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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제역·AI 물가폭탄 터졌다

    구제역·AI 물가폭탄 터졌다

    돼지고기와 계란값이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몰고 온 ’물가 폭탄‘이다. 분유 재고량은 적정량의 20%에 불과해 우유 가격 급등이 우려된다. 우유와 계란을 원료로 사용하는 제빵, 유가공제품 등의 가격이 급등하는 2차 물가 파동은 시간 문제로 꼽힌다. 10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전국 12개 시·도의 대형마트·시장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가격을 지난 9일 긴급 조사한 결과 계란 가격(중품 10알)은 2063원이었다. 시장 가격 조사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최고가를 경신한 것이다. 돼지고기 삼겹살은 500g에 1만 1323원으로 지난 7일(1만 1773원)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후 1만 1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삼겹살과 계란은 평년 가격(3년 평균 가격) 대비 각각 56.8%, 37% 급등했다. 닭고기 가격은 kg에 6040원으로 지난해 7월 월드컵 특수로 6300원대를 기록한 이후 7개월 만에 6000원대로 복원됐다. 우유는 1ℓ에 2033원으로 평년 가격 1897원보다 7.2% 상승에 그쳤지만 구제역으로 젖소의 7.9%(3만 4000마리)가 감소한 상태여서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공사 관계자는 “돼지고기와 우유 가격상승은 구제역으로 인한 돼지와 젖소의 살처분으로, 닭고기와 계란 가격 상승은 구제역에 따른 대체수요와 AI로 인한 공급 감소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까지 매몰처분된 소는 15만 421마리, 돼지 309만 812마리, 닭 267만 5519마리, 오리 265만 4267마리 등이다. 삼겹살과 계란값 급등은 족발, 탕수육, 치킨 등 음식뿐 아니라 빵, 과자, 요구르트, 등 가공식품의 소비자가격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탈지분유 재고량은 적정 재고물량의 20%수준인 1000여t에 불과해 1㎏당 가격이 지난해 말 7000원으로 전년(5409원)보다 29.4%나 상승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이날 저율관세(20%)로 들여오는 유제품인 탈지분유와 버터를 각각 1034t 및 420t 조기 수입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아울러 탈지·전지분유 9000t을 할당관세(0%)로 들여오기로 했다. 하지만 수급과 관계없이 유제품 가공업체들이 원료 가격 상승에 편승해 오히려 가격 상승 폭을 크게 하는 사례가 많아 정부 대책이 얼마나 먹힐지 미지수다. 정부 관계자는 “구제역·AI와 관련된 축산품들이 대부분 식품산업의 원료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이들 품목의 가격 추이와 가공식품업체의 편법 가격 인상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황비웅기자 kdlrudwn@seoul.co.kr
  • [세대공감] 추억의 졸업식 속으로…

    [세대공감] 추억의 졸업식 속으로…

    “3년간 가슴앓이를 했던 걔한테 고백을 해야 하는데…” 하지만 끝내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교문을 나섰다. 18살 소년의 안타까운 졸업식은 그렇게 끝났다. 마치 깊은 바다에 소중한 반지를 빠트린 기분이었다. 좋아했던 그녀를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 같아 마음이 더욱 쓰라렸다. 그 소년, 지금은 50대 중년이 됐다. 졸업 시즌이다.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는 아쉬움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은 어느 세대나 다르지 않다. 또 졸업식 하면 누구나 추억 한 조각씩은 갖고 있다. 애틋한 사랑 얘기도 있고 슬픈 추억도 많다. 졸업식 뒷풀이 때 술 마시며 어른 흉내를 냈던 추억은 애잔하기까지 하다. 최근에는 ‘알몸 졸업식’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부상했다. 졸업 시즌을 맞아 세대별로 졸업에 얽힌 추억 앨범을 펼쳐본다. ●눈물의 추억-안녕, 첫사랑…빼앗긴 우수상 서울 성북동 송근석(52·자영업)씨는 40여년 전, 초등학교 졸업식을 잊지 못한다. 첫사랑 때문이다. 송씨는 한 여학생을 좋아했다.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덕분에 반에서 1등까지 해 봤다. 하지만 그녀 앞에만 서면 부끄러워 말조차 붙이지 못했다. 졸업식 날. 그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 그 여학생에게 말을 걸었다. “잘 지내라.”는 단 한마디였다. 송씨의 수줍은 인사에 그 여학생도 “너도 잘지내.”라며 화답했다. 그 한마디에 송씨는 날아갈 듯 기뻤다. 하지만 그는 고등학교 진학 후 뜻밖의 비보를 듣게 됐다. 첫사랑이었던 그 여학생이 남자 친구와 헤어진 아픔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었다. 송씨는 “당시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면서 “그녀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게 한 그녀의 남자 친구가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다.”고 회고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초등학교 졸업식 날을 더더욱 잊지 못한다. 좋아했던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가슴 한편에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어서다. 제주에서 요식업을 하는 강정희(54·여)씨는 졸업식을 생각하면 금세 눈시울이 젖어든다. 초등학교 졸업식 날, 전교 회장이었던 강씨는 연단에 올라 졸업사를 낭독하다 눈물을 쏟아 냈다. “가족같이 지낸 선생님, 친구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그만….” 눈물을 닦으며 간신히 졸업사를 마친 강씨에게 박수 세례가 쏟아졌지만 기쁨보다 슬픔이 더했다. 고등학교 졸업식 때도 그의 눈물은 계속됐다. 반에서 항상 3등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던 강씨는 졸업식 날 시상하는 학력 우수상을 자신이 받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런데 그 학력 우수상을 얼마 전 전학 온 친구한테 내주고 말았다. 졸업식이 끝나고 그는 분한 마음에 엉엉 울고 말았다. 친구들과 모여서 “선생님이 상을 편파적으로 줬다.”며 흉을 보기도 했다. 강씨는 졸업식 후 이틀 동안 선생님을 찾아가 따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그까짓 상을 못 받았다고 내 인생이 어떻게 되겠는가.’ 하고 생각하며 잊으려고 애썼단다. 강씨는 그때를 생각하면서 “고등학교 때부터 나름대로 인생을 논했던 것인가.”라며 멋쩍게 웃었다.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자란 이미자(48·주부)씨에게 졸업식은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다가온다. 초등학교에 함께 입학한 친구가 190명이었는데 졸업할 때는 130명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3, 4학년 때 학교를 중퇴했다. 한글만 깨우치면 농사짓고 소를 키우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게 중퇴의 변이었다. 그런데 그는 친구들의 이러한 사정을 나이가 들어서야 알게 됐다. 철없던 그 시절, 친구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된 이유를 몰랐던 이씨는 친구들을 이상한 눈으로 봐라봤다. 가끔 밥을 먹지 않는 친구가 있으면 왜 밥을 안 먹느냐고 놀렸다. 특히 졸업식 날엔 상장과 선물로 받은 벼루, 먹을 들고 학교를 그만둔 친구들 앞에 가서 눈치 없이 자랑까지 했다. 이후 그는 동문회 모임 때마다 졸업을 못 한 친구들을 수소문해 초대하곤 했다. 그러나 중퇴한 친구들은 처음에 한두번 나오다가 그다음에는 나오지 않았다. 이씨는 “어색하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어린 시절 졸업식 날 잘난 척했던 제 모습이 성인이 되어서도 잘난 척하는 걸로 보일 수 있었을 테니까.”라며 안타까워했다. ●쓸쓸한 식장-맞벌이 부모님 모시기 힘들어 경기도 부천에 사는 대학생 김경은(22·여)씨에게도 졸업식은 아픈 기억이다. 부모의 불화로 중·고 졸업식을 모두 망쳤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졸업식 때만 해도 괜찮았다. 그때는 부모님 모두 졸업식에 왔다. 꽃다발도 받고, 사진도 찍고, 돈가스도 먹었다. 그런데 중학교 때는 어머니만 왔다. 아버지 사업이 최악의 상황에 빠져 한시도 자리를 뜰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어머니는 생화가 비싸다며 싸구려 조화를 사 왔다. 그는 그 조화를 땅바닥에 내던지며 펑펑 울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도 아버지는 돈에 쪼들렸다. 결국 부모님은 별거를 택했다. 고등학교 졸업식에도 어머니만 왔다. 그때 어머니가 주신 꽃다발은 조화는 아니었지만 값싸고 흔한 것이었다. 김씨는 섭섭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다만 평일에도 일하느라 고생하시는 어머니가 딸을 위해 일을 잠깐 쉬고 오셨다는 게 슬프면서도 기뻤다. 김씨는 “대학교 졸업식 때는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것이 소망”이라면서 “그때는 울지 않고 기쁘게 졸업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시흥에 사는 대학생 조윤미(24·여)씨는 졸업식만 생각하면 서럽다. 세 살 터울의 언니 때문이다. 비켜 갈 수도 있는 졸업식이 공교롭게도 초등학교, 중학교 두 번이나 겹치고 말았다. 게다가 맞벌이하는 부모님은 항상 바빴기 때문에 졸업식에 참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부모 중 한 사람만 시간을 내도 감지덕지였다. 졸업식 날, 겨우 시간을 낼 수 있었던 쪽은 어머니. 하지만 어머니는 겹친 두 번의 졸업식 모두 언니에게로 갔다. 큰딸이라는 점과 고등학교 졸업이라는 상징성 때문이었다. 조씨는 “둘째로 태어나 가장 서러웠을 때가 바로 졸업식 날”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 조씨에게 부모님은 항상 바쁜 분들이었다. 운동회, 학예회 때도 부모님이 오시지 않았기 때문에 졸업식도 그렇게 상처가 되진 않았다. 하지만 중학교 졸업식 때는 달랐다. 다른 친구들이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꽃다발을 들고 사진을 찍을 때 옆에서 멍하니 서 있기만 했던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서러웠다. 졸업식 날인데도 손에 꽃 한 송이 들려 있지 않았다. 빈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터벅터벅 걸어 집으로 돌아온 조씨를 맞이한 것은 어머니의 따뜻한 포옹이었다. 어머니는 “미안하다, 윤미야.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했다. 조씨는 그때 또 한번 눈물을 쏟고 말았다. 조씨는 “그땐 어린 마음에 섭섭할 만도 했어요. 지금은 부모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충격의 현장-70년대도 알몸 뒤풀이 있었죠 공무원 김종욱(53)씨는 “최근 사회문제로 불거진 알몸 졸업식이 70년대에도 있었다.”고 깜짝 고백을 했다. 친구들이 축하의 의미로 밀가루를 뿌리는 것은 물론 알몸이 훤히 드러나도록 교복을 찢어 대는 친구들도 많았다는 것이다. 김씨는 졸업식을 마치고 친구들과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을 먹고 고량주도 마셨다. 뒤풀이의 마지막은 당구장이었다. 김씨는 “이 같은 어른 흉내 내기 졸업식 뒤풀이가 당시에는 파격적이었지만 사회문제화되진 않았고,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낭만적이고 순수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졸업식의 알몸 뒤풀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과거에 비해 정도가 너무 심하고 적나라하다는 것. 이 때문에 요즘 아이들의 졸업식 뒤풀이는 그에게 여전히 낯선 풍경이다. 8일 고등학교를 졸업한 오지수(19·여)양은 3년 전 친구의 아찔한 중학교 졸업식이 떠올랐다. 친구인 조모(19)양이 바로 알몸 뒤풀이를 한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조양은 졸업식 전날 밥을 굶었다. 옷이 찢어질 것에 대비해 조금이라도 날씬하게 보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졸업식 날, 조양은 고등학교 1학년 선배들로부터 밀가루·까나리액젓·케첩·계란 세례를 받았고 옷도 찢겼다. 알몸 상태로 거리에 나가 애국가를 불렀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얻어 오라는 벌칙도 받았다. 친구 조양의 이런 행동에 당시 오양은 충격을 받았다고 기억했다. 오양은 “아무리 선배들의 강압에 못 이긴 행동이라 해도 거부하지 않고 모두 행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인터넷 미니홈페이지에 친구 사진이 오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10일 중학교를 졸업하는 서주영(16)군은 졸업식이 그렇게 기대되지 않는다. 특별할 게 없어서다. 서군은 내심 알몸 졸업식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눈치였다. 서군이 다니는 학교의 졸업식은 올해부터 사복을 입고 진행된다. 교복을 찢으려는 학생들이 많아 이를 막기 위한 학교의 조치였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알몸 졸업식 등 ‘막장 졸업식’을 하지 말라고 학생들에게 통지문을 보낸 상태. 밀가루, 토마토 케첩, 소화기 등은 졸업식장 반입 금지 품목이 됐다. 서군은 이번 졸업식을 가족들과 조촐하게 보내기로 했다. 기념 사진을 찍고 좋아하는 쇠고기를 먹으러 갈 예정이다. 서군은 “요즘 졸업하는 아이들은 졸업식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면서도 “어떻게 단속하든 ‘노는 애들’은 무리를 지어 자기들만의 졸업식 뒤풀이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화곡동 전수현(29·여·회사원)씨는 졸업식 하면 틀에 박힌 의례가 떠오른다. “뻔한 재학생의 송사와 졸업생의 답사를 들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은 진정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가족들과 사진 찍고, 똑같이 자장면 먹으러 가고, 공부 열심히 하라는 조언을 듣는 일은 초·중·고·대학 내내 반복된 것이어서 식상했다.”고 기억했다. 그랬던 전씨는 지난해, 모교 졸업식 날 후배들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밀가루, 케첩 등을 온몸에 뿌리고 교복을 찢고 찍은 사진이 동창회 온라인 카페에 오른 것. 전씨는 “물론 천편일률적인 졸업식이 식상하기도 하고, 해방된 기분을 맘껏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건 좀 지나친 것 같다.”며 혀를 찼다. 전씨는 “졸업식이 알몸 졸업식으로까지 극단적으로 흐르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야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졸업식은 의미 있게 석별의 아쉬움을 달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현·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남학생 5명 건드린 ‘바람둥이 여교사’ 파문

    남학생 5명 건드린 ‘바람둥이 여교사’ 파문

    미국 오하이오 주 한 고등학교의 여교사가 동시에 같은 학교 남학생 5명과 은밀한 성관계를 맺어온 사실이 드러나 개교 이래 최악의 성추문으로 기록됐다.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메이슨 시에 있는 고등학교의 체육교사 스테이시 스컬러(32)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단 5개월 동안 남제자들과 동시다발적인 성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교사윤리를 거스른 스컬러의 행각은 지난달 한 학생의 제보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남학생과 은밀한 관계란 제보를 받은 경찰이 조사한 결과 피해학생은 이 학교에 4명이나 더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것. 경찰에 따르면 피해학생 대부분은 그녀가 이끌던 교내 풋볼클럽의 선수들이었다. 은밀한 관계는 대부분 방과 후에 이뤄졌으며, 스컬러는 이밖에도 미성년 학생들에게 술을 사주는 등 추가적인 범행이 드러났다. 미성년자 학대 혐의와 성범죄 혐의 16건이 모두 사실로 입증될 경우 스컬러는 81년의 무거운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경찰은 이 학교에 추가적인 피해자가 없는 지 확인하는 중이다. 맨디 맥카티 스튜워트 교장은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시 했던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학부모들에게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스테이시 스컬러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스테인리스를 입으로 찢는다?…中 달인대회 화제

    최근 중국에서 ‘중화(中華)기인 발표대회’가 열려 온 중국의 눈길을 사로잡았다고 시나닷컴이 보도했다. 지난 5일 베이징에서 열린 이 대회는 흔히 볼 수 없는 다양한 재기를 뽐내러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가장 눈에 띈 주인공은 어떤 기구도 쓰지 않고 오로지 사람의 이 만으로 스테인리스 주방도구를 ‘찢어낸’ 한 남성이다. 그는 기압소리와 함께 스테인리스강을 반으로 찢는데 성공했고, 이를 본 관중들은 엄청난 박수로 그의 묘기에 화답했다. 허베이성에서 온 한 승려는 뾰족한 창끝을 목에 깊숙이 찌른 채 피리를 부는 묘기를, 산둥성의 한 남성은 자신의 키만한 탁자를 턱 위에 올리고 균형을 잡는 묘기를 선보였다. 이밖에도 계란판 위에서 훌라후프 돌리기, 견갑골(등 쪽 날개처럼 생긴 부위)로 CD 부수기 등 상상하기 어려운 다양한 묘기를 뽐내는 기인들이 쏟아졌다. 한편 이 대회는 베이징 룽탄공원에서 매년 열리는 ‘룽탄묘회’(龙潭庙会·많은 사람들이 참배하는 제례)의 부수적 오락 행사로, 일반인들의 끼와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장으로 매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해적 “쌀밥·동탯국 굿, 굿!”

    해적 “쌀밥·동탯국 굿, 굿!”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혐의로 국내로 압송된 소말리아 해적들은 한국의 수감생활에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적들의 직업은 전직 군인과 어부, 요리사 등 다양한 가운데 심지어 10대 학생까지 포함돼 있었다. 31일 해적 5명이 수감 중인 부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0일 오후 6시 30분 경찰서 유치장에 도착한 이들은 입감 첫날 밤 저녁 식사를 싹 비우고, 10시간이나 숙면을 취했다. 유치장에 도착한 해적들은 신체검사와 유치장 안전수칙에 대해 교육을 받은 뒤 오후 7시쯤 3개 호실에 나눠 입감됐다. 이어 오후 7시 25분 저녁 식사로 제공된 쌀밥과 김치볶음밥, 된장국 등을 맛있게 먹었고, 오후 9시 세면 후 취침에 들어갔다. 해적들은 등이 뜨듯한 온돌방에도 잘 적응해 밤새 단 한 차례도 뒤척이거나 깨지 않고 숙면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오전 7시 일어난 해적들은 30분 뒤 쌀밥과 동탯국, 계란 프라이, 김치, 두부 메뉴로 구성된 아침식사도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해경 관계자가 영어로 “한국 음식이 먹을 만하냐.”고 묻자 해적 중 한명이 “굿(Good), 굿”이라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해경 관계자는 “해적들은 두려워하거나 긴장한 표정없이 담담하게 유치장에서 첫날 밤을 보냈다.”면서 “중대 범인이긴 하지만 ‘외국인 해적’이라는 피의자 특수성을 고려해 유치인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적들의 직업도 확인됐다. 가장 나이가 어린 아울 브랄라트(19)는 학생이었고, 압둘라 알리(21)와 아부카드 애맨 알리(21)는 전직 군인이었다. 마호메드 아라이(23)는 어부, 압둘라 세룸(21)은 요리사였다. 해적 중 2명은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중 부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신대 복음병원 내·외과 의사들의 건강진단 결과 압둘라 세룸은 오른쪽 어깨에 유탄이 박혀 있고, 마호메드 아라이는 왼쪽 손목에 찰과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 관계자는 “해적들의 건강상태가 수사를 받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면서도 “인도적 차원에서 검찰과 협의해 이른 시일 내에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수감생활과 수사에도 비교적 협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 관계자는 “첫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때와는 달리 수사관들의 질문에 회피하지 않고 답변을 잘하고 있고, 큰 문제 없이 수감생활에도 잘 적응하고 있다. ”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한파 엎친데 설대목 덮쳐… 대파값 1주일새 20%↑

    한파 엎친데 설대목 덮쳐… 대파값 1주일새 20%↑

    28일 오전 설 차례상 장을 보기 위해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30대 후반의 주부 장혜원씨는 가격을 확인할 때마다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히 지난주 산 대파(700g)의 가격이 3980원으로 그동안 20% 이상 오른 것을 보고 “(물가에) 적응이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파와 폭설로 출하량이 줄어든 채소와 과일은 설 명절이 다가오면서 수요가 늘어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배추(1㎏) 도매가는 최근 1380원으로 전년에 비해 171%나 뛰었고, 대파(1㎏) 역시 3800원으로 151%나 비싸졌다. 차례상에 올릴 전이나 꼬치 등 다른 음식을 만들 재료들을 아직 담지도 못하고 여남은 개 물건만 카트에 담았을 뿐인데 가격은 20만원을 훌쩍 넘어버렸다. 각종 기관과 단체에서 올 설 차례상(4인가족) 비용이 19만~24만원대로 예상했지만 장씨는 “언제나 그렇듯 설이 다가올수록 채소와 과일값이 계속 오르기 때문에 장 보는 비용은 더 뛴다.”고 말했다. 게다가 설 명절 집을 찾아오는 가족, 친지와 밥상을 차릴라치면 30만~40만원어치 장을 봐야 할 형편이라는 것이다. 신세계이마트에 따르면 설 음식에 필요한 재료 가운데 대파가 지난해 1680원에서 3980원으로 무려 136.9%나 뛰었다. 제수용 배(3개들이)는 7880원에서 9800원으로 24.4%로 올랐고, 조기는 4200원에서 4980원으로 18.6% 상승했다. 조류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계란도 1800원에서 2250원으로 25% 비싸졌다. 구제역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할인전이 진행 중인 국거리 한우(100g)가 전년에 비해 20% 저렴해진 게 그나마 위안이다. 이렇듯 연일 뜀박질하는 설 물가에다 전례 없는 한파로 장을 보는 풍속도도 바뀌고 있다. 원재료를 직접 사서 제수음식을 장만하는 것보다 조리된 음식을 사는 게 되레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주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손맛 좋기로 소문난 동네 반찬가게들은 주문 폭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으며, 이마트 등 대형마트들도 지난해보다 모둠전, 나물류 등의 준비물량을 30%나 늘렸다. 홈플러스도 갈비찜 세트 등 간편 조리식 제품을 15% 늘렸다. 경기 일산의 아파트촌에 위치한 한 반찬가게는 “지난해보다 예약 손님이 20~30% 늘어난 것 같다.”며 “주문량을 소화하느라 평소보다 늦은 오후 9시까지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속되는 한파에 안방에서 클릭 한번으로 제사상을 마련하려는 주부들로 온라인쇼핑몰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옥션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모둠전 판매량이 지난해 설 때보다 32% 증가했다. 반조리 상태의 3만원대 모둠전과 4만원대 완제품 모둠전이 인기 제품이다. 직장에 다니는 주부 강현희씨는 “나물과 모둠전 세트, 과일, 고기 등을 온라인몰에서 미리 주문해 부산 시댁으로 배송 신청해놨다.”면서 “시어머니도 처음엔 정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꺼리셨지만, 시간은 물론 손품도 아낄 수 있는데다 무엇보다 훨씬 저렴해서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각종 음식에 양초, 상까지 포함된 차례상 세트도 판매가 늘고 있다. G마켓은 2006년부터 맞춤차례상을 판매해 왔다. 매년 명절 때마다 판매량이 평균 10%씩 꾸준히 증가했는데 설을 앞둔 최근 한달간 주문량이 지난해 설 때보다 35%나 껑충 뛰었다. G마켓에서 팔리는 13종 음식으로 구성된 4인용 차례상이 13만 9000원, 7~8인용은 17만 9000원이다. 옥션에서 파는 최대 10인용 제사상은 27만원대다. 이진영 G마켓 건강가공식품팀장은 “온라인몰의 맞춤차례상은 직접 재료를 사서 하는 것보다 최고 30%까지 저렴해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고물가에다 명절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서 올 들어서는 40~50대 주부들의 이용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알몸 졸업식 NO… 건전한 축제로”

    “알몸 졸업식 NO… 건전한 축제로”

    졸업식 뒤풀이로 선배가 졸업생의 옷을 벗기고 케첩을 뿌리는 등 이른바 ‘알몸 졸업식’을 막기 위해 서울지역 학교·교육청·경찰·학부모가 합동으로 지도에 나선다.<서울신문 1월 21일자 9면> ‘강압적인 뒤풀이는 곧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 학생들의 일탈을 사전에 차단하고,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특색 있는 졸업식 사례를 전파하는 등 건전한 졸업식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서울시교육청은 24일 졸업 시즌을 맞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전한 졸업식 추진 및 폭력적 뒤풀이 예방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초·중·고교 생활지도 담당 교사와 시교육청 장학사·학부모·지구대 경찰·자율방범대원 등으로 구성된 순회지도팀을 편성, 졸업식 당일 학교 주변 노래방·PC방·공부방 등을 중심으로 순찰을 강화한다. 시교육청은 폭력적인 뒤풀이 대부분이 중·고교 1년차 선배가 후배들의 졸업식을 찾아가 벌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 초·중·고교 간 협조체제를 통해 졸업식 당일 불량동아리에 가입했거나 문제가 우려되는 학생의 뒤풀이 참가를 적극적으로 막을 계획이다. 졸업식을 학생들이 주도하는 축제로 만들기 위한 사전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졸업식을 학생이 기획하고 참여하는 특색 있는 행사로 만들기 위해 3년간의 교육활동을 담은 동영상을 만들거나, 선배와 졸업생의 축하 인터뷰 등을 통해 재학생과 졸업생이 함께하는 축제로 만든다는 것이다. 또 인권친화적인 학교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학교별로 인권 교육 영상물을 상영하거나 토론하는 방안도 준비했다. 일부 학교는 일탈행위 예방책을 아예 졸업식 내용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서울 신관중은 졸업식에서 밀가루·계란을 던지거나 교복을 찢는 등의 모습을 담은 ‘이러지 맙시다’란 제목의 사용자제작콘텐츠(UCC) 동영상을 틀기로 했다. 또 졸업생 전원에게 학사모와 학사복을 입게 해 함부로 훼손하기 어렵게 했다. 시교육청은 이 밖에 타임캡슐 봉인식, 코스튬플레이 퍼레이드, 카드섹션, 교사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졸업식에 테마와 의미를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시교육청은 아울러 범죄예방교실의 전문강사를 활용해 졸업예정자와 중1, 고1 등 재학생을 대상으로 졸업생의 옷을 찢거나 벌을 가하는 행위가 공갈·폭행·강제추행 등의 범죄에 해당한다는 내용도 집중 교육하기로 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토요일 오전 10시 10분) 우리에게 너무나 먼 서아프리카의 말리. 그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아주 낯익은 풍경으로 삶과 예술이 하나가 된 옛 기억들을 되살린다. ‘우리의 조상들은 원래 이렇게 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이곳 서아프리카 말리. 지금도 삶과 예술이 서로 교차하고 있는 머나먼 땅 서아프리카 말리로 떠나 본다. ●다큐멘터리 3일(KBS2 일요일 밤 10시 25분) 물속에 잠긴 고향이 그리울 때면 배를 타고 옛터를 찾아간다는 수몰 이주민 1세대 어르신들. 고향을 코앞에 두고도 다시는 밟아볼 수 없는 고향 땅을 마음에 묻은 채 50여년 세월을 살아 왔다. 그 가슴앓이를 자식대에까지 또다시 물려주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한 전북 임실의 운암마을 노인들을 만나 본다. ●주말연속극 글로리아(MBC 토요일 밤 8시 40분) 동아는 옥경의 대리인 자격으로 제호그룹을 찾아온다. 대출금을 회수할 때까지 제호그룹의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동아. 한편 진진은 드라마 ‘로즈’의 대진운이 나쁘다는 소식에 열심히 촬영에 임하고, 강석은 드라마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더라도 지석과 맞서는 일은 없을 거라고 진진에게 이야기한다. ●놀라운 대회 스타킹(SBS 토요일 오후 6시 25분) 세계적인 유명 인사 대열에 합류한 심형래 감독이 10세의 댄스신동 소녀를 위해 직접 출연해 화제다. 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인공은 미국 뉴욕 최고의 댄서를 꿈꾸는 10세의 임하은양이다. 하은양이 일명 ‘하우스댄스’라 불리는 독특한 춤사위를 선보인다. ●사랑을 믿어요(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계란을 훔치러 주방으로 올라온 김 작가는 감독과 전화하는 화영 때문에 식탁 밑에 숨어 나가지도 못한다. 그 사이 불 위에 올려놓은 냄비는 결국 스프링클러가 터지고 만다. 한편 술에 취한 영희는 남편에게 술주정하다가 난리가 나고 그날 밤 김 교감 부부는 딸네와 아우네로 불려가 고단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도전! 1000곡(SBS 일요일 오전 8시 10분) 김주우, 유혜영, 김민지 세 명의 SBS 신입 아나운서가 바쁜 연수 중에도 틈틈이 노래 연습을 하여 도전 1000곡에 도전한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청일점 김주우 아나운서다. 김 아나운서는 입사 전 뮤지컬 오디션에 합격했던 실력을 첫 예능 무대에서 당당히 입증한다. MC와 출연자를 놀라게 한 현장을 만나 본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MBC 일요일 오전 10시 45분) 당나라의 황제는 어떤 책 한권을 금서로 지정해 어느 누구도 그 책을 보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1990년 중국의 개방개혁 바람과 함께 그 금서는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데…. 세상의 모든 유명인들은 죽어서도 자신의 이름을 남겨 후세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
  • 김일성 생일 만찬 만든 리만카이 요리사의 홍콩 설 음식

    김일성 생일 만찬 만든 리만카이 요리사의 홍콩 설 음식

    “궁혜이파초이! 궁혜이파초이!(恭喜發財·홍콩 광둥어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뜻)” 홍콩의 설은 우리보다 훨씬 시끌벅적하다. 홍콩 거리 어디에서나 ‘궁혜이파초이’를 외치는 사람들과 함께 악귀를 쫓는다는 사자 탈춤을 볼 수 있고 폭죽놀이도 곳곳에서 벌어진다. 한국의 설 음식은 떡국을 대표로 강정, 전 등이 있지만 홍콩을 대표하는 요리인 딤섬(點心)은 종류가 더 다양하다. 설을 앞두고 홍콩의 세계적인 요리사 리만카이가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 호텔을 찾아 딤섬 요리의 진수를 알려주고 갔다. 리는 1988년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의 생일에 초청되어 전세기를 타고 평양으로 가 40일 동안 요리를 한 적이 있다. 그는 21일 “북한 당국이 모든 재료가 신선해야 된다고 요구해 살아 있는 닭과 생선을 가져갔다. 하지만 직항편이 없어 중국 베이징에 들렀다 갔더니 시간이 너무 지나 모두 죽어버렸다.”며 당시 일화를 회고했다. 평양에 머무는 동안에는 자정에도 불려 나가 요리를 했을 정도로 “감옥에 머물며 요리만 하다 풀려난 기분”이라고 기억했다. 리는 한국의 설을 위해 모두 다섯 가지의 딤섬 요리를 소개했다. 가장 대표적인 설 딤섬은 ‘② 화개부귀’(花開富貴)와 ‘③ 복주머니’. ‘화개부귀’는 미니 양배추에 십자로 칼집을 넣은 다음 다진 돼지고기를 그 안에 넣고 다진 홍피망으로 장식해서 찌면 된다. 찐 양배추는 마치 꽃이 피는 것처럼 살짝 벌어져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다. 그는 “돼지고기는 칼로 다져서 손으로 치대면 된다. 믹서나 도깨비 방망이로 갈면 고기가 뻑뻑하고 맛이 떨어진다. 삼겹살 부위를 다져 넣으면 씹는 맛이 더 좋다.”고 설명했다. 고기 양념은 기본인 소금, 후추를 입맛에 따라 하면 되지만 이금기 굴소스나 치킨 파우더를 넣으면 훨씬 홍콩 특유의 딤섬 맛이 살아난다. ‘복주머니’는 부를 상징하는 게, 건강을 뜻하는 생선, 가족을 의미하는 새우를 넣고 계란 흰자 피로 싼 것이다. 속 재료를 넣고 물에 한번 데친 파로 묶어주면 그 모양이 마치 복주머니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계란 흰자 피는 옥수수 전분을 조금 섞어주면 잘 찢어지지 않는다. 흰자에 옥수수 전분을 섞어 약한 불에 숟가락으로 적당량을 동그랗게 프라이팬 위에 두른다. 팬케이크를 만들 때처럼 거품이 살짝 생기면 뒤집지 말고 이쑤시개로 걷어내면 피가 완성된다.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딤섬으로는 ‘⑤ 버섯+소고기’가 있다. 말린 표고버섯은 한 번 삶은 뒤 다진 소고기를 얹어서 쪄내기만 하면 된다. 소고기를 다지고 양념하는 법은 돼지고기와 같다. 여기에 고수와 말린 귤 껍질을 넣으면 향이 더해진다. 귤 껍질은 중국에서는 진피라 하여 시장에서 팔지만 가정에서 말렸다가 물에 불려서 써도 된다. 다진 새우와 돼지고기를 넣어서 만든 만두인 ‘① 쇼마이’도 위에 귤 껍질로 장식하면 훨씬 모양이 예쁘다. 그가 소개한 딤섬 가운데 가장 손쉬운 것은 ‘④ 배추잎으로 싼 오리고기’다. 마트에서 파는 훈제 오리고기를 한번 삶은 배추잎으로 싼 다음 살짝 쪄내기만 하면 끝이다. 홍콩관광청의 정세영씨는 “홍콩 음식은 감칠맛이 나고 중독성이 있다.”고 소개했다. 게다가 설에 먹는 음식에는 좋은 일(好事·호우씨)과 발음이 같은 ‘말린 굴’로 만든 수프 등 발음, 모양, 색깔 등에 모두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오는 설에는 재미있는 모양의 만두(딤섬)를 만들며 승진과 부를 기원해 보는 것은 어떨까.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설선물 가이드] 우리찬-천연조미료 ‘뿌비3종세트’ 인기짱

    [설선물 가이드] 우리찬-천연조미료 ‘뿌비3종세트’ 인기짱

    식료품 가공 전문업체 우리찬이 설 명절 선물로 유용한 ‘뿌비3종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뿌리고비비고야채’, ‘뿌리고비비고해물’, ‘뿌리고비비고돌김’ 3종세트로 구성됐다. 뿌비3종 선물세트는 돌김자반과 건조된 국산 야채류, 해물을 밥에 뿌려먹을 수 있어 야채나 해물을 싫어하거나 먹지 않는 어린이들에게도 거부감 없이 먹일 수 있다. 요리 첨가제 및 부재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화학조미료 대신 천연조미료를 사용하고 화학적 가공 요소를 배제한 제품이다. 떡국, 만두국, 우동, 칼국수, 김밥, 주먹밥, 볶음밥, 비빔밥, 각종 전골, 계란찜, 계란말이, 부침전, 청포묵, 도토리묵, 오무라이스 등을 요리할 때 사용하면 음식의 맛을 더 낼 수 있다. 어린이들의 소풍 및 가족 나들이, 여름 휴가철 피서지에서 즉석으로 비벼 먹기 편리하다. 아이들이 혼자서 쉽게 비벼 먹을 수 있어 맞벌이 부부들의 걱정도 덜을 수 있는 제품이다. 건조된 국내산 야채류와 양념된 참깨, 돌김자반이 어우러진 고소한 맛이 주먹밥 외 어떤 요리에도 응용할 수 있다. 뿌비3종 450g 세트 가격은 4만 5000원에서 3만 9800원으로, 380g 세트는 3만 5000원에서 2만 9800원으로 내렸다. 080-278-5000.
  • 뾰족한 연필 위에 계란 세우기 가능할까?

    밑 부분을 깨고 탁자에 계란을 세운 콜럼버스의 시도를 무색케 하는 이색도전이 중국서 펼쳐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후난성 일간지인 샤오샹천바오의 18일자 보도에 따르면, 창샤에서 택시기사를 하는 추이(崔)는 얼마 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연필 한 자루와 계란으로 독특한 도전을 했다. 뾰족하게 깎은 연필을 거꾸로 세운 뒤 그 위에 계란을 세우는 이색 시도는 시작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심호흡을 한 뒤 계란을 연필 위에 올린 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뗐다. 이후 놀랍게도 계란은 지름이 1㎜도 채 되지 않은 연필 끝에 가만히 세워져 있었다. 오래 전부터 이 ‘기술’을 연마해 왔다는 추이씨는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던 것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며 “익히지 않은 날계란과 찐 계란, 반숙계란 등 다양한 계란으로 연습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셀 수 없이 많은 계란을 깨뜨려야 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며 “연필의 끝이 뾰족해질수록 꼭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뾰족한 연필 위에 계란을 세우려면 일단 매우 안정적인 심리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절대 계란에서 급하게 손을 떼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도전이 성공으로 끝난 뒤 그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가장 뾰족한 곳에 계란 세우기’ 기네스 등재를 노리겠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女談餘談] 내가 바뀌겠다/홍희경 경제부 기자

    [女談餘談] 내가 바뀌겠다/홍희경 경제부 기자

    시대가 바뀔 때에는 버티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혁신 기술이 도입되고, 삶의 방식이 급변하고, 직업환경이 달라질 땐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만 하는 게 기술이라고 했다. 그럴 때 괜히 기회를 찾아 나섰다가는 그나마 갖고 있던 기반마저 사라진다고 했다. 맞는 말 같았다. 당장 한국 현대사만 훑어봐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나서지 말라.”고 했다던 전직 대통령의 어머님 말씀이 진리인 듯싶었다. 기자로 사는 건 보람스럽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요즘 들어선 종이신문의 위기감이 극에 달하고, 스마트한 정보기술(IT) 제품이 삶마저 스마트할 것을 강요하고, 종합편성채널이 선정돼 직업환경마저 급변하니 도태되지 않을 길을 찾기에만 바빴다. ‘20대 담론’이 나올 정도로 무엇인가 바꾸겠다고 나서는 이들도 없고, 그나마 나서는 이들도 매장되기 일쑤인 분위기에 맞장구를 쳤다. 현상에 대해 다른 의견을 밝혔다가 법정 싸움을 해야 했던 미네르바나, 동영상 펌질 한 번 잘못해서 직장까지 잃은 민간인 사찰 사건을 보며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만 되새겼다. ‘혁신’이라는 말은 TV나 스마트폰 같은 제품에나 붙이는 것이고, ‘공정’이나 ‘상생’이라는 화두는 정부가 내는 보도자료에나 쓰는 말 같았다. 혁신이나 공정한 가치를 삶 속에서 추구한다면, 내 몫의 무엇인가를 빼앗긴 채 실속 없는 바보가 될 것 같았다. 문득 돌아보니 욕심도 많았고, 겁도 많았다. 일을 하려면 무엇인가를 바꿀 때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이 욕심이었고, 있지도 않은 내 몫을 빼앗길까 봐 지레 겁부터 먹은 격이다. 나서야 할 때 나서지 않는 사람을 욕하고 물러서야 할 때 악을 써대는 사람을 동정하며, 그저 멋진 사회를 만들어 줄 초인이나 기다리던 태도를 버리려고 한다. 까짓것 그냥 나 혼자라도 바뀌겠다. 훗날이라도 누군가에게 “넌 나처럼 살지 마.”라고 하는 대신 “난 저렇게는 안 살아.”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지금보다는 더 초연하면서 치열해져야 할 것 같다. saloo@seoul.co.kr
  • [르포]2011년 코끼리는 예방주사 맞는 중

    [르포]2011년 코끼리는 예방주사 맞는 중

     수은주가 영하 10도까지 내려간 11일 과천서울대공원 제2아프리카관. 아프리카 토착민처럼 블로건(Blow Gun)을 든 사람들이 뛰어다니고 낌새를 차린 동물은 숨기 바쁘다. 영락없는 아프리카 동물사냥을 연상시키지만 실은 이곳의 소중한 동물가족들에게 구제역 예방주사를 놓는 중이다.  50여분 동안 승강이 끝에 바바리양(Barbary Sheep)의 엉덩이에 주사바늘이 꽂혔다. 하지만 세차게 몸을 흔들어대는 통에 주사기가 허망하게 쏙 빠져 버린다. 한번에 3m 이상을 뛰는 용수철 점프력을 갖춘 날쌘돌이 겁쟁이 바바리양은 이번 구제역 예방 접종의 최대 강적이다. 10명이 넘는 사육사가 예방주사 한 방을 놓기 위해 따라다닌지 벌써 이틀째다. 이날도 오전 내내 뛰어다녀 성공한 것은 두마리 뿐이다.  구제역이 사실상 전국을 뒤덮은 가운데 동물원들이 예방주사 놓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주사 맞기가 무서운 것은 사람이나 야생동물이나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소 100마리를 키우는 목장 한곳에서 구제역 예방 접종을 하는 데 드는 시간은 대략 3시간 정도. 사람 손을 탄 가축들은 시선을 딴 곳으로 모은 후 주사 한방 놓으면 그만이지만 야생동물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이번 구제역으로 예방접종을 맞아야 하는 우제류는 서울대공원에 49종 569마리. 꼬박 3일을 작업했지만 여전히 100마리 이상과 숨바꼭질 중이다.  저희들 살리자는 일이지만 어렵게 놓은 주사를 동물들이 빼버리기도 일쑤다. 주사액이 다 들어가려면 최소 10초가량 시간이 필요하지만 야생동물에게 이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특히 목이 긴 기린이나 낙타 등은 아무리 몸 뒷쪽에 주사를 놓아도 입으로 주사기를 뽑아 버린다. 이쯤되면 그야말로 ‘목이 길어 힘든 짐승’이다.  맘 같아서는 직접 다가가 주사를 놓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아무리 순한 초식동물이라도 흥분해서 뒷차기라도 하면 그 위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두께 10㎝가 넘는 각목도 말 뒷차기 한방이면 그대로 요절이 난다. 사자 같은 맹수도 말 뒷차기에 제대로 맞으면 죽음에 이른다. 게다가 체감온도가 영하 15도까지 떨어지는 엄동설한에 주사액이 금세 얼어붙는다.  과천서울대공원은 이달 1일부터 일반인 관람을 전면 중단했다. 동물을 버리고 피난을 가야만 했던 1950년 한국전쟁 당시를 제외하면 이런 사태는 국내 동물원 개원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구제역이 퍼질 경우 피해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대공원 관계자는 “우제류 중에 희귀동물이 많아 만에 하나 동물원에 병이 돌면 적어도 2년 동안은 정상화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내린 조치”라고 말했다.  야생동물용 예방백신은 소에 접종하는 O형 구제역 백신과 종류는 같지만 항원이 3배나 많다. 한마리씩 피를 뽑아 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하기 힘든 만큼 1회 접종만으로 면역력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그만큼 고농축액이지만 약이 강하다고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게 동물원 측의 설명이다.  요즘처럼 몹쓸 병이 돌 때에는 동물들 먹이 주는 일도 만만치 않다. 채소류부터 과일류까지 모든 먹이는 구제역 발생지역을 피해서 들여 오고 있다. 사료는 동물원 밖에서 완전히 소독된 내부 차량으로 옮겨실어 들여온다. 맹수류와 맹금류에게 주는 소고기는 전면 수입산으로 교체했다. 한덩이 한덩이 멸균 소독을 해서 동물을 먹인다. 여기에 조류독감(AI)까지 퍼지고 있어 하루 200㎏에 이르는 생닭과 계란 공급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철저한 방역을 위해 사육사는 물론 관리요원 등 95명이 일주일째 출퇴근을 하지 못한 채 동물원 내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1930년대 중반 유럽에서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대형 동물원까지 번져 코끼리, 물소, 하마, 사슴 등 수십종의 동물들이 죽어나갔다. 모의원 서울대공원장은 “1997년 타이완 타이페이 동물원도 전국에 구제역이 퍼지자 예방접종을 통해 동물원 감염을 막은 사례가 있다.”면서 “발생지역 거주 직원과 비발생지역 직원들을 서로 격리하는 등 최고 수준의 경계를 펼치는 만큼 서울대공원 내에서 구제역이 번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의 기대가 현실화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등장인물 꾸부정 지금 막 해고된 초보 해고자. 40대 후반. 키 크고 꾸부정하다. 대머리 해고된 지 1년이 넘은 베테랑 해고자. 40대 후반. 키 작고 대머리다. 단발 꾸부정의 아내. 40대 초반 파마 대머리의 아내. 40대 중반 *연출에 따라 남편들이 부인들의 역할을 겸하는 2인극이 가능하다. ●시 간 현대 ●무 대 놀이터. 놀이터를 구체적으로 꾸밀 필요는 없다. 그네 두 개만으로도 연출이 가능하다.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으면 좋다. #1 해가 질 무렵의 저녁, 놀이터. 양복 차림의 남자가 힘없이 놀이터로 걸어 들어온다. 고개를 푹 숙이고 꾸부정한 모습으로 보아 무언가 고민이 있는 듯하다. 꾸부정한 이 남자, 그네에 주저앉는다.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어색하게) 여…… 여보… … 나 오늘, 해, 해, 해고……. 고개를 흔들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여보, 훌쩍, 나 오늘 해고당했어. 머리통을 때리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호탕하게 웃으며) 사랑하는 여보! 나! 오늘 짤렸어! 멋지지? 하하하!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저앉는다. 한참을 그렇게 쥐어뜯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히 일어나 열정적인 독백을 시작한다. 꾸부정이 열심히 말하는 동안, 양복 차림의 대머리가 천천히 걸어 들어와 옆에 있는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자기 상상에 빠진 꾸부정은 대머리를 눈치채지 못한다. 꾸부정 여보. 우리가 결혼한 지 이십 년이 넘었구나. 단칸방으로 시작해서 전세를 거쳐서 우리 집을 갖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어. 비록 평수는 작지만 우리 집이라는 게 중요하지. 애들도 건강하게 잘 컸어. 얼마 안 있으면 큰애는 대학에, 작은애는 고등학교에 가겠지. 이 정도면 우린 잘 산 거야 그렇지? 당신,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아니? 뭐라고? 내가 제일 고생 많았다고? 십오 년을 변함없이 회사에 다녀주어서 고맙다고? 때론 가기 싫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을 텐데 가족을 위해서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아이, 당신도 참 부끄럽게…… 뭐라고? 이제 나이도 먹고 간도 안 좋을 텐데 생각 같아서는 한 몇 년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이럴 수가, 당신이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정말 고마워 여보! 하하하하……말이 나와서 말인데 여보……사실……내가……오늘……회사에서. 대머리 (불쑥) 소용없을 겁니다. 꾸부정 (화들짝)네 넷? (돌아본다) 아니, 언제부터 거기? 대머리 죄송하군요.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닙니다만. 꾸부정 괘 괜찮습니다. 그런데 방금……소용없다고……. 대머리 (단호) 네, 소용없습니다. 불쌍하게 말하든 호탕하게 말하든 부드럽게 말하든 소용없습니다. 해고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는 순간 부인께서는 엄청난 쇼크를 받으실 겁니다. 부인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휘청거리거나 털썩 주저앉거나 뒤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부인이 건강하신가요? 꾸부정 아……아니요, 혈압이 조금. 대머리 혈압이라, 뒤로 넘어가겠군. 꾸부정 새……생각해보니 골다공증도.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겠군. 꾸부정 얼마 전부턴 심장이 답답하다고.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다음 호흡 곤란을 일으키겠군. 꾸부정 뭐……뭐라구요! 대머리 집이 몇 층이죠? 꾸부정 시……십오층인데? 대머리 완벽하군요. 해고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선생의 부인은 혈압이 높아져서 뒤로 넘어지고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진 다음, 심장 이상으로 호흡 곤란을 일으킬 겁니다. 놀란 선생은 어떻게든 해보려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혈압과 뼈와 심장이 동시에 문제를 일으켰거든요. 우물쭈물하다가 선생님은 119에 전화를 하겠죠. 119 요원들은 잽싸게 아파트에 도착하지만 선생님의 집은 십오층입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맨 꼭대기 층에 있군요. 요원들이 계단을 뛰어올라 옵니다. 일층 이층 삼층 사층 선생의 부인은 점점 호흡이 가빠집니다. 오층 육층 칠층 더더욱 가빠집니다. 팔층 구층 부인의 의식이 점점 없어집니다. 십층 십일층 선생이 말합니다. 여보, 조금만 참아. 십이층 십삼층 선생이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여보, 제발 조금만 더 참아. 그렇게 십사층을 지나고 십오층에 도착해 마침내 선생의 집으로 왔을 때 선생의 부인은 이미……. 꾸부정 (이야기에 몰입해 있다가)아……안 돼! 안 돼! 여보오! 꾸부정, 털썩 쓰러진다. 대머리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는 없겠죠. 해고는 해고니까요. 이왕이면 부인의 컨디션이 최상일 때, 119가 바로 올 수 있는, 뒤로 넘어가도 뼈가 부러지지 않을만한 장소에서 하시죠. 부드러운 모래라든가……이 놀이터가 딱이로군요. (다시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한참의 정적. 꾸부정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죠? 대머리 사실 저도 해고잡니다. 꾸부정 동업자…… 아니…… 동반자셨군요. 대머리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꾸부정 고참…… 이시네요. 혹시……선생님 부인께서도 뒤로? 대머리 아니요. 꾸부정 뼈가? 대머리 전혀. 꾸부정 호흡 곤란이라든가. 대머리 천만에요. 멀쩡합니다. 멀쩡함을 넘어 건강하죠. 김치찌개에다 밥을 두 그릇이나 비운 다음, 남은 찌개를 밥통에 넣고 비벼먹으니까요. 꾸부정 ……대단하군요. 대체……비결이……. 대머리 간단합니다. 해고됐단 얘기를 안했으니까요. 꾸부정 그, 그럼? 대머리 계속 다니는 줄 압니다. 꾸부정 아니 그게 일 년 넘게 가능한가요? 대머리 보통 사람은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하지만 선생님은? 대머리 전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영특, 기특,똑똑, 비범이란 말을 달고 다녔으니까요. 한마디로 머리가 좋았죠. 꾸부정 (대머리의 머리를 한참 쳐다본다) 대머리 지금, 대머리 주제에 머리가 좋아봤자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어쨌든, 저 정도의 두뇌라면 충분히 속이는 게 가능합니다. 분명한 원칙 규칙 법칙만 확립한다면 말이죠. (시계를 가리키며) 이 시계도 그런 원칙 중의 하납니다. 퇴근시간 여섯시, 전철 타고 내리면 여섯시 삼십분, 역 앞에서 버스 타고 동네까지 오면 여섯시 오십분, 동네에서 아파트까지 오는 데 여섯시 오십오분, 아파트에서 우리 집까지 오면 딱 일곱시, 그렇지만 시간을 너무 딱 맞춰 오면 이상하니까 적당하게 일곱시 삼분 정도……마침 지금이 일곱시 삼분이군요. 더 늦으면 어색합니다. 그럼 이만. 대머리, 일어나서 가려고 한다. 꾸부정 (벌떡 일어나며) 자……잠시만요. 대머리 ……. 꾸부정 저한테도 그……원칙 규칙 법칙을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대머리 (위아래로 훑어보며) 딱 보니 보통 사람이시군요.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앞을 막아서며) 부탁드립니다.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꾸부정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대머리 미안합니다. 늦으면 의심합니다. (가려고 한다) 꾸부정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며) 제발요, 제발. 이렇게 빕니다. 우리 집사람이 뒤로 넘어가고 뼈가 부러지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 사람은 저 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랑……결혼을 해준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일분일초라도 더 웃게 해주고 싶습니다. (무릎 꿇으며) 허락하실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겠습니다. 무릎 꿇은 꾸부정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대머리. 꾸부정, 점점 다리가 저려온다. 대머리 다리 저리죠? 꾸부정 ……조금. 대머리 이쯤 되면 좀 봐주지 저 대머리 진짜 독한 놈이다,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요? 대머리 다리 저리면,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아……아닙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대머리 괜찮습니다.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그럼……조금만 꼼지락을. 꾸부정, 슬며시 꼼지락거린다. 대머리 (시계를 들여다본다) 시간이 꽤 지났군요. 어중간한 시간입니다. 지금 들어가면 뭔가 부조리합니다. 이럴 때는 회식을 한 것처럼 아예 늦게 들어가는 게 좋은 방법이죠. (전화를 건다) 나야, 별일 없지? 부장님이 딱 한잔만 하자고 하시네. 당신도 알잖아 부장님이 회사일 힘들면 나한테 털어놓는 거. 일찍 갈 테니까 밥은 먼저 먹어. (전화 끊자마자 가방에서 반병 정도 남은 소주를 꺼내 한 모금 마신다) 회식이라고 했기 때문에 입에서 술 냄새가 나야 됩니다. (오징어 다리를 꺼내 우물우물 씹는다) 술 냄새만 나면 이상하니까요. 자, 그럼, 훈련을 시작해 볼까요? 꾸부정 (기쁨) 저……정말이십니까? 대머리 시간이 없으니까 3단계로 요약 학습을 하죠.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꾸부정 (차렷 자세로) 옛! 대머리 가장 중요한 1단계는, 변화입니다. 꾸부정 변화? 대머리 많은 해고자들이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만 대부분 들킵니다. 왜일까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떠한 행동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한숨을 쉰다든가, 소파에 푹 주저앉는다든가, 밥 먹다가 숟가락을 멈추고 한참을 멍하니 있는다든가, 밤이 깊도록 식탁에서 소주를 마신다든가, 아들한테 사립대 말고 국립대로 가는 건 어떠냐고 한다든가, 잠자리에서 등을 돌린 후 웅크리고 잔다든가, 자다가 자기도 모르게 흐느낀다든가. 이런 변화들이 해고를 들키는 가장 큰 이유죠. 꾸부정 (감탄) 그렇군요. 대머리 변화되지 않는 것. 일상적인 평범함을 유지하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꾸부정 (감탄의 연속) 으음……. 대머리 이론만 가지고는 감이 안 옵니다. 실전훈련을 해보죠. 이 놀이터가 집이고 제가 부인이라고 설정을 해봅시다. 선생은 회사 일을 마치고 막 퇴근한 상탭니다. 바깥에서 벨을 눌러보세요. (꾸부정이 멍하니 있자) 시간 없습니다. 빨리. 꾸부정 (얼떨결에) 예…… 옛! (바깥으로 달려 나가) 띵동! 대머리 (부인 흉내)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대머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풉……. 대머리 ……. 꾸부정 그게……집사람이 대머리라고 생각을 하니까 너무 웃겨서……. 대머리 ……. 꾸부정 죄……죄송합니다. 제대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아, 먹었어. 대머리 (손을 잡으며) 고생 많았지? 꾸부정 …… 흐흑. (흐느낀다) 대머리 뭡니까? 왜 울죠? 꾸부정 (흐느끼며) 집사람이 손을 잡아주니까 갑자기 미안하고, 고생만 시킨 것 같고, 젖은 손이 애처롭고……. 대머리 어허, 이러니까 들키는 겁니다. 마음을 강하게 먹으세요. 돌부처처럼! 꾸부정 네……넷! 돌부처! 다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과장되게) 밥? 먹었지! 아주 많이! 대머리 (손을 잡으며) 별일은 없었어? 꾸부정 (더더욱 과장되게) 별일은 무슨, 평소랑 또오오옥 같았어 하하하하! 대머리 잠깐, 왜 이렇게 들떠 있죠? 회사에서 좋은 일이 있었나요?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월급날입니까?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부인 생일인가요? 꾸부정 아니요……별일 없었는데 대머리 그런데 왜 그렇게 오버를 합니까? 별일 없었는데 그렇게 오버 하면서 별일 없었다고 하니까 마치 별일이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꾸부정 아……거기까지는 차마. 대머리 자, 눈을 감으세요. 상상을 해봅시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반복적인 회사의 하루, 위에서 눌리고 밑에서 치이고 정리해고의 소문이 뒤숭숭하게 들려오고, 선생은 그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하루를 버티고 퇴근을 합니다. 지하철이 붐빕니다. 버스가 막힙니다. 심신이 지쳐있습니다. 터덜터덜 걸어옵니다. 그 상황에서 초인종을 누릅니다. 띵동! (부인 목소리) 당신 왔어? 별일 없었지? 꾸부정 (상상하다가 정말 지친 듯, 무심하게) 뭐, 똑같지 뭐. 대머리 나이스! 그겁니다! 하니까 되잖아요? 꾸부정 아? 정말? 정말 되네? 환호하는 꾸부정. 대견한 듯 지켜보는 대머리. 대머리 (느닷없이)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재빨리)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능숙하게)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완전 능숙) 뭐, 똑같지 뭐.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대머리. 대머리를 부둥켜 안는 꾸부정.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2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초조한 듯 그네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상하게도 잠옷 차림. 그의 발밑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들. 대머리가 체육복 가방을 들고 놀이터로 들어온다. 그네에 타고 있는 꾸부정을 의식 못한 채 양복바지와 윗도리를 벗는다. 아아, 그 속에 입고 있는 축구 유니폼. 대머리 (부인에게 전화하는 듯) 나야. 사내 축구대회가 이제 끝났어. 오늘은 두골밖에 못 넣었어. 부장님은 후보였지 뭐. 밥?……부장님이 같이 먹자고는 했는데…… 정 그렇다면 집에서 먹지 뭐.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모래밭에 뒹굴며 유니폼을 더럽히는 대머리. 만족한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꾸부정을 발견하고는 놀란다. 대머리 뭐……뭡니까? 꾸부정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대머리가 꾸부정을 잡아채어 그네 밑으로 숨는다.(숨어질 리가 없으니 웃기다) 대머리 오랜만? 헤어진 지 하루 만에 만났는데 오랜만이라구요? 꾸부정 오랜만은……아니네요. 대머리 이 놀이터는 제가 찜했으니까 다른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우라고 몇 번을 말했습니까? 꾸부정 그건……알지만. 대머리 대체, 40대의 못생긴 남자 둘이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다는 게 주민들이 봤을 때 얼마나 평범하지 않은 일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방금, 솔직히 이 대머리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는데 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쌓여있는 담배를 본다) 맙소사, 이 아까운 담배. 이 담배값이면 김밥이 두 줄이거늘…… 왜 이런 비행을 일삼는 겁니까? 혹시…… 걸린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세상에, 하루 만에 걸리다니……시키는 대로 안 했죠? 꾸부정 아…… 아닙니다. 배운 그대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변수가 있었어요. 대머리 변수라니요? 꾸부정 스승님께 배운 1단계를 계속 되뇌면서, 심호흡을 하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대머리 순간? 꾸부정 첫째 둘째가 쪼르륵 달려오더라구요. 그러고는 갑자기……. 대머리 갑자기? 꾸부정 아빠 생일을 축하한다면서 첫째 놈이 어깨를 주무르고 둘째 놈이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러면서 .(갑자기 목이 멘다) 대머리 세상에……본인 생일인지도 몰랐나요? 꾸부정 저는 집사람이랑 애들이랑 부모님이랑 장인 장모랑 부장님 상무님 전무님 사장님 생일밖에 모릅니다. 대머리 ……. 꾸부정 자식들이 생일노래를 불러주는데 어떤 아빠가 목이 안 멥니까. (흐느낀다) 대머리 잠깐, 이상하군요. 선생 말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들은 자녀들이 생일을 챙겨줄 때 웁니다. 자녀들의 생일 축하에 감동한 아버지가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운다. 이건 튀는 게 아닌데? 평범한 건데? 꾸부정 조용히 운 게 아니라……. (갑자기 바닥에 뒹굴며 통곡한다) 대머리 음 ……그렇게 울었군요. 꾸부정 (끄덕이며 계속 통곡) 대머리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나 할 법한 울음을 생일 축하를 받는 자리에서. 꾸부정 (더 크게 통곡) 대머리 가족들은 가장의 뜬금없는 대성통곡에 당황했을 테고. 꾸부정 (그야말로 대성통곡) 대머리 그래서……그 다음 행동은? 꾸부정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도망치듯 안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대머리 도망치듯 이라, 이런. 꾸부정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안방 문을 잠그고. 대머리 맙소사. 꾸부정 밖에서 두들겨도 열어주지 않다가 . 대머리 하느님. 꾸부정 눈을 떠보니 아침이더군요. 대머리 ……부인은? 꾸부정 ……거실에서. 대머리 ……. 꾸부정 눈을 뜨자마자 너무 당황스러워서……몰래 집을 나왔습니다. 대머리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더군다나……잠옷 차림. 꾸부정 공원에 계속 숨어 있다가 시간 맞춰서 나온 겁니다. 스승님…… 저 어쩌죠?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했거늘. 꾸부정, 흐느낀다. 대머리, 눈을 감은 채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천천히 축구 유니폼을 벗는다. 속옷 차림으로, 꾸부정에게 축구 유니폼을 건네는 대머리. 대머리 회사원인 남자가,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나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러나 체육대회를 했다면 알리바이가 생기죠. 입으세요. 꾸부정 ……하지만……스승님도……. 대머리 저는…… 심판 봤다고 하겠습니다. (가방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목에 걸며) 이건……다음 달에 쓸 거였는데……. 꾸부정 이 은혜……잊지 않겠습니다. 스승님. 대머리 들어가자마자 아버님 사진을 꺼내세요. 꺼내자마자 사진 부여잡고 우세요. 어제 선생은, 돌아가신 아버님 때문에 울었던 겁니다. 꾸부정 (경이로움) 과연……스승님은……. 대머리 이제, 뒹구세요! 꾸부정, 열심히 모래바닥에 몸을 뒹군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3 불이 켜지면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놀이터에 서 있다. 그녀는 양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다. 단발 (냉랭하게) 여보, 솔직히 말 안 하면 나, 집 나갈 거야……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울먹이며) 당신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빨리 말해?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화통하게) 호호호호! 괜찮아 여보! 딱 보니까, 짤렸네? 호호호호!! 힘없이 주저앉는 단발머리.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차분하게 독백을 시작한다. 단발머리가 독백을 하는 동안 파마머리를 한 여성이 조용히 들어온다. 그러고는 옆 그네에 앉아 벼룩신문을 보기 시작한다. 단발 (이성적으로) 여보, 나 당신과 지금까지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거야. 당신도 알겠지만 우린 부부야. 부부가 뭔데? 비밀이 없는 게 부부야. 내가 열을 셀 동안 당신이 끝까지 비밀을 말 안 해준다면 나……집 나갈 거야. 이게 당신의 마지막 기회야.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넷……. 파마 (불쑥) 대답 안 할 거예요. 단발 (화들짝) 네 넷? 파마 그쪽 아저씨한테 짤렸냐고 추궁해도 대답 안 할거라구요. 단발 ……. 파마 오히려 추궁하면 추궁할수록 그쪽 아저씨는 위험해질 거예요. 단발 위험해……진다구요? 파마 남편 성격이? 단발 조금……소심해요. 파마 소심하다라……열을 세자마자 바로 집을 뛰쳐나가겠네. 단발 약간 다혈질이기도. 파마 다혈질이라……바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뛰어내릴 수도 있겠네. 단발 조금 고전적인 면도. 파마 고전적이라……고전적으로 약국마다 돌면서 수면제를 살 수도 있겠네. 단발머리, 비틀거리다가 그네에 주저앉는다. 파마 너무 걱정하진 말아요. 뛰쳐나가면 잡으면 되고 옥상 문은 잠가놓으면 되고 약 먹어도 응급실이 있으니까. 그래도……상처는 남겠죠. 돈 없어도 살지만 자존심 없으면 못사는 게 남자니까. (일어나며)그럼 이만. 단발 저……저기……. 파마 ……. 단발 어떻게……그렇게……잘……. 파마 우리 아저씨도 짤렸거든요. 그것도 1년째. 단발 그쪽 아저씨가 혹시……뛰쳐나가셨나요?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옥상에서?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약을? 파마 전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건조하고, 재미없고, 대머리고. 단발 그게 어떻게 …… 가능하죠? 파마 모르는 척 했거든요, 해고당한 걸. 단발 모르는 척……그게……그렇게 쉽게……. 파마 평범한 주부들은 안 돼요. 어느 정도 비범해야만 가능하죠.(시계 본다)늦었네요. 잠시 후면 우리 아저씨가 이 놀이터로 올 거예요. 항상 여기 들렀다가 시간을 맞춰서 퇴근한 척하거든요. 파마머리, 벼룩시장을 챙겨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단발 사모님! 파마 ……. 단발 저도……저도 비범하게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파마 일반 주부가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에요.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단발 (무릎 꿇으며) 부탁이에요, 사모님. 저희 남편이 때때로 소심하고 때때로 한심하고 때때로 답답하기는 하지만……좋은 사람이에요. 오로지 집이랑 애들이랑 저밖에 모르는……그 사람이 옥상으로 올라가거나 약을 사러 돌아다니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그 사람이 계속해서 맘 편히 집으로 오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무릎 꿇으며) 부탁드려요! 한동안의 정적. 파마 제자로 받아주면……가끔 소금 설탕 간장 같은 거 빌려줄 수 있어요? 단발 그럼요! 파마 맛있는 반찬 하면 나눠줄 수도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그쪽 애들 통닭이나 피자 시켜주면 우리 애들도 불러 먹일 수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제자님이 그렇게 해주면 나도 제자님한테 그렇게 해주겠어요. 서로 서로 나눔으로써 감소된 경제력을 최대한 이겨내는 거예요. 단발 방금, 제자라고? 파마 그래요. 제자로 받아주겠어요. 단발 (큰절) 스승님! 파마 (대머리에게 전화하는 것일까) 여보, 퇴근하는 중이지? 미안한데 올 때 계란 좀 사다줘요. 동네 슈퍼 말고 꼭 유기농 파는 데로 가서, 그래 큰길가에 있는, 고마워요. (전화 끊는다) 우리 아저씨가 놀이터로 오는 시간을 지연시킨 거예요. 수업을 해야 하니까 단발 그런 깊은 뜻이! 그럼 저도 전화할까요? 파마 비싼 거 말고, 계란이나 당근처럼, 싸면서도 깐깐하게 골라야 하는 걸로, 그래야 남편에게 부담이 안 가면서 시간도 벌어지니까. 단발, 꾸부정에게 열심히 전화한다. 파마, 대견하게 지켜본다. 통화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는 두 사람. 파마 상태 체크부터 해보죠. 그쪽 아저씨가 해고당했을 거라는 판단을 하게 된 이유는? 단발 그게……집에 왔을 때만 해도 평소랑 똑같았어요. 별일 없었냐고 물어보니까. 파마 “뭐, 똑같지 뭐.” 라고 했죠? 단발 (놀란다) 그걸 어떻게? 파마 그게 1단계니까요. 단발 그런데 그날이……남편 생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애들이 노래를 불러줬어요. 그런데. 파마 그쪽 아저씨가 한참을 가만있다가 대성통곡을 한 거죠? 단발 맞아요! 파마 그러다 울먹이면서 안방으로 뛰쳐들어갔을 테고. 단발 맞아요! 파마 문을 잠가놓고 밤새 안 열어주다가 다음 날 아침에 잠옷 바람으로 나갔는데 들어올 때는 축구 유니폼을 입고 들어오더니 아버님 사진을 꺼내놓고 울지는 않던가요? 단발 맞아요! 그것도 멀쩡히 살아계신 아버님을……. (흐느낀다) 파마 분석을 해보니, 짤린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오는 증상이네요. 지금이 가장 위험할 때에요. 걸릴까 말까 말할까 말까 집에 들어올까 말까를 가장 고민할 때죠. 단발 그……그러면……어떻게? 파마 제자님이 실력을 발휘할 때인 거예요 일명 ‘모른 척’의 실력을. 단발 모른 척의 실력? 파마 생각해봐요. 남편들이 “아, 걸릴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언제 하게 될까요? 단발 글쎄……. 파마 바로 ‘눈빛’이에요. 단발 눈빛? 파마 가장들이 고달프고 괴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힘이 뭘까요? 그건 바로 가족들의 눈빛이에요. 힘들게 일을 마치고 돌아 왔을 때,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가족들의 애정 어린 눈빛. 그럴 때 가장들은 힘을 얻는 거예요. 단발 아! 그렇다면, 앞으로 그 눈빛을 더 열심히 보내주면 되겠네요? 파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그건 그 사람들이 ‘일’을 할 때잖아요. 단발 ……. 파마 지금은 일을 못 하고 있는 상태죠. 일을 못 구해서 미안하고 돈을 못 버니까 미안하고, 그런 가슴 아픈 상태에서 집에 들어왔는데 가족들이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낸다고 생각해봐요. 어떻겠어요? 단발 (서서히 깨달음을 얻는다) 아아……. 파마 애들이 노래를 불렀을 때 그쪽 아저씨가 왜 대성통곡을 했는지 알겠죠? 단발 (깨달음) 이제야 알겠습니다. 스승님. 파마 그렇기 때문에 그 1단계가 바로 ‘눈빛 돌리기’ 인 거예요. 단발 눈빛 돌리기! 파마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 봐요. 남편이 퇴근한 척하고 집에 들어왔어요. 대꾸를 해 보세요. “여보, 나 왔어.” 단발 (눈빛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으……응……별일 없었어? 파마 그렇게 어색하게 눈빛을 돌리면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느낌이 바로 오잖아요. 단발 그렇네요. 파마 다시 한 번 해봐요. “여보, 나 왔어.” 단발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며) 응, 별일 없었지? 파마 그렇게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면서 얘기하면 냉랭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단발 아아…… 어렵네요. 파마 눈빛을 피하되, 의도적이지도 냉랭하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피해야 되는 거예요. 상상을 해봐요. 남편이 집에 왔을 때 눈빛을 돌리고 있을만한 자연스러운 무엇. 단발 자연스러운 무엇이라……. 파마 시범을 보여주죠. 역할을 바꿔 봐요. 단발 (남편 흉내) 여보, 나 왔어. 파마 (뒤돌아 요리하는 척) 왔어? 계란 사왔어? 단발 (계란 건네주는 척) 응, 여기. 파마 (계란 받자마자, 다른 곳으로 가며) 빨래가 다 됐나? 당신은 빨리 씻어. 단발 (씻으러 가는 척) 응, 그래. (씻으러 들어갔다 나온 듯) 다 씻었는데? 파마 (식탁을 가리키는 듯) 밥 차려놨어. 단발 당신은? 파마 당신 기다리다 배고파서 먹었어. 아이고, 내 정신? 드라마 녹화해 놨는데. (거실로 달려가는 시늉) 단발 (껄껄 웃는다) 허허 당신도 참! (편하게 밥을 먹는 시늉을 하다가) ……어머? 한 번도 안 마주쳤어요! 파마 그리고 자연스럽죠? 단발 남편 입장에서도 정말 자연스럽고 편하겠어요! 파마 이 1단계를 여러 가지로 조합해서 써먹으세요. 요리-빨래-드라마, 드라마-요리-빨래 같은 식으로. 여기서 중요한 건, 요리가 맨 마지막에 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밥을 같이 먹게 되고, 같이 먹게 되면 눈이 마주치게 되니까. 단발 (경이로움) 스승님……. 파마 통닭 시키면, 꼭 우리 애들 불러줘요. 단발이 파마를 껴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4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대머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머리가 생일 때 쓰는 고깔모자를 쓰고 천천히 걸어온다. 꾸부정 스승님! 대머리 (고깔모자가 부끄러운 듯) 오늘, 생일이거든요. 오늘 컨셉은 직원들이 해준 생일파티 컨셉입니다. 1년에 한번밖에 못 써먹는 게 아쉽긴 하지만…… (꾸부정의 상태를 보고) 좋아 보이는군요. 꾸부정 그럼요! 집사람이 완전히 속아 넘어갔습니다. 우연의 일치이긴 하지만 집에 갈 때마다 빨래를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구요. 눈이 안 마주치니까 더더욱 마음이 편합니다. 하하하하! 대머리 참으로……대단한 우연의 일치로군요. 꾸부정 네? 대머리 아닙니다. 그런 우연이 겹칠 때가 있죠……저도 그랬으니까. 어쨌든 다행입니다. 꾸부정 (비닐봉지를 내밀며) 저어……이거……. 대머리 이건? 꾸부정 스승님 생신 선물입니다. 대머리 ……해고자들끼리는……경조사를 모른 척 하는 게 불문율인데……. 꾸부정 그건 알지만, 스승님의 생신이니까요. 자판기 커피를 서울역에서 영등포 쪽으로 옮기니까 50원이 절약되더라구요. 그걸 두 달 동안 모아서 산 겁니다. 대머리, 천천히 봉지를 열어본다. 그 안에는 소주 한 병이 들어있다. 꾸부정 한 달 치 회식 아이템입니다. 대머리 ……직원들도……챙겨준 적 없었는데……선물……. 꾸부정 ……약소합니다. 한동안 말없이, 소주병을 만지작거리는 대머리. 대머리 (분위기 전환) 흠흠, 두 달이 지났으니 2단계로 들어갈 차례로군요. 꾸부정 그 생각을 하니까 두근거려서 잠이 안 왔습니다. 대머리 배우고 익히면 때때로 즐겁지 아니하죠. (선물 받은 소주를 따서 권하며) 일단, 한 모금 하시죠. 꾸부정 하지만……이건 스승님의 대머리 오늘은 제 생일이니까 특별히 보름치만 마시죠 (오징어 다리 네 개를 꺼내며) 안주도 사치스럽게 1인당 무려 두 개씩. 소주병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맛있게 소주를 마시는 두 남자. 대머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꾸부정 글쎄요, 명함? 대머리 (고개 흔든다) 꾸부정 그럼, 양복이나 작업복? 대머리 이렇게 물어보죠. 직장에 다니는 이유가 뭡니까? 자아실현 같은 뻔한 답 말고. 꾸부정 돈을 벌기 위해서죠. 돈을 벌어야 가족들 먹여 살리고 집도 사고. 대머리 그렇습니다. 돈, 바로 월급이죠. 직장을 다닌다는 가장 큰 증거는 바로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입니다. 꾸부정 (이마를 치며) 아아 그렇구나. 대머리 선생이 그 어떤 실수나 튀는 행동을 하더라도 월급을 꼬박꼬박 가져다주는 한 쉽게 의심받지 않습니다. 1단계보다 더 강력한 2단계는 바로 ‘월급’입니다. 꾸부정 월급이라……무슨 수로 월급을……. 대머리 퇴직금과 저축과 비자금을 포함하면 얼마나 됩니까? 꾸부정 한……삼천 정도…….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당겨쓰는 바람에……. 대머리 월급은? 꾸부정 이백이 조금…….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성과급제 인지라……. 대머리 봅시다, 재취업의 목표를 일 년으로 잡았을 때, 총자본 삼천에서 하루 용돈 만원 곱하기 365해서 빼면 2635만원. 중간 중간 부인과 아이들 생일 선물 챙겨주고, 가끔 부모님 외식도 시켜드리고, 아프면 병원 가야되고, 친구 만나면 술 한잔도 해야 되니까 100만원 빼면 2535만원. 이걸 열두 달로 나누면 211. 25만원. 딱 맞아떨어지는군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맞아 떨어지다니! 대머리 아직 감탄은 일러요. 변수를 따져봅시다. 올해 안에 큰돈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뭐가 있죠? 꾸부정 음……올해 봄에 어머니 금니를 해드리기로.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임플란트 해드린다고 하세요. 꾸부정 음……올해 여름에 가족들하고 제주도를.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하와이 가자고 하세요. 꾸부정 처제가 연애를 하는데 가을쯤 결혼하고 싶다고. 대머리 어떻게든 둘이 깨지게 만드세요. 꾸부정 겨울에 큰애가 수능을 보는데 그럼 대학 등록금을. 대머리 어떻게든 재수하게 만드세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쉽게 해결되다니! 선생님은 천재예요! 대머리 지금 당장, 은행으로 가서, 입금 하세요. 꾸부정, 대머리를 부둥켜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5 불이 켜지면, 단발과 파마가 그네에 앉아있다. 단발은 통닭을, 파마는 장조림 통을 들고 있다. 그들의 발밑에는 반쯤 남은 소주병(남자들이 마신)이 남아있다. 단발 다 먹으면 살찐다고 애들한테 강제로 뺏어 온 통닭이에요. 파마 우리 애들 좋아하겠네. 이건 우리 엄마가 보내준 장조림이야. 단발 이 귀한 걸. 파마 미국산일 거야. 단발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죠. 두 여자, 웃는다. 단발 (소주병을 내려다보며) 회식을 보름치나 빠뜨려놓고 갔네요. 불쌍한 그이. 파마 남은 보름은 축구대회로 때우겠지. 모래판에 뒹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파. 단발 이번 달엔 월급을 두 번이나 입금했더라구요. 파마 우리 아저씨는 실수로 우리 딸한테 입금한 적도 있어.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월급날이니까 당당하게 들어오겠네. 오랜만에……하자고 할지도 몰라. 단발 어머, 스승님도. 파마 안 좋아도……좋은 척해 줘야지 뭐. 단발 난 그냥……좋은데. 파마 역시, 젊구나.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소주병 집으며) 이 회식 보름치는, 우리가 마시자구. 곗날이었다고 하지 뭐. 단발 곗날이라……짤린 지 1년 넘은 곗날. 파마 난 2년. 두 여자, 한참을 웃다가, 사이좋게 소주를 나눠 마신다. 파마 그 아저씨들…… 앞으로 1년 버티기도 간당간당할 거야. 퇴직금은 한계가 있지. 단발 우리 남편은…… 당겨썼을 텐데. 파마 중간에 큰돈 들어갈 일 있으면 알아서 짤라줘. 어머니 금니라든가 제주도로 떠나는 가족 여행이라든가 자식들 학자금이라든가 동생 결혼식 같은 것들 있잖아. 단발 어머?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파마 사는 게 비슷비슷하니까 돈 들어가는 것도 비슷비슷하겠지 뭐. 단발 정말이지……스승님은. 파마 대놓고 짜르면 의심하니까 자연스러워야 돼. 나 같은 경우는 뉴스를 많이 활용해. 요즘 뉴스에 경제 어렵다는 얘기 많이 나오잖아. 등록금에 목숨 끊고 효도 못 해 목숨 끊고 결혼 못 시켜줘서 목숨 끊고……그런 뉴스 나올 때마다 호들갑을 떠는 거야. “어머머머, 저걸 어떡해? 우리라고 안심하면 안 되겠네. 여보, 경제도 어려운데 당분간 허리띠 좀 졸라맵시다.” 그럼 남편이 그러겠지. “그래도……할 건 해야 되잖아?” 그럼 이러는 거지. “그거 안 한다고 당장 죽어? 다 내년에 합시다. 금니는 임플란트로, 제주도는 하와이로, 그리고 첫째 너는 조금만 더 공부하면 ‘인 서울’ 가능해. 그냥 재수해. 그리고 동생 결혼식은……으이그 나 그 남자 맘에 안 들어!” 두 여자, 배꼽을 잡다가, 다시 기분 좋게 마시는 소주. 파마 자기도…… 빨리 일을 구해야 돼. 단발 ……그래야죠. 파마 일을 구할 때도 튀지 말아야 돼. 집에만 있으니까 갑갑하다, 옆집 엄마들이 마트에 가서 일하니까 돈도 벌어 좋고 심심하지도 않아서 좋지 않느냐, 일도 엄청 편하다더라…… 물론 편하지는 않지……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단발 ……. 파마 그래도 마트를 구하면 다행이야. 술집을 돌면서 전병을 파는 아줌마들도 있어. 단발 ……. 파마 더 심하면……도우미로 나서는 거지. 단발 ……. 파마 남자들도 마찬가지야……일을 도저히 못 구하면 아빠방 같은 데로 가기도 하거든. 알지? 그, 남자 도우미 같은……. 단발 ……. 파마 대단한 거야……그렇게 해서 가족이 유지되니까. 단발 대단하네요……저로서는 엄두도 못 낼……. 파마 더 지나면……엄두가 날 거야……. 단발 ……. 파마 ‘뭐든’이라는 단어가 중요해. 뭐든. 단발 ……뭐든. 파마 2단계가 바로 그 ‘뭐든’ 이야. 단발 ……. 파마 (벼룩시장을 건넨다) 생일 축하해. 선물이야. 단발 ……고마워요. 파마 꼼꼼히 읽어 보면 일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소주병을 들고) 마시자고……곗날인데 말없이, 소주를 마시는 여자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6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축구 유니폼 차림으로 모래판에 열심히 뒹굴고 있다. 잠시 후,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대머리. 그러나, 대머리가 아니다. 윤기 흐르는 리젠트 헤어스타일에 삐까번쩍한 양복, 광나는 구두. 그러나, 왠지 어색한.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운. 꾸부정 스승님! …… 머리가? 대머리 가발입니다. 꾸부정 결혼식이라도?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이제, 완벽하게 홀로서기를 하셨군요. 꾸부정 스승님 덕분이죠……덕분에 집사람이 뒤로 자빠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네요.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어머니 금니도 가족들 여행도 다 내년으로 미뤄졌어요. 처제는 결혼 상대가 갑자기 마음에 안 들고 아들놈은 갑자기 ‘인 서울’을 노리겠다더군요. 4년제도 힘든 놈이……. 대머리 그건 정말로……완벽한 행운이군요. 꾸부정 예……그야말로 완벽한……. 대머리 ……. 꾸부정 집사람이 일을 시작했어요. 집에만 있으니까 심심하다면서. 대머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겠군요. 꾸부정 전병을 팔고 있더라구요……술집을 돌아다니면서.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하다고 할 만할 일일까요……전병을 파는 게…….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해서겠죠……분명……. 좋은 건지, 씁쓸한 건지 모를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네를 타는 두 남자. 대머리 마지막 3단계를 배울 차례로군요. (양주를 꺼낸다) 양주 한잔 하시죠. 꾸부정 양주가……어디서?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졸업 선물입니다. 어떠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양주를 받아 마시는 꾸부정. 대머리 3단계는 ……시간입니다. 꾸부정 ……시간. 대머리, 그네에서 일어나 놀이터를 천천히 거닌다. 대머리 어릴 때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꾸부정 ……. 대머리 의사도 됐다가 선생님도 됐다가 과학자, 대통령, 경찰관, 소방관, 백화점 사장, 옷가게 사장, 슈퍼마켓 사장……그렇게 소꿉놀이를 하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시간이 더 많으면 나는 더 많이 놀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생각했죠. 시간이 많다는 게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걸……이제야 깨닫게 되는군요. 꾸부정 ……. 대머리 선생님이 해고된 순간부터 선생님에게는 엄청난 시간이 생겼습니다. 이제 선생님은 직장을 구할 때까지 평범함을 연기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시간과 싸워야 합니다. 늦잠을 잘 수 없습니다. 출근 하는 척해야 되니까요. 밖에서 시간을 때워야 합니다. 퇴근 시간이 되어야 집에 갈 수 있으니까요. 밥도 혼자 먹어야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직장에서 먹으니까요. 비싼 걸 먹으면 안 됩니다. 돈이 없으니까요. 꾸부정 ……. 대머리 동네 주변에 있으면 안 됩니다.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극장도 있고 피씨방도 있고 커피숍도 있지만 갈 수 없습니다. 돈이 드니까요. 아침이 되면 꾸역꾸역 밖으로 나가서 저녁이 될 때까지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돈 안 드는 방법을 택해서 시간을 죽여야 됩니다. 시간이 많다고 책을 읽어서도 안 됩니다. 취직을 위해서 교차로 벼룩시장 가로수만 죽어라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합니다. 매일매일 그런 시간과 싸워야 됩니다. 그게……마지막 3단계입니다. 꾸부정 ……. 대머리 (놀이터를 둘러 본 후) 어릴 때는 이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놀이터에서 대머리의 어른이 미끄럼틀을 타고 있으면 웃기잖아요……어른이니까……. 꾸부정 ……. 대머리 (시계를 본다) 이제 가야겠군요. 저도 오늘은 축구대회라고 한지라 ……. 대머리, 가발을 벗고, 비까번쩍한 양복을 벗으면, 그 안에 입혀져 있는 유니폼. 그 상태로 모래바닥에 사정없이 뒹굴고, 꾸부정도 말없이 뒹굴고. 꾸부정 (뒹굴면서) 스승님……우리…… 소꿉놀이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어릴 때처럼? 대머리 (역시 뒹굴면서) 우리 같은 중년의 가장에겐……조금은 괴로운 소꿉놀이군요. 그런데……어릴 때 소꿉놀이 할 때는 왜 한번도……회사원 역할을 안 했을까요. 꾸부정 ……. 대머리 시시해서였을까요? 꾸부정, 말없이 더욱 열심히 뒹굴고, 대머리도 그런 꾸부정을 보며 더더욱 열심히 뒹굴고……. 암전. 잠시 후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두 남자의 목소리. 목소리 나 왔어…… 별일은 무슨…… (심호흡을 한번 하고) 뭐, 똑같지 뭐. 작은 멜로디. -막-
  • Q&A로 알아본 AI

    Q&A로 알아본 AI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저병원성 AI의 차이는. -저병원성은 약한 감기 정도 수준이다. 하지만 고병원성은 가금류 치사율 100%다. 심각한 산란율 저하로 경제적 피해도 크다. →AI에 걸린 닭과 오리는 어떤 증상을 보이나. -닭은 사료 섭취와 산란율이 감소하며, 벼슬이 파란 색깔을 띠고 머리와 안면이 붓는다. 증상이 가벼운 것도 있지만 갑작스레 폐사하기도 한다. 종오리(씨오리)는 산란율이 떨어지고 폐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육용오리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AI 전파 경로는. -신발, 사료차, 기구, 장비, 계란 표면에 분변이 묻어 다른 닭에게 직접 전파된다. 분변 속 바이러스는 최소 35일 이상 생존이 가능하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분변 1g은 약 100만 마리의 닭을 감염시킬 수 있다. →사람에게는 어떤 경로로 감염되나. -주로 호흡기를 통한 감염이다. 하지만 고농도 바이러스를 제외하고는 먹으면 위산 때문에 바이러스가 죽는 것으로 보인다. →호흡기 감염인데 왜 손을 씻으라고 하나. -만약 바이러스가 많이 묻은 손으로 눈, 입, 코를 만지면 바이러스가 점막을 통해서 인체에 침입할 수 있다. →감염된 닭이나 오리고기, 또는 계란을 먹으면 어떻게 되나. -AI 바이러스는 모두 75도에서 5분 가열하면 100% 죽는다. 계란도 마찬가지니 익혀 먹으면 걱정할 것이 없다. 또 감염된 가금류는 사실상 시장 출하가 불가능하다. AI 신고가 들어간다면 해당 농장 주변 3㎞는 이동이 제한된다. 닭은 배란 능력이 떨어져 거의 산란을 할 수 없다. →닭, 오리에 대한 치료약이나 예방약은 없나. -닭, 오리는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다고 보는 편이다. 일부 국가에서 임시 방편으로 백신 접종을 한 사례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방역관리 측면에서 볼 때 권장할 만한 대책이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사람은 일반 독감 예방주사로 효과를 볼 수 있나. -AI 예방 효과는 없다. →확산 방지를 위해 국민이 지켜야 할 내용은. -AI 발생 지역을 방문한 사람은 최소 1주일 이상 가금류 사육농장이나 동물원에 가지 말아야 한다. 철새 도래지도 방문을 삼가는 것이 좋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천안·익산서 고병원성 AI 판명 ‘비상’

    2년 만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했다. 고병원성 AI는 구제역과 달리 사람도 감염될 수 있는 ‘인수(人獸) 공통전염병’으로 국내에서는 2003년과 2006년, 2008년에 이어 네 번째다. 또 경북 경주와 영천, 경기 남양주, 강원 횡성에서 추가로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나왔다. 고병원성 AI와 구제역이 동시에 발병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31일 “지난 29일 충남 천안시 풍세면과 전북 익산시 망성면에서 AI 의심 증상이 신고된 오리와 닭을 정밀 검사한 결과 ‘고병원성 AI’(혈청형H5N1)인 것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정승 제2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AI 방역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H5 혈청형이 확인되면서 천안 종오리농장의 1만 마리와 익산 종계장의 1만 7000마리를 매몰처분했다. 23~28일 익산 종계장에서 닭을 반입한 관련 농장의 닭 9만 2000마리도 매몰처분을 했다. 또 발생농장 반경 3㎞를 위험지역으로, 10㎞를 경계지역으로 설정해 이동을 제한시켰다. 이상길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사례가 없다.”면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닭고기와 오리고기, 계란 등 축산물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구제역의 전방위 확산도 지속되고 있다. 경주 안강읍과 영천 화산면, 포항 기계면, 남양주 진건읍의 한우농장과 횡성 우천면의 돼지농장도 양성으로 판명됐다. 이에 따라 구제역 피해 지역은 5개 시·도에 32개 시·군으로 확대됐다. 살처분·매몰 가축도 2385개 농가 58만 456마리로 늘었다. 방역당국은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횡성과 경주의 구제역 발생 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10㎞ 지역에 대해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백신 접종 대상도 16개 시·군 34만여 마리로 늘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조류인플루엔자(AI) 닭, 오리, 칠면조, 철새 등 조류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급성 전염병이다. 잠복기는 수시간에서 2~3일 정도.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는 최장 잠복기를 21일로 규정한다. 전파속도가 매우 빠르며 폐사율 등 바이러스의 병원성 정도에 따라 고병원성과 저병원성으로 구분한다. 고병원성 AI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 [깔깔깔]

    ●계란말이 “김 부장은 술만 마시면 ‘개’란 말이야!” 매너 좋기로 소문난 김 부장의 얘기라서 깜짝 놀라 자세한 내용을 보니 -‘김 부장은 계란말이를 좋아하여, 술만 마시면 안주로 언제나 계란말이를 주문한다.’는 얘기였다. ●치아보존법 베스트 3 건강한 치아를 오래 유지하려면 다음 세 가지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 1. 식후 3분 안엔 반드시 칫솔질을 할 것. 2. 1년에 두 번은 꼭 치과의사를 찾아갈 것. 3. 남의 일에 쓸데없이 말참견하지 말 것. ●다음 번 결혼식 여배우 친구 :“어떡하니!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결혼식에 참석 못 했어, 미안해.” 여배우 : “괜찮아, 다음 번 결혼식 땐 꼭 참석해야 돼.”
  • [새해 달라지는 것들] 시력 나빠도 현역 입대…성충동 억제 약물치료 亞 첫 실시

    [교통·법무·병무] ▲어린이보호구역 벌칙 강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 사이에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범칙금이나 과태료, 벌점이 최저 1.3배, 최고 2배로 가중된다. 법규 위반 항목은 통행금지·제한, 주·정차, 속도, 신호나 지시 등이며 보행자 보호의무 불이행도 단속한다. ▲주차장·학교 음주운전도 처벌 그동안 주차장이나 학교 등 도로가 아닌 장소에서는 음주운전이나 뺑소니 운전을 해도 처벌할 수 있는 법규가 없었지만 1월 24일부터 처벌이 가능해진다. 단, 운전면허 취소·정지 등의 행정처분은 할 수 없다. ▲신용카드로도 교통 과태료 납부 1월 24일부터 교통 과태료를 현금 납부나 계좌이체 외에 신용카드로도 납부할 수 있게 된다. 1회 납부 가능 과태료 금액은 200만원(가산금 및 중가산금 포함)으로 제한되며 해당 과태료 금액의 1.5% 이내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성폭력 피해 아동 법률 조력인 제도 13세 미만 성폭력 피해 아동에게 법률 조력인을 선임한다. 아동 전담 검사가 사건 초기부터 변호사 선임을 지원해 준다. 법률 조력인은 지원센터 등과 연계해 피해 아동에게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손해배상까지 민·형사 사법 절차를 포괄해 적극적인 피해자 지원 활동을 하게 된다. ▲19세 이상 여성 대상 성폭력 범죄자 신상 정보 공개 4월 16일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자의 신상 정보를 ‘성범죄자 알림e’ 시스템을 통해 공개한다. ▲전자소송 확대 5월부터 일부 법원에서 민사에도 전자소송제가 도입된다. 전자소송은 재판 당사자가 소송 서류를 인터넷으로 제출하고 법원도 판결문·결정문을 전자문서로 송달하는 등 종이 문서 없이 재판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성 충동 억제 약물치료 아동 대상 성폭력범 가운데 성도착 환자에 대한 ‘성충동 약물치료’ 제도를 7월 24일부터 아시아 최초로 실시한다. ▲신체 건강자 징병 신검 간소화 건강한 수검자는 혈액, 소변, 방사선, 심리 검사와 신장, 체중, 혈압, 시력 측정 등만 한 뒤 병역 판정을 한다. ▲어지간하면 군 면제 안 된다 안경 등으로 시력 교정이 가능하면 현역병으로 입대해야 한다. 인공 디스크 삽입 수술을 받았어도 면제가 안 되고 보충역으로 근무한다. ▲해외 이주자 여권 규제 완화 해외 이주자가 국내에 2년 넘게 체류하면 거주 여권의 유효 기간이 만료되는 제도가 폐지된다. [국토·환경] 석면피해구제제도 시행…KTX 전라선 8월 개통 ▲석면 피해 구제 제도 일상생활에서 석면에 노출돼 석면 관련 질환을 앓는 국민에게 요양급여 및 요양생활수당 등의 구제 급여를 지급하는 석면 피해 구제 제도가 시행된다. 신청 대상은 원발성 악성중피종, 원발성 폐암, 석면폐증 등에 걸린 사람이다. ▲실내 공기질 관리 대상 보육시설 확대 실내 공기질을 관리해야 하는 법인, 직장, 민간 보육시설의 기준 면적이 연면적 860㎡ 이상에서 430㎡ 이상으로 확대된다. 새 기준이 적용되면 모든 중대형 보육시설의 실내 공기질 관리가 가능해진다. ▲단독 가구주 국민임대 공급 면적 확대 3월부터 단독 가구주라도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장애인과 전용 면적 40㎡ 이하 국민임대주택 공급이 없는 지구의 저소득층은 전용 면적 50㎡ 이하를 공급받을 수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 규모 확대 상반기부터 1∼2인 가구 증가에 대응하고자 도시형 생활주택의 규모를 150가구 미만에서 300가구 미만으로 확대한다. ▲KTX 전라선(익산∼여수) 운행 개시 8월부터 여수, 순천역에서 직접 KTX를 이용할 수 있고 소요 시간도 약 19분이 단축(익산∼여수 기준)된다. [정보통신] 01X번호 2013년까지…와이브로 82개市 확대 ▲새로운 010 번호 제도 시행 2013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011, 016, 019 등 01X 번호를 변경하지 않고 3세대 이동전화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용 기간이 종료되면 01X 번호는 010으로 변경된다. ▲와이브로(WiBro) 서비스 전국 82개 시 확대 수도권 및 광역시 위주인 와이브로 서비스가 4월부터 전국 82개 시로 확대된다. 또한 경부·중부·영동·호남 고속도로 외에 추가로 서해안·남해·신대구부산 고속도로에서도 와이브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스마트폰 우편서비스 스마트폰으로 우편번호 검색, 우편물 종적 조회, 우체국 특산품 소개, 우편핸드북, 메일 서비스는 물론 우체국택배 및 국제특송(EMS) 신청, 경조카드 신청, 나만의 전자그림카드, 꽃배달서비스, 우체국쇼핑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농림식품] 65세 이상 농지연금제…닭·오리 전면포장 유통 ▲농지연금 시행 65세 이상으로 영농 경력 5년 이상, 소유 농지 3만㎡ 이하인 농업인을 대상으로 농지를 담보로 부부 모두에게 평생 연금이 지급되는 농지연금 제도가 시행된다. 70세 농업인이 2억원의 농지를 담보로 가입하면 매월 77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닭·오리 전면 포장 유통 실시 1월부터 닭과 오리 도축업 영업자 전체와 도축된 닭·오리 고기를 보관·운반·판매하는 영업자도 의무적으로 포장 유통해야 한다. 4월부터는 계란도 유통기한을 표시하고 포장해야만 유통할 수 있도록 위생관리가 강화된다. ▲농어업 재해보험 적용 대상 품목 확대 풋고추, 애호박, 장미, 국화, 복분자, 관상조, 조피볼락 등이 새로 농어업 재해보험을 적용받는다. 농작물 재해보험 적용 대상에도 자두, 참다래, 콩, 감자, 양파 등이 추가된다.
  • [씨줄날줄]경춘선/노주석 논설위원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는 단어가 있다. 열차다. 팍팍한 현재보다 아련한 추억을 연상시키는 지명이 있다. 춘천이다. 경춘선은 서울을 떠나 공지천 물안개를 찾아가는 길이다. 그래서 경춘선이 낭만, 추억과 동의어로 쓰이나 보다. 경춘선 덕택에 춘천은 ‘청춘의 성지’로 군림했다. 작가 이외수와 오정희가 사는 축복 받은 땅이기도 했다. 시인 나호열은 ‘춘천 가는 길’을 “속으로 울음 감추고서/울음 꼬옥 껴안고서/약속도 없이/천천히 걸어가는 거라고…”라고 풀었다. 가수 김현식은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오월의 내 사랑이 숨 쉬는 곳/지금은 눈이 내린 끝없는 철길 위에/초라한 내 모습만 이 길을 따라가네”라고 노래했다. 유안진 시인은 “…춘천이 그렇지/까닭도 연고도 없이 가고 싶지/…왜 느닷없이 불쑥불쑥 춘천을 가고 싶어지지/가기만 하면 되는 거라/가서, 할 일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거라/…봄은 산 너머 남촌 아닌 춘천에서 오지/…춘천이니까”라고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에서 예찬했다. 앨범을 뒤지다 보면 색 바랜 흑백사진들을 만나게 된다. 청량리역 시계탑을 배경으로 기타를 든 일행 속엔 담배를 꼬나문 우스꽝스러운 차림의 더벅머리 청년이 서 있다. 강이 보이는 대성리나 강촌, 춘천호반에 청년의 모습은 어김 없이 나타난다. 군복을 다려 입은 군인도 보인다. 젊은 날의 초상이 경춘선과 경춘가도에 녹아 있다. 1939년 사유(私有)철도로 처음 건설됐고, 한국전쟁 기간 중에는 병력과 보급물자를 운송했다. 60년대에는 화천 등지에서 훈련 받은 파월장병이 이 열차를 타고 서울을 거쳐 인천항으로 갔다. 70년대 이후는 입영열차로, MT 열차로 청춘과 사랑과 낭만을 실어날랐다. 상행과 하행이 교차할 때 대기시간을 느긋하게 즐겼다. 계란을 파는 홍익회 직원의 ‘삶은달걀’ 외침을 ‘삶은 달걀’이라고 희화했던 시절이었다. 지난 20일 오후 10시 03분 청량리발 남춘천행 무궁화 열차를 마지막으로 경춘선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71년 동안 쉼 없이 달리던 단선 기차는 생명을 다했다. 서울 상봉역에서 춘천역까지 1시간대에 주파하는 신형 복선 전철이 대신한다. 전철의 등장으로 수도권의 개념마저 바뀔 모양이다. 강원도 도청소재지 춘천의 수도권 편입 얘기를 듣게 되다니…. 이제 느리게 가고 싶어도 느리게 갈 수 없다. 대기할 수도 없다. 편리해지는 대가로 자꾸 추억을 잃는 것 같아 마음이 아리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탄생 배경 비슷한 작품들의 ‘연결고리’

    “책과 문학의 세계에 입문하고서 상당히 많은 문학 작품들이 다른 작품의 그림자를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내게 놀랍고도 흥미로운 발견이었다. 작가들은 흔히 ‘1인 공화국’으로 불리거니와, 그들이 창작한 문학 작품 역시 독자적인 의미와 가치를 지닌 독립적 실체라 보아야 옳을 것이다. 그럼에도 작품들은 또한 순전히 독립적이기만 한 존재는 아니어서, 다른 작품들과 다채로운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거울 나라의 작가들’(최재봉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은 문학 담당 기자가 ‘거울 관계’에 있는 문학 작품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거울 관계란 어떤 작품이 다른 작품을 드러내거나 암시해서 서로 거울처럼 비추는 경우를 말한다. 모든 로맨스 소설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아류이며, 모든 추리 소설은 애드거 앨런 포의 표절이란 말도 있지만 ‘거울’은 요즘 민감한 주제인 표절이나 패러디를 다룬 것은 아니다. 저자가 위의 ‘나오는 말’에서도 밝혔듯 누구나 문학을 포함한 예술 작품을 만날 때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을 경험할 때가 있다. 저자는 작가와 작품,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탄생 배경이 비슷한 문학작품을 소개한다. 신경숙의 단편 ‘지금 우리 곁에 누가 있는 걸까요’와 남진우 시 ‘겨울 저녁의 방문객’을 통해 저자는 부부 사이인 두 문인이 함께 겪은 신비한 체험을 소설과 시라는 각자의 장르로 소화하는 것을 발견한다. 어느 겨울 밤 실체를 알 수 없는 피조물이자 창조주의 방문을 신경숙은 ‘2년 전 잃은 아기의 옹알이’로, 남진우는 ‘환영’ 또는 ‘창백한 머리카락 한 점’으로 표현한다. 안정효의 중편 ‘낭만파 남편의 편지’와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은 놀랍도록 같은 이야기다. 권태기에 빠진 부부가 있다. 남편은 아내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긴 유혹의 편지를 보내고 그 편지에 아내가 응하면서 부부는 파국에 이른다. 서로 다른 문학 작품들 사이에서 거울 관계를 찾아내는 이 책은 문학 작품을 찾아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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