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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을 빛낼 중견기업] 이레전자 정문식 사장

    [한국을 빛낼 중견기업] 이레전자 정문식 사장

    정문식(43) 이레전자 사장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그는 끊임없는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고 회사를 국내 대표적인 중견 영상가전 전문기업으로 키웠다. 칠전팔기의 인생을 살아온 만큼 그를 만나기 전 드센 사람이려니 상상했지만 차분하고 겸손했다. 회사의 비전을 이야기하는 그의 눈빛에는 열정도 가득했다. 이레전자의 올해 매출 목표는 2000억원이다. ●“너의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동네에서 유일하게 수도가 있었던 전남 목포의 유지 출신이다.5·16 당시 아버지가 병역 기피자로 낙인 찍히면서 가세가 기울었다. 과음 탓에 10살이 되던 해에 간경화로 돌아가셨다.‘쾨쾨한 냄새, 뒹구는 술병….’그가 기억하는 아버지에 대한 전부다. 13살 나이에 어머니와 상경한 그는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학교에선 친구들 머리를 깎아주고 방학 때는 청계천 엠프 공장에 나갔다. 어머니는 식모살이를 하느라 일주일에 한 번만 집에 왔다. 동생을 돌보고 집안 일을 하는 것은 그의 몫이었다. 굶주린 배를 달래기 위해 시장에서 버려진 배춧잎을 가져다 먹는 일도 다반사였다. 한양공고 야간반에 진학한 뒤에도 신문 배달, 파출소 사환, 공장일 등 아르바이트는 계속됐다. 어머니 대신 생계를 책임지려는 다급한 마음으로 특전사에 지원했다.“공수부대에 가면 낙하산을 탈 때마다 1만원을 준다.”는 공장 선배의 농담을 믿고서다.1982년부터 5년간 복무하며 어머니 생활비와 동생 학비를 댔다. ●“정보는 생명이다!” 군인 시절 만난 부인 유청자(42)씨와 결혼해 1990년 ‘이레전자’를 창업했다. 살림 집인 연립주택 반지하 방을 공장 삼아 전선을 일정 길이로 잘라 단자에 연결하는 일을 재하청 받아 생업으로 삼았다. 직원이라곤 그와 부인 유씨 단 둘뿐. 아무리 치워도 구리선 부스러기가 방바닥을 기어다니는 어린 남매의 살갗을 파고 드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500만원을 선배로부터 빌려 월세로 지하 5평 창고를 얻어 공장으로 개조했다. 경쟁사 동향을 파악하러 밤에는 하청업자들이 벌이는 고스톱 판을 전전하며 담배나 술 심부름을 했다.1년여를 일해도 돈을 벌지 못해 나온 궁여지책이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새 거래처나 기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위기는 기회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다. 중국에서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덤핑 공세가 시작되자 하청일은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 새 정보와 기술을 알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해외 전자박람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1993년 3월. 독일 하노버 전자박람회는 그에게 혁신을 가져다준 계기다. 국내에선 백만원이 훌쩍 넘는 휴대전화 단말기가 그곳에선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때문에 단돈 1마르크(한화 2000원)에 유통되고 있었다. 이 시스템이 국내에 도입되면 휴대전화 수요는 폭발적이다.1994년 차량 내에 시거잭을 이용한 휴대전화 충전기와 핸즈프리로 사양업인 전선가공업을 대체했다. 이듬해 휴대전화 충전기도 개발했다.3개월간 이천 현대전자 연구소를 주기적으로 방문한 끝에 단말기 개발팀 담당자를 겨우 만났다. 당시 현대전자는 휴대전화 단말기만 자체 생산했지 충전기는 하청업체에 맡겼다. 단말기 출시를 앞두고 이레전자가 현대전자 하청업체중 충전기 테스트를 유일하게 통과했다.1996년 충전기만으로 연 8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외국에서도 통하는 불도저 열정 사실 핸즈프리를 처음 만들었을 때 불량품이 생산돼 전량 폐기처분한 경험이 있다. 아이디어만 있지 기술이 없던 게 문제였다. 교훈을 잊지 않고 언제나 우수한 파트너를 통한 아웃소싱을 추구한다. 현대전자에 납품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했던 것도 다른 기술자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다. 현대전자와의 물품 계약이 체결되면서 50평 공장만으로는 부족했다. 공장은 5평 창고에서 17평,30평,50평,150평으로 커지다 이윽고 1997년 지금의 구로공단 디지털 산업단지 한국전자협동 빌딩으로 이사했다. 당시 빌딩내 400평을 쓰다 계속 확장을 시도하면서 현재 전자협동 빌딩은 물론 인근 건물까지 총 6000여평을 쓰고 있다. 물론 이레의 오늘이 있기까지 현대전자와의 인연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협력업체가 계약을 중단하면 중소업체의 생사는 묘연해진다. 이를 극복하려면 새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휴대전화 충전기에 이어 900㎒ 무선전화기도 만들었다.1997년 미 라스베이거스 박람회내 미 최대 통신사인 벨 부스 앞에서 3일을 꼬박 기다렸다 사장 데니엘씨를 만나 900㎒ 무선전화기 10만대 계약을 따냈다. 그의 열정이 외국에서도 통한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이레전자’ ‘이레’는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말로 ‘예비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레전자는 하느님의 뜻에 의해 예비돼 있는 기업이란 얘기다. 어제의 고난은 오늘의 축복이 있도록 하기 위함일까? 그의 도전은 전화기에서 끝나지 않았다.2000년 지인으로부터 LCD 컴퓨터 모니터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사무실에서 책상의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둔탁한 모양의 모니터 아니던가. 선진국에서는 이미 날씬하고 화질 좋은 TFT-LCD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었다.IT 선진국인 우리나라에도 날씬한 모티터가 유행할 것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었다. 국내 기업에서도 LCD 모니터를 만들었다. 이레는 차별화된 모니터 개발에 역점을 뒀다. 선명도와 속도는 물론 특수 제작된 강화 유리를 액정 모니터에 달았다. 후발 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지난 2002년 PC방 영업을 통해 총 8만여대를 판매했다. LCD모니터를 통해 디스플레이 분야에 대한 기술을 축적한 만큼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PDP TV를 양산해 그 해 매출 1000억원 돌파를 기록했다.1998년 라스베이거스 전자쇼에서 PDP 벽걸이 TV를 발견하고 다가올 디지털TV 시대를 준비한 데 따른 결과다. ●젊어서 고생, 사서도 한다 그는 “오늘날 여기까지 온 것은 내가 잘 났기 때문도 아니고 많이 배웠기 때문도 아니다. 남보다 하나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돌이켜보는 게 전부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젊어서 고생’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젊어서 고생이 미래를 살찌우는 힘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딸 미성(19)과 아들 지복(17)을 각각 13세 때 홀로 외국으로 보낸 것도 이 때문이다. 딸은 뉴질랜드를 통해 미국으로, 아들은 인도네시아를 거쳐 뉴질랜드에서 유학 중이다. 부모 밑에서 호강하기보다 밖에서 남의 눈치도 보고 서러움도 맛보며 고생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용돈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벌어 쓰도록 하고 있다. 그의 다음 작품은 하반기 출시되는 인터넷 겸용 디지털TV ‘J2’다. 컨버전스 시대에는 모든 가전제품이 인터넷과 접목돼야 경쟁력이 있다는 게 그의 분석. 예컨대 냉장고에 계란이 떨어지면 스스로 알아서 인근 슈퍼에 주문하는 냉장고가 판매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이 시대가 2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는 “젊은 시절은 길지 않다. 어떤 일이든 적당히 하는 사람은 절대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때 성공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정문식 사장의 이력서 ▲1962년 전남 목포 출생 ▲1981년 한양공고 전자과 졸업 ▲1982년 특전사 복무 ▲1987년 홍진전자 생산직 ▲1990년 이레전자 설립 ▲1996년 이레전자 법인 전환·대표이사 취임 ▲1999년 산자부 산업분야 신지식인선정 ▲1999년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전자산업발전유공대통령표창 수상 ▲2000년 무역의 날 1000만달러 수출탑 수상 ▲2003년 무역의 날 2000만달러 수출탑 수상 ▲2004년 무역의 날 7000만달러 수출탑 수상 ▲2004년 무역의 날 동탑산업훈장수상 ■ 이레전자 변신의 15년 이레전자는 1990년 4월 5평짜리 창고에서 전선가공업으로 시작해 지금은 LCD모니터, 디지털TV 등을 생산하는 하이테크 전문 업체로 탈바꿈했다. 남들보다 한 발 빠른 아이디어로 위기를 기회삼아 성장해 왔다.1995년 휴대전화 충전기를 생산해 현대전자에 납품했고, 남들이 긴축경영을 하던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 당시 이레전자 정보통신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원 수는 현재 60여명. 1998년 900㎒ 무선전화기를 개발해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벨에 수출했으며,2002년 이후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모니터를 생산하며 디스플레이 전문 업체로 성장했다.2003년부터 PDP TV 양산을 본격화했고,LCD TV도 만들어 3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국내 대형 전자전문 매장에서도 대기업 제품들과 나란히 판매되고 있으며, 백화점에서도 조만간 팔릴 예정이다. 현재 시중에 42인치 HD급 PDP TV와 32인치 HD급 LCD TV를 판매 중이다. 하반기에는 50,60인치 대형 PDP TV도 내놓는다. 특히 최근 인터넷과 TV를 한꺼번에 즐기는 디지털TV ‘J2’를 개발, 하반기 이레전자 브랜드로 출시한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독자의 소리] 그리운 선생님의 회초리/문상배

    누구나 어릴 적 선생님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내 어릴 적 선생님은 그저 교과서나 가르치는 분이기보다는 은연중 삶의 방향을 가리켜준 나침반 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쉬는 시간에 친구와 학교 뒷동산에 갔다가 수업을 빼먹고 말았다. 몹시 화가 나신 선생님은 좀처럼 들지 않으시던 회초리를 드셨다. 종아리가 퉁퉁 부어 집으로 돌아간 나는 어머니께 자초지종을 고했고, 어머니께 또다시 심한 꾸중을 들었다. 다음날 어머니는 짚으로 싼 계란 몇알과 오징어 두마리를 들려 보냈다. 퉁퉁 부은 내 종아리를 본 선생님은 돌아서서 눈물을 훔쳤고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황급히 교실을 빠져나가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스승은 가르친다는 것만으로 스승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인가 엄청난 것을 가르치지는 않았어도 우리 가슴에 영원히 아로새겨지는 그런 느낌을 주신 분들이 스승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아들 5형제를 기르신 어머니는 아들들이 버거우면 으레 ‘선생님께 가자.’ ‘선생님께 여쭤보자.’는 것이 입버릇이셨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 선생님이셨고 그 가르침으로 아들들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어머니의 신념이었다. 가난 속에서도 아들 5형제를 반듯하게 기를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어머니의 지혜 때문이었다고 나는 믿는다. 예전에는 선생님을 그렇게 극진하게 존경하는 부모님들이 있었기 때문에 훌륭한 스승이 더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자기 아이 나무랐다고 툭하면 선생님을 고소하는 ‘똑똑한’ 엄마들이 많은 세상에서는 훌륭한 스승도 적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다. 스승의 날은 우리의 미래를 맡긴 스승의 은혜를 기리는 날이다. 그분들에 의해 우리 아이들이 훌륭해질 수 있다. 스승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 그분들로 하여금 가르치는 것을 천직으로 삼고 사도의 길로 가도록 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문상배
  • 6년째 노인·이주노동자에 비빔밥 봉사 임영길씨

    6년째 노인·이주노동자에 비빔밥 봉사 임영길씨

    ‘양푼비빔밥에 사랑을 싣고’ 6년째 어르신들과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사랑이 담긴 양푼비빔밥을 제공하고 있는 임영길(63·송파구 석촌동)씨. 그는 언제부터인가 ‘양푼 사장’으로 불리고 있다. 임씨의 주 활동무대는 어르신들이 많이 모이는 마천동 마천복지관과 거여동 송파복지관. 임씨는 1주일에 2∼3회 큰 양푼에 400명이 먹을 수 있는 비빔밥을 마련해 찾아간다. 쇠고기와 계란은 물론, 도라지, 취나물 등이 들어간 양푼비빔밥은 인기 만점이다. 임씨의 사랑은 국경도 넘었다. 성남, 신도림, 안산 등의 외국인 노동자의 집도 임씨의 ‘단골무대’다.6년이 넘도록 한 달에 한 두번씩은 꼭 ‘순회 봉사’를 한다. 일부 노동자들은 피부색과 핏줄의 차이를 넘어 ‘친자식’이나 다름없다. 지난해부터는 전에 다니던 직장인 롯데호텔의 자원봉사단도 함께 하고 있다. 사실 그의 ‘이웃사랑’은 2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롯데호텔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임씨는 매달 세 명의 소년·소녀가장을 꾸준히 도왔다. 이후 임씨는 퇴직 뒤 잠실 롯데백화점 스낵코너에서 양푼비빔밥 가게를 냈다. 매장을 2개로 늘릴 정도로 성공도 했다. 그러나 그의 본업이 ‘봉사’인 탓에 재산은 연립주택 하나뿐이다. 임씨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특별한 행사도 준비했다. 6일과 9일 석촌동 식당을 빌려 꽃 하나 꽂아줄 자식이 없는 200여명의 독거노인들과 지역 어르신들에게 양푼비빔밥을 대접한다. 고기와 떡도 넉넉하게 준비했다. 송파구 민속예술단원 김응삼씨도 구성진 창으로 흥을 돋울 예정이다. 임씨는 “홀로 5남매를 키운 뒤 10여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이맘 때면 그립지만 이젠 수백명의 부모님이 생겼다.”면서 “힘이 닿는 한 먹을거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한국여성 비타민D 결핍 심각

    한국 여성들의 비타민D 결핍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임승길 교수는 영국·프랑스·헝가리 연구팀과 공동으로 유럽·남미·아시아·중동지역 18개국 55세 이상의 여성 골다공증환자 1285명를 대상으로 혈액 내 비타민D 수치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최근 밝혔다. 조사 결과 이를 적정치 이상 가진 나라는 스웨덴(35.1), 네덜란드(32.6), 스위스(33.4), 헝가리(32.2), 태국(32.7), 말레이시아(31.7), 브라질(36.7) 등 조사 대상 18개국 중 7개국에 불과했다. 한국은 비타민D 평균치가 20.4로 조사대상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적정 수준에 못 미치는 비율이 88.2%로 가장 높았다. 일본(22.0)과 터키(22.2), 멕시코(27.1), 독일(27.4), 스페인(27.6)도 적정치에 못미쳤지만 한국보다는 높았다. 체내 비타민D의 적정수치는 30ng/㎖이다. 지역별 평균치로 보면 남미(3개국) 30.7, 유럽(8개국) 30.6, 태평양(1개국) 27.9, 아시아(4개국) 26.6, 중동(2개국) 20.5 등의 순서였다. 비타민D는 체내에서 칼슘 흡수를 돕고 뼈와 세포의 분화 및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자외선을 쬐면 피부에서 자연적으로 합성되기도 하나 등 푸른 생선, 동물의 간, 버섯, 계란노른자 등에도 많이 들어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씨줄날줄] 은퇴 준비금/우득정 논설위원

    중국 송나라의 학자 주신중(朱新仲)은 사람으로 태어나 어느 정도 규모있게 살려면 반드시 오계(五計)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계란 먹고 살 궁리(생계·生計), 건강하게 살 궁리(신계·身計), 가문을 빛낼 궁리(가계·家計), 노년에 흐트러짐 없이 살 궁리(노계·老計), 품위있게 죽을 궁리(사계·死計)를 일컫는다. 혹자는 객기를 부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 베고 누우면 사나이 살림살이 이만하면 족하다.’고 했지만 옛사람들도 나름대로 노후생활에 고민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오늘날 어느 정도 자산이 있으면 노후 준비가 돼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한 경제신문이 CEO급 몇명에게 노후 준비금을 질문하자 이들은 집 한채 외에 10억원 정도가 있으면 부부가 노후를 보내기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50대 후반 또는 60대 초반 은퇴한다고 가정할 때 평균수명까지 월 500만원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추정했던 것 같다. 이들은 억대 연봉 수령자이므로 평균인에 비해 노후생활의 눈높이도 월등히 높다. 평균 직장인들은 10명 중 3명만 노후설계를 하고 있을 정도로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 빠듯하다. ‘은퇴’라는 단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한 뒤 생겨났다. 미국에서도 191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2명은 ‘현역’이었다. 은퇴란 수십년 동안 한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체력적인 한계로 밀려난 뒤 몇년 동안 연금으로 휴식과 여가를 즐기는 황금기를 보내다가 사망하는 모델이었다. 은퇴가 레저문화를 즐기는 선망의 대상이 되면서 30대 후반,40대 초반까지 은퇴시기가 앞당겨지기도 했다. 그 결과,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65세 이상의 노인 중 16%만이 현역에 종사했다. 하지만 은퇴 이후의 수명이 현역과 맞먹을 정도로 늘어나면서 노년과 일, 추가 수입은 당연히 갖춰야 할 3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평균 68세에 노동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은퇴 준비금은 눈높이에 따라 다르다.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기초생활 보장 수준이면 부부는 2억 3000만원, 기초생활 외에 월 50만원의 여유생활을 하려면 3억 5000만원,100만원이면 4억 7000만원,200만원이면 7억 1000만원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아이스크림 만들까, 사먹을까

    아이스크림 만들까, 사먹을까

    달콤한 아이스크림은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다. 오드리 헵번이 공주 신분에서 벗어나 처음 느낀 자유가 로마의 젤라토 맛이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읍내에서 처음 맛본 아이스크림의 콘을 돌려줘야 하는 줄 알고 먹지 않고 소중히 들고 다녔다 한다. 최근에는 유지방 대신 생과일과 요거트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건강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유산균이 든 요거트 아이스크림은 시고 달콤한 맛으로 김치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어울린다. 이탈리아에서 온 젤라토 명인 마리오 피오리의 조언으로 우유와 생과일을 저어가며 직접 만든 건강 아이스크림을 아이와 함께 만들어 먹어보자. 하지만 만드는 것이 번거롭다면 가까운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도 몸에 좋은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부드럽고 살며시 잘 녹는 젤라토는 인공감미료, 색소, 방부제 등이 들지 않아 건강에 좋은 아이스크림이다.요나인(3775-1247)은 아이스크림 원료와 기계를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하여 요거트 아이스크림(1인·3500원), 요거트 빙수(1인·4000원), 요거트 케이크(1만 3000원부터) 등을 만든다. 유기농, 과일, 견과류 등을 넣어 아이스크림 종류는 38가지다.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의 파리크라상 골목에 있는 구스띠모(547-6809)는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주인이 가게 안에서 직접 젤라토를 만든다.3가지 맛을 선택할 수 있는 기본 아이스크림이 3500원. 아이스크림을 스파게티 국수처럼 가늘게 뽑아 각종 토핑과 함께 내는 ‘스파게티’는 구스띠모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색 메뉴다. 얼음궁전이란 뜻의 빨라쪼 델 쁘레또(www.pdfcorea.com,3445-2786)는 설탕 대신 연유로 부드러운 감촉의 젤라토를 만들어낸다. 쌀알이 씹히는 아이스크림 리조, 특히 흑미로 만든 리조가 인기다. 값은 컵·콘 2900∼4100원, 파인트 1만 2000원, 쿼터 1만 8000원이다. 쌀로 만든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2만 5000원. 아이스크림 나라란 뜻의 떼르 드 글라스(596-0774)는 고구마, 미숫가루, 뽕잎, 무화과, 인삼, 밤 등을 이용한 건강 아이스크림을 내놓고 있다. 값은 2가지 아이스크림을 담아주는 콘이 1700원, 컵이 2300원이다. 생과일로 30가지가 넘는 천연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신선한 맛을 선보인다. ● 슈 아이스크림 재료 강력분 375g, 버터 375g, 물 750g, 계란 600g, 아이스크림 1통 만드는 법 (1)그릇에 물과 버터를 넣고 불에 올려놓고 끓인다.(2)버터가 완전히 용해되고 물이 끓으면 밀가루를 체로 쳐서 넣고 반투명 상태가 될 때까지 끓인다.(3)밀가루 반죽에 계란을 서너번 나누어 넣으면서 매끄러운 반죽이 될 때까지 휘젓기를 한다.(4)짤주머니로 평철판에 베이비 슈의 5배정도 크기로 짜준다.(5)반죽 표면에 분무기로 물을 뿌린 뒤 220℃정도에서 20∼30분 정도 굽는다.(6)슈를 절반으로 잘라 쿠키·호두 아이스크림을 넣고 뚜껑을 덮는다. ●요거트 아이스크림 재료 우유(저지방이 아닌 보통 우유), 플레인 요거트 1컵, 꿀이나 설탕시럽 만드는 법 (1)플레인 요거트 1개에 우유 500㎖ 비율로 넣고, 꿀이나 시럽을 적당량 넣어 10여분 잘 저어준다.(2)냉동실에 넣은 뒤 30분에 1번정도 휘저어 주면서 계속 얼리면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된다. 팁:얼리기 전에 제철과일을 넣고 믹서로 갈아서 얼리면 생과일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된다. ●딸기 아이스크림 재료 딸기 150g, 생크림 1컵, 우유 1컵, 설탕 120g 만드는 법 (1)냄비에 딸기와 설탕을 넣고 약한 불에서 5분간 끓여 딸기 시럽을 만든 다음 식힌다. 끓이는 동안 나무주걱으로 저어 주어야 타지 않는다.(2)냄비에 생크림과 우유, 설탕을 넣고 약한 불에 올려 설탕이 녹을 정도로만 끓인다.(3)(2)의 냄비를 차가운 얼음물에 넣고 저으면서 식힌다.(4)(3)에딸기 시럽을 넣고 잘 섞은 뒤 틀에 담아 하루 정도 얼린다.2시간마다 저어주는 것을 2∼3회 반복하면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 된다. ●녹차 아이스크림 재료 가루녹차 1큰술, 럼주 1큰술, 달걀 노른자 3개, 설탕 110g, 우유 100㏄, 생크림 200㏄ 만드는 법 (1)물기가 없는 볼에 생크림을 담고 거품기로 저어서 단단한 거품을 낸다.(2)녹차 가루를 럼주에 개어서 잘 푼 다음 우유를 섞어 약한 불에 데운다.(3)볼에 달걀을 풀어 설탕을 넣고 섞어 중탕해서 거품을 낸다. 걸쭉해지면 (2)를 조금씩 붓고 섞은 다음 다시 냄비에 부어서 중간 불에 올려 계속 주걱으로 젓는다. 이때 끓이면 달걀이 분리되어 버린다.(4)(3)을 체에 밭쳐 볼에 담고 거품기(기계식)로 거품을 내면서 식힌 다음 생크림 거품 낸 것을 섞어 밀폐용기에 부어 냉동실에서 얼린다. 중간에 두세번 긁어서 다시 거품기로 저어준다. 글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씨줄날줄] 돈키호테 리더십/이목희 논설위원

    1823년 미국의 제임스 먼로 대통령은 “미국이 유럽에 간섭하지 않을 테니 유럽도 아메리카대륙에 간섭하지 말라.”는 외교원칙을 발표했다. 이른바 ‘먼로독트린’이다. 신생국 미국이 수백년 동안 세계를 지배해온 서유럽 제국에 대항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엔 ‘계란으로 바위치기’로 치부되기도 했으나, 그로부터 100년이 채 안 돼 중남미는 미국의 안마당이 된다.1904년에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아메리카대륙에서 ‘경찰’ 노릇을 하겠다는 신먼로독트린을 발표하게 된다. 이후 중남미 제국에는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국가적 어젠다였다. 그 와중에 1950년대 후반 나타난 것이 종속이론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저개발 원인을 미국의 경제잉여 수탈에서 찾았다. 앞서 아르헨티나에서는 페론의 포퓰리즘(민중주의) 정권이 등장했고,1970년 칠레에서는 좌파 아옌데 정권이 들어서기도 했다. 많은 나라에서 군사독재정권이 이어졌다.1990년대에는 미국이 구축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충실하기도 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2003년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집권을 시작으로 베네수엘라, 우루과이 등 남미 주요국에 좌파 정권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들이 실용좌파인 게 미국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이었으나 최근 분위기가 또 바뀌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좌파 포퓰리스트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반미의 기치 아래 남미 좌파공조를 외치고 나섰다. 차베스는 돈키호테의 추종자임을 스스로 강조하고 있다. 미국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이분법적으로 규정하고, 그를 타도하기 위해서는 돈키호테가 풍차에 돌진하듯 무모한 행동을 해도 된다는 식이다. 멕시코의 좌파 정치인으로 급부상한 로페스 오브라르도의 지지자들도 돈키호테를 닮자는 구호로 관심을 끌고 있다. 중남미의 빈부격차 및 열악한 경제실정은 돈키호테 리더십이 먹힐 정도로 심각하다. 온갖 체제실험에도 불구, 안 살아나는 중남미 경제구조가 자칭 ‘돈키호테 정치인’까지 만들어 내고 있는 셈이다. 중남미는 한국에 반면교사가 된다. 숙명적으로 친미·반미를 오락가락했지만, 그 자체가 국가발전을 가져다 주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는 목표가 아닌, 수단일 뿐이다. 미국의 ‘강아지’가 돼선 안 되겠지만, 돈키호테도 지양해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지지-반대시위대 충돌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양안분단 이후 56년 만에 본토를 방문한 롄잔(連戰) 타이완 국민당 주석이 26일 오후 난징(南京)의 루커우(祿口) 국제공항에 도착,7박8일 일정에 들어갔다. 전세기 편으로 난징에 도착한 롄 주석 일행은 중국공산당 타이완사무판공실 천윈린(陳雲林) 주임 등 중국 관리들과 타이완 상인 대표단의 영접을 받았다. 롄 주석은 도착 직후 공항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타이베이와 난징은 그리 멀지도 않은데 이곳에 오는데 60년이나 걸렸다.”며 “국민당은 평화적이고 안정된 양안관계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빙쿤(江丙坤), 우보슝(吳伯雄), 린청즈(林澄枝) 등 부주석 3명을 포함해 당내 중진급 등 70여명을 이끌고 중국 땅을 밟은 롄 주석은 다음달 3일까지 베이징(北京), 시안(西安), 상하이(上海) 등을 방문한다. 이날 대륙 전체가 롄 주석을 맞기 위해 들뜬 모습이었고 타이완에선 롄 주석의 중국 방문을 지지하는 시위대와 반대하는 세력이 충돌하는 등 파장이 만만찮았다. ●관영 신화통신은 롄 주석의 직함을 ‘중국 국민당’ 주석으로 명기하면서 29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이른바 3차 국공(國共)회담을 갖는다며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홍콩과 타이완 언론은 롄 주석이 조부 롄헝(連橫)의 저서 ‘대만통사(臺灣通史)’, 지난해 총통선거 출마를 앞두고 낸 ‘변화, 이제는 희망이 있다’와 최근 출간한 ‘롄잔,2005년 대륙행’ 등 세 권의 책을 선물로 갖고 왔으며 어떤 책이 누구에게 전달될지는 분명치 않다고 보도했다. ●첫 방문지 난징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백명의 취재진이 운집, 롄 주석이 27일 찾게 될 쑨원(孫文)의 묘소를 사전 취재하거나 방문단이 묵을 호텔과 회의장 등에 전송 시설을 확보하느라 분주했다. 홍콩 문회보(文匯報)는 롄 주석이 29일 강연하게 될 베이징대 학생들이 미리 표를 구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강연 후 질의응답을 위해 학교측은 웹사이트에서 미리 질문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롄 주석이 다녔던 시안의 초등학교에선 학생과 교사들이 무용공연 등의 환영식 준비에 바쁜 모습이었다. ●앞서 이날 오전 롄 주석 일행이 출발한 타이베이 타오위안(桃園) 국제공항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충돌하는 바람에 극도의 혼잡이 빚어졌다. 오전 7시부터 모인 시위대는 9시쯤 출국 로비와 건물 밖을 가득 메웠으며 서로 욕설을 퍼붓다 계란을 집어 던지는 등 몸싸움을 벌였다. 일부는 병원에 실려갔으며 일반 승객의 출국 수속이 한때 마비됐다. 일부 여당 의원마저 경찰의 제지를 뚫고 시위대에 합세, 계란을 집어던지고 새총으로 쇠구슬을 쏘기도 했다. oilman@seoul.co.kr
  • [25일 TV 하이라이트]

    ●바람꽃(KBS1 오전 8시5분) 인표는 영실에게 친남매가 아니라는 사실을 털어놓고 그동안 말 못하고 지켜온 사랑을 고백한다. 같은 시각, 진우 역시 영실을 사랑한다고 명희에게 말한 뒤 도와주겠다는 명희의 말에 몸이 다 나으면 영실에게 고백하겠다고 다짐한다. 한편, 정님은 인표와 영실의 만남 때문에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오픈 스튜디오(SBS 오후 4시10분) 공부가 지겹고 힘들다는 상식을 뒤집고 재밌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 우등생이 될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있다고 한다. 공부의 의미와 함께 공부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원리는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고, 아이들 학습에 있어 부모에게는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 이야기 해본다. ●사이언스+(YTN 오후 1시25분) 온 가족이 함께 과학의 신비로 빠져보자. 과학을 좀 더 쉽고,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바로 과학축제가 아닐까?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렸던 2005가족과학축제를 찾아가 가족로봇경연대회, 극지체험관, 팔도로봇전시회, 과학영화, 우주관 등 재밌고 흥미로운 행사들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애니토피아(EBS 오후 10시50분) 인형 애니메이션의 전설적인 감독, 이지 트릉카의 1959년작 ‘한여름밤의 꿈’을 만나본다.‘한여름밤의 꿈’은 이지 트릉카 감독의 마지막 장편이자 체코 최초의 시네마스코프 작품으로 유명하다. 특히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인형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꿈처럼 환상적이다. ●김약국의 딸들(MBC 오전 9시) 박의원이 정국주네 부부와의 상견례를 미루고 서울로 돌아가자 김여사는 마리아와의 혼사가 깨지는 게 아니냐며 걱정한다. 홍섭은 용빈과 결혼을 하든 마리아와 결혼을 하든 신경 쓰지 말라고 화를 낸다. 한편, 홍섭의 사랑을 굳게 믿은 용빈은 한실댁을 찾아가 홍섭을 용서해주라고 부탁한다. ●마법전사 미르가온(KBS2 오후 6시40분) 지배자가 돌아왔다는 호구의 말을 의심하던 주비는 지배자를 흉내 낸 계란장수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기를 발견하게 된다. 코야는 사라를 만나 다른 마법사들 몰래 아라를 만나야 한다고 부탁하고 마침내 아라를 만나게 되지만, 때마침 나타난 마패와 장미로 인해 다음을 기약한다.
  • [쇼핑in] 깜찍 웰빙상품 총집합

    [쇼핑in] 깜찍 웰빙상품 총집합

    ‘쌀에 섬유질을 코팅시킨 다이어트 쌀, 오미자 동치미, 감으로 만든 와인…….’ 기발한 ‘웰빙 상품’들을 한 자리에서 구경하고 쇼핑도 할 수 있는 박람회가 열린다. 전시기획 전문기업 엑스포럼은 2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 인도양홀에서 제3회 ‘내추럴&웰빙페어 2005’를 연다. 이번 행사에는 한의원, 식품회사, 와인 동호회 등 각종 웰빙 관련 기업 및 단체 70여개가 참여한다. ●허브향 입구 지나면 웰빙 식품들이 한 눈에 라벤더·로즈마리·민트·레몬밤·세이지 등 다양한 허브가 전시돼 봄 내음이 물씬 풍기는 입구를 지나면 웰빙 식품코너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콩 요리 전문업체 ‘베지푸드’와 채식 부페에서는 콩단백 샤부샤부, 콩단백 갈비찜과 불고기 등 채식을 주제로 한 음식들이 전시돼 있어 채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들러볼 만하다. ‘두부다’ 전시 부스에서는 웰빙 식품으로 각광받는 두부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변신시킨 다양한 응용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즉석에서 만든 두부 위에 취향에 맞는 토핑을 얹어 먹는 방식도 있다. 화려한 쌀의 변신도 엿볼 수 있다. 향기가 나는 향미, 쌀의 색이 다른 유책미, 섬유질을 코팅시킨 다이어트 쌀, 녹차성분이 함유된 녹차쌀, 칼슘과 비타민이 강화된 칼슘비타쌀 등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희한한’ 쌀들이 진열 및 판매된다. ●‘감 와인’ 맛보고 만드는 방법도 배우고 ‘한국와인관’에서는 한국인의 취향에 맞게 변화된 와인을 시음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배·사과·딸기·머루·감 등으로 만든 와인들을 맛본 후에는 가정에서 직접 만드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한국와인관’ 바로 옆 자리에 홈메이드 와인 동호회인 ‘와인 만들기’의 부스가 마련돼 있기 때문. 와인만들기 동호회 운영자인 정재민(40)씨는 “당도가 높은 과일은 모두 와인의 재료가 될 수 있다.”며 “만드는 법도 어렵지 않아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을 이용해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참여한 경기도청은 ‘슬로푸드 체험관’을 연다. 슬로푸드란 패스트푸드의 반대말로 전통적인 방식이나 유기농으로 만들어진 자연주의적 음식들을 뜻한다. 평택시 포승면 수도사의 사찰음식, 양평군 용문면 보릿고개마을의 보리밥과 개떡, 화성시 서신면 서해일미마을의 참굴밥과 바지락칼국수 등을 한자리에서 소개한다. 단지 소비하는 웰빙 문화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연주의를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아름다운가게 재활용 공모전’ 입상작도 전시한다. 제2회 아름다운 재활용 상품 공모전에 망가진 우산을 비옷으로 변신시킨 작품을 출품해 대상을 받은 박외숙씨의 작품을 비롯해 CD케이스로 만든 타일, 계란판으로 만든 조명 등이 전시된다. ●슬로푸드, 재활용 공모작 전시 모두 생활 속에서 무심코 버려지는 물건들에 상상력을 부가시켜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낸 것들로 웰빙의 참모습을 상기시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밖에 전시장 이벤트 무대에서는 태권도와 무술의 기술에 체력 단련 요소를 첨가한 운동 ‘리권’을 선보인다. 자수정·옥 등의 건강 광물을 이용한 지압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천연 건강 광물 체험길’도 준비돼 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씨줄날줄] 나이키의 굴복/신연숙 수석논설위원

    지난주 스포츠용품업체 나이키의 ‘기업책임보고서’ 발표는 풀뿌리 NGO들이 거대 다국적기업을 굴복시킨 또하나의 쾌거로 기록될 것이다. 글로벌 익스체인지 등 NGO들은 나이키가 여성과 어린이 등 제3세계 노동력을 착취한다고 비판하며 하청공장 실태를 공개하도록 압력을 넣어왔다. 나이키는 마침내 569개 해외 하청공장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시간외 노동강요, 신체적·언어적 학대, 어린이 노동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났다.NGO들은 보고서를 토대로 개선을 촉구하며, 전세계 생산 현장에 감시의 눈길을 바짝 갖다 댈 것이다. 나이키 역시 응답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모두가 선진국의 불공정한 무역을 개선하여 제3세계의 빈곤문제를 해결하자는 ‘공정무역(Make Fair Trade)’운동의 결과이다. 공정무역운동의 뿌리는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시민단체 옥스팜 등은 제3세계의 가난한 이들을 구호하기 위해 수공예품을 사들이고 교육과 지역사회 발전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곧 제3세계 빈곤의 원인은 다른 데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선진국과의 불공정한 거래다. 예를 들면 제3세계는 커피, 차, 바나나, 코코아 등의 대부분의 물량을 생산 공급하지만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쥐꼬리만 한 임금이나 헐값의 판매대금 뿐이다. 고가의 제품판매 이익은 다국적 기업들이 챙긴다. 이른바 ‘자유무역’의 불공정한 거래관행이 개선되지 않고는 제3세계 생산자는 만성적 빈곤을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이 여기서 나온다. 공정무역운동은 자연스럽게 생산자에게 제값을 주고 다국적 기업들에 책임을 일깨우는 ‘대안무역(Alternative Trade)’운동으로 발전한다. NGO들은 ‘대안무역’ 인증서를 붙여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를 시도하기도 하고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고발하기도 한다.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아니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효과는 마침내 나타나고 있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와 의류업체 갭이 고개를 숙였고 이번엔 나이키가 반응을 보였다. 충분치는 않지만 희망적인 변화의 조짐이다. 이젠 ‘윤리경영’이란 말이 기업에 당연한 명제가 되지 않았는가. 계란은 안돼도 풀뿌리는 바위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요즘이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피하라

    우리나라의 알레르기 질환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항원 물질은 집먼지진드기, 바퀴벌레, 곰팡이, 동물의 비듬 순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어린이에게는 식품이 원인이 되는 알레르기 질환이 많았으며, 원인 식품으로는 계란, 돼지고기, 복숭아, 고등어, 닭고기, 우유, 메밀, 게 순으로 집계됐다. 최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소아알레르기ㆍ호흡기ㆍ면역학회 및 대한소아알레르기ㆍ호흡기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 연세대의대 소아과 김규언 교수는 대한소아알레르기ㆍ호흡기학회의 역학조사 및 학회 산하 화분 및 아토피피부염 연구그룹 등의 조사 및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천식 유병률은 지난 95년 5.7%에서 2000년 7.6%, 같은 기간 비염은 12.3%에서 17.7%, 아토피피부염은 12.9%에서 20.3%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병원을 찾은 환자들을 상대로 한 피부반응검사에서는 집먼지진드기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바퀴벌레, 애완동물의 털과 비듬, 곰팡이 등이 꼽혔다. 김 교수는 “환자 자신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물질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알레르기 가족력이 있는 가족은 임신 중에 직·간접 흡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신생아에게는 가능한 모유를 먹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여담여담] 봄날은 간다/황수정 문화부 기자

    봄 나무에 성글게 꽃이 오르더니 어느새 천지에 난분분이다. 대기를 팔랑팔랑 휘젓는 꽃가루에 ‘감염’돼서일까. 미망(迷妄)같은 이야기가 물색없이 고개를 들이미는 까닭은. 근 두달째 주말이면 동네의 작은 절에 불교기초교리를 들으러 다닌다. 요가나 명상이 부럽지 않은, 내겐 도심에서 찾아낸 마음수양의 한 방편이다. 한밤에 법문을 듣고 나설 때의 청량함은 말로 다 못한다. 한주일간 지쳐 눅진했던 마음자리가 풀먹여 갓 다려낸 광목처럼 가슬가슬 소리를 낸다. 밤하늘엔 별이 있다는 사실을 정말이지 몇년만에 확인한 것도 한밤중 절마당에서였다. 믿음의 힘이란 그렇게 다 한가지 모양일 터. 그런데 법문을 챙겨들은 이후로 부쩍 자주 생각하는 게 있다.‘인연’이고 ‘시간’이다. 분별없는 아이를 악쓰며 다그칠 일이 생겨도 나도 몰래 꾸욱 눌러참을 때가 많아졌다.‘이 아이는 어떤 인연으로, 얼마나 긴 시간을 건너 내게 왔을까.’ 싶으면 시간의 무거움에 더럭 겁이 난다. 초보 불자의 강박은 시도 때도 없다. 회사 사무실로 퀵서비스 아저씨가 휙 물건을 던져놓고 가도 속으로 ‘이것도 인연?’ 물음표를 찍다 그만 실없이 웃고 말 때도 있다. 어쨌거나 부처님 말씀에 기대자면, 항하(恒河)의 모래만큼 많은 시간을 지나 닿는 인연들이 우리 일상 속에 꽉 찼다. 이 하루만 해도 수십 아니 수백명이 아닐런지.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인격, 무심히 버려도 좋을 관계란 세상에 없단 얘기다. 이는 신앙의 대상이 다르다고 달라질 진리는 분명 아닐 것이고. 이 봄이 더 짧아졌다고 해서일까. 우리를 밀고 가는 힘은 ‘유한(有限)한 시간’이란 생각이 든다. 기왕에 정해진 시간들을 태깔나게 채우려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몸짓이 삶이라면 말이다. 몇달전 크게 공감해 밑줄 쳐두었던 보르헤스의 말을 옮긴다.“한 순간도 쉬지 않고 인연의 천을 짜는 ‘나’의 본질이 다름아닌 ‘시간’”이라고 그는 썼다. 본질을 함부로 흘려보내는 일이 얼마나 큰 어리석음일지! 광화문 교보문고 벽면에 봄맞이 대형 걸개글씨가 걸렸다.“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돌아보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황수정 문화부 기자 sjh@seoul.co.kr
  • 자기랑 나랑 길위에서 진수성찬

    자기랑 나랑 길위에서 진수성찬

    ‘길거리표 음식’도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전통있는 음식들이 서울의 거리를 주름잡고 있다. 떡볶이, 어묵, 순대 등 토종 군것질 거리외 가마보코, 케밥, 와플, 타르트, 박탄야키 등 전세계 행인들의 사랑을 받는 음식들이 서울의 도심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적은 창업비용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20∼30대 젊은 사장들이 거리로 나오면서 맛과 재미가 넘치는 새로운 메뉴들이 생겨나고 있다. 외국에서 들어와 젊은이들의 입맛을 잡고 있는 2005년 4월, 서울 거리 최고의 맛 10선을 소개한다. 서울시내 ‘길거리 맛’은 종각역에서 종로3가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노점타운과 명동, 신촌과 강남권으로 크게 나뉜다. 종로에선 여전히 떡볶이와 순대, 튀김 등 전통메뉴가 인기지만 신촌에선 매일매일 신기한 메뉴가 쏟아져 나온다. 강남권에는 테이크 아웃점이 많다. 요즘 길거리 음식은 일본풍이 강세다. 정서적으로 미묘한 부분은 있지만, 입맛만은 가장 비슷한 까닭이다. 을지로 지하철역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와플가게가 있다. 송연상(37) 사장은 회전율이 높아 언제나 바삭바삭한 맛을 제공하는 와플을 친숙한 길거리표 음식으로 정착시켰다. 하루 1000명이 이 와플을 먹는다. 한국인의 입맛을 중독시킨 떡볶이처럼 길거리 음식의 스테디셀러의 비결은 무엇일까. 송 사장은 “거리에서 팔더라도 위생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일단 맛있고, 들고다니며 먹기 편하고, 손님들이 기다리지 않도록 빨리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거리의 음식은 반짝 유행하는가하면 어느 새 사라진다.‘유행은 살아 있는 생물’이므로 빨리 변하기 때문. 특히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일수록 더욱 더 주기가 빠르고, 특이한 음식일수록 반짝 유행에 그치고 만다. 홍대입구에서 일본식 어묵튀김 ‘가마보코’를 만드는 어유당의 강정욱(34) 사장은 백화점 지하에서 기술을 전수받았다. 원래 애니메이션 회사에 근무했다는데 깔끔한 가게 외양과 유니폼이 눈길을 끈다. “국내 최초로 마키를 길거리에서 만들기 시작했다.”는 이대앞 오신마키의 신현주(29)씨는 거리의 입맛을 바꿔놨다. 소공동에는 전통 포장마차가 유명하다. 메뉴는 토스트, 오뎅, 떡볶이 등 평범한 것들. 하지만 인근 직장 여성들의 입맛에 맞춰 게·황태·새우를 넣은 오뎅국물, 녹차붕어빵, 메추리알 떡볶이 등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강준(45)씨는 아저씨 특유의 넉살로 손님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소공동 인근 오피스 레이디 가운데 강씨를 모르면 신입사원이란다. 노점상의 한계는 있지만, 거리의 맛집은 도심의 쉼터다. 굳은 얼굴과 빠른 걸음으로 무심하게 지나다니는 도시인들에게 잠깐 발길을 멈추고 출출함과 피곤함을 달랠 수 있게 하는 곳, 거리의 맛집은 ‘서울의 오아시스’다. ●압구정동 앤드루 에그타르트 위치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하나은행 골목 100m 메뉴 에그타르트 1000원, 고구마·단호박·단팥 타르트 1500원. 에그타르트는 원래 포르투갈에서 낫타라 불리며 옛날 수도원에서 불우이웃돕기 행사를 할 때 만들던 빵. 겹겹이 바삭바삭한 페스트리에 계란 생크림을 얹었다. 유명 패스트 푸드점보다 크기는 훨씬 크고 한결 고소하다. 보통 타르트는 비스킷 반죽을 쓰는데 비해 결이 풍부한 파이 반죽을 써 바삭바삭하다.3년전부터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마카오의 제빵사 앤드루가 아시아 지역에 낸 프랜차이즈점이다. 한국에는 압구정외 동부이촌, 현대백화점 목동점, 신세계 강남점도 있다. ●명동 에드워드 와플 위치 2호선 을지로입구 지하철역 롯데백화점 입구 옆 메뉴 와플과 바닐라·초콜릿·딸기·블루페어·키위·베리믹스 6가지 크림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1000원. 와플은 벨기에 음식으로 알려졌으나 한평 남짓 공간에서 하루에 1000개 이상 팔릴만큼 이곳이 유행의 진원지다. 저녁에는 일본 여성 등 외국인 관광객까지 줄을 선다. 폭발적 인기에 자극받아 석달 전 바로 앞에 다른 와플가게가 생겼지만 매출엔 전혀 지장없다고. 밀가루 믹스를 특급재료를 써서 와플이 식어도 빳빳하게 서있을 정도로 바삭바삭한 것이 인기비결이다. 아저씨네 포장마차 위치 웨스틴조선호텔과 롯데 영플라자 사이 양복점 앞 메뉴 토스트 1500원, 오뎅 500원, 메추리알 떡볶이 2000원. 메뉴는 평범하지만 소공동 인근 여직원들을 사로잡은 포장마차로 여느 노점에선 쓰지 않는 고급재료를 쓴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오뎅국물은 게와 황태 외에도 참치내장, 보리새우, 청양고추, 정종 등 16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식빵 6개 두께의 토스트는 설탕없이 버섯, 딸기잼, 치즈, 생오이, 햄, 생야채 등을 넣는다.2월까지만 파는 녹차붕어빵은 일본과 미국의 교포들이 주문할 정도다. 호두, 땅콩, 잣, 마, 찹쌀가루 등이 들어간다. 박탄야키 위치 명동 아바타 옆 영플라자 길건너 맞은편 로즈버드 옆 메뉴 박탄야키 3000원. 5년전부터 일본에서 유행한 길거리 음식으로 지난해 10월 시작했다. 다코야키 5배 크기의 원형 풀빵 안에 메추리알, 비엔나 소시지, 조개, 오징어, 양배추, 버섯 등 10가지 속재료를 넣었다. 껍질은 바삭하고 안은 말랑말랑하다. 문어가 들어간 다코야키, 해물을 넣은 몬자야키, 우리나라 부침개와 비슷한 오코노미야키의 장점만을 모았다는 것이 점원의 설명. 지름 8㎝크기로 야구공만 해 하나만 먹어도 배부르다. 박탄은 폭탄이란 뜻으로 20분안에 다 못 먹으면 터진다는 설명도 재치있다. 32파르페 위치 명동 명동의류 앞 메뉴 바닐라·초코·딸기·녹차 아이스크림 1000원, 요구르트·체리 아이스크림 1500원. 소프트 아이스크림 길이가 32㎝ 이하면 공짜다. 보통 아이스크림 두배 크기로 겹겹이 쌓인 긴 아이스크림콘이 행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32는 ‘행복한 만남’을 뜻하기 때문에 아이스크림 길이를 32㎝로 결정했단다. 빨간 옷을 입고 일하는 7명 남자직원들의 너스레도 명동 거리를 걷는 즐거움을 더한다. 가게 안에는 핫도그, 커피 등을 팔며 아이스크림을 들고 안에 들어가서 먹을 수도 있다.2년전 문을 연 32파르페가 인기를 끌자 주변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우후죽순 생겼지만 결국 다 문을 닫고 원조가 평정했다. ●강남역 파샤 케밥 위치 강남역 씨티극장 골목 입구 메뉴 치킨케밥 3000원, 쇠고기케밥 3500원, 터키 아이스크림 2500∼1만1900원. 프랑스,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요리라 자부하는 터키 케밥을 길거리에서 맛볼 수 있는 곳. 길 건너편에 있는 터키 레스토랑 파샤에서 일년전 낸 테이크 아웃점이다. 닭고기를 기둥에 켜켜이 꽂아 수직 그릴에 천천히 익힌 도네르 케밥이 일단 시선을 사로잡는다. 케밥을 주문하면 터키에서 온 요리사가 기둥에 꽂힌 닭고기를 잘라 철판에 다시 구워 빵에 싸준다. 쫀득쫀득한 터키 아이스크림과 같이 먹어도 좋다. ●이대·홍대 생과일 사탕 위치 이대역 1번출구로 나와 정문쪽으로 가다 베스킨라빈스에서 꺾어내려가 30m 메뉴 딸기·포도사탕 1000원, 사과 1500원. 일본에서 유행하던 생과일 사탕이 부산을 거쳐 서울에 상륙했다. 딸기와 포도를 꼬챙이에 꽂아 액체사탕을 입힌 것으로 과일은 익지 않아 상큼한 맛이 그대로 유지된다. 딱딱한 사탕껍데기 안에서 톡 터지는 과일의 맛과 향이 일품이다. 사탕 재료는 일본에서 수입한다.2년전부터 이화여대 시장골목에서 특히 중·고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계절에 따라 다양한 과일을 사용하고 있다. 오신마키 위치 2호선 이화여대역 1번 출구 앞 메뉴 오뎅 500원, 미니우동 1000원, 단순·오순이·버섯·김치·새우·계란마키 1000원, 날치알마키 1500원. 일식집에서 5년간 일한 신현주씨와 오세현(26)씨와 함께 창업했다. 신씨는 일본 길거리에서 잘 팔리는 마키가 우리나라엔 없는 것에 착안했다. 주문하면 즉석에서 마키를 말아주는데 밥은 7가지 양념을 넣는다. 오후 3시∼새벽 1시까지 영업한다. 지하철 막차를 타고 찾아오는 단골들을 위한 배려다. 마키 2개와 우동이 2000원. 녹차는 무한리필된다. 오신마키는 두 창업자의 성을 딴 것이지만 ‘오, 신나게 마키를 먹자!’란 뜻도 있다. 어유당 위치 홍익대 정문앞 길건너편 메뉴 깻잎·야채·소시지·김·맛살 가마보코 1000원. 가마보코는 일본에서 1000여년 전부터 잔칫상에 올랐던 전통음식. 갈아 으깬 생선살을 얇은 대나무막대기 주위에 발라 굽는다. 그 모양이 부들 이삭과 비슷해 부들 창이란 뜻의 가마보코란 이름이 붙게 됐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어유당은 부드러운 어묵맛살을 즉석에서 튀겨내 항상 따뜻한 꼬치어묵을 준다. 케첩·칠리·데리야키·겨자·고추장 등 5개 소스를 골라 발라먹을 수 있다. 곳곳에 가마보코를 만드는 맛집은 많지만 어유당의 가마보코는 양도 푸짐하고, 속살이 부들부들해 소스를 바르지 않은 맛을 좋아하는 ‘마니아’들도 많다. 하루 200∼400개가 팔린다. 미스터 빅슈 위치 홍익대 정문앞 어유당 옆 메뉴 슈크림빵 800원 일본에서 건너온 것으로 알려진 슈크림빵이 백화점 지하에서 길거리로 나오면서 값도 싸졌다.2002년 고구마 맛탕에서 슈크림빵으로 메뉴를 바꾼 뒤 홍대앞에서 근처의 와플, 가마보코 가게들과 삼각점을 형성하며 3대 군것질거리로 자리잡았다. 주먹보다 큰 빵에 호스로 슈크림을 듬뿍 넣어 주는데 먹을때 크림이 흐르지않도록 조심해야할 정도로 인심이 좋다. 거리로 나온 슈크림빵의 원조를 자부하는만큼 맛고 인심도 최고다. 글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계란으로 바위치기’ 의료소송

    ‘계란으로 바위치기’ 의료소송

    “우리나라 법치의 치명적인 사각지대를 아십니까? 바로 의료사고 피해자들에게 법과 제도가 덤터기 씌우는 부당한 판정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고통입니다. 생각해 보면 정말 이상하지 않습니까?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의료사고 말입니다.”의료사고. 병을 고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더 큰 병을 얻거나 생명을 잃는 경우를 이르는 이 말이 우리에게 ‘돌이킬 수 없는 선고’나 ‘파국’의 다른 말쯤으로 각인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렇듯 의료사고는 우리 사회에 비일비재한 일방통행식 폭력의 성향을 갖는다. 이 공공연한 폭력성은 대부분 제도권 내에서 형성된 ‘침묵의 카르텔’이 주도해 왔으며 피해자는 힘없는 ‘개인’들이었다. 그 ‘개인’들이 이제야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그들이 뭉쳐 제도권 내에서 공공연히 빚어지는 의료사고의 가해자 찾기에 나선 것.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는 의료소비자의 주권과 참의료 실현, 의료사고 예방을 위해 결성된 ‘의료소비자 시민연대(의시연)’ 출범식이 있었다. 이 단체는 지난 2001년 몇몇 의료사고 피해자와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사회 인사들이 모여 만든 ‘의료사고 시민연합’이 모태가 됐다. 이 단체 출범의 산파 역할을 한 강태언(42) 의시연 사무국장을 만났다. 그는 우리 사회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더 이상 이런 폭력이 없어야 하며, 있다면 그 진실이 한 점 의혹없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사고가 갈수록 늘고 있으나 공정한 법적 절차에 의해 피해를 구제받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정부에서도 이 사안을 쉬쉬하며 덮으려고만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가 제시하는 우리의 의료사고 현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정부와 의료계에서는 설문과 의료소송 관련 감정신청 건수, 의료분쟁 관련 민원을 종합해 연간 5000건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미국의 경우 2000년 병원 입원환자 중 최고 9만 8000명 가량이 의료 과실로 사망한 점 등을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연간 50만건, 많게는 100만건의 의료사고가 발생할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물론 통계는 없다. 의료사고는 병원과 의료인의 부적절한 치료행위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병원 내 감염, 응급의료사고, 약물에 의한 약화사고 등을 모두 포함한 개념인데, 본인이 모르는 경우도 허다해 통계 산출이 어렵고, 그나마 국가기관에서 그런 실태를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병원 감염사고만 해도 그렇다. 우리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미국에서도 연간 200만명 이상이 병원에서 감염돼 이중 10% 정도는 목숨을 잃고, 여기에 지출되는 사회적 비용도 연간 50억 달러를 넘는다. 우리나라도 응급실에서 숨지는 환자 2명 중 1명은 죽지 않아야 될 사람으로 보이는데, 이는 병원들이 수익을 내세워 응급실에 전문의 대신 인턴이나 레지던트를 집중 배치해서 생기는 오진과 응급처치 과실 등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그도 지난 95년 의료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었다.6년간의 소송 끝에 본안소송과 의료비 소송을 모두 이겼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상처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픔을 더는 되새기고 싶지 않다며 이해를 구했다. 강 국장은 현재의 법원 판결에서 드러난 문제도 지적했다.“재판부가 전문적인 의료지식이 없어 사안에 대해 외부에 감정을 의뢰하는데, 여기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모두 의사들이다. 그러다 보니 뻔한 사안, 즉 일주일이면 나올 감정의견이 1년 후에 나오기도 하고, 의사들도 대부분 진실 규명에 비협조적이다. 어차피 같은 부류인데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례는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의사조직의 폐쇄성도 의사들의 양심적인 감정을 막는 장애물이다. 게다가 판결에 절대적인 증거도 거의 병원 측이 독점하고 있어 여기에 개인이 맞선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의료분쟁 조정제도가 있지만 이 제도가 병원이나 의사들에 의해 악용된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재판 과정에서 병원측 과실이 드러날 상황이면 병원이나 의사들은 기를 쓰고 이 제도를 이용하려고 든다. 재밌는 현상이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례를 만들기보다 차라리 조정안을 받아들이는 게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89년 의료인들이 주축이 되어 제안한 의료분쟁조정법도 16년째 햇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그 법안이 또 웃긴다. 이게 무과실 보상제 등 의료인들 보호에 편중돼 의사와 병원 안전에만 포커스를 맞춰 놨는데, 그러고도 이걸 통과시키지 못해 14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 아마 이 법안이 채택됐다면 엄청난 반발이 있었을 것이다.” 그는 대책이 없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더 이상 의료분쟁의 감정을 같은 부류인 의사들에게만 맡겨서는 안된다. 당연히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감정 기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의지만 있으면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것 말고 공정성을 담보할 대책은 없다. 또 사실상 치외법권 지역인 병원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에도 흔한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의료분쟁에 있어 사실은 어떤 주장이나 논리보다 중요한 것 아닌가. 이렇게 한 뒤에 의사들이 면책논리를 내세워야 설득력이 있다.” 그는 이런 견해도 내놨다.“특히 잦은 분만 사고의 경우 태아 심박동그래프기록만 보면 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데, 우리나라는 이의 법정 제출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명백한 의료과실로, 의사가 잘못을 인정한 사안조차도 재판에서는 병원이 이긴다. 의료 사고로 미숙아가 됐는데, 재판부는 미숙아여서 생긴 문제라고 보는 식이다. 이 때문에 가슴을 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더는 우리 사회에 돈과 권력의 ‘카르텔’이 자행하는 의료사고라는 폭력은 없어야 한다는 그는 대부분의 의료사고와 분쟁이 의사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인 만큼 앞으로 이를 바로 잡는데 주력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그는 조카를 의료사고로 잃은 한 젊은 의사의 편지를 소개하며 말을 맺었다. 한사코 공개를 꺼린 그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소송을 진행해 오면서 의사협회의 제 식구 감싸기식 객관성이 결여된 답변 내용, 피고 의사의 파렴치한 거짓말, 사고 조작 등에 대한 분노가 극에 치달아…. 젊기에 분노했고, 의사였기에 의사의 잘못과 파렴치한 변명을 쉽게 알아채고 더 철저하게 따져왔지만 넘을 수 없는 산을 만난 뒤 오히려 더 쉽게, 더 크게 좌절하고….”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아들 뇌병변 장애 4년소송 패소한 송인주씨 송인주(여·40·가명)씨는 지난해 11월 자신이 제기한 의료분쟁 소송에서 패소했다. 지난 2001년 2월에 낸 아들 유섭(7·가명)의 뇌병변장애가 의료진의 과실이라며 마산 F병원(현재는 창원으로 이전)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병원측 손을 들어줬다. 송씨는 그 판결에 대해 “지금도 죽고 싶을 만큼 억울하다.”며 울먹였다. 종합병원의 수간호사로, 결혼 후 슬하에 1남1녀를 둔 송씨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유섭이를 가진 지 31주 되던 지난 99년 6월 무렵이었다. 갑자기 복통 증세를 느껴 병원을 찾은 그에게 의사 M씨는 태반 조기박리와 복막염이라며 수술을 권했고, 그는 의사의 권유를 받아들여 임신 31주 5일 만에 유섭이를 미숙아로 출산했다. 그는 “내가 간호사였지만 그 때는 의사의 진단을 믿었다.”고 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왔다. 간호사로 차트 읽기에 능숙한 그가 우연히 자신에게 태반조기박리는 없었으며, 복통도 복막염이 아닌 단순한 대장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그는 그때까지도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인큐베이터에 있던 유섭이에게 산소부족으로 보이는 청색증이 나타났다. 송씨는 “뒤늦게 인큐베이터 산소공급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안 병원측이 무려 2시간 반 만에야 인공호흡을 시켰다.”며 “산소가 2∼3분만 공급되지 않으면 뇌사상태에 빠지는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먼저 태어난 두 아이는 건강하며, 유섭이의 병증을 의심할 만한 어떤 가족력도 없었다. 유섭이는 조기출산한 미숙아였지만 의사들도 걱정하지 말라고 할 만큼 건강이 좋아 출산 직후 신생아의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아프가(APGAR)지수가 정상 범주인 7이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유섭이는 병원에서 정상적으로 퇴원했으나,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여긴 송씨에 의해 이듬해인 2000년 뇌병변장애 판정을 받았다. 송씨는 “지금도 그 때의 청색증과, 청색증 원인인 인큐베이터의 산소공급 중단이 문제라고 믿고 있다.”며 “이런 확신으로 소송을 냈다.”고 말했다. 그 후,4년여를 끌어온 소송에서 패한 뒤 그는 항소를 포기했다. “그 판결 이후 이 나라에서 산다는 게 한없이 고통스럽고 억울하다.”고 털어놨다. 송씨는 “법원은 마땅히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하며, 법원의 양심은 과학적으로 설명되는 것이어야 한다.”며 “비록 나는 자식을 억울하게 잃은 셈이 됐지만 나같은 억울한 사람이 해마다 수십만명씩 새로 생기는 나라, 그래서 국민들이 의료인과 법조인의 양심을 믿지 못하고, 정부의 존재를 비웃는 나라는 아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잊고 싶으며, 유섭이 같은 아이들이 최소한의 재활훈련과 교육을 받고,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국력에 걸맞은 사회복지 시스템을 갖춰주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얘기하는 동안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패스트푸드형’ 백반집 무교동길 ‘서울 스낵’

    ‘패스트푸드형’ 백반집 무교동길 ‘서울 스낵’

    업무의 효율성이 때로는 마케팅에 유리한 부산물을 가져오기도 한다. 한 대중음식점이 음식을 쉽게 만들려고 고안한 방법이 재빠르게 점심식사를 해치우려는 직장인들의 기호에 통했다. 주문과 동시에 음식이 나오는 서울 무교동길 서울스낵은 ‘패스트푸드형’ 백반집으로 유명한 가게다. ●50여평 가게, 하루 매출 100만~150만원 국가인권위원회가 들어선 중구 을지로1가 금세기빌딩 지하 1층에는 직장인들이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소박한 음식점이 여럿 있다. 하지만 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 십수년째 자리를 고수해온 가게는 서울스낵이 유일하다. 7평짜리 작은 공간에서 출발했지만 현재 56평으로 규모가 늘어났다.4만∼5만원에 불과하던 하루 매출액도 100만∼150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미용 분야에서 일하다 20대 중반의 앳된 나이에 창업한 주인 박현숙(41·여)씨도 어느덧 불혹을 넘겼다. “한 자리에서 머리를 만지는 것보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서 음식점을 시작했죠. 마침 지인의 소개로 이곳에 둥지를 틀었는데 해를 거듭할 수록 손님도 불었어요. 음식은 같이 일했던 아주머니들께 배웠으며 또 많이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솜씨가 좋아졌습니다.” ●손님 많아 지쳐 문 닫으려고도… 이 가게는 유명 한정식점처럼 깊은 맛을 우려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시골 주막에서 맛볼 수 있는 일반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마늘을 많이 넣으며 인공 조미료를 적게 사용하는 것이 한결같은 맛의 비결이라고 한다. 손님이 많이 몰리자 초반에는 무척 당황했다. 90년대 초반에도 하루 매출액이 30만원을 웃돌 만큼 성황이었는데 점심 시간이면 너무 힘들어서 오히려 도망치고 싶었단다. “역설적이지만 너무 지쳐서 문을 닫으려고 했어요. 이제는 이력이 붙었지만 병원 신세도 여러차례 졌어요. 함께 일하는 아주머니 가운데는 반나절 만에 도망간 사람도 있을 정도예요.” 라면만 팔아도 가게를 그만두지 말라는 지인의 조언에 따라 아직까지 운영하고 있다.IMF의 여파로 90년대 후반쯤에는 지하 음식점들이 많이 빠져나갔으나 박씨는 당시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정가보다 500~1000원 싼 ‘오늘의 메뉴’가 효자 “일하는 사람의 편의를 고려해서 여러 가게를 찾아다니며 쉬운 ‘방식’을 마련했어요. 하루에 2가지 메뉴만 내놓은 ‘오늘의 메뉴’가 바로 그것이죠. 음식의 종류가 적으면 아무래도 손이 적게 필요하잖아요.” 그러나 다른 메뉴도 내놓으라는 손님들의 요구가 빗발쳐 요즘은 오늘의 메뉴와 다른 메뉴를 병행해서 파는 방식을 구사했다.20여개의 식단 가운데 선택된 오늘의 메뉴는 정가보다 500∼1000원가량 저렴하다. 직원식당을 빼면 도심에서 3000원에 파는 점심식사는 흔치 않다. 아침이면 해장국으로 각광받는 콩나물 국밥을 계란 프라이와 함께 2000원에 내놓는다. “장사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사람관리예요. 저는 좋은 아주머니들을 많이 만났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야 장사도 잘된다는 평범한 진리가 통하는 것 같아요. 사실 몇 년전에는 횟집을 3번이나 여는 외도를 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그 가게들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모두 문을 닫았어요. 서울스낵이 천직인가봐요.” ●단무지만 넣고 김밥 말기도 영업시간은 오전 6시30분∼오후 9시이며 이 가운데 오전 8∼10시, 오전 11시30분∼오후 2시, 오후 7∼9시 등 식사시간대가 바쁘다. 배달과 가게에서 파는 비율이 2대 8 정도이며 하루 300명 정도의 손님이 이 곳을 찾는다.2000년쯤에는 하루 1000명까지 몰리기도 했다. “점심시간에는 너무 바쁘다 보니 손님들에게 메뉴를 되묻는 경우가 다반사예요.9번까지 되묻는 경우도 있었죠. 깜빡해서 단무지만 넣은 채 김밥을 만 적도 있으며 김밥에 물 대신 커피를 묻힌 적도 있어요.” 오랫동안 밥집을 운영하다 보니 손님들의 특성도 자연스럽게 익혀진다. 남자들이 비교적 메뉴를 단순하게 정하며 여자들은 여러가지를 골고루 시키는 경향이 있다. 추운 날씨에는 찌개류, 기온이 오르면 오징어덮밥, 제육덮밥 등 밥류가 많이 팔린다. “요즘에는 창업하는데 조언해 달라는 사람도 있어요. 저는 처음에 사람 구하는 법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말이죠.” 글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中 반일 폭력시위 확산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하고 일본 상품 불매를 촉구하는 대규모 반일시위가 9일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에 이어 10일에도 광저우(廣州)와 선전 등에서 수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는 등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상하이에선 일본인 학생들이 폭행당하는 사건도 발생하는 등 시위 양상도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다. 이번 반일시위는 지난 2일 청두(成都)와 선전에서 처음 시작됐다. ●반일·불매 운동에서 일본인 학생들 폭행까지 9일 아침 베이징의 첨단 기술단지 하이뎬취(海淀區) 중관춘(中關村) 거리에 1만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일본과 단교를’ ‘역사왜곡 반성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가했으며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결사반대”,“제국주의 일본상품 사지 말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오후 1시쯤 일부가 경찰 통제선을 뚫고 시내 중심가로 향했으며 흥분한 시위대는 베이징 시내 자오양취(朝陽區)에 있는 일본 대사관 및 대사관저에 돌과 병을 던져 유리창을 깨뜨렸고 인근 일본음식점의 유리창도 깼다. 일제 차량을 뒤집기도 했다. 경찰관 30여명이 지켜봤지만 시위대를 적극 제지하진 않았다. 10일 광저우에서도 3000여명의 시위대가 일본 총영사관 앞으로 몰려가 일장기와 일본 상품 화형식을 가졌다. 이들은 총영사관으로 가는 도중 일본식당을 향해 계란을 던지고 간판을 부수기도 했다. 일부는 일제 차량을 전복하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날 광저우와 선전에서 모두 2만여명이 시위에 참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9일 상하이의 한 식당에서 일본인 학생 2명의 테이블로 중국인들이 다가와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물은 뒤 “일본인”이라고 하자 맥주잔과 재떨이로 폭행했다고 일본 외무성 한 관리가 10일 밝혔다. 그는 “학생들은 머리를 다쳤으며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고 말했지만 그들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日 “피해배상하라” 中 “우리 잘못 없다” 마치무라 노부타카 일본 외상은 10일 왕이 주일 중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중국의 ‘과격한’ 반일 시위에 항의하고 사과·피해배상·재발 방지·중국 체류 일본인과 기업들의 안전확보 등을 요구했다. 마치무라 외상은 중국 시위대가 일본대사관의 유리창을 깬 사건 등을 거론하며 “일련의 파괴 활동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거듭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왕이 대사는 “과격한 행동에 대해서 중국 정부도 묵인하지 않는다.” 며 경비 철저와 안전확보를 약속했다. 앞서 아나미 고레시게 주중 일본대사도 9일 중국 외교부를 방문, 일본대사관과 대사관저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중국은 10일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의 웹사이트 성명을 통해 “우리는 현재의 중·일 상황(악화)에 대해 중국측에는 책임이 없음을 지적해야만 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성명에서 “일본은 중국을 침략한 역사 등 중국 인민의 감정과 관련된 주요 이슈들을 진실하고 적절히 다뤄야 하며 상호 신뢰 구축을 위해 더 노력해야한다.”고 비판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일본 내에서도 야당과 언론 등이 고이즈미 총리의 외교력 부재와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을 비판했다. oilman@seoul.co.kr
  • [MD의 훈수] 인터넷 반찬가게

    [MD의 훈수] 인터넷 반찬가게

    식욕이 까다로워지는 계절, 봄철이 왔다. 재료를 사서 일일이 음식을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다양한 반찬을 손쉽게 고를 수 있는 ‘인터넷 반찬 가게’가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4일 기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옥션(auction.co.kr)에 올라 있는 반찬 관련 경매 건수는 약 100여건. 지난 한달 동안 하루 평균 약 400여건의 반찬이 거래됐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활동하고 있는 반찬 전문 브랜드는 반찬사랑·찬만나·반찬천국·만나반찬 등 수십여개, 판매되는 음식의 종류도 수천여가지에 이른다. 포기김치·오이소박이 같은 김치류는 물론 나물·부침개·조림·볶음·젓갈 등 밑반찬류, 물을 붓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국과 찌개류, 불고기·황태구이·양념곰장어 같은 각종 요리 등 다양한 음식을 갖췄다. 가격은 김치나 조림, 볶음, 젓갈 등 밑반찬류는 200∼400g 10여가지 한 세트가 1만 9000원,8종 세트는 9000원∼1만원에 거래되고 있다.5가지 종류의 국·찌개 세트는 9000원 정도에 살 수 있다. ●구입자 평가 글·재료 내역등 체크 인터넷에서 반찬을 살 때는 구입한 사람들의 평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사진에 현혹되지 말고 재료나 조미료 사용 유무 등에 대한 설명과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또한 처음부터 많은 양의 상품을 구매하기보다는 서너 가지의 반찬만 사서 맛을 본 뒤, 입맛에 맞는 판매자의 다른 반찬들을 시도하는게 좋다. 인터넷에서 파는 반찬들은 대부분 방부제를 넣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집에서 식사를 잘 안하는 소비자는 오래 보관해도 되는 절임, 젓갈, 조림류를 사는 것이 적당하고 나물이나 국·불고기 등은 당일이나 하루 전에 주문해야 한다. ●금요일 저녁 주문하면 배달 3~4일 걸려 주문한 음식은 보통 주문 다음날이나 2∼3일 안에 받을 수 있으며, 대부분 진공포장 되거나 전용 패키지에 밀봉돼 아이스팩과 함께 아이스박스에 담겨 배달된다. 금요일 오후나 저녁에 주문하면 실제 배송은 그 다음주 월요일 오후나 화요일에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말에는 주문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배송기간이 길어지면 맛이 변질되기 쉽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는 반찬 가운데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볶음 고추장’이다. 따로 조리하지 않아도 되는데다 보관도 쉽기 때문에 주문이 꾸준히 들어온다.2위는 ‘계란말이’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반찬이지만 의외로 만들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다. 세트 메뉴 중 베스트셀러는 ‘반찬천국 11종 세트’(1만 9800원). 오징어 진미포·건새우 고추장 볶음·뱅어포 양념구이 등 마른 반찬류와 메추리알장조림·미트볼조림·감자조림 등의 조림류 등 140가지의 다양한 반찬 중 11가지를 골라 주문하면 바로 다음날 택배로 배송해 준다.‘찬만나 11종 반찬 세트’(1만 9500원)도 총각김치·오이소박이·새송이버섯전·떡갈비 등 110여종의 반찬 중 11가지를 골라 주문하면 원하는 날짜에 맞춰 배송해 준다. 반찬의 양은 평균 100∼400g. ●독신자 맞춤 메뉴·아동 간식 샐러드 눈길 혼자 사는 독신자들을 위한 맞춤 메뉴도 나와 있다.‘반찬사랑 독신자 세트’(1가지 1000원)는 메추리알조림·계란말이·잡채어묵말이 등 독신자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반찬 80여가지를 선정했다. 국이나 찌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반찬천국 즉석국 5종 세트’(9800원)를 많이 찾는다. 조개미역국·북어국·오징어국 등 대중적인 국 종류 17가지와 된장찌개·청국장찌개·김치찌개 등 6가지 종류의 찌개거리 중 5가지를 선택해 주문하면 된다. 국은 급랭시켜 팩 형태로 배송되므로 바로 데워서 먹으면 되고, 찌갯거리는 재료와 양념이 모두 돼 있는 상태로 물만 붓고 끓이면 된다. 술안주로는 ‘고추장 불고기’와 ‘양념 황태구이’,‘양념 꼼장어’의 인기가 좋다.‘소문난맛집 고추장불고기’(5000원,500g)는 암퇘지 앞다리살에 아카시아 꿀과 매콤한 양념 소스를 넣어 만든 것으로 저렴하면서도 감칠맛이 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찬천국 양념 황태구이’(5마리 7600원)는 25∼30㎝ 크기의 러시아산 황태에 갖은 양념을 넣어 만든 것으로, 실온에서 해동시켰다가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 먹으면 된다.‘해물나라 양념 곰장어(1㎏ 1만 4000원)’는 고추장 등으로 양념을 한 곰장어에 양파·대파·당근 등 각종 야채를 넣어 배송해 주므로 바로 개봉해 프라이팬에 구워먹으면 된다. 아이들의 영양 간식으로 ‘MDS 건강웰빙 샐러드’(1㎏ 6500원)도 있다. 고구마 샐러드, 콘 샐러드, 단호박 샐러드 등 6가지의 샐러드 중에서 한 가지를 골라 주문할 수 있다. 옥션 이지훈
  • [뒷골목 맛세상] 흑석동 연못시장

    [뒷골목 맛세상] 흑석동 연못시장

    ●20여년전 미당 선생의 추억 아련 1980년대 5월 무렵이었다. 소위 ‘80년의 봄’으로 불리던 그때 나는 복학생 신분이 되어 뒤늦은 나이에 마지막 남은 학기를 채우려고 흑석동에 있는 중앙대학교를 다니던 중이었다. 오후를 갓 넘긴 시각에 대학교 정문에서 시인인 미당(未堂) 서정주 선생을 우연히 조우하게 되었다. 나는 학교에서 내려오고 선생은 이제 막 학교로 올라가면서 서로 엇갈리는 식이었다. 미당 선생은 내가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어어, 하고 그 자리에서 멈추어 서더니 가방을 들지 않은 한 손으로 덥석 내 손을 잡았다. “자네, 잘 만났네.” 내가 무슨 일인가 싶어 작은 눈을 크게 뜨자 미당 선생이 말을 이었다. “자네, 지금 바쁜가?” “아니,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그러면 잘 됐네. 자네 여기서 오분만 기다려 줄 수 있겠나?” “예, 그러지요.” “딱 오분일세. 내 얼른 학교에 올라가서 휴강하고 옴세.” 미당 선생은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돌려 뛰다시피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갔다. 나는 도대체 선생에게 무슨 황급한 일이라도 생긴 것이랴 싶어 얼마간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선생은 10분이 채 못 되어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아직도 헐떡이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나에게 물었다. “자네, 여기 연못시장에 대해 잘 안다면서?” “예, 알기야 압니다만….” 무슨 뜬금없는 연못시장인가 싶어 내가 말꼬리를 흐리자, 미당 선생은 다시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잘 됐네, 자, 연못시장에 가보세.” “아니, 이런 벌건 대낮에요?” 미당 선생은 얼굴 전체에 주름이 지도록 특유의 너털웃음을 활짝 터뜨렸다. “와하핫, 이 사람아, 자네하고 나 사이에 술 마시며 노는 자리에서 어디 낮밤을 따진 적이 있었던가?” 하기는, 얼마든지 맞는 말이었다. 미당 선생은 일찍이 내가 1960년대 미아리에 있던 서라벌예술대학에 다닐 무렵부터 시를 배운 스승이기도 하였는데, 돌이켜 보면, 바로 1학년에 갓 입학한 신입생 때부터 우연찮게 선생과 술자리를 어울리기 시작하여 2학년이 되어 군에 입대할 때까지 거의 일주일에 한번 꼴로 술자리를 함께 했던 터였다. 주로 길음시장 안에 있는 소위 니나노집이라고 부르는 막걸리집을 드나들었는데,30,40대의 나이든 여인들이 젓가락 장단에 맞추어 흘러간 유행가도 불러주고, 입에 안주도 넣어주는 집이었다. 그런 집에서 어쩌다 내가 술집여자의 가슴에 손이라도 넣거나 아니면 입이라도 맞추고 있노라면 미당 선생은 대번에 쯧쯧, 혀를 찼다. “어허, 쯧쯧, 스승도는 되는데 제자도가 안되구먼 그랴.” 미당 선생은 고작해야 옆에 앉은 술집여자의 손이나 조물거리고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혀를 차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나를 귀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미당 선생과 나 사이에 이따금 이시영 시인이 합석을 하고는 했는데, 이시영보다는 일찍부터 되바라진 장돌뱅이 악동 출신으로 니나노집 문화에 호가 난 나를 선생은 더 귀여워해주었다. “자네를 보면 말이야, 꼭 젊은 시절의 나를 보는 것 같거든.” 미당 선생은 어쩌면 나의 되바라진 장돌뱅이 악동 모습에서 선생의 대표시이기도 한 ‘자화상’의 한 구절을 돌이키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스물세햇동안 나를 키운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하드라/어떤이는 내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가고/어떤이는 내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찰란히 티워오는 어느아침에도/이마우에 언친 시(詩)의 이슬에는/방울의 피가 언제나 서꺼있어/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느러트린/병든 숫개마냥 헐덕어리며 나는 왔다.’ 선생은 내가 위악적으로 놀면 놀수록 그런 내 모습에서 젊어서 힘든 시절의 선생의 시의 이마를 적셔내리는 몇 방울의 피를 바라보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각설하고, 중대부속고등학교 교정에서 새어나오는 라일락 향기가 나른한 봄날 오후의 흑석동 길을 걸어, 이제는 일흔에 가까운 나이가 된 선생과 서른을 훌쩍 넘긴 제자가 다시 한번 위악적인 악동이 되기 위하여 연못시장을 찾았다. 연못시장이란 흑석동 시장과 배수장 사이에 있는 술집거리를 일컫는 말이었는데, 길음시장 안의 니나노집과는 달리 비교적 젊은 여자들이 술도 팔고 노래도 하는 곳이었다. ●외로움과 눈부심을 알게 했던 연못시장 연못시장은 시쳇말로 집창촌처럼 드러내놓고 몸을 파는 식은 아니었지만, 술집 아가씨들과 서로 눈만 잘 마주치면 얼마든지 하룻밤의 연애도 가능한 곳이었다. 대학시절의 한때 나는 퇴폐주의나 탐미주의에 깊이 빠져 아예 그런 연못시장 안에 있는 개선여인숙의 3층에 월세로 방을 빌려 산 적이 있어서, 술집 아가씨들과는 손님의 관계를 떠나서 옆집 오빠처럼 누구와도 친한 사이이기도 했었다. 연못시장 안의 목포집이라는 곳에서 옆에 아가씨들을 끼고 앉자, 미당 선생은 단숨에 술 한 잔을 넘기고 나서 지그시 눈을 감더니 참으로 행복한 표정이 되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내 남은 생애를 불쌍히 여기셔서 오늘 자네를 나한테 보내주셨네.” 미당 선생의 한 마디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가슴 한 곳이 찌르르, 아파왔다. 모르기는 해도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나이가 들면 찾아온다는 저 깊은 외로움과 눈부심을 함께 보았을 것이었다. 미당 선생은 그렇듯 외로움과 눈부심이 함께 깃든 표정으로 나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자 드세나. 더군다나 지금은 봄이 아닌가, 꽃이 피면 벙어리도 우는 봄이란 말일세.” 내가 ‘꽃이 피면 벙어리도 우는 봄’이란 말에 감탄을 하자, 미당 선생은 와하핫,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사연이 있거든. 동리 있잖은가, 왜, 자네 소설 스승 동리말이야. 그 동리가 아직 소설가가 되기 전에는 원래 시를 썼었거든. 시인이 되겠다고 말일세. 그런 어느 날 동리가 나를 찾아와서 시를 썼다면서 외우지 않겠나. 그래서 들어보니 과연 좋더라고. 벙어리도 꽃이 피면 운다니 얼마나 좋나. 암, 꽃이 피면 벙어리도 마땅히 울어야지, 내가 탄복을 해서 몇 번이고 그 구절을 암송하자, 자세히 듣던 동리가 손을 휘휘 내젓는 걸세. 그게 아이라, 그게 아이라, 벙어리도 꽃이 피면이 아이라 꼬집히면 인기라. 벙어리도 꼬집히면 운다, 알고 보니 꽃이 피면이 아니라 꼬집히면이었던 게야. 그래서 동리에게 내 당장에 시를 집어 치우라고 호통을 쳤지. 동리가 마침내 유명한 소설가가 된 데는 내 덕도 있을 걸세.” ●시장대신 푸짐한 먹자골목이 김동리 선생의 ‘꼬집히면’을 흉보던 그때부터 다시 훌쩍 스물 몇 해가 흘러가버린 지금 미당 선생은 물론 김동리 선생마저 세상을 달리 하여 먼 곳으로 떠났고, 연못시장 또한 술집거리의 기능이 아예 폐쇄된 채 빈민가가 되어 재개발을 기다리는 운명이 되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다시 찾은 연못시장 어디에도 이제는 저녁마다 화려한 한복을 떨쳐입고서 목청껏 흘러간 유행가를 불러대던 꽃다운 아가씨들은 자취도 없고, 죽음 같은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나는 바로 그런 적막 속에서 얼핏 미당 선생의 쯧쯧, 혀를 차는 소리를 들었다. “이 사람아, 쯧쯧, 더 이상 뭘 찾겠다고 아직도 연못시장을 헤매나?” 연못시장은 사라졌지만, 대신에 연못시장 주변으로는 서민들의 땀내가 물씬 풍겨나는 맛집들이 먹자골목을 이루며 처마를 맞대고 이어져 흑석동시장까지 뻗어 있다. 생고기집, 돼지갈비집, 횟집, 풍천장어집, 떡볶이집, 라면집, 치킨집, 모둠전집, 순대집…. 엉터리생고기(02-814-3376)는 동작대로의 흑석동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흑석동 시장으로 가는 골목 안에 있는 생고기전문집이다. 엉터리생고기는 정육점과 식당을 겸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삼십대 초반의 잘생긴 젊은이가 주인이다. 중고등학교 때 날렸던 씨름선수 출신인 하윤철씨는 역시 씨름선수 출신인 친구 박영준씨와 함께 사이좋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고기의 질이며 양은 대한민국의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런 자부심은 일찍이 독산동 도매시장에서 83호점을 운영하던 하윤철씨의 어머니 김정순씨로부터 이어받은 것이기도 하다. ●고기맛 보려면 족히 1시간은 기다려야 엉터리생고기는 저녁 무렵에는 손님이 너무 많아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일도 예사인데, 그렇듯 손님이 몰리는 데는 무엇보다도 푸짐하면서도 싱싱한 생고기에 이유가 있다. 돼지고기의 경우에는 암퇘지만을 사용하는데, 그이는 고기의 깊은 맛을 알려면 반드시 얼리지 않은 생고기를 먹을 것을 강변한다. 뭔가 고기에 양념을 하거나 와인 따위로 숙성을 하는 식은 고기 자체에 하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엉터리생고기는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소고기 또한 특수 부위가 전문이다. 돼지고기의 경우 생항정살, 생갈매기살, 생오겹살, 생삼겹살, 생목삼겹살, 돼지등심의 끝부분에서만 나오는 가브리살 등이 1인분 300g에 7000원인데 세 명이서 2인분만 시켜도 충분할 만큼 양이 풍성하다. 돼지 한 마리라는 돼지고기 모둠에는 위에 나오는 여러 부위가 다 들어 있는데,1㎏에 2만원으로 4,5인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소고기의 경우 갈비에서 뼈를 추려낸 갈비본살이 1인분 300g에 1만 3000원, 안창살, 토시살, 차돌박이, 등심, 육회 등이 1만 5000원에다가 보리소 한 마리라는 소고기 모둠에는 역시 여러 부위를 모아서 1㎏에 4만원인데, 이 또한 4,5인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생고기를 불판에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낸 다음 참기름에 적셔 파무침을 얹어 마늘을 더해 상추며 깻잎에 싸먹는데, 생고기의 고소함과 부드러움이 그야말로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나는 느낌이다. 불판의 중심에 올려놓게 되어 있는 된장찌개는 손님이 원하는 한 얼마든지 무료로 리필이 가능하다. 동작대로에서 흑석동 중앙대학교 병원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부산오뎅(02-821-1159)이라는 작은 규모의 일본식 선술집이 있다. 중년답지 않게 앳되어 보이는 오경자씨가 주인인데, 언젠가 일본에 갔다가 불과 서너 명이 들어서면 꽉 찰 것 같은 선술집의 작고 아담한 규모에 매력을 느껴 마침내 일본식 선술집을 차린 것으로, 밀창문을 들어서는 순간, 아아, 여기에 미당 선생이 함께 있다면 하는 뜻밖의 아쉬움이 들었던 곳이다. 미당 선생이라면 분명히 신명이 나서 나에게 일본술을 마시는 여러 가지 복고조의 방법들을 일러주었을 터이다. “이 히레소주란 건 말씀이야, 일본말로는 히레사케라고 하지. 소주를 한소끔 가볍게 끓여내어 복어 지느러미를 넣고 이번에는 라이터로 불을 붙여 잠깐 알코올의 나쁜 기운을 걷어내는데 말씀이야, 정종대폿잔에 가득 부어 훌훌 마시면, 아랫배에서부터 차츰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간다 이 말씀이야. 추운 겨울에는 언몸을 녹이는 데 최고거든. 어디 몸뿐이겠는가? 허방이라도 짚듯 자꾸 마음이 허전한 이들한테도 최고지.” 부산오뎅이 더 반가운 것은 히레소주가 정종대폿잔으로 한 잔에 2500원이라는 사실이다. 강남이나 명동 같은 여느 번화가 거리의 오뎅집이 똑같은 잔에 8000원인 데 비하면, 이게 무슨 횡재냐 싶게 거의 공짜 같은 기분이 된다. 게다가 탁자에서 모락모락 김을 내고 있는 유부, 맛살, 곤약 등 10가지 오뎅들은 한 꼬치에 1000원이어서 히레소주나 히레정종의 안주 삼아 하염없이 먹어도 값이 몇 천원밖에 되지 않는다. 술 종류는 이밖에도 정종대포, 냉정종 등의 일본술 외에도 소주나 청하, 천국, 백세주며 맥주 같은 우리 술도 다양하게 있다. 안주 또한 오뎅 이외에도 오징어데침, 고등어구이, 열빙어구이, 계란찜, 번데기, 은행구이 등이 있는데, 각각 7000원이다. ■ 15일자부터…새 연재 ‘서울이야기’ 지난해 9월부터 연재돼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송기원의 뒷골목 맛세상이 8일자로 막을 내립니다. 맛깔스러운 음식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구수하게 풀어낸 송기원 선생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15일자부터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진이 전하는 ‘서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서울 이야기는 서울의 숲과 강, 애완동물과 이웃, 시민에게 다가가는 화장실 문화 등 서울에 관한 다양한 토픽을 소개합니다. 애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불황에 고기도 덜 먹었다?

    경기침체로 지난해 쇠고기 소비량이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닭고기 소비도 큰 폭으로 줄면서 전체 육류 소비량이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3일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1인당 축산물 소비량 분석 결과, 쇠고기는 6.8㎏으로 전년 8.1㎏보다 16.0% 감소해 1995년(6.7㎏) 이후 가장 적었다.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98년 7.4㎏,99년 8.4㎏,2000년 8.5㎏,2001년 8.1㎏,2002년 8.5㎏ 등 대체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 왔다. 지난해 1인당 전체 육류 소비량은 31.3㎏으로 전년(33.3㎏)보다 6.0% 줄어 99년(30.6㎏) 이후 가장 적었다.1인당 육류 소비량은 2000년 32.0㎏,2001년 32.3㎏,2002년 33.5㎏ 등으로 계속 늘어나다 2003년부터 감소했다. 닭고기 소비량도 조류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6.6㎏에 그쳐 전년의 7.9㎏보다 16.5% 감소했다. 반면 큰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던 돼지고기 소비량은 17.9㎏으로 전년의 17.3㎏에 비해 3.5% 증가했다. 계란과 우유 소비량은 각각 193개와 63.7㎏으로 전년 191개,62.4㎏에 비해 1.0%와 2.1% 늘었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서민들이 지난해 경기침체로 육류 구매를 자제한 가운데 특히 값이 비싼 쇠고기 소비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고 “경기침체 외에 광우병과 조류 인플루엔자, 육식보다 채식을 선호하는 ‘웰빙’ 분위기도 육류 소비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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