬양했다. ●하와이의 결투 당시 하와이는 조선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으로 자신들을 지도해 줄 사람으로 박용만을 초청하였다. 박용만은 1912년 말에 성대한 환영식을 치르고 본격적으로 하와이에서 자치제도를 실현하려고 애썼다. 그는 하와이 한인지방총회를 법인으로 등록하였고 특별경찰권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국민의무금제를 도입하여 재정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사업을 정력적으로 추진하였다. 특히 그는 1914년 앞으로 독립전쟁을 수행할 군사력를 양성하기 위한 대조선 국민군단과 장교 양성을 위한 사관학교를 설립하였다. 교민들은 평소에 노동하고 틈틈이 군사훈련을 실시하였으며 대한제국 군인 출신들이 교관을 맡아 체계적인 훈련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한편, 미국에 왔다가 귀국을 포기하여 오갈 데 없던 이승만을 하와이로 초청해 준 것은 바로 박용만이었고, 이승만이 1913년에 호놀룰루에 도착하자 성대한 환영행사를 열어 주었다. 그리고 이승만이 창간한 ‘태평양잡지’를 후원했다. 그러나 파국은 곧 시작되었다. 문제는 주도권과 돈 때문이었다. 이승만은 여자 기숙사를 짓겠다며 모금을 시작했으나 여의치 않자 국민회의 부지를 자신의 이름으로 이전시켜 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민회가 이를 수용하지 않자 다음 해 하와이 지방총회를 장악하려고 하였다. 그는 국민회를 강하게 공개 비판하면서 각 지역을 돌며 추종자들을 모아 박용만 지지파에게 테러를 자행하면서 국민회를 장악하였다. 이때 박용만은 191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치러진 국민회 중앙총회 선거에서 부회장에 당선되었다. 회장으로 당선된 안창호는 이승만을 만나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하와이를 직접 방문했다. 그러나 이승만은 그를 피해 넉 달간이나 잠적해 버려 아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떠나야 했다. 그 결과 이승만의 탐욕은 국민회와 박용만이 심혈을 기울여 이룩해 놓은 조직과 재정을 송두리째 파탄내 버렸다. 결국, 하와이 한인의 최고기관이자 자치정부로 자리잡아 가던 국민회는 이승만의 개인 왕국으로 전락하였다. 이때 이승만은 1916년 10월 하와이 현지 신문에 자신은 반일교육을 하고 있지 않으며 한인 사회에서 어떤 반일적 언급도 하지 않도록 통제시키고 있다는 기고문을 실었다. 그후, 1918년 회계감사에서 이승만의 부정이 드러나자 유혈사태로까지 발전하였고 이승만은 자신에게 문제제기를 하는 인사들을 폭동죄 및 살인미수 혐의로 고발하였다. 이승만은 법정에서 그들이 ‘박용만 패당이며 미국영토에 한국인 군대를 만들어 위험한 반일 행동을 하고 일본 함선을 파괴하려는 무리’라고 증언하였다. 그러나 결국 모두 모함이라는 것이 판명되고 살인미수 혐의는 기각되었다. 그는 자신의 부정행위를 감추기 위해 항일운동의 성과를 해치는 것마저 서슴지 않았다. 결국, 참다 못한 박용만은 1918년 이승만의 독선과 야욕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하와이 한인사회는 양분되고 말았다. ●상하이 임정과 군사통일회의 이승만은 3·1운동 이후 각지에서 임시정부 수립안이 나오자, 이를 수렴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을 자임하였고 이를 승인하도록 밀고 나갔다. 그리고 국채발행권을 고집하면서 구미위원부를 만들어 상하이에서의 집무를 거부하였다. 그가 상하이에 나타난 것은 1920년 12월부터 1921년 5월까지에 불과했으며 그나마 위임통치 건의에 대한 비판에 직면하여 갈등만 벌이고 몰래 돌아갔다. 이승만은 궁지에 몰리자 자신이 배신하였던 박용만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을 도와 달라고 요청하는 뻔뻔한 강심장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박용만은 3·1운동이 일어나자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많은 지역을 다니면서 무장투쟁세력을 규합하고 있었다. 그는 상하이 임시정부의 외무총장에 선임되었으나, 자신은 ‘군사노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취임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을 거점으로 이회영, 신채호 등과 함께 1921년 군사통일회의를 개최했고, 이승만과 상하이 임시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였다. 그후 군사기지 건설 자금을 모으고 중국 군벌들의 지원을 받아 군사력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던 그는 1928년 친일파라는 누명을 쓰고 살해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그가 친일행위를 했다는 뚜렷한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독립운동 노선의 차이에 의한 참극이었을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한편, 이승만은 1941년 태평양전쟁이 일어나자 미국 측에 한인 군사부대 창설을 제안하였다. 박용만이 오래전부터 주장해 1910년대부터 준비했으나 이승만에 의해 뿌리가 뽑힌 노선이었다. 이승만의 방해와 파괴공작이 없었다면 박용만이 양성했던 조선인 군사력은 태평양전쟁에 참전하여 훌륭히 제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또한, 해방 이후 승전국의 대우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박용만은 이승만과의 대립, 나아가 노선이 달랐던 상하이 임정과의 갈등으로 우리의 독립운동사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잊히고 말았다. 주진오(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선택! 역사를 갈랐다’ 연중 기획이 37회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열독해주신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12월 10일에는 연재에 참여하신 역사학자들과 ‘역사의 역할과 교훈’을 주제로 한 토론 기사가 준비됩니다.
  • 겨울철 스노타이어 ‘선택 아닌 필수’

    겨울철 스노타이어 ‘선택 아닌 필수’

    올해 폭설과 한파 예보가 이어지면서 스노타이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스노타이어를 ‘사치스러운 아이템’으로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굳이 스노타이어로 바꾸지 않아도 일반 주행에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 차량에 장착된 사계절용 타이어는 영상 7도 이하에서 고무가 경직되는 등 성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제동거리가 늘어나고 차량성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실제로 겨울용 타이어가 일반 타이어보다 얼마나 안전할까? 한국타이어의 눈길과 빙판길 테스트 결과, 스노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이 눈길에서 시속 40㎞로 달릴 때 제동거리는 18.49m이지만 사계절용 타이어는 37.84m로 나타났다. 즉, 스노타이어가 사계절용 타이어에 비해 제동 성능이 약 두 배나 짧은 셈이다. 따라서 안전을 생각한다면 스노타이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스노타이어는 무늬부터 다르다. 일반 사계절 타이어와 달리 비대칭 무늬다. 타이어 안쪽과 바깥의 패턴을 다르게 설계해 주행 안전성과 배수성, 제동 성능을 높였다. 또 최근 출시되는 스노타이어는 고무재질 배합기술과 트레드 패턴 디자인 기술을 극대화한 스터드타이어가 주를 이루면서 승차감과 소음 등 단점이 보완됐다. 겨울철에는 공기의 밀도가 높아지고 부피가 줄어 타이어 공기압이 자연스레 줄어든다. 평상시 공기압 유출량 4% 정도면 겨울에는 8% 정도가 빠지는 셈이다. 그래서 겨울에는 월 1회 이상의 주기적인 공기압 점검이 필수다. 한국타이어의 대표적인 겨울용 타이어로는 ‘윈터 아이셉트 에보’와 ‘윈터 아이셉트 이지’가, 금호타이어는 아이젠 KW27과 KW17이 대표적이다. 가격은 차종별로 다르지만 쏘나타 기준으로 17만~23만원 수준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스노타이어는 꼭 눈길이나 빙판길뿐 아니라 추운 날씨에 맞게 설계됐다.”면서 “겨울철 안전을 위해서 타이어 교체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특파원 칼럼] 너무나 다른 한국과 일본 선거/이종락 도쿄특파원

    [특파원 칼럼] 너무나 다른 한국과 일본 선거/이종락 도쿄특파원

    과연 선거의 계절이다. 오는 19일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한국은 물론 지금 현해탄 건너 일본에서도 온통 선거 얘기로 들끓고 있다. 일본은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지난달 16일 난데없이 중의원(하원) 해산을 외쳐 오는 16일 총선을 치른다. 한국과 일본이 공교롭게도 권력이 교체되는 중요한 선거 정국을 3일 간격으로 맞이한 셈이다. 일본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민을 너무 무시한다는 것이다. 국회 해산을 총리 1명이 마음대로 선언할 수 있는 체제가 코미디처럼 보인다. 물론 일본과 같이 의원내각제를 선택하고 있는 영국에서도 총리가 의회 해산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의회 해산이 일본처럼 즉흥적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일본에서는 21세기에 들어서도 2000년, 2003년, 2005년, 2009년에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치렀다. 4년 임기이지만 2년반~3년꼴로 총리 마음대로 의회를 해산한다. 한국은 독재정권 시절 국회 해산권이 남용된 폐단을 없애기 위해 1987년 개정된 제6공화국 헌법부터 국회해산권이 전면 삭제됐다.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으로 코너에 몰린 노다 총리는 지난달 16일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와의 당수 토론에서 갑자기 의회 해산을 선언했다. 이후 여론은 노다 총리가 중의원 해산 약속을 지켰다고 평가했지만 자신이 이끄는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에 내몰렸다. 현재의 당 지지율대로라면 자민당은 물론 일본 유신회에 이어 3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을 ‘도로 자민당’으로 만들어 버린 노다 총리는 개인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당을 버린 셈이다. 한번 의원에 당선되면 대를 이어 금배지를 물려 받는 것도 일본 정치와 선거의 후진성을 나타낸다. 특히 자민당은 2009년 총선 당시 세습 정치인이 문제가 되자 은퇴한 정치인의 배우자나 3촌 이내 친족의 지역구 공천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자 당내 원로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세습 금지 방침이 흐지부지되고 있다. ‘세습 의원’ 논란에 대해 여론이 들끓자 자민당의 스가 요시히데 간사장 대행은 “세습은 겨우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반박해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일본 선거 과정에서도 한국과 같이 정기적으로 각 당의 지지율이 공표된다. 재미 있는 건 여론조사를 언론사들이 주도한다는 점이다. 각 언론사가 여론조사 회사와 계약을 맺고, 회사의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우리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진보(아사히, 마이니치, 도쿄)와 보수(요미우리, 니혼게이자이, 산케이) 등 이념적 성향에 따라 나눠진 일본 신문사들은 매월 여론조사를 통해 내각 지지도를 발표하는 것은 물론 선거 정국에서는 주기적으로 당 지지율을 게재한다.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주도하다 보니 일본에서 여론조사는 ‘참고사항’이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난다. 정치와 정당의 머리 위에 앉아 있다. 언론사들이 편향적인 설문으로 자기가 지지하는 당과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는 등 여론조사의 부작용을 조장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신문사의 입맛에 맞춘 ‘권력 개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실시된 각 사의 여론조사에서 일본 유신회의 지지율은 아사히에서는 9%로 민주당(13%)에 이어 3위였지만,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는 14%로 민주당(10%)을 앞섰다. 하지만 예측가능한 정치는 일본이 한국보다 앞선다. 한국은 지난 2002년에 이어 올해도 대선 전날까지 섣불리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일본은 선거정국에서 공개되는 지지율의 흐름이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민당과 일본 유신회의 득세로 일본 우경화를 우려하는 몇몇 지인들은 일본 양심세력의 막판 대분발을 기대할 수도 있지 않으냐는 질문을 종종 해온다. 하지만 쉽게 마음을 바꾸지도 않지만 한번 바꾸면 다시 되돌리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일본인의 특성상 그런 기적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일본 선거의 특징이다. jrlee@seoul.co.kr
  •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 담아… 데뷔 10년 감사하고 행복”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 담아… 데뷔 10년 감사하고 행복”

    올해로 데뷔 10년. 이들의 화음은 더욱 깊고 짙어졌다. 남성 4인조 보컬 그룹 노을이다. 이들은 이달 초 내놓은 4집 정규 앨범 타이틀곡 ‘하지 못한 말’이 아이돌 그룹의 공세 속에서도 음원 차트 상위권을 지키며 변함없는 가창력과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노을 멤버들에게 노래가 사랑받는 비결부터 물었다. “발라드가 인기 있는 계절의 영향을 받은 것도 있지만, 특히 노을의 음악은 가을이랑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남성적이고 강한 면도 있지만 따뜻함도 있거든요. 지난해 ‘나는 가수다’ 이후 듣는 음악으로 회귀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이유도 있는 것 같아요.”(강균성) 이제는 보는 음악과 듣는 음악이 공존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멤버들은 “가요 프로그램 무대에 서면 거의 10대 아이돌 그룹의 팬들이지만 저희 노래를 듣고 따뜻한 박수를 보낼 때 음악의 벽이 많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앨범의 제목인 ‘타임 포 러브’는 연인의 사랑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각박한 시기에 사랑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노래에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담았다. 장르도 뮤지컬 스타일의 ‘빛’, 보사노바풍의 ‘여인’을 비롯해 친형과 함께 작업한 전우성의 호소력 짙은 솔로 발라드곡 ‘만약에 말야’ 등 13곡의 신곡이 수록됐다. 특히 전우성은 ‘하지 못한 말’의 방송 컴백 무대에서 눈물을 글썽여 화제가 됐다. “헤어진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가사에 담은 곡입니다. 마지막 후렴구에 음의 옥타브가 내려가면서 말하듯이 노래하는 부분이 있는데 평소 몰입을 잘하는 편인 우성이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 같더라구요.”(이상곤) 옆에서 듣던 전우성은 “절대로 어떤 사연이 있거나 연기를 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웃었다. 2002년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비와 별과 함께 데뷔한 노을. ‘붙잡고도’, ‘청혼’ 등의 히트곡을 발표하면서 인기를 얻었지만 멤버들의 군입대로 5년간 잠정 해체 상태였던 이들은 지난해 새 소속사에 둥지를 틀고 컴백했다.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 그룹에서 어느덧 30대의 관록 있는 보컬 그룹이 된 지금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뭘까. “물론 그때는 만들어지는 부분이 많았지만, 아이돌이라기보다 보컬 그룹의 느낌을 강조해서 소속사에서 저희의 의견을 많이 존중해 준 편이었어요. 아무래도 삶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동안 생각도 많이 하고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사람도 발전했고, 저희의 음악에도 무게감이 실렸구요. 그때보다 지금이 더 음악을 더 즐길 수 있고, 감사하고 행복할 것도 더 많아진 것 같아요.”(나성호) 서로 별다른 약속 없이도 제대를 기다리며 함께 음악할 날을 기다렸다는 멤버들은 새달 22일 서울 KBS스포츠월드에서 열리는 1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그동안 자신들을 지켜준 음악 세계를 펼쳐보일 예정이다. “10년 동안 멤버가 빠지고 추가되는 그룹도 있지만 저희는 네 명의 목소리가 교체되지 않고 하나의 화음을 낸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한 명의 메인 보컬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멤버들의 뚜렷한 색깔을 골고루 보여준다는 점에도 자신이 있습니다. 앞으로 좀더 대중 친화적인 그룹으로 거듭나 40~50대가 될 때까지 함께 노래를 하고 싶어요. 음악은 저희에게 삶이나 다름이 없으니까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기고] 국책사업, 원조의 성공모델로/김상태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기고] 국책사업, 원조의 성공모델로/김상태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책사업을 공약하는 선거의 계절이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은 국민에게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만큼 이들의 유치를 둘러싼 갈등 요인도 크다. 선거를 앞두고 타당성과 합리성의 원칙 없이 표만을 의식한 선심성 공약이 가져온 결과이다. 대표적인 예가 동남권 신공항 및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이다. 동남권 신공항은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내건 공약으로 입지 선정이 다가오면서 경남 밀양을 지지하는 4개 도시와 부산 가덕도를 미는 부산시 간에 갈등이 첨예화됐다. 과학벨트도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의 충청권 표심을 염두에 둔 선심성 공약이었으나 효율성이 떨어지자 나온 ‘백지화 발언’으로 충청권의 반발과 각 지차체의 유치전으로 갈등이 증폭됐다. 이러한 국책사업들의 공통점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베푸는 ‘공짜선물’이라는 점으로, 지방정부의 중앙정부 종속구조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공짜선물인 원조사업을 잘 이용해 오늘날의 발전을 이룩한 대표적인 나라로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1960년대 말 미국 원조로 설립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사례를 보자. 첫째, KIST는 미국의 기초과학연구원 설립 제안과 달리 우리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우리 기업과 직접 연계할 수 있는 응용과학연구원으로 설립했다. 둘째, 한국과 미국의 50대50 자금이 투입된 KIST는 우리 자금의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시설 건축에 제한했다. 미국 자금은 우리에게 없는 기술을 습득하는 데 사용했다. ‘물고기를 받는 대신 물고기 잡는 방법’을 배우는 데 활용한 것이다. 셋째, 철저하게 성과를 관리했다. 원조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받는 나라의 사정으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는 점이다. KIST는 미국 본부 측의 승인절차로 사업이 지연되자 청와대가 직접 개입했다. 결국 미국 대외원조청장이 방한해 본부직원을 파견, 사업기간을 단축시켰다. 국제사회에서 원조효과성 제고를 위해 받는 나라의 주인의식(ownership)과 성과관리를 강조하고 있는 이유를 우리 경험이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는 민주주의 제도에서 국책사업 공약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사업의 효과성을 높이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첫째, 지자체가 지역의 실정에 타당한 사업을 마련한 경우에 한해 공약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 원조기관들이 자국의 실정에 적합한 ‘빈곤감소전략보고서’를 작성한 국가에 대해서만 원조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 둘째, 국책사업은 철도·도로·항만 등 외부파급효과가 큰 사업으로 국고 지원이 불가피하나 외부효과만큼 지원하고 나머지는 자체 부담토록 해야 한다. 책임의식과 함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셋째, 국고 지원은 성과에 따라 차등화하고 철저한 성과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2011년 부산세계원조총회를 통해 국제사회는 원조모범국으로 우리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으나 이번 대선에서는 원조에 관한 논의가 실종된 상태다. 우리가 받은 원조의 성공모델을 지방자치제도의 발전을 위한 국책사업에 적용하는 것은 우리를 따라오려는 개발도상국에 또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 중국의 하와이 하이난

    중국의 하와이 하이난

    때이른 동(冬)장군의 기습에 한껏 움츠러든다. 추위에 오들오들 떨다 보면 뜨끈한 찜질방이 절로 생각난다. 하지만 이 계절, ‘따뜻한 남쪽 나라’로 떠나는 겨울 여행만 한 게 또 있을까. 야자수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해변, 백색 모래사장, 쏟아지는 햇살…. 지상낙원이라는 하와이나 낭만의 섬 몰디브는 비행 시간만 9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여행이라 선뜻 엄두가 나지 않는다. 동남아 휴양지는 너무 익숙해 내키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기, 뜻밖의 대안이 있다. 중국 최남단 땅이자 유일한 열대 섬 하이난(海南)이다. ‘중국으로 피한(避寒) 여행을?’ 하이난 섬의 남쪽 도시 싼야(三亞)의 국제공항에 닿을 때까지 솔직한 심정은 이랬다. 드넓은 대륙의 추운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 탓이다. 그러나 인천에서 4시간 반을 날아 밤늦게 펑황(鳳凰)국제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따뜻한 열기가 훅 끼쳐 왔다. 입고 있던 긴팔 셔츠를 벗어 들고 반팔 차림으로 밖에 나서면서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하와이와 비슷한 위도에 위치한 하이난은 열대 해양성 기후 덕에 연평균 기온이 섭씨 25도 전후다. 가장 더운 7, 8월 기온은 26~30도, 가장 추운 1, 2월 기온은 8~22도 사이다. 하이난은 제주도와 여러모로 닮았다. 따뜻한 기후와 이국적인 풍광 덕에 사시사철 가장 인기 있는 국내 여행지로 꼽힌다. 본토에서 떨어진 외딴 섬이라는 지리적 불리함 때문에 유배지가 됐던 슬픈 역사를 지닌 점도 비슷하다. 하이난 역시 제주도처럼 관광특구다. 광둥성(廣東省)에 속해 있던 하이난은 1988년 독자적인 성(省)으로 승격되면서 경제특구가 됐고 2010년에는 국제관광특구로 지정돼 비자 면제와 면세 정책 등 다양한 특혜를 누리고 있다. 하이난은 제주도의 19배 크기에 달하는 큰 섬이다. 인구는 약 800만명으로 한족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원주민인 여족을 비롯해 묘족, 회족 등 37개 소수 민족이 함께 어울려 산다. 열대 자연 환경, 고급 리조트와 더불어 소수 민족의 풍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은 하이난만의 특별함으로 기억될 만하다. 해양 레저스포츠와 골프, 온천 등을 두루 즐길 수 있는 특급 휴양 시설과 이름난 관광지들은 남쪽 해변에 위치한 싼야시에 주로 몰려 있다. 총길이 210㎞에 달하는 해변을 따라 한쪽에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다른 한쪽에는 고급 리조트들이 줄지어 서 있다. 싼야 해변의 관광구역은 크게 야룽완(亞龍灣), 다둥하이(大東海), 싼야완(三亞灣), 하이탕완(海棠灣) 등으로 나뉜다. 르네상스, MGM, 힐턴, 셰러턴 등 세계적인 체인 리조트 60여곳이 밀집해 있다. 지역마다 특색이 있다. 바다를 향해 초승달 모양으로 펼쳐져 있는 야룽완은 청정 해역과 고운 백사장으로 이름 높다. 다둥하이는 싼야 시내와 인접해 해변과 도심 번화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러시아타운이 있을 정도로 러시아 거주자들과 관광객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싼야완은 가장 먼저 개발된 관광지답게 리조트와 고급 별장, 카페 등이 잘 조성돼 있다. 특히 싼야완의 동쪽 끝에 있는 루후이터우(鹿回頭)공원은 시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싼야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슴이 고개를 돌리고 있는 조각상에는 젊은 사냥꾼과 사슴 여인의 아름다운 로맨스가 깃들어 있다. 하이탕완은 정부 차원에서 최근 집중 개발하고 있는 지역이다. 2014년까지 최고급 리조트와 세계 최대 규모의 면세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이탕완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우즈저우다오(蜈支洲島)는 2년 전 군사통제구역에서 해제된 곳이어서 환경 파괴 없는 원형 그대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하이난만의 독특한 풍광과 소수 민족의 문화를 체험하고 싶다면 원숭이섬과 빈랑(檳榔)빌리지에 가 보는 것도 좋다. 두 곳 모두 싼야 시내에서 차량으로 30~40분 거리에 있어 한나절 나들이로 적당하다. 싼야시 동북쪽 링수이(水)여족자치구에 있는 원숭이섬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유일한 열대섬 원숭이 보호구역으로 약 1800여 마리의 원숭이가 모여 산다. 20~30마리씩 부족을 이뤄 엄격한 위계 서열을 유지하는 원숭이들의 생활상을 엿보는 신기함도 있지만 서커스 공연처럼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대목도 있다. 원숭이섬 관광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오히려 섬까지 가는 여정이다. 포장 안 된 울퉁불퉁한 도로와 허름한 마을, 초라한 주민 등 싼야 해변의 초호화 리조트와는 전혀 다른 맨 얼굴의 하이난을 만날 수 있다. 또 바다 건너 원숭이섬에 들어가려면 케이블카로 이동해야 하는데 이때 발 아래 펼쳐지는 여족의 전통 수상 가옥들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빈랑빌리지는 여족과 묘족 등 소수 민족의 전통과 풍습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민속촌이다. 빈랑은 야자수와 비슷하게 생긴 나무로, 여족은 야자 열매보다 작은 빈랑 열매를 청혼 선물로 주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민속촌 입구에 들어서면 날씬하게 뻗은 빈랑나무들이 시선을 끈다. 여족은 여성들의 문신 풍습으로도 유명하다. 15세가 되면 모든 여성은 얼굴부터 발까지 몸 전체에 문신을 해야 했다. 이 독특한 전통은 1968년에야 폐지됐다. 빈랑빌리지의 전통 가옥 앞에서 옛 방식대로 천을 짜는 여족 할머니들의 얼굴에는 아직도 문신의 흔적이 선명하다. 이 할머니들이 세상을 뜨면 여족 여성들의 문신 풍습은 기록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하이난의 또 다른 관광도시는 북쪽 해변에 위치한 하이커우(海口)다. 하이커우는 하이난성의 주도로 행정, 경제, 문화의 중심지다. 싼야에서 하이커우까지는 고속철도로 1시간 40분가량 소요된다. 싼야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어 골프 관광객의 발길이 몰린다. 특히 미션힐스 하이커우 리조트는 18홀 코스 총 22개를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골프 클럽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하이난의 연간 관광객 수는 약 3000만명이다. 이 중 내국인의 비율은 80%에 달한다. 한때 하이난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12만명(2007년)에 이르기도 했지만 중국 부유층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지난해에는 2만 6000명까지 떨어졌다. 하이난이 변하고 있다. 향상된 서비스와 인프라를 갖춘 국제 휴양 도시로 발돋움하려는 하이난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제주가 긴장해야 할 이유다. 글 사진 하이난(중국)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여행수첩] ●가는 길 한동안 운항이 중단됐던 인천~하이난 싼야 직항 노선의 운항이 지난 14일부터 재개됐다. 호텔앤에어닷컴과 티웨이항공은 수요일과 토요일 주 2회 직항 전세기를 띄우고 있다. 홍콩 등을 경유해야 했던 번거로움이 해소되고 비행 시간이 단축돼 동남아 휴양지들에 견줘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내년 1월 16일부터 2월 16일까지는 하이커우로 도착지를 변경해 운항한다. 한국은 비자 면제 대상국이다. 2명 이상이면 사전에 비자를 발급받을 필요 없이 공항에서 바로 도착비자를 받을 수 있다. ●뭘 할까 하이난은 온천으로도 유명하다. 하이난 전역에 크고 작은 온천 34곳이 있다. 싼야 시내에서 30㎞ 떨어진 주강남전온천은 60개의 테마 온천탕과 워터 슬라이드 등의 놀이시설을 보유해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하이커우의 미션힐스리조트에는 천연 화산암을 활용한 220여개의 온천탕이 있다. ●쇼핑은 싼야 시내 최대 번화가인 푸싱제(步行街)도 가볼 만하다. 하이난의 명동쯤 된다. 관광도시답게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기념품 가게가 많다. 아케이드처럼 일자로 뻗은 길 중앙에 기념품을 파는 노점상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고 양쪽으로 각종 의류 브랜드 상점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흥정하는 재미도 만끽해 보자.
  • [금융특집] 우리금융그룹

    [금융특집]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의 사회활동 슬로건은 ‘함께하는 우리, 행복한 세상’이다. 이에 기반해 소외이웃 지원과 지역사회 발전, 환경 보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정성과 지속성’을 가지고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은 글로벌 금융그룹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지구촌 곳곳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3회째를 맞는 우리금융 사회봉사의 날 ‘우리 커뮤니티 서비스 데이’가 대표적인 예다. 우리금융은 2010년 우리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전 계열사 임직원 및 가족, 고객 등 약 7500명이 함께 제1회 우리금융 사회봉사의 날을 가졌다. 지난해에는 1만 1000여명, 올해는 1만 4000명이 참여했다. 지역아동센터에 자원봉사를 하거나 장애인 체육대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사회에 맞춰 지점들이 고객과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날이다. 이와 함께 매년 그룹 임직원으로 구성된 글로벌 자원봉사단을 파견, 해외 저개발 국가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몽골에서 생명의 숲 조성을 위한 나무심기 자원봉사활동, 11월에는 네팔에서 정보기술(IT)센터 및 화장실 신축 등을 각각 시행했다. 우리나라의 소외된 이웃 사랑 활동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행복한 나눔’ 행사를 통해 임직원과 시민들이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이들을 돌보고 있다. 올해 추석에는 그룹 임직원 300여명이 소외된 이웃을 위해 2억 7000만원 상당의 생필품 세트 3300개를 만들고 , 친환경 쌀 3300포대를 전국 200여개 복지관에 전달했다. ‘한마음 김장 나눔’ 행사는 올해 네 번째를 맞는 ‘우리금융 자원봉사대축제’(매년 11월~12월 말)의 일환이다. 임직원들이 직접 담근 김장김치는 서울시 사회복지관협회를 통해 독거노인, 저소득층 가정 등 3200여 가구에 전달됐다. 저소득가정 아동에게 행복한 배움터를 만들어 주기 위한 희망드림, 무의탁 어르신을 위한 생활안정 지원사업 등 ‘나눔의 4계절’ 프로그램 등 장기적 지원 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소외된 이웃을 위한 다양한 문화지원 프로그램도 있다. 그 결과 2009년 메세나 대상 문화공헌상과 대한민국 정도경영대상 ‘금융업 사회공헌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계열사도 사회공헌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 및 금융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2010년 6069억원의 서민금융을 지원했다. 저신용 저소득자 대상의 ‘우리 새희망홀씨’, 서민들이 저리의 은행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우리 바꿔드림론’ 등을 출시했다. 우리미소금융재단을 통해 서울·마산·광주 등 전국 8개 지역에 지원 채널을 구축,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창업·운영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2001년부터 중소기업과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에 대한 무료 컨설팅 사업도 진행 중이다. 우리투자증권은 2005년부터 사회구호단체인 ‘월드비전’과 파트너십을 맺고 소외된 이웃과 아이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우리천사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전국플러스] 제주, 中 국영식품사 관광 유치

    제주, 中 국영식품사 관광 유치 중국 국영 건강기능식품 유통회사인 신시대건강그룹유한공사의 인센티브 관광단 2000여명이 내년 제주에 온다. 이 그룹은 우근민 지사가 지난 3월 말 베이징에 있는 본사를 찾아 인센티브 관광단을 보내줄 것을 요청하자 이에 호의를 갖고 내부 검토를 거쳐 제주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시대건강그룹관계자는 인센티브 관광단이 제주를 방문했을 때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지원해 줄 것을 제주도에 요청했다. 정선 200㏊ 사과 재배단지 추진 강원 정선군이 2017년까지 모두 200㏊의 사과 재배단지를 조성한다. 군은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상승으로 사과 재배가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가격 폭등락이 심한 고랭지 작물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소득작물로 사과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2007년 시범사업으로 신동읍 일대에 사과 시범재배에 돌입한 지 3년 만에 재배 농가는 신동읍과 정선읍, 남면, 북평면, 임계면 등으로 확대돼 35농가에 19.5㏊의 재배면적을 확보, 올 현재 127농가에 66.75㏊로 재배면적이 확대됐다. 설악산 3곳 무인 출입감시 장치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출입금지 구역인 미시령과 비룡폭포, 화채봉 지역에 무인감시 시스템을 설치해 28일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이 시스템은 무단출입자를 센서로 감지한 뒤 통제구역에 들어온 사실을 경고방송으로 알려 통제구역 밖으로 나가도록 유도하며 동시에 공원사무소 상황실에도 경보를 송출, 직원들이 영상을 통해 무단출입자를 확인하고 추적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설치된 무인감시 시스템은 태양광 발전을 이용하게 돼 있어 외부에서 전력을 공급받지 않아도 사계절 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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