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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이 된 칼주름…‘전투복 다림질’이 사라진 이유 [밀리터리 인사이드]

    추억이 된 칼주름…‘전투복 다림질’이 사라진 이유 [밀리터리 인사이드]

    다림질하면 ‘적외선 산란 기술’ 사라져2011년부터 병사 다림질 전면 금지방상내피, ‘누빔’에서 ‘발열체’까지 진화 40대 이상 군복무자라면 아마 ‘전투복 칼주름’에 대한 추억 하나쯤 갖고 있을 겁니다. 멋을 부리기 위해 다리미로 밤잠까지 설쳐가며 옷에 주름을 잡는 모습은 해외에서는 보기 힘든 아주 독특한 문화였습니다. 이런 칼주름 잡기 문화는 2011년 완전히 금지됐습니다. 왜 갑자기 전투복 다림질이 사라졌을까요. 10일 군과 국방기술품질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디지털무늬 전투복이 보급되면서 2014년에는 ‘개구리복’으로 불리던 구형 얼룩무늬 전투복이 군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얼룩무늬 전투복은 한국의 자연경관을 적용한 녹색, 갈색, 검정색, 카키색(탁한 황갈색) 등 4가지 색상을 넓게 펴 바르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여름에는 위장효과가 높았지만 겨울과 도시, 숲에서는 위장효과가 낮았습니다. ●신형 전투복에 숨겨진 ‘적외선 산란 기술’ 특히 위장색 사이 경계선이 너무 뚜렷해 경계가 모호한 ‘픽셀’ 형태의 디지털무늬를 적용한 미국, 러시아 등에 비해 기능이 뒤쳐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2008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새로 흙색, 침엽수색, 수풀색, 나무줄기색, 목탄색 등 5가지 색상을 추출하고 지형 형태에 따른 위장무늬를 개발하게 됩니다. 신형 전투복에는 야간 투시장비의 기술발달에 대응하기 위해 ‘적외선 산란 기술’도 적용했습니다. 야간 투시장비는 밤에도 존재하는 가시광과 일부 근적외선 대역의 미약한 빛을 증폭시켜 눈으로 볼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야간 작전을 하는 병사들의 생존율을 높이려면 전투복에 적외선 산란 기능을 포함시켜야 합니다. 실제로 한국군 전투복은 야간 투시장비 감지 가능 근적외선 파장영역인 1100㎚를 넘어 1260㎚까지 야간위장 성능을 확보했습니다. 군이 장병들에게 다림질을 하지 못하게 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열을 가하면 적외선 산란 기능과 방수 기능 등 전투복 기능성이 사라집니다. 일부 장병들은 “신형 전투복은 구김이 적어 다림질을 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기능성에 초점을 맞춘 지침 때문이었던 겁니다.이런 높은 기능성에도 불구하고 2012년 ‘사계절 전투복’이 땀 배출과 통풍이 안돼 ‘찜톡 전투복’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사계절 전투복과 하계절 전투복을 따로 지급합니다. 정부 연구진은 현재 미군 전투복처럼 방염 기능과 내구성을 강화한 제품을 개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겨울에 장병들이 착용하는 ‘방한복 상의 내피’(방상내피)의 변화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방상내피를 우리는 흔히 ‘깔깔이’라고 부릅니다. 겉감과 안감 사이에 솜을 넣고 누빈 것으로, 보온성을 강화해 겨울이 오면 최고의 관심을 받는 군용 피복입니다. ●방상내피의 진화…전역 때 갖고 나오기도 2018년 국방부는 군은 물론 사회에도 널리 퍼진 ‘깔깔이’라는 은어를 ‘방상내피’로 바꾸는 행정용어 순화 캠페인까지 벌였는데, 적어도 일반 국민이나 군인들의 입에선 큰 효과를 보진 못한 것 같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사용된 데다, 입에 착 감기는 발음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 ‘깔깔이’라는 단어는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요. 과거 방상내피는 카키색이었는데 이 때문에 ‘칼칼이’라고 불렸다가 ‘깔깔이’로 바뀌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또 과거 방상내피 질이 좋지 않아 겉면이 이빠진 칼날처럼 거칠다고 해 ‘칼칼이’로 불리다가 ‘깔깔이’로 바뀌었다는 설명도 전해집니다. 우리 군은 광복 후 창군 과정에 미군으로부터 군복을 지원받아 입었는데, 그 중에 ‘M1941 야전 재킷’과 내피가 있었습니다. 방상내피의 시초인 이 내피 안감은 ‘울 원단’을 사용해 제작됐고, 울 원단의 특성상 피부에 닿았을 때 느낌이 까칠까칠해 ‘깔깔이’로 불렸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이후 탈부착 가능한 모자와 방한내피가 포함돼 보온성을 크게 높인 미군 군복 ‘M65 파커’가 대량 보급됐는데, 나일론 소재로 만들어진 이 방한내피가 본격적으로 깔깔이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방상내피는 장병들에게 인기가 많아 일부는 전역할 때 군에서 가지고 나오기도 합니다. 방상내피는 전역자 지급품 목록에 포함돼 있어 외부 반출이 가능한 제품입니다. 전역 이후까지 전역자들이 이용할 정도로 방상내피가 사랑받는 이유는 얇고 가벼우면서 보온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방상내피는 안감과 겉감 사이에 솜털, 우레탄 폼 등을 넣어서 마름모꼴의 ‘다이아몬드 무늬’가 생기도록 바느질을 하는 누빔 기법으로 제조합니다. 누빔이 된 천 중간에 공기층이 형성돼 열이 밖으로 잘 방출되지 않도록 합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국가들이 이런 방식을 이용합니다. ●혹한기에도 ‘발열체’ 넣어 야외근무 가능 하지만 최전방 지역의 혹한에는 방상내피로도 견디기 어렵습니다. GOP(일반전초)에서 근무했던 분들이라면 몸 속을 파고드는 그 칼바람을 기억할 겁니다.이 때는 2010년부터 보급한 ‘기능성 방상내피’를 사용합니다. 기능성 방상내피는 최대 50~60도의 온도를 내는 ‘발열체 판’을 등 부위에 넣을 수 있습니다. 6시간 동안 발열 효과가 있고, 온도 조절을 4단계로 할 수 있습니다. 혹독한 겨울을 나게 해줘 ‘슈깔’(슈퍼깔깔이)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과거엔 방상내피 허리에 고무줄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단추형, 지퍼형으로 차츰 개선됐습니다. 또 2011년 디지털무늬 전투복이 보급되면서 노란색 방상내피 대신 갈색 방상내피로 진화했고 2018년부터는 디지털무늬 방상내피가 생산돼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해군은 자체적으로 검은색 방상내피를 사용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걸어 귀향하다 철로에서 잠든 인도 노동자 16명 화물열차에

    걸어 귀향하다 철로에서 잠든 인도 노동자 16명 화물열차에

    국가 봉쇄령이 내려진 인도에서 걸어 귀향하던 계절 노동자 16명이 철도역 철로에서 잠을 청하다 화물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중서부 마하라슈트라주 아우랑가바드에서 일어난 참극인데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이주했던 이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고 걸어서 고향으로 향하다 참변을 당했다. 인도 정부는 사고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현지 사법당국에 지시하는 한편, 특별 열차를 편성해 숨진 이들을 고향에 운구하기로 했다고 영국 BBC가 8일(현지시간) 전했다. 봉쇄령이 내려져 교통 수단이 끊기자 일자리를 잃은 빈곤층이 큰 도시를 떠나 고향으로 걸어 귀향하는 일은 매일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철도 관리들은 처음에는 아우랑가바드로 향하는 도로를 걷던 노동자들이 변을 당했다고 밝혔다가 관련 사진 등이 공개되자 뒤늦게 철로 침목에서 잠을 청하다 변을 당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36㎞ 거리를 걸어 기진맥진해 쉬기로 했다. 이들은 열차가 운행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만 잠이 들고 말았는데 화물열차가 덮친 것이다. 기관사는 정거하려 했으나 이미 희생자들을 덮친 뒤에야 열차가 멈춰섰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트위터에 “처참한 사고 때문에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해 무척 화가 난다. 슈리 피유시 고얄 철도장관에게 면밀히 상황을 살펴보라고 얘기했다. 모든 필요한 지원이 주어질 것”이라고 적었다. 정부는 뒤늦게 얼마 전에야 계절 노동자들이 원하면 귀향 열차편을 특별 운행할 수 있다고 봉쇄령의 예외를 인정했으나 행정력이 미흡해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아우랑가바드는 무굴 제국의 마지막 황제 아우랑제브(Aurangzeb)가 수도로 삼았던 1653년부터 1707년까지 타지마할의 복제품인 ‘비비 까 마끄바라’, 중세 시대의 관개 시설을 보여 주는 ‘빤짝끼’ 등의 기념물을 남긴 곳으로 유명하며 커다란 바위를 깎아 만든 수십 개의 석굴이 있는 ‘엘로라’와 ‘아잔타’로 가는 길목으로 배낭 여행객의 발길을 끌어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증평 에듀팜특구 즐길거리 많아진다

    증평 에듀팜특구 즐길거리 많아진다

    충북 유일의 관광특구인 증평 에듀팜에 다양한 즐길거리가 추가된다. 증평군 도안면 연촌리 원남저수지 일대 303만㎡에 위치한 에듀팜 특구는 한국농어촌공사와 휴양 위락시설 전문업체인 블랙스톤이 공동 추진하는 복합 관광위락시설이다. 9일 증평군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 지역특화발전특구위원회가 최근 에듀팜 특구계획 변경을 승인했다. 에듀팜 위락시설을 당초 15개에서 26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허용한 것이다. 추가시설은 헬스케어센터, 스마트팜랜드, 공룡어드벤처, 익스트림 슬라이드, e레포츠체험장 등이다. 총 사업비는 1594억원에서 2679억원으로 59.5% 증가한다. 농어촌공사가 200억원을 내고, 불랙스톤이 나머지를 모두 부담한다. 에듀팜 특구는 레포츠, 힐링, 숙박, 교육, 도농 교류 등 5개 지구로 나눠 조성된다. 현재 콘도, 골프장, 루지, 한옥식당, 잔디광장, 수상레저 등 6개 시설이 지난해 6월부터 운영중이다. 일부 시설만 개장했지만 지난 4월말까지 10만8000여명이 다녀가는 등 안정적인 출발을 보이고 있다. 당초 계획에 포함됐던 식물원, 국제정원, 모노레일, 출렁다리, 승마 교육 체험장 등과 이번에 승인된 추가 위락시설들은 2022년까지 조성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현재 시설로는 관광지 유치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사계절 남녀노소가 즐길수 있는 시설을 추가하는 것”이라며 “블랙스톤과 지역상생 방안 등을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든 시설이 준공되면 생산유발 3332억원, 소득유발 857억원, 고용유발 2778명 등이 기대된다. 증평 남인우 기자 niw72632seoul.co.kr
  • 티젠, 스틱형 에너지드링크 ‘티젠 에너지티’ 출시

    티젠, 스틱형 에너지드링크 ‘티젠 에너지티’ 출시

    국내외적으로 에너지드링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에너지음료 시장규모가 매년 두 자리수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이에 국내 기능성 차(TEA) 전문 브랜드 티젠이 급속활력 충전을 위한 스틱형 에너지드링크 ‘티젠 에너지티’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금번 출시된 티젠 에너지티는 병 또는 캔 제품으로 출시돼 무겁고 휴대가 어려웠던 기존 에너지드링크 제품들과는 달리 분말 스틱 타입으로 출시되어 휴대가 간편하고 언제 어디서나 찬 물에 바로 타 마시면 간편하게 활력을 충전할 수 있는 제품이다. 기존 에너지 드링크의 높은 칼로리와 당분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해 저칼로리(1스틱 15칼로리, 당류 0g)로 설계해 다가오는 노출의 계절에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또한 티젠 에너지티는 스틱을 물에 타면 금방 녹으면서 탄산이 생성돼, 에너지 드링크 특유의 풍미로 상쾌하게 급속 활력 충전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티젠 에너지티는 홍차를 베이스로 해 과라나(천연 카페인 70mg), 타우린(1,000mg), L-카르니틴 트리플 부스트로 에너지를 업 시킨 급속활력충전 음료라는 점이 주목할 만한 점이다. 티젠 에너지티는 만성피로의 직장인이나 업무 과증으로 피곤할 때, 나른한 오후나 답답할 때, 시험기간 또는 집중이 필요할 때, 운동 전후 부스팅이 필요할 때 뿐 아니라 장거리 운전, 라이딩,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때 등 급속 활력 충전이 필요한 순간에 추천하는 제품이다.이번에 출시된 신제품 ‘티젠 에너지티’는 티젠 공식 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오는 5월 중 전국 올리브영, 쿠팡 등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30년 가동’ 석탄발전 2034년까지 모두 폐쇄

    ‘30년 가동’ 석탄발전 2034년까지 모두 폐쇄

    오는 2034년까지 30년 넘게 가동한 석탄발전은 모두 폐지하고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자력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대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워킹그룹은 8일 강남구 코엑스에서 2020년부터 2034년까지 15년간의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했다. 다만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정부 최종 확정안은 아니다. 워킹그룹은 2034년 최대전력수요는 104.2GW로 도출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1.0%로 전망했으며, 이는 앞선 8차 계획의 연평균 증가율(1.3%)보다 0.3%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나아가 워킹그룹은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 의무화제도(EERS) 법제화, 현행 에너지효율 관리제도 강화와 함께 전기차를 활용한 전력망 V2G, 스마트 조명 등 신규 기술을 활용해 적극적인 수요 관리에 나서겠다”며 앞서 8차 계획(14.2GW) 대비 0.7GW 높은 14.9GW(기준수요의 12.5%)의 전력 수요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발전설비 계획으로 워킹그룹은 석탄발전은 2034년까지 가동후 30년이 도래되는 모든 석탄발전기는 폐지하고, 이를 LNG로 대체할 계획을 세웠다. 현재 석탄발전기 가운데 절반인 30기(15.3GW)는 폐지될 전망이다. 다만 이 가운데 24기(12.7GW)는 LNG 발전기로 전환해 안정적인 전력수급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원자력은 2024년 26기(27.3GW)로 정점을 찍은 뒤, 점진적으로 감축해 2034년엔 17기(19.4GW)로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는 2034년까지 62.3GW의 신규설비를 확충해 보급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34년 전체설비용량은 122.4GW로 추산되며, 여기에 22% 기준 예비율 유지를 위해선 최종적으로 127.1GW 목표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LNG와 양수 등 4.7GW 신규 발전설비를 확충해 발전설비용량 부족을 대처할 계획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도 세웠다. 앞서 2018년 7월 8차 계획 이후 수립된 ‘온실가스 감축 수정로드맵’에 따라 2030년 기준으로 전환부문에서 1억 9300만 톤의 온실가스 배충량 목표가 설정된 바 있다. 워킹그룹은 8차 계획에서 석탄발전 10기를 폐지하기로 확정했고, 이번 9차 계획에서 2030년까지 14기를 추가로 폐지하면 온실가스 배충량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8차 계획과 비교해 실제 전력 수요가 감소해 배출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시행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비롯해 추가적인 석탄발전량 제약 방식을 통해서도 목표 달성에 나선다. 다만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발전량 제한을 위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단서가 붙는다. 정부는 이날 발표된 초안을 바탕으로 경제성장률 수정치 등을 반영해 조만간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올해 ‘경기도 미세먼지 저감 우수 시·군’에 성남, 시흥, 안성 선정

    ‘2020 경기도 미세먼지 저감 우수 시·군’ 평가에서 성남, 시흥, 안성시가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8일 경기도에 따르면 미세먼지 저감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시·군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도 미세먼지대책과 실무평가단이 시·군별 인구수에 따라 A(51만 명 이상), B(21만~50만 명), C(20만 명 이하) 세 그룹으로 나눠 계절관리제 등 6개 분야 27개 지표에 대해 실시한 정량평가 80%와 외부전문가가 우수사례 등에 실시한 정성평가 20%를 합치는 방식으로 평가를 진행됐다. 그 결과 최우수 기관에는 성남, 시흥, 안성시, 우수 기관에는 용인, 양주, 구리시, 장려 기관에는 수원, 하남, 의왕시가 각각 선정됐다. 성남시는 도내 시·군 중 최초로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을 지정하는 등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이행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시흥시는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1부서 1과제 정책’을 새로 도입, 전 부서의 관심을 유도하는 등 미세먼지 저감 정책의 추진력을 높이고자 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안성시의 경우 ‘마스크 자동판매기’를 도입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형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실시한 점이 수상의 주요 요인이 됐다. 도 담당는 “이번 평가는 시·군 간 선의의 경쟁이 실질적인 미세먼지 감축으로 이어져 정책 효율성을 높이고, 도에서는 해당 시·군의 우수사례를 공유해 도 전체가 유기적으로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추진하도록 마련됐다”며 “이번 4월 도 임시회에서 시·군 포상 근거까지 마련된 만큼 지속적으로 우수 정책 발굴, 추진을 독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숱한 비하와 혐오에도…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삶

    숱한 비하와 혐오에도…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삶

    시절과 기분/김봉곤 지음/창비/364쪽/1만 4000원“덜 사랑하세요”가 대세인 시절이다. 너를 더 사랑하는 것은 나를 덜 사랑하는 일로 치환되는 시절. 이른바 ‘퍼주는 연애’가 낮은 자존감의 발로로 이해되는 시절.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두 차례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김봉곤(35) 작가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그런 시류와는 정확히 대척점에 있다.그의 두 번째 소설집 ‘시절과 기분’은 사랑한 시절과 기분에 관한 얘기다. 그러나 그 시절들은 어느 한 계절임과 동시에, 다른 시절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 영어 시제로 말하면 ‘현재완료’쯤 된다고 해야 하나. 첫 소설집인 ‘여름, 스피드’(2018)가 열렬히 사랑한 특정 시점에 관한 얘기라면 ‘시절과 기분’은 그 시절이 아우르는 스펙트럼에 관한 스토리다. 사랑의 시작은 계절로 치면 항상 초여름이다. 열기에 달떠 그의 땀도, 나의 땀도 달콤하기만 하다. 그를 사랑하는 나의 모습까지도 사랑하며, 그를 기다리는 일은 절대 지루하지 않다. 전술 복습이랄 게 없는 ‘첫사랑’은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후의 사랑부터는 앞뒤의 사랑이 겹치며 달겨든다. “정말로 딱 한발만 뒷걸음질해서 볼게요”(‘나의 여름 사람에게’ 125쪽)라며 사랑 앞에서 주춤거리는 창준 같은 이 앞에서 나에게 실패를 안겨줬던 첫 연인을 떠올리는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당신을 실-감하고 싶다”(130쪽)며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 게 김봉곤의 화자들이 가진 주체성이다. 10년 세월을 넘어, 다른 이의 연인이 돼서도 내 곁에 머물렀던 이에게 이별을 고하며 하는 말도 마찬가지다. “너가 나한테 조금이라도 더 연인일 때 꼭 말하고 싶어.”(‘마이 리틀 러버’, 261쪽) 김봉곤은 커밍아웃한 첫 게이 소설가다. 소설 속 주인공들도 다 게이 커플이다. 책의 앞과 뒤를 장식하는 표제작 ‘시절과 기분’과 ‘그런 생활’은 다른 종류의 사랑도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독특한 지점에 있다. 뒤늦게 ‘나’가 쓴 책을 통해 게이였음을 알았을 전 여자친구와 살갑게 조우하긴 해도 극적인 고백은 일어나지 않는다.(‘시절과 기분’) “니 진짜로 그애랑 그런 생활을 했나?”(279쪽)라고 묻는 엄마하고도, 나 몰래 데이팅 앱으로 인스턴트 만남을 계속해 온 애인과도 극적인 화해는 불가하다.(‘그런 생활’) 그러나 그런 생활과 그런 사람, 그런 나를 껴안는 힘이 화자들에게는 있고, 그들 감정의 결을 작가는 세심하게 펼쳐 놓았다. 김봉곤 소설의 힘이다. 작가는 책 말미에 ‘나 그리고 우리의 목소리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잘 안다’로 시작하는 말을 남겨 놓았다. ‘나 그리고 우리’는 퀴어 또는 게이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숱한 비하와 혐오와 부정과 번복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건 다름아닌,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삶이기 때문이다’(359쪽)라고 썼다. ‘피로’라는 말의 폭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다. 이윽고 ‘작가의 말’ 마지막은 이렇다. ‘나는 나의 삶을 쓴다. 그것이 내 모든 것이다.’(360쪽) 이른 더위가 밀려온 5월만큼 뜨거운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단독] ‘아빠의 아빠’가 된 후에야 ‘사랑의 기억’을 찍습니다

    [단독] ‘아빠의 아빠’가 된 후에야 ‘사랑의 기억’을 찍습니다

    2018년 봄, 60대의 나이에도 전문 직업을 계속할 정도로 정정했던 아버지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 아들은 방에 틀어박힌 아버지를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아빠, 사진 찍으러 나가요.” 아들의 말에 아버지는 한 걸음씩 세상으로 나왔다. 서울신문은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일기 ‘함께한 계절’을 발간한 사진작가 신정식(38)씨를 만났다. 신씨는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이 마치 마지막 수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난 2년을 곱씹었다. 신씨의 아버지 신현성(67)씨는 2018년 4월 알츠하이머 1차 진단을 받았다. 설마 했지만 같은 해 8월 대학병원에서 받은 2차 검사에서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나는 괜찮다”며 아들을 위로하던 아버지는 이제는 자신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마저 잊었다. 발병 초기 신씨의 아버지는 집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우울증 증세마저 보였다. 애가 탄 신씨는 아버지를 움직이게 하려고 사진 여행을 제안했다. 신씨는 아버지와 함께 고향인 부산부터 통영, 거제, 경주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일부러 험한 길을 택했다. 짧은 거리도 멀리 돌아갔다. 신씨의 목적은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아버지를 운동시키는 것이었다. 그런 아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아버지는 단 한 번도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아들은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 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글로 기록했다. 아버지는 저녁마다 같은 이야기를 10번 이상 반복했다. 어느 날은 숫자 8을 보고 “공 2개가 왜 붙어 있는 거니?”라고 묻기도 했다. 간판도 읽지 못하고 공연 무대 위 가수와 관객을 구분하지 못한다. 신씨는 “처음에는 양치질 순서를 잊으시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어디서 양치질을 해야 하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신다”고 말했다. 사진은 아버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신씨는 “사진을 찍고 나면 집에 돌아와 보정 작업을 한다. 아버지의 얼굴을 한껏 확대하면 침울하고 상처받은 표정이 보인다. 그때마다 아버지에게 화를 냈던 나 자신을 반성하고 후회하곤 했다”고 털어놨다. 신씨는 아버지를 위해 지극히 개인적인 사진첩을 책으로 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아버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외로움이었다”며 “신현성이라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디자인 일을 하던 신씨는 생업을 버리고 사진에 뛰어들었다. 사진잡지 출판사 보스토크 프레스의 신진 작가 공모전에 참가해 당선되면서 아버지와 함께한 사진여행은 ‘함께한 계절’이라는 사진책으로 태어났다.신씨는 “아버지를 돌보면서 마치 ‘아빠의 아빠’가 된 기분을 느꼈다”며 “단순히 아버지를 아이처럼 챙겨야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버지는 기억 못 하시겠지만 옷도 신발도 더 좋은 것을 사 드리고 싶고, 고기를 먹을 때 한 점이라도 더 많이 드시게 하고 싶다. 그럴 때 부모의 마음을 어렴풋이 짐작한다”고 말했다. 신씨는 아버지에게도 사진책이 나온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 아버지는 매번 처음 듣는 이야기인 것처럼 “무엇을 찍었느냐”고 묻는다. 신씨가 “아빠 사진밖에 없다. 유명인이 되면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 길에 못 다닐지도 모른다”고 답하면 아버지는 항상 “하이고 참! 네가 잘돼야지”라면서 웃는다. 신씨의 바람은 하나다. 아버지가 외롭지 않게 살아가는 것. 그래서 아들은 아버지의 사진을 찍을 수 없을 때까지 그의 손을 잡고 세상으로 나갈 생각이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사진작가 아들,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를 찍다

    사진작가 아들,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를 찍다

    같은 말 10번 넘게 해도양치질 순서 잊어도잃어버린 순간을 담는다2018년 봄, 60대의 나이에도 전문 직업을 계속하실 정도로 정정했던 아버지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 아들은 방에 틀어박힌 아버지를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아빠, 사진 찍으러 나가요.” 아들의 말에 아버지는 한 걸음씩 세상으로 나왔다. 서울신문은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일기 ‘함께한 계절’을 발간한 사진작가 신정식(38)씨를 만났다. 신씨는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이 마치 마지막 수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난 2년을 곱씹었다. 신씨의 아버지 신현성(67)씨는 2018년 4월 알츠하이머 1차 진단을 받았다. 설마 했지만 같은 해 8월 대학병원에서 받은 2차 검사에서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나는 괜찮다”며 아들을 위로하던 아버지는 이제는 자신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마저 잊었다.발병 초기 신씨의 아버지는 집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우울증 증세마저 보였다. 애가 탄 신씨는 아버지를 움직이게 하려고 사진 여행을 제안했다. 신씨는 아버지와 함께 고향인 부산부터 통영, 거제, 경주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일부러 험한 길을 택했다. 짧은 거리도 멀리 돌아갔다. 신씨의 목적은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아버지를 운동시키는 것이었다. 그런 아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아버지는 단 한 번도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들은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 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글로 기록했다. 아버지는 저녁 시간마다 같은 이야기를 10번 이상 반복했다. 어느 날은 숫자 8을 보고 “공 2개가 왜 붙어 있는 거니?”라고 묻기도 했다. 간판도 읽지 못하고 공연 무대 위 가수와 관객을 구분하지 못한다. 신씨는 “처음에는 양치질 순서를 잊으시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어디서 양치질을 해야 하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신다”고 말했다.사진은 아버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신씨는 “사진을 찍고 나면 집에 돌아와 보정 작업을 한다. 아버지의 얼굴을 한껏 확대하면 침울하고 상처받은 표정이 보인다. 그때마다 아버지에게 화를 냈던 나 자신을 반성하고 후회하곤 했다”고 털어놨다. 신씨는 아버지를 위해 지극히 개인적인 사진첩을 책으로 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아버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외로움이었다”며 “신현성이라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디자인 일을 하던 신씨는 생업을 버리고 사진에 뛰어들었다. 사진잡지 출판사 보스토크 프레스의 신진 작가 공모전에 참가해 당선되면서 아버지와 함께한 사진여행은 ‘함께한 계절’이라는 사진책으로 태어났다.신씨는 “아버지를 돌보면서 마치 ‘아빠의 아빠’가 된 기분을 느꼈다”며 “단순히 아버지를 아이처럼 챙겨야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버지는 기억 못 하시겠지만 옷도 신발도 더 좋은 것을 사 드리고 싶고, 고기를 먹을 때 한 점이라도 더 많이 드시게 하고 싶다. 그럴 때 부모의 마음을 어렴풋이 짐작한다”고 말했다. 신씨는 아버지에게도 사진책이 나온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 아버지는 매번 처음 듣는 이야기인 것처럼 “무엇을 찍었느냐”고 묻는다. 신씨가 “아빠 사진밖에 없다. 유명인이 되면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 길에 못 다닐지도 모른다”고 답하면 아버지는 항상 “하이고 참! 네가 잘돼야지”라면서 웃는다. 신씨의 바람은 하나다. 아버지가 외롭지 않게 살아가는 것. 그래서 아들은 아버지의 사진을 찍을 수 없을 때까지 그의 손을 잡고 세상으로 나갈 생각이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문화마당] 눈으로 말해요/송정림 드라마작가

    [문화마당] 눈으로 말해요/송정림 드라마작가

    마스크가 타인을 향한 예의이고 나를 위한 보호막인 시간 속에서, 사람을 만나면 눈을 더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표정이 다 가려진 상태에서 오직 눈만 보며 그 사람이 웃고 있는지, 슬픈지, 언짢은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분산됐던 시선을 눈으로 집중하니 그저 무심히 눈을 보는 게 아니라 눈동자를 깊이 응시하게 됐다. 차츰 눈에서 생각이 보였다. 눈동자 속에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눈으로 대화하는 법을 배워 가는 시간 속에서 문득,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조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가 생각났다. ‘만일 사람들이 갑자기 앞을 볼 수 없는 날이 온다면?’ 이런 상상력으로 쓰인 소설이다. 그렇다면 많은 전염병 중에서 작가는 왜 하필 눈이 머는 병을 소재로 택했을까. 차들이 질주하는 도시에서 운전을 하던 남자가 갑자기 “눈이 안 보여!” 하며 차를 멈추는 것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눈이 멀어버리는 병은 도시에 퍼져간다. 의사도 눈이 머는 병에 걸렸고 구급차가 집으로 온다. 의사는 아내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그러나 아내 역시 구급차에 올라 남편 곁에 앉는다. 구급차 운전사가 뒤를 돌아보고 말한다. “저 사람만 데려가야 해요. 그게 내가 받은 명령이오. 어서 내려 주셔야겠소.” 그러나 아내는 남편 혼자 그곳으로 보낼 수 없어서 거짓말한다. “나도 데려가야 할 거예요. 방금 나도 눈이 멀었거든요.” 그렇게 의사 부부는 수용병원으로 함께 가게 된다. 수용병원을 지키는 군인들은 눈먼 자들과 시선이 마주치면 전염이라도 될까 봐 사살한다. 수용병원 안에서는 약탈과 침략과 살인이 벌어진다. 그러던 중 어떤 사람이 라디오를 가지고 들어오자 그들은 기뻐한다. “음악! 음악을 들을 수 있어요!” 눈이 보이지 않자 귀를 열어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다른 감각으로 행복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소설은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눈이 보여! 눈이 보여!” 눈 뜬 사람들이 환희에 차서 내달리는 거리를 보며 아내는 의사에게 말한다. “우리는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었어요.” 사람을 봐도 눈으로 보지 않았다. 계절도, 자연도, 세상도 눈으로 보지 않았다. 눈은 마음이 담기는 영혼의 창이라는데, 눈은 떠도 마음은 열지 못했다. 눈이 머는 전염병에 걸린 도시, 잔인한 그 서사 속에서 작가는 이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타인을 볼 때 눈으로 전해지는 것은 무엇일까. 눈을 뜨고 봐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애원하는 눈, 주장하는 눈, 호소하는 눈, 멸시하는 눈, 증오에 찬 눈, 기뻐하는 눈, 사랑하는 눈…. 눈은 말보다 더욱 강한 어조로 감정을 표현한다. 때로 어떤 눈동자는 탄환을 겨눈 총처럼 위협적이다. 씻을 수 없는 모욕감과 깊은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또 어떤 눈동자는 피어나는 꽃처럼 향기를 건네준다. 황홀한 기쁨과 다시 살아갈 용기와 위안을 준다. 어떤 말보다 깊은 진심을 전할 수 있고 어떤 고백보다 짙은 언어로 사랑을 고백할 수 있다. 눈웃음이 가장 예쁘고 눈인사가 제일 반갑다. 마스크를 쓰고 지내는 동안, 다른 감각이 아닌 오직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공부해 간다. 사람이, 계절이, 인생이 내 눈동자에 담겼다가 창을 통해 세상에 다시 전해짐을 터득해 간다. 날카롭게 위협하는 시선보다 부드럽게 위로하는 시선, 알맞게 따스한 온도의 시선을 갖추고 싶다. 눈의 성형은 의사가 하지만 눈동자의 성형은 자신밖에 하지 못한다. 내가 가진 감각으로 최대한 아름다운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싶다. 옳은 꿈을 꾸고 싶다. 증오와 분노 말고 이해와 용서를 품고 싶다. 그렇게 담긴 것들이 창이 돼 타인을 향해 열릴 테니까.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책 멀리할수록 생기는 난독증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책 멀리할수록 생기는 난독증

    “가장 훌륭한 벗은 가장 좋은 책이다.” 18세기 영국 정치가이자 문필가 필립 체스터필드가 독서와 관련해 남긴 말입니다. 요즘 혼밥, 혼술 같은 말이 흔히 쓰일 정도로 타인과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조차 책과 친구 맺기는 사람과 친해질 때처럼 여러 가지를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평소 좋아하지만 읽지 못했거나 꼭 찍어 놨던 책을 그냥 집어 들기만 하면 되니까 말입니다.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9년 국민 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종이책 연간 독서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합니다. 성인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디지털 매체 이용 때문으로 나타났습니다.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학교나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기 때문입니다. 사실 ‘손안의 컴퓨터’ 스마트폰만 있으면 수많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온라인 게임 같은 자극적 놀잇감까지 있으니 굳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책을 가까이할 이유는 없겠지요. 그런데 책을 멀리할수록 점점 글자 읽기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읽은 다음에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뇌가 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신시내티 아동병원, 하버드대 의대, 독일 막스플랑크 인지및뇌과학연구소, 핀란드 이위베스퀼레대, 벨기에 루뱅가톨릭대, 루벤대,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동연구팀은 전 세계 어린이의 5~10%가 난독증을 앓고 있으며 책 읽기를 어려워하거나 책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난독증 유사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이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서를 하지 않을수록 뇌 구조가 난독증 환자와 비슷하게 변한다고 6일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2~5일 열린 미국 인지신경과학회(CNS) 2020년 연례 콘퍼런스의 ‘신경과학적 측면에서 읽기 능력 개발’ 분과에서 발표됐습니다. 이번 연례 콘퍼런스는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 열렸습니다. 연구팀은 140명의 5~6세 어린이에게 책을 읽도록 하면서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했는데 난독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과 일반 아이들의 뇌 구조와 뇌신경 연결 형태가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또 스마트폰을 포함해 영상매체에 자주 노출돼 독서를 멀리하는 아이들 뇌 구조는 난독증을 가진 아이들과 비슷하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장기 추적조사를 통해 난독증이 있거나 책을 읽고도 문장이나 내용을 쉽게 파악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지속적으로 책을 읽도록 하면 난독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도 연구팀은 확인했습니다. 문화사적 관점에서 독서는 1440년대 구텐베르크가 서양에서 처음 금속활자를 만들어 책을 대량으로 싼값에 찍어 낸 ‘인쇄술 혁명’ 이후 시작됐습니다. 이렇듯 독서는 5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발명품이기 때문에 뇌에서 문자를 읽고 인식해 쓸 수 있는 부위가 따로 형성될 정도로 진화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고 이해한다는 것은 노력이 필요한 행위이며 그 과정에서 뇌의 여러 부분이 자극될 수밖에 없습니다.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 언제 있겠느냐마는 계절의 여왕인 5월에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 한 권을 들고 매일 30분씩만 투자한다면 디지털로 피로해지고 둔감해진 뇌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edmondy@seoul.co.kr
  •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오열 속 이천참사 합동추모식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오열 속 이천참사 합동추모식

    “당신과의 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계절이 지나갈 때마다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보고 싶습니다.사랑합니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6일 오후 6시 합동추모식을 열어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합동추모식은 유가족 100여명이 고인들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진 합동분향소 제단 앞에 자리한 뒤 진행됐다. 유가족대책위원회는 매일 오후 6시에 합동추모식을 열 예정이다. 사회자가 38명 희생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렀고,고인들이 한명씩 호명될 때마다 유가족들이 사이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사회자가 “아직도 당신의 웃음이 떠오릅니다.계절이 지나갈 때마다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며 추모사를 이어가자 합동분향소는 결국 울음바다가 됐다. 15분여간의 합동추모식이 끝났지만,상당수 유가족은 제단 앞을 떠나지 못하고 망연자실한 채 고인들의 영정에서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지 7일째인 이날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염태영 수원시장,백군기 용인시장,장덕천 부천시장,곽상욱 오산시장 등이 함께 조문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천시지역위원회와 이천시 지속가능협의회,이천시 불교연합회 등도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남극 크릴 줄어든 탓에 물범 등 동물 삶 힘들어져

    남극 크릴 줄어든 탓에 물범 등 동물 삶 힘들어져

    기후 변화와 상업 목적의 어업으로 크릴이 급격히 줄면서 이름과 달리 이를 주식으로 삼는 게잡이 바다표범은 더 먼 바다까지 헤엄쳐 나가야 하는 혹독한 삶을 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산타크루스캠퍼스(UC산타크루스) 해양과학연구소의 이 연구는 게잡이 바다표범들과 주요 먹이인 크릴의 계절적 움직임 및 먹이 수급 패턴을 모델화했다. 이번 데이터는 2001년 남극 반도의 게잡이 바다표범(이하 물범)들에게 부착한 전자태그를 통해 수집한 뒤 기후 변화가 이 해역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환경 및 해양 순환 모델과 결합한 것이다.이들 연구자는 남극의 해수가 계속해서 따뜻해짐에 따라 크릴은 더 추운 남쪽으로 이동했으며 늘어나는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더 차가운 먼바다로 이동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를 주도한 루이스 허크스타트 박사는 “우리는 이 포식자 한 마리의 사냥 행동을 가지고 이들 포식자의 먹이 수급을 위한 서식지와 그것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연구는 남극의 크릴이 지난 90년간 이미 남쪽으로 430㎞ 이동했음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허크스타트 박사는 “크릴 서식지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지면서 펭귄과 물범 같은 종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데 펭귄의 경우 새끼를 먹이기 위해 육지로 와야 하므로 사냥을 오랫동안 할 수 없다. 이런 현상은 많은 종에게 도전적인 일이 될 것”이라면서 “남극에서 상황은 너무 빨리 변해 우리가 모델에서 보는 변화는 우리 예상보다 빨리 오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 물범은 상업 목적의 크릴 어선 수가 점점 늘면서 다른 포식자들뿐만 아니라 사람들과도 식량 수급을 위해 경쟁해야 하므로 환경적 압력을 더 심하게 받게 됐다. 허크스타트 박사는 “앞으로 어업으로 인한 압력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남극 서부에 많은 해양보호구역의 수립을 제안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근 추정치에 따르면, 상업용 조업으로 매년 남극 바다에서 최소 30만t의 크릴이 잡히고 있다. 허크스타트 박사는 “남극 반도는 이 지역에서 가장 풍부하고 중요한 먹이 종인 크릴의 중요 서식지”라면서 “모든 것은 크릴에게 달렸으므로 이들에게 변화라도 있으면 생태계를 통해 폭포처럼 밀려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기후 변화(Nature Climate Change) 최신호(4월27일자)에 실렸다. 사진=대니얼 코스타/UC산타크루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김포고정리 파쇄장 감 놔라 관여할 일 아닌듯… 업체와 이해관계 있나 추측”

    “김포고정리 파쇄장 감 놔라 관여할 일 아닌듯… 업체와 이해관계 있나 추측”

    지난 5월4일자 경기 김포의 한 지역인터넷 매체에 “‘제언’ 김포시청에 바란다. 적극행정과 징계의 관계”라는 제하의 글이 게재됐다. ‘김용식’이라는 필자는 김포시에서 ‘고정리 쇄석장’에 허가를 내준 공무원 징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징계가 정당한가’라는 의문과 징계절차도 법치행정을 벗어난 징계가 돼서는 안되기 때문에 글을 쓰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지난 5일 해당 시민단체와 언론이 자신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김포의 지역지인 김포시민신문은 김씨의 주장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댓글 좀 달아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반박했다. 먼저 “김포시 고정리 보전관리지역 골재선별파쇄장과 관련해 지역인터넷매체에 어떤 이가 ‘제언’을 했다. ‘부적정 허가’를 ‘적극행정’이라 주장한다.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무원 징계 정당한가? 절차도 의문’이라는 대목에 “언론보도에 따른 감사 결과”라고 밝혔다. 또 “‘허가를 내준 전례 → 업무 미숙지’, ‘광업 또는 제조업? → 골재선별파쇄업은 명백한 제조업·공장’, ‘야적장? → 골재선별파쇄업’, ‘권익위 질의회신? → 경기도, 국토부 유권해석’, ‘적극행정? → 부적정 허가’, ‘언론과 시민단체의 희생양? → 김포시 인사위원회 징계 의결’, ‘부모의 입장에서 부당? → 허~ 참내~’”라고 조목조목 반박했다.해당 시민단체 관계자는 “환갑(還甲)을 맞으신 어느 페친 분께…”라는 제목으로 평화의 인사를 전한다며 올해 환갑인 김씨에 반박 포문을 열었다. 이 관계자는 “고대 동양의 연대는 육십갑자를 주기로 회전하였기에 태어난 간지(干支)의 해를 다시 맞는 환갑의 의미는 특별한 것이었다”면서, “그런데 육십갑자를 살았다는 것이 단순히 축하의 의미를 지닌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고려사에는 충렬왕이 61세를 맞자 역술가가 ‘환갑은 재앙이 많은 해이니 미리 신수를 바꾸어야 한다’고 했으며, 국사(國師) 또한 왕에게 ‘환갑이 되는 해이니 몸을 조심하여 덕을 닦아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나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먹는 욕도 비례하는데, 가치·통념·이념 따윈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언행을 일삼는 소위 무념·무감한 어르신(?)을 우리는 종종 마주한다”고 김씨를 의식한 듯 말했다. 또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 태봉산의 소중한 역사문화와 자연생태 자원을 작살내고 고정리 보전관리지역에서 누구의 협조와 비호 아래 업(業)을 영위하고 계신 분의 편에 서 앞잡이로 나서는 듯, 오해를 살만한 일은 올 해 환갑을 맞으신 분이 하실 일이 아닌 것 같다”고 작심한 듯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조강리 태봉산 건은 인천지검 부천지청의 부실한 수사로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다시 수사하라’는 ‘재기수사명령’이 떨어진 일이니 ‘굿이나 보고 떡이나 드시면’ 될 일”이라며, “고정리 건은 법적·공동체적 가치를 회복하는 일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시시콜콜 관여하실 일이 아닌 듯하다”고 훈계하듯 말했다. SNS 말미에서 그는 “오늘은 어린이 날이다. 한편 어른으로서 ‘나잇값’ 하는 게 뭔지를 생각하게 된다”고 글을 맺었다. 한편 SNS상 댓글에 한 시민은 김씨 제언내용에 대해 “정신나간 소리, 어이없는 기사네요. 이분 객관적 입장에서 쓴 글이 아닌 듯하고, 제 생각에는 업체랑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 분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길섶에서] 달맞이꽃/손성진 논설고문

    붉은 꽃들은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 더 현란하다. 검붉은 장미나 선홍빛 양귀비가 그런데 무심하게 쳐다보다 짐짓 아찔함을 느낀 적이 있다. 붉은 튤립 꽃밭에서도 레드(red)의 찬란함은 찾아오는 사람들을 도취시키고 있었다. 꽃들은 저마다 태양의 계절을 반기고 있지만, 빛을 싫어하는 꽃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은 남들보다 뒤늦은 최근의 일인데 그것도 유행가를 통해서였다. 누구나 아는 달맞이꽃이다. 여름밤에 피어 아침이 되면 시드는, 일반적인 꽃과는 정반대의 품성을 갖고 있다. 달맞이꽃의 이런 성질은 햇볕이 내리쬐는 환경에서는 꽃이 필 수 없는 유전적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정도 벌이나 나비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나방이나 박각시 같은 밤에 활동하는 곤충이 한단다. 약용식물로서도 유익한 꽃이다. 지금까지 잘 볼 수 없었던 것은 달밤에 피었기 때문일 것이다. ‘서산에 달님도 기울어 새하얀 달빛 아래 고개 숙인 네 모습 애처롭구나’ 가사의 한 구절처럼 빛을 피해 밤에 피는 달맞이꽃에서는 쓸쓸함이 배어 나온다. 그러나 유채꽃과도 닮은 노란 꽃의 자태는 아름답기만 하다. 과시하지 않고 그늘진 곳에서 조용히,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떠올려 주는 꽃이다. sonsj@seoul.co.kr
  • ‘콜록콜록’ 안 멎나요? 집콕 대신 걷고 뛰고, 털 달린 동물 멀리하세요

    ‘콜록콜록’ 안 멎나요? 집콕 대신 걷고 뛰고, 털 달린 동물 멀리하세요

    코로나19 확산 이후 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다. 폐 질환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고위험군에 포함된다. 폐와 기관지의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꼽힌다. 폐암만큼 치명적이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은 낮은 편이다. COPD에 대한 궁금증과 예방 수칙, 치료 방법 등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 본다.Q. 얼마나 심각한 질병인가. A.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5대 만성병 가운데 하나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사망자가 많은 질환으로 꼽힌다. 향후 2030년에는 네 번째, 2050년에는 세계 첫 번째 사망 질환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사망 원인 7위로 교통사고(10위)보다 높다. 특히 대기 오염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환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천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41만여명에 이르지만 COPD의 경우 19만여명에 그쳤다. 실제 국내 환자는 300만명 정도로 예상되지만, 관심 부족 등으로 진단율은 2.8%에 그친다. 과거에는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이 으레 걸리는 병 정도로 치부했고, 신약 개발이나 연구도 활발하지 않았다. 사망률은 꾸준히 상승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Q. 어떤 질병이며 왜 생기는가. A. 기관지나 폐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폐조직이 파괴되는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장기간에 걸쳐 기도(호흡 시 공기가 폐로 전달되는 통로)가 좁아지면서 만성적인 기침이나 가래,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고 폐활량이 감소한다. 기도는 정상적으로 숨을 들이쉴 때 넓어지고 내쉴 때는 좁아진다. 하지만 COPD 환자는 숨을 내쉴 때 기도가 심하게 좁아져 호흡이 힘들어지고 숨이 차는 현상이 나타난다. 가장 큰 원인으로 흡연을 들 수 있다. 실제 환자의 70~80%가 흡연자이거나 과거 흡연 경력이 있었다. 대기오염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미세먼지도 원인으로 입증됐다. 저개발 국가에서는 조리나 난방에 쓰는 연료에서 발생하는 연기도 원인으로 꼽힌다. 출생 시 저체중 혹은 유년기 폐성장 장애, 반복적인 호흡기 감염 등도 발병 위험을 높인다. Q. 흡연과의 상관성은 어느 정도인가. A. COPD는 폐기종과 만성기관지염으로 분류된다. 담배에 포함된 여러 가지 독성물질에 의해 폐포가 파괴되는 것이 폐기종이다. 폐기종이 진행된 환자는 심한 호흡곤란을 호소한다. 담배 연기의 만성적인 자극에 의해 기관지에 염증이 발생해 기침과 가래가 3개월 이상 나타나고 2년 이상 이 같은 증상이 지속되면 만성기관지염으로 불린다. 실제로 대부분의 COPD 환자에게서는 폐기종과 만성기관지염의 특징이 함께 나타난다. 특히 남아 있는 폐기능이 일반인보다 빠른 속도로 감소한다. 올해가 지난해보다 더 힘들고, 내년은 올해보다 더 괴로워진다. 이를 막으려면 흡연자는 당장 담배를 끊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금연에 성공한 환자는 적절한 치료에 따라 호흡곤란이나 만성기침 같은 증상을 줄일 수 있다. 다만 흡연 기간 중에 이미 감소된 폐활량과 흡연에 의해 파괴된 폐조직은 회복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일찍 담배를 끊어야 한다. Q. 우리나라의 환자는 어느 정도 되는가. A. 우리나라의 COPD 환자는 전체 인구의 5~10% 정도로 추정된다. 10명이나 20명 가운데 한 명이라는 얘기로 상당히 환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중년 이상에서 생기는 병이라 40세 이상만을 놓고 보면 유병률은 더욱 증가한다. 2001년에는 45세 이상의 17%, 2008년에는 40세 이상 남성의 19.4%, 여성의 7.9%에서 발생했다. 다만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적절한 관리 여부에 따라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Q. COPD와 천식의 차이는. A. 천식은 알레르기가 주된 원인이고 증상이 계절 환경에 따라 변화가 심하지만, COPD는 흡연이 주원인이고 호흡곤란의 증상이 꾸준히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유사한 점은 만성적으로 기침과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Q. 만성적인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인은. A. 무엇보다 비만은 천식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비만한 사람은 천식을 치료할 때 약물이 잘 반응하지 않는다. 집먼지진드기나 곰팡이, 애완동물의 털과 비듬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기관지와 폐 건강에 위협이 된다. 따뜻하고 습한 실내 환경, 카펫과 천으로 된 소파, 침구류 등에서는 집먼지진드기가 잘 번식한다. 조리할 때 나오는 가스나 연기 등은 기관지를 자극하고 폐에 염증을 일으켜 폐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실외 대기오염과 황사를 주의하고 먼지가 많이 날리는 작업 공간에서는 환기 시설과 검증된 마스크 착용이 필수적이다.Q. 예방이나 치료 방법은. A. 우선 예방접종이 중요하다. 독감이 COPD의 주요한 악화 요인이기 때문에 매년 10~11월 독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폐렴 또한 COPD 악화와 그로 인한 입원의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에 폐렴구균 예방접종도 도움이 된다. 특히 호흡재활 운동이 중요하다. 힘이 든다 싶을 정도의 걷기나 뛰기 운동을 가능하면 하루나 이틀에 한 차례라도 꾸준히 해야 한다. 자칫 움직이면 숨이 차서 운동을 하지 않게 되고 근력이 약해지면 더 운동을 못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처음에는 힘들어도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 가면 2~3개월 후에는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면 호흡곤란 현상이 개선되고 운동 능력도 향상된다. 치료 약제로는 주로 흡입제를 사용한다.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흡입제가 잘 듣지 않으면 먹는 약이 권고된다. 주사용 약은 응급실에 갈 정도로 심한 환자에게 주로 사용한다. Q.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병원을 찾아야 하나. A. 38.3도 이상의 고열이 나타날 때, 혈담이나 객혈이 생길 때는 병원을 찾는 게 좋다. 가벼운 운동에도 진한 가래가 계속 나오거나, 치료 중인데도 가래 현상이 계속될 때, 호흡곤란과 함께 정신이 몽롱해지거나 맥박이 지나치게 빠르다고 느낄 때도 반드시 병원을 찾는다. 입술이나 손발이 차가워지면서 푸른색으로 변하지 않는지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Q. 일상생활에서 권장하는 폐 건강 관리수칙은. A. 우선 집안에서 카펫, 천소파, 커튼 등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게 도움이 된다. 가능하면 실내 온도와 습도를 낮추도록 한다. 베개와 침구 등은 매주 뜨거운 물에 세탁하는 게 좋다. 천으로 된 완구는 침실에 두지 않도록 한다. 털이 있는 애완동물은 가급적 기르지 말고, 꽃가루가 많이 날릴 때는 창문을 닫고 외출을 삼간다. 작업장에서는 환기시설을 충분히 갖추고 반드시 개인보호장치를 사용한다. 조리시설이 있는 곳은 항상 환기가 잘 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도움말 주신 분들 한양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상헌 교수,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정지예 교수,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김재열·박인원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이형 교수,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세원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윤호일 교수
  • 원초적 감각 깨어나다 공간의 본질 깨우치다

    원초적 감각 깨어나다 공간의 본질 깨우치다

    서울올림픽으로 온 세상이 들썩거리던 1988년 여름, 나는 포르투갈의 낯선 도시 포르투에 있는 알바로 시자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얻었다. 선망해 온 건축가와 일하게 됐다는 자부심과 동양인으로서는 첫 번째라는 기회는 그곳의 뜨거운 여름 볕보다 더 더운 열정으로 나를 벅차게 했다. 당시의 건축계는 모더니즘으로 시작된 20세기 사조가 종말을 고하고 있었다. 다가오는 세대를 밝혀 줄 새롭고 건강한 건축에 대한 기대는 지역주의(Regionalism)라는 이름으로 서서히 나타났다. 지역주의의 대표적인 건축가로 알려진 포르투갈의 알바로 시자, 일본의 안도 다다오는 모든 건축 견습생들에게는 압도적인 존재였다. 마치 ‘선택받은’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부푼 기대 속에서 시작된 견습 생활은 너무나도 조용하고, 평범하게 흘러갔다. 시자의 스케치로부터 시작되는 작업은 서서히 도면화하고, 수정과 보완을 거치면서 다듬어져 갔다. 왁자지껄한 서술이나 화려한 작업들이 따로 있지 않았다. 특별한 ‘그 무언가’를 갈망했을지도 모를 시작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시간은 흘렀고,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온 이듬해 1989년 여름의 끝까지 계속됐다.포르투에서 두 해 남짓 일하며 3가지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어느 것도 실제로 지어지지 못한 채 계획안으로만 남았다. 그로부터 15년여 만에 시자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통해 시자의 작품을 바로 그 첫 스케치로부터 대한민국 파주라는 현실 속에서 완성하게 된 것이다. 젊고 수줍었던 견습생의 바람은 오랜 시간이 흘러, 그로부터 아주 먼 곳에서 이루어졌다. 물론, 바로 전에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알바로 시자 홀(현재 안양 파빌리온으로 명칭 변경)을 완공했다. 그러나 비상식적으로 짧은 기간 내에 설치 예술품을 만들어 내듯 진행되어 알바로 시자 건축의 진수를 충분히 전달했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러한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다는 기대 속에서 미메시스는 시작됐다. 선생은 프로젝트를 시작함에 있어, 꼭 대지를 찾아보고 거기서 발견한 현장감과 지역적 가능성(재료, 기술)을 중요하게 여기신다. 그러나 연로하신 데다가 오랜 지병인 목디스크가 심해진 탓에 장시간의 비행은 어려운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긴 세월 선생과 같이 작업해 온 건축가이자 오래도록 가까운 나의 친구 카를로스가 나섰다. 그가 현장을 다녀가며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미메시스의 첫 스케치가 나왔다. 선생의 첫 방문은 2008년 여름, 골조공사가 막 끝났을 무렵이었다. 건조한 파주출판도시 전체적인 느낌의 전환이랄까. 무표정의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펼쳐진 에로틱한 곡선을 보신 선생은 마치 아이처럼 환한 표정을 지으셨다. 내가 알았고 기억해 온 순수한 선생의 모습이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된 순간의 감사함.서울에 처음 오신 선생은 한남동의 어느 미술관을 보고 싶어 했다. 둘러보신 선생의 표정은 무언가 불편한 듯 상기된 모습이었다. 그날 저녁, 식사를 하던 선생은 “미술품들이 인공 조명 아래 놓여진 채 모욕을 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무슨 연유로 하신 말씀일까 궁금해진 우리들은 “인공 조명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날씨가 좋지 않거나 밤에는 전시를 어떻게 하나” 여쭈었다. “안 보여 주면 돼.” 단호한 말씀에 우린 당황했지만 이내 그의 소박하고 순수한 모습 속에 내재된 원칙 같은 것이 그를 만들었구나, 느낄 수 있었다. 미메시스뿐만 아니라 많은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천장을 통해 걸러져 내부로 들어오는 자연 그대로의 빛, 인공 조명 역시도 자연광과 가장 가깝게 가져가는 그의 의도는 건축적 어휘만으로 이해되기에는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가 가진 예술에의 근원적인 동감이 건축의 자세로 드러난 것으로,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더더욱 뭉클하고, 스스로를 깨우치게 하는 힘을 준다. 그와 건축의 관계는 관념적, 추상적인 것으로 이해하기보다 몸을 통해 인지해 온 구체적이고 체험적인 관계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 또한 순간순간 주어지는 조건들에 대응하는 방법에서도 일상에 대한 혹은 상황에 대한 인간적인 의지가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건축으로부터 우리는 침묵적이고 원초적인 공감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아름다움에 대한 개개인의 차연(差延)을 고려하고서라도 말이다.핀란드의 건축가이자 이론가인 유하니 팔라스마는 저서 ‘건축과 감각’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건축을 지각하는 데 있어서, 시지각적 재현의 측면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건축을 눈에 의해 현상시킨 고정된 이미지의 예술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 속에서 인간은 ‘세계 속의 존재’에 대한 경험 대신, 외부로부터 망막의 표면에 투사된 이미지를 관찰하는 제3의 관람자로 전락하게 되었다. 더욱이 현대 건축의 지적이고 개념적인 차원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건축에 있어 물리적이고 감각적이며 구체적인 측면의 중요성을 상실하게 했다.’ 사실 시자의 건축적 행보는 논리적으로 혹은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정리하기 어렵다. 다만 미루어 짐작하는 것은 우리들로 하여금 투명하리만치 선명한 공간을 체험하게 하는 그의 작업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켜들이 존재할 것이라는 점이다. 작게는 재료에서 크게는 관계적인 스케일에 이르기까지 켜켜이, 단단하게. 우리는 그의 건축에서 분명한 힘을 본다. 소란스럽지 않아도 감탄하게 하며, 화려하지 않아도 매혹적인 공간의 힘.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프로젝트에 시자의 로컬 건축가로서 일하고 있던 당시에 개인적으로는 공동주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종로구 평창동 약 1100㎡의 대지, 다세대주택 8세대와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된 프로젝트였다. 설계의 시작은 다가구주택이었으나 건축허가를 받고 난 이후에 다세대주택으로 용도를 변경하면서 전혀 다른 계획안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었다. 다가구주택과 다세대주택은 그 이름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지만 건축법상 다른 형태의 주거유형이다. 다세대주택은 단독소유에 가구별 임대만 가능한 다가구주택과 다르게 세대별 분양이 가능하고 따라서 주택법에 의한 각종 규제를 받는다. 당초 ‘ㄹ’자를 눕힌 형태로 두개의 마당을 가진 계획안은 동별 이격거리가 나오지 않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선생의 스케치가 문득 손에 스쳤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의 매혹적인 곡선은 평창동 산기슭을 만나 조금 느슨하고 여유로운 일상의 마당으로 다시 태어났다. 둥근 중정은 이격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리적인 디자인 요소가 되기도 했다. 때마침 건축주도 같은 분, 그렇게 미메시스 아트 하우스가 지어졌다. 저층부에 있는 공간을 임대해 몇 년간 사무소로 사용하기도 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마당이 있고 거기서 계절이 지나는 것을 보며 일하는 즐거움이 있다고, 일하는 곳인데 이렇게 자주 사진을 찍게 된다는 것이 놀랍다는 말을 종종 했다. 고마운 말이다. 같은 형태를 가져온다고 해도 대지의 조건과 프로그램에 따라 건축은 다른 얼굴, 다른 자세가 된다. 건축은 오직 시각적 대상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속에 변화되는 하나의 현상으로 지각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건축은 다른 어떤 형태의 예술보다도 더욱 우리의 감각적 즉시성을 포함한다. 시간의 흐름, 빛과 그림자, 투명성, 색채현상, 텍스처, 재료, 그리고 디테일 모두 건축의 완전한 체험에 참여한다. 시자의 건축을 만난 많은 사람들이 ‘침묵의 서정성’, ‘공간의 선명함’을 얘기한다. 건축에서의 서정성은 인간 본연의 원초적인 감성에 호소한다. 침묵과 서정이라는 체험적 어휘는 글이나 도면, 사진의 정보만으로 이해하기에 아쉬움이 있을 터다. 지금 우리는 속도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의 본성 또한 그렇게 빠르게 변해 왔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메시스 뮤지엄 앞에서 사람들이 ‘아’ 하고 멈춰서 둘러보는 순간을 종종 본다. 그것이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것’에 대한 놀라움은 아닐 것이다. 시자의 건축에서 우리는 잊고 있었던, 하지만 잃지 않고 가지고 있었던 우리 안의 그 무엇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시자의 건축이, 좋은 건축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건축가 김준성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 대한 부분은 ‘미술관이 된 시자의 고양이’(홍지웅 지음, 미메시스)에서 발췌해 수정.
  • 물가상승률 0.1% 그쳐 근원물가 21년來 최저…다시 커지는 ‘D의 공포’

    물가상승률 0.1% 그쳐 근원물가 21년來 최저…다시 커지는 ‘D의 공포’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1%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다. 특히 근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았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이나 외부적 요인에 민감한 농산물과 석유류 등을 제외한 물가를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수요 감소와 저유가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4개월 만에 0%대 재진입 4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0월(0.2%)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며, 올 들어 첫 0%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내내 0%대(9월은 -0.4%)에 머물던 소비자물가는 올 1~3월 기저효과 등을 타고 1%대 상승률을 보였는데, 다시 확 주저앉은 것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외식서비스 수요가 줄어든 데다 저유가로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탓이다. 고교 무상교육 확대 등으로 공공서비스 가격이 내린 영향까지 겹쳤다.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0.3% 상승에 그쳐 1999년 9월(0.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1999년 12월(0.1%) 이후 최저인 0.1%로 집계됐다. ●정부 “생활방역 전환 따라 5월엔 개선될 것” 다만 정부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가 1년 이상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 디플레이션으로 간주하는데, 지금은 무상교육과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책적 요인이 상당하다”며 “5월은 생활방역으로 전환돼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점심, 마음에 점 하나 찍는 것

    [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점심, 마음에 점 하나 찍는 것

    코로나19로 점심 풍경도 사뭇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도시락을 싸 오거나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나도 직장의 권유로 싸지 않던 도시락을 쌌다. 오늘은 점심으로 뭘 먹을까 하는 고민은 덜었지만 집사람을 불편하게 만든 것 같아 미안하다. 보통 점심이란 아침과 저녁 사이에 먹는 음식이다. 아침과 저녁은 때와 끼니의 의미까지 가졌지만, 점심은 오직 끼니만을 일컫는다. 점심은 본래 두 끼를 먹던 중국에서 아침과 저녁 사이에 드는 간단한 식사로, 시장기가 돌 때 마음에 점을 찍고 넘겼다는 뜻과 한 끼 식사 중 다음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에 간단하게 먹는 음식이란 의미를 뜻했다. 요즘은 어떤가. 아침은 임금처럼, 점심은 양반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으라는 말이 있지만, 거꾸로 아침은 굶거나 적게 먹고 오히려 점심과 저녁은 더 푸짐하게 먹는다. 원래 점심은 글자 그대로 마음(心)에 점(點)을 찍듯 조금 먹는 음식으로, 낮에 먹는 끼니 혹은 선승들이 배고플 때 아주 조금 먹는 음식 등을 가리킨다. 요즘처럼 정식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소식으로 가볍게 먹는 것을 이른다. 당나라 때에는 점심을 이른 새벽이나 아침 혹은 낮 12시를 전후해 드는 간단한 소식으로, 기가 흩어졌을 때 마음을 새롭게 하는 다과류를 가리켰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스님들이 새벽이나 저녁 공양 전에 뱃속에 점하나 찍을 정도로 간단히 먹는 음식’을 말한다. 또한 간단한 간식을 뎬신(點心)이라 하고, 우리의 점심 식사에 해당하는 말은 우판(午飯)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 점심이란 용어의 첫 등장은 조선조 태종 6년(1406)이다. 태종은 심한 가뭄이 계속 들자 각 관아에 점심을 중지하라는 명을 내렸다. 여기서 점심이란 간단한 간식을 이른 것으로 여겨진다. 조선 후기 성호 이익 선생도 “이른 새벽에 소식하는 것이 점심이고 한낮에 많이 먹는 것을 점심이라 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했다. 주자의 ‘가례’에 “주부가 새벽참을 드린다는 것은 소식을 말하는 것으로 곧 세속에서 말하는 점심을 가리킨다. 비록 오찬이라도 소식만 하면 점심이라 칭해도 된다”고 했다. 임진왜란 중에 오희문이 쓴 일기 ‘쇄미록’에서도 간단히 먹는 것을 점심이라 쓰고 푸짐하게 먹는 경우를 주반(晝飯), 즉 ‘낮밥’이라며 점심과 구분했다. 궁중에서도 아침저녁에는 ‘수라’를 올리고 낮에는 다과나 국수로 ‘낮 것’을 차렸다고 했다. 오늘날 우리가 낮에 푸짐하게 먹는 오찬(午餐), 즉 점심은 굳이 옛날로 따지자면 낮밥이지 점심이 아니다. 지금이야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끼를 먹지만 점심은 불과 100여년도 채 되지 않았다. 목천 현감 황윤석이 52세 때 쓴 1780년 4월 1일자 일기 ‘이재난고’에 따르면 “식사는 보통 하루에 두 번 먹는데 배가 고프다. 배가 고파 춘분부터 추분 이전까지는 부득불 속례에 따라 세끼를 먹었다”고 했다. 1790년대 실학자 이덕무도 조선인은 아침저녁으로 5홉씩 하루에 한 되를 먹는다고 했다. 19세기 중엽 실학자인 이규경도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해가 짧아지는 9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다섯 달 동안은 아침저녁 두 끼만 먹고 농사철이 시작되는 2월부터 8월까지 일곱 달 동안은 점심 포함해 하루 세 끼를 먹는다고 했다. 1916년 일본군 군의관들이 북부 지방의 생활을 기록한 ‘조선의 의식주’에서도 한국인의 식사 횟수는 지방에 따라, 계절에 따라, 경제력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하루 두 끼 먹는다고 했다. 그래서 아침저녁으로 먹는다고 하여 식사를 ‘조석’(朝夕)이라 했다. 농촌에서는 노동력에 따라 하루에 먹는 끼니 수가 달랐다. 필자가 어렸을 적 모내기나 김매기, 타작과 같이 힘든 일을 할 때는 하루에 다섯 끼를 먹었다. 일이 시작되기 전 먹는 밥을 아침밥, 10시에서 11시쯤 먹는 밥을 아침 저밥, 오후 2시에서 3시쯤 먹는 밥을 ‘저녁 저밥’, 일을 마치고 먹는 것을 저녁밥이라 했다.
  • 달콤한 우리

    달콤한 우리

    달콤한 우리 내 이름으로 부르면 아무도 오지 않는다당신의 이름으로 부르면 당신만 오는 것 같다 우리라고 부르면나도 아니고 당신도 아니어서 어리둥절하지만눈물이 조금 맺혀 있을 것 같아서 슬프지만외롭지 않은 먼 길 혼자 자신을 껴안으며 걸어가는 길혼자 걸어가면서 모두와 함께 걷는 길 조금 멀리가더 가까운으로 변하는 시간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계절을 기다리며나 당신 우리 서로 새로워져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서로 너무 가까워져 눈을 떼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꽃이 피고 꽃이 질 때 봄입니다꽃이 피고 꽃이 질 때 눈이 날립니다 멀리에서 서로를 바라본 적 없는나 당신 그리고 우리 우리는 달콤해지고 있습니다뚜렷하게 달콤해지고 있습니다■안주철 시인은 1975년 강원 원주 출생. 2002년 ‘창작과 비평’으로 신인시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 시집 ‘다음 생에 할 일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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