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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희준 “‘넝굴당’ 네번 거절…롤모델은 손현주”

    이희준 “‘넝굴당’ 네번 거절…롤모델은 손현주”

    출연한 드라마 제목처럼 요즘 ‘넝쿨째 굴러온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이희준(33). 그는 최근 종영한 KBS-TV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에서 투박하지만 순수한 사랑을 보여 준 천재용 역으로 여심을 흔들었다. 13년 무명 생활 끝에 갑자기 쏟아진 관심이 얼떨떨하지만 차분하게 이 시기를 겪고 싶다는 그를 20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요즘 ‘대세남’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실감하나. -식당에서 서비스로 계란찜이 나올때 인기를 실감한다(웃음). 자취 생활 12년째인데 계란찜은 자취생들에게 보약과도 같지 않나. 요즘 부쩍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사인을 많이 부탁하신다. 주변 어머니들이 부탁하시는 것 같다. →1999년에 연극 배우로 데뷔해 무명 생활이 길었는데 갑자기 쏟아진 스포트라이트가 어색하지 않나. -얼떨떨하기도 하고 쑥스럽다. 이런 상황이 부담되고 많이 낯설다. 사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라 길거리에서 팬들이 ‘천재용이다!’라면서 알아보면 나도 모르게 피하게 되더라. 물론 인기가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들뜨거나 집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드라마속에 자신만만한 천재용과 실제 모습은 차이가 있나 보다. -실제 성격은 답답할 정도로 진지한 편이다. 혼자 걷는 것도 좋아하고 연기를 위해서 늘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나를 관찰해서 조금 난감하기도 하다. →그래도 나이 서른 셋에 배우로서 다시 못올 좋은 기회를 잡은 것 같다.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냥 내가 더 빨리 알려지면 대본이 더 많이 들어오는 상상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유명세를 탄 이후로 검색어에 내 이름이 오르내리고 사생활이 가십 대상이 되는 것 같아 민망했다. 그래서 드라마를 하면서 친해진 (유)준상이 형과 (김)남주 누나에게 “작품으로만 소통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데, 사생활이 공개돼 부담스럽다”는 고민을 털어놓은 적도 있다. 그랬더니 그것도 배우로서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하더라. 이 시기를 차분하게 잘 겪어내고 싶다. →재벌 2세인 천재용의 캐릭터는 이전에 맡았던 역할들과 상당한 거리가 있는데. -영화에서 주로 깡패나 형사, 찌질한 역할만 맡다가 이런 부잣집 아들 역할은 처음이다. 지금은 이사를 했지만 반지하에 살고 돈도 없었는데 재벌 2세 역할을 제의받고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주변에 연극하는 친구 중에 100억원대 부자 아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를 관찰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투박하지만 정감있는 천재용의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었나. -작가님께 사투리를 조금 더 노골적으로 써보자고 제안했다. 더 순수하고 소박한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실제로 보수적인 집안에서 누나들만 셋인 천재용은 철이 안들고 유아적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강조했다. →천재용과 방일숙의 러브스토리에 가슴이 설랬다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실제 연인(연극배우 노수산나)과의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 -실제처럼 느껴졌다면 신나는 일이다. 상대 배우 조윤희가 편했고 친해지면서 나중에 즉흥적으로 애드리브를 쳐도 알아서 잘 받아줄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다. 실제 연애 스타일은 보수적이고 천재용보다 무뚝뚝하다. 같은 극단 소속으로 연기를 잘하는 친구다. 연애한지 1년 반 정도 됐는데 배우라 내 입장을 잘 이해해준다. →대학 1학년대 스무명과 연애를 할 정도로 고향인 대구에서 소문난 킹카였다던데. 연극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내 입장에서 만났다고 생각한 사람이 그쯤 된다는 얘기였다. 집안이 엄하고 보수적인데다 고등학교때까지 반장을 하고 리더십이 있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대학가자마자 연애를 많이 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다 철없고 어리석을 때의 이야기다. 1학년 겨울에 대구에서 술을 마시고 우연히 벽보에 붙은 극단 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충동적으로 찾아갔다. 그날부터 청소를 시작했고 한두달 뒤에 아동극을 했는데 무대에 서는 것이 너무 재밌었다. 원래 공대에 다녔는데 연기를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스물 다섯살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물론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었다. →연극 배우 생활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텐데. -늘 밥먹는게 쉽지는 않았다. 선배들과 술자리에 가면 안주로 배를 채우는 것이 습관이 됐다. 가난할 때가 많았지만 연기하는 순간들은 너무 행복했다. 지금도 그런 행복감을 잊거나 놓지 않으려고 한다. 연극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소중함이나 상대 배우에 대한 배려 등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많이 배웠다. →이후 영화 ‘퀵’, ‘화차’, ‘특수본’ 등에 단역이나 조연으로 많이 출연했다. 영화나 드라마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역할은 작았지만 늘 진심을 다해 연기했고 맡은 역할을 다 사랑한다. 영화에 출연하기로 계약을 한 뒤에 예고 없이 다른 배우로 교체되거나 편집되어 한 컷도 나오지 않은 적도 있었다. 속상하기는 했지만, 다른 배우들도 누구나 겪는 일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할때 연극적인 스타일을 고집하고 싶지는 않다. 유연성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만일 ‘넝굴당’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원래 영화에 출연하기도 되어 있었기 때문에 민폐를 끼치게 될까봐 ‘넝굴당’을 네번이나 거절했다. 그런데 이전 드라마를 함께 했던 감독님이 계속 설득해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원래 하기로 했던 영화는 다른 배우로 교체됐다. 운이 좋았다. 만일 드라마를 거절했다면 다른 운이 있지 않았을까. 사람마다 꽃피는 시기도 다르고 진실하게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온다고 믿는다. →롤모델로 삼는 배우가 있다면.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손현주 선배가 롤모델이다. 남 몰래 좋은 일도 많이 하시고 정말 진실하고 따뜻한 분이다. 앞으로도 배려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려고 한다.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부자의 경제학? 부채는 정치학!

    부자의 경제학? 부채는 정치학!

    ‘위대한 보통 사람의 시대’를 선포했던 노태우 정권 이래 대한민국 중산층의 기준 가운데 하나는 내 집 마련의 꿈, 중형 아파트다. “내 집이라지만 안방만 내 것이고 거실, 건넌방, 주방은 은행 거”라는 농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이 중산층의 기본조건에 요즘엔 ‘가계부채’라는, 무시무시한 뉘앙스의 단어가 붙어 있다. 이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미국에서 벌어진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월스트리트의 탐욕’이 문제시되자, 시장경제론자들은 돈 없는 주제에 왜 빚내서 집을 샀느냐며 ‘대중들의 탐욕’이 더 문제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니까 잘나갈 때는 모든 게 월스트리트 천재들이 개발한 최첨단 금융기법 덕이지만, 문제가 생기면 아무 생각 없이 유행을 따른 ‘너희들’의 탐욕 탓인 게다. 그런데 이거 남 얘기가 아니다. 가계부채 문제 해법이란 결국 열심히 돈 벌어다 그 돈 은행에 가져다 바친 죄밖에 없는 ‘우리’를 ‘능력도 없는 주제에 빚만 잔뜩 진 멍청한 대중’으로 규정한 뒤 더 가혹한 조건으로 돈을 갚거나 가진 물건을 내놓도록 하는 작업이니까. ‘부채인간’(마우리치오 라자라토 지음, 허경·양진성 옮김, 메디치 펴냄)은 이 문제를 다룬다.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 와중에 220여쪽의 짧은 분량의 책을 내놓은 심정은 애써 묻지 않아도 짐작된다.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정치 팸플릿으로 읽히길 원한다는 것이다. 재정위기를 겪는 각국에 긴축재정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벌거벗고 죽으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는, 채권국의 이익을 위해 채무국만 일방적으로 희생시키지 말라는, 채무국 국민을 놀고먹는 베짱이나 부도덕한 인간으로 취급하지 말라는 분노와 항의의 뜻이 담겨 있다. 이 정도면 정치 팸플릿으로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주다. 그럼에도 이 책이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저자가 프랑스 현대철학 전공자라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가 끌어다 대는 인물은 청년 마르크스에다 니체, 푸코, 들뢰즈, 가타리 같은 프랑스 현대철학 쪽이다. 엥? 늘 알쏭달쏭한 ‘설’(說)이나 풀어대는 프랑스 현대철학이? 하지만 이런 접근 자체가 아주 놀랍다거나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니체를 깊이 파고든 고병권 박사의 ‘화폐, 마법의 사중주’(그린비 펴냄), 영국 케임브리지대 사회학과 교수 제프리 잉햄의 ‘돈의 본성’(삼천리 펴냄)도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막스 베버 등 독일 사회학의 전통을 깊이 있게 소개해 온 김덕영 박사가 내년쯤 꼼꼼한 해제를 달아 선보일 게오르그 짐멜의 ‘돈의 철학’(도서출판 길 출간 예정)을 기다려 봐도 좋다. 이들 논의의 가장 큰 공통점을 뽑자면 화폐가 원활한 경제생활에 필요한 중립적 도구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부정한다는 데 있다. 이건 주류경제학이 상정하는 개인주의에 대한 비판에 연결된다. 주류경제학자들은 원시시대 물물교환의 필요성이 있었고 이게 누적되다 보니 자연스레 화폐가 등장했다는 입장에 선다. 그래서 그들은 고고학자가 파낸 패총 앞에서 주워든 조개껍데기로 성호를 그으며 “태초에 교환과 화폐와 시장경제가 있었나니, 아멘.”이라고 읊조린다. 화폐가 있는 곳이라면 시장경제가 존재했으리라는, 그래서 시장경제는 인간의 자연적 본성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는다. 반면 철학이나 사회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이들은 교환의 필요성보다는 미래에 대한 약속이라는 사회의 권력관계에서 화폐가 생겨났다고 본다. 그러니까 ‘지배자의 권리-피지배자의 의무’는 곧 ‘채권-채무’ 관계이고 이 채무를 객관적으로 표시해 둔 것이 바로 화폐라는 것이다. 거칠게 말해 생선 10마리와 사과 50개의 교환을 좀 더 편리하게 하려고 조개껍질 10개를 쓰는 게 아니라 “너는 나에게 생선 10마리를 빚졌다.”는 채무자의 책임을 기록해 두기 위해 조개껍질 10개를 썼다는 것이다. 화폐를 단순한 교환도구로 여기는 주류경제학적 관점에 대해 이들은 문화인류학적 연구 성과가 충분치 않던 시절 애덤 스미스를 비롯한 고전경제학자들이 제멋대로 추론한 것을 아직까지 진실로 믿고 있다고 비판한다. 여기에서도 의문이 생긴다. 말 안 들으면 두들겨 패면 되지 귀찮게시리 왜 채무를 갚으라는 방식을 썼을까. “부채는 단순한 경제적 장치에 그치지 않으며 피통치자 행동의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하는 통치의 안전기술 중 하나”란다. 즉 채권-채무관계란 “부채를 상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냄으로써 미래를 담보”로 잡는 행위다. 이를 통해 “현재의 행동과 미래의 행동 사이의 균형을 예측, 계산, 측정”할 수 있다. 이는 곧 윤리의 문제로 도약한다. “도덕성, 의식, 기억을 갖춘 일종의 주체성 구성에 관한 윤리-정치적 과정의 존재”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채무자, 그러니까 ‘호모 데비토르’(Homo Debitor·부채인간)가 탄생한다. 그러니까 빚졌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며,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고 허리띠를 졸라매 그 돈을 갚아 나갈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중간에 딴생각 품지 않고 오랜 기간 열심히 노동에 매진하는 이들을 모범적이고 착실한 인간으로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권력작용인 셈이다. 그래서 “복지국가에 대한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의 전략적 과정” 1단계는 “사회적 권리를 사회부채에 의해 점진적으로 대체시키는 작업”이다. 결혼해서 아이 낳고 집 사고 교육시킬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각종 사회보장 제도에 대한 끊임없는 공격과 방해작업이다. ‘이건희 아들에게까지 공짜 밥 먹일 필요가 있겠느냐.’거나 ‘복지 전달 체계에 문제가 있다.’면서 복지수급자를 사기꾼으로 은근히 몰아가는 전략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다음 단계가 이 “사회적 부채를 사적 부채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제 국가 지원은 없으니 각 개인은 자신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받아 해결해야 한다. 이는 국민으로서 행복하게 살 “권리를 가진 자들을 채무자로 변환”하는 작업이다. 니체, 푸코, 들뢰즈의 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도 이쯤이면 그들의 냄새를 충분히 맡을 수 있을 것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지난 우리 10년을 되돌아봐도 된다. ‘부자되세요’를 외치면서 펀드니 연금이니 뭐니 해봤지만 남은 것은 “대다수 국민의 채무자화, 주식배당에서의 소액주주화”뿐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우리의 지갑을 짓누르고 우리의 주체성을 조종하며 포맷하는” 부채사회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우선 “돈을 상환하지 못하는 것은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권력장치의 문제임을 기억”하고 “우리를 가두고 있는 담론 및 부채의 도덕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1만 2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19) 충남 아산온천로

    [길을 품은 우리 동네] (19) 충남 아산온천로

    충남 아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온천 도시다. 온천문화의 중심지로서 1960~70년대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시대 변화와 전국적인 온천 개발로 2000년대 들어 한때 추억의 온천관광지로 전락했다. 현재의 아산은 1995년 아산군과 온양시가 통합돼 탄생했다. 아산에는 천년 역사를 간직한 온양온천과 도고온천을 비롯해 최근 개발된 아산온천과 충무온천이 있다. 2008년 12월 15일 수도권전철이 연장 운행되면서 아산을 찾는 관광객이 급증, ‘추억의 명소’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아산온천로는 아산시 음봉면 음봉사거리에서 영인면 아산리삼거리를 잇는 2㎞ 구간이다. 아산온천로 가운데쯤에 아산온천이 자리 잡고 있다. ●알칼리성 아산온천… 신경통·고혈압 효과 인정 온양온천역에서 20분 거리인 아산온천(아산온천로 217-7)은 ‘테마온천’을 내세워 아산이 온천의 도시라는 명성을 찾는 데 선봉에 섰다. 1987년 온천이 발견됐고, 91년 관광지로 지정된 후 개발이 한창이다. 아산온천은 알칼리성 온천으로 인체에 유익한 20여종의 성분을 함유해 혈액순환 및 세포재생 촉진, 신경통·관절염·고혈압 등에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주변은 울창한 산림으로 둘러쌓여 산림욕까지 겸할 수 있는 다용도 온천을 자랑한다.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온천욕장과 국내 최대 규모의 테마온천인 스파비스가 2001년 개장됐다. 스파비스는 총면적이 2만㎡ 규모로 56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종합온천탕이다. 4계절 물놀이가 가능한 테마파크와 국내 최초로 온천수를 이용한 수치료 등을 통한 건강 증진이라는 신개념을 접목해 젊은층과 온천을 연계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모완 아산시 공보팀장은 “온양·도고온천에는 중·장년,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은 반면 아산온천에는 젊은층이 상대적으로 많아 차별화된다.”면서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다는 점에서 발전가능성이 높다.”고 소개했다. ●온천욕 끝내고 출출할 땐 ‘토종닭’ 음봉사거리에서 아산온천 방향으로 가다보면 푸른초원농원(아산온천로 341-59)이 눈에 들어온다. 7개 사육동에서 토종닭 2만여마리를 방사해 키우는데 농원의 단점인 냄새가 나지 않는데다, 파리를 찾아볼 수 없다. 조류독감도 피해갔다. 비결은 국내 최초로 개발해 특허까지 받은 순수한약재로 만든 사료에 있다. 농원 주인인 박준호(72)씨는 어릴 적 먹던 토종닭의 맛을 재현하겠다는 뜻을 품고 사료 연구에 매진했다. 어릴 적 자녀들이 학교 앞에서 사온 병아리에게 인삼분을 먹여 살린 경험을 토대로 갖은 시행착오 끝에 2002년 한약재를 사용한 닭 사료 제조방법 등을 특허 등록했다. 축산연구소의 육질분석을 통해 효능을 인정받고 입소문도 퍼졌지만 시중가보다 비싸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계란을 대형마트에 납품할 수 있게 됐다. 박씨는 “토종닭의 맛을 지키고 싶다.”면서 “돈을 벌기 위해 사육방법을 바꿀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농원과 인접해 있는 유기농 토마토단지는 아산온천의 유명세와 함께 성장했다. 초기 2가구가 미생물 농법으로 친환경 토마토를 생산, 길가에서 판매했는데 현재는 생산농가가 30여가구로 늘었다. 완전히 익은 토마토를 따서 팔기에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아도 무르지 않아 오랫동안 보관해 먹을 수 있다. ●돌아가기전 숨겨진 아산 역사 둘러보는 재미 아산리삼거리 인근에 있는 영인산자연휴양림(아산온천로 16-26)은 1997년 개장했다. 정상에 오르면 서해바다와 아산시가지, 아산만 방조제와 삽교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주민들만 아는 명소다. 휴양림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길(2.4㎞)에는 산림박물관, 수목원 등이 조성돼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휴양림 가는 길과 백제 초기 석성인 영인산성 오르는 길을 나무 데크와 나무 계단으로 조성한 것도 이채롭다. 아이들의 자연학습장이자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다. 영인초등학교 정문에는 범상치 않은 누각이 세워져 있다. 여민루(慮民樓)는 아산현 관아 입구에 세워졌던 문루로 명칭은 정이오가 지은 누기(記)의 ‘취위민지의’(取爲民之意·백성을 위하는 뜻을 취하여)에서 따왔다. 여민루 가까운 곳에 충남도 기념물 제13-1호인 김옥균 선생 유허(遺墟)가 있다. 원래 고향은 공주이나 일본 도쿄의 청산외인묘지에 있던 것을 1914년 아산군수였던 그의 양자 김영진이 옮겨와 부인 유씨와 합장했다. 음봉면사무소 삼거리 어라산에는 있는 이 충무공 묘소(사적 112호)는 조선시대 고관묘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충무공의 묘가 현충사가 아닌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 싶다. 아산 금성산에 있던 것을 사후 16년 후인 광해 6년(1614년)에 현 위치로 옮겨와 부인 상주 방씨와 합장했다. 묘소 우측에는 정조대왕의 어제신도비가 세워져 있다. 묘소 진입로부터 잘 가꿔진 소나무가 절경을 이루고 있다. 글 사진 아산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20회는 인천 배다리길을 소개합니다.
  • 만주사변 81돌… 中 100개市 反日시위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기 위해 일으킨 만주사변이 81주년을 맞은 18일 중국 100여개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인 반일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는 만주사변일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오전 9시 18분 중국 전역에서 동시에 시작됐다. 랴오닝(遼寧)·간쑤(甘肅)·윈난(雲南)·쓰촨(四川)·안후이(安徽)성 등의 지방 정부는 만주사변 희생자 추모 차원에서 사이렌을 울렸다. 시위대는 “9·18을 잊지 말자.”,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는 중국 땅”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와 오성홍기, 마오쩌둥(毛澤東) 초상화 등을 들고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부르면서 거리를 누볐다. 베이징 시내 량마차오루(亮馬橋路)에 있는 일본 대사관에는 1만여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시위대 가운데 일부는 플라스틱 물병과 계란을 일본 대사관에 던졌고 공안(경찰)은 대사관으로 돌진하려는 시위대를 제지했다. 상하이에서도 4000여명의 시위대가 일본 총영사관에 모여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를 비난했고 만주사변이 시작된 랴오닝성 선양(瀋陽)에서는 4500여명이 훼손된 일장기와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사진을 들고 항의했다. 중국 공안 당국은 평화적인 시위는 용인하겠지만 폭력, 파괴, 약탈 행위는 엄중 처벌하겠다고 경고하며 시위대를 통제했다. 센카쿠 상륙을 시도했던 홍콩 댜오위다오보호행동위원회는 선박검사증명서를 받지 못해 출항하지 못했다. 관영 신화통신 등의 언론 매체들도 이성적인 애국을 강조하면서 폭력 행위 자제를 촉구했다.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는 구내 800곳의 일본계 기업에 하루 동안 임시 휴업할 것을 권고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칭다오 등에 있는 일본인 학교도 하루 휴교했다. 저장(浙江)성과 푸젠(福建)성의 어선 1000척이 몰려갈 것으로 예고된 센카쿠열도 해역에서는 중국 어업지도선 ‘위정(漁政) 35001호’와 해양 감시선 10척이 접속수역 12∼24해리(22∼44km)에서 항해해 긴장을 고조시켰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센카쿠열도 주변에 대형 순시선 7척과 소형 어선을 추적할 수 있는 순시정을 배치했으며 방위성도 비상 상황에 대비해 자위대 함정을 센카쿠열도와 가까운 해역으로 이동시켰다. 일본 정부는 또 총리관저 위기관리센터에 정보연락실을 설치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30분쯤에는 일본인 2명이 센카쿠열도에 기습적으로 상륙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이들이 사전 허가 없이 섬에 상륙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선 ‘중일 교전’이 하루 종일 인기 검색어 목록에 오르는 등 네티즌들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소금, 쌀 등의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는 모습도 목격됐다. 저장성 원저우(溫州)시의 소금을 관리하는 염무국은 전날 시민들을 상대로 “2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소금이 있다.”며 사재기를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일본에서도 반중 감정이 고조되면서 17일 오후 6시쯤 후쿠오카 주재 중국 총영사관에 연막탄 두 발이 날아들었지만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도쿄 이종락·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rlee@seoul.co.kr
  • 성난 시위대 日대사관에 계란 투척… 日공장 방화도

    중국 전역이 반일 구호로 뒤덮이고 있다. 16일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 전역의 80개 도시에서 전날에 이어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조치에 항의하는 격렬한 반일 시위가 벌어졌다.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의 주중 일본 대사관 앞에서는 성난 중국인 시위대 1만여명이 온종일 반일 구호를 외치며 일본의 센카쿠열도 국유화 조치에 항의했다. 중국 공안(경찰) 당국은 일찌감치 원천 봉쇄를 포기하고 일본 대사관 앞 왕복 7차선 도로를 시위대에 모두 내줬다. 대사관 주변에 철제 바리케이드를 치고 곤봉과 투명 방패로 무장한 경찰을 대거 배치해 시위대의 일본 대사관 공격에 대비했다. 도로 양쪽에는 제복을 입은 공안과 무장경찰 수천명이 촘촘히 늘어섰고, 공중에서는 경찰 헬기가 시위 상황 점검을 위해 굉음을 내며 저공 비행해 긴장감을 높였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베이징에서 이 같은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시위대는 ‘댜오위다오를 되찾자’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자’ 등의 문구가 적힌 붉은 플래카드를 들고 일본 대사관 앞길을 오가며 연신 호전적인 내용의 일본 성토 구호를 외쳤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앞세우고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부르는 등 당국과 ‘손발’을 맞춘 듯한 모습도 엿보였다. 시위대 선두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초상화를 앞세우기도 했다. 일부 흥분한 시위대는 일본 대사관 정문을 지날 때 음료수 병과 계란 등을 대사관 안으로 마구 집어던졌다. 날계란이 무수히 날아든 일본 대사관 정문은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도 잇따랐다. 이날 수만명이 참가한 광둥(廣東)성 선전(深?)의 시위에서는 시위대가 무장경찰을 향해 물병과 돌멩이를 투척하는가 하면 공안 차량을 전복하기도 했다. 이에 공안은 최루탄과 물대포로 시위대를 해산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공안이 곤봉으로 시위대를 구타하는 장면도 목격됐다고 중화권 언론들이 전했다. 또 최소 1만명 이상이 참가한 광저우(廣州)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일본 총영사관 부근의 화위안(花園)호텔로 몰려가 호텔 정문 앞에서 일장기를 불태우는 등 난동을 부렸지만 현장의 무장경찰 100여명은 이를 제지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고 홍콩 명보 포털 뉴스가 보도했다. 아울러 일본 대사관 부근에서 중국과 타이완의 합작으로 운영되던 한 일식집이 당분간 폐업을 선언하는 등 중국 내 대부분의 일본 음식점들은 일제히 문을 닫았다. 한 식당 주인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지난 15일 낮 10여명의 중국 남성들이 고기를 시켜 먹은 뒤 식당 내 각종 집기를 마구 던지고 다른 손님들을 향해 ‘매국노’라고 욕을 퍼부었다.”면서 “이들은 식사비 결제도 거부한 채 영업을 방해했으나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전날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의 토요타자동차 판매 1호점이 방화 피해를 봤다. 일본계 대형마트인 ‘자스코’는 건물 내 엘리베이터가 파괴되고, 창고에 보관 중이던 24억엔(약 340억원)어치의 상품 가운데 절반이 약탈당하거나 파손됐다. 시위대는 칭다오의 파나소닉 공장에 난입해 불을 지르고 생산라인을 파손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이날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동중국해 일부 해역의 대륙붕 경계안을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지난 11일 댜오위다오 영해기선 선포를 계기로 영해 범위를 명확히 한 만큼 추가적인 대륙붕 확보 계획을 공언한 것이다. 베이징 주현진·도쿄 이종락특파원 jhj@seoul.co.kr
  • 문재인, 대구·경북도 1위… ‘과반 유지’

    문재인, 대구·경북도 1위… ‘과반 유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가 마지막 지역 경선인 대구·경북 지역 순회 투표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11연승을 거뒀다. 누적 득표율은 50.81%로 과반을 유지하며 결선투표 없이 ‘본선행 티켓’을 따낼 가능성도 커졌다. 민주당 순회경선은 이제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경기, 서울 지역만 남겨 놓고 있다. 문 후보는 12일 대구 산격2동 엑스코에서 열린 순회경선에서 선거인단 유효투표 1만 8048표 가운데 1만 275표(56.93%)를 얻어 2위인 김두관(3621표, 20.06%) 후보를 36.87% 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손학규 후보는 3214표(17.81%), 정세균 후보는 938표(5.20%)를 얻었다. 이날까지 11곳의 순회 경선 결과를 합산한 누적득표율은 문 후보가 50.81%(13만 9327표)였다. 2위 싸움이 치열해졌다. 손 후보는 23.13%(6만 3433표)로 2위를 지켰지만, 18.45%(5만 603표)를 얻은 김 후보와 4.78% 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정 후보는 7.60%(2만 841표)로 집계됐다. 후보들은 연설에서 전날 대선 등판을 예고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대신 ‘인혁당 사건’ 발언 논란에 휩싸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집중 공격했다. 문 후보 측은 이날 결과를 두고 “경선을 조기에 끝내고 안 원장과 단일화에 임하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반면 비문(비문재인) 후보들은 오는 15~16일 경기·서울 순회경선에서 문 후보의 과반 저지에 사활을 걸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한편 이날 경선은 계란 세례 등 거친 항의가 벌어졌던 세종·대전·충남 경선의 여파로 당 측의 엄격한 통제 속에 이뤄졌다. 그러나 일부 당원들은 ‘지도부 퇴진’, ‘당원 권리 회복’이라 적힌 피켓을 들고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를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대구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 [김문이 만난 사람] 칠순의 도보 여행가이자 작가 황안나씨

    [김문이 만난 사람] 칠순의 도보 여행가이자 작가 황안나씨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 길에서 길을 묻고, 길을 찾는다. 발끝에 의지한 채 무작정 길을 떠난다. 그러다 보면 뭔가 얻어지고 깨닫는 것이 생겨난다. 하여 요즘 들어 ‘걷는다는 것’에 대한 명상과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건강을 찾으려는 까닭도 있지만 자신의 걸어온 발자국을 생각하고, 또 혼자서 ‘내 안의 길’을 찾으려고 떠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새는 날개가 있어 높이 날아야 하고, 동물은 네 다리가 있어 뛰어다녀야 하고, 인간은 두 다리가 있기에 걸어야 오래 산다는 말도 있지 아니한가. 작가이자 도보 여행가로 잘 알려진 황안나(72)씨의 경우는 특별하다. 우선 환갑을 훌쩍 넘긴 65살에 혼자 걷기 시작했다. 해남 땅끝에서 임진각까지 23일 만에 국토종단, 67살 때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동해와 남해, 그리고 서해를 거쳐 임진각까지 이르는 길을 118일 동안 걸었다. 그렇게 국토 일주는 2차례, 남해안 섬길도 여러 차례 걸었다. 지리산, 한라산 등 웬만한 산은 다 올랐다. 이뿐이 아니다. 동티베트, 스페인 산티아고, 아이슬란드 등 48개국 오지를 도보로 여행했다. 그러면서 ‘내 나이가 어때서’ ‘안나의 즐거운 인생비법’ ‘엄마 나 또 올게’ 등의 책을 써서 화제가 됐다. ‘내 나이 어때서’는 베스트 셀러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칠순을 훨씬 넘긴 지금에도 그는 배낭을 메고 혼자 걷고 글을 쓴다. 왜? 여러 가지가 궁금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시내 한 카페에서 황씨를 만났다.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 배낭을 멘 모습이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걷는 것이 습관이 돼서 늘 이런 차림이라며 웃는다. 금방이라도 어디로 떠나갈 듯한 분위기였다. “월요일(10일) 아침부터 여수 금오도를 한 바퀴 돌고 나서 고흥반도 쪽으로 죽 걸어볼 예정입니다. 중간중간에 강연요청도 있고, 지자체에서 새로난 길이 있으니 함께 걸어보자는 요청도 있고 해서 다시 남해안 길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약속된 일정 때문에 27일까지는 서울에 와야 합니다. 사실 저는 별로 잘나지도 않았는데 결혼식 주례, 강연 등 불러주는 곳이 많네요. 그 약속을 지키고 나서 다시 남해 해안길을 11월까지 걸을 예정입니다.” 국토 종단 얘기가 나왔다. 지난 4월 황씨는 고성~동해~남해~서해길 코스로 두 번째 국토 일주를 했다. 여기에다 거제도, 완도, 진도, 강화도 해안길까지 한 바퀴 돌았다. “하루에 100리, 그러니까 40㎞는 걸었어요. 숙소를 못 정하는 날에는 50㎞는 걸어야 합니다. 국도로만 걸으면 우리나라 전체 해안선 둘레 길이는 4000㎞가 됩니다. 섬까지 포함하면 더 길지요. 아침 6시부터 걷고 밤이면 찜질방이나 모텔에서 잡니다. 배낭 무게는 비상약, 간식거리, 갈아입을 옷, 카메라 등을 포함해 15㎏ 정도는 됩니다. 보다시피 제 체구가 왜소하잖아요. 처음에는 무거웠는데 이제는 어디에 가든 자신 있어요.(웃음)” 지난 7월에는 아이슬란드 해안선 도보여행을 마쳤고 8월에는 동티베트 길을 2주 동안 걸은 것도 그런 자심감에서였다. 우문일까. 걷는 이유를 물었다. “저는 강연을 할 때 ‘길은 인생과 똑같다’고 합니다. 노년층에게는 ‘생각을 바꿔라’, 주부들에게는 ‘자신을 감동시키는 일을 해보라’고 권유합니다. 그러면서 가끔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지만 길은 어디에나 있다고 말합니다. 제 경험으로, 잘못 들어간 길일지라도 좋은 인연이 많았습니다. 한번은 동해안 길을 걷고 있는데 길을 잘못 들어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걸었지요. 혼자 사는 할머니를 만나 하룻밤 같이 잤습니다. 어찌나 자상한지 이튿날 할머니하고 바닷가에 나가 다시마와 미역을 함께 말리면서 아름다운 인연을 맺기도 했습니다.” 걷게 된 사연을 다시 이야기한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황씨는 57살 때 홀로 앉은 교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문득 자신을 뒤돌아보게 됐다. “그동안 저는 정체성이 없이 엄마 노릇, 선생 노릇, 아내 노릇…노릇만 해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는 내 노릇해 보자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날로 집에 가서 남편한테 상의를 했더니 ‘그러세요. 그동안 고생많았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이튿날 바로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정년을 7년 정도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변의 반대도 많았지만 그렇게 훌훌 털고 일어났습니다.” 다음 한 일이 미뤄왔던 건강검진이었다. 재검사 항목이 많이 나왔다. 가까운 산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2시간 반 동안 산을 오르내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3년이 지나자 체력에 자신감이 생겼다. 홀로 지리산 종주를 했다. 이후에는 산악회에 가입했고 환갑 나이를 지날 때까지 지리산만 무려 7번 종주했다. 우리나라의 이름 있는 산은 거의 다녔다. 이때마다 항상 선두에서 걸었다. 2004년에는 국토종단은 물론 4대강길까지 걸었다. 적막강산이라는 말이 있다. 혼자 걸을 때 무슨 생각을 할까. “걷노라면 막막하지만 발끝에서 전해져 오는 말할 수 없는 전율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며 웃는다. 황씨는 원래 작가가 되고 싶어했다. 그러나 박봉으로 가정을 꾸려 나가는 춘천역장이었던 아버지의 권유로 교사가 되기 위해 춘천사범학교에 진학했다. 졸업후 교사를 하면서 주로 문예반 아이들을 가르쳤고 학교에서 교지를 담당했다. 여성지 등 잡지에 글을 보내면 곧잘 게재될 정도로 작가적 기질을 틈틈이 발휘했다. 아울러 6남매 중 맏딸로 동생들의 학비를 댔다. 23살에 결혼한 황씨는 남편의 사업이 잘되지 않아 빚 갚기에 바빴다. 이런 생활이 30년 가까이 계속됐다. “정말 한많은 세월이었습니다. 남편은 양계, 조경, 서점, 택시운전 등 안 해 본 것이 없어요. 그 기간 동안 절대빈곤으로 살았지요. 그렇게 하다가 영세한 공장의 경비원으로 다시 시작했고 이어 아주 작은 욕실 용품 수출공장을 개업했습니다. 다행히 사업이 잘 풀려 50살 되던 해에 빚을 거의 다 갚고 새 삶을 시작했습니다.” 황씨가 57살에 용기를 내고 사표를 던질 수 있었던 것도 남편의 재기에서 비롯된 것이나 다름없다. 아울러 도보 여행가로서의 인생 2막이 시작됐다. 작가로 데뷔한 것도 이때였다. 전국의 산과, 국토종단을 하면서 느낀 에세이 ‘내 나이가 어때서’(2005)라는 책이 대형 서점에 진열된 것을 보고 눈물겹도록 감동을 받았다. 이어 ‘안나의 즐거운 인생비법’(2008),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쓴 ‘엄마 나 또 올게’(2011) 등을 잇따라 펴내면서 여고생 때 가졌던 작가의 꿈을 50여년 만에 이루는 감격을 맛보았다. 이후 언론사 인터뷰와 TV 프로그램 출연 등을 통해 도보 여행가이자 작가, 방송인, 강연자로 자연스럽게 이름을 알렸다. 내년 5월에는 길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펴낼 예정이다. “가방 끈 짧은 할머니가 쓴 책인데 많이 봐 주셔셔 고맙지요 뭐. 사실 학교를 그만두고 걱정도 많이 했지만 지금처럼 인생 2모작을 하면서 살아갈 줄은 몰랐습니다. 운전면허는 50대에 땄고 카메라는 70살에 배웠습니다. 사진 찍고 블로그에 올리고 젊은이와 카톡도 합니다. 걸어 보니까 젊어지는 것 같아요.” 황씨는 정신없이 다녔던 학교를 그만두고 나니 진정한 자아를 찾았다며 해맑은 웃음을 짓는다. 다시 황씨에게 길이란 무엇인가를 물었다. 그러자 “길은 인생의 실마리다. 길이 길을 가르쳐 준다. 길은 꿈이요 도전이자 건강과 행복을 가져다 준다.”며 웃는다. 또 있다. 길로 인해 남편과의 새로운 연애에 빠졌다고 했다. “(부부가)둘이 살지만 결국 누군가는 혼자 남게 됩니다. 그때에 대비해 홀로서기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남편은 저 때문에 홀로서기를 마스터했습니다. 또 제가 집을 떠나 보니 남편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더라고요. 새삼 연애시절 생각도 나고, 남편이 해주는 계란찜도 너무 맛있고, 서로 감동하며 제2의 신혼처럼 지내게 됐습니다. 내년에는 둘이 배낭 메고 도보여행을 떠날 예정입니다.” 황씨는 평소 ‘때문에’가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오늘도 걷는다. 세계 최고령의 킬리만자로 등정 계획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 하나다. 선임기자 km@seoul.co.kr ■황안나 도보여행가는 정년 7년전 사표… 67살에 동해~서해 해안선 4000㎞ 홀로 걸어 1940년 개성에서 맏딸로 태어났다. 본명은 황경화(黃慶花)이며 광복되던 해 아버지를 따라 월남했다. 1959년 춘천사범학교 졸업 후 강원도와 인천 지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지냈다. 1998년 정년을 7년 앞둔 57살에 사표를 내고 도보여행가로 제2의 삶을 시작했다. 이후 지리산과 한라산 등 국내의 유명산 종주를 시작으로 몽골, 바이칼,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 네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길 등을 도보로 여행했다. 65살 때 해남 땅끝마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도보로 완주했고 67살 때에는 동해~남해~서해까지 해안선을 따라 4000㎞를 홀로 걸었다. 2007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를 아들, 며느리와 같이 걸었으며 2010년 봄 100㎞ 울트라 걷기대회에 참가해 46위로 완주했다. 황씨의 블로그 ‘맛있게 살기’는 하루 5000여명이 드나들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주요 저서로는 ‘내 나이가 어때서’, ‘안나의 즐거운 인생비법’, ‘엄마 또 올게’ 등이 있다. 이 밖에도 강연과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 [미주통신] 남부 캘리포니아 뒤덮은 악취의 정체는?

    [미주통신] 남부 캘리포니아 뒤덮은 악취의 정체는?

    지난 10일 오전(이하 현지시각) 남부 캘리포니아 일대의 도시에서 계란 썩는 냄새에 버금가는 악취가 휘몰아쳐 이 일대가 대혼란에 빠졌다고 미 NBC 뉴스가 11일 보도했다. 월요일이었던 10일 오전 모레노, 시미, 샌퍼난도 등 남부 캘리포니아 일대의 타운에서는 등교하던 학생들이 고통을 호소할 만큼 원인 모를 심각한 악취에 시달려야 했다. 일부는 구토까지 하는 등 심각한 증상을 보이자 응급전화(911)가 빗발쳤다고 언론은 전했다. 조사에 나선 환경 당국은 인디오 부근에 있는 샐톤해에서 죽은 물고기들이 썩는 냄새가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샐톤해 관리 당국 관계자는 “샐톤해가 주범이라는 것은 확실하지 않다.” 며 “이 지역에서 발생한 악취가 넓은 남부 캘리포니아 일대를 뒤덮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이번 악취 소동은 최근 발생한 허리케인 등으로 강풍이 이 지역을 강타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LA 소방당국도 “이번 악취와 관련하여 특별히 위험한 문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면서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에 광범위하게 펴져 나간 이 악취의 원인을 현재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사설] 흥행 좇다 물병·계란세례 부른 민주당 경선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을 지켜보노라면 왜 지금 2012년 한국 정치에 ‘안철수 바람’이 꺾일 줄 모르는지 그 이유의 일단이 읽혀진다. ‘완전국민참여경선’을 내세워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고, 지역별 순회 경선 방식을 채택하며 흥행몰이에 나섰으나 양상은 엉뚱한 방향으로 치달았다. 불안정한 모바일 투표는 지난달 첫 제주경선에서부터 비문(非문재인) 후보들의 경선 보이콧이라는 파행을 낳았고, 9일 대전·충남·세종 경선에서는 단상으로 계란과 물병이 날아들고 각 후보 지지자들이 뒤엉킨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와 손학규·김두관·정세균 등 비문 후보들의 갈등이 위험 수위로 치달은 지 오래고,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동반 퇴진을 요구하는 소속 의원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문 후보가 지역순회 경선 10연승을 달리며 과반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다지만 지금의 반목과 분열이 계속되는 한 그가 최종 후보가 되더라도 감당하기 힘든 후유증을 떠안게 돼 표심을 끌어모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이 겪고 있는 혼란과 갈등의 핵심 요인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하나는 졸속 경선이다. 국민 모두가 목도하듯 모바일 투표가 내포한 혼란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바람몰이에만 골몰한 정치공학이 분란을 자초했다. 그러나 보다 심각하고 근본적인 원인은 자강(自强) 의지의 실종이다. 안철수라는 장외주자와 연대만 하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또 다른 정치공학적 얕은 계산이 스스로를 주저앉게 만들었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때 안철수 바람에 밀려 후보조차 내지 못했건만, 이를 수모로 인식하기는커녕 후보 단일화를 대선 승리의 또 다른 방편 정도로 생각하는 안이한 인식이 문제의 핵심이다. 민주당은 제1야당 본연의 모습을 하루속히 되찾아야 한다. 안 원장을 정당정치에 대한 도전, 제1야당의 장벽으로 인식할 때 바로 설 수 있다. ‘새누리당의 안철수 불출마 종용’ 논란 앞에서 득실을 따지느라 허둥대는 모습으론 표심을 살 수 없다. 바람몰이에 대한 유혹을 떨치고 대대적인 당 쇄신과 함께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과 비전으로 무장해 대선에 임하기 바란다.
  • 욕설·육탄전… 文 ‘상처뿐인 10연승’

    욕설·육탄전… 文 ‘상처뿐인 10연승’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순회투표에서 문재인 후보가 10연승을 올리며 최종 후보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9일 세종·대전·충남 경선에서 문 후보는 누적 득표율 과반(50.38%)을 회복했다. 하지만 문 후보의 정치적 시험대는 ‘이제부터’라는 게 중론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야권후보 단일화가 넘어야 할 높은 산이지만, 그 이전에 풀어야 숙제도 산더미다. 당장 경선 과정에서 빚어지고 있는 내홍을 봉합하며 당내 통합부터 이뤄야 한다. 비노(비노무현) 진영과의 화학적 결합은 민주당의 난제가 되고 있다. 당내 친노 패권주의 논란도 풀어야 한다. 순회투표에서 표출된 친노 당권파에 대한 적대감도 만만치 않다. 이날 경선장에서도 욕설이 난무했고, 물병과 계란이 무대 근처까지 날아들었다. 지지자들 간 육탄전도 벌어졌다. 문 후보의 당내 입지가 탄탄하지 못하다고 보는 인식도 넘어야 할 벽이다. 민주당 최종 후보가 되면 전면에서 당 쇄신를 이끌며 구심점이 돼야 하지만, 쉬운 과제가 아니다. 경선 파행으로 빚어진 반목이 당내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 4선 중진 의원 10여명이 10일 긴급 오찬 회동을 갖기로 하고, 비주류 소장파가 지도부 리더십과 소통 부재를 우려하며 11일 긴급의총 소집을 요구하는 등 문 후보의 어깨는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이날 경선에서 문 후보는 1만 5104표(62.71%)로 1위를 차지했고, 손학규 후보는 4380표(18.19%), 김두관 후보는 2640표(10.96%), 정세균 후보는 1960표(8.14%)를 얻었다. 한편 비문 후보 3명이 지역순회 경선의 ‘최종 3회전’을 남겨놓고 어떤 선택을 할지도 주목된다. 남은 경선 지역은 대구·경북(12일), 경기(15일), 서울(16일) 등이다. 따라서 손·김 후보의 합종연횡이 이뤄진다면 적어도 경기·서울 경선 이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와 서울의 경선 선거인단은 각각 14만 8520명과 15만 3676명으로 이전까지 최대 선거인단 규모를 기록했던 광주·전남의 13만 9274명을 웃돈다. 문 후보의 최종 과반 득표를 저지해야 하는 손·김 후보로서는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승부처이기에 후보 간의 연대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차기 대선을 노리는 김 후보가 굳이 손 후보와 손잡을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대전 이영준·송수연기자 apple@seoul.co.kr
  • [사건 Inside] (41) 똑같은 물건을 각자 다른 카트에…모녀의 이상행동 뒤에는

    [사건 Inside] (41) 똑같은 물건을 각자 다른 카트에…모녀의 이상행동 뒤에는

     손님이 북적이던 지난 달 11일 저녁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 마트 매장안. 60대 어머니와 30대로 보이는 딸이 다정하게 카트를 끌고 함께 쇼핑을 하고 있었다.  이들 모녀가 다른 쇼핑객과 달랐던 점은 카트를 하나씩 따로 끌고 다녔고, 어머니가 물건을 집어 카트에 담으면 딸도 똑같은 물건을 담는다는 것. 모녀는 함께 1시간 가량 쇼핑을 했다.  잠시후 계산대 앞. 어머니가 먼저 계산을 시작했다. 카트에 쌓인 물건은 무려 25만원어치. 계산을 마친 어머니는 먼저 마트를 빠져 나갔다. 그 사이에 매장에서 물건을 함께 카트에 담던 딸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상한 광경은 여기서부터였다. 계산을 마치고 나갔던 어머니가 잠시 뒤 빈손으로 매장 안으로 들어와 딸에게 주머니 속에서 뭔가를 꺼내 건넨 뒤 다시 계산대를 거쳐 빠져 나갔다. 잠시 뒤 딸은 물건이 가득 담긴 카트를 끌고서 계산도 하지 않고 그냥 계산대를 지나쳤다. 이상한 것은 아무도 이를 제지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모습은 고스란히 마트 폐쇄회로(CC)TV 화면에 찍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한번에 수십만원씩 ‘마트 싹쓸이’…기상천외 절도 수법  대형 마트는 동네 슈퍼마켓과는 달리 비교적 보안이 철저하다.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고 입·출구에도 경비원이 지키고 있어 물건을 슬쩍 들고 나오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모(60·여)씨와 딸 강모(39)씨는 대형 마트의 이같은 맹점을 노렸다. 사람이 가장 많고 바쁜 주말 오후 시간대를 노려 절도 행각을 벌인 것이다.  수사 경찰도 혀를 내둘렀던 이들의 수법은 다음과 같다.  대형 마트를 찾은 모녀는 각기 다른 카트에 똑같은 물건을 담는다. 이어 한 개의 카트에 든 물건을 정상적으로 계산을 하고 마트 바깥에 물건을 숨긴 뒤 다시 매장 안으로 들어와 (어머니 또는 딸에게)영수증을 넘긴다. 영수증을 받은 한 사람은 똑같은 물건이 담긴 카트를 끌고 계산대를 통과하면서 이미 계산한 영수증을 보여주고는 매장을 빠져 나간다.  한 개의 카트에 든 물건을 계산한 이유는 또다른 카트를 몰고 나올 때 직원에게 보여주기 위한 영수증을 만들기 위해서다. 영수증을 받은 사람은 카트를 계산대가 아니라 출구로 몰고 나오면서 경비원에게 영수증을 보여준 뒤 “방금 계산을 마쳤는데 출구를 잘못 찾았다.”는 식의 핑계를 댄다. 간혹 수상히 여긴 경비원이 물품과 영수증을 대조해 보지만 모든 물품이 일치하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는다.  모녀는 이런 방법으로 라면, 계란 등 식료품과 생필품들을 훔치는데 성공했다. 20여차례의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을 정도로 이들의 작전은 완벽했다.  이들은 더 나아가 마트에 다시 들어와 이미 계산했던 물품들을 환불하는 대범함도 보였다. 수사를 맡은 경찰도 모녀가 사용한 특이한 수법에 혀를 내둘렀다.  ● “생활고 때문에…” 변명한 모녀 절도단, 주위 얘기 들어보니…  기상천외한 수법으로 모녀 절도단이 훔친 물품은 총 600만원어치. 지난 3월부터 5개월동안 서울 용산구와 은평구에 있는 대형 마트를 돌며 물건을 빼돌렸다.  하지만 기막힌 수법도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수차례 반복된 절도 행각은 결국 전액 환불을 수상하게 여긴 마트 관계자에 의해 들통이 났다.  “아무리 물건이 마음에 안든다고 해도 이렇게 수십개의 물건을 통째로 환불하는 고객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쇼핑하러 와서 수십분씩 물건을 골라 놓고 나중에 전부 환불한다면 그야말로 시간 낭비잖아요. 너무 이상해 경찰에 연락을 하게 됐죠.” 모녀의 이상한 행동에 의심을 품고 경찰에 신고했던 마트 관계자의 말이다.  수상한 물품 구매 취소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구매 취소 고객 명단과 시간, CCTV에 담긴 고객들의 동선을 대조해 이씨 모녀의 절도 행각을 밝혀냈다. 이들은 처음에는 “엄마(혹은 딸)가 물건을 훔치는 줄 몰랐다.”는 식으로 변명했지만 거듭된 추궁에 결국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현재 어머니 이씨는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됐고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딸 강씨는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두 사람은 경찰 조사에서 “생활고 때문에 물건을 훔치게 됐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얘기는 조금 달랐다. 딸 강씨는 자기 집을 가지고 세입자까지 받은 어엿한 ‘집주인’이었고, 어머니 이씨도 “그냥 평범한 아주머니”로 평가 받고 있었다. 수십만원씩 물건을 훔칠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 이웃들의 생각이었다.  경찰은 이같은 정황들을 감안, 모녀를 ‘생계형 절도범’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절도 금액이 많고 일반 가정에서 소비한다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양을 훔쳤기 때문에 물건을 다른 곳으로 팔았을 수 있다고 보고 보강수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병아리 만난 ‘병아리’들

    병아리 만난 ‘병아리’들

    농협과 가금수급안정위원회 주최로 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구구데이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한 어린이가 병아리를 무서워하는 친구를 놀리고 있다. 농협과 양계단체는 예로부터 닭을 불러모을 때 ‘구구’라고 부르던 것에서 착안, 매년 9월 9일을 ‘구구데이’로 지정해 닭고기와 계란 소비촉진을 위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경제 브리핑] 추석 성수품 공급량 50% 확대

    추석을 앞두고 사과, 배, 소고기 등 15개 성수품의 공급량이 평소보다 50% 늘어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4일 수급대책회의를 열고 평소 하루 10t가량인 성수품의 공급량을 17일부터 28일까지 매일 15t씩으로 늘리기로 했다. 대상은 배추, 무, 돼지고기, 계란, 명태 등이다. 이 기간 동안 전국에 직거래 장터와 특판장 2543곳을 개설, 추석 성수품을 시중 보다 10~30%로 싸게 팔 계획이다.
  • 올 추석 상차림 비용 19만 4970원

    올 추석 상차림 비용 19만 4970원

    폭염, 태풍 탓에 추석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올해 추석 상차림 비용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차례상을 차리는 데 지난해(19만 7680원)보다 1.4% 하락한 19만 4970원이 들 것으로 4일 전망했다. 이는 롯데마트 상품기획자(MD)들이 추석 일주일 전 시점의 주요 제수용품 28개 품목에 대한 구매 비용을 추정한 결과다. 올해 과일값은 배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하락세다. 추석이 지난해에 비해 보름 이상 늦고, 작황도 좋아 태풍 피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저렴해질 것으로 봤다. 사과(5개·이하 상품 기준)는 지난해보다 20% 싼 1만 3200원에, 밤(1㎏)은 20% 낮아진 4000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단감(5개)도 17% 가격이 떨어진 5000원, 햇대추(400g)는 13% 떨어진 5250원에 살 수 있다. 낙과 피해가 컸던 배(5개)의 가격은 1만 7000원으로, 과일 가운데 유일하게 3% 정도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한우와 계란도 싸진다. 한우는 산적(우둔)의 경우 1등급(400g) 기준으로 8%가량 낮아진 1만 4000원, 한우 국거리도 지난해 수준인 1만 3200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 과잉인 계란도 30개(특란) 기준 5800원으로 10% 내려간다. 반면에 폭염과 태풍 피해가 큰 채소는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조짐이다. 대파(1단)는 2배 이상 뛴 3500원, 시금치(1단)는 50% 오른 3500원, 애호박(1개)도 75% 상승한 3500원이 될 전망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소리인생 60년’ 국악인 신영희씨

    [김문이 만난사람] ‘소리인생 60년’ 국악인 신영희씨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후회하지 않을까. 그게 처절하든 아니든 말이다. 그런데 후회라는 단어를 한 번도 떠올려 보지 않고 외길 인생을 꿋꿋하게 살아온 한 여인이 있다. 지난 18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토요일 오후였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신영희 국악 연습실’에서 20여명의 젊은 여인들이 목청을 가다듬고 있었다. ‘저 처량한 새 울어 울어, 평생 낭군을 못잊어 이팔 청춘 과부되어, 공방 적적 홀로 뚝~’ 가만히 들어 보니 새타령 가락이긴 한데 처음 듣는 가사내용이었다. 하지만 곱디고운 목소리에 내면 깊숙한 한이 곳곳에 서려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은 다름 아닌 새달 15, 16일 이틀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신영희 소리인생 60주년 콘서트’에 출연하는 사람들이다. 국악인 신영희(70)씨는 2002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50주년 기념공연을 한 이래 10년 만에 대형무대를 마련한다. 함께 연습 중인 신씨와 잠시 만났다. 방금 전 불렀던 노래에 대해 먼저 물었다. “조선 말기 5명창 중 한 사람으로 알려진 전설의 소리꾼 이동백 선생의 새타령입니다. 1900년 고종 황제 어전에서 판소리를 불러 통정대부(通政大夫)라는 벼슬을 얻었지요. ‘춘향가’, ‘적벽가’에도 뛰어났는데 특히 ‘새타령’은 독보적인 존재였습니다. 그의 새타령에는 온갖 상상의 새들이 다 등장합니다. 가사나 가락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소리 인생 60년을 맞는 감회가 남다를 터. 소감을 물었다. “세월이 무상하지요. 10살 때 소리를 시작했는데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네요. 하지만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기 본분에 충실하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지요. 뒤돌아보니 그동안 고생도 있었지만 많은 제자를 길러낸 것을 가장 보람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60년 국악인생’ 처음으로 무대 올려 제자 자랑이 계속 이어진다. 지금까지 대통령상 수상자 8명, 국무총리상 수상자 20여명, 장관상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두룩하다며 웃는다. “저는 제자들에게 항상 주문하는 것이 있습니다. ‘먼저 인간이 돼라. 그 다음에 소리다’라고 말입니다. 소리가 조금 부족하면 연습해서 도달하면 되지만 인간이 안 되면 연습해도 소용이 없잖아요. 효제사상, 그러니까 덕을 갖추고 윗사람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라고 늘 강조합니다. 이런 관계로 20년, 아니 30년된 제자들도 여럿 있지요.” 다시 공연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그러자 신씨는 “이상벽(방송인)이랑 누나 동생하며 지내는 사이인데 이상벽이가 그래요. ‘누나, 올해가 60주년인데 그냥 있으면 되겠습니까. 멋진 공연 한번 해 보시지요. 송해 선생님도 하는데 못할 게 뭐 있습니까’라고 해서 이번 무대를 마련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하여 이씨가 사회를 보고 친구인 배우 사미자, 김형자, 윤문식씨가 함께 출연한다. 한때 개그 프로그램에서 명콤비를 이루었던 ‘쓰리랑 부부’의 김미화와 김한국씨도 무대를 빛낸다. 김미화씨는 신씨의 딸과 오랜 친구이다. 신씨의 애제자 30여명도 함께 출연한다. 60주년인 만큼 퓨전 국악무대로 꾸민다. 1부에서는 신씨의 60년 일대기가 드라마 형식으로 펼쳐진다. 사미자, 김형자씨가 어머니 역할로 번갈아 출연하고 명창 김일구씨가 아버지 역할을 맡는다. 신씨의 제자 둘이 10~30대 연기를 하고 40대 이후 역할은 본인이 직접 맡는다. 2부에서는 쓰리랑 부부와 함께 흥겨운 마당놀이로 꾸며지며 옹헤야, 뱃노래, 새타령, 물레타령 등 신나는 노래를 직접 들려준다. “지난 60년 세월, 그러니까 제 인생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영민, 이주희 작가가 대본을 썼는데 그걸 읽고 세번이나 울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와 제가 소리하면서 고생했던 대목에서 울었지요. 이래저래 이번 무대에서 진정한 저의 모습을 보여 드리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목소리가 조금 잠긴 듯했다. 몸 상태를 물었더니 감기 기운이 있는 것 빼고는 컨디션이 좋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매일 아침 스트레칭을 하고 저녁에는 올림픽 공원에서 걷기 운동으로 컨디션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신에게는 식지 않는 패기와 정열, 그리고 용기가 있으니 좋은 무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악은 내 팔자이자 생명 그 자체입니다. 다시 태어나도 국악을 할 것입니다. 국악이 서양음악에 비해 훌륭한 이유를 아시나요. 서양음악은 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 바리톤, 테너 등으로 나눠 부르지만 국악은 이 모든 것을 함께 아우르며 고저 장단의 음을 다 소화해내지요. 외국에 공연가면 서양음악인들은 바로 이런 점을 매우 놀라워합니다.” 그가 국악을 하게 된 계기는 판소리 명인 아버지(신치선)의 영향을 받았다. 10살 때인 어느 날 아버지가 제자들을 가르치는데 가만히 들어 보니 제자들이 자신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고 소리를 배우겠다고 아버지한테 졸랐다. 그러나 아버지는 “여자로 태어났으니 살림이나 하라.”고 반대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어머니가 “노래 솜씨가 영 없는 것은 아니니 한번 가르쳐 보라.”고 설득해 그날부터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사실 저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들은 것이 소리였습니다. 아버지는 소리를 한다는 것이 너무 힘드니까 반대하셨지요. 그렇게 시작된 것이 어느덧 60년이 됐네요.” 신씨가 16살 되던 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마저 병환으로 드러눕는 바람에 소녀 가장이 됐다. 고등학생인 오빠, 그리고 초등학생인 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어린 나이에도 열심히 판소리를 했다. 권투를 하는 오빠와 공수도를 하는 남동생 사이에서 자라 자연스럽게 권투와 역기, 아령 등을 익힌 것도 이때였다. 이에 대해 신씨는 “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교육자로 살아가는 오빠를 볼 때마다 늘 자랑이고 보람을 느낀다.”고 술회했다. 고생했던 일도 기억한다. “15살 때인가 그래요.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어혈이 심하게 생겼습니다. 목과 배가 너무 아파 식초와 섞은 계란 흰자를 1년 넘게 먹으면서 견디기도 했지요. 좀 고생이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고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소녀 가장이던 그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나중에 검정고시를 거쳐 동국대 대학원에서 무대예술을 전공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따라서 그가 출연하는 무대는 대부분 직접 무대감독과 안무까지 한다. 국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은 “우리 국민들이 우리 것을 외면할 때, 남의 나라 음악을 추구할 때였다.”고 말한다.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국악 중의 꽃은 바로 소리입니다. 장단과 몸놀림까지 합쳐진 종합 예술이지요. 그런 자부심으로 1979년부터 유럽, 미국, 일본 등으로 해외공연을 다녔습니다. 특히 독일 공연 때 함성소리와 함께 기립박수를 받았던 일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우리의 판소리가 인간의 생명 그 자체임을 실감했지요.” ●“국민들이 국악 외면할 때 가장 힘들어” 우리 문화가 살아야 나라도 산다고 강조하는 그는 세 가지 실천 덕목을 지킨다. 음식을 손수 만들어 먹고, 꾸준한 운동으로 몸관리를 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항상 유지하는 것이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봉사활동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알고 보니 그는 1976년부터 교도소와 수녀원 등을 다니면서 36년째 매년 남 모르게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지난 6월에는 육군교도소와 영월교도소에서 1시간 넘게 공연을 했고 7월에는 나자로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국악하는 지인, 그리고 제자들과 함께 간다. 이럴 때면 좋은 쌀을 사다가 절편 등 직접 떡을 만든다. 대개 1시간 20분 정도 무료공연을 하는데 판소리와 가야금 병창 등을 곁들인다. 올가을에만 4곳에서 예정돼 있다. “제가 국악인의 딸로 태어나 국악인으로 사랑을 받았으니 당연히 사회에 봉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무대의 수익금도 봉사활동을 하는 데 쓰일 것입니다. 나이 70인 제가 늙지 않는 것도 이런 즐거움과 보람이 있기 때문이지요(웃음).” 선임기자 km@seoul.co.kr [신영희씨는] 박봉술·김소희 선생 등에 익혀… 판소리 준문화재 지정 1942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났다. 10살 때 판소리 명창인 아버지한테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16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마저 병환으로 드러눕는 바람에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판소리를 불러 오빠와 동생을 뒷바라지했다. 이후 안기선, 김준섭, 박봉술, 강도근, 김상룡, 김소희 선생한테 판소리를 익혔다. 197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김소희 선생 전수장학생에 선정됐다. 1976 중앙 국립창극단에 입단했으며 1992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춘향가) 준문화재 지정을 받았다. 검정고시를 거쳐 동국대 대학원에서 무대예술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한국 판소리보존회 이사와 원광대학교 국악학과 교수 등을 맡고 있다. 남원 춘향제 명창부 최우수상(1977)과 2005년 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에코체험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에코체험

    “자연을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는 뜻으로 보고서를 내라는 등 숙제가 많지만 부딪쳐서 깨우치게 돼 오래 남을 것 같아요.” 노원구 상계동 에코센터에서 열린 ‘북극곰을 위한 1박2일’ 프로그램을 마친 남궁주혜(16·경기 의정부시 발곡고 1년)양은 13일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유례를 찾기 힘든 긴 열대야 등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체득하도록 하자는 행사다. 청소년 15명이 전자제품·1회용품·화석연료 안 쓰기 체험에 꼬박 24시간을 쏟아부었다. 이들은 지난 11일 오전 10시 캠프 취지에 대한 설명회를 거친 뒤 에코센터에 입소해 이튿날 오전 11시 토론회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에코가이드와 자원봉사자, 센터 사무국 직원 등 각각 3명이 일손을 거들었다. 주혜양은 “실내등을 켜거나 음악을 듣고 싶을 때 스위치만 누르면 되지만 환경에 미치는 심각성을 지나쳤다.”면서 “한 사람 한 사람씩 생활 속 작은 습관을 바로잡기만 해도 쌓이면 엄청난 효과를 본다는 사실을 깨달아 좋았다.”고 또 웃었다. “잘 짠 프로그램 내용을 보고 한 학교에 다니는 친구와 함께 참가 신청서를 냈다.”고 소개했다. 청소년들은 첫날 다양한 재료로 주먹밥을 만들어 먹는 ‘와글와글! 점심 식사’로 즐거은 시간을 시작했다. 저녁 땐 스스로 먹을 음식재료를 구입하고 센터에 설치된 태양열 오븐과 조리기를 이용해 식사를 준비했다. 앞마당에서 직접 태양광 자동차를 만들어 경주도 하며 신재생 에너지의 생산 원리와 실현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 순서를 바꿔가며 자전거 발전기를 돌려 생산한 에너지를 활용해 환경 다큐멘터리 ‘노 임팩트 맨’을 감상하는 것으로 하루를 매듭지었다.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센터 2층 테라스에서 우리 몸의 오장육부와 마음까지 치유하는 스트레칭인 ‘에코 힐링 요가’로 일상에 지친 몸을 풀었다. 이어 태양열 조리기로 토스트와 매실차를 만들어 먹으며 저마다 ‘에너지 마을 지도’를 발표한 뒤 자리를 떴다. 수영장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난 2월 연면적 650㎡ 규모로 건립한 에코센터는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지열, 태양광, 태양열 등 신재생 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시설이다. 에코가이드 강윤주(46·주부)씨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도 먹을거리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모습이 기특했다.”며 웃었다. 강씨는 “먹을거리를 구입하면서 장바구니를 쓰고 두부나 계란과 같은 것들을 신문지로 포장하거나 그릇에 담아오는 등 비닐을 사용하는 게 해롭다는 점을 다들 알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냉·난방 등 생활에 젖어 편의를 앞세우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곳곳에 환경을 해치는 게 숨어 있다는 점에 눈을 돌리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폭염에 신음하는 한반도] 닭 40만마리… 더위 강한 돼지도… 죽어나가는 가축들

    [폭염에 신음하는 한반도] 닭 40만마리… 더위 강한 돼지도… 죽어나가는 가축들

    땅도 바다도 뜨겁다. 계속되는 폭염에 가축이 폐사하고 채소값이 뛰고 있다. 과일은 불볕에 데어 올 추석 물가가 불안하다. 소강상태인 적조가 고수온에 세를 확장,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어민들은 마음을 졸이고 있다. 7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가축 42만 마리가량이 폭염으로 폐사했다. 이 중 닭이 40만 마리로 95.9%를 차지한다. 체격이 커 더위에 다소 강한 돼지도 이번 폭염을 이기지 못하고 100여 마리가 폐사했다. 양식장 20㏊에 있던 바지락도 폐사했다. 피해 농가는 143곳이다. 현재 농어업재해보험 폭염특약에 가입한 1066개 농가 중 피해 농가는 108곳이지만 피해 신고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피해를 입은 35개 농가는 피해 금액 3억원까지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3억원이 넘으면 농식품부에서 지원하게 된다. 닭은 피해 금액 전체가 아닌 마리당 740원, 오리는 2564원 등 가축을 들여오는 입식비에 한해 지원받을 수 있다. 이날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오이(가시계통) 10개 소매가는 6218원으로 예년보다 5.9% 올랐다. 노지에서 주로 재배하는 시금치(1㎏)는 6390원으로 9.3% 뛰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고온으로 성장이 더뎌 이달 출하량이 더욱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이 더 뛸 수 있다는 이야기다. 40만 마리 이상이 폐사한 닭이 14.3% 올랐고 생물 오징어도 31.2%가 올랐다. 오징어는 난류성 어류라 많이 잡히지만 폭염 속에 팔기 위해서는 얼음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급 과잉에 방학 비수기까지 겹쳐 가격이 하락세였던 계란은 지난달 하순부터 오름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작황이 좋았던 과일은 고온으로 해충 발생이 늘어나고 과일이 햇볕에 데어 작황이 부진할 것으로 우려된다. 토마토가 대표적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7월 하순의 고온이 8월 상순까지 이어진다면 과일이 작거나 햇볕에 데는 경우가 많아 가격 상승폭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토마토(1㎏) 값은 3241원으로 평년보다 12.0% 낮기는 하지만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1.5% 올랐다. 당분간 오름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추석상의 대표 과일인 배도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7월 말부터 고온으로 깍지벌레, 응애 등의 해충 발생이 늘고 있다. 배(신고) 1개 가격은 4000원으로 1년 전(4700원)보다는 낮지만 이는 지난해 잦은 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품귀현상 때문이었다. 작년보다는 낮지만 예년(2800원)보다는 이미 39.1%나 오른 상태라 올해 추석상에서도 배 놓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편 지난 6월부터 가동 중인 전국 응급의료기관 ‘폭염 건강피해 표본감시’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742명으로 이 가운데 13명이 사망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생명의 窓]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쟁심/오동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생명의 窓]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쟁심/오동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나라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이 말하는 바는 내가 잘 알고 있는 바로 옆 사람이 잘되면 기분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이 속담 속에 우리나라 사람의 심성을 엿보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혹자는 이 속담은 원래 좋은 의미로 사용됐다고 주장한다. 원래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라도 아프다.’라고 했다고 한다. 사촌이 땅을 샀으니 축하는 해야겠는데 가진 것이 없으니 배라도 아파 설사라도 해서 거름을 주겠다는 좋은 의도를 나타내는 말이었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 일본은 이 속담을 정반대의 의미로 바꾸어 놓았다. 이웃이 잘되는 꼴을 못 보는 심보가 있다는 뜻이 됐다. 우리에게는 이런 놀부 심보가 없는데 일본이 속담의 뜻을 바꾸었고, 그 이후 변질돼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본 때문에 바뀐 속담이 아직 쓰이는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리를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현대에 사는 우리에게 이런 심리가 없다면 아무리 일본인들이 속담의 뜻을 바꾸었어도 저절로 없어지거나 원래 뜻으로 사용됐을 것이다. 이런 시기와 질투심이 정말로 우리나라 사람에게 특징적일까. 최근 EBS에서 기능성 자기공명촬영(f-MRI)으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한국 주부와 미국 주부에게 어떤 상황에서 기쁨을 느끼는지 카드 게임을 하게 했다. 카드 게임에서 미국 엄마들은 자신이 점수를 땄을 때에만 기쁨을 느끼는 뇌에 보상 시스템(보상중추)이 활성화되는 반응을 보였다. 상대방의 이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반면 한국 엄마들은 자신이 점수를 땄을 때가 아니라, 상대방보다 더 좋은 점수를 냈을 때에만 보상 뇌가 활성화됐다. 우리나라 엄마는 절대적 이익보다 상대적 이익에 기뻐했다. 자기가 잘돼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남보다 잘됐을 때 행복을 느끼는 것이 한국 엄마들이다. 미국 엄마들은 남과 비교하기보다는 자신의 절대적인 이득에 만족하는 반응을 보였다. 왜 우리는 미국인과 다르게 남과 비교하면서 일희일비하는가. 자원은 제한돼 있고, 그 자원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 경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좁은 땅덩어리에 빈약한 자원을 갖고, 밀집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만큼 더 경쟁을 벌이게 됐다. 미국 사람도 제한된 것을 갖고 경쟁을 한다. 하지만 미국은 더 넓은 땅을 갖고 있다. 미시간주에서 직장을 못 구하면 플로리다주에 있는 회사에 지원서를 낼 수 있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영국이나 호주로 이민 갈 수도 있다. 이도 저도 안 되면, 한국에 와서 영어 강사라도 할 수가 있다.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에 미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보다 덜 경쟁적인 것 같다. 우리나라 사회는 급격히 변해 왔다. 6·25전쟁 이후 폐허가 돼 버린 우리는 미국의 원조가 없이는 살 수가 없었다. 1960년대 후반 초등학생 때 필자도 미국에서 원조받은 옥수수로 만든 빵을 무료로 얻어먹었다. 대부분 아이는 가난했고, 도시락 반찬으로 계란을 싸오면 남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 이후 현재까지 정말로 우리나라는 세계가 놀랄 만큼이나 눈부시게 변했다. 그렇게 변하는 동안에 강남에 살고 있던 가난한 농사꾼이 벤츠를 타고 다니는 졸부가 됐다. 처지가 비슷한 동창생이 아파트를 몇 번 사고팔더니 수십억원대 부자가 돼 있었다. 일제 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는 동안 우리 사회는 심한 변화를 겪었고, 그러는 동안 수준이 비슷했던 주변 사람이 인생 역전되는 것을 보고 배 아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속담의 뜻이 바뀌어 계속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천지가 개벽하는 것 같은 변화 속에서 경쟁에 뒤처지지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한다. 지금 기회를 놓치게 되면 영영 낙오자로 남을 것 같아 불안해진다.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에서 살면서 생긴 조급증 때문에 오늘도 우리는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 [사설] 저축은행비리 은진수 가석방 제정신인가

    부산저축은행에서 뇌물을 받아 복역 중인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이달 말 가석방된다. 법무부는 은 전 위원이 모범수로 분류돼 가석방 명단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을 덮는 데 일조한 측근이다. 그러니 그의 가석방을 둘러싸고 측근 봐주기, 특혜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이 친인척·측근 비리에 대해 사과한 지 불과 하루 만에 그 소식을 들으니 허탈하기까지 하다. 은 전 위원의 가석방은 절차상으로는 크게 하자가 없어 보인다. 현재 형의 70 % 이상을 복역해 형의 3분의1 이상을 복역해야 가석방될 수 있는 조건에 부합한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5월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자마자 무슨 근거인지 모범수로 분류됐다고 한다. 형이 확정된 4월부터 최근까지 9차례나 검찰 조사를 위해 구치소 밖으로 출정을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출정 시 사복을 입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일들만 봐도 그는 구치소에 있으면서도 다른 수감자와 달리 갖가지 ‘대접’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은 전 위원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챙긴 7000만원은 서민들의 피눈물이 서려 있는 돈이다. 어떤 이는 저축한 돈을 날리게 되자 생업을 포기하고 서울에 온 것만도 44차례라고 한다. 오죽하면 피해자들이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법원에 출두한 이상득 전 의원의 넥타이를 부여잡고, 계란까지 투척했겠는가. 권재진 법무장관은 분통이 터지고 억장이 무너지는 그들의 심정을 헤아리기나 했나.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은 전 위원의 가석방안에 서명을 했는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저축은행 사태는 단순히 뇌물이 오간 비리가 아니라 정권의 실세들이 줄줄이 개입한 권력형 비리다. 비리 연루자들을 더욱 엄하게 다스려야 하는 이유다. 행여 다른 권력실세들까지 사면 또는 가석방시킬 계획이 있다면 이참에 깨끗이 접기 바란다.
  • 서미갤러리 ‘무기한 권리정지’

    서미갤러리 ‘무기한 권리정지’

    기업의 비자금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단골손님처럼 등장했던 홍송원 대표의 서미갤러리에 대해 한국화랑협회가 ‘무기한 권리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화랑협회(회장 표미선)는 24일 서울 사간동 출판문화협회 회의실에서 137개 정회원사 중 101개사가 참석한 임시총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총회에서 1개사만 기권하고 나머지 100개사가 징계에 찬성했다. 표미선 회장은 “제명보다 한 단계 낮은 권리정지 조치를 취한 것은 서미갤러리 관련 사건이 한 건은 재판 중이고, 다른 한 건은 검찰 수사 중에 있기 때문”이라면서 “법원이나 검찰의 최종 처분 결과에 따라 2차 징계를 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권리정지 처분으로 서미갤러리는 화랑미술제 등 화랑협회 주최 행사나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협회의 이례적 중징계는 미술계에 쏟아지는 국민의 싸늘한 시선 때문이다. 정가(定價)도 없고 거래 과정이 투명치 못하다는 이유로 미술품 거래는 늘 의혹의 대상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11년 미술품에 대한 양도세 부과 방침을 마련했다. 미술계의 반발로 정부는 시행을 2년 유보해 2013년부터 적용할 계획이었다. 화랑협회는 이에 맞서 미술시장 정상화를 내세우면서 각종 화랑 지원책을 담은 대체입법안을 19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을 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서미갤러리와 기업 비자금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미술계 이미지 쇄신을 위해 징계란 칼을 빼든 것이다. 서미갤러리는 최근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간 불법 교차 대출에 관여한 의혹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한상률 전 국세청장 로비 사건, 오리온그룹 비자금 사건,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등에 얽혀 줄곧 세인의 관심이 쏠렸다. 비록 취하하기는 했지만, 지난해에는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그림 값을 두고 소송을 벌이기도 했는데, 그 액수가 수백억원대여서 ‘대체 거래한 규모가 얼마나 되는 거냐.’며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표 회장은 “미술계가 비자금 같은 이유로 징계를 논의한 적이 없어 앞의 사건들은 모르고 지나간 면이 있다.”면서 “그러나 저축은행 사태로 더 이상 미술계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방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징계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서미갤러리의 대외 신용도가 크게 깎여 앞으로 공개적인 활동은 못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있다. 반면 어차피 홍 대표가 혼자 움직이던 사람이라 별다른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서미갤러리는 1996년 복제품을 오리지널 판화로 판매했다는 이유로 제명된 적이 있지만, 그 뒤에도 미술품을 꾸준히 거래해 왔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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