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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사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알게 해야”

    “봉사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알게 해야”

    전남 여수 출신의 기업가이며 여수상공회의소 상임의원인 문상봉(58)씨가 범세계적 봉사단체인 ‘국제와이즈멘’의 초대 한국지역 총재로 선출됐다. 그동안 국제와이즈멘 아시아지역의 기구는 ‘아시아지역 총재’의 단일 체제로 운영됐었다. 하지만 한국의 국제와이즈멘 회원 수와 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아시아 지부를 벗어나 한국에 별도의 총재를 두기로 한 것이다. 미국, 유럽, 아프리카, 캐나다 및 캐리비언, 라틴아메리카, 남태평양, 인도, 아시아 등 8개 지역 총재로 운영되던 국제와이즈멘은 이번에 한국 총재를 따로 둘 만큼 한국 봉사단체의 위상을 높이 인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 신임 총재를 19일 만났다. ●제네바에 본부… 한국 회원 1만2000여명 →국제와이즈멘 9명의 지역 총재들 속에 이름을 올린 소감은. -한국이 단일 지역으로 승인받은 것은 국가 위상과 봉사활동 내용이 국제사회로부터 공인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 출범하는 한국와이즈멘은 지구촌이 고민하는 빈곤과 질병, 환경오염 극복 등에 더 힘써 세계인들에게 한국인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겠다. →국제와이즈멘에 대해 설명해 달라.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한국에는 1947년에 일찌감치 들어왔다. 국제와이즈멘 아시아지역(홍콩)에 속했던 한국 내의 5개 지구, 246개 클럽이 따로 독립함으로써 세계 9개 지역 중 하나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전 세계에 6만여명의 회원이 있고, 한국은 1만 2000여명이 활동한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을 제쳐 두고 중소도시인 여수의 기업인이 초대 총재에 선출된 것도 의미가 있는데. -봉사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가 아니라, 꼭 알려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지난 30년 동안 봉사단체에 몸담아 오면서 우여곡절 끝에 터득한 것이다. 이는 어느 특정한 사람만이 봉사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해야 하는 것이 봉사라는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각인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봉사는 잘나고 잘된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불우한 이웃을 보면 결코 외면하지 못하는 ‘사랑의 DNA’가 한국인들의 혈관에 거미줄처럼 깔려 있는 것처럼 내가, 스스로 주변의 우리가 어려운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으면 된다. 어릴 적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와 대학교 모두 야간으로 나왔다. 지금도 중학교 때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물을 마셔야 했던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대도시뿐만 아니라 시골 구석구석까지 봉사 정신이 스며들었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새달 여수서 세계대회… 20여개국 참석 →다음 달 여수에서 큰 행사가 있다고 하는데. -9월 23~24일 이틀간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국제와이즈멘 전국대회를 개최한다. 20일부터는 전 세계 20여개국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여수에서 연찬회를 가질 계획이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들 각국 대표자들에게 2013년 여수엑스포를 홍보하고,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해양엑스포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것이다. 문 총재는 여수경영인협회 초대와 2대 회장, 국제와이즈멘 한국 남부지구총재를 역임하면서 지도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대광솔루션, ㈜유니온산업을 경영하고 있다. 여수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사설] 가계대출 억제하되 부작용은 줄여야 한다

    금융당국의 온탕·냉탕식 대응으로 금융 소비자들이 큰 불편과 혼란을 겪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나자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7%로 묶지 못하는 은행은 강도 높은 검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가계대출 증가율이 월 상한선을 넘어선 농협을 비롯한 일부 은행들이 그제 갑자기 가계대출을 중단하는 등 대출창구가 한순간 꽁꽁 얼어붙었다. 은행에서 대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지출계획을 짰던 금융 소비자들로서는 당혹스럽고 분통이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가계대출 중단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어떤 경우에도 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상황이 생겨서는 안 된다.”며 금융위의 조치에 급제동을 걸고 나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가계의 금융부채가 줄어든 반면 우리나라는 증가세를 지속해 왔다. 올 상반기에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금융부채 비율은 2004년 114%에서 2007년 136%,2009년 143%,지난해 146%로 미국이나 일본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국민경제를 지탱하는 3대축 중 하나인 가계의 건전성 악화는 금리 급등이나 부동산 버블 붕괴와 같은 외부의 충격이 가해지면 바로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귀결된다. 금융당국이 올 들어 잇단 구두 경고에 이어 지난 6월 가계대출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권의 가계대출 경쟁과 일부 금융소비자들의 주식투자 등 대출용도 외 사용 급증이 맞물리면서 가계대출 전면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을 불러들인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충분한 예고 없이 어느날 갑자기 돈줄을 끊는 것은 잘못된 대응이다. 이사 철 전세자금 이나 대학 등록금, 긴급한 생활자금, 추석자금 등 필수불가결한 자금 수요에 대해서는 대비책을 강구했어야 했다. 이자가 더 높은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 사채로 몰릴 수밖에 없는 ‘풍선효과’를 감안하지 않았다면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범위에서 가계대출을 억제하기로 정책목표를 세웠다면 연착륙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해 나가야 한다.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대책을 촉구한다.
  • “시장이 미쳤다” 주가폭락에 투자자 경악

    “시장이 미쳤다” 주가폭락에 투자자 경악

    ‘검은 금요일’인 19일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은 온종일 공포에 떨었다. 장 마감이 가까워 올수록 낙폭은 커졌고 주식 투매에 나서는 이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에 4개가 10% 이상 폭락했다. 오전 코스닥시장에서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오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이드카가 차례로 발동됐지만 오히려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증폭시키는 쪽으로 작용했다. 향후 코스피 지수가 1700선은 유지될 것이라던 전문가들은 1600선으로 하향 전망하고 나섰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70.80포인트(3.81%) 내린 1789.78에 거래를 시작했다. 전날 미국과 유럽 증시가 급락한 점을 고려하면 예견된 일이었다. 그간의 학습효과로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안정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매도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런치 폭탄’은 투자자들의 희망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코스피 지수는 오후 1시 무렵까지 1770~1780선을 유지했지만 1시가 넘어서자 5% 이상 하락해 1760선까지 하락했다. 장 마감 30분 전인 오후 2시 30분쯤 코스피지수는 1750선까지 내려갔고 개인투자자들의 투매는 극에 달했다. 결국 지수는 1740선까지 폭락했고, 전날보다 115.70포인트(6.22%) 내린 1744.88에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업종 중에 현대자동차(-10.97%), 현대모비스(-13.49%), 현대중공업(-10.85%), LG화학(-14.69%) 등이 10% 이상 폭락한 것이 특징적이었다. 이들은 대부분이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라고 불리는 경기에 민감한 종목들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날 대형주 중심의 폭락은 외국인(2580억원)보다는 기관(3134억원)의 매도 때문”이라면서 “기관들이 자금을 이제껏 ‘차화정’ 종목에 많이 넣었고 세계경제 침체 우려가 부각되자 이들을 팔아치우면서 매물이 매물을 낳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코스닥시장 역시 급락하며 470선까지 내려갔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19.02포인트(3.75%) 내린 488.78로 개장했으며 개장 직후 바로 선물시장에서는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내려졌다. 코스닥시장에서 기관과 개인이 각각 533억원, 36억원 순매수했으나 외국인의 735억원 순매도에 밀렸다. 이날 지수는 33.15포인트(6.53%) 내린 474.65로 마감했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시장이 대세적으로 약세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된다.”면서 “경기 침체의 주범은 유럽 리스크이며 코스피 지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배가 되는 지점인 1600선이 지지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우리나라 IT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아시아 시장 대비 낙폭도 커지고 있으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제한도 투자자들의 심리에 부담이 됐다고 본다.”면서 “유럽 상황이 진정된다면 1700~1750선에서 지지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된다면 지지선이라는 것도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주·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 ‘위대한 영혼’의 이면

    20세기 위대한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간디(1869~1948)의 원래 이름은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위대한 영혼’이라는 뜻의 ‘마하트마’(Mahatma) 간디가 더 익숙하다. 비폭력과 불복종으로 인도의 독립을 이끌어 낸 간디에 대한 세인들의 평가는 이처럼 ‘무결점 성자’에 가깝다. 그런데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의 청년들을 전쟁터로 내보내는 데 찬성한 사람, 바가트 싱 등 여러 혁명가들을 서둘러 처형해 달라고 영국 정부에 요청한 사람,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인도국민회의당 의장이 된 수바스 찬드라 보세에게 압력을 가해 사퇴시키고 결국 쫓아낸 사람이 ‘마하트마 간디’라면 당신은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인도의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 E M S 남부디리파드(1909~1998)가 쓴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정호영 옮김, 한스컨텐츠 펴냄)은 불편하더라도 ‘간디의 진실’과 똑바로 마주할 것을 강권하고 있다. 책은 진보적 관점에서 간디를 재조명한다. 남부디리파드는 1957년 인도공산당을 이끌고 케랄라 주(州) 선거에서 승리, 세계 최초로 민주 선거에 의해 공산당이 집권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다. 청년 시절 열렬한 간디주의자였다가 마르크스주의자로 선회한 그는 간디를 신격화하는 것을 거부하는 동시에, 우익 부르주아 지도자로만 폄하하는 일부 좌파의 관점도 배격한다. 저자는 간디에게 진리, 도덕, 비폭력이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인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특정 노선, 즉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수단이 영국 제국주의를 종식시키는 데 도움이 될지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한 후 모든 것을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영국 제국주의를 위해 인도 군인들을 징병하는 것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도덕적인 것이었다. 당시 간디가 밝혔듯, “영국 제국주의를 방어하기 위한 인도 군인들의 개인적 희생은 그와 대영제국 내에 있는 자치 정부의 다른 투사들을 강화시켜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냉혹하다. “우리는 비폭력의 이름으로 수많은 젊은이들을 제국주의의 총알받이로 보내는 것에 양심의 가책이라고는 전혀 없었던 한 인간을, 무엇보다도 제국주의 착취에 대항한다는 명분으로 인류의 문명에서 근대적이고 과학적이고 진보적인 모든 것을 비난하는 한 인간을 보고 있는 것이다.” 책은 이처럼 간디의 평전이나 자서전 등에서 잘 부각되지 않았던 간디의 면모들을 소개한다. 다만 간디의 ‘실체’를 깎아내리기보다 인도의 역사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자는 뜻을 담으려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1만 5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금융당국, 가계대출 중단 조치 철회요구에도 은행들 ‘대출 제한’ 유지

    금융당국, 가계대출 중단 조치 철회요구에도 은행들 ‘대출 제한’ 유지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가계대출 중단 조치를 철회하도록 일부 은행에 요구했다. 은행들은 요지부동이다. 내부 유동성이 풍부해 대출을 늘릴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데다가 가계가 대출을 받아 증시 등 고위험 투자처에 투입할 경우 건전성이 악화된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권 원장은 19일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을 월 0.6%로 제한하도록 권고한 금융위와 협의, 부동산 거래 잔금처럼 꼭 필요한 대출이 중단되지 않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두 당국이 대출총량 규제라는 강수를 들었다가 은행 대출이 막힌 시민들의 원성이 빗발치자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는 자충수를 두며 망신을 샀다. ‘시어머니 김석동’이 때리고 ‘시누이 권혁세’가 말리는 상황 속에서 은행들은 전날 방침을 고수하기로 했다. ●농협 등 “실수요자 대출 계속” 신한은행은 8월 말까지 이자를 만기에 한꺼번에 갚는 거치식·3년 이하 대출을 이달 말까지 중단한 데 이어 다음 달 이후에도 관련 상품을 취급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장기·비거치식 대출을 해야 가계가 소득에 맞춰 빚을 갚아갈 수 있다는 기본 방향은 맞다.”면서 “이참에 대출의 건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할 것”이라고 했다. 농협도 사용 목적이 불분명한 신규 대출을 자제하고 실수요자 중심 대출을 이어가기로 했다. 농협 측은 “모든 대출이 중단된 것은 아니고 담보가 확실한 대출은 집행했다.”면서 “전날에도 100억원 이상 신규대출을 집행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지난 18일까지 지난달 말 대비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이 0.7%에 이르면서 대출을 할 수 있는 여력은 줄어든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현재 창구에서 취급하지 않는 상품이 없다.”면서 “주식투자 목적 자금 등 용도 관련 심사를 강화했지만, 꼭 필요한 대출은 집행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은행 역시 18일 하루 동안 400억원 이상 신규대출을 집행, 증가율이 0.59%에 달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대출총량 규제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하면서도 “가계대출 건전성 강화라는 방향 자체는 옳으니 대출 심사를 강화해 흐름에 맞춰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심사 강화에는 대출이 꼭 필요한 사람이 누락되지 않아야 된다는 점도 고려된다.”고 덧붙였다. ●국민·하나·외국계銀 반사이익 이달 가계대출 실적이 상대적으로 미미했던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외국계 은행이 반사이익을 누릴지도 관심사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측은 “지점에 대출이 되는지 물으며 분위기를 알아보려는 고객이 많았다.”고 전했다.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측에도 평소보다 대출 문의가 늘었다. 이런 은행에서는 경쟁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고객에게 대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전체 은행권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질 것”이라면서 “2금융권에서는 신용만으로 1000만원 이상 고액 대출을 기피하기 때문에 은행이 거부하면 2금융권 여러 곳에서 나눠서 대출을 받거나 대부업체에서나 돈을 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은행 “이번에 건전성 높일 것” 은행권의 가계대출 전반이 위축된 징후는 이자와 대출가능 금액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담보가 확실한 대출보다 신용대출에서 압박 강도가 심해졌다. 예컨대 이달 초까지 신용등급이 좋은 4000만원 이상 연봉자에게 1000만원의 신용대출을 해주는 게 그동안 은행권 내부의 권장사항이었다면, 지금은 뚜렷한 용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1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대구세계육상 D-8] “4연패 달성 최선 다하겠다”

    여자 200m 4연패에 도전하는 미국의 스프린터 앨리슨 펠릭스(26)가 18일 오전 9시 40분쯤 대구에 입성했다. 보라색 상의에 검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대구공항에 도착한 펠릭스는 “한국에 도착하니 흥분된다. 시즌의 정점을 맞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몸 상태도 아주 좋다.”고 말했다. 펠릭스는 남자 100m와 200m 단거리 주종목에서 자메이카에 밀리는 미국에 단거리 종목 금메달을 안겨줄 기대주로 꼽힌다. 2005년 헬싱키, 2007년 오사카, 2009년 베를린 대회까지 여자 200m 종목에서 3회 연속 우승했던 펠릭스는 이번 대구 대회에서 4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자메이카가 여러 세계대회에서 단거리 종목을 휩쓸 때 최고의 자리를 고독하게 지켰다. 펠릭스는 개인 최고 기록이 현재 2위이지만 라이벌 자메이카 캠벨 브라운이 하향세를 타고 있어 대구에서 맞대결을 자신하고 있다. 200m가 주종목인 펠릭스는 지난 7월 400m에도 출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펠릭스는 “400m 종목은 아직 익숙하지 않아 연습할 때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600m 계주에도 출전하는 펠릭스가 200m, 400m, 1600m 계주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면 남자 100m와 200m, 400m 계주에서 3관왕이 유력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와 더불어 대구 대회를 빛내는 최고의 스타로 부상하게 된다. 펠릭스는 3관왕과 4연속 우승 목표에 대해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다소 훈련 강도를 낮춰 적응 훈련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펠릭스는 대구공항에서 시내에 있는 인터불고 호텔로 가는 승합차에 오르면서 “대구 날씨가 걱정했던 것보다 좋다.”며 활짝 웃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달구벌 이모저모] 51세 ‘아줌마 스프린터’ 최종엔트리 탈락 눈물

    개인통산 9번째 세계대회 출전에 도전했던 51세 ‘아줌마 스프린터’ 멀린 오티(슬로베니아)가 아쉽게 대구행 티켓을 놓쳤다. 여자 400m 계주 멤버로 대구 대회 출전을 노렸던 오티는 지난 15일 자국 대회에서 마지막으로 기록 단축에 나섰으나 소속 계주팀이 44초 76을 찍는 데 그쳐 기준 기록(44초 00)을 통과하지 못했다. 기준기록을 넘지 못한 오티와 계주팀 멤버는 결국 세계 대회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스프린터 기준으로 보면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트랙을 누비는 오티는 자메이카 출신으로 2002년 슬로베니아로 귀화했다. 지난해에는 유럽선수권대회 400m 계주에 출전해 역대 최고령 선수 기록을 세운 백전노장이다. 1983년 제1회 헬싱키 세계대회부터 2007년 오사카 세계대회까지 8차례의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 200m와 400m 계주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7개 등 총 14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조직위, 19일 금·은·동메달 공개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조직위원회는 19일 대구스타디움 시상준비실에서 대회 때에 시상할 금·은·동메달을 공개한다. 대구경북디자인센터와 NS디자인에서 개발한 메달 디자인을 한국조폐공사에서 제작했다. 오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9일 동안 열리는 49개 종목 시상식에서 쓰일 메달 디자인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기술·의전 규정에 따른 것으로 지난해 11월 IAAF의 승인을 받았다. 메달 앞면은 태극원과 4괘로써 음과 양의 조화, 대자연의 진리를 담고 있다. 음양은 둘이면서도 본질적으로 ‘하나’이며 동·서양이 어울려 지구촌이 함께 번영하는 인류 공동체임을 상징화했다는 것. 또 뒷면은 음양의 경계와 차이를 뛰어넘어 더 나은 인류의 내일을 기약하기 위한 대회 슬로건인 ‘달리자, 함께 내일로’(Sprint Together for Tomorrow)를 표현했고, 아름다운 대구스타디움 모습도 각인했다. 볼트, 대구스타디움 훈련 불발 우사인 볼트를 위시한 자메이카 대표팀은 17일 첫 훈련 때 대구스타디움을 쓰기를 원했지만 조직위가 허가하지 않아 경산육상경기장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조직위의 김만호 경기부장은 “자메이카 선수단은 아직 입촌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공식 입촌한 팀들은 조직위와의 조율을 거쳐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에서 훈련할 시간을 얻을 수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 “시민 협조 절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진정한 주인은 대구 시민으로, 대회 성공을 위해 시민들의 참여와 협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18일 시민 담화문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세계육상대회는 전 세계에 대구를 알려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달구벌의 저력을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불안한 대출공화국] 비정상적 대출 증가… 금리 오르면 가계파산 우려

    [불안한 대출공화국] 비정상적 대출 증가… 금리 오르면 가계파산 우려

    가계부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전문가들은 금융 불안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가계는 거꾸로 부채를 늘리고 있다. 금융 불안이 다시 터지거나 금융위기로 확대되면 가계부채가 ‘뇌관’으로 작용할 소지가 많다. 대다수 은행이 단기적이나마 가계대출을 아예 끊어 버린 탓에 일선 대출 창구에서 혼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돈을 급하게 마련해야 하는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많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은 440조 9000억원, 은행을 포함한 전체 예금취급 기관의 가계대출은 612조 3000억원이다.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경기상황과 자금수요 등에 따라 증감하지만 최근 3년 6개월간 평균 증가폭은 매월 1조 9000억원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유동성이 많은 상태에서 물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 우려에 금리가 상승하면서 가계는 대출금의 이자도 갚을 수 없게 될 수 있다.”면서 “가계의 파산은 다시 주택 가격을 떨어뜨리고, 은행이 담보로 맡은 주택이 부실화되면 금융 시스템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최근의 가계대출은 추세적인 증가율을 한참 벗어나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실물경제의 성장률을 넘는 가계대출은 위험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가계부채 수준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욱 확대된다면 금융 시스템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가계대출의 구조도 위험에 취약하다. 은행권 가계대출 중 85%는 변동금리다. 금리가 오르더라도 항상 약정된 이자를 내는 고정금리보다 위험하다. 주택담보대출도 단기·일시상환·거치식 위주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80%가 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내고 있다.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해 은행이 자금 회수에 나선다면 손쓸 방법이 없다. 특히 저소득층 중 일부는 미소금융, 희망홀씨 대출 등 정책적인 서민 금융 지원으로 대출을 받는 데는 수월해졌지만 오히려 빚이 늘면서 빚에서 탈출할 길이 없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가계대출 연착륙이라는 정부의 목표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급작스럽고 전방위적인 가계대출 중단으로 가계부채를 경착륙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일부 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거친 방식은 틀렸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가계 대출 증가율을 볼 때 관리를 통해 연착륙시켜야 한다는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갔던 한 회사원은 “창구 직원으로부터 대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는 “당장 전세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출받아 주식 투자를 하는 개미의 행태에 제동을 거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겠지만 꼭 필요한 전세 자금 대출마저 막는 피해는 가려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커버스토리] 위태위태한 대출공화국

    [커버스토리] 위태위태한 대출공화국

    금융 불안으로 인한 증시 폭락을 이용해 빚을 내서 단기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개미)가 늘자 은행들이 금융 당국의 권고를 받고 급제동을 걸고 나섰다. 주식 투자 목적으로 의심되는 대출을 이달 말까지 전면 중단했고, 생활비 명목으로 받는 주택담보대출 심사도 강화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당국으로부터 월 대출 증가율을 0.6% 수준에 맞추라는 권고를 받았다. 이달 들어 보름 만에 0.5% 이상 대출 증가율이 나타나 비상이 걸린 은행들은 신규 대출 억제 조치를 단행했다. 0.68% 증가율을 보인 농협은 잔금 납부를 제외한 주택담보대출을 이달 말까지 전면 중단했고, 0.57% 증가율을 기록한 신한은행은 전세자금 대출과 같은 서민 지원 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을 본부 심사에 올리기로 했다. 증가율 0.52%인 우리은행은 전날 신용대출 심사 강화 방침을 영업점에 내려보냈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다. 0.47% 증가한 하나은행과 0.26% 증가한 국민은행은 신용대출 요건을 까다롭게 변경했다. 은행들은 금융 당국의 권고에다 급증한 신용대출의 상당 부분이 주식 투자에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달 들어 17일까지 기업·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1조 673억원 늘었으며, 이 가운데 신용대출 증가분이 7859억원으로 73.6%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은 7월 말보다 0.1% 늘었지만, 신용대출은 1.3% 증가했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창구에서는 신용대출의 상당 부분이 전월세 자금과 주식 투자에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들어 17일까지 개미들이 주식시장에 1조 9258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집계했다. 5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금보다 훨씬 많은 돈이 주식시장에 유입된 것이다. 기관 투입량(2조 756억원)과 큰 차이가 없는 액수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4조 1900억원을 빼냈다.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국내 주식시장은 지난 2일부터 급락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6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세계 금융시장은 폭락과 반등을 거듭하면서 하락해 왔다. 개미들은 폭락 장세에서 대출받아 주식시장에 들어가 이삭줍기를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전면적인 대출 중단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은 대출자나 은행 모두 큰 위험을 지게 되는 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들이 불시에 대출 심사를 강화하게 되면 정당한 대출자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고 대부업체로 밀려나는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기고]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통계/우기종 통계청장

    [기고]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통계/우기종 통계청장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미국의 짐 하인스가 9초 95의 기록으로 ‘마의 10초 벽’을 허물기 전까지 육상 100m 경기에서 인간의 힘으로는 10초를 넘을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10초 벽은 1906년 공식 계측 이후 짐 하인스의 신기록 수립 때까지 자그마치 60여년 동안 요지부동이었다. 이후 9초 9 벽은 23년 만에, 9초 8 벽은 8년 만에 넘어설 수 있었다. 2008년 혜성같이 나타난 우사인 볼트가 9초 72를 기록하고 1년 3개월 만에 다시 자신의 기록을 0.14초나 앞당기며 신기록 경신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현재 최고기록은 볼트가 달성한 9초 58. 네덜란드의 경제수학자는 통계기법을 활용해 인간의 한계를 9초 51로 예측하고 이 기록을 달성하는 데 약 7.5년이 걸릴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진 10초 벽이 허물어진 것처럼 이 한계 역시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기록 단축이 이처럼 빨라지는 데는 선수들의 타고난 체력뿐만 아니라 통계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과학이 큰 힘이 되었다고 본다. 육상을 비롯한 스포츠 경기에는 확실한 기록과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통계적 기법 활용은 기록을 단축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기록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면 선수들의 전성기 예측이 가능하고, 훈련 방법이나 기록에 영향을 미치는 의복과 장비 등의 효율성 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간이 달리기의 한계를 갈아치우는 장면은 언제나 짜릿한 쾌감과 감동을 준다. 이런 재미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만끽할 수 있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오는 27일부터 9일간 대구에서 개최된다. 이번 대회는 전 세계 206개국 20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하고 80억명 이상이 경기 중계를 시청하는 세계적인 스포츠 향연이다. 대구대회의 경제적 파급 효과도 5조 5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번 대회 개최로 한국은 세계 7번째로 3대 빅 스포츠 이벤트인 하계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대회까지 모두 개최하는 ‘트리플 크라운’ 달성의 금자탑을 세운 스포츠 분야 G7(대한민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국가의 반열에 올랐다. 대한민국 경제를 육상 선수에 비유하면 우리는 이미 글로벌 단거리 ‘경제육상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6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유일한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은 경제적 파급 효과는 물론이고 역동적인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올림픽 개최를 통해 우리는 1인당 국민총생산(GNP) 5000달러 지점을 통과했고, 월드컵을 통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어두운 그림자’라는 허들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이번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계기로 국가 위상은 물론 경제·문화 등의 분야에서 또다시 든든한 디딤돌을 만들어내 G20를 넘어 G7으로 도약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자못 기대가 크다. 물가 불안과 호우 피해,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위기 등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지 않다. 스포츠 관람은 치유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번 대구대회를 통해 볼트를 비롯한 세계적인 건각들의 힘찬 질주를 보며 삶의 역동성을 느끼고,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의 감동적인 질주를 보면서 희망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 [대구세계육상 D-9] 볼트도 안 무섭다, 난 조국 위해 달린다

    [대구세계육상 D-9] 볼트도 안 무섭다, 난 조국 위해 달린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는 206개국의 선수들이 참가한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만 오는 게 아니다. 미국, 자메이카, 영국 등 쟁쟁한 육상 강국의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속속 한국에 도착한 17일 지구 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그 이름조차 생소한 나라의 선수 한 명도 이들과 함께 대구 땅을 밟았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이 선수는 볼트를 위협할 유력한 도전자 가운데 한 명이다. 앤티가바부다의 다니엘 베일리(25)가 그 주인공이다. 카리브해에 있는 3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구 8만 5000여명의 나라인 앤티가바부다는 오랜 식민의 역사를 안고 있다. 1632년 영국의 식민지가 됐고 350년이 지난 1981년 명목상 독립은 했지만 현재도 영국령이다. 국가 원수가 영국 국왕인 엘리자베스 2세고, 영국 국왕의 임명장을 받은 총독이 최고 통치자라는 뜻이다. 국민 대부분이 아프리카계 흑인으로 농업과 관광으로 먹고사는데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를 약간 넘는다. 그럭저럭 사는구나 싶지만 빈부 차가 심해 원주민 대부분은 빈곤하다. 게다가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의 여파로 관광객이 급감했고 금융도 무너졌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국제통화기금(IMF)의 신세를 지고 있다. 한국도 수교를 맺고 있지만 인근 주도미니카 공화국 대사관에서 대사업무를 겸임하고 있을 만큼 존재감이 없는 나라다. 이 작은 나라는 이번 대구 대회에 단 2명의 선수를 보냈다. 남자 100m, 200m에 출전할 예정인 베일리와 브렌단 크리스티안(28)이다. 이들은 너무도 작지만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 달린다. 크리스티안의 100m 최고기록은 10초 09로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기준 A기록은 넘었다. 하지만 하락세다. 지난해 기록이 10초 44다. 오히려 200m에서 기록이 좋다. 그래도 세계 정상급과는 거리가 있다. 올 시즌 최고 기록이 20초 60이다. 그러나 베일리는 볼트와 아사파 파월을 위협하는 수준의 선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10초 23으로 6위에 그쳤지만,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9초 93으로 4위를 차지했다. 개인 최고 기록은 9초 91. 그리고 지난해 열린 카타르 도하 실내육상대회에서는 60m에서 6초 57로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베일리의 장점은 꾸준함이다. 세계대회를 거듭하면서 큰 기복이 없다. 베를린 대회 뒤에도 9초대를 계속 달렸고 올 시즌도 9초 97을 기록 중이다. 물론 볼트가 세계 1인자이지만 자메이카가 단거리 왕국으로 급성장하는 데는 파월의 공이 컸다. 2000년대 초반 세계대회를 휩쓸기 시작하면서 자메이카의 어린이들이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볼트도 파월을 보고 달린 유망주 가운데 한 명이었다. 한 명의 스타급 선수가 탄생하면 그 나라의 스포츠 지형이 변화하고 상승한다. 앤티가바부다에서 베일리도 그런 희망의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이 무명의 선수가 대구 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볼트와 파월을 제치고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등극하더라도 너무 놀라지는 말자.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조이너의 후예’ 美 단거리 자존심 살린다

    미국은 원래 육상 단거리 왕국이었다. 1912년 남자 100m 첫 세계신기록이 나왔을 때부터 최근까지 대부분 기록을 독식해 왔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아사파 파월, 우사인 볼트(이상 자메이카) 등이 등장하면서 단거리에서 미국의 자존심은 무너졌다. 게다가 자메이카에 도전할 남자 단거리 1인자 타이슨 게이마저도 부상으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왕좌를 완전히 넘겨주는 형국이다. 이런 미국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은 바로 여자 단거리다. 현재는 고인이 된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의 100m(10초 49)와 200m(21초 34) 세계기록은 23년째 성역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현재 이 ‘불멸의 기록’에 가장 근접한 선수들도 미국 선수들이다. 주인공은 100m의 카멜리타 지터(32)와 200m의 앨리슨 펠릭스(26). 지터는 2009년 상하이에서 열린 그랑프리 대회에서 초속 1.2m의 뒤 바람을 타고 100m를 10초 64에 끊으며 세계기록에 가장 근접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프로농구(NBA) 가드인 오빠 유진 지터를 따라 농구를 먼저 배웠던 지터는 뒤늦게 고등학교 때 육상에 입문했다. 그런데 첫 100m 기록이 11초 70. 2007년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당시 지터는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11초 02의 기록으로 3위를 차지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도 동메달에 머물렀지만, 같은 해 가을 연달아 10초 67과 10초 64로 기록을 끌어올려 자존심을 세웠다. 그리고 지난해 출전한 7번의 대회에서 6번 우승을 차지하면서 대구 대회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펠릭스는 세계선수권대회의 강자다. 2005년 헬싱키, 2007년 오사카, 2009년 베를린 대회 200m를 3연패했다. 각종 세계대회에서 다른 단거리 종목이 모두 자메이카에 넘어갈 때 홀로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연달아 자메이카의 캠벨 브라운에게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개인 최고기록도 21초 81로 21초 74를 찍은 브라운에 이어 현역 선수 가운데 2위다. 하지만 펠릭스가 전성기를 맞은 반면, 브라운은 내리막을 타고 있어 대구에서의 맞대결에서는 4연패와 동시에 올림픽 설욕이 성공할지 관심이 모인다. 두 여전사가 대구에서 미국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英폭동 원인 제공자는 대처”

    “英폭동 원인 제공자는 대처”

    “지금의 영국 캐머런 정부는 보수당의 뼈대인 구(舊)토리주의적 요소를 상대적으로 강조하는데도 이런 소동이 난 겁니다. 이건 꼭 캐머런 정부 탓만은 아닙니다. 그 이전 노동당 정부는 좌파임에도 대처리즘의 토대 위에서 움직였다는 점, 그 대처리즘은 영국 보수당의 지적 기반이자 전통인 구토리주의를 무너뜨렸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보수주의의 구원투수로 여겨지는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가 실은 영국 보수주의의 파괴자라는 얘기다. 한동안 인구에 회자됐던 ‘제3의 길’도 대처리즘의 변형에 불과하며, 이게 ‘영국 폭동’의 원인(遠因)이라는 설명이다. 고세훈(56)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의 주장이다. ‘국가와 복지’, ‘영국노동당사’ 등 영국 정치경제사에 대한 책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는 그를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고 교수가 영국과 복지라는 화두를 틀어쥐게 된 것은 영국이 최첨단 자본주의 사회이자 복지국가이기 때문이다. 여기엔 극좌로 흘러가지 않은 노동당의 전통이 한가지 원인이었다. 또 한 가지 요인은 기득권 층의 양심적 후퇴, 혹은 묵인이었다. 2차 세계대전의 영웅으로 널리 알려진 윈스턴 처칠(1874~1965)은 “이건 완전 사회주의 법안이잖아.”라고 투덜대면서도 국유화 법안에 서명한 총리다.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헛소리’쯤으로 치부한 존 케인스(1883~1946) 역시 적자재정 편성을 통한 완전고용을 정책목표로 삼았다. 유럽 위기 얘기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균형재정을 얘기하는 한국 보수와 다른 면모다. 고 교수는 영국 보수당 역사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인물로 모리스 해럴드 맥밀런(1894~1986)을 꼽았다. “귀족 출신 보수주의자였지만 2차대전 직후 집권한 애틀리 노동당 정부에서 전 산업의 20%를 국유화한 정책을 단 하나도 뒤집지 않았습니다. 영국은 계급으로 찢긴 두개의 국가가 아니라 하나의 국가여야 한다는 원 네이션 토리즘(One Nation Toryism) 전통을 지켜낸 것이지요.” ●“한국 보수, 공동체보다 이해관계 몰두” 보수주의자가 왜 그랬을까. 계급으로 사회를 분열시키는 시장주의는 보수주의자의 적이기 때문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계급’이라는 용어 자체를 가장 경멸하는 이들이 이른바 보수입니다. 그런데 투표나 정책 선택에 있어서 가장 계급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다름 아닌 그들입니다. 이게 영국과 한국 보수의 차이점입니다. 영국 보수는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에 관심이 있지만, 한국 보수는 오직 이해관계에 대한 동물적 감각뿐이지요.” 한국에서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복지 논의에 대해 고 교수가 유보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도 강력한 보수주의 전통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처가 영국 보수주의를 파괴했다는 주장도 이 대목에서 나온다. 대처는 보수주의 대신 시장주의를 택했다. 여기에는 역설적이게도 당내 민주화 문제가 겹쳐져 있다. 원래 보수당 당수는 귀족 출신에 10~20년간 원내 정치 경험을 쌓은 이들 가운데 당 원로들이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이가 추대된다. 식료품집 둘째딸이 보수당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전통의 붕괴 덕분이다. 고 교수는 “전통적인 보수당 정치에서 대처가 일종의 외부자(outsider)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 덕분에 대처가 보수당의 오랜 전통인 원 네이션 토리즘을 무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진보진영 강령 대중적 언 어로 순화해야” 진보진영에 대해서도 물었다. 폭력혁명보다 의회민주주의를 신뢰한 노동당의 전략에 대해 당내 좌익그룹들은 극심하게 반발, 탈당하기도 했다. 스웨덴 사민당도 마찬가지다. 노동자계급 국제연대 대신 ‘국민의 집’ 구호를 내걸었을 때 사민당 내 좌익그룹 25%가 탈당했다. “정체성과 관련해 진보진영이 강력한 원칙을 천명하되, 강령이나 원칙을 조금 더 순화된 언어로, 대중적인 언어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회민주주의 국면에서 일반 국민들의 감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변신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그런 차원에서 일각의 ‘종북 논란’은 “쓸데없는 일”이라고 치부했다. “어차피 자연적으로 소멸될 얘기인데 너무 과대평가됐어요. 정말 치열하게 논의되어야 할 원칙은 다른 것들인데….” 때문에 고 교수는 ‘인물로 보는 영국 노동당사’를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리처드 토니(1880~1962) 같은 이가 있어요. 노동당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론가인데 이 사람은 평생 평당원으로 지냅니다. 말년에 노동당에서 공로를 인정해 작위를 주겠다고 제안하는데 이 사람 대답이 걸작이에요. ‘내가 노동당에 무슨 해를 끼쳤기에 이러십니까’ 했답니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1980년대에 일부 선보이기도 했는데, 토니가 남긴 책 3부작 번역과 인물평전을 한번 시도해 보고 싶어요.” 하나의 모범을 제시하고 싶다는 얘기다. 그런데 너무 교과서적이지 않을까. “다들 권력의지를 얘기하는데 교과서적 얘기도 있어야지요. 권력의지가 있되 거기에 압도되지 않을 시각과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시대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털고 일어설 수 있는 정치인이 많아져야 해요.” 그러면서도 한 마디 덧붙인다. “알고 지내는 정치인 몇몇에게 ‘당대에 살려고 하지 마라. 밀알이 돼라’라고 했더니 ‘모든 정치인은 당대를 산다’고 하더군요. 하하하.”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우린 그냥 ‘총재’할래요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 산하 기관 가운데 수장을 ‘총재’로 부르는 곳은 명칭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에 따라 ‘총재’라는 직함이 정부는 물론 민간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는 회장이나 대표로 대체될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을지 국무회의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 총재의 명칭을 이사장으로 바꿨다’는 외교통상부의 보고를 받고 “총재라는 명칭이 민주화 사회에 맞지 않는다. 바꾸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각 부처에서 국회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가능한 한 이번 정기국회에서 바꿀 수 있도록 해 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변인은 “자유총연맹과 산업은행은 이미 총재에서 회장으로 명칭이 바뀐 바 있다.”면서 “정부 산하기관의 명칭이 바뀌면 민간단체도 따라오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한적십자사, 한국은행, 한국야구위원회(KBO) 등이 총재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그러나 ‘총재’ 직함을 변경하는 문제에 대해 달갑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예컨대 한국은행 내부에서는 ‘총재’에서 ‘은행장’으로 변경될 경우 공적 기관으로서의 이미지가 흐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해외의 예를 보아도 중앙은행 기관장에게는 총재(Governor)라는 직함을 붙이고 있으며, 이 밖에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 금융기구에서도 총재라는 직함을 쓰는 게 일반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경우 산은법이 개정되면서 가계대출이나 개인요구불예금과 같은 소매금융도 취급할 수 있게 됐고 어음 할인 등 은행 부수업무도 허용되면서 명칭도 ‘은행장’으로 바꾼 것이지만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중앙은행이다.”라고 강조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도 “총재라는 말을 쓴다고 권위적인 것은 아니다.”라면서 “적십자사는 중립적인 지위를 갖는 기타 공공기관이어서 다른 정부 산하 기관과 함께 일률적으로 총재라는 명칭을 다른 이름으로 변경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피플 인 스포츠] ‘승승장구’ 女배구 김연경·장영은

    [피플 인 스포츠] ‘승승장구’ 女배구 김연경·장영은

    한국 여자배구의 현재와 미래가 한 곳에서 만났다. 그랑프리 세계대회에 참가한 대표팀의 김연경(23·페네르바체)과 장영은(18·경남여고) 얘기다. 예선 2주차 경기를 위해 온 폴란드 지엘로나구라의 호텔방에서 둘을 만났다. 엠티 온 여대생처럼 킥킥대며 수다를 떨다가도 배구 얘기가 나오니 금세 눈빛이 달라졌다. 김연경과 장영은이 털어놓는 대표팀 생활 뒷얘기와 각자의 마음속에 품은 것을 풀어놓는다. ●“태극기 달고 뛰면 더 어려워” 김연경(왼쪽·이하 김) 영은아, 처음으로 대표팀에 들어와 보니까 어때? 난 언제나 대표팀이 더 힘들어. 태극기를 달고 뛰니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거든. 장영은(오른쪽·이하 장) 대표팀 합류는 신문을 보고 알았어요. 운이 좋았죠. 언니들이 부상 등으로 못 들어오게 되면서 제가 된 거잖아요. 민폐만 끼치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김 너 보니까 옛날 생각나더라. 넌 생각보다 빨리 적응하던데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2004년에 난 안 그랬어. 대표팀을 정말 우러러봤거든. 국가대표가 되자마자 시합도 뛰었는데, 그땐 어떻게 뛰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너보다 그때 당시 내가 더 잘한 거 알지? 으하하. 장 그럼요. 여기서 언니랑 같이 뛰는 게 얼마나 영광인지 몰라요. 언니를 실물로 처음 본 게 2008년이었는데 ‘잘하고 키도 크고 멋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어요.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 김 넌 이제 시작이지. 지난 6일 한·일전 때 기억나? 네가 교체멤버로 들어왔는데 어벙하게 있기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저쪽 선수한테 공 갈 거니까 블로킹 따라가라.’고 소리친 거. 너무 강하게 말한 것 같아 시합 끝나고 ‘화내서 미안하다.’고 말하니까 ‘긴장해서 언니가 무슨 말 하는지 못 들었다.’고 했잖아. 한·일전은 그냥 시합이랑 달라. 나 같은 경우엔 2년 동안 일본에서 뛰었으니 건너편 선수들이 다 친구잖아. ‘연경 너랑 싸우고 싶지 않다.’고들 하더라. 그래서 ‘나도 그렇다.’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됐고, 우리가 이길 거야!’라고 했어. 홈경기이기도 했고, 그런데 져서 정말 분했지. 장 하필 제 고향 부산에서 하는 바람에…. 그렇게 긴장한 시합은 처음이었어요. 전 코트에 들어가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요. 서브 넣은 것만 해도 영광이었죠. ●“멀티플레이어 돼야 해외진출 가능” 김 그래도 넌 가능성이 충분해. 파워가 좋더라. 몸도 배구선수 하기에 딱 좋고. 기본기만 다지면 좋은 선수가 될 거야. 세계적인 추세가 기본기를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해. 근데 네가 생각하는 내 장점은 뭐냐? 장 개그본능? 큭큭. 팀 분위기를 확실히 살려주잖아요. 거기에 서브리시브도 되고 공격도 잘하고. 김 얼굴 예쁜 것도 넣어라. 장 어, 얼굴도 예쁜 것 같아요. 김 하아~ 난 모든 게 너무 완벽해. 그나저나, 너도 해외 진출에 관심 있니? 장 그럼요. 언니처럼 되는 게 꿈이라니까요. 김 그런 후배 없는 줄 알았는데 있네? 이미지 관리 좀 해야겠군. 해외 진출하려면 운동뿐만이 아니고 공부도 많이 해야 돼. 영어도 중요하고. 아시아 선수가 공격만으로 해외 진출하기는 쉽지 않거든. 리시브에 블로킹 서브까지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해. 나도 일본에서 배구 공부 죽어라 했어. 혼자 생활하다 보니 인간적으로도 많이 성숙했고. 요새 말수도 좀 줄었잖아. 이제 터키에서 잘해야지. 장 9월 아시아선수권대회랑 내년 런던 올림픽도 기대돼요. 김 나도 그래. 올림픽은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어서 더 떨려. 중요한 건 우리팀의 마음가짐인 것 같아.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겠지. 팬들이 응원해주시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글 사진 지엘로나구라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항일의병, 러와 연합해 日과 싸웠다”

    근자 들어 국외 역사학자들을 중심으로 러·일 전쟁(1904~1905)을 ‘제0차 세계대전’으로 평가절상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러·일 전쟁은 대한제국과 만주를 장악하려는 일본이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러시아와 벌인 국지전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영국과 미국이 배후에 도사린 제국주의 패권 경쟁이었다고 본 것이다. 실제 러시아와 일본은 이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을 대리했다. 첫 포성은 제물포 앞바다에서 울렸으며 이후 대한해협과 울릉도, 독도 해상과 평양, 정주, 원산, 길주 일원의 육상을 오가며 벌어졌다. 전쟁의 주체 러·일 양국은 자국 영토가 아닌 제3국의 영토를 짓밟았다. 한국과 만주는 ‘꽃놀이패’ 전쟁의 무대가 됐다. 대한제국 정부는 일본 편, 의병은 러시아 편으로 각각 갈렸다. 대한제국은 한일의정서에 따라 일본연합국의 일원으로 전쟁에 참가했다. 그러나 러시아 아무르 군관구 남우수리지대 산하의 한국분견대는 러시아와 항일 의병의 연합부대였다. 이범윤 부대, 함경도 한인포수회, 김인수 부대 등이 이 부대에 가담했다. ‘한반도에서 전개된 러일전쟁’(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펴냄)을 지은 심헌용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군 역사문서보관소에서 찾아낸 두 건의 의미 있는 문서를 이 책을 통해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한 건은 한인 의병이 포함된 러시아 기병분견대와 일본군 정찰부대의 접전 상황도이다. 러·일 전쟁에서 양국 정규군이 벌인 최초의 지상전 상황이 그림에 담겨 있다. 다른 한 건은 함경도 한인포수회가 러시아군과 공동으로 항일군사활동을 전개하겠다는 청원을 올렸다는 러시아군 첩보보고서이다. 이제 와서 러·일 전쟁의 세계사적 의미를 추어올리거나, 항일 의병이 러시아 편에서 싸웠다는 것을 증명한들 무엇하겠느냐마는 한반도의 운명을 가른 이 전쟁의 세계사적 의미는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듯싶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남하에 대한 방어론적 관점에서만 알려진 전쟁의 성격은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전승국 일본이 심어준 식민사관과 이후 이어진 냉전 이데올로기에 의해 러시아 측 자료가 외면되면서 전쟁의 실체가 가려졌기 때문이다. 노주석기자 joo@seoul.co.kr
  • [시론]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대응/강동수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

    [시론]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대응/강동수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

    8월 들어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경기 둔화와 국가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전세계의 주가가 추락하였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더 큰 위험은 유럽의 재정위기다. 그리스, 포르투갈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스페인,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 영국 등 핵심국가로 향하면서 상업은행 발 금융위기설이 힘을 얻고 있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2008년 리먼브러더스 도산사태와 비교할 때 현 상황은 얼마나 위험한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금융위기의 발생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실물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해법 찾기가 훨씬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위험요인 자체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2008년에 비하여, 지금은 위험요인을 알고 있지만 대응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2008년 위기 당시 부실의 주체는 민간이었다. 과도한 차입으로 투기성 거래를 시도했던 헤지펀드가 부도나면서 순식간에 투자은행, 상업은행 등이 도산 위험에 빠졌다. 신용경색이 실물경기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고자 전세계가 정책공조를 실시한 결과 대공황과 같은 재앙을 막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민간 부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정부로 이전되면서 정부가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공공부문의 부실에 대한 구조조정은 매우 어렵다. 부실의 주체가 민간이라면 결자해지 차원의 시장규율을 우선적으로 적용하되, 손실 규모가 이해당사자의 감당 범위를 초과하면 정부가 인수하면 된다. 그런데, 부실의 주체가 정부인 경우에는 이해당사자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정부 이외에 손실을 분담할 주체가 불명확하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전세계적인 문제다. 예를 들어서, 그리스의 국채에 투자한 프랑스계 은행이 손실을 인식할 경우 자산건전성이 하락한다. 이에 프랑스계 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던 미국과 일본의 투자자는 거래를 축소할 것이다. 프랑스계 은행은 생존을 위하여 한국 등 신흥국에 투자한 자금을 무차별적으로 회수하게 된다. 그 결과, 통화·금융자산·상품자산의 가격이 급변동한다. 즉, 나비효과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재현될 수 있다. 따라서 국제공조가 필요하지만 2008년과는 달리 지금은 국가 간 이해관계가 상이하여 합의에 이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시에는 전세계 공히 전대미문의 불확실성을 겪었기 때문에 동원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의 사용에 동의하였다. 그러나 현재는 선진국의 정책수단 소진이 문제의 본질인 데다가 이를 바라보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입장차가 분명하여 정책공조가 어렵다. 또한 다수의 국가에서 내년은 국가의 통치권이 이전되는 시기이다. 위기 극복의 핵심요소인 정치적 리더십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은 사태를 장기화할 수 있는 요인이다. 외부충격은 우리의 취약부분부터 공격하기 마련이다. 금융회사의 단기외화차입, 외국인의 증권투자, 가계부채 등이 현재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약점이다. 특히 대외금융거래는 금융위기 때마다 문제점으로 지적되지만, 우리경제의 특성상 해법을 찾기 어렵다.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제도적 미비에 따른 재정거래의 기회를 축소시키고 이상(異常) 거래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대책일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하여 대내적인 취약성에 관해서는 사전적으로 대비할 여지가 남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도 지속적으로 증가한 가계부채는 규모, 속도, 그리고 구성의 측면에서 우리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이다. 가계부채의 총량 축소는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저신용자의 비은행금융회사로부터의 차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은행의 부실은 그 자체로 시스템 위기다. 반면 비은행금융기관, 특히 저축은행, 신협, 여신전문회사 등의 부실은 정책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영역이다. 이들 금융권역에 대한 획기적인 구조개혁과 가계대출의 위험성 축소를 위한 정책이 요청된다고 하겠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산사태가 되어 우리경제를 덮치기 전에 취약한 부분에 사방댐을 쌓아야 한다.
  • [소련 해체 20년 新 러시아 20년] 러시아 저력 우파 엔진 산업

    우파 엔진 산업(UMPO)은 러시아의 저력을 보여준다. 1925년에 설립, 수호이와 미그기 등 전투기와 항공기엔진을 만들어 온 항공엔진 전문 제작소였다. 한 해 매출액은 2008년 기준 6억 달러(약 6400억원). 2만여명의 기술인력들이 일하고 있다. 우파 시의 공장을 방문했을 때, 기술자들이 수작업으로 볼트와 너트를 죄면서 엔진 조립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제4세대 엔진을 장착한 수호이35의 엔진도 만들어졌다. 프로펠러 엔진 및 터보 엔진의 첫 생산 등 기록도 넘쳐난다. 2차 세계대전 때 장거리 폭격기용 엔진 9만 7000개를 만들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Ka 기종 및 Mi26 헬리콥터 부품들도 제작된다. 수호이를 위한 제5세대 터보 엔진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영국, 캐나다 항공사에서 쓸 비행기 엔진을 아웃소싱 주문으로 만들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옛 소련시대에는 전투기 엔진생산에 주력했지만 시장변화에 적응하려고 지금은 항공기와 산업용 가스 터빈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시코르토스탄 정부 관계자는 “UMPO는 인도 힌두스탄 항공회사(HAL)에 수호이 30MKI 등의 기술을 이전했으며 항공기 생산의 각 부분에서 협력하고 있다.”면서 “한국기업과 UMPO와의 기술 협력 및 공동생산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인가, 이타적인 동물인가.’  이 질문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흔히 인간은 이기적이면서 이타적이기도 한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 현대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은 ‘순수하게’ 이기적인 동물이다. 1976년 영국에서 출간된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교수의 이 이론은 여전히 생물학계의 주류로 각광받고 있다. 도킨스의 이론은 결코 이해하기 쉬운 내용은 아니다.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이자 기계’ 정도로 요약된다. 모든 생명체가 자기 보존의 원칙이라는 한 가지 목적만을 갖고 있으며 유전자는 이에 맞춰 프로그램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흔히 인간을 동물과 다르게 하는, 남을 위한 희생정신과 이타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타성은 수많은 학자들이 진화생물학을 반박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이번 주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 & What)에서는 ‘인간의 이타성’에 대한 공개재판을 열었다. 피고석에는 역사상 가장 ‘이타적인 과학자’로 꼽히는 러시아의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1887~1943)가 앉았다.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를 떠돌며 종자를 모았지만, 정작 본인은 감옥에서 굶어죽은 비극의 주인공이다. 인간의 근원에 대한 왕성한 탐구욕을 보여 온 영화 ‘혹성탈출’ 속 원숭이들의 영웅 시저가 검사로 나서 바빌로프의 이타적 유전자를 기소했다. 바빌로프의 변호는 그의 후계자로 평가받는 ‘녹색혁명의 아버지’ 노먼 빈센트 볼로그(1914~2009)가 맡았다. 시저 니콜라이 바빌로프. 1887년 모스크바 출생. 작물학자이자 식물유전학자, 수집가, 탐험가. 맞는가? 바빌로프그렇다. 시저법정에 섰는데도 전혀 낯설어하지 않는다. 보통 피고인석에 서게 되면 죄를 지은 사람이나 아닌 사람이나 모두 긴장한 모습이게 마련인데. 바빌로프 2년 정도 수용소와 법정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때보다는 오히려 분위기나 의자가 편하다. 시저당신이 왜 여기에 불려 왔는지 죄목을 알고 있나. 바빌로프잘 모르겠다. 시저당신은 유전자의 법칙을 거스른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 진화생물학의 핵심 토대인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따르면 유전자는 오로지 생존만을 생각한다. 그런데 당신의 일생은 이 이론으로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자리의 배심원 앞에서 그걸 입증해 보이겠다. 당신의 집안은 꽤 부잣집이었다. 당신의 부모는 당신이 섬유공장을 물려받기를 원했는데 왜 따르지 않았나. 바빌로프우리 가족이 부유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난 세 명의 형제들을 어려서 병으로 잃었다. 그 때문에 나를 포함한 나머지 형제들은 당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던 과학과 의학을 통해 이 같은 불행을 없앨 수 있다고 믿었다. 누나 둘은 의사와 세균학자, 형은 물리학자, 난 식물학자가 됐다. 시저다른 형제들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왜 당신은 식물학인가. 당시에는 식물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별 의미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바빌로프사실 의사가 될지 식물학자가 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학 입학 직전 러시아에 최악의 흉년이 닥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 시저당신 자신을 위해서였다면 분명 의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니었나. 잘살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식량을 걱정해서 식물학자가 됐다는 사실부터 아이러니하다. 과학적 발견으로 인류의 고통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자만에 빠져 있었던 것 아닌가. 바빌로프그게 나의 가장 큰 희망이었다. 난 새로운 발견을 할 때마다 ‘이 발견을 어떻게 농사에 활용할 수 있을까.’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또 작물의 질병과 전염병 때문에 생겨나는 기아, 사망, 이주, 사회불안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시저그래서 결국 당신은 가족조차 버리고 먼 길을 떠났다. 1916년에 처음 파미르 고원으로 ‘페르시아 밀’을 찾아 떠난 이후 1933년까지 115차례나 소위 ‘종자찾기 여행’을 했다. 첫 여행을 떠날 때는 신혼이었고, 아들이 태어났는데 안아 줄 시간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게 말이 되나. 도대체 얼마나 숭고한 여행이었기에 가족도 팽개쳤던 건가. 바빌로프작물이 지닌 질병면역력을 찾기 위해 지구상에 어떤 식물이 오랫동안 살아남았는지를 알고자 했다. 농작물이 잘 자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 날씨의 영향도 있고, 병충해가 생겨서 순식간에 초토화되는 일도 많다. 무엇보다 인간이 생산성이 높다거나 하는 이유로 한 가지 작물에만 집착하면 그 작물에 병충해가 생길 경우 모두 굶어 죽게 마련이다. 하지만 다양한 생물을 키울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더위에 강한 작물, 추위에 강한 작물, 생산성은 낮은 대신에 병충해에 강한 작물을 적절하게 섞어서 키운다면 어떤 경우에도 기아를 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작물의 근원을 찾아야했다. 밀, 벼, 콩 등이 처음 태어난 곳을 찾는다면 그곳에서 가장 강하게 자란 품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시저그래서 도대체 품종을 얼마나 모은 것인가. 바빌로프정확하지는 않지만 5대륙을 모두 돌면서 나와 동료들이 모은 종자와 덩이줄기가 14만 8000개에서 17만 5000개 정도 될 거다. 당연히 모두 땅에 심는 순간 자랄 수 있는 발아 가능한 종자들이었다. 시저그동안에 당신은 이혼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인류를 구한다는 목표 아래 결국 가족을 잃은 건데, 만족하나. 바빌로프아내 에카테리나와 아들 올레그에게는 미안하지만, 난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종자여행을 위해서 말을 배울 시간도 부족했다. 시저전 세계를 돌아다녔는데, 몇 개 국어나 할 수 있나. 바빌로프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라틴어는 기본이고 에티오피아 공용어인 암하라어나 페르시아어까지 배웠다. 땅과 씨앗의 진정한 주인은 농부들이고, 종자에 대해서는 그들이 가장 잘 안다. 그들의 말로 대화하는 것이 종자여행의 핵심이었다. 시저다시 말하자면 당신은 오로지 씨앗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떠돌았고, 그 결과 가족을 잃었다. 심지어 국가도 당신을 인정하지 않았다. 러시아에 식량이 부족해지자 스탈린 체제의 농업학자들은 당신이 지나치게 많은 종자를 가져와 방치했기 때문에 식량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하면서 가뒀다. 재판에서 총살형을 선고받았고, 물론 다행히 집행되지는 않았지만 결국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식량을 모은 당신이 감옥에서 굶어 죽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잖은가. 당신은 뭘 위해 일한 건가.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면, 당신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것 아닌가. 심지어 당신의 제자들은 연구소의 종자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다가 세계대전 중에 봉쇄된 도시에서 굶어 죽었다. 이 또한 당신의 책임 아닌가. 바빌로프…. 볼로그바빌로프의 성과가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에 대해서는 그 뒤를 이었던 내가 좀 더 보충하고 싶다. 병충해에 강하고, 식량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것이 당신의 목표였다. 맞는가. 바빌로프그렇다. 그것만이 인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볼로그현재 러시아의 경작지 80%에서 바빌로프가 세운 연구소의 종자에서 개발된 품종을 키우고 있다. 불과 80년이 지나지 않아 수천년을 내려온 농업의 뿌리를 바꾼 거다. 종류는 1000가지가 넘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생물다양성은 지금 이 순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화두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화학비료를 뿌리고, 병충해를 막기 위해 농약을 살포한 덕분에 땅은 피폐해졌고 새로운 병충해에 인간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결국 식물학자와 농업학자들은 80년 전 바빌로프가 주장했던 생물다양성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시저바빌로프의 노력들이 실제로 인류가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것인가. 볼로그나 역시 바빌로프의 여행에서 연구의 기본을 얻었다. 밀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결국 밀의 근원을 찾기 시작했고, 병충해에 강한 앉은뱅이 밀을 얻었다. 이 밀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10억명이 넘는 사람들을 기아에서 구했다. 시저그 덕분에 당신은 197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평생 아쉬움 없이 연구를 하고 영광을 누렸다. 그런데 바빌로프는 결국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희생만 한 것 아닌가. 여러 가지 정황상 바빌로프의 유전자는 유죄가 분명하다. 볼로그시저 당신은 ‘이기적 유전자’의 가장 큰 함정에 빠져 있다. 바빌로프가 이타적이냐 하는 질문에 당신은 ‘그렇다.’라고 대답하겠지만 실제로는 바빌로프야말로 가장 이기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기적인 유전자를 주장하는 유전자 설계론의 핵심은 유전자가 자신이 속한 종이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유전자를 위해 행동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행위를 하는 이타주의자들은 결국에는 생존을 위해 교묘하게 이타성으로 위장된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바빌로프는 자기 자신이나 가족의 이익을 위하는 대신 인류라는 종의 생존을 위해 철저하게 프로그램된 유전자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까지 버릴 수 있는 이타성이 바로 지독한 이기적 유전자의 증거다. 오히려 바빌로프야말로 ‘이기적 유전자’ 그 자체가 아닌가. 바빌로프이기적 유전자니 이타적 유전자니 하는 부분은 잘 모르겠다. 난 그냥 내 머리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 죽는 순간까지 내가 모은 종자들에 대해 걱정했는데, 그 덕분에 인류가 기아에서 조금이나마 해방됐다니 기쁘다는 생각뿐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게리 폴 나브한·강경이/아카이브)  이타적 유전자(매트 리들리·신좌섭/사이언스북스)  이타적 과학자(프란츠 부케티츠·도복선/서해문집)  기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스코트 킬맨·이순주/에이지21)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이상임/을유문화사)  생각의 역사2(피터 왓슨·이광일/들녘)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러시아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가 밝힌 유전자의 비밀
  • 22일 역사NGO 세계대회 포럼

    동아시아역사시민네트워크(상임공동대표 이장희·유원옥·이성민)는 오는 22일 오후 1시 연세대 외솔관에서 ‘식민사학의 극복과 한국 고대사 재정립’을 주제로 ‘제4회 역사NGO 세계대회 포럼’을 연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기조강연 ‘식민사학의 극복을 위한 제언’을 시작으로 주제발표와 토론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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