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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 전 약속 지킨 기업은행장

    2년 전 약속 지킨 기업은행장

    기업은행이 국내 은행 최초로 가산금리를 폐지하고 감면금리 체계를 도입한다. 또한 중소기업과 가계대출 최고 금리도 연 9.5%로 인하한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2년 전 취임할 때 ‘대출 최고 금리를 한 자릿수로 만들겠다.’고 말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기업은행은 28일 새해 1월 1일부터 신규대출과 연장대출에 가산금리를 폐지하고, 전산 시스템으로 책정되는 산출금리에 감면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가 산정됐다. 가산·감면금리는 지점장 재량에 달려 있어 고객들의 불신·불만이 많았다. 기업은행은 신용등급별 12단계의 기준금리(금리 상한선)를 설정했으며, 기준금리는 최저 연 4%대 후반에서 최고 9.5%다. 산출금리에 다양한 감면사례를 표준·정형화해 순차적으로 금리를 깎으면 대출 금리가 나온다. 한마디로 신용등급에 따른 산출금리에서 ▲정책 감면(협약대출) ▲상품 감면(창업대출) ▲고객 감면(우량고객·기업) ▲담보 감면(보증부대출) 등 4가지 항목을 고려해 최종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것이다. 조 행장은 “은행 중심 금리체계를 고객 중심으로 과감히 뜯어고쳤다.”면서 “대출금리에 대한 고객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융비용 부담 완화를 통한 중소기업과의 상생발전을 위해 내년부터 대출 최고금리도 내린다. 중소기업 대출은 현행 10.5%에서 9.5%로, 가계대출은 연 13%에서 9.5%로 각각 인하하기로 한 것이다. 연체 최고금리도 중소기업과 가계대출 모두 11%로 낮춘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최고금리를 올해 초 연 17%에서 12%로 내렸으며, 8월부터는 10.5%로 추가 인하했다. 조 행장은 “대출 최고금리를 내리면 내년 수익이 10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꼭 필요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가산금리 폐지 효율성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 시중은행 여신부 관계자는 “등급별로 기준금리를 정해 놓으면 수시로 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워 고객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면서 “기준금리를 선정하는 요소가 합리적일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송파구 10대뉴스 궁금하면 500원요”

    “송파구 10대뉴스 궁금하면 500원요”

    “올해 우리 구 10대 뉴스가 궁금해? 궁금하면 500원!”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청 대회의실. 올해 마지막 간부회의가 열린 대회의실에서는 직원들이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를 패러디해 제작한 ‘송파구 10대 뉴스’ 영상이 발표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구 언론담당관실에서 언론보도 횟수와 구 역점사업,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선정한 10대 뉴스에는 ‘강남권 최초 잠실관광특구 지정’이 1위에 뽑혔고, 이어 책읽는 송파,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 전국 최초 트위터반상회 실시, 세계대회 수상 잇단 쾌거 등이 뒤를 이었다. 10대 뉴스는 10여분 정도 분량의 영상으로 제작돼 소개됐다. 영상은 모든 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구청 내에도 방송됐다. 먼저 꽃거지로 변신한 언론팀 김미공(32·7급) 주무관이 영상에 나와 뉴스를 발표하자 회의장에는 폭소가 끊이지 않았다. 또 장혁준(35·8급) 주무관이 정여사로, 이기락(37·8급) 주무관이 멘붕스쿨 학생과 어르신 1인 2역을 했고, 최진우(46·7급) 주무관이 개그를 받아주는 언론팀장 역할을 맡았다. 연기연습은 지난달 중순부터 점심시간을 이용했다. 소품은 갓 제대한 직원들의 군복 등 직원들의 개인 소장품을 수소문해 마련했다. 꽃거지로 변신한 김 주무관은 “노처녀인데 혼삿길이 막히는 것 아니냐”며 사양하다가 막상 캐릭터를 맡게 되자 남들보다 더 웃기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 김찬곤 부구청장은 “이번 10대 뉴스는 예산을 들이지 않고 직원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만들어 더욱 의미가 있다.”면서 “우리 직원들의 끼와 창의성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이세돌 4년 만에 ‘명인’ 등극

    이세돌 4년 만에 ‘명인’ 등극

    이세돌(29) 9단이 4년 만에 명인 타이틀을 탈환했다. 이세돌은 26일 서울 홍익동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40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결승 5번기 최종국에서 흑을 잡고 백홍석 9단에 187수 만에 불계승했다. 1, 2국 패배를 딛고 3, 4, 5국을 내리 이긴 이세돌은 이로써 종합 전적 3승2패로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13일 세계대회인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했던 이세돌은 국내 대회인 올레배와 GS칼텍스배에 이어 명인전까지 석권, 올해만 4개의 타이틀을 수집했다. 이 9단은 올해 마지막 대국을 승리로 장식하며 59승1무25패, 승률 69%로 한해를 마감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글로벌 시대] 큰 유럽, 작은 유럽/강승중 한국수출입은행 런던법인장

    [글로벌 시대] 큰 유럽, 작은 유럽/강승중 한국수출입은행 런던법인장

    기독교 문화권인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며 가족들이 모두 모여 서로 축하를 나누는 축제의 날이다. 기독교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던 800년 12월 25일 프랑크 왕국의 카롤루스 왕은 성탄절 미사 자리에서 (서)로마제국 황제의 대관식을 치름으로써 신으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았음을 상징적으로 과시했다. 당시 가톨릭 교황은 카롤루스 왕이 서유럽 일대를 통일하고 교회를 보호한 것을 기념해 황제의 관을 수여했는데, 프랑크 왕국의 경계는 현재의 프랑스, 독일, 북부 이탈리아와 베네룩스 3국을 아울렀다. 이 때문에 프랑크 왕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 통합운동의 모델이 되었으며 카롤루스 대제는 유럽 통합을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다. 실제 1957년 유럽경제공동체(EEC)를 창립한 국가들-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은 프랑크 왕국의 영역과 거의 일치한다. 통합 유럽의 다른 모델은 과거 로마제국이 이룩한 통일 유럽의 지도이다. 라인강 동쪽을 제외한 모든 유럽대륙과 영국 섬을 하나의 영토로 묶은 로마제국은 ‘큰 유럽’의 원형이기도 하다. 6개국으로 출발한 EEC는 1970년대 초와 1980년대 초에 영국, 아일랜드,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이 가입하면서 ‘프랑크 왕국형’에서 ‘로마제국형’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외연 확대는 당시 구 소련과 동구권 블록에 대항해 서유럽국가들이 모두 뭉쳐야 한다는 냉전적 대결구도에서 볼 때 불가피했다. 그 후 1992년 유럽연합(EU) 발족 후 과거 중립국과 동구권 국가들이 속속 EU에 가입했고 현재도 신규 회원국 가입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러한 팽창 확대경로에 대해 EU 내에서 피로감과 거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비판의 초점은 1990년대 초 유로화 도입 결정이다. 당시의 EU는 EEC 창설 시보다 훨씬 더 확대되었고 회원국 간 경제구조의 차이도 현격해졌다. 그럼에도 유럽 지도자들은 영광스러운 유럽이라는 자만심에 사로잡혀 화폐 통합을 강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는 개인적으로 역사에 족적을 남기려는 과욕에서 추진했다는 비아냥까지 받고 있다. 화폐 통합 같은 심화된 수준의 통합은 동질적이고 ‘작은 유럽’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이질적이고 다양화된 ‘큰 유럽’에서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후분석이 많다. 결과론적으로 확대 팽창 과정에 가입한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은 재정위기를 겪으며 유로존 존립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고, 영국마저 EU 탈퇴론을 끊임없이 제기하며 여타 회원국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한 해 유로존 위기 해법을 둘러싼 끊임없는 논쟁 속에 지도자들은 통합을 가속화하는 길만이 해결책이라는 인식하에 재정 및 은행 통합의 방향에 합의했다. 그러나 방법론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국가 연합체로서 EU의 동질성과 구심력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이 적지 않다. 알프스 산맥 이북의 북부 유럽과 지중해를 끼고 있는 남부 유럽 간에는 넘을 수 없는 정서적 간격이 존재하며 상호 불신이 도사리고 있어 유럽인으로서의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한 ‘대통합’은 ‘대환상’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여전히 언론에서는 이제 와서 되돌릴 수 없으므로 통합을 가속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이라는 당위론과, 어차피 모두를 떠안고 갈 수 없으므로 결별과정을 밟기 시작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외나무 다리에서 뒤로 방향을 틀면 위험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 외나무 다리가 끝이 보이지 않는 데다 누군가 흔들어대고 있다면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위태로울 뿐이다. 1200년 전 카롤루스 대제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로마 황제의 관을 수여받는 영광을 누렸지만 과거 로마제국의 영화를 되찾겠다는 과욕은 부리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 그려진 프랑크 왕국의 ‘작은 유럽’이 훨씬 현실적이고 통합 가능한 영역이었다는 것이 지난 20년간의 ‘큰 유럽’ 실험으로 얻어진 결론으로 여겨진다.
  • 새해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코레일 입장권판매 등 지원

    코레일은 21일부터 전국 주요 역사와 코레일 여행센터에서 ‘2013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입장권’ 판매에 들어갔다고 23일 밝혔다. 2013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은 전 세계 지적 장애인들을 위한 국제 스포츠 대회로, 내년 1월 29일부터 2월 5일까지 강원도 평창과 강릉 일원에서 열린다. 2005년 나가노동계대회와 2007년 상하이하계대회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이 대회는 113개국, 1만 2100여명의 선수 및 관계자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대회 입장권인 ‘스페셜 패스’ 가격은 1만원이다. 입장권 한 장으로 개·폐막식을 제외한 모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입장권 구매고객은 알펜시아, 용평리조트, 정선레일바이크, 바다 열차, 송어 축제 등의 이용료를 최대 5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강릉 오죽헌 등 경기장 주변 관광지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철도 운임 5000원 할인 쿠폰도 제공한다. 조형익 코레일 여행사업단장은 “입장권을 사면 교통편과 행사 일정, 관람 방법 등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면서 “2013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Time in Luther 루터도시 순례기

    Time in Luther 루터도시 순례기

    마틴 루터 Martin Luther 독일의 성직자, 교수. 르네상스와 모더니즘의 방아쇠를 당겼다. 학자들은 그를 두고 마지막 중세를 살았던 인물로 평가한다. 당시 그는 절대 권력을 가졌던 교황청의 면죄부 판매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스타 종교인이었다.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교회에 95개조 반박문을 붙인 지 500년이 되는 2017년까지 루터도시 곳곳에서는 그의 정신을 기리는 축제를 만날 수 있다. 신에서 인간으로 관점의 변화를 가져온 루터의 자취를 좇는 루터도시 순례에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루터도시 순례기 Time in Luther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의 시공간을 찾아갔다. 중세와 근대의 경계를 고스란히 간직한 독일 소도시 여행에서 구도자의 삶을 엿본다. 내가 찾아간 독일은 다시 마틴 루터Martin Luther(1483~1546)의 시대였다. 루터가 살았던, 죽었던, 설교했던, 공부했던, 결혼했던, 세례를 받았던 독일의 튀링겐주와 작센안할트주 일대는 아예 루터도시Lutherstadt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2017년이면 루터가 그 유명한 95개조 반박문을 성당에 못 박은 지 500년이 된다. 독일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축제가 한창이다. 500년이 흐른 지금도 루터가 부지런히 상기되는 이유가 궁금했다. 여정의 끝에서 그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루터로의 시간여행은 시작됐다. 비텐베르크 루터하우스. 각 나라 언어로 제작된 박물관 안내서가 구비돼 있다 ●아이슬레벤Eisleben 루터의 시작과 끝이 만나는 도시 본격적으로 루터의 자취를 좇는 여행은 그가 태어난 아이슬레벤에서 시작됐다. 인구 2만5,000명이 사는 아이슬레벤은 우리나라 폐광촌과 분위기가 흡사했다. 구리 채굴로 번성했던 도시의 과거 영화는 시민 계급의 주택으로만 남아 있을 뿐, 지금은 한적하기만한 시골마을이다. 하지만 이 도시는 매년 찾아오는 50만명의 관광객으로 그리 외롭진 않다. 루터가 태어난, 그리고 죽음을 맞이한 프로테스탄트의 성지라는 점이 그들의 발길을 이끈다. 걸어서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작은 도시 곳곳에서 루터를 만날 수 있다. 루터는 티셔츠에 머그컵에 부지런히 등장하는 체 게바라처럼 인기 있는 혁명가 아이콘이다. 루터는 갤러리에 걸린 팝아트에도 등장하고 아이들이 갖고 노는 종이 인형의 캐릭터가 되기도 한다. 루터 시대 먹었던 음식을 재연한 이색적인 레스토랑도 인기다. 도시 광장 한복판에 성서를 들고 있는 루터 동상은 빼놓을 수 없는 관광객의 사진 포인트. 라틴어를 읽고 쓸 줄 알았던 소수의 전유물이던 성서를 독일어로 최초 번역한 그의 업적을 기렸다. ‘소수자’로 태어난 루터는 대중의 언어인 독일어를 일부러 배우고 익힌 후에야 번역을 할 수 있었다고 하니 그 시대 계층간의 단절이 새삼 놀랍다. 그가 번역한 성서는 당시 1,000만권 정도 복사된 최고의 밀리언셀러였다. 지식을 독점하면서 우위를 누렸던 성직자들이 루터를 고운 눈으로 봤을 리가 없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루터에 대한 대중의 사랑은 깊어 갔다. 화답이라도 하듯 루터는 현 루터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설교를 한다. 그가 마지막 설교를 했던 상트 안드레아스 키르헤 교회도 예전 그대로다. 부축을 받으며 절뚝절뚝 단상에 올랐을 노성직자가 아른거린다. 교회를 나와 세상에서 첫 번째 박물관으로 탄생한 루터의 생가로 향한다. 루터의 가족이 살았던 집이 복원돼 있다. 방명록에는 심심치 않게 한글이 눈에 띈다. 한국인 성지 순례자가 꼭 들르는 관광지다. 생가 이층에서 창문을 열면 루터가 세례를 받은 상트 페트리 바울리 교회가 눈에 들어온다. 가톨릭 세계관에서 세상에 태어난 생일은 중요치 않았다. 세례를 받은 후에야 그 삶에 비로소 의미가 있었다. 종교인으로서 시발점이자 종결점이 된 이 도시가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유이기도 했다. 교회에는 아기 루터의 머리를 적신 성수가 담겼던 세례 그릇이 복원돼 있다. 새겨진 문구는 마태복음 28장 19절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말씀을 실행한 루터는 그 당시 가장 유명한 독일인이 되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아이슬레벤 루터 생가에서 만난 루터 동상. 이곳은 세계 최초의 박물관으로 지정됐다 2 루터를 종이인형으로 형상화한 그림. 루터는 아이슬레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콘이다 3 루터가 마지막으로 설교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치른 신랑, 신부 ●비텐베르크Wittenberg 근대의 프로메테우스가 되다 루터의 본류를 좇으려면 비텐베르크가 빠질 수 없다. 이곳은 500여 년 전 지구상에서 가장 사상적으로 치열했던 땅이다. 중세 학문의 중심지였던 비텐베르크로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모여들었고 수준 높은 학문이 교류됐다. 루터는 이곳에서 생애 가장 많은 시간, 가장 치열한 한때를 보냈다.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광장으로 향했다. 시청에 내걸린 거대한 루터 현수막 아래로 진짜 루터가 등장했다. 은발의 노신사가 루터와 같은 수도복을 입고 추종자들을 구름떼처럼 몰고 다닌다. 독일식 코스튬플레이인가 싶어 절로 웃음이 났는데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다. 비텐베르크 시민들도 이제는 그냥 그를 루터라고 부른다는 말에 뒤집어졌다. 당시 루터는 중세의 아이돌이었다. 동경하고 추종하는 자도 많았으니 내가 루터라고 주장하는 가짜 루터들도 출몰할 법했다. 루터가 1511년부터 거주한 수도원은 지금까지 원형이 보존돼 ‘루터하우스’라는 이름의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그곳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다량의 루터 초상화다. 젊은 루터, 늙은 루터, 박사모를 쓴 루터, 수도복을 입은 루터 등등 화가들은 쉴 새 없이 화폭에 루터를 담았다. 그를 스타로 만든 결정적인 계기는 다름 아닌 교황청의 면죄부 판매를 조목조목 따지고 든 95개 조의 반박문을 1517년 성교회Castle Church에 못 박은 일이었다. 루터는 거침없었다. 교회의 처사에 부글부글 끓던 사람들에게는 통쾌한 대자보였던 것이다. 가장 강력한 권력 대한 반박문은 종교개혁에 소중한 첫걸음이 됐다. 루터하우스에서 성교회까지, 도시를 가로지르는 길은 도보로 20여 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 작은 공간 안에서 중세의 매듭이 묶이고 근대라는 시간이 스멀스멀 탄생한 것이다. 그가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루터는 근대의 불을 인간에게 안긴 프로메테우스가 됐다. 그리고 그는 설교로 계속 그 불의 온기를 유지해 나갔다. 그가 최초로 또 2,000회 이상 독일어로 미사를 올렸던 성 마리아 교회의 첨탑이 광장 동쪽으로 삐죽이 솟아 있다. 거칠게 생각해 보면 루터는 역사책 안의 인물에 불과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교와는 상관도 인연도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일요일엔 교회 대신 백화점으로 향하는 내게도 크리스마스는 가장 신나는 ‘빨간 날’일 뿐이다. 그럼에도 종교를 개혁한 마틴 루터에게 우리는 분명 빚을 지고 있다. 그가 우리의 관심사를 신에서부터 인간으로 되돌린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는 건 거창하다. 다만 구시대의 모순에 하나둘 반기를 들었던 행동들이 모여 역사가 흘러갔다는 것. 우연이든 필연이든 그의 용기 덕분에 근대의 수혜를 입었다는 것. 그게 제일 크겠다. 이제 세상은 신의 계시가 아니라 과학적인 합리성에 의해 돌아가는 듯 보이지만 절대적이라 생각했던 과학도 우리를 구원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새 질서를 꿈꾸는 이때 독일인은 부지런히 루터를 소환하고 있었다. 다시 개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루터도시는 희망의 증거를 내준다. 4 비텐베르크 광장.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걸개가 걸려 있다 5 맥주는 빠질 수 없는 독일인의 문화.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바보라고 말했을 정도로 루터 역시 맥주를 즐겼다 6 비텐베르크는 루터로 꽉 찬 도시 같다 ●밤베르크Bamberg 천년의 낙차를 여행하다 루터가 살았던 중세를 오감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밤베르크만한 곳이 없다. 이름도 생경한 이 도시에 들어서려면 다소 긴 관문을 통과한다. 뮌헨 공항에 내려 세 시간여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일단 이 도시에 다다르면 여독보다 더 강렬한 풍광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이동의 피로감은 뒷전이 된다. 밤베르크는 수로를 따라 발달한 도시다. 볕에 대기가 달궈지기 전 찬 공기와 만난 수면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니 그 운치는 몇 곱절로 늘어난다. 시간이 흐르자 밤베르크에는 볕이 가득하다. 조도가 높았다. 워낙 일조량이 적은지라 아이가 태어나면 항우울성 예방주사부터 맞힌다는 독일에서 운 좋은 시작이었다. 골목골목 독일 특유의 목조건물이 즐비하고 알록달록한 색색의 담장을 넝쿨이 따라간다. 약속이나 한 듯 건물 위에 얹은 빨간 지붕 옆으로 너른 포도밭이 펼쳐져 있어 건물과 자연의 보색대비가 도드라진다. 느릿한 걸음으로도 두 시간 남짓이면 도시를 크게 한 바퀴 휘감을 수 있다. 세계대전의 폭격을 피해 간 덕분에 옛 모습을 간직한 도시는 1993년 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하인리히 2세 황제가 신성로마제국 중심지로 가꾼 밤베르크는 일곱 개의 언덕 위에 지어진 도시. 때문에 언덕을 오르내리는 수고쯤은 감내해야 한다. 황홀한 낙차를 즐기며 걸음걸음을 옮기다 보면 밤베르크가 살아있는 고도古都라는 데 공감이 간다. 레그니츠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업을 잇던 어부들의 집 주변으로 상가가 조성돼 있다. 지금도 그곳에는 카페가 들어서 있고 아기자기한 기념품점이 늘어섰다. 꽤나 낡아 보이는 집들도 아직 짱짱한 현역이다. 밤베르크 사람들은 고작 몇백년 된 건물이라고 받아친다. 우리 같았으면 당장 ‘진입금지’를 뜻하는 펜스부터 둘렀을 법한데 10세기에 조성된 이 도시는 현대적인 기능까지 돋보인다. 겹겹이 쌓인 지층처럼 천년의 시간 위에 현재의 삶이 덧입혀진 모습이 아름답다. 과거를 기억하는 건 비단 도시만이 아니다. 사람도 그렇다. 선조의 문화를 고집스럽게 이어가는 이들이 밤베르크 여행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가장 유명한 곳은 슈렝케를라Schlenkerla로 불리는 양조장. 밤베르크에 있는 8개의 맥주 양조장 중에 가장 오래된 곳이다. 얼큰하게 취해서 비틀비틀 걷는 모양이라는 뜻의 의태어가 가게 이름이 됐다. 지금도 아버지의 아버지가 마시던 맥주를 마시려는 애주가들로 슈렝케를라 앞은 북적거린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의 맥주 맛은 한번 맛보면 절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 훈증을 거친 몰트로 맥주를 빚기 때문에 ‘훈제맥주’로 불리는 맥주는 구운 치즈와 같은 향을 가졌다. 짙은 훈제맥주로 목을 축일 수 있는 건 밤베르크 여행의 색다른 묘미다. 6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현 주인은 자부심으로 똘똘 뭉쳤다. 훈제맥주는 ‘적어도 세 잔은 마셔야 진가를 알 수 있다’며 완벽한 궁합을 이루는 안주를 공수한다. 맥주는 인류가 천년을 이어온 고급문화의 정수라며 문명이 있는 곳에 술이 있다고 한다. 옛 맛을 기억한 손님이 다시 찾아와 줄 때 가장 행복한 것은 물론이다. 그의 말처럼 이곳의 맥주는 마시자마자 기억을 환기시키는 ‘리퀴드 타임머신’이라고 불러도 좋을 법했다. 덕분인지 밤베르크 성인의 맥주 섭취량은 독일 내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성인 한 명이 연중 288L의 맥주를 마신다고 하니까. 중세부터 지금까지 밤베르크 사람들은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바보다”라고 외쳤던 루터의 ‘명언’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밤베르크의 맥주로 미각을 깨웠다면 이제 영혼을 깨울 차례다. 밤베르크의 역사는 건축물로 상징된다. 구시가지 중심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는 노란빛 구시청사가 위태롭게 자리했다. 반면 도시 어디에서나 눈에 들어오는 언덕 위 황제의 대성당Imperial Cathedral과 성미카엘교회St.Michael’s Church는 위풍당당하다. 이 건축물들의 대비가 정치와 종교의 투쟁을 겪어 온 유럽의 역사를 드러낸다고 하면 오산일까. 지금도 밤베르크 시민의 90%는 가톨릭을 믿고 있을 만큼 구교의 위세는 예부터 대단했다. 언제나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시선이 맞닿는 곳에 대성당과 교회를 지었고 교회 내부 또한 화려하게 꾸몄다. 성경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곳이 천국임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금은보화로 교회를 치장하는 것이었다. 밤베르크 교회는 더 나아가 그 당시 가장 희귀했던 식물 578가지를 천장에 수놓았다. 중세 유럽에 처음 전파된 토마토도 보인다. 값지고 아름다운 모든 것은 교회에 있었다. 종교는 교회만큼 아름다운 사후세계를 사람들에게 보장했다. 하지만 교회의 절대적인 권력에 슬슬 금이 가는 현상이 벌어졌다. 시청사 부지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주교는 한뼘의 땅도 허락하지 않았던 탓에 시민들은 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 한복판에 인공섬을 만들었다. 주교의 소유권이 강을 경계로 끝난다는 데 착안한 묘수였다. 조금씩 눈뜨기 시작한 시민의식이 한데 모아져 보란 듯이 인공섬 위에 시청을 세웠던 것이다. 그제야 강 위에 지어진 밤베르크의 구시청사를 아끼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함께 싸워서 얻어낸 성지와도 같았다. 그래서 지금껏 밤베르크의 랜드마크는 교회와 성당이 아니라 낡은 시청사다. 절대적이었던 명령에 반기를 들었던 사람들이라…. 중세와 근대의 경계에 있는 도시 어디에서든 루터의 흔적이 보였다. 껑충 시간을 뛰어넘은 여행자에게 밤베르크는 루터 여행을 매듭짓기에 완벽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모던 아트와 결합된 황제의 대성당 2 실제로 운행되는 증기기차. 밤베르크와 쌍둥이 도시인 퀘들린부르크에서 탑승할 수 있다 3 7개의 언덕 위에 지어진 밤베르크. 천천히 골목골목을 걷기 좋다 4 슈렝케클라에서 훈제 맥주와 맛보는 전통음식 글·사진 양보라 기자 취재협조 독일관광청 www.germany.travel/kr 02-773-6430 ▶travie info 밤베르크 비어 투어 맥주가 없는 밤베르크는 앙꼬 없는 찐빵과 같다. 비어 투어는 가이드와 함께 도시 내 양조장을 돌며 밤베르크의 맥주를 마음껏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 2013년 12월까지 운영된다. 밤베르크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출발한다. 비용 1인당 20유로 문의 0951-2976-200 홈페이지 www.bamberg.info ●Travel to Lutherstadt 루터 도시 기행 루터를 더 깊숙이 체험할 수 있는 루터의 도시들 아이제나흐Eisenach 루터가 학생 시절 머물렀던 아이제나흐에는 1483년부터 1501년까지 루터가 살았던 집이 남아 있다. 루터의 집은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 중 하나. 멋진 담장이 인상적이다. 학창시절을 보여 주는 전시품을 통해 루터의 과거를 엿볼 수 있을 뿐더러 현대적인 전시관에는 멀티미디어 기술로 종교개혁을 재현해 놨다. 에어푸르트Erfurt 독일의 중부지방에 위치한 에어푸르트는 오늘날 튀링겐주의 주도다. 중세 도심 가운데 독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구시가가 인상적. 구불구불한 골목과 광장이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마리아 성당과 세베루스 교회가 만들어내는 앙상블이 돋보인다. 중세시대 종 중에서 가장 크기가 큰 ‘글로리사’도 볼 수 있다. 매년 11월10일 수천명의 에어푸르트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대성당 광장에서 마틴 루터의 생일을 축하한다. 슈말칼덴Schmalkalden 섬세하게 복구된 중세 목조 건물들과 뾰족한 계단 모양 지붕이 있는 석조 건물들, 후기 고딕 양식의 성게오르그교회, 르네상스 시대의 빌헬름스부르크성이 도시의 역사를 전해 준다. 슈말칼덴의 군주였던 필립 폰 헤센은 최초의 개신교 선제후 중의 한 사람으로, 카를 5세에 맞서던 인물. 16세기 독일 및 유럽 역사에서 쟁점이 됐던 도시다. 토어가우Torgau 마틴 루터는 “토어가우의 건축물들은 그 아름다움에서 모든 고대 건축물들을 능가한다”고 평했다. 토어가우에는 르네상스와 후기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옛 건물들이 500여 곳 정도 남아 있는데, 이 수많은 문화유산 건축물들은 서로 잘 조화를 이루며 세계적인 수준의 건축술을 보여 주고 있다. 루터의 아내 카타리나 폰 보라의 무덤이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루터 도시로 Rail & Fly 밤베르크에서 가장 가까운 국제공항은 뮌헨공항, 아이슬레벤과 비텐베르크에서는 베를린공항이다. 루프트한자가 뮌헨과 프랑크푸르트에 각각 주 6일, 주 7일 운항하고 있다. 베를린까지는 루프트한자 국내선을 이용할 수 있다. 루프트한자 국제선과 독일철도를 연계해 사용할 수 있는 Rail & Fly 티켓 서비스도 편리하다. 독일 내 모든 기차역에서 독일 국제 공항까지 이동하는 티켓이 편도 25유로, 왕복 50유로부터 제공된다. 루프트한자 한국어 사이트에서 예약할 수 있다. www.lufthansa.com 1 밤베르크에 있는 어부들의 집. 중세 목조 건축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2 성당에 현대적인 조각을 함께 설치한 독일인들의 부러운 감각 3 고요하고 평화로웠던 중세 독일 기행. 골목길마다 작은 탄성이 이어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씨줄날줄] 북한 과학자의 숙명/최광숙 논설위원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에게 원자폭탄 개발계획인 ‘맨해튼 계획’의 총책임을 맡겼다. 독일 나치가 원자폭탄을 미국보다 먼저 개발해 세계를 전쟁으로 이끌지 모른다는 논리로 그를 설득시켰다. 루스벨트의 핵폭탄 개발 논리는 바로 핵폭탄 개발을 촉구하는 아인슈타인의 편지 두 통에서 나왔다고 한다.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2차 세계대전은 종지부를 찍게 됐고 오펜하이머는 영웅이 됐다. 하지만 원자폭탄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자 그는 “내 손에 피가 묻어 있다.”며 평생 죄책감과 신경쇠약에 시달렸다. 이로 인해 소련의 수소폭탄 개발에 자극을 받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으로부터 수소폭탄을 개발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거절했다. 이런 와중에 그는 공산주의자로 몰려 청문회에 불려갔고, 이후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처럼 냉전시대엔 정치의 세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과학자들의 운명이 국가 권력에 의해 자신의 뜻과 상관없는 길로 접어들기도 했다. 미국과 소련의 수많은 과학자들이 핵 확산 경쟁에서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능력을 국가를 위해 바쳐야 했다. 이른바 과학 연구의 정치화가 이뤄진 것이다. 중국 ‘미사일의 대부’ 첸쉐썬(錢學森)은 미국에서 미사일 개발에 참여했던 과학자다. 그런 그를 저우언라이 총리는 미국과 수차례 협상 끝에 중국 영공을 침범한 미군 11명과 맞바꿔 중국으로 데려왔다. 그 이후 그는 중국의 첫 핵실험, 지구위성 발사, 유인우주선 발사 등 혁혁한 공을 세웠다. 장쩌민 전 주석과 후진타오 주석 등이 병중에 있는 그를 문병갈 정도로 그는 평생 국보급 과학자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과학자들을 우대하는 중국의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김정일 사망 1주기 행사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옆자리를 차지했던 신원 미상의 인물이 최춘식 제2자연과학원장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제2자연과학원은 북한의 무기를 연구·개발하는 곳으로, 이번에 성공한 장거리 로켓도 여기서 개발됐다고 한다. 서열로 보나 뭐로 보나 김정은의 옆에 감히 서 있지 못할 그가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의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지근 거리에 선 자리 배치에 따라 권력 서열이 매겨지는 북한의 관행으로 보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장거리 로켓 발사로 북한에서는 지금 ‘과학의 정치화’가 한창 진행 중인 것 같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EU, 노벨평화상 상금 전쟁피해 아동에 기부

    유럽연합(EU)이 노벨 평화상 수상으로 받은 상금을 시리아 등 전쟁 피해 아동 2만여명에게 기부한다고 밝혔다. 18일(현지시간) AFP 등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은 지난 10일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서 받은 상금 93만 유로에 약 100만 유로를 더해 모두 200만 유로(약 28억 3000만원)를 전쟁지역 아동에게 보내기로 했다. 지원 대상은 이라크와 시리아 사이 국경 지역 난민촌에 있는 시리아 어린이 4000명, 에콰도르에 피신해 있는 콜롬비아 어린이 5000명, 에티오피아와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등에 있는 콩고 난민 어린이 1만 1000명, 분쟁이 잦은 파키스탄 북부 지역 어린이 3000명이다. 유니세프와 노르웨이난민위원회, 유엔난민기구(UNHCR) 등이 전달 창구 역할을 할 예정이다. EU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분열된 유럽 대륙에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노력한 공을 인정받아 지난 10월 12일 올해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아베號 일본 어디로] (상) 갈등 심화되는 韓日·中日관계

    [아베號 일본 어디로] (상) 갈등 심화되는 韓日·中日관계

    16일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이 압승해 우익 정권인 아베 신조 내각의 출범이 예고되면서 동아시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자민당의 외교안보 공약은 헌법 개정, 국방력과 영토 지배 강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반론 강화 등 한국과 중국, 북한 등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재가 ‘미·일동맹’ 강화를 내세우고, 호주·인도와의 연대강화를 언급하면서 한국은 대상에서 빠뜨렸다는 대목도 심상치 않다. 그대로 추진된다면 한·미·일 3각 공조체제의 훼손은 불보듯 뻔하다. 자민당은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위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필수’라고 주장하지만, 일본이 동맹국의 전쟁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제 침략을 경험한 주변국들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이와 관련, 아베 총재와 자민당은 각종 전후 보상 재판,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과 관련해 새로운 기관의 연구를 활용해 ‘적확한 반증과 반론’을 실행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죄와 배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적확한 반증과 반론’으로 과거사 회피 아베 총재는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 강제성을 부정하고 있으며, 이를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1993년)와 식민지 지배, 침략의 역사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1995년)를 수정하겠다고 주장했다. 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시마네현 지역 행사인 2월 22일의 ‘다케시마(竹島)의 날’ 행사를 국가적 차원의 행사로 승격하기로 했다. 자민당은 교과서 검정제도도 근본적으로 바꿔 역사 및 영토 교육을 강화하고, 주변국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역사 기술에서 주변국을 배려한다는 이른바 ‘근린제국조항’도 없애기로 했다. 아베 총재는 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중국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주장을 견제하고,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센카쿠에 공무원을 상주시키는 한편 등대와 항만 설치 등으로 주변 어업환경 정비를 검토하기로 하는 등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위대 인원과 장비, 예산을 확충하고 해상보안청도 강화하기로 했다. 아베 총재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중·일 관계에만 집착해 국익을 손상시키지 않고 일·미(미·일) 동맹관계를 우선시하면서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도 생각하겠다.”는 지론을 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중국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고 외교적 문제가 있는 만큼 (어떻게 할지는) 지금 말할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도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중·일 관계가 민주당 집권 때보다 훨씬 악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진행 중인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 파고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일본이 센카쿠 열도에 국유화 선언보다 한 단계 높은 조처를 할 경우, 양국 간 무력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교문제 자극보다는 신중 접근 견해도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아베 총재가 아무리 극우파라도 현실 정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일 관계, 중·일 관계를 파탄 상황으로 내몰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새 정권이 불필요한 외교적 긴장을 피하기 위해 민생과 관련된 경제 공약에 주력하고, 외교 안보 정책에서 한국,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사안은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얘기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사설] 日 정권교체 국수주의 강화 계기 안 되길

    일본의 급속한 우경화는 매우 우려스러울 정도다. 어제 실시된 중의원 총선거에서 민주당이 집권당 자리를 내주고 자민당이 3년여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는 단순히 정권이 교체됐다는 의미를 넘어 일본 내 국수주의 분위기가 팽배해졌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민당이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극우파 일본유신회도 약진했다. 보수 대연합을 이뤄내면 개헌 추진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듯싶다. 배타적 자민족중심주의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 앞으로 총리가 될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일본 정계에서도 손꼽히는 극우파 정치인이다.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용의자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인 그는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언해온 인물이다. 시곗바늘을 2차 세계대전 시절로 되돌리겠다는 그의 발상은 21세기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착오적인 망상 아닌가. 그런데도 핵무장을 주장하는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 도지사가 이끄는 정당 일본유신회는 개헌을 전제로 자민당과 연립정부 구성을 제의한 놓은 상태다. 여차하면 보수 대연합으로 일본의 재무장이 실현될 소지가 없지 않다. 자민당은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을 일본 정부 차원의 행사로 격상하고,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 수정까지 벼르고 있다. 영해침범죄를 신설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공약들은 한국·중국과 사사건건 충돌하고 갈등을 빚을 사안들투성이인데다, 최근 북한의 로켓 발사와 중국 항공기의 센카쿠 상공 진입은 일본의 우경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공산이 커 동북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일본 자민당은 재무장을 하겠다는 시대착오적 인식에서 한시바삐 벗어나야 한다. 정권을 탈환하기 위해 내세운 공약들은 거둬들이는 게 현명하다. 자민당은 윤전기를 돌려서 엔화를 무제한으로 찍어내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자민당이 이웃나라와의 협력을 외면하고 쇼비니즘에 매몰되어서는 일본의 경제 회복도 국제적 위상 제고도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은 동북아의 트러블 메이커가 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 내년 부동산 ‘부채 디플레이션’ 경고

    내년 수도권 주택시장에 초과 공급과 가격 하락이 악순환하는 ‘부채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전문연구위원은 16일 ‘2013년 주택시장 전망의 4가지 특징’ 보고서에서 “부동산 소유자의 채무 부담 증가와 가격하락으로 깡통 주택이 매물로 나오면서 가격이 추가하락할 것”이라면서 “거래활성화로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주택 시장의 부채 디플레이션이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채무부담 증가로 채무자들의 담보자산 처분→주택 공급증가→주택가격 추가 하락→채무부담 확대의 수렁에 빠지는 현상을 뜻한다. 박 위원은 올해 수도권 가계대출 잔액이 제자리걸음을 한 것과 관련, “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채무상환과 담보자산매각 등 가계가 디레버리징(채무조정)하는 것”이라면서 “추가적인 주택가격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박 위원은 “원리금 상환 기간을 20년 이상 장기화하고 건전한 가계에 적정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아베 신조는 누구

    5년 3개월 만에 다시 총리 자리에 오르는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다. 전후 최연소 총리로 2006년 9월에 취임했지만 극우 성향 발언과 참의원 선거 참패 등으로 순탄치 못한 임기를 보내다 1년을 못 채우고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이후 숨죽여 지내던 그는 지난 9월 총재직에 선출돼 다시 일본 정계의 전면에 나섰다. 작은 외조부인 사토 에이사쿠도 61, 62, 63대 총리를 지냈으며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는 외무상을 맡는 등 집안 전체가 화려한 정치 경력을 자랑한다. 그는 이런 정치 명문가의 후광을 업고 1993년 급사한 아버지의 지역구인 야마구치현에서 중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2005년 10월 관방장관으로 임명돼 처음으로 내각에 진출하는 등 비교적 탄탄대로를 걷다 2006년 최연소로 제90대 총리가 됐으나 오래 가지 못했다. 이후 한동안 잊혀진 인물이 됐지만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강한 일본’을 바라는 우경화 바람을 등에 업고 총선에 승리해 권좌 복귀를 앞두게 됐다. 아베의 소신은 일본의 평화헌법과 교육, 경제, 안전보장 등 이른바 ‘전후 체제’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대담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아베의 복귀를 바라보는 주변국의 시선은 우려로 가득하다. 그가 과거보다 한층 더 짙은 보수색을 띨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인 아키에(50) 여사는 2010년에 세상을 떠난 탤런트 박용하의 열렬한 팬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어 공부나 한국 드라마 시청을 모두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이세돌 9단,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우승

    이세돌 9단,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우승

    이세돌(29) 9단이 201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스에서 중국의 구리 9단을 물리치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흑을 잡은 이 9단은 13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 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결승 3번기 제3국에서 270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반집승을 거뒀다. 초중반부터 불안한 흐름을 보인 이 9단은 중반 이후 특유의 예리한 공격과 신들린 끝내기 기술로 반 집 승부를 결정지었다. 지난 11일 1국에서 행운의 반집승과 12일 2국에서 불계패를 당했던 이 9단은 이날도 반 집으로 이기며 종합 전적 2승1패로 우승 상금 3억원의 주인이 됐다. 단 1집의 가치가 3억원이었던 셈. 이 9단은 2004년과 2008년, 2009년에 이어 통산 네 번째 왕좌를 차지했다. 지난해 결승에서도 원성진 9단에게 진 구리는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이세돌은 맞수 구리와의 통산 전적에서 10승1무14패로 뒤졌지만 세계대회 결승에서는 2승1패로 앞서게 됐다. 이로써 한국은 삼성화재배에서 11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바둑 최강국의 지위를 튼튼히 했다. 한국의 뒤를 중국(4차례)과 일본(2차례)이 쫓고 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12일 TV 하이라이트]

    ●오감만족 세상은 맛있다(KBS2 밤 8시 20분) 이집트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르는 이곳은 바하리야 사막이다. 사막 하면 자동적으로 연상되는 그런 모래사막이 아니다. 바람을 따라 이동하는 모래언덕은 물론 백사막, 흑사막, 게다가 크리스털이 촘촘히 박힌 보석 사막까지. 자연이 선사한 색색의 보물, 바하리야 사막으로 떠나본다. ●수목드라마 전우치(KBS2 밤 10시) 깨끗한 이치(차태현)의 다리를 보고 자신의 오라비가 아니라고 의심한 혜령(백진희)은 막개(김뢰하)네에게 이치에 대한 뒷조사를 부탁한다. 한편 오용(김병세)은 소칠(이재용)네의 감시를 피해 은밀히 마숙(김갑수)과 만나고 분신술로 오용을 추적한 전우치는 마숙과 함께 떠나려던 무연(유이)을 만난다. ●수목미니시리즈 보고싶다(MBC 밤 9시 55분) 강상득 살해 사건의 용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청소 아줌마를 미행하던 정우는 불의의 습격을 당하게 된다. 한편 경찰서에서는 사라진 정우를 찾기 위해 대대적인 수색에 돌입한다. 그러던 중 조이에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오고 조이는 그 전화에서 평소와는 다른 정우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꾸러기 탐구생활(SBS 오후 4시 30분) 꾸러기 대원들은 빵을 부풀게 한 원리를 탐구해 보고 베이킹 소다와 탄산수소나트륨에 대해 알아본다. 또한 인적 없는 깊은 산속에서 펑펑 솟아나는 뜨거운 물의 정체를 밝힌다. 땅속에서 따뜻한 온천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탐구해 보며 지열을 이용한 친환경 난방과 지열 발전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세계테마기행(EBS 밤 8시 50분) 부수앙가 섬 앞바다 코론 베이에는 인간 역사의 한 장면이 자연의 품 안에 박제돼 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일본 군함들이 공습을 받아 바닷속으로 침몰해 버렸다. 이는 그 후 70여년이 흐르는 동안 바다 생태계의 일부가 됐다. 선실과 기관실 사이를 넘나드는 열대어들이 이뤄내는 이색적인 바다 풍경에 빠져본다. ●HD 다큐월드(OBS 오후 6시 10분) 콩고분지 열대우림 4000㎞는 한 번도 인간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은 원시림이다. 미국인 마이크 페이가 이곳을 탐사해 야생 생물의 목록을 작성하고 국립공원을 만들어 환경을 지킨다. 콜롬비아에서는 여성 해양학자가 상어 밀렵에 대항해 싸움을 벌인다. 유기농법을 전파하는 여성 운동가를 만나본다.
  • [영화리뷰] ‘더 스토리:세상에 숨겨진 사랑’

    [영화리뷰] ‘더 스토리:세상에 숨겨진 사랑’

    무명작가 로리(브래들리 쿠퍼)는 번번이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는다. 부모도 슬슬 로리가 소설가의 꿈을 접기를 바란다. 그즈음 프랑스로 신혼여행을 떠난 로리는 파리 뒷골목 골동품 판매점에서 낡은 가방을 발견한다. 뉴욕으로 돌아와 가방을 열어본 로리는 넋을 잃고 만다. 제2차 세계대전 말 파리를 배경으로 한 짧지만, 강렬한 러브스토리가 담긴 원고를 발견한 것. 양심의 가책은 잠시뿐. 로리가 고스란히 베낀 소설 ‘창가의 눈물’은 불티나게 팔리고, 그는 단박에 저명인사가 된다. 하지만, 꿈같은 날을 보내던 로리 앞에 60여 년 전 원고를 잃어버린 노인(제러미 아이언스)이 나타난다. 그 순간 카메라는 클레이(데니스 퀘이드)란 베스트셀러 작가의 낭독회로 이동한다. 클레이가 읽을 새 소설은 다름 아닌 로리와 노인의 이야기였다. 브라이언 크러그만과 리 스턴탈 감독의 데뷔작 ‘더 스토리:세상에 숨겨진 사랑’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잃어버린 원고에 대한 유명한 일화에서 비롯됐다. 1922년 스위스 로잔에 취재를 갔던 헤밍웨이는 아내에게 파리 집에 있는 작품 초고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헤밍웨이를 만나러 가던 중, 파리 리옹역에서 실수로 초고들이 든 가방을 잃어버린다. 두 감독은 ‘만약, 훗날 누군가 헤밍웨이의 원고를 줍게 된다면?’이란 가설을 토대로 11년전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2012년 뉴욕의 로리와 아내 도라(조 샐다나), 1944년 파리의 노인과 아내, 2012년 클레이와 그를 흠모하는 소설가 지망생 다니엘라(올리비아 와일드) 등 세 커플의 강렬한 이야기가 이른바 액자구성으로 펼쳐진다. 독특한 구성방식과 표절이란 소재를 끌어들인 덕에 영화는 중반까지 흡인력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뒤늦게 양심의 가책을 느낀 로리가 표절작가란 사실을 커밍아웃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영화는 힘을 잃어간다. 출판사 편집장은 로리에게 적당히 돈으로 노인을 입막음하고 넘어가라고 압력을 가한다. 표절을 당한 노인은 로리가 평생 마음의 짐을 지고 가는 게 더 큰 복수라고 여긴다. 운이 좋은 건지 몇주뒤 노인은 숨지고 만다. 눈치가 조금 빠른 관객이라면 결말까지 보지 않고도 클레이가 로리와 노인의 이야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낭독회에서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접근한 다니엘라에게 클레이가 “우리는 가끔 가짜를 보고도 감동한다.”고 털어놓는 건 결정적인 힌트다. 뒷심이 부족한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하는 건 브래들리 쿠퍼, 제러미 아이언스, 데니스 퀘이드 등 노련한 배우들의 몫이다. 600만 달러짜리 저예산영화가 이 정도 캐스팅을 끌어낼 수 있었던 건 명배우 아이언스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른 배우들이 동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미에선 지난 9월 개봉했다.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4위에 오르면서 북미에서만 1149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거둬 두 배 장사를 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제3세계 출신들이 미국에 산다는 건…

    제3세계 출신들이 미국에 산다는 건…

    파키스탄 출신으로 미 프린스턴 대학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토니 모리슨과 유명작가인 조이스 캐럴 오츠라는 두 거장이 가르치는 창작수업을 듣고,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기업법을 공부한 뒤 뉴욕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일했던 모신 하미드(41)가 쓴 ‘주저하는 근본주의자’(The Reluctant Fundamentalist·민음사 펴냄)는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연예소설로 또는 정치소설로 다르게 읽히는 소설이다. 하미드와 거의 비슷한 이력을 가진 22살의 파키스탄 출신 찬게즈와 역시 프린스턴대 출신의 ‘가십걸’들이 사는 뉴욕 어퍼이스트사이드 출신 에리카의 이룰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이야기이다. 찬게즈는 프린스턴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뉴욕 맨해튼의 언더우드 샘슨이라는 기업컨설팅회사에 취직한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 국가의 일원이 돼 거액의 학자금 대출도 모두 갚고 거액의 연봉을 받으며 행복을 만끽하게 된다. 뉴욕에서 찬게즈가 만난 에리카는 상냥하고 너그럽고 아름답다. 찬게즈는 에리카와 어떤 육체적 접촉도 유예하며 달콤한 나날을 기다린다. ●정치소설도 되고 연애소설도 될 수 있어 찬게즈의 연적은 크리스. 20대가 되기도 전에 폐암으로 크리스가 죽자 에리카는 그 상실감을 견디지 못하고 약물에 의존해 가까스로 정신을 추슬러 중편소설까지 썼지만, 찬게즈의 등장으로 에리카는 다시 정신이 붕괴되고 육체마저 황폐해진다. 찬게즈는 깨닫는다. “(그녀가) 강력한 노스탤지어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죽은 크리스의 대역까지 자처했던 찬게즈는 “그녀는 크리스의 암 때문에 자신이 삶의 덧없음과 죽음에 대해 알게 되기 이전의 사춘기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 같다. 어쩌면 그들이 같이 보낸 시간은 그녀가 나에게 여러 차례 이야기한 것처럼 경이로웠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소설을 알레고리로 읽을 수도 있다. 찬게즈는 칭기즈칸의 앞 이름에서 따 온 알레고리적 이름으로 대전사를 뜻하고, 에리카도 미국에서 따 온 이름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리카는 2001년 9월 11일 이후 미국을 상징하는 것이다. 흔히들 미국은 9·11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1, 2차 세계대전의 대량인명 살상을 피한 강대국 미국에 사는 사람들의 죽음은 늙어서 죽는 자연사나 병사, 사고사 정도였다. 그러나 9·11 이후 외부의 공격으로 죽을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개방보다 안으로 움츠러들고 외국인에 비우호적인 분위기가 팽배한다. 찬게즈는 “미국도 위험한 노스탤지어에 점점 더 빠져드는 것 같았다. (중략) 의무와 명예 같은 단어들이 나오는 신문 기사 제목에는 확실히 예전으로 돌아가려는 듯한 모습이 있었어요. 나는 늘 미국이 앞을 바라보는 국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처음으로 돌아보려고 하는 미국의 의지를 보았던 거죠. 뉴욕에 사는 것이 갑자기 제2차 세계대전 관련 영화 속에서 사는 것 같았아요. (중략) 의문의 여지가 없는 우위? 안전? 도덕적 확신?”이라고 말한다. 찬게즈는 또한 이렇게 말한다. “당신네들은 파키스탄인 모두를 잠재적 테러리스트라고 상상하면 안 돼요. 우리가 당신네 미국인들 모두를 변장한 암살자라고 상상하면 안 되는 것처럼 말이죠.” ●9·11이후 미국의 현실을 문학적으로 승화 소설은 파키스탄 라호르 지방, 어둠이 내리기 직전 옛 시가지이자 왕자를 사랑한 고급 창부의 이름을 딴 아나르칼리 지역의 한 식당에서 진행된다. 파키스탄에서 교수로 지내는 25살의 찬게즈는 수상쩍은 미국인과 독백 같은 대화를 진행한다. 한국 등 제3세계 출신들이 미국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 미국에 동화돼 자신의 출신을 잊어버리는 근본이 낮은 태도와 열등감을 되새겨보게 한다. 과연 당신은 오스만제국이 기독교 국가 출신 소년으로 키운 전사 ‘예니체니’가 아닌가 돌아봐야 할 수도 있다.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선언하고는 이슬람과의 전쟁에 빠져든 병약한 미국의 현실이 문학적으로 승화돼 있다. 역시 문학은 학술을 이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中 민간단체, 美·英紙에 ‘댜오위다오 광고’

    中 민간단체, 美·英紙에 ‘댜오위다오 광고’

    중국과 홍콩의 민간단체들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전면광고를 미국과 영국의 주요 언론에 게재했다. 중국의 ‘민간 댜오위다오 보호 연합회’와 홍콩의 ‘공정·평화수호 연합회’, ‘댜오위다오 보호 대연맹’이 공동 명의로 지난 1일자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타임스에 센카쿠열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전면광고를 냈다고 베이징의 신경보가 3일 보도했다. 광고를 게재한 1일은 센카쿠열도가 중국 영토임을 규정한 카이로선언 서명 69주년 기념일이다. 신문은 “카이로선언을 주도한 미국과 영국을 향해 댜오위다오가 중국 영토임을 인정하라고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홍콩 민간단체들은 일본 도쿄도가 지난 7월 월스트리트저널에 센카쿠 매입 광고를 낸 데 대한 대응으로 이번 광고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 비용은 모두 100만 위안(약 1억 8000만원)으로, 민간단체를 후원하는 홍콩의 후이밍(惠明)기금회가 전액 지불했다. 중국과 홍콩의 민간단체들이 미국과 영국의 유력지에 센카쿠열도 관련 광고를 게재한 것은 처음이다. 광고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침략으로 아시아 지역에서만 중국인 2000만명을 포함해 모두 3000여만명이 사망했는데 일본은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침략 전쟁을 미화하는 것은 물론 센카쿠열도 고리로 또다시 도발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 광고를 주도한 민간 댜오위다오 보호 연합회 퉁쩡(童增) 회장은 “미국 상원이 지난달 29일 센카쿠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명시한 추가 조항을 삽입할 것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면서 “광고는 미국의 이 같은 행위에 항의하는 의미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퉁 회장은 또 “일본 정부는 영토주권을 지키려는 중국 정부와 국민의 의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모든 사람이 역사를 존중해 카이로선언을 준수하고, 전쟁의 부활을 피하기 위해 광고를 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선진국 융합교육의 현장을 가다] (2) 유럽의 STEM 교육

    [선진국 융합교육의 현장을 가다] (2) 유럽의 STEM 교육

    융합인재교육(STEM·스템)은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유럽에서 더 많은 관심과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의 중심을 자처했던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국에 주도권을 빼앗긴 이후 좀처럼 재기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스템 교육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기업의 성장과 금융시장에 예산을 쏟아붓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사람 키우기라는 장기적인 정책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은 2004년 ‘과학과 혁신을 위한 기본틀 2004-2014’를 통해 스템 교육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관계자는 “당시 영국은 현재의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이공계 선택을 기피하고 여성, 소수민족 등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는 상황이었다.”면서 “이에 따라 이공계 교육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이 스템 정책 마련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가 스템 교육 활성화를 위해 10년간 책정한 정부 기금만 3억 5000만 파운드(약 7900억원)에 이른다. 대학입시에서는 아예 과학, 수학 과목을 선택하면 학생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그 결과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방에서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대학입학 시험의 과학 과목 선택자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졸업 이후 취업문이 넓은 수학, 화학, 물리 과목이 인기가 높았다. 왕립학회, 화학연구소, 과학협회, 국립과학학습센터 등 스템과 관련된 모든 기관과 단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스템 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과학·공학 관련 방과후 클럽도 250개 이상 만들어졌다. 핀란드는 1996년부터 학교와 대학, 산업체를 연결한 수학과 과학 강화 프로젝트 ‘루마’(LUMA)를 실시하고 있다.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시범 프로그램에만 544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2003년에는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헬싱키대, 노키아 등이 공동으로 LUMA센터를 건립하고 교사 연수 및 학생 교재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EU가 본격적으로 나섰다. 스템 확대를 위해 EU 본부 예산이 대규모로 투입돼 과학교육 플랫폼과 수학·과학 교육 확산 및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교재 개발부터 교사 연수, 박물관을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과 학생경진대회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전 과정이 개별적인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고 EU가 이를 총괄해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창의재단 측은 “유럽은 체계적인 연구와 연구결과에 기반한 투자로 스템 교육의 실질적인 효과를 조사해 질을 높이고 있다.”면서 “한국 역시 학생의 입장에서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MB “北 미사일 발사, 대선에 큰 영향 없을 것”

    MB “北 미사일 발사, 대선에 큰 영향 없을 것”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국가가 되기 위해 올바른 역사인식과 잘못된 과거사에 대해 진정한 반성과 성찰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연합뉴스와 AP 등 6개 내·외신 통신사와 청와대에서 가진 공동인터뷰에서 “(일본의 과거사 반성은) 일본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고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독일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제국주의적 과거를 씻고 주변국가와 화해를 모색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주변국과는 물론 유럽지역의 평화·안정 및 공동번영을 달성할 수 있었던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독도 방문과 관련, “독도 방문은 대한민국 영토인 울릉도와 독도에 대한 지방행정 시찰의 목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이라면서 “우리 국민은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 해결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고 이미 정상회담 등의 기회에 수차례, 직·간접적으로 일본 측에 제기했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 국민 사이에는 경제적·인적 교류로 간격이 없다.”면서 “국민정서를 정치인이 바꾸려고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체제와 관련, “북한은 김정은과 같이 젊은 지도자가 나와 변화의 기회를 맞고 있다.”면서 “북한은 핵을 갖고 어렵게 살 것인지,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로 나와 번영의 길을 갈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있다. 분명한 것은 이전과 달리 시간이 북한의 편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대선 개입 의도에 대해서는 “(북한은) 2007년 내 선거 때도, 지난 4월 총선에서도 우리 선거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지만, 오히려 우리 국민의 대북 인식만 악화시켰다.”면서 “북한이 선호하는 후보가 있을 수 있지만 (선거에서) 영향력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관련,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로 주민생활이 아주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도 (북한이) 민생에 중점을 두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대선 전에 이뤄지더라도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장기 경기침체 전망에 대한 대책과 관련, “한국은 경기침체 속에 잠시 저성장을 하고 있지만, 일본처럼 지속적인 저성장 시대를 맞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올해를 고비로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재정건전성·외환보유고·연구개발(R&D) 투자 상황 등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만큼 세계경제 회복과 함께 바로 회복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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